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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ASA “6월 내내 망원경으로 목성·4대 위성 볼 수 있다”

    NASA “6월 내내 망원경으로 목성·4대 위성 볼 수 있다”

    밤하늘에 뜬 별 등을 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기쁜 소식이다. 이번 달 내내 목성을 자세히 볼 수 있기 때문이다. CNN은 6일(현지시간) 최근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발표를 인용해 6월은 목성이 가장 크고 밝게 보이는 시기이므로, 쌍안경만 있어도 목성의 4대 위성까지 볼 수 있다고 전했다.목성의 4대 위성은 망원경으로 관측이 가능해 갈릴레이 위성이라고도 불리는 가니메데와 칼리스토, 이오 그리고 유로파를 말한다. 참고로 목성에서 발견된 위성은 현재 기준으로 79개다. 이에 대해 NASA는 홈페이지를 통해 “태양계에서 가장 큰 행성인 목성은 맨눈으로 봐도 빛나는 보석처럼 보이지만 쌍안경이나 소형 망원경을 통해 바라보면 훨씬 더 멋지다”고 해설했다. 심지어 오는 10일에는 목성과 지구 그리고 태양이 일직선상에 놓인다. 즉 목성을 가장 또렷하게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만일 이날 날씨가 좋지 못해 관측이 어렵다고 하더라도 목성은 이달 내내 관찰하기 쉬운 상태이므로 걱정할 필요 없다는 것이 NASA 전문가들의 설명이다.이후 14일부터 19일 중에는 달과 목성 그리고 토성이 늘어선 아름다운 밤하늘을 볼 수 있다. 달은 지구 주위를 공전하므로, 그 위치는 매일 밤 변하게 된다. NASA는 “밤마다 달의 움직임을 주의해서 보면 흥미로울 것”이라고 조언했다. 사실 목성은 남반구에서 가장 잘 보이지만, 이번 우주 쇼는 전 세계에서 볼 수 있다. 영국왕립천문학회의 천문학자 로버트 매시 박사는 “행성은 항성과 달리 깜빡 깜빡 빛나는 일이 없어 지평선에 가까운 위치에서도 뚜렷하게 보인다”면서 “관측을 시도하려면 남쪽 지평선 부근의 잘 보이는 곳을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진=NASA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달콤한 사이언스]하루 5분 이내 명상이 청소년 집중력, 기억력 높인다

    [달콤한 사이언스]하루 5분 이내 명상이 청소년 집중력, 기억력 높인다

    ‘명경지수’(明鏡止水). 밝은 거울과 멈춰있는 물이라는 뜻으로 고요하고 깨끗한 마음을 가르키는 말입니다. ‘장자’의 덕충부편에 “사람은 흘러가는 물에는 비춰볼 수 없고 고요한 물에 비춰봐야 한다. 오직 고요한 것만이 고요하기를 바라는 모든 것을 고요하게 할 수 있다”라는 문장 속에 있는 단어이다. 자기개발서나 대중심리학 책에서도 ‘명경지수’를 강조하지만 복잡한 인간관계에 무엇에 쫓기는 듯 바쁜 일상까지 더해져 정신없는 현대인에게 고요하고 깨끗한 마음이라는 단어는 사전에서나 찾아볼 수 있을 정도이다. 게다가 고요한 마음을 갖기 위해서는 조용한 곳을 찾아 가야하고 학원 같은 곳에 등록해 배워야 할 것만 같아 부담스럽기까지 하다. 그런데 뇌신경과학자들이 하루 5분이라는 짧은 시간의 명상만으로도 마음의 안정과 집중력 등을 얻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해 주목받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대(UC샌프란시스코) 신경학과, 신경과학연구소, 스피릿 록 명상센터, 뉴멕시코대 심리학과, 스탠포드대 의대 정신의학과,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대(UC샌디에이고) 정신의학과 공동연구팀은 하루 5분 안팎의 짧은 명상만으로도 집중력과 기억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7일 밝혔다. 이 같은 연구결과는 생물학 및 심리학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인간행동’ 4일자에 실렸다. 연구팀은 18~35세의 건강한 성인남녀 59명에게 연구팀이 개발한 명상 애플리케이션(앱)을 사용해 매일 10분 이내, 6주 동안 명상을 하도록 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앱에는 명상음악과 백색소음, 명상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지시가 들리도록 설계했다. 연구팀은 명상을 하는 동안 뇌가 활성화되는 부위를 찾아내기 위해 뇌전도(EEG)를 측정했다. 32명이 사용한 명상 앱에는 명상음악과 백색소음이 나오도록 설계됐다. 연구팀은 명상 실험을 하는 6주 동안 실험대상자들이 자신의 호흡에 집중하는 시간을 기록하도록 해 시간의 변화도 관찰하도록 했다. 그 결과 실험 시작 직전에는 하루 평균 20초 정도 밖에 자신의 호흡에 집중하지 못했는데 한 달 정도 지난 뒤에는 최대 6분까지 집중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명상을 지속하면서 자기 통제력과 집중력에 관여하는 내측 전두엽 피질과 측면 전두엽 피질이 활성화 정도가 커지는 것도 관찰됐다. 또 명상을 꾸준히 하면 작업기억이라고 불리는 단기기억력도 약 30% 이상 상승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데이빗 지글러 UC샌프란시스코 신경과학 교수는 “따로 전문가의 지도를 받지 않더라도 본인이 편안하다고 생각하는 환경에서 하루 5분 이내의 짧은 명상을 매일 지속하는 것은 자기 통제력 강화는 물론 집중력과 기억력 향상, 신체 면역력 강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경남 창녕에 따오기 전문 구조·치료센터 건립

    경남 창녕에 따오기 전문 구조·치료센터 건립

    한반도에서 멸종된 따오기가 40년만에 복원·증식돼 최근 자연으로 방사됨에 따라 따오기를 전문으로 구조·치료하는 시설이 경남 창녕군 지역에 건립된다. 창녕군은 6일 장마면 신구리 따오기 장마분산센터 인근에 따오기 구조·치료센터를 이달 착공해 올해 말 준공 예정이라고 밝혔다. 총 사업비는 30억원으로 문화재청이 70%, 경남도가 10.5%, 창녕군에서 19.5%를 부담한다. 따오기 구조·치료센터는 연면적 877㎡로 치료동 1동, 야외입원장 2동, 야생적응훈련장 1동이 들어선다.치료동에는 사무실을 비롯해 진료실, 수술실, 임상병리실, 부검실, 방사선실, 집중치료실, 실내계류장 등이 설치된다. 구조·치료센터는 동물 및 수의학 전문가가 참여한 자문단 의견을 반영해 설계를 하고 문화재청이 설계심의를 했다. 센터에는 수의사와 재활치료사 등이 근무할 예정이다. 환경부와 문화재청, 경남도, 창녕군은 지난달 22일 우포따오기복원센터 야생방사장에서 따오기 40마리를 자연방사했다. 복원센터에 따르면 자연으로 나간 따오기 가운데 2마리는 방사장에서 6㎞쯤 떨어진 낙동강 인근까지 이동하며 야생에 잘 적응하고 있는 것으로 관찰됐다. 군은 자연으로 나간 따오기가 야생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당분간 따오기 가까이 가서 사진을 찍는 것은 자제해 줄 것을 당부했다. 한정우 군수는 “야생으로 돌아간 따오기가 건강하게 우포늪을 날아다닐 수 있도록 응급 구조 시스템을 구축하고 부상개체가 생기면 신속히 치료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창녕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한 컷 세상] 대화가 갖는 힘

    [한 컷 세상] 대화가 갖는 힘

    한 집회에서 대화경찰관이 현장을 관찰하고 있다. 대화경찰관제도는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면서도 평화적 집회를 유도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정착된 제도다. ‘대화´라는 단어가 주는 평화적인 압박감은 흥분되기 쉬운 집회현장을 진정시킨다. ‘대화´와 ‘소통´은 그런 힘이 있는 것이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 [길섶에서] 산책의 즐거움/이동구 논설위원

    혼자 걷는 것을 좋아한다. 운동 삼아 하는 빠른 걸음이 아닌 가벼운 산책 수준이다. 하루 평균 1만보는 넘는다. 걷기에는 쏠쏠한 재미가 있다. 천천히 걸을 때 떠오르는 시시콜콜한 생각들과 작은 볼거리들. 사색이라 표현하긴 궁색하지만 지나간 일들에 대한 아쉬움이나 미래에 대한 고민, 일상의 즐거움들이 수도 없이 스쳐간다. 잊고 있었던 이가 어쩌다 생각나면 안부 전화를 한다. 걷다가 주변의 작은 움직임을 관찰하는 즐거움도 만만찮다. 오늘 출근길엔 청계천 비둘기들의 사랑싸움이 눈에 띄었다. 수컷 두 마리가 암컷 한 마리를 두고 구애 경쟁을 하다 성공하려는 순간 다른 수컷이 공격성을 보이며 훼방을 놓는다. 암컷은 수컷들의 다툼을 즐기기라도 하는 듯 양쪽을 오가며 유혹의 몸짓을 멈추지 않는다. 열정적인 ‘삼각관계’다. “삶이 재미가 없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은퇴를 준비해야 하고 열정이나 욕망이 약해지는 연령대라 그들의 푸념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당연히 청계천 비둘기 같은 열정을 기대할 수도 없다. 하지만 걷기와 함께 어느 철학자의 말은 권하고 싶다. “그 무엇을 사랑한다는 것은 곧 삶의 의미이며, 사랑하기를 멈춘다는 것은 곧 삶을 멈추어 버리는 것과 같다”고. yidonggu@seoul.co.kr
  • [한 컷 세상] 대화가 갖는 힘

    [한 컷 세상] 대화가 갖는 힘

    한 집회에서 대화경찰관이 현장을 관찰하고 있다. 대화경찰관제도는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면서도 평화적 집회를 유도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정착된 제도다. ‘대화´라는 단어가 주는 평화적인 압박감은 흥분되기 쉬운 집회현장을 진정시킨다. ‘대화´와 ‘소통´은 그런 힘이 있는 것이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 “현실 관찰하다가 金·트럼프 만남 상상” “선 너머 北 아닌 선 그은 이들에 화내야”

    “현실 관찰하다가 金·트럼프 만남 상상” “선 너머 北 아닌 선 그은 이들에 화내야”

    ‘오늘 김정은과 한잔한다. (중략) 참이슬 두 잔을 원샷으로 들이켠 후 난 그에게 묻는다. “형, 오늘 몇 명이나 죽였어?”’ 지난달 21일 한국문학번역원 주최로 열린 ‘소통과 평화의 플랫폼’ 행사에서 한국계 독일인 박본(32) 극작가가 선보인 짧은 소설 ‘동한국’의 한 구절이다. ‘김정은’은 짐작대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다. 반면 ‘DMZ의 나라에서’라는 주제로 토론에 나선 김연수(49) 작가의 문제의식은 훨씬 묵직했다. 그는 ‘정전 체제 이후의 문학에 대해’라는 글에서 “1948년 이래 한국문학은 ‘이렇게 우리는 죽을 수 없다’는 콤플렉스와 ‘그건 모두 우리의 잘못이다’는 죄의식에 볼모로 사로잡힌 셈”이라고 적었다. 김 작가는 “우리가 화를 내야 할 대상은 선 너머의 북한이 아니라 선을 그은 사람”이라며 “까뮈의 소설 ‘이방인’처럼 불합리하게 우리에게 받아들여진 상황에 대해 하다 못해 신에게라도 화를 내야 마땅한 것”이라고 말했다. 토론 이후, ‘김 위원장을 형이라고 부르는 1987년생’ 박본과 ‘누군가에게는 김 위원장이 형이라는 사실에 놀란 1970년생’ 김연수가 마주 앉았다. 둘은 김정은부터 최근 화두인 백석 시인에 이르기까지, ‘60년 정전 체제 이후의 문학’에 대해 유쾌하게 논했다. -행사장에서 박 작가의 소설 ‘동한국’이 화제가 됐다. 김연수 작가(이하 김) ‘역시 젊음이 아름답구나’ 라는 생각을 했고, 단순히 ‘젊음만의 문제는 아니겠구나’라는 생각도 했다. ‘한국에서 이 또래의 젊은 작가가, 그런 작품을 발표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국외자의 자유로움이 있구나’ 생각하면서도 ‘그런 자유로움을 왜 우리는 가질 수 없을까’ 고민했다. 박본 작가(이하 박) 국외자이기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독일에서도 다 그런 건 아니니까. 희곡 ‘으르렁대는 은하수’에서 김 위원장을 등장시켰을 때, ‘이렇게 쓰면 안 되는 거 아니냐’는 반응이 있었다. 그러나 누구를 조롱하기 위해서가 아니고, 모두가 싫어하는 인물에 대해서도 호감을 갖도록 입체적으로 그리고 싶었다. 픽션이라서, 거짓말이라서 가능했다. -박 작가는 2016년에 쓴 희곡 ‘으르렁대는 은하수’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대화를 나누는 전복적 상상력을 선보였는데 몇 년 뒤, 그런 일이 실제 일어났다. 박 뉴스 봤을 때 진짜 이상했다. 말로 설명이 안 되는 기분이었다. 그 작품을 쓸 때까지만 해도 트럼프는 대선 후보도 아니었으니까. 당시는 ‘아무도 트럼프를 좋아하지 않으니까, 나라도 한 번 써봐야겠다’라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김 10여년 전 애니메이션 ‘심슨네 가족들’에도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런 건 관찰력이나 정보를 종합하는 능력의 소산이라 볼 수 있다. 문학이 가진 힘 중에 ‘핍진성’을 믿는데, 현실을 오래 관찰하다 보니 허구지만 현실처럼 보이는 작품을 만들게 되고, 가끔씩은 현실과 일치하는 일이 일어난다. 신 내린 것처럼. -정전 상태의 한국에서 김 위원장을 사랑스럽게 그리는 것이 가능한가. 김 사람마다 개인적인 면도 있고, 공적인 부분들도 있다. 김 위원장도 결혼을 했고, 아이도 있으니 누군가의 아버지일 테지만 그래도 박 작가처럼 발랄하게 그리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웃음). 베를린 장벽에 ‘형제의 키스’(1979년 소련 공산당 서기장 레오니트 브레즈네프와 동독 서기장 에리히 호네커의 입맞춤을 묘사한 벽화)라는 작품이 있지 않나. 예술은 현실을 반영하기도 하지만 현실과 관계없는 뭔가를 보여주기도 한다. 상상은 그 자체로 실제화될 수 없는데도, 우리는 상상만으로 감옥까지 갔던 전력이 있다. 이번 행사 제목이 ‘In a Nation Shadowed by DMZ’였는데 그 말이 딱 맞다. 그 시대는 끝났을지 모르지만, 그림자는 남아 (우리) 마음에 계속 그늘이 있는 거다. ‘세상이 바뀌는 걸 좀 더 앞당기겠다’의 문제가 아니라 계속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박 한국은 자주적으로 민주주의를 이룬 나라다. 옛 소련 같은 나라는 (분열되기 전) 자신들이 얼마나 막강한 권력을 가졌었는지, 과거를 생각하며 갖는 고통이 있다. 반대로 한국은 억압만 받아서 ‘큰 한국’을 상상하지 못한다. 통일이 되면 더 큰 힘을 가질 수도 있다는 비전과 상상이 없는 것이다. 다른 나라들은 옛 환상에 시달리지만 한국은 ‘앞으로’가 있다. 김 2005년, 독일 뉘른베르크를 여행할 때였다. 호텔 문이 잘 안 열려 불만을 표하니까 호텔 직원이 그러더라. “너희 나라는 잘살아서 그런 것도 잘되지만, 우리는 아니다”라고. 세계가 바뀌는 대충격이었다. 이전의 한국과 지금의 한국은 엄청나게 다른 나라라는 생각이 들더라. 통일이 되면 또 어찌 될지 모른다. -60여년 정전 체제를 뛰어넘는 문학은 어떠해야 하나. 김 다시 쓰고 싶다. 예를 들면 지금 백석 시인에 대해 쓰고 있는데, 시인의 경우 북한에서 숙청이 되고 난 후로는 시를 못 쓰고 살았다. 최대한의 능력을 동원해서 시인의 삶을 복원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념 말고 사람들 개개인의 삶을 쓰다 보면 그 당시 북한 체제가 얼마나 어처구니가 없었는지, 남한은 어땠는지를 알 수 있을 거다. 박 책의 시대는 지났기 때문에 문학보다 다른 걸로 극복해야 한다(웃음). 이야기에 개인적인 내러티브를 담으면 좋을 것 같다. 일본으로 건너간 북한인이 다시 북한을 찾아 가족들과 만나는 다큐멘터리를 굉장히 재밌게 봤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양자도약 사전 예측 시스템 개발… ‘슈뢰딩거의 고양이 역설’ 뒤집다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양자도약 사전 예측 시스템 개발… ‘슈뢰딩거의 고양이 역설’ 뒤집다

    귀여운 고양이 한 마리가 밖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완전히 밀폐된 상자 속에 갇혀 있습니다. 상자 안에는 치명적인 독약인 청산가리가 담긴 병이 있습니다. 독극물 병 위에는 망치가 있고 망치는 방사능을 측정하는 가이거 계수기와 연결돼 있습니다. 방사능이 감지되는 순간 망치가 떨어져 병은 깨지고 청산가리 가스가 흘러나와 고양이는 죽게 됩니다. 상자 안에는 시간당 50%의 확률로 핵붕괴하는 우라늄도 들어 있습니다. 한 시간 뒤 우라늄이 붕괴되면서 방사능을 내뿜어 가이거 계수기를 작동시킬 확률이 50%라는 말입니다. 한 시간 뒤 상자 속 고양이는 어떻게 됐을까요. 정답은 ‘상자를 열기 직전까지는 살아 있거나 죽어 있는 상태가 섞여 있으며 상자를 여는 순간 양자 상태가 무작위로 바뀌어 죽거나 살아 있게 된다’입니다.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이 설정이 바로 물리학과, 화학과 학생들을 멘붕에 빠뜨려 양자역학을 포기하게 만든다는 ‘슈뢰딩거의 고양이 역설’입니다. 지난해 세상을 떠난 영국의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마저도 ‘누군가 슈뢰딩거의 고양이 이야기를 꺼낸다면 난 조용히 총을 빼들 것’이라고 말했을 정도입니다. 독일 물리학자 베르너 하이젠베르크가 만든 불확정성 원리는 간단히 말하면 원자나 분자 같은 미시세계에서는 입자의 위치와 운동량을 둘 다 정확하게 측정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하나를 측정하는 동안 다른 하나가 변해 버리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고전물리학에서와 달리 입자의 물리적 상태를 확률적으로만 설명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지요. 오스트리아 물리학자 에르빈 슈뢰딩거는 파동방정식을 만들어 양자역학을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양자역학의 확률론적 해석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양자역학의 확률론을 논박하기 위해 만들어 낸 사고 실험이 바로 ‘슈뢰딩거의 고양이 역설’이었습니다. 그런데 미국 예일대 응용물리학과, 예일양자연구소, IBM 왓슨연구센터, 뉴질랜드 오클랜드대 광자·양자기술센터, 프랑스 컴퓨터과학연구소(INRIA) 공동연구팀이 큐비트로 알려진 양자 정보를 포함한 인공원자를 이용해 양자도약을 사전 예측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냈습니다. 오랫동안 양자역학을 지탱해 온 양자중첩과 예측불가능성이라는 개념을 뒤집었다고 평가를 받는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 6월 4일자에 실렸습니다. 양자도약은 원자 내부에서 전자가 불연속적으로 궤도를 움직이는 현상입니다. 전자가 어느 위치에 있을지는 확률적으로 알 수밖에 없기 때문에 언제 어떻게 양자도약이 일어나는지를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연구팀은 알루미늄 상자에 둘러싸여 있는 초전도 인공원자에 마이크로파를 쪼인 뒤 ‘이중 간접 모니터링 방식’으로 인공원자를 관찰하는 동시에 양자도약을 예측해 내는 데 성공한 것입니다. 이번 기술은 양자컴퓨터를 개발할 때 정보를 포함하는 큐비트를 손쉽게 제어할 수 있게 해 양자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해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이번 연구에서도 볼 수 있듯이 과학에서는 깨지지 않을 것 같은 이론도 끊임없는 연구를 통해 새로운 사실이 밝혀져 뒤집힐 수 있습니다. 20세기 초 물리학사에서만 보더라도 과학자들이 상대편과 끊임없는 사고 실험과 논쟁을 통해 현대물리학을 만들었습니다. ‘우리는 맞고 너희는 틀리다’는 언행을 보이면서 ‘과학적, 합리적 태도와 사고방식’을 입에 올리는 것은 정말 웃기는 일입니다. edmondy@seoul.co.kr
  • 조현병 치료 거부하고 시민·경찰 폭행 30대男 실형

    조현병 치료 거부하고 시민·경찰 폭행 30대男 실형

    나체로 5분간 거리 돌아다니기도1심 “이유 없이 약 복용 거부, 선처 무의미”2심 “조현병 심신미약 감안”…2개월 감형약 복용 거부 등 조현병 치료를 거부한 채 길 가던 무고한 시민을 마구 폭행하고 출동한 경찰관까지 뺨을 때리는 등 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30대 남성에게 2심 재판부가 실형을 선고했다. 다만 조현병으로 인한 심신 미약인 점을 감안해 형량은 줄여 줬다. 5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부산지법 형사3부(남재현 부장판사)는 상해, 공무집행방해, 공연음란 혐의로 기소된 A(32)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조현병을 앓던 A씨는 2017년 12월과 2018년 2월 우연히 마주친 시민을 주먹으로 무자비하게 폭행해 현행범으로 체포된 뒤 경찰관에게도 욕설하고 뺨을 때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지난해 9월에도 나체로 거리를 5분간 돌아다닌 혐의도 받았다. 앞서 공무집행방해죄와 강제추행죄로 각각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A씨는 집행유예 기간에 이러한 범행을 저질렀다. 1심은 “조현병이 사건 원인으로 보이지만 A씨가 별다른 이유 없이 약 복용을 거부하는 등 치료 의지가 전혀 없는 점을 고려하면 선처는 무의미하다”며 징역 1년을 선고했다. A씨가 형이 무겁다며 항소한 2심에서 재판부는 “집행유예 기간 보호관찰관 지시에 응하지 않고 이 사건 범행까지 저질러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면서 “다만 조현병으로 의사결정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른 점, 상해 피해자와 합의한 점 등을 고려했다”며 감형 이유를 설명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이기주 작가, 신작 ‘글의 품격’ 출간… 교보문고 종합 순위 진입

    이기주 작가, 신작 ‘글의 품격’ 출간… 교보문고 종합 순위 진입

    ‘언어의 온도’, ‘말의 품격’, ‘한때 소중했던 것들’로 200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이기주 작가가 신작 에세이 ‘글의 품격’을 출간했다. ‘삶이 곧 하나의 문장이다’는 부제의 인문 에세이로 고전과 현대를 오가는 인문학적 소양을 바탕으로 이기주 작가 특유의 감성이 더해 볼거리와 생각할 거리를 동시에 전달하는 ‘글의 품격’은 마음, 처음, 도장, 관찰, 절문, 오문, 여백 등 21개의 키워드를 통해 글과 인생과 품격에 대한 생각들을 풀어냈다. 작가는 이 책에서 말에 언품(言品)이 있듯 글에는 문격(文格)이 있다고 말하며, 지금 우리에게는 달필(達筆)의 능력이 아니라 눌필(訥筆)의 품격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더불어 글은 종종 무력하며, 문장이 닿을 수 없는 세계가 엄연히 존재한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언급한다. 세상사에 너무 즉각적으로 반응하면서 글을 휘갈기면 문장에 묻어 있는 더러움과 사나움을 미처 털어내지 못하므로 쉬이 흩어지지 않는 향기를 담은 깊이 있는 글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깊이 있는 문장은 그윽한 문향(文香)을 풍긴다. 그 향기는 쉬이 흩어지지 않는다. 책을 덮는 순간 눈앞의 활자는 사라지지만, 은은한 문장의 향기는 독자의 머리와 가슴으로 스며들어 그곳에서 나름의 생을 이어간다. 지친 어깨를 토닥이고 상처를 어루만지는 꽃으로 피어나게 된다. 이러한 내용을 담은 책은 마지막 장을 엎은 뒤 독자의 손끝에서 돋아난 문장이 소중한 이들의 가슴에 가 닿으면 좋겠다는 작가의 바람도 엿볼 수 있다. 출간과 함께 교보문고 종합 순위에 진입한 이기주 작가의 신작 ‘글의 품격’은 전국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구입할 수 있다. 한편 출판계에 따르면, 100쇄를 돌파한 이기주 작가의 ‘언어의 온도’는 누적 판매 부수 150만 부를 앞두고 있다. 이러한 대중의 사랑에 보답하고자 이 작가는 꾸준히 인세의 일부를 기부하는 등 사회공헌을 위해 노력 중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면담·관찰·뇌 검사까지… ‘가짜’ 심신장애, 한 달이면 들통난다

    면담·관찰·뇌 검사까지… ‘가짜’ 심신장애, 한 달이면 들통난다

    검사 병동에선 치료 아닌 감정에 초점 약물투여 최소화… 위험상황 발생 많아 ‘PC방 살인’ 김성수·이영학도 정신감정 일반병동엔 심신장애 판정 피고인 수용 확정 판결 후 치료 받아 상대적으로 안정 배구대회·제빵 등 직업훈련 프로그램도‘서OO, 5월 3일, 주치의 OOO.’ 지난달 3일 충남 공주치료감호소 검사병동. 간호사실 한쪽 벽면에 걸려 있는 흰색 칠판에는 정신감정 유치자 31명의 이름과 입소 일자, 담당 주치의 명단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공주치료감호소는 수사와 1~2심 재판 과정에 있는 피의자 및 피고인의 심신장애 여부를 판단하는 검사병동과 확정 판결을 받은 심신장애 범죄자 등을 치료하고 수용하는 일반병동으로 나뉜다. 검사병동 칠판에 적힌 유치자 명단을 살펴보니 불구속 상태인 유치자 옆에는 빨간색 표시가, 뇌전증(간질)을 앓는 유치자 옆에는 ‘간질’이라고 쓰여 있었다. 이날 입소한 서모(58)씨의 이름도 있었다. 조현병을 앓고 있는 서씨는 지난 4월 친누나를 살해한 혐의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위층 할머니를 살해한 뒤 “내 머리에 할머니가 들어와 고통스럽다”고 횡설수설한 10대 남성도 전날 들어왔다. 2017년 중학생 딸의 친구를 성추행하고 살해한 ‘어금니 아빠’ 이영학, 지난해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 사건의 범인 김성수도 이곳을 다녀갔다. 김성수가 와 있을 당시에는 심신장애 감경에 대한 비판 여론이 절정에 달하면서 감정 인원(63명)도 크게 늘었다.이곳에서의 한 달은 유치자의 미래를 결정지을 수도 있다. 정신감정 결과, 심신상실 판정이 내려지고 법관이 이를 받아들이면 무죄가 선고된다. 사물분별능력 또는 의사결정능력이 미약하다는 판단(심신미약)이 내려져도 형을 감경받을 수 있다. 이처럼 정신감정 결과가 재판 과정에서 심신장애 여부를 다툴 때 큰 영향력을 발휘하기 때문에 감정의와 유치자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벌어진다. 의사는 속지 않으려 하고, 유치자는 가급적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 내려 한다. 정신감정에서는 주치의의 면담과 행동 관찰이 주를 이루지만, 다른 검사도 실시된다. 신경매독, 염색체 이상 등으로 뇌에 문제가 생겨 범죄를 저질렀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치료가 아닌 정확한 감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약물 투여는 최소한에 그친다. 그러다 보니 자제를 못하고 말썽을 피우는 유치자들도 있다. 위험 상황이 발생해 비상벨이 울리는 횟수도 한 달에 6~7건에 이른다. 난동을 피우면 일단 ‘독방’으로 불리는 보호실로 격리된다. 이날 굳게 닫힌 철문 너머로 한 유치자는 복도에서 원형을 그리며 뱅뱅 돌기만 했다. 또 다른 유치자는 기자와 눈이 마주치자 옆에 있던 유치자 얼굴에 주먹을 갖다 대는 시늉을 했다. 불안정하고, 예측 불가능한 유치자들을 관리하는 직원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상당하다. 치료감호소 관계자는 “자살 사고라도 나면 큰일”이라면서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사건은 신경을 더 많이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검사병동과 한 건물에 있는 일반병동에는 ‘심신장애 판정’(1호 처분)을 받은 환자들이 수용돼 있다. 확정 판결을 받고 치료를 받은 환자들이라 상대적으로 안정돼 보였다. 운동장에서는 배구 대회가 진행 중이었다. 9명씩 한 팀을 이뤘는데 부상이 염려될 정도로 치열했다. 병동마다 천막에 ‘아자아자~용기 백배’ 등 응원 문구가 쓰인 플래카드도 걸어 놓았다. 우승팀에 주어질 트로피도 준비돼 있었다. 배구 대회 때문에 1호 환자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직업훈련 프로그램인 제과·제빵 실습실은 텅 비어 있었다. 실습실에서 만난 강사는 “해마다 20여명이 자격증을 취득한다”며 뿌듯해했다. 필기시험 합격률은 30~40%에 그치지만, 실기시험 합격률은 80%에 달한다고 한다. 외부로 나가 실기시험을 치를 수 없다 보니 이곳에서 ‘홈그라운드 이점’을 톡톡히 활용하는 셈이다. 영치금이 없는 환자들에게는 봉투 작업이 인기다. 쇼핑백을 만드는 일인데, 1시간에 400원을 번다. 구멍을 뚫고 핀을 박는 ‘난도’가 높은 작업은 시간당 1100원. 기술이 요구돼 아무나 할 수 없다고 한다. 1호 환자를 돌보는 직원들에게도 애환은 있다. 특히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가진 환자를 대하는 게 쉽지 않다. 직원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환자가 있는가 하면, 약을 바꿨다고 경찰에 고소한 환자도 있다. 그래도 직원들은 퇴원한 환자로부터 “고마웠다”는 전화를 받으면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공주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정신질환 핑계 댄 그놈 감정해 보면 반은 멀쩡

    정신질환 핑계 댄 그놈 감정해 보면 반은 멀쩡

    감형 노린 연기에 감정의들 어려움 겪어 사법당국 ‘꾀병 범죄자’ 거를 장치 절실 정신질환이 의심되는 범죄자에 대해 국가가 정신감정을 실시한 결과 2명 중 1명은 범행 당시 멀쩡했거나 정신질환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질환을 위장한 범죄자가 증가하는 가운데 이들을 가려내는 게 사법당국의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서울신문이 3일 법무부 공주치료감호소로부터 받은 ‘최근 5년간 형사 정신감정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정신감정을 받은 444명 중 152명(34.2%)은 형사 책임능력 ‘건재’(정상) 판정을 받았다. 정신질환 증세로 과거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해도 범행 당시 판단력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결과다. 정신질환 증세가 보이지 않는 ‘진단 없음’ 판정을 받은 인원도 68명(15.3%)에 달했다. 2명 중 1명은 ‘이상 없음’(건재 또는 진단 없음)으로 나온 셈이다. 올 들어서도 지난 4월까지 감정 인원 131명 중 63명(48.1%)은 ‘이상 없음’으로 나왔다. 지난 5년간 치료감호소에서 정신감정을 받은 인원은 2014년 604명에서 지난해 444명으로 4년 새 26.5% 줄었다. 반면 책임능력이 ‘건재’로 판명된 인원은 같은 기간 107명에서 152명으로 42.1% 늘었다. ‘진단 없음’을 받은 사람도 48명에서 68명으로 41.7% 증가했다. 임명호(정신과 전문의) 단국대 교수는 “심신장애 판정을 받으면 감형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정신질환 위장 범죄자도 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이문 경찰대 교수는 “작정하고 정신질환을 가장한 범죄자 때문에 감정의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정신감정은 통상 1개월 정도 실시된다. ‘한 달’이란 기간을 두는 이유는 피감정 유치자들의 행동을 면밀하게 관찰하고, 면담을 통해 범행 당시 책임 능력이 있는지를 살피기 위함이다. 조현병 환자라 해도 꾸준히 약물치료를 받았다면 범행 당시에는 멀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유치자는 멀쩡한데도 의사 앞에서 환청이 들린다는 식으로 연기를 한다고 한다. 치료감호소의 한 정신과 전문의는 “첫눈에 꾀병이 드러나기도 하지만 헷갈릴 때도 있다”면서 “3~4주 정도 지나면 ‘꾀병이구나’라는 확신이 생긴다”고 말했다. 감정 기간 안에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감정의가 기간 연장을 신청할 때도 있다. 일부 범죄자는 감정서 결과(건재)가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로 구치소에 돌아온 뒤 감정의에게 “두고 보자”며 협박 편지를 쓴 것으로 전해졌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염색체 복제 오류로 인한 암 발생 원리 밝혀냈다

    염색체 복제 오류로 인한 암 발생 원리 밝혀냈다

    국내 연구진이 생명체 유지와 유전정보 전달을 위한 필수 대사과정인 염색체 복제에 관여하는 단백질의 핵심 작동원리를 밝혀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 항상성 연구단과 울산과학기술원(UNIST) 생명과학과 공동연구팀은 염색체 복제가 끝나면 DNA와 결합하는 PCNA라는 단백질이 결합되고 분리되는 메커니즘을 분자수준에서 밝혀내고 기초과학 및 공학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3일자에 발표했다. 염색체 복제는 DNA 생성에 관여하는 단백질들이 DNA와 결합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특히 고리형태의 PCNA 단백질은 바늘구멍에 실이 꿰어진 형태로 DNA와 결합해 염색체를 복제하고 손상된 염색체를 복구한다. 이 과정이 끝나면 PCNA와 DNA는 분리된다. 그러나 이 때 PCNA와 DNA가 분리되지 않고 계속 결합된 상태로 머물러 있게 되면 염색체에 돌연변이가 발생한다. 연구팀은 이런 염색체 돌연변이는 암이나 각종 유전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고 앞선 연구를 통해 밝혀냈다. 그렇지만 PCNA와 DNA가 분리되는 정확한 원리는 파악하지 못했다.그런데 연구팀은 PCNA와 DNA의 결합, 분리를 추적할 수 있는 실험방법과 실시간으로 결합과 분리를 관찰할 수 있는 ‘단분자 형광 이미징‘ 기술을 활용해 관찰했다. 그 결과 ATAD5-RLC라는 단백질이 PCNA 단백질의 고리를 열어 DNA를 분리시켜 염색체 복제 과정을 종료시킨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ATAD5-RLC 단백질의 구조까지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염색체 복제 과정, 손상복구 과정이 정상적으로 종료되지 않으면 유전정보의 변형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분자적 수준에서 처음으로 밝혀낸 것이다. 명경재 IBS 유전체 항상성 연구단장은 “이번 연구는 생명체 필수 대사과정인 염색체 복제를 이해하기 위한 중요한 정보를 파악함으로써 생명의 근원을 이해하는데 한걸음 더 다가가게 해줬다”라며 “염색체 복제 오류는 암 같은 질환을 유발시키는 만큼 유전정보 이상으로 발생하는 병의 근본 원인을 규명하고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길섶에서] 난 사람, 든 사람, 된 사람/박현갑 사업국장

    “난 사람, 든 사람, 된 사람 중 어떤 사람이 되고 싶나요? 난 사람은 국회의원 등 능력으로 이름이 널리 알려진 사람입니다. 든 사람은 교수나 의사 등 지식이 많은 사람이구요. 된 사람은 인격이나 품성이 훌륭한 사람입니다.” 얼마 전 기자 진로탐구에 나선 중 3 학생들에게 던진 질문이다. 초롱초롱한 눈망울의 학생들이지만 대답이 없다. 가치관은 저마다 다르기에 정답은 없다고 말한 뒤, 세상 일에 대한 호기심을 바탕으로 관찰하고 통찰하려면 자신부터 되돌아보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며 이런 품성을 가진 사람이 기자직에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사회는 대체로 난 사람과 든 사람이 이끌어 간다. 제도 등 사회의 작동 방식을 주도적으로 형성한다. 하지만 물질 만능주의, 정경유착 등에서 드러나듯 이들의 앙상블이 빚어내는 부정적 효과도 적지 않다. 사람이 된다는 건 결과가 아닌 과정이다. 예전엔 학생 장래 희망으로 대통령, 장군, 판검사가 많았다. 그런데 요즈음은 유튜버, 연예인 등으로 다양해졌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성숙해진 게다. 겉으로 보이는 직업의 화려함보다 내면의 가치를 잣대로 어제보다 나은 내일을 그리는 학생들이 많아지길 기대해 본다. eagleduo@seoul.co.kr
  • [월드피플+] 마약 중독 노숙자 인생역전 시킨 한 여성의 사랑

    [월드피플+] 마약 중독 노숙자 인생역전 시킨 한 여성의 사랑

    한 여자의 사랑이 마약에 중독돼 거리에서 구걸을 하던 전과자의 인생을 역전시켰다. 옥살이를 하다 나온 존 헤인스(31)는 거처 없이 떠돌다 영국 잉글랜드 링컨셔주 클리콥스 해변에서 18개월 넘게 노숙을 했다. 낯선 사람들이 침을 뱉는 것도, 사람들 발에 머리가 채이는 것도 시간이 갈수록 익숙해졌다. 그가 그렇게 인생을 거의 포기할 때쯤 니콜이 나타났다. 케이티 니콜(38)은 지난해 클리콥스 해변의 아이스크림 가판대 옆에서 구걸하고 있는 노숙인 헤인스를 발견했다. 행동교정센터 보조교사로 일하고 있는 니콜은 스스럼없이 그의 옆에 앉아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달라”며 말을 건넸다. 모두가 기피하는 자신에게 아무렇지 않게 말을 거는 니콜이 신기했던 헤인스도 화답했고 두 사람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됐다. 다음날부터 니콜은 하루도 빼놓지 않고 헤인스를 찾아왔다. 니콜은 “헤인스와 나는 처음부터 죽이 참 잘 맞았다”고 설명했다. 니콜에게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연 헤인스는 자신의 삶을 바꾸고 싶다는 소망을 내비쳤고 두 사람은 헤인스의 새로운 삶을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약속했다. 그리고 노트 한 권에 서로의 일상을 적어 교환하는 것으로 첫걸음을 내디뎠다. 헤인스는 “노트의 첫 줄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무엇이냐’는 니콜의 질문이었다. 나는 ‘구운 닭고기’라고 화답했고 그렇게 노트는 우리들의 이야기로 채워졌다”고 밝혔다. 헤인스는 고된 노숙 생활에 대한 이야기부터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 등을 노트에 털어놓았고 교환 노트는 점차 두 사람의 연애 편지로 변모했다. 얼마 후 헤인스는 담담한 사랑 고백을 적어 내려갔다. 헤인스는 “니콜과 주고받는 모든 쪽지가 그저 좋았다. 우리 관계가 발전할 수 있을 거란 느낌이 들었다”고 밝혔다. 얼마 후 헤인스는 교환 노트에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는 내게 사랑스러운 여자 하나가 걸음을 멈추고 내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내 인생을 포기하고 있었는데 니콜이 나타났다. 그 어떤 꽃보다 아름다운 니콜. 외모도 아름답지만, 내면은 더 아름답다”는 고백을 담기에 이르렀다.헤인스의 진심을 느낀 니콜은 처음 만난 지 두 달 만에 그를 집으로 초대했다. 그녀는 헤인스가 편하게 씻고 머리를 다듬을 수 있게 배려해주었고 그가 가장 좋아하는 ‘구운 닭고기’를 곁들인 저녁 식사도 대접했다. 헤인스는 이 자리에서 그녀에게 첫 데이트 신청을 했다. 한 달 후 두 사람은 정식으로 교제를 시작했고, 니콜과의 교제는 헤인스의 삶을 180도 바꾸어놓았다. 6살 무렵 헤어졌던 친아버지와도 재회했다. 헤인스의 사연에 가슴이 아팠던 니콜이 헤인스의 보호관찰관과 전직 교도소장의 도움을 받아 헤인스의 친부를 수소문했고 고향과 멀지 않은 곳에서 그를 찾아 헤인스와의 만남을 주선했다. 헤인스는 “니콜은 내게 너무 많은 것을 주었다. 아버지를 다시 만났을 때 가슴이 너무 벅찼다”고 말했다. 사실 헤인스는 사랑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었다. 몇 년 전 다른 남자와 함께 침대에 누워있는 여자친구를 보고 충격을 받아 그 자리에서 남자를 폭행했고 2년 반을 감옥에서 살았다. 옥살이를 하다 나온 마약중독자를 받아주는 곳은 없었고 그는 거리로 내몰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니콜의 주변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나왔다. 니콜은 “내가 헤인스를 만난다는 걸 알고 주변에서는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대부분의 친구가 지지해줬지만 몇몇몇은 위험하지 않겠느냐며 걱정했다”고 밝혔다. 그녀는 “그러나 틴더 같은 소개팅 어플을 통해 데이트를 즐기는 요즘 사람보다 몇 달 간 함께 앉아 이야기를 나눈 헤인스가 더 안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얼마 전 이혼 후 홀로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니콜은 전 남편 역시 두 사람의 사랑을 응원해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헤로인과 스파이스 등 마약에 찌들어 거리를 헤매던 헤인스는 이제 노숙 생활을 청산하고 정원사로 일하고 있다. 헤인스는 “노숙을 하며 인생을 거의 포기했지만 가끔은 영원히 이렇게 살지 않을 것 같다는 실낱같은 희망을 품곤 했다. 그게 현실이 됐다. 내 앞에 나타난 니콜 덕분에 모든 게 달라졌다”며 니콜에게 사랑을 전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여기는 중국] 판다 얼굴도 구별…中 AI 기술 ‘놀라운 진화’

    [여기는 중국] 판다 얼굴도 구별…中 AI 기술 ‘놀라운 진화’

    ‘하양 검정 털옷’, ‘동글동글 선글라스’라는 어느 동요 속 가사처럼 대왕판다의 외모는 그야말로 귀여우면서도 개성 넘친다. 하지만 우리가 맨눈으로 본 이들 판다의 얼굴은 모두 다 비슷하므로 구별이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런데 이제 중국 청두 판다 번식연구 기지(이하 청두 판다 기지)가 중국 쓰촨사범대와 싱가포르 난양공대와 함께 판다의 얼굴이 나오는 사진이나 영상을 통해 개체를 정확하게 구별하는 인공지능(AI) 안면인식 기술을 개발했다며 조만간 일반인도 판다 얼굴을 구별할 수 있도록 스마트폰 앱을 공개하겠다고 발표했다.이 기지에 따르면, 지금까지 중국에서는 네 차례에 걸쳐 전문가들이 야생 판다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조사를 벌였지만 그 개체 수가 1800마리 정도 된다는 것 등 기초적인 사항을 파악하는 데 그쳤다. 이는 연구자들이 야생 판다를 포획하거나 멀리서 맨눈으로 관찰하고 또는 서식지에 남겨진 체모와 분변을 수집해 DNA를 분석하는 등의 방법으로 조사를 벌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또 야생 판다는 넓은 숲속에서 서식해 사람이 추적하거나 관찰하는 것이 효율적이지 못하고 위험이 뒤따르는 문제가 있었다.이에 따라 이 기지는 야생 판다 무리의 모습이나 분포 상황, 나이, 성별, 출생, 개체 수 변화 등을 더욱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2017년부터 이들 대학과 협력해 수집한 사진이나 영상 등 이미지 자료를 사용해 판다 개체를 식별하는 AI 기술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이들 연구자는 지난 2년간 사진 10여만 장과 영상 수만 개를 데이터베이스화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판다 개체를 자동으로 구별하는 기술을 확립할 수 있었던 것이다.덕분에 연구자들은 이제 판다들이 서식하는 지역 안에 카메라를 설치하는 방법으로 이미지 자료를 수집한 뒤 판다 개체의 상황을 더욱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앞으로는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판다 개체에 관한 건강 수준을 관찰하고 무리 생활이 어떻게 이뤄지는 등을 조사하는 데 더욱더 효율적인 방법을 개발해 나갈 계획이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전라감사 서유구의 ‘완영일록’ 출간

    조선 후기 전라감사를 지낸 풍석(楓石) 서유구 선생(1764∼1845)의 공문서 일기인 ‘완영일록(完營日錄)’이 한글로 번역돼 발간됐다. 전북 전주시는 1833년 4월부터 21개월간 전라도 관찰사를 역임한 서유구 선생이 재임 기간 필사한 공문서 기록 약 33만 2000자(字)를 번역한 ‘완영일록’을 출간했다고 31일 밝혔다. 한문으로 된 2권의 책을 한글로 풀어 4권의 책으로 만들었다. 185년 만에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완영일록에는 전라도 56개 지역에서 있었던 송사·환곡 ·농정 ·향시 ·효자 열녀의 장려·망궐례·기우제·진상품·부임 과정·각 지역 수령의 인사고과 등의 내용이 기록돼있다. 수록 방식은 먼저 날짜를 쓰고 공문의 요지를 두어줄 쓴 다음에 공문의 성격을 분류한 뒤 그 내용을 적었다. 전라감영이 설치된 전주성은 당시 한양, 평양과 더불어 3대 도시의 하나로 제주를 포함해 전남·북을 관리한 호남의 심장부였다. 특히 완영일록은 관찰사가 자신의 신상에 대해서는 단 한 줄도 기록하지 않고 오로지 행정, 사법, 군정 등 감사의 직무 전반에 걸친 공문서만을 기록해 남긴 일기다. 현재 유일하게 전해지는 일기로 감사의 직무와 감영 문화를 자세히 알 수 있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서유구는 조선판 백과사전인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 중 11번째 지(志)인 ‘상택지’(相宅志)에서 황산촌(黃山村·익산시 여산면), 서지포(西枝浦·군산시 나포면) 등 전국 233곳의 명당 정보를 담기도 했다. 풍석문화재단 전북도지부는 완역작업을 기념, 이날 전주향교 문화관에서 이 책의 주요 내용을 소개하고 가치를 조망하는 학술세미나를 개최했다. ‘180여 년 전 전라도 감영의 공문서를 공개하다’는 주제로 열린 이번 학술세미나에서는 ‘완영일록과 전라감사 기록을 통한 관찰사 근무평가 분석’ 등을 주제로 다뤘다. 황권주 전주시 문화관광체육국장은 “완영일록은 관찰사의 근무지인 감영에서 벌어진 일상을 우리말로 상세히 들여다볼 수 있음은 물론 당시 지방의 사정과 행정의 실상을 이해하는 데에도 매우 좋은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아침식사, 일주일에 1~2번만 해도 심혈관질환 발생 절반 뚝

    아침식사, 일주일에 1~2번만 해도 심혈관질환 발생 절반 뚝

    아침 식사를 1주일에 한 두번만 해도 아예 아침을 거르는 경우보다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등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절반 가량 줄어든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31일 연세대 보건대학원·의대 공동 연구팀(박은철, 이현지, 장지은, 이상이, 최동우)은 2014∼2016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40∼79세 7205명을 분석한 결과, 아침 식사 빈도와 심혈관질환 발생 사이에 높은 연관성이 관찰됐다고 밝혔다. 이 연구결과는 공중보건 관련 국제학술지(International Journal of Environmental Research and Public Health) 최근호에 발표됐다. 연구팀은 조사 대상자를 1주일간 아침 식사 횟수에 따라 4개 그룹(5∼7회, 3∼4회, 1∼2회, 0회)으로 나눈 뒤 10년 내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이 발생할 위험도를 분석했다.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은 혈관 내에 쌓인 혈전으로 혈액의 흐름이 막혀 발생하는 질환을 말한다. 이런 혈전은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지는데, 콜레스테롤 같은 이물질이 심장동맥 벽에 쌓여 점차 두꺼워지고 딱딱해지는 게 일반적이다. 분석결과, 전체의 38.7%(2786명)가 10년 이내에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이 발생할 수 있는 위험군에 속했다. 하지만 그 위험도는 아침 식사 빈도에 따라 큰 차이를 보였다. 1주일에 한 번도 아침을 먹지 않는 사람들은 1주일에 5∼7회 아침 식사를 하는 사람들에 견줘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1.46배 높았다. 성별로는 같은 조건에서 여성(1.55배)의 위험도가 남성(1.47배)보다 높았다. 특히 심혈관질환 가족력이 있으면서 아침을 먹지 않은 사람의 심혈관질환 위험도는 2.1배에 달했다. 주목되는 건 1주일에 1∼2번만 아침을 먹은 사람들의 심혈관질환 위험도가 1주일에 5∼7회 아침 식사를 하는 사람들보다도 22%(0.78배)나 낮게 나온 점이다. 이를 아침을 아예 먹지 않은 사람들과 비교하면 심혈관질환 위험도가 68%나 낮은 것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1주일에 한 번 이상의 아침 식사를 하는 것만으로도 심혈관질환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박은철 연세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심혈관질환은 다양한 생활습관과 관련이 있고 이 중 하나는 아침 식사”라면서 “아침을 먹는 간단한 변화만으로도 생활방식 전반을 향상해 심혈관질환을 예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2회] “법원 사찰·잔인한 수사” 양승태, 25분간 쏟아낸 비난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2회] “법원 사찰·잔인한 수사” 양승태, 25분간 쏟아낸 비난

    서울신문은 전직 대법원장이 법정에 피고인으로 선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를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2019년 5월 29일부터 매주 수요일, 금요일 두 차례 열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판을 지면 제약에서 벗어난 온라인을 통해 글로 생생하게 중계 합니다. “그 모든 것이 근거가 없고 어떤 것은 소설의 픽션”이라던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29일 첫 공판에서의 발언은 오후 재판에서 더 뜨겁게 불이 붙었다. 40여개에 달하는 공소사실을 한 마디로 일축했던 오전 재판은 그저 간략한 예고편일 뿐이었다.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의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1회 공판기일이 다시 열렸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인 이상원 변호사가 프리젠테이션 화면을 띄우자마자 ‘이 사건 공소장의 문제점‘이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지난 2월 26일 보석 심문에서도 양 전 대법원장은 “검찰이 조물주가 창조해내듯 공소장을 창조했다”고 비판했고 이날 첫 재판에서 밝힌 입장도 “소설”이라고 말했다. 형사재판을 받는 피고인이 검찰의 공소장을 이런 식으로 평가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시작으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과 관련한 재판들에서 ‘공소장 일본주의’ 위반을 지적하는 등 공소장에 대한 문제점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지만 누구도 ‘소설’을 언급하진 않았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공소장 일본주의 위반과 공소사실의 공모관계 불명확성, 죄수(범죄의 수)관계 불명확성을 대표적인 문제점으로 꼽았다. “공소장 일본주의는 잘 알고 계시기 때문에 넘어가겠다”면서 변호인은 “공소장 일본주의가 위반됐다면 공소 기각 판결을 하는 것이 원칙이고 공판절차에서 공소장 변경신청이 허가됐다 하더라도 그 하자가 치유될 수 없다는 계 판례에 따른 법리”라고 짧게 언급했다. 공판준비절차에서 재판부의 요구로 검찰이 일부 공소장을 변경했는데 그걸로도 공소장에 혐의와 직결되지 않은 내용이 너무 많으니 “현재 시점에서라도 실체적인 심리에 나가기 전에 공소기각 판결이 선고되는 게 타당하다”는 주장이다. PT 화면에는 대법원 2009도7436 사건의 판례가 요약돼 적혀 있었다. ●양승태, 과거 전원합의체 판결서 “공소장에 배경·정황 설명 기재 불가피” 이 판결은 2007년 대선 당시 창조한국당 후보였던 문국현씨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단이다. 문씨는 공소장에 범죄사실과 관계 없고 입증되지 않은 내용이 기록됐다며 공소장 일본주의가 위반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2009년 다수의견을 통해 공소장의 특성상 법률이 정한 범위로 공소사실을 한정해서 넣기는 어렵다고 봤다. 범죄사실을 명확하게 정리하기 위해 관련 설명이 어느 정도 필요할 수밖에 없다는 취지다. 이 때 김영란·박시환·김지형·전수안 대법관이 공정한 재판의 대원칙을 강조하는 공소장 일본주의에 대해 어떤 경우에도 타협이 있어선 안 된다며 반대했지만 양 전 대법원장은 다수의견보다 더 강한 취지의 보충의견을 냈다. 특히 “사안이 복잡하거나 범행 수법이 교묘한 경우 또는 상황적 요소에 의해 범죄의 성립 여부가 좌우되는 미묘한 사안에서는 범행에 이르는 과정이나 그 배경 등 전후의 정황에 관한 설명 없이 단순한 범죄구성 요건에 직접 해당하는 행위만을 기재해서는 공소사실을 완성도 높게 특정할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이 내용을 당연히 인용하지 않았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이어 “공모관계 부분은 가장 중요하고 엄격한 증명 대상”이라는 판례를 거론하며 “재판장님께서도 여러 차례 말씀하신 것처럼 세 분 피고인은 실행행위를 직접 한 사람이 없고 검사 주장에 의해서도 지시 내지 보고받는 과정을 거쳐 공모관계에 들어갔다는 취지”라면서 특히 “공소사실의 대부분이 직권남용죄인데 누구의 직권을 남용했는지 전제도 특정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이규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등’, ‘~한 행위 등’ 이런 식으로 ‘등’이라는 표현이 너무 남용돼서 도대체 ‘등’이라는 표현을 공소사실에서 꼭 써야 하는지 의문이 드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범죄사실의 정확한 수도 특정되지 않았다는 지적에는 “가장 기본적인 것이고 단순 계산하면 되는데 그걸 지금까지도 특정 안 해주고 있다”며 “할 수 있는데 안 하는 건지 아니면 검사 스스로도 못하는 건지 상당히 애로사항이 있다”며 재판부에 호소하기도 했다.이후 구체적인 공소사실에 대해 모두 부인하거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반박한 변호사의 모두진술이 끝나자 드디어 양 전 대법원장의 차례가 됐다. 법정에 있던 모두가 양 전 대법원장의 입을 바라봤다. “대법원장이었던 제가 법정에 선, 오늘의 참담한 마음을 어찌 전하고 싶지 않겠습니까만 모두 생략하고 바로 이 사건에 대해서만 말하겠다”며 그의 발언이 시작됐다. 준비해온 종이나 메모도 없이 25분간 이어졌다. 주요 내용을 그대로 옮겨본다. ●“법률문서 아닌 소설…42년 만에 처음 본다” 검찰 공소장 맹비난 “무려 80명이 넘는 검사가 동원돼서 8개월이 넘는 수사를 한 끝에 300 몇 페이지가 넘는 공소장을 창작했다. 저는 법관 생활을 42년 했지만 이런 공소장은 처음 봤다. 저를 찾아오는 동료 법률가들도 공소장을 보고서는 어떻게 이런 공소장이 다 있냐는 말을 한결같이 한다. 그렇다. 이것은 법률가가 쓴, 법률문서라기 보다는 제가 보기에는 소설가가 미숙한 법률자문을 받아서 한 편의 소설을 쓴 것이라고 생각될 정도다. 법적인 측면에서 허점과 결점이 너무 많아서 결국 공소 전체를 위법한 것으로 만들거나 이 사건 처리에 있어서 가장 필요한 법원의 절차, 법관의 자세나 이런 것에 대해 너무나 아는 게 없음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사건 공소장 맨 첫머리에 흡사 피고인들이 엄청난 반역죄나 행한 듯이 아주 거창한 거대담론으로 시작한다. 그래서 재판으로 온갖 거래행위를 하고, 있을 수 없는 재판거래를 한 것으로 이야기를 엮어 나가며 모든 것을 왜곡하고 견강부회하고 상상력과 창의력을 발휘해서 줄거리를 만들어 내다가 제일 마지막 부분 결론 부분, 공소사실을 축약해야 하는 부분에 이르러서는 재판거래는 어디갔는지 온데 간데 없고 겨우 휘하 심의관들한테 몇 가지 문건과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것이 직권남용이라는 것으로 끝을 낸다. 저를 찾아오는 여러 법조인들에게 공소사실이 이런 것이라고 하면 깜짝 놀라는 사람들이 많다. 재판거래는 어디 가고 문서작성 직권남용이냐, 재판거래를 했다고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고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믿고 있는 중에 실제로 조사를 해보니 재판거래라고 할 만한 부분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래서 하나 골라서 재판거래인 듯 포장을 했지만 그것도 재판에 개입한 흔적이 별로 없으니까 결국은 나중에 문건을 작성하게 한 것으로 끝을 낸 것이다. 태산명동에 서일필(泰山鳴動 鼠一匹·태산을 울려 세상을 떠들썩하게 해놓고 나타난 것은 고작 쥐 한마리라는 말로 요란하게 시작했지만 매우 사소한 결과라는 뜻)이라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다. 용두사미도 이런 용두사미가 없다. 용을 그리려다 뱀도 제대로 그리지 못했다.” “블랙리스트도 마찬가지다. 블랙리스트가 있다고 온 장안을 시끄럽게 했는데 그런 리스트가 없단 게 밝혀지자 통상적인 인사문건을 갖고 블랙리스트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포장이 이 300 몇 페이지에 이르는 공소장에 넘쳐 흐르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보잘 것 없는 내용물을 갖고 포장만 근사하게 해놓은 상품이 꽤 있다. 그런 포장들이 다 소비자를 현혹하는 거다. 이 사건도 마찬가지다. 결국 그러한 포장을 근사하게 함으로써 재판부로 하여금 아주 부정적인 선입견과 예단을 형성하게 하고 그래서 보잘 것 없는 내용물까지 그걸로 커버하는 의도인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그런 소설가적 기질에서 법적 측면은 별로 그렇게 고려하지 않는 게 오히려 맞을지도 모르겠다. 실제 법률에 관한 것은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렇게 소설식으로 쓰다 보니까 법적인 점에서 허점이 한둘이 아니다.” “아예 공소사실도 특정이 안 됐다는 단적인 예를 보여드리겠다. 공소장 자체에 있는 문장을 인용하겠다. ‘배OO 인사심의관 등으로 하여금 보고서를 작성하게 하는 등 의무없는 일을 하게 했다’. ‘~등’은 둘 이상을 나타내는 불확정한 단어다. 두 개가 될 수도 있고 세 개가 될 수도, 열 개가 될 수도 있다. 그러면 이 문장에서 ‘배OO 등’이라고 하면 사회통념상 최소 두 사람이다. ‘보고서를 작성하게 하는 등’이라고 하면 최소 두 개다. 아무리 적어도 이 문장엔 네 개의 행위가 들어간다. 그러나 여기에 알 수 있는 건 한 개밖에 없다. 그럼 나머지 세 개는 뭐냐. 뭘 갖고 우리가 방어해야 하고 재판부는 뭘 갖고 심리해야 하나. 마치 권투할 때 상대방 눈 가리며 이쪽에서는 두 사람 세 사람이 그 사람을 때리는 이런 경우다.” “이 사건은 거의 전부가 공범이라고 작성해놨다. 심지어는 공범이라고 표시한 여러 사람 중에 실행행위를 한 사람이 한 사람도 없는 그런 공범이 있다. 아주 기묘한 공범이다. 그리고 실행행위가 끝난 훨씬 뒤의 일을 버젓이 공소장에 쓰고 있고 그 실행행위와 전혀 관계없는 제3자 재판에도 버젓이 공소장에 나와있다. 아마도 이야기 줄거리를 더 재미나게 하기 위해서 소설가적 기질을 발휘해서 에필로그를 쓰고 애닉도트(일화)를 쓴 것으로 보면 이해 갑니다만 그 하나하나가 공소장으로서는 위법한 공소장으로 만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은) 계속 빨리 심리하자고 재촉을 하고 있다. 피고인이나 변호인들이 뭐를 어떻게 방어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심리를 하자고 한다. 축구장에 금을 그어놓지 않고 골대를 세워놓지도 않고 축구 경기를 하자는 것과 마찬가지다.” ●견강부회·용두사미·태산명동 서일필… “공소장 왜곡됐다” 공세 “저는 구금돼 있는 몸이어서 18만쪽에 이른다는 수사기록 중 거의 100분의 1도 보지 못했다. 그러나 내가 본 수사기록만 보더라도 깜짝 놀라는 지점이 한둘이 아니다. 우선 여러 사람들의 진술조서나 서면조사를 보면 직접 경험하지 않은 사실에 대해 추측성의 진술로 온 조서가 뒤덮여있다. 진술한 사람이 자진해 진술한 게 아니다. 그 사람이 직접 경험자가 아닌 걸 알면서도 의견을 제시하라는 검사의 독촉이나 재촉에 못 이겨서 교묘한 유도신문에 영합하는 그런 진술이 대부분인 것을 우리가 행간으로 충분히 느낄 수가 있다. 제가 처음으로 받아보니 정말 검사의 조서를 조심해서 읽어야겠다고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교묘한 질문을 통해서 전혀 답변과는 다른 내용으로 기재되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저는 이번 수사가 정말 불행하다고 생각하지만 여러 법관들이 검찰에서조사를 당하면서 검찰의 조서가 얼마나 경계해야 할 것인가 하는 것을 직접 체감할 수 있게 됐다. 추측성으로 하는 것은 어느 정도 짐작은 했지만 내가 그 조서를 보면서 깜짝 놀랐다. 통상적 수사가 아니다. 내 취임 첫날부터 퇴임한 마지막 날까지 모든 직무행위를 샅샅이 뒤져서 그 중에 뭔가 법에 어긋나는 것을 찾아내기 위한 수사였다는 것이 곳곳에서 느껴지고 있다. 세상에 이런 것도 다 조사를 했구나 하는 것이 깜짝 깜짝 놀라게 하는 거다. 심지어 제 전임 대법원장 시절에 있던 일까지 들춰냈던 그런 흔적까지도 발견했다.” “이것이 과연 수사입니까. 사찰이 있다면 이런 것이 사찰입니다. 그 사찰의 목적은 무엇일까. 어떤 특정 인물을 반드시 처벌해야 하니 처벌할 거리를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 사찰이다. 대한민국은 법치주의가 지배하는 민주공화국이고, 수사기관이나 검찰은 국민에게 법치주의를 보장하고 지켜주기 위해 수사를 하고 검찰권을 행사해야 한다. 그런데 어떤 사람을 처벌하기 위해서, 처벌거리를 잡아내기 위해서 하는 수사는 법치주의를 파괴하는 수사다. 그것은 정면으로 헌법에 위배되고 그런 수사야말로 권력의 남용이다. 그러한 사찰을 법원을 향해서 한 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삼권분립을 기초로 하는 민주정을 채택하고 시행하는 나라에서 법원에 대해 이토록 잔인한 수사를 한 사례가 대한민국 밖에 어디에 더 있는지 제가 묻고 싶다. 법원에 대해서 이런 수사를 할 지경이라면 대한민국 국민 누구한테라도 이런 수사를 못 하겠나. 이런 수사가 허용된다면 이것은 우리 국민 누구도 안심할 수 없다.”“그 과정에서 직권남용이라는 효과적 무기를 개발했다. 그런데 일본에는 직권의 남용이라는 거 자체가 공무원의 직권을 남용해서 일반 국민의 권리를 해할 때 범죄가 된다는 확고한 이론이 정립돼 있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직권남용죄가 공무원 상하 간에 적용된 사례가 없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그것을 받아들여서 아주 확대해석하는데 이는 죄형법정주의에 완전히 위배되는 것이다. 만일 이런 게 전부 유죄가 된다면 우리 공직사회 중에 일을 좀 하고 싶은 공직자는 나날이 직권남용죄를 쌓아가고 있을 것이다. 그러다가 검찰이 한 번 노려보기만 한다면 그것을 문제삼기는 손바닥 뒤집기 만큼 쉬울 것이다. 공직자 뿐 아니라 온 국민이 마찬가지다. 검찰권 앞에 누구도 이제는 대적할 수가 없다. 프랑스의 한 역사가가 이런 얘기를 했다. ‘증오하는 권력에 대한 공포심 때문에 복종하는 것만큼 비참한 나라가 없다’.“ ●”직권남용은 검찰의 무기“ 25분 토로 끝나자 검찰 ’격앙‘ “대한민국이 정말 법의 지배가 이뤄지고, 법이 모든 사람을 간절하게 보호해서 그 아래 평화와 번영을 누리는 자유민주주의로 유지될 것이냐, 아니면 무소불위로 흐르는 검찰의 칼날에 숨을 죽이고 혹시 그 칼날이 자기한테 향해 있다 전전긍긍하며 떨며 살아야 할 검찰 공화국이 될 것인가, 최근에 이루어지는 몇 건의 재판이 바로 이런 앞날을 결정하게 되리라고 저는 생각을 한다.” “한마디만 더 하겠다. 작년에 입적한 제가 존경하는 조오현 시인이 ‘마음 하나’라는 시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그 옛날 천하장수가 온 천하를 다 들었다 다 놓아도 모양도 빛깔도 향기도 무게도 없는 그 마음 하나는 끝내 들지도, 놓지도 못했다.’ 저는 최근에 저를 비롯한 몇몇 사람에게 쏟아지는 도를 넘은 공격에 대해서, 이런 마음 하나로 견뎌왔다. 그러나 요즘 보면 이런 마음 하나로 견뎌야 할 사람이 저뿐만은 아닌 것 같다. 이 사건 공소에서 나타난 여러 가지 문제점을 재판부에서 잘 관찰하셔서 피고인들 마음에 지장이 없도록 적절하고도 강력한 소송 지휘를 해주시길 바라겠다. 오랜 시간 들어주셔서 감사하다.” 25분의 격정 발언이 끝나자마자 검찰석에서 “반박할 기회를 달라”는 요청이 격앙된 목소리로 터져 나왔다. 그러자 양 전 대법원장은 “(검찰에) 반박할 기회를 주신다면 저도 다시 반박할 기회를 주시기 바란다”며 또다시 맞섰다. 재판장은 모두진술 단계에서 서로 공방을 주고받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하고 양측에 모두 반박 기회를 주지 않았다. 긴장감을 넘어선 뜨거운 기운이 감돌았다. 양 전 대법원장은 생수병을 들고 물을 마셨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판다 얼굴까지 구별…중국 AI 기술의 ‘놀라운 진화’

    판다 얼굴까지 구별…중국 AI 기술의 ‘놀라운 진화’

    ‘하양 검정 털옷’, ‘동글동글 선글라스’라는 어느 동요 속 가사처럼 대왕판다의 외모는 그야말로 귀여우면서도 개성 넘친다. 하지만 우리가 맨눈으로 본 이들 판다의 얼굴은 모두 다 비슷하므로 구별이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런데 이제 중국 청두 판다 번식연구 기지(이하 청두 판다 기지)가 중국 쓰촨사범대와 싱가포르 난양공대와 함께 판다의 얼굴이 나오는 사진이나 영상을 통해 개체를 정확하게 구별하는 인공지능(AI) 안면인식 기술을 개발했다며 조만간 일반인도 판다 얼굴을 구별할 수 있도록 스마트폰 앱을 공개하겠다고 발표했다.이 기지에 따르면, 지금까지 중국에서는 네 차례에 걸쳐 전문가들이 야생 판다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조사를 벌였지만 그 개체 수가 1800마리 정도 된다는 것 등 기초적인 사항을 파악하는 데 그쳤다. 이는 연구자들이 야생 판다를 포획하거나 멀리서 맨눈으로 관찰하고 또는 서식지에 남겨진 체모와 분변을 수집해 DNA를 분석하는 등의 방법으로 조사를 벌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또 야생 판다는 넓은 숲속에서 서식해 사람이 추적하거나 관찰하는 것이 효율적이지 못하고 위험이 뒤따르는 문제가 있었다.이에 따라 이 기지는 야생 판다 무리의 모습이나 분포 상황, 나이, 성별, 출생, 개체 수 변화 등을 더욱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2017년부터 이들 대학과 협력해 수집한 사진이나 영상 등 이미지 자료를 사용해 판다 개체를 식별하는 AI 기술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이들 연구자는 지난 2년간 사진 10여만 장과 영상 수만 개를 데이터베이스화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판다 개체를 자동으로 구별하는 기술을 확립할 수 있었던 것이다.덕분에 연구자들은 이제 판다들이 서식하는 지역 안에 카메라를 설치하는 방법으로 이미지 자료를 수집한 뒤 판다 개체의 상황을 더욱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앞으로는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판다 개체에 관한 건강 수준을 관찰하고 무리 생활이 어떻게 이뤄지는 등을 조사하는 데 더욱더 효율적인 방법을 개발해 나갈 계획이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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