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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광장] 햇볕론 vs 난방론/박대출 논설위원

    [서울광장] 햇볕론 vs 난방론/박대출 논설위원

    태양은 에너지다. 수력·풍력도 태양에서 유래한다. 나무·석유·석탄은 태양열로 생산된다. 태양열은 빛으로 전달된다. 그 빛은 1억 4960㎞ 떨어진 지구를 밝게 한다. 따뜻하게도 해준다. 태양은 대가를 요구하지 않는다. 공짜다. 혜택은 무한하고, 반대급부도 없다. ‘햇볕’을 붙이려면 이런 조건이 필요하다. 대북 햇볕정책을 놓고 갑론을박 중이다. 한쪽에선 폐기를 외친다. 일방적 퍼주기라는 시각이다. 다른 쪽에선 존속으로 맞선다. 평화 비용, 통일 비용이란 개념이다. 양측엔 공통 분모가 있다. 공짜가 아니라는 것이다. 퍼주기든, 비용이든 돈이 든다. 이 때는 햇볕을 붙이면 곤란하다. 돈이 들면 햇볕이 아니다. 그건 난방이다. 햇볕이라고 하면 기만이다. 공짜인 것처럼 포장하는 속임수다. 햇볕정책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원조다. 1998년 영국 런던대 연설에서 처음 사용했다. 강한 바람이 아니라 따뜻한 햇볕이 외투를 벗게 한다고 했다. 바람은 강경책을, 햇볕은 유화책을 상징했다. 햇볕정책은 노무현 정부도 계승했다. 두 정권은 금과옥조로 삼았다. 그런데 통일부와 수출입은행 등의 통계를 보자. 현금 29억 222만 달러, 현물 40억 달러에 이른다. 10년간 북한에 쬐어 준 건 공짜 햇볕이 아니었다. 값비싼 지원이었다. 햇볕정책은 온당치 않다. 난방정책이 맞다. 북한에 준 돈은 어디에 쓰였나. 따져보자. 돈을 받아 왼 주머니에 넣었다. 오른 주머니에도 원래 돈이 있다. 어느 돈을 꺼냈는지는 모른다. 어쨌든 돈을 꺼내 핵폭탄을 만들고, 해안포를 사서 연평도에 퍼부었다. 준 돈은 핵 폭탄, 해안포와 관계가 있는가, 없는가. 결과로 판단하면 된다. 엉뚱한 짓을 할 여윳돈이 생긴 게 결과다. 북한은 가뜩이나 쪼들리는 형편이다. 준 돈의 가치는 더 커진다. 이명박 정부는 퍼주기를 중단했다. 북한은 2차 핵실험으로 협박했다. 지난해엔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도발을 저질렀다. 10년간 북한에 퍼주었지만, 돌아온 건 북한의 도발이다. 돈 주고 뺨 맞은 꼴이 됐다. 대북 강경은 당연한 수순이다. 도발하지 말라고 또 퍼줄 수는 없는 일이다. 평화 비용, 통일 비용이라고 해도 지금 주기는 곤란하다. 북한에 잘못된 메시지를 반복해서 주어서는 안 된다. 일방적 퍼주기는 더 이상 없음을 각인시켜야 한다. 햇볕정책 존폐 논란이 한창이다. 여야 내부도 뒤섞였다. 한나라당에선 남경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이 성과도 인정하자고 주장한다. 홍준표 최고위원은 종북주의라고 발끈한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라고 한다. 정동영 최고위원은 “민주당의 정체성”이라고 맞선다. 자기 반성과 상대 인정이 더 와 닿는다. 햇볕론 고수는 자가당착이다. 종북주의라는 반박은 대결주의 발상이다. 대립·갈등보다는 화해·평화가 낫다. 북 도발은 햇볕정책을 강요하는 몽니다. 더 부릴 공산이 크다. 갑자기 끊으면 금단현상이 생긴다. 북 도발도, 한반도 긴장도 금단현상에서 비롯됐다. 오래 가면 안 좋다. 북한을 따뜻하게 해줄 필요는 있다. 평화 비용을 감수하는 게 현명한 길이다. 장기적으론 통일 비용이 된다. 지금껏 돈을 들여 북한을 덥혀줬다. 굳이 식힐 필요는 없다. 든 돈이 아깝다. 물론 햇볕정책의 허상은 드러났다. 하지만 유효성마저 상실된 건 아니다. 올해 1조 달러 무역시대를 맞는다. 세계 9위로 도약하는 기회다. 국제사회가 한반도를 주시하고 있다. 긴장은 걸림돌이다. 오래 가면 안 좋다. 북한에 줄 만한 여건이 되면 줘야 한다. 그 여건은 저절로 오지 않는다. 적극적으로 찾을 일이다. 북한으로 하여금 무조건 잘못했다고 빌라고 하면 응할리가 없다. 긴장 해소에 도움이 안 된다. 북한을 변화시키고, 대화의 장으로 끌어오려면 유연함이 필요하다. 남북 경제력이 37대1이다. 우리가 좀 더 주는 게 낫다. 멀리 보면 이익이다. 햇볕정책은 폐기돼야 한다. 제3의 길을 찾아야 한다. 햇볕의 기만을 버리고, 정신을 살리는 지혜가 필요하다. 소모 논쟁에 종지부를 찍을 때다. dcpark@seoul.co.kr
  • 아이폰 알람 사흘째 먹통

    아이폰 알람 사흘째 먹통

    지난해 ‘안테나 게이트’로 망신살이 뻗친 애플의 스마트폰 아이폰4가 이번에는 ‘알람 게이트’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정보기술(IT) 전문가들은 아이폰4의 운영체제(OS)인 iOS에 근본적인 결함이 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블룸버그통신,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등 외신들은 3일(현지시간) “아이폰4의 알람이 사흘째 울리지 않았다.”고 일제히 전했다. 아이폰4 사용자들은 지난 1일 설정된 알람이 울리지 않았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이에 대해 애플은 2일 “1일과 2일에 울리도록 설정된 일회성 알람에서 생기는 문제”라며 “3일부터는 정상 작동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애플의 이 같은 설명을 믿었던 사용자들은 3일에도 알람이 작동하지 않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전 세계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는 알람이 울리지 않아 비행기를 놓치거나 회사에 지각했다는 불만 글이 빗발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일부 신형 아이팟에서도 같은 문제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사용자들은 이번 사태가 지난해 아이폰4 출시 이후 불거졌던 안테나 게이트의 반복이라며 애플의 신뢰성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아이폰4는 지난해 6월 출시 직후 휴대전화의 특정 부분을 감싸 쥐면 수신 불량이 발생하는 ‘데스 그립’ 논란에 휩싸였다. 애플은 “문제 없다.”, “소프트웨어 문제”라는 변명으로 일관하다 결국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케이스를 공짜로 공급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알람 사태가 iOS의 날짜 코드 오류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아이폰4는 지난해 유럽의 서머타임이 해제된 이후에도 이를 인식하지 못하는 문제가 생긴 바 있다. 한편,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3일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애플의 주가는 사상 최고치인 330.20달러를 기록했고 시가 총액은 3000억 달러를 넘어섰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속옷만 입고오면 옷 공짜!”…의류업체 대박

    “벗고 와서 입고가세요.” 유럽의 한 유명 의류업체가 하루 동안 옷을 입지 않고 점포를 찾은 고객들에게는 옷을 공짜로 주는 이색적인 행사를 열어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스페인 의류 브랜드 데씨구엘 (Desigual)의 마드리드 점은 지난 2일(현지시간) “벗고 와서 입고가세요.”(Come in undressed and go out dressed)란 이색적인 구호 아래에서 속옷만 입고 온 고객들에게는 공짜로 옷을 나눠줬다. 이날 눈이 내리는 등 추위가 굉장했지만 수영복이나 속옷만 입은 남녀 200여 명이 개장 전부터 대기하고 있을 정도로 열기와 관심이 뜨거웠다. 이날 들어온 고객들은 상의와 하의 각각 한 벌씩 공짜로 얻어갈 수 있었다. 약 200파운드(35만원)어치 옷을 얻은 페드로 소아레스와 이반 실바는 “좋은 물건을 고르려고 새벽 1시부터 8시간을 기다렸는데 충분히 그런 보람이 있었다.”고 말했다. 데씨구엘 측 대변인 비트리즈 알메이다는 “다른 브랜드와는 차별되는 이색적인 마케팅과 세일을 동시에 할 수 있어서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만족해 했다. 1984년 스위스에서 처음 문을 연 데씨구엘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본사를 두고 있다. 포르투갈과 스페인ㆍ영국 등 유럽 전역에 매장이 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 “싸게, 더 싸게”…G2 新저가 소비 트렌드

    ■中, 호황에도…‘할인쿠폰’ 중독 가파른 경제 성장의 단맛을 보며 자란 중국의 젊은이들이 공짜 마케팅에 푹 빠져들고 있다. ‘쿠폰 세대’로 불리는 청년층 인구(18~35세)는 3억 5000만명이나 되는데 향후 중국의 소비를 이끌 핵심 계층이라 이들의 구매 문화를 눈여겨봐 둘 만하다고 3일 미 시사주간 타임이 전했다. 컴퓨터 소프트웨어 기술자인 딩찬(32·여)은 스스로 ‘할인 중독’에 걸렸다고 말한다. 그의 지갑에는 30개가 넘는 할인카드와 10여개의 할인쿠폰이 빼곡히 차 있다. 또 온라인 동아리에 가입해 할인 정보를 모은다. 한푼이라도 아끼려고 회원들끼리 물건도 공동 구매한다. 새로 문을 연 음식점의 무료 시식회도 빼놓을 수 없는 행사다. 글로벌기업과 국내기업들도 새로운 소비자들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선보인다. 맥도널드와 나이키 등 대기업들은 한결같이 할인카드를 내놓았고 중국에서 한해 발행되는 레스토랑 할인쿠폰은 17만장에 이른다. ‘짠돌이 소비’ 패턴은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일반적 문화가 됐다. 돈이 없어서 염가 마케팅에 열광하는 것이 아니다. 계획경제를 경험한 아버지 세대와 달리 시장경제 체제에 익숙한 젊은 층은 요령 있는 소비자가 되려는 욕구가 강하다. 중국 안에 자본주의 정서가 넓게 퍼졌다는 의미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美, 불황 탓에… 1弗숍에 열광 수년간 이어진 불황으로 미국에서 ‘지갑 열기 전쟁’이 한창인 가운데 ‘1달러 스토어(상점)’가 상한가를 기록하고 있다. ‘대량 구매’와 ‘명품 소비’로 명성이 높았던 미국은 이제 옛말인 셈이다. 미 시사주간 타임은 3일 모든 물건을 1달러 이하에 파는 염가 상점이 미국 소비 문화의 새 표준이 돼가고 있다고 전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인기몰이를 시작한 1달러 스토어 업계는 지난해 사상 최대 수익을 올리며 소매업계의 새 강자로 떠올랐다. 반면 잘 나가던 박리다매형 유통매장은 소비자들의 새 구매 습관 앞에서 맥을 못 췄다. 달러트리 등 미국의 유명 달러 스토어들이 5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할 때 월마트는 6분기 동안 적자를 이어갔다. 또 아베크롬비 앤드 피치 등 중·고가 의류 브랜드도 지난해 판매량이 전년보다 25% 줄어드는 등 주춤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 사는 주부 브리짓 브랑켈은 “지역 실업률이 10%를 넘나들어 가족의 향후 재정 상태가 불투명한 탓에 염가 체인점을 자주 이용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타임은 미국 경제가 회생한다면 월마트 등도 골목형 상점을 준비하고 있어 염가 상점들이 도전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데스크 시각] 공정사회, 실천·합리적 제도로/박현갑 사회2부 부장급

    [데스크 시각] 공정사회, 실천·합리적 제도로/박현갑 사회2부 부장급

    올해도 얼마 남지 않았다. 올해는 공정사회가 화두였다. 국무총리 후보로 지명됐던 김태호 전 경남지사 등 국무위원 내정자들의 도덕성 시비에다 유명환 전 외교장관 딸 특혜 채용 의혹 등이 잇따르면서 공정사회 바람이 사회를 휩쓸었다. 새해는 공정사회 화두가 구체화되는 원년이 될 전망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공정거래위의 2011년 새해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공정사회는 법과 원칙에 의해서만 하는 게 아니고 법과 규정 이상의 문화와 윤리 같은 것들이 다 들어가야 한다.”면서 “우리가 한 단계 뛰어넘으려면 법을 뛰어넘는 문화와 윤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총리실은 내년 초 공정사회 실현을 위한 실천과제를 확정해 발표할 방침이다. 법을 뛰어넘는 문화와 윤리는 다름 아닌 실천하는 생활양식이다. 알면서도 행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착한 일을 하는 게 좋은 일이란 것은 누구나 다 안다. 하지만 이를 실천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얼마 전 중학생이 일가족 4명을 죽인 끔찍한 방화사건이 있었다. 청소년에 대한 인성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이 사건은 국감 무렵에 나왔다. 하지만 교과위 국감장에서 이를 문제삼는 질의가 있었다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공정사회 구현을 위해 법을 뛰어넘는 문화와 윤리를 조성하려면 사회지도층이 솔선수범해야 한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은 법이다. 우리 주변에 자신은 지키지 않으면서 남에게는 지키기를 강요하는 모순된 행동양식이 얼마나 많은가. 지도층의 실천 못지않게 누구나 수용할 수 있는 법과 제도 운용도 중요하다. 얼마 전 김황식 총리가 지하철 무임승차의 문제점을 제기했다가 홍역을 치른 적이 있다. 노인회 등의 즉각적인 반발을 샀지만 중요한 제도 개선의 단초를 엿볼 수 있다. 만 65세 이상 노인들은 현재 지하철을 공짜로 이용할 수 있다. 정부에서 만든 노인복지법에 근거한 것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모든 노인이 이 혜택을 보는 것은 아니다. 사회적 인프라의 하나인 지하철이 서울, 부산 등 전국 6대 도시에만 있어서다. 나머지 지역에 사는 노인들은 이 6개 지역으로 와서 지하철을 이용하지 않는 한 같은 연령대의 노인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한다. 말하자면 노인복지법은 국민차별보장법이나 다름없다. 도시에 거주하든 시골에 살든 같은 연령대, 같은 소득수준이라면 같은 수준의 복지혜택을 볼 수 있어야 공정한 사회에 산다고 느끼지 않을까. 돈 많은 지자체가 조례를 통해서 자기 지역 주민들의 복지혜택을 늘리는 것은 별개로 하더라도 중앙정부가 법령에 근거해 지원하는 차별적인 현행 복지정책은 뜯어 고쳐야 한다. 입법부 행태에도 아쉬움이 있다. 서울시 공무원들은 국정감사철만 되면 입이 튀어나온다.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감사준비 때문이다. 행정안전위와 국토해양위는 해마다, 환노위는 이슈가 있을 때 서울시를 상대로 국정감사를 한다. 시는 여기에다 감사원 감사, 행정안전부 감사, 시의회 행정사무감사까지 받는다. 연말이면 감사 받다가 시간 다 보낸다는 푸념이 여기저기서 들릴 정도다. 국회는 중앙정부를, 시·도의회는 시·도 지방정부를 상대로 감사하면 되는 것 아닌가? 그게 지자체 도입의 취지 아닌가. 수도 서울의 특별한 지위를 감안해서 서울시 국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국정감사 관련 법에 이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 국회가 서울시 국감장을 민원해소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이는 필요하다. 법과 제도 운용이 누구나 수긍할 만큼 합리적일 때, 대통령을 비롯한 사회지도층이 공정사회 구현에 앞장설 때, 공정사회는 실현될 수 있다. 새해에는 유전무죄 무전유죄, 전관예우 같은 불공정 행위를 연상시키는 음울한 단어들이 더 이상 들리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eagleduo@seoul.co.kr
  • [정세욱 풀뿌리 정치] 여야 대리전인 서울시장과 시의회 갈등

    [정세욱 풀뿌리 정치] 여야 대리전인 서울시장과 시의회 갈등

    학생 무상급식 실시를 놓고 오세훈 서울시장과 시의회 간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서울시의회 민주당이 내년부터 초등학교, 2012년부터 중학교까지 전면 무상급식을 실시하는 내용의 ‘친환경무상급식 등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지난 1일 기습 통과시킨 데 대해, 오 시장은 “복지의 탈을 쓴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 정책을 거부한다.”며 대법원에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한나라당과 오 시장은 내년부터 초등학교 전면 무상급식을 시행하고 그 비용의 상당 부분을 서울시가 부담한다면 한정된 재원으로 부잣집 자녀에게까지 공짜밥을 제공하는 대신 저소득층 밀집지역의 낙후 교실 개선 등 주요 사업들은 차질을 빚게 된다며, 다른 교육사업을 포기하면서 전면 무상급식을 시행하는 것이 예산의 효율성 요구에 적합한지 검증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무상급식은 민주당이 6·2 지방선거 때 내걸어 반짝 지지를 얻은 인기영합적 발상이라며, 부자 무상급식은 서민정당을 자처하는 민주당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오 시장은 무상급식 등 교육정책에 대한 TV 공개 토론을 제안했지만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과 서울시 의회는 이를 거부했다. 이에 서울시의회 민주당과 곽 교육감은 초·중등 교육이 의무교육이므로 무상 급식 지원이 헌법 정신에 부합하며 가계 비용을 경감시키는 실질적 감세정책이라고 주장했다. 또 오 시장의 주장대로라면, 부자에게까지 학습 준비물을 나눠주는 ‘3무(無)정책’(사교육·학교폭력·학습준비물 없는 교육정책)도 논리적 근거가 약하다고 반박했다. 서울시는 2014년까지 소득하위 30%까지 급식비 지원 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계획에 따라 새해 예산안에 초·중·고 학생의 5%를 추가 지원하는 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했으나, 시의회는 예산안 법정 처리 기한을 넘겼다. 서울시의회 민주당은 정례회 회기를 연장하여 29일에 의결하겠다고 밝혔지만, 무상 급식 예산은 반드시 확보하고 전시성 예산은 대폭 삭감하며, 의회 출석을 거부한 오 시장을 대법원에 고소하기로 해 갈등은 오히려 증폭될 전망이다. 서울시장과 시의회 민주당의 주장은 나름의 타당성이 있다. 하지만 시의회는 법을 어겼다. 시의회 민주당이 강행 처리한 무상급식 지원조례 일부 조항은 학교 급식법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 더구나 조례 내용이 재정 지출을 수반하는 때에는 시장의 동의 없이 의원 발의만으로 조례안을 의결할 수 없는데, 시의회 민주당은 이런 중요한 절차를 무시했다. 시의회가 견제의 범위를 넘어 시장의 고유권한을 침해한 것이다. 이 조례에 따라 새로 급식계획을 만들려면 6개월 이상 소요되므로 시의회는 내년 상반기 중에는 학교 급식을 못하게 하는 조례를 만든 셈이다. 시의회 민주당은 “예산안 심의를 통해 무상급식 관련 재원을 반드시 확보하고 전시·홍보성 예산을 사람중심 예산으로 바꾸겠다.”고 밝혀 다수의 힘으로 민주당의 정치적 입맛에 맞게 예산을 새로 짜려는 태세다. 이는 예산안 편성권을 시장에게 부여하고, 시의회는 시장의 동의 없이 “지출예산 각 항의 금액을 증가하거나 새로운 비용항목을 설치할 수 없다.”는 지방자치법 제127조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무상 급식에만 매달리느라 예산안 법정 처리기한(12월 16일)을 넘긴 것은 시의회 책임인데, 시의회 민주당은 오히려 오 시장이 예산안 심사를 못하게 조장하여 의회의 권한이 침해됐다는 억지 논리로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하겠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서울시장과 시의회의 싸움은 여야 대리전 양상을 띠고 있어 심히 우려된다. ‘주민을 위한 자치’를 하자고 출범한 지방자치가 ‘정당을 위한 자치’로 변질됐으니 말이다. 서울시의회는 국회에서 여야가 벌이는 나쁜 면만 보고 배워서 똑같이 하고 있다. 야당의 반대를 묵살하고 강행 처리한 집권당의 대표가 예산에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조차도 몰랐고 심사과정부터 엉터리였다. 민주당은 전국적으로 ‘예산안 날치기 처리 규탄대회’를 열었다. 그런 민주당이 서울시의회에서는 위법하게 무상급식 조례안을 날치기 통과시켰다. 내가 날치기 통과를 하면 괜찮고, 남이 하면 원천무효라는 말에 어느 국민이 납득할 수 있을까?
  • [사설] 무상급식 갈등 해 넘기지 말고 풀어라

    오세훈 서울시장이 그제 시의회 민주당 원내대표단과 만났다. 무상급식을 둘러싸고 양측이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회동을 가진 것이라 일단 환영의 뜻을 표한다. 이번 대화는 민주당 서울시의원들이 지난 1일 무상급식 지원 조례안을 강행처리한 이후 거의 한달여 만에 이뤄진 것이라고 한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지만 양측이 일단 대화로 문제를 풀어 나가겠다는 의지만큼은 분명히 한 것이니 의미 있는 자리로 보여진다. 양측은 앞으로 무상급식 등 현안에 대해 대화채널을 갖고 협의를 계속해 나간다고 한다. 올해 불과 5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대화의 속도를 내려면 협상력 있는 대표단 구성이 필요하다. 서울시 측에서야 문제 될 것이 없겠지만 시의회에서는 시의회의장단, 운영위원장단, 민주당 대표단 등 여러 채널이 중구난방으로 목소리를 내왔던 것이 사실이다. 시의회 측은 협상 시 전권을 갖는 대표단 구성을 서둘러야 한다. 그것이 무상급식과 같은 현안을 효율적으로 책임있게 논의할 수 있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무상급식의 해법을 빨리 모색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은 이 문제로 새해 서울시 예산안이 처리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각 교육 청이 무상급식을 위해 학교 지을 돈을 전용하는 등 문제가 심각하다. 시민들의 입장에서는 부자들에게 공짜 점심을 주는 무상급식을 달갑지 않게 생각하는 것이 사실이다. 퍼주기에 반대하는 오 시장의 복지 철학에 공감한다 해서 이 문제로 시정이 파행되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 그런 만큼 오 시장은 어떤 식으로든 대화와 협상을 통해 의회를 정상화시켜 시정에 차질을 빚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의회 출석을 장기간 거부하는 것도 부담이다. 민주당 시의원들 역시 수적 우위를 무기로 밀어붙이기식 의정활동을 펼친다면 시민들로부터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 무상급식 예산 695억원을 일방적으로 증액하는 것은 시민들의 뜻이 아니다. 오는 29일 시의회가 열린다고 한다. 서울시와 시의회는 하루에 몇번씩이라도 만나고, 또 회기를 연장해서라도 올해 안에 무상급식 갈등을 해소하기 바란다.
  • 노래방 돌며 ‘보호비’ 갈취 신양OB파 등 76명 검거

    서울지방경찰청은 24일 접대부를 고용하고 술을 파는 등 불법 영업을 하는 노래방의 약점을 잡아 ‘보호비’ 명목으로 2억원을 빼앗은 폭력조직원 76명을 붙잡아 민모(28)씨 등 4명을 폭력행위등처벌법상 집단·흉기 공갈 등 혐의로 구속했다. 또 김모(28)씨 등 2명에 대해 같은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나머지는 불구속 입건했다. 신양OB파와 국제PJ파, 무등산파 등 호남지역 폭력조직 소속이거나 추종세력인 이들은 2008년 10월부터 최근까지 서울 논현동 일대의 술을 파는 노래방을 찾아가 “영업사장으로 고용하면 소란을 피우는 손님을 처리해주겠다.”며 매달 300만~500만원씩 뜯거나 공짜 술을 마신 혐의를 받고 있다. 노래방 업주 20여명은 이들한테서 모두 2억여원의 피해를 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구속된 국제PJ파 행동대원 강모(29)씨 등이 주인의 신고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되자 종업원을 폭행하며 보복했다고 전했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 야구공짜표 요구했다… 뉴욕주지사 6만弗 벌금

    데이비드 패터슨(56) 미국 뉴욕 주지사가 공짜 티켓 몇장에 낭패를 보게 됐다. 패터슨 뉴욕 주지사가 지난해 미국 프로야구 월드시리즈 무료 경기표를 요구했다가 6만 달러(약 6900만원)가 넘는 벌금을 물게 됐다고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뉴욕주의 공공청렴위원회는 패터슨 주지사가 2009년 치러진 뉴욕 양키스 대 필라델피아 필리스 월드시리즈 경기표 5장을 무료로 받아 공무원법을 위반한 혐의로 그에게 6만 2125달러의 벌금을 부과했다. 공공청렴위원회는 성명에서 이 사안과 관련해 패터슨 주지사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그가 자신의 아들과 아들의 친구를 위해 마련한 경기표 2장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850달러를 지불하려 했다고 거짓 증언했으며, 이는 “자신의 행동이 불법이라는 것을 그가 알고 있었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또한 “주지사가 당시 열린 경기의 의식에 참여했지만, 그것으로 그에게 자신의 아들과 아들 친구를 위한 무료 경기표를 얻을 권리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패터슨 주지사가 물게 될 벌금에는 공무원법 위반에 대한 벌금 및 당시 월드시리즈 경기표 값인 2125달러가 포함됐다. 이처럼 미국 내에서는 공무원들이 자신의 신분을 이용해 무료 입장권 등을 확보하는 행태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지난 9월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시에서도 소속 공무원들이 관계 기관으로부터 공짜 티켓을 받지 못하게 하는 조례를 만드는 절차에 들어갔다. 시 윤리위원회는 당시 안토니오 비야라이고사 LA시장이 각종 행사에 공짜 티켓을 받고 참석하고서도 이를 시장이 받은 선물로 간주하고 관계 당국에 신고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자 급히 조례 제정을 추진했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경기도의원들 공짜 스마트폰 쓰려다 ‘망신’

    경기도의원들이 자신들의 스마트폰 지원 예산을 편성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가운데 다수당인 민주당이 스마트폰을 받지 않겠다고 20일 공식 발표했다. 도의회 민주당은 “스마트폰 구입비 예산이 말썽이 되고 있는데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 관련 예산이 집행되지 않도록 의회 사무처에 요구했고 내년 1차 추경에서 관련 예산 전액을 삭감하겠다.”고 밝혔다. 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스마트폰 지원 예산 9216만원을 정보통신료라는 항목으로 신설했고 지난 16일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특히 9216만원의 스마트폰 예산은 전체 131명의 도의원 중 이미 휴대전화 비용이 지급되는 의장과 부의장 2명 등을 제외한 128명의 약정요금을 따져 가며 월 6만원씩 치밀히 계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도의회 홈페이지에는 ‘의정활동에 스마트폰이 꼭 필요한지 생각해 보라.’는 등 항의 글이 쇄도했다. 앞서 도의회는 지난 7월 개원과 함께 시가 100만원 정도의 노트북을 의원들에게 일괄 지급, 지나친 의전이라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이 같은 ‘제몫 챙기기’에 나선 도의원들이 정작 저출산 대책을 위한 ‘가정보육교사’ 예산 9억 8000만원을 전액 삭감한 것으로 확인돼 해당 교사와 부모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가정보육교사제는 전국 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경기도가 2008년 1월 도입한 제도로, 보육교사가 생후 36개월 이내의 유아가 있는 가정을 찾아가 보육을 돕는 것이다. 내년도에는 315가구가 혜택을 볼 예정이었다. 이에 따라 실직위기에 처한 보육교사들은 21일 도의회를 항의방문, 대책을 요구할 계획이다.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나눔 송년 릴레이 인터뷰] ② 27년간 기부한 류양선 할머니

    [나눔 송년 릴레이 인터뷰] ② 27년간 기부한 류양선 할머니

    서울 지역 아침 기온이 영하 9도까지 내려간 지난 16일 오전 11시. 칼바람이 안쪽까지 들어오는 서울 노량진동 수산시장 젓갈부의 ‘충남상회’에서 노란 옷을 겹겹이 껴입은 작은 체구의 할머니를 만났다. 37년간 젓갈장사를 하며 모은 전 재산으로 책과 장학금 기부를 이어가는 ‘젓갈 할머니’ 류양선(77)씨가 그 주인공. 할머니는 가게 한편에 있는 좁은 구들장 위에 앉아 손님맞이 채비를 하고 있었다. 온기가 도는 바닥과 할머니 앞에 놓은 작은 전기난로 덕분에 그나마 따뜻한 엉덩이와 발을 제외하고는 시장 안까지 불어닥치는 찬바람에 코가 시렸다. 할머니는 전기세가 아까워 기온이 영하 10도 아래로 내려간 이틀 전에야 비로소 난로를 켜기 시작했다. 자신보다 남을 위해 사는 것이 습관이 돼 있는 까닭이다. 류 할머니는 이렇게 ‘입을 것 안 입고 먹을 것 안 먹어’ 모은 돈을 전부 책 사고 장학금 마련하는 데 사용한다. 얼마 전 국어사전 1억여원어치를 구입해 전국의 초·중학교 200여곳에 기부한 것이 알려지면서 할머니의 기부 열정은 또다시 화제가 됐다. 수없이 찾아오는 인터뷰 요청이 귀찮을 법한데도 할머니는 매스컴에 노출되는 것을 흔쾌히 환영했다. 할머니의 선행이 신문과 방송을 통해 널리 알려져야 할머니를 닮은 제2, 제3의 기부 천사가 나올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젓갈이 더 많이 팔려야 더 많은 학생들에게 책을 사줄 수 있다는 생각에 할머니는 가게 벽면에 학생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크게 뽑아 걸어뒀다. 생각 없이 지나가던 사람들도 사진과 기사를 보고 나서는 할머니를 알아보고 젓갈을 구입해 가기도 한다. “장사가 잘돼야 애들 책 한권이라도 더 사줄 수 있다.”고 말하는 할머니의 머릿속에는 온통 학생들 생각뿐인 듯 보였다. 말할 때마다 입에서 김이 나오는 날씨 속에서도 두 시간여에 걸쳐 진행된 인터뷰가 힘들지 않았던 것은 할머니의 트레이드 마크인 노란 옷만큼이나 따뜻한 ‘기부 천사’의 마음씨 때문이었다. 100촉짜리 백열전구 7개가 환하게 비춰 아늑하게 느껴지는 9.9㎡(3평) 남짓한 작은 공간에서 할머니와 인터뷰를 시작했다. →날씨가 추운데 장사하시느라 고생 많으시죠. -날씨가 추워서 문제지. 여기 앉아 있으면 찬바람이 슝슝 들어와. 위아래로 잔뜩 껴입었는데도 춥네.(이날 할머니는 상의로 내복, 티, 양털조끼, 노란색 바람막이, 노란색 점퍼 등 5겹을, 하의로 내복, 기모바지, 방수 재질 바지 등 3겹을 겹쳐 입고 점퍼에 달린 모자를 쓰고 있었다.) 여기 구들장이 있어 엉덩이는 따뜻해. 전기난로 켜놓으면 그나마 낫지. 이것도 한서대학교에서 보내준 건데 잘 틀지도 않어. 젊었을 땐 새벽 4시에도 나왔는데 이제는 나이가 들어서 그렇게 못 나와. 아침 7~8시 사이에 나와서 그래도 제일 늦게까지 장사하지. 밤 8~9시면 닫아. 그런데 어제오늘 날씨가 추워서 손님이 더 없네. →젓갈이 잘 팔려야 기부도 많이 하실 텐데요. -많이 팔아야 하는데. 올해는 완전히 적자야, 적자. 10월 20일부터 며칠 김장철에만 ‘빤짝’하고. 4월에서 9월까지는 정말 손님 없었어. 그전에 모아둔 돈 없었으면 나도 파산할 뻔했지. 임대료랑 창고 사용료 230만원 내고 나면 남는 것도 없어. 난 돈만 있으면 얼마든지 기부할 용의가 있는데 기부도 못 하게 생겼어. →적자가 났는데도 기부는 그치지 않으셨어요. -내가 벌고 남은 돈으로 기부하는 것도 아닌데 뭘. 형편 따라 기부하나? 애들 책 사주고 하려고 적금을 미리미리 들어놓지. 1000만원짜리고 2000만원짜리고, 3년짜리 4년짜리 있어. 그거 탈 때 기부하는 거지. 이번에도 3000만원 3년짜리 그게 만기돼서 그걸로 책 산 거야. 4~5번에 걸쳐서 줄 테니까 미리 책을 보내주실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내가 떼먹을 사람은 아니니까 보내주시더라고. 고맙지. 크는 애기들이니까 얼릉 공부해야 하잖아. 죽기 전에 최대한 많이 (기부) 해야지. 나머지는 1년에 한번씩 계속 해서 갚아야지. (할머니는 지난달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에서 펴낸 ‘한국어대사전’ 201세트, 1억 854만원어치를 구입해 전국의 초등학교, 중학교에 보냈다. 사전 구입비로 3000만원을 내고 나머지 돈은 앞으로 5차례에 걸쳐 고려대 측에 분할 납부하기로 했다.) →처음 기부를 시작하신 건 언제인가요. -(한참을 생각하다가) 처음한 게 1983년도일 거야. 아, 완도. 완도초등학교 애들이 여기에 견학을 왔더라고. 그래서 걔들한테 책을 보냈지. 동화책. 그게 계기가 돼 가지고 책 기부를 시작했지. 어린 애들이 할머니가 보내준 책 잘 읽었다고 편지도 보내고 하니까 참 마음이 좋더라고. 거기도 책 여러 번 많이 보냈지. 나중에는 완도초등학교에서 애들이랑 학교가 같이 감사패도 보냈더라고. 여기서 감사패를 제일 먼저 받았는데 계속 기부하다 보니까 감사패가 나중엔 줄줄줄…지금은 한 100개는 돼. →지금껏 어느 정도 기부하셨는지 가늠하세요. -(손사래 치며) 모르지 그걸 어떻게 기억해. 무조건 주면 그만이지. 그런 걸 뭐라고 일일이 다 적어 놓나? 버는 대로 모이는 대로 족족 주는걸. →기부하시면 어떤 점에서 보람을 찾으시나요. -책 사주고 장학금 보내고 하는 그 자체가 좋아. 그러다 아이들이 고맙다고 편지라도 쓰면 그냥 엔도르핀이 팔구월에 목화송이 피듯 피지. 그런 편지 읽을 때가 제일 행복해. 이번에도 서산 국민학교 6학년 애가 편지허구 장갑허구 봉투에 같이 넣어서 보냈더라고. 할머니따라 기부 천사가 되겠다고 그렇게 썼더라고. 내가 이번에 사전을 그 동네 학교마다 쫙 보냈거든. 그걸 받은 아이가 기사에서 보고 감동을 받았다고 편지를 보낸 모양이야. →할머니 뒤를 이어 기부 천사들이 늘겠어요. -그게 제일 좋은 판단이여. 내가 자식들이 없어. 할아버지는 4년 됐나, 5년 됐나 돌아가셨고. 나 혼자 사는데 내가 준 장학금이나 책 받은 학생들이 자식처럼 손주처럼 찾아오면 반가워. 내가 준 장학금 받은 대학생들도 종종 가게로 찾아와. 젓갈도 사 가고 할머니도 뵙고 그런다고. 할머니가 기부하니께 우리도 같이 기부하는 거라고 젓갈도 더 많이 사 가고 하지. 기부는 누가 하라고 해서 하는 게 아녀. 자기가 스스로 허고 싶어야 허지. 자기가 받아보면 주고 싶은 마음도 더 생기는 법이야. 그래서 내가 어린 친구들한테 더 많이 나눠주려고 해. (인터뷰 도중 할머니는 기자에게 추운 날 고생한다며 간식을 이것저것 꺼내주셨다. 장사를 하다 보면 끼니 때 사이에 배가 고파져 두부, 고구마 등 새참을 드신다고 한다. 이날도 할머니는 따뜻한 김이 올라오는 흰 두부를 잘라 양념간장에 찍어 드셨다. 이 두부는 할머니가 장학금을 기부하는 대학 관계자의 친척이 감사의 표시로 자신이 운영하는 두부공장에서 직접 가져다 주는 것이라고 한다. 두부를 다 드신 할머니는 점심·저녁 밥을 지어 먹는 작은 전기밥솥에서 찐 고구마까지 꺼내 드셨다. 할머니는 “새참은 나눠 먹어야 제맛”이라시며 기자에게도 작은 밤고구마 한개를 건네셨다.) →얼마 전에는 학생들에게 또 사전을 사주셨는데 유난히 책을 많이 사주시는 이유가 있나요. -내가 사주는 건 전부 책이지 뭘. 돈으로 하면 고루고루 가간? 책으로 하면 1학년이 보고 나면 2학년, 2학년이 보고 나면 6학년 다 보잖아. 보고 나면 또 보고, 찢지만 않고 두면 대대손손 물려줄 수 있으니 책이 좋지. 돈은 그냥 쓸데없이 쓰기도 하고 쓰고 나면 없고. 그니께 책 선물이 제일 좋은 거야. 그리고 또 내가 못 배웠응께. 어렸을 때 배워야지. 나 지금도 모르는 거 무슨 소린가 하고 사전에서 찾아보고 그러면 이튿날 보면 다 없어졌어. 어렸을 때 배운 건 지금까지도 아는데. 배움에도 때가 있지. 나무도 어린 나무에 거름을 줘야지 고목나무에 거름 줘봤자 소용없어. →학생들 교육에 관심이 많으신 것 같아요. 원래 꿈은 뭐였나요. -배우고자 하는 애 가르쳐야 혀. 내가 돈 벌면 내 고향에다가 하버드 대학보다 더 좋은 놈 지어서 돈 많은 사람은 돈 받고, 돈 없는 사람은 많은 사람들한테 받아서 주고 그렇게 하는 게 꿈이었어. 그랬는데 돈 많은 부자가 나보다 먼저 짓데. 내가 지으려고 했는데 그 사람이 선수 치네(웃음). 그런 시골은 가난하니까 이런 서울에 와서 공부 못 해. 공부 잘해서 서울대학교에 붙어도 하숙비도 없고 생활비도 없어서 올라오지도 못혀. 그게 내 최종 목표였는데 이미 서산에 대학교가 생겼네. 그래서 내가 이제 거기다가 장학금도 보태주고 땅도 보태줬지. 할머니는 1998년부터 한서대학교에 20억원대의 부동산을 기부하고 현재 한서대학교 ‘류양선 장학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할머니가 기증한 부동산에서 나오는 세는 이 학교 학생들의 장학금으로 쓰인다. 충남 서산시 해미면에 위치한 한서대학교는 1992년 개교했다.) →보통 사람들은 돈 벌면 자기 자식한테 물려주기 바쁜데 할머니는 어떠세요. -다 그렇지. 난 자식은 없어.(할머니는 28살에 결혼해 3년 정도 함께 산 남편이 두 번째 살림을 차려 집을 나간 뒤 쭉 혼자 사셨다고 한다.) 돈 많은 재벌들도 다 번 돈 자기 자식한테 주려고 하지 뭐. 그런데 그건 잘못된 생각이야. 저 자식들은 뭐 두 손 두 발 붙들어 맸나. 저희들이 벌어서 먹고살아야지. 그러니까 자립심이 없어. →올 겨울에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비리로 기부가 크게 줄었다던데요. -그렇다 하대. 안한다고. 그런 돈을 가져간다냐. 지가 노력해서 먹고살아야지. 아주 못 쓰는 사람들이야, 그 사람들. 그런 사람은 엄중한 처벌을 내려야 혀. 기부가 어그러졌어. 허먼 뭘 혀. 그런 사람들이 다 가져가는걸. 난 그래서 책으로 하지 돈으로 안 해.(이 대목에서 벽에 기대어 앉아 있던 할머니는 등을 떼고 몸을 일으키며 언성을 높였다.) →기부 계획이 더 있으신가요. -건강이 허락해서 장사를 하는 날까지는 천원짜리 하나라도 더 보태줘야지. 우선 얼마 전에 애들 사전 보내준 거, 고려대학에 남은 돈 채워넣어 줘야지. 사전값이 1억 좀 넘는데 처음에 적금 탄 돈 3000만원만 일단 주고 나머지는 차차 갚기로 했어. 장사해서 차곡차곡 돈 모아서 일단 그것부터 갚고. 그 뒤에는 또 학생들 책 사주고 대학교 장학금도 보태주고 할거야. 죽기 전까지 최대한 많이 주고 가야지. 나이는 공짜로 먹다 보니까 어느새 이렇게 많이 들었는데 얼마나 남았을지는 몰라도 죽을 때까지는 열심히 일해서 열심히 기부해야지. 허허.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류양선 할머니는 37년간 노량진서 젓갈장사 서산 한서대에 20억 기증 장학회 이사장으로 활동중 1933년 충남 서산읍(현재 서산시) 양대리에서 5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얼마 안 되는 땅을 가지고 농사를 지었던 부모님 밑에서 자란 류 할머니는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더 이상 학업을 잇지 못했다. 류 할머니의 기부가 대부분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과 책 마련에 쓰이는 것은 가난해서 공부를 더 할 수 없었던 본인의 아쉬움 때문이다. 어린 나이부터 집안일과 농사일을 돕다 28살에 남편을 만난 류 할머니는 1972년 고향을 떠나 서울에 자리를 잡았다. 먹고살 궁리를 하던 끝에 ‘장사가 안 돼 오래 두어도 썩지 않는’ 젓갈 장사를 택했다는 할머니는 그 후 지금까지 37년간 서울 노량진동 수산시장에서 ‘충남상회’를 운영하며 수익금의 대부분을 기부와 나눔에 쓰고 있다. 장사를 하면서 차곡차곡 모은 돈으로 27년 전부터 기부를 시작한 류 할머니는 고향인 충남의 양로원, 재활원, 보육원 등을 비롯해 낙도와 지방의 초등학교 등에 책과 물품을 전달해왔다. 1983년 수산시장에 견학 온 완도초등학교 학생들에게 동화책을 보내준 것이 기부의 시작이 됐다. 충남 서산 한서대에도 1998년부터 2008년까지 세번에 걸쳐 20억원대의 부동산(경기 광명시 소재)을 기증해, 현재 한서대 ‘류양선 장학회’ 이사장으로 장학 사업에 힘쓰고 있다. 류 할머니는 돈이 없어 공부를 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고향인 서산에 대학교를 지으려 했던 꿈을 대신해 앞으로도 장학금과 책으로 기부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외곽순환로 중동IC 밑 원형교차로 개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중동나들목(IC) 고가도로 재시공 기간 중 원형교차로를 이용토록 하는 소통대책이 마련됐다. 16일 경기지방경찰청은 중동나들목 밑 교차로(무지개고가)를 전면 차단하기로 했다. 대신 고속도로 연결로 진출입 구간으로 우회해 고속도로 본선으로 연결하는 원형교차로(시계 반대방향으로 회전)를 나들목 밑에 개설하기로 했다. 차량이 사고구간을 피해 일단 중동 나들목 출구로 나왔다가 다시 나들목 입구로 들어가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일산→부천 방면은 중동나들목 아래 교차로에서 690m 직진해 원형교차로를 따라 회전한 다음 우회전해서 부천 방면으로 진입한다. ▲판교→인천 방면은 나들목 밑 교차로에서 450m 직진해 원형교차로를 따라 회전한 다음 우회전해서 인천 방면으로 진입하면 된다. ▲부천→판교 방면은 중동나들목 밑 교차로에서 ‘판교방면 우회로’를 따라 450m 직진한 뒤 원형교차로를 따라 고속도로 진입램프를 이용하면 된다. ▲인천→일산 방면은 나들목 밑 교차로에서 ‘일산방면 우회로’를 따라 690m 직진한 뒤 원형교차로를 따라 고속도로 진입 램프를 이용하면 된다. ▲부천↔인천 방면은 나들목 밑 교차로 지하 양방향으로 연결된 지하차도를 이용해야 한다. 하지만 이곳을 지나는 교통량이 만만치 않아 대체 기능을 수행할지는 미지수다. 이 구간은 통행요금이 없는 ‘공짜 구간’이라서 평소에도 만성적인 체증을 빚던 터여서 공사기간 동안은 고속도로 기능 자체가 마비될 것으로 보인다. 또 임시 우회 노선이 굽은 데다 유턴까지 받아야 하기 때문에 제 속도를 내지 못해 지·정체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부천 원미경찰서는 사고 현장에 있었던 탱크로리 운전기사 송모씨를 다시 불러 당시 행적 등에 대해 조사했다.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성북, 무상급식 예산 증액 통과

    초등학교 6학년에게 지난 7월부터 친환경 무상급식을 지원한 김영배 성북구청장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구의회에서 친환경 무상급식 관련 예산을 구청 예산안(30억 67만원)보다 600만원을 더 얹어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윤이순 의장이 한나라당 소속인데도 방망이는 ‘탕! 탕!’ 두들겨졌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친환경 무상급식 예산과 관련해 ‘망국적인 복지포퓰리즘’이라며 반발한 상황에서 뜻을 이룬 것이다. 김 구청장은 15일 이에 대해 “개회 전 의장과 부의장, 각 상임위원장 등을 오찬이나 만찬에 초청해 설명하고,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에게도 모두 설명하는 등 충분한 스킨십을 했다.”면서 “임기 4년 중 1년차 예산통과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 신경을 많이 썼는데 잘 됐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정무부문에서 활동한 경험을 잘 활용했던 것이다. 예산안 통과 후 골치 아픈(?) 일도 생겼다. 사립초등학교장 3명이 “우리도 세금 내는데 왜 빼느냐.”고 항의방문을 했기 때문이다. 애초 김 구청장과 친환경 무상급식위원회에서는 사립학교가 국가교육체계 밖에 있기 때문에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막상 사립학교를 방문해 보니 공립보다 더 열악한 시설과 환경 탓에 고민했다. 김 구청장은 “사립학교까지 예산을 달라고 해 진땀 뺐지만, 곰곰이 생각하니 우리가 하는 일이 그만큼 좋다는 것이구나 하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구가 최근 자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관내 학부모 86.4%가 ‘초등학교 전 학년 무상급식’을 찬성했다. 이는 ‘공짜 밥보다 안전을 선택했다’는 시 조사와 다른 결과다. 김 구청장은 “여론조사라는 마법 탓이다. 학부모에게 안전과 무상급식 중 어느 것을 택할 것이냐고 물어보면, 당연히 안전을 택한다.”면서 “그러나 무상급식이냐 토목공사냐고 물어보면 무상급식이라고 답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무상급식을 ‘망국적 복지포퓰리즘’이라고 하는데, 85%가 찬성한 성북구민들은 망국적인 시민인가?”라고 목청을 높였다. 50만명의 구민과 구의회의 뜻을 모아 전면 무상급식을 하려는 그는 “‘무상보육’이나 ‘3무 정책’은 구국적 복지정책이고 나머지 정책은 아니라는 식이라면 곤란하다.”고 했다. 김 구청장은 끝내 시에서 무상급식 관련 30%의 예산을 편성하지 않으면, 아쉬운 대로 3~6학년을 대상으로 먼저 진행하기로 했다. 서울 구청장끼리는 규모의 경제를 위해 ‘무상급식 추진위원회 연합회’를 구성하고 실무 추진단을 꾸려 급식지원센터를 세울 예정이다. “시내 초등학생 65만명에게 안전한 음식재료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방안을 찾다 보면, 자유무역협정(FTA) 등으로 어려워지는 농촌을 살릴 방안도 찾을 것”이라고 김 구청장은 덧붙였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나눔’ 송년 릴레이 인터뷰] ① 박명재 차의과대학 총장

    [‘나눔’ 송년 릴레이 인터뷰] ① 박명재 차의과대학 총장

    교육과학기술부가 최근 흥미로운 자료를 공개했다. 대학이 학생에게 얼마를 교육비로 투자하는가를 보여 주는 ‘2009년 학생 1인당 교육비 투자 순위’가 그것이다. 경기 포천에 있는 차(CHA)의과학대학교는 설립 14년 만에 교육비 투자 순위에서 전국 173개 4년제 대학 가운데 당당하게 1위를 차지했다. 지난 8일 저녁 서울 태평로 한 중식당에서 이 학교 박명재(63) 총장을 만났다. 그는 창문 밖으로 내리는 함박눈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박 총장과 3시간 가까이 진행한 인터뷰의 주제는 ‘나눔’이었다. 그는 나눔과 섬김을 통해 의술(醫術)이 아닌 인술(仁術)로 국내 최초 건강과학종합대학 설립과 한국 첫 노벨의학상 탄생을 꿈꾸고 있었다. 장관에서 대학 총장으로 변신한 그는 달변가였다. 대담 최용규 사회부장 →교육비 투자 1위 대학에 선정된 것을 축하한다. -전국 173개 대학 중 1등인데, 교육 투자비란 학교가 학생에게 제공할 수 있는 교육 여건이다. 그런 의미에서 상당히 의미 있는 지표다. 산술적으로도 우리 대학 1년 등록금이 760만원인데, 여기에 학교의 투자비는 6860만원으로 등록금 대비 9배의 투자비를 학생에게 돌려주는 셈이다. 교수 확보율을 높여 교수 1인당 학생이 3.8명 정도고, 학생 전체의 61%가 장학금을 받는다. 의예과는 학교가 설립된 1997년부터 지금까지 전 학년 모든 학생에게 전액 장학금을 성적과 관계없이 줬다. 순수 사립대학으로 포스텍이나 카이스트, 서울대보다 지급률이 높다는 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차의과대학의 설립과정에 대해 알려 달라. -그동안 의과대학 설립은 제한적으로 묶여 있었는데 김영삼 정권 들어와서 의료 소외지역에 허용한다고 해서 경기 포천과 제주도 중문의 이름을 따서 포천중문의과대로 출발했다. 학교 재단인 차병원은 산부인과를 중심으로 불임, 생식 그리고 요즘은 줄기세포를 세계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국제적 인지도를 위해 이름을 차의과학대로 바꿨다. 이름을 영어(CHA)로 하면 C는 기독교 정신(Christianity), H는 인간존중(Humanity), A는 대학(Academy)이 된다. 기독교 정신으로 인간주의를 실천하는 대학이란 의미다. →의과대를 졸업하면 무조건 차병원에서 근무하나. -그런 의무 조항은 전혀 없다. 우수 학생 유치는 우리 의도일 뿐이다. 정부에서 공무원 유학 보내면 3년 근무하게 하는 것은 없다. 60~70%는 우리에게 남고 나머지는 삼성도 가고 아산도 간다. 내가 최근에 발전기금 때문에 졸업생에게 전화를 했다. 처음으로. 연락하니 ‘연락하지 마시죠.’ 이런 분도 있다. →이것이 ‘아름다운 약속’ 캠페인을 하게 된 이유인가. -막상 총장이 되고 보니 학교 설립 후 14년이 지났는데 뚜렷한 비전과 발전계획이 없었다. 졸업한 동문을 찾아보니 6년 내내 전액 장학금 받고 의대를 졸업했는데도, 전화를 하면 왜 연락하느냐면서 따지는 사람도 많았다. 학생 스스로는 ‘내가 똑똑해서 장학금을 받았는데’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대로 가면 큰일이 나겠다고 생각했다. 결국 우리가 교육을 잘못 하는 거 아니냐 하는 반성이 생겼다. 그래서 학생이 장학금을 받는 기본 취지 교육부터 시켜야겠다고 결심했다. 총장이 되고 나서 가장 먼저 장학금을 줄 때 증서 옆에 ‘아름다운 약속’이라고 제목 달았다. 장학금 받고 공부했으니 앞으로 사회에 나가서는 받은 이익을 다시 환원하라는 말이다. (사실) 아주 느슨한 약속이다. 미국 같으면 장학금 주면 반드시 되갚는데 우리는 그런 문화가 없다. 차의과학대는 주로 의대생들이지만, 훌륭한 의사 이전에 인술을 배워야 한다. 사회 모두가 성공만 꿈꾸지만 바르게 성공하는 것도 중요하다. 나눔과 베풂, 섬김과 봉사 그런 정신이 중요하다. →졸업생들이 안면 몰수하면 그래도 섭섭하지 않나. -그래서 입학식날 장학금 줄 때부터 약속하자고 한 것이다. 직접 마이크를 들고 “여러분, 물론 우리가 여러분에게 장학금을 지급한 것은 여러분이 공짜로 받고 공부한 다음에 혼자 누리지 말고 학교가 됐든 사회가 됐든 주위 이웃에게 나눠 주는 게 어떻겠냐.”고 설득하고 있다. 이게 바로 나눔을 실천하는 ‘아름다운 약속’이다. →아름다운 약속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나. -우리는 두 가지로 비전을 갖고 있다. 한국 최초의 노벨의학상 수상이 첫째 목표다. 줄기세포 연구를 통해 난치병과 불치병을 치료하고, 인류에게 건강 100세의 꿈을 실현해 주는 최고 대학이 되는 것이다. 그러려면 돈도 더 많이 든다. 그러다 보니 설립자의 사재에만 의존할 순 없다. 97년에 학교가 생기고 현재 배출한 졸업생도 4~5회뿐이다. 그래서 2020년까지 세계 10대 종합 건강 의학 대학으로 가기 위해 발전기금을 좀 더 모아야겠다고 생각했다. 1년 반 만에, 조그만 대학인데도 83억원을 모았다. 2020년까지 학생 3000명, 교수 1000명, 1만 5000개 전국 대학 병상 설립, 그리고 한의과대학, 치과대학을 가지면 다 아우르게 된다. 한 단계 더 나아가 인류에게 건강 100세를 실현하는 최고의 건강 종합 대학이 되는 게 최종 목표다.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 장관 출신으로 대학 총장은 좀 이색적인데. -공무원 생활 34년 마치고 행정 관리하다가 의과대 총장이 됐다. 그전엔 대부분 의사가 총장으로 갔는데 더구나 관료 출신에다 보건복지부도 아니고 해서 당시 뉴스 거리였다. 취임식에서 딱 두 가지만 얘기했다. 나는 교육에 대해 잘 모른다. 배워 가면서 하겠다. 총장이면서 배워 가는 학생이다. 공직생활 때도 중앙공무원교육원장이었다. 우리나라 전 공무원을 직접 교육했다. 당시에 쓴 책에서도 공무원 교육이 변하면 나라가 바뀐다고 했다. 나라가 바뀌려면 행정이 바뀌어야 한다. 행정을 바꾸려면 그 주체인 공무원이 바뀌어야 하고, 공무원이 바뀌려면 공무원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 다시 말하면 교육이 바뀌면 공무원이 바뀌고, 공무원이 바뀌면 행정이 바뀌고, 행정이 바뀌면 정부가 바뀌고, 정부가 바뀌면 나라가 바뀐다. 즉 교육이 바뀌면 나라가 바뀐다. 그런 신념으로 대한민국 공무원 교육을 제로베이스에 두고 전부 바꿨다. 그게 바로 행자부 장관에 발탁된 계기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말 가운데 린든 존슨 대통령 회고록이 있다. ‘내가 대통령직에 있으며 깨달은 유일한 진리는 미국의 모든 문제 해결 종착점은 교육에 있다. 더 나아가 세계의 모든 문제가 교육에 있다.’ 오바마도 그래서 교육에 투자하는 것 아니겠나. 그리고 교육 종사자들은 이를 넘어 교육의 의무와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이화여대 김옥길 총장이 교수 시절 교정을 걸으며 ‘배운다는 것은 자유에 속하지만 가르친다는 것은 참으로 고상하고 무거운 의무’라고 했는데 교육의 중요성을 총장 하면서 깨달았다. →차의과대학에 들어오는 학생에 대한 기대도 있겠다. -최근 모든 의대가 의학전문대학원이 되니까 더 큰 문제가 생겼다. 전부 다 개업의 해서 돈을 벌고 안정된 직장만 얻으려 한다. 그래서 우리 대학은 너무 직업 정신에 투철한 사람은 안 된다. 프로페셔널이 돼야지 개업만을 목적으로 하면 안 된다. 연구하고 과학 하는 의과학도가 돼야 한다. 현재 차병원은 줄기세포와 생식 의학에서 세계의 길이 된다고 할 정도로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 첨단 의학에 도전하고 연구할 사람이 많이 들어오면 좋겠다. 또 자기가 받은 것을 사회에 되돌리고 봉사할 수 있는 사람이 오는 게 우리 대학의 소원이다. →차의과대학의 발전 방안에 대해 알려 달라. -앞으로 학생 수가 늘어나도 절대로 투자비는 줄이지 않겠다는 것이 내 신조다. 지금 발전기금을 모으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연구중심 대학을 만들어 학생과 교수의 연구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목표다. 20세기 최고의 치료법은 항생제였다. 페니실린과 마이신을 통해 노벨상을 받았다. 지금도 모든 병이 생기면 이 약을 투여한다. 하지만 앞으로는 항생제로 극복하지 못하는 불치 난치병이 더 중요하다. 무너진 척추를 세우는 방법은 항생제가 아니라 새로운 치료법이다. 제가 총장으로 와서 가장 먼저 한 것도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보건복지부 승인을 얻은 것이다. 앞으로 새로운 분야의 학문에 대해 연구하는 그런 학생이 와야 한다. →마지막으로 차의과대학에 오는 학생에 대해 말씀해 달라. -기업이나 회사도 마찬가지겠지만 의사로 성공하는 데도 조건이 있다. 첫째, 혼을 담아야 한다. 기업은 제품을 파는 데 혼과 열정을 담아서 한다. 혼이 없는 사람은 성공하지 못한다. 둘째는 창의성이다. 모든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 찰스 다윈의 진화론에서도 나중에 살아남은 사람은 힘이 강한 자도 덩치가 큰 자도 머리가 좋은 자도 아니다. 환경에 적응한 사람만이 살아남는다. 셋째는 소통이다. 성공하는 사람의 제일 중요한 조건은 소통하는 것이다. 소통을 안 하면 앞으로 나가는 방향을 모르게 된다. 마지막으로 성공하는 사람의 가장 중요한 조건은 내가 받은 것을 사회에 돌려주고 또 내가 가진 것에 대해 감사하는 태도다. 성공하는 사람은 아무리 어려운 조건에서도 기회와 가능성을 찾지만, 실패하는 사람은 아무리 기회가 좋아도 불평하고 문제점을 찾는다. 정리 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 제주 집집마다 스마트그리드 열풍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 한창부(67)씨의 최근 두달치 전기요금 납부액은 3000원 정도다. 한달에 5만~6만원을 내던 것에 비하면 공짜에 가깝다. 가정용 전기의 한달치 기본요금은 1150원. 한씨가 공짜 전기 혜택을 누리게 된 것은 스마트 그리드(Smart Grid·지능형 전력망) 덕분이다. 스마트그리드는 전기의 생산·운반·소비에 정보통신기술을 접목, 공급자와 소비자가 상호작용함으로써 효율성을 높인 지능형 전력망 시스템이다.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로 지정된 제주 동북부 650여 가구의 전기요금이 한씨와 비슷하다. 이 지역은 가정마다 태양광발전시설, 전기 사용량과 요금을 확인하고 전력을 제어하는 장치인 IHD(In-Home Display), 스마트 미터기 등이 설치됐다. 전력 사용량을 줄일 수 있는 종합 원격 조정기인 IHD는 집안 곳곳의 전등은 물론 소켓에 물려 있는 가전제품을 점멸 여부를 관리해 실시간으로 대기전력을 차단한다. 제주 스마트그리드 실증사업은 내년까지 3000가구, 2013년에는 6000가구로 확대된다. 실증사업에는 전력, 통신, 자동차, 가전분야 등 12개 컨소시엄 168개 업체가 뛰어들었다. 전력소비 지능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스마트그리드 종합홍보관과 기업 개별 체험관에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줄을 잇고 있다. 스마트그리드가 설치된 펜션에서 하룻밤을 묵으며 지능형 전력망을 경험해 볼 수 있다. 제주대는 전국 대학 가운데 처음으로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 전기차가 캠퍼스를 누빈다. 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아이폰 인터넷전화 제한 KT “사용자 적어서 놔뒀다가…”

     KT에 대한 사용자 반발이 거세다. 지난 6일부터 스마트폰용 무료 인터넷전화를 일부 제한했기 때문이다.  최근 휴대전화 아이폰 사용자로부터 엄청난 인기를 끈 무료 통화인 애플리케이션인 바이버(Viber). 기존 앱과 달리 사용자가 로그인을 하지 않더라도 음성통화 및 영상통화가 가능하고 통화품질이 좋다는 이유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KT는 이런 ‘스마트폰 무료 인터넷전화 앱’ 기능을 제한하기로 했다. KT는 6일부터 5만 5000원 미만의 요금제 사용자들이 3G(세대)망에서 인터넷전화를 사용할 수 없도록 제한했다. 와이파이에서는 사용 가능하다.  이동통신사들은 “자사 네트워크에 인터넷전화 업체들이 무임승차하는 만큼 차단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대다수 사용자들은 “IT 강국이라는 말에 어울리지 않는 대기업의 횡포”라는 반응이다.  현재 4만 5000원 요금제에는 무료통화 200분이 제공된다. 하지만 월평균 휴대전화 사용시간 320분(2008년 4·4분기 기준, KT경제경영연구소 메릴린치 분석자료 인용)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무료 통화 앱 등으로 초과 시간을 메우고 있는 현실이다.  한 사용자는 자신의 블로그에 “통신사가 자기들 배만 채우려고 한다.”며 “결국 무료 인터넷전화를 쓰려면 5만5000원 이상의 요금제에 가입하란 소리냐.”고 불만을 표시했다.  트위터의 ‘WeSCm****’는 “KT, 네가 내게 준 500MB의 데이터로 내가 트위터를 하든지 사파리를 하든지 통화할 때 쓰든지 그건 내 권리지 KT의 권리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다른 네티즌도 “너희들이 설비투자를 한 대가로 우리가 기본료를 내는 것이다. 너희들이 공짜로 설비 만들어 준 것처럼 착각하냐.”라고 비판했다.  조직적인 움직임도 눈에 띈다. 포털 다음의 ‘Scott’는 “소비자 권리 침해”라며 차단 항의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 4일 게시글이 올라간 뒤 6일 오후 11시까지 600여명이 참여했지만, 네티즌의 관심이 커지면서 7일 오전부터는 동참하는 사람의 숫자가 급속도로 늘고 있다. 7일 오후 2시 30분 6300명이 서명했다.  또 일부는 “적법한 것인지 알아 봐야겠다.”며 법적 조치를 할 뜻을 내비쳤다.  KT는 이에 대해 “약관에 따라 정당하게 처리한 것으로 쩨쩨한 게 아니다.”는 입장이다. KT 홍보실 진병권 과장은 7일 기자와 통화에서 “WCDMA 약관에 따르면, 스마트폰 인터넷 무료전화 사용은 정당한 게 아니었다.”며 “원래부터 막았어야 하는데 사용자가 적어서 그냥 놔두다가 6일부터 약관대로 처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고는 “바이버 제한은 패턴 분석 뒤에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이석채 KT 회장이 ‘인터넷 요금 종량제’를 언급한 것으로 오해를 불러 비판을 받았다. 이 회장은 6일 서울 중구 충무로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광대역통합망(BcN) 기반구축사업’ 종료기념 컨퍼런스에서 “유선네트워크에 대한 시각을 전기처럼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데이터 사용량 폭발 시대를 앞두고 인터넷 네트워크에 대한 설비도 충분히 선행돼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네티즌들은 “인터넷 요금 종량제를 도입한다는 얘기냐.”고 들끓었다.  트위터 사용자 ‘holl****’는 “인터넷을 생산하지도 않는 업체가 무슨 종량제 타령? 인터넷을 유지시키는 유지비만 받으면 되지.”라는 의견을 보였다.  네티즌 ‘bhzz****’는 “TV를 볼 때도 많이 보면 돈 많이 내야 하나. 어제 인터넷전화 서비스 제한한다는 기사 보고 화가 머리 끝까지 올랐는데 다 저런 생각을 가진 경영진 때문인 듯하다.”고 비판했다.  이에 KT 홍보실 구자호 부장은 “요금을 뜻하는 게 아니라 회선망 구축 등을 얘기한 것”이라고 추가로 해명했다.  서울신문 최영훈기자 taiji@seoul.co.kr
  • 지상파·보도·종편 차이점

    지상파·보도·종편 차이점

    KBS·MBC 등 지상파 3사와 새로 출범하는 종합편성 및 보도 채널의 가장 큰 차이점은 시청자에게 도달하는 통로(플랫폼)가 다르다는 것이다. 지상파는 국가로부터 공공재인 전파(주파수)를 공짜로 할당받아 이용하는 반면, 종편 및 보도 채널은 케이블망이나 위성망, 인터넷TV(IPTV)망을 이용한다. 물론 최종적으로는 모두 TV 화면으로 보는 것이기 때문에 시청자가 느끼는 차이는 거의 없다. 프로그램 구성 면에서는 차이가 있다. 보도 채널은 국내외 정치·경제·사회·문화 전반에 관해 시사적인 취재 보도·논평·해설 등을 하는 프로그램을 80% 이상 편성해야 한다. 쉽게 말해 뉴스를 특화한 채널로 보면 된다. 종편은 지상파처럼 뉴스 외에 교양, 오락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편성할 수 있다. 보도 전문이든 종편이든 채널이 많아지면 시청자들은 그만큼 선택권이 넓어질 수 있다. 현행 방송법 시행령에 따르면 모든 케이블 TV 사업자 등은 보도 채널을 2개 이상 의무적으로 내보내야 한다. 이미 YTN과 MBN 두개의 보도 채널이 있기 때문에 새로 출범하는 보도 채널이 의무 전송 대상에 들어가려면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한다. ‘종편 특혜’ 얘기가 나오는 것은 이 대목에서다. 종편 채널은 수에 관계없이 모두 의무 전송 대상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케이블 방송 등은 신규 종편 채널이 몇 개가 나오든 이 방송을 내보내야 한다. 지상파 3사는 “지상파도 의무 전송 대상은 KBS1과 EBS뿐”이라며 종편에 주어지는 지나친 혜택에 볼멘 소리를 한다. 종편·보도 채널은 24시간 방송이 가능하다. 현행 기준으로는 지상파의 경우 종일 방송이 불가능하다. 새벽 1~6시에는 원칙적으로 방송을 할 수 없게 돼 있다. 지상파와 달리 종편·보도 채널은 프로그램 중간에 광고를 할 수 있다. 지상파는 중간 광고를 할 수 없다. 허가 및 승인 유효 기간은 종편·보도 채널의 경우 5년이다. 지상파도 최대 5년이지만 대개 3년을 주고 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Seoul 요모조모-만원의 행복] 용산구 전쟁기념관

    [Seoul 요모조모-만원의 행복] 용산구 전쟁기념관

    좋은 일을 기념하면 더없이 좋지만, 세상엔 그렇지 않은 것도 숱하다. 일제가 남긴 마뜩잖은 유산도 더러는 간직해야 한다. 되풀이하지 않도록 하자는 뜻이 담겼다. 한국주둔 미군이 떠나도, 전국을 뒤흔든 연평도 사태가 수그러들어도 마찬가지다. 용산구 남영동에 전쟁기념관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전쟁에 담긴 교훈을 일깨우는 곳이다. 매주 월요일을 빼고 오전 9시~오후 6시 무료 개방한다. ●호국추모실 등 6개 전시실 8만 2500㎡(2만 5000평)에 6개 전시실을 꾸몄다. 호국추모실은 수많은 전쟁에서 나라를 지키다 숨진 넋을 기리는 공간이다. 16만여명이나 되는 전사자 명부를 봉안했다. 전쟁역사실은 선사시대부터 일제 강점기까지의 대외항쟁 자료, 무기와 장비 등을 시기별로 한눈에 보여준다. 한국전쟁실에는 전쟁 발발부터 휴전협정까지 총체적인 실상을 담았다. 황해북도 개성 송악산 육탄 10용사 동상, 중앙청 태극기 게양 및 중공군 인해전술 디오라마(배경 위에 모형을 설치하여 하나의 장면을 만든 것), 참전 16개국의 전투병 모형이 대표적이다. 해외파병실에는 통일신라 때부터 베트남전, 국제연합평화유지군(UNPF)에 이르기까지 총 12회의 해외파병 기록, 국군발전실에는 한국군 창설에서부터 오늘날 국군으로 발전하기까지 군사제도·무기 및 장비·복식과 교육훈련 모습을 전시했다. 대형장비실에선 한국전에 동원된 모든 항공기·전차·화포 등 큰 전투장비는 물론 이후 국내 방위산업체에서 생산한 전차·유도탄·대공포·소총·탄약 등 무기류를 들여다볼 수 있다. ●‘포옹하는 형제 병사상’ 뭉클 2일 학습차 기념관을 찾은 중학생 김시내(14)양은 “마당에 들어서자마자 포옹하는 형제 병사의 동상이 나타나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를 떠올렸다.”며 “스크린을 통해 봤던 것보다 훨씬 가슴 뭉클하다.”고 말했다. 걸어서 5분 안팎에는 들를 만한 음식점도 많다. 명화관(전화 792-2969)은 짬뽕 한그릇에 4500원, 자장면 한그릇에 4000원을 받는다. 원대구탕(797-4488)에선 7000원에 일품요리를 맛볼 수 있다. 밥을 볶으면 1000원 추가, 공기밥은 공짜다. 진주집(797-8065)에선 7000원짜리 고등어구이와 갈치조림이 입맛을 당긴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스타 없어도 깊은 화음 ‘십시일반’ 주민 음악회

    스타 없어도 깊은 화음 ‘십시일반’ 주민 음악회

    “출연진이 화려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아름다운 선율로 감동을 선사하겠습니다.” ‘수유2동 희망음악회’를 기획한 김성훈(53) 강북구 수유2동 주민자치위원회 간사는 23일 이같이 말했다. 기획과 프로그램 구성, 무대 연출, 출연자 섭외, 공연비 마련 등 행사의 처음부터 끝까지 주민자치위원회와 주민들이 발벗고 나서 만드는 색다른 공짜 음악회다. 25일 오후 7시 수유2동 주민센터 옆 성북교회에서 열린다. 출연진 섭외에 지인들과 아는 인맥을 총동원하는 모습에서 이번 음악회의 순수성을 엿볼 수 있다.김 간사는 성악 전공 대학생 아들에게 부탁해 출연자를 섭외하는가 하면 수유2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하사와 병장’의 가수 김호평씨를 찾아가 수차례 부탁 끝에 출연 승낙을 받아 냈다. 한때 남진쇼·문주란쇼 악단장을 지낸 노비오 악단장 섭외를 위해서는 날마다 찾아가고 등산을 하며 친분을 쌓기도 했다. 무대 세팅도 주민들의 몫이다. 현재 KBS에서 드라마 무대 연출을 담당하고 있는 김종명씨가 맡았다. 공연비(650만원)는 새마을부녀회 등 11개 직능단체의 후원으로 충당된다. 출연진도 모두 지역에 연고를 둔 사람들로 구성됐다. 테너 김남일, 바리톤 이형모, 소프라노 안은수 등 성악가와 함께 구립 실버합창단이 아름다운 화음을 선사한다. 관중들이 지루하지 않도록 클래식은 물론 대중가요, 팝송, 영화음악 등 다양한 장르의 곡을 선정하는 배려도 눈에 띈다. ‘그리운 금강산’ 등 성악가들이 들려주는 아름다운 화음을 시작으로 ‘밤에 떠난 여인’,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여행을 떠나요’, ‘그린 그린 그래스 오브 홈(Green Green Grass of Home)’, 영화 ‘화양연화’ 삽입곡 ‘퀴사스 퀴사스 퀴사스(Quisas Quisas Quisas)’ 등 친숙한 멜로디로 분위기를 달군다. 여성 전통 타악그룹 도도의 화려한 난타 공연과 비보이 공연은 덤이다. 김 간사는 “삼각산 문화예술회관 등 넓고 시설이 완벽한 장소에서 공연하는 것도 좋지만 수유동 주민들을 위한 화합 차원에서 순수하게 출발한 음악회인 만큼 수유동에서 공연하기로 했다.”면서 “비좁지만 따스하고 포근한 음악회가 될 수 있도록 무대연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자치위원회는 공연을 이틀 앞두고 설레는 마음으로 밤잠을 설치고 있다. 정성을 다해 잔치상을 마련했는데 객석이 텅 빌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초청장을 만들고 플래카드를 내거는 등 홍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박겸수 구청장은 “다른 동 주민들도 문화행사를 열려고 하지만 홍보 때문에 포기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지역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만드는 희망 음악회가 뿌리를 내려 각 지역 문화행사가 활성화되는 데 기여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글 사진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
  • 셰익스피어 영화 무료로 즐겨요

    공짜로 셰익스피어 명작을 영화로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됐다. 서울 명동예술극장은 23일부터 26일까지 4일 동안 ‘셰익스피어, 영상으로 만나다’를 연다고 17일 밝혔다. ‘타이투스’(1999년작·앤소니 홉킨스 주연), ‘로미오와 줄리엣’(1996년작·리어나도 디캐프리오 주연), ‘베니스의 상인’(2004년작·알 파치노 주연), ‘햄릿’(2000년작·이선 호크 주연) 등 네 작품이 차례로 상영된다. 고전적인 옛 작품보다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최신 작품을 골랐다. 영화 상영은 오후 2시와 7시 30분 하루 두 차례. 저녁 때는 상영에 앞서 이용은(성신여대), 이현우(순천향대), 김미애(동덕여대), 김용태(명지대)·허순자(서울예대) 교수 등 전문가의 작품 해설도 들을 수 있다. 모두 무료다. 단, 명동예술극장 홈페이지(www.mdtheater.or.kr)에서 예약한 뒤 매표소에서 입장권을 받아야 한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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