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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양은 어떻게 서양을 계몽했는가/J J 클라크 지음

    우리는 흔히 서양이 동양을 계몽한 것으로 생각한다.하지만 ‘계몽’은 서양의 전유물이 아니다.서양의 지적 전통엔 동양사상의 흔적이 짙게 남아 있다.우리가 통상 서양 고유의 산물로 여겨온 서양철학과 예술,문화도 엄밀히 따져보면 서양 고유의 사상과 동양사상의 합작품임을 알 수 있다.영국 킹스턴대 교수인 J J 클라크가 쓴 ‘동양은 어떻게 서양을 계몽했는가’(장세룡 옮김,우물이 있는 집 펴냄)는 제목이 암시하듯 동양에 결정적인 빚을 지고 있는 서양의 철학자·예술가·과학자들의 사상세계를 다룬 책이다. 18세기 프랑스의 계몽사상가 볼테르는 대표적인 중국예찬론자였다.예수회 선교사들로부터 공자를 배운 그는 훗날 ‘중국 고아’등 희곡과 ‘자디그(Zadig)’같은 철학소설을 써 유럽인들의 관습을 비판했다.또한 유교이념을 통해 앙시앙 레짐의 폭정을 고발하고 민중의 미신에 맞서 싸웠을 뿐 아니라 관용을 모르는 가톨릭 교회를 공격했다.볼테르는 유교를 독단적이지 않고 성직자도 없는 자비로운 종교의 꽃으로 보았다. 인도가 서양에 끼친 영향은 중국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칸트는 자신의 초월적 관념론이 인도철학과 맥이 통함을 발견했으며,그리스 문명과 문화의 옹호자를 자처한 괴테는 힌두교 성전 우파니샤드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다. 불교와 힌두교에서 허무주의를 찾아낸 쇼펜하우어는 “우파니샤드는 세상에서 가장 유익하고 고상한 저서”라고 했고,힌두교에 매료된 프리드리히 셸링은 “인도인들의 신성한 텍스트가 성서보다 훨씬 우월하다.”고 찬사를 보냈다.“나는 유럽의 부처가 될 것이다.”라고 한 니체.그는 동양철학을 전통 기독교를 파산시키는 도구로 이용했다. 동양이 서양을 계몽했다는 저자의 논지를 좇다보면 동양과 서양의 지적 정체성 자체에 의문을 갖게 된다.근대에 들어선 적어도 서구가 동양에 끼친 영향이 큰 것 아니냐는 주장 또한 엄연한 현실이다.1만 4000원. 김종면기자˝
  • 김남주 10주기 추모 첫 평전 발간

    “모든 이론은 회색이며 오직 영원한 것은 저 푸른 소나무 뿐이다.”라는 괴테의 말은 ‘진리의 힘’을 돌아보게 한다.이론과 실천이 결합된 그 영원한 싯푸름을 삶으로 보여준 인물로 우리는 칼 마르크스,체 게바라를 떠올린다.좀 더 가까운 곳에서는 ‘시인 김남주’를 기억한다. 13일은 그가 평생 사랑했던 민중의 곁을 떠난 지 10년이 되는 날.그의 삶과 작품세계를 본격적으로 기리는 책이 나오고 추모문화제가 열려 ‘김남주의 자리’를 되새기게 한다. 대구가톨릭대학 철학과 강대석 교수가 지은 ‘김남주 평전’(한얼미디어 펴냄)은 시인의 삶과 문학세계를 본격적으로 조명한 첫 평전.강교수는 감옥도 가두지 못한 김남주 시인의 사상·문학의 고갱이를 ‘계급의식’으로 규명한다.김지하와 황석영의 저항정신과 문학적 형상화를 뛰어넘는 김남주,그만의 미덕을 ”철저한 역사의식과 세계관을 견지했다.”고 평가한다. 이런 입장에 바탕하여 지은이는 1부에서 김남주 시인의 삶을 상세하게 추적한다.시인은 전남 해남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79년 ‘남조선 민족해방전선(남민전)’사건으로 15년형을 선고받아 10년을 감옥에서 보내고 형 집행정지로 풀려나와 5년 동안 살다가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났다.평전이 돋보이는 대목은 시인의 삶을 단순 연대기로 서술하는게 아니라 작품을 적절하게 배치해 삶의 편린들에 숨결을 불어 넣는다.어릴적 성장기에는 ‘아버지’‘이야기’,중고교시절엔 ‘그러나 나는 잘된 일인지 못된 일인지’같은 시를 얹어 고뇌와 인간성을 살려낸다. 2부 ‘투쟁의 무기’는 시인의 예술세계를 보듬는다.주요 시집 ‘조국은 하나다’와 산문집 ‘시와 혁명’ 등을 토대로 시인의 통일·민중에 대한 애정의 원천을 풀어낸다.당연히 지은이의 철학에 대한 깊이있는 분석이 바탕이 됐다.저자는 또 정세 분석을 병행하면서 ‘시인의 선택’이 어떻게 나왔고 필요했는지에 대해 당위성을 부여한다.여기에 중학교 친구로서 변혁의 길을 함께 걸은 이강,선배 박석무,남조선민족해방전선의 동지 박석률 등 관련 인물의 생생한 증언을 덧붙여 평전을 살아있게 한다.덕분에 ‘민중의 벗’ 김남주는 영원히 푸른 소나무로 되살아 난다. 한편 민족문학작가회의는 관련 단체들과 함께 13일부터 이틀간 전남 해남문예회관,김남주 생가,5·18기념문화관 등지서 추모문화제 ‘이 두메는 날라와 더불어’(김남주 시 ‘노래’의 첫 행)를 연다.추모제는 가수 안치환,극단 ‘토박이’‘신명’의 공연과 ‘소설가 황석영이 본 김남주의 삶과 문학세계’강연으로 이뤄진다.15일에는 광주 망월동 묘지에서 추모제도 갖는다.(02)313-1486. 이종수기자 vielee@˝
  • [정동주 역사문화 에세이-달빛의 역사 문화의 새벽](1)함양군수 김종직을 아십니까?(상)

    요즘 세상을 혼란스럽다고들 한다.돈이면 안 되는 것이 없다고 믿어버리는 풍조,가정의 해체,학교와 학문의 붕괴,스승과 제자 관계의 변질,그리고 정치 지도자들의 부패와 무능이 국민을 끊임없이 불행하게 만들고 있다.모두 걱정하며 불안한 나날을 산다.오늘은 이같은 불안과 근심을 덜고,어쩌면 혼돈의 우리 시대를 편안하게 해줄 묘책을 찾게 될지도 모를 곳으로 길을 떠나기로 했다. 경상남도 함양으로 간다.함양은 산 너머에 또 산이 있고,고개 너머에 또 고개가 있는 두메 산골이다.바깥에서 함양으로 들어가는 길은 크게 세 길이 있는데,진주에서 가는 동쪽길과 전라북도 남원에서 가는 남쪽길,그리고 전라북도 장수에서 가는 북쪽길이다.요즘은 전라남도 구례에서 지리산 노고단을 넘어서 오는 서쪽길도 생겼으니 옛날의 그 첩첩산중이 사통팔달로 트인 곳이 되었다. 함양 가는 네 길은 모두 저다마 예사롭잖은 역사와 문화를 지니고 있다. ●신라·백제 국경 맞닿았던 첩첩산중 북쪽길은 함양군 서상면과 전북 장수군 계내면 장계리를 잇는 육십령(六十嶺)고개를 넘는 길이다.육십령은 해발 734m나 되는 가파른 고갯마루인데,옛적에는 화적떼가 밤낮으로 들끓어서 육십 명이 모여야 간신히 넘을 수 있었다 하여 육십령이란 이름이 붙었다고도 한다.첫걸음 하는 이들은 자신의 운전면허증이 진짜인지를 혹독하게 시험당한다는 우스갯말이 생길 만큼 꼬불꼬불 산길을 오르고 내린다.하지만 어머니 품같은 덕유산의 여름 철쭉과 겨울 눈꽃은 천하제일이다.그러나 무엇보다 뜻깊은 역사는 이 육십령이 백제 사람과 신라 사람이 넘나들면서 서로의 문물을 뺏고 빼앗기는 통로였다는 점이다. 남쪽길은 경남 함양군 함양읍 죽림마을과 전북 남원군 동면 성산마을이 코를 마주대고 동서로 앉아 있는데 50m쯤밖에 떨어지지 않았으면서도 경상도와 전라도 사투리가 너무나 완연하다.그래서 경상도와 전라도 경계를 알려주는 이정표가 서있는 고개를 두고 남원사람들은 ‘팔량’이라 부르고 함양사람들은 ‘팔령’이라 부른다. 서쪽길은 전남 구례에서 화엄사와 천은사를 지나 지리산 노고단 산자락을 가파르게 기어올라 성삼재를 넘어야 한다.이 길도 육십령 넘는 길 못지않게 운전 솜씨를 시험받게 되는 아기자기한 산길이다.성삼재를 넘으면 곧바로 뱀사골 계곡이다. 뱀사골 끝자락에 실상사가 있고,다시 용유담 계곡 길을 따라 내려가면 경상도와 전라북도 경계를 지나 함양으로 들어서게 된다.곧장 변강쇠 전설의 고장이자 눈망울이 가장 아름다운 장승이 있는 벽송사도 있다.용유담 계곡이 끝나면서 엄천강이 시작되는데 엄천강 맑은 물길을 따라 가다보면 함양군 휴천면 엄천 마을이 산자락에 보듬겨 있고,마을 앞 길가에서 자그마한 비석 하나를 만나게 된다. 엄천강 기슭에 지천으로 널려 있는 펀펀한 돌 하나를 주워다 생긴 그대로 세운 비석에는 “점필재(畢齋) 김종직(金宗直) 선생(先生) 관영차밭(官營茶園) 조성터(造成址)”라 씌어 있다. 동쪽 길은 진주에서 오는 국도 3호선과 대전 충무간을 잇는 대진고속도로가 훤하게 뚫렸다.나그네는 엄천마을 앞에 있는 그 비석의 앞면과 뒷면을 다 읽고는 잠시 함양의 옛일을 떠올려 보기로 했다. ●최치원·정여창·박지원 등 名목민관 부임 지금의 함양군은 1914년까지만 해도 안의군(安義郡)으로 독립해 있었던 안의면(安義面)을 아우르게 되면서부터 그 역사와 문화가 더욱 깊은 유서를 지니게 된 고장이다.신라와 백제의 국경지대이기도 했는데,사철 마르지 않는 여러 줄기의 개천과 강 좌우에 펼쳐진 넓고 비옥한 토지에서 나는 곡식을 차지하기 위한 양측의 마찰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지리산과 덕유산 자락에 에워싸여 있어서 풍부하고 좋은 목재와 땔감,약초와 산나물이 많고 밭자락 땅심도 좋아서 밭농사도 논농사 못지않았다. 이같이 좋은 생활 조건들로 인해 함양군으로 통합되기 이전 안의현(安義縣),함양현(咸陽縣) 시절의 현감이나 군수,관아의 육방관속 아전들 중에는 오히려 탐학과 부정부패를 일삼아서 백성들을 고통의 수렁으로 몰아넣었던 이들도 많았던 것 같다. 이런 폐단이 단절되지 않고 있는 중에도 함양 땅의 지도자로 왔다 간 이들 중에는 참으로 훌륭한 어른들이 적지 않았다.그분들은 비단 지난 어느 시대의 함양군수나 안의현감에 그치지 않고,시간을 뛰어 넘어 지금 이 시대에까지도 좋은 지도자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선명하게 보여주는 민족의 양심이자 살아 있는 정신의 사표이다. 첫 번째 어른은 891년에 함양태수를 지낸 고운(孤雲) 최치원(崔致遠) 선생이다. 두 번째는 1471년에서 1474년까지 함양군수를 지낸 점필재 김종직 선생이며, 세 번째는 1495년에서 1498년까지 안의현감으로 재직했던 일두(一) 정여창(鄭汝昌) 선생이고, 네 번째가 1791년에서 1796년까지 안의현감을 지낸 연암(燕巖) 박지원(朴趾源) 선생이다. 네 분 어른 모두 우리나라 역사에서 영원히 마르지 않는 뿌리깊은 정신의 샘물이며 의리와 예절,무엇보다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이 시대를 초월하여 지금도 사무치게 그리운 이름으로 살아 있다. 지리산과 가야산을 낀 마을마다 신비로운 행적을 남겨 놓은 사람 최치원은 함양 태수를 지내면서 해마다 범람하는 위천을 막기 위해 고심했는데,위천 가에다 손수 심어 가꾸었다는 상림(上林)의 거대한 잡목숲의 고마움을 잊지 않기 위해 사람들은 학사루를 지어 지금도 한 목민관의 선행을 기리고 있다. 정여창은 김종직 선생이 함양군수로 있을 때 김굉필(金宏弼)과 함께 선생의 문하에서 학문의 길로 들어서 저 향기롭고 빛나는 영남사림의 계승자가 되기도 했던 어른이다. 연암 박지원 선생은 영국의 셰익스피어,독일의 괴테,중국의 소동파가 있었다면 우리나라에는 박지원이 있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 만큼 우리나라 최고의 대문호였다.그런 그가 안의현감으로 재직한 6년 동안에 보여 준 성공한 목민관으로서의 생생한 증거는 민주주의와 지방자치제도를 표방하고 있는 오늘날 우리나라의 모든 공직자와 정치인을 포함한 교육자,사회지도층 사람들에게 왜 이 땅에 태어나서 살고 있는지를 아프게 따져 묻고 있다. 함양군수 김종직은 1431년 지금의 경남 밀양시 부북면 제대리 한재마을에서 태어났는데,아버지 김숙자(金叔滋)는 그에게 아버지이자 스승이었다. 김숙자는 고려말 조선초 전환시대의 도학사상을 이끌었던 정몽주(鄭夢周),길재(吉再) 중심의 의리파(義理派) 학통을 계승하여 아들 김종직에게 이어준 분이다.정몽주,길재를 의리파라 부르는 것은 고려말 국내외적인 현실을 인식함에 있어서 일단 고려왕조를 존속시키면서 점진적으로 개혁을 해나가자고 했던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정몽주·길재의 義理派 학통 계승 이에 반하여 고려왕조는 수명이 다했으므로 새로운 왕조인 조선조를 창업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정도전 등은 정치 권력을 장악하였고,의리파는 학맥을 계승했다.이렇게 이어진 도학사상의 학통은 김종직에 이어 김굉필과 정여창에게 물려졌고,조광조(趙光祖)에 이르러 도학사상의 절정기를 맞았었다.도학사상은 국내적으로는 불의(不義)에 대하여 항쟁하고,외적의 침략이 있을 때는 국가를 수호하는 강력한 의리사상을 지니고 있는데,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거치면서 의리파의 특성이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특히 국내적인 문제에서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온몸으로 이를 바로잡으려고 싸우는 태도는 김종직이 함양군수로 부임했을 때 함양 농민들이 빠져있던 세금제도의 모순에 따른 고통을 깨끗이 척결해 보임으로써,도학사상이 흔해빠진 논리의 유희가 아니라 세상을 깨끗하고 행복하게 만들기 위한 실천적 학문임을보여준 첫 사례였다.백성이 행복해야 나라가 산다는 김종직의 철학적 명제가,함양군수라는 직급이 매우 낮은 지방관직을 맡았을 때 실천된 점은 오늘날 이 나라의 공직자와 정치인을 바라보는 우리의 인식에 신선한 충격이 되고 있다.
  • 책/마법사의 책

    나폴레옹은 1807년 조세핀의 요구에 못이겨 ‘카드점의 대가’ 노르망에게 자신의 손금을 보여줬다.노르망은 나폴레옹의 면전에서 그의 취향과 성향,가장 은밀한 성격상의 특징까지 낱낱이 밝혀냈다.나폴레옹과 조세핀의 유명한 이혼도 예언했다.나폴레옹은 조세핀에게 노르망의 예언을 모두 문서로 기록하도록 했고,그 문서는 경시청에 보관돼 있다.나폴레옹은 점쟁이의 말에 강한 인상을 받았다.그러나 나폴레옹은 이 예리한 통찰력의 여성이 마음대로 떠들고 다닐 경우 겪게 될 곤란을 우려해 그녀를 잡아 가뒀다.노르망은 나폴레옹 부부가 이혼한 뒤에야 풀려날 수 있었다.나폴레옹은 카드점과 점성학에 심취한 것으로 전해진다. ●‘오컬티즘' 서구 문명의 원류중 하나 이러한 비학(秘學)의 유행은 오늘의 미국과 같은 첨단국가에서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미국의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미국인의 95%가 ‘과학문맹’이라고 주장한다.여전히 심령술과 강신술을 믿으며,점성술로 하루 운을 따지는 미국 사회의 비과학적인 삶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그렇다면비학은 오늘날 전혀 소용이 닿지 않는 사악한 학문인가.서구 문명의 사상적 원류는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에 있지만,그 이면에는 마법ㆍ마술ㆍ연금술 등으로 대표되는 오컬티즘(occultism),즉 비학의 세계관이 면면히 흐르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370여점 이미지 이용, 신비학 쉽게 풀어내 ‘마법사의 책’(그리오 드 지브리 지음,임산·김희정 옮김,루비박스 펴냄)은 그러한 비학의 유혹과 숭고한 두려움을 다룬 책이다.유럽 오컬티즘 운동의 대표적 인물로 꼽히는 저자는 서구 신비학의 전통을 370여점의 이미지 자료들을 통해 알기 쉽게 설명한다.유대교의 신화적 기원과 중세 유대학자들이 제창한 신비설인 ‘카발라’,비학과 현대과학과의 연관성을 살핀다. 비학은 19세기 초반에 이르기까지 유럽에서 이단시됐다.기독교는 신비스럽고 초자연적인 마술의 세계를 지칭하는 오컬트의 교의와 비법을 ‘저주의 주술’로 여겼다.하지만 많은 지식인들은 필수 교양으로 점성학을 공부했고 연금술을 논했다.템플기사단·장미십자회·프리메이슨 등의 비밀결사가그러한 비학을 전승했다.그 영향은 성 아우구스티누스·단테·레오나르도 다 빈치·괴테·윌리엄 블레이크·조지 워싱턴·칸딘스키·토스토예프스키·T.S 엘리엇 등 수많은 사람들에게 미쳤다.이쯤되면 비학은 우리의 무속신앙이나 도가사상처럼 서구인들의 무의식과 생활 속에 깊숙이 배어 있는 유구한 문화라 아니할 수 없다. ●오늘날에도 마법사 이미지 즐겨 사용 비학에서 악마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중세 문학에 종종 등장하는 악마는 인간을 시험대 위에 올려놓았다.악마는 인간의 간절한 소망을 이뤄주는 대신 반드시 파멸적인 대가를 요구한다.이러한 이야기 구조는 괴테의 ‘파우스트’를 비롯해 서구 팬터지 소설의 주요한 모티프가 됐다.오늘날에도 마법사들이 즐겨 사용한 이미지를 어렵잖게 찾을 수 있다.예컨대 커피전문점 스타벅스 로고의 주인공은,머리는 여자이고 몸통은 새인 여신 ‘사이렌’을 나타낸 것이다.‘오디세이아’ 속의 사이렌처럼 사람들을 홀려 커피를 많이 사먹도록 하겠다는 뜻이 담긴 게 아닐까.반지의 제왕,해리포터,드라큘라같은 소설과 영화에서 보듯 마법의 세계는 현대 서구인들의 무의식과 생활 깊숙이 배어 있다.저자는 강신술,관상학,수상학,연금술,인체의 비례를 통해 본 점성학 등 마법에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속속들이 풀어놓는다.이 책은 기독교와 오컬티즘,고대와 중세,그리고 종교와 역사를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하는 ‘오컬트 박물관’이라 할 만하다.2만 5000원. 김종면기자 jmkim@
  • 이런 책 어때요

    괴테의 그림과 글로 떠나는 이탈리아 여행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 박영구 옮김 생각의나무 펴냄 ‘근대 최고의 교양인’ 괴테가 관찰한 문화의 제국 이탈리아 여행기.괴테는 그의 37세 생일파티가 한창이던 1786년 9월3일 홀연히 이탈리아로 떠났다.바이마르 공화국의 추밀원 고문관이기도 했던 그가 왜 문학적 명성과 정치적 지위를 뒤로 하고 여행을 떠났을까.괴테는 정치권에 몸담은 10여년 사이 문학적 상상력이 무뎌짐을 깨달았고,그런 위기감을 극복하기 위해 1년9개월 동안 유럽문명과 예술의 원천인 이탈리아를 여행했다.‘세계의 수도’ 로마에 입성했을 때,그는 이 날을 “진정한 삶이 시작된 날”이라며 감격했다.전2권,각권 2만 9500원. 잃어버린 부족 구하기 아셰르 나임 지음 / 이종인 옮김 시대의창 펴냄 학살 위기에 처한 에티오피아계 유대인들을 이스라엘로 탈출시킨 현대판 ‘출애굽기’.아프리카 북부 에티오피아에 살고 있던 ‘팔라샤’라 불리는 흑인 유대인들을 내전의 와중에서 이스라엘로 탈출시킨 감동의 드라마다.저자는 학살 위기에 처한 유대인 부족들을 구하기 위해 에티오피아 대사로 파견돼 독재자 멩기스투와 협상하면서 한편으론 미국 내 유대인 조직을 통해 ‘솔로몬 작전’이란 구출작전을 펼쳤다.수천년 동안 히브리 성서에 기록된 각종 의식을 그대로 실천하며 살아온 팔라샤들은 자신들을 ‘베타 이스라엘’(이스라엘 가문)이라 불렀다.1만 5000원. 나는 걷는다 베르나르 올리비에 지음 / 임수현·고정아 옮김 효형출판 펴냄 저널리스트 출신인 저자가 이스탄불에서 중국의 시안까지 실크로드를 따라 간 여행기.‘아나톨리아 횡단’‘머나먼 사마르칸트’‘스텝에 부는 바람’등 세 권으로 이뤄졌다.로마제국 시대의 실크로드 무역을 증언하는 플리니우스를 비롯, 알렉산더 대왕,칭기즈칸,티무르,진시황,한무제,건륭제 등 실크로드의 역사를 수놓은 제왕들의 이야기가 등장한다.“규격화된 문명과 온실 속 문화에는 이제 싫증이 난다.”는 저자는 걸으면 몸에서 천연의 마약인 엔도르핀이 나와 기분이 좋아지고,영혼은 종달새처럼 날아올랐다며 실크로드 가는 길을 찬미한다.전3권,각권 9800원. 중세로의 초대 호르스트 푸어만 지음 / 안인희 옮김 이마고 펴냄 ‘중세’라는 표현은 15세기 중반 이후 인문주의 문헌학자들이 300∼500년에서 1500년 사이의 고대와 자신들의 시대 사이의 시대를 ‘중간 시대’라 부른 데서 유래한다.굶주림과 각종 질병이 이어진 중세의 삶은 그리 행복하지 못했다.아이를 부양할 능력이 없어 유아살해가 공공연히 행해졌고,평균수명은 30세 정도에 머물렀다.유럽 역사에서도 중세는 그동안 고대 로마의 장중함이나 르네상스의 화려함 뒤에 가려 퇴보의 시대로 인식돼 왔다.독일의 역사가인 저자는 ‘신앙의 시대’이자 ‘위조의 시대’인 중세 천년의 정수를 보여준다.2만 5000원. 보노보 프란스 드 왈 지음 / 김소정 옮김 새물결 펴냄 아프리카 콩고의 밀림에 사는 영장류인 ‘잊힌 유인원’ 보노보(bonobo)의 생태에 관한 보고서.보노보는 직립에 가까운 생활을 하고,모계사회를 이루고 살아가며,놀랍게도 상징언어로 인간과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성(性)은 인간사회에서 지배를 위한 도구이지만 보노보들 사이에선 화해와 협력을 위한 수단이다.인간 사이에 성은 권력에 따라 불평등하게 분배되지만,보노보 사회에선 반대로 평화와 우정의 매개체로 권력관계의 긴장을 이완시키고 제거하는 기능을 한다.보노보는 다윈의 갈라파고스 발견 이후 가장 중요한 과학적 발견으로 꼽힌다.3만 5000원.
  • 책 / 문학 속의 에로스

    디터 벨러스호프 지음 / 안인희 옮김 을유문화사 펴냄 사회적으로 보잘 것 없는 여자하고만 육체적 관계가 가능했다는 독일의 문호 괴테.그는 다른 사람과 약혼한 여자를 사랑했다가 포기했던 자신의 쓰라린 체험,그리고 상관의 부인에게 접근했다가 거절당한 뒤 마음의 상처를 받고 자살한 친구의 경험담을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 녹여냈다.괴테가 현실의 샤를로테를 사모하면서 겪은 내면의 갈등은 그의 소설에서 베르테르가 약혼자 있는 로테라는 여인을 사랑하면서 느끼는 고뇌와 일치한다.작품의 배경인 18세기에는 자유연애가 만발했지만,시민문화는 아직 인간의 성을 도덕과 사랑이라는 관념으로 포장하도록 했음을 소설은 여실히 보여준다. ●작품에 드러난 작가들의 성적 성향 분석 ‘문학 속의 에로스’(디터 벨러스호프 지음,안인희 옮김,을유문화사 펴냄)는 인류 역사의 흐름 속에서 때로는 금기시되고 때로는 그 존재를 인정받기도 했던 에로티시즘 혹은 에로스가 문학 속에서 어떻게 발현되고 변천돼 왔는가를 살핀 지적 에세이다. 책은 괴테의‘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부터 우엘벡의 ‘소립자’,옐리네크의 ‘피아노 치는 여자’,엘리스의 ‘아메리칸 사이코’ 등 최근작까지 근대 계몽주의 이후 200여년에 걸쳐 서양소설에 등장하는 에로티시즘의 변천사를 다룬다.독일의 권위 있는 하인리히 뵐 문학상을 수상한 저자(78)는 개인의 욕망이 당대의 시대 배경과 사회 분위기 속에서 어떻게 좌절됐는가를 구체적인 작가와 작품을 통해 밝힌다.작가의 개인사와 시대적 배경과의 관련 또한 꼼꼼하게 들여다본다.귀족 집안 유부녀들의 도움을 받아 사회적 출세를 꿈꾼 발자크나 스탕달,기묘한 변덕 때문에 죽을 때까지 아내와 불화를 겪었던 톨스토이,성(性)이 돈처럼 시장의 법칙을 따르게 된 세상에서 일부 남자들이 모든 여자를 차지해 버렸다며 집안으로 숨어버린 우엘벡,프루스트와 토마스 만의 작품에 나타나는 동성애적 성향 등 작가의 개인사에 얽힌 성적인 문제들이 낱낱이 들춰진다. ●에로문학의 압권은 데이비드 로렌스·헨리 밀러 저자는 주인공의 심리를 꿰뚫어 보며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한 관능의 코드를 조율한다.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는 “지금 나는 그녀가 일주일 안에 돌아오기를 간절히 원하기 때문에 그녀에게 이렇게 말했다.‘영원히 안녕’”이라는 장면이 나온다.이에 대해 저자는 “자신의 동기를 감추고 거리두기로 일관하는 사랑 싸움에 대한 묘사는 섀도-마조히즘의 다층적이고 복합적인 형태를 적절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분석한다.‘그림자놀이’라고 부르는 이러한 행위를 일종의 섬세한 ‘권력놀이’의 하나로 보는 것이다. 에로문학의 압권은 단연 데이비드 로렌스와 헨리 밀러의 소설이다.이들의 작품에서 비로소 성행위에 대한 직접 묘사가 이뤄지며 19세기 에로톨로지의 금기가 깨졌다.나보코프의 ‘롤리타’와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에 이르면 직접적인 묘사를 뛰어넘어 성적 교류에 스며있는 슬픔과 절망까지 맛보게 된다.또한 스와핑 등 미국 중상류층의 일상을 전하는 업다이크의 소설 ‘커플스’의 장면장면은 오늘날 우리가 겪고 있는 극단적이고 병적인 성의 풍경과 그대로 겹친다. ●초자극적 사랑, 종종 죽음으로 치닫기도 작품 속에서나 현실에서나 ‘초자극적’인 사랑은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철학자 칸트는 에로스를 “이성의 힘으로 간단하게 처리할 수 있는 당위의 문제”라고 일축했다.하지만 에로스는 유혹적인 만큼 치명적이다.그것은 종종 타나토스(죽음)와 손을 잡는다.그래서 ‘저주의 작가’ 조르주 바타유는 에로티시즘을 가리켜 악마적 충동이라 했는지도 모른다.이 책은 인간의 성이 싸구려 상품만도, 고귀한 정신만도 아님을 예술의 제1형식인 ‘문학’을 통해 생생히 보여준다.1만 8000원. 김종면기자 jmkim@
  • 처음의 감동, 다시 한번/초연 못잊은 열성 관객들 투자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막올라

    창작뮤지컬 초연무대의 감동을 잊지 못하는 관객들이 손수 기획하고 투자한 공연 한편이 무대에 올라 화제가 되고 있다.지난 17일 연강홀에서 막올려 새달 9일까지 공연하는 뮤지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고선웅 작,정민선 작곡,조광화 연출). 2000년 초연 때부터 ‘베르테르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란 팬클럽을 결성해 활동하던 열성 관객들이 아예 ‘M.I.P’라는 뮤지컬 기획투자사를 차려 3억원의 제작비를 댔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아름다운 연인,로테와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괴로워하는 청년 베르테르의 고뇌를 일기체 소설로 담아낸 괴테의 명작을 무대화한 것.진부하게 여겨질 수 있는 고전 속 사랑을 때론 감미롭게,때론 격하게 그려낸 탁월한 극적 구성과 고급스러운 음악이 조화롭게 맞물려 창작뮤지컬로는 드물게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김광보·고선웅에 이어 세번째로 바통을 이어받은 조광화 연출의 이번 작품은 여러모로 전작들과의 차별성을 꾀했다.깔끔하고 회화적인 무대가 돋보였던 김광보,재기발랄한드라마적 호흡에 재능을 보인 고선웅 스타일과 달리 열정적이면서 장엄한 무대를 선보이겠다는 게 조광화의 변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가 추구한 새로운 작품 해석과 연출 의도는 객석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겉도는 느낌이다.주변 인물들의 세밀한 부분을 살리려 한 의도도 그다지 효과가 두드러지지 않는다.무엇보다 좁은 무대와 잦은 장면 전환을 고려하지 않은 채 세트를 복잡하게 설치,이를 옮기느라 극의 흐름을 자주 끊어놓는 게 가장 큰 결점으로 비쳐진다. 이 작품은 서영주,이혜경,조승우,추상미 등 많은 뮤지컬 스타들이 거쳐간 것으로도 유명하다.이번 공연에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히로인 김소현,‘로미오와 줄리엣’의 조정은이 로테를 맡았다.베르테르에는 엄기준과 김다현,알베르트에는 이계창과 김법래가 번갈아 출연한다.(02)3143-7241. 이순녀기자
  • [열린세상] 20세기 가장 아름다운 여성

    그해 1997년에도 필자는 로마에 있었다.근무하던 대학교에서 안식년을 주어 로마에서 연구생활을 하던 중이었다.그해 8월31일과 9월5일 거의 일주일 상거로 레이디 다이애나와 마더 테레사가 세상을 떠났을 적에,인류는 신의 창조의 최후 걸작인 여인(女人)을 두고 그 가장 ‘아름다운’ 면모에 깊은 경탄을 느꼈다.그것은 숙녀(Lady Diana)와 어머니(Mother Theresa)라는 두 얼굴이었다. 다이아몬드처럼 반짝이는 눈동자와 눈부신 미소를 간직한 레이디 다이애나,영국 왕비라는 세계 정상의 영예를 포기하면서까지 왕세자 남편의 부정을 묵인하지 않고 이혼할 용기가 있었고,자유스럽게 사랑을 찾아나서는 결단을 보이던 여인이었다. 그 며칠 전까지도 윈저성과 승마 교사의 침실,백만장자 도디의 별장으로 그녀를 추적하면서 줄곧 늘씬한 허벅다리와 요트선상의 누드와 가장 비싸고 우아한 패션을 퍼뜨리던 영국 언론들이,그녀가 심야에 정부와 더불어 파리를 질주하다가 교통사고로 죽자마자 성녀(聖女)로 시성(諡聖)하고는 버킹엄궁과 세인트폴 교회,영국 왕실을세트로 한 세기적 매스컴 쇼를 연출했다. 이듬해 ‘한겨레 21’ 신년호에는 “97년 가을,20세기는 ‘가장 아름다운 여성’을 잃었다”는 제하의 인물평을 실었다.그런데 독자들의 예상과는 달리 그 글에서 기리던 여성은 영국의 전 왕세자비가 아니라 인도 콜카타의 빈민굴에서 세상을 떠난 마더 테레사였다.그해 이탈리아 언론 기관들이 합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그해의 가장 위대한 여성으로 다이애나를 꼽은 이탈리아 국민은 25%였고 60%는 마더 테레사를 꼽았던 기억이 난다. 외모로 말하자면 다이애나의 허리에도 찰까 말까 한 작은 키에다 쭈글쭈글 주름투성이의 87세 할머니,그 팔에서 죽어가는 빈민들 때문에 옷자락에서는 늘 송장 냄새가 나던 수녀,그녀에게서 인류는 무엇을 보았기에 ‘20세기의 가장 아름다운 여자’라고 불렀을까? 인도 정부가 그녀에게 바친 국장(國葬)은 영국 지상최대의 쇼와는 달리 너무도 경건했다. 19일 필자가 한국대사로 파견돼 있는 바티칸의 대성당 광장에서 마더 테레사가 복자(福者)로 선언됐다.그녀에 대해서는 누가죽으면 5년 이내에는 그 인물에 대한 공공연한 평가를 아예 금지하는 가톨릭 교회법도 예외를 허락했고,2001년에는 그녀의 행적과 덕성을 샅샅이 조사한 3만 페이지 분량의 기록이 바티칸으로 제출됐다.추측건대 마더 테레사는 아마도 최단 기간에 성인의 품에 오른 인물이 될지도 모른다. 모두에게 버림받고 병들고 죽어가는 사람들에 대한 그녀의 연민은 종교적인 것이었다.피고름을 흘리며 죽어가는 부랑인들을 가슴에 안고 단말마의 식은땀을 훔쳐주면서 “하느님이 당신을 사랑하시고 당신을 찾고 계시고 당신을 보고 싶어 하신다고요.”하고 속삭여 주었고 눈을 감겨주었다. 1979년에 노벨평화상을 받으면서도 “나는 자선사업에 성공하기를 바라지 않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충실하고 싶다.”고 다짐하던 사람이었다.지난 16일 재위 25주년을 맞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표현을 빌리자면,마더 테레사의 이런 태도를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우선적 선택”이라고 일컫는다. 마더 테레사가 우리나라에 두어 차례 다녀갔을 적에 텔레비전에 확대되던 주름투성이의 미소에 경외감을 품으면서도 막상 우리 동네에 양로원이나 장애인 시설이 오면 어린애들까지 앞장세우며 결사반대를 외치는 주부들의 모습이라든가,전세계인의 동정을 끌고 있는 북한의 기아 문제에 무관심 일변도를 넘어서서 북한에 대한 식량원조나 남북화해 노력 자체를 성토하는 수구적인 종교인들의 집회는 우리를 한없이 부끄럽게 만든다. 우리나라 정국을 뒤흔들고 있는 대통령의 재신임 국민투표든 내년의 국회의원 선거든 지역감정이라는 이기심과 특정한 사람들에 대한 까닭없는 증오심 대신에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우선적 선택’이 투표의 기준이 된다면 우리도 마더 테레사 앞에서 얼마나 떳떳할까? 괴테의 혜안대로라면 “오로지 여성적인 것만이 우리를 구원한다.”는데 말이다. 성 염 주교황청 한국대사 서강대 교수
  • 책꽂이

    ●당신의 저녁(정인 지음,문학수첩 펴냄) 2000년 ‘21세기 문학상’신인상 수상작가의 첫 작품집.표제작 등 11편의 작품에서 1차적 관계인 ‘가족’이 안온함이 아니라 이익을 놓고 갈등하는 곳으로 변한 현대사회의 모습을 그리면서 의사소통 회복의 필요성을 강조.8500원. ●죽은 올빼미 농장(백민석 지음,작가정신 펴냄) 일탈적 상상력이란 지평을 일궈온 작가의 9번째 작품.도시적 감성의 대중가사 작사가인 주인공의 일상과 그가 농장을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메마른 아파트 세대의 정신세계를 형상화.7000원. ●일찍 늙으매 꽃꿈(이선영 지음,창작과비평사 펴냄) 90년 등단한 시인의 네번째 작품집.“네 몸 하나가 내 두눈의 천체(天體)가 된다”(‘내가 읽고 또 읽는 너의 몸’)는 말처럼,절묘하게 압축한 ‘몸’주제의 시 61편으로 세계와 시적 자아의 혼일을 노래.6000원. ●사라진 나라를 꿈꾸다(정상현 지음,모아드림 펴냄) 교통사고로 시력을 잃고 식물인간이 된 뒤 12년째 투병생활을 하는 시인의 두번째 작품집.자신의 상황을 노래한 ‘실명’등 시인이“재활의 메신저”라는 작품 50편을 담았다.5500원. ●독일문학의 깊이와 아름다움(정서웅 지음,민음사 펴냄) 30여년간 독일문학을 연구한 저자가 쉬운 글로 들려주는 독일문학.자신의 전공인 헤르만 헤세를 비롯,괴테,토마스 만,고트프리트 벤 등의 작가론과 동독문학론 등을 담았다.1만 5000원. ●복제인간(로빈 쿡 지음,공경희 옮김,열림원 펴냄) 의학스릴러의 대명사로 통하는 작가의 21번째 소설.큰 돈을 받고 난자기증수술을 받은 주인공이,그 난자가 인간복제 프로젝트 실험에 쓰인다는 것을 알고 그 비윤리성과 싸운다는 내용.모두 2권,각권 8500원. ●영원한 이방인(이창래 지음,정영목 옮김,나무와숲 펴냄) 절판된 ‘네이티브 스피커’를 내용·형식 모두 새롭게 꾸민 작품.미국사회의 특수한 용어에 대한 설명을 첨가하는 등 역자가 1년6개월간 새로 번역했다.1만원. ●야만인을 기다리며(존 쿳시 지음,왕은철 옮김,들녘 펴냄) 영국 부커상을 처음으로 두차례나 받은 작가의 장편.제국주의자들이 야만인들에게 가하는 고통과 폭력을 고발해온 작품세계는 여전.자신도 모르게 제국 이데올로기에 전염됨도 지적.1만원.
  • 책꽂이

    ●휴테크 성공학(김정운 지음,명진출판 펴냄) 자기반성이란 나를 돌아보는 능력,혹은 나와 대화하는 능력을 뜻한다.내 안의 또 다른 나를 발견하는 것이 자기반성의 전제다.심리학에서는 자기반성을 가능케하는 능력을 ‘메타 코그니션(meta cognition)’이라고 한다.이것은 ‘생각에 대한 생각’이라 할 수 있다.여가학 전문가인 저자는 이러한 자기반성과 재미를 조화시키는 것이 휴테크의 본질이라고 말한다.9900원. ●설탕,커피 그리고 폭력(케네스 포메란츠 등 지음,박광식 옮김,심산 펴냄) 산업혁명으로 유럽이 세계경제의 패권을 잡기 전에 이미 중국,인도,동남아시아,중남미 등을 중심으로 근대적 의미의 세계경제를 형성했음을 밝힌다.그 한 예로 프랑스 왕 루이 14세는 궁정 연회에서 귀족들과 함께 커피를 즐겼는데 이 커피는 예멘의 항구도시 모카에서 수입한 것이며,설탕은 아프리카 대서양 연안의 섬 상투메와 브라질에서 생산된 것이라고 주장.1만8500원.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파가니니(베르너 풀트 지음,김지선 옮김,시공사 펴냄) ‘G현의 선율’로 전 유럽을 매혹시킨 제노바 출신의 천재 니콜로 파가니니의 전기.파가니니의 재능을 높이 평가하지 않았던 괴테,친밀한 교제를 나눈 로시니,꽤나 회의적인 태도를 내보였던 리스트,음악성으로 파가니니를 감동시킨 베를리오즈 등 당시 명사들과의 조우를 섬세한 필치로 그렸다.1만 2000원. ●여자,그 내밀한 지리학(나탈리 앤지어 지음,이한음 옮김,문예출판사 펴냄) 페미니스트는 사회학적인 여성에 관심을 기울인다. 피메일리스트(femaleist)는 남녀의 생물학적 차이를 인정하고 진화론을 새롭게 해석해 예부터 여성이 남성과 함께 수렵이나 채집,전쟁 등에 능동적으로 참여했다고 주장한다.이 책엔 여자가 남자 이상으로 공격적이며,오직 오르가슴을 느끼기 위한 기관인 클리토리스를 보면 여자가 남자보다 더 성적으로 문란할 수 있는 기질을 갖고 있다는 등 피메일리스트적 여성관이 담겼다.2만 2000원. ●자전거 타는 오리(데이빗 섀논 글·그림,김서정 옮김,달리 펴냄) 농장에 사는 오리가 농장집 아이의 자전거를 타보겠다고 하자 동물친구들은 처음엔 모두비웃는다.그러나 오리가 정말 자전거를 탔을 때 젖소,양,강아지,고양이는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까.새로운 일을 꿈꾸고 용감하게 도전하는 일이 얼마나 값진 경험인지를 귀띔하는 그림책.8500원. ●옆집에는 누가 살고 있을까(이지현 글,변정연 그림,소년한길 펴냄) 성악가 꼬꼬닭의 옆집에 누군가 이사를 왔지만,몇날며칠 사람은 보이질 않는다.혹시 도둑이 아닐까? 그러나 꼬꼬닭의 의심과는 반대로 이사온 이웃은 그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를 지은 시인 올빼미였는데….인물의 행동과 상황을 설명하는 간결한 글에 편안한 선과 안온한 색채의 그림이 조화를 잘 이룬다.초등저학년용.6500원.
  • 함혜리 특파원 독일 현지르포/위기의 독일경제

    |프랑크푸르트 함혜리특파원|‘유럽의 경제 기관차’로 불리던 독일이 심각한 경제난으로 탈선 위기에 놓여 있다. 3년째 계속된 경기침체로 각종 경제지표에 빨간불이 들어온 지 이미 오래다.지난해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3.6%에 달했으며 경제성장률은 0.4%에 그쳤다.독일기업의 도산 건수는 1990년대 초반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했다.지난해만 4만개의 기업이 도산해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경제규모로는 아직 세계 3위이지만 국가 경쟁력 순위는 15위로 처졌다.올해는 사정이 더욱 악화됐다.산업활동과 개인소비지출이 위축되면서 경제성장률은 제로(0%) 혹은 -0.1%,실업률은 10.4%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분배에 무게를 둔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모델로 부러움을 샀던 독일은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동서독이 통일된 지 13년째를 맞아 저성장과 고실업,과도한 사회보장비용 부담,노동시장의 경직성으로 요약되는 ‘독일병’으로 고통받고 있다.한때 ‘라인강의 기적’으로 불리며 경제발전의 귀감이 됐던 독일이 이처럼 심각한 위기국면에처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어디에 있는지를 파악,‘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2003년 7월의 독일을 찾았다. ●얼어붙은 소비심리 지난 7월9일 기자가 찾은 독일 최대의 경제도시 프랑크푸르트는 화창한 날씨 탓인지 경제적인 위기감을 첫눈에 느낄 수는 없었다.그러나 시내 중심가를 걸어다녀 본 뒤 생각은 금세 바뀌었다.프랑크푸르트는 그야말로 거대한 ‘가격하락의 소용돌이’에 빠져 있었다. 모든 상점은 서로 경쟁하듯이 할인하며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아흐퉁!’(요주의)‘슈타크 레둑지에’(강력 할인),‘할인에 또 할인,이것이 최저가’ 등 각종 기발한 문구들로 채워져 온전히 남아있는 쇼윈도가 없다.정상가의 50%에 세일하는 것으로는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 수 없기 때문에 할인율을 70∼80%까지 낮춰 폭탄세일이나 폐업정리를 하는 곳이 대부분이다.명품 매장이 밀집한 괴테슈트라세의 구치,페라가모,샤넬 등도 자존심을 팽개치고 일부 제품을 절반가격에 내놓고 있다. 문제는 이처럼 대폭할인을 해도 별 반응이 없다는 점이다.사람들은 물건을 들었다 놓았다 하며 가격만 보고 그냥 지나칠 뿐 물건을 실제로 구매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독일이 자랑하는 피혁제품 메이커인 아이그너 매장의 에크너 지배인은 “정상가격대로 팔면 사람들은 아예 물건을 들여다 보지도 않는다.”면서 “지난주까지 반액할인을 해도 반응이 시원치 않아 이번 주부터는 아예 70% 할인된 값에 물건을 팔고 있다.”고 말했다.그는 “원가에도 못 미치는 가격이지만 점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했다. 독일의 개인소비지출 증가율은 지난 2001년 1.5%에서 지난해 -0.6%를 기록할 정도로 소비가 얼어붙었다. 올해는 1%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전년 수준에도 못 미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지난 5월 국제통화기금(IMF)은 독일이 선진산업국 가운데 디플레이션 위험에 가장 크게 노출돼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이같은 우려는 거리에서 실제로 확인할 수 있었다. 백화점과 상점이 밀집한 자일 거리는 100m 간격으로 문을 닫은 상점들이 눈에 들어왔다.마지막 폐업처분을 한다는 광고판이 쇼윈도에 아직 붙어있어 새로운 주인이 들어올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부동산 중개사무실을 운영하는 하이마이어씨는 “비어있는 점포들이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지만 요즘 같은 불경기에 새로 문을 열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전했다. ●소비행태도 바꿔놓은 경기침체 조금 비싸도 튼튼한 것을 사는 것이 전통적인 독일인들이었지만 최근 수년간 지속된 경기침체를 겪으면서 요즘 독일 사람들의 소비행태는 완전히 달라졌다.조금이라도 더 싼 곳을 찾아 상점을 이곳저곳 다니며 물건값을 비교하는 식이다. 할인마트 알디(ALDI)는 최대의 유통업체로 부상,창업자는 현재 독일 소득 랭킹 1위를 달리고 있을 정도다.변두리에는 0.99유로 균일가에 생활용품을 파는 ‘땡처리’ 상점들도 많이 생겼다. 프랑스와 독일의 소비행태를 비교한 프랑스 신문의 기사에 따르면 프랑스 사람들이 물건을 구입할 때 평균 3곳의 가게를 들러본 뒤 구매를 하는 것에 비해 독일 사람들은 7곳의 가게를 들러 가격을 비교한다고 한다.독일 사람들이 워낙신중한 측면도 작용하긴 했지만 할인경쟁이 심하기 때문에 조금만 발품을 팔면 아주 싼값에 원하는 물건을 구할 수 있는 탓이다. 주부 크리스티안씨는 “유로화로 전환된 이후 물가가 너무 올랐고 경기침체로 불안감이 커졌다.”며 “생활비를 한푼이라고 절약하기 위해 아끼고,또 아끼는 게 습관이 됐다.”고 말했다. ●“대학 졸업하기가 두렵다.” 프랑크푸르트에서 만난 교포 2세 차고은(다름슈타트공대 건축과 3년)양은 “경기가 안 좋은 데다 실업률이 너무 높아 취직하기가 너무 어렵다.”면서 “졸업하기가 부담스러워 일부러 휴학하는 학생들이 많다.”고 말했다.지난해 건축과 졸업생 80명 중 취업에 성공한 사람은 겨우 3명.학생들은 따라서 졸업을 1∼2년씩 늦추고 기업체에 들어가 실습을 하거나 다른 나라에 가서 현장업무를 익히고 있다고 한다. 독일 기업들은 까다로운 노동법규에 따라 경기가 나빠져도 기업주들이 마음대로 해고를 할 수 없고,근로자 1명에 대한 실업·의료·연금 등 각종 부담을 져야 한다.때문에 기업들은 신규채용을 꺼리고,실업률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올해 독일의 실업률은 10.4%,실업자는 500만명에 이를 전망이다.실업자 중 1년 이상 무직인 장기실업자가 50%나 된다. 코트라 구주지역본부장 김인식 이사는 “노동시장이 경직돼 있기 때문에 실업자는 지속적으로 늘고,이들에게 지급되는 실업수당과 연금 등은 정부의 재정부담을 늘리는 직접적인 원인이 되며 민간소비 지출도 위축시켜 경기침체를 가속화한다.”며 “결국 뇌관이 뇌관을 치는 형국”이라고 설명했다. 2002년 말 독일의 GDP는 1조 9000억달러.아직까지 유럽에서 가장 큰 경제대국의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단기 처방으로는 쉽게 치유될 수 없는 깊은 병을 앓고 있었다. lotus@
  • 길위의 영상시인 빔 벤더스를 만나자 / ‘빔 벤더스 걸작선’ 오늘부터

    상업성과 예술성을 고루 갖춘 독일 영화감독 빔 벤더스의 걸작들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서울 시네마테크는 독일문화원과 함께 13일부터 일주일 동안 서울아트시네마에서 ‘빔 벤더스 걸작선’을 갖는 데 이어 20일부터 새달 22일까지 대전 광주 전주 등 전국 주요 도시를 순회하면서 상영한다. 작품 ‘파리,텍사스’‘베를린 천사의 시’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벤더스는 70년대 독일의 새로운 영화 흐름을 일군 감독.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 같은 감독들이 정치적이고 신비주의적 작품에 매달린 데 비해,벤더스는 당대 젊은이의 시선을 스크린에 옮긴 것이 특징이다.그런 주제의식을 펼치기 위해 벤더스는 ‘로드 무비’라는 틀을 자주 사용한 것으로 유명하다.그는 ‘길의 형식’을 빌려서 68년 유럽 학생운동 이후의 방황하는 젊은이들의 내면과 그를 통한 당시 사회의 혼돈을 담았다. 영화전 기획에 참여한 영화평론가 홍성남씨는 “벤더스는 상업적으로도 성공한,이른바 ‘스타 감독’의 한 명으로서 도시적 감수성을 탁월하게 빚은 장인”이라고 말한다. 이번 걸작선의 키 포인트는 아무래도 미공개 작품.특히 비교적 초창기의 작품들은 벤더스의 영화세계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길잡이가 될 것으로 보인다.괴테의 소설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를 바탕으로 만든 ‘빗나간 친구’를 비롯,초기 작품중 최고라고 평가받은 ‘미국인 친구’(사진),다큐멘터리와 픽션을 섞은 자전적 내용의 ‘물위의 번개’등이 관객을 맞는다.자세한 작품과 일정은 홈페이지(www.cinemathequeseoul.org)에 들어 있다.(02)3272-8707. 이종수기자
  • 또 다른 천재에서 나를 본다

    천재, 천재를 만나다 - 한스 노인치히 지음 / 장혜경 옮김 개마고원 펴냄 창작의 슬럼프에 빠져 있던 괴테와 실러는 평소 꺼려하던 서로에게 도움의 손길을 구한다.그렇게 자극을 얻어 괴테는 미완성으로 남아있던 ‘파우스트’를 다시 시작하고 ‘빌헬름 마이스터’를 완성하며,실러는 ‘발렌슈타인’으로 화답한다. 바그너에 열광했던 니체는 그의 오페라에서 그리스 비극의 원형을 발견하고 이를 ‘비극의 탄생’으로 발표한다.그러나 열광은 이내 실망으로 변하고 니체는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바그너의 경우’ 등의 작품 속에 결별을 새겨나간다. 천재들의 이런 만남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그런 만남이 곧 ‘자기와의 대화’라는 점이다.앙드레 지드가 발레리,클로델,시므농을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과 서신교류를 가졌던 것도,막스 프리슈와 뒤렌마트가 ‘작업동료’ 관계를 유지한 과정도,사르트르와 카뮈가 끝내 메우지 못할 깊은 골을 드러내고야 만 것도,심지어 아나이스 닌이 헨리 밀러에게 매혹됐던 것도 결국 자기와의 대화라는 욕구에 기반한 것이었다. ‘천재,천재를 만나다’(한스 노인치히 지음,장혜경 옮김,개마고원 펴냄)는 이처럼 천재와 천재의 만남,그로인한 또다른 자기와의 대화에 주목한다.그렇다고 해서 곧바로 ‘천재는 천재와의 만남을 통해 비로소 천재가 된다.’고 단정하는 것은 아니다. 천재에는 늘 광기라는 말이 따라다닌다.‘천재와 광기의 결합’이란 명제는 여전히 유효하다. 그러나 저자는 이같은 ‘천재의 병리학화’ 공식에 이의를 단다.그는 1930년대의 병리학 대신 미켈란젤로와 같은 시대를 살았던 화가 조르지오 바사리의 ‘창조력을 자극하는 경쟁심’에 무게를 두고 천재의 본질에 접근한다.천재는 천재를 원하고,타인 속에서 발견한 또다른 자기와의 대화를 통해 찬란한 작품을 잉태한다.1만2000원. 김종면기자 jmkim@
  • 이탈리아 여행 2選

    ■ 낭만의 베네치아 |베네치아·밀라노(이탈리아)최여경 특파원|수상도시 베네치아를 누비는 작은 배 곤돌라에 몸을 누이고 곤돌리엘레가 불러주는 이탈리아 민요 칸초네를 들어보자.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기라도 하면 꿈과 낭만에 젖어 당신은 한없이 평온해질 것이다. 이제 이탈리아노(Italiano)의 예술작들을 찾아나설 때.“본 조르노!(안녕하세요)” 행복한 이탈리아 여행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낭만에 젖어드는 물의 도시 베네치아 100여개의 작은 섬들을 400여개의 작은 다리로 연결해 만든 베네치아.이탈리아 북동부에 위치한 대표적인 관광도시다. 물 위에 만들어진 도시인 만큼 베네치아에 들어서기 위해서는 배를 이용하는 것이 필수다.가장 큰 역인 산타루치아역에서 수상택시나 수상버스를 타고 시내로 들어선다. 처음 간 곳은 베네치아에서 가장 대표적인 관광명소 ‘산 마르코 광장’.비둘기 수천마리가 날아다니고 주변에는 많은 카페와 고급 상점들이 즐비해 있다. 광장 한편에 위치한 ‘산 마르코 성당’과 ‘두칼레 궁전’은 호화로움의 극치다. 비잔틴 양식으로 지어진 산 마르코 성당은 황금의 교회로 불릴 만큼 곳곳에 황금장식이 가득하다. 핑크빛 두칼레 궁전은 고딕양식의 중앙현관,르네상스식 안뜰,황금 계단 등으로 아름답게 장식돼 있다.카페 ‘플로리안’은 세기의 바람둥이 카사노바가 카푸치노를 즐기고 괴테,루소,바그너가 지성을 펼친 곳. 광장을 빠져나가면 좁은 골목 사이로 베네치아인들의 삶의 터전인 상점들과 주택들이 나온다. 데 아미치스의 ‘쿠오레(사랑의 학교)’의 한 장면이 연상되는,조금은 허름하지만 사랑과 애정이 느껴지는 것들이다. 대운하의 수려한 경관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리알토 다리’까지 가는 길에는 아름다운 베네치아 가면,빛나는 유리공예 등 예술가 이탈리아노의 다양한 숍들이 놓여 있다.곳곳에 구치,발리,펄라 등 웬만한 명품 숍들도 함께 있어 눈을 즐겁게 한다. 도보여행을 끝냈다면 그 유명한 ‘곤돌라’를 타고 물결을 따라 도시 곳곳을 돌아다녀보자.수많은 관광객들의 발길을 잡는 독특하고 낭만적인 베네치아의 분위기가 느껴질 것이다. 이 아름다운 베네치아가 해마다 1㎝씩 가라앉고 있다니,안타깝다. ■ 예술·패션의 밀라노 ●예술과 쇼핑으로 즐거운 밀라노 베네치아에서 동쪽으로 버스를 타고 약 4시간을 달리면 패션,음식,오페라,현란한 외관의 두오모 성당,유럽 오페라의 중심인 스칼라 극장,레오나르도 다 빈치,축구팀 AC밀란과 인터밀란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제2의 도시 밀라노에 도착한다. 밀라노의 명소를 둘러보고 하루 쇼핑을 하기 위해서라면 이틀 정도가 필요할 듯싶다. 시의 중심가에는 밀라노의 사치와 문화적 유산이 집결된 ‘두오모 성당’이 있다.3159개의 거대한 조각군,하늘을 향한 수백개의 첨탑이 장관이다.꾸준히 한 면씩 돌아가면서 외관 청소를 하기 때문에 애석하게도 성당의 4면을 모두 보기는 어렵다. 두오모 성당에서 5분 정도 걸어가면 모든 성악가들이 한번쯤 서 보고 싶어하는 ‘스칼라 극장’이 나온다. 대대적인 복원공사에 들어가,공연을 보기 위해서는 적어도 3∼4년은 기다려야 한다고. 이밖에 대형 아케이드인 비토리오 엠마누엘레2세 갈레리아,고고미술관이자고고학박물관으로 최고의 피크닉 장소인 스포르체스코성도 가볼 만한 곳. 하지만 무엇보다 관광객을 즐겁게 하는 것은 밀라노의 쇼핑거리인 듯싶다.두오모 성당 뒤편으로 걸어가면 서울의 명동에 견줄 만한 쇼핑거리 ‘코르소 비토리오 엠마누엘레 세콘도’가 나온다.패션의 도시인답게 행인들에게서는 세련,파격,발랄 등 명성에 걸맞은 모습들이 보인다. 특히 여인들은 나이에 관계없이 예사롭지 않은 패션감각을 자랑한다. 이곳에 위치한 브랜드는 대부분 중저가.백화점 ‘리나센테’는 약간 중년 취향,멀티숍 ‘자라’나 ‘피오루치’는 젊은 취향의 파격적인 의상들이 많다. 조금 더 안쪽으로 걸어가면 명품거리 ‘비아 몽테나폴레오네’가 열린다.조르지오 알마니,구치,살바토레 페라가모,프라다 등 세계적인 명품브랜드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눈으로 보기만 해도 즐거운 밀라노 쇼핑거리에서 운좋게 세일품목을 만나 절반 가격에 명품을 사기라도 한다면 그야말로 쇼핑의 행복을 만끽하는 순간이 아닐까. kid@ 가이드/ 디저트 ‘티라미슈' 맛보세요 이탈리아의 인구는 약 5790만여명,면적은 30만㎢,남북으로 길게 뻗은 ‘장화’ 모양이다.수도는 로마,주요도시는 밀라노,베네치아,피렌체,나폴리 등.지중해성 기후여서 한여름에도 습도가 낮아 그늘진 곳에서는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 직항은 이탈리아 로마의 레오나르도 다빈치 국제공항까지.베네치아나 밀라노에 가기 위해서는 로마,파리,런던 프랑크푸르트 등을 경유해야 한다.로마에서는 1시간,다른 유럽 도시에서는 2시간 이내의 거리에 있다. 음식점 중 가장 고급인 곳은 리스토란테(Ristorante),평범한 수준의 식사를 하는 곳은 로스티체리아(Rosticeria)나 피자점인 피쩨리아(Pizzeria)다.만두처럼 생긴 라비올리로 만든 스프나 각종 파스타,피자,쌀요리인 리조또 등 다양한 음식을 즐길 수 있다.진한 에스프레소나 카푸치노도 일품. 베네치아는 물의 도시인만큼 오징어,새우,게,문어 등 해산물 요리가 유명하다.조개와 화이트와인으로 만든 ‘봉골레 스파게티’가 대표적이다.크림과 치즈,빵을 섞은 디저트 ‘티라미슈’도 일품이다. 관광도시가 아닌 밀라노의 경우 따가운 햇빛이 내리 쬐는 7∼8월에 다른 곳으로 휴가를 떠나 많은 상점들이 문을 닫으므로 이 시기에는 여행하는 것을 피하는 것이 좋다.중요한 것은 ‘소매치기 조심’.가방에서 눈이나 손을 떼지 말 것. 가볼만한 곳 ●유리공예의 산실,무라노섬 이탈리아 유리공예의 뿌리.13세기 베네치아 정부가 유리공예품 제작 노하우 보존을 위해 기술자들을 강제 이주시키며 조성된 뒤 세계적인 유리제품 생산지로 부상했다.무라노 유리는 베네치아를 비롯한 이탈리아 전역에서 볼 수 있지만 역시 한번쯤 유리공장에서 직접 제작과정을 보는 것도 좋을 듯.산 마르코 광장의 승선장이나 산타루치아 역에서 수상버스를 타면 약 20분 정도 걸린다. 1만원짜리 액세서리부터 4억원에 달하는 샹들리에까지 다양한 유리공예품을 판매한다.베네치아 시내에서 파는 것보다 비싼 것이 단점. ●명품 할인매장,폭스타운 스위스와 이탈리아 접경지역인 멘드리지오에 있는 명품 상설 할인매장.고급 백화점만큼 인테리어가 깔끔하다.보통은 스위스 여행 중에 가는 곳이지만 단체관광으로 이탈리아에 갔다면 대절한 버스를 타고 바로 국경을 넘어갈 수 있다.개인여행이라면 이탈리아 밀라노 중앙역에서 열차를 타고 스위스 카소역에서 폭스타운으로 가는 방법이 있다. 프라다,에트로,구치,페라가모 등 명품들을 25%에서 최고 50%까지 할인된 가격으로 살 수 있다.재고품이나 시즌이 지난 상품 위주이지만 신상품도 종종 눈에 띈다. 폭스타운 안의 레스토랑,카페에서 쇼핑 중 맛있는 식사나 잠깐의 휴식도 즐길 수 있다.식사는 한 접시에 7000∼8000원(8.50∼10.50 스위스 프랑) 정도로 저렴한 가격이다.개장시간 오전 11시∼오후 7시.
  • 책꽂이

    ●마스카라(에오나르도 파두라 지음,고혜선 옮김,현대문학 펴냄) 쿠바의 대표작가 중 한 명인 저자가 혁명정부의 허상과 사회문제를 추리소설 기법으로 풍자한 작품.단순한 추리소설이 아니라 패러디 등 포스트모던 기법을 쓰면서 미학적 수준을 유지한게 특징.9000원. ●종이시계(앤 타일러 지음,장영희 옮김,문예출판사 펴냄) 미국에서 예술성과 대중성을 겸비했다는 평을 받는 미국의 대표적인 여류 작가의 장편으로,89년 퓰리처상 수상작.결혼한 지 28년된 부부가 14시간 동안 겪는 일을 다루었지만 의식의 넘나듦을 통해 부부생활 전체를 담았다.9800원. ●아버지,울었습니다(박진식 지음,명상 펴냄) 8살때 전신이 돌로 변해가는 병에 걸려 30년째 투병해온 저자의 시집.천형을 원망하지 않고 묵묵히 맞서 싸우며 삶의 의미를 찾으려는 힘겨운 노력을 담았다.소년가장,장애인 등 다른 이들을 걱정하는 대목이 숙연하다.7500원. ●대머리 여가수(외젠 이오네스코 지음,오세곤 옮김,민음사 펴냄) 프랑스 현대연극을 대표하는 극작가의 초기 작품을 모은 것.표제작외 수록된 ‘수업’‘의자’ 등은 저자가 “부조리한 현실을 비판하자.”며 시도한 ‘반(反)연극’ 사조의 시작을 알린 작품이다.7000원. ●유리 학사(세르반테스 단편선,김춘진 옮김,문학과지성사 펴냄) 근대소설의 효시 ‘돈키호테’를 쓴 작가의 모범 소설집 가운데 4편 선별.스페인 사회의 풍속을 통해 서구작가들에게 상상력을 불어넣었다는 작품을 모았다.6000원. ●색채론(괴테 지음,장희창 외 옮김,민음사 펴냄) 다양한 분야에 정통한 독일 대문호의 ‘광학’연구서로 국내에선 최초로 완역.색채를,객관적 실체로 파악한 뉴턴에 맞서 밝음과 어둠의 양극적 대립 현상으로 정리했다.권오상이 번역한 자연과학론도 함께 실었다.1만 6000원. ●이미지로 있는 形象(홍완기 지음,문학수첩 펴냄) 59년 사상계로 등단한 시인의 일곱번째 시집.가진 자들의 허세를 풍자하는 ‘귀신 씨나락 까먹는…’ 등 61편의 작품에는 지난해 암 수술을 받고 투병하면서도 잃지 않았던 창작의 열정이 배어 있다.5500원.
  • 문학 책꽂이/독일문학의 장면들 외

    ●독일문학의 장면들(이병애 엮음,문학동네 펴냄) 여성 독문학자 15인이 ‘문학·영화·음악 속의 여성’을 주제로 계몽주의 작가 노이버에서 괴테,그리고 귄터 그라스에 이르는 거장의 작품에 나타난 여성의 모습을 분석했다.엮은이의 정년퇴임 기념 논문집.1만 2000원. ●어머니(김정현 글,정현주 그림,문이당 펴냄) 아버지 회사의 부도로 뿔뿔이 흩어진 가족을 어머니의 끈질긴 사랑으로 다시 일으킨다는 내용의 원작을 ‘청소년 현대문학선’에 맞게 눈높이를 낮췄다.부드러운 터치의 삽화 20여컷을 넣어 청소년의 이해를 돕고 있다.8500원. ●서랍 속의 반란(백시종 지음,문학수첩 펴냄) 등단 36년째를 맞은 중견작가의 7번째 소설집.자신의 대기업 근무 경험이 많이 실린 듯한 표제작을 비롯해 4편의 중단편을 실었다.재벌과 폭력집단의 결탁,재벌 사회의 이면 등을 통해 재벌의 비도덕성을 적나라하게 고발한다.8000원. ●내 인생의 마지막 4.5초(성석제 지음,강 펴냄) 활발한 창작 활동으로 눈길을 끄는 작가의 첫 소설집 ‘새가 되었네’를 개정한 것.표제작은 실질적인 그의 등단작품.특유의 상상력과 이야기꾼의 실력이 싱싱하게 살아 있다.8000원. ●외로운 노인(아달베르트 슈티프터 지음,권영경 옮김,열림원 펴냄) 오스트리아의 대표적 낭만주의 작가의 자전적 소설.아버지와 수양어머니,백부의 못다한 사랑 등을 얼개로 인간의 희로애락,희망과 절망,삶과 죽음을 대비시키면서 화해를 모색하는 과정을 그렸다.7000원. ●‘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김훈 지음,생각의나무 펴냄) 소설가로 탄탄한 입지를 굳힌 저자가 언론인 시절 쓴 시론을 모은 것.‘아들아,다시는 평발을 내밀지 마라’는 제목을 개정했다.9500원. ●고전문학과 여성주의적 시각(정출헌·조현설·이형대·박영민 지음,소명출판 펴냄) 한국고전문학,한문학 연구자들이 자기 전공분야의 여러 텍스트를 페미니즘의 시각으로 해석.여성의 욕망과 능동성에도 주목했다.1만 7000원. ●아동문학의 현실과 꿈(김제곤 지음,창작과비평사 펴냄) 초등교사이자 아동문학평론가인 저자가 들려주는 동시,문학교육 등에 대한 생각.구전동요에서 동시의원형을 찾아 근대성의 논리에 갇힌 기존 한계를 극복.김용택·임길택 등의 작품 분석과 아동문학 작품론도 곁들였다.1만 2000원.
  • 이사람/’흰머리소년’ 원로 연극배우 권성덕

    서울 대학로 한 귀퉁이 허름한 건물의 4층 연습실.은발의 노배우가 연신 이마에 송골송골 맺히는 땀을 닦아내며 대사를 읊는다.차오르는 숨을 고르느라 간간이 맥이 끊기기도 한다. “어휴,이렇게 힘든 역할은 이제 더이상 못할 것 같아.대사도 잘 외워지지 않고….” 말은 그렇게 했지만 연습을 막 끝내고 너털웃음을 터트리는 그의 얼굴은 예순이 넘은 나이가 무색하게 해맑아 보였다.후배들이 붙여줬다는 ‘흰머리 소년’이란 별명이 괜한 말이 아니다 싶다. 배우 권성덕(63)씨.60년대부터 무대에 서기 시작해 40여년 넘게 우리 연극계를 굳건히 지켜온 대표적인 원로배우 중 한명이다.지난해 이해랑연극상을 수상한 기념으로 오는 12일부터 30일까지 학전블루소극장에서 ‘어느 노배우의 마지막 연기’ 공연을 준비 중이다. “주인공은 악극단 출신으로 신극이 등장하면서 뒷전으로 밀려난 삼류배우예요.난 악극은 안했지만 선배들이 졸지에 ‘딴따라’‘광대’로 전락하며 괄시당하는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봤습니다.그때 생각이 자꾸 떠올라 더러 눈물도 납니다.” 칠순 가까운 나이에 허름한 단칸방에서 쓸쓸한 삶을 살아가는 주인공의 고단한 초상은 배우로서뿐만 아니라 누구나 노년에 겪을 수 있는 무력감과 좌절감을 담아낸다.남몰래 연정을 느끼는 김밥집 과부,외지에서 극단을 꾸리는 아들이 그의 마지막 희망이지만 그마저 여의치 않다.“연극을 떠나 노인 문제로서도 생각할 거리가 많은 작품”이라고 권씨는 설명했다. 이 작품은 최근 건강이 악화된 극작가 이근삼씨를 위해 이씨의 대학 제자인 연출가 고승일(61)씨와 권씨가 의기투합한 무대여서 더 의미가 있다.신파극 무대에서 작은 배역만 전전하다 배우인생을 마감한 주인공과 달리 권씨는 TV스타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내실있는 이력을 다져왔다. 중앙대 연극영화학과를 다니다 학비가 없어 중도에 그만두고 연극 무대에 데뷔했다.극단 광장을 시작으로,민중극단,극단 자유,극단 가교를 거쳐 70년대 초 국립극단에 들어가 ‘괴테의 파우스트’‘옛날 옛적 훠어이훠어이’ 등 수많은 작품에서 주인공으로 무대에 섰다.94년에는 국립극단장을 맡아 극단 발전을 위해 애썼으며,이듬해 국립극단을 나온 뒤로는 극단 유,서울시립극단 등에서 젊은 후배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이런 왕성한 활동에 힘입어 동아연극상,한국연극상,예총 예술문화상 등 숱한 연기상을 수상했다.하지만 예순이 다 될 때까지 변변한 아파트 하나 장만하지 못해 전셋집을 전전해야 했던 넉넉지 못한 살림살이만은 작품속 주인공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번 공연에서 그는 1시간40분 내내 무대를 지켜야 한다.“이제 기력이 약해져 무대에 설 날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고 혼잣말을 하더니 금세 “배우에게 은퇴란 없어.몸이 움직이는 한 무대에 올라야지.”라고 스스로에게 다짐한다.일주일에 한번씩 겸임교수로 있는 지방대에 내려가 학생들과 ‘놀다 오는’일이 즐겁다는 그는 자신을 불러주는 무대가 있는 한 언제라도 기쁜 마음으로 달려갈 것이라고 했다. 이순녀기자 coral@
  • 책꽂이/경험으로서의 예술 外

    ●경험으로서의 예술(존 듀이 지음,이재언 옮김,책세상 펴냄) 예술은 모름지기 액자를 떠나 일상 속에서 체험돼야 한다고 주장한 미국 철학자 존 듀이.이 책에선 특정 개념이나 양식이 필요 이상으로 한 시대의 예술을 정의하고 있는 상황을 파헤친다.전통미학이 제시하는 미학적 내용들을 검토한다는 점에서 ‘미학에 대한 미학’의 성격을 갖는다.4900원. ●세계 최고의 여성 CEO 칼리 피오리나(조지 앤더스 지음,이중순 옮김,해냄 펴냄) 60년 전통의 보수적인 컴퓨터업체 휼렛패커드가 전격 발탁한 최초의 아웃사이더 CEO 피오리나의 도전과 승부를 기록.피오리나가 100대1의 경쟁을 뚫고 휼렛패커드 CEO가 될 수 있었던 것은 회사의 전략적 비전 결여와 ‘대기업병’인 무기력,변화에 대한 두려움을 날카롭게 진단했기 때문이다.그는 ‘완벽’이란 그물에 걸려 적기를 놓치고 마는 잘못을 고치는 데 힘을 쏟았다.1만원. ●프란츠 카프카의 고독(마르트 로베르 지음,이창실 옮김,동문선 펴냄) 작가 카프카 작품의 유일한 주제는 그 자신이었다.카프카는 다민족 국가였던 오스트리아 제국에서 유대인이란 국외자의 운명으로 살아야 했다.카프카의 텍스트는 종종 불투명하고 설명을 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카프카 자신이 모든 면에서 ‘불가능한 글쓰기’를 시도했기 때문이다.이 책은 카프카가 어떻게 이런 문제를 극복해 가는가를 밝힌다.1만 8000원. ●자살의 미술사(론 브라운 지음,엄우흠 옮김,다지리 펴냄) 자살의 역사는 편견의 역사다.괴테는 영국인을 두고 매일 옷을 갈아입어야 하는 지루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살하기도 하는 민족이라고 비꼬았다.자살학자 찰스 무어는 앉아서 일하는 직업과 육식을 자살의 한 원인으로 봤다.미술은 자살이란 죽음의 형식을 어떤 이미지로 묘사하고 해석해 왔을까.자살의 시각이미지들을 살핀다.1만 5000원. ●내 영혼의 리필(리처드 존슨 지음,한정아 옮김,열린 펴냄) 영적 활력을 잃지 않고 살 수 있도록 유도하는 12편의 묵상 모음.저자는 작가 주디트 비올스트의 책 ‘꼭 필요한 상실’을 인용,우리는 무엇인가를 잃을 때에만 성장할 수 있다는 역설적 진리를 전한다.저자에 따르면나이듦은 ‘축소 속의 성장’‘분열 속의 조화’혼란 속의 평화’를 이루는 과정이다.7500원. ●시는 붉고 그림은 푸르네1(황위평 엮음,서은숙 옮김,학고재 펴냄) 선진시대부터 청말과 현대에 이르기까지 2000여년에 걸친 중국 시와 회화의 발전상을 보여주는 시화감상서.상하이 교육방송에서 방영된 프로그램 ‘시정화의(詩情畵意)’를 책으로 옮긴 것으로,학생이 질문하고 스승이 대답하는 대화형식으로 꾸몄다.주나라의 ‘시경’에서부터 청말 담사동의 시까지,중국 최초의 백화에서부터 부포석과 진자장의 그림까지 한자리에 모았다.1만 5000원. ●호모 파버(막스 프리슈 지음,봉원웅 옮김,생각의 나무 펴냄) ‘독일의 카뮈’로 불리는 스위스 태생의 작가 막스 프리슈의 소설.기계문명의 노예로 전락한 현대인의 절망과 사랑을 그렸다. 라틴어 ‘호머 파버’는 기계인간이란 뜻.호모 사피엔스,즉 예지의 인간과 대립되는 말이다.예지의 인간이 ‘생각하는 인간’을 뜻한다면,호모 파버는 실용적인 것,기술적인 것,계산적인 것을 중시하는 인간을 상징한다.영화‘양철북’의 명장 폴커 슐렌도르프 감독의 영화 ‘사랑과 슬픔의 여로’의 원작소설.9500원.
  • 어린이 책 세상/ 숲이 어디로 갔지? 外

    ◆숲이 어디로 갔지?(베른트 베이어 글,유혜자 옮김) 환경 전문기자로 활동해온 독일 출신 작가가 짧은 환경 동화 9편을 묶어냈다.숲,돌멩이,떠돌이 개,도둑 고양이,고물 자동차,둥지잃은 참새 등 주변의 하찮은 사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생태환경의 소중함을 새삼 돌아보게 만든다.초등 3학년 이상.두레아이들.7500원. ◆태평양 횡단하기(정준규 글·그림) 레포츠를 소재로 어린이들에게 과학상식을 넓혀주는 만화시리즈 4번째.항해사인 엄마,빵집 주인인 아빠와 함께 요트로 태평양을 횡단하는 주인공 태평이가 생생한 바다에서의 현장학습 체험을 만화로 들려준다.레이더의 원리,배멀미 등 시시콜콜한 궁금증까지 풀어준다.초등 3∼6학년용.아이세움.7500원. ◆바위나라로 간 폰테 추장(정진채 글,유현아 그림) 멀리 남태평양의 화산섬을 무대로 한 국산 장편 창작동화.폴리네시아 신화에 등장하는 전설의 섬에서 무능한 왕과 욕심많은 신하,지혜로운 추장의 손자 폰테가 선과 악의 대립구도 속에서 엮어내는 판타지 모험담.초등 3∼4학년용.영림카디널.7500원.◆숫자가 마법에 걸렸어요(요한 볼프강 폰 괴테 글,볼프 에를부르흐 그림,채운정 옮김) 괴테의 ‘파우스트’를 읽고 독일 화가 볼프 에를부르흐가 상상력을 발휘한 그림책.‘파우스트’1부에 등장하는 마녀가 ‘마녀의 부엌’에서 한 말이 근거가 됐다.5가 오리가 되고 6이 고양이가 되는 등 마녀의 발상이 재미있다.4세까지.산하.8500원. ◆요정의 정원(메기 베이슨·루이스 캄포트 글) 화려한 꽃과 요정들이 갈피갈피를 메우고,표지가 360도 회전해 순식간에 요정의 정원으로 변하는 입체그림책.떡갈나뭇잎 왕자와 데이지꽃 요정의 사랑이야기를 통해 친구와 이웃의 소중함을 귀띔한다.3∼6세용.문예당.2만 9000원. ◆비가 왔어요(데이비드 섀넌 글·그림,창작집단 바리 옮김) 후두둑 비가 내리자 닭들은 홰를 치고 고양이는 야옹 울고 강아지는 멍멍 짖고 사람들은 아옹다옹 다투고….비가 그치자 공기는 상쾌해지고 하늘엔 무지개가 걸리고 사람들은 화해하고….날씨를 모티프로 자연과 사물의 변화를 정겹고 아름답게 묘사한 그림책.4∼7세용.중앙출판사.8000원.
  • 오피니언 중계석/ 이종영·김재인씨 ‘들뢰즈 논쟁’-들뢰즈와 파시즘 그 진실은

    ‘20세기 형이상학의 완성자’‘철학자 중의 철학자’로 불리는 들뢰즈.그러나 그는 한편으로 “프랑스 철학의 현장에 국외자로 서 있었고”(장 자크르세클) “큰 사상의 주변에서 기묘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드니 유이스망)는 평가도 받아왔다.이같은 상반된 평가는,무엇보다 독창적인 사유에도 불구하고 그의 저작이 매우 난삽해 읽어내기 힘들다는 데 기인한다.이런 맥락에서 들뢰즈의 철학은 그동안 여러 사조와 유행에 묻혀 자의적으로 해석돼 왔다. 최근 우리 지성계 일각을 달구는 ‘들뢰즈 논쟁’또한 그 연장선 위에 놓인다.‘진보평론’편집위원인 이종영씨가 계간지 ‘문학과 사회’58호에 ‘파시스트 들뢰즈와 가타리가 반(反)파시즘을 말하다’라는 글을 올리자 그 다음 호에 김재인(민예총 문예아카데미 강사)씨가 ‘파시즘과 비인간주의 사이에서 외면당하는 들뢰즈와 가타리’라는 제목으로 반론을 폈다.논쟁의 핵심을 짚어본다. 이씨는 들뢰즈와 가타리는 반(反)파시스트로서 자기의식을 갖고 있다고 해석한다.또 반대로 반 파시즘을 겉으로 내세우면서 은밀히 파시즘을 실천하는지도 모른다고 본다. 스피노자가 신의 이름으로 신을 부정했듯이,들뢰즈와 가타리는 ‘앙티 오이디푸스’와 ‘천 개의 고원’이라는 두 저작을 통해 그들의 파시즘을 드러내 보인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은 흔히 들뢰즈 철학과 적대 관계에 있는 것으로 간주된다.들뢰즈와 가타리의 ‘이론적’ 파시즘은 그들의 프로이트 비판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 그 비판의 핵심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다.‘천 개의 고원’에서 프로이트를‘의식과잉의 백치’라고 규정한 그들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실재를 부정한다.오이디푸스 콤플렉스야말로 프로이트의 ‘괴테적 고전의 교양’이 창작해낸 허구라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앙티 오이디푸스’에서는 태도를 바꿔,오이디푸스는 존재하지만 무의식의 산물은 아니라는 주장을 편다.그들의 비판은 이론적 비판과 실천적 비판 사이에서 사뭇 동요하는 모습을 보인다. 한편 김씨는 ‘문학과 사회’ 편집진이 급진적인 반(反)들뢰즈의 ‘표상’으로서 이씨의 글을 실은 의도에 동의한다.그렇지만 이씨가 초보적인 문헌작업마저 무시한 채 억측과 선입견만으로 논지를 전개한 것은 무리라는 입장이다. 철학은 개념의 정확성을 생명으로 한다.들뢰즈와 가타리에 따르면 철학은 개념을 창조하는 일이다.그러나 정작 들뢰즈에게는 개념을 마구잡이로,정의없이 사용한다는 비난이 쏟아진다. 이에 대해 김씨는 들뢰즈는 언제나 개념을 철학적으로 명료하게 사용하는 철학자라고 응수한다.들뢰즈의 서술이 집약적이고 생략이 많아 친절하게 느껴지지 않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김씨에 따르면 파시즘 논의는 인간주의의 틀에 갇히면 출발조차 하기 어렵다.그런데 이씨의 글은 처음부터 끝까지 비(非)인간주의에 대한 증오로 가득차 있다고 비판한다. 들뢰즈와 가타리의 핵심 논점은 ‘주체성을 결여한,맹목적으로 욕망하는 기계들의 분출’로,이씨에 의하면 이것은 결국 파시즘을 의미한다.그러나 김씨는 이같은 내적 논리로는 그들의 파시즘을 입증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파시즘 문제는 정치(精緻)하면서도 정치(政治)적인 논의를 요구한다. ‘욕망하는 기계들’이라는 표현은 원래 물질적 생산이라는 마르크스의 사상과 욕망과 무의식이라는 프로이트의 사상을 종합하고자 생겨난 개념이다. 한편 이씨는,김씨의 글에 재반론하는 성격의 글을 최근 인터넷에 올렸다.자신의 입장을 단편적으로 밝힌 이 글에서 그는 한국에서의 ‘이론적 우상숭배’는 상징적 질서의 구멍을 섣불리 메우려는 욕망에 근거해 성립한다고 지적한다. “공자·주자를 숭배하던 전통은 이제는 들뢰즈라는 우상을 만들어내는 데까지 이르렀다.문제는 논증적 질서에 익숙하지 못한 우리 학계의 풍토다.”라고 질타한다. 정리 김종면기자 jm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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