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책 돋보기] 농경연 ‘6단계 농가 유형’ 용역안 11월 발표
정부가 농업 분야에서 핵심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접근 방법은 ‘맞춤형 농정’이다. 그동안 획일적으로 ‘평균 수준’의 농가에 맞춰 진행해 온 농업정책을 소득과 품목 등이 제각각인 각 농가의 수준에 맞게 차별화하는 것이다. 정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 A) 등으로 인한 개방 확대에 대처하기 위한 농가의 경쟁력 확보와 농촌 양극화 문제 해소를 위해 맞춤형 농정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러한 맞춤형 농정을 추진하기 위한 핵심 전제는 농업경영체, 특히 농가의 유형을 어떻게 잘 구분하느냐 하는 것이다.
농가 유형별로 정책의 목표와 지원 방법이 달라지게 돼 잘못하면 양극화를 부추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농림부는 개별 농가의 소득 등 경영상태를 파악하기 위한 ‘농가등록제’를 내년 이후 본격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농경연 “농업인이 자신에 맞는 유형 선택”
서울신문이 3일 입수한 농촌경제연구원의 ‘맞춤형 농정을 위한 농가 유형 구분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농경연은 맞춤형 농정을 위한 농가 유형으로 ‘쌀전업농-원예중소농-축산전업농-고령복합농-고령영세농-부업농’ 등 6단계를 제시했다. 이 보고서는 11월말 발표 예정으로 농림부가 발주한 연구용역 ‘맞춤형 농정 추진 방안’의 사전 연구로 진행됐다.
보고서는 3056곳의 농가를 대상으로 지난 2004년 농업소득, 경영주 연령, 영농 형태 등을 주요 지표로 분석한 농가경제조사 원자료를 활용했다. 비슷한 특성을 가진 집단끼리 묶는 ‘군집분석’ 기법을 이용했다. 그 결과 “우리 농가의 상황을 고려할 때 쌀전업농, 원예중소농, 축산전업농, 고령복합농, 고령영세농, 부업농 등 6가지 유형으로 분류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분류 결과 쌀전업농의 연평균 소득은 1972만원, 평균 경지면적은 4.2㏊이며, 농업 총수입에서 쌀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73%로 나타났다. 원예중소농의 평균 경지면적은 1.8㏊이며 채소 수입 비중 57%, 소득은 455만원 정도로 파악됐다. 축산전업농의 연평균 소득은 2510만원으로 가장 높고 축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82%였다. 고령농의 기준은 60세 이상이다.
보고서는 쌀전업농, 원예중소농, 축산 전업농에 대해서는 직불제 등 일반적 농업정책과 함께 품목별 특성에 맞는 개별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할 것을 제안했다. 고령복합농과 고령영세농을 위해서는 사회보장 프로그램과 경영이양 인센티브, 은퇴 프로그램 등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업농은 원칙적으로 농업 정책 대상에서 제외돼야 하지만, 농촌 인구를 유지하기 위한 프로그램은 제공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농촌경제연구원 강혜정 박사는 “농업인들이 자신이 속하길 원하는 농가 유형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뒤 정부가 유형별로 마련한 프로그램을 지원받도록 정책 방향이 설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림부 “취미·부업농 지원 제외… 연내 확정”
이와 관련, 농림부는 농업 규모와 연령을 기준으로 전업농, 준전업농, 중소농, 영세농 등과 고령농, 비고령농 등으로 세분화한다는 기본 구상을 갖고 있다. 농사일을 취미나 부업으로 하는 고소득 자영업자나 전문직 종사자 등 이른바 ‘취미농’은 정책 지원에서 제외시킨다는 생각이다.
농림부 관계자는 “농가 유형 분류 등 맞춤형 농정 추진 방안에 대해 여러가지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면서 “농경연의 용역 연구와 농업인 단체 등의 의견을 토대로 올해 말까지 확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농림부의 다른 관계자는 농경연이 제시한 농가 유형 분석에 대해 “전업농도 쌀, 밭, 축산 등 여러 부류가 있고, 농가마다 소득 수준도 천차만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통계에 입각한 농가의 유형 구분은 현상적인 모습에 가까울 수 있지만, 정책 추진의 효율성을 고려해 농가 유형을 조율할 필요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농경연 보고서는 “우리나라의 농가 유형 분류는 통계청, 농림부, 보건복지부 등에서 통일된 체계를 갖추지 못해 정책 시행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농림부가 농가 유형 중 하나로 분류하는 ‘전업농’은 농업·농촌기본법에 따라 정책적 육성을 목적으로 마련한 개념이기 때문에 맞춤형 농정을 위한 농가 유형으로는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다.
농림부는 이달 중 자체적으로 구상한 ‘맞춤형 농정 방안’에 대한 공청회를 열고 농업인 단체 등의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