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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행복·나·가족·환상·지구별… 미술관에서 떠나는 영화 여행

    행복·나·가족·환상·지구별… 미술관에서 떠나는 영화 여행

    ‘행복, 나, 가족, 환상, 지구별을 찾아 영화 여행을 떠나보자.’ 울산시립미술관은 오는 20일부터 24일까지 5일간 매일 오후 2시 미술관 다목적홀에서 ‘2000년 여행의 시작과 끝’ 영화 상영회를 개최한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상영회에서는 이탈리아 국제 여행영화제(ITFF) 주요 상영작 30여 편을 매일 주제에 맞게 선보인다. 첫째 날인 20일에는 ‘행복의 권리’라는 주제로 클라우디오 로시 마시미 감독의 장편영화 ‘행복의 권리’를 상영한다. 인권에 대해 다룬 영화로, 유니세프에 헌정된 작품이기도 하다. 21일은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라는 주제로 단편 영화 9편을 상영한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어려움, 다양한 내면적 갈등 등을 다룬 작품들이 엄선됐다. 22일은 ‘환상 속 여행’을 주제로 상상력 넘치는 단편 10편이 관객을 만난다. 23일 주제는 ‘가족과 함께하는 여행’으로, 어린이들이 함께하면 좋은 애니메이션 11편이 준비됐다. 마지막 날인 24일에는 ‘지구별 여행’이라는 주제로 평소에 접하기 어려운 이국 문화를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한 영화 8편을 만날 수 있다. 영화 관람료는 없다.
  • 주말 눈비·한파에 피해 속출

    주말 눈비·한파에 피해 속출

    12월 둘째 주 주말인 16~17일 전국에 눈·비가 쏟아지고 한파가 몰아쳐 크고 작은 사고가 잇따랐다. 기상청에 따르면 16일 0시부터 17일 오전 10시까지 누적 적설량은 제주 사제비 20.1㎝·삼각봉 17.6㎝·어리목 16.3㎝, 전북 순창 19.8㎝, 충남 예산 15.6㎝, 전남 영암 12.0㎝, 충남 태안 11.2㎝ 등이다. 사흘째 눈·비와 강한 바람이 이어진 강원에서는 얼어붙은 나무가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쓰러지는 사고가 속출했다. 평창과 홍천을 연결하는 국도 31호선 운두령 구간에서 쓰러진 나무에 전선이 끊어져 복구작업이 이뤄졌고, 횡성에서는 나무 수십 그루가 도로 위를 덮쳐 차량통행이 금지됐다. 악천후로 인해 항공편도 무더기로 결항했다. 제주에서는 16일 김포발 국내선 3편을 비롯해 국내선 27편과 출발 40편이 결항했다. 또 원주 노선 도착 1편과 출발 2편, 군산 노선 출발·도착 각 1편, 여수 노선 도착 2편과 출발 3편이 각각 결항했다. 국제선은 중국 항저우 노선 왕복 2편이 결항했다. 눈길 교통사고도 잇따랐다. 이날 오후 경기 안성 양성면 노곡리 82번 지방도에서 차량 15대가 얽힌 추돌사고가 일어났고, 전날인 15일 오전 서울양양고속도로 양양 방향 상남6터널 인근에서는 차량 5대가 연쇄 추돌하고, 차량 4대가 단독 또는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해 7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정전사고도 끊이지 않았다. 경기 의정부 호원동의 한 아파트 단지는 내부 설비 고장으로 11시간 넘게 전기 공급이 끊겨 약 500가구가 불편을 겪었고, 충북 청주 용암동에서는 짧은 정전이 연이어 발생해 영화관 관객들이 환불을 요구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16일 오후 10시 10분쯤 천안아산역에서 광명역으로 이동하던 KTX 산천 열차의 외부 유리창에 금이 가는 사고도 났다. 한국철도공사 관계자는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이중창 바깥 창문이 약해진 상태로 열차가 운행하다 튀어 오른 자갈이 외부 유리와 부딪히면서 금이 갔다”고 설명했다.
  • 관객 홀린 음악감독 정재일의 ‘크로스오버’

    관객 홀린 음악감독 정재일의 ‘크로스오버’

    시노그라퍼(무대·조명 연출) 여신동이 빛과 어둠만으로, 마치 물 위에 떠 있는 듯 연출한 환상적인 무대. 정중앙 피아노 앞에 앉은 연주자가 스포트라이트 조명을 받으며 자신을 소개한다. “작곡하고 연주하는 정재일입니다.” 지난 16일 서울 종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막을 내린 정재일 단독 콘서트.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과 영화 ‘기생충’의 음악감독으로 유명한 정재일은 클래식과 국악, 대중음악을 넘나들며 자유로우면서 변화무쌍한 음악 세계를 선보였다. 그는 이날 피아노와 기타를 연주하고 오랜 기간 합을 맞춰온 스트링 오케스트라 더퍼스트를 지휘하며 뛰어난 퍼포머의 진면목을 보였다. 시작은 영국의 클래식 음반 레이블 데카와 발매한 솔로 앨범 ‘리슨’(Listen) 수록곡. 역병과 전쟁 그리고 기후 변화의 위기 속에 살아가는 인류가 서로의 목소리를 경청하자는 메시지를 담은 곡들이다. 전쟁의 비극을 담은 ‘강을 건너간 사람들’(2020)은 박순아의 역동적인 가야금 연주와 마치 배틀하듯 그의 피아노와 오케스트라의 격정적 선율이 감동적인 화음을 빚었다.‘오징어 게임’, ‘기생충’, ‘브로커’ 각각의 영화음악 삽입곡(OST) 메들리 연주는 각각의 OST가 모여 한 편의 새로운 음악 드라마를 만들어 냈다. 정재일은 ‘오징어게임’의 대표 테마 ‘웨이 백 덴’ 무대에서 어린아이처럼 서툴게 리코더를 불고 의도된 오케스트라와의 불협화음 합주로 팬들을 홀렸다. 정재일은 기생충 연주에 앞서 “봉 감독이 기생충 대본을 주면서 바로크 스타일의 음악을 주문해 작업했는데 듣더니 아주 싫어했다”라며 “여러 차례 퇴짜를 맞고 절망해 술을 마시고 숙취 상태에서 만든 곡을 봉 감독이 마음에 들어 해 OST가 됐다”라고 일화를 전했다. 정재일의 자유롭고 독보적인 음악 세계는 판소리와 국악, 피아노, 오케스트라 협연에서 폭발했다. 휘몰아치는 소리꾼 김율희의 목소리와 대금, 아쟁의 전통 소리, 피아노, 현악 선율이 한데 어우러져 ‘진도씻김굿’과 액운을 물리치는 ‘비나리’의 비장하면서 스펙터클한 연주를 선사했다. 이 곡은 지난 10월 영국 바비칸 센터에서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와의 협업으로 큰 호평을 받은 바 있다.그가 준비한 마지막 앙코르곡은 김민기의 육성에 편곡 버전의 라이브 연주를 덧입힌 ‘아름다운 사람’ 노래였다. 정재일은 “어린 시절 여러 음악을 찾아 방황하던 시기에 나를 새로운 음악의 세계로 이끈 예술가”라고 그에게 헌사를 보냈다. 최근 위암 진단을 받은 김민기는 오랫동안 예술인의 산실이었던 대학로 소극장 학전을 내년 3월 폐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세종문화회관 관계자는 “전날 첫 공연에서 김민기 씨가 객석에 앉아 그 노래를 감상해 감동을 더 했다”라며 “마치 라이브로 함께 노래를 부르는 듯한 착각이 든 앙코르 무대에 관객들의 반응이 뜨거웠다”라고 전했다.
  • 아이돌 콘서트 같은 열광… 라흐마니노프 150주년 빛낸 루간스키

    아이돌 콘서트 같은 열광… 라흐마니노프 150주년 빛낸 루간스키

    실로 어마어마한 공연이었다. 미친 공연이었고 본 사람이 승자인 공연이었고 존경심이 절로 드는 공연이었다. 또 하나 확실한 건 올해 수많은 클래식 음악 연주회 중에서도 가장 많은 기립박수가 터져 나온 공연이었다는 점이다. KBS교향악단이 올해 라흐마니노프 탄생 150주년을 찬란하고 화려하게 마무리하며 추운 겨울밤에도 얼어붙지 않을 뜨거운 감동을 남겼다. 지난 13일과 15일 KBS교향악단은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마스터스 시리즈’로 러시아의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니콜라이 루간스키(51)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전곡(1~4번)을 선보였다. 지휘는 마찬가지로 러시아 출신의 스타니슬라프 코차놉스키(42)가 맡았다. 1994년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1위 없는 2위로 이름을 알린 루간스키는 차이콥스키, 라흐마니노프, 프로코피예프 등 러시아 레퍼토리의 최강자로 평가받아왔다. 라흐마니노프 곡은 워낙 어렵고 복잡해 연주자들에게는 한 곡도 버겁지만 ‘라흐마니노프 스페셜리스트’인 루간스키는 달랐다.첫날 그는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1번과 2번 그리고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을 선보였다. 둘째 날에는 피아노 협주곡 3번, 4번을 선보였다. 올해 라흐마니노프의 150주년 기념해인 것 치고는 막상 라흐마니노프 곡을 연주한 사례가 많지 않았는데 KBS교향악단의 이번 연주회는 이런 아쉬움을 말끔하게 털어냈다. 첫날 루간스키는 복잡하고 거대한 곡을 우아하게 소화해내며 흔들림 없이 절제되고 질서정연한 무대를 선보였다. 그러면서도 에너지가 필요할 때 제대로 폭발시키며 지치지 않는 연주를 들려줬다. 라흐마니노프의 곡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가 다른 곡보다 연주자의 체력을 더 빠르게 소진시키는 것도 있는데 루간스키는 힘을 잃지 않는 매끄러운 연주로 관객들을 매료시켰다.둘째 날 루간스키의 연주는 피아노 거장의 군더더기 없는 정확한 타건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줬다.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연주는 어렵기로 정평이 났지만 루간스키는 곡을 완전히 장악해 관객들에게 아주 명료하고 이해하기 쉽게 전달했다. 오선지 위의 수많은 복잡한 음을 얼마나, 어떤 세기로 쳐야 하는지 아주 정확하게 파악하고 준비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모든 음표가 귀에 쏙쏙 박히는 연주였다. 특히 카덴차(협연자의 중간 독주 무대)는 관객들의 집중도를 최고조로 끌어올리며 어려운 기교 속에서도 가슴 깊이 파고드는 깊은 감동을 선사했다. 곡이 하나 끝날 때마다 공연장에는 여기저기서 흥분을 감추지 못한 반응이 터져 나왔다. 연주가 끝나면 습관적으로 나오는 박수가 아니라 순도 높은 진짜 반응이었다. 루간스키 역시 연주가 흡족했는지 얼굴에 흥분과 기쁨이 가득했고 마치 선거에서 승리한 정치인처럼 코차놉스키와 손을 맞잡은 채 번쩍 들어올리는 포즈로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만족감을 나타냈다.준비한 무대가 끝나고 루간스키는 ‘전주곡 작품번호 32중 5번 G장조’를 앙코르로 선보였다. 지켜보는 KBS교향악단 단원들도 흠뻑 빠진 표정이었고, 코차놉스키 역시 무대 구석에서 루간스키의 연주를 감명 깊게 감상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실 루간스키는 이번 공연에서 손가락 상태가 좋지 않았다. 그럼에도 앙코르 무대까지 흠잡을 데 없었고 객석에서는 곡이 끝나고 어마어마한 박수가 쏟아져나왔다. 그러자 루간스키는 한 번 더 피아노 앞에 앉았다. 관객 반응을 보고 추가 앙코르를 할지 말지 결정하기로 했는데 객석 분위기가 워낙 뜨거워 그냥 돌아갈 수 없었다. 마지막 앙코르로 루간스키와 KBS교향악단은 이날 2부에 선보였던 피아노 협주곡 3번 3악장을 연주했다. 멋진 무대가 끝나자 루간스키와 코차놉스키는 뜨겁게 포옹했고 공연장을 찾은 대다수 관객이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마치 아이돌 콘서트처럼 안 일어난 사람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의 엄청난 열광은 지난달 세계 3대 오케스트라의 공연에서도 볼 수 없던 진풍경이었다.
  • 강추위 속 11시간 넘게 정전…전국서 ‘정전’ 잇따라

    강추위 속 11시간 넘게 정전…전국서 ‘정전’ 잇따라

    16일 오전 4시쯤 경기 의정부시 호원동 한 아파트 단지에서 내부 설비 고장으로 정전 사고가 발생했다. 아파트 측은 전문 업체를 불러 긴급 복구에서 나서 이날 오후 3시 10분쯤 전기 공급을 재개했다. 강추위 속에 11시간 넘게 전기 공급이 끊기면서 약 500가구 입주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한 입주민은 “한파주의보까지 내려졌는데 정전으로 보일러를 사용할 수 없어 추위에 떨었다”며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복구 중이라는 방송만 내보낼 뿐 장시간 전기가 공급되지 않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번 정전은 전기 설비 중 계량기(MOF) 부품에 문제가 생겨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별도로 이날 오전 3시쯤 호원동 다른 아파트 단지 3곳에서도 정전 사고가 발생했으며 한전은 단지 외부 전선이 훼손된 것을 확인하고 긴급 복구해 20분 만에 전기 공급을 재개했다. “영화 보는데 ‘1초 정전’ 연이어 발생” 청주 용암동에서도 짧은 정전이 연이어 발생해 영화관 관객들이 대거 환불을 요구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날 한국전력 충북지사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24분쯤부터 청주시 상당구 용암동 일대 영화관 1곳을 포함한 1360여 가구가 10분 간격으로 1초씩 정전됐다. 정전은 바람에 날린 물체로 인해 잘린 통신선이 인근 전선을 건드려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영화를 보던 관객들은 영화가 두 번이나 끊기자 영화관에 환불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 예술의전당에 웬 다이너마이트? 관객들 반응도 폭발

    예술의전당에 웬 다이너마이트? 관객들 반응도 폭발

    ‘Cause I-I-I´m in the stars tonight.’ 끝나고 인사만 남은 줄 알았던 무대에 난데없이 방탄소년단(BTS)의 ‘다이너마이트’(Dynamite) 멜로디가 나왔다. 3초만 들어도 무슨 노래인지 다 아는 음이 클래식 악기들을 타고 흘러나오자 객석의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다이너마이트’라는 이름값에 어울리게 앙코르곡은 공연장의 흥을 폭발시켰고 관객들은 곡이 끝날 때까지 박수를 이어가며 멋진 연주에 함께했다. 지난 12~13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펼쳐진 풍경이다. 지난 10년간 보석 같은 고음악 연주회를 한국에 선보여온 ‘한화클래식’이 올해도 반짝반짝 빛나는 무대로 관객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했다. 올해는 세계적인 만돌린 연주자인 아비 아비탈, 이탈리아 바로크 앙상블 리더 중 가장 혁신적인 활동을 보여주는 조반니 안토니니와 그가 이끄는 일 자르디모 아르모니코가 한국을 찾았다. 이번 연주회에서는 평소 접하기 어려운 만돌린과 리코더, 피리가 색다른 경험을 선사했다. 우쿨렐레만 한 크기로 본체가 나뭇잎 모양으로 생긴 만돌린은 친근하면서도 생소한 악기다. 고전 영화 속 세레나데를 부르는 장면을 통해 접해 봤지만 곡이 많지 않아 클래식 음악 공연에서 자주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리코더 역시 학창 시절 많이들 불어는 봤어도 막상 클래식 음악 공연에서는 자주 볼 수 없는 악기다. 익숙하게 듣는 바이올린, 첼로 등의 클래식 악기들과 잘 어울릴까 싶은 조합이었지만 정말 ‘이게 되네?’ 싶은 무대였다. 보통의 클래식 음악보다 익숙하진 않았지만 어색하지 않은 매력이 색달랐다. 1부에서 선보인 에마누엘라 바르벨라의 ‘두 대의 바이올린과 만돌린, 콘티누오를 위한 협주곡 D장조’,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리코더와 만돌린을 위한 협주곡 D단조’ 등에서 만돌린과 리코더는 다른 악기들의 선율에 잘 녹아들며 신비로운 음색을 뽐냈다. 특히 학생 때 고음을 불려고 하면 종종 쉽게 ‘삑사리’(음이탈)가 나던 리코더의 고음 처리가 매끄러운 것이 인상적이었다.2부는 이번에 세계 초연한 조반니 솔리마의 ‘피리, 현, 콘티누오를 위한 쏘’로 시작했다. 서양 작곡가가 쓴 곡이지만 동양 사상을 음악화한 느낌, 사극의 OST 같은 느낌을 줬다. 서양 음악이 속도를 가지고 음의 전개가 자연스럽게 흐르며 선율을 구성하는 것과 달리 한 음에 오래 머물며 여운을 남기는 동양 스타일을 제대로 담았다. 그 덕분에 대자연의 신비로운 풍경을 볼 때면 들어야 할 것 같은 음악이 흘러나왔다. 마무리를 꽹과리로 했는데 악기 특성상 소리가 오래 남진 않았지만 깊은 여운이 남았다. 안토니오 비발디의 ‘리코더 협주곡 D장조 오색방울새’는 리코더의 존재 이유를 제대로 보여주는 곡이었다. 리코더였기에 가능한 새소리의 재미난 표현은 리코더가 당대에는 매력적인 클래식 악기였음을 보여주는 듯했다. 마지막 곡인 바흐의 ‘만돌린 협주곡 D단조’는 만돌린의 쉼 없는 여정이 매력적인 곡이었다. 이 곡을 포함해 이날 연주된 곡들은 작곡가들의 만돌린을 향한 애정이 듬뿍 느껴질 정도로 만돌린의 매력이 돋보이게 했다. 전체적으로 음악을 듣는 것만으로도 중세 유럽으로 떠난 듯한 기분을 들게 했고, 이런 음악이 있는 곳으로 여행가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무대였다. 앙코르로 비발디의 ‘만돌린, 현, 콘티누오를 위한 협주곡 C장조 1악장’을 선보인 후 깜짝 선보인 ‘다이너마이트’로 분위기는 절정에 달했다. 1회부터 한화클래식의 사회를 맡은 정경영 한양대 음악연구소장의 “매우 한화클래식다운 음악회”라는 설명대로 이번 한화클래식은 한화의 상징과도 같은 불꽃처럼 다채로운 매력이 팡팡 터진 무대였다.
  • 아내가 바람났다는데… 진실은 어디에

    아내가 바람났다는데… 진실은 어디에

    새벽에 한 남자가 전화를 걸었다. 지인이라며 빌을 바꿔 달라고 한다. 대신 받은 해리는 누구냐고 묻지만 전화를 건 남자는 신원을 밝히지 않는다.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새벽에 전화해야 했던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수상한 전화는 다시 걸려 온다. 이번엔 빌이 직접 받았고 남자는 빌을 찾아가겠다며 기다리라고 한다. 그런데 빌은 무슨 일인지 전화를 받고 곧바로 외출한다. 남자는 집에 도착했지만 새벽에 전화를 대신 받은 해리만 만날 뿐이다. 갈수록 수상한 이 사연의 중심에는 불륜이 있다. 전화를 건 남자는 제임스. 그는 아내 스텔라가 빌과 바람을 피웠다고 생각해 이런 일을 벌였다. 아내가 바람을 피웠다고 하니 당장이라도 찾아가 패주고 싶은 마음이었겠고 그제야 관객들은 제임스가 새벽에 다짜고짜 전화했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된다. 지난 1~10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선보인 서울시극단의 연극 ‘컬렉션’은 빌과 스텔라가 보낸 그날 밤의 이야기를 추적하는 작품이다. 2005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영국의 극작가 해럴드 핀터(1930~2008)가 1961년 썼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불분명해지며 보고 싶은 대로 보고, 생각하고 싶은 대로 생각하는 현대 사회에서 인간의 확증편향적인 모습을 날카롭게 꼬집는 작품이다.빌과 해리는 동성 커플, 제임스와 스텔라는 부부다. 빌과 스텔라의 외도가 사건의 중심이니 막장극이 펼쳐질 것 같은데 의외로 인물들은 감정을 폭발시키지 않는다. 그나마 제임스가 상상력을 동원해 빌에게 스텔라와 있던 일을 묘사하며 꼬치꼬치 캐묻지만 빌은 그게 진실인지 거짓인지 명확하게 답해주지 않는다. 보통의 작품에서라면 싸움이 벌어지는 게 상식적일 텐데 어쩐 일인지 그냥 그대로 모호하게 넘어간다. 이야기는 네 사람이 서로를 속이고 의심하고 동정하는 과정과 함께 위태롭게 흘러간다. 마치 진실게임을 벌이는 것 같은 전개가 이어진다. 빌은 엘리베이터에서 안고 키스했다고 하더니 나중에는 “절대 건드리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이 과정에서 원수여야 할 빌과 제임스는 술잔을 기울이며 각별한 사이가 된다. 남편에게 “당신이 이해해주길 바랐다”고 말하며 우는 스텔라의 모습은 외로워서 지어낸 이야기일 수 있다는 암시도 준다. 가장 중요한 사건인 빌과 스텔라가 눈이 맞았는지 치열하게 추적해가지만 결국에는 결론짓지 않은 채 극이 끝나고 관객들도 혼란한 기분으로 극장을 나오게 된다.이게 뭘까 곱씹다 보면 진실과 거짓이 혼재된 정보가 넘쳐나고 서로가 보고 싶은 것만 진실로 여기며 사는 시대상을 읽게 된다. 객관적이고 명확한 사실 대신 마음에 얼마나 드는지가 더 중요해진 사회는 얼마나 진실한가. “그게 진실이지? 아니야?” 묻는 제임스의 마지막 대사가 여운을 남긴다. 변유정 연출은 “말 한마디가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작품”이라며 “가짜가 얼마든지 진짜처럼 보일 수 있는 시대에 잘 맞는다. 어쩌면 1960년대에 이 작품을 쓴 해럴드 핀터가 이러한 미래를 예측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핀터는 사뮈엘 베케트(1906~1989)와 함께 ‘부조리극’ 대가로 꼽히는 작가다. 변 연출의 말처럼 60년 전 쓴 작품이지만 시대를 관통해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가 묵직하다. 이번 공연은 올해 서울시극단의 마지막 작품이다. 공연은 짧은 기간에 끝났지만 극단 관계자는 “‘컬렉션’은 향후 극단 레퍼토리로 고려하고 있다”고 말하며 다음 만남을 기약했다.
  • 크리스마스의 기적…곡예사, 서커스 중 추락 후 극적으로 목숨 건져

    크리스마스의 기적…곡예사, 서커스 중 추락 후 극적으로 목숨 건져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활발한 공연을 이어왔던 한 곡예사가 대규모 공연 중 관객 앞에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영국 BBC 등 현지 언론의 14일(이하 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전날 저녁 노퍽주(州) 그레이트야머스에서 열린 서커스 공연에서 콜롬비아 출신의 20대 곡예사인 잭 제이가 구조물에서 추락했다. 당시 곡예사가 서 있던 구조물은 일명 ‘죽음의 수레바퀴’로 불리는 두 개의 원통이 이어진 서커스용 장치였고, 그는 눈을 가린 채 안정장비 없이 아찔한 곡예를 펼치고 있었다. 서커스용 장치인 두 개의 수레바퀴 한쪽에는 잭 제이가, 반대쪽에는 그의 친형제가 서서 공연을 펼쳤다.그러다 곡예사가 높은 곳에서 추락하자 현장에 있던 어린이를 포함한 일부 관객들은 당시 상황이 ‘쇼의 일부’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곡예사가 일어나지 못한다는 것을 알아챈 관객들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현장에서 이를 직접 본 한 관객은 “너무나 훌륭한 공연이 이어지고 있었다. 미끄러지거나 넘어지는 모습도 연기의 일부인 줄 알고 있었다. 가끔 곡예사들이 청중을 곤혹스럽게 하려고 의도적으로 구조물이나 안전바를 놓치기도 하기 때문”이라면서 “그러나 이내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추락한 곡예사는 다행히 의식이 있는 상태였고, 무대 위로 올라온 청중 일부의 도움을 받았다. 서커스 주최 측이 곧바로 가림막을 설치해 부상당한 곡예사의 모습을 가렸고, 이후 그는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곡예사는 골절상 등을 입었지만, 기적적으로 극심한 부상은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커스 주최 측 관계자는 “아무래도 (부상한) 곡예사가 타이밍을 잘 맞추지 못했던 것 같다”면서 “자칫 잘못됐다면 매우 심각한 부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가 현재는 매우 빠르게 회복 중이며, 의료진으로부터 회복 후에는 일상 생활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진단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현재 노퍽주 경찰은 서커스 공연에 이용된 장비 등이 허술하게 관리된 것은 아닌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한편 해당 곡예사가 공연을 펼친 서커스는 해당 지역에서 매년 크리스마스 등 명절 때마다 화려한 공연을 펼치기로 유명하다.
  • 아빠 된지 2개월 만에…유명 가수 종교행사서 노래하다 사망

    아빠 된지 2개월 만에…유명 가수 종교행사서 노래하다 사망

    브라질 가수 페드로 헨리케(30)가 사망했다. 지난 10월 첫째 딸을 품에 안았고, 새 프로젝트 앨범을 발표할 예정이었기에 고인을 향한 안타까움이 커지고 있다. 헨리케는 지난 13일(현지시간) 브라질 북동부 페이라데산타나의 한 종교행사에서 노래를 부르다 갑자기 균형을 잃고 뒤로 넘어졌다. 해당 무대는 온라인으로 스트리밍 되고 있어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줬다. 행사 참석자들이 그를 돕기 위해 달려갔고 관객은 당황스러워했다. 헨리케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사망했다. 소속사는 공식적으로 부고 소식을 발표했다. 사인은 밝히지 않았지만 외신에 따르면 헨리케는 심장마비로 쓰러진 것으로 알려졌다. 소속사는 그가“명랑한 청년이자 남편이고 헌신적인 아버지였다”고 묘사했다. 유가족들에게 진심 어린 애도를 보내며 도울 수 있는 모든 분야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보낼 것을 약속했다.
  • “‘총 맞은 것처럼’ 원했다”…5년 전 ‘평양 공연’ 뒷이야기

    “‘총 맞은 것처럼’ 원했다”…5년 전 ‘평양 공연’ 뒷이야기

    가수 백지영이 2018년 평양 공연에서 생긴 일화를 공개했다. 백지영은 지난 14일 유튜브 채널을 통해 ‘조금은 민감한 김정은 뒷이야기 (방북, 도청)’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공개했다. 백지영은 2018년 4월 남북평화 협력기원 공연차 평양에 방문해 ‘총 맞은 것처럼’, ‘잊지 말아요’를 불렀다. 그는 “북측에서 노래를 정해줬다. 왜 그 두 곡을 골랐는지 나도 모른다”며 “북한의 당시 정세가 숙청을 당한 걸 보고 난 다음이라 ‘총 맞은 것처럼’ 부르는데 너무 이상했다. 다른 노래를 부르면 안 되겠느냐고 하니까 ‘그쪽에서 그 노래를 원하셨다’고 해서 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내가 무대에서 느꼈을 때 ‘잊지 말아요’가 (반응이) 훨씬 좋았다. 그 노래를 부를 때 왠지 모르겠지만 (북한 측 관객들이) 입이 조금 따라 부른다는 느낌이었다”고 회상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봤느냐’는 질문에 백지영은 “직접 만났다. 솔직히 무서웠다. 예고 없이 나타났고, 갑자기 줄을 세워 뒤쪽 만남의 장소로 갔다. 매니저들은 못 가게 하고 예술가들만 싹 데리고 갔다. 무서웠다”고 고백했다. 김 위원장을 만난다는 걸 모르고 갔다는 백지영은 “우리도 가면서 알았다. 처음에 갔을 땐 현실감이 없더라. 그리고 이상한 이야기들 말 한 번 잘못하면 아오지 탄광에 끌려간다는 소리를 듣고 자란 세대라서 너무 무섭더라. 잘못 보여서 탄광 끌려가면 어떡하지? 싶었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백지영은 또 김정은 위원장의 머리 모양이 가장 기억에 난다며 “저 정도면 자를 대고 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의 탈각이었다. 소맷귀도 흐트러짐 없었다. 1톤짜리 다리미로 다린 것 같더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를 두 단인가 세 단을 세우고 단체 사진을 찍었는데 하필이면 내가 위원장 바로 뒤에 섰다. 촬영하시는 분이 ‘앞에 있는 사람들 때문에 뒤에 있는 사람이 안 보일 수 있으니 앉아주시던지 자세를 낮춰달라’고 했다. 그때 갑자기 김정은 위원장이 ‘나도 1열인데 낮추란 말이냐’고 했다. 그랬더니 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졌다. 그리고 서로 눈치를 봤다. 알고 보니 농담을 한 거더라”고 떠올리며 여전히 당시 상황이 현실감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백지영은 평양에서 찍은 사진을 수행원들이 지웠다며 “평양 시내에 다니면 있는 김일성, 김정일 부자 사진이 조금이라도 흔들려 있으면 다 지우라고 했다. 다른 건 문제 없다. 우리가 잘못 찍은 것도 없었다. 그런데 조금이라도 흔들리거나 삐뚤게 나오면 그걸 싹 다 지우더라”며 “신격화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자신이 묵었던 평양의 호텔이 도청 당하고 있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백지영은 “될 수 있으면 호텔 안에서 김일성, 김정일 등의 이름을 말하지 말라고 하더라. 민감한 이야기는 호텔 방안에서 하지 말라고 했다. 도청이 되는 것 같더라. TV 소리를 크게 하라고 했다”며 “한 번은 이 호텔방에 ‘수건이 없어’ 이랬는데 나갔다 왔더니 수건이 있었다. 그리고 간이 화장실에도 수건이 없어서 ‘수건을 아끼느냐 왜 이렇게 수건이 없느냐’고 했더니 소파 위에 수건이 엄청나게 높이 쌓아진 채로 있더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리설주 아파보였다…현송월은 여장부” 리설주에 대해서는 “되게 아파 보인다고 생각했다”라며 “처음 딱 보자마자 ‘왜 이렇게 창백해(라고 생각했다)’, 조용하고 진짜 동양적인 미인이라고 생각했다. 자연스럽고 예뻤다”고 했다. 백지영은 “근데 (김 위원장과)부부 같은 자연스러움은 없었고 약간 수직 관계 같은 느낌”이라며 “수평 관계는 확실히 아닌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했다. 현송월 선전선동부 부부장에 대한 일화도 밝혔다. 백지영은 “나보고 언니라고 했다. 여장부 스타일이고 털털했다”며 “대화도 꽤 괜찮았다. 공연 끝나고 뒤풀이를 하는데 거기서 술판이 벌어졌다. 말술이야 말술. 평양 소주 40도 마시는 사람들이니, 안 지려고 내가 거기서 이를 악물었다”고 했다. 백지영은 “근데 사실 그날 기억이 가물가물하다”며 “현송월이 나한테 ‘언니’라고 했던 게 잠깐 기억나고, ‘떠나지 마라. 보고 싶다. 우리 언제 다시 만나느냐’며 슬퍼하고 부둥켜안고 그랬던 게 생각난다”고 회상했다. 끝으로 백지영은 “이런 말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는 통일되면 북쪽에서 행사 많이 할 것”이라며 “북쪽 공연에 가서 거기 사시는 분들을 만난 게 제일 좋았다. 막상 사람을 만나고 봤더니 정도 너무 많고 땅만 갈라졌지 사람이 갈라지면 안 됐다는 생각이 들고 묘하게 비슷한 구석을 많이 발견했다. 술 취하니 다들 통하더라. 나중에 진짜 가게 되면 무료로 아무나 올 수 있는 공연이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 벤츠 코리아, 뮤지컬 ‘스쿨 오브 락’ 내한공연 후원

    벤츠 코리아, 뮤지컬 ‘스쿨 오브 락’ 내한공연 후원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는 내년 1월 12일부터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리는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뮤지컬 ‘2024 스쿨 오브 락 월드투어’의 내한공연을 공식 후원한다고 15일 밝혔다. 자사의 문화예술 프로그램 ‘메르세데스 벤츠 셀렉션’의 11번째 활동의 일환이다. 스쿨 오브 락은 뮤지컬 거장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새로운 대표작으로, 동명의 영화를 재구성한 작품이다. 브로드웨이 초연과 동시에 관객과 평단의 찬사를 받으며 전 세계 각국에서 인기를 끌었다. 토니상 4개 부문, 드라마데스크상 5개 부문, 외부비평가상, 드라마 리그상 등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시상식 주요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고 올리비에상과 왓츠 온 스테이지상, 헬프먼상, 그린룸상 등을 수상했다. 한국은 2024 스쿨 오브 락 월드투어의 출발지로, 이번 내한공연은 서울과 부산에서 개최된다. 2019년 월드투어 초연 후 5년만의 내한이다. 내년 1월 12일부터 3월 24일까지 서울에서, 4월에는 부산 드림씨어터에서 공연한다.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는 공연을 기념해 개막부터 1월 21일까지 관객들에게 다양한 경품을 선물하는 ‘메르세데스 벤츠 오프닝 위크’를 진행한다. 한편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는 2017년 11월 베를린 필하모닉의 내한공연을 시작으로 다양한 분야의 공연 및 전시 등 문화예술을 후원해왔다.
  • “해상전 장면만 100분… 충무공 최후 전투 온전히 담았다”

    “해상전 장면만 100분… 충무공 최후 전투 온전히 담았다”

    ‘해상 전투 장면 100분’. 오는 20일 개봉하는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를 한마디로 설명하면 이렇다. 억지 눈물 쥐어짜는 신파도, 가슴 뭉클 강요하는 국뽕도 없다. 앞서 ‘명량’(2014), ‘한산: 용의 출현’(2021) 전투 장면이 각각 60분, 50분이었음을 감안할 때 ‘이순신 3부작’의 마지막이 보여 주려는 지점은 이렇듯 명확하다. 영화는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1598년 숨을 거두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의 유언에 따라 왜군은 조선에서 철수하려 하지만 이순신(김윤석)이 버티고 있어 남해안에 발이 묶인다. 조선과 연합한 명나라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퇴로를 열어 주자고 하지만, 이순신은 “절대 이렇게 전쟁을 끝내서는 안 된다”고 반대한다.영화는 이순신이 최후의 결전지 노량으로 향하는 배에서 전사한 전우들의 명단을 묵묵히 보는 장면으로 그 이유를 설명한다. 김한민 감독은 지난 12일 서울 송파구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서 열린 기자시사회에서 “이순신 장군이 가졌던 화두는 ‘완전한 항복’이었다. 이런 생각이 치열한 전쟁을 설명할 수 있으리라 봤다”고 밝혔다. 조선과 명나라 수군, 왜군 지휘부 이야기로 전반 50분을 보낸 뒤부터 본격적으로 전투가 숨 쉴 틈 없이 이어진다. 해무에 가려 얼마나 많은지 가늠하기 어려운 함대, 밤하늘을 가르는 불화살, 포격당해 불타는 배 등 장대한 화면이 시선을 잡는다. 앞서 ‘명량’에서 물살의 흐름을 이용한 12대300 전투, ‘한산’에서 나온 학익진처럼 전투 장면 초반에 나오는 치고 빠지기, 기름통 던져 놓고 불 지르기, 배를 이용해 옭아매기 등 전술이 볼만하다. 그러나 후반부로 갈수록 전투는 치열해지고, 군사들이 배 위에서 피투성이로 맞붙는 백병전이 벌어진다. 김 감독은 전투 장면에 대해 “전장 중심에는 이순신이라는 인물이 있었다. 아비규환 같은 노량에서의 해상전 100분을 통해서만 온전히 이순신을 보여 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명량’이 용장(勇將) 이순신, ‘한산’이 지장(智將) 이순신을 그렸다면, 이번 이순신은 현장(賢將)에 가깝다. 이순신 역을 맡은 배우 김윤석은 배역에 대해 “너무 부담스러운 역할이기도 하고 영광스럽기도 하다”며 “이 전쟁을 어떻게 올바르게 끝맺고 후손에게 어떻게 보이고 싶어 했는지, 다시는 왜가 이 땅을 넘볼 수 없게 하자는 생각을 했는지 이해하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했다. 이순신에 맞선 일본의 백전노장 시마즈 역의 배우 백윤식도 무게감이 상당하다. 이순신의 의중을 꿰뚫고 뛰어난 수 싸움을 벌인다. 앞서 ‘명량’은 국내 개봉작으로는 역대 최대인 1761만명의 관객을 모았고, ‘한산’은 726만명이 관람했다. 최근 흥행 중인 김성수 감독의 ‘서울의 봄’ 바통을 이어받아 어느 정도 관객을 모을지 주목된다. 김 감독은 “굉장히 성실하게 만들었다. 많은 사람이 함께 공감하고, 영화관을 다시 찾아 위로와 희망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152분. 12세 관람가.
  • 종로, 아이들극장서 크리스마스 선물 공연

    종로, 아이들극장서 크리스마스 선물 공연

    서울 종로구가 전국 최초로 설립한 어린이 전용극장 아이들극장에서 15일부터 24일까지 가족음악극 ‘구두쇠 스크루지 크리스마스 캐럴’을 선보인다고 13일 밝혔다. 이번 공연은 연말을 맞아 어린이 관람객에게 선물 같은 공연을 선사하기 위해 국내 최고의 제작진이 의기투합했다. 이병훈 원로 연출가, 아동극의 대모 김숙희 예술감독, 국립극단 출신 원로배우 심우창 등이 함께한다. 종로구 관계자는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을 음악극으로 재구성한 공연”이라며 “행복과 불행에 대해 생각해 보고 따뜻한 위로와 감동을 느끼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시간은 평일 오후 7시 30분, 토요일과 크리스마스이브 오후 3시와 7시, 일요일 오후 3시다. 월요일엔 휴관한다. 공연시간은 70분이고 관람 연령은 36개월 이상이다. 전석 3만원이다. 자세한 사항은 아이들극장 홈페이지에서 확인하면 된다. 아이들극장은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창의력과 감성을 키우는 공연을 하고 있다. 정문헌 종로구청장은 “크리스마스를 맞아 어린이 관객들이 공연을 통해 꿈과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특별한 추억을 만들기 바란다”며 “가족과 이웃에 대한 사랑을 다시 확인하고 위로받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삶을 살게 하는… 사소한 그 따뜻함

    삶을 살게 하는… 사소한 그 따뜻함

    절망에 빠진 인간에게는 구원이 필요하다. 죽음을 생각하는 인간일수록 더 그렇다. 그 구원은 어떻게 올까. 살아가기 만만치 않은 세상에서 답을 구하기가 참 어려운 문제다. 독일의 어느 검은 숲. 죽으러 온 사람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는 이곳에 집 한 채가 있다. 집을 지은 한국인 여성 건축가는 30대의 이른 나이에 죽었다. 그의 영혼은 이승을 떠나지 못하고 이 외로운 집에 갇혀 있다. 처절하게 고독하고 어두운 이곳에서 희망은 가능할까. 지난 11일 서울 중구 국립정동극장_세실에서 막을 내린 ‘키리에’는 이 집을 배경으로 세상으로부터 내몰린 이들의 이야기를 풀어낸 작품이다. 작품 제목인 ‘키리에’는 가톨릭이나 성공회의 미사곡을 의미하는 단어로 자비와 종교적인 사랑의 뜻을 내포하고 있다. ‘키리에’는 본연의 종교적인 사랑을 넘어 인간과 인간 사이의 사랑과 취약한 서로가 서로를 위로하며 주는 살아갈 힘에 대해 이야기한 작품이다. 비가 내리는 어느 봄날, 엠마라는 60대 한인 무용수가 근육이 굳어가는 전직 무용수 남편과 함께 집에 온다. 평생 남편의 병간호를 하며 살던 엠마가 남편의 죽음을 연습하기 위해, 혹은 유예하기 위해 찾아온 것. 엠마는 이 집을 스스로 죽으러 가는 사람들이 결단의 순간까지 머물 수 있는 여관으로 만든다.방치된 집이 엠마의 손길로 온기가 돌고 이곳에 죽음을 결정한 사람들이 하나둘 찾아온다. 무대에는 집을 상징하는 검은 박스와 의자가 거의 전부지만 생의 벼랑 끝에 다다른 사람들의 사연과 이야기를 듣는 관객들의 상상력이 공간의 여백을 꽉 채운다. 무거운 주제면서도 유쾌하게 풀어내면서 웃음도 종종 터져 나온다. 가장 먼저 찾아오는 관수는 소설가다. 자신을 견디지 못한 아내와 이혼하고 아내가 남기고 간 강아지마저 하늘나라로 떠나보내는 아픔을 겪고 죽음을 생각한다. 죽을 각오로 이곳을 찾아온 그는 환각 상태에서 강아지의 영혼을 만나고 이를 계기로 다시 찬찬히 삶을 돌아보게 된다. 죽음까지 생각하게 된 초라한 가장이었지만 그는 자신에게 소중한 것이 무엇이었는지 깨닫고 검은 숲을 떠난다. 관수가 떠난 이후 사랑을 갈구하며 자신을 좋아하는 누구라도 잤다는 목련, 골수도 기증할 정도로 베풀며 살았지만 여전히 영혼이 공허한 분재가 함께 찾아온다. 서로 처음 보는 남남이고 사랑에 대한 방식도 각자 달랐지만 죽음을 생각하는 마음만큼은 똑같다. 타인에게 휘둘리는 삶을 살던 이들은 이곳에서 자신을 들여다보며 마찬가지로 살아갈 용기를 조금 얻게 된다.5명의 배우가 무대에 등장하지만 각자의 독백이 5개의 1인극을 보는 듯한 인상을 준다. 개별 이야기가 지닌 매력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작품을 쓴 장영 작가는 “일본에 사람들이 죽으러 가는 숲이 있다고 알고 있다. 검은 숲은 죽음을 결정한 사람들이 사실은 죽지 않고 숲을 통과해 갔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만들었다”면서 “‘키리에’는 기존의 삶으로부터 추방되고 내몰려 한없이 약해진 에고(ego)들에게 찾아오는 탈존의 구원을 보여주고 타자를 통해 기적처럼 변성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작가의 말처럼 죽음을 생각했던 인물들이 일단은 살아보기로 용기를 내보는 과정은 관객들의 마음을 위로했다. ‘키리에’ 속 인물들은 진창 같은 삶일지라도 누군가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살아갈 위로가 되고 서로 연대하며 곁을 지켜준다는 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보여줬다.
  • 천만 임박 영화 ‘서울의 봄’ 정치권 끌어들인 野, 왜

    천만 임박 영화 ‘서울의 봄’ 정치권 끌어들인 野, 왜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관객 1000만명 돌파를 향해 가고 있는 영화 ‘서울의 봄’을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며 윤석열 정권 비판에 나섰다. 또 이를 다시 보수 진영에서 반박하며 영화의 정치화 바람이 다시 거세지는 모양새다. ‘서울의 봄’은 1979년 12·12 군사반란을 영화적 상상력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13일 오전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보수화 경향이 강한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반 출생)가 흥행을 주도하고 있는 게 참 흥미롭다”며 “총선을 앞두고 윤석열 정권이 의외의 복병을 만난 듯하다. 1000만 관객을 돌파하게 되면 정권에 커다란 위기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한 안 의원은 “최근 김건희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해 대통령실이나 정부여당·법무부 장관이 지금 침묵하고 있지 않나”라며 “이것 보고 반란군에 저항하지 않는 군인의 모습과 비슷해 보인다. 그런 얘기를 많이 한다”고 했다. 이어 “국민들이 전두광에 분노하는데 이것 역시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는 윤석열 정권과 여당의 모습과 겹친다는 관람평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 직원들이 단체 관람을 했으면 좋겠다고 권유하기도 했다.민주당이 영화 서울의 봄을 언급한 건 처음이 아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전날 오전 페이스북에 “44년 전 오늘 독재의 군홧발이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을 짓밟았다”며 “사적 욕망의 권력 카르텔이 국민의 삶을 위협하지 않도록 비극의 역사를 마음에 새기겠다”고 썼다. 그러면서 “‘서울의 봄’이 저절로 오지 않았음을 똑똑히 기억하겠다. 역사의 퇴행을 막아내고 국민의 삶을 지키겠노라 다짐한다”라고도 밝혔다. 이에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이 대표의 글을 언급하면서 “영화를 영화로 보지 않고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정치선동”이라면서 “정치군인들의 핵심인 하나회를 청산하고 방산 비리를 척결한 것은 김영삼 대통령의 민주자유당이었다”고 강조했다. 야당이 서울의 봄을 집중적으로 언급하는 건 선거를 앞두고 지지자를 결집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012년 대선 때도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전 대통령은 영화 ‘광해’를 본 뒤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이후 문 전 대통령은 “영화를 보면서 노무현 대통령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 사막 같은 세상, 서로가 서로의 낙타가 되어

    사막 같은 세상, 서로가 서로의 낙타가 되어

    영하 30도에서 영상 40도를 오르내리는 사막을 견디며 살아가는 낙타들은 더울 때면 서로 몸을 기댄다고 한다. 사막의 공기보다 낙타의 몸이 더 시원하기 때문에 서로 몸을 포개 체온을 내리는 것. 직접 목격한 적은 없지만 팍팍한 세상을 견뎌내는 마음들이 참 따뜻하다. 지난 10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막을 내린 음악극 ‘나는 재미있는 낙타예요’는 낙타처럼 서로가 서로에게 절대적으로 의지해야 했던 헬렌 켈러(1880~1968)와 앤 설리번(1866~1936)의 실화를 그린 작품이다. 생후 19개월에 시력과 청력을 잃은 헬렌, 8살에 시력을 잃고 여러 아픔을 극복한 앤의 이야기는 듣는 이에게 큰 감동을 준다. 극복할 수 없을 것 같은 장애였지만 두 사람은 서로를 절대적으로 의지하고 함께 고난을 헤쳐 나감으로써 사막 같은 세상에 용기를 주고 간 인물들이다.위대한 인물들일수록 그들의 치열했던 삶은 쉽게 미화되곤 한다. 그러나 ‘나는 재미있는 낙타예요’는 앤이 겪은 어려웠던 성장 과정이나 통제가 불가능한 헬렌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렸다. 헬렌이 TV 프로그램에 나오는 금쪽이처럼 떼쓰는 것도 만만치 않고 그런 헬렌을 어떻게든 다독여보려는 앤의 모습은 안쓰럽기까지 하다. 앤이 헬렌에게 극도의 인내심을 가지고 손바닥에 글씨를 쓰는 방식으로 언어를 가르치려 했던 것처럼 작품은 이들의 고군분투를 솔직하게 보여준다. 도무지 말을 듣지 않던 헬렌이 물을 만지다 처음으로 ‘water’의 의미를 깨닫게 되는 장면은 내내 마음 졸이며 두 사람을 지켜보던 관객들도 ‘드디어 됐다’는 생각을 하게 할 정도로 기쁨으로 다가온다. 그저 불쌍해서 연민을 가져야 하는 인물들이 아닌 독특한 개성과 매력을 지닌 인물로 표현해 극의 몰입감을 높였다.극본을 쓴 홍단비 작가는 “두 사람을 조사하면 할수록 너무 다른 사람이더라. 서로 평생 한 번도 못 만날 거라 생각했는데 기꺼이 만나 함께했다”면서 “작품을 통해 함께한다는 표현에 대해 안일하게 생각하지 않았나 생각했다. 진짜 함께하려면 많은 고민과 치열한 분투가 필요한데 이 작품을 통해 그걸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꽤 유명한 이야기라 소재 자체에 새로울 것은 없지만 ‘무장애 공연’이라는 점이 이 공연을 더 특별하게 만들었다. 두 배우와 함께 수어 통역사가 무대에 올라 대사를 전했고 화면에는 어떤 상황인지 자세하게 자막도 띄웠다. 음악극답게 운율 있는 대사와 타악·전자음악·마림바·고수 등 4명의 연주자가 들려주는 소리도 놓칠 수 없는 재미 요소였다. 헬렌이 무언가를 깨달아가는 과정 역시 시각화해서 나타내는가 하면 공연 프로그램북도 전부 점자일 정도로 세심하게 신경 썼다. 헬렌과 앤 모두 장애인이었기에 이런 배려가 더 특별하게 다가왔다.
  • 소문 안 낼 수 없는 정재형의 치명적인 매력

    소문 안 낼 수 없는 정재형의 치명적인 매력

    상처가 깊은 야수처럼 긴 머리를 휘날려가며 정열적으로 피아노 건반을 두들길 때 ‘순정마초’가 따로 없었다. 노래할 때는 또 어땠나. 같은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180도 달라진 모습으로 열정을 불태우는 모습은 “이 시대의 진정한 종합엔터테이너는 바로 나”라고 말하는 듯했다. 정재형이 헤어 나올 수 없는 치명적인 매력을 뽐내며 ‘클럽 아트X안테나’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클럽 아트X안테나’는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지난 6일 개막해 오는 17일까지 하는 행사로 안테나뮤직 소속 싱어송라이터 6인이 꾸미는 무대다. 전시, 바(Bar), 콘서트가 결합한 독특한 공연이다. 정재형은 지난 9~10일 무대에 섰다. 불과 얼마 전까지 연극 ‘튜링머신’의 공연이 있던 무대는 얼굴을 확 바꿔 예술가의 공간으로 변신했다. ‘클럽 아트X안테나’는 들어가기 전 바에서 웰컴 드링크를 선물 받고 공연장에 들어서면 윤석철, 박새별, 정재형, 샘김, 이진아, 루시드폴이 직접 고르고 선별해 준비한 소품들을 관람할 수 있다. 관객들은 6인의 아티스트가 좋아하는 책, 자주 가는 공간, 직접 쓴 악보와 가사, 사랑하는 반려동식물들의 모습 등을 통해 그들의 음악에 영감을 주는 원천을 살펴볼 수 있다.전시를 편하게 관람하다 공연 시간이 다가오면 무대 위 소품들이 하나둘 정리되면서 완벽하게 공연장으로 변신한다. 가까운 관객은 1m 정도 거리에서 예술가의 모습을 지켜볼 수 있을 정도여서 정재형은 “생각보다 가까워서 놀랐다. 떨리니까 나 보지 말라”고 말하기도 했다. 당황하며 횡설수설하면서도 정재형은 음악가로서의 실력을 유감없이 뽐냈다. 첫 곡인 ‘비밀’을 시작으로 ‘바람에 이는 나뭇가지’, ‘사랑하는 이들에게’, ‘내 안에 작은 숲’, ‘Andante’, ‘La Mer’, ‘편린’, ‘Summer Swim’까지 피아노 연주를 이어갔다. 가만히 듣고 있으면 어떤 그리운 순간들이 생각나는 음악들에 관객들은 저마다 깊은 감상에 젖어 들었다.사뭇 진지한 음악들이었지만 정재형은 중간중간 유머를 곁들이며 분위기를 띄웠다. 관객과의 거리가 지나치게 가까웠던 탓에 당황하면서도 “오늘 공연 마음에 든다”고 했다가 “내가 마음에 들면 어떡해 미친놈”이라고 말하는 등의 모습에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1부 격인 피아노 연주가 끝나자 정재형은 MBC ‘무한도전’에서 선보였던 ‘순정마초’를 시작으로 직접 노래를 불렀다. 앞서 가사 없는 음악들로 공연장을 자신만의 깊은 색채로 물들였던 그는 유명한 곡들을 선보이며 신바람을 냈다. ‘순정마초’로 가볍게 목을 푼 후에 ‘열정’,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 ‘Running’을 연달아 불렀다. 몸을 아끼지 않는 그의 춤사위에 분위기는 절정에 달했다.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를 부를 때는 백댄서로 세이하이, 카야, 허니제이가 나와 함께했다. 정신줄을 놓은 것 같은 무대에 정재형은 소문내지 말라고 신신당부했지만 그저 추억으로만 묻어두기엔 아까울 정도로 매력이 철철 넘쳤다.정재형은 마지막 앙코르로 ‘내 눈물 모아’를 불렀고 관객들은 자발적으로 휴대전화 불빛을 켜며 애틋한 분위기를 완성했다. 관객과 실시간으로 대화가 가능했고 덕분에 어떤 공연보다 가까이서 함께 호흡하는 공연이었기에 만들어질 수 있던 장관이다. 이번이 올해 마지막 공연이라고 밝힌 정재형은 피아노 앨범을 준비 중이라는 계획도 밝혔다. 정재형이 “앨범 나오면 응원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하자 관객들도 “네”, “그럴게요”로 화답하며 애정하는 아티스트에게 힘을 불어넣어 줬다.앞서 윤석철(6~7일), 박새별(8일), 정재형(9~10)의 무대로 꾸몄던 클럽 아트X안테나는 13일까지 샘김, 14~15일 이진아, 16~17일 루시드폴의 공연으로 이어진다. 샘김은 공연장에서 직접 쿠키를 만들어 관객들에게 나누어 주는 깜짝 이벤트를 준비했고 이진아는 애착인형 테디베어가 있는 ‘진아의 방’을 만들어 초대한 음악 친구들과 연말 분위기 가득한 콘서트를 선보일 예정이다. 대미를 장식하는 루시드폴은 공연에 맞춰 발간하는 신간 에세이 ‘모두가 듣는다’의 북토크를 수어통역과 함께 진행한다. 또한 현대무용수와 함께하는 무대, 세션들과 함께하는 콘서트, 사인회 등 풍성한 종합선물 세트 같은 시간을 준비했다.
  • 스크린 뚫고 나온 음악 천재들의 선율

    스크린 뚫고 나온 음악 천재들의 선율

    음악가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들이 겨울 극장가를 수놓는다. 근사한 선율과 함께 연말을 포근하게 즐겨 보는 것도 좋겠다.지난 6일 개봉해 넷플릭스에서 오는 20일 공개하는 ‘마에스트로 번스타인’은 지휘자이자 작곡가인 레너드 번스타인(1918~1990)의 일생을 담았다. 그는 1943년 뉴욕 필 공연에 리허설 없이 대타로 나선 뒤부터 지휘자로 급부상한다. 작곡과 뮤지컬 제작 등으로 유명세를 떨치던 중 펠리시아를 만나 결혼한다. 완벽해 보이는 부부였지만 번스타인이 외도 행각을 벌이며 부부 관계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화려한 무대와 오케스트라, 장엄한 합창곡 등 뮤지컬 시퀀스와 오케스트라 협연 장면을 활용해 음악적 성취도 빼놓지 않는다. 20대 청년부터 칠순 노인 번스타인까지 연기한 배우 브래들리 쿠퍼와 펠리시아 역을 맡은 캐리 멀리건의 열연이 돋보인다. 129분. 15세 이상 관람가.20일 개봉하는 ‘크레센도’는 밴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 우승을 차지한 천재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우승 현장과 공연 실황을 그렸다. “대부분의 젊은 음악가들은 탁월한 재능을 만나면 정확히 알아본다”는 관계자의 말처럼 그의 예술성, 테크닉, 드라마, 개성, 상상력은 다른 콩쿠르 참가자들을 압도했다. “1등을 하러 온 게 아니다. 저 스스로를 방증하기 위해 참여했다”고 말해 화제가 된 인터뷰에서부터 콩쿠르 백스테이지 뒷얘기까지 담았다. “음악이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현실 세계에서 구현하는 어려운 일도 음악가의 사명”이라고 말하는 임윤찬이 땀투성이로 연주하는 모습이 그저 인상 깊다. 111분. 전체 관람가.오는 27일 개봉하는 ‘류이치 사카모토: 오퍼스’는 고인의 마지막 연주 모습을 담았다. 밴드 ‘옐로우 매직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하던 시절부터 마지막 정규 앨범 ‘12’ 수록곡까지 음악 인생을 아우르는 스무 곡의 작품으로 채웠다. ‘lack of love’를 시작으로 엔딩곡 ‘오퍼스’까지 고독, 즐거움, 그리움, 애수 등 그의 음악 세계가 곡을 통해 다가온다. 생의 끝을 직감한 그가 ‘한번 더 납득할 만한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밝힌 뒤 지난해 9월 8~15일까지 8일간 촬영한 내용을 고스란히 엮었다. ‘고인이 전 세계에 남긴 마지막 선물’이라는 홍보 문구가 허투루 다가오지 않는 이유다. 일부러 흑백으로 화면을 처리해 관객이 연주에 몰입하도록 연출했다. 간혹 들리는 고인의 힘겨운 숨소리, 악보 넘기는 소리가 경건하게 다가온다. 103분. 전체 관람가.
  • [씨줄날줄] 사쿠라/황성기 논설위원

    [씨줄날줄] 사쿠라/황성기 논설위원

    사쿠라는 일본말이다. 벚꽃 앵(桜)을 사쿠라로 읽지만 사쿠라에는 다른 뜻도 있다. 일본어 사전에 따르면 위객(僞客·가짜 손님)을 사쿠라라고도 읽는다. 이벤트나 판매행사에 가짜 손님으로 고용돼 구경꾼이 되거나 상품을 구매하는 척하며 분위기를 띄우는 바람잡이를 가리킨다. 분홍색 말고기의 별칭인 ‘사쿠라니쿠’가 사쿠라의 어원이란 주장이 있지만 정설이 아니다. 사쿠라는 일본 에도시대에 가부키 공연을 공짜로 보는 대신 관객의 흥을 돋우는 바람잡이를 사쿠라라고 부른 데서 유래한다. 현대 일본에선 사쿠라가 손님의 판단을 흐리게 만들어 상품을 판매하는 행위는 사기죄라는 판례가 확립돼 있다. 벚꽃을 사쿠라라고 부르는 한국인은 거의 없어졌다. 일제시대를 경험한 노년층이 아니면 요즘 10~20대는 사쿠라라는 일본말을 모를 정도다. 일상생활 속 일제 잔재를 버리자는 꾸준한 운동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에서 사쿠라를 쓰는 유일하고 후진적인 세계가 정치판이다. 2016년 3월 야권 통합에 나섰던 원로 한완상 전 부총리는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를 “여당과 야합하는 사쿠라”라고 비난했다. 2017년 11월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친박 잔당을 ‘잔박’이라 표현하며 “잔박들이 79년 신민당 사쿠라들처럼 내분을 일으키고 있다”고 했다. 이합집산 세태를 사쿠라라고 꼬집은 것이다. 정치판에 ‘사쿠라’가 자주 불려다니는 까닭은 어감 때문이다. 사쿠라는 한반도로 오면서 협잡꾼, 배신자로 뜻이 바뀌었다. 일본말인 줄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사쿠라라고 공격하면 ‘최악의 종자’라는 느낌을 주기에 좋다.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의원이 이낙연 전 총리를 ‘사쿠라’라고 비난했다. 친명계 김 의원 입장에선 이재명 대표를 공격하고 창당을 준비 중인 이 전 총리가 못마땅할 것이다. 하지만 김 의원이야말로 ‘대선배’가 아닌가. 2002년 대선 때 노무현 후보의 지지율이 떨어지자 탈당하고 정몽준 캠프인 국민통합21로 이적한 그다. 내 몸에 묻은 겨는 모른 척하는 운동권의 전형적 내로남불이다. 진작에 사어(死語)가 됐어야 할 사쿠라를 버리지 못하고 고집하는 정치판이다. 그것도 반일을 당의 이념처럼 떠받드는 민주당 의원이라는 자가 말이다.
  • 영화 ‘노량’ 김한민 감독…“해상전만 100분. 영화관 와서 확인해달라”

    영화 ‘노량’ 김한민 감독…“해상전만 100분. 영화관 와서 확인해달라”

    “노량에서의 해상전이 100분 가량 된다. 이 아비규환을 통해서만 온전히 이순신 장군을 보여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0일 개봉하는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를 연출한 김한민 감독이 12일 서울 송파구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서 열린 기자시사회에서 이번 영화 연출 포인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앞선 ‘명량’(2014), ‘한산: 용의 출현’(2021)을 잇는 3부작의 마지막 편이다. 특히 두 영화에 비해 해상전 규모가 훨씬 크다. 전체 영화의 3분의 2 정도가 해상전을 꽉꽉 채웠다. 김 감독은 “노량해전은 역사적으로도 큰 해전이었고, 조선 장수들뿐 아니라 명나라 장수들도 많이 죽은 치열한 전투였다. ‘이 해전을 과연 내가 표현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다. 용기를 내지 못할 때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전장의 중심에는 이순신이라는 인물이 있었다”고 강조했다.영화는 임진왜란 발발로부터 7년이 지난 1598년 왜군 수장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갑작스럽게 사망한 뒤를 배경으로 한다. 이순신(김윤석)은 왜가 조선에서 황급히 퇴각하려 한다는 것을 알고 “절대 이렇게 전쟁을 끝내서는 안 된다”며 왜군 섬멸을 주장한다. 그러나 조선과 연합 함대를 꾸린 명은 왜군에게 퇴로를 열어주자고 한다. 이순신에게 포위됐던 왜군의 고니시는 명나라 도독 진린에게 뇌물을 바치고 급하게 왜군 수장 시마즈(백윤식)에게 도움을 청하고, 결국 노량에서 왜와 조·명현연군의 대규모 해상전이 벌어진다. 김 감독은 “이순신 장군이 가졌던 화두는 ‘완전한 항복’이었다. 전쟁이 그렇게 끝내면 안 된다는 지점이었다. 이것이 장군님의 치열한 전쟁 수행을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시리즈를 시작하게 된 이유도 이날 밝혔다. 그는 ”순천이 고향인데 뛰어놀다 보면, 왜성이 있었던 게 이해가 안 갔다. 400년 전 임진왜란 때 세워진 거라는 걸 그때는 몰랐고, 그저 일제강점기라고 생각했다“면서 시대를 뛰어넘어서 반복된다는 것이 어렸지만 굉장한 두려움이었고 그 화두가 영화의 씨앗이 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명량’의 최민식, ‘한산: 용의 출현’의 박해일에 이어 이번에는 배우 김윤석이 노량에서의 마지막 전투를 벌이는 이순신 장군 역할을 맡았다. 김윤석은 자기의 배역에 대해 “너무 부담스러운 역할이기도 하고 영광스럽기도 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애초 세 작품 가운데 ‘노량’에 참여하고 싶었다. 임진왜란 7년 동안의 모든 것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 전쟁을 올바르게 끝을 맺고 후손에게 어떻게 보이고 싶어하는지, 그리고 왜 다시는 왜가 이 땅을 넘볼 수 없게 하자는 생각을 했는지를 이해하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했다. 이순신 장군에 맞선 일본의 백전노장 시마즈 역은 백윤식이 맡았다. 이순신과 뛰어난 수 싸움을 벌이며 묵직한 카리스마를 보여준다. 백윤식은 “시마즈에 대해 실제 역사적인 부분까지 공부했다. 김 감독에게도 많은 이야길 들었다”면서 “다만 정해진 캐릭터를 그대로 표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고 그 인물에 대해 풀어나가는 정공법을 썼다. 대본을 기반으로 배우로서 가진 주관적인 캐릭터를 제 나름대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김윤석은 특히 100분 동안 펼쳐지는 해상전에 대해 “영화 특수효과(VFX)는 한국 영화의 신기원을 이룬 수준이다. 쌓아 올린 자료들이 영화계에도 큰 도움 줄 정도“라며 “관객들이 극장에 와 사운드와 영상으로 확인한다면 연말에 후회 없는 최고의 선물 되지 않을까 확신한다”고 했다. 최근 극장가에 ‘서울의 봄’이 대박을 내면서 분위기도 좋은 편이다. ‘노량’이 바톤을 이어가길 바라는 마음도 덧붙였다. 김 감독은 ”굉장히 성실하게 만들었다. 많은 사람이 함께 공감하고, 그런 영화관을 다시 잊지 않고 다시 찾길, 그 속에서 우리 스스로 위로와 희망을 좀 얻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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