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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욱동 창문을 열며] 새해 1월은 야누스의 달

    [김욱동 창문을 열며] 새해 1월은 야누스의 달

    영미 언어권의 사람들은 새해 첫 달을 흔히 ‘재뉴어리’(January)라고 부른다. 프랑스에서는 ‘장비에’(Janvier), 독일에서는 ‘야누아르’(Januar)라고 부른다. 발음은 조금씩 다르지만 언어 계통에서 보면 같은 조상에서 태어난 자손들로, 말하자면 서로 사촌 사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1월을 뜻하는 이 단어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야누스’(Janus)라는 로마 신을 만나게 된다. 야누스 신은 머리 앞쪽과 뒤쪽에 눈이 달려 있다. 인간의 관점에서 보면 기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야누스는 동양 문화권에서는 흔히 ‘야누스의 두 얼굴’의 관용어로 알려져 있을 뿐이다. 야누스 신은 두 얼굴의 사나이, 즉 위선자의 의미로 통한다. 그래서 야누스 신은 ‘악어의 눈물’이라는 표현처럼 자칫 부정적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고대 로마 사람들에게 야누스 신은 무척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리스 신화도 마찬가지지만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신에는 각자 맡은 임무, 요즈음 말로 하면 ‘보직’이 하나씩 있다. 야누스 신은 동시에 양쪽으로 사물을 볼 수 있으니 파수를 보는 데 더할 나위 없이 편리할 것이다. 그래서 야누스 신이 맡은 임무는 날이 밝으면 하늘의 문을 활짝 열어젖혀 새 아침을 밝아오게 하고, 하루가 지나면 하늘의 문을 닫아 황혼이 오게 하는 것이었다. 고대 로마에서 흔히 집이나 도시의 출입구 같은 곳에 이 신의 상(像)을 세워 문을 지키는 수호신으로 삼았다. 이왕 달 이름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이지만 북아메리카 대륙에 오랫동안 살아온 인디언 원주민들에게는 새해 첫 달을 부르는 이름이 무척 많았다. 드넓은 대륙에 2000여 부족이 흩어져 살아온 만큼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도 다양하기 때문이다. 가령 크리족 인디언들은 1월을 ‘노인들 수염이 헝클어지는 달’이라고 불렀고, 주니족 인디언들은 ‘눈 때문에 나뭇가지가 뚝뚝 부러지는 달’이라고 불렀다. 한편 알곤퀸족 인디언들은 ‘해에게 눈을 녹일 힘이 없는 달’이라고 불렀다. 이렇듯 인디언들은 사물을 추상적이나 관념적으로 파악하기보다는 구체적이고 감각적으로 표현하기 일쑤였다. 오늘날의 노스다코타주 지역에 살아온 아리카라족 인디언들이 1월을 두고 부른 이름은 아주 특이하다. 그들은 ‘마음 깊은 곳에 머무는 달’이라고 불렀다. 살을 에는 듯한 바람이 매섭게 불고 대지가 꽁꽁 얼어붙는 한겨울에 그들은 바깥출입을 삼가고 대신 집안에 머물며 마음을 가다듬고 내면세계를 점검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한편 동양 문화권, 그중에서도 동아시아 세 나라에서 새해 첫 달을 부르는 방식은 유럽이나 북아메리카 대륙의 인디언들과는 사뭇 다르다. 아라비아숫자로 그냥 1월이라고 부른다. 물론 ‘정월’이니 ‘단월’(端月)이니 하는 표현이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일본어로 ‘쇼가쓰’라고 부르는 ‘정월’은 근대화 과정에서 일본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다. 서양 문물을 본격적으로 받아들인 메이지유신 시대에 일본에서는 오랫동안 사용해 오던 음력을 과감히 버리고 양력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에서도 양력 1월 1일 설날을 ‘일본 설’이라고 불렀던 것이다. 새해 첫 달을 ‘1월’이라고 부르는 것은 언뜻 보면 아주 합리적으로 보일지 모른다. 군더더기 없이 내용만을 표현하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숫자나 색깔보다 우리의 가슴을 때리면서 메시지를 직접 전달하는 것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서유럽이나 인디언들의 그것과 비교해 볼 때 ‘1월’이라는 명칭은 아무래도 멋이 없다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다. 병신년 새해를 맞이한 지도 벌써 보름이 지났다. 이제 야누스 신처럼 지난해를 되돌아보면서 희망찬 새해를 설계할 때다. 지난 한 해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등 크고 작은 사건과 사고가 유난히 많았다. 이제 반성할 것은 반성해 두 번 다시 과오를 되풀이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한편 과거에 지나치게 얽매이지 말고 새로 밝아 온 한 해를 내다보며 차분하게 미래의 계획을 세울 때다. 또한 아리카라족 인디언들처럼 우리의 시선을 마음 깊은 곳에 돌려 삶을 관조하고 명상할 때다. UNIST 초빙교수
  • 법원 vs 검찰 ‘배임죄 적용’ 법리 해석 논란 쟁점

    법원 vs 검찰 ‘배임죄 적용’ 법리 해석 논란 쟁점

    검찰의 실질적인 ‘2인자’로 통하는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이 지난 11일 강영원(65) 전 한국석유공사 사장에 대한 법원의 무죄 선고에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내면서 법원과 검찰의 엇갈리는 판단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법원과 검찰은 최근 배임죄를 놓고 큰 폭의 시각차를 드러내고 있다. 관련 피고인이 무죄 선고를 받는 경우가 늘고 있는 직접적인 이유다. 검찰은 과거에 하던 대로 법 적용을 해 기소를 하지만, 법원은 무죄 판결을 통해 이를 일축하는 상황이 자주 나타나고 있다. 법원은 배임죄 적용을 놓고 피의자가 직접적인 경제적 대가를 받았는지, 피의자가 이득의 당사자인지를 엄격히 따져 사안을 판단하고 있다. 반면 검찰은 기업의 범죄 수법이 교묘해지는 상황에서 배임죄 적용을 과도한 수준으로 엄격히 적용하면 자칫 부패 수사 자체를 불가능하게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배임 행위로 인한 결과 역시 판단 근거가 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檢 “피해액 크면 사회통념상 처벌” 강 전 사장 배임을 놓고 검찰과 법원은 극명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강 전 사장이 석유공사에 입힌 손해액은 5500억원이다. 개인적으로 착복한 이득이 없더라도 피해가 크다면 통념상 처벌해야 한다는 게 검찰 생각이다. 이 지검장의 발언에 ‘자기 돈이면 그렇게 썼겠냐’는 의도가 배어 있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검사장 출신의 변호사는 “어떤 사안에서 결과가 나쁘면 과정의 오류를 시정하는 게 맞다”며 “자원외교 등 검찰 기소 사안에 법원이 그 결과를 감안하는 게 합리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강 전 사장 재판을 맡았던 재판부는 “피고인이 배임의 동기를 가졌다고 인정되지 않는다”며 “다소 과오가 있다고 평가할 수 있으나 형사상 배임죄에 해당할 만큼 혐의가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공공기관의 기관장이 단순히 능력이 부족해 실패한 것을 문제삼으면 그 사람을 임명한 이는 배임교사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원 “사적 이득 안 취한 이석채 무죄” ‘개인적 이득’의 기준도 검찰과 법원의 판단이 엇갈리는 대목이다. 통영함 납품비리에 연루된 황기철(59) 전 해군참모총장이 무죄 판결을 받은 이유는 ‘뒷돈’을 받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검찰은 황 전 총장이 납품 장비의 문제점을 알고 있으면서도 문제가 없는 것처럼 문서를 꾸민 점에 집중했지만 법원은 개인적 이득을 얻었는지에 더 주목했다. 피의자가 이익을 얻은 당사자인지 여부도 쟁점이다. 이석채(71) 전 KT 회장은 지인이나 친척 회사를 비싼 값에 사들이도록 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 기소됐지만 결국 무죄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기업 이익을 위해 결정을 내렸다고 해도 손해가 발생할 수 있고 이런 경우까지 배임죄로 처벌하면 기업가 정신이 위축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사주가 경영을 하는 회사의 경우 전문경영인에게는 배임죄 적용을 최소화하는 등 엄격하게 판단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새누리당 정갑윤 의원이 고의성이 명백할 경우에만 배임을 처벌할 수 있는 형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법원 관계자는 “배임의 범죄구성 성립 요건이 엄격해지고 있다는 지적에 공감하기 어렵다”며 “의도적 행위임이 인정돼야 배임으로 처벌할 수 있지만 최근 무죄가 난 사건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기모노 입어야 아픈 역사 체험 되나요?

    기모노 입어야 아픈 역사 체험 되나요?

    경북 포항시가 조성한 구룡포 근대문화역사거리에서 일본 기모노를 입고 일제강점기 문화를 즐기는 관광상품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포항시가 거센 비난에 직면했다. 특히 연말에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 타결로 ‘소녀상 철거’를 거론해 반일 감정이 거센 상황에서 시비는 확산됐다. 포항시는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년간 국비 37억여원를 투입하는 등 모두 86억원을 들여 일제강점기 일본인 어부들이 집단적으로 살았던 구룡포 ‘일본인 가옥거리’를 ‘근대문화역사거리’로 조성했다. 일본인 가옥 27채를 보수하고 가옥 거리 457m를 정비했다. 역사관도 조성했다. 당시 일제 잔재를 관광자원화하는 것이 적절한가 논란이 일었지만, 시는 사업을 강행했다. 인천시가 개항장을, 군산시가 미곡수탈창고가 있던 거리를 근대문화유산으로 개발하자 이를 따라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포항시는 관광자원과 역사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겠다고 했지만, 거리가 완성되고서 2014년과 2015년 2년 동안 국내외 관광객은 불과 34만여명이었다. 지난 3일 사회적 미디어에 ‘포항 구룡포 근대문화역사거리’라는 제목으로 기모노를 입은 여성 사진 한 장과 함께 ‘기모노, 유카타를 입고 근대문화가 느껴지는 거리를 거닐자’라는 게시물이 등장하자 “포항시가 정신이 나갔다”는 비판들이 쏟아졌다. 포항시가 지역 관광 및 경제 활성화 명분으로 일제 잔재를 미화하려는 시도를 수수방관한다는 지적들이다. 6일 포항시청에는 시민의 항의전화가 잇따르고 있다고 했다. 구룡포 거리에서는 기모노와 유카타를 입고 거리를 활보하는 모습들이 거의 매일 연출되고 있다. 포항시 관계자는 “기모노·유카타 대여 사업은 민간사업으로 시가 직접 간섭하기가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 기류를 감지한 기모노 대여점 주인 박모(53·여)씨는 “기모노 실내 체험으로 바꾸려 한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일제 침략의 역사를 관광자원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없진 않다. 배용일 포항문화원장은 “근대역사문화거리에서 기모노 체험을 하는 것과 민족 자존이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반문한 뒤 “구룡포 문화역사거리가 한·일 공동 발전에 도움이 되면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팀장은 이날 “포항시와 상인들이 일본의 식민 지배에 대한 통렬한 성찰과 반성이 없는 가운데 이를 단순히 흥미 위주로 상품화했다”고 비판하며 “특히 구룡포를 일본인들의 식민 통치 체험 장소로 전락시키는 큰 과오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역사학자 정우용씨는 “근대문화 체험을 하려면 기모노나 유카타가 아니라, 인력거꾼이나 지게꾼 옷을 입어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포항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하프타임]

    KCC, 선두 모비스 꺾고 공동 4위 점프 2015~16 KCC 프로농구에서 KCC가 안드레 에밋의 결승포로 군산 월명체육관을 찾은 팬들에게 짜릿한 승리를 선사했다. KCC는 이날 홈경기에서 결승 득점을 포함해 28점을 터뜨린 에밋의 활약으로 선두 모비스를 67-65로 힘겹게 이겼다. 21승15패가 된 KCC는 5위에서 공동 4위로 올라섰다. KCC는 올 시즌 모비스와 네 차례 맞대결에서 3승1패의 우위를 점했다. 하위권 싸움에서 SK는 전자랜드를 92-78로 가볍게 제압했다. 전자랜드는 6연패의 늪에 빠졌다. 복싱영웅 파키아오·브래들리 4월 격돌 미국 스포츠전문매체 ESPN은 31일 필리핀의 복싱영웅 매니 파키아오(37)와 세계복싱기구(WBO) 웰터급 챔피언인 티모시 브래들리(32·미국)가 4월 10일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에서 대결한다고 두 선수의 공동 프로모터인 밥 애럼을 인용해 보도했다. 내년 5월 필리핀 상원의원에 도전하는 파키아오에게는 브래들리와의 경기가 마지막 시합이 될 수도 있다. 8체급을 석권한 파키아오의 통산 전적은 57승 2무 6패(38KO)이며, 브래들리의 전적은 33승(13KO) 1무 1패다. 임창용 “제가 저지른 과오 반성” 사과문 마카오에서 원정 도박을 한 임창용(39)은 31일 법률 대리인을 통해 배포한 사과문에서 “이번 사건을 통해 제 인생을 처음으로 되돌아보면서 여러분으로부터 받은 사랑이 얼마나 소중한지 뼈저리게 느꼈다”며 “제가 저지른 과오에 대해 어떠한 변명도 할 생각이 없으며, 여러분이 저에게 해주시는 모든 말씀을 가슴에 깊이 새기겠다”고 사죄했다. 검찰은 전날 임창용과 오승환(33)에게 단순도박 혐의를 적용해 벌금 700만원의 약식 명령을 법원에 청구했다.
  • 안철수, 유머를 입다…더민주, 호남을 잃다

    ■안철수, 유머를 입다…개콘식 화법으로 스킨십 강화 나서 신당 창당을 선언한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최근 눈에 띄게 달라졌다. ‘틀에 박힌 모범생’ 이미지에서 벗어나 공개 석상과 사석에서 거침없는 유머를 구사하는 등 스스럼없이 망가지는 모습을 자주 보인다는 게 가장 큰 변화다. ‘안철수식 썰렁 개그’는 이제 안 의원의 전매특허로 자리잡았다. 안 의원은 29일 기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의 빈소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나눈 대화를 소개하며 경상도 사투리가 섞인 김 대표 특유의 말투를 흉내내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김 대표가 ‘정치하기 힘들제’라고 묻길래, ‘중소기업 사장보다 덜 힘들다’고 했다”고 전하는 대목에서 김 대표의 성대모사를 했다. 전날 기자들과의 영화 관람 후 뒤풀이 자리에서도 안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이라는 당명에 대해 뼈 있는 농담을 던졌다. 그는 당명에서 ‘새정치’가 빠져서 아쉽지 않으냐는 질문에 인터넷상의 각종 패러디물을 언급하며 “지금도 재미있잖나. 더‘불어’, 또 ‘터진’ (민주당)”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탈당한 상황을 빗대 “안철수없당”이라며 ‘개그콘서트급’ 유머를 날리기도 했다. 안 의원은 자신의 우유부단함을 조롱하는 별명인 ‘간철수’에 대해서도 “국정원이 제 간이 안 좋다고 공격하려는 의미까지 담아 만들었다는데 머리 잘 썼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헤어스타일을 어디서 바꾼 것이냐는 질문에는 “지역구에서 어디 한 군데만 가면 아줌마들이 싫어한다. 미용실을 돌아다닌다”고 답했고,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의 헤어스타일이 화제가 되자 “이발소 머리 같던데, 미용실이었나? 머리가 커서 그런가”라고 말하며 웃기도 했다. 최근 국회 엘리베이터에서 안 의원과 마주친 한 여당 의원이 “얼굴 좋아 보이시네요”라고 인사를 건네자, 안 의원은 “이제 좀 정치에 감이 생기네요”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는 얘기도 들린다. 한편 내년 총선에서 기존 지역구인 서울 노원병 재출마 방침을 고수해 온 안 의원은 이날 “(지역구 결정은) 창당이 되면 모두의 뜻에 따르겠다”고 말해 변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더민주, 호남을 잃다…텃밭 등돌린 참여정부 첫해 보는 듯 95.1%→50.7%. 16대 대선 직후와 집권 6개월 뒤인 2003년 8월 사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호남의 지지도 변화(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 조사) 추이다. 44.4% 포인트의 지지 하락은 같은 기간 전체 평균 격차(25.2% 포인트)와 비교해 두 배 가까운 차이다. “호남은 내가 좋아서 지지한 게 아니고 이회창 후보가 싫어서 지지한 것”이라는 당선 뒤 발언으로 시작된 호남 민심의 이탈은 ‘호남+비호남 개혁세력’으로 이뤄진 노 전 대통령의 지지 연합이 붕괴되는 단초가 됐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옛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에 대한 호남 여론 악화의 배경에는 참여정부부터 시작된 비토 정서가 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2003년 6월 대북 송금 특검과 비서실장이었던 박지원 의원의 구속에 이어 대통령 재신임 발언(10월), 열린우리당 창당(11월)으로 이어진 참여정부의 집권 첫해는 박 의원과 맞붙은 2·8전대와 대표직 재신임 국면 등을 겪은 문 대표의 최근 모습과 일정 부분 겹친다는 해석도 나온다. 선거대책위원회 구성으로 당의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게 문 대표의 복안이지만 호남발(發) 탈당 움직임은 오히려 속도가 붙는 모습이다. 호남향우회 현직 임원들은 30일 집단 탈당계를 제출한 뒤 천정배 신당에 합류하기로 했고, 권노갑 상임고문 등 동교동계도 다음달 초 탈당이 예상된다. 탈당이 점쳐지는 박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의 거취에 대해 “루비콘 강가에 서 있다”고 심경을 밝혔다. 가칭 ‘국민회의’ 창당을 준비 중인 천정배 의원은 29일 광주에서 “지난날의 전략적 과오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호남 주민과 국민께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과거 ‘탈(脫)호남’을 기치로 열린우리당 창당을 주도한 사실을 공식 사과했다. ‘안철수 탈당’으로 더욱 요동치는 호남 민심을 잡기 위한 ‘반성문’으로 해석된다. 더민주당은 인재 영입으로 호남 민심을 잡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성수 대변인은 “개혁적인 대안세력을 곧 선보일 수 있도록 다각적인 인재 영입을 할 것”이라며 “선대위원장 가운데 한 분을 호남을 대표·상징하는 분으로 모시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위안부 할머니 명예회복에 노력… 국민도 이해를”

    박근혜 대통령은 28일 한·일 양국 간 일본군 위안부 문제 타결과 관련해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하고 “일본의 잘못된 역사적 과오에 대해서는 한·일 관계 개선과 대승적 견지에서 이번 (위안부 문제 해결) 합의에 대해 피해자분들과 국민 여러분들께서도 이해를 해 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우리 정부는 협상 전 과정에서 위안부 피해자분들의 명예를 회복하고 상처가 치유되는 방향으로 이 사안이 해결돼야 한다는 확고한 원칙을 지켜 왔다”며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한 국제 여론에도 위안부 문제가 우선적으로 해결돼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해 왔다”고 협상 과정을 설명했다.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 朴대통령 대국민 담화 전문

    오늘 오후 개최된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와 관련한 그동안의 협상이 마침내 타결되었습니다. 우리 정부는 협상 전 과정에서, 위안부 피해자분들의 명예를 회복하고 상처가 치유되는 방향으로 이 사안이 해결되어야 한다는 확고한 원칙을 지켜 왔으며,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한 국제 여론에도 위안부 문제가 우선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해 왔습니다. 이번 합의는 피해자분들이 대부분 고령이시고 금년에만 아홉 분이 타계하시어 이제 마흔 여섯 분만 생존해 계시는 시간적 시급성과 현실적 여건하에서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이루어 낸 결과로, 이를 통해 위안부 할머니들의 정신적인 고통이 감해지시길 바랍니다. 특히, 이번 합의를 계기로 피해자 분들의 고통을 우리 후손들이 마음에 새겨, 역사에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는 전기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앞으로 중요한 것은 합의의 충실하고 신속한 이행을 통해 위안부 피해자분들의 고통이 조금이라도 경감되도록 필요한 조치들을 취해 나가는 것입니다. 이제 더이상은 우리 국민들이 피해받지 않는 나라를 만들 것입니다. 일본의 잘못된 역사적 과오에 대해서는, 한·일 관계 개선과 대승적 견지에서 이번 합의에 대해 피해자 분들과 국민 여러분들께서도 이해를 해 주시기 바랍니다.
  • “수몰민 고통 치유 필요… 이제라도 국가가 나서야”

    “수몰민 고통 치유 필요… 이제라도 국가가 나서야”

    “섬진댐 건설로 임실 군민들이 흘린 눈물은 국가가 책임지고 닦아 주어야 합니다.” 심민(68) 전북 임실군수는 “섬진댐은 국내 최초의 다목적댐이라는 역사적 의미가 있지만, 임실군민들에게는 쓰라린 애환과 시름만 안겨준 한 맺힌 인당수”라며 23일 이렇게 말했다. 이어 “섬진댐 건설로 1만 5000여 임실군민들이 수몰민으로 내몰렸지만, 당연히 선행됐어야 할 순환도로가 아직도 개설되지 않아 오지 중의 오지로 전락해 버린 지역 주민들이 고통 속에 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심 군수는 “순환도로가 지방도라는 이유로 사업 추진을 지자체에 떠넘기는 것은 국민을 보호해야 할 정부가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섬진댐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시행착오나 과오가 임실 군민들에게 너무나 큰 아픔을 안겨준 만큼 지금이라도 정부가 섬진댐 수몰민들의 상처 치유에 나서는 것이 국가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국민이 이용하는 생활도로망은 국가가 가장 먼저 공급해야 할 공공재인데 이를 완공하지 않고 50년을 미뤄온 정부가 옥정호 순환도로 개설을 위해 내년이라도 국가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심 군수는 “임실 군민들이 옥정호 순환도로를 국비로 개설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정부에 자비를 베풀어 달라고 사정하는 것이 아니라 당연한 권리를 주장하고 국가의 의무를 촉구하는 것”이라며 “수몰민들의 고통과 아픈 상처를 늦게나마 위로하고 치유해 주는 차원에서 순환도로 건설사업을 조기에 완공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임실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日 문화원 이전-운현궁 복원 건의문 채택

    日 문화원 이전-운현궁 복원 건의문 채택

    종로구의회(의장 김복동)는 15일 정례회 폐회한 가운데 ‘주한일본대사관 공보문화원 이전 및 운현궁 복원 건의문’을 채택해 눈길을 끌고 있다. 금번 건의문은 김준영 의원과 박노섭 의원(운영위원장)이 공동 발의해 김준영 의원이 대표 발의한 것으로‘일본문화원'이 ‘운현궁’옛터의 일부 부지였다는 점에서 비롯되었다. 두 의원은 “지난 날 일제가 우리나라에 저질렀던 역사적인 과오에 대한 반성과 사죄 없이 역사 왜곡을 일삼아 아직도 감정의 골이 아직 해소되지 않는 상황에서 ‘일본문화원’이 ‘운현궁’ 옆에 버젓이 자리 잡고 일본문화를 알리고 있는 것에 대해 많은 주민과 국민이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번 건의문을 통해 일본의 사죄를 촉구하며 ‘일본문화원’ 이전과 함께 그 장소를 중심으로 한 ‘운현궁’ 복원추진을 관계기관에 강력하게 요청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발의한 건의문에는 네 가지의 요구사항이 수록되었으며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주한 일본대사관은 「일본문화원」에 대한 역사적 사실과 대한민국 국민정서를 바로 인식하여 「일본문화원」을 이전▲둘째, 국회와 정부는 일본 외교 당국에 「일본문화원」의 이전을 적극 요청하길 바람▲셋째, 서울특별시는 역사적, 건축학적으로 가치가 높은 ‘운현궁’에 대한 복원계획을 수립하고 현재 ‘일본 문화원’이 위치한 건물의 매입을 적극 추진하기 바람▲넷째, 서울특별시 의회는 ‘일본 문화원’ 이전 요청과 서울시의 ‘운현궁’ 복원추진에 적극 동참하고 협조하여 주시기 바람 한편, 『운현궁』은 조선 제26대 임금인 고종의 잠저이자 흥선대원군의 사저였고 고종과 명성황후의 가례 장소로 알려진 곳으로 역사적, 건축학적으로도 가치가 높으며 서울시 사적 제257호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새 양말서 발견된 中 ‘노예’의 구조요청…진위여부 논란

    새 양말서 발견된 中 ‘노예’의 구조요청…진위여부 논란

    한 영국인 여성이 새로 산 양말 속에서 ‘강제노역’에 시달리고 있는 중국 남성의 구조요청 편지를 발견했다고 밝혀 화제가 되고 있다. 11일(현지시간) 영국 매체 메트로의 보도에 따르면 최근 ‘루스’(Luce)라는 한 네티즌은 트위터에 한 장의 중국어 편지 사진을 올린 뒤 “아버지가 프라이마크(영국 의류브랜드)에서 새로 구입한 양말 속에서 이런 쪽지를 발견했다. 부디 세상에 이 이야기를 널리 알리길 바란다”고 썼다. 편지의 작성자는 ‘팅 쿤 딩’이라는 이름의 39세 중국인 남성으로, 자신이 안후이 성의 한 교도소에서 부당하게 복역하며 강제노동에 시달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자신은 부패한 지방정부에 의해 납치범 누명을 써 지난 7월 29일부터 교도소에 수감됐으며 아내는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된 상태고 아버지의 경우 지난해 5월 22일에 살해당했다. 그는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의 지침과 정책을 어기는 것은 물론 과오를 숨기고 무고한 사람들을 부당하게 고발한다며, 해당 내용을 시진핑 주석에게 전달하고 언론에 제보해 줄 것을 부탁하고 있다. 루스가 이 편지를 공개한 이후 프라이마크는 트위터를 통해 루스에게 “우린 이 문제를 아주 심각하게 받아들이겠다. 더 상세히 조사할 수 있도록 편지를 어디서 발견했는지 정확히 알려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그러나 루스는 아직 프라이마크측에 몇 가지 필수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편지의 진위여부를 두고 의심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프라이마크 대변인은 메트로와의 인터뷰에서 “과거에도 우리 브랜드는 몇몇 가짜 사건에 이용당하곤 했다”며 “이번 사건의 경우, 우리가 거듭 요청했음에도 (루스가) 문제의 제품이나 포장지, 영수증 등을 전혀 제공해주지 않은 관계로 추가적 조사가 불가능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루스는 “몇몇 정보는 공개돼선 안 된다고 느꼈다”며 “너무 많은 정보를 주어서 역추적이 시작되면 (편지 속) 강제노역자들에게 악영향이 갈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지난 6월에도 영국 여성 카렌 위신스카가 프라이마크 사의 바지 속에서 발견했다며 중국인 ‘노예’의 구조 요청 편지를 공개했던 바 있다. 그러나 당시에도 해당 편지가 진짜인지 여부는 끝내 밝혀지지 않았다. 사진=ⓒ트위터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유료방송·통신료 미환급액 172억 찾아가세요

    행정자치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유료방송과 통신료 미환급액을 민원24(www.minwon.go.kr)에서 한 번에 조회할 수 있는 서비스를 2일부터 실시한다고 밝혔다. 미환급금은 모두 172억여원에 이른다. 케이블방송이 111만 7000여건에 85억 4000만원, 위성방송이 14만 5000여건에 7억 8000만원, 무선통신사가 80만 5000여건에 55억원, 유선통신사가 26만여건에 24억원이다. 유료방송 미환급액은 헷갈리는 바람에 직접 납부와 자동 이체를 모두 했거나 월초 서비스 가입 뒤 월말 이전에 해지함으로써 생기는 이중납부, 보증금이나 정산금이 제대로 환급되지 않아 발생한 것이다. 또 통신료 미환급금은 유선전화 및 이동전화를 해지(번호이동 포함)할 경우 정산 이후 요금할인에 따른 과오납금, 보증금과 같은 선납금 미수령 등의 사유로 발생한다. 지금까지 돈을 돌려받으려면 케이블 방송 90개 회사, 위성방송 1개 회사, 무선통신 3개 회사, 유선통신 3개 회사 홈페이지를 일일이 개별적으로 방문해야 했다. 이에 따라 정보공유 시스템과 정부민원 포털 ‘민원24’를 운영하는 행자부와 유료방송·통신사업 주무부처인 방통위는 협업을 통해 하루 평균 25만명이 이용하는 민원24 홈페이지를 활용하기로 했다. 민원24에서 조회한 결과 환급받을 사람은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스마트 초이스’(www.smartchoice.co.kr)나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 ‘유료방송 미환급액 정보조회’(www.kait-tvrefund.kr) 포털을 이용해 환급을 신청할 수 있다. 기부도 가능하다. 송한수 기자 onekor@seoul.co.kr
  • ‘50년 창비’ 떠나는 백낙청… 진보문학 세대교체 신호탄

    ‘50년 창비’ 떠나는 백낙청… 진보문학 세대교체 신호탄

    계간 문예지 ‘창작과 비평’(이하 ‘창비’) 편집인인 백낙청(77) 서울대 명예교수가 25일 출판사 창비를 떠났다. 백 교수는 ‘창비’를 창간해 50년간 이끌어 온 창비의 산증인이다. ‘창비’ 백영서 편집주간, 김윤수 발행인도 함께 물러났다. 차기 편집주간은 기존 편집위원이었던 한기욱 인제대 영문과 교수가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백 교수는 이날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백석문학상·신동엽문학상·창비신인문학상 등 통합시상식 인사말을 통해 “‘창비’ 편집인 자리에서 올해를 넘기지 않고 물러나기로 두어 해 전에 이미 결심했다. 창비를 아주 떠나는 것은 아니지만 계간 ‘창비’에 한해서는 깨끗이 손을 뗄 작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최근 반년 남짓은 정치적 탄압이나 경제적 위기와는 또 다른 시련의 기간이었다”며 신경숙 작가 표절 논란에 대한 입장을 내놨다. 백 교수는 “한 작가의 과오에 대한 지나치고 일방적인 단죄에 합류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부패한 공범자로 비난받는 분위기에서 그 어떤 정무적 판단보다 진실과 사실관계를 존중하고자 한 것이 창비의 입장이요, 고집이었다. 한 소설가의 인격과 문학적 성과에 대한 옹호를 넘어 한국문학의 품위와 인간에 대한 예의를 지키고자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다. 이것이 창비의 다음 50년을 이어 갈 후진들에게 넘겨줄 자랑스러운 유산의 일부라고 감히 주장한다”고 말했다. 백 교수의 퇴임은 세대교체의 신호탄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문학평론가들은 “백 교수는 60년대부터 지금까지 한국 진보문학의 상징이었다”며 “그의 퇴임으로 진보 진영 문학 흐름이 갈무리되는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식민지 시기 한국문학은 리얼리즘이 주류였다. 그러나 6·25전쟁으로 리얼리즘 대표 작가들이 월북하면서 그 맥이 끊겼다. 백 교수는 1965년 ‘창비’를 창간하면서 끊어졌던 리얼리즘 정신을 되살렸다. 복수의 문단 관계자는 “백 교수는 70~80년대 리얼리즘 문학의 이론적 모태”라며 “문학과 사회의 접점을 확대하고 문학의 실천성을 복원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지식인 문학관’의 종언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는 분석도 있다. 글 쓰는 사람이 단순히 이야기꾼으로 재밌는 글, 아름다운 글만 쓰는 게 아니라 한 사회의 대표 지식인으로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게 지식인 문학관의 골자다. 한 문학평론가는 “요즘 소설가나 시인, 문학평론가는 소설, 시, 문학 작품 해설을 쓰는 사람일 뿐 어느 누구도 이들을 사회를 이끌어 가는 사상가로 보지 않는다”며 “백 교수 퇴임은 한 시대를 풍미했던 지식인 문학관이 끝났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고 평했다. 창비는 2000년대 들어 시대에 뒤처지기 시작했다. 과거의 이념과 의식을 현시대에 맞게 전환시키는 데 실패하면서 낡고 고집스러운 이미지로 굳어져 갔다. 시대착오적 판단의 결정판은 신경숙 표절 논란 때 보여 준 백 교수의 대응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백 교수는 지난 8월 신경숙 표절 논란 이후 “문제된 대목이 표절 혐의를 받을 만한 유사성은 지니지만 의도적인 베껴 쓰기, 곧 작가의 파렴치한 범죄행위로 단정하는 데는 동의할 수 없다”고 주장해 거센 비난을 받았다. 문단 관계자들은 백 교수 퇴임을 맞아 창비가 진정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 문학평론가는 “창비는 사실상 백낙청 유일체제였다. 편집위원이 다들 백 교수의 대학 제자들이다.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른 평론가는 “백 교수의 제자인 한기욱 교수가 편집주간을 맡는다면 백 교수의 퇴임이 창비의 혁신으로 연결되지 않을 공산이 크다. 다들 백 교수가 수렴청정한다고 생각할 뿐이다. 무늬만 혁신이 되지 않으려면 내년 1월 정말 누가 봐도 신선한 새로운 편집 진영을 내놔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최동호 새벽을 열며] 소녀들이 세운 소녀상과 윤동주 시비

    [최동호 새벽을 열며] 소녀들이 세운 소녀상과 윤동주 시비

    서울 정동의 프란치스코 교육관 앞에 소녀들이 자발적으로 성금을 모아 소녀상을 세웠다는 보도를 접하고 일본으로 갔다. 일본 교토의 도시샤대학에 세워진 윤동주 시비에 묵념하고 처음으로 그 시비가 세워진 경유를 듣게 됐다. 윤동주 시비는 우리의 광복 50주년이자 일본의 종전 50주년인 1995년 도시샤대학 교정에 건립됐다. 이 시비 건립을 허용한 일본 대학 관계자는 종전 50주년을 맞아 무언가 의미 있는 행사를 하고자 했고 자신들의 나라에서 희생당한 윤동주 시비를 세워 그것을 기념하고자 했다는 것이다. 이는 도시샤대학의 건학 이념인 ‘양심’과 일치하는 것이다. 지난 2일 한·일 정상회담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거론됐다고 하는데 아베 신조 총리는 ‘전쟁과 상관없는 일본의 미래 세대에게 위안부 문제로 짐을 남겨서는 안 된다’는 확고한 입장을 견지했다고 한다. 소녀상이 최초로 세워진 일본대사관의 앞의 소녀상 철거가 위안부 문제 해결의 선결 조건이라고 말했다고 일본 신문들은 보도했다. 여기서 우리는 일본의 두 가지 얼굴을 본다. 하나는 양심의 얼굴이요, 다른 하나는 비양심의 얼굴이다. 간과할 수 없는 것은 대사관 앞에 있는 소녀상이 무언가 그들의 마음에 걸린다는 점이다. 아베의 정치적 발언에서 우리는 어떤 진실한 고백을 들을 수 없다. 오히려 종전 50주년을 기념해 윤동주 시비를 건립하게 한 도시샤대학 관계자들에게서 양심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대학 관계자들도 드러내 놓고 양심을 고백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행동으로 그들의 과오를 인정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윤동주의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일본 도처에서 만들어지는 것도 이와 관계가 있을 것이다. 양심의 목소리는 정치가의 목소리보다 작을 수 있지만 그 목소리는 역사를 통해 꺼지지 않는 불꽃처럼 전해지는 까닭에 불멸의 생명력을 갖는다. 흥미로운 것은 자발적으로 소녀상을 세운 여고생들의 발언이다. 이화여고 윤소정양의 “우리나라가 한 역사의 잘못은 우리 세대가 안고 가는 게 맞는 거잖아요. 다른 나라 사람이 해줄 문제인가요”라는 반문은 위안부 문제 해결의 능동적인 주체가 누구인가를 깨우쳐 주고 있다. 이는 분명히 남의 문제가 아니다. 권영서양은 “지금도 제대로 사죄를 안 하는 게 미래 세대에게 더 짐이 될 걸요. 얼버무리고 넘어갈 수 있는 일도 아니고 지금 매듭을 풀지 않으면 언젠가는 독이 돼서 날아올 거예요”라고 말했는데, 이는 정치인들의 회피성 말장난의 핵심을 찌르는 발언이다. 이 문제는 사죄하지 않으려는 아베에게 억지로라도 사죄를 받아 내는 것으로 정치인의 책임이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해 준다. 여기서 간과할 수 없는 한 가지 사실은 일본인들도 소녀상의 존재를 보면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이다. 무언가 창피한 일이고 이를 미래 세대에게 전해 주고 싶은 마음이 없다는 것이다. 주한 일본대사관 앞의 소녀상에 말뚝을 박는다든가 미국에 세워진 소녀상을 철거하기 위해 서명운동을 하는 일들은 그들에게도 양심상 꺼리지 않을 수 없는 문제가 거기에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한국이 역사를 날조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위안부의 강제 동원과 무자비한 수탈은 이미 역사적 사실로 입증된 일이다. 일본군 위안부는 한국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중국, 필리핀 등 동아시아 전체에서 대략 20만명의 일본군 위안부가 동원됐다고 한다. 유엔 인권위원회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사죄를 촉구하는 것도 그러한 이유일 것이다. 아베는 이 문제를 정치적으로 얼버무리고 있고, 그를 지지하는 극우 세력은 일본을 다시 군국주의로 치닫게 하고 있다. 단풍이 바람에 날리는 늦가을 일본대사관 앞을 거닐면서 비에 젖은 소녀상을 다시 바라본다. 전쟁의 과오를 사죄하지 않고 제국주의의 부활을 외치는 일본은 결국 머지않은 미래에 파국을 맞이할 것이다. 이것은 20세기 역사의 교훈이다. 아베가 이 역사의 교훈을 모른다고 한다면 소녀상을 건립한 여고생들에게 물어보거나 윤동주 시비 앞에 서서 양심의 소리를 들어 보라고 말하고 싶다. 경남대 석좌교수·시인
  • [YS 서거]금융실명제 ·하나회 해체 성과, 외환위기 초래 뼈아픈 실정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첫번째 공적으로는 금융실명제가 꼽힌다. 김 전 대통령은 1993년 8월 모든 금융거래를 실제 명의로 하도록 하는 금융실명제를 도입했다. 현재 은행 예금에서 본인 명의로만 계좌 개설이 가능한 것이 이 제도 때문이다. 제도 도입 전에는 가명이나 차명, 무기명으로도 금융거래가 가능해 출처가 불분명한 자금의 음성적 거래가 심각했다.  1982년 이철희·장영자 거액 어음사기사건이 발생하면서 논의가 시작된 금융실명제는 대통령의 ‘긴급명령’ 형식으로 시행됐다. 당시 김 전 대통령은 “국회의 법개정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일어날 수 있는 금융시장 동요 등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부득이 대통령의 ‘긴급명령’이라는 방식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또 “금융거래에서 부정부패·부조리를 연결하는 고리를 차단해 깨끗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구현하고자 하는 데 뜻이 있다”고 밝혔다. 금융실명제는 우리 사회의 ‘검은 돈’을 걷어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합리적 과세 기반을 마련하는 데도 도움이 됐다.  군의 대표적 사조직인 ‘하나회’를 해체한 것도 김 전 대통령의 업적 가운데 하나이다. 하나회는 1963년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이 포함된 육군사관학교 11기생들이 주도해 만든 조직으로 12·12 군사반란, 5·18 광주민주화운동 진압 등에 참여한 ‘군부세력’ 대부분이 회원이었다. 김 전 대통령은 취임한지 10여일만인 1993년 3월 8일 하나회 멤버였던 육군참모총장과 기무사령관을 경질하며 군부 척결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다음날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김 전 대통령이 “모두 깜짝 놀랬제”라며 웃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김 전 대통령은 “전격적으로 숙청을 단행해야만 저들이 규합할 시간을 주지 않게 될 것이라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이후 42개의 ‘별’이 물갈이 됐고, 하나회는 해체됐다. 김 전 대통령은 박정희·전두환·노태우로 이어진 군인정부 이후 처음으로 ‘문민 정부’를 표방하며 ‘군사 정권’의 종식을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고위 공직자와 공직 후보자의 재산공개 의무화, 시민사회운동 활성화, 정상외교 확대, 지방자치제 부활, 2002년 월드컵 유치 등도 김 전 대통령의 성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사태’를 야기한 것은 김 전 대통령의 최대 과오로 꼽힌다. 재벌들의 지나친 문어발 확장 묵인과 수출산업 강화, 임금인상, 물가상승, 외화낭비 등으로 인한 경제적 부실이 원인이 됐다. 1997년 11월 21일 당시 임창렬 경제부총리는 “IMF에 구제금융 지원을 요청한다”고 발표했고, 이후 국가는 총체적 위기에 빠졌다. 원·달러 환율은 2000원대까지 치솟았고, 대량해고 사태가 빚어졌다. 김 전 대통령에 이어 집권한 김대중 대통령 임기초 국난 극복을 위한 ‘금 모으기 운동’이 대대적으로 펼쳐지기도 했다.  임기 초반 90%를 웃돌았던 김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아들 현철씨 비리와 외환위기 등으로 임기 종반 10% 이하로 뚝 떨어졌다. 이와 관련, 19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9번째 가입국이 된 것이 외환위기를 초래한 원인이 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선진국 진입’에만 도취 돼 ‘세계화’라는 명분 하에 해외 기업과 자본을 무분별하게 받아들인 것이 화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문민정부는 또 공기업 민영화와 재벌정책 등에서 일관성이 부족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대외적으로 공정거래를 강조하면서 실질적으로는 재벌 위주의 경제 정책을 펼친 까닭에 ‘대재벌’을 탄생시켰고, 이에 중소기업은 소외당할 수밖에 없었다. 또 김 전 대통령은 문제만 생기면 ‘경질’이라는 ‘충격적 처방’을 내려 개혁적 이미지는 한층 부각되긴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실효성에서 적잖은 문제를 드러내기도 했다. ‘세계화’ 역시 방향 설정은 좋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이 부족해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결론적으로 문민정부의 과감한 민주화 조치 등은 민주주의의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왔지만, 평등과 복지 확대에 있어서 소홀했던 것은 과거 정권에 비해 크게 달라진 점이 없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명인·명물을 찾아서] 당신이 처음 본 ‘올레’

    [명인·명물을 찾아서] 당신이 처음 본 ‘올레’

    ‘곽금 올레를 아시나요.’ 걷기 좋은 계절, 이 가을이 다가기 전에 세상사 모든 시름 던져 버리고 제주 올레길을 꼬닥꼬닥 걷는 것은 행운이다. 제주는 사실 집만 나서면 다 올레길이다. 집 나서면 오름이며 한라산이고 푸른 바다 풍경이 펼쳐지는 올레길이다. 사단법인 제주올레가 1번, 2번 번호를 붙히고 오름과 바닷가를 연결해 올레길을 만들었지만 제주는 차를 버리고 아무 곳에서나 터벅터벅 걸으면 그곳이 바로 올레길이다. 제주의 어린이들이 낸 곽금 올레길이 바로 그런 정겨운 동네 올레길이다. 쪽빛 바다와 황금빛 낙조, 요즘 제주에서 가장 뜨는 곳 애월에 있는 곽금올레길은 제주 서부의 명물이다. 제주시 애월읍 곽금초등학교 주변은 곽금팔경(郭錦八景)을 자랑한다. 곽금팔경은 ‘곽지리와 금성리의 여덟 가지 아름다운 경치’라는 뜻이다. 곽악삼태(郭岳三台·세 개의 오름으로 이뤄진 풍경), 문필지봉(文筆之峰·붓 모양으로 생긴 봉우리), 치소기암(?巢奇岩·날개를 펴고 날아오르는 솔개 모양의 바위), 장사포어(長沙捕魚·곽지해수욕장 주변 고기잡이), 남당암수(南堂岩水·남당머리와 용천수), 정자정천(丁字亭川·정짓내의 경관), 선인기국(仙人碁局·신선들이 바둑을 두는 모양), 유지부압(柳池浮鴨·버들못에 철새가 노는 모습) 등이다. 2010년부터 곽금초교 어린이와 교사가 이곳 곽금팔경으로 가는 여러 갈래길 가운데 아름다운 길들을 찾아내 곽금올레를 만들었다. 동네 꼬마 친구들이 왁자지껄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며 직접 발품을 팔아 만든 올레길이다. 곽금초교를 중심으로 과오름·곽지해수욕장 등 곽지마을을 둘러볼 수 있는 곽지코스(5.1㎞)와 금성 뒷동산, 정자천 등을 둘러볼 수 있는 금성코스(5.8㎞) 등이 있다. 곽금2경 문필지봉으로 가는 길은 ‘희망길’, 해안가로 이어지는 길에는 구불구불하다고 해서 ‘지팡이길’이란 별명을 붙였다. 과오름을 오르는 길은 양쪽에 소나무가 울창하게 자라고 있어 소낭길로 불린다. 곽지해수욕장을 끼고 도는 길은 옥빛 바닷길이다. 곽금올레길의 백미인 옥빛 비단길이 있는 한담 주변에는 이색 카페들이 즐비하게 들어서 새로운 명소로 떠 올랐다. 용천수를 찾아 걸으며 제주의 과거와 현재를 느껴보는 용천수 올레길도 흥미롭다. 제주시 삼양과 건입, 도두, 내도 등 곳곳에 흩어져 있는 90여개의 용천수를 이어 만든 산물(生水) 여행 코스다. ‘산물’은 ‘살아 샘솟는 물’(용천·湧泉)이란 뜻의 제주어다. 용천수는 비가 내린 후 한라산이나 곶자왈 등지에 스며들어 땅속을 흐르던 지하수가 지층의 열린 틈을 통해 지표면으로 솟아나는 샘물이다. 용천수 올레길 탐방객은 오소록(조용하고 인적이 드문) 곳에서 1년 내내 15∼18도를 유지하는 산도록(시원하고 차가운)하고 조로록(물이 맑게 흐르거나 떨어지는) 흐르는 물맛을 느낄 수 있다. 걸어서 3∼4시간이면 완주할 수 있는 6개 산물 걷기코스가 있다. 1코스 별도봉~삼양 원당봉(10㎞), 2코스 건입동~도두 입구(10㎞), 3코스 도두봉~내도동(9㎞), 4코스 삼의오름~아라동(17㎞), 5코스 회천동~봉개동(14㎞), 6코스 항파두리~유수암(6.5㎞) 등이다. 용천수 주변에는 탐라국을 세운 고(高)·양(梁)·부(夫) 세 신인이 활쏘기 경합을 벌였다는 장소와 고려시대 목장과 절터, 조선시대 제주에 흉년이 들자 전 재산을 털어 굶주린 백성을 구한 여성 거상 김만덕이 운영했던 마을 객주터 등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탐방객들은 탐라 왕국에서 고려, 조선 등에 이르기까지 용천수마다 흘러온 세월의 흔적과 역사의 숨결을 체험할 수 있다. 제주 유배길도 이색 올레길이다. 유배의 섬 제주에는 조선시대 500년 동안 200여명이 유배 생활을 했다. 당대 내로라하는 인물들의 유배 흔적을 찾아가는 제주 유배길은 제주 올레길과는 또 다른 매력을 준다. 추사 유배길과 제주성안 유배길, 면암 유배길 등이 있다. 추사 김정희를 찾아가는 추사 유배길은 제주의 대표 유배길이다. 추사 유배 1길(추사 유배지~대정향교~추사유배지 8㎞)와 추사 2길(추사유배지~오설록 녹차밭 8㎞), 추사3길(대정 향교~산방산~안덕계곡 10㎞) 등이 있다. 옛 제주성을 중심으로 유배인들의 유적지를 둘러보는 성안 유배길은 제주목 관아에서 시작해 유배지를 거쳐 다시 제주목 관아로 돌아오는 3㎞ 순환코스다. 성안 유배길에서는 광해군의 인목대비 폐위에 반대하다 제주에 유배된 간옹 이익, 흥선대원군의 실정을 상소했다가 탄핵된 면암 최익현의 유배 흔적이 남아 있다. 면암 유배길(연미마을~조설대~정실마을~방선문 5.5㎞)에서는 조선 선비의 마지막 자존심과 마주할 수 있다. 화산섬 제주의 화산 지질을 탐미하며 걷는 올레길도 있다.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수월봉 일대에는 엉알길 코스(해경 파출소∼용암과 주상절리∼갱도진지∼엉알과 화산재 지층∼수월봉 정상∼검은 모래 해변∼해녀의 집 4.6㎞), 당산봉 코스(거북바위∼생이기정∼가당산봉 마우지∼당산봉수 3.2㎞) 등이 있다. 수월봉 엉알길 코스 수월봉 정상 절벽 밑 ‘엉알’은 제주에서 화산재 지층이 가장 잘 발달해 있는 곳이다. 엉알길은 벼랑, 절벽 등을 뜻하는 제주어 ‘엉’과 아래쪽을 이르는 ‘알’이 합쳐진 말로 ‘벼랑 아래 있는 길’을 뜻한다. 엉알에는 화산 분출 당시 분화구에서 뿜어져 나온 화산분출물이 쌓인 화산재 지층이 약 70m 두께로 기왓장처럼 차곡차곡 쌓여 있어 보는 이들을 경탄하게 한다. 당산봉 코스에는 거북바위와 당산봉 가마우지, 당산봉수 등 다양한 볼거리가 있다. 특히 수월봉 일대는 제주올레 12코스(무릉리~수월봉~용수포구)와도 겹쳐 지질 트레일과 올레길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엉알길 입구~자구내 포구(1㎞)는 제주올레 휠체어 코스여서 장애인도 즐길 수 있다. 스토리텔링연구센터 소장인 양진건 제주대 교수는 “제주 올레가 아름다운 제주 자연의 속살을 보여준다면 용천수길, 유배길 등은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 제주의 옛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올레길”이라고 말했다. 글 사진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칠순에 순애보를 쓰려니 쑥스럽기도 했죠”

    “칠순에 순애보를 쓰려니 쑥스럽기도 했죠”

    올해 고희를 맞은 소설가 박범신이 순애보를 들고 나왔다. 마흔두 번째 장편소설 ‘당신-꽃잎보다 붉던’(문학동네)이다. 작가는 “죽음과 존재론적 한계를 다루고 있지만 본질적으로 순애보”라고 소개했다. 소설은 치매에 걸린 남편 주호백과 아내 윤희옥의 삶을 담았다. 한평생 아내와 딸에게 헌신하며 산 주호백은 두 차례 뇌출혈을 겪고 치매에 걸리면서 예상치 못한 인생 말년을 맞이하게 된다. 주호백은 과거로 회귀하면서 그동안 내면에 쌓여 있던 인내, 헌신, 사랑의 이면을 조금씩 드러낸다. 윤희옥은 자신이 평생 받은 사랑을 뒤늦게나마 깨닫고 주호백에게 그 사랑을 돌려준다. 작가는 “소설을 쓰면서 너무나 사랑했지만 잘못도 많았던 제 사랑의 과오에 대한 회한과 성찰이 컸다”고 털어놨다. “젊었을 때 외박도 많이 하고 술 먹고 집에도 늦게 들어갔다. 사랑은 일방통행이 아니라 공평해야 한다. 소설 속 부부도 평생 불공평했다가 남편이 치매에 걸려 죽게 됐을 때에야 비로소 공평해진다. 상대편을 내 걸로 갖고 싶은 욕망과 헌신하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며 살다 죽음을 앞두고 사랑의 완성을 이룬다. 나이 들어 아내에 대해 쓰려니 부끄러웠지만 불공평한 삶을 살아온 아내를 생각하면 백 번이라도 더 써야 할 것 같다.” 소설의 영감은 장인과 자신의 꿈에서 얻었다. 작가의 장인은 재작년 치매를 앓다 돌아가셨다. 장인의 치매 증상 중 하나가 밤늦게 알아들을 수 없는 내용을 큰소리로 지르는 거였다. “장인은 평생 감정을 억제하고 살아 세상에 말하고 싶은 게 많으신 것 같았다. 죽기 전에 마음에 억압된 말들을 할 수 있는 또 다른 기회를 얻게 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도 자신이 치매에 걸린 꿈을 연거푸 꿨다. 나이가 들어 비이성적인 상태로 살아야 한다는 게 큰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죽음보다 더 큰 공포였다. 이성이 있을 때 치매와 정면으로 마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술에 잔뜩 취해 길가에서 죽음을 앞둔 남자의 이야기를 담은 최백호의 노래 ‘길 위에서’를 듣는데, 소설이 순간적으로 구상됐다. “‘세상에 대해 말하고 싶은 걸 말하지 못한 사람이 말년에 치매에 걸려 젊은 시절로 돌아가 말하고 싶은 걸 말한다’는 기본 뼈대가 정해지고 나니까 소설이 씌어졌다.” 중·단편 전집도 출간됐다. 197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등단작 ‘여름의 잔해’부터 2006년 발표한 ‘아버지 골룸’까지 42년간 발표한 85편의 작품을 7권에 담았다. 마지막 7권 ‘쪼다 파티’는 70년대 말부터 90년대 초까지 발표한 콩트들 중 작가가 직접 추려낸 작품을 묶은 콩트집이다. “최근 중·단편을 못 썼다. 요즘 늘 차선의 선택을 하면서 살아온 건 아닐까, 정말 내가 쓰고 싶은 대로만 썼는가 하는 회한이 든다. 내년 여름쯤 세상과 나의 관계가 정리되고 나면 정말 쓰고 싶은 단편을 쓰고 싶다. ‘더러운 책상’ 후속과 연작소설 ‘들길’부터 완성하고 싶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박범신, 죽음의 한계앞에 선 순애보 소설 ‘당신’ 펴내

    박범신, 죽음의 한계앞에 선 순애보 소설 ‘당신’ 펴내

     올해 고희를 맞은 소설가 박범신이 순애보를 들고 나왔다. 마흔두 번째 장편소설 ‘당신-꽃잎보다 붉던’(문학동네)이다. 작가는 “죽음과 존재론적 한계를 다루고 있지만 본질적으로 순애보”라고 소개했다.  소설은 치매에 걸린 남편 주호백과 아내 윤희옥의 삶을 담았다. 한평생 아내와 딸에게 헌신하며 산 주호백은 두 차례 뇌출혈을 겪고 치매에 걸리면서 예상치 못한 인생 말년을 맞이하게 된다. 주호백은 과거로 회귀하면서 그동안 내면에 쌓여 있던 인내, 헌신, 사랑의 이면을 조금씩 드러낸다. 윤희옥은 자신이 평생 받은 사랑을 뒤늦게나마 깨닫고 주호백에게 그 사랑을 돌려준다. 작가는 “소설을 쓰면서 너무나 사랑했지만 잘못도 많았던 제 사랑의 과오에 대한 회한과 성찰이 컸다”고 털어놨다. “젊었을 때 외박도 많이 하고 술 먹고 집에도 늦게 들어갔다. 사랑은 일방통행이 아니라 공평해야 한다. 소설 속 부부도 평생 불공평했다가 남편이 치매에 걸려 죽게 됐을 때에야 비로소 공평해진다. 상대편을 내 걸로 갖고 싶은 욕망과 헌신하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며 살다 죽음을 앞두고 사랑의 완성을 이룬다. 나이 들어 아내에 대해 쓰려니 부끄러웠지만 불공평한 삶을 살아온 아내를 생각하면 백 번이라도 더 써야 할 것 같다.”  소설의 영감은 장인과 자신의 꿈에서 얻었다. 작가의 장인은 재작년 치매를 앓다 돌아가셨다. 장인의 치매 증상 중 하나가 밤늦게 알아들을 수 없는 내용을 큰소리로 지르는 거였다. “장인은 평생 감정을 억제하고 살아 세상에 말하고 싶은 게 많으신 것 같았다. 죽기 전에 마음에 억압된 말들을 할 수 있는 또 다른 기회를 얻게 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도 자신이 치매에 걸린 꿈을 연거푸 꿨다. 나이가 들어 비이성적인 상태로 살아야 한다는 게 큰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죽음보다 더 큰 공포였다. 이성이 있을 때 치매와 정면으로 마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술에 잔뜩 취해 길가에서 죽음을 앞둔 남자의 이야기를 담은 최백호의 노래 ‘길 위에서’를 듣는데, 소설이 순간적으로 구상됐다. “‘세상에 대해 말하고 싶은 걸 말하지 못한 사람이 말년에 치매에 걸려 젊은 시절로 돌아가 말하고 싶은 걸 말한다’는 기본 뼈대가 정해지고 나니까 소설이 씌어졌다.”  중·단편 전집도 출간됐다. 197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등단작 ‘여름의 잔해’부터 2006년 발표한 ‘아버지 골룸’까지 42년간 발표한 85편의 작품을 7권에 담았다. 마지막 7권 ‘쪼다 파티’는 70년대 말부터 90년대 초까지 발표한 콩트들 중 작가가 직접 추려낸 작품을 묶은 콩트집이다. “최근 중·단편을 못 썼다. 요즘 늘 차선의 선택을 하면서 살아온 건 아닐까, 정말 내가 쓰고 싶은 대로만 썼는가 하는 회한이 든다. 내년 여름쯤 세상과 나의 관계가 정리되고 나면 정말 쓰고 싶은 단편을 쓰고 싶다. ‘더러운 책상’ 후속과 연작소설 ‘들길’부터 완성하고 싶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준법정신 확산 노력… 헌법정신 부정 세력은 엄단을”

    “준법정신 확산 노력… 헌법정신 부정 세력은 엄단을”

    박근혜 대통령이 ‘제70주년 경찰의 날’인 21일 “준법정신 확산에 보다 힘을 쏟고 자유민주주의와 헌법정신을 부정하는 세력에는 엄정한 법 집행을 해 주기 바란다”고 경찰에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이같이 말하고 “국가 대혁신과 경제 재도약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수행하는 데도 법질서 확립의 최일선에 있는 경찰의 중추적 역할이 필요하다. 비정상의 정상화는 원칙과 준법에서 출발하며 법의 권위가 바로 설 때 국민 사이에 신뢰가 자리를 잡고 진정한 사회 통합과 국가 발전이 가능해진다”고 강조했다. 또한 박 대통령은 “우리 국민이 경찰의 사명감과 도덕성에 거는 기대는 매우 크다. 경찰의 실수와 과오에 높은 잣대가 적용되는 것도 그만큼 여러분의 역할과 소명이 중요하기 때문”이라면서 “이제 경찰은 지난 70년의 성과를 토대로 보다 새로운 미래를 준비해 나가야 한다.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한반도 통일 시대를 대비하는 통일 한국의 치안 로드맵 마련도 지금부터 준비해 나가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 ▲정부3.0 활성화를 통한 국민 참여 치안 행정 정착 ▲금융 사기·신종 사이버 범죄에 선제적 대응이 가능한 과학 치안 시스템 구비 ▲경찰 연구·개발(R&D)을 통한 과학기술·정보통신기술(ICT) 활용 첨단 수사 기법 개발 등을 경찰 발전 방향으로 제시했다. 한편 박 대통령은 이날 ‘2015 한복의 날’을 맞아 청와대 국정 홍보·전시관인 사랑채에서 한복특별전을 관람했다. ‘광복 70주년 기념 한복특별전-한복, 우리가 사랑한’이라는 이름으로 열린 이 행사는 “한복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현대적 재해석을 통해 생활화, 대중화, 세계화하는 계기를 마련하는 데 이바지하기 위해 기획됐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행사에는 박 대통령이 2013년 취임식 만찬, 숭례문 복구 기념식, 한·미 동맹 60주년 기념 만찬 등에서 입었던 한복도 함께 전시됐다.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 잘못 찌른 檢, 3년간 1918억원 물어줬다

    잘못 찌른 檢, 3년간 1918억원 물어줬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옥살이를 하다가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사람들에게 지급된 형사보상금이 최근 3년간 2000억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돈은 고스란히 국민 세금으로 만들어진 국고에서 나온다. 이에 따라 검찰이 성과를 내기 위해 무리하게 기소를 남발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대검찰청이 이상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2~2014년 전국 검찰청이 기소한 283만 91명 가운데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비율은 0.6%(1만 6125명)였다. 1심 무죄율이 가장 높은 검찰청은 서울중앙지검(1.2%)으로 다른 검찰청의 2배 수준이었다. 2심 무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서울고검(2.6%)으로 전국 평균(1.9%) 대비 0.7% 포인트 높았다. 같은 기간 검찰이 지출한 형사보상금은 1918억 6178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른바 ‘엘리트 검사’들이 몰려 있는 서울고검과 서울중앙지검에서 지급된 금액이 전체의 각각 20.0%(383억 6348만원), 11.4%(217억 8545만원)로 전국 1, 2위로 조사됐다. 특히 서울고검의 형사보상금은 2012년 50억 5080만원에서 2014년 207억 8732만원으로 4.1배, 서울중앙지검의 경우 39억 4032만원에서 127억 6923만원으로 3.2배 증가했다. 형사보상법에 따르면 구금 또는 형의 집행을 받은 사람이 무죄 재판을 받거나 면소·공소기각의 재판을 받은 때는 형사보상금을 청구할 수 있다. 검찰이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무죄판결 사건 평정 결과에 따르면 무죄 사건의 16.0%가 검사의 실수에 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사 과오로 결론 난 무죄 사건 가운데 53.3%가 ‘수사 미진’, 37.9%가 ‘법리 오해’였다. 이 의원은 “국민이 검사의 자질 부족 때문에 수사기관에 불려다니고 검사를 상대로 법정 싸움을 하는 억울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2012~2014년 형사보상금 지급이 급증한 건 사실이지만 도로법 양벌규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2012년), 긴급조치 위반 등 과거사 재심사건 무죄 확정(2013년) 등에 따른 일시적인 지급이 전체 지급의 80%이상을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前 해군총수들의 부끄러운 ‘부하 탓’

    지난 21일 서울중앙지법 425호 법정. 황기철(58·해사 32기) 전 해군참모총장이 푸른 수의를 입고 피고인석에 섰다. 188㎝의 큰 키에 부리부리한 눈매는 7개월 전 6만 9000명 우리나라 해군의 당당한 총사령관일 때와 같았다. 하지만 이날 결심공판에서 그는 검사의 계속되는 추궁에 “진술 거부권을 행사하겠습니다”라고 짤막하게 답했을 뿐 변명조차 하지 않았다. 자신의 증언이 자칫 재판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22일로 검찰이 통영함 음파탐지기 인수 비리 수사에 착수한 지 1년이 지났다. 이 사건을 계기로 지난해 11월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이 꾸려져 전직 해군참모총장 2명 등 10여명의 전·현직 장성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이 과정에서 한때 상관과 부하로 지냈던 고위 장교들끼리 서로 잘못을 떠넘기거나 묵비권을 행사하며 진술을 일절 하지 않는 등 볼썽사나운 일이 벌어진 것으로 드러나 보는 사람들을 씁쓸하게 하고 있다. 황 전 총장은 2009년 방위사업청 함정사업부장으로 통영함 음파탐지기 납품과 관련된 공문서를 허위 작성하도록 지시해 국가에 38억여원의 피해를 준 혐의로 올 4월 구속 기소됐다. 검찰 조사 결과 황 전 총장은 감사원 감사 이후 자신이 수사선상에 오른 것을 알고 해군본부에서 여러 차례 대책회의를 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음파탐지기 선정 때 자신의 직속 부하이자 상륙함사업팀장이었던 오모 전 대령에게 잘못이 있다고 소명서를 작성했다. 검찰 관계자는 “자신의 책임을 면하고 부하에게 책임을 전가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동시에 그는 자신의 비서실장을 통해 오 전 대령에게 접근해 “총장님이 믿고 계시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전달해 회유를 시도하기도 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해군참모총장 시절 STX로부터 7억 7000만원의 뒷돈을 받아 지난 2월 구속 기소됐고, 이후 통영함 인수 비리에도 연루된 사실이 드러난 정옥근(63·해사 29기) 전 총장도 재판 과정에서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받은 돈의 대가성은 부인했고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들이 나오면 “원래 참모총장 위치에 오르면 적이 많아진다”는 취지로 말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7일 통영함 인수 비리 관련 공판 때는 “통상 장비 선정의 책임과 권한은 방사청에 있다. 당시 함정사업부장인 황 전 총장으로부터 보고받기만 했지 장비와 관련한 지시는 결코 한 적이 없다”며 잘못을 후배에게 떠넘기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전직 군 총수들이 책임지는 자세를 보였으면 부하들의 죄도 가벼워졌을 텐데 쟁공위과(爭功委過·공은 다투고 과오는 떠넘긴다)식으로 일관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말했다. 정 전 총장은 1심에서 징역 10년에 벌금 4억원이 선고된 상태다. 황 전 총장은 검찰이 징역 5년을 구형한 상태로, 다음달 5일 선고공판이 열린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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