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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꽂이]

    [책꽂이]

    고장난 자본주의에서 행복을 작당하는 법(유병선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 사람의 가치를 우위에 두는 경제활동을 뜻하는 ‘사회적 경제’의 기본 원리와 새로운 대안을 살펴본다. 332쪽. 1만 5000원. 내 몸속의 우주(롭 나이트·브렌던 불러 지음, 강병철 옮김, 문학동네 펴냄) 우리 몸속에 사는 100조개의 미생물이 인간과 어떤 상호작용을 하는지, 왜 사람마다 다른 반응을 보이는지 탐구한 과학교양서. 184쪽. 1만 2800원. 괴짜 물리학(렛 얼레인 지음, 정훈직 옮김, 북라이프 펴냄) ‘슈퍼맨은 정말 펀치 한 방으로 사람을 우주로 날려버릴 수 있을까’와 같은 엉뚱한 질문에 대한 물리학적 답변. 388쪽. 1만 6800원. 신여성, 개념과 역사(김경일 지음, 푸른역사 펴냄) 1920년대 신여성의 출현은 한국사회가 근대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겪은 커다란 변화 중 하나다. 이들을 세대와 이념 등에 따라 집중 조명했다. 336쪽. 2만원. 학생에게 임금을(구리하라 야스시 지음, 서영인 옮김, 서유재 펴냄) 왜 대학 등록금이 공짜여야 하는지부터 교육의 기회균등이 갖는 철학적 의미, 실현 가능성을 특유의 유머와 재기로 들려준다. 312쪽. 1만 6000원. 나는 자라요(김희경 지음, 염혜원 그림, 창비 펴냄) 단춧구멍을 끼우고 양말을 신는 사소한 순간에도, 동생 대신 혼나 우는 억울한 순간에도 아이들의 몸과 마음은 자란다. 당연하지만 새삼스러운 깨달음이 잔잔한 수채 그림에 아름답게 담겼다. 44쪽. 1만 2000원.
  • 초반 “한국, 안보 무임승차”… “亞 동맹국과 방위비 논의” 물러서

    초반 “한국, 안보 무임승차”… “亞 동맹국과 방위비 논의” 물러서

    3일(현지시간) 미국 대선의 공화당 본선 후보로서 지위를 굳힌 도널드 트럼프 후보는 경선 레이스를 시작하기도 전부터 이미 외교 현안에 대한 ‘막무가내’ 발언으로 동맹국들을 놀라게 했다. 그는 2011년 3월 ABC방송 인터뷰에서 이미 “우리는 남한을 보호해주지만 그들은 아무런 돈도 내지 않는다”며 ‘안보 무임승차론’을 꺼냈고 이후 이를 계속 반복해 왔다. 하지만 경선 초반에만 해도 우리 외교부를 비롯, 외교가에서는 이를 ‘괴짜 아웃사이더’의 근거 없는 ‘막말’로만 치부할 뿐 더이상 신경을 쓰는 눈치가 아니었다. 그러나 경선 레이스가 진행되면서 트럼프의 인기가 치솟자 외교부도 점차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특히 그의 안보 무임승차론이 이후 주한미군 철수→한·일 핵무장 용인→한반도 전쟁 묵인 등으로 발전하자 외교부도 본격적인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에 지난 3월 29일에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주재한 실국장회의에서 2시간이 넘게 ‘대(對)트럼프 대책’을 논의했고 그 다음날에는 조준혁 대변인이 정례브리핑에서 “정부는 한·미 연합 방위력 유지 강화 그리고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 여건 제공을 위해 기여와 역할을 해오고 있다”고 트럼프의 주장을 정면반박했다. 동맹국 선거에 대한 개입이란 부담에도 불구하고 본격적인 대응 체제로 전환한 것이다. 이후 외교부는 외교부 본부, 재외공관은 물론 국내외 싱크탱크 등을 활용해 트럼프 측 외교안보 인사들과 접촉 면을 넓혀왔다. 이에 이날 공화당 경선 결과에 대해서도 외교부는 “예측했던 결과”라며 전보다는 차분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리스크’가 제법 오래된 얘기인 만큼 그간 어느 정도 대응 전략을 고민해온 데 대한 자신감도 일부 엿보였다. 외교부 관계자는 “후보들과 웬만큼 네트워크를 구축했고 공식적으로 발표한 자문단 외에 실제 어떤 사람들이 정책을 내놓는지 등을 파악해 그 사람들과도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외교부 관계자는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한·미동맹은 공고히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는 트럼프가 경선 과정에서 내놓은 발언은 이후 본선 과정에서 공화당 전문가들 손으로 다듬어질 것이란 기대도 작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외교부는 ‘최악의 상황’ 역시 가정해 대응 마련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관계자는 “다른 나라 선거에 대해 일일이 코멘트를 할 수 없다”면서도 “관련 동향은 꾸준히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공희정 컬처 살롱] ‘동네’에서 다시 시작하자

    [공희정 컬처 살롱] ‘동네’에서 다시 시작하자

    한때 동네는 신나는 놀이터였고, 따뜻한 집이었다. 학교에서 돌아와 숙제는 뒤로한 채 아이들과 골목을 누비며 놀았다. 송글송글 땀이 맺히고 가쁜 숨이 턱에 차오를 때쯤 누군가 부르는 소리에 우리들은 그 집으로 달려가 맛난 간식을 함께 먹었다. 낮은 담장 너머로 고만고만한 집들이 늘어선 곳, 우리는 그곳을 ‘동네’라 불렀다. 작지만 마당 한쪽엔 나무 한 그루쯤 있어 굳이 찾아가지 않아도 꽃 피고 지는 사계절을 볼 수 있었다. 볕 잘 드는 곳에 놓인 항아리에선 간장·된장·고추장이 익어 가는, 그런 곳이었다. 그러나 개발이란 이름 아래 동네는 사라지기 시작했다. 기억의 흔적조차 쫓아갈 수 없게 변해 버린 그곳엔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높은 아파트들이 들어섰다. 현관문만 열면 옆집이지만, 누가 사는지 쉽게 알 수 없었다. ‘누구네’라는 호칭보다 ‘몇 호집’이라는 숫자로 서로를 불렀다. 더 큰 세상, 더 풍요로운 일상을 꿈꾸며 미련 없이 모든 걸 내놓은 순간부터 변하기 시작한 동네. 우리가 찾는 큰 세상은 쉽게 보이지 않았고, 풍요로운 일상도 거저 얻어지지 않았다. 때로는 길을 잃고 헤매기도 했고 지쳐 돌아가고도 싶었지만, 돌아갈 동네가 없었다. 그런데 요즘 ‘동네’가 살아나고 있다. 37년 동안 일요일 낮 12시면 안방극장을 들썩이게 하는 ‘전국노래자랑’. 노래 좀 한다는 사람들은 무대에 올라 한껏 자신의 솜씨를 뽐내고 싶었다. 하지만 수백 명의 경쟁자를 물리쳐야 하는 치열한 예선 때문에 ‘동네 스타’들은 마음 졸이며 몇 날 밤을 뒤척였다. 이제 제작진이 이들을 찾아 나섰다. 이집 저집 숨겨 둔 사연 들어 가며 울고 웃다 보면 슬그머니 잊혀진 동네 모습이 보이는 듯했다. 일명 ‘동네 스타 전국방송 내보내기’, 상당히 감동적이다. ‘동네 변호사’도 있다. 소박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동네에 나타난 좌충우돌 괴짜 변호사. 동네 사람들 말은 무조건 믿어 주고, 법 없이도 살 사람들이 당한 억울함은 어떻게든 풀어 주려 했다. 그는 근엄하기 짝이 없는 판검사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았고, 돈으로 못 할 것 없다는 부자들 앞에서도 당당했다. 거창한 사회 정의보다 내 이웃의 삶이 소중하다 믿는 그를 사람들은 ‘동네 변호사’라 불렀다. 이런 사람 있는 곳이 진짜 동네구나 싶었다. 그뿐 아니다. ‘동네의 영웅’도 있다. 영웅들이 지키려고 한 것은 결국 일상의 행복과 평화였다. 누군가 그리울 때 슬며시 다가와 시시콜콜 이야기 들어 주고, 맛있게 익은 김치 한 조각 얹어 따뜻한 밥 한 그릇 나눠 먹을 수 있는 그런 일상. 그것을 지켜 주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영웅이라고 했다. 그 말도 일리 있어 보였다. 그런데 왜 갑자기 동네일까. 무엇이 우리로 하여금 동네를 찾게 한 것일까. 생각해 보면 동네는 우리 삶의 원점이다. 조금은 촌스럽고, 미성숙하고, 찌질하지만, 나와 내 이웃이 매일매일 부딪치며 숨쉬는 곳이다. 길을 잃었을 때 원점으로 돌아가면 어디로 가려 했는지 보이듯 동네엔 우리가 숨겨 놓은 인생 지도가 있다. 사실이 의견인 듯, 의견이 사실인 듯 엇갈리고, 참과 거짓이 아무렇지 않게 자리바꿈하는 세상에서 더이상 헤매고 싶지 않은 우리들은 그래서 동네를 찾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인생 지도 들고 다시 시작하기 위해서.
  • [영화 多樂房] ‘마이크롭 앤 가솔린’

    [영화 多樂房] ‘마이크롭 앤 가솔린’

    미셸 공드리 감독의 십대 시절은 어땠을까. ‘이터널 선샤인’(2004), ‘수면의 과학’(2005), ‘무드 인디고’(2013) 등에 녹아 있는 사랑과 기억, 이별에 대한 남다른 감수성은 그의 청소년기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현실과 환상을 능란하게 교차시키고 기쁨과 슬픔을 동시에 느끼도록 만들 줄 아는 창작자로서 영감의 원천이 질풍노도의 시기에 숨어 있으리라는 짐작도 호기심에 저울추를 더한다. 공드리 감독의 자전적 성장영화 ‘마이크롭 앤 가솔린’은 이러한 영화팬들의 관심에 대한 동화 같은 인터뷰집이라 할 수 있다. 영화의 톤 앤드 매너는 순수하고 착한 두 주인공만큼 밝고 따사롭다. 작고 섬세한 예술가 타입의 다니엘은 가솔린 냄새가 솔솔 풍기는 괴짜 전학생 테오에게 처음부터 호감을 느끼고 둘은 곧 단짝이 된다. 손재주가 뛰어난 두 사람은 버려진 모터와 고철 등으로 자동차를 만들어 여름방학 동안의 로드 트립을 계획한다. 그들이 만들어 낸 ‘집으로 위장 가능한 자동차’는 영화가 선보이는 또 하나의 매력적인 캐릭터로서 시선을 사로잡는다. 잔디깎이 모터와 널빤지들이 자동차가 되고 이내 창문과 화분이 달린 집으로 변모하는 과정도 흥미진진하지만, 자동차의 생로병사와 이들의 우정이 유사한 바이오리듬을 그린다는 점에서 상징성을 지닌 오브제이기도 하다. 영화의 마력은 단연 다니엘과 테오라는 싱그러운 십대들로부터 나온다. 이들은 강한 개성을 갖고 있음에도 끓어오르는 에너지를 외부로 분출하기보다는 그저 자신들의 세계를 구축함으로써 성장해 가는 인물들이다. 가령 사춘기 청소년들이 종종 이유 없는 반항이나 일탈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낸다면 이들은 그런 기재들을 외부의 자극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도구로만 사용한다. 두 사람의 로드 트립이 가출 성격을 띠고 있음에도 별로 위험하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이들은 세상에 대한 미움이나 분노가 아닌, 그 나이에 쟁취하기 어려운 ‘순전한 자유’를 위해 집을 나선다. 그러한 몸짓 자체가 성장으로 가는 여정에서는 유의미한 것이기에 어디서 멈추든 두 사람은 이미 목적을 달성한 것과 같다. 그러나 영화는 십대의 낭만이라는 이름으로 성장통이나 삶의 무거움을 무조건 덮어 버리려 하지 않는다. 이러한 태도는 영화 곳곳에 드러난다. 불면증이 있는 다니엘이 이른 아침 엄마와 아빠가 차례로 출근하는 소리를 들으며 몸을 뒤척이는 첫 장면에서는 열여섯 소년의 고독감이 슬쩍 묻어나고, 그토록 간절했던 첫사랑의 무상함을 느끼게 해 주는 쓸쓸한 장면도 등장하며, ‘죽음’의 실재적 경험 앞에 숙연해지는 모습도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드리 감독은 이런 삶의 무게들을 영화의 화사함과 쉴 새 없는 유머에 초연하게 녹여 낸다. 그것을 가볍게 여겨서가 아니라 십대라는 우리 생의 선물을 어둡게 포장하고 싶지 않아서였으리라. 그 따스한 배려와 감성의 온도가 참 고맙게 다가오는 작품이다. 15세 관람가. 31일 개봉. 윤성은 영화평론가
  • 치맥 대신 ‘치공’? 닭에 공룡다리 유전자 조작 성공

    치맥 대신 ‘치공’? 닭에 공룡다리 유전자 조작 성공

    오늘도 부장님은 부서 회식을 제안했다. 기러기 아빠는 늘 저 모양이다. 저녁을 함께 먹어줄 사람을 찾으면서, 그걸 또 법인카드로 해결하려는 얄팍한 심산이다. "오늘 별 약속 없는 사람들은 간단하게 '치공'이나 하지." 다들 얼굴이 이그러진다. 게다가 또 '치공'이다. '닭 몸통에 달린 공룡 다리'라니… '디노치킨' 정말 지겹다.나도 그 옛날 먹던 '정통 치맥' 먹고 싶은데… 없는 약속까지 급히 만들고 싶은 심경이다. 미래 어느날 회사 사무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묵시록적' 풍경이다. 닭다리 대신, 공룡 다리를 뜯어야 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우울한 직장인의 얘기다. 하지만 이는 엉뚱한 상상력만은 아니다. 최근 칠레대학 연구팀은 유전자 조작을 통해 닭의 배아에 닭다리 대신 공룡 다리와 유사한 것을 만드는데 성공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다소 엽기적으로 느껴지는 이번 연구는 닭의 다리 부분 형성에 관여하는 특정 유전자 1개의 활동을 인위적으로 억제해 이루어졌다. 그렇다고 영화 속에 등장하는 괴짜, 혹은 악당 박사가 뿜어내는 해괴한 상상력, 비윤리적인 창조물의 주인이 되려는 탐욕의 결과물은 아니다. 바로 조류 진화의 비밀을 풀고자 하는 것. 연구를 이끈 알렉산더 바르가스 박사는 "유전자 조작을 통해 공룡 다리를 가진 닭 배아가 만들어졌다"면서 "이는 닭 같은 조류가 공룡으로부터 진화했다는 가설을 증명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러 이론이 존재하지만 현대 조류는 공룡으로부터 수천 만 년에 걸쳐 서서히 진화된 결과라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이중 닭이 공룡의 가장 ‘직계 후손’ 이라는 주장도 있어 미국 등 서구 고생물학 연구팀은 닭의 배아를 이용해 공룡의 특성을 재현하는 소위 ‘역진화’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바르가스 박사는 "이번 연구는 새의 진화를 알 수 있는 것 뿐만 아니라 공룡으로부터 조류로 이어지는 과정을 알 수 있는 실험"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한편 지난해 5월 미국 예일대학 연구팀도 닭의 배아 속 부리 대신 그 자리에 수각류 공룡 벨로키랍토르(Velociraptor)의 코(주둥이)와 유사한 것을 만드는데 성공했다는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해외언론들은 이같은 닭에 ‘디노-치킨’(dino-chickens)이라는 그럴듯한 이름을 붙이기도 했다. 사진=포토리아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치맥 대신 ‘치공’? 닭에 공룡다리 유전자 조작 성공

    치맥 대신 ‘치공’? 닭에 공룡다리 유전자 조작 성공

    오늘도 부장님은 부서 회식을 제안했다. 기러기 아빠는 늘 저 모양이다. 저녁을 함께 먹어줄 사람을 찾으면서, 그걸 또 법인카드로 해결하려는 얄팍한 심산이다. "오늘 별 약속 없는 사람들은 간단하게 '치공'이나 하지." 다들 얼굴이 이그러진다. 게다가 또 '치공'이다. '닭 몸통에 달린 공룡 다리'라니… '디노치킨' 정말 지겹다.나도 그 옛날 먹던 '정통 치맥' 먹고 싶은데… 없는 약속까지 급히 만들고 싶은 심경이다. 미래 어느날 회사 사무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묵시록적' 풍경이다. 닭다리 대신, 공룡 다리를 뜯어야 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우울한 직장인의 얘기다. 하지만 이는 엉뚱한 상상력만은 아니다. 최근 칠레대학 연구팀은 유전자 조작을 통해 닭의 배아에 닭다리 대신 공룡 다리와 유사한 것을 만드는데 성공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다소 엽기적으로 느껴지는 이번 연구는 닭의 다리 부분 형성에 관여하는 특정 유전자 1개의 활동을 인위적으로 억제해 이루어졌다. 그렇다고 영화 속에 등장하는 괴짜, 혹은 악당 박사가 뿜어내는 해괴한 상상력, 비윤리적인 창조물의 주인이 되려는 탐욕의 결과물은 아니다. 바로 조류 진화의 비밀을 풀고자 하는 것. 연구를 이끈 알렉산더 바르가스 박사는 "유전자 조작을 통해 공룡 다리를 가진 닭 배아가 만들어졌다"면서 "이는 닭 같은 조류가 공룡으로부터 진화했다는 가설을 증명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러 이론이 존재하지만 현대 조류는 공룡으로부터 수천 만 년에 걸쳐 서서히 진화된 결과라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이중 닭이 공룡의 가장 ‘직계 후손’ 이라는 주장도 있어 미국 등 서구 고생물학 연구팀은 닭의 배아를 이용해 공룡의 특성을 재현하는 소위 ‘역진화’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바르가스 박사는 "이번 연구는 새의 진화를 알 수 있는 것 뿐만 아니라 공룡으로부터 조류로 이어지는 과정을 알 수 있는 실험"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한편 지난해 5월 미국 예일대학 연구팀도 닭의 배아 속 부리 대신 그 자리에 수각류 공룡 벨로키랍토르(Velociraptor)의 코(주둥이)와 유사한 것을 만드는데 성공했다는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해외언론들은 이같은 닭에 ‘디노-치킨’(dino-chickens)이라는 그럴듯한 이름을 붙이기도 했다. 사진=포토리아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한길 큰길 그가 말하다] 배명진 숭실대 교수

    [한길 큰길 그가 말하다] 배명진 숭실대 교수

    초등학교 때 소리 안 나오는 라디오에 미쳐 회로도 달달 외우고 전파상 취직 꿈꿨던 괴짜 용산공고 전자과 진학 금성사 실습 때 월급쇼크 뒤늦게 숭실대 입학 소리공학 연구로 세월호 선장 사형 증거잡기도 노벨상이 꿈 “저를 40대로 보는 사람이 아직은 좀 있죠.”(웃음) 지난 18일 서울 상도동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에서 만난 그는 TV 화면보다도 훨씬 젊어 보였다. 환갑을 앞둔 나이가 무색할 만큼 짙고 풍성한 모발을 갖고 있었다. “젊어 보여 좋으시겠다”고 하자 그는 한술 더 떠 서랍에서 자신의 30대, 40대, 50대 사진들을 꺼냈다. 그것들을 책상 위에 트럼프 카드처럼 늘어놓고는 “별로 안 변하지 않았느냐”며 익살맞은 눈짓을 보냈다. 그건 자기 전공 분야의 ‘효험’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다. ‘소리’와 함께하는 생활이 젊고 건강하게 사는 비결이라는 얘기였다. 10평 남짓한 배명진(59·전자정보공학부) 교수의 연구실 내부는 ‘소리를 내는 클립’ ‘소리 바람 소화기’ 등 그의 아이디어가 깃든 작품들로 움직이기가 불편할 정도였다. -나는 ‘괴짜’로 불리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도 그렇다. ‘소리공학의 대가’, ‘과학의 대중화에 앞장서는 학자’라는 찬사도 듣지만 부정적인 평가도 적지 않다는 걸 잘 안다. “TV에 너무 많이 나온다”, “지나치게 자기 자신을 부각시키려 애쓴다” 뭐 이런 것들이다. “저렇게 외부 활동하고 애들은 언제 가르치느냐”는 말도 단골로 듣는다. 그러나 과학자라면 모름지기 사람들이 궁금해하거나 불확실한 것들을 규명하는 데 막중한 책무를 느껴야 한다. 난 거기에 최선을 다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연구실에 있는 학자도 필요하고 대중과 소통하면서 실생활에서 과학의 저변을 넓히는 학자도 있어야 한다는 게 내 소신이다. 그리고 나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사실이 있다. 내가 제출하는 국제적 수준의 논문 편수가 최근에는 거의 매년 대학에서 전체 10위 안에 들었다는 사실이다. -“명진씨, 회로도에 맞춰 제대로 구성을 했는데도 안 되는데 이유가 뭘까.” 옆에 있던 ‘4년제 대졸 신입사원’ 형이 ‘고3 실습생’인 나에게 물었다. “형, 그건 이 부분에 문제가 있어서 그런 거예요.” 나는 거의 눈을 감고도 보이는 문제의 원인이 그분에게는 안 보였던 모양이다. 서울 용산공고 3학년 때인 1975년, 당시 서울역 앞에 있던 전자회사 금성사(현 LG전자)에 실습생으로 파견 나갔을 때 일이다. ‘4년제 대학을 나왔는데도 공고생인 나보다 한참을 모르네.’ -실습 생활을 3개월쯤 했는데 내가 원하면 금성사 정규직 사원이 될 수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충격을 받은 일이 있었다. 한양대 공대를 졸업한 신입사원 형의 월급봉투를 우연히 보게 됐는데 봉투 겉면에 ‘14만 5000원’이 찍혀 있었다. 내가 정사원이 되면 받을 초임(4만 5000원)의 3배가 넘는 금액이었다. ‘고졸’이냐 ‘대졸’이냐의 차이 때문에 평생 엄청난 처우 불평등을 안고 살아야 한다는 건 참기 힘든 일이었다. ‘자격증과 실력이 전부가 아니다. 나의 미래를 위해서는 학력이 필요해.’ 종로에 있던 대입학원 야간반에 등록했고 1977년 숭실대 전자과에 들어갔다. -1957년 내가 태어났을 때 가족들은 너무 약하고 볼품없어 얼마 못 가 죽을 걸로 알았다고 한다. 다리에 힘이 없어 아장아장 걸어 다닐 나이에도 외할머니의 등에 업혀 지냈다. 두 살 때까지 업혀만 있던 결과가 지금의 ‘팔(八) 자’형 다리다. 지금의 내 이름 ‘명진’(明振)은 다섯 살 되던 해 시주를 받으러 온 스님이 지어 주셨다고 한다. ‘밝을 명(明)’에 ‘떨칠 진(振)’. 결국 ‘소리로 세상을 밝게 만들라’는 이름대로 소리공학자가 된 것인지. 당시 스님이 “나중에 잘되면 다 내 덕이오”라고 했다는데 그를 만나지는 못했다. -어린 시절 소백산맥 기슭의 경북 예천은 세상과 단절된 곳이었다. 아버지는 고장 난 라디오나 재봉틀 같은 기계를 수리하는 일을 하셨다. 늘 풍기던 기름내가 지금도 기억난다. 당시에는 트랜지스터라디오만 갖고 있어도 좀 사는 집 축에 들었다. 미제 제니스 라디오는 쌀 수십 가마니와 바꿀 정도로 비쌌다. 나는 아버지가 고치는 라디오에 푹 빠졌다. 조그만 사람이 라디오의 작은 통 안에서 기어 나올 것만 같았다. “거기서 아무도 나오지 않아.” 어른들은 놀렸지만 나는 늘 라디오 앞에서 턱을 괴고 뭔가를 기다렸다. 그 모습이 귀여웠는지 군에서 막 제대한 막내 외삼촌이 ‘광석 검파 라디오 키트’를 사 줬다. 나의 첫 라디오였다. 그러나 조립이 잘됐는데도 소리는 먹통이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고도 2년간 ‘왜 소리가 안 날까’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지고 답했다. 고민과 실험은 그 자체로 즐거움이었다. 라디오를 전깃줄에 이으면 될 거라는 누군가의 말에 방석을 10장 겹쳐 놓고 그 위에 올라가 집 안에 있던 전깃줄 피복을 벗겨 연결했다가 감전돼 죽을 뻔하기도 했다. 궁금증은 한참 후에야 풀렸다. 예천의 고립된 지형이 문제였다. 안동 방송국이나 점촌 중계소에서 전파를 받아야 하는데 두 곳 모두 우리 집에서 30㎞ 이상 떨어져 있었다. 광석 검파 라디오의 전파 수신 범위는 기껏해야 5㎞였다. 하지만 라디오와 몇 년을 씨름한 덕에 내부 회로를 눈 감고도 그릴 정도가 됐다. -그 실력은 중학교에서 빛을 발했다. 예천중 2, 3학년 때 정부에서 주관한 전국 라디오 조립 경연대회에서 연달아 우승을 차지했다. 중학교를 마칠 즈음 나는 독학으로 세계적인 발명왕이 된 에디슨처럼 되고 싶었다. 고등학교에 진학할 필요성이 느껴지지 않았다. 워낙 빈한한 집안이라 공부를 그만두겠다는데 말리는 사람도 없었다. “에디슨처럼 되려면 일단은 전문가의 밑에 들어가야 해.” 예천읍내 전파상을 찾아갔다. “저를 조수로 받아 주세요.” 전파상 주인은 “밥 좀 더 먹고 오라”며 코웃음을 쳤다. 일단 고등학교 졸업장은 받아 놓기로 했다. -1972년 대구의 한 고등학교에 들어갔다. 그러나 금호강을 건너가야 나오는 학교까지는 걸어서 2시간 30분이 걸렸다. 어릴 때부터 약했던 두 다리가 버티지 못했다. 몇 달 후 학교를 그만뒀다. 집에서 빈둥거리며 라디오나 만지작거리고 있는데 누나가 서울의 구로공단에 취직을 하게 됐다. 누나를 따라 서울로 왔다. 신림동에 3평 남짓한 월세방을 얻었다. 당시 누나 월급이 1만원이었는데 월세로만 7000원이 나갔다. 빠듯한 생활이었다. 시골에서 가난하면 산과 들에 캐거나 따 먹을 거라도 있지만 도시 빈민에게는 그런 호사도 주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마음속에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예천 촌놈에게 번화한 서울은 그 자체로 커다란 매력이었다. 계속 여기에서 살고 싶었다. 그러려면 배워야 했다. -원래 못하는 공부는 아니었기 때문에 서울살이 시작 이듬해인 1973년 용산공고 전자과에 들어갔다. 영어와 수학은 좀 부담스러웠지만 과학은 늘 1등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힘을 자격증 취득에 쏟아부었다. 고등학교 다니며 딴 자격증이 아마추어 무선사 등 14개에 이른다. 국가기능올림픽에 출전해 2위에 입상하기도 했다. -금성사의 ‘월급봉투 충격’ 때문에 우발적으로 시작한 대학 공부였지만 재미는 상상 이상이었다. 특히 실무를 아니까 책과 강의가 눈과 귀에 쏙쏙 들어왔다. 상당수는 내가 직접 만져 보고 고쳐 본 것들이었다. 새벽에 도서관 문이 열릴 때 들어가 한밤중 문이 닫힐 때 나왔다. 등록금은 학기마다 과 수석을 놓치지 않았기 때문에 장학금으로 충당할 수 있었지만 생활비는 해결되지 않았다. 대학생 과외 공부 아르바이트가 금지돼 있던 시절, 나는 동네 가전제품 수리 아르바이트를 했다. 발명연구실의 ‘조수’가 되겠다던 꿈을 대학교의 ‘교수’로 수정한 것은 입학 후 그리 오래지 않아서였다. -1981년 서울대 대학원에 합격했다. 숭실대에 전자과가 생기고 나서 첫 서울대 대학원 입학이었다. 학비가 다른 사립대학의 5분의1 정도밖에 안 되는 게 너무 좋았다. 하지만 대학원 생활은 시작부터 피 말리는 경쟁의 연속이었다. 우리 연구실의 7명 중 단 2명에게만 박사 과정 진학 기회가 주어졌다. 영어, 수학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했던 나는 논문이나 특허, 강의 경력에서 승부를 보기로 했다. 서울역 인근 남영동삼거리에 있던 한국전파학원에서 ‘기사 시험 전문반’ 강사로 나섰다. 강사료로 시간당 2만 5000원을 받았는데, 20대 중반 가난한 대학원생의 형편이 활짝 펴지는 순간이었다. 결국 나는 1983년 통신 분야의 거성으로 불리던 안수길 교수님에 의해 박사 과정 합격자 2명 중 1명으로 낙점됐다. -나는 ‘교수’보다 ‘소리공학자’로 불리기를 원한다.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의 소리박사라는 말이 참 듣기 좋다. 1992년 숭실대 교수로 오면서 소리공학연구소라는 간판을 달았는데 ‘소리공학’이라는 우리말 자체를 처음 만든 사람이 나였다. 소리공학연구소는 2008년 개인연구소의 지위에서 대학 공식 연구소로 격상됐다. -1983년 숭실대 시간강사 시절 사귄 교직원과 이듬해 결혼을 해 딸 둘을 얻었다. 딸들은 많은 연구에 모티브를 제공했다. 무수한 발명품 중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것도 ‘부모 목소리 동화 구연 시스템’이다. 첫째가 다섯 살, 둘째가 세 살 때였는데 내가 들려주는 옛날이야기에 빠져 있었다. 성우의 멋진 목소리보다 아빠의 허스키한 목소리를 더 좋아했는데, 성우들이 녹음한 목소리를 엄마, 아빠의 목소리로 바꿔서 들려주는 장치였다. 최근 발명한 ‘소리 바람 소화기’도 애착이 간다. 상품화를 진행 중이다. 소화기를 켜면 큰 소리가 나오는데 이 소리가 화재를 진압한다. -소리공학을 활용한 사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이다. 2005년 소리 분석을 해 보니 저격범 문세광의 총이 아니라 경호원의 총에 육 여사가 서거했다는 결론이 도출됐다. 성덕대왕신종(에밀레종)이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는 이유가 중년 남성의 목소리와 닮아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 파도가 칠 때마다 조약돌이 구르며 내는 몽돌 소리가 스트레스를 감소시켜 준다는 이론 등도 기억에 남는다. -재미있는 연구도 좋아해 가끔 엉뚱하다는 소리를 듣는다. 나이가 들면 왜 트로트를 좋아할까. 원인은 사람의 청력이 1년에 1%씩 늙기 때문이다. 20~30년 지나면 20~30% 노화된다. 노화는 저음화를 의미한다. 10대는 1만 8000헤르츠를 듣지만 20대는 1만 6000헤르츠를 듣고 30대는 1만 4000헤르츠까지만 들을 수 있다. 트로트는 저음의 미학이다. 내 꿈은 여전히 노벨상을 받는 것이다. 사람들은 웃기도 하지만 나름대로 생리의학상 분야로 노벨상을 노리고 있다. 소리로 건강을 관리하는 방법을 실험 중이고 관련 논문들도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 일명 ‘불로음’(不老音)이다. -‘세월호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다. 우리의 공학적 연구 결과를 보고한다. 그동안에도 우리 연구팀의 소리 연구는 세월호 수사에 많은 도움을 줬다. 팬티 바람으로 퇴선하던 선장 뒤로 바람 소리에 날리는 세월호 안내 방송이 어렴풋이 들리는데 선장은 법정에서 “퇴선 명령을 안내 방송으로 내렸다”고 했지만 우리가 소리를 분석하니 “안전한 선내에서 대기하라”는 내용으로 결론 났다. 2심 재판에서 선장에게 사형이 선고된 결정적인 증거가 됐다. 이달 말 우리 연구소팀이 맡은 세월호 조사가 끝이 난다. 다음에는 국립중앙도서관과 요절한 가수들의 목소리를 복원하는 작업을 진행할 것이다. ‘애수의 소야곡’을 부른 남인수, ‘목포의 눈물’ 이난영, ‘돌아가는 삼각지’ 배호 등인데 요절해서 가짜 앨범이 너무 많다고 한다. 자세히 감정해 볼 생각이다.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가 어떻게 하면 매력적인 목소리를 가질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귀로 듣기에 좋은 목소리는 성대 주파수로 말하면 남자는 110~130헤르츠, 여자는 210~240헤르츠 정도의 중저음이다. 특히 남자는 저음의 울림과 함께 안정감과 부드러움을 느낄 수 있는 목소리, 여자는 밝은 음색의 목소리를 선호한다. 남자나 여자 모두 말을 할 때 톤에 변화를 주고 리듬감 있게 발음하면 듣는 사람이 정감을 느낄 수 있다. 좋은 목소리는 선천적으로 타고날 수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좋은 목소리를 만들려는 노력이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사진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배명진 숭실대 전자정보공학부 교수는 이름조차 생소했던 ‘소리공학’을 국내에 도입하고 개척한 음향 분야의 최고 전문가다. 1992년 소리공학연구소를 설립해 과학적, 공학적으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세계 3대 인명사전인 미국 ‘마퀴스 후즈후’에도 이름을 올렸고, 지금까지 국내외에 1500여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특히 그는 자신의 연구 성과를 방송이나 인터뷰, 저서 등을 통해 대중에게 알리고 함께 호흡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간혹 연예인으로 오해받기도 한다. ‘스펀지’ ‘TV동물농장’ ‘위기 탈출 넘버원’ 같은 TV 프로그램에 자주 나왔기 때문이다. 저서로 ‘소리로 읽는 세상’ ‘소리이야기’ 등이 있다. ▲1957년 경북 예천 출생 ▲예천중, 용산공고, 숭실대, 서울대 석·박사 ▲호서대 전자공학과 조교수, 숭실대 전자정보공학부 음성통신전공 교수 ▲한국음향학회장.
  • 미셸 공드리표 낭만동화 ‘마이크롭 앤 가솔린’ 31일 개봉

    미셸 공드리표 낭만동화 ‘마이크롭 앤 가솔린’ 31일 개봉

    영원한 몽상가 미셸 공드리 감독의 소년 성장기 ‘마이크롭 앤 가솔린’이 오는 31일 국내 개봉된다. 미셸 공드리 감독은 ‘수면의 과학’, ‘무드 인디고’, 그리고 최근 재개봉한 ‘이터널 션샤인’으로 국내에 두꺼운 팬층을 보유하고 있다. 마음에 깊은 잔상을 남기는 특유의 영상미와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서 자신만의 세계를 그려내는 감독으로 유명하다. 미셸 공드리 감독의 신작 ‘마이크롭 앤 가솔린’은 그의 자전적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평범함을 거부하는 두 괴짜 소년 다니엘(마이크롭)과 테오(가솔린)는 첫 만남에 서로의 특별함을 알아보고 단짝이 된다. 여름방학을 맞이하면서 이들은 프랑스 전국을 누비는 로드 트립(자동차 여행)을 계획한다. 가진 건 고철상에서 주운 잔디 깎기 모터와 널빤지뿐이지만, 그럴싸한 시크릿 드림카가 완성된다. 이후 대책은 없고, 낭만만 있는 열여섯 두 소년이 좌충우돌 로드 트립을 시작된다. 사춘기 시절 누구나 하나쯤은 가진 고민을 두 주인공도 지니고 있다. 다니엘의 고민은 같은 반 친구 로라를 짝사랑하고 있는 것. 그녀 주위를 맴돌기도 하고 호기롭게 대시를 해보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테오를 괴롭히는 고민은 고리타분한 아빠와 무신경한 엄마의 태도다. 이러한 고민을 안고 있는 이들의 여행은 과연 어떤 돌파구를 마련해 줄지 호기심을 자아낸다. 이 작품에서 단연 눈에 띄는 것은 두 주인공의 독특한 별명이다. ‘마이크롭’은 작다는 뜻으로 또래들보다 작은 키와 곱상한 외모를 가진 다니엘의 별명이다. 골동품점을 운영하는 아버지를 돕느라 몸에서 늘 가솔린 냄새가 풍기는 테오는 전학을 오자마자 ‘가솔린’이라는 별명을 얻는다. 자신의 마음을 그림을 통해 표출할 줄 아는 다니엘이 감수성 풍부한 소심한 예술가라면, 테오는 할 말은 해야 직성이 풀리는 자신만의 확고한 이상을 가진 꼬마 철학자다. 언뜻 보기엔 너무나 다른 둘이지만 바로 앞도 예측할 수 없는 다이나믹한 여정 속에서 마이크롭과 가솔린은 서로에게 의지하며 성장한다. 별명만큼이나 남다른 매력을 풍기는 다니엘과 테오의 흥미진진한 성장 드라마 ‘마이크롭 앤 가솔린’은 오는 3월 31일 개봉 된다. 사진 영상=안다미로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커버스토리] 알파고의 아버지 “인공지능, 인간 창조성·의식까지도 이해할 것”

    [커버스토리] 알파고의 아버지 “인공지능, 인간 창조성·의식까지도 이해할 것”

    “인공지능은 조수… 결정은 인간의 몫 강력한 기술… 책임감·윤리의식 필요” “다른 모든 강력한 기술과 마찬가지로 인공지능(AI)도 도덕적이고 책임감 있게 사용돼야 합니다. 인간의 수준에 도달한 인공지능은 아직 수십년도 더 먼 이야기지만 지금부터 토론을 시작해야 하겠죠.” 바둑을 정복한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는 전 세계를 ‘AI 충격’에 빠지게 만들었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하는 암울한 미래의 서막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11일 대전 유성구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본원에서 ‘알파고의 아버지’ 데미스 허사비스(40)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는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입을 열었다. “인간이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건 기술을 통해 도움을 받기 위해서입니다. 인공지능도 마찬가지입니다. 인공지능을 조수처럼 활용하고 최종 결정은 인간이 내리면 됩니다.” “인간은 더이상 스스로 선택할 필요 없이 인공지능에 의존하게 되는 것 아닌가”라는 한 학생의 질문에 그가 내놓은 대답이다. 허사비스는 이날 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공학과가 주최한 석학 특별초청 세미나에 강연자로 나섰다. 최근 며칠 사이 전 세계에서 가장 경이로운 인물로 떠오른 그답게 수백명의 학생과 교수, 취재진이 몰렸다. 강연이 열린 정문술빌딩 드림홀은 발을 딛고 서기도 힘들 정도였고, 강연장 밖에는 안에 들어가지 못한 학생들이 줄지어 선 채 강연을 들었다. ‘인공지능과 미래’를 주제로 한 이날 강연에서 그는 인공지능 회사 딥마인드의 설립과 성장 과정, 연구 성과들을 발표했다. 그는 딥마인드의 연구 목표를 “첫째는 지능이 무엇인지 풀어내는 것, 둘째는 그 지능을 통해 모든 문제를 푸는 데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딥마인드가 개발하는 것은 인간이 입력한 데이터를 모두 탐색해 답을 내리는 좁은 의미의 인공지능이 아닌, 스스로 지식을 학습함으로써 유연성과 창조력을 갖춘 ‘범용 인공지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계가 스스로 학습하며 터득해 나가는 ‘딥러닝’ 기법을 적용해 컴퓨터가 스스로 픽셀 게임을 반복하며 ‘고수’가 된 실험 결과를 공개하기도 했다. 딥마인드는 알파고를 의료와 로봇, 스마트폰 등에 적용할 계획이다. 그는 “인공지능을 실제 세계에 적용하면 빅데이터와 기후, 질병, 유전학, 물리학,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분야의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인간의 다양한 수수께끼들, 정신과 꿈, 창조성, 어쩌면 의식까지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976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난 허사비스는 13세 때 ‘체스 신동’으로, 17세 때 게임 개발자로 이름을 날렸다. 영국의 명문 케임브리지대에 진학해 컴퓨터공학을,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에서 인지신경과학을 전공한 그는 2010년 인공지능 기술 회사인 딥마인드 테크놀로지를 설립했다. 딥마인드는 2014년 구글에 4억 달러(약 4322억원)에 인수됐다. 독특한 이력 탓에 ‘괴짜 천재’라 불리는 그는 유머 감각도 수준급이었다. 연단 앞에 서기 전 활짝 웃으며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청중들의 사진을 찍는가 하면, 강연 마지막에는 프레젠테이션 화면에 ‘채용중!’(We’re hiring!)이라는 제목과 함께 구글 채용 공고를 띄우며 학생들의 폭소를 자아냈다. 대전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김균미의 빅! 아이디어] 트럼프 돌풍과 미 언론들의 ‘반성문’

    [김균미의 빅! 아이디어] 트럼프 돌풍과 미 언론들의 ‘반성문’

    싸움 구경하는 것만큼 재미있는 것도 없다고 한다. 지금 미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은 어지간한 드라마보다 훨씬 흥미진진하다. 주인공은 물론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69)다.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며 좌중을 쥐락펴락하고 있다. 미 역사상 주요 정당 최초의 여성 대통령 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트럼프의 그늘에 가려 존재감마저 미미하다. 현재 미국 언론과 정치권은 트럼프 대세론이 어떻게 굳어지게 됐는지 복기하느라 여념이 없다. 지난해 6월 16일 공화당 대선 경선 출마를 선언하고 후보 토론에 참가했을 때만 해도 괴짜 부동산 재벌의 허세 정도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미 공화당 지도부와 언론들. 심지어 올 들어서도 전국 평균 지지율이 1위를 달린다는 조사 결과에도 ‘트럼프 현상’을 과소 평가해 온 이들은 지난 1일 치러진 슈퍼 화요일 대회전에서 트럼프가 압승하자 뒤늦게 난리를 떨고 있다. 일부 공화당 의원들과 주요 인사들은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되면 차라리 힐러리를 찍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2008년과 2012년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존 매케인 상원의원과 밋 롬니가 공개적으로 트럼트를 반대하고 나섰다. 보수 성향의 단체들은 오는 15일 공화당 경선의 분수령이 될 미니 슈퍼 화요일을 앞두고 반트럼프 총공세를 펴고 있다. 트럼프는 현재 경선이 치러진 15개 주 중 10곳에서 승리해 338명의 대의원을 확보했다. 이는 전체 688명의 46%다. 이어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 226명, 마코 루비오(플로리다) 상원의원이 110명의 대의원을 각각 확보했다. 트럼프가 확보한 대의원 수 338명은 후보로 확정되는 데 필요한 매직넘버 1237명의 27%에 해당한다. 15일부터 승자독식 방식으로 경선이 치러지기 때문에 그전까지 기세를 꺾지 않으면 트럼프의 대선 후보 확정은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 된다는 데 공화당 지도부의 고민이 있다. 미국의 관심은 ‘왜, 누가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내버려 뒀느냐’와 과연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후보로 지명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느냐에 쏠려 있다. 이와 관련해 언론과 공화당 지도부에 비난의 화살이 집중되고 있다. 미 언론들 스스로 제4부로서 검증과 견제라는 제 역할을 했는지 반성하고 있다. 미국의 정치전문 매체인 폴리티코는 지난 1일자 ‘우리 모두가 틀렸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언론과 정치 전문가들의 예측이 왜 다 빗나갔다는지 짚어 보고 있다. 리얼클리어폴리틱스도 ‘트럼프의 부상과 검증에 실패한 언론’이라는 제목을 글을 내보냈다. 요지는 언론 환경이 바뀐 탓도 있지만 후보들의 자질과 공약을 검증해야 할 언론이 시청률과 클릭 수에 매달려 돌출 발언과 행동 등을 과도하게 다루면서 트럼프를 실제 이상으로 키워 놓았다는 자기 반성이다. 지난해 8월 24일부터 9월 4일까지 2주간 CNN의 주중 프라임타임대 후보별 노출 시간이 트럼프가 180분(77.57%)으로 압도적으로 길었고, 루비오와 크루즈가 각각 6분(0.80%)과 3분(0.35%)에 불과했다는 미디어리서치센터의 자료가 이를 뒷받침한다. 이 같은 비판에 검증에 소홀하지 않았다는 주류 언론들의 반론은 기성 언론의 한계만 확인시킬 뿐이다. 또한 공화당 지도부가 트럼프 현상을 간과했을 뿐 아니라 관여했더라도 결과는 마찬가지였을 것이라는 분석은 과대 포장된 기성 정치권의 현주소라는 생각이 든다. 이는 앞으로 전개될 상황에서 당 지도부가 정치력을 발휘할 여지가 많지 않다는 전망과 맞닿아 있어 주목된다. 이런 가운데에도 밑바닥 민심과는 괴리된 채 온갖 경우의 수만 들어 가며 트럼프 대세론을 저지하려는 공화당 지도부와 일부 보수 정치단체들. 흐름을 바꿔 놓을 수 있다는 기득권층의 ‘오만’은 트럼프를 지지하는 성난 유권자들로부터 역풍을 맞을 수 있다. 반트럼프 연대가 성공할지, 아니면 트럼프가 대세론을 굳힐지, 트럼프로 인해 높아진 공화당 지지층의 투표율을 어떻게 대선으로 연결시킬지 예측 불허의 미 공화당 경선 드라마 다음 편이 기다려진다. 편집국 부국장
  • 버진 갤러틱 새 우주선 공개…민간인 우주여행 활짝

    버진 갤러틱 새 우주선 공개…민간인 우주여행 활짝

    영국의 괴짜 억만장자 리처드 브랜슨 회장의 우주여행 사업이 점차 현실이 되고있다.지난 19일(현지시간) 브랜슨 회장이 설립한 우주여행사 버진갤럭틱이 관광객을 실어나를 새 우주선을 공개하고 다시 '시동'을 걸고 나섰다. 미국 캘리포니아 모하비 사막의 격납고에서 공개된 이 우주선의 이름은 'VSS 유니티'(Virgin Space Ship Unity)로 기존 우주선 ‘스페이스쉽2’를 개량한 것이다. 이번 발표가 의미있는 것은 지난 2014년 10월 말 테스트 도중 발생한 사고 이후 공개적인 첫 행사이기 때문이다. 당시 우주선 ‘스페이스쉽2’는 모하비 항공우주기지에서 시행비험 도중 폭발해 부조종사 1명이 사망하고 조종사 1명이 중상을 입는 대형사고를 냈다. 이후 일부 예약자가 여행을 취소하는 것은 물론 안전성 문제가 도마에 오르며 버진갤럭틱의 야심찬 우주여행 사업은 좌초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회사 측은 이번에 새롭게 개량된 'VSS 유니티'를 내놓고 올해 연말 다시 시험비행에 나설 뜻을 밝혔다. 이날 흰색 SUV를 타고 영화배우처럼 행사장에 나타난 브랜슨 회장은 "몇 달 안에 새 우주선이 이륙하게 될 것"이라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안전성을 확보했다"고 자신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새 우주선 VSS 유니티는 기존 모델과 외형은 비슷하나 안전성이 대폭 강화했으며 2014년 사고도 기기 결함이 아닌 조종사의 실수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이날 행사에는 영국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석학 스티븐 호킹 박사의 메시지도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호킹 박사는 "만약 리처드 회장이 나를 데려간다면 나도 우주로 향하게 될 것"이라면서 "우주여행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매우 자랑스럽다"며 축하했다. 실제 버진갤럭틱은 민간인의 우주여행을 모토로 삼고있다. 우주여행의 첫 고객은 브랜슨 회장과 그의 가족으로 호킹 박사를 비롯한 배우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 등 유명인 700여명이 이미 예약을 마친 상태다. 그러나 여행가격은 1인당 25만 달러(약 3억원)로 상상을 초월한다. 우주선을 탄 여행객들은 110km 상공까지 올라가 5분 간 무중력 체험을 할 수 있으며 총 여행시간은 단 2시간이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미녀삼총사’ 제작진의 화제작 ‘퀸카가 아니어도 좋아’ 예고편

    ‘미녀삼총사’ 제작진의 화제작 ‘퀸카가 아니어도 좋아’ 예고편

    ‘미녀 삼총사’ 제작진이 선보이는 유쾌한 로맨틱 코미디 ‘퀸카가 아니어도 좋아’가 오는 23일 국내 관객을 찾는다. 주인공 비앙카(메이 휘트먼)는 언제나 당당하고 거칠 것 없는 매력을 지닌 캐릭터다. 그런 그녀가 자신이 친구들에게 ‘더프(못생기고 뚱뚱한 들러리)’로 통한다는 얘기를 듣고 충격에 빠진다. 이후 비앙카는 존재감 없는 자신의 모습을 당당하게 인정하면서, 스스로 자존감을 회복하는 과정을 유쾌하고 흥미롭게 그렸다. ‘퀸카가 아니어도 좋아’는 모바일과 SNS로 소통하는 요즘 세대의 일상을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그려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미국 개봉 당시 10대, 20대 관객들에게 높은 공감을 이끌어내며 미국에서만 제작비의 4배 이상의 수익을 거둬들였다. 개봉에 앞서 공개된 예고편에서 SNS 세대의 일상과 주인공 비앙카 캐릭터를 엿볼 수 있다. 학창시절 당연시 분류되는 공주, 운동선수, 괴짜, 왕따 등의 무리에서 주인공 비앙카는 자신이 더프라는 새로운 부류의 왕따라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는다. 이어 그녀는 ‘들러리 부류의 세계’를 이해하게 되면서 절망에 빠진다. 하지만 자신의 들러리 인생을 마감하고자 고군분투하는 비앙카의 모습과 함께 ‘내 안의 용기를 깨워라’라는 카피는, 그녀가 어떻게 새롭게 태어날 수 있을지 궁금케 한다. 영화의 배급사 와이드 릴리즈 측은 “셀카, 모바일,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SNS가 일상화되어 있고, 사이버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된 요즘 세대들에게 폭넓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모바일 세대의 맞춤영화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2월 25일 국내 개봉 사진 영상=와이드 릴리즈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마이클 베이, 벵가지 테러 사건 다룬 ‘13시간’ ☞ 수상한 그녀’ 심은경 주연 ‘널 기다리며’
  • [씨줄날줄] 조폭의 수입/임창용 논설위원

    [씨줄날줄] 조폭의 수입/임창용 논설위원

    형사정책연구원이 조직폭력배(조폭)의 운영 실태를 조사한 보고서를 공개했다. 조사 대상자의 37%가 월 100만원도 벌지 못한다는 대목이 눈길을 끈다. 궁금한 건 더 있다. ‘그럼 뭣 때문에 남아 있는 거지?’ 영화 ‘조폭 마누라’의 신은경이나 ‘넘버3’의 한석규 정도는 아니라고 해도 검은 양복 차림의 조직원들처럼 어깨에 힘주고, 돈도 웬만큼은 쓰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섣부른 것일까. 10여년 전 스티븐 레빗이란 시카고대 경제학 교수가 ‘괴짜 경제학’이란 책을 내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 기존의 상식과 통념을 깨는 세상 읽기로 사회현상을 설명해 극찬을 받은 책이다. 책 내용 중 미국의 한 갱단, 우리로 치면 조폭의 운영 생리를 명쾌하게 분석한 대목이 있었다. 1989년 시카고대의 한 사회학도가 시카고의 빈민가를 무대로 운영돼 온 ‘검은 갱스터 사도단’이란 갱단의 한 지부 장부를 분석한 내용이다. 이 갱단은 코카인을 가공한 마약인 크랙 판매를 주수입원으로 하는 조직이었다. 4년간의 기록을 담은 장부에서 레빗이 가장 주목한 부분이 바로 수입 배분이었다. 이 지부 보스는 3명의 중간 보스와 50여명의 ‘땅개’(거리에서 크랙을 파는 조직원)를 거느리고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월 8500달러의 순이익을 챙겼다. 3명의 중간 보스에겐 총 2100달러를, 나머지 땅개들에게 7400달러를 지급했다. 1인당 시급으로 보면 지부 보스는 66달러, 중간 보스는 7달러, 땅개들은 3.3달러였다. 땅개들은 4년간 체포되거나 다칠 횟수가 각각 5.9회와 2.4회, 살해당할 확률이 4명 중 1명에 이를 만큼 위험한 환경에서 일했다. 그래도 이들이 갱단을 떠나지 않은 이유는 뭘까. 이 지부 보스는 인터뷰에서 “땅개들에게 더 많이 줄 수는 있지만 현명한 짓은 아니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내가 보스라는 걸 잊게 해선 안 된다. 그들은 하나같이 내 자리를 노리고 있다”라는 설명과 함께. 즉 자신들에 비해 터무니없이 높은 수익을 챙기는 보스 자리가 강력한 인센티브로 작동한다는 의미다. 형사정책연구원 보고서를 보면 이런 조직 운영 생리는 우리나라 조폭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조폭 말단과 달리 상위 21%는 500만원 이상의 고수익을 올리고 있고, 1000만원 이상 챙기는 조폭도 6.4%나 됐다. 조폭 말단 역시 시카고의 땅개와 비슷하게 위험을 무릅쓰고 바닥을 기지만 대가는 초라한 것이다. 레빗은 크랙 판매 조직이 일반적인 자본주의 회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꼬집는다. 양쪽 다 고수입을 올리기 위해 상층부에 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갈수록 커지는 경영진과 일반 직원들의 임금 격차를 보면 이런 시각이 꼭 과장됐다고 치부하기도 어렵다. 맨 밑바닥에서 꼭대기까지 토너먼트 게임을 벌이면서 올라가야 하는 것은 샐러리맨들의 숙명인지도 모르겠다. 임창용 논설위원 sdragon@seoul.co.kr
  • [주말 영화]

    ■잡스(OBS 토요일 오후 1시 50분) 누구나 안다고 생각하는 미국의 기업가이며 애플사(社)의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의 아무도 몰랐던 이야기. 맨발로 교정을 거니는 괴짜로 자유로운 영혼의 히피였던 젊은 시절의 잡스. 대학을 자퇴하고 절친 스티브 워즈니악과 자신의 집 차고에서 ‘애플’을 설립해 세계 최초로 개인용 컴퓨터를 세상에 내놓는다. 그 후 남다른 안목과 시대를 앞선 사업가적 기질로 애플을 업계 최고의 회사로 만들며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최고경영자로 승승장구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혁신과 완벽주의를 고집하던 그의 성격 때문에 결국 자신이 만든 회사에서 내쫓기게 되면서 인생에서 가장 큰 좌절감에 사로잡힌다. 그리고 11년 뒤, 잡스의 퇴임 후 하락세를 걷던 애플을 구원하기 위해 다시 돌아온 잡스는 또 한번 세상을 뒤흔들 혁신을 준비한다. ■선생 김봉두(EBS1 일요일 밤 11시) 서울의 잘나가는 초등학교 선생 김봉두는 아이들보다 한술 더 떠 지각을 밥 먹듯이 하고 교장 선생에게 날마다 혼나는 문제 선생이다. 교재 연구보다는 술을 더 좋아하고 학부모들의 각종 돈 봉투를 적극적으로 권장하던 어느 날,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이라더니 김봉두는 봉투 사건으로 인해 오지의 분교로 발령받는다. 휴대전화도 터지지 않고 국산 담배도 구할 수 없는 오지 마을로 쫓겨난 김봉두. 전교생이라고는 달랑 5명에 돈 봉투는커녕 각종 채소, 김치 등을 나눠 주는 너무도 순진한 마을 사람들의 모습 또한 그에게는 불만이다.
  • [새 영화] 빅쇼트

    [새 영화] 빅쇼트

    21일 개봉한 영화 ‘빅쇼트’는 2007년 미국에서 발생한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를 다룬다. 덕택에 까다로운 금융 관련 전문 용어들이 춤춘다. 제목도 가치가 하락하는 쪽에 투자하는 것을 일컫는 주식 용어다. 관련 지식이 있다면 더 많은 즐거움을 느끼는 작품인 것은 분명하다. 그렇지 않더라도 즐기는 데는 무리가 없으니 미리 겁먹지 않아도 된다. 서브프라임모기지는 신용등급이 낮은 저소득층에게 주택 자금을 빌려주는 주택담보대출을 말한다. 대형 투자은행들은 이를 활용해 매우 복잡한 금융 상품들을 만들어 불로소득을 올려 왔다. 그런데 천년만년 갈 것 같았던 욕망의 바벨탑은 부동산 시장의 거품이 꺼지자 한꺼번에 무너졌다. 파산 행렬이 이어졌다. 미국은 물론 세계 경제까지 휘청거렸다. 보다 정확하게 이 영화는 이 사태를 예측하고 비웃음을 사면서도 시류와는 정반대로 서브프라임모기지의 가치 하락에 집중 투자해 천문학적인 수익을 거둔 네 부류의 금융인들을 쫓아간다. 영화는 흥미롭고 현란하게 펼쳐진다. 주인공들이 서로 대화를 나누다가 화면 바깥의 관객들에게 말을 걸기도 한다. 뭇 남성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미녀 배우 마고 로비와 인기 팝가수 셀레나 고메즈, 행동 경제학자 리처드 탈러, 세계적인 셰프이자 유명 방송인 앤서니 부르댕이 카메오로 출연해 전문용어를 일상에 빗대 쉽게 설명해 준다. 배우들의 연기는 진수성찬에 다름 아니다. 크리스천 베일에 스티브 커렐, 라이언 고슬링을 중심축으로, 영화 제작을 맡은 브래드 피트까지 얼굴을 비친다. 베스트셀러 작가 마이클 루이스가 원작자다. 그의 작품 중 ‘머니볼’ ‘블라인드 사이드’에 이어 세 번째로 영화화됐다. 영화는 괴짜들이 월스트리트를 통쾌하게 물 먹였다는 식의 무용담으로 흐르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는다. 윤리와 양심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고, 시장경제 원리도 별무소용인 미 금융 시스템의 민낯과 거품으로 가득 찬 주택 시장의 현실을 들이대며 관객들을 끊임없이 환기시킨다. 피트가 연기한 은퇴한 트레이더 벤 리커트가 일생일대의 큰돈을 벌게 됐다며 환호하는 새내기 자산관리사 찰리와 제이미를 꾸짖는 장면도 그중 하나다. “방금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아? 미국 경제가 무너진다에 돈을 걸었어. 그 말인즉슨, 우리가 옳으면 사람들은 집을 잃고 직장도 잃고 은퇴 자금도 잃어. 연금도 잃는다고. 난 은행권이 비인간적이라서 싫어. 실업률이 1% 증가하면 4만명이 죽는다는 거 알아?” 웃음 포인트가 상당히 많은 영화인데 강 건너 불구경 하듯 웃음을 터뜨리다 보면 무엇인가 뒷머리를 잡아채는 느낌이 든다. ‘우리는 괜찮은 건가?’ 130분. 청소년 관람 불가.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공격용 헬기 타고 다니는 푸틴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공격용 헬기 타고 다니는 푸틴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 1999년 보리스 옐친 대통령의 실각과 함께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권좌에 오른 이후 16년째 장기 집권하며 21세기의 짜르(Czar·황제)라고 불리는 러시아의 최고 권력자다. 그는 악명 높은 구소련 정보기관 KGB 요원으로 냉전시기 최전선이던 동독에서 활약했고, 소련 붕괴 이후에는 KGB에서 분리되어 국내 보안 업무를 담당하던 조직인 연방보안국(FSB)의 장관으로 일하는 등 정치보다는 첩보와 정보전에 정통한 관료였다. 이러한 이력 때문인지 그는 대통령이 된 뒤에도 이색 행보를 이어갔다. 라이플 한 정만 들고 혈혈단신 사냥터로 나서는가 하면, 급류가 흐르는 계곡에 몸을 던져 수영을 즐기고, 수송기를 직접 조종하거나 심지어 정상회담 일정을 펑크내가면서까지 폭주족들과 함께 모터사이클을 타기도 했다. 이러한 괴짜 성향 때문인지 그는 대통령 전용헬기조차 평범함을 거부했다. 크렘린 상공의 공격헬기 지난 2015년 연말, 모스크바의 대통령궁인 크렘린 영내에서 육중한 체구의 공격용 헬기 2대가 이륙하는 장면이 행인의 카메라에 포착되었고, 이내 화제로 떠올랐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청와대 헬기장에서 코브라 공격용 헬기가 떠오른 셈이니 이슈가 될 수밖에 없었다. 대통령궁 앞마당에서 공격용 헬기가 떠오른 것을 놓고 SNS에서는 푸틴의 신변에 문제가 생겼다느니 쿠데타가 발생했다느니 다양한 ‘카더라’ 통신이 난무했지만, 이 공격용 헬기의 정체가 밝혀지면서 모든 오해가 풀렸다. 바로 푸틴의 새로운 전용헬기였던 것이다. 크렘린궁에서 이륙한 헬기는 러시아 공군의 주력 공격용 헬기인 Mi-24 하인드(Hind)의 최신 개량형인 Mi-35M 공격용 헬기를 개조한 VIP 전용헬기 Mi-35MS였다. 외관만 놓고 보면 공격용 헬기와 거의 차이가 없었으니 오해가 있을 법 했다. Mi-35MS는 전 세계에서 유일한 공격용 헬기 개조 VIP 전용헬기다. 일반적으로 공격용 헬기는 적진 상공을 휘저으며 공격을 퍼부어야 하기 때문에 적의 대공포에 피격되지 않기 위해 가능한 한 덩치를 줄여 설계된다. 일반적인 헬기에서 찾아볼 수 있는 병력 탑승용 공간은 없애고, 조종사(Pilot)와 무장사(Gunner)를 제외한 추가 병력 탑승 기능은 모두 삭제하여 오로지 무장 탑재와 운용에 최적화된 형상으로 개발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러나 Mi-24는 태생부터 이러한 공격헬기와는 다른 설계 사상을 가지고 개발됐다. 소련군은 월남전에서 미 육군이 UH-1 휴이(Huey·병력수송헬기)와 UH-1 건십(Gunship·무장헬기)를 요긴하게 사용하는 것을 보면서 병력수송헬기와 무장 헬기의 기능을 하나로 합칠 것을 요구했고, 이러한 요구 조건에 따라 밀(Mil) 설계국은 Mi-24라는 물건을 만들어 냈다. 이러한 형상의 Mi-24는 1980년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무시무시한 위력을 발휘했다. 1979년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한 소련은 대규모 기갑부대와 공수부대로 순식간에 주요 도시를 점령했지만, 산악 지역을 거점으로 저항하는 이슬람 반군 무자헤딘(Mujahidin)의 치고 빠지기 식 전술 때문에 곤혹을 치르고 있었다. 9.11 테러의 주범 오사마 빈 라덴(Osama Bin Laden)도 이 무자헤딘의 일원이었는데, 이들은 전투 중 노획한 소련군의 장비에 의존하는 소규모 게릴라로 활동하다가 사우디 등 이슬람 국가들, 심지어 미국까지 나서서 자금과 무기를 지원함에 따라 지역을 통째로 점령한 군벌 형태로 발전해 각지에서 소련군을 집요하게 괴롭혔다. 이에 소련은 산악 지형에서는 전차나 장갑차보다는 공격용 헬기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Mi-24 공격용 헬기를 대규모로 투입하기 시작했는데, 이때부터 무자헤딘의 사상자가 속출하기 시작했다. 아프가니스탄의 산은 울창한 숲이 아닌 바위산인 경가 많아 숨을 곳이 없었고, 변변찮은 대공 무기가 없던 게릴라들에게 하늘에서 기관포와 로켓탄을 퍼붓는 공격용 헬기는 문자 그대로 사신(死神)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위력을 떨친 Mi-24는 공산권 주요 국가에 급속도로 보급되기 시작했다. 동유럽과 아프리카, 중동은 물론 남미 지역까지 50여 개 국가에 수출된 Mi-24는 냉전 시기 미국의 AH-1 코브라(Cobra)에 어깨를 나란히 하는 공산권의 표준 공격용 헬기로 자리 잡았다. 러시아는 냉전 붕괴 이후 Mi-28이나 Ka-50과 같은 신형 공격용 헬기를 개발해 배치했지만, 병력 수송 임무와 공격 임무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Mi-24의 전술적 이점을 쉽게 포기할 수 없었고, 이 때문에 Mi-24의 엔진과 무장, 전자장비를 대폭 개량한 Mi-35를 내놓았는데, 푸틴은 이것을 가지고 자신의 전용 헬기를 만들 것을 지시했다. ‘21세기 짜르’가 탈 전용 헬기인 만큼 Mi-35에는 환골탈태에 가까운 수준의 대대적인 개조가 이루어졌다. 기체를 가볍고 튼튼하게 만들기 위해 값비싼 복합 소재를 대폭 사용했고, 속도 성능과 민첩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메인 로터를 유리섬유 소재 신형 로터로 바꾸고 엔진도 교체했다. 갑작스럽게 미사일이 날아올 경우에 대비한 방어 장비는 물론 전자전 장비까지 탑재했다. 또한 VIP 탑승 공간에 대한 방탄 처리와 더불어 추락하더라도 그 충격을 흡수할 수 있도록 랜딩기어도 완전히 새로 설계했다. 8명이 탑승할 수 있는 병력 탑승 공간 역시 푸틴을 위해 호화롭게 개조됐다. 실내 인테리어가 고급스럽게 바뀌고 널찍한 좌석과 회의용 테이블도 추가됐다. 헬기를 타고 공중에서 시찰하는 것을 좋아하는 푸틴의 성향을 반영해 창문도 커졌다. 지상 공격과 병력 수송 등 순전히 군사 작전을 위해 개발된 공격 헬기가 최고의 생존성과 안락함을 자랑하는 VIP 전용 헬기로 탈바꿈한 것이었다. 공격형 VIP 헬기, 푸틴의 취향? 일반적으로 대통령 등 국가수반이 타는 VIP 전용 헬기는 생존성과 안전성을 강화하고, 대통령뿐만 아니라 참모진도 동승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큼직한 중대형 헬기를 기반으로 개조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의 S-92를 비롯해 미국의 마린 원(Marine One), 프랑스와 독일(EC-725) 모두 10톤급 이상의 중대형 헬기이다. 이러한 케이스는 러시아도 예외는 아니었다. 원래 러시아는 대통령 전용헬기로 자국의 베스트셀러 중형 헬기인 Mi-8을 개조한 중형 VIP 전용헬기인 Mi-8MTV를 운용하고 있었다. 공산권 국가의 표준 수송헬기로 대량 보급된 Mi-8은 우리 군의 UH-60 블랙호크에 비견되는 중형 헬기이지만, 훨씬 더 대형의 기체로 내부에 최대 24명이 탑승할 수 있는 공간을 가지고 있다. 러시아는 이 헬기를 VIP용으로 개조, 내부에 고급 좌석과 회의용 테이블, 위성통신시스템 등 다른 나라의 대형 VIP 헬기 못지않은 설비를 탑재해 대통령 전용 헬기로 운용하고 있었다. 푸틴은 이 헬기를 꽤나 마음에 들어 했고, 지방 시찰 시 종종 이 헬기를 이용했는데, 헬기 이용 횟수가 점차 많아지면서 지난 2013년에는 비좁은 크렘린궁 안에 아예 헬기장을 따로 만들기까지 했다. 대통령의 헬기 이용 횟수가 잦아지면서 경호 및 의전을 담당하는 부서는 비상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애초부터 러시아는 체첸 등 소수 민족에 의한 독립운동으로 인해 치안이 불안한 상태였고, 최근 푸틴 대통령이 IS와의 전쟁을 선포함에 따라 국내의 체첸 반군과 IS의 연계 테러에 의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러시아는 소련 붕괴 이후 분실된 무기가 그 규모를 가늠하기 어렵고, 퇴역 군인과 폭력조직에 의한 무기 암시장이 활성화되어 있으며, 전체 국경선 길이만 62,269km에 달해 국경을 통해 밀반입되는 불법 무기들을 완벽하게 통제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나라이다. 즉, 푸틴이 타고 있는 대통령 전용 헬기가 러시아 영공을 비행하는 중이라도 언제 어디서든 지대공 미사일이 날아올지 모른다는 것이다. 물론 표면적으로는 러시아에서 푸틴을 암살하기 위해 전용 헬기를 공격할 세력은 없는 것처럼 보인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푸틴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은 90%에 육박할 정도로 절대적인 수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서방측의 러시아 경제 제재가 장기화되어 루블화 가치가 폭락하고, 러시아 경제를 지탱하던 고유가 상황도 무너지면서 푸틴의 리더십과 지지율은 오로지 선전전에만 의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상황까지 악화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초 유력 야당 지도자 보리스 넴초프(Boris Nemtsov) 피살 사건으로 인한 러시아 내 반 푸틴 세력의 결집, 크림반도 무력 침탈로 인한 우크라이나와의 긴장 고조, 시리아 내 IS 공격으로 인한 이슬람 세력과의 충돌과 러시아 내 무슬림 세력의 동요 등 불안 요소가 하나 둘씩 고개를 들고 있다. 푸틴의 ‘공격형 VIP 헬기’는 바로 이러한 배경에서 탄생한 것으로 보인다. Mi-35MS VIP 전용 헬기는 그 태생이 강력한 방호력을 가진 공격용 헬기인 만큼 푸틴과 경호당국이 우려하던 대부분의 위협으로부터 푸틴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진 헬기이고, 이제 푸틴은 러시아 영내 어디라도 이 헬기를 타고 마음 놓고 돌아다닐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반대파와 정적, 그리고 주변 국가들을 무력으로 찍어 누르는 장기 철권통치를 이어가면서 적을 만들지 않았더라면 이러한 값비싼 전용 헬기는 애초부터 만들 필요가 없지 않았을까? 이일우 군사 전문 통신원(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finmil@nate.com
  • 스타워즈 마니아인 당신, ‘자아도취’ 성향 강한 사람?

    스타워즈 마니아인 당신, ‘자아도취’ 성향 강한 사람?

    최근 개봉한 영화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는 미국에서 연일 기록적인 흥행가도를 달리며 현지 스타워즈 마니아층의 규모와 위력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특정 작품이나 취미에 심취한 마니아들의 공통적인 성격 특성을 분석한 연구 결과가 발표돼 눈길을 끈다. 미국 조지아 대학교 연구팀은 최근 미국 공공과학 도서관 온라인 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논문을 싣고, 이른바 ‘긱(geek·특정 분야에 몰두한 사람, 괴짜) 문화’에 심취한 사람들의 성격을 분석한 결과 이들의 ‘나르시시즘’(narcissism·자아도취증) 성향이 비교적 강하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연구를 이끈 제시카 맥케인 교수는 “‘긱 문화’란 하위문화(sub culture)의 일종으로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SF 소설, 컴퓨터 게임 등 비(非)대중적 분야에 열성을 보이는 사람들의 문화를 의미한다”고 설명한다. 그동안 비주류로 취급되던 긱 문화는 근래에 들어 점점 주류로 부상하고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한다. 예컨대 유명 만화 출판사 ‘마블’의 슈퍼히어로 캐릭터들을 주인공으로 삼은 ‘어벤져스’ 등의 영화가 전 세계적 히트를 기록했던 현상을 그 근거로 들 수 있다. 또 미국의 경우 대표적인 ‘긱 페스티벌’중 하나인 ‘뉴욕 코믹콘’에 올해 13만 명 이상의 참가자가 몰리기도 했다. 연구팀은 2500명의 실험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 이들의 ‘긱 문화 참여도’를 먼저 알아보았다. 이 설문에서 코스튬 플레이(만화나 게임 속 인물들의 복장을 모방하는 활동) 페스티벌 등에 참가한다고 답한 사람들의 경우 긱 문화 참여도가 높은 것으로 간주했다. 또한 참가자가 스스로를 ‘긱’으로 여기는지 여부 또한 설문을 통해 분석했다. 그 뒤 연구팀은 이들을 대상으로 성격 특성 검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긱 문화에 보다 몰두한 사람들일수록 비교적 자아도취증적인 경향이 강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이들은 밝혔다. 맥케인은 경제불안 속에 실업이나 부채 등의 실질적 곤경에 빠진 젊은이들이 현실 세계에서 성취하기 힘든 전문가적 지위와 사회적 지위를 긱 문화 내에서 찾으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교수는 “이들은 마니아 활동을 통해 스스로를 특별하고 강력한 사람으로 느낄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연구팀은 이러한 긱 문화 마니아들의 ‘자아도취증’은 결코 병적인 것이 아니었으며,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자아도취증 성향이 다른 이들보다 다소 강하게 드러난 수준이었다고 덧붙였다. 사진=게티이미지/멀티비츠 이미지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여자가 과학책 왜 봐” 사회적 편견과 장벽 女 과학자 드문 이유

    “여자가 과학책 왜 봐” 사회적 편견과 장벽 女 과학자 드문 이유

    평행 우주 속의 소녀/아일린 폴락 지음/한국여성과총 옮김/이새/448쪽/1만 8000원 과학계에서 빚어진 코미디 같은 일화 하나. 그것도 미국의 자존심이라 할 하버드대에서 벌어진 일이다. 1877년, 이 대학 천문대 소장이었던 피커링은 별을 관측하는 일에 난데없이 자신의 집 가사도우미를 투입한다. 남성 조수들이 하찮은 단순 작업이라며 빈둥거리기만 하자 농반진반 “차라리 ‘가정부’(maid)를 쓰는 게 낫겠다”며 힐난하다가 실제 행동으로 옮긴 것이다. 당시 과학계는 이 가사도우미가 포함된 단순노동 여성 그룹을 ‘피커링이 거느린 하렘’(harem·무슬림의 아내들)이라며 비하하고 조롱했다. 한데 이 ‘하렘들’이 일을 낸다. 1만개가 넘는 항성의 스펙트럼을 분석해 ‘헨리 드레이퍼 목록’을 선보인 것이다. 이는 현대 천문학에서 항성 관측과 분광 천문학의 기초를 닦은 획기적 업적으로 꼽힌다. 과학자 축에도 못 끼던 여성들이 두드러진 업적을 쌓은 예는 적지 않다. 그런데도 과학, 기술, 공학, 수학 등 이공계 분야에서 여성은 여전히 소수자다. 새 책 ‘평행우주 속의 소녀’가 주목하는 것도 이 지점이다. 여성 과학도들이 왜 사라졌는지, 이공계 분야에서 여성들이 겪는 문화적, 사회적, 심리적, 제도적 장벽들은 또 무엇인지 등을 파헤쳐 보겠다는 거다. 저자가 꼽은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사회적 인식의 벽이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태생적으로 과학적 자질이 부족하고, 과학을 잘하는 여성은 남성들의 인기를 얻지 못한다는 편견이 여성을 과학에서 도망치도록 했다는 것이다. 이는 저자의 어린 시절에서도 잘 드러난다. 저자의 꿈은 물리학자였다. 과학소설을 좋아했던 그가 유명 과학소설 작가인 아이작 아시모프의 책을 사려 하자 책방 주인이 “이 책은 남자아이 책”이라며 여자아이는 뒤쪽의 연애소설을 사 가라고 했다는 것이다. 예일대 물리학과 4년 내내 우수한 성적을 기록했지만 이론 물리학자의 꿈을 포기하고 작가로 전직한 이력도 있다. 저자의 현재 직함도 미시간대 ‘창작 예술학 석사 프로그램’ 교수다. 저자는 여학생들이 환경적 요인 때문에 중도 포기하지 않도록 남자들보다 훨씬 더 많은 칭찬과 격려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멋진 여성 과학자의 이미지를 자주 보여 주고, 수학이나 과학은 인기 없는 괴짜나 하는 것이라는 반지성적 사고를 극복하기 위한 시도도 계속돼야 한다고 말한다. 아울러 여성의 과학계 진출을 막는 장애물인 결혼과 출산, 육아 문제에도 정책적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충고한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스크린 위 연극, 무대에 선 영화

    스크린 위 연극, 무대에 선 영화

    연극이 스크린에 걸리고, 영화가 무대에 오른다. 장르로 치면 이웃사촌이라 이러한 전이 현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 들어 양방향 교류가 두드러지고 있다. 대중문화 팬 입장에선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최근 개봉해 잔잔한 인기를 모으고 있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 ‘극적인 하룻밤’은 2009년 초연 이후 누적 관객 22만명을 자랑하는 연극이 원작이다. 몸이 먼저 만난 커플이 진정한 사랑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렸다. 지난달 개봉한 ‘늙은 자전거’는 2010년 초연한 우리나라 대표 극작가 이만희의 연극이 원작. 괴짜 장돌뱅이 할배와 손자의 우연한 동거를 그렸다. 현실에 있을 법한 다채로운 사랑 이야기를 감성적으로 담은 ‘춘천 거기’(2005년 초연)와 1990년대 인기 대중가요에 스포츠 성장 이야기를 접목시킨 ‘유도소년’(2014년 초연)도 각각 ‘관상’을 연출한 한재림 감독의 우주필름과 ‘국제시장’ 윤제균 감독의 JK필름에서 영화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극으로 먼저 상연된 인기 웹툰 ‘신과 함께’는 내년 상반기 크랭크인을 앞두고 있다. 연극이 스크린으로 옮아가 작품성은 물론, 흥행 대박까지 일군 전례가 수두룩하다. ‘이’(爾)를 원작으로 한 ‘왕의 남자’는 한국 영화 역대 두 번째로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날 보러 와요’를 영화로 만든 ‘살인의 추억’은 봉준호 감독을 일찌감치 거장 반열에 올려 놨다. ‘웰컴 투 동막골’과 ‘약속’도 연극에서 출발한 영화다. 이전에는 연극의 영화 진출이 수동적이었다면 최근에는 능동적인 흐름도 생겨나고 있다. 극단이 영화 제작에 뛰어든 경우가 나온 것. 지난해 ‘해무’에 이어 올해 ‘극적인 하룻밤’의 영화 제작에 참여한 연우무대가 주인공이다. 1977년 창립 이후 창작극의 외길을 걸어온 이 극단은 이미 ‘칠수와 만수’, ‘날 보러 와요’, ‘이’ 등을 통해 한국 영화에 큰 기여를 해 왔다. 유인수 대표는 “‘해무’는 원래 영화를 먼저 생각하다가 무대에 올린 작품”이라며 “최근 개봉한 ‘극적인 하룻밤’ 외에도 우리 극단이 선보였던 창작극 중 서 너개 정도가 영화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화의 연극화는 연극의 본산인 대학로의 상업화 경향과 맞물리며 수년째 로맨틱 코미디가 주도하고 있다. 대학로에서 데이트를 하는 커플들을 겨냥해 인기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연극화가 활발하게 진행된 것. 2000년대 이후 인기를 모았던 로맨틱 코미디 영화 상당수가 연극으로 상연되고 있다. 올겨울에도 ‘작업의 정석’, ‘연애의 목적’, ‘엽기적인 그녀’ 등이 다시 무대에 오른다. 물론, 사극 ‘광해, 왕이 된 남자’, 멜로 ‘만추’ 등 궤를 달리하는 연극의 영화화가 진행되기도 했다. 최근엔 영화로 익숙한 해외 작품들이 무대에 오르고 있어 눈길을 끈다. 현재 상연 중인 ‘엘리펀트 송’과 내년 1월 초연되는 ‘렛미인’이다. 실종사건을 둘러싼 두뇌 게임을 담은 ‘엘리펀트 송’은 프랑스 연극이 원작이지만 캐나다 천재 감독 그자비에 돌란이 출연한 영화가 유명하다. 뱀파이어 소녀와 외톨이 소년의 사랑을 다룬 ‘렛미인’은 스웨덴 소설이 원작이지만 2008년, 2010년 만들어진 스웨덴, 미국 영화가 인기를 끌었다. 2013년 스코틀랜드 국립극단이 초연한 연극을 이번에 그대로 가져왔다. 영화 ‘검은 사제들’에서 열연한 박소담이 주연을 맡았다. 한 연극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제작자 입장에선 관객들에게 익숙해 실패할 확률이 적은 작품을 선택하기 마련”이라면서 “관객들이 지속적으로 연극을 관람하고, 창작자도 키울 수 있는 흐름이 생겨나면 좋겠다”고 말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마이클 잭슨 때문에 4개월 실형 받은 여성, 도대체 왜?

    마이클 잭슨 때문에 4개월 실형 받은 여성, 도대체 왜?

    마이클 잭슨의 노래(?) 때문에 경찰에 체포된 여성이 화제다. 27일(현지시간) 영국 메트로는 영국 험버사이드주 킹스턴어폰헐(Kingston upon Hull)에 사는 한 20대 여성이 자신의 아이를 창밖에 매달고 흔들었다가 경찰에 체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이 20대 여성은 라디오에서 평소 좋아했던 마이클 잭슨의 노래가 흘러나오자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자녀를 창밖에 매달고 ‘와코 자코’를 외쳤다. 와코 자코(Wacko Jacko)는 마이클 잭슨을 ‘괴짜 잭슨’이라고 비꼬아 부르는 별명. 이 여성의 행동은 지난 2002년 독일 베를린의 아들론 호텔 발코니에서 당시 9개월이던 아들을 창문 밖으로 내밀고 흔드는 마이클 잭슨의 행동을 따라한 것이다. 여성의 철없는 행동은 이웃들에게 포착됐으며 여성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현장에서 체포됐다. 법원은 이 여성에게 4개월 실형과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으며 보호관찰관의 감독하에 1개월 동안의 정신치료 프로그램도 이수 명령도 함께 내렸다. 사진= Ross Parry 영상팀 seoultv@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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