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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集安 역사현장을 가다] ‘고구려 빼앗기’ 中정부가 나섰다

    [集安 역사현장을 가다] ‘고구려 빼앗기’ 中정부가 나섰다

    최근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고구려 유적들이 생생하게 살아 숨쉬는 중국의 지린(吉林)성 지안(集安)은 요즘 축제 분위기에 휩싸여 있다.신의주 접경도시인 단둥(丹東)에서 압록강을 따라 220㎞를 달려 도착한 지안시는 첫눈에도 활기가 가득했다.인구 23만명에 불과한,지안시는 고구려의 두번째 수도 국내성(國內城)이 위치했던 지역으로 시내 곳곳에 1만 3000여개의 고구려 유적들이 산재해 있다.거리마다 ‘세계문화유산 지정’을 알리는 붉은색 경축 현수막들을 요란하게 내걸었다.최근 국내외 관광객들도 호텔마다 밀려드는 상황이다. |지안(集安·중국 지린성) 오일만특파원|작년 3월부터 금지됐던 외국인 관광이 세계 문화유산 지정과 함께 지난 3일부터 재개됐고 19일 저녁부터 3일동안 지안시에는 대대적인 ‘세계 문화유산 경축행사’가 열리고 있다. 중국 국가관광국과 지린(吉林)성 정부 주최로 열리는 이번 행사는 중국의 내로라하는 유명 가수들의 축하 콘서트와 각종 문화행사들이 다채롭게 펼쳐진다.전국에서 1000여명이 초청된 이번 행사는 중앙TV(CCTV)로 전국에 방송,국가적 축제 분위기로 몰아가려는 계산이 깔려있는 듯하다. ●중국정부의 치밀한 문화유산 보호 중국 정부가 제2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회의(WHC) 총회에서 고구려의 옛 수도였던 지안의 고구려 유적들을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하기까지 급조된 것처럼 보이지만 치밀한 준비가 있었음이 확인됐다.지안시는 지난해 초 북한이 동명왕릉 주변 고분군 등 고구려 유적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해 줄 것을 신청하자 곧바로 ‘정지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AD 3년부터 427년(장수왕 15년) 평양성 천도까지 역대 고구려 왕들의 황궁터에 건설된 지안시 정부청사를 지난해 4월 철거한 것으로 확인됐다.세계문화유산 신청 후 유네스코의 실사에 대비한 것으로,고구려 유적 보전에 대한 중국측의 노력을 부각시키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시내 도심인 야장루(鴨江路)에 방치됐던 성곽 유적도 지난해 4월부터 부랴부랴 녹색 철책을 세워 보호에 나섰다는 것이 현지인들의 전언이다. 한 주민은 “지안 시내에 있던 성곽의 높이가 10년전만 해도 3∼4m로 높았으나 주민들이 성곽을 쌓았던 화강암을 건축 자재로 마음대로 사용해 지금은 1∼2m로 낮아졌다.”고 증언했다.종전 중국 정부의 고구려 유적 보호가 얼마나 허술했는지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시 정부는 유적 보호를 위해 성곽 주변에 난립한 아파트들을 내년 6월까지 철거할 것으로 알려졌다.중국 정부가 고구려 문화유적을 자신의 역사에 편입한 뒤,세계 문화유산 지정이란 형식으로 기정사실화시키려는 의도를 곳곳에서 감지할 수 있었다. ●인근 민가도 강제 철거시켜 지안 시내에서 동북 방향으로 자동차로 10분을 가면 그 유명한 광개토대왕비(廣開土王碑)를 볼 수 있다.중국인들은 이 비석을 하오타이왕베이(好太王碑)로 부른다.서기 414년 장수왕이 아버지 광개토대왕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세운 것이다. 잔디밭으로 곱게 단장된 매표소 정문 옆에는 ‘강한 경제도시를 목표로 관광 경제를 일으키자(以建設經濟强市爲目標 做强做優旅游經濟)’는 현수막이 보인다.지안시와 중국 정부가 세계문화유산 지정을 계기로 세계 관광객들을 끌어모으겠다는 강렬한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 높이 6.39m,무게 37t의 비석에 모두 1775자가 빼곡히 적혀있지만 주위 4면을 방탄유리가 에워싸고 있어 가뜩이나 판독이 어려운 비문을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붉은색 4각 기와지붕 아래에 보전된 광개토대왕비 주변엔 중국인과 한국인 관광객들이 뒤섞여 안내원들의 설명을 듣느라 여념이 없었다.중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고구려 역사가 중국사의 일부”라고 강변하는 중국 안내원들을 지켜보면서 ‘동북아 역사 전쟁’이 막이 올랐음을 새삼 실감했다. 광개토대왕비에서 자동차로 5분거리에 ‘동방의 피라미드’로 불리는 장군총(將軍塚)이 우뚝 솟아있다.용산(龍山) 기슭에 위치한 장군총은 수려한 자연환경과 어우러져 경외감마저 자아낼 정도다. 높이 12.4m의 계단식 피라미드형 7층무덤으로 중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양식이라고 전문가들은 전한다.장군총 부근에 광개토대왕 비석이 있어 광개토대왕릉으로 보는 견해도 있지만 일부에서는 장수왕의 무덤으로 추측하기도 한다. 장군총은 대다수 고구려 유적과 달리 접근이 가능했고 5층에 있는 묘실 내부로 들어갈 수 있었지만 사진 촬영은 금지됐다.7층 꼭대기에 올라서자 광개토대왕의 무덤으로 알려진 태왕릉(太王陵)과 광개토대왕비가 한눈에 들어왔고 압록강을 사이에 둔 북한의 만포(滿浦)도 보였다. 왕과 귀족들이 거주했던 국내성(國內城)과 달리 지안 시내에서 서북쪽으로 5㎞ 정도 떨어진 환도(丸都)산성은 삼성산 기슭에 자리잡은 천혜의 요지였다.외적 침입에 대비,군사들이 거주했다는 환도산성은 당시 성곽이 뚜렷하게 남아있었다. 시 정부는 지난해 외부인 공개 금지 기간 동안 장군총 주변의 민가 500여채를 강제로 철거시켰다.이곳의 관광 안내원은 “지난해 4월부터 장군총 주변 타이왕춘(太王村)에 난립했던 민가들이 지안시 정부의 지시로 시 인근으로 옮겨졌고 대신 잔디와 나무를 심어 유적 주변을 깨끗이 정돈했다.”고 전했다. 지안시 정부 청사 앞에서도 100여명의 시위 군중들이 모여있었다.세계문화유산 지정과 함께 지안시에서 환경 오염을 이유로 삼륜 모터차 운행을 전면 금지하자 생계가 막연한 운전사들이 집단 행동에 나선 것이다.세계문화유산 지정에 따른 후유증이 곳곳에 남아있는 셈이다. ●역사 왜곡현장 지안시 박물관 중국 정부가 8000만위안(120억원)의 예산을 들여 보수한 지안시 박물관은 지난 3일 세계문화유산 지정과 함께 다시 문을 열었다.단층으로 이뤄진 이 박물관은 이곳에서 발굴된 유물 중 350여점이 전시 중이다. 박물관 머릿돌에는 ‘고구려가 중국고대 소수민족이며 지방정권의 하나(中國東北少數民族與地方政權之一)’라고 분명히 못을 박았다.바로 역사 왜곡의 현장을 포착한 것이다. 이 머릿돌의 글귀는 고구려 역사를 중국 역사에 편입시키려는 동북공정(東北工程) 프로젝트가 중국 역사학계 일부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이 아닌,중국 정부가 주도적으로 관여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인 셈이다.중국 정부가 운영하는 박물관에서 일부 학계의 주장을 버젓이 명문화시킨 의도는 분명 고구려 역사의 자국 역사 편입 이외에 다른 이유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박물관에 배치된 안내원들도 관광객들을 상대로 “고구려는 과거 동북지역의 고대 문명 국가이기 때문에 고구려 역사는 중국의 고대사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이 안내원은 당시 고구려에서 통용되던 동전 등을 가리키며 “고구려는 자체적으로 제조한 돈이 없어 당시 중국 왕조의 것을 사용했다.”며 “이는 고구려가 중국의 지방정권의 하나였음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강변하기도 했다. ●세계적 관광도시 기대감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중국측 고구려 유적의 정식명칭은 ‘고대 고구려 왕국의 수도와 무덤군’이다.랴오닝(遼寧)성 환런(桓仁)현의 오녀(五女)산성,지린(吉林)성 지안(集安)의 환도산성,둥거우(洞溝) 고분군,광개토대왕비와 태왕릉,장군총,오회분 및 산성 주변의 왕자묘(王字墓) 등이 들어있다. 고구려 유산의 집합지 지안시는 세계 문화유산 지정과 함께 국제 관광도시가 될 것이란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시내 곳곳에는 벌써부터 호텔 신축과 도로 포장 공사가 한창이다.현재 2∼3성급 호텔 2개를 포함,10개의 호텔을 보유한 지안시는 내년까지 20개로 늘린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거리 곳곳에 내걸린 ‘고구려 문명을 널리 알려 관광산업을 일으키자(弘揚古城文明 發展旅游經濟)’는 현수막이 지안시 주민들의 마음을 고스란히 전달하고 있다. 지안의 한 여행사 관계자는 “지난해는 사스와 고구려 유적의 외부공개 금지로 3000명에 불과한 관광객이 올해는 1만명,내년에는 2만∼3만명으로 급증할 것”이라며 “고구려 유적과 백두산 관광을 묶는 상품을 개발하면 지안시가 동북지방 최고의 관광도시가 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oilman@seoul.co.kr
  • [集安 역사현장을 가다] ‘고구려 빼앗기’ 中정부가 나섰다

    최근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고구려 유적들이 생생하게 살아 숨쉬는 중국의 지린(吉林)성 지안(集安)은 요즘 축제 분위기에 휩싸여 있다.신의주 접경도시인 단둥(丹東)에서 압록강을 따라 220㎞를 달려 도착한 지안시는 첫눈에도 활기가 가득했다.인구 23만명에 불과한,지안시는 고구려의 두번째 수도 국내성(國內城)이 위치했던 지역으로 시내 곳곳에 1만 3000여개의 고구려 유적들이 산재해 있다.거리마다 ‘세계문화유산 지정’을 알리는 붉은색 경축 현수막들을 요란하게 내걸었다.최근 국내외 관광객들도 호텔마다 밀려드는 상황이다. |지안(集安·중국 지린성) 오일만특파원|작년 3월부터 금지됐던 외국인 관광이 세계 문화유산 지정과 함께 지난 3일부터 재개됐고 19일 저녁부터 3일동안 지안시에는 대대적인 ‘세계 문화유산 경축행사’가 열리고 있다. 중국 국가관광국과 지린(吉林)성 정부 주최로 열리는 이번 행사는 중국의 내로라하는 유명 가수들의 축하 콘서트와 각종 문화행사들이 다채롭게 펼쳐진다.전국에서 1000여명이 초청된 이번 행사는 중앙TV(CCTV)로 전국에 방송,국가적 축제 분위기로 몰아가려는 계산이 깔려있는 듯하다. ●중국정부의 치밀한 문화유산 보호 중국 정부가 제2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회의(WHC) 총회에서 고구려의 옛 수도였던 지안의 고구려 유적들을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하기까지 급조된 것처럼 보이지만 치밀한 준비가 있었음이 확인됐다.지안시는 지난해 초 북한이 동명왕릉 주변 고분군 등 고구려 유적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해 줄 것을 신청하자 곧바로 ‘정지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AD 3년부터 427년(장수왕 15년) 평양성 천도까지 역대 고구려 왕들의 황궁터에 건설된 지안시 정부청사를 지난해 4월 철거한 것으로 확인됐다.세계문화유산 신청 후 유네스코의 실사에 대비한 것으로,고구려 유적 보전에 대한 중국측의 노력을 부각시키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시내 도심인 야장루(鴨江路)에 방치됐던 성곽 유적도 지난해 4월부터 부랴부랴 녹색 철책을 세워 보호에 나섰다는 것이 현지인들의 전언이다. 한 주민은 “지안 시내에 있던 성곽의 높이가 10년전만 해도 3∼4m로 높았으나 주민들이 성곽을 쌓았던 화강암을 건축 자재로 마음대로 사용해 지금은 1∼2m로 낮아졌다.”고 증언했다.종전 중국 정부의 고구려 유적 보호가 얼마나 허술했는지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시 정부는 유적 보호를 위해 성곽 주변에 난립한 아파트들을 내년 6월까지 철거할 것으로 알려졌다.중국 정부가 고구려 문화유적을 자신의 역사에 편입한 뒤,세계 문화유산 지정이란 형식으로 기정사실화시키려는 의도를 곳곳에서 감지할 수 있었다. ●인근 민가도 강제 철거시켜 지안 시내에서 동북 방향으로 자동차로 10분을 가면 그 유명한 광개토대왕비(廣開土王碑)를 볼 수 있다.중국인들은 이 비석을 하오타이왕베이(好太王碑)로 부른다.서기 414년 장수왕이 아버지 광개토대왕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세운 것이다. 잔디밭으로 곱게 단장된 매표소 정문 옆에는 ‘강한 경제도시를 목표로 관광 경제를 일으키자(以建設經濟强市爲目標 做强做優旅游經濟)’는 현수막이 보인다.지안시와 중국 정부가 세계문화유산 지정을 계기로 세계 관광객들을 끌어모으겠다는 강렬한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 높이 6.39m,무게 37t의 비석에 모두 1775자가 빼곡히 적혀있지만 주위 4면을 방탄유리가 에워싸고 있어 가뜩이나 판독이 어려운 비문을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붉은색 4각 기와지붕 아래에 보전된 광개토대왕비 주변엔 중국인과 한국인 관광객들이 뒤섞여 안내원들의 설명을 듣느라 여념이 없었다.중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고구려 역사가 중국사의 일부”라고 강변하는 중국 안내원들을 지켜보면서 ‘동북아 역사 전쟁’이 막이 올랐음을 새삼 실감했다. 광개토대왕비에서 자동차로 5분거리에 ‘동방의 피라미드’로 불리는 장군총(將軍塚)이 우뚝 솟아있다.용산(龍山) 기슭에 위치한 장군총은 수려한 자연환경과 어우러져 경외감마저 자아낼 정도다. 높이 12.4m의 계단식 피라미드형 7층무덤으로 중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양식이라고 전문가들은 전한다.장군총 부근에 광개토대왕 비석이 있어 광개토대왕릉으로 보는 견해도 있지만 일부에서는 장수왕의 무덤으로 추측하기도 한다. 장군총은 대다수 고구려 유적과 달리 접근이 가능했고 5층에 있는 묘실 내부로 들어갈 수 있었지만 사진 촬영은 금지됐다.7층 꼭대기에 올라서자 광개토대왕의 무덤으로 알려진 태왕릉(太王陵)과 광개토대왕비가 한눈에 들어왔고 압록강을 사이에 둔 북한의 만포(滿浦)도 보였다. 왕과 귀족들이 거주했던 국내성(國內城)과 달리 지안 시내에서 서북쪽으로 5㎞ 정도 떨어진 환도(丸都)산성은 삼성산 기슭에 자리잡은 천혜의 요지였다.외적 침입에 대비,군사들이 거주했다는 환도산성은 당시 성곽이 뚜렷하게 남아있었다. 시 정부는 지난해 외부인 공개 금지 기간 동안 장군총 주변의 민가 500여채를 강제로 철거시켰다.이곳의 관광 안내원은 “지난해 4월부터 장군총 주변 타이왕춘(太王村)에 난립했던 민가들이 지안시 정부의 지시로 시 인근으로 옮겨졌고 대신 잔디와 나무를 심어 유적 주변을 깨끗이 정돈했다.”고 전했다. 지안시 정부 청사 앞에서도 100여명의 시위 군중들이 모여있었다.세계문화유산 지정과 함께 지안시에서 환경 오염을 이유로 삼륜 모터차 운행을 전면 금지하자 생계가 막연한 운전사들이 집단 행동에 나선 것이다.세계문화유산 지정에 따른 후유증이 곳곳에 남아있는 셈이다. ●역사 왜곡현장 지안시 박물관 중국 정부가 8000만위안(120억원)의 예산을 들여 보수한 지안시 박물관은 지난 3일 세계문화유산 지정과 함께 다시 문을 열었다.단층으로 이뤄진 이 박물관은 이곳에서 발굴된 유물 중 350여점이 전시 중이다. 박물관 머릿돌에는 ‘고구려가 중국고대 소수민족이며 지방정권의 하나(中國東北少數民族與地方政權之一)’라고 분명히 못을 박았다.바로 역사 왜곡의 현장을 포착한 것이다. 이 머릿돌의 글귀는 고구려 역사를 중국 역사에 편입시키려는 동북공정(東北工程) 프로젝트가 중국 역사학계 일부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이 아닌,중국 정부가 주도적으로 관여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인 셈이다.중국 정부가 운영하는 박물관에서 일부 학계의 주장을 버젓이 명문화시킨 의도는 분명 고구려 역사의 자국 역사 편입 이외에 다른 이유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박물관에 배치된 안내원들도 관광객들을 상대로 “고구려는 과거 동북지역의 고대 문명 국가이기 때문에 고구려 역사는 중국의 고대사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이 안내원은 당시 고구려에서 통용되던 동전 등을 가리키며 “고구려는 자체적으로 제조한 돈이 없어 당시 중국 왕조의 것을 사용했다.”며 “이는 고구려가 중국의 지방정권의 하나였음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강변하기도 했다. ●세계적 관광도시 기대감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중국측 고구려 유적의 정식명칭은 ‘고대 고구려 왕국의 수도와 무덤군’이다.랴오닝(遼寧)성 환런(桓仁)현의 오녀(五女)산성,지린(吉林)성 지안(集安)의 환도산성,둥거우(洞溝) 고분군,광개토대왕비와 태왕릉,장군총,오회분 및 산성 주변의 왕자묘(王字墓) 등이 들어있다. 고구려 유산의 집합지 지안시는 세계 문화유산 지정과 함께 국제 관광도시가 될 것이란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시내 곳곳에는 벌써부터 호텔 신축과 도로 포장 공사가 한창이다.현재 2∼3성급 호텔 2개를 포함,10개의 호텔을 보유한 지안시는 내년까지 20개로 늘린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거리 곳곳에 내걸린 ‘고구려 문명을 널리 알려 관광산업을 일으키자(弘揚古城文明 發展旅游經濟)’는 현수막이 지안시 주민들의 마음을 고스란히 전달하고 있다. 지안의 한 여행사 관계자는 “지난해는 사스와 고구려 유적의 외부공개 금지로 3000명에 불과한 관광객이 올해는 1만명,내년에는 2만∼3만명으로 급증할 것”이라며 “고구려 유적과 백두산 관광을 묶는 상품을 개발하면 지안시가 동북지방 최고의 관광도시가 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oilman@seoul.co.kr
  • [12일 TV 하이라이트]

    ●심야스페셜(MBC 밤 12시20분) 2004년,최초로 평양 땅을 밟게 된 11명의 한국 어린이들의 4박 5일간의 평양 대장정을 따라가 본다.평양 시내,단군릉,동명왕릉 등 주요 볼거리와 처음 먹어보는 북한의 음식들,북한의 일반 소학교 등이 공개된다.남북한 어린이들이 어깨동무를 하고 한마음이 되는 현장을 담는다. ●사이언스+(YTN 오전 8시30분) 현재,교육인적자원부가 진행중인 초·중·고등학교 과학실험실의 현대화,제7차 교육과정에서 비중이 더 커진 과학실험실수업.아이들은 아직도 실험수업이 지루하다.과학 선생님들이 과학실험수업을 부담스러워하는 것인지,과연 무엇이 해결되어야 하는지,그 현장을 찾아가본다. ●문화센터(EBS 오전 11시) 녹즙은 신체의 노폐물을 밖으로 쓸어 내리기 때문에 다이어트와 몸매관리에 탁월한 효과를 나타낸다.물만 먹어도 살이 찌는 체질에서 노폐물과 잉여지방을 시원하게 배출하는 체질로 바꾸는 방법을 알아본다.소화를 돕는 토마토,양배추 등과 함께 다이어트에 효과적인 녹즙을 만들어본다. ●리얼TV〈경찰24시〉(iTV 오후 10시50분) 형사라는 이름으로 범죄의 뒤만 쫓던 그들의 숨은 뒷이야기.반장님 생일날 있었던 일,만능 수리공 김준복 형사,노총각 안병준 형사가 인기있는 이유,금연을 선포한 류수열 형사 그 이후,아내사랑 아기사랑 전남훈 형사 등 그들의 가려진 일상을 쫓아가 본다. ●야심만만 만명에게 물었습니다(S BS 오후 11시5분) 파트너가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는 앞에서 그의 애인을 유혹할 때.애인이 바로 옆에 있는데 그 애인에게 접근하는 유형을 살펴본다.10대부터 40대까지 남녀 1만명의 이야기를 들어본다.또한 ‘남자의 의리란 어떤 행동을 했을 때 나타날까?’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아름다운 유혹(KBS2 오전 9시) 세희는 갑작스러운 복통으로 쓰러진다.아파트 문을 두드리던 재혁은 세희의 행방을 수소문하고,응급실로 실려간 세희는 의사의 소견을 기다린다.밤 늦게까지 아파트 앞에서 기다리던 재혁은 세희와 마주치자 왜 말을 안했냐고 화를 내고,세희는 낙태를 하고 오는 길이라고 차갑게 말한다. ●한민족 리포트(KBS1 밤 12시) 남 플로리다에서 손꼽히는 건축설계회사 ‘송&어소시에이츠’의 대표 송영.최근 본격적인 관광도시로의 탈바꿈을 위해 건축붐이 불고 있는 팜 비치에서 가장 바쁜 여성 중 한명이다.동양 여성이 백인 남성들의 벽이 높은 건축계에서 탄탄한 지금의 회사를 이룬 성공비결은 무엇일까. ˝
  • 수출 항로 제3세계로 돌린다

    한국 경제의 유일한 버팀목인 수출의 신장세를 이어가려는 기업들의 새로운 개척지 확보노력이 치열하다. 내수 침체의 해소 기미가 보이지 않는 데다 하반기에 수출마저 둔화될 것이라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대표적 ‘캐시카우(현금창출원)’로 급부상한 곳으로는 러시아와 아프리카가 꼽힌다. ●자동차 러시아·동구권 ‘질주’ 대기업들은 고유가 덕택으로 소비가 늘고 있는 러시아를 주목하고 있다.러시아는 천연가스 매장량 세계 1위,원유매장량 8위의 자원대국이다. 현대차는 이달 초 폴란드에 있던 동유럽 지역본부를 모스크바로 이전,신(新)동구 공략에 ‘시동’을 걸었다.현재 신동구 지역에서 4만대 수준인 판매량을 2010년 10만대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것이다. 러시아로 옮긴 동유럽 지역본부는 발틱 3개국을 제외한 러시아 등 CIS(독립국가연합) 12개국과 루마니아,불가리아를 비롯한 동유럽권 7개국 등 EU 미가입 19개국의 판매·사후보상서비스를 관할한다.러시아에서 현대차는 올해 지난해보다 140% 늘어난 3만 5000대를 팔 계획이다. IT(정보기술) 분야의 러시아 공략도 가속화하고 있다.지난 98년 러시아 GSM(유럽형 이동전화) 사업자인 NTC를 인수한 KT는 극동 러시아지역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NTC는 현재 80만명인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전체 가입자의 41%를 확보,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러시아에서 올 1·4분기 휴대전화 500만여대(점유율 22.5%)를 팔아 노키아·모토로라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LG전자는 에어컨시장을 집중 공략 중이다.지난 3월에는 러시아 언론으로부터 에어컨,진공청소기,오디오부문의 러시아 ‘국민 브랜드’로 선정됐다. 건설업계도 러시아를 제 2의 중동으로 인식,적극적인 공략에 나서고 있다.LG건설은 올해 초 러시아 타타르스탄자치공화국에서 3500만달러어치의 석유화학공장 건설공사를 따낸데 이어 26억달러 규모의 정유공장 및 석유화학플랜트 수주를 추진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최근 사할린 남쪽 코르사코프 항구 인근에 건설되는 7750만달러 규모의 LNG(액화천연가스) 플랜트 공사를 수주했다. ●가전업계 아프리카 쟁탈전 삼성전자와 LG전자는 100억달러 이상으로 추정되는 아프리카 가전시장을 잡기 위해 뛰고 있다.삼성 윤종용 부회장과 LG 김쌍수 부회장이 최근 아프리카를 방문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6월 나이지리아에 에어컨 조립공장을 가동,연 10만대 생산 능력을 갖췄다.마케팅 활동과 ‘삼성’ 브랜드 이미지 강화를 위해 최근 모로코 최대 관광도시 카사블랑카에서 열린 여자 마라톤 대회를 후원하기도 했다.케냐·탄자니아·우간다 등 중앙아프리카에서도 지난해 대비 25% 이상 매출 증대를 기대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주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 등이 참석한 가운데 ‘LG 익스트림 스포츠’ 후원을 알리는 발표회를 가졌다.LG전자는 지난 4월 나이지리아 라고스에서 FIFA(국제축구연맹)이 공인하는 A매치 대회인 ‘2004LG컵 국제축구대회’를 개최했다.인기스포츠 후원을 통해 LG브랜드를 알리려는 전략이다. LG전자는 남아공·모로코·나이지리아·이집트를 거점으로 1개의 생산법인(이집트)과 3개의 판매법인(남아공·모로코·나이지리아)을 운영하고 있다.지난해 5억달러였던 아프리카 매출을 올해 7억 5000만달러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수출시장 다변화는 지속적인 수출신장세 유지에 긍정적으로 작용하지만 리스크도 만만치 않다.러시아나 아프리카의 경우 아직 국제적인 상관행이 엄격히 정착됐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오승구 선임연구원은 “러시아는 현재 동구권보다 외국인 투자관련 법규가 더 불투명하다.”면서 “특히 건설업 등은 자금 회수가 가능한지 여부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곤 류길상 김경두기자 sunggone@seoul.co.kr˝
  • [서울탱고] 김용만의 ‘남원의 애수’

    ‘춘향’은 가장 한국적인 여인으로 그려진다. 임자년 사월 초파일생(당시 16세) 꽃다운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권력을 앞세운 탐관오리 변학도의 수청을 거절하고 꿋꿋이 정절을 지킨 미인. 춘향전의 무대 전북 남원시는 지금도 ‘정절의 고장’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도령과 춘향이가 처음 만났던 오작교가 있는 광한루 일원에서는 매년 세계적인 향토축제 ‘춘향제’가 열리고 있다. 춘향전과 관련된 영화,논문,그림,사진 등 각종 문헌과 작품들이 수없이 많지만 대중가요 또한 빼놓을 수 없다. 1953년 가수 김용만씨의 데뷔작인 ‘남원의 애수’는 1950∼60년대를 주름잡은 전국민의 애창가요다. 최근까지도 노래방에서 남원의 애수를 못 부르면 ‘뽕짝’의 원조를 모르는 사람으로 분류되고 있다. 한양천리 떠나간들 너를 어이 잊을소냐/성황당 고개마루 나귀마저 울고넘네/춘향아 울지마라 달래였건만/대장부 가슴속을 울리는 님이야/아∼∼ 어느 때 어느 날짜 함께 즐겨 웃어보나. 알쌍급제 과거보는 한양이라 주막집에/희미한 등잔불이 도포자락 적시였네/급제한 이도령은 즐겨왔건만/옥중에 춘향이가 그리는 님이여/아∼∼ 어느 때 어느 날짜 그대품에 안기려나. 약간 허스키한 목소리의 김용만씨가 부른 이 노래는 6·25전쟁 이후 어려웠던 사회분위기와도 맞아떨어져 어린아이에서 어른까지 누구나 함께 부르는 대 히트곡이었다. 김부해 작사 김화영 작곡의 ‘남원의 애수’가 남녀노소 모든 계층으로부터 사랑을 받았던 것은 누구나 한번쯤은 ‘이별’에 관한 아픔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음의 오르내림이 구성져 듣기 좋고 따라부르기 쉬운 특성을 가진 것도 이 노래가 대 유행한 주요인이다. 한번 들으면 쉽게 기억할 수 있는 이 노래의 클라이맥스는 ‘춘향아 울지마라’하며 눈을 질끈 감고 가슴을 쥐어짜내는 감정을 듬뿍 실어 마음껏 소리를 지르는 대목. 라디오조차 제대로 보급되지 못했던 시기여서 ‘전파사’나 ‘라디오방’ ‘레코드가게’ 등에서 이 노래를 틀어놓으면 길가던 사람들이 한동안 멈춰서서 흥에 취하기도 했다. 유난히 고급 요정이 많았던 남원에서는 ‘남원의 애수’를 불러야만 술맛이 나던 시절이 있었다. 남원 출신 전직 언론인 이금택(61)씨는 “젊은 시절 젓가락 장단에 맞춰 수없이 불렀던 노래가 바로 남원의 애수였다.”면서 “술이 한순배 돌아 취기가 오르면 기분이 좋을 때나 슬플 때나 이 노래를 목이 터져라 부르곤 했었다.”고 그 시절을 떠올렸다.남원의 애수는 배호씨가 우수에 잠긴 목소리로 다시 불러 70∼80년대까지 그 유행은 맥이 끊이지 않았다.근래에도 주현미씨가 신바람나는 트로트 곡으로 리메이크해 신세대들 사이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이도령과 성춘향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가 피어오른 남원은 2000년대 들어 새로운 관광도시의 면모를 갖춰가고 있다.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떨쳤던 요정들은 모두 자취를 감추었지만 가족과 연인들이 즐겨 찾아가는 관광지로 각광받고 있다. 광한루원에는 보물 281호인 광한루를 비롯해 오작교,완월정,연지,월매집,춘향관,야생화 꽃밭 등이 아기자기하게 배치돼 있다.인근에는 토산품 판매점과 맛좋기로 유명한 음식점들도 즐비하다.광한루원 앞을 흐르는 요천은 달에 오를 수 있다는 승월교,음악분수,동편제거리,체육시설 등이 조성돼 있어 관광객들의 발길이 줄을 잇고 있다. 이도령과 춘향의 사랑처럼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백년해로하고 싶어하는 연인들과 신혼부부들도 이곳을 많이 찾는다.요천변에는 4월에는 벚꽃,5월부터는 장미꽃이 가득 피어나 ‘사랑을 꽃피우는 명소’로 유명하다. 남원관광단지에는 국립민속국악원,춘향문화예술회관,춘향테마파크 등이 들어서 있다. 올해부터는 국립공원 지리산과 연계한 세계허브축제가 열려 ‘춘향의 향기’를 상품화시켰다. 고층아파트가 즐비하게 들어선 남원시는 비록 고색창연한 옛맛을 다소 잃기는 했지만 아직도 ‘남원의 애수’를 만끽할 수 있는 도시다.원형이 잘 보존된 광한루와 지리산 등 주변 관광지를 둘러보고 이도령과 춘향의 이별을 떠올리며 ‘애수’에 젖어보는 것도 기억에 남는 봄나들이가 되지 않을까. 남원 임송학기자 shlim@˝
  • 경주 ‘쪽샘 골목’

    대릉원,관광도시 경주에 가면 누구나 찾는 곳이다.그러나 대릉원 바로 옆 황남·황오동의 빼곡한 전통 한옥들 사이로 난 ‘쪽샘골목’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마을 초입에 쪽박으로 언제나 물을 떠서 마실 수 있는 마르지 않는 샘이 있어 이렇게 이름붙여졌다.그런데 이 유서깊은 골목길도 경주시민과 문화·예술인들의 사랑을 뒤로 한 채 거의 철거되고 일부만 덩그렇게 남아있다. 옛 경주읍성과 직통으로 연결되던 ‘쪽샘 1길’을 굵은 줄기로 해서 미로같은 길이 여기저기 뻗어있다.이곳은 광복 후부터 30여년동안 막걸리와 동동주를 파는 ‘주촌(酒村)’으로 명성이 자자했다.70여개의 대폿집이 줄지어 고도(古都) 경주를 찾는 관광객과 술패,시인묵객들이 몰려 불야성을 이뤘다.이 때문에 한때 주당들 사이에서는 경주의 쪽샘골목을 모르면 ‘간첩’으로 불릴 정도였다. 주촌은 일제 강점기때 일본 관리들을 접대하면서 이름을 날렸던 퇴기(退妓)들이 하나둘씩 몰려들어 대폿집을 열기 시작한 것을 계기로 집단적으로 형성됐다.60년대 들어서는 이른바 ‘요정’이라는 이름으로 마치 서울의 ‘삼청각’같은 한옥들도 생겨났다. 이곳에 주촌이 들어선 것은 유난히 길고 좁은 골목을 따라 가옥들이 밀집된데다 관청지역이어서 술장사에는 ‘노다지 장소’였기 때문이다.특히 퇴기들이 주모로 있는 최옥난·백옥자·천매화·정매화·버드나무·감나무·깨양나무·오륙구집 등의 골목 앞은 밤마다 문전성시였다.이들은 일제때 기생 양성소였던 권번(券番) 출신으로,예절은 물론 가무와 장구에 능했다.골목은 날이면 밤마다 거나하게 취한 술꾼과 술집 아가씨들이 어울려 젓가락이나 장구 장단에 맞춰 유행가 가락을 뽑아내고 흥청거림으로 넘쳐났다. 쪽샘골목은 서민들의 애환을 풀어놓는 장소뿐만 아니라 문화·예술인들의 사랑채로 이용되면서 경주의 문화·예술을 꽃피운 장소로도 유명하다.서라벌수필문학회 권윤식(71) 회장은 “60년대 경주고 교장으로 있던 청마 유치환 선생과 청록파 시인 박목월·조지훈,미당 서정주 등 우리나라 현대 문학의 거봉들이 수시로 주촌에서 경주지역 문인들과 함께 ‘문학의 밤’ 행사를 가졌다.”면서 “특히 청마와 미당은 문학을 논하다 주흥이 오르면 자주 소 잔등에 올라 목청높여 노래부르며 골목을 누비곤 했다.”고 전했다. 통금이 있던 시절에도 유일하게 통금이 적용되지 않던 이 골목은 밤이면 ‘신라의 달밤’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들끓었다.그러나 80년대들어 도심 곳곳에 세련된 형태의 주점,카페,호프집,노래방이 속속 생겨나면서 쪽샘골목은 화려한 빛을 뒤로 한 채 점차 쇠락했다.주당들의 발길이 뜸해지자 문을 닫는 술집들이 여기 저기 생겨났다.1963년부터 고분지역으로 고시돼 노후주택에 대한 증개축이 장기간 불가능해지면서 급속히 슬럼화됐다. 이 지경에 이르자 주촌 업주들은 “마을 정비가 안되면 주촌만이라도 살려 관광자원화해야 한다.”고 보존의 필요성을 역설했다.그러나 경주시는 지난 97년부터 이 일원에 대한 정비사업에 들어갔다.오는 2011년까지 연차적으로 주택들을 모두 매입·철거하고,문화재 발굴작업을 거친 뒤 전시관 또는 도시공원을 조성한다는 것.영남대에 내년 2월말까지 용역도 맡겨놨다. 건물 철거작업이 한창인 쪽샘골목은 요즘 밤새도록 이어지던 술꾼들의 흥청거림은 오간데 없고 황량감만 감돈다.이미 건물이 철거된 공터는 쓰레기장으로 변했고,주인 떠난 빈집들은 불량배들의 놀이터로 전락했다.철거를 앞둔 수채의 낡은 주택과 술집만이 휑한 모습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남백(54·사업)씨는 “추억과 낭만,도시민들의 애환이 깃든 쪽샘골목을 40여년만에 떠나려니 가슴 아프다.”면서 “이 골목은 그동안 즐겨찾던 전국의 주당들은 물론,경주시민들의 추억에서조차 점차 사라져 갈 것”이라며 못내 서운해 했다. 경주 김상화기자 shkim@˝
  • [열린세상] 교육, 30년 앞을 내다보자/오헌석 서울대 교육학 교수

    교육이 개인의 소득을 증가시킬 뿐 아니라 보다 나은 건강,낮은 범죄율,정치나 지역사회 참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학교교육을 추가로 1년 더 받으면 담배소비의 경우 남성은 1.6개비,여성은 1.1개비가 줄어들고 주당 17분의 운동시간을 늘려준다고 한다.교육수준이 높은 사람은 비만이 될 가능성이 낮고,오염이 적은 거주지역을 선택하고,건강관련 정보를 파악하고 활용하는 일에도 익숙하다고 한다.또한 교육은 주관적 복지를 의미하는 행복지수의 향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외에도 교육은 학교를 다니는 젊은 세대의 바람직한 사회화에 영향을 미치게 되어 범죄율을 낮추며 이는 사회복지 프로그램의 개발이나 범죄예방 및 법 집행에 지출되는 비용을 줄이게 된다.또한 대학졸업자는 고교졸업자에 비해 자원봉사 시간이 두배 가까이 되고 기부금이 50%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개인이나 사회 전체에 이러한 이익이 나타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지만 이만한 변화를 이루어 낼 수 있는 다른 수단이 거의 없기 때문에 선진국들은 교육에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이리라.문제는 이러한 시간을 기다려주는 인내와 장기적인 안목이다.흔히들 교육을 국가백년지대계라 한다.그만큼 한 사회의 장래가 교육에 달렸다는 이야기다.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 시절 교육부 장관을 지낸 윌리엄 베네트는 미국사회의 건강성을 판단하기 위해 이혼율,범죄율,10대 임신율,마약중독률,학교중퇴율,낙태율 등과 같은 사회도덕성 지표 34개를 연도별로 비교했는데 대부분의 수치가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그 이유에 대한 해석이 분분했는데 가장 유력한 원인이 약 한 세대 전인 1965년 존슨 대통령 시절에 도입된 헤드 스타트 프로그램이었다.저소득층 유아교육 및 보육 지원 프로그램인 헤드 스타트를 통해 가장 못사는 5세 이하 어린이와 부모 수 만명이 지원을 받았고 30여년이 지나서 그 효과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당시 5세 어린이가 지금은 40대 중반이 되었을 것이며 이들은 헤드 스타트 프로그램이 없었다면 가난으로 말미암아 제대로 된 보호와 교육을 받지 못하고 사회적으로 낙오되어 범죄나 마약중독에 빠졌을 가능성이 높다. 이제 우리가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은 진지하게 한 세대 앞을 내다보고 준비하는 일이다.눈앞의 현안을 해결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교육문제를 찾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민의 에너지를 모아야 할 것이다. 제주도를 국제관광도시로 개발하고 대구를 섬유산업의 최첨단 기지로 발전시키고자 하는 계획이 나온 지 오래다.제주도가 국제관광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숙박,음식,레포츠 등 각종 서비스의 고급화를 가능하게 할 수 있는 우수한 인력이 있어야 하는데 하루아침에 이러한 인력이 길러지지 않는다.수입은 더더욱 어렵다.한 가지 주목할 점은 제주도의 고등학교 학생 중 매해 수학능력시험성적이 상위권인 1000여명의 학생이 제주 이외의 지역으로 대학진학을 하며 이들 중 대다수가 대도시에 취업한다는 사실이다.학비를 제외하고 이들 학생들이 한해에 지출하는 생활비만 560억원이 넘는다.대학생 자녀를 둔 제주도민의 가정경제가 멍들고 제주도가 배출하는 가장 우수한 인적자원이 뭍으로 유출되는 것은 제주도가 국제관광도시로 발전하는 데 큰 걸림돌일 수밖에 없다. 제주도에만 이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세계 최고의 섬유산업단지가 되고자 했던 대구에 수입된 최첨단 기계들이 녹슬고 있다.이들을 활용해 새로운 색감과 새로운 패션을 디자인해야 하는 창의적인 디자이너가 부족하기 때문이다.이탈리아 밀라노가 파리를 제치고 세계적인 패션산업을 일으킬 수 있었던 이유는 다름 아닌 밀라노 지역의 앞서가는 유치원 교육이었다.유치원부터 집중적으로 육성되는 창의적인 인재들이 파리의 패션을 능가하는 최고의 패션디자인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이 역시 30년 이상을 기다리는 인내에서 나온 산물이다.교육정책 담당자들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이 현안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30년 앞을 내다보는 정책을 준비하는 인내와 지혜를 발휘하길 기대해 본다. 오헌석 서울대 교육학 교수˝
  • 이난영의 ‘목포의 눈물’

    사공의 뱃노래 가물거리며/삼학도 파도깊이 스며드는데/부두에 새아씨 아롱젖은 옷자락. 고깃배가 한가로이 오가고 갈매기 떼 나는 포구 풍경이 떠오른다.그러나 이 노래가 만들어졌던 1930년대엔 이런 풍경을 즐길 만한 여유는 없었으리.나라 잃은 설움과 징용으로 기약없이 떠나는 이들의 눈물로 얼룩진 목포항이었기에. 지금은 풍경도 많이 변했다.나주 영산포까지 이어지던 뱃길도 끊긴 지 오래다.‘국민가수’ 이난영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목포의 눈물’ 현장은 여느 항구도시나 다름없다.섬주민들이 뭍으로 나들고 대형 무역선이 파도를 가른다. 이 노래는 요즘도 막걸리집,노래방,유흥주점 할 것 없이 ‘한(恨)’과 ‘설움’을 달래는 국민가요로 애창되고 있다. ●관광도시로 발돋움하는 목포 국토 서남권 맨 아래에 자리한 항구도시 목포.서울과는 멀고,교통문제 등으로 한때 소외의 상징처럼 여겨졌다.지금은 서해안고속도로가 시원스레 뚫리고 호남선 복선화와 고속철 운행이 시작됐다. 외지 관광객들은 철도를 이용하거나 차를 직접 몰고 내려와 세발낙지,흑산홍어 등을 즐긴다.‘목포의 눈물’ 노래비가 서 있는 유달산과 노적봉에 올라 드넓게 펼쳐진 다도해의 절경을 감상한다.서울에서 출발해도 하루면 넉넉하다.홍도·거문도를 잇는 관광선도 매일 출항한다. ●엘레지의 명곡 탄생 일제 말기인 1934년 한 신문사 주관으로 전국 6대 도시 ‘애향가’ 공모행사가 열렸다.해남 출신의 윤재희는 당시 전주고와 일본 와세다대학 문학부를 졸업하고 목포에 살고 있었다.그는 집안에서 노랫말 응모를 탐탁지 않게 여기자 ‘문일석’이란 필명으로 응모,전국에서 1등을 차지했다.가사 내용은 다분히 나라 잃은 설움을 표현한 글로서,특히 2절 ‘삼백년 원한품은 노적봉 밑에’란 부분이 일제의 심기를 건드렸다. 그로부터 300년 전은 정유재란때 유달산 건너편 섬 고하도에 이순신 장군이 진을 치고 명량대전을 승리로 이끌었다.가사에 일본이 이순신 장군의 위력에 눌려 꼼짝도 못했던 것을 담은 이유로 그는 경찰서에 끌려가 모진 고초를 당했다. 이 노랫말은 작곡가 손목인 선생을 만나 애달픈 곡이 붙여졌다.제목도 애향가인 ‘목포의 노래’에서 ‘목포의 눈물’로 바뀌었다. 이 노래를 히트시킨 이난영은 1916년 목포 앞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유달산 자락에서 태어났다.아버지의 술주정과 가난으로 어머니가 제주도로 가정부살이를 떠났다.그녀는 초등학교 4학년을 중퇴하고 면화공장에 다니다가 어머니를 찾아 제주도로 건너간다.제주에 살 때는 극장을 경영하던 주인집의 아이를 돌봐줬다.그녀가 흥얼거리던 노래는 자연스레 집주인의 귀에 들렸고,집주인은 그녀를 극장의 ‘막간가수’로 무대에 세웠다.열여섯살이던 1932년 ‘삼천리 가극단’의 특별단원으로 채용되고,본격적인 가수의 길을 걷게 된다. 그녀는 당시 가극단원으로 재일 조선인 위문공연을 갔다가 OK레코드 이철 사장의 눈에 띄었다.이 사장은 작곡가 손목인에게 그녀를 소개했고,이난영의 애절한 목소리와 ‘목포의 눈물’이 만나게 된다. ●서해안시대 이끄는 목포 목포는 1970년대 이후 산업화에 밀려 ‘낙후’의 대명사처럼 여겨졌다.지금은 교통수단 발달과 함께 새로운 관광명소로 거듭나고 있다.유달산 밑자락까지 이어진 갯벌은 매립돼 국제여객선 터미널이 들어섰다.서해안고속도로가 북항∼선창∼동명동으로 이어지는 해안도로와 연결됐다.선창 주변에 어지러이 자리했던 생선 좌판들도 깔끔하게 정리됐다.통통배가 쾌속선으로 바뀐 것만 다를 뿐 남해안 다도해를 오가는 선박들이 항구에 빼곡하다.유달산∼선창∼갓바위공원으로 이어지는 해안 관광벨트는 꼭 둘러봐야 할 코스다. 각종 산업시설과 홍등가가 들어섰던 삼학도도 옛 모습 복원을 위한 공원화 사업이 한창이다.노랫말 ‘삼학도∼파도 깊이∼’에 나오는 삼학도는 원래 3개 섬으로 이뤄졌었다.그러나 정유·제분공장이 들어서면서 한 개의 섬으로 합쳐졌다.목포시는 섬 사이에 운하를 파고 공장을 철거 중이다.건너편에는 대불산단이 들어서고,신외항 등 물류단지가 조성되고 있다.유달산만 그대로다. 목포문화원 홍성민(31) 대리는 “목포는 당시 동양척식회사를 통해 호남평야의 곡물을 일본으로 반출하는 중심 항구였다.”며 “‘목포의 눈물’은 시대적 상황에 따라 ‘한’을 주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목포 최치봉기자 cbchoi@˝
  • 지방공무원 교육 ‘맞춤형’ 특화

    지방화 시대를 맞아 지방공무원에 대한 교육도 각 지방마다 특화된다. 행정자치부는 25일 “지방분권 시대에 맞춰 지방공무원들의 역량을 키우기 위해 올해부터 6급 이하 공무원을 대상으로 장기교육과정을 신설,운영하기로 하고 교육 내용과 교육대상 선발은 지방에 자율적으로 맡기기로 했다.”고 밝혔다. 행자부는 이공계 출신의 교육기회를 늘리고 외국어·정보화 교육을 강화하는 등 최소한의 가이드 라인만 제시했다.구체적인 것은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짜도록 했다.이에 따라 전국 16개 시·도는 30∼45명씩 592명을 선발,이달부터 교육에 들어갔다. 제주도는 국제자유도시를 만든다는 방침에 따라 유일하게 30명 정원의 1년 장기 ‘영어전문교육과정’을 운영하기로 했다.영어회화,독해,토익,영어공문서 작성법 등 영어 실력 향상에 역점을 뒀다.또 국제자유도시,외자유치,인터뷰 기법,국제회의 진행기법,국제 매너 등 국제 관광도시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교육을 한다.3주간은 국내 통역대학원에,1개월은 싱가포르 전문기관에 위탁교육을 한다. 충남도는 대상자를 선발할 때 토익시험을 치러 성적순으로 선발했다.추천을 받은 66명 가운데 토익으로 40명을 뽑았다.일부 응시자는 토익시험에 대한 부담으로 포기하기도 했다. 경기도는 대상자에게 전화를 걸어 의견을 수렴했다.일반과정 외에 소양교육이 필요하다는 요청에 따라 ‘경기학개론’,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고구려 역사의 재조명’ 등을 추가했다.인천시는 기술직에 50%를 반영했다. 조덕현기자 hyoun@˝
  •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

    국회는 18일 고건 국무총리,이헌재 경제부총리 등 경제분야 국무위원들을 상대로 경제정책의 선심성 부각과 청년실업 대책마련 등을 추궁했다.이와 함께 4월 총선을 의식한 민원성 질의도 쏟아내며 정책반영을 촉구했다. 야당 의원들은 “여권의 ‘총선 올인’ 전략과 정부의 총선용 선심정책으로 경제가 멍들고 있다.”고 일제히 비판했다.한나라당 김황식 의원은 “대통령은 총선 올인에만 정신이 팔려 장·차관 동원령을 내리고,국가경제가 어떻게 되든 선심정책만 남발하고 있다.”고 질타했다.민주당 이희규 의원도 “행정수도 이전 문제로 충청권이 투기장으로 변하고 있는 데다 정부 부처간 협의도 없이 중복 발표되는 일자리 창출 계획은 국민을 두 번 죽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열린우리당 송석찬 의원은 실업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단기처방보다는 학급당 학생수 감축을 통한 교육분야 인력충원,공공기관 보육시설 의무화,노인과 장애인 복지시설 확충 등 안정적인 실업구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원들의 총선용 발언도 쏟아졌다.지역구 그린벨트 해제요구,대학 신설,군부대 이전 등 민원해결을 요구하는 주문이었다. 출산축하금 20만원 지급,300인 이상 기업체의 정년연장 발표 등을 ‘빛 좋은 개살구’로 꼬집은 한나라당 김정부 의원은 “지역구(마산 합포)가 앞은 바다고 뒤는 산으로 막혀 해안선을 따라 나갈 수밖에 없는데 그린벨트로 묶어 버리니 도대체 마산은 발전을 포기하라는 뜻이냐.”며 그린벨트 해제를 거듭 촉구했다.인천 계양구 출마를 준비 중인 민주당 박상희 의원은 고 총리에게 “계양구는 환경친화적인 관광도시로 육성할 수 있으나 북부지역에 군부대가 밀집해 있고 전체면적의 절반 이상이 개발제한으로 묶여 있다.”고 군부대 이전과 그린벨트 해제를 요구했다. 박현갑기자 eagleduo@˝
  • 강북구, 실속있는 국제교류

    서울 강북구의 해외 자매도시 교류가 경제교류로 확대되는 등 기초자치단체로는 보기드문 성과를 올리고 있다. 강북구(구청장 김현풍)는 28일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시와 ‘우호도시 체결의향서’에 조인하고 두 도시의 경제교류 추진을 합의했다. 이에 따라 올 상반기중 강북구의 지역 중소기업 공동브랜드인 ‘리노빌(RINOVIL)’의 진출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이번 경제교류는 지난해 8월 중국 선양(瀋陽)시에서 24억여원 상당의 투자를 이끌어낸 데 이은 2번째 성과다. 강북구는 의향서 조인에 앞서 지난달 12∼17일 김현풍 구청장,박종환 구의회의장,리노빌 협회 황광호 부회장,양승윤 강북문화원 고문 등 지역의 경제·문화계 인사 11명으로 구성된 대표단을 현지에 파견,분야별 공동관심사를 심도있게 논의했다.경제교류를 위한 사전작업으로 구는 현지 기업체와 재래시장을 방문해 기술력과 생산여건 등을 확인했다.현지 CEO 30여명 등 상공인들을 초청한 투자·무역상담회를 통해 경제교류를 추진하는데 합의했다. 족자카르타시는 인구 60만명의 세계적인 문화·관광도시다.목재·고무 등 천연자원이 풍부하고 섬유·의류산업과 각종 세공산업이 발달한 곳이다.특히 저렴한 임금의 숙련된 노동력이 많아 일선 노동력이 부족한 우리 기업과 연결될 경우 생산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강북구는 기대하고 있다. 강북구는 현재 중국 선양·상하이(上海)시와 교류 중이다.올 상반기중 일본 후쿠시마현 스카가와시와도 교류협정을 체결키로 하는 등 한국-일본-중국-인도네시아로 연결되는 ‘지자체 국제화 네트워크’를 구축하려는 야심찬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이동구기자 yidonggu@
  • 오피니언 중계석/ 역사도시의 자연환경 관리

    ‘문화의 세기(世紀)’를 맞아 국내 역사도시가 한 차원 높은 문화도시로 거듭나려면 환경친화적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지금처럼 환경을 도외시한 ‘문화재 위주’의 관리방식으로는 문화도시로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오영석(동국대 경주캠퍼스) 교수와 한동훈(서라벌대) 교수는 최근 경주시가 발간한 ‘경주연구’에 공동 논문 ‘역사도시의 자연환경 관리 실태와 발전방향’을 게재,이같이 강조했다.논문내용을 요약한다. 21세기를 흔히 문화의 세기라 일컫는다.후기 산업사회의 심화와 함께 국민소득이 증가하면서 문화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높아졌기 때문이다.이처럼 문화가 중시되면서 국민들의 역사유물과 문화관광에 대한 관심과 수요,욕구 또한 증대되고 있다. 각종 문화재 등이 산재해 ‘노천(露天)박물관’으로 불리는 경주시 등 국내 역사도시들의 발전 가능성도 그 어느 때보다 커진 게 사실이다.관광객 수 증가와 함께 관광수입 증대가 지역발전 가속화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수려한 자연환경과 문화유적이 조화를 이루는 방향으로 개발돼야 한다는 점이다.관광객은 단순하고 무미건조한 도시보다는 자연·역사·문화자원이 잘 어우러진 관광도시를 선호한다.잘 가꾸어진 숲 속에 둘러싸인 유럽의 고도(古都)에 관광객들이 몰리고,감탄하는 것에서 그 예를 찾을 수 있다. 그러나 국내 역사도시의 관리는 ‘문화재 따로,자연환경 따로’ 식의 개별 관리방식을 채택해 각종 문제가 노출되고 있다. 우선 개별 문화재와 유적이 점유한 공간은 최소 면적인 반면 주변 및 배후지역에는 고층 아파트 등 각종 콘크리트 구조물이 난립,경관적 괴리감과 부조화가 발생되는 점을 들 수 있다.더욱 심각한 것은 불합리한 토지이용과 무분별한 형질변경,토석과 토사의 채취가 역사도시의 자연환경을 크게 훼손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산림훼손과 불법 분묘 조성도 역사도시의 장소성과 정체성을 잃게 하는 큰 요인이다.경북도에 따르면 지난 99년 한해동안 경주지역에서 불법 묘지 조성과 산림 무단 형질변경으로 271건이나 단속됐다.피해면적만도 30.6㏊에 달한다.적발 건수의 80% 이상이 신고나 고발에 의한 점을 고려할 때 실제 불법행위로 인한 산림피해는 더욱 심각할 것으로 추정된다.자연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법률이 매우 다양하고,유사 제도마저 중복 규정된 것도 역사도시의 자연경관 훼손으로 직결되고 있다. 이처럼 국내 역사도시의 자연환경 관리는 여러 측면에서 개선의 여지가 많다.먼저 역사도시들이 “우리 지역은 역사도시니까 문화재만 잘 보호하면 된다.”는 ‘박물관식’ 사고에서 탈피,자연환경의 보전과 관리에 적극 나서야 한다.역사도시의 장소성을 유지하고,관광객을 유치하는 데 매우 중요한 정책적 수단이기 때문이다. 역사도시를 종합관리할 수 있는 ‘고도 보존 및 개발 특별법’(가칭) 제정이 필요하다.일본은 이미 ‘역사적 풍토의 보존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역사도시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했다. 중앙 및 해당 지방정부도 관련 제도를 정비해 지역 실정에 맞는 정책과 사업계획을 수립,추진해야 한다.자연환경관리의 대상인 하천,공원,산림도 역사유적과 관련해 지역특성에 맞는 관리방향 및 방법 모색이 병행돼야 한다.역사도시는 잘 관리된 자연환경 속에 있을 때 발전 가능성이 더욱 커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때다. 정리 경주 김상화기자 shkim@
  • 시화 간석지 버림받은지 10년만에…첨단 테크노 밸리로

    ‘개발이냐,보전이냐.’를 놓고 줄다리기를 거듭했던 시화지구가 복합도시 개발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시화지구 종합계획을 마련한 것은 이 곳을 더이상 방치할 경우 마구잡이 개발이 우려되는 데다 경제자유구역 개발과 주5일 근무제 실시에 따른 여가활동 증가로 시화지구 활용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지방자치단체들이 내놓은 개별 개발계획의 조정도 필요했다. ●시화지구는 어떤 곳 지난 1994년 1월 시화방조제를 건설한 뒤 10년간 방치됐던 땅.시화호(1329만평)와 간석지(3254만평)로 나뉜다.정부는 당초 간석지를 농업용지와 도시용지로 개발키로 했으나 진척을 보지 못했다.97년부터는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들이 개별적인 개발계획을 발표하는 등 마구잡이 개발이 우려됐다. 그러나 방조제 건설 이후 수질이 급속히 나빠지면서 환경단체와 지역 주민들이 간석지 개발 중단을 요구하며 정부·지자체와 마찰을 빚기도 했다. 정부는 2000년 9월 건설교통부와 환경부,해양부,수자원공사,지자체 등 13개 부처 및 기관이 참여하는 ‘시화지구 정책협의회’를구성했다.수질개선을 위해 2001년 2월 시화호 담수화 계획을 백지화한 뒤 지난해 1월 국토연구원에 시화호 종합계획에 관한 용역을 의뢰했다. ●어떻게 개발되나 개발 컨셉트는 관광·레저,신산업,주거 기능을 갖춘 복합레저타운이다.남측간석지와 북측간석지,방조제 주변지역으로 나눠 개발된다. 남측간석지의 도시용지는 관광·레저타운으로 개발된다.골프장(10개) 등을 갖춘 관광레저단지와 레저용품 생산·연구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주기능은 복합관광도시이고 연구·주거기능이 연계 개발되는 셈이다.갯벌을 살리기 위해 개발 지역을 육지가 드러나 있는 표고 1m 이상으로 한정,당초 계획보다 120만평 줄였다. 북측간석지는 시화공단과 연계 개발된다.멀티테크노밸리와 안산테크노파크 등에는 수질악화를 우려,제조업보다는 첨단·벤처업종 등 지식기반산업을 입주시킬 계획이다.방조제 주변은 조력 발전소와 항만 등 산업 입지로 배정했다.발전소는 오는 2007년까지 건설된다.항만은 조력발전소를 가동하면서 시화호 수질이 적정 수준을 유지하는 것을 전제로 했다. 개발 주체는 도시용지 및 시화멀티테크노밸리의 경우 건교부,농업용지는 농림부,조력발전소 및 항만은 해양수산부,테크노파크와 해양생태공원 등은 화성시가 맡았다. 수도권 제2외곽순환도로와 양재∼시화간 고속화도로를 신설한다.서해안고속도로 연계도로를 건설하고 지방도 306호선을 확장할 계획이다.소사∼남측 간석지간 철도 등의 도시기반시설도 확충된다. ●환경파괴 우려 시화방조제 건설 이후 수질이 악화돼 97년 3월 화학적 산소요구량(COD)이 최고 26까지 올라갔다.2001년 2월 시화호 담수화 계획을 백지화하고 해수를 유통시키면서 현재 COD는 4∼5 수준으로 떨어졌다. 국토연구원은 조력발전소를 가동하면 해수유통량이 시화호 수량의 절반에 해당하는 하루 1억 6000t으로 늘어나 수질오염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다.신도시 등에서 배출되는 오수는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 10 이하로 처리한 뒤 먼바다로 방류한다는 계획이다.항만건설도 당장 건설하자는 것이 아니고 적정 수질을 유지할 경우 최종 결정한다는 방침이다.개발이 이뤄지더라도 시화호 COD는 3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그러나 임병준 시화호시민연대 사무국장은 “신도시나 레저단지 등이 들어서면 수질이 다시 악화될 우려가 짙다.”며 개발계획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류찬희기자 chani@
  • 가로등·휴지통·버스승강대등 市, 시설물 표준 만든다

    서울의 가로등과 버스승강대,휴지통 등 각종 도로 시설물의 색채 이미지와 디자인에 대한 기준이 마련된다. 서울시는 ‘가로환경 개선 표준 디자인 및 시범가로 설계’ 용역을 공모,2005년부터 시범가로를 조성하는 등 가로환경 개선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3일 밝혔다. 현재 각종 도로 시설물은 물론 통신주,철도 시설물,소방시설물 등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등 관리 주체마다 별개의 디자인과 녹색·청색·적색 등의 독자적인 색상을 사용,서울시 특유의 이미지 창출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시는 용역을 통해 국제도시로서 서울의 도시경관 이미지를 높일 수 있도록 거리의 주조색과 보조색을 선정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흰색·푸른색 등 도시의 이미지 색상에 맞도록 건물과 가로변을 정비하고 있는 몇몇 외국 관광도시처럼 서울의 이미지를 상징할 수 있는 색상을 선정할 방침이다. 가로등과 버스승강장,가판대,휴지통,보·차도간 난간,보도 내 자동차 진입 차단석(볼라드) 등 6개 가로 시설물의 색상과 형태,크기,설치 기준 등에 대한 표준 디자인과세부 설계도면을 개발할 예정이다. 오는 2005년 상반기중 각종 시설물이 통일된 시범가로 2곳을 만든 뒤 각 자치구의 신청을 받거나 시범 구를 선정하는 등 시범가로를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시는 쾌적한 가로 조성을 위한 ‘종로 업그레이드 프로젝트’의 하나로 종로1가 일대의 10개 건물을 선정,건물 리모델링 자금(최고 5000만원)을 융자해 주거나 광고물 정비 비용(500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송한수기자 onekor@
  • “포스트 U대회 추진”조해녕 조직위장 결산 인터뷰

    대구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조직위원장인 조해녕(사진) 대구시장은 “성공적인 대회 개최가 지역 경제발전의 원동력이 되도록 포스트 유니버시아드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대회의 성과는. -이라크와 동티모르 이스라엘 아프가니스탄 등 분쟁국가들이 모두 참가해 스포츠를 통한 평화의 메시지를 세계에 전했다. 특히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의 참가로 세계적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 또 지방자치단체에서도 국제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를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준 계기가 됐다.무엇보다 지하철 참사와 열차 사고 등으로 실의에 빠진 시민들에게 자긍심을 불어 넣었고,자신감을 갖게 해준 대회였다. 대회 성공의 원동력은. -1만여명의 자원봉사자와 2만 5000여명의 서포터스의 헌신적인 봉사가 있었기 때문에 이뤄냈다. 기대되는 파급효과는. -당장 수치로 나타내기는 어렵지만 경제적 효과외에도 지역상품의 신용도를 올렸고,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국제적 관광도시의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대회를 치른 대구의 이미지를 살려 북미지역과 동남아,중남미 등으로 지역 기업체로 구성된 시장개척단을 파견해 실질적으로 경제에 활력소가 되도록 포스트 유니버시아드를 추진하겠다. 대회 운영에 대한 평가는. -국제적 스포츠대회를 치르면서도 경기장을 신설하지 않고 기존의 59곳을 개·보수해 13개 종목을 성공적으로 치른 것은 가장 경제적인 대회로 기록될 것이다. 외국 선수들도 시설과 경기진행,교통,자원봉사,숙박 등 전반에 만족했다.다만 막바지에 선수단을 실은 셔틀버스 사고로 선수들이 부상하는 불상사가 발생한 게 가장 아쉬운 점이다. 대구 이창구기자 window2@
  • 美, 신용카드 ‘4각의 혈투’

    |워싱턴 백문일특파원|소비자들을 유혹하기 위한 새로운 신용카드가 미국에서 봇물을 이루고 있다.신용카드사뿐 아니라 은행과 호텔,자동차회사 등도 자체적으로 신용카드 개발과 고객 확보에 나섰다.라스베이거스도 자체 카드를 선보였다.주로 사용대금에 따라 포인트를 적립하는 방식을 따르지만 결제를 제대로 했을 경우 보상하는 카드도 나왔다. 프로비디안은 결제대금을 제 때에 내는 고객에게 현금으로 보상해주는 ‘실질 보상 비자카드’를 선보였다.결제일을 넘기지 않으면 100달러에 10포인트씩 가산되며,6개월 연속 대금을 연체하지 않으면 500포인트가 추가된다.1포인트마다 1센트를 돌려줘 1000포인트를 쌓으면 10달러를 돌려받을 수 있다.내년 8월까지는 포인트가 2배로 적립된다. 체이스 맨해튼 은행은 휘발유를 구입할 때마다 3%씩 되돌려주는 ‘퍼펙트 카드’를 개발했다.지난 1월 시티은행이 셸과 공동으로 휘발유대금 환불카드를 내놓은 데 대한 ‘맞불작전’으로 셸뿐 아니라 다른 회사의 휘발유를 살 때에도 적용된다.첫 90일 동안은 휘발유구입대금의 6%를 돌려준다. 관광도시인 라스베이거스는 카드 발급사인 MBNA와 제휴,자체 신용카드를 만들었다.‘라스베이거스 닷 컴 비자카드’는 사용대금에 따라 포인트를 쌓으면 라스베이거스 내 벨라지오 카지노 호텔의 뷔페 식당에서 저녁을 먹거나 인근 골프장에서 골프를 칠 수 있는 기회 등을 준다.그러나 카지노에서 쓴 돈은 포인트로 연결되지 않는다.1달러 쓸 때마다 1포인트가 쌓이며 1포인트는 1센트의 특전이 있다.예컨대 2495포인트를 쌓으면 24.95달러짜리 뷔페 식당권이 나온다. 캐피털 원은 카드 사용에 따른 연 이자율을 4.99%로 고정시킨 ‘고정금리부 플래티늄 마스터카드’를 내놓았다.다른 카드사들이 보통 연 9.95%의 금리를 적용하는 것에 비하면 파격적인 제안이다.연회비나 현금사용 수수료도 받지 않는다. 유럽의 자동차 회사인 폴크스바겐도 뱅크 원과 제휴,물건 구입에 따른 포인트를 쌓으면 자동차 구입이나 리스,정비 등에 할인을 받는 보상 카드를 고안했다. 세계 최대의 호텔 체인점인 베스트 웨스턴도 포인트를 적립하면 무료숙박권을 주는 ‘골드 크라운 비자카드’를 선보였다.베스트 웨스턴에서 쓴 금액 가운데 3달러당 1포인트,다른 호텔에서는 5달러당 1포인트를 쌓는다. mip@
  • 停戰50년 동맹 50년 / (上)주한미군

    오는 27일로 정전협정이 체결된 지 50년을 맞는다.또 올해는 지난 1953년 10월1일 한·미 동맹이 체결된 지 50년이 되는 해다.우리에게 주한미군은 무엇인가? 국가안보의 버팀목인가 아니면 극복해야 할 외부세력인가.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에서의 세력 균형을 위한 미군의 역할을 인정하고,앞으로도 미군의 주둔이 계속돼야 한다고 굳게 믿는 사람이 아직 많다.반면 이제 주한미군의 역할은 변해야 하며,따라서 철수하거나 본격적으로 재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지난 50년간 주한미군의 중심지였던 경기도 동두천의 미 2사단 기지와 앞으로 미군의 주축이 옮겨갈 오산·평택 지역의 주민들이 미군에 대해 갖고 있는 애증의 감정이 우리 국민 전체의 이율배반적 감정을 대변하지는 않을까. ■美2사단 떠날 동두천 주한미군 한강 이남 재배치의 핵심인 미2사단 주둔지 동두천은 지역경제 붕괴 우려가 팽배해 있다.대부분의 주민들에게는 미군이 옮겨간 뒤의 ‘안보 공백’보다 경제가 우선 관심이다. 22일 오후 보산동 미2사단 주력부대 캠프 케이시 정문옆주차장.장대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전국주한미군한국인노동조합 동두천지부 소속 근로자 400여명이 부대 이전반대와 고용보장을 요구하는 집회를 벌이고 있었다. 지난해 11월 여중생 미군 장갑차 사망사고의 가해자인 관제병과 운전병 무죄평결에 항의,시위대가 몰려와 ‘양키 고 홈’을 외쳤던 바로 그곳이다. ●부대종사원·상인,위기의식 외항선원 생활을 접고 지난 88년부터 부대내 식당에서 일해온 현영화(47)씨는 “이 나이에 어디서 연봉 3000만원을 주겠느냐.”며 “고용이 보장된다면 아직 어린 두 딸과 아내 부양을 위해 평택기지 쪽으로 이사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현씨처럼 현재 캠프 케이시와 호비·닙블·모빌 등 동두천 지역 미 2사단 산하 4개 부대에서 미군으로부터 직접 급료를 받는 근로자들만 모두 1500여명.이들은 부대 이전 과정에서 상당수가 해고될 것으로 보고 있다. 부대 인근 보산동·상패동 등에서 미군을 상대하는 360여곳의 점포 상인들도 불안하고 막막하기는 마찬가지.보산동 가방가게 ‘선 플라워’ 주인 이현옥(52)씨는 “어제 미군병사 2명이 들어와 ‘우리 나가라더니 이젠 가지 말란다.’며 비웃는 표정을 지어 민망하고 속상했다.”고 말했다. 미군 기지 출입 종업원들은 미군측이 최근 캠프 케이시내에 계획했던 대형 PX와 스포츠센터 건립계획을 취소,공사업체와 하도급 근로자들이 이미 평택으로 대부분 떠났다고 전했다. ●“기지촌 이미지 탈피 기회다” 그러나 미군 철수를 당장의 경제적 손해보다 기지촌 이미지를 탈피하는 적극적 계기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동두천시민연대 전 의장 이강석(41·학원경영)씨는 “최근의 미군부대 이전 반대 운동은 지난 50년간의 미군주둔 피해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미군 철수에 따른 대책요구에 집중돼 있으나 피해는 부대 종업원들이나 상인들만 입어온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이씨는 “미군 철수를 두려워하기보다 동두천을 사이버센터나 문화·관광지로 육성하는 등 ‘미군 없이도 잘 사는 도시’로 탈바꿈시키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동두천 지역 미군기지 종사원은 하청업체 근로자를 포함하면 모두 5000여명에 이른다.이들과 상인들이 벌어들이는 달러는 연간 800억원.동두천시의 올 전체 예산액 1607억원의 절반에 해당한다. 동두천 한만교기자 mghann@ ■주한미군·한국군 역할 변경은 한국과 미국이 23일부터 하와이에서 3차 협상을 진행중인 ‘미래 한·미동맹 정책구상’이 타결되면 양국 군간에는 적지않은 역할 변경이 예상된다.양국은 특히 한국측의 군사능력 발전에 따라 그동안 미군측이 맡아오던 ‘특정 임무’를 한국측이 맡기로 지난 4월 합의한 바 있다. ●한국이 맡게 될 ‘특정임무’는 군사전문가들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의 경비책임이 가장 먼저 한국군으로 넘어올 것”이라고 전망한다.현재 JSA 경비책임은 한국군 350명,주한미군 250명 등 600명으로 구성된 유엔사 경비대대가 맡아 유사시 미군의 자동개입을 보장하는 이른바 ‘인계철선(trip-wire)’ 역할을 해 왔다. 전문가들은 또 “유사시 휴전선 인근 북한 장거리포 부대를 무력화하는 대(對)포병작전 임무도 해당될 것”이라고 예상했다.그동안 미 2사단 소속 다연장로켓(MLRS) 2개대대(30여문)와 M109A6 ‘팔라딘’ 자주포 2개 대대(30여문)가 주로 이 임무를 수행해 왔다.이밖에 주한미군 소속 AH-64 공격용 아파치 헬기부대가 맡아오던 북한 특수부대의 해상침투 저지 임무와 후방지역 화생방 오염제거,지뢰 살포작전,수색 및 구조작전,폭격유도 등 전선통제 임무 등도 국군측으로 넘어올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 관계자는 “현재 한·미 군 당국이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고 있는 특수임무는 10여개로,그동안 최전방에 배치된 미 2사단이 수행하고 있거나 유사시 수행하는 임무들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시기와 문제점 한·미연합사 관계자는 “특정 임무 이양은 기본적으로 미 2사단 후방 재배치 시점과 맞물려 있다.”고 전했다. 미측은 이같은 특정 임무를 2006년까지 한국군에 넘기려고 하는 반면,우리측은 이보다 늦은 2010년쯤이나 이양받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특히 우리가 JSA 경비책임 문제를 조기에 미측으로부터 넘겨받을 경우 ‘유엔사의 위상이 흔들리고 국민들에게 미국의 인계철선 역할이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안보 불안감을 불러올 수 있어 우리측은 중장기적으로 신중하게 추진하자는 쪽이다. 조승진기자 redtrain@ ■美2사단 맞을 평택 22일 오후 ‘제2의 이태원’으로 불리는 경기도 평택시 신장 1동 신장쇼핑몰.미군 오산기지 정문과 마주보고 있는 이곳은 평소 같았으면 쇼핑 나온 미군들로 활기를 띠었으나 이날 따라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최근 기지 주변에서 미군기지 확장에 반대하는 집회가 자주 열리자 미군들이 외출을 삼가고 있기 때문. 쇼핑몰 입구에는 상인들이 설치한 것으로 보이는 ‘생존권을 위협하는 데모 결사반대’란 현수막이 나붙어 미군 2사단 평택 주둔과 관련한 양분된 지역 여론을 대변하고 있었다. ●경제활기 기대 목소리 평택지역 주민들은 주한미군 2사단 이전 계획에 대해 ‘환영’과 ‘반대’의 엇갈린 의견을 내보이고 있다.기지 주변을 중심으로 한 지역 상공인들은 “경제가 활기를 되찾을 것”이라며 기대에 찬 표정이다. 이곳에서 가죽의류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김모(43)씨는 “경기침체가 계속되고 있는 데다 기지 정문앞에서 기지 확장에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의 집회가 잇따르면서 매출이 크게 줄었다.”며 “어쨌든 미군이 추가로 내려올 경우 점포마다 매출이 절반 가까이 증가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보였다.송탄상공인회 등 지역 상공인들은 현재 미군들이 먹고 마시고 물건을 구입하면서 쓰는 돈이 평택경제의 30∼40%를 차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따라서 미8군사령부와 미2사단 병력이 추가로 들어올 경우 지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 이상으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박해천 송탄관광특구연합회장은 “관광특구인 송탄지역과 평택항을 연계한 관광도시 조성계획에 힘이 실릴 것”이라고 말했다. ●“미군주둔 잘 사는 곳 없다” 그러나 지역 시민단체와 평택시는 정반대의 견해를 갖고 있다.미군기지가 있는 곳 가운데 잘 사는 도시가 없다며 평택 이전에 반대하고 있다. ‘땅 1평 사기운동’을 통해 미군기지 확장이전을 반대해온 미군기지 확장반대평택대책위 등 지역 시민단체들은 미군기지 이전논의 자체가 한반도 안보 불안을 부추겨 이득을 보려는 미국의 정략적 발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특히 미군기지 이전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기보다는 미군범죄와 향락산업 확산 등으로 인해 오히려 삶의 질을 악화시키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강상원 대책위 집행위원장은 “다른 지역은 발전해도 기지촌 주변은 50년이 지나도 판잣집들이 즐비한 사실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평택시도 미8군사령부의 이전은 기존 기지를 확충하는 선에서 수용할 수 있지만 동두천 미 2사단 보병부대의 이전에 대해선 꺼려하고 있는 눈치다. 평택 김병철기자 kbchul@
  • [中서부 대개발 현장을 가다](2)다시 열리는 비단길

    시안 둔황 오일만특파원|산시(陝西)성의 성도(省都) 시안(西安)은 한(漢)·당(唐) 등 1180여년 13개 왕조의 국도(國都)였다. 중국 대륙의 정중앙에 위치한 시안은 예부터 동부와 서부를 연결하는 거점인 동시에 실크로드의 출발점이기도 했다.고대 중국은 실크로드를 개척해 동서 교류를 촉진했고 적극적인 서역(西域) 경영으로 한·당이 세계 대제국으로 발돋움하는 물적 기반을 마련했다. 1000여년이 흘러 시안∼란저우(蘭州)∼둔황(敦煌)∼우루무치로 이어지는 고대 실크로드는 서부대개발과 더불어 이제 새로운 중흥기를 맞았다. 중국 정부가 서부대개발의 ‘교두보’로서 시안에 대한 본격적인 개발을 선언했기 때문에 고대 실크로드는 어떤 의미에서 현대적 복원이 시작된 셈이다.지난 99년 6월 장쩌민(江澤民) 당시 국가주석이 “새 천년의 역사적 기회를 맞아 서부지역의 개발을 가속화하자.”고 서부대개발을 공식 선언한 장소가 바로 시안이다. ●고대와 현대의 퓨전도시 시안 시안은 최초의 통일국가인 진(秦)나라의 고대 유적과 한·당의 수도 창안(長安)의 체취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36도를 넘나드는 무더위 속에서 시안 함양공항에서 자동차로 1시간을 달려야 시내가 나온다. 도심을 둘러싸고 있는 높이 12m,총길이 12㎞의 장방형 성벽이 고풍스러운 자태를 드러낸 위로 첨단 빌딩들이 어울려 신구의 조화가 이채롭다. 중국 대륙의 정중앙답게 전국을 관통하는 9개의 국도와 주요 철로,항공로도 시안을 중심으로 펼쳐져 있다.하루에 대략 10만대 이상의 각종 차량이 시안을 거쳐간다는 것이 시 관계자의 전언이다. 도시 외곽으로 나가면 온통 공사판이다.서부대개발의 일환으로 지난해 시안∼난징(南京)을 잇는 1500㎞의 시난철도 등 3∼4개의 대형 프로젝트들이 동시에 진행 중이다.교통의 요충지로서의 장점을 더욱 개발해 서북부 최대 경제도시로 발전하겠다는 야심찬 구상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시안은 교통개발에 만족하지 않는다.지난 10여년 동안 첨단기술 개발을 발판으로 ‘IT혁명’의 기치를 들었다. 시내에서 남쪽으로 자동차로 30분 정도 이동하면 시안이 자랑하는 첨단기술산업개발구가 자리잡고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이 개발구에 4991개의 기업이 활동 중이고 외자기업은 541개에 달한다. 연 30%의 성장률을 자랑하는 이곳의 지난해 공업총생산액은 330억위안(약 5조원).소프트웨어와 위성·항공기 관련 국방 정밀산업이 유명하다. 자오훙(趙紅專) 첨단기술개발구 부주임은 “시안에만 40∼50개의 대학이 있을 정도로 풍부한 고급인력과 유리한 지리적 이점을 갖춘 곳”이라며 “외자기업에 최대한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고 기염을 토한다. 지난 3월 시안 경제대표단을 이끌고 서울을 방문했던 리잔수(栗戰書) 중국 산시성 부당서기 겸 시안시 당서기는 “시안시는 인프라 구축을 위해 120억위안(15억달러)을 투입했고 앞으로도 외자기업들이 가장 선호하는 경제개발구를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시안의 투자 유치 노력은 정말 눈물겹다.리 당서기를 단장으로 30여명의 투자유치단이 올 3월 도쿄와 서울을 거쳐 지난 7월초 독일 프랑스 핀란드 등 유럽 7개국을 순방했다. 지난 6월 말에는 상하이(上海)·항저우(杭州)·원저우(溫州)) 등 연안 경제지구를 방문,중국 기업들을 상대로도 투자를 호소했다. ●산시성의 자원 개발 시안을 성도로 둔 산시성은 에너지 자원의 보고다.특히 석탄자원은 매장량과 탄질 면에서 중국에서 가장 우수하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가 사활을 걸고 추진하고 있는 서전동송(西電東送·서부의 전기를 동부로 보내는 프로젝트)의 핵심 기지가 됐다.향후 10년 내에 500만㎾급 화력발전소 3∼4개를 건설할 계획이다.시안에서 북쪽으로 600㎞ 떨어진 위린(楡林) 근처의 진제(錦界)발전소가 지난해 착공됐다. 금속자원으로는 몰리브덴이 중국에서 가장 많이 매장돼 있다.이외에 진령산맥을 중심으로 금광이 많이 산재해 있어 최근 성(省) 정부는 호주와 합작,연간 10t의 금광을 채굴 중이다. 대한광업진흥공사 권태호(權泰浩·46) 시안사무소장은 “산시성 북부 전체에 석탄 자원이 매장돼 있어 서전동송의 핵심 기지”라고 설명했다.특히 시안에서 북쪽으로 600㎞ 떨어진 위린 에너지화공기지가 중심지다.. 대한광업진흥공사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모색하고 있으며 올 하반기에 채색 원료인 희토(稀土) 생산 사업에 1억위안(150억원) 규모를 투자할 계획이다. ●관광자원의 보고 간쑤성 시안을 떠나 간쑤(甘肅)성으로 들어가면 대지의 색깔이 달라진다.초록색은 점차 엷은 갈색으로 변하고 어느 순간 자갈밭 사막이 펼쳐진다.본격적인 실크로드에 들어선 것이다. 고대 실크로드는 톈수이(天水)로부터 시작되며 친안(秦安),란저우(蘭州),주취안(酒泉),자루관(嘉褥關),위먼관(玉門關),둔황(敦煌) 등 풍부한 문화 유적지가 도처에 깔려 있다. 이 비단길을 따라가면 석굴문화,채도문화,간서문화 등이 관광객들의 눈을 부시게 한다.둔황시 관계자는 “선조가 남겨준 유산은 이용하지 않으면 그 귀중한 가치를 잃은 것과 똑같다.”며 간쑤성의 살 길이 관광자원 개발임을 강조했다. 이 때문에 간쑤성은 성도 란저우를 비롯해 둔황·자루관·톈수이 등 8개 주요 관광도시 재건작업에 착수했다.고대 실크로드의 주요 도시를 잇는 룽하이(龍海)선을 복선으로 건설,보다 많은 관광객을 유치한다는 복안이다.란저우에서부터 하서주랑을 따라 1200㎞의철도를 전면적으로 건설할 계획이다. 둔황시 서쪽 외곽에 자리잡은 관광경제개발구는 올해 1억위안(150억원)의 자금을 관광 기초시설 건설에 투자했다.사막 한가운데 오아시스인 웨야취안(月牙泉) 기초시설 건설 등 15개 프로젝트가 국가투자 계획에 들어갔다.유네스코 문화유적으로 지정된 막고굴과 대상들의 주요 이동로였던 밍사산(鳴沙山) 등이 주요 대상이다. oilman@ ■신장성의 소수민족들 |우루무치 오일만특파원|둔황에서 우등열차로 12시간을 달려가면 신장(新疆) 위구르자치구의 구도(區都) 우루무치(烏魯木齊)가 나온다. 우루무치는 톈산(天山)산맥 북쪽 기슭 해발 915m의 고지에 있으며 ‘투쟁’이란 뜻을 갖고 있다.일찍이 중가르부와 후이족(回族)이 격렬한 싸움을 벌인 곳이라고 전해진다. 서역 특히 신장의 소수민족들은 서구적인 외모에서부터 생활풍습,언어까지 중원의 한족과 확연히 구별된다.주로 12개 소수민족이 살고 있고 위구르족과 카자흐족,후이족,몽골족,키르키스족,타지크족 등이 주요 구성원이다. 서역은 민족의 흥망이 계속된곳으로 시대가 변함에 따라 지배민족도 달라졌다.기원 전에는 아리아인들이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고 9세기 키르키스족에 쫓겨 내려온 위구르인들이 톈산산맥의 남부와 동부에 정착을 하면서 위구르인들이 신장의 지배 민족이 됐다. 위구르족의 인구는 720여만명으로 중국에서 4번째로,신장 최대의 소수 민족이다.신장 전역에 퍼져 있다. 종교는 이슬람교이며 돼지고기는 엄격히 금지되나 술에 대해서는 아랍민족들보다 덜 엄격하다.우루무치는 49% 정도가 위구르족이나 자동차로 3시간 거리의 투루판(吐魯番))의 경우 90%가 위구르족이다. 위구르는 ‘연합’ 또는 ‘단결’이란 뜻으로 민족 기원은 BC 3세기 북아시아 터키계 유목민족이 조상이다.10세기쯤 전파된 이슬람교에 의해 불교에서 이슬람교로 개종했다.17세기 이후 중원의 청왕조 영향 아래 놓이게 됐다. 20세기 들어 독립혁명운동을 전개했지만 1949년 인민해방군의 우루무치 진주로 무산됐다.지난 97년 신장내 카스 등에서 산발적으로 독립운동이 일어났으나 중앙정부의 대대적인 탄압으로 표면적으로는 평온한 상태로 들어간 상태다.현재 과거와 같은 적극적인 분위기는 많이 사라졌으며 중국 정부는 적극적인 동화정책을 펴고 있다. ■신장성 발전계획위 런춘메이 부처장 |우루무치 오일만특파원|지난 99년부터 시작된 서부대개발 열풍은 중국의 서부 오지인 신장(新疆)성에까지 거세게 불고 있다.신장성 발전계획위원회 런춘메이(任春梅) 부처장을 만나 경제개발 등 서부대개발이 미친 영향을 들어봤다. 서부대개발 이후 신장성의 경제현황은 어떠한가. -석유와 천연가스를 상하이(上海) 등 동부 연안지역으로 보내는 서기동수(西氣東輸)의 핵심지역이다. 파이프라인의 총연장은 4200㎞로 서울∼부산 고속도로(425㎞)의 10배에 달한다.신장 3대 분지에 퍼져 있는 석유와 천연가스 매장량은 전국의 28.9%와 32.5%로 중국 최대다.석탄 매장량은 2조 2000억t으로 중국 전체의 40.6%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대외개방이 끊임없이 확대돼 지난해 수출입 무역총액이 25억위안(3750억원)에 달했다.전년보다 41.7%가 늘었다.이곳에 들여온 금융자금은 대부분 기초시설 건설에 이용되고 있다.농업,수리,석유화공,교통,에너지,문화교육,위생 등에 사용됐고 100여개의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신장의 경제환경 가운데 우수한 점은. -신장에는 양호한 투자 우대정책과 투자환경이 있다.최근 들어 투자 환경 개선에 총력을 다해 여러가지 외자 투자 우대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시장과 자원을 최대로 개방해 유동 인구가 급증하고 있다. 신장은 40여개 소수민족이 어울려 살고 있으나 주요 민족은 12개 민족이다. 신장이 갖고 있는 어려움은. -신장은 아직도 여러모로 부족함이 많다.아직까지 건설자금이 부족하며 인적 자원도 날로 확대되는 개발 목표에 비해 부족하다.향후 서부대개발 과정에서 국내외자금,기술,인재와 경험있는 관리를 많이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 신장이 중점을 두고 있는 서부대개발 사업은. -수자원 이용과 교통,에너지 등 기초 인프라 사업은 물론 경제구조를 적극적으로 조정해 특색있는 경제와 산업을 발전시킬 것이다.특히 우루무치와 톈산(天山) 이북의 경제구역을 중점으로 발전시켜 경제발전의견인차로 삼을 것이다.
  • 표류하는 태권도공원 / 예산확보·부지선정 41개월째 ‘헛발질’

    “알짜사업” 27개 시·군 과열유치전 걸림돌 지자체“정부 몸사려”…체육인“백지화 우려” 정부가 태권도를 국가전략 상품화하기 위해 추진해온 태권도공원 조성사업이 장기간 표류하고 있다.사업 기본구상 발표 후 3년여 동안 예산확보와 부지선정 문제 등 어느것 하나 해결된 게 없는 실정이다.그런가 하면 정부가 이 사업계획을 발표하자마자 지방자치단체들이 저마다 태권도공원을 자기네 지역으로 유치하려고 치열한 물밑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도 사업 추진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태권도공원 조성사업을 둘러싼 자치단체들간의 과열 유치전과 정부의 사업추진 과정을 점검해 본다. 자치단체들의 태권도공원 유치전은 2000년 1월 문화관광부의 사업계획 발표와 함께 후보지 공모가 시작되면서부터 바로 불이 지펴졌다. 여기에는 경북 경주시를 비롯해 경기도 파주·하남·성남·남양주시와 인천 강화,충남 태안,충북 진천·보은,전남 여수,전북 무주 등 전국 27개 시군이 대거 유치의사를 밝히면서 불꽃튀는 각축전을 벌였다. ●각종 경로 통해 치열한로비전 자치단체들은 한결같이 사업 유치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갖은 지혜를 짜내며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지역별 범시도민 결의대회를 갖는가 하면 태권도공원 유치 100만인 서명운동과 함께 국제 태권도대회 등을 앞다퉈 개최했다. 물론 지역출신 거물급 정·관계 인사들을 동원한 유치 로비도 밤낮없이 전개했다.심지어 일부 자체단체들은 관련 직원을 문화부에 상주시키는 등 전시를 방불케 할 정도의 정보전을 펼치는 등 촉각을 곤두세웠다.한동안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던 세계 태권도공원 유치전이 내년 상반기로 예정된 국회의원 총선을 앞두고 다시 불붙고 있어 과열양상이 재연될 조짐이다. 자치단체들이 이처럼 사업 유치에 열을 올리는 것은 정부가 제시한 100만평의 부지를 무상 제공하면 얻게될 엄청난 직·간접적인 수입 때문이다.여기에다 사업비 2000억원도 전액 국비(80%)와 민간자본(20%)으로 충당이 가능해 재정적 부담이 없는 것도 구미를 당기게 하는 요소다.이에 따라 신라 천년고도로 태권도의 정신적 고향임을 내세운 경주시는 양북면 장항리 일대 부지 110만평을 제공하겠다며 유치전에 뛰어들었다.또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록된 경주 남산을 비롯,각종 문화재가 산재해 있는 명실상부한 국제 관광도시임을 유치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강원도에서는 춘천·강릉·원주시가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춘천시는 동내면 사암리 시유지 120만평을 부지로 물색해 둔 상태다.유치전략으로는 태권도 대학 설립추진과 함께 국제인형극제 등과 연계해 나가겠다는 복안이다. 원주시와 강릉시도 신림면 송계리 송계유원지 인근 111만여평과 구정면 구정리 칠선산 청학사 주변 100만여평을 각각 후보지로 꼽는다.원주시는 중부내륙의 중심지로 강원 감영이 있던 곳임을 내세우고 있고,강릉시는 신라 화랑의 심신수련 순례지였다는 역사성을 들고 있다. 경기도에서는 파주시,인천에서는 강화군이 유치 대열에 가세했다.파주시는 지난해 2월 태권도 공원 부지로 물색중인 탄현면 법흥리 통일동산내 8만 5000평을 매입,태권도 박물관을 자체적으로 건립할 계획이다.태권도 공원 유치를 재천명하는 동시에 유리한고지를 선점하겠다는 속셈이다. 강화군은 고천면 일대 부지 100만평 이상을 공원 부지로 확보하기로 했다.특히 강화가 전국체전 성화 채화지여서 태권도 정신을 가장 잘 보존하고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한편 충북에서는 보은·진천군이 함께 유치에 나섰다가 진천군으로 단일화 했다.진천군은 김유신 장군 탄생지인 광혜원면 구암리 120만평을 후보지로 검토중이다.한반도의 중심에 위치한 지리적 이점을 꼽는다. 충남에서는 유관순 열사의 출생지인 천안시가 독립기념관과 연계해 유치전을 벌이고 있다.이밖에 유치경쟁에 뛰어든 다른 자치단체들도 각종 경로를 통해 치열한 물밑 로비를 전개하고 있다. ●최종사업안도 확정못해 문화부는 당초 계획대로 오는 2008년까지 전국 1곳에 태권도공원 조성사업을 마칠 계획이었으나 2000년말 국회에서 첫 제동이 걸렸다.국정감사에서 사업규모 등에 대한 재검토 권고의견이 나왔기 때문이다.경제성을 고려하지 않은 방만한 사업규모와 민자유치의 어려움 등이 주요 이유였다. 이에 따라 문화부는 사업 재연구 용역을 통해 사업규모를 부지 70만평과 사업비 1700억원으로 축소하는 방안을 마련했다.하지만 그동안 장관이 3명이나 바뀌도록 최종 사업안조차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자치단체들은 문화부 관리들의 몸사리기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한다.후보지 선정에 따른 오해와 비난을 우려,차일피일 결정을 미루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기획예산처가 부지 확보없이는 문화부에 관련 예산을 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사업추진을 더욱 꼬이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이런 가운데 참여정부는 지난 25일 국민체육진흥 5개년 계획에 태권도공원 조성사업을 포함한다고 발표,앞으로 사업 추진과정이 주목되고 있다. 전국 정리 김상화기자 shkim@ ■문화부·유관단체 입장 지난 2000년 10월 당시 김한길 문화관광부 장관이 세계태권도공원 조성사업을 전면 재검토한다고 밝힌 뒤부터 주무 부서인 문화부는 물론 태권도 유관단체들도 아무런 계획을 세우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문화부는 지난 1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올해부터 사업을 다시 추진하겠다고 보고했으나 아직 사업추진 방향을 확정하지 못했다.신임 이창동 장관에게는 구체적인 보고조차 이루어지지 않았다. 문화부 체육진흥과 관계자는 “장관에게 대략적인 사항은 보고했지만 구체적인 추진계획은 보고하지 못했다.”면서 “30여개의 자치단체가 유치전을 펼치고 있지만 후보지 선정 기준 마련 등의 작업은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태권도협회와 국기원,세계태권도연맹(WTF) 등 태권도 유관단체들은 “주무부서가 아무런 준비도 안됐는데 우리가 나설 수 없지 않으냐.”며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임창열 전 경기도지사와 태권도공원 부지에 대해 가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진 국기원은 “소문만 무성했을 뿐 당시에도 아무 것도 정해진 것은 없었다.”면서 “설령 가계약을 맺었다 하더라도 지사가 바뀌었는데 추진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전세계에 퍼진 태권도를 총괄하는 세계태권도연맹(총재 김운용)측은 “태권도공원은 태권도 종주국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사업으로 태권도인들의 숙원”이라면서 “정부가 구체적인 안을 제시한다면 자료 제공 등모든 것에 대해 협조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그러나 정부나 정치권보다 앞서 태권도 단체가 나설 수는 없다는 게 기본 입장이다. 대한태권도협회 성재진 사무국장은 “태권도공원 건설 논의가 처음 나왔을 때는 정부와 의견 교환을 했지만 지금은 아무런 논의도 없다.”면서 “공원건설은 환영하지만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
  • 우리나라 명소 600여곳 여행 길 이책 한권이면 OK / 가이드북 ‘바다가 보이는‘

    꼼꼼한 지도 하나만 있으면 어딜 가든 안심이다.든든한 여행서 하나만 있으면 떠나는 발걸음이 가볍다.알찬 지역 소개서가 있으면 ‘아하∼ 여기가 그런 곳이구나∼’라며 지식을 부쩍부쩍 높일 수 있다.이 세가지가 하나의 책으로 나왔다면? 여행의 처음부터 끝까지 즐거움이 넘쳐날 것이다. 고등학교 지리교사,여행전문가,여행 칼럼니스트 등으로 잘 알려진 이화득씨가 쓴 ‘바다가 보이는 언덕에 차를 멈추고’는 많은 사람들이 찾고있는 그런 책이 아닐까. 필자가 같은 제목으로 낸 1991년판 여행 가이드책이 있어 2003년판이 일종의 ‘증보판’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산과 물,나무만 그대로일 정도로 강산이 순식간에 바뀌는 요즘,여행서가 단순 ‘업데이트’로 최신판이 될 수는 없는 법.이 책은 최신 정보를 가득 담고 분량도 두 배 이상 늘어 새롭게 발간됐다. ●별미집·숙박시설등 자세히 수록 경기·강원·충청 지역을 담은 ‘중부편’과 호남·영남·제주·울릉 지역을 다룬 ‘남부편’으로 나뉘어져 있다. 권역별로 60여곳,600여개 지역 명소를 소개하고 있다. 책 곳곳에는 저자의 여행전문가다운 면모가 드러난다.지역 사정을 속속들이 잘 아는 사람만 쓸 수 있는 도로 정보,별미집,펜션이나 민박 등의 숙박시설이 꽤나 꼼꼼하다. 어디를 가야 할지 모르겠다면 우선 저자가 별 세개(★★★)를 준 곳을 가보자.별 세개를 받은 곳은 매년 음력 2월에 바닷물이 양쪽으로 갈라진다는 전남 진도의 영등사리,대표적인 고적 관광도시 경북 경주 불국사·석굴암·국립경주박물관,경기 여주 남한강변의 경치 좋은 언덕에 있는 신륵사,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강원 정선 화안동굴 등 잘 알려진 명소들은 기본. 한계령 남쪽 점봉산에서 동쪽으로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을 따라 기암괴석이 늘어선 강원 양양 주전골,아침엔 일출을 보고 저녁엔 일몰을 감상할 수 있는 한반도 육지의 최남단 전남 완도의 토말,유일하게 남아있는 민간 전통 정원인 전남 담양 소쇄원,산 정상에서 온갖 절경을 볼 수 있는 경남 남해 금산 등 그냥 지나치기엔 너무나 아까운 배경을 간직한 곳도 있다. 그러나 별 세개짜리 명소의 대부분이강원·호남·영남에 몰려 있다는 것이 ‘당일치기’로 여행을 하고픈 수도권 지역 사람들에게는 아쉽기도 할 듯하다. ●가는 길 초보운전자도 알 수있게 여행전문가가 일일이 표시한 평가만큼 눈에 띄는 것은 여행지의 지도.지역별 상세 지도에는 고속도로부터 비포장도로까지 종류별로 길을 구분해 실었다.또 ▲차량 통제 여부와 주차시설 ▲정체 지역을 피할 수 있는 샛길 ▲자칫 놓칠 수 있는 진입로 ▲위험한 교차로 등을 설명했다.갈림길간 거리,진입로에서 명소까지의 거리 등은 저자가 트립미터(구간거리계)로 일일이 잰 실제 주행거리를 표시해놓은 것이라고.초행인 사람들이나 지도를 잘 읽지 못하는 운전자도 쉽게 목적지까지 갈 수 있을 만큼 지도는 쉽고 자세하다. ●가족여행지·데이트 명소도 소개 20년 여행 경력으로 길러진 안목으로 표시한 등급,현장 학습을 겸한 가족 여행지,환상적인 데이트 명소 등을 별도로 표시한 것은 책의 장점으로 꼽힌다.명소의 유래까지 자세히 전달받고 싶어하는 독자에게는 조금 아쉬운 점이 있지만 이 정도면 여행서의 필요충분 조건을 갖추었다는 평가를 받아도 될 듯하다. 경험 많은 저자의 말을 빌려 주말 여행이나 휴가 여행 계획을 세워볼까.서울문화사,중부편·남부편 각권 1만 2900원. 최여경기자 k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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