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괴테
    2026-08-13
    검색기록 지우기
  • 이시바
    2026-08-13
    검색기록 지우기
  • 노부모
    2026-08-13
    검색기록 지우기
  • 이해찬
    2026-08-13
    검색기록 지우기
  • 상속세
    2026-08-13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571
  • ‘스무살이 되기전에 꼭∼’ 117인 독서체험 곁들여

    스무살은 설렘과 두려움이 공존하는 시기다.새로운 자유에 대한 설렘.하지만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두려움이 그 자유를 짓누르기도 한다.두려움을자기수련의 자양분으로 삼고,자유에 대한 막연한 설렘을 구체적인 꿈 실현을 위한 용기로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이를 위해 많은 이들이 권하는 것이 바로 책읽기다.‘스무살이 되기전에 꼭 읽어야할 책’(전 2권)은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나가야 하는 스무살 전후의 청소년들이 읽을 만한 책에 대한 안내서다.하늘연못,각권 7,500원 삼사십대의 작가와 교수,출판·문학담당 기자 등 젊은 지성 117명이 자신의 소중한 독서체험을 공개했다.이들이 젊은 시절에 깊이 감명받은 책에 얽힌독서담,청소년들에게 권하는 책의 목록 등은 책의 선택과 책읽기 방법,독서안목을 키우는 길을 자연스럽게 제시하고 있다.이 책에는 괴테,셰익스피어,도스토예프스키,카프카,헤세,예이츠 등이 쓴 고전들과,마르케스,쿤데라,보네거트,쥐스킨트 등의 현대 명작들,일연,정약용,박지원,김구 등 한국사 중심인물들의 저작,정지용,이상,백석,윤동주,서정주,김수영,김지하,이성복 박노해,기형도,장정일,홍명희,조세희,이청준,박경리,이문열,최인훈,박완서,박상륭등 한국 근현대 작가들의 작품 등 과거와 현대를 아우르는 국내외 343인의저작 442권이 소개되고 있다. 스무살의 힘은 이러한 책들을 통해 어떻게 젊은 지식인들의 삶으로 현실화되어 있을까.10여년전 김수영의 시를 만났던 삼십대 소설가 조경란은 이렇게 답을 내놓는다.“그 시절의 내 모습을 청동거울처럼 아련히 되비추고 있는문장들.이를테면 ‘가을바람에 늙어가는 거미처럼 몸이 까맣게 타버렸다’‘나는 한가지를 안속이려고 모든 것을 속였다’ 등등.스무살의 내가 그의 시를 통해 알게된 것은 시가 아니라 문장이며 문학이거나 그 뒤에 숨어 있는생의 이면일지도 모른다.십여년이 지난 지금 글이 써지지 않을 때 나는 먼저 그의 시집을 꺼내 읽거나 가방에 챙겨넣는다.그가 ‘너는 언제부터 세상과배를 대고 서기 시작했느냐’고 하면 나는 여태도 가슴이 덜컥 내려 앉는다. ” 출판저널 편집장 김지원은 문학평론가 김현과 서울대 교수조동일을 통해책읽기를 위한 가르침을 전한다.김현은 ‘책읽기의 괴로움’이란 책에서 “책읽기가 괴로운 것은 책읽기처럼 살 수가 없기 때문이다”라고 썼다.그러나 김현은 죽기전 몇년간 쓴 일기 ‘행복한 책읽기’를 통해 절망과 현실,일상과 방황을 읽는 것은 곧 세상읽기이고 그것은 살아있음의 행복이라는 것을보여주고 있다고 김지원은 적고 있다.그녀는 또 조동일의 ‘독서학문문화’를 통해 ‘독서삼매론’을 타파하라는 역설적인 책읽기 주장을 한다.이는 생각 없는 자기만족적 책읽기를 경계하라는 뜻이다. 이 책의 글쓴이들은 이렇게 단순한 책소개가 아닌 자신의 독서 경험,다시말하면 ‘스무살의 자기고백’을 통해 아름다운 시대를 꿈꾸는 스무살 청소년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임창용기자 sdragon@
  • [외언내언] 文藝峰

    한 시대를 풍미한 시인 묵객 등 예술가나 성공한 사람의 일생을 살펴보면그들이 걸어온 인생의 뒤안길은 영욕과 희비가 엇갈리기 마련이다. 슬픔이있는가 하면 성취의 기쁨이 만발하고 절망이 있는가 하면 칠전팔기(七顚八起)의 오기가 도사린다. 그중에서도 문화예술계의 경우는 예민한 감수성으로인해 시대적 아픔과 사상적 배경을 과장해서 받아들이는 예가 흔하다. 엊그제 타계한 북한배우 文藝峰의 경우는 북한 배우 이전에 1930년대와 40년대 우리 영화 초창기를 풍미한 최고의 배우였다. 지난 32년 이규환감독에게 발탁되어 ‘임자없는 나룻배’에서 나운규와 공연했고 고전적인 용모와청초미로 인해 당장 3,000만의 연인으로 부상됐는가 하면 최초의 발성영화인 ‘춘향전’의 타이틀롤로 인기절정을 누리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몇푼의 돈을 위해 화면에 눈물과 웃음을 팔며’ 식민지 배우로서의 설움과 고통이해방 후에도 가시지 않아 민족문화예술이 난만(爛漫)하는 이북이야말로 희망의 등대라는 판단아래 월북을 단행했다고 한 수기에서 밝히고 있다.월북의감격에 대해서도 ‘엄혹한 겨울이 물러가고 따뜻한 계절이 시작되던 그 3월의 봄은 예술가로서의 저의 인생에서 과거와 영원히 결별하고 새출발한 인생전환의 뜻깊은 봄이었다’고 했다. 월북 다음해인 49년부터 십수편의 영화에 출연했으나 지난 65년,영화전문지 조선영화 4월호에 ‘아리랑’의 감독 나운규를 ‘청사에 길이 빛날 천재’로 찬양한 것이 빌미가 되어 협동농장으로 추방되는 등 급속도로 쇠락의 길을 걸어야 했다. 80년대 이후 복권되었고 86년에는 북한 예술영화촬영소가제작한 ‘봄날의 눈속에’가 성과작으로 평가를 받긴 했지만 그의 영화의 삶은 월북 15년만에 막을 내린 셈이다. 배우는 정치적 사상이나 이념 등 자신이 맡은 역할 외엔 언제나 예술에 뜻을 두고 예술밖에 모르는 순수한 정신의 소유자다. 그래서 괴테는 ‘예술가는 그 이름만으로 충분하다’고 했다. 그가 엄혹한 북한체제에서 나운규를예찬한 것은 바로 예술가의 순수성 때문이었을 것이다. 50여년전 봄에 과거와 결별하고 월북으로 인생을 전환한 것처럼 금강산 관광등 남북교류의 변화가 빈번해진 봄날에 그가 파란많은 생애를 마감했다니 인생무상이 느껴진다. 그러나 시대적 상황이나 이념과는 상관없이 그의 공적이 북한에서 ‘인민배우’로 호칭된 것처럼 우리 영화사에서도 무성영화시절과 최초의 발성영화 출연배우로서의 활약상 등으로 그 이름이 기억될 것이다. 이세기/논설위원
  • 4월 2∼4일 ‘괴테 탄생’ 250돌 기념영화제

    독일의 대문호 괴테 탄생 250주년을 맞아 오는 4월 2∼4일 ‘괴테 심야 영화제’가 서울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에서 열린다. 그의 문학적 향기를 담은 영화 8편을 상영하는 이번 영화제는 독일문화원이 오는 26일부터 4월11일까지 마련하는 괴테 탄생 기념행사의 하나. 영화제 외에 연극,시낭송회,도서 및 우편 전시회,가곡제 등 다양한 기념행사가 예술의 전당에서 개최된다. 영화제 첫날인 2일은 괴테의 동명 소설과 희곡을 바탕으로 한 ‘파우스트’(60년)와 ‘클라비고’(70년)가 밤 11시부터 잇따라 상영된다. 이어 3일 밤 11시에는 ‘젊은 베르테르의 눈물’(75년)이 상영된다.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원용한 이 영화는 주인공 에드가 위버가 유치원교사 찰리에게 사랑을 느끼면서 소설 속의 베르테르와 자신을 동일시한다는줄거리이다. 마지막날인 4일 오후 6시에는 괴테의 소설 ‘친화력’을 주제로 삼은 ‘타로’(86년)가 선보인다.이 영화는 4명의 젊은 남녀가 우연히 서로 짝을 맺는 과정을 다룸으로써 인간관계의 의외성을 보여준다.또 자신의 어머니가 괴테를 직접 만난 적이 있다고 주장하는 104세 노부인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든 다큐멘터리 ‘괴테를 직접 본 여인의 딸’ 등도 상영된다.입장료 2,000원.(02)580-1300,1700
  • 괴테 탄생250돌 화려한 페스티벌

    독일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문호 괴테.문학사 뿐만 아니라 음악사와 미술사등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예술가다.그의 문학에 내재된 음악적 요소는 많은작곡가들의 창작의욕을 북돋았다.그중 시와 음악이 어울린 리트(독일가곡),그리고 드라마와 음악이 접목된 오페라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작곡가 슈베르트는 괴테의 시에 곡을 붙인 뒤 괴테의 견해를 듣고자 수차례 편지를 보낼 정도로 그를 추앙했다.그러나 괴테는 모차르트를 존경했으며그가 ‘파우스트’의 이상적인 작곡가가 될 것을 바랐으나 끝내 괴테의 소망은 이뤄지지 않았다. 올해는 괴테가 태어난 지 250주년.서울 예술의 전당은 그의 탄생을 기념하기 위해 음악회와 연극 공연,영화 상영 등 다채로운 내용의 ‘괴테 페스티벌’을 준비하고 있다.가을에는 독일문화원과 공동으로 괴테의 작품 ‘스텔라’와 ‘파우스트‘중 하나를 오페라 무대에 올릴 계획이다. 페스티벌의 첫번째 무대는 12일 오후 7시 30분 리사이틀홀에서 열리는 ‘괴테 콘서트 프리미어-괴테와 슈베르트·볼프와의 만남’.괴테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어 작곡한 슈베르트와 볼프의 다양한 가곡을 선보이는 무대다. 피아니스트 박명숙 한영혜,소프라노 최훈녀 오경선,바리톤 박흥우 등이 출연해 슈베르트의 ‘파우스트’ 중 ‘툴레성의 왕’,빌헬름 마이스터 중 ‘외로움에 빠진 사람은’,볼프의 서동시집 중 ‘냉정한 사람’ ‘프로메테우스’ 등을 들려준다. 이어 4월 3일에는 ‘괴테 가곡의 밤’,4일에는 임헌정이 지휘하는 부천시향이 테너 김재형,메조 소프라노 김청자와 함께 갖는 ‘괴테 콘서트’가 열린다.브람스의 ‘알토 랩소디’와 리스트의 ‘파우스트 교향곡’을 연주한다. ‘알토 랩소디’는 괴테의 연작시 ‘겨울여행’ 중 3편에 곡을 붙인 것.‘파우스트 교향곡’은 파우스트·마그리트·메피스토펠레스를 각각 소재로 한 3악장 짜리 교향시다. 이와 함께 토월극장에선 연극제와 영화제,전시회 등 각종 프로그램이 펼쳐진다. 먼저 3월 26일∼4월 11일 열리는 ‘괴테 연극제’에선 ‘파우스트’와 ‘이피게니에’ ‘스텔라’ 등 세 작품이 하루 한 편씩 번갈아가며 무대에 올려진다.4월 2일∼4일 마련되는 ‘괴테 영화제’에선 ‘파우스트’를 비롯한 장편영화 4편과 단편 4편,16㎜ 영화 등이 상영된다. 또 ‘괴테 학술대회’(3월 27일) ‘괴테 시낭송회’(28일) ‘도서 및 기념우표 전시회’(26∼4월 11일) 등 기념행사도 곁들여진다.(02)580-1300
  • 獨 바이마르市 ‘홀로코스트 속죄’

    □프랑크푸르트 베를린 南玎鎬 특파원□ 99년 유럽 ‘문화도시’ 바이마르가 나치 탄생의 어두운 역사를 새로운 교훈의 역사로 변신시키고 있다. 지난 19일 개막공연을 갖고 축제의 한 해를 시작한 인구 6만의 소도시 바이마르는 작가 괴테,실러,작곡가 바흐,리스트등 고전 대가들의 숨결이 깃든 곳.20세기초엔 최초 민주헌법이 피어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마냥 들떠 있지 않다.이 도시가 민주헌법 수립이후 우익정권을 최초로 배태,나치 태동에 앞장선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93년 ‘문화도시’로 선정 이후 준비를 해온지 6년만에 바이마르는 몰라보게 달라졌다.700만달러를 쏟아부어 새단장을 했다.당시 선정된 배경에는 99년이 괴테가 이곳에서 탄생한지 250주년되는 해라는 점이 적지 않게 작용했다. 그러나 재탄생의 발목을 부여잡는 것이 바로 과거의 악령.지난 37년부터 45년 사이 5만 6,000명이 학살된 부켄발트 유태인 수용소가 바로 이곳에 있다. 그리고 잊을만하면 한번씩 신나치주의자들이 발흥한다. 시는 이런 역사 잔재를 외면하기보다는 프로그램속에 끌어들여 반성의 계기로 삼는 길을 택했다.괴테가 자신의 연극을 공연한 언덕위 궁전에서 부켄발트 수용소까지 1마일 거리의 숲속 산책로가 만들어졌다.부켄발트의 대변인은 ‘시간의 편린’이라 이름붙인 이 산책로를 만든 배경을 “독일역사에서 문화와 야만이 얼마나 가까이서 공존하는지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njh@
  • ‘99문화를 여는 사람-임헌정 부천시립교향악단 지휘자

    예술성과 대중화는 모든 예술에서 제 짝찾기가 아주 어려운 양쪽 바퀴다.예술성만 지향하다보면 대중과 유리되기 쉽고 그 반대는 저급화할 우려가 있다.두 덕목이 균형과 조화를 이룰 때 예술의 바퀴는 힘차게 굴러가지만 경제적 잣대가 힘이 센 지금 상업주의의 비탈로 내달릴 가능성이 크다. 10년째 부천 시립교향악단 지휘를 맡고있는 임헌정 교수(47·서울대)의 첫마디는 ‘균형’이었다.여기에는 IMF 한파로 공연계가 위축되면서 지나치게상업주의로 흘러 예술성이 떨어지는 작품들이 양산됐다는 걱정스러움이 짙게 배어있다. “좋은 공연은 관객들이 먼저 알고 찾아옵니다.표가 안팔리는 것은 음악가에게도 책임이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최근들어 한층 야멸차게 경제논리를 적용,표가 매진됐느냐 아니냐로 일거에 작품성을 평가해 버린다며 아쉬워했다. 임교수가 대중화를 부정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다만 예술가들이 균형감각을 지키려고 애쓸 때 일반 대중이 즐길수 있는 문화와 소수 정통 팬들을 위한고급문화가 공존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어 정부의 지원을 거론할 법도 하지만 그는 정부나 기업으로부터 지원이아무리 많아도 완성도 높은 작품을 선보이려는 생산자들의 노력이 수반되지않으면 여전히 지금의 상황을 벗어나기 힘들다고 했다.문화 생산자들의 의식과 경제적인 지원이 함께 어우러질 때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교향악단을 이끌어가는 선장으로서 당장의 아쉬움도 많다.좋은 연주를 들려주는 것은 음악가들의 의무이지만 능력있는 사람은 그만큼 대우를 받아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이는 대부분 교향악단이 여성들로 이뤄져있다는 점에서 미뤄 짐작할 수 있다.남자단원들은 기회만 있으면 떠난다.악단 활동에만 전념해서는 생활하기 힘들기 때문이다.좋은 연주자들이 음악활동에만 전념해도 생활이 될 정도로 대폭적인 지원과 사회적 지위도 높아져야 한다고 임교수는 힘주어 말한다.노력하는 사람은 그만큼 대우를 해주어야한다는 것이다. 임교수는 오는 4월 괴테탄생 250주년 기념작품 준비에 여념이 없다.그는 괴테의 ‘파우스트’를 아주 좋아한다고 했다.‘꾸준히 노력하는자만이 얻을수 있다’는 괴테의 작품이 주는 의미가 200여년이 지난 지금에도 변함이 없어서다.11월에는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1번 ‘거인’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무대에 올릴 계획이다. 임교수는 ‘한 나라가 혼란스러운 것은 그 나라 음악이 조화롭지 못하기 때문이다’는 중국 고사에 느낀 바가 많다.21세기에는 음악의 역할이 지금보다훨씬 커질 것을 그는 확신하고 있다.
  • 예술의 전당 최종률 사장/오페라 페스티벌 성공 개최(인터뷰)

    ◎“예술의 전당 간판 프로그램으로 키워나갈 것”/북한 평양교향악단·서커스단도 초청할 계획 29일 막을 내리는 오페라 페스티벌에서 객석점유율 68%,유료매표율 55%라는 보기 드문 성공을 거둔 예술의전당 최종률 사장은 “이 페스티벌을 앞으로 예술의전당 간판 프로그램으로 키워나가겠다”면서 내년부터는 봄,가을 두차례로 확대 계획을 밝혔다. 그는 또 내년 봄엔 그동안 국내 공연이 금지됐던 윤이상씨의 오페라 ‘심청전’을 공연할 예정으로 현재 가족들과 협의를 진행중이라고 덧붙였다. ●일본에서도 정착되지 못한 레퍼토리시스템을 아시아권에서 처음 시도했는데 성공요인은 무엇인가. ­한달동안 다채로운 오페라를 관람할 수 있는 ‘레퍼토리시스템’ 자체에 대한 일반인들의 매력을 우선 꼽을 수 있고 전 배역을 공개오디션으로 뽑았다는 점에서도 신선함을 준 것 같다. 학연 지연에 얽매여 그 얼굴이 그 얼굴이던 오페라 무대에 우수한 기량의 신인들이 대거 선보여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특히 7,000원부터 디너를 포함한 15만원짜리까지세분화한 매표정책도 객석점유율을 높이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1층 로얄석을 교수 추천을 받은 음대생들에게 무료 입장시키는 비엔나오페라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마련한 정책이었는데 호응이 좋았다. 기간중 매주 화요일은 입장료를 7,000원 균일로 특화,지난 10일 ‘카르멘’공연은 2,100석 완전매진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내년에 일본주간 등 해외초청 행사가 유난히 많은것 같은데. ­봄에 괴테 탄생 250주년 기념 ‘괴테주간’을 갖고 가을엔 ‘일본주간’을 가지려한다. 해외초청행사엔 기본적으로 상호교환 공연을 원칙으로 추진중이다. 최근 일본을 방문한 문호근예술감독도 이 원칙을 전제로 일본주간 행사계획을 섭외했으며 그쪽에서도 아주 긍정적인 반응을 보내왔다. ●금강산 관광으로 북한과의 관계에 일단 물꼬가 트였는데 그에 대응한 움직임은. ­북한의 평양교향악단에 간접적인 루트를 통해 초청 의사를 전달,협의차 방북해달라는 초청장을 받았으나 당시 시기가 좋지않아 연기했고 지금 두번째 초청장을 기다리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북한의 써커스공연도 마음에 두고 있다. ●예술의전당이 접근이 어렵다는 불평이 많은데 대한 개선방안은. ­내년 1월부터 매주 금요일 공연은 직장인 편의를 위해 오후 8시 시작으로 정했다. 또 리사이틀홀의 경우 1월 한달동안 내부수리를 거쳐 여름엔 오후 5시·7시30분 두차례 공연으로 확대 운영하기로 했다. ●수준 낮은 공연을 한 단체엔 내년 대관을 거부하는가. ­수준 낮은 공연에 대해 올들어 세차례 담당자와 단체에 경고장을 보냈고 내년 대관을 사양했다.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사내외에서 ‘레드 카드’‘옐로 카드’라고 불릴만큼 공연수준 향상에 자극제가 되고 있다. ●IMF파장이 특히 문화분야에 더욱 크다. 내년 한해를 이겨낼 지혜는 ­내년 예산중 공익자금 지원이 벌써 38% 삭감됐다. 기업후원을 받아내기 어려운 상황에서 재정적 어려움은 더 커질 전망이다. 때문에 좋은 공연으로 IMF파고를 이겨내는 정공법외엔 별다른 방책이 있을 수 없다. 단지 관람객 편의를 위해 서비스측면에 신경을 기울이고 있다. 관객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편안한 문화공간이 되게끔 노력하겠다.
  • 롯데그룹(한국경제를 이끌어온 기업)

    ◎30대 기업중 재무구조 1위/“위기는 기회다” 공격경영 변신/내실 바탕 잇단 기업 인수설 돌아/최근 1조규모 제2롯데월드 착공/‘한국서 번돈 100% 재투자’ 유명 사장단 회의가 없는 그룹,인력 배치 때 전공학과를 따지지 않는 그룹,두달에 한달(짝수달)씩은 회장이 자리를 비우는 그룹. 롯데 그룹엔 여러모로 특이한 면이 많다. 연 매출액 9조원(98년 예상치),계열사 27개,종업원수 3만5,000명인 국내 11대 그룹의 이같은 독특한 운영은 실험적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롯데는 분명 경제위기를 맞은 이래 ‘가장 잘 나가는’ 그룹으로 꼽힌다. 우선 롯데는 지난 6월의 55개 퇴출대상 기업 발표와 무관했다.10대 그룹중 7개,11∼30대 그룹중 20개 그룹이 영향권에 들었지만 롯데는 무사했다. 무사함을 넘어 이제는 공격적인 경영으로 세상을 놀라게 하고 있다.다른 그룹들이 계열사를 팔아치우려 한다는 소문의 돌 때마다 롯데라는 이름은 소문의 한 가운데에 있곤 했다.인수 대상 그룹으로서다. 롯데 그룹의 인수설이 나돈 기업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동아건설의 동아시티백화점 해태제과 해태음료 서울·제일은행 등등…. 실제로 서민 상대 장사로 짭잘한 재미를 누리던 그랜드백화점 본점의 경우는 현재 롯데로부터 중도금까지 받은 상태다. 이밖에도 롯데의 공격성은 곳곳에서 드러난다.금년 하반기에 롯데백화점 광주점을 열고 내년 초엔 일산점을 열 계획이다.최근엔 1조원 규모의 제2롯데월드 공사에 착공했다. 이 모든 게 부채비율 216%로 30대 그룹중 가장 탄탄한 재무구조를 가지고 있기에 가능하다는 분석이다.가능한 한 은행돈 안쓰는 것을 미덕으로 아는 辛格浩 회장의 경영철학이 맞아 떨어진 결과다. ‘잘 나가게 된’ 중요한 원인으로 책임경영제를 빼놓을 수 없다.롯데그룹은 오래 전부터 사실상 계열사별 책임경영제를 운영해왔다.사장단 회의를 열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롯데가 가진 최대의 강점은 역시 수익금의 재투자라 할 수 있다.롯데는 일본 롯데가 한국에 투자하는 형식으로 태어난 독특한 탄생과정을 가졌으면서도 한국 롯데의 수익금을 고스란히 한국에 재투자하는 것으로 유명하다.탄탄한 자본력으로 경쟁에서 우위를 지킬 수 있었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라 할 수 있다. 롯데그룹측은 이같은 장점들에 그룹 특유의 경영상 일관성이 가세함으로써 요즘 같은 어려운 시기에도 세를 키워갈 수 있다고 설명한다. 유통과 관광에 치중한다는 반론에 대해서도 롯데측은 관광산업이 제조업보다 월등히 높은 외화 가득률을 보인다는 논리를 내세운다.일례로 호텔롯데 하나가 97년 한해에만 51만명의 관광객을 끌어들여 3억3,000만 달러의 외화를 벌어들였다는 것이다. 롯데는 한걸음 더 나아가 중국 독일 동남아 등에까지 호텔롯데와 롯데월드를 건립하려는 꿈을 키워가고 있다.롯데는 그러나 하나의 작품이 완성되지 않으면 다른 것을 절대 넘보지 않는다는 고유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룹 성장사/‘햇님이 주신 선물’ 롯데제과가 모태 ‘햇님이 주신 선물’ 오늘날 40대 중년 이상이라면 아련하게나마 기억속에 간직하고 있을 이 광고 구호가 한국 롯데 그룹의 태동을 알리는 신호음이었다.67년 4월 오늘날 롯데그룹의 모태가 된 롯데제과는 이 광고 문구와 함께 탄생했다. 롯데제과는 곧 한국인의 입맛을 파고들면서 승승장구 성장기반을 닦아나갔다.설립 당시 자본금 3,000만원에 직원수 500명 정도로 제법 규모도 갖췄었다. 롯데 그룹은 스스로의 역사를 크게 4단계로 나눈다. 롯데제과의 한국진출로 대변되는 태동기와 70년대 도약기,80년대 성장기,90년대 미래 지향기가 그것이다. 60년대 후반 껌 과자 등을 제조·판매해 기초를 튼튼히 한 롯데는 70년대 들어 롯데칠성음료 롯데삼강 롯데햄 롯데우유 등을 설립,단숨에 국내 최대의 식품기업군으로 자리잡았다. 80년대에는 국내 최대의 식품기업군 지위를 유지한 채 롯데냉동 한국후지필름 롯데자이언츠 등을 세워 보다 완벽한 체제를 갖추게 된다.이어 롯데월드라는 거대한 작품을 완공,또 한번 세상을 놀라게 했다.이 과정에서 이웃주민들의 반발도 있었으나 결과적으로 이는 세계속의 롯데를 과시하는 효과를 가져다 주었다는 평을 듣는다. ◎辛格浩 회장/42년 봄 희망 찾아 단신 도일/우연히 맛본 츄잉껌 하나로 성공기반 마련/철저히 한국 국적 고수·사람쓸땐 의리 중시 辛格浩 롯데그룹 회장(76)은 IMF사태 이후 가장 주목받는 기업인이면서도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는 성격의 소유자로 남아 있다.롯데 직원들조차 그와 대화해본 사람이 드물다.홀수 달에 한국에 와 있을 때도 계열사 사장들로부터 브리핑을 듣는 게 전부다.회의를 열거나 그룹내 행사에 참가하는 일은 좀체로 없다. 불필요한 언사도 거의 없다.조용한 성격이다.젊은 시절 시속 200㎞ 이상의 속도를 즐겼던 스피드광이었다는 사실과는 퍽 대조적이다. 그에겐 몇가지 철칙이 있다.첫째는 철저히 한국 국적을 지킨다는 점이다.또 책임경영제를 활용한다.대신 현장 점검만은 엄격하다.과자 하나를 새로 만들 때도 꼭 자신이 먼저 시식한다. 사람을 쓸 때는 학식보다 소양을 중시한다.일에 대한 정열,동료에 대한 의리를 최고 덕목으로 친다.‘오야붕­꼬붕’식 위계를 중시한다.이 점에선 다분히 일본적이다. 이 때문일까,사업에 관한 한 실패를 경험한 적이 거의 없다.그래서 기업인으로서 辛회장의 성장사는 작위적이라는 느낌마저 준다. 1942년 봄,가난했던 辛회장은 약관의 청춘에 ‘성공하고 싶어서’ 관부연락선에 올랐다.첫 부인 盧舜和씨(작고)와 경남 울산군 상남면 둔기리(현 울산광역시 울주군) 고향마을을 뒤로 한 무단가출이었다.당시 그의 손에 쥐어 진 돈은 83엔.이것이 오늘날 롯데그룹의 밑거름이었다. 학업 성적도 신통치 않았고 특별한 재능도 없었던 청년에게 일본은 희망의 땅이었다.도쿄의 친구 자취방에서 더부살이를 하면서 우유·신문배달로 연명했다.그러면서 와세다고등공업학교(현 와세다대학 이학부) 야간부 화학과를 졸업했다. 재학중인 44년 돈을 빌려 선반용 커팅오일 제조공장을 차렸다.그러나 첫번째 사업은 실패로 끝났다.1년여만에 B­29기의 폭격으로 공장이 폐허로 변했다. 곧이어 벌인 화장품 제조업은 대성공이었다.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여성들의 열망을 업고 날개돋친듯 팔려나갔다.辛회장은 이때부터 사업의 묘미에 흠뻑 빠져들었다고 전해진다.일본 여성인 다케모리 하츠코와 결혼한 때도 이 무렵(45년)이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추잉껌을 먹어본 뒤(실제로 삼켜 버렸다고 함) 그 맛에 반했다.전후(戰後) 기호품 부족 사태에 착안한 그는 즉시 껌 제조업에 뛰어들었다.대성공이었다. 사업이 번창하자 48년 6월 도쿄 스기나미구에 주식회사 롯데를 설립해 사장에 취임했다.비로소 롯데라는 이름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롯데라는 이름은 괴테작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여주인공 샤롯데에서 따왔다.약관 시절 문학청년의 전력이 작용한 결과가 아닌가 싶다. 이름의 선택은 절묘했다.패전국 일본은 전후 국가개조의 모델을 독일로 삼았었다.그런 일본인들에게 독일 작가 괴테 작품에 나오는 구원의 여인 샤롯데는 희망의 상징이었다. 사업은 계속 번창해 55년 연매출액이 12억엔에 달했다.辛회장은 서구를 본받아 소비문화가 뿌리 내릴 무렵인 61년 초컬릿 생산을 개시키로 결심했다.또 다시 성공이었다.이로써 롯데는 일본내에서 거대 종합과자 메이커로 부상했다. 辛회장은 시대를 읽는데 타고난 재능을 지닌 사람으로 평가된다.여기에다 ‘자신 없는 분야에 무모하게 뛰어들면 국민경제에부담만 준다’는 경영철학이 맞물려 오늘의 성공을 가져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안팎으로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한·일을 오가며 두개의 롯데 왕국을 무리없이 꾸려가는 辛회장의 저력은 이런 재능과 경영철학에서 비롯된다고 보아야 할 것 같다. □계열사 현황(’98년 8월 현재,★=상장회사) 회사명 설립일자 주업종 ★롯데제과(주) 67. 4. 3 껌,과자,빙과류,제조판매 (주)호텔롯데 73. 5. 5 관광호텔 롯데쇼핑(주) 79.11.15 백화점 ★롯데칠성음료(주)50. 5. 9 청량음료,주류,제조 도소매 ★롯데건설(주) 59. 9.15 토목 건축 등 종합건설 ★호남석유화학(주)76. 3.16 합성고무 및 플라스틱 제조판매 롯데알미늄(주) 66.11. 4 알루미늄 압연가공 등 롯데상사(주) 74.11. 2 무역업 (주)롯데햄·우유 78. 4.12 축산물 가공판매 ★(주)롯데삼강 58. 1.10 빙과,유지,음료제품 제조판매 한국후지필름(주)80. 6. 2 사진 감광재,사진기기,비디오테이 프 등 롯데전자(주) 73.11. 2 음향기기및 기타 제조판매 (주)롯데기공 73.11. 1 환경,건설,냉열,산업기기 등 롯데냉동(주) 80. 3.28 냉동창고업 (주)롯데리아 79.10.25 햄버거 등 판매외식업 (주)대홍기획 82. 4. 8 광고대행업 (주)D.D.K 90. 6.11 광고대행업 (주)롯데자이언츠 82. 4.22 프로야구단 (주)롯데캐논 85. 5.10 복사기,프린터 등 사무기기 제조판매 (주)호텔롯데부산 84. 5.11 관광호텔 롯데역사(주) 91. 5. 4 백화점 롯데물산(주) 82. 6.15 관광호텔 및 레저 롯데산업(주) 74. 1.26 운동설비 운영 등 롯데할부금융(주)95.11.28 할부 및 팩토링 금융 등 (주)롯데세기 97. 6. 1 컴퓨터 오락 게임시설 유원지 운영 롯데정보통신(주)96.12.28 소프트웨어 개발,컴퓨터 주변기기 판매 롯데로지스틱스(주)96.10.14 물류관리,컨설팅
  • 바그너 ‘오페라 서곡들,기타’(명반과 함께하는 음악여행:7)

    ◎리하르트 바그너/서쪽으로,서북쪽으로/파시즘 선구자로 숭배 유태인 몰살의 음악/서로 흐러던 문명사조 북향시키려던 노력들/베토벤 교향곡 ‘확장’ 오페라속으로 신화화/망상의 평화 꿈꿨으나 엷기만한 희망의 흔적 1.발할라,유태인을 혐오하는 천재를 환영하다… 1883년 2월13일 베니스에서 바그너가 사망하자 신문은 그런 부고를 냈다. 발할라는 그의,4일 동안 연속 공연되는 총 16시간짜리 대작 ‘니벨룽의 반지’에 나오는 신들의 궁전. 독일신화의 주신(主神) 보탄의 딸 발퀴레들이 전쟁터에서 용감하게 전사한 영웅들을 이곳으로 데려온다. 보탄은 그들에게 날마다 주연을 베풀며 마지막 ‘악과의 전쟁’에 대비한다. 그러나 그 싸움에서 신들이 승리할 수는 없다. 신들과 악의 세력이 모두 멸망하고 새로운 인간의 세상이 열린다. 그래서 ‘반지’ 4부의 각 제목은 전야제 격인 ‘라인의 황금’(라인의 황금을 지하세력 난장이가 탈취하면서 세상의 질서가 뒤흔들리는 ‘사건 발단’),첫째날 ‘발퀴레’, 둘째날 ‘지그프리트’(미래의 주인인 지상의 ‘인간영웅’ 이야기)에 이어 마지막날이 ‘신들의 황혼’이다. 그렇게,그런채로 발할라가 천재­바그너를 환영한다.‘유태인 혐오’는,무슨 소린가? 식인종이었던 자들을 교육시켜 사회를 주무르는 장사꾼으로 키웠다… 유태인 종족에 대해 바그너는 그렇게 극언했다. 그리고 사망 40여년후 그는 악명높은 히틀러 파시즘의 선구자로 숭배되고 그의 음악속으로 수백만의 유태인들이 몰살한다. 2.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문명은 태양의 동쪽에서 태동,서쪽으로 그 중심지를 옮겨갔다. 뒤늦은 문명이 앞선 문명을 보다 빠른 기간에 배우고 여력을 계승­발전에 투여한다. 그렇게 고대 그리스에서 문명이 만개하고 로마에서 위대한 건축물을 이룬다. 문명의 주역은 그후 프랑스­영국을 거쳐 미국으로 바뀌었다. 동에서 서로… 바그너는 독일문명의 세계 주도를 위해 그 흐름을,거대하게 북향(北向)시킨다. 그의 음악은 그래서 음악사상 가장 거대한 폭으로 흐른다. 물에서 태어나 가장 강렬한 욕망의 불길을 태우다가 다시,물의 평정으로,죽음으로회귀하려는 필생의,그리고 전 생애에 걸친 음악. 그러나 당대와 후대의 바그너 예찬자들은 그의 음악에 평정을 허락하지 않았다. 바그너 자신은? 그는 소망했지만,소망을 성취할 수 없었다. 각 민족에게는 고유한 문화가 있다. 그것들을 선진­미개의 틀로 설명할 수는 없다. 요는,주류 문명에 대응하는 방식. 바흐는 ‘독일속으로’ 더 흔들리면서 더 명징한 종교음악을 세웠고,독일을 종교음악의 본산지로 세웠다. 괴테는 그리스­로마의 문명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독일문학을 이룩했고 베토벤은 자신의 불행과 독일의 열정을 음악사적인 낭만주의로 전화시켰다. 브람스 또한 북(北)독일의 우울을 음악의 보편적 심오함으로 담금질했다. 그리고 마르크스는 영국과 프랑스의 학문적 업적을 독일적으로 종합,독일의 후진성을 혁명성으로 변혁시켰다. 바그너는? 고대 그리스 비극의 복원을 꿈꾸면서 이탈리아 코믹 오페라 형식(사랑의 금지)과 프랑스 그랜드 오페라 형식(리엔치)을 기웃댔지만 처음부터 북행(北行)이 그의 목표였다. 그렇게,서북 쪽으로. 그 결과는무엇인가? 문명의 야만을 치유하기 위한 생체실험이다. 역사상 가장 위대했으나,위대한 실패로 끝난. ‘베토벤의 교향곡 세계를 오페라 세계로 심화­확대시키자’. 바그너의 음악적 꿈은 그랬다. 베토벤이 오페라를 단 한편 남겼으므로,그리고 그렇게 그의 ‘교향곡세계’가 ‘보이는 것’의 음악적 응축이었으므로,그것은 타당한 꿈이었다. 그러나 그는 너무 일찍 북쪽의 광포하고 웅대한 신화로 꿈의 내용을 채운다. 3.웅대한 규모는 막대한 자본을 요구하고 ‘야만의 신화’는 신화의 성스러운 야만화를,그리고 역사관의 반동화를 초래한다. 야비한 사기,불륜 행각과 과대망상의 천재 행각이 오페라 ‘속으로’ 신화화 하고 그 신화음악이 오페라 ‘밖으로’ 나와 다시 바그너의 현실세계를 미화,영웅화하는,악순환 고리가 반복 심화된다. 예찬자들은 열광하고,그러나 바그너로서는 ‘마음의 지옥’이었던 그 악순환의 고리. 그러므로,그의 음악은 그가 그 지리한,고통의 생체실험을 멈추지 않고 마침내 육(肉)의 고행으로까지 밀어부치는 대목에서 가장 드라마틱하고 감동적이다. 도대체 어디까지니이까.어디까지 음악의 육욕을,탐닉해야 하니이까. 저를 도와주소서… 그러나 그는 끝까지 ‘음악의 살속’을 파고 든다. ‘끝까지’가 지리하고 심오한 반복을 낳고 ‘파고 듦’이 음악을 이제껏 가장 극단적인 반음(半音)사용으로, 사랑의 환희의,몰아의 황홀경의,그렇게 ‘사랑의 완성을 위한 죽음’의 정황으로 치닫는다. 물의 죽음에서 물의 죽음으로… 그러나 그 과정은 아름다움이 죽음으로 완성되는 극단의 불의 경지. 그것으로 물과 불의 구분 자체가 극복되는 경지이다. 4.반프리트. 망상에서 평화로운 곳. 혹은,망상으로 평화로운 곳. 바그너는 만년의 저택을 스스로 그렇게 불렀다. 숱한 거장들이 바그너를 ‘망상으로 평화로운 곳’으로 연주한다. 그러나,예술가는 망상에서 평화롭지 않으면 망상으로 평화로울 수 없다. 흥분은 금물. 루돌프 켐페의 음반은 한마디로 바그너 ‘반지’ 작곡 생애에 바치는 진정한 반프리트이다. 오페라 ‘방황하는 네델란드인’(1841)서곡,‘탄호이저’(1845)서곡 및 1막 일부,‘뉘른베르크의 명가수’(1867) 1막,3막 서곡 및 일부,그리고 ‘신들의 황혼’(1874) 서주­‘새벽’과 ‘지그프리트의 라인여행’등 수록곡은 켐페의 ‘독일 정통’ 연주를 통해 ‘바그너 선언’,‘정체성과 전통 발견’,그리고 ‘평정의 갈구’로 재설계된다. 그리고 그때 우리는 바그너의 진정한 소망의 골격을 보는 것이다.가장 중요한,이 모든 것이 종합되는 ‘지그프리트 장례행진곡’은 등장하지 않고 각 곡 도처에 흔적으로 존재한다. 그것은 위대한 망상의 흔적이 (아직)아니고 상상력 풍부한 희망의 흔적이다. 바그너 사망 한달 후 마르크스도 세상을 떠났다. 그는,어느 쪽?
  • 홍길동 수난/李世基 논설위원(外言內言)

    영화배우로 활약하다 모나코왕비가 된 그레이스 켈리의 켈리 백은 그 백을 들고 다니면 켈리를 닮아간다는 모방심리 때문에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었다. 이런 모방심리가 발현되는 대상을 캐릭터라고 한다. 영화 TV 만화 소설 등에 등장하는 인물이 주가 되지만 이들 인물의 도형이나 그림은 저작권자의 승인을 받아야만 한다. 그러나 이미 오래전에 발표된 소설의 주인공은 별로 문제되지 않는다. ‘롯데’라는 브랜드는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 나오는 여주인공이고 셰익스피어의 희곡 ‘오셀로’는 일본에서 오락게임 브랜드로 성공한 바 있다. 요즘 ‘홍길동’ 캐릭터를 둘러싸고 전남 장성군과 SBS간에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홍길동의 고장으로 알려진 장성군은 지난 봄 특허청에 홍길동 캐릭터 45종에 대한 의장및 상표등록을 마친 상태이고,방송국측은 최근 드라마 ‘홍길동’의 방영을 앞두고 ‘네오 홍길동(Neo H.K.D)’이란 캐릭터로 다각적인 상품사업계획을 개발해 나간다는 것이다. 여기에 합세해서 홍길동의 저자 허균(許筠)의 고향 강릉에서도 홍길동 캐릭터 선포식을 가질 예정이라니 얽히고 설킨 느낌이다. 더구나 캐릭터의 이미지가 한국의 홍길동이냐,일본의 홍길동이냐는 비판도 분분하다. 장성군의 홍길동은 조선조 복식에 초립을 쓴 다부지고 야무진 한국의 전통 영웅인데 비해 SBS의 홍길동은 산발한 긴머리에 붉은 망토를 휘날리는 전형적인 사무라이풍이라는 왜색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른바 일본만화에 익숙한 신세대들에게 초립둥이로 상징되는 홍길동의 투박한 이미지가 아닌 일본 봉건영주의 복색으로 일본만화를 원용한 느낌을 주어 상업적 캐릭터의 소재를 홍길동으로 삼은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어쨌든 현대는 이런 가공의 인물까지도 브랜드로 끌어내어 브랜드의 생명은 끝이 없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캐릭터는 그 특성을 잘 지키고 키우면서 발전시키는 가운데 승부가 결정지어진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는 홍길동의 확신에 찬 내면은 서류(庶類)의 슬픔을 안고 있는 수난의 일생이더니,21세기를 눈앞에 둔 지금은 소비자들의 지속적인 구매를 유도하기 위한캐릭터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시달리다니 묘한 아이러니가 느껴진다.
  • 한국문화속의 독일문화/독어독문학회 “블릭 움 블릭…” 심포지엄

    “토마스 만이 없었다면 나는 작가가 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소설가 김원일). 우리 시대의 큰 이야기꾼에게 이토록짙은 그림자를 드리운 독일 작가 토마스 만의 정수는 무엇인가.만의 작품을 잉태한 독일문학혹은 독일문화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한국독어독문학회(회장 김주연 숙명여대 교수)가 22일 서울 동숭동 문예진흥원에서 개최하는 ‘블릭 움 블릭­예술 속에서 만나는 한국과 독일’심포지엄은 이 물음에 답하게 될 것이다. ‘블릭 움 블릭’이란 말은 괴테의 시제목에서 따 왔다.‘시선과 시선이 만나다’라는 뜻.작가들이 창작과정에서 받은 독일문학의 영향을 강연한 뒤 독문학자들과 토론한다. 80년대에 다양한 시적 실험을 감행했던 황지우 시인은 독일 극작가이자 시인인 베르톨트 브레히트에게 빚진 이력을 고백한다.‘낯설게 하기’라는 기법에 힘입어 그의 시는 형식 파괴만이 아니라 시대의식을 치열하게 구현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소설가 김원일도 비슷하다.그는 “만의 ‘토니오 크뢰거’를 읽으면서 예술성과 시민성의 갈등과 극복의 저력을 배웠고,‘마의 산’과의 만남에서 생의 엄청난 고통을 넘어서는 빛을 발견했다”고 토로한다. 연극계에서 ‘문화게릴라’로 불리는 연출자 이윤택도 자신의 실험정신이 독일연극의 영향 아래서 나왔다고 말한다.그가 작년 11월 괴테의 ‘파우스트’를 공연하면서 원작의 줄거리를 파괴한 파격의 배경이 드러난 것이다.이밖에 문학 외의 분야에서 황철민(영화)이원복(만화)김민기(노래극) 등도 자신이 흡수한 독일문화의 자양분을 들려 줄 계획이다.
  • 독일 에세이론/오한진 지음(화제의 책)

    ◎19세기 이후 독일 에세이 해부 에세이라는 문학 장르의 개념과 발전과정을 독일의 경우를 중심으로 살핀 연구서. 에세이의 기본형은 몽테뉴와 베이컨에서부터 시작된다.몽테뉴의 에세이가 모자이크 형태의 삽입문으로 엮인 정신적이고 유희적인 ‘산책 영상’이라면 베이컨의 그것은 경험세계를 바탕으로 한 ‘논문’적인 요소가 강하다. ‘북방의 마술사’로 불린 18세기 독일의 시인 요한 게오르크 하만은 에세이적인 산문이란 본질적으로 경구적이고 신비적이며 랩소디적인 것이라고 했다.그런 점에서 에세이는 내향성이 강한 독백 형식의 산문이 될 수도 있고 외향성이 강한 대화 형식의 산문이 될 수도 있다. 괴테나 쇼펜하우어 같은 이들은 독백적인 경구를 사교적인 대화로 이어가려고 노력한 작가다.대부분의 독일 작가들은 내향적 독백 성향이 강한 경구주의(警句主義)로 에세이를 엮어갔다.따라서 독일의 에세이는 역설적 성향의 내면적 주제를 선호했다,아도르노가 “에세이의 내면적 형식법칙은 이단적인 것이다”라고 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이와관련,원로 독문학자인 지은이(외대 부총장)는 독일 에세이는 관념론적인 사상표현에 중점을 두었기 때문에 프랑스나 영국과 달리 본래 에세이와는 거리가 있는 낯선 이론적 산문이 되었다고 지적한다. 그러면 이상적인 에세이란 어떤 것일까.지은이는 독일의 현대 문예비평가인 브르노 베르거의 에세이론을 원용,이상적인 에세이란 직관과 영감,이성과 감성적 통찰을 통해 정신세계의 진실을 판정할 수 있는 개연성을 지녀야 한다고 강조한다.요컨대 이상적인 에세이란 서정적이고 서사적인 요소에 극적 요소가 함께 용해된 열려 있는 제4의 예술형식을 띠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19세기 독일의 고전적 에세이 작가인 헤르만 그림에서부터 현대작가들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다룬다.한울림 8천원.
  • 김욱동 교수 펴낸 “문학 생태학을 위하여”

    ◎문학적 관점서 본 환경오염/베어지는 숲들… 오염되는 바다… 아름다운 녹색 자연 문학으로 지킬 수는 없을까… 1980년대가 ‘탈이념의 시대’였다면 1990년대는 ‘환경의 시대’라고 할 만하다.사회생태학·녹색정치학·생태철학·생태윤리 등 사회·인문과학 각 분야에서 불고 있는 ‘녹색 바람’은 이러한 시대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그러나 문학쪽에서 만큼은 이 문제에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다.서양문학가들은 자연을 정복이나 착취의 대상으로 삼아온 서구 세계관에 길들여져 있고,동양문학가들은 주로 경제개발의 피해나 정치 이데올로기 문제에 주목해 왔기 때문이다.서강대 영문과 김욱동 교수가 최근 펴낸 ‘문학 생태학을 위하여’(민음사)는 생태파괴와 환경오염 문제를 문학적 측면에서 다룬 책으로 관심을 모은다. ‘문학 생태학’이라는 용어를 처음 쓴 사람은 미국의 문학이론가 조셉 W.미커다.그는 이 분야의 고전이 되다시피한 책 ‘생존의 희극’에서 문학이 생태위기 극복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그 중에서도 시는 특히 생태의식을 불러일으키는 데 가장 걸맞는 장르라는 것이다.그동안 생태문제에 깊은 관심을 보여온 시인들로는 이른바 ‘샌프란시스코 문예부흥’을 주도한 비트 시인 게리 스나이더를 비롯,애드리엔 리치,시어도어 로스케,W.S.머윈 등 미국 시인들이 꼽힌다.특히 스나이더의 작품집 ‘신화와 텍스트’에 실린 시들은 생태시의 전형으로 흔히 인용된다. “숲들이 베어진다/잘려나간다/아합의 숲이,큐벨레의 숲이/…제아미의 소나무도,하이다의 히말라야 삼목(杉木)도/이스라엘의 선지자들에 의하여 잘려나간다/…루터와 웨이어하우저에 의하여 밀려나간다” 제목이 붙어 있지 않은 스나이더 시의 한 대목이다.이 시는 무엇보다 낯선 고유명사가 많이 등장해 독자들을 어리둥절하게 한다.허먼 멜빌의 소설 ‘모비 딕’의 주인공으로 더 잘 알려진 아합은 이스라엘의 왕으로 요부 이제벨의 남편이고,큐벨레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대지의 여신으로 곡물의 결실과 다산(多産)을 관장하는 신이다.하이다는 캐나다와 미국 알래스카 지방에 살아온 인디언 종족의 이름.또 웨이어하우저는 미국의 유명한 목재 가공업자 이름이고, 제아미는 15세기 일본의 전통극 노(能)의 배우 겸 극작가 그리고 비평가로 활약한 인물이다.스나이더가 이렇게 낯선 이름들을 장황하게 늘어 놓는 데는 그 나름의 까닭이 있다.자연파괴나 환경오염이 너무나도 광범위하게 이루어져 왔음을 보여주기 위해서다.스나이더는 “숲을 지키는 것이 곧시인의 임무”라고 단언했다. 이 책의 일관된 주제는 ‘문학의 녹색화’다.왜 녹색인가.녹색의 프리즘을 통해 발견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그것은 한 마디로 인간 정신의 가장 고귀하고 순수한 영역에 속한다.이를테면 풀 한 포기의 아픔을 걱정하는 마음,대지를 어머니의 가슴으로 여기는 마음,물고기의 물길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우주적 연민의 정조로 모든 존재를 성찰하고자 하는 마음 같은 것들이다.이런 문맥에서 볼 때 정현종의 “구름은 실로 우리 살의 씨앗/우리 피의 씨앗”(‘구름의 씨앗’)이라는 시 구절은 한층 귀하게 읽힌다. 이 책에서는 최근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생태 페미니즘에 대해서도 상세히 다룬다.생태 페미니즘은 가부장 질서를 무너뜨리는 전통적인 페미니즘의 테두리를 넘어 생태 문제에 눈길을 돌린다.생태 페미니즘은 페미니즘의 발전 단계에서 볼 때 가장 뒤늦게 태어난 이론이다.물론 테오도르 아도르노나 막스 호르크하이머,허버트 마르쿠제 등 프랑크푸르트학파의 비판이론가들이나 페미니즘의 대모로 불리는 시몬 드 보부아르에게서도 생태 페미니즘적인 요소를 발견할 수 있다.그러나 진정한 의미의 생태 페미니즘은 1970년대 초에 이르러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생태 페미니즘’이라는 말을 맨 처음 사용한 사람은 프랑스 작가 프랑수아즈 도본이다.‘페미니즘이냐 죽음이냐’라는 제목의 책에서 도본은 인류가 이 지구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을 찾는 데 여성의 잠재력이 매우 유용함을 역설했다.이 생태 페미니즘이 비평담론으로서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 것은 1970년대 말과 1980년대 초에 들어서다. 문학 생태학이라는 말은 한편으론 모순어법처럼 보이기도 한다.그러나 순종교배보다 잡종교배를 통해 종종 우량한 후손을 얻을 수 있듯이 문학도 자연과학과의 결합을 통해 창조적인 새 이론을 낳을 수 있다.그뿐만 아니라 오늘날과 같은 생태위기 시대에 문학 생태학은 더욱 조명받아 마땅하다.“모든 이론은 회색이다.영원한 것은 저 생명의 나무의 녹색뿐이다”라는 독일 시인 괴테의 말은 무척이나 시사적이다.
  • 천재와 광기/필리프 브르노 지음(화제의 책)

    ◎광기,과연 천재의 필연적 속성인가 잔 다르크·루터·랭보가 일으킨 환각의 발작,괴테·발자크·네르발·슈만이 겪은 조광증­우울증의 단계들,콜리지·드 퀸시·콕토가 빠진마약에의 유혹,고갱·반 고흐·헤밍웨이·로맹 가리가 보여준 자살의 경향….천재와 광기가 함께 한 예술가와 창조자,그리고 예외적 인물들의 목록은 끝이 없을 지경이다.광기,그것은 과연 천재의 필연적 속성인가.프랑스의 정신과 의사이자 인류학자인 지은이는 풍부한 예를 들어 예술가들의 운명적 광기의 메커니즘을 파헤친다.천재와 광기라는 명제는 역사가 무척 깊다.일찌기 아리스토텔레스는 그의 유명한 텍스트인 ‘문제 30’에서 예외적인 인물들은 왜 그토록 자주 자살적 우울증을 나타내는가라고 자문한다.아리스토텔레스는 자살적 우울증이라는 말을 예술가의 이미지에 결부된 몽상적 슬픔이란 의미로 사용한다.그런가 하면 프랑스 작가 앙드레 말로는 ‘약속받은 땅’이란 작품에서 “신경증은 예술가를 만들고,예술은 신경증을 낫게 한다”고 적고 있다.한편 창조자들은 종종영감을 되찾기 위해 밤의 침묵이나 불면의 순간을 이용한다.모파상은 자신이 선택한 대지인 밤을 누구보다 사랑했다.그의 말을 빌리면 그는 ‘절대적 고독 속에서 격렬하게 작업하기’위해 극단적 고립을 자초했다.플로베르는 ‘크루아세의 은둔자’라는 별명이 붙었을 정도로 광적인 은둔생활을 했다.또 프루스트는 영원한 환자의 방이라고 할 자신의 방 벽면을 뒤덮은 코르크 나무판의 보호 아래 저녁이 되면 일어났고,아침 6시가 돼서야 최면제인 트리오날 1그램 반을 들고 잠들려고 했다.레티프 드라 브르톤 같은 작가는 스스로를 주맹증(晝盲症) 환자로 부르기까지 했다.이 밤의 몽상가들은 남들이 잠을 자는 동안 미래를 꿈꾸었던 것이다.김웅권 옮김 동문선 1만3천원.
  • 위대한 인물 51인의 마지막 행적/M.V.카마스 지음(화제의책)

    ◎괴테 등 유명인들 삶의 마지막 모습 독일의 문호 괴테는 죽어가면서 “빛을! 조금 더 빛을!”이라고 말했다고 한다.그는 1832년 3월22일 정오,빛의 한가운데서 죽었다.이것은 아마도 자신의 주변세계를 보려는 괴테의 마지막 노력이었는지도 모른다.한 인간의 죽는 모습을 보면 그 사람의 인생을 알 수 있다.죽음 앞에 선 위인들의 마지막 모습을 어떠했을까.인도 출신의 저널리스트인 카마스는 위대한 인물들의 화려한 업적을 말하는 대신 그 본성의 밑바닥을 꿰뚫는 데 초점을 맞춘다. 셰익스피어는 중년의 나이인 52세에 죽었다.바이런은 36세,셸리는 30세,그리고 키츠는 26세의 한창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또 프란츠 카프카는 41세,제라드 맨리 홉킨스는 45세,오 헨리는 48세,보들레르와 아폴리네르는 46세와 38세에 각각 죽음과 만났다.이처럼 대부분의 유명작가들은 30,40대에 전성기를 이뤘고 그 이후는 쇠락의 길을 걸었던 것이다.중요한 것은 삶의 길이가 아니라 삶의 내용이다.정신분석학의 대부 프로이트의 죽음은 적잖이 감동적이다.프로이트는 83세에암으로 죽었다. 두번의 암수술 뒤 ‘소생불가’ 판정을 받은 그는 끔찍한 고통 속에서도 ‘정신분석학 개요’를 계속 썼다.생각이 흐릿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진통제를 먹는 것을 거부하기도 했다.전기작가인 슈테판 츠바이크는 프로이트의 죽어가는 방식을 “그의 삶에 못지 않은 도덕적 업적”이라고 평했다.이 책은 이타적인 삶을 산 사람들이 가장 행복한 죽음을 맞았다고 결론짓는다. 그 종말의 풍경은 타고르의 시집 ‘기탄잘리’에 나오는 마지막 기원을 연상케한다는 것.“밤이면 향수에 젖어 산속의 보금자리로 돌아가는 두루미떼처럼 내 삶은 신에 대한 한번의 인사,영원한 집을 향해 항해한다” 이옥순 옮김 사과나무 7천원.
  • 도서출판 푸른숲 刊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

    ◎시인 괴테의 참회어린 자기성찰/신분 숨긴채 자유 만끽한 21개월간 여정/자신의 정체성 회복·고전주의 문학 선도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하게 마련이다” 독일의 문호 괴테(1749∼1832)의 희곡 ‘파우스트’에 나오는 유명한 구절이다.독일 고전주의 문학의 이상을 향해 부단히 접근하던 괴테.예술가로서의 자신을 바로 세우려는 그의 몸부림은 눈물겨운 데가 있다.그런 노력의 결정(結晶)이 바로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이라고 할 수 있다.최근 도서출판 푸른숲에서 펴낸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괴테 지음,박영구 옮김)은 위대한 시인 괴테의 진지한 자기성찰 기록이자 참회의 고백이다. 20대 중반의 청년 괴테가 ‘질풍노도’ 시대의 격랑에 빠져 있던 시절,괴테의 아버지는 그에게 이탈리아 여행을 권한다.그러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괴츠’의 작가로 이미 유명세를 타고 있던 26세의 괴테는 이탈리아로 가지 않는다.그 대신 1775년 칼 아우구스트 대공의 초빙을 받아들여 바이마르 공국으로 가 정치권에 몸을 담는다.괴테는 추밀원 고문관과문교담당 대신을 거쳐 82년에는 귀족의 칭호를 받고 마침내 내각 수반에까지 오른다.하지만 바이마르 공국의 정사(政事)를 돌보던 10여년간은 괴테에게는 창작활동의 침체기였다.그의 문학적 상상력은 점점 무뎌졌고 작가로서의 명성도 서서히 빛을 잃어갔다.1786년,괴테는 마침내 자신의 37세 생일을 축하해 주기 위해 모인 지인들 곁을 몰래 빠져나와 역마차에 몸을 싣는다.집사에게만 행선지를 일러준 채 훌쩍 이탈리아 여정에 오른 것이다.괴테의 시심(詩心)은 이 이탈리아 여행과 함께 다시 불타오른다. 고대 예술에 심취한 독일의 미술사가인 빙켈만은 13년동안 로마에 머물며 연구하는 가운데 로마를 ‘온 세계를 위한 위대한 학교’라고 까지 규정했다.고대 로마와 그리스 예술에 대한 빙켈만의 여러 저술은 독일의 작가와 지식인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쳐 고대예술에 대한 열망을 부추기는 계기가 됐다.괴테의 이탈리아 여행도 그같은 시대배경 아래에서 이뤄졌다.괴테는 ‘장필립 뮐러’라는 가명의 상인으로 신분을 숨긴 채 익명의 자유를 만끽하며 1년 9개월간의 이탈리아 여정을 보냈다.이 여행은 괴테 자신의 인간적 성숙과정뿐만 아니라 독일문학의 발전과정에서도 중요한 전환점을 이룬다.괴테는 사회적·예술적 전통에 반항하며 반사회적 자아를 주장한 문학운동,곧 ‘슈트름 운트 드랑(질풍노도)’의 기수로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들고 나왔던 지난 날의 자신과 결별한다.그리고 ‘고귀한 단순과 고요한 위대함’을 특성으로 하는 고전적 미(美)에 눈뜬다.괴테의 이탈리아 여행 이후의 시기를 우리는 ‘독일 고전주의’시대라고 부른다. 괴테의 이탈리아 여행은 문학적으로 풍성한 결실을 거두게 했다.‘이피게니에’를 유려한 운문형식으로 고쳐 썼고,‘에그몬트’를 마침내 탈고했으며,‘벨라 별장의 클라우디네’와 ‘에르빈과 엘미레’도 완성을 보았다.또 15년이나 묵혀 둬 누렇게 변한 ‘파우스트’ 원고를 꺼내 집필을 다시 시작했으며,9년만에 ‘타소’를 개작하기 위한 구상이 무르익어갔다.시인과 궁정인으로서의 갈등을 그린 ‘타소’는 안정과 조화,질서를 미의 요체로 하는 독일 고전주의의문을 연 작품이다. ‘칼스바트에서 로마까지’‘나폴리와 시칠리아’‘두번째 로마체류기’ 등 3부로 구성된 이 책의 1·2부는 괴테가 여행중 날마다 쓴 일기를 토대로 한 것이고,3부는 그가 이탈리아 여행을 끝내고 일년여 동안 로마에 체류하면서 남긴 글이다.괴테는 이탈리아 여행의 마지막 목적지인 로마에 도착한 날을 가리켜 “나의 제2의 탄생일이자 나의 진정한 삶이 다시 시작된 날”이라고 적고 있다. 괴테의 문학에는 근대 독일 및 유럽의 정신사가 그대로 반영돼 있다.괴테는 ‘슈트름 운트 드랑’,고전주의, 낭만주의 등 3개 문학사조에 걸쳐 두루 큰 영향을 미치며 독일문학의 원류가 됐다.괴테는 시인으로서,정치가로서,또한 자연과학자로서 거의 전인(全人)에 가까운 활동을 펼쳤다.그의 문학은 이러한 폭넓은 인생체험을 반영한 것이다.괴테가 “어찌할 수 없는 욕구에 이끌려” 찾은 이탈리아 그 중에서도 특히 로마는 그의 예술가로서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데 결정적인 구실을 했다.
  • 지옥의 역사 Ⅰ·Ⅱ/앨리스 터너 지음(화제의 책)

    ◎지옥의 이미지와 관념의 변천양상 천국이 정신적이라면 지옥은 기이할 정도로 육감적이다. 창조적인 사람들 특히 화가와 시인들은 지옥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히에로니무스 보쉬의 기괴한 상상,귀스타브 도레의 음울한 환상,윌리엄 블레이크가 영감을 받아 그린 그림과 시….이 책에서는 인간의 상상력의 심층에 자리잡고 있는 지옥의 이미지와 지옥관념의 변천양상을 살핀다. 수메르에서 고대 그리스에 이르기까지 지옥은 그저 죽은 자들이 머무르는 지하의 어두운 장소일 뿐,특별히 죄인을 처벌하는 곳이라는 개념은 없었다.고대 그리스 신화에서도 죄 지은 자가 사후에 처벌받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그러나 기원전 5세기에 이르면 핀다로스는 악한 자들이 지옥에서 끔찍한 노역을 감당해야 한다고 주장했고,플라톤은 ‘고르기아스’에서 지하세계의 심판관을 열거하고,‘파이돈’에서는 생전에 지은 죄의 무게에 따라 각각 다른 시련을 겪는 영혼의 운명을 묘사했다.또 헬레니즘 시대에 널리 퍼진 신비주의 신앙은 초기 기독교의 지옥관에 영향을 미쳤다.교회가 지배하던 중세는 ‘지옥의 전성기’였다.중세의 지옥은 이단을 박해하고 억압적 지배를 뒷받침하는 강력한 도구였다.그러나 르네상스와 종교개혁 이후 사람들은 지옥을 하나의 실재로 생각하는 전통적 지옥관을 거부했다.계몽주의 사상가 볼테르는 지옥을 “당신의 하녀나 재단사가 믿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한편 괴테·블레이크·바이런·보들레르·랭보·멜빌 등 낭만주의 문학가들은 지옥에 관한 흥미로운 태도를 보여줬다.그들은 악을 기피하거나 죄악시하지 않았다.그들에게 지옥은 사회의 도덕·관습을 이탈하고 삶의 한계를 뛰어넘는 즐겁고 위악스런 도피처였다.현세를 비추는 거울로서의 지옥,그 은유적 가치는 지금도 여전히 힘을 발휘하고 있다.이찬수 옮김 동연 전2권 각권9천원.
  • 비교문학 연구서 ‘한국문학 속의 세계문학’

    ◎우리 문학에 녹아 든 외국문학/유미주의자 와스카 와일드의 수용 양상 해부/50년대 실존주의·러 사실주의 영향 등 고찰 이광수의 소설 ‘무정’에는 괴테의 피카레스크적 방랑구조와 교양소설적 구조가 주인공 이형식과 박영채를 통해 드러나 있다.반면 염상섭은 소설 ‘E선생’을 통해 괴테의 범신론적 세계관을 암시하고 있으며,‘제야’에서는 괴테의 파우스트 모티브를 수용하고 있다.이는 이 작가들이 괴테 문학을 창작면에서 주체적으로 변용하고 있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외국의 문예사조 또는 작가의 작품이 한국문학에 어떻게 수용되었는가를 비교문학적 관점에서 살핀 연구서 ‘한국문학 속의 세계문학’(이보영 등 지음,규장각)이 나왔다.이 책은 한국문학에 관한 비교문학적 연구가 변변찮은 우리 현실을 감안할 때 한층 커다란 의미를 지니다. 외국문학의 영향은 1920년대 들어 하나의 전기를 맞는다.데카당스 문학인 퇴폐적·악마적 유미주의 사조가 작가들의 작품에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이와 관련,춘원 이광수는 ‘문사와 수양’(1921)이란 글을 통해 “발아기에 있는 우리 문단에 ‘데카당스’의 망국정조가 풍미해 마치 아편 모양으로 청년 문사와 독자들의 정신을 미혹하게 하고 있다”고 개탄했다.춘원은 이러한 데카당스 문학의 유행을 “불건전한 일본 문단의 전염을 받은 결과”로 규정했다.그러나 데카당스 문학을 오로지 일본의 데카당스 문학의 ‘전염’으로만 본 것은 잘못이라는 게 이 책의 입장이다.그 당시 일본에서는 아카키고헤이(적목연평)의 ‘유탕 문학의 박멸’(1916)같은 평론이 나올 만큼 데카당스 문학이 유행했다.그 영향을 조선작가들이 일정 부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1920년대 데카당스 문학이 유행하게 된 진짜 이유는 3·1운동의 실패로 인한 허탈감 때문이라는 것이다.이 책에서는 특히 유미주의자이자 휴머니스트였던 영국의 괴재 오스카 와일드 문학의 수용양상을 꼼꼼히 살핀다.와일드는 ‘옥중서간’에서 “나는 태어날 때부터 반율법주의자이다”라고 말했다. 그런 그가 악마적 유미주의와 퓨리터니즘의 갈등을 겪은 것은 주위의 기독교적 전통과 옥스포드대학 재학시절의 은사인 러스킨과 페이터의 도덕적 유미주의의 영향 탓이다.그러나 와일드의 유미주의의 영향을 받은 김동인의 경우는 그같은 종교적 전통과 스승의 영향이 없었다.김동인의 작품 ‘광염소나타’의 백성수나 ‘광화사’의 솔거의 유미주의가 단지 악마적이거나 이기주의적인 방향으로만 진행된 것은 그런 연유에서다. 이에 비해 염상섭은 휴머니스트로서의 와일드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유일한 작가라는 점에서 주목된다.염상섭 역시 초기에는 당시 유행하던 데카당스 풍조에 깊은 관심과 공감을 보였다.이는 소설 ‘암야’에서 주인공이 자신을 ‘사이비 데카당스의 수괴’라고 자조적으로 부르고 있는 것이나,‘표본실이 청개구리’에 나오는 다눈치오의 ‘죽음의 승리’에 대한 언급만 보아도 짐작할 수 있다.그러나 염상섭이 진정으로 와일드에 공명하고 그로부터 배운 것은 바로 휴머니즘 정신이다.염상섭에 끼친 ‘휴머니스트’ 와일드의 영향은 염상섭의 작품 ‘진주는 죽었으나’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그 구체적인 예로 이 작품에는 ‘사특한 계집아!’라는 대목이 나온다.이것은 와일드의 ‘살로메’에서 세례 요한이 음욕을 품고 자기를 바라보는 살로메를 꾸짖을 때 ‘바빌론의 딸’‘소돔의 딸’ 혹은 ‘간음의 딸’이라고 그녀를 부른 것을 모방한 것이다.이 경우에도 염상섭은 ‘와일드’를 휴머니즘의 입장에서 주체적으로 받아들인다.‘살로메’는 퇴폐적이고 탐미주의적인 작품임에 틀림없지만 염상섭은 살로메의 타락한 정신을 준엄하게 꾸짖는 세례 요한의 도덕의식만을 그의 작품에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이 책에서는 이밖에 한국에서의 독일 표현주의 수용사,1950년대 한국 문학작품에 나타난 실존주의의 양상,톨스토이를 중심으로 한 러시아 사실주의 문학의 수용과 그 한국적 변용 등을 주요 주제로 다뤘다.
  • 해외홍보 기구 독립화 움직임

    ◎인수위 “문화부관장 제동”… 조직개편위 설득/총리실에 직속설치… 국익 보호기능 강화 주장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대외문화홍보창구를 독립기구화해야한다고 정부조직개편심의위원회를 설득하고 있다.정개위 계획대로라면 현재의 공보처 해외공보관과 문화체육부 해외문화관은 합쳐져 개편이후 문화부의 한국이 될 운명이다. 이것을 미국문화원(USIS)이나 독일의 ‘괴테 인스티투트’,영국의 ‘브리티시 카운슬’,프랑스의 ‘알리앙스 프랑세즈’처럼 독립기구로 만들자는 것이다.총리실에 직속 기구로 둔다는 복안이다. 인수위는 정부조직개편작업이 기구를 줄이면서도 그 기능은 더욱 강화하는 쪽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과거 공보처에 대한 일부 부정적인 이미지에 매달려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호감도를 높이고,국가의 품격을 높여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경제력을 강화하는데 기여할 대외문화홍보기능을 움츠러들게 만드는 것은 국익을 위해 바람직스럽지 못하다고 지적한다. 무엇보다 최근 외환위기에서 보듯 미국의 전통적인 친한인사나단체들까지 한국에 대해 완전히 돌아선듯한 모습을 보여준 것은 그동안 해외의 문화·언론·학계 등 여론형성층에 대한 문화홍보를 소홀히 한 결과라는 것이다.현정부가 과거의 해외공보관 기능을 그대로 이어받았음에도 쓸모를 제대로 인식못해 이처럼 큰 대가를 치르고 있는 만큼 새정부는 실패사례를 되풀이하지 말아야하지 않느냐는 설명이다.
  • 도스토예프스키/탄생 175주년 생애 재조명

    ◎모스크바서 미공개 자료 등 1천여점 전시/러 전역서 수집·발굴… 일기·낙서 첫 공개/악에 집착하는 기인 행적 한자리서 감상 【모스크바=유민 특파원】 ‘악을 다루는 천재’ 표드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예프스키의 생애를 새롭게 조명하기 위한 전시회 ‘도스토예프스키의 세계’가 최근 모스크바에서 막이 올라 문학인의 관심을 끌고 있다. 도스토예프스키 탄생 175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이번 전시회는 러시아 전역에 흩어져 있는 그에 관한 자료가 모스크바 페트로브카거리 국립문학박물관 한 곳에 모여져 일목요연하게 전시된다는데 의미가 크다.더욱이 상당부분 자료가 처음 공개되는 것에도 의미가 있다. 새롭게 발굴된 일기와 각종 낙서 등은 생전에 그가 ‘악’에 집착하는 기인에 가까운 행적과 무관하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어 세계 문학연구가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는다.‘도스토예프스키는 어떤 세계에서 살고 있었는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해 줄 수도 있다는 것이 이번 전시회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전시물은 부인이었던 안나 그리고리예브나가 문학박물관에 기증한 것이 주류를 이룬다.모두 5개의 방으로 꾸며져 있는 전시실은 방마다 도스토예프스키가 읽던 당시 문학작품 및 서적류,초고들,개인휴대품,가족과 친인척 사진,그의 생애와 관련된 사진과 그림 등 1천여점이 꽉 들어차 있다. 제1전시실의 전시물로 보아 그는 젊은 시절 작품으로 ‘오딧세이’‘돈키호테’를,작가로는 괴테나 월터 스코트의 작품들을 즐겨 읽은 것으로 보인다.이와 관련된 서적류가 많기 때문이다. 한때 스코트 작품에 나오는 카드놀이에도 심취된 것으로도 여겨진다.성경에 나오는 신의 형벌보다 더 무서운 악의 인간을 만들어 냈다는 평가를 받는 도스토예프스키가 애지중지하던 은제 뱀장식물도 관람인들의 눈길을 끈다.하필 ‘왜 뱀인가’라는 의문도 관람인들의 뇌리에 끊이지 않는다. 페테르부르그주에 산재해 있던 원고들도 모두 한데 모아졌다.초기 활동무대인 페테르부르그 사저에 있던 ‘죄와 벌’‘카라마조프 형제’‘백치’의 초고,작품활동과 관련된 각종 낙서 메모도 모스크바로 가져 왔다.그가 등장인물의성격을 정하기 위해 직접 그린 것으로 보이는 각종 인물소묘도 전시물로 나와 있다.‘죄와 벌’초고에는 뚱뚱하고 추한 두상이 전면에 나온다. 19세기 후반 도스토예프스키가 유럽 각 지역을 여행한 기록과 사진도 한 관람실을 만든다.바덴바덴,드레스덴,베니스,플로렌스,로마 등을 두루 여행한 그는 여행목적이 ‘간질’로 알려진 그의 질병치료를 위해서였다는 것도 이번 자료에서 밝혀진 사실이다. 이번에 전시된 그의 초상화들도 모두 공통점이 있다.사진·그림작가들은 도스토예프스키의 눈매에서 형언할 수 없는 분위기,즉 깊은 사색에 잠긴듯하면서도 자신도 통제할 수 없는 불같은 격정이 담겨 있는 것으로 그리고 있다는 사실도 흥미있다.사실 ‘가장 인간적인 특성을 지닌 인간’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이 이번 전시회의 의미라면 의미라는 평이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