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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이도 그의 발을 멈출순 없다

    `달리고 또 달린다.´하알베르트 올브레히츠(91·독일)는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이 공인하는 세계 최고령 스프린터다. 올브레히츠는 지난 15일 오스트리아 린츠에서 열린 제2회 세계마스터스육상챔피언십 `남자 90세 이상´ 부문 200m에서 60초86으로 골인해 화제를 낳고 있다. 90세 이상 출전자가 단 한명뿐이어서 기록은 큰 의미가 없지만 관중은 그의 `나홀로 레이스´에 큰 박수를 보냈다.`남자 85세 이상´ 200m 우승자 소브레로 브루노(이탈리아)의 기록(36초65)과는 엄청난 차이가 나지만 그는 최선을 다해 뛰었고, 그래서 만족한다. 그의 레이스는 단거리뿐 아니라 중·장거리를 넘나든다. 이번 대회 800m와 3000m도 뛰었다.400m와 1500m도 출전할 예정인데 물론 우승은 이미 확정된 상태. 따라서 대회 5관왕은 확보한 셈. 1915년 2월4일생인 올브레히츠는 “목숨이 붙어 있는 한 뛰겠다.”며 `은퇴설´을 일축했다.이미 철인 3종경기에 두번씩이나 출전했고 조만간 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갖고 있다.박준석기자 pjs@seoul.co.kr
  • [박기철의 플레이볼] WBC 4강에 박수를

    지난해 겨울 야구 관계자들과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 맞히기 내기를 했다. 가장 많은 팀을 맞히는 사람이 다 갖는 방식이라 상당수가 우리나라를 꼽지 않았다. 그들이 애국심이 부족하다고? 냉철히 판단해 보면 아시아에서 일본을 이기기조차 만만치 않은데 4강이라니? 그러려면 일본을 이기고 멕시코나 캐나다를 이겨야 한다는 말인데? 캐나다는 메이저리그 팀, 더구나 월드시리즈 우승팀이 있는 국가이고 멕시코는 아예 미국에 맞서는 제3의 메이저리그를 만들려고까지 했던 나라다. 미국? 이긴다는 상상은 아예 해보지도 않았다. 필자는 예상 4강으로 한국을 꼽았다. 필자 같은 얼치기(?) 전문가는 애국심을 명분으로 4강을 바랐지만 제대로 된 전문가라면 차마 못할 일이었다. 그런데 6연승에 4강 진출이라니? 그것도 미국, 일본, 멕시코를 모두 이긴 4강이다. 그러나 그간의 경기 결과를 살펴보면 중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빼면 모두 팽팽한 승부를 벌였다. 최강 미국은 한국에 콜드게임 패의 위기까지 몰렸고, 결승에 오른 쿠바도 푸에르토리코에 대패했었다. 세계 야구는 실력 차이가 종이 두세 장 차이로 좁아졌다. 한국의 전문가는 너무 상대를 과대평가했고 미국, 일본의 전문가는 우리를 너무 과소평가했다. 이번 대회는 전문가의 무능을 바로잡았다. 이 대회는 준비 과정부터 시작해 대회 내내 쿠바 문제, 조 편성의 왜곡, 무능한 심판 등 갖가지 문제점이 드러났다. 특히 조 편성의 왜곡은 심각하다.3패를 당한 일본과 2패를 당한 쿠바는 결승에 올라가고 1패를 당한 한국은 떨어지는 결과를 낳았다. 그러나 최종적으로는 성공한 대회로 평가된다. 원래 목표 관중이던 80만명에는 약간 못 미치지만 미국의 탈락과 도쿄 예선의 흥행 실패가 원인이다. 그러나 이치로 덕분에 뜨거워진 한·일 라이벌전의 열기는 다음 대회 아시아 예선의 흥행 성공을 보장하고 있다. 대회의 성공을 가늠하는 또 다른 잣대는 방송 시청률이다. 한국은 이번의 준결승전 중계를 놓고 3사가 격렬한 싸움을 벌인 데서 알 수 있듯 월드컵과 맞먹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미국의 ESPN도 NBA와 NCAA라는 강력한 라이벌 경기에도 불구하고 3월 방송 사상 최고의 시청률을 올렸다. 이번 WBC는 주최 측의 무능을 덮어주는 성공을 거뒀다. 2002년 월드컵 4강전에서 독일에 패했지만 국민들은 만족했다. 이번 WBC 4강도 우리에게 꿈은 이루어진다는 확신을 심어 주었다. 선수와 지도자들에게 박수를 쳐 주자. 마음만의 박수가 아니다. 직접 경기장을 찾아 똑같은 플레이를 보여 주기를 바라는 실제 박수를 치자. 이번 WBC는 야구팬들에게 의무를 지웠다. ‘스포츠투아이’ 전무이사 tycobb@sports2i.com
  • [WBC] “비와도 스톱 추워도 스톱… 돔구장은 언제”

    [WBC] “비와도 스톱 추워도 스톱… 돔구장은 언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축제는 끝났지만 차기 대회에서 또 다른 신화를 창조하기 위해 국내 야구계는 무거운 숙제들을 안게 됐다. 숱한 논란을 딛고 WBC 4강에 따른 병역특례를 얻어낸 야구계의 최우선 과제는 돔구장으로 대표되는 인프라의 개선이다. 국내 프로야구 8개구단이 사용 중인 홈구장 가운데 대전과 수원, 대구, 광주 구장은 이미 지은 지 40여년을 넘어 철거해야 할 만큼 노후됐다. 명색이 프로팀인데도 원정팀 선수단은 제대로 된 라커룸조차 없어 옷을 갈아 입거나 식사 자리조차 마땅치 않다. 메이저리그 중계를 통해 국내팬들에게 익숙해진 ‘불펜’도 제대로 돼 있지 않다. 파울 지역에서 몸을 풀던 선수들이 타구에 맞아 다치는 일도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팬들이 쾌적하게 즐겨야 할 관중석도 마찬가지. 지자체와 구단들이 최근 수년간 여러 차례 개보수를 했지만 야구장 자체가 워낙 오래되고 협소해 야구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되지 못한다. 한·일월드컵 당시 건립한 인천 문학구장을 제외하면 잠실과 사직구장 역시 창피한 수준이다. 여름 장마가 유난히 긴 기후 여건에서 돔구장의 부재는 더욱 아쉽다. 논바닥만큼도 배수가 안 돼 장마철이면 곳곳에 웅덩이가 생기고 개구리가 뛰어다니는 웃지 못할 일이 생기기도 한다. 예정된 리그 일정이 끝난 뒤에도 우천으로 순연된 경기를 치르느라 선수들은 파김치가 된다. 시장규모와 인프라를 감안하더라도 일본이 무려 6개의 돔구장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추워져도 문제다.3월 이전과 11월 이후에는 야구를 할 수 없어 국제대회 유치는 언감생심이다. 이번 WBC 아시아라운드를 앞두고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유치 신청조차 못하고 일본에 넘겨준 것도 돔구장이 없어서다. 서울시는 이미 수년 전부터 잠실 부지에 돔구장을 짓겠다고 했지만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는 등의 이유로 손을 놓고 있는 상태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WBC] ‘하나된 대 한민국’ 행복했다

    [WBC] ‘하나된 대 한민국’ 행복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결승전이 열린 19일. 비록 한국이 숙적 일본에 0 - 6으로 졌지만 전국에서 울린 ‘대∼한민국’의 함성 속에 우리 모두 하나됨을 다시 한번 확인한 날이었다. 결승에는 오르지 못했더라도 국민들은 최선을 다 해준 선수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2002년 한·일 월드컵 축구때 선보였던 길거리 응원이 4년 만에 부활해 전국이 푸른 물결로 넘실거렸다. 2002월드컵 응원의 메카였던 서울시청앞 광장에는 대형 스크린과 특설무대가 마련된 가운데 시민들이 오전 9시부터 모여들기 시작했다. 운집한 3만여명의 시민들은 경기 시작 1시간 전부터 자리를 잡고 스크린에 시선을 고정했다. 정기휴가를 나온 이정현(22) 상병은 “서울역에서 기차를 타야 하지만 서울광장에서 응원을 함께 해 보고 싶어 귀향을 미루고 있다. 승패와 관계 없이 멋진 응원을 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젊은이들처럼 파란색 티셔츠를 갖춰 입은 오경수(62·서울 종로구 효자동)씨는 “서울광장에 와서 즉석에서 구입해 입었다.4년 전에도 시청앞이나 광화문 일대에서 응원을 빼놓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 잠실야구장도 2만여명의 응원단이 전광판 좌우측 외야 관중석을 제외하고는 통로까지 꽉 들어차 발디딜 틈이 없었다. 인근 주차장은 이미 아침에 가득찼고 시민들은 탄천주차장에 차를 대야 했다. 경기도 광명에서 가족과 함께 나온 김시영(45)씨는 “경기에서는 졌지만 최선을 다해 미국·일본을 연파하고 오랜만에 한껏 웃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준 우리 야구 선수들이 너무도 자랑스럽고 고맙다.”고 말했다. 외야석 부근에서 태극기를 몸에 두르고 연인과 함께 온 박선영(27·여)씨는 “일본에 져 결승 진출이 좌절돼 너무 아쉽다.”면서 “7회 우리나라가 점수를 내주자 적지않은 사람들이 자리를 떠났는데 끝까지 지켜줬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안타까워 했다. 무료개방돼 집단 응원장으로 바뀐 부산과 대구·광주·대전·인천 등 대도시의 야구장과 축구장에서도 대규모 응원이 펼쳐졌다. 부산 사직야구장을 가득 메운 3만여명의 관중들은 막대풍선을 두드리며 합동 응원전을 펼쳤다. 김기용 김준석기자 kiyong@seoul.co.kr
  • [WBC] 남은 건 울분… 무너진 이치로

    일본이 자랑하던 ‘천재타자’ 스즈키 이치로(33·시애틀)가 고개를 떨궜다. 이치로는 16일 한국전에서 패한 뒤 “오늘은 내 야구 인생에서 가장 굴욕적인 날”이라고 말했다. 일본 도쿄에서 열린 아시아라운드를 앞두고 “향후 30년동안 일본을 넘볼 생각을 못하게 해주겠다.”던 호기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한국의 승리가 확정된 순간, 분을 못이겨 더그아웃에서 욕을 내뱉으며 신경질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눈물을 삼키며 한국선수들이 태극기를 마운드에 꽂는 광경을 그저 바라만봐야 했다.8회 수비에서도 관중석에 떨어진 파울플라이를 잡지 못한 뒤 “관중때문에 잡지 못했다.”면서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치로는 일본야구의 상징이다.2001년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통산 타율 .332를 기록했고 2004년에는 262안타로 한시즌 최다 안타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특히 대회를 앞두고 사망한 ‘영원한 스승’ 오기 아키라 전 오릭스 감독을 위해 대회 출전을 결정하는 등 열정을 보였다. 그러나 지나친 자신감은 그를 오만으로 빠트렸고, 결국 한국에 두번이나 연속 눈물을 흘려야 했다. 이번 대회 6경기에서 .293의 타율로 3할을 넘기지 못했지만 팀 내에서는 나름대로 역할을 했다.16일 경기에서도 1회 첫 타석에서 박찬호로부터 안타를 뽑아냈지만 후속타자의 도움이 부족했다.박준석기자 pjs@seoul.co.kr
  • [씨줄날줄] 고의사구/이용원 논설위원

    고의사구(경원사구)처럼 야구의 특성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작전이 또 있을까. 여느 스포츠라면 공격할 때는 한걸음 더 나아가고 수비할 때는 상대의 진격을 막기 마련이다. 그런데 고의사구는 오히려 상대편을 베이스에 나가도록 강요한다. 자신을 완전히 죽여서 동료를 한 베이스 더 나가게 하는 번트, 상대의 허점을 틈타 베이스를 훔치는 도루도 야구만이 보여주는 별난 작전이다. 그래서 일부 호사가들은 야구를 비신사적이니, 스포츠답지 않다느니 말들 하지만 이런 다양한 작전이 경기 내용을 더욱 풍성하게 할 뿐 아니라 야구를 ‘인생과 가장 닮은 스포츠’로 자리매김해 준다. 야구 경기에 고의사구가 처음 등장했을 때엔 상대팀은 물론 관중에게도 엄청난 충격을 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131년에 이르는 미국의 프로야구 역사에서 이 천재적인 작전이 언제 ‘발명’되었는지를 보여주는 기록은 남아 있지 않다. 다만 메이저리그 규칙서에 고의사구 규정이 실린 해가 1920년이니 그 몇해 전에 선보였으리라 추정된다. 당시 규정은 ‘고의사구를 받을 때 포수는 뒤로 움직이지 못한다.’라는 것이었고 1955년에 ‘옆으로도 움직이지 못한다.’라는 문구가 추가됐다. 메이저리그가 고의사구를 별도의 기록으로 분류, 통계를 내기 시작한 해는 1977년이다. 다른 작전이 그러하듯 고의사구도 ‘잘 쓰면 약이요, 못 쓰면 독’이다. 이 시대의 홈런왕 배리 본즈가 ‘700 홈런’ 고지를 향해 한창 치달을 때인 2004년 5월 메이저리그 일각에서 고의사구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그의 흠런 기록에 제물이 되기 싫은 투수들이 고의사구를 남발했기 때문이다. 그해 본즈는 고의사구 120개를 얻어 메이저리그 신기록을 세웠다. 국내 프로야구에서도 시즌 말이면 상대팀 선수가 신기록 세우는 것을 견제하고자 고의사구를 쓰는 일이 종종 있어 큰 시비를 불러일으키곤 한다. 그제 미국 애너하임에서 벌어진 WBC(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한·미전에서 미국팀이 4회 말 이승엽 선수를 고의사구로 내보냈다. 야구를 즐긴 지난 40년 세월에서 만난 가장 기분 좋은 고의사구였다. 이어 승부에 쐐기를 박는 최희섭 선수의 3점 홈런까지 덤으로 즐겼으니 이 기쁨을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이용원 논설위원 ywyi@seoul.co.kr
  • [WBC] 역시 박찬호… 위기서 진가

    “팀이 이기는 게 우선이고 보직은 중요하지 않다.”. 박찬호(샌디에이고)는 멕시코와의 일전을 앞두고 이렇게 필승의지를 드러냈다. 메이저리그에서 선발요원으로 활약했던 그에게 마무리는 낯선 보직. 그러나 ‘거물급 투수’답게 마무리로 보직을 바꿔 3세이브를 올리면서 자신의 진가를 확인시켰다. 2-1의 박빙의 리드를 지키던 한국 벤치는 9회초 마지막 수비에서 일본전에 이어 다시 한번 박찬호를 선택했다.비록 1개의 안타를 허용했지만 2개의 삼진을 뽑아내며 깔끔하게 뒷문을 틀어막았다. 최고 구속은 시속 152㎞로 전성기때에 육박하는 강속구를 날렸고, 구석을 찌르는 제구력도 뛰어났다. 투구수도 16개에 불과해 14일 열리는 미국전에 여차하면 또 한번 마무리로 등판할 수 있게 됐다. 위기관리 능력이 돋보였다. 한국관중의 박수를 받으며 등장한 박찬호는 첫타자 호르헤 칸투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면서 멕시코 응원단의 야유를 잠재웠다.팀 동료 비니 카스티야에게 중전안타를 허용한 데 이어 내야땅볼과 포수 실책으로 2사 3루의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5번타자 제로니모 길(볼티모어)과 풀카운트(2-3)까지 가는 접전끝에 절묘한 코너워크로 헛스윙 삼진을 뽑아냈다. 지난해 텍사스에서 샌디에이고로 팀을 옮긴 박찬호는 평년작인 12승8패의 성적을 냈다.올 시즌에도 팀내 선발 경쟁을 벌여야 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메이저리거가 수두룩한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위력적인 투구, 탁월한 위기관리 능력, 두둑한 배짱으로 선발 경쟁에서 한발 앞서가게 됐다.박준석기자 pjs@seoul.co.kr
  • [WBC] 승엽 치고…찬호 막고…4강 GO!

    [WBC] 승엽 치고…찬호 막고…4강 GO!

    1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 에인절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 멕시코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라운드 첫 경기. 구장을 가득메운 4만여 관중 대부분을 차지한 멕시칸들의 함성이 가득한 가운데 1회초 1사 1루에서 이승엽(요미우리)이 타석에 나섰다. 현지 ESPN 캐스터는 이승엽이 아시아예선에서 홈런 3개를 몰아친 ‘무서운 타자’라고 소개하고 있었지만 메이저리그 통산 51승(43패)에 빛나는 멕시코 투수 로드리고 로페스(볼티모어)는 자신감이 넘쳐 흘렀다. 이승엽은 볼카운트 2-3까지 가는 실랑이를 벌이다 로페스의 6구째 몸쪽으로 떨어지는 135㎞짜리 변화구를 걷어올려 우측 펜스를 넘어가는 2점홈런을 터뜨렸다. 한국의 승리를 일찌감치 결정정짓는 ‘축포’인 동시에 1라운드 2차전 중국전부터 3경기 연속 홈런이었다. 이승엽은 4경기 동안 4홈런 9타점을 기록, 도미니카공화국의 강타자 애드리안 벨트레(시애틀)와 홈런과 타점 부문 공동 1위에 올라 ‘월드스타’로 부상했다. 선발 서재응(다저스)의 호투에 이승엽의 홈런으로 기세가 오른 한국은 이후 구대성(한화)-정대현(SK)-봉중근(신시내티)-박찬호(샌디에이고)로 이어지는 황금계투진을 내세워 멕시코 타선을 산발 5안타로 막아 2-1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한국은 14일 미국전,16일 일본전에서 1승만 거두면 꿈에 그리던 4강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양팀 모두 피말리는 투수전을 펼친 이날 경기는 초반에 명암이 갈렸다. 한국은 1회말 1사후 2번 이종범이 9구의 접전에서 좌전안타를 뽑았고 이어 이승엽이 2점 홈런을 터뜨렸다. 반격에 나선 멕시코는 3회초 선두타자 루이스 A 가르시아가 서재응으로부터 중월 솔로홈런을 때려 2-1로 쫓아왔다. 그러나 서재응은 6회 1아웃까지 삼진 4개를 솎아내며 산발 2안타 1실점으로 막는 눈부신 호투를 펼치며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한편 한국은 14일 미국전에 지난해 다승(18승)과 방어율(2.46)타이틀을 거머쥐며 최우수선수(MVP)에 오른 손민한(롯데)을 내세운다. 손민한이 4이닝 정도만 막아주면 ‘잠수함듀오’ 김병현(콜로라도)-정대현을 적절하게 활용해 막판 승부수를 띄운다는 전략. 미국은 선발투수로 지난해 22승을 거둔 좌완특급 돈트렐 윌리스(플로리다)를 예고했다. 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정윤수의 오버 헤드킥] 흥행의 키 ‘신사협정’

    국내 프로축구는 4년 주기로 기대와 실망을 되풀이했다. 다름 아닌 ‘월드컵 특수’ 때문이다. 이 때문에 축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젊은 선수들의 인기 역시 연예인 못지않게 상종가를 쳤다. 월드컵의 열기가 K-리그 그라운드에서 재연될 거라는 기대는 당연지사. 그러나 얼마 되지 않아 봄날 아지랑이처럼 사라진다. 지난 1998년 프랑스월드컵 직후엔 고종수와 이동국의 열풍이 불었다. 최초의 ‘오빠 부대’도 등장했다. 한·일월드컵 직후엔 안정환 김남일 이천수 등 4강 신화의 주역들이 프로축구 중흥을 노렸지만 물거품이 됐다. 원론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이같은 흐름의 반복은 지극히 비정상적이다. 최근의 예를 들어보자. 앙골라전을 마친 후 딕 아드보카트 감독은 “선수들이 소속팀으로 돌아가서도 열심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속 구단에서 열심히 뛰는 건, 선수로선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우리 프로축구의 비정상적인 현실 때문에 아드보카트 감독은 특별히 당부해야 했다. K-리그가 활성화되는 데 가장 필요한 건 구성원 전체의 ‘문화적 마인드’다. 바꿔 말한다면 K-리그의 진정한 경쟁 상대는 국가대표팀이나 프로야구가 아니라 홍수를 이루고 있는 영화나 TV드라마, 레저활동 등이다. 이들보다 더 흥미롭고 활기차고 또 경이롭기까지 하다는 걸 증명해야 한다. 이렇게 말하면 대개 개막 이벤트나 연예인 출연 등을 떠올리기 쉽지만 그렇게 이십여 년을 해도 관중은 늘지 않았다. 핵심은 이벤트나 선물이 아니라 경기 그 자체다. 축구장을 찾은 팬에게 최고의 선물은 영화만큼 경쾌하고 재미있으며 은밀한 데이트만큼 짜릿하고 열정적인 전·후반 90분이다. 여기에서 필수적인 건 바로 ‘신사 협정’이다. 잦은 항의와 욕설, 고의적인 경기 지연이 되풀이된다면 아무리 사인볼을 나눠주고 경품을 내걸어도 관중은 오히려 줄게 될 것이다. 유명한 배우가 출연한 영화라도 싱거운 줄거리와 늘어지는 대사로 일관하면 관객은 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국내 최고의 축구 스타들이 세련된 경기 매너와 출중한 기량을 14개 지역을 거점으로 일제히 펼쳐 보인다면 한국 프로축구는 굳이 월드컵의 빛과 그림자에 연연하지 않아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축구평론가 prague@naver.com
  • [K리그 D-3] 적으로 만난 ‘아드보 전사들’ 안방 월드컵

    [K리그 D-3] 적으로 만난 ‘아드보 전사들’ 안방 월드컵

    ‘월드컵의 열기를 K-리그로’ 월드컵의 해인 2006시즌 프로축구 K-리그가 ‘아드보카트호’의 전사들이 각팀으로 복귀한 가운데 오는 12일 오후 2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수원-FC서울의 개막전 등 7경기를 시작으로 8개월간의 대장정에 들어간다. 신생팀 경남FC가 가세, 역대 최다인 14개팀이 참가하는 올시즌은 정규리그(186경기)와 컵대회(91경기) 등 모두 277경기를 치른다. 무엇보다 독일월드컵 개막 이전인 전반기는 ‘아드보카트호’ 전사들의 각축전이 뜨거울 전망이고, 후반기 역시 ‘월드컵 특수’의 여파를 탈 것으로 보여 역대 최다 관중을 돌파할지도 주목된다. ●어제는 동지, 이제는 적 ‘월드컵 특수’를 등에 업은 올시즌 K-리그는 어느해보다 활황세를 탈 전망. 특히 월드컵 개막 한 달 남짓을 남겨두고 끝나는 전기리그(3.12∼5.10)는 독일행 티켓과 주전을 움켜쥐기 위한 예비 태극전사들의 치열한 경쟁까지 보태져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지난달 말까지 치러진 40여일 동안의 전지훈련은 ‘적과의 동침’이었을 뿐이다. 이제부터는 팀의 우승과 아드보카트호에서의 생존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또 다른 경쟁을 펼쳐야 한다. 딕 아드보카트 축구대표팀감독 역시 “독일월드컵에 가기 위해선 소속팀에서 더 잘 해야 할 것”이라고 선수들의 경쟁을 부추겼다. 전지훈련에서 눈도장을 받았다고 마음을 놓았다가는 큰일날 것이라는 엄포다. 축구팬들의 눈은 즐겁겠지만 당사자들로선 한 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주전경쟁 ‘제2라운드’. 여기에 팀의 우승이라는 과제까지 더해져 ‘두 마리 토끼잡이’나 다름없다. ●티켓·주전경쟁 제2라운드 개막일부터 여기저기에서 난리다. 수원 개막전은 박주영의 ‘창’과 김남일의 ‘방패’ 싸움이다. 지난 앙골라전에서 결승골로 자존심을 회복한 박주영의 기세가 아드보카트호 부동의 미드필더 김남일의 ‘흡입력’을 얼마만큼 무디게 할지가 관건. 포항에서도 전지훈련에서 최절정의 기량을 보인 이동국과 포백수비의 버팀목 최진철의 맞대결이 펼쳐진다.‘공격의 핵‘으로 떠오른 이천수는 안방 울산에서 정경호(광주)와 대결을 벌인다. 이들은 물론 시즌 내내 리그 경기에서 뿐 아니라 대표팀 내에서도 피를 말리는 경쟁을 펼쳐야 한다. ●300만 관중 돌파 이같은 월드컵 전사들의 경쟁과 월드컵 특수는 역대 최다 관중을 유치하는 데도 큰 밑거름이 될 전망. 지난해 ‘박주영 효과’와 ‘이천수 돌풍’ 등으로 287만여명의 역대 한시즌 최다 관중을 축구장으로 끌어들인 프로축구연맹은 올시즌 사상 최초로 300만 관중 돌파를 기대하고 있다. 연맹 관계자는 “전반기에 월드컵 전사들의 경쟁에 불이 붙고, 이후 독일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낼 경우 300만은 충분히 돌파할 것”이라며 낙관했다. 곽영완기자 kwyoung@seoul.co.kr
  • [시론] 춤 열풍과 썰렁한 춤 공연장/장광열 무용평론가·한국춤정책연구소장

    [시론] 춤 열풍과 썰렁한 춤 공연장/장광열 무용평론가·한국춤정책연구소장

    대한민국에 봄 기운과 함께 춤 바람이 불고 있다. 며칠 전에는 ‘꼭짓점 댄스’라는 신조어가 거의 모든 신문의 지면을 장식했다. 꼭짓점 댄스는 독일 월드컵 D-100일을 기해 열린 한국과 앙골라 축구 대표팀의 경기에서 그 실체를 드러냈다. 서울 상암 경기장에 몰려든 수많은 관중들은 리더의 움직임에 따라 스탠드 위에서 연신 몸을 흔들어댔다. 오는 6월 독일 월드컵에서는 2002년 온 국민을 하나로 만들었던 “대∼한민국”에다 춤이 곁들여질 것 같다. 이른바 응원춤이다.“대∼한민국”이란 구호가 연령과 계층을 초월해 한국민들을 한마음으로 만들었다면, 꼭짓점 댄스는 한반도를 넘어 세계인들과 그 율동을 공유하게 될지도 모른다. 몸짓은 그 자체로 이미 만국 공통어이기 때문이다. 불과 몇년 전만 해도 일반인들이 몸을 움직이는 것은 에어로빅을 하는 것 정도가 고작이었다. 그것도 즐기기 위한 춤이라기보다는 살을 빼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유행했던 주부들의 동호회 같은 분위기였다. 그러나 이즈음엔 탈춤에서부터 재즈댄스, 밸리댄스, 파핑댄스, 탭댄스, 힙합, 브레이크댄스, 라틴댄스, 탱고에다 살사와 차차차 등의 스포츠 댄스까지 여러 종류의 춤들이 대중과 만나고 있다. 살을 빼기 위한 수단으로 강습실을 드나들었던 예전과는 달리 스트레스 해소와 취미 생활로, 더 나아가 춤 그 자체를 즐기기 위해 춤추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전국을 강타하고 있는 이 같은 춤 바람은 비단 대중 춤에서뿐만이 아니다. 중년을 넘어 선 주부들은 우리나라 전통춤의 매력에 푹 빠져들고 있다. 강금실 전 법무장관 역시 진주의 명무 김수악의 춤세계에 매료되어 20년 넘게 우리 춤을 추어오고 있다. 그런가 하면 발레를 배우는 여성들의 숫자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 같은 춤 바람이 아직은 순수예술로서 무용 공연의 감상으로까지는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해마다 1600회의 무용 공연이 열리고 있고 해외 단체의 내한 공연도 200회가 넘어설 정도로 시장이 팽창했지만 무용 공연장의 객석 점유율은 연극이나 음악에 비해 훨씬 뒤떨어진다. 그래도 한국 무용계의 미래는 그리 어둡지만은 않다. 지난해 국회에서 문화예술교육지원법이 통과되면서 체험형 무용교육과 공연 프로그램이 전국적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움직임에 대한 감각을 터득하다 보면 춤을 잘 추는 사람들을 보는 즐거움도 자연스럽게 갖게 될 것이다. 인터넷,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발달하면 발달할수록, 사이버 공간이 확대되면 확대될수록 순수의 세계, 감성·휴머니티에 대한 갈망은 더욱 커질 것이고 이는 자연스럽게 인간의 몸을 매개로 하는 춤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질 것이다. 우리 민족은 고대로부터 노래하고 춤추는 것을 즐겼다. 전국에 이는 춤 바람은 이같은 민족적인 기질과 무관하지 않다, 어릴 때 쥐불놀이를 하면서 야밤에 마을 동산을 뛰어다니면서 느꼈던 감성, 달리는 관광 버스에서도 일어나 춤추고 노래하는 아줌마 아저씨들의 즉흥성, 젓가락과 손바닥 장단만으로도 흥을 돋울 줄 아는 숨겨진 예술성, 이 같은 우리 민족의 끼는 언제든 국민적인 에너지로 결집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정부는 지원정책의 초점을 전국을 강타하고 있는 춤 바람을 더 많은 국민들이 생활속에서 맞을 수 있도록 하는데 맞추어야 한다. 가동률 50%에 머물고 있는 전국의 600개가 넘는 공연장에 순수 무용공연과 춤 강습회 프로그램들을 확충하는 손쉬운 일부터 시작하는 것도 한 방안이 될 것이다.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예술을 체험할 수 있는 것이야말로 문화복지를 구현하는 지름길이다. 장광열 무용평론가·한국춤정책연구소장
  • [WBC] 일본 공격 숨통 끊은 4회 그림같은 수비

    한국 ‘드림팀’의 마술같은 다이빙캐치가 ‘일본야구의 심장’ 도쿄돔을 침묵의 바다로 만들었다. 도쿄돔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아시아라운드 최종전.0-2로 일본에 끌려가던 한국은 4회말 2사만루의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다. 타석엔 이번 대회에서 절정의 타격감을 뽐내는 니시오카가 들어섰다. 봉중근의 2구는 가운데로 몰렸고 니시오카의 방망이는 날카롭게 돌아갔다. 라인드라이브로 뻗어나간 타구는 우익선상을 완벽하게 꿰뚫는 것처럼 보였지만 우익수 이진영(26)은 전력질주를 한 뒤 그라운드에 몸을 날렸다. 바닥에 심하게 부딪힌 충격에 한동안 무릎을 꿇고 있던 이진영은 잠시 뒤 환한 미소를 지으며 일어섰고, 그의 글러브 속엔 공이 오롯이 남아있었다. 순간 도쿄돔을 가득 메운 5만 관중은 뜨거운 박수갈채를 보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쉽사리 볼 수 없는 아름다운 수비에 일본팬 역시 감동을 받았기 때문이다. 만일 이진영이 타구를 잡지 못했다면 사실상 경기는 끝이었다. 주자 3명이 모두 홈을 밟아 0-5가 됐다면 한국 마운드는 순식간에 무너지고 타자들도 의욕을 잃었을 터. 이진영 스스로도 지난 1년 여의 마음고생을 한 순간에 훌훌 털어버린 순간이었다.이진영은 2004년말 ‘병풍’에 휘말린 탓에 당초 29명 최종엔트리 합류가 유동적이었지만, 이날의 수비 하나로 김인식 감독의 판단이 옳았음을 입증했다. 한국 야수들의 매혹적인 수비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 3일 타이완전에서도 2-0으로 앞선 9회말 2사 1,3루의 핀치에서 타이완 잔즈야오의 타구를 유격수 박진만(30)이 다이빙 캐치로 걷어내며 토스 아웃시켜 승리를 이끌었었다.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책꽂이]

    ●한반도 평화론(백경남 지음, 한울아카데미 펴냄) 한반도 평화와 동북아 정세 등을 여성 불교인의 입장에서 정리. 저자(동국대 교수)는 문명사적 진운이 지중해시대, 대서양시대를 거쳐 제1차세계대전을 기점으로 지금은 아·태·동북아로 옮아가고 있다고 진단한다. 또한 중국의 대륙문화와 일본의 해양문화의 충돌, 서양의 가치와 아시아적 가치의 충돌을 조정하는 조화의 진원지로서의 ‘불교 허브 코리아’를 만들 것을 제안한다.2만원.●대중예술과 미학(박성봉 지음, 일빛 펴냄) 16∼17세기 런던에서 공연되던 셰익스피어의 연극은 지금은 고급예술로 간주되지만 그 당시에는 전형적인 대중예술이었다. 그런가하면 현대 미국의 만화가인 로버트 크럼을 도스토예프스키에 비유하는 만화비평가도 있다. 대중예술의 개념은 이처럼 시대와 장소, 개인에 따라 편차가 있다. 저자(경기대 다중매체영상학부 교수)는 예술이라는 개념의 존재이유는 재미와 감동이라고 강조한다.1만 3000원.●천황의 나라 일본(고토 야스시 등 지음, 이남희 옮김) 일본은 기원전 660년에 초대 천황인 진무(神武)천황이 즉위했다. 이후 6세기초 게이타이(繼體)천황에서부터 현 천황에 이르기까지 만세일계(萬世一系)의 황통 계승을 유지해오고 있다. 신적인 존재로 민중에게 인식되던 천황은 7세기 경에는 공민제와 율령제가 공표됨에 따라 정치적 실권을 갖기도 했다. 그러나 9세기 이후부터는 귀족이나 막부가 실권을 행사하게 되고, 실권자는 천황으로부터 대권을 받는 형태가를 취했다. 이 책은 천황을 통치기구 그 자체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1만 3000원.●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삼국지 상식 백가지(서전무 지음, 정원기 등 옮김, 현암사 펴냄) 유비는 쌍고검, 장비는 장팔사모, 관우는 82근짜리 청룡언월도를 사용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반달같이 생긴 칼끝에 긴 자루가 달린 대도를 들고 적토마 위에 올라 수염을 휘날리는 관우의 모습은 소설적 허구일 뿐, 관우시대엔 그런 종류의 긴 칼은 쓰이지 않았고 기껏해야 1m 정도의 장도였을 것이라는 얘기다. 삼국지연의를 지은 나관중이 주유를 도량이 좁고 포용력이 부족한 인물로 묘사한 것도 진실과 다르다며 조조군을 물리치고 적벽대전을 승리로 이끈 총사령관이었던 주유를 재조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1만 8000원.●고전문학사의 라이벌(정출헌 등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그들의 운명을 갈라놓은 건 세조의 왕위찬탈이었다. 서거정은 원종공신 1등에 올라 탄탄대로를 걸었고, 김시습은 생육신의 한 사람으로 평생 전국의 산사를 떠돌았다. 서거정이 조정대각(朝廷臺閣)의 시를 대변했다면, 김시습은 산림초야의 시를 대변했다. 둘은 살아서도 죽어서도 명암이 엇갈리는 삶을 살았다. 책은 시대와 불화한, 또는 영합한 천재들을 통한 새로운 고전문학 독법을 보여준다. 유쾌한 노마드 박지원과 비운의 정착민 정약용, 가문소설의 시대를 연 선의의 경쟁자 김만중과 조성기 등의 이야기를 소개.1만 1000원.●로마, 천년의 지식사전(고바야시 코즈에 지음, 송수영 옮김, 밀리언하우스 펴냄)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세네카 ‘인생의 짧음에 관해서’ 중) ‘주사위는 던져졌다’(수에토니우스의 ‘로마황제열전-카이사르전’ 중) ‘인간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기꺼이 믿는다’(카이사르의 ‘갈리아 전기’ 중) 로마인들이 남긴 말과 글은 제국이 멸망하고 천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로마인의 명언 100여개를 수록.1만 2000원.
  • [2006 토리노동계올림픽] 이날을 위해 날을 갈았다

    23일 토리노 오발링고토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은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1500m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캐나다의 신디 클라센(27)에게 기립 박수를 보냈다. 금메달리스트로서가 아닌 눈물어린 재활을 극복한 인간승리자에 대한 축하였다. 클라센은 2003년 12월 캘거리에서 훈련 도중 미끄러지면서 파트너의 스케이트 날에 오른쪽 팔뚝이 10㎝나 깊숙하게 찢어지는 사고를 당했다.12개의 힘줄과 신경, 동맥까지 끊어져 봉합수술을 받아야 했다. 클라센은 선수 생활을 계속할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했지만 불굴의 의지로 4개월 뒤 다시 스케이트를 신었다.2004년 서울에서 열린 월드컵 1500m에서 2위를 차지하며 기적 같은 재기에 성공했다. 그는 지난해 1500m와 3000m에서 거푸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토리노올림픽을 준비했다. 클라센은 대회 초반 오른손이 부상의 후유증으로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었지만 1000m와 단체 추적에서 은메달,3000m에서 동메달을 따낸 데 이어 1500m에서 결국 우승을 일궈냈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먼저 4개의 메달을 획득한 선수가 된 것. 클라센은 “부상을 당했던 것이 나를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며 “다시 스케이트를 탈 수 있게 됐을 때 나는 행운이라고 생각했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워드 ‘다이아몬드 모시기’

    프로야구 두산과 SK 등이 개막전 시구자로 미국프로풋볼(NFL) ‘슈퍼볼의 영웅’ 하인스 워드(30·피츠버그 스틸러스)를 초청하기 위해 물밑 경쟁을 벌이고 있다. 두산과 SK는 워드가 어머니의 휴가 일정에 맞춰 오는 4월2일쯤 한국을 방문,1주일간 국내에 체류할 예정이어서 시기적으로 개막전이 열리는 4월8일과도 겹쳐 워드 잡기에 나선 것. 두 구단은 워드가 시구자로 나선다면 관중동원에 성공하는 등 ‘워드 효과’를 톡톡히 볼 것이라는 기대다. 워드는 미국풋볼에 전념하기 전까지는 야구선수로도 뛰었다. 포레스트파크 고교 시절 중견수로 활약했고, 메이저리그 플로리다 말린스로부터 계약금 35만달러에 입단 제의를 받기도 했다. 김정균 두산 마케팅 팀장은 “슈퍼볼 이전부터 워드를 시구자로 영입 계획을 세우고 여러 채널을 통해 접촉을 시도했다.”며 “슈퍼볼 MVP 이후 너무 유명해져 성사될지 모르지만 계속 추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도 메인 개막전인 삼성-롯데(대구)전을 염두에 두고 워드 섭외에 나선 것으로 알려져 프로야구계에 때아닌 워드 열풍이 세차게 불고 있다.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박성서의 7080 가요X파일] 박성서의 7080 가요X파일

    [박성서의 7080 가요X파일] 박성서의 7080 가요X파일

    공교롭게도 배호의 본격적인 가수 활동은 병마와 함께 시작되었다.1966년 2월, 신장염을 앓기 시작하면서 음색이 탁성으로 변해 바이브레이션조차 제대로 구사하기가 어려웠지만 가수로서 그는 되레 적극적이었다.‘황금의 눈’이 제법 방송을 타기 시작하자 배호는 그 해 말, 연세대 작곡가 출신인 당시 나규호 MBC PD를 직접 찾아간다. 현재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작곡가 나규호(70)씨는 필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당시를 이렇게 술회한다. “작사가 전우를 통해 알게 되어 형 아우로 지내던 배호가 방송국엘 찾아왔어요. 당시엔 PD들이 하루 50장 정도의 원고까지 직접 써야 하는 매우 분주한 때였는데 급하게 곡을 써 달라 부탁해서 배호를 10여분간 기다리게 해놓고 악상을 오선지에 그려준 기억이 납니다. 나로선 대중가요 작곡에 처음 손 대본 것이기도 합니다.” 이 악보는 전우에게 건네져 ‘누가 울어’와 ‘안개 속으로 가버린 사람’으로 탄생된다. 이후 ‘전우-나규호-배호 콤비’는 ‘당신’ ‘안녕’ 등의 명곡들을 잇달아 발표하며 배호가 지닌 도회적인 분위기의 근간을 이룬다. 배호를 한 순간 인기가수의 반열에 올려놓은 ‘돌아가는 삼각지’ 역시 노래에 ‘쉼표’ 몇 개를 자의적으로 넣겠다는 조건 하에 취입했음에도 병마의 고통이 고스란히 담긴 숨 가쁜 톤이 그러하듯 배호는 투병과 호전 상황에 따라 때로는 끊어질 듯 탄식에 가깝게, 때로는 비교적 건강한 음색으로 여러 가지 창법을 구사하며 당시 아세아-신세기-지구 등 메이저음반사 전속가수를 거치면서 5년간 무려 260여곡을 취입했다. “이를테면 배호는 ‘달러박스’로 각 방송사의 인기가수상을 휩쓸며 전성기 때는 ‘돈다발을 베개 삼아 잔적도 있다’는 일화가 회자될 만큼 인기에 비례해 수입이 좋았지만 약값으로 인해 그는 늘 쉴 틈이 없었습니다. 심지어 한 회사의 전속가수로 있으면서도 다른 레코드사를 통해 ‘도둑 취입’을 하기까지 했으니까요.” 작곡가 김인배(74)씨의 회고다. 그렇듯 배호는 한 때 연예인 납세실적 3위에 올랐을 정도였지만 병원비, 그리고 가족을 위한 생계비를 감당하기 위한 무리한 공연과 취입으로 다시 병세가 악화되는 악순환을 반복하며 생의 마지막 시간을 빠르게 소진해 갔다. 그럼에도 자신의 ‘배호와 그 악단-사파이어스’를 이끌며 혁신적인 활동을 계속했고 점차 몸을 가누기가 힘들어지자 차를 구입해 ‘멋쟁이의 대명사’인 마이카족의 대열에도 합류한다. 그러나 점점 몸은 부어올라 옷과 신발을 매번 새로 바꾸어야만 했다. 이 무렵부터 식사 때마다 꼭 소화제를 복용했고 말 수도 점차 줄어갔으나 입버릇처럼 ‘쓰러져도 무대에서 쓰러지겠다’는 말만은 늘 입에 달고 다녔다 한다.‘행방불명설’과 ‘사망설’이 항간에 수시로 나돌았지만 그때마다 그는 보란 듯이 나타났다. 때로 휠체어에 앉은 채 레코드판으로 노래를 대신해 무대에 올랐고 심지어 사회자의 등에 업혀 노래하기도 했다. 무대에서 각혈까지 하며 중도 퇴장하기도 했다. 관중들의 박수소리와 환호만이 삶을 지탱해주는 유일한 힘이었던 배호는 결국 71년 11월, 세상을 떠났다. 당시 배호에게는 약혼녀가 있었으나 죽기 며칠 전 억지로 이별했다고 전해진다. 그의 직계 혈육은 이제 아무도 없다. 얼마 전까지 경기도 장릉 신세계공원에 안치되어 있는 그의 묘는 장기간 무연고로 관리되어오고 있었다. 더 이상 방치되면 ‘파묘’된다는 관리사무실의 관례 소식을 접한 배호 팬들은 너·나 없이 십시일반으로그동안의 미납분과 향후 5년간의 선불금을 선뜻 지불했다. 이렇듯 배호는 그가 살았던 스물아홉해보다 훨씬 더 오랜 기간을 대중들로부터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 필자는 얼마 전 놀랍게도 취입 당시 음반으로 발표되지 않았던, 배호가 남긴 미발표 릴테이프를 직접 찾아냈다. 그중 한 곡이 67년에 취입했던 곡,‘추억’. 외삼촌 김광빈씨의 곡으로 당시에는 이 노래가 히트되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 음반제작이 보류되었던 곡이라고 했다. 배호 사후 30여년 동안 레코드사의 창고에 묻혀 있던 그 릴 테이프에서 재생되던 생생한 원음, 감격스러웠다. 불안한 호흡을 스스로 조절하기 위해 당겼다, 놓았다하는 애드립으로 싱커페이션(syncopation)과 앤티시페이션 (anticipation)을 적절히 구사했던 그만의 독특한 창법. 그 속에 담긴 배호의 삶과 노래, 그 ‘한 박자 빠른 삶, 반 박자 느린 슬픔’이 온 몸으로 전해져 왔다. 마치 노랫말이 그의 음악적 스승, 김광빈씨가 배호에게 이제서야 바치는 ‘헌시’처럼 들려오기도 해 순간 묘한 감회에 젖어들었다.39년 전에 만든 노래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글 박성서 가요평론가·저널리스트 sachilo@empal.com
  • [2006 토리노동계올림픽] 황당 Q&A

    독일 DPA통신이 최근 토리노동계올림픽과 관련해 황당한 궁금증과 이에 대한 해답을 게재, 관심을 끌었다.●루지 2인승에는 왜 남녀 혼성경기가 없을까. 국제루지봅슬레이연맹은 남녀가 몸에 딱 달라붙는 경기복을 입고 썰매에 포개져서 올라탄 모습이 성(性)적인 상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해서 애초부터 남녀 혼성경기를 제외했다.●피겨 선수는 경기 중에 반드시 웃어야 하나. 피겨 경기규칙에는 경기중 미소를 지어야 한다는 조항이 없지만, 예술적 표현의 일부로서 필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국제빙상연맹은 피겨의 궁극적인 목적이 관중에게 즐거움을 유발시키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일부 선수들은 거울 앞에서 웃는 연습을 피겨훈련만큼이나 열심히 한다.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염주영칼럼] 경제사령탑은 ‘부재중’

    [염주영칼럼] 경제사령탑은 ‘부재중’

    경제정책의 사전조율 기능이 실종되고 있다. 당·정·청의 목소리가 제각각이고, 정부내의 개별부처들도 개인플레이만 하고 있다. 그 결과 경제정책이 거칠어지고, 국민적 공감대가 있는 정책마저도 끝없이 흔들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최근에 제기되고 있는 양극화 해소 대책은 그 전형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사회는 민주화의 진전에도 불구하고 경제적으로는 너무 많이 가진 계층과 아무것도 갖지 못한 계층이 불어나고 그 중간계층은 줄어들어 기형적인 모습으로 변하고 있다. 소득격차의 확대는 교육·취업 기회의 격차 확대로 이어지며 계층이 고착화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다행히도 이를 치유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사회 전반에 폭넓게 형성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도 신년회견에서 이 문제를 올해 역점과제의 하나로 제시했다. 그러나 그 세부 대책을 세우는 과정은 한마디로 목불인견이었다. 주무부처인 재경부가 대책을 발표하는 족족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뒤집고 나서는 일이 여러번 되풀이됐다. 일주일 동안 네번이나 뒤집힌 1∼2인 가구에 대한 근로소득 추가공제 폐지를 비롯, 상장주식의 양도차익 과세, 소주세율 인상 등이 그런 예다. 그뿐만 아니라 정부내에서도 환율·부동산 등의 굵직한 현안들마다 부처들간에 불협화음이 끝없이 불거지고 있다. 정부와 여당, 그리고 개별 부처에 따라 현안들에 대한 입장이 다를 수 있다. 이를 적절히 조정하기 위해 경제부총리-정책위의장-경제수석 라인과, 그 위로 총리-당의장-비서실장으로 이어지는 2중의 협의채널을 두고 있다. 왜 이런 채널들이 제때에 가동되지 않는 것일까. 사전에 조율하면 될 문제를 가지고 굳이 온국민을 관중 삼아 기싸움을 벌이는 행태가 되풀이되는가. 문제는 재경부가 경제사령탑으로서의 정책조율 기능을 상실했다는 데에 있다고 본다. 예산·세제·금리의 3대 정책수단이 분리된 현재의 기능분산 시스템은 DJ정부 시절 재경원(재경부 전신)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 도입됐다. 그 결과 재경원 독주는 없어졌지만 경제부총리의 권한이 지나치게 약화돼 경제사령탑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내기가 어렵게 됐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이 점을 잘 인식하고 잦은 독대를 통해 의식적으로 경제부총리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대통령제 하에서 대통령을 자주 독대하면 리더십이 생긴다. 이 방식은 실제로 개별부처를 통솔하는 데 상당한 효력을 발휘했다. 참여정부에서는 실세총리로 일컬어지는 이해찬총리가 경제를 직할하는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경제사령탑의 역할도 경제부총리에서 총리로 바뀌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정책기능이 분산된 시스템 하에서 실세총리의 추진력은 상당한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국정을 총괄하는 총리가 경제분야의 실무진들을 직접 진두지휘해가며 세세한 현안들을 모두 챙기고 조율해내기에는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다. 이 총리에게는 강한 추진력이 있지만 섬세함이 부족하고, 한덕수 부총리에게는 섬세함이 있지만 기능발휘를 할 수 없게 되어 있다. 요즈음 그 틈새가 유난히 커보인다. 양극화 해소 재원대책을 비롯한 굵직한 경제정책들이 엎치락뒤치락하고, 그 과정에서 정부가 여론의 질타를 당하는 모습을 보면 더욱 그렇다. 언론의 편파보도라고만 몰아붙일 일이 아니다. 시스템에 문제점이 드러나면 신속하게 보완해야 하는 것이다. 경제부총리의 정책조율 기능이 시급히 복원돼야 한다. 경제부총리의 말발이 통하도록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그 일은 노 대통령의 몫이다. 수석 논설위원 yeomjs@seoul.co.kr
  • [2006 토리노동계올림픽] 14년만에 금 같은 동

    [2006 토리노동계올림픽] 14년만에 금 같은 동

    2차 레이스에서 맨 마지막 조에 편성돼 1차시기 1위 조이 칙(미국)과 나란히 출발선에 선 이강석(21·한국체대). 그는 심장이 터질 듯한 긴장을 느꼈다.8000여명의 관중이 지르는 함성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1차를 35초34,3위로 주파해 2차 시기에 따라 상위권 입상이 갈리는 상황. 출발 총성과 함께 용수철처럼 튕겨져나간 이강석은 혼신의 힘을 다해 얼음판을 지쳤다. 잠시 뒤 전광판에 표시된 35초09를 확인한 그는 두 팔을 번쩍 치켜올렸다. 자신의 최고기록(34초55)엔 못 미쳤지만, 칙에 이어 두번째 좋은 기록. ‘신세대 스프린터’ 이강석이 스피드스케이팅에서 14년 만에 올림픽 메달의 한을 풀었다. 이강석은 14일 오발링고토에서 열린 토리노동계올림픽 사흘째 남자 500m에서 1,2차시기 합계 70초43을 기록,2위 드미트리 도로폐예프(러시아)와 불과 0.02초차로 동메달을 거머쥐었다. 금메달은 1,2차시기를 모두 1위로 질주한 조이 칙(69초76). 최재봉(26·동두천시청)은 8위, 이규혁(28·서울시청)은 17위에 그쳤고,1차시기에서 미끄러졌던 권순천(23·성남시청)은 최하위로 떨어졌다. 한국이 동계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것은 1992년 알베르빌대회 남자 1000m에서 김윤만이 은메달을 차지한 이후 처음이다. 특히 지난 솔트레이크시티대회까지 수확한 20개의 메달 가운데 19개가 쇼트트랙에 편중됐던 한국대표팀으로선 ‘편식’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뭄 끝에 단비인 셈. 한국은 이로써 금, 은, 동 각 1개씩을 기록하며 8년 만의 ‘톱10’ 복귀를 향한 순항을 이어갔다. 이강석이 14년 간의 숙원을 해소한 한국대표팀은 오는 19일(새벽 1시) 열리는 남자 1000m에서 또 한번 이변을 꿈꾼다. 김관규 감독은 “이규혁의 기록이 좋은 데다 4번째 출전하는 올림픽 무대라 유감없이 기량을 발휘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儒林(540)-제5부 格物致知 제2장 居敬窮理(30)

    儒林(540)-제5부 格物致知 제2장 居敬窮理(30)

    제5부 格物致知 제2장 居敬窮理(30) ‘무진육조소’에 나오는 불교에 대한 퇴계의 태도는 확고부동하다. 불교는 노자와 장자보다, 심지어 관중과 상앙이 부르짖었던 법가(法家)보다도 더 ‘동방이단의 가장 심한 폐단’이라고까지 못박은 것이었다. 퇴계의 이러한 불교에 대한 적대감정은 물론 선왕 명종대에 있었던 문정황후와 보우스님과의 유착관계에 따른 폐단에서 비롯된 것이다. 따라서 퇴계는 ‘비록 선왕(명종)께서는 곧 불교의 그른 것을 깨달으시고 빨리 씻어버릴 것을 힘쓰셨으나 그 여파와 유산이 아직도 남아있사옵니다.’라고 표현함으로써 아직도 그 후유증이 광범위하게 남아있음을 경계하는 내용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퇴계는 불교를 이처럼 동방의 가장 심한 폐단으로 생각하고 있었음일까. 아이러니컬한 것은 퇴계도 한때 짧은 기간이었으나 선사에 머무르면서 불교의 선 공부를 하였다는 점이었다. 이때 퇴계의 나이는 47세. 퇴계가 머물렀던 암자는 월란암(月瀾菴)이라고 불리던 작은 선찰이었다. 퇴계는 이 암자에서 주자가 쓴 ‘심경(心經)’을 읽고 크게 감명을 받은 바 있었다. 이때의 심정을 퇴계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심경을 얻은 뒤로 비로소 심학(心學)의 근원과 심법(心法)의 정밀하고 미묘함을 알았다. 그러므로 나는 평생에 이 책을 신명(神明)과 같이 받들고 섬기고, 이 책을 엄한 아버지 같이 공경하였다.” 퇴계는 노년에도 새벽에 닭이 울면 일어나서 반드시 엄격하게 ‘심경부주(心經附註)’를 한번씩 읽었다고 하니, 작은 암자에서 깨달았던 ‘심경’의 영향은 실로 퇴계의 전생애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웠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퇴계가 월란암의 암자에 은거하였던 것은 주자를 스승으로 삼고 주자학에 전념하기 위해 모든 관직에서 물러나기를 결심하였던 은퇴시기 직전이었으니, 그런 의미에서 월란암은 퇴계에 있어 적멸궁(寂滅宮)이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퇴계는 어째서 주자학에 전념하기 위한 결심을 불교의 선림(禪林)에서 하였음일까. 율곡처럼 비록 1년 반 이상을 금강산에서 입산수도하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퇴계는 어째서 불교가 ‘동방이단의 가장 심한 폐단’이라고까지 극언하고 있으면서도 불교의 선사 속에서 주자를 스승으로 삼기 위한 초발심을 단행하였던 것일까. 이때 퇴계는 다음과 같은 시를 지어 자신의 심정을 노래한다. “주자를 스승으로 삼아 도를 배우러 암자(禪林)에 들렀더니 서림사 벽에 붙였던 그 시가 감개 깊어라. 천 년 뒤 우리나라 도가 없어 적막하니 여산 비추던 그 달빛 나의 침실 비춰다오(從師學道寓禪林 壁上題詩感慨深 寂寞海東千載後 自燐山月映孤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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