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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녹색공간] 더불어 살아감의 뜻

    사회가 복잡해지고 핵가족제도가 정착됨에 따라 이제는 대가족을 이루고 사는 가정을 찾기가 쉽지 않다.결혼 전에 분가해 혼자서 살아가는 청년들도 점차 늘고 있다.그러다 보니 사람들 사이의 신체접촉은 줄어드는 대신 사이버 공간을 통한 만남이 크게 늘고 있다. 그러나 신체접촉만큼 사람들 사이를 친밀하게 만들어주는 것도 없다.엄마가 아이에게 젖을 물리고,뽀뽀를 해주거나 안아주는 행위는 친밀함을 표현하는 최고의 방식이며,성행위는 그러한 신체접촉의 가장 극단적 형태다.문화권에 따라 악수를 나누고 볼을 비비거나 코를 맞대는 등 방식은 조금씩 다르지만,인사를 나누는 가장 기초적 방식은 역시 신체를 접촉하는 것이다.몸을 직접 맞대지 않는다 하더라도 우리는 정다운 눈길을 주고받는다든가 함께 식사를 하고 술을 마시는 등의 행위를 통해 서로를 알고 느낀다. 이러한 신체접촉이 사람과 같은 고등동물에서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세균들은 한 세대가 불과 몇 시간밖에 되지 않지만,그 동안에도 인접한 개체끼리 접촉해 유전물질과 정보를 교환하면서 군집을 유지한다.종이 다른 생명체들 사이에서도 이러한 접촉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생존을 위해서는 다른 생명체를 희생시켜 양식으로 삼기도 하지만,악어와 악어새처럼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주고받는 공생의 관계를 유지하기도 한다. 생명체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애증의 드라마는 지금 이 순간 우리의 몸속에서도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다.우리의 입과 위장 속에는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많은 수의 미생물이 우리와 함께 사이좋게 살아가고 있다.그들은 우리가 먹은 음식의 소화를 도와주는 등 고마운 존재이기도 하지만,가끔은 심각한 질병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여러 종류의 미생물들이 서로 균형을 이루고 있을 때는 아무 문제가 없지만,어떤 원인에 의해 그 균형이 깨졌을 때는 한두 종류가 지나치게 증식해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다.이처럼 우리는 일상적으로 다양한 미생물과 접촉하면서 살아간다.김치나 된장,젓갈과 같은 발효음식도 미생물의 도움 없이는 맛볼 수 없다.우리 선조들은 어떤 가정의 장맛을 보고 그 집안의 미래를 예측하기까지 했다고한다.장맛이 변했다는 것은,그 집 주인과 함께 살고 있는 미생물들의 평형상태가 변했다는 뜻이며,이는 바로 그 주인의 건강상태에 이상이 있다는 걸 뜻한다고 생각하면,그런 예측이 전혀 근거가 없다고 말할 수도 없다. 요컨대 우리 몸속의 미생물들은 우리와 함께 살아가야 할 동반자인 셈이며,그 관계 여하에 따라서 건강하기도 하고 병에 걸리기도 하는 것이다.병을 일으키는 미생물이라 하더라도 오랫동안 함께 살다보면 서로 친해져서 공생의 관계가 되기도 하지만,그 사이가 나쁘면 큰 싸움을 벌이면서 병에 걸리기도 한다.경우에 따라서는 싸움 끝에 타협을 이루어 새로운 공존 관계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어떤 조사에 의하면,다소 지저분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지나치게 청결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보다 알레르기성 질환에 걸릴 확률이 낮다고 한다.어려서부터 미생물들과 친해지고 그 관계를 잘 유지하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그런데도 우리는 미생물 하면 질병을 떠올리고,물리쳐야 할 적으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그래서 대단치도 않은 병에 항생제를 남용해 오히려 미생물들의 균형을 깨뜨리고 내성만 키워주는 경우가 많다. 20세기가 이데올로기와 계급과 민족이 다른 사람들을 살육하고,질병의 원인이 되는 미생물과의 전쟁을 선포한 ‘죽임’의 시대였다면,21세기는 사람이든 미생물이든 더불어 살아감을 모색하는 ‘살림’의 시대가 되면 좋겠다. 강 신 익 인제대 의대 교수 의철학
  • 포성 난무하는 ‘모술’ 밀착취재/무장 테러단체 인터뷰도 성사 SBS ‘정진영의 그것이 알고싶다’

    지난 5월 이라크 바그다드를 밀착취재했던 SBS ‘정진영의 그것이 알고싶다’가 6개월만에 포성이 난무하는 바그다드와 모술을 다시 찾았다.8일 오후 10시55분 방송하는 특집 ‘현지르포-테러의 땅,이라크를 다시 가다’(연출 장경수 김경미)는 한국군의 파병으로 초미의 관심이 되고 있는 이라크 현지의 상황을 상세하게 소개한다. 제작진은 지난달 17일 요르단을 거쳐 바그다드로 들어가 지난 3일까지 현지에 머물렀다.테러가 가장 극심한 곳은 바그다드 북부의 일명 수니 트라이앵글.무자헤딘들의 해방구인 알 팔루자는 테러의 위험으로 저녁이 되면 미군들조차 철수하는 지역이다. 제작진은 이곳과 바그다드를 오가며 테러를 자행하는 무자헤딘들을 어렵게 만나 “신의 이름으로 평화를 지키기 위해 무기를 들었다.”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제작진은 한국군과 교체하는 것으로 알려진 모술의 미 제101공중강습사단 내부를 단독으로 취재했다.3박4일간 부대안에서 미군 사병들과 동거동락하며 이들이 몸으로 느끼는 위험도를 전한다.또 모술의 무자헤딘으로부터는 한국군이 얼마만큼의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지 등도 자세히 들어봤다. 미군 주도의 연합군을 상대로 한 저항세력의 공격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라크 국민들의 일상적 삶도 만나볼 수 있다.검은 연기 자욱한 거리마다 장례식 행렬이 끊이지 않았던 곳엔 이제 결혼식 행렬이 이어지고,폭격으로 폐허가 됐던 마을은 다시 가난한 일상으로 되돌아가 있었다.카메라는 결혼식과 테러 현장이 공존하는 이라크의 두 얼굴을 꼼꼼히 담아낸다. 장경수 프로듀서는 “전후 이라크의 혼란스러운 현실을 들여다봄으로써 과연 이라크의 평화가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 함께 생각해보고,한국군 파병의 여파가 어떠할 것인지 객관적으로 짚어보고자 했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이순녀기자 coral@
  • 대구 연말까지 2만4000가구 쏟아진다

    주택건설업계가 달구벌 아파트 분양열기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구지역에서 올해 말까지 공급할 일반 아파트와 주상복합아파트는 모두 22개 단지,2만 4000여가구이다. 서울 업체인 월드건설은 대구에서 처음으로 주택사업을 벌인다.만촌동,동서변택지지구,경산 백천택지지구 등 3곳에서 1902가구를 분양한다.대우건설은 고급 주상복합아파트 ‘트럼프월드 수성’을 분양한다.아파트 5개동과 오피스텔 1개동이며 1023가구의 대단지다. 코오롱건설은 침산동 옛 제일모직터에 1349가구를 공급한다.자연학습장 및 건강공원,테마정원 등을 단지 곳곳에 조성,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친환경단지로 꾸며진다.대구 건설업체인 화성산업은 다음달 초 대구의 범어동,만촌동,지산동,사월동 등 8곳에서 일반 아파트 및 주상복합 1000여가구를 동시 분양할 예정이다. 류찬희기자
  • “6자회담 새달 개최 희망”

    |워싱턴 백문일특파원·서울 김수정기자| 북한이 ‘서면 불가침 보장안을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힘으로써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제2차 6자회담 논의가 급진전될 조짐이다. ▶관련기사 6면 스페인에서 열린 이라크 재건 공여국 회의에 참석하고 26일 오후 귀국한 윤영관 외교부 장관은 이같은 북한 외무성 대변인의 발표와 관련,“불가침 조약을 고집하지 않은 점에서 고무적”이라고 평가하고 “(2차 6자회담이)새달이나 12월 초 열리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그는 “그러나 미국의 안이 결정되지 않았고,그 다음에는 주변국과의 협의,북한과의 조율 과정이 남아 있다.”며 지나친 낙관을 경계했다. 미 국무부 수잔 피트맨 대변인은 북한측이 지난 25일 밤늦게 뉴욕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뜻을 전달했고,미국은 현재 북한의 발표내용을 정밀 검토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정부는 우방궈 중국 전인대 상무위원장이 오는 29일부터 31일까지 북한을 방문,김정일 국방위원장 등을 만난 뒤 조만간 한·미·일 3국간 협의를 통해북측에 제안할 다자보장안에 대한 보다 진전되고 구체화된 안을 조율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25일 조선중앙통신사 기자 질문에 대한 대답에서 “부시 대통령은 태국에서 진행된 아태경제협력체(APEC) 수뇌자회의 기간 우리(북)에게 불가침을 서면으로 담보(보장)할 수 있다고 하면서 6자회담을 개최하자고 했다.”면서 “우리는 ‘서면불가침담보’에 관한 부시 대통령의 발언이 우리와 공존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고 동시행동원칙에 기초한 일괄타결안을 실현하는데 긍정적 작용을 하는 것이라면 그것을 고려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crystal@
  • [건강칼럼] 한의원 제대로 활용하기

    ‘허준의 후예’들이 먼 이라크에서 생명의 수호신으로 활약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특히 현지인들 사이에서는 ‘한방 의무병’들의 인기가 단연 높단다.한방을 모르는 현지 주민들이 처음부터 한방 치료에 관심을 가졌을 리는 없다.우연히 이곳을 찾았다가 좋은 치료효과를 본 사람들의 입소문으로 환자가 늘어 이제는 장사진을 치는 정도라니 한의학을 하는 사람으로서 기분이 좋다.하긴 가느다란 침 하나로 발목을 삔 사람부터 신경마비 환자까지 치료하는 모습을 보면서 한방의료에 생소한 현지인들이 감탄했을 법도 하다. 중국에는 한·양방이 공존하지만 공부하는 과정은 거의 같다.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교과과정은 물론 질병을 진료하고 치료하는 방법까지 양·한방이 확연히 다르다.이를테면 양·한방이 전혀 다른 진료체계를 가진 대표적인 나라라고 할 수 있다.이렇게 다른 두 진료체계라도 잘만 활용하면 단일 의료체계에만 의존하는 서구보다 더 나은 치료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양방에서는 질병 원인을 주로 세균이나 바이러스로 보고 치료하는 반면,한방에서는 질병 원인을 인체 불균형으로 인한 자생력과 면역력 저하를 원인으로 본다.해서 인체 생리의 균형을 잡아 스스로 병을 이기도록 한다. 예컨대 아이가 열과 기침,가래가 끓는 초기 감기라면,양방에서는 항생제를 처방해 증상을 호전시킨다.하지만 여전히 코가 막히고,기침이 멈추지 않는 경우가 있다.인체의 면역·자생력이 떨어져 감기가 만성화된 경우다.이때는 한방치료로 효과를 볼 수 있다. 비염이나 축농증도 마찬가지다.1차적으로 양의를 찾아 코 안에 염증과 고름이 있는지 확인한 뒤 염증 치료를 받는다.그런 뒤에도 코막힘이나 콧물이 나타난다면 이번에는 한의원을 찾아 코 부위의 기체증(氣滯症)을 풀어주면 근본적인 치료가 될 수 있다. 예부터 ‘몸과 나라는 다스리는 이치가 같다.’고 했다.질환의 증상과 체질에 따라 양의나 한의를 선택해 치료한다면 질병 예방과 치료 범위가 훨씬 넓어지지 않을까. 이정언 도원아이한의원장
  • “우리가 혼돈의 인류 구할수 있어”/서울대서 인문학포럼 강연 김지하 시인

    ‘오적’의 김지하(金芝河·61) 시인이 17일 서울대 강단에 섰다.이날 오후 서울대 박물관 강당에서 열린 인문학포럼에서 김 시인은 혼돈을 겪고 있는 인류와 지구문화를 구하기 위해 우리 민족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시인은 “‘후천개벽’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강의를 시작했다.그는 “후천개벽은 종말이 아니다.선천(先天)을 부수고 유토피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선천을 해체,재구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그는 “지금은 목적론적 진보주의가 끝나고 무엇인가 시작되려는 혼돈기”라면서 “인류는 내면·도덕적인 황폐에 시달리고 극심한 빈부격차를 겪고 있다.”고 우려했다.김 시인은 또 “풍요로운 삶을 위해 ‘구라(입담이 좋다는 뜻의 속어)’라는 자극이 필요하며,백기완·황석영·김지하가 이 시대 3대 ‘구라쟁이’”라면서 “요즘은 구라가 너무 없어 메말랐다.구라 없이는 과학,예술,철학 다 안된다.”고 ‘구라론’을 펼쳐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이어 문명의 대전환 시대에는 새로운 삶의 원형을 제시하는 ‘성배(聖杯)의 민족’이 나타난다는 독일의 철학자 루돌프 슈타이너의 말을 인용하며 “우리나라가 그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시인은 그 이유로 지난해 6월 월드컵에서 젊은이가 보여준 힘을 꼽았다.그는 “월드컵 때 내가 본 것은 자신의 절실한 생활범주까지 버릴 수 있는 ‘결합’이었다.”면서 “반대되는 것도 경계 없이 공존할 수 있는 가능성을 봤다.”고 평가했다.이것이 ‘후천개벽’의 원동력이라는 것이다. 김 시인은 “수줍어하지 말라.진리를 보고 가는 자는 길가의 똥무더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전제하고 “지금 대한민국은 똥이 찼지만 가능성이 있으며,바로 여러분이 문예부흥과 문화혁명을 일으켜야 한다.”고 당부하며 강의를 끝맺었다.강당에서는 교수와 학생 100여명이 진지한 표정으로 강의를 경청했다.김 시인은 2시간에 걸친 강연 직후 청중과 열띤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이날 강의는 서울대 인문학 포럼의 문화계 인사 초청특강 형식으로 이뤄졌다.지난 4월에는 임권택 감독이 강의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
  • ‘숨구멍’이 있는 따뜻한 추상/서양화가 이영희 8년만에 개인전

    서양화가 이영희(55)는 ‘색채주의자’다.스스로 색채를 떠나본 적이 없다.단색조 회화가 주류를 이뤄온 우리 현대미술사에서 그는 다색의 평면작업만을 고수한다.자신만의 독특한 색채미학을 추구해온 그가 21일부터 11월2일까지 서울 소격동 갤러리 사간에서 8년만에 개인전을 연다. 전시의 주제는 ‘색채와 구조의 조화,그리고 관람객과의 소통’.평론가들은 이영희 그림의 특징을 표현적 색채와 기하학적 구조라는 두 대립적인 요소가 공존하는 데서 찾는다.색채와 구조는 서로 긴밀하게 얽혀 그림이라는 하나의 실체를 이룬다.이화여대 윤난지(미술사) 교수는 그의 그림을 ‘색채구조(color construction)’라는 말로 설명한다. 이영희는 아크릴 물감을 주로 사용한다.하지만 아크릴의 ‘얇은’ 느낌이 나지 않도록 여러번 거듭해 색을 칠한다.그의 그림에서 유화와 같은 깊이가 느껴지는 것은 그런 연유에서다. 그는 “그림에도 숨구멍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달리 말하면 그림에 어떤 여유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미세한 붓끝의 떨림에서 탄생하는 숨구멍으로 말미암아 그의 작품은 차가운 추상으로 떨어지지 않는다.따뜻한 그림이다.(02)736-1447. 김종면기자 jmkim@
  • “시대상 무시한 ‘송두율 사냥’ 안돼”/EBS ‘똘레랑스‘ 진행 홍세화씨

    송두율 교수를 다룬 일련의 KBS TV 프로그램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가운데,이번에는 EBS TV가 같은 주제를 다룰 예정이어서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EBS는 14일 오후 10시50분 ‘똘레랑스-차이 혹은 다름’에서 송두율 교수 사례를 중심으로 한 ‘해외의 고립 지식인’을 방송한다. 이 프로그램이 더 눈길을 끄는 것은 진행자가 다름아닌 ‘파리의 택시 운전사’ 홍세화(56) 한겨레신문 기획위원이기 때문.각종 기고와 저술 등을 통하여 진보적인 목소리를 끊임없이 내온 그는 망명에 가까운 20여년의 프랑스 생활을 정리하고 지난 2002년 초 귀국했다는 점에서 송두율 교수와 ‘닮은꼴’ 인생이다. 기자와 만난 홍씨는 송 교수 문제와 관련,“그의 잘못이 없지는 않지만 작금의 ‘마녀사냥’은 해외에 고립된 지식인에게 체제 선택을 강요하던 당시의 시대상황을 무시한 비인간적인 행위”라고 규정했다. ‘똘레랑스-차이 혹은 다름’은 지난달 30일 첫 방송을 시작했다.첫회 한총련 수배자 문제에 이어,지난 7일 두번째 방송에서는 유니버시아드 대회를 앞두고 인공기를 불태운 것 등을 소재로 체제간 대립 문제를 다루었다.14일 3회는 당초 ‘비전향장기수’를 주제로 삼았으나,‘…고립지식인’으로 바꾸었다. 이쯤되면 홍 위원의 전력이나 KBS의 사례는 제쳐놓더라도 편향성 시비를 걱정할 법하다.실제로 기획단계에서부터 “우리도 KBS처럼 두들겨 맞는 것 아니냐.”“공영방송 EBS에는 걸맞지 않은 소재다.”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사내에 높았다고 한다. 그러나 홍 위원은 “비판은 이미 각오했다.”며 크게 신경쓰지 않는 눈치다.그는 “이미 존재하고 있는 다른 입장과 견해들을 드러내고,그 접점을 찾아보는 프로그램”이라면서 “내 역할은 그것들을 소개·정리하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홍씨는 ‘똘레랑스’라는 개념을 우리사회에 부각시킨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그는 “나와 남의 다름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자세로 상대의 잘못을 용서하는 뉘앙스가 들어간 ‘관용’과는 조금 다르다.”면서 “다름을 우월이나 적대감으로 몰아가 악용하는 일이 비일비재한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항체”라고 설명했다.그는 “폐쇄·편향된 사회에서 ‘똘레랑스’를 외치면서 각오를 하고 있었다.”고 방송에 나서는 자세를 피력했다. 홍씨는 “원래 방송 활동을 할 마음이 전혀 없었다.”면서 “그렇지만 한국 사회에서 공중파 방송으로 ‘갈등과 대립을 공존의 방식으로 모색해보겠다.’는 프로그램을 만든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지 짐작이 가는 만큼 손을 안 보탤 수가 없었다.”고 밝혔다.그는 단순한 진행자 역할만이 아니라 소재와 주제 선정,내용 구성 등 제작과정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채수범기자 lokavid@
  • [열린세상] ‘문화 차이’를 인정하자

    앞집 사는 미국여성과 제법 친하게 지낸 지 1년이 다 되어 간다.아파트 앞집이라는 게 그렇듯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지만,언제나 전화 확인 후 방문한다.만나기 전 약속을 철저히 하는 것은 물론이다.그러다 보니 둘 다 뻔히 집에 있는 상황에서 전화로 “오랫동안 만나지 못해 보고싶다.”는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낯 간지럽게도!).문화 차이를 실감할 수밖에 없다.문화 차이가 실제 커뮤니케이션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아무리 노력해도 커뮤니케이션이 힘들어질 때가 적지 않다.예컨대 정(情),한(恨),체면,신바람 같은 것의 의미는 말로 온전히 설명되지도 않고 이해시킬 수 있는 성질도 아니다.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접근 차원도 달라서 서구 문화는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내용 자체를 중시하지만 우리 문화는 상대방과의 관계를 보다 중시하는 편이다.윗사람과 아랫사람 사이에 느껴지는 거리,즉 ‘권력 거리’가 큰 문화권은 종종 ‘무엇을 말하는가.’(내용) 보다 ‘어떻게 말하는가.’(관계)를 훨씬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말속에 숨은 뜻을 거의내포하지 않는 이른바 ‘저맥락(low context)’ 커뮤니케이션이 서구 개인주의 문화의 특징이라면 우리나라 기성 세대에 익숙한 집단주의 문화는 이면에 다른 무엇,혹은 숨겨진 뜻을 포함하는 ‘고맥락(high context)’ 커뮤니케이션을 자주 구사하는 특징이 있다.공식 상황과 비공식 상황에서 커뮤니케이션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 또한 빈번하며,이때 보다 중요한 정보가 오가는 곳은 저녁 술자리와 같은 주로 비공식 상황이다. 이즈음 우리 사회를 괴롭히는 갈등을 보자면 단일민족이라는 사실이 무색하리만큼 집단간 격심한 문화 차이를 드러내는 데서 비롯된 것들이 많다.그 가운데 특히 심각한 것은 많은 사람들이 느끼고 있듯이 세대간 격차에 대한 부분이다.서구 전통사회가 산업사회로,다시 정보사회로 변모되기까지 2백년 정도 걸린 길을 우리가 50년도 채 안 돼 단숨에 달려온 대가로 겪는 불가피한 현상이다.일찌감치 1950년대부터 정보사회로 진입하기 시작한 미국의 경우 현재 사회 구성원의 대부분이 정보사회 세대에 속한다면,우리나라에는 조부모식 전통사회 세대,부모식 산업사회 세대,자녀식 정보사회 세대가 각기 따로 존재한다.문화 차이가 극심하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할 지경이다. 정보사회를 대표하는 인터넷 미디어의 바람몰이가 우리나라 정치사 흐름을 크게 바꾸어 놓으면서 사회 곳곳에서 정보사회 세대의 입김이 거세지고 있다.앞으로 그들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이다.물줄기가 낮은 곳으로 흐르듯 당연하다.산업사회 세대,전통사회 세대라고 해서 모를 리 없는 이치다.따라서 최근에 표출되고 있는 갈등의 핵심은 이미 형성된 물줄기를 되돌리려는 자와 막는 자 사이의 불화가 아니다.우리 사회가 처한,삼대(三代) 문화가 나란히 공존하는 불가피한 현실을 인정하고 더불어 살아가고자 하는 배려가 부족한 데 대한 불만이자 섭섭함에 관한 문제이다.결국 문화 차이를 둘러싼 커뮤니케이션 문제인 것이다. 흔히 생각하듯 메시지를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것이 커뮤니케이션의 전부가 아니다.진정한 의미의 커뮤니케이션,성공적인 커뮤니케이션의 정의는 상대방이 메시지를 ‘이해’하고,나아가 의미를 ‘공유’하는 것이다.이를 위해선 양자간 공통기반(common ground)이 형성되어야 하며 문화적 동질감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그러나 이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커뮤니케이션 상황에서 문화 차이를 인정하는 마음가짐이다.크고 작은 문화 차이는 언제 어디서든 존재하기 마련이다.내 문화가 소중한 만큼 상대방의 문화도 반드시 존중되어야 한다.그런데 도대체 우리 같은 단일민족 사이에 문화 차이란 게 생겨야 얼마나 생길 수 있기에 갈등 운운할 정도까지 이른 것인지.누구랄 것 없이 태어나면서 정(情)과 신바람을 가슴에 품는 ‘우리들’은 어디로 실종됐는지 안타깝기만 하다. 오 미 영 경원대 교수 신문방송학
  • 韓·中·日 ‘자유시장’ 추진키로

    |발리 곽태헌특파원| 노무현 대통령과 원자바오 중국 총리,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는 7일 발리 하야트 호텔에서 정상회의를 갖고 한반도 비핵화와 대량살상무기(WMD) 확산 예방,무역 및 투자협력 등을 비롯한 14개 분야에 합의한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관련기사 4면 3국 정상은 WMD와 그 운반수단의 확산을 예방하고 억제해 나가기로 의견을 같이했다.또 군축과 관련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정상들은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3국 연구기관의 공동연구에 진전이 있었다.”면서 “적절한 시기에 3국간의 보다 긴밀한 경제적 파트너십의 방향을 모색한다.”고 밝혔다. 한·중·일 정상들이 함께 공동선언을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앞으로도 계속 정상회담을 갖기로 했다.또 3자위원회를 설치해 공동선언과 관련한 협력을 연구,기획하기로 했다. 노 대통령은 한·중·일 정상회의 이후 열린 아세안+3 정상회의 기조연설에서 “동아시아국가들과의 경제협력 긴밀화를 중요한 정책목표로 삼고 역내 각국과의 FTA 체결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노 대통령은 “아세안과도 긴밀히 협력하면서 내년부터 FTA를 포함한 포괄적인 한·아세안 경제관계 긴밀화 방안에 대해 공동연구를 진행해 나가려 한다.”면서 “이런 FTA는 소지역 그룹간 무역과 투자자유화를 통해 전반적인 역내 교역을 증대시키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하며,궁극적으로는 동아시아 자유무역지대(EAFTA)로 가기 위한 디딤돌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노 대통령은 아세안 기업·투자 정상회의에 참석,“북한의 붕괴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정책의 출발점으로 한다.”면서 “(북한을)붕괴시키거나 흡수하는 게 아니라 북한과 공존을 목표로 대화를 통해 모든 문제를 풀어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아세안 10개국 정상은 회의를 갖고 오는 2020년까지 유럽연합(EU) 형태의 ‘아세안 경제공동체’ 창설을 목표로 하는 ‘발리협약Ⅱ’에 서명했다. tiger@
  • “자본주의 美주도 이데올로기에 좌우”슬라보예 지젝 교수

    “한국은 오랜 세월동안 주변 강대국에 의해 고통받다가 숱한 희생과 자구노력을 통해 정상적인 삶을 되찾았다는 점에서 슬로베니아와 공통점을 많이 갖고 있고,그래서 양국의 교감을 강하게 느낍니다.” 한국철학회의 초청으로 방한중인 슬로베니아 류블랴나 대학의 슬라보예 지젝(사진·54) 교수는 6일 한국프레스센터 12층 연수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옛 것과 현대적인 요소가 공존하고 있는 한국은 미국보다는 유럽의 교외와 닮아 있으며 그런 점에서 슬로베니아와 유사한 점을 많이 보여준다.”고 말했다. 지젝 교수는 라캉과 헤겔철학을 접목해 마르크시즘의 현대적 계승에 천착해온 철학자. 90년대 서구세계에 ‘라캉 르네상스’를 일으키며 ‘동유럽의 기적’이란 별명을 얻었다.마르크시즘에 정통하면서 자본주의 이데올로기의 허구와 모순을 날카롭게 지적,그 발전적 대안을 제시하고 있어 서구 지식인 사회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는 외견상 이데올로기로부터 자유로운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20세기의 강압적인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젝 교수는 “특히 미국에 의해 주도되는 이데올로기에 크게 좌우되고 있는 점은 깊이 반성해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김성호기자 kimus@
  • [열린세상] 단풍의 계절은 다시오고

    봄에는 꽃놀이,여름에는 해수욕,가을에는 단풍놀이,겨울에는 스키….우리나라는 계절따라 다양한 놀이를 즐길 수 있는 천혜의 자연 환경을 갖추고 있다. 봄과 가을철에는 따뜻한 이동성고기압의 영향을 주로 받아 맑은 날이 많고 기온의 일교차가 크다.여름철에는 고온다습한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으로 장마와 태풍·열대야 현상이 나타나고,겨울철에는 한랭한 시베리아고기압의 영향으로 동장군(冬將軍)과 함께 대설현상이 나타난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가 중위도 대륙 동안(東岸)에 위치하여 사계절이 공존함으로써 누릴 수 있는 자연의 축복이라 할 수 있다. 단풍의 계절이 왔다.단풍은 일종의 생리현상으로,보통 노란색과 붉은색으로 물든다.노란색은 기온이 떨어지면서 엽록소 합성이 중지되고 잎 속에 남아 있던 노란 색소,즉 카로틴과 크산토필이 드러나면서 나타나게 된다.붉은색은 나뭇잎 속의 붉은 색소인 안토시안이 생김으로써 붉은 색깔을 띠게 된다. 낙엽수 식물은 기온이 생육 최저온도인 섭씨 5도 이하로 떨어지기 시작하면 단풍이 들기 시작한다.단풍의 시작 시기는 9월 초순 이후 기온이 높고 낮음에 따라 크게 좌우되며,일반적으로 기온이 낮을수록 빨라진다.산 전체 높이로 보아 2할 가량이 물들었을 때를 첫 단풍이라 하며,8할 가량이 물들었을 때를 단풍 절정기라고 한다. 단풍은 지형의 영향도 많이 받는다.평지보다는 산지가,강수량이 많은 곳보다는 적은 곳이,음지보다는 양지 바른 곳이,그리고 기온의 일교차가 큰 곳에서 단풍 색깔이 아름답게 나타난다.단풍나무는 전 세계적으로 200여종이 분포하는데,우리나라에는 40여종이 있다. 우리나라 단풍은 설악산과 오대산 정상에서 시작되어 하루 약 25㎞씩 남하한다.단풍 시작 시기는 중부지방은 10월 초순,남부지방은 10월 중순이며,첫 단풍 시기에서 절정일까지는 보통 10∼15일 정도다. 우리나라 설악산의 평년 단풍 시기는,첫 단풍이 9월26일,절정이 10월16일이다.금강산은 해발고도가 1638m로 설악산(1708m)과 비슷하나 설악산 북서쪽 약 70㎞에 위치하고 있어 첫 단풍 시기가 설악산보다 2일 정도 빠르다.남부 내륙지방에 자리잡은 내장산은맑고 푸른 하늘 아래 기온의 일교차가 15도 정도로 커서 고운 단풍의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으며,산홍(山紅)·수홍(水紅)·인홍(人紅)을 이룬다. 최근 도시 인근 산은 공해와 사람들의 잦은 왕래로 나무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산불과 난(亂)개발 등으로 인해 죽어가는 괴목(槐木)의 모습은 말기 암환자처럼 느껴져 보기에도 딱하다. 천혜의 자연을 보호하고 보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자연환경을 파괴하는 난개발을 최소화하고,등산로의 휴식제 또는 등산로의 격년제 운영 등을 실시하면 어떨까 싶다.우리는 후손에게 아름다운 자연을 있는 모습 그대로 물려줄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올 8월과 9월 초순까지는 유난히 비 오는 날이 많아,일부에서는 올해 단풍 색깔이 곱지 않을 것으로 염려했었다.그러나 다행히 9월 중순부터 맑은 날이 계속되고 기온의 일교차가 커서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금강산과 설악산은 지금 단풍의 절정기다.그 외 중부지방은 이달 중순 초반,남부지방은 중순 후반이 첫 단풍시기로 평년과 큰 차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단풍은 산 아래까지 물들었을 때보다는 산 중턱 정도 내려왔을 때가 더욱 아름답고 단풍 특유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한번쯤 푸른 하늘과 단풍을 감상하면서 지루한 장마와 태풍이 할퀴고 간 자연환경을 되찾는 수해복구에 동참해보는 것은 어떨까. 안 명 환 기상청장
  • “관요는 조선 도자기문화 메카”

    백자는,왕실에 도자기를 공급하던 사옹원(司饔院) 분원(分院)이 경기도 광주에 설치된 것이 계기가 되어 조선을 대표하는 도자기가 됐다. 한편으로는 전국에 무수히 흩어져 있던 가마에서 만든 ‘지방 백자’의 거칠고 소탈한 맛은,‘분원 백자’의 엄정한 완결성에서 볼 수 없는 조선 백자의 또다른 미덕으로 평가된다. 그런데 지방 백자가 분원 백자의 영향을 받으면서도 나름대로의 미적·기술적 독립성을 갖게 된 데는 사기장인의 출역(出役)제도의 변화와 깊은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장기훈 해강도자미술관 학예과장은 제2회 세계도자비엔날레를 기념하여 오는 11일 이천 세계도자센터에서 열리는 ‘조선관요 학술세미나’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분원과 지방 백자의 관계 시고(試考)’를 발표한다. 미리 공개한 논문에 따르면 1467년경 분원이 설치된 뒤 17세기까지는 지방의 사기장인들이 해마다 280명씩 교대로 출역했다.따라서 분원 양식의 지방 전파가 비교적 빠르게 이루어졌고,지방 백자의 기술과 형식 역시 분원으로 쉽게 유입됐다.그러나 1700년 전후부터 분원에 장인이 전속되어 임금을 받는 체제(通三番立役)로 바뀌면서 분원양식의 지방 전파는 더뎌지기 시작했다.분원 백자와 지방 백자의 격차가 심화되는 것을 뜻하는 것이지만,지방 백자가 활성화되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전승창 호암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은 ‘경기도 광주요지 분포검토’에서 “광주의 관요에서는 10년에 평균 9개 정도의 가마가 설치됐다.”면서 “순차적으로 가마가 축조된 것이 아니라,일정한 수의 가마가 동시에 공존한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광주에서 확인된 293곳의 가마터 가운데 분청사기를 만들던 곳이나,관요 설치 이전에 운영되던 곳을 제외한 255곳은 백자 가마이다.관요가 설치된 1460년대부터 분원이 현재의 남종면 분원리에 고정된 1752년까지 기간이 280여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같은 계산이 나온다는 것이다. 김영원 국립제주박물관장은 ‘조선관요의 설치와 그 의의’라는 주제발표에서 “분원의 관요에서는 왕실용 최상급만 만든 것이 아니라 중하품에 이르는 다양한 백자를 생산했다.”면서 “궁궐에는 왕과 왕비를 비롯한 그 존비속과 환관 나인 노비 등 다양한 계층이 살았으므로 다른 품질의 그릇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광주 일대로 옮겨간 분원 관요에 대한 조사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백자뿐 아니라 등급이 떨어지는 백자가 동시에 발견되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김 관장의 이같은 주장은,관요가 최상급 왕실 백자를 제작했던 주요(主窯)와 주변에서 품질이 떨어지는 백자를 만들던 종속요로 나뉘어져 있었다는 기존 학설을 뒤집는 것이다. 한편 ‘조선의 도자문화와 관요의 의미’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세미나에서 정양모 문화재위원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은 “광주는 수백년에 걸쳐 왕실용 그릇을 제작한 세계 최대의 자기 제작지”라며 “그럼에도 각종 개발로 유적이 사라져 가는 등 심각한 상황에 이르고 있다.”고 정부와 경기도에 강력한 보존대책을 촉구할 예정이다. 서동철기자 dcsuh@
  • 쿠체 문학세계/남아공 쿠체 노벨문학상 수상 인종문제·제국주의 비판

    존 맥스웰 쿠체는 194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우스터에서 네덜란드계 백인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남아프리카와 미국에서 수학,컴퓨터,언어학,문학 등을 공부한 그는 세계문학계에서 “지적인 힘과 균형적 스타일,역사적 비전과 윤리적 통찰력을 독특한 스타일로 통합시킨 작가”로 통한다. 영어로 교육을 받은 그는 7편의 소설로 영국의 권위적인 ‘부커상’ 사상 처음으로 두 차례 수상자가 되는 등 주요 문학상을 휩쓸어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주요 작품으로는 국내에 번역 출판된 ‘추락’‘페테르부르크의 대가’‘야만인을 기다리며’와 ‘철의 시대’,‘포’‘더스크랜즈’ 등이 있다.작품을 내는 족족 “내용과 형식면에서 기존 범주에 도전하면서 새 영역을 개척한다.”고 호평받았다.케이프타운 대학 석좌교수인 그는 부커상 수상작이자 대표작인 ‘마이클 K의 삶과 세월’ ‘추락’에서 제국주의와 식민주의,인종차별과 성 문제를 창의적 소설기법에 담았다. 2000년 국내에 소개된 ‘추락’은 그의 문학세계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이 작품은 흑백의 공존이 구호만으로는 안 된다는 작가로서의 문제의식을 형상화했다.흑인에게 정권이 넘어간 뒤 남아공화국 한 백인교수의 치욕스러운 추락 과정을 조명하면서 진정한 화해를 위해서는 백인의 무한한 자기 반성이 동반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처럼 인종 문제에서 싹을 보여준 폭력과 억압에 대한 쿠체의 비판의식은 타깃을 제국주의로 넓히면서 보편성을 담보한다.최근 소개된 ‘야만인을 기다리며’(들녘 펴냄)에서 쿠체는 남아프리카라는 공간을 의도적으로 배제했는데 이는 제국주의-식민지주의자 사이에 나타나는 폭력과 억압이 특정한 시대와 장소에 국한되지 않는 보편적인 현상이라는 작가의식을 투영한 것이다. 쿠체의 작품세계는 리얼리즘보다는 반리얼리즘 혹은 포스트모더니즘 계열로 분류된다.국내에 소개된 또 다른 작품 ‘페테르부르크의 대가’(책세상 펴냄)가 이를 잘 보여주는데,이 작품에서 그는 도스토예프스키를 사악한 인물로 묘사하면서 역사와 허구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그는 또 어떤 경우에도 타협하지 않는 작가로도유명하다.‘페테르부르크의 대가’가 그런 특징을 압축하고 있는데,감상을 철저히 배제하고 현실을 바라보는 등장인물에는 그의 창작방법이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국내에 쿠체 작품을 주로 소개해온 왕철 전북대 영문과 교수는 “그의 작품은 반리얼리즘적 소설이어서 천천히 음미하면서 읽어야 맛을 알 수 있다.”며 “주로 단문을 사용하지만 그 속에 깊은 사유와 해석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같은 남아공 작가로서 노벨상을 수상한 나딘 고디머는 그의 작품세계를 “종달새처럼 날아올라 매처럼 쳐다보는 상상력을 갖고 있는 작가”라고 평가한 바 있다. 이종수기자 vielee@
  • 오피니언 중계석/‘한·미동맹강화’ 보고서 요약

    한국은 21세기 한·미 동맹관계에서는 미국의 전략과 독트린의 변화에 대한 정보 입수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1일 워싱턴에서 발표된 보고서가 주장했다.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와 에드먼드 월시 외교대학원,조지타운대학,국제문제 서울포럼 등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이날 세미나에서 ‘한·미 동맹강화:21세기를 위한 청사진’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보고서를 요약했다. |워싱턴 연합|21세기 들어 한·미동맹은 여러 도전들에 직면했다.가장 급박한 것은 북한과 핵무기 프로그램이 제기하는 도전이다.이밖에 ▲한·미 대북정책 및 인식의 격차 ▲한국에서 민족주의와 반미감정의 출현 ▲9·11테러 이후 미국 일방주의와 동맹관계 평가절하에 대한 우려 확산 ▲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점증하는 영향력 ▲일본의 미래에 관한 불확실성 등이 한·미 동맹관계의 미래에 의문을 던졌다. 21세기 한·미동맹의 효과적 전략은 북한이 제기하는 단기적 문제들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주의깊게 고려하는 것이다.또 양국은 21세기 동맹의 장기 비전을 염두에두고 다음의 8가지 권고사항을 이행해야 한다. 1.핵위기를 이용해 평화적 공존과 다자적 협력,동맹의 미래에 대한 공약을 과시하라.현재는 동맹의 미래에 극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흐름들이 교차하고 있다.한국의 민족주의와 반미감정은 미국이 한국의 이익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는 두려움과 평양의 다른 인식으로 증폭되고 있다. 2.남북화해로의 복귀를 계획하되 협상의 실패에 대비하라.협상이 성공적이고 남북한을 화해궤도에 복귀시킨다면 미국은 강력 지지해야 한다.양국은 협상 실패시 공동의 접근법을 마련하고,미국은 핵우산이 아직 작동한다는 점을 평양에 상기시키는 성명을 발표하며 한국은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의 참가를 고려할 수 있다. 3.21세기 한·미 공동선언을 발표하라.한국전쟁후 동맹이 공식 발족한 이후 양국은 정치·안보환경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왔지만 21세기에 맞는 동맹의 새로운 존재이유를 설명하는 것이 긴요하다. 4.미국과 협력해 한국의 방위역할을 향상하라.동맹의 활력은 한국이 방위능력을 높이기 위해 취하는 조치들에 달려있다.주한미군 조정문제는 방위 균형의 이동과 이 변화를 만드는 작업의 정치적 어려움을 강조한다.한국 지상군은 계속 북한의 침공에 대한 억지 및 방위에서 주요 역할을 할 것이다.단기적으로 한국은 비무장지대 경비 등 한·미간 역할분담을 조정하면서 나타난 새 임무를 다룰 능력이 있다.그러나 서울이 더 큰 리더십 역할을 열망한다면 통합되고 기술적으로 진보된 전쟁을 수행할 능력을 개발해야 한다. 어떤 변천도 미국과 한국 군대간에 긴밀한 협력과 상호작전 운용 능력을 반드시 요구한다.예를 들어 한국 군대가 미국의 전략과 독트린의 변화에 대해 충분히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보장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을 것이다.또 양국은 추가적인 방위산업 협력과 방위기술 이전의 확충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 5.더 동등한 한·미관계를 추구하라.동맹을 재정의하려면 미국과 한국이 국내·지역·국제적 현실에 맞는 더 동등한 관계를 만들어가야 한다. 6.동맹에 대한 대중의 지지를 구축하라.미국은 한국 지역사회에대한 접촉을 늘리려는 노력을 확대하고 특히 미군에게 한국의 문화와 언어에 대한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7.공동의 가치와 안전에 바탕을 둔 정치적 의제를 만들어라.그 의제들중 일부는 양국이 계속 상호 문화와 제도에 대한 이해를 증진하는 관계를 유지·강화하는 것을 보장하는 방안이 될 것이다. 8.한·미간 경제협력을 강화하라.첫 조치는 국내 및 외국 기업들을 동등하게 대우하는 상호투자협정(BIT)의 체결이며 장기적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이어져야 한다.
  • 核폐기·체제보장 ‘동시행동’ 안되면/北 “추가 6자회담 불참”

    |유엔본부·도쿄 연합|유엔 총회에 참석중인 북한의 최수헌 외무성 부상은 미국이 북한의 요구사항을 충족시키는 ‘동시 행동’을 취하지 않을 경우 북핵 후속 6자회담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 부상은 지난달 30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미국이 북한과의 평화공존 대신 모든 수단을 동원해 북한을 완전 무장해제시키고자 6자회담을 이용하는데만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이 입증됐기 때문에 북한으로서는 6자회담에 아무런 관심과 기대를 갖지 않게 됐다고 주장했다. 한편 미 국무부는 최 부상이 북핵 후속 6자회담에 관심이 없다고 밝힌 데 대해 북한측의 성명이나 발언보다는 그들의 행동을 주시해야 한다고 논평했다.
  • [발언대] 게임시장 日공습 대비해야

    일본문화 4차 개방이 이뤄졌다.사실 1∼3차 일본문화 개방을 통해 보듯이 왜색문화 침식,국내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위기 등은 애초 우려한 수준을 크게 밑도는 정도였다. 충무로는 방화의 흥행성공으로 자신감에 차 있다.음반시장도 긴장하고 있으나 일본 음반자본이 국내에 비교적 우호적인 태도를 보여 반대 수위가 1차 개방 때에 비해 미미하다. 하지만 비디오게임 산업으로 눈을 돌리게 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2001년 일본 문화개방과 더불어 소니에서 플레이스테이션2와 소프트웨어를 국내에 정식 발매함으로써 음지에 있던 비디오게임이 양지로 나와 가정용 게임기라는 이름을 되찾았다.현재 플레이스테이션2 누적 판매량은 40만대를 향해 달려간다.이는 분명 정식발매가 되면서 비디오게임 시장이 대중화로 가는 중간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번 개방으로 이제 일본어 음성과 일본어 처리 자막의 한글화 없이도 게임 소프트웨어의 수입·판매가 가능하게 됐다. 시장논리로만 가정해 본다면 ‘규제가 완화됨으로써 자연히 수입업체가 많아질 것이며 지금보다 더 다양한 게임이 유통되고 비디오게임 시장은 더욱 커질 것이다.’가 정답이 돼야 한다. 하지만 기우는 있다.소규모 업체의 무분별한 난입은 라이센스 비용 상승을 동반할 수 있다.국내업체 간의 과당경쟁으로 인해 PC 패키지게임 가격의 상승을 겪은 바 있는 우리에게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문제다.또 일어판 수입으로 인해 언어적 장벽에 구애받지 않는 하드코어 마니아 대상의 시장이 형성돼 성장속도가 둔화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같은 외국어라도 영어와 일본어는 우리에게 큰 차이가 있다.영어로 ‘안녕하세요’는 열에 열 말할 수 있지만 일어는 그렇지 않다.대중에게 일어판과 한글판이 공존하는 시장은 달갑지 않을 뿐 아니라 지금도 쉽지 않은 접근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 특히 그동안 한글화에 비협조적인 일본 개발사들과 악전고투하며,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 시장형성을 해 온 업체들에 이는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아직까지 일어판은 마니아가 찾는 밀수품이지만,4차 개방으로 일어판 라이센스를 획득한 회사가 유통을 하면 한글판과 같은 정품이 되는 것이다. 산업은 생산·소비·수입·수출이 함께 작용하는 것일 터이다.현재 비디오게임 시장이 작아 보인다고 파급효과가 적다고 하기는 어렵다.한국의 게임산업에서 비디오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은 향후 커지면 커지지 결코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자생력 있는 내수시장 형성과 비디오게임 대중화를 이루려는 노력이 중요하다.이는 한 업체만의 힘으로 될 일이 아니라 업계·소비자·정부의 의지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무분별한 일어판 발매와 소비처럼 당장 눈앞의 이익의 추구는 비디오게임 시장 자체를 고사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신욱호 씨넷코리아 과장
  • [21세기 한국을 읽는다]시리즈를 마치며

    지난 7월18일 ‘북의 최인훈’을 시작으로 일성을 터뜨린 ‘21세기 한국을 읽는다-방민호 교수가 만난 문학지성’ 시리즈가 25일 ‘남의 박경리’를 끝으로 막을 내립니다. 현재를 전환기 혹은 과도기라고 합니다.낡은 것과 새것이 공존하는,완전히 낡지도 전적으로 새롭지도 않은 이 ‘지나가는 시대’는 그래서 혼란스럽습니다.이번 시리즈에서 우리 시대의 대표적 문학지성 10인이 들려준 목소리는 사회 여러 분야에 나타나는 혼돈의 소용돌이 속에서 새로운 시대를 준비할 패러다임이나 그 단초가 될 것입니다. 이 작업은 그 발판이 문학이기에 가능했을지 모릅니다.문학은 사회문제·철학·역사·경제·정치 등 모든 것을 끌어안기 때문입니다.무엇보다 문학은 총체적 삶에 관한 것으로서 삶의 본질을 다룹니다.그래서 늘 시대정신의 진실을 추구하고 억압과 질곡과 싸워왔습니다. 시리즈에 참가한 10명의 문학지성들은 평생동안 문학이란 넓고 깊은 사색의 바다에서 닦아온 지혜로 혼미한 시대를 헤쳐나갈 고견들을 들려주었습니다.한 분야에 일가를 이루면다른 분야가 보인다는 말이 있듯 당대 최고의 문학지성들의 화두는 단순히 문학 그 자체에 멈추지 않고 시대의 본질을 꿰뚫고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나아가 차가운 이성만으로 무장하다 보면 자칫 딱딱하고 난해해지기 쉬운 사상이나 분석틀을 문학 특유의 상상력과 감성으로 부드럽게 감싸주면서 이해하기 쉽게 들려주었습니다. 그 속에서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사의 흐름을 진단한 뒤 현실적 과제로 젊은 세대들의 자율과 자유의지를 강조하는 원로 소설가의 화두를 접했습니다(최인훈).세계의 관심이 언어와 문화로 이동하고 있다며 동북아시아 전체를 하나의 문화틀로 보라는 당대 최고의 평론가의 당부도 시사하는 바가 컸습니다(김윤식).동서고금 사상을 넘나든 뒤 ‘붉은악마’와 ‘촛불 시위’에서 새세대의 문화적 창조의 싹을 보는 논리는 황홀했습니다(김지하). 한 우물만 파고 한 마리 토끼만 쫓으라는 기존의 사고방식을 뒤흔든 문명비평가의 발상의 전환(이어령),시대를 초월하여 중심을 잡아야 하는 지성의 역할을 강조한 비평가의 낮지만 소중한의견(김우창),새로운 의미의 민중이 존재하기에 여전히 평등의 가치를 되새겨야 한다는 시인의 충고(신경림),남북한 문제를 형과 아우로 비유하며 보듬고 가야 한다는 소설가의 진단(현기영) 등 현대의 혼란한 항해를 비추는 등불은 시리즈 어느 곳에서나 발견됐습니다. 우리가 만난 문학지성은 자신의 방법론에 바탕하여 늘 새로운 삶의 방식과 해석을 꿈꾸고 있었습니다.그것은 제 자리에 머무는 게 아니라 앞으로의 세계와 가능성의 그림을 그리는 문학의 정신이기도 했습니다.시리즈를 마치며 온고지신(溫故知新)을 다시 한 번 생각합니다. 혼돈의 시대일수록 연륜에서 묻어나는 지혜로움이 빛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됩니다.바쁘고 힘든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인터뷰에 응해주신 문학지성과 그들의 값진 말씀을 하나라도 더 담기 위해 동분서주한 방민호 교수의 노고가 없었다면 이 시리즈는 불가능했을 것입니다.독자 여러분께도 그동안 뜨거운 호응을 보여주신 데 대해 감사드립니다. 이종수기자 vielee@
  • 특정 시간·장소에 모여 반짝 퍼포먼스/ ‘플래시몹’ 인기몰이

    “20일 오후 7시 명동 한복판 집합입니다.” 인터넷을 통해 특정한 시간과 장소에서 특정 행동을 하고 사라지는 ‘플래시몹’ 인터넷 카페(cafe.daum.net/flashmob)에는 일주일 동안 이같은 공지 사항이 떠 있었다.“외계인이 출현했다.”고 외치고 바닥에 쓰러져 ‘시체놀이’를 한 뒤 박수 한번 치고 사라진다.”는 지침도 전달됐다. 이날 30여명의 네티즌들은 일사불란하게 지침대로 움직인 뒤 3분만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사라졌다.지난달 30일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횡단보도 앞에서 행인들에게 고개를 숙이며 “안녕히 가세요.”,“행복하세요.”라고 인사를 하는 행사를 가진 뒤 두번째 ‘출현’이었다. ●지난 6월 뉴욕서 첫선, 세계로 퍼져 플래시몹은 인터넷 사이트에 사람들이 몰리는 현상인 ‘플래시 크라우드(flash crowd)’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뜻하는 ‘스마트 몹(smart mob)’의 합성어.2002년 10월 출간된 하워드 라인골드의 저서 ‘참여군중(Smart Mob)’에 기원을 두고 있다. 플래시몹은 지난 6월 미국 뉴욕에서 첫선을 보였다.심야에 한 호텔 로비에서 15초 동안 요란한 박수를 치고 사라졌다.이후 뉴욕,파리,런던,도쿄 등 세계 각국의 대도시로 이같은 현상은 퍼져나갔다. 인터넷 카페에 있는 플래시몹의 활동 수칙은 ▲해산할 때 따로 흩어질 것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 것 ▲특정 목적을 위해 행동하지 않지만,개인행동을 하지 않을 것 ▲참여자의 신상 정보를 묻지 않을 것 등이다. 현재 3700여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플래시몹 카페 게시판에는 끊임 없이 기발한 아이디어가 쏟아지고 있다.도심에서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하거나 종횡무진 달리기를 하자는 의견은 애교있는 쪽에 속한다.추운 날 반바지와 반팔옷 차림을 한 채 도심에서 팔굽혀펴기를 하거나,명동 거리를 물걸레로 닦아내자는 등 엽기적인 아이디어도 쏟아지고 있다. ●평소 꿈꾸던, 그러나 하지 못했던 탈출 시도 플래시몹은 인터넷 등을 통해 보여주는 일시적인 해프닝과 의도적인 부조리라고 이들은 말한다.인터넷 공간에서 개별화돼 있던 네티즌들이 인터넷을 통해 집단화해서 ‘평소에 꿈꾸던,그러나 하지 못했던 새로운 탈출’을 시도한다는 것이다. 온라인에서 알던 사람들이 실제로 만나는 ‘번개’와는 달리 플래시몹은 익명성을 철저하게 오프라인까지 가져간다.현대 사회와 인터넷의 특징인 익명성을 뛰어넘어 다른 사람과의 소통을 원하면서도,동시에 익명성의 그늘에 안주하고 싶은 네티즌들의 이중적인 욕구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개인 소외 극복하려는 ‘집단 부조리극' 타인과의 깊은 관계는 원하지 않으면서 짧은 순간 다른 이와의 공존과 일상에서의 탈출을 원하는 네티즌들이 빚어낸 ‘허무 개그’이자 ‘집단 부조리극’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사이버문화연구소 김양은 소장은 “플래시몹은 개인이 소외되고 해체되는 현대 사회의 문제점을 인터넷이라는 도구로 극복하려는 흥미로운 놀이 현상”이라면서 “‘시체놀이’ 등 형식뿐 아니라 의미에 있어서도 한국형 플래시몹이 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두걸기자 douzirl@
  • 인디언문화 생활속으로

    할리우드 영화에서나 간간이 접해오던 인디언 문화가 생활 속으로 조용히 파고들고 있다.‘문명의 야만’을 질타하는 인디언의 지혜에서 삶의 대안을 찾으려는 움직임이,느리지만 꾸준히 문화계 곳곳에서 자리를 넓혀가고 있는 것이다. ●관련 책 줄잡아 40여권 출간 그 동선이 가장 두드러진 쪽은 아무래도 출판계.지난해부터 주요 출판사들이 경쟁하듯 인디언 문화와 관련한 책들을 속속 내놓고 있다.‘북아메리카 원주민’‘샤먼의 코트’‘시팅불’‘인디언의 전설,크레이지 호스’‘우르릉 천둥이 말하다’ 등 시중 서점에 나와 있는 인디언 책은 줄잡아 40여권.1971년 출간된 이후 전세계에서 500만부 넘게 팔려나간 명서 ‘나를 운디드니에 묻어주오’도 지난해 7월 재출간됐다. 인디언 수난사나 원주민 멸망사 일색에서 인디언식 명상쪽으로 초점이 빠르게 옮겨지고 있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체로키 부족의 영적 치료사 이름을 제목으로 삼은 ‘구르는 천둥’과 ‘우르릉 천둥이 말하다’를 비롯해 ‘지혜는 어떻게 오는가’‘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가대표적인 것들이다. 출판사 나무심는사람의 박시화 편집부 차장은 “인디언 문화는 ‘라즈니시’류의 단순한 명상서적에선 맛볼 수 없는 강인한 생명력을 느낄 수 있다.”면서 “경제불황의 늪에서 찾으려는 자기성찰 방식”이라고 인디언 출판붐을 해석했다. 인디언 관련 책들은 앞으로도 꾸준히 선보일 전망이다.새달 열린책들에서는 인디언 정신을 역설하는 내용의 신간 ‘지금은 자연과 대화할 때’를 펴낼 계획이다.나무심는사람들에서도 연말쯤 인디언 의학서를 출간한다. ●음반·패션에도 젊은층 반응 뜨거워 인디언 문화를 책으로 접해오던 많은 소비자들은 음반쪽으로도 귀를 열기 시작했다.뉴에이지·월드뮤직 전문 음반사인 알레스2뮤직은 지난해 12월 국내 최초로 인디언 음반(The Indian Road)을 출시해 짭짤한 재미를 봤다.단순한 플루트 연주와 인디언 원어 노래가 섞인 낯선 음반은 지금까지 1만여장이 팔렸다.비주류 음반치고는 기대 밖의 실적이다. 음반을 기획한 김영호씨는 “일부 지식인층 마니아들을 주로 겨냥했는데 뜻밖에 젊은층의 반응이 좋아 놀랐다.”면서 “11월쯤 북소리와 괴성 같은 인디언식 창법이 좀더 짙게 가미된 2집을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이 음반사는 2집 발매에 맞춰 국내 첫 인디언 콘서트를 열 계획으로 인디언 여성 플루트연주자 메리 영 블러드와 인디언 여가수 조앤 셰난도를 섭외중이다. 인디언 열풍은 패션쪽에서도 조용히 분다.최근 ‘웰빙(Well being)족’들을 중심으로 인디언의 전통민속품을 본뜬 ‘드림캐처’ 스타일이 새로운 패션 아이템으로 각광받는 추세다. ●인터넷서 인디언식 이름짓기 유행 민감한 젊은 네티즌들이 이런 흐름에서 빠질 리 없다.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인디언식 이름짓기가 그 하나.인터넷 해외 사이트에 접속해 ‘마늘냄새나는 스웨터’‘노르웨이의 연약한 자작나무’‘5월의 꽃 메리온’처럼 길고 재미있는 인디언 이름을 얻는 유행이 번지고 있다. ‘인디언 스타일’이 현대인들의 정신적 허기를 달래주는 신약(新藥)일 수 있다면 반가운 일이다.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없진 않다. 마니아 중심의 인디언 문화 모임을 운영하고 있는 인디언전문가 서정록(48)씨는 “자연과 인간의 가치를 동일시하고 공존공생의 삶을 중시하는 인디언 정신이 현대인들에게 충분히 위안이 될 것”이라면서 “그러나 요즘 쏟아지는 신간 가운데 인디언 문화를 오류없이 제대로 전달하는 건 소수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황수정기자 s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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