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조작 식품] ‘먹거리 공포’ 확산속 危害性 논란만
유전자 조작 식품(GMOs)은 인간과 생태계에 해로운가.결론부터 말하면 아직 위해하다는 평가는 내려진 적이 없다.동물 실험 결과로 미루어 인체에 해로울 수 있다는 연구만 있을 뿐이다.그러나 안전성 또한 과학적으로 입증된 바 없다.이에 따라 안전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데서 비롯된 ‘식탁’의 불안은전 세계적으로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국내에서도 지난해 시판 중인 두부의 82%가 유전자를 조작한 콩으로 제조됐다는 소비자보호원의 발표 뒤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유전자 조작 식품에 대한 논란은 91년 영국 애버딘 로웨트연구소의 아르파드 푸차이 박사가 의학전문지 ‘랜싯’에 발표한 논문에서 “‘렉틴스’라는 천연물질의 유전자를 주입해서 병충해에 강하게 키운 특수감자를 쥐에게 먹인 결과,위장 장애가 발생했다”고 발표한 데서 비롯됐다.그는 “유전자 조작 식품은 인간에게 해로울 지 모르며,결과적으로 인간이 실험대상이 되고있다”고 주장했다.
또 91년 뉴욕대 겐더 스토츠키 박사는 “옥수수 해충인 ‘유럽옥수수좀벌레’를 막기 위해 유전자 조작을 통해 옥수수·면화·감자 등에 주입된 ‘배실러스 튜린지엔스(Bt)’라는 살충성분의 독성이 8개월 이상 토양에 잔류하는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96년 미국 코넬대 연구팀도 과학전문지 ‘네이처’에 기고한 논문에서 “Bt 유전자를 접합시킨 옥수수의 꽃가루가 왕나비 유충의 절반 가량을 죽인다”는 연구를 발표했다.
이에 대해 유전자 조작 식품을 기아에 허덕이는 7억9,000만명을 구할 수 있는 수단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환경단체 ‘지구의 친구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인간과 환경에 무서운 해악을 끼칠 지 모르는 ‘프랑켄슈타인 식품’이 아닌 ‘기적의 식품’이라는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빌헬름 그루섬 교수는 “일반 국민들이 생명공학이 인간에게 가져다 주는 혜택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해서 생기는 오해”라고 주장한다.오리건주립대 스티븐 스트라우스 교수도 “생명공학 연구의 대전제는 인체에 해롭지 않은 기술 개발”이라면서 “이런 목적 의식 아래 개발된 유전자 조작 식품과 농산물 종자를 ‘프랑켄슈타인 식품’ 운운하며 무조건 배척하는 것은 야만적인 일”이라고 반박하고 있다.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은99년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유전자 조작 식품의 위해가 과학적으로증명되지 않았으며,아프리카의 기아 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환영했다.
유전자 조작 식품의 안전성에 관한 논란은 그 안전성을 확실히 입증할 과학적 검사방법이 제시되기 전까지는 가라앉을 수 없다.검사방법에 대해서는 이제 막 연구를 시작하기로 국제적 합의가 이루어졌다.따라서 현재로서는 소비자들이 유전자 조작 식품과 천연식품 중 스스로 선택하도록 하는 것 말고는뚜렷한 방안이 없어 보인다.
문호영기자 alibaba@.
* 유전자 조작식품이란.
유전자 조작 식품은 유전자를 조작해 병충해 저항력을 높이거나,열매를 더크게 만들고,성분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농산물 또는 그 농산물로 만든 먹거리를 가리킨다.우리나라에서는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s)라고 많이 부르지만,공식 용어는 LGMO(Living Genetically Modified Organisms).
유전자 조작 식품은 서로 다른 종(種)의 유전자를 결합하는 기술,즉 인공적으로 돌연변이를 일으켜 만든다.같은 종을 교배해 품종을 개량하는 육종과는다르다.
시장에 본격 출하된 유전자 조작 식품의 효시(嚆矢)는 94년 ‘몬샌토’가개발한 토마토.‘플레이브 세이브(Flavr Savr)’로 불리는 이 토마토는 껍질이 딱딱해 저장기간이 긴 장점이 있다.‘몬샌토’는 95년 독성이 너무 강해잡초 뿐 아니라 작물까지 죽이는 제초제 ‘라운드업’에도 견딜 수 있는 콩도 개발했다.
유전자 조작 식품은 현재 토마토를 비롯해 옥수수·콩·감자 등 40여종이상용화돼 있으며,몇 년 안에 100종 이상으로 늘 것으로 예상된다.
문호영기자.
*세계각국 입장.
유전자 조작 식품에 대해 농산물 수출국인 미국은 찬성,최대 수입국인 유럽 국가들은 반대 입장을 견지해 왔다.그러나 최근 미국에서도 소비자들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유전자 조작 식품이 점차 설 자리를 잃고 있다.
■미국 미국의 건강식품 체인 ‘홀 푸드 마켓’은 올해부터 “유전자 조작식품을 취급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거대 농업기업인 ‘아처 대니얼스 미들랜드(ADM)’는 천연 곡물에 부셸당 18센트를 더 지급하는 이중곡가제를 시행할 계획이다.이유식 제조업체인 ‘거버’와 ‘하인즈’는 지난해 7월 “유전자 조작 원료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지금까지 업계 편에 서서소비자의 건강과 환경문제를 등한시해 왔다고 비판받아 온 식품의약청(FDA)도 대도시를 돌면서 공청회를 갖고 있다.지난해 주간 ‘비즈니스 위크’에따르면 최근 4년간 미국에서 40여종의 유전자 조작 종자가 개발됐으며,3000만㏊의 농지에서 종자가 재배되고 있다. 99년 현재 콩 47%와 옥수수 37%가유전자 조작 종자로 재배되고 있다.
■영국 2002년 유전자 조작 작물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실험이 끝날때까지 유전자 조작 작물의 재배를 금지하고 있다.91년 9월부터 레스토랑 등 음식점도 유전자 조작 농산물로 음식물을 만들었을 경우 그 사실을 메뉴에표시하도록 하고,어길 경우 무거운 벌금을 매기고 있다.영국 굴지의 슈퍼마켓 ‘세인즈베리’는 95∼98년 유기농산물 매출액이 무려 125배나 늘었다.
■일본 2002년 4월부터 유전자가 조작된 원료를 사용하는 모든 식품에 대해안전검사를 실시하고 검사필증을 붙이도록 의무화하기로 했다.이에 앞서 일본의 대표적 맥주회사인 ‘기린’은 “주정 원료로 사용해 온 유전자 조작옥수수를 2001년까지 일반 옥수수로 대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문호영기자.
*우리정부 대책.
정부는 국내 법만으로 유전자 조작 농산물에 대한 위해성 평가와 관리기준을 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지난달 29일 몬트리올에서 열린 생물다양성협약 제2차 특별당사국회의에서 채택된 ‘생명공학 안전성에 관한 카르타헤나 의정서’에 사전통보합의절차(AIA·Advance Inform Agreement)가 누락돼 수출국에 농산물에 대한 정보를 요구할 수는 없지만,국내 법을 제정한 뒤 그 법을 따르도록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의정서의 핵심인 AIA는 미국·캐나다·아르헨티나·호주·칠레·우루과이등 유전자 조작 농산물 수출 6개국(마이애미그룹)의 반대로 빠졌다.당초 수출업자들에게 어떤 유전자 조작 작물이 수출되는지를 표시하도록 하려했으나 ‘유전자 조작 작물이 포함돼 있을 수 있다’고 표시하는 정도로 변질된 것이다.정부는 그러나 인터넷을 통해 수입 농산물에 대한 웬만한 정보는 입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즉 간이 AIA는 가능하다는 것이다.
유전자 조작 식품과 관련해 지금까지 정부가 취한 조치는 2001년 3월부터표시제를 실시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한 것밖에 없다.98년 농업과학기술원에연구실을 설치해 유전자 조작 식품 판별 및 안전성 평가 기술,각 국의 평가제도 수집 및 분석 업무를 수행하고,지난해 12월부터 본격적으로 종자산업법을 개정하기 위한 준비를 해 왔지만,이는 의정서와는 관계 없이 추진돼 온것이다.
현재 정부 내에서는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식품의약품안전청,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환경부,작물 재배에 관한 사항은 농림부가 관장하는 쪽으로 방향이 잡히고 있다.그러나 아직 발 등에 불이 떨어지지 않은 탓인지 본격적으로 나서지는 않고 있다.의정서가 각 국의 비준을 거쳐 시행되기까지 2∼3년 시간이 있으므로 그 때까지 준비를 하면 된다는 느슨한태도를 보이고 있다.
문호영기자.
*이색 유전자 조작식물.
‘목이 마르다’고 신호를 보내는 감자,비타민A를 보충할 수 있는 노란 쌀….유전자 조작 식물 가운데는 상상하기 어려운 것들도 있다.
■물을 요구하는 감자 지난해 영국 에든버러대 토니 트레와바스 교수가 개발한 이 감자는 수분 함량이 떨어지면 불빛을 밝혀 물을 달라고 알린다.해파리의 형광 유전자를 감자 속에 넣었기 때문이다.식물은 물이 부족할 경우 ‘에브시작산’이라는 성장억제호르몬을 생성하는데,이 호르몬이 분비될 때 곧바로 감자에 불이 켜지도록 한 것이다.그러나 감자가 내는 불빛은 육안으로는볼 수 없고,광선탐지기를 이용해야 한다.
■스스로 빛을 내는 나무‘루시페라제’라는 발광 효소를 만드는 유전자를미송에 넣은 뒤 ‘루시페린’이라는 화학물질을 섞은 비료를 주면 발광효소가 작동하면서 녹색 빛을 낸다.‘루시페라제’가 작동하면서 불빛을 내는 반딧불이 원리를 응용한 것.지난해 영국 허트포트셔대 연구팀이 개발했다.전구를 달지 않아도 빛을 내는 크리스마스 트리가등장할 날도 멀지 않았다.
■노란 쌀 베타카로틴이 함유돼 비타민A 부족을 해결할 수 있다.베타카로틴은 인체 내애서 비타민A로 바뀌는 물질.이 쌀을 먹으면 안구(眼球)건조증 등을 일으키는 비타민A 결핍을 막을 수 있다.쌀 색깔이 노란 것은 베타카로틴때문.일본에서는 98년 일반 쌀보다 철 함유량이 2배 많은 쌀도 개발했다.
■살 안찌는 천연설탕 98년 네덜란드에서 개발된 사탕무는 설탕의 성분인 자당을 인체가 흡수할 수 없는 형태의 ‘프룩탄’이라는 과당으로 변형시키는유전자를 갖고 있다.설탕처럼 단 맛을 내지만,칼로리는 없어 비만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수은 먹는 현사시나무 산림청 임목육종연구소는 지난해 4월 박테리아 유전자에서 수은을 흡수하는 유전자를 추출한 뒤 ‘아그로바’ 박테리아를 통해현사시나무 세포에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폐광지역 등 토양 복원에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문호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