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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왕자루이 ‘북핵라인’ 릴레이 면담

    19일 방북한 왕자루이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은 첫날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예방했으며, 방북기간 중 외무성 강석주·김계관 부상 등 북한의 핵문제 주요 라인을 만나게 될 것으로 20일 알려졌다. 왕자루이 부장은 22일 돌아오기 이전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예방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후진타오 국가 주석의 친서가 전달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대북지원 의사를 갖고 있다면 후 주석의 친서와 함께 전달될 공산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까지 중국의 무상원조 결정은 양국 고위급이 참석하는 외교행사 때 자주 나왔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향후 왕 부장에 이어 리자오싱 외교부장 또는 다이빙궈 외교부 수석부부장, 나아가 후진타오 주석의 방북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9월 리창춘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의 방북 당시 박봉주 내각총리와의 회담과 10월 중국을 방문한 김영남 위원장과 우방궈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의 회담을 통해 북한에 각각 무상원조 보따리를 전달한 전례가 있다. 중국의 2004년 대북 무상원조 규모는 1458만달러였으며 ▲2000년 2756만달러 ▲2001년 6912만달러 ▲2002년 1596만달러 ▲2003년 1088만달러 등으로 추산된다.2001년 원조액 급증은 그해 1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장쩌민 당시 국가주석 초청으로 중국을 방문하고 장 주석이 9월 평양을 찾는 등 정상외교에 따른 결과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한편 북한은 왕 부장의 방북 직후 평양발 신화통신을 통해 미국과의 양자회담을 원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발표를 했다. 외무성 대변인은 “미국이 북한에 대한 적대정책을 고집하고 북한과의 공존을 거부하며 북한의 정권교체를 추구하고 있어 이제 북한이 한반도 핵문제에 대해 미국과 양자회담을 할 정당한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핵문제를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한다는 원칙적 입장과 한반도를 비핵화한다는 궁극적인 목표에는 변함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대화를 통한 해결 의지를 표현하고 있는 점에서 조건과 분위기가 형성되면 6자회담에 나올 수 있다는 수사(修辭)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지운기자 jj@seoul.co.kr
  • 本社후원 韓·日수교 40주년 세미나

    本社후원 韓·日수교 40주년 세미나

    지난 19일 고려대 LG포스코관에서는 ‘일본역사교과서와 역사인식’을 기획테마로 토론회가 열렸다. 서울신문이 후원하고 한국일본학회가 주최한 제70회 학술대회의 역사문화 파트 가운데 하나였다. 그동안 어학·문학 위주의 연구를 진행해오던 한국일본학회로서는 파격적이라 할 수 있는 자리였다. 한국일본학회는 1600명을 넘는 규모의 회원수를 자랑하는 국내 최대의 일본학 연구자 모임이다. 그러나 그동안 제대로 된 활동상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반일감정 탓에 일본을 연구한다는 이야기를 드러내놓고 하기 어려운 분위기도 일부 작용했다. 이번 역사문화 토론회의 좌장이자 새 학회장에 선출된 성균관대 구태훈 교수는 “한국인으로서 일본학을 연구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되새겨봐야 한다.”면서 “한·일 현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발언하겠다.”고 밝혔다. 2001년 새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의 후쇼샤(扶桑社)교과서 파문은 여러 결과를 낳았다. 일본 우익에 대한 비판은 물론, 우리의 근현대사 연구성과와 역사교과서에 대한 자성론까지 낳았다. 그러나 올해 3∼4월로 예정된 일본 문부성의 역사교과서 검정 때 이런 파문은 또다시 재연될 조짐이다. 이를 논의하기 위해 한국일본학회가 마련한 ‘일본역사교과서와 역사인식’ 토론회가 19일 오후 고려대 LG포스코관에서 열렸다. 토론회에 앞선 주제 발표에서 서울시립대 정재정 교수는 0.039%의 채택률에 그친 후쇼샤 교과서 대신 50%이상의 채택률을 기록한 도쿄교과서를 분석, 도쿄교과서도 후쇼사 못지않다는 결론을 내려 눈길을 끌었다. 경기대 김기봉 교수는 미조구치 유조의 ‘인식의 공유’에 빗댄 ‘문맥의 공유’를 내세워 한국적인 대응을 비판, 참가자들과 열띤 토론을 벌였다. 세종대 오성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토론회에는 이외에도 고려대 최덕수 교수, 경복고 현명철 교사, 경기대 남상호 교수,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김종식 교수, 한국학중앙연구원 정영순 교수, 역사문제연구소 이신철 연구원이 참가했다. 김기봉 역사교과서에 대해 수많은 비판이 있었지만 일본은 변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우리의 접근방법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운동’으로서가 아니라 ‘학술’로 접근해야 한다. 정재정 냉전 이후 유일하게 동아시아에서만 내셔널리즘이 강고하다. 더구나 관련 나라가 모두 연동되어 있어 실타래를 풀기 어렵다. 그럼에도 우리가 역사교과서 문제를 제기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가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단, 문제를 볼 때는 일본 교과서 시장의 경쟁관계라는 자본의 논리와 납치·수교·미국의 압박으로 얽힌 대북관계문제 같은 정치적 문제도 함께 봐야 한다. 남상호 후쇼샤 교과서 처음에 나오는 ‘역사를 배운다는 것은’이라는 글이 문제다. 역사상대주의를 천명하고 있는데 굉장히 기술(테크닉)적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것을 편의적으로 적용한다는 데 있다. 오성 개인적으로 보편주의를 내세워 일본을 비판했더니 일본학자들이 굉장히 냉소적이어서 놀란 적이 있다. 역사에서 보편적 인식이 가능한지 묻고 싶다. 김기봉 사실과 해석을 나눠 생각해야 한다. 사실은 연구해서 바로잡으면 된다. 그러나 해석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다. 후쇼샤 서문은 랑케의 역사주의 입장과도 비슷한데 아주 훌륭한 문장이다. 우리 역사책은 그렇지 않다. 우리 역사책은 객관성을 전제로 두는, 신(神)의 사관을 내세우고 있다. 주입식 역사교육은 비판받아야 한다. 김종식 기본적으로 일본역사 해석은 문부성 편수관들이 맡고 있다. 신의 관점을 비판했는데 행정관료인 편수관이 일본에서는 신이다. 좋은 지적이지만 일본 역사교과서 역시 편수관이 짜준 틀 내에서만 움직인다는 게 문제다. 정영순 시야를 넓힐 필요가 있다. 필리핀에는 후쇼샤 내용이 그대로 실린 교과서를 쓴다. 인도네시아 학자들은 아예 ‘역사학 자체가 해석학’이라면서 ‘우리는 말할 권리가 없다.’고 한다. 이런 것을 보면 일본연구자의 벽을 뛰어넘을 수 없지 않나 하는 고민이 앞선다. 이신철 운동과 학술의 병행을 얘기했는데 물론 학문적 접근도 중요하다. 그러나 홀로 서있는 학문은 없다. 강제동원의 경우 피해자는 해마다 죽어가고 일본은 자료를 숨긴 채 죽기만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이것을 뛰어넘어 인식을 공유하자는 것인가? 보편주의도 마찬가지다. 강대국과 약소국의 보편주의는 다르다. 이라크전을 보면 잘 드러난다. 그 대신 ‘평화공존’을 내세워야 한다. 지금 일본측과 접촉해보면 머리 좋은 청년들은 우익단체에 다 가고 진보단체에는 노인들밖에 없다. 진보진영이 새로운 것을 찾는 젊은이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해서다. 반면 피스보트 같은 평화단체에는 젊은이들이 넘친다. 이들은 동남아 각국에서 봉사활동을 하는데 그 와중에 일제시대 피해자들을 접하다 보니 자연스레 과거사에 대해 사죄하고 반성한다. 우리도 이런 걸 제시하지 못한 채 반일만 내세우다가는 자멸할 수 있다. 김기봉 그럼에도 궁극적으로 민족주의는 포기해야 한다. 일본도 여러 측면이 있다. 일본 우익이면서도 욘사마에 열광하는, 그런 복합적인 존재다. 이런 사람들과 인식을 공유하기 위해서는 역지사지해야 한다. 오성 예전에 후쇼샤 서문을 보고 개인적으로 역사학 훈련이 덜 됐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긍정적으로 평가하니 당혹스럽다. 최덕수 내세우는 명분·이론과 드러나는 사실·역사상을 구분해야 한다.2001년 후쇼샤 교과서를 보고 일본 우익이 굉장히 두려워한다는 인상을 받아 안심한 적이 있는데 계속 그렇게 간다는 것은 문제가 많다. 정재정 학자들이 흔히 접하는 일본인들은 일본사회의 비주류이고 별종이며 사회적 영향력은 거의 없다. 그걸 알아야 한다. 보통의 일본인은 내셔널리즘만 나오면 입을 다문다. 여기에다 천황제 얘기까지 나오면 대화 자체가 불가능하다. 한·일역사공동연구회에 몸담고 있는데 이 모임의 일본 학자들은 그래도 중도쪽을 택한 ‘국제파’들인데도 대화가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역지사지는 굉장히 어려운 말이다. 국제사회의 여건도 좋지 않다. 김종식 비관적으로 볼 것만은 아니다. 일본은 지역운동이 굉장히 발전해 있다.2001년도 지역운동과의 연계가 상당히 힘을 발휘했다. 이들과 밀착해야 한다. 이신철 두 개의 칼을 떠올렸다. 시민·지역단체와는 ‘평화공존’으로 연대를 이끌어내야겠지만, 정치적으로는 민족주의적 입장에서 달려들어야 한다. 어떤 장기적인 방향성으로 민족주의에서 탈피하자는 것은 그 자체로는 정당하지만 현실 운동과는 거리감이 있다는 생각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日근대화 이론가 후쿠자와 유키치 ‘동아시아와의 연대’ 사상가 아니다” 한국일본학회 비판 일찍이 근대를 향한 욕망에 경도된 춘원 이광수가 “하늘이 일본을 축복하셔서 이러한 위인을 내리셨다.”고 평가했던 일본 근대화 사상가 후쿠자와 유키치(福澤諭吉). 메이지시대 사상가임에도 일본에서는 여전히 일본의 미래를 제시했던 계몽사상가이자, 게이오 대학을 설립한 교육가로서 이름 높다. 그러나 한국에서 후쿠자와는 ‘탈아론(脫亞論)’으로 제국주의를 정당화했다고 비판받고 있다. 최근 일각에서 후쿠자와에 대한 이런 평가를 달리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후쿠자와의 제국주의적 측면은 비판하되 그의 사상사에서 ‘동아시아와의 연대’ 부분을 부각하는 방식이다. 여기에는 제국주의를 노골적으로 찬미했던 후쿠자와의 메이지의 중·후기 글들이 후쿠자와 자신의 작품이 아니라 일본 우익에 의해 날조된 것이라는 주장도 한몫했다. 이런 관점은 아시아주의 혹은 아시아연대 문제를 고민하는 일부 연구자들 사이에서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한때’에 불과했더라도 후쿠자와는 정말 일본과 동아시아와의 연대를 주장했을까. 고려대 일본학 연구센터 박삼헌 연구원은 ‘근대 일본의 대외관과 위기론의 구조’라는 글을 통해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그는 후쿠자와 사상사에 대한 기존 연구가 아시아와의 ‘연대-개혁-탈출’로 변해가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고 정리한 뒤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박 연구원은 “서구열강의 압도적인 힘 앞에 노출된 상황에서 아시아에 대한 인식이 그렇게 순차적으로 변해갈 수는 없다.”면서 “후쿠자와의 연대는 진정한 연대라기보다 불쌍하다는 연민과 우리도 저들처럼 되어서는 안 된다는 반면교사적인 측면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후쿠자와 논의의 출발점은 강대한 서양에 대한 두려움이었다는 얘기다. 그래서 동아시아와의 연대를 주장하지만 내용은 중국을 딛고 일어서야 한다는 것이었고, 동아시아의 개혁 대상은 조선에 한정될 수밖에 없었다. 김옥균을 중심으로 한 개화파의 조선개혁이 실패하자 터진 청·일전쟁을 후쿠자와가 ‘문명과 야만의 전쟁’으로 규정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그의 탈아론은 서구문명을 따라잡자는 것만이 아니라 아시아 침략을 당위로 삼는 논리인 셈이다. 박 연구원은 특히 “이미 메이지 초기 문헌에서 이런 논리가 등장했다.”고 말해 후쿠자와 저작의 진위논란과는 무관함을 강조했다. 서울대 최장근 교수 역시 “메이지유신 직후 일본은 홋카이도와 유구(오키나와)를 통합했고 이것이 제국주의 팽창으로 이어졌다.”면서 “후쿠자와의 논리는 팽창을 위한 명분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성균관대 구태훈 교수는 “개항 직후 일본은 교린하는 아시아의 소국이냐, 아니면 대국지향이냐 하는 국가 진로를 두고 심각히 고심했다.”면서 “결국 일본은 대국지향을 선택했는데 이런 근대국가설계 논란과 함께 묶어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내 집을 차지한 이방인/라자 샤하디 지음

    어떤 중요한 선택에 있어서 패키지처럼 쓰이는 단어로 치자면 ‘명분과 실리’만한 것이 없다. 양쪽 모두에 일장일단은 있다. 명분을 내세우면 도덕적 선명성은 돋보일지 몰라도 자칫 공허한 구호만 나열하다 자멸할 수 있다. 실리를 외치면 현실적인 이득은 그런대로 챙기겠지만 지나칠 경우 역사적인 시야를 놓치기 십상이다. 상식적인 이 논리가 ‘나의 문제’로 다가왔을 때 묵직할 수 밖에 없다. ‘책씨’에서 펴낸 ‘내 집을 차지한 이방인’(라자 샤하디 지음, 유혜경 옮김)은 이스라엘을 보는 한 아랍인의 분열적 시선을 보여주는 책이다. 라자 샤하디는 아랍의 인권 변호사로 ‘알 하크’를 결성했지만 동시에 중동평화협상을 위한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측 법률자문역도 맡았다. 이런 경력은 그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이라는 지론에 매달려 있음을 보여준다. 아랍권과 이스라엘의 투쟁이라는 주제의 무거움에 비하자면 책 내용은 상대적으로 가볍다. 변호사로서 실리주의를 지지하다 아랍 강경파에 암살당한 아버지 아지즈 샤하디에 대한 추억이 자전적 형식으로 기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부자가 함께 책을 썼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아랍권의 엄혹한 정치현실만 덜어낸다면 잔잔한 수필이나 아버지에 대한 추도사로도 읽힐 수 있다. 이들 부자의 냉정한 현실분석은 간단명료하다. 젊은 시절 라자 샤하디는 국제법과 인권의 원칙으로 이스라엘을 비판했다. 아버지는 아들을 타이른다.“우리에겐 이스라엘을 비난하는 결의안이 부족한 게 아니다. 유엔에 그 증거자료가 엄연히 있어.1948년 유엔은 팔레스타인 난민들이 귀환하거나 아니면 보상받아야 한다고 결의했지. 그 결의안이 통과된 지가 벌써 30년이야. 그런데 넌 지금 결의안이 더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구나.” 이 책은 ▲이스라엘을 축출할 수 없다면 차라리 평화공존을 받아들여 한다 ▲평화공존을 먼저 제안해 얻을 수 있는 ‘정치적 이니셔티브’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는 대원칙에 이들 부자가 합의하는 과정을 상세히 보여준다. 실제 이스라엘의 침공과 아랍의 테러가 맞부딪치던 시기 PLO의 영역은 팔레스타인의 20%까지 줄었지만 평화협상에서는 40%의 지분을 약속받았다. 그러나 식민지와 군부독재 경험이 있는 우리가 이런 논리를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더구나 “지금까지 이렇게 솔직하게 마음을 연 팔레스타인 사람은 없었다.”는 뉴욕타임스 같은 미국 언론의 호들갑스러운 서평을 보고 있노라면 평화에 대한 진정성이 악용당하는 게 아닌가 싶다. 쉽사리 풀기 어려운 숙제다.1만 18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코드로 읽는책] 지금, 여기의 유학/김성기·최영진등 지음

    사회·경제적 위기론이 불거질 때마다 유학은 뭇매를 맞기 일쑤다. 경제성장을 가로막는 혈연, 지연에 의한 유착의 뿌리라느니, 성차별적 폐단의 주범으로서 타파되어야 한다느니, 자본주의적 경쟁원리에 맞지 않는 구시대적 유물이라느니 등등. 조선 왕조 500년간 사회질서 유지의 근간이자 구성원들의 정신과 일상을 지배했던 유학의 위상은 이제 ‘호주제 철폐 반대’ 피켓을 든 갓 쓴 유림만큼이나 초라하다. 유학은 진정 폐기처분돼야 할까? 막스 베버의 주장처럼 유교적 관습은 동양사회의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이기만 한 것일까?‘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며 이미 반쯤 죽은 유학을 확인사살할 정도로 유학은 반사회적, 반진보적인 것인가? ‘지금, 여기의 유학’(김성기·최영진 등 지음, 성균관대출판부 펴냄)은 이처럼 팽배해 있는 유학에 대한 일방적 불신을 넘어 보다 객관적 시선으로 유교의 긍정과 부정의 이중성을 모색한 책이다. 경제위기의 주범이면서 경제발전의 동인이고, 비민주적 봉건윤리인 동시에 민권·정의 등 현대 민주주의와 양립 가능한 정치학이며, 여성을 억압하는 질곡인 동시에 양성 동반자적 윤리의 이론적 기초를 제공해 준다고 보기 때문이다. 무조건적인 폐기처분을 넘어 유학의 태생적 본질을 이해하고, 현대적 관점에서 재해석한다면, 오히려 한계를 노출하고 있는 서구자본주의를 보완할 이론적 단초를 마련할 수 있지 않을까? 이는 이 책을 쓴,11명의 동양사상 연구자들이 이 시대에 ‘아직도 유학을 탐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과거 지배층의 이데올로기로 비판받는 유교에서 이들은 공자·맹자의 민본사상을 끄집어내고, 민본사상과 도덕성이 없는 군주를 추방하거나 베어도 무방하다는 맹자를 통해 시민의식과 민주주의의 본질을 본다. 나아가 무한질주중인 자본주의가 천민자본주의로 내려앉지 않도록 경계하는 도덕성을 추출해낸다. 이들은 또 현대신학에서 초월적 존재가 퇴색되고 있는 시대를 맞아 유교에서 대안적 종교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유일신으로서의 초월적 존재 대신 자아수양을 통한 초월적 삶을 가꾸며 종교적 성찰을 달성한다는 것이다. 이는 과학과 기독교란 두 기둥을 버팀목 삼아 발전해온 서구문명이 20세기 이후 과학의 일방독주속에 비틀거리는 현실 진단에서 온 것이다. 이들은 또 여성 비하 사상으로만 일축되어온 유교사상 내에서 한가닥 페미니즘적 요소를 보고자 하며, 동아시아 예술 속에 담긴 유가사상, 서양의 근대지식인들이 이해한 유교의 모습도 꼼꼼히 뜯어본다. 무엇보다 주목하는 것은 지배·흡수논리로 비판받는 신자유주의의 병리현상 치유를 위해 꼭 필요한 공존의 논리를 유학이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인간에 대한 신뢰와 사랑에 기초한 공자의 인(仁)사상, 개체적 존재론에 바탕을 두어 항상 갈등의 여지를 품고 있는 서양철학과 달리 인간 관계론에 중심을 둔 동양적 패러다임이 그것이다. 유학은 기술발달이나 정보화의 속도를 증폭시킬 수는 없지만, 기술개발과 정보와의 물결에서 표류할 수 있는 개인과 그러한 개인들이 만들어낸 사회의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한 지침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내다보고 있다.1만 40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19일 TV 하이라이트]

    ●한강수 타령(MBC 오후 7시55분) 가영은 출장 허락을 받고 기쁜 마음으로 지방 출장을 떠난다. 재혁은 나영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 프랑스 파리 얘기를 꺼내고, 나영은 파리에 일년 쯤 살다 왔다는 재혁이 부럽다. 나영을 데려다 주면서 재혁은 나영에게 꽃바구니를 선물하고, 그 모습을 강수가 본다. 나영은 마음이 복잡해진다. ●라이프n조이(YTN 오전 9시20분) 한국의 나이애가라 폭포라 불리는 직탕폭포, 찬바람 맞으며 즐기는 노천탕이 있는 화산온천, 스릴만점의 레포츠 ATV와 서바이벌 게임, 그리고 독수리, 두루미 등 겨울 철새들의 보금자리 탐조까지 오염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를 즐길 수 있는 강원도 철원으로 함께 떠나본다. ●지금도 마로니에는(EBS 오후 9시) 같은 해 자유문학에 평론이 당선이 된 김현은 김승옥에게 동인활동을 제안하고, 김승옥이 여기에 뜻을 같이 함으로써 ‘산문시대’동인이 탄생하게 된다. 봄학기가 시작되자 김중태와 서울대학생들은 군정연장 반대를 외치며 거리로 나가고, 곧 이들은 동대문경찰서로 끌려가 조사를 받게 된다. ●토지(SBS 오후 8시45분) 서희는 두수의 계략에 걸려들지만 두수 앞에서 당당하다. 두수는 서희에게 총을 겨누다가 사람들이 오자, 총을 거두고 사라져 위기를 모면한다. 하지만 서희는 길상이 자신을 떠나겠다고 하자 흔들리기 시작한다. 서희는 아프다는 핑계로 길상을 데리고 병원에 가려고 하는데…. ●부모님 전상서(KBS2 오후 7시55분) 성실은 혜영이 알려 준 회사에서 면접시험을 보고 돌아온다. 마침 집에 와 있던 창수는 어디에 갔었냐며 따져 묻지만 성실이 대답을 하지 않자 남자를 만나러 갔었냐며 의심한다. 정환은 일하하가 들어와 미연 아버지에게 인사드리는데, 미연은 옥화에 대한 엄마의 열등감 때문에 속이 상한다. ●KBS스페셜 ‘공존의 조건’ (KBS1 오후 8시) 빈곤의 또 다른 이름인 차상위 계층의 쉽지 않은 삶과 생활을 통해 이들이 안고 있는 문제점과 그 근본적 해결책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과연 이들의 더 나은 삶과 생활을 보장해줄 수 있는 사회적 장치와 대책은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두고 각계 전문가들의 조언을 들어본다.
  • [송두율칼럼] 사회자본의 미래

    [송두율칼럼] 사회자본의 미래

    한국에서 시민사회의 목소리와 움직임이 조직적으로 표출된 때가 대략 15년 전쯤이라고 생각된다. 이러한 짧은 연륜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시민사회운동의 영향력은 그동안 대단히 커졌다. 급속한 사회변화에 따라 생긴 환경, 양성평등, 평화, 교육, 정보 등과 같은 다양한 문제는 당연히 새로운 문제의식과 이에 근거한 새로운 형태의 사회운동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1970년대와 80년대를 거치면서 일어난 ‘민중’운동의 자리에 시민사회운동이 들어선 배경에는 ‘현실 사회주의’의 몰락이라는 세계사적 변화도 한몫을 했다. 그러나 최근 국가보안법의 철폐문제를 둘러싸고 표출된 극심한 사회적 갈등은 시민사회운동도 ‘남북갈등’이라는 이데올로기적 족쇄로부터 여전히 자유스러울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게다가 이러한 ‘남북갈등’은 빈부, 지역, 세대간의 ‘남남갈등’과도 서로 뒤엉켜 매우 복잡한 양상을 띠기까지 한다. 유럽과 미국의 사회학계는 시민사회운동이 활발해지기 시작한 90년대에 사회적 갈등을 억제시키고 사회성원간의 연대성을 강화시키는 규범이나 사회적 연결망, 개인과 집단 사이의 상호신뢰성과 같은 무형의 자산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러한 자산을 ‘사회자본’(Social Capital)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사회자본은 계산될 수 있는 경제적 자본과는 달리 깨끗한 공기처럼 좁은 의미의 공공의 자산으로서 사회의 발전을 지속적으로 가능하게 만드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요소로 보았다. 이러한 추세에 발 맞추어 ‘세계은행’도 사회자본의 축적을 후진사회개발에 있어서 하나의 중요한 과제로 평가하고 있다. 노동조합이 강한 스웨덴, 프랑스, 독일과 같은 서유럽형 시민사회, 이탈리아나 스페인처럼 시민사회와 가족·교회와 같은 전통적인 사회관계가 공존하고 있는 남유럽형 사회, 교회나 클럽, 자치단체의 공익활동이 활발한 미국의 사회자본 분석과 함께 일본이나 한국과 같이 혈연, 지연, 학연에 기초한 연고집단의 뿌리가 깊은 사회의 사회자본과의 비교연구도 활발해졌다. 연구결과는 대체로 서유럽형이 개인보다 제도에 대한 신뢰가 더 강하며 사회복지정책으로 인해서 사회자본이 감소되었다고 보지 않고 있다. 이에 비하여 신자유주의적 정책의 결과로 빚어진 빈부격차의 심화로 인해 미국의 사회자본은 그동안 상당히 손실되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탈리아나 스페인에서는 제도에 대한 신뢰도가 아직 낮으며 가족과 친지중심의 비공식적인 연결망에 오히려 국가나 정당, 교회도 의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한국사회에서도 사회적 유대와 연대가 급속히 무너지고 있다는 한탄과 자성의 소리가 여러 곳으로부터 흘러나오고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인지는 몰라도 ‘연대’라는 단어를 조직이름의 앞이 아니면 뒤에 붙인 사회운동단체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시민사회운동이 양질의 사회자본을 확충할 수 있다고 보는 데 대해 물론 비판적 시각도 있다. 이른바 ‘시민 없는 시민운동’에 대한 지적이 바로 그러한 시각의 한 예라고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한국의 시민사회는 지난 시기의 압축적 성장이 남긴 사회적 문제와 세계화와 정보화의 충격이 끊임없이 몰고 오는 새로운 사회문제가 서로 얽혀 있는 복잡한 구조 속에 갇혀있다. 따라서 과거처럼 혈연, 지연, 학연 등에 의거한 폐쇄적인 연고집단의 ‘신뢰성’이나 노동자나 농민조직의 ‘집단성’에만 기대어 사회자본을 확충하는 것은 힘들게 되었다. 또 뿌리깊은 정치불신과 신앙생활의 굴절된 세속화 때문에 정당이나 종교적 자성(自省)에 의지한 사회적 연대에 거는 기대도 어렵게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끼리끼리의 닫힘이 아니라 모두에게 열림으로 다가서는 건강한 시민사회운동이 더욱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는지도 모른다.‘남남갈등’과 ‘남북갈등’이 뒤섞인 한국적 상황을 타개하는 데 있어서 열려 있으면서도 다양한 시민사회운동은 사회자본의 축적에 있어서 앞으로 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독일 뮌스터대 사회학 교수
  • 시리아 배후설… 레바논 ‘요동’

    라피크 하리리 레바논 전 총리가 14일(현지시간) 베이루트에서 강력한 폭탄 공격으로 사망함에 따라 그동안 내정 간여 시비를 불러왔던 시리아가 배후로 지목되는 등 레바논 정세가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특히 이번 암살로 오랜 내전 끝에 이룩한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공존이 깨지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리리 전 총리는 이날 승용차로 베이루트 해안을 달리던 중, 세인트조지 호텔 앞에서 폭탄 공격을 받고 경호원 등 13명과 함께 즉사했다. 차량 20대가 불타고 120여명이 다쳤으며 호텔 발코니가 날아갈 정도로 엄청난 위력이었다. ●스러진 전후 재건의 ‘희망’ 억만장자 기업인 출신인 하리리 전 총리는 2000년에 취임, 전후 재건을 진두지휘해오다 지난해 10월 사임한 뒤 시리아군의 철수를 요구하는 야당에 가세하면서 친시리아 성향인 에밀 라후드 대통령의 정적으로 부각됐다. 시리아는 1975년 레바논 내전이 발발하자 이듬해부터 군대를 파견, 현재 1만 5000명이 주둔하고 있다. 중동의 경제 요충인 레바논은 각 국에서 박해받은 기독교도와 수니파·시아파 무슬림, 드루즈파(과격 시아파) 등이 모여들어 종파간 분쟁이 끊이지 않았다. 내전이 시작되자 이스라엘과 시리아,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는 자신들의 분쟁을 해소하기 위해 레바논을 전장으로 삼았다. 하리리 전 총리는 15년을 끈 내전의 상처를 복구하고 경제적 번영을 가져다 줄 상징으로 부각됐기에 그의 희생은 곧 종파 분쟁의 조정자이자 국제사회에 레바논의 재건을 호소할 중심축이 사라졌음을 뜻한다. ●내전 재연 우려 레바논 보안군은 이날 오후 팔레스타인인 아흐메드 아부 아다스의 베이루트 집을 급습, 컴퓨터와 서류 등을 압수했다. 아다스는 암살을 저질렀다고 주장한 ‘레반트의 지지와 성전을 위한 단체’가 알자지라 방송에 보낸 비디오에 등장한 인물이다. 이 단체는 하리리 전 총리가 사우디아라비아의 앞잡이라며 “이 공격은 사우디 보안군에 살해당한 순교자들에 대한 복수”라고 밝혔다.UPI는 이 단체가 알카에다와 연관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현지 언론은 이번 공격에 350㎏의 폭약이 사용된 데다 하리리가 탑승한 차량의 기폭 감지장비를 무력화시켰다는 점에서 시리아의 정보기관 등을 배후로 지목하고 있다. 야당 지도자들은 레바논과 시리아가 책임져야 한다며 5월 총선 전 시리아군 철수와 내각 사퇴, 국제사회 조사 및 중재를 요구했다. 술레이만 프란지에 내무장관은 15일 “하리리 전 총리가 자살 차량폭탄으로 숨진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밝혔다. 또 오는 5월 레바논 총선은 예정대로 실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발랄·기괴한 ‘4色 사랑’

    발랄·기괴한 ‘4色 사랑’

    연극에서 극작가는 항상 ‘가려진’ 존재다. 극의 근간을 놓았지만 화려한 조명은 당초 이들의 몫이 아니다. 몸을 감추고 아무런 성격조차도 나타내지 않는 것이 본분인양 살아온 극작가들이 모처럼 시선을 한몸에 받을 흔치 않은 기회가 마련됐다. 국립극장과 공연기획사 모아엔터테인먼트가 손잡고 추진하는 기획공연 ‘시선집중’시리즈. 지난해 연출가들에 이어 올해는 극작가들과 눈을 맞춘다. 김나영(33), 최원종(31), 강석호(35), 김민정(34) 등 극작가 4인방은 자신들의 얼굴이 큼지막하게 극장 앞에 내걸리고 팸플릿에 박혀 나오는 것이 마냥 쑥스럽다. 이들은 사랑을 주제로 지난 1년간 머리를 쥐어짜며 작품을 썼다.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지만 정도를 걷는 연극, 작가 중심의 연극을 한다는 기쁨과 결과물에 대한 설렘으로 가슴이 차오른다.18일부터 3월6일까지 ‘소풍’‘외계인의 사랑’‘줄넘기’‘섬’이 하루에 두 작품씩 국립극장 별오름극장에서 공연된다. 석(이름 가운뎃자)=사전에 교통정리가 없었어요. 작품마다 색깔, 느낌이 전혀 달라요. 저희들도 기대가 많이 되죠. “멜로는 처음”이라는 강석호는 남자 여우와 여자 늑대간의 사랑을 다룬 ‘줄넘기’를 썼다. 지난해 강원도 양구에서 숨진 채 발견된 여우가 수컷이라는 데서 영감을 얻었단다. 민=보통 우리가 말하는 ‘남자는 늑대, 여자는 여우’라는 상식을 뒤집었다는 발상 자체가 재미있어요. 석=전 민정씨 작품이 좋았어요.‘브라질리아’에서 느꼈던 좋은 점들이 다시 보였죠. 아빠랑 둘이 사는데 고래를 잡았더니 남자(하멜)가 나오더라. 이런 생각 아무나 할 수 없죠. 민=평소 혼자 살다 보면 이렇게 돼요. 거의 위험한 독신녀 수준이죠. 섬에 사는 ‘이쁜이’와 ‘탱자’는 사춘기 소녀들. 작품은 왜곡된 남성상을 상징하는 가부장적인 아버지와 살다가 고래에서 나온 ‘하멜’을 만나면서 겪게 되는 혼란, 환상, 탈출 등을 다룬다. 김민정은 누구보다 가장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민=사랑에 대해 정색하고 쓰는 것도 그랬지만 소녀적 감수성을 잃어버렸다는 사실 때문에 더 힘들었어요. 60대 노부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소풍’은 아내가 남편에게 35년 전 한 남자와의 짧지만 강렬했던 사랑을 고백하면서 시작한다. 나=부모님이 ‘왜 나이든 사람들 볼 연극이 없냐.’고 했을 때 한번 써봐야 겠다고 맘먹게 됐죠. 시아버지가 환갑잔치에서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부모보다 더 살았으니까 남은 인생은 덤이다.’덤으로 얻은 인생에서 새로운 삶을 꾸려봐야겠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거죠. 석=결혼도 하고 애도 둘이나 낳은 사람이니까 내공이 있어요. 난 쥐뿔도 모르고 입만 나불댄거고. 나=누가 30년도 더 된 외도를 털어놓을까.“말도 안돼!”하는 반응이 나오면 작품을 못쓸 것 같아 엄마한테조차 물어보지 않았죠.‘난 할 수 있을지도 몰라.’하는 생각을 가지고 썼어요. 용기가 필요했어요. 4편 가운데 가장 실험성이 짙은 작품을 꼽는다면 최원종의 ‘외계인의 열정’이다. 거대 비만환자 ‘지옥’과 그의 내면적 자아인 섹스중독자 ‘연옥’. 우연히 이 여자의 삶에 뛰어든 남자 ‘무간도’가 빚어내는 사랑 이야기는 기괴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석=원종이 작품에는 유독 뚱뚱한 여성 캐릭터가 많이 나와. 왜 그럴까? 원=저한테는 외로움이,(두 팔을 넓게 벌리면서)이렇게 뚱뚱한 사람들의 외로움과 같아요. 뚱뚱하다고 다 외롭고 죽고 싶을까. 원=이런 사람들은 누가 사기를 치려고 다가오면 뻔히 알면서도 속아주죠. 재수를 한 적이 있는데 영혼을 팔아서라도 대학에 가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어요. 이 사람들도 외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 파는 거예요. 민=이해가 가요. 원=누군가의 상처를 치유해주고 싶다는 데서 사랑이 시작될 때가 있죠. 이런 사랑은 상처가 치유되지 않으면 관계가 나빠지고 폭력으로 이어지죠. 상처 치유를 거부하고 독립적인 사랑을 해나가는 두 인물을 그려보고 싶었어요. 석=‘소풍’하고 ‘외계인의 사랑’이 연이어 오르는데 홈드라마가 끝나고 잔인한 스너프(snuff) 필름이 나오는 느낌일 텐데…(웃음). 작가전이라 가능한 거죠. 극단적인 색깔의 작품이 한 무대에서 공존하는 것 자체가 매우 실험적이에요. 김영환(극단 비파), 문삼화(극단 유), 김태수(극단 완자무늬), 권호성(극단 모시는사람들) 등 중견들이 각 작품의 연출을 맡았다.(02)744-0300.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피플 인 포커스] 美민주당 전국위원장 하워드 딘

    지난해 미국 민주당 대통령선거 후보 당내 경선에서 초반 돌풍을 일으키다 중도 포기했던 하워드 딘 전 버몬트 주지사가 재기에 성공했다. 딘은 12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총회에서 위원장으로 선출됐다. DNC 위원장은 당의 자금 모금과 이벤트 개최, 선거 조율 등을 주관하는 직책으로 딘으로선 다시금 권력 핵심에 다가설 발판이 될 수도 있는 자리다. 딘은 오는 가을 예정된 버지니아와 뉴저지 주지사선거뿐만 아니라 내년 상원선거와 2008년 대선 전략 수립에도 간여하게 된다. DNC 위원장은 주로 자금모금이나 선거 전문가 등이 맡아왔다는 점에서 민주당 내에서도 딘의 당선에 대해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이번에 딘에게 자리를 물려준 테렌스 매컬리프도 정치자금 모금의 귀재로 알려져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딘이 대선 경선 당시 보여준 인터넷 모금 성공 사례를 들어 적임자라는 견해와 진보·개혁 성향을 뚜렷이 드러내는 거침없는 언행으로 찬반론자가 극명하게 갈린 점을 들어 우려스럽다는 입장이 공존한다고 분석했다. 뉴욕 출신으로 예일대와 앨버트 아인슈타인 의대를 졸업한 의사인 딘은 1980년 지미 카터 대통령의 재선 운동 선거본부에 자원봉사자로 뛰어든 것을 계기로 버몬트주 하원의원, 부주지사를 거쳐 지난 1991∼2002년 버몬트 주지사를 역임했다. 황장석기자 surono@seoul.co.kr
  • [北 核보유 공식선언 파장] 담담한 美… 속타는 韓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북한의 갑작스러운 핵 무기 보유 선언으로 14일(현지시간)로 예정된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과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의 회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당초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의 조기 개최 방안을 협의하려던 이번 만남은 북한의 핵 보유 선언에 따른 대응책을 협의하는 자리로 성격이 바뀌었다. 이 자리는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한·미 양국과 6자회담 참가국들의 보다 중·장기적인 대응 전략이 협의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조지 부시 대통령 재선 이후 대북정책을 둘러싼 한·미관계의 구도는 부시 1기와는 그림이 달라졌다. 미국의 대북 강경대응을 한국이 말리는 것이 부시 1기 때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부시 2기에서는 오히려 북핵문제 해결을 미루려는 미국 정부를 한국 정부가 잡아당기려는 쪽에 가깝다. 미국은 북핵문제와 관련, 현상유지만 해도 크게 손해볼 것이 없지만 한국으로서는 북핵문제로 인한 정치·경제·사회적 기회비용이 산출할 수 없을 정도로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핵문제의 해결을 (지난해 말 한·미 정상회담의 합의대로) 부시 행정부의 최우선 정책으로 삼을 수 있도록 설득할 수 있느냐가 한국측으로서는 중요한 과제다. 일단 부시 대통령이 북핵문제를 최우선 순위에 둔다면 북·미 양자회담 개최나 고위급 특사 파견과 같은 ‘정치적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 두번째는 북핵문제에 대한 양자간 이해의 폭을 넓히는 일이다.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최우선시하는 한국과 핵 비확산을 우선적으로 추구하는 미국의 대북 정책이 반드시 일치하기는 어렵다. 그동안 양국간에는 이견 표출이 너무 잦고 거칠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마지막으로 북한이 계속 6자회담에 복귀하지 않는 상황에 대한 대응책이다. 그럴 경우 미국은 북한을 제외한 나머지 6자회담 참가국들이 모여 회의를 여는 이른바 ‘6-1’ 회담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성렬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차석대사는 11일 “6자 회담에 나갈 수 있는 명분과 조건이 조성된다면 나가겠다.”면서 “미국이 우리와 직접대화를 하겠다고 한다면, 그건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변화의 신호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한 차석대사는 이날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빌 클린턴 전임 미 행정부에선 북·미 직접대화 통로였던 ‘뉴욕채널’이 부시 행정부에선 거의 가동되지 않고 있다.”면서 “이래선 우리와 공존하려는 의사가 있는 걸로 볼 수가 없다.”고 미국과의 양자 대화 재개 의사를 다시 확인했다. dawn@seoul.co.kr
  • ‘코미디 vs 공포’ 18일 개봉 한국영화 2편

    ‘코미디 vs 공포’ 18일 개봉 한국영화 2편

    ‘겨울에 즐기는 공포체험’(레드아이)과 ‘모정보다 진한 부정’(파송송 계란탁)을 내세운 두 편의 한국영화가 18일 나란히 개봉한다.‘말아톤’ ‘공공의 적2’의 흥행 호조로 모처럼 상승국면에 접어든 한국영화의 호기를 이어갈 수 있을지 미리 엿본다. ●파송송 계란탁 한때 가수지망생이었으나 지금은 불법복제테이프를 만드는 일이 생업이고, 틈만 나면 여자 꼬시기에 여념이 없는 한심한 청춘 대규(임창정). 별다른 희망도, 대책도 없어보이는 그에게 어느날 난데없이 ‘아들’을 자칭하는 아홉살 사내아이 인권(이인성)이 나타난다. 이후 전개되는 스토리는 대충 짐작대로다.‘아들이네, 아니네’로 아웅다웅, 티격태격하던 두 사람은 인권이 제안한 국토종단을 함께 하면서 점차 부자간의 애틋한 정을 느끼게 된다. ‘위대한 유산’의 오상훈 감독과 배우 임창정이 다시 호흡을 맞춘 ‘파송송 계란탁’(제작 굿플레이어)은 ‘철없는 아빠’와 ‘조숙한 아들’이 빚어내는 일탈적인 웃음의 코드 속에 가족의 소중함이라는 감동의 메시지를 끼워넣은 코믹영화다. 하지만 웃음과 감동,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던 야심은 그다지 성공하지 못한 듯하다. 발군의 코믹연기를 선보여온 임창정은 이 영화에서 한껏 물오른 연기력을 과시했다. 당돌한 아들에게 번번이 당하는 순진한 아빠역을 과장된 제스처로 펼쳐낸 초반부는 그에게 맞춤옷처럼 잘 어울리는 대목. 하지만 아들의 병을 알게 되면서 웃음보다는 감정선을 살리는 장면이 많아지는 중반 이후부터 급격히 힘이 달린 점은 아쉽다. 제목 ‘파송송 계란탁’은 극중 인성이 라면을 끓이면서 부르는 노래에서 따온 것. 냉랭한 관계를 유지하던 부자가 이 노래를 부르면서 교감을 느끼는 장면은 가슴 따뜻하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레드아이 무슨 생각으로 겨울에 공포영화를 개봉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레드아이’(제작 태창엔터테인먼트)는 생각보다 무섭지 않다. 그게 바로 이 영화의 치명적인 약점 가운데 하나지만…. 열차 판매원 미선(장신영)은 여수행 마지막 열차에 올라탄다.15년 전 사상자가 100여명에 달했던 열차사고의 기관사였던 아버지의 기억을 떨쳐버리기 위해. 열차는 갑작스레 급정거를 하고 10분 뒤 운행을 재개하면서부터 서서히 낯선 공간으로 변모한다. 미선의 눈에 80년대의 열차 풍경이 보이기 시작하고 의문의 시체가 발견되면서 죽음의 공포가 승객들을 조여온다. 열차 안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호들갑스럽지 않게 스멀스멀 공포의 분위기를 피워올리는 초반부는 신선하다. 뭔가 일어날 것 같은 분위기와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음산한 풍경이 어우러지면서 어두운 수채화 같은 느낌의 공포가 이내 가슴을 얼룩지게 하는 것. 하지만 뒤로 갈수록 내러티브의 허점이 드러나면서 재미를 반감시킨다. 역에 서지도 않고 달리는데 왜 승무원들은 기관실로 달려가지 않는지, 왜 살인사건이 난 뒤 시체를 방치해두는지…. 그러나 산 자와 죽은 자가 공존하는 모습은, 우리와 다를 바 없이 평범한 일상을 누렸던 자들이 갑작스럽게 어이없는 죽음을 당했다는 사실을 새삼 환기시키며 슬픔을 자아낸다.‘레드아이’는 위험을 경고하는 붉은 점멸등을 가리키는 전문 용어.‘링’의 김영빈 감독이 연출했고, 송일국이 열차 차장으로 출연했다.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北 核무기 보유 공식선언

    북한이 10일 북핵 문제를 논의하는 6자회담과 관련, 회담 참가의 무기한 중단과 함께 핵무기 제조·보유를 처음으로 공식 선언했다. 북한 외무성은 이날 성명을 통해 “회담 참가 명분이 마련되고 회담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 충분한 조건과 분위기가 조성되었다고 인정될 때까지 불가피하게 6자회담 참가를 무기한 중단할 것”이라고 발표했다고 조선 중앙통신이 전했다. 북한 외무성은 또 “부시행정부의 증대되는 대조선 압살정책에 맞서 핵무기전파방지조약(NPT)에서 단호히 탈퇴했고 자위를 위해 핵무기를 만들었다.”면서 “우리의 핵무기는 어디까지나 자위적 핵억제력으로 남아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지난 2일 미 부시 대통령의 새해 국정연설을 계기로 조기 재개 가능성이 예상되던 6자회담은 당분간 표류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북한의 핵무기 보유 선언을 계기로 미국내 대북 강경파를 중심으로 6자회담 무용론이 확산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정부는 이날 오후 늦게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어 북측 성명 내용을 분석하고 향후 6자회담 대책 등을 숙의했다.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북핵 문제 협의차 10일 오전 미국으로 떠났다. 한·미 양국은 오는 14일 워싱턴에서 외교장관회담을 갖고 북한 외무성 성명 내용을 평가하고 향후 대응책을 논의한다. 북한 외무성은 성명에서 “2기 부시 행정부는 대통령 취임연설과 연두교서, 국무장관의 국회인준 청문회 발언 등을 통해 우리와는 절대 공존하지 않겠다는 것을 정책화했다.”며 “미국이 핵몽둥이를 휘두르면서 우리 제도를 기어이 없애버리겠다는 기도를 드러낸 이상 우리 인민이 선택한 사상과 제도,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핵무기고를 늘리기 위한 대책을 취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외무성은 이어 “오히려 그들은 ‘폭압정치의 종식’을 최종목표로 선포하고 우리나라(북한)도 ‘폭압정치의 전초기지’로 규정했으며 필요하면 무력사용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폭언했다.”고 강변한 뒤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우리의 원칙적 입장과 조선반도를 비핵화하려는 최종목표에는 변함이 없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날 북한의 ‘핵무기 보유 선언’과 관련해 이규형 외교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북핵은 용인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천명했다. 이규형 대변인은 또 북한의 6자회담 참가 무기한 중단 발표와 관련,“유감의 뜻을 표명한다.”고 밝히고 “북한은 6자회담이 열릴 동기가 조성되지 않았다고 하지만 이제는 조건없이 회담에 참여해야 할 때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 대변인은 이어 “그간 북한의 핵능력에 관해서는 정부가 정밀한 추정과 판단을 해왔으며 향후 미국 등 우방과 긴밀협력해 대응할 예정”이라고 예고했다. 한편 다른 정부 당국자는 북한 외무성 발표의 의도와 관련,“6자회담 참가가 당분간 어렵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북한의 핵무기 보유 선언과 관련,“핵보유나 핵억제력을 갖고 있다는 것은 북한이 계속 발표해 왔다.”며 과도한 의미 부여를 경계했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상임위원회 탐방](5)-교문위

    [상임위원회 탐방](5)-교문위

    최근 서울시교육청이 초등학교의 평가방법 등 새로운 교육방침을 발표했다. 이런 교육청의 업무를 비롯해 서울시의 교육·문화업무를 감시·감독하는 곳으로 서울시의회 교육문화위원회가 있다. 위원회에는 김충선 위원장을 비롯해 김갑룡, 김종화, 박덕경, 서인종, 이광국, 이일희, 이은석, 이정선, 유승주, 장기만, 장영호, 김명숙, 박래학 의원 등 14명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행정으로 풀어낼 수 있는 서울의 교육현안과 문화 서울을 만들어내는 데 역할을 높여가고 있다. 지난해 행정사무감사에서 나열성에 그치는 하이서울 페스티벌 등을 서울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행사로 전환할 것 등 총 231건을 지적하고 개선했다. 또 서울시내 사립 초·중·고교에서 운영하는 통학버스의 상당수가 미등록 차량으로 밝혀져 탑승학생에 대한 안전대책을 조속히 마련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2005년도 교육비 특별회계심사에서는 시급성이 뒤지는 학생·교원의 금강산 통일체험교육 등 6개 사업의 비효율성을 지적해 175억 1228만원을 감액조정하고 상대적으로 교육여건이 열악한 동북중학교의 교실외벽 균열보수비 등 12개 사업을 증액편성했다. 올해는 강남·북간 불균형으로 인한 교육격차 해소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강북 뉴타운지역에 자립형 사립고를 시범유치해 고교평준화로 인한 문제점을 보완하고 지역간 불균형 해소에 일조할 계획이다. 특히 학교간 교육격차를 좁히기 위해 교육여건을 선진국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하고 공교육 정상화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수월성 교육제도’를 도입하는 등 의회 차원에서 다각적인 교육제도를 연구·검토한다. 문화부문에서는 600년 역사를 가진 서울을 과거와 현대가 공존하는 전통의 도시, 문화경쟁력을 갖춘 세계적 문화도시로 끌어올리는 것을 주요 정책과제로 삼을 방침이다. 김충선 위원장은 “교육·문화 소외지역을 중심으로 인프라 사업을 확충하고 자발적인 시민참여가 가능한 역동성있는 교육·문화정책을 이끌어 내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 ‘홍대앞 사이버마을’ 7월 뜬다

    ‘홍대앞 사이버마을’ 7월 뜬다

    오는 7월부터는 홍대앞에 직접 가야만 구할 수 있었던 독특한 모양의 수공예 목걸이, 팔찌 등 액세서리와 젊은 작가들의 실험적 공예품, 그림 등 각 종 예술품을 인터넷을 통해 감상도 하고, 구매도 할 수 있다. 서울 마포구는 3일 ‘홍대앞 소극장’‘홍대앞 미술학원’‘홍대앞 라이브클럽’‘홍대앞 카페’등 홍대만의 독특한 문화적 특징을 갖춘 180여개 시설을 한 데 모아 ‘홍대앞 사이버마을’(가칭 ‘홍 스토리’)을 구축한다고 밝혔다. 이 곳에는 홍대앞을 문화활동의 거점으로 하는 300여명의 젊은 작가와 작품도 모두 담게 된다. 박홍섭 마포구청장은 “마포구 실업극복재단에서 4000만원을 지원하는 등 이 사업에 총 1억 2800여만원의 예산을 투입하게 된다.”면서 “창의적인 젊은 작가들에게 꿈을 펼 수 있는 장(場)을 마련해 준다는 점에서도 의의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180개 시설·300여명 작품 담아 구는 이 사업을 지난해 12월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했다. 이미 홍대앞의 독특한 문화 콘텐츠를 이용해 ‘돈벌이’를 하려던 여러 인터넷 기업들의 시도가 있은 후였다. ‘홍대앞 문화예술인 협동조합(홍문협)’조윤석 대표는 “마포구의 제안이 있기 전에도 몇몇 기업에서 홍대문화 포털사이트를 만들자는 적극적인 제안을 했었다.”면서 “처음에는 홍대문화를 보존하고 키운다는 측면에서 공감대를 이루는 듯 보였으나 갈수록 상업적 측면만 강조하게 돼 결국 포기했다.”고 밝혔다. 구는 ‘홍대문화’를 육성·보존하고 동시에 젊은 작가들의 경제적 자립을 보장하는 범위내에서 ‘홍 스토리’를 운영할 계획이다. 이준범 마포구 문화체육과 팀장은 “마포구 실업극복재단에서 거액을 지원하는 것만 보더라도 이 사업이 마포의 청년실업극복에도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면서 “‘홍 스토리’에는 독창적인 작품들을 판매하는 쇼핑몰도 운영된다.”고 말했다. ●자립기반 위한 쇼핑몰도 운영 ‘홍 스토리’ 웹사이트 구축을 맡고 있는 ㈜케이씨인터렉티브 강민호 대표는 “현재 홍문협 등 홍대앞 문화 관계자들과 콘텐츠를 수집하고 있다.”면서 “워낙 ‘제멋대로’인 홍대앞 문화 콘텐츠를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이달까지 수집을 완료하면 웹사이트 구축은 50∼60% 이상 진행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밝혔다. ‘홍 스토리’에는 회화작품, 수공예 작품, 음원·음반, 도서, 사진, 일러스트레이션, 디자인 등 홍대앞의 모든 것이 총망라된다. 특히 기존 온라인 쇼핑몰과는 달리 음원, 사진, 일러스트레이션 등 예술가들의 디지털 콘텐츠 등도 거래된다. 홍대앞 사이버마을 구축을 담당하는 마포구청 관계자는 “‘홍 스토리’는 기술적으로 홍대지역 예술가들의 개인 블로그나 웹사이트 기능까지 겸하게 할 방침”이라면서 “여기에 쇼핑몰 기능까지 더하게 되면 ‘홍 스토리’는 홍대앞 문화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전초기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시말해 오프라인에 공간마련이 쉽지 않은 영세 작가들에게 인터넷 상으로 작품을 전시할 공간을 마련해 주는 셈이다. 여기에 작품 판매까지 가능하게 만들면 홍대문화는 자연스럽게 유지·발전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홍대앞을 온라인에서 느낀다.” 갤러리, 소극장, 인디밴드, 라이브 클럽, 댄스 클럽, 출판사, 미술학원 등 홍대문화를 보여주는 180여개 업체에 대한 자세한 정보도 각 분야별로 제공된다. 특히 공예, 음악, 카페, 사진 등 각 분야마다 홍대문화를 잘 이해하고 있는 이 지역 전문가를 위촉해 콘텐츠의 독창성을 최대한 살릴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홍 스토리’에는 홍대앞을 주요 문화활동의 거점으로 하는 300여명 이상의 작가들에 대한 포트폴리오 및 인력풀 사이트도 구축된다. 이렇게 되면 ‘홍 스토리’를 방문한 사람들은 작가를 쉽게 검색할 수 있는 동시에 이들의 작품들을 감상·구매할 수 있다. ●‘우유각소녀’등 성공사례도 있어 마포구는 ‘홍 스토리’의 성공을 나름대로 확신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한 상공사례가 여럿 있기 때문이다. 홍대지역에서 활동하다 홈페이지 ‘우유각소녀’(www.hakpage.net)를 개설, 젊은 층의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드로잉 아티스트 홍순학 씨가 그 예다. 그는 재미있고 신나는 낙서풍의 그림들을 홈페이지에 선보이면서 ‘우유각소녀’라는 예명을 널리 알릴 수 있었다. 인기를 반영이라도 하듯 ‘우유각소녀’는 지난해 9월 책을 출간하기도 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우유각소녀’ 홍순학씨 외에도 인터넷을 통해 이름이 알려진 몇몇 젊은 예술가들은 젊은 마니아들을 확보하고 있다.‘델로스’‘안티’ 등의 브랜드는 이미 인터넷 상에서 다양한 판로를 개척, 활동 중이다. 개인적인 활동 뿐만 아니라 홍대앞 놀이터를 중심으로 생성된 ‘예술시장’은 급속도로 전국에 퍼져가고 있다. 광주의 ‘모난돌’, 대전 ‘궁동별난장’, 대구 ‘깨비예술시장’, 부산의 ‘문화소통숨’ 등이 그 예다. 마포구는 장기적으로 ‘홍 스토리’와 이들 전국의 예술시장을 연계해 ‘홍대앞 예술시장 네트워크’를 구축함으로써 홍대가 문화와 예술이 공존하는 세계적인 예술시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민­관 협력 최선… 세계적 명물로 가꿀것” “공무원의 입장에서 처음엔 홍대앞 예술인들의 마인드를 전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들과 2년 남짓 함께 일하면서 저 스스로도 열린 사고를 갖게 된 것 같아요.” 마포구청 문화체육과의 이준범 팀장은 홍대앞 사이버마을 ‘홍 스토리’를 만드는 데 가장 큰 역할을 담당했다. 주로 전산팀에서 근무했던 이 팀장은 2003년 4월 ‘마포희망시장’홈페이지 구축 때부터 홍대앞 문화예술인들과 지속적인 접촉을 해 왔다. “2003년 4월부터 12월까지 약 8개월 동안 우리구에서는 전산팀과 지역경제팀이, 민간에서는 희망시장 관계자들이 참가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홈페이지 구축은 예산조차 없는 ‘보잘것 없는’사업이었습니다.” 이 팀장은 자신이 전산팀에 있으면서도 홈페이지 구축에 콘텐츠가 얼마나 중요한지 몰랐다고 털어놨다. 그는 “홈페이지 내용의 참신함을 통해 구민들에게 도움이 되려고 하기보다는 ‘보여주기 식’행정에 익숙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스스로 반성하기도 했다. 예산도 없던 첫번째 사업을 ‘무사히’마치고 이 팀장은 다시 홍대앞 ‘Hope Place’홈페이지 구축사업을 시작했다. 지난해 4월부터 7월까지 4개월간 진행된 이 사업에는 마침내(?) 280만원의 최소 예산이 배정되기도 했다. 그는 “특히 이 사업을 진행하면서 홍대의 문화예술인과 깊은 신뢰를 쌓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홍대 희망시장 운영자와 서강대 창업보육센터와 합동으로 사업을 진행하면서 홍대의 희망시장과 프리마켓을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독특한 홍대문화와 역사, 대안문화, 독립예술 등 홍대앞 특징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었다. 동시에 홍대앞 예술인들은 이 팀장과 같은 공무원에게 홍대문화의 중요성을 알릴 수 있었고, 저작권 등과 같은 민감한 부분에 대한 법률적 자문도 받을 수 있었다. 민·관의 ‘윈윈전략’이었던 셈이다. 이 팀장은 마지막으로 “‘홍 스토리’는 민·관 협력의 모범적 모델”이라면서 “세계적 명소로 자리매김한 싱가포르의 프리마켓과 파리의 방브벼룩시장처럼 인터넷 ‘홍 스토리’를 통해 전세계를 상대로 홍보를 하면 마포구의 홍대앞 예술시장도 세계적 명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기고] 미국이 거듭나야 세계평화 온다/김동규 고려대 명예교수·명예논설 위원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2일 새해 국정연설에서 전 세계의 폭정과 테러를 종식시키고 자유를 전 세계에 확산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다시 한번 미국의 세계화와 세계의 미국화 시대임을 선언한 것이다. 미국은 20세기 세계사의 큰 축 가운데 하나였던 소비에트 연방의 갑작스러운 붕괴 이후 21세기 들어 세계의 주역으로 등장했다. 이제 미국의 대외정책은 곧 세계 각국의 정치와 경제는 물론 문화에까지도 커다란 영향을 끼치게 되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명실공히 세계사의 주역국가로서의 막대한 권한과 영광을 가지려면 그에 따르는 중대한 의무와 책임도 져야만 한다. 여기서 세계정부로서의 미국의 책임과 의무라는 것은 자국의 이익보다는 세계시민을 배려하고 이질적인 문화간의 대립이나 갈등을, 전쟁보다는 조화와 화합으로써 평화적으로 공존시키려는 노력인 것이다. 그런데 그동안 미국의 일련의 대외정책과 세계화의 과정을 볼 때 많은 문제점을 느끼게 한다. 우선 지난번의 9·11사태에 대한 대처방식에 있어서도, 물론 폭력에 대한 분노는 당사자의 심정에서는 당연한 것이기는 하지만 ‘이에는 이로’라는 대응방식은 적어도 대국으로서의 올바른 선택이 아닌 것이다. 그때 만일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의 테러집단에 대하여 ‘지금까지의 모든 일들은 용서하지만 앞으로 만일 한번만 더 이런 일을 감행할 때는 가차없이 보복하겠다.’고 했다면 아마 지금과 같은 수많은 희생자를 내고있는 이라크 전쟁은 없었을 것이고 오히려 세계 각국으로부터도 역시 대국다운 미국이라고 평가되면서 존경을 받았을 것으로 믿는다. 그동안의 세계사는 전제 군주주의(Autocracy=A)에서 관료중심주의(Bureaucracy=B)로, 다시 공산주의(Communism=C)와 자본주의(Capitalism=C)에서 민주주의(Democracy=D)로 A→B→C→D의 길을 걸어왔으나 이제부터는 덕치주의(Ethicracy=E)와 환경주의(Environmentalism=E)가 더불어 요구되는 시대인 것이다. 이러한 기준에서도 그동안의 미국의 정책기조는 잘못된 길을 선택하고 있는 듯하다. 덕치주의에는 세계적 보편가치 즉, 자유와 평화, 그리고 인권 등의 개념과 함께 생태중심주의가 포함된다. 그리고 약자에 대한 강자의 포용성이다. 그러나 미국은 세계평화의 명목으로 전쟁을 택했고 따라서 인권의 최악인 살상을 할 수밖에 없는 길을 걸어가고 있다. 또한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는 지구생태계 파괴의 주범인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을 규제하자는 ‘교토의정서’의 서명을 끝까지 거부하는 환경정책으로 후진국들보다 못한 부도덕성을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미국은 세계 주요국 가운데서 온실가스 배출량의 23.5%라는 최고수치를 차지하고 있는데도 국내산업의 보호라는 이기주의에 빠져 있는 것이다. 앞으로 미국이 세계 각국이 존경하고 따르는 국가가 되려면 적어도 다음과 같은 기본의무를 지켜야만 할 것이다. 우선 자국이익의 중심주의에서 벗어나 지구가족의 위치에서 이타주의적인 대외정책을 펼쳐야 한다. 그러지 않고 이기적인 세계화의 길을 걷는다면 제2의 9·11사태의 위험에서 항상 불안한 미래를 살아 가야만 할 것이다. 다음으로는 각국의 문화가치를 인정하고 조화와 공존의 역사를 만드는 가운데서 자유와 인권과 같은 보편가치의 실현에 선도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그리고 인류 멸종의 위기로까지 치닫고 있는 지구생태계 파괴문제 해결에 앞장서는 자세를 보여주어야 한다. 이러한 새로운 미국이 탄생하는 날, 세계인은 미국의 영광을 축복해 줄 것이며 평화의 세계사가 창조될 것이다. 김동규 고려대 명예교수·명예논설 위원
  • [8일 TV 하이라이트]

    ●우리 우리 설날은(MBC 오전 7시30분) 다른 나라에서는 새해 아침에 어떤 음식을 먹을까? 한국, 중국, 일본의 새해 아침 밥상을 비교해 보고, 그 속에 감춰진 무병장수와 복을 부르는 음식의 비밀을 알아본다. 한국에 떡국이 있다면 일본에는 ‘오세치’가 있다.‘5법(五法) 5미(五味) 5색(五色)’에 담긴 오세치의 비밀은 무엇일까? ●떠오르는 동북아 시대(YTN 오전 9시15분) 격동기를 거치며 개혁개방의 시대를 살고 있는 오늘날 중국의 모습을 통해 그들의 거대한 잠재력과 개혁개방으로 파생된 가슴앓이를 살펴본다. 또 중국과 일본의 과거·현재·미래를 통해 동북아 3국의 현실을 직시하고, 각국의 평화적 공존방식과 미래 비전을 모색해 본다. ●문화, 문화인(EBS 오후 11시40분) 세계성을 획득하는 국악의 길을 걸어가겠다는 포부로 취임한 김철호 원장.3년 임기 중 절반이 지난 지금 우리 전통문화 국악계를 이끄는 리더로서의 비전 등을 들어본다. 전통문화를 지키고 재현하는 데 앞장서온 전통국악원이 민족의 큰명절 설날을 맞아 다양한 행사들을 준비한다. ●빅스타 명장면 NG를 찾는 사람들(SBS 오후 6시30분) 정찬우와 김태균의 진행으로 리마리오, 윤택, 끔찍이 김신영 등 웃찾사 가족들이 모두 등장해 NG퍼레이드를 펼친다. 대박 NG만 소개하는 ‘NG의 추억’, 최초로 공개되는 SBS 드라마 ‘봄날’과 ‘세잎클로버’의 재미있고, 당황스러운 NG장면이 공개된다. ●못말리는 여걸파이브(KBS2 오후 5시20분) ‘여걸 파이브’에 나왔던 대한민국 최고의 남자 스타들이 선보인 최고의 명장면, 최상의 순간만을 모았다.god, 이휘재가 소개하는 명장면 하이라이트 그리고 새해 인사.‘여걸 파이브’에서만 볼 수 있었던 스타들의 숨겨진 끼와 화려한 댄스실력이 공개된다. ●도전!역사 퀴즈(KBS1 오후 4시)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을 맞이하여 우리 문화에 관심이 많은 재한 외국인들과 함께 창덕궁을 찾아간다. 그곳에서 재한 외국인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우리의 소중한 궁궐 문화를 직접 체험해 보며 찬란했던 600년 조선왕조의 역사와 숨결을 더듬어 보는 시간을 갖는다.
  • [기고] 영화는 성장엔진이자 보험이다/곽영진 영화평론가

    지난 1월25일자 오피니언면에 실린 이영선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의 글 ‘소득 2만달러 시대와 서비스 산업’은 서비스·문화 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한 좋은 말들로 가득했다. 하지만 결론 부문에서 갑자기 스크린쿼터의 유지 반대를 주장해 당황스러웠다. 글의 9할 가량을 세계경제사와 현 한국경제에서 차지하는 서비스산업의 중대성을 설파하더니, 스크린쿼터 감축 주장으로 비약했다. 서비스산업의 자유경쟁과 전면개방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것의 일환이었지만, 그런 식으로 간단하게 결론지어서는 곤란하다고 본다. 스크린쿼터제 유지 반대의 근거로 동아시아 한류 열풍과 우리 문화산업 및 영화산업의 높은(?) 국제경쟁력을 단 한 마디로 제시한 것도 사실적이지 않거니와 불성실해 보였다. 글과 논리의 균형상, 이 교수는 전면개방의 단점과 폐해를 함께 지적하고 우리 문화산업의 구조와 발전단계를 예시하며 개방의 불가피성을 주장했어야 옳지 않았을까. 민족적으로나 집단적으로,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사안이 너무 중대하고 이해관계가 복잡하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구조는 자본·노동 중심에서 지식기반 중심 경제구조로 전환되며, 영화·비디오 및 인터넷동영상 등 영상산업이 지식기반 경제의 선도적 산업분야로 성장하고 있다. 영화와 영화산업은 영상과 영상산업은 물론, 방송·온라인망과 음반·게임 등으로 확장되는 복합영상산업의 핵심이다. 아울러 이 복합영상에 연관되고 매개된, 상대적으로 독립된 영역을 널리 갖춘 거대 문화산업의 성장엔진이기도 하다. 정부도 연평균 20% 내외로 성장하는 문화산업을 국가의 전략산업으로 보고 있다.10년 후에는 GDP의 약 10%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며 국가 기간산업으로까지 그 위상을 내다보고 있다.2차적이거나 파생적이지 않고 오리지널한 영상소스인, 바로 영화가 이러한 문화산업의 성장엔진인 것이다. 한국을 인터넷 초강국이요, 게임 ‘강국’이라 한다. 영화는 어떠한가? 정부가 미래의 세계 5대 문화강국·영화강국의 깃발을 치켜들고 전진하려는 모습은, 허장성세만은 아니지만 허실이 공존한다. 한국영화의 관객점유율이 40,50% 대에 이른다고 기뻐할 일만이 아니다. 극장 수익은 2000년부터 2003년까지 -20,+20,-20,-7%의 저조한 비율을 나타냈다. 전체 수익의 무려 72%가 극장 수익에 집중된 반면, 비디오·방송 등 윈도의 수익 저조로 전체 수익률 또한 전반적으로 미흡하다. 그리고 영화를 핵심·중추로 한 영상산업 및 복합영상산업의 발전 도정에서, 기존 VHS산업은 물론이고 벌써 DVD산업의 위기나 붕괴가 초래되고 있다. 한류도 탄탄한 문화산업의 체질·수준과 전략에 기초한다기보다 배우·탤런트·가수들의 스타성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구조가 취약하다. 그런 상황에서 정부는 스크린쿼터의 축소를 기도해 이제 막 도약하여 세계로 뻗어 나가려는 한국영화산업에 타격을 입히려 하고 있다. 그 타격은 투자 감소, 제작편수 감소, 점유율감소, 배급구조·수익률 악화, 영화문화 다양성 상실 등으로 나타날 것이다. 영화는 오락이기 이전에 문화이며, 한국영화는 현실의 약자이지만 미래의 강자이다. 따라서 문화 논리뿐 아니라 국익 관점의 경제논리 때문에라도 스크린쿼터는 유지되어야 한다. 정부의 기존 감경제도에 의해 40%는커녕, 실질적 의무비율 29%만 지켜지고 있는 현실에선 더욱 그렇다. 할리우드 초(超)제국주의에 대한 변방 영화 소국의 29% 보호장치는 ‘임계선’이다. 세계시장에서 차지하는, 매출규모 50 대 1의 ‘권투시합’에서 29% 이상의 ‘보험’장치가 있어야 한국영화는 안전 운행과 함께 세계영화의 일각을 차지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일각은 동아시아 중심의 2%를 넘어 유럽·미국 등을 향한 세계의 3%,5%로 확장될 것이다. 곽영진 영화평론가
  • 미리 가본 ‘아파트 종갓집’의 설

    미리 가본 ‘아파트 종갓집’의 설

    조상들의 신주를 모시고 있는 사당이 딸린 종가는 대개 외진 곳에 있다. 심하게는 돌보는 후손이 없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사람이 살지 않는 종가는 곧 생명력을 잃은 집이다. 더욱이 문화재라도 지정되면 박제된 느낌이다. 조상은 후손이 돌보지 않는 고대광실의 사당보다는 자손과 함께 숨쉬는 초옥을 더 정겨워하지 않을까. 이 시대의 대표적 주거 형태인 아파트에 조상의 신위를 모신 종가도 있다. 대유학자 율곡 이이를 배출한 덕수이씨 가문이다. 율곡 하면 강릉 오죽헌을 생각하지만 오죽헌은 율곡의 생가이지 종가는 아니다. 아파트 종가는 21세기에 변해 가는 종가의 대표적인 미래 모습임에 분명하다. 설을 며칠 앞두고 율곡의 15세손 이천용(64)씨가 지키고 있는 아파트 종가를 찾았다. 글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사진 오정식 남상인기자 oosing@seoul.co.kr 경기 고양시 일산신도시 강선마을 한 아파트에 있는 덕수이씨 종가. 솟을대문도, 세월의 이끼가 낀 대들보도 없다. 여느 아파트와 겉모습은 똑같다. 현관을 들어서자 왼쪽 벽에는 10만양병을 주장한 내용과 함께 율곡 선생을 성균관 문묘에 배향할 수 있도록 명한 교지가 표구된 채 걸려 있다. 아파트 거실 한 쪽에는 황해도 석담에 있는 옛 종가의 빛바랜 흑백사진 등이 걸려 있다. 부엌으로 들어가자 키를 넘는 장에는 잘 닦여진 유기 제기가 황금빛으로 반짝거렸다. 비로소 예사로운 집이 아님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율곡의 15세손 이천용(64) 종부 서경옥(61) 부부의 단아한 미소도 남달랐다. 부드러운 눈매가 초가지붕과 닮았다고 할까. 이씨가 현관 오른쪽 방문을 “서재 겸 사당”이라며 열어주었다. 율곡 선생과 부인 곡산 노씨의 위패를 모신 방이다.400여년 전에 만들어진 위패는 상스러운 흰빛이었다. 이씨는 “전통 한옥으로 친다면 안채 동편 뒤에 사당이 있으므로 그런 의미에서 여기에 신주를 모셨다.”고 말했다. 신주를 모시는 감실을 벽에 붙였다. 감실 둘레에는 짧은 휘장을 드리웠다. 감실 맞은편에는 컴퓨터가 놓여 있다. 클릭 한번으로 지구촌이 연결되는 첨단과 누대에 걸친 전통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이곳은 함부로 드나들 수 없도록 평소에 문을 닫아두는 곳이다. 율곡은 선생의 처가가 있는 황해도 해주시 석담에 정착했고, 수백년 동안 후손들이 그곳에서 집성촌을 이루고 살았다. 사유재산을 한창 몰수하던 1947년 14대 종손 이재능(79년 작고)씨가 율곡의 신주와 교지를 품에 안고 월남했다. 이씨는 불천지위(不遷之位·통상 4대까지만 제사를 지내는 유교 관례에서 벗어나 후손들이 영원히 제사를 받드는 신위)를 비롯해 한해 10여차례의 제사를 받들고 있다고 했다. 예전 같으면 봉제사와 함께 제수를 장만할 재산도 상속받았겠지만 그는 아무 유사없이 제사만 물려받았다.‘하늘의 뜻’으로 받아들여 밥은 굶어도 조상 제사는 지낸다. 그는 “일산에 자리잡은 이유는 1시간 거리인 황해도 종가와 가깝고 율곡 할아버지의 묘소가 있는 경기도 파주시 법원읍 동문리와 지척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설 차례에는 출가한 딸 내외와 종친회 몇 사람이 찾는다. 종가를 찾는 문중의 숫자도 많이 줄었지만 “조상을 섬기는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대유학자의 집안이니 차례상에 오르는 제수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율곡은 불천지위이므로 차례나 제사때 가장 먼저 지낸다. 이씨는 “할아버지가 저술한 격몽요결(擊蒙要訣)의 제의초(祭儀抄) 기록대로 제사를 행하기 때문에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제례상을 각각 차린다.”고 말했다. 제의초에만 제수 5열 진열을 처음 선보였고, 요즘 대부분이 이에 따르고 있다. 설 차례상 첫줄에는 떡국을 올린다. 둘째줄에는 제기 하나에 닭고기와 쇠고기, 숭어 한 마리를 순서로 올리고 하얀 화선지로 십자 모양의 적사지로 숭어를 감싼다. 이어 절편을 본편으로 하여 그위에 화전을 올린다. 셋째 줄에는 탕이, 넷째 줄에는 포와 삼색나물(숙주·고사리·시금치)·간장·나박김치·식혜를, 다섯째 줄에는 대추·밤·배·감·사과 5가지의 과일만 올린다. 꼭 올라야 하는 기본 제수품으로 정갈하고 단출한 상차림이다. 서씨는 “할아버지는 고기를 그다지 드시지 않았던 분이라고 해요. 그래서인지 손이 많이 가는 전과 가짓수가 많은 떡과 같은 제수품이 많지 않아 제사 모시는 일이 결코 힘들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또 슝늉 대신 차를 올린다며 차례의 의미를 되새기게 했다. 이 정도면 신세대 주부들도 차례상 차림이 그다지 어렵지 않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종가와 차례의 의미가 많이 퇴색된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전세계가 인정하는 한민족 고유의 풍속인 종가와 차례가 아름다운 전통인 것만은 부정할 수 없어 보였다. ■ 율곡의 가문 덕수 이씨는 율곡의 가문 덕수 이씨는 조선시대에 크게 부흥했다. 덕수는 임진강 연변의 파주를 이르는 지명으로 덕수부원군인 4세 이윤온 때부터 가문을 덕수 이씨라 부른다고 했다. 덕수 이씨는 뛰어난 인물을 많이 배출한 가문이다. 세기의 사상가 율곡이 있고, 무공 충무공 이순신이 역시 이 가문 출신이다. 조선조 여인상 신사임당도 이 가문의 며느리다. 율곡과 충무공은 같은 시대의 인물로 율곡이 9세 더 많지만 세대로는 율곡이 13세, 충무공이 12세손으로 아저씨와 조카뻘이다. 촌수는 19촌간. 종손 이씨가 들려준 이들 간에 구전되는 일화 하나. 어느 날 둘이 만나기로 하고 충무공이 찾아왔으나 율곡이 나오지 않는 대신 호수에 거북이 모양의 기름종이를 띄웠고, 충무공은 이에 착안해 거북선을 만들었다고 전한다. 신사임당의 셋째 아들로 태어난 율곡은 명종 19년(1564년) 호조 좌랑으로 정계에 발을 들여놓기 시작, 홍문관 교리로 임명된 후 당시 국제정세를 파악, 국방의 안전을 위해 십만양병설을 강력히 주장했다. 한때 벼슬을 버리고 낙향한 파주시 율곡리에서 호 ‘율곡’을 따왔다. 1584년 1월16일 4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평생을 청렴하게 산 그는 저승갈 때 입을 수의마저 없었고, 수중에 값나가는 물건이라곤 부싯돌 하나밖에 없었다고 전해진다. ■ ‘차례 차례’ 배우면 쉬워요 정말 복잡하고 어려운 게 제례문화다. 명절 때마다 낯설다. 그러나 어려운 의례에 끌려다닐 수는 없는 일. 올 설날을 앞두고 제례문화를 익혀 보자. 황의욱 성균관 전례연구위원은 “제사 음식을 담는 그릇을 제기라 한다. 반드시 목기나 유기를 사용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평소 쓰는 그릇을 깨끗하게 씻어 사용해도 된다.”고 말했다. 또 “과일을 다 깎아야겠지만 윗부분만 깎는 것은 깎았다는 시늉을 낸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김행 한국전례원장은 “차례상에 음식을 놓는 위치는 곧 음양의 질서”라며 “차례 때마다 음식의 위치가 바뀌면 신경을 덜 쓰는 것처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차례는 제사와는 달리 술을 한번만 올리고 축문을 읽지 않는다. 설 차례에는 떡국을 올린다. 상차림은 지방마다 가정마다 조금씩 다르다. 윤숙자 한국전통음식연구소장은 “차례상에는 복숭아를 올리지 않고, 붉은 팥으로 떡고물을 만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차례 음식은 양념을 진하게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윤소장과 함께 차례상 차리는 법을 점검한다. 우선, 제주가 차례상을 바라보아 앞쪽이 북쪽, 왼쪽을 서쪽, 오른쪽을 동쪽으로 한다.(실제 방위와는 다를 수 있다.) 차례상을 차리는 순서는 가장 먼저 신위 앞으로 잔과 시접을 놓고 제5열부터 안으로 들어가면서 둔다.5열 과일을 두는 순서는 홍동백서(紅東白西·붉은 과일은 동쪽, 흰색 과일은 서쪽에)니 조율이시(棗栗梨枾·왼쪽부터 대추·밤·배·감의 순서)니 하지만 정확한 원칙은 없다. 가풍대로 하면 된다. 대개 꽃받침자리가 위로 가게 한다. 그 다음은 제4열로 포·나물·간장·침채·식혜 등을 둔다. 이때는 건좌습우(乾左濕右·마른 것은 왼쪽, 젖은 것은 오른쪽)와 생동숙서(生東熟西·김치는 동쪽에, 나물은 서쪽에)를 따른다. 식혜는 건더기만 건져서 쓴다. 제3열은 육탕·소탕·어탕을 둔다. 제2열은 국수 육적·소적·어적·떡을 놓는다. 탕과 적의 숫자를 같게 하는데 보통 3개나 5개를 둔다. 또 어동육서(魚東肉西·생선은 동쪽, 육류는 서쪽에)와 두동미서(頭東尾西·생선 머리는 동쪽, 꼬리는 서쪽)를 따른다. 생선의 배쪽이 신위쪽으로 가게 한다. 제1열은 떡국·잔·시접·잔·떡국 순서로 놓는다. 접동잔서(接東盞西)라 하여 접시는 동쪽에 잔은 서쪽에 놓는다. 철상의 순서는 떡국을 물리고, 신위(또는 지방)를 제자리에 둔 다음 상 그대로 내려 먹으면 된다. 황 연구위원은 “‘감 놔라, 배 놔라.’는 할 수는 없다. 형식에 너무 얽매이지 말고, 가가례로 정성을 다하면 된다.”고 말했다.
  • [열린세상] 부시와 빈 라덴/양길현 제주대 정치학 교수

    부시 대통령이 다시 취임했다. 부시 2기 정부가 출범하는 데 대해서 축하의 기대보다 우려가 더 크다. 미국 메릴랜드대 여론조사에서 21개국 2만 1953명 가운데 58%가 부시 재선이 세계 평화와 안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응답할 정도로 세계인들이 부시정부에 대해서 갖는 생각은 부정적이다. 이는 세계가 위험해진 이유를 부시 대통령이 미국 중심의 안보지상주의를 대외적 강경정책으로 연결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안보지상주의가 대외적 강경정책으로 나타나고 있는 게 부시정부라면, 대내적 인권탄압으로 나타난 대표적 사례가 박정희 유신정부였다. 부시나 박정희 모두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안보지상주의와 외부로부터의 위협을 활용하여 시민사회의 자유를 제약했다. 다행히도 지난 40여 년간 한반도를 압도해 왔던 ‘적대적 상호의존’은 남한의 민주화 과정에서 소멸되어 나갔다. 다만 여전히 북한이 일당독재를 펴 나갈 수 있는 데에는 남과 북의 적대적 상호의존을 대신하는 북한과 미국간의 적대적 상호의존이 한 몫을 하고 있다. 부시와 빈 라덴 간의 관계는 일종의 미국판 적대적 상호의존을 반영하고 있다.2000년 9·11 테러는 세계 제1의 강대국인 미국만이 절대적 안보를 누리고 있다는 미국 예외주의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혔다. 무고한 인명살상과 사회심리적 충격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를 군사적으로 점령하는 이른바 대테러전쟁을 정당화해 주었다. 그러나 부시 1기 정부 동안 그렇게 많은 인력과 물자가 동원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테러문제는 전혀 해결의 조짐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 그저 부시와 빈 라덴간의 적대적 상호의존만이 돋보일 뿐이다. 대테러 전쟁의 구호는 미국 내부의 경제문제에 대해서는 눈을 감게 하고 애국주의에 호소하면서 일시적으로나마 국민적 단합을 이끌어 나가는 데 유용해 보인다. 공화당 부시의 재선은 바로 여기서 가능했다. 2004년 11월 미대선을 며칠 안 남기고 미국에 테러 위협을 공개리에 표명한 빈 라덴이야말로 부시 재선의 일등 공신이다. 경제실정으로 인해 마지막 유세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었던 부시에게 빈 라덴의 테러 협박은 구사일생의 기회였다. 대통령 선거가 일시에 전시 지도자로서 부시에 대한 국민투표적 신임투표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부시의 재선으로 인해 중동 지역의 반미전선에서 차지하는 빈 라덴의 지도적 입지도 그대로 유지되어 나갈 수 있게 되었다. 빈 라덴이 부시 당선에 도움을 주듯이, 부시의 강경노선이야말로 빈 라덴의 반미강경노선이 지속되어 나가도록 하는 강력한 명분이자 토대이기 때문이다. 부시와 빈 라덴간의 적대적 상호의존을 끊기가 쉽지 않은 것은, 부시가 이라크에 이어 이란에까지 압박을 가하는 한, 중동 지역에서의 반미감정은 더욱 불타오를 것이기 때문이다. 부시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밝힌 것처럼 ‘온 세계에 자유를 확산’시켜 나감에 있어 ‘필요하면 무력’도 불사하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취하는 한, 부시 2기 정부와 빈 라덴 등 반부시세력들 간의 적대적 상호의존 고리는 어느 일방이 제거될 때까지 지속되어 나갈 전망이다. 여기서 남북한간의 적대적 상호의존을 평화공존으로 바꾸어 나간 한국의 경험은 시사적인데, 그것은 안보지상주의를 버리고 북한으로부터의 위협을 감당할 수 있다는 한국민들의 자신감에서 가능했다. 결국 해결의 열쇠는 부시 대통령에게 있는 게 아니라 미국민들의 정치적 의지에 있다. 지난날 베트남 개입을 반대하는 미국내 반전운동 경험에서 보듯이 미국의 이라크 개입에 대해 국내적으로 많은 반대가 제기된다면, 부시정부 역시 ‘명예로운 철수’를 모색할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민의 반전평화운동이 안보위기감을 넘어설 수 있을 만큼 커져 가다가도 빈 라덴이 계속 미국에 대한 테러를 협박한다면 무망한 것이기에 답답함은 여전히 남는다. 양길현 제주대 정치학 교수
  • [옴부즈맨 칼럼] 서민들의 희망을 읽고 싶다/박상건 서울여대 겸임교수

    겨울 숲에서 만난 그루터기는 긴 세월 그을린 나이테 위에 풀꽃 하나를 키우고 있었다. 그루터기는 재생의 상징이다. 동강 난 삶을 한 뼘씩 새 생명으로 키우면서 작은 식물과 눈높이를 맞춰 살아간다. 부르튼 껍질은 곤충의 터전으로 내주고, 생채기 도려낸 틈새는 버섯의 겨울나기 보금자리로 내주었다. 그렇게 옹기종기 모여 살며 봄을 기다리는 풍경은 흡사 우리네 서민의 삶을 닮았다. 각진 세상일수록 작지만 아름다운 삶의 풍경을 그리워하는 것은 인지상정. 언론에서 일반적으로 다루는 미담기사는 훈훈한 서민의 삶을 대변한다. 그런데 이런 기사들은 대부분 명절이나 연말에 치중되어 있고 기사 프레임도 틀에 박혀있다. 훈훈한 뉴스 소재가 굳이 사람일 필요는 없다. 지금의 뉴스 패러다임을 보면 기업과 정치권력 일정표를 안내하고 여기서 파생된 모의고사 문제집을 해설하는 것 같다. 취재망의 시각이 출입처 중심의 6H원칙 뉴스에 쏠려있는 까닭에 사건뉴스만 양산된다. 그 밑바닥에 미디어는 이성과 합리적 매체라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그 고정관념과 관행은 이데올로기 대립과 갈등의 윈인이 되기도 한다. 새해를 맞아 덕담을 나눌 여유도 없이 ‘부실 도시락’,‘연예인 파일’,‘한·일협정 문서공개’,‘군부대 폭력’,‘노조 채용비리’ 등의 뉴스가 이어지고 있다. 정말, 지도자들이 달동네 후미진 골목을 찾거나 새벽길을 열어놓은 미화원과 땀방울 뚝뚝 흘리며 우동 한 그릇 먹는 장면 등을 보도로 접하는 일은 이상에 불과한 것일까? 들길에서, 집어등 불빛 아래서 삶을 일구고 그물질하는 서민의 온기가 서린 현장 이야기가 그립다. 감성과 감동 없는 보도는 분노와 분열과 허무만 낳는다. 통계청·소비자보호원·대한상공회의소 등의 조사에 따르면 경제난에도 불구하고 2003년, 2004년 국민 1인당 여가활동비는 꾸준히 상승, 한달 평균 12만 6000원(직장인 23만 3400원)이었다고 한다. 또 연초 한 포털사이트가 실시한 설문에서는 직장인 47%가 적은 임금을 받더라도 레저를 즐기고 싶다고 응답했다. 어려워도 낙천주의를 지향하고 틀에 박힌 사회로부터 탈출을 꿈꾸는 욕구를 반영한 결과이다. 정서적 가치가 결코 경제적 가치에 뒤지지 않는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런 현실의 연장선상에서 서울신문이 보도한, 제주 생태계의 보고 ‘곶자왈이 죽어간다’(1월17일),‘멸종위기 고래SOS’(1월17일),‘새만금 환경갈등 풀 열쇠 찾을까’(1월24일),‘가로변 까치집’(1월20일),‘세계 평화의 섬’(1월28일),‘로드 킬, 야생돌물이 죽어간다’(1월31일) 등은 생활주변의 소재를 통해 생명·환경의 중요성과 정서적 삶을 환기시켜준 사례이다. 또,‘세상을 움직이는 힘, 돈 아닌 희망입니다’(1월8일),‘전세금 1500만원? 장기까지 기증 약정’(1월13일),‘삯바느질로 모은 4억 장학금으로’(1월15일),‘따뜻한 라면’(1월25일),‘신용불량 과일상 인생 역전’(1월26일),‘공존’(1월27일),‘눈물세상 닦아준 청소아줌마’(1월29일) 등의 기사와 칼럼은 온몸으로 사는 서민의 애환을 전했기에 감동이 있었고 공동체 문화의 소중함을 일깨워주었다. 5%의 자본권력이 이 사회 상층부를 이룬다 한들,95%의 개미 인생들의 삶이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의 역사이며 문화임이 분명하다. 시인 워즈워드는 “인간은 감탄과 희망과 사랑으로 산다.”고 했다. 희망은 멀리 있지 않다. 사랑과 희망의 씨앗을 일굴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열정이 바로 희망이다. 그 징검다리로서, 계몽자로서 우리 사회를 이끌고, 그 거울 역할을 하는 언론의 모습을 그려본다. 박상건 서울여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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