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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석경의 문화읽기] 바이러스와 인종혐오

    [홍석경의 문화읽기] 바이러스와 인종혐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동아시아인에 대한 혐오가 들썩이고 있다. 동아시아에서도 발병지 중국에 대한 혐오가 꿈틀거리는 게 느껴진다. 한국서는 우한에서 귀국하는 자국민에 대한 가차 없는 배척행위도 발생했다. 적대적인 외계인이 있다면, 지구인을 멸망시키기 위한 복잡한 전략은 필요 없겠다. 바이러스만 이곳저곳 퍼뜨리면 자멸할 종족으로 보인다. 바이러스와 인종혐오는 비슷한 점이 많다. 둘 다 전염성이 있고, 사람을 죽인다. 인류 역사에서 바이러스와 인종혐오 중 누가 사상자를 더 많이 냈을까. 인종혐오는 바이러스 없이도 존재하고, 바이러스는 인종혐오까지 몰고 다닌다는 점에서 인종혐오의 힘이 더 쎈 것 같다. 단일민족 담론 안에서 살아온 한국인이 인종혐오를 경험하는 일은 세계화 이전에는 드물었다. 인접 국가 국민에 대한 혐오성 일상어들이 존재하지만, 국내에서 자행되던 지역감정에 기반한 차별에 비하면 큰 사회적 충격은 없었다. 그러나 급격하게 세계와 접하게 되면서, 드디어 자국 내 인종혐오자라는 ‘따스한’ 입장에서 벗어나 세계 속에서 인종혐오의 대상이 되는 ‘험악한’ 경험을 하게 됐다. 그런데 동아시아 내에서 한중일이 다퉈 봤자, 동아시아 밖으로 나가면 민족 간 구분 없이 바로 동아시아인이고, 대부분 그냥 중국인으로 통한다. 14억 중국인이 동아시아인 대표명사인 것을 8000만 한국인이 고깝게 생각해 봤자이다. 한국인이 중국인의 식성을 혐오하며 차이를 강조해 봤자 한국도 개고기 먹는 사람들일 뿐이다. 요즘 같은 동아시아발 바이러스 시절엔 길 가다 재채기를 하거나 공항에서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차별적 시선과 거절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미국의 유명언론이 마스크를 쓴 한국인 사진을 중국의 바이러스 위기 보도에 사용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생기는 것도 동아시아를 보는 무차별적인 서구 시선의 결과이다. 동아시아를 대하는 서구의 이러한 태도에는 역사가 있다. 유럽인들이 경험한 아시아와의 역사적 접촉이 내내 무서운 것이었고, 박테리아든 바이러스든 동쪽에서 온 역병들도 아시아를 대하는 태도에 영향을 미쳤다. 지금까지도 공포의 기억으로 회자되는 훈족이나 몽고족의 침입, 동에서 왔다는 페스트, 19세기에 유행했던 동방여행기들은 아시아를 두려움과 더러움, 비이성과 이해불가능성이 혼합된 수많은 ‘노란’ 사람들의 대륙이라는 집단 이미지를 만들어 냈다. 일본이 시작한 태평양전쟁은 집단을 위해 희생하는 가미카제들, 중국의 붉은 혁명은 서구의 개인주의와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인산인해의 이미지를 전 세계에 전파하며 아시아에 대한 집단 이미지를 강화했다. 모든 역병이나 질병이 동에서 온 것이 아님에도, 유독 동아시아발 바이러스에 민감한 것은 세계 속 힘의 문제이기도 하다. 서구 미디어가 유럽에서 발생해 많은 사람을 죽인 스페인독감이나 광우병을 취급하는 태도와 힘없는 아프리카의 에볼라나 동아시아발 바이러스를 다루는 태도에는 차이가 있다. 미국 기업들이 일본 기업에 인수되던 1980년대 미국영화 ‘블레이드 러너’ 속 일본은 묵시록적인 미래도시의 거주지였고, 2013년작 좀비영화 ‘월드워Z’의 좀비바이러스가 처음 신고되는 곳은 바로 한반도였다. 동아시아 글로벌 거대도시의 바이러스가 더 상상력을 자극하고 인종혐오 에너지를 동반하는 이유는 동아시아의 힘이 더 강해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동안 반인종주의 사회운동과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이해의 확대로 픽션 속에서 동아시아인의 재현이 많이 좋아졌고, 결정적으로 한국 드라마와 케이팝이 장기적이고 궁극적으로 동아시아인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만드는 데 이바지해 왔다. 한국 대중문화는 인종적 자극이 미미한 만화 중심의 일본 대중문화와 달리 동아시아의 일상과 인간관계, 경제성장의 퍼포먼스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한국 대중문화가 서구 미디어에서 가시적으로 돼 가면서 아시아가 중국, 일본으로 환원되지 않고 매력적인 사람들과 고유의 역사를 지닌 여러 나라가 공존하는 지역임을 알리고 있다. 한류의 반인종주의적 효과가 바이러스보다 더 무서운 인종혐오 바이러스의 백신 역할을 해주기를 꿈꿔 본다. 그러려면 먼저 우리가 인종혐오 바이러스를 퇴치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 불안한 금융시장… 안전자산 ‘금테크·환테크’ 해볼까

    불안한 금융시장… 안전자산 ‘금테크·환테크’ 해볼까

    금거래 계좌로 1g씩 소액투자도 가능 자유 입출금 골드뱅킹·금 ETF 등 다양 원·달러 환율 상승에 외화예금도 주목국내외 증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공포로 연일 널뛰기를 하고 있다. 경기 둔화로 저금리 기조가 이어져 고금리 예적금을 찾아보기 힘든 상황에서 코스피와 코스닥지수는 물론 미국과 중국, 일본, 홍콩 등 주요국 증시가 불안해져 마땅한 재테크 상품이 없다. 하지만 시장이 불안할수록 오히려 값이 뛰는 자산이 있다. 안전 자산의 대명사인 금(金)과 미국 달러화다. 5일 시중은행과 증권사에 따르면 최근 금과 달러에 투자하려는 고객이 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금값과 원·달러 환율은 크게 올랐다. 특히 금값은 지난 4일 한국거래소(KRX) 금 시세 기준 g당 5만 9820원으로, 지난해 12월 30일(5만 6540원)에 견줘 두 달 새 3280원(5.8%) 올랐다. 2018년 12월 28일(4만 5970원) 대비로는 1년 2개월 만에 1만 3850원(30.1%) 급등했다. 금 투자 방법은 크게 KRX 금시장 매매와 골드뱅킹(시중은행), 금 상장지수펀드(ETF), 금 실물 매매(금은방)로 나뉜다. KRX 금시장은 국가 공인 금시장이어서 거래량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하루 평균 거래량은 43.6㎏으로 2018년의 2.2배였다. 올 들어서도 78.5㎏로 지난해보다 80% 증가했다. KRX 금시장에서 금을 사려면 증권사에서 금 거래 계좌를 터야 한다.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 키움증권 등 10개 증권사에서 계좌를 만들 수 있다. 매매도 편하다.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서 온라인으로 주문하면 된다. 금테크라고 하면 수천만원에 달하는 금괴를 사야 할 것 같지만 생각보다 큰돈이 들지 않는다. 1g씩 거래할 수 있어 6만원가량만 있으면 된다. 다만 금을 실물로 인출할 땐 1㎏이나 100g 단위만 가능하다. 골드뱅킹도 많이 팔리는 금테크 상품이다. 골드뱅킹은 신한·KB국민·우리은행 3곳에서 판다. 신한은행의 ‘신한골드리슈골드테크’와 KB국민은행의 ‘KB골드투자’, 우리은행의 ‘우리골드투자’가 대표 상품이다. 골드뱅킹은 기한과 금액에 제한이 없이 자유롭게 금을 입출금할 수 있다. 통장에 돈을 넣은 만큼 금을 0.01g 단위로 매입하는 방식이다.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을 비롯한 자산운용사들은 금 ETF를 판다. 주식시장에서 거래되는 ETF 상품으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골드 인덱스 등 금선물 지수에 연동되는 펀드다. 금 거래에는 수수료가 있다. 금을 사고팔 때 KRX 금시장의 경우 0.3%, 골드뱅킹은 1.0%의 거래 수수료를 뗀다. 금 ETF를 살 땐 0.68~1.0%, 팔 때는 0.03%다. 금 거래로 매매차익을 보면 골드뱅킹과 금 ETF에서는 15.4%의 배당소득세도 내야 한다. KRX 금시장은 매매차익에 세금이 붙지 않는다. 원·달러 환율도 최근 많이 올랐다. 지난 4일 기준 달러당 1187.4원으로 지난해 말(1156.4원)보다 31원(2.7%), 2018년 말(1115.7원)보다 71.7원(6.4%) 상승했다. 신한은행의 ‘달러 모어 환테크 적립예금’은 달러화를 수시로 입금할 수 있다. 예금 기간은 3~12개월이며 최고 이자율은 2.57%다. KB국민은행의 ‘KB외화정기예금’은 달러화뿐 아니라 유로화, 엔화 등 11개국 통화를 입금할 수 있다. 만기가 되면 은행에 가지 않아도 원금과 이자를 자동으로 다시 예치할 수 있는 자동갱신 제도를 운영 중이다. 우리은행의 ‘우리 외화바로예금’도 입출금이 자유롭다. 해외여행을 갔을 때 통장과 연결된 체크카드를 긁으면 외화로 결제된다. 하나은행의 ‘더 와이드 외화적금’은 환율 우대 혜택을 준다. 원화로 외화를 사서 이 통장에 넣으면 미국 달러화와 유로화, 엔화는 최대 40%, 다른 해외 통화는 20%까지 우대 환율을 적용한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세계최대 모바일월드컵도 버퍼링

    세계최대 모바일월드컵도 버퍼링

    LG전자 위약금에도 “안전 위해 불참” ZTE·SKT도 간담회 취소하고 전시만 ‘한국판 CES’ 산업대전도 무산 결정세계 최대 ‘모바일월드컵’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공포로 파행을 빚게 됐다. 오는 24일부터 27일까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0’에 참가하기로 한 국내외 주요 기업들이 잇따라 불참을 선언하거나 간담회 등을 취소하고 있어서다. 5일 LG전자는 국내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MWC 불참 의사를 밝혔다. 스마트폰 부문에서 19분기 연속 적자를 내고 있는 LG전자로선 올해 농사를 결정지을 주력 신제품인 ‘V60 씽큐’와 ‘G9 씽큐’ 등을 공개하는 중요한 자리지만 “고객과 임직원의 안전이 최우선”이라며 거액의 위약금 등을 감수하고 결단을 내린 것이다. LG전자는 앞으로 신종 코로나 확산 추세를 살펴 출시 국가별로 신제품 공개 행사를 갖겠다는 계획이다. 중국의 스마트폰 제조업체이자 통신공룡인 ZTE 역시 제품 공개 기자간담회를 전격 취소했다. SK텔레콤도 당초 ‘초협력’ 전략을 발표하려던 박정호 사장의 간담회를 취소하고 5세대(5G), 인공지능(AI), 자율주행 기반 통신 서비스를 알리는 전시만 유지하기로 했다. 올해 처음 MWC에 참가하는 기아차도 전시 취소를 검토 중이다. MWC 행사는 관람객들이 직접 기기를 만지고 체험하는 과정이 핵심이다 보니 감염 위험이 크다는 우려가 일찌감치 제기돼 왔다. 지난해 11만명의 관람객이 몰렸는데 이 가운데 27%인 3만명가량이 중국인 관람객이었다. 메인홀을 차지하는 삼성전자, LG전자 부스 바로 옆과 맞은편이 화웨이, 샤오미, ZTE 등 중국 업체들로 채워져 있어 국내 업체로선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주최 측인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는 현재까지 행사를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한국판 CES’라 불리는 ‘제2회 대한민국 혁신산업대전’도 신종 코로나 여파로 무산됐다. 이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기업벤처기업부 등 관계기관은 긴급 회의를 열고 17일부터 사흘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릴 예정이던 전시회를 연기하기로 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인권위원장 “중국인 혐오, 코로나 사태 합리적 대처 늦춰”

    인권위원장 “중국인 혐오, 코로나 사태 합리적 대처 늦춰”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은 5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과 관련해 성명을 내고 “혐오가 아닌 인류애와 연대로 사회적 재난에 대처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온라인에 중국인 또는 중국 동포에 대한 혐오를 조장하고 부추기는 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며 “바이러스에 감염된 중국인들이 무료 치료를 받기 위해 대거 입국한다는 근거 없는 허위 정보도 떠돌고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 식문화를 비난하고 질병의 온상이라고 손가락질하거나 중국인의 식당 출입을 막는 현상도 지적했다. 최 위원장은 “감염증의 공포와 불안을 특정 집단 책임으로 돌리는 혐오 표현은 합리적인 대처를 늦출 뿐만 아니라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키고, 대상 집단에 대한 차별을 정당화하거나 증오로 나아갈 수 있다”며 “이탈리아 등 일부 국가에서는 동양인 학생의 수업 참석을 금지하고, 아시아인을 모욕하는 일이 발생하는 등 우리도 다른 공간에서 혐오 대상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인과 중국 동포에 대한 혐오를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면서 “우리 사회가 혐오 문제에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고 평가했다. 이어 최 위원장은 “특정 집단에 대한 차별과 배제가 아니라 인류애와 연대로 어려운 시기를 함께 헤쳐 나가길 바란다”면서 “인권위는 우리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혐오와 차별에서 자유로운 사회, 각자의 존엄성을 존중받으며 살 수 있는 사회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中 조치로 확산 막아”… WHO, 또 노골적 중국 편들기

    “中 조치로 확산 막아”… WHO, 또 노골적 중국 편들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컨트롤타워’인 세계보건기구(WHO)가 연일 전염병 발원지인 중국을 감싸는 듯한 행보를 보여 논란이 되고 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이 2017년 WHO 사상 첫 아프리카 출신 총장으로 당선되는 데 결정적 기여를 한 중국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4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이날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WHO 집행이사회 행사에서 “중국의 조치로 신종 코로나가 더 심각하게 해외로 확산하는 것을 막았다”면서 “발병 사례의 99%가 중국에서 일어났다. 다른 나라에서는 176건밖에 없었다”고 강조했다. 되레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일부 부유한 국가가 발병 사례 자료를 공유하는 데 협조하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WHO가 중국 이외의 국가에서는 발병 사례의 38%만 보고서를 제출받았다”면서 “이들 국가가 능력이 부족해서 그런 것은 아닌 것 같다. 더 나은 데이터가 없으면 우리가 적절한 권고를 제공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지적했다. 또 중국에 대한 여행과 교역 제한에 나서서도 안 된다고 요구했다. 그는 “지금까지 대중국 제한 조치에 나선 국가가 22개국이나 된다”면서 “이런 제약은 공포가 늘어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WHO는 신종 코로나 발생 뒤로 시종일관 중국을 두둔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에서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신종 코로나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고 있다는 점과 그가 적극적으로 사태 해결을 위해 노력한다는 점이 매우 고무적”이라고 거듭 칭찬했다. 에티오피아 보건부·외교부 장관을 지낸 거브러여수스는 중국 출신인 마거릿 챈 전 WHO 사무총장이 에볼라 대처 미흡으로 물러난 뒤 후임으로 선출됐다. 선거 당시 중국은 앞으로 10년간 600억 위안(약 10조원)을 WHO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며 간접 지원했다. 지난달 28일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신종 코로나 확산을 막고자 중국을 방문했을 때도 첫 일정으로 전염병 현장이 아니라 시 주석이 있는 베이징 인민대회당을 찾아가 눈총을 샀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쪽방촌 주민들 “공포도 사치”··· 가난에 더 가혹한 바이러스

    쪽방촌 주민들 “공포도 사치”··· 가난에 더 가혹한 바이러스

    신종 코로나 불안 휩싸인 영등포 쪽방촌기저 질환 있는 독거 노인에게는 더 ‘공포’“밖에 나갈 일도, 올 사람도 없어 ‘남의 일’”이라는 주민도“너무 무서워요. 코로나도 무섭고 다리도 아파서 병원도 못 가, 요즘.” 5일 오전 10시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 쪽방촌에서 만난 주민 김선자(가명·87)씨는 방 안에서도 1000원짜리 검은색 부직포 마스크를 끼고 있었다. 오랫동안 천식 질환을 앓아온 김씨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은 또 다른 공포가 됐다. 김씨는 “여기 저기에서 마스크를 받아 쟁여 뒀다”면서 “원래는 목욕탕에서 마스크를 빨아서 쓰기도 했는데 그러지 말라고 해서···”라며 말 끝을 흐렸다. 신종 코로나가 확산되면서 쪽방촌 주민과 독거 노인 등 취약계층에도 ‘빨간불’이 커졌다. 평소 끼니를 잘 챙기지 못해 기초 체력이 약한 데다가 위생도 좋지 않아서다. 김씨 역시 “얼마 전 침대에서 떨어져 119에 실려 갔을 정도로 건강도 안 좋은 데다가 겨울에 온수도 안나와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목욕탕에 간다”고 했다. 외부와의 출입이 차단돼 고립된 ‘섬’과 같은 이곳 주민들은 혹시라도 신종 코로나에 노출될까 두려워하는 눈치였다. 이날 서울신문은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가 영등포 쪽방촌 주민들에게 마스크를 무료로 지급하는 현장에 동행해 주민들을 직접 만났다.● 스스로 ‘외출금지’에 무료 급식소도 꺼려져… 불안한 쪽방촌 주민들 김씨처럼 기저 질환을 앓는 주민들은 신종 코로나에 예민한 모습이었다. 정숙혜(79)씨는 “10매에 4000원하는 마스크를 이미 사뒀다”면서 “위장약에 뇌순환 약까지 챙겨 먹고 있는데 혹시라도 신종 코로나에 걸릴까 싶어 스스로 ‘외출금지’ 중이다”라고 했다. 일주일에 한 번 인근 교회를 나가는 것이 거의 유일한 외출 스케줄이라고 했다. 정씨는 옆 방 주민들과 함께 가스 등을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옆 방 주민들과도 “서로 잘 씻고 항상 깨끗하게 지내자고 얘기하고 있다”고 했다. 갑자기 치솟은 마스크 값도 주민들에게는 부담이 되고 있었다. 실제로 소비자시민모임에 따르면 소셜커머스와 오픈마켓 등에서 마스크 한장당 평균 가격은 2년 전에 비해 2배 이상 올랐다. 주민 정모(68)씨 역시 지급받은 마스크를 보며 연신 “약국에서도 값이 너무 많이 올라 경제적인 부담이 많이 됐었는데 고맙다”고 말했다.주로 무료급식소에서 끼니를 해결한다는 최모씨(60)는 “너무 문제가 많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최씨는 “나도 그렇지만 여기 사는 주민들 대부분 위생이 좋지 않다”면서 “요즘에는 무료급식소 숟가락도 ‘정말 괜찮은 건가’ 싶어서 좀 꺼려지는데 굶을 수도 없어서 그냥 간다”고 했다. 이날에도 쪽방촌 입구 쪽에 있는 무료급식소 ‘토마스의 집’은 오전 11시 10분부터 20명이 넘는 대기자들이 줄을 서 있었다.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다. 천사무료급식소 등 일부 급식소에서는 감염에 취약한 노숙인 등의 건강을 고려해 이미 급식을 잠정 중단한 상태다. 바로 옆 요셉의원도 신종 코로나로 긴장감이 높아진 상황이다. 요셉의원은 노숙인들을 돕는 자선의료기관이다. 오후 1시에 문을 여는데 약 한 시간 전부터 요셉의원 앞에는 약 60여명의 환자들이 서 있었다. 10명 중 7명은 마스크를 낀 채였다. 하지만 평소에 비하면 훨씬 줄어든 숫자다. 2012년부터 요셉의원 1층에서 안내를 하고 있는 이욱환(73)씨는 “신종 코로나 때문인지 환자가 부쩍 줄었다”고 했다. 혹시 모를 감염 우려 때문이다. 간호사 역시 “메르스가 유행할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무서워 하시는 것 같다”며 거들었다.● “고립된 섬 같은 우리… 감염병은 남의 일 같다”는 주민들도 물론 모든 주민들이 비슷한 불안을 느끼지는 않는다. 오히려 “감염병을 무서워할 처지가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 겨울에는 일용직 일자리도 끊기는 데다가 두 사람 이상 앉아 있기도 힘들 정도로 방이 비좁은 탓에 나갈 일도, 누가 찾아올 일도 없기 때문이다. 외부로부터 접촉이 없이 고립된 탓에 “감염병은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주민들도 많았다. 이모씨(82)씨도 지급 받은 마스크를 끼며 “올해 처음으로 끼는 마스크”라며 웃었다. 이씨는 자기 한 몸을 겨우 누일 만큼 좁은 방에서 밥솥으로 밥을 해 먹으며 끼니를 해결하고, 잠을 잔다. 이씨는 “겨우내 어디 나갈 곳도 딱히 없어서 그간 마스크가 별로 필요가 없었다”고 했다. 시립영등포쪽방상담소의 김형옥 소장도 “주민들은 어디를 나갈 여력도, 형편도 안되는 분들이니 역설적으로 해외로부터 오는 감염병에는 안전한 편이라는 게 참 슬프다”고 했다.다만 대부분 주민들이 고령인 데다가 기저 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가 많아 감염 예방은 꼭 필요하다. 골목마다 손씻기, 기침 예절 등 예방행동 수칙은 물론 “마스크를 배부한다”는 안내문도 붙였다. 이날 1000장의 마스크를 지원한 희망브리지 외에도 시와 구에서 마스크 2000여장을 최근 지원했다고 한다. 김 소장은 “방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기 때문에 단 한 분이라도 감염 되면 쪽방촌 전체가 문을 닫아야 할 수도 있다”면서 “먹는 게 부실해 면역력이 떨어진 분들을 우선적으로 챙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의 배천직 구호팀장 역시 “쪽방촌 주민분들은 나이대도 높고 기저질환을 앓고 계신 분들이 많아 건강 취약 계층에 해당한다고 보고 마스크 지원을 결정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요셉의원의 신완식 원장은 “영등포에는 일단 확진자가 없는 상황이라 안도하고 있지만 봉사자들이 줄어들까봐 우려되는 부분은 있다”면서도 “메르스 등 비상 상황도 무사히 지나간 만큼 신종 코로나도 잘 지나갈 것”이라고 내다 봤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월드피플+] 사경 헤매는 아내 향한 마지막 외침…中 노부부의 슬픈 작별

    [월드피플+] 사경 헤매는 아내 향한 마지막 외침…中 노부부의 슬픈 작별

    “할멈!”  할아버지는 중환자실에 누워 죽어가는 아내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고, 할머니는 희미해져 가는 의식 속에서도 할아버지의 손을 꼭 붙잡았다. 3일 중국청년망(中国青年网)은 애끓는 심정으로 아내에게 작별을 고한 80대 노인의 사연을 전했다. 지난달 16일, 중국 쓰촨성 청두 소재의 신두취 제3인민병원에 85세 남성 환자 한 명이 입원했다. 만성 폐색성 폐기능장애와 폐암, 동맥경화증이 겹친 할아버지의 상태는 심각했다.  남편이 입원한 충격 때문일까. 다음 날 할아버지의 아내마저 의식을 잃고 쓰러져 급히 병원으로 옮겨졌다. 호흡 장애까지 온 할머니는 중환자실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병세는 날이 갈수록 악화됐다. 이별을 직감한 할아버지는 아내의 얼굴을 보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중국청년망은 할아버지가 “죽기 전에 다시는 아내 얼굴을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며 자녀들에게 애원했다고 설명했다. 병원 측은 난색을 표했다. 할아버지가 입원한 병동에서 중환자실까지 이동하는 사이 할아버지의 상태도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였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감염 공포가 만연한 상황에서 중환자실 다른 환자의 안전도 고려해야 했다. 그러나 임종도 지키지 못한 채 아내를 떠나보낼 수 없다는 할아버지의 애원을 끝내 모른 척 할 수 없었다. 병원 측은 결국 지난달 30일 정밀검사와 방역작업은 물론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상황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한 뒤 할아버지를 할머니 옆으로 데려다주었다.인공호흡기에 의존한 채 사경을 헤매는 아내를 보자 할아버지는 목이 메었다. 의료진의 도움으로 병상에 누운 채 할머니와 마주한 할아버지는 “할멈, 할멈, 나 왔어”라고 속삭이며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그때, 가쁜 숨을 내쉬던 할머니는 보름 만에 들려온 남편의 목소리에 반응하며 겨우 손을 내밀었다. 희매해져 가는 의식을 붙잡고 힘겹게 손을 맞잡고 작별을 고하는 노부부의 모습에 의료진도 눈시울을 붉혔다. 남편과의 짧은 만남이 있은 다음날 새벽, 할머니는 할아버지를 두고 먼저 세상을 떠났다. 자녀들은 할아버지의 병세가 악화될 것을 우려해 아직 할머니의 죽음을 알리지 못했다. 한편 트위터 등 SNS와 일부 매체를 중심으로 노부부가 신종코로나 감염자라는 루머가 퍼졌지만 이는 가짜뉴스인 것으로 확인됐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인권위원장 “혐오 아닌 인류애와 연대로 재난 대처해야”

    인권위원장 “혐오 아닌 인류애와 연대로 재난 대처해야”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과 관련해 5일 성명을 내고 “혐오가 아닌 인류애와 연대로 사회적 재난에 대처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온라인에서 중국인 또는 중국 교포에 대한 혐오를 조장하고 부추기는 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며 “바이러스에 감염된 중국인들이 무료 치료를 받으려 대거 입국한다는 근거 없는 허위 정보도 떠돌고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 식문화를 비난하고 질병의 온상이라고 손가락질하거나 중국인 식당 출입을 막는 현상도 지적했다. 최 위원장은 “감염증의 공포와 불안을 특정 집단 책임으로 돌리는 혐오 표현은 합리적인 대처를 늦출 뿐만 아니라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키고, 대상 집단에 대한 차별을 정당화하거나 증오로 나아갈 수 있다”면서 “이탈리아 등 일부 국가에서는 동양인 학생의 수업 참석을 금지하고, 아시아인을 모욕하는 일이 발생해 우리도 다른 공간에서 혐오 대상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인과 중국 동포에 대한 혐오를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면서 “우리 사회가 혐오 문제에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이어 최 위원장은 “특정 집단에 대한 차별과 배제가 아니라 인류애와 연대로 어려운 시기를 함께 헤쳐나가길 바란다”며 “인권위는 우리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혐오와 차별에서 자유로운 사회, 각자의 존엄성을 존중받으며 살 수 있는 사회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패스추리tv] ‘빠시즘’과의 전쟁이라면 ‘진중권’ 뒤에 기꺼이 서겠다

    [패스추리tv] ‘빠시즘’과의 전쟁이라면 ‘진중권’ 뒤에 기꺼이 서겠다

    “내 목표는 강남에 빌딩을 사는 것”이라고 동생에게 보냈다는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변호인 측이 공판에서 이 문자를 공개한 검찰을 “논두렁 시계 방식의 망신주기”란 취지로 비판했다. 돈과 스펙, 정치적 올바름(PC)까지 모든 것을 독식하려던 강남좌파의 또다른 위선이다. 마지막에 최종 놓지 않을 것은 ‘강남 빌딩을 향한 꿈’이면서 마치 이상이 훼손당해 못마땅한 듯 반응한다. 까짓 고백하자면 내 꿈도 강남 건물주다. 다만, 기소된 혐의처럼 건물주 되자고 서류 위조는 못하겠다. 착해서 라기보다 걸릴까봐 공포스러워 못하겠는데, 정년 보장되는 직업을 가진 엘리트들은 아마 위조해도 걸리지 않을 것을 알고 걸려도 처벌을 피할 수 있을 거라 과신한 듯하다.걸려도 피할 수 있다는 과신이 공적 제도권 안에서 실행되는 과정을 2020년에 볼 줄 몰랐다. 법무부가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피고인들의 검찰 공소장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겠다고 4일 밝혔는데, 이는 국회법에 배치된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공소장 제출을 피의사실공표로 판단하며 공소장 국회 제출 거부를 “가까운 곳의 개혁”이라 하지만, 피의사실공표 금지 원칙은 수사가 마무리된 결과물인 공소장에 해당되지 않는다. 오히려 공소장 비공개는 심리와 판결의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재판을 일반 국민에게 공개해야 한다는 ‘공개 재판주의’란 천부인권적 가치를 배반한다. 공소장을 비공개 한 채 진행하는 재판을 왜 국민 세금 들여 하나. 피고인들이 갹출하든지 할 것이지. ‘우리 편을 지켜야 하기에, 우리 편은 옳다’ 식의 전체주의적 사고가 작동하는 경우는 왕왕 있었다. 잘 기획된 각종 애국심 마케팅부터 저마다의 은밀한 질병력이 내밀하게 투사됐던 황우석 지키기 신드롬까지. 그 때마다 전직 동양대 교수·정의당 당원, 현재 무직인 진중권이 열정적인 비판을 가했다. 진중권은 주로 이겼다. 빠 현상 이란 게 논리적 뼈대는 튼튼하지 않은 채 감성이란 살만 오른 경우가 많아서 오래 지속될 동력을 얻지 못했다는 지정학적 요인도 진중권의 승리에 힘을 보탰다. 특이하게 정치권으로 간 빠시즘에는 여러 방식으로 지속적인 양분이 공급됐고, 살이 마치 뼈처럼 보이게 단단해졌다. 그래서 ‘우리 편을 지키지 못했던 과오를 다시는 반복하지 말자’는 사고로 한 단계 진화가 이뤄졌다. 과거엔 틀렸던 것이 지금은 옳고, 저 편엔 나쁜 것이 우리 편엔 괜찮은 게 되고 있다. 과거든 지금이든, 이 편이든 저 편이든 표변하면 안된다는 원칙인 ‘법치주의’가 그래서 가장 먼저 핍박받는 대상이 되어 버렸다. 높은 승률의 진중권이 등판 했음에도 도무지 그라운드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진중권이 GG를 선언한 적이 있었다. 참여정부의 북방한계선(NLL) 포기 논란을 두고 2012년 변희재와 벌인 사망유희 토론이다. 공희준 뉴스케이프 메시지크리에이터는 이 상황을 이렇게 평가한다. “사망유희 토론에서 진중권은 최선을 다했지만, 변희재는 죽을 힘을 다해 토론에 임했다. 그래서 진중권이 졌다.” 진중권은 교류하던 이들과 싸우고 있다. 리무진좌파가 주류였던 강남좌파 세상에서의 분화를 이끌고 있다. 진보 내에서의 분화. 드디어 빠를 갈아 타려는 논쟁이 끝나고 법치, 공정, 정의, 참여를 위한 담론이 시작될 수 있을까. 지금 죽을 힘을 다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유튜브 ‘패스추리tv’ 강남의소리(https://youtu.be/Ph8J-4ZC5gQ)에서 볼 수 있습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책 속 한줄] 전염병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이순녀 선임기자

    [책 속 한줄] 전염병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이순녀 선임기자

    앞으로도 원인을 파악할 수 없는, 설사 원인을 알더라도 당장은 치료법을 가지고 있지 못한 치명적인 전염병이 계속해서 등장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때마다 우리는 그 무지의 공포 속에서 계속해서 선택을 해야 합니다. 그때 흑사병과 제2의 흑사병이라고 불리며 등장했던 수많은 전염병 유행의 경험을 기억하며 우리가 조금 더 윤리적이고 과학적인 대응을 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277쪽)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공포가 일상을 지배하고 있다. 유치원이 문을 닫고, 극장이 폐쇄되고, 사람들은 휴일에 집 밖에 나오지 않는다. 감염 예방 조치는 한 치 빈틈없어야 하지만 막연한 불안 심리를 악용해 무분별한 가짜뉴스와 혐오의 언어가 횡행하는 것은 우려스럽다. 사회역학자인 김승섭 고려대 보건과학대 교수가 ‘우리 몸이 세계라면’(동아시아)에서 강조한 ‘윤리적이고 과학적인 대응’의 의미가 절실하게 다가온다. coral@seoul.co.kr
  • ‘1%대 물가’ 회복하자마자… 신종 코로나發 저물가 공포

    ‘1%대 물가’ 회복하자마자… 신종 코로나發 저물가 공포

    바이러스 영향 반영 땐 0%대 재현 우려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3개월 만에 1%대를 기록했다. 채소와 석유류 가격이 오르면서 0%대를 벗어났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국내 경기가 위축되면 저물가 상황이 재현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4일 통계청의 ‘2020년 1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5.79로 지난해 1월보다 1.5% 상승했다. 2018년 12월 1.3% 상승률을 기록한 이후 13개월 만에 1%대를 기록한 것이다.농축수산물이 1년 전보다 2.5% 상승했고, 이 가운데 채소류 가격이 전년보다 15.8% 올랐다. 공업 제품은 2.3% 오른 가운데 이 중 석유류가 12.4% 상승해 전체 물가를 0.49% 포인트 끌어올렸다. 통계청 관계자는 “2018년 하반기 무더위로 고물가가 나타난 데 따른 기저효과가 종료되면서 농산물 가격이 크게 올랐고 국제 유가도 상승하면서 전체 물가 상승을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계절 요인이나 일시적 충격에 따른 물가 변동분을 제외한 ‘석유류 및 농산물 제외지수’(근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0.9%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이번 통계는 신종 코로나 영향이 본격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바이러스 공포로 소비 부진이 본격화되면 0%대 저물가가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발생한 2015년 물가 상승률은 0.7%에 그친 바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기 둔화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소비 위축으로 물가가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세종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첫 사망자 나온 홍콩 ‘패닉’… 시진핑 “정부 대응 미흡”

    첫 사망자 나온 홍콩 ‘패닉’… 시진핑 “정부 대응 미흡”

    광둥성 인접 홍콩, 사스 때도 299명 숨져 의료계 “中 국경 전면 봉쇄 요구” 총파업 日 관방 “WHO 파악한 잠복기는 10일” 새 기준 적용 환자 격리 등 10일 단축 검토 시진핑 방일 연기론엔 “일정대로 진행” 中 칭화대 “16일쯤 확산세 꺾일 것” 예측 외교부 “美 전문가 지원 조속 이뤄지길”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중국 전역으로 빠르게 퍼지는 가운데 본토와 맞닿은 홍콩에서도 첫 사망자가 나왔다. 과거 사스 사태 때도 300명 가까운 주민이 숨진 홍콩은 ‘패닉’ 상태에 빠졌다. 신종 코로나 환자가 이달 말 6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전염병에 대한 정부 대응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4일 “신종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39세 남성이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고 보도했다. 그는 지난달 23일 중국 우한에서 돌아온 뒤 31일부터 발열 증세를 보였다. 홍콩에서 신종 코로나 사망자가 발생한 것은 처음이다. 홍콩 전역은 발칵 뒤집혔다. 홍콩은 중국 광둥성과 맞닿아 있어 본토의 전염병이 쉽게 유입된다. 2003년에도 중국에서 발원한 사스로 299명이 숨졌다. 신종 코로나가 사스보다 전염성이 훨씬 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2003년 참상’을 기억하는 주민들의 공포는 극에 달했다. 곧바로 홍콩 의료계가 “중국 접경 지역을 전면 봉쇄하라”며 들고 일어섰다. 전날 홍콩 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이 “중국 본토와 연결되는 검문소 가운데 두 곳은 남겨 두겠다”고 밝힌 것이 화근이 됐다. 홍콩 공공의료 노조는 “본토인의 방문을 모두 막지 않으면 신종 코로나가 급속히 퍼질 것”이라며 총파업에 돌입했다. 이날 람 장관은 “전 세계적으로 마스크 품귀 현상이 벌어지고 있어 정부가 모범을 보여야 한다”며 공무원들의 마스크 착용을 금지해 논란이 됐다. 홍콩과 인접한 마카오의 호얏셍 행정장관도 “카지노 관련 오락산업 운영을 보름간 중단한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세계보건기구(WHO)가 파악한 신종 코로나의 잠복기는 10일”이라며 현재 14일 정도로 규정한 공식 잠복기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요미우리신문이 전했다. 새 기준을 적용하면 의심 환자 격리나 중국 후베이성 방문자의 입국 거부 기간이 10일 정도로 단축된다. 스가 장관은 신종 코로나가 시 주석의 4월 방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질문에도 “예정된 일정대로 조용히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산케이신문은 신종 코로나가 중국의 중요 외교·정치 일정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며 시 주석 방일 연기론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칭화대 인공지능(AI) 연구팀은 자체 설계한 머신러닝 모델을 통해 “중국 내 신종 코로나 환자 수가 이달 말 6만명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고 봉황망이 전했다. 현 추세라면 오는 8일 환자 수가 3만명을 넘어서고 16일쯤 확산세가 꺾일 것으로 연구팀은 예측했다. 중국 당국의 부실한 대응에 대한 비판이 커지는 가운데 공산당 지도부에서 간접적이나마 실책을 인정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전날 시 주석은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 회의에서 “신종 코로나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미흡했다. 국가 비상관리 체계를 갖춰 대처 능력을 높이라”고 주문했다. ‘중국 봉쇄’를 두고 마찰을 빚던 미중 관계도 다소 풀리는 분위기다. 화춘잉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이 전문가 파견 의사를 밝힌 데 대해 “관련 지원이 조속히 이뤄지길 희망한다”고 했다. WHO는 이르면 주내 국제 전문가팀을 중국에 보낼 예정인데, 여기에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좋은지 나쁜지 판단 말고 부정적 정보도 공개해야”

    “좋은지 나쁜지 판단 말고 부정적 정보도 공개해야”

    “재난 상황에서의 갈등은 소통이 왜곡되거나 거부될 때 더 증폭된다. 소통이 활발해지면 그것이 설사 부정적 정보를 함축한다해도 갈등이 완화될 수 있다.” 갈등관리 분야 전문가인 은재호 한국행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4일 서울신문 인터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대처하는 단 한가지 원칙을 꼽는다면 ‘좋은지 나쁜지 미리 판단하지 말고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2015년 메르스를 둘러싼 사회적 담론이 어떻게 구성되는지 분석했던 연구 경험을 바탕으로 ‘위험소통’의 중요성을 역설해왔다. 은 연구위원은 “당시 정부는 큰 혼란을 우려했지만 실제로는 감염 병원을 공개하자 공포가 줄어들고, 전체 명단을 공개하자 공포가 더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사람마다 위험을 받아들이는 수준 차이가 있다”면서 “메르스 사태 때는 그걸 정부가 자의적으로 판단해 버리니 불신만 커졌다”고 해석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도 “방역이 뚫리면 뚫린 대로 공개해야 한다. 정확하고 충분하고 믿을 만한 정보를 시의적절하게 제공받는다는 믿음을 가질 때 불안과 공포가 사라진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정부의 위험소통에 대해 대체로 높은 점수를 주고 싶지만 중국 우한에서 입국한 교민 등을 위한 임시수용시설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갈등만큼은 되짚어봐야 한다”고 비판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확진자 개인정보 또 털렸다

    확진자 개인정보 또 털렸다

    A4 한장 분량 공문… 경찰, 최초 유포자 수사 중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16번째 확진 환자의 개인정보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퍼지는 등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광주지방경찰청은 4일 16번째 확진자 A(42·여)씨의 신상 정보를 인터넷 카페 등에 올린 최초 유포자를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이날 낮 12시 5분 광주의 한 인터넷 ‘맘카페’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 환자 발생 보고’라는 제목의 문건이 게재됐다. A4 용지 한 장 분량으로, 맨 위쪽에 ‘보건행정과 감염관리팀’이라고 적혀 있다. 경찰은 광주 광산구가 이 문건을 생산, 이날 오전부터 상급기관인 광주시와 질병관리본부 등에 보고하는 과정에서 유출된 것으로 보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최초 유출자에겐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 등이 적용된다. 문건엔 발생 개요, 조사 내역, 조치 내역, 향후 계획 등이 담겨 있다. 익명 처리는 됐지만 환자의 성씨, 나이, 성별, 거주지 등이 세세히 적혀 있다. 최초 증상 발현부터 병원 이동 경로, 접촉자 등도 담겨 있다. 확진자의 세부적인 임상 증상도 구체적이다. 가족 개인 정보도 이름만 없을 뿐 나이, 직업, 재학 중인 학교명과 어린이집 이름까지 기입돼 있다. 해당 공문은 휴대전화 단체 대화방 등을 통해 삽시간에 확산하면서 지역 사회는 공포에 휩싸이고 있다. 16번 확진자가 지난 1월 말 치료를 받은 광주 광산구의 병원은 바로 잠정 폐쇄 조치됐다. 병원은 출입문에 ‘사정상 임시 휴진한다’는 내용의 게시문을 내걸었다. 입원 중인 환자 80여명을 다른 병원으로 옮겼다. 의사·간호사 등 의료진과 직원 등 50여명도 격리조치했다. 구청 관계자는 “이 문건이 우리 구에서 작성된 것은 맞지만 유출 경로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5번 환자와 6번 환자의 개인 정보가 담긴 공문서도 잇따라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 경찰이 유출 경위를 수사하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5번째 확진자 개인 정보 유출 관련, 문건 작성에 관여했던 성북구보건소 직원들이 문서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유출됐을 가능성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충남지방경찰청도 6번째 확진자 관련 태안군 내부 보고서가 유출됐을 것으로 보고 조사하고 있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너무 늦은 ‘르네상스 맨’ 조지 스타이너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너무 늦은 ‘르네상스 맨’ 조지 스타이너

    옛적 로마에서는 승리를 거두고 개선하는 장군이 시가 행진을 할때 노예를 시켜 행렬 뒤에서 큰소리로 “메멘토 모리!”라고 외치게 했다. 라틴어로 ‘죽음을 기억하라’는 뜻인데,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너무 우쭐대지 말라. 오늘은 개선 장군이지만, 너도 언젠가는 죽는다. 그러니 겸손하게 행동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아메리카 인디언 나바호족에게도 “네가 세상에 태어날 때 넌 울었지만 세상은 기뻐했으니, 네가 죽을 때 세상은 울어도 너는 기뻐할 수 있는 그런 삶을 살라”는 가르침이 전해진다. 죽음이 곧 삶이다. 의미있는 삶을 마치고 죽음을 통해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이들의 자취를 좇는다.홀로코스트에서 살아 남았고, 문학평론가 겸 수필가로 명성을 드날린 프란시스 조지 스타이너가 아흔 살을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이름에서 비치듯 국경을 넘나들었다. 1929년 프랑스에 머무르던 오스트리아 유대인 부모 아래 태어난 고인이 최근 갑자기 건강이 나빠져 3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케임브리지에 있는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고 아들 데이비드의 말을 빌어 AP 통신이 전했다. 데이비드는 존스홉킨스 교육정책연구소에서 일하고 있다. 유족으로는 1955년 결혼한 아내 Zara Shakow와 데이비드, 컬럼비아 대학 교양학부 학장인 딸 데보라가 있다. 오스트리아 명문가 출신인 부모의 영향으로 그는 어릴 적부터 프랑스어와 독일어,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며 자랐고 나중에 이탈리아어까지 배웠다고 영국 BBC는 전했다. A.S. Byatt 은 ‘늦은 늦은 늦은 르네상스인’이라고 그를 소개했다. 도무지 경계가 없는 것처럼 그는 시, 수필, 엄청 긴 저작, 소설, 예술평론 등 실로 다방면에 걸쳐 저작 활동을 했다. 1940년대 미국으로 건너가 하버드와 시카고 대학을 졸업한 뒤 영국으로 다시 돌아와 1950년대 4년 동안 잡지 이코노미스트에서 기자 생활을 했다. 원자폭탄 설계자 로버트 오펜하이머와 인터뷰한 뒤 “등골이 오싹해지는 공포를 느꼈다”고 썼고, 나중에 그를 프린스턴 대학 첨단연구소에 근무하게 다리를 놓아준 일로도 유명하다.스타이너는 프랑스에서 학교를 다닐 때 단 둘이었던 유대인 학생 가운데 혼자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았다. 여섯 살 때 파리의 아파트 아래 길거리에 모여든 사람들이 “유대인들을 죽여라”고 외치는 것을 봤는데 아버지가 “이런 게 역사란다. 넌 결코 겁 먹으면 안된다”고 말했던 것이 생생하게 기억난다고 했다. 그는 이렇게 어두웠던 유럽 역사가 자신의 저작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답을 수필 ‘어떤 종류의 생존자’를 통해 들려줬다. ‘유럽에서 일어난 일에 관한 캄캄한 미스터리는 내 자신의 정체성과 결코 분리될 수 없다.’ 하지만 동료 유대인들과의 불화도 상당했다. 먼저 1981년 소설 ‘The Portage of San Cristobal A.H.’를 통해 아마존 정글에서 히틀러 사냥을 묘사했는데 그는 히틀러의 공포가 나치즘을 형성했다고 정당화한 데다 현대 이스라엘이 건국하게 된 것을 연결했다는 의심을 자초했다. 유대인들이 먼저 “선택된 민족”이라고 선언한 것을 히틀러가 그대로 따라 했다는 것이었다. 존 레너드는 미국 일간 뉴욕 타임스(NYT)에 기고한 글을 통해 “유대인들이 최고의 아이디어를 히틀러에게 제공했고, 그 대가로 히틀러는 이스라엘을 선물했다는 논리”라고 적었다. 그는 종교 지도자들을 영웅으로 여기진 않았지만 마르셀 푸르스트, 프란츠 카프카, 칼 마르크스 등을 영웅으로 떠받들었으며 이스라엘을 “대체 불가능한 기적”이라고 묘사해 여러 독자들을 화나게 만들었다. 본인도 예술에 상당한 재능이 있었고, 그에 대해서도 폭넓은 비평을 남겼지만 그는 예술이 홀로코스트의 공포에 맞서 보호막을 제공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1967년 발간한 책을 통해 “이제야 깨달았다. 저녁에 괴테와 릴케의 작품을 읽고 바흐와 슈베르트 작품을 연주하던 이가 아침에는 아우슈비츠에 출근하러 갈 수 있다는 것을”이라고 지적했다. 스타이너는 스위스 제네바 대학에 20년을 몸 담는 등 수많은 대학에 방문교수 등을 지냈고 프랑스 레종도뇌르 훈장 등 많은 명예를 누렸다. 문학 평론가 마야 자기는 “폴리글롯(polyglot, 여러 나라 말을 할줄 아는 이)이자 박식한 사람(polymath)”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 언어학, 철학, 문학 비평 등 손을 대지 않는 분야가 없었다. 2009년 NYT에 기고한 한 문학평론가는 “그의 상큼한 미덕은 피타고라스로 시작해 아리스토텔레스와 단테를 거쳐 니체, 톨스토이에 이르기까지 단 한 문단에 녹여낼 수 있는 능력에 있다. (반대로) 성나게 하는 악덕은 피타고라스로 시작해 아리스토텔레스와 단테를 거쳐 니체, 톨스토이에 이르기까지 단 한 문단에 녹여낼 수 있는 능력에 있다”고 알듯 모를 듯하게 지적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영화 ‘남산의 부장들’로 남산 다크투어 뜨나

    영화 ‘남산의 부장들’로 남산 다크투어 뜨나

    4일 현재 누적 관객 숫자 430만명을 기록 중인 영화 ‘남산의 부장들’로 남산 다크투어가 조명받고 있다. 박정희 대통령을 살해한 10·26 사태를 영화화한 ‘남산의 부장들’은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성이 다분한 소재로 주목받았지만, 실제 작품은 오히려 주인공의 심리에 집중한 한국적 느와르에 가깝다는 평가다. 영화 제목은 남산에 있던 중앙정보부의 역대 부장들을 가리키는데 중앙정보부장은 박정희 시대 ‘대한민국의 2인자’로 군림했다. 남산에는 중앙정보부의 본관 외에도 별관과 사무동, 체육관, 중앙정보부장 공관 등 수많은 시설이 있었다. 박정희 시대에 거대한 남산은 바로 중앙정보부와 같은 말이었기에 ‘남산의 부장’이란 책이자 영화 제목이 나올 수 있었던 셈이다. 1961년 박정희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이후 남산에 세워진 중앙정보부 본관은 1994년 국가안전기획부(옛 중앙정보부)가 서울 서초구 내곡동으로 이전하면서 서울시가 인수했다. 서울시는 본관을 서울시정개발연구원(현재 서울연구원)으로 이용하다 서울유스호스텔로 용도를 변경했다. 중앙정보부 6별관은 서울종합방재센터로, 사무동은 대한적십자사, 실내체육관은 남산창작센터, 5별관은 서울시청 남산청사, 중앙정보부장 공관은 문학의 집으로 각각 이용되고 있다. 서울시는 중앙정보부의 흔적들을 이어 ‘민주길’로 이름붙이고 남산 탐방코스로 조성했다.기자가 찾은 날에도 남산을 오르는 등산객들이 중앙정보부 5별관을 무심히 지나쳐 소릿길 터널로 들어섰다. 뮤지컬 연습 등에 이용되는 연습실을 갖춘 남산창작센터와 서울시청 남산청사를 잇는 소릿길 터널은 84m로 통로 끝에는 대형 철제문이 달렸었다고 한다. 서울시청으로 이용되는 5별관은 중앙정보부 건물 가운데 가장 악명높은 곳으로 지하실에서 고문이 자행됐다. 중앙정보부 당시에는 4~5평 넓이의 취조실이 10여 개가 있었지만, 지금은 모두 철거되고 지하광장으로 그 흔적만 남았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에서도 헌법 개정에 반대하는 국회의원을 무자비하게 짓밟는 모습이 등장한다. 소릿길 터널에는 공포를 낳았던 철문을 제거하고 대신 버튼을 누르면 철문 소리, 타자기 소리, 물소리 등을 차례로 들을 수 있는 체험장치를 설치했다. 서울유스호스텔 관계자는 “‘남산’은 고문을 당하고 간첩으로 낙인찍힌다는 의미였기에 중앙정보부 이후 만들어진 국가안전기획부도 부정적 이미지를 씻고자 내곡동으로 옮겼다”며 “영화 개봉 이전부터 역사현장을 순례하는 답사단이 꾸준히 방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충북도 신종 코로나에 움츠린 경제살리기 총력전

    충북도 신종 코로나에 움츠린 경제살리기 총력전

    충북도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공포로 얼어붙고 있는 지역경제 살리기에 나섰다. 도의 대책은 진천군과 음성군 경제 활성화 중심으로 마련됐다. 중국 우한시 교민의 진천군 혁신도시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 입소로 주민들의 외출자제 등이 우려되면서 인근 지역 경기침체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서다. 충북도는 혁신도시 입주기관 관계관 대책회의를 갖고 11개 입주기관에 구내식당 대신 외부식당 이용을 당부했다고 4일 밝혔다. 도는 이들에게 진천군과 음성군의 지역농특산물 구매 협조도 요청했다. 충북 혁신도시는 진천군과 음성군 경계에 있어 음성군도 우한교민 입소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입주기관들은 도의 협조요청에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강제하기는 어렵지만 직원들에게 외부식당 이용과 지역상품권 사용을 권장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직원들 회의시 외부 식당 활용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 관계자는 “날짜를 정해 하기는 어렵지만 권장은 하겠다”며 “현재 직원의 절반가량이 외부식당을 이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11개 입주기관 직원은 총 3082명이다. 도는 진천·음성지역 소상공인을 위해 50억원을 충북신용보증재단을 통해 1개업체당 5000만원씩, 총 100개 업체에 지원하기로 했다. 이율은 3.5%인데 도가 2%를 내준다.도는 지역상품권 발행 예산도 긴급 지원하기로 했다. 지원금은 진천군 2250만원, 음성군 3000만원이다. 양 군은 4~6%인 상품권 할인율을 최대 10%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도 관계자는 “막연한 불안감 때문에 지역주민들이 외출을 꺼리면서 상인들의 걱정이 클 것으로 예상돼 대책을 마련했다”며 “신종 코로나가 충북 전체 수출에 미치는 영향도 커 중국 대체시장 개척을 위해 몽골, 러시아, 인도 등에 사절단 파견 등도 추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도는 마스크 및 손소독기 사재기 행위와 담합을 통한 가격인상 등을 단속하기위한 신고센터도 운영키로 했다. 우한 교민 173명은 지난달 31일부터 인재개발원에 격리 수용돼 생활하고 있다. 혁신도시 주민들이 이들의 입소를 전격 수용하면서 현재까지 인재개발원은 평온한 분위기다. 교민 528명은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 수용됐다. 이시종 충북지사는 우한교민 임시생활 시설이 위치한 지역의 농산물 팔아주기 운동을 정부에 건의했다.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세균·바이러스 예방에 필수, 마스크 관련 특허 출원 활발

    세균·바이러스 예방에 필수, 마스크 관련 특허 출원 활발

    매년 반복되는 ‘미세먼지’가 공포의 대상으로 대두되면서 마스크의 착용이 일상화됐다. 더욱이 2003년 사스와 2015년 메르스에 이어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발병하면서 개인 예방 수단으로 마스크 수요가 늘면서 기술개발이 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4일 특허청에 따르면 최근 10년(2009~2018년)간 세균·바이러스 관련 마스크 특허 출원은 526건으로 집계됐다. 최근 5년(14~18년)간 연평균 68건이 출원돼 이전 5년(37건)대비 약 2배 증가했다. 2013년 24건, 2014년 43건 등으로 감소 추세였으나 2015년 국내에 전파된 중동호흡기증후군 이후 마스크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매년 70건 이상이 출원됐다. 마스크는 미세먼지를 차단하는 방진마스크와 추위를 막아주는 방한마스크, 독성물질을 제거하는 방독마스크로 나뉘는 데 세균이나 바이러스도 미세한 입자를 통해 전파된다는 점에서 방진마스크 개발에 집중되고 있다. 기술별로는 바이러스를 제거하기 위해 기공 크기를 조절하는 물리적 방법, 피톤치드·프로폴리스·은나노 등 유·무기 항균제를 적용하는 화학적 방법, 초음파나 전·자기장을 활용하는 전기적 방법, 다양한 기술을 적용한 복합적 방법 등이 있다. 최근 10년간 복합적 방법이 전체 출원의 60.5%(318건)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화학적 방법(133건), 물리적 방법(50건)이 뒤를 이었다. 초음파나 전기장, 열선 등을 활용해 바이러스 활성화를 억제하는 기술 등도 출원됐다. 이숙주 고분자섬유심사과장은 “미세먼지뿐 아니라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효율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마스크에 대한 지속적인 수요 증가에 따라 관련 특허 출원도 확대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편 특허청이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합동으로 시중에 유통되는 미세먼지 마스크를 점검한 결과 허위·과대광고(437건), 특허 등 허위표시(680건) 등이 심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보건용 마스크는 포장에 적힌 ‘의약외품’ 표시를 확인하고 사용방법과 주의사항에 따라 착용할 것을 당부했다.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문 대통령 “신종코로나 장기화 대비…비상한 각오”

    문 대통령 “신종코로나 장기화 대비…비상한 각오”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와 관련해 “사태가 장기화하는 최악의 상황까지 대비해 우리 경제가 받을 충격과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면서 “비상한 각오로 신종 코로나 종식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주재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 국가의 존재 이유이며 정부의 기본 책무”라며 “정부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한순간의 방심이나 한 치의 빈틈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비상한 각오로 신종코로나 종식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바이러스 확산 경로의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며 범국가적 역량을 모아 대응하고 있다. 국무총리가 전면에서 대응하고 있으며 ‘단계적 입국 제한 조치’도 시작했다”고 소개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올해 초 긍정적 신호를 보이던 우리 경제와 민생이 예기치 않은 변수로 인해 다시 어려움을 겪게 됐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신종 코로나가 관광·문화·여가생활에 지장을 주며 평범한 국민의 일상마저 위축되고 있다. 소비심리와 내수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쳐 경제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중국에서 공장들이 가동을 멈추고 해외여행 발길도 끊기고 있으며 부품공급망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수출·관광·산업 현장의 어려움이 현실화된 것”이라고 말했다.문 대통령은 “안타까운 상황이지만 감당하면서 헤쳐나가야 할 일”이라며 “어차피 넘어야 할 산이고 건너야 할 강이다. 국민경제의 부담을 덜어주고 책임있게 응답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경제는 심리다. 실제보다 과장된 공포와 불안은 우리 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라며 “정부는 가짜 뉴스를 막으며 감염병 관련 정보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정부가 제 역할을 하는 것이 우리 경제와도 직결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며 “정부는 중심을 잡고서 할 수 있는 일들을 뚜벅뚜벅 해나가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우선 “재정 집행부터 계획대로 신속하게 해달라. 신속한 재정투자로 경제에 힘을 불어넣어 달라”며 “변화와 혁신은 계속돼야 한다. 규제혁신에 더욱 속도를 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어려움이 클수록 답은 현장에 있다”며 지역·업종·기업 간 소통 강화 및 중국진출 기업 및 국내로 돌아오려는 기업에 대한 지원 강화, 부품소재 확보 및 수출다변화 지원, 영세자영업자에 대한 정책자금 지원, 지역경제 활성화 대책 등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또 “일본의 수출 규제에 맞서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고 소재·부품·장비 산업 경쟁력을 강화했듯 이번에도 부처 간 협업을 강화해 지혜롭게 대처하고 경제 회복의 기회를 살려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이날 국무회의에는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지사, 이시종 충북지사, 양승조 충남지사 등 광역단체장이 4명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감염병의 지역사회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와 지자체 사이의 긴밀한 협력과 공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모든 지자체가 중앙정부와 긴밀히 협력, 가용자원을 총동원해 대응해 달라”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들을 향해서도 “우리는 충분히 이겨낼 역량을 가지고 있다. 정부를 믿고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힘을 모아달라”며 “잘못된 정보에 바르게 대처해 사태 해결을 위한 공론이 잘 형성되도록 해달라”라고 당부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중국발 택배 ‘신종 코로나 공포’, 받아도 되나

    중국발 택배 ‘신종 코로나 공포’, 받아도 되나

    “바이러스 며칠,몇주씩 실온에서 못 산다”WHO, 미 보건 당국 등 불안 차단에 노력“문 손잡이 통한 감염 주의” 중국 보도에선전서 택배 기사 확진 소식에 우려 증가“택배소포 감염 선례에 대한 증거 없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미국에서 온라인 쇼핑 등으로 중국에서 건너 온 택배상자를 받아도 되는지에 대한 공포심이 커지고 있다. 미국 질병관리본부(CDC)가 나서서 불안을 차단하고 있지만 중국에서 연일 보도되는 택배 기사 확진자, 확진자 자택 문 손잡이 바이러스 검출 등으로 쉽게 불안이 사라지지는 않는 모양새다. 미국공영라디오(NPR)는 3일(현지시간) CDC가 중국발 택배를 통한 신종 코로나 감염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결론 내렸다고 보도했다. 표면에서 코로나바이러스 생존율이 낮기 때문에 실온에서 며칠 또는 몇 주 동안 출하된 제품 및 포장에 붙어서 확산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의미다. 전날 국제보건기구(WHO)도 “기존 분석에 따르면, 코로나바이러스는 서한이나 소포 등 물체 표면에서 오래 생존하지 못한다”며, 안전하다고 안내한 바 있다.하지만 전날 광저우일보는 신종 코로나 감염증 확진자의 집 출입문 손잡이에서 이 바이러스의 핵산이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장저우빈 광저우질병예방통제센터 대변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주로 비말(침방울)로 전파되며 접촉으로도 옮겨진다고 말했다. 물체 표면의 바이러스를 손으로 만진 뒤 음식을 먹거나 눈을 비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광둥성 선전에서는 신종코로나 증상 없이 계속 일한 택배기사가 확진 환자로 밝혀져 ‘슈퍼 전파자’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중국발 택배에 대한 우려가 사그라들지 않는 이유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주로 호흡기를 통해 사람 간 전파된다고 말했다고 NPR은 보도했다. 엘리자베스 맥그로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전염병역학센터 소장은 이 매체와 인터뷰에서 “소포에서 신종 코로나에 감염됐다는 증거가 되는 사례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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