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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기는 남미] 어린이집서 칼부림...2세 3명 포함 5명 사망

    [여기는 남미] 어린이집서 칼부림...2세 3명 포함 5명 사망

    브라질의 어린이집에서 18세 남성이 흉기를 휘둘러 여교사와 보건부 직원, 어린이 3명 등 최소한 5명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범인은 범행 후 자해로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지만 위중한 상황이다. 끔찍한 칼부림 사건은 브라질 남동부 산타카타리나주(州)의 작은 지방도시 사우다데스에서 4일(현지시간) 발생했다.NSCTV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18세 범인은 웬만한 성인 팔 길이와 맞먹는 큰 칼을 갖고 한 어린이집에 들어가 범행을 저질렀다. 범인은 칼을 들고 들어선 자신을 보고 기겁을 하고 피신하는 여교사를 쫒아가며 칼을 휘두른 뒤 2살 미만의 어린이 3명, 방역수칙 지도를 위해 파견 근무 중이던 보건부 직원을 차례로 공격했다. 구조를 요청하는 비명을 듣고 사건을 신고했다는 한 이웃 주민은 “경찰과 전화가 연결됐지만 너무 떨려 제대로 말을 할 수 없었다”면서 “잠시 후 어린이집에서 교사들이 어린이들을 데리고 빠져나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큰 부상을 입고 신음하던 보건부 직원은 출동한 경찰에 구조돼 인근 차페코 지역병원으로 후송됐지만 치료 중 결국 숨을 거뒀다. 동료가 공격을 받았다는 소식을 접하고 현장에 달려갔다는 사우다데스 보건과 직원은 “현장에 들어가 보니 공포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았다”면서 “여기저기 시신이 뒹굴고 피가 낭자했다”고 말했다. 범인은 범행 후 현장에서 자신의 목과 가슴, 복부 등을 칼로 찔러 자해했다. 범인은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지만 위독한 상태다. 경찰에 따르면 범행 동기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관계자는 “범인의 신원을 확인하고 자택을 수색한 결과 복수의 무기가 발견됐지만 범행의 동기를 추정할 만한 단서는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우다데스는 어린이집 등 교육시설에서 현장 수업을 진행 중이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등원과 등교 인원을 정원의 35%로 제한하고 있다. 현지언론은 “범인의 공격을 받았지만 기적처럼 목숨을 건진 어린이가 있다”면서 “코로나19 사태가 아닌 평상시였다면 더 많은 피해자가 발생했을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산타카타리나주는 3일간 애도기간을 선포하고 피해자 가족에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사진=문도우노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
  • “굿즈 드려요”…5월 맞아 선물, 이벤트로 유혹하는 영화관

    “굿즈 드려요”…5월 맞아 선물, 이벤트로 유혹하는 영화관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극장가가 선물과 각종 이벤트로 관객을 손짓하고 있다. 어린이들을 주 대상으로 한 선물은 물론, ‘으른이’들을 위한 각종 이벤트를 마련했다. 우선 어린이날인 5일 두 애니메이션이 맞붙는다. TV 시리즈로 유명한 ‘콩순이’ 첫번째 극장판 애니메이션 ‘극장판 콩순이: 장난감나라 대모험’은 개봉 당일 관람객에게 한정판 색칠놀이 책을 준다. 12쪽짜리의 책은 콩순이를 비롯한 영화 속 캐릭터를 담았다. 배급사 측은 “색칠놀이 책 전체 줄거리가 그 자체로 동화책을 보는 듯 구성했다”고 밝혔다. 이밖에 어린이날을 맞아 영실업 콩순이 완구 제품을 포함한 다양한 경품을 제공하는 이벤트도 공식 SNS에서 진행한다. 영화는 사라진 가족을 찾기 위해 장난감나라로 떠난 콩순이와 친구들의 모험을 그린다.같은 날 개봉하는 애니메이션 ‘크루즈 패밀리: 뉴 에이지’는 동굴을 떠나 집을 찾아 나선 ‘크루즈 패밀리’가 진화한 인류 ‘베터맨 패밀리’를 만나 벌어지는 모험담이다. 여러 캐릭터가 등장하며, 이에 맞춰 캐릭터 스마트폰 링을 준비했다. 소진 시까지 전국 CGV 4DX 38개관에서 선물 증정 행사를 진행한다. 4DX에서 관람하고 나서 영화관에서 관람권을 보여주면 된다. 배급사 측은 “크루즈 패밀리와 베터맨 패밀리가 사사건건 부딪치며 발생하는 코믹한 장면에는 공기, 물, 티클러 효과 등 역동적인 4DX 효과를 더했다”고 전했다. 이밖에 4DX 페이스북에 댓글로 관람평을 올리면 마사지기 등을 추첨으로 준다.배우 윤여정씨의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에 힘입어 무려 50년 만에 재개봉한 영화 ‘화녀’는 영화 속 윤씨의 모습을 담은 스페셜 카드를 지난 1일 개봉과 동시에 제공해 호응을 받았다. 카드에는 배우 윤여정의 독보적인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화녀’는 시골에서 상경해 부잣집에 취직한 가정부 명자(윤여정 분)가 주인집 남자의 아이를 낙태하며 벌어지는 광기의 이야기다. 4일에는 CGV 용산 아이파크몰에서 시네마톡도 진행한다. 공포영화 시리즈 ‘쏘우’의 스핀오프 영화인 ‘스파이럴’은 12일 전 세계 최초 개봉을 앞두고, 마음만은 어린이인 ‘으른이’들을 위한 선물을 준비했다. 영화 속 소용돌이 표식이 새겨진 스마트폰 무선 충전기와 ‘PLAY ME’ USB로 구성했다.특히 USB는 예고편 속에서 범인이 범행 후 경찰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암시할 때 사용하는 것으로, 실제 그대로 재현해 눈길을 끈다. 이번 이벤트는 5일 어린이날부터 예매와 동시에 신청할 수 있다. ‘스파이럴’은 경찰을 대상으로 한 연쇄살인이 벌어지고, 정체불명의 소포가 배달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그린 스릴러물이다. 크리스 록, 사무엘 L. 잭슨이 주연을 맡았다. 한편, CGV는 가정의 달을 맞아 4일부터 30일까지 ‘무비야호’ 이벤트를 진행한다. 각종 할인쿠폰을 CGV 홈페이지 또는 모바일 앱 이벤트 페이지에서 받을 수 있다. 이벤트 기간에는 영화 관람 후 SNS에 해시태그를 더해 인증하면 추첨으로 영화관람쿠폰을 준다. 한 편을 관람할 때마다 CJ ONE 포인트 등을 적립하는 이벤트도 이어진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몸무게 100㎏ 중국 아이돌 “먹을때 방탄소년단에 미안”

    몸무게 100㎏ 중국 아이돌 “먹을때 방탄소년단에 미안”

    중국에서 평균 몸무게 100㎏의 아이돌 그룹 ‘프로듀스 판다’가 화제다. AP통신은 30일 5명 멤버의 중국 아이돌 그룹은 그들이 동경하는 한국의 방탄소년단(BTS)과 달리 두툼한 뱃살과 이중턱을 자랑한다고 전했다. 딩, 카스, 허스크, 오터, 미스터17로 구성된 이들은 ‘중국 최초의 뚱뚱한 보이밴드’라고 스스로 부른다. 한국에서도 소방차, 슈퍼주니어 등에 날씬하지 않은 멤버가 있었지만, 모든 구성원이 플러스 사이즈인 아이돌 그룹은 중국에서 처음 시도된 셈이다. 이들은 중국 최대 영상 플랫폼 ‘아이치이’가 주최한 아이돌 선발대회에서 마지막 최종선발 후보 9명에 올랐다. 멤버 카스는 “우리 다섯 명은 표준적인 외양은 아니지만, ‘플러스 사이즈 밴드’가 아름다움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리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멤버 다섯 명 가운데 두 명은 이전에 바에서 노래한 적이 있으며, 아이돌 그룹 멤버로는 나이도 많은 편이다. 중국에서도 한국 아이돌 양성 시스템을 본받아 10대 때부터 연습생으로 훈련을 받는다. 이들의 등장에 중국 인터넷에서는 악성 댓글이 쏟아졌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서는 이들의 춤을 지켜보는 것이 공포스럽다는 글도 올라왔다. 특히 밴드의 이름인 ‘판다’의 중국어 발음이 일본의 유명 공포영화 ‘링’과 같은 점을 이용해 무섭다는 반응도 나왔다.서른 한 살인 멤버 미스터17은 그룹의 메인 댄서로 오디션 출전자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았다. 그는 틱톡으로 스타가 됐는데, 밥공기를 들거나 잠옷을 입고 춤을 추는 영상으로 인기를 끌었다. 그의 닉네임인 ‘17’은 가장 좋아하는 나이에서 따온 것이다. 미스터17은 아이돌 그룹으로 데뷔하기 전에는 원유회사에서 일했다. 또 다른 멤버 허스키는 정보통신계열 회사에서 일했는데, 초등학교 이후 계속 뚱뚱했던 데다 살빼기에도 실패했던 자신에게 이 일자리가 안성맞춤이라고 여겼다. 허스키는 “종종 하루 일하러 가고 그다음 삼일은 쉬곤 했는데 그 덕에 살이 더 쪘다”고 말했다. 이 둘은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기 위해 항상 다이어트를 해야 하는 방탄소년단과 같은 다른 아이돌그룹에 미안할 때가 있다고 털어놓았다. 먹을 때는 항상 말처럼 거리낌 없이 먹는다고 강조했다. 팀의 리더인 딩은 ‘XXL’ 몸매의 보이 밴드를 오디션 한다는 소식을 듣고 플러스 사이즈 모델 일을 당장 관두었다. 딩은 “내가 뚱뚱한 아이돌 그룹에 잘 맞을 것이라 생각했고, 잡지 표지모델이 될 수 있겠다고 여겼다”고 밝혔다. 이들은 현재 ‘꿈을 좇아라’란 곡을 포함한 새로운 앨범 작업과 안무에 한창이다. 새 곡의 가사는 ‘말 위에 올라 꿈을 좇아가자. 시간을 낭비하지 마’란 내용이다. 밴드에서 노래를 담당하는 오터는 일곱 살때부터 한국의 아이돌그룹 슈퍼주니어를 흠모해왔지만, 자신이 아이돌그룹이 되어 춤을 추고 노래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오터는 “사람들이 우리의 공연을 보고 힘을 얻어 프로듀스 판다도 하는데 나는 왜 안될까라고 생각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달콤한 사이언스] 사람이 음악을 즐기는 이유, 알고보니…

    [달콤한 사이언스] 사람이 음악을 즐기는 이유, 알고보니…

    “음악은 야만적인 가슴을 어루만져주는 신비한 힘이 있다.”(17~18세기 영국 극작가 윌리엄 콩그리브) “음악이란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그렇지만 침묵할 수 없는 것을 표현하는 수단이다.”(프랑스 작가 빅토르 위고) 거리를 지날 때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다보면 많은 사람들은 이어폰이나 헤드폰을 끼고 음악에 집중하는 이들을 볼 수 있다. 사람의 삶에서 음악은 빼놓고 생각할 수 없다. 영화에서 음악을 빼놓는다면 영화에 올곧게 집중할 수 없을 것이다. 등골이 서늘하게 만드는 공포영화에서 긴박감 넘치게 만드는 음악이나 소리효과가 없다면 공포감은 저멀리 사라져 있을 것이다. 많은 뇌신경과학자와 심리학자들은 인간에게 뚜렷한 생물학적 이득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음악을 즐겨 듣는 이유를 찾아내기 위해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캐나다 맥길대 몬트리올 신경학연구소, 몬트리올 뇌·음악·소리 국제연구소(BRAMS), 몬트리올 뇌·언어·음악연구센터(CRBLM) 공동연구팀은 뇌의 청각회로와 보상회로 사이의 의사소통이 인간이 음악을 즐기는 중요한 이유라고 2일 밝혔다. 이 같은 연구결과는 신경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신경과학’ 3월 30일자에 실렸다. 연구팀은 17명의 건강한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일련의 팝 음악을 들려주면서 뇌 변화를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으로 측정했다. 그 결과 음악을 들을 때 뇌의 청각회로가 보상회로를 자극함으로써 즐거움과 기쁨을 느끼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좋아하는 음악이 나올 때 이 과정은 더욱 강화돼 즐거움을 느끼는 정도는 강하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우울증을 치료할 때 많이 활용되는 ‘경두개 자기자극’ 장치를 이용해 음악을 듣기 전 보상회로를 강하게 자극시켰다. 경두개 자기자극은 자기장으로 뇌의 특정부위를 자극해 신경세포를 활성화시키거나 억제하는 비수술 뇌자극의 방법이다. 음악을 듣기 전 보상회로를 자극 받게 되면 음악을 들을 때 즐거움과 쾌락의 강도가 상당히 높아지는 것이 관찰됐다. 반면 보상회로 활성을 낮추게 되면 음악을 들을 때 단순히 외부 소리를 듣는 것처럼 즐거움을 거의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도 확인됐다. 이번 연구를 이끈 맥길대 심리학과·몬트리올 신경학연구소 로버트 자토레 교수는 “이번 연구는 청각 영역이 보상영역 사이에 상호작용을 하면서 즐거움을 유발시킨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줬다”라며 “음악이 뇌 보상회로를 자극하는 방식은 음식, 돈, 술, 중독성 물질이 자극하는 것과 비슷한 방식인 것으로 조사됐다”라고 설명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日 거장이 만든 ‘731부대’ 만행, 일본 우익들에게 경고 날리다

    日 거장이 만든 ‘731부대’ 만행, 일본 우익들에게 경고 날리다

    일본 공포영화의 거장 구로사와 기요시(66) 감독이 생애 첫 시대극으로 한국 관객에게 돌아왔다. 오는 25일 개봉하는 영화 ‘스파이의 아내’(2020)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 731부대의 만행을 고발하려는 양심적 일본인들의 분투기를 그렸다. 봉준호 감독과 서로 ‘팬’이라고 할 만큼 독특한 연출관을 갖고 있는 구로사와 감독은 자신의 첫 시대극 도전에 대해 “전쟁 중이던 시대를 배경으로 하면 현대보다 진정한 자유와 행복의 의미를 선명히 그릴 수 있다고 생각해 예전부터 꿈꿔 왔다”고 밝혔다.●인간·사회 최악이었던 일본의 1940년대 구로사와 감독은 지난 9일 기자간담회에서 “1940년대 일본은 전반적으로 인간과 사회의 관계가 현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최악이고 긴장된 시대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동안 현대사회를 영화의 무대로 하면서 무엇이 진정한 행복이고 자유인지를 뚜렷하게 제시하기 어려웠고 확실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끝낸 경우가 많아 아쉬웠다”고 덧댔다. 영화는 1940년 고베의 무역상 유사쿠(다카하시 잇세이 분)가 사업차 만주에 갔다가 목격한 생체 실험의 비밀을 국제사회에 알리기로 결심하자 아내인 사토코(아오이 유우 분)가 만류하면서 벌어지는 서스펜스 드라마다. 가정의 행복을 지키고 싶던 사토코는 결국 대의에 동참해 ‘스파이의 아내’가 되기로 하고, 한때 친구였던 헌병대 분대장 다이지(히가시데 마사히로 분)와 벌이는 심리전을 긴장감 있게 담았다. 여성인 사토코의 눈으로 1940년대 군국주의의 폐해를 묘사하고, 남편 유사쿠는 국수주의와 인권 유린을 혐오하는 ‘코스모폴리탄’을 자처함으로써 역사를 왜곡하려는 일본 우익들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날린다. ●영화 실제 인물은 없고 완전한 픽션으로 배경을 고베로 설정한 데 대해 구로사와 감독은 “항구도시인 고베는 해외와의 무역이 빈번한 곳, 전쟁 중에도 수많은 외국 정보가 오간 개방적인 곳이라 영화와 어울린다”고 설명했다. 그는 “영화의 모델이 된 실제 인물은 없고 완전히 픽션으로 만들어 냈다”고 했다. “이 영화에는 큰 테마가 들어 있기 때문에 일상생활만으로도 무언가를 보여 줄 수 있고 일상을 많이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전하려는 주제를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사실과 픽션의 균형을 설명하며 “영상으로 보여 줄 수 있는 부분을 좀더 상상을 통해 관객들이 생각할 수 있도록 여지를 뒀다”고 말했다. ●“수준 높은 한국 관객들 평가 궁금해” ‘큐어’와 ‘회로’ 등으로 명성을 쌓은 그는 ‘스파이의 아내’로 지난해 베네치아 국제영화제에서 은사자상(감독상)을 수상했다. “평소 알폰소 쿠아론(멕시코), 페드로 알모도바르(스페인), 봉준호 감독을 항상 눈여겨보고 있다”며 “수준 높은 영화를 만드는 한국 관객들이 이 영화를 어떻게 봐 줄지 궁금하다”고 기대를 전했다. 이어 “일본 영화 중에도 이렇게 특이한 영화가 있구나 하고, 무겁지 않게 봐 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日만행 고발한 구로사와 감독 “암울한 1940년대, 자유와 행복 의미 전하고파”

    日만행 고발한 구로사와 감독 “암울한 1940년대, 자유와 행복 의미 전하고파”

    일본 공포영화의 거장 구로사와 기요시(66) 감독이 생애 첫 시대극으로 한국 관객에게 돌아왔다. 오는 25일 개봉하는 영화 ‘스파이의 아내’(2020)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 731부대의 만행을 고발하려는 양심적 일본인들의 분투기를 그렸다. 봉준호 감독과 서로 ‘팬’이라고 할 만큼 독특한 연출관을 갖고 있는 구로사와 감독은 자신의 첫 시대극 도전에 대해 “전쟁 중이던 시대를 배경으로 하면 현대보다 진정한 자유와 행복의 의미를 선명히 그릴 수 있다고 생각해 예전부터 꿈꿔 왔다”고 밝혔다. 구로사와 감독은 지난 9일 기자간담회에서 “1940년대 일본은 전반적으로 인간과 사회의 관계가 현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최악이고 긴장된 시대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동안 현대사회를 영화의 무대로 하면서 무엇이 진정한 행복이고 자유인지를 뚜렷하게 제시하기 어려웠고 확실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끝낸 경우가 많아 아쉬웠다”고 덧댔다. 영화는 1940년 고베의 무역상 유사쿠(다카하시 잇세이 분)가 사업차 만주에 갔다가 목격한 생체 실험의 비밀을 국제사회에 알리기로 결심하자 아내인 사토코(아오이 유우 분)가 만류하면서 벌어지는 서스펜스 드라마다. 가정의 행복을 지키고 싶던 사토코는 결국 대의에 동참해 ‘스파이의 아내’가 되기로 하고, 한때 친구였던 헌병대 분대장 다이지(히가시데 마사히로 분)와 벌이는 심리전을 긴장감 있게 담았다.여성인 사토코의 눈으로 1940년대 군국주의의 폐해를 묘사하고, 남편 유사쿠는 국수주의와 인권 유린을 혐오하는 ‘코스모폴리탄’을 자처함으로써 역사를 왜곡하려는 일본 우익들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날린다. 배경을 고베로 설정한 데 대해 구로사와 감독은 “항구도시인 고베는 해외와의 무역이 빈번한 곳, 전쟁 중에도 수많은 외국 정보가 오간 개방적인 곳이라 영화와 어울린다”고 설명했다. 그는 “영화의 모델이 된 실제 인물은 없고 완전히 픽션으로 만들어 냈다”고 했다. “이 영화에는 큰 테마가 들어 있기 때문에 일상생활만으로도 무언가를 보여 줄 수 있고 일상을 많이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전하려는 주제를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사실과 픽션의 균형을 설명하며 “영상으로 보여 줄 수 있는 부분을 좀더 상상을 통해 관객들이 생각할 수 있도록 여지를 뒀다”고 말했다. ‘큐어’와 ‘회로’ 등으로 명성을 쌓은 그는 ‘스파이의 아내’로 지난해 베네치아 국제영화제에서 은사자상(감독상)을 수상했다. “평소 알폰소 쿠아론(멕시코), 페드로 알모도바르(스페인), 봉준호 감독을 항상 눈여겨보고 있다”며 “수준 높은 영화를 만드는 한국 관객들이 이 영화를 어떻게 봐 줄지 궁금하다”고 기대를 전했다. 이어 “일본 영화 중에도 이렇게 특이한 영화가 있구나 하고, 무겁지 않게 봐 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뭉크의 ‘절규’에 남긴 낙서 ‘미친자만이 그릴 수 있는’은 친필 맞다

    뭉크의 ‘절규’에 남긴 낙서 ‘미친자만이 그릴 수 있는’은 친필 맞다

    노르웨이 화가 에드바르 뭉크의 걸작 ‘절규’ 연작 가운데 첫 작품의 왼쪽 위 구석에는 작고 잘 안 보이는 낙서가 남겨져 있다. 연필로 ‘미친 자만이 그릴 수 있는’이라고 적었는데 그의 친필이 맞다고 노르웨이 국립박물관이 확인했다. 뭉크는 ‘절규’를 네 점 그렸는데 1893년 크리스티아니아(현재 오슬로)에서 처음 전시됐던 이 작품이 노르웨이 국립미술관에 소장돼 있다. 뭉크 미술관에 두 점이 보관돼 있다. 나머지 한 작품은 개인 컬렉터에게 경매를 통해 계속 주인이 바뀌고 있다. 2012년 소더비 경매에서 1억 1992만 달러에 낙찰돼 같은 해 최고가 경매 기록을 세운 것이 네 번째 작품이다. 22일 영국 BBC 보도에 따르면 그가 남긴 일기와 편지들의 글씨체와 비교한 결과 평생을 정신 질환에 시달려 온 이 위대한 화가의 것과 일치하는 것으로 미술관 측은 결론내렸다. 지금까지 미술평론가들은 이 낙서가 어느 화난 관람객이 문화재를 망치려 했거나 평생 정신적 문제에 시달렸던 뭉크 자신의 것일 것으로 두 갈래 추측을 해왔다. 노르웨이 국립미술관의 큐레이터 마이 브릿 굴렝은 “이 글씨는 의심할 여지 없이 뭉크의 것”이라며 “글씨는 물론, 뭉크가 노르웨이에서 이 그림을 처음 공개했던 1895년에 있었던 일까지 모든 것들이 한 방향을 가리킨다”고 말했다. 이 작품이 공개되자 뭉크의 정신상태를 둘러싼 대중의 의심이 깊어졌고 비판도 많았다. 이런 반응에 마음의 상처를 입은 뭉크가 화가 나 휘갈겨 쓴 것으로 일기에 적혀 있다는 것이다. 뭉크의 아버지와 누나도 우울증으로 힘겨워했고 그 역시 1908년 신경쇠약으로 입원해야 했다. 어머니와 누나는 뭉크가 14세이던 때 세상을 떠났고 아버지는 그로부터 12년 뒤 저하늘로 떠났다. 다른 누이 역시 양극 장애로 정신병원에 들어갔다. 뭉크는 어느날 일기에 “내가 기억하는 한 오랫동안 난 예술에 투영하려 했던 우울의 깊숙한 감정 때문에 고통받아왔다. 이런 우울과 질병이 없었다면 난 키가 없는 배처럼 됐을 것”이라고 적었다. 2019년 BBC 아트는 이 명작이 “역사가 바뀌는 시기 자신의 우울을 드러낸 것이며 낡은 전통과 끊임없이 절연하려는 세기의 우울은 오늘의 세상과 아주 닮아 있다”면서 “‘절규’가 흔해 보일 법한데도 영향력을 갖는 이유다. 현 시대 우리의 두려움이 반영된 것이기도 하다. 내면적으로 우리 모두 절규하고 있지 않나?”라고 되물었다.이 작품은 내년 오슬로에 있는 이 박물관에서 새롭게 전시할 수 있도록 복원 작업이 진행 중이다. 인간의 두려움을 가장 근원적으로 드러낸 작품으로 1990년대 할리우드 공포영화 ‘스크림’ 시리즈부터 지금의 이모티콘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1994년 이 명화는 노르웨이의 한 미술관에서 분실됐다가 나중에 영국 탐정들이 찾아냈다. 내년에 노르웨이 국립미술관에서 마돈나, 인생의 춤, 담배를 문 자화상 등 뭉크의 여러 다른 작품도 함께 공개된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유괴범 처키를 공개수배합니다”…실제로 수배령 내려졌다

    “유괴범 처키를 공개수배합니다”…실제로 수배령 내려졌다

    “유괴범 처키 공개수배”텍사스주 황당 ‘앰버 경보’당국 “테스트 오작동에 따른 결과” 공포영화 ‘사탄의 인형’ 주인공인 ‘처키’가 미국 텍사스주에서 어린이 유괴범으로 실시간 수배령이 내려져 한바탕 혼선이 빚어졌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4일 보도했다. 텍사스주는 지난달 29일 어린이 실종을 긴급 공지하는 ‘앰버 경보’를 내보냈다. 공지에는 용의자로 처키의 이름과 손에 흉기를 든 사진이 등장했으며, 세부 사항으로도 마치 처키가 실존 인물인 것처럼 인상착의를 자세하게 적어놓았기 때문이다. 경보에는 “나이 28살. 머리카락 붉은빛. 눈동자 푸른색. 몸무게 16파운드. 성별 남성. 인종 인형”이라고 공지됐다. ‘추가 정보’로 “알록달록한 긴팔상의에 청 소재 작업복을 입었으며, 커다란 주방 칼을 휘두르고 다님”이라고도 썼다. 해당 묘사는 1988년 시작된 공포영화 시리즈 ‘사탄의 인형’ 속 캐릭터를 그대로 따온 것으로 보인다.‘유괴 아동’으로는 처키의 영화 속 아들인 ‘글렌’이 지목됐다. 공지는 글렌의 인상착의를 “5살. 머리카락 붉은빛. 눈동자 푸른색. 인종 백인” 등으로 설명하고 “처키와 글렌이 텍사스주 헨더슨시 거주지에서 마지막으로 목격됐다”고 썼다. 하지만 해당 공지는 해프닝으로 밝혀졌다. 텍사스주 공공안전 당국은 황당한 내용에 대해 공식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당국은 문제의 공지가 “테스트 오작동에 따른 결과”라며 “이번 일로 야기됐을 혼동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해프닝에 대해 설명했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괴물이 된 소외감… 그로부터의 탈출법

    괴물이 된 소외감… 그로부터의 탈출법

    현실로 튀어나온 디지털 기기 속 괴물사랑으로 이겨 내는 자폐증 아이와 엄마20일 개봉하는 영화 ‘커넥트’(2020)는 디지털 기기를 통해 보이는 ‘괴물’의 사냥감이 된 아이와 엄마가 그로부터 도망치는 이야기를 담은 공포물이다. 디지털 시대의 소외감으로 시작했으나 이를 초월하는 가족 간의 강한 사랑으로 귀결돼 ‘슬프고도 아름다운 공포 드라마’로 불러도 손색이 없다. 자폐증과 언어장애를 겪고 있는 소년 올리버(아지 로버트슨 분)의 친구는 또래 아이가 아닌 스마트폰이다. 어느 날 밤 화면에 처음 보는 전자책이 저절로 켜지고 기괴한 그림이 친구가 돼 주겠다고 나타났다. 엄마 사라(질리언 제이컵스 분)는 겁에 질린 올리버가 악몽을 꾼 것으로 여기고, 아빠 마티(존 갤러거 주니어)는 아들의 교육과 치료에 소극적이다. 하지만 디지털 기기를 통해서만 눈에 보이는 ‘괴물’은 현실 세계로 튀어나와 물리력을 행사하고, 올리버를 디지털 기기 너머의 ‘뒤집힌 세계’로 끌고 가려 한다. 타깃이 된 올리버와 엄마는 필사적으로 도망치지만 괴물은 디지털 기기가 있는 곳 어디서나 튀어나온다. 제이컵 체이스 감독이 연출한 이 영화는 지난해 11월 북미 박스오피스 1위에 등극했다. ‘왕따’를 당한 아이가 디지털 기기에 과몰입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정서적 소외감에 대한 공포를 괴물로 창조한 상상력이 돋보인다. 말을 하지 못하는 소년과 아들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엄마, 육아에 무관심한 아빠는 바쁜 일상에 무감각해진 현대 가정의 단면이다. 스마트폰으로 연결된 편리한 세상이지만 인간관계 형성의 기본은 ‘대화’라는 점을 일깨우는 듯하다. 부모의 불화에 마음의 문까지 닫아 버린 올리버를 보며 어른 관객이라면 부모의 죄책감을 공유할 만하다. 영화의 메시지는 단순해 보인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가 사람들의 외로움과 소외감을 유발하고, 사랑은 모든 것을 극복할 수 있다는 점. 가족 간의 갈등을 풀어 나가는 충분한 설명이나 개연성도 썩 촘촘하지는 않다. 그렇다 보니 후반부에 ‘모성애의 힘’만 강조한 게 식상한 결말로 이어져 버린 듯한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다만 아이를 보호하려는 절박함이 전달되는 모성애를 통해 시도한 반전이 완성도를 높이는 데 도움을 줬다. 영화는 긴장이 풀려 있는 관객들을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 ‘점프 스케어’ 기법을 남용하지 않고 보는 것만으로도 섬뜩한 ‘크리처물’로 불안감과 긴장감을 키운다. 심장이 떨어질 것 같은 충격적 장면이 많지는 않아 공포영화 마니아에겐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상영 시간 96분. 15세 이상 관람가.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디지털 시대 소외감 일깨운 공포…영화 ‘커넥트’

    디지털 시대 소외감 일깨운 공포…영화 ‘커넥트’

    20일 개봉하는 영화 ‘커넥트’(2020)는 디지털 기기를 통해 보이는 ‘괴물’의 사냥감이 된 아이와 엄마가 그로부터 도망치는 이야기를 담은 공포물이다. 디지털 시대의 소외감으로 시작했으나 이를 초월하는 가족 간의 강한 사랑으로 귀결돼 ‘슬프고도 아름다운 공포 드라마’로 불러도 손색이 없다. 자폐증과 언어장애를 겪고 있는 소년 올리버(아지 로버트슨 분)의 친구는 또래 아이가 아닌 스마트폰이다. 어느 날 밤 화면에 처음 보는 전자책이 저절로 켜지고 기괴한 그림이 친구가 돼 주겠다고 나타났다. 엄마 사라(질리언 제이컵스 분)는 겁에 질린 올리버가 악몽을 꾼 것으로 여기고, 아빠 마티(존 갤러거 주니어)는 아들의 교육과 치료에 소극적이다. 하지만 디지털 기기를 통해서만 눈에 보이는 ‘괴물’은 현실 세계로 튀어나와 물리력을 행사하고, 올리버를 디지털 기기 너머의 ‘뒤집힌 세계’로 끌고 가려 한다. 타깃이 된 올리버와 엄마는 필사적으로 도망치지만 괴물은 디지털 기기가 있는 곳 어디서나 튀어나온다.제이컵 체이스 감독이 연출한 이 영화는 지난해 11월 북미 박스오피스 1위에 등극했다. ‘왕따’를 당한 아이가 디지털 기기에 과몰입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정서적 소외감에 대한 공포를 괴물로 창조한 상상력이 돋보인다. 말을 하지 못하는 소년과 아들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엄마, 육아에 무관심한 아빠는 바쁜 일상에 무감각해진 현대 가정의 단면이다. 스마트폰으로 연결된 편리한 세상이지만 인간관계 형성의 기본은 ‘대화’라는 점을 일깨우는 듯하다. 부모의 불화에 마음의 문까지 닫아 버린 올리버를 보며 어른 관객이라면 부모의 죄책감을 공유할 만하다. 영화의 메시지는 단순해 보인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가 사람들의 외로움과 소외감을 유발하고, 사랑은 모든 것을 극복할 수 있다는 점. 가족 간의 갈등을 풀어 나가는 충분한 설명이나 개연성도 썩 촘촘하지는 않다. 그렇다 보니 후반부에 ‘모성애의 힘’만 강조한 게 식상한 결말로 이어져 버린 듯한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다만 아이를 보호하려는 절박함이 전달되는 모성애를 통해 시도한 반전이 완성도를 높이는 데 도움을 줬다. 영화는 긴장이 풀려 있는 관객들을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 ‘점프 스케어’ 기법을 남용하지 않고 보는 것만으로도 섬뜩한 ‘크리처물’로 불안감과 긴장감을 키운다. 심장이 떨어질 것 같은 충격적 장면이 많지는 않아 공포영화 마니아에겐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상영 시간 96분. 15세 이상 관람가.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존 레넌 ‘이매진’ 제작자-여배우 살해범 필 스펙터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존 레넌 ‘이매진’ 제작자-여배우 살해범 필 스펙터

    존 레넌의 ‘이매진’을 프로듀싱했던 미국의 유명 음악제작자이자 2003년 할리우드 여배우 겸 모델 라나 클락슨을 살해한 혐의로 2009년부터 복역해 온 필 스펙터(82)가 세상을 떠났다고 영국 BBC가 17일(이하 현지시간) 전했다. 캘리포니아 교정재활국은 “캘리포니아 헬스케어 시설 수용자인 필 스펙터가 16일 오후 6시 35분 외부 병원에서 자연사한 것으로 선언됐다. 산호아킨 보안관실의 부검의가 공식 사인을 밝힐 것”이라고 발표했다. 비틀스를 비롯해 라이처스 브러더스, 이케(Ike), 티나 터너 등과 함께 일했던 고인은 1961년부터 1965년까지 톱 40에 든 노래 20곡을 제작했다. 그는 이른바 ‘사운드 오브 월’ 기법이란 것을 선보였는데 현악기와 관악기 연주를 따로 녹음해 소리의 층을 쌓아 오케스트라 소리처럼 만드는 방법으로 비치 보이스, 브루스 스프링스틴 등 많은 가수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마약과 알코올 중독에 빠져 1980년대와 90년대 음악 활동을 그만 둬야 했다. 그러다 2003년 2월 캘리포니아주 알함브라 자택에서 클락슨이 머리에 총알을 맞은 주검으로 발견되면서 다시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칼과 가위가 난무하는 공포영화에 곧잘 출연했고 영화 ‘바버리안 퀸’에 주인공으로 나왔던 그녀는 몇 시간 전 나이트클럽에서 스펙터를 만났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클락슨이 총에 입을 맞췄는데 그 순간 발사된 사고였다고 재판에서 주장했다. 하지만 네 여성이 스펙터는 술이나 약 기운에 취하면 자신들에게 총을 겨누곤 했다고 증언했다. 1심은 무효가 되는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2급살인 혐의로 유죄 평결을 받고 19년형을 언도받았다. 1939년 뉴욕에서 태어난 그는 러시아계 유대인 부모 아래 태어났다. 소년이었을 때 아버지가 살해되자 어머니는 로스앤젤레스로 이사했다. 10대 시절 연주자로 밴드 ‘테디베어스’를 세 고교 친구들과 결성했다. 1958년 아버지의 묘비명 ‘투 노 힘 이즈 투 러브 힘(To know him is to love him)’ 앨범이 빌보드 핫 100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밴드는 이듬해 해체됐다. 1961년 그는 자신의 레코드 레이블 ‘필리스(Philles)’를 만들어 걸그룹 ‘크리스털스’와 ‘로네츠’ 등의 음반을 제작해 1963년 ‘비 마이 베이비(Be My Baby)’와 ‘베이비 아이 러브 유(Baby I Love You)’ 등이 히트했다. 라이처스 브러더스의 ‘유브 로스트 댓 러빙 필링(You’ve Lost That Lovin‘ Feelin’)’과 ‘언체인드 멜로디’도 그의 손을 거쳤다. 비틀스의 마지막 앨범 ‘렛 잇 비’와 레넌의 솔로 앨범 ‘이매진’이 그의 프로듀싱 작품이었다. 1970년 비틀스 마지막 앨범을 제작하면서 초창기 로큰롤 사운드로 돌아고 싶던 폴 매카트니와 충돌을 빚었다. ‘롱 앤드 와인딩 로드’에 오케스트라 반주와 합창을 삽입한 것에 격분한 매카트니는 앨범 발매를 막으려고 하기도 했다. 세월이 흐를수록 이상하고 괴이쩍은 그의 행동들이 알려졌다. 레너드 코헨이 앨범 ‘데스 오브 어 레이디스 맨’ 세션 작업을 할 때 그가 머리에 총을 겨누곤 했다는 일화가 대표적이었다. 로네츠의 리드싱어 베로니카 로니 베넷과 두 번째로 결혼했으나 1974년 이혼했다. 그녀가 1990년 쓴 자서전을 보면 그는 몇년이나 약물 남용을 부추겼고 살해하겠다고 겁을 주는가 하면 지하실에 유리로 덮인 관을 놔두고 그녀에게 들어가라고 했다. “70년대 초 (그를) 떠났을 때 그러지 않았다면 난 거기서 죽을 것이란 점을 알고 있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몇주 뒤 정말로 클락슨이 총에 맞아 세상을 떠났다. 스펙터는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인터뷰를 통해 “난 어느 정도 제정신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겠다. 악마가 내면에서 나와 싸운다”고 털어놓았다. 록밴드 블론디의 기타리스트 크리스 스타인이 이 인터뷰 기사에 댓글을 달았는데 “1970년대 그의 집을 갔더니 문을 연 그의 한 손에는 마니슈비츠 와인 병이 들려 있었고, 다른 손에는 장전돼 있는 것 같은 45구경 자동소총이 들려 있었다. 오래 된 얘기다. 내 생각에 그는 미친놈이었다”고 적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시위대와 셀피 찍고, 길 터주고, 美 의회경찰 부실 대응 도마에

    시위대와 셀피 찍고, 길 터주고, 美 의회경찰 부실 대응 도마에

    지난 6일(현지시간) 대선 불복을 주장하는 시위대가 미국 의회 의사당에 난입했을 때 모습을 담은 동영상 중에는 의회경찰이 시위자와 ’셀피‘를 찍는 모습이 있는가 하면, 시위대가 더 가까이 다가오도록 보안 장벽을 열어주는 장면까지 있다. 의사당 계단에서 중심을 잡을 수 있게 한 여성 시위대원의 손을 잡아주는 따듯한 모습도 나온다. 아래 사진은 의회경찰이 마치 시위대에 길을 터주는 것 같은 모습이다.다음날 일간 워싱턴 포스트(WP)에 따르면 의회 경찰은 2001년 9·11 테러 이후 800명가량이던 병력이 2000 명으로 확대됐고, 연간 4억 6천만 달러의 예산이 투입된다. 애틀랜타나 클리블랜드 같은 대도시 경찰서의 인력에 달하는 수준인데 수백명 시위대에 밀려 의사당을 송두리째 내준 것은 작지 않은 문제란 지적이다. 의회경찰은 의회 근처에서 전날부터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는데도 낮은 장벽을 설치하고 폭동 진압 장비가 아닌 제복을 입은 채 대응했다. 보호 대상 건물에서 멀리 떨어진 지점에서부터 여러 겹의 보호선을 설치하는 원칙과 다른 대응이다. 시위를 막을 준비는 돼 있었지만 공격을 제지할 태도는 아니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 결과 시위대는 손쉽게 의사당에 진입했고 의원들이 회의를 중단하고 긴급 대피하는 대혼란으로 이어졌다. 반란, 폭동이라는 용어까지 나오는 지경이다. 의회경찰 국장을 지낸 킴 다인은 WP에 “공포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며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매일 훈련하고 계획을 세우는데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대응은 과거 의사당 인근의 위협에 대처한 것과도 놀랄 만한 대조를 이룬다고 WP는 전했다. 2013년 의회경찰이 보안장벽을 들이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차량에 사격을 가해 운전자가 사망하는 일도 있었다. 이를 두고 대규모 시위대가 물리력으로 의회에 난입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고, 이에 따라 대비가 소홀했던 데 원인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지난해 여름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촉발된 인종차별 항의 시위 이후 진압이 소극적으로 바뀐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있다. 물론 정반대 시각으로 흑인이 다수인 시위대가 의사당에 난입했으면 의회경찰이 그렇게 순순히 물러났겠느냐는 반론도 만만찮다. 래퍼 아이스 티나 영화 ‘어벤저스’에 캡틴 아메리카로 출연했던 크리스 에반스 등이 이런 지적을 했다. 의회 경찰은 한 시위자가 의회 창문을 깨고 내부로 들어가 다른 시위대가 들어올 수 있도록 문을 열어주는 상황이 벌어진 뒤에야 워싱턴DC 경찰, 주 방위군 등에 지원을 요청했다고 한다. 의회경찰 예산을 담당하는 하원 위원회의 위원장인 팀 라이언 의원은 “의사당 근처에 아무도 없어야 했다”며 관리들이 해임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원 행정위 위원장인 조 로프그렌 의원도 이번 난입사태가 중대한 보안 우려를 제기했다며 경찰의 대응과 준비상황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경호를 책임진 비밀경호국(SS)은 이번 일을 계기로 오는 20일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 보안계획을 재평가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취임식은 의회에서 열린다. 그러나 스티븐 선드 의회경찰 국장은 성명을 내고 시위대가 쇠 파이프와 화학제로 공격하는 등 이번 사태가 지난 30년간 경험한 어떤 것과도 달랐다며 경찰은 용감하게 행동했다고 해명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007 ‘뷰 투 어 킬’ 타냐 로버츠 살아있는데 죽었다고 오보

    007 ‘뷰 투 어 킬’ 타냐 로버츠 살아있는데 죽었다고 오보

     007 영화 ‘뷰 투어 킬’에서 로저 무어 경(1927~2017년)과 본드 걸로 호흡을 맞췄던 미국 영화배우 타냐 로버츠가 65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고 밝힌 홍보 책임자가 발언 내용을 뒤집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졌다.  로버츠가 지난 3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시더스 시나이 병원에서 숨을 거뒀으며, 코로나19와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보도됐는데 다음날 언론에 이를 확인해준 마이크 핑겔 대리인이 로버츠가 알려지지 않은 질환 때문에 위중한 상태에 처해 있다고 말한 것인데 그만 잘못 전달됐다고 황당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연예전문 ‘TMZ’는 고인이 지난해 성탄 전야에 반려견과 함께 산책을 나갔다가 집에 돌아오는 길에 쓰러져 인공호흡기에 의존했는데 끝내 깨어나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는 오랜 시절 로버츠와 동거해 온 랜스 오브라이언을 통해 소식을 전해들었는데 “불행하게도 인간적 미스커뮤니케이션이 있었다. 사람들이 그녀에 대한 아름답고 놀라운 얘기들을 적어주고 있는데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오브라이언은 별도의 인터뷰를 통해 지난달 24일 그녀가 입원했으며 지난 3일 병원을 찾은 핑겔에게 “그녀에게 막 작별의 인사를 나눴다”고 말했는데 죽었다는 얘기로 핑겔이 알아들은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오브라이언은 미국 TV 연예프로그램 ‘인사이드 에디션’과 로버츠의 별세 소식과 관련한 인터뷰를 진행하던 중 병원 측에서 걸어온 전화를 받았는데 “로버츠가 살아있다는 거냐”고 병원 측에 되물으며 “하나님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AP 통신, USA 투데이, TMZ와 할리우드 리포터에 그녀의 사망 소식이 보도됐고, 워싱턴 포스트와 영국 BBC 등에는 부고가 게재됐다. 추모의 글들이 소셜미디어에 잇따라 올라왔다. 본드 영화 제작자인 마이클 윌슨과 바버라 브로콜리는 “고인은 아주 사랑스러운 사람이었으며 스테이시 서튼으로 기억하는 007 팬들에게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무어 경과 1974년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에서 본드 걸로 호흡을 맞춘 스웨덴 여배우 브릿 에클란드도 트위터에 “한 번 본드 걸은 영원히 본드 걸!”이란 글을 올리며 추모했는데 잘못된 일이 됐다.  ‘비스트마스터’를 연출한 돈 코스카렐리는 고인을 “내면과 외면이 모두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믿을 수 없을 만큼 다정하고 동물을 진정 사랑한 이로 늘 기억할 것”이라고 애도했다.  1955년 뉴욕 브루클린에서 빅토리아 리 블럼이란 이름으로 태어난 로버츠는 모델로 연예계에 뛰어들었으며, 1975년 공포영화 ‘포스드 엔트리(Forced Entry)’로 스크린에 데뷔했다. 1977년 할리우드로 이주했다. 1985년 개봉한 ‘뷰 투 어 킬’을 통해 스타 반열에 올랐다. 이 영화에서 마지막으로 본드 역할을 연기한 무어와 함께 지리학자 스테이시 서튼 역할을 소화하며 173㎝ 늘씬한 몸매를 뽐냈다.  이 밖에 ‘70년대 쇼(That ’70s Show)’ ‘미녀삼총사(원제 Charlie‘s Angels)’ 등 TV 드라마에도 출연하며 활발한 연기 활동을 펼쳤다. 미녀삼총사에는 셸리 핵을 대신해 제이클린 스미스, 셰릴 라드에 이어 세 번째 미녀 줄리로 출연했다. 판타지 영화 ‘비스트마스터’와 ‘하츠 앤드 아모르’에도 얼굴을 드러냈다. 1984년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 ‘쉬나 퀸 오브 더 정글’에 주연했는데 골든 라즈베리상 최악의 여배우 후보로 추천됐다. 일년 뒤 ‘뷰 투 어 킬’로도 같은 상에 추천됐다.  그녀는 출연 제의를 받고 “별다른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거절했으면 “멍청한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 뒤에도 영화 ‘나이트 아이스’와 ‘인너 생텀’ 등 에로틱 스릴러에 출연했는데 연기 경력에 별달리 나아진 것이 없었다. 1998년부터 2004년까지 ‘70년대 쇼’ 80여편에 밋지 핀치오티 역할을 소화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안방에 이색 아시아 영화가 쏟아진다

    안방에 이색 아시아 영화가 쏟아진다

    5~13일 ‘아세안 영화제’ 개막브루나이·캄보디아 등 10개국네이버TV로 20편 무료 감상4~13일 日 영화제 ‘JFF’ 열려최근 개봉작까지 23편 공개 초겨울 추위가 한창인 12월, 평소 접하기 힘든 아시아 영화 43편을 무료로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온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지친 영화팬들을 위해 아세안과 일본 영화제가 온라인으로 열려서다. 한국과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간 문화교류협력의 일환으로 오는 5일부터 13일까지 ‘2020 아세안 영화제’가 열린다. 누구든지 네이버TV를 통해 무료로 아세안 10개국 영화 20편(국가별 2편)을 만나 볼 수 있다. 참가국은 브루나이,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라오스, 말레이시아, 미얀마,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등으로, 이들 국가의 작품과 문화, 영화산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특별 토크 프로그램도 준비돼 있다.브루나이 영화로는 브루나이 자본으로 제작된 최초의 영화 ‘리나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2013)와 ‘야스민: 전설의 고수를 찾아서’(2014) 두 작품이 소개된다. 하리프 하지 모하마드 감독의 ‘리나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는 30대 청춘남녀들의 결혼과 사랑을 주제로 한 로맨틱 코미디다. 시티 카말루딘 감독의 ‘야스민’은 인도네시아 전통 무술 ‘실랏’을 소재로, 최고의 실랏 파이터가 되기 위해 전설의 무림고수를 찾아 나서는 소녀 야스민의 좌충우돌기가 그려졌다.캄보디아 전통무술 ‘보카토어’의 보존과 복원을 위한 투쟁을 그린 마크 복슐러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생존의 역사 보카토어’(2018)도 상영된다. 자히르 오마르 감독의 ‘쿠알라룸푸르의 밤’(2018)은 대표적인 말레이시아 작품이다. 다양한 연령대로 구성된 네 명의 택시기사들이 빚을 갚는다는 명목으로 승객들을 상대로 크고 작은 범죄를 저지른다는 내용의 범죄 스릴러물이다. 인도네시아에선 공포영화인 ‘드레드 아웃’(2019), 식도락을 담은 ‘연애진미’(2018)가 온다. 한국 생활 20년차인 인도네시아 방송인 김야니가 인도네시아 음식과 명절, 풍습 등을 소개하는 코너도 마련했다. 4일부터 13일까지는 일본국제교류기금이 세계 각국에서 실시한 재팬필름페스티벌(JFF)을 온라인으로 진행한다. 최근 일본에서 개봉한 ‘마에다 건설 판타지 영업부’(2020)를 비롯해 한국 미개봉 최근작인 ‘댄스 위드 미’(2019),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2019) 등 명작 23편을 ‘JFF Plus’ 웹사이트에서 한국어 자막으로 만날 수 있다. 야구치 시노부 감독의 ‘댄스 위드 미’는 최면에 걸려 음악이 나오면 춤과 노래를 멈출 수 없게 된 직장 여성이 최면을 풀기 위해 겪는 에피소드를 담은 뮤지컬 코미디 영화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공포영화 악당?…디즈니, 사람처럼 얼굴 움직이는 로봇 개발

    공포영화 악당?…디즈니, 사람처럼 얼굴 움직이는 로봇 개발

    미국 월트디즈니의 연구회사인 월트디즈니 이미니지어링((WDI)이 현지 대학 연구자들과 협력해 사람의 얼굴 움직임을 높은 수준으로 모방한 로봇을 개발했다. 이 로봇은 눈 깜박임이나 머리의 미묘한 움직임 또는 시선 이동을 하지만 사람 같은 피부가 없는 기묘한 외형을 갖고 있다. 사람처럼 만들어진 로봇과 실제 사람의 차이점은 많지만, 그중 하나는 로봇은 사람과 달리 계속 똑바로 상대방을 응시한다는 것이다. 상대방과 시선을 맞추는 기능을 가진 로봇은 대부분 상대방과 시선을 맞추면 그대로 고정해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나 실제 사람은 상대방을 응시하다가도 시선을 이리저리 헤매거나 눈을 깜빡이며 시선을 돌린다. 이에 WDI 연구팀은 일리노이대 어바나-샴페인캠퍼스와 캘리포니아공과대의 연구자들과 협력해 더욱더 사람다운 얼굴 움직임을 모방한 로봇을 개발했다. 새로 개발된 로봇은 몸통에 일반적인 셔츠를 입고 있지만, 얼굴에는 안구나 이가 드러나 있어 상당히 괴기스럽다. 외형은 로봇다움이 넘치지만, 로봇의 얼굴과 안구는 매끄럽게 움직여 마치 사람처럼 보이기도 한다. 로봇은 근처에 아무도 없을 때 멍하니 있는 것 같지만, 사람들이 다가오면 부드럽게 시선을 맞춘다. 윗가슴 부위에 있는 검은색 센서가 사람의 위치를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로봇의 안구는 항상 작게 움직이는 데 이는 사람의 미세도약안구운동(microsaccade)이라 불리는 미세한 안구 운동을 모방한 것이다. 사람의 눈은 시야의 불과 2%에 초점을 두고 있어 한 점을 응시해도 항상 시선을 미세 조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로봇은 또 때때로 눈꺼풀이 내려가며 눈을 깜빡인다. 호흡하는데 맞춰 머리가 위아래로 흔들리는 움직임도 모방해 피부가 없는 점을 제외하면 상당히 사람다운 로봇인 것이다. 눈앞의 사람이 머리를 기울이면 로봇도 거기에 맞춰 머리를 기울인다. 반대로 기울이면 로봇도 거기에 맞춘다. 여러 사람이 눈앞에 있어도 한 사람에게만 시선을 계속 마주치는 부자연스러운 행동은 하지 않고, 가끔 시선을 이동시켜 상대방을 교대로 바라본다. 과학매체 기즈모도는 지난달 29일 “이 로봇은 사람답다는 점에서 뛰어나다. 이 업그레이드된 로봇이 놀이공원 등에 도입되기 전 디즈니는 로봇 머리에 가짜 실리콘 피부를 바르는 것이 좋겠다”면서 “누구도 악몽 같은 모습을 직접 보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이 로봇은 지난달 말 온라인에서 열린 세계로봇학술대회(IROS)2020에서 학술자료로 공개됐다. 사진=디즈니연구허브/유튜브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여기는 남미] 트럭 사고로 쏟아진 돼지, 길에서 도축한 주민들

    [여기는 남미] 트럭 사고로 쏟아진 돼지, 길에서 도축한 주민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형편이 어려워진 탓일까, 아니면 숨어 있던 야만적 본능인 것일까. 아르헨티나의 한 지방도시에서 주민들이 길에서 돼지를 도축하는 일이 벌어졌다. 부에노스아이레스주(州) 지방도시 필라르의 엘마난티알이라는 동네에서 돼지떼를 운반하던 트럭이 사고를 내면서 최근 일어난 사건이다. 돼지들을 짐칸에 싣고 달리던 트럭은 이 동네에서 커브를 돌다 쓰러지는 사고를 당했다. 급커브 길이었던 데다 가변 한 쪽에 물이 고여 있어 타이어가 빠지면서 기사가 차량을 통제하지 못했다. 트럭이 옆으로 쓰러지면서 짐칸에 갇혀 있던 돼지들은 얼떨결에 '자유'를 맞았다. 하지만 이건 자유가 아니라 죽음의 시작이었다. 돼지를 운반하던 트럭이 사고를 당해 돼지들이 풀려났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민들이 달려와 필사적으로 돼지잡이에 나서면서다. 한 주민은 "누군가 페이스북을 통해 사고 사실을 알렸고, 잠시 후 돼지를 잡으려는 주민들이 떼지어 몰려왔다"고 말했다. 밧줄을 던져 돼지를 잡는 사람, 여럿이 한꺼번에 달려들어 돼지를 잡는 사람 등 길거리에서 축제처럼 돼지를 사로잡기 위해 뒤쫓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잡은 돼지를 데려가는 데도 다양한 수단이 동원됐다. 한 목격자는 "자가용 트렁크에 산 채로 돼지를 싣기도 하고, 어디에서 났는지 마트에서 쓰는 카트를 가져와 돼지를 가져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끔찍한 길거리 도축은 이 과정에서 벌어진 야만적 행동이다. 일부 주민들은 잡은 돼지를 현장에서 잡았다. 현지 언론은 "망치로 돼지의 머리를 때려 죽은 뒤 그 자리에서 해체하는 끔찍한 일이 이곳저곳에서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익명을 원한 한 주민은 "돼지의 머리를 잘라 그 자리에서 해체하는 걸 봤다"면서 "마치 공포영화의 한 장면을 직접 경험한 것 같아 아직도 소름이 끼친다"고 말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현장에는 경찰과 소방대가 출동해 있었다. 야만적 행위가 여기저기에서 벌어지고 있었지만 경찰은 지켜만 볼 뿐 그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한 목격자는 "경찰이 먼저 도착했고, 이후 소방대까지 출동했지만 돼지를 훔쳐가는 걸 저지하거나 불법도축을 막지 않았다"고 말했다. 현지 네티즌들 사이에선 "야만적인 행동이 경악스럽다" "우리의 의식이 이 정도라니.."라는 등 주민들에 대한 비난이 비등하고 있다. 사진=필라르아디아리오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
  • 공포영화같은 방화 용의자들 사진 공개…美 일가족 5명 화재 참사

    공포영화같은 방화 용의자들 사진 공개…美 일가족 5명 화재 참사

    어린이 2명을 포함한 일가족 5명이 방화로 목숨을 잃은 사건의 용의자들 사진이 언론에 공개됐다.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CNN 등 현지언론은 덴버 경찰이 지역 내 한 가정집에서 벌어진 화재 사건의 용의자들 사진을 공개하고 현상금까지 내걸었다고 보도했다. 사건이 벌어진 것은 지난 5일 새벽. 이날 한 가정집에서 큰 화재가 발생해 잠자고 있던 어린이 2명과 성인 3명 등 일가족 5명이 모두 화염에 휩싸여 목숨을 잃었다. 당초 사건은 일반적인 화재 사건으로 보였으나 수사가 진행되면서 급반전됐다. 방화의 흔적과 함께 용의자 3명의 모습이 CCTV에 포착됐기 때문. 특히 충격적인 것인 이들 용의자들의 모습이다. 마치 공포영화 속에서나 볼 법한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기 때문. 여기에 이중 한명은 야간투시경까지 착용해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된 범죄일 가능성이 높아졌다.보도에 따르면 숨진 이들은 모두 몇년 전 아프리카 세네갈에서 이민온 사람들로, 일각에서는 무슬림인 이들에 대한 증오범죄가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덴버경찰서 조 몬토야 수사과장은 "이번 사건은 고의적으로 계획된 것으로 판단하고 수사에 착수한 상태"라면서 "현재 다양한 살해 동기를 염두해두고 있으며, 만약 증오범죄와 관련된 것이라면 정보를 지역사회와 공유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현지언론은 "사건 당시 순찰 중이던 경찰이 화재를 발견해 구조에 나서고 헌신적인 소방관들의 노력으로 그나마 피해가 적었다"면서 "세네갈 정부가 관심을 가질 정도로 국제적인 사건이 됐다"고 보도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신출귀몰한 돼지심장 적출, 전설의 흡혈동물 추파카브라 소행?

    신출귀몰한 돼지심장 적출, 전설의 흡혈동물 추파카브라 소행?

    아르헨티나의 한 농촌마을에서 가축들이 연이어 의문의 죽음을 맞고 있어 주민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 3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엽기적 공포영화에나 나올 법한 사건이 꼬리를 물고 있는 마을은 아르헨티나 북부 산티아고델에스테로주에 있는 엘사우스란 곳이다. 엘사우스에선 최근 소, 돼지, 닭 등 주민들이 키우는 가축들이 끔찍한 모습으로 발견되고 있다. 가장 최근에 발생한 사건은 돼지의 죽음이다. 돼지는 누군가 외과수술을 하듯 가슴에 구멍이 난 채 죽어 쓰러져 있었다. 끔찍한 사체를 발견한 주인이 살펴보니 돼지에겐 심장이 없었다. 누군가 돼지를 죽이고 심장을 적출했지만 주변엔 피 한방울 튄 곳이 없었다. 돼지를 잃은 주인은 "돼지의 주변에서 혈흔도, 그 어떤 흔적도 발견하지 못했다"면서 "30년 넘게 돼지를 키웠지만 이런 사건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엘사우스에서 이런 사건이 터진 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이 마을에선 소가 의문의 죽음을 당했다. 누군가 소의 머리를 잘라 죽였지만 현장에선 역시 혈흔이 발견되지 않았다. 주민들은 "톱으로 자른 것처럼 소의 머리만 깨끗하게 잘려 사라진 상태였다"고 말했다. 죽은 닭이 내장이 없는 상태로 발견된 사건도 있었다.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고 내장만 사라진 의문의 사건이었다. 익명의 한 주민은 "심장이 사라진 양이 발견된 적도 있다"면서 "종을 가리지 않고 가축들이 엽기적 공격을 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축들이 끔찍한 모습으로 죽어가는 사건이 꼬리를 물자 마을에선 추파카브라의 소행이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추파카브라는 전설로 전해지는 아메리카 대륙의 흡혈동물이다. 주민들은 "신출귀몰하게 나타나 가축을 죽이고 심장을 빼먹는 걸 보면 추파카브라의 소행으로밖에 볼 수 없다"면서 전설의 동물이 실제로 존재하는 게 분명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주민들은 최근 대책회의를 열었다고 한다. 하지만 뾰족한 대책은 마련하지 못했다. 회의에 참석했다는 한 주민은 "전설의 동물이 범인이라면 사람이 대응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말만 오갔다"면서 "가축들을 잘 숨겨두자는 얘기만 나왔다"고 전했다. 현지 언론은 "상식적인 설명이 불가능한 사건이 꼬리를 물자 마을 주민들 사이에선 전설 속에서 답을 찾으려는 기류만 강해지고 있다"면서 당국이 조사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누에보디아리오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
  • ‘날 보러 와요’ 무더위 식힐 명품 호러물

    ‘날 보러 와요’ 무더위 식힐 명품 호러물

    공포 대명사 ‘스크림’ ‘에이리언’ 국내 미개봉 ‘더 위치’ ‘스왈로우’ 새달 2일부터 18개 전용관 상영여름엔 역시 공포물이다. 세계적인 거장의 고전부터 국내 미개봉 신작까지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공포영화 기획전이 열린다. CGV아트하우스는 새달 2일부터 15일까지 전국 18개 전용관에서 어른들을 위한 장르영화 기획전 ‘시네마 어덜트 베케이션’을 개최한다. 고전 명작부터 공포의 고정관념을 깬 최신 작품까지 아우르는 영화 17편을 4개 섹션으로 나눠 상영한다. ‘마스터&마스터피스’ 섹션에서는 음악만으로도 공포 영화의 대명사가 된 ‘죠스’(1975)부터 스티븐 킹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의 영화 ‘캐리’(1976), 존 카펜터 감독의 ‘괴물’(1982), 데이비드 크로넌버그 감독의 ‘플라이’(1986),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드라큐라’(1992),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조디악’(2007) 등을 선보인다. ‘레전더리 호러 아이콘’ 섹션에서는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공포 캐릭터를 만나는 시간이다.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1997)부터 ‘스크림’(1999), ‘에이리언’ 시리즈 등 4편을 준비했다. ‘싸이코 드라마’ 섹션은 심리적인 공포에 더욱 주목했다. 배우 맷 데이먼, 주드 로, 귀네스 팰트로 등이 출연해 화제를 모은 앤서니 밍겔라 감독의 범죄 스릴러 영화 ‘리플리’(1999)를 비롯해 인간의 광적인 집착을 그린 스릴러 ‘미저리’(1990),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아이즈 와이드 셧’(1999), 데이비드 크로넌버그의 ‘데드 링거’(1988) 등이다. ‘프리미어’ 섹션에는 국내 미개봉작인 ‘더 위치’(2015), ‘비바리움’(2019), ‘스왈로우’(2019) 3편이 포함돼 더욱 눈길을 끈다. 로버트 에거스 감독이 연출한 ‘더 위치’는 1692년 미국 매사추세츠주 세일럼 빌리지에서 일어난 세일럼 마녀 재판을 소재로, 광기에 사로잡히는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당대를 재현한 세트와 의상으로 제31회 선댄스영화제에서 큰 화제를 모으며 감독상을 수상했다. ‘비바리움’은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미드나잇 패션’ 부문에 상영돼 국내 팬을 만났다. ‘스왈로우’는 지난해 열린 트라이베카 영화제에서 첫 공개 후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헤일리 베넷의 열연을 볼 수 있는 작품이다. 기획전 작품은 15일부터 CGV 홈페이지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순차 예매가 가능하다. CGV아트하우스는 ‘시네마 어덜트 베케이션’ 무비 배지 2종과 티켓으로 구성한 한정판 패스카드도 출시했다. 한정판 굿즈와 영화를 함께 즐길 수 있는 ‘더스페셜패키지’는 새달 4일 CGV 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와 CGV 압구정에서 진행된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화려한 바위꽃 방탄도 반하다

    화려한 바위꽃 방탄도 반하다

    신록이 짓쳐 올라온다. 연둣빛 신록에 싸인 암벽들의 모습이 꼭 비 온 뒤의 죽순 같다. 어느 한 계절의 풍경을 두고 결코 ‘진수’라고 말할 수 없는 산들이 있는데, 대둔산도 그중 하나다. 팔색조인지는 알 수 없으나 최소한 삼색조인 것만은 분명하다. 겨울 설경과 가을 단풍, 그리고 신록이 무성한 초봄의 풍경 말이다. 전북 완주에는 이처럼 바위가 만든 풍경이 꽃만큼이나 아름다운 곳이 몇 곳 있다. 그래서 나선 참이다. 화려한 바위꽃을 찾아.대둔산의 ‘둔’(芚) 자는 싹이 나온다는 뜻이다. 드센 사내의 ‘알통’을 닮은 바위 절벽을 두고 앙증맞은 새싹 운운하는 게 어색하긴 하지만 실제로 그렇다. 봄의 대둔산은 정말 새싹을 닮았다. 아마 옛사람들이 이 산의 이름을 대둔산이라 한 것도 마천대(878m) 등의 암벽들이 봉긋봉긋 솟은 모양새가 새싹과 흡사하기 때문이지 싶다. 대둔산은 완주와 충남 금산, 논산 등에 걸쳐 있다. 오르는 코스도 여러 가지다. 일반 관광객들은 대체로 케이블카를 이용한다. 대둔산 중턱인 금강구름다리 아래까지 순식간에 오를 수 있다. 케이블카 상부역사 위의 암벽 사이로 철계단이 나 있다. 암벽을 비집고 나서면 곧 금강구름다리다. 바위 절벽 사이에 50m 길이로 쭉 뻗은 구름다리에 서면 누구나 오금이 저리기 마련이다. 아래는 천길 낭떠러지, 위로는 거대한 암봉들이 위압적인 자태로 서 있다. 관광객 대부분은 구름다리에서 인증샷을 찍고 내려가지만 가급적 시간을 내서 삼선계단까지는 다녀오기를 권한다. 이제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스릴을 맛볼 수 있다. 삼선계단은 삼선봉을 오르는 36m짜리 철재 계단이다. 경사도 51도에 폭은 0.5m밖에 되지 않는다. 굳이 돈 내고 공포영화를 보지 않아도 계단을 오르는 내내 머리카락이 쭈뼛 서는 극한의 공포를 맛볼 수 있다. 충남 금산과 경계를 이루는 이치(배티재)에서 보는 모습도 좋다. 대둔산 북동쪽 사면의 모습이 보인다. 배티재는 임진왜란 당시 최초로 육지에서 승전고를 울린 장소다. 권율 장군이 불과 1500여명의 군사로 2만여명의 왜군을 막아 냈다고 한다. 불명산(佛明山)으로 방향을 잡는다. 화암사(花巖寺)가 깃든 산이다. 먼 옛날 병마와 싸우던 연화 공주가 용이 기르는 연꽃(복수초라는 설도 있다)을 먹은 뒤 씻은 듯 나았는데, 그 꽃이 핀 바위벼랑에 지은 절이 화암사라는 설화가 전해 온다. 화암사 사하촌은 ‘싱그랭이 마을’이라 불리는 요동마을이다. 예전 남도의 선비들이 한양으로 과거 보러 갈 때 이 마을에 묵으며 해진 짚신을 갈아 신었다고 한다. ‘싱그랭이 마을’을 지나 주차장에 차를 세운 뒤 15분 남짓 산길을 걸어 오르면 화암사다.그리 널리 알려진 절집은 아니지만 유명 인사들의 화암사에 대한 관심은 각별하다. 화암사를 널리 알린 이로는 안도현 시인을 꼽을 수 있다. 그는 여러 편의 시집과 수필 등을 통해 화암사를 ‘잘 늙은 절’로 각인시켰다. 건축학자이자 문화재위원장인 김봉렬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역시 ‘가보고 싶은 곳, 머물고 싶은 절’이란 책에서 “희귀한 구조에 대한 관심이 없더라도 이 절은 환상적인 입지와 드라마틱한 진입로, 그리고 잘 짜인 전체 구성만으로도 최고의 건축”이라고 썼다. 더이상 무슨 상찬이 필요할까. 화암사는 이름처럼 바위벼랑 위에 터를 잡았다. 객을 맞는 건 우화루(雨花樓·보물 제662호)다. 꽃바위(花巖)에 걸터앉은 절집에 꽃비(雨花)가 내리는 건 당연한 수미상응일 터다. 단청 따위는 필요 없다는 듯 곱게 늙은 나뭇결만으로 존재감을 한껏 드러내고 있다. 본전인 극락전으로 가는 통로는 우화루와 문간채 사이로 난 쪽문이다. 허리 굽혀 문 안으로 들어도 극락전의 모습은 온전히 보이지 않는다. 자칫 큰 건물에 뺏길 뻔했던 시선 속에 주변 건축물까지 담을 수 있었던 건 이 같은 가람 배치 덕일 게다. 극락전은 우화루 바로 앞에 있다. 처마를 좀더 밖으로 빼기 위해 기둥과 처마 사이에 부재를 끼운 하앙식 구조로 유명한 건물이다. 이 같은 공법의 건물은 국내에서 화암사가 유일하다. 그래서 국보(316호)다. 위봉산 일대의 풍경도 옹골차다. 위봉폭포가 대표적이다. 60m 높이를 2단으로 굽이쳐 내리는 폭포다. 폭포 주변으로는 근육질 사내의 ‘알통’을 닮은 바위절벽이 둘러쳤다. 도로에서 폭포까지 목재 데크가 놓여 있다. 계단을 따라 10분 정도 내려가면 폭포와 마주할 수 있다.이제 방탄소년단(BTS)의 ‘완주 원픽’을 말할 차례다. 지난해 여름 BTS가 ‘2019 썸머 패키지 인 코리아’ 화보집을 냈다. 촬영 장소들이 단박에 ‘인생사진’ 성지로 떠오른 건 당연지사다. 특히 완주 쪽 촬영지들이 붕 떴다. 위봉폭포 위에 있는 위봉산성도 그중 하나다. 위봉산성은 유사시에 전주 경기전의 이성계 어진과 위패 등을 옮기기 위해 조선 숙종 때 축조된 산성이다. 예전에는 관광객의 발길이 뜸했던 곳이지만 BTS가 방문한 뒤로 한순간에 ‘힙’한 곳으로 바뀌었다. 위봉산성에서 구불구불 산길을 내려가면 오성제다. 이 저수지 둑방에 작은 소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여기서도 BTS가 사진을 찍었다. 이들의 ‘은혜를 입’었으니 이 소나무는 이제 ‘방탄소나무’로 불리지 않을까 싶다. 젊은 커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오성제 위에 있는 오성한옥마을의 아원고택이다. 원래는 숙소인데, 갤러리로도 쓰인다. 입장료(1만원)도 비싼 편이고 투숙객에게 불편을 주지 않는 시간대(오전 11시~오후 5시)에만 개방이 되는 등 몇몇 제약이 있지만, 방탄소년단의 흔적을 엿보려는 이들의 발걸음은 쉼 없이 이어진다.삼례 쪽의 비비낙안 카페도 촬영지 중 하나다. 원래부터 완주의 힙스터들이 즐겨 찾는 곳이었는데, BTS가 발걸음하면서 명성이 한껏 높아졌다. 비비낙안 카페는 도시재생사업의 하나로 조성된 곳이다. 옛 물탱크를 리모델링한 카페 전망대에서 굽어보는 미감이 아주 색다르다. 너른 만경평야와 만경강, 전주 시가지, 그리고 그 너머로 호남의 산들이 아스라하게 펼쳐진다. 아울러 고산면 창포마을의 용암상회, 마을 앞 다리 등도 BTS가 다녀간 곳이다. 글 사진 완주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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