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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은 콜금리 왜 내렸나 / 북핵·사스에 금리인하 급선회

    13일 한국은행의 콜금리 인하로 경기부양 정책이 더욱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콜금리 4.0%는 2001년 9·11테러 직후 경기부양 때와 같은 수준으로 콜금리 목표제 도입 이후 가장 낮은 것이다. ●사스로 성장률 0.3%P 하락 예상 지난달 17일 국회 재경위원회 보고 때까지만 해도 한은은 금리인하 가능성을 일축했다.현 경기침체가 국내사정보다는 국외사정에 의한 것이어서 금리조절이 올바른 처방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그러다가 지난달 30일 박승 총재가 북핵문제와 사스(SARS)를 들어 정책 번복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금리인하는 시장에서 기정사실로 굳어지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민주당과 한나라당 등 정치권을 비롯해 경제전문가,시민단체 등이 부동산투기 과열 가능성 등을 들어 인하에 적극적인 반대의사를 표시함으로써 금리인하 여부는 혼미한 상황에 빠졌다.최근 한은이 사스로 인한 성장률 0.3%포인트 잠식 등 어려운 경제여건을 부각시키면서 막판에 인하론이 힘을 받았다. ●“투기엔 세금·행정조치 바람직” 이날 금통위의 최대 쟁점은 금리를내렸을 때 우려되는 부동산 투기 가능성이었다.경제에 ‘혹한’(경기침체)과 ‘폭염’(부동산투기)이 공존하고 있어 난로를 켤지 에어컨을 켤지 판단하기 어려운 것과 똑같은 상황이라는 것이다.경기·고용문제를 보면 금리를 내려야 하고,부동산 쪽을 보면 동결시키거나 올려야하는 압박이 있다.그러나 한은은 최근의 부동산 투기는 특정지역에서 특정계층이 하는,부분적인 현상이기 때문에 전체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금리조정보다는 세금·행정조치로 1차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금리인하를 통해 가계대출 230조원,중소기업대출 220조원의 상환부담이 줄어들고,신용불량자 300만명도 큰 도움을 얻을 것으로 봤다. ●자금 부동산시장으로 이동 우려 금리인하의 효과와 관련,한은은 소비는 다소 늘겠지만 설비투자에는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데 동감하는 분위기다.대우증권 구용욱 연구원은 “콜금리 인하의 목적은 소비와 투자를 진작시키는 데 있다지만 카드사 문제 등 소매금융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금리인하가 소비 활성화로 이어지는 데는한계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한은은 금리인하로 인한 부동산시장 과열 가능성은 보유과세 강화와 분양권 전매금지 등 정부정책을 통해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경기부양 효과는 금방 눈에 보이지 않지만 아파트 투기 등 부작용은 바로 현실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역풍을 우려하는 사람도 많다.특히 과잉 유동성 국면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별다른 투자수단이 없는 현실을 감안할 때 부동산 시장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현상을 막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김태균기자 windsea@
  • 의원상대 좌담 분석/ 한나라당이 본 정당체제 개편

    한나라당 의원들은 대체로 ‘이념으로 나누는 정당체제 개편’을 긍정 평가하는 것으로 파악됐다.이는 이념정당 구조를 겨냥하는 신당 추진세력의 지향점과도 일치하는 것이어서,내년 4월 총선은 과거 어느 때보다 정당간 이념대결 구도가 뚜렷하게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매일이 여권의 신당 작업과 관련해 한나라당 의원들을 상대로 실시한 긴급 지상좌담에서 의원들은 “보혁논쟁 그 자체는 바람직하고,이념을 기준으로 정당이 나뉘는 것 역시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보였다.그러면서도 당내에 보수와 진보가 공존하면서 당 전체로는 이념적으로 하나의 지향점을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한나라당의 경우 전체적인 당의 색채를 ‘중도보수’로 하되 당내에 보수진영과 개혁그룹이 공존하는 형태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다만 일부 보수의원들은 “자기 이념에 맞는 정당에서 활동해야 한다.”며 개혁파 그룹의 탈당을 주장,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당내 소장개혁파의 핵심인 김영춘 의원은 “우리 당은 중도지향의 보수가 돼야 하며 이를 위해 진보진영의 합리적 주장을 수렴하고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그는 당내 일부 개혁파 의원들을 겨냥한 탈당압력에 대해서는 “충정 어린 비판을 견디지 못해 나가라고 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반발했다.반면 보수진영의 김기춘 의원은 “당의 이념과 배치되면 함께 하기 어렵지 않으냐.”며 개혁그룹의 자진탈당을 주장,일부 개혁그룹 인사에 대한 당내 보수진영의 거부감을 단적으로 내보였다.그러나 장광근 의원은 “실험정당이 아닌 수권정당을 목표로 하는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은 다양한 이념적 스펙트럼을 공유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보혁의 공존을 강조했다. 여권의 신당작업에 대해서는 ‘주도권 다툼’이나 ‘총선용’이라는 부정적 견해가 우세했다.장광근 의원은 “내년 총선용일 뿐 그 이상도,이하도 아니다.”고 했고,김기춘 의원은 “신·구파간 헤게모니 쟁탈전 성격이 짙은 만큼 이념 성향에 따른 창당논의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좌담내용을 종합하면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념상의 다양성에도 불구,전체적으로 중도보수 정당을 지향하는 것으로 정리된다.다만 그 ‘농도’는 다음달 누가 새 대표에 오르느냐에 따라 달라질 듯하다. 한나라당은 진보진영의 대선 승리에도 불구,중도보수정당이 국민들에게 지지를 얻어낼 정치토양은 충분히 갖춰져 있다고 보고 있다.관건은 보수색과 관계없이 정책대안과 당 운영방식 등에 있어서 얼마나 개혁적 요소를 담아내느냐에 있다.당내에서는 두 차례의 대선 패배에도 불구,전면적인 당 쇄신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새 대표의 과제인 셈이다. 진경호기자 jade@
  • 부시, 중동자유무역지대 제안 / 美 ‘로드맵’ 설득 당근정책

    미국의 중동재편 구상과 관련한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경제적 수단인 미국-중동 자유무역지대 구상안에 대해 이집트는 대미협상단을 구성,오는 18일 방미할 것이라고 이집트 언론들이 10일 보도했다.이와 함께 중동을 방문중인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11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양측에 2005년까지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창설을 목표로 한 중동평화 로드맵의 조속한 이행을 촉구했다. ●정치적 압박,경제적 당근 자유무역지대 구상안에 대해 중동전문가들은 로드맵의 성공을 뒷받침하기 위한 경제적 장치라고 평가했다.다른 한편으로는 이라크전으로 촉발된 반미감정을 누그러뜨리며 이라크전 승리 이후 중동 내 미국의 영향력을 확고히 하려는 의도도 숨어 있다고 본다. 지난 9일 발표된 미국-중동 자유무역지대 창설안은 2013년까지 광범위한 정치·경제개혁을 추진하는 역내 국가들에 미국의 무역장벽을 철폐하겠다는 약속이다.개별국가간 단계적 협정을 맺은 뒤 역내 모든 국가를 포함하는 지역협정이 체결되는 순서를 밟을 전망이다.이스라엘과 요르단은이미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했으며.모로코는 협상중이다. 미국은 개별국가들의 경제개혁을 적극 지원할 방침으로 이미 몇몇 단체를 구성했다.미국은 자유무역협정으로 중동 내 고용기회가 늘어나면 젊은이들의 일자리가 늘어나 이들의 테러단체 가입 유혹도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또 이스라엘과 아랍국들이 경제적으로 서로 얽히면 아랍은 이스라엘과의 공존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게 된다. 경제적 당근 제시와 함께 미국은 중동평화 로드맵 당사자들을 압박하고 있다.이스라엘에는 유대인 정착촌 건설 금지,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는 과격 이슬람단체의 단속을 촉구하고 있다. ●미국 파워의 실현 미국의 이번 제안은 지난 95년 유럽연합(EU)이 제안한 지중해 자유무역지대 창설안과 닮았다.당시 EU는 2010년까지 자유무역지대를 만들자고 제안했으나 역내 정치불안으로 실패했다.회원국을 확대하고 있는 EU에 대한 견제 차원의 성격도 띤다. 일각에서는 석유자원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 확대를 위한 방안이라고도 분석한다.세계 2위의 매장량을 가진 이라크의 유정 장악과 더불어 세계 1위인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석유 생산국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면 미국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무시못할 영향력을 갖게 된다. ●난제 수두룩 자유무역지대 창설에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이 필수지만 사우디아라비아·이라크 등 아랍연맹의 반 이상이 WTO에 가입돼 있지 않다.나라별 이해 차이가 크고 자유무역지대에 참여할 여건이 안되는 국가들도 있다.미국이 제시한 10년이 결코 넉넉한 시간이 아니라는 지적이 많다. 또 자유무역지대 창설은 로드맵의 성공적 이행 여부에 달려 있다.그동안 아랍권은 미국이 이스라엘 편향적이라며 비난해 왔다.자유무역지대 창설 제안에 앞서 미국이 로드맵 실행에 있어 공정한 감시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미국이 이스라엘에 편향됐다는 시각을 불식시킬 수 있느냐가 자유무역지대 성사의 관건인 셈이다. 전경하기자 lark3@
  • 공주 vs 거지 / 올 여름 패션가 양극화

    ‘여성스러움을 한껏 내세운 공주’ VS ‘터프함을 자랑하는 젠더리스(genderless)’ 요즘 패션가에는 대조적인 두가지 패션이 공존하고 있다.하나는 여성스러움이 극에 달한 공주 패션이고 또 하나는 너덜너덜한,여성스러움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는 ‘누더기 패션’,‘젠더리스룩’이다.가격대가 높은 백화점에서도,저렴한 가격을 자랑하는 대형쇼핑몰에서도 이 두 가지 패션경향이 동시에 인기를 끌고 있다. ●내 패션이 부럽냐 백제공주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TV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공주 패션에 대한 선호도가 한층 높아졌다.대표적인 공주 패션 브랜드는 레니본·로질리·사틴·올리브데올리브 등.대부분이 여성스러움을 한껏 강조한 디자인들이다.상의,하의 할 것 없이 가능한 곳에는 주름을 잡거나 레이스를 달아 사랑스러운 모습을 강조했다.어깨선에 주름을 잡은 퍼프 소매에,가슴선에 리본,주름장식 등을 달면 발랄하면서 귀엽게 보인다.또 가슴이 빈약한 여성은 볼륨감을 살려준다.색상은 분홍이 주류.여기에 연두,연한 파랑 등 화려하면서도우아한 색상들이다.명동 밀리오레에서 여성복 매장을 운영하는 한경민(26·여·1층 52호)씨는 “직장 여성들은 지루한 정장 안에 화려한 공주풍 민소매 셔츠를 입어 세련되면서도 깔끔한 분위기를 연출한다.”고 말했다.롯데백화점 숙녀캐주얼 정원호 과장은 “프릴·레이스로 한껏 치장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소재와 촌스럽지 않은 색상으로 가치를 아는 ‘귀족패션’이 일부 브랜드에서는 주요 컨셉트가 되고 있다.”며 “이해할 수 없는 색의 조화나 디자인으로 마니아들에게만 사랑받던 것이 일반인들에게도 인기를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허름하다고? 자연스러운거지 혹자는 공주 패션은 ‘여성=공주=보호받아야 할 존재’의 등식을 성립시키는 여성 상품화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말한다.이를 깨부수기 위한 ‘안티 공주 패션’이 일종의 ‘누더기 패션’,‘젠더리스룩’으로 나타나고 있다.경기가 급속히 나빠진 90년대 후반에 유행하기 시작한 ‘빈티지룩’(낡거나 닳은 느낌의 옷차림)이 이런 패션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목선이나 어깨선,소매단,밑단등을 제대로 마감처리를 하지 않고 너덜너덜하게 한 티셔츠가 단연 선두주자.중장년층이라면 “빨리 꿰매 입어라.”고 할 정도로 허름하기 그지없는 이같은 스타일은 웬만한 영캐주얼 브랜드의 기본 컨셉트이다. 물이 빠지고 허벅지·무릎 등을 찢거나 밑단을 풀어놓은 데님바지나 데님치마,데님자켓도 인기다.또 세탁기에서 막 나온 듯 군데군데 구겨진 셔츠도 ‘누더기 패션’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는 멋스러운 아이템으로 통한다. 최여경기자 kid@
  • [LOOK 아시아]韓 IT-물류 · 中 제조업 · 日 금융 / 한·중·일 분점체제로 공존해야

    21세기 세계경제 질서가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2001년 말 WTO(세계무역기구) 다자간무역체제에서의 규범 협상인 도하개발어젠다(DDA)가 출범하면서 해외직접투자(FDI)시대가 본격 도래하고,금융의 세계화·지역주의의 대두가 시대적 조류가 되고 있다.이런 가운데 동북아에도 경쟁과 협력이 공존하는 새로운 경제질서 구축을 위한 한국·중국·일본 등 3국간의 치열한 힘겨루기가 진행되고 있다. 2001년 WTO 가입을 계기로 급부상하는 중국의 실체와 이를 둘러싼 한국·일본 등 3국간의 구도를 어떻게 재정립해야 할 것인가가 최대의 화두다.‘세계의 공장’으로 주목받고 있는 중국의 양면성과 한·일의 미묘한 입장 등을 조명해 본다. ●두 얼굴의 중국 독일에 본부를 두고 있는 세계적 투자은행인 도이치뱅크는 얼마전 ‘중국-세계경제의 지형을 바꾸다.’라는 보고서를 통해 “중국은 향후 10년간 매년 7%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며,이럴 경우 2017년에는 GDP(국내총생산) 기준으로 미국에 이어 세계 두번째의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외국인 투자와 민간부문의 성장,각종 제도 개혁이 성장엔진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지난해 미국 CIA(중앙정보국)가 발표한 ‘글로벌 트렌드 2015’에서도 중국이 앞으로 연간 7%의 성장률을 유지한다면 2015년에는 구매력평가 기준으로 GDP 수준이 미국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를 반영하듯,중국은 지난해 527억달러의 FDI를 유치,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의 FDI 유치국으로 떠올랐다. 개방화 정책으로 제조업의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중국은 한국과 일본을 추월해 세계 최대의 가전 생산국으로 발돋움했다.2001년부터는 일본을 제치고 우리나라의 두번째 무역상대국으로 올라섰다.하지만 외형적인 성장 뒤에는 ‘중국 거품론’‘중국 붕괴론’이 도사리고 있다.WTO 가입 이후 관세인하로 농산물이 대량 유입될 경우,우리 농민들이 엄청난 타격을 입는다.또 13만개 국영기업의 방대한 과잉인력,금융기관의 부실,지역간 경제격차 심화,실업인구의 지속적인 증가 등이 중국경제의 도약을 가로막는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불안한 한·일 경제적인 측면에서 중국에 대한 일본의 인식은 극단적이다.‘중국 붕괴론’에서 ‘중국 위협론’까지 제기됐다.1990년대 이전에는 사회주의 블록이 무너지면서 붕괴론이 득세했다.그러다 90년대 이후에는 위협론에 무게가 실려왔다.중국 국력의 비약적인 증대로,장기적으로 아시아 각국간 ‘힘의 균형’에 변화가 생길 것을 우려한 안보 측면도 위협론에 힘을 싣고 있다. 중국 제품의 일본시장 점유율은 90년에는 4.9%에 그쳤으나 2001년에는 3배가 넘는 16%로 높아졌다.중국의 WTO 가입 이후 1만여개의 일본계 기업이 중국으로 진출하거나 이전해 산업공동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발전단계 측면에서 중국과 일본은 대략 40년 정도의 차이가 있다는 점을 들어 ‘중국 위협론’이 맞지 않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경쟁관계보다는 보완관계라는 주장에 근거해 ‘중국 리스크론’도 제기된다. 우리나라는 ‘중국 블랙홀론’이 제기되는 가운데 낙관론이 아직은 우세하다.인천대 한광수 교수는 “중국의 부상으로 한국 경제가 중국 경제에 대한 의존도를 높여 장기적으로 흡수돼 가는추세(중국 블랙홀론)를 보이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면서도 “중국의 외형성장을 의식한 미국이 한국에 대한 투자를 늘리면서 우리 경제는 미국 경제와 중국 경제를 동시에 활용할 수 있는 기회도 맞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유럽도 촉각 미국과 유럽은 중국의 대내외 경제실적과 성장잠재력으로 볼때 멀지않은 장래에 중국이 자신들과 함께 세계 3대 강국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중국 경제의 발전은 동아시아 경제의 결속을 가속화시키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특히 선진국들은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EU(유럽연합) 등 세계 경제의 통합 추세로 공급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의 ‘세계 공장화’는 IT(정보기술)산업을 중심으로 급속한 기술진보 및 미국경제의 침체 등과 맞물려 향후 세계경제의 디플레이션화를 초래할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언론들도 지난해 연말 중국의 저가(低價)수출이 세계경제의 디플레이션 현상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지난 세기 미국의 공업화가 세계경제에 미친 영향과 비슷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분점(分占)체제만이 살길 중국을 중심으로 한 한·중·일 3국이 세계경제의 중심이 되면서 각자 살아남기 위해서는 동북아 허브(중심)의 분점체제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지적이다.중국은 제조업(산업)공장으로,한국은 물류 및 IT 중심으로,일본은 도쿄를 중심으로 한 금융·레저 중심으로 역할 분담이 이뤄질 경우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다는 분석이다.재정경제부 홍영만 금융협력과장은 “산업 스펙트럼의 다양화를 통해 협력체제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박정동 연구위원은 “북한이 동북아 지역내 정치·군사적 긴장을 야기시켜 동북아 경제협력의 결정적 장애요인으로 남아 있다.”면서 “일·러간 북방도서문제,일본의 과거사 문제,중국대륙과 타이완간 관계 개선 등도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병철 기자 bcjoo@ ■동아시아 ‘역내 채권시장' 추진 세계경제 질서 재편을 계기로 동아시아에서는 한국·중국·일본을 중심으로 한 ‘금융의 블록화’가 본격 추진되고 있다.1997년 동아시아의 금융위기가 직접적인 계기가 되면서 표면화되고 있는 것이 동아시아 ‘역내 채권시장’을 만들자는 것이다.내년초 동아시아 역내 국가들의 회사채나 국채를 모아 자산담보부증권(ABS)을 발행하자는 것이 골자다.서로 힘을 모아 각국이 금융위기에 처할 때,역내 자본을 활용해 위기를 극복하려는 의도다. 이를 위해 아시아지역 10개국과 한·중·일로 구성된 ‘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3’이 주축이 돼 올초부터 본격 논의에 들어갔다.구체적인 발전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 2월말 일본 도쿄에서 재무차관회의를 가진데 이어 이달에는 재무장관회의를 가질 예정이다. 정부는 우선 우리나라에 ABS를 발행할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하고 각국의 중소기업 회사채를 인수,정부와 신용보증회사의 신용보증을 받아 ABS를 발행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주병철기자
  • 서동만 기조실장은 누구 / 햇볕정책 강조 ‘대표적 진보학자’

    대북 포용기조를 강조해온 대표적인 진보 소장학자.기조실장 내정자로 알려진 뒤부터 친북 좌파 사상 논쟁에 휘말렸다. 지난해 서해교전과 관련,서 실장은 “군사적으론 북한의 계획된 선제공격이지만 정치적으론 우발적인 북한의 실수”라고 평가했다.또 한 포럼에서 햇볕정책 실패론과 관련,“생각한 만큼 실천하지 못한 게 (도리어) 문제”라며 “보수층의 퍼주기 주장은 맞지 않다.”고 밝혔다.조건없는 대북 인도적 지원과 평화사업 차원에서 금강산 관광사업의 정부 주도,대북 전력지원 등을 제시하면서 채찍보다는 당근,평화공존 논리로 북한문제에 접근해야 한다는 게 지론이다. 특히 북한의 국제테러 지원 증거가 없는데도 미국 정부가 잘못 대응하고 있다는 주장을 펼쳐 반미 성향이 지나치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평가는 엇갈린다.동국대 고유환 교수는 “시대 변화에 어느 정도 앞서가며 북한 바로 알기,남북화해 분야에 노력해온 사람”이라고 말했다.서 실장을 둘러싼 친북 논란은 냉전적 사고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의 한계라고 말했다.그러나 외교안보연구원 시절 그와 함께 일한 한 인사는 “편향성이 있다.”고 평하기도 한다.서 교수 자신은 최근 국회 정보위 청문회가 덮어씌운 친북 올가미는 “납득할 수 없는 일방적 매도”라며 반박했다. 일본 유학시절 진보적 성향의 북한전문가 와다 하루키 교수를 사사했으며 도쿄대에서 ‘북한 사회주의 체제의 성립’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북·미,북·일,한·일 관계 전문가로 활동해오다 노무현 대통령 후보 시절 정책 자문을 하면서 노무현 대통령의 신임을 얻었다.부인 강옥초(42)씨와 1녀.
  • 21세기 한국의 힘 ‘잡종 문화’

    퀴즈.‘○○은 양분법과 편가르기,차별과 대립,타자에 대한 증오를 극복할 수 있는 실천적 힘이다.○○적 사유는 창조적 사유의 근원이며,○○적 지식인은 복잡한 위험사회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유형의 지식인이다.’ 스스로를 ‘잡종 교수’라 밝히는 젊은 과학철학자 홍성욱이 제시하는 정답은 ‘잡종(Hibrid)’.새 책 ‘하이브리드 세상읽기’(안그라픽스 펴냄)에서 그는 21세기 한국을 움직이는 신종 에너지는 ‘잡종문화’라고 웅변한다. 책이 서가에서 눈에 띄는 이유는 다름아니다.‘잡종 한국’의 논거를 사회·문화·과학 등 다방면을 활강하며 뒤져내는 사고의 유연성 덕분이다.그러고 보면 지은이의 이력부터 다분히 ‘잡종’이다.서울대에서 과학사 박사학위만 받고도 멀리 토론토대학에서 과학기술사를 강의하는 그다. 우리사회의 지적 기반들 가운데서 잡종이 아닌 게 있냐고 책은 자문한다.지은이가 “미래의 잡종 지식인”이라고 이름붙인 한국의 신세대만 해도 그렇다.이미 그들은 21세기 잡종미디어인 인터넷을 토대로 한 네트워크 혁명시대에살고 있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대목은,미국문화를 받아들이는 한국문화의 태도를 ‘창조적’이라고 보는 지은이의 관점.맥도널드 체인점에서 불고기 버거가 대표상품으로 둔갑한 결과를 구체적인 사례로 꼽는다. 그러나 다양성에 대해 지나치게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사회풍토는 꼬집고 넘어간다.건강한 균형을 위해서는 차이를 인정하고 장려하는 문화적 운동이 활발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미(美)의 획일화·상업화를 부추긴다고 비난받는 미스코리아 대회가 그 예.그것이 아예 없는 세상보다는 그 대회와 안티미스코리아 대회가 공존하는 세상이 한결 더 창조적이라는 게 책의 시각이다. 위험사회를 극복할 수 있는 21세기형 지식인은 ‘잡종적’이어야 한다고도 역설한다.예컨대 정보통신 네트워크 등 첨단기술에 대한 무조건적 반발심은 경계돼야 한다는 것.권력을 효율적으로 감시하고 통제하는 역감시의 기술로써 그들을 활용해 시민의 정치참여를 유도해내는 것이 곧 미래형 ‘잡종 지식인’의 역할이란 견해다. 지은이의 관심사는 마지막 장까지 전방위로가지쳐나간다.영화 속의 잡종 코드들까지 여러 각도에서 읽어낸다.8500원. 황수정기자 sjh@
  • “정지용, 미군機에 피격사망 북한 문학사에서 완전복권”/ 박태상교수 논문서 주장

    사망시기가 불확실하던 ‘향수’의 시인 정지용이 1950년 9월21일 동두천 소요산에서 미군기의 기관총에 피격돼 숨졌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는 박태상 한국방송대 국문과 교수가 5월17일 충북 옥천에서 열릴 지용문학제에서 발표할 ‘정지용 문학에 대한 북한문학사에서의 평가’라는 논문에 담긴 것. 박 교수는 일본 조총련계인 김학렬 조선대 교수로부터 입수한 북한의 박산운 시인의 ‘정지용 시인에 대한 회고담’을 국내 처음 공개하면서 정지용의 사망 관련 내용을 소개한다. 회고담은 1993년 4월24일,5월1일과 7일에 북한 ‘통일신보’에 실렸다. 박 교수는 “박산운이 북한의 소설가 석인해의 목격담을 근거로 정지용이 월북하던 중 동두천의 소요산에서 미군의 폭격으로 사망했다고 서술했는데,이는 북한이 정지용 시인의 부활을 기정사실화하려고 그의 죽음을 미화하려는 정치적 전략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 교수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회갑기념으로 2001년 12월10일 펴낸 ‘조선대백과사전’에 정지용의 이름이 공식 수록된 점을 들어 “정지용이 완전 복권됐다.”며 “북한이 동구권의 해체 이후 ‘조선 민족제일주의’와 ‘민족공존’기치를 높이 들면서 나타난 노선변화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한다. 박 교수는 “정지용 복권은 ▲94년 유만의 ‘조선문학사’에서 4쪽에 걸친 작품 소개 ▲김일성대학의 문학교재에 정지용의 작품이 등장한 사실 등에서 조짐을 읽을 수 있다.”면서 “조선대백과사전에 수록된 것은 북한 문학사에서 완전 부활을 뜻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근 ‘원본 정지용 시집’을 펴낸 이숭원 숭실대 교수는 “정지용 시인에 대한 서술의 변화를 발견했다면 연구 성과”라고 말했다. 이종수기자 vielee@
  • [씨줄날줄] ‘장군이’

    지난 2001년 9월 지리산 국립공원에 방사된 반달가슴곰 ‘장군이’가 잠시 인간의 품에 머물다 갔다.목에 끼워놓은 위치 추적용 전파발신기 교체를 위해 포획된 장군이는 상처가 발견된 목 대신 귀에 발신기를 달고,진찰 결과 다른 건강상태는 좋다는 판정을 받은 후 숲 속으로 되돌아 갔다. 두 살 배기 장군이는 환경부가 지리산 반달가슴곰 복원계획을 위해 방사했던 네 마리 반달가슴곰 중 한마리.장군이는 지금까지 살아 남은 또다른 반달곰 ‘반돌이’와 함께 사육장을 떠나 피나는 야생적응 투쟁을 벌이고 있다.지금까지 장군이의 성적표는 ‘양호’.그러나 멀리서 이들을 지켜줘야 할 인간의 성적표는 그렇게 좋지만은 않은 것 같다. 방사된 곰 중 주검으로 발견된 ‘반순이’가 밀렵꾼의 제물이 됐을 것이란 얘기는 이미 알려진 대로다.그러나 장군이도 인간 때문에 ‘고초’를 겪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국립공원 관리공단 반달곰관리팀에 따르면 반돌이는 12월말부터 3월중순까지 석 달 동안 겨울잠을 푹 잔 데 비해 장군이는 40여일 밖에 잠을 자지 못했다.잠자리를 세번이나 바꿔야 했기 때문인데 공단측은 그 이유를 한번은 등산객들의 야호 고함소리,또 한번은 고로쇠 채취꾼들의 드릴 소리 때문으로 보고 있다.장군이는 반돌이보다 사람의 품에서 자란 기간이 좀더 길어 야생 적응력이 떨어지는 편인데 이처럼 가까운 데서 들리는 소음들은 장군이를 더욱더 불안케 하고 있다는 것이다.특히 지난해 가을 단풍철에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등산객들의 야호 소리에 장군이가 관리구역을 5㎞나 벗어난 지역으로 이동해 버려 관리팀들은 2개월동안 3박4일씩 교대로 야영을 해야 하기도 했다고 전한다.관리팀은 헬기 운항,사진촬영,약초채취 등도 곰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인간의 행동들로 분석했다. 환경부는 오는 2011년까지 자연 속에서 개체를 유지하는 최소단위인 50마리의 반달가슴곰을 복원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자연의 복원은 자연과 인간간의 화해 선언이다.지금까지 정복자,수탈자였던 인간이 자연에 평화와 공존을 제안하는 엄숙한 노력이다.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이런 자각과는 동떨어져 있다.산에서는인간은 손님이라는 생각,고군분투 하고 있는 장군이를 위해서라도 지리산에서는 한번쯤 해보았으면 한다. 신연숙 논설위원 yshin@
  • 편집자에게/ 기간산업 민영화 충분한 여론수렴 필요

    -‘철도·전력·가스 민영화 않기로’기사(대한매일 4월22일자 1면)를 읽고 정부는 1998년 이후 공공부문의 개혁차원에서 공기업에 대한 민영화를 추진해 오고 있다.지금까지 11개 민영화 대상 공기업 가운데 포항제철,KT 등 8개사의 민영화를 끝냈고 현재 전력(발전부문),가스,지역난방 등 3개사에 대한 민영화와 구조개편을 추진중이다.또 철도산업에 대한 구조개편 논의도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민영화와 관련해서는 해당산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시급히 추진해야 한다는 찬성론과 요금인상,수급불안 등을 우려하는 반대론이 공존하는 것은 사실이다.그러나 민영화는 일반 국민들이 인식하는 공공부문의 비효율을 제거하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안 중 하나이므로,민영화 이후의 우려사항에 대한 보완책을 철저히 강구하면서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다만,전력,가스,철도 등 망(network)산업의 민영화에 대해서는 찬반론이 양립하는 분야인 만큼,그 부작용 등 관련사항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해당 산업의 특성도 감안해야 하고 폭넓은 공감대 형성을 위해 관련 전문가 및 이해 당사자의 의견도 적극 수렴하는 등 충분한 사전준비를 거쳐 추진 여부와 방안을 신중히 검토해야 할 것이다. 지금 시점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은 국가경쟁력과 국익을 최우선시하면서 각계의 고민과 중지를 모아 최적의 방안을 모색하는 일이다. 장영철 기획예산처 재정개혁1과장
  • [사설] 국정원 ‘제자리 찾기’ 주시한다

    어제 국회에서 열린 고영구 국정원장 내정자에 대한 청문회는 여러가지 측면에서 주목됐다.고 내정자가 재야인권변호사 출신이라는 점이 그렇고 국정원장 내정자가 공개청문회에 섰다는 것부터가 이채로웠다.그 자체가 개혁의 모습이고 쇄신의 자세였다.국민적 관심에 걸맞게 국정원 개혁에 대한 고 내정자의 진단과 처방도 대체로 적절했다고 본다.신뢰를 잃고 기강이 흐트러졌다는 것이 그의 국정원에 대한 시각이다.이를 고치기 위해 “마땅히 할 것은 하고 하지 말 것은 하지 않음으로써 제자리를 찾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이같은 처방이 국익에 충실한 순수정보기관으로 변신을 겨냥한 것임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할 것이다. 고 내정자도 지적한 것처럼 국정원은 더 이상 정권안보의 수단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정치개입 인권침해 등 시비에 휘말리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청문회에서 거듭 다짐한 것처럼 정치사찰 업무는 폐지하고 정부부처 및 언론사에 대한 출입관행도 사라져야 한다.국내 보안범죄에 대한 수사권을 검찰과 경찰에 넘기겠다는 방침도수사권 남용 시비의 불식이라는 측면에서 주목거리다. 국가보안법을 인권침해의 소지를 줄이는 방향으로 개정할 필요가 있다는 고 내정자의 견해는 시대 흐름을 감안할 때 너무나 당연하다.남북한이 평화공존을 지향하는 상황에서 북한의 대남노선을 이유로 국보법의 개·폐를 반대하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국정원장 내정자마저 개정의 필요성을 피력한 만큼 더이상 머뭇거릴 명분은 없다고 하겠다. 고 내정자의 개혁 다짐에도 불구하고 우려의 소지는 있다.정치사찰을 없애겠다면서도 국내 정보수집은 계속하겠다는 것부터가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둘의 경계가 애매해 자칫 정보수집이 정치사찰로 악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대규모 인사에 따른 조직의 동요를 최소화하는 일도 중요할 것이다.특정인맥 시비로 내분을 자초한 과거의 잘못된 관행은 철저히 경계해야 한다.
  • [열린세상] 평화·공존을 위한 인성회복

    과학과 문명의 발전에 힘입어 새로운 세기를 향한 인류의 희망적 기대는 미국의 초 강국이 되고자 하는 이기심에 이용된 또 다른 과학과 문명에 의한 전쟁 때문에 짓밟히고 있다. 세계곳곳에서 양심 있는 지성인들이 소리 높여 평화를 외치고 있지만 국익을 앞세우는 대의 명분 앞에서 여지없이 묵살되는 현실에서 절망감을 느낀다.다행히도 전쟁은 끝나가나 많은 나라들은 어떻게 하면 전쟁 후 복구이권에 참여하게 되느냐에 대해 또 다른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것은 동물세계에서 사자가 먹이를 사냥하고 나면 하이에나들이 몰려와 사냥된 고기를 약탈하려는 모습과 크게 다를 게 없다.인간의 근본에 대해 교육하고 바르게 나아가고자 실천하는 사람들에게는 지극히 혼란스러운 상황이다.약육강식이라는 짐승의 야만적 행위가 선행되는 마당에 어떤 기준으로 살아야 되는지,어떻게 후배들을 지도해야 되는지 참으로 난감하다.인류는 20세기까지 이데올로기,인간의 기본권에 대한 투쟁 등의 거대 담론에 의해 많은 혁명과 전쟁에 휘말렸고 인간의 섬세한 인성에 대한 관심과 교육은 뒷전이었다. 특히 우리나라는 전쟁 후 불과 30년 동안 전근대적인 후진국에서 선진국의 문턱까지 급격하게 변화를 겪어왔다.이 기간은 경제적 발전과 정치적 안정이라는 국익의 거대 명분이 개인에게 작용하고 영향을 미쳤고 또한 개인의 희생이 요구되었던 격동의 시간들이었다. 90년대에 들어와서 비로소 세계화에 발을 맞추기 시작하였고 개인의 자유와 주권,다양성이 주장되고 인정되기 시작한 것은 불과 몇 년밖에 되지 않았다.그리고 21세기에 들어와서는 물질,권력,명예보다는 자연,마음,감성,느림,건강 등 일상을 행복하게 하는 배경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하였으며 보다 섬세한 인성에 대한 가치를 생각하기 시작했다.이런 현상은 문화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는 너무나 반갑고 소중한 것이었다.경직되고 틀에 박힌 형식적인 삶에서 보다 풍요롭고 다양한 질적인 삶을 추구하게 되는 것이야말로 바로 문화가 갖는 목적인 것이다. 문화적 삶은 생활의 투쟁이 아니라 인간내면을 들여다보며 타자를 생각하고 배려하는 마음으로 세계를 공유하는 진정한 인간의 길이며 성숙된 삶의 구현인 것이다.나의 선조들을 거슬러 올라가면 우리 모두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우리’라는 마음을 가지면 전쟁과 폭력은 있을 수가 없다. 월드컵 이후 이제 겨우 타자에 대한 배려와 공유의 기쁨을 알기 시작한 우리는 이 전쟁으로 인해 나타나게 되는 사회적 현상에 대해 무척 조심스러운 마음을 가지게 된다.약육강식에 의한 논리로 지배되는 사회,조직과 집단적 이익을 위해 개인이 희생당해야 하는 조폭적 사회가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이제 겨우 걸음마를 시작한 어린아이가 사고를 당해 불행한 미래를 맞게되는 결과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늘 기본적인 것에서부터 출발하는 그런 절망감은 더 이상 가지지 않게 되었으면 한다.지금은 모래성이 아니라 기초부터 단단하고 그 위에 훌륭한 건물이 세워지길 바라는 이재민의 심정이다. 우리는 미국의 자만심이 만들어낸 야만적 행위 안에서 죽음으로 희생되었고,상처로 고통받고 있는 젊은 병사들,이라크 국민들,종군기자들을 잊지 말아야 한다.그리고 평화와 공존을 위해 반전의 목소리를 내는 세계의 많은 지성인,인간 방패로 떠난 용기 있는 자들에게서 인성이란 교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비록 정치,경제,군사적 권력이라는 국가적 거대 담론이 세계를 지배하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개개인들의 깨어있는 지성,타인을 사랑하는 마음,세상을 섬세하게 보는 시각을 통해 세상이 계속되며 발전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지 말았으면 한다. 김 미 진 미술평론가
  • [열린세상] 韓美, 명분과 현실사이

    하나.지난 3월 초 미국 출장 길에 20여년 전 미국으로 이민 간 선배의 주선으로 교포들 몇 분과 자리를 함께했다.아무래도 한국에 관한 얘기가 주를 이루었는데 특히 애국심이라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아 보이는 그들의 관심사는 오로지 ‘조국’이었다.그들은 대통령 선거결과에 대한 안타까움에서 시작,대북 비밀송금에 대해 울분을 토로했고,핵 문제에 관해 ‘악의 축’ 북한을 강력히 비난했다. 또 김정일 집단의 핵무기 개발은 세계평화에 대한 도전으로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막아야 한다고 열변을 토했다.“그 대가에 전쟁도 포함되는가.”라는 질문에 그들은 “서울이 피해를 좀 보고 피를 좀 흘리더라도 이번 기회에 화근을 뿌리뽑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러분의 아이들은 미국에 살고 있지만,내 아이들은 서울에 있다.난 어떤 경우에도 내 아이들이 피를 흘리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조국에 대한 걱정은 조국에 사는 사람들에게 맡겨 달라.”는 조심스러운 부탁에 그들은 무척 불만스러운 표정이었다. 둘.3월 중순,전직 군 고위인사가 참석한 회식 자리가 있었다.당연히 이라크 전쟁이 화제에 올랐는데,그는 정부의 ‘비전투병’ 파병 결정이 몹시 불만스러운 듯했다.당연히 전투병을 파병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그는 ‘북한을 적이 아닌 같은 민족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내린 결정에 매우 답답해 했다.그는 이렇게 주장했다.“미국만이 우리의 안보를 지켜 줄 수 있다.미군이 철수하거나 재배치되는 경우 안보가 뿌리째 흔들리게 된다.이번에는 우리가 먼저 전투병을 보내 미군과 함께 피를 흘림으로써 우리가 혈맹임을 확인시켜 주어야 한다.” “참 좋은 생각이다.단 이번 전쟁이 피를 흘릴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지원병을 조직해서 참전하면 어떨까.그러면 미국에 대해서도 면피가 되고,국론의 극심한 분열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제안에 분위기가 썰렁해졌다.참 힘든 자리였다. 셋.3월 하순 미군 고위 장성 한 사람과 기업인 몇 사람이 저녁을 함께하는 자리가 있었다.미군 장성은 두 여학생의 죽음과 그로 인한 촛불시위가 노 대통령의 당선으로 이어졌는데,많은 미국인들이 촛불시위를 본 다음부터 주한미군의 철수를 주장하고 있어서 걱정이라고 했다. 또 이라크 전쟁과 북핵 문제를 얘기하던 끝에 “지구상에는 질서 있는 세계와 혼란한 세계가 있는데,한국은 어느 세계에 속할 것인지를 결정짓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이 말을 받아 기업인 한 사람이 유창한 영어로 말했다.“50세 이상 세대는 노 대통령을 싫어했는데,그를 당선시킨 49세 이하의 세대 중에서도 상당수가 자신들의 선택을 후회하고 있다.5년만 기다려 달라.우리가 다시 질서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 자리가 끝날 무렵 난 장군과 악수를 나누면서 서툰 영어로 얘기했다.“한국인은 누구나 질서 있는 세계에 살고 싶어 하지만 그 기준은 한국인 스스로가 결정하기를 원한다.” 세상 만사가 그러하듯이 미국과 우리의 국가적 관계에도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이 공존하고 있다.그러나 남북분단과 혈맹 관계라는 ‘현실’에 가려진 부정적 측면이 남긴 상처도 돌아보아야 할 때가 된 것 같다.최근의 경험들을 통하여 나는 미국의 시각에 자신의 그것을 맹목적으로 일치시켜 온,이른바 ‘지도층’들이 자신들의 공과를 돌이켜 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한·미간의 혈맹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이유로 며칠 전 비전투병 파병안이 국회를 통과했다.대통령은 ‘명분 없는 전쟁’이지만 ‘전략적이고 현실적인 판단’에 따라 파병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명분과 현실 사이의 선택이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라크전 파병을 계기로 앞으로의 한·미관계에 관한 생각과 논쟁은 보편적 가치관을 바탕으로 하는 우리 자신의 시각과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게 되기를 바란다. 조 용 경 포스코건설 부사장
  • 올 거리 누빌 샌들 트랜드/ 여성의 발끝 ‘패션 마침표’

    멀리서 눈에 띄게 세련된 여인이 걸어온다.곱게 단장한 얼굴,화사한 색상의 하늘하늘한 시폰 블라우스와 화려한 무늬가 돋보이는 타이트한 청바지,손에 들려 있는 명품 가방….악! 근데 이건 뭐야.웬 검정 캐주얼화? 스타일 구긴다. 눈에 띄지 않는 듯해도 무시할 수 없는 패션 아이템,신발.이 하나로 멋이 완성되기도 하고 패션 점수가 깎이기도 한다. 올해 여성 패션브랜드는 독특한 디자인,감성적인 색상을 원하는 고객들의 심리에 맞춰 봄보다도 빨리 여름 샌들을 선보이고 있다.스포티한 라인과 내추럴한 아이템,섹시미가 부각되는 디자인이 상당수다. 엘칸토 디자인실 정유란 실장은 “올봄 멋쟁이가 되려면 반드시 새 샌들을 하나 장만하는 것이 좋다.그만큼 스타일이 크게 달라져 지난해 신던 것으로는 올 유행을 표현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세심한 샌들 선택으로 패션을 완성해보자. ●자연주의를 지향한다 경제 불황,테러·전쟁의 불안함을 달래기 위해 패션계는 발랄함과 경쾌함이 자리잡고 있다.여기에 자연과 평화를 향하는 ‘자연주의’를 첨가해 봄·여름 샌들 트렌드를 만들고 있다. 올 샌들 디자인에는 유독 꽃무늬가 강세다.엘칸토나 쌈지 등 국내브랜드는 발바닥에 꽃무늬 문양이 찍혀져 있는가 하면,코사지가 발등 또는 옆라인에 액센트로 붙어서 여성스러움을 더한 디자인을 출시했다. 해외명품 브랜드인 에트로는 과일과 물고기 문양을 많이 사용했고,구치는 동양적인 컨셉트를 살려 대나무로 만든 하이힐,가죽·코튼을 이용한 스트랩 슈즈,꽃에서 모티브를 따온 디자인을 선보였다. ●관능적인 여성스러움이 묻어난다 예부터 여성의 구두는 섹슈얼리즘과 통한다고 했던가.귀여운 발레슈즈 스타일,굽이 없는 단화 스타일과 함께 구두굽이 아찔하도록 높은 하이힐과 발등이 많이 노출되면서 여러 가닥의 가죽끈을 묶는 스트랩 스타일 등 섹시한 디자인이 공존하고 있다. 색상은 핑크,화이트 등 여성적이면서 로맨틱한 색상과 악센트 컬러가 동시에 유행하고 있다.대담한 핑크색,밀리터리 룩을 연상케 하는 카키,비타민 컬러로 주목받는 옐로·오렌지·그린 등을 샌들에도 과감히 선보였다. 루이뷔통 권준희 대리는 “올해 샌들 경향을 보면 50∼60년대 브리지트 바르도를 연상시키는 여성스러우면서도 섹시한 디자인이 넘쳐나고 있다.”면서 “새틴 원피스와 매치하면 공주풍의 귀엽고 사랑스러움을,미니스커트와 함께라면 관능적인 여성미를 연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여경기자 kid@
  • 부시의 전쟁 /검은 연기… 쌓이는 시체… 약탈 쇼핑… 길거리 축구…‘혼돈의 바그다드’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가 두 얼굴을 띠어간다.티그리스강을 경계로 평온한 일상과 지옥 같은 전장이 공존하며 미군을 맞는 이라크 민간인들의 얼굴도 양극을 보여주고 있다.현재 티그리스강 서쪽은 미군의 집중적인 공격을 받고 있으며,이라크군은 민간인의 티그리스강 통과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외국친척에 전화하려 긴 줄 서 바그다드는 근 일주일 정도 전기와 물 공급이 끊긴 상태다.전화선도 파괴돼 일부 시민들은 외국에 있는 친척들에게 전화를 걸기 위해 국제적십자위원회 사무실 앞에 길게 줄을 서 있다.이곳에도 “상황이 악화되면 전화서비스가 일시 중단될 것”이라는 안내문이 걸려 있다. 티그리스강 서쪽은 인적이 거의 사라진 채 미군의 무인정찰기만 상공을 맴돌고 있다.연일 계속되는 폭격과 이라크군이 참호에 지른 불로 하늘은 검은 연기가 자욱하고 매캐한 유황냄새가 진동한다. 부상자들이 몰려드는 킨디 병원은 앰뷸런스가 계속 부상자를 내려놓고 사라지며 영안실의 시체는 쌓여만 간다.이미 많은 의약품이 바닥난 병원에 전기마저 끊기면서 영안실의 시체는 썩어들어가기 시작했다.몰려드는 부상자로 며칠째 가족들과 단절된 의사나 간호사들 일부는 가족들을 만나러 떠난 뒤 돌아오지 않고 있다. 반면 티그리스강 동쪽 지역에서는 일상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카페는 여전히 사람들로 붐비고 남자들은 이곳에서 물담배를 피우고 있다.청소년들은 거리에서 축구를 하고 있으며 길거리 노점상은 여전히 장사를 한다.버스 정류장에는 많은 시민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지만 버스는 거의 오지 않는다. ●병원마다 의약품 동나 8일 바그다드 남동쪽으로 정찰을 나간 미 제7해병대 3대대는 곳곳에서 손을 흔드는 이라크인과 약탈자 무리를 만났다.이들은 새 오토바이나 가전제품으로 가득찬 쇼핑수레을 끌고 가거나 약탈품으로 채워진 소형버스를 몰고 있기도 했다.이들 또한 미군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반면 민간인 부상자들이 몰려드는 킨디 병원에서는 미군에 대한 적대감이 높아만 간다.사람들은 전의를 다지거나 자신의 무용담들을 늘어놓으면서 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군인들도 혼돈스러운 모습이다.미군이 점거한 대통령궁에 임시 설치된 전쟁포로 수용소에 8일 이라크군 9명이 수용됐다.대통령궁에 설치된 확성기를 통해 나온 항복권유방송을 따른 사람들이다.그러나 일부 지역에서는 무장군인들이 버려진 아파트에 진지를 구축하며 미군과 싸울 준비를 하고 있다. ●바그다드내 3곳 주민 폭동설도 일부 아랍언론들은 바그다드에서 사담 페다인 민병대에 대항하는 폭동이 일어났다고 보도했으나 사실여부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쿠웨이트 KUNA통신은 바그다드 주민과 민병대간의 유혈폭동이 벌어져 민병대 12명이 죽고 민병대 지도자들이 민간인 복장으로 도주했다고 보도했다.또 이란의 언론매체도 바그다드내 3곳에서 주민폭동이 일어나 이라크군 35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전경하기자 외신 lark3@
  • 中피아노선율 한국팬 유혹/ 랑랑·헬렌 황 잇단 내한공연

    중국 피아니스트 류쉬쿤은 1958년 구 소련의 모스크바에서 열린 제1회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서 2등을 차지했다.흐루시초프 서기장이 ‘미·소 공존’을 추구하던 그 시절 1등은 미국인 반 클라이번.지금도 자주 ‘정치적으로 순위를 결정한다.’는 시비에 휩싸이는 이 콩쿠르는 시작부터 그랬다. 류쉬쿤은 문화혁명의 와중에서 ‘부르주아의 오락’에 물들었다는 이유로 감옥에 7년 동안이나 갇혀 있었다.그는 석방된 뒤 곧바로 훌륭한 연주를 들려주었는데 의아해하는 사람들에게 “피아노가 없어도 매일 마음 속으로 연습했다.”고 말해 감동을 주었다. 이 일화는 우리나라의 200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외국어영역 해석 문제로 출제됐는데,애석하게도 실명은 제시하지 않았다.현재 홍콩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류쉬쿤의 이름을 알려주었다면 한국에서 훨씬 유명해졌을 것이다.그동안 한국을 찾은 중국 피아니스트로는 1955년 쇼팽 콩쿠르에서 3등을 한 후총이 있다.한·중 수교 이후엔 쿵샹둥 정도였다.이렇듯 피아노에 관한 한 깊은 인상을 심어주지 못했던 중국이 올해 크게 달라졌다. 중국의 ‘영 파워’를 실감케 하는 1982년생 리윈디와 랑랑(사진)이 잇따라 한국을 찾고 있기 때문.리윈디가 3월2일 첫 독주회를 가진 데 이어 랑랑이 18일 부산문화회관 대강당(051-747-1536),20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02-541-6234)에서 리사이틀을 연다. 한국 팬들에게 첫 선을 보이는 랑랑은 커티스음악원 출신으로 런던 필,뉴욕 필,상트 페테르부르크 필 등 세계 정상급 교향악단과 정기적으로 협연한다.최근에는 그라모폰과 5년 전속 계약을 맺고 대니얼 바렌보임이 지휘하는 시카고 심포니와 멘델스존의 협주곡을 녹음,오는 7월 발매한다. 이번 리사이틀에선 하이든과 라흐마니노프의 소나타,쇼팽의 야상곡,홍콩 작곡가 탄둔의 ‘수채화 속 8개의 스케치’ 작품 1 등을 연주한다. 리윈디·랑랑과 동갑내기로 타이완 출신인 헬렌 황을 포함시키면 떠오르는 ‘중국인’ 피아니스트는 더 화려해진다.그녀는 16일 울산 현대예술관(052-230-6300),18일 서울 호암아트홀(02-720-6633),19일 대구 학생문화센터(053-656-1934)에서독주회를 갖는다. 줄리어드음악원에 재학중인 헬렌 황은 지난해 7월 뉴욕 필,지난 2월 홍콩 필의 내한공연에서 각각 협연하는 등 이미 낯익다.1992년 뉴욕 필 학생 오디션에서 우승한 뒤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피츠버그 심포니,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베를린 필과 협연하는 등 인기 피아니스트로 떠올랐다. 이번 독주회에서는 베토벤의 소나타 31번과 쇼팽의 발라드 4번,드뷔시의 연습곡,프로코피에프의 ‘로미오와 줄리엣’ 등을 들려줄 예정이다. 서동철기자 dcsuh@
  • “언론 소유·경영 분리하고 권력 좌우할 생각 버려야”/ 盧대통령 신문의날 기념식서 강조

    노무현 대통령은 7일 제47회 신문의 날을 맞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리셉션에서 언론의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강조했다.이어 “언론이 권력 탄생을 좌우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 이젠 버려달라.”면서 “이제는 권력으로부터의 자유가 아니라 광고주로부터의 자유를 생각할 시기”라고 지적했다.노 대통령은 17분간의 축사를 통해 언론관을 자세히 피력했다. ●언론자본과 광고주로부터 자유 노 대통령은 “정치권력으로부터 자유라고 하면 지난 것 아니냐.”고 반문,언론이 권력의 눈치를 보는 시대는 지났다고 밝혔다.노 대통령은 “많은 사람은 언론자본으로부터 기자의 자유,광고주로부터의 기자의 자유를 생각해 볼 시기라고 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이어 “진정한 의미의 언론자유는 기자에게 돌려줄 때가 아닌가.”라고 말했다. ●정부와 언론 견제·균형관계가 바람직 노 대통령은 “정부를 꼭 입맛에 맞게 길들이겠다는 생각을 무의식적으로든 잠재적으로든 갖고 있다면 이젠 버려달라.”면서 “누가 더 센지 힘겨루기 할 때가 아니다.”라고말했다.노 대통령은 “언론과 정부가 힘겨루기를 하면 어느 쪽도 승리하지 못할 것”이라면서 “언론이 뭐라 하든 권력은 존재하고 권력이 뭐라 하든 언론도 존재한다.”고 말했다.서로 상대방을 인정,‘견제와 균형’을 이루자는 의미다. ●정부,언론개혁 개입 안해 노 대통령은 “젊은 변호사 시절 재무담당을 했는데,회장이 인사하러 가자고 해서 따라가 언론사를 한바퀴 돌았다.”면서 “지방변호사회장이 인사하러 간 곳이면 그게 권력이 아니냐.”고 말했다.홍석현 신문협회장이 “언론은 권력기관이 아니다.”라고 밝힌 데 대한 반박인 것 같다. 노 대통령은 “뭔가 법률 하나 제출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권력이 언론을 부당하게 탄압한 역사가 있어 정부가 나서서 이렇게 저렇게 개입하면 언론도 유쾌하지 않고 충고로 받아들이지도 않을 것”이라면서 “정부가 권력을 갖고 언론개혁을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강조했다. ●보수와 진보의 갈등 노 대통령은 진보와 보수의 갈등과 관련,“공존할 줄 아는 진보,공존할 줄 아는 보수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우리 사회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신문분포를 보고 걱정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그는 “보수를 대변하는 신문이 신문시장의 3분의2,아니 4분의3을 차지해 큰 일이라고 얘기하는 사람이 많다.”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보수’할 가치가 있으면 필요하지만,과연 무엇을 ‘보수’할 것이냐.”고 반문했다.이어 “민족의 자존,민주주의,4·19,5·17,1987년 6월항쟁 등은 전국민이 함께 싸워서 얻은 소중한 가치”라면서 “이 가치는 (당연히)‘보수’해야 할 것 아니냐.”고 강조했다.노 대통령은 “하지만 군사정권,굴종의 대가로,또 타협의 대가로 언론이 얻은 약간의 특권,기득권을 ‘보수’하자는 것은 역사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 대통령,박수 다섯 차례 받아 노 대통령은 신문사와의 관계가 방송사보다 대체로 좋지 않은 것을 의식한 듯 “오늘 여기 오기가 서먹했다.”면서 “앞으로 계속 서먹하면 안 되겠기에 오게 됐다.”고 말문을 열었다.노 대통령은 “언론개혁은 언론과 시민에게 맡겨두고싶다.5년간 일관된 제 입장이다.나쁘지 않으시죠.”라고 말할 때 박수를 받는 등 모두 다섯 차례 박수를 받았다. 곽태헌기자 tiger@
  • 책 / 여성시대에는 남자도 화장을…

    최재천 지음 / 궁리 펴냄 여성우위의 시대가 도래했다느니 21세기가 곧 ‘여성의 세기’라느니 하는 소리들은 이제 더 새로울 게 없다.그럼에도 여전히 그것은 보수주의자들에겐 거부반응을 불러일으키는 말이기도 하다.최재천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가 쓴 ‘여성시대에는 남자도 화장을 한다’(궁리 펴냄)는 그런 해묵은 혼돈을 걷어내는 책이다.페미니스트의 입장을 숨김없이 드러내는 지은이는 과학·인문 등 다방면의 해박한 지식을 두루 논거로 제시하며 독자를 찬찬히 설득한다. 책의 논조는 일관되고 명료하다.21세기는 여성들이 당당히 제자리를 찾는 시대이며,그것은 생물학적 필연성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라는 것. 남녀의 역학관계를 사회생물학적으로 뜯어본 책의 관심사가 무척이나 다양하다.먼저 현행 호주제는 생물학적으로 치명적인 모순이라는 주장.“자연계 어디에도 아들만 고집할 수 있는 동물은 없다.”고 쐐기를 박은 지은이는 “남녀가 핵 DNA는 절반씩 투자하지만 세포소기관의 DNA는 암컷만이 홀로 제공하므로 유전물질만 비교해도 암컷의 기여도가 훨씬 크다.”며 흥미로운 산술논리를 편다. TV특강 내용을 모은 책인 만큼 논거는 이처럼 쉽고 유쾌하다.여성의 세기가 남성을 위협하기는커녕 오히려 구원한다는 주장도 그렇다.여성의 발언권을 조금만 더 빨리 인정했더라면 IMF때 혼자 멍에를 지고 길거리 노숙자를 자처한 남성들은 나오지 않았을 것으로 풀이한다. 사회생물학자답게 남녀의 ‘관계’를 조명하는 데 지은이는 동물세계의 생태연구 결과를 과학적 근거로 자주 끌어들인다.성(Sex·생물학적 성)은 정해진 것이지만 젠더(Gender·사회적 성)는 열려 있다는 것.즉 생물학적으로 남성성과 여성성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지성과 이성으로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는 주장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낸다. 오늘날 젠더의 개념이 점차 흐려지며 인간의 성 정체성은 그래서 새롭게 정립돼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다.그것이 어려운 작업이 아닌 이유를 이렇게 밝힌다. “한 개인의 육체와 정신에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여성성과 남성성이 공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또 “인간의 성이 완벽하게 두 개로구별될 수 있다는 생각을 포기하라.”고.9500원. 황수정기자 sjh@
  • [여성으로 살기 엄마로 살아가기]3부 이중적인 가정교육

    여성우위 시대 왔다지만 출생성비는 여전히 왜곡 “남자가 울면 안돼” “사내자식이…” 소극·위축적 아들로 만들수도 “내 딸은 나처럼 대접받지 않게 하겠다.”던 지난 시대의 딸들이 엄마가 되면서 딸들에 대한 대접을 달리하고 있다.사회적인 남녀평등의 순풍도 불어 초등학교부터 반회장과 전교회장을 차지하는 딸들이 많아졌고,각종 시험에서 여성들이 더 우수한 성적을 내고 있다.또 전통적인 ‘금녀구역’도 차례로 여성에게 점령당하고 있다.엄마들의 결심은 딸들의,여성의 가치를 달라지게 했다. 그러나 딸 교육에는 그토록 확고한 엄마들이 아들교육에 대해서는 아직 ‘자신이 없다.’고 말한다.아들 역시 최고의 대접으로 ‘기죽이지 않고’ 키워내야 한다는 생각인가 하면 또 한편에서는 딸에 비해 상대적 ‘푸대접’을 주기도 한다.자녀교육의 이중성,이는 혼란기를 살아가는 여성들의 고민이자 간과할 수 없는 현실이다. ●민주네-어려서 대접받은 딸이 복 많다? 민주엄마는 중학교 2학년인 오빠보다 초등학교 6학년인 딸 민주의 밥을 먼저 푼다.쌀을 적게 놓고 시커먼 보리밥 먹던 시절도 아니고,압력전기밥솥에서 밥푸는 순서가 무슨 의미가 있으랴만 엄마는 “남자야 언제든 대접받는다.그렇지만 딸은 집에서부터 이렇게 특별대접을 받지 않으면 어디서도 대접받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엄마는 어린 시절,오빠는 청소와 설거지는 물론 심부름도 안 했고 어려운 살림에서도 늘 새옷을 입었던 특별대접에 분개했고 “나는 절대로 딸을 차별하지않겠다.”던 결심을 현재 실천중이다. ●현석이네-왜 아들만 부엌일 시키나 현석엄마는 초등학교 5학년 현석에게 가끔 부엌일을 도움받는다.바쁜 직장생활을 하는 엄마로서는 현석이의 부엌일이 꽤 도움이 된다.최근에는 ‘홈 알바(가정 아르바이트의 준말)’로 설거지 한번에 300원씩 용돈을 주고 있다.아이가 부엌 일을 좋아하고,야무질 뿐 아니라 집안 일을 여자의 일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게 한다는 교육적 의미까지 담고 있다.그러나 현석아빠는 “왜 누나(초 6)는 일 안시키면서 아들만 일 시키느냐?”고 현석의 ‘알바’에 반대 입장이라 현석엄마는 고민중이다. ●진수네-능력있는 아이에게 투자하라 초등학교 3학년 여학생 진수는 4개의 학습지외에 원어민 강사에게 배우는 영어와 피아노,미술,글짓기,컴퓨터 등 최고급의 사교육을 받고 있다.그리고 몸매관리를 위한 발레와 수영,스케이트도 함께 배운다.반면 두 살 아래 남동생은 누나에 비해 ‘초라한’ 몇가지 사교육을 받고 있다.“딸이 똘똘해서 이것저것 시켜도 모두 잘했다.그러다보니 아무래도 동생에게는 상대적으로 혜택이 줄었다.딸·아들 구별한 것이 아니라 능력있는 아이에게 더 투자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진수엄마는 말했다. 오빠나 남동생을 공부시키기 위해 누이가 희생하던 시대가 있었다.아무리 누이가 뛰어나도 딸은 시집갈 ‘남의 식구’이기 때문에 그리 많이 투자할 필요가 없었고,아들은 집안의 대표 주자로 교육의 기회를 얻는 것은 당연했던 것으로 생각됐다. 그러나 엄마들은 지난 시대의 사고를 거의 ‘혁명적으로’ 뒤집었다.자신의 결혼 생활이나 직장 생활에서 기대나 이론만큼 남녀가 평등하지 않다는것을 느낄수록 딸 교육에서는 더욱 이를 강조했다.그래서 초등학교에서는 거칠어진 여자애들이 집단적으로 남자애들을 괴롭히는 예도 드물지 않다는 것이 초등학교 교사들의 지적이다. 아들을 키우면서 ‘극성 여자애’들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다는 김남진(35·고양시 일산구 마두동)씨는 아들교육에 더 자신이 없어져 간단다.“평소 아들에게 여자애를 때려서는 안된다고 가르쳤는데 여자애가 오히려 남자애들을 때리고 있다.지금와서 이를 바꿀 수도 없고 요즘에는 아들의 기를 살리는 교육이 좀 필요하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딸은 귀엽고 아들은 귀하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가 양성 평등을 넘어서 여성 우위의 시대가 왔는가.‘그렇다.’고 상대적 박탈감을 토로하는 남성들이 있다하더라도 여성 우위 시대를 단언한다면 성급하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출산율이 낮아지면서 딸 하나,둘을 낳고 ‘아들에의 미련’을 드러내지 않는 ‘딸딸이’가족들이 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생물학적 균형을 이루는 출생성비는 여전히왜곡돼 있다.즉 여아 100명당 태어나는 남아의 비율을 나타내는 출생성비는 93년 115.2에서 조금씩 내려가서 2002년 평균 110명이다.즉 남자아이가 여자아이보다 10% 더 태어나고 있는 것으로 이는 생물학적 자연성비 106보다 여전히 높다. 인위적인 조작이 개입됐다는 의심은 우리나라 출산통계에서 첫째 아이의 성비는 세계적인 평균인 106선인데 반해 셋째와 넷째의 경우는 141.7과 166.9라는 점이다.셋째와 넷째아이가 여아이면 출생의 기회를 봉쇄해 남아가 훨씬 더 많이 태어난다는 것이다.이는 우리 사회의 뿌리깊은 남아선호의 단면임에 분명하다. 이렇게 선택받은 아들에게 과연 엄마는 남녀평등을 가르칠 수 있을까.남자의 선민의식은 태중에서 이미 익힌 것은 아닐까. 의식이 깨었다는 젊은 엄마들도 “딸은 귀엽고,아들은 의지가 된다.”고 말한다.조금 목소리를 낮추기는 하지만. 그래서 딸에게 특별 대접을 하면서 아들에게도 ‘전통적인’ 대접을 포기하지는 않는다.“남자가 부엌에 들어오면 큰일난다.”는 식의 낡은 전통은 없어졌다지만 여전히가치중심적이고 성취지향적으로 아들을 양육하는 것은 딸 대접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장난감 선택은 물론 미래의 직업 선택까지 엄마들은 딸은 ‘좋아하는 일’을 권하지만 아들에게는 보다 진취적이고 발전적인 길을 권한다.때로 ‘아들에게는 엄한 교육을 해야 한다.’고 말하는 부모들의 뜻도 이와 다르지않다.“남자는 울면 안돼.”“사내자식이…”라고 많은 부모들이 성에 관한 고정관념을 심어주고 있고 아들을 ‘기 죽이지 않고’ 키워내야 한다는 것을 믿고 있다. 연세대 의대 신의진(소아정신과) 교수는 “이런 혼란스러운 가정교육은 최근 남자아이들에게서 소극적이고 위축적인 성향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왕자+공주=불화? 이를 뒤집어서 말하면 결국 이런 혼란스러운 이중적 가정교육은 요즘 아이들을 ‘버르장머리 없게 키운다.’는 비난으로 연결된다.집안의 공주와 왕자로 자라난 탓에 이기적이고,자기주장이 강할 수 밖에 없다.더욱이 남녀평등을 기조로 하지만 가부장적 분위기도 혼재한 가정에서 자란 탓에 더욱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다. 최근 늘고 있는 결혼 3년미만의 20대 신혼 이혼의 경우 이런 측면이 두드러진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기적인 ‘왕자’와 ‘공주’가 만나서 가정을 꾸미지만 여기에는 양가의 신·구 가족윤리의 공존으로 인한 가정질서의 혼란 및 윤리의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아내를 가정에서 속박하지 않고 사회 생활·직장 생활을 허용한다는 남편이 정작 아내가 벌어오는 돈이 가정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거나 가사를 분담하지 않는 젊은 남편이 된다.한편 부인의 경우 가사 분담을 하지 않는 남편을 ‘비인간적인 인간’으로 몰아붙여 가정을 파탄으로 이끌기도 한다. 이를 대한가정법률복지상담원 양정자 원장은 ‘남자가 변해야 남자가 산다’는 책에서 “이런 혼란은 자기 유리한 대로 신·구 질서를 적용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지적하며 “행복한 가정이란 누구도 지배당하지 않으면서 지배하지도 않아야 한다.”는 사실을 가르칠 것을 권했다. ●아들을 남자다움에서 해방시켜라 ‘내 딸은 귀하지만,내 아들은 더 귀하다.’거나 ‘딸에게 더 애틋한 정이 간다.’‘나중에 아들은 독립시키고 딸과 살겠다.’는 조금씩 다른 생각들이지만 결국 한두명의 아이는 부모의 상전으로 군림하고 있다. 이런 이중성은 이기심을 바탕에 깔고 있어 ‘남의 아이’,즉 아들과 딸의 배우자가 될 사람에게는 여전히 전통적인 잣대를 들이댄다.사위나 며느리는 고생하더라도 괜찮지만 내 딸,내 아들은 안된다는 것이다. 특히 ‘아들 기 죽이면 안된다.’식의 부모들 태도는 큰 문제다.그래서 아들에게 시대에 맞는 남성 교육·남편 교육·아버지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씨는 세계적인 생태학자 러프가든 박사의 예를 통해 ‘남자답게’‘기를 살려서’키우는 아들교육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공격적이고 경쟁심이 강했던 러프가든 박사는 52세에 여자로 성전환,믿기지 않을 만큼 상냥한 여자가 됐다.“남성일 때 왜 그렇게 공격적이었느냐.”고 묻는 사람에게 박사는 “공격적인 남자를 흉내내면서 사는 것이 제일 쉬운 삶의 방법이었다.”고 말했다.그는 “본래의 인간에 ‘남자다움’이란 덧칠이 씌워지는 순간 시작되는 ‘맨 콤플렉스’는 바로 당신의 아들 발밑에 덫을 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흔히 여성성을 말하면서 시몬 드 보부아르의 ‘여성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는 말을 인용한다.그러나 이는 여성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남성 역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짐을 인정한다면,그리고 ‘맨 콤플렉스’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으로 키우려면 ‘이중적인 가정교육으로는 안된다.’는 지적에 귀기울여야 할 때다. 허남주기자 hhj@
  • 새달 불가·유가식 계룡산산신제...민속신앙 전통 되살린다

    계룡산은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한국 민속신앙의 성지이다.그 계룡산 일원에서 새달 17일부터 20일까지 나흘 동안 ‘2003 계룡산 산신제’가 열린다.불가식 및 유가식 산신제,가장 오랜 전통을 지닌 무(巫)식 산신제 등 우리 산악신앙을 한데 아우르는 종합 산신제다.이처럼 다종교 산신제가 된 것은 역대 왕조가 이념은 달리 해도,계룡산을 한결같이 영험하고,신령스럽게 여긴 데 따른 것이다. 산신을 모시는 신앙은 유사 이전부터 한민족에 면면히 계승되어 왔다.고대에는 무(巫)의 의례로 치러졌다.고려시대에도 도교와 불교의 영향을 받았지만 전통의 큰 줄기를 지켰다. 유교를 지배이념으로 하는 조선왕조에서도 묘향산과 계룡산,지리산에 각각 북악단과 중악단,남악단을 세워 국가 차원에서 산신에 제사를 지냈다.보물 제1293호로 지정된 중악단은 삼악(三岳) 가운데 유일하게 남아있는 제사용 건물(祠宇)이다. 조선왕조의 패망과 함께 잊혀진 계룡산 산신제가 다시 햇빛을 본 것은 지난 98년.이후 해마다 음력 3월16일(올해는 양력 4월17일) 산신대제가 시작된다.갑사·동학사에 버금가는 계룡산의 큰 절 신원사는 그동안에도 이날에 맞춰 법식을 갖춘 산신대제의 전통을 지켜왔기 때문이다. 올해도 4월17일 오전 10시 중악단에서 불가식으로 산신제를 먼저 봉행하면 18일에는 산과 강에 제사지내는 유가식 산천(山川)제가 벌어진다.유가식 산신제는 오전 6시 ‘세종실록’에 나온 대로 복원한다.이어 오전 11시 금강의 수신(水神)에 제사지내는 수신제는 공주시 웅진동 고마나루 강변에 있는 웅진단 자리에서 펼쳐진다. 무식 산신제는 19일 오후 1시부터 열린다.계룡면 양화리는 토착신앙이 뿌리깊게 전승되고 있는 고장.충청도의 법도있는 굿판을 이어가는 법사와 보살들이 많이 살고 있는 곳이다.마을 산신제는 주민의 소원뿐 아니라 지역의 화합,나아가 나라의 안녕을 기원하며 경건하게 베풀어진다. 이번 산신제는 단순한 산신제가 아니라 마을 주민 및 멀리서 찾아온 관람객들이 참여하여 즐길 수 있는 축제로 펼쳐진다.공주지역에서 활동하는 놀이패 풍장이 매일 풍물놀이를 펼치고,몸짓배우 이두성도 매일 어릿광대 마임으로 어린이 관람객을 반긴다. 특히 18∼20일에는 일본의 인형극단 PUK가 인형극,19∼20일에는 중국 무속인들이 만족(滿族)의 굿을 선보인다.19∼20일에는 극단 고마나루가 강강술래,19일에는 전통민속문화보존회가 작두굿을 펼치는 등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마련된다. 계룡산 산신제 보존회는 “다종교 공존의 특성을 지녔던 우리 민족은 여러 종교가 별다른 갈등을 일으키지 않고 공존해 왔다.”면서 “대표적인 전통종교인 무·불·유가 한데 어울리는 계룡산 산신제는 우리가 종교적으로 얼마나 조화로웠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041)855-4933. 서동철기자 dcsuh@ ◆산신제보존회장 구중회교수 “산은 국토를 지켜주는 수호신이자,먹을 것과 땔나무를 제공하는 삶의 터전이었습니다.사람들이 산에 소원을 빌었던 것은,산이 그 간절한 뜻을 들어주었기 때문입니다.” 계룡산산신제를 주관하는 산신제보존회 구중회(사진·공주대 국어교육과 교수)회장은 “요즘의 자연보호 개념은 매우 추상적이지만,선인들에게산과 강은 존경을 넘어 경배의 대상이었다.”는 말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산신제보존회는 지난 97년 심우성 공주민속극박물관장 등이 중심이 되어 창립된 뒤 98년부터 조선 고종시대 이후 100여년만에 국행제의(國行祭儀)로 산신제를 재현하고 있다. 구 교수는 “중악단이 있는 계룡산은 토착신앙으로 국가적 차원에서 제사를 지낸 마지막 보루”라면서 “영산 계룡산을 유네스코에 세계유산 등록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계룡산산신제를 재현하기에는 어려움도 많았다고 한다.당초 대전지역에서 보존회를 꾸려가려 했지만,일부 기독교단체가 반대하여 공주지역으로 중심지를 옮길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구 교수는 “행사를 거듭하다 보니 산신제를 하나의 문화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 같다.”면서 “그 만큼 산신제가 미신이라는 인식도 많이 완화되고 있다.”고 다행스러워했다. 산신제보존회가 행사를 주관하고 있기는 하지만,구 교수는 주민들의 참여를 강조한다.해마다 주민들이 주변 무속인들을 대상으로 산신제의 주무법사를 뽑도록한 것도 그렇다. 그는 “산신제는 장기적으로 주민들 스스로 기틀을 잡아,꾸려가야 할 것”이라면서 “같은 차원에서 올해 산신제 부대행사도 줄타기와 예절교육 등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많이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구 교수는 “오늘날 산신제를 여는 것은 국가적 차원에서 국토를 숭앙하던 선인들의 지혜를 다시 찾아보자는 것”이라고 강조한 뒤 “이 행사를 잘 발전시켜 산을 주제로 한 멋있는 축제를 하나 만들고 싶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서동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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