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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랄·기괴한 ‘4色 사랑’

    발랄·기괴한 ‘4色 사랑’

    연극에서 극작가는 항상 ‘가려진’ 존재다. 극의 근간을 놓았지만 화려한 조명은 당초 이들의 몫이 아니다. 몸을 감추고 아무런 성격조차도 나타내지 않는 것이 본분인양 살아온 극작가들이 모처럼 시선을 한몸에 받을 흔치 않은 기회가 마련됐다. 국립극장과 공연기획사 모아엔터테인먼트가 손잡고 추진하는 기획공연 ‘시선집중’시리즈. 지난해 연출가들에 이어 올해는 극작가들과 눈을 맞춘다. 김나영(33), 최원종(31), 강석호(35), 김민정(34) 등 극작가 4인방은 자신들의 얼굴이 큼지막하게 극장 앞에 내걸리고 팸플릿에 박혀 나오는 것이 마냥 쑥스럽다. 이들은 사랑을 주제로 지난 1년간 머리를 쥐어짜며 작품을 썼다.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지만 정도를 걷는 연극, 작가 중심의 연극을 한다는 기쁨과 결과물에 대한 설렘으로 가슴이 차오른다.18일부터 3월6일까지 ‘소풍’‘외계인의 사랑’‘줄넘기’‘섬’이 하루에 두 작품씩 국립극장 별오름극장에서 공연된다. 석(이름 가운뎃자)=사전에 교통정리가 없었어요. 작품마다 색깔, 느낌이 전혀 달라요. 저희들도 기대가 많이 되죠. “멜로는 처음”이라는 강석호는 남자 여우와 여자 늑대간의 사랑을 다룬 ‘줄넘기’를 썼다. 지난해 강원도 양구에서 숨진 채 발견된 여우가 수컷이라는 데서 영감을 얻었단다. 민=보통 우리가 말하는 ‘남자는 늑대, 여자는 여우’라는 상식을 뒤집었다는 발상 자체가 재미있어요. 석=전 민정씨 작품이 좋았어요.‘브라질리아’에서 느꼈던 좋은 점들이 다시 보였죠. 아빠랑 둘이 사는데 고래를 잡았더니 남자(하멜)가 나오더라. 이런 생각 아무나 할 수 없죠. 민=평소 혼자 살다 보면 이렇게 돼요. 거의 위험한 독신녀 수준이죠. 섬에 사는 ‘이쁜이’와 ‘탱자’는 사춘기 소녀들. 작품은 왜곡된 남성상을 상징하는 가부장적인 아버지와 살다가 고래에서 나온 ‘하멜’을 만나면서 겪게 되는 혼란, 환상, 탈출 등을 다룬다. 김민정은 누구보다 가장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민=사랑에 대해 정색하고 쓰는 것도 그랬지만 소녀적 감수성을 잃어버렸다는 사실 때문에 더 힘들었어요. 60대 노부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소풍’은 아내가 남편에게 35년 전 한 남자와의 짧지만 강렬했던 사랑을 고백하면서 시작한다. 나=부모님이 ‘왜 나이든 사람들 볼 연극이 없냐.’고 했을 때 한번 써봐야 겠다고 맘먹게 됐죠. 시아버지가 환갑잔치에서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부모보다 더 살았으니까 남은 인생은 덤이다.’덤으로 얻은 인생에서 새로운 삶을 꾸려봐야겠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거죠. 석=결혼도 하고 애도 둘이나 낳은 사람이니까 내공이 있어요. 난 쥐뿔도 모르고 입만 나불댄거고. 나=누가 30년도 더 된 외도를 털어놓을까.“말도 안돼!”하는 반응이 나오면 작품을 못쓸 것 같아 엄마한테조차 물어보지 않았죠.‘난 할 수 있을지도 몰라.’하는 생각을 가지고 썼어요. 용기가 필요했어요. 4편 가운데 가장 실험성이 짙은 작품을 꼽는다면 최원종의 ‘외계인의 열정’이다. 거대 비만환자 ‘지옥’과 그의 내면적 자아인 섹스중독자 ‘연옥’. 우연히 이 여자의 삶에 뛰어든 남자 ‘무간도’가 빚어내는 사랑 이야기는 기괴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석=원종이 작품에는 유독 뚱뚱한 여성 캐릭터가 많이 나와. 왜 그럴까? 원=저한테는 외로움이,(두 팔을 넓게 벌리면서)이렇게 뚱뚱한 사람들의 외로움과 같아요. 뚱뚱하다고 다 외롭고 죽고 싶을까. 원=이런 사람들은 누가 사기를 치려고 다가오면 뻔히 알면서도 속아주죠. 재수를 한 적이 있는데 영혼을 팔아서라도 대학에 가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어요. 이 사람들도 외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 파는 거예요. 민=이해가 가요. 원=누군가의 상처를 치유해주고 싶다는 데서 사랑이 시작될 때가 있죠. 이런 사랑은 상처가 치유되지 않으면 관계가 나빠지고 폭력으로 이어지죠. 상처 치유를 거부하고 독립적인 사랑을 해나가는 두 인물을 그려보고 싶었어요. 석=‘소풍’하고 ‘외계인의 사랑’이 연이어 오르는데 홈드라마가 끝나고 잔인한 스너프(snuff) 필름이 나오는 느낌일 텐데…(웃음). 작가전이라 가능한 거죠. 극단적인 색깔의 작품이 한 무대에서 공존하는 것 자체가 매우 실험적이에요. 김영환(극단 비파), 문삼화(극단 유), 김태수(극단 완자무늬), 권호성(극단 모시는사람들) 등 중견들이 각 작품의 연출을 맡았다.(02)744-0300.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바그다드 유혈사태 10여명 사망

    이라크 총선을 나흘 앞둔 26일 바그다드의 투표 예정장소와 미군 시설들이 공격을 받고, 군경과 무장세력의 충돌로 10여명이 사망하는 등 유혈사태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바그다드 시내에서는 이날 총선 때 투표소로 사용될 학교 2곳에서 폭발물이 터졌고 다른 학교 한 곳에서도 폭탄이 발견됐으나 폭발 전 해체됐다. 바그다드 근처 바쿠바에서는 총선에 참여하는 이라크공산당과 쿠르드애국동맹(PUK) 등 3개 정당이 입주해있는 건물 2곳에 괴한들이 기관총을 난사, 경찰관 1명이 숨졌다. 또 바그다드 북부 리야드와 티크리트 등지에서는 6건의 차량폭탄테러가 발생했다. 이라크 주둔 미군은 알 카에다와 사담 후세인 추종 세력이 총선을 막기 위한 동맹을 맺었다고 밝혔다. 앞서 25일 바그다드에서는 주민들에게 ‘투표 보이콧’ 전단을 나눠주던 저항세력과 경찰이 충돌, 경관 3명과 저항세력 2명이 사망했다. 또 법무부 판사위원회 회장인 카이스 하심 샤메리 판사는 자동차 안에서 총격을 받아 살해됐다. 임병선기자 외신 bsnim@seoul.co.kr
  • “아우슈비츠 교훈삼아 대량학살 막자”

    “아우슈비츠의 교훈에 제대로 귀기울였더라면 캄보디아나 보스니아, 르완다에서의 대량학살을 막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유엔이 홀로코스트 해방 60주년 기념일을 사흘 앞둔 24일, 생존자와 희생자 유족, 관련국 정상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특별총회를 열어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자행되고 있는 대량학살과 인권유린 행위를 강력히 규탄했다. 유엔이 홀로코스트를 기리기 위해 특별총회를 소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우슈비츠는 나치 독일이 1940년 4월 폴란드 정치범을 수용하기 위해 건설하기 시작한 수용소로, 이듬해부터 유대인 대량학살에 이용됐다.45년 1월 27일 옛 소련군에 의해 해방될 때까지 110만명의 유대인이 희생됐다.2차대전 중 전체 유대인 희생자는 600만명에 이른다. 코피 아난 사무총장은 개막연설에서 “끔찍스러운 일은 오늘날 수단의 다르푸르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라며 학살과 인권유린 행위를 규명하는 새 보고가 접수되는 대로 안전보장이사회가 즉시 행동에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아난 총장은 “유엔은 홀로코스트에 대한 직접적 반응으로 창설됐다.”며 “전후에 태어난 세대와 미래 세대들이 홀로코스트의 교훈을 모른 채 자라서는 결코 안된다.”고 강조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도 성명을 통해 “독일의 역사적 책임은 결코 상대화될 수 없다.”면서 “테러로부터 이스라엘 안보와 영토, 시민을 보호하는 것은 이젠 독일의 핵심 외교정책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요슈카 피셔 독일 외무장관은 총회에서 “나의 조국이 도덕적으로 혐오스러운 짓을 저지르고 온갖 문명을 파괴한 것은 야만적인 일이었다.”고 연설해 따듯한 갈채를 받았다. 친척 대부분이 아우슈비츠에서 희생된 폴 울포위츠 미 국방차관은 “세계인들이 깨달아야 할 일은 대량학살을 앞에 두고 눈을 감거나 게으르게 앉아 있어서는 안된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이 기사 작성에는 본사에서 연수 중인 대학생 명예기자 최호정(인하대 사회과학부 2년)씨가 참여했습니다.
  • [CEO 칼럼] 10년후 CEO가 할 일/기옥 금호폴리켐 사장

    [CEO 칼럼] 10년후 CEO가 할 일/기옥 금호폴리켐 사장

    세계적인 성공기업 사례로 곧잘 인용되는 회사 중에 미국 사우스웨스트 항공사가 있다. 아주 알차고 재미있는 회사인데 창업주부터가 범상치 않다. 이 회사의 창업자인 허버트 켈러는 점잖은 만찬장에 엘비스 프레슬리 복장을 하고 나타나는가 하면 엉뚱한 행동으로 주위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한다. 한번은 경쟁사와 광고카피 표절시비가 붙었다. 켈러는 상대 회사에 “사장끼리 팔씨름을 해 잘잘못을 가리자.”고 제안했다.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상대는 이 해괴한 제안을 받아들였고 켈러는 팔씨름에서 졌다. 그러나 미국 소비자들의 뇌리에는 이미 ‘사우스웨스트’란 회사 이름이 선명하게 박혀 있었다. 피말리는 기업전쟁을 홍보전으로 연결시킨 기발한 전략이었다. 그는 출근할 때마다 회사 정문에서부터 집무실까지 직원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개인 신상에 관한 이야기나 업무 관련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보면 점심나절이 되어서야 사무실에 도착한다고 한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천은 이 회사를 “일하기에 좋은 미국의 100대 기업”으로 선정했다. 비결은 간단하다. 종업원들이 회사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왜 좋아하는가.CEO가 자신들의 이야기를 ‘직접’ ‘자주’ ‘들어주고’ ‘이해해 주며’ 한 걸음 나아가 자신들의 꿈을 ‘키워 주는’ 역할을 충실히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월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는 ‘10년후의 세계-기업을 다시 생각한다.’라는 주제의 세미나가 열렸다. 이 때 다뤄진 내용 중의 하나가 지금의 CEO들이 많은 시간을 할애해 전력투구하고 있는 일들, 예컨대 회사의 중요한 ‘전략적 의사결정’이라든지 ‘노사문제’라든지 등의 처리과정이 10년 후에는 어떻게 변할 것인지를 살펴본 것이었다. 아주 흥미로운 결과가 도출됐다. 앞으로는 많은 우수한 전문인력들이 프리랜서화되어 컨설팅회사 등과 같은 자유로운 직업을 선택할 것으로 점쳐졌다. 그렇게 되면 CEO들은 중대한 의사결정을 컨설팅회사에 ‘아웃소싱’해 처리하면 된다. 노사문제도 회사내에서의 개별교섭보다는 범국가적 또는 범세계적인 단체간의 교섭으로 해결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한마디로 지금 CEO들이 하는 일은 ‘일’ 축에도 못끼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10년후에는 CEO가 무슨 일을 해야 할까. 바로 직원들과 많은 대화를 하는 것이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허버트 켈러는 이미 30년전부터 그 일을 시작했고, 전설적인 성공을 거뒀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점이 적지 않다. 켈러뿐만이 아니다. 당시 다보스포럼에 참석했던 휴렛패커드사의 CEO 칼리 피오리나는 “기업의 가치는 유형자산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느냐보다 얼마나 많은 지적 재산권과 경쟁력 있는 고급인력을 갖고 있는가로 평가될 것이다.”라고 단언했다. 네슬레사의 CEO 피터 브라벡도 “10년후 CEO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직원들의 능력을 현실화시켜 주는 것”이라며 “그렇지 못하면 직원들이 회사를 떠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나같이 ‘사람 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들이다. 이같은 흐름을 반영하듯 요즘 기업현장의 최대 화두는 ‘인재를 어떻게 확보해서 어떻게 활용하느냐(Human Resource:HR)’이다. 물론 직원들이 회사에 최대한 몰입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잘 다듬어진, 즉 각자의 기업조직 체질에 맞는 인재경영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회사의 성과를 극대화하려면 이같은 ‘기본’은 당연히 갖춰져야 한다. 그러나 여기에 알파(α)가 한가지 더 얹어져야 한다. 바로 CEO의 역할이다.CEO가 직원들을 한가족 같은 사랑의 가슴으로 껴안을 때, 늘 새로운 마음으로 귀를 열어놓을 때 조직의 시너지효과는 극대화될 수 있을 것이다. 기옥 금호폴리켐 사장
  • 제2자유로 노선확정 제자리걸음

    제2자유로 노선확정 제자리걸음

    ‘제2자유로’는 어디로 가나. 오는 2008년 이후 50만명이 입주할 예정인 파주 운정·교하신도시와 고양 한국국제전시장(KINTEX), 일산신도시 등 경기 서북부의 급증하는 교통수요를 충당할 제2자유로 노선을 둘러싼 시비가 점입가경이다. 교통대란을 피하기 위해 주어진 노선확정 데드라인이 불과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주민들은 주택공사가 마련한 설계노선안에 대해 반대하고 있고 환경단체는 아예 ‘백지화’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로선 제2자유로 운정연결도로를 기존 자유로에 붙여 병행건설하자는 주민안이 유력한 것으로 보인다. 도로개설과 관련한 각종 인·허가권 등 ‘칼자루’를 쥔 고양시가 지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공이 제시한 설계노선도 국토연구원·교통개발연구원 등 4개 전문 국책연구기관의 검토를 거친 것이어서 결코 만만치 않다. ●운정연결도로가 문제 노선갈등을 빚고 있는 구간은 제2자유로 본선(서울 상암동∼고양 대화IC간 18㎞,6차로)에 연결되는 ‘제2자유로 운정 연결도로’. 주공은 당초 이 연결도로를 대화IC∼대화·송포동∼운정지구를 남북으로 잇는 4.9㎞(6차로)의 자동차전용 도로로 계획했다. 주공은 운정지구와 서울을 일산신도시를 피해 최단거리로 직접 연결, 기존 자유로를 보완하는 또 하나의 광역교통축을 세운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지난해 8월6일에 열린 노선확정을 위한 공청회는 주민들이 주공 안을 거부, 단상을 점거하는 등 반발해 무산됐다. 주민들은 대책위원회(위원장 김인)를 결성, 현장을 답사하고 나름대로 교통 및 환경전문가 등의 자문을 거쳐 노선 변경을 요구했다. 대책위는 주공 노선이 현재 자연부락 200여가구가 거주하는 법곶마을은 물론 아파트 4200여가구가 입주한 대화마을과 800여가구가 이미 입주했고 내년 연말까지 5500여가구가 추가로 입주할 가좌지구를 인접해 지나가고, 특히 대화마을 LG·한라아파트에선 불과 200m 이내로 근접해 소음·분진·매연 등 직접적 피해를 야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가좌와 법곶마을을 대화지구와 분리시켜 한국국제전시장과 연계해 이뤄질 지역발전을 가로막고, 절대농지의 방대한 훼손 등 환경피해를 유발한다는 주장이다. ●고양시는 주민안을 지지 주민들은 대신 제2자유로 대화IC부터 자유로를 확장, 계획중인 김포∼관산간 도로에 연결하는 안을 제시했다. 기존 자유로 여유 노반을 활용하면 10차선 도로 개설이 가능해 예산이 절감되고 주민피해를 최소화하면서 토지이용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양시의회는 지난해 10월22일 주민 제시안을 지지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고양시도 이 노선을 주공에 조만간 공식요구키로 입장을 정하고 마지막 주민의견 수렴절차를 밟고 있다. 고양시는 이 노선을 개설하는 한편 당초 주공 노선을 일부 변경해 대화·법곶마을에서 1㎞ 이상 떨어져 운정지구에 이르는 4차선 시가화도로의 개설도 함께 주공에 요구할 방침이다. 기존 자유로와 병행하는 제2자유로만으로는 일산신도시 등 시가지를 다양하게 잇는 연결로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자칫 파주 주민들을 위해 땅만 내주고 실익은 없는 결과를 우려하기 때문이다. ●주공 및 환경단체의 반박논리 주공은 현재 고양시나 주민이 주장하는 노선은 광역교통 체계로 계획된 제2자유로의 기능과 효율성을 원천적으로 부정한다는 주장이다. 또 기존 자유로에 붙일 경우 연장이 5㎞ 늘어나고, 대화·송포배수펌프장, 이산포하수처리장 등 이설이 불가능한 기존 자유로변 시설 때문에 2.5㎞를 고가로 시설해야 하며 이 경우 기술적 난점과 함께 막대한 공사비를 추가 투입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설계노선에 소음·매연 등의 피해가 있다면 주거지역엔 방음벽 등 피해최소화 대책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주민안이나 고양시가 추가로 요구한 시가화 도로 대신 자신들의 당초안이나 그에 근접한 대안만을 상정하고 있는 입장이다. 주공 파주신도시사업단 정일화 차장은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다고 해서 도로의 기본적 성격이나 기능이 무시되고 왜곡되면 안될 것”이라며 2년여 동안 진행한 사업만 지연되고 결국 지하화를 관철하지 못한 경의선 일산구간 전철이나, 원래 노선으로 돌아간 서울외곽순환도로 사패산 터널의 전철을 밟게 될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제2자유로와 운정 연결도로의 전체 사업비는 1조 5000억원. 그중 제2자유로 본선의 사업비는 1조 2000억원으로 알려져 연결도로 사업비의 대략적 규모는 3000억원선으로 추정된다. 주민안이 채택돼 고가도로를 건설할 경우 한강에 놓이는 전장 2㎞ 규모 교량공사가 2000억원 정도임을 감안할 때 추가 공사비는 2500억원대로 당초의 배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제2자유로 연결도로의 수혜자인 파주시는 주공안이든 주민안이든 조속한 결정을 희망한다. 단 자동차전용 고속화도로가 연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고양환경운동연합은 지난해 10월7일 제2자유로 건설을 백지화하라는 성명서를 냈다. 성명서는 제2자유로가 이산화탄소를 줄여 지구온난화를 막아야 하는 교통정책에 배치되고, 자유로변 한강하구의 철새도래지 등 자연생태와 환경을 파괴한다고 지적했다. 또 이미 서울쪽의 도로가 과포화 상태여서 교통체증을 크게 해소시키지 못할 것이라며 경전철 같은 대안을 수립하라고 요구했다. ●“노선조정위서 확정을” 주공은 경기도와 고양·파주시, 경기도의회, 환경·도로교통 관련 전문가와 주택공사 등 관계자로 구성된 ‘노선조정위원회’에서 노선을 조속히 확정해 주민 공청회를 다시 열어줄 것을 바라고 있다. 경기도 제2청도 같은 견해를 가지고 있다. 문제는 조정위원회의 결정에 강제성이 없다는 것이다. 고양시와 주민들은 주공이 주민과 고양시의 대안 노선을 수용하고, 이를 노선조정위를 거쳐 주민 공청회에 내놓으라는 입장이다.‘갈길이 바쁜’ 와중에서 노선조정위원회의 위상과 관련한 기싸움도 막후에서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 제2자유로는? ‘자유로’는 경기도 고양시 행주대교 북단∼파주시 문산읍 자유의 다리(임진각)를 잇는 길이 46.6㎞,8차로의 자동차전용 고속화 도로다. 일산신도시 조성과 맞물려 행주대교∼통일전망대간 1단계 29㎞가 지난 92년 8월 완공됐고,2단계 통일전망대∼임진각 구간 17.5㎞는 94년 9월 완공됐다. 일산신도시 등 고양·파주와 서울을 연결하는 경기서북부 주간선도로로 자리잡았으나 급증하는 교통량을 따라잡지 못했고, 파주에 신도시가 들어서면서 ‘제2자유로’의 건설 필요성이 제기됐다. 남북한 교류확대와 교통량 증가 추이에 따라 추가 확장이 가능하도록 노반은 10차선으로 축조됐다. 제2자유로는 지난해 제2차 수도권광역교통 5개년계획 간선도로망에 포함됐고 오는 2008년까지 준공될 예정이다.1공구인 강매IC∼대화IC간 12.5㎞ 구간은 파주 운정지구사업시행자인 주공이 50%, 교하지구사업자인 토지공사가 27%, 한국국제전시장이 23%의 사업비를 분담해 건설한다.2공구인 강매IC∼상암동, 운정지구 연결도로는 주공이 모두 부담한다. 완공후엔 고양·파주 시경계를 기준으로 각각 시도(市道)가 돼 유지·관리비는 두 자치단체서 부담한다. 고양 한만교기자 mghann@seoul.co.kr
  • [오늘의 눈] ‘성적부풀리기’ 막을 의지가 없다/나길회 사회부 기자

    일선 고교들의 ‘성적 부풀리기’가 심각한데 서울시 교육청은 바로잡겠다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지난 몇달간 교육청이 보여준 태도를 보자. 지난해 11월. 교육청은 ‘성적 부풀리기 특별장학지도’를 실시했다. 제대로 하려면 ‘시험 문제를 알려준 사실이 있는지, 참고서 문제를 그대로 냈는지’ 꼭 조사해야 했다. 그러나 소득은 없었다. 취재진들이 따지자 ‘사흘 동안 시험지를 모두 검토하는 것은 무리가 아니냐.’는 식의 변명으로 일관했다. 12월6일. 비난을 의식해서인지 교육청은 ‘종합대책’을 들고 나왔다. 그리고 1,2학년 조사 결과를 1월 중순 공개하겠다고 했다.1월19일. 교육청은 약속대로 195개 일반고 1학기 시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5곳 중 1곳은 성적을 부풀렸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직접 조사한 것이 아니었다. 현장지도를 나가서 밝혀낸 게 아니라 지난해 말 감사 때 학교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것이었다. 교육청측은 이를 뒤늦게 실토했다. 결국 교육청이 스스로 시험 문제와 성적을 확인하고 밝혀낸 것은 없는 셈이었다. 그나마 분석하는데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또한 감사 자료를 통해 부풀리기의 실상을 확인하고서도 제대로 지도를 하지도, 개선책을 내놓지도 않았다. 그저 ‘예방’이라는 이름으로 ‘보여주기식’ 지도만 한 꼴이다. 예방이 먼저가 아니라 실태를 먼저 확인하고 제재를 가해서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했어야 옳았다. 어물쩍 넘어가려는 이런 태도를 ‘제 식구 감싸기’로 아니 볼 방법이 없다. 교육청측은 “한 장학사가 3∼6개 학교의 시험지를 며칠 안에 보고 부풀리기를 밝혀내는 건 어렵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이 무슨 해괴한 소리인가. 누가 서둘러 조사를 끝내라고 했는가. 이런 답답한 행정 태도로 교육 현장의 폐단을 고치기는 힘들다. 이러니 학생이나 교사나 교육당국과 교육정책을 믿고 따르려 하지 않는 것이다. 나길회 사회부 기자 kkirina@seoul.co.kr
  • 인터넷 ‘N언어’는 우리글 파괴? 제3의 언어?

    인터넷 ‘N언어’는 우리글 파괴? 제3의 언어?

    포승에 묶인 컴퓨터와 휴대전화가 세종대왕 앞에 무릎을 꿇었다.“살앙하눈 세종대왕님 안냐세요?”‘컴’과 ‘폰’의 인사에 세종대왕이 벌떡 일어나 혀를 찬다.“한글이 수난이로고….” 교육인적자원부가 지난 10일 발간한 ‘인터넷 언어순화, 생활 속의 언어 예절’자료집에 실려 있는 삽화다.N세대가 이 그림을 본다면 이 한마디를 내뱉을 것이다.“!”이라고. ‘’이란 욕을 해야 하거나 짜증나는 상황에 짧고 강열하게 내지르는 소리다. 가수 문희준이 공연 중에 “Break it(브레이크 잇)”을 지나치게 빨리 읽어 “부엑”처럼 들린 것을 그의 ‘안티팬’들이 따라했다. 일부 N세대는 ‘KIN’이라고 표현했을 것이다.‘KIN’은 ‘즐’로 읽힌다. 이 문자를 오른쪽으로 90도 회전시켜서 보면 한글로 ‘즐’과 비슷해진다. 처음에는 “즐겁게 게임하세요.”라는 뜻이었지만, 요즘에는 “나와는 맞지 않으니 너희들끼리 따로 신나게 놀아 봐라.”는 뜻으로 아예 상대를 무시할 때 사용하기도 한다. 이같은 인터넷 언어는 아름다운 우리 글의 파괴인가,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언어의 탄생인가. 어린 시절, 마을 어귀에서 전자오락을 즐기며 친구를 사귄 세대가 있다.10대에는 PC통신으로 동호회 활동을 하고, 이성친구도 만났다. 어른이 되어서는 살아가는데 필요한 정보를 인터넷으로 얻는다.1998년 미국의 저명한 미래학자 돈 탭스콧은 이들에게 ‘N세대’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 N세대가 쓰는 인터넷 언어인 N언어에 학자들은 다양한 해석을 내놓는다. 시대가 바뀌고 커뮤니케이션 환경이 변하면 언어가 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데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N언어가 기존 언어 질서를 심각하게 파괴한다는 쪽과 제3의 언어 출현으로 봐야 한다는 쪽의 견해는 대립된다. 국립국어원 박용찬 학예연구관은 “새로운 매체가 등장해서 언어가 변화하는 것을 인정한다 해도 현재 청소년들이 사용하고 있는 인터넷 언어의 변형 수준은 의사소통이 안될 정도로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반면 한글학회 박동근 연구원은 “컴퓨터 자판을 두드려 대화하는 커뮤니케이션 환경에서는 영어나 일어 등 다른 언어도 독특한 형태로 변한다.”면서 한글의 변형만 일탈적으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N언어의 출현을 사회·문화적인 측면에서 보는 전문가들은 이를 N세대의 독특한 문화 코드로 설명한다. 고려대 사회학과 박길성 교수는 “탈정치적·문화주의적 성격이 강한 N세대들이 인터넷 언어를 사용하는 것은 그들만의 언어를 공유해 기성세대와 분리되고 싶은 욕망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이런 젊은이들의 속성은 어느 시대에나 공통적으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효연 나길회기자 belle@seoul.co.kr ●N언어란 네티즌이 온라인에서 사용하는 모든 언어를 말한다. 메일을 보내거나 채팅을 할 때, 메신저로 대화를 나눌 때, 온라인 게시물에 대글을 달 때 사용하는 언어를 모두 N언어로 볼 수 있다.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이 PC통신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던 1990년대 초·중반에는 ‘안냐세여’,‘방가방가’와 같이 소리나는 그대로 표현하거나 감정을 전달하는 이모티콘 등이 N언어의 전형이었다. 1990년대 후반 들어 인터넷을 통한 커뮤니티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N언어는 독특한 형태로 나타나기 시작했다.10대가 주로 사용하는 ‘외계어’도 N언어에 포함된다.
  • 중국인 8명 이라크서 피랍

    이라크에서 가톨릭 대주교에 이어 중국인 근로자 8명이 납치되고 17일 하루동안 20여명이 사망하는 등 총선을 앞두고 치안상황이 혼미를 거듭하고 있다. ‘이슬람 저항운동’란 이라크 무장단체는 18일 중국인 인질 8명의 모습을 담은 영상을 공개하고 48시간 내에 중국 정부가 이라크에서 미국에 대한 협력 중단을 선언하지 않으면 인질들을 살해할 것이라고 18일 경고했다. 이 단체는 “이라크 내 미군시설 건설을 돕고 있는 중국업체 직원 8명을 붙잡았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도 바그다드 주재 자국 대사관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 자국인 8명이 이라크에서 무장세력에 납치됐다고 확인했다. 신화통신은 지난주 자국민 8명이 실종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앞서 17일 이라크 북부 모술에서 납치됐던 시리아 가톨릭교회 바실리 조지 카스무사 대주교(66)는 납치 하루만에 풀려났다. 납치범들은 몸값으로 20만달러를 요구했지만 교회측은 몸값을 지불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바티칸은 17일 납치발생직후 이를 “테러행위”로 규정하고 석방을 촉구, 종교간 대결로의 비화가 우려되기도 했었다. 이런 가운데서도 이날부터 120만명에 달하는 이라크 재외국민들이 전세계 14개국 36개 도시에 설치된 150개 유권자 등록센터에서 일제히 유권자 등록을 시작했다. 이날 라마디에선 민간인 5명과 이라크 병사 1명의 시체가 발견됐으며 이 시체들에는 모두 ‘이적행위자’라고 손으로 쓴 꼬리표가 달려 있었다. 미군에 대한 습격도 이어졌다. 선거관련 시설물과 선거관리요원들에 대한 공격도 잇따랐다. 시아파 지역인 쿠트에서는 무장괴한이 와시트 대학 내에 설치돼 있던 선거등록 사무소를 공격해 경비원 2명이 숨지고 일부 사무실이 털렸다. 한편 이라크선관위는 오는 30일 선거와 관련, 공격 발생을 막기 위해 29일부터 31일까지 육로 국경을 폐쇄한다고 18일 밝혔다. 이석우기자 swlee@seoul.co.kr
  • 청각장애인 올림픽선수단 濠서 괴한들에 폭행당해

    |오클랜드(뉴질랜드) 연합|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청각장애인 올림픽에 참가한 한국선수단 일행이 15일 밤 숙소인 노바 스타게이트 호텔에서 괴한들로부터 폭행을 당했다고 호주 일간 에이지지가 17일 보도했다. 괴한들의 폭행으로 얼굴을 수차례 주먹으로 맞은 선수단 임원인 오원국씨가 뇌출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진단돼 16일 오후까지 로열 멜버른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았으며, 임낙철 육상 코치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15일 밤 퇴원했다. 이날 사건은 선수단 일원인 최수근씨가 밤 9시쯤 멜버른 프랭클린 스트리트에 있는 노바 스타게이트 호텔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려는 순간 금품을 요구하려는 것으로 보이는 4명의 남자가 접근하는 것을 수신호 통역사인 황현철씨가 막으려 하면서 일어났다. 괴한들은 곧바로 황씨에게 폭력을 휘두른 뒤 밖으로 달아났으며 이를 보고 뒤쫓아간 오씨와 임씨 등은 호텔 밖에서 괴한들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 [사설] 중국, 겨우 이정도였나

    이런 나라를 과연 21세기를 사는 문명국이라 할 수 있는가. 중국당국이 우리 국회의원들의 탈북자인권 기자회견장에 사복괴한을 난입시켜, 아수라장을 만드는 장면은 이런 참담한 의문을 갖게 만든다. 더구나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에다 올림픽을 치르겠다는 나라이다. 남의 나라 국회의원들에게 이런 식의 행동을 생각할 수 있는지 이해가 안 된다. 적반하장으로 중국당국은 탈북자문제를 따지려면 한국에서 하지, 왜 남의 나라에 와서 기자회견을 하느냐고 반발했다고 한다. 그리고 사전허가를 요구한 중국 국내법을 어겼다며 오히려 우리 국회의원들을 비난했다. 우리 국회의원들이 한 행동의 적법성 여부를 따지자는 게 아니다. 사전조정 절차도 없이, 회견장의 불을 끄고 기자들을 강제로 끌어내는 그 야만성이 너무 기막히다는 말이다. 중국의 외교무례는 처음이 아니다. 주한 중국대사관 직원들이 타이완총통 취임식에 참석하는 국회의원들에게 무례한 언사를 하고, 탈북자인권행사에 가지 말라는 협박성 전화를 해 물의를 빚은 게 불과 얼마 전이다. 왜 이런 일이 자꾸 되풀이되는가. 문제가 생기면 그때서야 허둥지둥하는 우리의 무원칙 외교를 탓한 것도 한두번이 아니다. 우리 국회의원들도 잘한 것은 아니다. 충격요법을 통해 탈북자문제의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보겠다는 생각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상대국 법절차는 존중하는 게 도리다. 중국은 탈북자문제의 조용한 처리원칙을 고수해왔지만, 많은 중국내 탈북자들이 지금도 강제북송 등 신분불안에 떨고 있다. 이번 사건이 탈북자인권의 개선에 오히려 자극제가 되게 하는, 중국정부의 전향적 자세를 기대한다.
  • 바그다드 주지사 피살

    이라크 총선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라크 국방장관이 총선 연기론을 제기하고 바그다드 주지사가 암살당하는 등 저항세력의 공격이 거세지지만 미국은 예정대로 30일 총선을 치를 것이라고 강조, 논란이 예상된다. 카이로를 방문중인 하짐 알 샤알란 이라크 국방장관은 3일 AFP와의 인터뷰에서 “수니파들이 선거에 참여하기로 동의하면 총선은 연기될 수 있다.”며 “미국도 총선에 모든 세력이 참여한다면 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니파 가운데 ‘독립민주모임’을 이끌고 이번 총선에 70여명의 후보를 낸 아드난 파차치 전 과도통치위원장도 “이라크내 일부 세력이 총선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이번 선거는 정통성 시비에 휘말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 국무부의 애덤 어럴리 부대변인은 이날 “이라크 임시정부와 독립선거위원회는 30일 선거를 치른다는 데 변화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연기론을 일축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앞서 바그다드와 다른 도시에서 날로 저항세력의 공격이 증가해도 총선은 당초 계획대로 치러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라크 임시정부도 30일 총선 실시를 다짐했다. 이런 가운데 알리 알 하이다리 바그다드 주지사가 4일 차량을 타고 바그다드 북부 후리야를 지나던 중 괴한의 총격을 받고 차안에서 즉사했다고 경찰 관계자가 밝혔다. 지난해 9월에도 그에 대한 암살 시도가 있었다. 무하마드 압둘라 마흐와니 이라크 정보국장은 “이라크내 저항세력의 수가 20만여명으로 미국 주도의 동맹군 병력을 압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라크 주변 8개국과 유엔 등은 6일 요르단 암만에서 회담을 갖고 30일로 예정된 이라크 총선이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가 되도록 논의할 것이라고 요르단 외교부가 밝혔다. 그러나 수니파 무슬림 국가인 이집트는 그동안 수니파 등 모든 세력이 선거에 참여하도록 이라크 임시정부에 반정부 지도자들과의 대화를 촉구, 이번 회담 결과가 주목된다. 회담에는 사우디아라비아·시리아·이란·요르단·터키·쿠웨이트·이집트·바레인 등과 유엔 대표가 참석한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50)포항 호미곶의 해맞이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50)포항 호미곶의 해맞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곳은? 재론의 여지없이 독도나 울릉도다. 그러면 육지에서는 어디일까. 이 역시 재론의 여지없이 포항시 호미곶이다. 동경 129도 34분 03초인 이곳은 동해로 돌출되어 있어 몇 분이라도 먼저 새해 해맞이를 하려는 이들로 인산인해다.12월21일, 동짓날 그곳을 찾았다. 옛날에는 동지를 아세(亞歲·작은 설)라 하여 동지제사를 지내며 액운을 물리치는 날이다. 또한 한해를 동지에 시작하였으니, 옛 전통을 되살려 호미곶으로 달려 내려간 것. ●육지서 가장 먼저 해뜨는 호미곶 호미곶을 가려면 포항 시내에서 삼십여분을 더 달려야 한다. 일출의 짧은 순간을 놓칠 것을 걱정하고 있는데, 서울에서부터 내내 동행한 해수부 항로표지담당관실의 진한숙 사무관이 선뜻 장기곶등대에서의 1박을 권하였다.“체험하고, 그냥 들르는 것하고는 천지차이입니다.” 등대는 많이 다녀보았지만 하룻밤 체험은 쉽질 않아 선뜻 등대의 관사에 여장을 풀었다. 마침 울릉도등대에서 찾아온 박영식·정태영 등대지기와 포항항만청의 정용호 과장과 조재준 계장 등 ‘등대사나이’들이 모처럼 한 자리에 모여 앉아 ‘이바구’에 여념이 없었다. ‘등대지기’, 좀 더 정확히 말하지만 이들 항로표지원들의 삶 자체가 워낙 외롭고 고달프기 때문에 대단한 단결력을 과시한다. 그러지 않고는 고립된 등대의 삶을 견뎌낼 수가 없을 것이다. 유물 수집 과정을 묻자, 이문희 등대박물관장은 “전국 등대에 연락을 취하고 긴밀하게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과거의 등대유물을 속속 수집하여 올린 덕분에 인멸해 가던 근대 문화유산이 집결되어 오늘의 등대박물관이 가능해진 것”이라고 간단하게 정리해준다. 밤새 북풍이 불었다. 등대의 칸델라가 빙빙 돌아가면서 쏘아대는 불빛이 요동치는 파도에 떨어지자 물빛이 기괴한 빛을 냈다. 수억원을 호가하는 칸델라는 일일이 손으로 깎은 렌즈들의 집합체로 빛이 없어도 그 자체로 영롱한 빛을 내뿜고 있으니, 그냥 퍼지는 파장이 아니라 렌즈의 오묘한 프리즘이 연출해 내는 ‘빛의 향연’인 셈이다. 해맞이광장 한편에 자리잡은 육중한 풍력발전기의 대형 풍차가 엄청난 가속도로 돌았다. 동해로 돌출된 삼각지대답게 호미곶 바람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런 곳을 일제가 ‘토끼 꼬리’라 불렀으니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땅의 기세가 호랑이 꼬리가 분명하다. 그것도 잠자는 호랑이가 아니라 태산을 흔들며 포효하는 호랑이 꼬리다. 일찍이 남사고가 호미곶을 호랑이 꼬리로 보았음은 역시 조선시대 절세의 풍수지리가다운 안목이다. 고산자 김정호는 국토의 튀어나온 부분을 ‘확실하게’ 이해하기 위하여 무려 일곱 번이나 답사 측정한 뒤에 호미곶이 한반도의 가장 동쪽임을 분명히 하였다. 동물의 꼬리란 ‘꼬리곰탕’이나 끓여먹는 대상이 아니다. 돌진할 때 몸의 균형과 스피드를 조절하고, 꼬리를 움직여서 온갖 신호를 보낸다. 꼬리치는 강아지에게서 꼬리를 뺏는다고 상상해 보라. 어쨌든 호랑이 꼬리에 얹혀서 잠을 잔 것 치고는 아주 편한 잠을 잤다. 등대의 침실이 생각보다 훨씬 따뜻했기 때문이다. ●바닷가 한복판 ‘상생의 손’ 감동 새벽 6시 바다로 나갔다. 해가 가장 짧아서 ‘노루꼬리’ 같다는 동지답게 해가 뜨려면 아직 이르다. 신년도 아닌데 벌써 해맞이를 나온 이들이 서성거린다. 필자처럼 새해맞이를 ‘당겨서’ 맞으려는 사람들이다. 미국에서 나왔다는 교포 1.5세를 만났다. 부친은 미국인, 모친은 한국인이란다. 한국문화 체험을 하려고 겨울연휴를 이용해서 ‘어머니 나라’에 왔으며, 동해 일출을 한반도의 제일 끝자락에서 맞이하고 싶어서 서울에서 달려왔단다. 해가 뜬다. 늘상 그렇듯 일출 조건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구름이다. 구름이 가린다면 만사가 틀어진다. 수년 전, 동해 일출을 지켜보는데 먹장구름이 흘러가면서 끝내 해가 제 모양을 보여주지 않았다. 사람들의 실망이란, 해맞이가 아니라 흡사 해의 죽음을 조문하러 온 표정들 같았다. 천만다행으로 해가 떠올랐다. 일출은 그야말로 순식간. 뻘건 혓바닥, 아니면 좀 험하게 표현해 갓 잡은 동물의 붉은 간 같다고나 할까. 진홍색 빛을 불쑥 내밀며 천천히 바다로부터 치고 올라온다. 신라의 고승 원효의 이름을 풀면 ‘첫 새벽’이다. 새해 첫 날, 첫 새벽에 빛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해맞이 전통은 흡사 힌두교도들이 빛의 주인인 크리슈나의 현현을 맞이하는 것과 같다. 불가의 무량수경(無量壽經)에 ‘빛은 외관(外觀)하고 생명은 내감(內感)한다.’고 하였으니, 빛이 있는 곳에 무한한 공간이 조견되고, 목숨 있는 곳에 무한한 공간이 심증된다는 뜻이다. 기독교에서도 예외는 아니어서 빛은 생명 그 자체로 인식된다. 그러한 즉,‘생명있는 온갖 것’들이 해맞이 광장에 모여들어 빛에 감응하고 생명을 느끼고 돌아감은 새해 일출이 선사하는 가장 값진 선물일 것이다. 호미곶광장의 연오랑과 세오녀 기념비에 쓰여 있듯, 그들 부부가 일본으로 떠나자 신라의 해와 달이 빛을 잃었다고 삼국유사에 기록돼 있다. 사신을 보내어 비단을 받아오자, 해와 달이 다시 온전해졌다. 해와 달이 빛을 잃는 것처럼 비극적인 것이 없으니, 호미곶 해맞이에서 해마다 연오랑과 세오녀를 시민 가운데서 선출해 가장(假裝)의 축제를 벌이는 것도 빛을 간구하는 축제의 오랜 전통을 재현해 낸 것이리라. 호미곶 해맞이가 한결 유장하게 느껴지는 것은 바닷가 복판에 세워진 상생의 손 때문이다. 청동으로 빚어진 그 거대한 손 위로 해가 올라선다. 흡사 손으로 해를 받쳐올리는 모습이다. 손노동으로 이룩된 인류의 문명을 상징하듯이 해와 손이 어우려져 감동을 자아낸다. 바닷가에 세워진 온갖 군더더기 조형물과 달리 상생의 손으로 해를 감싸 안으면서 한해 내내 싸우지들 말고 오순도순 잘 살아나가길 바라는 성싶다. 우리 국회의원들은 단체로 이곳에 와서 이런 가르침을 배워야 할 듯하다. ●등탑 층마다 새겨진 배꽃 문장 눈길 해맞이를 끝낸 이들은 등대박물관을 방문하곤 한다.1908년 12월20일에 완공되었으니,2008년이면 100년. 서양 건축양식을 도입, 무려 26.4m 6층 높이의 건조물을 철근 하나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벽돌로만 축조했다. 이러한 축조기술은 오늘날에도 결코 쉽지 않은 것이니 근대건축사의 살아 있는 학습장 아닌가. 반드시 등탑의 층마다 붙어 있는 조선왕실 상징물인 이화(梨花) 문장을 보아둘 것을 권한다. 가문이나 왕실을 표시하는 특별한 꽃모양이나 동물문양을 뜻하는 문장으로 ‘오얏 이’의 상징물인 배꽃이 등대마다 각인되어 있다. 풍전등화 신세였던 통감부 시절에 등대를 세우면서 무슨 연유인지 배꽃을 층마다 새겼다. 일제강점기에 일인들은 배꽃을 철판으로 가리고 자신들의 국화문장을 새겼다. 해방이 되어 철판을 떼내자 아무도 몰랐던 배꽃이 제 모습을 드러내어 오늘에 이른 것. 누군가 농을 던진다.“이화여대생들은 반드시 한번쯤 와야 할 필수 코스 아닙니까.” 호랑이 꼬리가 토끼 꼬리로 강등되면서 모진 세월 내내 서러움을 받던 호미곶에 수십만 인파가 인산인해를 이루면서 동해바닷가에서 한해의 염원을 실어보내는 것 자체가 이제 ‘신(新)세시풍속’으로 자리잡은 것이니 감개무량할 뿐이다. 호미곶 일대는 보리판으로 뒤덮여 있다. 어려운 물사정으로 논농사가 불가능한 지형의 특성을 살려 곳곳에 보리를 심어 마치 겨울바다에 녹색의 융단을 깔아놓은 듯하다. 호미곶에는 이육사가 포항의 포도원에서 시상을 떠올려 그의 명시 청포도를 창작하였다는 청포도비도 서 있어 바닷물과 더불어 이래저래 청색과 녹색의 시대를 연출하고 있는 중이다. 겨울보리의 녹색이 추위를 녹인다면, 호미곶의 봄바다에는 화사한 유채꽃이 만발하여 다시금 찾아오기를 기다린다고 하니 유혹의 강도가 너무 강하여 좀체 벗어나기 힘든 곳이 아닐까. ●태양 앞에선 만인이 평등하더라 이제 정신 없던 연말도 끝나가면서 새해맞이를 떠날 이들이 엄청 많을 것 같아 차제에 사족을 달아본다. 호미곶 해맞이공원처럼 그야말로 시설과 조건이 두루 갖추어져 볼 것도 많고 편리한 곳을 찾는 것이 좋을 것이고, 아니면 조그마한 어촌의 언덕에 올라 가족이나 연인끼리 동해 일출을 바라봄도 권할 만하다. 유명세 치르는 곳만 찾을 일은 아니란 뜻이다. 가령, 부산의 기장 같은 곳에서는 국립수산과학원의 너른 공간 속에서 수산과학관이 주관하는 자그마한 새해맞이도 열려 해마다 ‘귀밝이 술’도 권하면서 조촐한 축제를 벌이고 있으니, 이렇듯 전국 곳곳을 찾아보면 주차 걱정없이 일출의 관해를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알려지지 않은 곳이 산재해 있다. 구름이 끼어 해가 떠오르는 광경을 보지 못하면 또 어떠랴. 마음의 빛이 더욱 소중한 것일진대, 눈 감고 파도소리를 들으며 내일의 태양을 향하여 소리칠 일이다. 해는 어김없이 뜰 것이며, 일출은 어느 누구도 한 장소에서 한순간에만 볼 수 있는 것이니, 만인은 해 앞에서만큼은 평등한 것이다.
  • 테러 공포… 우울한 성탄전야

    성탄절을 하루 앞둔 24일 세계 각국은 무장조직의 테러 가능성에 대한 우려로 우울한 성탄절을 맞고 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이날 로마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성탄 전야 자정 미사를 집전하고 10여개국 언어로 성탄 메시지를 발표했다. 베들레헴 구유광장의 캐서린 성당에서도 성탄 전야 미사가 열렸다. ●미국 국무부는 23일 테러 조직들이 쿠웨이트에서 공격을 감행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며 쿠웨이트 거주 미국인들에게 외출을 삼가고 서양인들이 운집하는 장소를 피할 것을 권고했다. ●팔레스타인 봉기가 시작된 2000년 이후 요르단강 서안을 찾는 관광객이 92%나 감소, 성탄절을 앞둔 베들레헴의 숙박업소들이 거의 비어 있다고 유엔 보고서가 23일 밝혔다. 베들레헴 교회 성직자들은 “이미 많은 기독교인들이 베들레헴을 떠났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 군과 관광부는 베들레헴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성탄 축하 메시지와 사탕을 보냈다. 또 이스라엘의 허가로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주요 인사로는 4년 만에 마흐무드 압바스 PLO의장이 이날 베들레헴을 방문했다. ●이라크에서는 저항세력의 공격 우려로 야간 통행금지가 시행돼 성탄 전야 행사가 취소되는 등 성탄 분위기를 느낄 수 없다. 이라크 기독교인들은 성탄절 오전에도 교회가 공격목표가 될 것을 우려해 거의 교회를 찾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라크 주둔 미군의 팔루자 공격 때 전사한 미군 유가족들은 이라크 피난민들을 위해 9·11 희생자 유족 등과 함께 인터넷으로 모금한 10만달러와 다른 인도주의단체들이 기부한 50만달러어치의 의약품을 갖고 26일 요르단을 방문, 전달할 예정이다. ●인도네시아에서도 최근 수년간 성탄 전야 때마다 교회를 겨냥한 폭탄테러 사건이 일어나 예배 참석을 기피하는 기독교도들이 늘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테러에 대한 우려로 일부 교회들은 성탄 전야 예배를 호텔이나 쇼핑몰, 사무실에서 올렸다. ●온두라스 북부의 도시 차멜레콘에서는 무장괴한이 버스에 무차별 총격을 가해 최소한 28명이 숨졌다. 경찰은 사형제도 반대론자로 추정되는 용의자가 “시민들은 이번 크리스마스를 즐겨야 한다. 내년에는 더 나빠질 것이기 때문이다.”고 적힌 유인물을 뿌렸다고 밝혔다. ●반면 중국에서는 경제 급성장으로 생활이 윤택해지면서 성탄절 분위기가 고소비 위주로 달아오르고 있다. 베이징의 호텔들은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 등으로 분위기를 돋우면서 한끼에 1인당 2000위안(약 30만원)대의 만찬 이벤트 상품을 마련, 특수를 누리고 있다고 홍콩의 문회보(文匯報)가 24일 보도했다. 베이징 톈륜왕차오판뎬(天倫王朝飯店)의 성탄절 만찬은 일반권이 1988위안, 귀빈권이 2588위안의 고가인데도 1000여장이 이미 며칠 전 매진됐다. 김균미기자 외신 kmkim@seoul.co.kr
  • 후세인 측근 ‘케미컬 알리’ 법정 심리

    |바그다드 AFP 연합|쿠르드족 수만명을 학살해 악명을 떨쳤던 알리 하산 알 마지드(일명 ‘케미컬 알리’)가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 측근 중 가장 먼저 18일(현지시간) 이라크 법정에 출두, 심리가 진행됐다. 이번 심리는 후세인과 측근 11명에 대한 재판이 이르면 이번 주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예고한 이야드 알라위 이라크 총리의 발언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라드 알 주흐이 수석판사는 이번 심리는 정식재판과는 별도로 진행된 것으로 정식 재판이 시작됐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고 BBC와 CNN 인터넷판이 보도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심리가 끝난 뒤 언론에 공개된 비디오에 따르면 ‘케미컬 알리’는 전 국방장관 술탄 하심 아흐마드와 수갑을 찬 채 이라크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법정에 나타났다. 이라크 남부군 전 사령관이자 후세인의 사촌인 알 마지드는 쿠르드족 약 10만명을 학살한 혐의로 지난해 8월 미군에 의해 체포됐다. 한편 총선을 6주 앞두고 19일 나자프에 폭탄테러가 발생,30여명이 숨지고 바그다드의 하이파거리에서는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 3명이 총격을 받고 숨지는 등 무장세력의 저항이 거세지고 있다.18일에는 압델 살람 아레프 전 이라크 대통령의 딸과 사위가 바그다드 자택에서 무장 괴한들에 살해되고 손자가 납치됐다.
  • 미야자키표 러브스토리 ‘하울의 움직이는 성’

    마녀의 저주로 18살 소녀에서 90살 노파가 된 소피, 비밀에 둘러싸인 꽃미남 마법사 하울, 새 다리를 연상케하는 가냘픈 다리로 이동하는 고철덩어리 마법의 성….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의 신작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그의 이전 작품들이 그랬던 것처럼 관객을 순식간에 팬터지의 세계로 빠져들게 하는 매혹적인 요소들로 가득하다. 시공간적 배경이 불분명한 유럽의 어느 마을. 모자가게에서 일하는 평범한 소녀 소피는 동생을 만나러가던 길에 우연히 마법사 하울의 도움을 받고, 그 때문에 마녀의 마법에 걸려 폭삭 늙은 할머니가 된다. 남들 눈에 띌까봐 몰래 집을 빠져 나온 소피는 황야를 걷다 마법의 성에 다다르고, 그곳의 주인인 하울과 불꽃 악마 캘시퍼, 꼬마 마법사 마르클과 기묘한 동거를 시작한다. 거대한 만년설과 반짝이는 호수, 생동감있는 바닷가 마을 등 정감넘치는 자연 풍광은 지브리 스튜디오가 그간 축적해온 노하우를 아낌없이 보여준다. 온갖 잡동사니로 만들어진 성은 곧 허물어질 듯 볼품없지만 문고리를 돌릴 때마다 전혀 다른 세상으로 연결되는 환상의 공간이다. 하울과 소피가 괴한들을 피해 하늘로 솟구쳐오른 뒤 허공을 성큼성큼 걸어다니는 황홀한 장면 역시 미야자키표 애니메이션답다. 가장 돋보이는 건 주인공들의 캐릭터. 그중에서도 소피는 대단히 매력적이다. 무채색의 일상에 지루해하던 소피는 할머니로 변하면서 오히려 삶의 활기를 띤다.‘할머니가 되니 잃을 것이 없어 좋다.’는 낙천성과 의연함으로 현실을 받아들이는 소피는 여성의 미에 대한 선입견을 단번에 무너뜨린다. 전쟁에 홀로 맞서는 강건함과 아름다움에 집착하는 사춘기적 나르시시즘을 동시에 간직한 하울의 캐릭터 또한 인상적이다. 3년간의 기다림,‘미야자키 최초의 러브스토리’라는 변화에 초점을 맞춘다면 충분히 만족할 만하다. 하지만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뛰어넘는 감동과 상상력의 확장을 기대했던 팬들이라면 다소 밋밋하게 느낄 수도 있다. 전체 관람가.23일 개봉.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국제플러스] 러 무장괴한 아테네서 버스 납치

    |아테네 AFP 연합|러시아인으로 보이는 무장괴한 2명이 15일 오전(현지시간) 아테네 교외에서 승객 26명이 탄 시외버스를 납치했다고 그리스 정부와 경찰 관계자가 밝혔다. 이들은 이날 오전 5시45분쯤 그리스 북동부 마라톤에서 아테네로 향하던 심야 시외버스를 피케르미 인근 교외에서 납치했으며, 추격에 나선 경찰과 아테네 북동부 17㎞ 지점 제라카스 교외에서 대치 중이다. 인질범들은 그러나 오후 4시30분까지 인질 16명을 석방,10명의 인질만을 붙잡고 있다.
  • 美네오콘 호로위츠-與 386의원들 ‘비밀 설전’

    미국내 대표적인 대북 강경파이자 ‘네오콘’(신보수주의자)으로 분류되는 마이클 호로위츠 허드슨연구소 수석연구원이 지난 10일 방한 중 열린우리당의 운동권 출신 ‘386’ 의원들을 극비리에 만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부시 행정부내 대북 강경노선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호로위츠 연구원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을 직접 찾아 열린우리당 송영길·임종인·우상호 의원을 잇달아 면담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12일 “현행 미국 ‘북한인권법’의 모태가 된 ‘북한자유법안’ 초안 작성에 간여한 호로위츠 연구원은 북한인권법과 같은 미국의 대북정책에 강력 반발하고 있는 여당의 젊은 의원들을 직접 만나 견해를 듣고 싶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호로위츠 연구원은 열린우리당 의원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기보다는 첨예한 시각차만 확인하고 발길을 돌린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여당내 대표적인 대북 유화론자인 임종인 의원과는 얼굴을 붉힐 정도로 독설을 주고받으며 설전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은 임 의원이 전한 대화 내용. (호로위츠)북한 주민의 인권을 탄압하고 있는 김정일 체제는 무너져야 한다. 그것은 미국에 있는 한국인들이 더 원하는 것이다. -(임종인)체제 선택은 우리가 개입할 문제가 아니라 북한 사람들이 스스로 결정할 사안이다. 가령 내가 부시 행정부를 바꾸라고 하면 되겠느냐. 세상에 국민들로부터 100% 지지받는 정부가 어디 있느냐.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는 2차대전 때 유대인 학살과 비슷한 짓을 저지르고 있다. -북한 사람 걱정 말고 미국에 있는 어려운 사람이나 걱정하라. 부시 행정부 들어 미국내 빈민층이 20% 이상 더 어려워졌다고 하지 않느냐. 왜 미국이 도덕 교사 역할을 하려 하느냐. 임 의원은 “호로위츠 연구원이 전쟁이라는 말은 안했지만,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북한을 압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호로위츠 연구원이 우리 당 의원들의 의견을 듣고 싶어한다고 해서 만났는데, 오히려 나를 일방적으로 가르치려 했다.”고 불쾌감을 표시했다. 임 의원은 “호로위츠 연구원은 내가 자기 의견을 시종 반박하자 인사도 안 하고 자리를 박차고 나가 버렸을 정도로 무례한 사람이더라.”라면서 “대한민국 국회의원을 너무 우습게 아는 것 같았다.”고 비난했다. 송영길 의원도 “나는 내 의견을 얘기했고 호로위츠 연구원은 자신의 시각을 말했다.”면서 “한마디로 서로의 시각차만 확인한 자리였다.”고 밝혔다. (호로위츠)한국은 북한의 붕괴 가능성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지금 중국도 ‘포스트 김정일 시대’를 대비하고 있는데 유독 노무현 정부만 이미 끝난 것이나 다름없는 정권과 사랑을 하고 있다. -(송영길)우리는 남북한 동족의 입장에서 볼 수밖에 없기 때문에 평화공존을 원하는 것이다. 북한이 급작스럽게 붕괴한다면 우리나라는 경제적·사회적으로 엄청난 충격을 받을 것이다. 북한 흡수 통합을 얘기하는 것은 한달 단식하다가 바로 육개장을 먹자는 것과 같다. 노무현 대통령이 ‘한국은 북한의 붕괴를 원치 않는다.’고 했는데 당장 김정일이 사망했을 때 이러한 잘못된 노 대통령의 시각 때문에 미국이 북한 인민을 도와야 할 때 돕지 못하게 되는 일이 벌어질 것이다. -노 대통령의 발언은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려는 일종의 ‘사인’으로 이해해야 한다. 송 의원은 “처음 만나본 호로위츠 연구원은 아주 주관이 강한 사람이었다.”면서 “좋게 말하면 저돌적이고 정열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나쁘게 말하면 독선적인 사람으로 여겨졌다.”고 말했다. 송 의원은 “호로위츠 연구원이 아예 ‘나는 네오콘이다.’라고 말해 놀랐을 정도였다.”고 덧붙였다. 우상호 의원도 “특별한 결론 없이 서로의 의견만 듣는 자리였다.”고 전했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사설] 간첩발언 법적·정치적 책임 물어라

    한나라당의 주성영 의원이 엊그제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우리당의 이철우 의원을 ‘간첩’이라고 지목하더니 어제는 시사주간지 기사를 보고 말한 것이라고 물러섰다. 주 의원은 이 의원에 대해 1992년 북한 노동당에 입당해 지금까지 암약하고 있다고 주장했었다. 정치권에서 정략적 색깔논쟁이 끊임없이 일어나긴 했지만 국회의원이 동료 의원을 두고 간첩이라고 ‘폭로’한 사례는 없었기에 우리 사회가 받은 충격은 그만큼 컸다. 그런데 새 증거없이 이같은 주장을 하다니 이 무슨 해괴한 짓인가. 정당 공천을 거쳐 선거구민에게 선택 받은 국회의원이 간첩이라면 이는 대한민국의 국기를 흔드는 사건이다. 게다가 이 의원의 북한 노동당 가입 건은 사법적 판단이 수년 전에 끝난 사건이다. 따라서 주 의원이 이 의원에 대해 현재도 (간첩으로서) 암약한다고 주장하려면 그에 걸맞은 새롭고도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해야 마땅하다. 그렇지 않고 과거의 판결문만을 근거로 그같은 주장을 계속한다면 이는 국민과 사법권에 대한 중대한 모독 행위이다. 주 의원의 발언이 국가보안법을 둘러싼 여야간 다툼에서 나왔지만 우리는 이 문제가 ‘국보법 개·폐’와는 별개로 처리돼야 한다고 믿는다. 국보법의 본질과는 전혀 상관없는 한 국회의원의 책임감·윤리의식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주성영 의원은 이 의원이 간첩임을 입증하는 구체적인 자료를 하루빨리 국민 앞에 내놓아야 한다. 만약 그 발언이 단순히 ‘아니면 말고’식 한탕주의에서 나온 것이라면 즉시 고백하고 스스로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국민은 현 17대 국회를 역대 가장 수준 낮은 국회로 평가한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주 의원 발언의 진위를 따져 법적·정치적 책임을 준엄하게 묻는 것이 그나마 국민의 실망을 덜어주는 일이 될 것이다.
  • [이경기의 스크린1인치]유령! 얼굴 좀 보여 봐봐봐

    파리 오페라 하우스를 무대로 미모의 소프라노 여가수와 정체를 알 수 없는 마스크 신사의 간절하면서도 파국이 예상되는 러브 스토리. ‘오페라의 유령’이 2004년 연말 전 세계 흥행가의 뉴스를 만들어 내고 있다. 연극, 오페라 등으로 이미 널리 알려진 이 소재는 이번에는 ‘배트맨과 로빈’ ‘폴링 다운’ 등으로 우리에게도 낯익은 조엘 슈마허 감독이 록 오페라 형식으로 각색해 화려하고 기품 있는 영상 무대극을 선사해 주고 있다. 1861년 파리 오페라 극장. 천상의 목소리를 자랑하던 이가 불의의 얼굴 화상을 입자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뒤 늘상 오페라 극장 2층 5번 박스에 단골로 착석하고 있다. 그는 오페라 ‘한니발’의 프리마돈나 크리스틴을 보고 단번에 사랑에 빠진다. 그렇지만 크리스틴은 미남 청년 라울의 뜨거운 애정을 받고 있는 상태. 분노한 ‘오페라의 유령’은 여러 악의적인 사건을 만들어 내지만 크리스틴의 사랑을 차지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은둔해 있는 마궁에 분신과도 같은 마스크만을 남기고 홀연히 사라져 버린다는 것이 기둥 즐거리. 극중 ‘오페라의 유령’이 크리스틴을 납치하여 마궁(魔宮)으로 노를 저어 가는 장면에서 울려 퍼지는 멜로디가 ‘오페라의 유령(The Phantom of the Opera)’ “꿈결에서 그가 나를 위해 노래를 불러 주고 있네요. 나를 불러 주는 그 목소리, 내 마음 깊은 곳에서 ‘오페라의 유령’을 발견할 수 있지요.”라는 노랫말이다. 이 노래로 파페라 샛별로 부상한 주인공이 사라 브라이트만. 흥미로운 점은 1910년 프랑스 추리 작가 가스롱 르루가 발표한 동명 소설을 1986년 10월 뮤지컬로 각색할 때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는 당시 2번째 부인인 사라에게 뜨거운 사랑의 감정을 드러내기 위해 이 주제곡을 취입시켜 밀리언셀러로 만든 후일담을 남겼다. 원작에서는 선천적인 기형을 갖고 있는 악한(惡漢) 에릭이 오페라단의 미모의 프리마돈나를 짝사랑하고 이것이 이루어지지 않자 온갖 악행을 벌이다 어느날 홀연히 종적을 감추게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문학 전문가들은 공포스러운 존재인 ‘유령’을 통해 인간 세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아름다움, 추함, 선과 악 그리고 죽음과 삶의 의미를 골고루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라고 평가한다.‘오페라의 유령’은 흉측한 외모의 괴한이 미녀의 사랑을 갈구한다는 것에서 동화 ‘미녀와 야수’를 떠올리게 하고 있는 동시에 선과 악을 동시에 갖고 있는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 피의 복수를 꾀하고 있다는 점에서 드라큘라나 프랑켄슈타인을 연상시킨다는 지적도 하고 있다. 86년 영국 공연 이후 88년 뉴욕 브로드웨이로 진출해 오페라계의 아카데미라는 애칭을 듣고 있는 토니상 가운데 작품·남우·감독 등 7개상을 석권했다. 오페레타 형식으로 각색한 주역 앤드루 로이드 웨버는 ‘뮤지컬계의 미다스 손’으로 칭송 받고 있는 작곡가.73년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에서 오케스트라 지휘를 맡은 것을 시발로 해서 ‘캐츠’‘에비타’ ‘코니와 칼라’ 등의 뮤지컬을 히트시켰다. 타이틀 곡외에 수십개의 촛불을 배경으로 ‘오페라의 유령’이 불러 주는 ‘Music of the Night’을 비롯해 크리스틴과 라울이 듀엣으로 불러 주는 연가 ‘Wishing You Were Somehow Here Again’ 등의 삽입곡은 음악 애호가들의 환대를 받고 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미스틱 리버’에서 숀 펜의 딸 키티역을 맡았던 에미 로섬이 히로인 크리스틴역을 맡아 영화와 오페라계를 주도할 21세기 유망주로 조명 받고 있다.
  • [정인학 교육대기자 실전논술] ③ 줄기세포와 생명윤리

    [정인학 교육대기자 실전논술] ③ 줄기세포와 생명윤리

    서울신문의 실전논술 세번째 지상강의는 ‘배아 줄기세포와 생명윤리’를 논제로 예고했다. 생명체 복제 그리고 요즘의 배아 줄기세포 배양의 문제를 생명 윤리적 관점에서 비판하는 전형적인 ‘찬반 논의형’ 논제다. 이 글에서는 복제 내지 배아 줄기세포의 활용에 대해 생명윤리의 문제에도 불구하고 지지한다거나 또는 생명윤리 입장에 대한 비판을 객관적으로 논증하게 된다. 찬반 논의에 그치지 않고 한걸음 더 나아가 자기 논지를 뒷받침하는 대안이나 제언을 곁들여 준다면 설득력이 높아지게 된다. 여기에서는 생명과학의 연구를 수용하되 인간생명의 존엄성과 가치가 훼손되지 않도록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한편의 논술문을 작성하려 한다. 생명과학의 이해 1997년 영국에서 체세포의 유전정보를 난자에 이식하는 방법으로 복제 양 ‘돌리’가 탄생한 이래 생명과학은 줄곧 윤리적 이슈가 되어 왔다. 현대 의술로써 치유가 불가능한 불치병을 치료하기 위해 생명과학을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과 초자연의 영역인 생명의 존엄성을 해쳐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 충돌해왔다. 특히 복제 양 ‘돌리’가 조로증상을 보이다 12년을 사는 보통 양과 달리 6년 만에 단명함으로써 생명윤리 논쟁을 증폭시켰다. 돌리뿐이 아니었다. 이후 쥐, 소, 염소, 돼지, 고양이 등이 차례로 복제되었지만 하나같이 비정상적이었고 단명이었다. 기형적인 생명체로 이어지는 복제술을 인간에게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또 있었다. 돌리를 복제하느라 무려 277번의 실험을 해야 했다. 생명의 씨앗이 아무렇지도 않게 버려진 셈이다. 복제가 상대적으로 쉬운 소의 경우도 성공률이 5%미만이다. 생명의 건강을 위해 다른 생명을 수단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생명공학은 윤리논쟁의 딜레마를 피해 배아 줄기세포로 눈길을 돌렸다. 생명체로 성장하지 못할 배아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해 난치병 치유에 필요한 기관으로 배양하려 했다. 세계 곳곳에서 시도했고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그러나 배아 줄기세포도 생명 윤리 비판을 피하기 어려웠다. 연구용 줄기세포를 얻으려면 배아의 파괴가 불가피하고, 배아도 엄연한 생명체라는 관점에서 윤리적 흠결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러자 과학자들은 생명의 시작인 수정이라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줄기세포를 얻으려는 노력을 시도했다. 난자에 정자가 아닌 체세포의 핵을 이식해 세포분열을 유도하여 배아 줄기세포를 만들어 낸다면 생명을 파괴한다는 비난을 피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던 지난 2월 서울대의 황우석 교수팀이 최초로 생명 과학자들의 숙제를 풀었다. 체세포와 난자를 활용해 배아 줄기세포를 얻는 데 성공했다. 노벨상 후보에 거론되는 등 세계의 찬사를 받았다. 그러나 복제와 생명윤리의 논쟁이 끝난 것은 아니다. 수정이라는 과정을 거치지 않았지만 체세포를 통한 배아도 역시 자궁에 착상시키면 생명체로 성장한다는 점에도 생명의 존엄성이라는 비판을 온전히 피하지 못했다. 또 체세포 배아를 얻는 과정에서도 적지않은 난자들이 실험용으로 소모된다는 사실 또한 생명윤리와 충돌을 면할 수 없다. 그럼에도 지구촌에서는 알게 모르게 배아 줄기세포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제시문 독해 제시문 글(가)는 2002년 9월 논란 끝에 입법 예고된 정부의 ‘생명윤리 안전에 관한 법률’에 대한 서울신문의 해설 기사다. 생명윤리 논쟁의 핵심을 알기 쉽게 정리했기에 제시문으로 택했다. 실전논술의 지문이면서 한편으론 시험에 출제될 만한 시사 쟁점을 요약해주는 의미도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마련한 이른바 생명윤리법은 정자 대신에 체세포 핵을 이용해 특정인과 유전자가 똑같은 복제를 전면 금지하고 있다. 체세포 복제는 생식을 목적으로 하면서 생명과학의 명분이 되고 있는 불치병 치료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 까닭이다. 난자가 생명체로서 세포분열을 시작한 배아에 관해서는 임신에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전면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체세포 줄기세포 연구는 허용해 생명과학에 일정 공간을 마련해 주었다. 글(나)는 생명과학을 연구하고 있는 마리아병원 생명공학연구소의 박세필 소장이 서울신문에 기고했던 칼럼이다. 생명 과학자가 보는 생명과학의 한계를 잘 지적했다는 생각에서 역시 제시문으로 골랐다. 이 제시문은 생명 과학의 문제를 생명의 존엄성이라는 윤리 차원 이외에 과학적으로 접근했을 때의 위험성을 새로운 지식으로 제공한다. 필자는 생명과학은 인류의 불치병의 치료에 한해서만 연구되어야 한다는 점을 전제로 삼고 있다. 따라서 단순히 똑같은 생명체를 탄생시키는 데 불과한 체세포 복제는 엄격히 금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동물의 사례를 보면 복제수준이 일천해 복제 동물들이 기형적이라서 반생명적인 재앙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반면 배아 줄기세포를 이용한 생명과학은 질병 치료를 위해 불가피한 연구라고 주장한다. 나아가 줄기세포를 활용한 생명과학이 복제 과학과 혼동된 나머지 생명윤리 논쟁에 휘말려 위축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나 배아에 대한 생명 논쟁은 외면하고 있다. 배아도 생명체로 실험대상이 돼선 안 된다는 공박에 대답을 못한다. 글(다)는 생명과학의 개가로 칭송된 서울대 황우석 교수의 체세포 배아 줄기세포를 보도한 서울신문 기사다. 수정을 거치지 않고 체세포 핵을 이식해 세포분열을 유도해 배아를 만드는 업적을 보도하고 있다. 체세포 배아는 생명과학에 수정이라는 과정을 건너뜀으로써 생명윤리의 비판을 피할 수 있다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배아를 얻는 과정에서 희생되는 난자에 대한 윤리적 설명이 필요해 생명윤리의 벽을 완전히 뛰어 넘었다고는 볼 수 없다. 논술문 얼개짜기 논술문은 설득하려는 글로 외형적인 틀도 물론 갖춰야 하지만 내재적인 논리의 틀을 갖춰야 한다. 외형적으로 서론, 본론, 결론과 같은 체계적 틀이 있어야 하지만 논술문 전체적인 흐름은 물론 논점을 다루는 문단 그리고 논지를 내세우는 결론에서도 각각의 논리적 상관관계가 있어야 한다. 자칫 외형적인 틀에 함몰된 나머지 문단과 문단, 그리고 논술문 전체적인 논리관계를 소홀히해선 안 된다. ●서론 서론은 생명체 복제와 생명윤리라는 논제를 도입하고 복제와 생명윤리가 충돌하는 의미를 종합 평가한다. 그리고 생명윤리의 문제는 어떻게든 해결해야 할 과제로 제시함으로써 본론에서 본격적인 논의 발판을 마련한다. ‘과학의 발달은 끝내 생명의 창조 영역까지 미쳤다. 생명과학의 이름으로 동물을 복제하고 급기야 인간을 연구 대상에 편입시키고 있다. 그러나 인간은 만물의 영장으로서 과학적 실험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윤리문제를 낳았다.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보편적 가치와 바로 인류의 존엄과 가치를 강화하려는 과학의 주장의 충돌한 것이다.’ ●본론 서론에서 넘겨받은 논제 즉 생명윤리와 생명과학의 서로 다른 입장이나 주장을 하나하나 검토하여 자기의 논지를 끌어내야 한다. 외형적인 틀은 서론→본론→결론 순서이지만 내재적인 논리의 틀은 논지→논증→논거→논점→문제제기 순이어야 한다. 우리는 이미 생명과학을 제한적으로 수용하자고 논지를 세웠기 때문에 논지에 맞는 논증방법을 생각하면서 논점을 잡아야 한다. #논점 1 생명과학을 활용해야 하는 정당성을 논한다. 제시문에 살펴 본 대로 인간은 불치병을 치유하여 생명의 존엄과 가치를 누릴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생명과학의 활용이 불가피하다. 단순히 생식의 일부분으로 활용되는 체세포 복제와는 다르다는 점을 부각시킨다. 더구나 체세포를 이용한 배아 줄기세포를 활용한다면 생명윤리의 직접적인 예봉은 피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논점 2 생명과학의 위험과 생명체를 실험대상으로 삼게 되는 반윤리성을 피력한다. 동물의 체세포 복제에서 보듯 생명과학은 안정성이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반생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또 배아 줄기세포를 활용한다 하더라도 배아는 언제나 생명으로 발전할 수 있는 명백한 생명체인 까닭에 생명윤리의 논쟁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다는 대목을 짚는다. ●결론 본론에서 상정한 논지를 지지하는 입장을 먼저 피력했다. 생명 윤리적 논거를 내세워 생명과학을 반대하는 입장을 먼저 강조하고 나중에 찬성하는 주장을 펴더라도 물론 문제는 없다. 다만 ‘논점 1’에서 생명과학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논점 2’에서 반론을 제기했다가 결론에서 반론의 반론으로 종합하는 방식이 설득력이 높을 것 같다고 판단했다. ‘논점 2’에서 생명과학에 대한 우려와 지적에도 불구하고 동물실험을 통해 안정성을 충분히 확보한 뒤에 제한적으로 배아 줄기세포를 이용한 연구를 허용하면 생명윤리를 어느 정도 피할 수 있는 점을 부각시킨다. 여기에 생명과학의 유용성을 보태 당초 논지를 마무리지으면 좋을 것이다. ●실전논술 지상강의 4회 실전논술 지상강의 마지막은 ‘한류(韓流)와 우리의 문화적 자세’라는 논제를 정해 보았다. 최근 다시 일고 있는 한류 열풍을 점검하면서 우리 문화 발전의 기폭제로 승화시키는 방안을 함께 생각해보려 한다. 제시문으로 활용한 글은 서울신문 홈페이지 ‘2005 실전논술 지상강의’에 올려 놓았다. 이번에도 논술문의 분량은 1200자 정도로 전형적인 문제해결형의 논술문을 습작해 보는 기회를 가지려 한다. 독자 수험생들의 알뜰한 활용을 기대한다. 서울신문 독자 수험생들이 올 대입시 논술시험에서 고득점하여 지원한 대학에 좋은 결과있기를 기원한다. chu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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