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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름속의 산책-중국 황산

    구름속의 산책-중국 황산

    ‘황산에 오르고 나니 천하에 산이 없더라(登頂黃山 天下無山)’기암괴석과 노송 사이로 운해가 얕은 바람에 춤추는 천혜 비경. 황산에 대해 중국인들은 명나라때 지리학자 서하객의 입을 빌려 이렇게 극찬한다. 허풍이 다소 심한 중국인들이기는 하지만 누구도 황산이 중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이라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1990년에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된 명산이다. 국내에서는 ‘산이란 올라갈 땐 남이지만 내려올 땐 친구가 되는 곳’이라는 항공사 광고에 등장하면서 일반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국내에 알려진 것은 빙산의 일각. 오랜 공사끝에 지난 2001년에야 겨우 등산로가 완공돼 중국인들도 발을 들여 놓지 못했던 서해대협곡은 황산의 최고 절경이다. 태고의 비경을 간직한 깊은 협곡은 황산 안내지도에조차 등산로가 표시돼 있지 않은 처녀지다. 이때문에 황산을 보고 왔어도 서해대협곡을 돌아보지 않고는 황산을 다녀왔다고 감히 말할 수 없다. 이제 막 모습을 드러낸 서해대협곡의 비경을 안내한다. ●올라갈땐 남이지만 내려올땐 친구되는 곳 설렘이 잠을 깨웠다. 발 아래 펼쳐지는 운해의 장관이 눈에 아른거려 도저히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서울에서 상하이를 거쳐 늦은 밤 황산 시내에 도착, 피곤함이 밀려왔지만 새벽 5시 저절로 눈이 떠졌다. “조금 늦게 출발하면 산 중턱까지 올라가는 케이블카를 2∼3시간 기다려야 한다.”며 재촉하는 가이드 김용운(29)씨를 따라 간단하게 아침을 먹은 뒤 오전 7시 서둘러 황산으로 출발했다. 시내에서 산입구까지는 버스로 2시간. 김씨는 지린성 창춘이 고향인 조선족 동포. 황산의 아름다움에 반해 이곳에서 가이드 생활을 하고 있다. 그는 “황산은 원래 검은산이 많아 ‘이산’으로 불리다 양귀비의 남편으로 더 유명한 당나라 현종이 산에 반해 ‘황산’으로 이름을 바꾸었다.”고 설명했다. 황산은 남부 안후이성에 위치한 산으로 남북 40㎞, 동서 30㎞로 설악산의 3배쯤 된다. 오전 9시. 버스는 황산의 초입인 황산대문을 지나 굽이굽이 산길을 달려 해발 900m 지점인 케이블카 승강장인 자광각에 도착했다.‘중국인들이 죽기전에 꼭 한번 가보고 싶어하는 산’이라는 말처럼 산입구는 벌써부터 중국인들로 북적거렸다. 관광객이 몰려 케이블카를 타는 데만 30여분의 줄을 서야 했다. 입장료는 130위안이며 별도로 케이블카 탑승료(편도) 65위안을 내야 한다. 쉴 새 없이 돌아가는 6인승 케이블카를 타고 10여분쯤 올라가자 1600m 고지인 옥병참에 도착했다. 황산은 해발 1864m로 최고봉인 연화봉을 비롯해 72개의 형형색색의 봉우리가 즐비하다. 봉우리 사이로 흩어졌다 모이는 구름들은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티없이 맑았던 하늘도 옥병참에 도착하자 운해가 산을 덮었다. 오전 10시 드디어 구름속으로의 산행이 시작됐다. 산행 코스는 ‘연객송→연화봉→오어봉→해심정→보선교’를 거쳐 서해대협곡 트레킹. 경치를 구경하면서 여유있게 걸어도 8∼9시간이면 충분하다. 특히 등산로는 “남녀노소 모두 황산을 보고 즐기게 하라.”는 덩샤오핑평의 지시에 따라 기암괴석을 깎아 계단을 만들거나 길이 없는 곳은 산허리에 계단을 박아 등산로를 만들었다. 계단은 모두 14만여개. 가장 먼저 반긴 것은 황산송으로 불리는 소나무 연객송. 소나무들은 기암괴석들에 뿌리를 박고 서서 기암봉의 풍광을 아름답게 만든다. 연객송이 황산의 대표적인 소나무다. 연화봉으로 가는 길에 갑자기 운해가 덮였다. 한치 앞을 바라보기 힘들 정도로 온통 뿌옇다. 앞사람 발을 따라 가기를 10분. 구름이 걷히자 대한항공 광고에서 중국인 노인에게 “니하오”라고 인사를 건네는 연화봉 허리에 도착했다. 가파른 계단을 오르고 올라 황산 최고봉 연화봉에 도착하자 곳곳에서 탄성이 쏟아졌다. 발밑으로 구름이 깔린 봉우리가 장관을 연출했다. 관광객들은 기념촬영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산에는 “야∼호”하는 메아리가 울려 퍼졌다. 환갑의 나이로 황산을 찾은 대구 효성여고 동창생들의 모습이 정겹게 다가온다. 권태현(60·서울 구로구)씨는 “젊은 시절부터 인생을 함께한 친구들과의 산행은 멋진 기억으로 남을 것”이라면서 “칼로 깎아놓은 듯한 기암절벽을 휘감으며 흐르는 운무는 마치 우리의 우정을 축복하는 듯했다.”고 즐거워했다. ●숨은 절경 서해대협곡속으로 “지금까지는 서막에 불과하다.” 깎아지른 듯한 기암괴석의 봉우리와 기괴한 모양의 소나무, 바람 따라 흘러가는 운해에 취해 절경에 취할 틈도 없이 가이드는 서해대협곡에 대해 자랑을 늘어놓았다. 그는 “중국인들도 황산에 오면 연화봉까지만 다녀가고, 한국 관광객들도 서해대협곡을 가본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라면서 “서해대협곡 루트는 지난 1979년 이 곳을 보고 감탄한 덩샤오핑의 지시에 따라 12년간의 설계와 9년간에 걸친 공사를 통해 지난 2001년 완성됐다.”고 설명했다. 낮 12시 연화봉을 지나 해심정에 도착하자 북적거리던 관광객들의 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보선교로 가는 길에는 아예 관광객을 찾기 힘들 정도. 북적임 대신 새소리가 반겼다. 점심을 먹기 위해 서해대협곡 아래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침대봉의 널찍한 바위에 자리를 잡았다. 미리 준비한 도시락은 중국 과자와 통조림, 사과, 음료수, 소시지 등에 불과했지만 꿀맛이었다. 그러나 한국식 김밥과 도시락을 준비해 왔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교차했다. 점심을 먹자마자 서해대협곡의 시작을 알리는 보선교에 도착했다. 천길 낭떠러지 사이의 봉우리를 연결한 다리. 다리에서 내려다보는 것만으로도 아찔하다. 난간 바로 아래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심장이 약한 사람은 다리가 후들거려 한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떨려온다. 보선교에서 나오자 계단길이 눈앞에 펼쳐졌다. 깎아지른 듯 뾰족하게 서 있는 기암괴석 봉우리에 갔다가 붙였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정도로 바위 주변을 에둘러 뻗은 계단 등산로가 나타났다. ‘어떻게 만들었을까. 혹시 무너지지 않을까.’하는 기우가 머리를 스쳤다. 용기를 내보지만 선뜻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다리폭은 1m, 난간이라고 해야 높이 50㎝의 허약한 철제봉이 연결돼 있을 뿐. 다리 아래는 천길 낭떠러지다. 담이 약한 사람은 봉우리에 등을 기대고 겨우겨우 건넌다고 한다. 특히 발을 뗄 때마다 다리가 미세하게 ‘쿵, 쿵’ 울리는 소리가 나는데 그 소리가 너무 크게 들린다. 서해대협곡을 이어주는 것은 모두 이 같은 계단길이다. 배운정까지 이르는 3㎞가 모두 계단으로 돼 있다. 길이 없는 곳에 등산로를 만들다보니 산을 뚫거나 허공다리를 놓을 수밖에 없었다 게 가이드의 설명. 배운정까지 등산로는 험난하기 그지 없다.60∼70도에 이르는 경사도의 봉우리를 3개나 넘어야 한다. 또 서해대협곡 봉우리들은 이름이 없다. 지금까지 봉우리들은 모양이나 전설에서 따온 이름이 붙어있지만 길이 난 지 4년이 채 안 된 이 곳의 봉우리들은 아직 이름이 붙여지지 않았다. 봉우리 아래에서 정상까지 오르내리기를 여러차례. 몸은 어느덧 계단에 익숙해져 있었다. 겁도 사라졌다. 얼마를 지났을까. 마지막 봉우리 오르막길을 남기고 힘이 부쳐온다. 배운정까지 300∼400m를 수직으로 올라야 한다. 100계단에 한차례 쉬어보지만 끝이 없다. 배운정에 올라 뒤를 돌아보니 ‘어떻게 올랐을까.’ 하는 뿌듯함과 자신감이 밀려왔다. 정말 황산에 오길 잘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산 정상에 있는 북해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저려오는 종아리 근육을 풀기 위해 호텔에서 발마사지를 받았다. 요금은 1시간에 130위안 정도. 별도로 20위안의 팁을 주어야 한다. 이어 로비에서 시원한 칭타오 맥주(매점 15위안, 카페 20위안)로 갈증을 달랜 뒤 황산 속에서 잠을 청했다. ●황홀한 황산의 일출 다음달 새벽 5시. 운해 사이로 해가 뜨는 황산의 일출을 보기 위해 호텔 앞 작은 봉우리 로 향했다. 해를 볼 수 있는 곳은 이미 사람들로 꽉차 발디딜 틈이 없었다. 겨우 비집고 들어가 1시간30분만에 떠오른 해를 맞이할 수 있었다. 구름이 깔린 봉우리 사이로 힘차게 붉은 해가 솟았다. 해를 보며 소원을 비는 것은 중국인이나 우리나 매한가지. 저마다 소망을 풀어놓는다. 이색적인 것은 산등성이 난간의 쇠사슬 사이에 빼곡하게 채워진 자물통. 여기에 자물통을 채운 뒤 열쇠를 산에 버리면 ‘사랑이 굳게 잠긴다.’고 믿는 연인들이 해놓은 사랑의 징표다. 호텔로 돌아와 아침을 먹은 뒤 오전 9시 다시 산행이 시작됐다.‘비래석→광명정→백압령역 케이블카’가 있는 곳까지 6㎞ 남짓한 산행. 어제에 비해서는 큰 부담이 없다. 비래석은 말그대로 어디에서 날아온 돌 같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손오공이 하늘을 날아가다 복숭아를 한입 먹고 나서 황산을 걷는 사람들이 목마를 때 갈증을 해소하라고 던졌는데 그것이 바위가 됐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백압역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운곡사로 내려왔다. 케이블카는 올라가는 것과는 달리 50인승으로 요금은 65위안으로 같다. 운곡사는 명나라때 지어진 절인데 1920년 불에 타 이름만 남아있다. 길고도 짧았던 황산 서해대협곡으로의 여행은 운곡사에서 다시 한번 전경을 바라보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중국인들이 왜 황산을 천하제일의 명산이라고 극찬하는지를 조금이나마 실감할 수 있었다. ●황산의 먹을거리에 빠져보자 중국은 어느 곳이든 음식이 푸짐하듯 황산에서도 전통 중국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음식이 기름져 우리 입맛에는 다소 느끼하지만 큰 거부감은 없다. 황산은 관광지라서 음식이 국제화돼 덜 느끼하고 덜 달게 만들었다. 향초도 거의 넣지 않는다. 실제로 4박5일의 여행기간 동안 중국 음식으로 삼시 세끼를 먹어도 한국음식이 크게 그리워지지 않는다. 주마간산식으로 중국음식을 섭렵했지만 먹을 만한 음식은 두부와 계란, 고추, 돼지고기, 천채 등이 들어간 음식들이다. 녹차 등과 함께 마시면 느끼함을 덜 수 있다. 두부를 발효해 튀긴 ‘발효두부 튀김’과 계란을 물에 풀어 건져낸 뒤 토마토와 볶은 ‘계란·토마토 볶음’은 특히 군침을 돌게 한다. ■ 미리 알고 가세요 황산은 중국 안후이성 남쪽 끝에 위치해 있으며, 상하이에서 남서쪽으로 500㎞정도 떨어져 있다. 안휘성을 흘러 지나가는 양쯔강 이남에 있다.기온은 우리나라와 같이 뚜렷한 사계절이 있으며,3∼5월과 9∼11월이 여행하기에 가장 좋다. 한 여름에는 40도 이상 올라가는 경우도 종종 있다.환율은 중국돈 10위안(CNY)이 우리돈 1270원 정도. 시차는 베이징을 표준시로 하며 우리나라보다 1시간 늦다. 우리가 오전 8시이면, 중국은 오전 7시. 여행준비물은 발이 편한 등산화와 방풍 재킷, 긴팔 티셔츠와 함께 비옷이나 우산을 준비하면 좋다. 또 물병과 카메라, 도시락 등을 넣을 수 있는 배낭이 필요하며, 햇빛을 차단할 수 있는 모자가 있어야 한다. 황산은 계단이 많아 관절이 약한 사람은 무릎보호대와 스틱을 준비하면 좋고, 음식이 맞지 않을 우려가 있으므로 고추장과 밑반찬을 조금 가져가면 유익하다. 상비약으로 소화제와 감기약, 물파스 등도 준비하면 좋다. 가는길은 서울에서 황산까지 직항은 없고, 상하이를 거쳐야 한다. 상하이에서 황산까지 중국동방항공에서 운항한다. 소요시간은 1시간. 버스나 기차를 이용할 수 있는데 상하이∼항저우∼황산까지 이어지는 고속도로를 이용하면 버스로 6시간 정도 소요된다. 황산에서 상하이간 기차가 운행되는데 9시간 정도 소요된다. 여행상품은 오지 탐사 전문여행사인 혜초여행사(www.hyecho.com)가 서해대협곡 트레킹 상품을 판매한다. 상품은 황산 트레킹과 함께 항저우, 상하이를 돌아보는 상품으로 3박 4일과 4박 5일 일정이 각각 69만원,78만원이다. 문의는 트레킹팀 (02)6263-3330. 황산 글· 사진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천재화가 김홍도의 그림일생 한눈에

    “김홍도는 얼굴을 그려도 우리의 얼굴을, 산수(山水)를 그려도 우리의 산수를 그렸다. 심지어는 노자, 장자도 우리 얼굴로 재탄생됐고, 관세음보살도 우리 어머니가 승화된 모습이다.” 한국민족미술연구소의 최완수 연구실장이 바라본 김홍도의 예술 세계다. 그는 단원 김홍도의 서거 200주기를 맞아 간송미술관이 마련한 ‘단원대전’의 기획자이다. 당시 중국에서는 중국 문화권에 속해 있던 조선시대 단원의 그림을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기괴한’작품으로 봤다. 그렇게 그는 우리의 ‘자존심’을 그림으로 살려낸 인물이다. 단원은 우리 고유 화풍을 그리기 시작한 겸재 정선의 충실한 계승자로서 그 역할을 다했던 것이다. 화원에서 활동한 궁중화가였던 그는 정조의 총애를 한몸에 받은 행운아다. 어린 나이에 궁중에 들어간 단원은 그의 나이 11세때 영조 세손이던 정조의 초상화를 그렸다는 기록이 있다. 그런 인연 덕분인지 정조에게 일본의 지도를 그려 바치기도 했고, 정조의 명으로 수원 용주사 ‘삼세여래불탱화’를 그렸다. 정조가 억울하게 죽은 아버지 사도세자의 명복을 빌기 위해 세운 용주사에서 펴낸 ‘부모은중경’의 삽화를 그린 이도 바로 단원이다. 학예에 뛰어났던 정조 자신이 그림을 직접 그릴 정도로 그림에 관심이 많다 보니 재주 많은 단원을 아낄 수밖에 없었다. 단원은 다른 이들과 달리 산수, 인물, 사군자, 화조 등 모든 분야에서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났기 때문. 하지만 그는 ‘제도권’ 화가로서의 한계를 보이기도 했다. 임금의 눈높이에 맞추다 보니 자연 절제된 선과 구도를 벗어나기 어려웠다는 평이다. 그러다 보니 그의 그림은 당대 비슷한 나이의 신윤복의 화풍과 곧잘 비교된다. 권력과 멀리 있던 신윤복은 단원에 비해 자유로운 생활을 하다 보니 자유분방하고 호방한 그림을 그렸다. 한량과 기생의 애정 등을 묘사한 풍속도에서는 ‘모범생’ 단원의 상상을 초월하는 내용을 담아 냈다. 29일까지 열리는 이번 ‘단원대전’에서는 이같은 단원의 일생을 되짚어 볼 수 있는 작품 120여점이 망라돼 있다. 특히 정조로부터 특별 대접을 받은 탓에 자신의 신분을 사대부로 착각한 단원의 정신 세계가 드러난 ‘소림야수’‘한산설정’등은 처음 선보이는 작품들이다. 스산한 산옆 눈 덮인 정자를 그린 그의 그림을 들여다보면 양반과 중인사이를 오간 단원 자신의 괴리감이 느껴지기도 한다.(02)762-0442.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유쾌한 상상 · 기발한 일탈 씨네큐브 ‘오!컬트!영화제’로

    “그 영화가 그 영화 같아서…”라며 심드렁했던 관객에게 반갑고 별난 영화제가 찾아간다.20일부터 25일까지 서울 광화문 씨네큐브에서 마련되는 ‘오!컬트!영화제’. 상식이 전복되는 낯선 감상, 판에 박힌 영화의 장르문법이 조각조각 부서지는 유쾌한 일탈을 맛보고 싶다면 꼭 챙겨볼 프로그램이다. 이번 영화제에서 선보일 작품은, 독특한 작품색채와 기발한 아이디어로 골수팬들을 확보하고 있는 컬트영화의 고전 5편. 마니아팬이 아닌 일반인들에게도 대번 호기심을 자극할 작품이 ‘헤드윅’이겠다. 조승우 주연의 인기 뮤지컬 ‘헤드윅’의 동명 영화(존 캐머론 미첼 감독·미국)로, 음악을 얻기 위해 모든 것을 내거는 여장 남자의 이야기.2002년 국내 개봉 때에도 마니아팬들 사이에서 큰 지지를 얻었다. 컬트영화의 효시로 구구한 설명이 필요없는 짐 셔먼 감독의 ‘록키호러픽처쇼’(영국)를 비롯해 기괴한 묘사로 인간 무의식을 파헤친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이레이저 헤드’(미국), 러시아 변두리 밴드의 미국 방문기를 그린 아키 카우리스마키 감독의 ‘레닌그라드 카우보이 미국에 가다’(핀란드), 피터 그리너웨이 감독의 ‘영국식 정원 살인사건’(영국)도 모처럼 다시 만나볼 수 있다. 때론 낯선 상상력에 충격을 받는가 하면, 또 때론 엉뚱함과 기발함에 대책없이 폭소가 터지기도 하는 작품들이다. 행사기간중 날마다 5편의 영화들이 번갈아 상영된다. 한편에 7000원.www.cinecube.net (02)2002-7770.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7일 TV 하이라이트]

    ●청춘!신고합니다(KBS1 오후 5시10분) 개편 후 첫 방송을 맞아 아주 특별한 부대를 찾았다. 방송을 통해 한 번도 공개되지 않은 바로 그 곳. 대다수의 국민들이 그 존재조차 모르고 있는 현실 속에서도 ‘범죄 없는 밝은 사회’를 위해 국가의 교정시설을 철통처럼 경계하고 수호하는 ‘법무부 경비교도대’를 찾아간다. ●그린로즈(SBS 오후 9시45분) 괴한들과 격투를 벌이던 중원이 칼에 맞을 위급한 상황에 처하자 타오렌이 중원을 막아서며 대신 칼을 맞고 의식을 잃는다. 분노한 유란은 신현태를 찾아가 뺨을 후려치며 왜 장중원을 죽이려 했느냐고 소리친다. 수아는 대륙공사측이 이유를 밝히지 않고 일방적으로 약속을 취소하자 의아해한다. ●라이프n조이(YTN 오전 8시20분) 갖가지 종류의 나비를 만나볼 수 있는 함평. 노란 유채꽃 물결이 끝없이 펼쳐지는 청원에서는 요즘 축제가 한창이다. 아이들에게는 교육의 장이 되고, 어른들에게는 향수를 떠올리게 하는 이곳에는 나비채집, 종이접기 등 온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부대행사도 가득하다. ●지금도 마로니에는(EBS 오후 10시50분) 김형욱은 김중태에게 “살아서는 한국에서 살 수 없다.”며 “미국으로 가든지, 자신들과 같이 일을 하든지 둘 중에 하나를 택하라.”고 한다. 김중태는 미국행을 선택하겠다고 말한다. 한편 회사를 그만두고 학교 연극회 일을 하고 있던 김지하에게 사상계에서 원고청탁을 한다. ●김약국의 딸들(MBC 오전 9시) 용숙이 대구를 사들인 일로 김약국이 난처한 입장이 되자 기두는 용숙을 찾아가 대구를 내놓으라고 한다. 가족은 뒷전이고 자신의 이익만 챙기려는 용숙의 행동에 한실댁은 신세를 한탄하며 노심초사한다. 한편 마리아를 찾아간 홍섭은 긴히 쓸 데가 있으니 300만원을 빌려달라고 한다. ●부모님 전상서(KBS2 오후 7시55분) 아리와 서울 나들이에 나선 옥화는 성실, 성미를 만나지 못하고 돌아오게 되자 서운해한다. 한편 아리는 형님, 형수 입장에서 차를 바꿔주고 싶다고 말하지만 미연이나 정환이 모두 달가워하지 않는다. 정환의 사양으로 미연 엄마는 옥화에게 큰소리칠 기회가 없어진 것이 내심 아까운 눈치다.
  • 세식구 오붓하게 제천으로 가족여행

    세식구 오붓하게 제천으로 가족여행

    ‘첫 돌을 앞둔 딸아이와의 여행지로 어디를 택할까. 일단 황사가 심한 도심은 벗어나야 하고, 그렇다고 아이가 어린 만큼 너무 멀어서는 안되는 곳이어야 하는데.’이런 저런 고민을 하며 여행 지도와 인터넷을 뒤적거리다 한눈에 들어온 곳은 충북 제천.‘시원한 바람이 불고 밝은 달빛이 비춘다.’는 청풍명월(淸風明月)의 고장. 멋진 호반에서 딸아이의 사진을 찍어주면 좋을 듯 싶어 주저없이 제천을 여행지로 택했다. 눈부신 호수와 시원한 강바람, 여기에 초여름 푸른 녹음이 우거진 제천으로 출발! 제천 글 사진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설레는 첫 나들이 토요일 오전 8시.9개월에 접어 든 영은이 3시간 이상 장거리 여행이 처음이어서 철저한 준비를 하느라 적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과일을 갈아만든 이유식과 뜨거운 보리차를 담은 보온병, 여기에 유모차와 함께 혹시 바람이 불어 감기에 걸릴까 비닐 커버까지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오전 10시 드디어 서울 양천구 목동을 출발. 가는 길은 올림픽대로→중부고속도로→영동고속도로→중앙고속도로→남제천IC→82번 국도(금성경유)→청풍문화재단지로 정했다. 출발전 고속도로 교통정보안내(1588-2505)로 문의, 고속도로 상황을 체크했다. 문을 나서자 바람 한점 없는 화창한 날씨가 반겼다. 창밖은 짙은 녹음이 우거져 벌써 초여름 풍경이다. 오전 11시 30분. 중부고속도로 만남의광장 휴게소. 차에 기름을 가득 채우고, 구운 감자와 맥반석 오징어, 사이다, 과자, 물 등 본격적인 소풍채비를 완료했다. ●눈이 시원한 청풍호반 서울을 떠난 지 2시간 30분. 고속도로 주변으로 펼쳐진 풍광을 감상하며 달리다 오후 1시 남제천 IC에 도착했다. 톨게이트 통행료는 6200원.IC를 나와 꾸불꾸불 굽은 호반길에 접어들자 눈이 시원하다.“우거우거∼, 까르르∼” 난생 처음으로 큰 호수를 본 영은이는 창밖으로 펼쳐지는 호수를 신기한 듯 바라보며 몸을 들썩 거렸다. 왼쪽으로는 초록으로 물든 금수산의 영봉이 반갑게 맞이하고, 오른쪽으로는 맑은 비취 빛을 띤 호수가 상쾌하게 다가온다. 이 길은 내륙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 처녀 총각시절 데이트의 감회도 느낄 수 있다. 처음 만난 것은 금월봉. 호반길을 시작할 무렵 갑자기 기괴한 암석바위가 눈 앞에 펼쳐졌다. 삐죽삐죽 솟은 거대한 바위가 마치 금강산의 축소판. 관광객들이 바위 여기저기서 사진촬영에 여념이 없다. 금월봉을 지나면 드라마 KBS 드라마 태조왕건 촬영장이 나온다. 멀리 호숫가에 띄워진 배와 나루터가 이색적이다. 도로에서 언덕을 넘어가면 실물 크기의 초가마을과 성이 있다. 히 이 곳에 있는 국내 최대 높이(62m)의 번지점프대와 사람의 몸에 줄을 묶어 하늘을 날게 하는 이젝션시트는 보는 것만으로도 짜릿한 스릴을 느끼게 한다. 번지점프 3만 5000원, 이젝션시트 2만원. 영은이의 시선을 끈 것은 번지점프대와 이젝션시트에서 쏟아지는 비명 소리. 보는 이들까지 비명을 지르게 만드는 짜릿한 놀이기구를 보는 영은이는 마치 ‘저렇게 무서운 것을 왜 타나.’하며 눈을 찌푸렸다. ●여유로운 호반 속의 점심 산책 경치에 취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내다 어느덧 3시. 밥 달라는 영은이의 칭얼거림에 호수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도로변 ‘처음그자리’(644-1600)라는 음식점에 들어섰다. 나무로 지어진 건물과 어울리는 야외 테라스의 비치파라솔이 아름답다. 영은이의 배를 채워준 뒤 청풍떡갈비(1인분 1만 5000원)와 시원한 물냉면(5000원)을 주문했다. 인근 농가에서 키운 상추쌈과 나물, 청국장에 떡갈비를 곁들여 먹는 맛이 일품이다. 시원한 물냉면은 답답하던 속을 시원하게 풀어준다. 배가 불러오자 청풍대교를 건너 청풍문화재단지(640-6503)로 발길을 옮겼다. 입장료는 어른 1500원. 수몰지역 옛집들을 옮겨놓은 이 곳에는 수몰 동네와 관아, 향교 등을 재현해 뒀다. 한벽루와 청풍석조여래입상 등 보물 2점과 망월산성이 있다. 망월산 정상의 팔각정에 오르면 청풍호와 이를 둘러싼 산세가 한눈에 들어온다. 뒤편에는 SBS TV드라마 ‘대망’ 촬영장이 있고, 앞에는 국제규격의 필드 하키 경기장이 멋있다. 단지 아래로 내려가면 청풍나루터(647-4566)에서 장회나루, 신단양, 충주댐까지 유람선이 운항한다. 왕복 1시간에서 1시간 30분 걸리는데 청풍명월의 경치를 만끽할 수 있다. 왕복 요금은 어른 9000원, 어린이 4500원. 어느덧 오후 6시가 넘어섰다. 하루종일 첫나들이에 취해 즐거워하던 영은이가 졸린 듯 눈을 비비기 시작했다. 계획상으로는 박하사탕 촬영지와 배론성지, 박달재, 월악산 등 제천 10경중 2∼3곳을 더 가야 하는데 오늘은 이만 작전상(?)후퇴. 다음을 기약하며 서울로 향했다. 제천시청 문화관광과 640-5680.
  • 두꺼비 떼죽음 원인은

    최근 독일과 덴마크에서 두꺼비 1000여마리가 몸을 풍선처럼 부풀렸다 터지면서 죽은 기괴한 현상의 원인으로 배고픈 까마귀떼가 지목됐다. 베를린의 동물학자 프랑크 무츠만은 두꺼비들의 해괴한 죽음은 수질 오염이나 바이러스 감염과는 상관없이 까마귀가 간을 쪼아먹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고 AP통신이 29일 보도했다. 무츠만은 “까마귀들은 똑똑하다.”면서 “다른 까마귀가 두꺼비의 간을 빼먹는 것을 보고 금방 배워서 따라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1000마리가 넘는 두꺼비들이 독일 함부르크와 덴마크 유틀란트의 연못에서 배가 터져 죽었다. 하지만 수질에는 이상이 없었으며 바이러스나 박테리아도 발견되지 않았다. 무츠만은 죽은 두꺼비들을 관찰한 결과 모두 간이 없고 몸에 구멍이 나 있었다며 이는 까마귀가 부리로 두꺼비의 가슴과 복강 사이를 쪼자 자연적 방어기제로 몸을 부풀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간이 없고 몸에 구멍이 나 있어 혈관, 폐가 폭발하고 다른 내장기관이 흘러나왔다고 덧붙였다. 그는 “두꺼비의 ‘폭발사’는 특이한 일이 아닌데 도심 주택가에서 발생해 굉장한 게 됐다.”고 말했다. 그동안 두꺼비 떼죽음의 원인으로는 남아메리카에서 온 균, 말이 옮긴 바이러스, 과밀인구를 막기 위한 두꺼비의 집단자살 등 수많은 가설이 제기됐다. 함부르크 위생환경연구소의 얀네 클뢰푀 대변인은 “직접 보지 못해 까마귀가 두꺼비 죽음의 원인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유괴 초등생 13시간만에 생환

    서울 강남의 한 초등학생이 거액을 요구하는 40대 남자에게 유괴됐다가 13시간 만에 풀려났다. 지난 22일 오후 5시30분쯤 서울 서초구 B초등학교 앞에서 과외를 마치고 돌아오던 이 학교 3학년 김모(10)군이 “재미있는 이벤트에 데려가주겠다.”는 남자를 따라갔다 납치됐다. 범인은 밤 9시42분쯤 김군의 어머니 김모(38)씨의 휴대전화로 “잠원동 H아파트 근처 골목으로 2500만원을 가져오라.”고 전화했다. 범인은 김군을 승합차에 태운 뒤 서울 반포구와 마포구, 경기도 광명시 일대를 돌며 새벽 2시36분까지 공중전화로 8차례 협박전화를 걸었다. 어머니 김씨는 괴한에게 첫 전화를 받은 뒤 바로 신고해 경찰이 전화발신지를 추적했지만 공중전화에 온전한 지문이 남아 있지 않아 수사에 어려움을 겪었다. 김군은 23일 오전 6시35분쯤 경기도 시흥시 수인산업도로에서 지나가던 박모(32)씨에게 발견돼 무사히 집으로 돌아갔다. 김군은 범인에게 맞아 코에 가벼운 타박상을 입었다. 경찰은 ‘처음보는 사람이었다.’는 김군의 진술에 따라 우발적인 유괴극으로 보고 수사하고 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MTBE 지하수 오염 실태와 대책

    MTBE 지하수 오염 실태와 대책

    인류가 향유하는 삶의 질은 과학기술의 눈부신 발달에 크게 기대고 있다. 과학기술이 인류의 미래를 장밋빛으로 물들일 것이란 기대도 여전히 팽배하다. 그러나 과학기술과 그 발명품은 사람이나 생태계에 꿀만 주는 것은 아니다. 한동안 달콤한 맛을 선사하지만 결국 독으로 변모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여러 화학물질이 대표적이다. ‘꿈의 살충제’로 불리며 농산물 수확을 획기적으로 늘린 DDT는 1960년대 레이첼 카슨의 저서,‘침묵의 봄’ 이후 그 해악성을 비로소 드러냈다. 변압기 절연유에 함유된 PCBs(폴리염화비페닐)는 오늘의 전력산업을 가능케했지만 다이옥신과 더불어 인류가 근절해야 할 대표적 오염물질로 판명돼 전 세계적으로 축출 대책이 논의되고 있다. 냉장고 등의 냉매로 쓰이는 CFC(염화불화탄소)가 오존층을 파괴한다는 사실도 잘 알려져 있다. ●MTBE의 두 얼굴 자동차 연료 첨가제로 쓰이는 MTBE는 결국은 이들 화학물질과 같은 처지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지만 “당장은 아니다.”는 견해가 많다.MTBE의 긍정적 역할 때문이다. 휘발유의 연소를 도와 유해 배출가스를 줄이는 등 대기질 개선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 오고 있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에 따르면 1993년 ‘무연 휘발유’ 정책에 따라 의무적으로 MTBE를 휘발유에 혼입한 이후 서울의 일산화탄소 농도는 급격히 줄어들었다.1992년엔 1.9이었지만 이듬해 1.5으로 대폭 감소한 뒤 이후 1.0∼1.3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자동차가 일산화탄소 배출량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같은 MTBE의 저감효과는 통계적으로 볼 때 상당한 근거가 있는 것”(KEI 박용하 박사)이라고 한다. 그러나 부작용 또한 크다. 지하수에 조금이라도 섞이면 강한 불쾌감과 쓴 맛 등을 일으키는 것은 물론 1997년 핀란드에서 유조차 운전수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두통과 구토, 어지러움, 호흡 곤란 등 인체 신경계를 교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쥐를 비롯한 동물에 대한 실험에서는 림프암, 신장암, 간암 등을 유발한다는 미국 등 일부 선진국의 연구결과도 나와 있다. 인체 발암성 여부는 확실치 않다. 미국 일부 주에서 MTBE 문제가 처음 불거진 게 불과 10여년 전인데다, 그동안 위해성 연구 자체도 드물었던 탓이 크다.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환경청 등이 MTBE를 ‘동물에서는 발암에 대한 충분한 증거가 있지만 인체발암물질로는 분류할 수 없는 물질’로 규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발암 개연성이 부정되고 있는 것 또한 아니다.“인체 유해성을 입증하는 연구결과는 없지만 동물실험 결과를 토대로 위해성을 추측하고 있는 상태”(환경부 토양수질관리과 오흔진 사무관)라고 한다. ●전국 지하수 관정 200만여곳 현재 주유소나 저유소 주변에서 지하수를 개발, 사용하고 있는 시설은 전국적으로 2030곳에 이른다. 이 가운데 63곳을 선정한 이번 조사에서 16곳에서 MTBE가 소량 검출됐고,3곳(5%)에선 미국환경청의 먹는물 허용권고치(20∼40ppb)를 5∼22배가량 웃돌았다. 단순비교할 경우, 현재 전국에 위치한 ‘주유소 옆 지하수 이용시설’ 가운데 5%인 100여곳이 안전지대가 될 수 없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더욱이 지하수가 서로 연결돼 있으며 어디로, 어떻게 흘러가는지 땅밑 사정을 알기 어렵다는 점은 상황을 더욱 심각하게 만든다. 현재 전국적으로 지하수 관정은 폐공을 제외하더라도 200만여곳 뚫려 있는데, 이 가운데 37%가량인 45만여 곳은 인·허가 면제 시설이어서 제대로된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주유소를 비롯한 기름저장 시설과, 땅속에 매설된 송유관 등에서 문제가 생길 경우 지하수는 직접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MTBE가 갖는 속성도 골칫거리다.“휘발유에 함유된 다른 유독성 물질인 BTEX보다 물에 30배나 잘 녹는데다 일단 토양에 유출되면 단시간에 광범위한 지역에 걸쳐 지하수에 확산되고, 분해가 잘 되지 않아 복원도 어렵다.”(KEI 박용하 박사)고 한다. 한번 오염되면 파장이 오래 지속된다는 얘기다. MTBE로 인한 지하수 오염이 이번에 처음 밝혀진 것은 아니다.2002년 KEI가 주유소 5곳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3곳에서 지하수 오염 사실이 확인됐었다. 그러나 당시는 휘발유로 이미 오염된 주유소를, 이번에는 무작위로 선정했다는 점이 다르다.63곳 가운데 오염 가능성이 높은 곳을 의도적으로 선정한 곳이 10군데, 나머지는 모두 무작위로 선정됐다. 그런데 결과는 예상 밖이다. 오염지역이 아닌 무작위 선정 지점에서 MTBE가 검출됐던 것. 올해 300∼500곳을 대상으로 실시할 예정인 본격적인 실태조사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쉽게 장담할 수 없는 대목이기도 하다. ●대책마련엔 시간 걸릴 듯 기름유출로 인한 지하수 오염은 그동안 수차례 불거졌었다.2000년 7월 서울 6호선 녹사평역 기름유출 사건,2001년 12월 안양 인덕원 송유관 유출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더욱이 내년 1월부터 노후화된 한국종단송유관(TKP) 296㎞에 대한 철거작업이 시작될 예정이어서 MTBE 등 유해물질로 인한 지하수 오염문제가 뜨거운 이슈로 부각될 전망이다. 그럼에도 관리 대책은 빨라야 내년 이후쯤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올 한해 본격 실태조사를 거친 뒤 토양 및 지하수 오염물질로 지정하는 등 대책을 검토할 예정인데 정부 반응은 무척 조심스럽다. 환경부 관계자는 “실태조사가 끝나더라도 곧바로 규제에 착수할 수는 없고, 오염물질 지정 여부는 인체 유해성에 대한 연구결과 추이 등을 봐가며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미국의 경우 MTBE에 의한 지하수 오염 및 이로 인한 환경피해에 대해 정유업계에 책임을 지우고 있는데, 산업계 부담 등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부 안팎에서 “MTBE를 대체할 물질을 개발해야 한다.”는 지적 또한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 왔다.MTBE의 국내 유통량은 연간 75만t가량이 생산돼 이 가운데 85% 정도인 65만t이 소비되고 있는데, 어떤 대책이 나오든 산업계와 국가경제 전반에 큰 영향이 예상된다. 이 때문에 한동안은 스스로 지하수 사용에 조심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신 교수는 “MTBE 검출사실을 확인한 후 먹는물 사용은 물론 세수나 목욕물로도 되도록 쓰지 말라고 주의를 강력히 환기시켰다. 인체 유해성이 확증되진 않았지만 조심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 유·무선 합치니까 톡톡 튀네

    IT업계는 요즘을 컨버전스(융합) 시대라고 부른다. 모여서 합쳐지고, 합쳐져서는 전혀 얼굴이 다른 기술과 상품이 출시된다.‘첨단’이란 단어가 붙으면서 이같은 정보기술(IT) 융합이 쉼없이 일어난다. 유선(有線)은 영역을 무선으로 넓혀 선을 없애더니 이젠 방송영역까지 확장, 선의 의미가 무색할 정도다. 무선(無線)업계의 영역확장도 마찬가지다. 모바일과 금융이 만나고 자동차와 방송이 접목됐다. 최근엔 게임까지 단말기란 만능기기에 실렸다. 가히 혁명적이다.50번째 정보통신의 날(22일)을 맞아 시간과 공간을 파괴한 ‘유비쿼터스시대’의 IT분야 밑그림 변화를 각사 대표 사업과 서비스를 통해 짚어본다. ■ 무선업계 전략 상품 ●SK텔레콤 ‘1㎜(일미리)’ 기존 휴대전화 무선인터넷의 경우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찾기까지 시간도 많이 걸리고 경로도 복잡했던 것을 보완한 무선인터넷 서비스다. 휴대전화 첫 화면에 있는 캐릭터와의 대화를 통해 사용자가 원하는 무선인터넷 정보를 쉽고 빠르게 전달받도록 했다. 1㎜서비스는 인공지능이 있는 캐릭터가 휴대전화 바탕 화면에 대기하고 있다가 사용자의 질문에 답변하는 식이다. 예컨대 ‘주변 맛집’을 문자로 입력하면 인근 식당 리스트가 제공되고,‘야!’라고 부르면 ‘왜!’라고 대답도 하는 등 심심풀이 대화도 해준다. 뉴스, 날씨, 영화, 맛집,TV 등 10가지 분야에 대한 빠른 정보 서비스가 제공된다. 그러나 다른 포털로 연계는 안 된다. 네이버, 다음 등 단어는 인식하지 못한다. 1㎜서비스를 총괄한 윤송이 CI사업본부장은 “사용환경이 복잡한 휴대전화에서 무선인터넷은 얼마나 쉽고 빠르며 정확하고 편한지가 관건”이라면서 “고객의 사용패턴을 분석한 뒤 특정 서비스를 자주 쓰는 고객에게 전문 서비스를 추천하는 등의 방식으로 더욱 전문화된 맞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요금은 월 1200원. 데이터 통화료와 정보 이용료는 별도. ●KTF ‘지팡’ ‘길거리에서 게임한다.’ KTF의 모바일 게임포털 ‘GPANG(지팡·www.gpang.com)’은 ‘실내 게임방’을 거리(휴대전화)에 내놓은 대용량 3D서비스다. 국내에서 지난 4일 첫출시됐다. 앞서 시작한 만큼 4조원대로 추산되는 국내 게임시장을 앞서 잡는 것이 목표다. 온라인게임,PC게임,PS2,X박스 등 기존의 모든 게임도 사이트에 담아냈다. 휴대·이동성, 온라인·비디오 게임의 그래픽과 속도성을 모두 충족시켰다.100메가바이트(MB)가 넘는 대작 롤플레잉게임(RPG)과 3차원 게임을 구현할 수 있다. 경쟁사 포털과는 달리 외장 메모리카드로 메모리 확장이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지팡’ 사이트에서 먼저 유선으로 게임을 내려받고 게임매니저 프로그램을 설치한 뒤 케이블을 통해 휴대전화에 저장하면 이용할 수 있다. 요금도 전용요금제를 적용, 한달에 9800원만 내면 데이터이용료 부담없이 무제한 이용 가능하다. 전용폰이 필요한데 삼성전자(SPH-G1000) 단말기가 유일하다. 올 연말까지 5∼6종의 전용 단말기 출시가 예정돼 있다. 현재 전용게임 콘텐츠는 액션, 슈팅, 레이싱 등 총 11개다. 연말까지 100여개까지 확대된다. ●LG텔레콤 ‘뮤직온’ 음악사이트 ‘뮤직온(musicON/www.music-on.co.kr)을 지난해말 시작하면서 MP3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LG텔레콤은 업계 최초로 지난해 3월 MP3플레이어 기능을 가진 MP3폰을 내놓은 뒤 자체 음악사이트 ‘뮤직온’을 운영하고 있다. 뮤직온 이용건수는 1월 280만,2월 350만,3월 550만건.3월 이용건수가 1월 대비 96%나 성장하는 등 크게 활성화되는 분위기다. 총 130만곡에 달하는 음원을 가지고 있다. 뮤직온은 특히 가입자에게 6개월간 공짜로 음원을 사용토록 하고 있다. 가입시점으로부터 6개월동안 무료이며, 오는 6월말까지 가입하면 혜택을 받는다.SK텔레콤이나 KTF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도 뮤직온에서 음원을 스트리밍 형태로 제공받을 수 있다. 뮤직온은 오는 8월까지 매달 뮤직온 고객 200여명을 추첨해 인기가수들의 콘서트에 초청하는 한편 세븐 등 인기가수들의 노래를 뮤직온에서 독점으로 제공하고 있다.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유선업계 전략 상품 ●KT 와이브로(휴대인터넷) 휴대인터넷은 언제, 어디서나, 이동 중(60㎞)에 방송 등 고화질 동영상을 제공하는 차세대 서비스다. 초고속인터넷 및 무선 랜의 이동성을 보완, 대용량 데이터 트래픽이 요구되는 서비스에 적합하다. 3개 사업자 중 1등으로 사업권을 딴 KT는 경쟁사보다 빠른 내년 4월에 서울 및 수도권 10개 도시에서 상용 서비스에 나선다. 오는 2007년에는 5대 광역시를 포함,15개 도시에 제공하고,2008년에는 59개 도시지역에서 서비스한다.KT는 휴대인터넷을 정체된 유선통신시장의 새 성장엔진으로 삼고 있다. 지금은 시스템 및 단말기 개발, 무선 구축, 콘텐츠 확보 등을 추진 중이다. 국내시장은 첫해인 내년에 70만 6000명,2010년에는 885만 3000명의 대규모 시장이 예상된다. KT는 경쟁사에 비해 강점인 유무선 인프라와 인터넷망, 가입자망, 기간 전송망, 무선 랜,KTF의 이동통신망과 KTH의 콘텐츠를 활용, 최대한 시너지 창출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전용단말기 보조금 허용 범위가 시장 형성의 관건이다. 특히 KT는 휴대인터넷이 인텔의 와이맥스와 비슷한 서비스로, 국내시장이 형성되면 해외진출도 가능한 사업으로 보고 있다. ●하나로텔레콤 광대역통합망(BcN) 시범사업 하나로텔레콤은 KT에 이은 유선통신 2위 사업자다. 따라서 BcN은 ‘영원한 2위’ 자리를 떨치기 위한 미래 핵심 전략사업이다.BcN은 유무선, 통신·방송 융합의 핵심 인프라여서 IT 컨버전스시대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 몸집이 큰 KT와 경쟁사인 데이콤도 참여하고 있다. 때문에 하나로는 전략적 선택을 했다. 무선업계 최강인 SK텔레콤과 지난해 5월 ‘유비넷(UbiNet)’이란 컨소시엄을 구성, 사업을 시작했다. 유선과 무선업체가 결합하면 BcN사업의 선도가 충분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시범 서비스는 오는 7월 시작한다. 서비스망은 서울·대전·부산 등 대도시 지역 300가구이다. 하나로는 BcN으로 ▲HFC(광동축망) 기반의 VoIP(인터넷전화) 서비스▲IP(인터넷주소)망을 근간으로 한 화상전화▲방송사와 연계한 고화질 VOD(주문형 비디오) 서비스와 IPTV(인터넷방송)을 포함한 홈네크워크 서비스와 연계할 계획이다. SK텔레콤은 유무선 통합서비스를 중점 개발하고, 하나로텔레콤은 통신·방송 융합서비스와 음성데이터를 개발한다. 정기홍기자 hong@seoul.co.kr
  •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15) 변산 태진스님과 정감록 사건(下)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15) 변산 태진스님과 정감록 사건(下)

    1733년 7월 전라도 남원성벽에 괴벽보가 나붙었다. 머지않아 영조 임금이 쫓겨나고 새 세상이 열린다는 내용이었는데 벽보를 직접 작성한 사람은 남원 부자 김영건의 아들들이었다. 이 벽보에는 김씨들의 숙적인 이유성 일가의 이름이 도용돼 있어 이씨들을 모함하기 위해 그랬을 거라고 추측해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사건이 그처럼 단순하고 우발적이었을까? ●이여매와 이여진 형제의 이름으로 된 벽보 남원성벽에 내걸린 벽보는 이유성의 아버지 이여매와 숙부 이여진의 이름으로 되어 있었다. 이 형방은 문서를 읽고 나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세상에 이런 흉악한 문서에 제 이름 석자를 붙여 걸어둘 바보가 과연 있겠는가? 형방은 박 호장, 최 이방 등과 이 문제를 상의한 다음 이씨 집안과 다투고 있던 김영건 부자에게 혐의를 두었다. 일차로 김영건 부자를 연행한 다음 그 집안을 수색했다. 그 과정에서 벽보의 초안이 발견돼 사건은 싱겁게 마무리되는 듯했다. 김씨들이 괴문서의 말미에 이여매 형제의 이름을 적어 놓았다면, 그것은 어처구니없는 실수였다. 그러나 원수의 이름을 빌려 반역의 의지가 명백한 벽보를 붙일 만큼 김씨들은 무지몽매했을까? 벽보를 손수 쓴 김원팔로 말하면 제법 공부를 많이 한 사람으로 그 정도 계산도 못할 만큼 청맹과니는 결코 아니었다. 김원팔 형제가 남문 옆 성벽에 벽보를 붙여두고 집으로 돌아간 직후, 세 사람의 괴한이 그 자리에 나타났다. 둘은 좌우에서 망을 보았고 나머지 한 사람은 벽보의 맨 끝에 “이여매와 이여진 씀”이란 글귀를 추가했다. 그 글씨체는 영락없이 김원팔의 것이었다. 하지만 좀더 자세히 살펴 보면 왼쪽으로 좀더 비스듬히 올라간 것이 눈에 띌 만도 했다. 눈썰미가 남다른 이방 최정도는 그 점을 이미 정확히 짚고 있었지만, 그는 누구에게도 필체의 미세한 차이를 말하지 않았다. “사건은 이 정도로 마무리돼야 한다. 만약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된다면 남원은 헤어날 길이 없는 소용돌이 속으로 휘말려 들어간다. 지금 필요한 것은 사건의 근원적인 규명이 아니다. 확대 수사는 도리어 민심을 뒤흔들어 놓을 뿐이다. 여기서 종결시키자. 더 이상의 불필요한 잡음을 불러일으키지 말고 사적 원한에 근거한 우발적인 사건으로 마무리하자. 그것이 모두에게 좋다. 어차피 이 세상은 그런 것이다!” 이것이 남원의 사정을 누구보다 꿰뚫고 있던, 아니 18세기 한국사회의 물정을 정확히 파악했던 최정도 이방의 생각이었다. ●김영건 일가를 저버린 지하조직 따지고 보면 그랬다. 조직은 김원팔 일가를 희생양으로 삼기로 작정했다.18세기에는 하삼도만 해도 남원 운봉 함양의 지리산, 부안의 변산, 충청도 계룡산과 오서산, 합천의 가야산 등지를 잇는 지하조직이 결성돼 있었다. 조직원의 수가 얼마나 됐고 조직의 구성이 어땠는지 전모를 정확히 파악할 길은 없지만, 수십 수백 명이 가담한 비밀결사가 존재했던 것만큼은 사실이었다. 그런 지하조직의 최종 목표는 조선왕조를 전복시키고 용화세계 또는 미륵세상을 건설하는 것이었다. 동학에서 말하는 지상천국, 후천세계의 원형이 이미 18세기에 형성되고 있었다. 지하조직은 ‘정감록’을 비롯한 각종 비결을 앞세워 민심을 선동했다. 조직은 나라를 원망하는 각양각색의 인사들을 점조직으로 편성했다. 조직의 활동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각처의 부자들을 포섭하거나 도적질을 하기도 했다. 남원부자 김영건 같은 이는 지하조직의 입장에서 보면 무척 쓸모있는 인물이었다. 김영건은 천민출신이라서 기존의 사회질서를 반대했으며 자금력도 어느 정도 충분한 데다 김원팔과 같이 유능한 아들이 있어 지하조직의 한 귀퉁이를 맡길 만했다. 김영건 자신은 아마 짐작도 못했을 테지만, 지리산에 근거지를 둔 지하조직은 오래 전부터 김영건 일가를 포섭하는 데 큰 관심이 있었다. 일찌감치 지하조직의 지도부는 김영건의 비밀을 알고 있었다. 남원, 운봉, 함양 일대를 제 손금 들여다보듯 훤히 아는 탁발승들이 바로 조직의 중추였는데,17세기 후반 영건의 어머니 분금이 무작정 노씨 집을 뛰쳐 나왔을 때 지리산에서 굶어 죽지 않고 무사히 남원으로 진출할 수 있었던 것이 실은 어느 탁발 승려 덕택이었다. 그 인연은 영건이 모르는 사이에도 계속됐었다. 나중에 분금이 아들 영건에게 남긴 유언 가운데 부처님의 원력을 말한 것도 다 그런 사정이 있어서 나온 말이었다. 양반 정 노인의 신분시비 사건으로 김영건은 큰 충격을 받아, 현세를 지배하는 논리에 회의를 품게 된다. 하지만 그는 천품이 온화하고 조심성이 많으며, 이미 노년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조직을 위해 물불 안 가리고 희생을 바칠 사람은 못 되었다. 지하조직은 그런 판단을 했기 때문에, 그의 세 아들들에게 더더욱 큰 기대를 걸었다. 지하조직은 지도부에 속한 변산의 승려 태진과도 연줄이 있는 최봉희를 시켜 김원팔, 김원하, 김원택 3형제에 대한 접근을 시도했다. 최봉희는 우선 비결을 가지고 그들을 설득하려 했고, 가장 먼저 그 먹이를 문 사람은 김영건의 막내아들 김원택이었다. 그 덕분에 김원팔과 김원하를 조직에 가담시킬 수 있게 됐다. 그런데 1732년 가을부터 김원택은 조직을 이탈할 기미를 보이고 있었다. 김원택은 지하조직이 추구하는 목적이 지극히 비현실적이라고 판단했고, 조직 활동은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라고 생각해 김씨 일가의 담당인 최봉희 보기를 꺼려했다. 그는 형들과도 일정한 거리를 취하고 있었다. 조직은 김원택에 대해 다각도로 회유책을 폈으나 전혀 통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됐다. 조직은 마지막 수단을 고안했다. 김영건 일가에게 괴벽보를 작성해 남원읍성에 부착하도록 지시했다.3형제가 공동으로 하라는 명령이었다. 이런 식으로라도 그들을 묶어두지 않으면 장차 조직을 관리하기가 어려울 것이란 게 상부의 판단이었다. 김원팔 형제가 벽보를 붙이는 순간에도 조직은 멀리서 그 광경을 감시하고 있었다. 그런데 현장에 나타난 것은 약속한 3형제가 아니었다. 김원택이 현장에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이 마음에 걸린 담당책 최봉희는 상부와 긴급히 상의했고, 그 처방은 간단명료했다. 김씨 일가를 희생시켜라! 그리고 최봉희 넌 멀리 도망쳐라! 우리 조직의 남원 지부는 당분간 활동중지다! 그러나 이 벽보를 계기로 민심을 한 번 뒤흔들어 놓을 것이다. ●김원택과 최봉희의 머리싸움 거슬러 올라가 살펴 보면, 남원의 일부를 담당한 최봉희는 부자 김영건이 가장 사랑하는 막내아들 김원택에게 접근했었다. 최는 세상 물정에 두루 밝은데다 붙임성이 대단히 좋았다. 게다가 남원에선 손꼽히는 양반가문의 후예였다. 집이 가난한 것만 빼놓으면 도무지 나무랄 데가 없는 선비였다. 출신이 미천해 고민하고 있던 김원택 일가로선 그런 최봉희와 사귀게 된 것이 큰 영광이었다. 최봉희의 지식에 매료된 김원택은 장형 원팔과 중형 원하에게 차례로 최를 소개했다. 김원팔 등은 매일 같이 최봉희를 만났고 그 때마다 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후의를 베풀었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마치 최봉희가 김원팔의 식객(食客)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처음엔 정말 그랬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최봉희는 김씨 일가의 내면을 완벽하게 통제하기 시작했고, 김원택은 바로 그 점을 못마땅해했다. 그래서 원택은 최가 자기 형들과 함께 만든 필묵계에도 관여하길 거부했다. 그는 두 형과 아버지 김영건에게 최를 멀리하라고 몇 차례 간청하였으나 이미 소용없는 일이었다. 벽보를 붙이는 문제가 집안에서 거론되자 김원택은 최가 배후 인물임을 직감했다. 그래서 그는 가장 충직한 종 남산을 성밖으로 내보내 최봉희가 숨을 만한 곳을 미리 수소문하라고 했다. 만일의 경우 관가에 연락해 최봉희가 즉각 검거되도록 손을 써둔 것이었다. 김원택은 장차 아버지와 형들이 벽보사건의 주범으로 몰려 멸문의 화를 당할 게 너무 억울했다. 만일 집안에 화가 닥치면 최를 비롯한 지하조직도 분쇄되어야 마땅하다고 믿었다. 하지만 지하조직은 점조직이라 최봉희 위에 누가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원택은 그동안 최봉희에게 들은 이야기를 생각나는 대로 모두 정리해 보았다. 문득 변산 승려 태진의 이름이 뇌리에 떠올랐다. 가만히 생각할수록 태진과 최봉희의 관계는 예사롭지 않을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사건이 터졌을 때 원택은 배후조종자로 태진을 고발했다. ●‘정감록’ 사건의 마무리 김영건 4부자를 비롯해 최봉희, 태진 등은 제각각 검거된 장소와 시각은 조금씩 달랐지만 모두 서울로 압송되었다. 그들은 창덕궁의 정문인 인정문(仁政門)에 설치된 특별수사본부에 끌려가 엄한 취조를 받았다. 때로 국왕 영조가 직접 심문에 나설 정도였다. 제1급 시국사건으로 취급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사건에 연루되어 전라도에서 서울까지 끌려가 조사를 받은 사람이 삼사십 명이나 됐고, 전라도 각처에서 일시 검거돼 취조받은 사람은 수백을 헤아렸다. 인정문 앞에선 열흘 넘게 날마다 지독한 고문이 계속됐다. 몽둥이찜질은 기본이고, 인두로 몸 지지기, 정강이뼈 뒤틀기, 무릎 관절 부수기 등은 이를테면 선택사항이었다. 혐의자들은 차례로 단독 심리를 거쳐, 관련자와 대질 신문을 받은 뒤 다시 재심리를 받았다. 중간에 말이 바뀌면 모든 수사과정이 처음부터 되풀이됐다. 하루에도 여러 차례 거듭된 고문과 그 중간에 잠깐 끼어든 달콤한 회유, 그리고 교활한 유도신문이 연달았다. 머리 좋고 경험 많은 의금부 관리들을 비롯해 조정대신들 그리고 국왕 영조까지 직접 심문에 나섰기 때문에, 그 자리에 끌려 나온 사람은 여간한 배짱과 지능으로는 조금도 숨기거나 속일 수가 없었다. 며칠만 닦달을 하면 고분고분 모든 사실을 실토하게 되었다. 특히 사건 심리의 초기 단계에는 가능한 모든 범위로 수사가 확대되었다. 털끝만큼이라도 혐의가 있어 뵈는 사람은 연일 추가로 체포돼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김원팔과 그의 아버지 김영건은 고문을 견디다 못해 판결도 내려지기 전에 형틀에서 죽고 말았다. 실상 벽보 사건에 전혀 가담하지 않는 김원택도 맞아 죽었다. 고문을 잘 견뎌 용케 살아남은 이는 김원하였다. 그는 역적의 아들이란 죄로 또다시 두들겨 맞은 다음 변방으로 유배되었다. 이럴 때도 고수는 따로 있었다. 지하조직의 하급간부 최봉희는 사형을 받아 마땅하다는 수사관들의 의견이 있긴 했지만 그의 죄를 증명할 결정적인 단서가 나오지 않아 외딴섬으로 귀양가는 데 그쳤다. 본래 점조직으로 운영된 조직이다 보니 김영건 부자는 최봉희의 윗선이 누구인지 알지 못했다. 그들은 수사과정에서 최봉희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했지만, 특수 훈련을 받은 최봉희는 노련했다. 최는 갖은 고문에도 불구하고 지하조직의 비밀은 하나도 노출시키지 않은 채, 아무렇게나 생각나는 대로 많은 사람들의 이름을 불러제침으로써 수사본부를 피곤하게 만들었다. 나중에 수사본부는 최봉희를 미치광이로 규정함으로써 그에 대한 수사를 매듭지었다. 조직의 거물이자 당시 전라도내에서 이름난 승려였던 변산의 태진은 자신을 변호하기에 충분한 지혜를 가지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남사고 비결’을 소장했다는 점만 인정했을 뿐, 벽보 사건과 무관하다는 점을 끝까지 주장했다. 영조는 “태진의 대답이 범행을 자백한 것이나 마찬가지구나!”라고 하여 태진이 사건에 관련돼 있다고 보았지만 구체적인 물증을 확보하지 못했다. 결국 다른 방법이 없어 태진을 함부로 죽이지 못하고 섬으로 귀양보냈다. ●조정은 지하조직의 존재를 알고 있었는가? 당시 도승지 홍경보는 영조에게 이런 조언을 했다.“지금 영남 하도(下道, 경상남도)와 호남의 인심이 매우 험악합니다. 만약 수사를 여기서 멈춘다면 괴수들이 비웃을 것입니다. 각별히 헤아려서 연루자를 체포해야겠지만 마구잡이로 잡아들이면 안 됩니다. 그런 뜻으로 공문을 보내면 어떻겠습니까?” 영조는 홍경보의 말이 옳다며 민심을 자극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수사를 계속하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본격적인 수사는 불가능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지하조직에 음양으로 관련돼 있었던 데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사정이 조금만 더 악화되면 조직에 대거 참여할 기세였다. 이런 판국에 혐의자들을 함부로 붙들어다 고문하게 되면 조정이 정말로 우려하는 반란 또는 폭동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었다. 그야말로 혹 떼려다 혹 붙인다는 말처럼 될 수도 있었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관리들은 자신들의 임기에만이라도 그저 별일 없이 조용하기를 바랐다. 얼마나 애를 써서 얻은 벼슬자리인가. 아직 본전을 다 뽑지도 못했는데 만일 난리가 일어나 벼슬을 놓치게 되는 일이 생겨선 절대 안 될 일이었다. 그래서 그들 관리들은 이구동성으로 아뢰었다. “엄히 조사를 해봤습니다만 별탈은 없는 듯합니다. 백성들이 불안해서 생업을 소홀히 하는 일이 없도록 이제 수사를 종결해야 됩니다. 이번 사건은 배후에 무슨 특별한 조직 같은 것은 없습니다. 그저 시골의 무식하고 못돼 먹은 반역자 김영건 4부자가 사적인 원한으로 엉뚱한 짓을 벌인 것입니다.” ●영조의 선택 영조도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그 또한 알고 있었다.“역적 놈들은 과인의 목을 요구한다. 놈들은 이 나라가 망하기만 바라고 있다.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사건을 축소해 개인적인 차원의 문제로 처리하는 것이 제일이다. 이것은 일부 몰지각한 놈들의 소행이라고!” 결국 왕의 생각이나 조정대신들, 지방관들의 뜻은 남원 이방 최정도의 견해와 다를 것이 없었다. 그렇게 둘러대긴 했지만 왕의 마음은 께름칙했다. 하필 왜 남쪽 지방, 그것도 전라도에서 이런 고약한 무리들이 자꾸 나오는 것일까. 왕은 자기의 친어머니가 전라도 출신의 미천한 나인인줄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마음이 더욱 산란했다. 그는 불편한 심기를 완전히 눅이지 못한 채 목청을 돋워 각도의 관찰사들을 독려했다. “전라도는 우리나라에서 잡술을 가장 숭상한다고 들었다. 근래 태진이란 중놈의 예언서를 보면 그 폐해의 심각성을 알만 하다. 예언서를 엄금해야 한다. 너희들 휘하의 지방관들에게 명하여 어리석은 백성들이 일체 그런 불온서적에 관심을 갖지 못하게 하라. 삿된 경전(邪經)을 버리고 성리학에 힘쓰게 하라.” 왕은 ‘정감록’에 대한 이데올로기 전쟁을 선포했다. 그러나 낡은 성리학으로 ‘정감록’을 이길 수 있을까. (푸른역사연구소 소장)
  • 널뛰는 美경제… 경기전망 ‘갈팡질팡’

    널뛰는 美경제… 경기전망 ‘갈팡질팡’

    미국 경제의 전망에 대한 평가가 온탕-냉탕을 왔다갔다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경기과열에 따른 인플레이션을 걱정하고 있는가 하면 다른 편에서는 경기가 일시 하강 국면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소프트패치’ 현실화되나 경제뉴스 전문 사이트 CNN머니는 미국의 2월 무역적자가 기록적으로 늘어나고 3월 소매판매도 기대치를 밑돈 가운데 주요 기업의 1·4분기 실적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월가에 소프트패치(경기상승기의 일시적 하강 현상)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18일(현지시간) 전했다. CNN머니는 한때 4.6%를 넘었던 미국의 10년만기 국채 수익률이 4.2%로 떨어진 것은 인플레이션보다는 경기침체를 걱정하는 투자자들의 분위기를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경제 전문 사이트 CBS마켓워치도 우량기업들의 수익이 감소하고 제조업 생산이 떨어지는 등 악재가 잇따르면서 최근 소프트패치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장분석가 셰리 쿠퍼는 “제조업 분야의 일시적 침체 차원이 아닌 것으로 보이며, 그 주범은 자동차 산업이라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FRB “인플레이션 경계해야” 반면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 B)는 오히려 인플레이션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수전 비에스 FRB이사는 “최근 몇달 동안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중되고 있다.”면서 “금리를 통해 인플레이션을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달 3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현재 2.75%인 기준금리를 3%로 올리는 방안이 적극 검토될 것임을 시사한 대목이다. 19일 발표되는 미국의 3월 도매물가지수(PPI)와 다음날 나오는 3월 소매물가지수(CPI)가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잣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3월 ‘근원’PPI와 CPI는 상승폭이 각각 0.2%가량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특히 근원CPI가 0.3%를 넘으면 인플레이션에 적신호가 들어온 것으로 보고 있다. ●불안심리가 주요인 이처럼 전망과 분석이 엇갈리는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투자자들 사이에 막연한 불안심리가 팽배해 있다는 점이다.CNN머니는 “요즘 시장에서는 유가하락, 금리인상, 일부 우량기업의 실적 호전 등 좋은 뉴스들까지 무시되고 있다.”고 묘사했다. 씨티그룹 스미스바니의 분석가 토비아스 레브코비치는 “모든 뉴스가 투자자들에게 나쁜 것으로 해석되는 기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일부 전문가들은 소프트패치에 접어든 것이 사실이라 해도 걱정할 문제는 아니라고 진단했다. 도이체방크 미국지사의 조 라보르그나는 4% 이상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던 해를 분석해보면 일부 기간에는 예외없이 성장률이 일시적으로 낮아졌다고 지적했다. 장택동기자 taecks@seoul.co.kr
  • 中·日갈등 정상회담 카드로 봉합

    |베이징 오일만·도쿄 이춘규특파원|중국내 반일시위로 1972년 국교정상화 이후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는 중국과 일본이 외교적 차원에서 갈등의 봉합을 추진하고 있다. 양국 정부가 ‘D데이’로 잡고 있는 것은 오는 22일부터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아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다. 양국 정부는 회의 기간 중 별도로 중·일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물밑 협상이 한창이다. ●中 지방정부서 개별보상 방침 양국 모두 분위기 조성에 착수했다. 반일시위와 관련, 일본에 대한 사죄와 배상을 거부하고 있는 중국의 중앙 정부 대신 지방정부 차원에서 ‘손해배상’을 추진하는 등 화해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고 일본 언론들이 19일 보도했다. 상하이시는 지난 16일 반일시위로 파괴된 일본 식당에 대해 손해 배상 의사를 피력했다. 베이징 일본대사관에 대해서도 건물 소유주인 중국 외무부 산하 법인이 9일 시위대가 파괴한 유리창의 배상방침을 밝혔다고 일본 언론들이 전했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는 “중국측에 의한 사실상의 사죄 표명”으로 보고 양국 정상간 대화를 통한 현안 해결을 서두르고 있다. 리자오싱(李肇星) 중국 외교부장도 19일 베이징에서 열린 회의를 통해 정부 관리들에게 반일시위에 참여하지 말 것을 지시했다고 중국 관영 CCTV가 보도했다. ●리자오싱, 관리들 시위참여 자제 지시 앞서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도 18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이 성사될 경우 중국인의 반일시위로 발생한 폭력사태에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중국 역시 관영 언론들을 내세워 3주째 이어진 대규모 주말 반일시위에 대한 자제를 호소, 분위기 조성에 나섰다. 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18일 시평을 통해 “지금 단계에서는 안정이 중국 인민의 이익에 가장 부합한다.”며 시위 자제를 호소했다. 그동안 반일시위를 방관해 오던 중국 당국이 국면전환에 나섰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고이즈미 사과·배상요구 포기 시사 실업문제와 빈부격차 등으로 사회적 불만이 누적된 상황에서 반일시위가 자칫 반정부 시위로 전환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중국 지도부의 분위기도 감지된다.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중국 공안이 시위 주동자 7명을 체포했으며 이는 반일시위가 더 이상 확대되지 않길 희망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문제는 ‘5·4운동 기념일’이다. 중국 전역에서 최대 규모의 반일시위가 예상된다. 이 때문에 이번 주 인도네시아 정상회담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 다음달 9일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2차대전 승전 60주년 기념식에 맞춰 중·일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부상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oilman@seoul.co.kr
  • 암 억제약품 영국서 개발

    유전자 결함으로 인한 유방암 세포들만 골라서 파괴하는 약품이 개발돼 유방암 정복에 돌파구가 열렸다고 과학전문지 네이처가 14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영국의 제약회사 쿠도스와 영국암연구센터 등은 10년간의 연구 끝에 유방암 세포를 죽이는 ‘PARP(효소의 일종) 억제제’를 개발했다. 쥐를 상대로 한 실험에서 100% 치료율을 보여 수개월 내 인체를 대상으로 임상실험에 착수하기로 했다. 연구팀은 BRCA1,2라는 유전자와 PARP라는 효소에 집중했다.BRCA의 결함으로 인한 유방암 세포는 PARP의 차단에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PARP는 DNA의 손상을 인지하고 치료제인 단백질 생성을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PARP가 차단된 세포는 불안정해 스스로를 파괴한다. 연구팀은 쥐에 유방암 세포를 투여한 뒤 PARP 억제제를 처방한 결과 암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억제제를 투여받지 못한 쥐들의 80%는 암 종양이 생겼다. 특히 이 약은 정상적인 세포를 손상시키지 않기 때문에 기존의 치료방식에서 나타나는 구토나 탈모 등의 부작용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전적 요인이 아닌 유방암 세포에도 효과적이어서 유방암 환자의 20%는 치료 가능하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장택동기자 taecks@seoul.co.kr
  • [박은영의 DVD 레서피] 죽음에서도 삶의 참맛이 솔솔

    [박은영의 DVD 레서피] 죽음에서도 삶의 참맛이 솔솔

    우리나라에서 장례는 하나의 잔치다. 머리를 풀어헤치고 곡을 하면서도 다른 한편에선 조문객들을 위한 잔칫상이 벌어진다. 어디 장례뿐인가. 기일(忌日)을 기념하는 제사상 차림은 홍동백서, 좌포우해 등등 임금님 수라상 못지않다. 서양에서 죽음은 현실과의 단절이며 ‘메멘토 모리’라는 격언처럼 의식적으로 기억해야 할 대상이다. 그러나 우리는 죽은 자들의 영혼이 종종 공기 중에 떠돌고 있다고 생각할 만큼 가깝게 느낀다. 죽은 자에게도 이심전심이 통한다고 믿는 것이 우리네 정서기 때문이다.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와 ‘식스 핏 언더 시즌2’는 공통적으로 죽음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여고괴담‘는 세상으로 통하는 길을 발견하지 못한 한 소녀의 자살에 시선을 고정한다. 소녀의 돌발적인 행동을 비난하고 따돌렸거나, 동성애의 감정에 닿아 있던 친구 모두가 죽은 소녀의 분노와 초자연적인 현상에 공포를 느낀다. 학교가 폐쇄되고 아이들은 패닉상태에 빠지지만, 사랑하는 친구의 진심이 열렸을 때 분노는 사라지고 소녀는 모두를 용서한다. 장의사 집안인 피셔가의 에피소드를 다룬 ‘식스 핏 언더 시즌 2’는 죽음을 건조하고 유머러스하게 녹여낸다. 시체를 닦고 복원하는 일이 아무렇지도 않게 등장하고, 장의사들의 일상과 더불어 제각각의 사연이 있는 시체들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 UE 1999년에 개봉된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가 무려 6년 만에 6개의 디스크로 재출시되었다. 창조적인 스타일로 마니아층을 거느린 컬트영화답게 그간 DVD 확장판에 대한 요구도 끊임없이 있었다. 기존판에 비해 화질과 음질이 월등히 업그레이드되었으며, 자연스러운 색감과 정확한 방향감, 응집력 있는 사운드가 돋보인다. 두 감독의 음성해설과 더불어 듀나와 파프리카의 텍스트 코멘터리는 밀도가 있다. 절판된 조성우 음악감독의 OST와 별도의 디스크로 수록된 가편집본도 주목할 만하다. ● 식스 핏 언더 시즌 2 아버지의 뒤를 이어 장의 일을 대물림한 한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TV 시리즈, ‘아메리칸 뷰티’의 각본을 쓴 알렌 볼이 각본과 총감독을 맡았다. 이들은 ‘행복한 장의사’ 보다는 소박한 옷의 ‘아담스 패밀리’를 닮았다. 기괴한 구성원이라서가 아니라 죽음을 다루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고, 각자 별난 개성을 갖고 있으며, 종종 죽은 사람과도 대화하기 때문이다. 각각의 에피소드는 누군가의 죽음으로 시작된다. 생몰연대가 뜨면서 피셔가 사람들의 분주한 일상이 전개된다. 별다른 부가영상은 없지만 디스크마다 1개의 에피소드에 감독 코멘터리가 수록되어 있다. 참고로 ‘식스 핏 언더’는 관을 묻을 때 파는 땅의 깊이를 말한다.
  • [시론] 스와핑 후에도 마주보고 살수 있나/김영희 서울가정법원 조정위원

    [시론] 스와핑 후에도 마주보고 살수 있나/김영희 서울가정법원 조정위원

    미국과 서구사회의 해괴한 성행위로 여겨지고 있는 ‘스와핑’이 어느새 우리 주변에 밀려와 급속히 확산되면서 범죄를 유발하고 있다. 스와핑 중개 사이트를 개설하여 회원 5000여명을 모아 부부들이 서로 맞바꾸거나 집단으로 성관계를 맺게 한 사이트 운영자가 경찰에서 “스팸메일이나 전화홍보를 하지 않았는데도 사람들이 앞다퉈 회원가입을 해와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한다. 또한 며칠 전엔 아내의 스와핑 상대였던 현역 장교와 대기업 간부에게 이 사실을 가족과 직장에 알리겠다고 협박하여 수천만원의 금품을 뜯어낸 남자가 구속된 사건이 있었다. 하지만 경찰은 “스와핑이 풍속을 해치는 면은 있지만 부부 합의하에 금전거래 없이 성 관계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이들을 처벌할 법률적 근거가 없다.”고 했다는데 더 큰 사회문제가 생기기 전에 법적규제가 있어야 할 것 같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건전한 성문화를 위해 스와핑을 한 사람들을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과 스와핑은 개인의 사생활이므로 도덕적으로 비난 받을 수는 있지만 법적으로 처벌받는 것은 지나치다는 견해가 네티즌들 사이에 오가고 있다. 부부가 상대를 바꿔 성관계를 맺고도 어떻게 얼굴을 마주하며 살 수 있을까? 인간은 누구나 동물적인 본능을 지니고 있다. 배우고 못 배우고 빈부의 격차를 떠나 성욕은 인간의 본능인 것이다. 부부에게 성관계만큼 몸과 마음을 하나로 밀착시키는 방법은 없을지 모른다. 만족한 성 생활은 부부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며 생활에 활력이 넘쳐 삶을 즐겁게 해주지만 성생활이 만족치 못한 부부는 몸과 마음이 화합하지 못하고 제 각각이어서 사소한 일에도 불평불만이 쌓여 가정파탄이 나는 경우가 많다. 옛말에 ‘아무리 심한 부부싸움을 했더라도 같은 이불 덮고 자라.’ 했고 ‘부부싸움 칼로 물 베기.’란 말도 있는데 살 섞고 살다 보면 작은 섭섭함과 미움쯤이야 금세 풀어진다는 뜻이 아닌가 싶다. 결혼은 남녀가 섹스를 즐기기 위해 만나는 인간관계가 아니다. 성생활은 결혼생활에서 있어야 할 하나의 중요한 요소이지만 전부가 될 수는 없다. 부부사이에 존엄성 없이 섹스가 전부라면 하급동물과 인간이 다를 것이 없다. 왜 현대인들은 섹스에 열광들을 하는 것일까? 날로 황폐화되는 도덕성 때문일까. 아니면 각박한 삶에 지쳐 돌파구를 찾기 위한 몸부림 때문일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여자에게 섹시하다는 말을 건네면 당사자인 여성은 자신이 천박한 여자로 비하된 것 같아 수치심으로 얼굴이 벌게지며 벌컥 화를 냈었다. 하나 요즈음 젊은 여성들은 섹시하다는 말을 최대의 찬사로 받아들이고 더 섹시한 여자가 되기 위해 몸매 가꾸기에 값비싼 투자를 아끼지 않으며 눈물겨운 노력들을 하고 있다. 마약, 알코올, 커피도 가까이 하다 보면 중독이 되어 점차 그 양을 늘려가야 되듯이 정상적인 부부관계가 권태스럽게 느껴진 부부가 스와핑을 하고 더 자극적인 것을 원하게 되면서 집단 섹스파티를 하고…. 언젠가 그마저 시들해지게 될 터인데 종내 그들이 갈 곳은 어디일까? 부부는 가슴과 가슴사이에 흐르는 사랑으로 살아야 한다. 젊은시절의 불타는 정열은 잠시잠깐일 뿐,40∼50년을 함께하다가 죽음이 두 사람을 갈라놓을 때까지 오순도순 정답게 살아가는데 필요한 버팀목은 섹스가 아닌 존경과 신뢰다. 스와핑은 분명 우리가 받아들여야 할 서구문화가 아니다. 호기심으로 해 볼 것이 못되며 더구나 권태를 풀어내는 방법이 될 수 없다. 건전한 성생활과 함께 한결같은 마음으로 서로를 챙기는 부부가 진정 아름다운 부부일 것이다. 김영희 서울가정법원 조정위원
  • [사설] 음란물 유통 창구된 대형포털사이트

    청소년 유해 음란물 유통에 검찰이 단속의 칼을 빼들었다. 기괴한 동영상 스팸메일을 받아본 사람이라면 인터넷 성인사이트의 음란성이 얼마나 도를 지나치고 있는지를 실감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 적발된 업체들은 이런 소규모 사이트들만이 아니다. 국내 최다 가입자를 갖고 있는 3대 포털사이트의 성인코너 운영자들이 총망라됐다. 포털사이트들은 제작자들과 6대4로 이익을 나눠 월 5000만원에서 1억 5000만원까지 수익을 올렸다고 한다. 제작자들은 비디오 성인영화로 영상물등급위 심의를 통과한 후 성행위 장면만을 재편집하는 방법으로 법망을 피하려 했다. 여성 성기를 확대한 성인용품 사진도 버젓이 실어 학부모 항의가 빗발쳤다. 앞으로 이통업체에까지 수사가 확대될 것이라고 한다. 국내의 대표적 정보통신 업체들이 하나같이 음란물 장사 의혹을 받고 있다는 한심한 얘기가 된다. 물론 검찰의 음란물 판정 기준이 무엇인지, 성인인증시스템이 돼 있는 성인전용 콘텐츠에 청소년 유해성을 논하는 게 옳은지에 대해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사법당국의 권한 남용이나 합법적 이용자의 권리 침해가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성인인증시스템에 대해서는 분명히 짚고 넘어 갈 부분이 있다. 청소년이 성인인증에 필요한 어른 주민등록번호 하나 얻는 건 식은 죽 먹기 아닌가. 중소업자라면 모른다. 적어도 수백만, 수천만명의 가입자를 갖고 있는 대형포털사이트나 이동통신사라면 청소년들이 유해사이트에 노출돼 심각한 부작용을 겪고 있는 실태쯤은 감안해 사업을 해야 한다. 법 이전에 대형 사업자로서 사회적 책임을 갖고 자제를 했어야 했다. 성인인증 강화, 청소년보호책임자제 도입 등 제도적 보완도 그 다음 일이다.
  • [코드로 읽는책] 호모 노마드-유목하는 인간/자크 아탈리 지음

    유목적인 생활양태를 뜻하는 ‘노마드’ 혹은 ‘노마디즘’이라는 단어가 유행이다. 유행 속에서 노마디즘은 IT기술과 교통의 발달 등으로 이제 정착해서 살아가는 삶은 끝났다는 뜻으로 쓰인다. 소위 ‘팔리는’ 학자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는 자크 아탈리의 ‘호모 노마드-유목하는 인간’(이효숙 옮김, 웅진닷컴 펴냄)이 번역돼서 나왔다. 이 책은 culture(문명)와 cultivation(경작)의 어원설명에서 보듯 인류사를 ‘정착’으로 설명하던 기존틀을 파괴한다. 대신 ‘야만’과 ‘무지’의 상징이었던 ‘방랑’과 ‘유랑’을 복권시킨다. 아탈리는 ‘정착 문명’의 역사는 기껏해야 5000년에 불과하고 그 5000년마저도 노마디즘의 시대였다고 설득력있게 주장한다. 이런 맥락에서 말, 열차, 자동차 등 운송수단의 발달 등과 관련된 문제를 차근차근 밟아나간다. 그런데 아탈리 책은 역발상을 시도하는 다른 책들과 달리 별로 신선하지 않다. 역사책에서 읽던 사회변동 관련 논의를 그대로 옮겨다 놓고는 노마디즘이라는 꼬리표만 열심히 붙였다는 느낌이다. 이러다보니 무차별적으로 노마디즘을 가져다 쓰는 게 은근히 불편할 정도다. 예를 들자면 시베리아 아시아인들이 아메리카 대륙으로 건너간 것도, 유럽인들이 아메리카를 약탈하면서 이들을 학살한 것도 ‘같은’ 노마디즘이다. 현재의 소득불균형과 계층간 위화감의 문제 역시 ‘하이퍼’노마드와 ‘인프라’노마드의 분화로 설명된다. 이러다보니 최근 세계정세를 논하면서 최후의 정착민국가 ‘미국’과 ‘시장’,‘민주주의’,‘종교(이슬람)’라는 3개의 노마드 제국간 다툼으로 묘사하는 결론 대목은 문명충돌론을 보듯 다소 생뚱맞기까지하다. 차이라면 문명충돌론이 서구 백인의 두려움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데 비해 아탈리는 산업화라는 노마디즘에 이어 세계화라는 노마디즘을 잘 이끌면 여전히 주도국가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정도다. 알제리 출신에 미테랑 정부 아래 주요 요직을 맡아 왔고 유럽부흥개발은행에까지 관여했다는 아탈리의 이력을 보면, 노마디즘을 외치면서 정작 유럽과 프랑스의 현실에 ‘정착’하고 있는 사람은 아탈리 자신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노마디즘 개념을 만든 질 들뢰즈와 펠릭스 가타리 연구에 천착하고 있는 철학자 이정우같은 사람은 아탈리를 “들뢰즈와 가타리의 노마디즘을 속화(俗化)해 써먹고 있다.”고 표현했는지도 모르겠다. 동시에 아탈리보다 차라리 마이클 하트와 안토니오 네그리의 ‘제국’을 읽어보라고 권한 이유도 거기에 있다. 단적으로 사파티스타 민족해방군은 아탈리의 맥락에서는 ‘정착민의 저항’에 불과하지만 하트와 네그리의 맥락에서 ‘새로운 저항의 가능성’이다. 그럼에도 아탈리는 이제까지 잘 팔렸고, 또 앞으로도 잘 팔릴 사람 가운데 하나다.‘가진 자’의 입장에서는 ‘노마디즘’을 말할 때 들뢰즈·가타리 혹은 하트·네그리보다 아탈리를 찾는 게 더 남는 장사이기 때문이다.2만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행자부 팀장공모 최고 12대1 경쟁

    행정자치부가 팀제 도입에 앞서 실시한 간부급 전원에 대한 내부직위공모 결과, 최대 12대1의 경쟁률을 보인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연공서열을 파괴한 이번 팀장 공모에 5급이 7명이나 지원해 5급 팀장의 탄생 여부에 귀추가 모아지고 있다. 16일 행자부에 따르면 15일 마감된 팀장 53개 직위에 대한 접수 결과 이번 조직개편과 함께 신설된 지방혁신관리팀장에 모두 12명이 지원해 가장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정보화인력개발팀장 직위 역시 경쟁률이 10대1이었다. 이번 직위공모에는 총 190명이 응모해 평균 경쟁률은 3.6대1로 조사됐다. 팀별로는 국장급 팀장 6개팀에 15명이 응모해 2.5대1의 경쟁률을 보였으며, 과장급 팀장 47개 팀에는 175명이 지원해 3.7대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직급별로 살펴보면 2·3급이 11명, 복수직 3급이 28명,4급 91명, 복수직 4급 53명,5급 7명이 이번 직위공모에 응모했다. 행자부는 직위공모자료를 기초로 늦어도 다음주 안에는 인사를 단행한다는 계획이다. 강혜승기자 1fineday@seoul.co.kr
  • [그 영화 어때?] ‘호스티지’ 액션 인질 잡고…감동 사로 잡고

    [그 영화 어때?] ‘호스티지’ 액션 인질 잡고…감동 사로 잡고

    인질극은 할리우드의 단골 소재다. 사람의 목숨을 건 확률게임이다 보니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극적인 상황을 만들어내기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극한 상황을 뚫고 누군가가 인질을 구출해낸다.’는 큰 줄기는 어느 영화나 비슷해 자칫 잘못하면 진부함의 덫에 빠질 수도 있다. 영화 ‘호스티지’(Hostage·18일 개봉)는 큰 틀에선 인질극 영화의 공식을 답습하지만, 그 안에 이중구조의 인질극을 만들어 새로운 맛을 첨가시켰다. 피해자와 범죄자와 형사를 같은 무게로 비추는 카메라를 통해 인간과 가족에 대해 성찰하게 하는 힘도 지녔다. LA경찰국 최고의 협상전문가인 제프(브루스 윌리스)는 모든 인질을 구하려다 단 한 명도 살리지 못한 사건 이후 죄책감에 빠진다. 그로부터 1년뒤 시골마을의 경찰서장으로 살아가는 제프에게 또다시 과거의 악몽과 비슷한 사건이 일어난다. 스미스(케빈 폴락)의 가족이 살고있는 대저택에 세 소년이 무단으로 침입한 것. 작은 범죄를 일삼던 이들이 우연히 맞닥뜨린 이 가족들을 따라 우발적인 범죄에 발을 디디는 순간, 모든 일들은 의도와 상관없이 점점 부풀어간다. 저택을 확인하러 온 경관이 밖에 세워둔 차량을 조회하자 겁에 질려 총을 쏘고, 우연히 건드린 보안장치로 대저택이 철옹성이 되면서 가족들과 함께 대저택에 갇혀버린 소년들. 영화는 전문 범죄집단이 아닌 멋모르는 소년들이 범죄에 빠져드는 과정을 생생하게 포착하면서, 범죄자와 희생자라는 단순 이분법을 넘어선다. 제프는 과거의 일을 떠올리며 사건을 상부에 넘기지만, 정체를 알 수없는 괴한들이 저택 안 어딘가에 숨겨진 DVD를 찾아올 것을 요구하며 제프의 가족들을 인질로 삼자 다시금 실력발휘에 나선다. 하지만 점점 살인마로 변해가는 소년 마스 때문에 협상은 생각대로 풀리지 않는다. 가족의 힘으로 상황을 헤쳐가며 뭉클하게 감정선을 건드리는 솜씨는 능숙하다. 인질의 이중구조도 지루할 틈 없이 영화 속에 빠져들게 만든다. 무엇보다 범죄 앞에 대처하는 다양한 인간 유형들이 상투적이지 않게 묘사돼 현실감을 살려내고 있다. 우발적인 범죄에 희생되어 간 세 소년들, 한없이 약하지만 가족 앞에서 용기를 내는 제프, 범죄자이지만 제프를 돕는 스미스 등 입체적인 인물들이 영화의 결을 보다 풍성하게 만드는 동시에,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숙연히 생각하게 만든다. 모처럼 본격 액션 스릴러물로 돌아와 인간적인 영웅으로 활약하는 브루스 윌리스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반가울 영화.‘네스트’의 플로언트 시리 감독이 연출했다.15세 관람가.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美 법정·예배장소서 총격 ‘충격’

    미 법정과 예배 장소에서 총격 사건이 잇따라 발생, 판사와 신도 등 11명이 숨졌다. 보안이 요구되고 상대적으로 신성시되는 장소에서 범행이 발생, 미국 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총기 규제 논란도 다시 불붙을 전망이다. 11일 오전(현지시간) 미 조지아주 애틀랜타 풀턴 카운티의 고등법정에서 강간 등의 혐의로 기소된 흑인 남성 브라이언 니콜스(33)가 호송 보안관으로부터 빼앗은 총으로 재판을 주재하던 판사 등 3명을 쏴 숨지게 한 뒤 26시간만에 붙잡혔다. 니콜스는 수갑을 차지 않고 법정으로 가다가 자신을 호송하던 여성 보안관을 제압해 총을 빼앗았다. 니콜스는 그녀의 머리를 쏜 뒤 법정에서 판사와 속기사를 살해하고 도주하던 중 맞닥뜨린 다른 보안관마저 살해했다. 그는 법원 주차장에서 이민국 직원의 트럭을 강탈해 달아났다. 이 직원은 주검으로 발견됐으나 니콜스의 범행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여성 보안관은 생명을 건진 것으로 전해졌다. 니콜스는 애틀랜타 북쪽 교외의 아파트에서 한 여성을 인질로 삼았다가 풀어줬다. 그녀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과 대치하다 니콜스는 12일 정오쯤 하얀색 셔츠를 ‘백기’ 삼아 흔들며 자수했다. 미국에선 재판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피고가 법정에 들어설 때에는 수갑을 차지 않도록 한다. 그러나 판사가 니콜스에 대해 ‘특별 보안’을 요청했음에도 여성 보안관 1명만 배치, 법정에서의 보안문제가 논란이 될 전망이다. 지난달 28일에는 시카고에서 의료소송을 기각당한 한 남성이 연방판사의 남편과 어머니를 총을 쏴 살해한 뒤 자살하는 사건도 있었다.12일 오후에는 위스콘신주 브룩필드 셰라턴호텔에서 열린 교회 모임에 남성 괴한이 뛰어들어 총기를 난사,7명을 숨지게 한 뒤 자살했다. 또 같은 날 밤에는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4세 남자아이가 두살배기 남동생을 권총으로 쏴 중태에 빠뜨렸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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