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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라파트 사망 임박…中東 또 ‘혼돈속으로’

    ‘화약고’로 통하는 중동이 새로운 기회와 위기를 맞고 있다. 팔레스타인 독립운동의 상징이던 야세르 아라파트(75) 자치정부 수반의 사망이 임박했기 때문이다.10일 긴급회의를 가진 팔레스타인 지도부는 아라파트 수반의 장례식을 카이로에서 치른 뒤 무카타에 안장할 것이라고 밝히고 라우히 파투 자치의회 의장이 아라파트 사후 자치정부 수반 대행을 맡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공식발표만 하지 않았을 뿐 사망을 기정사실화한 것이다. ●파투 자치의회 의장이 수반 대행 그러나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집행위원회의 살라 라파트는 프랑스로부터 아라파트의 사망을 통보받기 전에 사망 발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아라파트의 마지막 길을 지켜 보기 위해 이날 급거 파리를 찾은 타이시르 엘 타미미 팔레스타인 종교법원 수장은 아라파트를 보고 나온 뒤 “생명이 남아 있는 한 생명보조장치를 제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평화협상을 가로막는 최대 장애요인으로 지목돼 왔던 아라파트의 사망이 현실화될 경우 평화협상 재개의 길이 열리게 된다는 점은 더할 수 없는 기회이다. 그러나 누가 후계자가 되든 아라파트만한 카리스마를 갖고 팔레스타인을 이끌어 갈 수 없으며,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이전투구의 모습만 보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또다른 우려를 낳고 있다. 이 경우 중동은 또 혼돈의 시대로 접어들 것이다. ●미·이, 새 지도부에 기대 아라파트는 한편으로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공존을 모색하는 ‘평화의 얼굴’을 보였지만, 동시에 결코 자살 폭탄테러 등을 포기하지 않는 ‘테러의 선봉’이란 다른 면모를 잃지 않았다. 이 때문에 지난 3년 가까이 라말라에 연금되다시피 하면서 중동 평화협상의 교착을 부른 제1의 인물로 지적돼 왔다. 이스라엘과 미국은 일단 아라파트 대신 들어설 새 지도부에 대해, 누가 되든 아라파트보다는 신뢰할 수 있다는 입장을 감추지 않고 있다. 평화협상의 본격 추진을 통해 중동에 새 역사를 쓸 기회를 잡게 됐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의 오랜 분쟁도 일시적으로는 소강상태에 접어들면서 당분간은 대화와 협상의 분위기가 대결과 충돌이 주를 이뤘던 과거의 분위기를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 ●한 목소리 내기 힘든 팔 내부 사정 아라파트 사후 팔레스타인 내부는 평화협상 등 공존을 모색하는 비교적 온건한 기존 지도층과, 하마스와 이슬람 지하드 등 이슬람 원리주의에 입각해 무장투쟁을 선호하는 강경파쪽인 젊은 세대로 나눠질 것 같다. 두 진영은 아라파트의 뚜렷한 후계자가 없는 상황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치열한 암투를 벌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아라파트 재임 시에는 그의 결정이 곧바로 팔레스타인 정책에 반영될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같은 카리스마를 가진 지도자를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이다. 평화협상에 나서기 전에 팔레스타인 내에서의 입장을 하나로 정리하는 것이 더 시급한 상황이 된 것이다. 팔레스타인이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내분에 빠지게 되면 이·팔 관계는 물론 중동 정세 전체가 위험해지는 대혼란의 시대에 접어들 공산이 적지 않다. ●상충된 이해 조절이 관건 이·팔 분쟁의 핵심은 난민 상태인 팔레스타인인들의 지위를 독립국가 창설을 통해 해소하는 것이다. 독립국가 건설에는 누구도 이견이 없다. 그러나 기득권 양보를 최소화하려는 이스라엘과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내려는 팔레스타인간의 조정은 결코 쉽지 않다. 결국 팔레스타인 난민이나 이스라엘 국민들의 기대와 희망을 저버리지 않으면서 정치적으로 타협할 수 있는 묘안을 찾아낼 수 있느냐는 문제다. 절대적 지지를 받았던 아라파트마저 이스라엘에 조금이라도 양보할 때면 배신자라고 비난받았던 것에 비춰 보면, 팔레스타인보다는 이스라엘쪽에서 더 많은 양보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스라엘의 어떤 정치지도자라도 국민들에게 이를 설득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세진기자 yujin@seoul.co.kr
  • [임영숙 칼럼] “사쿠라가 그립다”

    [임영숙 칼럼] “사쿠라가 그립다”

    ‘사쿠라’로 불리는 것을 우리 정치인들은 싫어한다. 요즘은 잘 들리지 않지만 박정희 유신 이후 독재정권의 서슬이 퍼렇던 시절에는 정치권에서 사쿠라라는 말이 자주 쓰였다. 여당에 협조적으로 보이는 야당 인사에게는 어김없이 붙는 꼬리표였다. 벚꽃의 일본말인 사쿠라는 변절한 정치인, 지조없는 정치인 등을 지칭한다. 유진산 이철승씨 등 1960∼70년대 야당의 거물들은 물론 80∼90년대 정치인들도 이 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이 사쿠라에 대한 향수가 솔솔 피어 오르는 것 같다. 지금 정치권의 극단적인 대립과 갈등을 염려하며 차라리 사쿠라들이 정치판에 여유를 가져다 주었다고 회고하는 이들을 가끔 보게 된다. 한 저명한 정치평론가는 사쿠라의 원조로 불리는 유진산씨를 ‘한국 현대사에서 재평가가 가장 필요한 정치인 중 한명’으로 꼽기도 한다. 이해찬 국무총리의 한나라당 폄하 발언으로 시작된 국회파행이 일주일째 계속되고 있다.‘차떼기당’‘좌파정부’‘깽판총리’‘수구꼴통’로 이어지는 막말을 주고 받은 여야는 극한대립을 풀지 않고 있다. 지나친 강경론에 제동을 걸었던 양쪽 온건파의 목소리는 ‘적전 분열’‘등 뒤에 총질하는 것’‘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는 삿대질에 움츠러들고 말았다.“싸우다 죽더라도 끝까지 가야 한다.”“정기 국회가 아니라 내년 4월 재·보궐선거 때까지 싸워야 한다.”는 강경파의 채근에 밀린 한나라당은 급기야 의원들의 지역구별 투쟁과 규탄집회 등 볼썽사나운 장외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총리의 유럽 순방 중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역사는 퇴보한다.”는 술자리 발언에서 비롯된 여야 대립이 이 지경에 이른 것은 서로 한치의 양보도 하려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인 제공자인 총리가 먼저 유감표명이나 사과로 풀어야 할 것을 강공으로 맞선 것이 잘못이다. 그러나 한반도 정세에 큰 영향을 미칠 미국 대선이 끝나도록 진흙탕에서 뒹굴며 산적한 민생문제와 경제난을 외면하는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모두에 국민은 짜증스러움을 느낀다. 사쿠라가 그립다는 것은 이처럼 경직된 한국 정치에 대한 역설적인 비판이다. 정치를 이기고 지는 게임으로만 접근할 뿐, 설득과 절차를 통한 타협과 공존의 정치를 모색하지 않기 때문이다. 독재정권 시절의 밀실정치·부패정치 소산으로 여겨졌던 부정적인 의미의 사쿠라가 아니라, 민주주의 사회에서 대화와 타협으로 정치를 소생시키는 완충지대·중간자를 그리워하는 것이다. 완충지대·중간자의 역할은 여야 정치권뿐만 아니라 보수와 진보, 개혁과 반개혁의 극단적 편가르기와 적대적 대립으로 분열된 우리 사회 모든 곳에 필요하다. 경제정책, 교육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는 데서도 명분에 얽매이는 이분법적 대립에서 벗어나 구체적 현실과 사실에 주목하는 실사구시의 유연한 태도로 접근해야 한다. 사실 우리 사회에는 내편도 네편도 아닌 중간자가 더 많다. 이쪽이 잘못했지만 저쪽도 책임이 있다는 사람들, 이쪽에 공감하지만 저쪽도 이해할 수 있다는 사람들이 결국 여론의 향배를 결정한다. 이들을 무시한 정치는 민심을 잃는다. 우리네 삶 자체가 단순하게 흑백으로 나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정치인들은 이 사실을 선거때만 기억하는 듯하다. 티베트 망명정부를 이끄는 종교지도자 달라이 라마가 마침 한국인들에게 보낸 메시지도 음미할 만하다.“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또는 서로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우리는 함께 살아야만 합니다. 또 모든 나라들과 모든 공동체의 미래는 서로에게 의존하고 있습니다.…용서의 정신과 상호의존의 원리를 깨닫기 바랍니다.” 주필 ysi@seoul.co.kr
  • SBS 창사특집 ‘로봇의 시대’

    SBS 창사특집 ‘로봇의 시대’

    ‘로봇이 우리의 삶과 미래를 변화 시킨다!’ SBS는 오는 6·7일 오후 10시55분에 창사 특집 다큐멘터리 2부작 ‘로봇의 시대’를 방영한다.‘로봇의 시대’는 SBS가 미국과 일본 등 현지 취재와 함께 순수 제작기간만 8개월이 걸려 완성한 다큐멘터리. 기획당시 지난해 12월 방송위원회대상 기획 부문 대상 수상작으로,4000만원의 제작 지원비를 포함해 총 1억 6000만원을 들여 만들었다. 기존의 과학 다큐멘터리와는 달리, 기술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우리 생활속으로 들어와 눈부시게 활약하고 있는 로봇과 인간의 ‘공존’이 주제다. 1부 ‘로봇과의 해피투게더’(6일)편에서는 지난해 카이스트 실험실에서 폭발사고로 두 다리를 잃은 강지훈씨 등이 ‘의족(로봇 다리)’을, 지난 이라크전쟁에서 미·영 연합군의 폭격으로 가족과 두 팔을 잃은 이라크 12살 소년 알리 압바스도가 마이오일렉트릭(myo-electric) 시스템을 적용한 첨단 ‘의수(로봇팔)’를 통해 새 삶을 찾는 과정을 통해 로봇 기술과 인간의 공존 가능성을 조명한다. 또 로봇매개치료를 비롯해 혈관 유영로봇을 이용한 의료기술, 미 국방부에서 전투시 활용하는 ‘로봇개’ 등을 통해 로봇의 유용함을 보여준다. 2부 ‘로봇과 당신의 미래’에서는 로봇 약육강식 실험, 로봇이 통제를 벗어난 사례, 로봇이 로봇을 만드는 연구 등 공상과학 영화에서처럼 로봇이 인간에게 위협적인 존재로 돌변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동시에 인간과 기계를 결합하는 사이보그 실험을 통해 로봇의 역습 가능성을 예측해 보고, 그 공존 전략을 모색해 본다. 김기슭 프로듀서는 “평소 우리가 관심을 가지지 못했던 실생활 속 첨단 로봇의 유용함과 그 양면성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서울신문 주최 ‘2004 가을밤콘서트’

    서울신문 주최 ‘2004 가을밤콘서트’

    서울신문이 주최하고 KT&G가 협찬하는 ‘2004 가을밤 콘서트’가 5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서울신문이 해마다 개최하는 가을밤 콘서트는 올해로 5회째. 가족, 연인과 함께 손을 잡고 찾아오는 편안한 음악회로 자리잡았다. 올해 무대 역시 다양하고 푸짐한 레퍼토리로 가을밤을 잊지 못할 추억으로 물들인다. ●5일 오후 8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이번 공연의 특징은 서정과 흥겨움이 공존하는 다양한 음악 장르가 펼쳐진다는 것. 국내 정상의 연주자, 남성중창단, 뮤지컬 배우들이 출연해 경쾌한 피아노협주곡에서 가을에 맞는 가곡메들리와 뮤지컬 테마곡까지 풍성한 음악을 선사한다. 1부를 여는 음악은 서울심포니오케스트라(지휘 최선용)의 힘찬 ‘경기병 서곡’. 서울심포니오케스트라는 1987년에 창단돼 고전주의 음악부터 현대음악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레퍼토리를 소화하며 국내와 해외무대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단체다. 이들의 수준높은 관현악의 향연에 이어 프랑스 등 해외에서 활동하는 피아니스트 박혜영이 친숙한 ‘헝가리안 판타지’로 가을밤의 분위기를 이어간다. 남성중창단 ‘이깐딴띠’는 가을에 어울릴 만한 가곡메들리로 남성 특유의 깊고 중후한 하모니를 들려줄 예정. 이탈리아어로 노래하는 사람들이란 뜻을 가진 ‘이깐딴띠’는, 해외 유학파인 성악가들이 모여 지난해 출범한 보기 드문 실력파 남성중창단이다. ●가곡·피아노·뮤지컬협주곡까지 2부는 보다 대중적인 뮤지컬 갈라 콘서트로 꾸며진다. 서울심포니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애니메이션 주제가 모음곡에 이어 뮤지컬 배우 김소현과 조승우가 뮤지컬 삽입곡들을 들려준다.‘지킬 앤 하이드’ 가운데 ‘Once upon a Dream’‘This is Moment’‘Take Me As I am’,‘오페라의 유령’ 가운데 ‘Think of Me’‘The Music of the Night’‘All I Ask of You’가 각각 김소현, 조승우의 솔로와 듀엣으로 이어진다. 성악도 출신인 김소현은 ‘오페라의 유령’의 크리스틴,‘지킬 앤 하이드’의 엠마 역을 맡으며 특유의 청아하고 맑은 목소리로 국내 뮤지컬계의 샛별로 떠오른 인물. 뮤지컬·연극배우로 활동하다 영화로 옮겨 ‘춘향뎐’‘클래식’‘하류인생’ 등을 통해 국내 최고의 연기파 배우로 자리매김한 조승우는 올해 다시 돌아온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로 뮤지컬대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3만∼7만원.(02)2000-9754.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인간복제는 진화?” 슬로터다이크 獨철학자 서울에

    “인간복제는 진화?” 슬로터다이크 獨철학자 서울에

    “생명 조작은 자연의 왜곡과 변형, 창조의 형태로 옛날부터 있어왔다. 인간복제를 비롯한 유전공학이 초래할 수 있는 문제들도 주인과 노예의 변증법적 논리를 넘어 적극적으로 풀어갈 수 있다. 진화의 연장선상에서 생명공학적인 개입은 정당화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위르겐 하버마스 이후 가장 영향력 있는 독일 철학자로 꼽히는 페터 슬로터다이크(57·독일 칼스루에 조형대 총장) 교수가 한국에서의 공개 강연을 위해 서울에 왔다.28일 서울 프레스센터 한국언론재단 연수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난 슬로터다이크 교수는 인간복제에 대한 기존의 찬성 입장을 다시 한번 분명히 했다. 슬로터다이크는 “휴머니즘은 이제 끝났다.”는 하이데거의 명제를 끌어들이며 “인간의 야수성을 휴머니즘이라는 이름으로 잠재우고 길들이려고 노력해온 ‘휴머니즘 프로젝트’는 실패했다.”고 단언했다. 인간을 유전학적으로 선별하고 사육할 수 있도록 만든 생명공학은 곧 포스트휴머니즘의 도래를 의미하는 것. 그런 맥락에서 슬로터다이크는 미래의 새로운 인간상을 창출하기 위한 ‘차라투스트라 프로젝트’를 제창한다. 이것은 태어난 인간을 길들이는 것이 아니라 유전공학을 통해 엘리트 인간을 ‘선별’하고 ‘배양’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독일 지성계를 뜨겁게 달군 ‘슬로터다이크 논쟁’을 둘러싸고 그는 현대 독일철학의 대부 하버마스와 격돌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슬로터다이크는 “하버마스와 나는 지난 30년 동안 지적으로 공존했다.”고 말한다. 슬로터다이크는 칸트를 빗댄 ‘냉소적 이성 비판’이라는 저작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학자이지만 국내에는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다. 28일 ‘수정궁:자본주의적 안락과 테러리즘’(서울 프레스센터) 강연에 이어 ‘지구화의 완성:지구라는 기호의 승리’(30일 대전 한남대학교),‘응축불가능성:지역의 재발견’(11월1일 대구 계명대학교),‘미국은 예외인가:어떤 유혹의 해부’(11월2일 서울대학교) 등의 강연이 마련돼 있다. 슬로터다이크 교수의 방한에 맞춰 그의 저서 ‘인간농장을 위한 규칙’(이진우·박미애 옮김, 한길사)’이 우리말로 번역돼 나왔고, 슬로터다이크 논쟁을 중심으로 인간복제 문제를 살핀 연구서 ‘인간복제에 관한 철학적 성찰’(이진우 등 지음, 문예출판사)도 출간됐다.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2년만에 ‘오네긴’으로 고국찾은 발레리나 강수진

    2년만에 ‘오네긴’으로 고국찾은 발레리나 강수진

    “고국 무대는 언제나 설레요. 다른 어느 나라에서 할 때보다 더 좋은 공연을 보여 드리고 싶은 욕심이 앞서기도 하고요. 이번엔 가장 사랑하는 작품 ‘오네긴’으로 인사를 드리게 돼 더 기쁩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발레단에서 수석무용수로 활동 중인 발레리나 강수진(37)이 2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25·26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하는 ‘오네긴’의 주역 타티아나로 고국 팬들을 만난다. 빠듯한 일정 탓에 공연을 하루 앞둔 24일 오전에서야 기자들을 만난 그는 “순진함과 강인함이 공존하는 타티아나는 내 성격과 비슷한 점이 많다.”며 애착을 드러냈다.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의 대표작 중 하나인 ‘오네긴’은 안무가 존 크랑코가 푸슈킨의 동명 시극을 바탕으로 1965년 초연한 작품. 강수진은 95년 발레단 시즌 개막작으로 타티아나를 처음 연기한 이래 지난 10년간 타티아나를 가장 잘 표현하는 무용가라는 극찬을 받고 있다. ‘로미오와 줄리엣’,‘카멜리아의 여인’ 등 비극성이 강한 드라마틱 발레에서 두각을 드러내온 그지만 의외로 ‘말괄량이 길들이기’ 같은 코믹한 역할에도 매력을 느낀단다. 그는 “97년 레이드 앤더슨 예술감독이 주인공 ‘카탈리나’를 맡겼을 때 못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막상 해 보니까 나도 몰랐던 코믹한 모습들이 나오더라.”면서 “다음 한국 공연 때는 또다른 면모를 보여 주고 싶다.”고 했다. 나이에서 오는 부담은 없을까. 그는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무용수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다.“아직도 무대에서 펄쩍펄쩍 뛰어다닌다.”는 그는 “발레리나로서 이해력이나 유연성은 오히려 좋아졌다. 육체적으로 한계가 오는 시기가 되면 후회없이 은퇴하고 싶다. 그때까지는 최선을 다할 뿐”이라며 담담하게 말했다. ‘강수진’하면 일그러진 발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그는 “남편이 장난삼아 찍은 사진인데 지금은 그때보다 더 못생겨졌다. 갈수록 기형이 돼간다.”며 활짝 웃었다.2년 전 동료 무용수이자 매니저인 툰치 쇼크만과 결혼한 그는 집안 일 잘 도와주고, 요리 잘하는 남편 덕에 아주 행복하다고 자랑을 아끼지 않았다. 자신과 같은 발레리나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테크닉보다는 인내심과 자신감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그는 “은퇴 이후 나를 필요로 하는 곳에서 제자들을 가르치고 싶다.”고 밝혔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기고] 한류와 문화 선진국/장호순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외국여행을 하다가 상점에 전시된 한국 상품을 발견하고 감격하던 시절이 한때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외국의 거리에서 한국산 자동차나 전자제품 광고간판을 마주치는 것은 대수롭지 않은 경험이 되었다. 한류열풍이 휘몰아치고 있는 중국이나 동남아에서는 문화선진국이라는 우월감에 젖기도 한다. 그러나 정작 우리 주변을 돌아보면 과연 한국 문화가 무엇인지 의문이 생긴다.5000년 역사를 가진 단일민족이라면서도 한국적 전통이나 문화를 일상에서 발견하기 어렵다. 매일 먹는 김치를 빼고 나면, 한국인에게 전통문화라는 것은 대부분 의례용이거나 전시용이다. 한복은 결혼식 때 입는 것이고, 한옥은 관광객을 위해 지은 건물이며, 국악이나 민요는 외국인이 많이 가는 식당에서나 들을 수 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한국처럼 일상에서 고유문화와 관습이 사라진 국가는 찾아보기 힘들다. 미국이나 유럽은 물론이고, 일본만 하더라도 수백년 이어온 각종 생활관습과 전통축제가 풍성하다. 대형 백화점이 즐비한 홍콩 시내이지만 도심 곳곳의 시장에 가보면 수천년간 이어져 내려온 중국인들의 삶의 양식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한국사회에서 전통문화와 관습을 경시하게 된 것은 지난 한 세기 동안 겪은 역사적 질곡의 결과라 할 수 있다. 근대화의 시기와 일제 식민지 지배가 겹치면서, 외국의 것은 합리적이고 좋은 것이지만, 고유한 것은 낡고 불합리하다는 식민지 사고가 한국인들에게 강요되었다. 광복 이후에는 가난하고 배고팠던 과거로부터 탈피하려 경제성장에 몰두하면서 전통적인 것을 외면하는 사고방식이 또다시 체질화되었다. 전통문화와 관습의 급격한 퇴조현상은 여전히 진행 중이기도 하다. 지독할 정도로 나이 서열을 중시하던 사회가 불과 몇 년 사이에 나이많은 것을 부끄럽게 여기는 사회로 바뀌었다. 이혼을 금기시하던 한국사회가 어느새 세계 최고의 이혼율을 기록한 나라가 되기도 했다. 너무나도 쉽게 옛 것을 버리고 새 것을 받아들이는 한국사회인 것이다. 문화적 뿌리가 허약한 한국사회는 정체성 위기를 겪으며 혼란스럽고 불안할 수밖에 없다. 경제적 수준이 높아지고, 정치적 자유가 증진되고, 문화적 다양성이 확대되긴 했지만, 사회 구성원간의 소통을 돕고 유대를 형성하는 문화적 공통분모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제라도 역사적 뜀박질에서 숨을 조금 돌리고 우리 고유의 문화적 정체성을 재정립해야 할 시점이다. 특히 지난 한 세기 동안 한국사회가 형성한 새로운 전통문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가혹한 정치적 격랑을 겪으면서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문화적 전통을 축적했기 때문이다. 식민지 지배로 인해 친일도 우리의 문화였고, 반일독립도 우리의 문화였다. 공산주의와 반공이데올로기 모두 우리의 문화였고, 독재정권과 민주화 투쟁 모두 우리의 문화유산이 되었다. 그 결과 서로 상충하고 모순되는 가치들이 공존하는 독특한 한국적 문화가 형성되었다. 아시아에서 한류 열풍이 일고, 한국영화들이 세계적인 호평을 받는 것은 이러한 상호모순적인 가치들, 특히 아시아의 유교적 전통과 서구 개인주의적 가치가 충돌하고 공존하는 한국사회의 역동성에 외국인들이 공감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역사와 경험을 토대로 고유문화를 재정립해 나아갈 때 진정한 문화선진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다. 장호순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이집이 맛있대]10월 마지막밤 할로윈 파티

    [이집이 맛있대]10월 마지막밤 할로윈 파티

    10월의 마지막을 오싹하면서도 짜릿한 재미로 새로운 활력을 충전할 수 있는 할로윈 축제가 열린다. 고대 켈트인들의 겨울맞이 풍습에서 유래된 할로윈은 해마다 10월31일 밤 죽은 사람들의 영혼을 달래는 파티였으며, 오늘날에는 미국 어린이들의 축제로 유명하다. 웨스틴조선호텔의 스포츠펍 오킴스(317-0388)는 29,30일 음산한 음악에 푸른 조명, 괴기스러운 마네킹으로 장식한 ‘악마의 동굴 할로윈파티’를 마련한다. 두루마리 휴지로 미라 만들기, 호박무게 알아맞히기 등의 게임도 있다. 입장료 2만원. 밀레니엄서울힐튼의 아레노(317-3244) 역시 27∼29일 으스스한 분위기로 꾸미고, 처녀귀신·드라큘라 등의 분장을 한 직원들이 서빙하는 ‘할로윈파티’를 연다. 또 행운권 추첨을 통해 숙박권·레스토랑 이용권 등의 상품도 준다. 또 롯데호텔서울(소공동)의 영국식 펍 보비런던(317-7091)은 28,29일 해골·부엉이·호박등(잭오랜턴)으로 연출한 ‘유령의 성 할로윈파티’를 연다. 리츠칼튼호텔 뉴욕식 펍 닉스앤녹스(3451-8444)도 29∼31일 할로윈 특선 메뉴와 함께 댄스파티, 해운의 선물이 가득한 경품추첨과 게임 등이 가득한 ‘서프라이즈 할로윈나이트’를 마련했다. 호텔 아미가의 바 마에스트로(3440-8180)는 29일 커플게임·댄싱쇼·칵테일쇼 등 다채로운 이벤트를 진행하는 서프라이즈 할로윈 파티를 준비했다. 메이필드호텔 오키드룸(6090-5500)은 29일 야외 중앙정원에서 품격과 공포가 공존하는 핼러윈 댄스파티를 연다. 할로윈 디너와 칵테일, 커플댄스 등의 행사가 열린다. 입장료 5만원.
  • [열린세상] 좌우는 색깔이 아니라 방법이다/임현진 서울대 사회학 교수

    현대축구를 ‘토털 사커’라 한다. 전원 수비, 전원 공격이 특징이다. 예전처럼 공격과 수비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주로 연결수(링커)들을 활용하여 전술을 마련한다. 좌우 이념의 스펙트럼에서 볼 때, 극좌(레프트 윙), 중도좌(센터 레프트), 중도(센터 포드), 중도우(센터 라이트), 극우(라이트 윙)라는 다섯 명 공격수의 위치는 무의미하다. 지금 세계는 어떤가.‘좌’와 ‘우’는 있지만 유연하다. 마치 링커들이 수시로 왼쪽과 오른쪽을 바꿔가며 공격과 수비 연결을 하듯, 좌우의 거리는 좁혀져 있다. 좌파 정부도 시장의 논리를 받아들이고, 우파 정부도 국가의 역할을 거부하지 않는다. 우리처럼 시장을 중시하면 우파요, 반시장이면 좌파란 고정관념을 갖지 않는다. 국가주의와 시장주의는 국가발전의 이질적 전략 요소이지만 좌파나 우파 정부는 그것들을 탄력적으로 받아들인다. 냉전 체제의 붕괴 이후 자본주의는 지구를 하나로 묶어가고 있다. 바로 세계화다. 세계화의 도전으로부터 자유로운 나라는 없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나라마다 대응 전략이 서로 다르다. 국가주의와 시장주의를 적절히 섞는다. 물론 배합의 기준은 역사 경험과 정치문화에 따라 다르다. 영국의 신(新)자유주의적 제3의 길이 시장주의를 선호한 것이라면, 네덜란드의 신사회민주주의적 제3의 길은 국가주의를 도입한 것이다. 대한민국의 경우는 다소 혼돈스럽다. 국민의 정부 아래에서 영국식 신자유주의 발전 모델이 거론되었다면, 참여정부아래에선 네덜란드식 신사회민주주의 발전 모델이 운위된 바 있다. 물론 논의 이상의 적용이 이뤄진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혼돈스러운 이유는 현실 적합성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일본식 공동체 발전 모델의 ‘기초’ 위에 미국식 주주자본주의 발전 모델을 ‘기둥’으로 하고 있다. 여기에 영국의 신자유주의 발전 모델이나 네덜란드의 신사회민주주의적 발전 모델의 ‘지붕’을 얹으려 하니 집이 삐거덕거릴 수밖에 없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좌우 개념이 남용되고 있다. 정부 정책을 둘러싸고 정부가 간섭하거나 규제하면 좌요, 시장의 자율과 규칙에 맡기면 우라고 말한다. 오죽하면 지난 주말 국정감사에서 성매매특별법을 ‘좌파적 정책’이라고 비난한 한국경제연구원 좌승희 원장에 대해 열린우리당의 김현미 의원은 ‘우파들의 준동’이라고 대응하고 있다. 색깔 칠하기나 다름없다. 여성의 인권 보호와 신장을 위한 법을 좌우로 재단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 것인지 회의적이다. 도대체 좌와 우란 무엇인가. 좌와 우의 기원은 프랑스 혁명의회에서 연유한다. 당시 급진파는 왼쪽에, 수구파는 오른쪽에 자리를 잡고 격론을 벌였다. 이를 계기로 좌는 진보, 우는 보수의 상징어가 되었다. 결국 알맹이는 진보와 보수의 정의다. 선발 발전국들의 경험은 만들어 놓은 것을 지키려고 하는 보수와 그것을 바꾸려고 하는 진보 사이의 갈등과 타협을 보여준다. 진보가 신선한 것은 검증되지는 않았지만 대안을 제시한다는 점이다. 이와 달리 보수는 만들어 놓은 것을 지키려 하니 혁신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계를 갖는다. 기득권을 둘러싼 현상 유지와 타파가 그 귀결이다. 한국의 역사는 진정한 좌우 대결과 공존의 역사를 갖지 못했다. 일종의 ‘이념 콤플렉스’를 갖게 된 배경이다. 극우가 보수를 대변하고, 극좌가 진보를 독점하는 시대에서 건전 보수와 합리 진보는 설 땅이 없었다. 보수와 진보 사이의 대립이 타협보다 반목으로 이어져온 까닭이다. 진리는 쉬운 데 있다. 새는 두 날개로 난다. 왼쪽으로 돌려면 오른쪽 날개가 필요하듯, 오른쪽으로 돌려면 왼쪽 날개가 긴요하다. 바람직한 미래 한국을 만들기 위해서는 좌우 날개의 이치를 잘 살펴봐야 한다. 좌우를 목표 도달을 위한 이념이자 또한 방법으로 보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임현진 서울대 사회학 교수
  • [시론] 기로에 선 한국신문/장호순 순천향대 신문방송학 교수

    [시론] 기로에 선 한국신문/장호순 순천향대 신문방송학 교수

    열린우리당이 신문개혁법안을 확정했다. 신문사주의 소유지분 제한을 제외하면, 그동안 학계와 시민단체에서 줄기차게 요구해온 사안들이 대부분 반영되었다. 주요 내용을 보면, 공정거래법상 제재를 받는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1개사 30%,3개사 60%로 명시해 거대신문의 시장독과점 행위를 규제할 수 있도록 했다. 독자의 권익 보장을 위해 신문사의 구독계약 강요나 무가지 증정, 경품 제공 행위도 금지시켰다. 신문의 여론 왜곡을 방지하는 장치도 마련했다. 독자가 신문의 편집에 관한 의사 결정에 참여할 독자권익위원회를 설치했고, 신문사주로부터 편집권 독립을 보장하기 위해 편집규약 제정을 의무화했다. 신문에 대한 정부의 지원도 공식화되어, 신문발전기금이 생기고 한국언론진흥원이 설립된다. 현재 한국의 신문시장은 그야말로 복마전이다. 경품, 무가지 등 불법행위가 성행하고, 발행부수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100여개에 달하는 일간지 중 흑자를 내는 곳은 10개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럼에도 문을 닫는 신문사는 나오지 않는다. 한국 신문이 그나마 연명하는 것은 신문의 정치적 영향력 때문이다. 대통령을 비롯해 정치인들은 여전히 신문기사에 매우 민감하게 대응한다. 독자들이 가장 외면하는 정치기사이지만 신문지면 중에는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배치되고, 가장 많은 면수를 차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극히 정치화된 한국의 신문은 정당의 대리전을 벌이고, 심지어 정쟁을 독려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진보적 신문은 김대중, 노무현 정권으로 이어지는 정치적 승리를 쟁취했다. 보수적 신문은 비록 정치적으로 패배했지만 신문시장에서는 여전히 70% 이상의 점유율을 지키며 위세를 유지해 왔다. 그결과 한국사회는 보수와 진보가 팽팽하게 대립하며 국가적 현안에 대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보수신문이 시장을 장악한 것은 자본의 위력 덕분이었다. 인터넷 등 뉴미디어의 등장으로 신문시장이 급격히 위축되는 상황에서, 보수신문사들이 택한 생존전략은 물량공세였다. 신문의 질적 수준을 높이거나 신문시장 전체 규모를 늘리는 전략보다는, 경쟁신문사의 독자를 끌어오는 방편을 택했다. 각종 경품과 무가지를 동원해 경쟁신문사의 독자를 확보하려 했고, 결국 제값 내고 신문구독하는 사람이 바보가 되는 사회가 되고 말았다. 신문개혁법안은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킬 소지가 있는 조항들을 포함하고 있긴 하지만, 신문시장의 질서를 회복하고, 신문산업을 회생시킬 대책들도 들어있다. 그러나 보수와 진보 모두 조건반사적인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다. 보수신문은 “비판 신문을 향한 복수”라고 주장하고, 진보진영은 “족벌언론의 위세에 눌려 지레 겁먹은 표정이 측은하기까지 하다.”고 열린우리당을 힐난했다. 신문개혁법안을 여전히 정치논리로 재단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진정 국민의 편에 선 신문이라면, 국민을 위한 개혁세력이라면, 신문개혁을 정략적 차원으로 접근하지 말아야 한다. 국민들은 진보적인 정권을 지지하기도 하지만, 보수적인 신문도 지지하고 있다. 보수신문의 여론독과점도 마땅치 않지만, 정부의 언론자유 침해도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궁극적 신문개혁안은 타협안이 되어야 한다. 보수와 진보가 모두 수용할 수 있는 공존의 법칙이 담긴 신문개혁법안을 여야가 함께 완성하길 기대한다. 장호순 순천향대 신문방송학 교수
  • [청담동 아동복 트렌드] 왕자·공주풍은 가라

    [청담동 아동복 트렌드] 왕자·공주풍은 가라

    서울 강남구 청담동과 역삼동 차병원 사거리는 거대한 유아·아동복 쇼핑센터다.고가 브랜드,수입 브랜드,국내 브랜드 등 국내에 들어와 있는 거의 모든 브랜드를 이곳에서 만날 수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 갤러리아 백화점에서 청담사거리에 이르는 길은 고가의 수입브랜드가 포진해 있다.차병원사거리에서 2호선 역삼역 사이는 유럽에서 직수입한 유아·아동의류 멀티숍(편집매장)인 ‘차더샵’과 보령메디앙스의 쇼콜라,모아베이비,킹카우 등 국내외 브랜드가 밀집돼 있다. 예전에는 지역별 구분이 존재했다.청담동의 패션은 아이를 귀족처럼 키우고 싶은 부모의 열망을 담아 공주·왕자 취향 스타일이 많았고,역삼동은 젊은 엄마들의 감각이 반영된 코디네이션이 주를 이루었다. 최근에는 아이 패션도 어른을 따라 서로 다른 아이템을 코디하는 ‘믹스 앤 매치’와 남아·여아 구분을 두지 않는 ‘유니섹스’가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청담동 아동복 매장 ‘쁘생’을 운영하는 탤런트 나현희씨는 “과거 고가의 수입브랜드를 구입할 때 왕자,공주를 연상시키는 정장풍만을 고집하던 청담동 엄마들도 실용성과 유행을 따라가는 디자인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또 남자아이에게 파란 옷을 입히고,여자아이에게 분홍옷을 선물하는 것은 일종의 ‘성 구분의 오류’다.역삼동에 직영점을 둔 ‘모아베이비’ 숍매니저 이흥남씨는 “강렬한 빨강과 진한 네이비(파랑)를 많이 찾는 것은 예전과 같다.다른 점이라면 빨간색 니트가 남자아이용으로,자잘한 별모양이 있는 남색 트레이닝복을 여자아이 용으로 사간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패션 감각이 색상을 뛰어넘는다는 얘기다. 이탈리아 브랜드만을,그 중에서도 정장을 주로 취급하는 쁘띠슈(511-2483·www.petitchou.co.kr).‘믹스 앤 매치’를 제안하는 가운데 활동성 있는 소재와 고급스러운 옷감이 더해진 것이 인기다.상의 부분은 니트,하의쪽은 모직으로 된 원피스와 겨울 필수 아이템인 패딩점퍼가 핫아이템.벨벳 소재 옷도 청담동 엄마들이 많이 찾는데 심플한 리본 장식이 된 원피스가 눈에 띈다.모두 40만원대.물방울 원피스와 카디건도 인기. 원피스 20만원대, 카디건 10만원대. 앙드레김 키즈(514-7383)의 분위기는 지난해보다 캐주얼해졌다.올 시즌 핫아이템은 가죽재킷(38만원)으로 재주문에 들어간 상태다.코듀로이 코트(24만 8000원)와 헌팅캡(3만 8000원),스니커스(8만∼9만원선)의 코디가 고급스러우면서 활동적인 느낌이다.가격이 조금 낮아졌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린다. 나현희씨의 안목이 묻어나는,트렌티한 아동복을 추구하는 쁘쌩(548-3920)에서는 올가을 미국 브랜드 ‘다낭’이 많은 사랑을 받았다.뉴욕 패션 리더들에게 사랑받는 브랜드로 아동복 라인의 인기가 청담동에까지 건너왔다.코듀로이 치마가 14만 8000원.이곳의 주력 브랜드인 이탈리아 ‘시모네타’의 가을 상품 중에서는 평범한 상의에 발레복을 연상시키는 치마를 코디해 귀여움을 살린 여아복이 많이 판매됐다.60만원대. 트위드 소재의 코트는 60만원대. 모아베이비(554-9232)에서 가장 잘나가는 상품은 벨벳 트레이닝복(6만 9000원)과 분홍 모자점퍼와 치마세트(5만 9000원).핸드메이드인 더플코트 스타일의 빨강 니트코트(4만 2000원)는 여아는 물론 남아에게도 잘 어울려 사랑받는 아이템이다.겨울 신상품은 꾸준히 입고되고,가을상품은 현재 20% 할인 중이다. 아기자기한 디자인이 많은 봉 뽀엥(514-9974)은 작년 상품을 50% 할인해 판매중이다.가장 인기있는 상품은 패딩 점퍼와 각기 다른 단추가 쪼로록 달려 있는 갈색 점퍼.모두 세일가 23만 9000원.신상품은 10월 말에서 11월 초쯤 입하 예정. 런던풍의 아동복을 지향하는 알로봇(2104-0708)은 올 가을·겨울 전통적이면서도 스포티함이 가미된 옷들이 주로 나왔다.겨울 핫아이템으로는 그린 오리털 점퍼(21만 8000원)와 니트 카디건(14만 8000원) 그리고 핑크 코듀로이 점퍼(13만 5000원) 등이 꼽힌다. 분더샵(542-8006)의 유아·아동복 코너에는 고가 브랜드와 보다 저렴한 캐주얼 브랜드가 공존한다.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이탈리아 브랜드 마르니의 아동복 라인인 ‘마르니 밤비니’와 ‘핑코 팔리노’.중요한 모임에 아이와 커플룩을 연출하고자 하는 엄마들이 선호하는 브랜드다.이중 핑코 팔리노의 트위드 소재 분홍코트(70만원선)와 회색재킷·체크무늬 치마(각 33만원/21만원) 코디가 인기. 최여경 나길회기자 kid@seoul.co.kr
  • [차이나 리포트 2004] (40) 중국의 한반도 정책

    [차이나 리포트 2004] (40) 중국의 한반도 정책

    한반도는 지정학적 중요성 때문에 중국의 대외정책에서 줄곧 우선적 고려 대상이 돼왔다. 중국은 한반도와 국경을 공유하고 있으며, 국경은 중국의 민감한 동북지방과 접해 있다. 한국전쟁 당시 유엔군이 북진하자 열세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개입한 것도 한반도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보여준 실례다. 중국은 현재 ‘현대화’에 여념이 없으며 이를 위해 ‘평화적’ 환경을 갈구하고 있다. 한반도에서의 군사충돌 재발은 중국에 현대화사업의 중단을 의미하며 심각한 재앙으로 닥칠 것이다. 중국은 전쟁 개입을 강요당할 수밖에 없고 그것은 엄청난 정치·경제적, 군사적 그리고 외교적 대가를 의미한다. 따라서 중국의 당면 한반도 정책은 안정 유지와 역할 확대라는 비교적 분명한 입장을 갖고 있다. 한반도는 남북한이 중무장 대치하고 있는 가운데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 한반도의 안정을 중시함으로써 중국은 북한의 신뢰를 상실할 위험에도 불구하고 주한미군을 묵인해 왔다. 중국은 북한과의 ‘상호원조조약’이 방어적 성격에 불과하며 북한의 도발 상황에서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강조해 왔다. 사실상 중국은 북한에 의한 도발 그리고 중국의 연루 가능성 방지에 진력해 왔다. 또 군사력을 통한 대북 영향력 행사도 불필요한 상황이다. 개혁·개방정책이 진행되면서 중국은 한반도 정책에 정세인식, 국가이익, 장기목표, 대내관심, 남북관계 등 다양한 요소들을 복합적으로 반영함으로써 대북 ‘일변도’에서 현저한 남북 ‘등거리’ 경향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그러다 1992년 중국은 마침내 한국과의 국교 정상화를 결정했다. 당시 한국은 이미 중국의 주요 교역 및 투자 상대국으로 부상한 상태였다. 국가간 경제적 상호 보완성 및 의존성의 확대를 포함한 밀접한 경제적 관계가 자연스럽게 불가분의 정치적 및 전략적 관계를 수반한 것이다. 한국은 경제발전 및 북방정책의 성과를 바탕으로 남북관계 및 통일 문제에서 주도권을 확보한 가운데, 국제적 위상 및 역할 확대에 따른 지역의 안정 및 발전 과정에서 상응한 역할이 기대됨으로써 중국의 한반도 정책에서 중요한 요소로 부상했다. 한편 북한에 의해 재발될 수 있는 군사충돌 방지를 위해 중국은 계속 전략적 자원, 개입 및 권위에 의존한 다양한 수단의 구사를 시도했다. 여기엔 북한에 대한 개혁·개방 유도, 핵무장 야심 포기 압력, 경제적 지원 유지, 미국의 군사적 제재 가능성 경고, 남북회담 주선 및 촉구 그리고 남북한 관계의 ‘교묘한’ 조정 등이 포함된다. 한반도 정세는 매우 미묘하다. 동북아의 국제정치적 속성 및 한반도의 전략적 위상 변화로 말미암아, 한반도가 다시 열강의 상호작용 무대 위에 오르게 됨으로써, 중국은 보다 광범한 전략적 이해와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중국은 한반도 영향력 강화를 위하여 ‘지렛대’의 확보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현실적으로 보다 철저한 ‘등거리’ 접근을 시도했다. 중국은 계속 교묘한 외교를 통한 대남북한 관계에서의 ‘균형 유지’ 달성에 나선 것이다. 중국은 한반도 정세 동향이 지역의 안전 및 중국의 정책에 미칠 영향이 불확실하고 불안정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한쪽의 붕괴를 가정하는 ‘베트남식’ 혹은 ‘독일식’ 통합은 지역의 혼란 및 외세의 개입을 초래할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중국은 한반도 통일의 달성보다 평화 과정에 더욱 관심이 있다. 최소한 당분간 혹은 통일 이전 모든 관련 국가들의 ‘정상적’ 및 ‘의존적’ 상호관계를 강조한다. 남북대화는 한반도 및 동북아의 평화 안정에 긴요하다. 최근 남북대화의 진전으로 중국은 보다 많은 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중국은 남북대화 유지 및 촉진을 위한 여건 조성에 더욱 진력해야 할 상황을 맞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지역의 안정적 여건 형성을 위하여 경제적 및 정치적 시스템의 수립이 필요하다고 실감하고 있다. 남북한을 포함하는 다자체제는 남북대화 촉진 및 지역이해 조정에 효과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북한의 경제 및 정치적 급변은 중국의 대내목표 및 대외전략에 매우 불리하다. 따라서 중국은 북한의 합리적인 변화 모색을 적극 기대한다. 중국은 북한의 ‘연착륙’ 보장을 위하여 북한의 개혁·개방 유도 및 대외관계 촉진에 진력하고 있다. 중국은 현재 고도성장을 유지하고 있으며 주변국들과 선린우호 및 협력관계를 확대하고 있다. 일찍이 중국은 자국의 위험과 희생을 무릅쓰고 아시아의 금융위기 완화에 적극 기여했다. 중국은 이미 미국을 비롯한 열강들과 ‘21세기를 지향한 건설적인 전략적 동반관계’ 구축에 합의했다. 이러한 사례들은 중국의 지역적 및 세계적 위상 강화를 의미한다. 사실상 중국은 이미 다극세계의 한 극으로서 역내 안정 및 발전 그리고 새로운 질서 구축 과정에 결정적 요소로 부상했다. 중국은 당면 이해관계를 고려함으로써 한반도 문제와 관련, 계속 ‘건설적’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중국의 한반도 정책이 안정 유지 및 역할 확대란 광범한 전략적 이익이 반영된 보다 ‘실용주의적’ 접근으로 전개되면서 한·중 관계는 계속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이제 양국은 모두 도약을 위한 역사적 전환기에 직면함으로써 보다 미래 지향적 상호관계를 모색할 필요를 느끼고 있다. 한·중 관계는 다극화 추세 아래에서의 ‘지정학적 인연’,‘공동의 이익’ 및 ‘상호의존성’ 등 천혜의 조건들을 구비하고 있다. 한·중 두 나라는 모두 상호관계의 이익 증대, 다극세계에서의 위상 제고에 기여하기 위해 보다 광범한 ‘전략적 협력’ 일정들을 내다보고 있다. 이영길 베이징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yglee@kida.re.kr ■ 기고-中, 북핵해결 ‘윈 - 윈게임’ 유도 베이징 6자회담의 소생이 가능할까.9월 예정이던 4번째 회담의 무산 이후 한반도 비핵화 유지를 위한 6자회담은 여전히 표류 중이다. 한국의 핵개발 의혹 등을 이유로 들어 회담을 거부한 북한은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회담이 미국 대통령선거 이전엔 열리지 못할 것이 분명한 만큼 회담은 6개월 이상 장기간 중지되는 셈이다. 때문에 성과도 없이 질질 끌고 있는 이 회담이 필요없다는 ‘무용론’도 세차게 고개를 들고 있다. 이 문제는 어떻게 풀 것인가. 현재 시급한 일은 북한의 핵개발이란 사안을 다자대화란 하나의 형식과 틀 속에 붙들어 매놓는 것이다. 이를 통해 국제사회가 돌발적인 사건이 터지지 않도록 유도하고 보장하면서 예측 가능한 범위 안에 조정해 나가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얽힌 실타래를 풀어나가듯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 중국 입장은 명확하다. 북한 핵개발 계획의 포기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며 북한의 유일한 출로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문제 해결 과정에서 미국과 국제사회는 북한의 ‘정당한 국가이익’과 안전 보장 요구를 만족시켜줘야 한다. 북한을 고립시키지 말고 국제사회로 끌어내 점진적으로 국제적인 규칙에 적응하도록 해야 한다. 북한이 핵무기, 재래식무기 등 군사력에 의존해 국가안전을 지키려는 경직된 자세에서 국제적인 공존과 협력 속에서 국가안전을 확보해 나갈 수 있음을 깨닫게 설득하고 유도해야 한다. 그런 환경은 주변국가와 국제사회가 조성해 주어야 한다. 이것들이 가능하기 위해선 미국과 북한, 국제사회가 북한 핵문제의 해결을 ‘제로섬 게임’이 아닌 모두 승리자가 되는 ‘윈-윈 게임’이 되도록 해야 한다. 미국도, 북한도 기존의 냉전적 사고로는 ‘윈-윈 게임’은 불가능하다. 미국에선 북한이 제2의 리비아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리비아와는 다르다. 지정학적으로나, 국가 상황으로나, 국가적 하드 파워나, 소프트 파워의 측면에서 모두 그렇다. 북한 핵문제는 동북아 및 주변국가들의 안전과 국가이익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냉전의 산물인 만큼 냉전체제의 해체란 점에서 국제사회가 참여해야 한다. 더군다나 중국의 국가이익과 안전을 흔들어댈 수 있는 파괴력마저 지니고 있다. 중국이 어찌 팔짱 끼고 앉아서 바라볼 수만 있겠는가. 우리는 적극적인 중재를 해왔고 다자가 참여하는 안전체제를 만들기 위해 힘을 써왔다. 중국의 위치와 힘에 걸맞은 역할을 하기 위해 노력했고 국제적인 책임과 지역에서의 책임을 외면하지 않았다. 중국의 역할에는 한계가 있다. 미국과 북한 사이의 갈등과 모순을 모두 중국이 해결할 수 없다. 중국이 북한에 대한 모든 원조를 끊고 압력을 강화하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과 미국은 북한 핵문제와 관련, 전략적인 합치점이 있고 어느 수준의 협력을 진행해 왔다. 그러나 북한에 대한 두 나라의 전략목표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미국은 북한의 정권교체를 목표로 하지만 중국은 그렇지 않고 그럴 수도 없다. 중국은 현대화 실현 등 많은 사안에서 미국의 협조를 필요로 한다. 그렇다고 이를 위해 미국의 압력에 굴복, 미국의 대북 정책 실현을 위한 도구가 되지 않을 것이다. 중국이 미국 편에 서서 북한을 압박하고 미국이 설계한 ‘덫’에 빠져들도록 하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은 충분한 준비를 해왔다. 더이상 새로운 짐을 지거나 더 피동적인 지위를 받아들이지도 않을 것이다. 이러한 중국의 태도는 향후 북한 핵 문제 처리에 주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류진즈 베이징대 교수
  • [롯데 인테리어 매장]주인님~ 집안을 바꿔 드릴까요

    [롯데 인테리어 매장]주인님~ 집안을 바꿔 드릴까요

    롯데백화점 본점8층. 가을철 집안분위기를 깔끔하게 매만져 주는 홈 인테리어전문매장들. 유럽·미국풍의 이국정서가 물씬 풍기는 다양한 인테리어제품들이 소비자 발길을 잡는다. 산 정상에서 시작된 아름답고 화려한 단풍이 산 전체를 물들이면서 점점 가을이 깊어지고 있다.집 안의 벽지나 가구를 바꾸는 ‘대형 공사’는 말할 것도 없고,침구·커튼·쿠션·러그(소형 카펫) 등 패브릭(섬유)제품을 통해 포인트를 주는 것만으로도 무르익는 가을 정취를 한껏 맛볼 수 있다. 하지만 해마다 계속되는 진부함은 싫증이 나는 까닭에 뭔가 참신하고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하고 싶다면 이곳을 찾아보면 어떨까. 롯데백화점 본점 8층에 있는 ‘로라애슐리’와 ‘플라망’,‘케빈 리 컬렉션’은 가을철 집안 분위기를 깔끔하게 매만져 주는 홈 인테리어 전문매장들이다.유럽이나 미국풍의 이국(異國)정서가 물씬 풍기는 가을을 맛보게 해주는 다양한 토털 홈 인테리어 제품으로 소비자들을 발길을 잡고 있다. 집안 분위기를 영국 꽃무늬의 로맨틱한 스타일로 바꾸기를 원한다면 ‘로라애슐리’를,유럽풍의 현대와 고전이 공존하는 스타일의 가구와 소품을 사려면 ‘플라망’을,아름다운 꽃과 현대적인 감각의 가구,악센트를 줄 수 있는 고전적인 장식품으로 미국풍 분위기로 꾸미고 싶다면 ‘케빈 리 컬렉션’을 선택하는 것이 제격이다. 이곳에서 만난 주부 전경숙(37·서울 성동구 금호1동)씨는 “생활소품에서부터 침구,장식품,커튼,가구에 이르기까지 집안의 공간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다양한 인테리어 소품들을 한데 모아 놓고 있어 원스톱 쇼핑이 가능한 것이 최대의 장점”이라며 “계절이 바뀌거나 마음이 답답하면 자주 들러 새로운 유행 경향을 알아보기도 하고 간단한 인테리어 소품을 구입해 집안 분위기를 바꾸기도 한다.”고 말했다. ●영국풍의 로맨틱 분위기 영국 인테리어·패션 브랜드인 ‘로라애슐리’는 편안한 꽃무늬와 고급스러운 색감이 트레이드 마크다.가구와 커튼,소파와 장식용품에서부터 여성의류인 ‘레디스웨어’와 2∼9살 여자 어린이들을 위한 ‘걸스’에 이르기까지 최상의 품질을 지향하는 상품을 선보였다.200개가 넘는 원단으로 만든 주문형 커튼과 소파,벽지,쿠션,조명 등의 제품은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을 준다. 특히 다양하게 디자인한 패브릭 제품을 소비자가 직접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자신들의 취향을 한껏 살려 독특한 집안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는 것이 강점.침구류의 경우 싱글세트 30만원대,퀸세트는 40만원대,2인용 소파의 경우 200만∼300만원대,커튼(원단 1m당)은 4만 5000∼12만원,쿠션 7만원대,러그 40만원대,조명은 10만원대 등이다. ●할아버지의 고풍스러움 벨기에 출신 플라망 형제의 작품인 ‘플라망’은 할아버지 세대에서 물려받은 듯한 고풍스러움과 편안함,어머니의 품속과 같은 포근함을 추구하고 있다.원목 테이블을 가득 채운 아기자기한 크리스털 그릇들,은촛대에 불을 환히 밝히고 아이리시 꽃을 꽂은 크리스털 유리병 등이 대표적인 제품들이다.일일이 손으로 다듬은 수제품들이 많아 고급스러움도 곁들여져 있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이 덕분에 플라망의 브랜드 인지도는 이미 세계적이다.세계 27개국,500여개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입점 심사가 까다롭기로 널리 알려진 영국 헤롯 백화점,프랑스의 라파예트 백화점과 쁘렝땅 백화점에도 매장을 갖고 있다.플라망은 여느 제품보다 견고성도 강조하고 있다.묵직한 가구는 옻칠을 한 후 7년 이상 말려 못조차 들어가지 않을 정도다.대대로 물려줄 수 있도록 만들어 가문의 역사를 가구 속 깊이 스며들게 한 셈이다. 여기에다 거실과 부엌,안방과 서재,아이들 방의 인테리어와 욕실 인테리어에도 중점을 두고 있다.긴장을 풀어주도록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욕실 액세서리,달콤한 향기의 샤워젤,목욕크림 등을 내놓고 있다.플라망 제품을 수입하는 라미아이앤씨 김윤완 기획실장은 “할아버지에게서 느낄 수 있는 푸근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이 제품의 주요 컨셉트 가운데 하나인 만큼 플라망은 과거를 재창조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바로크 등의 화려함보다는 단순하고 튼튼함을 강조하는 콜로니얼(식민지적)풍과 스칸디나비아 스타일,벨기에와 프랑스를 모두 아우르고 있는 프랑스 프로방스 지역의 분위기가 혼합된 이미지를 연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가구풍의 앤티크 스타일과는 달리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고전미와 현대적 감각이 공존하는 스타일의 소파,테이블,테이블 웨어,장식소품 등을 판매한다.가격은 그릇이나 와인잔이 1만∼3만원.하지만 가구류의 경우 수제품이 많아 소파,장식장은 300만∼700만원으로 비교적 비싼 편이다. ●현대와 고전의 조화 ‘케빈 리 컬렉션’은 미국에서 활동하며 미국 부호들의 인테리어 디자인과 파티,결혼식 장식을 해주고 있는 재미교포 디자이너 케빈 리의 독특한 스타일이 담겨 있는 인테리어 소품을 내놓고 있다.그는 아카데미 영화제 시상식을 비롯해 브래드 피트,마이클 잭슨,줄리아 로버츠 등 할리우드 스타들의 파티를 직접 디자인해 주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박동주 롯데백화점 가정매입팀 인테리어부틱 담당 바이어는 “‘케빈 리 컬렉션’은 현대적인 감각의 가구류와 여기에 악센트를 줄 수 있는 고전적인 분위기의 소품들이 잘 어우러져 있으며 수시로 상품에 변화를 주어 새로운 스타일을 선보이고 있다.”며 “이 때문에 장식용 조화와 가구,도자기류의 소품 등이 주로 판매되고 있다.”고 밝혔다. 매장은 케빈 리가 직접 디자인한 실크 플라워와 식탁,소파,커피 테이블,장식용 접시,그릇,샹들리에,램프,액자,촛대 등을 내놓고 있다.가격대는 2만원부터 180만원까지 제품의 크기와 소재에 따라 천차만별.실크 플라워는 8000∼3만 5000원,가구는 10만∼200만원대.하지만 가구류 중 소파의 경우 소파 천의 탈부착이 가능한 심플한 스타일이 200만∼300만원대.소파 천갈이만 할 경우 50만원대.샹들리에,테이블 램프,촛대류 등의 조명소품은 4만 5000∼500만원이다.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열린세상] 보이지 않는 손과 잡초경제/김정남 성균관대 경영학 교수

    시장경제는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에 따라 시장가격이 결정된다고 주장한 바와 같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하여 형성된다고 알려져 왔다.그러나 지식사회를 열어가는 첨단과학은 보이지 않는 손을 보이게 하고 있으며,더 나아가 원하는 형태의 손을 미래지식을 기반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세계시장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는 미국과 서구 선진국이 만들어 가고 있는 보이지 않는 손은 경제적 비전과 경제정책 기조,다차원적인 정책 도구들을 종합해 볼 때 잡초와 같은 특성을 갖고 있다.지식자원과 창의적 시장활동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 시장경제에서 잡초와 같이 기업은 미래지식을 기반으로 새로운 시장기회를 인식하고 보다 빠르고 강하게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나가면서 성장할 수 있도록 자기환경을 만들고,세계시장환경을 시장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잡초의 진화형태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서 볼 수 있다.첫째는 원시림의 예에서와 같이 잡초는 어느 생명체보다도 강한 자생력이 있는 집단의 특성을 갖고 있다.멀리서 전체적으로 보면 잡초의 집합체인 원시림은 인간에게 필요한 산소를 공급하는 아름다우며 필요불가결한 생태계인 동시에 환경자원으로서 의미를 갖는다.그런데 자세히 관찰해 보면 원시림 속에는 서로 다른 수많은 생명체가 일정한 유기적 관계를 유지하면서 공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오랜 역사 속에서 살아남고 성장하기 위해 개개의 생명체는 스스로를 환경에 적응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장기적인 생존을 위해 새로운 환경을 만들어 나가면서 협조와 생존을 위한 경쟁을 통해 진화해 왔다.그 결과 자생력이 없는 생명체는 사라지고 강한 자생력이 있는 생명체만의 집단으로서 조화롭게 형성돼 있음을 알 수 있다. 둘째는 유동성의 특성이다.인간의 관점에서 피상적으로 보면 잡초는 유익하지 않은 생명체다.좁은 의미의 사람의 생활환경 관점에서 보면 우선적인 제거 대상으로 인식되기 마련이다.따라서 인간이 잡초를 제거하기를 원하면 아무리 생명력이 강한 잡초라 하더라도 생존력의 한계를 느낄 것이다.잡초의 입장에서 보면 막강한 힘을 가진 이러한 사람의 관점이 인식되는 순간,생존을 위해 상대적으로 좋은 환경을 찾아 빠르게 날아갈 수밖에 없다.기업도 정치적 압력이나 비효율적인 제도가 생존과 성장에 장애요인이 된다면 이를 피하고,세계적 관점에서 보다 효율적으로 성장하면서 사회와 국가에 기여할 수 있도록 환경자원을 최대한 목적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본질적인 생리다. 셋째는 잡초도 장기적으로 인간 및 환경과 유기적으로 협력하면서 잘 가꾸면 금잔디가 될 수 있다.저택의 정원이나 공원에서 볼 수 있는 파란 잔디는 보기에도 신선함과 편안함을 줄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의 마음의 안식처가 되기도 한다.그런데 이러한 잔디의 대부분은 잡초의 일종이다.따라서 어떠한 잡초라도 잘 가꾸면 금잔디가 될 수 있다.기업도 법적,제도적,사회적 그리고 문화적 환경과 관련해 투명하고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제도와 원칙들을 만들고 이를 중심으로 고객 및 사회와 함께 선도적이며 혁신적으로 가꾸어 나간다면 세계적으로 빛나는 기업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시간,비용,고객 등과 경쟁을 해야 하는 시장경제에서 기업은 시장에서의 존재의미와 존재가치를 재정의 내려야 한다.세계화 시대에 기업은 잡초의 특성을 갖고 영원히 시장에서 존재하면서 성장할 수 있어야 사람과 사회와 국가를 위한 존재의 본질적 의미를 다할 수 있다.기업은 세계적인 관점에서 정치적,제도적 배려나 특정인의 도움 없이 시장에서 고객으로부터 인정받는 자생력을 강화해 나가는 한편 세계시장에서의 잠재적 환경자원을 먼저 그리고 효율적으로 활용하여야 한다.적극적인 행동의 시대에는 불평이나 불만보다 미래지식과 환경자원을 기반으로 가능성,기회 그리고 잠재력의 가치를 올바르게 인식하고 세계시장을 대상으로 잡초를 금잔디로 바꾸는 일관성이 있으며 선도적인 혁신노력이 필요하다. 김정남 성균관대 경영학 교수
  • 문화계의 사랑방 주점 ‘시인통신’ 대표 한귀남 여사

    문화계의 사랑방 주점 ‘시인통신’ 대표 한귀남 여사

    10월 한낮의 서울 인사동에는 여름과 가을이 공존하고 있다.활짝 핀 길가의 황국과 아직은 반팔 차림인 젊은이들이 대조적이다.종로쪽에서 인사동 방향으로 100m쯤 올라가다 보면 왼쪽의 작은 골목에 보일듯 말듯 ‘시인통신’ 간판이 나타난다.간판 이름이 꽤 길다.‘피맛골의 시인통신-예술의 광장’. 재개발에 밀려 종로통의 피맛골에서 인사동으로 흘러들었지만 상호는 옛그대로 ‘피맛골 시인통신’이다. 문을 밀고 들어서자 주인 한귀남(60)씨가 웃는 얼굴로 맞는다.‘지하 문화계의 대모’‘문인들의 영원한 누님’이라는 별칭들이 어울리는 부드러운 표정이다. “인사동은 너무 재미없어.편한 자리 골라서 앉으세요.뭐 드시고 싶은 거 있으면 말하고.”고향후배라도 만난듯 질박하게 맞아준다. “쫓겨난 심정을 묻기엔 너무 늦었어요.작년 1월이었으니 이젠 뭐….당시엔 어디에 하소연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누구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지요.처음 두달 동안은 아무 일도 못했어요.재개발이라는 걸 우리가 직접 겪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거든.싸우고 버텨도 봤지만 스스로 무력한 존재라는 걸 확인했을 뿐이지요.이 간판이라도 지키기 위해선 빨리 추스르고 새 출발을 할 수밖에.” ●80~90년대 격변기를 살아온 사람들의 휴식터 시인통신.젊은사람들에게는 인사동이나 홍익대 주변 등의 그렇고 그런 전통찻집이나 술집의 하나쯤으로 보이겠지만,1980∼90년대 격변기를 살아온 이들에겐 마음의 고향같은 존재로 기억된다.암울한 시대를 향해 종주먹질 해대고,울분을 노래로 삭이던 곳.그래서 ‘문화예술인의 사랑방’으로 불리던 곳이 바로 시인통신이다. “80년대 초에는 문청(문학청년)들이 주로 자리를 차지했어요.그러다 자연스럽게 문인·화가,가난한 노동운동가들이 모여들기 시작했고….그 곳에서 많은 노조가 태동했어요.학생들도 자주 오고.덕분에 정보부 사람들에게 주목 받았지요.무슨 비밀결사대라도 만드는 것으로 알았던지,그 사람들이 손님 틈에 끼어 앉아 대작하는 경우도 있었어요.누가 누군지 아무도 따지지 않을 때였으니까.결국 몇몇 사람은 끌려가기도 하고.그래도 밤 아홉시만 되면 하나 둘 모여들어 자리를 채우곤 했지요.두 평 남짓한 공간에 두 셋 테이블이었으니 낯선 사람들끼리 엉덩이를 붙일 수 밖에 없었고.” 이른바 전두환 정권의 칼날이 서슬 푸르던 시절,그리 오래되지 않은 이야기가 아득한 옛날의 전설처럼 들린다.그러나 평범하게 살았을지 모를 그를 ‘문화 사랑방’ 주인 자리에 앉힌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암울한 시대였다. ●남편, 사업실패로 아이셋 남겨두고 종적 감춰 그는 정식으로 데뷔한 시인(1993년)이자 소설가(2000년)이다.95년에는 ‘간큰 남자 길들이기’라는 수필집을 내기도 했다.요즘은 시인통신을 거쳐간 인간 군상을 소재로 한 소설을 쓰고 있다. “나도 이런 삶을 살 줄은 몰랐어요.제품(의류사업)에 실패한 뒤 남편이 종적을 감추면서 졸지에 아이들 셋을 거느린 가장이 되었지.참 막막하더군요.어디 일할 곳이 없나 싶어서 종로의 먹자골목을 기웃거렸지요.” 먹고 살려고 종로 뒷골목을 탐색하던 그는 민속찻집에서 차 끓이는 일을 하게 된다.그런 중에 시인통신에 우연히 들른 게 ‘제2의 청년기’를 맞는 계기가 되었다.뜻하지 않게 시인통신을 물려받게 되지만,경험도 밑천도 없는 그에게 술 파는 장사는 고난 그 자체였다.오죽했으면 그는 수필집 ‘간큰 남자‘에서 그 시절을 “외상은 60년대 식이었고 격한 분노는 80년대 식이었다.”고 적었을까. “처음엔 정말 어려웠어요.술 마시고 도망가는 사람,쌓여 가는 외상.집세조차 나오지 않는 판에 아이들 학교는 보내야 되고.그 고생을 하는 중에 모 신문사 기자 하나가 들렀다가 우리 집 이야기를 조그맣게 쓴 적이 있어요.그 때부터 손님이 밀려들기 시작하는데….” 덕분에 몇년 동안 장사가 꽤 짭짤했다.찾는 사람들이 다양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세대교체도 되고.그러나 그의 표현대로 “사랑하는 전우들이 쓰러져간” IMF는 그에게도 타격이었다.그리고 그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터진 재개발의 파고.그렇게 연속된 악재가 결국 ‘피맛골의 시인통신’을 인사동으로 밀어낸 것이다. ●드나들던 사람중 금배지 단 이도 일곱명 기억에 남는 사람들 얘기를 해달라고 하자 “그들도 지금은 다 쉰 살이 넘었겠지?”라며 지난 시간을 더듬는다.누구보다도,힘들던 시절에 후배들 쫓아다니며 외상값 갚아주고 따끔하게 야단치고 하던 이들이 가장 오래 남아 있단다.다같이 어려운 시절이었지만 그래도 그런 사람들이 있어서 훈훈했다고 한다.또 외상값은 쌓여 가는데 갚을 길은 없고,그래도 술은 마시고 싶어서 꾸준히 드나들던 한 시인이,첫 원고료를 받자마자 몇년 치를 갚겠다며 찾아온 일도 잊을 수 없다고 회상한다. “홀씨 같던 미미한 존재를 그들이 다 키워줬지요.시인통신을 드나들던 분 중에 금배지를 단 이도 일곱이나 돼요.나로서는 그들에게 더이상 해줄 게 없어진 거지요.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도 그 중 한 분입니다.자신이 힘든 가운데에도 ‘귀남아,힘내래이.단디 해라’라며 다독이던 모습이 지금도 선합니다.모두 어려운 시절에도 어른스러움을 잃지 않았지요.회고담을 이야기하려면 며칠을 해도 부족해요.” 그동안 다녀간 문인·화가 등 예술가와 기자….무슨 수로 다 헤아리랴.시인통신의 벽에는 드나든 사람들의 사진이 빼곡히 걸려 있다.언뜻 보아도 알만한 얼굴이 널렸다.문인으로는 이외수 김병총 윤후명 마광수 신세훈 오인문 구인환 김홍성….화가 강찬모와 이목일,그리고 철학자 황필호,전위예술가 무세중의 얼굴도 보인다.한 시대가 술에 취해 고스란히 그곳에 걸려 있다. “요즘요? 글쎄….젊은 사람이 많지요.아베크족도 있고,각 분야의 마니아들도 오고.언론에 계신 분들도 자주 들릅니다.하지만 과거에 비해 없어진 게 많아요.정이 없어졌고,외상 달라는 사람이 없어졌고,싸울 일이 없어졌고….재미가 없어요.탁자는 늘어났으되 얼굴들은 사라진 거지요.그래도 보람이 아주 없는 건 아닙니다.한 달에 한두 번씩 시낭송회도 열고,가까운 시인들의 출판기념회도 하고….” 피맛골과 인사동 시절이 어떻게 다르냐는 물음에 그는 “재미가 없어졌다.”고 했다.그래도 가끔 찾아오는 옛 얼굴을 볼 때마다 시인통신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은 더 굳어진다고 말한다. “요즘은 막내 아들하고 장사를 같이 해요.어느덧 그 애의 시대가 온지도 모르지요.또 그만큼 내 몸은 편해지기도 했고.하지만 가끔 찾아오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이 자리에 있을랍니다.그들을 만날 때마다 흘러버린 세월에 그들도 놀라고 나도 놀라지요.얼마나 멀리 떠났다가 돌아온 것인지….지금도 옛날 외상장부를 보관하고 있어요.기록돼 있는 사람이 700명이 넘지요.” “이 곳으로 이사온뒤 한 사람이 왔어요.내가 우스갯 소리로 ‘너,누나한테 진 외상값이 얼만 줄 알아?’라고 했는데,자리를 비운 사이에 아들에게 10만원을 주고 갔더군요.부끄럽다면서….그들에게 그저 영원한 누님이고 싶어요.” ●그의 희망은 다시 피맛골로 돌아가는 것 그는 요즘 어렵다고 한다.집세가 넉달 째 밀렸다.“올해까지는 슬럼프가 계속될 모양이네요.경기가 너무 안 좋아요.옛날로 돌아간 것 같아요.전에는 술 마시고 도망가는 사람들 때문에 힘들었는데….지금도 모르는 사람들이 집세를 내주겠다고 해요.하지만 거절하지요.그럴 수는 없잖아요.아들도 잘했다고 하고.” 그의 희망은 피맛골로 돌아가는 것이다.시인통신이 끝까지 사랑방으로 남았으면 하는 소망 때문이다.그 근처를 서성이다 그냥 돌아갈 사람들 생각을 하면 안타깝다는 것이다. “이젠 기업들도 문화를 껴안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큰 빌딩 한쪽에 조그맣게 자리잡은 문화공간도 괜찮지 않아요? 이사 올 때 시인통신 벽에 있던 낙서를 전부 뜯어 가지고 왔어요.언젠가 다시 붙일 날을 기다리며 보관해두고 있지요.” 시인통신을 나서는데,벽에 걸려 있는 시 한 줄이 눈길을 끈다.시인 이창년의 ‘낙서는 술에 젖어’라는 시다.땅거미 슬슬 내리면/허수아비로 찾아드는 골목/너절한 낙서도 술에 젖어 주정하면… 이호준 인터넷팀장 sagang@seoul.co.kr
  • 올 하반기 보라색 패션 유행 예감

    올 하반기 보라색 패션 유행 예감

    올 하반기 패션은 주로 1950년대의 고전적 성향과 1970년대의 현대적인 감성이 공존한다.그 영향으로 여성복은 복고풍의 우아한 패션 스타일로 ‘요조숙녀’를 표현하는 데 주력한다.남성복도 지난해부터 유행한 클래식 무드에 엘리건트한 느낌이 추가되면서 기품있는 스타일을 연출한다. 여기에 더해진 또 하나의 공통점은 유색보석에서 영감을 받은 화려한 ‘보라’.1900년대 유행했던 지배자의 색인 ‘보라’는 정직의 색 ‘흰색’,희망의 색 ‘녹색’과 함께 여권운동의 상징으로 여겨졌다.1970년대 여성노동자 권익운동이 확대되면서 자유와 품위를 지향하는 여성에게 보라가 다시 유행했다. 삼성패션연구소의 서정미 수석연구원은 “전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복고와 빈티지의 유행이 오래 숙성된 와인과 같은 보라색을 통해 표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아울러 “최근 여성은 남성의 멋을 추구하고 남성은 여성의 미를 찾는 메트로섹슈얼 패션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 보라가 유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동성애를 상징하는(미국에서),또는 절망에 빠진 여성의 색,신비롭지만 우울한 컬러로 인식된 보라의 유행이 부정적이지만은 않다는 분석이다. ●보라색의 다양한 변주 2004년 가을을 대표하는 컬러는 유색 보석에서 영감을 받은 보라색이다. 여성복 ‘씨(SI)’ 디자인실 박난실 실장은 “이번 시즌에는 유색보석에서 영감을 받은 화려한 컬러들이 여성미를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특히 추운 날씨에 어울리는 고급스럽고 매혹적인 보라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색상이 표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밝고 경쾌한 바이올렛(보라)부터,퍼플(자주),더욱 붉은 빛이 많이 도는 와인 빛깔의 버건디에 이르기까지 보라색과 자주색 계열의 다양한 변주가 그 어느 때보다도 두드러진다는 의미다. 실크 원피스나 블라우스,니트와 같은 기본적인 패션 아이템은 물론,구두와 핸드백 같은 소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적용되면서 고급스럽고 깊이있는 매력과 매혹적이고 섹시한 이미지를 함께 표현한다. ●분위기에 따른 연출 면과 니트를 비롯해 얇고 매끈한 실크와 새틴과 만날 때 더욱 잘 살아난다.어떻게 배색되느냐에 따라서 캐주얼한 느낌부터 섹시한 분위기까지 자유로운 변신이 가능하기에 더욱 매력적이다. 이들 색상으로 옷을 입을 때는 색감이 풍부한 진한 빨강,자주 등과 함께 톤온톤으로 연출하거나 은색이나 회색과 매치하는 것이 가장 좋다. 세련된 컬러 코디네이션을 시도하려면 녹색 계열의 색상을 선택해보자.진한 풀색의 카키,올리브 그린 등 가라앉은 차분한 톤의 녹색 계열 색상들과 함께하면 보색 대비를 이루어 멋진 컬러의 만남을 연출할 수 있다.특히 녹색 계열의 색상으로 만든 모피 머플러나 가죽 재킷을 입으면 기품있으면서 신비로운 매력을 발산한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녹색공간] 상생과 공존을 위한 전략/이상헌 지속가능발전위 에너지산업팀장

    한국 사람들은 민족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경제성장을 해왔다.다른 나라에서 100년,200년이 걸렸던 산업화와 도시화를 불과 40년이라는 짧은 시간에,그것도 전쟁의 폐허로 아무런 기반도 없는 상태에서 이루어낸 근저에는 강한 인종적 민족주의가 자리잡고 있다.그러나 배타적인 민족주의적 성장 전략이 지정학적으로 유리할 게 별로 없는 우리의 처지에서 앞으로도 계속 도움이 될는지는 의문이다. 중국은 막대한 규모의 저임금 노동력을 이용하여 우리와의 격차를 좁히고 있으며 우수한 인재 양성과 해외 자본의 유치에 힘입어 기술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얼마 전 언론에 보도됐듯이 우리의 미래 성장을 견인할 핵심기술 분야에서 중국과의 기술격차는 평균 2년 남짓하다고 한다.또 삼협댐 프로젝트나 남수북조(南水北調) 사업 등과 같은 대규모 환경 파괴형 개발 프로젝트를 수행함으로써 자국만이 아니라 한반도 생태계도 위협하고 있으며,동북공정 사업을 통해 고구려사를 왜곡하는 장기적인 포석으로 남북통일 이후의 상황을 준비하고 있다. 러시아의 행보도 우리에게 중요하다.우리가 앞으로 러시아의 석유나 천연가스를 수입한다는 상황도 있을 수 있지만,그보다는 유럽연합(EU)이 러시아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인정하는 것에 화답하기 위해 지난 9월30일 러시아가 교토의정서 비준법안을 연방하원의회에 제출했으며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는 교토의정서가 비준될 것이라는 점이다.그동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면서도 의무감축대상국에서 제외돼 있었던 우리나라는 이렇게 되면 2차 공약기간이 시작되는 2013년부터 의무감축 압력을 거세게 받게 될 것이다.1990년에 비해 에너지 소비가 거의 3배로 늘어난 우리나라에서 1990년 수준으로 줄이라는 것은 상당한 규모의 산업구조조정과 에너지 수요 감축을 의미하며,우리가 겪어야 할 변화는 과거 경제성장보다 더 극적으로 전개될 것이다.폐쇄적 체제 유지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과 경제 개방에 따른 이익의 크기를 저울질하면서 핵문제를 다각도로 이용하는 북한의 외교 전략,북한인권법안을 통과시킴으로써 어렵게 성사시켰던 6자회담의 전망을 어둡게 하는 미국의 패권주의,장기 불황에서 벗어나 새롭게 도약하는 동시에 평화헌법을 수정하여 재무장을 시도하는 일본의 야심도 우리에게 어려운 과제로 남아 있다. 이처럼 막강한 국가들의 틈바구니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분명한 것은 강력한 주변국과의 배타적인 경쟁이나 단기간의 성과에 치중하는 성장 전략은 한계에 부딪힐 것이라는 점이다.세계적으로 환경무역장벽이 높아지고,기후변화협약 등으로 인해 환경친화적인 산업구조조정이 불가피하게 된 상황에서 인접국과의 경쟁보다는 상호공존이 전략적으로 보다 유리하다.따라서 우리의 경우 동북아시아 지역에서의 협조와 상생을 지향하는 지혜롭고도 지속가능한 발전 전략이 필요하다.이러한 전략의 수립에는 기존의 발상을 넘어서는 혁신적 사고가 요청된다. 중국의 학자 쑨거(孫歌)는 식민지와 전쟁이라는 외상의 역사를 가진 동아시아에서 과거의 아픔을 치유하는 동시에 공존의 미래를 열기 위해 민족국가 단위보다는 아시아를 사유 단위로 고려해보자는 의견을 제시했다.민족국가가 정치적으로는 분리돼 있어도 생태적으로는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쑨거의 주장은 새겨들을 만하다.생태계에서는 독불장군이란 없기 때문이다.주변국과의 상생과 공존을 위한 지혜로운 지속가능발전 전략이 우리에게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이상헌 지속가능발전위 에너지산업팀장
  • 인간을 아름답게 하는건 바로 인간 자신입니다

    인간을 아름답게 하는건 바로 인간 자신입니다

    ●착한 일 보기만 해도 건강해진다? ‘테레사 효과’라는 게 있다.테레사 수녀의 헌신적인 봉사활동에서 유래한 의학용어로,착한 일을 하거나 착한 일을 하는 것을 보기만 해도 몸 안에 바이러스와 싸우는 면역물질이 생겨난다는 것이다.미국 스탠퍼드대학의 연구에 따르면,자신의 몸만을 생각하며 사는 암환자의 평균수명은 19개월인 반면,자원봉사 생활을 하는 암환자의 평균수명은 37개월로 거의 2배를 더 산다고 한다.남을 도우면 삶의 보람을 느끼게 되고,이때 체내 면역성도 강화되면서 몸이 건강해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실제로 테레사 수녀는 인도의 빈민가에서 여든일곱까지 살았으며,슈바이처 박사는 전염병이 들끓는 열대우림 아프리카에서 아흔 살을 살았다.그런가 하면 한국 입양아의 대모 바서 홀트 여사는 아흔여섯의 나이로 봉사의 삶을 마쳤다.이들의 건강하고 긴 생애는 단지 우연에 불과한 것일까.이들에겐 모두 세상에서 가장 낮은 자세로 나눔과 상생의 삶을 살아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공존과 상생 되짚어 본 에세이집 ‘당신에게 좋은 일이 나에게도 좋은 일입니다’(최재천 등 지음,고즈윈 펴냄)는 공존과 상생,조화의 의미를 각 분야 전문가들의 눈으로 살핀 15편의 글을 묶은 에세이집이다. 얼마전 우리 법원에서는 도롱뇽과 도롱뇽의 친구들을 원고로 한 소송이 기각된 적이 있다.도롱뇽이 소송당사자가 아니라는 것이 주된 이유다.반면 일본에서는 홋카이도 다이세쓰산 국립공원 인근의 주민과 환경단체가 터널공사를 저지하기 위해 다이세쓰산에 서식하는 ‘우는 토끼’를 원고로 소송을 제기,30년만에 승소한 일이 있었다.선진 외국에선 이와 유사한 판례들이 적지 않다.그러면 우리의 도롱뇽은 정말 소송당사자가 될 수 없으며 우리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존재일까.이 책에 따르면 그렇지 않다.필자 가운데 한 명인 숲해설가 유영초는 해월 최시형의 말을 인용,공존과 상생의 의미를 강조한다.“제비의 알을 깨뜨리지 아니한 뒤에라야 봉황이 와서 거동하고,초목의 싹을 꺾지 아니한 뒤에라야 산림이 무성하리라.” ●‘호모 사피엔스’ 대신 ‘호모 심비우스’ 제안 책의 필자들이 전하는 메시지는 이처럼 자연의 순리를 따르라는 것 혹은 공자의 화이부동(和而不同)이란 말로 요약된다.이러한 정신은 홍세화(한겨레신문 기획위원)의 글 ‘다름=틀림의 견고함에 대한 소고’의 톨레랑스 개념이나 최재천(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이 소개하는 ‘호모 심비우스(Homo Symbius)’라는 개념에 잘 드러나 있다.공생은 인간의 생존 자체를 결정하는 필수조건이라고 강조하는 최재천은 인간이 스스로 현명하다고 자처하며 붙인 호모 사피엔스 대신,21세기 새로운 인간상으로 ‘공생인’을 뜻하는 호모 심비우스라는 말을 사용할 것을 제안한다. 신화연구가이자 소설가인 이윤기의 상생의 철학은 어떨까.이윤기는 물길도 바로잡고 땅의 선도 만들고 싶어 양평에 2000평가량의 땅을 샀는데,결국 “물길을 가장 아름답게 만드는 건 물 스스로다.”라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고 토로한다.자연의 순리를 실천하는 삶을 꿈꾸고 있다는 얘기다.그는 고추를 직접 재배하면서 “물은 석 자만 흘러도 스스로를 맑게 한다.”는 이치를 깨닫게 됐다고도 말한다. 책은 자연과 생명에서 세계평화의 차원으로까지 시야를 넓혀간다.세계평화에 위협적인 존재로 종종 비쳐지는 이슬람에 대해 이희수(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그동안 왜곡돼온 진실을 밝힌다.우리가 익히 들어온 ‘한 손에는 칼,한 손에는 코란’이라는 말은 그가 늘 주장하듯 서구가 이슬람을 정복하면서 만든 허구다.이슬람이야말로 공존과 상생이라는 뿌리 아래 성장한 ‘평화의 종교’라는 것이다.이슬람은 주변문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그것을 자기화함으로써 급속한 발전을 이뤘다.이같은 포용력과 융화력은 이슬람 문화의 가장 큰 특징이다. 필자는 한 예로 1099년 예루살렘에 입성한 십자군들은 무슬림과 유대교도들을 닥치는 대로 학살한 반면,1187년 살라딘 장군이 이끄는 이슬람군은 예루살렘을 탈환했을 때 그들을 조금도 건드리지 않았던 사실을 든다. ●“기차가 달릴 수 있는 건 평행선 덕분” 이 책에는 생명과학자와 신화연구가가 나오고 역사가,시인이 등장한다.이들은 한목소리로 말한다.우리에게는 너와 내가 따로 있지 않다고.책 끄트머리에 실린 정호승의 시 ‘정동진’은 우리가 지향해야 할 공존과 상생의 가치가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를 생생하게 그려보인다.“…또다시 해변을 따라 길게 뻗어나간 저 철길을 보라/기차가 밤을 다하여 평생을 달려올 수 있었던 것은/서로가 평행을 이루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우리 굳이 하나가 되기 위하여 노력하기보다/평행을 이루어 우리의 기차를 달리게 해야 한다.…” 1만 28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5집 앨범 ‘공존’ 들고 컴백 임재범

    5집 앨범 ‘공존’ 들고 컴백 임재범

    가수 임재범이 오랜 공백을 깨고 5집 앨범 ‘공존(Coexistance)’을 들고 돌아왔다.지난 2000년 4집 앨범 이후 4년 만이다.5집 앨범 발매와 더불어 이달 말 15년만에 콘서트도 연다.그를 애타게 기다려 온 팬들에겐 ‘가뭄의 단비’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결혼과 육아… 4년간 함께살기 배워 임재범은 지난달 23일 의외의(?) 기자회견을 가졌다.앨범 한 장 툭 던져놓고 ‘잠수하기’가 특기인 그였다.때문에 독특한 음색에 탁월한 가창력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동시에 곱지 않은 시선을 받은 것도 사실이다. 긴머리에 검은색 선글라스를 쓰고 수염이 텁수룩한 채 나타난 그는 여전히 거친 인상이었지만 말투는 유쾌했고 부드러웠다.‘독불장군’으로 통하던 그의 입에서 함께 살아간다는 것,인간과 인간·인간과 자연의 공존 등 뜻밖의 말들이 쏟아졌다.그는 분명 달라져 있었다.“그동안 애 키우고 가정에 충실하느라 너무 오랜만에 나왔다.”고 너스레를 떨더니 회견 말미에는 3살 난 딸 아이의 사진까지 보여줄 정도였다. 솔직히 사람이 갑자기 돌변하면 ‘냄새’를 풍긴다.이에 대해 그는 “‘너 돈 벌려고 나왔니?’할 수 있지만 돈보고 음악 시작한 것도 아니었고 앞으로도 그렇다.”고 잘라 말했다.그는 “‘아마추어도 아니고 프로에서 노는 사람이 대중과 만나야 된다.’는 말을 10년간 들어왔다.”면서 “오프더 레코드를 전제로 털어놓은 얘기가 기사화되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며 은둔 생활의 이유를 설명했다.“술을 못한다.”는 그는 정신적으로 괴로웠던 시절 도피처를 종교에서 찾았다.결혼 직전 출가하려고 삭발식까지 치렀던 그를 구원(?)한 것은 지극히 평범한 삶이었다.결혼과 육아. 이번 앨범엔 그의 변화가 담겨 있다.반전,평화,사랑을 주제로 록,헤비메탈,발라드,보사노바 등 다양한 음악을 시도했다.그동안 뱁새가 황새 쫓아가는 식으로 외국 뮤지션들 따라잡기 위해 음악을 했다면 이제부턴 즐기면서 하고 싶기 때문이란다.두 번째 트랙 ‘살아야지’는 그가 처음으로 시도하는 보사노바.“목소리가 떨려서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며 엄살이지만 빼어난 노래 솜씨가 어디가랴. ●이달 30·31일 15년만에 콘서트 록밴드 ‘시나위’의 보컬 출신인 그는 “록에 대한 미련이 많다.힘이 더 빠지기 전에 앙금을 풀고 싶었다.”며 이번 앨범에 록 편성이 많은 이유를 설명했다.강렬한 메탈록인 ‘총을 내려라’는 이라크 전쟁을 꼬집은 노래.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개전 선언을 삽입,비장함을 살렸다.24인조 스트링 편성으로 웅장함이 돋보이고 빅마마,테이,배기성 등이 코러스로 참여해 선배의 앨범을 든든하게 받쳐주고 있다. 그는 30일과 31일 오후 6시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콘서트를 연다.“지금까지 준비가 되지 않아 콘서트를 안했어요.지금도 부족하지만 더 끌면 욕을 많이 먹을 것 같아요.(웃음)” 글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사진 오정식기자 oosing@seoul.co.kr
  • [토요일 아침에] 순교자 성월을 보내면서/박기호 천주교 서울서교동 성당 주임신부

    5월 청소년의 달,6월 보훈의 달,10월 문화의 달…. 사회적 관심과 국민의식의 고양을 위해서 국가가 특정한 주제의 달을 정해 홍보하듯이 우리 가톨릭교회는 9월을 순교자 성월로 기념하고 있다.순교로 증거했던 신앙고백을 본받기 위함이다.본당마다 경향각지의 순교 유적지를 순례하고 순교자 현양의 밤을 기념하기도 한다.18세기 말 이 땅에 천주교가 전래되었는데,초기 100년 동안 2만여명으로 추정되는 신도들이 사학집단으로 단죄받아 처형되었다.무엇이 순교자들로 하여금 죽음도 불사하게 했을까? 지상에서 천국을 보았기 때문이다.반상·적서·남녀 차별이 당연한 시대에 하인과 마님이,백정과 양반이 함께 기도하고 한 밥상에서 같이 먹으며 “형님,아우!” 불렀던 모습을 상상해 보라.그런 평등 평화의 공동체를 보면서 “아,살아서 맛보는 천국이로다.이것을 천국이라 하지 않으면 무슨 천국을 믿으랴?(백정 황일광의 고백)”고 생각했던 것이다.진실로 구원을 추구하는 자라면 그 믿음을 결코 포기할 수 없었을 것이다. 예의와 법통을 무시하고 위계질서와 국기를 근본적으로 흔들고 뒤집는 이런 망측스러운 집단을 놔둔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국태민안을 위해 극형으로 다스리라! 이것이 순교자들을 국사범으로 단죄하여 처형했던 통치자의 이유였던 것이다.물론 그 배경에는 권력 보위를 위한 치열한 당쟁의 모략도 있었다. 성서에 의하면 예수님은 “백성을 선동하고 하느님을 모독한 죄”로 기소되어 십자가에 못 박혔다.김대건 신부가 참수당했던 용산 새남터는 이미 성삼문 등 사육신 선생들이 능지처참을 당했던 그 자리이다.사육신도 역적으로 몰아 처형하지 않았던가.결국 그리스도인들이 추종하는 스승 예수님도,로마시대 순교의 초대공동체도,조선조 순교자들도 모두 그런 이유로 죽어갔고,그 죽음의 역사 위에 오늘의 교회가 서 있는 것이다. 국사범이란 국가 안위를 위해한 범죄자이다.그러나 금세기에 사육신의 충정과 순교자들의 신앙을 부정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예수님의 삶과 가르침은 인류 평화와 행복을 위한 지침이 되었고,그 분을 따르던 순교자들은 오늘날 세계의 성인으로 추앙받고 있다.순교자들이 목숨 바쳐 추구했던 평등 평화공존은 이제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목표가 되었다.예수님과 순교자들은 인류가 지향해야 할 역사를 앞서 갔었을 뿐이었다. 국가보안법의 존폐 문제로 세간의 논쟁이 한창이다.세력 대결 양상으로 간다.국가원로와 종교지도자들 중에도 ‘아직은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한다.종교인이라고 국가 현실을 부정하고 살 수는 없다.그러나 진정한 종교지도자라면 스승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여쭤보고 말해야 할 것이다.그리고 현실을 보면서도 시대를 앞서 갈 필요가 있다.민족이 가야 할 길을 저만치 앞서 걸어가며 손짓할 소명이 있는 것이다.설령 세상 사람들이 “현실을 모르는 이상주의자”라 냉소하고 빈정댈지라도,종교인이 이상주의로 살지 않으면 누구더러 이상을 추구하라 하겠는가. 필자는 예수를 따르는 제자로서,순교자들이 세운 교회에서 밥을 얻어먹고 사는 사제로서 의리상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하련다.내 스승을 십자가에 처형한 반역죄가 억울해서이며,천주학도를 참수해 한강 백사장을 피로 도색했던 유령을 보는 것 같은 국가보안법을 추방하는 일은 스승과 조상님들에 대한 최소한의 의리라고 믿는 것이다. 순교자 성월에 생각한다.갯벌의 게는 옆으로 걷는 것이 정도이며,그리스도인은 십자가를 따라 걷는 것이 정도라는 것을…. 박기호 천주교 서울서교동 성당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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