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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삼웅 칼럼] 콩도르세와 진보와 理性

    분명한 것은 2000년의 태양이 떠오른 지 한참인 데도 이땅 곳곳에는 중세의커튼이 드리워져 있다는 사실이다. 국회와 지방의회가 있는데 100년 전에 활동했던 만민공동회가 다시 열리고,국회는 특정인 보호를 위한‘방탄’역할이나 하고,북한 김정일에 대한 대통령의 외교적 수사를‘주적 고무찬양’‘좌익광란’으로 몰아친다.증권회사애널리스트의‘외국인투자동향 설명’이 선거법상‘후보자 비방’혐의로 고발되고 여야 정당은 시민단체의 공천 부적격자들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재공천한다.후진 정치의 미개한 현상이 난무한다. 프랑스혁명기의 진보지식인 콩도르세는 대혁명이 과격파의 손에 장악되고‘피로써 피를 씻는’유혈사태가 계속될 때 쫓기는 몸이었다.저명한 계몽사상가·수학자·사학도인 그는 1795년 2월 콩코로드광장에서 가까운 파리의 한구석진 방에 은신하여 매일 가까운 동지들이 처형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자신도 언제 그런 꼴을 당하게 될지 모르는 처지에 놓여 있었다. 콩도르세는 그런 위험 속에서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도 또 오늘까지 과학과 문명이 이룩해온 진보를 관찰해봐도,또 인간정신의 희망에 대하여 하등의제한을 두지 않았다고 믿을 만한 가장 유력한 동기를 찾아낼 수 있다”는 낙관적 신념으로‘인간정신진보사’를 썼다. 역사학자 크로체가‘18세기의 유언’이라고까지 평가한 바 있는 이 책에서그는 “하느님이 이 세상을 창조했는지는 모른다.그러나 그 다음에 인간사회를 만든 것은 사람이다.따라서 좋든 나쁘든 그 책임은 인간에게 있다.그러나사람이 제 손으로 만든 이상 그것을 좋게 개량하지 못할 까닭이 없다. 또 인간에게는 이성의 힘으로 한층 훌륭한 사회를 만들고 스스로 행복해질 권리와의무가 있다. 그만큼 이성의 힘이 인간에게 주어져 있다”고 썼다. 인간의 이성을 높이 평가한 콩도르세는 미래의 세계를 지극히 낙관하면서‘인류 미래의 희망을 세 가지로 압축’하여 “각 국가 사이의 불평등 파괴,통일국가 내에서의 평등의 진보,인간의 진정한 향상”을 꼽았다. 그는 인간으로서 겪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절망하거나 증오하지 않고 인간의이성과 역사의 진보를 믿으며 인류의 장래를 낙관하는 신념에서‘ 인간정신진보사’를 썼다.사후에 출판된 이 책에는 “이성말고는 어떠한 주인도 인정하지 않는,자유인의 세계에만 태양이 빛나는 시대가 올 것이다.그때가 되면폭군과 노예,성직자들과 그들의 우둔하고 위선적인 도구에 지나지 않는 종교의 신자들은 역사 속이나 무대 위에서밖에 찾아볼 수 없게 될 것이다”란 명구가 담겨 있다. 인간의 이성을 역사의 주인으로 인정하는 콩도르세의 진보사관은 그‘주인’까지 포함하여 수많은 이성적 인간과 반이성적 사람들을 희생시키면서 두세기를 넘기고 21세기를 맞았지만 여전히 반이성의 낡은 커튼을 걷어내지 못한 상태이다. 그것은 지나친 감정과 장소에 따라 잣대를 달리하는 이기주의에서 발원한다.칸트가‘이성의 공적행사’에서 쓴 대로 인간의 인간다움은 이성의 소유에있고 이성은 공적행사일 때만이 가치가 있는데 이성의 존재인 인간이 반이성의 행동을 서슴지 않음으로써 나타나는 현상인 것이다. 역사의 진보를 위해 프랑스혁명에 참가했다가 희생당한 콩도르세의 최후는비참했다.여섯살난 딸과 피신해 있던 친절한 여관 주인에게 화가 미칠 것을우려하여 새 피난처를 찾아나섰다가 체포되어 재판 절차도 없이 다음날 하수구에서 시체로 발견되었다.호주머니에는 로마의 시인 호라티우스의 시집 한권이 들어 있었다. 죽을 때까지 인간 이성의 진보를 믿으며 인류의 장래를 낙관했던 이 진보적 계몽사상가의 신념은 200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우리에게는 여전히 미래의과제로 남는다. 우리는 언제까지 달팽이처럼 갑골(甲骨)에 갇혀서 탈색한 이념 타령과 지역주의와 반이성의 증오심에서‘달팽이 뿔 위의 쟁투(蝸角之爭)’를 계속할 것인가. 모든 동물을 만든 제우스신이 동물들에게 선물을 주었다.새에게는 날개,짐승들에게는 뿔과 이빨,또는 깃과 털을 주었다.선물을 못받은 인간이 항의했다.제우스신은 “세상 어느 짐승의 힘보다 세고 조류보다 빠른 이성을 주었다.만물의 영장이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김삼웅 주필
  • [지구촌의 밀레니엄 공관장 리포트] 사우디

    새 밀레니엄을 맞자 전세계가 요란하고 다채로운 행사를 펼쳤지만 사우디아라비아는 ‘초연’했다.전세계 인구의 약 15%에 해당하는 회교도 종주국사우디는 이슬람력으로 1420년이기 때문이다.이슬람의 창시자 모하메드가 메디아로 이주한 해(그레고리력 622년)를 원년으로 한 일종의 음력인 ‘헤지라력’을 아직도 사용하고 있다.종교적으로 예수의 탄신을 기점으로 한 새천년과는 전혀 무관한 셈이다. 세계화는 특정 종교·문화 관습마저도 세계화하는 경항이 강한데다 가공할속도의 정보통신의 발달은 밀레니엄 행사를 전세계적으로 축제화시켰다.사우디가 자신의 종교·관습에 집착,다소 시대착오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하지만 세계화가 생활양식과 가치관의 획일화를 지향하는 것이 아니고 각 문화의정체성을 존중하고 상호 이해와 관용의 정신을 토대로 인류의 진정한 화합을 지향하는 것이라면 사우디인들의 전통고수 태도는 나름대로 평가받을 만하다. 이 나라는 이슬람권 내에서도 가장 보수적 분파인 ‘와하비즘’을 신봉하여 철저한 금주와 남녀유별,하루5차례의 기도시간 엄수 등 이슬람 율법을 철저하게 지키고 있다.일체의 우상숭배를 배격하는 가운데 금식월인 라마단과성지순례 기간인 ‘하지’때 갖는 축제 이외에는 국왕의 생일은 물론 모하메드의 탄생일조차 공휴일로 지정하지 않는 나라이기도 하다. 우리의 시각교정이 필요한 부분도 있다.이슬람이라고 하면 과격 원리주의자 심지어 테러리스트를 연상하는 사람들에게는 믿기 어려운 사실이지만 전인구가 독실한 회교도인 사우디는 청소년문제,남녀간의 윤리문제,치안문제 등각종 사회적 문제들의 무풍지대다. 세계 어느 곳보다 가족·친족 유대가 강해 서구사회의 경제 우선적인 가치개념인 능률과 생산성보다 응집력과 일체성이라는 종교·문화 우선 가치개념이 중시되는 나라다. 물론 사우디가 밀레니엄과 전혀 무관한 것은 아니다.사우디에서도 문명의이기인 컴퓨터가 직면할 Y2K 문제 해결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했고 앞으로도 계속할 것이다.신 밀레니엄을 맞아 국제경제에서 뒤지지 않기 위해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추진하고 있으며 경제의 민간주도 및 해외투자 유치의 중요성을 인식,각종 경제개혁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를 방문하여 양국관계를 활성화하는 데 크게 기여했던 압둘라 왕세자가 지난해 12월 “원유에만 매달려 풍요를 누리던 시대는 지났다. 사우디 국민은 새로운 시대를 맞아 새로운 각오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며산업 다변화를 강조했다.사우디 나름대로 신 밀레니엄 시대를 가꾸어 나가고 있다는 선언과도 같은 것이다. 새 밀레니엄을 맞아 세계적인 축제 분위기에 아랑곳하지 않는 사우디인을보면서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한국인의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곰곰이 생각하게 된다. 金正琪 駐사우디 대사
  • 野 공천탈락 대상자들 ‘한숨뿐’

    공천탈락 대상자로 거론되고 있는 한나라당 현역의원과 신청자들은 요즘 ‘한숨’만 내쉬고 있다.정형근(鄭亨根)의원 문제로 ‘로비’와 ‘항의’에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매일 당사로 나와 공천심사위원들과 접촉했던 이들의 발길도 뜸해졌다.공천이야기를 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이런 분위기에서 과격하게 나갔다가자칫 당으로부터 더 큰 미움을 사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탈락대상자로 거론되고 있는 서훈(徐勳·대구 동)의원측은 “정의원 문제로행동을 더욱 조심스럽게 해야 할 처지”라면서 “자칫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것 같아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승홍(白承弘·대구 서)의원측도 ‘공천’과 ‘정의원 문제’는 별개라는반응을 보이면서도 행동반경에 제약이 가해진 것을 안타까워 하는 눈치다. 임진출(林鎭出·경북 경주)의원은 정의원 문제가 생기자 사건발생 당일부터현장을 지키고 있다. 임의원은 정의원과의 개인적인 친분관계를 강조하면서이번 사건에 열심히 참여한 것으로 ‘공천 점수’를 따려는 눈치다. 임의원처럼 당과 총재에게 직접적인 로비나 어필을 하지 못하게 되자 간접적인 방법을 택한 사람은 많다.정의원 사건이 총재에게 ‘눈도장’을 찍기에더없이 좋은 기회로 생각하고 있다. 경기도 분당지역 공천신청자 8명은 14일 단체 명의의 항의문을 당에 전달했다.이들은 분당 갑·을 공천자로 총재 측근인 고흥길(高興吉)특보와 홍성우(洪性宇)공천심사위원장의 측근인 박인제(朴仁濟)변호사를 각각 내정한 것에반발했다. 그러나 정의원 문제가 걸려있어 항의문을 전달하는 것으로 끝냈다.이들은당초 항의서를 12일 전달할 예정이었으나 정의원 문제가 터지자 시기를 미뤘다.한 신청자는 “정의원문제만 없었더라도 다른 강력한 방법으로 항의했을것”이라고 말했다. 이회창(李會昌)총재도 정의원사건을 빌미로 국회 총재실로 상주하는 장소를옮겼다.공천과 관련,당사로 밀려드는 민원인을 피하기 위해서다. 박준석기자 pjs@
  • [대한시론] 새 정치질서 창출을 위해

    시민단체들의 낙천 낙선운동의 합법성과 정당성 여부에 관한 논의가 무성하고 이 운동이 몰고 올 파급효과에 관하여도 견해가 분분하다.기본적으로 ‘아래로부터의 정치변혁운동’의 성격을 띤 이러한 움직임은 환경이 크게 변했는데도 제도권 정치가 이에 부응하는 변화를 추구하지 못한 상황에서 일어난다.제도권 정치가 새로운 질서를 창출하지 못했으므로 제도권 밖에서 일어나는 변혁운동은 비록 실정법에 어긋날지라도 그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 물론 장외의 변혁운동이 모두 정당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경우에 따라서 집단이기주의의 과격한 표현일 수도 있고,사회가 넓게 수용한 가치와 이념에서 벗어날수 있기 때문이다.어디까지나 변혁운동의 정당성은 역사적 흐름에 부합하는 가치를 추구한 것이어야 한다. 제1공화국의 권위주의 체제를 붕괴시킨 4·19 학생혁명,신군부 등장에 저항했던 5·18 광주민주항쟁,그리고 시민사회의 자율성을 신장시키는 계기를 마련했던 6·10 국민대회는 모두 순수하게 민주정치를 추구한 운동이었으므로그 정당성을부인할수 없다.총선연대의 낙천 낙선운동도 합법성 여부에 관한 철학적 논쟁의 여지는 있으나 민주정치의 확장을 목표한 것이므로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다. 그동안 우리사회의 각 부문이 크게 변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개혁만은 답보상태에 머물렀다.낡은 중앙집권적 정당구조,지역감정 조장,정당간 소모적 대립,무책임한 의혹제기나 폭로 등 과거 권위주의 체제에서 고착된 구조와 관행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사회 전반에 정치불신과 냉소주의가 만연해 있다. 그렇다면 정치변화를 향한 국민들의 기대와 이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정당들의 독선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정당구조와 인적 구성,정당간 세력분포,정치문화 등 여러 요인이 작용한 것은 분명하다.그러나 기본적으로 수도권 외의각 지역이 다분히 특정 정당에 독점되어 있고,전국적으로는 기존 정당에 과점되어 있는 정치현실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이다. 정치시장이 독과점 체제라면 소비자인 유권자는 제한된 선택을 할 수밖에없다.따라서 공급자인 정당은 정치의 품질개선이나 새로운 상품을 개발할 필요성을 별로 느끼지 못하게 된 것이다.낡은 기성정치인의 퇴출운동은 독과점 시장의 문제중 일부를 부각시켰다는 점에서는 성공한 듯하나 선거법 불복종운동으로 전개될 경우 정치적 파장은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따라서 아래로부터의 변혁운동의 한계점을 근거하여 대안을 찾아볼 필요가 있겠다. 먼저 현재 전개중인 낙천 낙선운동은 여기에 투입하는 비용에 비하여 효과는 상대적으로 미미하리라 전망된다.우리 정치는 변해야 하고 정치개혁은 정당구조와 행태,그리고 정치시장의 구조와 환경의 변화를 수반해야 한다.그러나 소수를 대상으로 한 낙선운동은 정치개혁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지않는다. 반면에 낙선운동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이 우려되고,사실에 근거하지 않은의혹이나 음모설에 정치권 전체가 휘말릴 수 있으며,정당의 지역주의가 강화될 소지도 배제할 수 없다.또한 불복종 운동의 합법성 여부가 정치쟁점으로부각되면서 공권력의 행사가 뒤따른다면 양심수를 양산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결국 정치불안이 조장되고,정치민주화에 역행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그렇다면 시민단체들은 한국 정치개혁의 내용을 모색하고 여론을 조성함으로써 정치권이 변하지 않을 수 없는 운동을 전개하는 것이 안정적인 개혁을추구하는 방법으로 보인다.시민단체 활동이 정책의 문제나 대안제시에 초점을 맞출 때 민주주의는 공고화된다. 현재 전개중인 정치변혁운동은 아직도 정치의 틀과 절차가 제도화되지 못한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광범위한 국민적 합의에 근거한 정치질서의 창출이당면 과제임을 우리 모두 인식할 필요가 있겠다. /류승남 국민대 교수 .행정학
  • [다시 뛰는 아시아경제](4)재도약 발판 갖춘 필리핀

    한국,태국,인도네시아와 함께 아시아 전역을 홍역처럼 휩쓴 극심한 금융·외환위기를 겪은 필리핀도 지난해에는 충격에서 무사히 벗어난 것으로 드러났다.국내외 평가가 이를 입증한다. 우선 필리핀 정부는 경제가 예상보다 빨리 지난해 플러스 성장으로 반전했다고 밝혔다.펠리페 메달라 사회경제계획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에서 필리핀 경제가 4·4분기 호조에 힘입어 3.2% 성장했다고 발표했다.전문가들 예상(2.8%)보다 높고 정부의 전망범위(3.0∼3.5%)안에 있는 것으로 목표달성이라는 평가를 받는 성장률이었다. 일본의 경제연구소(IDE)도 1998년 0.5% 후퇴했던 필리핀 경제가 지난해 3.1% 성장한 것으로 평가해 필리핀 정부의 자체평가가 개연성을 갖췄음을 뒷받침했다. 경제호전은 각종 경제지표에서 확실히 드러난다.1998년 연간 10.8%나 뛰었던 물가는 한해 뒤 절반을 조금 넘는 6.9% 상승에 그쳤다.무역수지는 10억달러 가까운 흑자를 기록했다.외환보유고도 목표치보다 10억달러나 많은 150억달러에 달했다.소폭이지만 환율도 1998년 달러당 40.0페소에서 지난해에는 38.9페소로 떨어졌다. IDE는 경제호전의 원인을 국제통화기금(IMF)과의 협조 아래 시행된 재정정책에서 찾고 있다.IMF는 금융위기를 겪던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에 내렸던동일한 처방,즉 재정적자 증대를 통한 경기부양을 필리핀에 권고했고 필리핀도 이를 따랐다.재정지출은 1999회계년도에 전 회계년도보다 14%나 증가했다.이는 인프라 확충 등에 투입돼 경기부양에 쓰여졌다. 금융·기업부문의 체질 강화도 일조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은행의 대손충당금 기준 상향조정,여신심사 강화,필리핀국립은행(PNB)의 민영화도 추진됐다. 아울러 국내총생산(GDP)의 20%를 담당하고 있는 농업부문의 생산증가도 상당한 기여를 했다.1997년 장기간의 가뭄과 뒤이은 태풍으로 흉작을 기록,6.6%나 뒷걸음질쳤던 농업부문은 지난해 별다른 재해없이 보내 7.4%나 성장했다.더욱이 아시아 각국들의 전자제품 소비가 늘면서 전자제품 및 부품 수출도19% 증가했다. 투자은행인 J.P.모건의 지역전문가인 데이비드 페르난데스씨는 “중요한 것은 회복의 확산”이라면서” 농업만이 필리핀 경제의 유일한 견인차는 아닌게 분명해졌다”고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필리핀 경제의 체질은 여전히 허약하다.제조부문이 특히 그렇다. 제조부문은 99년 4·4분기 11.7%나 위축됐다.크리스마스 소비시즌에도 불구,소비가 재고품 소진에 그쳤을 뿐 신제품 소비로 연결되지 못한 탓이다.한마디로 내수기반이 취약하다는 뜻이다.제조부문이 개선되지 않으면 농업 및 서비스 부문 성장률이 상쇄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다. 개혁의 속도가 뒤따르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전력산업과 증권업 개혁법안이국회에 계류중인지 오래다. 정실인사 비난을 받고 있는 조지프 에스트라다정부는 수사당국에 주가조작 혐의를 받는 기업들에 대한 조사를 중단하도록지시했다는 설도 나온다.올해 4∼5%의 성장을 이룰 것이란 에스트라다의 장담에 실무자들이 회의적 반응을 나타내는 근거다.때문에 이대로 가다가는 올해도 투자적격 등급으로 승격하기는 요원하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박희준기자 pnb@ * 에스트라다대통령 '라모스 경제개혁'결실 딴 행운아 아시아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98년 취임한 조지프 에스트라다 필리핀대통령(62)은 한마디로 ‘행운아’다.라모스 전 대통령이 시작한 경제개혁이 뒤늦게 효과를 거두면서 필리핀이 37년만에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에서 벗어나게 했다는 경제적 업적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필리핀은 62년 이후 20여차례나 IMF 구제금융을 지원받았지만 아시아의 금융위기가 터지기 직전 IMF 구제금융 지원을 졸업할 예정이었다. 그러던 것이 태국에서 금융위기가 터지는 바람에 다시 14억달러를 지원받으며 IMF로부터의 졸업이 미뤄졌다.그러나 에스트라다의 취임 이후 재정지출을통한 경기부양책이 성공을 거두면서 경제가 빠른 속도로 회복세를 보여 IMF지원대상에서 벗어나게 됐다. 에스트라다의 최대 업적이라면 대외신인도를 높였다는 점.국가신인도의 하락을 부채질하던 필리핀항공의 노사분쟁을 그가 원만하게 타결시킨 덕분이다.과격 투쟁을 벌여오던 필리핀항공의 노조측에 최대 다수의 최대 이익을 고려하는 대승적 차원에서 판단하라며,10년 동안 파업권리를 포기하라는 경영진 요구를 받아들이도록 설득함으로써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냈다. 하지만 에스트라다 대통령은 이같은 업적과는 별도로 취임 이후 갖가지 기행(奇行)으로 구설수에 올랐다.국기 게양식에서 왼손을 가슴에 얹어 국기에대한 경례를 하다 갑자기 오른손으로 바꾸는 해프닝을 벌였다.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전 부총리 체포와 관련,말레이시아 정부에 공개적으로 유감을표했다가 도밍고 시아손 외무장관이 급히 “대통령의 사견이었다”고 불을끄는 일도 있었다. 그는 특히 정실(情實)인사로 비난을 받아오다가 최근 마닐라 증시의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검찰에 수사 중단을 지시했다는 좋지 않은 소문도 돌고 있다.이제 겨우 회복의 길로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취약하기만 한 필리핀의 경제기반을 그가 어떻게 단단히 다져놓을 지에 따라 대통령으로서 에스트라다의공과(功過)가 가려질 것이다. 김규환기자 khkim@
  • [김삼웅 칼럼] 한국적 ‘보수’의 탈을 벗기면

    인간의 심성은 에덴동산 이래로 보수와 진보의 양면성을 간직해왔다. 신의계율을 어기고 금단의 과일을 탐낸 이브가 진보적 경향을 표현했다면 아담은안전과 안정을 존중하는 보수적 경향을 나타냈다고 할 수 있다. 시인 에머슨은 인류를 과거에 집착하여 추억에 잠기는 보수파와 미래를 바라보며 희망을 설계하는 진보파로 분류했다. 로렌스 로웰은 좀더 세분하여△급진파=현상에 불만이며 개혁에 낙관적인 집단 △자유주의파=현상에 만족하되 개혁의 가능성을 신봉하는 집단 △보수파=현상에 만족하며 개혁의 가능성을 부인하는 집단 △반동파=현상에 만족하지 않을 뿐 아니라 개혁에 대해서도 비관적인 집단으로 분류했다. 인간사회는 복잡하고 다양하다. 따라서 보수와 진보 역시 다양한 배합을 이루면서 존재한다. 반동주의와 급진주의를 양극으로 하여 그 중간에 보수주의와 진보주의가 스펙트럼의 색(色)과 같이 상이한 여러가지 색조를 띠고 배열해 있다. ‘반동’과 ‘급진’이 현상의 과격한 변화를 희구한다면 보수는온건한 ‘현상고집’이고 진보는 온건한 ‘변화갈망’을 추구한다. 그래서 에머슨은 “각자가 중요한 절반이다. 그러나 어느것도 전부가 될 수 없는 절반이다. 각자가 상대방의 잘못을 폭로하고 있으나 참된 인간이기 위해서는 양자는 결합하지 않으면 안된다”라고 지적했던 것이다. 한국사회에서 크게 왜곡된 현상중의 하나는 보수주의라는 이념체계와 보수를 자처하는 사람들의 실체다. 언제부터인지 변종된 보수주의라는 이데올로기가 우리 정치의 주인 노릇을 하며 안방을 차지해왔다. 카를 마르크스가 살아나 북한공산주의의 실상을 지켜보면 기절할 것처럼 ‘보수주의 성서’라는 ‘프랑스혁명의 성찰’을 쓴 버어크가 살아나 한국적보수주의의 정체를 알면 역시 기절할 지 모른다. 보수주의라는 이데올로기적 의미와 사회심리학적 의미가 지나치게 왜곡되었기 때문이다. 이승만정권 이래 독재정권을 떠받들며 정치 경제적인 특권을 누려온 세력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는 포장용으로 ‘보수’를 차용하면서 보수주의는보신주의(保身主義)로 변용되었다. 이들은 한국전쟁과 냉전체제를 겪으면서체질화된 국민의 보수심리에 편승하여 민주인사나 통일운동세력 그리고 개혁인사들을 급진주의 또는 좌경으로 매도하면서 왜곡된 보수이념의 독점지배체제를 구축해왔다. 그러다 보니 정치인들이 ‘살아남기 위해’너도나도 보수의 간판을 달게 되어 ‘유사(類似)’보수의 경쟁이 벌어지고 사이비 보수세력은 걸핏하면 색깔론으로 상대적 진보 또는 개혁세력을 용공으로 몰면서 기득권에 철망을 쳤다. 그동안 사이비보수세력은 군사정권과 결착하여 학계 언론 재벌 금융 산업정보를 장악하여 한국 사회를 자신들의 ‘입맛’대로 요리했다. 남북긴장,지역갈등, 권언유착, 정경유착으로 지배구조를 강고하게 구축해왔다. 이들은 민주주의를 압살하면서 ‘자유민주주의’를 내세우고, 소수재벌 중심의 특권경제 체제를 만들고는 ‘산업화 주체’로 자부하고, 끝없이 남북대결을 부추기면서 ‘민족주의 세력’으로 행세한다. 보수언론·보수지식인들의 여론조작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것이 오늘 우리의 이른바 보수주의 또는 보수세력의 정체이고 실상이다. 한국적 비극이고 소극(笑劇)이다. 이제 위장된 보수세력은 그 이념과 행위에 걸맞는 ‘수구’의 본명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보수주의의성장을 촉진하는 길이고 보수주의 이념체계를 정립한 버어크에게 속죄하는길이기도 하다. 보수주의(conservatism)의 어원은 Conservar 즉 ‘건저내어 유지한다’는뜻이라 한다. 여기서 보수라면 ①보수할만한 가치가 이미 존재한다는 것과②그 가치있는 것에 대한 위험이 또한 박두했거나 조성되어 있을 때 가능하다. 그렇다면 한국의 사이비 보수세력에게 ‘보수할만한’가치는 무엇인가. 기득권과 보신 이외의 아무것도 없다. 정치개혁은 사이비 보수정치, 위장된 보수언론의 탈을 벗기는 작업부터 시작해야 한다. 국민의 80%이상이 지지하는 시민단체의 정치개혁을 시대착오적인 음모론과 배후설을 제기해 본질을 흐리는 ‘사이비 보수’의 본질을 혁파하지 못하고는 어떤 개혁도 불가능하고 자칫 그들로부터 ‘좌경급진’으로몰리게 된다. 김삼웅 주필
  • 『지적 사기』佛현대철학 논리 허구성 질타

    현대 프랑스 철학들이 과학을 남용한 사례를 낱낱이 분석하고 비판한 ‘지적사기’(민음사)가 출간됐다.저자는 뉴욕대학 물리학과 교수인 앨런 소칼과 벨기에 루뱅대학 물리학과 교수인 장 브리크몽.현대 프랑스 철학에 대해 전면적 선전포고를 하고 있다. 이들은 프랑스 철학자들의 사상은 한마디로 ‘엉터리’라는 것.라캉과 보드리야르,크리스테바,들뢰즈 등 지식인은 과학적 개념을 차용하면서 원래의 맥락과 다르게 쓰거나 개념의 정확한 규정 없이 전문용어를 함부로 사용하고있다고 비판한다.한마디로 ‘약좋다고 남용’하는 셈이라고 꼬집는다. 저자들은 먼저 프랑스 철학자의 과학 남용 사례를 열거한다.라캉의 경우 수학,특히 위상학과 정신분석학을 연결하려는 시도를 보이고 있으나,결국 자신의 지식을 과시하고 의미가 결여된 문장을 조작하는 데 그치고 있다고 평가한다. 또 카오스 극한 카디널이론 양자역학을 담은 들뢰즈와 가타리의 저서는 과학용어를 숱하게 쓰고 있으나 논리성이 없고 문맥에 맞지 않는다고 결론 내린다. 저자들은 이어 이들 철학자들은 현대과학의 이론경향인 ‘포스트모던 과학의 인식론적 상대주의’를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으며,오히려 과학을 신화나이야기,사회적 구성물로 전락시키는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고 비판한다. 예컨대 과격한 상대주의를 정당화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이론을 전개하는 증거가 부족하고 관찰의 이론 의존성 등과 같은 과학철학의 주제가엉뚱하게 ‘악용’되고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은 전체적으로 프랑스 철학자들이 과학용어를 신비적이고 애매하게 구사해 사고를 오히려 불명료하게 만들고 있다고 혹평한다.값 1만3,000원. 정기홍기자 hong@
  • [장윤환 칼럼] 국민의 시대, 국민의 힘

    선관위가 시민단체들의 ‘낙천·낙선운동’을 선거법 위반으로 유권해석해서 자칫 정면충돌로 치닫게 될 뻔 했던 시민단체와 실정법간의 갈등에 숨통이 트이게 됐다.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19일 “시민단체의 선거활동 보장요구는 국민의 뜻으로 봐야 하며 이를 법률로 규제할 수는 없다”면서 “법률은 국민주권을 옹호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말해 선거법을 대폭 손질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기 때문이다.김대통령은 또 “21세기는 참여민주주의,직접민주주의로 가는데 이를 제약해서는 안되며,시민단체의 선거활동 금지는권위주의적 발상에 기초한 것’이라고 지적하고,“과거 4·19나 6월항쟁도당시 실정법에는 저촉됐지만 국민 의사에 의해 정당성이 입증됐다”고 덧붙였다.전폭적으로 공감이 가는 ‘역사인식’이라서 더이상 보탤 말은 없다. 정치권은 시민단체의 선거활동을 금지하고 있는 선거법 87조를 폐지하거나개정하기로 일단 합의했다.그 조항이 국민의 알 권리와 참정권을 제약하고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노조와 여타 시민단체와의 형평성 문제를 야기하는등 위헌의 소지가 있기 때문에 폐지돼야 한다는 국민들의 거센 주장에 밀려서다. 그러나 87조가 폐지되거나 개정되는 것으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선관위가 시민단체들의 낙천·낙선운동을 선거법 58조의 사전선거운동으로 보고고발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민단체들은 87조 폐지에만 신경을 쓰다가 58조라는 복병을 만난 셈이다. 정치권은 58조에 대해서는 요지부동이다.사전선거운동을 규제하지 않으면 선거가 난장판이 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공익성을 등진 어중이 떠중이의 선거개입은 각성된 국민의 힘으로 충분히 제압할 수 있다.시민단체들의 선거활동을 가로막는 선거법 조항은 58조 말고도 선거기간을 규정한 59조도 있다. 시민단체들은 선거법 독소조항을 개정하기 위한 ‘범국민 서명운동’에 나설 것이라고 한다.김대통령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지금은 참여민주주의와 직접민주주의가 강조되는 ‘국민의 시대’다. 그리고 과거 오랜 독재와의 투쟁을 통해 국민들의 민주적 역량도 튼실하다. 그런 국민들이 ‘불복종운동’까지 벌이겠다는 마당이다.시민단체와 공권력의 불필요한 충돌을 막기 위해 정치권이 나서서 시민단체의 선거활동을 보장할 수 있도록 선거법을 대폭 손질해야 한다. 당장 공천을 따내는 데만 골몰하고 있는 정치인들이 알아야 할 사실이 있다.‘시민단체의 낙천·낙선운동’을 주제로 다룬 한 텔레비전 토론프로는 현역 정치인들에 대한 국민의 생각을 말해주는 새로운 유행어를 만들어 냈다. 한 시청자가 팩스로 보낸 “쓰레기를 분리수거하자”는 주장이 전파를 탔기때문이다.현역 국회의원 중에서 그나마 재활용이 가능한 사람만 골라 ‘분리수거’하고 나머지는 몽땅 폐기처분하자는 주장이었다.‘쓰레기 분리수거론’은 다소 과격한 주장이나 시청자들의 공감 속에 유행어가 됐다. 시민단체들은 지금 국민의 힘을 바탕으로 구시대적 정치인들을 쓸어내고 새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정치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양식있는 정치인들은 쓰레기가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선거법 개정을 서둘러야한다.‘국민의 힘’은 이미 현실로 작용하고 있다. 장윤환 논설고문yhc@
  • [새 정치문화를] (5)새인물 수혈

    16대 총선을 앞두고 ‘새 인물’에 대한 열망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이러 한 분위기에 따라 연령과 경력이 다양한 ‘정치신인’들이 저마다 ‘전문성 ’과 ‘참신성’을 내세우며 기성정치인에게 도전장을 내고 있다. 이들이 내세우는 공통된 주제는 ‘새 정치,새 인물론’이다.‘새시대에 걸 맞는 새로운 정치 구현’이 정치 입문의 변이다. 총선에서 약 40∼50% 정도의 물갈이가 예상되는 것도 이들의 기대를 부풀게 하고 있다.6일 마감한 민주신당 2차 조직책 공모에 233개 지역에 1,258명이 지원,평균 5.4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물갈이 폭이 다른 지역에 비해 클 것 으로 예상되는 호남지역의 경쟁률은 8대1에 육박했다.이는 결국 새 인물을 바라는 국민들의 기대감과도 맥이 닿아있다. ‘새 인물’‘새 정치’에 대한 국민의 기대는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국민회의의 경우 당선 안정권에 들어 있는 현역의원의 상당 수가 지난 15대 때 물갈이된 초선의원들이다.반면 중진의원들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교체 요구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80%에 가깝다. 따라서 ‘물갈이’‘새 정치’‘세대교체’는 16대 총선의 중요한 화두들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산술적인 의미의 물갈이만으로 ‘새 정치’를 실현하기 어렵다는 지 적이다.지역주의에 뿌리를 둔 당리당략적 정치환경이 극복되지 않고서는 세 대교체의 의미를 살릴 수 없다는 설명이다.15대 총선에서는 신선한 이미지로 당선됐으나 곧 구태정치의 계승자로 변모한 경우가 많은 것도 우리의 척박 한 정치풍토와 연관이 있다. 따라서 물갈이 추진과 병행해 제도개혁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새천년 민주당 이재정(李在禎)총무위원장은 “새로운 인물을 수혈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민주주의에 걸맞는 제도적 틀을 마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인물 교체와 함께 정치의 틀을 고치는 작업을 병행해야한다는 주문 이다.16대 국회에서는 악화가 양화를 구축할 수 없게 전면적 물갈이가 이뤄 지도록 제도적 뒷받침을 하자는 과격한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정치개혁 시민연대 김석수(金石洙)사무처장은 “바른 정치를 하겠다는 생각 을 가진정치인들이 여야를 막론하고 많이 정치권에 들어올 경우 새 정치 실 현 가능성은 그 만큼 높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전문성을 지닌 참신한 신 인들이 대거 정치권에 유입되면 자연스럽게 구태 정치는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물갈이론이 대세를 형성하고 있는 가운데 ‘정치신인’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줄서기’와 ‘상대 흠집내기’로 눈쌀을 찌푸리게하는 사람도 있다 .한 의원은 “젊다고 다 신인이 아니다.기성 정치인들의 구태를 능가하는 경 우도 있다”고 개탄했다. 시민단체에서는 원내활동이 부진한 의원,결함이 있는 후보들을 대상으로 낙 선운동을 전개할 움직임을 보이는 등 정치신인들에게 좋은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이것만으로 부족하다.‘새인물’‘새정치’를 궁극적으로 실현하기 위 해서는 총선 투표장에서 유권자들의 현명한 판단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다. 강동형기자 yunbin@
  • 金대통령, 새해 첫 국무회의 지시 안팎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4일 새해 첫 국무회의에서 ▲부패 없는 깨끗한 사회 구현 ▲공명선거 실현 ▲금융·기업·공공·노사등 4대 개혁의 지속적인추진을 강조했다.신년사에서 크게 강조하지 못한 대목을 국무회의를 통해 제시한 셈이다. 김대통령은 먼저 개혁은 시대와 국민의 요청이라며 “속도와 모험심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이어 “주변환경의 변화에 적응하고 앞서가겠다는 결심과노력이 필요하다”며 “개혁은 과격한 것이 아니라 시대요청에 맞게, 변화에 맞춰 미래지향적으로 가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또 개혁을 원하는 국민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국무위원들과 공직자들의결의와 의지를 촉구했다.이 연장에서 부정부패 척결을 통한 ‘깨끗한 사회원년’의 의지도 피력했다. 김대통령은 또 “국민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지난해에는 경제회복이 국민들의 가장 큰 소망이었지만,올해는 분배문제에 관심이 크다”며 국가적으로 대처할 것을 주문했다.“분배도 IMF 이전 수준으로 회복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통령은 국제신용평가기관들이 국가신용 등급을 상향 조정하면서 지적한 재벌개혁과 정치안정을 인용,지속적인 4대 개혁을 촉구했다.그러나 개혁의 성격은 달랐다.“지난해에는 외형적인 개혁이었다면,올해는 서비스와 제품 개선,연구개발비 투자 확대 등 질적인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 김대통령은 이 바탕 위에서 노사평화가 자리잡는 한 해가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최근 실시된 서울 지하철 노조위원장 선거를 “반가운 소식”이라며실례로 적시했다.김대통령은 “초대 위원장이 다시 당선됐다는 보도를 봤다. 과거의 투쟁방식은 바람직하지 않고,노사가 협력해 노조의 권익을 찾자고 공약했다고 한다”고 전하고 “기업이 망해가는데 임금만 올려서는 안된다”고덧붙였다. 대화하는 노사문화를 이루고,이익에 대한 공평한 분배가 이뤄져야 한다는게 김대통령이 생각하는 신노사문화의 핵이었다. 양승현기자 yangbak@
  • [여론조사] 사회분야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문제,교원정년 단축 문제,시위진압시 ‘무최루탄’ 방침 등 3개 현안에 대해 의견을 물은 사회분야에서는 당사자들의 일방적인 찬반 주장과 달리 국민들은 대체로 현 정부의 정책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지난 연말 노조전임자에 대한 임금지급 문제에서 비롯된 노사갈등에대해서는 노사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의견이 54.3%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사용자가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응답은 19.8%로 ‘노조가 지급해야한다’고 답한 10.4%에 비해 2배 가까이 높았다.지역별로는 부산·경남(30.1%)과 서울(21.3%)지역에서,직업별로는 블루칼라(25%)와 화이트칼라(23.6%)종사자집단에서 사용자가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교원정년 단축에 대해서는 62세로 낮춘 것을 그대로 두어야 한다는 의견이41.2%로 가장 높은 가운데 오히려 더 낮춰야 한다는 의견도 27.4%나 됐다.65세로 환원되어야 한다는 의견은 24.9%, 63세로 한 살 올려야 한다는 응답은5.3%였다.요컨대 교원정년 단축에 대한 찬성의견이 68.6%로 반대의견 30.2%에 비해 두배 이상 높았다.교원정년을 65세로 환원해야 한다는 교원들의 요구가 젊은 교사들에 의한 교육개혁을 기대하는 국민들에게는 집단이기주의정도로 비쳐지고 있다는 뜻이다. 현 정부가 시위진압때 최루탄을 사용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50. 6%가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는 가운데 ‘상황에 따라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이 33.6%,‘최루탄을 써서라도 과격시위는 막아야 한다’는 응답이 14. 8%였다.더디더라도 민주적인 방법으로 질서를 유지하겠다는 정부 방침을 지지하되 불법 과격시위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할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도만만치 않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인철기자 ickiw@
  • 소록도에 희망의 새천년 연다

    소록인들이 새천년에 던지는 화두는 ‘인간다운 삶,베품과 나눔의 삶’이다.병마와 고통은 묵은 천년에 날려버리고 희망과 약동의 새 천년을 기약한다. 전남 고흥 녹동항에서 뱃길로 5분 거리의 소록도(小鹿島).이름 그대로 어린 사슴모양을 하고 있다.그러나 바로 이곳에 20세기 한국 근·현대사가 응축돼 있다.문둥병으로 불리는 한센병 환자들의 가난,고통,한숨 속에는 식민지시대,6·25,5·16 이후의 간척사업 등 우리가 걸어온 지난 100년간의 오욕과격동의 역사가 짙게 새겨져 있다. 일제는 83년 전인 1916년 이곳에 자혜의원을 개설하고 나환자 집단수용에나섰다.그러나 환자들은 치료보다는 멸시와 질시,굶주림,강제노역 등 인간이하의 삶을 살아야 했다.섬 안 곳곳에 남아있는 단종대(斷種臺),감금실,감시초소,일제 신사,중앙공원 등이 이를 말해준다. 한때 6,400여명이었던 소록도 원생은 이제 900여명으로 줄었다.고령으로 유명을 달리한 데다 치료약의 개발로 한센병이 정복됐기 때문이다. 이들의 삶은 20세기라는 터널을 지나면서 음지에서 양지로 나왔다.다리 밑움막에서 손가락질을 받으며 살아왔으나 이제는 소록도 같은 병원 또는 정착촌 등에서 치료와 간호를 받는다. 이제 형극의 질병은 가는 세기와 함께 사라지고 새로운 21세기는 이들에게더이상 삶의 멍에가 되지 않는다. 소외당해온 이들이 인간적 삶을 찾게 된 것은 의학기술의 진보도 있었지만소록도 식구들의 헌신적인 사랑,고통과 슬픔을 함께 나눔과 희생도 이들의생활을 바꾸는 데 큰 몫을 했다. 20대 꽃다운 나이에 이곳에 온 벽안의 오스트리아 수녀 마리안느 스퇴거는이제 반백의 할머니(64)가 됐다. 소록도에서 37년 동안 무료 봉사활동을 해온 그녀는 올해 호암상 사회봉사상으로 받은 상금 1억원을 한센병 환우(患友)들을 위해 내놨다. 32년을 소록도병원에서 일해오며 나이팅게일상을 수상한 박경자 간호과장(55),아산사회복지재단으로부터 간호봉사상을 받은 김이화(44)간호사 등은 봉사와 희생의 증인들이다.마리안느 수녀는 새천년은 소외당하고 불우한 이웃들에게 따뜻한 사랑을 나눠주고 봉사의 손길도 많아져 더불어 함께 사는 사회가 되기를 간절히 기원했다.소록도의 2000년은 이제 사랑과 봉사와 소망의한해로 이들에게 다가오고 있다. 소록도 임태순기자 stslim@
  • 평론가 정효구, 박노해에게 띄우는 편지

    문학평론가 정효구(충북대교수)는 시인 박노해를 직접 만나본 적이 없다고 한다.박노해와의 ‘문학적 거리’ 또한 매우 멀고 먼 곳에 있다.그럼에도 그동안 박노해의 시에도 꾸준한 관심과 애정을 가져왔다고 한다.평론가로서 가능한 한 다양한 시각에서 한국 시를 바라보려고 애써온 결과다. 그런 정효구가 박노해가 새로 펴낸 시집 ‘겨울이 꽃핀다’(해냄)의 해설을썼다.‘겨울…’은 ‘얼굴없는 시인’이라 불리우는 계기가 됐던 84년의 ‘노동의 새벽’,93년 옥중에서 쓴 ‘참된 시작’ 이후 7년만에 내놓은 박노해의 세번째 시집이다. 시집의 말미에 붙는 해설이란 시인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사족에 불과할 때도 없지않다.그러나 정효구의 글이 눈길을 끄는 것은 이례적으로 상당 부분을 시인과 세상 사람들에게 보내는 권고에 할애했기 때문이다. 그는 무엇보다 출감 이후 박노해에게 과격한 비난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데우려했다.건전한 비판은 적고 난폭한 공격이 대부분인데,따뜻한 상생의 비판이 아닌 냉소적인 살생의 비판이 그에게도 적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박노해에게 “지금까지의 삶이 너무나도 무거워 보였다”면서 간곡하게 충고하고 있다.세상의 평가나 비판에 연연해하거나 흔들리지 말고 오직 스스로의 뜻에 따라 고독하나 자유로운 모습으로 천천히 그러나 또렷하게,소중한 자신만의 길을 창조하며 나아가라,그리고 가끔은 소시민처럼 자유분방하게 작은 재미도 누려보라는 것이다. 세상사람들에게는 “박노해에게 무엇을 너무 조급하게 요구하거나 충고하기보다 그가 보여준 성실성과 투지력과 순결성을 믿으면서 우리 모두가 좀 느긋한 심정으로,격려하는 마음을 잃지 않으면서,지켜보자”고 권유했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박노해를 기다려주어야 하는가.정효구는 이렇게 설명한다.‘전향’ 이후 박노해는 포용과 상생의 시대를 꿈꾸고 있다.대립과 투쟁의 시대를 거치지 않았다면 의심스러울지 모른다.그러나 그는 이런 과정을 거친 만큼 신뢰할 만하다.또 그의 시는 사회와 역사의 장을 건너서 자연과우주의 장으로 확대되고 있다.그동안 발견치 못했던 삶의 다른 한 축을 탐구하는 것 역시 바람직스러운 성숙의 길이다.그런가하면 새 시집에서는 ‘긍정을 통한 부정으로/오늘 다시 시작하자’(패배 메시지)고 노래했다.부정보다긍정을 먼저 택하겠다고 역설하고 있는 만큼 지켜볼 만한 가치가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서동철기자
  • [대한광장] 개혁적 자유주의자들의 소망

    한국에서 세계화와 개혁의 담론은 문민정부에서 비롯되었다.당시 김영삼 대통령은 세계화 시대의 도전에 대한 대응으로 개혁만이 살 길이라는 분명한방향을 제시하였다.그러나 문민정부의 개혁작업은 그 정부의 태생적 한계성때문에 개혁을 주도적으로 추동하는 세력의 결집 부재와 반개혁 세력의 저항으로 개혁은 중도 하차하고,국가의 총체적 위기만을 자초하였다. IMF의 국가 위기를 고스란히 떠맡은 국민의 정부는 4대개혁과 구조조정에혼신의 힘을 다 쏟아 IMF 국난을 기적적으로 극복하는 데 성공했다.이제 겨우 경제가 되살아나 성장 잠재력을 회복하고 있다.그러나 발등의 불이 꺼지고 나니 사회 모든 영역에서 제몫 챙기기의 전환기적 혼란이 가중되고 있어살려낸 경제 전망도 낙관을 불허하고 있다. 이에 국민의 정부는 개혁에 모든 것을 걸고 개혁에 따르는 혼란과 진통에동요하지 않고 세계 일류국가 건설을 위한 중단없는 지속적 개혁의지를 다지고 있다.그러나 개혁의 당위성과 그 실질적 효과는 옷로비를 비롯한 여야의무한대의 대결정국으로 가려져일반국민의 대부분은 개혁의 진정한 목표는무엇이며 개혁 주도세력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으며 누구를 위한 개혁이냐고사뭇 냉소적인 반응이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진정 한국에서 개혁정권이 성공해야 우리 역사상 처음으로 한국 사회가 보수경화증에서 탈피,미래를 향해 전진할 수 있다는 소박한 꿈이 실현될 수 있다고 믿는 ‘개혁적 자유주의자’들의 목소리도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그들은 우리 사회가 근대성을 완성하지도 못하고 또 탈근대의 다양성을 수용하지 못하여 머뭇거리고 있는 것은 근본적으로 해방 후우리 역사가 개혁적 자유주의자들을 소외시킨 데 있다고 믿고 있다. 한국의 헌정 50년사는 언제든지 개혁을 반대하는 보수 주류에 가담한 보수세력에 손을 들어줘,자유로운 국민의 정치생활이 보장되는 근대성을 지향하는 개혁적 자유주의자들의 신념은 현실적인 힘을 장악한 보수세력 앞에서 꽃을 피워보지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그들이 숨을 쉴 수 있는 공간은 늘 닫혀진 상태였다. 역사상 개혁적 자유주의자들은 어느 나라에서나 늘 과격한 방법을 멀리하고 합법적인 과정을 지키면서 그들의 이상을 실현하여 그 결실을 가져오려고노력하였다.서양에서 개혁적 자유주의자들의 신념과 이상을 실현한 나라는어려움 없이 근대성을 성취하였고,역사에서 개혁적 자유주의자들의 신념이좌절된 나라에서는 강력한 현실주의와 물질주의가 뒤따라 전 사회의 이성적,정신적 힘이 무력해져 진정한 근대성의 성취는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였다. 즉,역사의 발전을 지체시킨 것이다. 한국 정치사에서 개혁적 자유주의자들은 제2공화국에 기대를 걸었다.제2공화국의 정신은 분명 자유였다.그러나 그 당시 우리 국민에게는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를 옹호하는 의무가 결여되어 있었다.자유를 지키기 위하여 제2공화국을 적극적으로 수호하고 옹호한다는 확신과 의무가 없었던 것이다.그래서 제2공화국에서 한꺼번에 만개된 자유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멀어지자 군부 정치세력은 젊은 공화국에 반기를 들었다.공화국에 반기를 든 세력은 공화국의 민주주의는 서구 민주주의이지 한국적 민주주의가 아니라고 반대하여 한국 민주정치는 그 뒤 30여년 동안 군사독재 정치를 경험,개혁적 자유주의는 꽃을 피우지 못하였던 것이다. 국민의 정부 출현으로 그들 이상의 터전인 민주주의는 이제 막 정착과 내포적 심화 단계에 이르렀다.따라서 한국에서 개혁적 자유주의자들의 희망은 개혁정권의 성공에 달렸고,그 대신 개혁정권은 문민정부 개혁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개혁적 자유주의자들의 대안을 실현하고 적극적 지지와 참여를 제도화하는 것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白京男 동국대 사회과학대학장]
  • [굿모닝 새천년] (17)남녀의 性평등

    지난 8월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장명수씨가 한국일보 사장에 취임했다.그는 후배여성들에게 “자신의 꿈에 한계를 두지 말고 적극적인 삶을 살 것”을 당부했다.또 독일의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최근 특집기사에서 “21세기 지식정보화 시대를 향한 여성의 소리없는 혁명은 이미 시작됐다”고 선언했다. ‘다양성의 시대’라 일컬어지는 21세기.새로운 한 세기를 앞두고 남성과여성의 경계선이 무너지고 있다.미래학자들은 다음 세기는 남성 영역에 도전하는 여성의 시대,즉 ‘섬세함’과 ‘정교함’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여성들의 이같은 ‘장미빛 꿈’은 현재형으로 어느새 우리곁에 바짝 다가서 있다. 실제로 우리 사회는 여성을 인정해 발전한 사례가 수없이 많다.예컨대 미국의 워싱턴 포스트지가 획기적으로 발전한 배경이 여사장이 들어서면서부터였고 대처 전 영국총리는 ‘철의 여인’이란 별칭답게 고질적인 ‘영국병’을 치유했다. 그러나 여성의 사회진출에는 아직 많은 장애가 도사리고 있다.유엔여성회의가 최근 국제의회연맹(IPU)에서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179개국 의회에서 여성의 비율은 12.9%로 지난 95년의 11.3%에 비해 미미하게 늘어났다. 최근 유엔(UN)과 세계 각국은 이같은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극복하기위한 다양한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UN은 지난 45년 창설 이후 유엔여성차별철폐협약(CEDAW)을 채택하는 등 여성권리를 찾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펼치면서 ‘여성 해방운동’을 주도하고 있다. 한국도 지난 84년 UN에 가입한 이후 남녀고용 평등법,여성발전 기본법,영·유아보육법 등을 제정하는 등 정부차원의 여성 우대정책을 펴고 있다.여성학자들은 그러나 여기에 만족하지 않는다.다음 세기에는 가부장적 사회에서 굳어진 여성에 대한 편견과,남성과 여성의 역할에 대한 그릇된 고정 관념의 타파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더불어 국가차원에서 출산휴가,낙태 등 여성의 쟁점들에 대한 정책과 가정과 학교에서의 남녀 동등인식 교육도 우선돼야 한다고 말한다.이와 함께 그동안 평가받지 못했던 가사노동을 수치화해 여성의 역할을 사회적인 측면에서 인정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 여성민우회 이경숙씨는 “‘다양한 가치’를 추구하게 될 새 천년에는 여성의 능력을 인정하고 계발하는 정책을 우선하는 공정한 게임 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한국여성의전화 박영현씨는 “이제 여성들은 ‘여성의 의무’,특히 ‘모성’이란 이름으로 지워지는 양육부담을 덜어야 하며 남성들도 기존의 남녀가치관에서 벗어나 동등한 입장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그는 그러나 무엇보다도 여성 자신이 남성 위주의 사회관념의 틀을 깨 사회 참여에 적극 나서는 사고의 발상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정기홍기자 hong@ * * 한국사회에서의 여성 한국 사회에서 여성의 영역은 아직까지 그렇게 넓은 편은 아니다.유교적인사회 분위기도 그렇커니와 여성 자신의 노력도 만족할 만한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요즘 전통적인 남녀 관계에 큰 변화가 일고 있다.여성의 자아실현욕구가 분출되면서 여성들이 모든 분야에서 남성에게 거센 도전장을 내밀고있다. 최근 몇년간 각종 국가고시에서 나타난 여성돌풍은 이같은일면을 잘 보여준다.올해만 보더라도 사법고시에서 합격자 709명 가운데 여성이 전체의 17. 2%인 122명에 이른다.비율은 낮지만 한해에 100명 이상의 합격자가 나온 것은 사상 처음이다. 성의 평등화 바람은 젊은세대인 대학가에서 가장 세차게 불고 있다.그동안‘금녀의 지대’로 여겨지던 총학생회와 동아리연합회 회장 등에 올들어 여학생이 대거 진출했다. 이는 이념성과 투쟁성이 탈색되고 학생복지와 학내 민주화가 쟁점으로 등장하면서 ‘섬세한 정치기술’,즉 여성성이 중요한 덕목이 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연세대에서 지난달 학교사상 처음으로 여학생이 총학생회장에 당선된것도 이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연세대 사회학과 유석춘(柳錫春)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일고 있는 여권신장 흐름이 대학가를 중심으로 뿌리내리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우리나라 여성정책의 잣대가 되는 여성공무원 숫자도 완만한 증가 추세에있다.지난 97년에는 92만3,700여명 중 28.7%인 26만5,100여명에 이르던 여성공직자 수가 지난해에는 88만8,200여명중 29.7%인 26만3,800여명으로 1%포인트 늘었다.특히 국민의 정부 들어 1급이상 위치의 여성이 모두 7명에 이르는 등 여성파워가 막강해지고 있다. 그렇지만 아직 우리 사회는 여성이 활동하기에 편한 곳은 아니다.정계의 경우 여성 국회의원은 11명(3.6%)에 불과하다.광역의원도 41명(5.9%)이며 기초의원은 56명(1.6%)로 여성의 정치 참여율은 극히 낮은 실정이다.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은 상당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기업체에서 여성이사,사장 등이 탄생하면 사회의 주목을 끄는 현실도 여성의 지위가 열악함을 반증하는 사례이기도 하다. 따라서 앞으로 여성들의 의식변화,사회의 여성을 보는 시각변화 등이 꾸준히 이뤄져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정기홍기자 *밀레니엄 인터뷰-여성단체연합 申惠秀공동대표 “남녀평등을 공식적으로 부정하는 사람은 없습니다.그럼에도 가정이나 직장,사회에서 남녀차별은 여전합니다.이런 불평등을 해결할 열쇠는 호주제 폐지 뿐입니다” 여성의 권익 찾기에 앞장서고 있는 신혜수(申惠秀)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겸 여성의 전화연합 대표.그는 “21세기를 ‘여성의 세기’라는 분홍빛 수사로 부르기에는 아직 이르다”면서 ‘호주제의 폐지’가 이뤄져야 비로소 남녀평등의 단초가 열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호주제는 봉건적 부계혈통주의를 기본정신으로 삼고 있어,비뚤어진 남아선호사상을 확산시키고 여성의 자기비하를 유도하는 나쁜 효과를가져온다.아울러 역사적으로도 일제가 우리 민족을 관리하기 위해 도입한 반민족적 제도라는 점에서 철폐가 시급하다는 것이다.“호주제를 타파해야 여성의식이 봉건성으로부터 자유스러워질 수 있다는 상징성 때문에 호주제 철폐를 강조하는 것입니다” 신대표는 지난 87년 남녀고용평등법과 89년 가족법 개정,97년 가정폭력방지법 등 각종 법률의 제·개정에 힘써온 맹렬 활동가.그는 지금껏 한 일 가운데 가정폭력방지법 제정추진 범국민운동본부 집행위원장을 맡아 법률제정을이끈 것을 가장 보람있는 일로 기억하고 있다. “법률을 만들려면 서명운동에서 부터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이런과정에서 절로 홍보가 이루어지며 주변의 의식 변화도 가져올 수 있지요.따라서 호주제 폐지운동은 언뜻보면 기존 문화자체를 부정하는 과격한 것으로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남녀평등,즉 성의 인식을 바꿔가는 첫걸음이 되는것입니다” 그는 사회운동의 영향력 파급형태를 이같이 설명하면서 일례로 가정폭력에관한 사회의 인식변화를 들었다.가정폭력 문제의 경우 여성의 의식이 변화하면서 사회적인 이슈로 대두돼 법률 등에 새로운 규정이 반영됐다.그는 따라서 “여성들이 호주제 폐지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면 그만큼 여성의 시대도 빨리 다가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서울에서 열린 세계 비정부기구(NGO)대회에서 양성평등분과위원장을맡아 한국여성이 처한 현실을 세계에 알리는 데 힘을 쏟았던 신대표는 21세기를 맞는 여성의 자세에 대해서는 ‘섬세함과 합리성,참여’를 꼽았다. “보다 섬세하고,보다 합리적이며,인맥 등 연고주의로부터 자유로운 여성이 되어 경제·정치계에서 제몫을 수행할 때,우리 여성도 한국적인 사회문제에서 벗어나 세계속의 여성이 될 수 있습니다”허남주기자 yukyung@
  • 지구촌 연말연시 테러 비상

    ▲워싱턴 이슬라마바드 AFP AP 연합▲연말 연시를 맞아 미국을 비롯한 특정국가를 겨냥한 테러 기도가 잇따라 적발되고 있는 가운데 스리랑카 대통령이 테러로 중상을 입자 세계 각국은 테러방지 긴급대책마련에 들어갔다. 미국 수사당국은 19일 폭발물을 캐나다로 밀반입하려다 체포된 알제리인 아메드 레삼(32)을 조사한 결과 그가 시애틀의 신년 축하식에서 폭발물을 터뜨리려 한 사실이 밝혀내고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수사당국은 그의 배후에 지난해 케냐와 탄자니아 주재 미 대사관 폭파사건의 배후조종자로 알려진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회교과격파 오사마 빈 라덴이숨어 있을 것으로 보고있다. 파키스탄 당국도 국내 미국인들을 공격할 우려가 있는 아프카니스탄 국적의 테러용의자 200여명을 체포하는 한편 빈 라덴의 과격 추종자들을 적발하기위해 파키스탄 국제공항의 경비태세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고 이날 발표했다. 파키스탄 관계자들은 당국의 경계활동에 적발된 용의자들이 파키스탄내 미국소유 목표물을 공격하거나 다른 공격지로 가기 위한경유지로 파키스탄을이용한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터키 관영 아나톨리아 통신은 이날 쇼핑 몰과 선술집 등 터키내에서 3건의폭발사건이 잇따라 발생,관계당국이 범인 색출 및 비상경계 태세에 돌입했다고 보도했다. 독일 당국도 3명의 좌익 테러용의자를 체포하고 테러행위에 사용될 무기 및폭발물 은닉처에 대한 대대적인 수색에 나섰다. 앞서 요르단 정부는 지난주 아프가니스탄에서 훈련받은 테러분자 13명을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유고연방 코소보주의 오라하바치시에서도 카페 한곳이 수류탄 공격을 받아 1명이 숨지고 9명이 다쳤다.
  • 千容宅국정원장 발언 파장

    천용택(千容宅)국정원장이 비보도를 전제로 기자들에게 한 발언 내용이 한나라당 이부영(李富榮)총무와 정형근(鄭亨根)의원에 의해 공개되면서 ‘세밑 정치권’에 파문이 일고 있다.이때문에 정기국회 마감일을 하루 앞둔 17일예정됐던 본회의가 지연되는 등 진통을 겪었다.임시국회를 다시 소집,정치개혁 관련법을 처리할 것으로 여겨졌던 향후 정치일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천원장의 발언 파문은 16일 오후 이부영 총무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정치자금법 개정(97년 11월)이전에 당시 중앙일보 홍석현(洪錫炫)사장으로부터 한번 돈을 받았으며 홍사장은 이후에도 삼성그룹의 돈을 싸들고 왔으나대통령은 이를 거절했다”는 천원장의 발언을 공개하면서 시작됐다.이에 앞서 정형근의원은 국회 본회의 5분 자유 발언에서 천원장의 발언을 근거로 대면서 “국정원측이 나를 미행했다”고 주장했다. 여권은 천원장의 사의를 반려하는 등 파문의 조기진화에 나섰다.천원장 발언에 대해 ‘불법 정치자금은 받지 않았음을 강조한 것일뿐’이라고 그 의미를 축소했다.이같은 여권의 행보에도 불구,파문은 쉽게 수그러들 기미가 아니다.한나라당이 향후 정치 일정에서 주도권을 잡기위해 확전을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의 이같은 의도는 정형근의원이 국정조사에 출석하겠다고 밝힌 이후 이미 물건너 간 ‘언론문건 국정조사’를 끄집어 낸데서도 엿볼 수 있다. 마찬가지 이유로 야당은 천원장의 사퇴 권고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등 정치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야당측은 한편으론 새해 예산안의 회기내 처리를 다짐하기도 하는 등 ‘이중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그러나 ‘언론문건 국정조사’과 임시국회를 연계함으로써 선거법 처리를 위해 소집하는 임시국회의 일정 자체가 불투명해지게 됐다.따라서 24일 이전에 선거법을 처리하고 연내에 여야 총재회담을 개최,해가 가기전에 모든 정치현안을 털어버린다는 여권의 구상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는 연내 선거법 개정은 불가능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나오고 있다.이런 가운데 여권 일각에서 강경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야당이선거법 처리를 계속 거부할 경우 ‘타협가능한 선’에서 선거법 개정안을 마련,이를 강행처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천원장 실언’으로 정국이 한치 앞을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더욱 꼬이는 양상이다. 강동형기자 yunbin@ * * 정치자금법 저촉 여부 현행 정치자금법은 ‘정치자금은 후원회 등 공식적인 통로를 이용해 모금되어야 하며 반드시 중앙선관위에 신고돼야 한다.그렇지 않을 경우 3년 이하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규정은 97년 11월 14일 개정되면서 새로 생긴 것이다.때문에 이전까지 소급해 처벌할 수는 없다.이번에 문제가 된 김대통령에 대한 홍석현씨의 정치자금 기부행위는 법개정 이전 일이므로 법적으로 문제삼을 일이 아니다. 야당은 그러나 위법인지를 판단하기 위해 홍씨가 자금을 전달한 시기와 액수가 보다 분명히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치자금법 위반은 아니더라도 대선과 가까운 시기에,당선이 확실시 되는 상황에서 고액의 자금이전달됐으며 당선이후 편의제공이암묵적으로 교감이 됐다면 포괄적 뇌물죄가 성립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무리가 있다는 것이 다수 전문가의 견해다.대선전,그것도 정치자금법에 처벌 규정이 만들어지기 이전에 기업으로부터 관행적으로 정치자금을 받은 행위를 처벌한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주현진기자 jhj@ *여권 “언행 조심하자” 자성론 일어 천용택(千容宅)국정원장의 대선자금 관련 발언에 대해 여권은 17일 천원장이 제출한 사의를 곧바로 반려하는 등 서둘러 진화를 시도했다.반면 한나라당은 천원장의 사퇴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해명을 촉구했다. 지난 15일 서울지검 출입기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비보도를 전제로 했지만 사건의 당사자격인 천원장은 이날 오전 김대통령으로부터 호된 질책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청와대를 방문한 천원장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하자김대통령은 “처신을 똑바로 해야 한다”며 천원장을 나무랐다고 박준영(朴晙瑩)대변인이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대통령의)심기가 최근들어 가장 좋지 않았던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김대통령을 보좌하는 핵심인사들의 잇단 실수와 설화가 꼬리를 물자 여권내부에서도 자성론이 일었다.국민회의 이만섭(李萬燮)총재권한대행은 “옷사건도 그렇지만 측근에서 모시는 분들이 언행을 조심해야 한다”면서 “오히려 대통령에게 누를 끼쳐서야 되겠느냐”고 경각심을 일깨웠다. 한나라당은 연말 정국의 호재(好材)를 잡은 듯 정치공세를 강화했다.하순봉(河舜鳳)사무총장은 “DJ의 대선자금이 옷자락을 드러내기 시작했다”면서“청와대는 돈의 출처와 금액,사용내역을 공개할 것”을 촉구했다.이사철(李思哲)대변인은 “청와대는 97년 정치자금법이 개정되기 전 당시 홍석현(洪錫炫) 중앙일보 사장으로부터 받은 돈은 대가성이 없는 돈이라고 해명하지만그 돈의 대가성여부는 수사기관에 의해 판단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풍연기자 poongynn@ *여권의 해명“대가성 없는 돈 재확인한 것”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97년 대선 전에 정치자금법 개정에 앞서 홍석현(洪錫炫) 중앙일보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는천용택(千容宅) 국정원장의 발언 파문이 번진 17일 여권은 말을 아꼈다.꼭 필요한 말만 하면서 입장을 정리하는 듯했다.“우선 지켜보자”는 식이었다. 전반적으로는 돈의 전달시기가 정치자금법 개정 이전에 생긴 일이어서 법적 문제는 없으므로 크게 신경쓸 필요는 없다는 분위기였다.천원장의 발언내용이 보도된 직후 청와대가 즉시 시인하고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도덕적으로도 전혀 거리낄 게 없다는 것이다.“차라리 이번 일을 통해 김대통령이 깨끗하지 않은 돈은 받은 적이 없다는 사실을 재확인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전화위복’론도 나왔다. 청와대 박준영(朴晙瑩)대변인은 “김대통령은 정치자금법 개정 후 규정에따라 불법적이거나 대가성이 있는 정치자금은 받은 적이 없으며,이는 대통령이 그동안 누차 밝혀온 것과 같다”고 말했다. 한화갑(韓和甲)사무총장은 “대선 전에는 누구나 정치자금을 받았다”고 전제한 뒤 “정치자금법 개정 이후에 정치자금을 가져온 사람이 있었지만 법에 위배될까봐 돌려보낸 적이 많았다”고 밝혔다. 정치자금에 관한 한 자신 있다는 발언들이다.여권 관계자들은 홍석현회장이 탈세사건으로 구속까지 됐기 때문에 홍회장의 돈에 대가성이 없었다는 사실이 확인된 셈이라고 강조했다.한마디로 이번 건 역시 ‘실패한 로비’의 한가지 사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김대통령이 과거 노태우(盧泰愚)전 대통령에게서 20억원 가량의 정치자금을 받은 내용도 숨기지 않고 사실대로 말했던것을 사례로 들며 ‘돈 문제’에서의 투명성을 강조했다. 일부에서는 화살을 한나라당으로 돌렸다.여권의 한 핵심관계자는 “홍회장이 야당에도 돈을 주었다면 지난 대선 당시 ‘밀월관계’를 유지했던 한나라당에 돈을 주지 않았겠느냐”고 반문했다.이 관계자는 “홍회장이 야당에 건넨 돈은 ‘소액의 보험금’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돈이 전달됐다면 여당에 훨씬 더 많이 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한나라당이 징세권을 도용해엄청난 규모의 대선자금을 거둔 ‘전력’을 거론하기도 했다. 현재 여권의 관심사는 한나라당의 반응이다.정쟁의 대상으로 삼는다면 충분한 ‘반격용 탄약’을 마련할 수 있다는 자세다.일부 과격파는 ‘할테면 해보자’는 식이다.“할 말은 많지만 참는다”는 당직자도 있었다. 이지운기자 jj@
  • [각료 에세이] 열린 마음으로/ ‘팔려가는 당나귀의 교훈’

    ‘팔려가는 당나귀’라는 이솝우화는 나름대로의 주관과 원칙을 가지고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이 이야기에서 당나귀 주인은 이 사람 저 사람 말을 듣다가 결국 당나귀를 팔지도 못하고 다리 아래 물 속으로 빠뜨려 버린다. 하지만 우리들 가운데 줏대없는 당나귀 주인을 마음놓고 비난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나름대로 지켜야 할 원칙을 정하고 그 틀을 지켜가야 하는 공직자들로서는 이 이야기가 주는 교훈을 항상 되새길 필요가 있다. 국민의 정부가 들어선 이후 사회 각 분야에 걸쳐 많은 변화가 있었고 정부조직과 행정행태도 많이 달라졌다.정부조직이 통폐합되고 공무원의 수도 상당수 감축됐다.규제개혁을 통해 민간부문에 대한 간섭을 줄이고 중앙정부의권한을 지방정부에 이양하거나 민간기관에 위탁했다. 중요한 정책결정을 할 때는 국민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려는 노력을 하고있고 실제로 민의를 반영하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이런 경향은 시민사회가성숙되면서 많은 시민단체들이 생겨나고 또 이들이 정부 정책결정 과정에 적극 참여하면서 가속화되고 있다. 개발제한구역 제도 개선,4차 국토계획 수립,영월댐 건설 문제 등은 시민단체들이 정책결정 과정에 적극 참여했던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국토관리·도시·주택·교통·물 문제 등 국민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건설교통부의 소관 분야는 시민단체의 참여가 매우 긴요하다.분야별로 민감한 사안이 있을 때마다 시민단체들은 자신들의 의견을 합리적인 방법으로 과학적인 논리를 제시하며 주장하기도 하지만,때로는 집회·시위·단식투쟁과 같은 과격한 방법을 통해 주장하기도 한다. 정부가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행정을 하기 위해서는 국민들로부터 가급적 많은 얘기를 들을 필요가 있고 그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야 한다.그러나 정부가 전체 국민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지 않고 이리저리 흔들릴 때 국민은‘팔려가는 당나귀’ 꼴이 되고 말 것이다. 그래서 나는 공직자로서 가장 어려운 일이 균형감을 가지고 지켜야 할 원칙을 분명하게 지켜나가는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아울러 내 목소리를크게 내세우기보다는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전체 국민의 이익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이웃들이 많은 사회가 되기를 기원해본다. 李建春 건교부장관
  • [대한포럼] 無石無彈의 시위문화를

    사람 얼굴이 서로 다르듯 생각하는 것도 저마다 다르게 마련이다.남의 의사를 존중하면서도 자기 주장을 관철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민주사회의 질서이자 지혜다.그러나 자기 주장에만 집착해 남도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기를 강요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이는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얼굴을 닮으라고 강요하는 것과 다름없다.사회 구성원들이 모두 같은 생각을 하는 집단은 전체주의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개인 또는 집단의 의사를 알리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 민주국가는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대의(代議)제도에서 소수 집단의 의견을 널리 알리는 시위는 민주주의의 한 요소다.그러나 아무리 정당한 시위라도 남에게 피해나 고통을 준다면 정당성이 인정될 수 없다. 지난 10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민중대회에 참석한 일부 시위대가 도심에서 밤늦게까지 격렬한 시위를 벌여 퇴근길에 극심한 교통체증이 빚어졌다.일부 군중은 쇠파이프를 휘두르며 투석전을 벌였고,경찰과 충돌해 여경등 경찰관과 시위자 240여명이 부상했다.시위자들은 명동성당까지 이동하면서 곳곳에서 경찰과 난투극을 벌였고 “평화적으로 행진하라”는 안내방송을하던 경찰차량의 유리창을 각목으로 깨뜨리는 등 아수라장을 빚었다. 안타까운 일이다.이번 과격시위는 지난해 5월1일 노동절 행사 이후 최대 규모였다.국민의 정부에서 다양한 의사 표출로 시위 건수는 늘었으나 과거와같은 폭력시위는 사라져 평화적인 시위문화 정착을 기대케 했다.올 들어 현재까지 시위건수는 1만4,424건으로 전년도보다 20% 정도 늘었고 폭력시위도20여회 발생했으나 최루탄은 전혀 사용되지 않았다.6월항쟁이 있었던 87년 67만발이 사용된 것에 비하면 격세지감이 있다. 이 때문에 경찰은 올해를 ‘무(無)최루탄 원년’으로 기록하기 위해 최루탄사용을 최대로 자제, 이번 과격시위때 부상자가 많이 발생했다는 지적이다. 경찰은 나아가 평화적인 시위문화를 이룩한다는 목표로 집회장소 전면에 여경을 배치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최루탄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경찰행동 강령을 마련해 실천하기로 했다. 강령중에는 뛰지말고,잡지 말고,욕하지 말 것과 야간 골목길 등에서 시위대를 검거하지 말 것 등 바람직한 대응책을 제시하고 있지만 상황에 따라서는지키기 힘들 때가 있다고 본다.이를테면 진압경찰이 가장 두려워하는 돌멩이가 날아올 때 재빨리 피하려는 게 본능인데 뛰지 말라는 것은 전경들의 피해만 확대시킬 우려가 있는 것 등이다. 경찰의 노력만으로 평화적인 시위문화가 정착되기는 힘들다.시위자와 진압경찰이 함께 ‘게임의 룰’을 지켜야만 바람직한 시위문화를 기대할 수 있기때문이다. 인류학자 호이징가가 인간을 ‘놀이하는 사람’(homo ludens)으로규정하고 모든 형태의 문화는 놀이 요소가 있으며 또한 모든 놀이는 반드시규칙이 있다고 했다.시위문화도 일정한 놀이 규칙인 ‘게임의 룰’이 지켜질때 문화로서 승화될 수 있다 하겠다. 시위는 자신의 주장을 널리 알려 대중의 지지를 받아내는 데 목적이 있다. 방법은 평화적이고 합법적이어야 하며 어떠한 폭력이나 과격 행동도 규칙에위배된다.다른 사람이 자신의 주장에 동조하지 않는다고 강요하는 것도 규칙에 위배된다.대중의 지지를받지 못하면 자신의 주장을 굽히는 것이 민주사회의 순리다. 경찰의 공권력 행사에도 물론 일정한 규칙이 적용돼야 한다.공권력은 도덕성과 권위가 생명이다.민주국가는 법치국가이며 법치국가에서는 공권력만이합법적으로 폭력을 행사할 수 있다.그러기에 공권력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만 엄격하고 공정히 사용돼야 한다.과거 공권력이 악용되거나 남용됐기 때문에 오늘날 그 권위가 무시당하기 일쑤다.경찰의 시위대응 행동강령이 공권력의 약화가 아닌 엄격한 집행을 위한 초석이 되기를 바란다.폭력·과격시위는어떠한 경우도 용납돼서는 안되며 돌멩이와 최루탄이 없는 ‘무석무탄’ (無石無彈)의 평화적인 시위문화가 정착되기를 바란다. [李基伯 논설위원 kbl@]
  • 경찰청 ‘시위대처 행동강령’ 마련

    ‘가능한 뛰지말고,잡지말고 욕하지 말라’ 경찰청이 13일 과격시위에 따른 경찰과 시위대의 부상을 막고 평화시위를유도하기 위해 만든 ‘시위대처 행동강령’의 한 부분이다. 이무영(李茂永)경찰청장이 ‘최루탄은 절대 쏘지 않겠다’며 ‘신시위대책’을 천명한 후 지난 10일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제2차 민중대회에서 240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하자 경찰이 더욱 몸을 낮춘 것이다. 행동강령은 이밖에 ▲시위대를 자극하지 말 것 ▲탄력있게 경비병력을 운용할 것 ▲야간,골목길,지하도,종교시설내,경사지역 등에서 시위대를 검거하지 말 것 등을 담고 있다.‘무(無)최루탄’ 원칙을 고수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도 해석된다. 경찰은 또 진압병력이 시위대와 너무 가까운 거리에 배치된 결과 시위대를자극한 것으로 분석,앞으로 진압병력은 최후 저지선까지 물러서서 최악의 상황에만 대비키로 했다. 시위대 전면에 배치됐던 비무장 여경의 안전을 위해 정복과 교통근무복 차림의 비무장 남성경찰관의 투입비율을 늘리는 한편 시위상황에 따라 병력배치를 탄력적으로 운용키로 했다. 경찰청은 이같은 내용을 포함한 새로운 ‘시위대책안’을 오는 15일 열리는 지방청장 회의에서 시달할 방침이다. 노주석기자 j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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