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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눔 세상 그후] 가슴 따뜻했던 사연들의 그 후…

    [나눔 세상 그후] 가슴 따뜻했던 사연들의 그 후…

    나누는 삶은 아름답다. 세상이 갈수록 각박해져 간다지만, 지금 이 시간에도 어디에선가 나누는 삶을 실천하는 사람이 있어 우리 사회가 최소한의 건강을 유지하는 것은 아닐까.2004년 한해 동안 서울신문의 ‘나눔 세상’에는 모두 22편의 가슴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실렸다. 이 가운데 5편의 사연을 골라, 추위를 물리칠 만큼 훈훈한 후일담을 들어본다. ●수형자들에게 ‘편지 쓰는 사람들’ 경기 성남시 성남우체국 사서함 45호에는 오늘도 편지가 한아름 담겨 있다. 사서함의 주인은 구금시설에 수용된 사람들과 편지로 마음을 나누는 ‘편지 쓰는 사람들’이다. 모임의 사연이 알려지자 자원봉사자들의 각오도 달라졌다. 수형자들에게 편지로 대화를 나누는 일이 사회적으로 주목받는 중요한 활동이라는 인식이 전보다 훨씬 깊어졌기 때문이다. 다시 만난 회원들은 여전히 교도소 담장 밖의 이야기를 편지에 담고 있었다. 강지원(35·여) 회장은 “한달에 300통가량 오던 편지가 연말이 되자 두 배로 늘어났다.”면서 “평소에 편지를 쓰지 않던 재소자들도 연하장을 보내오고 있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가끔은 직접 만들어 보내는 재소자도 있다.”고 귀띔했다. 교도소 안에서 동양화를 배워 난초를 연하장에 그려넣기도 한다. 가끔은 연하장 앞뒤로 빼곡하게 사연을 적어 보낸 재소자들도 있다고 한다. 자원봉사자가 크게 부족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200여명의 회원으로 전국에 있는 수많은 재소자들의 마음을 열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강 회장은 “재소자들의 마음을 여는 데 동참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희망을 피력했다.(www.letterpeoples.com)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구속 10대’ 후견인 40대 주부 마음의 문을 열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단지 사랑이 부족했을 뿐 본디 마음이 악하지 않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친구들과 ‘논현 팸’이란 조직을 만들어 학생들의 돈을 빼앗고 오토바이로 지나가던 사람의 가방을 날치기하다 경찰에 붙잡힌 고모(16)군의 후견인으로 나서 눈길을 끌었던 나혜영(46·가명·주부)씨. 그는 고군을 수사했던 강남경찰서 김창수(43)경사와 함께 지난달 30일 6개월 동안의 소년원 생활을 마치고 나온 고군 옆에 여전히 서 있었다. 고군은 나씨에게 선뜻 마음을 열지 않았다.3년 전 어머니가 가출하고 이듬해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고군에게 나씨의 살가운 관심이 생경했던 것. 하지만 나씨는 포기하지 않았다. 시간날 때마다 구치소를 오가며 속옷과 영치금을 넣어주고 대화를 시도했다. 그러던 어느 날, 고군이 수감된 경기도 의왕 소년원으로 면회를 간 나씨는 잊지못할 선물을 받았다. 고군이 정성들여 쓴 편지와 타월 실을 풀어서 직접 십자모양으로 짠 휴대전화 줄을 나씨 손에 꼭 쥐어준 것. 고군은 편지에 “좋은 모습 보여드린 적이 없는데 나는 아픈 사람을 보면 너무 가슴이 아프니 꼭 의사가 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나씨는 지금도 그 편지를 안주머니에 품고 다닌다. 할머니와 단둘이 사는 고군은 다음 달부터 검정고시 학원에 다닐 예정이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임직원들에게 병원 넘긴 박순용 회장 “직원들이 전보다 더 책임감을 갖고 잘해 주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전남 여수 성심종합병원 박순용(63) 명예회장은 지난해 송년회에서 “병원을 임직원들에게 넘기겠다.”고 약속했다.그는 1월에 들어서면서 평가액 400억원대의 병원을 260명에 이르는 임직원들에게 돌려줬고, 공증까지 마쳤다. 이제 모든 결정은 병원장과 진료부장 등 임직원 5명으로 된 서구의료재단 이사회에서 이뤄진다. 박종만(55) 상임이사는 “지금 직원들은 활기에 넘친다.”면서 “이사회에서 판단이 안서는 부분만 명예회장의 조언을 듣는다.”고 설명했다. 박 명예회장은 이제 병원 대신 일본에 자주 간다. 주위사람들은 “병원 일은 관심이 없고 관광·레저사업에 몰두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여수시 봉계동에 짓는 골프장이 그것이다. 성심종합병원은 올해도 불우이웃돕기성금으로 여수시에 5000만원을 냈다. 또 저소득층 100명에게 무료진료 이용권을 나눠주고 있다. 두 가지 일을 해마다 거르지 않는다. 이 병원에서 12년째 일하고 있다는 간호사는 “환자들에게 불친절할 때는 회장님에게 혼난다.”며 “회장님의 뜻을 받들어 더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수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부장판·검사 출신 국선전담변호사들 “구치소로, 법정으로 정신없이 뛰어다니지만, 행복합니다. 힘 닿는 한 5년이고,10년이고 계속할 겁니다.” 지난 9월부터 서울중앙·인천·수원·대구·광주 등 전국 6개 법원에서는 국선전담 변호인 11명이 활동하고 있다. 국선변론이 너무 형식적이란 지적에 따라 법원이 국선 사건만 맡는 변호사를 선정한 것이다. 부장판사·부장검사 출신 등 중진급 변호사들이 다투어 지원해 화제를 모았다. 서울중앙지법에서 일하는 부장판사 출신 심훈종(66·고등고시 10회), 부장검사 출신 윤종근(52·사법고시 17회) 변호사는 27일 “숨돌릴 틈 없이 바쁘다.”고 입을 모았다. 한달에 20∼25건을 처리하다 보니 늘 종종걸음이란다. 일주일에 하루는 구치소로 달려가 피고인을 면담하고, 법률사무소로 찾아오는 피고인 가족과 상담하며,3∼4일씩 법정을 쫓아다닌다. 그러나 이들은 “돈이 없어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던 사람들에게 희망을 준다는 것이 너무나 행복하다.”고 말했다. 몸은 고단하지만, 마음은 그 어느 순간보다 풍요롭다는 얘기다. 가장 큰 장애물은 수임료를 내고 선임한 변호인이 국선보다 훨씬 성의있을 것이란 편견이라고 윤 변호사는 털어놨다. 구치소에서 만나고 기록도 다 검토해 법정에 나섰는데 피고인이 갑자기 “사선 변호인을 선임하겠다.”며 선임을 취소할 때는 힘이 쑥 빠진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시행착오를 모두 극복하고, 다른 나라처럼 국선변호인 사건이 70∼80%가 될 때까지, 이 길을 걷겠다.”고 다짐했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죽마고우에 간 이식한 박상응씨 “이식수술 해보니 별것 아니던걸요. 회복되어 가는 친구를 보며 새로운 삶을 여는 기쁨을 함께 느낍니다.” 지난 6월 간경화로 시한부 인생을 살던 죽마고우에게 간을 떼어준 박상응(40)씨.지난 9월 복직한 그는 전처럼 철도청 청량리기관차승무사무소에서 부기관사로 건강하게 일하고 있었다. 박씨는 “수술한 다음날 중환자실에서 말도 하지 못하고 눈만 껌뻑껌뻑하며 눈물을 흘리던 친구가 이제는 나보다 간 수치가 더 좋다.”면서 “수술한 뒤 피로가 조금 늦게 풀리고 술을 예전처럼 먹지 못하는 것 말고는 크게 불편하지 않다.”며 활짝 웃었다. 그는 “사실 처음에는 겁도 많이 났지만 친구를 살렸으니 후회 같은 것은 없다.”면서 “거부반응 때문에 평생 약을 먹어야 하는 친구가 하루빨리 완치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북 영주에서 함께 어린시절을 보낸 뒤 오늘날까지 우정을 이어오고 있는 친구 박씨의 간을 이식받은 권오상(40)씨는 지난 7월 퇴원한 뒤 경기도 포천 집에서 통원치료를 하고 있다. 내년 초 복직을 생각할 만큼 상태가 좋아졌다. 수술 직후 몇 차례 위험한 고비를 넘겼던 그는 “친구가 간까지 떼어주면서 고통을 함께했는데 그것을 저버리면 안 될 것 같아 이를 악물고 일어섰다.”고 털어놓았다. 권씨는 당초 간을 이식하라는 박씨의 제의를 완강히 거부했다. 하지만 박씨가 “나 혼자 60∼70까지 살면 뭐하겠냐.”면서 “친구 없이 사는 것 원치 않으니 10년씩 살더라도 똑같이 살자.”고 간곡히 설득하는 바람에 눈물을 흘리며 뜻을 받아들였다. 권씨의 형제 4남매는 모두 조직이 달라 이식이 불가능했지만, 하늘이 도왔는지 박씨는 조직이 일치했다. 담당 의사가 “형제도 이렇게 일치하기는 힘든데 기적 같다.”고 했을 정도다. 권씨는 “수술하고 처음 걸었을 때 살아있다는 것에 감사했다.”면서 “앞으로 감사하는 마음으로 베풀면서 겸손하게 살겠다.”고 다짐했다. 아직 미혼인 박씨는 새해에는 단거리 운행이 많은 지하철 분당선으로 근무지를 옮길 예정이다. 그는 “새해에는 나도, 친구도 더 건강해졌으면 좋겠다.”면서 “좋은 사람이 나타나면 결혼도 하고 싶다.”며 쑥스럽게 웃었다. 이효용기자 utility@seoul.co.kr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50)포항 호미곶의 해맞이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50)포항 호미곶의 해맞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곳은? 재론의 여지없이 독도나 울릉도다. 그러면 육지에서는 어디일까. 이 역시 재론의 여지없이 포항시 호미곶이다. 동경 129도 34분 03초인 이곳은 동해로 돌출되어 있어 몇 분이라도 먼저 새해 해맞이를 하려는 이들로 인산인해다.12월21일, 동짓날 그곳을 찾았다. 옛날에는 동지를 아세(亞歲·작은 설)라 하여 동지제사를 지내며 액운을 물리치는 날이다. 또한 한해를 동지에 시작하였으니, 옛 전통을 되살려 호미곶으로 달려 내려간 것. ●육지서 가장 먼저 해뜨는 호미곶 호미곶을 가려면 포항 시내에서 삼십여분을 더 달려야 한다. 일출의 짧은 순간을 놓칠 것을 걱정하고 있는데, 서울에서부터 내내 동행한 해수부 항로표지담당관실의 진한숙 사무관이 선뜻 장기곶등대에서의 1박을 권하였다.“체험하고, 그냥 들르는 것하고는 천지차이입니다.” 등대는 많이 다녀보았지만 하룻밤 체험은 쉽질 않아 선뜻 등대의 관사에 여장을 풀었다. 마침 울릉도등대에서 찾아온 박영식·정태영 등대지기와 포항항만청의 정용호 과장과 조재준 계장 등 ‘등대사나이’들이 모처럼 한 자리에 모여 앉아 ‘이바구’에 여념이 없었다. ‘등대지기’, 좀 더 정확히 말하지만 이들 항로표지원들의 삶 자체가 워낙 외롭고 고달프기 때문에 대단한 단결력을 과시한다. 그러지 않고는 고립된 등대의 삶을 견뎌낼 수가 없을 것이다. 유물 수집 과정을 묻자, 이문희 등대박물관장은 “전국 등대에 연락을 취하고 긴밀하게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과거의 등대유물을 속속 수집하여 올린 덕분에 인멸해 가던 근대 문화유산이 집결되어 오늘의 등대박물관이 가능해진 것”이라고 간단하게 정리해준다. 밤새 북풍이 불었다. 등대의 칸델라가 빙빙 돌아가면서 쏘아대는 불빛이 요동치는 파도에 떨어지자 물빛이 기괴한 빛을 냈다. 수억원을 호가하는 칸델라는 일일이 손으로 깎은 렌즈들의 집합체로 빛이 없어도 그 자체로 영롱한 빛을 내뿜고 있으니, 그냥 퍼지는 파장이 아니라 렌즈의 오묘한 프리즘이 연출해 내는 ‘빛의 향연’인 셈이다. 해맞이광장 한편에 자리잡은 육중한 풍력발전기의 대형 풍차가 엄청난 가속도로 돌았다. 동해로 돌출된 삼각지대답게 호미곶 바람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런 곳을 일제가 ‘토끼 꼬리’라 불렀으니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땅의 기세가 호랑이 꼬리가 분명하다. 그것도 잠자는 호랑이가 아니라 태산을 흔들며 포효하는 호랑이 꼬리다. 일찍이 남사고가 호미곶을 호랑이 꼬리로 보았음은 역시 조선시대 절세의 풍수지리가다운 안목이다. 고산자 김정호는 국토의 튀어나온 부분을 ‘확실하게’ 이해하기 위하여 무려 일곱 번이나 답사 측정한 뒤에 호미곶이 한반도의 가장 동쪽임을 분명히 하였다. 동물의 꼬리란 ‘꼬리곰탕’이나 끓여먹는 대상이 아니다. 돌진할 때 몸의 균형과 스피드를 조절하고, 꼬리를 움직여서 온갖 신호를 보낸다. 꼬리치는 강아지에게서 꼬리를 뺏는다고 상상해 보라. 어쨌든 호랑이 꼬리에 얹혀서 잠을 잔 것 치고는 아주 편한 잠을 잤다. 등대의 침실이 생각보다 훨씬 따뜻했기 때문이다. ●바닷가 한복판 ‘상생의 손’ 감동 새벽 6시 바다로 나갔다. 해가 가장 짧아서 ‘노루꼬리’ 같다는 동지답게 해가 뜨려면 아직 이르다. 신년도 아닌데 벌써 해맞이를 나온 이들이 서성거린다. 필자처럼 새해맞이를 ‘당겨서’ 맞으려는 사람들이다. 미국에서 나왔다는 교포 1.5세를 만났다. 부친은 미국인, 모친은 한국인이란다. 한국문화 체험을 하려고 겨울연휴를 이용해서 ‘어머니 나라’에 왔으며, 동해 일출을 한반도의 제일 끝자락에서 맞이하고 싶어서 서울에서 달려왔단다. 해가 뜬다. 늘상 그렇듯 일출 조건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구름이다. 구름이 가린다면 만사가 틀어진다. 수년 전, 동해 일출을 지켜보는데 먹장구름이 흘러가면서 끝내 해가 제 모양을 보여주지 않았다. 사람들의 실망이란, 해맞이가 아니라 흡사 해의 죽음을 조문하러 온 표정들 같았다. 천만다행으로 해가 떠올랐다. 일출은 그야말로 순식간. 뻘건 혓바닥, 아니면 좀 험하게 표현해 갓 잡은 동물의 붉은 간 같다고나 할까. 진홍색 빛을 불쑥 내밀며 천천히 바다로부터 치고 올라온다. 신라의 고승 원효의 이름을 풀면 ‘첫 새벽’이다. 새해 첫 날, 첫 새벽에 빛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해맞이 전통은 흡사 힌두교도들이 빛의 주인인 크리슈나의 현현을 맞이하는 것과 같다. 불가의 무량수경(無量壽經)에 ‘빛은 외관(外觀)하고 생명은 내감(內感)한다.’고 하였으니, 빛이 있는 곳에 무한한 공간이 조견되고, 목숨 있는 곳에 무한한 공간이 심증된다는 뜻이다. 기독교에서도 예외는 아니어서 빛은 생명 그 자체로 인식된다. 그러한 즉,‘생명있는 온갖 것’들이 해맞이 광장에 모여들어 빛에 감응하고 생명을 느끼고 돌아감은 새해 일출이 선사하는 가장 값진 선물일 것이다. 호미곶광장의 연오랑과 세오녀 기념비에 쓰여 있듯, 그들 부부가 일본으로 떠나자 신라의 해와 달이 빛을 잃었다고 삼국유사에 기록돼 있다. 사신을 보내어 비단을 받아오자, 해와 달이 다시 온전해졌다. 해와 달이 빛을 잃는 것처럼 비극적인 것이 없으니, 호미곶 해맞이에서 해마다 연오랑과 세오녀를 시민 가운데서 선출해 가장(假裝)의 축제를 벌이는 것도 빛을 간구하는 축제의 오랜 전통을 재현해 낸 것이리라. 호미곶 해맞이가 한결 유장하게 느껴지는 것은 바닷가 복판에 세워진 상생의 손 때문이다. 청동으로 빚어진 그 거대한 손 위로 해가 올라선다. 흡사 손으로 해를 받쳐올리는 모습이다. 손노동으로 이룩된 인류의 문명을 상징하듯이 해와 손이 어우려져 감동을 자아낸다. 바닷가에 세워진 온갖 군더더기 조형물과 달리 상생의 손으로 해를 감싸 안으면서 한해 내내 싸우지들 말고 오순도순 잘 살아나가길 바라는 성싶다. 우리 국회의원들은 단체로 이곳에 와서 이런 가르침을 배워야 할 듯하다. ●등탑 층마다 새겨진 배꽃 문장 눈길 해맞이를 끝낸 이들은 등대박물관을 방문하곤 한다.1908년 12월20일에 완공되었으니,2008년이면 100년. 서양 건축양식을 도입, 무려 26.4m 6층 높이의 건조물을 철근 하나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벽돌로만 축조했다. 이러한 축조기술은 오늘날에도 결코 쉽지 않은 것이니 근대건축사의 살아 있는 학습장 아닌가. 반드시 등탑의 층마다 붙어 있는 조선왕실 상징물인 이화(梨花) 문장을 보아둘 것을 권한다. 가문이나 왕실을 표시하는 특별한 꽃모양이나 동물문양을 뜻하는 문장으로 ‘오얏 이’의 상징물인 배꽃이 등대마다 각인되어 있다. 풍전등화 신세였던 통감부 시절에 등대를 세우면서 무슨 연유인지 배꽃을 층마다 새겼다. 일제강점기에 일인들은 배꽃을 철판으로 가리고 자신들의 국화문장을 새겼다. 해방이 되어 철판을 떼내자 아무도 몰랐던 배꽃이 제 모습을 드러내어 오늘에 이른 것. 누군가 농을 던진다.“이화여대생들은 반드시 한번쯤 와야 할 필수 코스 아닙니까.” 호랑이 꼬리가 토끼 꼬리로 강등되면서 모진 세월 내내 서러움을 받던 호미곶에 수십만 인파가 인산인해를 이루면서 동해바닷가에서 한해의 염원을 실어보내는 것 자체가 이제 ‘신(新)세시풍속’으로 자리잡은 것이니 감개무량할 뿐이다. 호미곶 일대는 보리판으로 뒤덮여 있다. 어려운 물사정으로 논농사가 불가능한 지형의 특성을 살려 곳곳에 보리를 심어 마치 겨울바다에 녹색의 융단을 깔아놓은 듯하다. 호미곶에는 이육사가 포항의 포도원에서 시상을 떠올려 그의 명시 청포도를 창작하였다는 청포도비도 서 있어 바닷물과 더불어 이래저래 청색과 녹색의 시대를 연출하고 있는 중이다. 겨울보리의 녹색이 추위를 녹인다면, 호미곶의 봄바다에는 화사한 유채꽃이 만발하여 다시금 찾아오기를 기다린다고 하니 유혹의 강도가 너무 강하여 좀체 벗어나기 힘든 곳이 아닐까. ●태양 앞에선 만인이 평등하더라 이제 정신 없던 연말도 끝나가면서 새해맞이를 떠날 이들이 엄청 많을 것 같아 차제에 사족을 달아본다. 호미곶 해맞이공원처럼 그야말로 시설과 조건이 두루 갖추어져 볼 것도 많고 편리한 곳을 찾는 것이 좋을 것이고, 아니면 조그마한 어촌의 언덕에 올라 가족이나 연인끼리 동해 일출을 바라봄도 권할 만하다. 유명세 치르는 곳만 찾을 일은 아니란 뜻이다. 가령, 부산의 기장 같은 곳에서는 국립수산과학원의 너른 공간 속에서 수산과학관이 주관하는 자그마한 새해맞이도 열려 해마다 ‘귀밝이 술’도 권하면서 조촐한 축제를 벌이고 있으니, 이렇듯 전국 곳곳을 찾아보면 주차 걱정없이 일출의 관해를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알려지지 않은 곳이 산재해 있다. 구름이 끼어 해가 떠오르는 광경을 보지 못하면 또 어떠랴. 마음의 빛이 더욱 소중한 것일진대, 눈 감고 파도소리를 들으며 내일의 태양을 향하여 소리칠 일이다. 해는 어김없이 뜰 것이며, 일출은 어느 누구도 한 장소에서 한순간에만 볼 수 있는 것이니, 만인은 해 앞에서만큼은 평등한 것이다.
  • 공군 복무 한달 단축

    내년부터 공군 병사의 복무 기간이 1개월 단축되고, 전문 연구요원들의 의무 복무 기간도 4년에서 3년으로 줄어든다. 국방부는 국방분야 행정에 적잖은 변화를 가져오게 될 ‘2005년도 달라지는 국방업무’를 23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87개 대대의 기존 소대 단위 통합 침상이 분대 단위 침대로 바뀐다. 노후화된 관사 1950가구가 24∼32평형 국민주택 수준으로 개선되고, 독신자 숙소도 3000실가량 마련된다. 공군 병사의 복무 기간은 2004년 11월 입영자부터 기존 28개월에서 27개월로 1개월 단축되며, 새해 7월부터는 이공계 지원을 위해 전문 연구요원의 의무 복무기간이 4년에서 3년으로 줄어든다. 병사 봉급은 3만 5800원(상병 기준)에서 4만 6600원으로 인상하는 정부 안이 마련된 상태다. 국회 국방위는 이를 6만 100원으로 더 인상하는 방안을 마련했으나, 예결위 통과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군무원 공채 시험의 경우 종전 필수 2∼4과목, 선택 2과목에서 필수 4∼6과목, 선택 1과목으로 변경된다. 스카이라이프와 케이블 TV를 이용한 군 위성 TV가 내년 8월 시험방송을 거쳐 10월부터 본격 방송돼 안보정책에 대한 이해와 공감대를 넓힐 예정이다. 예비군 훈련보상비는 하루 3000원에서 3500원으로 인상돼 현금으로 지급된다. 행정기관에 의해 직권으로 주민등록이 말소된 경우에만 예비군훈련 미필자를 처벌하던 것을 3월부터는 가족 등에 의한 신고말소 경우에도 적용, 처벌 대상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장병이나 일반 국민이 희귀혈액 긴급수혈시 이를 지원할 수 있도록 RH(-) 보유 장병들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 특별 관리한다. 이밖에 국가ㆍ사회 유공자를 의사상자와 순직 소방관, 자발적으로 참여한 재외동포 등까지 확대, 새해 7월부터는 이들도 국립묘지 안장 대상에 포함된다. 조승진기자 redtrain@seoul.co.kr
  • 금산군수 소환 조사뒤 귀가

    대전지검 형사1부는 21일 김행기(66) 충남 금산군수를 소환,4∼5시간 동안 조사한 뒤 오후 7시쯤 귀가시켰다. 김 군수는 지난 2000∼2002년 충남 시장·군수협의회 총무를 맡고 있으면서 협의회 기금 1억 6670여만원을 다른 시장·군수들과 나눠가졌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는 지난 10월 충남 참여자치지역운동본부에 의해 고발된 내용으로, 당시 단체는 15명의 전·현직 시장·군수들을 고발하면서 “시장·군수들의 공금횡령 사실을 밝혀낸 감사원 자료에 금산군수는 빠져 있으나 총무 직책을 맡았고 다른 피고발인들과 함께 공금을 나눠 쓴 후 감사원 적발 이후 반납했기에 함께 고발했다.”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대전지검 특수부도 이날 2000년 11∼12월 당시 김 군수 비서실장 이모(46)씨와 자치행정과장 윤모(62·이상 구속)씨가 10차례에 걸쳐 군정 홍보용 기념품을 구입한 것처럼 물품매입 품의서를 꾸며 공금 2500여만원을 횡령한 사건에 김 군수가 관련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군수 집무실과 관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대전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서울12차 동시분양 3개 단지 716가구

    서울12차 동시분양 3개 단지 716가구

    내년 1월초에 분양하는 서울 12차 동시분양에서는 700여 가구가 분양될 전망이다. 부동산포털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12차 동시분양에서는 총 3곳,716가구가 분양될 예정이다. 지역별로는 강동구, 서초구 등 강남권이 2곳, 강북권이 1곳이다. 조합원 물량 없이 모두 일반분양하는 아파트로, 분양단지는 작지만 분양 가구수는 많다. 또 로열층, 로열동 당첨 확률도 높은 편이다. 서울 12차 동시분양은 30일 입주자 모집공고를 거쳐 내년 1월 5일 무주택 우선접수를 시작으로 청약에 들어간다. 동시분양에 참여하는 휘경동 동일스위트리버는 23∼44평형 445가구다. 부지는 기존 서울축산물보관사업소 자리로 중랑천 인근에 자리잡고 있다. 중앙선 회기역이 걸어서 12분 거리이며, 단지 인근의 한천로를 통해 동부간선도로를 이용할 수 있다. 인근 편의 시설로는 위생병원, 휘경시장 등이 있으며, 학교 시설로는 중랑초등, 전동중, 휘경여중·고, 삼육보건대 등이 있다. 임광토건은 강동구 천호동 317 일대에서 33∼35평형 255가구를 일반 분양한다. 부지가 올림픽대로 인근으로 한강공원(광나루)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다. 교통은 지하철 8호선 암사역이 걸어서 3∼4분 거리이며, 선사로와 천호대로를 통해 올림픽대로와 천호대교를 이용할 수 있다. 이연건설은 서초구 방배동 814의15 일대에서 25평형 1가구,33평형 45가구를 일반분양한다. 지하철 7호선 내방역이 걸어서 7분 거리이며, 동작대로를 이용, 올림픽대로 및 남부순환로를 이용할 수 있다. 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 윤동식 “이종격투기 진출”

    ‘테크노 골리앗’ 최홍만(24)에 이어 ‘비운의 스타’ 윤동식(32·KRA)도 일본 격투기 무대에 도전한다. 윤동식은 19일 “프라이드FC의 주관사인 DSE로부터 3주 전 공식 제의를 받았고, 조건만 맞는다면 빠른 시일 내에 무대에 서고 싶다.”고 밝혔다.DSE측은 계약금 10억원 선으로 알려진 최홍만을 뛰어넘는 특급대우를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동식은 ‘한판승의 사나이’ 이원희가 48연승을 달성하기 전, 최다연승기록을 보유했던 한국유도의 간판.93∼95년 47연승을 달리며 ‘최강’으로 군림했지만, 부상을 극복하지 못하고 96,2000년 올림픽선발전에서 조인철과 유성연에게 무릎을 꿇은 ‘비운의 스타’. ‘아마추어 엘리트 스타’로는 처음으로 일본무대 진출을 선택한 윤동식은 “파격적인 대우에 끌린 게 사실”이라면서 “세계 최강의 사나이들과 겨뤄보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승리의 90% 이상을 꺾기나 조르기로 끝내 ‘굳히기의 제왕’으로 불린 윤동식은 2년전부터 프라이드FC를 지켜봤다. 현역시절 한수 아래였던 일본의 요시다 히데히코의 경기를 보면서 “저 정도면 충분히 통하겠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다리기술은 좋았지만 굳히기에 유독 약했던 요시다가 윤동식의 장기인 꺾기(암바·니바)나 조르기(초크)로 성공한 것은 커다란 자극이 됐다. 프라이드에서 윤동식을 탐내는 것도 그의 굳히기가 충분히 통할수 있기 때문. 물론 DSE의 구미를 당긴 가장 큰 이유는 윤동식의 상품성이다. 최근 한류열풍으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데다, 프라이드FC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유도의 전설’ 요시다와 다키모토 마코토를 윤동식과 맞붙일 경우 ‘한·일 유도영웅간의 대결’로 흥행성이 충분하고 판단한 것. 윤동식은 다음주 일본으로 건너가 D SE측과 구체적인 계약조건을 논의키로 했다. 윤동식의 진출 여부에 따라 일본의 러브콜을 받고 있는 유도나 태권도 메달리스트들의 종합격투기 진출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최홍만, K-1 진출… “다신 모래판 안설것”

    “다시 돌아오더라도 모래판에는 서지 않겠다.” ‘테크노 골리앗’ 최홍만(24)이 16일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K-1 주관사인 FEG 다니카와 사다하루 대표와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종합격투기 K-1 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그는 “킥복싱 등 세계 격투기 강자들과 겨루는 등 새로운 무대에 도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다음은 최홍만과의 일문일답. K-1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돈인가 명예인가. -주변에서도 그런 말이 많았지만 귀에 와닿지 않았다. 내 자신의 결정대로 앞으로 나가겠다. CF와 방송출연 등 스타 마케팅에 더 매력을 느끼고 있다고 하던데. -그런 쪽에도 관심이 많다. 이런 기회가 온 것을 감사하게 느낀다. 계약 조건이 공개되지 않았는데. -100%는 아니지만 대체로 만족스럽다. 동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선후배와 감독 코치, 팬들에게 죄송스럽지만 나의 미래가 중요하다. 열심히 하겠으니 응원해 달라. 씨름은 K-1하고 전혀 다르다. 통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일단 내년 초부터 손, 발이 크다는 장점을 살려 일본에서 제공하는 트레이너와 함께 열심히 훈련하겠다. LG의 제3자 인수 얘기가 나오는 등 시기상으로 좋지 않은 것 같다. -씨름판이 어려워 농성도 하고 많은 노력을 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아무도 관심도 가져주지 않고 씨름 선수들만 비참하게 만들었다. 민속씨름에서 은퇴한다고 했는데. -이랬다 저랬다 하지 않는다. 돌아오더라도 다시는 씨름을 안할 것이다.
  • 최홍만 K - 1 진출 결정

    지난해 민속씨름 천하장사에 등극하며 스타로 떠올랐던 ‘테크노 골리앗’ 최홍만(24)의 일본 종합격투기대회 K-1 진출이 확정됐다. K-1 주관사 EFG의 한국 대행사인 ENT글로벌은 15일 “최홍만의 K-1 진출이 결정됐다.”면서 “이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16일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구체적인 계약 조건은 밝히지 않았다. 기자회견에는 최홍만과 함께 다니카와 사다하루 EFG 대표가 참석한다. 앞서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들도 최홍만의 K-1 진출이 확정됐다고 앞다퉈 보도했다. 부산에 내려가 K-1 진출 여부를 놓고 고심에 빠졌던 최홍만은 현재 연락이 닿지 않고 있는 상태다. 최홍만은 소속팀 LG투자증권 씨름단이 해체된 이후 에이전트 박유현씨와 함께 일본을 방문,EFG측과 계약 조건 등에 대해 논의했고 지난 13일 귀국한 뒤 “씨름에 실망을 느꼈으며 새로운 무대에 도전하고 싶다.”면서 “이번주 안으로 결론을 내겠지만 솔직히 K-1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고 밝힌 바 있다. 설마하며 사태 추이를 지켜보던 민속씨름계는 날벼락을 맞았다는 반응이다. 차경만 전 LG 감독은 “최종 결정을 내리기 전에 다시 한번 상의하기로 했었다.”면서 “홍만이가 연락을 피하는 것 같아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이만기 민속씨름창단추진위 위원장은 “개인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씨름이 절체절명에 빠진 시기에 그런 결정을 내리는 것은 무책임한 행위”라면서 “또 팀 인수 작업이 상당히 진척됐는데 이번 일로 모든 것이 공염불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도의적인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라도 영구 제명을 포함해 적절한 조치가 취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모든 공직자들에 고함’

    국회의원을 지냈던 박석무(62) 다산연구소 이사장이 공무원들에게 쓴소리를 하고 나섰다. 박 이사장은 13일 다산연구소 홈페이지(www.idasan.org)에 ‘풀어쓰는 다산 이야기’ 100회째 글로 ‘모든 공직자들에게 고함’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박 이사장은 이 글에서 “다산 정약용 선생은 모든 꿈을 공직자들에게 걸었다.”면서 “공직자들만 청렴하면 깨끗한 세상이 온다고 믿었다.”고 소개했다. 또 “500권이 넘는 다산의 저서 대부분은 공직자들에게 고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며 다산의 글을 인용했다. 박 이사장은 우선 “공직자에게는 ‘4지(四知)’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지는 내가 알고 있고, 네가 알며, 하늘이 알고, 귀신이 알기 때문에 아무리 비밀스럽게 주고받은 뇌물일지라도 반드시 들통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 ‘4외(四畏)’도 들었다. 공직자는 감독관청, 정부, 백성과 하늘을 두려워하라는 뜻이다. 멀리 떨어져 있는 감독관청과 정부는 두려워하면서, 가장 무서운 백성과 하늘은 두려워 할 줄 모르는 어리석은 공직자들이 많다고 책망했다. 이와 함께 징계권을 지닌 공직자들에게 ‘4형(四刑)’을 역설했다. 하급관료가 죄를 지어 징계할 때에 네 가지로 구분하여 징계하라는 것이다. 백성들의 이해에 관한 일에 잘못을 저지르면 가장 무거운 형벌(上刑)을 내리고, 공사(公事)에는 중형(中刑)을, 관사(官事)에는 하형(下刑), 징계권자 본인의 일에 잘못을 저지르면 일체의 징계를 하지 말라고 권했다. 김용수기자 dragon@seoul.co.kr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44)거문도의 역사와 삶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44)거문도의 역사와 삶

    ●英 침략행각 고스란히… ‘포트 해밀턴’ “1860년대부터 1930년대까지 해군 함정과 상선이 거문도에 드나들었고,1885년부터 1887년까지는 해군이 기지를 두었다. 그 동안과 그 후 몇 해 동안 해군 사병과 해병대원 10명이 이 섬과 근처 해역에서 사망하여 섬에 묻혔다.1886년에 사망한 2명과 1903년에 사망한 1명의 해군 병사의 기록은 비문에 새겨져 있으나 나머지의 묘지는 이제 알 길이 없다.” 거문도를 ‘포트 해밀턴(Port Hamilton)’으로 병기한 거문도 영국군 묘지에 가면 ‘주한 영국대사관, 한·영협회, 영국부인회는 한·영수교 100주년을 기념하여 1983년 이 패를 세웠다.’는 동판이 세워져 있다. 묘지의 주인공에만 관심을 갖는 위 기록으로 보면 워낙 표현이 온건하여 영국군이 잠시 나들이라도 나왔다 간 것 같은 인상마저 준다. 그러나 거문도 무단점령은 두 말할 것 없이 제국주의적 침략 행각이었다. 거문도는 남해안과 제주도의 중간에 있는 섬으로 대한해협과 대마해협의 문호에 해당한다. 영국은 일찍이 거문도를 주목,1845년에 사마랑을 보내 탐사를 한 뒤 해밀턴항으로 명명했다. 서구열강은 이곳이 동북아의 군함과 무역선 중간기착지로 적당하다고 판단했다.1866년 미국의 아시아함대 슈펠트 제독도 5일간의 정밀탐사 끝에 ‘해군기지로 손색이 없다.’고 결론내렸다.1878년에 이곳을 다시 찾은 영국 실비아호 선장 존은 아예 ‘영국이 이곳을 차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동항을 찾던 러시아의 남하정책에 대한 대응이란 관점에서 무단점령을 정당화하려는 경향이 있지만, 이는 해석상의 명분일 뿐이다.35세에 외무차관,39세에 인도 총독, 후일 옥스퍼드대학 총장이 된 커즌은 소용돌이에 휘말린 조선에 관해,“블라디보스토크나 나가사키 사이에서 함부로 차는 축구공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거문도 점령은 동아시아에서의 거점확보가 핵심 의도였다.1885년 영국군은 거문도를 해군기지화하면서 22개월간 장기 점령한다. 김윤식 등 조선정부의 요인들은 보고를 받고도 섬의 위치조차 몰라 강화도 앞의 주문도와 착각하기도 했다. 조선정부의 무능이 이 정도였다. ●섬 3개 사이 만 숨어있어 군항에 딱 이 엄청난 국제적 사건을 이해하려면 한번쯤은 이곳에 들러봐야 한다. 거문도엘 가다 보면 뱃길을 따라 초도, 손죽도 등이 펼쳐져 이곳이 다도해임을 누구나 알게 된다. 동·서도가 삼산교라는 교각으로 연결되며, 그 가운데에 고도(현재의 거문리)가 자리해 삼산도(三山島)라 불렸다. 등대로 가다 보면 3개의 섬이 한 눈에 들어온다. 아늑한 만이 요새처럼 숨어 있어 군항으로는 그만인 곳이다. 초대형 선박의 입·출항은 어렵지만 중간 연락항으로는 그만이다. 영국이 욕심 낸 이유를 알 만하다. 제국주의의 살아 있는 전시장과도 같은 섬 거문도. 영국군 묘역 바로 아래 바닷가에는 중국과 통신하던 해저 케이블이 남아 있다. 당시만 해도 전선(電線)은 ‘제국주의 침탈의 동맥’이었으니, 이는 본국과 교통하며 우리나라를 삼키려 한 야욕의 증거이기도 하다. 집단취락의 흔적인 일본식 여관, 소화13년(1938)에 건립한 거문항 확충비, 삼도(三島)신사터 등 식민의 흔적은 곳곳에서 감지된다. 야마구치(山口縣)현의 기무라 추다로(木村忠太郞)가 무인도를 개척하여 거문리를 조성한 까닭에 왜인들 사이에서는 더러 ‘목촌(木村)의 거문도’라거나 ‘왜도(倭島)’ 등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 왜인 후손들이 일본에서 ‘거문도회’를 조직, 이따금 이곳을 찾아 ‘두고 온 고향’을 그리워한다니 그것도 참 우스운 일이다. 삼치와 고등어, 갈치잡이가 주업이다. 일본인도 예전에 이곳에서 주로 어업에 종사했다. 그 고등어가 이곳에 ‘거문도 파시’를 열었다.5월말에 시작,10월까지 파시가 이어졌는데, 이 전통은 일제시대부터 76년 무렵까지 이어졌다. 이런 가운데 60∼70년대에는 겨울 동안에 삼치파시도 이어 열렸다. 고등어와 삼치가 한창 들던 60∼70년대는 거문도의 전성시대였다. ●60~70년대엔 고등어·삼치 많이 잡혀 이곳에서 어획된 삼치는 모두 일본으로 수출됐다. 한창 삼치가 들 때는 배 한 척이 출어해 보통 2∼3t, 많게는 6t까지 잡아 올리기도 했다. 경남 통영이나 삼천포 등지에서 200여척의 배들이 몰려 장관을 이뤘다.17세부터 어업에 종사해온 정복래(81)씨는 ‘파시평(波市坪)’이란 역사적 용어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이 말뜻을 ‘온갖 장사치들이 모여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객선 터미널이 있는 곳에서 동·서도를 잇는 삼선교까지 이런 배들이 빼곡하게 들어찼다. 술집은 말할 것도 없고 옷과 비단, 신발가게에 강진 칠량에서는 옹기배까지 찾아들어 고기와 물물교환을 했다. 거나한 술판에 싸움 잘 날이 없었던 때도 이 무렵이다. 일제시대에는 일본인 유곽이 들어차 포구에 창녀들이 진을 쳤다. 당시 거문리에는 우물이 12곳이나 있어 수백 척의 배들이 몰려들어도 식수 걱정이 없는 곳이었다. 영국군이나 일본인이 동·서도를 마다하고 굳이 거문리로 몰려든 것도 풍부한 식수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 거문도 사람들은 고등어보다 삼치를 더 가깝게 기억한다. 고등어 잡이가 경상도 선망배에 의해 독점되었고, 그 선망배들은 밤에 작업한 뒤 낮에 잠깐 항구에 들러 물만 얻어 싣고 떠나 주민생활과 깊은 관련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고등어는 모두 부산에 모였다. 그렇지만 폭풍이라도 불라치면 이곳에는 인근의 고깃배들이 몰려들어 며칠씩 묵어가는 바람에 골목길이 흡사 장터 같았다. 한 척에 수십명이 타던 시절, 어선 수십 척만 들이밀어도 그들이 푸는 돈이 만만치 않았다. 1970년대 중반을 지나며 거문도는 몰락의 길을 걷는다. 어족자원이 고갈되면서 더 이상 어로선단이 몰려들지도 않았고, 많은 거문도 사람들이 원해나 원양어선을 타고 외지로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지금은 오로지 갈치잡이만 성해 대부분의 주민들이 말린 갈치나 생갈치 위판으로 생계를 잇고 있다. 여기서 솟구친 의문 하나. 왜 60∼70년대 초반까지 엄청난 어획고를 올리던 거문도가 한순간에 몰락하게 되었을까. 사실 답은 간단하다. 한·일어업협정이 발효되면서 대일 청구권자금에 의한 노후 선박과 그물이 대거 유입되었다. 이를 계기로 ‘기다리며 잡던 어업’에서 ‘쫓아가 잡는 어업’으로 변신, 단기간에 엄청난 어획량을 올렸으나 그만큼 어자원은 급감했다. 여수에 위치한 국립수산과학원 남해수산연구소 김진영 박사의 말을 듣자.“삼치나 고등어는 떼를 지어 움직이는 외해종(外海種)이다. 서식 공간은 정해져 있고 먹이도 제한돼 있어 이들 어류는 자기 영역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런 고등어를 우리는 연간 20만∼40만t씩 잡아 올린다. 엄청난 양이다. 치어기의 생존 조건이 좋으면 일시적으로 급증하기도 하지만 어류 번성의 주기는 2∼3년이다. 확실히 우리의 ‘어획 강도’가 너무 높다. 샅샅이 뒤져 씨를 말리는 ‘완전어획’으로 연안을 찾아든 외해종 치어까지 모조리 잡아버려 결국 어자원 고갈에 이르게 된 것이다.” 결국은 ‘느림의 철학’이 여기서도 문제가 되고 있었다. 한 마리라도 더 잡아들이고 싶은 욕망은 끝이 없을 터이니 작은 놈들까지 싹쓸이할 것이 뻔한 이치 아닌가. 자원이 고갈되면서 우리는 고작해야 1년생 고등어를 사먹고 있으니, 이덕무가 ‘청장관전서’에서 말한 바 ‘소년어’를 잡아먹고 사는 격이다. ●또 하나의 명물, 100년된 등대 거문도에서 빠뜨릴 수 없는 곳이 또 있다. 바로 거문도 등대이다. 백도의 아름다운 절경도 소중하지만 이 섬의 역사를 알려면 이 등대를 찾는 게 훨씬 정확하다.1905년에 세워진 등대이니 내년이면 100년. 열강이 각축하던 100년 전에 등대가 세워졌다는 것은 거문도가 전략적 요충지라는 증거이기도 하다. 등대로 가는 바닷가 벼랑길은 지나치기 아까운 절경이다. 동백나무 터널을 수백m나 통과해야 한다. 등대가 없었더라면 지금까지 이만한 숲이 남아 있을 턱이 없다. 한준봉(56) 소장은 “등탑 자체가 문화유산 감인 데다가 숲조차 뛰어나서 연간 10만명에 가까운 관광객들이 몰려온다.”고 설명했다. 지금은 해양수산부에서 거액을 들여 새 단장을 하고 있다. 어디에서나 등대지기의 삶은 고달프다. 한 소장도 평생 오동도와 백야도, 소리도, 거문도 등 등대만을 돌아다녔다. 그는 아내의 출산 경험담도 털어놨다. 병원없는 절해고도에서 애를 낳는 바람에 자신이 직접 탯줄을 자르고 뒤처리까지 했다. 그렇게 아이를 키우다 앓기라도 할라치면 장장 6∼7시간이나 배를 타고 여수까지 나가야 했다. 이렇듯 등대지기의 애환은 끝이 없다. 이곳에는 한 소장 말고도 김계인(54)·한현성(29)씨 등 2명의 등대원 ‘홀아비’들이 더 있다. 이곳에 초임 발령을 받은 한씨는 총각이다. 결혼은 언제 할 거냐고 묻자 “등대에서 살겠다는 아가씨만 있다면….”이라며 말꼬리를 감춘다. 농촌 총각 문제는 익히 알려져 있지만 남들 모르는 ‘등대총각’은 어쩌랴. 혹시라도 동백꽃 피고 지는 등대섬에서 살 뜻이 있다면 누구든 나서 보시라. 마침 관사도 비어 있어 새 삶에 운이 트이기도 할 것이니. 단, 등대의 삶이 결코 낭만이 아니라는 점은 알아둘 것. 영국군 묘지, 등대 100년, 일본인 어촌은 언뜻 무관한 항목 같다. 그러나 여기에는 제국주의 열강의 각축이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거문도 위쪽 손죽도에는 왜구와 싸우다 장렬하게 전사한 이대원 장군의 사당이 있으니 이 역시 외세와 관련된 역사의 일부이다. 구한말 거문도의 지식인이었던 귤은(橘隱)은 거문항의 만(灣)을 삼호(三湖)라 명명했다. 호수처럼 잔잔하다는 뜻인데, 실제로 거문도는 역사 속에서 바람 잘 날이 없었다.
  • 75개 정부산하기관 첫 고객만족도 조사

    국민연금관리공단과 신용보증기금, 한국소비자보호원, 근로복지공단 등 75개 정부 산하기관에 대한 정부 차원의 고객만족도 조사가 1일 시작됐다. 정부 출자 공기업에 대한 고객만족도 조사는 5년 전부터 실시돼 왔으나 정부 산하기관에 대한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기획예산처가 주관하는 이번 조사는 내년 2월까지 10개 여론조사기관들이 실사를 벌인 뒤 주관사인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이 실사결과를 바탕으로 현황과 문제점을 분석, 내년 3월 초 기관별 개선방안을 내놓게 된다. 조사는 기관별로 주된 서비스와 그 대상을 파악해 일정 수준 이상의 신뢰도를 낼 수 있는 표본을 선정하고 친절도와 고객불만 사항, 개선점 등에 대한 질문서를 만들어 전화나 면담을 통해 설문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정부는 조사 결과를 정부산하기관 경영평가에 반영, 우수기관에 대해 기관장 인사나 예산배정 등에서 인센티브를 줄 계획이다. 기획예산처 관계자는 “국민과 접촉이 잦은 산하기관들의 서비스 품질과 국민 불만요인을 객관적으로 조사하기 위해 고객만족도 조사를 하게 됐다.”면서 “올해 조사 결과는 경영평가에서 7.5%의 배점으로 반영되며 앞으로 조사가 정착되면 반영비율을 더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충식기자 chungsik@seoul.co.kr
  • 백령도 밝힌 ‘여고생 심청’

    백령도 밝힌 ‘여고생 심청’

    북한 장산곶이 손에 잡힐 듯 눈 앞에 펼쳐진 서해 최북단의 백령도. 심청이 파도에 몸을 던져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한 ‘인당수’가 지척이다. 인천광역시 옹진군 백령면, 그 좁디 좁은 섬에서 꽃다운 소녀 최방주(17·백령종합고 2년)양은 중 3때부터 중국집 ‘철가방’을 들었다. 고등학교에 진학한 뒤에는 방학마다 쑥공장에서 일한다. 지난 여름에도 한달 동안 땀흘려 손에 쥔 15만원을 가족의 생계에 보탰다. 청소원인 어머니의 한달 수입 60만원으로는 대식구를 꾸려가기가 역부족인 탓이다. “또래들처럼 휴대전화나 맵시나는 옷이라도 사고 싶지 않았느냐.”는 철없는 질문에 방주는 “섬에서 전화 걸 일도 없고, 옷은 교복이면 된다.”고 했다. 넓디 넓은 푸른 바다가 소녀의 마음에서 욕심을 거두어갔을까. ●중3때부터 중국집 ‘철가방’ 배달 방주가 제6회 심청효행상을 타게 됐다는 소식에 이웃사람들은 “백령도 심청이가 받을 상을 받는다.”며 함께 기뻐했다. 담임인 김진세(43) 교사는 “한 번은 방주가 쪽지를 보냈는데 ‘반에 외톨이가 있는데 선생님이 신경을 많이 써달라.’는 내용이었다.”면서 “주위에 대한 마음 씀씀이가 각별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방주의 별명은 ‘억척 소녀’. 참고서 살 돈이 없어 올 봄에 받은 교과서가 벌써 헌책이 된 지 오래고, 바닷바람에 오금이 저리는 한 겨울에도 공부방이 없어 볕드는 베란다에 앉은뱅이 책상을 놓고 추위를 이긴다. 교내 마라톤대회에서 2년 연속으로 우승한 방주는 “지고는 못사는 성격이라서 뭐든지 열심히 한다.”며 활짝 웃었다. ●아버지는 3년전 간암으로 세상 떠 방주의 아버지는 2001년 7월 세상을 떴다. 어머니 박옥희(43)씨는 아버지가 간암으로 시한부 삶을 이어가던 4개월 동안 어린 딸에게 차마 사실을 말해줄 수 없었다. 방주는 어느 날 검은색 옷을 입고 뭍으로 나오라는 어머니의 전갈을 받고서야 아버지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를 알 수 있었다. 방주는 “깊어가는 병에 고통스러웠을 아버지에게 말 한마디 제대로 건네지 못한 것이 내내 가슴에 맺힌다.”고 더듬더듬 말을 이어가다 “아버지와 놀이공원 한번 함께 가보지 못했는데….”라며 결국 눈물을 뚝뚝 떨궜다. 어머니가 아버지의 병간호를 위해 육지로 나간 사이 대식구를 챙긴 것도 당시 중2였던 방주였다. 치매를 앓고 있는 친할머니(81)로 일주일에 한두차례는 대청소에 이불빨래를 해야 했다. 여기에 외할머니(84)와 남동생(17)까지 챙기는 가족의 버팀목이다. 방주네 가족은 아버지가 근무했던 한국통신의 관사에 머물고 있다.‘남매가 고교를 졸업할 때까지’라는 단서가 붙긴 했지만, 전세금을 마련할 형편이 되지 않는 가족에게는 뿔뿔이 흩어지지 않게 해주는 작지않은 배려이다. 방주는 “주위를 돌아보면 형편이 더 어려운 친구도 있다.”면서 “그래도 나는 행복한 아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족과 함께라면 부족해도 부족한 줄 모르고, 어려워도 어렵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면서 “우리보다 훨씬 많이 가져도 더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특수교육 전공 장애인교사 되고파” 꿈많은 방주는 대학에서 특수교육을 전공해 장애인을 가르치는 교사가 되고 싶다. 방주는 “주위의 도움으로 공부하고 살아갈 수 있었다.”면서 “그동안 받은 도움을 돌려주고 싶다.”고 마음 속에 간직해온 계획을 밝혔다. 해마다 전국에서 뽑은 12∼18세 효녀에게 주는 심청효행상은 가천문화재단이 1999년 제정한 것. 올해 효행상 본상 수상자인 방주는 새달 10일 인천시내에 있는 가천홀에서 상패와 장학금 200만원을 받는다. 방주는 뭍 나들이를 앞두고 “특별히 잘 한 것도 없다.”면서 “두 분 할머니와 어머니의 눈높이에서 불편하지 않게 해드리고, 밝은 마음으로 살아가려 노력했다.”고 소박하지만 실천은 쉽지않을 자신만의 효도관(觀)을 들려주었다. 글 백령도 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책꽂이]

    ●서서 걷는 악어 우뚝이(레오 리오니 글·그림, 김서정 옮김, 마루벌 펴냄) 기어다니지 않고 똑바로 설 수 있는 주인공 악어가 전혀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는 줄거리.4세 이하.8800원. ●사과야, 빨리 익어라(기시다 에리코 지음, 유문조 옮김, 사계절 펴냄) 노란 해님, 파랗고 빨간 사과들의 강렬한 색대비가 영유아의 색감을 키워주기에 그만이다.3세 이하.7500원. ●잘가요, 코끼리 할아버지!(로랑스 부르기뇽 지음, 차현인 옮김, 토마토하우스 펴냄) 꼬마 생쥐와 늙은 코끼리가 주인공. 만물의 존재가치, 생장과 소멸의 의미를 일깨우는 그림책.4∼6세.7500원. ●예솔아!(김원석 지음, 으뜸사랑 펴냄) 인기동요 ‘예솔아’의 작사가 김원석이 지은 72편의 생활동요와 동시집. 일상적 소재들이라 쉽고 재미있다. 초등1∼2학년까지.8500원. ●우주의 나이는 몇살일까?(박용기 지음, 고래실 펴냄) 고대에서 오늘날까지 인간이 자연현상의 비밀을 풀기 위해 도전해온 역사 되짚기. 초등3년 이상.8800원. ●전갈의 아이(낸시 파머 지음, 백영미 옮김, 비룡소 펴냄) 주인공 마트는 마약왕국을 다스리는 마테오의 클론(복제인간). 마테오는 마트를 통해 자신의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상받으려 한다. 뉴베리상을 세번이나 받은 작가의 미래소설. 초등고학년.1만 4000원. ●짐 크노프 이야기(전2권)(미하엘 엔데 지음, 선우미정 옮김, 길벗어린이 펴냄) ‘모모’의 작가 미하엘 엔데의 대표적 장편동화 시리즈. 주인공 짐과 기관사 루카스의 모험. 초등3년 이상. 각권 1만 2000원. ●세계의 불가사의(러셀 애시 지음, 강미라 옮김, 시공주니어 펴냄) ‘세계 7대 불가사의’를 포함해 고대에서 현대까지 위대한 건축물의 성과를 일람할 수 있는, 해설이 있는 건축도감. 초등생.1만 3000원.
  • 모래채취선 서해 침몰 5명사망 2명실종

    풍랑주의보가 내려진 서해상에서 항해중이던 모래 채취선이 침몰해 배에 타고 있던 선원 등 5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됐다. 군산해양경찰서는 15일 오전 5시50분쯤 전북 군산시 옥도면 어청도 서남방 20마일 해상에서 인천 선적 모래채취선 ‘증서 6호’(1556t급)가 침몰해 배에 타고 있던 선원과 채취회사 직원 등 7명이 모두 숨지거나 실종돼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해경은 이날 오후 사고해역에서 시신 5구를 인양했으나 신원은 파악하지 못했다. 다음은 사망·실종자 명단이다. ▲선장 이성우(51·부산시 사하구 괴정동) ▲기관사 이관식(53·부산시 부산진구 개금2동) ▲항해사 박인천(64·부산시 진구 당감동) ▲갑판장 강삼석(56·부산시 영도구 신선동) ▲갑판수 윤명석(57·부산시 영도구 대평동) ▲조리장 신인범(69·부산시 연제구 연산2동) ▲이지형(새부산종합상사 부장) 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인간시대]베스트 드라이버 선정된 애송이 기관사 유충식씨

    [인간시대]베스트 드라이버 선정된 애송이 기관사 유충식씨

    “평소처럼 조심스럽게 전동차를 몰았습니다. 운이 좋아서 ‘베스트 드라이버’에 뽑힌것 같아요.” 900여명에 이르는 서울지하철 1∼4호선 기관사 가운데 ‘올해의 최우수 기관사’로 선정된 유충식(34)씨. 지난달 열린 평가시험에서 이론과 기능, 응급 대응능력 등 여러 평가항목에서 8개 승무사업소 소속의 우수기관사 16명 가운데 최고점을 받았다. 그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경력 2년에 불과한 ‘애송이 기관사’가 최우수 기관사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별도의 채용과정이 있었는데 최근에는 기관사를 따로 뽑지 않아요. 대부분 승무원(차장)으로 입사해 일정기간 근무한 뒤 기관사교육을 거쳐 전동차 운전을 맡습니다. 저도 10년동안 일했는데 전동차의 문을 여닫는 차장은 기관사를 최종목적으로 하는 일종의 예비과정이죠.” 최우수 기관사 선발과정에는 차량에 실제 고장을 낸 뒤 대응능력을 살피거나 정차위치, 충격정도, 안전운행 등이 포함된다. 유 기관사도 자신이 운행하는 2호선에서 실전과 같은 테스트를 받았다. 정확한 운전을 해왔던 그는 습관대로 차량을 움직였다. 차장때 부터 전동차 운전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기관사 교육과정 등에서 열성을 보였다. 하지만 전동차 운행에는 열성만큼 애로사항이 존재한다. “차장으로 근무할 때 자살하려고 열차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가장 안타까웠어요.6년전쯤 한 여성이 딸 두명을 안고 구로공단역에서 철로에 뛰어들었는데 크게 다치기만 했을 뿐 죽지 않았어요. 끔찍했죠.” 전동차 운행중에 자살을 겪은 기관사들은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유 기관사는 아직까지 이같은 사고를 경험하지 않았다. 하지만 시민들의 부주의를 보면 몸에 핏발이 서는 것은 마찬가지다. “시민들은 항상 이용하니까 무의식적으로 행동합니다. 열차가 들어오는데도 불구하고 노란색 안전선 안에서 장난을 친다거나 일부러 철로에 뛰어내리는 시늉을 보이기도 해요. 술 취한 사람들은 아예 선로에 서서 소변을 보기도 합니다. 그 때마다 머리털이 곤두서곤하죠.” 그의 포부는 의외로 간단하다. 젊은 만큼 ‘빠진 부분을 하나씩 채워가는 것’이 목표란다. “도전한다는 자세로 시험을 봤는데 덜컥 상을 받게 됐습니다. 아직도 안전이나 서비스, 정비 등 부족한 부분이 많기 때문에 이런 점들을 차근차근 메워나가겠습니다.” 이유종기자 bell@seoul.co.kr
  • 김춘수 시인, 소월상 상금 불우이웃에

    지난 8월 기도폐색으로 쓰러져 분당 서울대병원 중환자실에 입원 중인 김춘수(82) 시인이 11일 제19회 소월시문학상 특별상 상금 300만원을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내놓았다. 김 시인은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제자인 류기봉(39) 시인을 통해 상금 전액을 한국복지재단(회장 김석산)에 전달했다. 류 시인은 “선생께서 입원하기 전 수상소식을 듣고 상금이 얼마든 소년소녀 가장들을 위해 써달라고 몇차례 말했다.”면서 “이같은 뜻을 주관사인 문학사상사에도 알렸고 가족들도 흔쾌히 동의했다.”고 전했다. 김 시인은 입원 후 지금까지 의식을 잃은 채 인공호흡기에 의지해 투병생활을 해오고 있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하나로·데이콤 “그들은 투기펀드”

    하나로·데이콤 “그들은 투기펀드”

    ‘씨티그룹의 파이낸셜 프로덕츠는 제2의 소버린?’ 지난 8일 마감된 두루넷 입찰에 하나로텔레콤-데이콤컨소시엄(데이콤+파워콤)간의 예상 구도를 깨고 씨티그룹 파이낸셜 프로덕츠INC도 매각 주관사인 삼정KPMG에 인수 의향서를 제출,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인수전이 ‘2자 구도’에서 ‘3자 구도’로 변한 것이다. 파이낸셜 프로덕츠는 국내에서 영업 중인 씨티그룹 글로벌증권사의 대주주로 알려졌다. 업계와 증권가에서는 사모펀드(개인 투자자들이 만든 것), 즉 부실채권 등을 산 뒤 비싸게 되파는 일종의 벌처펀드이며,SK 지분에 참여한 소버린과 비슷한 투기성 자금으로 보고 있다. 실체 없는 ‘페이퍼 컴퍼니’라는 말이다. ●파이낸셜 프로덕츠,“비싸게 먹고 나가겠다?” 회계법인 한 관계자는 “이 회사는 씨티그룹의 펀드”라고 말했다. 뉴욕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고 미국 증권거래소에 보고됐지만 사실상 ‘페이퍼 컴퍼니’의 일종으로 투자를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라는 것이다. 이 회사는 투자자 소개서에서도 인수 목적 및 인수사업 계획란에 “실제 운영업체는 나중에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소수의 투자자로부터 모은 자금을 주식·채권 등에 운용하는 사모펀드(벌처펀드)로 파악된다.”면서 “몇천억원을 운영 중인 씨티그룹내 글로벌증권회사 아래 300억원대의 선물거래를 하는 펀드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나로텔레콤,“그들은 투기성 단기펀드” 두루넷 인수에 강한 집착을 보여온 하나로텔레콤은 당황해 하면서도 파이낸셜 프로덕츠가 투기성 자금임을 강조했다. 관계자는 “인수에 참여한 제3업체인 파이낸셜 프로덕츠는 부실채권 인수를 통해 수익을 내는 업체로 알려졌다.”면서 “이 기업이 두루넷 입찰에 참여한 것은 회사를 인수, 회사 경영을 호전시켜 소버린처럼 구조조정을 거친 뒤 적당한 가격에 매각하고 나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증권사 애널 관계자도 “통신은 규제산업인 만큼 외국인 지분제한(49%)이 있어 국내 파트너 사업자 없이는 참여가 불가능하다.”면서 “주 인수자가 될 수 없는 자격미달의 외국 업체에 두루넷 실사를 허용해 기업 비밀을 열람토록 하는 것은 문제가 크다.”고 주장했다. 그는 “씨티그룹이 두루넷 채권을 갖고 있어 인수 가격을 올린 뒤 채권가도 올려 매각하거나 채권 보유 규모를 더 늘려 회사에 영향력을 높이려는 의도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나로 관계자도 두루넷의 노하우, 기술 등의 유출과 관련,“단기 시세차익을 노린 무자격 외국계 자본에 기업 실사자격을 줄지 여부를 법원은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데이콤,“궁극적으로 하나로와의 싸움” 데이콤도 부담스러워했다. 씨티그룹 파이낸셜 프로덕츠가 외국계 자본이라도 한국 파트너만 구하면 통신사업을 하는데 결격사유가 없어 난감해 했다. 관계자는 “주최측인 두루넷이 가격을 높이기 위해 초청했을 수도 있고 여러가지 가능성이 있지만 정말로 회사를 운영할 사람은 아니라고 본다.”면서 “두루넷 인수는 궁극적으로는 데이콤과 하나로텔레콤의 싸움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파이낸셜 프로덕츠가 부실채권 인수 전문업체인 만큼 궁극적으로 단기 차익을 노리고 들어오는 게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라면서 “예상했던 가격보다 더 높게 입찰에 참여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두루넷 입찰은 다음달 13일 있을 예정이다. 정기홍 주현진기자 hong@seoul.co.kr
  • ‘하루벌이’ 220만명… 당국선 파악조차 못해

    하루 하루를 벌어먹고 사는 220만 일용근로자들을 가장 괴롭히는 것은 일자리 부족이다. 지난해에 비해 건설경기 침체 등으로 일감이 크게 줄어들면서 50대·초보 일용근로자들은 사설 인력소개소로부터도 외면받는 등 큰 고통을 겪고 있다. 이들은 특히 부족한 일자리를 중국교포 등 외국 근로자들에게 내주고 분을 삼키고 있다. 인력시장에서 만난 이른바 ‘로터리사람’들은 “건설현장이나 음식점에 가보면 중국교포들이 절반 정도 차지한다.”고 입을 모으며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특히 겨울철 비수기로 접어들면서 안정적으로 일을 하던 일용직 노동자들도 일거리를 얻지 못할까 우려하고 있다. 김 모씨는 “1,2월에는 일자리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만큼이나 어렵다.”면서 “한달에 한두번 일을 나가고 걸인처럼 생활하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이들을 더욱 슬프게 하는 것은 정부는 물론 어느 누구도 자신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려 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들에게 고용보험은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다. 정부는 올해부터 일용근로자가 고용보험에 가입할 경우 실업수당 등의 혜택을 주는 ‘일용근로자 고용보험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새벽 인력시장을 찾는 건설 일용근로자가 실업수당을 받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주소지 불명자’‘자주 바뀌는 사업장’ 등 어려움도 있지만 업주나 건설회사, 인력개발회사도 고용보험가입을 회피하고 있다. 비수기 생활대책이 전무한 셈이다. 인력개발회사에서 고용보험을 안내하고, 가입해 주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일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남부인력개발 관계자는 “일용직이지만 고정적으로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고용보험을 들어 주고 싶으나 안되고 있다.”면서 “고용보험이 탁상공론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로터리사람’들은 고용보험에 대해 알지 못하거나 알아도 “우리와는 상관없다.”며 “정부에 알아 보라.”고 고개를 돌린다. 정부 관계자는 “100인 이상 사업장에 고용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있지만 아직 건설 일용노동자에게 혜택이 돌아가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관련 기관이나 관할 기초·광역단체에서는 일용직근로자에 대한 현황파악도 거의 안돼 있다. 취재를 하면 “소관사항이 아니다.”고 떠넘기기에만 급급했다. 강동형기자 yunbin@seoul.co.kr
  • 강근호 군산시장 구속

    전주지검 군산지청은 27일 강근호 전북 군산시장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했다. 검찰에 따르면 강 시장은 2003년 11월 관사에서 사무관 승진을 앞둔 C씨로부터 3000만원을 받는 등 2002년 11월부터 2004년 5월까지 사무관 승진 대상자 등 5명으로부터 수천만원씩 모두 1억 10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군산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국정원에 ‘우담바라’ 수곳서 발견

    불교에서 상서로운 꽃으로 불리는 우담바라가 국가정보원 내부에서 발견돼 화제다. 우담바라는 지난달 24일 청사 6동 5층에서 발견된 뒤 7층에서도 보였고, 이후 고영구 국정원장 관사의 뜰에서도 발견돼 관심을 끌고 있다. 국정원은 사찰이 아닌 곳에서 우담바라가 발견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주장한다. 국정원측은 우담바라를 길조라고 여기며 반기는 분위기다. 불교에서 우담바라는 여래(如來)가 태어날 때 피며 전륜성왕(轉輪聖王)이 나타날 때만 핀다는 꽃으로 사람이 목격하는 것은 좋은 징조라고 말하고 있다. 학계에서는 우담바라가 꽃이 아닌 풀잠자리 알 또는 곰팡이의 한 종류라고 보고 있다. 풀잠자리의 애벌레가 빠져나갈 때 알 껍질이 벌어지기 때문에 꽃이 핀 것으로 보일 수 있다는 얘기다. 곰팡이 중 점균류인 ‘슬라임 몰드’가 자라다가 한데 뭉쳐 위로 중기를 형성해 포자가 매달린 형태라고 보지만 아직 정확하게 과학적으로 규명되지는 않고 있다. 김준석기자 herme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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