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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업장 폐쇄·봉쇄 없이 확산세 잡았다” BBC, 성공정책에 한국 소개

    “사업장 폐쇄·봉쇄 없이 확산세 잡았다” BBC, 성공정책에 한국 소개

    격리 지원은 인도 케랄라백신 정책은 영국 소개 영국 BBC가 한국을 언급했다. 코로나19 대응에 효과를 낸 각국의 정책을 소개하면서다. 23일(현지시간) BBC 시사다큐 프로그램 ‘파노라마’는 각국의 코로나19 관련 성공적인 정책을 모아 5개 단계로 정리하고 1단계 ‘대비’와 2단계 ‘검사와 역학조사’에 한국 사례를 넣었다. 한국이 메르스 유행 당시 경험을 토대로 공중보건 위기에 대비했고, 적극적으로 검사와 역학조사를 통해 인구 5000여만 명 중에 사망자가 약 1700명에 그쳤다고 평가했다. “사업장 폐쇄나 전국적 봉쇄 조치 없이 확산세 빨리 잡았다” BBC에 따르면 한국은 감염병 위기에 대비가 돼 있던 덕에 코로나19가 터졌을 때 사업장 폐쇄나 전국적 봉쇄 조치 없이 확산세를 빨리 잡았다. 그러면서 공항으로 딸을 마중 나가서는 안아보는 대신 마스크와 세정제를 안긴 스탠리 박씨를 코로나19 대응에 반영한 사례로 소개했다. 박씨의 딸은 부모 집에서 2주간 엄격하게 격리하며, 마당에도 나가지 않았을 뿐 아니라 동선 체크 앱을 이용하고 확인 전화를 6통 받았다. BBC는 한국엔 코로나19 검사와 치료 병원이 있어서 건물 안에 들어가지 않고 부스에서 검사를 받으면 4∼5시간 만에 결과가 나온다고 전했다. 영국에선 결과가 나오는 데 하루 이상 걸린다.검사 다음엔 역학조사팀이 나선다. 이들은 신용카드와 휴대전화 정보까지 접근할 수 있고, CCTV를 살펴본 뒤 직접 현장에 나가 점검한다고 전했다. 이 밖에 3단계 ‘격리 지원’에서는 자가격리를 할 수 있도록 장보기, 식사 등을 지원하는 인도 케랄라주 사례가 소개됐다. 케랄라주도 3년 전 니파바이러스 유행 당시 교훈을 얻었다. 영국은 작년 9월이 돼서야 자가격리 지원금 지급을 시작했는데 그동안 지원자 3분의 2가 탈락했다고 BBC는 전했다. 정부에 코로나19 대응을 조언하는 비상사태 과학자문그룹(Sage)이 작년 9월에 낸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의 자가격리 준수율은 20%에 그친다. 4단계로는 코로나19가 터지자 지역 예산을 노인 보호에 우선 할당하고 작년 4월 요양원 방문자를 대상으로 검사를 시작한 독일 튀빙엔을 소개했다. 한편 BBC는 그러나 마지막 백신 정책에서는 영국이 성공적이라고 평가했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물 소송 원조’ 에린 브로코비치의 새 책 ‘슈퍼맨은 오지 않는다’

    ‘물 소송 원조’ 에린 브로코비치의 새 책 ‘슈퍼맨은 오지 않는다’

    미국 수돗물 소송의 원조 에린 브로코비치(61)가 새 책을 냈다고 영국 BBC가 22일(현지시간) 전했다. 제목이 무척 길다. ‘슈퍼맨은 오지 않는다-우리의 국가적 물 위기와 우리 국민이 할 수 있는 일’이다. 2000년 줄리아 로버츠가 주연한 영화의 실제 주인공이다. MZ 세대가 기후변화의 위기를 절감하는데 브로코비치는 일찍이 수돗물에 섞인 화학약품의 위험성을 자각하고 회사에 배상을 요구해 받아낸 선구자다. 1982년부터 캘리포니아주 남부 힝클리란 마을에 살던 싱글맘 브로코비치는 법학이나 의학, 과학적 훈련을 전혀 받지 않은 인물이다. 캔자스주립대를 졸업한 뒤 잠깐 취업했으나 그만 두고 미인대회를 기웃거린 경력이 고작이었다. 하지만 그는 법률사무소 말단 직원으로서 퍼시픽 가스전력(PG&E)을 상대로 소송에 나서 1992년 3억 3300만 달러란 당시로선 상상하기조차 힘든 배상금을 받아냈다. 하지만 영화의 달콤한 결말과 달리 힝클리 마을은 현재 사라지고 없다. PG&E는 사람들의 주택을 모두 사들여 불도저로 밀어버렸다. 지금은 사막이며 땅밑에는 독성 물질이 그대로 묵혀 있다. 그 회사는 말로만 방제하겠다고 하고 있다. 폐암을 유발하는 크로뮴(독일식 표기는 크롬) 6 수치는 여전히 높다. 그가 첫 원고로 설득했던 로버타 워커를 비롯해 600명 원고 중 많은 이들의 암이 재발했고, 방사능 문제에 시달리고 있으며 6명은 이미 세상을 등졌다. 브로코비치는 “소송은 결코 충분치 않았다. 돈이 도움은 됐지만 질병이 진행되는 것을 멈추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그와 변호인단이 배상금 몫을 많이 챙겼다는 비판도 듣고 있다. 법률사무소가 1억 3300만 달러, 브로코비치가 200만 달러를 챙겼는데 지역사회에 더 많은 돈이 돌아갔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브로코비치는 소송에 너무 많은 비용이 들어갔고 만약 패소했으면 그 회사도 빚 때문에 파산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나아가 물에 납이 들어가 6억 4000만 달러 배상을 보장받았던 미시간주 플린트 소송에서 변호사 비용으로 2억 달러를 내준 것에 비하면 양반이라고 덧붙였다. 플린트에서는 주정부가 비용 절감 차원에서 디트로이트 외곽 대신 플린트 강에서 오는 파이프로 바꿨는데 이 파이프가 낡아 납이 녹는 바람에 오염을 일으켰다. 브로코비치는 “절망적이다. 난 서른 살에 이 일을 시작했는데 지금 61세인데 똑같은 얘기가 되풀이된다. 더 나빠졌다”고 말했다. 환경보호청(EPA) 산하 비영리 연구자 모임 ‘환경작업그룹(EWG)’에 따르면 미국 전역의 2억명 가까이가 힝클리 독성물질과 비슷한 오염에 노출돼 있다. 2019년에만 34억 파운드의 쓰레기를 공기와 흙, 물에 퍼뜨리고 있다고 EPA의 독성유출인벤토리(TRI)가 전했다. EPA가 규제하는 8만개의 화학제품 가운데 상당수가 건강 및 환경에 대한 위협 정도를 검사받지도 않는다. EPA는 수돗물의 90가지 잔존물만 검사하는데 안전음용수법(SDWA)은 5년마다 한 번씩이라도 규제받지 않는 30여개 잔존물 검사 결과를 모니터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브로코비치는 이들 화학제품이 일단 시장에 유통된 뒤 나중에 연구하라는 식이라며 낙담했다. 독성 ‘영원한 화학제’을 한데 묶어 PFAS라고 하는데 일반적인 환경 여건에서는 절대 분해되지 않는다.마크 러팔로 주연의 영화 ‘다크 워터스’에는 테플론 화학제가 나오는데 듀퐁이 웨스트버지니아주 파커스버그의 물을 오염시킨 얘기다. 지난 20년 넘게 동료 과학자들이 검증한 수많은 과학 논문들이 많은 PFAS 화학제에 독성이 있을 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 분해도 되지 않고 인체나 동물 몸에 쌓인다는 것을 입증했다.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 연구에 따르면 조사 대상 97%의 인체에서 PFAS가 검출됐으며 아무리 미량이어도 “건강에 영향을 미치며 많으면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브로코비치는 “이 화학제는 소화기 거품과 옷감 등에도 많이 쓰인다. 하지만 모든 것에 있다. 플라스틱컵, 손잡이 없는 팬, 제지공장이나 옷감 산업 등에도 있다. 제2의 석면”이라고 단언햇다. 하버드대 연구에 따르면 핏속의 PFAS는 코로나19 환자가 중증에 빠질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이에 따라 CDC는 이 물질이 코로나19 백신의 효용을 낮출 수 있는지 조사하고 있다. 그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따로 있다. 임상내분비 및 신진대사 학회지는 PFAS 합성물질인 PFOA와 PFOS가 정자 숫자를 낮추고 국부 크기를 작게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른 연구도 이 물질이 불임의 원인이 된다고 했다. 브로코비치는 “그럼 인류는 끝장인가?”라고 묻고는 과장된 것처럼 보이지만 이미 우리들이 그 영향을 목격하고 있을지 모른다고 했다. “우리는 메인주에서 이런 내용을 살펴보고 있는데 PFAS가 우유에도, 소고기에도, 계란에도 들어 있다. 모든 주와 지역사회가 일제히 내게 전화해 불임 상태라고 말한다.” 역설적이게도 그는 미래에 대해 긍정적이지 않은 것은 아니라고 했다. “흐름이 바뀌는 것을 느낀다. 사람들이 깨어나 문제를 깨닫기 시작했다.” 면책 세대(age of impunity)가 물 오염을 끝내도록 만들 것이란 점을 확신한다고 했다. 책 제목은 당국이 구조를 위해 달려와 주지 않으니 사람들이 힘을 모아 해결해야 한다는 힝클리의 교훈을 담고 있다. “사람들은 목소리를 갖고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목소리를 갖고 있다. 연구해보라. 질문하는 것을 두려워 하면 안된다. 이웃과 얘기하라. 힝클리에서 우리는 로버타 워커로 시작했다. 그 뒤 다른 이웃에게 말을 건넸다. 그들은 같은 문제를 갖고 있다. 우리가 이걸 함께 해내지 못하면 내가 지금 밀어붙이는 일들의 어느 것도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사진 에린 브로코비치 제공 영국 BBC 홈페이지 재인용
  • [핵잼 사이언스] 네안데르탈인도 이쑤시개 썼나…화석서 긁어낸 흔적 발견

    [핵잼 사이언스] 네안데르탈인도 이쑤시개 썼나…화석서 긁어낸 흔적 발견

    네안데르탈인이 현생인류인 호모사피엔스처럼 도구를 사용해 치아를 관리한 흔적을 폴란드 과학자들이 찾아냈다. 폴란드 브로츠와프대 연구진은 현지 남부 쳉스토호바 고지대의 스타이니아 동굴 안에 있는 후기 플라이스토세 지층에서 발굴한 네안데르탈인의 치아 화석 3점을 자세히 조사해 딱딱한 무언가로 인위적으로 긁어낸 흔적을 확인했다.이에 대해 연구를 주도한 비올레타 노바체프스카 브로츠와프대 인류생물학과 교수는 폴란드 과학(Nauka W Polsce)과의 인터뷰에서 “치아 소유자들은 구강 위생(oral hygiene)을 실천했던 것 같다”면서 “아마 치아에 제거해야 할 음식물 찌꺼기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는 이들 네안데르탈인이 이쑤시개와 같은 기초적인 도구를 만들어 치아를 관리했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런 도구가 아직 발견되지 않아 무엇으로 만들어 사용했는지는 분명하지 않았지만, 치아에 흔적을 남길 만큼 충분히 단단했다는 점에서 나무의 잔가지이거나 뼈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발굴된 치아들 가운데 위쪽 앞어금니 2개는 30세 이상 성인의 것이고 나머지 사랑니 1개는 20대 남성의 것으로, 이들 네안데르탈인은 약 4만6000년 전에 살았던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같은 지층에서 함께 발굴한 동물의 유해에 대해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으로 알아낸 것이다. 이들의 치아는 지난 2010년에 처음 발견됐지만, 최근까지 보관돼 왔다가 미토콘드리아 DNA 분석 연구를 통해 네안데르탈인의 것임이 확인됐다.연구진은 또 이들 치아에서 확인한 법랑질 두께나 치관 구조 등 특징을 다른 네안데르탈인과 화석이 된 호모사피엔스 그리고 현대인의 것과 비교했다. 네안데르탈인의 치아에 남아 있는 긁어낸 흔적은 이전에 유럽의 다른 지역에서도 발견됐다. 이에 따라 이번 발견은 이들 네안데르탈인이 이쑤시개를 사용하는 것이 보편적이었다는 점을 시사한다. 100여 년 전 크로아티아 크라피나 유적에서 발견된 네안데르탈인의 치아 화석 4점을 2017년 미국 캔자스대 연구진이 다시 조사한 결과, 이들 치아에도 이번 연구에서처럼 이쑤시개 같은 것으로 긁어낸 흔적이 남아 있는 것으로 확인됐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인류진화저널’(Journal of Human Evolution) 최신호에 실렸다. 사진=마르신 빈코프스키 실레지아대 교수 제공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요즘 과학 따라잡기] 기름 유출 원인 밝혀주는 유(油)지문

    대규모 기름 유출 사고는 해양생태계에는 물론이고 바다를 기반으로 생계를 이어 가는 지역 주민들에게도 큰 후유증을 남긴다. 기름 유출 사고가 발생했을 때 환경오염 영향조사를 진행하기 위해 과학자들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기름에 대한 정밀분석이다. 이때 활용되는 것이 ‘유지문’(油指紋)이다. 유지문이란 사람의 지문처럼 기름이 갖고 있는 고유의 화학적 조성이다. 석유가 만들어질 때 유기물의 성분비, 생산 공정 등에서의 차이로 기름마다 다른 특징을 가지는데 정밀한 분석을 통해 성분 확인이 가능하다. 따라서 해상 유류사고 발생 시 유출된 기름과 사고해역을 지나거나 인근 선박의 기름을 채취한 뒤 유지문을 비교·분석한다면 유류를 불법으로 배출한 선박을 찾아낼 수 있다. 유지문 감식에서 중요한 것은 ‘신속성’과 ‘정확성’이다. 기름 유출 혐의선박의 도주를 막고 어민의 조업 재개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기존에는 채취한 기름을 실험실로 가져와 전처리하거나 정밀분석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최근 1시간 만에 유지문을 분석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간단한 장비와 빅데이터 해석 알고리즘을 결합한 새로운 감식기법은 사고현장 도착 후 1시간 내 유지문 감식을 완료할 수 있을 정도로 처리 속도가 빠르다. 정확도 역시 기존 실험실에서 진행되던 정밀 감식기법의 90% 수준으로 신뢰성도 높다. 이 기법은 다양한 현장용 장비에 적용 가능할 수 있어 각종 유해물질 모니터링 등에도 활용될 전망이다. 임운혁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
  • 자녀 넷 죽인 호주 최악의 여성 연쇄살인범, 알고보니 무죄?

    자녀 넷 죽인 호주 최악의 여성 연쇄살인범, 알고보니 무죄?

    친자녀 4명을 살해한 혐의로 징역 30년을 선고받고 18년째 복역 중인 ‘호주 최악의 여성 연쇄살인범’이 무죄라는 주장이 나왔다. 미국 CNN의 20일 보도에 따르면 케이틀린 폴비그(53)는 2003년 당시 친자녀 4명 중 첫 아들에 대한 과실치사 혐의, 나머지 세 아이에 대한 살인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30년 형을 선고받았다.네 아이는 1989년부터 1999년까지 10년 동안 첫째부터 막내의 차례로 사망했다. 사망 당시 첫째는 생후 19일, 둘째는 8개월, 셋째는 10개월, 넷째는 19개월이었다. 모두 만 2세를 채 넘지 못한 채 모두 질식사로 숨졌다. 당시 의료진은 아이들이 모두 영아돌연사증후군으로 사망했다고 여겼다. 하지만 비교적 흔치 않은 증후군으로 인한 갓난아기의 사망이 반복되자 경찰이 수사에 나섰고, 네 아이의 친모인 폴비그는 용의자 선상에 올랐다. 폴비그는 자신의 무고함을 주장했고, 실제로 자녀 네 명을 차례로 숨지게 한 직접적인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재판부는 그녀가 네 아이 사망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했고, 여기에는 남편이 제출한 폴비그의 일기장이 한 몫을 했다. 넷째 아이를 임신 중이던 폴비그는 당시 일기장에 '나는 아이를 임신 중이고 이는 우리 모두에게 큰 희생이다.(중략) 전에는 이것 때문에 큰 스트레스를 받았고, 스트레스 때문에 내가 끔찍한 일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적었다. 징역 30년 형을 선고받고 15년 이상을 복역 중이던 2019년, 무고하다는 폴비그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새로운 주장이 제시됐다. 카롤라 비누에사 호주국립대 교수가 폴비그에게서 ‘CALM2 G114R’이라는 희귀한 돌연변이 유전자를 발견해 낸 것.이 유전자는 네 아이 중 두 아이에게 고스란히 유전됐고, 또 다른 두 아이는 해당 유전자의 돌연변이 유전자를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 역시 확인됐다. 실제로 연구진이 해당 돌연변이 유전자를 쥐에게 주입하자 간질 증상이 나타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지가 마비돼 숨이 끊어졌다. 이러한 결과를 토대로 비누에사 교수와 저명한 법의학자 등은 폴비그의 자녀들이 자연사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2019년 당시 주정부는 재심 요청을 거부했지만 여론은 재심으로 이미 기운 상황이었다. 최근 주 항소법원은 과학자들의 탄원서를 받고 심리에 들어갔다. BBC는 “만약 폴비그의 유죄 판결이 뒤집혀 무죄를 선고받고 풀려난다면, 이는 호주 역사상 최악의 오심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전했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태초에 태양 질량 수만 배가 넘는 초거대 질량 별이 있었다?

    태초에 태양 질량 수만 배가 넘는 초거대 질량 별이 있었다?

    은하 중심에는 거대 질량 블랙홀이 존재한다. 우리은하 중심에는 태양 질량의 400만 배에 달하는 거대한 블랙홀이 있으며 심지어 태양 질량의 수십억 배에 달하는 초거대 질량 블랙홀도 존재한다. 이런 거대 질량 블랙홀은 단순히 은하에서 가장 큰 블랙홀이 아니라 은하의 진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존재다. 특히 과학자들에게는 은하는 물론 우주의 진화를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천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거대 질량 블랙홀이 생성 과정은 여전히 베일에 가려 있다. 은하 중심이 은하에서 가장 물질 밀도가 높은 곳이기 때문에 여기에 있는 블랙홀은 쉽게 질량을 모아 금세 초거대 질량 블랙홀로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지만, 태양 질량의 수백 배에 달하는 별이 죽어서 남기는 항성 질량 블랙홀은 의외로 물질을 흡수할 수 있는 범위가 넓지 않다. 많아 봐야 태양 질량의 수십 배 수준인 항성 질량 블랙홀이 서서히 커져 지금 우리가 보는 거대 질량 블랙홀이 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허블 우주망원경을 통해 우주 초기부터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는 거대 질량 블랙홀을 관측했다. 이 모순된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대만 중앙 연구원 산하의 천체 물리학 연구소인 ASIAA(Academia Sinica Institute of Astronomy and Astrophysics)와 일본 국립 천문대의 과학자들은 새로운 가설을 제시했다. 연구팀이 제시한 대안은 간단하다. 기존 이론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초거대 질량 별이 있었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현재 우주에서 가장 무거운 별이라도 태양 질량의 수백 배는 넘지 않는다. 별의 질량이 커질수록 별이 생성하는 에너지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면서 주변으로 물질을 방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구팀은 우주 초기에 물질 밀도가 지금보다 훨씬 높았던 시기에 태양 질량의 1만~10만 배에 달하는 초거대 질량 별이 존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물론 이런 별은 순식간에 초신성 폭발과 함께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 그리고 그 후에는 항성 질량 블랙홀보다 훨씬 무겁고 강한 중력을 지닌 블랙홀을 남긴다. 이 가설이 옳다면 우주 초기 은하 중심에 생각보다 더 크고 강력한 블랙홀이 존재하는 이유를 쉽게 설명할 수 있다. 연구팀의 가설이 옳다면 우주 극초반에 지금까지 관측하지 못했던 매우 강력한 초신성 폭발이 존재했을 것이다. 연구팀은 시뮬레이션을 통해 이런 초신성이 지니는 특징을 연구했다. 하지만 이론적으로 예측된 거대 초신성 폭발은 현재 존재하는 망원경으로는 관측할 수 없다. 우주의 먼 과거를 관측하기 위해서는 더 먼 거리를 볼 수 있는 강력한 망원경이 필요하다. 연구팀은 올해 발사 예정인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JWST)이 이 가설을 검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 “코로나19 아동 침대에 결박” 홍콩 보건당국 분리 수용 불만

    “코로나19 아동 침대에 결박” 홍콩 보건당국 분리 수용 불만

    홍콩 보건당국의 코로나19 환자 강제 분리 수용에 대해 불만이 터져나왔다. 18일(현지시간) 홍콩자유언론(HKFP)은 고급 헬스클럽발 집단감염과 함께 보건당국의 강제 분리수용에 대한 비난도 확산 중이라고 보도했다. 지난 10일 홍콩 사이잉푼의 한 고급 헬스클럽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속출하기 시작했다. 집단 감염이 확산하자 홍콩 당국은 인근 미드 레벨 지역에서 게릴라식 봉쇄를 단행하며 주민 3495명을 대상으로 전수 검사를 시행했다. 홍콩에서 가장 집값이 비싼 미드 레벨 지역에는 미국과 영국 등 서구권의 고소득 외국인 사회가 형성돼 있다. 집단감염이 발생한 헬스클럽 이용객은 주로 이 지역 외국인이다. 이에 따라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 금융계와 유명 법률 사무소 직원들이 줄줄이 의무 검사 명단에 포함됐다. 총 2200명 가량이 의무 검사 대상에 올랐다. 그 결과 감염자는 일주일 만에 130명까지 늘어났고 900명이 격리 시설로 보내졌다.논란은 집단감염으로 격리된 외국인들이 불만을 토로하면서 불거졌다. 이들은 격리시설의 좁고 불편한 시설과 배식 음식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며 홍콩 정부가 세계에서 가장 엄격하고 비인간적인 코로나19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성토했다. 그러자 보건당국 조치에 대한 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특히 어린 자녀와 부모를 강제로 격리 수용하는 정책에 대한 반발이 거셌다. 한 어머니는 16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겨우 7개월 된 아들과 분리 수용됐다. 모유 수유를 하지 못하는 대신 유축기를 쓰다 유선이 막혀 고생했다. 코로나19 대신 막힌 유선을 치료하느라 진땀을 뺐다”고 증언했다.불만은 온라인 청원으로 이어졌다. 어린 자녀가 있는 가족은 호텔이나 가정에서 격리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청원에 몇 시간 만에 5000명이 서명했다. 법률 전문가들은 이 같은 분리 수용이 다른 선진국에서는 흔치 않다고 입을 모았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소아환자를 부모와 강제 분리한 후 움직이지 못하도록 침대에 묶어두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홍콩 보건당국은 절차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홍콩 당국은 17일 성명에서 이른바 ‘침대 결박’ 의혹에 대해 “오직 환자 안전과 복지를 위해서만 소아환자에 대한 신체적 구속을 고려한다. 사전에 적절한 동의를 부모나 보호자에게 구한다”라고 자신들의 정책을 옹호했다.다만 음성 판정을 받은 부모는 공간이 허락될 경우에 한 해 격리 병동에서 자녀와 함께 있을 수 있다고 첨언했다. 그러나 모유 수유를 금지한 정책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 가이드라인에서 감염된 산모도 아기에게 모유를 계속 먹이도록 권하고 있다. 홍콩은 세계에서 인구밀집도 가장 높은 도시 중 하나임에도, 확진자 1만1000명, 사망자 200명이라는 방역 성과를 거뒀다. 모두 엄격한 격리 조치를 유지한 결과다. 홍콩자유언론에 따르면 홍콩 당국은 증상 유무와 관계없이 코로나19 양성자는 모두 격리 병동으로 이송하고, 밀접 접촉자도 격리 수용소로 보낸다. 입국자 역시 3주간 전용 호텔에 격리시킨다. 이 과정에서 어린 자녀와 부모가 따로 격리되는 경우도 발생했다. 홍콩격리지원단 총괄 과학자 샤하나 호크 알리도 지난 1년간 부모와 분리 수용된 아동 100여 명을 지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올 여름에 또 ‘벌벌’…美 ‘살인 말벌’ 재확산 조짐에 바짝 긴장

    올 여름에 또 ‘벌벌’…美 ‘살인 말벌’ 재확산 조짐에 바짝 긴장

    지난해 미국의 일부 지역을 '벌벌' 떨게 만들었던 이른바 ‘살인 말벌’에 현지 당국이 다시 바짝 긴장하고 있다. 지난 17일(현지시간) CNN 등 현지언론은 올해 여름부터 가을 사이 '살인 말벌'이 다시 등장할 것으로 보여 관련 당국이 경고하고 나섰다고 보도했다. 미국에서는 ‘살인 말벌’(murder hornet)이라 불리는 이 벌의 정체는 바로 장수말벌.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권에서 흔히 보이는 장수말벌은 서방에서는 ‘아시아 거대 말벌’(Asian giant hornet)로 불린다. 여왕벌 몸길이가 37~44㎜에 달해 세계에서 가장 큰 말벌로도 알려져 있다. 장수말벌이 많은 우리나라에서는 다소 어리둥절한 일이지만 미국인들에게 아시아에서 온 외래종 말벌은 공포 그 자체다. 미 현지에서 장수말벌은 꿀벌들을 공격하기도 해 양봉업자들의 적이며, 개체수가 많아지면 꽃가루의 매개체인 토종 벌종을 위협할 수 있다. 특히 약 6㎜에 이르는 독침은 방호복을 뚫을 수 있으며 사람이 반복적으로 쏘이면 사망할 수도 있다. 여기에 일본에서는 한 해 50명 정도 장수말벌에 의해 희생된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미국 언론들은 ‘살인말벌’이라며 호들갑을 떨기도 한다.동아시아에 사는 장수말벌이 처음 미국 땅에서 발견된 것은 지난 2019년 말 워싱턴 주에서다. 이후 워싱턴 주 농무부(WSDA)는 대대적인 장수말벌 퇴치 작전을 벌여 지난해 10월 200마리의 여왕을 포함해 500마리의 장수말벌을 잡아들이는데 성공했다. 당시 장수말법 집 제거작전에 들어간 곤충학자들은 마치 우주복을 연상시키는 보호장구를 착용하고 진공청소기를 동원해 장수말벌을 빨아들였다.이렇게 첫해 작전에서 승전고를 울렸지만 문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에 미국과 캐나다 과학자들은 팀을 구성해 장수말벌 퇴치 작전을 준비 중이다. WSDA 관계자는 "향후 워싱턴 주 브리티시컬럼비아 주 등이 협력해 장수말벌의 추적, 포획, 퇴치를 위한 계획을 준비 중에 있다"면서 "장수말벌은 우리를 위협하고 국경을 무시하는 침입 해충"이라고 밝혔다. 이어 "장수말벌은 이곳(북미)에 있어서는 안되는 곤충"이라면서 "우리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는 곤충으로 반드시 퇴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사이언스 브런치] SNS 가짜뉴스 확산 줄이는 방법, 이렇게 간단하다고?

    [사이언스 브런치] SNS 가짜뉴스 확산 줄이는 방법, 이렇게 간단하다고?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은 물론 다양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제공되면서 오프라인으로는 어려운 사용자간 자유로운 의사소통과 정보공유는 물론 인맥확대 등이 이뤄지고 있다. 온라인으로 많은 사람과 정보를 공유하기 때문에 잘못된 정보도 순식간에 확산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처럼 지지자 결집을 위해 의도적으로 SNS를 통해 가짜뉴스를 확산시키는 이들도 있다. 이 때문에 SNS를 통한 ‘가짜뉴스’ 확산 차단을 위해 세계 각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심리학자, 뇌과학자, 경제학자, 수학자 등이 SNS에서 사용자 스스로 가짜뉴스를 거를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 주목받고 있다. 캐나다 리자이나대 경영학부, 심리학과,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미디어랩, MIT 슬론경영대학원, MIT 데이터·시스템·사회연구소, 뇌·인지과학과, 영국 엑서터대 경영대학원 과학·혁신·기술·기업가정신(SITE)학과, 멕시코 경제연구교육연구센터(CIDE) 공동연구팀은 사용자들이 뉴스나 정보 헤드라인의 정확성을 재고하도록 하면 온라인에서 공유하는 정보의 질을 높이고 가짜뉴스를 줄일 수 있다고 19일 밝혔다. 이 같은 연구결과는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 18일자에 실렸다. 연구팀은 사람들이 SNS에서 잘못된 정보를 공유하는 이유와 이같은 행동을 줄이는 방법을 알아보기 위해 트위터를 이용해 2가지의 정보확산 실험을 했다. 우선 미국에 거주하면서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사용하는 182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연구팀은 이들에게 SNS 정보공유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지를 묻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형식으로 만든 18개의 진짜 뉴스와 18개의 가짜 뉴스 헤드라인을 무작위로 제공하면서 헤드라인의 정확성 판단을 우선할 것인지, SNS 공유를 먼저할 것인지를 질문했다. 그 결과 실험참가자들 대부분은 SNS 정보공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확성’이라고 답했다. 그렇지만 실제 정보 공유 행동에 있어서는 정확성 판단을 우선하기보다는 자신과 정치적 성향이 일치하는 뉴스의 헤드라인을 공유하려는 사람들이 2배 이상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두 번째 실험으로 5379명의 트위터 사용자를 대상으로 36개의 진짜뉴스와 가짜뉴스 헤드라인이 섞인 정보를 무작위로 제공했다. 연구팀은 각각의 이용자에게 정보공유 전에 반드시 뉴스 헤드라인의 정확성을 평가해달라는 내용의 개별 메시지를 보냈다. 그 결과 가짜뉴스의 공유가 3분의 1 정도로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첫 번째 실험을 통해 대다수의 사람들이 고의적으로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으며, 두 번째 실험은 정보의 정확성을 확인한 뒤 공유하게 되면 SNS에 유통되는 정보의 품질이 높일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고든 페니쿡 캐나다 리자이나대 교수(행동과학)는 “현재 사용되고 있는 대부분의 SNS 플랫폼들은 다양한 컨텐츠 사용과 빠른 확산, 피드백을 특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정확성을 고려하는데 방해가 될 수 있다”라고 지적하며 “정확한 정보의 확산을 위해서는 사용자에게 주기적으로 주의사항을 고지하는 것이 가짜뉴스 같은 잘못된 정보 확산을 다소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달콤한 사이언스] 유인 화성탐사의 가장 큰 걸림돌은 바로 ‘인간’

    [달콤한 사이언스] 유인 화성탐사의 가장 큰 걸림돌은 바로 ‘인간’

    지난달 아랍에미리트(UAE), 중국, 미국의 화성탐사선들이 속속 궤도 진입을 하거나 표면에 착륙하면서 화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는 2030년까지 유인 화성탐사를 계획 중이며 민간우주기업 ‘스페이스X’를 이끌고 있는 일론 머스크는 2026년까지는 인간을 화성에 착륙시킬 것이며 2050년까지 100만명의 화성으로 이주시키겠다고 장담하고 있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가까운 시일 내에 유인 화성탐사나 거주도 가능해질 것이다. 그렇지만 그 전에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 과학자들은 유인 화성탐사의 가장 큰 걸림돌은 다름 아닌 ‘인간’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지구의 중력을 벗어나면 중력이 0에 가까운 미세중력상태가 되는데 이 때 각종 감정적 변화가 발생해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미국 펜실베니아대 의대 정신과학과 수면·생체주기연구부, 뇌행동연구실, 독일 우주센터(DLR) 우주항공의학연구소 수면 및 인간요인연구부 공동연구팀은 우주공간의 미세중력 상태에서 2개월 이상 생활하게 되면 인공중력으로도 상쇄되지 않는 부정적인 인지적, 감정적 상태에 놓이게 된다고 20일 밝혔다. 이 같은 연구결과는 의학분야 국제학술지 ‘최신 생리학 - 환경, 항공, 우주 생리학’ 18일자에 실렸다. 앞선 많은 연구들에서 우주의 미세중력이 뇌의 구조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지만 이 같은 뇌의 변화가 어떻게 행동이나 인지, 감정변화로 연결되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연구팀은 미세중력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기 위해 23~54세의 건강한 남녀 24명을 대상으로 실험했다. 연구팀은 DLR 연구소에서 엄격한 통제 하에 우주선과 비슷한 크기의 공간에서 머리가 아랫쪽으로 내려가도록 약 6도 각도로 침대를 기울인 상태에서 60일 동안 생활하도록 했다. 연구팀은 이들을 세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은 인공중력 상태를 만들어주지 않고 다른 그룹은 매일 1회 30분 동안 원심분리장치처럼 인공중력을 만들어줬고, 나머지 그룹은 매일 5분씩 6번 간헐적으로 인공중력을 체험하도록 했다. 실제로 우주선이나 우주정거장에서는 원심분리기처럼 우주선을 회전시켜 인공중력을 만드는 경우가 많다. 연구팀은 실험 기간 동안 매일 이들을 대상으로 공간인식, 기억력, 감정, 위험감수능력 등 10가지 인지, 감정능력을 측정했다. 그 결과 실험참가자들은 실험을 시작한지 인지능력, 판단력은 물론 감정통제 능력이 서서히 떨어지기 시작해 5일째부터 급격히 떨어진다는 것이 확인됐다. 이들은 피로감, 계속되는 졸음, 수면의 질 저하, 정신적·육체적 만성 피로, 지루함, 외로움, 우울증, 지나치게 높은 스트레스 등을 호소했다. 이 같은 문제는 인공중력 체험 여부를 떠나 비슷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인공중력이 우주공간에서 우주인의 인지, 감정능력 저하를 막아줄 수 없다는 것이다.마티아스 베스너 펜실베니아대 의대 교수는 “우주여행에서 서로의 감정 표현을 정확하게 읽을 수 있는 능력은 효과적인 팀워크와 임무수행에 반드시 필요하며 예상치 못한 상황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게 해주는 인지능력은 매우 중요하다”라고 지적하며 “이번 연구는 인공중력만으로는 인지능력과 감정상태를 지상에서와 같이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라고 말했다. 베스너 교수는 “유인우주탐사에 있어서 하드웨어의 성능 만큼이나 우주인들을 보호할 수 있는 기술도 함께 개발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에번스·구본권·김진홍·유창훈 교수 아산의학상 수상

    에번스·구본권·김진홍·유창훈 교수 아산의학상 수상

    아산사회복지재단은 18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제14회 아산의학상 시상식을 열고 기초의학 부문에 로널드 에번스(72) 미국 솔크연구소 교수, 임상의학 부문에 구본권(54) 서울대 의대 내과 교수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또 40세 이하를 대상으로 하는 젊은의학자 부문에는 김진홍(39)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와 유창훈(39) 울산대 의대 내과 교수를 선정했다. 아산의학상은 기초의학과 임상의학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이룬 국내외 의과학자를 발굴해 격려하기 위한 상으로 2008년 제정됐다. 아산사회복지재단은 에번스 교수와 구 교수에게 각각 3억원을, 김 교수와 유 교수에게 각각 5000만원을 상금으로 수여했다. 에번스 교수는 세포 안에서 스테로이드 호르몬과 결합해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단백질인 ‘핵수용체’가 대사질환 및 암의 발생과 치료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외국인 수상자는 2016년 로베르토 로메로 미국국립보건원 주산의학연구소 교수에 이어 올해가 두 번째다. 구 교수는 영상 검사와 생리학 검사를 통합한 심장 관상동맥질환 연구를 주도하며 우리나라의 성인 심장질환 진단과 치료를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크게 이바지한 업적을 높이 평가받았다. 김 교수는 노화성 질환 중 가장 흔한 퇴행성 관절질환의 기전을 규명했으며, 유 교수는 간·췌장암·신경내분비종양의 신약 연구 및 임상 적용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말라리아, 농업시대 전에도 존재”…7000년 전 동남아인 유골서 증거 발견

    “말라리아, 농업시대 전에도 존재”…7000년 전 동남아인 유골서 증거 발견

    매년 수많은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치명적인 기생충 감염병인 말라리아가 생각보다 훨씬 더 오래 전부터 인류를 괴롭혀 왔다는 증거를 과학자들이 발견했다. 뉴질랜드 오타고대 등 국제연구진은 베트남에서 발굴된 약 7000년 전 수렵채집인들의 뼈에서 말라리아로부터 고통받았다는 점을 시사하는 유전적 변이를 발견했다. 이는 농업의 도입으로 말라리아가 늘었다는 기존 생각보다 훨씬 더 오래 전부터 인류가 이 질병과 싸워왔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말라리아는 모기를 매개로 하는 기생충에 의해 발생하므로 습지나 늪 또는 열대우림 지역에서 쉽게 확산한다. 일반적인 증상은 고열과 피로, 두통 그리고 구토 등이 있지만, 혼수상태나 죽음에 이르기도 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말라리아는 여전히 세계적인 건강 문제로 올해에만 2억2900만 명의 발병 사례가 나타날 것으로 추정된다. 매년 40만 명이 넘는 말라리아 환자가 사망에 이르는데 그중 3분의 2는 5세 미만 아동이다. 사람에게 말라리아를 걸리게 하는 치명적인 기생충인 열대열말라리아원충은 약 5만 년 전부터 존재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인류가 수렵채집자에서 농부로 전향할 때부터 이 질병이 인간에게 위협이 돼 왔다고 믿어왔다. 사람들이 관개 농업이나 화전 농업으로 정착 생활을 시작하면서 감염을 매개로 하는 모기가 번식할 수 있는 물 웅덩이가 만들어졌다. 농업은 약 1만2000년 전 중동 지역에서 시작됐지만, 동남아시아 일부 지역에서는 그 시기가 그후로도 몇천 년간 늦춰졌다.말라리아는 고고학 기록에 남아있지 않다. 하지만 연구진은 2015년 현미경 검사 등 정밀 연구를 통해 이 고대인들의 뼈 변화가 종종 치명적인 유전성 용혈질환인 지중해빈혈과 관계가 있는 비정상적 다공성을 보여준다는 것을 알아냈다. 하지만 지중해빈혈은 비교적 가벼운 형태에서 실제로 말라리아에 관한 어느 정도의 예방 효과를 줄 수 있다. 이에 따라 말라리아에 관한 적응적 대응으로 인간에게 확산됐다고 생각된다. 이는 농업이 이 지역에서 확산하기 훨씬 전인 7000년 전부터 현지인들이 말라리아로 고통을 받아왔다는 것을 시사한다. 생물인류학자 멜라드리 브로크 박사는 “우리 연구는 적어도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는 말라리아가 농업이 확산하기 이전부터 현지인들에게 위협이었다는 점을 보여준다. 말라리아 모기는 동남아 숲 어디서나 볼 수 있어 물 웅덩이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자세한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 최신호에 실렸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아하! 우주] “화성의 지각 아래 바다가 숨겨져 있다”

    [아하! 우주] “화성의 지각 아래 바다가 숨겨져 있다”

    화성의 지각 아래 바다가 숨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다. 이는 화성의 바다가 오래 전에 우주로 증발되어 사라졌을 거라고 보는 기존의 학설을 뒤엎는 것으로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전 연구에 따르면 화성은 한때 지구 대서양의 절반 정도 수량으로 화성 지표를 약 100~1500m 깊이로 뒤덮은 바다가 존재했을 것으로 추정되어 왔다. 물이 있는 지구상의 거의 모든 곳에 생명체가 존재하듯이 화성의 바다는 한때 생명체의 고향이었으며, 그 중 일부는 여전히 살아 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그러나 지금의 화성은 춥고 건조하다.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붉은 행성이 자기장 보호막을 잃은 후 태양 복사와 태양풍으로 인해 대부분의 공기와 물을 우주로 빼앗기고 말았다고 생각했다. 현재 화성이 대기 중에 보유하고 있는 물과 얼음의 양은 약 20~40m 두께로 화성 지표를 덮을 수 있을 정도다. 그러나 최근 발견은 화성의 바다를 만들었던 대부분의 물이 우주로 증발해 날아가지는 않았다는 것을 시사해준다. NASA의 화성 탐사선 MAVEN(Mars Atmosphere and Volatile EvolutioN) 임무와 유럽우주국의 화성 궤도선 마스 익스프레스의 데이터에 따르면 화성 대기에서 물이 사라지는 속도로 볼 때 화성은 지난 45억 년 동안 약 3~25m 깊이의 바다를 잃은 것으로 나타난다. 이제 과학자들은 한때 화성이 가졌던 물의 대부분이 화성의 지표 아래에 있는 암석 결정 구조의 지각 속에 갇혀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지난 16일(현지시간) ‘사이언스’ 저널과 달-행성 과학 컨퍼런스에서 발견한 내용을 온라인으로 자세히 설명했다. 탐사선과 화성 궤도선의 데이터 그리고 화성의 운석을 사용하여 연구자들은 원시 화성에 존재했던 물의 양을 추정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얼마나 많은 손실이 있었는지 추정하는 화성 모델을 개발했다. 이 손실의 잠재적인 메커니즘은 물이 우주로 빠져나가는 것과 화학적으로 미네랄에 통합되는 양을 모두 포함한다. 과학자들이 화성이 우주로 빼앗긴 물의 양을 추정하는 한 방법은 대기와 암석 내에 있는 수소 수준을 분석하는 것이다. 모든 수소 원자는 핵 안에 양성자 하나를 갖고 있지만, 일부는 여분의 중성자를 가지고 있어 중수소로 알려진 동위원소를 형성한다. 일반 수소는 무거운 중수소보다 행성의 중력에서 더 쉽게 우주로 빠져나간다. 화성 샘플에서 가벼운 수소와 무거운 중수소 원자의 수준을 비교함으로써 연구자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붉은 행성이 얼마나 많은 수소를 잃었는지 추정할 수 있다. 물 분자는 2개의 수소 원자와 1개의 산소 원자로 구성되어 있다. 태양 복사가 화성의 물을 수소와 산소 분자로 분리시켰기 때문에 화성의 수소 손실 추정치를 알면 화성의 물이 얼마나 사라졌는지를 알아낼 수 있다. 새로운 연구에서 과학자들은 화성에서 볼 수 있는 수소 대 중수소 비율이 원시 화성의 물 30~99%가 화학반응으로 화성 지각 아래 묻히고 나머지 물은 우주로 사라졌음을 말해준다고 설명한다. 전체적으로 연구원들은 약 41억~37억 년 전 고대 화성이 40~95%의 물을 잃었으며, 그들의 모델은 화성의 물의 양이 약 30억 년 전에 현재 수준에 도달했다고 제안했다.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의 행성 과학자인 에바 셸러 박사는 “화성은 기본적으로 30억 년 전에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건조한 행성이 되었다”고 밝혔다. 화성 지각 아래 묻힌 물의 양에 대한 새로운 추정치는 상당히 큰 오차를 보이는데, 이는 먼 과거에 화성이 우주로 물을 잃은 속도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이라고 지적하는 셸러 박사는 “2월에 화성에 착륙한 NASA의 퍼서비어런스 로버가 이러한 추정치를 결정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로버가 화성 지각의 가장 오래된 부분 중 하나를 탐사할 것이므로 과거의 물 손실 과정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또한 셸러 박사는 "화성이 가지고 있던 물의 대부분은 여전히 지각 안에 잠겨 있을 수 있지만, 이것이 미래의 화성 우주 비행사가 그 물을 쉽게 추출하여 화성 개척에 사용할 수 있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면서 “대체로 화성 지각에는 여전히 물이 많지 않기 때문에 상당한 양의 물을 얻으려면 많은 암석을 가열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광식 칼럼니스트 joand999@naver.com
  • “성별 특성 반영한 젠더혁신은 모두를 위한 연구혁신”

    “성별 특성 반영한 젠더혁신은 모두를 위한 연구혁신”

    2월 ‘여성과총’에서 독립, 공익법인으로 새 출발젠더혁신에 대한 인식 확산, 인프라 구축 목표미국·유럽처럼 연구에 성별 특성 반영 의무화해야“돈·시간 더 들어도 젠더혁신은 세계적 추세”미적대다 국제연구·기술수출·국제협력개발에 타격 입을 수도“과학기술의 연구개발 전 과정에서 성별 특성을 반영하는 젠더혁신연구야 말로 남녀 모두를 위한 더 좋은 연구혁신입니다. 지도자의 인식이 바뀌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수요자(사용자)를 포함해 모든 이해당사자가 목소리를 내는 것이 그만큼 중요합니다.” 이혜숙(73) 한국과학기술젠더혁신센터 초대 소장은 ‘젠더혁신’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젠더혁신센터는 지난 2월 초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부설기관에서 독립해 비영리 공익재단법인으로 출범했다. 이화여대 수리과학물리과학부 수학전공 명예교수인 이 소장을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있는 사무실에서 만나 젠더혁신연구의 방향과 과제 등에 대해 들어봤다. 이 소장은 이화여대 자연대학장과 대학원장, 한국여성과총 회장,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초대 소장을 지냈다. 2013년 한국에 ‘젠더혁신’이라는 개념을 들여오는데 기여했고 2016년부터 젠더혁신연구센터 수석연구원으로 활동해온 과학계 원로이다. -여성과총 부설기관에서 독립했는데, 센터의 역할과 목표는 무엇입니까. “독립 비영리 공익재단법인으로 책임감이 커졌습니다. 지난 5년 동안 여성과총의 지지와 후원으로 성별 특성을 반영한 연구 사례들에 긍정적 평가가 있었습니다. 한국연구재단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가 연구지원을 할 때 성별 특성을 반영하도록 권고하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센터 이름에서 ‘연구’라는 표현이 빠졌는데, 이제 연구는 과학자들에게 맡기고 센터는 젠더혁신연구 기반을 구축하고 연구자들을 위한 교육 콘텐츠를 만들며 법과 제도 개선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그러기위해서는 성별 특성을 반영하는 과학기술기본법 개정안이 21대 국회에서 통과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젠더 이슈가 사회적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과학기술계에서 말하는 ‘젠더혁신’은 무엇을 뜻합니까. “과학기술 연구에서 성별 및 젠더의 특성을 반영해 연구하면 모두를 위한 혁신을 이룰 수 있다는 개념입니다. 미국 스탠퍼드대학 론다 시빙어 교수가 2005년 ‘젠더혁신’이라는 용어를 처음 썼지만 과학기술계에서 변화를 통해 가치를 만들어내는 혁신은 익숙한 개념입니다. 과학연구 성과물은 가치중립적이어서 특별히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해왔어요. 그런데 1997~2000년 미국에서 10개 약물이 심각한 부작용으로 퇴출됐어요. 그 중 8개가 여성에게 더욱 치명적이었습니다. 미 정부 조사 결과 엄청난 돈이 들어가는 신약 개발 과정에서 수컷만 대상으로 동물실험을 하고 임상시험에서도 여성이 소수만 포함된 결과라는 결론이 났습니다. 이후 남녀 부작용이 다른 약물이 10개가 아니라 600개라는 논문도 발표됐어요. 어떤 약 물질은 쥐 실험 결과 암수에서 반대의 결과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암수를 따로 연구하고 데이터도 분리해서 봐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건물의 실내 적정온도 기준이 남성에 맞춰져 여성 대부분이 추위를 느끼고, 실험실 장비나 작업장 안전장치, 심지어 휴대전화도 평균적인 남성을 기준으로 해 여성이나 체격이 작은 남성에게는 맞지 않아 위험과 불편을 감수해왔다. 성별 특성이 반영되지 않은 사례들이다. -젠더혁신의 성공적 사례로 어떤 것들이 있나요. “의생명과 보건 분야에서 연구가 활발합니다. 심혈관 질환은 일반적으로 남성이 많이 앓는다고 알려져 증상이나 진단 기준이 남성에 맞춰져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 증세가 다른 여성은 잘 포착이 안 돼 거의 마지막 단계에 진단받은 경우가 많습니다. 성별 특성을 반영해 심장병을 연구해 진단과 치료방법을 차별화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골다공증은 여성의 질병으로 인식돼 기준도 여성에 맞춰져 남성은 골다공증 증세가 있어도 진단이 잘 안 됐어요. 남성의 발병 원인이 다르고 이에 따라 치료법도 달라 이제는 진단과 치료 모두 개선됐습니다. 대장암 위치도 남녀 차이가 있다는 국내 연구 사례가 있고, 자폐증과 비만도 남녀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어요. 이밖에 고령층 집단생활에서 남녀 차이가 커 노후 주거문화를 검토할 때 시사점을 던져줍니다.” -인공지능(AI)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과학기술 지식과 데이터의 편향성이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이루다 논란이 있었지만 앞서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챗봇을 출시했다 하루 만에 철회한 적이 있습니다. 교육이 진행되면서 성희롱과 인종차별을 서슴지 않았거든요. 얼굴 인식 알고리즘도 백인 남성 인식률이 가장 높고 유색 여성 인식률이 가장 낮았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요. 아마존에서 채용 알고리즘을 개발해 이용하려다 폐기했어요. 여성 관련 표현들을 모두 삭제했는데도 여성 지원자에게 매우 불리하게 작용했다고 합니다. AI가 방대한 자료를 분석해 진단하는 데에서 나아가 예측하고 판단하고 조언하는 수준까지 가면 그건 다른 얘기입니다. 왜곡·편향된 데이터가 어떻게 들어가는지, 개발자가 어떻게 배우게 하는지 그 메커니즘을 따져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말레이시아에서 AI 판사가 등장했고, 미국에서도 개발한다지만 늦더라도 우리 실정, 사회·문화적 요소 등을 세밀하게 짚으면서 가야 합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과학기술연구 과정에 성별 특성 반영을 의무화하고 있나요. “미 국립보건원(NIH)은 2016년부터 연구비를 신청할 때 척추동물부터는 성별 특성을 반영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왜 반영하지 않아도 되는지 반드시 설명하도록 요구하고 있습니다. 유럽도 EU 차원에서 느슨하지만 성별 특성을 반영하도록 한 규정이 있습니다. 유럽에서는 AI의 폐해를 매우 심각하고 보고 있어 젠더와 인종 이슈를 고려하지 않으면 팔기 힘들 것이라는 얘기도 나옵니다.”-성별 특성, 젠더를 반영하지 않은 연구가 계속된다면 어떤 어려움이 있을 수 있습니까. “성별 특성을 반영한 연구를 하게 되면 지금보다 돈과 시간이 배로 들어가는데 결과가 그만큼 유의미할지, 들어간 개발비를 뽑아낼 수 있을지 반문하는 사람들이 있는 데 잘못된 생각입니다. 당연히 가야 할 방향입니다. 미국이 연구에 성별 특성을 반영하도록 의무화했고, 바이오 물질을 외국에서 수입할 때 다른 나라에도 성별 특성을 반영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얘기들이 나옵니다. 외국에는 성별 영향 분석을 한 논문만 받겠다고 선언한 저널도 많아요. 빌앤드멀린다게이츠재단은 농업부문 개발사업에 지원할 때 젠더 요소를 반드시 포함하도록 했어요. 성별 특성을 반영하지 않으면 앞으로 국제연구와 국제개발협력사업 등에서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한국은 아직 권고에 그치고 있어요. 한국연구재단에서 2018년부터 연구에 성별 특성을 반영하도록 권고하고 있고, 한국과총에서도 2019년부터 회원 학회들에 학술비 지원 신청할 때 성별 특성을 반영하도록 권고했고 내년부터 의무화할 계획으로 알고 있습니다. 의생명 분야라도 미국 수준으로 하자고 제안했었는데 과학자의 자율성을 강조하며 강제하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입니다. 의무화하는 방향으로 가려면 법과 제도를 개선하고 인식도 바꿔나가야 합니다. 성별 특성을 반영한 연구에 대규모 지원을 하는 유럽 방식도 검토해볼 만하다 생각해요.” -할 일은 않은데 조직과 예산이 뒷받침되는지 궁금합니다. “지금은 가난한 집에서 떡 할 때 분위기에요.(웃음) 주위에서 이것저것 빌려다 쓰는 상황이랄까요. 센터가 필요없는 때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과학기술은 오랫동안 엄정하게 다져진 방법론에서 나옵니다. 권위에 도전하기 쉽지 않죠, 때문에 지도자가 바꿔주어야 합니다. 과학기술은 필요한 게 있으면 만듭니다. 그래서 희망을 갖고 있어요.” 글·사진 김균미 대기자 겸 젠더연구소장 kmkim@seoul.co.kr
  • [와우! 과학] 장내 곰팡이, 알고보니 건강에 중요하다?

    [와우! 과학] 장내 곰팡이, 알고보니 건강에 중요하다?

    인간은 사실 자신의 세포보다 훨씬 많은 공생 미생물과 함께 살아간다. 특히 장내에는 음식물의 분해와 대사를 돕는 수많은 장내 미생물이 존재하는데, 최근 이 미생물들이 단순히 음식물만 분해하는 것이 아니라 숙주의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보고되어 과학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알고 보니 장내 미생물이 비만, 당뇨, 고혈압, 심혈관 질환, 정신 질환 등 다양한 질병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의 장 속에는 세균만 사는 것이 아니다. 최근 미국 앨라배마 대학 및 테네시 대학 보건과학센터 연구팀은 장내 공생 곰팡이에 대한 연구 결과를 저널 커뮤니케이션스 바이올로지(Communications Biology)에 발표했다. 인간을 포함한 동물의 장에는 박테리아는 물론 바이러스와 곰팡이도 다수 존재한다. DNA 연구를 통해 세균 이외에 많은 바이러스와 곰팡이의 존재를 증명한 과학자들은 당연히 이들 역시 숙주의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했지만, 아직 연구는 많이 부족한 상태다. 연구팀은 장내 곰팡이 역시 음식물 분해 및 대사에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하고 쥐를 이용한 동물 모델을 통해 그 가능성을 검증했다. 우선 네 개 회사에서 받은 유전적으로 동일한 생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장내 곰팡이 구성을 조사한 후 지방과 설탕이 많은 서구식 식단을 모방한 먹이와 일반적인 사료를 주고 변화를 관찰했다. 연구 결과 서구식 식단을 먹은 쥐는 예외 없이 체중이 늘어났다. 하지만 연구팀은 장내 곰팡이의 구성에 따라 체중 증가에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예를 들어 서모미세스 (Thermomyces) 곰팡이가 많을수록, 그리고 사카로미세스(Saccharomyces) 속의 곰팡이가 적을수록 체중 증가가 더 크게 나타났다. 참고로 서모미세스는 지방 분해 능력이 뛰어난 곰팡이고 사카로미세스는 탄수화물 발효 능력이 뛰어나 제빵, 양조 등에 널리 쓰이는 효모종이다. 따라서 서모미세스가 많을수록 지방을 효과적으로 분해해서 더 잘 흡수했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 곰팡이들이 숙주의 체중 증가 및 대사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장내 곰팡이에 대한 연구는 이제 막 시작 단계로 인체에 미치는 영향 역시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 사실 우리 몸에 곰팡이가 살고 있다고 하면 뭔가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처럼 여겨지는 것이 일반적인 반응일 것이다. 그러나 장내 미생물에 대한 인식이 최근 크게 변한 것처럼 장내 곰팡이에 대한 인식 역시 앞으로 크게 변할 가능성이 있다. 앞으로 연구를 통해 우리 몸에 도움을 주는 공생 곰팡이에 대한 비밀이 하나씩 밝혀질 것으로 기대된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 세계 최초 컴퓨터?…2100년 전 ‘안티키테라 기계’ 비밀 일부 풀었다

    세계 최초 컴퓨터?…2100년 전 ‘안티키테라 기계’ 비밀 일부 풀었다

    2100년 전 그리스 시대에 만들어진 수수께끼의 천문학 계산장치 ‘안티키테라 기계’가 120년 전 처음 발견됐을 때 과학자들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수동식 장치는 우주의 움직임을 표시함으로써 다른 다섯 행성의 움직임과 달의 위상 그리고 일식·월식을 예측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위대한 업적을 어떻게 이뤘는지는 설명하기가 매우 어렵다. 최근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연구진은 부분적으로나마 이 수수께끼를 풀었고 해답이 맞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톱니바퀴 등 부품을 복원하는 작업에 착수했다고 가디언 등 현지언론이 12일(현지시간)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연구진은 오늘날 부품으로 안티키테라 기계의 복제품을 만들어내 고대의 기술을 재현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에 대해 UCL의 연구저자인 애덤 부이치크 박사는 “우리의 복원은 현재 남아있는 유물로부터 과학자들이 수집한 모든 증거에 부합한다고 확신한다”면서 “과거 다른 학자들이 복원했지만 이 기계의 3분의 2는 소실돼 그 구조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을 어렵게 한다”고 설명했다.세계 최초의 아날로그 컴퓨터로도 알려진 안티키테라 기계는 1901년 그리스 안티키테라 섬 앞바다에서 찾아낸 침몰한 화물선에서 유물을 옮기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이 난파선은 기원전 1세기쯤 소아시아(아시아 대륙의 서쪽 끝, 흑해와 에게해, 동지중해에 둘러싸인 지방)에서 로마로 향하던 중 폭풍우를 만나 크레타 섬과 페로폰 제도 사이에서 침몰한 것으로 추정된다. 오랫동안 바다 속에 잠들어 있던 탓에 부식돼 파편화한 이 기계는 처음에 무엇인지 알 수 없었지만, 몇십 년에 걸친 연구를 통해 당시 기계공학의 집대성으로 밝혀졌다. 원래 약 30㎝ 높이의 나무상자 안에 들어있던 이 장치는 일종의 메뉴얼인 비문으로 뒤덮여 있고 문자판과 바늘에 연결된 30개 이상의 청동 톱니바퀴가 들어 있다. 손잡이를 돌리면 지구를 중심으로 태양과 행성 등 천체가 움직이는 방식인 것이다.영국 런던 과학박물관의 기계공학 전문가 마이클 라이트 박사는 안티키테라 기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관한 많은 자료를 수집해 작동하는 복제품을 만들었지만 이 장치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안티키테라 기계는 82조각으로 분해됐을 만큼 심하게 파손돼 있어 이들 연구자의 복원 작업은 너덜너덜해진 퍼즐 조각을 맞추는 것과 같다.UCL 연구진은 라이트 박사 등과 함께 고대 그리스 철학자 파르메니데스가 묘사한 안티키테라 기계와 수학적 방법에 관한 비문 내용을 사용해 올바르게 작동할 수 있는 새로운 장치를 고안했다. 이 해결책을 통해 이 기계의 거의 모든 톱니바퀴는 불과 25㎜ 깊이의 공간 안에 들어간다.연구진에 따르면, 안티키테라 기계는 태양과 달뿐만 아니라 수성과 금성, 화성, 목성 그리고 토성의 움직임을 동심원상에 표시했다. 이 장치는 태양과 행성들이 지구 주위를 공전하고 있다고 가정했기에 태양이 중심인 경우보다 그 경로를 톱니바퀴로 재현하는 것이 훨씬 더 어려웠다. 연구진은 이 연구가 안티키테라 기계가 어떻게 하늘을 표현했는지에 관한 진정한 이해를 돕는다고 생각하지만, 자신들의 설계가 확실한지 아니면 이를 당시 제조 기술로도 만들 수 있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다. 우주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동심원상의 고리는 중첩돼 속이 빈 축 위에서 회전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을 나타내기 위해 필요한 금속 가공용 선반 없이 어떻게 이런 부품을 만들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연구진이 복원한 모델이 제대로 작동하는지와 별개로 안티키테라 기계에 관한 수수께끼는 여전히 많다. 이 장치가 당시 장난감이었는지 아니면 교구였는지는 불분명하다. 그리고 당시 그리스인이 이런 기계 장치를 만들 기술이 있었다면 그 지식으로 무엇을 더 만들어냈냐는 것이다. 부이지크 박사는 “금속은 매우 귀해서 재활용됐겠지만, 이와 비슷한 장치를 발견하는 등의 사례가 없다는 점은 이상한 일”이라면서 “만일 고대 그리스인이 안티키테라 기계 제조 기술을 가졌다면 왜 이를 시계 같은 다른 장치를 고안하는데까지 확장하지 않았을까?”라고 되물었다. 자세한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 최신호에 실렸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아하! 우주] 직녀성 주위에서 해왕성 크기의 ‘외계행성’ 발견

    [아하! 우주] 직녀성 주위에서 해왕성 크기의 ‘외계행성’ 발견

    하늘에서 가장 밝고 가장 유명한 별 중 하나인 베가(직녀성)를 공전하는 타는 듯이 뜨거운 행성 후보가 하나 발견되었다.  해당 천체가 과연 외계행성인지는 후속 관찰이나 분석으로 확인해야 하지만, 이 외계행성 후보는 대략 해왕성의 크기이며 베가와의 거리가 매우 가깝다. 행성이 모항성인 베가 주위 궤도를 한 바퀴 도는 데 불과 2.5일(지구 기준)밖에 걸리지 않는다. 이 행성의 표면 온도는 대략 섭씨 2976도 정도라는 계산서가 나왔는데, 이는 모항성과 너무나 가까운 거리에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해당 천체가 실제로 외계행성으로 판명된다면 그것은 지금껏 발견된 외계행성 중 두 번째로 뜨거운 행성이 될 것이다. 현재 가장 뜨거운 행성인 KELT-9b는 약 4300도로 알려져 있다. 직녀성으로도 불리는 베가는 지구에서 불과 25광년 거리에 있으며, 북반구 하늘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고도에 있으므로 이 후보 행성계에 대한 후속 연구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과학자들은 이 해왕성 크기의 행성 후보를 확인함과 아울러 거문고자리에 있는 유명한 베가별 주변에 또 다른 행성들이 있는지 탐색할 예정이다. 베가의 외계행성 후보 발견에 대한 새로운 연구의 대표저자 스펜서 허트는 콜로라도 대학의 천문학 학부생으로, 성명에서 “이것은 우리 태양계보다 훨씬 더 큰 거대한 시스템"이라고 전제하면서, "이 시스템 안에 다른 행성이 있을 수 있으며, 그것을 찾아내는 것은 시간 문제일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팀원들은 애리조나에 있는 프레드 로렌스 위플 천문대에서 수집한 약 10년간의 데이터를 검토한 후 이 후보 행성을 발견했다. 그들은 별의 움직임에서 약간의 흔들림을 탐지했는데, 이는 궤도를 도는 행성과의 중력 상호작용 때문인 것으로 판단했다. 천문학자들은 수년 동안 베가 주변에서 행성 탐색 작업을 게속했다. 2013년 연구자들은 베가를 도는 거대한 소행성대가 있다는 증거를 발표하고, 머지않아 행성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표명했다. 그러나 연구팀은 발견한 행성 후보가 정말 외계행성이지 여부는 올해 10월에 발사될 예정인 미 항공우주국(NASA)의 강력한 차세대 우주망원경 제임스웹이 발사될 때까지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베가는 너무 밝은 나머지 첨단 천체망원경으로 낮에도 볼 수 있는 만큼 자유로운 관측이 가능하다. 허트와 그의 동료들은 후속 연구에서 후보 행성에서 직접 방출하는 빛을 찾아냄으로써 해당 천체의 존재를 확인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베가의 행성들과 외계인은 1951년에 발표된 아이작 아시모프의 '파운데이션' 시리즈를 시작으로 '스타트랙: 오리지널 시리즈' 에피소드 '더 케이지'(The Cage: 1965년에 발표되어 1988년 첫 방영)에 이르기까지 여러 시대에 걸쳐 SF 영화나 텔레비전 쇼의 필수 요소가 되어왔으며, 그밖에도 '콘택트'(1997), '바빌론 5'(1993-98) 등 많은 프로그램에 등장한다. 과학과 공상과학에 있어서 베가의 매력은 대부분 지구와의 근접성 때문이다. 25광년이란 우리은하 크기 10만 광년에 비교한다면 정말 지척이다. 북반구의 여름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견우성 알타이르와 마주보고 있는 베가는 누구라도 쉽게 맨눈으로 발견할 수 있으며, 은하수 위를 나는 백조자리의 데네브와 함께 여름철 대삼각형의 한 꼭짓점을 이루고 있다. 새로운 연구는 3월 2일 '천체물리학' 저널에 발표되었다. 이광식 칼럼니스트 joand999@naver.com     
  • 반려동물 코로나19 감염 확률 70만 분의1…현실에선 동물 간 전파도 어려워

    반려동물 코로나19 감염 확률 70만 분의1…현실에선 동물 간 전파도 어려워

    반려동물에 대한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과대평가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송대섭 고려대 약학과 교수는 최근 열린 국민생활과학자문단 주최 포럼에서 “미국 코로나19 감염자가 500만명을 넘어설 때도 반려동물이 감염된 케이스는 5건에 불과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13일 송 교수에 따르면 미국 내 반려동물을 기르는 인구 비율은 63.8%다. 송 교수는 “미국에서 500만명이 감염됐을 때를 기준으로 계산하니 353만명이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었으나 실제 반려동물이 감염된 케이스는 5건”이라며 “감염 확률은 70만분의 1”이라고 말했다. 즉 70만명의 감염자가 있어야 반려동물 감염이 한 건 정도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송 교수는 “게다가 전 세계를 통틀어 반려동물에서 사람으로 전파된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한국에서는 지난 6일 기준으로 반려동물 감염 사례가 7건(고양이 4건, 개 3건) 확인됐다. 모두 사람으로부터 바이러스가 옮겨간 사례로 추정된다. 임상시험에서는 개보다는 고양이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더 잘 감염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는 바이러스에 감염돼도 임상증상이 뚜렷하지 않았다. 또한 성묘보다는 새끼 고양이가 바이러스에 취약했다. 실험에선 고양이가 다른 고양이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것도 가능했다. 하지만 송 교수는 “이는 실험실에서 반려동물의 비강에 고농도의 바이러스를 직접 불어넣었을 때 나온 결과로, 현실에서는 임상증상이 나타나고 바이러스를 배출하고 전파도 가능한 이런 식의 감염이 이뤄지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동물이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한 사례로 덴마크 밍크농장 등이 거론되는데, 이 케이스는 밍크를 대량 사육하는 농장에서 대규모 감염이 일어나 인부가 감염되고 지역사회에 전파시킨 사례로, 이것만 보고 반려동물로 넘어간 바이러스가 다시 사람을 감염시킨다고 확대 해석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지금은 걱정할 수준이 아니지만, 변이바이러스가 계속해서 출현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해은 농림축산검역본부 해외전염병과장은 “동물이 바이러스에 자꾸 감염되면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켜 혹시라도 동물에서 사람으로 전파될 수 있는 요소를 획득할 수 있다”면서 “감염이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유전적 변이를 감시 중”이라고 밝혔다. 변이바이러스 출현을 막으려면 우선 반려동물이 코로나19 감염자와 접촉해 감염되는 일을 줄여야 한다. 권동혁 질병관리청 위기대응연구담당관은 “밀접접촉자로 분류돼 자가격리 중인 사람은 반려동물과 접촉해선 안 되고, 다른 가족 구성원이 반려동물을 돌보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애인 보조견은 공공장소에 갈 때 되도록 주인 이외의 다른 사람과 2m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코로나19 걸렸던 사람, 백신 2차 접종 필요 없다”

    “코로나19 걸렸던 사람, 백신 2차 접종 필요 없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렸던 사람은 1차 백신만 접종해도 충분한 면역력이 생긴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면역력 생긴 사람, 1차 백신 접종시 강한 항체 반응” 10일(현지 시간) 유명 학술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JM)’에는 미국 마운트 시나이 의대 과학자들이 작성한 이러한 내용의 보고서가 실렸다. NEJM은 미국 매사추세츠 의사협회가 발행하는 권위 있는 학술지로, 이 보고서는 논평(A letter to the editor) 형식으로 NEJM에 제출됐다. 공동 저자인 비비아나 사이먼 미생물학 교수는 “면역력이 생긴 사람에게 1차 백신을 접종하면, 비감염자에게 2차 접종한 것과 대등하거나 이보다 더 강한 항체 반응이 나타난다는 걸 확인했다”라면서 “신종 코로나에 감염됐던 사람은 한 번만 백신을 접종해도 충분한 면역력이 생길 수 있다”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백신 접종자 109명을 대상으로 항체 수치 변화를 비교 분석했다. 이 가운데 코로나19에 감염된 적 있는 피험자는 1차 접종 후 수일 내 비감염자의 10~20배의 항체가 생겼으며, 2차 접종 후에 생긴 항체도 비감염자의 10배를 넘었다. 과학자들은 코로나19 확진을 받은 사람은 백신을 한 차례만 맞아도 매우 빠르게 면역 반응이 일어나며, 그 반응 강도는 감염 전력이 없는 사람에게 2차 백신을 접종한 것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백신 접종 후 반응, 1차 접종 때는 비슷양성 그룹 면역 반응, 1차 접종 후 더 강해져 연구팀은 코로나19 양성 83명과 음성 148명을 별개의 두 그룹으로 나눠 백신 접종 후 반응도 관찰했다. 두 그룹 모두 1차 접종 때 가벼운 통증, 부기(浮氣), 피부 빨개짐 등이 주사 부위에 나타났다. 그러나 피로, 두통, 오한, 고열, 근육 및 관절통 등 상대적으로 중한 부작용 빈도는 양성 그룹에서 훨씬 더 높았다. 코로나19 양성 그룹의 1차 접종 후 면역 반응 강도는, 음성 그룹의 2차 접종 후와 비슷했다. 양성 그룹의 면역 반응이 1차 접종 후 강해지는 것은 피험자의 면역세포가 이 때부터 코로나19 스파이크 단백질을 식별할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팀은 백신 접종 대상자가 신종 코로나에 감염된 적이 있는지 잘 모를 경우엔 혈청학적 분석을 통해 스파이크 단백질에 대한 항체 형성 여부를 확인하라고 권고했다. 사이먼 교수는 “검사를 통해 이전 감염에 따른 항체 형성이 확인된 사람은 2차 백신을 접종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면서 “이런 접근법이 정책에 반영된다면 충분치 못한 백신 공급을 늘리고, 코로나 감염 후 회복한 사람이 자주 겪는 백신 과민 반응도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10년 사이 네 자녀 모두 자연사” 18년 옥살이 호주 어머니 누명 벗을까

    “10년 사이 네 자녀 모두 자연사” 18년 옥살이 호주 어머니 누명 벗을까

    자신이 낳은 네 자녀가 1989년부터 1999년까지 10년이 조금 넘는 기간 모두 세상을 떠났다면 어머니는 얼마나 참담할까? 하지만 세상은 의심의 눈초리를 던졌고, 어머니는 법의 심판대에 섰다. 2003년 호주 뉴사우스웨일즈(NSW)주의 헌터 밸리에 살던 캐슬린 폴비그에게 벌어진 일이다. ‘호주 최악의 여성 연쇄살인범’이란 별칭이 붙여졌다. 첫 아들 칼렙은 과실치사, 패트릭과 사라, 로라 등 세 아이를 살해한 혐의가 인정돼 징역 30년형이 선고돼 18년 가까이 복역했다. 그는 한사코 무고하다고 항변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최근 아이들이 모두 자연사했다는 그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과학적 증거가 나타나 어쩌면 억울한 누명을 벗을지 모르겠다고 영국 BBC가 11일(현지시간) 전했다. 지난주 90명의 저명한 과학자들, 과학 동호인들, 의료 전문가들이 NSW 지사에게 탄원서를 건네 폴비그의 사면과 즉각 석방을 요구했다. 두 노벨상 수상자, 올해의 호주인으로 뽑힌 두 사람, 호주학술원 회장 등이 포함됐다. 존 샤인 교수는 “현재 이 사건과 관련해 존재하는 과학적, 의료적 증거를 고려하면 이 탄원서에 서명하는 일은 마땅히 옳은 일”이라고 말했다. 만약에 폴비그의 무죄가 선언돼 석방되면 호주 사법부 사상 최악의 오심이 될 전망이다. 이 나라에서는 울룰루 지역에서 자신이 낳은 아기 아자리아를 살해한 혐의로 잘못 기소돼 3년을 복역한 린디 챔벌레인의 사례보다 더 지독한 사법권 오용 사례가 될 것이다. 2019년에도 여러 차례 청원 끝에 재심이 열렸지만 재판부는 한사코 합리적인 의심보다 원심에서 제시됐던 정황 증거, 그가 일기장에 남긴 모호한 표현들에 더 무게를 실었다. 레지날드 블랜치 재판장은 “누군가 의도적으로 아이들에게 해를 입혔다는 것이 유일한 합리적인 결론이란 사실은 여전하다. 증거는 폴비그 말고는 어떤 다른 이도 지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뒤 시간이 흐를수록 유죄 판단에 대해 합리적인 의심을 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과학적 증거들이 잇따라 나왔다. 유전학자인 조제프 게츠 박사는 “이 사건에서의 과학은 매우 강력해 무시할 수가 없다”고 단언했다. 아동 및 공중 보건을 전공한 피오나 스탠리 교수는 “의학적, 과학적 증거가 무시되고 정황 증거를 우선시하는 일은 아주 염려스러운 일이다. 우리는 지금 폴비그의 자녀들 죽음에 관해 달리 설명할 방법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두 딸 사라와 로라가 희귀한 유전자 돌연변이를 갖고 있어 갑작스러운 심장 돌연사를 불렀다는 것이다. 2019년의 청원을 이끈 것도 카롤라 비누에사 호주국립대 교수의 이 주장 때문이었다. 비누에사 교수는 캐슬린의 ‘CALM2 G114R’ 유전자를 두 딸이 물려받았고 이것이 심장 이상을 불러왔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지난해 11월 호주, 덴마크,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 미국 과학자들은 유럽심장재단이 발행하는 저명 의료잡지 유로페이스(Europace)에 실린 논문을 통해 폴비그와 두 딸의 변이 유전체는 다른 CALM 변이를 지닌 사람들보다 훨씬 심각한 영향을 미쳐 심장마비와 영유아들의 수면 돌연사를 초래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두 아들 칼렙과 패트릭 역시 다른 종류의 유전자 돌연변이를 갖고 있었다. 쥐들에 주사하면 곧바로 사지가 마비돼 죽었다. 과학자들은 아들들의 유전자에 대해선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네 자녀의 부검 결과를 2015년 다시 살펴본 멜버른의 법의학자 스티븐 코드너 교수는 “네 자녀 중 누구라도 살해됐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법의학적 증거는 찾지 못했다. (폴비그가) 목을 졸랐다는 징후는 없었다”고 단언했다. 2018년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의 법의학자 매슈 오르데 교수도 호주 ABC 방송 인터뷰를 통해 “기본적으로 코드너 교수의 말에 동의한다. 네 자녀 모두의 죽음은 자연사로 설명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NSW 항소법원은 탄원서에 대한 심리를 다시 벌였는데 폴비그에 좋은 소식이 전해질까 주목된다고 BBC는 전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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