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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섶에서] 내사랑/문소영 논설실장

    영화 ‘내사랑’을 최근 봤다. 그림을 배우지 않았으나 미국인에게 사랑받는 화가가 된 모드와 생선 장수 에버렛의 잔잔한 사랑 이야기로만 알았는데, 영화는 그보다 한층 깊게 내려갔다. 행복은 어떻게 나의 것이 되는가 정도가 되겠다. 몸이 다소 불편한 20대의 모드는 얹혀살고 있던 이모와 갈등하고, 가정부를 찾는 생선 장수의 집으로 가 이른바 경제적 독립을 한다. 겨우 숙식만 제공받을 예정이었지만 모드는 주당 25센트를 지불하라고 뻔뻔하게 요구하고, 관철시킨다. 둘의 동거는 사실 기괴한데, 작은 집엔 침대가 하나밖에 없기에 연인도 아니고 결혼도 하지 않은 이들이 그 침대를 사용하는 것이다. 고아원에서는 침대 하나에 여덟명이나 잤다는 에버렛의 주장이 수용됐다. 다 큰 성인들의 한 침대 생활엔 곧 위기가 찾아오는데, 이때 모드는 똑 떨어지는 요구를 한다. 함께 잘 생각이면 결혼을 해야 한다고. 에버렛은 그날은 망설이지만 결국 모드와 결혼한다. 모드가 방충망을 달아 달라고 요구하자 에버렛은 무시했지만, 오후에 방충망을 말없이 달아 주고 일터로 간다. 그림에 열중하는 모드를 위해 에버렛은 점차 집안일을 떠맡는다. 모드는 “사랑받았다”고 고백하지만, ‘내사랑’은 모드의 에버렛이 아니었을까.
  • 정유라 “셋째 출산, 최순실도 몰라…검찰 때문에 밝힌 것”

    정유라 “셋째 출산, 최순실도 몰라…검찰 때문에 밝힌 것”

    최순실(개명 최서원·구속)씨의 딸 정유라(23)씨가 검찰 압수수색 과정에서 인권침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면서 자신이 최근 셋째를 출산했다고 밝혔다. 중부지방국세청은 최근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로 최씨와 딸 정씨, 최씨의 비서 등 3명을 고발했다. 이들은 올해 1월 최씨 소유인 서울 강남구 신사동 미승빌딩을 120억원 상당에 팔고 양도소득세 19억원을 내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정씨가 빌딩 매각 자금 일부를 최씨의 비서에게 전달해 재산을 은닉하려 한 것으로 보고 지난 25일 정 씨가 입원한 병원을 찾아가 그의 휴대전화를 압수했다. 정유라 측은 스트레스로 인한 건강악화로 지난 23일 난소 제거 수술을 받고, 입원하고 있는 상태에서 검찰이 무작정 압수수색을 했다고 주장했다. 정유라는 “수술 직후라 옷도 제대로 입고 있지 않았다. 옷을 입을 때까지만 기다려 달라고 했지만, 검찰 측 남자 직원까지 무작정 들어오려고 했다. 옷을 벗고 있는데 남자분들이 들어오면 어떻게 하느냐고 항의했지만 막무가내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 측은 “정 씨 남편에게 영장집행을 위해 병실에 방문한 것을 고지한 후 밖에서 대기했으며, 정 씨가 옷을 갈아입고 문을 열어줘 여성수사관이 참여한 가운데 압수수색을 진행했다”며 수사과정에 인권침해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정유라는 한국경제와의 인터뷰에서 “23일 셋째를 출산했다. 난소 제거 수술은 출산과정에서 동시에 진행한 것이다. 제가 셋째를 출산한 것은 어머니(최순실 씨)도 아직 모른다. 이런 사실은 공개하고 싶지 않았는데 검찰이 저렇게 대응하니 할 말은 해야겠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저는 셋째와 병실에 같이 있었다. 출산 이틀 후면 감염 위험 때문에 지인들 면회도 잘 안한다. 출산 직후라 옷도 제대로 입고 있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검사와 수사관 2명이 입원실로 찾아왔다”고 주장했다. 정유라는 사실혼 관계였던 신주평씨 사이에서 아들을 낳았고, 지난 2016년 4월 결별했다. 정 씨 측은 해외도피 시절부터 함께한 이 씨와 재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는 지난 2017년 11월25일에는 정유라가 머물던 신사동 미승빌딩에서 괴한의 침입에 부상을 입기도 했다. 지난해 1월 ‘더팩트’는 정유라와 이 씨가 함께 데이트하는 등의 모습을 공개하면서 이들이 미승빌딩에서 함께 거주한다고 보도한 바 있다. 정 씨 측은 “현재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는 정 씨 세 아이 아버지가 모두 다르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면서 “더이상의 추측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빌런 전성시대, 불평등에 따른 분노… ‘짠한 악당’ 조커에 빠지다

    빌런 전성시대, 불평등에 따른 분노… ‘짠한 악당’ 조커에 빠지다

    영화 ‘조커’의 흥행이 무섭다. 화제작 ‘82년생 김지영’의 개봉, 디즈니 애니메이션 ‘말레피센트2’의 약진에도 불구하고 수일 내 500만명 돌파는 무난하리라는 전망이다. 핼러윈 시즌에 가장 인기 있는 코스튬 플레이는 역시 ‘조커’였으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는 “내 죽음이 삶보다 ‘가취’ 있기를”, “내 인생이 비극인 줄 알았는데 코미디였어” 등의 대사가 끊임없이 회자된다. ‘조커’는 하나의 문화·사회 현상이 됐다. ‘조커’는 희대의 악당이자 배트맨의 숙적, 조커의 탄생을 그렸다. DC코믹스의 ‘배트맨’ 시리즈에서 캐릭터와 배경을 가져왔지만, 독립적 세계관 속에서 스토리를 재창조했다. ‘스타 이즈 본’(2018) 등을 제작한 토드 필립스 감독이 메가폰을 든 영화는 코믹스 기반 영화 최초로 올 베니스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데 이어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1980년대 초, 부자와 빈자의 불평등이 극에 달한 고담시. 코미디언을 꿈꾸는 광대 아서 플렉(호아킨 피닉스 분)에게 한 자루의 총이 주어지며 격변하는 이야기가 영화의 골자다.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다’는 반응에서부터 ‘불편하다’는 얘기까지, SNS상에서는 영화의 결말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진다. 사람들은 왜 이 어두운 영화를 보는가. 왜 ‘조커’에 열광하는가.●세계가 열광하는 빌런 영화 ‘조커’는 결국 ‘조커’라는 불세출의 캐릭터에 힘입은 바 크다는 게 중론이다.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웃는 남자’에서 원형을 가져온 조커는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속으로는 우는, 아이러니가 집약된 캐릭터다. 조커는 최고의 악당인 동시에 그 악의 기원도 알 수 없었다. ‘라이벌’ 배트맨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배트맨 비긴스’(2005) 등을 통해 탄생 배경이 널리 알려진 것과는 대조적이다. 미스터리해서 더욱 기괴한 인물 조커는 ‘다크 나이트’(2008)의 히스 레저(1979~2008)라는 걸출했던 조커의 부재 이후, 더욱 신화가 됐다. 베일에 싸인 인물 ‘조커’의 인기는 최근 ‘빌런’이 주목받는 현상과도 일맥상통한다. 악당을 의미하는 빌런이, 요즘은 무언가에 집착하거나 평범한 사람과 다른 행동을 보이는 ‘괴짜’를 일컫는 말로 확장돼 널리 사용된다. 이는 마블이나 DC코믹스 등의 히어로물에서 평범한 인물이 과도한 집착이나 이상한 계기 탓에 빌런이 되는 것을 빗댄 말이다. 마블의 ‘어벤저스 시리즈’에서도 전 우주적 악당인 ‘타노스’에 공감하는 것처럼 최근 ‘빌런’에 대한 공감은 전 세계적이다. 한때 ‘조커’를 제치고 박스오피스 1위까지 올라섰던 ‘말레피센트2’도 동화 ‘잠자는 숲속의 공주’에 등장하는 마녀의 전사를 그린 영화다.강유정 영화평론가는 “선(善)은 평면적이고 악(惡)은 입체적”이라며 “세상도 선보다는 악으로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지다 보니 악에 대한 소구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허희 영화 칼럼니스트는 “요즘은 괴테의 고전 ‘파우스트’를 재해석할 때도 ‘메피스토’라는 악인에게 더욱 주목한다”며 “조커는 자신에게 우호적이었던 난쟁이 동료는 죽이지 않는 것에서 볼 수 있듯 무분별한 살인마가 아니라는 것, 나쁘긴 나쁜데 극한의 악한이 아닌 ‘짠한 악당’이라는 점에서 캐릭터가 주는 호소력이 있다”고 했다. 단순한 선인보다 내면의 복잡함을 가진 악인에게 주목하는 것이 요즘 트렌드다. 여기에 완벽히 새로운 조커로 분한 호아킨 피닉스(45)의 연기도 인기에 한몫한다. ‘글래디에이터’(2000)에서 폭군 ‘코모두스’를 연기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피닉스는 한 사람의 연기에 전적으로 기대는 영화 ‘조커’에서 절대적으로 빛나는 존재다. 극한의 다이어트를 통해 직조해 낸 앙상한 등, 신경질적으로 터져 나오는 웃음, 계단에서 아슬아슬 너울너울하며 추는 춤 등 피닉스는 조커 그 자체다. ‘제2의 제임스 딘’이라 불리웠던 형 리버 피닉스(1970~1993)의 그늘에서 드디어 빛을 본 셈이다. 올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조커’에서 볼 수 있는 공통점은 ‘사회적 불평등에 따른 상위 10%를 향한 분노’다. 대저택에서 지하에 이르기까지 계층 구조가 뚜렷한 ‘기생충’에서 기택(송강호 분)이 처단하는 박사장(이선균 분)은 상위 10%에 속하는 인물이다.불평등이 만연한 고담시에서 정부의 예산 삭감으로 웃음이 터져 나오는 병을 앓는 아서 플렉은 무료 정신과 상담을 받지 못하게 된다. 이런 그가 가장 먼저 총을 겨눈 이들이 월스트리트의 증권맨들이다. 조커의 총격을 기화로 성난 군중은 광대 가면을 쓰고 거리로 몰려나온다. 허 칼럼니스트는 “2011년 금융 자본주의에 반대한 뉴욕의 월가 시위에서 ‘가이 포크스’ 가면이 등장한 것과 똑같은 격”이라고 분석했다. 강 평론가는 “‘기생충’의 박사장이나 ‘버닝’의 벤 등 우리 가시권에 들어와 있는 불평등의 표지에 대한 분노가 훨씬 더 강렬하고 심각한 사회문제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상위 10%는 아이언맨, 캡틴아메리카 같은 기존의 슈퍼 히어로처럼 지구 전체를 구원하는 인물들에게서는 보호를 받는 인물이다. 그러나 ‘조커’ 같은 빌런은 이들을 벌하며, 나름의 ‘정의’를 실현한다. 특히 조커는 젊은 싱글 남성들에게 소구한다는 분석이 많다. CGV 관객 분석에 따르면 실제 ‘조커’ 개봉일인 지난 2일부터 최근까지 극장을 찾은 관객들 중 남성 관객이 42.8%, 여성이 57.2%다. 반면 ‘조커’는 남성 관객 비중이 50.4%로 여성(49.6%)을 앞지른다. 남녀 합쳐 20대 관객이 42.6%, 30대 관객이 29.7%로 ‘2030’ 관객이 70%를 넘는다. 강 평론가는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대우받던 시절이 사라지며 박탈감을 느끼는 남성들이 많다”며 “세계와 접점을 찾으려고 할 때마다 상황이 더욱 악화되는 조커처럼 나름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여기는 싱글 남성들에게도 굉장히 노력했지만 멸시만 받는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2030 사이에서 ‘조커’를 두고 “자기 연민이 너무 과한 것 아니냐. 한국에서였으면 국밥 한 그릇, 소주 한 잔에 훌훌 털어 버렸다”는 우스개가 회자되는 것도, 고담시보다 ‘헬조선’이라는 자기 연민 탓이다. 조커의 화제성과 함께 불거지는 것이 폭력성 미화, 모방범죄 논란 등이다. 2012년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극장 상영 도중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했던 미국에서는 더욱 민감한 분위기다.●“카타르시스”vs “불편” … 결말 갑론을박도 그러나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영화의 몰입도나 연출적인 미학이 높기 때문에 우려가 더 높아지는 것 같다”며 “우리나라 풍토에는 맞지 않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도 “미국에서 극장 총기 난사 등의 사건이 일어난 것은 총기를 소지하는 나라의 문제점이지 영화의 문제라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N차 관람’에 힘입어 조커의 인기는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영화가 가진 철학적 메시지나 미장센 등을 재해석하려는 움직임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영화의 재관람률은 3.5%로 기생충(5.2%)보다는 낮지만, 같은 기간 상영된 인기 영화 10편 평균(1.4%)에 비해서는 높은 편이다. 누구나 아는 캐릭터라는 대중성에 베니스영화제 최고상 수상이라는 예술성을 동시에 확보한 데다, 직접 보고 자기 의견을 피력하고 싶은 영화라는 이유도 여기에 한몫할 것으로 보인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나는 간첩이 아니다”…남영동 고문피해자들이 직접 기록한 사진전

    “나는 간첩이 아니다”…남영동 고문피해자들이 직접 기록한 사진전

    박정희·전두환 군부정권 당시 서울 남영동 대공분실(현 민주인권기념관)에서 잔혹한 고문 끝에 간첩으로 몰렸던 피해자들이 사진전을 연다. 이들은 저마다 국가 권력이 파괴한 자신의 삶을 치유하는 과정을 직접 사진에 담아냈다.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오는 31일부터 남영동 민주인권기념관 5층 옛 조사실에서 간첩조작사건 고문 피해자들이 찍은 사진 200여점으로 구성된 자기회복 사진 치유전 ‘나는 간첩이 아니다-오늘을 행복하게 살아가려는 그들의 이야기’를 개최한다. 1974년 울릉도 간첩단 사건, 1979년 삼청 고정간첩단 사건, 1982년과 1986년 재일교포 간첩 사건 피해자 5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모두 간첩으로 몰려 5년~10년 이상을 교도소에 수형됐다 풀려났고, 각각 재심을 통해 무죄가 확정됐다. 사진전 참여자들은 지난 3년간 외부 도움 없이 스스로 고문 현장을 대면하면서 사진 촬영 등을 통해 과거 잔인했던 국가 권력의 민낯을 기록하고, 자신의 감정을 회복해가는 과정을 거쳤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측은 “이번 전시는 하나의 사진작품을 소개하는 아니라, 고문 피해 당사자들이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스스로 극복하며 어떻게 자기치유 행위를 이뤄냈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기획했다”고 설명했다.전시는 민주인권기념관 5층 16개 조사실 중 13개 방을 전시장으로 삼아 총 4개 섹션으로 구성했다. 1, 2 섹션 별 방의 문마다 피해자들 자화상이 전시된다. 이는 아픈 역사의 재확인이 아니라 존엄한 한 인간으로서의 존재성을 드러내기 위함이다. 지선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은 “옛 남영동 대공분실 5층 조사실에서 고문 피해자들을 위한 전시를 열게 되어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어두운 과거의 공간을 현재의 자기극복 과정을 담는 공간으로 바꾸어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개최 소감을 밝혔다. 전시는 다음 달 17일까지 무료로 진행되며, 11월 2일 오후 4시에는 전시에 참여한 고문 피해자들이 직접 관람객과 만나는 시간도 가진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황교안 “패스트트랙 수사대상 의원 공천가산점 반영 마땅”

    황교안 “패스트트랙 수사대상 의원 공천가산점 반영 마땅”

    나경원 “정치 저항에 앞장선 분 가산점 당연”조경태 “공천, 특정인이 판단할 문제 아냐”‘조국 사퇴 유공 표창 포상’도 구설수강석호 “끼지 못한 의원들 섭섭할 것”이재오 “대여투쟁은 본분인데 표창에공천 가산점… 해괴하고 염치없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4월 선거법 및 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관련 수사 대상에 오른 의원들에게 공천 가산점을 주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패스트트랙 수사대상에 오르지 않은 의원들을 중심으로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황 대표는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을 위해서 헌신한 분들에 대해 상응한 평가를 하는 것이 마땅하다”며 가산점 부여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나경원 원내대표가 지난 22일 내년 총선에서 패스트트랙 수사대상자들에 대한 공천 가산점 부여를 시사해 일부 의원들이 반발을 샀는데 황 대표가 이 점을 재차 확인해준 셈이다. 황 대표는 구체적인 공천 방식에 대한 언급은 자제하면서도 “당에 기여한 부분에 관해 저희가 그대로 넘어갈 수는 없다”면서 “반드시 그런 부분도 (공천 심사에) 반영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일부 의원들이 패스트트랙 수사 관련 출석 입장을 밝힌 데 대해서는 “그 문제는 원내에서 다양한 논의를 하는 것으로 안다”면서 “의견이 모이면 (의원들이) 그대로 따를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앞서 나 원내대표는 지난 22일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내년 총선에서 수사 대상에 오른 의원들에게 공천 가산점을 줘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당 안팎에서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해 나 원내대표는 전날 원내대표-중진의원 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왜 범죄혐의점이 있나. 우리는 정치 저항을 했다”면서 “정치 저항을 위해 앞장서신 분들에게 가산점을 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당 일각에서는 당 전체가 패스트트랙 국면 당시 대여투쟁에 나선 만큼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른 의원들에게만 공천 가산점을 부여하는 것에 대한 공정하지 않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조경태 최고위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패스트트랙 공천 가산점은) 나 원내대표 개인의 생각일 것”이라면서 “공천은 공정하고 투명하고 민주적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조 최고위원은 “어떤 후보를 내세워야 당선이 가능하고 국민 여망에 부합할지를 결정하는 것은 공천심사위원회가 판단할 몫”이라면서 “특정인이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유기준 의원도 전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공천은 원내대표 소관이 아니므로 원내대표가 관련 이야기를 하더라도 정치적 수사인 것”이라면서 “다만 패스트트랙뿐 아니라 당을 위해 노력한 의원들의 공과는 반영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회선진화법 위반이 패스트트랙 저지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벌어진 일이었다고는 해도 엄연한 현행법 위반인 만큼 당 지도부가 나서서 면죄부를 주는 것이 국민정서상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이와 함께 지난 22일 당 지도부가 조국 인사청문대책 태스크포스에 속한 이른바 ‘조국 사퇴의 유공 의원’ 등에게 표창장과 5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주며 자축한 것도 여론의 시선이 곱지 않다. 강석호 의원도 불교방송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국당 내 100여명의 의원 중 적극적으로 나서는 분들도 있고, 당론에 따라 뒤에서 묵묵히 자기 책임을 다하는 의원들도 있다”면서 “조국 사퇴 등에 거기 끼지 못한 의원들 사이에서 섭섭하다는 반응이 안 나오겠나”라고 불편한 심경을 표했다. 이재오 전 새누리당(옛 한국당) 의원은 ‘조국 사태 유공자 표창장’을 원천 무효화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그는 페이스북 글에서 “야당 의원의 대여투쟁은 본분이지 표창장을 주고받을 일이 아니다”라면서 “야당 의원으로서 여당의 단독 처리에 맞서 싸우는 것이 당연한데 공천에 가산점을 준다는 것도 해괴한 일이며 초등학생들도 그런 짓은 안 한다. 부끄러운 일이고 염치없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검찰은 지난 4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과정에서 국회에서 벌어진 여야 간 물리적 충돌을 수사하고 있다. 수사 대상에 오른 현직 국회의원은 110명이며, 한국당 소속이 60명으로 가장 많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노벨문학상 한트케의 인종청소 옹호… 넘어선 안 될 선”

    “노벨문학상 한트케의 인종청소 옹호… 넘어선 안 될 선”

    “알바니아에서는 작가들의 작품 세계와 정치적 색채를 따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대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학이 넘어서는 안 되는 선이 있습니다. 페터 한트케가 옹호했던 (슬로보단) 밀로셰비치가 저지른 인종학살은 결코 이해되거나 수용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알바니아 출신 작가 이스마일 카다레(83)는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오스트리아 작가 페터 한트케(77)를 둘러싼 논란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한트케는 알바니아계 ‘인종 청소’로 악명이 높았던 전 세르비아 지도자 슬로보단 밀로셰비치(1941~2006)를 옹호한 전력으로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2019 박경리문학상 수상자 카다레는 2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트케와는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지만 작가로서 그를 옹호한다는 건 알바니아뿐 아니라 동유럽에 속한 발칸반도 사람들이 가져서는 안 되는 태도”라고 일갈했다. “그의 조국보다 유명하다”는 평을 얻는 카다레는 외세 지배, 스탈린식 공산독재를 겪으며 유럽에서조차 소외된 나라 알바니아를 대표하는 ‘문학 대사’다. 1963년 첫 소설 ‘죽은 군대의 장군’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었지만 서슬 퍼런 공산 정권하에서 작품이 출간 금지되는 등 수난을 겪었다. 1992년 프랑스로 망명해 파리에서 활동을 이어 가고 있다. 그의 작품들은 45개 언어로 번역 출간됐다. 2005년 제1회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2016년에는 프랑스 훈장 레지옹 도뇌르를 받았다. 그는 발칸반도에 전해 내려오는 신화와 전설을 차용, 특유의 풍자와 유머로 기괴한 웃음을 만들어낸다. 그에게 풍자는 “공산주의 정권 아래 있던 모든 동료 작가들이 권력의 억압에 대항해 표현, 묘사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 도달한 지점”이었다. 2000년에 이어 두 번째로 방한한 카다레는 “알바니아에서 한국 문화는 물론이고, 문학의 지위도 향상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알바니아가 세계 최고의 공산주의 국가라 했는데 그건 유럽에서이고, 북한 상황은 알바니아에도 잘 알려져 있다”며 “낙원, 천국이라는 개념을 자주 말하고 사용하지만 현실에선 존재하지 않는 (북한 같은) 국가에서 문학이 그런 역할을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부산 태양다방 사건 다시 원점으로 …재상고심서 피고인 무죄 원심 확정

    장기 미제였다가 경찰 재수사로 사건 발생 15년 만에 붙잡혀 재판을 받은 부산 태양다방 여종업원 살인 사건의 피고인에게 무죄가 최종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는 강도살인 혐의로 기소된 양모(48)씨의 재상고심 선고 공판에서 검찰 측 상고를 기각하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2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심이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것은 대법원 환송판결의 취지에 따른 것으로 정당하다”며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았거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결했다. 지난 2002년 5월 부산의 한 다방에서 퇴근하던 A(당시 22세)씨가 괴한에게 납치돼 흉기로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9일 만에 마대에 담긴 시신이 바다에서 발견됐지만 사건은 10여년간 미궁에 빠졌다. 살인 사건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내용으로 형사소송법이 개정된 2015년 재수사에 나선 경찰은 A씨의 예적금을 인출한 양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붙잡아 2017년 재판에 넘겼다. 앞선 1, 2심 당시 양씨와 함께 시신이 든 마대를 옮겼다는 동거녀의 진술이 유력 증거였으나 파기환송심을 맡은 부산고법은 “수사기관 정보를 자신의 기억으로 재구성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무죄 판결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부산 태양다방 사건 다시 원점으로 … 재상고심서 피고인 무죄 원심 확정

    장기 미제였다가 경찰 재수사로 사건 발생 15년 만에 붙잡혀 재판을 받은 부산 태양다방 여종업원 살인 사건의 피고인에게 무죄가 최종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는 강도살인 혐의로 기소된 양모(48)씨의 재상고심 선고 공판에서 검찰 측 상고를 기각하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2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심이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것은 대법원 환송판결의 취지에 따른 것으로 정당하다”며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았거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결했다. 지난 2002년 5월 부산의 한 다방에서 퇴근하던 A(당시 22세)씨가 괴한에게 납치돼 흉기로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9일 만에 마대에 담긴 시신이 바다에서 발견됐지만 사건은 10여년간 미궁에 빠졌다. 살인 사건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내용으로 형사소송법이 개정된 2015년 재수사에 나선 경찰은 A씨의 예적금을 인출한 양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붙잡아 2017년 재판에 넘겼다. 1, 2심 법원은 무기징역을 선고했으나 대법원은 중대 범죄에서 유죄를 인정하는 데 한 치의 의혹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앞선 1, 2심 당시 양씨와 함께 시신이 든 마대를 옮겼다는 동거녀의 진술이 유력 증거였으나 파기환송심을 맡은 부산고법은 “진술이 구체적이지 않고 수사기관 정보를 자신의 기억으로 재구성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무죄 판결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다시 불붙은 홍콩 시위… 中샤오미·동인당 매장 불 탔다

    다시 불붙은 홍콩 시위… 中샤오미·동인당 매장 불 탔다

    중국계 은행에 화염병… 점포에 방화도 홍콩, 시위 촉발 살인 용의자 인도 통보 대만 “갑자기 태도 바꿔 정치 조작” 거부지난 6월 초 홍콩에서 ‘범죄인인도법안’(송환법)에 반대하는 시위가 시작된 뒤 20번째 주말 시위가 열렸다. 주최 측 추산 35만여명이 참가했다. 화염병과 최루탄이 날아다니며 도심 곳곳이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특히 중국 관련 기업이 시위대의 타깃이 됐다. 21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홍콩 시민들이 관광지인 침사추이와 몽콕, 오스틴 지역을 행진하며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경찰의 강경 진압과 최근 잇따른 ‘백색테러’(우익에 의해 자행되는 테러) 배후에 중국이 있다고 보고 도심 곳곳에 놓인 중국계 은행들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부수고 은행 지점에 화염병을 던졌다. 시위대는 또 중국 본토인 소유 기업으로 알려진 식품판매업체 베스트마트360과 잡화점 유니소 등의 점포도 공격했다. 중국 휴대전화 브랜드 샤오미와 중의약업체 동인당, 중국초상은행 점포에도 불을 질렀다. 이날 시민들이 격하게 반응한 것은 범민주 진영 인사들에 대한 백색테러 때문이었다. 지난 16일 민간인권전선의 지미샴 대표가 정체를 알 수 없는 괴한 4명에게 쇠망치 공격을 당해 중상을 입었다. 20일에는 집회 참가를 독려하는 전단을 돌리던 시민이 괴한이 휘두른 흉기에 찔렸다. 이에 홍콩 행정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번 사건들에 대한 진실을 알기를 바란다. 논쟁을 종식할 수 없다면 독립적인 조사위원회를 포함해 사회가 받아들일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홍콩이 송환법 반대 시위 사태의 도화선이 된 대만 살인 사건 용의자의 신병 인도를 통보하자 대만 당국은 ‘정치적 조작’이라며 인수를 거부했다. 연합보 등에 따르면 대만의 본토 창구인 대륙위원회는 사건 용의자 찬퉁카이(20)가 지난해 2월 살인 사건을 저지른 대만으로 돌아가 사법처리 절차를 밟겠다고 밝힌 데 대해 “배후 정치세력에 의해 조작된 것”이라며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대만 당국은 용의자 신병 인도를 위해 요청한 사법공조를 묵살하던 홍콩이 갑자기 태도를 바꾼 배경에 의혹을 제기했다. 한편 중국 공산당의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 19기 공산당 중앙위원회 4차 전체회의(4중 전회)를 앞두고 시진핑 국가주석이 홍콩 사태 등 난제로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중 무역전쟁 및 홍콩 사태와 관련해 시진핑 지도부의 책임론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주말N극장가]이번 주 극장에서 ‘조커’를 봐야 하는 3가지 이유

    [주말N극장가]이번 주 극장에서 ‘조커’를 봐야 하는 3가지 이유

    주말 극장가 이슈를 얄팍하게 살펴보는 ‘주말N극장가’ 코너다. 심도 깊은 분석보다 의식의 흐름을 타고 수다 떠는 코너인지라, 딴죽 거시려면 살포시 ‘백스페이스’ 눌러주시면 감사하겠다. 영화 ‘조커’가 18일 누적관객 수 418만명을 돌파하며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배트맨 영화 3부작 가운데 한 편인 ‘다크 나이트’(2009)의 흥행 성적을 넘어섰다. ‘다크 나이트’에서는 배트맨의 숙적이자 악당인 조커를 인상적으로 그려냈다. 특히 젊은 나이에 안타깝게 타계한 배우 히스 레저가 이 영화에서 연기한 조커는 ‘전무후무한 미치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래서 ‘조커’ 하면 다들 히스 레저부터 떠올린다. 영화 ‘조커’는 이 미치광이 악당이 어떻게 탄생했는지를 그린 영화다. 이번 영화가 흥행하면서 조커를 연기한 배우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에 관해서도 호평이 이어진다. “히스 레저가 잘했느냐, 호아킨 피닉스가 잘했느냐” 따지지 마시라. 그거,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수준이니. 다만, 안타깝게 영화 ‘조커’는 앤젤리나 졸리 주연의 ‘말레피센트2’에 밀려 현재 예매율 2위로 내려앉은 상황이다. 게다가 다음 주에는 ‘람보’ 형이 돌아오고 ‘터미네이터’ 형도 돌아온다. 그뿐인가. ‘82년생 김지영’도 가세한다. 그야말로 ‘박 터지는’ 영화판이 될 터다. 영화가 단물도 꽤 빠진 터고, 배급사에서도 ‘뭐, 이 정도면 됐지‘ 싶은 생각을 할 때다. 그래서 다음 주부터 극장에서 슬슬 내려갈 테니, 이번 주가 조커를 만날 수 있는 막바지인 셈이다. 물론, ‘나는 집에서 봐도 돼’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당신 집 TV가 어마어마하게 크면 그래도 좋겠다. 그러나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를 오롯이 대형 화면으로 즐기고 싶다면, 극장으로 가시라. 영화 ‘조커’를 보지 않은 채 이야기만 전해 들은 이들이 이렇게 말하곤 한다. “그거 그냥 정신병자 이야기 아냐?”영화 ‘조커’를 봐야 이유는 여러 가지지만, 3가지만 들겠다. 첫 번째, 당신이 배트맨 영화 팬이라면, ‘DC 유니버스’를 좋아한다면 반드시 봐야 한다. DC 유니버스는 만화인 DC 코믹스를 원작으로 만든 영화의 세계라고 생각하면 된다. 아이언맨을 비롯해 캡틴 아메리카, 헐크, 토르가 뒹구는 동네는 ‘마블 유니버스’라 부른다. 이런 영화들은 따로따로 보다가 서로 이어지는 순간이 재밌다. 이를 멋지게 ‘세계관’이라 한다. 조커와 연결되는 영화는 ‘배트맨’이다. 팀 버튼의 ‘배트맨’(1989)에서 잭 니컬슨이 조커를 연기했다. 화학약품에 빠져 기괴한 외모로 변한 미치광이였다. 배트맨(극 중 이름은 브루스 웨인)의 부모를 살해한 이로 나온다. 히스 레저가 연기한 ‘다크 나이트’(2009)에서는 조커에 관한 설명이 별로 없다. 출신도 본명도 나오지 않는다. 이번 영화 ‘조커’에서는 주인공 아서 플렉의 어머니가 브루스 웨인의 아버지인 토마스 웨인의 집에서 일했고, 어떤 관계였는지도 잘 보여준다. 그리고 그 과거가 결국 아서 플렉이 조커로 변하는 데에 영향을 주고, 이런 과정에서 토마스 웨인의 죽음까지 그려낸다. 브루스 웨인은 어린 시절 부모가 살해되는 장면을 목격하고 충격을 받은 뒤 배트맨이 된다. 정말이지, 이 기막힌 스토리라니! 두 번째, 배트맨 팬이 아니어도 꽤 볼만한 영화다. 조커는 배트맨 악당 가운데 한 명이다. 배트맨을 미워하는 악당으로는 ‘펭귄맨’도 있고 ‘투 페이스’도 있다. 그러나 명실상부 이번 영화에서는 그 존재감이 빛난다. 홀로서기에 당당히 성공한 느낌? DC 유니버스, 혹은 마블 유니버스에서는 간혹 조연 캐릭터를 떼내어 주연으로 만든 이른바 ‘파생 영화’를 내놓곤 한다. 최근 나온 영화 가운데 ‘베놈’(2018)이 있다. 스파이더맨의 맞수인 베놈의 탄생을 그린 영화다. 주연인 톰 하디의 연기도 좋았고, 특수효과도 근사했다. 그러나 영화 ‘조커’는 한두 발 더 나아갔다. 별다른 특수효과 없이 탄탄한 시나리오와 호아킨 피닉스의 걸출한 연기 덕분에 조커는 완전히 새 옷을 입었다. 특히 이 영화에서는 배트맨의 어린 시절만 잠깐 나올 뿐, 아예 인간 조커에 초점을 둔다. 조연을 떼내어 주연으로 만든 영화 가운데 이렇게 잘 나온 영화는 단언컨대, “없다”. 영화가 끝날 때쯤이면 고개를 끄덕이며 조커를 잘 이해할 수 있으며, ‘그럼 배트맨은 어떻게 된 거지?’하면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배트맨 3부작을 뒤적거릴 법하다.세 번째, 날이 너무 좋으니 이런 영화가 제격이다. 잠깐 모니터나 휴대전화에서 얼굴을 들고 하늘을 보라. 아주 좋지 않은가. 춥지도 덥지도 않은 정말 좋은 날씨다. 이런 날이면 어딘가로 떠나고 싶을 것이다. 한강에 가서 돗자리라도 펴놓고 누워 있고 싶다. 그러나 이런 날일수록 머리 아픈 영화를 보는 건 어떨는지. ‘조커’는 사실 보고 나면 꽤 머리 아픈 영화다. 제정신이 아닌 주인공이 어떻게 미쳐가는지, 그리고 어떻게 폭동의 방아쇠를 당기는지 그려낸다. 이 과정에서 카메라는 현실과 망상을 넘나들며 묘사한다. 장면 일부가 명쾌하지 않아 마치 수수께끼를 푸는 느낌도 든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악을 미화하고, 범죄를 정당화하며, 가진 자들이 소외된 자를 짓밟으면 어떤 결과가 발생하는지에 합리성을 부여한다. 조커라는 악당의 탄생 과정에 이런 내용을 자연스레 녹였다. 그래서 누군가는 이 영화를 보고 ‘정신이 이상해질 거 같다’고도 한다. 그리고 이리 좋은 날 이런 영화를 봐야 하느냐고 항변할 수 있겠다. 예전에 ‘R.ef’라는 그룹이 있었다. 이들의 히트곡 중에 ‘이별공식’이라는 노래가 있다. 가사 중에 이런 게 있다. “햇빛 눈이 부신 날에 이별해봤니 비 오는 날보다 더 심해”라고. 그렇다. 이렇게 햇빛 좋은 날 골 아픈 영화를 보면 더 골 때린다는 이야기다. 이 재미, 가히 나쁘지 않다. 화창한 날, 영화 ‘조커’가 당신의 머리를 더 아프게 해줄 것이다. P.S. ‘나이가 몇인데 ‘R.ef’를 아느냐?’고 묻지 마시라. 그냥 ‘아, 이 기자는 아재구나~’ 생각하시라.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 마약왕 아들 잡았다고 기관총 세례...군 헬기에 로켓포 공격

    마약왕 아들 잡았다고 기관총 세례...군 헬기에 로켓포 공격

    정부 카르텔과 전쟁선포 뒤 거대조직 분열더욱 잔인한 소규모 신생조직 생겨나 골치시신 토막내 매달고 염산통에 산채로 던져작년 2만 9000명 사망 실종... 올 더할 듯범죄조직이 경찰 십여명을 한번에 살해하거나 군대와 전쟁을 벌이는 상황은 한국에선 상상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런 일이 가능할 뿐 아니라 실제로 자주 일어나고 있는 나라가 있다. 마약조직들의 힘이 공권력을 넘어서기도 하는 나라, 멕시코다. 17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등에 따르면 멕시코 북부도시 쿨리아칸 전역에서 총격전이 일어났다. 기자들과 시민들이 찍은 영상엔 마스크를 쓴 남성들이 도시 주요 도로에서 중화기를 발사하고 짐칸에 기관총을 설치한 픽업트럭이 돌아다니는 모습이 담겨 있다. 소셜미디어엔 집 밖에 나가지 말라는 경고가 계속 올라왔다. 한 인터넷 뉴스 사이트엔 무장괴한들이 불타는 차량으로 도시 진입을 막고 있다는 기사도 나왔다. 이날 사태는 멕시코의 악명높은 마약왕 호아킨 ‘엘 차포(땅딸보)’ 구즈만의 아들 오비디오가 순찰 중이던 경찰에게 발견돼 구금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 일어났다. 구즈만 일가가 이끄는 ‘시날로아 카르텔’ 조직원들로 추정되는 괴한들은 도로를 막고 무력으로 대응했다. 도로 위엔 사망자들의 모습이 확인됐고 폭력상황이 격해졌다. 로이터통신 등은 당국이 결국 오비디오를 풀어둔 채 철수했다고 보도했다.앞서 지난 15일엔 미초아칸주 엘아과헤 도로 위에서 매복 중이던 30여명이 영장을 집행하기 위해 이동하던 경찰 수송 차량을 둘러싸고 총격을 가한 뒤 불을 질렀다. 경찰 14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현장엔 ‘로스 비아그라스를 돕지 말라’는 메모가 남겨져 있었다. 당국은 메모를 토대로 ‘할리스코 누에바 제네라시온’ 카르텔(CJNG)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추정했다. 2006년 12월, 멕시코 정부는 조직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이로 인해 20만명 이상의 사망·실종이라는 처참한 결과를 얻었다. 군사적 공세는 일부 마약조직을 파괴할 수도 있었지만 거대 조직의 분열과 새로운 집단의 출현으로 문제를 더 꼬이게 만들기도 했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현 대통령은 ‘총알 대신 포용’을 내걸고 평화적 대응을 강조해 왔다. 하지만 공권력의 무장이 더 가벼워져 지난 15일 같은 참담한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멕시코의 마약 카르텔은 대체 몇 개나 되며, 이들 간의 세력 관계는 어떻게 될까. BBC는 지난해 멕시코 마약 카르텔을 분석 보도했다. 구즈만의 시날로아 카르텔은 멕시코에서 가장 강력한 범죄조직으로 꼽힌다. 멕시코 북서부를 지배하고 있으며 미국, 유럽, 아시아를 상대로 마약을 밀매해 수십억 달러를 벌어들였다.하지만 구즈만이 체포된 뒤, 아들이 이어받은 것으로 알려진 이 조직의 미래는 알 수 없게 됐다. 구즈만의 아들들이 이끄는 세력과 구즈만의 동료였던 다마소 로페스 누네즈가 이끄는 세력으로 분열돼 양측이 격돌했다. 구즈만의 아들들은 수차례 납치되기도 했지만 로페스 누네즈가 2017년 미국 국경에서 자수하면서 카르텔을 장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후에도 내부 경쟁자의 계속된 도전을 받고 있다. CJNG는 시날로아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꼽힌다. 2010년 형성된 조직으로, 멕시코 전역에 빠르게 세력을 뻗치고 있다. 티후아나 항과 만자니요 항 등 전략지역에서 시날로아와 세력다툼을 벌이고 있다. 2015년엔 휴대용 대전차 유탄발사기(RPG) 공격으로 육군 헬기를 격추하는 등 공권력을 공격하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2017년엔 법무장관이 이들을 멕시코 최대 범죄조직이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멕시코 동부에선 걸프 카르텔과 로스제타스가 강력한 동맹을 맺고 있었지만 양쪽 최고 지도자들이 살해, 체포되며 세력이 약화, 분열됐다. 서부 미초아칸 주에선 사이비 종교집단에서 일어난 ‘템플기사단’과 ‘라 파밀리아’ 카르텔이 새로 나타났지만 자경단에게 패배했다. 최근 CJNG가 경찰에게 보낸 경고 메모에 등장하는 로스 비아그라스는 템플기사단의 분파다. 북부엔 한 때 후아레즈, 티후아나, 벨트란-레예바 카르텔이 강력했지만 모두 시날로아 카르텔이 제압했다. 정부는 카르텔과의 전쟁 이후 커다란 카르텔의 지도자를 잡거나 죽이는 데엔 성공했지만, 더 작고 일부 더 폭력적인 갱들이 그 자리에 들어섰다. 이들은 국제적인 마약 밀매 능력은 없지만 납치, 강탈, 인신매매, 불법 벌목과 채굴, 송유관 석유 절도 등의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2012년 이후로 폭력 수위가 좀 낮아졌다가 2017년 전후로 다시 극적으로 치솟았다. 카르텔 조직원들은 희생자들의 사지를 절단해 다리 위에 매달거나 산성 용액이 든 통에 산 채로 던져 버리기도 한다. 또 이런 과정을 동영상으로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리기도 한다. 지난해 멕시코에선 마약 카르텔 관련 범죄로 2만 9000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으며, 올해는 그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가을에 약하다’ 염경엽 감독에게 달린 꼬리표

    ‘가을에 약하다’ 염경엽 감독에게 달린 꼬리표

    정규리그 승률 57.7% vs 포스트시즌 승률 37%. SK 와이번스가 2019 플레이오프에서 키움 히어로즈에 무기력하게 패하며 염경엽 SK 감독은 ‘가을에 약하다’는 불명예스러운 꼬리표가 따라다니게 됐다. 염 감독은 감독 생활 5년 모두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은 가을 무대 단골 수장이다. 부임 첫해부터 72승 54패 2무의 성적으로 정규시즌에서 3위를 하며 리그 판도를 바꿨다. 염 감독 이전의 히어로즈 구단은 운영난을 타개하기 위한 현금 트레이드로 온갖 질타를 받던 팀이었다. 선수팔이로 구단은 어찌저찌 운영됐지만 성적은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염 감독은 프로야구에 데이터 바람을 일으키며 성적을 단번에 끌어올렸다. 김성근 전 감독이 SK에서 데이터 야구를 선보였지만 김 전 감독은 혹독한 훈련과 선수들의 정신을 강조하는 과거의 야구가 결합된 방식이었다. 염 감독은 선수단에 자율성을 부여하면서 선수를 직접 지도하고 능력을 키워주기보단 선수의 능력을 분석하고 활용하는 현대식 데이터 야구를 도입했다. 그렇게 염 감독이 감독 생활 5년 동안 거둔 성적은 393승 288패 7무 승률 57.7%에 달한다. 보기에 민망할 정도로 형편없는 경기도 있었지만 승률을 높이기 위해 버릴 경기는 버려야한다는 염 감독의 항변은 결국 성적으로 증명됐다. 5할 승률을 위해 타구단들이 치열하게 다툴 때 염 감독은 5년 내내 승이 패보다 10승 이상 많을 정도로 여유로웠다. 그러나 염 감독은 가을야구에서 번번이 좌절했다. 2013년 준플레이오프에선 두산에 2승 3패로 밀렸고 2014년 한국시리즈에선 왕조를 구가하던 삼성 라이온즈에게 2승 4패로 졌다. 2015년 와일드카드전을 치르고 준플레이오프에 올랐지만 1승 3패로 두산에 또 다시 무릎을 꿇었다. 2016년엔 준플레이오프에서 LG 트윈스에 1승 3패로 무너졌고 감독으로 복귀한 올해는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채 가을야구 무대에서 퇴장했다. 포스트시즌 통산 10승 17패 승률 37%의 초라한 성적이다. 단기전은 갑자기 미치는 선수들이 튀어나와 데이터를 파괴한다. 144경기를 치르는 정규리그에선 선수들의 성적이 평균치로 수렴하지만 매경기 부침이 있다. 단기전에선 그 부침이 매우 치명적이다. 최대 2경기를 치르는 와일드카드전은 예외로 하더라도 이번 플레이오프처럼 5전 경기가 단 3경기만에 끝날 수도 있다. 정규리그에서 타율 0.292, 홈런 29개로 팀의 간판타자인 최정은 3경기 내내 침묵했고 정규리그 타율 0.227, 홈런 3개의 송성문이 3경기에서 기록한 5안타 3타점은 승리와 직결돼 있었다. 감독이 예상할 수 없는 변수다. 구단이 바라는 건 결국 우승이다. 아무리 정규리그 명장이라도 우승 반지를 끼지 못한다면 구단들은 결국 새 얼굴을 찾아 나서는 게 인지상정이다. 염 감독은 남은 감독 커리어 기간 동안 ‘가을야구 약체’라는 주홍 글씨를 떼야하는 과제가 생겼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오늘의 홍콩은 39년 전의 ‘광주’… 한국인, 홍콩 손잡고 함께 가달라”

    “오늘의 홍콩은 39년 전의 ‘광주’… 한국인, 홍콩 손잡고 함께 가달라”

    홍콩 시민운동 주역 조슈아 웡이 “먼저 걸어온 ‘민주화의 길’을 홍콩 시민들과 함께 손잡고 가 달라”면서 한국에 지지를 호소했다.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를 다섯 달째 이어가고 있는 ‘홍콩인’이 내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됐다. ●‘홍콩인’ 내년 노벨평화상 후보 추천 중화권 민주화 운동가들로 구성된 싱크탱크 ‘다이얼로그 차이나’ 한국 대표부는 웡과 중국 톈안먼 민주화 시위 주역인 왕단 등이 한국에 홍콩 시위 지지를 요청했다고 17일 밝혔다. 웡은 입장문에서 “홍콩 시민들은 한국의 촛불집회와 5·18 광주민주화운동, 영화 ‘1987’의 배경이 됐던 6월 항쟁 등을 통해 한국인이 민주와 인권을 위해 용기 내 싸운 역사에 많은 감동을 했다”며 “한국인들이 먼저 걸어온 ‘민주화의 길’을 홍콩 시민들과 함께 손잡고 가주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웡은 앞서 한국 촛불시위에 큰 영향을 받았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범죄인인도법안 반대 시위를 주도해 온 민간인권전선 지도부 역시 한국의 과거 민주화 시위를 자주 언급하며 관심을 표했다. 왕단은 “오늘의 홍콩은 39년 전 ‘광주’가 됐다”며 “한국의 군부독재 시절 국제사회가 한국의 민주화 운동에 관심과 지지를 표한 것처럼, 이제는 한국도 홍콩에서 일어나는 민주화 열망에 더 많은 관심과 지지를 표해줄 것을 호소한다”고 말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노르웨이 자유당 소속 구리 멜비 의원은 전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목숨을 걸고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는 홍콩인들을 2020년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했다”고 밝혔다. ●민간인권전선 샴 대표 쇠망치 피격 중상 전날 홍콩에선 민간인권전선의 지미 샴 대표가 괴한들에게 쇠망치 등으로 공격받아 중상을 입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그는 몽콕 지역에서 열린 총회에 참석하러 가던 중 4명에게 둘러싸여 해머, 스패너 등으로 마구 구타를 당했다. 괴한들은 미리 준비한 것으로 보이는 차량을 타고 도주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세종시 대평초에 괴한이 침입, 흉기 휘둘러 학생 1명 다쳐

    15일 낮 12시 50분쯤 세종시 대평초등학교에 괴한이 침입, 흉기를 휘둘러 이 학교 6학년 A(12)군이 팔 부위를 다쳤다. A군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집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A군은 점심시간 때 학교 건물 내 계단을 가다 괴한의 습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괴한은 학생에게 흉기를 휘두른 뒤 학교를 빠져나갔다. 학교 측은 사건이 발생한 뒤 40분이 지나서야 경찰에 늑장 신고하고 119도 부르지 않아 은폐 의혹을 사고 있다. 학교 측은 사건 발생 후 1~6학년생 680명을 전원 조기 귀가시켰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 영상을 토대로 괴한의 신원, 침입 경로 등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세종시교육청도 사건 발생 후 학교 측의 대응에 문제가 없었는지 등을 조사하고 나섰다. 세종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매복 공격으로 경찰 14명 죽인 멕시코 카르텔

    매복 공격으로 경찰 14명 죽인 멕시코 카르텔

    멕시코의 악명높은 마약조직(카르텔)이 매복 공격을 감행해 경찰 14명을 숨지게 했다.BBC에 따르면 14일(현지시간) 멕시코 미초아칸주 엘아과헤에서 법원 명령을 집행하려던 경찰 수송 차량 두 대가 매복 공격을 당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무장괴한들이 도로 주변에서 튀어나와 경찰 차량을 둘러쌌다. 이들은 차량에 총알을 퍼부은 뒤 불을 질렀다. 경찰 14명이 사망하고 3명이 부상 당했다. 현장엔 ‘로스 비아그라스를 돕지 말라’는 메모가 남겨져 있었다.당국은 이번 사건을 범죄단체 ‘할리스코 누에바 제네라시온’ 카르텔(CJNG)이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엘 아구아헤 지역은 두 개의 카르텔이 세력 다툼을 벌이고 있는데 CJNG의 상대 조직은 ‘템플기사단’ 카르텔의 분파인 로스 비아그라스다. BBC에 따르면 일주일 전 CJNG 두목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경찰의 손에 숨졌고, 카르텔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경찰 차량을 공격한 것으로 추정된다.이 지역은 두 조직의 세력 다툼에 중요한 의미를 가진 곳으로 알려졌다. 잔혹한 범죄가 잇따르고 있는데 지난 8월에는 9명의 시신이 다리 밑에 매달려 있었고, 다리 위 도로에서는 7명의 시신이 추가로 발견되기도 했다. 미초아칸 주당국은 14일 공격 이후 연방정부의 지원을 받게 됐다. 실바노 오레올스 코네호 주지사는 “경관을 공격한 자들은 누구도 처벌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미초아칸주와 연방정부의 노력에도 이 지역에서 CJNG는 최근 몇 년 동안 더 강력해졌다. 최근 주정부, 연방정부 어느 쪽도 이들에 대해 눈에 띄는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고 BBC는 전했다. 지난해 멕시코에서는 마약 카르텔 관련 범죄로 무려 2만 9000명 이상이 살해당했다. 올해는 그 수치마저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세종시 초등학교 교실서 괴한 흉기 휘둘러…학생 1명 다쳐

    세종시 초등학교 교실서 괴한 흉기 휘둘러…학생 1명 다쳐

    6학년 피해 학생 생명엔 지장 없어괴한, 흉기 휘두른 뒤 학교 빠져나가경찰, CCTV 토대로 신원 추적 중 세종시의 한 초등학교 6학년 교실에 15일 낮 12시 40분쯤 괴한이 침입, 흉기를 휘둘러 학생 1명이 다쳤다. 피해 학생은 괴한이 휘두른 흉기에 팔 부위를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괴한은 학생에게 흉기를 휘두른 뒤 학교를 빠져나간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발생 직후 학교 측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한편 학부모들에게 사건 내용을 알리고 학생 안전에 더욱 신경 쓰겠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경찰은 CCTV 영상을 토대로 괴한의 신원을 파악하는 등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장동석 평론가의 뉴스 품은 책] 도시가 먼저인가 사람이 먼저인가

    [장동석 평론가의 뉴스 품은 책] 도시가 먼저인가 사람이 먼저인가

    서울 주요 상권 공실률이 높아지고 있다. 건설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상권별 중대형 주요상가 공실률’에 따르면 광화문 공실률은 올 1분기 10%에서 2분기 12.6%로, 청담은 16.1%에서 17.6%로 늘었다. 이태원은 상상을 초월한다. 24.3%에서 26.5%로 늘었다.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어 더 싼 지역을 찾아 짐을 쌀 수밖에 없는 자영업자들의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은 이처럼 수치를 통해 명확히 드러난다. ‘서울, 젠트리피케이션을 말하다’는 문화학자, 사회학자, 인류학자, 지리학자 등 국내 연구진 8명이 서촌, 홍대, 가로수길, 구로공단, 창신동, 해방촌 등에서 진행한 현장 연구를 바탕으로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의 본질에 다가간다. 저자들은 동네 토박이, 세입자, 건물주, 부동산 중개업자, 구청 직원 등의 심층 인터뷰는 물론 짧게는 6개월 길게는 3년 동안 현장을 관찰했다. 자영업자들뿐 아니라 삶의 터전을 떠날 수밖에 없는 소시민들의 삶, 예술마을이 해체되는 과정 등으로 젠트리피케이션이 우리 사회를 파괴한다는 것이다. 젠트리피케이션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구로공단은 1960~70년대 수출 중심 성장 기조에 따라 정부가 기존 주민을 강제 이주시키고 건설한 대규모 공장지대였다. 시대 변화에 따라 제조업은 쇠퇴했고, 공장은 하나둘 자취를 감췄다. 이젠 고층 빌딩들이 즐비한 서울디지털산업단지로 변모했다. 숱한 공장 노동자들과 가족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없다. 봉제업으로 동네가 돌아가던 창신동 역시 쇠락을 길을 걷고 있다. 도시재생 대상 지역으로 지정됐지만, 지역 주민을 위한 재생은 찾을 수가 없다. 보통 젠트리피케이션은 갑과 을, 승자와 패자가 분명한 현상인데, 서울 서촌은 복잡다단한 지형을 형성한다. 서촌 토박이들와 이주민들이 다양한 층위를 이룬다. 카페나 상점 등을 운영하며 공동체의 일원으로 살고자 하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 이들은 ‘서촌 보존’이라는 공통의 명제를 추구하면서도 방법만큼은 제각각이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젠트리피케이션이 전국적 현상이고, 대개 사회적 약자들이 아무런 대책 없이 희생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한 사람이 삶을 살아낸 장소는 정체성을 형성하는 중요한 기제다. 그래서 저자들은 책 말미에 도시가 먼저인지, 사람이 먼저인지 묻는다.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사람이 먼저”라 하겠지만, 자본은 끝내 “도시가 먼저”라고 행동으로 보여 줄 것이다.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에서 안전한 곳은 이제 어디에도 없다.
  • “당신은 어떤 타인입니까”..‘타인은 지옥이다’가 남긴 것

    “당신은 어떤 타인입니까”..‘타인은 지옥이다’가 남긴 것

    OCN 드라마틱 시네마 ‘타인은 지옥이다’(극본 정이도, 연출 이창희, 제작 영화사 우상, 공동제작 스튜디오N, 총10부작)가 10화를 끝으로 뜨거웠던 5주간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2019년 가장 파격적이고 신선했던 명품 장르물의 종영을 아쉬워하는 시청자들의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타인은 지옥이다’의 종영이 남긴 것을 살펴봤다. 또한, 최고의 열연을 펼쳤던 배우 임시완, 이동욱, 이정은, 이현욱, 박종환, 이중옥의 종영 소감도 함께 공개됐다. #1. ‘타인은 지옥이다’의 종영이 남긴 것. ‘타인은 지옥이다’가 최고 시청률 4.8%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 유종의 미를 거두며 지난 5주간의 여정을 마쳤다. 지난 6일 방송된 OCN 드라마틱 시네마 ‘타인은 지옥이다’의 최종화 ‘가스라이팅’이 케이블, IPTV, 위성을 통합한 유료플랫폼 시청률에서 가구 평균 3.9%, 최고 4.8%를 나타내며,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OCN 타깃인 남녀 2549 시청률에서도 평균 2.9%, 최고 3.6%를 기록하며 케이블, 종편 포함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 (유료플랫폼 전국기준/ 닐슨코리아 제공) 이날 방송에서는 지옥이 된 에덴 고시원에서 종우(임시완)와 서문조(이동욱)를 비롯한 살인마들의 사투가 펼쳐졌다. 지은(김지은)을 구하기 위해 그토록 벗어나고 싶었던 고시원으로 돌아간 종우가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친 것. 고시원의 살인마들은 서로가 서로를 죽였고,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서문조를 해치운 건 종우였다. 이런 짓을 한 이유를 묻는 종우에게 “사람은 원래 그런 것”이라는 서문조는 본능적으로 약해 보이면 물어뜯고, 고통스러워하는 걸 보면서 즐거워하는 게 사람이라고 했다. 그뿐만 아니라 “자기도 여기 있는 사람들이 죽어나갈 때 좋았잖아요. 이제 자기도 나랑 계속 함께 하는 거예요”라면서, 자신을 내리치는 종우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고, “역시 자기는 내가 만든 최고의 작품이에요”라는 말을 남겼다. 살인마들이 벌여온 끔찍한 사건이 사회에 알려지면서 마무리된 것 같았던 고시원 살인사건. 살아남은 안희중(현봉식)은 종우를 제외한 타인들을 살인마로 지목했고, 소정화(안은진)도 마찬가지였다. “4층에서 서문조를 죽였다”라고 자백한 종우는 정당방위로 참작될만한 사유가 분명했다. 그러나 진실은 달랐다. 지은은 4층에서 서문조 없이 홀로 중얼거리며, 이상행동을 하는 종우를 목격했고, 소정화도 종우의 손목에 걸린 치아 팔찌를 보고 그 소리를 듣는 순간 굳어버렸다. 엄복순(이정은)이 홍남복(이중옥)을 살해하던 순간 들렸던 소리라는 것을 떠올렸기 때문. 밖에 있는 사람들을 다 죽이면 살려주겠다는 서문조의 말에 세뇌된 듯 “다 죽여버릴 거야”라고 중얼거리던 종우가 살인마들을 참혹하게 살해한 것이었다. 홀로 남은 병실에서 기괴한 얼굴로 ‘죽어’라는 단어만을 쓰고 있는 종우의 얼굴 위로 서문조의 잔혹한 얼굴이 떠오른 ‘타인은 지옥이다’의 엔딩. 평범했던 한 청년이 타인들의 지옥에 사로잡혔고, 결국 타인들에게 지옥이 될 것을 암시하며 끝을 맺은 바. 지난 5주간 파격적인 전개로 신선하고 짜릿한 재미를 선사했던 ‘타인은 지옥이다’가 남긴 성과를 되짚어봤다. 1. OCN X 영화제작진: 명품 장르물의 탄생 장르물의 명가 OCN과 영화제작진의 특별한 콜라보레이션인 ‘드라마틱 시네마’ 프로젝트의 두 번째 작품인 ‘타인은 지옥이다’. 감각적인 연출을 자랑하는 이창희 영화감독과 방심할 수 없는 쫄깃한 스토리 전개로 시선을 사로잡은 정이도 작가의 극본에 명품 영화 제작진들이 대거 참여했던 바. 허름한 고시원에 모여 사는 살인마들이 만들어내는 지옥이라는 원작 웹툰의 파격적인 스토리를 리얼하게 구현했다. 특히 매회 뚜렷한 클라이맥스를 지닌 10편의 이야기는 매주 주말 밤의 안방을 영화관으로 변모시키는 높은 몰입도를 선사했고, 방영 내내 “영화보다 더 영화 같다”라는 찬사를 받으며 ‘타인은 지옥이다’를 명품 장르물로 완결 지었다. 2. 강렬한 캐릭터 X 최고의 열연 ‘타인은 지옥이다’는 여타 드라마에서 만나 볼 수 없는 강렬한 캐릭터들과 이를 100% 소화한 배우들의 열연이 특히 돋보였다. 먼저 타인들이 선사하는 지옥에 잠식되어가는 사회 초년생 윤종우 역을 맡았던 임시완. 오랜만의 드라마 복귀임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탄탄한 연기력으로 극을 이끌었다. 유능하고 친절한 치과 의사의 가면 아래 살인마 본색을 지닌 서문조로 파격 변신한 이동욱은 새로운 인생 캐릭터를 경신하며, OCN 장르물 첫 도전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또한, 엄복순 역의 이정은, 유기혁 역의 이현욱, 변득종-변득수 쌍둥이 역의 박종환, 홍남복 역의 이중옥은 고시원 살인마들인 원작 캐릭터와 놀라운 싱크로율과 밀도 높은 연기를 동시에 선사하며 매주 주말 밤을 서늘하게 물들였다. 시청자들이 한순간도 방심할 새 없이 ‘타인은 지옥이다’에 빠져든 이유였다. 3. 파격적인 스토리에 담은 메시지, “당신은 어떤 타인입니까?” ‘타인은 지옥이다’는 에덴 고시원 안에서 벌어지는 잔혹한 사건과 고시원 밖 일상생활에서 충분히 일어남직한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상황들을 조화시켰고, 보는 이로 하여금 ‘타인과의 삶’을 되새기게 만들었다. 평범한 청년에 불과했던 종우가 타인들이 선사하는 지옥에 잠식돼가면서 극단적인 변화를 겪는 과정에는 고시원의 살인마들이 주는 공포 외에도 배려와 신뢰, 믿음 등이 부족한 일상에서의 스트레스가 주요했던 것. 시청자들 역시 “잔혹한 살인마들의 행태보다도 일상의 타인들이 선사하는 지옥이 더 무섭다”라는 감상을 쏟아냈다. 모두가 서로의 타인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세상에서 타인이 지옥이라는 것은 곧 누군가에게 우리 자신 역시 지옥을 선사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것. 10개로 이루어진 부제의 첫 글자를 나열한 “타인은 정말로 지옥인가”라는 문장의 이면에 내포된 “당신은 어떤 타인입니까?”라는 질문이 날카롭고 묵직한 메시지를 남겼다. #2. “모두가 타인의 천국이 되길.” 배우 6인 종영소감 공개! 지난 5주간 안방극장에 최고의 몰입도로 매주 한편의 영화 같은 드라마를 선사한 OCN 드라마틱 시네마 ‘타인은 지옥이다’ 주연 배우 6인의 종영소감이 공개됐다. - 임시완 “좋은 작품으로 찾아뵐 수 있어서 행복했다.” 타인들이 만들어낸 지옥에 사로잡혀 변해가는 사회 초년생 윤종우로 열연, 방영 내내 호평을 받은 임시완은 “장르와는 상관없이 촬영하면서 정말 즐겁고 행복한 시간 보냈던 것 같다”라고 지난 촬영을 회상했다. 이어 “‘타인은 지옥이다’를 끝까지 사랑해주셔서 감사하다”라면서 “무엇보다 좋은 작품으로 시청자들을 찾아뵐 수 있어서 좋았다. 앞으로도 좋은 연기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 이정은 “동료애 넘치는 현장, 즐거웠다.” 평범한 아주머니와 무서운 살인마를 오가는 엄복순 역으로 명불허전 연기를 보여준 이정은은 “동료애가 넘치는 현장이었다. 매 순간 즐거웠다”라고 지난 촬영을 추억했다. 또한, “감사할 분들이 너무 많다. 캐릭터와 싱크로율을 높여주기 위해서 애써주신 분장팀, 위험한 장면들을 같이 만들었던 대역배우님들을 비롯해 모든 분들이 고생하셨다”라면서, “모두가 합심해 정성을 들인 작품이다. 드라마 제목처럼 살면서 타인에게 지옥을 느끼는 경우가 많지만, 이 작품이 던지는 메시지를 통해 우리가 서로에게 지옥이 되지 않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 이현욱 “좋은 작품에 참여하게 되어 영광이었다.” 이현욱은 302호 유기혁 역할을 맡아 극 초반 누구도 예상치 못한 반전을 탄생시켰던 바. “길지 않은 등장이었는데도 많은 관심과 사랑 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과분한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부끄럽지만 감사한 마음 가득이다”라면서, “‘타인은 지옥이다’를 위해 고생하신 많은 배우와 스태프 분들께도 감사하다. 좋은 작품에 참여하게 되어 영광이었다”라고 ‘타인은 지옥이다’에 대한 짙은 애정을 표현했다. - 박종환 “타인에 대한 감사함을 느낀 시간들이었다.” 변득종-변득수 쌍둥이를 완벽하게 연기해 두 배의 재미를 선사했던 박종환은 “타인들과의 지옥 같은 순간들, 그렇지 않았던 순간들을 제 나름의 방식으로 고민해볼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다. 함께 노력하고 고민해준 동료들과 제작진들을 통해 아이러니하게도 타인에 대한 감사함을 느꼈다”라는 뜻 깊은 소감을 남겼다. 더불어 “‘타인은 지옥이다’에 관심 가져주시고 시청을 해주신 모든 타인(시청자)들에게 깊은 감사를 전하고 싶다”라고 함께 한 모든 이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 이중옥 “모두가 타인의 천국이 되길 바란다.” “시간이 참 빨리 간다. 올해 초부터 준비한 드라마가 종영한다니 많이 아쉽다”라고 운을 뗀 이중옥. 313호 홍남복 역으로 강렬한 존재감을 선사한 그는 “쉽지만은 않았던 역할이라 고민을 많이 하며 연기했다. 모두의 노력이 좋은 작품을 만들었기에 떠나보내기 힘든 작품”이라며 ‘타인은 지옥이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 즐겁게 촬영했던 올해 여름은 유난히 기억될 것 같다는 그는 “드라마를 통해 ‘타인은 지옥이다’를 보여드렸지만, 모두가 타인은 천국이 되었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전했다. - 이동욱 “뜻 깊고 행복했다.” 마지막으로 잔혹한 살인마 서문조로 역으로 파격 변신을 보여준 이동욱. “먼저 드라마를 사랑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드린다”고 전했다. 특히 첫 장르물의 시작을 좋은 작품, 스태프, 동료 분들과 함께해서 뜻 깊고 행복했다는 이동욱은 “이번 작업을 통해서 작품을 위해 함께 고생해주시는 분들에 대한 소중함과 감사함을 또 한 번 느꼈다”라는 다정한 소감을 전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화성살인마’ 이춘재, 청주·수원 살인 4건도 李소행 확실시

    ‘화성살인마’ 이춘재, 청주·수원 살인 4건도 李소행 확실시

    모방범죄 8차, 청주 살인 2건은 李소행 확인수원 여고생 살인사건도 시기·수법 연관높아장기 미제 사건이었던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된 이춘재(56)가 모방범죄로 알려진 화성사건의 제8차 사건까지 자신의 소행이라고 주장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그가 자백한 14건의 살인사건 실체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화성살인사건은 8차 사건을 포함하면 모두 10건이다. 이씨가 저지른 나머지 살인사건은 충북 청주에서 2건, 화성과 가까운 경기도 수원에서 발생한 2건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이씨 자백의 신빙성을 검증해야할 과제가 남아 있지만 시기와 수법이 이씨의 범행 조건과 맞아떨어진다는 점에서 이씨의 소행일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태다. 우선 이씨가 청주에서 행한 살인 2건은 1991∼1992년 연달아 발생한 부녀자 피살사건으로 확인됐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이씨는 1991년 1월 27일 청주시 가경동 택지조성공사 현장 콘크리트관 속에서 속옷으로 입이 틀어막히고 양손을 뒤로 묶인 상태로 숨진 채 발견된 박모(17)양 사건도 스스로 범행했다고 시인했다. 당시 경찰은 박양이 괴한에게 성폭행·살해당한 것으로 보고 3개월의 수사 끝에 박모(19)군을 유력한 용의자로 체포했지만, 박군이 증거 부족 등을 이유로 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으면서 이 사건은 미제로 남아있었다. 이씨가 청주에서 저지른 것으로 자백한 또 다른 사건은 1992년 6월 24일 복대동에서 발생한 가정주부 이모(28)씨 피살사건이다.경찰은 당시 20대 초반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사건 현장에서 나갔다는 목격자의 진술을 확보해 피해자와 남편 등 주변인을 중심으로 수사를 폈지만 끝내 사건을 해결하지 못했다. 이밖에 이씨가 자백한 마지막 2건의 살인은 1988∼1989년 연이어 터진 수원 여고생 살인사건으로 추정된다. 수원 여고생 살인사건은 1987년 12월 24일 여고생이 어머니와 다투고 외출한 뒤 실종됐다가 열흘가량 뒤인 1988년 1월 4일 화성과 인접한 수원에서 속옷으로 재갈이 물리고 손이 결박된 상태로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이 사건은 6차와 7차 화성사건 사이에 벌어진 일인 데다 범인이 피해자를 결박하는 데 속옷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화성 사건과 유사성이 높다. 이듬해인 1989년 7월 3일 또 다른 여고생이 수원시 권선구 오목천동 야산 밑 농수로에서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된 사건도 이씨가 자백한 범행 중 1건으로 꼽힌다. 이 사건은 발생지역이 화성이 아니라는 점, 피해자의 손발이 묶이지 않은 점 때문에 화성사건에 포함되지 않았으나, 시기적·지리적으로 이씨와 연관성이 높다.그러나 경찰은 이씨 자백의 신빙성을 검증하는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이유로 이씨가 자백한 사건들이 무엇인지 정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한편 이씨는 최근 이들 살인사건과 함께 성폭행과 성폭행 미수 등 30여건의 성범죄를 저질렀다고 자백했다. 이씨는 화성사건 이후인 1994년 1월 충북 청주 자택에서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부산교도소에서 무기수로 복역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6일 “이씨가 자백한 사건들에 대해 과거 수사기록 등을 토대로 철저히 검증해 의혹이 남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태풍이 할퀸 부산 대형 산사태…토사 3m 아래 4명 매몰·시신 훼손

    태풍이 할퀸 부산 대형 산사태…토사 3m 아래 4명 매몰·시신 훼손

    현재 매몰자 4명 중 2명 시신 발견노부부 아내·아들 여전히 실종상태“모두 찾는다” 심야 수색작업 전개전문가 7명 동원… 원인 규명 속도목격자, 검은물 콸콸 흐른 전조증상 이후 수천t 토사 400~500m 쏟아져“산 정상에 군부대, 우면산 사태 유사”태풍 ‘미탁’이 할퀴고 지나간 부산에서 대형 산사태가 발생해 일가족 3명 등 4명이 토사 3m 아래에 매몰된 가운데 2명의 시신이 발견됐다. 부산 소방당국은 수색 과정에서 세번째 시신을 발견했다고 밝혔으나 확인 결과 두번째 시신의 일부가 훼손된 채 발견됐던 것으로 확인돼 정정됐다. 사고 현장에는 남아 있는 매몰자들을 찾기 위해 야간 수색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부산소방안전본부는 3일 사고 현장에서 발견된 신체 일부가 세번째 매몰자가 아니라 두번째 매몰자의 것으로 추정돼 발견자를 2명으로 정정했다고 밝혔다. 부산소방본부 한 관계자는 “DNA 분석을 의뢰한 상태로 정확한 결과가 나올 때 다시 알리겠다”고 말했다. 사고 현장에는 야간에 접어들며 어두워지자 곳곳에서 조명을 켠 채 수색을 이어가고 있다. 부산소방본부에 따르면 강한 비바람을 몰고 온 태풍 ‘미탁’ 상황이 종료될 무렵인 이날 오전 9시 5분쯤 부산 사하구 한 공장 뒤편 야산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토사가 인근 주택과 식당 등 2곳을 덮쳤다. 매몰된 주택은 지붕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이 파묻혔고 식당은 가건물로 된 천막 1개 동이 매몰됐다. 주택에는 사고 당시 일가족 4명 가운데 노부부와 아들 등 3명만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휴대전화 위치 정보는 현재 매몰된 장소로 주변으로 뜨고 있고 통화도 연결되지 않는 상황이다.식당에서는 주인인 배모(65·여)씨가 매몰됐다. 배씨는 사고 7시간 만에 처음 발견됐지만 병원으로 옮겨져 검안을 받은 결과 ‘압착성 질식사’로 숨졌다는 소견이 나왔다. 이어 일가족 매몰자 가운데 아버지 권모(75)씨 시신이 발견됐다. 권씨는 매몰된 주택에서 아내 성모(70)씨와 아들(48)과 함께 살았다. 권씨 역시 질식사했다는 검안의 소견이 나왔다. 두번째 발견자인 권씨는 무려 검은 토사 더비 3m 아래 묻혀 있었고 시신 일부가 훼손된 상태였다고 소방본부는 밝혔다. 소방본부 등 수색대는 남아있는 매몰자를 찾기 위해 수색 장비와 인력을 보강했다. 군·경찰·소방 등에서 3교대로 수색 임무에 참여하면서 수색인원도 1056명으로 늘었다. 현장에는 토목학회와 사면전문가 7명이 나와 조사를 벌였다. 매몰자 수습작업이 마무리되는대로 되면 사고 원인 조사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은 토사 유실 사면과 토사 성분을 확인했고, 검토 의견을 4일 부산시에 전달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정호권 사하구청 건설과장은 “전문가들이 둘러본 결과 무너진 사면 하부에서 용출수(지하수)가 많이 치솟았는데 지하에 있는 물이 토사를 밀어내 산사태가 난 것 같다고 추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사고 원인으로 지목됐던 군부대 배수시설에 대해서는 “배수시설은 다 마른 상태여서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석탄재로 연병장을 조성한 것과 관련해서는 “일반적으로 토사와 3대 7로 섞어 성토제로 쓰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목격자들이 사고 전 석탄재로 연병장을 조성한 산 정상 부근 군 훈련장에서 검은 물이 콸콸 쏟아지는 전조 증상을 보인 뒤, 순식간에 수천t이 넘는 엄청난 양의 검은 토사가 400∼500m를 흘러 일대를 덮쳤다며 증언했었다. 경찰은 많은 비에 비탈 지반이 약화했거나 석탄재로 조성돼 지반이 약한 예비군훈련장 운동장에 물이 한꺼번에 흘러들면서 사고를 유발했을 가능성 등 원인을 살피고 있다. 사고 10여분 전 산사태 현장에 있었던 인근 주민 류모(68)씨는 “산사태 전에 댐이 폭발한 것처럼 검은 물이 줄줄 쏟아져 내렸다”면서 “위에는 댐이 없는데 생각하면서 깜짝 놀랐다”며 기괴한 사고 전조 증상을 설명했다. 정모(57)씨는 산사태 5분 전 인근 공장에 배달을 왔다가 사고를 직접 봤다. 그는 “갑자기 큰 소리가 나면서 정전이 되고 밖을 보니 먼지가 시커멓게 치솟고 스티로폼이 이리저리 날아다녔다”고 말했다. 정씨는 “어디 공장 폭발하나 싶어 밖에 나오지를 못했다”면서 “조금 있다가 나와보니 현장이 아수라장이 돼 있었다”고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경찰은 산사태 사고 원인에 대해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한다는 방침이다.전문가는 사하구 산사태가 9년 전인 2011년 16명이 숨진 서울 우면산 사태와 닮았다고 지적한다. 이수곤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산 정상에 예비군훈련장이 있고 비탈에서 다량의 토사가 흘러내린 것으로 보인다”면서 “우면산 산사태 때도 산 정상에 공군 부대가 있었고 배수 문제가 원인으로 지목됐다”고 말했다. 그는 “예비군훈련장에 배수로가 있겠지만 한꺼번에 많은 비가 몰려 넘치면 경사진 비탈로 물이 넘쳐 토사가 흘러내릴 수 있다”면서 “비탈에 축대벽이 설치됐다면 피해가 덜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 정상에 있는 사하구 예비군훈련장은 1980년 6월 산을 깎아 조성됐다. 산사태로 쓸려내려 온 토사는 훈련장을 조성할 때 쓴 ‘감천 화력발전소 석탄재’로 추정되고 있다. 한편, ‘물폭탄’을 퍼붓고 지나간 제18호 태풍 ‘미탁’으로 인한 사망·실종자 수는 14명, 이재민은 749명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부산 산사태로 매몰된 4명 가운데 2명은 여전히 실종 상태여서 인명 피해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와 소방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10시 30분 기준 주택 1237곳, 농경지 1861곳 등 민간시설 3267건이 침수·파손됐고, 도로·교량 등 공공시설 359건 등 총 3626건의 피해를 입었다. 태풍 ‘미탁’은 지난 2일 오후 9시 40분 전남 해남군에 상륙해 밤사이 남부지방을 관통하며 곳곳에 기록적인 양의 비를 쏟아낸 뒤 이날 오전 동해로 빠져나갔다. 경북 울진에는 시간당 104.5㎜의 비가 내려 1971년 1월 이 지역 기상관측 시작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고 제주도 고산과 강릉 동해도 시간당 강수량 기록을 경신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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