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 기틀 다진 김영삼 개혁 1년(사설)
김영삼대통령의 문민정부가 변화와 개혁의 기치를 내걸고 돛을 올린지 오늘로 1년이 된다.지난 한햇동안 나라와 사회의 겉과 속이 탈바꿈한 정도와 진폭은 새로운 역사의 출발에 가름될 혁명적인 전환이라 할만하다.
사소한 문제점을 논외로 한다면 비민주와 저효률의 낡은 권위주의체제를 민주화와 경쟁력의 새로운 문민체제로 탈바꿈하는 계획된 개혁을 그처럼 짧은 기간에 순조롭게 진전시킨 사례는 사실 흔치 않다.
러시아나 일부 동구권의 예를 빌리지 않더라도 불과 1년여전의 국내 상황을 돌이켜보면 문민정부의 개혁1년은 하나의 값진 승리의 기록으로 두드러진다.92년말 김영삼후보가 40%정도의 지지로 당선됐을때만 해도 개혁의 의지와 능력은 미지수였으며 한세대에 걸친 권위주의체제의 청산과 개혁에 의한 부패척결·기강확립 과제를 제시했을때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던 것이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개혁의 솔선수범
개혁의 역학관계에 입각한 당시 일말의 회의론은 문민우위의 전통이 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강권통치수단이 없는데다 문민정부의 문약성때문에 아무리 정통성이 있다 하더라도 과연 거대한 구체제의 잔재를 제압할 수 있을 것인가,만약의 심각한 위기상황이 올 가능성은 없는가 하는 것이었다.
더욱이 세대간 지역간 계층간에 깊게 패인 갈등구조 속에서 법과 질서,사회기강의 확립에 실패한 구정권의 전철을 밟아 혼란과 무질서라는 과비용을 강요하거나 새로운 리더십자체가 스스로의 정권관리의 필요성 때문에 부패구조에 안주하는 기득권수호자로 변질되지 않을까 하는 불신감에 비추어 볼 때 지난1년은 권력에 대한 재래의 고정관념이 빗나가는 이변을 경험한 기간이기도 하다.
취임하자마자 칼국수와 새벽조깅으로 상징되는 역동성과 한푼의 정치자금도 받지 않겠다는 반부패선언으로 점화된 김영삼개혁은 출범전의 우려와 불안을 말끔히 씻고 당초 국민적 기대수준을 초과하는 성과를 거두었다고 평가된다.
30여년간 권위주의통치가 남긴 모든 분야의 비정상을 정상으로 복원하고 무한경쟁으로 요약되는 세계적 변화의 도전을 극복할 수 있는 민주적이고 효율적인 국가체제의 기반을 튼튼히구축하는데 성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기대이상의 성공
대통령의 전광석화같은 사정의 칼로 시작된 개혁의 질풍노도는 전시대의 숙원이었던 권위주의 잔재와 부패구조의 청산을 단숨에 끝내고 국민의식과 행태의 변화와 제도적인 틀을 바꾸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성역없는 사정을 통한 공직사회정화와 군부내의 사조직정리,군인사개혁,안기부와 경호실책임자의 민간인기용과 정치사찰금지등 권력운용의 문민우위전통확립과 비정상적인 통치구조의 개편은 국가안보 부서를 제자리에 돌려놓은,획기적인 민주체제의 공고화로서 역사적 의미를 부여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 대통령이 스스로의 재산을 공개함으로써 시작된 공직자재산등록과 공직자윤리법의 개정,금융실명제의 실시는 지금까지 어떤 정권도 실현하지 못했던 개혁 제도화노력의 결실이다.또한 1천3백여명의 비위공직자정화를 비롯한 부패척결작업은 사회의 도덕성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었다.
○민주·효율의 체제
새로운 문민질서가 정착되면서 우리사회는 이제 과거시대와 같은 정권상대의 극한적저항이 해소되고 각부문의 관심이 각론적정책과제로 쏠리는 선진국 수준의 안정된 분위기로 변모하고 있다.국민역량의 소모를 가져온 학원과 노사의 긴장상황이 평온해지고 반체제세력의 활동이 입지를 잃고 있는 새로운 현상이 그것이다.
앞으로 개혁의 과제는 지난 1년동안에 나온 「대통령 혼자서하는 개혁」이라는 비판과 지적속에 압축되어 있다.지금까지 실현된 개혁사례는 대부분 대통령이 주체가 되었다.
정치자금 수수중단,재산공개,금융실명제,사정 그리고 법과 제도개혁등 중요한 것은 모두가 대통령의 주도로 이루어지고 있다.통합선거법등 정치관계법의 개혁은 대통령이 정권적차원의 과거식 기득권을 포기하면서 정치권에 맡겼으나 여당은 물론 야당까지 대통령의 성화를 볼모로 삼아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켜보려는 구태의연한 자세를 보이고 있어 지지부진의 상태다.
공직사회의 무사안일과 복지불동도 같은 맥락의 현상이라 할만하다.내각과 행정부도 대통령을 따르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본격적 개혁은 이러한 한국 병을 스스로 치유하는데서 다시 출발해야 한다.
○정치권 개혁이 과제
권력의 핵심이 개혁으로 돌아선 이상 대칭되는 입장에 있는 지식인,언론,기업등 사회 각부문과 제세력,나아가 국민 각자의 행태가 함께 바뀌지 않고서는 온전한 개혁이 될 수 없다.저항과 대립의 논리는 개혁이 변함없는한 창조와 협력의 동참으로 이어져야 한다.경쟁력 있는 체제는 생산의 결과를 위한것인만큼 고통분담과 생산의 증대에 나서야 할것이다.
그런점에서 초기의 불가측성을 전술로 하는 전격적 개혁이 예측가능성을 넓히는 법과 제도,정책의 개혁으로 바뀌고 있음을 모두가 좀더 진지하게 받아들일 것이 요청된다.함께 헌신하는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물가,노사문제의 해결과 경제회생은 국가 경쟁력의 강화와 더불어 보다 확실히 가시화 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