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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문조작 ‘낙동강변 살인사건’ 30년 만에 재심 결정 ...부산고법

    경찰 고문에 못 이겨 살인죄 누명을 쓴 채 21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낙동강변 살인사건’ 피해 당사자 2명에 대한 재심이 결정됐다. 부산고법 제1형사부(부장판사 김문관)는 6일 강도살인 피의자로 몰려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1년간 복역한 뒤 모범수로 출소한 최인철(59),장동익(62) 씨가 제기한 재심청구 재판에서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다. 이로써 낙동강변 살인사건은 사건 발생 30년 만에 다시 법원의 판단을 받게 됐다. 낙동강변 살인사건은 1990년 1월 4일 낙동강변에서 차를 타고 데이트하던 남녀가 괴한들에게 납치돼 여성은 성폭행당한 뒤 살해되고 남성은 상해를 입은 사건이다. 특히 당시 항소심과 상고심을 맡았던 문재인 대통령이 “35년간 변호사를 하며 가장 회한에 남는 사건”이라고 언급해 주목을 받았다. 경찰은 사건 발생 1년 10개월 뒤 다른사건에 연루된 최 씨와 장 씨를 살인 용의자로 붙잡았다. 이들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 범행을 자백했지만, 검찰에서 고문으로 인한 허위자백이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장 씨와 최 씨는 2003년 특별감형을 받고 복역한 지 21년 만인 2013년 출소했다. 최 씨 등은 2017년에 이어 대검 과거사위 조사 결과 발표 뒤 2018년 1월 재심청구서를 다시 제출했고 부산고법은 재심 개시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그동안 6차례 심문을 벌였다. 재판부는 “그동안 6차례 심문에서 물고문의 구체적인 방법,도구 등에 대한 청구인 진술이 일관되고 구체적이었으며 담당 경찰서의 유사 고문 사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재심 사유가 충분하다”고 밝혔다. 재심이 결정됨에 따라 재판부는 이른 시일 안에 공판 준비기일을 열어 검찰과 변호인 쌍방의 입증계획을 청취하고 재심에 필요한 증거와 증인을 확정하는 등 재판을 신속히 진행할 방침이다. 부산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유승민 사진 떼고 안철수 사진 건 손학규, 오늘도 ‘나홀로 최고위’

    유승민 사진 떼고 안철수 사진 건 손학규, 오늘도 ‘나홀로 최고위’

    바른미래당 내홍, 손학규 코너에8명 새보수당행, 당권파도 등돌려안철수 복귀에 고심하는 손 대표비당권파 의원들이 새로운보수당으로 떠나고 당권파는 대표 보이콧에 나서면서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다시 벼랑 끝에 몰렸다. 손 대표는 6일 최고위원들이 모두 불참한 가운데 임재훈 사무총장, 강신업 대변인만 참석한 ‘나홀로 최고위’를 열었다. 손 대표는 최고위원들의 불참을 두고 “연초라 의원님들이 못 오신 모양”이라고 했다. 지난 5일 유승민계 의원 8명이 새보수당으로 탈당하면서 바른미래당 의석수는 20석으로 줄었다. 주승용·김관영 최고위원 등은 당 혁신을 위한 손 대표 사퇴를 요구하며 지난 3일 최고위원회의부터 참석하지 않고 있다. 사퇴 의사를 번복하며 자리를 지키는 손 대표에 압박 수위를 높이고자 ‘손학규 보이콧’에 나선 것이다. 그간 손 대표는 유승민 새보수당 의원이 당에 머무는 것을 전제로 대표직을 지켜왔다. 안철수 전 의원이 돌아오면 전권을 주고 물러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손 대표는 최근 당내 사퇴 압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면초가에 몰린 손 대표 측은 ‘안철수 모시기’에 사활을 걸었다. 최근 당 대표실에 걸려 있던 유 의원 사진 여러 장을 모두 떼고, 주말 새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서울시장 후보였던 안 전 의원과 손 대표가 선대위 발대식에서 두 손을 들어 올린 채 환하게 웃는 사진이 새로 걸렸다. 김정화 대변인은 이날 정론관에서 안철수 지지자들과 함께 ‘안철수 전 대표 귀국 환영 기자회견’을 진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바른미래당의 일방적인 러브콜에 그치고 있다. 손 대표는 “안 전 대표와 논의가 진행된 것은 특별히 없다”면서 “돌아와서 상의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손 대표는 따로 살림을 차린 새보수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또 하나의 코드정당, 보여주기 쇼 정당으로 타락하지 않을까 걱정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젊은이들을 내세워 당을 파괴한 전력이 있는 이분들이 청년 이용 정치쇼에 빠져들지 않길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2020 신춘문예 평론 당선작] 악몽을 거쳐야 태어나는 것들 -강성은의 시

    1. 별일, 없습니까? 강성은을 줄곧 예의주시하던 독자라면, 그녀가 ‘별일 없습니다 이따금 눈이 내리고요’(현대문학, 2018)에서 보여 준 세계가 결코 낯설게 다가오지 않았을 것이다. 안개가 도시를 뒤덮어 이윽고 모든 것을 삼켜버리는 이야기(‘눈 속에 안개가 가득해서’). 여기에는 비록 논리적 인과가 생략되어 있지만, 그동안의 그녀의 작품 세계를 떠올려 보자면 이러한 결말은 거의 필연으로 다가온다. 그러니 일단 그 결말에 대한 이야기는 접어 두도록 하자. 타인의 죽음을 노래하던 세헤라자데의 이야기보다 무서운 것은, 그녀의 ‘별일 없습니다’라는 말에 있을 테니까 말이다. 그러나 강성은의 세계에 온전히 집중하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녀는 현실의 비틀림을 시적 언어로 치환하여 구조적 폭력과 그 속에 놓인 주체를 치밀하게 조망한다. 그 세계는 희생자의 관점에서 추상된 세계이기에, 폭력을 경험해 보지 못한 자의 눈에는 이해할 수 없는 타자의 영역으로 남는다. 세계는 악몽이며, 깰 수 없는 꿈이라는 인식 속에서 강성은은 극복이나 초월을 말하지 않으며 단지 악몽을 더듬어갈 뿐이다. 그간 강성은이라는 시인이 평단과 독자 양쪽 모두의 주목을 받았음에도 그녀의 세계 전체를 관통하는 해석이 부재했던 것은 타자의 세계와 응전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임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기에는 기묘한 매력이 있음을 동시에 암시해 준다. 이 낯선 세계와 마주하기 위해 이런 질문을 던져 보자. 별일 없다고 말하는 당신은 누구입니까? 우리에게는 보다 대담한 시도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가령 악몽을 이해하기 위해 또 다른 ‘악몽’을 나란히 세워 보는 것이다. 여기에서는 그 자리에 스즈키 고지 원작의 영화 ‘링’1)을 놓아보자. 악몽에 일상을 겹쳐 놓음으로써 ‘이것은 악몽이다’라고 선언하는 것이 아니라, 악몽에 또 다른 악몽을 겹쳐 놓음으로써 강성은 시의 깊이에 초점을 맞춰 보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그 세계가 가진 디테일과 그로부터 펼쳐지는 어떤 파국의 매혹에 대해, 그리고 그 파국이 가질 수 있는 어떤 심층적 의미에 대해 깊게 응시할 수 있을 것이다. 2. 죽음을 상연하는 세헤라자데의 서커스 - 구두를 신고 잠이 들었다 (창비, 2009) ‘구두를 신고 잠이 들었다’에서 시인은 ‘세헤라자데’의 입을 통해 이야기를 시작한다. ‘옛날 이야기 들려줄까 악몽처럼 가볍고 공기처럼 무겁고 움켜잡으면 모래처럼 빠져나가버리는 이야기’. 그러나 여기에서 이야기는 아직 비어 있다. 드러나는 것은 이야기에 대한 이야기뿐이다. 마치 본 사람 중에 살아남은 이가 없어 아무도 그 내용을 모르는 ‘링’2)의 비디오처럼. 옛날 이야기 들려줄까 악몽처럼 가볍고 공기처럼 무겁고 움켜잡으면 모래처럼 빠져나가버리는 이야기 조용한 비명 같은 이야기 천년 동안 짠 레이스처럼 거미줄처럼 툭 끊어져 바람에 날아가 버릴 것 같은 이야기 지난밤에 본 영화 같고 어제 꿈에서 본 장면 같고 어제 낮에 걸었던 바람 부는 길 같은 흔해빠진 낯선 이야기 (…) 당신이 마지막으로 했던 이야기 매일 당신이 하는 이야기 내가 죽을 때까지 죽은 당신이 매일 하는 그 이야기 끝이 없는 이야기 흔들리는 구름처럼 불안하고 물고기의 피처럼 뜨겁고 애인의 수염처럼 아름답고 귀를 막아도 들리는 이야기 (…) 어젯밤에 내가 들려준 이야기인 줄도 모르고 내일 밤 내가 당신 귀에 속삭일 이야기인 줄도 모르고 - ‘세헤라자데’ 중에서 천일야화 속 등장인물인 그녀는 죽음을 피하기 위해 이야기를 이어 가는 인물이다. 예컨대 그녀는 왕이 계속해서 이야기를 듣도록 매혹해야 하는 숙명에 빠져 있다. 그러나 위의 시에서 소재가 되는 ‘이야기’는 일반적인 성격에서의 매혹과는 다른 결로 표현되어 있다. 그 이야기는 ‘무겁고’, ‘툭 끊어’질 것 같고, ‘비릿하고’ ‘개 같’다. 심지어 화자는 그것을 ‘흔해빠진 낯선 이야기’라고 말한다. 혼란에 빠진 듯 두서없이 말하는 시에서 내용이 아닌 목적에 맞춰 질문을 던져 보자. 그녀는 이런 설명으로 어떻게, 어떤 청자를 매혹하려는 걸까? 보편적 매혹과 구별되는 설명이 매혹으로 작용하는 경우에 대해 떠올려 보자. ‘링’의 첫 대목은 여고생의 통화 장면에서 시작한다. 그녀는 저주받은 비디오에 대해 상대에게 집요하게 묻는다. ‘보면 죽게 되는 비디오’라는 설명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이야기에 빠져든다. 이 기묘하고 혼란스러운 장면이 영화의 시작을 장식하는 것처럼, ‘세헤라자데’가 시집의 첫 작품으로 배치될 때 환기시키는 것은 위험하면서도 그로테스크한 매혹이다. 그렇다면 ‘세헤라자데’는 누구로부터 죽음을 연기하려는 것일까?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시집에서 ‘죽음’이 특정한 사건이 아닌, 세계에 만연해 있는 일상으로 묘사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나’는 남편에 의해 살해당하기도 하며(‘서커스 천막 안에서’), 자줏빛 스카프와 같은 사물에 의해 살해당하기도 하며(‘누가 그레텔 부인을 죽였나’), 때로는 바람이 몰아쳐 내장을 쏟아내며 죽기도(‘새벽 두시의 변기’) 한다. 그 외에도 무수하게 변주되는 죽음의 양상 속에서, 죽음은 특별한 인과가 아니라 세계의 이상성을 보여 주는 한 표지(標識)가 된다. 여기에 덧붙여 화자가 죽음을 ‘신의 집에서 벌어지는 서커스’(‘잠의 형제’)라고 말한다는 점에 주목해 보자. 죽음은 슬픔, 그리움, 안타까움과 같은 감정을 동반하는 사건이 아니라 신의 유희를 위해 상연되는 그 무엇이다. 이 시적 세계에서 인물은 신의 유희를 위한 희생양의 위치에 놓여 있는 셈이다. 이러한 희생양의 위치는 공포영화 속 인물의 위치와 같다. 공포영화에서 인물이 죽는 것은 살인마에 의해서인 것처럼 보이지만, 여기에는 관객의 긴장과 응시가 중요하게 작용한다. 다시 말해, 영화에서 인물의 삶과 죽음은 오직 내적 서사에만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관객을 염두에 둔 상태로 전개된다. 영화 ‘링’의 결말 부분에서 인물의 죽음은 직접적인 묘사를 통해 스크린에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눈을 통해 우회적으로 전달된다. 눈은 1차적으로 내적 맥락인 사다코의 저주를 표상하지만 이는 동시에 외적 맥락인 관객의 응시 또한 형상화한다. 이어지는 엔딩에서 여주인공 아사가와는 다른 이에게 저주의 비디오를 전달하러 떠난다. 자신의 죽음을 연기(延期)하기 위해 다른 이를 희생양으로 만드는 것이다. ‘구두를 신고 잠이 들었다’에서 ‘세헤라자데’ 또한 마찬가지로 이해될 수 있다. 예컨대 자신의 죽음을 연기하기 위해 타인의 죽음을 계속해서 상연하는 서커스라고 말이다. 그러한 맥락에서 시집에서의 수많은 죽음은 화자의 죽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상연을 위해 화자가 뒤집어쓴 인물들의 죽음이다. 다시 말해 화자는 죽음을 연기(延期)하기 위해 신 앞에서 계속 죽음을 연기(演技)해야 하는 저주받은 자이고, 그것이 시집에서 표상되는 세헤라자데의 본질이다. 그렇기에 화자는 ‘구두 위에 구두를 또 신’고, 종국에는 ‘구두 속에서 나오지도 않’게 된다. ‘구두를 신고 잠이 들었다’는 세헤라자데의 저주받은 삶을 표상하는 문장인 셈이다. 동일한 맥락에서 신체 절단과 같은 그로테스크한 이미지와 서커스에 연관될 수 있는 이미지들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것은 작품 외적으로는 시인의 개성적인 상상력이면서, 작품 내적으로는 신의 눈을 홀리는, 화자가 계속 존재하기 위한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시의 그로테스크함은 통각의 언어이면서, 화자의 세계를 지탱하고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정신분석학적 의미에서의 증상3)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시가 그로테스크한 발화를 다룰 때, 그것을 단순히 희생자의 광기 어린 토로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 ‘가끔 그녀의 감은 눈꺼풀 속 검고 깊은 구멍 속에서 하얀 꽃잎들이 흩어져내렸네’(‘나무가 되는 법’)라거나 ‘나는 나를 벗겨내기 시작했다 점들은, 살점들은, 몸에서 떨어져나가는 순간 선명하게 붉은 점이 되었다’(‘태양의 반대편’)라고 말할 때, 이는 화자의 광기를 증언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지탱하고 유지하려는 절박한 시도로 이해되어야 한다. 이때에 나타나는 난해성은 해석에 저항하는 관성적 구성물로서 증상의 필연적 산물이다. 결국 증상들로부터 예증되는 이 그로테스크한 절박함이야말로 ‘구두를 신고 잠이 들었다’를 통해 강성은이 펼쳐 보인 시적 세계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3. 오라, 달콤한 죽음이여(Komm, s廓r Tod) - ‘단지 조금 이상한’ (문학과지성사, 2013) ‘구두를 신고 잠이 들었다’를 통해 강성은은 저주받은 세헤라자데의 몸을 빌려 독자적인 시적 세계와 그 속에서의 증상적인 발화를 보여 주었다. 그녀의 첫 시집은 이렇듯 죽음을 연기(延期)하기 위해 죽음을 연기(演技)하는 분투였다. 이는 두 번째 시집 ‘단지 조금 이상한’ 에도 이어지는 것으로서, 여기에도 강성은은 자신의 시가 본질적으로 하나의 연기(演技)이자 제스처라는 방식을 줄곧 유지한다. 가령 ‘외계로부터의 답신’에서 화자는, 어떤 날은 내가 읽은 페이지마다 독이 묻어 있고 내 머리털 사이로 예쁜 독버섯이 자라기도 한다 그런데 이상하지 나는 죽지 않고 어떤 날은 미치도록 사랑에 빠져든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여자가 되어 그런데 이상하지 나는 병들어가고 - ‘외계로부터의 답신’ 중에서 라고 말하며 삶과 연기의 간극을 드러낸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두 가지 효과가 발생하면서 이 시집이 전작의 연장선상에 있지 않음을 드러낸다. 첫째로 자신의 삶이 하나의 연기임을 완전히 선언했다는 점이다. 전작에서 화자는 ‘구두’라는 표현을 통해 자신의 삶이 수많은 배역의 연기임을 드러냈지만, 이 같은 대비를 전경화하지는 않았다(전작에서 화자는 ‘구두를 신고 잠이 들었다’는 점에 유의하자). 두 번째는 연기와 삶 사이의 틈을 무대화한다는 점이다. 그 틈은 ‘단지 조금 이상한’ 것으로, ‘아직 이름이 없고 증상도 없는/어떤 생각에 빠져 있을 땐 멈춰 있다가/정신을 차리고 보면 다시 생동’한다. ‘단지 조금 이상한 병/잠처럼’(‘단지 조금 이상한’) 좀처럼 알아차릴 수 없으며 드러나지 않지만, 해소될 수도 없는 틈. 화자는 그 틈을 어렴풋이 감지하며 그것의 윤곽을 그려 나간다. 이처럼 연기와 화자 사이의 틈이 무대화되는 지점에서 화자는 존재론적 물음에 직면한다. 예를 들어 ‘올란도’에서 화자는 과거를 돌아보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내가 아는 사람들 모두가 죽었다 몇 세기에 걸쳐 꿈을 꾸었다 수많은 계절들의 반복과 변주 수많은 사람들의 반복과 변주 어제와 내일의 경계가 사라져도 이 꿈은 사라지지 않아 죽기 위해 절벽에서 몸을 던지면 다음 생이 시작된다 너는 누구지? 너는 누구야? 밤이 저 오랜 질문을 던지고 슬그머니 얼굴을 바꾸면 다음 날이 시작된다 너는 누구지? 너는 누구야? 몇 세기에 걸쳐 떨어져 내리는 낙엽들 나의 노래들이 켜켜이 쌓여간다 나의 얼굴들이 켜켜이 쌓여간다 이 오랜 꿈이 끝나고 나 자신이 희고 빛나는 밤이 될 때 이것이 어떤 잠이었는지 알게 되리 - ‘올란도’ 전문 타자의 몸을 빌려 그로테스크한 죽음을 상연하던 것에 대해 이제 화자는 그것을 하나의 ‘꿈’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 꿈은 깨지 않는 꿈이고 사라지지 않는 꿈이다. 그 꿈속에서, 화자는 자신의 실체에 대한 존재론적 질문에 직면한다. ‘너는 누구지? 너는 누구야?’ 그러나 화자는 대답할 수 없다. 무수히 반복되는 삶 속에서 ‘나’란 ‘켜켜이 쌓여’가는 반복과 변주라는 사후적 형식으로만 파악될 뿐이다. 그렇기에 질문은 존재론적 해답을 향해 나아가지만 결국에는 빗나가며 실패한다. 화자는 그 빗나감과 실패를 통해 자신의 존재에 대한 희미한 윤곽선만을 그려본다. 그 대답을 ‘나 자신이 희고 빛나는 밤이 될 때/이것이 어떤 잠이었는지 알게 되리’라며 사후의 순간에 은유할 뿐이다. 이때 ‘죽음’이라는 기표는 이전과 다른 의미로 조직된다. 이전 시집에서 그것이 신의 유희를 위해 상연되는 것이었다면, 이제 죽음은 필연적으로 찾아오게 될 시간, 화자가 ‘밤’이 되는 순간으로 재전유된다. 그렇다면 이것은 어떤 변화를 의미할까? ‘링’의 마지막 장면에서 보이는 아사가와의 표정을 상기해 보자. 이 장면에서 아사가와는 우연히 저주받은 비디오를 봐 버린 아들을 구하기 위해 스스로 매개물이 되어 자신의 부모에게 저주를 전염시키러 떠나고 있다. 여기에서 아사가와는 슬픔에 찬 눈과는 대조적으로 약간의 웃음을 입가에 머금고 있다. 먼저 확실한 것은 그 표정이 저주에 사로잡혀 공포에 떨던 표정도, 저주에서 벗어나기 위해 초조해하던 표정도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이 표정은 한결 평온해 보인다. 이 지점에서 ‘링’을 구성하는 두 개의 쇼트 형식4)은 완전히 겹쳐지고 영화는 끝이 나는데, 이는 아사가와가 저주로 인한 삶의 비틀림을 자기 삶의 기반으로 받아들였음을 의미한다. ‘단지 조금 이상한’의 화자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여기서 그녀는 죽음을 피하기 위해 더이상 시달리지 않는다. 앞서 ‘올란도’를 통해 보았듯이 화자는 죽음을 필연적인 것으로 받아들인다. 이전 시집에 비해 연과 행의 나눔이 정갈해지는 변화 또한 이 같은 요소로부터 설명이 가능할 것이다. 예컨대 아사가와가 저주를 자신의 삶의 일부로 받아들임으로써 공포와 불안으로부터 벗어났듯이, ‘단지 조금 이상한’의 화자 또한 죽음을 언젠가 찾아올 필연적 사건으로 받아들임으로써 말하기 방식의 변화를 불러왔다고 말이다. 이 같은 태도는 ‘기일(忌日)’과 ‘불 꺼진 방’, 그리고 ‘구빈원’의 세 편의 구도를 통해 다른 형태로 구체화되는 것이기도 하다. 앞선 두 편의 시는 동일한 장면에 대한 서로 다른 위치에서의 관점이 대조를 이루고 있다. ‘기일(忌日)’에서는 화자가 집 밖의 쓰레기장을 바라보며 거기에 버려지는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반면 ‘불 꺼진 방’에서 화자는 내다 버려진 ‘죽음’의 입장에서 주변을 바라본다. 서로 다른 위치에서의 두 관점은 그 내용에서 두 입장의 차이를 드러내는데, 이러한 차이는 ‘구빈원’이라는 작품을 통해 변증법적 종합에 이른다. 그러나 이러한 종합은 통상적 정·반·합의 구도와는 다르다. 이 시에서 화자는 ‘실은 모두가 버려지고 있다/너무 먼 곳에 버려져 잊었을 뿐이다/이 행성이 우주의 거대한 쓰레기장이라는 걸/우리는 모른다/기억하지 못한다’고 말하며 화자의 가장 비참한 형상(죽어 버려진 모습)을 자신의 인식론적 밑바탕으로 삼는 모습을 보여 준다. 마치 ‘링’의 아사가와가 저주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고자 발버둥치는 것이 아니라 저주를 자기 삶의 변화된 기반으로 인정하고 그로부터 나아가듯이 말이다. 4. 커져가는 소음 속에서 자라나는 것 - ‘Lo-fi’ (문학과지성사, 2018) 그러나 세계는 여전하고, 화자는 여전히 ‘살아 있는 듯 잠자는 듯했지만/엄마 오늘밤 우리의 악몽은/태어나지도 깨어나지도 않는 영원한 불길함입니다’(‘양수 속에서’, 시집 ‘구두를 신고 잠이 들었다’ 중)라고 표현했던 세계에 있다. 단지 자신의 죽음을 필연적인 것으로, 그것을 인식의 기반으로 삼음으로써 화자의 관점만이 변화했을 뿐이다. 이러한 변화는 화자의 시각장을 재조직한다.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것이 그의 눈에 포착되면서, 시는 새로운 국면으로 흘러간다. 이 지점에서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는 요소가 생활감 있는 유령들의 출몰일 것이다. k는 죽은 후에도 가끔 산책을 한다 p는 죽은 후에도 가끔 시를 쓰고 담배를 핀다 r은 술을 마시고 꿈도 꾼다 어제는 오래전 죽은 친구를 만나 강에서 수영을 했는데 죽었다는 사실을 잊었다 b는 살아 있는 사람인 척 온종일 카페에 앉아 있었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옆 테이블에서 떠드는 사람들도 살아 있는 척하느라 그런 것 같았다 도시에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누가 죽은 사람인지 산 사람인지 구별하기 어려웠다 - ‘계면’ 중에서 인용된 작품 전반부에서 죽은 이들은 생전과 다를 바 없이 살아가고 있다. 그들은 종종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을 잊어버릴 정도로 자신의 삶을 충실하게 이어 간다. 이 가운데 화자는 도시에 사람들이 너무 많아 ‘누가 죽은 사람인지 산 사람인지 구별하기 어려웠다’고 말한다. 이러한 독백 이후로 화자는 산 사람들의 삶을 나열한다. 그들(z, w, n)은 늘 죽음을 염두에 두고 죽음에 사로잡힌 채 살아가고 있다. 물론 강성은의 시에서 죽은 이의 출몰은 늘 있어 왔다. 그러나 이전 시집에서 죽은 자들은 악령이었거나 자신이 죽은 줄 모르는 모습이었던 반면 여기서 포착되는 죽은 자들은 보다 생활감 있는 이미지로 나타난다는 점에서, 그리고 스스로가 죽었음을 알면서도 존재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아래는 시의 후반부다. 삶과 죽음이 다르지 않다면 죽음이 무슨 소용인가요 가수는 노래하고 입을 다물지 못하고 죽고 죽고 죽어도 다시 살아나 노래하고 s는 어제 쓴 일기를 반복해 써 내려가고 c는 읽을 수 없는 글자들을 매일 베껴 적는다 불행한 일들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니고 불운한 날들이 빛처럼 쏟아져 내려도 도시가 잠기도록 비가 내려도 - ‘계면’ 중에서 죽음을 ‘두려워하지도 도망가지도 않’는다면, 죽음과 살아 있음의 차이는 경미해진다. 시에서 죽은 인물들과 산 인물들의 이미지가 대비가 아닌 나열의 방식으로 나타나듯이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삶과 죽음이 다르지 않다면/죽음이 무슨 소용인가요’라고 화자가 독백할 때, 여기의 행간에는 앞선 산 자와 죽은 자의 비교로 인해 ‘삶이 죽음보다 더 죽은 것 같다면’이라는 문구가 새겨지고, 죽음과 삶의 의미는 변화하게 된다. 그러나 그것은 산 자는 알 수 없는, 죽음을 온전히 받아들인 자만이 가질 수 있는 문구이다. 물론 이것은 불온한 인식이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이 세계는 죽음에 대한 공포를 축으로 구조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Lo-fi’는 이런 불온한 인식이 거듭 쌓여가는 모양을 취하고 있다. ‘그 여자는/살아 있을 땐 죽은 여자 같더니/죽고 나선 산 여자처럼’(‘Ghost’), ‘공동묘지와 아파트가 구분되지 않고/살아 있다는 것과 죽어 있다는 것이 구분되지 않는’(‘0℃’)과 같은 독백들, 혹은 ‘오늘 죽는 자는 영원히 죽지 않고/오늘 산 자는 영원히 살지 않고//결코 다시 죽지 않으리’(‘안티고네’)와 같은 발화에서, 그 불온한 인식은 임계점을 향해 가는 힘처럼 시집에 거듭 축적되어 간다. 여기에 더불어 ‘이상하게도 그가 삶을 포기하고 나면/죽음을 기다리고 있으면/모든 것이 달라지는 것이다’(‘카프카의 잠’)라는 독백은 그러한 힘이 어떤 예기치 못한 결과를 발생시킬 것을 암시하는 것처럼 다가온다. 여기서 잠시 ‘링’으로 돌아가 보자. ‘링0’5)에서는 기괴한 일들이 벌어질 때마다 저음질의 소음이 영화를 메운다. 이는 공포영화 특유의 클리셰적인 것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주인공인 사다코의 스트레스와 사건의 상관관계를 알려주는 표지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저음질의 소음은 일종의 시그널로, 현재의 장면 속 어딘가에서 포착할 수 없는 일이 준비되고 있으며 그것이 곧 현실로 분출될 것임을 암시한다. 이 소리는 영화의 시작 부분에서는 가장 작은 크기로 들리다가, 사다코가 비극적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 영화의 절정 부분에서 최대치에 이르게 되며, 이는 저주를 통한 살해의 시발점이 된다. 어쩌면 ‘Lo-fi’ 또한 이러한 공포물의 구조와 유사한 방식으로 이해될 수 있지 않을까. 예컨대, 시집이 계속될수록 쌓여가는 불온한 힘이 저음질(Lo-fi)의 소음과 같은 형태로 점차 커져가고 있다고 말이다. 그렇다면 시집에서 이처럼 커져가는 소음은 무엇을 암시하는 것일까? 현실의 밑에 차곡차곡 쌓인 어떤 것이 이윽고 분출되리라는, 절정이 곧 다가오리라는 암시인 것일까? 그것은 화자의 파멸인가, 아니면 세계의 파열인가? 이러한 맥락에서 화자가 ‘섣달 그믐’에서 말하고 있는 한 점에 유의해볼 필요가 있다. ‘밖에선 종말처럼 어두운 눈이 내리고 있고/나는 이제 잠에서 깨버릴 것 같’다고. 이때의 ‘잠’은 이전 시집의 ‘올란도’에서와 유사한 의미로 들린다. 그때에 화자가 ‘나 자신이 희고 빛나는 밤이 될 때/이것이 어떤 잠이었는지 알게 되리’라고 했던 점을 상기하자면, 이는 곧 화자가 ‘밤’이 될 시간이 도래하고 있음을 예감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때까지의 시집들을 경유하여 살펴보자면 그 ‘밤’이 이성의 빛이 도래하기 이전의 암흑의 시간으로서의 ‘밤’이 아닌 것은 분명할 것이다. 오히려 그것은 헤겔적 의미에서의 ‘세계의 밤’에 가깝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세계를 탈구시키는 근원적 혼돈이자 세계를 가능하게 하는 잉여인 동시에 그것의 결핍을 드러내는 틈으로서의 ‘밤’. 그것은 주체의 출현을 암시하는 강력한 은유이다. 그러므로 ‘섣달 그믐’의 시점에서 ‘올란도’를 돌이켜본다면, 이는 다음과 같이 재의미화된다. 그녀가 온다. 모든 것을 멈추게 하는 그녀가. 그때 이 모든 잠의 의미를 우리는 알게 되리라. 5. 악몽을 거쳐야 태어나는 것 다시 처음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안개가 도시를 뒤덮어 이윽고 모든 것을 삼켜버리는 이야기(‘눈 속에 안개가 가득해서’)로. 처음에는 국소 범위였던 안개가 점차 도시를 가득 메워가고, 그 속에서 사람들은 사라지기 시작한다. B시에서 일어나는 공포스러운 상황을 TV를 통해 지켜보던 M시의 사람들은 이윽고 그것을 촬영하던 리포터가 사라지는 것을 목격하며 공포에 휩싸인다. 이제 안개는 B시를 넘어 확산되기 시작한다. 이러한 확산의 이미지는 ‘별일 없습니다 이따금 눈이 내리고요’ 에서 다양한 이미지를 통해 반복된다. ‘꿈에서 배를 가르자/흰 솜뭉치가 끝없이 나왔다’(‘소설(小雪)’), ‘불행의 구렁텅이에 차오르는 빛 하나로/서로의 손과 발을 묶고’(‘첫아이’), ‘그가 가방을 열고 모래를 꺼낸다 가방에서 모래가 끝도 없이 나온다’(‘손님’), ‘그의 주위로 쇄기풀이 무성하게 돋아나고 있었다 풀은 무섭게 자라 기관실을 뒤덮고 곧 모든 객차를 넘실거리며 물결칠 것’(‘객차’) 등등. 이 같은 이미지들 가운데 ‘객차’의 ‘풀’에 좀 더 주의를 기울여보자. 기차 안에서 벌어지는 공황을 소재로 하고 있는 이 작품에서, 풀은 모든 것을 잠식하는 공포의 이미지로 나타난다. 그럼에도 기차는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채 계속해서 달린다. 이러한 상황에 이어 재난상황은 확산과 그로 인해 퍼져가는 공포감을 보다 직접적인 형태로 제시한다. 재난이 벌어졌다고 끔찍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런 재난은 처음이라고 우리들의 육체와 영혼에 심각한 손상을 가져다줄 것이며 이후로는 결코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라고 방송을 하던 남자가 갑자기 울먹이기 시작했다 (중략) 그러나 그것이 끝이 아니며 재앙을 계속될 것이라고 1분 후 다음 재난 방송이 시작된다고 말했다 이제껏 본 적 없는 더욱 경악할 만한 재난이라고 덧붙였다 나는 천천히 침대에서 일어나 커피를 끓였다 일요일 오후였다 - ‘재난 방송’ 중에서 화자는 재난 방송을 본다. 냉정한 태도를 유지해야 하는 리포터마저도 그것을 잊게 만들 정도로 사태는 심각해져간다. ‘이후로는 결코 예전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라는 표현은 재난 규모가 미증유의 것임을 짐작게 한다. 그러나 여기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그것을 바라보는 화자의 태도이다. 화자는 방송을 바라보다 ‘천천히 침대에서 일어나 커피를’ 끓이며 일요일 오후의 일상을 준비한다. 마치 자신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인 것처럼. 왜 화자는 재난 앞에서 평온한 것일까?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자면, 왜 화자는 ‘별일 없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일까? 여기서 잠시 ‘링’의 마지막 장면을 떠올려보자. 사다코의 원한을 해결했으니 이제 저주를 피할 수 있다고 확신한 류지는 자신의 방에서 밀린 일을 하고 있다. 그런데 그의 방에 놓여 있던 TV가 갑작스레 켜지며, 예의 저주받은 비디오가 재생된다. 경악한 표정으로 그것을 바라보던 류지를 향해 사다코는 우물에서 기어 나와 점차 다가오기 시작한다. 마침내 사다코가 TV에서 빠져나와 현실에 나타났을 때, 류지는 경악에 찬 표정으로 죽음을 맞이한다. 통상적 해석을 따르자면, 그것은 피할 수 없는 죽음이 현실화되는 재앙의 순간이다. 그러나 관점을 달리해서 보자면, 이것은 류지에게는 재난이지만 사다코에게는 출생의 순간이 아닐까.6) 마찬가지의 구도를 이 시집에 적용해보자. 세계에 몰아친 재난은 화자가 출생하기 위한 조건인 것은 아닐까? 계속해서 축적되어온 불온한 힘이 마침내 이야기의 틀을 넘어 현실로 넘쳐흐르기 시작하는 것이라고. 이와 더불어 ‘링’에서 거듭해서 나타나는 자라나는 머리칼의 이미지를 생각해보자. 점차 자라나며 외부를 향해 확산되는 머리카락은 섬뜩한 무엇이면서, 사다코가 점차 비디오를 넘어 현실로 틈입해 들어오고 있음을 예시하는 이미지이다. 마찬가지로 강성은이 이 시집을 통해 반복해서 제시하고 있는 확산의 이미지들 역시 서서히 증식되는 불길함의 이미지이면서 주체의 출현을 알리는 내러티브인 것은 아닐까? 그것은 세계의 입장에서는 악몽이지만 화자에게는 출생의 사건이다. 그리고 그 출생은 모든 의미가 혼란에 빠지는 시간이며 주체가 세계를 잠식하는 사건이다. 이 시집에서 안개의 확산을 거대한 재앙으로 표현한 것은 이 미증유의 사태에 대한 서사화이며, 지젝의 표현을 빌리자면 구체적 보편성으로서의 주체가 추상적 보편성으로서의 세계를 잠식하는 과정이다. 강성은의 시세계는 이 지점을 통해 재의미화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악몽이었으되, 주체가 출현하기 위해서는 피할 수 없는 악몽이었다고 말이다. 오직 그 악몽으로부터, 그것을 자기 삶의 기반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주체가 출현하기 위한 조건이다. 서서히 고조되는 불온한 분위기에서 스스로의 출생을 예감하고 마침내 세계를 잠식한다는 점에서, 강성은의 시적 주체의 탄생은 세계를 정지시키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로부터 다음의 질문을 던져볼 수 있을 것이다. 모두 네 권의 시집을 거쳐 비로소 태어난 이 시적 주체는 과연 누구이며 무엇인가? 조심스럽게 추측해보자면, 여기에는 그간 강성은이 여성 화자를 강조해왔다는 사실이 덧붙여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구체적인 여성과 거리가 멀다. 강성은의 여성 주체는 구조적 폭력의 희생자에서, 궁극적으로는 세계 전체에 대한 부정항으로 출현한다. 억압된 것의 귀환 혹은 여성 주체의 직립. 그녀는 더 이상 악몽에 시달리는 희생자가 아니다. 그녀는 이제 자신을 위협하던 세계를 위협하는 공포다. 아사가와에서 사다코로의 기묘한 이행, 이것이 강성은의 궤적이며, 악몽을 거쳐야 태어나는 어떤 것이다. 1) 여기에서는 ‘링’의 시리즈 가운데 ‘링’(나카타 히데호, 1998)과 ‘링0-버스데이’(쓰루타 노리오, 2000)를 주요 텍스트로 삼고 있다. 이하 글에서는 ‘링’과 ‘링0’로 표기하도록 하겠다. 2) ‘링’의 주된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방송국 기자 아사가와 레이코는 보면 일주일 후 죽게 된다는 어떤 비디오에 대한 학생들 사이의 소문을 취재하던 중 조카 도모코의 사망 소식을 듣는다. 도모코와 같은 날 죽은 세 명의 학생들이 같은 비디오를 봤다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은 아사가와는 그 비디오를 찾아나선다. 결국 아사가와도 그 비디오를 보게 되는데 그는 죽음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고자 노력한다. 그 방법은 다른 사람에게 비디오를 보여주는 것이다. 3) 지젝은 라캉이 말하는 증상을 이렇게 정의한다. “그것은 특수하고 병리적인 기표적 형성물로 해석과 소통에 저항하는 관성적인 오점이면서 사회적 유대의 네트워크 속에 포함될 수 없는 얼룩이다. 하지만 그것은 동시에 그러한 네트워크를 가능하게 만드는 실정적 조건이라는 점에서 이중적인 의미를 가진다.” 슬라보예 지젝, 이수련 역, ‘이데올로기의 숭고한 대상’, 새물결, 2013, 132쪽 참조. 4) 영화 ‘링’은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전개된다. 둘은 숏의 형식을 통해 구별된다. 현재는 시간과 날짜가 표기되며, 컬러 화면으로 구성된다. 반면 과거는 인물의 회상적 발언이 표지의 역할을 하며 흑백 화면으로 구성된다. 이 둘이 뒤섞이는 것은 영화에서 딱 두 번 나타난다. 하나는 저주의 장본인인 사다코가 TV화면으로부터 빠져나오는 장면이고, 두 번째는 위에 예시된 아사가와의 장면이다. 사다코의 경우 흑백의 화면에서 컬러의 세계로 빠져나와 클로즈업되는 반면, 아사가와는 컬러의 세계로부터 흑백의 화면으로 넘어가며 롱숏으로 처리된다는 점에서 대조적이다. 5) ‘링0-버스데이’는 저주의 비디오가 태어나게 된 계기인 사다코의 삶과 죽음을 다루고 있다. 사다코는 어머니의 자살 이후 극단에 소속되어 연기자로 살아간다. 그러나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영적인 능력이 의지와 상관없이 발현되면서 극단은 공포에 휩싸인다. 계속되는 불길한 현상과 단원들의 죽음에 패닉에 빠진 단원들은 사다코에게 집단 린치를 가해 살해하지만, 그것은 오히려 사다코가 귀신이 되어 저주가 구체적인 형태로, 그리고 지울 수 없는 얼룩으로 세상에 남게 되는 계기가 된다. 6) 이 장면에서 사다코가 좁디좁은 TV 브라운관으로부터 고통스레 기어 나와 천천히 두 다리로 선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머리부터 빠져나와 두 팔을 뻗는 사다코의 모습은 자궁으로부터 빠져나오는 태아의 모습과 유사성을 지니고 있으며, 고통스레 두 다리로 직립을 시도하는 모습은 인간의 성장 과정을 그로테스크한 상상력으로 빚어낸 것처럼 느껴진다.
  • 심상찮은 美 반유대주의 범죄… 트럼프 책임론 커졌다

    뉴욕서 보름새 8건… 2017년 최다 발생 “트럼프, 증오·분열 부추겨” 정치권 공방 미국에서 유대인을 겨냥한 혐오 범죄가 연이어 발생하며 반(反)유대주의에 대한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최근 미국 사회에서 인종·종교를 둘러싼 분열상이 격화되는 가운데 정치권의 책임론 공방도 커지고 있다. 지난 2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록랜드 카운티 몬시의 유대교 랍비의 집에 괴한이 침입해 흉기를 휘두르는 사건이 일어났다. 기독교의 크리스마스 시기와 겹치는 유대교 축일인 하누카를 기념하는 행사 도중 벌어진 사건으로, 5명이 흉기에 찔려 병원으로 옮겨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사건 하루 뒤인 29일 트위터에 “사악한 반유대주의 재앙에 맞서 싸우고 대적해야 한다”는 반응을 올렸다. 미국에서의 반유대 범죄는 2013년 800건 아래로 떨어진 뒤 꾸준히 상승해 2017년에는 1986건, 2018년엔 1879건에 이르렀다. 전년 대비 57% 급증했던 2017년은 2010년 이후 처음으로 미국의 모든 주에서 유대인에 대한 혐오 범죄가 일어난 해로 기록되기도 했다. 지난 13일부터 현재까지 뉴욕에서 접수된 반유대주의 사건만 8건에 이르는 등 올해도 2017·2018년과 같은 추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더불어 2018년 10월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유대교 회당에서 총기 난사 사건으로 11명이 숨진 데 이어 지난 4월엔 캘리포니아주의 유대교 회당에서 총기 범죄가 일어나는 등 최근 반유대 범죄는 수위가 더욱 높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런 경향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 사회의 깊어지는 분열상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979년 처음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후 가장 많은 반유대 범죄가 일어났던 2017년은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해이기도 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인 루돌프 줄리아니는 탄핵 사태를 촉발한 ‘우크라이나 스캔들’이 유대인 억만장자 조지 소로스의 음모라고 주장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 측이 반유대주의를 자극하는 발언을 반복한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 “지난 몇 년간 이 나라에서 증오의 기운이 생겨났다. 대부분은 워싱턴에서 비롯됐고, 우리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당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도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나라의 증오와 분열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심재철 “공수처, 北보위부·게슈타포 될 것…즉각 헌법소원”

    심재철 “공수처, 北보위부·게슈타포 될 것…즉각 헌법소원”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이 통과되자 “북한 보위부, 나치 게슈타포 같은 괴물이 될 것”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심 원내대표는 공수처 법안 표결 방식이 전자투표 방식으로 결정되자 한국당 의원들과 함께 본회의장을 퇴장했다. 이어 로텐더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2019년을 하루 앞둔 오늘 언필칭 민주화운동을 했다는 사람들에 의해 악법 중 악법인 공수처법이 날치기 처리됐다”고 밝혔다. 심 원내대표는 이어 “공수처는 문재인 정권의 비리 은폐처이고 친문범죄 보호처”라며 “공수처로 인해 대한민국의 국격은 북한이나 나치 같은 저열한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위헌 선거법 불법 날치기로 의회민주주의를 파괴한 저들은 민주주의의 기본인 비판과 견제 세력을 위축시키기 위해 공수처를 탄압의 도구로 활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문재인 정권은 울산시장 선거공작, 유재수 감찰 중단, 우리들병원 대출비리 등 3대 국정농단을 통해 부패와 범죄가 드러나자 원안보다 더 악마적인 공수처 법안을 만들어 불법 처리했다”며 “대통령도 수사받아야 할 정권의 범죄 혐의가 속속 드러나자 검찰 수사를 무력화하고 범죄와 부패, 비리를 덮기 위해 독재 사회에서나 볼 수 있는 악법을 꼭두각시들을 내세웠다”고 비판했다. 이어 “문 대통령 퇴임 후 안전장치까지 마련해 문재인 관련 모든 범죄는 암장하겠다는 폭거를 역사는 죄악 중의 죄악으로 기록할 것”이라며 “한국당은 위헌이 분명한 공수처법에 대해 즉각 헌법소원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심 원내대표는 “역사상 최악의 쌍둥이 악법을 반드시 퇴출시켜야 한다며 나라를 걱정하는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따르지 못했다. 한국당으로선 사력을 다했지만 이성도 없고, 상식도 없는 좌파 막가파들에게 짓밟혔다”며 “죄송하고 면목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제 좌파독재의 길로 폭주 기관차처럼 치닫는 문재인 정권에 제동을 걸 수 있는 힘은 오직 현명한 국민 여러분만이 갖고 있다”며 “내년 4월 총선에서 저들을 심판해달라. 한국당이 저들을 견제할 수 있는 힘을 부여해달라”고 호소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진중권 “문 대통령 진정성 믿지만 간신이 너무 많다”

    진중권 “문 대통령 진정성 믿지만 간신이 너무 많다”

    “촛불 통해 탄생한 문재인 정부 반드시 성공해야”“일부 부패 측근, 위기 벗어나려 수사방해 프레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를 계기로 동양대를 사직한 진중권 전 교수가 친문(친문재인) 세력을 향한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27일에는 “저는 아직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지지합니다”라면서도 “문재인 정권이 성공하려면 권력 주변이 깨끗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중권 전 교수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물론 많이 실망했지만, 반대편에 있는 자유한국당을 보면 그것(문재인 정부)밖에 대안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라면서 “게다가 문재인 정부는 진보적 시민만이 아니라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보수적 시민들까지 함께 나서 준 촛불집회를 통해 탄생한 정권이다. 그래서 절대 실패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어 “문 대통령이 강직한 성품의 윤석열 검사를 총장으로 임명한 것도, 그를 임명하면서 ‘살아 있는 권력까지 철저히 수사하라’고 당부한 것은 아마 그 때문일 것”이라면서 “대통령의 진정성을 아직은 믿는다”고 했다. 특히 ‘불편하더라도 윤석열이라는 칼을 품고 가느냐, 아니면 도중에 내치느냐’가 정권의 개혁적 진정성을 재는 시금석이라고 봤다. 진중권 전 교수는 검찰이 살아 있는 권력에 칼을 대는 것을 정권에 흠집 내는 것으로 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권력 앞에서도 검찰이 살아 있다는 것은 문재인 정권이 아직은 건강하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권이 성공한 정권이 되려면 권력 주변을 감시할 감찰과 검찰, 그리고 언론의 눈이 살아 있어야 하고, 그것이 진정으로 대통령의 직무 수행을 돕는 길이라고 지적했다. 진중권 전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민정수석실의 기능이 마비되어 있었다”면서 “친문 측근들이 청와대 안의 공적 감시 기능을 망가뜨려 버렸고, 물 만난 고기처럼 ‘해 드셨다’”고 꼬집었다. 또 “권력을 도용해 사익을 채웠는데, 친문 패거리 사이의 끈끈한 우정 덕분에 그 짓을 한 이는 처벌은커녕 오히려 영전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비리를 포착하고서도 감찰을 무마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조국 당시 민정수석 산하 민정수석실을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유재수 전 부시장은 금융위원회 재직 당시 저지른 비위에 대해 청와대 감찰을 받으면서 금융위를 그만뒀지만 지난해 지방선거 뒤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임명됐다. 진중권 전 교수는 “일부 부패한 측근들은 위기에서 벗어나려고 ‘프레임’을 짠다”며 “그 구조는 간단하며 감시의 ‘눈’을 마비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일부 어용 지식인들이 나서서 바람을 잡는데, 대중은 수조 속에 누워서 뇌로 연결된 파이프를 통해 ‘뉴스공장’이나 ‘알릴레오’ 같은 양분을 섭취당하며 잠자는 신세가 된다”면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방송인 김어준씨도 비판했다. 진중권 전 교수는 전날에도 “우리 사회에 음모론을 생산해 판매하는 대기업이 둘 있다. 하나는 유시민의 ‘알릴레오’, 다른 하나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이라면서 두 사람이 우리 사회에 음모론을 생산·판매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진중권 전 교수는 “국민들의 검찰 개혁 요구를 받아 만든 법안이 패스트트랙에 올라갔을 때 시위대가 검찰 개혁의 제도화를 원했다면 여의도로 갔어야 한다. 그런데 엉뚱하게 서초동으로 갔다”면서 “수사를 방해하고 중단시키기 위해서다. 우리 사회의 공익을 해치는 특권 세력(친문)의 사익을 ‘검찰 개혁’의 대의로 프로그래밍해 지지자들의 머릿속에 집어넣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지자들은 실제로는 특권층의 사익을 옹호하며 자기들이 공익을 수호한다는 해괴한 망상에 빠지게 됐다. 표창장을 위조한 이는 검찰과 언론의 무구한 희생양이 되고, 피해를 입은 학교, 그것을 적발한 검찰, 사실을 알린 언론은 졸지에 간악한 가해자로 둔갑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냥 상황이 달라진 건데 이제 와서 윤석열을 ‘우병우’로 몰아가고 있다”며 “(윤석열이) 친문 패거리의 기득권에 칼을 들이댔고, 그 적폐들이 청산의 칼을 안 맞으려고 애먼 사람을 잡는 것”이라고도 했다. 진중권 전 교수는 “문 대통령은 주변 사람 중에서 누가 충신이고 누가 간신인지 잘 구별해야 한다”며 “거기에 정권의 성패가 달려 있다. 제가 보기에 주변에 간신들이 너무 많다”고 비판을 이어갔다. 또 “시민들도 진정으로 개혁을 원한다면, 열심히 옹호하는 그것이 과연 나라와 대통령을 위한 공익인지, 아니면 대통령 권력에 기생하는 일부 친문 측근의 사익인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자유한국당 “의회민주주의 사망… 대통령이 선거법 거부해야”

    자유한국당 “의회민주주의 사망… 대통령이 선거법 거부해야”

    심재철 “선거법 상정과 처리 원천 무효”문희상엔 “권력의 시녀”… 헌법소원 예고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 당권파·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가 제출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에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의회민주주의 사망”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는 27일 선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된 직후 국회 본관 로텐더홀에서 한국당 입장을 발표했다. 심 원내대표는 “대한민국 의회민주주의는 오늘 사망했다”고 운을 뗀 뒤 “좌파독재를 꿈꾸는 민주당과 추종 세력이 국회의 모든 준법절차를 무시하고 위헌 선거법을 불법 날치기 처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권력의 시녀인 문 의장은 예산안 날치기, 선거법 수정안 무단상정에 이어 불법 날치기 처리에 의사봉을 두드리며 협조했다”며 “헌정사는 당신을 최악의 국회의장, 의회민주주의를 파괴한 국회의장으로 기록할 것이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심 원내대표는 “지난 4월 패스트트랙에 지정된 법안과 오늘 불법 처리된 수정안은 본질적으로 다르다”며 “국회법이 정한 원안의 수정 범위를 넘어선 것으로 상정과 처리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또 “문 의장이 의결한 회기 자체가 불법”이라며 “날치기 처리도 불법이고 원천 무효”라고 강조했다. 심 원내대표는 선거법 수정안의 위헌성을 주장하면서 “한국당은 헌재에 헌법소원을 곧바로 낼 것”이라고 예고했다. 아울러 선거법 수정안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도 촉구했다. 심 원내대표는 “내용은 위헌이고 처리의 전 과정이 불법인 법안에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며 “법안이 정부에 이송되면 문 대통령은 즉각 거부권을 행사하고, 오늘 국회에서 발생한 권력의 폭거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이날 본회의 전 회기 결정 안건에 앞서 선거법 개정안 표결이 이뤄지는 것에 반발하며 문 의장의 의장석 진입을 몸으로 막아서기도 했지만 개회를 저지하지는 못했다. 선거법 통과 직후에는 문 의장을 향해 “문희상 역적”을 외치며 격렬하게 항의했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맛의 정수가 담긴 ‘골수 요리’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맛의 정수가 담긴 ‘골수 요리’

    음식의 세계를 여행하다 보면 종종 ‘굳이 이런 것까지 먹어야 하나’ 싶은 것들을 만나게 된다. 이런 의구심은 문화에 따라 상대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구운 김이나 간장 게장은 이역만리에 사는 이방인에겐 못 먹을 기괴한 음식으로 비치기도 한다. 한국의 여러 음식을 소개하는 외국인 유투버의 영상만 봐도 음식이라는 건 절대적으로 상대적인 문화의 산물이라는 걸 느끼게 된다. 음식에 열망은 크지만 무지했던 시절의 이야기다. 메뉴판에 있는 ‘본 매로우’라는 단어가 매력적으로 보여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아는 척 주문을 했다. 스테이크 전문 식당이었고, 본은 뼈니까 뼈에 붙은 살이겠거니 짐작했다. 눈앞에 놓인 접시를 보고서야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알 수 있었다. 접시 위에는 검게 그을린 뼈, 그리고 그 사이에 마치 고름처럼 생긴 무언가 있었다. 소 다리뼈의 골수라고 설명해 준 서버는, 동공의 흔들림을 눈치챘을 터. 그때 정확히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니, 굳이 이런 것까지 먹을 생각을 대체 누가 했을까.’동물의 골수, 그러니까 뼈 안에서 혈액을 만드는 부드러운 조직은 구석기 시대 인류 말고도 육식을 하는 동물이라면 누구나 탐을 내던 식재료였다. 대부분 지방으로 이뤄져 칼로리가 높고 철분, 인, 비타민 등의 함유량이 살코기에 비해 많아 효율적인 에너지원이었다. 혹자는 인류가 아직 치명적인 사냥 기술을 습득하기 이전에 동물들이 먹다 남긴 뼈를 주워다 골수를 섭취했고 그로 인해 두뇌가 발달할 수 있었다고도 주장한다. 단지 쪼개진 동물뼈를 통해 추론한 것이라 그대로 믿기에는 다소 의심이 가지만, 어쨌거나 동물 뼈에서 골수를 따로 빼내거나 그것을 요리해 먹는다는 건 비인간적이거나 말도 안 되는 일은 아니었다. 우리가 이해하기 힘든 어떤 주기를 따라 패션의 유행이 반복되듯 골수 요리도 비슷한 길을 걸었다. 18세기 영국과 프랑스의 부유층은 구운 골수 요리를 꽤 선호했다. 당시 상류층의 연회나 만찬에 빠지지 않았고, 뼈의 좁은 홈을 따라 골수를 쉽게 파내도록 특수한 은제 도구도 등장했다. 주방도구의 역사를 서술한 영국 음식작가 비 윌슨은 “자잘한 부엌 용품은 그 사회가 무엇에 집착했는지를 보여 준다”고 했다. 그 말대로라면 전용 도구의 존재는 당대에 인기가 높았다는 걸 증명하는 셈이다. 20세기에 접어들자 지방이 건강의 주적으로 꼽히면서 골수 요리는 더이상 현대 미식가들의 구미에 맞지 않는 구식 요리로 전락한다. 물론 일부에서는 여전히 골수를 요리해 냈다. 이내 지방에 씌워진 누명이 벗겨지고, 고기와 과일을 먹던 구석기인처럼 먹어야 건강해진다는 ‘구석기식 다이어트’가 영미권에 유행하면서 골수 요리는 단숨에 ‘힙한’ 요리로 재조명됐다. 2011년 캐나다 음식작가 제니퍼 맥 라간이 자투리 부위의 활용법과 의미를 다룬 책을 출간하면서 북미 지역에서 골수의 위상이 높아졌다. 그동안 미국에서 개 사료로 쓰던 값싼 소뼈가 일시적으로 품귀현상을 빚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골수 요리는 어떤 맛이길래 사랑을 받게 된 것일까. 조그만 단서라도 얻기 위해 영국 런던의 세인트 존 레스토랑을 찾았다. 1994년 문을 연 세인트 존의 셰프 퍼거스 핸더슨은 영국 전통요리의 부활을 시도해 영국인들 사이에선 ‘셰프들의 셰프’로 통한다. 핸더슨의 골수 요리는 유명세에 비하면 무척이나 소박하다. 오븐에 두 번 구운 골수와 파슬리 샐러드, 구운 토스트, 그리고 영국산 바다 소금이 전부다. 뼈 안에 든 골수를 살살 긁어 먼저 맛을 봤다. 소고기를 굽고 난 후 남은 기름을 긁어먹는 듯한데 조금 더 풍미가 강하다. 소의 향이 깊게 배인 기름이라고 하면 조금 이해될까. 남은 골수를 토스트 위에 펴 바르고 약간의 소금을 더한 후 케이퍼, 양파가 어우러진 파슬리 샐러드를 얹어 한 입 베어 물었다. 기름진 골수의 맛이 파슬리 샐러드의 신맛, 토스트의 탄내와 어우려서 묘한 조화를 이루었다.맥라간은 골수 요리를 두고 ‘가난한 자의 푸아그라’라고 극찬했다. 잘 구워 간을 한 골수는 푸아그라 못지않게 풍미가 훌륭하다는 것이다. 지방이 풍부해 전통적으로 버터나 라드의 대체제로도 사용됐다. 지방이 적은 소고기 스테이크에 버터소스를 끼얹기도 하지만, 이왕이면 훨씬 풍미가 강력한 지방인 골수를 고기와 함께 먹으면 맛이 더 배가된다는 것이다. 뼈를 갈라 안에 든 골수를 먹는 것이 기이하게 보일 수 있지만 남김없이 식재료를 사용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의미 있는 일이기도 하다. 그러고 보니 우리도 의식하지 않았지만 골수 요리를 자주 즐기고 있다. 진하게 우려낸 사골 국물도 결국 넓은 범위에서 보면 골수 요리의 하나이니까.
  • ‘연동형’ 겨냥 비례한국당 현실화 눈앞 비례민주·비례정의당 ‘선점’ 가능성도

    ‘연동형’ 겨냥 비례한국당 현실화 눈앞 비례민주·비례정의당 ‘선점’ 가능성도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허점을 노린 위성정당이 현실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자유한국당은 연동형 비례제가 도입되면 ‘비례한국당’을 창당해 이 선거제의 문제점을 내년 총선에서 증명해 보이겠다고 공언했다. 선거제의 맹점을 드러내기 위해 제도 허점을 노리겠다는 전략이다. 한국당은 26일 본회의에서 연동형 비례제가 통과되면 곧바로 비례전담 정당을 창당할 계획이다. 조만간 ‘비례한국당’ 이름을 선점한 최인식 비례한국당 창당준비위원장과 뜻을 함께할지 여부를 타진한다. 비례한국당 이름을 가져오지 못하면 새 당명으로 비례정당을 만들 예정이다. 한국당 김재원 정책위의장은 “(연동형 비례제가 통과되면) 내년 총선에서 이 해괴한 선거법이 반헌법·반문명적이라는 점을 만천하에 공개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당은 지난 23일 본회의에 상정된 선거법 개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로 버티며 표결을 지연하고 있지만 통과는 시간문제다. 민주당은 26일 시작하는 임시회 소집 요구서를 이미 제출했다. 비례한국당 카드가 현실화되면 선거판은 요동칠 전망이다. 한국당 내에서는 한국당만 위성정당을 만든다고 가정하면 비례 47석 가운데 20석 이상 선점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다른 정당에서도 비례전담 정당 카드를 꺼내면 의석수는 크게 흔들린다. 유권자들이 선거제를 희화화한 책임을 물을 경우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도 있고, 지역구 후보는 한국당을 찍고 정당투표는 비례한국당에 정확하게 몰아준다는 보장도 없다. 특히 비례한국당이 투표용지에서 한국당 순번과 같은 ‘2번’을 받기 위해서는 의원 약 30명이 ‘비례한국당’으로 이적해야 한다. 한국당이 ‘비례민주당’을 만드는 전략을 쓸 가능성도 있다. 한 한국당 관계자는 “한국당이 비례민주당·비례정의당 이름도 선점해 위성정당으로 만들어 선거운동에 나서면 선거판이 더 흔들릴 것”이라며 “그만큼 위험한 제도”라고 밝혔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비례한국당’ 현실화 코앞…비례민주·비례정의당 ‘선점’ 가능성도

    ‘비례한국당’ 현실화 코앞…비례민주·비례정의당 ‘선점’ 가능성도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허점을 노린 ‘위성정당’ 출현이 현실화할 전망이다. 자유한국당은 오는 26일 본회의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 곧장 비례의석 확보를 위한 위성정당 ‘비례한국당’을 창당하겠다고 했다. 한국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허점을 활용한 각종 전략도 검토 중이다. 한국당 김재원 정책위의장은 2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 당이 수없이 경고한 반헌법적인 비례대표제가 통과되면 곧바로 저희는 비례대표 전담 정당을 결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미 알려진 ‘비례한국당’ 이름은 다른 분이 사용하고 있어 함께할 수 있다면 당명을 그대로 사용하고, 뜻이 같지 않다면 우리 당의 독자적 비례정당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총선에서 이 해괴한 선거법이 반헌법·반문명적이라는 점을 만천하에 공개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당은 지난 23일 본회의에 돌발 상정된 선거법 개정안에 필리버스터를 걸어 표결을 지연시키고 있지만 통과는 시간문제다. 국회법상 필리버스터가 적용된 안건은 다음 회기에서 바로 표결해야 한다. 민주당은 오는 26일 시작하는 임시회 소집 요구서를 이미 제출했다. 새 임시회가 열리면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 당권파·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의 공조로 선거법 개정안이 통과할 가능성이 크다. 비례한국당 카드가 현실화되면 선거판은 크게 요동칠 전망이다. 한국당만 위성정당을 만든다고 가정하면 비례 47석 가운데 20석 이상 선점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다른 정당에서 비례 전담 정당 카드를 꺼낼 때마다 의석 수는 크게 흔들린다. 보다 공격적으로 나설 경우 한국당이 ‘비례민주당’을 직접 만들 가능성도 있다. 한 한국당 관계자는 “한국당 측에서 비례한국당 뿐 아니라 비례민주당·비례정의당의 이름을 선점해 위성정당을 만들어 선거 운동에 나서면 더욱 선거판이 흔들릴 수 있다”면서 “그만큼 허점이 많고 위험한 제도”라고 했다. 한국당은 지난 16일부터 국회 안팎에서 규탄대회를 열며 보수 계층 여론전을 벌이고 있다. 주말인 오는 28일에는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문재인 정권 2대 독재악법·3대 국정농단 심판 국민대회’를 열 계획이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저승사자’ 같아 너무 무서워! 또다시 쫓겨난 세종 조형물

    ‘저승사자’ 같아 너무 무서워! 또다시 쫓겨난 세종 조형물

    시민들 “밤엔 더 섬뜩”… 이전 민원지난 7일 행정안전부·소방청 등이 있는 세종시 나성동 정부세종2청사(17동) 남서측 대로변에 있던 조형물 하나가 철거됐습니다. ‘흥겨운 우리 가락’이라는 이름의 금속 조형물인데요. 한복 차림에 갓을 쓴 남성이 ‘한량무’ 춤사위를 펼치듯 양팔을 벌려 날아오르는 듯한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작품 설명에도 ‘한국무용의 한 장면을 연출한 것으로 전통문화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릴 수 있도록 했다’고 적혀 있죠. 그런데 2015년 인근 건물 국세청(16동) 앞에 세워졌다가 몇 달 뒤 현재 위치로 보내졌는데 약 4년 만에 떠돌이 신세가 된 겁니다. 왜 이렇게 된 걸까요. 사실 작품 취지와 달리 그간 이 조형물은 시민과 공무원들의 골칫덩이였습니다. “무섭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죠. 만화 ‘각시탈’ 속 가면처럼 기괴한 웃는 얼굴과 날카로운 눈매 그리고 차가운 금속재질까지 더해져 ‘저승사자’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습니다. 특히 밤이나 날씨가 궂을 때 조명이 조형물에 비치면 더욱 섬뜩하게 보였다는 겁니다. 문제는 또 있습니다. 조형물이 행안부와 소방청 옆에 자리하고 있다는 점인데요. 사람의 목숨을 다루는 재난 안전 관련 부처 옆에 ‘저승사자’가 버티고 선 모양새가 됐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소방청에서는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나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 독도 헬기 추락사고 등 대형화재·사고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볼 때마다 꺼림칙하다’는 불만이 있었다고 하네요. 정부 관계자는 “작품 취지는 알겠지만 얼굴 표정이 너무 무섭고 재질까지 차가운 느낌이라 동료 직원들과 ‘다른 데로 옮겨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면서 “실제로 시민들이 세종시청에 민원을 많이 넣었고 KTV국민방송 쪽으로 옮기려다가 협의가 잘 안 된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조형물은 자신만의 이야기를 갖고 주변 환경과 어울리는 곳에 자리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사전에 여론을 충분히 파악하고 지역 특성에 맞게 추진해야겠죠. 각 중앙부처와 지자체에서 이러한 과정 없이 세금을 축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앞으로는 작은 조형물이라도 심사숙고한 뒤 설치하는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글 사진 세종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간택’ 쌍둥이 진세연은 죽고 김민규는 부활했다 “격랑 엔딩”

    ‘간택’ 쌍둥이 진세연은 죽고 김민규는 부활했다 “격랑 엔딩”

    ‘간택’ 진세연-김민규-도상우-이열음-이시언 등이 한 발의 총알에 의해 산산이 부서지는 운명을 맞이하게 된 ‘격랑 엔딩’으로 ‘핵부스터’ 사극 탄생을 예감케 했다. 지난 14일 첫 방송된 TV CHOSUN 특별기획 드라마 ‘간택-여인들의 전쟁’(이하 ‘간택’)은 2.7%(닐슨코리아 수도권 기준) 돌파, 분당 최고 3.3%(닐슨코리아 수도권 기준)까지 치솟으며 호기로운 시발점을 끊었다. 국혼 행렬을 습격한 괴한들의 잔혹한 총격으로 생이 뒤집어진 다섯 인물, 진세연-김민규-도상우-이열음-이시언이 ‘왕실 한복판’으로 모이게 되면서 핏빛 조선에 몰아칠 파란의 서막을 예고했다. 무엇보다 ‘간택’은 섬세한 연출력의 사극 명장 김정민 감독과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최수미 작가가 손을 잡아 베테랑과 신인의 조합으로 기대를 모은 만큼, 군더더기 없는 전개력 속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강렬한 몰입을 끌어냈다.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기발하게 뻗어 나가는 이야기에 감정을 어루만지는 능수능란한 미장센이 더해지며 신선하면서도 완성도 높은 극이 탄생된 것. 더욱이 진세연의 탄탄한 연기력, 김민규의 섬세한 감성, 도상우의 사투리 연기 변신, 이열음의 순수한 열연, 이시언의 팔색조 연기가 더해지면서 안방극장에 눈 뗄 수 없는 매력을 선사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강은보(진세연)-이경(김민규)-이재화(도상우)-조영지(이열음)-왈(이시언) 등이 조선을 뒤집어버린 괴한들의 총격으로 삶이 박살 난 채, 피바람이 분 ‘왕실’로 모여드는 첫 장이 공개됐다. 경사스러운 왕의 혼례 행렬을 총을 든 괴한들이 습격했고 왕비 강은기(진세연)와 조선의 왕 이경은 그 자리에서 즉사했던 상황. 혼란의 한복판에서 강은보는 동업자 왈로부터 왕과 왕비를 죽인 ‘총’이 하필 자신이 운영하는 비밀스러운 정보 거래 상점 ‘부용객주’에서 이름 모를 객에게 팔아넘긴 물건이라는 사실을 알고 기함했다. 그러나 강은보는 곧 왕을 죽인 것은 아무래도 ‘간택’에서 탈락된 안동 김씨 가문의 수장 김만찬(손병호)이나 풍양 조씨 가문의 수장 조흥견(이재용)일 것이라 추측했다. 뒤이어 ‘왕을 죽인 자’에 대한 정보를 알아내면 큰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는 어마어마한 포부를 품고 수종 무녀라는 신분을 십분 활용해 어둠으로 가득 찬 왕실 빈전에 숨어들었다. 하지만 강은보가 왕의 머리에 박힌 탄환을 찾아내 총을 쏜 자의 정보를 얻고자 이경의 시신에 손을 댄 순간, 죽은 줄 알았던 이경의 손끝이 움찔거리더니 강은보의 손을 낚아채며 벼락같이 눈을 뜬 것. 심지어 부활한 이경은 강은보를 제압한 뒤 정체를 물었고 기겁하던 강은보는 있는 힘껏 들이받은 후 겨우 도망쳐 달아났다. 결국 ‘왕의 부활’로 인해 파란의 조정은 다시 한 번 뒤집어졌고, 기적적으로 다시 숨을 쉬게 된 이경은 왕비 강은기의 시신을 마주하고 통한의 울음을 터트렸다. 더욱이 차기 왕으로 수렴청정이 가능한 일자무식 보부상 이재화가 대궐로 불려오게 되면서 궁 안에는 ‘왕이 두 명’인 초유의 사태가 펼쳐진 터. 조선의 주류 세력 김만찬과 조흥견이 ‘왕’을 누구로 세울 것인지 한껏 힘겨루기를 하는 가운데, 조흥견이 묘수를 내어 ‘이경이 천군이 되실 운명이라 살아난 것이다’라고 조언하면서 대왕대비(정애리)의 마음을 흔들었다. 이어 ‘주역’의 문구를 인용해 ‘부정이 탄 혼례라 사단이 벌어진 것이니 왕비 일가에게 책임을 물어 민심을 안정시키라’고 조언했다. 할 수 없이 대왕대비는 왕비 일가를 ‘대역죄인’으로 몰아 강은기 일족을 잡아들이라는 명을 내렸다. 한편 왕의 소생을 목격하고 놀라 궁에서 뛰어나오던 강은보는 누군가에게 납치당했고 눈을 뜨자 자신의 아버지를 알고 있다는 대제학 백자용(업효섭)을 마주하게 됐다. 강은보는 놀랐지만 기억을 잃은 뒤 늘 궁금했던 가족을 찾을 수 있다는 희망에 용기를 내어 백자용을 따라나섰다. 그렇지만 강은보가 아버지 강이수(이기영)를 만나려는 찰나, 조정에서 들이닥친 군사들이 강이수를 압송해갔고 강은보는 형장으로 끌려가는 강이수와 눈이 마주치자 갑자기 차오르는 눈물에 당황했다. 과연 괴한들의 총격으로 궁을 향해 모이게 된 다섯 인물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지 궁금증을 폭증시켰다. 한편 ‘간택’ 2회는 오늘(15일) 오후 10시 50분에 방송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유엔 “시리아서 패전한 IS… 새 근거지는 리비아”

    유엔 “시리아서 패전한 IS… 새 근거지는 리비아”

    리비아가 수니파 극단주의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의 새로운 활동 근거지가 되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AP통신은 유엔 전문가그룹이 내전으로 피폐한 리비아에 아프리카 차드·수단 출신 테러대원들이 개입하고 있다는 376쪽 분량의 보고서를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했다고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10월 IS는 수괴인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가 미국의 공습으로 사망했지만, 활동을 재개할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았다. 곧바로 공식 후계자 아부 이브라힘 알 하셰미 알쿠라이시가 발표됐고, 동남아 등이 새로운 근거지가 될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해당 보고서는 IS 지도자 가운데 하나인 마흐무드 마수드 알바라시가 영상에서 밝힌 내용을 토대로 “IS가 최대 근거지 중 하나였던 시리아에서 패전한 후 리비아가 미래 테러작전의 주요 축 가운데 하나가 됐다”면서 “리비아가 IS의 시리아 내 영토를 상실한 것에 대한 보상 차원”이라고 전했다. 리비아는 2011년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붕괴한 이후 서부와 동부로 정부가 양분돼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다. 보고서는 “이 지역의 밀수, 인신매매 등이 IS의 자금원이 되고 있다”면서 “통합정부나 군부를 지원하는 요르단, 터키, 아랍에미리트 등이 유엔의 무기금수 조치를 위반하는 사례도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동영상] 12만 달러짜리 미술작품의 바나나 먹어치운 행위예술가 “배가 고파서”

    [동영상] 12만 달러짜리 미술작품의 바나나 먹어치운 행위예술가 “배가 고파서”

    국제적인 미술장터 ‘아트바젤 마이애미’에서 12만 달러(약 1억 4000만원)에 팔린 바나나 예술 작품을 한 행위예술가가 “배가 고프다”며 먹어치웠다. ‘짜고 친’ 퍼포먼스로 보인다. 8일 영국 BBC에 따르면 전날(현지시간) 뉴욕에서 활동하는 행위예술가 데이비드 다투나가 이탈리아 예술가인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작품 ‘코미디언’을 먹어버렸다. ‘아트바젤 마이애미’의 해외 갤러리인 페로탕에 전시 중이던 해당 작품은 바나나 하나를 덕트 테이프로 벽에 붙여놓은 것으로, 지난주 세 명의 고객에게 12만 달러에 팔렸다. 페로탕을 창립한 갤러리스트 에마뉘엘 페로탕은 미국 CNN에 이 작품에 대해 “세계무역을 상징하고, 이중적인 의미(double entendre)를 가지며, 고전적인 유머 장치라고 평가한 적이 있다. 진짜 바나나를 벽에 붙여 놓은 ‘코미디언’은 다른 작품처럼 오래 유지될 수 없다. 바나나가 계속 익어가 언젠가는 썩어 없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구매자들은 작품 자체가 아니라 작품에 딸려 오는 정품 인증서를 사게 된다. 페로탕 소속 디렉터인 루치엔 테라스는 현지 매체에 “다투나가 작품을 파괴한 게 아니다”며 “바나나는 아이디어”라고 강조했다. 페로탕 갤러리 직원은 처음에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인 뒤 그를 데려가 어찌된 일인지 추궁했다. 하지만 몇 분 안돼 페로탕은 작품이 걸려있던 벽에 새 바나나를 붙여놓았다. 그리고 마이애미 해변경찰을 배치해 경호하게 했다.다투나는 “내겐 행위예술이었다. 난 카텔란의 작품을 좋아한고 이런 설치 작품을 진짜 좋아한다. 아주 맛있었다”고 인스타그램에 동영상을 올리며 적었다. 카텔란은 ‘코미디언’ 외에도 웃음을 유발하는 작품을 다수 제작한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9월 그는 영국 블레넘 궁에서 ‘승리는 선택사항이 아니다’란 주제로 전시회를 열어 18K 황금으로 만들어진 변기 ‘아메리카’를 공개했다. 약 480만 파운드(약 75억원)의 가치를 지닌 것으로 알려진 이 작품은 전시 이튿날 도난돼 현재까지 행방이 묘연하다. 앞서 1999년에는 이탈리아 출신 갤러리스트 마시모 데 카를로를 자신의 갤러리 벽에 덕트 테이프로 붙여놓기도 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1억짜리 ‘바나나’ 꿀꺽…행위예술가 “배고파서 먹었다”

    1억짜리 ‘바나나’ 꿀꺽…행위예술가 “배고파서 먹었다”

    국제적인 미술장터 ‘아트바젤 마이애미’에서 12만 달러(한화 1억 4000만원)에 팔린 ‘바나나’ 예술 작품을 한 행위예술가가 먹어치워 화제다. 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뉴욕을 주 무대로 활동하는 행위예술가인 데이비드 다투나는 최근 이탈리아 예술가인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작품 ‘코미디언’을 “배가 고프다”며 먹어 없앴다. 아트바젤 마이애미의 해외 갤러리인 ‘페로탕’에 전시 중이던 해당 작품은 바나나 1개를 덕트 테이프로 벽에 붙여놓은 것으로, 지난주 12만 달러에 팔렸다. 페로탕을 창립한 갤러리스트 에마뉘엘 페로탕은 미 CNN방송에 이 작품에 대해 “세계무역을 상징하고, 이중적인 의미를 가지며, 고전적인 유머 장치”라고 평했다. ‘코미디언’은 실제 바나나를 사용했기 때문에 영구적으로 보존할 수 없다. 따라서 구매자들은 작품 자체가 아니라 작품에 딸려 오는 정품 인증서를 사게 된다. 페로탕 소속 디렉터인 루치엔 테라스는 현지 매체에 “다투나가 작품을 파괴한 게 아니다”라며 “바나나는 발상”이라고 강조했다. 페로탕 측은 다투나가 바나나를 먹은 지 몇 분 만에 작품이 걸려있던 벽에 새 바나나를 붙여놓았다. 카텔란은 ‘코미디언’ 외에도 웃음을 유발하는 작품을 다수 제작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지난 9월 영국 블레넘 궁에서 ‘승리는 선택사항이 아니다’라는 주제로 전시회를 열어 18K 황금으로 만들어진 변기 ‘아메리카’를 공개했다. 480만 파운드(75억원)의 가치를 지닌 것으로 알려진 이 작품은 전시 이틀째 날에 도난당해 현재까지 행방불명인 상태다. 앞서 1999년에는 이탈리아 출신 갤러리스트 마시모 데 카를로를 덕트 테이프로 자신의 갤러리 벽에 붙여놓기도 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장동석 평론가의 뉴스 품은 책] 염치 있는 육식주의자를 위하여

    [장동석 평론가의 뉴스 품은 책] 염치 있는 육식주의자를 위하여

    포르투갈 공공기관의 모든 식당은 ‘최소 하루 한 가지 채식 메뉴’를 제공해야 한다. 채식 인구가 전체 인구의 1%인 약 12만명 정도인데도, 채식 인구가 훨씬 많은 영국이나 독일보다 빠르게 채식 공공화를 실천 중이다. 프랑스는 11월부터 모든 학교에서 주 1회 채식 급식을 한다. 독일연방군 병사들은 채식 음식을 선택할 수 있다. 이처럼 세계 여러 곳에서 ‘채식은 기본권’이라는 인식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김태권 작가의 ‘먹히는 자에 대한 예의’는 ‘고기를 먹으면서도 왜 고기 먹는 게 불편할까?’라는 물음에 답하는 책이다. 저자는 서두에 “고기의 맛은 즐기지만 고기 먹는 일은 미안해하는, 이런 시선으로 이 책을 쓴다”고 고백한다. 고기를 즐기는 이유는 ‘맛’ 때문이기도 하지만 고기를 먹는 일, 즉 육식 문화가 그 자체로 문학이 되었고, 나아가 종교와 역사가 배어 있기 때문이다. 고대 신화 등에 담긴 육식 이야기 속에서 눈에 띄는 것은 조선 후기 민담 ‘파를 심은 사람들’이다. 부모도 형제도 친구도 모두 ‘소’로 보이는, 그래서 잡아먹고 먹히기 일쑤였던 한 나라에서 파를 심고 먹었더니 그제야 사람이 제대로 보였다고 한다. 저자는 이 이야기에서 굳이 식인종을 언급하지 않아도 인간과 인간이 서로 잡아먹힐 수 있는, 사람도 언제든 무엇엔가 잡아먹힐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살을 내주는 생명의 귀함’을, 비록 육식을 하더라도 잊지는 말자는 것이다. 웃지 못할 이야기도 있다. 19세기 후반, 근대화에 뒤처진 인도, 일본, 조선 등 일부 지식인은 서양이 잘사는 이유 중 하나가 고기를 먹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체격이 왜소했던 일본 사람들은 육식으로 체격을 키우고 사회를 근대화해야 서양을 이긴다는 다소 해괴한 논리를 내세웠다. 채식주의자로 널리 알려진 간디도 ‘근대화를 이루려면 고기를 우걱우걱 먹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믿던 시절이 있었다. 육식을 이야기하면서 현대 공장식 축산이 빠지지 않는다. 한 집 건너 하나인 각종 프랜차이즈는 ‘공장식 축산’을 정당화하는 하나의 장치다. 철마다 각종 가축 전염병으로 사회가 들썩이는데도 공장식 축산은 잦아들지 않는다. 옛사람들은 잡아먹힌 동물에게 제사도 지내주었건만, 우리는 더 많이 잡아먹지 못해 안달이다. 그렇다고 ‘잡아먹히는 자에 대한 예의’는 모든 사람이 육식 끊고 채식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다만 남의 생명을 먹는 일에 대해, 목숨을 잃은 동물에 대한 예의를 한 번 정도는 생각해 보자고 한다. 육식 문화에 대한 통찰보다는 고대 이래 오늘까지 육식 현상과 문화에 대한 다양한 이해를 담고 있다.
  • 광복절 집회서 ‘킬 문’ 팻말 주옥순 협박 혐의로 검찰행

    광복절 집회서 ‘킬 문’ 팻말 주옥순 협박 혐의로 검찰행

    보수단체 집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시해하려는 듯한 내용의 영어 손팻말을 들었다가 고발당한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가 검찰에 넘겨졌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협박 혐의를 받는 주 대표를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고 5일 밝혔다. 주 대표는 지난 8월 15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주최로 열린 ‘문재인 탄핵 8·15 범국민대회’에서 ‘Kill MOON to Save Korea’(‘문’을 죽여 대한민국을 구하자)고 적힌 손팻말을 단상에서 든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팻말 뒤쪽에는 ‘MOON’이라고 적힌 글자 사이를 죽창으로 찔러 피가 흐르는 듯한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시민단체 ‘적폐청산국민참여연대’는 “문재인 대통령과 대한민국 공권력에 대한 협박이자 도전으로서 반국가적, 반역적 중대 위법행위”라며 집회 다음 날인 8월 16일 주 대표를 협박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경찰 관계자는 “기존 판례 등을 살펴봤을 때 협박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해 검찰에 기소 의견을 제시했고 어제 송치했다”고 설명했다. 주 대표는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로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한창이던 8월 아베 신조 총리를 향해 사과 발언을 해 논란을 부르기도 했다. 주 대표는 당시 “아베 수상님, (한국의) 지도자가 무력해서, 무지해서 한일 관계의 모든 것을 파괴한 것에 대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아프간 나환자와 난민 살리는 데 앞장 선 日 의사 나카무라 총격에 희생

    아프간 나환자와 난민 살리는 데 앞장 선 日 의사 나카무라 총격에 희생

    아프가니스탄 구호 활동에 앞장 선 일본인 의사 나카무라 테쓰(73)가 4일 차량에 탑승한 채로 총격을 받고 숨졌다. 차량에 동승한 현지인 동료와 운전사, 경호원 셋 등 모두 여섯 명이 숨졌다. 이날 오전 아프가니스탄 동부 낭가르하르주 잘랄라바드에서 나카무라 박사가 탑승한 차량이 무장 괴한들의 공격을 받았다. 나카무라 박사는 숙소에서 20㎞ 떨어진 관개공사 현장에 가던 길이었다. 다른 다섯 명은 곧바로 숨졌고, 나카무라 박사도 가슴 오른쪽에 총상을 입고 가까운 병원으로 이송돼 응급 처치를 받은 뒤 수도 카불 병원으로 옮겨지기 위해 간 공항에서 끝내 숨을 거뒀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1946년 후쿠오카에서 태어난 고인은 1984년 의사 자격을 따자마자 파키스탄 페샤와르에서 나병 환자를 돕기 시작해 2년 뒤 아프가니스탄으로 넘어가 두 나라 국경을 오가며 의술을 펼쳐왔다. 낭가르하르에서 처음 클리닉을 설립한 뒤 비영리 기국 평화 일본 메디컬 서비스(PMS)를 설립했다. 1998년에는 페샤와르에 병원을 설립했다. 절정에 이르렀을 때 PMS는 열 군데 클리닉을 운영했으며 나병 환자들과 난민들을 돌봤다. 아프가니스탄에 심각한 가뭄이 닥친 2000년부터는 관개용 수로 건설과 나무 심기 활동에도 앞장섰다.그는 2003년 아시아인들이 노벨상과 동급으로 여기는 막사이사이상을 받았고, 지난해는 아프간 정부로부터 공로를 인정받아 명예 시민권을 받았다. 고인의 구호 활동을 기록한 서적 ‘의술은 국경을 넘어’는 국내에도 번역, 출판됐다. 나카무라 박사가 속한 일본 구호단체 ‘페샤와르-카이’(Peshawar-Kai) 측은 “단순 강도인지,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지 이번 테러의 동기가 불분명하다”고 밝혔다. 탈레반과 이슬람국가(IS)가 활동 중인 아프간에서는 때때로 구호 기관과 비정부기구(NGO) 활동가들이 공격의 표적이 되고 있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자신들은 무관하다고 밝혔다. 고인은 2014년 재팬 타임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안전을 도모하려고 매일 출근 길을 달리해 한다고 밝혀 안타까움을 사기도 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적을 만들지 않고 모든 이들과 친하게 지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사람들이 날 보고 원칙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게 만들더라도 사람들이 내가 그곳에서 의지할 수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실 대변인 세디크 세디키는 “정부는 가장 위대한 친구인 나카무라 박사에 대한 극악무도하고 비겁한 공격을 통렬히 비난한다”며 “고인은 아프간 사람들의 삶을 바꾸기 위해 평생을 바쳤다”고 애도를 표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소식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고 카불 주재 미국 대사관은 구호 활동가가 공격의 타깃이 되면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엔 아프간 지원 임무(UNAMA)는 이런 공격에 “메스꺼움”을 느낀다고 밝혔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보좌관2’ 피투성이 이정재, 충격 내막 밝혀진다 “장성규도 등장”

    ‘보좌관2’ 피투성이 이정재, 충격 내막 밝혀진다 “장성규도 등장”

    오늘(3일) 밤 ‘보좌관2’ 이정재가 피투성이가 된 그 충격 내막이 밝혀진다. JTBC 월화드라마 ‘보좌관: 세상을 움직이는 사람들 시즌2’(극본 이대일, 연출 곽정환, 제작 스튜디오앤뉴, 이하 보좌관2) 첫 회는 장태준(이정재)이 괴한들에게 습격을 받은 장면으로 시작됐다. 이후 이 사건에 대한 어떠한 단서나 정황도 드러나지 않아, 실제 벌어진 것인지, 아니면 상징적 장면인지 다양한 추측을 낳았다. 이 가운데, 본방송을 앞두고 ‘보좌관2’ 측이 피투성이가 된 장태준의 스틸컷을 공개했다. 지난 방송에서 장태준은 송희섭(김갑수)과 성영기(고인범) 회장의 비자금 추적에 박차를 가하면서, 오원식(정웅인)이 관리하고 있던 차명계좌까지 찾아냈다. 드디어 끝을 보나 싶었는데, 그 계좌를 관리한 은행장이 바로 강선영(신민아)의 아버지란 문제에 봉착했다. 이 사실이 세상에 드러나게 된다면 강선영의 정치 생명이 끝날 수도 있다. 송희섭 역시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었다. 더 나아가지도 물러서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한 가운데, 피투성이가 될 정도로 집단 폭행을 당하고 정신을 잃은 장태준이 예고돼, 그 정황에 대한 궁금증이 폭발한다. ‘보좌관2’ 측은 “첫 회 오프닝 씬과 관련된 충격적 진실이 드러나며 전개가 휘몰아칠 예정이다. 힘겹게 국회의원 자리에까지 오른 장태준의 운명이 어디로 향할지 함께 지켜봐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또한 “지난 11월 6일 스튜디오 룰루랄라 웹예능 ‘워크맨: 보좌관2 보조출연’ 편을 통해 공개됐던 장성규의 출연 장면이 등장한다”고 귀띔, 기대를 높였다. ‘보좌관2’ 오늘(3일) 화요일 밤 9시 30분 JTBC 방송.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멕시코 법원이 야구방망이 휘두르던 남편 석방하자 부인 총격 살해

    멕시코 법원이 야구방망이 휘두르던 남편 석방하자 부인 총격 살해

    남편이 자신을 죽이려 했다고 주장한 멕시코 여성이 남편이 고용한 청부살인업자에게 살해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법원이 남편을 석방한 지 3주 정도 만에 벌어진 일이라 멕시코 여성들이 폭력 시위로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29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BBC 등에 따르면 아브릴 페레스(49)라는 여성이 지난 25일 멕시코시티에서 차를 타고 가다 오토바이를 탄 괴한 둘의 총에 맞아 숨졌다. 차 안에 함께 타고 있던 14세, 16세 두 자녀가 지켜보는 앞에서였다. 일간 엘 파이스에 따르면 부인은 멕시코시티를 떠나 다른 곳에 살고 있었지만 양육권 소송과 연결된 모임에 참석하려고 잠깐 멕시코시티에 들렀다가 변을 당했다. 용의자들은 아직 붙잡히지 않았다. 유족과 지인들은 아마존 멕시코 법인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페레스의 남편이 살인청부업자를 고용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남편 카를로스 가르시아와 고인은 이혼과 세 자녀의 양육권을 다투는 중이었다. 고인은 남편에 접근하지 말라는 법원 명령을 받고 있었다. 페레스 역시 미국 하버드대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마친 기업 임원이었다. 가르시아는 지난 1월에도 아내가 잠든 사이 야구 방망이로 때려 입건된 바 있다. 페레스는 남편이 자신을 죽이려 했다고 주장했고, 가르시아는 살인 미수 혐의로 구속돼 재판 전 10개월 구금 처분을 받았다. 살인 미수는 보석 석방이 불가능한 범죄였으나, 이달 초 법원은 가정폭력으로 혐의를 낮춘 뒤 보석을 허용했다. 재판부는 가르시아가 정말로 아내를 살해하려 했다면 잠든 아내를 충분히 살해했을 것이라며 살해 의도가 없었다고 판단했다. 보석 결정에 관여한 판사 한 명은 전에 여성 환자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던 의사도 증거 불충분으로 석방한 전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에 기름을 끼얹었다. 페레스 피살로 여론이 들끓자 멕시코 사법당국은 가르시아의 보석을 결정한 두 판사에게 29일 직무정지 처분을 내렸다. 당국은 “이번 일에 대한 분노에 공감하며, 성 불평등과 여성 폭력에 맞서기 위해 노력할 것임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고 밝혔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도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페레스 피살이 “안타깝고 비난받을 만한 사건”이라며 사법권이 올바르게 행사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공교롭게도 페레스가 살해된 25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여성폭력 추방의 날이었다. 멕시코 여성단체들은 여성을 상대로 저질러지는 폭력에 대한 당국의 대책을 요구하는 거센 시위를 펼쳤다. 이 나라는 중남미에서도 여성폭력이 심각한 국가로 꼽힌다. 일간 엘우니베르살에 따르면 지난해 3750명의 여성이 ‘페미사이드’로 희생됐다. 하루 10명 꼴이다. 페미사이드(femicide)는 성폭력 살인이나 증오 범죄 등 여성이라는 이유로 살해당하는 사건을 가리킨다. 멕시코 통계청에 따르면 15세 이상의 여성 중 43.9%가 남자친구 등으로부터 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었다. 수도 멕시코시티를 비롯해 32개 광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19개에 ‘성폭력 경보’가 발령된 상태다. 이 경보가 발령되면 당국은 치안 강화 등에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할 수 있다. 하지만 25일 시위에 참여했던 발레리아 아레발로(18)는 AFP 통신에 “(멕시코시티 근처) 멕시코주에선 4년째 경보 상태지만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여성들이 계속 죽어 나간다”고 비판했다. 이날 멕시코시티 시위대는 주요 도로 표지판 등에 페미니스트 구호를 적기도 했다. 일부 여성은 관리들이 여성의 목숨보다 도시의 기념물 따위를 더 걱정한다고 규탄했다. 지난 8월에도 경찰관 여럿이 10대 소녀 둘을 집단 강간한 혐의로 정직 처분을 받자 여성 시위대가 버스 정류장을 파괴하는 등 과격한 시위를 벌였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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