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현장 읽기] 호주산 쇠고기 ‘어부지리’
미국산 쇠고기 파동의 여파로 호주산 쇠고기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미국산이 ‘촛불 민심’에 발목이 잡히면서 ‘어부지리’(漁夫之利)를 얻고 있다. 호주산 쇠고기 수입량은 최근 40% 가까이 급증했고, 가격도 크게 올랐다. 지난 4월 한·미 쇠고기 협상 타결 이후 나타난 현상이다.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광우병 우려가 가시지 않는 한 호주산 쇠고기의 ‘상종가’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미 쇠고기 파동 이후 수입량 급증
15일 농림수산식품부 산하 국립수의과학검역원 검역·검사 통계에 따르면 호주산 쇠고기 수입량 증가율(전년 동월 대비)은 4월 33.6%(1만 4483t 수입)를 기록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38.1%(1만 2074t수입)으로 집계됐다. 올 2·3월 수입 증가율이 각각 -33.7%(8043t수입),-27.53%(1만 583t수입)로 줄었던 것과 대조적이다. 미국산 쇠고기는 지난해 4월과 5월에 갈비통뼈 등이 발견돼 검역 중단으로 이어지면서 각각 6.44t과 45.82t이 수입되는 데 그쳤다.
검역원 관계자는 “통상 여름 휴가철이 가까워지면 쇠고기보다 돼지고기 수요가 늘고, 올 들어 봄철 황사와 조류독감(AI)으로 돼지고기 수요가 급증한 것을 감안하면 최근 호주산 쇠고기 수입량 증가는 눈에 띄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호주산 갈비 가격 이달 들어 9.5% 올라
호주산 쇠고기의 수요가 늘면서 가격도 뛰고 있다. 농수산물유통공사(aT) 농수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올 들어 미국산 쇠고기 협상 타결이 가시화되고 ‘LA갈비’ 개방이 예상되면서 호주산 갈비(냉장·500g) 월 평균 소매가격은 2월 1만 2182원,3월 1만 1214원,4월 1만 549원,5월 9967원 등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그러나 이달 초 정운천 농식품부 장관의 미국산 쇠고기 고시 유보 발표 이후 가격이 오르기 시작, 이달 15일까지 평균 1만 917원으로 지난달보다 9.5% 올랐다. 호주산 등심(냉장·500g)도 2월 1만 9529원,3월 1만 8776원,4월 1만 8702원으로 떨어지다가 이달 들어 1만 9108원으로 반등하기 시작했다.
반면 한우 갈비(1등급·500g) 가격은 3월 3만 3721원,4월 3만 3803원,5월 3만 2832원,6월 3만 2360원으로 계속 떨어지고 있다.
●“당분간 호주산 수입 몰릴 전망”
호주산의 수요가 늘어나는 것은 국내 수입업체들이 수입선을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검역당국 관계자는 “한·미쇠고기 협상 타결을 전후해 미국 수출업체와 앞다퉈 수입 계약을 맺은 국내 수입업체들이 수입 재개 시점이 불투명해지고, 유통되더라도 소비자의 외면을 받을까봐 ‘청정우’ 이미지의 호주산 물량 확보에 다시 나서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호주산 물량 확보 경쟁도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한 수입업체 관계자는 “올해는 ‘추석 대목’이 예년보다 빨리 돌아오는 데다 호주가 겨울로 접어들어 쇠고기 공급 부족으로 가격 상승이 불가피해 업체들이 호주산 물량 확보에 더 치열하게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