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선열 5위 상해 천묘식 이모저모
◎국화에 싸인 영정주의 애국가 울러펴져/북한 자극않게 행사규모 대폭 축소/중국관리,“앞으로도 유해봉환 협조”
○…임시정부 선열 5위가 국내에 봉환되기에 앞서 5일 상오 중국 상해 만국공묘내에서 열린 천묘식은 애국가가 연주되는 속에 태극기에 대한 경례로 시작,32분동안 엄숙하게 거행.
만국공묘 한쪽에 설치된 제단에는 선열 5위의 영정과 옥함이 국화꽃속에 설치돼 경건한 천묘식 분위기를 한결 높여줬다.
이날 천묘식 식장에는 유해봉안에 따른 북한측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김영삼대통령과 3부요인의 화환은 설치하지 않았으며 애국가 봉창도 생략.
천묘식은 유족및 각계대표의 헌화 및 분향으로 끝났는데 임시정부 선열 5위들이 한창 독립운동을 할 때 즐겨부르던 「애국지사의 노래」가 식종료후 은은하게 울려퍼지기도.
「양자강 깊은 물에 낚시 드리우고 독립의 시절 낚던 애국지사들」이란 가사에서는 참석자들의 콧등이 시큰할 정도.
○…천묘식을 마친 선열 5위의 영정 및 옥함은 곧바로 버스에 옮겨져 상해 강교국제공항으로 출발.
선열5위의 영정 및 옥함은 이날 아침 봉환단이 타고온 KE6146 특별기편에 실려 상오11시34분 서울로 향했다.
○…이번에 봉환된 박은식선생등 임시정부요인 5위의 유해가 묻혀있던 중국 상해시 만국공묘는 중국의 민족지도자 손문선생의 부인 송경령여사의 이름을 따 「송경령능원」으로도 불리는 곳.
만국공묘 외국인 묘역에는 6백여묘의 외국인 묘가 들어서 있는데 우리 애국지사 유해의 경우 임정요인 5위를 포함,모두 10여위가 있다.
○…이번 임시정부 요인 봉환과 관련해 우리 정부는 감사의 표시로 10만달러를 만국공묘관리사무소에 전달.
○…중국측과의 봉환협상이 막바지에 이르자 북한측이 박은식·노백린·안태국선생등 3분의 고향이 황해도와 평남이라는 이유를 내세워 북한으로의 봉환을 중국측에 강력히 주장,한때 협상의 암초로 작용.우리측은 이에대해 임정요인 5위의 유가족들이 국내에 모두 있는 점을 강조,중국측을 설득했으며 중국은 당초의 수락의사를 재확인해 주면서 대신 북한을 자극하지 않도록 천묘행사 규모를 대폭 축소해 줄 것을 공식요청.
○…박은식·노백린·안태국선생의 묘가 지금까지 보존된 데는 한 독립운동가의 숨은 노력때문이었다.
지난 55년쯤 이들 3위의 유해가 원래 안치됐던 중국 상해의 정안사 공동묘지가 폐쇄되면서 무연고 묘로 분류돼 없어질 위기에 처하자 상해에 살고 있던 독립운동가 선우혁씨가 우여곡절끝에 만국공묘로 이장했다는 것.
선우씨는 안태국선생의 손녀사위로 당시 홍콩에서 무역중개상을 하던 이의석씨에게 연락,이장비 등을 융통받아 이장을 성사시켰다고.
○…선열 5위의 유해가 안장돼 있던 만국공묘관리처의 유국우소장(52)은 이번 유해봉환에 대해 『유족들의 요망에 따라 한국으로 유해를 봉환하게 됐다』면서 『이날을 위해 중국정부는 70여년간 선열들의 유골을 관리,보존해왔다』고 소감을 피력.
유소장은 『중국측은 인도주의적 입장과 중·한 양국간의 친선관계를 고려해 모든 봉환준비에 만전을 기하는 등 적극적으로 협조했다』면서 『앞으로도 계속 이같은 정신에 입각해 한국선열들의 유해봉환이 있을 경우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약속.
○…유족대표들은 3일 상오11시 상해에 미리 도착,4일 가진 유해발굴과 화장식에 참석했는데 임정수립 74년만에 유해를 모시게 된 한이 복받친듯 목이 메이고 눈가에는 이슬이 맺히는 모습.
파묘작업은 유족대표와 윤해중 상해주재 한국총영사등이 참석,가랑비가 뿌리는 가운데 흰가운을 입은 중국인 인부들이 묘석을 드러내는 것으로 시작.
발굴된 유골은 흰종이와 삼베가 깔린 목관에 모셔졌으며 목관은 붉은 천이 덮이고 그 위에 대형태극기가 덮여져 만국공묘에서 자동차로 20∼30분거리인 화장장 「용화빈의관」에서 화장됐다.
○…4일 상오8시30분부터 만국공묘 묘역에서 가랑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가운데 2시간가량 진행된 파묘식에서는 박은식신규식노백린김인전안태국선생의 순으로 길이 80㎝ 폭 40㎝의 유골항아리가 발견됐으나 진흙과 빗물이 뒤범벅돼서 유족들의 가슴을 메어지게 했다.
박은식선생의 유골은 하나하나 발견됐으나 두개골부분은 바스러진 채 몇점 조각으로만 거두어졌으며 신규식선생의 경우에는 유골항아리에 세개의 구멍이 뚫린덮개가 그런대로 잘 덮인 상태로 발굴됐다.
그러나 노백린선생의 유골항아리는 깨진 채 발견됐으며 김인전선생과 안태국선생의 유해를 담은 항아리도 덮개가 없는 상태였으며 선열 5위의 유해는 오랜 풍상으로 모두 시꺼멓게 변색이 돼 안타까움을 더했다.
□5위 봉환추진 일지
▲5·27=김영삼대통령,방한중인 전기침중국외교부장에게 유해봉환을 제의
▲6·3=중국정부,유해봉환 수락
▲6·23=국무회의서 임정 선열5위봉환 국민제전계획확정및 국민제전위원회(위원장 황인성국무총리)구성
▲6·29∼7·3=유해봉환 실무협의반 파견,이장절차와 의식관계등 합의
▲7·30=「임정의 역사적 재조명」이란 주제로 학술회의 개최
▲8·3=유족대표 상해도착
▲8·4=상해 만국공묘에서 파묘및 화장
▲8·5=만국공묘에서 한국식으로 천묘행사 거행.김포공항서 유해봉영행사,국립묘지 영현봉안관에 안치
▲8·5∼9=3부요인을 비롯한 시민·학생등 일반인 참배및 분향
▲8·10=영결식및 유해안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