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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딸 위협하는 이웃 남성에 죽도 휘두른 아빠 ‘정당방위’ 무죄

    딸 위협하는 이웃 남성에 죽도 휘두른 아빠 ‘정당방위’ 무죄

    법원, 국민참여재판 배심원단 평결 적극 수용 건장한 남성에게 위협당하는 딸을 구하려고 죽도를 휘둘렀다가 상대를 다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아버지가 국민참여재판에서 정당방위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가 배심원단 의견을 재판부가 적극 받아들여, 이 사건을 보통 현행법상 인정 요건이 매우 까다로운 정당방위로 판단해 이례적으로 무죄를 선고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 오상용)는 특수상해, 특수폭행치상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모(48)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30일 밝혔다. 김씨는 지난해 9월 24일 같은 건물 세입자인 이모(38)씨와 이씨의 모친 송모(64)씨를 1.5m 길이의 죽도로 때려 각각 전치 6주와 3주의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서울 강서구의 한 공동주택 건물에서 어머니와 외출하려던 피해자 이씨는 집주인 김씨의 딸(20)이 마당의 빨래를 걷는 모습을 보고 “야”라고 불렀다. 그러나 딸은 대답을 듣지 못했고, 이에 이씨가 김씨의 딸에게 “어른을 보면 인사 좀 해라”면서 다그쳤다. 이에 김씨의 딸이 “아빠!”라고 소리치며 집 안으로 들어가려 하자 이씨는 욕설을 하며 김씨 딸의 팔을 잡았다. 집에서 잠을 자다가 소리를 듣고 깨어난 김씨는 이 장면을 보고 뛰쳐나오려고 했지만, 이씨의 모친 송씨가 현관문을 막아서며 “우리 아들이 잘못했다. 아들에게 공황장애가 있다”며 말렸다. 그러나 김씨는 현관에 있던 죽도를 들고 밖으로 나와 이씨의 머리를 때렸다. 이후 이씨를 더 때리려 했으나 송씨가 아들을 감싸면서 김씨는 송씨의 팔을 여러 차례 가격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넘어진 이씨는 갈비뼈가 부러졌다. 결국 김씨는 이씨에 대한 특수폭행치상, 송씨에 대한 특수상해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린 1심에서 배심원단은 김씨의 행동이 형법 21조 3항에서 정한 ‘면책적 과잉방위’에 해당한다고 만장일치(7명)로 평결했다. ‘야간 등 불안스러운 상태에서 공포·당황으로 인한 행위’인 경우 정당방위로 인정해 처벌하지 않도록 규정한 조항이다. 배심원단은 이씨의 갈비뼈 골절 부상도 김씨의 행위 때문이 아니라는 데 모두 동의했다. 재판부는 배심원단 의견을 반영해 김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의 행동은 모두 피고인 딸에 대한 위협적 행동이었다”면서 “지병으로 몸이 좋지 않은 피고인은 자신보다 강해 보이는 피해자가 술에 취했고 정신질환까지 있다는 말을 듣고 딸을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에 죽도로 방위행위에 나아가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해자들의 부상 정도 등을 보면 피고인이 죽도로 가격한 행위가 사회 통념상 타당성의 범위를 넘어선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야간에 딸이 건장한 성인 남성 등에게서 위협당하는 불안스러운 상태에서 공포, 경악, 당황, 흥분 등으로 저질러진 일”이라며 처벌 대상이 아니라고 판시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차량공유 우회로 탄 모빌리티, 요금만 높이나

    차량공유 우회로 탄 모빌리티, 요금만 높이나

    택시면허 대여한 대형 차량 공유 전환 강제배차·와이파이 제공 등 부가서비스 실시간 탄력요금제 0.7~2배 차등 적용 호출료나 거리·시간 할증에 비싼 운임 지자체 지원 없는 모빌리티 자유 운임 택시, 정부 보호받는 만큼 요금도 통제 모빌리티 태동기 신중론·강경론 분분 “서비스 다양해도 가격 상승요인 많아”‘혁신을 핑계 삼아 택시비도 덩달아 오르지 않을까.’ 최근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겠다며 꿈틀거리는 모빌리티 시장을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마음은 복잡하다. 국외 여러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혁신이 더뎠던 모빌리티 업계가 마침내 변화를 시도한 것은 환영할 만하지만 아직까지 ‘운임 혁신’이 가미된 서비스를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내 이동통신 이용료가 1세대(1G) 이동통신에서 5G까지 거치며 수직 상승했듯 모빌리티 업계도 ‘제공하는 서비스가 좋아지지 않았느냐’며 더 많은 운임을 챙길 가능성이 엿보인다. 외국처럼 놀고 있는 자가용을 여럿이 함께 이용하는 ‘차량 공유’를 통해 가격 혁신도 바랐던 많은 소비자들은 입맛만 다시게 됐다. ●‘라이언택시’도 요금 20~40% 비싸질 듯 11인승 대형 승합차를 자체 수급한 드라이버가 운영하는 브이씨엔씨(VCNC)의 ‘타다’는 일반 중형 택시보다 평균 20~40%가량 요금이 비싼 것으로 알려졌다. 실시간 수요·공급에 따른 탄력요금제를 0.8배에서 최대 1.5배까지 적용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동시에 타다를 호출하면 똑같은 서비스를 더 비싼 가격에 이용해야 한다. ‘수요가 많다’의 기준이 명확하게 외부에 공유되지 않기 때문에 운영사에서는 탄력요금제로 인해 가격을 내릴 때에도 손해 보는 장사를 안 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다 운행거리가 20㎞를 넘으면 10㎞당 30%가 할증되는 ‘장거리 요금’도 적용된다. 예상 요금이 타다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고객들에게 미리 공개되긴 하지만 열정적인 소비자가 아니라면 일반 택시와 꼼꼼히 운임을 비교하기보다는 ‘다들 이렇게 타지 않느냐’며 순응하기 십상이다. 승차거부가 없고, 운전기사가 친절하며, 와이파이나 스마트폰 충전기를 이용할 수 있는 등 타다의 부가 서비스를 즐기는 것은 공짜가 아니었다. 10월 중에 서울, 경기, 인천 지역에서 우선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잡은 카카오 모빌리티의 ‘라이언 택시’도 탄력요금제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 모빌리티 관계자는 “기본요금(기본료+거리·시간 따른 요금)의 0.7~2배 수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납금을 없애고 완전 월급제를 실시하고, 승합차(스타렉스·카니발)를 이용하며, 인기 캐릭터인 라이언이 차량 외부에 부착되는 등 원가 상승 요인이 증가했기 때문에 타다처럼 기존 택시보다 평균 20~40%가량 상승한 운임에 서비스를 이용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카카오 모빌리티가 이달 중순 인수한 타고솔루션의 ‘웨이고 블루’도 승객이 호출하면 목적지와 상관없이 자동 배차되는데 이 때문에 호출료가 추가적으로 3000원 책정된다. 웨이고 블루도 실질적으로 기존 택시보다는 비싼 운임을 받고 있는 셈이다.●택시업계도 탄력요금제 주장 가능성 지금까지 택시 요금은 엄격하게 통제돼 왔다. 올림픽이 열렸던 1988년에 서울 중형택시의 기본요금은 600원으로 시작해 2019년 현재는 3800원으로 올랐다. 30여년간 6.3배 상승한 것이다. 1988년 당시 서울 지하철 1호선의 기본구간 요금은 200원이었는데 현재는 6.25배 오른 1250원이다. 결국 택시와 지하철이 비슷한 추이로 요금이 인상된 셈이다. 서울 지역 택시 기본료가 3000원(2013년 10월)에서 3800원(2019년 2월)으로 약 26.6% 요금이 오르는 데에는 5년 4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시도 지방자치단체별로 요금이 정해지는 택시는 유류보조금 지원, 부가세 환급 등의 혜택을 받고 있고 물가에도 영향이 크다는 등의 이유로 운임에 있어서만큼은 사실상 대중교통에 버금갈 정도로 상승폭이 억제됐다. 기회가 될 때마다 탄력 요금제 도입을 주장해온 택시 업계도 모빌리티 업체들이 제공하는 다양한 요금제를 본떠 또다시 탄력 요금제를 강력하게 주장할 가능성도 있다.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는 “앞으로 모빌리티 업계에 다양한 서비스가 등장할 것이다. 거리와 시간에 따른 요금은 통제한 상태에서 더 나은 서비스를 이용하는 요금은 별도로 내야 한다”면서 “예를 들어 유아를 위한 카시트(차량 내 유아용보호장구)를 제공하는 택시 업체는 원가 투입이 높아지니 소비자가 이것을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이 한몫한 ‘요금 인상’ 공포 국내 모빌리티 업계에 요금 인상 공포가 드리워진 데에는 정부와 정치권이 한몫했다는 지적도 있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는 차량 공유 서비스를 사실상 막아 놓았기 때문이다. 카카오 모빌리티는 지난해 출퇴근하는 자가용 운전자가 다른 승객을 태우면 택시보다 30%가량 싼 요금을 받는 카풀 사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이에 반대하는 택시 기사들이 분신하는 등 강력히 저항하자 카카오는 카풀 서비스를 잠정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지난 3월 택시·카풀 사회적 대타협기구는 카풀 서비스가 가능한 출퇴근 시간을 평일 오전 7~9시, 오후 6~8시로 못 박았다. 해당 내용을 담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은 지난달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주 52시간 근무제와 맞물려 유연 근무제를 도입해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도록 한 기업들이 늘어나는 반면 법에서 인정한 출퇴근 시간은 전혀 자유롭지 않게 되자 국내 카풀 서비스 업계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버나 그랩과 같은 외국의 대형 차량 공유서비스 사업자들은 자가용 차량 등 유휴 자원을 이용하지만 국내에서는 이런 서비스가 불가능하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따르면 자가용으로는 운송업을 하거나 이를 알선할 수 없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우버는 지난 2013년 한국에 진출했다가 서비스 1년 반 만에 철수했던 적이 있다. 해당 법을 개정해 차량 공유 서비스를 허용하게 된다면 소비자들은 저렴한 비용으로 이동할 수 있겠지만 택시기사들은 한 순간에 시장을 모빌리티 업체에 빼앗길 수 있다. 수천만원을 지불하고 택시 면허를 취득한 택시 기사들 처지에서는 이러한 투자 없이 시장을 나눠 갖겠다는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들의 행태가 ‘무임 승차’로 여겨질 수밖에 없었다. 결국 지난 7월 국토교통부는 택시 면허를 빌리거나, 면허를 지닌 택시 기사들을 모집해 모빌리티 사업을 하도록 하는 ‘택시제도 개편방안’을 내놔 사실상 택시 기사들의 손을 들어줬다. ●국토부 “구독형 서비스는 할인 적용 가능” 앞으로 모빌리티 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저렴한 서비스가 등장할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이 또한 의견이 분분하다. 아직 태동 단계인 혁신형 모빌리티 시장의 성장을 좀 더 지켜보자는 ‘신중론’과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저렴한 서비스를 유도해야 한다는 ‘강경론’이 함께 존재하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앞으로 반드시 요금이 올라간다고 일률적으로 말할 수 없다”면서 “한 달씩 정기적으로 타는 구독형 서비스가 나오면 할인이 적용될 수 있다. 마일리지가 쌓이거나 쿠폰 등을 제공하는 방식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학과 교수는 “서비스가 다양해지겠지만 이제 요금이 올라가는 일만 남았다. 택시 기사 월급제도 도입돼 가격 상승 요인이 많다. 100곳에서 요금을 올리고 1곳에서 요금을 내리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면서 “만약 탄력요금제를 하겠다면 이럴 때는 이렇게 가격을 올리고, 이럴 때는 이렇게 내려야 한다는 것을 정부에서 명확히 정해놔야 한다. 새로운 요금제 도입에 따른 시뮬레이션도 철저히 해서 적절히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황당한 결말? 공포의 극대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황당한 결말? 공포의 극대화!

    161 분 러닝타임 내내 주변을 겉도는 느낌이었는데 마지막 장면은 적잖이 황당했다. 28일 오후 서울의 한 상영관에서 관람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얘기다. 관객들 사이에 술렁거림이 일었다. ‘왜 이렇게 끝나지?’ 묻는 듯했다. 널리 알려진 대로 이 영화는 찰스 맨슨 일당의 잔혹 살해극을 다뤘다. 그런데 정작 맨슨 일당은 습격하려 했던 로만 폴란스키 감독 집이 아니라 흘러간 배우 릭 달튼(레오나르도 디캐프리오)의 집에서 모조리 끔찍한 죽임을 당하고, 달튼이 그토록 만나 영화인으로서의 인연을 맺고 싶어했던 로만 폴란스키 감독 대신 부인이자 떠오르던 여배우 샤론 테이트(마고 로비)와 만나 이웃끼리 훈훈한 정을 나누기 위해 집안으로 향하면서 막을 내린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한참 스태프 자막이 흐른 뒤 달튼이 다시 나타나 담배 광고를 장광설로 떠들어 관객들이 궁금해하는 것을 해소해줄까 싶은데 그마저 광고를 찍던 카메라가 멈추자 달튼이 “담배맛 진짜 병맛이야” 어쩌구 하면서 자신의 등신대 사진 입간판을 후려치며 끝난다. 그러니까 타란티노 감독은 50년 전 충격적인 잔혹 살해극의 전말을 어떻게 스크린에 옮기는지 보고 싶어했던 이들을 처절하게 배신했다. 대신 등짝을 후려치며 ‘그 시절 할리우드가 얼마나 좋았니?’ 물어보는 것 같다. 해서 어쩌면 이 영화는 스포일러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영화관에 들어선 이들마저 배신했다. 해서 스포일러를 해도 상관 없겠다는 자신감을 안겨준다. 실제로는 맨슨에게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종속됐던 한 명의 남성과 15~20세의 여성 넷이 1969년 폴란스키 감독이 영화 촬영 때문에 비운 집에 침입해 테이트와 그녀의 친구 등 다섯 명을 끔찍하게 살해했다.그런데 영화는 남성 한 명과 여성 둘이 폴란스키 감독의 옆집에 들어가 달튼과 그의 스턴트 대역이자 매니저 클리프 부스(브래드 피트), 달튼의 이탈리아인 부인을 해치려다 오히려 엄청난게 잔인하게 살해당하는 것으로 그려졌다. 이 살해 정황이 끔찍한데 너무 웃기다. 말도 안되게 웃긴다. 그걸 타란티노의 유쾌한 반전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찬반이 갈릴 수밖에 없다. 브루스 리(마이크 모)가 등장하는 영화 촬영 막간의 활극은 또 어떻고, 알 파치노, 루크 페리, 브루스 던, 다코타 패닝, 데미안 루이스, 커트 러셀을 만나는 재미도 쏠쏠했다. 영화 중반에 부스가 예전에 서부영화를 찍었던 스판 농장을 찾아갔을 때 여자끼리인데도 스스럼없이 낯선 남자 앞에서 몸을 부벼대고, 여자 대장의 지시에 군말 없이 한 여성이 말을 타고 달려가는 장면, 여자들 모두가 부스에게 다가서며 약간 넋이 나간 표정을 지으며 좀비처럼 구는 것에서 느껴지는 공포와 섬뜩함은 잔혹한 살해극을 암시하는 장치로 꽤나 효율적이었다. 폴란스키 감독의 집에 어느날 낯선 남자가 찾아와 엉뚱한 사람 집 맞냐고 물어보는데 희대의 살인마 맨슨(데이먼 해리맨)이다. 나중에 여자 행동대원 가운데 한 명이 누군가를 죽이라고 맨슨이 지시했다고 말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엉뚱한 사람 이름이었다. 가수 지망생이었던 맨슨이 오디션에 불합격했는데 그 엉뚱한 사람이 면접관이어서 그이를 죽여야 한다고 여러 차례 말했는데 일당들이 엉뚱하게도 테이트와 친구들을 습격해 살해했다는 얘기도 있었다. 여튼 “우리에게 살인을 가르치고 떼돈을 벌어 호의호식하는 할리우드 인간들을 응징하자”는 맨슨 일당의 명분만은 아주 뚜렷하게 전달된다. 수전 앳킨슨이 주동이었는데 그녀는 임신 중인 테이트가 태아만이라도 살려달라고 애원하는데도 죽였다. 테이트 살해에 가담하지 않았던 맨슨은 배후세력으로 체포됐는데 이들은 테이트 사건 뿐만 아니라 모두 35명을 살해한 연쇄 살인마들로 밝혀져 1971년 법원에서 모두 사형이 언도됐다. 하지만 이듬해 캘리포니아주에선 사형이 폐지돼 모두 종신형으로 감경됐다. 맨슨은 복역 중이던 2017년 11월 19일 83세를 일기로 자연사했다. 이들 여섯 명 가운데 감옥 밖으로 풀려난 사람은 아직까지 한 명도 없다. 지난 20일 캘리포니아주 항소법원은 50년 가까이 복역 중인 레슬리 반후텐(70)의 가석방 요청을 기각해 새삼스럽게 눈길을 끌었다.그녀는 패트리샤 크렌윙켈과 함께 로즈매리 라비앙카의 머리를 베개로 짓누르며 조명등 줄로 목을 조르고, 14~16차례 흉기로 찌른 사실을 인정했지만 테이트의 집에서 일어난 살해에는 가담하지 않았다. 법원은 반후텐의 가석방을 허용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사회에 돌려보내도 안전하다는 점을 확신할 수가 없다”고 밝혔다. 할리우드로선 잊고 싶은 참극이지만 테이트 등을 끔찍하게 살해한 이들은 여전히 같은 하늘 아래 시퍼렇게 숨을 쉬고 있다. 국내 누리꾼들의 평가는 엇갈린다. 말도 못하게 지루하다, 영화가 뭘 얘기하려는지 모르겠다는 혹평이다. 타란티노 감독은 오히려 스크린에 이 끔찍한 살해극을 옮기지 않음으로써 그 공포와 섬뜩함을 더욱 극대화했다, 적어도 전문 비평가들은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아래 두 영화 포스터는 한 블로거가 이 영화를 관람하기 전에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고 추천한 것이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장화홍련 결말, 어떤 영화길래? ‘모든 장면에는 복선이..’

    장화홍련 결말, 어떤 영화길래? ‘모든 장면에는 복선이..’

    영화 ‘장화, 홍련’이 다시금 주목받았다. 배우 염정아는 27일 방송된 tvN ‘삼시세끼 산촌 편’에서 윤세아, 박소담과 함께 ‘장화, 홍련’을 보며 그때 그 시절을 떠올렸다. 방송이 나가고 영화 ‘장화, 홍련’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이 높아진 것. 김지운 감독의 2003년작인 ‘장화 홍련’은 염정아를 비롯해 임수정, 문근영, 김갑수 등이 출연한 공포 스릴러 장르의 영화다. 개봉 당시 서늘함이 느껴지는 묘한 분위기의 장면들과 숨 막히는 반전을 선보여 관객들의 호평을 받았다. ‘장화 홍련’에서 염정아가 맡은 역할은 극중 수미(임수정), 수연(문근영) 자매의 새어머니 은주다. 은주는 영화에서 내내 공포감을 불러일으키는 인물이다. 친엄마를 닮은 수연을 노골적으로 미워하다 동생을 지키기 위해 나선 수미와 부딪히며 갈등을 빚는다. 하지만 이 모든 장면에는 복선이 숨어있었다. 결말에서 관객들은 엄청난 반전을 목격할 수 있다. 특히 엔딩에서 집을 뒤로하고 걸어 나오는 수미의 모습과 함께 영화 OST인 ‘돌이킬 수 없는 걸음’이 흘러나오는 장면이 관객들을 소름 돋게 했다. 사진 = 서울신문DB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삼시세끼’ 비오는 날엔? 염정아와 ‘장화, 홍련’ 보기

    ‘삼시세끼’ 비오는 날엔? 염정아와 ‘장화, 홍련’ 보기

    비가 오는 ‘세끼 하우스’에서 감성 가득한 하루가 펼쳐진다. 비 오는 가을날을 제대로 즐기는 ‘삼시세끼 산촌편’ 식구들만의 휴식법이 공개되며 풍성한 즐거움을 전할 예정. 27일 방송되는 tvN ‘삼시세끼 산촌편’에서는 뜨거운 여름을 보내고 조금 일찍 가을을 맞이한 ‘세끼 하우스’가 공개된다. 비가 오는 산촌 날씨에 맞춰 이를 200% 즐기는 세끼 식구들의 ‘슬로우 휴식법’이 관전포인트. 염정아, 윤세아, 박소담은 비가 와도 축 처지기는커녕, 산촌 노래방을 오픈한다. 마루에 앉아 자자의 ‘버스 안에서’를 춤과 함께 열창한다. 평소 흥 넘치는 면모를 뽐내온 세 사람이 산촌 노래방에서 어떤 곡을 선곡했을 지 호기심을 자아낸다. 비 오는 날에 빠질 수 없는 찰떡 메뉴, 된장 손칼국수와 애호박전도 준비한다. 마당에서 따온 애호박, 텃밭에서 수확한 고추와 쪽파 등 싱싱한 재료들과 더불어, 멤버들의 손끝에서 직접 탄생한 칼국수 면까지 정성 가득 열정 충만한 세끼 식탁이 꾸려진다. 매콤하고 구수한 된장 손칼국수의 뜨끈한 국물과 바삭바삭 고소한 애호박전의 식감이 침샘을 자극할 예정이다. 염정아, 윤세아, 박소담은 영화 ‘장화, 홍련’을 본다. 비 오는 날이면 생각나는 공포영화 명작 ‘장화, 홍련’을 주연 염정아와 함께 시청하는 영광(?)을 누리는 것. 염정아, 윤세아, 박소담은 3인 3색 다채로운 리액션을 보인다. 남주혁과의 작별 인사도 담긴다. 특히 ‘킵(Keep, 보관)’ 해둔 냉장고 재료들을 탈탈 털어 풍족한 김치볶음밥을 만들어 먹는다. 머무는 동안 아재 개그로 누나들의 웃음을 책임졌던 남주혁의 마지막 활약이 재미를 더한다. 연출을 맡은 양슬기 PD는 “8회에서는 세 번째 게스트 남주혁과의 마지막 날이 공개된다. 끝까지 염정아, 윤세아, 박소담의 미소를 자아낸 그의 활약이 펼쳐질 것”이라며 “뿐만 아니라 가을을 맞은 ‘세끼 하우스’의 면면도 볼거리를 책임진다. 촉촉이 비 내리는 산촌의 자연 풍경과 비오는 날을 십분 활용한 메뉴 손칼국수, 영화 ‘장화, 홍련’ 등을 즐기는 멤버들의 이야기에 많은 기대 부탁 드린다”라고 전했다. 오늘(27일) 밤 9시 10분 방송.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안도현 시인 “조국 지지 작가 1천명 돌파”

    안도현 시인 “조국 지지 작가 1천명 돌파”

    안도현 시인이 27일 조국 법무부 장관을 지지하는 작가 서명이 1000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조국 장관 지지, 검찰개혁과 한국 언론 자성을 바라는 2019 문학인 선언에 참여하겠다는 작가가 하루 만에 1000명을 넘어섰다”고 올렸다. 그러면서 서명운동에 관해 “황석영, 이시영, 정도상, 안도현, 공지영, 장석남이 대표발의자”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서명서에 첨부한 ‘2019 작가선언’에서 ‘박근혜 탄핵’, ‘촛불 혁명’,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등을 거론, “현재 통제받지 않는 검찰 권력이 휘두르는 칼날은 군부 독재 시절 총칼보다 더 공포스럽다”면서 “2019년 대한민국 검찰은 인사청문회를 준비하는 조국 후보자에 대한 수사를 요란하게 개시함으로써 대통령의 인사권이나 청문회를 준비 중인 국회마저 안중에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주장했다. 또 “현재 대한민국 검찰은 매우 위험하다”면서 “자신들에게 잠재적 위험이 될 것 같은 조국 섬멸을 위해, 대통령과 국회도 무시하는 검찰의 칼끝은 결국 우리 공동체를 위협하는 가장 무서운 칼날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언론에 관해서도 “권력 하이에나나 다름없는 대한민국 언론의 민낯을 여과 없이 보게 되었다”면서 “그들은 뉴스 전달자가 아니라 뉴스를 생산하는 자들이며, 자신들이 생산한 무기를 기반으로 대한민국 국정에 직접 관여하려는 ‘또 하나의 통제되지 않는 권력’ 혹은 ‘권력 지향 집단’이란 점이 이번에 여실히 드러났다”고 비난했다. 이어 “자신들의 밥그릇 지키기에 혈안이 되어 온 나라를 혼란의 구렁텅이로 몰고 들어가려 획책은 더는 통하지 않는다”면서 “우리는 다시 ‘블랙리스트’가 존재하던 암흑시대로 되돌아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안도현은 2012년 대통령선거 당시 민주통합당 대선 공동선대위원장을 지낸 문재인 대통령의 옛 선거캠프 참모 출신이다. 2017년 대선 때도 지지 선언을 주도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그날 그 일이 없었다면? 그날 그 일이 없었어도…

    그날 그 일이 없었다면? 그날 그 일이 없었어도…

    이제야 언니에게/최진영 지음/창비/252쪽/1만 4000원‘끔찍한 오늘을 찢어버리고 싶다’로 시작하는 일기가 있다. ‘끔찍한’이라는 단어조차 찢어버리겠다는 듯, 그 단어에는 가로선이 그어져 있다. ‘끔찍한’이라는 말에도 가둘 수 없는 오늘을 살아낸 이는 어떤 사람일까. 어떤 상황에 처한 사람일까. 소설 ‘이제야 언니에게’는 성폭력 피해자 제야의 이야기다. 2008년 7월 14일. 학교 수업을 마치고 제야는 동생들과 아지트로 삼은 버려진 컨테이너로 간다. 동생 제니와 사촌동생 승호를 기다리던 제야는 뜻밖에 같은 동네에 살면서 늘 다정하고 친절하던 당숙을 맞닥뜨린다. 거기서 돌변한 당숙은 제야를 성폭행한다. 당숙이 나 자신에게, 제니에게 똑같은 일을 다시 저지를 것이라는 공포에 제야는 경찰서로 직진한다. 그러나 아빠와 큰아빠가 관련된 회사 이사장인 당숙의 영향력 아래, 당숙과 이런 일이 커지면 여자애만 손해라는 논리 아래, 합의되지 않은 ‘합의서’가 만들어진다. 소설은 1인칭 제야 시점과 3인칭, 끔찍한 그날과 그날 이전의 날과 그날로부터 격리될 수 없는 이후의 날을 넘나든다. 그날 이후 제야를 부단히도 괴롭힌 질문 중 하나. ‘담배 피워도 되냐’고 사려 깊게 묻던 당숙과 내 머리를 짓누르던 당숙, 살갑게 등굣길을 살피던 당숙과 나를 강간하던 당숙은 같은 사람인가 하는 것이다. 고통 끝 ‘나’가 내린 결론은, 그는 ‘괴물도 짐승도 악마도 아닌 사람이어서 나를 강간’했으며, ‘그는 나를 이해하려고 애쓰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었다. 더불어 제야는 피해자인데도, ‘내가 그날 ~하지 않았다면’이라는 질문에 지속적으로 시달려야만 했다. 생각을 하면 할수록 명료한 사실은 단 하나뿐인데 말이다. ‘그날 그 일이 없었다면 나는 분명 지금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을 것이다. 그날 그 일이 없었어도 그는 분명 지금과 같은 삶을 살고 있을 것이다.’(207쪽) 당숙 같은 가해자가, 제야 같은 피해자가 나오는 까닭은 비단 당숙만의 문제인가, 모두의 문제인가. 별안간 소설은 폐부를 찌른다. “소중한 존재에 대해서는 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말하는, 피붙이도 아닌 제야의 ‘강릉 이모’ 같은 이가 되고 싶어서, 적어도 부끄러움은 아는 인간이고 싶어서 우리는 이 소설을 읽는다. 창비가 이달부터 매달 한 권씩 선보이는 젊은 작가들의 경장편 시리즈 ‘소설Q’의 포문을 여는 책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조현병도 병일 뿐 공포가 아닙니다

    조현병도 병일 뿐 공포가 아닙니다

    내 아들은 조현병입니다/론 파워스 지음/정지인 옮김/심심/600쪽/2만 4000원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두 아들은 부모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건강하게 자랐고, 음악과 글에 남다른 재능을 보였다. 행복한 이들 가족에게 갑자기 병이 찾아온다. 정신질환계의 ‘암’으로 불리는 ‘조현병’이다. 3년 동안 조현병에 시달리던 작은아들 케빈은 2005년 7월 스물한 살 생일을 일주일 앞두고 자택 지하실에서 스스로 목을 맨다. 비극이 있은 지 5년 뒤, 이번엔 큰아들 딘에게 조현병 증상이 나타난다. 딘은 크리스마스 날 아침 집집마다 문을 두드리며 자신을 ‘메시아’라고 말하다가 붙잡혀 병원으로 이송된다.●초기에 대처 못한 아버지로서의 죄책감 ‘내 아들은 조현병입니다’ 저자 론 파워스는 자신의 가족사를 담담히 써내려 간다. 행복했던 결혼부터 두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느꼈던 기쁨, 그리고 두 아이의 재능을 발견한 아버지의 설렘이 가득하다. 그러나 딘이 여자친구를 태우고 교통사고를 내고 나서 음주운전으로 오인 받아 언론에 주목받으면서 겪은 스트레스, 케빈이 기타리스트로 성장하면서 마약에 빠지는 과정과 이후 보였던 조현병 초기 증상을 설명할 때에는 슬픔이 배어난다. 조현병 초기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아버지로서의 죄책감도 절절하게 느껴진다. 살인, 강간, 무차별 폭행 등 강력 사건 때마다 “범인이 조현병이었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따라붙는다. 유전 혹은 청소년기의 강한 스트레스 탓에 발생하는 정신질환 일종인 조현병. 사람들은 조현병 이야기가 나오면 “무섭다”는 반응부터 보인다. 미친 사람이 언제 어느 때 우리에게 해를 가할지 모르기 때문일까. 병 자체에 느끼는 공포심보다 병에 걸린 사람들에게 느끼는 두려움이 더 크다. 암 환자를 무서워하거나 혐오하지 않지만, 조현병 환자는 혐오의 대상이자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곤 한다. ●美 의료제도·기괴한 정신질환 치료법 엮어 비판 저자는 자신의 아들들에 관한 사례만으로 이런 편견을 극복하자고 주장하지 않는다. 조현병을 비롯한 정신질환의 역사와 관련 약물의 등장과 효과, 정신질환자에게 시행했던 기괴한 시술, 그리고 대통령이 바뀌면서 오락가락하는 미국의 의료제도를 엮어 비판한다. 13세기 중반의 ‘보호시설’인 ‘베들럼’과 같은 정신병원이 인간다움을 어떻게 파괴했는지, 반대로 정부의 탈수용화 정책이 왜 정신질환자들을 길거리로 내몰고, 정신질환자를 교도소로 보내버렸는지 집요하게 파헤친다. 인간의 우위를 나누며 광풍처럼 맹위를 떨쳤던 우생학, 기적의 약이라고 알려진 ‘소라진’을 비롯해 각종 정신질환 치료제, 그리고 조현병 환자 가족이 초기에 대처하지 못하는 데에서 오는 실수 등도 꼼꼼히 담았다. ●퓰리처상 수상자인 저자, 자신의 비극 꺼낸 용기 저자는 두 아들의 죽음 이후 자신의 이야기를 10년 동안 숨겨 왔다. 가족을 글의 소재로 삼지 않으려는 신념 때문이기도 하지만, 누가 조현병에 관한 책을 읽고 싶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무엇보다도 작은아들의 자살과 큰아들의 조현병 발병까지, 과거의 비극을 꺼내기가 어려웠을 터. 그러나 그는 2014년 1월 한 공청회에서 조현병 환자들의 증언을 들은 뒤 책을 쓰기로 했다. 책은 1973년 퓰리처상 수상자이기도 한 저자가 5년 동안 철저하게 조사하고, 자신의 비극을 다시 꺼내어 만든 용기 있는 결과물인 셈이다. 미국에서 출간한 2017년 ‘피플’의 ‘올해 최고의 책’, ‘워싱턴포스트’의 ‘올해의 주목할 책’으로 선정됐으며, ‘PEN/에드워드 윌슨 과학저술상’ 최종 후보에도 올랐다. 지난 200년 동안 정신질환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과 자신의 비극을 통해 저자는 결국 우리가 정신질환자를 그저 타인으로만 대했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정신질환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려고 노력해 온 역사도 그만큼 오래됐다고 강조한다. 누군가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과 혐오를 거두기 위해 노력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관심은 사그라졌다고도 지적한다. 책 마지막 장의 제목은 아마 그가 우리에게 하고 싶은 말일 것이다. “누군가는 미친 사람에게 신경을 쓴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中경제 덮치는 ‘D 공포’

    中경제 덮치는 ‘D 공포’

    중국에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하락)의 공포’가 밀려오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중국 경제의 둔화가 가팔라지는 가운데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이 두 달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중국의 디플레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원자재와 중간재 가격, 제품 출고가 등을 반영하는 PPI는 제조업 활력과 관련된 경기 선행지표 중 하나다. 26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 8월 PPI는 0.8%로 하락했다. 시장이 예상한 하락 폭(0.9%)보다는 작지만 7월 하락 폭(0.3%)을 크게 웃돈다. 두 달 연속 PPI 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데다 8월 하락폭은 전달보다 더 커졌다는 점에서 위기의 신호로 읽힌다. 장닝(張寧) UBS 이코노미스트는 “PPI 디플레와 비식품물가 완화는 모두 성장률 모멘텀이 둔화하고 내수가 취약하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PPI 부진 이어지면 기업들 디폴트 위협 중국의 PPI 상승률은 지난 5월부터 떨어지기 시작해 7월에는 3년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선 뒤 8월에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중국 경제가 2012년 3월부터 2016년 8월까지 54개월 연속 PPI가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장기 디플레 국면에 빠졌던 상황으로 다시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PPI가 마이너스로 들어서면 통상 디플레의 전조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경기 하강 국면에서 나타나는 디플레는 산업생산 감소와 실업 증가 등으로 이어지면서 경제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 PPI 부진이 이어질 경우 부채비율이 높은 기업은 디폴트(채무불이행) 함정에 빠질 수 있고 소비자의 지갑도 얇아질 수 있는 것이다. 앞서 중국의 7월 산업생산 증가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8%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02년 2월 이후 17년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중국 경제의 월별 지표가 급격한 하향곡선을 그리면서 경제성장률 둔화에 대한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올해 2분기 경제성장률은 6.2%까지 곤두박질쳤다. 이에 올해 성장률 마지노선을 6.0%로 정하고 있는 중국 정부가 적극 방어에 나섰으나 역부족이다. 신용평가회사 피치는 지난 9일 중국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6월 전망했던 6.2%에서 6.1%로 하향 조정한 데 이어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6.0%에서 5.7%로 0.3% 포인트 끌어내렸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통계를 못 믿겠다며 중국의 실질 성장률은 3%대에 불과하다는 견해가 상존한다. 중국 중산층은 벌써부터 ‘경제 위기’를 체감하고 있다. 중산층 사이에서는 달러당 위안화 환율이 7위안을 넘는 ‘포치’(破七)와 경기 둔화세가 이어지면서 경제성장에 대한 비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전했다. 중국 중산층이 좋은 직장과 풍부한 사업 기회, 지속적인 자산가치와 소득 상승, 비교적 용이했던 해외 여행 및 해외 자산 이전 등의 환경이 끝날 수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광둥성 선전의 회사원 잭 룽은 “지난해 경기가 안 좋다는 느낌이 강했지만 증거가 없었다”면서 “하지만 올해는 돼지고기 가격 상승, 위안화 가치 하락 등으로 중국이 어렵다는 느낌이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위안화 하락 위험에 해외자산 투자 움직임 이에 따라 일부 부자들은 해외로의 자산 이동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선전의 한 민영은행 금융 컨설턴트 애니 천은 “부유한 고객들 모두 중국의 정치·경제적 변화에 대해 걱정한다”며 해외 투자에 대한 장벽이 높아지는 가운데 해외 자산이 없는 부자들은 부를 해외로 옮기고 싶어 한다고 전했다. 그는 그러면서 “해외 자산 투자에 신중하던 고객 중 일부가 최근 몇 주 새 생각을 바꿨다”면서 “해외 부동산 거래·보유에 대한 위험이 장래의 위안화 가치 하락 위험보다 낮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중국 정부에 비상이 걸렸다. 2조 1500억 위안(약 360조원) 규모의 인프라 투자와 2조 위안 상당의 감세 정책 등 연초 내놓은 대규모 경기부양책으로도 힘에 부치자 이달 들어 지급준비율 인하를 통해 9000억 위안 규모의 유동성을 풀기로 하는 한편 금리 인하까지 추가로 단행할 태세다. 더욱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체제 출범 이후 중국 정부는 경제에 잠재적 위험이 될 수 있는 부채 리스크 관리에 금융 정책의 초점을 맞춰 왔는데 중국이 이런 기조와 반대로 지준율과 금리 인하 카드를 동시에 써 돈줄 풀기에 나선 것은 그만큼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방증이다. 이 와중에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의 중국 전역 확산에 따른 ‘국민 고기’인 돼지고기 가격의 폭등이 최대 현안으로 떠오르면서 중국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SCMP에 따르면 지난주 중국 돼지고기 가격은 전년 대비 80.9%나 치솟았다. 지난해 8월 중국 북부 랴오닝(遼寧)성의 한 농가에서 처음 발병한 후 9개월 만에 중국 내 31개 성·직할시·자치구로 모두 퍼졌다. 중국은 전 세계 돼지고기 소비량의 절반을 차지하며, 이 중 95%를 국내에서 조달한다. 과일값도 전년 동기 대비 24% 뛰었다. 중국 정부의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에 따라 중국은 지난 10일 돼지고기 사육 농가와 돼지고기 구매 소비자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하고 물량이 부족한 일부 지역에는 한 사람이 일정량 이상의 돼지고기를 사지 못하게 제한하는 등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데 이어 각 정부부처와 지방정부에 돼지고기 증산에 총력을 기울일 것을 지시했다. 각 정부 부처들은 관련 대책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생태환경부는 각 지방정부에 환경보호를 위해 수년간 실시해 왔던 양돈 농장 폐쇄 정책의 철회를 지시했다. 교통부는 돼지고기 운송 트럭의 고속도로 통행료를 면제했고, 은행감독위원회는 돼지 농장에 대한 대출을 무조건 허용하라고 은행에 지시했다.●건국일 앞두고 돼지 열병에 민심 이탈 우려 돼지고기 파동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응은 후춘화(胡春華) 부총리가 중국 전역의 양돈 농장 등을 돌며 돼지고기 증산과 가격 안정을 독촉하며 진두지휘하고 있다. 후 부총리는 “돼지고기의 공급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은 경제 문제일 뿐 아니라 긴박한 정치 임무”라며 “돼지고기 공급이 충분하지 못하면 샤오캉(小康·중진국) 사회 달성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고 당과 국가의 이미지에 손상을 입힐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는 10월 1일 신중국 건국 70주년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민심이 이탈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후 부총리가 맡은 이 임무가 류허(劉鶴) 부총리가 맡은 무역전쟁이나 한정(韓正) 부총리가 맡은 홍콩 시위보다 더 막중하다는 우스갯소리마저 나온다. 지난주 중국 최대 검색엔진 바이두에서 가장 많이 검색된 단어는 미중 무역전쟁도, 홍콩 시위도 아닌 바로 ‘돼지고기’였다. 돼지고기 검색 건수는 무역전쟁 검색 건수보다 무려 69배나 많았다. khkim@seoul.co.kr
  • 여고생 협박한 20대 대학생 ‘실형’

    울산지법 형사2단독 박성호 부장판사는 ‘만나주지 않으면 성관계 동영상을 유포하겠다’라며 여고생을 협박한 혐의(강요미수)로 재판에 넘겨진 A(25)씨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고 25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8월 여고생 B양에게 카카오톡으로 ‘성관계 영상이 스마트폰에 찍혔다. 용돈을 줄 테니 만나자. 만나주지 않으면 영상을 팔겠다’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등 B양을 협박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같은 해 2월 B양과 한 차례 성관계했던 것을 빌미로 협박했으나 실제로 성관계 동영상은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어린 피해자가 상당한 공포와 심리적 불안에 시달렸을 것으로 보여 죄책이 무거운 점, 피해자가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 ‘환경소녀’에 막말한 방송패널 퇴출

    ‘환경소녀’에 막말한 방송패널 퇴출

    스웨덴의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16)를 향해 ‘정신질환자’라고 막말을 한 미국 폭스뉴스 패널이 방송에서 퇴출됐다. AP통신은 24일(현지시간) 폭스뉴스가 전날 미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있었던 툰베리의 연설 이후 이브닝 뉴스캐스트 프로그램 ‘더 데일리 와이어’에서 부적절한 발언을 한 패널 마이클 놀스의 출연을 영구 정지하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폭스는 “패널이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에 대해 사과한다”고 했다. 동료 패널들 사이에서는 “성인이 학생을 공격했다. 부끄러운 일”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놀스는 방송에서 “툰베리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 부모에 의해 착취당하고 있다”고 말하며 논란을 일으켰다. 툰베리 가족은 스웨덴 유명인사들이다. 할아버지 올로프 툰베리는 감독 겸 배우이고, 어머니 말레나 에른만은 스웨덴 왕가의 결혼식에서 축가를 부르기도 했던 인기 성악가다. 하지만 폭스는 놀스의 발언에 이어 앵커우먼 로라 잉그러햄이 툰베리를 스티븐 킹 원작 공포영화에 나오는 아이들에 비유한 것에 대해서는 사과하지 않았다. 저녁 주요 시간대에 출연한 잉그러햄은 툰베리와 같은 청소년 환경운동가를 ’기후의 아이들(Children of the Climate)이라고 지칭하며 아이들이 어른들을 살해하는 공포영화 ‘옥수수밭의 아이들’(Children of the Corn)의 속편이라고 비꼬았다. 앞서 기후행동 정상회의에 짧은 시간 모습을 드러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툰베리에 대해 “행복한 소녀 같다”는 취지의 글을 올려 좋은 말을 하는 척하며 조롱한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서울대 교수 “한반도 돼지 절멸 거의 확실…공격적 방역해야”

    서울대 교수 “한반도 돼지 절멸 거의 확실…공격적 방역해야”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 ‘경고’“차량 동선 내 돼지 선제적으로 폐사시켜야” “최소한 차량 동선에 걸려 있는 돼지는 다 선제적으로 폐사시킨다는 정도의 공격적 방역을 하지 않으면 한반도의 돼지는 절멸 상태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의 경고다. 문정훈 교수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의 확산을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한반도에서 돼지가 절멸 상태로 들어갈 것이라고 24일 경고했다. 문정훈 교수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국가정보원의 조사에 따르면 5월에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터진 북한 평안북도의 경우 4개월 만에 도내의 모든 돼지가 다 죽었다는 첩보가 돈다고 한다”면서 “지옥문이 완전히 열린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정원은 이같이 보고하면서 “(북한에) 고기가 있는 집이 없다는 불평이 나올 정도”라고 했다. 문정훈 교수는 “북한 내 다른 도에도 이미 옮겨졌을 것으로 보이고, 한반도 북쪽에서는 몇 달 내로 돼지가 거의 멸종 상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문제는 국내도 이미 발병과 함께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전파도 시작됐다는 점이다. 9월 17일 경기 파주를 시작으로 18일 경기 연천, 23일에는 한강 이남인 경기 김포에서 확진 판정이 나왔다. 24일엔 파주의 다른 농가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문정훈 교수는 “지금의 방역 방식으로는 한반도 남쪽에서도 돼지는 절멸의 상태로 들어갈 것이 거의 확실해 보인다”면서 “매우 비윤리적으로 들리겠지만, 최소한 차량(사료·분뇨·돼지 이동) 동선에 걸려 있는 돼지는 다 선제적으로 폐사시킨다는 정도의 공격적 방역을 하지 않으면 한반도의 돼지는 절멸 상태에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문정훈 교수는 멧돼지에 의한 확산을 우려했다. 그는 “이 병에 죽지 않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는 멧돼지에게 집단 발병이 일어나면 엄청난 속도로 병을 옮기고, 아프리카돼지열병은 토착화돼 이 땅에서 거의 영원히 사라지지 않게 된다고 한다”고 전했다. 문정훈 교수는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국가적 재난 상태라고 판단하고 전시에 준하는 국가적 자원 투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좀 이상하게 들리나요? 대한민국에서 돼지고기의 위치는 우리가 생산하는 모든 식품 중에서 생산액 기준 가장 크고 중요한 품목”이라고 설명했다. 돼지고기가 현대 한국인의 주식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정도의 중요성을 갖고 있다면서 “이 먹거리가 통째로 다 절멸하게 생겼는데 국가적 재난 상황이 아니라 할 수 있을까요? 상황이 매우 공포스럽다”고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한편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 중앙재난안전상황실에서 “그 동안 우리가 기울였던 방역이 완전치 못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제 내부 확산을 막아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동안 방역태세로는 충분치 않았다는 점이 드러난 이상 우리는 발상을 바꿔야 할 처지가 됐다”고 밝혔다. 이어 “돼지열병은 치료제가 없고 치사율은 거의 100%이기 때문에 우리의 선택은 선제적 방역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다”면서 “그런 관점에서 약간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단호하고 신속하게, 때론 매뉴얼을 뛰어넘는 방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임대인 동의 없어도 ‘상가보증금 보장 신용보험’ 가입 허용

    임대인 동의 없어도 ‘상가보증금 보장 신용보험’ 가입 허용

    다음달 초부터 상가 임차인들이 임대인의 동의를 받지 않아도 ‘상가보증금 보장 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올해 안에 소비자들은 중고차를 살 때 보험개발원이 운영하는 ‘카히스토리’ 홈페이지에서 차량 주행거리 기록을 조회할 수 있게 된다. 금융위원회는 24일 이런 내용을 담은 보험업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법제처가 약 1주일 뒤 공포하면 곧바로 시행된다. 금융위는 서울보증이 이달 출시한 상가보증금 신용보험을 활성화하기 위해 임차인이 임대인 동의 없이 이 상품에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상가보증금 신용보험이란 상가 임대차 계약이 끝나거나 중도 해지할 때 임차인이 임대인으로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면 손해를 보상하는 상품이다. 서울의 경우 보증금에 월임차료의 100배를 더한 환산보증금이 9억원 이하면 가입할 수 있다. 임차인은 이 상품에 가입하려면 임대인으로부터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 활용 동의를 받아야 한다. 문제는 임대인이 동의를 잘 해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임대인이 후속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받아 상가에서 나가는 기존 임차인에게 그대로 주는 경우가 많은데 후속 세입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보증금을 늦게 주는 사례가 많다”면서 “임차인이 이 상품에 가입하면 계약서에 정해진 날짜에 보증금을 돌려줘야 해서 임대인이 부담을 느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만약 이때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등 임차인과 보증금을 놓고 다툼이 생기면 임대인은 임차인이 아닌 보험사를 상대해야 하는 점도 보험 가입에 동의를 해주지 않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중고차 거래시 주행거리 기록을 불법으로 조작하는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차량 주행거리 정보도 카히스토리 홈페이지에 공개하기로 했다. 현재 카히스토리에서는 차량 사고 정보만 조회할 수 있다. 주행거리 정보는 소비자들이 자동차보험 마일리지 특약 할인을 받기 위해 보험사에 제공한 주행거리를 가져오는 방식으로 수집한다. 금융위는 연말까지 카히스토리 시스템을 개편할 예정이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논의 한 번 못한 ‘유치원 3법’ 없던 일 되나

    논의 한 번 못한 ‘유치원 3법’ 없던 일 되나

    한유총 영향력 행사로 통과 장담 못해 “부결 땐 사립유치원 개혁 좌절되는 것”사립유치원의 회계 비리를 방지하기 위한 ‘유치원 3법’(사립학교법·유아교육법·학교급식법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 논의 없이 본회의로 넘어간다. 국회 파행 속에서도 본회의의 표결을 거치게 됐지만, 본회의 통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23일 국회에 따르면 유치원 3법은 국회법상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절차에 따라 24일 본회의로 부의된다. 60일 이내에 본회의가 열리지 않을 경우 11월 22일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본회의에 자동 상정돼 표결에 부쳐진다. 임재훈 바른미래당 의원이 발의한 ‘유치원 3법 중재안’은 지난해 12월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됐으나, 국회가 파행 운영되면서 교육위원회에서 한 차례도 논의되지 못했다. 상임위 심사 기한인 180일이 지나 6월 25일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갔지만 별다른 논의 없이 90일이 지나 본회의로 넘어갔다. 유치원 3법은 사립유치원의 국가회계관리시스템 ‘에듀파인’의 사용을 의무화하고 누리과정 지원금을 국고보조금으로 전환해 교비를 목적 외로 부당하게 사용할 경우 횡령죄를 적용해 형사처벌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임 의원의 중재안은 교비 횡령에 대해 1년 이하의 징역,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규정하고 있어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했던 원안에 비해 처벌규정이 훨씬 약하다는 한계가 있다. 또 처벌조항의 시행을 법 공포 후 1년 유예하도록 했다. 애초 목적에 맞게 법안을 수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컸지만, 아무런 수정도 이뤄지지 않은 채 본회의로 넘겨졌다. 시민단체와 학부모들은 이 중재안마저 본회의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고 우려한다. 서울교육청으로부터 사단법인 설립허가 취소처분을 받은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지난 7월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한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이 인용돼 지위를 유지하게 되면서 다시 세를 불려 지역구 의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유치원 3법의 국회 계류에 대비해 사학기관 재무회계규칙을 개정, 내년부터 모든 사립유치원에 에듀파인 사용을 의무화했다. 그러나 유치원 3법이 통과돼 형사처벌 규정이 마련돼야 교육당국의 행정처분에도 힘이 실린다. 김한메 전국 유치원 학부모 비상대책위원장은 “사립유치원 원장들의 지역 내 영향력에 야당뿐 아니라 여당 의원들도 안심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본회의에서 부결된다면 1년여 간 추진했던 사립유치원 개혁이 좌절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분양가 상한제 입법예고에 5000명 의견… “관리처분인가 단지 등 제외를”

    민간택지 아파트 분양가까지 정부가 ‘상한제’를 통해 보다 쉽게 규제할 수 있도록 손질된 주택법 시행령이 다음 달 중 시행될 예정된 가운데 5000명에 가까운 사람이 의견을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23일 국토부에 따르면 민간택지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 확대를 담은 주택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의 입법 예고에 의견을 낸 사람은 총 4949명에 이른다. 홈페이지에 노출된 입법 예고 관련 의견은 대부분 관리처분인가 단계 사업장과 소규모 사업장에 대해선 상한제 적용을 하지 말아 달라는 내용이었다. 국토부는 입법 예고 이후 시행령 개정안은 관계기관 협의, 법제처 심사, 국무회의 등을 거쳐 10월 초께 공포·시행될 예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큰 이변이 없는 한 개정 시행령의 입법 작업이 곧 마무리돼 다음 달 중 시행(시행령 법적 효력 발생)에 들어갈 것”이라면서도 “무엇보다 중요한 주택 시장 동향을 계속 점검하고, 관계 부처들과 지속적으로 협의하면서 실제로 언제, 어디에 적용할지를 조율하겠다”고 말했다. 주택법 시행령 개정 작업이 10월 초에 마무리되면, 2015년 이후 4년 만에 민간택지 아파트 분양가도 정부가 직접 ‘상한제’를 통해 실제로 규제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개정 시행령상 잠재적 적용 가능 지역은 ‘투기과열지구’로, 서울시 25개 구 모두와 경기도 과천시·광명시·성남시 분당구·하남시, 대구 수성구, 세종시 등 전국 31곳이 해당한다. 세종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美민주당 대선경선서 주목받는 총기 규제… 오로크 “민간 보유 총기류 국가가 되사야”

    美민주당 대선경선서 주목받는 총기 규제… 오로크 “민간 보유 총기류 국가가 되사야”

    총기 사고가 끊이지 않는 미국에서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로 나선 베토 오로크 전 텍사스주 연방하원 의원이 민간인이 보유한 반자동 소총인 AK-47과 AR-15에 대해 국가가 되사는 공약을 내걸어 주목받고 있다. 오로크 전 의원의 지역구이자 고향은 엘패소로, 지난달 3일 발생한 총기 사고로 22명이 희생됐다. 오로크 전 의원은 지난 2일 매사추세츠주 터프츠대학에서 가진 그의 첫 유세에서 “정부의 총기규제 정책은 이미 거리에 나돌아 다니는 총기들을 제거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들을 되살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고 AP가 22일(현지시간) 전하면서 이를 자세히 분석했다. 그는 “우리 지역 사회에 돌아다니는 AR-15와 AK-47 총기류는 1000만정이 넘는다. 우리가 이런 총기류를 되사겠다는 말함으로써 정치적으로 어렵겠지만 취해야 하는 필요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미국 민간에 돌아다니는 AR-15와 AK-47 총기는 1600만정이어서 유통을 중단하는 실행 계획이 난제라고 AP가 전했다. 총기 소유자 다수는 무기를 넘기지 않으려 할 것이고, 정부가 총기를 액면가대로 되산다면 가격은 수십억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로크 전 의원은 “우리가 너희 AR-15와 AK-47 총기를 가져갈 거야”라고 하면 총기 소유자들은 안전에는 관심이 없고, 총기를 압수하려는 하는 민주당에 대해 해묵은 공포를 자극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심지어 총기 규제론자들도 압수는 제대로 시행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그는 대다수 사람은 자신이 제안하는 총기 국가 매입 및 공격 무기 금지 법안에 따라 총기를 제출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또 고성능 총기류 불법화와 배경조사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오르크 전 의원의 이런 제안은 비슷한 전례가 있다. 워싱턴주가 15만달러를 확보해 매입 프로그램을 시행하면서 총기당 150달러를 보상한 바 있다. 또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이런 총기가 150만정이 돌아다니던 것으로 추정된 1994년 당시 공격형 무기류 금지법안을 법제화했다. 이미 총기를 소유한 사람에게는 보유를 허용한 법안으로, 법안이 10년 뒤에 만료되자 판매가 재개되면서 늘어났다.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로 나선 엘리자베스 워런 매사추세츠 상원의원, 에이미 클로버샤 미네소타 상원의원, 코리 부커 뉴저지 상원의원, 존 딜레이니 전 메릴랜드 하원의원, 스티브 불럭 몬태나주지사, 털시 개버드 하와이 하원의원, 카멀라 해리스 캘리포니아 상원의원은 공격형 총기류 금지를 지지한다고 밝혔다고 AP가 전했다. 민주당 후보들은 호주와 뉴질랜드에서와 같은 총기류 국가 매입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런 나라의 민간인들이 보유한 AR류의 총기는 미국과 비교하면 극히 적고, 이들 나라의 헌법에 총기 소지권을 명문화하지 않고 있다. M-16과 같은 기관총은 1986년 의회에 의해 불법화됐지만 엄격한 규제과정을 통해 여전히 소유할 수 있다. 규제 때문에 소수만이 유통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반자동 소총을 자동 소총으로 개조행위를 금지했고, 이런 총기류는 폐기하기 위해 제출하도록 했지만 단지 50만정만 응했다. 보상 가격은 1000달러 이상 하는 AR 총기 가격에 훨씬 못 미쳤다. 총기 시장도 변하고 있다. 코네티컷주에 있는 총기 제조사 콜트는 지난주 시장이 포화상태여서 민간용 AR-15 소총 생산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오로크 전 의원의 제안에 대한 반대 목소리도 만만찮다. 총기 불법화와 수거는 총기 폭력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법을 지키는 미국인들로부터 단지 총기를 빼앗는 역할만 할 것이라고 경고하는 총기 소유자들도 많다. 총기 압수의 적법성과 실현 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품는다. 이들은 AR류의 총기들이 몇몇 대량 학살에 사용되면서 주목받았지만 대다수 총기 사망은 권총과 관련돼 있다고 지적한다. 총기 소유자들을 옹호하는 비영리단체인 자유 총기 클럽(LGC) 대변인 라라 C 스미스는 “민주당이 하고자 하는 것은 헌법에 기초한 것이 아니다”며 “총기 소유권을 빼앗아가면, 그들이 다음엔 어떤 권리를 빼앗아갈까”라고 반문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충북도 “일본 전범기업 제품 구매제한 조례안 재의해달라”

    충북도 “일본 전범기업 제품 구매제한 조례안 재의해달라”

    충북도와 도교육청이 23일 ‘일본 전범기업 제품 공공구매 제한에 관한 조례안’의 재의를 도의회에 각각 요구했다. 이 조례안에 대한 재의 요구는 전국에서 충북이 처음인데,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타 지역에서도 재의요구가 이어질 전망이다. 이시종 충북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제정세, 경제상황을 바탕으로 국익·도익을 고려할 때 조례안 공포에 앞서 검토할 사항이 있다고 보고 재의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 지사는 “입법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세계무역기구(WTO) 규정 위배인데다, 우리나라가 제소한 일본의 백색국가 지정 제외 조치 관련 판결에 이 조례안이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실익보다 오히려 국내 기업활동이 위축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례안에 전범기업 개념과 범위가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아 조례시행도 어렵다”며 “국민운동으로 전개되는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지방자치단체가 법제화하는 데 따른 부담도 재고할 사항”이라고 덧붙였다. 도교육청도 이날 같은 이유로 재의를 요구했다. 재의 요구에 따라 도의회는 이 안건을 본회의에 다시 상정하거나 계류 상태로 놔둘수 있다. 본회의에 상정될 경우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이 조례안은 원안대로 확정된다. 이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폐기된다. 재의요구에도 도의회가 조례안을 통과시키면 도는 마지막 수단으로 대법원에 제소할수 있다. 이숙애 도의원은 “국익을 우선해야 한다는 도 입장에 공감한다”며 “일단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고 안건을 계류상태로 유지하면서 진지하게 재논의해 보자는 게 도의회 분위기”라고 말했다. 지방자치법에는 재의요구가 접수되면 본회의 10일 이내에 상정하도록 규정돼있다. 이를 위반했을 때 받는 처벌조항은 따로 없다. 이 때문에 아예 상정하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 이번 도의회 임기가 끝날때까지 본회의 상정이 안되면 이 안건은 자동폐기된다. 지난 2일 도의회가 전국 처음으로 의결한 이 조례안은 ‘도지사는 전범기업 제품을 공공구매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전범기업 284곳 명단도 포함돼 있다. 도 관계자는 “중앙부처가 광역시도 의장단 협의회에 참석해 조례안의 문제점을 설명했다”며 “타 지역에서도 재의요구가 이어질 것 같다”고 전망했다. 현재 17개 시·도 가운데 의회가 조례안을 의결한 곳은 서울, 부산, 강원, 충북 등 4곳이다. 인천시는 아직 발의되지 않았고, 세종, 충남, 대구 등 나머지 12개 시·도는 본회의 보류나 입법예고, 발의예정 등의 과정을 밟고 있다.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미우새’ 이동우 “딸 아닌 내가 아프다는 것이 위안”

    ‘미우새’ 이동우 “딸 아닌 내가 아프다는 것이 위안”

    ‘미우새’ 이동우가 뜨거운 부성애를 드러냈다. 22일 SBS ‘미운 우리 새끼(이하 ’미우새‘)’에서는 피지 여행을 떠난 박수홍과 이동우 가족의 두번째 이야기가 방송된다. 박수홍은 취소된 스노클링 대신 전통 해산물 레스토랑으로 일행을 이끌었다. 거대 랍스터와 해산물이 가득한 만찬에 폭풍 먹방이 시작됐다. 이를 지켜보던 모벤져스(母벤져스)는 이동우의 딸 지우에 주목했다. 식사 하는 내내 앞이 안 보이는 아빠의 눈이 되어 살뜰히 챙긴 것. “참 예쁜 딸”, “어른스럽고 착하다”는 칭찬이 이어졌다. 이동우는 착한 지우의 크게 아팠던 어린 시절을 고백했다. 이어 이동우는 “눈이 안 보여 우울과 공포에 빠져있어도 ‘지우 대신 나’라고 위안을 삼으면 고통이 사라진다”고 토로해 스튜디오를 눈물바다로 만들었다는 후문이다. 박수홍은 미용실을 찾아 ‘피지인 스타일’로의 변신에 나선다. 박수홍의 파격 변신에 어머니는 “쟤 이제 장가 못 가겠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는 후문. 보는 이들의 눈물과 폭소를 자아낸 반전의 ‘박수홍 피지 투어’ 두 번째 이야기는 22일 오후 9시 5분 ‘미우새’를 통해 만날 수 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31회] “법원행정처 소송지휘 받아서 의견서 제출했다”는 김앤장 변호사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31회] “법원행정처 소송지휘 받아서 의견서 제출했다”는 김앤장 변호사

     “오늘 증언하면서 ‘소송 지휘’라는 말을 많이 했는데 그 표현을 쓰는 이유가 무엇인가요.”(재판장)  “보통 소송 지휘라고 하지 않나요.”(한상호 변호사)  “당시에도 이런 게 소송 지휘라고 생각했나요. 임종헌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이 한 행동이 소송 지휘라고 봤나요. 일반적으로 재판부가 하는 거잖아요.”(재판장)  “네 저는 그리 봤습니다.”(한상호)    1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 심리로 열린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대법관의 30회 공판에는 지난달 7일에 이어 한상호 김앤장 변호사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한 변호사는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사건에서 일본 기업측 변호를 맡았다.  ‘소송 지휘’라는 말은 일반적으로 재판부, 통상 재판장이 재판의 편의를 위해 결정해 진행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형사재판에서 기일을 지정하거나, 불필요한 신문 등을 제한하는 것 모두 재판장의 소송 지휘권에 포함된다.  한 변호사는 법원행정처가 강제징용 재상고 사건에서 사실상 ‘소송지휘’했다고 증언했다. ‘강제동원 재상고 사건을 맡았을 때, 김앤장 입장에서도 외교부 의견서 제출을 추진할 필요가 있지 않았냐’는 양 전 대법원장측 변호사 질문에 “추진한 게 아니다. 법원(행정처)의 ‘소송지휘’를 받아 우리가 협조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부가 소송지휘하듯, 당시 법원행정처가 강제징용 재상고 사건을 소송지휘하고 주도했다는 취지다. 한 변호사는 2015년 5월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이 “강제징용 재상고심 사건을 대법원 소부가 아닌 전원합의체에서 심리하는 게 좋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말했고, “김앤장이 외교부의 의견서 제출을 요청하는 촉구서를 대법원에 내달라”고도 했다고 진술했다. 이런 임 실장의 발언을 ‘소송 지휘’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한 변호사는 거듭 ‘법원행정처의 소송지휘를 받았다’고 강조했다. 변호인과 검찰의 신문이 모두 끝난 후 재판장 박남천 부장판사가 “‘법원 내부 인사를 비공식적으로 설득하는 방안을 김앤장에 말한적이 있냐’는 변호인 질문에 ‘비공식적인 것은 없다’고 했는데, 임종헌 실장에게 연락하는 건 비공식적인 것 아닌가”라고 묻자 한 변호사는 “처음에는 의견서를 제출하는 절차에 관한 협조 요청 정도로 생각했다”며 “그쪽의 소송 지휘의 일환이라고 생각해 준비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답했다. 한 변호사가 또다시 소송지휘를 언급하자 재판장은 이유와 의미에 대해 물었다. 이어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의 관계에 대해 묻기도 했다.    “피고인 양승태를 만난 적이 많나요”(재판장)  “기억은 나지 않는데, 있습니다.”(한상호)  “재판에서 이야기 나온 것만 5, 6차례는 되는 것 같은데요. 친목인가요”(재판장)  “정기적으로 만난 모임은 없습니다. 대법원장께서도 보통 그런 만남을 안 하니까요.”(한상호)  “그 만남의 자리가 사석인지 집무실인지 기억나나요”(재판장)  “집무실도 있었고 밖에서도 봤지만 언제 어디였는지 생각나지 않습니다.”(한상호)  “증인이 피고인 양승태를 만난 장소가 대법원장 집무실인 경우는 몇 번인가요”(재판장)  “제가 대법원장 집무실에서 뵌 게 몇 번이나 되느냐는 거죠? 횟수까지 잘 모릅니다. 한 번은 아닙니다. 복수입니다. 다만 몇 번인지 잘 모르겠습니다.”(한상호)   한 변호사가 ‘법원행정처의 소송지휘를 따랐다’는 취지로 증언하자 박병대 전 대법관이자 법원행정처장의 변호인은 날카롭게 반응했다. ‘강제징용 재상고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가 양승태 대법원장 뜻이라고 생각한 근거가 뭐냐’는 박 전 대법관측 변호인이 질문에 한 변호사는 “임 실장이 ‘전원합의체 회부 예정’이라고 하는 게 이상했다. 윗분의 허락 없이 기조실장이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변호인은 “대법원이 (한 변호사에게) 미리 비밀리에 알려줬다는 검찰 프레임에 협조해준 것이 아닌가”라고 묻자 “제가 한 것도 아니고, 전화를 받은 거다. 그것 때문에 제가 여기에 나와 있는 겁니다. 제가 뭐 때문에 거짓말하겠나”라며 언성을 높였다. 이어 변호인이 “전합에 회부됐다는 말을 들었다고 왜 처음에 검찰에서 이야기하지 않았냐”고 따지자 한 변호사는 “기억의 한계다. 지금도 기억 다 못하지 않냐”고 답했다. 결국 변호인은 “그 말을 신뢰하지 못하겠다. 다 기억하고 있는거 아니냐”고 압박하듯 질문했고, 한 변호사는 “그렇게 판단하는 건 좋은데 모욕적인 건 좀 힘들다”고 말했다. 검찰은 변호인의 질문을 제지하며 “변호인이 계속 질문을 열심히 하는데 기가 막히다. 증인을 신뢰할 수 없다는 표현을 쓰는건 위협적, 모욕적 신문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재판장도 검찰의 이의를 받아들였다.    한 변호사와 박 전 대법관측 변호인의 충돌은 계속됐다. 변호인이 “대법원 사건이 소부냐 전원합의체냐의 문제가 대법원장이 기조실장에게 지시해서 결정되는 사항인가”라고 묻자 한 변호사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답변드릴 말이 없다”고 답했는데, 곧이어 변호인은 “왜 대답을 못하냐”고 응수했다. 결국 재판장이 개입해 “변호인이 그렇게 질문하는 것은 곤란하다. 듣지 않은 걸로 하겠다”고 제지했고, 변호인이 사과하며 마무리됐다. 한 변호사는 연이어 “제가 드릴 말씀이 없다”, “모른다”, “그렇게 말하면 할 말이 없다”고 답했다. 변호인이 “증인은 법원도서관장을 역임했으니 대법원의 업무수행을 잘 알고 있지 않냐. 행정처는 사법행정 담당기관으로, 대법원 재판에는 관여하지 않는 조직이죠”라고 묻자 한 변호사는 잠시 침묵했다. 이어 한 변호사는 “행정처 안에 사무국이 있었다. 사무국으로 역할을 한다”고 답하며 사무국이 전합 회부 여부, 판결 이유, 주문에 영향력을 미칠 권한이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한 변호사는 지난 출석 때와 마찬가지로 변호사의 비밀유지의무를 지키기 위해 당시 강제징용 재상고심 관련 김앤장의 논의 내용에 대한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았다. 특히 김앤장의 대응 문건이 제시될 때마다 침묵했다.    “증인께서 임종헌 실장에게 들은 사실을 의뢰인에게 전달했을 것 같은데 그런 생각한 기억은 없나요.”(변호인)  “의뢰인에 관한 질문은 안 했으면 좋겠습니다.”(한상호)  “검찰에서는 시원시원하게 대답하시고 법정에서는 안하나요.”(변호인)  “그렇지 않다. 검찰에서도 다 거부했습니다.”(한상호)  “제가 시비를 걸자는 게 아니고요. 검찰 주신문에선 김앤장 메모는 다 제시했습니다. 증인께서 대답도 했습니다.”(변호인)  결국 검사가 이의를 제기했고, 변호인은 “검찰 주신문 때 의뢰인과 관계 있는 부분은 증언을 거부했지만, 업무상 메모는 진술했고 제시했다. 이것에 대해 증언을 거부한 적이 없다”고 항의했다. 한 변호사는 “김앤장에서 압수된 걸 띄우는 건 공포스럽다”고 말했을 정도로 김앤장 관련 내용은 극도로 이야기하기를 꺼렸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서울신문은 전직 대법원장이 법정에 피고인으로 선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를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2019년 5월 29일부터 매주 최소 두 차례 이상 열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판을 지면 제약에서 벗어난 온라인을 통해 글로 생생하게 중계합니다.
  • 강경화, 오산·평택 미군 기지 방문… ‘한미동맹 강조’

    강경화, 오산·평택 미군 기지 방문… ‘한미동맹 강조’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0일 취임 후 처음으로 오산 공군기지와 평택 미군기지(캠프 험프리스)를 방문해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과 면담하고 한미동맹 강화와 발전에 뜻을 모았다. 강 장관은 이날 평택 미군기지에서 에이브럼스 사령관과 만나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을 위한 외교적 노력을 군사적으로 지원함과 동시에 굳건한 연합대비태세를 유지하는 데 있어 에이브럼스 사령관의 역할과 기여를 평가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강 장관의 험프리즈 기지 방문을 환영하며 “강 장관의 방문이 한미 국방 당국 간은 물론이고 외교·국방 당국 간에도 긴밀한 공조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강 장관은 “규모와 최신성 면에서 최고 수준이라 할 수 있는 캠프 험프리스 기지야말로 우리 국민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한미동맹을 지지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했고,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기지 건설에 있어 한국 국민들의 지지와 지원에 사의를 표했다. 외교부는 “강 장관과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지난 66년간 한미동맹이 새로운 환경에 성공적으로 적응, 진화해 온 것처럼 앞으로도 한미동맹이 한층 더 강화되고 발전할 수 있도록 함께 협력해 나가자는 데 뜻을 같이 했다”고 설명했다.앞서 강 장관은 오산 공군기지에서 황성진 공군작전사령관과 케네스 윌즈바크 미 7공군사령관이 참석한 가운데, 한미 공군장병 20여 명과 오찬 간담회를 했다. 간담회에서 강 장관은 급변하는 역내 안보정세에 대응하여 그 어느 때보다도 한미동맹이 중요함을 강조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강 장관은 또한 오산 한국항공우주작전본부와 평택 한미연합사단에서 중앙방공통제소 외 방공포대 등 주요시설을 시찰했다. 강 장관의 미군 기지 방문에는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동행했다. 해리스 대사는 트위터에 오산 공군기지로 향하는 미군 블랙호크에 탑승한 자신과 강 장관의 사진 등을 게재하기도 했다. 강 장관의 이날 미군 기지 방문은 지난달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 결정 이후 불거진 한미 관계 균열 우려를 잠재우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이밖에 에이브럼스 사령관과 면담에서는 정부가 미군기지 조기반환 추진 결정과 관련해 의견을 교환했을 것으로 보인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도 전날 에이브럼스 사령관과 조찬 회동을 하고 한미동맹과 동북아 지역 전략 등을 주제로 대화를 했다고 자신의 트위터에 밝힌 바 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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