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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한웅의 의공학 이야기] 사람을 살리는 광선 ‘레이저’

    [임한웅의 의공학 이야기] 사람을 살리는 광선 ‘레이저’

    1960년 7월 미국 휴스 연구소의 시어도어 메이먼 박사는 여러 과학자들과 보도진 앞에서 붉은색을 띠는 한 가닥의 빛으로 풍선을 터뜨려 보였다. ‘루비 레이저’였다. 그때부터 이 빛의 마술은 새로운 도구로서 과학사에 획기적인 한 페이지를 추가했다.레이저의 역사는 덴마크의 물리학자 닐스 보어가 가설을 발표한 1913년으로 거슬러 간다. 1917년 아인슈타인이 종합적인 레이저 이론을 정립했다. 레이저가 의학에 처음 도입된 해는 1964년으로 이스라엘의 외과의사 샤프란에 의해서다. 현재는 다양한 종류의 레이저가 개발돼 군사, 공업, 의료, 핵융합, 계측, 광통신에 이르기까지 널리 이용되고 있다. 레이저광은 단일 파장 동위상의 빛이다. 빛은 파장마다 일정한 색을 갖고 있으므로 단일 파장인 레이저광은 단일색이 된다. 레이저의 선명한 색의 비밀은 여기에 있다. 다만 레이저에 모두 색이 있는 것은 아니다. 가시광 이외의 파장을 가진 레이저광은 모양, 색깔이 없다. 또 자연광에 비해 잘 다듬어진 ‘깨끗한 물결’의 빛이라고 할 수 있다. 레이저광은 아무리 멀리 가도 빛이 퍼지지 않는다. 반면 자연광은 사방으로 흩어져 버린다. 태양광은 직경 1000분의1㎜ 크기에 모으는 것이 어렵지만 레이저광이라면 가능하다. 1㎽ 출력의 레이저라도 단위면적당 태양광의 100만배 에너지 밀도가 된다. 출력 여하에 따라서는 사람을 살상할 능력까지 지닐 수 있다. 레이저광에 공포감을 가진 이들이 ‘살인광선’이라는 달갑지 않은 이름을 붙인 것도 이해가 간다. 레이저는 1984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이래 널리 보급돼 진단과 치료 등 의학 전반에 걸쳐 빼놓을 수 없는 분야가 됐다. 진단 용도로는 생체 조직의 생화학적 성분조사, 청각 기능검사, 망막의 해상력 판별, 암의 조기 발견에 사용한다. 특히 필자의 분야인 안과 분야에서는 안구의 투명성을 이용해 ‘레이저 빛간섭 단층 촬영’을 해 생체 단면을 관찰하고 진단하려는 시도가 활발하다. 망막의 빛간섭 단층 촬영은 이제 안과 필수검사 중 하나가 됐다. 망막병변의 크기를 ㎚단위로 계측하며 진단, 치료 경과 추적에 유용하다. 백내장 수술 전에는 레이저 안구계측으로 최적의 수술 결과를 얻으려 노력하기도 한다. 치료 용도의 레이저는 피부 모반·혈관종·문신 제거, 치아 치료, 결석 파괴, 뇌종양·후두암 등 암의 파괴, 절개, 지혈 등 다방면에서 사용하고 있다. 현재 내시경 수술에는 대부분 레이저를 사용하고 있다. 잘 알려진 것이 ‘레이저 메스’다. 렌즈로 레이저광을 모아 생체조직을 순간적으로 증발시켜 절개하는 것이다. 출력을 100도 이하로 낮추면 조직이 응고돼 출혈이 많은 분위의 수술에 적합하다. 최근에는 다음 단계 진전도 이뤄지고 있다. ‘헤마토프로필린 유도체’라는 색소를 몸속에 주입하면 성장 속도가 빠른 암세포만 반응한다. 이때 색소에 흡수되기 쉬운 레이저를 쬐면 암세포의 발육이 억제되고 세포 노화를 일으키는 ‘프리 래디컬’이라는 물질이 생성돼 암세포를 죽이는 원리다. 의공학은 ‘공학·과학의 원리를 도입해 생물학, 의학의 문제점을 이해하고 해결하는 학문’이라는 점에서 볼 때 영역이 실로 방대하다. 레이저, 전기 신호, 초음파, 방사선, 자기공명 등 셀 수 없이 많은 공학 기술이 생명의 원리를 탐구하고 인류의 건강에 이바지하고자 지속적으로 발전해 왔다. 지금껏 적용해 온 공학기술보다 앞으로의 이야기가 더 풍부할 것으로 기대되니 의공학자들이 할 일이 나무나 많다.
  • 예매율 65% 흥행 예감 ‘앤트맨과 와스프’

    예매율 65% 흥행 예감 ‘앤트맨과 와스프’

    ‘마블 신드롬’, 여름 극장가까지 강타할까. 올해 ‘블랙 팬서’(539만명), ‘어벤져스:인피니티 워’(1120만명)로 국내 관객들을 사로잡은 마블 스튜디오의 20번째 신작 ‘앤트맨과 와스프’가 4일 개봉한다. 올해 설립 10주년을 맞은 마블 스튜디오는 2008년 ‘아이언맨’을 시작으로 마블 코믹스의 다종다기한 슈퍼 히어로를 내세운 19편의 작품으로 지금까지 국내에서 9500만명의 관객을 불러 모았다. 때문에 이번 작품이 1억 관객 돌파라는 이례적인 기록의 디딤돌이 될 수 있을지에 벌써부터 관심이 쏠린다. 영화는 개봉을 이틀 앞둔 2일 예매율 65% 이상을 기록하며 흥행 질주를 예고했다. 2015년 선보인 ‘앤트맨’의 속편인 ‘앤트맨과 와스프’는 마블 팬들에게 일찌감치 관심의 대상이었다. 내년에 개봉할 ‘어벤져스4’와의 연결고리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양자 영역(원자보다 더 작은 입자의 세계)을 주요 설정으로 하기 때문이다. 행크 핌 박사(마이클 더글라스)의 부인이자 1대 와스프인 재닛 반 다인(미셸 파이퍼)이 임무를 수행하던 중 양자 영역에서 돌아오지 못하자 가족들은 그가 영원히 사라졌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앤트맨(폴 러드)이 양자 영역에서 현실 세계로 빠져나오는 데 성공하고 재닛의 꿈을 꾸면서 행크 핌 박사와 딸 호프(와스프·에반젤린 릴리)는 앤트맨과 함께 재닛을 찾아 나선다.‘어벤져스’급의 압도적인 규모, 강렬한 쾌감의 액션을 기대하는 관객이라면 이번 편의 액션 강도가 아쉬울 수 있다. 이야기의 큰 줄기가 ‘1대 와스프 구하기’인 만큼 와스프와 행크 핌 박사, 재닛이라는 한 축, 앤트맨과 그의 딸이라는 또 다른 축의 ‘가족애’에 무게중심이 더 실려 있기 때문이다. 그 아쉬움을 촘촘히 채워 주는 건 사이즈 액션과 앤트맨의 직장 동료들이 잽처럼 날리는 소소한 유머들이다. 주인공들이 신체와 사물들의 사이즈를 자유자재로 줄였다 늘이며 만들어내는 액션은 ‘정상의 세계’를 뒤흔드는 풍경으로 이색적인 시각 체험을 안긴다. 차를 순식간에 개미만큼 줄였다 다시 거대하게 늘이며 적을 희롱하는 자동차 추격 장면, 적이 던진 거대한 칼날 위를 내달리는 와스프의 비행 액션, 앙증맞은 키티 캐릭터로 장식된 사탕 통이 도로 위 적을 교란하는 거대한 무기로 활용되는 장면 등이 그 예다. ‘앤트맨과 와스프’는 여성 캐릭터인 와스프를 제목에 내세운 데다, 고스트(해나 존케이먼)란 새 여성 악당을 등장시켜 여성 캐릭터의 활용에 기대를 모았다. 와스프는 어머니를 구해내려는 강력한 의지를 발동하며 이야기의 첫발을 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앤트맨과의 팀플레이에서 조력자 역할, 앤트맨과의 로맨스 파트너 역할에 그치며 독자적인 개성과 매력을 뿜어내지는 못한다. 여성 악당으로 출연하는 고스트 역시 마찬가지. 신비로움과 공포를 자아내는 슈트로 강렬하게 등장하는 고스트는 신체를 투명하게 만들어 어떤 물체도 통과할 수 있는 ‘페이징 능력’으로 상대를 무력화시킨다. 하지만 이야기가 뻗어나갈수록 고스트 개인의 상처와 고통, 인간적인 고뇌에 초점이 맞춰지는데 이 과정에서 가공할 만한 액션도, 관객과 밀도 높은 공감대 형성도 이루지 못한 채 어정쩡한 악당으로 그치고 마는 모양새다. 재치와 볼거리는 속속들이 포진돼 있지만 이야기의 주요 설정인 양자 영역에 대한 설명에 전반부가 상당 부분 할애되고 악당의 활약이 크지 않아 긴장감이 다소 떨어진다. 영화가 끝나고 등장하는 두 편의 ‘쿠키 영상’이 ‘어벤져스4’에 대한 실마리를 건네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마블 팬들의 발길을 끌 것으로 보인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가짜 난민 어떻게 가리나” 난민법 공부하는 판사들

    전담 법관 등 21명 참석 지위협약 문제점 등 논의 “심판원, 독립성 확보 중요” “정부가 도입 예정인 난민심판원은 독립성 확보가 가장 중요합니다.” 제주에 입국한 예멘인 난민신청자들로 촉발된 난민 논쟁이 가열되면서 난민 재판을 담당하는 법관들의 고심도 깊어지는 모양새다. 정부의 난민 심사에 탈락한 난민신청자들이 최후의 보루로 여기는 서울행정법원의 법관들이 2일 난민법 전문가를 불러 머리를 맞댔다. 서울행정법원(법원장 김용석) 내 꾸려진 난민재판실무연구회(회장 차지원 판사)는 이날 오후 최계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초청해 ‘난민법의 현황과 과제’를 주제로 강연회를 열었다. 난민전담 재판부 소속 및 난민법에 관심을 둔 법관 21명이 참석한 가운데 최 교수는 난민제도의 기원부터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이 지닌 문제점 등을 조목조목 짚었다. 특히 난민 소송을 맡고 있는 행정법원 판사들에게 난민 신청자들이 입증해야 하는 ‘박해의 사유’와 난민법상으로는 인정되지 않는 ‘전쟁난민’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설명했다. 난민재판에서는 신청 당사자가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다는 충분한 이유가 있는 공포’를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최 교수는 난민협약에 난민으로 포함되지 않은 전쟁난민에 대해선 “인종차별을 비롯해 전쟁의 목적 등 구체적인 양상을 해석하기에 따라 난민에 포함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해석에 따라 젠더나 성적지향, 무력분쟁에 의해 박해를 받는 사람들도 난민에 포함시킬 수 있다는 전문가 견해가 있다는 점도 전달했다. 최 교수는 행정법원의 난민재판 절차에 대해선 “요건 심사에 있어서 난민의 발생원인과 특성 등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국가별 상황정보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할 때는 번역이 올바르게 됐는지, 사건 발생 당시의 국가상황이 업데이트 되었는지 등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난민재판을 맡은 판사들도 국가별 상황에 대한 정보를 더 정확하고 빨리 알 수 있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현재는 난민신청자들이 제출하는 자료를 각 재판부에서 유엔난민기구 등에서 보유한 정보 및 해당 국가 언론보도 등을 통해 확인하고 있는데 재판이 워낙 많은 데다 외부기관에서 제공되는 관련 정보도 한계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행정법원에서는 9개의 단독 재판부가 난민사건을 전담하고 있는데 지난해 한 해만 해도 3143건의 소송이 접수됐다. 최 교수는 법무부가 추진 중인 난민심판원 신설과 관련 “난민심판원의 독립성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도 강조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37년 가정폭력 시달리다 남편 죽인 아내, 정당방위 인정 못받은 이유

    37년 가정폭력 시달리다 남편 죽인 아내, 정당방위 인정 못받은 이유

    대법원 징역 4년 확정 “조사 때 분노만 드러내 정당방위 인정 힘들어” 37년간 결혼생활 내내 가정폭력에 시달렸다고 했다. 어느 날 술을 마시고 밤늦게 귀가했다가 또 손찌검을 당했다. 아내는 묵직한 수석(장식용 돌)을 휘둘렀다. 남편은 숨졌다. 아내는 정당방위를 주장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실형을 확정했다. 대법원 1부(주심 박상옥)는 살인죄로 기소된 김모(61)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2일 밝혔다.김씨는 지난해 3월 연락도 없이 술을 마시고 늦게 들어왔는 이유로 머리채를 잡아 넘어뜨리는 등 폭력을 행사한 남편을 장식용 돌로 10여 차례 내리쳐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씨 측은 재판에서 혼인기간 내내 칼에 찔리고 가스통으로 머리를 가격당하는 등 지속적으로 가정폭력을 당했던 터라 사건 당일에도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방어하려고 장식용 돌로 남편을 때렸다며 정당방위를 인정해달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1·2심 재판부는 “머리를 가격당해 누워있는 남편의 머리를 다시 수 차례 돌로 내리쳤다”며 “김씨가 검찰 진술에서도 분노감만 표현했을 뿐 공포감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아 사회통념상 정당방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김씨 측은 범행 당시 지속적인 가정폭력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상태에서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었다고 주장했으나 이 또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씨가 ‘남편을 두세 번 정도 때린 것으로 기억난다’고 진술한 점에 비춰보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대법원도 하급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김씨를 변호한 한국여성아동인권센터(대표 이명숙 변호사)는 유감을 표명하며 “사건의 경위, 동기, 심신상태를 구체적으로 살펴 정당방위나 심신미약, 심신상실을 적극적으로 인정해야 한다”며 “호주 등 해외 입법사례처럼 지속적인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가족 구성원이 가해자를 살해할 경우 일정 조건 하에서 정당방위를 인정하는 법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가정폭력 남편 돌로 때려 살해한 아내…대법 “정당방위 아냐”

    가정폭력 남편 돌로 때려 살해한 아내…대법 “정당방위 아냐”

    폭력을 행사한 남편을 돌로 내리쳐 살해한 아내에게 징역 4년이 확정됐다. 37년 결혼생활 내내 가정폭력에 시달렸던 아내는 정당방위를 주장했지만, 법원은 끝내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 1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지난달 28일 살인죄로 기소된 김모(61)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2일 밝혔다. 김씨는 지난해 3월 새벽 1시까지 지인들과 술을 마시고 귀가했다가, 연락도 없이 술을 마시고 늦게 들어왔다며 머리채를 잡아 넘어뜨리는 등 폭력을 행사한 남편을 장식용 돌로 10여 차례 내리쳐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김씨 측은 혼인기간 내내 칼에 찔리고 가스통으로 머리를 가격당하는 등 지속적인 가정폭력을 당한 김씨가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방어하기 위해 남편을 살해했다며 ‘정당방위’를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2심은 “머리를 가격당해 누워있는 남편의 머리를 다시 수회 돌로 내리쳤다”며 “김씨가 검찰 진술에서도 분노감만 표현했을 뿐 공포감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아 사회통념상 정당방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지속적인 가정폭력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상태인 김씨가 범행 당시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었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씨가 ‘남편을 두세 번 정도 때린 것으로 기억난다’고 진술한 점에 비춰보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대법원도 하급심 판단이 옳다고 봐 1·2심이 선고한 징역 4년을 그대로 유지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월드피플+] 선로에 떨어진 시각장애인 구하고 사라진 청년 3명

    [월드피플+] 선로에 떨어진 시각장애인 구하고 사라진 청년 3명

    캐나다 토론토의 한 지하철역에서 목숨을 걸고 시각장애인을 구한 청년 3명에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캐나다 공영방송인 CBC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카일 버스킨(24)은 이름의 남성은 얼마 전 토론토 브로드뷰 역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던 중 선로 쪽에서 희미한 울음소리를 들었다. 울음소리의 출처를 찾던 버스킨의 눈에 들어온 것은 선로 아래에 몸을 구부린 한 남성이었다. 선로 아래에 있던 남성은 시각장애인으로, 실수로 발을 헛딛고 선로에 떨어져 있는 상태였다. 앞이 보이지 않았던 이 남성은 두려움 때문에 섣불리 움직일 수 없었고, 그저 공포에 질린 작은 목소리로 ‘도와달라’는 소리만 반복할 뿐이었다. 버스킨은 선로에 떨어진 시각장애인을 보자마자 재빠르게 선로 아래로 내려갔다. 몸이 불편한 그를 들어 안전한 승강장으로 옮기는 작업에는 당시 승강장에 있던 또 다른 청년 2명이 힘을 보탰다. 지하철이 금방이라도 진입할 수 있는 위험한 순간이었지만, 버스킨과 청년 2명은 선로에 떨어진 시각장애인을 구출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이러한 모습은 건너편 승강장에 있던 다른 시민의 카베라에 포착됐다. 사진 속 청년들은 시각장애인을 구출한 뒤 안도의 표정을 짓고 있는 모습이다. 버스킨은 “공포에 질린 목소리로 도와달라고 말하는 소리를 들었다”면서 “당시 나를 도와 위험에 빠진 사람을 구하는데 도움이 됐던 2명의 다른 청년들에게도 매우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인간이라면 반드시 해야 할 일을 했으며, 누군가에게는 이러한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당시 긴박했던 구조 현장을 담은 모습이 SNS를 통해 확산되면서 영웅 3명 중 1명의 ‘정체’는 밝혀졌지만 아직까지 나머지 청년 2명의 인적사항은 찾지 못한 상태다. 현지에서는 감사인사를 전하기 위해 남은 2명의 청년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김어준의 경고 “예멘난민 혐오가 극우 부른다”

    김어준의 경고 “예멘난민 혐오가 극우 부른다”

    열흘간의 휴가를 마치고 복귀한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진행자 김어준씨가 예멘 난민을 혐오하는 여론에 우려를 나타냈다. 김씨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난민과 관련된 부정적인 가짜뉴스가 지속적으로 올라온다”면서 “난민 문제는 유럽에서 극우정당을 불러왔다. 이런 온라인 동향은 우리 사회에 극우의 공간을 만드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2016년 통계만 갖고 얘기하자면 독일이 그 해 받은 난민이 26만명이었고 우리나라는 100명이 채 안됐다. 제주도에 있는 예멘 난민이 500여명인데 난민 심사를 해야 하고, 우리나라의 난민 인정 비율이 1%인 점을 보면 5명이 될까말까 하다. 그 숫자를 갖고 유럽 상황을 끌고 오는 것은 남부끄럽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씨는 “주말에 있었던 난민 반대 집회 동영상을 찾아보니까 엄마부대 주옥순씨,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등이 참여하고 난민을 받으면 공산화된다는 구호까지 나오더라”면서 “유럽의 사례를 보면서 난민 문제를 꼼꼼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우려가 있는 것은 자연스럽지만 그것을 정치 쟁점화하려는 매우 희한한 시도도 분명히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집회를 주최한 ‘불법 난민 외국인 대책 국민연대’(난대연)는 입장문을 내고 김씨의 주장을 반박했다. 난대연은 “주옥순씨와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태극전사tv와 전혀 관련이 없다”면서 “(집회를) 악용하는 분들은 고소까지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뉴스공장은 이재호 한겨레21 기자와 함께 예멘 난민 관련 가짜 뉴스에 대한 팩트체크를 진행했다. 이에 따르면 1994년부터 24년간 국내에 들어온 예멘 난민은 1000명으로, 전세계 에멘 난민 28만명의 0.4% 수준이다.다른 나라들이 더이상 난민 신청을 받아주지 않으면서 제주까지 온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근까지 말레이시아는 2만명의 예멘 난민을 받아들였지만, 올해 법을 바꿔 이들이 3개월 이상 체류하지 못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예멘 난민 대다수가 젊은 남성이라 난민이라 볼 수 없고 비행기를 타고 올 정도로 경제적 여유가 있고 위장취업을 하러 온 가짜 난민이라는 문제를 제기한다. 김씨는 “난민에는 젊고 늙고 남녀 구분이 없다”고 반박했다. 실제 제주에 체류 중인 예민 난민 549명 중 남성은 504명, 여성은 45명이다. 남성 혼자 온 사람은 80% 수준이다. 젊은 남성 비율이 높은 이유는 이들이 예멘 후티 반군의 강제 징집 대상으로 납치되는 타깃이기 때문이다. 비행기를 타고 온 것도 돈이 많아서가 아니라 앞서 탈출해 사우디아라비아, 수단 등에서 돈을 번 형제, 친척의 도움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이 기자는 설명했다.김씨는 “우리 정부의 난민 인정 비율이 1~3% 수준인데, 500명 중 그 정도면 5~10명만 난민 지위를 받을 수 있다”면서 “10명 난민 때문에 이런 사단(난민 혐오)이 났고 팩트체크까지 해야 한다는 게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난민들 받아들이면 범죄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에 대해서 이 기자는 “경범죄만 저질러도 난민 심사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 상당히 조심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김씨는 “무슬림 테러나, IS(이슬람 무장단체) 뉴스를 접하다보니 무슬림에 대한 공포가 있다”면서 “하지만 난민 숫자가 매우 적다. 무슬림 커뮤니티가 전체 인구의 5~10% 정도면 모른다. 우리나라가 그 정도 되려면 난민이 250만명은 돼야 한다. 이렇게까지 부정적인 여론이 갑자기 형성된 게 이상하다”고 말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국내 최대 ‘가상현실 체험마을’ 선보인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국내 최대 ‘가상현실 체험마을’ 선보인다

    제22회 경기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BIFAN)가 국내 최대 규모 가상현실 체험마을인 ‘BIFAN VR VILLAGE’를 선보인다. 2일 BIFAN에 따르면 오는 13~22일까지 열흘간 부천 중앙공원에 조성될 BIFAN VR VILLAGE는 작년보다 3배 이상 확대된 150평규모로 마련된다. 콘텐츠와 체험기기별로 12개 부스가 설치될 예정이다. BIFAN VR VILLAGE는 지난달 25일 중국 청도 VR 영상축제에서 베니스영화제·선댄스영화제와 함께 아시아를 대표하는 VR 페스티벌로 소개됐다. 명실공히 국내 최고의 VR을 선보이는 영화축제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다. 이번 BIFAN은 전통적 매체인 영화와 떠오르는 매체인 VR이 결합한 새로운 스토리텔링 가능성을 제시하는 공간으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관람객들이 VR 체험을 통해 시공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경험을 맛볼 기회다. 상영작은 Fantastic VR 공모에 출품된 64편 중 최종 선정작 15편과 국내외 초청작, KAFA 특별전까지 모두 32편을 공개한다. 특히 해외 영화제에서 이미 주목받은 ’더 선 레이디스’와 ‘디너 파티’ 상영이 기대된다. 국내작품은 전쟁 중 피랍된 종군기자 공포감을 생생히 느낄 수 있는 송윤아·한상진 주연의 ‘나인 데이즈’와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 초청작인 최민혁 감독의 ‘공간소녀’ 등이 소개된다. 나아가 BIFAN VR VILLAGE에는 인터랙티브 체험과 스튜디오 초청전 형태의 단독 부스가 여러 개 설치된다. 배틀스카관에서는 음악과 스토리, 애니메이션의 조화가 뛰어난 수작으로 평가받은 영화 ‘Battlescar’를 단독으로 만날 수 있다. 100㎡ 규모로 가장 큰 부스인 오디세이 VR 시네마관은 올해 부천의 공식 스폰서이자 VR 기술파트너인 와이에이치월드가 설치를 맡았다. 특히 삼성전자의 HMD 오디세이 및 데스크탑 오디세이 장비와 초실감 음향 솔루션 기업인 디지소닉의 14.2CH EX-3D 이머시브 사운드 기술을 통해 현장감과 몰입감을 극대화한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미세먼지, 한국 소비경제 확 바꿨다

    라이프스타일 ‘그린문화’ 확산 400만명 이상 매일 수치 체크 미세먼지가 한국 소비경제를 크게 변화시켰다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가 나왔다. 이노션 월드와이드는 1일 발표한 빅데이터 분석 보고서 ‘대한민국 소비경제의 큰손, 미세먼지를 잡아라’를 통해 “미세먼지는 대한민국 국민의 의식주 등 라이프스타일을 송두리째 바꿔 놨다”고 밝혔다. 이노션의 빅데이터 분석 전담 조직인 데이터커맨드센터(DCC)가 지난해 1월부터 지난 4월까지 주요 블로그와 카페 등을 통해 생산된 미세먼지 관련 키워드 약 90만개를 분석한 결과다. ‘의’ 부문에서는 마스크(9만 3612건)와 의류관리(3119건) 등 미세먼지를 피하는 제품을 사거나 더 꼼꼼하게 의류를 관리하기 위해 정보를 찾는 키워드가 많이 검색됐다. ‘식’에서는 면역력·디톡스(2만 2841건)와 물(3만 7117건), ‘주’에서는 공기청정기(9만 8374건)와 청소(9만 1209건) 등의 키워드가 많이 나왔다. 친환경차(1만 63건)에 대한 관심과 함께 실내(5만 2025건)·영화(1만 3610건) 등 외부 활동을 자제하려는 현상, 피부(25만 6941건)·클렌징(5만 407건) 등 피부 건강을 위한 노력 등도 살필 수 있었다. 이노션이 인공지능(AI)을 통해 이들 문건을 분석한 결과 걱정과 공포감이 미세먼지 관련 온라인 검색을 증가시킨 원인으로 분석됐다. 특히 우리 국민 400만명 이상이 모바일 앱으로 미세먼지 수치를 매일 체크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수진 데이터커맨드팀장은 “미세먼지에 대한 관심이 앞으로 환경보호와 친환경 제품 등에 관심을 갖는 ‘그린문화’와 ‘그린소비’로 더욱 확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폼페이 최후의 날’ 바위에 깔린 남성은 어떻게 숨졌나?

    ‘폼페이 최후의 날’ 바위에 깔린 남성은 어떻게 숨졌나?

    지난 5월 폼페이 발굴 유적지에서 얼굴 부근이 직사각형의 바위에 짓눌린 유골이 발견돼 학계의 큰 관심을 모았다. 30대 중반의 남성으로 추정되는 이 유골의 주인은 화산 폭발 당시 도망치다가 엄청난 크기의 바위가 상반신에 떨어져 죽은 것으로 추정됐다. 당시 전문가들은 이 바위 밑에 짓눌린 유골의 머리가 있을 것으로 추정했으며 이 사진은 폼페이의 최후를 생생히 증언하는 상징이 됐다. 그러나 최근 발굴을 통해 죽음의 진실이 새롭게 드러났다. 발굴 작업을 총괄한 마시모 오산나 이탈리아 폼페이고고문화유산관리국장은 "바위에 깔린 유골 인근에서 이 남성의 두개골이 발견됐다"면서 "입을 쫙 벌려 공포에 질린 모습이었으며 사인은 바위에 깔린 것이 아닌 질식사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이 재구성한 죽음의 과정은 이렇다. 다리에 장애가 있던 이 남성은 화산이 폭발하면서 화산재와 가스 등이 퍼져 도망치다가 결국 그대로 질식해 숨졌다. 이후 건물이 무너지며 문기둥 같은 날카로운 자재가 목을 잘랐고 시신의 상반신에는 커다란 바위가 덮쳤다. 오산나 국장은 "두개골의 모습은 당시의 상황이 얼마나 위급했는지를 그대로 보여준다"면서 "그의 흉곽 일부와 팔 유골도 인근에서 함께 발굴됐다"고 말했다.   한편 문학작품으로 혹은 영화의 소재로 자주 둥장한 이탈리아 나폴리만의 고대 로마 도시 폼페이는 상류층이 주로 머물던 휴양지였다. 그러나 기원 후 79년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화려했던 폼페이는 최후를 맞았으며 지난 1549년 수로공사중 우연히 유적이 발견돼 지금도 발굴 작업이 진행 중이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남보라 눈물, 깊은 구덩이에 다리 빠져 “너무 무서웠다”

    남보라 눈물, 깊은 구덩이에 다리 빠져 “너무 무서웠다”

    남보라가 ‘정글의 법칙’ 촬영 중 눈물을 보였다. 지난 29일 방송된 SBS 예능프로그램 ‘정글의 법칙 in 멕시코’에서는 최현석, 남보라, 이승훈이 라칸돈 정글에서 열매 탐사를 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그러던 중 최현석이 브로멜리아 꽃대에 손가락을 찔리는 사고를 당했다. 제작진은 일단 돌아가서 팀 주치의에게 치료를 받을 것을 제안했고, 멤버들은 정글 하우스로 발걸음을 돌렸다. 그렇게 정글하우스로 돌아가던 중 남보라가 비명을 질렀다. 가는 길에 있던 구덩이에 발이 빠진 것. 남보라는 놀란 마음에 눈물을 쏟았다. 남보라는 이후 인터뷰를 통해 “너무 놀랐다. 깊은 웅덩이에 발 한 쪽이 빠졌다. 웅덩이가 너무 깊어서 허벅지까지 들어가게 됐다. 한쪽 다리만 빠졌는데 제가 느끼는 공포는 제 온 몸을 빨아들이는 것 같았다. 너무 무서웠다”고 말했다. 사진=SBS ‘정글의 법칙’ 방송 캡처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노주석의 서울살이] 보행로가 어지럽다

    [노주석의 서울살이] 보행로가 어지럽다

    차를 타고 다닐 때는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올려’ 봤다. 걷기 시작한 이후 보도를 더 많이 ‘내려다’보게 됐다. 자동차를 타면 시선이 건물을 향하지만, 걸을 때는 거리에 눈높이가 맞춰지기 마련이다. 예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띄었다. 노면표지라고 불리는 바닥 안내 표지판이다.서울의 보도환경은 낙제점이다. 불편하고 다분히 위협적이다. 가게에서 내놓은 물품과 홍보물들이 보행로를 3분의1쯤 차지하는 건 예사고, 지하철 환기구가 버티고 있고, 노점상이 난립 중이다. 각종 생활적폐가 도심을 점령하고 있는데도 걷는 도시를 만들겠다는 서울시의 정책은 구호에 그칠 뿐이다. 이젠 노면표지까지 등장해 걷기를 방해한다. 얼마 전 북촌에서 시청까지 걷는 동안 발아래 상황을 체크해 봤다. 보행로에는 금연, 걷자 서울, 도심보행길, 한옥길, 인권서울 동판, 한양도성 순성길, 통역존, 보행주의 표시, 자전거길 등 10여종의 노면표지가 부착되고, 설치되고, 그려져 있었다. 여기에 교통, 통신, 전기, 수도관련 기반시설물까지 가세한 도심 보행로는 정신을 차리기 힘들 정도다. ‘흡연 시 과태료 10만원 부과’라는 무시무시한 문구가 적힌 금연 안내판은 사이즈나 디자인 면에서 공포감을 준다. 한때 세계 디자인수도를 선언했던 도시의 위상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권위주의 시대 반공관련 표시판을 보는 기분이다. 사람 인(人)자가 디자인된 도심보행길(Urban walkway) 사인은 보행에 어떤 도움을 주는지 용도가 궁금하다. 내·외국인에게 이곳이 서울의 도심이며, 보행길이라는 ‘엄청난 정보’를 제공하려고 설치한 건 아니길 바란다. 서울도보관광(SEOULWALKING TOURS)이라는 발자국 두 개가 찍힌 원형 동판도 마찬가지다. 밑도 끝도 없다. 여기가 어디인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정보를 알려주지 않는다. 이 동판이 왜 이곳에 있는지 알 수 없다. 다른 노면안내판이나 관광안내판 등과 연계되지 않아서 생긴 일일 것이다. 4대문을 둘러싼 한양도성 순성길 지도가 그려진 동판은 그나마 직관적이다. 외국인이 많이 찾는 북촌 길바닥은 더 어지럽다. 여러 종류의 ‘한옥길’ 노면표지가 뒤섞여 있다. 한옥길이라는 길을 안내하는 것인지, 한옥으로 가는 길을 안내하는 것인지 식별할 길은 없다. 삼청동의 한옥길 표지는 차도에 설치돼 있다. 보도용 안내판이 도로까지 진출한 셈이다. 자동차에서 보이지도 않는 안내판을 왜 차도에다 붙였을까? 청계천 광장에서 청계천으로 들어가는 터널식 입구 바닥에는 ‘Language Free Zone’이라는 요란한 바닥글자가 그려져 있다. QR코드를 스캔하면 통역이 된다는 이 안내판은 휴대전화 지도와 통역기로 전 세계를 누비는 시대에 걸맞지 않은 후진국형 편의물이다. 시민의 눈길이 닿는 보행로를 선점하려고 정부부처, 서울시, 자치구가 각축전을 벌이는 듯하다. 그 와중에 서울 도심은 안내표지판 천국이 됐다. 보스턴은 레드라인 한 줄이 도시의 보행안내체계를 상징한다. 런던의 건널목에는 자동차의 진행방향을 알려주는 ‘RIGHT’ 와 ‘LEFT’ 가 존재할 뿐 보도엔 아무것도 없이 깨끗하다. 로마의 보도를 구성하는 검은 사각돌에는 안내판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3선에 성공한 박원순 시장은 첫 임기를 ‘보도블록 10계명’과 함께하면서 성과를 올렸다. 2016년 1월에도 “저는 보도블록 시장입니다”면서 수구초심을 외쳤다. 세 번째 임기는 걷기 좋은 보행길 조성에 걸어 성공하길 바란다. 쾌적하게 걷고 싶다.
  • “예멘인 사태와 무관한 난민 정책… 인권대책도 빠져” 지적

    “예멘인 사태와 무관한 난민 정책… 인권대책도 빠져” 지적

    난민 신청자 해마다 느는데 심사 더뎌 1심 행정소송 접수 5년새 23배 폭증제주도에 입국한 예멘인 500여명의 집단 난민 신청을 계기로 정부가 난민심판원 신설 등 절차 간소화를 추진하는 대책을 29일 발표했지만, 난민 인권 운동가들은 법무부의 정책이 ‘가짜 난민 색출’에만 초점을 맞췄다며 우려를 표시했다.현행 제도상 1차 심사에서 불인정된 난민 신청인은 30일 이내에 법무부에 이의 신청해 법무부 난민위원회의 심의를 받고, 이마저 기각되면 행정소송을 3심까지 받을 수 있다. 난민심판원이 도입되면 1차 심사에서 불인정된 난민 신청인은 일정한 기간 내 난민심판원의 판단을 받고, 기각될 경우 고법·대법에서 두 번의 사법부 판단을 받는다. 난민심판원이 특허심판원, 조세심판원, 해양안전심판원 등 준사법적 성격을 지닌 특별행정심판기관과 유사한 형태로 운영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오수 법무부 차관은 “난민심판원이 신설되면 현행 소송까지 5단계인 절차가 3~4단계로 단축돼 공정하고 신속한 난민 심사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박영아 법무법인 공감 변호사는 “(이의 신청) 기간과 절차를 축소하는 게 능사가 아니다”라면서 “국민적인 불안감, 공포에만 초점을 맞춘 정책처럼 보인다”고 평가절하했다. 난민 심사 절차의 간소화 필요성은 2010년대 이후 국내 난민 신청자와 난민 인정을 구하는 행정소송이 급증함에 따라 제기돼 왔다. 2011년 1011명이던 난민 신청자는 2016년 7542명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난민 인정을 못 받고 1심 행정소송을 낸 접수 건수는 136건에서 3161건으로 폭증했다. 이 과정에서 난민 인정을 받지 못하고 추방됐다가 재입국해 같은 사유로 난민 신청을 하거나, 불법체류 중 범죄를 저지르고 보호 조치를 당하자 난민 신청을 한 사례들이 적발됐다. 2016년 난민 신청자 7542명의 39.4%인 2974명이 체류 기간을 넘겨 불법체류자 신분이 된 뒤 다시 난민 신청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종적으로 난민 인정을 못 받게 되더라도 난민 신청부터 대법원 판단까지 4~5년 동안은 추방되지 않는다. 체류 목적으로 난민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를 막는 것은 정부의 당연한 의무다. 그러나 제주 예멘인 난민 사태를 계기로 난민 심사 절차 간소화를 서둘러 추진하는 것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높다. 이일 법무법인 어필 변호사는 “당장 직면한 예멘 난민 문제와 전혀 상관없는 대책”이라면서 “제도 신설에 앞서 난민 협약 가입국으로서 어떻게 난민들을 보호할지에 대한 내용이 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반려독 반려캣] “대체 저게 뭐야?”…난생 처음 뱀을 본 고양이 (영상)

    [반려독 반려캣] “대체 저게 뭐야?”…난생 처음 뱀을 본 고양이 (영상)

    사람이든 동물이든 난생 처음 새로운 대상을 접하고 한 번쯤 놀랐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28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주인과 함께 동물병원에 온 고양이가 태어나 처음으로 뱀을 목격하고 깜짝 놀라는 영상을 공개했다. 지난 20일 캐나다 남동부 노바스코샤주에 사는 고양이 티제이는 주인과 함께 수의사를 찾았다가 충격에 빠졌다. 자신의 눈 앞에 떡하니 자리잡은 뱀 때문이었다. 약 25초 가량의 영상에서 진찰을 기다리는 황갈색 뱀 한마리가 병원에 마련된 큰 탁자위에서 스멀스멀 기어다니고 있었다. 티제이는 자신이 보고 있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천천히 뒷다리를 들었고, 호기심과 공포가 섞인 표정으로 뱀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대 혼란에 빠진 티제이에게 한 여성이 ‘움직이지마’라고 장난을 쳤지만 티제이는 마치 일시 정지버튼을 누릇든 그자리에 그대로 멈춰버렸다. 이를 본 주인 린제이맥켄지는 “평소라면 다정하고 친화적인 티제이가 뱀과는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던 것 같다”며 웃었다. 한편 해당 영상을 본 네티즌들은 “정확히 내가 뱀을 보았을 때와 같은 표정이다”라거나 “놀란 고양이의 표정이 귀엽고 사랑스럽다”, “고양이를 비롯해 많은 동물이 뱀에 대한 본능을 가지고 있다. 티제이는 곧 무슨 수를 써서라도 뱀을 피하려 했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기고] 세상유정(稅上有情)/오태환 남대문세무서장

    [기고] 세상유정(稅上有情)/오태환 남대문세무서장

    1980년대 초반 세무공무원으로 공직에 들어와 초짜를 좀 벗어난 즈음의 일이다. 자잘한 세금이 여러 건 밀려 있던 소규모 자영업자의 사업장에 체납 세금을 징수하기 위해 방문했다. ‘오늘은 빨간(압류) 딱지도 붙이고 좀 모질게 해야지’ 다짐을 해 보지만 노련한 사장님이 곧 죽는 소리를 한다. “요즘 장사가 너무 안돼요. 팔리는 게 있어야 세금을 내지. 나도 일단 먹고살아야는 되는데….” 모질게 먹었던 마음이 금세 약해진다. “사장님, 내가 이거 하나 팔아 드릴 테니 그걸로 세금 먼저 냅시다.” 이렇게 해서 엉뚱한 양복이 한 벌 생기고, 좁아 터진 집안 거실에는 어울리지도 않는 열대어 수족관도 생겨났다. 맞벌이하는 집사람에게는 차마 염치가 없어서 공짜 양복표가 하나 생겼다거나 아는 사람이 선물한 거라 둘러댔다. 세월이 흘러서 운 좋게 세무서장이 되어 지역 소상공인들과의 현장 소통 모임에 가 보면 자주 하는 말씀이 요즘 세무서 직원들은 납세자 사정은 잘 살피지 않고 너무 법대로만 한다는 불만이 많다. 예를 들어 거래처 채권 압류나 대출은행에 대한 예금 추심은 사업하는 사람에게는 정말 존폐의 문제인데 너무 규정대로만 한다는 불만이다. 백번 공감이 가는 말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관련 규정과 절차를 지켜 가며 열심히 자기 업무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부하 직원들에게 딱히 잘못을 지적하기도 어려운 일이다. 참 난감하다. 그런데 난감한 일이 또 있다. 요즘 납세자들 사이에는 피하고 싶은 세무서 직원으로 이른바 ‘구신녀’가 있다고 한다. ‘9급 신규 여직원’을 지칭하는 말인데, 구신녀에게 걸리면(?) 철저하게 법대로 원칙대로 일을 처리하는 통에 대충 어물쩍 넘어가려다가는 큰코다치게 되고, 때문에 그들 사이에는 언제부턴가 공포의 대명사가 되었단다. 선배 세무공무원도 예외 없다. “나 여기 과장이었는데”라며 은근히 자기를 내세워 봐야 돌아오는 답은 “그래서요?”다. 선배 대접은커녕 거의 봉변 수준이다. 학연, 지연 등 이런저런 연줄을 내세워 편의를 기대하는 사람들에게는 당차고 어떻게 보면 당돌하기까지 한 구신녀가 사실 난감하기 이를 데 없을 것이다. 이런 구신녀에게 흔히 말하는 전관예우는 언감생심 말도 못 붙일 일이다. 밝고 신선한 새바람, ‘구신녀 파이팅!’ 그럼에도 마음 한켠에는 여전히 뭔가 아쉬움이 있다. ‘법대로, 원칙대로 공정한 세금’과 ‘인정 있는 따뜻한 세금’은 양립하기 어려운 것일까. ‘따뜻한 가슴에도 녹지 않는 냉철한 머리와 냉철한 머리에도 차가워지지 않는 따뜻한 가슴.’ 이것이 가능하다면 정말 신뢰받고 사랑받는 국세청이 될 수 있을 텐데. 나는 그 해법을 찾지 못했다. 똑똑하고 야무진 후배님들이 꼭 찾아내길 바란다. 열심히 응원하고 성원할 테니. 오늘 아침도 여느 날과 같이 버스에 몸을 싣고 남산 1호터널을 지나 사무실에 출근했다. 오전 7시 40분 컴퓨터를 켠다. 어제 퇴근 이후 올라온 결재 문서들을 처리하고, 잠시 오늘 할 일을 머릿속에 챙겨 보고는 늘 가까이 두고 있는 FM 라디오를 켠다. 곧 정년이다. 새삼 이 익숙하고도 평범한 하루의 시작이 이제 며칠 남지 않았음을 떠올린다. 평범한 이 일상의 아침을 나는 얼마나 그리워하게 될까.
  • 최임위 노동자위원 전원 불참…법정 기한일에도 심의 불발

    다음주 회의 복귀 예상 한국노총 “1만원 달성 위해 향후 협상 최선”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가 법정 심의 기한인 28일에도 노동자위원 전원이 불참해 논의를 진행하지 못했다. 최임위는 이날 서울 중구 직업능력심사평가원에서 전원회의를 개최했다. 회의에는 공익위원 9명과 사용자위원 8명 등 17명이 참석했다. 한국노총은 지난 27일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최임위 복귀를 결정하고 복귀 시기를 조율했지만 회의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추천한 노동자위원 9명은 이날 오전 간담회를 열고 최임위 참여 여부와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한국노총은 다음주 최임위에 복귀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민주노총은 불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류장수 위원장은 회의 직후 브리핑에서“노동계가 빠졌지만 예정됐던 일정은 모두 소화했다”며 “우려가 제기되는 졸속 심의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노총이 복귀를 결정한 만큼 다음주 회의에는 반드시 참석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8월 5일 최저임금 심의 사항이 공포되는 것을 반드시 지키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사용자위원인 이동응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법정 심의 기한 마지막 날인데도 제대로 논의를 시작하지 못해 안타깝다”고 전했다. 지난달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한국노총 추천위원 5명이 사퇴서를 제출했고 민주노총 추천위원 4명도 불참 입장을 밝혔다. 노동자위원들은 지난 19일 이후 세 차례 열린 회의에 모두 참석하지 않았다. 한국노총이 지난 27일 복귀 결정을 하면서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가 노동계 없이 결정되는 초유의 상황은 피하게 됐다. 하지만 법정 심의 기한까지 단 한 차례의 논의도 진행하지 못하면서 시간에 쫓겨 졸속 심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는 고용노동부 장관의 최종 확정고시일(8월 5일) 20일 이전인 다음달 16일까지 마무리돼야 한다. 다음 회의는 다음달 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거대 백상아리의 생생한 수면 부상 모습

    거대 백상아리의 생생한 수면 부상 모습

    이 보다 생생할 순 없다. 거대 백상아리가 수면 위로 부상하는 모습이 액션캠(아웃도어 활동시 헬멧이나 운동기기에 장착해 영상을 기록하는 카메라)에 고스란히 잡혔다. 지난 19일(현지시각) 남아프리카 해안에서 촬영된 영상 속엔 미끼를 물기 위해 수면 위로 튀어나오는 거대한 백상아리 한 마리가 포착된 모습을 23일 영국 동영상 공유사이트 라이브릭 등 여러 외신이 소개했다. 무시무시한 이빨까지 드러내며 미끼를 낚아채려는 모습이 마치 죠스 영화의 한 장면처럼 공포스럽다.사진 영상=EEC MEDIA/유튜브 영상팀 seoultv@seoul.co.kr
  • [문화마당] 두꺼비는 느릿느릿 걷는다/정종홍 작가

    [문화마당] 두꺼비는 느릿느릿 걷는다/정종홍 작가

    새벽. 이슬 젖은 풀숲에 두꺼비 한 마리가 느릿느릿 걸었다. 눈꺼풀을 끔뻑끔뻑. “곧 장마지려나 보다.” 습한 곳에 사는 두꺼비는 장마를 마중 나온다고 어머니는 어린 아들에게 자연의 섭리를 일러주셨다. 장마 전까지는 일을 마쳐야 한다. 엉겁결에 떠 맡은 풀베기 작업. 며칠째 들기만도 버거운 예초기를 짊어 메고 ‘낑낑’ 씨름이다. 새벽 선잠 깨면 밤새 누가 모질게 때린 듯 삭신이 쑤셨고 끼니때마다 젓가락 든 손이 벌벌 떨렸다.풀베기 작업에도 필수 안전장비를 갖춘다. 안전화를 신고 무릎과 정강이뼈를 감싸고 발등을 덮는 보호대를 차고 안면보호구를 쓴다. 손바닥에 오목한 쿠션이 붙은 진동 방지 장갑을 낀다. 연료는 휘발유에 엔진오일을 5:1 비율로 섞는다. 첫날은 나일론 줄로 평지에 붙은 이끼 찌꺼기 따위를 긁었다. 튀는 잔돌이 매섭게 몸을 때렸고 서툰 손은 바닥을 자꾸 쳤다. 밑을 때리면 줄이 풀리는 구조였기에 줄 한 통을 거의 다 소모했고 결국 엉켜 부품을 망쳐 버렸다. ‘내일은 이도날을 써야 한다.’ 밤새 두려움에 잠을 설쳤다. 깡! 첫 울림. 그 충격이 전한 전율은 컸다. 커다란 바위를 피하려다 풀숲에 숨은 낮은 고목을 때렸다. 굵고 딱딱한 나무는 쇠와 부딪친 소리를 냈다. ‘찌잉’ 번개 치듯 전해지는 충격에 머리가 쭈뼛 섰다. 공포였다. 최대한 낮게 지면 가까이 날을 붙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두려움을 극복해야 했다. 무서워 멀찍이 물러서 높게 날을 치면 하나 마나 한 헛수고다. 멀리서 보면 내가 깎은 자리는 단박에 티가 난다. ‘두 번 손 타게 하지 마라. 다시 깎는 게 더 어렵다.’ 더뎌도 꼼꼼히 온 신경을 곧추세워 공포에 다가서야 했다. 이도날은 양날검이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돈다. 날질은 왼 방향이 정석이다. 이도날은 날카롭고 빠르지만 위험하다. 요리사가 칼이 무서워 멈칫하거나 튀김 솥에 다가서지 못하면 베이거나 화상을 입듯 맞서지 않고 피하기만 하면 나아가지 못한다. 제자리걸음은 과감한 포기보다 조직에 더 큰 해를 끼친다. 모른다고 질문하는 용기가 섣부른 아는 체보다 더 안전한 결과를 낳는다. 사람이란 어찌나 얄팍한 존재인지 조금 익숙해졌다 싶으면 다 안다 자만한다. 점차 작업 속도에 욕심이 붙는다. 처음엔 바위 때리던 소리가 점차 친근해진다. ‘깡! 깡!’ 때리던 부딪침은 ‘따당, 따당’ 마찰로 접촉하고 ‘그르렁 그렁’ 긁어 주다 이젠 ‘웅웅’ 돌에 달라붙어 대화한다. 어느새 바위는 말끔한 자태를 드러낸다. 만족한 결과에 도취하면 팔에 힘이 빠져도 알아채지 못한다. 비탈진 경사를 딛고 풀을 베는 것은 두 배의 수고와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돌이 많은 험지는 작업 속도를 늦추고 신경을 곤두서게 한다. 바짝 긴장해 집중하니 실수가 없어 풀 벤 자리도 곱다. 두렵지 않고 익숙하다 싶어 자만하면 헛손질을 한다. 뎅겅뎅겅 어린 나무를 잘라 버린다. 분명 저긴 벌레가 숨었고 두꺼비가 웅크렸다 싶어도 날을 멈추지 않고 쓱쓱 지나친다. 나의 자만에 귀한 생명이 꺾였다. 사람이 보기 좋은 경관을 위한 풀베기 작업이 끝날 무렵 우린 드러난 나무 벤치에 앉았다. 벌레와 두꺼비가 살던 풀숲 자리에 덩그러니 벤치가 있었다. 종아리와 팔뚝엔 튄 잔돌이 할퀸 자국이 새겼고 저린 통증이 배었다. 내가 깎은 자리에 고개 숙인 나리꽃 한 송이가 도도하게 피었다. 차마 베지 못해 남긴 꽃이다. 주위를 둘러보니 허허벌판에 드문드문 나리꽃이 껑충 솟았다. 나리꽃 붉음은 석양에 물들고 우리들 가슴에는 서늘한 바람이 닿는다. 벌레와 두꺼비는 느릿느릿 걷는다.
  • 브룩스 “무작정 北 의심 말고 역사 만들어가야”

    브룩스 “무작정 北 의심 말고 역사 만들어가야”

    “지금 가보지 않은 길 가고 있어… 北과 신뢰 쌓기 위해 훈련 중단”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은 27일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 등 한·미 연합군사훈련 유예 조치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과거에 그랬으니 또 무작정 (북한을) 의심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를 만들어 간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브룩스 사령관은 이날 서울 용산 육군회관에서 한·미동맹재단이 주최한 제2회 한·미동맹포럼 초청연설에서 “공포와 기회가 공존하고 있다.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가만히 있는다고 되는 게 아니다. 기회가 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북한과의 대화 창구인 외교 당국과 달리 군 관계자는 평소 원칙적이고 강경한 발언을 해 왔다는 점에서 브룩스 사령관의 이 발언은 매우 이례적이다. 38년 경력의 군사 전문가이자 주한미군과 한반도 유엔군을 통솔하고 있는 지휘관이 연합훈련 유예에 대한 기존의 시각에 발상의 전환을 요구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즉 비핵화 대화 국면에서 훈련을 유예하는 것은 안보를 약화시키는 게 아니라 오히려 평화를 위해 충분히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논리여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평가다. 브룩스 사령관은 “우리는 지금까지 걸어가지 못한 길을 가고 있다”며 “오랜 기간 적이었던 국가와 어떻게 신뢰를 만들어 나가느냐의 문제는 우리가 한 발짝 앞으로 가지 않으면 불가능한 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과거보다 소규모로 하든지, 도발적 부분을 제외하고 하든지 (훈련) 규모와 시점, 시나리오를 조정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때로 절제된 저강도 훈련을 유지함으로써 대화 용의가 있다는 메시지를 주고, 지도자들이 외교적 결심을 할 수 있도록 조정하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또 “우리는 북한의 체면이 살도록 해 주는 게 중요하다는 측면에서 방법을 찾고 있다. 그들이 변하면 우리도 변한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며 “연합훈련(유예)도 우리가 다른 방향으로 갈 수 있다는 하나의 증거”라고 했다. 이어 “(북한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있다는 걸 이해하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한·미동맹에 맞서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특히 “주한미군 철수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며 “한·미 대통령의 관심사가 아니다”라고 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러시아의 아침 우뜨라 라시야] 고려인이 숨쉬는 카잔서 1% 기적을 쏴라

    태극전사들이 ‘1%의 기적’에 도전하는 곳은 고려인의 끈질긴 생명력이 살아 숨쉬는 땅이다. 타타르스탄 자치공화국 수도였던 카잔이다. 과거 유럽을 공포에 떨게 했던 투르크족 타타르인들의 터전인데, 스탈린 시대 시베리아 개발의 필요성에 따라 멀리 사할린 등에서 고려인이 강제 이주해 면화 등을 따며 살아남은 땅이다. 1804년 카잔주립대학이 세워져 대문호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1828~1910), 작곡가 밀리 알렉세예비치 발라키레프(1837~1910), 혁명 영웅 블라디미르 일리치 레닌(1870~1934) 등을 배출한 곳으로도 이름 높다. 아무것도 없을 것 같았던 평지에 갑자기 현대적인 도시가 나타나 눈이 번쩍 뜨이게 했다. 군수산업과 화학산업이 번창해 한눈에 돈이 많은 도시란 것을 느끼게 했다. 2013년 하계유니버시아드, 이듬해 세계펜싱선수권, 2015년 세계수영선수권 대회를 개최하는 등 러시아 스포츠의 메카이기도 하다. 카잔연방대학 한국학 과정에는 100명가량이 공부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케이팝 경연 대회가 열려 34개 팀이 열띤 경쟁을 펼쳤고 스웨덴과의 1차전이 열렸던 니즈니노브고로드에까지 달려온 고려인 응원단도 있었다. 이들은 독일과의 최종전에도 응원전을 펼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학의 고영철 교수에 따르면 카잔과 니즈니노브고로드, 멕시코와 격돌했던 로스토프나도누 등 볼가관구의 14개 주에 1만 1000여명의 고려인이 거주하고 있다.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유랑하던 고려인들이 고국에서 온 전사들을 응원한다. 세계 최강 독일을 맞아 열심히 싸워야 할 분명하고도 엄연한 이유 하나가 더 새겨진 셈이다. 카잔은 날씨가 지금까지 있던 곳과는사뭇 다르다. 멕시코전을 마치고 돌아온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떠나기 전과 달리 비바람도 불고 쌀쌀했다. 그런데 카잔은 아침저녁으로 선선하긴 하지만 한낮엔 수은주가 30도까지 오른다. 공항 밖 더운 열기가 확 느껴졌다. 그렇지 않아도 부상 선수가 많아 골치 아픈 신태용호인데 독일과의 벼랑 끝 승부를 앞두고 행여 컨디션을 망치지나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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