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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중권 “민주당, ‘목줄을 끊어놓겠다’고 협박”

    진중권 “민주당, ‘목줄을 끊어놓겠다’고 협박”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14일 더불어민주당이 삼국지 인물 ‘예형’을 들먹이면서 ‘진중권을 죽이고 싶다’고까지 했다며 “제 정신이 아닌 듯하다”며 강력 비판했다. 이어 공당에서 일개 네티즌의 페이스북 내용까지 논평을 하는 것은 해괴한 일로 이낙연 당 대표에게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진 전 교수를 발끈하게 만든 박진영 민주당 부대변인은 전날 오후 “진중권씨는 삼국지의 ‘예형’의 길을 가고자 하십니까?”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 놓았다. 예형은 중국 후한 말 사람으로 조조에게 독설을 퍼붓다가 조조의 부하 유표 곁으로 밀려났다. 그 곳에서도 입조심하지 않고 함부로 말을 내뱉았고 참다 못한 유표가 다시 그를 자신의 부하 황조가 있는 변방을 보내 버렸다. 예형은 전방 지휘관인 황조에게도 막말을 일삼다가 198년 25살의 나이에 죽임을 당했다. 박 부대변인은 “진중권씨의 조롱이 도를 넘어서 이제는 광기에 이른 듯하다”며 마치 1800여년전 예형을 보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부대변인은 진 전 교수에 대해 광기라고 지적한 것에 대해 “조정래 선생께서 ‘반일종족주의’를 쓴 이영훈 교수를 비판하면서 ‘일본 유학을 다녀오면 친일파가 된다’고 언급한 것을 두고, (진중권은) ‘일본에서 유학한 문재인 대통령의 따님도 조정래 선생이 설치하라는 반민특위에 회부돼 민족반역자로 처단당하겠다’고 조롱했다”고 밝혔다. 박 부대변인은 “이론도 없고 소신도 없는 줄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예의마저 없다”며 “조정래 선생의 말이 다소 지나쳤다 하더라도, 그런 식의 비아냥이 국민과 함께 고난의 시대를 일궈 온 원로에게 할 말이냐”고 따졌다. 진 전 교수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 부대변인이 ‘예형’ 얘기한 걸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라고 기막혀했다. 그는 “약하게 해석하면 ‘그냥 진중권이 죽여버리고 싶을 정도로 밉다’는 얘기, 강하게 해석하면 ‘앞으로도 계속 그러면 아예 목줄을 끊어놓겠다’는 협박의 중의적 표현이다”라고 민주당 논평에 대해 풀이했다. 이어 영화 ‘달콤한 인생’에서의 배우 이병헌의 명대사를 차용하며 “이낙연 대표님, 왜 그러셨어요”라고 덧붙였다. 영화 속에서 결국 죽임을 당한 배우 이병헌이 얻은 질문의 답은 “넌 네게 모욕감을 줬어”였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사설] 자산 현금화 중단해야 방한한다는 해괴한 日 총리

    일본 정부가 강제동원 판결의 집행 절차인 일본 기업의 한국 내 자산 현금화를 한국 정부가 막지 않으면 스가 요시히데 총리의 방한은 없다는 입장을 한국 측에 전달했다고 한다. 한국 정부가 대법원 판결에 대해 행정력을 동원해 현금화를 저지하라는 일본 정부의 요구는 해괴하기 짝이 없다. 일본에서는 최고재판소 판결, 그것도 민사소송의 집행에 일본 정부가 개입해 감 놔라 배 놔라 하는지, 그럴 정도로 일본의 삼권분립이 형해화한 것인지 묻고 싶다. 한국이 해방 이후 확립해 온 삼권분립을 우롱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올해 연말에는 한국·중국·일본 3국 정상회의가 서울에서 열릴 예정이다. 일본은 현금화 중단에 대한 한국 정부의 약속이 없으면 스가 총리의 방한은 없을 것이라며 한국에 대한 압박 의도를 분명히 했다. 2008년부터 시작된 한중일 정상회의가 정치적 이유로 몇 차례 열리지 않은 적은 있지만 회의 참석의 조건으로 현금화 중단을 꺼낸 건 치졸하기 짝이 없다. 일본 정부의 이런 통보는 스가 총리의 의향이 반영돼 있다고 한다. 2018년 대법원의 강제동원 판결에 대해 문재인 정부는 사법부 판단을 존중한다고 몇 차례나 밝혔다. 일본이 한국 정부가 결코 수용할 수 없는 조건을 내건 것은 한일 대립을 정치에 이용했던 아베 전 정권의 수법을 스가 정권이 계승하려는 게 아닌가 의심된다. 한일 관계가 좋지 않았던 2015년 11월 아베 전 총리는 한중일 정상회의 참석차 당일치기로 서울에 왔고 문 대통령 또한 2018년 5월 역시 3국 정상회의를 위해 도쿄를 방문한 바 있다. 이러니 일본 국내외에서 스가 총리가 외교를 모른다는 우려가 나와도 할 말이 없다. 강제동원 문제는 일본 기업이 원고인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배상하면 끝나는 일이다. 간단한 해법을 무시하고 일본 정부가 기업의 화해 노력에 개입하는 것은 부당하다. 일본 기업이 정부 눈치를 보고 배상을 꺼린다면 현금화 절차는 진행될 수밖에 없고 한일 관계는 되돌릴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진다. 얼마든지 민간에서 해결 가능한 것을 일본 정부가 분쟁화하고 관계를 방치하는 것은 한일 상호이익을 해칠 뿐이다.
  • 가정집 침입한 무장 괴한들에 맞서 엄마 지킨 美 5살 소년 (영상)

    가정집 침입한 무장 괴한들에 맞서 엄마 지킨 美 5살 소년 (영상)

    미국의 5살 소년이 총기로 무장한 괴한들에 맞서 엄마를 지키기위해 몸싸움을 벌이는 놀라운 영상이 공개됐다. 지난 12일(이하 현지시간) 뉴욕포스트 등 현지언론은 지난달 30일 오전 10시 30분 경 인디애나 주 사우스 밴드의 한 가정집에서 벌어진 사건을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총기로 무장한 괴한 4명이 갑자기 총성과 함께 타미카 레이드의 자택에 침입했다. 당시 집안에는 다림질을 하고있던 엄마 레이드와 그의 아들인 5살 데이비드와 어린 딸만 있었던 상황. 이후 무장 괴한들은 엄마 레이드를 총기로 위협하며 제압했으나 어린 데이비드는 이에 굴하지 않았다. 곧바로 자신의 장난감을 괴한에게 던지며 저항한 것은 물론 괴한에게 매달려 싸우기 시작한 것. 물론 어린 소년의 저항이 큰 위협이 되지는 않았으나 괴한들은 아이를 자신에게서 떼어놓기 위해 노력했다.다행히 데이비드의 반격에 놀란 탓인지 괴한들은 가족에게 특별한 피해를 입히지 않고 물러갔다. 엄마 레이드는 "사건 당시 괴한들이 우리 아이들에게 해코지를 못하게 집 밖으로 쫓아내야 한다는 생각 뿐이었다"면서 "이때 어린 아들이 괴한을 때리며 나섰다. 데이비드는 우리의 영웅"이라고 밝혔다.   당시 사건 영상을 담은 놀라운 영상은 집안에 설치된 CCTV에 고스란히 녹화됐다. 이후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뒤늦게 해당 영상을 언론에 공개하고 무장 괴한들에 대한 시민들의 제보를 요청했다. 사우스 밴드 경찰은 "사건 당시 무장괴한 4명 중 3명이 총기를 소지하고 있었으나 다행히 피해자는 발생하지 않았다"면서 "도난당한 물품도 없어 왜 이들이 가정집에 침입했는지 불분명하며 현재 수사를 진행 중에 있다"고 밝혔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조선 공업의 산실… 대형 솥단지만 남긴 ‘영등포 맥주史’

    조선 공업의 산실… 대형 솥단지만 남긴 ‘영등포 맥주史’

    서울 영등포가 서울에 편입된 것은 1936년이다. 조선총독부의 ‘대경성 도시계획’에 따라 경기도 시흥군 북면에서 갈라져 나온 영등포읍이 경성부의 출장소가 된 것이다. 영등포역은 남경성역으로 한동안 이름을 바꾸기도 했다. 이미 명실상부한 ‘조선 최대의 공업지대’로 떠오른 영등포였다. 서울사람들에게 한강 남쪽의 중심이 영등포라는 인식이 뚜렷했다. 서울신문과 서울시, 사단법인 서울도시문화연구원이 함께하는 ‘2020 서울미래유산 그랜드투어’의 제20회 주제는 ‘영등포의 추억’이다. 해설자로 나선 한이수 서울도시문화지도사는 영등포에서 나고 자랐다고 한다. 그는 ‘진짜 강남’은 영등포라고 강조한다. 가수 문희옥의 ‘서울의 거리’가 나온 것이 1989년인데, 그때까지도 지금의 강남은 ‘영동’이라 불렀다는 것이다. 실제로 강남초등학교는 상도동에 있고, 강남교회는 노량진에 있으며, 강남맨션도 영등포에 지어졌다고 한다. 당산역 앞 래미안아파트가 강남맨션 자리라고 설명한다. ●110일 만에 쌓아올린 윤중제 투어는 서울 지하철 여의도역 1번 출구 앞에서 시작됐다. 여의나루길을 따라 여의도샛강 쪽으로 걷다 보면 짙푸른 그늘을 드리우는 가로수가 인상적이다. 나무도 여의도 개발의 역사만큼이나 나이를 먹은 탓이다. 여의도를 둘러싼 윤중제는 1967년 불과 110일 만에 쌓았다고 한다. 여의도 개발은 1966년 발표한 ‘대서울 도시기본계획’에 따른 것이다. ‘대경성 도시계획’이 인구 110만명의 도시를 상정했다면 ‘대서울 도시기본계획’의 목표 인구는 550만명이었다. 땅이 필요했고, 비행장으로 쓰다 방치돼 있던 여의도는 적지였다. 개발 과정에서 밤섬을 파괴한 것은 윤중제를 쌓기 위해 골재가 필요하기도 했지만, 개발지의 규모를 키울수록 강폭이 줄어드는 만큼 한강의 흐름을 조금이라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 불가피했을 것이다.윤중로를 건너 윤중제 아래로 내려서면 샛강생태공원이다. 샛강공원의 길이는 6㎞ 남짓이라고 한다. 1997년 조성 당시 사진을 보면 인공 공원의 모습이 뚜렷했는데 이제는 버드나무가 우거지고 갈대가 무성한 자연습지의 모습을 상당 부분 회복하고 있다. 샛강공원에 사는 생물들의 바이오리듬을 깨지 않으려 밤에도 불을 켜지 않는다고 한다. 놓아 기르는 비단잉어가 아닌 야생의 누런 토종잉어가 떼 지어 헤엄치는 모습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한 지도사의 어린 시절 샛강은 겨울이면 스케이트장이 됐다고 한다. 하긴 필자도 그 시절 경복궁 경회루며 창경궁 춘당지로 스케이트를 타러 다녔던 기억이 있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자리에 있던 서울운동장 야구장도 겨울이면 바닥에 물을 가둬 스케이트장을 만들었다. 경회루에서 스케이트를 타며 어묵이며 떡볶이를 사 먹었으니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이다. 샛강공원에서 여의도와 신길동을 잇는 샛강문화다리로 올라선다. 문화다리는 샛강의 곡선을 거스르지 않도록 곡선으로 지어졌다. 문화다리를 하늘에서 보면 학이 날개를 펴고 있는 모습이라고 한다. 하늘이 아니라 땅에서 봐도 학이 날개를 편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며 혼자 웃었다. 문화다리 전망대에 서니 여의도의 동쪽은 금융가의 고층 건물이 즐비하다. 반면 서쪽은 국회의사당과 KBS를 비롯해 나지막한 건물만 보이는 게 새삼스럽다. ●강점기 일본인 모여 살았던 영등포 문화다리를 건너면 지하철 1호선 신길역이다. 투어단은 영등포로 지하에 놓인 굴다리를 건넜다. 영등포 토박이가 아니면 잘 알기 어려운 샛길이다. 구불구불한 골목길에는 다세대주택이 많이 들어섰지만, 일제강점기 지은 일본식 주택도 눈에 띈다. 이 일대는 과거 수해 상습 피해지역이었던 영등포 일대에서 비교적 지대가 높은 편에 속한다. 영등포가 공장지대가 되면서 일본인들이 이 주변에 모여 살았다고 한다.물론 일본인들이 몰려들기 전에도 일대 언덕은 사람이 사는 지역이었다. ‘방학곳지 부군당’의 존재도 이런 사실을 알려준다. 부군당이란 마을의 수호신을 모셔 놓은 신당을 말한다. 주로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 마을굿당을 이렇게 불렀다. 방학곳지라는 이름의 유래가 궁금하다. 서울지명사전에는 샛강 나루터에 돌출된 바위가 있어 바위곶이라고 했던 것이 방학곶이나 방학곳이로 변했다고 설명한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도 암곶(바위곶이)이라고 적혀 있다고 한다. 주변 나루터는 방학호진이라고도 불렸다. 한강 본류의 마포앞을 서호, 압구정 앞을 동호라고 했듯 일대 여의도 샛강은 방학호라 부른 듯하다. 이번 투어에서 찾지는 못했지만 주변에는 ‘방학호진 터’를 알리는 표석도 2016년 세웠다고 한다. 서울 시내의 부군당은 대부분 사라진 상황에서 방학곳지부군당은 그래도 굿당 하나는 남아 있다. 하지만 마당도 없이 굿당만 달랑 철재 울타리에 갇혀 있는 모습이 애처롭다. 부군당은 방학나루를 건너는 사람들의 뱃길 안전을 비는 역할도 없지는 않았을 것 같다. 하지만 그보다 상습 수해 지역에서 물난리를 벗어나고자 하는 기원이 더 절실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 동네에는 윤정승이 한강물이 넘치는 바람에 물살에 휩쓸렸을 때 잉어가 나타나 등에 태우고 강기슭에 내려주었다는 설화가 전한다. 이후 후손들이 한 해 3차례씩 부군당에 제사를 지냈다는 것이다. 부군당 옆에는 이런 설화를 담은 벽화도 그려져 있다. 영등포문화원은 이 설화를 ‘잉어가 사람 구했네’라는 마당놀이로 만들어 공연하기도 했다. ●추억으로만 남은 한국 맥주의 역사 부군당 골목을 나서 신길로를 건너면 영등포공원이다. 오비맥주가 있던 자리로 공장이 1997년 경기 이천으로 옮겨가자 공원을 조성했다. 공원에는 1933년 만들었다는 대형 담금솥이 있다. 맥아와 홉을 끓이는 데 썼던 대형 솥이다. 조금 더 서쪽으로 걸어가 영등포역을 지날 무렵 왼쪽에 나타나는 푸르지오 아파트 단지는 오늘날의 하이트맥주인 크라운맥주 공장이었다. 과거 기차를 타고 주변을 지날 때면 크라운맥주 공장의 왕관 모양 상징물이 눈길을 잡아끌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맥주의 추억’은 남아 있지 않다. 일본 삿포로에는 ‘삿포로 팩토리’가 있다. 1876년 지어진 삿포로 맥주공장이 이전하자 1993년 건물 일부와 굴뚝을 살려 문화공간으로 만들었다. 굴뚝은 삿포로를 상징하는 명물이 됐다. 우리도 이런 방식으로 맥주 공장을 보존하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 한편으로는 다른 생각도 없지 않다. 오비맥주의 전신은 소화기린맥주, 크라운맥주의 전신은 대일본맥주로 오늘날 아사히맥주로 명맥이 이어지고 있다. 삿포로의 경우와 다른 것은 영등포의 맥주 역사가 한국 맥주의 역사이면서 동시에 일본 맥주의 식민지 진출 역사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영등포 맥주 역사의 흔적이 솥단지 하나만으로 남아 있는 것은 안타깝다. 개인적으로 오비맥주 공장이 있던 영등포공원에서 크라운맥주 공장이 있던 방향으로 걸으면서 상상 속에서 맥주냄새가 진동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른바 ‘맥주 문화 거리’로 이보다 좋은 입지조건과 스토리를 갖고 있는 장소가 또 있을까. 영등포공원도 좋고 골목길도 좋다. 작은 ‘맥주 역사박물관’을 하나 세우면 어떨까. 그리고 오비 공장에서 크라운 공장으로 이어지는 맥주의 거리를 조성하는 것이다. 영등포역에 내려 타임스퀘어가 보이는 광장의 반대편으로 나서면 바로 나타나는 골목이다. 지하철이 닿는 수도권 주민 전체가 고객이 될 것이다.●441개 쪽방에 500명 주민 거주 답사단은 크라운맥주 공장 터 앞에 놓인 구름다리로 철길을 건너 영등포역 북쪽으로 간다. 계단을 내려서면 ‘쪽방도우미봉사회’의 무료 급식 봉사를 알리는 플래카드가 눈에 들어온다. 영등포 쪽방촌이다, 441개 쪽방에 500명 남짓한 주민이 살고 있다고 한다. 한 사람이 간신히 몸을 누일 수 있는 크기의 방이 대부분이다. 1960년대 형성됐던 집창촌이 퇴락하면서 저소득계층의 월세방촌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대부분 공동화장실과 공동샤워장을 쓰며 절반이 넘는 주민이 휴대용 가스버너로 취사를 해결한다. 그러니 영등포 쪽방촌은 서울미래유산으로 선정됐음에도 원형 보존보다는 큰 폭의 생활환경 개선이 필요하다. 쪽방촌에서 경인로로 나서면 영등포역 방향에서 비스듬하게 북쪽으로 이어지는 길을 볼 수 있다. 영신로다. 이 길을 따라 영등포역 고가도로가 놓여 있다. 영등포에는 과거 기와공장과 벽돌공장만 있었지만, 1911년 지대가 높아 물난리 피해가 적었던 당산동에 조선피혁 공장이 들어섰다. 이에 따라 영등포역에서 조선피혁을 잇는 철도 인입선이 건설됐는데 영신로는 이 철도부지를 따라 난 길이다. 그 철길 초입의 서쪽은 대선제분 터다. 1940년 세워진 일청제분 밀가루공장이 전신이다. 대선제분은 영등포공장 설비를 2013년 아산공장으로 옮겼는데 1만 8963㎡ 넓이의 공장터와 곡물저장고를 비롯한 건물 일부는 조만간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할 것이라고 한다. 영신로의 동쪽이 타임스퀘어다. 초입에는 집창촌이 여전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작은 골목길을 사이에 두고 신세계백화점, 이마트, 메리어트호텔, CGV아트홀이 몰려 있는 첨단 복합 유통단지가 자리잡고 있으니 그 불균형이 놀라울 뿐이다. 경방이 운영하는 타임스퀘어는 이 기업의 전신인 경성방직이 있던 자리다. 경성방직은 일제강점기 면방직업계에서 한국인이 세운 유일한 대기업으로 1923년 영등포 사옥과 공장을 완공했다.투어는 문화재청이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한 타임스퀘어의 경성방직 사무동을 둘러보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사무동 건물은 지금 젊은이 사이 이른바 ‘빵지순례’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빵집 ‘오월의 종’이 쓰고 있어 하루 종일 손님으로 북적인다. 근대문화재 활용의 모범사례가 아닐 수 없다. 필자를 비롯한 일행 몇몇은 투어가 끝나고 영등포소방서 옆 중국집 송죽장에서 짬뽕이며 짜장면을 먹었다. 송죽장은 오래된 가게지만 젊은 손님들이 길게 줄을 서는 명소가 됐다. 이렇게 영등포의 문화적 저력은 간단치가 않다. 글 서동철 문화재 위원 해설 한이수 서울도시문화지도사 사진 김학영 서울도시문화연구원 연구위원 ■ 다음 일정 - 제21회 몽마르뜨 공원 가든길 ●출발 일시 10월 17일(토) 오전 10시 ●신청(무료) 서울미래유산 홈페이지futureheritage.seoul.go.kr) ●문의 서울도시문화연구원(www.suci.kr)
  • 안철수 “종전선언을 독백처럼…짝사랑 지나치면 스토킹”

    안철수 “종전선언을 독백처럼…짝사랑 지나치면 스토킹”

    서해상 실종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문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촉구“문 대통령, 국민보다 북한이 먼저명백한 정부의 직무유기…국제 망신”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서해상 실종 공무원의 피살 사건과 관련해 “명백한 정부의 직무유기”라며 문재인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를 촉구했다. 안 대표는 11일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의 행보를 보면 우리 국민보다 북한이 먼저인 것이 분명해 보인다”며 이렇게 밝혔다. 안 대표는 “단언컨대 지금 문 대통령이 보여주는 행보는 대한민국 대통령의 자세는 결코 아니다”라며 “대통령은 끝내 우리 국민의 참혹한 죽음을 외면할 생각인가. 지금 대한민국은 국가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고 있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서해안 국민 총격 피살 만행에 대해 UN 인권특별보고관이 사건과 관련한 공식 자료를 남·북한 모두에게 요청하는 방안을 고려하겠다는 보도가 나왔다”며 “정부가 북한의 거짓말투성이 전화통지문에 황송해하고 눈치 보기에 급급해 국제사회에 진상규명 요청조차 안 하니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 아니겠나. 국제적인 망신”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가 나서서 희생자에게 월북 프레임이나 뒤집어씌워 북한 만행을 물타기 하려는 기괴한 수법을 보면 이 정부가 어느 나라 정부인지를 의심케 한다. 월북이냐 실족 표류냐가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공무원이 깜깜하고 차디찬 바다에서 6시간이나 신문을 받다가 총살당하고 불태워 버려진 ‘참혹한 죽임’이 이번 사건의 본질”이라며 “문 대통령은 북한조차도 평가 절하하는 종전선언을 독백처럼 계속해서 국제사회에 외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 대표는 “국민의 참혹한 죽음을 대하는 이 정부의 태도에서 어떤 분노나 절박감도 찾아볼 수 없으니 분통이 터진다. 정부·여당이 계속해서 진실을 은폐하고 물타기 한다면 UN 안보리의 조사촉구 및 국정조사를 통해 반드시 진실 규명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를 촉구한다”며 “짝사랑이 지나치면 집착이 되고, 집착이 지나치면 스토킹이 된다. 스토커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고, 김정은 위원장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했다.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19세 도미니카女 ‘염산 테러’ 당해…범인은 알고보니 전 남친

    19세 도미니카女 ‘염산 테러’ 당해…범인은 알고보니 전 남친

    도미니카공화국 수도 산토도밍고에서 지난달 25일(현지시간) 19세 여성이 오토바이를 탄 2인조 괴한에게 염산(또는 황산) 테러를 당해 크게 다치는 사건이 일어났다. 사건 당시 모습이 인근 폐쇄회로(CC)TV에 찍혀 확산하면서 며칠 만에 범인들이 체포됐다고 현지 일간 ‘디아리오 리브레’ 등이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두 아이의 어머니인 요카이리 아마란테 로드리게스(19)는 사건 당일 일을 마치고 차에 오르던 중 오토바이를 탄 2인조 괴한의 습격을 받아 중상을 입었다. 목격자는 “오토바이는 1명이 운전했고 그 뒤에 타고 있던 다른 1명이 여성의 머리에 산을 뿌렸다”고 말했다.CCTV에는 피해 여성이 염산 테러를 당한 뒤 차에서 내려 도움을 요청하는 모습과 오토바이를 탄 2인조가 차 옆을 지나가는 모습이 담겼다. 근처에 있던 한 여성이 비명을 지르는 피해 여성에게 뛰어왔고, 피해 여성의 얼굴에 물 같은 것을 끼얹으며 다가가는 남성의 모습도 찍혔다. 이때 피해 여성은 앞이 보이지 않는지 두 손을 앞으로 내밀고 울부짖으며 심하게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녀의 티셔츠는 염산 테러 때문인지 색깔이 변해 있었다.이후 피해 여성은 구급대에 의해 인근 네이 아리아스 로라 병원으로 이송됐다. 해당 병원의 화상전문의인 에디 브루노는 처음에 “신체의 40%에 화상을 입었고 특히 머리와 얼굴의 피해가 심각해 매우 위험한 상태”라면서 “실명할 위험도 있다”고 말했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피해 여성은 이달 들어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병원 측은 “왼쪽 눈의 시력은 약간 남아 있는 것 같다. 약간이라면 대화도 할 수 있고 잘 되면 얼굴 성형 수술을 시작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하지만 화상 치료에는 앞으로 4년 동안 최소 20~25회 수술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피해 여성은 병원 측에 “두살배기 딸이 변해버린 내 얼굴을 알아보지 못할까봐 걱정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피해 여성이 염산 테러를 당했을 때의 CCTV 영상은 현지 여러 매체가 크게 다루면서 널리 확산했다. 게다가 미국의 유명 여성 래퍼 카디비가 스페인어로 “1만 달러(약 1200만원)를 줄 테니 범인을 찾는 데 협조해 달라”고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호소해 이 사건은 더욱더 크게 주목을 받았다. 덕분에 경찰은 며칠 뒤 총 3명을 범인으로 체포할 수 있었다. 사건의 주범은 피해 여성의 전 남자 친구인 윌리 안토니아 하비에르 몬테로(33)로, 3500도미니카페소(약 7만원)를 주고 염산 테러를 시행할 두 남성을 고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범행 동기는 아직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전 남자 친구는 피해 여성과 그녀가 14세였을 때부터 사귀기 시작했고 두 사람이 헤어진 시기는 최근으로 알려졌다. 일부 매체는 전 남자 친구가 피해 여성에게 다른 남성과 사귀면 죽이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면서도 피해 여성에 대한 원망이나 질투가 원인이 된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소식에 “가해자는 최악의 인간”, “절대 용서해서는 안 된다”, “피해 여성의 괴로움은 평생 계속될 것”, “가해자를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 등의 목소리가 전해지고 있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유시민 ‘김정은 계몽 군주’ 발언에 野 “해괴한 논리 총동원”(종합)

    유시민 ‘김정은 계몽 군주’ 발언에 野 “해괴한 논리 총동원”(종합)

    허은아 “유시민, 공감회로 고장난 듯 하다”김기현 “정신승리는 가히 기네스북 오를 만”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김정은 계몽군주’ 발언을 놓고 27일 야권이 일제히 비판을 퍼부었다. 유 이사장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사과 소식이 전해진 지난 25일 ‘10·4 남북정상선언 13주년 기념 토론회’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리더십 스타일에 대해 언급하며 “내 느낌에는 계몽군주 같다”고 말했다. 또 유 이사장은 통지문 전문을 접한 뒤 북한의 ‘사살(추정)되는 사건’이라는 표현에 대해 “이 문장을 쓴 사람의 심리 상태를 보면 이걸로 코너에 몰리기 싫은 것”이라며 “이 선에서 무마됐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반영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에 대해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페이스북 글에서 “대통령은 침묵하고, 대통령의 ‘분신’들이 요설을 퍼뜨리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주 원내대표는 “국민이 총살당하고 방화당한 끔찍한 사건을 얼버무리기 위해 해괴한 논리를 총동원하고 있다”며 “유시민류 좌파들의 논리라면 ‘김정은이 이 정도 도발한 걸 다행으로 생각하자’고 나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허은아 의원은 “유시민 이사장의 공감 회로가 고장 난 듯하다”며 “지금 대통령과 정부 여당이 공감해야 할 것은 김정은의 사과 이전에 우리 국민의 죽음을 함께 슬퍼하고 북한의 도발에 두려워하는 대한민국을 위로하는 것”이라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김기현 의원도 “민간인 사살행위는 전시에도 금지되는 반인륜적 범죄인데, 이런 범죄자에 대해 ‘계몽군주’라느니 ‘이례적’이라느니 호들갑 떠는 이 썩어빠진 굴북 세력들의 정신승리는 가히 기네스북에 오를만하다”고 주장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북한은 계몽군주, 남한은 혼군(사리에 어둡고 어리석은 임금이라는 뜻)’이라는 짧은 글을 페이스북에 올려 유 이사장을 비판했다. 이른바 ‘시무7조’라는 상소문 형태의 글을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려 화제가 된 ‘진인 조은산’(필명)은 자신의 블로그에 “계간(동성애) 군주와 북에서 상봉해 한바탕 물고 빨고 비벼댈 마음에 오타라도 낸 건 아닌가 싶다”고 글을 올렸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코로나균 죽이듯… 北, 南국민 총살 후 기름 부워 40분간 태웠다(종합)

    코로나균 죽이듯… 北, 南국민 총살 후 기름 부워 40분간 태웠다(종합)

    ‘금강산 민간인 피격 사건’ 이후 12년 만군 “총격 살해 상부 지시 판단”“구명조끼로 40㎞ 이동? 불가능” 어민군, 물때·구명조끼 등 이유 월북 판단文 “용납 못할 충격, 매우 유감”여야, 군 소극적·늑장 대응 비판북한군이 지난 21일 서해 최북단 소연평도에서 실종된 남측 공무원을 북측 해상에서 6시간 만에 사살한 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바이러스균을 대하듯 기름을 부어 불태운 것으로 파악됐다. 2008년 금강산에서 산책 중이던 여성을 살해한 ‘박왕자 피격 사건’ 이후 12년 만의 민간인 살해다. 북한군이 남측의 비무장 민간인을 잔인하게 사살했다는 점에서 정부의 그동안의 노력과는 상관 없이 남북 관계에 후폭풍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용납할 수 없는 충격적 사건”이라며 “북한 당국이 책임 있는 조치를 해야 한다”고 밝혔지만 포격이 아닌 사격에 대한 규정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군과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9·19 군사합의 위반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코로나바이러스’ 대하듯 남한 국민 죽이고 기름 부어 불태웠다 군 당국은 24일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선 공무원인 실종자 A(47)씨와 관련한 대북첩보 등을 종합분석한 결과 A씨가 실종 다음 날인 22일 오후 북측 등산곶 인근 해상에서 북한 선박에 의해 최초 발견됐으며, 6시간 만인 오후 9시 40분쯤 총살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입장문을 통해 “우리 군은 다양한 첩보를 정밀 분석한 결과 북한이 북측 해역에서 발견된 우리 국민(소연평도 실종자)에 대해 총격을 가하고 시신을 불태우는 만행을 저질렀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군 당국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2일 오후 3시 30분쯤 북한 등산곶 인근 해상에서 북측 수산사업소 선박에 의해 발견됐다. 이는 최초 실종 사건이 접수된 지점인 소연평도 남쪽 2.2㎞ 해상에서 서북서 방향으로 약 38㎞ 떨어진 해상이다. 이를 두고 한 50대 어민은 “첨단 장비를 착용하고 있던 것도 아니고 구명조끼와 부유물만 가지고 40㎞에 가까운 거리를 이동하는 건 수영 선수라도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북한이 ‘기진맥진’한 남측 공무원을 배에 태우지도 않은 채 진술을 들은 후 단속정을 현장에 불러와 그 자리에서 사격을 가했다고 전했다. 사살 후에는 30분도 안돼 오후 10시 11분쯤 방호복과 방독면을 착용한 북측 군인이 해상에서 시신에 기름을 부어 불태웠으며, 이런 정황은 연평도 감시장비에서 관측된 북측 해상의 ‘불빛’으로도 확인했다. 남측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는 가운데 북측 해상에 들어온 남측 공무원을 사람이 아닌, 마치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대하듯 다룬 셈이다. 서욱 “40분간 시신 태우는 불빛 관측”“시신 바다에 떠다닐 개연성 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이날 긴급현안보고를 위해 열린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40분간 시신을 태우는 것으로 추정되는 불빛을 관측했다고 밝혔다. 서 장관은 “시신을 훼손하는 불빛은 야간 감시장비에 몇 분 정도 보였는가”라는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한 40분 정도 보였다”고 답했다. 서 장관은 김 의원이 “해상에서 휘발유 등을 뿌리고 태웠을 텐데, 해상이기 때문에 완전히 시신이 훼손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시신이 바다에 떠다닐 확률이 높은 것 같다”고 하자 “그럴 개연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 장관은 시신을 찾아 유족에게 돌려주도록 노력해달라는 김 의원의 지적에 “경비작전 세력들에게 임무를 부여해서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 장관은 북한이 A씨 시신을 남측에 인도하지 않고 서해에 버렸다고 말했다. 서 장관은 시신의 행방을 묻는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그 해역에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 의원이 재차 “북측이 시신을 불태우고 바다에 버렸다는 말인가”라고 묻자 “그렇다”고 답변했다.군 “총격은 상부 지시” 군은 총격 직전에 해군 계통의 ‘상부 지시’가 이뤄진 것으로 판단했다. 앞서 지난 7월 월북한 개성 출신 탈북민이 코로나19 확진자로 의심된다며 월북민을 사전에 파악하지 못한 전방 군부대 간부들을 처벌한 사건이 이번 사건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당시 이 사건이 발생하자 7월 26일 직접 당 정치국 비상확대회의를 긴급 소집, 이 지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특급 경보를 발령했으며 국가비상방역체계를 ‘최대비상체제’로 전환했다. 군, 6시간 동안 보고만 있었던 이유에 “北이 그렇게까지 할 거라 생각 못했다” “우리 첩보 자산이 드러날까봐 염려됐다” 군은 첩보를 통해 이런 정황을 인지하고도 6시간 동안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실종자라고) 특정할 수 있는 정황을 파악했다고 하더라도 인도주의적 조치가 이뤄질지 등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서 “그렇게까지 나가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우리측 첩보 자산이 드러날까 봐 염려된 측면도 있었다”면서 “우리가 바로 (첩보 내용을) 활용하면 앞으로 첩보를 얻지 못한다. 과거 전사를 보면 피해를 감수하고도 첩보 자산을 보호한 사례가 있다”고 해명했다. 이는 첩보원의 존재가 드러날까봐 우리 국민이 사살되고 시신이 훼손되는 긴 시간 동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는 취지로 받아들여진다. 군 당국은 물때와 구명조끼 착용 등을 근거로 A씨가 자진 월북했다고 판단했다. 실종된 A씨가 구명조끼를 입은 채로 부유물에 올라타 북한 방향으로 흐르는 물때에 맞춰 실종돼 북측 해역에서 발견이 된 점, 선박에 신발을 벗어두고 간 점, 북측 발견 당시 월북 의사를 표명한 정황이 식별된 점 등을 근거로 그가 자진 월북을 시도한 것으로 봤다. 다만 월북 의사를 표명한 정황을 어떻게 식별했는지에 대해서는 자세히 밝히지 않았다.文 “용납될 수 없는 충격적 사건, 매우 유감” 이날 청와대와 정부는 북한의 이런 행위를 강력히 규탄하고, 사과와 책임자 처벌을 강력히 촉구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후 노영민 비서실장과 서훈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회의 결과 및 정부 대책을 보고받고 “충격적 사건으로 매우 유감스럽다”며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특히 “북한 당국은 책임 있는 답변과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전했다. 군을 향해서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경계태세 강화를 주문했다. 국방부는 안영호 합참 작전본부장이 낭독한 입장문을 통해 “북한의 만행을 강력히 규탄하고, 이에 대한 북한의 해명과 책임자 처벌을 강력히 촉구한다”면서 “우리 국민을 대상으로 저지른 만행에 따른 모든 책임은 북한에 있음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입장을 냈다. 그러면서도 국방부와 NSC는 북한이 9·19 남북군사합의를 위반한 것은 아니라고 봤다.군 “군사합의서에 사격하지 말라 없어”“포격만 해당되지 사격은 규정 안 돼 있어” 연평도 해상서 공무원, 피격 뒤 불태워졌는데국방부, 北 책임 여부 놓고 혼선‘北 합의 위반 아냐’했다가 “면밀히 검토” 군 관계자는 이날 국방부 청사에서 진행한 백브리핑에서 이번 사안이 9·19 군사합의에 위반되느냐 질문에 “(합의에는) 자기 측 넘어오는 인원에 대해 사격하지 말란 내용이 없다”고 답했다. 합의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답변이다. 이 관계자는 이어 군사 합의상 ‘완충구역에서의 적대행위 금지’ 위반에 해당하는 것 아니냐는 반복된 질문에도 “군사합의서에는 소화기는 포함되지 않았고 포격만 해당된다”면서 “사격은 규정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브리핑에 배석한 다른 군 관계자는 이내 “합의 위반인지 아닌지 면밀히 검토해봐야 한다”며 군 당국의 공식 입장을 즉각 정정했다. NSC “군사합의 세부항목 위반 아냐”“군사합의 정신은 훼손”2018년 채택된 9·19 남북군사합의는 지상과 해상, 공중에 각각 완충구역을 설정해 적대행위를 금지하도록 하고 있다. 북한군은 남측 공무원 A씨를 북한 등산곶 인근 해상에서 사살한 뒤 시신을 불에 태운 것으로 파악됐으며, 등산곶은 군사 합의상 완충구역 내에 있다. 서주석 NSC 사무처장은 “본 사안은 9·19 군사합의의 세부 항목을 위반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접경지역에서 군사적 긴장완화와 신뢰구축을 위한 9·19 군사합의의 정신을 훼손한 것은 맞다”고 말했다. 북한이 비무장 남한 공무원을 총격으로 살해하고 기름을 붓고 불에 태우는 등 시신까지 훼손했는데도 포격이 아닌 사격이기 때문에 군사합의 규정을 위반한 것은 아니고 다만 합의 정신을 훼손했다는 다소 애매한 판단으로 받아들여진다.여야 한목소리 군 대응 질타…北 비판 안철수, 文겨냥 “누가 얼빠진 군대 만들었나” 정치권은 여야 할 것 없이 이번 사안에 대한 군의 무책임한 대응을 질타하는 한편 우리 국민을 잔인하게 살해한 북한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번 사건은 남북 정상 간 합의한 판문점 선언과 평양 공동선언 정신에 정면으로 위배될 뿐만 아니라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정착을 기대하는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린 행위”라며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국민의힘은 “민간인에 대한 비인도적이고 용납할 수 없는 범죄행위로 남북한의 평화와 화해, 상생의 기반 자체를 뒤엎었다”고 북한을 비난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긴급 성명문에서 “대통령은 북한 만행에 대해 어떤 감정을 느끼고 계시냐”며 “누가 우리 군을 이런 얼빠진 군대로 만들었느냐”고 비판했다. 국회 국방위원회에서는 서 장관을 국회로 불러 서해 민간인 총격 사건에 대한 당국의 대응이 부적절했다고 한목소리로 지적했다.민주 “첩보 취합 후 초강력 대처 했어야”“남북연락사무소 파괴와는 다른 인명” 황희 민주당 의원은 언론 보도 전까지 이 사안을 국회에 상세히 보고하지 않은 국방부를 비판하며 “어떻게 국방위 여당 간사가 기자보다 상황을 늦게 보고받나”라고 말했다. 같은 당 김병기 의원은 “첩보를 취합한 후 가능한 한 초강력 대처를 해야 했다”며 “이것은 개성 남북연락사무소를 파괴한 것과 다른 사안이다. 그것은 시설이고 이것은 인명”이라고 강조했다.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은 “우리가 골든타임 골든타임 하는데 사건 후 이틀 지나서 회의하고 그때서야 (첩보를) 맞추는 게 늑장 대응이 아니라면 뭐가 늑장 대응인가”라고 꼬집었다. 여야 의원들은 이번 사건을 북한의 무력도발 행위로 규정하고 강력히 규탄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안건 상정부터 가결까지 5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국민의힘 “골든타임 중요하다면서 사건 이틀 지나 대응? 이게 늑장대응” 文 종전연설 이후 공개에 은폐 의혹홍준표 “국민에 실시간 브리핑 해야”“文, 23일 靑긴급회의 불참 어이없다” 다만 일부 야당 의원은 정부의 의도적인 사건 은폐 의혹도 제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새벽 유엔총회 영상 기조연설에서 한반도 종전선언 지지를 호소한 시점 이후로 사건 경위의 공개를 일부러 늦춘 것 아니냐는 것이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국민에게 실시간 브리핑을 해야 하는 사건”이라며 “박근혜 전 대통령 때 세월호 사건을 은폐했다고 얼마나 국민이 문제를 제기했느냐”고 했다. 홍 의원은 문 대통령이 지난 23일 새벽에 열린 청와대 긴급회의에 불참했다고 지적하며 “대한민국 대통령 맞느냐. 참 어이없는 대통령”이라고 비난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A씨가 실종된 다음날인 22일 오후 6시 36분 첫 보고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문 대통령은 ‘A씨가 해상에서 추락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고가 발생해 수색에 들어갔고, 북측이 그 실종자를 해상에서 발견했다’ 첩보를 서면으로 보고받았다.文, 22일 오후 6시 36분 첫 보고받아4시간 뒤 오후 10시 30분,靑 ‘A씨 사살 뒤 시신훼손’ 첩보 입수첩보 대응 중 文연설 23일 새벽 공개文, 23일 오전 8시 30분 보고 받아 이후 4시간 남짓 지난 오후 10시 30분, 청와대는 ‘북한이 월북 의사를 밝힌 A씨를 사살한 뒤 시신을 훼손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이에 23일 새벽 1시∼2시 30분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서훈 국가안보실장, 이인영 통일부 장관, 서욱 국방부 장관,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등이 청와대에 모여 상황을 공유했다. 이들이 첩보의 신빙성을 분석하고 대응을 논의하는 사이 국제사회에 종전선언을 지지해 달라는 내용을 담은 문 대통령의 유엔총회 기조연설 영상은 새벽 1시 26분부터 16분간 공개됐다. 노 실장과 서 실장은 밤새 분석한 첩보 결과를 전날 오전 8시 30분 문 대통령에게 대면 보고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정확한 사실을 파악하고 북측에도 확인하라”면서 “첩보가 사실이면 국민이 분노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관계를 파악해 있는 그대로 국민에게 알리라고 지시했다. 진상을 파악하는 동안 국제사회에 한반도 종전선언 지지를 호소한 문 대통령의 유엔총회 기조연설이 적절했느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으나, 청와대는 북한의 만행과 문 대통령의 연설을 연계하지 말아 달라고 강조했다.北만행 알고도 文 종전선언 제안에靑 “15일 녹화해 18일 유엔 발송” “수정·취소 불가능했다” 해명 청와대는 북한의 만행을 알고도 유엔에서 문 대통령이 종전선언을 제안한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문 대통령의 영상 연설은 지난 15일에 녹화돼 18일에 유엔으로 발송됐다”며 수정이나 취소가 불가능했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이에 대해 북한이 A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것을 알고도 국제사회에 종전선언 메시지를 발신한 것이 옳았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문 대통령에게 시신 훼손 사실까지 보고된 것이 23일 오전 8시 30분이기는 하지만, 청와대가 하루 전인 22일 오후 10시 30분에 해당 첩보를 입수했다면 연설을 수정하거나 취소하는 게 맞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첩보의 신빙성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연설을 수정한다거나 하는 판단을 하지 못했다”며 “이런 사안이 있을 것으로 예측하지도 못했으므로 수정도 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유승민 “한가하게 ‘종전선언’ 평화 타령, 文, 국군 통수권자 자격 없다” 이에 대해 유승민 전 의원은 두 달 만에 올린 페이스북 글에서 “문 대통령은 국군 통수권자의 자격이 없다”며 “한가하게 종전 선언이나 평화 타령을 할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참사에 대해 북한을 응징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면서 “북한 눈치를 살피고 아부하느라 자기 국민을 보호하지 못한다면 대통령은 왜 존재하는가”고 밝혔다. 원희룡 제주지사도 페이스북에서 “국민의 처참한 죽음 후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유엔총회에서 연설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국민의힘 국방위원들은 별도 성명을 발표, 국정조사를 포함한 철저한 진상조사와 대북정책의 전면 수정을 요구했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괴한 총에 맞고도…세 아들 끝까지 부둥켜안은 美 아버지 (영상)

    괴한 총에 맞고도…세 아들 끝까지 부둥켜안은 美 아버지 (영상)

    갑자기 날아든 총알에 아버지는 세 아들을 온몸으로 부둥켜안아 보호했다. 22일(현지시간) CBS는 미국 뉴욕의 한 중고차 매장에 무장 괴한들이 나타나 총을 쏘고 달아났다고 보도했다. 갑작스러운 총격에 매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하루 전인 21일 저녁 6시 20분쯤, 뉴욕 브롱크스 소재 중고차 매장 앞 유리가 산산조각이 났다. 갑자기 나타난 괴한들은 매장을 향해 총을 난사했고 유리를 뚫고 들어오는 총알을 피해 사람들은 황급히 대피했다. 총격 순간, 유리 앞 소파에 아들 셋과 나란히 앉아있던 남성도 몸을 던져 아이들을 끌어안았다. 잔뜩 웅크린 아이들은 죽음의 공포와 싸워야 했다. 괴한들은 수 발의 총을 더 쏜 뒤 줄행랑을 쳤다. 이번 총격으로 아버지는 오른쪽 허벅지에 총상을 입었다. 하지만 아이들은 온 몸을 던진 아버지의 보호 덕에 다행히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 매장 CCTV에서는 총성이 울리자마자 아이들을 감싸 안아 바닥에 눕히는 아버지와, 웅크린 아이들 머리 위로 총탄이 내뿜은 연기가 자욱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아버지는 총에 맞고도 끝까지 아이들을 보호했다. 가족들은 “평소 아이들에 대한 사랑에 각별했기에, 아버지가 본능적으로 보여준 용맹함에 크게 놀라지 않았다”면서도 “모두 무사해 다행”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뉴욕 경찰(NYPD)은 중고차 매장 운영자와 갈등을 벌여온 갱단이 연루됐을 것으로 보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 측은 “용의자 3명 중 1명은 매장 고객의 차를 훔쳐 달아났으며, 나머지 2명도 도주했다”며 CCTV를 공개하고, 용의자들에 대한 수배령을 내렸다. 뉴욕 경찰은 최근 늘어난 총기 관련 범죄에 주목하고 있다. 23일에는 브롱크스 주거 지역인 모트 해븐의 한 아파트에서 무차별 총격 사건이 발생해, 8살 여아가 복부에 총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어머니에 따르면 이날 아침 아파트에 들어온 괴한은 아무런 이유 없이 소녀에게 총을 쏘고 달아났다. 경찰은 CCTV와 목격자 진술 등을 토대로 용의자를 쫓고 있다고 밝혔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여기는 인도] 인도서 또…40대 주부 집단 성폭행하고 조카와 관계 강요한 괴한들

    [여기는 인도] 인도서 또…40대 주부 집단 성폭행하고 조카와 관계 강요한 괴한들

    인도에서 또다시 끔찍한 집단 성폭행 사건이 발생했다. 19일(현지시간) 더뉴인디언익스프레스는 미성년자를 포함한 남성 6명이 주부 한 명을 집단으로 강간한 사실이 드러나 경찰이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사건은 지난 14일 파키스탄 국경과 접한 라자스탄주의 한 마을에서 발생했다. 피해 여성은 이날 조카와 함께 인근 하리아나주를 방문했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변을 당했다. 현지언론은 45세 피해 여성이 25세 조카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귀가하던 중 언덕배기에서 만난 괴한들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했다고 설명했다. 도끼 등으로 중무장한 남성들은 두 사람을 마구잡이로 폭행했으며, 제발 그만 때리라고 호소하는 피해 여성을 번갈아 강간했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괴한들이 피해 여성의 조카에게도 성폭행을 강요했다는 사실이다. 두 사람은 괴한들의 요구를 들어준 후에야 무자비한 폭행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피해 여성은 남편에게 피해 사실을 털어놨다. 하지만 보복을 두려워한 가족들은 이를 쉬쉬했다. 그러다 피해 여성과 조카의 성관계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인터넷에 퍼졌다는 친척 연락을 받은 뒤에야 경찰에 사건을 접수했다. 지난 17일 신고를 받은 경찰은 즉각 수사에 돌입해 괴한 6명 중 5명을 잡아들였다. 여기에는 16살 미성년자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체포된 5명을 구금하고 조사 중”이라면서 “달아난 나머지 한 명을 쫓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해 현장이 찍힌 동영상이 인터넷에 퍼지게 된 경위를 밝히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인도에서는 그야말로 하루가 멀다하고 성범죄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 7일 우타르프라데시주 시타푸르의 한 마을에서는 괴한 5명이 길에서 만난 15살 소녀를 끌고 가 집단으로 성폭행한 뒤 이를 촬영해 인터넷에 유포했다. 같은 날 뉴델리 남서부 치홀라에서는 우유 배달부를 기다리던 86세 할머니가 30대 남성에게 성폭행을 당해 민심이 들끓었다. 이달 초에는 코로나19 확진자가 구급차를 타고 이동하다 운전기사에게 성폭행을 당한 일도 있었다. 2012년 뉴델리 여대생 버스 성폭행 살해 사건 이후 성폭력 근절 목소리가 커지고 처벌도 강화됐지만, 관련 범죄는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인도국가범죄기록국(NCRB)에 따르면 2018년 경찰에 집계된 성폭행 사건은 3만3천977건에 달한다. 15분마다 한 번꼴로 성폭행 사건이 일어난 셈인데 신고되지 않은 사건은 더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인도에 성범죄가 만연하고 일부 범행 수법은 다른 나라에서 비슷한 예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잔인한 것은 여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이 아직도 널리 퍼져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인도의 인구가 많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성범죄가 빈발하는 것처럼 보일 뿐이라는 일부 시각은 잘못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뉴델리 버스 사건 사형수 중 한 명은 한 다큐멘터리에서 “제대로 된 여성은 밤에 외출하지 않으며 단정하게 옷을 입는다”며 “처신이 단정하지 않은 여성이 성폭행당하면 그 책임은 남자가 아닌 여성에게 있다”는 왜곡된 여성관을 드러내기도 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실종된 벨라루스 野인사, 국가안보 위협 혐의 기소

    반정부 시위가 5주째 이어지는 벨라루스에서 야권 핵심 인사에 대한 탄압이 계속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벨라루스 국가조사위원회는 16일(현지시간) 정권 찬탈 혐의로 체포된 야권 단체 조정위원회 간부 마리야 콜레스니코바(38)를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는 행위를 했다”며 기소했다. 해당 혐의가 인정되면 최대 징역 5년에 처해질 수 있다. 콜레스니코바는 지난 7일 수도 민스크에 있는 국립미술관 앞 도로에서 복면을 쓴 괴한들에게 납치됐다. 괴한들은 콜레스니코바를 강제로 미니버스에 태우고 황급히 떠났다고 목격자들이 전했다. 하루 뒤인 8일 벨라루스 정부는 콜레스니코바가 우크라이나로 가려고 시도해 구금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측은 콜레스니코바가 추방될 위기에 처하자 자신의 여권을 찢었다며 망명 시도 의혹을 일축했다. 지난달 9일 치러진 대선에서 루카셴코 대통령이 또다시 80%의 득표율로 승리해 여섯 번째 임기를 시작했지만 벨라루스 국민들은 “부정선거”라며 연일 거리로 몰려나와 시위를 벌이고 있다. 루카셴코 대통령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 역시 커지고 있다. 유럽연합(EU)의 호세프 보렐 외교·안보정책 고위 대표는 이날 “(벨라루스 대통령) 선거는 부정선거였다. 루카셴코를 벨라루스의 합법적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시위 진압 과정에서) 평화 시위자 7500명 이상이 구속되고 500건 이상의 가혹 행위가 보고됐다”고 목청을 높였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英 옥스포드대 박물관, 원주민 머리 전시품 치운다

    英 옥스포드대 박물관, 원주민 머리 전시품 치운다

    영국 옥스퍼드대학의 피트 리버스 박물관이 ‘탈식민지화’ 노력의 일환으로 일명 ‘쪼그라든 머리’로 알려진 원주민 머리와 인간 유골 등 유명한 수집품들을 치우기로 했다. 인류학과 고고학, 민족학 분야에서 세계 유수 기관으로 꼽히는 피트 리버스 박물관은 그동안 이런 전시품들로 인해 ‘인종차별과 문화적 몰이해의 장소’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하지만 올들어 전세계적으로 번진 BLM(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 운동이 옥스포드 대학에도 깃발을 꽂으며 박물관 측이 이런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로라 반 브로크호벤 박물관장은 “인간 유골 전시물은 다른 문화권이 ‘야만적이고, 원초적이며, 섬뜩하다’는 점을 증명하는 것으로 보여졌다”면서 “전시품들이 관람객들에게 존재 방식의 다름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하기보다 박물관의 가치에 어긋나는 인종차별적인 고정관념을 강화했다”고 말했다. 이번에 치우기로 한 전시품들은 남미 에콰도르의 수아르 원주민인 슈아족 고유 풍습인 ‘싼사’(tsantsa)와 나가족 트로피 머리, 이집트 어린이 미라 등 120종에 달한다. 일명 ‘쪼그라든 머리’로 알려진 싼사는 슈아족의 전리품으로 적의 잘라낸 머리를 수축시켜 만든 장식물품이다. 해골을 제외한 표피를 삶아 수축시키는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머리는 기괴한 인형처럼 보인다. 싸사는 적에 대한 경고와 원혼으로부터의 자기방어를 위한 뜻이 담겼다고 한다. 현대에 이르러 이런 풍습은 사라졌지만 서구에서는 비싼 가격에 암암리에 거래되기도 했다.박물관 측은 앞서 지난 2017년부터 소장품에 대한 윤리적 검토를 해왔는데, BLM 운동 이후 식민통치 시대 수집품에 대한 본격 재점검에 들어갔다고 AP는 설명했다. 130년 전통의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유물 중 상당수는 대영제국 당시 전세계 식민지에서 가져온 것들이다. 옥스포드대 역시 BLM 시위의 현장이었는데, 지난 6월 시위대들은 빅토리아 시대 제국주의자로 식민정책에 앞장선 세실 로즈 동상의 학내 철거를 요구해 대학 측이 이를 수용하기도 했다. 박물관 측은 전시 중단과 관련해 에콰도르 키토의 샌프란시스코 대학교 및 수아르 원주민 공동체 대표들과 토의를 거쳤다고 전했다.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중 문을 닫았던 박물관은 오는 22일 이 전시품들을 치운 뒤 재개장할 예정이다. 전시품들이 치워진 이유 및 그동안 전시품에 달렸던 제국주의 관점 설명들이 해당 문화에 대한 이해를 어떻게 방해했는지까지 새로이 소개할 계획이다.새 전시를 큐레이션한 마렌카 톰슨 오들럼은 “많은 이들이 이번 변화를 특정 전시품의 제거나 손실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우리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더 많은 이야기를 위한 공간을 만드는 것으로, 잃은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면서 “그것이 탈식민지화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박물관 측은 소장한 2800여구의 유해를 어떻게 관리할 지 전세계의 원주민 후손 커뮤니티에 문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계적으로 번진 BLM 운동은 문화 향유 방식에도 깊이 뿌리박힌 인종차별적 요소들을 제거하자는 캠페인으로 확대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미국 뉴욕주 브롱크스 동물원이 1915년 피그미족 흑인 청년 오타 벵가를 철창 속에 전시했던 흑역사를 공식사과하기도 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우주를 보다] 이번 주, 맨눈으로 천왕성을 보자!

    [우주를 보다] 이번 주, 맨눈으로 천왕성을 보자!

    -250년 전 망원경으로 발견한 일곱번째 행성 태양계 8개 행성 중 지구를 빼고 망원경 없이 볼 수 있는 행성은 몇 개나 될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섯"(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이 다섯 개의 밝은 행성은 예로부터 잘 알려져 요일 이름까지 차지한 행성이지만 실제로는 망원경이나 쌍안경의 도움 없이 맨눈으로 볼 수 있는 여섯 번째 행성이 있는데, 바로 천왕성이다. ​이번 주는 이 천왕성의 맨눈 관측을 시도해볼 아주 좋은 기회라 할 수 있는데, 특히 늦은 저녁 하늘에 관측에 방해가 되는 밝은 달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천왕성의 정확한 위치를 알아야 한다. 별의 밝기는 숫자로 표시하는데, 보통 1등성부터 6등성까지 나뉘며, 숫자가 작을수록 밝은 별이다. 6등성이 맨눈으로 볼 수 있는 별 밝기의 하한선이다. 천왕성은 현재 5.7등급으로 빛나고 있다. 이 정도 밝기라면, 아주 어둡고 하늘 상태가 좋은 밤에 시력 좋은 사람이 겨우 볼 수 있을 정도다. 그러니까 먼저 쌍안경으로 천왕성을 확인한 후 맨눈으로 관측하는 것이 요령이다. 천왕성을 찾는 지표는 화성이다. 붉게 빛나는 화성의 동쪽(왼쪽)으로 약 12도 정도 떨어진 양자리에 천왕성이 있다. 참고로, 보름달 하나가 약 0.5도 크기에 해당한다. 위의 하늘지도를 머리속에 스캔해둔 다음 쌍안경으로 해당 영역을 스캔하여 찾는 것이 가장 좋다. 150배율 이상의 천체망원경으로 보면 작은 청록색 원반 형태를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천왕성은 지구로부터 약 28억 5000만km 떨어져 있다. 이는 지구-태양 간 거리(1천문단위/AU)의 약 19배에 해당하는 먼 거리다. 천왕성이 태양을 한 차례 공전하는 데는 약 84년이 걸린다. 이 행성의 지름은 지구의 약 4배인 5만 724km로 3번째 큰 행성이며, 1986년 보이저 2의 자기 데이터에 따르면 자전주기는 17.23시간이다. 보이저 2는 또한 1978년에 발견된 9개의 고리계를 모두 탐사했고, 2개의 새로운 고리와 10개의 새로운 위성을 발견했다. 지금까지 발견된 천왕성의 위성은 모두 27개에 달한다. 수소와 헬륨의 대기로 둘러싸인 천왕성은 물, 메탄 및 암모니아의 액체 맨틀을 갖고 있으며, 얼음 바위 같은 핵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과학자들은 보고 있다. 천왕성은 태양계의 어떤 행성보다 가장 추운 섭씨 영하 224도 대기를 가지고 있다.그러나 이 모든 것을 압도하는 기괴한 천왕성의 특징은 자전축의 기울기다. 태양계 행성들의 자전축 기울기는 3도에서 29도 사이이지만, 천왕성은 무려 98도에 달한다. 그러니까 천왕성은 궤도면에 거의 누운 자세로 태양을 공전한다는 얘기다. 왜 그럴까? 유력한 가설은 원시 태양계 때 거대한 천체가 천왕성에 충돌해 거의 다운시켰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천왕성은 계절은 유별나다. 태양이 북극에서 떠오르면 42지구년 동안 그대로 유지된다. 그런 후 북극은 다시 42년 동안 어둠 속에 잠긴다. 천왕성을 발견한 사람은 영국의 아마추어 천문가 윌리엄 허셜이다. 그는 1781년 3월 13일 밤, 구경 6.3인치(16cm)의 자작 반사망원경으로 쌍둥이자리에서 일곱 번째 행성을 발견했다. 이 발견은 세계를 경악시켰다. 사람들은 그때까지 토성까지가 태양계의 전부인 줄 알고 있었는데, 태양계가 갑자기 2배로 확대되어버린 것이다.​ 이 발견으로 허셜은 천문학사에 불멸의 이름을 올렸으며, 일개 아마추어 천문학자에서 일약 왕실 천문학자로 신분이 수직 상승했다. 그리고 프로 천문학에 들어서서도 최초로 은하계의 구조를 파악하는 등 수많은 발견들을 이루어냈으며, 기이하게도 그가 발견한 천왕성의 주기에 딱 맞는 84세에 우주로 떠났다. 이광식 칼럼니스트 joand999@naver.com 
  • 벨라루스의 노벨문학상 수상자 외교관들 만나는데 문을 똑!똑!똑!

    벨라루스의 노벨문학상 수상자 외교관들 만나는데 문을 똑!똑!똑!

    2015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벨라루스 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에비치가 9일 수도 민스크의 자기 아파트에 와달라고 취재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녀가 먼저 집에 초대한 사람들이 있었다. 유럽연합(EU) 외교관들이었다. 안느 린드 스웨덴 외무장관은 트위터에 여러 외교관들이 알렉시에비치와 어울려 찍은 사진을 올렸다. 그런데 불청객들이 있었다. 누군가 현관 문을 두들기거나 전화를 걸어 괴롭혔던 것이다. 알렉시에비치는 외교관들과 만나기 전부터 복면을 쓴 남자들이 자신의 아파트에 침입하려고 애쓰더라고 했다. 기자와 작가를 겸하고 있는 그녀는 결국 취재진과 지지자들을 불러 들여 괴한들이 수상한 짓을 하지 못하게 막은 것이었다. 알렉시에비치는 벨라루스 펜 센터에 올린 성명을 통해 “야권에 대한 희롱과 검속, 강제 출국은 평화로운 시위를 심각하게 해치는 짓”이라고 개탄한 뒤 “이때까지만 해도 이런 사진을 공유하며 행복했다”고 비꼬았다. 이어 “우리는 이 사회에서 대화를 시작하길 원한다. 우리는 쿠데타를 준비하고 있지 않았다. 우리 나라를 분열시키지 않도록 했으면 한다. 위원회가 봉기를 일으킨 것이 아니라 나라가 전복됐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알렉산데르 루카셴코 대통령 정부가 지난달 5일 치러진 대선 이전부터 실시한 야당 인사 검거 열풍에 맞서 출범한 야권 조정위원회 임원 중 한 명으로 벨라루스 당국에 의해 검속되지 않은 마지막 한 명이었다. 대선 이후 이른바 여걸 3인방 중 한 명인 마리아 콜레스니코바가 보안당국에 의해 우크라이나로 강제 출국당할 뻔했다가 여권을 찢어 차 밖으로 던져 버리는 바람에 민스크의 한 구치소에 구금됐다. 당국은 그녀가 몰래 국경을 넘어 우크라이나로 달아나려다 붙잡힌 것이라고 둘러댔다. 이날도 변호사 겸 조정위원회 위원인 막심 즈낙(39)이 수도 민스크에서 사복 차림에 복면을 쓴 남자들에게 길거리에서 끌려가는 모습이 목격됐다는 얘기가 전해졌다. 조정위원회 공보실은 즈낙이 지난달 대선에 입후보하려다 체포된 전 은행가 빅토르 바바리코의 선거운동본부 사무실에 있다가 끌려 갔다고 전했다. 원래 화상회의를 할 예정이었는데 동료가 전화를 걸었을 때 즈낙은 누군가 왔다며 문을 열어줬다가 검거당했으며 문자로 “복면들”이라고 메시지를 남겼다고 했다. 그는 그 뒤로 연락이 되지 않고 있다. 당국은 전날에만 전국적으로 진행된 시위와 집회에 참여한 121명이 구금돼 있다고 이날 밝혔다. 한편 대선 직후 신변 안전을 이유로 이웃 리투아니아로 피신한 대선 후보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는 이날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를 찾아 대학 강연을 하며 벨라루스에서의 시위가 평화적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아울러 즈낙을 즉각 석방하라고 요청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오는 14일 모스크바를 찾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에너지 협력, 지역 갈등과 많은 다른 의제들을 놓고 회담할 것이라고 러시아 RIA 통신이 전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벨라루스 野 지도자 콜레스니코바 여권 찢어 던져버려 출국 모면”

    “벨라루스 野 지도자 콜레스니코바 여권 찢어 던져버려 출국 모면”

    “보안당국 요원이 납치해 우크라이나로 강제 출국시키려 하자 마리야 콜레스니코바가 여권을 찢은 다음 자동차 밖으로 던져버렸다.” 8일 새벽(이하 현지시간) 벨라루스와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완전히 다른 얘기가 전해졌다. 야권의 대선 불복 시위로 인한 정국 혼란이 계속되고 있는 벨라루스의 수도 민스크에서 전날 복면을 쓴 괴한들에게 끌려간 것으로 알려진 야권 지도자 셋 가운데 마리야 콜레스니코바만 당국에 체포됐다. 당국은 그녀가 몰래 우크라이나로 달아나려는 것을 적발해 체포했으며 다른 두 남성은 달아났다고 8일 발표했다. 하지만 벨라루스 보안당국 발표와 정반대로 당국이 이들 셋을 우크라이나로 강제 출국시키려다 둘만 성공하고 콜레스니코바는 출국시키지 못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콜레스니코바와 함께 민스크에서 백주대낮에 납치돼 강제 출국된 야권 단체 조정위원회 공보서기 안톤 로드녠코프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폭로한 것이다. 그는 벨라루스 대선 불복의 구심점이 된 조정위원회 간부회 임원인 콜레스니코바의 참모다. 로드녠코프는 “콜레스니코바가 (자동차) 뒷좌석에 처박혀 있었는데 어디로든 떠나지 않겠다고 절규했다. 우리 셋은 머리에 덮개가 씌어지고 두 손은 묶인 채로 있었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우크라이나로 출국하는 데 동의했는데 국경에 이르렀을 때 콜레스니코바가 마음이 바뀌었는지 출국을 거부했다. 그녀는 자동차 지붕 위로 올라가 벨라루스 땅에 머무르겠다고 했다. 진짜 영웅이었다. 우리는 지금 그녀가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고 증언했다. 기자회견에는 함께 납치돼 강제출국된 조정위 집행서기 이반 크라프초프도 함께 했다. 하지만 벨라루스 국가국경위원회는 로드넨코프와 크라프초프가 불법으로 벨라루스를 떠나 우크라이나로 출국했으며, 콜레스니코바는 체포됐다고 밝혔다. 위원회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로드넨코프와 크라프초프, 콜레스니코바 등이 새벽 4시쯤 벨라루스-우크라이나 국경의 차량검문소를 통해 출국을 시도했다”고 설명했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도 이날 러시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콜레스니코바 체포 사실을 확인하면서 “그녀가 우크라이나로 도주하려다 출입국 법률 위반 혐의로 체포됐다”고 전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당국은 로드녠코프와 크라프초프 등 벨라루스 야권인사 둘이 입국했다면서 이들이 강제로 출국당했으며 콜레스니코바는 스스로 강제 출국을 불가능하게 하는 행동을 해 우크라이나로 들어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콜레스니코바는 지난달 대선에 입후보하려다 체포된 전 은행가 빅토르 바바리코의 선거운동본부장을 맡았다가 바바리코 수감 후 유력 여성 야권 후보였던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를 지원해 왔다. 바바리코 진영은 콜레스니코바가 체포돼 우크라이나와 접경한 벨라루스 남부 고멜주의 병영에 억류돼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이날 밝혔다. 티하놉스카야 진영은 그녀의 대리인 역할을 해온 코로발로바 안토니나도 연락이 두절됐다고 우려했다. 벨라루스에선 지난달 9일 대선에서 26년을 장기 통치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이 압승한 것으로 나타나자 투표 부정과 개표 조작, 시위대 강경 진압에 항의하는 시민들의 저항이 이어지고 있다. 야권 단체 조정위원회는 루카셴코에게 맞서 대선에 출마했다가 신변이 위험해졌다며 리투아니아로 출국한 여성 지도자 티하놉스카야의 제안으로 지난달 14일 창설됐다. 한편 루카셴코는 이날 러시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냥 이렇게 물러나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사반세기 동안 벨라루스에 봉사했다”면서 야권의 퇴진 요구를 일축했다. 이어 “ 개헌을 추진할 준비가 돼 있으며 개헌 뒤에 조기 대선을 치르는 것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야권 인사 파벨 라투슈코는 루카셴코의 발언을 믿을 수 없다며 대선 재선거는 지금 당장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수도 한복판서 野 인사 납치… 퇴진 시위 비웃는 벨라루스 독재자

    수도 한복판서 野 인사 납치… 퇴진 시위 비웃는 벨라루스 독재자

    벨라루스 정부가 대선 불복 시위에 강경 대응하는 가운데 야권 유력 인사가 수도 한복판에서 납치되는 일까지 벌어지며 정국이 더욱 혼란에 빠지고 있다.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로 불리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의 대선 승리 이후 야권 인사들이 망명·납치되며 주변국의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7일(현지시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야권의 반정부 시위를 주도해 온 ‘조정위원회’의 임원인 마리야 콜레스니코바가 이날 오전 10시쯤 수도 민스크의 국립예술극장 근처에서 납치됐다. 당시 현장을 목격한 한 여성에 따르면 검은 미니밴에서 복면을 쓴 괴한들이 내려와 콜레스니코바를 붙잡았다. 저항하던 콜레스니코바의 휴대전화가 도로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크게 들려 행인들은 가던 길을 멈추고 사건 현장을 그대로 목격하기도 했다. 괴한들은 그를 짐짝처럼 차에 밀어 넣었고, 휴대전화까지 챙긴 뒤 황급히 사라졌다. 이후 조정위원회 공보서기 안톤 로드녠코프 등 야권 인사 2명도 연락이 두절됐다. 당국은 이들이 우크라이나로 도주했고, 콜레스니코바는 이들과 도주 도중 국경에서 체포된 것이라고 8일 발표했다. 하지만 야권은 시민들도 당시 납치 현장을 생생히 목격한 만큼 당국의 발표는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야권은 보안군의 소행으로 보고 있다고 가디언이 전했다. 콜레스니코바는 야권 대선후보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와 그의 선거 참모 베로니카 체르칼로와 더불어 반정부 시위를 주도한 ‘여성 3인방’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모국에서 플루트와 지휘를 배운 뒤 독일 슈투트가르트로 건너가 고음악을 전공한 음악도였지만 올해 초 대선 출마를 타진 중이던 야권 인사를 도우며 정치권에 발을 들이게 됐다. 그는 루카셴코의 강력한 경쟁자로 꼽혔던 티하놉스카야가 지난달 9일 대선 직후 리투아니아로, 체르칼로가 폴란드로 각각 피신한 상황에서 유일하게 모국에 남아 투쟁을 주도하고 있었다. 최근에는 야권의 구심점 역할을 할 새로운 정당의 창당을 준비 중이기도 했다. 수도 한복판에서 버젓이 벌어진 이번 사건은 루카셴코 정권이 그를 얼마나 눈엣가시로 여겼는지를 보여 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번 사건으로 ‘여성 3인방’은 모두 정권의 탄압에 직면하게 됐다. 티하놉스카야는 사건 직후 성명을 내고 “그들이 우리를 겁주려 할수록 더 많은 시민이 거리로 나설 것”이라고 성토했다. 유럽 주요 국가들은 악화되는 벨라루스 상황에 우려를 표하며 야권 인사들의 조속한 귀환을 촉구했다. 유럽연합(EU) 대외정책을 총괄하는 호세프 보렐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억류된 벨라루스 야권 인사들의 즉각적인 석방 등을 요구하며 “EU는 폭력, 억압, 선거 결과 조작에 대한 책임이 있는 이들에게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미닉 라브 영국 외무장관도 “콜레스니코바의 상황이 심각하게 우려된다”면서 “루카셴코 정권은 그의 안전한 귀환을 최우선에 둬야 한다”고 촉구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데스크 시각] 한반도 주변 해역 경쟁 격화 속 낮잠만 자는 정부/강국진 정책뉴스부 차장

    [데스크 시각] 한반도 주변 해역 경쟁 격화 속 낮잠만 자는 정부/강국진 정책뉴스부 차장

    서해 5도 현장 취재를 위해 대청도와 백령도를 찾은 건 개성에서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폭파된 바로 다음날이었다. 일행 중 일부가 불안하다며 동행을 포기할 정도로 분위기가 뒤숭숭했는데 막상 황해도가 맨눈으로도 보이는 대청도와 백령도 주민들은 긴장한 빛이 보이지 않아 신기했다. 왜 그런가 들어 보니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따라 불법조업하는 중국 어선이 보이기 때문이란다. 반대로 중국 어선이 사라지면 그건 정말로 위기가 발생할 수 있는 징후라는 얘기를 들으며, 한반도 주변 바다의 움직임이야말로 대한민국의 안전을 보여 주는 지표라는 생각이 들었다. ‘삼면이 바다’라는 얘기를 입버릇처럼 하면서도 정작 우리는 영토의 4배가 넘는 주변 바다에 관심이 없다. 어쩌다 한 번씩 독도 문제로 시끄럽지만 그때뿐이다. ‘일본해가 아니라 동해’라고 외치지만 정작 1990년부터 2015년까지 국제학술지에 실린 동해 관련 논문 중 75%가 일본에서 나왔다. 황해 역시 15년 전쯤부터 중국에 연구 우위를 뺏겼다. 우리만 잘 모르고 있을 뿐 한반도 주변 바다는 북극해와 남중국해, 태평양으로 이어지는 핵심 해상교통로다. 이는 곧 군사활동 요충지라는 의미인 동시에 언제라도 우리 의지와 무관하게 미중 갈등의 최전선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더구나 아직 해양경계 확정이 안 돼 있어 이웃 나라들과 해양 관할권이 중첩되기 때문에 언제라도 갈등이 폭발할 가능성을 안고 있다. 이를 잘 보여 주는 사례를 두 가지만 들어 보자. 대략 6년 전부터 중국측 조사선이 한중 간 중첩 수역에 있는 이어도 해양과학기지 주변은 물론이고 동해에서도 공세적으로 각종 조사를 벌이고 있다. 중국 조사선의 조사 지점을 점으로 찍어 보면 한반도 주변 바다가 온통 새까맣게 될 정도다. 며칠 전에는 일본 해상보안청이 제주 남부 우리쪽 수역에서 근접 해양조사를 무단으로 벌이기도 했다. 한일 간에는 한일대륙붕협정이 2028년 종료된다. 2025년이면 일본에서 협정 파기를 선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대응해 자료 조사와 분석, 전략적 대응 체계 마련을 위한 정책 개발까지 남은 시간은 4년 남짓이다. 하지만 막상 정책 연구자들한테서 들을 수 있는 건 깊은 한숨뿐이었다. 해양정책의 기본이 되는 해양법 분야만 해도 로스쿨마다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수업 개설조차 제대로 안 되고, 전공자들은 자리를 잡지 못하는 형편이다. 연구자 재생산이 안 되다 보니 해양정책을 종합적으로 다룰 수 있는 전문가 집단이 우리나라를 다 뒤져도 15명밖에 안 된다. 그나마 5년쯤 뒤에는 5명 정도만 현업에 남는다고 한다. 외교부나 해양수산부, 해경, 해군에서 운영하는 교육 프로그램이 있지만 해양정책에 눈이 트일 때쯤 되면 순환근무 때문에 다른 자리로 옮겨 가야 하니 몇 년마다 원점에서 새 출발이다. 중국과 일본이 국제분쟁, 영유권, 해양법, 지역정치와 국제해사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를 100여명씩 정부 차원에서 보유·육성하는 것과 비교하면 한숨만 나온다. 좋은 정책은 하루아침에 나오지 않는다. 정책 역량은 공공재다. 정부가 나서지 않으면 정책 연구를 가능하게 하는 지식생태계가 붕괴한다. 서둘러 유관 부처를 아우르는 해양정책 연구를 위한 허브를 구축하지 않으면 말 그대로 우리 바다에서 눈뜨고 코 베이지 않는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국익이 걸린 문제를 경제적 타당성을 조사한다며 허송세월하고 있는 정부를 보고 있으면 “제발 책임감을 가져 보라”는 말밖에 안 나온다. betulo@seoul.co.kr
  • [여기는 중국] 학교 앞서 또 흉기 난동…여학생 인질로 잡은 괴한에 4명 찔려

    [여기는 중국] 학교 앞서 또 흉기 난동…여학생 인질로 잡은 괴한에 4명 찔려

    중국에서 또 학생들을 상대로 한 칼부림 사건이 벌어졌다. 중국어신문 다지위안(大紀元)은 7일 오전 중국 후난(湖南)성 쟝지아지에(张家界)시 한 학교 앞에서 흉기 난동이 발생해 학생 4명이 중경상을 입었다고 전했다. 이날 아침 6시 28분경 쌍즈(桑植)현의 한 중학교 교문 앞에 괴한이 나타났다. 마구잡이로 흉기를 휘두르던 괴한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공안과 학교 관계자, 주민들이 포위망을 만들어 궁지로 몰자 여학생 한 명을 인질로 붙잡았다. 공개된 영상에는 괴한이 인질로 잡은 여학생 목에 흉기를 들이대고 위협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벽을 등지고 서 있던 괴한은 이윽고 인질을 눕히고 주저앉아 다리로 결박한 채 위협을 계속했다. 체육복 차림의 여학생은 한참을 공포에 떨어야 했다.몰려든 학교 관계자와 주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공안은 괴한 설득에 나섰다. 하지만 인질을 움켜쥔 괴한은 고함을 지르며 공안과 대치했다. 공안 관계자는 괴한의 시선을 돌리려 애썼다. 쉴 새 없이 말을 걸며 주의를 분산시켰다. 뒤에서 접근한 또 다른 공안은 괴한이 방심하기만을 기다렸다. 그때 괴한이 학생 목에 들이대고 있던 흉기를 들어 허공에 휘저었다. 공안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곧바로 달려들어 흉기를 든 손을 붙잡았고, 학교 관계자와 주민들이 한꺼번에 달려들어 괴한을 결박했다. 그 사이 인질로 잡혀있던 여학생은 몸을 빼내 안전한 장소로 대피했다.현장에서 체포된 용의자는 서로 이송됐으나 아직까지 정확한 범행 동기는 밝혀지지 않았다. 현지언론에 따르면 이번 사건으로 10~15세 사이 학생 4명이 흉기에 찔렸으나 다행히 사망자는 없다. 잇단 학교 내 흉기난동 사건으로 학생과 학부모, 교직원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중국은 지난 6월 광시좡족자치구 우저우시의 한 초등학교에서 벌어진 흉기 난동으로 40여 명이 다친 끔찍한 기억을 갖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후베이성 초등학교에서 40대 남성이 학생들을 무차별적으로 찔러 8명을 살해했다. 같은 해 4월에는 후난성 닝위앤현 초등학교에서 칼부림이 나 학생 2명이 숨지고 2명이 다친 바 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日극우의 대모 “아베의 최대 공적은 일본 역사관 바로 세운 것”

    日극우의 대모 “아베의 최대 공적은 일본 역사관 바로 세운 것”

    오는 14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퇴진을 앞두고 그가 지난 7년 8개월간 일본 사회에 미친 역기능에 대한 조명이 다양한 형태로 이뤄지고 있지만, 반대로 그를 추켜올리고, 이를 바탕으로 후임자에 계승의 압력을 가하려는 우익 진영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일본의 극우인사들 중 가장 활발하게 매체 활동을 펼쳐온 사쿠라이 요시코(75)도 그런 사람 중 한 명이다. 그는 그동안 아베 총리와 몇차례 대담을 진행하는 등 정권 핵심인사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2012년 12월 제2차 아베 정권 출범 때에는 각료 입각설이 나돌기도 했다.사쿠라이는 7일 극우 성향 산케이신문에 연재 중인 자신의 고정 칼럼란에 ‘아베 총리의 최대 공적은 역사관’이라는 제목의 글을 실었다. 여기에서 그는 “아베 총리의 가장 큰 공적은 역사관의 재정비”라고 주장하며 2015년 8월 14일의 ‘전후 70년’ 담화를 중대한 이정표로 규정했다. 당시 아베 총리는 “그 전쟁(태평양전쟁)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우리 아이들과 손자, 그리고 그다음 세대의 아이들에게 사죄의 숙명을 짊어지게 해서는 안 된다”고 발언했다. 사쿠라이는 “역사는 그 당시의 상황 속에서 생각해야 하는 것”이라고 전형적인 역사 수정주의 주장을 펴면서 “총리의 전후 70년 담화는 이러한 상식에 바탕을 둔 것으로, ‘일본 전면부정’의 전후 역사관을 타파해 건전한 시점으로 가는 전환점이 됐다”고 강변했다. 그는 “아베 총리의 뒤를 잇는 새로운 총리의 역할은 미국의 의도를 지금까지 이상으로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것”이라면서 자신의 역사관 주장을 강화된 미국 추종과 연결하는 해괴한 논리를 폈다. 이어 “미중의 대립이 얼마나 심각한지 정확히 인식해 일본의 대응을 서둘러야 한다”며 “미중의 틈바구니에서 일본이 살아남는 길은 첫째는 자기 힘의 강화, 둘째는 일미 동맹의 강화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이동구 칼럼] 어떤 염원

    [이동구 칼럼] 어떤 염원

    이웃 남자의 의지가 놀랍다. 연로한 부모님을 위해 매일 ‘만수무강’ 기도를 올린다고 한다. 벌써 2650여일(7년 3개월 남짓) 됐단다. 그 덕분인지 그의 부모님은 각각 91세, 89세인데 건강히 잘 지내신다고 한다. 그는 만수무강 기도를 1만번 채우겠다는 결의로 기도를 이어 가고 있다. 말이 1만번 기도이지 단순 계산으로도 27년이 넘는 긴 시간이다. 부모님이 오래도록 건강하게 곁에 머물러 주시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아닐 수 없다. “같은 말을 2만번 이상 반복하면 그것은 현실이 된다”는 말이 있다. 미국 인디언들 사이에 진리로 통하다시피 한 속담이라고 한다. 조선의 선비들은 “옛 성현의 뜻을 이해하려면 같은 글을 1만번 읽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운동선수들 사이에는 ‘같은 동작을 1만번 이상 반복해야 실수하지 않는다’는 불문율이 전해진다. 무엇이든 간절히 바라고 노력한다면 결국은 이뤄진다는 믿음에서 나온 경구일 것이다.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가르침을 따르는 것이다. 꼭 종교적인 믿음이 아니어도 부모ㆍ자식의 마음에서, 백성과 신하ㆍ군주의 도리로서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다 같이 한마음 한뜻으로 염원하면 하늘도 감동해 바람이 이뤄지게 한다고 믿어 왔기 때문이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에게 갈등과 분열의 정치를 끝내 달라는 장문의 상소문이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올라 화제가 됐다. ‘진인(塵人) 조은산이 시무 7조를 주청하는 상소문을 올리니 삼가 굽어살펴 주시옵소서’라는 제목의 청원은 문 대통령과 현 정부 인사들의 잘못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정부 출범 이후 빚어진 각종 현안이 풍자와 비유법으로 망라돼 있는 데다 인물들에 대한 평가도 신랄해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순식간에 청와대 답변 기준인 20만명을 넘어서 현재는 40여만명에 가까운 국민이 관심을 보였다. 청원이 이뤄지질 바라는 마음이 그만큼 간절하다는 방증이 아닐 수 없다. 상소문의 내용은 문 대통령을 ‘폐하’로 지칭하며 “조정의 대신들과 관료들은 국회에 모여들어 탁상공론을 거듭하며 말장난을 일삼고, 실정의 책임을 폐위된 선황에게 떠밀며 실패한 정책을 그보다 더한 우책으로 덮어 백성들을 우롱하니 그 꼴이 가히 점입가경”이라고 썼다. 또 “어느 대신은 수도 한양이 천박하니 세종으로 천도를 해야 한다는 해괴한 말로 백성들의 기세에 찬물을 끼얹고 본직이 법무장관인지 국토부장관인지 아직도 감을 못 잡은 어느 대신은 전월세 시세를 자신이 정하겠다며 여기저기 널뛰기를 하고 칼춤을 추어 미천한 백성들의 애간장을 태우고 있사온데~”라며 현 정부 인사들의 형태와 정책 실패를 꼬집었다. 문 대통령에게도 “폐하의 적은 백성이 아닌, 나라를 해치는 이념의 잔재와 백성을 탐하는 과거의 유령이며, 또한 복수에 눈이 멀고 간신에게 혼을 빼앗겨 적군과 아군을 구분 못 하는 폐하 그 자신이옵니다”라며 “부디 일신하시어 갈등과 분열의 정치를 비로소 끝내 주시옵고~”라고 호소했다. 물론 상소문에 의견을 달리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청원글에 지지 서명이 이어지는 것은 공감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현 정부는 수많은 국민의 열망과 외침 속에 탄생했다. ‘촛불 혁명이 만든 정부’라며 전임 대통령의 탄핵 과정에서 표출된 수많은 시민의 열망으로 탄생한 데 대해 강한 자부심을 보여 왔다. 하지만 대통령의 임기가 2년이 채 남지 않은 지금 과연 시민들의 열망을 제대로 담아내고 있는지 의문을 표시하는 국민이 적지 않다. 대통령 지지율이 대선 득표 비율을 밑도는 일이 발생하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특히 거대 여당의 독단적인 국회 운영이나 최근 빚어진 부동산시장 불안, 정권 관련자들의 의혹사건 수사 미진, 코로나19 재확산 과정 등에서 노출된 편가르기식 국정 운영 등에 많은 사람이 실망하고 있다. 세계 57개국 266개 종교·시민 단체들의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종교의 자유를 탄압하고 교회를 희생양 삼고 있다”는 항의 서한도 곱씹어 봐야 할 일이다. 때마침 여당의 대표가 새로 선출됐다. 적어도 상대를 비하하거나 국민을 대신해 질문하는 기자에게 ‘후레자식’이라고는 하지 않을 인품으로 보인다. 덩달아 협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1만번의 기도, 2만번의 외침, 수십만 명의 청원이든 시민들이 무엇을 열망하고 있는지 살피는 게 정치다. 상소문 형식의 청원글처럼 대통령과 정부ㆍ여당이 일신하길 염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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