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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도권 주공아파트 노려볼만

    실속있고 알찬 주택을 찾는 청약저축 가입자라면 주택공사가 공급하는 아파트에 관심을 가질만하다. 주공 아파트는 전용면적 25.7평 이하 작은 분양아파트와 임대주택으로 나뉜다.처음 내 집을 마련하는 서민들의 몸에 꼭 맞는 아파트라고 할 수 있다.올해 수도권 택지지구에서 청약저축가입자가 분양받을 수 있는 유망 분양,임대아파트를 소개한다. ●보라지구·봉담지구 등 인기 끌 듯 용인 보라지구에서는 오는 9월 32평형 450가구가 분양된다.11월에는 21∼24평형 600가구의 공공임대(5년)도 예정돼 있다.경부고속도로와 국도가 가깝다.저밀도의 쾌적한 전원도시로 개발된다.인근에 한국민속촌,에버랜드,경희대 등이 있다. 화성시 봉담지구에서는 공공분양 아파트 1400여가구가 대기하고 있다.수원 서남권에 위치해 국도 43호선,지방도 84호선 등을 이용할 수 있다.봉담∼동탄 민자고속도로,수원 영통∼화성 분천간 국도가 새로 놓일 예정이다. 오는 10월 공급되는 고양시 풍동지구 국민임대 아파트도 관심을 끌고 있다.저소득층들이 저렴한 가격에 내집 마련의 징검다리로 이용할 수 있다.20∼24평형 822가구이다.저소득 청약저축가입자에게 청약자격을 준다.단지 안에 각급 학교가 들어서고 도시기반시설을 잘 갖추고 있다. 남양주시 호평지구 주공 국민임대 아파트도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456가구이며 9월쯤 내놓을 예정이다.16평형 120가구,19평형 120가구는 청약저축과 무관하게 저소득자가 청약할 수 있다.25평형 216가구는 청약저축에 가입한 저소득자가 청약할 수 있다.경춘선이 통과하고 퇴계원에서 마석까지 자동차 전용도로가 개통되면 서울외곽순환도로 접근이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 관악구 신림1구역에서는 청약저축 가입자들이 청약할 수 있는 공공분양 아파트 315가구를 분양한다.3322가구가 들어서는 재개발 아파트 단지다.일반 분양 아파트는 24∼44평형이며 이중 24,30평형은 청약저축가입자의 몫이다.관악산이 가까워 쾌적한 주거환경을 누릴 수 있다. ●청약자격 청약저축 가입자가 청약할 수 있는 아파트는 전용면적 25.7평 이하 아파트.무주택 세대주로 청약저축에 가입,24회 이상 납입하면 1순위,6회 이상 납입하면 2순위,이 외는 3순위 자격이 주어진다.공공분양,공공임대 모두 청약할 수 있다. 국민임대주택 가운데 전용면적 15평 미만은 청약저축 가입과 상관없이 공급한다.그해 월평균 소득이 전년도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 평균소득의 50% 이하(139만6200원)이면 된다.전용면적 15∼18평형은 가구당 월 평균소득이 전년도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 평균소득의 70% 이하(2003년 195만 4680원)인 무주택 세대주로,청약저축 가입자가 청약할 수 있다. 류찬희기자 chani@˝
  • 도심 꽃나라로 초대합니다

    “꽃길을 거닐며 봄향기를 맡아 보세요.” 100년만에 내린 ‘3월 폭설’과 들쭉날쭉한 기온변화로 한껏 움츠러든 서울 시민들이 봄의 정취를 맛볼 수 있는 기회가 왔다.서울시가 선정한 ‘봄꽃길’ 54곳이 바로 그 곳.특히 기상청은 서울지역의 봄꽃 개화시기를 3월28일,만개는 4월5일 식목일 전후로 예상하고 있어 앞으로 2∼3주일이 봄나들이 최적기다. 여의도 국회의사당 뒤편 10㎞에 이르는 윤중로는 수령 30∼35년된 벚나무 1440여 그루가 있는 시내 최고의 벚꽃 명소.이곳에서는 오는 4월1일부터 10일까지 벚꽃축제가 열린다.상춘객들을 위한 댄스·노래 경연대회와 경찰기마대행진 등 다양한 문화행사도 마련돼 있다.한강과 어우러진 벚꽃 야경이 아름다운 광진구 워커힐길과 서울대공원 외곽순환도로,지하철 시흥역∼가리봉역에 이르는 금천구 벚꽃십리길도 그만이다.산책코스로 유명한 남산길 5㎞ 구간은 벚꽃뿐만 아니라,개나리와 진달래 등 다양한 봄꽃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화사한 유채꽃밭도 놓칠 수 없는 봄꽃 명소다.구로·영등포구 안양천과 중랑구 중랑천,은평구 불광천변 등에는 지난해 대규모 유채꽃단지가 조성돼 4월 중순쯤 노랗게 핀 유채꽃이 절정에 이를 것 같다.성동구 응봉산과 강남구 양재천,중랑구 망우리고개에서는 개나리꽃이,관악구 관악산과 송파구 석촌호수에서는 철쭉이,동작구 노량진근린공원 등에서는 살구꽃이 상춘객들의 발길을 기다리고 있다. 장세훈기자 shjang@˝
  • 선거단속 과열·민생 뒷전 실태

    제17대 총선이 4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경찰이 선거사범 단속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그러나 1계급 특진을 노린 일부 경찰관의 과잉 단속과 경찰서간 치열한 경쟁으로 민생치안이 뒷전으로 밀려 피해를 입는 서민들이 늘고 있다. 일선 경찰의 선거사범 단속 실태는 상상을 뛰어넘는다.출마 예상 정치인 가족을 24시간 ‘맨투맨’으로 미행하고,정치인 집 앞에서 잠복도 마다하지 않는다.서울 A경찰서 수사2계 김모(35)경사는 “출근은 관내 국회의원의 집앞으로 하고 하루종일 그 부인을 미행한다.”면서 “예배에 결혼식까지 따라다니며 ‘이번 선거에서 우리 남편 잘 부탁해요.’라는 말을 하지 않나 귀를 기울인다.”고 말했다.그는 “경찰관인지 흥신소 직원인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중대형식당·찜질방 필수 점검코스 친지는 물론 관할 구역 통·반장까지도 ‘특별 관리’한다.이들에게 “이상한 낌새가 보이면 반드시 알려달라.”고 당부한다.혈연과 지연·학연을 총동원한다.만나서 귀동냥이라도 하려면 인맥은 기본이기 때문이다.북한산과 관악산,청계산 등에서 등산객으로 위장,‘단체 손님’을 기다리기도 한다. 중·대형 식당이나 찜질방을 이 잡듯 돌아다니는 것도 필수.관내 찜질방 이름과 위치를 다 외울 정도다.눈치가 조금이라도 이상한 단체 관광객은 무조건 따라 붙는다.영등포경찰서 수사과 직원은 “주말에 시외로 나가는 관광버스가 있으면 선거관련 향응 제공일 수 있어 일단 추적한다.”고 말했다.서초경찰서 관계자는 “요즘엔 접대를 하더라도 단체로 몰려 다니지 않고 찜질방이나 등산로,식당에서 따로 만나기 때문에 아예 해당 장소에 먼저 가서 기다린다.”면서 “직원중 하나는 등산복을 입은 채 유명 등산로에서 잠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말 단체관광버스 무조건 추적 서울지역 모 정당 지구당 관계자는 “야당에 여당 정보를,여당에 야당 정보를 달라는 건 그나마 애교에 속한다.”면서 “아예 ‘진급 좀 시켜달라.’며 노골적으로 불법선거 정보를 요구하는 사례도 있다.”고 밝혔다. 경찰력이 선거사범 단속으로 치중되면서 다른 범죄 피해자들이 피해를 하소연하는 일이 늘고 있다.박모(60)씨는 최근 “60만원을 투자하면 하루 2만원씩 배당을 받아 이익을 볼 수 있다.”는 말을 믿고 돈을 건넸으나 사기를 당했다. 그는 “관할 경찰서에 신고를 했으나 감감무소식”이라면서 “아직도 사기꾼이 노인정을 돌아 다니면서 활개를 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이 사건을 맡은 경찰관은 “솔직히 시간도 없고 위에서도 안좋아하는 분위기라 손을 댈 수가 없다.”고 털어놨다. ●억대 사건 해결했는데 “왜 딴짓” 핀잔 서울 B경찰서 수사과 직원은 “얼마전 억대 카드깡 사건을 해결하고도 상사로부터 핀잔을 들었다.”면서 “선거사범 단속 기간에 딴 짓을 한다는 이유였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종로에서 노점상을 하는 김모(57)씨는 유령회사의 주식 4만주를 샀다가 1000만원을 날렸다.160억원을 챙겨 달아난 피의자는 아직 붙잡히지 않았지만 선거사범에 밀려 수사는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김씨는 “피의자가 잡혀야 한푼이라도 건질 것 아니냐.”면서 “경찰은 수사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다는 말 한마디 없다.”고 분개했다. ●폭파 협박전화 신고해도 기다려보라니… 김모(35·회사원)씨는 지난달 말 “이번 주까지 돈 500만원을 주지 않으면 집을 폭파시키겠다.”는 협박전화를 받고 경찰에 신고했지만 “시간이 있으니 좀 더 기다려보자.”는 대답만 들었다.김씨는 “일이 터진 다음에 신고하란 말이냐.”고 반문했다. 이와 관련,전문가들은 경찰이 공정선거를 위해 애쓰는 것은 당연하지만 경찰 본연의 민생치안 임무를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경찰대 표창원 교수는 “경찰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국민이 안심할 수 있도록 범죄소탕에 힘쓰는 것”이라면서 “시민사회단체나 정당의 자체 활동 등 사회 전체적인 감시망을 활용,업무분담을 통해 경찰력을 효율적으로 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
  • 이색취업이벤트 여는 김현섭 사장

    “구직자들은 대개 아무 곳이든 무조건 이력서나 넣고 보자는 식으로 우왕좌왕하는 경향이 있습니다.확실한 자기진단을 통해 진로를 설정해야 취업의 문이 비로소 열립니다.” 대학 졸업을 앞둔 구직자나 실직한 청년층에게 가장 인기 있는 인터넷사이트를 꼽으라면 채용정보업체 스카우트(www.scout.co.kr)가 우선일 것이다.스카우트는 지난해 4월 서울 관악산에서 ‘청년실업 극복 등산’이벤트를 열어 관심을 끌었다.또 지난 연말에는 강원도 강릉 경포대로 실직자 160명을 초청,‘2004년에는 실업을 극복하자’는 뜻의 해맞이 행사를 열어 TV에 소개되기도 됐다. 특히 지난해 경기도 중소기업지원센터에 ‘취업사관학교’프로그램을 마련,참가한 대학생 가운데 70%가 취업하도록 알선해 주었다.이밖에 ‘찜질방 취업특강’‘강촌MT 취업특강’ 등 ‘백수탈출’을 위한 이벤트를 자주 열고 있다.스카우트의 김현섭(44) 사장은 최근 또다른 이벤트를 마련했다.새달 6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위치한 음식점 ‘젠젠’에서 ‘삼겹살 취업특강’을 개최한다.이른바 ‘심겹살도 먹고 취업정보도 얻고’라는 프로그램이다.물론 무료로 제공한다. “올해 기업체의 채용 동향과 취업전략을 강의할 예정입니다.SK커뮤니케이션스 인사담당자와 국순당 인사부장 등이 강사로 나옵니다.” 신청은 새달 2일까지 받는다.신청 접수 이틀째인 27일 현재 600여명이 몰렸다고 밝힌 그는 참가자들에게 취업 정보교환 등을 위한 동호회 결성을 적극 유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구직자들은 자칫 우울해지기 쉽기 때문에 자주 만나 업계의 동향을 주고 받도록 하기 위해서다.이번 행사에는 장소의 한정성 때문에 80명으로 일단 제한했다. 김문기자 km@˝
  • 관악산 “푸르게 푸르게”

    서울 관악구는 22일 관악산의 자연경관 보존을 위해 관악산 및 주변 아파트단지 등에 10만그루 나무심기사업을 펴기로 했다고 밝혔다. 우선 식목일을 전후해 관악산 입구∼제2광장에 이르는 진입로변에 단풍나무 등 2만 7000그루를 심을 계획이다.기존 아파트단지와 재개발사업장 등에는 4만 5000그루,빈 터 등 생활공간 주변에 1만 3000그루,서울대 등 유관기관에 1만 5000그루의 나무를 각각 심기로 했다. 관악산을 찾는 주민들에게는 감나무,대추나무 등 유실수 2004그루를 나누어 줄 계획이다.주민들의 공감대 형성을 위해 서울시가 펼치고 있는 그린트러스트 운동에 적극 참여,뚝섬 서울숲에 ‘관악인의 숲’ 조성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김희철 구청장은 “지난해 6만 3000그루에 이어 올해 10만여그루를 심으면 관악산뿐만 아니라 지역 전체가 쾌적한 녹지공간으로 탈바꿈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구기자 yidonggu@˝
  • [발언대] 강남순환고속화도로 ‘이상한 환경평가’/유정희 서울 관악구의원

    환경부가 지난달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 건설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를 통과시킨 것은 ‘직무유기’다.이 도로는 서울시가 1994년 서울의 동서간 교통소통을 원활히 하겠다며 건설계획을 발표,추진되고 있다.하지만 지역주민들의 반발로 5년 후인 99년 현재의 V자형 노선으로 도로건설계획이 변경됐다.동시에 서울시는 도로건설 목적을 ‘동서간 교통소통’에서 ‘남북간 원활한 교통소통’으로 바꿨다. 변경 노선의 사업비도 기존 노선보다 2배이상 늘어났다. 교통소통과는 거리가 멀고 오히려 남부순환로의 상시적인 정체를 더욱 가속화할 우려가 높다는 지적도 낳고 있다.당초 9000억원이었던 사업비가 2조 800억원으로 늘어났으며 앞으로 얼마나 더 불어날지 예측하기 어렵다.더구나 이 도로는 계획단계부터 지역주민들의 의견수렴이나 정당한 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아 민원을 발생시켰다.지금도 서울대와 관악산 인근 주민들은 노선변경을 끊임없이 주장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강남순환고속도로 건설계획에 대한 교통영향평가가 통과됐고,최근 환경영향평가까지 통과돼 구의원으로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그동안 두 차례나 반려됐던 환경영향평가가 하나도 달라지지 않은 채 통과된 것은 주민의 의견을 짓밟는 횡포다. 지역주민들과 환경단체,서울대 관계자들이 모여 결성한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를 반대하는 공동대책위’는 환경부에 내용이 하나도 달라지지 않은 토막환경영향평가 자체를 반려시켜 줄 것과,당사자와 협의 후 공사를 시작하라는 조건부 승인을 금해 달라는 요구를 그동안 수차례 해왔다. 하지만 환경부는 이러한 우리의 기대를 깡그리 저버리고 모두 승인해 줌으로써 환경부가 우리나라 금수강산을 지키고 보존하는 기관이 아니라 각종 개발사업에 대해 ‘환경성’이라는 면죄부를 부여하는 곳으로 평가하지 않을 수 없게끔 하고 있다. 서울의 교통문제는 도로건설이 정답이 아니고 대중교통체계를 개선해야만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을 서울시도 알고 있다.승용차 자율요일제를 통해 승용차이용을 억제하고 시민들에게 불편과 다소의 희생을 필요로 하는 시민정신을 요구하고 있는 게 아닌가. 이런 서울시가 승용차 전용도로를 만들겠다며 2조 8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붓고 있는 것은 웃지 못할 현실이며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1000만 서울시정의 현주소다. 서울시 관계자와 환경부 등 강남순환고속도로 건설계획에 편승한 각 기관들에 다시 한번 ‘재고’를 호소한다.부디 서울의 허파인 관악산과 관악의 젓줄인 도림천이 훼손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유정희 서울 관악구의원˝
  • [나의 건강보감]한신대학교 오영석 총장

    갓 고등학교 1학년인 그가 고 함석헌 선생에게 물었다.“건강한 기독교인으로 살고 싶지만 몸이 너무 약해 걱정입니다.최근에는 신경쇠약으로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좋은 방도를 일러 주십시오.” 함 선생은 왜소한 체격에 눈만 말똥거리는 이 소년에게 이렇게 일러주었다.“나는 어려서부터 새벽 3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냉수마찰을 해오고 있다.냉수마찰을 마친 뒤 명상과 기도를 하면 몸과 마음을 두루 건강하게 지킬 수 있지.너도 냉수마찰을 해보는게 어떠냐?”이렇게 해서 냉수마찰은 평생 그와 함께 한 건강법이 됐다. ●함석헌 선생이 일러주신 필생의 건강법 이 소년이 바로 지금의 오영석(62) 한신대 총장이다.전남 해남에서 태어나 자란 어린 시절,그는 어머니가 ‘사람 노릇을 할까?’ 걱정할 정도로 약골이었다.홍역을 심하게 앓아 여섯살 때까지는 ‘죽을 수도,살 수도 있는’ 그런 목숨이었다.시들시들 자란 소년은 독실한 기독교도였던 어머니의 보살핌으로 고등학교에 들어갔으나 왜소한 몸에,피부 곳곳이 들뜨는가 하면 신경쇠약으로 인한 두통으로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고통을 겪고 있었다.이 무렵,그는 자신의 종교생활을 이끈 이준묵 목사와 친교하며 해마다 해남을 찾던 함석헌 선생을 만나 필생의 건강법을 얻었으니,큰 스승의 ‘은총’이랄밖에. “그 때부터 새벽4시면 일어나 냉수마찰을 했지요.대야에 길어 담은 맑은 샘물을 삼베에 적셔 전신을 문지르는 거지요.무작정 문질러서는 안됩니다.먼저 발가벗은 뒤에 다리-팔-등을 순서대로 문지른 뒤 배는 맨 나중에 합니다.뱃속에는 오장육부가 들어있어 갑자기 찬 물이 닿으면 안좋거든.”그가 함 선생에게서 이 건강법을 배운 게 59년이니 벌써 햇수로 44년째다.냉수마찰에 대한 믿음은 그 후의 행적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유학시절은 물론 감옥에 갇히거나 ‘똥 눌 시간도 없다.’는 신병 훈련소에서도 냉수마찰만은 빠뜨리지 않았다. ●감옥에서도 군대에서도 냉수마찰 계속 “65년 시국 사건으로 감옥살이를 좀 했는데,그 당시 감옥이라는 곳이 물도 없지,세면시간이라야 고작 5분이거든.그래도 타고난 허약체질이라 이걸 안하면 금방 감기가 오는데 도리없지.세면시간에 발가벗고 냉수마찰을 했어요.나중에는 간수들도 냉수마찰 하는 걸 양해해 줘 내놓고 했어요.논산훈련소에서도 훈련병이 감히 냉수마찰 엄두라도 내겠어요.난 했지.남들 세수할 동안에 벼락처럼 해치우곤 했는데,그걸 해야만 살아있다는 걸 느끼거든요.나중엔 내무반장이 이해해 주더라고요.” 그 후,대구 영천 부관학교를 거쳐 20사단에서 복무할 때는 영하 15도를 오르내리는 혹한 속에서도 철모에 얼음물을 떠놓고 냉수마찰을 했다.“아침 6시 기상인데,난 5시에 일어나 냉수마찰을 했지.철모에 떠놓은 물이 돌아서면 얼어붙어.그래도 냉수마찰과 명상,기도를 하고 나면 새로 의욕이 솟고 세상이 달라보였어요.그래도 그렇지.아,신참 일등병이 그 짓 하고 있으니 금방 다른 사람들 눈에 띄지.한번은 주번사령이 그걸 보고 “뭐 하느냐.”고 물어요.그래 설명을 했더니 “나는 자신 없지만,건강에 좋다니 계속 하라.”고 해 군생활 내내 그걸 할 수 있었어요.” ●68년에 요가 바탕 `그만의 체조´ 만들어 냉수마찰과 함께 그가 ‘내 것’으로 창안한 체조도 오랜 ‘운동지기’다.“68년 무렵,이준묵 목사님에게서 요가를 배웠어요.그후 대학때 등산하다 허리를 다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했지.요가 동작을 기본으로 해 내게 맞도록 창안한 건데,모두 15가지 동작입니다.지난 76년부터 스위스 바젤대학에서 유학한 6년 동안 나를 지켜준 것이 바로 냉수마찰과 요가체좁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냉수마찰과 요가체조에 이어 명상과 기도를 한 뒤 밖으로 나가 과천의 관악산 산자락을 40분 가량 오르는 것으로 운동을 마무리한다.지금도 그런 운동으로 총장이 짊어져야 하는 일상적 스트레스를 감당해 낸다.중학교때부터 익힌 아령이며 평행봉으로 지금도 짬짬이 몸을 푸는가 하면 대학 다닐 때는 학교 배구선수로 뛸 만큼 여러 운동을 두루 섭렵했다.지금 그가 누리는 건강은 ‘절박한 필요가 낳은 몰두’의 결과다.이처럼 ‘건강한 삶’에 평생을 투자한 덕분에 또래 가운데 가장 허약한 그가 지금은 가장 튼실한 사람이 됐다.이런 그가 일군 건강의 비결은 ‘꾸준함’.“운동,꾸준해야 됩니다.지금도 하루 운동을 못하면 중압감이 느껴지고,사흘을 못하면 몸에 이상이 옵니다.”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면 저절로 건강” 사실,그가 처음 선택한 대학은 의대였다.의대에서 인술을 펴는 의사를 꿈꾸던 그에게 “좋은 의사가 되려면 신학공부를 하라.”는 선배의 조언이 힘이 돼 한신대에 입학하면서 목회자의 삶을 시작했다.“가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이 없지는 않으나,사람의 영혼을 치료하는 목회자의 길도 뜻깊고 소중하다.”는 그가 사람들에게 전하는 건강법은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는 삶’이다.“간단하게 말하면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게 우주의 질서에 인체의 생체리듬을 맞추는 방법입니다.인간이 영장이지만 우주의 일부에 불과합니다.더 겸손하게 살 필요가 있는 존재이지요.그러기 위해 사람들이 좋은 책을 더 많이 읽었으면 좋겠고,특히 청소년들은 위대한 삶을 살았던 선인들을 정신적 지향으로 삼아 더 치열하게 살기를 권합니다.그들이 모두 정치가,의사, 법률가만 되려 한다면 이 사회가 얼마나 살벌하고 삭막하겠습니까?” 그러면서 그는 자신의 기도를 소개했다.“항상 노력하고 탐구하지만 아직도 저는 까마득히 부족합니다.부족한 제가 더 자랄 수 있도록,그래서 이 막막한 세상에 등불 하나 밝힐 수 있도록 힘과 지혜를 주소서.” 글 심재억기자 jeshim@ 사진 강성남기자 snk@˝
  • 용산기지 공원화/용산기지 활용 서울시 방안

    서울 용산미군기지 일대 110만평의 부지가 고스란히 공원으로 조성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이럴 경우 서울 시민들의 ‘허파’이자,세계 최대 규모의 도시공원으로 발돋움할 수 있게 된다.하지만 용산기지 매각방식에 대한 서울시와 국방부의 입장 차이는 풀어야 할 난제다. ●주한미군 심장부에서 시민 품으로 서울시는 용산기지 일대를 뉴욕의 센트럴파크나 런던의 하이드파크와 같은 대규모 자연휴식공간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용산기지를 주한미군의 심장부에서 서울시민의 ‘허파’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것이다. 시는 지난 89년 이같은 구상을 처음 공식화한 데 이어 91년에는 이른바 ‘민족공원 조성을 위한 기본계획’에서,지난해 4월에는 ‘2020년 도시기본계획’에서 이같은 내용을 거듭 밝혀왔다.‘2020년 도시기본계획’에는 도시외곽의 자연공원과 개발제한구역의 녹지 등을 연결해 끊어진 ‘남북 녹지축’을 복원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용산기지 일대는 북한산∼청계천∼남산∼한강∼국립묘지∼관악산 등 남북 녹지축을 잇는 ‘징검다리’가 되는셈이다.이 가운데 북한산∼종묘∼청계천∼세운상가∼남산을 잇는 녹지축 사업은 청계천 복원공사와 함께 추진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용산기지는 시민들에게 모든 개발이익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자는 게 취지”라면서 “시청을 옮긴다거나,공원 이외의 다른 용도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현재로선 세워두지 않았다.”고 말했다. ●시청이전 등 공원외 용도 고려안해 현재 세계에서 가장 큰 도시공원은 뉴욕시 맨해튼지역에 위치한 ‘센트럴 파크’다.뉴욕시민들의 휴식공간일 뿐만 아니라 전세계 사람들이 즐겨찾는 관광명소로 유명한 이 공원의 면적은 104만평(3.4㎢)이다. 하지만 용산기지와 용산가족공원,전쟁기념관 부지 등 110만평이 공원으로 조성되면 단숨에 세계 최대 도시공원으로 탈바꿈하게 된다.까닭에 이 지역을 통과하게 되는 동작대교와 도심 연결도로는 녹지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상당부분 지하화될 가능성이 크다. 강남과 용산구 동부이촌동을 연결하는 동작대교는 지난 84년 12월 완공됐지만,북단 출구가 서빙고로에 연결돼 도심 진입에 불편이 있었다.당시 설계 단계에서는 다리 북단에서 용산구 후암동 용산중·고교 앞 네거리까지 2700m의 도심 진입도로를 건설한다는 계획이었지만,용산기지 때문에 무산됐었다. ●서울시·국방부 부지매각 시각차 서울시의 이같은 방안은 시가 도시개발계획 입안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에 무리가 없어 보인다.문제는 돈이다.현재 땅을 소유하고 있는 국방부와 부지매각방식에 대한 시각차가 크기 때문이다.국방부는 미군기지 이전비용을 부지 매각을 통해 조달한다는 입장이다.미군기지 이전비용이 최소 30억달러(약 3조 6000억원)에서 50억달러(약 6조원)로 추산되고 있는 만큼,평당 430만∼720만원으로 서울시가 사주기를 바라고 있다. 서울시는 그러나 매입비가 수조원에 이르러 불가능하다며 정부가 무상으로 지원해 주기를 원하고 있다.공원조성 비용 부담도 덜기 위해 국립공원 지정요건에 맞지 않는데도 굳이 이 지역에 대해 ‘국립공원’ 지정을 추진하겠다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장세훈기자 shjang@
  • 용산에 세계최대 110만평 도시공원

    서울 용산 미군기지터에 110만평에 이르는 세계 최대 규모의 도심 공원이 들어설 전망이다.한·미 양국이 용산 한미 연합사령부와 유엔군 사령부를 포함한 용산기지 주둔 미군부대를 오는 2007년 한강 이남으로 이전키로 합의함에 따라 도시계획 입안권을 가진 서울시는 이 부지 전체를 국립공원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용산 미군기지터는 이번 이전에 합의한 미군부대 부지 81만평과,이미 이전했거나 이전키로 한 땅을 합치면 110만평이 넘는다. 이명박(李明博) 서울시장은 18일 “1882년 임오군란 이후 120년 만에 외국으로부터 돌려받는 용산 미군기지터는 민족의 주체성을 찾는다는 입장에서 활용해 국민에게 돌려줘야 한다.”면서 “정부에 국립공원으로 지정,조성해줄 것을 건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서울시는 미군기지 이전이 완료되면 행정자치부·건설교통부 등과 협의를 거쳐 국립공원 지정 및 조성을 위한 절차를 추진할 계획이다. ▶관련기사 2·3면 서울시의 이같은 구상이 실현되면 북한산에서 시작해 복원공사가 한창인 청계천과 세운상가,남산을 거쳐 용산공원,한강,동작동 국립묘지,관악산으로 이어지는 서울의 남북간 녹지 중심벨트가 형성된다. 김순직(金淳直) 서울시 대변인은 “국립공원 지정 요청은 이전 후 온갖 개발 요구가 빗발칠 것이기 때문에 미리 녹지로 하는 방안을 명시하는 것”이라면서 “이미 미군이 내년 반환에 합의한 용산구 한강로1가 미군합동서비스기관(USO·캠프킴) 부지도 포함시켜 전체를 공원화한다는 차원”이라고 말했다.김 대변인은 또 “공원화 계획은 확고하다.”면서 “이명박 시장의 재임기간에 시청 청사 이전 등은 고려대상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용산 미군기지터는 국립공원지정요건에 미흡해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국립공원으로 지정되려면 자연 경관이 잘 보전됐거나 훼손,또는 오염의 여지가 적으며,야생동물이 서식하는 등의 요건을 갖춰야 한다.또 문화재 등 역사적 가치가 분명하고,각종 산업개발에 의해 파괴될 우려가 적어야 하는데 이 기준에 부합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서울의 공원녹지 면적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158.13㎢으로 전체 면적(605.52㎢)의 26.1%를 차지한다. 한편 국방부는 미군부대 이전에 드는 비용부담을 의식해 서울시가 이 땅을 매입해 줄 것을 바라고 있다.서울시는 그러나 매입비가 수조원에 달해 난색을 표시하고 있으며,다만 부지 일부 매입비 부담은 가능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송한수기자 onekor@
  • [열린세상] 방폐장 논란을 다시 생각한다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방폐장)과 관련된 최근의 논란을 보며 문득 ‘업(業)’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미래에 선악의 결과를 가져오는 원인이 되는 소행’을 의미한다는 업의 관점에서 원자력 발전 문제 전체를 다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그동안 우리는 아무 생각 없이 엄청난 양의 전력을 소비해왔다.그런데 이 전력의 약 40%는 원자력 발전을 통해 만들어지고 있다.원자력으로 전기를 생산하니 방사성 폐기물이 발생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전기의 혜택을 누리는 것도 우리들이요,폐기물 배출의 주범도 우리 자신인 것이다.문제는 방사성 폐기물은 적어도 수백년 동안 위험 요인으로 존재할 것이고,그 위험의 피해자는 미래 세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이래서 업이란 말이 예사롭지 않게 느껴지는 것이다. 원자력 발전의 위험은 선진국에서는 이미 ‘상식’이 되었다.1986년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고는 원자력을 보는 시각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독일의 석학 벡(Beck)은 원자력을 현대인이 신봉해왔던 과학기술의 위험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로 지적하였다.엄청난 위험을 인식한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원자력 발전을 포기하고,지속가능한 에너지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상황은 달라도 많이 다르다.1978년 고리 원자력 발전소가 완공된 후,한국의 원자력 발전산업은 거침없는 성장을 해왔다.한국은 원자력 발전량에 있어 세계에서 7위이며,18기의 원자로가 가동중이다.선진국에서는 신규 건설을 찾아보기 힘든데 우리 정부는 2015년까지 8기를 더 건설할 계획이란다. 그렇다면,우리나라에서는 원자력 발전 관련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것일까.절대 안전하다는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의 주장과는 달리 작년 한 해 동안 원자력 발전소 고장 정지 건수는 18회에 달했다.올해 들어서도 울진 5호기가 급수 펌프 폐쇄로 정지되는 사고가 있었다. 일부 서울대 교수들이 지난 7일 기자회견을 갖고 방폐장을 관악산으로 유치하자는 견해를 밝혔다.이들은 관악 캠퍼스 부지에 방사성폐기물 및 사용후 핵연료 중간저장시설을 수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서울대 교수들의 돌발적인 기자회견을 보며,국가 발전을 위해 방폐장을 유치하겠다던 부안 군수의 기자회견이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이번 서울대 교수들의 기자회견과 관련해서 몇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고 싶다.첫째,이 중요한 사안과 관련된 당사자들과 최소한의 의견 교환이 있었는가 하는 점이다.방폐장의 캠퍼스 유치를 진지하게 생각했다면,기자회견보다는 훨씬 섬세한 접근이 필요했다.관악구민,교수,학생,교직원들과 함께 상의하고,고민하는 과정이 먼저 있었어야 한다. 둘째,과연 ‘나라를 대표하는 지성들’이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관악산 지역에 대한 안전성을 검토해보았는가를 묻고 싶다.방폐장의 핵심이 안전성이라는 점은 기자회견을 준비한 교수들이 더 잘 알 것이다.그런데도 최소한의 조사 없이,‘과학적 확신’과 ‘전문적 지식’ 운운하며 관악산의 적합성을 주장하는 용감함에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다. 셋째,방폐장을 둘러싼 부안 사태에 대한 인식 문제이다.부안 주민들의 반대운동은 한국 에너지 정책의 근본적 문제점을 노정시키는 중요한 계기이자,핵 문제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사회적 학습의 기회로 평가할 수 있다.그런데 기자회견에서 부안을 언급하며 방폐장이 “주민 안전에 하등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전문적 지식’과 ‘애국심’을 이야기하는 것은,시쳇말로 부안 주민들을 두 번 죽이는 일이다. 방폐장 문제는 원자력 발전에서 비롯된 것이다.밤거리를 훤히 밝힌 그 빛의 그늘이다.지난 7개월 동안 부안 주민들이 몸으로 전해준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원자력 발전은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점이다.이제 그 메시지를 겸허하게 받아들여 지속가능한 대안 에너지 체계를 모색해야 한다. 후손들에게 끼칠 방사성 폐기물의 장기적이고 치명적인 위험을 뻔히 알면서도 오늘,나의 편안함을 위해서 악업(惡業)을 계속 쌓을 것인가. 김철규 고려대 교수 사회학
  • [녹색공간] 서울대 교수들 위험한 제안

    서울대 교수 63명이 서울대 관악캠퍼스 부지 내에 핵폐기장을 유치하자는 건의문을 발표했다. 핵폐기장이 주민 안전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과학적 확신과 국가와 사회의 큰 짐이 되고 있는 문제를 외면할 수 없다는 애국심에서 나서게 됐다는 것이다.부안사태를 불러온 산업자원부는 “우리 사회의 중심축이 주도적으로 살아 움직이는 느낌”이라며 고무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다. 핵발전이나 핵폐기물 문제로 대학교수들이 집단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일은 드물기는 해도 견줄 만한 사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몇 년 전 독일에서도 저명한 교수 300여 명이 서명운동을 벌이고 기자회견을 연 적이 있다.핵발전 회사들이 지불하는 손해보험료가 핵사고시 인근 주민들의 재산상·인명상의 피해를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낮기 때문에 대폭 올려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었다. 핵폐기장이 절대 안전하다는 서울대 교수들의 확신과,핵사고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고 그 피해액은 보험회사들의 지불능력을 초과할 수밖에 없다는 독일 교수들의 우려는 사뭇대조적이다. 이번에 건의문 작성과 발표를 주도했다는 교수는 스스로 세계적인 핵공학자임을 강조했다고 한다.아마 자신의 확신이 과학적 합리성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점을 내비추고 싶어서였을 것이다. 결과를 가늠할 수 없는 위험요인의 파괴력에 눈을 돌리는 독일 교수들의 태도는 사회적 합리성에 가깝다.과학적 합리성은 핵사고의 산술적 가능성에 대해서 말할 뿐이지만,사회적 합리성은 핵사고 발생시 초래될 수 있는 피해에 주목한다. 과학적 합리성의 특징이 ‘예측 가능한 결과의 계산’이라면,사회적 합리성의 요체는 ‘예측 불가능한 결과의 예방’에 있다. 문제는 서울대 교수들의 주장에서 최소한의 과학적 합리성조차도 발견할 수 없다는 점이다.어느 나라에서든 핵폐기장 부지선정에서 가장 중요한 판단기준은 지질학적 안정성이다. 부안주민들이 지난 6개월 동안 생업을 포기해가며 항거해온 것도 절차상의 하자 때문만은 아니었다.위도가 지질학적으로 타당한 지역인지에 대한 충분한 검토도 없이 지원금을 앞세워 주민들의 동의를 매수하려 했기 때문이다. 지질학과 무관한 핵공학자가 주민 안전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호언하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관악산 지하동굴이 암반으로 되어있다는 말만 믿고 거리낌 없이 서명에 참여한 다른 교수들의 태도 역시 과학적 합리성과는 거리가 멀다. 보험료 인상 서명운동에 참여했던 독일의 한 저명한 사회학자는 “현대가 위험사회인 진짜 이유는 위험 그 자체보다는 위험을 감지하는 인간능력의 완전한 마비에 있다.”고 했다.핵폐기장과 같은 위험시설은 즉흥적인 제안의 대상일 수 없다. 서울대 교수들이 뒤늦게나마 안전 불감증에서 벗어나 위험 감지능력을 회복하길 바란다. 안병옥 생태학자 시민환경연구소 부소장
  • ‘가출소녀 代母’ 경찰의 별 됐다/김인옥 방배서장 첫 女경무관에

    “아버지의 원을 이제야 조금이나마 풀어드린 것 같습니다.” 아침 6시50분 집에서 출발,7시20분 경찰서 도착.아침은 우유 한잔으로 때우고 점심은 구내 식당에서 간단하게 해결한다.퇴근은 아무리 빨라도 밤 11시.이 고된 생활을 32년 동안 계속해왔다. 그러나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9일 경무관으로 승진한 김인옥(사진·52) 서울 방배경찰서장의 얼굴에는 고단한 기색은 간데 없고 새로운 기대와 열정만이 넘쳐 흘렀다. ▶관련기사 9면 ●부친 영향으로 경찰 입문 경남 김해에서 태어난 김 경무관의 선친은 1950년대 지리산 공비토벌대장을 지낸 김호연(79년 작고)씨.지난 72년 부산 동아대 1학년에 다니던 중 경찰에 투신,여자경찰 공채1기로 순경이 됐다.김 경무관은 “평생 경찰에 투신한 아버지를 지켜보면서 법과 질서를 지키는 데 일조하고 싶었다.”고 당시 심경을 밝혔다.그는 또 “어렸을 때 앞집에 살던 형사가 어깨에 힘을 주고 다니고,주위 사람이 모두 무서워하는 것이 부럽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의외로 아버지는 딸의 선택에 반대했다.스스로 나선 공비 토벌 중 두차례나 총상을 입고 죽을 고비를 넘긴 데다,박봉의 고달픈 생활을 대물림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하지만 그는 뜻을 꺾지 않았다.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선친은 결국 딸의 뜻을 받아들였다.김 경무관은 “이왕 경찰을 할거면 다른 것은 생각하지 말고 한우물만 파라고 하셨다.”고 회상했다.이후 32년을 경찰관이라는 본분에 충실하기 위해,남성 중심의 보수적인 경찰조직에서 ‘여성’을 바라보는 편견을 깨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처음 서울 용산서에서 경찰 생활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여자가 정복을 입고 교통단속을 하면 운전자들이 ‘동물원 원숭이 보듯’ 쳐다봤다.”고 말했다.그는 “선친의 말을 잊지 않고 노력한 결과 경감으로 경찰 생활을 마친 선친보다 훨씬 높은 계급으로 올라가게 됐다.”면서 “선친도 만족해 하실 것”이라며 기뻐했다. ●미혼의 최초 여성 경무관 김 경무관이 일하는 모습을 본 사람들은 “무섭다.”고 말한다.평생 배필을 찾는 일도 잊을 정도다.그는 “선을 두번 보긴 했는데 신통치도 않고 일이 바빠서 신경을 못 썼다.”면서 “‘경찰’과 결혼했고,‘경찰’과 같이 생활하고 있다.”고 말했다.일요일 등산이 유일한 취미인 김 경무관은 관악산,청계산 등 관내의 산만 찾는다.등산 전후에 경찰서에 들러 별일 없는지 꼭 확인한다. 하지만 김 경무관이 ‘악바리’만은 아니다.그는 가출 소녀의 대모로 불린다.순경때 서울역 주변의 윤락여성을 상담하면서 어려운 처지의 여성들에게 관심을 갖게 됐고,경찰 생활 중 18년을 여성·청소년 분야에서 일했다.그는 “90년대 중반 경찰청 여성청소년계장으로 있을 때 신촌,강남역 등 서울지역 번화가는 가지 않은 곳이 없다.”고 밝혔다.방배서장으로 와서도 저녁이면 어김없이 방배동 카페골목과 사당동 먹자골목을 다니며 탈선 청소년이 있는지 살핀다. ●“퇴직하면 양로원,고아원 운영” 탈선 청소년의 선도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그는 “지난 96년 서울 미아리 사창가에서 10대 여학생 둘을 빼냈는데 부모들이 ‘이미 내 자식이 아니다.’라며 발길을 돌릴 때는 아찔했다.”고 돌이켰다.관내 독거 노인을방문하는 것도 김 서장의 주요 일과.2001년 서울경찰청 방범과장 시절에는 의경들과 함께 집 없는 노인들을 위한 복지 시설인 용산 ‘사랑의 집’을 한 달에 두차례씩 찾았다. 김 서장은 퇴직 이후 양로원과 고아원을 운영하는 것이 꿈이다.김 서장은 2000년부터 서울 사이버대 사회복지학과에 다니고 있다.올 7월 졸업과 동시에 사회복지사 2급 자격증을 갖게 된다.그는 “함께 의지하고 봉사하면서 말년을 보내는 것만큼 행복한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김 서장은 경찰업무에 여성만의 장점을 살리라고 후배 여경들에게 당부했다. 글 김효섭·사진 강성남기자 newworld@
  • [오늘의 눈] 방폐장에 떨고 있는 자치단체

    원전수거물 관리시설 유치 문제가 급기야 서울 자치구까지 들이닥쳤다.지난 7일 서울대 교수들이 관악산을 원전시설 유치 후보지로 제안하면서 해당 자치구인 관악구가 몹시 난처해 하고 있다. 그동안 원전수거물관리시설 후보지는 해안가 산간오지 위주로 거론돼 왔다.기피 시설물인데다 운영 특성상 안전한 운반로 확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이번 서울대 교수들의 관악산 후보지 거론은 원전시설에 대한 국민들의 생각을 바꿔 놓기에 충분하다.산간오지나 바닷가뿐 아니라 대도시 인근에도 가능함을 일깨워주는 일대 사건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다른 지역에서와 마찬가지로 지역민의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불씨가 될 것으로 보여 자치단체 관계자들이 안절부절못하고 있다.김희철 관악구청장은 관악산 후보지가 거론되자마자 즉각 4개항으로 구성된 ‘반대입장’을 표명하는 등 조기 진화에 나서고 있다.9일에는 관악구의회를 비롯해 주민자치위원회,통장협의회 등 지역민 대표들이 구청에 모여 반대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주민 반발이 이만저만 아니다. 지난 88년 정부가 원전수거물 관리시설 후보지를 거론한 경북 영덕,울진,강원도 영월,충남 안면도,전남 장흥,경기 굴업도,전남 부안 등 모든 지역이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됐다.정부의 어설픈 후보지 결정 발표로 이들 지역은 주민간의 심한 불화를 낳는 등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려야 했다. 관악구 등 해당지역 자치단체 관계자들은 이번 서울대 교수들의 관악산 후보지 제안도 자칫 주민간의 불필요한 갈등만 양산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아울러 주민 동의뿐 아니라 타당성조차 조사된 바 없는 관악산 후보지 문제가 타 지역 후보지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라도 정부의 신속한 공식 입장 표명을 바라고 있다. 이동구 전국부 기자 yidonggu@
  • ‘서울대 핵폐기장’ 반발 확산

    서울대 교수들의 원전 수거물 관리시설 유치 제안과 관련,지방자치단체와 환경단체들이 강력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관악구는 8일 관악산에 인접한 서울 금천구,안양시·과천시와 공동 대응하기 위한 대책회의를 구성하기로 했다고 밝혔다.또 지역 주민 대표와 구 의원 등 50여명은 9일 대책회의를 갖고 반대 성명을 낼 예정이다.민주노동당 관계자와 서울대 환경동아리 학생 20여명은 8일 서울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관악산 환경 파괴의 주범으로 관악구민에게 고통을 안겨준 서울대의 일부 교수들이 원전 유치를 제안한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규탄했다.‘관악산을 지키는 시민들의 모임’ 이후용 대표는 “원전센터 망언을 한 교수들을 규탄하기 위한 집회를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녹색연합은 이날 성명을 내고 “이번 제안은 악화된 핵폐기장 여론을 반전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이며,과학자의 맹신에서 비롯된 현실성 없는 ‘이론의 허상’일 뿐”이라고 평가했다. 원전 수거물 관리시설 유치 제안에 참여한 한 교수는 “학자로서의 소신을 정운찬 총장에게 건의한 것일 뿐인데 지자체 등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비난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안동환기자 sunstory@
  • “핵폐기장 서울대 유치” 교수 63명 건의/학자적 양심? 부안 압박?

    원전 수거물 관리시설 설치 논란에 서울대 교수들이 뛰어들었다. 서울대 단과대 학장 및 대학원장 9명을 포함,14개 단과대 교수 63명은 7일 ‘학자적 양심과 애국심’을 이유로 서울대 부지 내 관악산에 ‘원전수거물관리시설’ 유치를 제안했다.원자핵공학과 생명과학,인문·사회학 분야 등의 저명 교수가 대거 포함됐다.그러나 관악구청 등은 즉각 반대의사를 밝혔다. ●서울대 원전센터 유치론 핵물리학,생명과학 분야의 국제적 권위자인 강창순 원자핵공학과 교수와 황우석 수의대 교수,이무하 농업생명과학대학원장,오연천 행정대학원장 등은 성명서에서 “원전센터 유치가 주민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과학적 확신을 바탕으로 유치 검토를 정운찬 총장에게 건의한다.”고 밝혔다. 이어 “전문 지식과 정보를 지닌 서울대가 해결의 모범에 나서야 하며 과학자 집단이 앞장서야 한다.”고 덧붙였다.이들은 관악산이 암반 지형이며 교내에 군사시설용 ‘지하 공동’이 있기 때문에 암반 굴착을 통한 ‘동굴처분’ 방식으로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저장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부안사태를 보고 교수들 사이에 ‘지식인으로서 양심과 행동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생겨 지난주부터 논의해왔다고 말했다.이태수 인문대학장,한민구 공대학장,김하석 자연대학장,백남원 보건대학원장,김병종 전 미대학장 등도 서명했다.기자회견에는 국정원,정보과 형사,관악구청 관계자 등도 참석해 관심을 보였다. ●“돌팔매질 당해도 학자가 나서야” 교수들은 ‘순수한 학자적 양심의 발로’라는 점을 여러차례 강조했다.이들은 ‘부안사태를 방관하는 게 지식인으로서 옮은 태도냐.’가 논의의 출발점이었다고 밝혔다.강 교수는 “원전센터의 서울대 유치는 기술적 측면뿐 아니라 인문·사회적 측면을 고려한 상징적인 것”이라면서 “전력의 수혜자는 수도권 주민인데 왜 지방에 폐기물 처리장을 만드느냐는 비판도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황우석 교수는 “돌팔매질을 당하더라도 학자들이 나서 안전성을 설득하고 원자력 연구의 수혜자인 서울대로 유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민·대학생 오늘 반대집회 그러나 현실화까지는 부안보다 더 복잡한 문제가 있다.예상 유치 지역은 134만평의 서울대 캠퍼스 중 80%을 차지하는 관악산 일대.전체 교수와 교직원,학생들의 의사가 주요 변수다.대학본부 관계자는 “허무맹랑한 제안이라고 묵살하기 어렵다.”면서 공식입장만 두차례 번복하는 등 갈팡질팡하며 곤혹스러워했다.대학본부측은 “백지상태에서 논의한 뒤 결정할 문제”라고 최종 입장을 밝혔다. 관악구청과 서울시,지역주민,환경단체,군 관련기관 등의 협의가 필수적이며 관악산이 도시자연공원이라는 점에서 공론화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지질조사나 환경평가도 거쳐야 한다. 김희철 관악구청장은 “단 한마디도 상의하지 않은 경솔한 제안이며 모든 주민의 힘을 동원해 막겠다.”고 발끈했다.유치 찬반론으로 홍역을 앓고 있는 김종규 부안군수는 “원전센터의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라면서 “유치에 반대하는 군민들이 현명한 판단을 내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이와 관련,주민 대표와 대학생 등이 8일 낮 서울대 앞에서 관악산 유치론에 반대하는 기자회견과 집회를 갖는다. 안동환 김효섭 이유종기자 sunstory@
  • 하이 서울, 예스 서울신문/외국인 4인 ‘서울 생활’ 방담

    ‘서울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주한외국인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피부색도,눈빛도,언어도 다르지만 ‘서울’이란 주제로 한바탕 수다를 떨었습니다.서울에 대한 첫인상,서울에서 감동받은 일,월드컵 이후 서울 사람들의 태도 변화 등 얘기 보따리가 풀어질 때마다 웃음소리가 그치지 않았습니다.일본인 우에치 규지(37)와 프랑스인 벤자민 주아노(34),미국인 제임스 로겐백(34),모로코인 마리얌 탈비(33)는 선입견을 버리는 것이 서울의 독특한 문화를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벤자민 주아노 처음에 서울에 왔을 때 프랑스 파리보다 큰 도시라 크게 놀랐습니다.넓은 도로,콘크리트 건물들이 눈에 띄더군요.옛 건물이 많은 유럽과 비교할 때 서울은 새롭게 변신하는 역동적인 도시란 인상을 받았습니다.이젠 서울에 있다가 유럽에 가면 그곳이 ‘죽은 도시’란 생각이 듭니다. 제임스 로겐백 서울이 뉴욕과 별로 다르지 않아 당황스러웠습니다.아시아 국가의 수도인 만큼,미국 등 서양과는 사뭇 다를 거라 기대했거든요.언어를 제외하면,패스트푸드점,유명브랜드 가게 등이 미국 대도시와 똑같습니다.너무나 현대적이라 600년 역사를 지닌 도시라 믿기 어려웠어요. 우에치 규지 빈부 차이가 매우 큰 도시라 느꼈습니다.도쿄에선 큰 부자도,아주 가난한 사람도 많지 않거든요.모두가 중산층이지요.하지만 서울에선 100평 넘는 집에 사는 사람도,판자촌에 사는 사람도 쉽게 만날 수 있었습니다. 마리얌 탈비 서울시민에 대한 첫 인상은 매우 정직하다는 거예요.동대문·명동 등에서 상인들은 물건을 밖에다 진열하잖아요.누구든 마음만 먹으면 훔칠 수 있는데 도둑질하는 사람을 찾아볼 수가 없어 놀랐습니다. 로겐백 서울시민들은 아주 사소한 일로 감동을 안겨줍니다.얼마전에 면접을 하러가는데 길을 잃었어요.두 사람에게 도움을 청했더니 휴대전화까지 걸어가며 끝까지 길을 안내하더군요.서울 생활이 고달플 때 따뜻한 서울 시민들을 생각하며 용기를 냅니다. 주아노 서울 시민들은 외국인에게 언제나 넉넉합니다.인구 100만명이 넘는 대도시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예요.외국인을 집으로 흔쾌히 초대해 식사를 대접하고,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도와주는 사람들.서울시민들에게 받은 감동은 수없이 많습니다. 탈비 동생이 수술을 받아 3개월 동안 휠체어 신세를 진 적이 있어요.지하철을 탈 때마다 많은 사람들이 도와줬습니다.한번은 혜화역 휠체어 리프트가 고장나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어요.40대 중반의 아저씨가 다가오더군요.그리고 한 손으로 휠체어를 들어 옮겨줬습니다.마음 속으로 ‘이왕 도와주는데 두손으로 하면 좋을텐데….’라고 생각했습니다.아저씨가 어떻게 알았는지 반대쪽 손을 살며시 보여주더군요.그 분은 한쪽 팔을 사용하지 못하는 장애인이었습니다.그 순간 눈물이 핑 돌았어요.그리고 잠시나마 불평했던 것이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주아노 월드컵은 서울시민들에게 다양한 세계문화를 경험할 기회를 제공했습니다.다른 나라의 서포터스로 활동하면서 외국인을 편견없이 대하게 된 것 같아요. 탈비 월드컵 전엔 흑인 친구들과 서울 시내로 나가기가 꺼려지곤 했습니다.서울시민들의 차별대우로 민망해질 때가 많았거든요.그러나 월드컵 이후엔 그런 경험을 전혀 하지 못했습니다.피부색으로 차별하는 모습이 사라진 거죠. 우에치 외국기업·외국인 투자자가 점차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면서 서울시민들도 외국인에 대해 마음을 열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로겐백 지난해 여중생 사망사건 이후 반미감정이 고조되면서 위협을 느끼기도 했어요.밤에 술취한 젊은이들이 모여 있으면 겁이 덜컥 났습니다.미국인 친구가 봉변을 당한 적이 있거든요.서울시민들이 미국정부의 정책을 반대할 수 있습니다.하지만 주한 미국인을 미국 정부와 동일시하지 말아주세요.저를 비롯해 미국정책을 반대하는 미국인이 많습니다. 탈비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요.9·11테러 이후 파키스탄인 등 무슬림들이 한동안 외출을 하지 못했어요.서울시민들이 이슬람 복장을 한 남성들을 보면 “왜 그렇게 끔찍한 짓을 했냐.”고 꾸짖었기 때문입니다.사실 주한 외국인이 무슨 잘못이 있나요. 우에치 외국인들은 독특한 한국문화를 이해하겠다는 애정 어린 눈길로 서울을 바라봐야 합니다.또 서울시민들도 외국인에 대한 선입견을 버리고,개개인을 한인간으로 존중해 주길 바랍니다.그럴 때 서울이 진정한 ‘메트로폴리탄’으로 거듭날 거라 믿습니다. 정은주 박지연기자 ejung@ ●벤자민 주아노/프랑스인 (34) 서울생활 10년차.94년 군복무 대신 서울 프랑스학교 교사로 부임했다.의무기간 2년이 지났지만,한국문화에 완전히 매료돼 떠나지 않았다.대학교수로 일하다 2000년에 프랑스식당 ‘르 생텍스’를 열었다.값싸고 맛있는 프랑스 요리를 서울시민에게 소개하고 싶어서다.프랑스어로 한국 관광책자를 펴내는 등 ‘민간 외교관’으로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마리얌 탈비/모로코인 (33) 서울생활 6년차.모로코로 아랍어를 공부하러 온 한국인을 만나 결혼,딸을 낳았다.딸은 현재 일곱살.98년 박사학위를 마친 남편을 따라 서울에 왔다.한국인들은 혼혈아를 차별한다고 얘길 들어 걱정했는데, 딸을 편견없이 예뻐해줘 너무 고마워한다.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고향에서 영어교사로 활동했던 경험을 살려 보육원 등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우에치 규지/일 본 인 (37) 서울생활 5년차.지난 99년 일본인 아내와 서울에 온 뒤 별정통신업체인 프리즘커뮤니케이션스의 경영기획실장 겸 이사로 일하고 있다.지난해 아들을 낳았다.웹사이트(users.hoops.ne.jp/yorokaji)에 ‘한국사회 체험기’를 올려 큰 인기를 얻었다.부인도 요리학원에서 배운 솜씨로 닭볶음탕·육개장·북어국 등 한국요리 코너를 함께 운영한다. ●제임스 로겐백/미 국 인 (34) 서울생활 2년차.미시간대학을 졸업한 뒤 뉴욕 법률회사에서 근무했다.뮤지컬을 전공한 덕에 94년부터 연극 3편에 출연했다.연극 ‘나의 아름다운 아가씨’(My Fair Lady)로 홍콩,방콕,싱가포르 등에서 순회공연을 했다.새로운 경험을 위해 지난해 홀연히 서울을 찾았다.지금은 강남구 대치동에서 아이들에게 동요·연극을 영어로 가르치고 있다. ■외국인이 추천한 서울의 명소 좌담에 참석한 외국인들은 서울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 서구화된 빌딩 숲을 보고 크게 놀랐다고 입을 모았다.600년 전통을 자랑하는 역사도시란 이미지와 사뭇 달랐기 때문이다.그래서 이들은 옛 정취를 간직한 곳을 서울명소로 꼽았다.또 이곳만큼은 전통적인 모습을 그대로 지켜달라는 주문도 잊지 않았다. 공통적으로 뽑힌 명소는 인사동.전통의 향취가 물씬 배어나는 소품이 가득해 눈요기에 좋다는 것이다.다만 최근에 외국식 건물이 들어서는 등 ‘개발’ 조짐이 보여 안타깝다고 했다. 주한 외국인은 서울 주변 산에도 큰 매력을 느꼈다.대도시에 북한산·관악산 같은 명산이 위치한 것은 이례적이란 것이다.이들은 “세계 어느 곳을 돌아봐도 인구 100만명이 넘는 메트로폴리탄에 빼어난 절경을 자랑하는 산이 몇개씩 있는 도시는 없다.”고 밝혔다.미국인 제임스 로겐백은 특히 “관악산의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는 서울대생은 누구보다 행복할 것”이라고 치켜세웠다.여유있는 삶의 태도를 강조한 프랑스인 벤자민 주아노는 틈이 나면 종로구 가회동 한옥마을에서 산책한다고 말했다.서울의 ‘어제’를 볼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고향 친구가 찾아오면 제일 먼저 가회동에 데려간다고 했다.그는 “모두들 한옥이 너무 아름답다며 입을 다물지 못한다.”고 자랑했다.주아노는 특히 가회동 주민들이 한옥마을을 지키기 위해 서울시의 개발 방침에 적극 반대하고 나선 것을 높게 평가했다.그는 또 “클럽문화의 거리로 유명한 홍대 앞 노천카페에 앉으면 마치 유럽으로 돌아간 것 같아 행복해진다.”고 했다. 일본인 우에치 규지는 “가을이면 단풍이 아름답게 드는 남산도로,특히 한남동 하얏트호텔 앞에서 힐튼호텔까지의 드라이브 코스가 환상적”이라고 말했다.가족과 함께 잠실 올림픽 공원과 한강시민공원도 자주 찾는다는 우에치는 “시원한 한강을 바라보며 맥주를 마시면 그 맛이 일품”이라고 말했다.유일한 여성 참석자였던 마리얌 탈비는 “이슬람교 예배당과 전통 음식점이 있는 용산구 이태원을 가장 좋아한다.”면서도 “밀리오레 같은 패션몰이 있는 명동에 나가 바쁘게 움직이는 서울 시민을 구경하는 재미도 꽤 쏠쏠하다.”고 말했다.제임스 로겐백은 “조선의 왕이 살았다는 창덕궁에 가면 옛 가옥구조와 왕조의 법도까지 한눈에 보인다.”면서 “작은 골목길마다 미술관,찻집이 들어서 있는 삼청동은 운치있는 가로수길이 마음에 든다.”고말했다. 박지연기자 anne02@
  • 화려한 삶 추구하는 인간에 경종/SBS 신년 3부작 ‘환경의 역습’

    현대인이 추구하는 화려한 삶의 본질은 과연 무엇인가.내년 1월3일부터 11일까지 3부작으로 방송되는 SBS 신년대기획 ‘환경의 역습’(연출 박정훈)은 이 만만치 않은 질문을 새해 첫 화두로 던진다. 중학생 민수는 새 집으로 이사한 후 온몸에 두드러기가 나기 시작했다.집 밖에선 아무렇지 않다가 집 안에만 들어오면 병세가 나타나는 기이한 현상에 의사들도 고개를 갸웃거렸다.원인은 실내공기였다. 건축자재에서 나온 독성물질 포름알데히드의 수치가 기준치의 2배를 넘었던 것.실내공기를 강제로 순환시키는 장치를 설치한 뒤 몇 개월이 지나 민수의 증상은 사라졌다.대규모 인테리어 공사를 한 뒤 아토피 피부염을 앓게 된 다섯살배기 형래도 관악산 근처로 이사를 하고나서야 거짓말처럼 피부가 깨끗해졌다. 1부 ‘집이 사람을 공격한다’(3일 오후 10시55분)에 소개되는 위의 두 사례는 우리가 미처 의식하지 못했던 실내 공기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독성물질에 오염된 실내 공기로 인해 천식,비염,아토피 증세가 발생하는 이 병을 ‘새집증후군’으로 부른다.미국에서는 1980년대,일본에서는 90년대 중반 이후 학계에 보고됐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도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 제작진은 미국,일본을 현지 취재해 아주 미세한 화학물질에도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화학물질 과민증 환자들의 실태를 카메라에 생생히 담았다. 2부 ‘우리는 왜 이 도시를 용서하는가’(10일 오후 10시55분)에서는 주거환경에서 시야를 넓혀 도시 전체의 환경을 점검한다.숲을 밀어내고,자동차가 그 자리를 차지하는 지금의 도시 시스템이 인간의 생명을 어떻게 위협하는지를 살펴본다.하루종일 거리에서 활동하는 남성들의 정자를 채취해 검사한 결과 일반인에 비해 운동성이 월등히 떨어졌다는 사실은 매우 충격적이다. 3부 ‘미래를 위한 행복의 조건’(11일 오후 10시55분)에서는 우리가 안전하다고 믿고 소비해온 각종 소비재와 음식물의 안전상태를 짚는다. 이순녀기자 coral@
  • “매미·루사 공포 더는 없다”

    “구름떼가 무더기로 레이더에 잡혔다.재해 방어태세를 갖춰라.” 남한에서 가장 북쪽,가장 높은 곳에 기상관측소가 지난 10일 문을 열었다.강원도 화천군 사내면 해발 1046m 광덕산 정상에 자리잡은 광덕산 기상레이더관측소.착공 1년8개월 만에 문을 연 이 곳에서는 반경 200㎞의 기상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 국내 9번째의 첨단 레이더관측소인 이 곳은 40억원짜리 독일제 기상레이더를 갖추고 있다.이를 통해 남북한의 기상정보를 실시간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이 곳에 관측소를 세우게 된 것은 지난 몇년간 경기북부의 임진강 일대와 강원도의 호우피해가 반복됐기 때문이다.이 지역들은 올해 매미,지난해 루사 태풍 때 큰 수해를 입었다. 경기북부와 강원도 일대를 예보하려면 반드시 북한쪽의 기상정보를 알아야 한다.임진강 등으로 몰리는 물이 북한쪽 산악에서 흘러내려오는 탓이다. 그러나 북한이 보내주는 기상정보에 의존하다 보니 예보에 어려움이 컸다.게다가 국내에서는 서울 관악산기상대가 이 일대를 담당하고 있었으나,워낙 거리가 멀어 한계가 있었다.구름의 속도·모양 등 관련 정보를 샅샅이 알아야 비가 언제쯤 얼마나 올지를 예측할 수 있다.그러나 관악산 관측소와 북한에서 보내오는 정보로는 이것을 실시간으로 알기가 어려웠다. 기상청은 “북한 땅인 강원도 평강과 황해북도 신계 등의 지역은 그동안 3시간 간격으로 북한에서 자료를 받아 관측했는데,이젠 그 지역에서 비가 내리는 즉시 관측할 수 있게 됐다.”면서 “내년부터는 예보가 달라질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28년째 기상청에 근무한 신언기(54) 소장은 “외국은 평지에 기상레이더를 설치해 비가 땅에 떨어지는 모습을 끝까지 관찰하기 때문에 더 정확한 관측을 할 수 있다.”면서 “우리나라는 산악지역이 많은 탓에 차선책으로 산꼭대기에 레이더관측소를 세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광덕산관측소에는 신 소장을 비롯,5명이 근무하고 있다.이들은 지난 6월초 두달 동안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연수교육을 받았고 지난 1일 관측소에 배치됐다. 관사가 산 아래 17㎞나 떨어져 있어 관측소에서 먹고 자는 날이 더 많다.쌀이나야채 등 식량은 지프로 실어 나른다.관측소에 폭설이 내리면 2대의 스노 모빌을 이용해 식량을 조달하거나 이동한다. 기상주사보 윤영문(37)씨는 “가족과 떨어져 오지에서 근무하다 보면 힘든 점도 있지만,빠르고 정확한 기상예보로 지역 주민 등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화천 이유종기자 bell@
  • 신림8동에 빗물펌프장 건설 2005년까지 완공

    관악구 신림동을 가로지르는 도림천변이 상습 침수의 위험에서 벗어난다. 관악구(구청장 김희철)는 9일 올해부터 2005년까지 285억여원을 들여 신림8동 1649일대 도림천변 700여평에 ‘신림빗물펌프장’을 건설한다고 밝혔다. 펌프장에는 620마력의 고성능 펌프 5대,빗물 유입관 204m,유수지,조경시설 등을 갖춘다.특히 우수기 관악산에서 갑자기 흘러내리는 빗물을 배출하기 위해 난곡 사거리에서 도림천까지 연결하는 569m의 고지배수로도 설치한다. 펌프장이 설치되는 신림8동은 2001년 7월 집중호우로 10여명의 주민이 사망하는 등 서울의 대표적인 저지대 침수위험지역이었다. 구는 빗물펌프장 설치가 완공되면 신림8동뿐 아니라 신림4동과 난곡일대 4000여가구의 침수피해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희철 구청장은 “빗물펌프장 설치로 주민들의 주거환경이 크게 개선된다.”며 “상습수해지역 주민들에 대한 무거운 짐을 벗게 됐다.”고 말했다. 이동구기자 yidonggu@
  • 꽉막힌 ‘강남순환고속도’/공개토론회 찬반양론 팽팽 착공싼 이견대립 지속될듯

    “관악산 환경파괴와 함께 학습여건을 크게 훼손하는 행위다.” “서울 서남부지역의 교통난을 효과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다.” 강남순환고속도로 건설사업에 대한 학계,주민간의 찬반 논쟁이 좀처럼 합일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8일 서울시에서 열린 공개토론회에서도 이 같은 양측의 입장을 재확인하는 데 그쳐 공사지연은 상당기간 계속될 전망이다. 이날 주제발표에 나선 손봉수(연세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는 수도권 외곽 순환도로와 더불어 시 유입교통량 및 동서간 교통량의 원활한 처리라는 교통기능 외에 주변지역 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이어 ”관악IC는 남부순환로의 교통분산과 관악지역 교통여건 개선을 위해 꼭 필요한 시설”이라며 서울대측의 반대 논리를 일축했다. 이에 대해 김정욱(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서울시가 청계천 복원사업 등으로 도심 고가도로를 철거하는 판인데,대학교 정문 앞에 고가도로를 설치하는 강남순환고속도로 계획도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고 밝혔다.또 “승용차를 위한 도로건설은 밑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과 같은 만큼 강남순환고속도로의 건설 대신 대중교통을 편리하고 안전하게 정비하는데 재정·행정력을 모아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공청회에서는 양장일 서울환경연합 사무처장,장명순 한양대 교통공학과 교수 등 4명의 학계·시민단체 전문가들이 찬반토론에 나서는 등 뜨거운 설전을 펼쳤다.300여명이 넘는 시민들도 토론회를 지켜보며 각자의 의견을 개진하는 등 강남순환고속도로에 대한 높은 관심도를 반영했다. 강남순환고속도로는 성산대교 남단∼안양천교∼강남구 일원동 수서IC를 잇는 34.8㎞의 4∼6차로의 도시고속도로다.서울시가 2조 600억원을 들여 당초 2001년 12월 착공,오는 2008년 말 완공할 계획이었으나 서울대를 비롯한 공사구간내 관악·영등포·구로·금천·서초·강남구와,광명·과천·안양시 등 9개 자치단체 주민들의 찬·반 양론이 첨예하게 대립되면서 착공이 늦어지고 있다. 이동구기자 yidongg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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