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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前 해군총수들의 부끄러운 ‘부하 탓’

    지난 21일 서울중앙지법 425호 법정. 황기철(58·해사 32기) 전 해군참모총장이 푸른 수의를 입고 피고인석에 섰다. 188㎝의 큰 키에 부리부리한 눈매는 7개월 전 6만 9000명 우리나라 해군의 당당한 총사령관일 때와 같았다. 하지만 이날 결심공판에서 그는 검사의 계속되는 추궁에 “진술 거부권을 행사하겠습니다”라고 짤막하게 답했을 뿐 변명조차 하지 않았다. 자신의 증언이 자칫 재판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22일로 검찰이 통영함 음파탐지기 인수 비리 수사에 착수한 지 1년이 지났다. 이 사건을 계기로 지난해 11월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이 꾸려져 전직 해군참모총장 2명 등 10여명의 전·현직 장성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이 과정에서 한때 상관과 부하로 지냈던 고위 장교들끼리 서로 잘못을 떠넘기거나 묵비권을 행사하며 진술을 일절 하지 않는 등 볼썽사나운 일이 벌어진 것으로 드러나 보는 사람들을 씁쓸하게 하고 있다. 황 전 총장은 2009년 방위사업청 함정사업부장으로 통영함 음파탐지기 납품과 관련된 공문서를 허위 작성하도록 지시해 국가에 38억여원의 피해를 준 혐의로 올 4월 구속 기소됐다. 검찰 조사 결과 황 전 총장은 감사원 감사 이후 자신이 수사선상에 오른 것을 알고 해군본부에서 여러 차례 대책회의를 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음파탐지기 선정 때 자신의 직속 부하이자 상륙함사업팀장이었던 오모 전 대령에게 잘못이 있다고 소명서를 작성했다. 검찰 관계자는 “자신의 책임을 면하고 부하에게 책임을 전가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동시에 그는 자신의 비서실장을 통해 오 전 대령에게 접근해 “총장님이 믿고 계시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전달해 회유를 시도하기도 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해군참모총장 시절 STX로부터 7억 7000만원의 뒷돈을 받아 지난 2월 구속 기소됐고, 이후 통영함 인수 비리에도 연루된 사실이 드러난 정옥근(63·해사 29기) 전 총장도 재판 과정에서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받은 돈의 대가성은 부인했고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들이 나오면 “원래 참모총장 위치에 오르면 적이 많아진다”는 취지로 말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7일 통영함 인수 비리 관련 공판 때는 “통상 장비 선정의 책임과 권한은 방사청에 있다. 당시 함정사업부장인 황 전 총장으로부터 보고받기만 했지 장비와 관련한 지시는 결코 한 적이 없다”며 잘못을 후배에게 떠넘기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전직 군 총수들이 책임지는 자세를 보였으면 부하들의 죄도 가벼워졌을 텐데 쟁공위과(爭功委過·공은 다투고 과오는 떠넘긴다)식으로 일관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말했다. 정 전 총장은 1심에서 징역 10년에 벌금 4억원이 선고된 상태다. 황 전 총장은 검찰이 징역 5년을 구형한 상태로, 다음달 5일 선고공판이 열린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현장 블로그] 우경화 목매는 일본에 국정교과서 있었다면…

    청년 역사 연구 모임 ‘홀로그램’<2015년 7월 27일자 25면>이 주말인 12일 서울 중구 명동 유네스코회관에서 일본 답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홀로그램은 지난달 19~27일 후쿠오카, 나가사키, 교토, 오사카 등을 돌며 일제강점기에 강제 동원된 조선인들의 실상을 보여주는 박물관, 기념관, 묘지 등을 하나하나 방문했습니다. 최근 한 방송 예능 프로그램에 소개돼 화제가 됐던 우토로 마을도 다녀왔다고 합니다. 홀로그램은 답사를 통해 일본에서 나타나고 있는 우경화 흐름을 직접 목격했습니다. 오사카에 있는 리버티박물관, 피스박물관에는 원래 식민지 시대 때 일본의 만행을 알리는 전시관, 전시물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일본군 위안부는 필요한 제도였다”는 망언을 한 극우 성향의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시장이 과거 부지사 재임 시절부터 시 보조금을 무기로 해당 전시 내용을 없애거나 바꾸도록 했습니다. 또 그는 우익 출판사인 이쿠호샤가 만든 역사, 공민(사회) 교과서를 오사카시 중학교 교과서로 채택했습니다. 이 교과서는 일본의 러·일 전쟁 승리가 “유색 인종도 백인종에게 지지 않는다는 희망을 아시아인들에게 심어 줬다”고 서술하는 등 일본의 식민 지배를 미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요. 검정 교과서 체제 아래 일본 중학교 전체의 6% 정도만이 이쿠호샤 교과서를 채택했다고 합니다. 또 비록 일본 정부가 우경화를 주도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일본인들은 반인륜 범죄를 저질렀던 일본의 과거를 반성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시도하는 평화헌법 해석 변경에 국민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고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 사설 박물관·연구소 운영 등을 통해 전범 국가로서의 과오를 잊지 않으려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만일 일본이 국정 교과서 체제였다면 어땠을까요. 조선을 수탈하고 일본군 위안소를 운영하고 731부대를 만들어 생체 실험을 일삼은 인권 유린의 역사가 ‘근대화의 상징’으로 왜곡된 채 일선 학교 현장에서 가르쳐지지 않았을까요. 현재 우리나라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국사의 국정 교과서 체제 전환을 우려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것입니다. 국정 교과서를 주장하는 쪽에서는 현재의 검정 국사 교과서들의 상당수가 ‘좌편향’이라고 공격합니다. 그들 중 일부는 ‘광복절’을 ‘건국절’로 바꿔야 한다거나 개발 독재 시대의 경제적 성과를 지금보다 한층 더 부각시켜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경제 성장의 희망 못지않게 견디기 힘든 독재와 인권 탄압의 절망도 동시에 겪어 온 우리 국민입니다. 하나의 역사를 부각하면 다른 역사는 묻히기 쉽습니다. 역사 교육의 목적을 되새겨야 할 때입니다. 정부는 ‘하나의 역사’를 계속 강조하지만 하나의 역사로는 모두가 바라는 진실을 보여줄 수 없습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아베 안보법 막겠다” 日 교원조합 결의

    일본 교직원조합이 6일 도쿄도에서 열린 정기 대회에서 “제자를 다시 전쟁터에 보내지 말라”는 내용을 담은 ‘집단자위권 법안’ 반대 결의를 채택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교직원조합의 결의는 “교육의 이름을 팔아 전쟁에 가담하는 과오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아베 정권은 사람을 전쟁으로 몰아세우고, 입헌주의를 파괴하고, 독재 사회로 가는 길을 만들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안보 법안에 반대하는 학자들의 모임’과 대학생 중심의 청년 모임 ‘실즈’도 도쿄 신주쿠에서 합동 집회를 열었다. 비가 내리는 와중에도 1만 2000명이 참가했다고 주최 측이 밝혔다. 최근 안보 법안 저지를 결의한 6개 주요 야당 중 제1야당인 민주당의 렌호 대표 대행과 공산당 시이 가즈오 위원장, 사민당 요시다 다다토모 당수 등도 이 집회에 참석했다. 하지만 집권 자민당의 고무라 마사히코 부총재는 강연에서 “안보 법안은 국민을 위해 필요하다”며 “충분히 이해를 얻지 못해도 결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안보 법안이 계류 중인 참의원에서 양원 과반의석을 보유 중인 연립여당(자민·공명당)은 다음주 중에 법안을 강행처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사설] 일본은 유엔 수장 충고 새겨들으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3일 중국의 항일전쟁 승리 70주년(전승절) 열병식에 참석한 데 대해 일본 집권 자민당이 항의문을 보내기로 했다고 한다. 반 총장이 자신들의 재고 요청을 거절하고 열병식 참석을 강행하자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표출하고 있는 일본이다. 일본 측은 중립기구인 유엔의 수장이 전쟁 승리를 기념하는 특정 국가의 행사에 참석한 것은 유엔 정신에 어긋난다는 해괴한 논리를 펴고 있다. 패전 당사국의 불편한 심정을 이해한다 해도 지나친 논리 확대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은 참혹한 침략전쟁의 도발국으로서 자중하는 게 마땅하다. 때마침 반 총장이 단호하고도 준엄하게 일본을 꾸짖었다. 반 총장은 중국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유엔 사무총장이나 유엔은 중립기구가 될 수 없다”면서 “유엔은 공정·공평한 기구”라고 강조했다. 끔찍한 잘못을 보게 된다면 비판, 바로잡을 수 있어야 하고, 그것이 공정·공평한 유엔 사무총장의 임무라는 생각도 밝혔다. 반 총장은 “역사로부터 정확하게 배우지 않는다면 정확한 방향으로 나아가기 어렵다”며 역사로부터 배우고, 더욱 나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중국을 방문한 것이라고도 했다. 과거를 망각하는 일본을 염두에 둔 표현임은 물론이다. 우리는 “역사를 직시해야 한다”는 유엔 수장의 대일(對日) 충고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유엔이 어떤 계기로 창설됐는가. 바로 일본 등의 침략전쟁으로 인류가 참혹한 비극에 휘말렸고, 그러한 비극의 재발을 막기 위해 전 세계가 머리를 맞대 유엔을 구성한 것이다. 일본과 독일 등의 끔찍한 잔혹 행위와 전쟁으로 전 세계에서 5000만명이 희생됐다는 사실을 일본은 잊지 말아야 한다. 한국과 중국 등에서 얼마나 많은 꽃다운 청춘들이 일본의 총부리에 위협당하며 전쟁터로 끌려나가 희생됐는가 말이다. 그런 과거를 외면하고, 애먼 유엔만 탓해선 안 된다. 이번 전승절을 계기로 성사된 한·중 정상회담에서 동북아시아 평화의 단초가 마련됐다는 점에서도 일본의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일본의 침략전쟁 과오를 꾸짖으면서도 동북아의 미래를 위해 한·중·일 정상회담의 재개에 합의했다. 전쟁 피해 당사국이면서도 의연하게 침략국 일본을 끌어안은 것이다. 이는 세계평화를 기치로 내건 유엔 정신과도 부합한다. 이제라도 일본은 “역사를 직시하라”는 반 총장의 충고를 새겨듣고, “충분히 사죄했다”는 오만에서 깨어나길 바란다. 역사에서 배우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
  • [中 전승절 열병식] ‘中 벤틀리’ 훙치 탄 시진핑… 1만여 병력 향해 “동즈먼 신쿠러!”

    [中 전승절 열병식] ‘中 벤틀리’ 훙치 탄 시진핑… 1만여 병력 향해 “동즈먼 신쿠러!”

    “동즈먼 신쿠러!”(同志們 辛苦了!·동지들 고생 많습니다!). “웨이런민푸우!”(爲人民服務!·인민을 위한 봉사입니다!). ‘중국 벤틀리’로 불리는 고급 승용차 훙치 무개차를 타고 1만 2000여명의 병력을 사열하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표정은 한없이 온화해 보였다. 군인들의 노고를 치하하는 목소리도 부드러웠다. 그러나 최고통수권자의 치하에 대답하는 군인들의 눈매는 이글거렸고, 함성은 하늘을 찌를 듯했다. 3일 베이징 톈안먼(天安門) 광장에서 열린 중국의 항일전쟁 승리 70주년 열병식에서 시 주석은 평화를 강조했지만,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움직이는 군인과 신무기는 군사굴기(軍事崛起)를 전 세계에 과시했다. 강력한 군사·경제력으로 중국식 평화와 세계질서를 펼치려는 중국의 포부가 유감 없이 드러난 열병식이었다. ●習 “전쟁이란 다모클레스의 칼 드리워” 시 주석은 이날 과거의 전쟁과 미래의 평화를 동시에 말했지만, 방점은 평화에 찍었다. 예상과 달리 과거 일본 군국주의의 침략과 현재 일본의 역사 수정주의 경향에 대해서도 별다른 비판을 가하지 않았다. 시 주석은 기념사 첫머리에서 “중국은 일본 침략자들에게 가장 먼저 대항해서 가장 마지막까지 싸워 이긴 국가”라면서 “중국에서 3500만명, 세계적으로 1억명이 숨진 반파시트 전쟁을 역사의 거울로 삼아 인류가 함께 발전하는 미래를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은 절대로 우리가 당했던 비극을 다른 민족에게 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의 과오를 겨냥하기보다는 중국의 희생과 미래를 강조한 것이다. 시 주석은 특히 중국 인민해방군 병력 30만명을 감축하겠다고 선언해 평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식으로 군축을 제시했다. 이는 동·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를 놓고 중국과 심각한 갈등을 빚는 미국과 일본에 평화적인 압박을 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시 주석은 군축을 발표하면서 “전쟁이라는 ‘다모클레스의 칼’이 인류의 머리에 드리워져 있다”고 말했다. ●비전투요원 줄여 군사력 강화 포석 그러나 시 주석이 강조한 평화는 힘을 바탕으로 한 평화이다. “중화민족이 5000년 역사의 찬란한 문명을 꽃피웠으며 더욱 찬란한 내일을 창조할 수 있다”는 시 주석의 발언에선 강한 자신감이 느껴진다. 30만명 감축도 곧바로 중국의 군사력 약화를 의미하지 않는다. 중국은 1966년부터 지금까지 10차례 걸쳐 감축을 단행해 600만명에 이르던 병력을 230만명으로 줄였는데, 대부분 비전투 요원의 감축이었다. 환구시보는 군사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이번에도 비전투요원 중심의 감축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중국군은 심각한 계급 적체와 비리 문제로 감축이 시급한 상황이다. 인원 감축으로 절약되는 비용은 신무기 획득 등 군 현대화 전략에 사용될 가능성이 커 오히려 군사력 강화의 주춧돌이 될 수 있다. 더욱이 항일 70주년을 맞아 역사상 최대 규모의 열병식을 치르고, ‘항공모함 킬러’로 알려진 둥펑-21D와 괌 미군기지를 타격할 수 있는 중거리 탄도미사일 ‘둥펑-26’ 등 수많은 신무기를 공개한 것 자체가 미국과 일본을 향한 경고이다. 아시아 재균형 전략을 앞세워 일본, 동남아시아 동맹국과 함께 중국의 팽창을 저지하려는 미국과 안보 법제 제·개정을 통해 중국에 빼앗긴 동아시아 주도권을 다시 쥐려는 일본을 향해 “힘 대결에서도 이젠 밀리지 않는다”고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사설] 한·중·일 협력 복원에 큰 진전 이룬 한·중 정상

    어제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간의 여섯 번째 한·중 정상회담에서는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의미 있는 공감대가 이뤄졌다. 우선 동북아 평화협력의 기반을 마련한 점이 눈에 띈다. 두 정상은 일제의 침략 전쟁 과오를 꾸짖는 계기로 만난 자리에서 의연하게 다음달 말에서 11월 초 사이에 한·중·일 정상회담을 갖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박 대통령이 8·15 광복 70주년 경축사를 통해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한 연장선이다. 과거사는 준엄하게 꾸짖되 동북아 평화협력을 위해서는 한·중·일 3국 간의 비정상적 관계가 더는 지속돼선 안 된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적극적인 자세 변화가 필요함은 물론이다.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한·중 양국 간 긴밀한 협력과 소통이 확인된 점도 큰 성과다. 박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언제든 긴장이 고조될 수 있는 한반도 안보 현실을 적극적으로 설명했다. 또 북한의 지뢰 도발로 촉발된 이번 긴장 해소 과정에서 보여준 중국 측의 건설적인 역할에 감사를 표명했다. 시 주석은 남북 간 대화와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박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적극적인 지지를 표명했다. 또 “긴장을 고조시키는 어떠한 행동에도 반대한다”며 장거리 미사일이나 추가 핵실험을 준비하고 있는 북한에 사실상의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다만 교착상태에 빠진 북핵 문제 해결과 관련해 시 주석이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 등 기존 입장에서 더 진전된 목소리를 내지 않은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북한의 핵무기는 한반도 평화의 최대 장애물인 만큼 우리 측은 중국의 더 적극적인 ‘중재자’, ‘해결사’ 역할을 내심 바랐지만 중국은 일단 6자회담을 통한 대화와 타협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셈이다. 미국·일본 등의 우려에도 전승절 기념식은 물론 열병식까지 참관하는 우리의 기대에는 좀 못 미쳤다고 평가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두 정상은 이번 회담을 통해 보다 긴밀해진 양국 관계에 공감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세기 두 나라가 모두 역경을 헤쳐 왔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어려움을 함께 겪어 낸 ‘환난지교’(患難之交)의 역사가 오늘날 양국 우의의 소중한 토대가 됐다고 평가했고, 시 주석은 두 나라가 역대 최상의 우호 관계로 발전했다고 화답했다. 정치·외교는 냉랭하고 경제만 뜨거웠던 ‘정랭경열’(政經熱)에서 모든 분야가 긴밀한 ‘정열경열’(政熱經熱)로 바뀌고 있다는 것을 실감 나게 한다. 박 대통령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시 주석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구상의 상호 연계까지 이뤄지길 기대한다. 박 대통령은 ‘차이나 리스크’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경제를 관장하는 리커창(李克强) 총리까지 만나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효과 극대화를 비롯한 양국 경제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중국을 방문한 외국 정상이 같은 날 주석과 총리를 동시에 만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 또한 긴밀한 양국 관계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한·중 양국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 서로 상생하는 길을 모색해야 하는 이유다.
  • [서울광장] 대학도 ‘해산 장려금’이 필요하다/김성수 논설위원

    [서울광장] 대학도 ‘해산 장려금’이 필요하다/김성수 논설위원

    대학 구조개혁 평가 결과가 지난 31일 발표된 뒤 매머드급 후폭풍이 불고 있다. 예상했던 대로 A~E등급 중 낙제점인 D, E등급을 받은 대학들의 반발이 거세다. “평가무효”를 외치며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대학이 속출하고 있다. 총장이 사퇴한 곳도 있고 보직교수 전원이 물러난 학교도 있다. ‘부실’ 낙인이 찍힌 대학들은 당장 이달에 시작되는 수시전형부터 수험생들의 외면을 받게 된다. 교육부는 일부러 발표 시점을 수시전형 직전으로 맞췄다고 설명한다. 낙제점을 받은 대학들은 내년 신입생부터 장학금은 물론 학자금 융자도 못 받게 되니 이런 점을 잘 알고 지원하라는 것이다. 물론 재학생들은 장학금 제한 등의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대학의 이미지 실추로 재학생들의 사기도 바닥에 떨어져 있다. 취업을 앞둔 학생이라면 부실 대학 출신이라는 낙인이 불리하게 작용할 건 뻔하다. 대학의 잘못이 학생에게 전가되면서 선의의 피해자가 된 셈이다. 사실 부실 대학이 늘어난 건 대학보다는 정부의 탓이 더 크다. 김영삼 정부 때인 1996년 대학 설립 규제를 다 풀어준 게 도화선이 됐다. 운동장과 건물 등 몇 가지 기준만 맞추면 대학 설립을 허용했다. 이후에도 규제완화 기조는 지속됐고 대학은 우후죽순처럼 늘었다. ‘무늬만 대학’인 곳도 덩달아 급증했다. 교총은 “(대학의 부실은) 양적 팽창에만 몰두해 온 역대 정부의 과오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이명박 정부 들어 본격적으로 부실 대학에 재정지원을 제한하는 등 구조조정에 나섰다. 박근혜 정부도 구조개혁의 고삐를 더 바짝 죄었다. 앞으로 9년간 정원 16만명을 줄인다는 게 교육개혁의 핵심이다. 433개 대학(전문대, 사이버대 등 포함)의 평균 입학 정원이 1650명인 점을 고려하면 약 100개의 대학을 없애겠다는 뜻이다. 대학을 평가해 정원 감축을 하고 부실 대학은 퇴출시키는 방식이다. 문제는 강제성이 없다는 것이다. 강제성을 확보하려면 ‘대학구조개혁법’이 국회에서 통과돼야 한다. 김희정 의원이 지난해 4월 발의한 법안으로 국회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부실 대학을 청산할 때 사학 법인에 일정한 지분을 돌려주거나 아니면 요양병원이나 평생직업교육기관 등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내용 등이다. 현행 사립학교법은 학교법인이 해산하면 잔여 재산은 모두 국고에 귀속된다. 대학 설립자로서는 학교를 접으면 한 푼도 못 건지고 손을 털게 돼 있다. 정부의 재정지원이 끊기고 학생수가 줄어 등록금 수입이 고갈돼도 부실 사학이 계속 버티고 있는 이유다. ‘좀비 대학’을 정부의 지원으로 계속 연명하게 할 수는 없다. 시간문제일 뿐 부실 대학은 언젠가는 문을 닫게 된다. 대학 스스로 결단을 내리는 게 가장 좋지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렇다면 ‘퇴로’를 열어 줘야 한다. ‘대학구조개혁법’과 비슷한 개념인 ‘해산(解散) 장려금’ 제도를 대학에 적용해 보는 것을 검토할 만하다. 학생수가 줄어 경영위기를 겪는 초·중·고교가 해산하면 남은 재산을 평가해 30%까지 돌려주는 제도다. 사립학교법의 특례조항(35조 2항)으로 2004~2008년 한시적으로 적용됐다. 고교 이하에만 적용했던 제도를 대학 청산 때 적용하는 데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초·중·고는 사실상 의무교육인 데다 재산 총액이 크지 않지만 대학은 평가액이 비교할 수 없게 크고 (부실이 생긴 데는) 설립자의 자기 책임도 크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떤 인센티브도 주지 않고 부실 대학이 자발적으로 퇴출하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뾰족한 다른 대안도 현재로서는 찾기 어렵다. 심사를 더 엄격하게 해서 적용하고, 대학을 청산할 때 돌려주는 재산도 최대 30%가 아니라 그 이하로 낮추는 방식도 고려할 만하다. 대학 구조개혁은 지속돼야 한다는 점에서 교육부가 이번에 등급별 대학 명단을 공개하지 않은 것은 유감이다. ‘학자금 대출제한’ 명단을 통해 낙제점을 받은 대학만 우회적으로 알리는 데 그쳤다. 교육부는 “대학의 서열화라는 문제를 일으킬 수 있고, 사실을 공개해도 명예훼손이 될 수 있다는 법률 자문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학생들이 학교를 선택할 권리는 무엇보다 우선이다. sskim@seoul.co.kr
  • [나우! 지구촌] 엄마가 아기를 카트에 ‘깜빡’ 했다면...처벌? 말아?

    [나우! 지구촌] 엄마가 아기를 카트에 ‘깜빡’ 했다면...처벌? 말아?

    생후 2개월짜리 아들을 쇼핑몰 카트에 두고 오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다가 미국 네티즌들의 비난과 옹호를 한꺼번에 받고 있는 한 여성의 이야기가 화제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30일(현지시간)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지만 자신은 ‘나쁜 엄마’가 아니며 그저 끔찍한 실수를 저질렀을 뿐이라고 말하는 체리쉬 피터슨(27)의 사연을 소개했다. 네 자녀의 엄마인 피터슨은 지난 24일 조카에게 줄 사탕 등을 사러 자녀 3명과 함께 대형 식료품점에 방문했다가 막내 아이 헉스턴이 누워있는 카트를 매장 앞에 둔 채 집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매장에 홀로 남겨진 아이를 최초로 발견했던 경찰은 아이가 발견 당시 ‘부상이나 기타 위해를 입지 않은 상태’였으며, 아이를 데리고 근처 미용실 등을 방문해 부모를 찾으려 했으나 찾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사건을 맡은 길버트 시 경찰당국은 당초 기소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으나 최근 결정을 번복해 그녀를 ‘아동 방치’(child endangerment) 혐의로 기소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미디어 등을 통해 이 사건이 미국 전역에 알려지자 상당수의 미국 네티즌은 그녀에 대한 분노를 표했다. 일부 네티즌은 그녀가 필시 “술에 취해 아이를 방치한 ‘나쁜 엄마’임에 틀림없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이러한 비난여론이 가열되자 그녀의 처지를 동정한 일련의 네티즌들이 반대로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는 법”이라며 그녀를 옹호하고 나서기도 했다. 이들은 “우리는 체리쉬의 편”(I Stand With Cherish)이라는 모토를 내세워 페이스북, 트위터 등에서 체리쉬에 대한 온라인 구호운동을 펼치고 있다. 최근 피터슨은 미국 CBS5 방송에 직접 등장해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입장을 변호하며 눈물을 내비쳤다. 그녀는 “보통은 차에 짐을 실은 뒤 카트를 매장 앞으로 치워두지만, 이번에는 평소답지 않게 차를 매장 바로 앞에 세웠던 탓에 그런 과정을 생략하게 됐고, 그래서 아이를 카트에 두었다는 사실도 깜박한 채 차를 타고 떠났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집으로 돌아와 차를 차고에 넣을 때가 되어서야 다른 자녀가 그녀에게 "헉스턴은 어디있어요?"라고 물었고 사태를 파악한 피터슨은 황급하게 매장으로 되돌아갔다. 그녀는 “어떤 증인의 목격담과는 달리 2시간이 아닌 40분 만에 아이를 찾으러 돌아갔다”며 “40분도 긴 시간인 것은 알지만 결코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어 “내가 어머니라는 사실을 정말 기쁘게 생각하며 살고 있고, 나보다 내 아이들을 더 사랑하는 사람은 세상에 아무도 없다”고 밝혔다. 남편 또한 “우리도 사람인 이상 실수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사람들의 혐오와 선입견에 괴롭힘 당하는 아내를 지킬 수 없다는 사실은 매우 슬픈 일”이라고 말했다. 사진=ⓒ페이스북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2개월아들 쇼핑카트에 두고 간 네 자녀 엄마 기소...”나쁜 엄마” “실수” 논란

    2개월아들 쇼핑카트에 두고 간 네 자녀 엄마 기소...”나쁜 엄마” “실수” 논란

    생후 2개월짜리 아들을 쇼핑몰 카트에 두고 오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다가 미국 네티즌들의 비난과 옹호를 한꺼번에 받고 있는 한 여성의 이야기가 화제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30일(현지시간)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지만 자신은 ‘나쁜 엄마’가 아니며 그저 끔찍한 실수를 저질렀을 뿐이라고 말하는 체리쉬 피터슨(27)의 사연을 소개했다. 네 자녀의 엄마인 피터슨은 지난 24일 조카에게 줄 사탕 등을 사러 자녀 3명과 함께 대형 식료품점에 방문했다가 막내 아이 헉스턴이 누워있는 카트를 매장 앞에 둔 채 집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매장에 홀로 남겨진 아이를 최초로 발견했던 경찰은 아이가 발견 당시 ‘부상이나 기타 위해를 입지 않은 상태’였으며, 아이를 데리고 근처 미용실 등을 방문해 부모를 찾으려 했으나 찾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사건을 맡은 길버트 시 경찰당국은 당초 기소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으나 최근 결정을 번복해 그녀를 ‘아동 방치’(child endangerment) 혐의로 기소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미디어 등을 통해 이 사건이 미국 전역에 알려지자 상당수의 미국 네티즌은 그녀에 대한 분노를 표했다. 일부 네티즌은 그녀가 필시 “술에 취해 아이를 방치한 ‘나쁜 엄마’임에 틀림없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이러한 비난여론이 가열되자 그녀의 처지를 동정한 일련의 네티즌들이 반대로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는 법”이라며 그녀를 옹호하고 나서기도 했다. 이들은 “우리는 체리쉬의 편”(I Stand With Cherish)이라는 모토를 내세워 페이스북, 트위터 등에서 체리쉬에 대한 온라인 구호운동을 펼치고 있다. 최근 피터슨은 미국 CBS5 방송에 직접 등장해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입장을 변호하며 눈물을 내비쳤다. 그녀는 “보통은 차에 짐을 실은 뒤 카트를 매장 앞으로 치워두지만, 이번에는 평소답지 않게 차를 매장 바로 앞에 세웠던 탓에 그런 과정을 생략하게 됐고, 그래서 아이를 카트에 두었다는 사실도 깜박한 채 차를 타고 떠났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집으로 돌아와 차를 차고에 넣을 때가 되어서야 다른 자녀가 그녀에게 "헉스턴은 어디있어요?"라고 물었고 사태를 파악한 피터슨은 황급하게 매장으로 되돌아갔다. 그녀는 “어떤 증인의 목격담과는 달리 2시간이 아닌 40분 만에 아이를 찾으러 돌아갔다”며 “40분도 긴 시간인 것은 알지만 결코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어 “내가 어머니라는 사실을 정말 기쁘게 생각하며 살고 있고, 나보다 내 아이들을 더 사랑하는 사람은 세상에 아무도 없다”고 밝혔다. 남편 또한 “우리도 사람인 이상 실수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사람들의 혐오와 선입견에 괴롭힘 당하는 아내를 지킬 수 없다는 사실은 매우 슬픈 일”이라고 말했다. 사진=ⓒ페이스북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위안부 할머니 “왜 우릴 아프게 하나” 눈물

    위안부 할머니 “왜 우릴 아프게 하나” 눈물

    국내 시민단체들은 14일 발표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전후 70년 담화에 대해 “책임 회피로 일관하고 식민 지배와 침략에 따른 희생자 문제에 대한 해결 의지도 보이지 않았다”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시민단체 사이에서는 이날 아베 총리의 담화에 대해 “알맹이가 없다”고 평가절하하는 기류가 팽배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일본 정부의 반인도적 범죄 행위에 대한 사실 인정 등을 찾아볼 수 없는 알맹이 없는 반성문”이라고 평했다. 안신권 경기 광주 나눔의 집 소장은 “아베 총리가 ‘전장에서는 존엄에 상처받은 여성들이 있었다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되겠다’고 발언했지만 그 여성들이 누구인지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며 “위안부 피해자 언급 자체를 회피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은 ‘왜 이렇게 우리 가슴을 아프게 하느냐. 아예 안 보는 게 낫겠다’고 가슴을 치며 눈물을 흘렸다”고도 전했다. 민족문제연구소 측은 “유체 이탈 화법과 모호한 표현을 써 침략 전쟁을 합리화하고 가해 주체를 드러내지 않는 책임 회피로 일관했다”고 평가했다. 아베 담화의 ‘과거형 사죄’에 대한 비판도 쏟아졌다. 김진영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 간사는 “우리가 보기를 원한 것은 일본 정부가 과거의 침략 행위에 대해 오늘날 어떻게 기억하는가였다”며 “이번 담화는 자신들의 과오를 과거 일로 치부하고 선을 긋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아베 담화가 1993년 고노 담화나 1995년 무라야마 담화보다 크게 후퇴했다는 우려도 나왔다. 양순임 태평양전쟁희생자유족회장은 “무라야마 담화를 유지하지는 못할망정 자신은 사죄하지 않고 과거형으로 ‘사죄해 왔다’고 표현했다”고 지적했다. 안 소장도 “고노 담화 때는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간접적인 사과를, 무라야마 담화에서는 위안부 문제의 원인이 된 식민지 지배를 사과했는데 이번에는 아예 ‘과거형 사과’에 그쳤다”고 강조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시론] 아베는 ‘과거회귀’의 헛꿈을 버려야/정일성 근현대 한일관계사 연구가·‘일본을 제국주의로 몰고 간 후쿠자

    [시론] 아베는 ‘과거회귀’의 헛꿈을 버려야/정일성 근현대 한일관계사 연구가·‘일본을 제국주의로 몰고 간 후쿠자

    일본이 8월 15일로 ‘패전 70주년’을 맞이한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이에 즈음하여 ‘전후 70년 총괄담화’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담화는 특히 아베의 최근 극우 행보에 따른 동북아시아 안보질서 문제와 맞물려 세계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냉전 후 어렵게 조성된 동북아의 평화질서가 계속 유지되느냐, 아니면 또다시 긴장 국면을 맞게 되느냐는 실마리가 그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중대한 갈림길에서 아베 담화가 동북아 평화유지의 ‘지렛대’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일본이 잘못된 과거사에 대해 사실(史實)을 솔직히 시인하고 사죄하는 데 있음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이는 평화를 사랑하는 전 세계 지식인들의 바람이기도 하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요즘 미국의 일본 연구자들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역사학자와 석학들이 아베 정권을 향해 잇달아 역사왜곡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점 등을 헤아려 보면 아베한테서 독일과 같은 솔직한 반성과 사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아니 어쩌면 1995년 8월 일본 패전 50주년에 나온 무라야마 담화 수준에도 미치지 못해 동북아 화해의 길은 영영 멀어질지도 모른다. 하나의 예로 위안부 문제만 해도 그렇다. 위안부 강제동원 사실은 산케이신문이 1983년 책으로 낸 ‘이제 털어놓는 전후비사’(いま明かす戰後秘史)에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당시 일본 육군 경리장교였던 시카나이 노부다카 전 후지산케이그룹 회장은 책에서 “군대가 아니면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전지(戰地)에 가면 속칭 ‘피야’(위안소)가 있었다. 피야는 질서를 지키려고 설치 요강에 병사들이 위안부와 멍석을 깔고 놀다 나올 때까지 ‘갖는 시간’을 장교는 몇 분, 하사관은 몇 분, 졸병은 몇 분 등으로 세밀하게 규정하지 않으면 안 됐다. 요금도 등급을 매겼다. 경리학교가 이런 위안소 운영 요령을 가르쳤다”고 털어놓고 있다. 이 증언은 해군 경리장교로서 3000명의 군인들을 위해 위안소를 만들었다고 자랑한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총리의 회고와 쌍벽을 이룬다. 이는 일본군이 위안소를 계획적으로 설치·운영한 사실을 여실히 보여 주는 명명백백한 증거다. 그럼에도 아베 정권은 위안부 강제동원 사실을 보도한 일본 언론매체와 기자들을 탄압하며 위안부 존재 자체를 극구 부인하고 있다. 심지어 지난 3월에는 도쿄를 국빈 방문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아베 총리에게 과거 독일의 경험을 들려주는 형식으로 ‘과거사 직시’를 충고하자 관방장관이 기자회견을 통해 반박하는 외교적 실례를 범하기까지 했다. 왜 그럴까. 혹시 메이지시대 ‘국가는 개인과 달리 한 번 잘못을 보여 주면 사실 여부에 관계없이 오명을 씻기 어렵고, 과오를 수정하려면 나쁜 평판이 나오며, 후회하여 사죄하면 죄는 더욱 명백하게 되는 것이다’라고 설파한 후쿠자와 유키치의 ‘외교론’ 영향은 아닐까. 어쨌거나 일본의 작태를 독일의 사례와 견줘 보면 하늘과 땅 차이로 느껴진다. 독일이 전후 70년 동안 얼마나 처절한 자기반성과 사죄 과정을 거쳐 전쟁 피해 당사국들의 신뢰를 쌓고 오늘날 유럽의 중심 국가로 다시 우뚝 서게 됐는지에 대해서는 지면상 설명을 생략한다. 또 아베가 극우보수인 일본의 역사수정주의자들과 역사 인식을 같이하고 있는 점도 과거사 반성과 사죄의 기대감을 저버리는 요인이다. 이들 극우 세력은 일본의 전쟁 도발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도쿄재판이 부당하다며 명예회복을 요구한다. 나아가 잘못된 침략 역사를 반성하자는 의견을 자학사관이라 폄훼하고 역사의 객관성을 추구하는 학자들을 ‘국적’(國賊)으로 매도하며 배타와 경쟁을 강조하는 닫힌 군국민족주의를 부르짖는다. 이는 일본의 비극이자 아시아의 비극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희망의 끈을 완전히 버리지는 않는다. 아베의 말대로 자신의 큰 꿈인 정치대국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식민지 피해 당사국과의 화해가 선결 과제이기 때문이다. 일본이 과거 피지배 민족의 응어리를 풀지 못한다면 설령 경제대국의 목표는 이룩했다 하더라도 절대로 정치대국은 될 수 없다. 섬 안에 폐쇄된 정치소국일 뿐이다. 침략을 미화하는 역사수정주의와 군사력 증강으로는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높고 많은 까닭이다.
  • 박기춘 체포동의안, 국회 본회의 가결…반대 89표

    박기춘 체포동의안, 국회 본회의 가결…반대 89표

    ‘국회 본회의 가결’ ‘박기춘 체포동의안’ 박기춘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무기명 투표로 실시된 이날 박기춘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 결과 총 투표자 236명 가운데 찬성 137표, 반대 89표, 기권 5표, 무효 5표 등으로 집계돼 가결됐다. 체포동의안은 재적 의원(298명) 과반(150명)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이 찬성하면 통과된다. 외국 출장 중인 의원들이 다수인 데다 체포동의안에 반대하는 의원들도 적지 않아 의결정족수 자체를 채우지 못해 사실상 폐기 수순으로 가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있었지만 가결된 것이다. 여야 모두 ‘특권 지키기’, ‘제식구 감싸기’ 등 부결시 예상되는 여론의 비판을 우려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새누리당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이 국민의 눈높이에 서서 뜻을 같이 한 것에 대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앞으로도 새누리당은 국회의원 특권내려놓기와 국회개혁을 위해 쇄신의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수현 원내대변인은 “국민이 바라는 도덕적 기준에 따라 양심있게 판단한 결과”라고 논평했다. 박기춘 의원은 신상발언을 통해 “불체포특권 뒤에 숨지 않겠다. 방탄막으로 감싸달라고 요청하지 않겠다”며 “일반국민들과 똑같이 영장실질심사에 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공직자의 도덕성이 기준이 아닌, 기본이 되는 시대에 저의 과오는 돌이킬 수 없는 결격 사유”라며 “법과 원칙에 따라 모든 처벌과 책임을 감수하겠다”고 덧붙였다. 제19대 국회 들어 모두 10건의 체포동의안이 접수됐으며, 이 가운데 4건이 가결되고 나머지 6건은 부결되거나 사실상 폐기 또는 철회됐다. 가장 최근에 가결된 체포동의안은 1년 11개월 전인 2013년 9월 4일 내란음모 혐의를 받은 옛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이며, 2012년 새정치민주연합 박주선 의원, 새누리당 현영희 의원(이후 의원직 상실) 등도 체포동의안이 가결돼 영장실질심사를 받았다. 체포동의안이 가결됨에 따라 박기춘 의원은 내주께 법원에 출석, 구속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게 되며 그 결과에 따라 구속 수사 또는 불구속 수사 여부가 결정되게 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박기춘 체포동의안, 국회 본회의 가결…반대 89표나?

    박기춘 체포동의안, 국회 본회의 가결…반대 89표나?

    ‘국회 본회의 가결’ ‘박기춘 체포동의안’ 박기춘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무기명 투표로 실시된 이날 박기춘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 결과 총 투표자 236명 가운데 찬성 137표, 반대 89표, 기권 5표, 무효 5표 등으로 집계돼 가결됐다. 체포동의안은 재적 의원(298명) 과반(150명)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이 찬성하면 통과된다. 외국 출장 중인 의원들이 다수인 데다 체포동의안에 반대하는 의원들도 적지 않아 의결정족수 자체를 채우지 못해 사실상 폐기 수순으로 가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있었지만 가결된 것이다. 여야 모두 ‘특권 지키기’, ‘제식구 감싸기’ 등 부결시 예상되는 여론의 비판을 우려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새누리당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이 국민의 눈높이에 서서 뜻을 같이 한 것에 대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앞으로도 새누리당은 국회의원 특권내려놓기와 국회개혁을 위해 쇄신의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수현 원내대변인은 “국민이 바라는 도덕적 기준에 따라 양심있게 판단한 결과”라고 논평했다. 박기춘 의원은 신상발언을 통해 “불체포특권 뒤에 숨지 않겠다. 방탄막으로 감싸달라고 요청하지 않겠다”며 “일반국민들과 똑같이 영장실질심사에 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공직자의 도덕성이 기준이 아닌, 기본이 되는 시대에 저의 과오는 돌이킬 수 없는 결격 사유”라며 “법과 원칙에 따라 모든 처벌과 책임을 감수하겠다”고 덧붙였다. 제19대 국회 들어 모두 10건의 체포동의안이 접수됐으며, 이 가운데 4건이 가결되고 나머지 6건은 부결되거나 사실상 폐기 또는 철회됐다. 가장 최근에 가결된 체포동의안은 1년 11개월 전인 2013년 9월 4일 내란음모 혐의를 받은 옛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이며, 2012년 새정치민주연합 박주선 의원, 새누리당 현영희 의원(이후 의원직 상실) 등도 체포동의안이 가결돼 영장실질심사를 받았다. 체포동의안이 가결됨에 따라 박기춘 의원은 내주께 법원에 출석, 구속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게 되며 그 결과에 따라 구속 수사 또는 불구속 수사 여부가 결정되게 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새로운 도발에 또 뚫린 DMZ… 北, 우리 군 작전 위축 노린 듯

    북한군이 비무장지대(DMZ) 안에서 군사분계선(MDL) 남쪽으로 440여m 침범해 목함지뢰를 매설한 행위는 단순한 정전협정 위반일 뿐 아니라 우리 군 작전의 위축을 노린 새로운 유형의 도발로 평가된다. 하지만 북한이 지난해 말부터 DMZ에서 지뢰를 매설하는 징후를 포착했음에도 군 당국이 안이하게 판단해 제대로 대비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은 남는다. ●합참, 작년 말부터 北 이상행동 포착 DMZ에서 북한군이 매설한 지뢰에 의한 사고는 1966년부터 1967년 사이 드러난 것만 여섯 차례 있었고 이번에 48년 만에 발생했다. 하지만 합동참모본부는 지난해 말부터 북한군이 DMZ에서 10~20여명씩 몰려다니며 일부가 MDL을 침범했다 빠지는 이상행동을 식별했다. 군 당국은 북한군의 이 같은 행동을 담력을 키우려는 의도로 분석하기도 했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일선 부대에 실전적 훈련을 강요해 최전방 부대에서 보여 주기식 충성경쟁을 펼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합참 관계자는 10일 “북한이 도발 주체가 모호한 지뢰 매설을 통해 한·미연합 을지프리덤가디언(UFG) 군사연습을 앞두고 남남갈등을 일으키려는 의도도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북한군이 추진철책의 통문에서 대담한 매설 작업을 할 동안 군 당국이 이를 사전에 탐지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군 당국의 열상감시장비(TOD)는 북한군이 목함지뢰를 매설해 놓기까지의 과정을 포착하지 못했다. 다만 지난 4일 오전 우리 군 부사관 2명이 북한군이 매설한 지뢰를 밟아 폭발하는 장면은 포착됐다. ●軍 “현장지휘관 전술 조치에 과오” 목함지뢰 3개를 땅속 4~6㎝ 깊이로 묻으려면 북한군 2명이 10여분가량 작업을 해야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뢰가 폭발한 장소는 DMZ 내 우리 군 초소(GP)에서 750m 떨어진 곳이다. DMZ 바깥쪽 일반전초(GOP)에 있는 우리 군 관측소(OP)에서는 2㎞ 떨어져 있다. 군 당국은 여름철 녹음기에는 우거진 잡목과 수풀 때문에 가시거리가 줄어들고 비가 오고 안개가 끼면 감시장비도 상당히 제한적이라는 입장이다. 군 관계자는 “북한군 GP와 우리 측 추진철책 사이의 구역은 DMZ 바깥쪽 GOP와 달리 24시간 완벽한 통제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현장에서 지뢰나 매복조 등에 대비해 필요한 조치를 더 했어야 한다”며 “현장지휘관의 전술 조치에 과오가 있었던 점은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밀리터리 인사이드] 北 목함지뢰 도발, 과연 이번이 처음일까

    [밀리터리 인사이드] 北 목함지뢰 도발, 과연 이번이 처음일까

    지난 4일 비무장지대(DMZ)에서 발생한 지뢰 폭발 사건이 사실상 북한의 의도적인 도발로 밝혀지면서 분노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저도 과거 군 복무 당시 이번 사건이 벌어진 지역 인근에서 수색, 매복작전에 참여한 경험이 있어 저절로 주먹이 쥐어질 정도로 큰 아픔과 분노를 느꼈는데요. 의도적인 도발이라면 과연 북한이 노리는 것은 무엇일까요. 또 우리가 이번 사건을 통해 분명히 짚어봐야 할 부분은 무엇일까요. 우선 2010년으로 시간을 되돌려보겠습니다. 2010년 7월 31일. 인천 강화군 주문도에서 낚시를 하던 주민이 나무로 만든 ‘목함지뢰’ 1발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목함지뢰는 무게 420g, 길이 22cm, 높이 4.5cm, 폭 9cm로 상자 안에는 TNT 220g의 폭약과 기폭장치가 들어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금속탐지기로 찾아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경찰과 군이 인근 지역을 수색해보니 볼음도, 아차도 해안에서도 목함지뢰가 무더기로 나왔습니다. 무려 11발이었는데요. 6개는 실제로 폭발물이 들어있어 인위적으로 폭발시켜 해체했습니다. 목함지뢰는 북한이 주로 사용하는 지뢰였지만 우리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려진 것은 당시가 거의 처음이었습니다. 그런데 같은 날 실제 폭발 사고까지 일어났습니다. ●100발이 넘는 목함지뢰가 떠내려온 까닭은 이날 오후 11시 20분 경기 연천군 백학면 전동리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안에서 목함지뢰 1발이 터지는 사고가 발생했는데요. 주민 한모(48)씨가 그 자리에서 숨지고 김모(24)씨는 얼굴에 화상을 입고 팔에 파편이 박히는 중상을 입었습니다. 이들은 민통선 안 임진강으로 가서 낚시를 즐기다 갈대밭에서 목함지뢰를 발견했습니다. 한씨가 폭발물을 들고 나왔고, 김씨는 5~6m 뒤따라 갔는데 갑작스러운 충격으로 지뢰가 폭발해 버렸습니다. 하지만 이 때까지만 해도 북한이 매설한 목함지뢰가 여름철 호우 때문에 남쪽으로 떠밀려 내려온 것이라는 추측이 지배적이었습니다. 북한의 의도적인 공격이라는 분석은 없었습니다. 군경은 좀 더 세밀하게 조사하기로 했습니다. 8월 1일 강화도 인근에서 2발, 경기 연천군 민통선 안 임진강 유역에서 17발이 추가로 발견됐습니다. 1일까지 36발, 2일에는 66발로 지뢰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습니다. 군은 북측에 전화통지문을 통해 재발방지를 촉구했습니다. 1~2개가 발견된 사례는 있었지만 수십개의 지뢰가 한꺼번에 발견된 것은 당시가 처음이었습니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의도적으로 지뢰를 방출했을 가능성은 낮다”며 국민들을 거듭 안심시켰습니다. 그러나 상당수 지뢰는 안전장치가 없었고, 굴러다니는 시한폭탄이나 다름없어 국민들의 불안감은 여전했습니다. 한편에선 피서 절정기에 서해에서 불안감을 조성해서는 안된다는 의견도 많았습니다. 북한의 고의냐, 수해 때문이냐 갈팡질팡하는 사이 시간은 계속 흘러갔습니다. 그런데 군 복무 경험이 있는 일부 탈북자들이 먼저 북한이 의도적으로 목함지뢰를 흘려보냈을 것이라는 주장을 내놨습니다. 그 해 3월 26일 천안함 피격사건, 5월 24일 남북교역을 전면 금지한 우리 정부의 대북제재 조치로 남북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했습니다. 탈북자들은 특히 5~7년이면 외관이 썩어 부식되는 목함지뢰 가운데 상당수가 온전한 형태를 갖추고 있었다는 점, 안전장치가 없는 지뢰가 많았다는 점을 근거로 들며 북한군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들은 1990년대 이후 북한이 목함지뢰를 대량으로 매설한 사례가 드물다고 주장했죠. ●목함지뢰 발견 뒤 3개월 만에 연평도 포격 사건 뿐만 아니라 탄약고 붕괴로 인한 유실로 본다고 하더라도 다른 탄약이나 장비는 발견되지 않고 엄청난 양의 목함지뢰만 목격돼 의문이 증폭됐습니다. 의문이 해소되지 않은 10일 동안 발견된 지뢰는 110발을 넘어섰습니다. 그 와중에 북한은 해안포 110여발을 서해상에 발사하기도 했습니다. 우리 대응 태세를 떠보려는 의도가 분명했지만 우리 군은 특별한 대응을 하지 않았습니다. 11일이 돼서야 정부는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보고 의도적 유출을 의심하기 시작했습니다. 한 정부 당국자는 언론에 “북한의 수해가 한두 번 일어난 것도 아닌데 유독 올해만 목함지뢰가 떠내려온 것에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렇지만 우리 군과 정보당국은 목함지뢰가 북한의 도발 징후라는 명확한 물증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또 시간이 흘러갔고, 목함지뢰는 8월 말까지 176발이 발견됐습니다. 10월에는 강원도에서도 목함지뢰가 나왔습니다. 발견되지 않은 지뢰까지 합하면 300발 이상이 남쪽으로 내려온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군은 북한의 의도나 도발 여부를 끝내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11월 23일 오후 2시 30분 ‘연평도 포격사건’이 일어났습니다. 해병대원 2명과 주민 2명이 사망하고 부상자가 26명이나 됐습니다. 포격에 많은 가옥이 불타고 파괴됐으며, 주민 대부분이 섬을 떠나 육지로 대피했습니다. 저도 사건 직후 연평도에서 현장 취재를 했고, 수많은 정보를 접했지만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목함지뢰를 떠올릴 겨를이 없었습니다. 뚜렷한 도발 징후로 봐야했지만 목함지뢰는 곧 잊혀진 사건이 됐습니다. 그러나 많은 시간이 지난 뒤 드러난 이상한 점은 한 둘이 아니었습니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전방지역에서는 꾸준히 목함지뢰가 발견됐습니다. 그렇지만 해마다 발견된 양은 20여발에 불과했죠. 2010년과는 큰 차이가 있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매년 물난리를 겪었지만, 더 이상 목함지뢰가 광범위한 지역에서 발견되는 사례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북한의 의도적 도발이 아니라고, 우연이라고 보기엔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너무 많았습니다. 그러나 당시에는 누구도 사건의 상관관계를 면밀하게 분석하지 못했고, 의도적 도발 여부를 규명하기도 전에 연평도 포격사건이 터져 묻혀버렸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의도적 도발이라는 점이 거의 분명한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강한 송진 냄새를 풍기는 새 지뢰가 우리 측 DMZ 전방 철책 출입구 바로 아래에 묻혀있었다는 겁니다. 2010년과 마찬가지로 북한군이 지뢰를 매설하는 모습을 구체적으로 포착하진 못했습니다. 묘하게 시점도 닮아있습니다. ●도발 강도 높이는 北…대비태세 점검이 시급하다 북한은 강도를 조절했을 뿐 매번 의도적으로 도발해왔습니다. 정치적인 계산이 분명했고, 대북제재 등의 경제적 타격을 무릅쓰고 거듭 도발을 강행했습니다. 2010년 이미 노쇠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아들 김정은에게 정권을 물려주기 위해 치밀한 계산을 했을 것입니다. 서른도 되지 않은 어린 아들에게 세습 기반을 닦아줘야 하는데, 그는 민가와 우리 군 진지 포격이라는 극악의 수를 썼습니다. 그리곤 아들이 내부적으로 군부에 휘둘리지 않도록 ‘포격술의 대가’라는 명성을 덧씌웠죠. 그 대가로 생길 민간인 희생은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김정은은 그런 방식의 세습교육을 받은 이입니다. 이는 이번 목함지뢰 사건을 가볍게 보지 말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 이희호 여사의 면담은 불발됐습니다. 아니, 북한은 애초에 면담을 진행할 생각이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 정부의 대북 메시지도 무시했습니다. 대신 우리 병사가 드나드는 철책문 바로 아래에 목함지뢰를 놓아두는 도발을 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의 도발 징후는 2010년과 마찬가지로 올해도 뚜렷했습니다. DMZ에서 지뢰를 추가로 매설하는 모습이 포착됐지만 군은 그다지 주의깊게 대응하지 않았습니다. 북한군의 탈북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만 생각했습니다. 합참의 한 고위 관계자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현장에서 지뢰나 부비트랩, 매복조 등에 대비해 필요한 조치를 더 했어야 했다. 현장 지휘관의 전술조치에 과오가 있었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군은 11년 만에 북한이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인다는 확성기를 이용한 ‘대북 심리전 방송’ 재개를 결정했습니다. 지뢰 매설 모습을 실제로 포착한 것은 아니어서 도발 원점이 명확하지 않고, 마땅히 응징할 수단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방식을 보고 “대북방송이 무슨 타격이냐”고 목소리를 높이는 분도 있습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강력한 응징이냐, 아니냐로 논쟁하는 것보다 우리가 더 중요하게 들여다봐야 할 부분은 따로 있습니다. 2010년의 사건들을 교훈삼아 서둘러 보완해야 할 부분은 우리 군의 대북 감시태세입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북한군의 특이동향을 미리 포착했지만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뼈저리게 여겨야 합니다. 2010년에도 국정원과 군 정보당국은 이미 8월에 감청을 통해 서해 5도에 대한 공격계획을 확인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하지만 대규모 공격이 아닌 평상적인 훈련이나 위협 정도로만 판단했습니다. 북한은 10월 노동당 창건일을 앞두고 군사적 긴장감을 크게 높이려 하고 있습니다. 목함지뢰 매설로 이달 실시하는 한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을 앞두고 분명한 도발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김정은은 경제 위기와 외교적 고립을 해소할 방안을 찾고 있습니다. 숙청을 통한 공포정치는 한계가 있겠죠. 지난달 극심한 가뭄으로 쌀 배급량이 40%나 줄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는 “북한의 올해 쌀 생산량은 230만t으로 지난해보다 12% 감소할 것”으로 예측하는 등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북한은 일본과 접촉하는 동시에 우리와는 긴장관계를 유지하는 고도의 심리전을 전개하고 있습니다.과거에도 그랬듯이 북한은 내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단계적으로 긴장 수위를 높이는 전형적인 방식을 택했습니다. 도발 강도를 높일 가능성에 대비해야 합니다. 따라서 군은 DMZ 등 전방지역의 대비태세를 면밀하게 점검하고 북한의 도발에 대한 즉각적인 대응 훈련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 지 다시 한번 따져봐야 합니다. 현재의 상황을 기회로 삼아 반드시 개선해야 할 허점은 없는 지 세심하게 되짚어보길 바랍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한국학자 753명 “日, 식민지배·학살 사죄를”

    김세균 서울대 정치학과 명예교수, 송호근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등 국내 학자 753명이 ‘광복 70주년’과 ‘한·일 수교 50주년’을 맞아 한국과 일본의 올바른 과거 청산과 양국 간 진정한 화해를 촉구했다. 오는 14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전후 70년 담화’ 발표를 앞둔 상황이어서 주목된다. 전국 대학교수와 연구자들로 구성된 ‘올바른 과거 청산과 아시아 평화의 확산을 바라는 학자 일동’은 10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회 건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양국 관계가 고노 담화와 무라야마 담화 이후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며 “일본 정부가 청일전쟁에서 시작된 침략전쟁의 50년사를 인정하고 전쟁과 식민지 지배 과정에서 아시아 민중들에게 자행한 학살과 박해를 진심으로 사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식민주의, 군국주의, 인종주의, 성차별, 계급차별이 중층적으로 얽힌 제국주의 식민지 범죄”라며 “일본이 역사를 왜곡하고 피해자를 기만하는 행위를 지속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김창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일 기본조약과 청구권 협정을 축으로 하는 1965년 체제는 반드시 해결했어야 할 과거사 문제를 덮어버린 것”이라며 “식민지 지배 책임을 명확하게 하는 새로운 법적 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자들은 “역사의 과오를 올바르게 대면할 때에만 더 나은 미래를 예언할 수 있다고 생각해 선언문을 채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선언문에는 김 명예교수를 비롯해 강상현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 이재승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이 서명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단독] [여론조사] 50·60대 “박정희” 20·30대 “노무현”… 세대 둘로 갈렸다

    [단독] [여론조사] 50·60대 “박정희” 20·30대 “노무현”… 세대 둘로 갈렸다

    국민 10명 가운데 3명은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각각 박정희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을 가장 존경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을 꼽은 이들은 50~60대에서, 노 전 대통령은 20~40대에서 두드러지는 등 세대 괴리가 선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10명의 역대 대통령 가운데 ‘보수’에 해당하는 이승만·윤보선·박정희·최규하·전두환·노태우·김영삼·이명박 전 대통령을 꼽은 응답(41.2%)과 ‘진보’ 성향의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목한 응답(42.1%)이 팽팽하게 맞선 것으로 드러났다. 16일 서울신문의 대국민 여론조사에서 ‘역대 대통령 중 누구를 가장 존경하는가’란 질문에 대해 박 전 대통령(33.6%)과 노 전 대통령(29.3%)이란 응답이 가장 많았다. 직선제 개헌 이후로는 김대중 전 대통령(12.8%)만 두 자릿수를 넘겼을 뿐, 노태우·김영삼·이명박 전 대통령은 채 1%에도 못 미쳤다.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응답은 세대별로 극명하게 엇갈렸다. 박 전 대통령을 꼽은 이들은 50대(49.9%)와 60대 이상(54.5%) 등 고연령층에서 두드러졌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수행을 긍정 평가한 응답자(66.6%)와 새누리당 지지자(58/0%)에서 높게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대구·경북(44.6%)과 대전·충청·세종(45.8%)에서 높았다. 반면 노 전 대통령을 꼽은 응답은 20대(45.8%)와 30대(42.9%), 40대(39.0%)에서 두드러졌다. 박 대통령의 국정 수행을 부정 평가한 응답자(43.0%)와 새정치민주연합(44.6%) 지지자에서 높았다. 지역별로는 부산·울산·경남(33.5%)만큼이나 호남(33.9%)에서 높게 나타났다. 윤평중 한신대 철학과 교수는 “50~60대에게 박 전 대통령은 독재 등 많은 과오에도 불구하고 산업입국 토대를 닦은 지도자란 이미지가 강력하다”면서 “노 전 대통령은 이명박·박근혜 두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와 선명한 대조를 이뤄 평가받는 측면과 함께 소외계층의 대변자 이미지와 비극적 죽음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세대 양극화가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라며 “산업화 혜택을 누린 50~60대가 박 전 대통령을 존경하고, ‘삼포세대’인 20~30대 젊은 층은 노 전 대통령을 그리워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문단 개혁 안 하면 문학 환멸의 시대 온다”

    “문단 개혁 안 하면 문학 환멸의 시대 온다”

    지난달 16일 소설가 이응준씨의 인터넷매체 기고문으로 신경숙 작가의 표절과 문단권력 문제가 공론화된 지 한 달이 됐다. 들끓던 비판 여론이 가라앉으면서 주류 문단의 신씨에 대한 옹호가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변방의 문화연대만이 공론장을 마련해 표절 사태에 대한 토론을 이어가고 있지만 동력은 찾아볼 수 없다. 책임 주체로 거론된 창비와 문학동네(문동)는 이렇다 할 말이 없고, 표절 사태 초반 토론과 대안 마련을 주도했던 한국작가회의도 뒤로 빠진 채 후속 조치를 내놓지 않고 있다. 문학계 안팎에서 솟구쳤던 문단의 자정 요구가 2000년 문학권력 논쟁에 이어 이번에도 흐지부지되고 말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5일 문화연대와 인문학협동조합 공동 주최로 서울 마포구 서교예술실험센터에서 ‘신경숙 표절 사태와 한국문학의 미래’라는 주제 아래 ‘끝장 토론’이 열렸다. 지난달 23일 문화연대와 한국작가회의가 공동 개최한 토론회 후속이다. 문학권력에 비판적인 문학평론가, 교수 등이 발제와 토론자로 나섰다. 토론회 참석 요청을 받은 창비와 문동은 불참했다. 2000년 신경숙 표절 문제를 처음 제기한 정문순 문학평론가가 먼저 포문을 열었다. 그는 “창비를 비롯한 문학권력이 신씨를 의도적으로 키우려 했고 신씨가 상습 표절을 저지르는 괴물이 될 때까지 적극적으로 동조하거나 방관해 왔다”며 “괴물을 만들어낸 문단이 이번 기회에 스스로를 물갈이하지 않는다면 문학에 관한 한 진짜 환멸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천정환 성균관대 국문과 교수는 “침묵을 지키고 있는 창비·문동은 다음 호 계간지에서 특집기사 두어 개나 좌담회 정도를 통해 문제를 뭉개거나 아전인수 식으로 할 가능성도 있다”며 “신경숙 표절 등 제기된 문제들에 대해 시원하게 사과하고 과감히 단절하겠다는 언명을 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 이동연 문화연대 집행위원장은 “창비·문동 등 여러 출판사가 참여하는 3차 토론을 준비할 것”이라며 “창비·문동 편집위원들과 사전 모임을 갖고 어떤 토론회를 하면 좋을지 논의해 합의점을 찾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여론이 잠잠해지면서 주류 문단의 ‘물타기’가 가시화됐기 때문이다. 윤지관 문학평론가는 지난 14일 다산포럼에 게재한 ‘문학에서 표절이란 무엇인가-신경숙 사태를 보는 한 시각’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신경숙의 ‘전설’과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은 생판 서로 다른 작품이다. ‘우국’의 일부 문장이 ‘전설’에서 전혀 다른 감정에 결합돼 빛나고 있다면 작가는 할 일을 한 것이다. 적어도 ‘전설’에서 신경숙은 영국 시인 TS 엘리엇이 말하는 ‘좋은 시인’임을 보여주었다”고 반박했다. 엘리엇이 “미숙한 시인은 흉내 내지만 성숙한 시인은 훔친다. 나쁜 시인은 훔친 것을 훼손하고 좋은 시인은 더 낫거나 최소한 다른 무엇으로 만든다”고 말한 것을 인용해 신씨의 ‘전설’이 ‘우국’보다 더 낫다고 강조한 것. ‘문장 자체나 앞뒤 맥락을 고려해 굳이 따진다면 오히려 신경숙 작가의 음악과 결부된 묘사가 더 비교 우위에 있다고 평가한다’는 창비의 지난달 17일 해명 내용과 맥을 같이한다. 이시영 한국작가회의 이사장도 “출판자본, 출판권력은 구멍가게 수준이다. 일부 작가들이 그런 식으로 권력을 부추기는 거다. 문동·창비는 안 팔리는 좋은 책들을 엄청나게 냈다. 한국문학에 공이 크다. 한쪽의 과오만 부각되는 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이런 움직임에 대해 정문순 평론가는 “창비가 자사 출신 윤 평론가를 내세워 ‘뒤통수’를 치며 모든 것을 무마하려 한다”고 성토했다. 서영인 문학평론가는 “신경숙 표절 사건 이전과 이후 한국문학은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데 그 전망은 그리 밝아 보이지 않는다. 거대 출판사들은 상업 자본의 시스템에 고착돼 있어 내부에서 근본적 변화를 만들어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WHO, 전염병 비상사태 다루기엔 능력 부족”

    세계보건기구(WHO)가 전염병 창궐과 같은 국제적인 보건 비상사태를 다룰 능력과 조직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해 서아프리카를 중심으로 창궐한 에볼라 사태에 대한 WHO의 대응을 평가한 재검토위원회가 내린 결론이다. 재검토위는 WHO 의뢰로 구성됐다. 바버라 스토리킹 옥스팜 전 회장이 이끈 재검토위는 보고서를 통해 “국제적인 전염병 비상사태를 다루기에는 WHO의 능력이 부족하다”면서 “WHO 회원국이 1억 달러의 신속대응 특별기금을 조성하고 WHO 내 긴급대응센터와 같은 조직을 설립해 재정비해야 한다”고 제안한 것으로 영국 BBC가 8일 보도했다. 재검토위는 특히 에볼라 발생 직후 초기대응의 미흡함과 느린 행동을 지적했다. 에볼라가 2013년 12월부터 확산되기 시작했지만 에볼라로 1000명 이상이 숨진 뒤인 지난해 8월에야 WHO가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발령했다는 지적이다. 발병부터 비상사태 선포까지 8개월이 지체된 원인에 대해 재검토위는 “WHO 내 신속한 의사결정 문화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발병 초기 전염병의 심각함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고위층에 닿지 않거나 고위층이 무시할 수준이었다는 것이다. 보고서에는 “WHO가 에볼라에 대한 새로운 치료법과 치료제 개발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WHO의 공적을 인정하는 내용도 담겼다. WHO 조직의 비효율에 대한 비판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국경없는의사회’는 에볼라 발병 뒤 WHO의 느려 터진 대응을 여러 차례 지적했다. 마거릿 첸 WHO 사무총장도 지난 5월 “WHO가 에볼라 발병에 압도당했고 결과적으로 WHO 조직을 핵심부터 뒤흔들어 놓았다”며 초기 대응의 과오를 인정한 바 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표 대결 ‘惡手’는 피하고… “더는 시간 끌면 안된다” 초강수

    표 대결 ‘惡手’는 피하고… “더는 시간 끌면 안된다” 초강수

    새누리당 지도부는 7일 유승민 원내대표에게 자진 사퇴를 공식 권고하기로 했다. ‘유승민 정국’ 돌파를 위해 지도부가 내밀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카드를 던진 것이다. 유 원내대표에게는 사실상 마지막 퇴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유승민의 마지막 퇴로 ‘사퇴 권고안’ 김무성 대표는 이날 긴급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8일 의원총회를 열고 ‘새누리당의 미래와 박근혜 정권의 성공을 위한 원내대표 사퇴 권고 결의안’을 채택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당 지도부가 같은 지도부 일원인 원내대표에 대한 사퇴 권고 결의안을 내는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김 대표는 “유 원내대표 개인에 대한 불신임 투표는 가능한 한 피해야겠다 해서 의원들의 총의를 모아 권고 결의안을 채택하는 방식으로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결의안에는 유 원내대표가 임기 내 이룬 성과와 함께 사퇴 권고가 과오 때문이 아니라 당을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촉구’가 아닌 ‘권고’라는 표현이 담긴 것은 유 원내대표를 배려하기 위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사퇴’라는 결론을 미리 내려놓은 권고이기 때문에 압박 수위가 상당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비박근혜계 의원들의 반발로 의총 안건 명칭이 결국 ‘원내대표 거취에 관한 논의의 건’으로 변경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원유철도 ‘유승민 사퇴’로 선회한 듯 앞서 당 최고위원들은 지난 6일 밤 서울 여의도에서 유 원내대표만 제외하고 회동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서 최고위원회의 명의로 유 원내대표 사퇴 권고 결의안을 내자는 데 의견 일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유 원내대표 사퇴에 반대 입장을 갖고 있었던 원유철 정책위의장도 모임에 참석했다. 원 의장은 “시간을 오래 끌수록 도움이 안 된다”며 ‘사퇴’ 쪽으로 선회한 듯한 발언을 내놓았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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