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과오
    2026-03-15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2,273
  • 신당 경선서 검증 안한다

    대선후보 예비경선에 돌입한 민주신당이 당 차원의 후보 검증 작업을 벌이지 않을 방침이어서 ‘검증 없는 경선’이라는 논란을 낳고 있다. 특히 검증을 하지 않는 이유가 대선까지의 촉박한 일정 외에 한나라당 후보들과 달리 특별히 검증해야 할 부적격 후보가 없다는 점을 들고 있어 국민에게 지나치게 오만한 자세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지난 21일부터 26일까지 6일간 실시한 국민선거인단 모집에 무려 100만명이 등록, 예비후보들간에 ‘유령 국민’ 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상황도 민주신당이라는 당명에 걸맞지 않은 구태라는 지적을 낳고 있다. 민주신당 이목희 국민경선관리위원장은 27일 후보 검증과 관련해 “한나라당 청문회에서 보듯이 당이 주관하는 후보 청문회가 별다른 성과를 거둘 수 없다.”며 “우리 후보들이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부동산 의혹처럼 의혹을 살 만한 큰 과오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또 “철저한 검증은 본선 과정에서 언론과 국민에 의해 이뤄질 수 있어 당 경선과정에 검증 청문회를 포함시키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범여권의 이런 자세는 지난달 19일 한나라당 이명박·박근혜 경선후보 검증 청문회에 대해 “면피용 대국민 정치쇼”라며 비난하고 철저한 검증을 요구했던 것과 배치된다. 이에 대해 당 관계자는 “신당이라는 간판을 내건 이상 후보들을 검증하는 뼈저린 모습을 보여야 하는 데도 당 지도부가 ‘우리 후보는 깨끗하다.’며 검증 청문회를 회피하는 무책임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민주신당 후보들은 완벽하니 검증 자체가 필요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오만”이라며 “국민에 대한 기본 예의조차 없는 당”이라고 몰아 붙였다. 불과 엿새 동안 이뤄진 국민선거인단 모집에 무려 100만명이 몰리면서 ‘유령국민’ 논란도 증폭됐다. 선거인 대리접수에 반대해 온 이해찬, 한명숙, 신기남 후보 등 친노(親盧) 성향 후보 3명은 이날 오전 선거인단 동원접수 의혹을 제기하며 접수된 선거인단 전원을 상대로 본인 의사에 따른 것인지 확인할 것을 요구하는 등 강력 반발했다. 이들은 특히 한때 정책토론회를 전면 거부할 움직임을 보였으나 당 지도부가 전수조사 문제를 논의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진화에 나서 토론회 파행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한편 민주신당은 이날 서울 효창동 백범기념관 컨벤션홀에서 첫 대선후보 예비경선 토론회를 개최, 본격적인 경선전에 돌입했다. 토론회에서 9명의 예비후보들은 저마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싸워 이길 수 있는 ‘맞춤형’ 후보라고 주장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참여정부의 공과와 범여주자의 정통성에 대한 치열한 공방도 이뤄졌다. 민주당과 열린우리당 탈당과 관련해 후보들간 사과를 요구하며 대립각을 세우는 등 대통합 공방도 재연됐다. 그러나 토론회 전체 2시간 30분 중 후보 1명이 발언할 수 있는 시간이 11분30초에 불과해 부동산, 비정규직, 저출산 대책, 남북관계 현안 등 정책 분야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는 이뤄지지 못했다. 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민주신당 정책토론회] MB와 차별화…“내가 필승후보”

    [민주신당 정책토론회] MB와 차별화…“내가 필승후보”

    1. 정책 공방 27일 민주신당 대선 예비주자 토론회는 9명의 예비 후보자들이 부동산·비정규직·저출산 대책·남북관계 등에 대한 열띤 토론을 벌였다. 그러나 후보 1인당 통틀어 발언할 수 있는 시간이 11분30초에 불과해 정책 현안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는 이뤄지지 못했다.4개 분야별 후보간 발언을 정리한다. ●남북정상회담 ▶김두관 후보 비핵화를 통해 한반도를 영구적인 평화지대로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한 의제다. 남북경협으로 경제공동체를 완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해찬 후보 비핵화로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해야 한다. 경제공동체를 만들려면 경제교류도 활발해야 한다. ●비정규직 해법 ▶추미애 후보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법인세를 감면해줄 것이다. 중소기업이 비정규직 문제를 독자적으로 감당할 수 없다. 국가 지급능력을 확대해서 정규직을 늘리겠다. ▶한명숙 후보 비정규직 보호와 함께 사용자에 대한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정규직 전환 기업에는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 ▶유시민 후보 현재 법안은 차별철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비정규직에 대한 사회적인 보호책을 강화하고 비정규직의 직무능력 향상을 위한 교육기회를 많이 늘려야 한다. ●부동산 문제 ▶손학규 후보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해서 주택을 값싸게 공급해야 한다.1가구 1주택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대폭 감면할 것이다. ▶정동영 후보 일관성이 중요하다. 부동산 투기를 원천 차단해야 한다. 개헌이 이루어지면 토지공개념을 명문화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저출산 문제 ▶신기남 후보 복지 차원에서 해결해야 한다. 국·공립 보육시설을 30% 수준으로 확충하고 산전·산후휴가를 보완해야 한다. ▶천정배 후보 보육은 국가적 과제가 돼야 한다. ▶유시민 후보 통합 바우처 제도를 실시하겠다. 소득수준과 아이들 숫자에 따라 지원액을 책정하고 획일적인 규제는 철폐하겠다. 다양한 보육시설을 확충할 것이다. 2. 참여정부 공과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의 공과도 토론회 주요 이슈로 등장했다. 비노 주자들은 참여정부 실패론을 제기했고, 친노 주자들은 이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며 대립각을 세웠다. ▶천정배 후보 부동산 정책을 비롯, 참여정부가 국민을 어렵게 한 것에 대해 용서를 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해찬 후보 참여정부가 성과 올린 것도 있고 부족한 점도 있다. 신용등급 상향 조정, 수출 등은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나 양극화 문제와 내수경제 활성화는 미흡했다. ▶손학규 후보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의 민심 이반 원인이 무엇이고 해결책은 무엇인가. -이해찬 후보 선거에서 진 원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지방 선거 투표율이 낮기 때문에 연세 드신 분들이 찍고 젊은이들이 찍지 않는 부분에 대한 대응책이 부족했던 것이다. 언론이 (열린)우리당에 유리하지 않은 보도를 많이 한 데 원인이 있다. ▶손학규 후보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이 어렵게 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추미애 후보 탈 권위와 깨끗한 정치문화는 국민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정권 초기에 대북송금 특검법을 통과시킨 것 등 남북관계를 후퇴시킨 것, 지지세력 분열로 정권을 시작한 것 등 이 두 가지를 극복하지 못한 것은 과오다. ▶손학규 후보 참여정부가 국민들을 편하게 못했는데 어떻게 국민들 마음을 편하게 만들 것인가. -추미애 후보 참여정부 실패론에 동의하지 않는다. 노무현 정부의 시대정신은 낡은 정치를 청산하는 것이었다. 새로운 정치를 만드는 것이었다.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었다. 깨끗한 선거 만들었고, 정경유착 뿌리 뽑고, 국가 균형 발전시켰고, 남북문제도 잘 관리했다. 다만 소통과 민심에 과(오)가 있다. 소통의 리더십으로 민생을 챙기겠다. ▶천정배 후보 (찬스 발언)참여정부가 기대를 많이 받고 출범했지만 민생 문제는 매우 부진한 게 사실이다. 국민이 이 점에서 비난하고 서운해하고 있다. 정치적으로도 대연정을 주장하는 등 정체성이 흔들렸다. 3.범여권 정통성 토론회에서는 범여권 지지도 1위를 달리는 손학규 후보에 대한 직·간접적 공격이 집중됐다. 민주개혁세력의 정통성에 대한 고강도 압박 차원의 질문이 쏟아졌다. 일부 후보는 손 후보가 한나라당 시절 요직에 있을 당시의 정책수행 능력을 빗대 칼날을 세웠다. ▶천정배 후보 손 후보는 올해 초 “한나라당 최종 승리가 목적이자 그 자체”라고 했다. 한나라당 3등 후보가 왜 여기 앉아 있나. -손학규 후보 답답한 마음 충분히 이해한다. 열린우리당이 의욕에 차서 출발했는데 결국 왜 문을 닫게 됐나.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전체 지지율 60%를 넘나든다. 지금 해야 할 일은 국민이 경제 걱정 안 하고, 청년 일자리 걱정 덜고,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다. 새롭게 변해야 한다. ▶신기남 후보 손 후보가 완전히 한나라당을 떠났는지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 이명박 후보보다 더 보수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이 후보와 차별성이 크지도 않다. 신당 후보 자격이 없다고 보는데. -손학규 후보 등소평의 흑묘백묘 생각난다. 우리 국민은 일자리, 경제살리기, 선진국 되는 것을 절실히 원한다. 세상이 변한 만큼 우리도 변해야 한다. 선진국이 되고 사람이 제대로 대접받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정동영 후보 손 후보가 한나라당에 있을 때 대북 쌀 지원은 감상적 차원의 접근이라고 주장하는 등 폐쇄적인 대북방침을 보였다.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나. -손학규 후보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에 야당에 있으면서도 햇볕정책을 공개 지지했다. 그러나 북핵은 반드시 폐기돼야 한다. 이는 햇볕정책과 포용정책 , 경제공동체 정책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이해찬 후보 1990년대 중반 복지부 장관 시절 산아제한 정책을 써서 저출산 정책을 막지 못했다. 실책 인정하나. -손학규 후보 당시 산아제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실시한 기억이 없다. 당시 출산율이 얼마인지 기억 못하는 잘못이 있겠지만 모른다는 자체를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다. 4.이명박 대항마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예비주자 9명은 저마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싸워 이길 수 있는 ‘필승 후보’를 자처했다. 특히 각 후보들은 “서민과 중산층 경제를 살릴 사람은 바로 나”라며 이명박 후보의 ‘경제 대통령’ 이미지를 깨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이 후보의 경부대운하 공약에 대한 비판도 등장했다. ▶손학규 후보 이명박 후보가 청계천 공사할 때 세계를 누비며 첨단 기업을 유치했다. 이명박 후보가 12만개 일자리 만들 때 74만개 일자리 만들고 서울시가 2.8% 경제 성장할 때 경기도를 7.5% 성장시켰다. ▶정동영 후보 이명박 후보가 형편없는 도덕성에도 후보가 된 이유는 청계천 추진력을 인정받아서다. 그렇다면 허허벌판 철조망 너머에 개성공단을 만든 정동영의 추진력도 인정받아야 한다. ▶이해찬 후보 누가 이명박 후보를 이길 수 있는지 확인해보라. 책임총리로 국정운영 능력 확인된 제가 대선에서 승리해 평화와 교육발전 약속을 지키겠다. ▶한명숙 후보 이명박 후보의 대운하는 환경 대재앙 계획이다. 흐르던 물이 고이면 썩고 물이 죽으면 사람도 죽는다. 유독물질과 유류 실은 배가 운하를 지난다는 것은 시대착오다. ▶유시민 후보 한나라당 판을 바꿀 후보가 누구인지 유심히 봐달라. ▶추미애 후보 나는 깨끗하고 당당하게 정치해온 후보다. 이명박 후보에 당당히 맞설 수 있는, 영·호남이 다 지지하는 유일한 후보다. ▶신기남 후보 이명박 후보는 복지를 부정하는 성장만능주의를 주장하고 있다. 복지는 국민을 안정되게 해 성장동력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서구의 복지모델이 실패했다는 것은 복지국가가 뭔지도 모르면서 하는 말이다. ▶김두관 후보 재벌 성공시대 이명박 후보와 국민 성공시대 김두관 후보를 비교해 보라. 여러분이 찾는 이명박 대항마는 바로 김두관이다. ▶천정배 후보 수구세력과 특권층을 위한 세력이 집권할 위기다. 확실하고 강한 개혁 노선만이 이명박 후보를 이길 수 있다. 정리 구혜영 나길회 박창규 기자 koohy@seoul.co.kr
  • [알쏭달쏭 건강보험 풀이] 건보공단 홈피 로그인하면 건강검진·보험료 조정 ‘OK’

    Q)건강보험 민원신청은 공단을 방문하거나 전화를 통해서만 가능한가?A)직접 방문이나 전화 외에 인터넷으로도 가능하다. 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www.nhic.or.kr) 회원으로 가입한 뒤 로그인해 민원신청란으로 들어가면, 보험료 조정도 가능하다. 지역 가입자가 토지, 건물 등을 매매했을 경우 지역보험료 조정란에 입력하면 공단이 등기부등본을 발급받아 업무를 처리해 주고 있다. 단, 신청하기 전 등기소에 매매 등 변동내역이 등재돼 있어야 한다. 건강보험증, 납부고지서 재발급, 자격득실확인서 발급 신청도 할 수 있고, 보험료 자동이체도 가능하다. 그 외 보험료 과오납 환불금, 본인부담금 환급금, 병원이나 의원에서 환자가 지급한 6개월간의 본인부담금(비급여 제외)이 200만원을 초과한 경우, 초과액을 지급해주는 본인부담액 상한제 환급금도 신청이 가능하다. 인터넷 홈페이지에서는 본인의 건강, 의료이용고충, 건강검진, 개인별 보험료 산정 내역 등 다양하고 폭넓은 서비스를 제공해 주고 있다.
  • [문화마당] 충정공과 매천이 그리운 이유/허동현 경희대 교양학부장

    오늘 복마전 같은 정치판을 보노라니, 충정공(忠正公) 민영환과 매천(梅泉) 황현이 너무도 그립다. 민영환이 순국 직전 남긴 유서는 오늘 우리 위정자들의 가슴에 비수처럼 내리꽂힌다. “아, 국치(國恥)와 민욕(民辱)이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우리 인민(人民)은 생존경쟁 가운데서 진멸(殄滅)할 수밖에 없겠구나.…영환은 죽음으로써 황은(皇恩)을 갚고 우리 이천만 동포에게 사죄하려 하노라.…다행히 우리 동포형제들이 천만 배 더욱 분려(奮勵)하여 지기(志氣)를 굳게 하고 학문에 힘쓰며 한마음으로 힘을 다하여 우리의 자유 독립을 회복하면, 죽은 몸도 저 세상에서 기뻐 웃으리라. 아, 조금도 실망하지 말지어다. 우리 대한제국 이천만 동포에게 이별을 고하노라.” 왕조의 몰락에 책임을 지고 자결로 속죄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민초들에게 자유 독립의 희망을 전하는 진솔한 한마디 한마디가, 당 간판만 갈아 붙이는 것으로 자신들이 범한 잘못을 감추려 하고 상대후보의 약점 들추기나 일삼는 여야 정객들의 후안무치와 극명하게 대비된다. 민영환은 한 세기 전 을사조약에 목숨을 바쳐 항거한 애국자로 우리 기억에 남아 있지만, 사실 그는 1894년 동학농민봉기를 이끈 전봉준이 “나라를 들어먹고 백성을 학대하는 자”로 지목한 명실상부한 민씨 척족정권의 실세로 국망(國亡)을 초래한 책임을 면키 어려운 인물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세상 사람들이 그를 충의지사(忠義之士)로 기려 잘잘못을 따지려 하지 않는 이유는 그가 자기 정권이 저지른 과오를 죽음으로 속죄한, 우리 역사 속에서 찾아보기 힘든 책임 정치가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삶과 정신은 당파적 이해만을 좇아 카멜레온처럼 당색을 바꾸고 도마뱀 꼬리 자르듯 과오를 감추려 하는 오늘의 정객들에게 진정한 정치가의 자세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거울로 빛난다. “나는 죽어야 할 의리는 없지만, 다만 국가가 선비를 기른 지 500년이 되어 나라가 망하는 날 한 사람도 난국에 죽지 않는다면 오히려 애통하지 않겠는가. 나는 위로 황천(皇天)이 내려준 아름다움을 저버리지 않고 아래로 평소에 독서한 바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길이 잠들고자 하니 진실로 통쾌한 줄 알겠다.” 초야에 묻혀 살며 벼슬길에 오른 적이 없던 유교 지식인 황현이 망국의 비보를 접하고 자결하며 가족에게 남긴 마지막 글 역시 줄줄이 탈당 경쟁을 벌이더니 결국 도로우리당을 만든 여권인사들에게 경종을 울린다. 자신의 삶을 사적인 데 국한하지 않고 공적인 영역으로 확대하여 임하는 멸사봉공(滅私奉公)이 진정 무엇인지 보여주는 선비의 유훈은 읽는 이의 가슴을 저민다. 시각을 달리하면 황현도 망국에 책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한 세기 전 농민들의 빈곤과 피폐는 제국주의 열강의 침탈보다는 조선왕조의 양반 지배체제가 갖고 있던 모순에 기인하는 바 더 컸기 때문이다. 그를 비롯한 유교 지식인들은 그들만의 신념이 아닌, 나라와 백성 전체를 지켜내야 할 방법도 생각했어야 마땅하다. 그들이 과연 자신들의 형제이자 동포인 농민들과 같이 살려 했는지 의문이다. 허나 평생 닦은 학문과 신념을 죽음으로 지킨 황현의 삶과 정신은 권력을 향한 이전투구를 일삼는 우리 정객들의 이기심과 탐욕을 정화해줄 소금임에 분명하다. 희유(稀有)의 책임 정치가 민영환과 지행합일(知行合一)의 올곧은 선비 황현 두 선인(先人)의 삶은 한 세기를 건너 뛰어 정치인만이 아닌 우리 모두의 자세를 가다듬게 만드는 귀감으로 다가선다. 시민사회를 운위하는 오늘 우리 정치의 난맥상은 위정자들만의 책임은 아닐 터. 마땅히 져야 할 자기 몫의 책임을 먼저 생각하는 반궁자성(反躬自省)을 실천한 옛 사람의 정신이 몹시도 목마른 오늘이다. 허동현 경희대 교양학부장
  • [사설] 미 하원 ‘위안부 결의안’ 채택 기대 크다

    미 하원이 곧 본회의에서 `위안부 결의안´ 표결에 들어갈 것이라고 한다. 어제 치러진 일본의 참의원 선거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늦췄던 표결인 만큼 미 하원이 더이상 지체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현재까지 하원 전체 의원 435명 중 168명이 결의안의 공동 발의자로 참여하기로 약속한 상태이다. 당초 20여명에 불과했던 공동 발의자가 이처럼 늘어난 것은 결의안이 갖는 의의에 대한 미 의회의 이해가 폭 넓어졌음을 의미한다. 낙관은 할 수 없어도 워싱턴 정가에서는 과반수 통과 쪽으로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본은 그동안 결의안 채택을 저지하기 위한 갖가지 로비를 펼쳤다. 심지어는 주미 일본 대사가 하원 지도자들에게 “결의안을 가결하지 말라.”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억지가 미국 사회에서 통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미·일 관계가 악화될 것이라며 압박하는 일본의 계산이 잘못된 것임을 미 의회가 입증해 보일 것을 기대한다. 미 의회는 미국이 추구하는 인권과 정의를 결의안의 압도적 찬성을 통해 전 세계에 알려야 한다. 얼마 전에는 태평양전쟁 당시 미국령 괌에 거주하는 소녀를 일본군이 성노리개로 삼았다는 재판 기록이 발견됐다. 위안부 문제가 미국의 일이기도 한 점을 뒷받침하는 문서다. 지난주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의 방문을 받은 마이크 혼다 의원은 “미 의회가 역사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일본은 어떠한 결과가 나오든 간에 진정으로 사죄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역사적 과오를 용서 받고 위안부 피해자들의 눈물을 닦아 주는 일이다.
  • [서울신문·서울시의회 의정모니터] “물청소차 ‘물튀김’ 막아주세요”

    [서울신문·서울시의회 의정모니터] “물청소차 ‘물튀김’ 막아주세요”

    서울신문과 서울시의회가 함께 펼치는 의정모니터가 회를 거듭하면서 내실을 다져가고 있다. 모니터들이 제시하는 의견들이 전문가 못지않게 꼼꼼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모니터들의 의견 가운데 상당수가 서울시정에 반영되고 있다. 서울신문과 서울시의회는 16일 6월에 제시된 87건의 의견 중 18건을 우수의견으로 뽑았다. 최근 서울시가 실시하고 있는 물청소로 인한 ‘물튀김 방지책’ 마련이나 소액 세금환급시 인감증명 등 제출서류를 간소화하자는 생활의견 등이 눈에 띄었다. ●과오납 세금 환급 절차 간소화 이상인(45·강동구 상일동)씨는 소액 과오납 세금을 환급할 때 인감증명서 제출 등 복잡한 절차를 줄여 시민편의를 제고하는 것은 물론 행정간소화와 예산낭비를 막자고 주장했다. ●고지서에 지번·새 주소 병기를 이재옥(36·양천구 신정1동)씨는 서울시의 각종 요금고지서에 현행 지번 외에 도로위주의 새 주소체계를 병기하자며 이를 통해 시민홍보도 하고, 우편배달원의 인지학습 효과도 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은혜초교 뒷산에 공원 조성을 송순남(58·은평구 대조동)씨는 불광동 은혜초교 뒷산에 공원을 조성하고, 길도 넓히자고 제안했다. 인근에 은평뉴타운이 들어서는 만큼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도로 물청소 물튀김 방지하자 신인철(43·강동구 길2동)씨는 도로의 먼지를 없애기 위해 물청소차로 도로를 청소하는데 이때 물이 길가로 튀어 옷을 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개선을 요구했다.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물이 나오는 옆부분을 튀지 않도록 가리개를 하거나 정 고칠 수 없다면 물청소차가 지나갈 때 음악으로 알리는 방안도 제시했다. ●서울대공원 내 민간업자에 친절교육을 어윤자(65·용산구 이촌1동)씨는 서울대공원에 유모차를 끌고 가다 보니 주차장은 물론 곳곳에 턱이 너무 많다고 시정을 주문했다. 뿐만 아니라 놀이시설을 이용할 때 여직원이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거스름돈을 내줄 때 민간 놀이시설 등과 비교가 됐다면서 이들 시설 직원들에 대한 친절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강에 테마시설 설치하자 신경화(44·성동구 금호3가)씨는 한강에 보행교량 형태의 먹거리 및 야간경관 테마파크를 조성해 데이트 명소화하고, 부유식 카페촌을 운영해 관광객도 유치하고 시민휴식처로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자치구 인터넷 강의 통합 이연숙(42·강서구 화곡5동)씨는 자치구 인터넷 강의를 통합해 교통방송에 초·중·고 인터넷 강의를 개설했으면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를 통해 강의수준을 높이고 고객의 저변도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신 이렇게 해서 절약되는 재원은 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 쓰자고 주장했다. ●바자회 활성화해 저소득층 돕자 김대진(41·광진구 중곡1동)씨는 초등학교 알뜰바자회를 연 2회 이상 상설운영해 여기서 나오는 수익의 일정부분을 저소득층 자녀들을 돕는 데 사용, 어린이들의 동료애를 키우고 인성교육도 함양하자는 제안을 했다. ●한남대로 자전거도로 과속방지턱을 성권일(65·서초구 방배동)씨는 한남대교의 자전거 도로는 더없이 좋은 코스지만 다닐 때마다 위험하고 무서움을 느낀다고 주장했다. 차량들이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올라오는 도로여서 사람도 차량을 쉽게 발견할 수 없고, 차량도 사람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합성수지 등으로 과속방지턱을 설치할 것을 주문했다. ●공영주차장에 자전거 수리점을 유경선(46·중랑구 망우2동)씨는 공영주차장, 관공서 등에 자전거수리점을 운영하고, 자전거도로에는 반드시 ‘자전거 도로’라는 간판을 달자고 주장했다. 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 ‘범여 대통합’ 親盧진영 빠지나

    범여권 대통합은 사실상 물 건너 가는 걸까. 범여권 각 정파 대표들이 대통합의 절충점을 모색하는 가운데 ‘친노’(親盧) 세력인 참여정부 평가포럼(참평포럼)이 참여정부를 부정하는 세력과는 함께 하지 않겠다는 강경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정세균 열린우리당 의장이 15일 “열린우리당은 제3지대 신당이 만들어지면 조건과 기득권을 주장하지 않고 조건 없이 합류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친노 세력은 불참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참평포럼은 지난 14일 고양 킨텍스에서 긴급 전국운영위원회를 갖고 대통합의 전제 조건으로 ▲열린우리당 선 해체 반대 ▲열린우리당 정체성을 계승 발전시키는 통합 지지 등을 선언했다.통합민주당과 일부 탈당파를 겨냥해 참여정부 실패를 주장하는 세력과 탄핵세력, 기회주의 세력, 지역주의 세력에 대한 대국민 사과까지 요구했다. 노무현 대통령 비서실장 등을 지낸 이병완 대표는 “참여정부의 과오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는 분들께 이 메시지를 드리는 것”이라며 “이는 대통합 논의에 동참하는 최소한의 통과의례”라고 말했다.그는 또 “만약 사과하지 않으면 원칙과 질서있게 진행되는 대통합이 아니다.”라고 밝혀 사실상 당 사수 입장을 견지했다. 통합민주당은 “국정실패를 자인하고 국민 앞에 석고대죄를 해도 부족할 판에 중도개혁대통합을 추진하고 있는 세력에 사과를 요구하는 것은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는 반응을 보였다.친노세력을 포함한 열린우리당과 통합민주당간 당 대 당 통합은 힘들 전망이다. 친노세력의 이런 강경 입장과는 달리 정 의장은 15일 영등포 당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제3지대 신당은) 기존 정당간 당 대 당 통합이 아니라 신당이 우선 만들어지고 기존 정당이 합류하는 것이기 때문에 완전히 다른 것”이라면서 “제3지대 신당이 만들어지면 (통합민주당은) 열린우리당과 함께 조건을 달지 말고 합류해 달라.”고 제안했다. 이에 따라 통합신당은 성사되더라도 ‘친노세력이 빠진 열린우리당 추가 탈당파+기존 탈당파+통합민주당 탈당파+손학규 전 경기지사 세력+시민사회세력’의 결합체가 될 공산이 크다. 대선주자들간 경선룰 논의는 상당한 접점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열린우리당 탈당그룹과 시민사회 인사들로 구성된 ‘국민경선추진협의회’(국경추)는 최근 국민참여경선의 1차 관문인 ‘컷오프’(예비경선)를 실시해 최대 8인 이내로 후보군을 압축한 뒤 빠르면 10월 초 대선 후보를 확정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컷오프 실시 시기는 ‘8월19일 직전’과 ‘8월19일 직후’ 등 두 개의 안으로 갈려 최종 결정을 국경추에 위임키로 했다.이종락 박창규기자 jrlee@seoul.co.kr
  • 사법연수생도 병역특례 비리

    검찰이 수사 중인 병역특례 비리사건에 사법고시에 합격한 사법연수원생과 유명 마술사가 연루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동부지검은 20일 특례업체에 근무하며 지정된 업무에 종사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된 유명 마술사 최현우(28)씨와 사법연수원생 A(34·연수원 37기)씨 등 3명을 적발해 병무청에 행정처분을 의뢰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씨는 지난해 6월부터 올해 4월까지 F사의 소프트웨어 개발 병역특례요원으로 편입해 근무하면서 지정업무를 하지 않고 세계마술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연습에 열중하는 등 제대로 근무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명관 차장검사는 “F사는 평소 최씨와 협력관계에 있어 별도의 금품을 받지 않고 편의를 봐 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A씨는 2003년 1월부터 2005년 11월까지 B사에 편입한 뒤 고시공부 등의 편의를 봐 주는 대가로 4000여만원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A씨는 편입기간에 출근을 하지 않고 고시준비를 해왔으며,2005년에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한 차장검사는 “고도의 도덕심이 요구되는 법조인이 병역을 회피하고자 비리를 저지른 것이 무척 실망스럽다.”면서 “우리 법조인 내부의 과오라도 국민들께 알려 드리는 것이 도리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사법연수원 이윤식 기획총괄 교수는 “아직 수사단계인데다, 관련 규정을 확인 중이라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면서도 “만일 혐의가 확정되면 10∼20여명의 교수진으로 구성된 징계위원회가 열려 수위를 결정한다.”고 말했다.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병자호란 다시 읽기] (24) 인조반정의 외교적 파장 Ⅰ

    [병자호란 다시 읽기] (24) 인조반정의 외교적 파장 Ⅰ

    인조반정의 발생과 성공은 대외적으로도 커다란 파장을 몰고 왔다. 조선에서 정변이 일어나 광해군이 폐위되고 새로운 정권이 들어섰다는 소식에 명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당시 후금의 군사적 압박에 밀려 수세에 처해 있던 명에 조선은 가장 중요한 번방(藩邦)이었기 때문이다. 명은 조선을 이용하여 후금을 견제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었다. 따라서 그들은 새로 들어선 인조 정권이 자신들의 대후금(對後金) 정책에 순응할 것인지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명은 조선의 정국(政局) 향배를 주시하는 한편 조선의 새 정권을 ‘길들이기’ 위한 묘책을 마련하려고 부심했다. ●원가립의 ‘찬탈(簒奪)’ 인식 정변을 통해 집권에 성공했던 인조와 서인 반정공신(反正功臣)들 또한 명의 존재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은 조선의 ‘상국’으로 군림해온 명으로부터 자신들의 집권에 대한 승인을 얻어내는 것이 시급했다. 광해군이 비록 ‘폐모살제’ 등의 패륜 행위를 자행한 것은 사실이지만, 신하 된 처지에 쿠데타를 일으켜 임금을 폐위시킨 행위 또한 명분적으로 쉽게 정당화될 수 없었다. 따라서 자신들의 거사와 집권을 정당화하고, 이후의 통치를 원활히 하려면 명의 인정이 절실했다. 1623년(인조 1) 4월26일, 반정이 일어난 사실을 명 조정에 알리고 인조의 즉위를 승인받기 위한 사절단이 서울을 출발했다. 주청사(奏請使) 일행은 정사(正使) 이경전(李慶全), 부사(副使) 윤훤(尹暄), 서장관(書狀官) 이민성(李民宬)으로 구성되었다. 이들은 5월22일, 평안도 철산(鐵山)의 선사포(宣沙浦)에서 명으로 가는 배에 올랐다. 당시 요동의 대부분이 후금에 점령되었던 상황에서 조선에서 명으로 이어지는 육로는 이미 단절되었기 때문이다. 일행은 선사포 맞은편의 가도를 거쳐, 요동반도의 연안을 따라 항해하여 산동반도(山東半島)에 상륙하는 해로를 이용했다. 주청사 일행은 산동반도에 상륙하기 전까지만 해도 기분이 괜찮았다. 도중에 들렀던 섬에서 만난 명군 지휘관들이 인조반정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기 때문이다. 광록도(廣鹿島)에서 만난 이씨 성을 지닌 지휘관은, 조선의 새 정권이 의주부윤 정준(鄭遵)을 처형한 것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주청사 일행에게 ‘정준이 전적으로 오랑캐(후금) 편으로 기울었다.’고 지적했다. 6월13일, 일행이 산동반도의 등주(登州)에 도착하면서부터 명의 분위기는 달라졌다. 산동성의 지방장관인 순무(巡撫) 원가립(袁可立)은 주청사 일행을 힐문했다. 그는 ‘무슨 이유로 광해군을 함부로 폐위했냐?’고 힐문했다. 원가립은 조선에서 일어난 정변의 성격을 ‘찬탈’로 인식하고 있었다. 당연히 ‘반정’으로 인정해 줄 것으로 믿었던 명의 고위 신료가 ‘찬탈’이라는 평가를 내리자 주청사 일행은 경악했다.‘찬탈’로 평가하는 한 주청사 일행은 ‘난신적자(亂臣賊子)의 앞잡이’로 매도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북경의 험악한 분위기 북경에 도착하여 목도한 명 조정의 분위기는 훨씬 싸늘하고 심각했다. 주청사 일행은 명의 예부(禮部)에 나아가 반정의 전말을 설명하고 인조의 즉위를 승인해 달라고 요청하는 내용의 정문(呈文)을 제출했다. 당시 명 조정 주변에는 조선의 정변과 관련하여 ‘경악할 만한’ 풍문이 돌고 있었다.‘조선의 반정세력은 거사가 일어난 당일 궁궐에 불을 질러 광해군을 살해했고, 일본군 3000명까지 끌어들였다.’는 것이 골자였다. 사신들을 면대했던 병부우시랑(兵部右侍郞-국방 차관)은 “광해군에게 무슨 죄가 있느냐.”고 힐문한 뒤,‘무슨 이유로 먼저 명 조정에 알리지도 않고 함부로 폐위했냐.’고 다그쳤다. 주청사 일행은 난감했다. 그 같은 험악한 분위기에서 인조의 즉위를 승인받는 것은 기대조차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명 조정은 왜 인조반정을 ‘찬탈’로 인식하고 주청사 일행을 다그쳤을까. 그와 관련해서는 반정 소식이 알려진 직후, 절강도어사(浙江都御史) 팽곤화(彭鯤化)가 명 조정에 올린 상소의 내용이 주목된다. 그는 상소에서 ‘광해군은 십수년 동안 명에 충순(忠順)했고 별다른 과오가 없었다.’고 평가하고,‘그런 그를 하루아침에 쫓아낸 불충한 자들이 명을 도울 리가 있냐?’고 반문했다. 흥미로운 것은 당시 명 조정의 신료들이 대체로 광해군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광해군이 보여주었던 절묘한 외교적 능력에서 비롯된 것이다.1618년 명이 후금을 치는 데 동참하라고 요구했을 때, 처음에는 요구를 받아들이는 데 부정적이었지만 결국 군대를 보냈던 것은 명으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심하 전역’ 이후, 광해군은 명의 재징병 요구를 실제적으로는 거부하면서도 명의 힐책을 피하는 수완을 발휘했다. 광해군은 ‘외교는 때로 사술(詐術)을 피하지 않는다.’는 지론을 지니고 있었는데, 그는 그 같은 지론과 수완을 통해 적어도 명 조정으로부터 ‘충순하다.’는 평가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던 것이다. 명 조정이 광해군의 폐위 소식을 접했을 때 당황했던 것은 바로 이 같은 배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명, 조선을 길들이려 하다 명 조정의 신료들 가운데서는 인조반정을 ‘찬탈’로 인식하는 것은 물론,‘조선의 난신적자들을 토벌하고 광해군을 원상복귀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강경파까지 나타났다. 예과도급사중(禮科都給事中) 성명추(成明樞) 같은 이가 대표적이었다. 하지만 명 조정의 가장 큰 관심은 조선의 새 정권을 ‘길들여’ 그들을 후금과의 대결 구도 속으로 끌어들이는 데 있었다. 그러려면 조선의 정정(政情)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필요했다. 실제로 명의 신료 가운데는 휘하의 인물을 장사꾼으로 가장하여 조선에 들여보내 정세를 정탐하는 자도 있었다. 조선의 주청사 일행도, 이이제이(以夷制夷)를 위해 조선을 활용하려 했던 명의 속내를 정확히 읽었다.1623년 9월께까지도 명 조정이 인조를 승인해 줄 기미를 보이지 않자 주청사 일행은 새로운 ‘카드’를 빼어들었다.‘조선은 후금과 대치하고 있고, 명의 원수(怨讐)인 그들을 토벌하려는 강한 의지도 갖고 있다. 하지만 인조의 책봉이 늦어져서 그들을 토벌하려는 명령 등이 제대로 먹히지 않는다.’ 대충 이런 내용이었다. 효과는 당장 나타났다. 명 조정에서는 조선을 다독거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분위기가 점차 높아갔다. 각로(閣老) 가운데 한 사람인 손승종(孫承宗)은 ‘조선 문제를 섣불리 처리하지 말고 형세를 보아 명에 이로운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선의 난신적자들을 토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후금과 대치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조선에 대해 ‘종주국’을 자처하는 명의 입장에서 자신들의 승인도 받지 않고 국왕을 갈아치운 반정세력의 행위는 명분적으로 분명 커다란 하자였다. 하지만 조선의 새 정권이 지닌 ‘명분적 약점’을 적절히 활용하면 조선을 확실히 후금과의 대결 속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명분과 실리 사이에서 고민했던 명의 입장을 단적으로 보여주었던 인물은 호부시랑(戶部侍郞) 필자엄(畢自嚴)이었다. 그는 희종(熹宗)에게 올린 상소에서 인조반정을 ‘불법 행위’라고 분명히 정의했다. 그러면서 인조에게 스스로의 ‘허물’을 거듭 인정하고, 병력을 동원하여 후금을 토벌하게 한 뒤에야 그를 국왕으로 책봉하자고 주장했다. 그것은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취하려는 절묘한 방책이었다. 필자엄의 상소 이후 명 조정에서는 인조정권의 명분적 약점(‘찬탈’ 행위)을 이용하여 조선을 후금과의 싸움에 적극적으로 끌어들여야 한다는 주장이 대세를 이루게 되었다. 그것은 향후 조선과 후금 사이에 긴장이 높아질 것임을 암시하는 대목이었다. 인조반정은 이렇게 명청교체기(明淸交替期) 동아시아 정세에 미묘한 파장을 몰고 왔다. 한명기 명지대 사학과 교수
  • 세외수입 통합관리

    서울시가 11일 각각의 전산시스템으로 분산 운영해 오던 세외수입 전 세목을 하나로 통합·관리하는 ‘세외수입종합징수시스템’을 7월부터 서비스한다고 밝혔다. 주민망, 자동차망, 전자결제시스템 등 각종 관련시스템과 연계해 징수업무의 통제 기능을 강화하고 세원 누락방지나 업무의 투명성이 강화된다.또 신속하고 정확한 세입징수 관리, 종합적인 체납관리 등 효율적인 세수관리로 지방재정 확충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8월부터는 과오납된 금액에 대해서는 인터넷으로 환급신청도 가능하다.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수구 집권 막자고 지역주의 되살리나”

    “수구 집권 막자고 지역주의 되살리나”

    노무현 대통령이 10일에도 한나라당은 물론 범여권 통합파 세력도 싸잡아 비판하고,‘선거법 위헌’ 발언도 이어갔다. 이에 한나라당은 “좌파정권을 연장하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라고 강도 높게 맞받아치고,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물론 무소속 정몽준 의원도 가세했다. 노 대통령은 곳곳의 비판에 직면하면서 고립무원의 처지를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6·10 민주항쟁 20주년 기념식에 참석, 기념사를 통해 비한나라당 세력 일부의 지역주의 회귀 움직임과 관련,“수구세력에게 이겨야 한다는 명분으로 다시 지역주의를 부활시켜서는 안될 것이며, 기회주의를 용납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반독재 민주화투쟁의 시대는 이제 끝났고, 새삼 수구세력의 정통성을 문제 삼을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은 이어 “대통령 단임제와 일반적으로 선거운동을 금지하고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중립을 요구하는 선거법, 당정분리와 같은 제도는 고쳐야 한다.”며 선관위의 선거법 위반 결정에 거듭 불만을 피력했다. ●“개발독재의 후광 빌려 집권 도모” 노 대통령은 한나라당을 비롯한 보수진영을 염두에 둔 듯 “지난날의 기득권 세력들은 수구언론과 결탁해 끊임없이 개혁을 반대하고 진보를 가로막고 있으며 심지어 민주정부를 좌파정권으로 매도하고 무능보다는 부패가 낫다는 망언까지 서슴지 않음으로써 지난날의 안보 독재와 부패세력의 본색을 공공연히 드러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세력 무능론까지 들고 나와 민주적 가치와 정책이 아니라 지난날 개발독재의 후광을 빌려 정권을 잡으려 하고 있다.”고도 했다. 노 대통령은 “지난날 독재권력의 앞잡이가 되어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고 민주시민을 폭도로 매도해 왔던 수구언론들은 그들 스스로 권력으로 등장해 민주세력을 흔들고 수구의 가치를 수호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면서 “그들 중에 누구도 국민 앞에 지난날의 과오를 반성했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고 언론을 강력 성토했다. ●한나라 “與 선대본부장 노릇” 이에 대해 나경원 한나라당 대변인은 “노 대통령은 온갖 교언영색으로 여권선대본부장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면서 “실패한 정권은 그 책임을 지고 다른 정당에 정권을 내주는 것이 민주주의의 자명한 원리”라고 일축했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6월 항쟁 20주년 ‘그날의 함성’ 그 이후] (8) 당시 외신기자가 본 6월 항쟁

    [6월 항쟁 20주년 ‘그날의 함성’ 그 이후] (8) 당시 외신기자가 본 6월 항쟁

    시위대와 전투 경찰의 벼랑끝 대치, 호헌철폐 구호와 최루탄으로 뒤덮였던 1987년 6월의 거리에는 언제나 푸른 눈의 기록자들이 있었다. 독재 정권에 재갈이 물렸던 국내 언론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현장을 누비며 민주화에 대한 한국 민중의 목마름을 전세계로 타전했던 외신 기자들이 그들이다.6월 항쟁 20주년을 맞아 한국을 다시 찾은 스펜서 애덤 셔먼(51) 전 UPI통신 한국지국장과 로렌스 슈크 맥도널드(53) 전 AFP통신 기자를 7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만나 87년의 뜨거웠던 여름에 대해 들어봤다. 두 전직 저널리스트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이사장 함세웅)가 6월 항쟁 20주년을 맞아 8∼9일 개최하는 ‘국제언론인 세미나’의 토론자로 초대됐다.87년 봄 나란히 종로구 안국동 사무실에 부임하면서 20년 지기의 정을 이어온 이들은 “인터뷰는 많이 해봤지만 인터뷰 당하기는 처음이라 떨린다.”며 말문을 열었다. ●“87년 6월은 내 생애 가장 극적인 기억” 87년 6월은 이방인들의 뇌리 속에 어떤 잔상으로 남아 있을지가 가장 궁금했다. 셔먼은 “6월23일쯤부터 이상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제2의 광주 사태가 될 것이라는 등 갖가지 소문에 뒤숭숭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하지만 29일 노태우씨가 6·29선언을 했고 군사 독재는 종식됐다. 한국인의 바람이 실현되고 자유를 얻은 그날이, 한국인뿐 아니라 내 인생에서도 가장 극적이고 기억에 남는 순간”이라고 회고했다. 맥도널드는 울산 등에서 파업 현장을 취재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경찰이 최루탄을 쏘아대며 각종 진압 장비로 압박하면 노동자들도 중장비를 동원해 맞섰다. 마치 전투를 앞두고 두 나라의 군대가 대치한 것 같았다. 중간에서 숨가쁘게 취재를 하면서 일촉즉발의 위기감을 느끼곤 했다.”고 회상했다. 군부독재가 막바지로 치닫던 당시 한국의 상황은 외신기자에게도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셔먼과 맥도널드는 “정보요원(당시 국가안전기획부)이 한 달에 한 번씩 사무실에 들러 동정을 살피곤 했다. 그들은 늘 우리를 의심했고 어떻게든 통제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다행히 소속사의 한국인 동료들과 기자들이 시위 현장으로 안내하곤 했다며 감사를 표시했다. ●“학생·가정주부 등 민중의 힘 크게 작용” 6월 항쟁의 성과에 대해 두 사람은 의견을 같이했다.“아시아의 다른 국가들과 달리 한국은 피플파워로 민주화를 이뤄냈다고 본다. 학생들은 물론 회사원, 가정주부, 상인 등 민중의 힘이 크게 작용했다.”고 입을 모았다. 다른 아시아의 독재정권들이 꿋꿋하게 버틴 것과 달리 한국에서 어느 정도 민주화 운동이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또 다른 요인으로 88서울올림픽을 꼽았다. 맥도널드는 “전두환(전 대통령)은 서울올림픽 유치가 자신에게 ‘왕관’을 씌워줄 거라고 생각했다(장기 집권의 든든한 견인차가 될 것이라는 의미). 하지만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올림픽을 앞두고 시민들의 민주화 요구가 거세지면서 군사 정권이 어쩔 수 없이 수용한 측면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수출지상주의 경제정책도 본의 아니게(?) 민주화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왔다. 셔먼은 “내수 위주의 폐쇄적인 경제정책을 유지한 필리핀 등과 달리 수출에 목숨을 건 한국의 독재자들은 외부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美 언론의 잘못된 길을 답습하지 않길…” 두 사람이 90년대초 항공편 환승을 위해 하루 정도 머물렀던 것을 제외하면 20년 만에 다시 찾은 한국은 많이 달라져 있었다. 지난 4일밤 입국해 서울 곳곳을 누비며 옛 기억을 더듬었던 셔먼과 맥도널드가 가장 놀란 점은 일본 식민지배의 잔재인 건축물들이 철거되고 도심이 ‘리빌딩’됐다는 점이다. 반면 80년대 후반 허허벌판에 가까웠던 강남이 역설적으로 일본 도쿄의 긴자처럼 변한 것 같다고 이들은 밝혔다. 기자실 통폐합 논란에 대해서는 일본에서 기자 생활을 했던 셔먼이 입을 열었다. 그는 “한국과 일본의 기자실 시스템이 비슷하다고 알고 있다. 일본의 기자단은 경쟁을 원천적으로 제한하며 정부와 유착돼 있는 끔찍한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맥도널드는 “정확하게 알지 못해 말하기 곤란하다.”면서도 “인터넷 매체의 발달 등에 따라 변화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한국 사회와 언론에 대해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셔먼은 “미국의 미디어는 거대 자본에 잠식되면서 독립성을 잃어가고 있다. 자본의 이해관계를 반영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면서 “역동적인 민주 사회인 한국은 미국 언론이 저지른 과오를 답습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맥도널드도 “저널리스트는 일체의 외부 간섭으로부터 독립된 영혼을 가져야 하며 자유를 위해 끊임없이 싸워야 한다.”고 충고했다. 글 사진 임일영 류지영기자 argus@seoul.co.kr ■‘6·10항쟁’ 통한 언론 반성과 역할 “6월 항쟁은 ‘정부는 언론을 장악할 수도 없고 장악하려고 시도해서도 안 된다.’는 내용의 6·29선언을 이끌어 냈습니다. 이제 언론은 6월 항쟁의 정신을 되새기고 그 부채를 갚아야 할 시점입니다.” 김창룡 인제대 언론정치학부 교수는 7일 언론재단·기자협회·언론정보학회 주최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6·10항쟁 20주년, 언론의 반성과 역할’ 토론회에서 한국 언론의 현재와 미래를 진단했다. 김 교수는 ‘6·10항쟁의 정신과 한국언론의 오늘과 내일’이라는 글에서 “6월 항쟁의 기폭제가 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통해 언론이 진실을 찾는 모습을 보였고 이후 5공 보도지침에 대한 작은 반란이 시작됐다.”면서 “앞으로 언론은 정의 구현과 진실 추구, 인권 수호, 민주주의로 요약되는 6월 항쟁의 정신을 되새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기자협회가 지난해 8월 전국 기자 3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신뢰하는 언론사가 없다.’는 답변이 무려 45%에 달하는 등 일선 기자들조차 언론을 불신한다면 누가 언론을 신뢰하겠느냐.”면서 “신뢰 회복을 위한 조치로 언론인을 위한 윤리강령과 보도강령 준수를 고용의 전제 조건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6·10항쟁 정신 계승을 위한 5가지 제언’을 통해 언론의 자기 반성과 다짐을 요구했다. 그는 “세월이 바뀌었지만 권력 기관이나 출입처 보도자료에만 충실하며 영웅 만들기와 신화 창조에 앞장서는 관행은 여전하다.”면서 “그런 보도 태도는 전두환 전 대통령을 ‘민족의 위대한 영도자’ ‘육사의 혼이 빚은 지도자’로 홍보했던 5공 시대 언론이 떠올라 참담할 뿐”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진실 추구는 게을리하면서 호들갑만 떠는 것은 한순간 눈길을 잡을 수는 있지만 6월 항쟁 정신에는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역설했다. 그는 지난해 일심회 사건으로 구속된 장민호씨나 2003년 송두율 교수 구속 사건에 대해 일부 언론들은 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간첩’이라고 단정짓는 보도를 내보냈다고 지적하면서 “정치적 편향이나 이념 문제로 인권이 무참하게 짓밟혀 여론 재판을 당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언론은 어떤 경우에도 인권 수호의 보루가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영방송이 상업주의에 물드는 것 아니냐는 뼈아픈 충고도 있었다. 그는 “5공화국 당시 공영방송은 ‘땡전뉴스’로 시청자를 기만했고 이런 권언유착의 폐해는 국민이 떠안아야 했다.”면서 “이제는 권언유착 문제가 해소된 대신 일부 상업주의 폐해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내부감시 시스템 구축과 조직내 대화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김 교수는 “언론사는 홍보기관이 아니고 진실 추구를 생명으로 한다.”면서 “6월 항쟁의 이면에는 언론으로부터 진실에 목말라했던 시대적 배경이 있었던 만큼 진정한 민의의 대변자, 주장보다 사실에 충실하고 과장보다 진실을 추구하는 언론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고 말을 맺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알쏭달쏭 건강보험 풀이] 건보료 환급 사기사건 극성 공단에 반드시 사실 확인을

    Q)최근 건강보험료를 돌려준다는 전화를 받았다. 환급금 사기전화가 극성을 부린다는데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A)작년부터 건강보험료 환급 사기사건이 전국에서 발생해 왔습니다. 일부 사기범을 검거했지만 여전히 기승입니다.‘2000년부터 현재까지 발생한 보험료 환급금 몇 십만원을 돌려주겠다.’는 것이 전형적인 수법입니다. 은행 현금 입출금기로 유인하거나 계좌번호와 주민등록번호, 비밀번호를 함께 요구하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내거나, 주말에 직접 가정을 방문해 보험료를 돌려주러 왔다고 하기도 합니다. 공단 본부가 있는 지역명과 실제 공단 직원의 이름을 대기도 합니다. 절대 현혹되지 말고 개인 정보를 알려주지 않아야 합니다. 일단 의심이 되면 이름과 근무지를 적어 놓고, 전화를 끊어야 합니다. 그리고 공단에 전화, 방문, 홈페이지 등을 통해 실제 본인의 환급금 발생 여부를 확인해야 합니다. 이러한 확인과정 없이 전화의 내용에 따라 정보를 알려주거나 현금입출금기로 이동하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합니다. 공단에서는 은행 현금입출금기로 유인을 하거나 입금계좌 비밀번호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확인을 위한 전화번호는 고객센터 1577-1000이며, 공단 지사 위치는 공단 홈페이지(www.nhic.or.kr)의 ‘공단소개)지사찾기’에서 알 수 있습니다. 환급금 확인은 공단 홈페이지 ‘사이버 민원실)민원신청)보험료 과오납 환불)본인부담금 환급금’에서 확인이 가능합니다.
  • [특파원 칼럼] 아베와 ‘아름다운 나라’/박홍기 도쿄 특파원

    일본은 4월 들어 두차례의 선거를 치렀다. 광역단체장 선거와 2곳의 참의원 보궐선거가 낀 기초단체장 선거다. 선거 때마다 눈에 띄는 문구가 있다면 다름아닌 ‘아름다운 나라, 일본’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해 9월 취임하면서 내놓은 야심찬 정치적 구호다. 이른바 ‘강한 일본’을 추구하는 아베 총리의 정치적 신념이자 철학이기도 하다. 아베 총리는 지난 22일 ‘아름다운 나라 만들기’를 위한 아이디어 공모에 나섰다. 분야에 제한을 두지 않고 의견을 모으는 이벤트이다. 내각에는 이미 ‘아름다운 나라 만들기 기획 회의체’까지 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 정책마다 ‘아름다운’이라는 수식어가 붙고 있다.‘아름다운 나라’의 합창 소리가 더욱 커지는 실정이다. 아베 총리가 표방하는 ‘아름다운 일본’, 표현상으로는 정말 그럴싸하다. 그러나 막상 속내를 들여다보면 ‘섬뜩함’을 지울 수 없다.2차 대전 패전국이자 가해자로 낙인찍힌 오명의 역사를 스스로 덮고 ‘새로운 일본’을 일궈나가자는 게 목표이다. 간단히 말해 ‘전후 체제’의 청산이다. 아름다운 나라로의 화려한 비상을 위해 들고 나온 핵심 수단이 바로 헌법개정과 교육개혁이다. 아베 총리는 총리가 되기 전 펴낸 자신의 책 제목을 ‘아름다운 나라로’라고 붙일 정도로 일본의 새로운 자화상 그리기를 꿈꿔왔던 터다. 관방장관 때에는 “우리들 자신의 손으로 헌법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의원 시절, 역사교과서를 겨냥,‘자학(自虐)사관’은 일본의 치부만 드러낼 뿐 국가 발전이나 미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논리를 펴기도 했다. 전후 세대의 첫 총리가 되자 “드디어 전후 세대가 사회의 중심이 됐다. 부모들이 남긴 숙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아름다운 나라’라는 기치 아래 본격적인 ‘꿈’의 실현에 나섰다. 5월3일 헌법 60주년 기념일에 즈음해 헌법 개정의 정당성과 함께 의지도 분명하게 피력했다.“현행 헌법을 기초한 것은 헌법을 잘 모르는 연합군사령부 사람들이었다. 성립과정을 따지지 않을 수 없다.(자위권 금지는)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게 아베 총리의 헌법 개정의 논거다. 현행 평화헌법에서 금지한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겠다는 ‘포부’이다. 자칫 ‘군국주의의 회귀’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교육 개혁에 대한 아베 총리의 결의 또한 대단하다. 최근 “아름다운 나라 만들기의 기본은 교육이다.”라며 교육 개혁을 독려하고 있다.60년만에 처음으로 교육기본법도 손질, 완성 단계로 치닫고 있다. 개혁의 지향점은 국가주의 함양이다. 교육에 대한 국가의 관여 강화와 함께 애국심 고취에 역점을 두고 있는 까닭에서다. 아베 총리의 말마따나 뜻있는 국민을 길러 품격있는 국가를 만드는 ‘대업’인 것이다. 아베 총리의 아름다운 나라는 분명 추상적인 데다 정치적 색깔이 강하다. 마치 황국이니 신민이니 하던 과거 군국주의, 쇼와(昭和)시대의 초기를 연상케 하고 있다. 게다가 수순이 바뀌었다. 틀렸다. 과거 역사와의 단절이 아닌 정리에서부터 시작했어야 옳았다. 군국주의 시대의 과오에 대한 철저한 반성을 바탕에 깔아야 한다는 얘기다. 자학사관을 탓할 게 아니라 올바른 역사 인식 아래 새로운 일본을 그리는 것이 마땅하다. 아베 총리는 ‘아름다운 나라, 일본’을 편협한 민족주의로 귀착시켜서는 안 된다. 시대의 흐름을 정확히 읽어야 한다. 일본 안팎에서 제기되는 “자기 중심적, 자기 도취적이 아닌 ‘평화로운 나라 만들기’에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경고도 충분히 새겨들어야 한다. 단지 색깔만 덧칠하려고 해서는 안된다. 그러지 않으면 한·일 관계뿐만 아니라 동맹국들과도 냉전의 틀에 갇힐 수밖에 없다. 분명컨대 ‘반복해서는 안 되는 역사가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hkpark@seoul.co.kr
  • [프렌치 리포트] (25) 세계서 가장 아름다운 파리

    [프렌치 리포트] (25) 세계서 가장 아름다운 파리

    프랑스의 수도 파리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로 꼽힌다. 유람선을 타고 센 강을 따라 가면서 강 양측에 늘어선 유서깊은 건축물들을 바라보다 보면 시간이 멈춘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안개라도 자욱한 날이면 파리의 아름다움은 극치에 이른다. 노트르담 성당의 종소리를 배경으로 광장의 비둘기들이 푸드덕대는 모습은 영화 속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다. 파리를 벗어나 교외로 나가 보면 또 다른 풍광이 펼쳐진다. 넓고, 다양하고, 비옥한 자연환경을 보면 부러움에 입이 다물어 지지 않는다. 노랑 물감을 뿌려 놓은 것처럼 들판에 유채꽃이 만발하고 신록이 우거지기 시작하는 5월, 온갖 꽃이 피어나는 6월의 프랑스는 형언하기 어렵게 아름답다. 그런데 더욱 감탄스러운 것은 국토를 아름답게 가꾸어 나가는 그들의 노력이다. 프랑스가 이처럼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은 그만큼 땀과 정성을 기울였기 때문이다. ●보존과 조화를 중시한다 프랑스가 얼마나 복 받은 나라인지는 그 지리적 다양성과 풍부함에서 찾을 수 있다. 지리학자 필립 팽슈멜은 프랑스를 다섯개의 지역으로 구분했다. 온대 해양성 지역인 북부 방데에서 샹파뉴에 이르는 저지대는 강우량이 풍부하고 비옥한 토양이 두껍게 덮여 있다. 북동부 지역은 고원지대로 비옥한 토양과 척박한 토양이 섞여 있는 곳이며 심한 대륙성 기후의 영향을 받는다. 평야, 언덕, 고원으로 이루어진 남서부 지역은 목초지가 많으며 비옥하다. 남동부는 척박한 석회암고원과 가파른 비탈, 소규모의 비옥한 평야와 계곡이 산재한 지중해성 기후의 다채로운 지형을 이룬다. 마지막으로 중부 산악지대, 쥐라, 알프스, 피레네 등 산악지역이다. 이렇게 다양한 나라의 넓이는 남북한을 합한 것의 2.5배 정도가 된다. 이 가운데 3분의 2가 평야다. 평야의 95%가 경작가능한 땅인데 무척 비옥하다. 비가 일년을 두고 적당하게 내리기 때문에 홍수나 가뭄 걱정없이 농사를 지을 수 있다. 나무가 잘 자라고 해충도 많지 않다. 이런 천혜의 자연을 보존하기 위해 프랑스는 민관이 힘을 기울여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냥 방치된 것 같아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대도시든, 지방 도시든 국토관리를 하는 데 있어 가장 중시하는 원칙은 보존이다. 자연환경을 보존하는 것은 물론이요, 기존의 건축물이나 도시분위기를 보존해야 한다. 그리고 자연환경과 기존의 도시환경과의 조화를 고려해 개발하는 것이 철칙이다. ●간판도 맘대로 못건다 파리의 사례를 보자. 파리에 갈 때마다 새삼스러운 것은 언제나 그 자리에 그 건물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워낙 빨리 바뀌고, 헐리고, 개발되기 때문에 6개월만 자리를 비워도 건물이나 길 찾기가 쉽지 않지만 파리는 100년전이나 10년전이나 그 모습 그대로이다. 그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이 사람들은 삐걱거리는 옛 건물을 허물고 날렵하고 초현대적인 고층 빌딩을 짓고 싶지 않았을까?물론 그렇겠지만 까다로운 규제들을 적용해 무분별한 개발을 방지하고 있다. 동서로 12㎞, 남북으로 9㎞ 크기에 센강이 그 중심을 가르는 파리시는 보존을 위한 규제 덩어리나 마찬가지다. 파리의 자치구는 파리의 발원지라고 알려져 있는 시테섬에서 출발해 나선형으로 총 20개 모양으로 구획돼 있다. 각 구를 ‘아롱디스망’이라고 하는데 파리시외에 리옹시도 아롱디스망으로 구를 나누고 있다. 시테섬 일부와 팔레루아얄, 루브르궁전이 포함된 1구를 포함해 피카소 박물관과 파리시 역사박물관이 있는 4구, 소르본대학이 있는 5구, 에펠탑이 있는 7구, 샹젤리제와 개선문이 있는 8구, 오페라좌가 있는 9구 등 파리의 중심부에 있는 구에 역사적 건축물들이 모여있다. 이런 건축물들은 문화부에서 문화재 관리법에 따라 특별관리하고 있다. 개인 소유의 건축물이라도 역사물로 지정등록된 것이면 못 하나도 주인 마음대로 박을 수 없다. 상업시설의 간판이나 광고판도 함부로 걸 수 없다.1979년 제정된 광고물 및 간판 관련 법률,2000년의 환경기본법에서 정한 규칙, 파리시의 간판 및 광고물에 관한 조례를 따라야 한다. 각종 법과 조례에 의하면 간판은 교통표지판과 혼동의 소지가 없어야 하고 문구는 프랑스어이거나 프랑스어 번역이 포함돼야 한다. 돌출식 수직간판은 상점을 운영하는 사업자와 지상층에 위치한 사업자만 설치할 수 있지만 외벽 높이를 초과할 수 없고, 그 폭은 거리 폭의 10분의 1을 초과할 수 없다. 건물 벽면에 설치하는 평행간판은 건물 표면으로부터 0.25m를 초과할 수 없다. 광고제한지역은 약국을 제외하고는 점멸식 간판을 설치할 수 없다. 간판이나 광고판은 설치위치, 숫자, 규격, 색상, 재질 등을 명시해 시청에서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통상 3∼4개월 정도 걸린다. 이런 까다로운 조건을 모두 갖춰 허가받아도 지역 상인협회나 지역위원회에서 거부하면 설치할 수 없다. 간판 하나 다는 것도 이렇게 까다로운데 건물 짓는 것은 얼마나 어려울지 상상이 간다. ●번거롭지만 지켜야 할 가치 파리시가 오늘날과 같은 모습을 갖춘 것은 나폴레옹 3세(1852∼70년 재위, 제 2제정) 시절이다. 당시 프랑스는 때마침 본궤도에 오른 산업혁명과 과학발전으로 경제적 번영과 정치적 안정을 누렸다. 나폴레옹 3세는 파리시장이던 오스만 남작에게 파리를 유럽 최고의 도시로 건설하도록 했다. 오스만 남작은 복잡하고 더럽고 비위생적인 파리를 싹 밀어버리고 대대적인 토목공사를 벌였다. 직선의 넓은 대로를 구획하고 그 대로를 따라 화려한 건물들을 짓도록 했다.600㎞에 달하는 하수도망과 수도시설, 가스등이 설치되고 시내 곳곳에 대규모 녹지도 조성됐다. 그때의 파리가 지금의 파리와 외형상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는 건물을 짓거나 리노베이션할 때 기존 건물들과의 조화를 해치지 않도록 하기 때문이다. 벽돌 색깔부터 건축물의 디자인 등 모든 것이 조화를 고려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리노베이션은 도로에서 볼 때 건물 정면을 그대로 둔 채 나머지 부분만 헐고 다시 지어 올리거나, 예전의 건축물을 뼈대로 새로 고치는 방식이다. 거리 이름도 함부로 바꾸거나 새로 지을 수 없다. 함부로 훼손하고 졸속으로 개발할 경우 두고두고 역사적 과오로 지적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소중한 문화유산을 보존하려는 당국의 노력과 규제를 따르는 것이 불편하지만 자신들의 문화를 지키려는 프랑스인들의 노력이 이뤄낸 작품이 바로 오늘의 프랑스다.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사설] 통계가 정확해야 예산낭비 줄인다

    감사원이 통계청 등 22개 기관을 대상으로 주요 정책 및 통계활용의 적정성을 분석한 결과 상당수가 부적합하거나 신뢰성이 낮은 통계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한다. 환경부가 4조 2823억원을 들여 추진 중인 경유차 오염원 저감대책이 대표적인 사례로 지적됐다. 환경부는 경유차의 미세먼지 기여율을 66.8%로 산정했지만 실제는 5.3%에 불과하다. 복지부는 3000억원이 투입되는 장애인 지원사업을 하면서 지역별 통계가 아닌 전국 평균치를 사용하는 오류를 범했다. 건교부의 국도 통행량 예측도 제각각이며, 산자부는 산업인력 수급 상황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부정확한 통계를 근간으로 계획한 대형 국책사업이나 정책들이 어디로 향할지는 뻔하다. 부실과 예산낭비를 피할 수 없다. 통계란 과거에 대한 평가, 현 상황의 진단 그리고 미래에 대한 예측을 가능하게 하는 척도로서 정부 정책 수립의 근간이 된다. 올바른 통계를 사용해야 정책의 효과와 사업의 효율성이 제대로 나타나고 예산 낭비도 줄일 수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사안의 시급성을 내세워 설익은 통계를 남발하거나, 정책추진 방향에 맞는 통계를 입맛대로 골라내 발표하고 이에 맞춰 정책을 수립하는 과오를 되풀이해 왔다. 21세기 정보화 사회는 통계없이 존재할 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먹구구식의 통계로는 선진국 진입이 멀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번 감사원의 지적을 귀담아 듣고 각 분야에서 정확하고, 정직하고, 통일된 통계를 수립할 것을 촉구한다.
  • [문화마당] 한류(韓流)와 한조(漢潮)/김태성 호서대 겸임교수 한성문화연구소 대표

    광복 이후 중국의 문화대혁명이 끝나고 개혁개방이 시작될 때까지 30여년 동안 이른바 ‘죽의 장막’으로 불리던 중국과 우리의 관계는 완전한 단절상태였다.19세기 말까지 우리가 받아들인 외래문화의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고 거의 동일한 문화권에서 정신적·물질적 교류를 지속했던 중국문화와의 완전한 결별이었다. 1980년대부터 본격화된 중국의 개혁개방은 우리에게 과거의 교류관계의 회복을 의미했지만 그 과정에서 중요한 문제점을 드러냈다. 중국이 ‘10년 대동란’의 창상을 치유하고 빠른 속도로 변신하는 동안 우리는 그들의 모습을 지나치게 희화화하여 받아들였고, 그 뒤로 모든 분야에서 너무나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그들의 모습을 정확하게 해석하지 못한 것이다. 어쩌면 지금 우리가 피상적으로 알고 있는 중국의 모습은 실상과 너무나 다를지도 모른다. 예컨대 한류(韓流)에 대한 인식이 바로 그렇다. 한류는 우리 문화의 정수도 아니고 우리를 대표할 수 있는 얼굴도 아니다. 이른바 한류의 내용은 다분히 상업주의적인 대중문화가 주류를 이루고 있고, 이는 연예인들의 인기만큼이나 유동적이고 한시적이다. 한류는 오히려 중국인들의 의식 속에서 우리의 문화를 왜곡시킬 가능성도 없지 않다. 더 이상 한류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우리가 받아들이는 것만큼 폭넓은 문화의 전이를 실현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한류의 일시적인 열기에 흥분하고 있는 사이에 우리 자신들은 이미 ‘한조(漢潮)’라는 소리 없는 물결에 흠뻑 젖어있다는 사실이다. 한조란 우리가 받아들인 중국문화의 총화라 할 수 있다. 중국이 문을 열기 아주 오래 전부터 우리는 상당부분 중국과 문화의 뿌리와 역사의 기억을 공유해 왔고, 이를 바탕으로 한·중수교 이후로는 중국문화의 거센 조류를 특별한 여과장치 없이 받아들이면서 다방면으로 활발한 교류를 진행해 왔다. 그 결과 거의 모든 대학에 중국 관련학과가 개설되었고 먹고 입는 것에서부터 보고 듣는 것까지 온통 ‘메이드 인 차이나’로 둘러싸여 있다. 이 모든 한조 현상에 대해 비판적인 평가와 해석, 그리고 올바른 수용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자국의 문화를 중국문화와 구별하지 못하는 치명적 과오를 범하게 될지도 모른다.‘류(流)’는 아주 가는 시냇물이지만 ‘조(潮)’는 거센 파도를 동반한 바닷물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문화를 중국에 다방면으로 전이하기 위해서는 인적자원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우리에게 무수한 중국 전문가들이 있고 중국에 친화적 태도를 보이는 인사들이 늘어가는 반면, 중국에는 한국 전문가들이 드물고 지한파(知韓派) 또는 친한파(親韓派) 인사들도 흔치 않다. 한국에서는 중국의 문화를 담은 저작물들이 끊임없이 번역, 소개되고 있는데 반해 중국에서는 한국 관련 저작물들을 찾아 보기 어렵다. 이처럼 불평등한 교류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우선 한국을 찾는 중국 유학생들을 제대로 교육하여 한국문화의 전도사로 양성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제 중국은 우리와 너무나 가까이 다가와 있다. 내칠 수 없는 친구이지만 경계하지 않으면 안 되는 위협적인 존재로 변할 수도 있다. 대등한 문화교류를 통해 서로에 대한 인식과 이해를 하나의 힘으로 전환시킬 수 있어야 한다. 문화가 전략이자 산업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힘으로 전환되지 못하는 지식은 공허할 수밖에 없다. 김태성 호서대 겸임교수 한성문화연구소 대표
  • 통상·과학·기술개발도 ‘국가기밀’

    외교·국방 등 국가안전보장에 관한 사항에 한정된 공공기관의 비밀의 범위가 통상·과학·기술개발 등 국가 이익과 관련된 사항으로까지 확대된다. 정부는 27일 권오규 총리 직무대행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공공기관의 비밀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안 등 30개 안건을 의결했다. 새 법률안은 비밀의 범위를 확대하고 그 범주를 전시계획, 안보정책, 통일·외교, 국방, 과학·기술 등으로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또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비밀로 지정된 뒤 30년이 지나면 자동 해제되도록 했고, 업무수행상 과오나 보호가치가 없는 정보 등은 비밀로 지정할 수 없게 했다. 특히 군사기밀 이외의 비밀의 탐지·수집 또는 누설행위에 대해서도 처벌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을 마련, 기존 형법이나 군사기밀보호법의 부족한 점을 보완했다. 정부는 공공기관의 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도 통과시켰다. 보존기간 30년 이하인 기록물을 관리하기 위한 중간관리시설을 중앙기록물관리기관에 설치하도록 했다.또 국가 기록물의 종합적인 보존과 활용을 위해 회의록 작성 의무를 지방자치단체장과 교육감이 참여하는 회의까지 확대하고,15년까지 비공개를 허용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독서문화 진흥을 위한 독서문화진흥법 시행령도 의결됐다. 시행령은 독서진흥위원회에 교육·출판·도서관·언론계 등에서 5명의 전문위원을 두도록 하고, 매년 9월을 독서의 달로 지정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수사과정 녹음·녹화 확대 검찰 수사 관행 개선 필요”

    청와대는 지난 13일 노무현 대통령이 검찰의 합법적 수사를 당부한 발언에 대해 “특정사건 수사나 검찰의 수사대상에 대해 잘잘못을 따진 것이 아니라, 검찰의 수사관행상 문제를 지적하고 제도적인 개선대책 마련을 지시한 것”이라고 14일 밝혔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이날 청와대 브리핑에 올린 글을 통해 “제이유 사건 수사에 대한 감찰을 계기로 검찰수사에 대한 합리적 견제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면서 “노 대통령은 구체적인 방안으로 수사과정의 녹음·녹화 확대 등 실현 가능한 제도개선책을 수립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감찰위원회는 검찰에서 작성한 보고서만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데, 감찰위원회에 회부하는 조치만으로 국민의 합리적인 의문을 해소할 수 있겠느냐.”면서 “검찰의 과오 여부를 스스로 판단하는 절차적 결함이 있음에도 국민에게 무조건 믿어 달라고 하는 것은 제도적으로 문제가 있고, 참여정부로서도 체면이 서지 않는다.”고 지적했다고 민정수석실은 소개했다. 청와대 대변인인 윤승용 홍보수석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노 대통령의 언급에 대해 “검찰수사를 정당하게 하라는 데도 방점이 있지만,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사법개혁법안 중 재정신청 범위를 확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조속하게 처리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정종욱 월드포커스] 북·미 관계 변화 대비해야

    지난 2월13일 6자회담 참가국들이 북핵 문제 해결의 초기조치에 합의한 후 미국과 북한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6자회담 북한 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부상의 미국 방문이 그렇다. 그의 방문은 양국 간의 관계개선을 논의하는 실무 성격이라지만 실제로는 고도의 정치적 상징성을 갖는 외교 이벤트로 변하고 있다. 그가 만나는 미국 정부 인사들의 면면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 아직 미정이지만 그가 라이스 국무장관을 만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부시 대통령을 만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그리 높지 않다. 차관급 인사를 대통령이 만나는 것은 외교관례상 매우 예외적이다. 그러나 2·13 합의를 자신의 주요한 외교 업적으로 간주하고 싶어하는 부시로서는 외교관례 쯤은 무시할 수도 있다. 설사 만나지 않는다 해도 부시의 메시지는 김계관을 통해 김정일에게 전달될 것이다. 그 메시지는 부시와 김정일이 한국전쟁 종전 문서에 직접 서명하는 것이 포함될 수 있다. 이래저래 미국과 북한은 관계정상화를 둘러싼 정상차원의 대화가 이미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사정을 고려하면 미·북 관계 개선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될 수도 있다. 금융제재는 사실상 해제되었고 북한을 테러지원국가와 적성국가 명단에서 빼는 일도 김계관의 방문을 계기로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 그 다음 단계는 양국 수도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하는 것이다. 연락사무소는 이름이 연락사무소이지 실제로는 대사관에 준하는 비중을 갖게 될 것이다. 적어도 북한으로서는 워싱턴에 고위급 인물을 보내려 할 것이고 미국도 이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연락사무소의 설치는 실질적으로 외교관계의 정상화를 의미하게 된다. 물론 이 단계까지 가기 위해서는 몇가지 조치들이 선행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북한의 핵시설이 폐쇄수준을 넘어 재가동이 불가능한 단계로 진입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북한은 이미 만들어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와 고농축 우라늄 시설을 포함해서 모든 핵 프로그램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이것이 2·13 합의의 초기 실천과정에서 가장 민감한 대목이지만 그렇다고 미·북 관계개선에 결정적 장애물은 아니다. 벌써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말이 미국 측에서 흘러 나오기 시작했다. 그만큼 2·13 합의를 실현시키려는 부시의 의지가 강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북한은 어떤가.10개 정도의 핵무기를 이미 갖고 있기 때문에 핵 시설을 계속 가동시킬 필요가 없다. 특히 금년은 김정일의 65회 생일이자 그가 공화국 원수에 취임해서 군의 통수권을 장악한 지 15년이 되는 해다. 그런 특별한 해에 식량재고가 바닥나고 에너지 부족으로 평양이 암흑세계라면 체면이 말이 아니다. 그래서 한국으로부터 식량과 중유 등 필요한 경제 지원을 확보하고 미국과 관계개선을 이룰 수 있다면 핵 시설을 폐쇄해도 그야말로 남는 장사가 된다. 북한이 2·13 합의대로 초기조치들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남북관계를 적극적으로 추동시켜야 하지만 그렇다고 마샬 플랜 운운하는 것도 지나치게 성급함을 나타낼 뿐이다. 미국과 한국이 북한에 대한 러브 콜에서 경쟁하는 모습을 보여서도 안 된다. 통일부와 외교통상부가 따로 놀아서도 안 된다. 북한이 우리를 얕잡아 보지 못하게 해야 한다. 북한에 줄 것은 주지만 받는 쪽이 감사하면서 받도록 해야 한다. 북한이 그들에 대한 지원이 우리의 국내용이라는 생각을 갖게 하는 것은 모처럼 찾아온 역사적 기회를 놓치는 엄청난 과오를 범하는 일이 될 것이다. 정종욱 서울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