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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후난·후베이성 개발 열기] 中 거대 내수시장이 뜬다

    |우한(武漢)·창사(長沙) 오일만특파원|중국의 ‘중원경제권’이 한국 등 외국자본 유치를 본격화하는 등 새로이 용틀임을 시작했다. 덩샤오핑의 선부론(先富論·‘먼저 부자가 되라.’)에 입각해 동부 연안경제지역이 급성장했고,이어 서부 대개발과 동북 3성 개발이 본격화되자 뒤늦게 경제개발 경쟁에 뛰어든 것이다.중원경제권은 중국인구의 4분의1을 넘어서지만 경제규모는 5분의1에도 못미치는 낙후된 지역이다. 중국 중앙정부도 대륙의 ‘균형발전’이란 측면에서 일부 과열품목을 제외하고 지방정부에 상당한 투자 승인권한을 이전했다.중국의 과학기술부가 중부 5개성 개발을 위한 전략연구소조를 구성,오는 27일 첫 회의를 여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중국의 허브경제를 꿈꾸는 중부의 대도시들 중원경제권을 대표하는 후베이성과 후난성에서는 지난 16일부터 20일까지 ‘한국우호주간’ 행사를 열고 본격적인 투자유치에 나섰다. 주중 한국대사관(대사 김하중)이 중국 지방정부와의 관계강화를 위해 마련한,일명 ‘팀 코리아(Team Korea)’ 프로젝트의 일환이다.한국의 자본과 기술을 유치하기 위한 열기가 동북 3성에 이어 중국 내륙경제권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우한이나 창사 등 중부의 대도시들은 지리적으로 중국 정중앙이라는 점을 활용,중국의 ‘허브경제’가 되겠다는 야심찬 청사진을 내놓고 있다. ●한국기업들 속속 중원경제권 진출 이번 한국 우호주간 행사를 통해 100여개 투자유치 항목을 제시한 후베이성은 나름의 성과를 거뒀다.LG전자가 현지 국유기업과의 3세대 이동전화용 통신장비 합작 조인식을 갖고,한국 미생물연구소가 동호그룹과 축산동물용 백신 생산을 위한 합작법인 설립에 합의했다.한국의 자본과 첨단기술이 속속 중원경제권으로 진출한 것이다. 하지만 최근 중국의 경기과열과 맞물려 무분별한 외자유치는 자제하는 분위기다.우한시 경제개발구 관계자는 한국의 투자사절단에게 “오염이 심한 업종은 받지 않겠다.”고 못을 박았다. 중원경제권의 핵심기지인 우한은 과거 오(吳)나라의 수도로,청(淸)나라 말 중국 최초의 철강회사(우한철강)가 설립될 정도로 경제 열기가 높았던 곳이다.내륙의 교통 중심지라는 이점 덕분에 불과 5년 사이 우한시의 GDP는 65%,1인당 소득은 41%가 성장했다.중국의 물류거점을 확보하려는 일본은 이토추,미쓰이물산 등이 진출했고 프랑스의 카르푸와 이탈리아,독일 등 다국적 유통업체들의 각축장으로 변하고 있다. 이성배 코트라 우한 관장은 “후베이성의 성도 우한은 동서남북의 요지로 창장(長江·양쯔강) 중앙의 해운 중심지”라며 “수출보다 중국의 내수시장을 겨냥할 경우 투자의 적격지”라고 설명했다. 우한시에는 현대자동차 투자공장인 만통기차와 금호고속 현지법인,LG전자 판매법인,SK지사 등 대기업들이 진출해 있고 최근 들어 건설 등 내수시장을 겨냥한 중소기업들이 속속 진출 중이다. 후난성 성도(省都) 창사의 경제기술개발구에서는 이 지역 최대 기업인 LG필립스 진출에 이어 한국전기초자 공장이 7월1일 문을 연다. 브라운관용 유리 밸브를 생산하는 이 공장은 50년간 무상임대 조건을 확보했다.후난성 허퉁신 부성장은 “동부지역에 비해 토지용수,전력 등 공장운영을 위한 종합비용이 30%가량 적다.”며 후난 사람들의 근면성을 강조했다. ●중원경제권은 장시,후난,후베이,허난,안후이 등 5개성을 포함한 중국 중부 경제권이다.중국에서는 “후난에 풍년이 들면 천하가 족하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중부지역은 중국 전체 농산물의 70%를 공급하는 식량기지다. 그러나 중국의 중부지역은 동부와 서부의 ‘샌드위치’ 신세에 놓여 개혁·개방 이후 고전을 면치 못했다.서부 대개발과 동북3성 개발에 자극을 받은 중부 경제권이 최근 “과거 중원의 영광을 되찾자.”는 슬로건을 내놓은 것도 이 때문이다. 후난성 양정우 당서기는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후난은 농업 발전을 가속화하는 동시에 제조업,특히 장비 제조업 수준을 한단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허퉁신 부성장은 “현대적인 서비스업 등 3차산업의 수준을 높이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최근들어 후난성은 광둥·홍콩·마카오 주강 삼각주의 산업기지 이전기를 활용,광둥·홍콩 지구의 경제합작을 중시하는 분위기다. 반면 인구 6000만명의 후베이성은 중원경제권의 핵심이다.1997∼2002년 GDP 연평균 성장속도는 9.2%로 중부지역 5개 성 중에서는 1위를 차지했다. 50년대 말부터 마오쩌둥(毛澤東)의 지시로 국방기지로 성장한 후베이성은 최근 중국에서 유일한 국가광전자경제개발구를 출범시켰다.첨단 국방기술의 상업화를 겨냥한 것으로,2000여개의 입주 기업 가운데 지멘스와 필립스 등 세계 굴지의 거대기업들도 즐비하다. oilman@˝
  • 행자부, 행정용어 알기쉽게

    정부 행정혁신작업을 주도하는 행정자치부 내에서 행정용어가 너무 어렵다며 국민이 알기 쉬운 말로 바꾸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행자부 지방자치국 소속 국·과·계장 등 15명은 지난 15일 정례 혁신토론회를 열고 ‘불필요한 일 버리기’ 차원에서 7대 중점 실천과제를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이들은 우선 보고서와 대외문서를 만들 때 구태의연한 관용·상투적인 용어 사용이 행정업무를 딱딱하게 만들고,국민의 행정 참여를 막는다고 보고 단어를 일반국민들이 알기 쉽게 하며,내용도 명확히 하는 쪽으로 바꾸기로 했다. 예를 들어 ‘기일을 엄수하다.’는 ‘날짜를 지키다.’로,‘업무를 관장하다.’를 ‘업무를 맡아 처리하다.’로 바꾸어 표현하기로 했다.‘철폐하다.’는 ‘없애다.’로,‘확행하기 바람’을 ‘꼭 하기 바람’으로,‘말소하다.’를 ‘지워 없애다.’로 표현하기로 했다.상급자에게 보고서를 제출할 때도 중요한 것을 나타내거나,두드러지게 표현하기 위해 보고서에 형광색 칠이나 밑줄을 긋는 관행도 없애기로 했다. 조덕현기자˝
  • 국회 사무처직원 “초선들 뭔가 다를줄 믿었는데”

    “17대 국회는 뭔가 다를 거라고 믿었는데 초선 당선자들이 첫날부터 지각이나 하고,‘어르신’ 연설까지 무시해버리니 실망감이 큽니다.” 국회 사무처에서 올해로 26년째 일하고 있다는 한 직원의 말이다.그는 13일 ‘17대 국회 초선의원 의정 연찬회’를 지켜본 뒤 “이번 초선 당선자들은 오히려 16대 때보다 덜 진지한 것 같다.”면서 “구태 정치와 손을 끊겠다고 다짐한 당선자가 많아 크게 기대했는데,금배지를 달자마자 벌써 마음이 바뀌어 목에 힘을 주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의정 연찬회는 국회에 첫발을 내딛는 초선들을 위해 국회 사무처가 마련한 행사다. 그러나 연찬회 개막식이 예정된 오전 9시30분까지 행사장에 도착한 당선자는 채 30명이 안 됐다.당장 여야 공히 기성 정치와는 달리 ‘일하는 국회’를 만들겠다고 공언했지만 구태 정치인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행사장 안내를 맡은 사무처 직원은 “박관용 국회의장이 인사말을 할 때 여당 당선자는 30명 정도만 참석했다.”면서 “대통령 탄핵안 가결 때 경호권을 발동했다는 이유로 연설까지 보이콧할 이유가 있느냐.”고 이해할수 없다는 반응이었다.여당 초선 당선자 108명 중 20여명은 박 의장의 발언이 끝날 때까지 행사장 밖에서 대기했다.미리 행사장에 앉아 있던 임종인 당선자 등 8명은 연설이 시작되자마자 자리를 박차고 나오기도 했다.임 당선자는 “박 의장이 여기 나타난 것도 상식 이하”라며 “의장으로서 인정할 수 없고,저런 사람 얘기를 듣고 교훈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연설을 마친 박 의장은 민주노동당 강기갑 당선자에게 악수를 청했다가 거절당해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강 당선자는 “박 의장이 최근 사용자 단체와 회동 때 칠레산 와인을 마시는 등 한·칠레자유무역협정(FTA)으로 고통받는 농민들의 가슴에 못을 박았다.”면서 악수 거절의 배경을 설명했다. 사무처 다른 관계자는 “상생의 정치는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행사에서부터 자연스럽게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박지연기자 anne02@˝
  • [儒林 속 한자이야기](18)

    유림 76에 무소불위(無所不爲)가 나온다.無는 원래 기구를 가지고 춤추는 무녀(巫女)의 모습을 본 뜬 글자인데,‘없다’라는 뜻으로도 쓰이게 되었다.이에 ‘춤추다’라는 본 뜻을 살리기 위해 無자에 ‘춤추는 두 발을 본뜬 천(舛)’을 넣은 舞(춤출 무)자가 만들어졌다.無자가 들어간 한자는 憮(어루만질 무), (밟을 무) 등과 같이 대부분 음은 ‘무’이며 뜻은 나머지 부분이 된다.所는 ‘∼하는 바,것,곳’을 뜻하는데,所자 다음에는 대체로 소위(所謂),소행(所行)처럼 동사가 놓인다. 不는 나무나 풀의 뿌리를 본뜬 것 또는 아래로 늘어진 한 송이 꽃부리를 본뜬 것이라는 두 설(說)이 있다.흔히 마시는 주량(酒量)이 많은 경우를 주류불사(酒類不辭)라고 잘못 표현하는 경우가 있다.두주불사(斗酒不辭)라 해야 한다.왜냐하면 이는 다음 일화에서 유래된 관용어(慣用語)이기 때문이다.항우(項羽)와 유방(劉邦)은 공조 관계였는데,항우는 유방이 자기보다 먼저 진(秦)의 서울 함양을 함락시킨 것에 대해 화가 났다.이에 유방이 항우의 진영을 찾아가 해명하는데,그때 항우의 참모 범증(范增)이 유방을 죽이려 하였다.위급한 상황을 안 유방의 심복 번쾌가 방패와 칼을 들고는 그 자리로 뛰어 들어갔다.항우가 잠시 놀랐으나 유방의 참모임을 알고는 번쾌에게 술을 주도록 하니,번쾌는 한말의 술을 단숨에 마셨고,안주로 돼지 생고기를 방패 위에다 놓고 썰어 먹었다.이 모습에 감탄한 항우가 한잔 더 권하자 번쾌가 ‘죽음도 사양하지 않는 제가 어찌 말술(斗酒)을 사양하겠습니까(不辭),다만 유방이 먼저 입성하여 장군(항우)을 기다리려고 했던 것인데,그런 유방을 해치려 함은 장군답지 않은 처사입니다.’라고 말했던 것이다. 爲는 ‘∼을 하다,∼이 되다,∼을 위하다,∼이라 여기다’라는 뜻으로 쓰인다.진시황제(秦始皇帝)의 신하인 환관(宦官) 조고(趙高)는 진시황이 죽을때 태자(太子)인 부소(扶蘇)를 황제로 계승시키도록 유언하였으나,승상(丞相) 이사(李斯)와 함께 그 유언을 속여 자신들이 다루기 쉬운 진시황 둘째 아들인 어린 호해(胡亥)를 황제로 세웠다. 그 후 조고는 이사 등을 죽이고 모든 것을 좌지우지(左之右之)했는데,어느 날 王에게 사슴(鹿)을 바치며 “이것은 말(馬)입니다(指鹿爲馬 지록위마)”라고 했다. 그러자 王이 웃으며 “사슴(鹿)을 말(馬)이라 합니까”라며 좌우를 둘러보자,신하들 중에 ‘말입니다’라고 말한 자가 있는가 하면 ‘사슴입니다’라고 말한 자가 있었다.이때 조고는 사슴이라고 말한 자들을 기억해 두었다가 훗날 죄를 씌워 모두 죽였다.그래서 윗사람을 농락하여 권세를 마음대로 행사하는 것을 ‘指鹿爲馬’라 하는데,훗날 그 뜻이 확대되어 모순된 것을 끝까지 우겨 남을 속인다는 뜻으로 쓰기도 한다. 이상으로 볼 때 무소불위(無所不爲)는‘어떠한 일도 하지 못함이 없다.즉 못하는 일이 없다’는 뜻으로 무소불능(無所不能)과 함께 흔히 절대적 권력을 쥔 사람과 연결시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박교선 ˝
  • [씨줄날줄] 돌아온 카페/신연숙 논설위원

    “인터넷 상에서 카페는 보통명사나 관용표현으로 사용되고 있으므로 특정업체만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다.”‘카페’란 이름의 사용을 놓고 인터넷 포털사이트끼리 벌인 다툼에 대해 법원이 내린 판결 요지다.1심 판결에 불과하지만 이로써 인터넷 상에서 ‘카페’란 이름은 당분간 널리 쓰여질 수 있게 됐다. 커뮤니케이션 역사에서 ‘카페’는 대화의 장소,하버마스 식으로 말하면 ‘공론장(公論場)’을 의미한다.17세기말 프랑스에 처음 생긴 ‘카페’는 터키에서 온 ‘검은 음료’의 그윽한 향기를 즐기기 위한 곳이었다.그러나 카페는 곧 ‘대화’를 매개로 한 예술적,정치적,오락적 장소로 발전해 갔다.특히 계몽주의시대를 만난 카페는 온갖 사상이 자유롭게 부딪치며 진리를 찾아 가는 토론의 공간으로서 각광받는다. 그러나 공론장으로서 카페는 역사적인 부침도 겪었다.결정적인 타격은 19세기말,대중신문이라는 새로운 미디어의 등장이었다.대중신문은 공론의 방식도 획기적으로 바꿨다.커피를 놓고 얼굴을 마주보며 행하던 대인적(對人的)커뮤니케이션에서 비대면적(非對面的)커뮤니케이션으로,카페를 드나드는 사상가나 엘리트층 위주의 커뮤니케이션에서 대중의 커뮤니케이션으로 형태가 변화해간 것이다.소유형태 등에 따른 대중언론의 편향성,일방성 등 매스커뮤니케이션의 약점은 우리가 모두 아는 바와 같다.카페는 이제 토론장이라기보다는 문화적 공간에 가까워졌다. 그러나 카페는 죽지 않았다.오히려 인터넷 커뮤니케이션의 성장과 함께 화려하게 부활했다고 해야 할 것이다.포털 사이트들의 커뮤니티 카페는 하나의 이슈를 놓고 하루만에 수만명의 토론자들을 끌어모으는 강력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떠올랐다.9·11사건 하나에 개설된 카페만도 수십개,최근엔 독도영유권논란,탄핵문제 카페가 위력을 발휘했다. 공론장으로서 인터넷 카페는 사실성,공정성,명예훼손 등 문제점도 많다.이번 소송에서 보이는 것처럼 상업성과의 결합도 문제점이다.그러나 기존 매체의 비대면성,접근제한성,시간성의 문제를 일시에 극복한 새 매체로서의 파워는 주목 대상이다.이번 소송의 최종 결과 여부를 떠나 사회현상으로서 생환한 ‘카페’현상은 수그러들지 않을 것 같다. 신연숙 논설위원 yshin@seoul.co.kr˝
  • [열린세상] 상생의 공동체를 위해/정현백 성균관대 교수·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관용과 공존을 위해서는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이를 합리적으로 해결하려는 자세를 갖추어야 한다.” 2002년 말 대선 이후 우리 사회에서 일어난 정치·사회적 갈등은 모든 국민을 지치게 만들었다.물론 이런 갈등에 불을 붙인 것은 정치권이었고,제 정당 간의 비생산적 쟁투는 급기야 탄핵 결의라는 전대미문의 사건으로 이어졌다. 이제 대다수 의원들이 물갈이된 17대 국회,돈 들지 않는 선거를 통해 당선된 새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의 소망은 소모적인 정쟁을 끝내고,민생을 해결하는 국회,깨끗하고 합리적인 국회로 거듭나는 것이다.그런 점에서 3일 정동영 열린우리당 대표와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만나서 “구 정치종식,민생·경제우선”의 기치 아래 정치·사회적 협약을 맺은 일은 환영할 만하다. 상생의 정치는 먼저 정치엘리트 집단에서 시작돼야겠지만,이에 못지 않게 국민 사이에서도 상생의 공동체를 만들려는 적극적인 움직임이 일어나야 한다.지난 몇 년 동안 우리 사회는 마치 두 개의 서로 다른 민족이 공존하는 듯이 보였다.이들은 각기 다른 정보 네트워크를 지니고 있고,각기 다른 가치관과 행동방식을 내면화했다.이는 때로는 젊은이와 나이 든 세대,때로는 보수와 진보세력,때로는 지역 간의 갈등으로 나타났다.이중에서도 가장 절망적인 현상은 이 두 집단은 서로 다른 언로를 가졌을 뿐 아니라 최소한 인정해야 할 객관적인 사실조차 자신의 입장에 따라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점이다.이런 상황에서는 최소치의 합의를 통해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공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원색적인 감정대립 속에서 ‘내가 이기느냐,네가 이기느냐.’의 양자대결적 사투가 벌어질 뿐이다.이런 현실을 개탄하면서 여기저기에서 ‘상생’의 공동체를 만들려는 시도가 일어나고 있다.지난 4월30일 ‘평화포럼’이 여야 정치인과 시민단체 대표자를 모아 상생의 정치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하는 워크숍을 진행한 것이 그 좋은 예다. 국민 사이에,정치가 사이에 ‘상생의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몇 가지 원칙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첫째로 여기저기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상생이라는 용어는 서로의 차이를 절충하자는 의미로 읽어서는 안 된다.관용과 공존을 위해서는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이를 합리적으로 해결하려는 자세를 갖추어야 한다.이를 위해서는 서구의 평화교육운동에서 강조하는 ‘타자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듣는 태도(active listening)’나 ‘상대방을 그 특유의 문화적 맥락에서 이해하기’ 등이 대단히 중요하다.그러나 인권존중,평화실현,민주주의와 같은 보편적인 가치에 위배되는 상대방의 태도는 과감히 거부해야 한다.다시 말해서 상생의 정치를 만들기 위해서는 부패정치,지역주의,이미지 정치 등은 과감하게 반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로 상생의 공동체를 위해서는 절차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어느 사회도 보수와 진보,신·구세대 사이의 갈등이 사라진 곳은 없다.그러나 격앙된 감정적 대립을 벗어나 합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로 간에 게임규칙을 정하고,이를 서로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또한 이를 위해서는 활발한 사회적 토론이 필요하다.탄핵소추안 가결이 민주주의의 원래 취지에 비추어 절차상으로 정당하였는가? 탄핵무효를 외치는 촛불행사는 과연 불법적인가? 건강한 사회라면 탄핵찬성과 무효 사이의 양분법적인 대결만이 아니라 세심한 절차에 대한 토론이 필요하다.우리 사회에서 지난 몇 년 사이에 진행된 심각한 사회적 갈등요인,예를 들면 새만금 간척,부안 핵폐기장 설치문제,이라크 파병문제 등도 절차적 민주주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여기에 덧붙여 ‘갈등해소와 관용교육’과 같은,서구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평화교육 방법론이 한국사회에도 적극적으로 도입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상생의 공동체를 위해서는 언로의 이원화 문제가 극복돼야 한다.이를 위해서는 한국 언론이 그 특유의 선정성을 극복하고,균형 잡힌 보도를 하려는 자세가 중요하다.한국을 잘 아는 외국 특파원들이 지적하는 대로,한국의 언론에서는 사실보다 주장의 비중이 너무 크다.거의 모든 언론 매체들은 기사 속에 자신의 가치관을 녹여내고 있다.이런 언론 보도가 국민들 사이의 갈등을 더욱 극대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이제 국민들 역시 언론 보도를 비판적으로 읽을 수 있는 성찰적인 자세를 갖추어야 한다. 정현백 성균관대 교수·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 [北용천참사] 부상자 병상없어 캐비닛에 눕혀

    |단둥 오일만특파원·외신|북한 용천역 폭발사고 참상이 북한을 방문한 국제기구 관계자들에 의해 생생히 전해지고 있다.25일에는 사고 나흘 만에 세계식량계획(WFP) 관계자가 찍은,화상을 입은 북한 어린이의 동영상과 사진이 외신을 통해 공개됐다. 이 사진에서 허름한 간이 침대에 누워 있는 어린이들은 화상과 파편에 찢긴 상처로 얼굴이 성한 곳이 없을 정도였다.병상이 모자라 서류보관용 캐비닛에 누워 있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4일 동안 병원 한 곳에서 15명의 환자가 숨질 정도로 약품과 장비 부족도 심각했다.25일 신의주에 있는 평안도 인민병원을 방문한 제럴드 부르케 WFP 대변인은 22일부터 25일까지 입원이 허용된 환자 375명 중 15명이 장비 부족 등으로 숨졌다고 26일 밝혔다. 어린이 중환자들은 폭발사고 당시 엄청난 강도의 빛에 노출,시력을 잃을 위기에 처해 있거나 열 폭풍에 심한 화상 등을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이들 중 상당수는 오전 수업을 마친 후 집으로 가는 도중 사고를 당한 용천소학교 학생들로,이들의 얼굴은 화상과 상처로 온통 얼룩져 있었다. WFP의 아시아지역 담당자인 토니 밴버리는 “얼굴 상처를 대충 꿰맨 어린이들이 고통에 몸을 구르거나 신음하는 모습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면서 “어떤 어린이 환자는 이미 실명한 상태였다.”고 전했다. 25일 부상자들을 수용하고 있는 신의주 병원을 찾은 국제조사단원들도 “살면서 지금까지 접한 상황 가운데 가장 비극적인 장면 중 하나”라고 참담한 현지 상황을 소개했다.이들은 북한 현지의 의료시설 및 약품이 태부족인데다 비위생적이어서 추가 감염 우려가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아이길 소렌슨 평양주재 세계보건기구(WHO) 대표는 폭발사고 당시 발생한 화학약품의 유독성 가스에 노출된 수천명의 피해자들이 심각한 부작용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한편 북한은 용천역 폭발사고에 따른 세부 피해상황을 26일 처음으로 공식 보도했다.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해당기관 조사자료를 인용,“사망자수는 150여명,부상자수는 1300여명이며 행방불명자 수는 현재 조사중”이라고 밝혔다.또 “파괴된 공공건물과 산업 및 상업 건물수는 30여동이며 8100여 가구의 살림집이 파괴됐다.”고 말했다. oilman@seoul.co.kr ■ 北 “우린 한핏줄 더 많이 도와달라” |단둥 오일만특파원|26일 새벽부터 단둥(丹東)과 신의주 일대에 비가 내리는 가운데 중국과 국제 구호단체들이 지원하는 구호물자들이 속속 단둥에 집결,압록강의 중조우의교(中朝友誼橋)를 통해 북측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외국 지원물자로는 처음으로 중국이 보낸 의료품들이 25일 용천 사고현장에 도착했으며,국제 구호단체들도 26일 단둥으로 몰려들어 본격적인 지원활동에 착수했다. 중조우의교 맞은 편에 위치한 단둥 세관에는 이날 오전부터 구호품을 실은 랴오닝(遼寧)성 차량들이 몰려들어 혼잡을 빚었다.이날 하루만 50대 안팎의 트럭이 용천으로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지원물품은 대부분 모포와 텐트,라면 등 긴급구호용품과 화상치료용 의약품,복구에 쓰일 건자재들이다. 북한 선양 총영사관에서 파견된 외교관들이 직접 나서 지원물품의 북송 작업을 지휘하는 모습도 보였다.익명을 요구한 한 북한 관리는 “신의주에 의약품이 부족해서 직접 단둥으로 나왔다.”며 “남북한은 같은 동포니까 다른 나라보다 더 많은 도움을 줘야 한다.”고 동포애를 강조하기도 했다. 단둥시 소재 조선민족경제협력련합회(민경련) 관계자들도 단둥한국인회 관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한국 민간단체 등의 구호지원에 대해 “동족의 마음으로 고맙게 생각한다.”며 감사의 뜻을 전달했다.중국 정부는 사고 수습지원을 위해 트럭 300대 분량의 구호·복구용 자재를 북한에 무상 지원할 것으로 알려졌다.미국 포틀랜스시에 본부를 둔 자비군단(MERCY CORPS) 등 국제구호 단체들의 지원물자들도 신속하게 단둥을 거쳐 북한으로 들어갔다. ˝
  • 길상사서 대중법회 연 법정 스님

    “온천지에 꽃이 피고 새 잎이 생겨나고 있습니다.눈부신 신록 앞에서 인간도 꽃처럼 새롭게 태어날 수는 없을까요.대지가 그렇듯 인간의 미덕중 가장 으뜸은 용서와 관용입니다.” 18일 오전 11시,서울 성북구 성북2동 길상사 마당에 모처럼 야단법석(野壇法席)이 있었다.잠시 하산한 법정(法頂·72) 스님의 법회가 열렸다.스님은 700여명의 불자 앞에서 이 시대에 우리가 할 일은 ‘용서’와 ‘관용’이라고 강조했다. “얼마 전 한 신도한테 들은 얘기입니다.신도가 우연히 수행자들이 모인 곳에 갔더니 역겨운 냄새가 확 풍기더랍니다.그래서 신도는 수행자들에게 ‘여보시오,도 닦기 전에 몸부터 닦으시오.’라고 일침을 가했다는 것입니다.이 얘기를 듣고 많은 깨우침을 받았습니다.” 스님은 이어 제자가 스승을 찾아가 ‘평생을 두고 행할 수 있는 가르침을 한마디로 내려주십시오.’라고 하자 스승은 ‘그것은 바로 용서이니라.’라고 답한 일화를 소개했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허물이 많습니다.그것을 낱낱이 꾸짖는다면 결코 고쳐지지 않습니다.지적받으면 그 사람은 마음의 상처를 받게 됩니다.선의의 충고와 꾸짖음은 본질적으로 다릅니다.상대방의 허물을 감싸면 한순간에 정화를 시켜줍니다.우리 사회는 용서의 미덕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스님은 또한 “이 봄날 꽃과 나무가 눈부시게 피어나는 것은 훈훈한 봄기운 덕택이며 가을날 꽃이 지고 만물이 시드는 것은 차디찬 서리바람 때문”이라면서 “남의 결점이 눈에 띌 때는 내 스스로는 허물이 없는지,자신을 먼저 들여다봐야 한다.”고 자기성찰론을 펼쳤다. 다음은 스님이 전하는 중국 초나라 당시의 일화 한토막. 초나라의 장왕이 어느날 밤 촛불을 켜고 질탕 놀고 있었다.그런데 갑자기 촛불이 꺼지자 암흑세계로 변했다.이때 한 신하가 평소 흠모하던 왕의 애첩에게 다가가 기습적으로 키스를 했다.깜짝 놀란 애첩은 신하의 갓끈을 얼른 잡아 떼어냈다.그런 다음 왕에게 “불이 켜지거든 갓끈 없는 신하를 부디 벌하십시오.”라고 고했다.왕은 이때 예상과 달리 “갓끈 있는 신하는 모두 벌을 내리겠다.”고 거꾸로 소리쳤다.순식간에 다른 신하들도 갓끈을 모두 떼어냈다.불이 다시 켜지자 누구의 소행인지 알 수 없었다.2년후 초나라가 진나라와의 싸움에 풍전등화의 위기가 닥쳤다.이때 왕의 애첩에 입을 맞추고 용서받은 신하가 분연히 일어나 목숨으로 나라를 구했다. “용서는 위기에 처한 국가도 살려내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오늘날 대통령도 이런 그릇이어야 합니다.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온세상이 반대해도 대량살상무기를 핑계로 이라크 전쟁을 일으키는 정의롭지 못한 업을 지었습니다.언젠가는 그 업의 대가를 받게 될 것입니다.” 법회 끝부분에 스님은 “남의 허물을 보지 말라.지나간 것도 들춰내지 말라.과거를 자꾸 물으면 아물려는 상처만 덧나게 한다.”면서 “이웃의 잘못을 덮어두면 신이든 부처든 늘 곁에 있게 마련이다.”고 거듭 강조했다.아울러 스님은 “맺힌 꼬투리를 풀지 않으면 안팎으로 꼬인다.자존심은 아무것도 아니다.무거운 짐은 내려놓고 살아야 한다.”고 당부했다.법회시간은 40여분.아쉬워하는 불자들에게 스님은 “남은 이야기는 나무한테 들으십시오.”하면서 다시 산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김문기자 km@seoul.co.kr˝
  • [메디컬 라운지]

    ●틀니 세정제 ‘폴리덴트’ 수입 글락소 스미스클라인(GSK)의 틀니 세정제 ‘폴리덴트’가 국내에 수입,출시됐다.일본에서 높은 시장 점유율을 보인 이 제품은 천연 효소의 세정효과를 이용,약제 1정을 물이 든 용기에 넣고 틀니를 5분만 담가두면 음식 침착물과 프라그 제거는 물론 구내염 등 세균질환도 예방해 준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유한양행 수입,시판.32정 포장제품의 시판가는 1만500원.080-024-1188. ●차내 금연운동 전개 한국천식알레르기협회(회장 김유영)는 11일부터 연중 차내 금연운동인 ‘노스모킹-클린카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간접흡연만으로도 악화될 수 있는 천식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서다.협회는 이날 교통방송 통신원 64명을 초청,‘클린-카 발대식’을 서울올림픽공원에서 갖고 운전자들에게 차내 금연스티커와 배지를 나눠줬다. ●북한에 소아접종용백신 지원 대한 소아과개원의협의회와 글락소 스미스클라인(GSK)은 최근 북한에 소아 접종용 MMR(홍역,볼거리,풍진)백신 ‘프리오릭스(Priorix)’와 주사기,보관용 냉장고 등을 기증하기로 하고 이를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본부’에 전달했다.이번 대북 의약품 지원은 GSK측이 자사 제품인 프리오릭스 백신과 이를 보관할 냉장고 50대 및 수송비를,협의회측이 1회용 주사기 30만개를 지원해 이뤄졌다. ●25일 관절염의 날 걷기대회 대한정형외과학회가 주최하는 제3회 관절염의 날 걷기대회가 오는 25일 서울을 비롯,대구 부산 등에서 동시에 열린다.관절염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바른 관절염 치료법을 알리기 위해 마련한 이날 행사에서는 정형외과 전문의들도 참여해 상담은 물론 올바른 운동법도 지도해 준다.또 행사장에 관절염 치료용품과 관절염 교육포스터를 전시하고 무료 골다공증 및 골밀도검사도 해줄 계획이다.개최 장소는 서울은 보라매공원,대구는 월드컵경기장 내 수변관 광장,부산은 어린이 대공원 내 초읍학생교육문화회관 광장 등이다.서울:(02)783-4726∼7,대구:(053)940-7320,부산:(051)893-2437.˝
  • 한국인의 화/김열규 지음

    우리는 흔히 ‘화가 난다.’는 표현을 쓴다.하지만 화가 불 화(火)자임을 알고 있거나 의식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화를 ‘불 화’로 쓰는 곳은 한국밖에 없다.일본이나 중국에선 노(怒)로 화를 대신한다.한국인의 삶의 원형을 탐구해온 김열규 교수(72·계명대 한국학연구원장)는 ‘한국인의 화’(휴머니스트 펴냄)란 에세이집을 통해 화가 어떤 속성을 지니며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사회문화적인 관점에서 살핀다. 한국인은 예로부터 방에 고래를 내어 온기를 유지하는 온돌을 만들어 살아왔다.저자에 따르면 한국인은 마음에도 고래를 내고 산 사람들이다.여기서 고래는 구들장 밑의 불길,즉 불고래를 말한다.이같은 불기운을 타고 사는 한국인에겐 뜨거운 정이 눌어 있게 마련.저자가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이 마음의 불을 다스리고 정을 가꿔가자는 것이다.서양식으로 말하면 ‘분노경영(anger management)’이다. 바람도, 물도 화를 낸다.그러나 대지는 화를 내는 법이 없다.무엇이든 거둬 안고 품어준다.그래서 대지는 관용이다.어떻게 하면 마음 속 불자리에 대지의 큰 정신을 가득 담을 수 있을까.저자는 묵직한 괴석에 한 포기 난을 앉힌 문인화,아니면 화폭을 가로질러 석간수(石澗水)가 흐르는 산수화를 한 점 보라고 권한다.실낱 같아 더욱 서슬 푸른 난에 마음을 맡기다 보면 화에 상한 우리 마음에도 한줄기 삽상한 소슬바람이 일지 않을까. 책은 김치처럼 국제언어가 된 화병에 대해서도 적잖은 지면을 내준다.1996년 국제 정신의학계는 ‘화병(hwabyung)’을 가장 한국적인 정신신경 장해증상으로 공인했다.화병은 정신적 타상이나 외상,곧 세상으로부터 입은 마음의 상처가 쌓인 것이 대부분이다.하지만 스스로 자신을 탓하고 괴롭혀 생긴 자상(自傷)의 몫도 만만찮다.저자는 우리 사회 화병의 가장 무서운 온상 가운데 하나로 ‘일류주의’ 교육풍토를 꼽는다. 화는 참고 삭여야만 하는가.화 중엔 마땅히 터뜨려야 할 화도 있다.의분(義憤)이나 공분(公憤)에 따른 화,성취동기의 화가 여기에 속한다.저자는 “화를 내려면 만공처럼 내고,참을 때도 만공처럼 하라.”고 말한다.만공선사의 사자후처럼 서늘한 깨달음을 주는 화라면 서슴지 않고 당당히 내어야 한다.물론 화를 익살로 둔갑시킬 수 있는 지혜도 갖춰야 한다.이쯤 되면 화도 사뭇 의젓해 보이지 않을까.1만원. 김종면기자˝
  • [데스크시각] 광장문화와 感受性훈련/황진선 문화부장

    지난달 20일 외출했다가 집에 돌아와 저녁 9시 뉴스를 보려고 TV를 켰는데 광화문 주변 도로에 월드컵 때처럼 붉은 인파들이 가득했다.탄핵 규탄 촛불 집회에 13만명(경찰 추산)이 모였다고 했다.아,국회와 민심의 괴리가 이렇게 클 수 있구나.그런 생각과 함께 퍼뜩 ‘감수성 훈련’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요즘 정치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감수성 훈련(sensitivity training)이 아닐까.정확한 의미를 알아보기 위해 케케묵은 학창시절의 책을 들춰보았다.요약하면 ‘자신이 어떤 사람이며 다른 사람에 대한 태도는 어떠해야 하는지를 터득하도록 함으로써,서로 신뢰하고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조직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는 훈련’이다.탄핵 규탄 집회는 검은 돈에 휘둘리며 민심을 읽으려 하지 않은 정치권을 탄핵한 것이었다.박관용 국회의장은 ‘탄핵국회’를 진행하면서 ‘자업자득’이라고 했으나 민심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에 자업자득의 부메랑을 날렸다. 그날 광화문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 중에는 가족을 동반한 사람이나 대학의 동기·동문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상당수는 87년 6월 항쟁 당시 대학생으로 시위에 참여했던 386세대였다고 한다.집회가 끝난 뒤 문전성시를 이룬 근처 주점에선 즉석 토론이 이어졌다.현장을 취재했던 후배가 들려준 토론 한 토막.“노무현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치밀함과 김영삼 전 대통령의 외곬의 기질을 함께 갖고 있는지도 모른다.그리고 우리가 그런 노 대통령의 고도의 술수에 넘어갔을 수도 있다.하지만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이 건 아니다.대통령을 멋대로 탄핵한 것은 6월항쟁으로 성취한 민주화를 후퇴시키는 것이다.” 결과론이지만 정치인들은 우리의 민주주의가 이렇게 성숙해 있음을 깨닫지 못했다.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너무 둔감했다.새로운 광장 문화와 그 역동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탄핵 집회는 온라인은 물론 오프라인 광장이 뿌리내렸음을 확인하게 했다.온·오프라인 광장이 생활이요,문화가 된 것이다.인터넷은 누구나 드나들 수 있는 자유 광장이다.편가르기식 막말이 난무하기도 하지만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또 광화문 주변 도로를 비롯한 대도시의 중심은 국민들이 욕구를 표출할 수 있는 축제의 광장이자 직접민주주의의 광장이 되었다.학자들은 오프라인 광장의 연원을 넥타이 부대가 등장한 87년 6월항쟁에서 찾는다.그 광장은 2002년 붉은악마의 월드컵 축제,같은 해 효순·미선이를 애도하는 촛불집회,2003년 이라크 파병 반대 집회로 이어졌다. 온·오프라인 광장은 참여의 기회를 확대했다.우리나라에는 정치인을 소환할 수 있는 제도가 없다.하지만 탄핵 집회는 정치권과 정부 정책을 탄핵하고 소환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온·오프라인 광장은 격리된 것이 아니다.유선과 모바일로 정보와 메시지를 주고받는 온라인 광장은 오프라인 광장에서 그 힘과 실체를 확인하며 시너지를 얻는다.광화문 탄핵 집회가 전형이다.보수 인사들은 히틀러와 무솔리니,아르헨티나 페론의 ‘광장’을 예로 들며 전체주의의 망령이 어른거리는 것 같다고 하거나 포퓰리즘을 거론한다.그러나 현명한 시민들은 정부가 탄핵 규탄 집회를 불법으로 규정하자 더 이상 집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우리는 광장의 문화를 이해하고 더 민주적으로 가꿔나가야 한다.그리고 정치인은 역동적인 참여민주주의 시대를 맞아 민의를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감수성을 키워야 한다.바야흐로 시민적 감수성이 우리의 덕목인 시대다. 황진선 문화부장 jshwang@˝
  • [송두율교수 징역7년선고] 법원 重刑선고 안팎

    법원이 송두율 교수를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이라고 인정했다.송 교수의 저서와 기고문도 주체사상 찬양물이라 규정했다.그러나 남북 통일학술대회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이 구형한 징역 15년도 절반 이하로 깎았다.송 교수도 검찰도 만족하지 못했다.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 재판부는 북한노동당 전 비서인 황장엽씨와 독일 주재 북한 이익대표부 전 서기관인 김경필씨가 작성한 ‘대북보고문’을 주요 증거자료로 삼았다. 황씨는 91년 통일전선부 부부장이던 임동옥씨가 “송 교수는 남한에서도 영향력이 크고 독일에 왔던 유학생들도 따른다.위(김일성·김정일)에서 크게 쓸 생각이니 교육시켜라.”라고 지시했다고 진술했다. 대북보고서는 송 교수가 황씨의 중국 망명 사실을 알고 김경필을 여러 차례 찾아가 “황장엽씨가 내가 후보위원이란 사실을 아느냐.”고 매우 초조하게 물었다고 밝히고 있다.자연스레 ‘송두율=정치국 후보위원’이란 공식이 성립했다. ●처음부터 ‘경계인’은 없었다 송 교수의 ‘간첩’활동에 대해선 엇갈린 판단을 내놓았다.지난 88년∼95년까지 저술 활동은 국보법 위반으로 규정하면서도 남북 통일학술회의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재판부는 송 교수가 방북해 금품을 수수한 후 발표한 기고문이 특히 북한을 찬양하는 색채가 짙다고 명시했다. 91년 김일성 주석과 3시간 동안 단독 면담하고 후보위원으로 선임된 뒤 발표한 언론사 기고문이나 저술에서 북한 편향 정도가 심해졌다는 지적이다.재판부는 “노동당 입당·후보위원 선정·금품 수수 등을 몰랐던 남한 독자들이 송 교수의 저술을 무비판적으로 수용,북한에 대해 그릇된 환상을 가졌다.”고 밝혔다. ‘경계인’이란 처음부터 없었다는 것이다.반면 지난 95년부터 베이징 등에서 6차례 열린 남북 통일학술대회는 적법한 남북교류활동으로 규정했다. ●포용보다 반성이 먼저다 포용력과 관용은 송 교수의 반성을 전제로 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재판부는 “남북분단의 희생물인 송 교수를 우리 사회가 포용해야 한다는 견해도 일면 수긍할 만하지만,이는 범죄사실에 대한 진지한 반성을 전제로 해야 한다.”면서 “송 교수가 앞으로 진정한 의미의 객관적 입장에서 학문활동을 펼치고,우리 사회의 발전과 남북한의 평화통일에 기여하겠다고 다짐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라고 못박았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시민단체서 명단 발표

    민족문제연구소·친일진상규명법 범국민추진위 등 4개 시민사회단체는 29일 서울 안국동 느티나무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친일진상규명법 등 과거사 관련 4대 법안 국회 심의과정에서 과거청산을 가로막은 의원과 청산에 기여한 의원을 선정,발표했다.총선을 보름 앞둔 데다 친일파 청산 등 사안이 민감해 정치권의 반발이 예상된다. 조문기 민족문제연구소 이사장은 “국민적 열망을 무시하고 몰가치적이고 퇴행적인 역사 인식 속에 친일진상규명법 등 과거사 청산법을 개악한 의원들은 지탄받아 마땅하다.”면서 “17대 국회에는 역사를 바로잡을 수 있는 이들이 당선돼야 한다.”고 명단 공개 이유를 밝혔다. 과거사 청산을 가로막은 의원에는 박관용 국회의장과 한나라당의 최병렬·홍사덕·김광원·김용균·이강두·이병석·이상배·이원창 의원 등 8명,민주당 함승희·조재환 의원 등 2명으로 모두 11명이 선정됐다.선정 이유로는 이들 의원이 입법과정에서 ▲법안의 근본정신 훼손·왜곡 ▲지역감정 조장,색깔론 여론호도 ▲핵심조항 축소,입법 저지 ▲부적절한 발언 등으로 ‘걸림돌’ 노릇을 했다는 것. 반면 과거사 청산에 앞장선 의원에는 열린우리당 김희선·송영길·김원웅·이종걸·최용규 의원과 민주당의 설훈·이낙연·윤철상 의원,한나라당 서상섭 의원 등 9명이 선정됐다.법안 발의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관련법안 상정에 적극 협력한 것 등을 이유로 꼽았다. 유영규기자 whoami@˝
  • 盧, 공개변론 출석 않기로

    노무현 대통령이 오는 30일로 예정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첫 공개변론에 출석하지 않기로 했다.이에 따라 헌재는 변론을 개정한 뒤 노 대통령의 불출석을 확인하고 변론기일을 다시 지정할 것으로 보인다.따라서 헌재의 최종 결정은 총선 전에 내려지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 법정 대리인단의 간사인 문재인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24일 “대통령이 출석할 경우 소추위원측에서 정치공세를 제기,이번 사안이 정치공방화될 우려가 있다.”면서 “이번 사안은 새로운 사실을 규명하는 자리가 아니라 헌재의 판단 여부가 관건”이라고 불출석 배경을 설명했다. 한편 법무부와 박관용 국회의장은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가결안에 대한 의견서를 이날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법무부가 강금실 법무장관 명의로 낸 100쪽 분량의 의견서는 국회의 탄핵소추가결의 절차적 위헌성과 탄핵소추 사유의 미비성 등을 담고 있다.법무부는 의견서에서 “이번 탄핵소추는 야당의 정치공방적 탄핵발의 선언 등의 논란 끝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면서 “탄핵소추 사유의 사실 여부에 대한 조사와 심의,토론과정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법무부는 탄핵소추 사유의 헌법상 요건중 ‘선거법 위반’에 대해 “대통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은 정치인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대통령의 행위와 발언은 지위와 권한을 이용해 선거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거나 중립의무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또 박 의장은 의견서에서 ‘탄핵안 의결 때 질의와 토론을 거치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 “국회법상 탄핵소추안을 법사위에 회부하기로 의결하지 않은 경우는 본회의 보고 24시간 이후 72시간 안에 표결하도록 돼 있고,‘인사’ 안건은 질의와 토론없이 의사를 진행하도록 국회법 해설과 국회의사편람에 설명돼 있다.”고 밝혔다. 구혜영 박경호기자 koohy@˝
  • 선관위 ‘의견서’ 안내 혼란 부채질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가결안의 핵심사유인 ‘선거법 위반’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하지 않아 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노 대통령의 법정대리인단과 야당은 법리공방을 벌이면서도 중앙선관위의 이같이 모호한 태도에 대해 한 목소리로 성토했다. 논쟁의 출발점은 노 대통령의 공무원선거 중립의무 위반 여부다.“공무원,기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는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한 공직선거법 제9조의 적용 대상에 대통령이 포함되는지가 관건이다. 노 대통령의 법정대리인단은 23일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지난달 24일 대통령의 방송기자클럽 기자회견 발언에 대해 유권해석을 내린 선관위가 대통령과 민주당측에 내용이 각기 다른 결정 공문을 발송했다고 주장했다.대통령측이 지난 3일 선관위에서 받은 공문에는 ‘대통령님의 발언이 사전선거운동 금지규정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하지만 앞으로 중립의무를 지켜주시기 바란다.’는 내용이,다음날 민주당이 받은 공문에는 ‘대통령의 발언은 선거법 제9조 공무원의 중립의무를 위반한 행위’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노 대통령의 대리인단은 아울러 “국가기관이 자신의 권한 범위에 속하는 판단을 내릴 때에는 일관성이 있어야 하는데 명백히 다른 내용의 문서를 양측에 보내 혼란을 부추겼으며,결국 탄핵사유의 논리적 출발점이 돼 버렸다.”고 지적했다. 선관위가 일관된 입장을 갖지 못한 까닭은 야당이 선거법 위반 판정을 내리지 않으면 선관위원장부터 직무유기로 탄핵할 것이라고 압박을 가했기 때문이라는 것.대리인단은 이런 이유로 대통령 기자회견에 대한 선관위 결정이 구속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대리인단은 또 대통령의 발언이 “최소한의 견해 표시에 지나지 않는다.”고 밝혀,대통령 개인의 정치적 선호도를 표현한 것에 불과한 사실에 대해 선관위가 특정정당을 돕겠다는 뜻으로 해석했다고 불만을 표했다. 한편 박관용 국회의장은 노무현 대통령 탄핵 심판과 관련,탄핵안 처리 절차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의견서를 24일 헌재에 제출키로 했다.법무부도 24일 의견서를 낼 예정이다.반면 국회 법사위는 탄핵의 정당성에 대한 의견서를 오는 29일이나 30일 헌재에 제출할 것이라고 법사위 한나라당측 간사인 김용균 의원이 밝혔다. 구혜영기자 koohy@˝
  • [씨줄날줄] 정객들의 은퇴/김경홍 논설위원

    미국의 전쟁 영웅 맥아더는 “노병(老兵)은 죽지 않는다.다만 사라질 뿐이다.”라고 말했다.성공한 군인이었으나 정치 권력에 쫓겨나 은퇴하면서 한 말이다.그 뒤 맥아더는 대통령 선거에 도전했다가 성공한 군 경력마저 까먹는 결과를 초래했다.말장난 같지만 맥아더가 “노병도 죽는다.다만 기억될 뿐이다.”라고 말했으면 어땠을까. 끝장을 보지 않고서는 좀처럼 죽지 않는 한국의 정치판에 ‘은퇴 신드롬’이 일고 있다.불법 정치자금에 연루된 정치인들이 줄줄이 불출마 선언을 했고,사실상 정계를 은퇴했다.정당 내에서는 과거 인물로 지목당한 인물들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정계를 은퇴했다.불법에 연루된 정치인들이야 당연히 은퇴해야 하겠지만,그래도 줄을 잘 옮겨 선 정치인들은 아직 죽지도 않고 사라지지도 않고 있다. 불행한 일이지만 우리에게는 사라진 정치인은 많아도 기억되는 정치인은 드물다.그저께 이만섭 전 국회의장이 총선 불출마 및 정계은퇴를 선언했다.앞서 박관용 국회의장이 16대 국회를 끝으로 정계를 은퇴하겠다고 밝혔다.이 전 의장은 8선 의원이고,박 의장은 6선의 정계 원로들이다.이들의 정치 역정을 보면 정계에 몸담은 세월만큼이나 영광과 좌절,공과가 엇갈린다. 떠나라는 요구를 받지도 않은 두 전·현직 국회의장이 왜 은퇴를 선택했을까.지금의 시대가 노·장·청의 조화라든가,보·혁의 균형을 요구하지 않는 것인지,오래된 것은 무조건 나쁜 것으로 치부되는 것인지 궁금하기도 하다.이 전 의장은 “정치인은 모름지기 나라에 도움이 되지 않을 때 정치를 그만두는 것이 옳다는 생각을 해왔다.”고 은퇴의 변을 밝혔다.은퇴하는 것이 어떤 면에서 나라에 도움이 된다는 것일까,아니면 도움이 될 자리가 없다는 뜻일까도 궁금하다.정치인으로서 평가야 후세의 몫이겠지만,원로들의 은퇴는 화려한 퇴장이라기보다는 쓸쓸한 퇴장으로 비쳐진다. 국가가 연륜을 더할수록 경험과 경륜이 필요한 법이다.그러자면 오래되어서 단단해진 것과 오래되어서 썩은 것은 구별되어야 한다.이제 무더기로 몰려다니는 ‘죽거나 사라지거나’의 정치가 아니라 ‘기억되는’ 정치로 나아가야 한다. 김경홍 논설위원 honk@˝
  • [총선 D-26] 본지 선거자문위원이 본 권역별 민심-부산·경남

    노무현 대통령 탄핵 가결 이후 한나라당이 줄곧 우위를 지켜오던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조차 열린우리당이 1위로 나섰다.지난 16일,17일 방송 3사 등이 보도한 각종 여론조사 결과,PK지역에서 열린우리당의 지지율이 한나라당보다 20∼30%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급반전 현상은 과거 무응답층이 탄핵 가결을 보고 지지정당을 열린우리당으로 대거 바꿨기 때문으로 추론된다.지난 16일 보도된 업코리아 조사에 따르면 탄핵과정을 보고 ‘마음에 들거나 지지하는 정당의 변화가 생겼다.’는 응답이 25.6%였다.지지정당 변경이 부산에서는 33.5%,경남에서는 31.5%로 지지정당을 바꾼 사람이 네 명당 한 명꼴로 다른 지역에 비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런 현상의 중심에는 지역정서의 교체가 있다.이 지역은 노무현 대통령 취임 후 YS와 함께 정치적 동고동락을 하면서 형성되었던 ‘한나라당 정서적 연대’가 이완·해체되는 과정을 겪고 있었다.탄핵 소추는 이러한 해체과정을 일시적으로 가속화시킨 것이다.대통령 탄핵소추는 “한나라당이 해도 해도 너무하는 것 아이가.우리 지역출신 대통령을 그래도 우리가 지켜줘야 하는 것 아닝교.”라는 동정론이 급속하게 확산되는 계기로 작용했다. 향후 PK지역의 민심은 다음과 같은 변수에 의해 요동칠 개연성이 크다.첫째,YS 이후 이 지역을 이끌어 갈 한나라당 차세대 주자들의 부상 여부이다.이 지역 출신 최병렬 대표의 퇴진,YS의 최측근인 강삼재의원의 정계은퇴,PK중진으로서 구심점 역할을 했던 박관용 국회의장의 정계은퇴 등으로 정치리더십의 공백 상태가 초래되었다.이제 누가 PK대표주자로 자리매김될 것인가가 PK민심에는 중요하다. 권철현,김무성,김형오 의원 등 이 지역 맹주를 노리는 한나라당 주자들이 유권자들로부터 어느 정도 인정받고,그들과 얼마만큼 강한 정서적 일체감을 느끼느냐가 관건이다. 둘째,박종웅·하순봉 의원,김영재 전 부산시의회 부의장 등 한나라당을 탈당한 무소속 출마자들의 파괴력 여부이다.YS의 지원활동도 변수다.탄핵정국은 무소속 출마자들에겐 약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셋째,민주노동당의 약진여부이다.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접전이 예상되는 PK지역 선거구는 최대 10개 안팎으로 집계되고 있으며 민주노동당이 선전하는 곳도 2∼3군데다.특히,창원에서 민노당 권영길 대표의 선전 여부가 최대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 넷째,선거과정에서 불거질 ‘동정론’과 ‘배신론’의 충돌 여부이다.안상영 부산시장의 자살에 대한 ‘동정론’과 한나라당을 탈당한 김혁규 경남지사에 대한 ‘배신론’이 어떤 형태로든 선거쟁점으로 부상되어 ‘총선 민심’에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의 대상이다. 대표집필 김형준 명지대 객원교수˝
  • [서울광장] 이젠 ‘하나됨’을 경계한다/강석진 논설위원

    획일주의에 물든 정치세력이 시민사회에 어울리는 정치를 하기는 어렵다.그래서 이제 나는 ‘하나됨’의 구호를 경계의 대상으로 삼고 싶다. 1주일쯤 지나니 정신이 든다.탄핵소추안이 국회의 난장판을 뚫고 통과됐을 때는 황망하기만 하더니,이젠 TV 보도 보는 게 지겨울 정도가 됐다.봐 봐야 그 소리가 그 소리라서…. 기실 탄핵 사태도 사태지만 더 걱정되는 것은 탄핵소추안이 어떤 형태로든 정리되고 난 이후다.왜냐고.탄핵 정국은 시간이 지나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마무리되겠지만 이 사태를 낳은 요인들은 그대로 남기 때문이다.강금실 법무장관이 지난 16일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된통 혼났지만,곰곰 생각해 볼 만한 화두도 던졌다.“모든 문제가 법치주의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은 사회가 성숙해지고 있다는 것”이라면서도 “내용면에서는 법치주의의 이성에 반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왜 이성에 반하는 일들이 벌어질까. 대답 가운데 하나가 과도한 피해의식이다.야당은 탄핵소추안을 통과시킬 만큼 엄청난 힘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언행은 피해 의식에 절어 있다.불법 대선자금 수사는 야당 탄압이라고 생각하고,대통령이 야당을 무시한다고 외친다.대통령과 여당도 피해 의식에 젖어 있긴 마찬가지다.정부를 장악했음에도 불구하고 기득권층이 우리를 알아주지 않는다는 생각만 하면 분노가 치민다. 과도한 피해 의식은 현실의 정확한 인식을 방해한다.인간을 필요 이상으로 공격적이고 거칠게 만들며 대화를 어렵게 만든다.정신과 의사 정혜신씨는 한 잡지에 쓴 글에서 “피해 의식에 사로잡히면 소외감을 느끼며 신경이 날카로워진다.인간관계에 신뢰가 없어지고 불신이 팽배해진다.결국 모두가 손해를 보게 된다.”고 지적한다.피해 의식이 합당하냐 않으냐는 별개로,피해 의식은 정치세력의 공격성을 부채질하고 있다. 총선과 탄핵 정국이 끝나면 상황이 나아질까.사태는 오히려 더 악화될 수도 있다.탄핵 사태로 대통령과 여당,그리고 야당은 서로 상대방에 대한 증오와 두려움까지 갖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털을 세우고 이를 드러내며 으르렁거리는 두 진영이 출현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두번째 대답은 획일주의다.우리 정당들은 다양한 가치관이 공존하는,자유로운 관용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오히려 획일주의적인 사고가 횡행한다.국회에서 한쪽은 모두 찬성해야 하고,또 다른 한쪽은 모두 울거나 구두짝이라도 던져야 한다.대통령의 사과를 소리높여 주장한 여당 정치인은 없었고,탄핵소추안에 반대하면 좌시하지 않겠다는 최병렬 대표의 호통에 이의를 제기한 한나라당 의원도 눈에 띄지 않았다. 모두가 한통속이 되는 획일주의가 단결을 가져올 것 같지만 천만의 말씀이다.획일주의는 ‘이지메’의 인큐베이터,이단(異端) 사냥의 숲이다. 일본 히토쓰바시대학의 와타나베 오사무 교수는 냉전 붕괴로 ‘계급의 논리’가 조락(凋落),‘시민의 논리’에 굴복했다고 말한다.민주화가 시작된 지 20년 가까이 되고 있지만 ‘시민의 논리’에 우리 정치권은 얼마나 근접했을까.보수 진영은 정보화의 진척으로 직접 민주주의적인 욕구가 분출하고 있는 변화를 인식하지 못한 채 부정과 힘의 정치라는 꿀통을 자꾸 들여다보고 있고,진보 진영은 민족주의 감정이나 길거리 시위라는 보약이 때때로 필요한 허약 체질이다.‘시민의 논리’에 바탕을 둔 건강한 정당의 출현을 막고 있는 것 가운데 하나가 획일주의다.심지어 지식인과 국민도 전염돼 편이 좍 갈린 채 어느 한쪽의 논리만 지겹도록 되뇌고 있다. 획일주의에 물든 정치세력이 시민사회에 어울리는 정치를 하기는 어렵다.그래서 이제 나는 ‘하나됨’의 구호를 경계의 대상으로 삼고 싶다.심하게 말하면 적당한 ‘배신자’가 활보할 수 있는 조직이 더 믿음직스러울 것 같다. 강석진 논설위원 sckang@˝
  • 與 ‘대국민 약속’ 고민되네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했던 대국민 약속을 지킬지 여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열린우리당 의원 46명은 지난 12일 야당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강행처리한 데 격분해 의원직 총사퇴를 결의했고,김근태 원내대표가 사퇴서를 취합했다. 지금은 비(非)회기 중이기 때문에 국회에 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하면 본회의 의결 없이도 박관용 국회의장의 결재만으로 즉시 의원직을 잃는다.그런데 열린우리당은 1주일이 지난 18일 현재까지 의원직 사퇴서를 국회에 제출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김부겸 원내부대표는 18일 의원총회 후 브리핑을 통해 “이른 시일 안에,가급적 이번 주 안에 사퇴서를 제출하기로 의견을 모았으며,원내대표가 조만간 이에 대해 발표할 것이다.”고 밝혔다. 현역의원을 한명도 보유하지 못하게 될 경우 열린우리당은 중앙선관위가 국회 의석 순에 따라 각 교섭단체에 지원하는 정당보조금 및 선거보조금을 한푼도 받지 못한다.전체 의석의 20.3%를 점하고 있는 열린우리당은 지난 15일 13억 6000여만원의 1·4분기 정당보조금을 받았다.진작 사퇴서를 냈더라면 받지 못했을 돈이다. 다음달 2일 지급될 예정인 54억 5000여만원의 선거보조금도 사퇴서 제출을 머뭇거리게 하는 요인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후보들의 기호가 뒤로 밀려나 군소정당 이미지를 갖게 되는 것이다.현재 의석 순이라면 열린우리당은 ‘기호 3번’을 배정받지만,현역의원이 1명도 없을 경우 의원수 1명인 민국당은 물론 의원수 0명인 민노당에도 명칭 가나다 순에 밀려 6번을 받게 된다.하지만 사정이 이렇다고 대국민 약속을 없었던 일로 하기도 힘들다는 점에서 ‘절충안’이 제기되고 있다.기호 3번을 유지하는 차원에서 자민련(10명)보다 1명 더 많은 11명만 의원직을 사퇴하지 않는 방안이다. 김상연기자 carlos@˝
  • “盧 선거법 위반 결정과정 문제” 일부 선관위원 주장 파문

    박관용 국회의장의 탄핵소추안 대리투표 논란과 중앙선관위의 선거법 위반결정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주장이 동시에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박 의장은 지난 12일 국회 본회의에서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이 진행되는 동안 한번도 의장석을 벗어나지 않았지만 195명 투표인 명부에는 포함됐다.이에 대해 열린우리당 김부겸 원내부대표는 “박 의장이 의장석에서 195명중 한 명으로 탄핵소추안 찬·반 의사표시를 한 것은 무기명 비밀투표를 원칙으로 한 국회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회 의사국 관계자는 “국회의장은 의장석을 비울 수 없기 때문에 의장석에서 투표용지에 기표하고 대리인을 통해 감표위원의 확인을 받은 뒤 투표함에 넣는 것이 그동안의 관행”이라면서 “그날도 그렇게 투표했다.”고 대리투표 주장을 부인했다. 열린우리당은 이밖에 ▲야당 의원들이 투표 의사를 밝힌 김원기 고문의 투표권 행사를 방해한 점 ▲기표소 천을 걷은 채 공개투표를 한 점 ▲‘자업자득’ 발언 등 국회의장의 불공정한 의사진행 등이 국회법 위반 사례라고 주장하고 이들 사례에 대한 의원들의 진술서와 현장 채증 비디오 등을 대통령 변호인단에 제출하기로 했다. 한편 임재경 중앙선관위원은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전체회의에 앞서 지난 1일 개최된 소위 회의에선 노대통령이 선거법을 위반하진 않았으나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자칫 오해의 소지가 있으니 신중을 기해달라는 내용의 합의에 도달했지만 이틀 뒤 열린 전체회의서 소위 합의내용은 보고조차 되지 않았고 결정내용 또한 전혀 달랐다.”고 주장했다.이에 선관위측은 “1일 소위는 정식회의보다는 설명회 성격으로 시간있는 분들이 모여서 사전에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결론을 내린 것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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