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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하로 오르막 ‘길·문화·스토리’ 데구루루

    금하로 오르막 ‘길·문화·스토리’ 데구루루

    금천구 시흥2동 은행나무골 인근 상가에서 호암산 기슭까지. 금하로라 불리는 이 길은 1㎞ 남짓한 거리지만 가파른 오르막이라 요즘처럼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면 거친 숨을 몰아쉬며 올라야 해 중간에 한번 쉬어 가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지게 한다. 그러나 엉덩이를 붙이고 다리를 쉬게 할 공간이 마땅치 않았다. 하지만 이제 길을 오를 때 숨이 턱까지 차오르리라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중간중간 쉬어 갈 수 있는 장소가 생겼기 때문이다. 우선 동일여고 앞 공터가 휴식 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무관심 속에 방치됐던 공간을 깔끔하게 수리해 계단식 화단 등을 설치했다. 경사길 중간에 있는 아파트 상가 화단 2곳을 활용해 의자를 놓기도 했다. 그래서 곳곳에서 도란도란 얘기꽃을 피울 수 있는 길이 됐다. 회색빛으로 삭막한 도시 분위기를 드러내기만 했던 산복도로 옹벽에도 커다란 나무와 식물, 새, 토끼 조형물을 덧대 산자락과 분위기를 맞췄다. 1단지 방음벽은 다양한 색깔로 물들어 경쾌한 느낌을 준다. 금천구는 최근 ‘길과 문화 그리고 스토리’ 3구간 사업을 마무리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로써 독산3동 배수지에서 벽산아파트 5단지까지 삼성산과 호암산 기슭으로 이어지는 5㎞가량의 길이 3년에 걸쳐 천천히, 소박하지만 예쁘게 변신했다. 유명 관광지의 올레길이나 둘레길을 만드는 것처럼 거창한 사업은 아니었다. 하지만 주민 의견을 충실하게 반영해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한편,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기에 그만이라는 평가를 듣는다. 앞서 조성된 1구간 2㎞(독산배수지~남부여성발전센터)와 2구간 2㎞(남부여성발전센터~탑동초등학교)도 마찬가지다. 시작부터 쉽게 풀렸던 사업은 아니다. 일부 주민들은 재개발에 대한 기대감으로 사업을 반대하기도 했다. 먹고살기 힘든 시기에 세금을 낭비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 때문에 사업 구간이 조금 바뀌기도 했다. 하지만 금천구 직원들이 발로 뛰면서 작지만 소중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었고 주민들 대부분이 만족한다는 후문이다. 차성수 구청장은 “낙후된 환경을 개선하는 동시에 추억이 묻어나는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애썼다”며 “앞으로도 마을 환경 개선 사업은 여론을 충분히 반영해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향토기업 특선] (19) 광주 자동차 금형 전문업체 ㈜에스디엠

    [향토기업 특선] (19) 광주 자동차 금형 전문업체 ㈜에스디엠

    지난 3월 12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광주의 금형 전문 업체인 ㈜에스디엠은 유럽의 대표적 자동차 부품 생산업체인 벤틀러사와 3000만 달러어치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향후 3년간 제품을 대기로 한 양해각서(MOU)도 교환했다. 에스디엠은 최근 벤틀러사가 주문한 자동차 차체 금형 일부를 선적했다. 직원을 파견, 제품을 설치했다. 연 매출액이 55억 유로(약 8조 858억원)에 이르는 벤틀러사가 이렇게 기업과 구매를 약속한 것은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에스디엠이 그만큼 기술력을 갖췄다는 방증이다. 에스디엠은 광주 북구 대촌동 첨단산업단지에 둥지를 튼 조그만 기업이다. 그러나 연간 300여억원인 매출액의 90% 이상을 수출로 벌어들인다. 수출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품질이 좋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해외 바이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회사는 이에 따라 현재 공터인 4500㎡에 하반기부터 50여억원을 들여 공장을 추가로 신축할 계획이다. 이 같은 빠른 성장은 조철연(52) 대표이사의 열정과 기술 개발에 대한 집념에서 비롯된다. 기술자 출신인 조 대표는 이 분야에서 잔뼈가 굵었다. 그가 20여년간 다니던 회사를 정리하고 창업한 것은 2001년. 그는 당시 광산구 하남산단에 직원 4명의 성도란 회사를 만들고 금형 제품 생산에 나섰다. 이어 기아자동차 등 국내 자동차 완성품 생산업체로부터 차체 등 각종 자동차 부품용 프레스 금형을 수주했다. 창업 이듬해인 2002년을 제외하면 주문량이 한 해도 거르지 않고 꾸준히 늘었다. 광주시가 이 즈음인 2004년 지역혁신 특성화사업으로 평동산단에 ‘금형트라이아웃센터’를 개설하고, 기술과 장비를 지원하는 등 금형산업 육성 정책을 편 것도 보탬이 됐다. 이 센터에 비치된 대형 프레스기기, 사출시험장비, 정밀측정 기기 등도 자유롭게 사용했다. 이어 한국금형산업진흥회가 광주에 둥지를 틀고 인력 양성과 기술·해외 마케팅지원에 나선 것도 유리한 환경으로 작용했다. 이 때문에 창업 4년 만인 2005년에는 한 해 동안 매출액이 무려 149%나 증가했다. 이에 따라 2005년 주식회사 에스디엠을 만들고, 공장도 첨단산단으로 이전했다. 해외 시장으로 본격적으로 진출한 것도 법인 전환 이후부터다. 그러나 당시엔 해외 바이어를 접촉할 창구가 없었다. 조 대표는 종합상사를 통해 시장 정보를 조사한 뒤 직접 발로 뛰었다. 첫해에 말레이시아 완성차 생산업체인 프로토사로부터 차체 금형 등 30만 달러어치를 수주했다. 그는 이때부터 ‘기술과 신뢰’만 있다면 어떤 해외 시장도 공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이어 해외 유명 자동차부품 업체를 일일이 방문, 상담하고 설계도와 견적서를 내밀었다. 그 결과 미국, 멕시코, 브라질, 독일, 스페인, 일본, 중국 등 15개국 20여개 업체로 거래처가 늘었다. 세계 금융위기 상황인 2009년에도 154억원의 매출액을 달성했고, 2011년엔 207억원으로 늘었다. 올해는 300여억원이 웃돌 것으로 추산된다. 창업 초기 10여명이던 직원은 80여명으로 증가했다. 올해 10여명을 추가 채용하고, 해외 영업소 등을 확충할 계획이다. 에스디엠은 2007년 회사 부설 기술연구소를 설립해 연구·개발에도 주력해 왔다. 최근엔 주제품인 ‘트랜스퍼 금형’에 발광다이오드(LED)를 접목한 특허를 획득하기도 했다. 지난해엔 정부로부터 2000만 달러 수출탑을 받았다. 창업 11년 만에 세운 ‘금자탑’이다. 한국을 빛낸 이달의 무역인(한국무역협회), 고용우수기업 인증서(광주광역시), 기술혁신형 중소기업 확인서·글로벌 강소기업 육성업체 참여증서(중소기업청) 등 각급 기관으로부터 받은 인증서와 특허증도 수두룩하다. 회사 관계자는 “모든 직원이 자신감을 갖고 품질과 서비스 향상에 힘을 쏟고 있다”며 “이런 노력이 외국의 까다로운 바이어들에게 먹혀들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남미통신] 차 안 빌려줬다고 부모 살해한 10대 소녀

    [남미통신] 차 안 빌려줬다고 부모 살해한 10대 소녀

    어이없는 이유로 부모를 살해한 10대 멕시코 소녀가 경찰에 붙잡혔다. 소녀는 애인과 남자친구를 끌어들여 끔찍한 살인극을 벌였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아나 카롤리나라는 이름의 17세 소녀 살인범은 파티에 가려고 자동차를 빌려달라고 했다가 부모가 거절하자 앙심을 품고 살인을 계획했다. 혼자의 힘으로는 부모를 살해하기 힘들 것 같아 보이자 사귀고 있는 애인, 평소 친하게 지내던 남자친구에게 범행을 도와달라고 했다. 세 사람은 1달 동안 머리를 맞대고 범행을 구상했다. 세 사람이 먼저 노린 건 엄마였다. 아무도 없는 집에 친구, 애인과 함께 대기하고 있던 딸은 외출했던 엄마가 돌아오자 부엌으로 불러들였다. 숨어 있던 남자친구가 엄마에게 덤벼들어 목을 졸랐다. 쓰러진 엄마에게 딸은 염소를 섞은 살충제를 주사, 살해했다. 엄마를 살해한 직후 외출했던 아빠가 귀가했다. 딸은 동일한 방법으로 아빠를 살해했다. 이번에 아빠에게 덤벼든 건 소녀의 애인이었다. 세 사람은 시신을 공터로 가져가 불에 태워버린 뒤 핫도그와 맥주를 마시며 범행을 자축했다. 그러나 갑자기 없어진 두 사람의 실종신고가 경찰에 접수되면서 세 사람의 범행은 금새 드러났다. 소녀의 애인에게 혐의를 두고 조사를 하던 경찰은 추궁 끝에 범행을 자백 받고 세 사람을 긴급 체포했다. 사진=라손 임석훈 남미통신원 juanlimmx@naver.com
  • 결국 사람잡은 태권도 판정시비

    ‘오죽했으면 죽음을 결심하기까지….’ 태권도 선수인 고교생 아들이 심판의 부당한 판정 탓에 억울하게 졌다며 태권도장 관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벌어졌다. 태권도계의 뿌리깊은 판정 시비도 다시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지난 28일 낮 12시 20분쯤 충남 예산군 수철리의 한 사찰 입구 공터에서 전모(47)씨가 자신의 스타렉스 승합차 안에서 숨져 있는 것을 형(60)이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전씨의 형은 “어머니의 유해가 모셔진 사찰 입구에 동생의 차가 있어 살펴봤더니 동생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고 말했다. 차량 안에는 야외용 화덕에 번개탄을 피운 흔적이 있었고, 별다른 외상은 발견되지 않아 경찰은 전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전씨가 쓴 것으로 추정되는 A4 용지 3장 분량의 유서도 발견됐다. 전씨는 유서에서 “(지난 13일 국기원에서 열린) 전국체전 서울 고교 대표 선발 3회전 핀급 결승전 3회전에서 종료 50초를 남기고 아들과 상대방의 점수 차이가 5대1로 벌어지자 (심판이) 경고를 날리기 시작했다”면서 “50초 동안 경고 7개를 받고 경고패한 우리 아들은 태권도를 그만두고 싶다고 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대한태권도협회 겨루기 경기규칙에는 경고를 두 차례 받으면 1점이 감점되는데 이때 깎인 점수는 상대에게 가산된다. 4차례 감점을 당하면 반칙패로 처리한다. 전씨가 지목한 심판은 현재 서울시와 인천시태권도협회에서 상임심판으로 활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그는 심판에 대해 “그놈하곤 인천에서부터 악연의 시작이었다”면서 “늘 작업조로 일컬어지던 그놈이 코트에만 들어오면 우리 제자들과 자식들은 늘 지고 나오기 일쑤였다”고 밝혀 지속적으로 판정에 대한 불만이 쌓여 왔음을 드러냈다. 한 태권도인은 “수십년 수련해 온 태권도인조차 극단적인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니 안타깝다”고 개탄했다. 대한태권도협회는 경찰 수사에 최대한 협조하는 한편, 해당 대회를 주관한 서울시태권도협회와 함께 문제가 된 경기 영상을 확보하는 등 진상을 파악하고 있다. 문제가 드러나면 관련자들에게 강력한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예산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김민수 선임기자 kimms@seoul.co.kr
  • 서울시, 일반 주택가에 ‘재활용 정거장’ 만든다

    서울시가 ‘세계 최고 재활용 도시’를 표방하고 나섰다. 시는 현재 45.9%인 재활용률을 2030년까지 세계 최고 수준인 66%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Zero waste, Seoul 2030 계획’을 추진한다고 22일 밝혔다. 쓰레기 분리 수거 체계가 아파트보다 떨어지는 단독주택이나 다세대주택를 개선하고, 대형 유통센터 및 학교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이를 위해 시가 중점을 두는 사업은 ‘재활용 정거장’이다. 일주일에 한두 번씩 정해진 시간에 공영주차장이나 공터 등에 재활용 쓰레기 수거대를 배치해 인근 주택가 주민들이 분리 배출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폐지나 고철을 줍던 지역 어르신을 전담 수거 관리인으로 지정함으로써 좀 더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게 시의 복안이다. 1만 3000여명에 이르는 어르신들은 거리에서 재활용품을 수거해도 월 40만원 안팎의 수입을 올리는 데 그쳤지만 재활용 정거장에서 거점 수거를 하고 이를 재활용 전문 사회적 기업이 매입해 금액을 현금으로 보전, 50만원 이상의 수익을 내게 해주겠다는 것이다. 시는 어르신들의 협동조합 설립을 돕고 재활용 품목별로 일정 수준의 가격을 시가 보장해주는 ‘재활용품 수집보상금제’도 실시한다. 성북구와 구로구, 노원구, 강동구 등 4개 자치구가 연말까지 시범사업을 벌일 예정이다. 또 시는 공공기관, 대형마트, 학교 등 재활용품을 많이 내놓는 곳의 쓰레기 배출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폐기물 수집운반업체가 아닌 재활용 전문업체에 위탁 처리해 재활용률을 높이는 ‘폐기물 제로화 사업’도 추진한다. 이 밖에 재활용률이 낮은 폐비닐과 종이팩, 폐건전지를 대상으로 한 특화 정책도 시행한다. 시가 운영하는 대형 폐가전 방문 무상 수거 제도를 강화하고, 소형폐가전 재활용을 위한 사회적 기업인 ㈜에코시티 서울(SR센터) 운영도 활성화하겠다고 시는 덧붙였다. 김민희 기자 haru@seoul.co.kr
  • 영어가 뭐길래… 초등생 목숨 끊어

    영어가 어려워 고민하던 초등학교 5학년생이 아파트 옥상에서 떨여져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 14일 오후 8시 45분쯤 전남 장흥군 장흥읍의 한 아파트 공터에서 이모(11)군이 피를 흘리며 숨져 있는 것을 아파트 경비원이 발견 119구급대에 신고했다. 이군은 이날 등교하기 전 어버이날을 맞아 지난 7일 작성한 효도 편지를 거실 탁자에 올려놓았다. 이군은 부모에게 쓴 편지를 7일 동안 소지하고 다녔다. 부모에게 쓴 편지에는 “5학년이 됐는데도 계속 말썽을 피워 죄송합니다. 공부 열심히 하겠습니다”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지만 죽음을 암시하는 말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군의 부모는 “아들이 평소에 영어성적 하락으로 고민이 많았다”며 “학교에서 영어 등 5과목을 치르는 중간시험을 하루 앞둔 상황이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에 따르면 시험을 앞두고 이군은 어머니에게 영어 테스트를 받으면서 발음과 읽기를 어려워했었다. 경찰은 “제3자에 의한 범죄 사고는 아닌 것으로 파악되고 있지만 아파트 옥상이 45도 각도로 경사가 있어 추락사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장흥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미주통신] 불타 버려진 새끼고양이 기적 생존

    [미주통신] 불타 버려진 새끼고양이 기적 생존

    누군가에 의해 불에 탄 채로 버려진 새끼 고양이가 극적으로 기사회생해 충격과 함께 감동을 주고 있다고 뉴욕데일리뉴스가 3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무게가 450그램 밖에 나가지 않는 생후 5주 된 이 새끼 고양이를 지난달 27일 미국 필라델피아 주에 있는 한 편의점 근처 공터에서 누군가가 고양이의 몸에 휘발유를 붓고 불을 붙이고 도망갔다. 다행히 이를 발견한 시민이 즉시 불을 끄고 동물보호센터에 신고했지만, 새끼고양이는 거의 죽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동물보호센터의 기적적인 치료로 생존한 이 고양이는 다시 언론의 주목을 받으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 온몸에 2도에서 3도 화상을 입은 이 새끼 고양이는 귀도 잘라 내야하고 흉터도 여전하지만, 생존에는 문제가 없다고 의료진은 전했다. 현재 동물보호협회는 이 새끼 고양이를 이렇게 잔인하게 학대한 용의자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에게 5백만 원의 현상금을 내걸었다고 뉴욕데일리뉴스는 전했다. 사진=뉴욕데일리뉴스 캡처 다니엘 김 미국 통신원 danelkim.ok@gmail.com
  • 지진 대비 민방위 훈련

    지진 대비 민방위 훈련이 오는 7일 오후 2시부터 20분간 전국에서 실시된다. 소방방재청은 6~8일 범국가적 재난대응 역량을 강화하고자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 407개 기관·단체가 참가한 가운데 ‘2013년 재난대응 안전 한국훈련’을 한다고 2일 밝혔다. 국민은 7일 오후 2시 사이렌이 울리면 실내에서는 탁자나 책상 밑으로 들어갔다가 ‘진동이 멈췄다’는 안내가 나오면 신속히 건물 밖으로 나와 넓은 공터로 대피해야 한다. 실외에서는 가방 등 소지품으로 머리를 보호하고 낙하물 위험이 없는 공원이나 광장 등 넓은 곳으로 대피해야 한다. 차량은 갓길에 정차해야 한다. 부산이나 울산, 경북, 강원 해안지역 20개 시·군·구의 35개 대피지구에서는 지진해일 대피훈련이 시행된다. 사이렌이 울리면 해안가 주민은 지정된 대피소로, 아파트 거주자는 꼭대기 층으로 대피하고, 저지대 거주자는 3층 이상 건물로 피신해야 한다. 훈련 첫날인 6일에는 대형 태풍이나 화재 등 각종 재난상황, 7일에는 유해화학물질 유출, 8일에는 가축질병· 전염병·전력수급부족·금융전산마비 등 사회적 재난에 대비한 훈련 등 3일간 모두 499회의 훈련이 시행된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투데이 인사이드] 평범한 부모는 왜 두 딸을 죽였나… 포천 자매 살해사건 재구성

    [투데이 인사이드] 평범한 부모는 왜 두 딸을 죽였나… 포천 자매 살해사건 재구성

    성탄절 분위기가 채 가시지 않은 2011년 12월 30일. 경기 포천시 이동면 여우재고개 6부 능선 계곡에서 처참하게 일그러진 진청색 중소형 승용차와 10대 초반으로 보이는 두 소녀의 시신이 유골 상태로 발견됐다. 경찰은 “동반 자살하겠다”는 편지를 매형과 누나에게 보낸 이모(46)씨가 아내 정모(37)씨와 함께 두 딸을 살해한 것으로 보고 전국에 지명수배했다. 지난 10일 사건 발생 2년 2개월 만에 부산의 한 농장에서 이씨 부부가 경찰에 붙잡혔다. 세상은 이씨 부부가 천륜을 저버리고 몹쓸 짓을 했다며 혹독한 비난을 퍼붓고 있다. 한 평범한 젊은 부부가 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어린 두 딸을 목 졸라 살해하고 동반 자살을 기도했을까. 부인 정씨는 아동학습지 판매 회사인 A사의 경기 고양 시내 모 지점 영업팀장을 지내면서 1억 3000만원에 가까운 빚을 져 괴로워했다. 당시 1년간의 지역국 매출 6억원 가운데 4억 5000만원이 정씨 실적이었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빚은 늘어만 갔다. 급한 김에 책을 팔고 고객에게서 받은 현금으로 돌려 막기를 한 사실이 회사에 적발돼 팀장에서 평사원으로 강등된 것은 물론 1000만원의 벌금까지 물게 돼 빚을 내 해결해야 했다. 이 때문에 월급은 본부장이 직접 관리하고 정씨는 고작 50만원만 손에 쥐게 됐다. 공금에 손을 댄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람 취급을 받지 못했다. 회사 빚은 매달 600만~700만원씩 상급자 신용카드를 빌려 상환했으나 빚은 줄지 않았고 모든 짐은 정씨 책임이 됐다. 설상가상으로 이씨 부부가 얹혀살고 있던 누나 집도 몇 개월째 월세를 못 내 어려운 처지에 몰렸다. 한 달 후면 중학생이 될 큰딸(당시 12)의 교복은 구입하지도 못한 상태였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곤궁한 처지에서 벗어날 방법이 없었다. 정씨는 2011년 2월 15일 포천시 이동면 백운계곡의 한 민박집 주차장에서 남편 이씨의 누나에게 쓴 유서에서 당시 참담한 심정을 이렇게 표현했다. “처음 ‘형님’이라 불러 보네요. (중략) 아이들을 키울 자신도 없고 미래도 보이지 않기에 이리 죽을 결심을 했습니다. 세상이 참 무섭다는 거 너무 늦게 깨달아 죄송합니다. (중략) 제가 사치스러운 것도 아니고 제 욕심만 채우자고 했던 일도 아닙니다.” 정씨는 옴짝달싹 못할 처지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죽음밖에 없다고 생각했고, 남편 이씨는 그런 아내를 달래기 위해 2011년 2월 14일 새벽 4시 고양시 일산 집을 나섰다. 누나와 매형에게는 “바람 쐬러 간다”는 메모를 남겼다. 이씨 부부는 집을 나선 지 13시간 만인 오후 5시쯤 이동면 백운계곡의 한 민박집 3호실에 투숙했다. 큰딸 민이(가명)와 둘째 영이(10·가명)는 일찍 재우고 이씨는 밤을 새워 가며 아내 정씨를 설득했지만 정씨의 자살 의지는 확고했다. 이씨도 “차라리 함께 죽자”며 체념했다. 이튿날 오후 1시 20분쯤 이씨는 지인에게서 21만원을 입금받아 근처 편의점에서 유서를 작성하기 위해 편지지와 편지봉투, 볼펜을 구입해 민박집 주차장으로 돌아왔다. 아이들은 부모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방에서 놀고 있었고 부부는 주차장에 세워 놓은 승용차 안에서 각자 유서를 써 내려갔다. 이씨는 매형에게, 정씨는 처음으로 남편의 누나인 시누이에게 편지지 한 장 가득 꾹꾹 눌러 유서를 썼다. 정씨는 유서에서 “잠시 후 저희 손으로 아이들 목을 졸라야 합니다. 이런 부모가 또 있을까요? 사는 것보다 죽는 게 모든 사람에게 더 큰 피해를 주지 않는 것입니다.” 남편 이씨도 눈물로 매형에게 유서를 써 내려갔다. “아이들에게 미안합니다. 남아 있으면 천덕꾸러기가 될 것 같아 저희가 데려갑니다. 불쌍한 우리 아이들에게 정말 미안합니다. 죽을 각오로 잘 살아보려 했는데 현실은 너무 무섭습니다. 어제도 결정을 해서 행동으로 옮기려 했으나 아이들의 눈을 보니 차마 할 수 없었습니다.” 오후 5시쯤 근처 이동우체국에서 남편이 우표를 구입해 편지를 우체통에 넣고 밤 11시쯤 다시 민박집에 투숙했다. 민이와 영이는 잠시 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지 못한 채 이내 잠이 들었다. 이씨는 천천히 이부자리에서 일어나 주방 가스레인지와 연결된 LPG의 호스를 칼로 반쯤 잘랐다. 정씨는 말없이 옆에 서서 물끄러미 지켜봤다. 이씨는 밖으로 나가 낮에 민박집 주인으로부터 고기를 구워 먹는다며 받은 번개탄 2장에 불을 붙였다. 냄비에 담긴 번개탄을 방 안 출입문 앞에 놓은 이씨 부부는 꼭 안고 자리에 누워 조용히 눈을 감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꽈당’ 하고 냄비 떨어지는 소리와 누가 넘어지는 소리에 가족들이 잠에서 깼다. 막내 영이가 화장실을 가던 중 그만 번개탄이 들어 있는 냄비를 밟고 넘어진 것이다. 이씨는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에 즉시 창문과 출입문을 열어 환기시키고 번개탄을 밖으로 던졌다. 이튿날 오전 11시 민박 집을 나온 일가족은 일동면 화대리 제일유황온천 부근 음식점에서 늦은 아침 겸 점심 식사를 했다. 주차장으로 나온 정씨는 아이들에게 “엄마 아빠는 죽기로 했으니 너희들은 보육원에 보내 주겠다”며 처음으로 죽음을 암시했다. 큰딸은 울면서 따라 죽겠다고 했고 작은딸은 울기만 했다. 오후 6시쯤 지인에게 빌린 돈 15만원을 근처 농협에서 찾아 산정호숫가의 한 숙박업소로 이동했다. 길가 마트에서 막걸리와 소주를 각각 2병 사고 번개탄을 3장 구입했다. 새벽 2시쯤 졸음을 이겨내지 못하는 아이들을 가까스로 다독여 차에 태우고 호숫가 공터에 차를 세운 후 불붙은 번개탄 3장을 냄비에 담아 차량 안 정씨 다리 밑에 놓았다. 잠을 청한 지 2시간쯤 지난 새벽 4시. 두 딸이 괴로워하며 고통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이씨는 아이들이 있는 뒷자리로 넘어가 작은아이부터 목을 졸랐고 정씨는 발버둥치는 아이들 다리를 잡았다. 폭풍 같은 시간이 지나 고요함과 두려움이 엄습했다. 두 딸을 뒷자리와 그 밑에 각각 눕힌 이씨 부부는 차량을 추락시킬 장소를 찾아 1시간여 동안 주위를 배회했다. 여우재고개 6부 능선 계곡이 적당해 보였다. 차량을 그대로 몰아 돌진했다. 70m 아래로 떨어진 자동차는 휴지 조각처럼 구겨졌고 두 딸의 시신은 차장 밖으로 튕겨져 나갔지만 안전띠를 맨 이씨 부부는 멀쩡했다. 가까스로 차량을 빠져나온 부부는 소나무 가지에 줄을 걸어 나란히 목을 맸지만 나뭇가지는 두 사람의 체중을 견뎌내지 못했다. 2월 중순 여우재 계곡은 한겨울 날씨 그대로였다. 가만히 있으면 저체온증으로 죽을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질긴 목숨은 4~5일이 지나도 이상이 없었다. 결국 부부는 계곡을 걸어 나와 산정호수로 갔고 화장실, 빈 컨테이너 등에서 며칠을 더 보냈다. 2월 25일 오후 1시 40분쯤. 부부의 편지를 받은 이씨의 매형 차모씨가 급히 일산경찰서 실종수사팀을 찾아가 유서를 전달했다. 그러나 이때 이씨가 산정호수 부근 현금지급기에서 지인들이 보내준 현금을 3회에 걸쳐 인출하자 경찰은 단순 가출로 봤다. 여러 차례 목숨을 끊으려 했으나 실패하자 부부는 3월 1일 버스를 이용해 의정부 시내로 들어갔다. 다시 지인들에게 소액을 통장으로 받아 인출한 다음 병원을 찾아갔다. 이씨는 동상에 걸려 걷기가 어려웠다. 정씨는 상태는 덜했지만 치료가 필요했다. 열흘간 의정부에 머물면서 병원 치료를 받은 부부는 강릉 주문진으로 몸을 옮겼다. 강릉에서도 이씨는 병원을 오가야 했다. 같은 달 23일까지 강릉을 배회하던 부부는 눈에 잘 안 띄는 시골로 도피하기로 하고 PC방에서 일자리를 찾았다. 마침 충북 진천의 한 오이 재배 농가에서 낸 구인광고를 보고 한달음에 달려갔다. 부부는 월 230만원을 받기로 했다. 3개월 후인 6월 30일 말없이 편지만 한 통 써 놓고 충남 보령(대천)으로 이동했다. 약 1주일간 모텔을 전전하며 발길 닿는 대로 움직였다. 이후 경북 상주 버섯농장, 경북 청도 염색 공장, 새마을 농장을 돌며 하루벌이를 했으나 힘에 부쳤다. 다시 인터넷 구인광고를 검색해 7월 21일 경남 밀양의 한 펜션에서 둘이 250만원을 받기로 하고 몸을 의탁했다. 그러나 다른 종업원과 마찰을 빚어 한 달을 겨우 채우고 경남 마산, 전남 여수, 충남 강경, 전남 해남을 떠돌았다. 9월 추석 명절 직전 부산의 한 농장에서 사람을 구한다는 광고를 봤다. 명절 연휴가 지난 뒤 오라고 했다. 부부는 220만원을 받기로 했다. 1년 6개월 지나는 동안 월급도 오르고 잘 지내는가 싶었지만 천륜을 어기고 이 하늘 아래 숨을 곳은 아무 데도 없었다. 지난 10일 오후 4시 ‘중요 지명 피의자 종합수배’ 전단을 본 한 주민의 신고로 부부는 사건 발생 2년 2개월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 경찰로부터 신병을 넘겨받은 포천경찰서는 12일 이씨와 정씨 부부를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구속했다. 두 자녀 살해범인 이들도 평범한 대한민국 엄마 아빠였다. 이씨는 전문대학과 같은 2년제 동국대 전산원을 졸업하고 용산 전자상가 등에서 컴퓨터 관련 일을 했다. 집 전세금 전체를 털어 지인들과 함께 하던 사업이 잘못돼 누나 집에 얹혀살게 됐지만 닥치는 대로 일을 할 만큼 가족들에 대한 책임감이 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씨 역시 고등학교 졸업 학력으로 조금이라도 살림에 보탬이 되고자 맞벌이에 나섰다. 국내 유명 아동학습지 회사에 입사해 영업팀장직에 올랐다. 한 질에 70만~100만원 하는 교재를 팔면 13%의 판매 수수료가 수당으로 떨어졌다. 실적 부담에 쫓겨 허위 판매를 하고 허위 판매 대금을 입금하기 위해 고객으로부터 현금으로 받은 책값을 유용한 것이 화근이 됐지만 누구보다도 열심히 일했다. 그러나 회사는 돈을 벌었지만 자신과 직원들의 빚은 줄기는커녕 점점 늘어만 갔다. 그런 부모 밑에서 자란 민이와 영이는 교우 관계가 매우 좋았다. 성적도 중상위권이었다. 두 자매의 담임교사들은 “민이는 특히 남을 배려할 줄 알고 책임감도 강했다. 어머니 역시 아이들에 대한 사랑과 관심이 다른 엄마들보다 강했다”면서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조사를 맡은 포천경찰서 김중기 형사는 “이씨 부부 모두 지극히 평범한 엄마 아빠였지만 자식을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하는 잘못된 판단을 했다”며 안타까워했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그들은 왜 어린 두 딸을 목졸랐나…포천 자매살해사건 재구성[단독]

    그들은 왜 어린 두 딸을 목졸랐나…포천 자매살해사건 재구성[단독]

    성탄절 분위기가 채 가시지 않은 2011년 12월 30일. 경기 포천시 이동면 여우재고개 6부 능선 계곡에서 처참하게 일그러진 진청색 중소형 승용차와 10대 초반으로 보이는 두 소녀의 사체가 유골 상태로 발견됐다. 경찰은 “동반자살 하겠다”는 편지를 매형과 누나에게 각각 보낸 이모(46), 정모(37·여)씨 부부가 두 딸을 살해한 것으로 보고 전국에 지명수배했다. 지난 10일 사건 발생 2년 2개월 만에 부산의 한 농장에서 이씨 부부가 경찰에 붙잡혔다. 세상은 이씨 부부가 천륜을 저버리고 몹쓸 짓을 했다며 혹독한 비난을 퍼붓고 있다. 평범한 한 30~40대 젊은 부부가 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어린 두 딸을 목졸라 살해하고 동반 자살을 기도했는지를 심층취재했다.  동반 자살 배경  부인 정씨는 아동학습지 판매회사인 A사 경기 고양시내 모지점 영업팀장을 지내면서 1억 3000만원에 가까운 빚을 져 괴로워했다.  당시 1년간의 지역국 매출 6억원 가운데 4억 5000만원이 정씨 실적이었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빚은 늘어만 갔다. 급한 김에 책을 팔고 고객으로부터 받은 현금으로 돌려막기를 한 사실이 회사에 적발돼 팀장에서 평사원으로 강등된 것은 물론, 1000만원의 벌금까지 빚을 내 해결해야 했다. 이 때문에 월급은 본부장이 직접 관리하고 정씨는 고작 50만원만 손에 쥐게 됐다. 공금에 손을 댄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람 취급을 받지 못했다. 회사 빚은 매달 600만~700만원씩 상급자 신용카드를 빌려 상환해야 했으나 빚은 더욱 늘어만 갔고, 모든 짐은 정씨 책임이 됐다.  설상가상으로 이씨 부부가 얹혀 살고 있던 누나집도 몇 개월째 월세를 못내 어려운 처지에 몰렸다. 다음 달 중학생이 될 큰 딸(당시·12)의 교복은 아직도 구입하지 못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곤궁한 처지를 벗어날 방법이 없었다.  정씨는 2011년 2월 15일 포천시 이동면 백운계곡의 한 민박집 주차장에서 남편 이씨의 누나에게 쓴 유서에서 당시 참담한 심정을 이렇게 표현했다.  “처음 ‘형님’이라 불러 보네요(중략) 아이들을 키울 자신도, 미래도 보이지 않기에 이리 죽을 결심을 했습니다. 세상이 참 무섭다는 거 너무 늦게 깨달아 죄송합니다(중략) 제가 사치스러운 것도 아니고 제 욕심만 채우자고 했던 일도 아닙니다”  마지막 가족 여행  정씨는 옴짝달싹 못할 처지를 벗어 날 수 있는 길은 죽음 밖에 없다고 생각했고, 남편 이씨는 그런 아내를 달래기 위해 2011년 2월 14일 새벽 4시 고양시 일산 집을 나섰다. 누나와 매형에게는 “바람 쐬러 간다”는 메모를 남겼다.  이씨 부부는 집을 나선지 13시간 만인 오후 5시쯤 포천시 이동면 백운계곡 한 민박집 3호실에 투숙했다. 민이(가명·당시 12), 영이(가명·10)는 일찍 재우고, 이씨는 밤 새워가며 아내 정씨를 설득했지만, 정씨의 자살 의지는 확고했다. 이씨도 “차라리 함께 죽자”며 체념했다. 이튿날 오후 1시 20분쯤 이씨는 지인에게 21만원을 입금 받아 근처 편의점에서 유서를 작성하기 위해 편지지와 편지봉투, 그리고 볼펜을 구입해 민박집 주차장으로 돌아 왔다.  아이들은 부모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방에서 놀고 있었고, 부부는 주차장에 세워놓은 승용차 안에서 각자 유서를 써 내려 갔다 이씨는 매형에게, 정씨는 처음으로 남편의 누나인 시누이에게 편지지를 한 장 가득 꾹꾹 눌러 썼다.  정씨는 유서에서 “잠시 후 저희 손으로 아이들 목을 졸라야 합니다. 이런 부모가 또 있을까요? 사는 것 보다 죽는 게 모든 사람에게 더 큰 피해를 주지 않는 것입니다”  남편 이씨도 눈물로 매형에게 유서를 써 내려갔다.  “아이들에게 미안합니다. 남아서 천덕꾸러기가 될 것 같아 저희가 데려갑니다. 불쌍한 우리 아이들에게 정말 미안합니다. 죽을 각오로 잘 살아보려 했는데 현실은 너무 무섭습니다. 어제도 결정을 해서 행동으로 옮기려 했으나 아이들의 눈이 밟혀 못했습니다”  오후 5시쯤 근처 이동우체국에서 남편이 우표를 구입해 우체통에 넣고, 밤 11시쯤 다시 민박집에 투숙했다.  민이와 영이는 잠시 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지 못한 채 이내 잠이 들었다. 이씨는 천천히 이부자리에서 일어나 주방 가스레인지와 연결된 LPG가스의 호스를 칼로 반 쯤 잘랐다. 정씨는 말 없이 옆에 서서 물끄러미 지켜봤다. 이씨는 밖으로 나가 낮에 민박집 주인으로부터 고기를 구워 먹는다며 받은 번개탄 2장에 불을 붙였다. 냄비에 담겨진 번개탄을 방안 출입문 앞에 놓은 이씨 부부는 꼭 안고 자리에 누워 조용히 눈을 감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꽈당’ 냄비 부서지는 소리와 누가 넘어지는 소리에 가족들이 잠에서 깼다. 막내 민이가 화장실을 가던 중 그만 번개탄이 들어있는 냄비를 밟고 넘어진 것이다. 이씨는 ‘이건 아니다’는 생각에 즉시 창문을 열고 출입문을 열어 환기 시키고 번개탄을 밖으로 던졌다.  이튿날 오전 11시 민박 집을 나온 일가족은 일동면 화대리 제일유황온천 부근 음식점에서 늦은 아침 겸 점심식사를 했다. 주차장으로 나온 정씨는 아이들에게 “엄마 아빠는 죽기로 했으니 너희들은 보육원에 보내주겠다”며 처음으로 죽음을 암시 했다. 큰딸은 울면서 따라 죽겠다고 했고, 작은 딸은 울기만 했다.  오후 6시쯤 지인에게 빌린 돈 15만원을 근처 농협에서 찾아 산정호숫가에 한 숙박업소로 이동했다. 길가 마트에서 막걸리와 소주를 각각 2병 사고, 번개탄을 3장 구입했다. 새벽 2시쯤 졸음을 이겨내지 못하는 아이들을 가까스로 다독여 차에 태우고 호숫가 공터에 차를 세운 후 불붙은 번개탄 3장을 냄비에 담아 차량 안 정씨 다리 밑에 놓았다. 잠을 청한지 2시간쯤 지난 새벽 4시. 두 딸이 괴로워 하며 고통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이씨는 아이들이 있는 뒷자리로 넘어가 작은 아이부터 목을 조르고, 정씨는 발버둥치는 아이들 다리를 잡았다. 폭풍같은 시간이 지나 고요함과 두려움이 엄습했다.  두 딸을 뒷자리와 그 밑에 각각 눕힌 이씨 부부는 차량을 추락시킬 장소를 찾아 1시간 여 동안 주위를 배회했다.  여우재고개 6부 능선 계곡이 적당했다. 차량을 그대로 몰아 돌진했다. 70m 아래로 떨어진 자동차는 휴지조각처럼 구겨지고, 두 딸의 사체는 차장 밖으로 튕겨져 나갔지만 안전띠를 맨 이씨 부부는 멀쩡했다. 가까스로 차량을 빠져 나온 부부는 소나무 가지에 줄을 걸어 나란히 목을 맸지만 나뭇가지는 두 사람의 체중을 견뎌내지 못했다. 2월 중순 여우재 계곡은 한 겨울 날씨 그대로였다. 가만히 있으면 저체온증으로 죽을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질긴 목숨은 4~5일이 지나도 이상이 없었다.  결국 부부는 계곡을 걸어 나와 산정호수로 걸어갔고, 화장실, 빈컨테이너 등에서 며칠을 더 보냈다.  2월 25일 오후 1시40분쯤. 부부의 편지를 받은 매형 차모씨가 급히 일산경찰서 실종수사팀을 찾아가 유서를 전달했다. 그러나 이씨는 이때 산정호수 부근 현금지급기에서 지인들이 보내준 현금을 3회에 걸쳐 인출하자 경찰은 단순 가출로 봤다.  자살 포기  여러 차례 목숨을 끊으려 했으나 실패하자, 부부는 3월 1일 버스를 이용해 의정부시내로 이동했다. 다시 지인들에게 소액을 통장으로 받아 인출한 다음 병원을 찾아갔다. 이씨는 동상에 걸려 걷기가 어려웠다. 정씨는 상태는 덜했지만 치료가 필요했다. 열흘간 의정부에 머물면서 병원 치료를 받은 부부는 강릉 주문진으로 이동했다. 강릉에서도 이씨는 병원을 오가야 했다. 같은 달 23일까지 강릉을 배회하던 부부는 눈에 잘 안 띄는 시골로 도피하기로 하고 PC방에서 일자리를 찾았다.  마침 충북 진천의 한 오이 재배농가에서 낸 구인광고를 보고 한달음에 달려갔다. 부부는 월 230만원을 받기로 했다. 3개월 후인 6월 30일 말 없이 편지만 한 통 써놓고 충남 보령(대천)으로 이동했다. 약 1주일간 모텔을 전전하며 발길 닿는 대로 움직였다. 이후 경북 상주 버섯농장, 경북 청도 염색공장, 새마을 농장을 돌며 하루벌이를 했으나 힘에 부쳤다.  다시 인터넷 구인광고를 검색해 7월 21일 경북 밀양의 한 펜션에서 둘이 250만원을 받기로 하고 몸을 의탁했다. 그러나 다른 종업원과 마찰을 빚어 한 달을 겨우 채우고 경남 마산, 전남 여수, 충남 강경, 전남 해남을 떠돌았다. 9월 추석 명절 직전 부산의 한 농장에서 사람을 구한다는 광고를 봤다. 명절연휴가 지난 뒤 오라고 했다. 부부는 220만원을 받기로 했다. 1년 6개월 지나는 동안 월급도 오르고 잘 지내는가 싶었지만 천륜을 어기고 이 하늘 아래 숨을 곳은 아무데도 없었다.  지난 10일 오후 4시 ‘중요 지명 피의자 종합수배’ 전단을 본 한 주민의 신고로 부부는 사건 발생 2년 2개월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 경찰로부터 신병을 넘겨 받은 포천경찰서는 12일 이씨와 정씨 부부를 살인 및 사채유기 혐의로 구속했다.  친자매 살해범도 평범한 엄마 아빠였다  부부는 평범한 대한민국 엄마 아빠였다. 이씨는 전문대학과 같은 2년제 동국대 전산원을 졸업하고 용산 전자상가 등에서 컴퓨터 관련 일을 했다. 집 전세금 전체를 털어 지인들과 함께 하던 사업이 잘못돼 누나 매형집에 얹혀 살게 됐지만, 닥치는 대로 일을 할 만큼 가족들에 대한 책임감이 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씨 역시 고등학교 졸업 학력으로 조금이라도 살림에 보탬이 되고자, 맞벌이에 나섰다. 국내 유명 아동학습지 회사에 입사해 영업팀장직에 올랐다. 한 질에 70만~100만원 하는 교재를 팔면 13%의 판매수수료가 수당으로 떨어졌다. 실적 부담에 쫓겨 허위 판매를 하고, 허위 판매대금을 입금하기 위해 고객으로부터 현금으로 받은 책값을 유용한 것이 화근이 됐지만 누구보다도 열심히 일했다. 하지만 회사는 돈을 벌었지만, 자신과 직원들의 빚은 줄기는 커녕 점점 늘어만 갔다.  그런 부모 밑에서 자란 민이와 영이도 교우 관계가 매우 좋았다. 성적도 중상위권이었다. 두 자매의 담임교사들은 “민이는 특히 남을 배려할 줄 알고 책임감도 강했다. 어머니 역시 아이들에 대한 사랑과 관심이 다른 엄마들 보다 강했다”면서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조사를 맡은 포천경찰서 김중기 형사는 “이씨 부부 모두 지극히 평범한 엄마 아빠였지만, 자식을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하는 잘못된 판단을 했다”며 안타까워 했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포천 자매’ 살해 부모 2년만에 검거

    2011년 말 경기 포천시 이동면 여우재고개 부근 계곡에서 10대 자매를 살해한 용의자로 지목받아 온 친부모가 2년 만에 부산에서 붙잡혔다. 이 부부는 차 안에 번개탄을 피워 동반 자살을 시도하다가 잠에서 깬 두 딸을 목 졸라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포천경찰서는 11일 이모(46)씨와 부인 정모(37)씨의 신병을 부산 사하경찰서로부터 넘겨받아 살인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남편 이씨는 부인 정씨가 직장에서 7500만원을 횡령한 사실이 들통날 위기에 처하고, 직장 상사로부터 빌린 5000만원을 갚지 못해 괴로워하자 기분 전환을 해주려고 2011년 2월 14일 12살과 10살 난 두 딸을 데리고 여행에 나섰다. 그러나 이씨는 부인이 여행 내내 괴로워하며 “죽겠다”고 하자, 일가족이 함께 목숨을 끊는 것이 낫다며 투숙한 콘도에서 1차 가스배관을 절단해 자살을 시도했으나 창문 틈으로 가스가 새 실패했다. 이씨 부부는 다시 목숨을 끊기로 하고 16일 새벽 산정호수 인근 막다른 길 공터에 승용차를 세우고 차량 안에서 번개탄 3개를 피웠으나 두 딸이 잠에서 깨어나 괴로워하자 부인과 함께 두 딸을 목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두 딸의 시신은 10개월 뒤인 같은 해 12월 30일 차에서 각각 1~10m가량 떨어진 지점에서 등산객에 의해 유골 상태로 발견됐다. 경찰은 부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뒤를 쫓았으나 행방을 찾지 못해 전국에 수배했다. 결국 이 부부는 범행 2년 만인 지난 10일 부산 강서구 송정동의 한 농장에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검거됐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주민끼리 찢기고 상인끼리 할퀴고…이런 축제 왜 합니까”

    “주민끼리 찢기고 상인끼리 할퀴고…이런 축제 왜 합니까”

    “새벽 3~4시까지 마이크를 틀어 놓고 각설이 타령을 해대니 잠을 잘 수가 있나요. 난장판도 이런 난장판이 없습니다.” 충남 공주시 반포면 학봉리 동학사 진입로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상가번영회장 김종상(55)씨는 “축제가 열리면 불법 노점상들이 야시장을 열고 이렇게 만들어 주민들이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라며 “외지 친척집으로 가 있는 학생도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축제공화국으로 불릴 정도로 축제를 못 열어 안달인 터에 이례적으로 동학사 주변 상인들이 축제를 스스로 취소했다. 공주시가 2004년부터 공식 지원한 지 9년 만에 상가번영회가 자발적으로 벚꽃축제를 포기한 것. 오순도순 살던 동네 주민들은 축제 개최를 놓고 갈가리 찢어져 축제 본래 목적인 화합도 퇴색됐다. 11일 찾은 동학사 진입로는 전운이 감돌았다. 벚꽃이 막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한 진입로 변 공터 곳곳에 대형 천막들이 속속 세워졌다. 기존 상인과 지주·노점상들은 서로 이견을 내놓고 앙칼지게 맞서고 있었다. 김씨는 “기존 상가는 150곳인데 축제 때면 300곳이 넘는 노점상이 몰려든다. 판은 상인들이 깔아주고 돈은 불법 노점상이 챙겨가는 꼴”이라며 “오죽했으면 총회에서 축제를 취소했겠느냐”고 하소연했다. 축제 기간은 3~4일이지만 노점상들은 벚꽃이 피고 지는 보름쯤 야시장을 연다. 이 기간에 관광객들은 40만~50만명이 몰렸다. 축제판은 혼잡으로 얼룩졌다. 대전 유성까지 왕복 4차선 10㎞ 도로가 차로 꽉 찼다. 10분 거리가 2시간 넘게 걸렸다. 동학사 상가 앞 도로 왕복 2차선은 관광객들로 빽빽해 차도와 인도가 구분되지 않았다. 차들까지 뒤엉켜 오도 가도 못했다. 한 식당 주인은 “종업원들이 대전으로 가는 밤 10시 30분 막차를 놓쳐 발을 동동 구를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고 말했다. 공식 축제 프로그램은 각설이 타령에 묻혔다. 마술공연, 전통공예, 장기자랑 등은 각설이에 밀려 뒷전이거나 최소되기 일쑤였다. 바가지요금도 판쳤다. 김씨는 “노점상이 30~40% 비싼데 그런 이미지까지 상인들이 덤터기 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음식 위생에 문제가 있을 수 있고, 허드렛물을 아무 데나 버린다고 상인들은 투덜댔다. 벚꽃축제는 공주의 10개 축제 중 평가점수가 매년 꼴찌였다. 지역 축제 중 관광객이 가장 많아 시에서 매년 3000만원을 지원하지만 교통 정리와 쓰레기 처리비 등으로 대부분 나갔다. 김씨는 “세금으로 불법 노점상을 도와주고 지주들 배만 불렸다”면서 “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축제를 재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반면 지주 등은 최근 비상대책 주민회를 만들어 노점상 개설을 추진한다. 동학사 주차장 아래 구역에서 공터를 갖고 식당 등을 운영하는 주민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400만~1000만원을 받고 노점상들에게 공터를 빌려준다. 김청환 주민회장은 “주차장 위 상가는 사철 장사가 잘되지만 아랫마을은 봄 한철 반짝한다”면서 “각설이 타령이 없으면 관광객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없는 축제도 만들어 하는 판에 왜 포기하느냐”고 반박했다. 공주시는 올해 처음 ‘불법영업행위단속 종합대책본부’를 만들었지만 상인들은 축제포기서, 지주와 노점상은 풍물장이라도 열게 해줄 것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하자 당황하고 있다. 노점상들이 수십만원의 농지법 위반 벌금을 감수하며 불법 영업을 강행하는 상태에서 시가 이들의 전쟁을 종식시킬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글 사진 공주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동학사 벚꽃축제 취소합니다” 주민끼리 찢고 상인끼리 할퀴고 이런 축제 해서 뭐합니까

    “동학사 벚꽃축제 취소합니다” 주민끼리 찢고 상인끼리 할퀴고 이런 축제 해서 뭐합니까

    “새벽 3~4시까지 마이크를 틀어 놓고 각설이 타령을 해대니 잠을 잘 수가 있나요. 난장판도 이런 난장판이 없습니다.” 충남 공주시 반포면 학봉리 동학사 진입로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상가번영회장 김종상(55)씨는 “축제가 열리면 불법 노점상들이 야시장을 열고 이렇게 만들어 주민들이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라며 “외지 친척집으로 가 있는 학생도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축제공화국으로 불릴 정도로 축제를 못 열어 안달인 터에 이례적으로 동학사 주변 상인들이 축제를 스스로 취소했다. 공주시가 2004년부터 공식 지원한 지 9년 만에 상가번영회가 자발적으로 벚꽃축제를 포기한 것. 오순도순 살던 동네 주민들은 축제 개최를 놓고 갈가리 찢어져 축제 본래 목적인 화합도 퇴색됐다. 11일 찾은 동학사 진입로는 전운이 감돌았다. 벚꽃이 막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한 진입로 변 공터 곳곳에 대형 천막들이 속속 세워졌다. 기존 상인과 지주·노점상들은 서로 이견을 내놓고 앙칼지게 맞서고 있었다. 김씨는 “기존 상가는 150곳인데 축제 때면 300곳이 넘는 노점상이 몰려든다. 판은 상인들이 깔아주고 돈은 불법 노점상이 챙겨가는 꼴”이라며 “오죽했으면 총회에서 축제를 취소했겠느냐”고 하소연했다. 축제 기간은 3~4일이지만 노점상들은 벚꽃이 피고 지는 보름쯤 야시장을 연다. 이 기간에 관광객들은 40만~50만명이 몰렸다. 축제판은 혼잡으로 얼룩졌다. 대전 유성까지 왕복 4차선 10㎞ 도로가 차로 꽉 찼다. 10분 거리가 2시간 넘게 걸렸다. 동학사 상가 앞 도로 왕복 2차선은 관광객들로 빽빽해 차도와 인도가 구분되지 않았다. 차들까지 뒤엉켜 오도 가도 못했다. 한 식당 주인은 “종업원들이 대전으로 가는 밤 10시 30분 막차를 놓쳐 발을 동동 구를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고 말했다. 공식 축제 프로그램은 각설이 타령에 묻혔다. 마술공연, 전통공예, 장기자랑 등은 각설이에 밀려 뒷전이거나 최소되기 일쑤였다. 바가지요금도 판쳤다. 김씨는 “노점상이 30~40% 비싼데 그런 이미지까지 상인들이 덤터기 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음식 위생에 문제가 있을 수 있고, 허드렛물을 아무 데나 버린다고 상인들은 투덜댔다. 벚꽃축제는 공주의 10개 축제 중 평가점수가 매년 꼴찌였다. 지역 축제 중 관광객이 가장 많아 시에서 매년 3000만원을 지원하지만 교통 정리와 쓰레기 처리비 등으로 대부분 나갔다. 김씨는 “세금으로 불법 노점상을 도와주고 지주들 배만 불렸다”면서 “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축제를 재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반면 지주 등은 최근 비상대책 주민회를 만들어 노점상 개설을 추진한다. 동학사 주차장 아래 구역에서 공터를 갖고 식당 등을 운영하는 주민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400만~1000만원을 받고 노점상들에게 공터를 빌려준다. 김청환 주민회장은 “주차장 위 상가는 사철 장사가 잘되지만 아랫마을은 봄 한철 반짝한다”면서 “각설이 타령이 없으면 관광객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없는 축제도 만들어 하는 판에 왜 포기하느냐”고 반박했다. 공주시는 올해 처음 ‘불법영업행위단속 종합대책본부’를 만들었지만 상인들은 축제포기서, 지주와 노점상은 풍물장이라도 열게 해줄 것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하자 당황하고 있다. 노점상들이 수십만원의 농지법 위반 벌금을 감수하며 불법 영업을 강행하는 상태에서 시가 이들의 전쟁을 종식시킬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글 사진 공주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중국통신] 주거단지 한 가운데 들어선 ‘쓰레기산’ 논란

    “창문을 열면 먼지가 겹겹이 쌓인다. 5개월 동안 하루도 창문을 연적이 없다.” 중국의 한 아파트 단지 인근에 쓰레기가 10층 높이까지 쌓이면서 주민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고 21일 신징바오(新京報)가 전했다. 문제의 장소는 베이징시 차오양(朝陽)구 동부의 관좡(管庄) 일대로, 인근 아파트 단지 바로 옆 공터가 불법 쓰레기 집하장으로 변하면서 인근 주민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이 곳의 쓰레기들은 각종 음식물, 생활쓰레기, 건설자재 등으로 먼지와 함께 악취가 진동하고 있으며, 바람이라도 불면 미세먼지로 가시거리까지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한 낮에도 밤 중 같은 어둠에 휩싸인다고 주민들은 토로했다. 특히 1200여 세대가 거주하고 있는 위안양이팡룬위안(遠洋壹方潤園) 단지 주민들은 ‘쓰레기 산’과 불과 수 미터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다. 주민들에 따르면 쓰레기산은 아파트가 들어서기 전부터 이미 있었다. 2011년 당시 2층 높이였으나 이 곳에 불법으로 쓰레기를 버리러 오는 차량이 늘어나면서 규모가 급격하게 커졌다. 지금까지도 한 시간에 무려 5대의 쓰레기를 실은 차가 이 곳을 찾으면서 현재는 가로 200m, 세로 300m의 면적에 아파트10층 높이로 작은 뒷산에 버금갈 정도로 커졌다. 쓰레기산과 나란히 지내면서 고통 및 질병을 호소하는 주민들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지사. 주민 및 아파트 관리업체는 차오양구 도시관리부처에 수년간 수 차례에 걸쳐 문제 해결을 요구했으나 아직까지 어떠한 대답도 듣지 못한 상태라고 말했다. 기자의 인터뷰 요청에도 관계자는 “민원을 접수했고 처리 중”이라는 대답만 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중국통신원 홍진형 agatha_hong@aol.com
  • 오늘도 ‘화약고’서 잠드는 외국인 근로자들

    오늘도 ‘화약고’서 잠드는 외국인 근로자들

    경기 화성시의 한 제과공장에서 일하는 중국 동포 A(59)씨는 공장 건물에서 20m가량 떨어진 공터에 세워진 컨테이너에 살고 있다. A씨의 방에는 TV, 전기밥솥, 에어컨, 냉장고, 전기난로 등의 각종 전기기구가 있고 6구짜리 콘센트에는 코드가 모두 꽂혀 있었다. 방 한편에 마련된 주방 가스레인지에서 나온 가스 호스는 창문을 통해 컨테이너 밖에 놓인 20㎏짜리 액화석유가스(LPG)통과 연결돼 있었다. A씨처럼 컨테이너 등에 살면서 화재 위험에 노출된 외국인 근로자가 적지 않다. 지난달 3일 화성시 정남면의 한 금형 제조공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 숙소인 컨테이너에 불이 나면서 베트남인 근로자 2명이 숨졌다. 2008년과 2012년에도 각각 화성시와 김포시의 컨테이너 숙소에 살던 외국인 근로자들이 목숨을 잃었다. 6일 이주민 인터넷방송 MNTV와 한국외국인력지원센터가 지난 1월까지 최근 3개월간 외국인 근로자 1075명을 대상으로 주거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3.3%가 회사에서 제공한 기숙시설에 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기숙사의 형태로는 일반주택(41.4%), 컨테이너(30.2%), 아파트(16.6%), 비닐하우스(4.1%) 순으로 나타났다. 일반주택 다음으로 컨테이너가 숙소로 많이 쓰이는 이유는 비용 때문이다. 화성소방서가 2011년 실태 조사를 벌인 결과 관내 460곳 사업장에서 총 875동의 컨테이너를 직원 숙소로 사용하고 있었다. 화성의 B플라스틱 생산공장 관계자는 “직원 16명 중 5명이 외국인 근로자로, 컨테이너 3개를 2층으로 만들어 직원 숙소로 쓰고 있다”면서 “공장이 영세해 숙소를 따로 지을 여력이 없고 공장 근처는 일반 주거용 건축 허가도 잘 나지 않는 곳”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컨테이너 같은 임시 건물은 화재에 매우 취약하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도시방재안전연구소 교수는 “컨테이너는 대부분 주변 건물에서 전기 설비를 끌어다 쓰는 데다 하나의 멀티콘센트에 여러 전기기구를 한꺼번에 연결하기 때문에 과열될 우려가 있다”면서 “스티로폼 단열재와 합판 마감재가 불에 타기 쉬워 화재가 급속도로 번지게 된다”고 말했다. 취사를 위한 가스 설비도 외부 환경에 그대로 노출돼 위험하다. 대부분 방범창을 달아놓고 출입문을 잠그고 자기 때문에 화재 시 탈출하기가 쉽지 않다. B공장에서도 야간 근무를 마친 한 근로자가 냉장고, 컴퓨터, 전기밥솥, 전기난로 등 각종 전기기구의 코드가 꽂혀 있는 채로 문을 잠그고 자고 있었다. 문제는 컨테이너가 법적으로 소방시설 관리 대상이 아니어서 스프링클러 등의 소화설비 설치를 강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소방당국은 소형 연기감지기 설치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소형 연기감지기는 배터리 작동 방식이라 별도의 설비공사가 필요 없고 가격도 1만~2만원대라 부담이 적다. 화성소방서 관계자는 “숙소용 컨테이너를 설치한 공장주들에게 소형 연기감지기를 설치하고 소화기를 구비해 놓도록 계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 사진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DB를 열다] 1965년 초가집 처마 밑 햇볕 쬐는 아이들

    [DB를 열다] 1965년 초가집 처마 밑 햇볕 쬐는 아이들

    초가집 처마 밑에서 두툼하면서도 남루한 옷을 입은 아이들이 놀이를 하고 있다. 겨울이 끝나갈 무렵 햇볕이 제법 따뜻해지자 아이들이 양지에 나와 겨우내 움츠렸던 몸을 녹이고 있는 것이다. 1965년 2월 17일 서울 근교의 어느 마을이다. 이날은 절기상으로 우수(雨水)여서 사진기자가 스케치 취재를 한 것으로 보인다. 우수라는 말은 눈이 녹아서 빗물이 된다는 뜻이니 추운 겨울이 가고 봄이 온다는 의미다. 아이들이 하는 놀이는 사진상으로는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구슬치기쯤 되지 않을까. 아이들이 마당이나 공터에서 할 수 있는 놀이의 종류는 무척 많았다. 비석치기, 사방치기, 술래잡기, 땅따먹기, 딱지치기, 공기놀이, 자치기, 고무줄놀이, 깡통차기 등 손가락으로 꼽기 어렵다. 사진의 초가집은 초가집이기는 하지만 벽의 절반쯤을 돌로 쌓은 점이 특이하다. 구한말에는 서울에 있는 주택의 70%가 초가집이었다는 통계가 있다. 1960년대에도 서울에서 초가집을 찾기가 어렵지 않았다. 1961년 말 서울에는 초가집이 1만 6770채 있었다고 기록돼 있다. 당시 전체 주택 26만 1867채의 6.4%에 해당한다. 사대문 안에도 초가집이 있었고 사대문을 벗어나면 시골과 크게 다를 바가 없어서 초가집 동네는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손성진 국장 sonsj@seoul.co.kr
  • [CHINA] 창춘, 안개도시의 사람들

    [CHINA] 창춘, 안개도시의 사람들

    영하 30도는 아무것도 멈추지 못했다. 그런 날에도 창춘 사람들은 얼음수영을 하고, 조깅을 즐기고, 스키를 탄다. 이곳에서 추위는 안개처럼 사소한 불편일 뿐이다. 1월1일의 한국은 추웠다. 그후 며칠은 영하 22도까지 내려가는 기록적인 한파 뉴스가 연일 TV를 장식했다고 들었다. 그날 나는 중국 길림성 창춘의 한복판에 떨어졌다. 안개가 자욱한 아침이었다. 그리고 또, 안개가 자욱한 저녁이었다. 시야가 뿌옇다고 해야 할지, 혹은 하얗다고 해야 할지 잘 알 수 없었지만 그 촉감만큼은 명확했다. 피부를 찌르는 듯한 축축한 한기. 창춘의 겨울 속으로 걸어 들어간 첫 느낌은 그랬다. 그런 도시의 이름이 아이러니하게도 창춘장춘·長春. ‘긴 봄’이었다. 1, 4 매년 1월1일에 시작되는 창춘 빙설축제의 볼거리는 모두 눈에서 탄생한 것이다 2 인공호수변에 만들어진 창춘 징웨이탄 스키장은 크로스컨트리에 최적인 평지 지형으로 이뤄져 있다 3 동북아시아 최대 규모의 인공산림이 만들어내는 설경도 인상적이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추위는 사소한 불편이다 창춘 샹그릴라 호텔의 메이드가 침대 머리맡에 놓고 간 1월2일자 날씨 예보카드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날씨 맑음, 최저기온 -28℃, 최고 기온 -18℃’. 레깅스 두 겹, 방한속옷 위에 면 티 4겹, 양말 두 켤레, 엉덩이까지 내려오는 다운 점퍼에 장갑과 모자, 턱까지 감싸 버린 두툼한 목도리. 이 정도면 됐다고 생각했지만 미처 준비하지 못한 중요한 한 가지는 창춘시에서 준비해 주었다. 가이드를 통해 전달받은 마스크를 착용해서 눈을 제외한 모든 피부를 감싼 후에야 비로소 외출 준비가 끝났다. 버스 안의 온도는 한국과 비슷할 것 같았다. 영하 10도 정도? ‘잠깐이니’ 하며 옷깃을 여미지 않고 담배를 피우고 온 남자들의 표정이 호되게 당한 얼굴이었다. 버스 안에서 하얀 입김을 솔솔 뿜으며 가이드 애란씨가 말하길, ‘창춘은 겨울이 성수기인 여행지’라는 것이다. 국제적인 행사로 자리잡은 하얼빈의 빙등제나 삿포로 눈 축제를 떠올리니 기대감이 몰려오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금세 따뜻해지지는 않았다. 눈만 내놓은 사람들이 부지런한 걸음으로 빙설축제 개막식이 열리는 징웨이탄정월담·淨月潭 스키장 개막 무대를 향하고 있었다. 시내에서 20여 킬로미터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서 창춘 시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휴식 공간인 징웨이탄 국가삼림공원은 4.3km2 넓이의 인공호수와 드넓은 인공산림이 조화를 이룬 곳이다. 누각, 식물원, 골프장, 삼림욕, 동물원, 스포츠 클라이밍 시설을 갖추고 연중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곳이지만 겨울의 징웨이탄에는 하늘과 땅의 경계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10월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이 모든 것을 덮어 버린 지 꽤 오래된 풍경이었다. 80년 전부터 조성되어 울창한 산림을 이룬 낙엽송, 사시나무, 자작나무, 느릅나무, 해화나무, 홍송 등도 모두 하얀 조끼를 껴입은 듯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꽝꽝 얼어붙은 호수 위에서 썰매를 타거나 연을 날리는 사람들은 활기차 보였다. 호수 옆 공터에는 온통 눈으로 만든 건축물들이 세워졌다. 눈으로 조각한 동물상, 여인상들이 숲의 여기저기를 지키고 있었다. 사람들은 전혀 움츠러들지 않고 설경을 즐기고 있었다. 750만 창춘 사람들에게 영하 20도의 추위는 안개처럼 사소한 불편인 듯 보였다. ▶travie info 징웨이탄 스키장 완만한 구릉지대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크로스컨트리를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더 없이 좋은 도시형 스키장이다. 매년 원단(1월1일)에 이 스키장에서 개막해 4일간 진행되는 장춘 빙설축제도 국제 크로스컨트리 대회와 함께 진행된다. 창춘에는 징웨이탄 외에도 북대호 스키장, 연화산 스키장, 묘향산 스키장 등 3곳의 스키장이 더 있으며 2007년 동계아시안게임의 개최지이기도 하다. 입장료 30위안 개장시간 오전 8시30분~오후 4시30분 찾아가기 창춘시 징웨이 경제개발구 동남쪽에 위치해 있으며 시내에서 18km 떨어져 있다. 102번, 104번, 120번, 160번 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문의 0431-8451-8000 마지막 황제의 마지막 자리 온도 차이가 있겠지만, 창춘 사람들과 우리가 공유하는 춥고 아픈 기억이 있다. 창춘은 1931년 만주사변을 일으킨 일제가 만주국滿洲國, 1932~1945을 세우고 그 수도로 삼은 도시였다. 당시 이름은 신징신경·新京. ‘일본의 새로운 수도’라는 뜻이다. 당시 만주국 황제가 살았던 황궁은 ‘위만황궁박물관’이 되어 일반인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1945년 일본이 패망할 때까지 만주국의 허수아비 황제로 살아야 했던 청나라의 마지막 황제 ‘푸이溥儀,1906~1967’의 기막힌 인생살이가 고스란히 읽히는 곳이다. 황궁은 규모가 아주 크거나 호화찬란하지는 않았지만 궁으로서의 구색은 모두 갖추고 있었다. 깡마르고 내성적으로 보이는 16세의 소년 푸이가 사진 속에서 애매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5명의 부인을 두었지만 성기능 장애로 단 한 번도 동침을 하지 않았다는 황제의 침대는 작았다. 하지만 변비가 심했던 황제의 화장실은 넓고 쾌적했다. 총명하고 아름다웠으나 신하와의 불륜으로(겁탈이라는 설도 있다) 아들을 낳았던 첫 번째 부인, 효각민황후완용 공주는 감금당한 채 아편 중독자가 되어 생을 마쳤다. 밀랍인형으로 재현되어 있는 그녀는 걷지도 못해서 누운 채로 신하에게 아편을 받아 피우고 있었다. 일본 여자와 결혼시키려고 일본은 부단히 노력했지만 푸이는 그것만큼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가장 사랑했다는 3번째 부인 담옥령은 결혼 7년 만에 의문스러운 병사로 생을 마쳤다. 평소 일본에 대해 비판적이었던 그녀는 가벼운 질병에 걸렸다가 치료를 받은 후 갑자기 상태가 악화되어 세상을 떠난 것. 만주국황궁 복원 사업에 많은 도움을 준 것은 창춘 출신이었던 4번째 부인 이옥금 여사였다. 푸이의 마지막 5년은 간호사 출신이었던 19세 연하의 마지막 부인 이숙현 여사가 함께했다. 이런 이야기에 빠져들다 보면 몇시간의 박물관 관람도 지겹지 않다. 창춘에 남아있는 만주국의 흔적을 하나 더 찾으라면 영화제작소다. 일본은 영화를 좋아했던 푸이 황제를 위해, 아니 그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창춘에 중국 최초의 영화제작소를 세워 주었다. 지금은 동북영화제작소로 이름을 바꾸고 2년에 한 번씩 창춘영화제도 실시하고 있다. 1 창춘은 일본이 세운 만주국의 수도였다. 창밖을 내다보고 있는 만주황궁박물관의 안내원 2 창춘 샹그릴라 호텔 객실에서 내려다본 창춘 시내 전경 3 마지막 황제 푸이가 머물렀던 흔적이 만주황궁 곳곳에 남아있다 4 10월부터 3월까지, 영하 30도를 밑도는 혹독한 겨울은 독특한 풍경을 만든다 5 물엿을 입힌 과일 꼬치는 인기 높은 길거리 간식이다 6 겨울날 창춘의 거리는 인적이 뜸하고, 꼭 그만큼 창춘 중앙시장에는 사람들이 붐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봄날의 장날’을 기다리며 창춘이 항상 춥기만 한 것은 아니다. 여름이 되면 38도까지 치솟는 극성스러운 더위가 찾아온다. 한국의 날씨와 흐름은 비슷한데, 좀더 ‘극적’인 셈이다. 그 사이에 잠깐 찾아오는 것이 있으니, 봄이다. 봄이 되면 창춘에는 나물과 특산물을 파는 큰 장이 서곤 했는데 정부는 이 기간 동안 상인들에게 면세 혜택을 주었다고 한다. 그렇게 살림살이의 얼음까지 녹일 수 있었던 봄날이 길기를 바라는 마음이 반영된 이름이 바로 창춘이다. 지금이야 한겨울에도 시장에만 나가면 활짝 핀 꽃다발을 쉽게 구할 수 있다. 시장의 계절감은 그만큼 모호하다. 하지만 두툼한 솜바지와 털 장식 부츠가 쌓여 있는 창춘에서만큼은 겨울스러운 시장을 만날 수 있었다. 월마트에 가서 보온물주머니를 2개 사고, 시장에 가서 발토시를 하나 샀다. 패딩 무릎 방한대처럼 한국에는 없을 것 같은 창춘만의 생활필수품들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한국의 겨울도 만만치 않게 추워졌으니 말이다. 시장을 나와 택시를 잡기로 했다. 합승이야 기본으로 각오한 것. 하지만 창문을 빼꼼 연 택시들은 목적지를 듣는 둥 마는 둥 휑하니 멀어져 버리곤 했다. 그렇게 뒤꽁무니를 바라보며 30분을 서 있자니 발끝에 감각이 없었다. 한 순간도 멈추지 않고 사방에서 울려대는 자동차 경적 소리와 택시를 잡기 위해 도로로 몸을 던지는 사람들에 치이다 보니 갑자기 치열한 근성이 불쑥 올라왔다. ‘자동차성’이라는 닉네임이 있을 정도로 차가 많다는 창춘에서, 저렇게 많은 택시 중에서 단 한 대를 못 잡고 있단 말인가. 창춘은 1953년 중국 최초로 자동차 공장이 세워진 곳이다. 1956년에는 최초의 중국산 자동차 ‘해방표’가 공개됐다. 파란색 트럭이었다. 1988년에는 독일과 합작으로 폭스바겐 생산을 시작했는데, 그런 이유로 창춘에서는 택시의 흔한 기종이 폭스바겐이고, 자가용은 아우디가 많다는 것이 옆에서 함께 발을 동동 구르던 가이드 애란씨의 설명이었다. 덧붙여 최근에는 일본과 사이가 나빠지면서 일본 수입차는 줄어들고 있는 추세라고 했다. 그런 설명이 무색하게 30분 만에 어렵사리 잡아 탄 택시는 달리는 것이 신기할 정도로 허름한 차였다. 하지만 아무렴 어떠랴. 달리기만 하면 되지. 오랜 기다림 끝에 얻은 것은 그만큼 소중한 법이다. 봄을 간절히 기다리는 창춘의 사람들에게 봄날이 얼마나 감사한 계절일지를 실감할 수 있었다. 어서 오시게 봄! 부디 오래 머물다 가시게! 글·사진 천소현 기자 취재협조 중국남방항공 kr.csair.com ▶travie info 항공편 중국남방항공은 서울-창춘 노선을 매일 운항하고 있다. 인천 출발편은 오전 9시40분, 귀국편은 창춘에서 오전 9시30분에 출발하며, 2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문의 1588-9503 kr.csair.com 위만황궁박물관 창춘시 동북부에 위치한 국가AAAAA풍경구로 만주국 황제 푸이가 살았던 황궁을 박물관으로 개조한 곳이다. 황제의 경마장부터 침실 등 생활공간과 외빈접객실 등 당시 사용됐던 건물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개방시간 오전 8시30분~오후 5시(여름철은 오후 5시50분까지) 입장료 성인 80위안, 학생 30위안 찾아가기 창춘역에서 택시로 10분 소요(창춘시 동북부 광복로 5번지 장통로와 섬서로 교차지), 버스는 80번, 264번, 225번, 114번, 256번, 276번, 287번 이용. 문의 0431-8286-6611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사람 잇는 매봉산길로

    사람 잇는 매봉산길로

    서울월드컵경기장 인근인 마포구 상암동 매봉산 일대에 산행과 삼림욕을 즐기며 자연과 소통할 수 있는 ‘순환 소통의 길’이 조성된다. 마포구는 오는 6월까지 이 지역에 시비 6억원을 투입해 산책로를 정비하고 전망데크 등 편의 시설을 설치한다고 18일 밝혔다. 순환 소통의 길은 지난해 등산로 입구부터 전망대까지 조성한 노약자, 임산부, 장애인을 위한 ‘무장애 산책로’에서 이어지는 코스로 전망대부터 매봉산 정상을 거쳐 상암월드컵파크3단지에 이르는 코스로 조성된다. 특히 전망대~정상은 산책로 위주의 ‘소통의 장’, 정상~월드컵파크3단지 구간은 삼림욕을 즐길 수 있는 ‘치유의 숲’으로 꾸며진다. 또 산자락에 있던 군사시설 담장을 지난해 철거하고 공터로 방치했던 곳에는 숲속도서관을 만들고 조망이 좋은 평지에는 전망대를 설치한다. 운동 시설과 의자 등의 편의 시설도 곳곳에 설치하며 토양 유실 구역에는 식생 복원 작업을 벌인다. 종합 안내판, 구역 안내판, 갈림길 안내판 등과 함께 구간거리, 경사도, 소요 시간을 알려주는 안내 시스템도 도입할 예정이다. 순환 소통의 길은 현장 조사 과정에서부터 기획 단계까지 주민들의 의견이 적극 반영됐다. 구는 아파트 입주자를 대상으로 ‘주민소통모임’ 참여자를 모집했고 이렇게 구성된 대표 6명은 지난 1월부터 현장 조사, 실시설계에 함께하고 있다. 오는 4월 본격 공사가 시작되면 주민소통모임은 현장에서 공사를 감독하고 지속적으로 주민 여론을 수렴하는 역할도 하게 된다. 구는 주민 의견을 적극 반영하기 위해 인근 아파트 입주민과 매봉산 이용자 1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도 실시하고 있다. 구는 내년에는 월드컵경기장 주차장 앞길과 뒷산 산책로까지 손본 뒤 무장애 산책로, 순환 소통의 길과 연결할 계획이다. 그러면 주민들은 총 1.6㎞의 매봉산 주변 산책로를 안전하게 걸을 수 있게 된다. 성경호 공원녹지과장은 “담장을 철거한 자리를 이웃과 자연의 소통 공간으로 만들자는 취지에서 그런 이름을 붙였다”며 “산림 및 환경 훼손을 최소화해 생태계를 복원하고 자연 재해에 대한 안전성까지 최대한 고려하는 방향으로 공사를 하겠다”고 말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푸른 서울 만들기’ 동참해주세요

    ‘푸른 서울 만들기’ 동참해주세요

    서울시는 시민과 함께 푸른 서울을 가꾸기 위해 꽃과 나무 등 25만그루와 퇴비 7000포를 무료 지원한다고 12일 밝혔다. 감나무, 꽃사과 등 키 큰 나무 20종, 개나리 산철쭉 등 키 작은 나무 18종, 담쟁이 등 덩굴식물과 금낭화 등 다년초 13종이다. 참여를 희망하는 마을공동체, 사회복지시설, 가족, 단체의 대표자는 나무를 심을 대상지를 어떻게 가꿀지에 대해 신청서를 작성한 뒤 해당 자치구 공원녹지과에 팩스, 우편, 직접 방문을 통해 25일까지 제출하면 된다. 1순위는 골목길과 사회복지시설 주변, 마을공동체 참여대상지이며 2순위는 생활권 주변 자투리 땅, 담장 외곽 주변 빈 공터 등이다. 결과는 심사를 통해 다음 달 6일 선정자에게 개별 통보한다. 다음 달 22일에는 신청자를 대상으로 서울의 공원·녹지 역사, 나무 심는 요령을 강의하는 ‘푸른서울 나무심기 워크숍’을 개최한다. 워크숍 참여 뒤 나무, 꽃, 퇴비 등을 다음 달 27일부터 4월 10일 중에 제공한다. 꽃과 나무를 심어 마을을 예쁘게 가꾼 단체는 가을에 열리는 ‘생활녹화 경진대회’에 참가해 실력을 겨룰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원예 프로그램 지원 등의 인센티브도 준다. 오해영 시 푸른도시국장은 “시민과 함께하는 녹색도시 만들기를 통해 도시녹화사업 참여율을 높이고 쾌적한 환경을 만들 계획”이라면서 “이웃과 녹색행복을 공유하고 소통 및 만남의 계기를 늘리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광주 도심 용도변경후 아파트 신축 불허

    앞으로 광주 도심에서 토지 용지 변경을 통해 아파트를 신축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5일 광주시에 따르면 최근 강운태 시장이 “도심 노후 주택의 재개발·재건축이 시급한 만큼 용도변경 후 아파트 신축 허가는 안 된다”고 발언한 이후 사업자들이 잇따라 용도변경 신청을 철회하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최근 북구 동림2택지지구 내 중학교 예정 부지 1만 307.5㎡를 공동주택(9452.2㎡)과 공공용지(812.3㎡)로 도시계획시설 변경을 신청했다가 철회했다. 또 남구 진월택지지구 내 고등학교 예정부지 1만 4843.6㎡에 대해서도 공동주택 용지로 시설변경을 요청했다가 포기했다. 이들 택지는 각각 2007년과 2008년 토지주택공사가 조성한 곳으로 개발계획 수립 때 학교용지로 지정됐지만 시교육청의 학생 수요 예측 잘못 등으로 학교 건립이 지연되면서 장기간 공터로 남아 있다. 시는 또 토지주택공사가 추진 중인 광산구 하남 1택지개발지구 내 여객자동차터미널 부지에 대한 운동·창고시설 변경 요청도 주변 교통 여건을 이유로 도시계획위 심의를 보류했다. 강 시장은 최근 간부회의에서 “도심에서 아파트 신축을 위한 토지 용도 변경을 허가하지 않겠다”면서 “현재 주택보급률은 102%로 다른 용도 토지를 변경해 아파트를 신축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가이드 라인’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수년 전부터 아파트 신축이 추진돼 온 동구 모 초등학교 일대 등 도심 내 아파트 후보 지역의 도시계획시설 변경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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