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괴물
    2026-06-18
    검색기록 지우기
  • 예매
    2026-06-18
    검색기록 지우기
  • 식구
    2026-06-18
    검색기록 지우기
  • 울릉
    2026-06-18
    검색기록 지우기
  • 실증
    2026-06-18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5,838
  • 완벽한 컴퓨터그래픽… 스펙터클한 화면 팬터지영화 진수 ‘선물’/17일 전세계 동시개봉 반지의 제왕

    17일 전세계 동시개봉되는 ‘반지의 제왕’(The Lord of the Rings) 완결편 ‘왕의 귀환’(The Return of the King)은 1,2편에 꾸준히 애정을 보내온 팬들에게 보람을 안길 것 같다.원작의 이야기 구도를 최대한 충실히 따르면서 펼치는 스펙터클한 화면은 입이 벌어질 만큼 웅장하고 화려한 위용을 자랑한다.시각적 스케일은 누가 봐도 2편보다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1,2편과 동시에 제작된 3편은 전편에 대한 부연설명없이 전개된다.반지가 난쟁이 호빗족의 손으로 들어가기 오래 전,반지를 욕심내다 골룸으로 전락하고만 스미골의 과거를 잠시 비쳐줄 뿐이다. 이야기의 기둥은 크게 둘로 쪼개진다.죽음의 위기를 견디며 더 강력해진 간달프(이안 매켈런)일행은 곤도르 왕국에서 악의 군주 사우론과의 대접전을 준비한다.곤도르 왕국의 후계자이자 인간 최고의 전사인 아라곤(비고 모르텐슨)도 간달프와 의기투합해 마지막 전쟁을 대비하는 핵심인물이다. 이야기의 또 한 축을 떠맡는 건 프로도(일라이저 우드)와 친구 샘(숀 어스틴).절대반지의 비극을 영원히 종식시킬 임무를 띠고 용암이 흐르는 분화구를 찾아나선 두 사람의 모험담이 아라곤의 전투와 번갈아 화면을 채워나간다. 쭈글쭈글한 피부에 앙상하게 뼈만 남은 기묘한 캐릭터로 2편에서 큰 재미를 안겼던 스미골은 몫이 더욱 커졌다.프로도와 샘을 안내하는 척하면서도 호시탐탐 반지를 노리는 간교함과 사악함의 상징적 캐릭터.사람의 움직임을 모션캡쳐 기법으로 형상화한 ‘디지털 배우' 이지만,사람보다 더 자연스러운 연기를 구사한다.2편에서 우화적 캐릭터로 눈길을 끌었던 ‘나무수염’도 잠시 등장해 긴장을 풀어준다. 감독은 기술의 향연을 펼쳐 완결편을 두고두고 각인시키려 한 듯하다.영화시작 1시간쯤 뒤부터 아라곤과 사우론의 전쟁이 시작되는데,갈수록 그 규모와 위용이 화려해진다.컴퓨터그래픽을 동원한 매끈한 특수효과는 실사영화와의 차이를 못 느낄 정도로 완벽에 가깝다.전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아라곤이 비장의 카드로 동원한 홀로그램 방식의 ‘유령부대’도 팬터지 영화의 진수를 보여준다.사우론 진영의 매머드 부대,익룡을 닮은 나즈굴 전령,프로도를 위협하는 괴물거미 셸롭도 SF블록버스터들이 울고 갈 만큼(?) 움직임이 정교하고 사실적이다. 뉴질랜드 출신인 감독은 자신의 고향을 세계적 관광지로 만들려고 작정한 듯하다.전투 직전 봉화가 피워진 산 정상을 훑는 웅장한 화면은 그대로 대형 산악영화의 한 장면. 다양한 종족들로 헷갈리는 ‘복잡한’ 팬터지드라마였던 것도 사실이다.하지만 감독은 인간의 근원적 본성을 부각시키며 이야기를 매듭짓는다.프로도와 샘의 우정,아라곤과 엘프족 공주 아르웬(리브 타일러)의 사랑 등에 그런 의도가 여실히 투영됐다. 상영시간 3시간19분.적잖이 부담스러울 관객도 있겠다.CG의 강도를 높여가는 전쟁장면을 반복해서 확인하는 작업은 일면 지루하다.시사회장에서 “30분은 잘라내도 되겠다.”는 뒷말이 나온 건 그래서다. 황수정기자 sjh@
  • 언어영역 17번문제 복수정답 과정

    언어영역의 17번 문항은 백석 시인의 시 ‘고향’과 그리스신화 ‘미노타우로스의 미궁’을 제시한 뒤 ‘고향’에 등장하는 ‘의원’과 유사한 기능을 하는 것을 ‘미노타우로스의 미궁’에서 찾는 문제다. 평가원은 ‘의원’이 시적 화자를 ‘고향의 추억’속으로 이끄는 매개체가 됐고 ‘미노타우로스의 미궁’에서는 ‘미궁의 문’이 주인공 테세우스를 목적지인 ‘비밀의 방’으로 이끄는 매개체가 됐다며 (3)번 ‘미궁의 문’을 정답으로 제시했다.하지만 서울대 최모 교수 등 일부에서는 ‘미노타우로스의 미궁’에서 ‘실’이 사람을 잡아먹는 괴물 미노타우로스가 있는 비밀의 방에서 주인공 테세우스를 밖으로 무사히 나오게 하는 매개체였기 때문에 (5)번 ‘실’이 정답이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평가원측은 문제가 불거지자 시와 문학의 전문가 7명을 동원,정답 여부에 대한 자문을 구했다. 이 결과 전문가 4명은 평가원과 같이 (3)번을,1명은 (5)번을 정답으로,2명은 (3)번과 (5)번 복수를 정답으로 의견을 냈다. 평가원측은 전문가들까지 비록 소수지만복수정답을 밝히고 있는 상황에서 (3)번만을 고집했다가는 소송에 휘말릴 경우,승소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현실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홍기기자
  • [열린세상] 수능시험 오답시비를 보며

    수능시험 오답시비로 시끄럽다.사연인 즉 올해의 수능시험에도 언어영역에서 여러 개의 시를 같이 제시한 후 그 시들에 대해 문제를 냈는데,이번에는 출제위원들이 머리를 과도하게 굴렸던 모양이다.백석과 김춘수 그리고 서정주의 시를 한 편씩 제시한 후 상투적으로 비교하게 한 것부터가 시에 대한 모욕인데,이번에는 거기서 한 술 더 떠,크레타의 미궁에 들어가 괴물 미노타우로스를 죽인 테세우스의 이야기를 제시한 다음 여기서 앞에 제시한 백석의 시,‘고향’에 나오는 ‘의원’(醫員)과 유사한 기능을 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던 것이다. 수험생들은 이 문제에 딸린 (1)테세우스 (2)미노타우로스 (3)미궁의 문 (4)비밀의 방 (5)실,이 다섯 가지 선택지 가운데 하나를 정답으로 골라야 했다.그런데 출제기관에서는 (3)번 ‘미궁의 문’을 정답이라고 발표한데 반해 일부 전문가들이 도리어 (5)번 ‘실’이 정답이라고 주장하여 문제가 생긴 것이다.보도에 따르면 대다수 수험생들 역시 3번이 아닌 5번을 정답이라고 대답했다 하는데,문제가 불거지자 출제기관에서는 학회에 검증을 의뢰했다고 한다. 당사자인 수험생들은 무엇보다 최종적인 결정의 향배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을 것이고,더불어 이런 모호한 문제를 출제한 사람들에게 분노를 느끼겠지만,이번 일은 물의를 빚은 시험문제만을 두고 왈가왈부할 문제가 아니다.왜냐하면 이번 일은 이른바 대학수학능력 시험이라는 것 자체가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모순이 드러난 것이기 때문이다.수능시험은 객관식 시험이다. 그리고 이런 객관식 시험은 몇 개의 보기 가운데서 정답을 고를 것을 요구한다.그러니까 수능시험은 정답이 있는 물음으로만 이루어져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세상의 많은 일들에는 정해진 답이 있고 우리는 그런 것들을 존중하면서 살지 않으면 안 된다.그러나 상식의 세계에서는 대개 정해진 답이 지배하지만,학문의 세계에서는 정해진 답이 지배하지 않는다.학문의 진보란 어제까지 정답이던 것이 오답이 되는 과정과 다름없다.그러므로 진정한 대학 수학능력이란 모든 정답을 의심하는 비판적 정신에 있다.주어진 정답을 끊임없이 의심하고,남들이 자명하고 당연하다고 인정하는 것들에 대하여 새로이 물음을 던지는 활달한 정신만이 학문의 진보를 이룰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객관식 시험은 언제나 주어진 문제에 정답이 있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는 까닭에 어떤 경우에도 이런 자유로운 비판정신을 길러줄 수 없다.수능시험도 마찬가지이다. 그것은 학생들의 암기력이나 상식의 측정을 위해서는 유용한 평가수단이지만 진정한 학문적 능력의 측정을 위해서는 아무런 쓸모도 없는 시험인 것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능 출제위원들이 수능시험의 이런 본질적 한계를 망각한 채,객관식 시험의 형식 속에 주제넘게도 학문적 탐구의 주제가 되는 내용을 담으려 할 때,어쩔 수도 없이 기형적인 문제들이 출제되는 것이다. 물의를 빚은 언어영역의 문제도 마찬가지이다.이 문제에 대해 이 땅의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어떤 판정을 내릴지는 두고보아야 알 일이지만,나로 말하자면 그 문제가 학문적으로 고찰할 가치가 있는 문제라면,그 문제의 정답은 정답이 없다는 것,또는 모든 답이 정답일 수 있다는것이다. 도대체 수학도 아닌 문학에 관련된 문제를 내주고 거기서 정답을 찾으라는 이런 미개하고 무식한 발상이 어떻게 가능하단 말인가? 객관식 시험은 학문을 해서는 안 되는 사람을 소극적으로 가려내기 위해 쓰일 수는 있어도 학문적 능력을 함양하거나 학문적 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선발하기 위해 쓰일 수는 없다. 우리가 정말로 한국 대학의 학문적 경쟁력을 염려한다면 이제는 이런 객관식 시험에 모든 학생들이 목을 매게 만드는 수능시험부터 먼저 폐지해야 한다.아이들을 정답의 굴레에서 해방하라.그들이 스스로 묻고 스스로 대답할 수 있는 정신의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김 상 봉 민예총 문예아카데미 교장
  • 지퍼스 크리퍼스2/식인마 사냥감 된 고교농구팀

    2001년 8월31일 무명의 감독과 배우들이 만든 ‘지퍼스 크리퍼스(Jeepers Creepers)’는 개봉 첫 주에만 1310만 달러를 벌어들여 화제를 모았다.그 1편의 신화를 재현한 2편이 국내에 31일 개봉된다. 상황 설정은 기이하다.23년마다 한번 깨어나 23일 동안 먹이사냥을 하는 새모양의 크리퍼(식인마)가 있다.1편에서는 오누이가 식인마의 먹이 대상이 돼 가슴을 졸이게 만들었는데 2편에서는 들판에서 허수아비를 세우던 아이를 비롯,꿰매진 채 발견된 600구의 시체,경기가 끝나고 버스를 타고 돌아오던 고교 농구팀 등으로 식인마의 ‘사냥감’이 늘어났다. 둘째아들이 정체 불명의 괴물에 낚여서 하늘로 날아가는 것을 목도한 타가트(레이 와이즈)는 복수를 준비한다.깨어난 지 22일 된 식인마는 23년 동안의 동면을 위해 더 많은 먹잇감이 필요하다.대상은 고교 농구팀 수송버스.날카로운 금속이 두번이나 날아와 펑크가 난 버스는 심야의 도로 한가운데 고립된다.핸드폰과 무전기 등 연락수단은 불통.이 상황에서 식인마가 날아와 한사람씩 잡아간다.이후 영화는밀폐된 공간에서 남은 사람들의 반응을 세세하게 보여주면서 연신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지금까지 6편의 공포영화를 직접 쓰고 감독한 빅터 실바는 영화 내내 식인마에 대해 아무런 정보도 들려주지 않는다. 희생된 사람의 목이 떨어지는 장면과 식인마가 그것을 씹는 소리 등은 머리카락을 곤두서게 한다.강심장의 호러 마니아가 반길 영화다. 이종수기자
  • 부고/‘슈렉’ 작가 윌리엄 스타이그

    |보스턴 연합|아동용 그림책 ‘슈렉’으로 가장 잘 알려진 삽화가 윌리엄 스타이그가 3일 밤(현지시간) 미국 보스턴 백 베이 자택에서 별세했다.95세. 스타이그의 작품은 어린이의 순진무구한 눈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있으며,독자의 마음을 감동시키는 줄거리와 경쾌한 선을 두른 그림이 인상적인 면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녹색 괴물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1990년 작품 ‘슈렉’은 지난해 드림웍스가 만화영화로 제작해 흥행에 대성공을 거뒀으며 처음 신설된 오스카상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스타이그는 60세가 돼서야 어린이 그림책을 그리기 시작했다.‘당나귀 실버스타와 요술 조약돌’이 1970년 칼데콧상을 수상한 것을 계기로 본격적인 그림책 작업을 시작,30권 이상의 어린이 그림책을 남겨 ‘카툰의 왕’으로 불리기도 했다.
  • [열린세상] 갈등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시절이 수상하다.한꺼번에 분출하는 온갖 갈등과 더불어 태풍 매미의 습격은 우리 사회의 어수선함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하지만 자기 시대를 태평천하로 여긴 시대는 좀처럼 드물다.그럴수록 갈등을 과장할 것이 아니라 갈등을 조율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그리스 신화의 오디세우스는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준다.오디세우스가 고향 이타카로 되돌아오는 과정에서 온갖 시련들을 슬기롭게 해결하기 때문이다.그 중에는 스킬라와 카리브디스가 버티고 있는 해협을 무사히 빠져나와야 하는 시련도 포함되어 있었다. 머리가 여섯 개인 스킬라는 절벽 위에서 긴 목을 늘어뜨려 지나가는 뱃사람들을 잡아먹었다.카리브디스는 소용돌이를 일으키는 바다괴물이었다.오디세우스는 소용돌이를 피하기 위해 스킬라가 사는 절벽 쪽으로 붙어서 노를 저어나갔다.운 나쁜 여섯 명이 스킬라에게 희생당한 대신 배에 탄 모든 사람은 무사히 소용돌이를 빠져나올 수 있었다.소수의 희생으로 다수의 안녕을 구한 것이다. 오디세우스의 이런 전략은 근대 공리주의의 원형이며,이는 우리 시대에도 ‘건전한’ 상식으로 통한다.공리주의는 다수의 복지를 위해 소수의 ‘우연한’ 희생을 정당화한다.여기서 잠깐 다시 생각해 보자.소수는 정말 ‘운 없는’ 사람들이며 다수는 소수의 희생을 정당화할 만큼 건전한가? 우리사회에서 ‘소수’로 지목된 계층은 노조,농민,신빈곤층,장애인,성적 소수자들이다.다수의 이익을 대변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볼 때 노조는 시민들의 발목을 붙잡고 자신의 이익만 챙기는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장애인 ‘성차별’ 고용금지법안을 거론하는 여성 장애인 역시 극소수의 경쟁력 없는 장애여성들의 소란일 따름이다.신빈곤층은 게으른 자들이고,성적 소수자는 비정상일 따름이다. 다수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그들의 논리에 의하면 여성,농민,노동자,장애인,신용불량자,성적 소수자들은 머리가 여섯 개인 스킬라의 재물이 될 ‘운 나쁜’ 희생자일 뿐이다.공익을 위해서,전체의 안녕을 위해서 제거되어야 할 오디세우스의 희생자들처럼.과연 그러할까? 호주제를 예로 들어보자.인구의 절반인여성들이 반세기가 넘도록 질곡을 호소하면서 호주제 폐지를 주장해 왔다.그러나 전통수호주의자들에게 그것은 어디까지나 ‘소수’ 재혼 여성의 문제일 따름이다.그들에게 호주제 존속만이 가족을 결속시키고 가정을 지킬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호주제가 폐지되면 가족이 붕괴되고 해체되어 완전히 근친상간의 도가니에 빠질 것이라 예단한다. 호주제가 가족을 묶어준다는 것은 환상이다.호주제가 존재하고 있는 지금도 가족 붕괴는 가속화되고 있다.결혼한 세 쌍 중 한 쌍이 이혼하며 기혼여성은 출산을 기피한다.출산율 세계 최하위라는 객관적 통계가 이를 뒷받침한다. 남성이 가족을 부양하던 시대는 지났다.맞벌이로도 생활비와 교육비를 부담하기 빠듯하다.이 위에 여성에게는 양육,가사노동,노인보호 등의 무거운 짐이 포개진다.미래의 여성들은 출산은커녕 결혼마저 거부할지도 모른다. 가족 붕괴는 호주제 폐지 때문이 아니다.일차적 원인은 시장경제의 불안정성에 있다.그런데도 유교적인 윤리는 시장경제의 위기가 초래한 부담을 비시장의 영역인 가정,특히 여성에게 떠넘기는 데 앞장선다.호주제 폐지에 반대하는 전통주의자들은 사회 안전망에 대한 요구를 막아버림으로써 자신들이 수호하려는 가족의 해체를 가속화시키는 자기모순에 빠져버린 것이다. 소수의 희생을 요구하는 공리주의의 모순도 이와 다르지 않다.그러므로 가족해체를,사회적 갈등을 막는 길은 갈등을 봉합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민주적으로 갈등을 협상하는 데 있다는 점을 끊임없이 성찰해야 할 것이다. 임 옥 희 여성문화이론연구소 공동대표
  • [화제의 사이트] www.akzine.co.kr

    만화는 ‘허구’로 세상을 그리지만 그곳에는 ‘진실’이 담겨 있다.사회의 한 단면을 꼬집고,비틀어 해석하는 만화는 단순한 오락거리만은 아니다. ‘악진닷컴’(www.akzine.co.kr)은 ‘악소리나는 만화’를 표방한다.종이 만화책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만화를 제공하겠다고 다짐했다.단순히 재미있는 만화책을 넘기듯이 읽다가는 작가가 뜻하는 것을 놓칠 수도 있다.꼼꼼하게 곱씹으면서 읽어야 제 맛을 볼 수 있는 것. 눈길을 끄는 코너는 다양한 직업을 가진 아마추어 작가가 올린 ‘단편만화’.‘75년생,낮에는 모범교사,밤에는 만화가’라는 식으로 톡톡 튀는 자기소개를 올린 뒤 개성적인 시각으로 세상의 한 단면을 읽어 만화로 그려낸다. 만화를 올리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내용에 관계없이 작품을 그려 이메일로 보내면 된다. 무엇보다 인기있는 코너는 프로 작가들이 차례로 연재하는 ‘릴레이 만화’.지금은 ‘공주이야기’가 연재되고 있다.이미 작가 9명이 차례로 만화를 그렸는데 앞에 나온 내용을 묘하게 비틀고 저마다 입맛에 맞게 등장인물을 죽이기도,살리기도 한다. 우아한 모습으로 등장한 공주가 회를 거듭하면서 정체불명의 산삼을 먹고 이상한 생명체를 계속 낳는 괴물로 변해 우주전쟁을 일으키더니 갑자기 살인범을 추적하는 미스터리의 주인공으로 변신했다. 이처럼 이 사이트는 기막힌 아이디어로 승부를 내는 곳이다.사이트 운영자는 “만화를 아끼는 네티즌에게 새로운 놀이문화를 선보이고 싶다.”고 밝혔다. 박지연 기자 anne02@
  • 책꽂이

    ●유리 이야기(성기완 지음,문학과지성사 펴냄)로커·대중문화 비평가로도 활동하는 시인의 두번째 작품집.‘초록의 고무 괴물’‘유리’‘나’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한 연작시.평론가 김태환은 장문의 해설을 통해 “이야기를 해체하고 부정하기 위해서 이야기에 역행하는 텍스트로 이야기를 끌어간다.”고 평했다.6000원. ●속죄(이언 매큐언 지음,한정아 옮김,문학동네 펴냄)첫 소설집으로 서머싯 몸 상을 수상한 이후 영미권의 문학상을 휩쓴 작가의 대표작.영국 상류층의 딸인 주인공이 언니의 연인인 가정부 아들을 강간범으로 지목하면서 벌어지는 운명적 비극.1만원. ●아주 무거운 가방(이상림 지음,생각의나무 펴냄)93년 등단한 작가가 10년 만에 낸 첫 장편으로,농익은 글이 빛난다.물질만 풍요로운 현대사회에 정착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4인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존재,소외,욕망 등의 문제를 군더더기 없는 문체와 탄탄한 구성으로 그렸다.8800원. ●까마귀가 쓴 글(김현영 지음,문학동네 펴냄)97년 등단한 작가의 두번째 소설집.표제작 등 8편의 중단편에대해 평론가 손정수는 “현대사회의 모습을 다채롭게 변주하면서 일상에 내재된 균열에서 흘러나온 욕망의 일그러진 표정을 아로새기고 있다.”고 해설.8500원. ●그대의 산과 나의 바다 사이(김경자 지음,모아드림 펴냄)85년 ‘현대시학’신인상으로 등단한 시인의 세번째 작품집.이상호 교수는 해설에서 “첫시집의 자연 탐구,둘째 시집의 인간 세계 형상화에 이어 삶의 본질을 탐구하는데 주력했다.”고 설명.6000원. ●깜냥(이인수 지음,문학수첩 펴냄)61년 등단한 원로시인이 지난 4월 타계 직전 남긴 시선집.박목월 시인이 “벽지에서 외롭게 시에 뜻을 두고 성의 하나만으로 닦아온 시인”이라고 평가한 시세계가 담겨 있다.6500원. ●겨울 편지(휴틴 지음,김정환 옮김,문학동네 펴냄)베트남 작가동맹 위원장의 작품집.베트남 방문때 휴틴의 시 10여편을 읽고 감동한 역자는 베트남전쟁의 산증인인 그의 작품에 대해 “빼어난 서정과 전쟁의 끔찍한 일상이 공존을 넘어 ‘절대 명징화’ 한다”고 평가한다.6500원.
  • 영화속 특수효과의 기원 ‘스팀펑크’/음침함·아련함 두 얼굴 지닌 수증기

    미국 영화 속 어두운 도시의 밤거리.배트맨류의 야행성 영웅이나 갱들이 나올 듯한 장면에는 으레 음침한 분위기를 북돋우는 ‘장치’가 있다.맨홀이나 길바닥 틈을 통해 솟아오르는 하얀 수증기(steam).이 김의 정체는 물론 도시 지하의 난방용 파이프 같은 데서 나오는 수증기다.그런데 이 수증기가 어떻게 갱스터영화나 SF·공포영화 등에서 분위기를 살리는 수단이 된 것일까. ●스팀펑크 “수증기의 원조는 나” 평론가들은 그 음습한 수증기의 기원을 스팀펑크(Steampunk)라는 어둡고 기괴한 대체역사물의 한 갈래에서 찾는다.대체역사는 역사의 한 시점에서 ‘만약 그랬더라면’이라는 가정을 통해 기존 역사와는 다른 가상세계를 펼치는 기법.G M 트레이빌리언이 1907년 발표한 에세이 등 역사학자들의 저작에서 먼저 발견된다. 대체역사 기법이 가장 활발히 쓰이는 분야는 역시 SF 장르.‘만일 그랬더라면’이라는 가정은 ‘시간여행’이라는 SF의 전통적인 장치와 궁합이 잘 맞을 수밖에 없다.최초의 SF장르 대체역사물로 간주되는 L 스프라그 드 캠프의‘암흑이 안 왔더라면’(1939년)도 6세기의 시간여행자가 로마시대로 돌아가 ‘암흑시대’(중세)의 도래를 막는다는 내용이다. ●스팀펑크가 뭐야?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주로 증기기관으로 상징되는 19세기 영국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대체역사물이다.과학기술이 막 대중화되는 시대의 사람들에게는,마녀의 묘약이나 과학자의 증기기관이나 신비롭기는 마찬가지였다.그런 만큼 스팀펑크 속의 수증기는 증기기관으로 상징되는 과학이라는 무시무시한 힘의 신비스러운 원천이다.스팀펑크에는 여기에 중세의 마법,초자연적인 괴물들,고대의 유산 등을 두서없이 등장시켜 음침하고 혼돈된 세계관을 만들어낸다. 영국의 SF작가 마이클 무어콕이 1971년에 쓴 ‘공중의 장군’이 최초의 스팀펑크물로 간주된다.그러나 스팀펑크는 출생지보다는 미국에서 더 각광받았다.팀 파워,브루스 스털링,윌리엄 깁슨 등 이미 사이버스페이스라는 ‘가상공간’에 익숙했던 미국 SF 작가들은 대체역사라는 ‘가상시간’ 개념에도 쉽게 적응한 것.그래서 80년대 미국 SF계는 어두운 런던 밤거리를 헤매는 늑대인간과 우주인,고대문명의 유산들과 최첨단 과학무기들로 넘쳐났다. ●스팀펑크, 만화로 영화로 스팀펑크는 만화·영화·게임 등 다른 대중문화 장르에서도 활발히 차용됐다. 최근 개봉한 영화 ‘젠틀맨 리그’도 온갖 초자연적·환상적인 등장인물들로 가득한 동명만화 ‘이상한 신사들의 리그’가 원작이다.TV시리즈와 영화로 유명한 ‘스타트렉’이 과거의 지구 이야기를 언급할 때처럼 스팀펑크 기법을 부분적으로 차용하는 예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일본에서는 주로 애니메이션·게임 분야에서 스팀펑크 기법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는데,과거에 대한 향수·애수를 느끼게 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소화해냈다.애니메이션 ‘이상한 바다의 나디아’,‘천공의 성 라퓨타’‘붉은 돼지’ 등의 예처럼 마법과 과학이 기묘하게 융합된 19세기풍의 세계지만,기존의 음침함보다는 아련한 향수를 느끼게 만든다.여기에서의 스팀(수증기)은 건강한 노동과 발전,역동성의 상징처럼 변용되어 쓰인다. 물론 ‘자이언트로보’처럼 첨단과학과 수호지 영웅들이 공존하는 혼란스러운 세계관에서는 금기시된 힘(원자력)을 상징하기도 하지만,역시 일본에서의 스팀펑크는 최근 나온 애니메이션 ‘라스트 엑자일’,게임 ‘파이널 팬터지’ 시리즈처럼 ‘…라퓨타’풍의 어딘가 아련한 팬터지 세계다. 글 채수범기자 lokavid@ 그래픽 유재일기자 jae0903@
  • [21세기 한국을 읽는다]방민호 교수가 만난 문학지성(5)이어령-세계사 새 조류와 한국 지성인

    “우리는 지금 하나의 벽화 앞에 있다.그것을 너무 떨어져서 또는 너무 가까이 가서 바라보면 안된다.적당한 거리가 필요할 것이다.말하자면 형상의 윤곽만 짐작할 수 있는 그런 원거리와 반대로 어느 부분의 디테일만 보이는 근접된 거리에 서지 않는 것이 좋다.”(이어령 ‘저항의 문학’(1959)중에서) 전후문학(戰後文學)에 대해 공부하면서 이어령 선생의 글을 접한 적이 있다.무덤 속에서 죽은 이상(李箱)을 깨워낸 그는 당대의 한국문학에 현대성과 보편성이라는 화두를 던졌다.그리고 지금도 그는 한국사회의 한 끝에 서 있다. 어느 날 아침 라디오에서 기업가들을 앞에 놓고 세계사의 향방을 이야기하는 선생의 목소리를 들었을 때 나는 그 젊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었다.하시는 말씀이 최신식이었던 까닭이다.나는 오늘도 그런 기대를 안고 선생을 찾아갔다. “문명비평가로서,중앙일보 고문으로서 선생님의 근황에 대해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내 나이가 이제 고희를 지났습니다.새로 시작하기보다는 정리하는 쪽으로 하려고 합니다.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어요.하나는,내가 본래 문학평론을 했기 때문에 현암출판사 하고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시와 소설을 지금까지 내가 해오던 방식으로 정밀 분석하는 시리즈를 내려고 합니다.두 번째는 10월부터 일본문화연구소의 초청으로 일본에 장기체류하게 되는데 거기서 동아시아 문화 읽기를 시리즈 방식으로 써나가려고 합니다.마지막은,서양 중심의 관점에서 벗어나 한국의 입장에서 새 문명의 지도를 그려보려는 뜻에서 세계 각국을 주유하면서 석학들을 만나보려고 합니다.” “특히 마지막 대목이 흥미롭습니다.” “잘 알다시피 영국·미국·호주·필리핀·싱가포르·일본 이런 나라들은 해양 국가들입니다.미국이라는 게 큰 대륙이지만 문명사적으로 보면 유럽에서 떨어져나간 섬이죠.일본이 대륙권 문화에서 떨어져나간 섬처럼 말이죠.소위 섬들의 문화입니다.그런 해양 세력 하고 유럽 중심 속의 유라시아 하고 우리나라·러시아·중국 등을 대비해 보려고 합니다.그러니까 사실상 문명 충돌은 헌팅턴이 본 것처럼 이슬람 대 기독교,이렇게 되는 게 아닙니다.지정학적인,지리적인 위치에 따라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이 부딪치는 관계인 거죠.우리는 반도라는,양립성을 가지고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그 위치에서 세계를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선생의 목소리는 카랑카랑하고 자신감에 차 있다.선생을 문명비평가라 칭한 것은 잘한 일 같다. “선생님께서는 1934년생이신데요.어느 누구보다 부단한 갱신을 이뤄 오셨습니다.이를 가능케 한 시대나 세대상의 배경은 없을는지요?” “내가 성장하던 시대는 자기 정체성이 분명하게 없었던 시대였죠.서울의 도시체험이라고 하는 것도 첨단 도시가 아니라 완전히 폐허의 도시였어요.전쟁 때문에 울타리도 없고 길거리도 없고.한마디로 우리 세대는 자기 정체성마저도 상실된 시대이기 때문에 제로에서부터 시작하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그리고 나는 이것이 굉장한 불행인 줄 알았는데 내 일생을 살아가는 데 귀중한 체험이 되었습니다.연필이 왜 좋은가.만년필이 있고 볼펜이 있는데.지울 수 있기 때문이죠.한번 쓰면 절대로 지워지지 않는 게 요즘 젊은 세대들이 아닌가 해요.386세대,한총련세대 전부 지워지지 않는 볼펜 같습니다.우리 세대는 확실하게 지워질 수 있었습니다.끝없이 자기를 소거했던 거죠.내가 컴퓨터를 좋아하는 것은 아무리 어마어마한 것이라 해도 컴퓨터는 딜리트 키 하나만 누르면 전체를 날려버릴 수 있다는 점 때문입니다.이 쾌감이 우리 세대를 대표하는 겁니다.이것이 지금까지의 내 문학이론의 기본적인 바탕입니다.끝없이 낡은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찾아 자기를 몰입시킬 수 있는 것입니다.” 선생은 말을 끊을 사이도 없이 숨 가쁘게 말씀을 이어간다.나는 선생의 어조와 표정에서 씌었거나 들린 사람의 표징을 본다. “선생님은 문학비평에서 문명비평으로 그 폭을 넓혀 오시지 않았던가요?” “내가 역사나 사회로부터 도피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요.문학이라는 것은 사회개혁의 수단이 아니라고 이야기한 것이지 내가 사회와 역사에 대해 관심이 없다는 소리는 아닙니다.나 보고 직함이 많다고 하는데,그러나 나는 너무나도 단순하게 살아왔습니다.창조적 상상력을 위해서 일평생을 바쳤고,그것이면 뭐든 가리지 않고 지적 호기심을 바쳤다고 할 수 있지요.책도 그렇게 읽었고.다만 한 우물을 파는 사람을 나는 믿지 않는 사람이에요.인생이 할 일이 이렇게 많은데 재미없게 왜 한 우물만 파느냐.토끼도 수십 마리 쫓아라,놓쳐도 좋다,수백 개의 우물을 파라는 겁니다.끝없이 수맥을 찾아다니는 사람이 어떻게 우물을 하나 파서 마십니까.나는 우물물을 마시는 사람이 아니고 토끼를 잡는 사람도 아니고 토끼를 쫓고 우물을 파는 사람,창조가의 역할을 수행하고자 했습니다.진짜로 토끼를 잡아서 놔주면 내 작업은 끝난 거예요.이것을 잡을 때까지 전심을 다하는 그 긴장을 나는 사랑하는 것이지 토끼 잡아서 뭐합니까.내가 목마름의 갈증이 있는 한 나는 또 하나의 우물을 파지만 우물을 파서 마셔도 내 갈증이 없어지지 않는데 내가 왜 한 우물만 팝니까.우물 파기와 토끼 잡기,이것이 내 평생의 일이지요.” 이제 나는 질문을 선생의 문명비평 쪽으로 돌려본다.“선생님께서 이라크 전쟁을 계기로 쓰신 칼럼이 많은 이들의 관심을불러일으켰던 것으로 아는데요.” “내가 그 칼럼에서 말하고자 했던 것은 오늘날 전쟁이 뭐냐 하는 것이었어요.새로운 시대에 있어서의 전쟁이라고 하는 것은 평화다,반전이다,참전이다를 가릴 것 없다는 거죠. 우리의 생활 곁에 끝없이 선고받은,종전 없는 전쟁이 들어섰다는 거죠.부뚜막에 전쟁이 올라와 있는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다는 것이죠.그것을 갖다가 모럴문제,환경문제,발전문제로만 보는 것은 좁다 이거죠.그러니까 새롭게 보아야 하는 것이죠.” “오늘날 세계는 이라크 전쟁,북한의 핵문제 같은 ‘낡은’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가 하면 초국가적인 기술 발전으로 인해 나날이 새로운 국면을 형성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과연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보아야 할는지요?” “오늘날 어느 나라를 보든지 세계 시스템이라는 것은 국민국가예요.국민국가라고 하는 틀이 점점 커져서 글로벌화하다 보니까 다민족 국가가 대부분을 차지하게 되었어요.중국 같은 나라가 55민족이 사는 나라가 아닌가 말이에요.미국도 다민족 국가고.스위스도 조그맣고 말레이시아도 조그마하지만 전부 다민족 국가예요.언어도 다 다르고.그게 바로 네이션 스테이트예요.그런데 지금 남들은 그런 국민국가에서 벗어나서 국민국가 자체가 허물어지고 있는데 우리는 지금 국민국가는커녕 통일도 못하고 있단 말이죠.그런 와중에도 한국은 세계적인,소위 보편적인 시스템에 들어서 있습니다.한국은 지금 세계의 20%를 차지하고 있는 이 보편 시스템에 들어와 있는 걸 거부할 수가 없어요.인권,보편주의,보편성,합리성,자유,평등 이걸 거부할 수가 없어요.북한은 80%의 질서 속에 남아 있고 우리는 20%의 질서 속에 들어와 있어요.지금 남한은 20% 중에서,세계 IT 국가 중에서도 최강국이다 이거예요.이걸 잘 알아야 된단 말이죠.그러니까 민족주의적 감상으로 보면,핵문제 등에서 물보다 피가 더 짙다고 얘기하면서,정권이 뭐 민족이냐 이런 디테일한 문제를 따지기 전에 그냥 진짜 민족이다 우리끼리,그러니까 남의 나라가 위협하면 같이 싸워야 된다,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젊은이들이 많은데,현실적으로는 북핵문제라든지 이웃나라와의 공조문제라든지 했을 때는 20%에 속해 있으면서도 80%에 남아 있는 북한을 아우르는 데에서 오는 사고의 편차,물질적 경제적인 편차,국제적 외교관계들을 살필 수 있어야 합니다.” “상황이 그렇다면 우리 한국의 지성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어디일까요?” “소위 ‘엔드 오브 히스토리(end of history)’, 역사는 결론이 났다.프랜시스 후쿠야마는 그렇게 보았습니다.헤겔식 절대주의죠.새뮤얼 헌팅턴은 문명충돌론에서 정반대로 문화는 상대주의다,어느 하나가 세계를 지배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나는 후쿠야마도 헌팅턴도 잘못됐다고 봅니다.문명충돌이라고 할지라도 이슬람 하고 이렇게 싸우는 것이 아니죠.명색은 지금 이라크와 미국이 붙어서 기독교문명과 이슬람문명이 싸우는 것 같지만,그러면 왜 유럽이 미국하고 손잡고 싸워야 하는데 안 그러느냐.왜 이슬람국가들이 다 같이 싸우지 못하고 방관하는 나라가 있느냐는 거죠.지금은 소위 지정학적 내셔널리즘이 지배하고 있어요.글로벌까지도 아니에요. 지역 컬처입니다.그럼 지역 컬처는 뭐냐.크게 보면 대륙문화권과 해양문화권의 충돌입니다.그러니까 세계를 좀더 복합적으로 크게 보아야 합니다.이런 눈으로 우리 반도를 보면 우리는 국내적으로가 아니라 국내외적으로 영향을 받고 있음을 볼 수 있어요.그렇다면 혼자,일국만으로는 살아갈 수 없고 어딘가와 연맹을 지어야 하는데 이념적 연맹이 아니고 세계 시장질서 속에서 하나의 경제권이라는 연맹을 맺어야 해요.쉽게 말하자면 세계시장이 글로벌리즘으로 바뀌면서 경제내용이 바뀌었다는 거지요.물동 중심의 경제가 지금 문화 콘텐츠 중심 경제로 바뀌고 있어요.배고픈 경제로부터 눈 고픈 경제,귀 고픈 경제로 바뀌고 있어요.이러한 경제를 공유할 수 있는 문화 공유권을 만들어야 합니다.이것은 정치이념이나 경제이념 하고는 달라요.문화를 공유하고 있는 나라 위에 경제 공동체가 생기고 그것이 한 단위가 되어 세계시장에 참여하게 되는 거지요.그러니까 결론은 창조적인 문화로 나아가야 한다는 겁니다.화석처럼 굳은 사고를 하지 말아야 합니다.강렬한 해체를 통해서 재창조해야 합니다.” 선생의 사고는 크고 넓다.그 속에서 나는 한국 사회를 이끌어가고 있는 대선배들의 세계관을 엿본다.386이라는 이름으로 한정된 세계관으로는 이 세계관에 맞서 양립할 수가 없음이 명약관화하다.큰 사고가 없이는,우물 안 사고로는 한국사회는 이미 대적할 수 없는 괴물이 돼 버린 것이다. 문학평론가·국민대교수 방교수가 본 문명비평가 이어령 ●긴장감 부르는 예리한 눈매·맺힌 입술 이번이 몇 번째 만남인가.나는 선생을 기억하지만 선생은 기억이 없으시다.‘구운몽’에 그런 구절이 있다.귀인은 잊기를 잘 한다고.귀해 보이는 인상이다. 그리고 귀가 긴 선생.집안이 원래 대대로 장수를 했다는 이야기는 어디선가 들었는데 앞에 우뚝 선 모습이 칠순의 연세에 그렇게 단단해 보일 수가 없다. 옛날 1950년대,1960년대 문학잡지에 나오는 두꺼운 뿔테 안경을 쓴 모습에서 그렇게 변한 게 없다.안경 너머로 눈매가 날카롭다.맺힌 입술 또한 보는 이로 하여금 긴장감을 갖게 한다.저 모습 어디서 그 예민한 비평 감각이 솟아오르는 것인가. ●한국문학에 현대성·보편성 척도 제시 1934년생 충남 아산 출생.서울대학교 문리대 학생 시절부터 28세로 요절한 천재 이상(李箱)의 문학을 재발견해 냈다. 1950년대 후반에 걸쳐 김동리,조연현,서정주 등 이른바 문협 정통파의 전통주의,복고주의에 대해 전통 개념을 재해석하면서 구세대 문학에 대한 전후세대 문학의 독자성을 주장했다.(‘저항의 문학’) 1960년대에 들어서면서 특히 문학의 창조적 측면에 언어에 대한 관심을 중심으로 비평활동을 전개하면서 김수영 등과 이른바 불온시 논쟁을 벌이면서 ‘문학적’ 저항을 주장했다.소설가 남정현이 ‘분지’로 필화를 겪을 때 증인 신분으로 변론을 맡는 용기를 보여주었다. 오랫동안 이화여자대학교에 재직하면서 ‘장군의 수염’ 등을 위시한 소설 창작,‘문학사상’ 창간,이후 문화부장관,중앙일보 고문 등을 지내면서 다방면에 걸쳐 광범위한 활동을 전개하고 현대 한국문학에 현대성·보편성의 척도를 제시해온 비평가다.
  • [21세기 한국을 읽는다]방민호 교수가 만난 문학지성 (3) 김지하 - 새로운 시대, 새로운 세대, 새로운 시

    “달마가 동쪽으로 온 까닭은 무엇입니까.” “저 뜰 앞에 선 잣나무이니라.”.옛 선사에게 불법을 묻듯,지하에게 이 시대를 물으러 간다.대답은 듣지 않아도 상관이 없다.그것이 바로 해답일 테니까.얼굴과 손이 희지 않고,상민(常民)의 옷을 걸치고 살아가는 그에게,옛날 백 사람의 시인에게 시대를 물을 때 묻지 않은 물음을 던지기 위해,그가 몸을 기대고 살아가는 백성의 마을로 간다. 얼마 전 서울 천도교 수운회관에서 열린 김지하 시인의 회고록 출판기념회에서 본 시인의 모습은 예전보다 한층 더 수척하면서도 어딘가 부은 데가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장기간 요양을 해야 할 만큼 상한 몸을 이끌고 멀리 부산 범어사에서 요양을 하다가 올라온 시인을 붙들고 무슨 말을 들으려 한단 말인가.그러나 자기 바깥에 싸리 울타리를 두르지 않는 시인은 흔쾌히 내방을 허락해 주었다. “회고록의 제명이 ‘흰 그늘의 길’이더군요.그 말에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 법한데요.” “글쎄,애매성이라고나 할까.안개 낀 것 같은.단지 이성,오성으로는 판단할 수 없는무엇을 표현하고 싶었던 거겠지요.내가 흰 그늘이라는 말을 쓴 것은 두 가지 이유가 있어요.하나는 우리 삶이 상당히 이상해졌다는 것이에요.사이코,정신분열적인,착란적인 사회심리가 지배하고 있는데 이것을 인식하고 용서할 어떤 시적인 그릇을 찾아내려고 한 거지요.흰 그늘이라는 것도 일종의 환상이지만,치료적 기능을 갖는 환상입니다.마치 융의 그림자처럼 가라앉은 욕구라고 할까…,일종의 역설이지.고통의 역설적 인식,성스러운 고통,이런 것을 추구함으로써 시대의 정신적 질환을 넘어설 수 있지 않느냐는 거지요.시(詩)가 바로 그에 관한 작업이 아닐까 합니다.” 김지하 시인은 천래(天來)의 시인답게 비약적인 어법으로 생각을 전개하기 시작한다.그렇다면 나는 논지를 잃고 헤매지 않기 위해 조심해야 한다. “지나온 삶이 어땠다고 보시는지요? 요약하신다면요?” “요약? 한두 마디로 요약할 수 있겠지.소위 ‘요기 싸르’라고.요기는 요가를 하는 사람,즉 수련자지.그러니까 내면적으로는 수련자고 외면적으로는 싸르,코뮌 싸르,직업 혁명단.그러니까 요기 싸르는 명상을 통한 내면적 수련과 외면의 사유적 변혁,두 가지를 같이 추구하는 자야.나는 옛날에 이 요기싸르라는 말은 몰랐지만 바로 그런 삶을 희망했었다고 생각해요.삶에 대한 쉬르(초월)적 인식과 그 아래 미학으로서의 리얼리즘을 함께 추구했으니까.리얼리즘과 함께 그것을 넘어서는 어떤 초월성,철학 같은 것을 오랫동안 꿈꿔왔어요.이것이 다른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 바로 ‘생명’과 ‘살의(殺意)’죠.내 첫 시집 ‘황톳길’에서 보듯 ‘뛰어올라오는 숭어’와 ‘가마니에서 죽어가는 아버지의 시체’,즉 생명과 죽음의 대비를 늘 생각했어요.이것이 현실에 대한 비평으로,부정으로 나타났죠.생명이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이것은 죽음까지도 포함하는 어떤 전체변화의 질서를 말하는 것이었어요.” 시인의 말씀은 깊은 숲 같아 갈래가 많고 걸리는 것도 많다.그 속을 호랑이 타고 달린다면? 다치지 않으려면 머리를 잔뜩 숙여야 하리라. “선생님의 삶에서 예지적인 면을 발견하는 사람들이 많으리라고 생각합니다.그런 삶을 가능케 한 근거를 찾아보신 적은 없으신지요?” “글쎄,그건 꼭 시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시를 쓰면서도 시인이 아닌 아웃사이더로 남고 싶었고,그러면서도 세상은 변혁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고,사람의 정신과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이 시대야말로 분명하지는 않지만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선생님께서는 젊은 세대를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무엇보다 ‘현실적 부정’입니다.그들은 자기들 삶까지 포함해서 모든 것에 대해 선험적 사고에 익숙했던 우리나 우리 바로 아래 세대 사람들보다 더 적극적으로 부정적입니다.뭘 보면 알 수 있느냐.정치나 경제에 대한 부정은 사항적 비판일 수 있지만 문화적 반항은 사항에 따른 게 아니라는 겁니다.지금 젊은이들은 문화적 반항 밑에 더 커다란 문명 단위에 대한 불만을 갖고 있어요.그 불만을 가지고 오히려 능동적으로 ‘붉은 악마’라든가 ‘네티즌 선거’라든가 ‘촛불 시위’ 같은 것으로 빛나지 않나 싶습니다.내가 보기에 그들의 이 힘은 정치적으로가 아니라 문화적으로 새로운 것을 만들 수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세대에 대한 긍정이 광폭(廣幅)인 김지하 시인이다. “그렇다면 선생님 세대와 이 시대 젊은이들의 세대적 역할은 어떻게 비교하거나 대조할 수 있을까요?” “저는 4·19세대였음에도 불구하고 4·19의 혁명적 의미를 똑똑히 몰랐습니다.그러다가 5·16 뒤에 차츰 민족이라든가 민중이라든가 변혁이라든가 하는 개념에 눈뜨게 됩니다.그러면서도 소수이기는 하지만,리얼리즘과 함께 반리얼리즘적인 추상·환상·상상력의 측면을 강조한 사람들도 있었고 나는 그런 사람들 가운데 하나였어요.나는 어떻게 하면 리얼리즘 안에 반사실과 환상을 이끌어들일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 했던 세대입니다.지금 젊은이들도 자기들 수백만 명이 거리에 나와서 외쳐대던 구호의 진짜 의미를 아직 모르고 있는 것 같아요.생각해 봅니다.나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나는 이제 나이가 들었습니다.글 쓰고 그림 그리고 강연을 통해서라도 젊은이들의 소명이 무엇이고, 그 사람들이 한 일이 무슨 뜻을 가지고 있으며, 어떤 방향으로 물꼬를 터야되는가에 관해 이야기하고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지금 젊은이들은 우리보다 훨씬 세계적이고 동시에 민족적입니다.아주 개인적이고 내면적이면서도 범생명계적인 성격을 두루 갖추고 있습니다.그렇다면 그들에게는 이런 모순적이면서도 복합적인 세대적 특질에 걸맞은 복합적인 역할과 내용이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이런 오늘의 젊은이들에게 필요한 지혜 또는 슬기라면 어떤 것이 있겠는지요?” “첫째는 들뢰즈나 가타리,미셸 셰르 같은 선각자들이 이미 지적했던 것인데 현대,모던 월드의 가장 큰 질병으로 논리를 들고 있습니다.‘이것은 이것,저것은 저것’이라며 상호 배제하는 것,‘너는 내가 아니고 나는 네가 아니다’라면 싸움이 시작되고 경쟁이 시작되겠지요.또 하나의 질병은 전쟁법입니다.나와 너는 싸울 수밖에 없고 싸워서 하나가 이김으로써 상호 통합을 한다.전쟁의 철학이죠.우리는 매일 평화를 원하고 안정된 삶과 우정과 휴머니즘과 생명계와의 화합을 원하면서도 그 매일의 생활 속에서는 전쟁 논리를 진행시키고 논리의 전쟁을 치러내는 겁니다.나는 전쟁법의 반만 긍정하고 다른 반은 부정하는 길을 생각해 봅니다.너는 내가 아니고 나는 네가 아니지만 너는 나일 수 있고 나는 너일 수 있다.이게 뭡니까? 음(陰)과 양(陽)의 철학이죠.음이면서 양이고 양이면서 음인,그러면서도 양은 양이고 음은 음인 음양법 말입니다.철학적으로 더 들어가면 불교의 인식논리입니다.색(色)은 공(空)이 아니고 공은 색이 아니면서도 공은 색일 수 있고 색은 공일 수 있다.결국은 색공이 하나다.하나가 아니고 둘이 아니면서 하나도 둘도 될 수 있다는 것.묘한 이치에 도달하는 겁니다.여기서 또 숨은 차원과 드러난 차원을 생각해야합니다.드러난 차원은 가시적이고 진행 중이고,숨겨진 차원은 드러난 차원 밑에서 드러난 차원을 조절하고 진행시키고 수정하고 교정을 보다가 전혀 이것이 유지될 희망이 없을 때에는 이것을 와해시키면서 안에서 새로운 드러난 차원으로 다시 시작하는 겁니다.이게 뭘까요.생명이죠.생명의 논법이 ‘아니다’이면서 ‘그렇다’이고 ‘그렇다’이면서 ‘아니다’인 겁니다.이러한 인식은 다행히도 우리 민족의 근대에,1860년대에 유럽 쪽의 베르그송이나 생철학자들이 나타나기 훨씬 이전에 나타났기 때문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습니다만.이 부분에서 우리의 논리적인,새로운 변혁적 생활을,새로운 논리의 발견을 시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일상적으로.말로는 평화를 이야기하고 삶에 있어서는 늘 투쟁이나 경쟁,대결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평화를 생각하면서 논리를 진행시키고 현실에 있어서도 새로운 변화,조화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나는 김지하 시인의 거침없는 논리 개진에 언더라인(밑줄)을 긋는다.인터뷰를 떠나 이것은 매우 중요한 논리 전환인 까닭이다.내친 김에 더 ‘광폭(廣幅)’한 물음을 던져본다. “그렇다면 이러한 시대가 요구하는 인간의 모습은 어떠할까요?” “우리는 공공성을 회복해야 합니다.남북의 통일에도 공공성이 있어야 하는데 사회적 공공성과 우주적 공공성을 함께 회복해야 합니다.너무 작은 담론들에 얽매여 공공성을 무시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됩니다.또 자신만이 아니라 타자까지도 자기 안에집어넣는 것이 중요합니다.주체를 배제해버리고 타자화하는 유럽사상을 따라가지도 말고 주체를 회복하면서 우주적 주체가 되는 것,이것이 새로운 인간입니다.그것은 개인을 부정하는 것이 아닙니다.동학은 이렇게 가르쳤습니다.‘서로가 서로에게서 떨어질 수 없는 생명의 총체,정체성을 각자 자기 나름으로 실현하라.’고.‘밝고 밝은 이 우주를 각자 자기 나름대로 밝혀라.’고.이게 뭘까요.개인주의죠.그러나 그것은 개(個)이지 사(私)는 아닙니다.개와 사는 다른 겁니다.사는 그 뒤에 세모꼴 같은 것이 붙어 있죠? 이게 귀신에 붙어 있는 거예요.잡귀.인간의 정신 가운데 자기만 생각하고 자기만 위해서 살려고 하는.” 오랜만에 거인을 만나는 귀한 시간을 놓치기 싫어 더 많은 것을 물었고 더 많은 말씀을 들었다.병마에 시달리는 ‘대선사’가 탈진에 이를 때까지 마구 괴롭혔다.그러나 그렇게 귀동냥한 모든 것을 여기에 쓸 수 없음이 안타깝다.이 나라에 또 누가 있어 그처럼 많은 궁리를 하고 세상의 내일을 이야기할까? 바로 김지하 시인 같은 이를 종요로운 존재라 이름하는 것이다. 문학평론가·국민대교수 사진 이언탁기자 vielee@ 방교수가 본 시인 김지하 ●수척해진 어깨 위에 걸린 흰 달 지하는 지하라고 하지 말고 지하당(芝河堂)이라고 해야 하리라.평생 바람으로 살되 가는 곳이 집이다.바람이 바로 집이다.살아 움직이는 집이다.바로 그가 김지하다. 오랜만에 가까이서 바라본 지하당의 낡은 서까래가 기울어졌다.어긋난 문짝 같은 옷을 걸친 지하당,구멍이 숭숭 뚫린 지하당의 야윈 몸채,두 시간 남짓에 배터리가 소진되고 마는 허한 기운.이것을 본 어느 누가 지하당의 과거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으랴.인터뷰를 마치는데 회고록을 쓰느라 바싹 야윈 지하당의 어깨 위에 흰 달이 떠 있었다. 지하당의 후광은 낮달,희미하게 빛나는 아름다운 달이었다. ●김지하는 누구인가 1941년생으로 문명(文名)이 높은 분들이 많은 문학계지만 그 가운데서도 김지하는 거인이다.아니,괴물이다.희대의 풍운아다. 전라남도 목포 출생.1959년에 서울대학교 미학과에 입학.이후 그의 삶은 바람의 삶이었다.한·일회담 반대운동,그리고 저항시인.황토빛 한의 전달자,박정희 군사정권을 향한 조롱과 야유(풍자시 ‘五賊’).시집 ‘황톳길’과 함께 열린 김지하의 1970년대는 연행·석방·도피로 점철된 시대,부당한 체제에 맞서 처절한 싸움을 벌여나간 시대였다.군사법정에서 사형선고를 받고 무기로 감형된 1974년부터 1980년까지 그는 옥중의 시인이었다.많은 이들이 그가 걸어간 길처럼 민주주의를 외치며 전두환 정권과 처절한 항전을 벌일 때 김지하는 황야를 건너 생명의 낙토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폭력이 아니라 비폭력을,광폭한 남성성이 아니라 섬세하고 여린 여성성을,대립과 투쟁이 아니라 화회(和會)의 세계를. 그는 시대와의 불화를 감당해야 했다.시집 ‘애린’의 세계가 그것이다.1980년대였다.1990년대,그리고 지금,김지하는 또 다른 초극을,완성을 꿈꾼다.시집 ‘중심의 괴로움’은 내가 내 안에 갇히지 않고 우주와 호흡을 함께 하는 새로운 리듬과 조화의 세계를 노래한다.김지하는, 뜨거운 불꽃 김지하는 오늘,안으로 타오른다. 정지용으로부터 김수영을 지나 김지하로통하는 한국 현대시의 행로는 내부적인 것과 외래적인 것,성찰적인 것과 투쟁적인 것이 맞씨름을 벌이며 전인미답의 경지를 개척해간 운명의 길이었다.
  • 클로즈업/KBS2 ‘추적 60분’

    KBS2 ‘추적60분’(오후 9시50분)은 ‘신의 이름을 더럽히다-교회내 성폭력’를 방송한다. 교회안에서 은밀하게 벌어지는 성폭력의 실상을 다루었다. 지난 6월27일 열린 교회내 성폭행관련 공청회에서는 최근 5년 동안 접수된 사례 가운데 목회자가 신도를 상대로 저지른 사건이 93%에 이른다는 충격적인 내용이 공개됐다. 제작진은 목사에게 무참히 짓밟힌 한 여성의 육성을 통해 성직자 성폭력을 고발한다.호주 한인 교회의 신도였던 그녀는 목사에게 육체적인 학대를 당했을 뿐 아니라 주변으로부터 목회자를 유혹한 ‘사탄’이라는 오명까지 뒤집어써야 했다.부산의 한 성당 부설유치원에 다니는 5살짜리 여자아이는 ‘괴물신부’로 표현하며 극도의 불안한 정서를 드러냈다. ‘신의 이름으로…’는 유부녀,여고생,아동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피해자들의 증언을 통해 성직자 성폭행의 실상을 들어보고,현실적으로 처벌이 어려운 법의 허점을 고발한다. 이순녀기자 coral@
  • 예술로 꽃핀 피카소의 삶과 사랑/서울 호암갤러리 ‘피카소전’

    르네상스의 대가 라파엘이 붓과 팔레트를 손에 쥔 채 모델이었던 라 포르나리나(이탈리아어로 ‘빵굽는 여자’)와 정사를 벌이고,커튼 뒤에서는 삼중관과 토시를 끼고 요강에 앉은 교황 율리우스 2세를 비롯해 추기경과 피카소의 판화를 찍어주던 판화 제작업자 피에로 크로믈랭크 등이 이 광경을 훔쳐본다.침대 밑에는 라파엘의 성공을 시기하던 조각가 미켈란젤로가 숨어 훔쳐보지도 못하고 듣기만 하고 있다. 이 ‘변태적인’ 작품은 파블로 피카소가 87세 되던 해에 만든 판화 ‘라파엘과 라 포르나리나’ 연작 가운데 하나다.주제를 ‘성(性)’이라고 간단히 규정하기는 어렵지만 성적·예술적으로 무력해진 늙은 화가 피카소의 심리를 드러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여성을 멸시하는 괴팍한 사내’ 피카소가 어느덧 성의 유희를 훔쳐볼 수밖에 없는 관람객 신세가 된 것이다. 서울 호암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피카소 판화전 ‘피카소의 예술과 사랑’(9월14일까지)에서는 이처럼 솔직하면서도 익살스러운 피카소의 판화작품 205점을 만날 수 있다. 1881년 스페인 말라가 지방에서 태어나 1973년 무쟁에서 92세로 죽을 때까지 피카소는 넘치는 열정과 예술혼으로 수만 점의 작품을 남겼다.심오한 정신세계나 전쟁과 같은 정치·사회적인 주제를 다루기도 했지만 그의 작품의 주된 주제는 대부분 자신의 삶과 사랑,성,욕망 같은 것들이다.이는 “예술은 결코 정숙하지 않은 것”이라는 그의 말에서도 어렵잖게 알 수 있다.유화로 출발한 피카소는 어렸을 때 판화를 처음 시도했지만 본격적으로 판화를 제작한 것은 1920년대 후반부터다.피카소는 일생 동안 2500여점의 판화를 남겼다.이번 전시작품은 스페인의 금융그룹인 방카하재단이 소장하고 있는 피카소의 대표적 판화집 ‘볼라르 판화집’(1937년)과 ‘347 판화집’(1968년)에 실린 것들이다.파리의 화상이자 출판업자였던 앙브루아즈 볼라르의 이름을 딴 ‘볼라르 판화집’은 판화 100점을 묶은 것으로 ‘조각가의 작업실’과 ‘신화’가 주요 주제다.조각가의 작업실을 많이 다룬 것은 피카소가 30년대에 조각에 열중하기도 했지만,작가와 모델이라는 소재가 여성으로부터 작품의 영감을 강하게 받은 피카소에게는 예술과 사랑을 아우를 수 있는 것으로 여져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신화를 주제로 한 작품에서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반인반수의 괴물 ‘미노타우로스’가 자주 등장한다.타고난 야만성으로 인해 미궁에 갇혀 사는 미노타우로스의 운명에서 동질감이라도 느낀 것일까.미노타우로스 연작은 이후 ‘미노타우로마’‘게르니카’ 같은 작품으로 발전한다.‘347 판화집’에는 과거를 회상하면서 야한 성적 환상과 개인적인 경험들을 자유로운 이미지로 엮은 노년의 작품들이 담겼다.서커스 장면이나 창녀촌,화실 등을 배경으로 몸은 비록 노쇠했지만 아직도 열정과 욕구를 지닌 자신을 대역이나 위장된 모습으로 연출해 드러낸다.“결국 마지막에는 사랑만이 있을 뿐이다.그것이 어떤 사랑이든간에”라는 말을 남긴 피카소.이번 전시는 그가 사랑에 관한한 정말로 검질긴 사람임을 유감없이 보여준다.(02)771-2381. 김종면기자 jmkim@
  • [사설] 국제 망신거리 된 한국 인터넷

    우리나라의 인터넷이 국제사회에서 ‘괴물’취급을 당하고 있다.미국의 경제 전문 격주간지 포브스 최신호는 “한국은 나라 전체가 초고속 인터넷 망으로 연결돼 기괴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며 최소한 80개 외국회사들이 한국에 연구소를 개설해 이 이상한 열풍을 연구하고 있다고 전했다.한국이 첨단 기술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는 사실은 일견 반가운 일일 수도 있지만 막상 잡지가 전하는 현상은 범죄,불륜,인터넷 중독 등 부정적인 측면이 대부분이다.지난달에는 주한 캐나다 상공회의소 의장이 고건 국무총리를 방문,한국발 음란 스팸메일 때문에 각국의 불평이 심하다며 대책을 촉구하기도 했지만 이러다간 한국이 영구히 저질 인터넷 국가로 낙인찍혀버리지 않을까 걱정된다. 자고 나면 신문 사회면을 도배질하다시피 하는 인터넷 범죄,불법 저작물,스팸메일 등을 뿌리뽑을 방법은 없는가.최근 1주일만 보더라도 유명 대학 학생회 이름을 도용해 서해교전 참전용사를 ‘악마’라고 비난한 글을 비롯해 유명 여배우가 사망했다는 등 허위사실이 유포되고,출처도 모르는 김일성부자 찬양 동영상이 버젓이 떠 있는 게 우리 인터넷 현실이다.성행위 화면이 들어가 있는 음란사이트 홍보메일을 발송해주면 가만히 앉아서 수당을 벌 수 있다며 어린이,청소년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음란메일을 보내게 하는 파렴치한 상술은 또 뭔가. 당국은 이제 국제 망신 수준을 넘어 인터넷 망국론까지 나올 지경에 이르고 있는 인터넷 환경에 대해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우리는 광고메일 실명제,혹은 광고 수신 사전동의제를 즉각 도입할 것을 제안한다.문제 사이트,문제 글은 즉각 수사할 수 있도록 수사력을 확충하고 윤리강령,처벌 법규 등도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 [씨줄날줄] 天池 괴물

    전설과 신화 속에는 많은 괴물이 등장한다.그들중에는 인간의 상상력이 꾸며낸 허구도 있고 존재가 확인된 동물들도 있다.전설 속의 괴물은 늘 인간의 호기심을 자극한다.그래서 상상의 생명체를 찾기 위한 인간의 노력은 끝없이 계속되고 있다.그런 동물을 연구하는 학문도 있다.신비동물학(cryptozoology)이다.벨기에 동물학자 베르나르트 회벨만스는 1955년에 쓴 책 ‘미지의 동물을 찾아서’에서 신비동물학 개념을 정립했다. 회벨만스는 히말라야산맥의 설인(雪人)으로 불리는 예티 등 미지의 동물 100여종을 체계적으로 분류했다.신비동물학자들은 전설이나 신화에 나오는 괴물들이 그럴만한 근거가 있을 것이라는 가정에서 연구를 하고 그들을 찾아 나선다.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물은 1300만 종으로 추정되는데 그중에 겨우 170만 종만 발견됐다.발견되지 않은 미지의 생명체가 발견된 생명체보다 7.5배 이상 더 많다.과학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괴물도 많다. 그런 괴물이 백두산 천지에 또 나타났다고 해서 화제다.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14일 천지에 괴물로 보이는 20여마리의 동물이 동시에 출현한 것을 관광객들이 봤다고 보도했다.천지의 괴물 이야기는 조선조(청조) 말부터 계속돼 왔다.당시 4명의 사냥꾼들이 뿔이 달리고 긴 목에 머리가 거대한 황금빛 동물 한마리가 천지에서 솟아오르는 것을 봤다는 것이다. 천지의 괴물은 1994년에도 보도된 바 있다.홍콩의 영자신문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그해 5월18일자에서 최근 천지에서 괴물을 봤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북한은 괴물을 봤다는 목격자들이 끊이지 않자 조사단을 파견했다.그때 동물을 발견했으나 괴물이 아니라 곰들이 수영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괴물로 가장 유명한 것은 영국 스코틀랜드의 네스호에 있다는 네시다.네시는 목이 뱀처럼 길고 머리가 작은 거대한 동물의 모습이라고 전해오고 있다.노르웨이의 셀요르드 호수에도 50m 길이의 거대한 뱀의 모습을 한 전설의 괴물 셀마가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이러한 괴물들의 이야기는 첨단 과학의 시대에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그러나 괴물의 신비함을 인간의 상상 속에 오래도록남겨두는 것도 좋을 듯하다. 이창순 논설위원
  • 책꽂이

    ●지중해 문화기행(이희수 지음,일빛 펴냄) 인종과 문명의 전시장인 지중해 연안 국가들의 역사와 문화를 살폈다.우리가 쉽게 떠올리는 남부 유럽의 지중해 뿐만 아니라 북부 아프리카 지중해문화권에 대해서도 다뤘다.저자는 북아프리카 지중해야말로 고대 이집트 문명의 줄기가 퍼져나갔고,페니키아의 카르타고 식민지를 통해 우수한 오리엔트 문명이 유럽으로 스며드는 통로였다고 말한다.1만 5000원. ●한국회화사용어집(이성미·김정희 지음,다할미디어 펴냄) 한국회화와 관계있는 용어들을 망라.회화기법,장황(裝潢,비단이나 두꺼운 종이로 서책이나 서화첩을 꾸며 만드는 것),평론의 기준이 되는 추상적 개념,전통적 화제,불화의 일반 도상,변상도,도석인물화 등을 다뤘다.1만 8000원. ●대통령 리더십(최진 지음,나남출판 펴냄) 지도자의 리더십 형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개인의 성격이라는 전제 아래 ‘플러스·마이너스 리더십 이론’을 전개.플러스 리더십은 활력이 넘치지만 불안한 반면,마이너스 리더십은 안전하지만 답답하다.저자(21세기전문가포럼 대표)는, 이 두 리더십은 파도처럼 굴곡을 그리며 반복해 나타난다는 점에서 ‘파도이론’이라는 색다른 이론을 제시한다.1만 7000원. ●한국사회주의의 기원(임경석 지음,역사비평사 펴냄) 사회주의는 한때 젊은이들에게 꿈이요 이상이었다.‘젊어서 사회주의자가 아닌 사람은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우리 역사에서 사회주의는 그만큼 영향력이 컸던 이념이요 사상이었다.사회주의는 3·1운동을 계기로 ‘조국해방’을 위한 운동이자 방법으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이 책은 당시 사회주의 중앙기관의 역할을 자임한 두 개의 구심체였던 상해파 공산당과 이르쿠츠크파 공산당의 활동을 살핀다.3만 3000원. ●식물성의 사유(박영택 지음,마음산책 펴냄) 식물성을 화두로 삼아 한국 현대미술 읽기를 시도한 에세이.풀,꽃,나무,숲 등 14개 항목을 통해 우리 미술의 진경을 펼쳐 보인다.대중추수적인 작품보다는 독자적인 시선이 담긴 작품들을 대상으로 했다.저자는 인간과 자연을 치유하는 식물성의 긍정적인 힘을 역설한다.2만원. ●파라파라산의 괴물(라이마 글·그림,심봉희 옮김,어린이디자인하우스 펴냄) 잠들기 직전의 유아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인 그림자를 글감으로,사물에 대한 관찰력과 상상력을 길러주는 타이완산 그림책.파라파라산에서 굴러떨어진 겁쟁이 돼지 루루는 산에서 시커먼 괴물을 봤다고 우기고,그 소문에 온동네 아이들이 겁에 질리는데….재치있으면서도 밀도있는 그림들이 매우 이채롭다.3∼6세용.7500원. ●신화 속 상상동물을 찾아서(이인식 글,이우일 그림,문학동네어린이 펴냄) 반인반수의 엔키두,미궁을 지키는 미노타우로스,외눈박이 거인족 키클롭스,우주의 뱀 아난타….세계의 신화에 등장하는 상상의 존재들을 근간으로 동서양의 대표신화들을 소개하는 신화해설서.‘도날드 닭’ 이우일의 익살스럽고도 친근한 그림이 팬터지의 결을 생생히 살려낸다.전설의 동물들에 이야기의 초점을 맞춘 ‘전설 속 상상동물을 찾아서’도 함께 나왔다.초등학생용.각권 7800원.
  • ‘서울 캐릭터 페어’ 16일 개막

    캡슐속 괴물(애니메이션 ‘포켓몬’),귀여운 해산물(만화 ‘마린블루스’),장검을 휘두르는 기사(게임 ‘리니지Ⅱ’)….뭐든 상관없다.캐릭터라면 모두모두 모여라. ●열려라,캐릭터 세상! 국내 최대 규모의 캐릭터 잔치 ‘서울 캐릭터 페어 2003’이 16일부터 5일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대서양홀에서 열린다(일반인들은 17일부터 입장). ‘…2003’은 국내 캐릭터 관련 단체와 기관이 모두 참여하는 최초의 행사다.지난해 8월 문화관광부와 산업자원부가 공동으로 ‘대한민국 캐릭터 페어 2002’를 개최했지만 한국캐릭터협회는 불참을 선언,같은 기간중 별도의 전시장에서 ‘서울 캐릭터 쇼’를 따로 가진바 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ㆍ한국디자인진흥원ㆍ서울산업진흥재단이 공동주최하고 한국캐릭터문화산업협회ㆍ한국캐릭터디자이너협회ㆍ한국캐릭터협회가 문화관광부ㆍ산업자원부ㆍ서울시의 후원으로 공동주관하는,명실상부한 ‘대한민국 대표 캐릭터 페어’다. 해외 바이어들도 대거 참가를 신청해 캐릭터계의 기대가 크다.행사의 테마도 업계의 염원을 담아 ‘캐릭터 세상이 열린다.’로 정했다. ●어떤 캐릭터들이 참여하나 2002년 대한민국 캐릭터 대상을 받은 ‘마시마로’의 시엘코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해 바른손,영구아트,대원C&A홀딩스,오로라월드 등 100개 업체가 300개의 부스를 차린다.지방자치단체 캐릭터 사업의 선구자로 꼽히는 장성군의 홍길동과,울산시의 해울이 등 자치단체의 캐릭터들도 적지 않다. ●즐길 거리는 어떤 것이 있나 행사 기간 내내 2002년 10대 캐릭터들과 함께 하는 ‘쿵쿵따 게임’인 캐릭터 총체극 ‘정품사용캠페인’이 열린다.게임이 진행되는 중간중간 정품사용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한다.‘캐릭터 카니발’은 매일 선착순 100가족에게 대표 캐릭터들과 기념촬영하는 기회를 무료로 제공하는 행사.‘정품비품 비교전’은 ‘짝퉁’과 정품을 한데 모아놓고 관람객들이 직접 비교할 수 있게 한다.‘이색 캐릭터 상품전’도 흥미있는 행사.손에 끼는 볼펜,캐릭터 토스트기 등 업체들이 아이디어 상품을 선보인다.‘인큐베이션 존’은 새로운 캐릭터에 대한소비자의 반응을 직접 확인하는 장이다.현장 컴퓨터 설문 시스템을 마련했다. 이밖에 아바타,게임,애니메이션 캐릭터의 활용사례를 보여주는 ‘캐릭터 활용전’,세계로 진출해 호평받은 캐릭터들을 소개하는 ‘캐릭터 수출전’,‘2002 캐릭터 대상전’ 등이 열린다.매일 다양하게 진행되는 무대 이벤트도 빼놓을 수 없다.캐릭터를 이용한 마술 이벤트(TJ엔터테인먼트),홍길동과 함께 춤을 추는 길동클럽댄스(장선군),퀴즈쇼(애니매니아) 등 10여개 업체가 각각 홍보 이벤트를 마련한다.(표 참조) ●놀기만 하나? 주최측은 개막 첫날인 16일을 ‘비즈니스의 날’로 선언,캐릭터 관련 국내외 바이어와 참가업체의 상담에 집중키로 했다.일본의 소니 크리에이티브 프로덕션,도에이 애니메이션 그룹,데즈카 프로덕션,홍콩의 에이전시 MAXX,타이완의 밸류 이미지 등에서 100여명의 해외 바이어가 참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후에는 일본 ‘포켓몬’의 캐릭터 사업 책임자인 구보 마사카즈 쇼카구칸(小學館) 캐릭터사업팀장과,일본 저작권 전문변호사 모리타 다카히데가 캐릭터 비즈니스의 세계화 전략에 대해 실무적인 사례를 중심으로 세미나를 가진다. 채수범기자 lokavid@
  • 현실앞에 무너진 소시민의 꿈 / 연극 ‘이발사 박봉구’

    어릴 때부터 이발사가 되고 싶은 사내가 있었다.박봉구.하지만 세상은 이 사내의 소박한 꿈조차 넉넉히 품지 못할 정도로 매몰찼다. 4일부터 서울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공연되는 연극 ‘이발사 박봉구’(고선웅 작,최우진 연출)는,현실이라는 거대한 괴물앞에 힘없이 무너지고 마는 소시민의 씁쓸한 자화상을 그려낸다. 우연한 사고로 사람을 죽이고,10년 넘게 교도소 신세를 진 박봉구는 출소후 이발소에 취직한다.그에게 남의 머리를 깎는 일은 진정한 삶의 보람이지만,퇴폐영업을 하는 경쟁업소들 때문에 그도 어쩔 수 없이 불법 영업을 시작한다.그러나 현실은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그럴수록 박봉구도 점점 벼랑끝에 내몰린다. 지난해 5월 초연당시 객석점유율 94%를 기록하며 평단과 관객 모두로부터 호평을 받았다.당시 주연을 맡았던 정은표가 다시 무대에 서고,박지아 오용 박원상 유해진 등이 출연한다.새달 30일까지.(02)762-0010. 이순녀기자 coral@
  • TV시리즈 원작영화 여름극장가 융단폭격/ 이안 감독의 슬픈 블록버스터 ‘헐크’

    소재가 궁해진 할리우드에 세계적 인기를 누린 TV시리즈야말로 더없이 먹음직한 요릿감이다.인기 TV시리즈를 스크린으로 옮긴 화제작 2편이 간판을 건다.27일 전세계 동시개봉하는 ‘미녀 삼총사-맥시멈 스피드’(Charlie’s angels-Full throttle)와 새달 4일 개봉하는 ‘헐크’(The Hulk).같은 액션장르를 빌렸지만 감상포인트는 완전히 다르다.경쾌한 폭소탄을 내장한 ‘미녀 삼총사’가 도시락이라면,유전자 변형을 SF블록버스터로 이야기하는 ‘헐크’는 대형 뷔페다. 잇속에 빠른 할리우드가 ‘웬만해선 흥행을 막을 수 없는’ 주인공을 스크린으로 불러세웠다.화가 치밀면 몸집이 이스트빵처럼 부풀어오르는 괴물인간 헐크.만화 마니아들에겐 ‘고전’ 이상의 ‘바이블’이었으며,TV시리즈를 보며 자란 30대 이상에겐 거부할 수 없는 ‘추억’이다. 영화 ‘헐크’는 외피부터 얘깃거리가 되는 대목이 많다.40년이나 해묵은 만화캐릭터에 새삼 눈을 돌린 할리우드의 기획도 그렇지만,연출자가 ‘와호장룡’의 이안 감독이란 사실이 특히 그렇다.영화라는 새로운 장르에서 감독의 잠재력이 얼마나 만족스럽게 발현되는지 지켜볼 기회다. 할리우드의 막강자본(제작비 1억 20000만달러)으로 부활한 헐크는 외형상으로는 SF액션 블록버스터다.그러나 정작 감독이 선택한 시나리오는 아버지와 아들이 엮는 가족비극사다.억압된 인간의 본능과 다중성에 초점을 맞춘 만화 원작이나 TV시리즈와 차별화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인간인 동시에 괴물인 주인공은 캐릭터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극적이다.어려서 부모를 잃은 생명공학 박사인 브루스 배너(에릭 바나)는 실험실에서 우연히 감마선을 쐰 뒤부터 묘한 신체징후를 느낀다.그 무렵 실험실의 수위인 데이비드 배너(닉 놀테)가 자신이 친아버지이며 곧 브루스의 몸 속에서 스스로 통제하지 못할 괴반응이 일어날 거라고 예고한다. 도입부에서 영화는,정부가 인간유전자 조작을 금지하자 태어날 아들을 실험대상으로 삼는 젊은 시절의 데이비드를 회상화면으로 친절히 보여준다.감독은 스케일만으로 승부를 걸기보다는 돌이킬 수 없이 꼬인 부자관계를 통해 관객의 감정선을 건드리고자 했다.아버지의 그릇된 야욕으로 슬픈 운명을 띠고 태어난 브루스가 어쩔 수 없이 거대괴물이 되고 마는 모습에선 ‘스케일’보다는 ‘비극’의 정서가 먼저 엿보인다. 익히 아는 줄거리이면서도 화면에서 눈을 뗄 수 없는 건 영화 속 영웅의 새로운 면모 때문이다.헐크는 국가나 세계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영웅이 아니라 권력자들의 음모에 맞서 스스로를 지키고,동료이자 애인인 베티(제니퍼 코널리)를 구하기 위해 싸우는 어쩌면 ‘반영웅’이다. 심리스릴러를 방불케 하는 닉 놀테의 사이코 연기가 영화의 규모를 세워주는 데 큰 역할을 했다.아들을 이용해 절대권력을 얻으려 음모를 꾸미는 산발한 머리의 닉 놀테가 없었다면 어땠을까.3D애니메이션처럼 매끈히 다듬어지는 헐크의 변신과정 말고는 이렇다하게 기억될 장면이 없을지도 모른다. SF액션 블록버스트의 공식을 고민 없이 베낀 대목들은 아쉽다.긴급사태가 터졌다며 휴가 중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건다거나,통제실 부스에서 시시각각 진압명령이 이어지는 등 질리도록 봐온 화면에선 맥이빠질 법하다.할리우드 최고의 시각효과팀인 ILM이 공을 지나치게 들인 탓일까.거대한 봉제인형처럼 붕붕 튀어오르는 헐크의 뒷모습은 초록괴물 슈렉 같아 실소가 터진다.상영시간 2시간16분. 황수정기자 sjh@
  • 악의 여신 음모를 막아라 / 애니메이션 ‘신밧드­7대양의 전설’

    드림웍스가 3년 동안 심혈을 기울여 만든 대형 애니메이션 ‘신밧드-7대양의 전설’(Sindbad-Legend of the seven seas)이 새달 11일 국내 개봉한다.디즈니의 3D 애니메이션 ‘니모를 찾아서’가 바다물고기들이 엮어내는 아기자기하게 감동을 전하는 드라마였다면,‘신밧드’는 고전영웅담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스펙터클 액션’ 애니메이션이다. 2001년‘슈렉’을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역사상 처음으로 칸영화제 공식경쟁부문에 진출시킨 드림웍스는,새 작품을 통해 “이만하면 세계 애니메이션계의 최강자 아니냐.”고 큰소리치는 것 같다.화면 구석구석에서 결벽에 가까운 꼼꼼함을 과시했던 ‘슈렉’ 때보다는 한결 느긋해진 느낌이다.고전 속의 친숙한 영웅을 중심캐릭터로 끌어들인 시도에서부터 새로움만을 좇는 강박에서 자유로워진 징후가 읽힌다. 혼돈의 여신 에리스의 음모로 세계평화를 지켜주는 ‘평화의 책’이 사라지자 도둑 누명을 쓰게 된 신밧드는 결백을 입증하기 위해 모험길에 오른다.에리스의 손아귀에서 책을 빼내오지 못하면 그 대신 감옥에 갇힌 친구 프로테우스는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다. 아라비안 나이트에,그리스 신화의 인물이며 괴물 캐릭터를 뒤섞은 이야기는 ‘퓨전’ 스타일이다.거기에 바다를 동경해온 프로테우스의 약혼녀 마리나가 신밧드의 항해길에 동행하면서 경쾌한 로맨스까지 덧칠돼 감상의 묘미를 더한다.마리나에게 연정을 느끼며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고민하는 신밧드의 세심한 감정변화,위기상황마다 돌파구를 열어주는 마리나의 대범한 활약도 드라마의 생동감을 보기좋게 살려낸다. 고전을 현대적 입맛에 맞게 삶아낸 조리법도 그렇지만,익숙함(2D)과 새로움(3D)을 적당히 섞은 그림기법도 매우 요령있어 보인다. 에리스가 연기처럼 자유자재로 몸을 만드는 모습,물의 정령 사이렌이 홀로그램처럼 현란하게 치솟으며 신밧드 일행을 유혹하는 장면 등은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기술의 끝을 보는 듯 짜릿짜릿하다. 목소리의 주인공도 초호화판.브래드 피트(신밧드),캐서린 제타 존스(마리나),미셸 파이퍼(에리스),조지프 파인즈(프로테우스)….제작 전부터 배우들을 일찌감치캐스팅해놓고 작가들이 이들의 특징적인 제스처를 본떠 그렸다.‘개미’의 팀 존슨과 데뷔 감독 패트릭 길모어 공동연출. 황수정기자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