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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항로 독점 깨고 승무원 적성검사 강화…안전불감증 없애 ‘제2 세월호’ 막는다

    정부가 세월호 사건과 같은 대형 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해 안전관리 체계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치는 대책을 내놨다. 2일 해양수산부가 발표한 ‘연안여객선 안전관리 혁신대책’에 따르면 선체, 선사에 대한 관리 감독을 대폭 강화하는 것은 물론 선원에 대한 자질·책임성을 확보, 처우를 개선하고 선박에 대한 공영제를 도입하는 등 전반적인 여객운송사업을 개혁해 운항관리의 안전성을 높이기로 했다. 해수부는 세월호의 청해진해운처럼 한 선사가 수십년씩 한 항로를 독점해 안전불감증이 발생하는 관행을 없애기 위해 선사의 진입장벽을 없애기로 했다. 안전, 서비스, 신용평가 등 사업자 경영능력에 대한 면허 기준을 도입해 우수 사업자의 운송 시장 진입을 유도하겠다는 의도다. 이를 위해 1963년부터 적용하던 진입장벽(운송수입률 기준)을 없애기로 했으며 탄력운임제, 유류할증제 등 합리적 운임제도도 도입하기로 했다. 그동안 선사의 영세성, 수익성 부족으로 선박이 노후화하고 안전관리 투자를 하지 않았던 적자·생활항로는 국가가 개입해 선박을 관리하는 공영제로 해결할 계획이다. 현재 한국선급과 선박안전기술공단이 맡은 선박검사에 대한 정부검사대행권을 외국 선박검사기관에도 개방하고 운항관리규정은 국제안전관리규약 수준으로 고치기로 했다. 화물 전산발권을 전면 도입하고 중량 계측 등을 통해 화물 과적을 차단, 고박(화물 고정) 관리도 강화한다. 선원들의 자질 능력에 대한 검증도 강화하기로 했다. 5000t 이상의 대형 여객선 선장의 승무기준을 2급에서 1급으로 상향조정하고 적성심사를 강화해 부적격자의 승선을 제한하기로 했다. 내년에는 자질과 능력이 검증된 선원만이 여객선에 승선할 수 있도록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면허 및 교육 체계도 마련할 예정이다. 앞서 세월호 선장은 침몰하는 배에서 승객들을 버려둔 채 가장 먼저 탈출해 도덕성에 대한 비난이 들끓었다. 또 대피 안내 등을 지원하기 위해 여객 전담 승무원의 승선을 의무화하고 선원의 소명의식을 높이기 위해 제복도 착용하도록 할 방침이다. 선원의 승·하선 시 불시 음주측정도 하기로 했다. 아울러 선원 최소승무정원을 현실화해 승선원의 10% 이상 여객선 예비원을 확보하도록 하고 우수인력 확보와 노령화 해소를 위해 관계 부처와 협의해 연안여객선 승선근무 예비역을 배정해 군 복무를 대체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항해사, 기관사 등 해기사 면허를 가진 전역 군인에 대해서는 보수 교육과 취업알선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선원의 퇴직금 채권 보장과 노후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선원퇴직연금 공제제도도 도입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일본의 중고선을 도입하면서 문제가 불거진 세월호 사건을 감안해 연안여객선의 현대화를 위해 연안여객선 현대화 5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20년 주기로 선박을 새롭게 만들거나 대체할 예정이다. 일본의 선박공유 건조제도처럼 정부와 선사가 공동 부담해 선박건조자금을 마련하는 방식이 추진된다. 해수부는 매월 1일을 ‘해양안전의 날’로 정해 안전교육과 홍보를 강화하고 연말까지 법령 개정은 물론 연안여객선 공영제·현대화 태스크포스를 운영해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김세원 한국해양대 항해학부 교수는 “해수부가 공영제를 도입하면 소형 선사의 경우 사장 지위를 뺏긴다고 반발할 수 있는 만큼 공청회를 통해 여론을 수렴하고 국회에서 조속히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공직 파워 열전] 환경부 물환경정책국장

    [공직 파워 열전] 환경부 물환경정책국장

    환경부는 1980년 환경청으로 출발해 1990년 환경처, 1994년 환경부로 차츰 격상됐다. 대표적인 규제 부처이자 ‘정부 내 야당’으로 통해 상대적으로 우군이 많지 않다. 환경에 대한 관심과 중요성은 높아졌지만 새로운 정책을 내놓을 때마다 다른 정부기관의 견제와 비판을 받는 설움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환경 분야는 국가적 고통과 재난을 겪은 뒤 기반을 다진 아픔을 품고 있다. 예견된 반대와 산통에도 선도적으로 정책을 추진할 수밖에 없는 것이 숙명이다. 환경 규제가 당장은 불편하고 부담스럽지만 국가적 손실과 시행착오를 줄이고 안전한 미래를 위한 준비라는 사실을 ‘경험’으로 체득하고 있기에 어려운 길을 걷는다. 환경부에서 물환경정책국장(물국)은 환경부 역사의 ‘영욕’을 담고 있는 자리다. 환경 공무원들 사이에서 ‘물은 과거, 대기는 현재, 자연은 미래’로 평가된다. 환경 관료의 ‘필수코스’라는 존재감과 위상은 예전만 못하지만 조직의 초석을 다졌고 환경 문제의 시작을 알린 전통 업무의 상징성은 여전하다. 물국은 2008년 2월 수질보전국에서 명칭이 바뀌었다. 1967년 보건사회부 수질보전담당관이 모태로, 1980년 환경청이 신설되면서 수질보전국이 됐다. 물업무는 식수원뿐 아니라 수질, 친수공간 등으로 역할이 확대됐다. 공기처럼 항상, 언제든, 풍부하게 곁에 있다 보니 간과됐던 물에 대한 중요성은 두 차례 대형 사고를 겪으며 각인됐다. 1991년 낙동강 페놀 오염 사고 후 3년 만인 1994년 또다시 낙동강에서 유기용제(디클로로메탄) 오염 사고가 발생했다. 국무총리가 대국민 사과문까지 발표했고, 수질에 대한 불안감이 대두됐다. 정부가 후속 대책으로 건설부 상하수도국을 환경처로 이관해 환경부로 확대 개편하며 환경 문제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계기가 됐다. 물국은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 전성기를 맞는다. 1998년 국민의 정부가 들어서면서 수도권의 젖줄인 팔당호의 수질 문제가 촉발됐다. 아픈 만큼 성숙하듯 이때 우리나라 물 관리의 기본 토대가 만들어졌다. 환경부 에이스들이 결집해 한강수계특별대책을 내놨고, 이를 토대로 셀 수 없을 만큼의 공청회를 거쳐 낙동강, 금강, 영산강까지 포함된 4대강 수계 특별법이 탄생했다. 당시 4대강 수질개선특별대책을 수립한 주역들은 그 후 환경부의 핵심으로 급부상한다. 당시 수질보전국장으로 진두지휘했던 곽결호 국장은 차관을 거쳐 9대 환경부 장관에 임명됐다. 곽 장관 후임으로 배턴을 이어받은 이규용 국장 역시 차관을 거쳐 12대 환경부 장관을 역임했다. 문정호 수질정책과장은 수질보전국장을 거쳐 차관에 올랐고, 후임으로 수질정책과장을 맡았던 윤성규 현 장관도 수질보전국장을 거친 물국 전성시대의 산증인이다. 윤 과장 후임인 정연만 과장은 수질보전국장을 거쳐 현재 환경부 차관으로 재직 중이고 당시 오종극 서기관은 물환경정책국장으로 연을 이어 가고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 물국의 위상은 급락했다. 더욱이 4대강 사업과 관련해 환경부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면서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수량은 국토부, 수질은 환경부로 ‘이원화된 물 관리’ 체계에서 4대강 수량 확보를 내세운 국책사업 앞에 한계를 드러냈다. 녹조와 큰빗이끼벌레 발생 같은 4대강 수생태계 변화에 대한 논란이 거세다. 물국이 역량을 발휘해 위기를 기회로 이끌어낼지 주목된다. 세종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세월호정국 극한대결] 與 “경제·민생 입법” 맞불

    [세월호정국 극한대결] 與 “경제·민생 입법” 맞불

    새정치민주연합의 ‘대여 강경투쟁’ 선포에 맞서 새누리당은 26일 독자적인 민생 행보에 발 빠르게 나섰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날 경제·민생 법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촉구한 것과 궤를 맞춰 새누리당은 정책위 차원에서 ‘법안 심의 압박’에 들어갔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상임위별 ‘민생탐방’을 지시했으며 주호영 정책위의장은 “공청회를 통한 법안 문제점 정리, 현장 애로사항 청취 등 활동을 활발하게 해 달라”고 주문했다. 새누리당은 국회 법사위와 상임위 계류 법안 중 여야가 8월 임시국회 일정만 합의하면 처리할 수 있는 미쟁점 법안을 27개로 보고 있다. 여야 간 이견이 크지 않고 서민생활과 직결되는 부분이 커 상임위별로 추가 논의만 거치면 바로 통과가 가능한 민생법안이 최소한 27개라는 뜻이다. 최 부총리가 이날 조속한 처리를 요청한 기초생활보장법이 대표적이다. 맞춤형 개별급여체계 개편이 핵심인 법안은 당초 올 10월 시행 예정이었으나 국회 파행으로 자칫하면 연내 실시가 어려운 상황이다. 앞서 기초연금법이 여야 갈등으로 5월 국회에서야 겨우 통과되면서 시행 시기(올 7월)가 늦춰질 뻔했던 사태를 떠올리게 한다. 당 정책위 핵심 관계자는 “기초생활보장법이 통과되면 수급자 규모가 기존 140만명에서 180만명으로 확대되고 월평균 급여가 6만원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동반 처리돼야 하는 주거급여법은 이미 국회를 통과했지만 기초생활보장법이 통과되지 않아 시행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학교전담경찰관 배치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의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법’ 개정안, 어린이통학버스 사고 방지를 위한 유아교육법, 학원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도 교문위 논의가 정지돼 법안소위에 방치돼 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기금 설치를 위한 국가재정법 개정안, 빅데이터산업 지원을 위한 근거를 마련하는 데이터베이스산업진흥법은 각각 기재위·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에 계류돼 있다. 청와대가 시급한 처리를 요청한 ‘19개 민생법안’ 중 크루즈법·마리나항만법은 여야 이견이 상당 부분 해소돼 농해수위를 통과, 현재 법사위에 계류 중이나 국회 일정에 발목이 잡혀 있다는 게 새누리당의 설명이다. 박대출 대변인은 “야당이 선포해야 하는 것은 반(反)경제와의 전쟁, 반(反)민생과의 투쟁”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김무성 대표는 이날 부산 수해 현장인 기장군을 방문해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한국사 국정 전환 ‘이념 논쟁’ 불씨 되나

    한국사 국정 전환 ‘이념 논쟁’ 불씨 되나

    주춤했던 한국사 교과서 발행 체제 전환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황우여 교육부 장관이 ‘국정 한국사 교과서 재도입’ 의지를 강하게 피력하고 있는 가운데 진보 성향 단체들은 “시대에 역행하는 처사”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여야 정치권 역시 팽팽히 맞서고 있다. 지난해 우편향 논란을 일으킨 교학사 교과서 사태를 계기로 불거졌던 이념 논쟁이 재연될 조짐마저 엿보인다. 교육부는 26일 경기 과천시 국사편찬위원회에서 ‘한국사 교과서 발행 체제 개선 방안 모색’ 토론회를 열고 한국사 교과서 국정 전환 방안을 논의했다. 교육부는 지난해 교학사 사태 당시 현행 검정 체제인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를 추진해 올 6월까지 마무리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데다 수장 공백이 두 달 넘게 이어지면서 잠정 보류됐고, 최근 황 장관이 취임하면서 이 문제를 다시 추진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이날 토론회는 검정체제 유지·보완과 국정체제 전환 양측이 각자의 의견을 교환하는 방식이었지만 국정 전환을 지지하는 쪽에 힘이 실렸다. 홍후조 고려대 교수는 “현재의 수능에서 유일한 필수 교과인 한국사를 검정으로 계속 유지하는 것은 학생들의 학습과 사교육 부담을 증대시킬 뿐”이라며 “특히 이념을 다루는 교과목의 교과서를 무제한 자유발행제나 헐거운 심사에 의한 인정제로 개방해 방임하는 것은 시정해야 할 적폐”라고 주장했다. 반면 방대광 고대사대부고(옛 고려고) 교사는 “현행 체제는 집필 기준이 교육과정과 맞지 않아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현행 검정 체제를 유지하면서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익주 서울시립대 교수는 “문제가 생기면 수정을 해야지 과거로 돌아가자고 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꼬집었다. 역사정의실천연대 등 진보 성향 단체들도 국사편찬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는 유신교육의 부활”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이들은 토론회가 진행되는 동안 피켓을 들고 침묵시위를 벌였다. 앞서 전날 일부 야당 의원들이 주최한 ‘한국사 교과서 국정 전환’ 토론회에서도 “현재의 움직임은 40년 전 박정희 시대에 추진했던 국정화와 닮은꼴”이라는 성토가 이어졌다. 교육부 측은 공청회를 한 차례 더 진행한 뒤 발행 체제 개선안을 10월 중 확정할 계획이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사설] 긴급전화 119·112 등 일원화 시기 앞당겨야

    지난 4월 16일 오전 8시 52분 침몰하는 세월호에 갇힌 안산 단원고 2학년 6반 최모군이 “살려주세요”라고 전화한 번호는 119였다. 이후 30분 동안 119에는 구조를 요청한 비슷한 전화가 23번이나 접수됐다. 해양사고의 긴급전화는 122번이지만, 그 번호로는 단 한 통의 구조 요청이 접수되지 않았다. 오히려 이 두 번호가 분리된 탓에 신고전화를 받고도 전남소방본부는 관할이 아니라고 떠넘기다 출동을 20분이나 늦췄고, 목포해양경찰은 상황 파악을 위해 최모군에게 배가 위치한 위도와 경도를 묻는 등 우왕좌왕해 온 국민의 비난을 받았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이런 불합리한 긴급 신고전화 체제를 통폐합해 효율적으로 운영하자는 요구가 커졌다. 이에 부응해 안전행정부가 이달 중 ‘긴급신고 통합방안 연구용역’ 연구자를 선정하고, 내년 1월 공청회를 한다. 그러나 안행부는 긴급 신고전화 통폐합은 빨라도 2016년에나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119를 포함해 긴급통신용 전화번호는 13개로, 운영주체가 달라 부처 간 합의를 이끌어내고 세부시행계획 마련에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편익을 도모하기 위한 긴급전화번호 통폐합에 2년이나 시간을 끌어야 할 이유를 알 수가 없다. 긴급전화를 운영하는 부처들은 실적 쌓기 등 부처 이기주의에 급급하지 말고 일원화된 미국 911콜센터와 같은 운영방식도입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 미국 국토안보부 산하 연방재난관리청(FEMA)이 관리하는 911콜센터에는 범죄, 테러, 화재, 해양사고, 사고, 가정폭력 등을 모두 신고할 수 있다. 통합에 적합한 긴급번호는 대중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번호가 좋다. 현재 소방방재청이 운영하는 화재·재난·의료복구번호인 119와 경찰청이 운영하는 범죄신고 번호 112가 최적으로 손꼽힌다. 간첩 신고번호 111(국가정보원)과 113(경찰청)은 인지도가 떨어진다. 학교폭력신고 117(경찰청), 사이버테러 118(한국인터넷진흥원), 해양사고 122(해양경찰청), 밀수신고 125(관세청), 마약사범 127(검찰) 등은 국민이 거의 모르는 번호다. 통폐합해도 전혀 불편하지 않다. 홍보 부족으로 번호가 노출되지 않았다고 변명하겠지만, 세금을 더 써도 인지도는 높아진다는 보장이 있을까. 과거 신고전화를 빅데이터로 돌려서 과연 유용한 번호였는지 확인할 수도 있다. 긴급 구호전화는 사용자인 국민이 편하고 안전하게 구호받을 수 있는 번호로 일원화하고, 그 일원화 시기를 가능한 한 앞당겨 운영해야 한다.
  • [의정 포커스] 장창익 은평구의회 의장 “지역사회 위한 ‘공부벌레 의회’ 만들 것”

    [의정 포커스] 장창익 은평구의회 의장 “지역사회 위한 ‘공부벌레 의회’ 만들 것”

    “구의회가 지역사회에 빛과 소금 역할을 하려면 공부하는 의원들이 많아야 합니다.” 서울 은평구의회 장창익(56) 의장은 18일 “게으르면 주민들에게 인정받지 못한다. 구의원 19명 의원 모두 지역 발전과 집행부 견제를 위해 세미나와 공청회 등을 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다음달 정례회 전에 상임위별로 지역 현안을 공부하기로 했다. 해당 부서장에게 브리핑을 받겠다는 것이다. 장 의장은 “지역 현안 사업을 알아야 낭비를 줄일 수 있다”면서 “서울혁신파크나 수색역세권 개발 등 각 사업에 대해 공부하는 시간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지방자치연구회 등의 강사를 초청해 지방자치의 기본과 예산 심의에 대해 알아보는 자리도 마련할 계획이다. 한 달에 각 의원이 한 권씩 신청하는 열린 도서도 구의원의 업무나 자세에 대한 도서로 신청하기로 했다. 개인적인 생활을 위한 책 일색이어서다. 나아가 다 읽은 책은 구의회 사무국 한쪽에 모아 구의원들을 위한 미니 도서관을 만들 예정이다. 그는 “다음달부터는 서로 업무에 필요한 책, 의원으로서의 자세를 돌아볼 수 있는 도서 등을 사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덧붙였다. 장 의장은 서울시립대 총학생회장을 지내며 학생운동에 헌신했다. 대학 졸업 후 금융업계에 종사하면서 노동운동에 투신했다. 김대중 정부 때 노동조합의 정치 참여가 허용되면서 금융노련 조합원 중 최초로 현직을 유지하며 구의원에 당선됐다. 2006년 7월 은평구의회에 입성했다. 3선으로 초선 때 운영위원장, 재선 때 부의장을 지내기도 했다. 2012년과 지난해 연속 매니페스토 약속대상 기초의원부문 최우수상을 받았을 정도로 실력을 검증받은 ‘엘리트’ 지방의원이다. 또 같은 기간 구 직원들에게 ‘베스트 구의원’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장 의장은 “집행부가 지역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부분엔 격려와 지원을 아끼지 않겠지만 주민 혈세를 낭비하는 부분엔 칼질을 서슴지 않겠다. 서로 견제하면서도 존중하는 새로운 관계를 정립하겠다”고 끝맺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사설] ‘식물국회’, 졸속 결산 재연해선 구제불능이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결산심사소위원회가 어제부터 2013회계연도 결산안 심사에 들어갔다. 이번 심사는 박근혜 정부의 첫 예산이 대상인 만큼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정부에 대한 결산 심사권은 국회의 핵심 권한 가운데 하나다. 결산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국정감사와 내년도 예산안 심사 역시 부실해질 가능성이 있음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국회 본연의 임무인 예산·결산 심사가 뒷전으로 밀려서는 안 되는 이유다. 부디 올해는 ‘졸속 결산’, ‘지각 결산’이라는 구태를 재연하는 일이 없길 바란다. 여야는 지난해에는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의혹을 둘러싸고 정쟁을 벌이는 바람에 2012회계연도 결산안을 11월에야 통과시켜 적잖은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올해도 세월호 정국에 막혀 지난해 집행한 정부 예산을 제대로 심의·의결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 결산심사소위원회의 일정은 단 나흘에 불과하다. 여야 각 4명씩 8명의 소위원회 의원들이 51개 부처 349조원의 예산을 심사해야 하기에 하루 평균 10개 부처 이상 처리해야 한다. 며칠 만에 대충 보고 넘기는 수박 겉핥기식 처리로 행정부에 대한 감시·견제를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나 다름없다. 이번에는 결산심사 일정이 촉박한 바람에 공청회를 통한 전문가들의 의견 청취도 하기 힘든 것으로 전해진다. 국회법에 의해 결산안은 정기국회가 시작되는 9월 1일 이전 처리해야 한다. 물리적으로 오늘까지가 회기인 7월 임시국회에서는 처리가 불가능하다. 오늘 본회의를 열어 세월호 특별법 등 쟁점 법안들을 처리해 8월 임시국회가 순조롭게 진행되기를 기대한다. 2004년 조기결산제도가 도입된 이후 여야가 시한을 지킨 것은 2011년 단 한 번뿐이다. 국회의원들이 행정부가 지난 1년간 국민 세금을 허투루 쓰지는 않았는지에 대해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왜 이럴까. 의원들이 선심성 예산을 챙기는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정부는 세출구조조정으로 예산을 절약한다는 계획을 세우곤 하지만 쉽지 않다고 하소연한다. 의원들이 지역구 챙기기 차원에서 사회간접자본시설(SOC) 예산 등을 증액하는 일이 많아서다. 결산 심사 과정에서 정부의 돈 씀씀이에 문제가 드러나면 국회는 정부에 시정을 요구할 수 있다. 감사원에 특별감사를 청구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날림 결산’을 하는 것이 관행화되다시피하면서 이런 제도는 유명무실한 상태다. 지역의 민원성 끼워넣기 예산 편성을 막을 수 있는 근원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럴 때 예산안 심사에 못지않게 결산에 대한 관심도 끌어올릴 수 있다고 본다. 국회에 계류 중인 페이고 법안(Pay-Go)은 반드시 처리돼야 한다. 선심성 예산은 국가 채무의 주범이다. 한정된 예산을 우선순위에 의해 투입해야 하는 이유다. 불요불급한 예산 증액으로 서민층 지원 예산이 줄어들어선 안 된다. 복지 수요는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반면 경기 침체로 세수는 부족한 실정이다. 최경환 경제팀은 경기 대응을 위해 내년에도 적자재정 확대를 감수하겠다는 입장이어서 국가 부채가 늘어나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세금으로 갚아야 하는 적자성 국가채무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여야는 지난 6월 국회 예결위를 사실상 상설화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취지가 퇴색하지 않도록 결산 심사에 각별한 관심을 갖기를 당부한다.
  • 변리사 시험제도 개편안 논란

    변리사 시험제도 개편안 논란

    특허청이 2018년 시행을 앞두고 마련한 변리사 시험제도 개편안에 대해 변리사회와 수험생 등이 반대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특허청은 “응시자들의 부담을 줄이면서 실무 능력을 제고했다”는 설명이지만 업계는 “진입장벽을 낮추는 결과”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18일 특허청과 대한변리사회에 따르면 개편안의 쟁점은 1차 시험 ‘자연과학개론’과 2차 시험 선택과목에 대한 ‘패스·페일(통과제)제’ 도입이다. 특허청은 자연과학개론 과목을 이공계 기초지식 검증이라는 취지에 맞춰 일정학점 취득 때 면제하고 대학 재학생 등 미이수자와 인문계 응시자도 기준점수(50점)만 넘으면 통과시킨다는 방침이다. 자연과학개론이 1차 시험의 당락을 좌우할 정도로 부담이 크다는 점을 고려해 총점 합산에서는 제외했다. 2차 시험의 선택도 과목이 19개에 달하는 데다 과목 간 난이도 편차가 커 형평성 논란이 제기됨에 따라 기준점수(50점)를 도입하고 총점에서 제외하는 방식으로 바꿀 계획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구대환 교수는 “통과제는 변리사의 기술적 소양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에 현행대로 유지돼야 한다”면서 “변리사가 변호사와 구분되는 이유는 발명에 대한 기술적 지식과 이를 통한 발명의 권리화 및 특허소송 등 법률 분쟁에 대한 대응 능력”이라고 지적했다. 또 3대 산업재산권이면서 2001년 2차 시험 선택과목으로 바뀐 ‘디자인보호법’의 필수과목 환원 요구가 거셌다. 그러나 특허청은 2차 필수가 4과목으로 늘어 수험 부담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난색을 보인다. 이 밖에 2차 시험 실무형 출제에 대한 ‘실효성’ 논란도 지적됐다. 현재 시험 합격 후 1년간 수습을 거치고 변리사 등록 후 의무적으로 2년에 24시간 보수교육을 받는데 시험으로 실무능력 평가가 가능하겠느냐는 반문이다. 변리사법 개정안에 담긴 시험면제 제도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 마련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변리사회 관계자는 “특허청의 개선안은 현장의 목소리뿐 아니라 개선 방향과도 맞지 않다”면서 “공청회 등에서 제기된 내용을 종합해 공식 의견을 전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허청 관계자는 “개선안은 수요자의 입장을 반영해 전문성을 높이고 이론 위주 평가에 따른 실무능력 검증의 한계를 줄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서 “관계 부처와 업계의 의견을 수렴한 뒤 9월 초 최종안을 입법예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오늘 69주년 광복절] “日은 한일협정 핑계 배상 않고 韓 정부는 피해자 배상금 횡령”

    [오늘 69주년 광복절] “日은 한일협정 핑계 배상 않고 韓 정부는 피해자 배상금 횡령”

    “또다시 광복절이 돌아왔지만 일제 피해자들은 아직도 진정한 광복을 맞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14일 대구에서 만난 최봉태(52) 변호사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그는 1990년대 후반부터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 등 일제 피해자들을 도와 일본과 한국 정부 등을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독립군’이다. 최 변호사는 “일본 정부는 1965년 한일협정을 핑계로 계속해서 배상을 미루고 있고, 한국 정부는 어설픈 협정을 맺어 피해자들에게 돌아가야 할 배상금을 ‘횡령’했다”면서 “수십 년째 가슴에 응어리를 가지고 살아가는 피해자들을 위해 양국은 감정싸움은 이제 그만 접고 진정한 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제 피해자들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94년 떠난 일본 유학이 계기가 됐다. 그는 “유학 당시 만났던 일본인 변호사들이 우익 세력에게 ‘너는 일본인이 아니다’라는 소리를 들으면서까지 소송 중인 피해자들을 돕는 모습을 보고 한국 변호사로서 부끄러움을 느꼈다”면서 “일본인 변호사들이 ‘과거사 문제를 정리하는 것은 일본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기 때문에 나야말로 진정한 애국자’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많은 생각을 했다”고 돌이켰다. 1997년 귀국한 그는 본격적으로 일제 피해자 돕기에 뛰어들어 여러 소송에서 쾌거를 이뤄 냈다. 2004년 2월 한일협정 문서 정보공개 소송 승소, 2011년 8월 정부의 위안부 문제 방치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 2012년 5월 일본 전범기업인 미쓰비시가 일제 강제 징용 피해자들에게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 등을 이끌어 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이러한 공로를 인정해 최 변호사를 최근 제45회 한국법률문화상 수상자로 결정했다. 최 변호사는 그러나 “우리나라 변호사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고 상을 받았다”면서 “피해자를 위해 애쓰고 있는 일본인 변호사들이 받아야 한다”며 공을 돌렸다. 아직도 갈 길이 멀었다는 그는 요즘 ‘2+2재단’ 설립에 몰두하고 있다. 일본 정부와 기업, 한국 정부와 기업이 모여 일제 피해자를 위한 재단을 만들자는 것이다. 최 변호사는 “일본변호사협회와 대한변협이 제안해 새누리당 주호영 의원실과 함께 논의하고 있다”면서 “이미 공청회까지 마친 상태로 세부 사안에 대한 조율이 마무리되면 법안을 발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최 변호사는 일제시대 우리 조상들이 독립을 위해 애썼던 것처럼 앞으로도 일제 피해자들의 진정한 광복, 진정한 독립을 위해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서울과 사무실이 있는 대구를 오가는 일이 힘들지 않냐고 묻자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일제시대엔 독립운동을 하면 집안이 쑥대밭이 됐어요. 그분들이 하신 일에 비해 1만분의1도 못하고 있는데 힘들다는 소리 하면 천벌받습니다.” 글 사진 대구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軍 병영문화 혁신] 軍 사법제도 개혁안·장병 복지 대책 빠져… 실효성 있을까

    [軍 병영문화 혁신] 軍 사법제도 개혁안·장병 복지 대책 빠져… 실효성 있을까

    국방부가 13일 발표한 병영문화 혁신 방안은 병사 상호 간 명령·지시 금지를 법제화한 군인복무기본법의 제정과 제3자가 병영 내 부조리를 신고하면 포상하도록 한 ‘군(軍)파라치’ 제도 등 20개 과제를 담았다. 하지만 군내 대형 사건·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내놓은 백화점식 ‘단골 메뉴’라는 점에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병사들의 근본적인 복무 스트레스를 줄이는 시설개선이나 복지확충 등에 관한 계획도 제시되지 않았다. 이른바 장병 기본권 등을 담은 군인복무기본법이 제정되면 육군이 2003년 8월 병사들끼리 명령이나 지시, 간섭을 금지하도록 한 ‘병영생활 행동강령’을 각 부대에 알린 지 11년 만에 법제화를 이루게 된다. 군은 여당이 주도한 ‘군인복무기본법’과 야당 주도의 ‘군인지위 향상에 관한 기본법’ 등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의 통과를 지원하는 형식으로 법제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절차가 복잡한 정부입법 대신 의원입법을 통해 가능한 한 빨리 법제화하겠다는 의미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두 법안이 공청회까지 거치는 등 상당 부분 진전이 됐고, 우리 의견도 상당 부분 반영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군 인권 향상만을 위한 법은 안 된다”고 밝혀 향후 논의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짐작하게 했다. 군은 ‘22사단 GOP 총기난사’ 사건을 계기로 GOP 경계근무 환경을 개선하기로 했다. GOP에 과학화 장비를 도입해 평소에는 최소한으로 초소를 유지하고 경계근무 투입 병력의 휴식을 보장하도록 한다는 의미다. 군은 또 GOP 부대 병사에 대한 면회제도를 신설하기로 했다. 관심병사의 잇따른 자살로 관련 제도에 대한 개선안도 이번 계획에 담았다. 2016년까지 임상심리사를 27명에서 87명으로 늘리는 등 현역 입영 대상자 판정을 위한 전문 인력을 대폭 확대하고, 집단따돌림 식별을 위해 병사 간 상호인식검사 제도도 도입하기로 했다. 또 현재 4단계인 현역복무 부적합 처리 절차를 2단계로 축소한다. 하지만 민간의 견제기구인 군 옴부즈맨 제도 도입이나 군 사법제도 개혁안은 이번 대책에서 빠져 근본적인 대책 마련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열악한 병영시설 개선이나 장병 복지 확대 등도 이번 혁신안에서 빠졌다. 군 옴부즈맨과 관련, 국방부 관계자는 “권한을 지나치게 주고, 국민권익위 등의 기능과 중복된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과거 유사한 대책이 나왔지만, 보안이나 작전 등 ‘군의 특수성’을 이유로 무산된 전례에 비춰 보면 이번 혁신안이 실제로 추진될지도 미지수다. 당장 군은 GOP 경계 제도를 바꿔 30~40%의 병력을 절감하겠다고 밝혔지만, ‘경계작전 공백’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군이 내놓은 ‘제3자에 의한 신고 포상’ 제도는 포상 방안으로 휴가가 검토되지만 오히려 제보자를 드러내는 꼴이 될 수 있다. 또 우수 소대장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간부 역량 강화 방안이나 인성교육 강화 등은 과거 대책에서 이미 반복됐던 내용들이다. 송기춘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휘관의 인식 변화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이번 대책에는 이와 관련한 내용이 부족하다”면서 “과거 군이 내무생활을 대기가 아닌 주거 개념으로 바꿀 필요성도 제기했지만, 이 같은 내무생활과 관련한 대책도 없다”고 지적했다. 안석 기자 ccto@seoul.co.kr
  • [생각나눔] 재범 예방 위해 ‘보호수용제’ 도입한다는데…

    [생각나눔] 재범 예방 위해 ‘보호수용제’ 도입한다는데…

    형기를 마친 흉악범을 또다시 일정 기간 사회에서 격리시키는 보호수용제도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 2005년 폐지된 보호감호제도의 ‘회전문식 부활’인 셈이어서 찬반 논쟁이 뜨겁다. 보호감호제도와는 달리 격리 대상을 흉악범만으로 제한하고, 수용자의 자율권도 최대한 보장할 계획이라지만 이중처벌, 인권침해 소지가 다분하다는 반대론도 만만치 않다. 31일 법무부에 따르면 보호수용제도는 아동 성폭력범, 상습 성폭력범, 연쇄 살인범 같은 흉악범의 경우 형기를 마쳐도 재범 가능성이 높으면 별도로 수용해 관리·감독하는 제도다. 검사의 청구로 법원이 결정하며 최장 집행기간은 7년이다. 정부는 전자발찌와 약물치료 등 사회 내 보안 처분만으로는 급증하는 흉악범죄 대응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보호수용제도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인권침해 소지를 없애기 위해 자치 생활도 보장하고 심리상담센터도 운영해 가족 관계 회복 활동 등도 지원하기로 했다. 승재현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수용자가 근로 신청을 하면 최저 임금을 보장해 이들이 사회에 나갈 때 2000만~3000만원의 목돈도 마련할 수 있다”면서 “국민에게는 안전을 제공하고 범죄자들에게는 사회 복귀를 돕는 윈·윈 제도”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형 집행 이후에도 사실상 인신구속 상태를 유지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비판도 나온다. 전두환 정권 초기인 1980년 도입됐다가 2005년 폐지된 보호감호제도와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1996년 11월 “보호감호는 형법과 다른 보안 처분으로 이중처벌 금지 및 비례성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며 합헌 결정을 내렸지만 사회 분위기가 바뀌고 또 헌재 재판관 구성이 달라진 만큼 또다시 헌법소원이 제기되면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990년대는 아직 공안 분위기가 남아 있던 때로 위헌이라 명시하긴 어려웠을 것”이라면서 “이름을 바꾸고 처우를 개선한다 해도 인신을 구속하는 제도를 새로 만드는 건 문제”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기존 교도 행정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참여연대 공익제보지원센터 부소장인 이상희 변호사는 “또 다른 방식의 교도소를 만드는 것은 기존 교도소의 교육, 사회화 기능의 실패를 자인하는 꼴”이라면서 “현재 문제가 많은 교도 행정을 개선하는 차원에서 흉악범들의 재범 방지를 모색하는 게 인권침해를 피하며 해답을 찾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한편 법무부는 이날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보호수용제도 도입 관련 공청회를 개최한 데 이어 앞으로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해 보호수용법 제정안을 확정한 뒤 오는 12월 국회에 법률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주민번호 유출로 피해발생 땐 변경 허용

    주민번호 유출로 피해발생 땐 변경 허용

    이르면 내년부터 주민등록번호가 유출돼 피해가 발생했거나 피해 발생 우려가 큰 경우 주민번호의 변경이 허용된다. 또 정보유출 책임자에게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적용돼 피해액의 3배까지 배상하도록 하고, 개인정보 유출로 얻은 범죄수익은 몰수·추징된다. 안전행정부는 3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개인정보 보호 정상화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대규모 유출 때 피해가 우려됐던 주민번호는 유출로 피해가 발생했거나 피해 우려가 크다면 변경을 허용하기로 했다. 현재 주민번호 오류 정정이나 말소 재등록 절차는 있지만 변경은 허용된 적이 없다. 주민번호 체계의 전면 개편 문제는 혼란과 악용 가능성, 국민 불편이 수반될 수 있는 만큼 곧 열리는 공청회 등에서 의견을 수렴해 결정하기로 했다. 법률적 근거 없이 주민번호를 수집하면 최대 30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하는 법령은 오는 7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각종 회원 가입이나 계약 체결 등에서 주민번호 대신 본인 확인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는 마이핀(My-PIN) 서비스도 시행한다. 처벌도 대폭 강화된다. 고의·중과실로 개인정보를 유출한 기관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에 따라 피해액의 3배까지 배상금을 물도록 했다. 피해자가 피해액을 구체적으로 입증하지 못하더라도 법원에서 300만원 이내에서 손쉽게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한 ‘법정 손해배상제도’도 시행된다. 이와 함께 부정한 방법으로 손에 넣은 개인정보를 영리 목적으로 유통시키다 적발되면 10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을 부과할 수 있게 처벌을 강화하는 한편 개인정보 불법 유출·유통으로 얻은 범죄수익은 끝까지 추적해 몰수·추징할 방침이다. 안행부는 아울러 개인정보보호법을 중심으로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 등 관련 법률의 적용 대상을 명확히 하고, 개별 법률상 유사·중복되는 규정과 제재 수준을 정비할 계획이다. 또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조정 기능을 강화하고, 전문인력 보강도 추진한다. 안행부 관계자는 “이 같은 대책을 담은 법률 개정안을 정기국회에 제출하고 연내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라면서 “업계가 정보유출 손해배상 제도에 대비할 수 있도록 1년 정도 유예 기간을 두고 시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현석 기자 hyun68@seoul.co.kr
  • 주민번호 변경 허용 방안 마련…개인정보 유출로 범죄 피해 가능성 클 경우

    주민번호 변경 허용 방안 마련…개인정보 유출로 범죄 피해 가능성 클 경우

    ‘주민번호 변경 허용’ 주민번호 변경 허용 방안이 마련된다. 개인정보 유출로 주민번호가 범죄에 사용되면서 발생할 피해를 막기 위해서다. 정부는 31일 오전 세종청사에서 정홍원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이러한 내용을 담은 ‘개인정보보호 정상화 대책’을 확정해 발표했다. 현재는 한번 부여된 주민번호는 가족관계등록부의 변동이나 번호에 오류가 있는 경우에만 정정할 수 있지만 ▲사고 등으로 주민번호가 유출·도용·변조돼 생명·신체를 해치거나 재산상 중대한 피해를 입을 것이 확실하다고 인정되는 사람 ▲성폭력 피해자로서 주민번호 유출로 피해 가능성이 클 것으로 인정되는 사람 등에 대해서는 제한적으로 변경을 인정하기로 했다. 다만 시행 시기는 신청절차와 세부 적용기준 등 방안을 준비하고 주민등록법 개정이 완료된 이후로 할 계획이다. 또 주민번호 관리체계에 대한 전면 개편에 대한 사회적 요구에 대해서는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인 만큼 공청회(9월) 등 의견수렴을 거쳐 올해 안에 결론내릴 방침이라고 정부는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승용차 요일제 ‘얌체족’ 기승…내년 자동차세 감면보상 폐지

    서울시는 승용차 요일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제도 정비에 나선다고 27일 밝혔다. 승용차 요일제는 월∼금요일 중 시민 스스로 쉬는 날을 정하고 전자태그를 차량에 붙인 후 해당 요일에 차량을 운행하지 않는 제도로, 시내 등록차량 237만대 중 33%인 79만대가 가입돼 있다. 그러나 일부 가입자가 혜택만 받고 전자태그를 떼거나 운휴일을 위반하는 사례가 발생해 제도 정비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따라서 시는 서울연구원 학술용역과 전문가 간담회, 시민 공청회 등을 거쳐 내년부터 자동차세 5% 감면 보상을 폐지하고 전자태그를 5년마다 갱신하기로 했다. 또 오는 9월부터 승용차를 평소보다 덜 몰아 주행거리를 줄이면 자동차 보험료 할인 등 인센티브를 주는 ‘드라이빙 마일리지제’를 시범 운영한다. 강희은 시 친환경교통과장은 “일주일 중 하루를 통째로 운행하지 못해 불편했는데 드라이빙 마일리지제를 도입해 탄력적으로 운행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울릉군 특정 선사에 유류비 지원 특혜 논란

    울릉군 특정 선사에 유류비 지원 특혜 논란

    경북 울릉군이 포항~울릉 여객노선을 단독 운항하는 선사에 사상 처음으로 수억원의 겨울철 유가 보조금 지원을 추진해 특혜성 논란이 일고 있다. 울릉군은 올해부터 겨울철(12~2월) 울릉도와 육지를 잇는 유일한 교통수단인 정기여객선(포항~울릉) 썬플라워호선사에 유가 보조금 5억원(국비 3억 5000만원, 지방비 1억 5000만원 예상) 정도를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25일 밝혔다. 이를 위해 최수일 울릉군수가 최근 해양수산부를 방문해 관련 국비 지원을 요청했다. 또 다음달부터 지원을 위한 원가 산출 기본용역 및 조례 제정 등의 작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는 비수기인 겨울철 포항~울릉 간의 정기여객선이 적자 운항 등을 이유로 자주 결항해 섬 주민과 관광객들의 발이 묶이고 우유·계란 등 일부 생필품까지 품절되는 등 매년 생활 불편이 되풀이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4년간 겨울철 포항~울릉 간 여객선의 결항일수는 총 179일에 이른다. 2010년 40일, 2011년 48일, 2012년 47일, 지난해 44일 등이다. 이틀에 한번 꼴로 결항한 셈이다. 포항~울릉 간 여객노선은 ㈜대저해운의 썬플라워호(2394t, 정원 920명)가 독점한다. 이 여객선이 매년 겨울 선박정비와 검사에 따라 1~2개월간 휴항할 때면 씨플라워호(584t, 423명) 등이 대체 투입된다. 대저해운은 지난 2월 대아고속해운이 운영하는 포항~울릉 정기여객선 사업을 매입했으며, 대아고속해운의 썬플라워호를 임대해 포항~울릉 노선에 투입하고 있다. 대아고속해운은 지난 5월 씨플라워호를 강릉~울릉 여객선사인 ㈜씨스포빌에 매각했다. 이런 가운데 군이 1912년 울릉도에 첫 여객선 항로가 개설된 뒤 100여년 만에 처음으로 유가 보조금 지원 방안을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군은 지금까지 주민공청회 개최나 경북도의회, 울릉군의회 등과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 게다가 군은 대저해운이 대체 여객선을 확보하지 않는데도 보조금 지원 방안부터 서둘러 추진하고 있다. 울릉 주민 등은 “울릉군이 주민 이동권 보장을 명분으로 앞세워 세금으로 특정 여객선사에 특혜를 주려 한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면서 “유가 보조금 지원 문제는 투명하고도 객관적인 절차를 거쳐 신중히 결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 주민은 “민간 항로에는 보조금 지원이 어려운 것으로 아는데 무슨 근거로 추진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특혜는 있을 수 없다”면서 “겨울철 썬플라워호 휴항 시 대체 여객선 확보 문제 해결을 위해 오는 9월쯤 경북도와 해당 여객선사 등과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울릉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교육 개편 앞두고… “보도블록 교체보다 더 잦다”

    2015 교육과정에 해당하는 ‘문·이과 교육과정 개편’ 작업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현장에서는 교육과정 개편이 너무 잦다며 볼멘소리가 나온다. 과학계는 과학 교육의 축소를 막겠다며 단체 행동에 나선 가운데 개편 일정마저 계속 연기되고 있다. 22일 교육부에 따르면 다음달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 총론에 대한 주요 사항을 발표할 계획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총론에는 교과별 교육과정 개발을 위한 방향을 담는다”면서 “교과목명, 기본 이수 단위 등이 발표될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오는 9월까지 공청회를 열고 논의를 거쳐 내년 9월쯤 2015 개정 교육과정을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교육과정을 보도블록보다 더 자주 바꾼다”는 불만이 터져나온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과정도 큰 폭으로 개편됐다는 것이다. 당초 노무현 정부에서 만든 2007 교육과정이 2015년까지 연차적으로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이명박 정부는 2009년 총론을, 2011년 총론과 교육과정을 바꿨다. 박근혜 정부는 현재 진행 중인 교육과정이 현장과 괴리가 있고 사회적 요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며 올 1월부터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바뀐 교과서는 2017년부터 적용하게 된다. 하지만 2011 교육과정이 연차적으로 시행돼 2016학년도에 완성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성급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서울 시내 한 사범대의 교수는 “교육과정은 과목 숫자나 수업 시간(시수) 등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학년마다 달라지고 있다”면서 “교육을 1년 단위로 실험하며 바꾸는 게 무슨 정책이냐”고 반문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초등학교 교사 1500여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94.6%가 교육과정 개정에 반대했다. 개정 방향을 두고도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 등 18개 과학기술 단체들은 지난 21일 ‘교육과정 개정 연구위원회’의 해체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부섭 과총 회장은 “문·이과 통합 교육이라는 취지에 맞지 않게 과학 과목의 비중이 계속 줄고 있다”면서 “연구위원회 전원이 문과 출신 교육학자인데 과학 교육의 중요성을 누가 알겠느냐”고 주장했다. 그동안 교육과정 개정 과정에서 과학 과목 이수 시간은 계속 줄어들었다. 2009년 주당 15시간에서 현재는 10시간이다. 연구위는 2015 교육과정에서 국·영·수는 각각 12.25시간, 사회 과목은 10시간에서 16시간으로 확대하면서도 과학은 10시간으로 유지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교육부는 개편 방안은 연구위에 맡겼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특히 이달로 예정됐던 총론 발표가 다음달로 밀리고, 9월 공청회도 연기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명수 장관 후보자 사퇴 및 황우여 장관 후보자 청문 절차 등이 이어지면서 업무 공백이 장기화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미래를 창조하는 학과] 한국폴리텍대학-성남캠퍼스 신소재응용과

    [미래를 창조하는 학과] 한국폴리텍대학-성남캠퍼스 신소재응용과

    폐과 위기에 내몰렸던 한국폴리텍대학 성남캠퍼스에 있는 신소재응용과(옛 컴퓨터응용금속과)가 삼성·LG디스플레이가 탐낼 만한 유명학과로 변신하는 데 성공했다. 2005년 최병도 교수 주도 아래 컴퓨터응용금속과의 명칭을 신소재응용과로 바꾸고 교육내용도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의 신기술 분야로 크게 변경하면서 나타난 결과다. 학과 개편 전 컴퓨터응용금속과를 졸업한 학생들은 중소규모 주물공장이나 열처리업체에 취업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나마 열악한 근무조건을 견디지 못하고 중도하차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러나 학과 개편 뒤에는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 세계 초일류 디스플레이 대기업과 현대제철 같은 국내 최고 금속기업 등으로 진출하고 있다. 이러한 놀라운 성과가 계속되자 입학생들에게도 변화가 일어났다. 2014학년도 모집 지원자들의 평균 학생부 성적이 3등급을 웃돌았고, 인문계고교 출신과 여학생들의 지원율도 높아졌다. 각종 지표에서도 학과 개편으로 인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모집경쟁률은 2004학년도 2.38대1에서 2014학년도에는 4.8대1로, 양성률은 48.3%의 저조한 수치에서 98%(60명 중 59명 졸업)로 크게 높아졌다. 취업률은 58.6%에서 82%(2013년 2월 졸업생 기준)로 획기적으로 올라갔다. 더욱이 기업에서 신제품 개발을 위한 연구를 위해 대학 실험실을 빌려 쓰고, 신기술 교육 등 재직자 훈련을 위해 위탁하는 대학으로까지 발전했다. 이는 산업과 기술 변화에 뒤처지지 않고 기초 기술에 최신 기술을 접목하는 대담한 도전을 통해 가능한 일이었다는 게 대학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9년 전 이 학과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최 교수는 이대로 가다가는 폐과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판단 아래 담당 학과의 혁신 작업에 착수했다. 단순히 학과 명칭과 교과 내용 일부를 바꾼다고 해결될 게 아나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우리나라 디스플레이 부품 기업의 60%가 수도권에 있어 성남캠퍼스는 지리적으로 디스플레이 분야에 최적화된 곳에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특히 컴퓨터응용금속과에서 가르치던 박막공학, 신소재합금 등의 과목은 디스플레이 및 반도체 제조공정 분야에서도 활용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교수들은 기존의 중화학공업 중심의 교과목을 줄이고 디스플레이 소재 분야의 교과과정을 도입했다. 기초기술부터 첨단기술에 이르는 광범위한 기술교육을 실시하게 된 것이다. 문제는 당시 교수진의 디스플레이에 대한 기술력이 떨어진다는 점이었다. 결국 택한 게 ‘교수들도 배워야 한다’였다. 교수진 먼저 국내 최고 수준의 4년제 대학들과 한국전자부품연구원에서 전문기술에 대한 연수를 받고 다른 대학의 시설과 장비는 물론 교수법을 벤치마킹했다. 기업체에서 신입사원들과 함께 PDP·LCD·OLED·FLEXIBLE 패널의 제조공정 실무를 배우고, 대학에서는 광학필름과 패널 구동에 대한 연수를 마쳤다. 디스플레이 분야는 ‘전자기술’이라는 편견을 깨고 소재적인 측면에서 접근, 교수들이 전문성을 가질 수 있었다. 이 때문에 현재는 외부 전문강사 없이 내부 교직원이 고급 수준의 재직자 훈련을 할 수 있는 수준에까지 올랐다. 신소재응용과는 2005년 9월 정부가 추진하는 성장동력특성화대학에 선정돼 4년간 40억원을 지원받았다. 우리나라 최고 수준의 디스플레이 제조공정실습실을 구축하기 위해 산업체와 대학 전문가 공청회를 개최하고 연차별 장비구축 계획도 수립했다. 마침내 2007년 기업에서도 놀랄 만한 수준의 클린룸을 완비한 디스플레이 제조공정실습실과 신기술장비를 구축할 수 있었다. 4년제 대학 이상 규모로 디스플레이 분야의 패널 제조 전 공정과 특성평가까지 원스톱으로 실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등의 기업과 4년제 대학들도 성남캠퍼스 신소재응용과의 실습 장비 활용을 위해 산학·학학 협력을 요청할 정도로 유명 대학이 됐다. 박은지(2년)씨는 “평소 디스플레이 분야에 관심이 많아 지원했으며 실습 위주 교육이라 이론을 배우고 익히는 데 대단히 만족한다”고 말했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재계 “발전부분에서만 13조 추가 부담”

    재계 “발전부분에서만 13조 추가 부담”

    내년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의 시행을 앞두고 자동차·철강·석유화학·기계·정보통신·반도체·디스플레이·섬유 등 국내 총생산의 90% 이상을 좌우하는 23개 업종별 단체가 집단 반발한 것은 그만큼 이 제도가 몰고 올 파장이 크다는 것을 말해준다. 정부가 불청객을 자처하며 재계의 관련 기자회견에 3개 부처 국장급 고위관료를 급파한 것 역시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재계는 정부가 충분한 의견 청취를 하지 않았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재계 한 고위관계자는 “2011년 2월 관련 법안이 나온 이래 3년이 넘도록 국무총리실, 기획재정부, 환경부 등에서 불러서 이리저리 끌려다녔을 뿐 언제 한번 속 시원하게 얘기한 적이 없다. 매번 정부 훈육만 듣고 다녔다”고 토로했다. 정부는 지난달 2일 법시행 6개월 앞두고 열린 최종 공청회에서 재계의 반발만 확인했을 뿐이다. 때문에 ‘배출권 할당위원회’의 계획은 줄줄이 미뤄졌다. 지난달 말까지 할당계획을 확정하기로 한 것도, 7월 말 ‘업체고시’, 8월 말 ‘할당신청서 접수 등도 기약이 없다. 정부의 실무준비 역시 미진했다. 배출권 거래 비용이 사실상 ‘세금 거두기’인데도 명확한 산출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정부는 2009년과 2013년 두 차례에 걸쳐 온실가스 배출전망치를 책정했을 뿐 지난해 얼마큼 온실가스가 배출됐는지 정확한 수치조차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 올 1월 나온 2015~2017년 탄소배출권 총량인 16억 4000만t이라는 기준도 2009년을 기준으로 나온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문제는 정부가 산정근거와 과정을 명확히 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국제 신인도, 국무회의 통과 등을 운운하면서 제도시행을 밀어붙이려고 하려는 것”이라고 답답해했다. 이명박 정부 최대 업적 중 하나로 꼽히는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 유치 때문에 법 제정과 시행을 무리하게 추진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2012년 정부는 GCF 사무국을 인천 송도에 유치하면 8000억 달러의 기금이 모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현재 각국이 출연한 기금은 미미하다. 사실 온실가스 배출 상위 10개국 가운데 영국과 독일 정도만 전국 단위로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하고 있을 뿐 나머지 나라들은 아예 도입 계획조차 갖고 있지 않다. 독일과 영국은 이미 30여년 전부터 온실가스 감축을 추진해온 나라들로 1990년과 2009년을 비교했을 때 온실가스가 각각 21.1%, 15.2% 감소한 나라들이다. 반면, 한국은 이 기간 124.8% 온실가스가 급증했다. 갑작스러운 감축으로 후폭풍이 클 수 있다는 의미다. 재계에 따르면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배출권 거래제가 시행되며 2015년부터 3년 동안 기업들은 배출권을 사기 위해 27조 5000억원의 과징금(t당 10만원 상한 기준)을 물어야 한다. 특히, 원전발전 비중 감소 등으로 화석연료 발전이 늘어남에 따라 발전 부문에서만 13조원의 추가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이선화 한국지방세연구원 연구위원은 “(해당 제도가 시행되면) 2007년 매출기준으로 제조업 분야에서만 최대 수십조원에 이르는 추가 부담이 발생할 우려가 있어 제도 시행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농식품부 “쌀관세화 외 대안 없다” 농민단체 “한국의 식량주권 붕괴”

    농식품부 “쌀관세화 외 대안 없다” 농민단체 “한국의 식량주권 붕괴”

    한국의 쌀 시장 개방(관세화) 유예 기간이 올 연말로 끝남에 따라 정부는 오는 9월말까지 세계무역기구(WTO)에 개방 여부, 관세율 등을 통보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와 농민단체 사이의 입장 차이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정부는 쌀 시장을 개방하지 않으면 연간 40만 9000t에 달하는 의무수입물량을 두 배 이상 늘려야 하는 등 쌀 산업에 가해지는 타격이 더 크다는 입장이지만, 일부 농민단체는 식량 주권을 지키기 위해 현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여인홍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은 11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주최한 ‘쌀 관세화 유예 종료 대응에 관한 공청회’에서 “내년(2015년)부터 쌀 관세화로 이행하는 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이고 사실상 대안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쌀 의무수입물량을 늘리는 대신 높은 관세율을 적용해 시장을 개방하는 것이 국내 쌀 산업 보호에 더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여 차관은 “가능한 한 최대치의 관세율을 설정하도록 노력하겠다”면서 “쌀 가격 및 농가소득 감소에 대비해 소득안정장치를 보완하고 수입쌀의 부정 유통을 방지하는 등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박형대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은 “우리나라 식량 자급률이 22%밖에 되지 않고 쌀 자급률도 2011년 80%대로 떨어졌다”면서 “정부는 WTO와 협상도 하지 않고 쌀 관세화 불가피성만 강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쌀 시장 개방은 한국의 식량주권 붕괴를 의미하며 개방하더라도 관세율을 510% 이상으로 설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쌀 시장 개방에 찬성하는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시장을 개방하는 대신 정부가 400% 이상의 고율 관세 적용, 향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시 관세 철폐 품목에서 쌀 제외, 동계논 이모작 직불제 단가 인상, 농업정책금리 1%대 인하 등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의 의견도 찬반으로 나뉘었다. 박동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300~500% 관세를 부과하면 추가 쌀 수입은 미미할 것이며, 쌀 직불제가 있어 농민에게 직접적인 타격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장경호 건국대 경영경제학부 교수는 “쌀 관세율 문제가 FTA 등과 연계될 가능성이 남아 있는 한 쌀 시장을 개방하려는 정부 입장은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전문가들 “김영란법 위헌소지 적다”… 조속시행 건의

    전문가들 “김영란법 위헌소지 적다”… 조속시행 건의

    김영란법(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 원안이 위헌 소지가 적다는 쪽으로 전문가 의견이 모아졌다. 위헌 논란이 해소될 기미를 보이면서 여야 간 이견이 좁혀지는 형국이라 향후 국회 통과 여부가 주목을 받고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10일 ‘김영란법 제정에 관한 공청회’를 열고 이 법안에 과잉처벌 조항이 있는지, 헌법이 금지한 연좌제에 해당하는지 등을 검토했다. 김영란법은 공직사회에서 이른바 떡값이나 스폰서와 같은 부패를 없애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이 시도됐다.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제시한 원안은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을 불문하고 금품을 받은 공무원 및 가족에 대해 수수액이 100만원 이상이면 형벌을, 100만원 이하이면 과태료를 물린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직무 관련성이 입증됐을 때에만 처벌한다’고 변형시킨 정부 수정안(정부안)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최근 청와대와 여야는 원안 쪽에 치중해 논의를 진행 중이다. 공청회에는 법제처, 법원행정처, 법무부, 대한변협, 참여연대, 학계 등에서 8명이 참석했다. 이 가운데 5명은 원안에 “위헌 소지가 없다”며 조속 시행을 당부했다.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본 3명 중 2명은 애당초 원안을 변형시켜 정부안을 만든 법제처, 법무부 소속이다. 이 법이 공직사회 부패 예방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데에는 큰 이견이 없었다. 노동일 경희대 교수는 “현행 뇌물죄를 적용하려면 직무관련성을 입증해야 하는데, 김영란법이 통과되면 부패행위의 사각지대가 해소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부 측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위헌 가능성을 제기한 이성기 성신여대 교수는 “직무와 연관성이 없는 공직자의 금품수수를 처벌하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으로 헌법의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될 우려가 있다”며 위헌 소지를 주장했다. 가족이 금품을 받아도 공직자를 처벌할 수 있게 한 데 대해 장유식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소장은 “현실적으로 당사자보다 가족을 규제하는 게 더 필요할 수 있다”면서 “가족 범위를 명확하게 하면 문제가 없다”고 제안했다. 반면 이 교수는 “헌법상 연좌제 금지 원칙에 반할 수 있다”며 신중한 검토를 주문했다. 법의 적용대상을 사립학교 교직원과 언론인에게까지 확대하는 야당 주장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이 많았다. 공무원만 뇌물죄 적용 대상이 되는 형법과 형평성을 맞추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사립학교, 언론을 포함해 사회 전 영역에서 부패를 근절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데 공청회 참석자 대부분이 뜻을 모았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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