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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낙태·안락사 허용… 불필요한 고통 없애야”

    “낙태·안락사 허용… 불필요한 고통 없애야”

    “인간의 존엄성을 너무 강조하다 보면 인간 중심주의에 빠지게 되는데 이 점을 경계해야 합니다. 종(種)차별은 성차별, 인종차별이나 마찬가지로 비윤리적입니다.” 실천윤리학의 세계적 거장인 피터 싱어(61) 미국 프린스턴대 석좌교수가 2002년에 이어 두 번째로 한국을 찾았다. 한국철학회가 마련한 제10회 다산기념철학강좌 참석차 방한한 그는 21일까지 모두 네 차례에 걸쳐 ‘이 시대에 윤리적으로 살아가기’를 주제로 강연회를 갖는다. 싱어 교수는 강연회에 앞서 1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번 강연회에서 소개할 내용 등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주제가 암시하듯 그는 우리 시대의 윤리적 쟁점들을 이번 강연에서 다루려고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네 차례의 강연내용은 각각 ‘윤리의 본질’ ‘지구적 기후변화와 빈곤구제’ ‘동물해방’ ‘생명의료의 도덕적 기준’ 등으로 나뉘어져 있다. 가장 관심이 집중된 대목은 ‘빈곤구제’와 ‘동물해방’. 싱어 교수는 “자원은 전 지구인들이 공존하는 데 충분하지만 분배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면서 “정부나 기업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개인적 실천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한국에 대해서는 “경제적 지위에 걸맞지 않게 자원배분에 인색하다.”고 꼬집었다. 동물해방 운동의 선구자인 싱어 교수는 “동물도 인간처럼 쾌락과 고통을 느낀다.”면서 “‘이익 동등 고려의 원칙’에 따라 동물들의 이익도 동등한 고려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침팬지를 실험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면 인간 또한 실험용으로 사용될 수 있고, 인간을 실험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면 동물 또한 실험대상으로 삼아선 안 된다는 것이다.‘공장식 농장’에서 생산된 육류 섭취를 중단해야 한다는 그와 그의 가족들은 모두 철저한 채식주의자들이다. 그는 영국의 경험론 철학자들인 제레미 벤담, 존 스튜어트 밀 등의 영향을 받아 이 같은 새로운 공리주의적 윤리관을 정립해 냈다. 생명윤리와 관련해서도 그의 공리주의적 생각은 일관된다.‘인간생명의 신성성’보다는 ‘삶의 질’에 기초한 윤리를 주장한다. 낙태나 장애아에 대한 치료중단, 고통없는 유아살해, 안락사 등을 용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불필요한 고통’은 제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호주 멜버른 태생인 싱어 교수는 1977년부터 호주 모나시 대학에서 가르치다가 99년 프린스턴 대학교로 옮겨 인간가치연구센터의 생명윤리학 석좌교수로 재직하고 있다.‘실천윤리학’ ‘동물해방’ ‘세계화의 윤리’ 등의 저서는 국내에도 소개됐다. 글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사진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 [16일 TV 하이라이트]

    ●마왕(KBS2 오후 9시55분) 승하는 호텔고문변호사가 돼 달라는 강동현의 제의를 받아들인다. 희수는 출장에서 돌아와 순기의 사망소식을 듣고 당황해하는 석진을 위로한다. 참고인 조사차 경찰서에 출두한 석진은 알리바이를 대지 못해 순기 살해용의자로 몰리게 되고, 오수는 그런 석진을 보며 배후조종자에 대한 증오심을 키워간다.   ●클로즈 업〈남북관계 뚫리나?〉(YTN 낮 12시35분)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는 1951년 1·4후퇴 이후 휴전선 통과가 중단됐다. 무려 56년 동안 한반도의 혈맥이 막혀 있었던 것이다. 남북열차 운행이 시작되면 한반도의 심장은 다시 요동치게 된다. 이재정 통일부 장관으로부터 남북철도 연결의 의미 등에 관해 들어본다.   ●최고의 요리 비결(EBS 오전 11시) 탤런트 김호진이 아내와 아이를 위해 요리솜씨를 펼친다. 한식, 중식, 일식, 양식, 복어조리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이탈리아 쿠킹 마스터 과정까지 이수한 그가 직접 만드는 사랑과 정성이 듬뿍 담긴 요리들.MC김지호와 함께 스튜디오에서 선뵈는 그만의 유쾌하고 맛있는 요리 세계로 빠져보자.   ●생방송 TV연예(SBS 오후 8시55분) 현모양처의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드라마 ‘내 남자의 여자’에서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김희애. 파격 변신으로 드라마도 인기를 얻고 있다. 김희애의 파격 변신이 있기까지의 뒷이야기와 솔직한 생각을 들어본다. 또 5·18실화를 다룬 ‘화려한 휴가’가 영화로 어떻게 재탄생됐는지도 알아본다.   ●잡지왕(MBC 오후 6시50분) 2007년에도 계속되는 동안열풍.30,40대 남녀 세 명이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시술이란 시술은 다 받았다. 이들을 통해 타이탄, 보톡스, 지방이식술 등 주름제거 시술 효과를 살펴본다. 동안으로 소문난 46세 강보금씨에게 페이스 요가, 된장 식단법 등 동안 비법을 배워보는 시간도 마련한다.   ●환경 스페셜〈야생동물과의 거리〉(KBS1 오후 10시) 야생동물과 인간. 그들의 거리가 좁혀져 함께 사는 것. 그 같은 공존이 과연 자연 속에서 이뤄질 수 있을까. 가정집에서 애완동물처럼 키워진 여섯 마리의 야생 너구리. 제작진이 직접 찾아가 너구리들의 야생성을 살펴봤다. 야생동물과 인간의 거리를 좁히기 위한 방법을 알아본다.
  • [이젠 포스트 BRICs] (11) 태국(상)

    [이젠 포스트 BRICs] (11) 태국(상)

    |방콕(태국) 정은주특파원|태국 방콕에서 동쪽으로 30㎞ 떨어진 수완나품 국제 신공항은 지난해 9월28일, 아시아 허브 공항을 꿈꾸며 문을 열었다. 터미널 내부 면적은 56만㎡로 세계에서 가장 넓고, 관제탑은 132m로 세계에서 가장 높다. 그러나 지난달 22일 도착한 공항은 무너질 듯 위태로워 보였다. 고압선이 뒤엉킨 천장은 머리에 닿을 듯 낮고, 회색 콘크리트 벽에는 크고 작은 금이 가득했다. 면세점이 빼곡하게 들어선 터미널 복도는 너무 좁아서 오가는 사람과 부딪치기 일쑤였다. 연간 처리 승객 수가 4500만명이라는데 화장실에 대변기칸은 3∼4개뿐이다. 어린이 화장실이나 수유실은 찾아보기 힘들다. 게다가 몇 개월 만에 활주로와 유도로에 균열(100여곳)이 생겨 국내선 항공편은 40㎞ 떨어진 돈무앙 공항으로 옮겼다. 태국 국민들은 수완나품 공항을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권력남용·부패의 상징”이라고 꼬집었다. ●수출·관광 등 대외부문이 성장 이끌어 인구 6423만명(세계경제 2005년)이 한반도 면적의 2.3배(51만 4000㎢)에 모여 사는 태국은 정치적·경제적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 9월19일 18번째 군사 쿠데타가 발생, 손티 분야랏끌린 육군 총사령관이 부정부패와 국왕 모독 혐의로 탁신을 국외로 추방했다. 경제에도 짙은 안개가 드리워졌다. 지난해 태국의 경제성장률은 5%.1분기는 6.1%로 출발이 좋았지만 5%(2분기),4.7%(3분기),4.2%(4분기)로 계속 떨어졌다. 게다가 연간 성장률도 2003년(6.7%),2004년(6.3%)에 비해 크게 둔화된 상태다. 올해는 3.8∼4.8%로 성장률이 더욱 낮아질 전망이다. 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국가경제사회개발원(NESDB)은 지난해 태국의 국내총생산(GDP)을 2061억달러,1인당 국민소득(GDP 기준)을 3179달러로 추정했다.“국내소비·투자 등 내수가 계속 부진한 상황에서 수출·관광 등 대외부문이 성장을 이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외국인 투자규모 38.3% 감소 시장경제에 반하는 과도정부의 외환규제조치, 외국인 기업법 개정안도 경제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지난해 말 수라윳 쭐라논 과도정부가 밧화의 평가절상을 막겠다며 외국자본 규제책을 발표하자 외국자본 230억달러가 한꺼번에 빠져나가 증시가 15% 폭락했다. 놀란 정부는 규제책을 두 달 만에 폐지했다. 올 초에는 외국인 기업법 개정안을 들고 나왔다. 외국인 투자자가 태국 주요 기업의 소유 지분이나 주주총회 의결권을 50% 이상 보유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제한 업종은 신문 TV 쌀농사 천연자원 부동산 법률 등이다. 개정안은 태국 의회의 심의를 앞두고 있다. 코트라(KOTRA) 주덕기 태국 무역관장은 “탁신 전 총리가 통신회사인 친코퍼레이션 지분 49.6%를 싱가포르 국영투자회사(테마섹 홀딩스)에 매각하자 국민들이 자국내 기반시설을 외국에 팔아넘겼다며 분노했다.”며 개정안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결국 지난해 외국인 투자 규모는 81억 1100만달러로 전년보다 38.3% 감소했다. ●국왕 중심의 삶… 월요일마다 노란 물결 월요일이면 방콕 거리는 노란 물결로 넘실거린다. 아이들도, 직장인들도 노란 티셔츠를 입고 거리를 활보한다.2002년 한·일 월드컵 때 붉은악마와 닮았다. 우리가 축구를 위해 붉은 옷을 입었다면, 그들은 푸미폰 아둔야뎃(80) 국왕을 위해 노란 옷을 선택했다. 지난해 즉위 60주년을 맞은 국왕의 무병장수를 기원하며 국왕을 존경하는 마음을 노란색에 담았다.16년간 태국에서 산 이민 1.5세대 박창수씨는 “국왕이 그려진 지폐를 꾸기지 않도록 교육받을 만큼 태국 국민은 국왕을 절대적으로 신뢰하고 존경한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국왕은 태국 국민의 삶을 좌지우지하는 존재”라고 표현했다. 이에 국왕이 살아 있는 한 정치 불안이나 경제 둔화는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경제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오히려 숨고르기가 끝나면 태국이 더 높게, 더 멀리 비상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태국투자청(BOI) 사팃 찬자바나쿤 청장은 “외국인 투자를 장려하는 태국의 ‘열린 경제’ 정책은 흔들림이 없다.”면서 “호주·일본에 이어 미국과도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마무리해 동남아시아 수출·생산거점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태국은 지난달 일본과 FTA를 공식 체결해 앞으로 10년 동안 태국은 철강, 자동차부품, 전기·전자제품 등의 관세를, 일본은 농수산품 등의 관세를 철폐하기로 했다. 특히 태국은 자동차부품에 대한 관세를 5년 이내에 없애 ‘아시아 디트로이트’의 꿈에 한 발짝 다가갈 방침이다. 태국의 자동차 생산량은 매년 20∼25% 늘어나 180만대(세계 10위)에 육박한다. 수출이 40%를 차지, 수출액이 100억달러에 달한다.10년 전만 해도 자동차를 전혀 수출하지 못했던 이 나라가 호주, 아세안(ASEAN) 회원국과 FTA를 체결하면서 자동차 수출국으로 급부상한 것이다. 미국의 관세 25% 벽도 FTA 체결로 무너뜨릴 계획이다. 국가경제사회개발원 타닌 파엠 고문은 “올해는 정치 불안으로 경제가 다소 침체되겠지만, 내년부터는 자동차·정보통신·연구개발 등 고부가 서비스 산업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jung@seoul.co.kr ■태국사람들 외국기업에 거부감 없어 |방콕(태국) 정은주특파원|태국 시장의 매력은 무엇인가. 국가경제사회개발원(NESDB) 타닌 파엠 고문과 태국투자청(BOI) 사팃 찬자바나쿤 청장, 코트라(KOTRA) 주덕기 태국 무역관장의 입을 통해 태국 시장의 특징을 살펴본다. 태국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10개국 가운데 자유무역협정(FTA) 등 시장개방과 국제교역에 가장 적극적인 나라다. 면적 450만㎢, 인구 5억 3000만명의 거대한 아세안 시장이 태국을 통해 무역개방의 길로 나가는 셈이다. 게다가 이 나라는 라오스 미얀마 캄보디아 등 미개척 시장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 주덕기 무역관장은 “외국 자본 유치에 막 눈을 뜬 주변 국가들이 태국을 모델로 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곳에서는 태국어를 비즈니스 언어로 사용하고, 태국통화인 밧화로 결제한다. 주변 6개국이 참여하는 ‘메콩강 유역 개발계획(GMS)’ 프로젝트에서 태국이 중심축을 맡고 있다. 국가경제사회개발원 타닌 파엠 고문은 “베트남·인도네시아에 비해 태국은 산업 인프라를 잘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이 1860년대부터 발을 내디딘 덕택에 선진적인 공항·도로·항만·철도·통신망이 도입됐다는 설명이다. 도로 25만㎞ 가운데 국제적인 고속도로가 40%를 웃돌고 방콕과 주변 도시를 잇는 내부순환도로도 225㎞에 달한다. 항구 122곳의 연간 처리실적은 450만TEU(1TEU는 20pt짜리 컨테이너 1개)이다. 방콕의 상습 교통체증을 해결하기 위해 지하철(20㎞)과 지상철(55㎞)도 놓았다. 지반이 약해 지하철 건설이 쉽지 않았지만, 결국 해냈다. 국제학교와 의료시설도 세계적인 수준이다. 태국은 식사할 때 포크와 숟가락을 사용한다. 손으로 음식을 먹던 태국인들이 동·서양에서 필요한 식기류를 하나씩 받아들인 것이다. 태국투자청 사팃 찬자바나쿤 청장은 “포크와 숟가락은 다른 문화를 포용하지만, 독자성을 잃지 않는 우리 문화를 보여 준다.”고 설명했다. 이것이 1,2차 세계대전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독립을 유지한 비결이기도 하다. 다른 것에 관대한 태국인들은 외국인, 외국 기업에 거부감이 없다. 일본이 태국을 동남아 진출의 전진기지로 활용한 이유다. 최근 프리미엄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것도 독특한 문화 덕분이다. 빈부 격차가 극심한데도 상류층은 맘껏 소비하고 서민층은 이를 지탄하지 않는다. ejung@seoul.co.kr ■크리륵크라이 지라파엣 상업장관 “편법경영 제동일 뿐 투자 배척 아니다” |방콕(태국) 정은주특파원|“외국인 기업법 개정안은 태국의 뿌리를 지키려는 노력이다. 외국인 투자를 배척하려는 뜻은 전혀 없다.” 지난달 24일 태국 수완나품 국제 신공항에서 만난 크리륵크라이 지라파엣 상업장관은 전쟁을 앞둔 장군처럼 결연했다. 과도정부에서 장관으로 승진한 그는 국내외 신망이 두터운 경제통이다.1990년대 후반부터 세계무역기구(WTO)와 관광부 차관, 상업부 차관을 지내며 명성을 얻었다. 그런 크리륵크라이 장관이 올해 초 외국인 기업법 개정안을 제안해 외국 투자가의 눈총을 받고 있다. 그는 “핵심은 만연한 불법행위를 바로잡는 것인데 언론이 ‘국수주의’라 호들갑을 떨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태국 외국인 기업법은 외국인 참여 영역을 3개 그룹으로 분류한다.1그룹은 치안·환경·무기매매·광고·출판·신문·부동산 거래 등이며 외국인의 지분이 50%를 넘지 못한다.2그룹은 회계사·건축사·법률업 등 16개 전문직종으로 관련 부처의 사전 허가가 필요하다.3그룹은 100% 외국인 지분 참여가 가능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관행, 편법적으로 외국인 투자가 모든 업종에서 이루어졌다. 외국인이 현지인을 고용해 기업을 설립하고 소유지분을 50% 미만으로 보유하는 대신 주주총회 의결권을 행사해 기업을 실질적으로 경영했다. 크리륵크라이 장관이 이 편법에 칼을 들이댄 것이다. 그는 “더 이상의 불법은 허용하지 않는다.(개정안이 시행되면)소유 지분이 50%가 넘는 외국인 투자가는 1년 안에 주식을 매각해야 하고, 의결권이 50%를 넘는 외국인 투자가는 2년 안에 의결권을 그 이하로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50% 제한은 국가 안보나 천연자원, 태국 문화와 관련한 기업에만 국한된다.”면서 “이는 국제기준에 어긋나지 않는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개정안은 태국 의회의 심의를 거쳐 오는 12월쯤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0년간 태국은 다국적 기업과 공존해 왔다. 풍부한 노동력과 관대한 문화, 맛있는 음식이 태국 시장의 장점이다. 이 매력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ejung@seoul.co.kr
  • [별난 직업] 애견미용사 민병숙 원장

    [별난 직업] 애견미용사 민병숙 원장

    먼발치로 북한산 남쪽 기슭이 보이는 평창동. 민병숙 원장을 찾은 그날은 왠일인지 햇살에서 봄 냄새가 묻어났다. 풍경(風磬)도 건드리지 않은 채 사방을 휘감는 소슬한 바람이, 해를 우러르는 창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는 애견 숍은 마치 동화 속 정원 같았다.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드나드는 곳이라 그럴까? 애견숍 전체에 활기와 따뜻한 분위기가 감돈다. 잘 정돈된 곱슬한 털을 가진 강아지가 얌전히 앉아 원장의 여문 보살핌 아래 만족스러워 보인다. 애견숍 ‘두코캔넬’를 운영하는 민병숙 원장은 10년 전에 창업한 뒤, 특유의 성실함과 꼼꼼함으로 성공적인 창업 가도를 달리고 있다. 애견숍을 창업하기 전, 민병숙 원장은 그저 동물이 좋아 취미 삼아 7년 동안 동물병원에서 근무를 했다고 한다. 그녀는 수의사의 보조자로서 진료가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돕고 동물의 간호 관리를 맡으면서 애완동물을 돌봤다. 이후 전문 교육기관에서 교육을 받은 뒤, 경험을 쌓고 본격적인 창업에 나섰다. ”애견미용사가 되는 방법에는 애견숍에서 일하면서 경험을 쌓는 방법과 전문 교육기관에서 교육과정을 이수하는 방법이 있는데,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 없이는 버텨내기 힘든 직업입니다. 한때 애견사업이 번성했던 적이 있었지만 1년도 못 견디고 없어지는 숍이 많았습니다. 육체적으로 보통 힘든 작업이 아니거든요. 개의 발생과 갈래, 성격, 특징에 대해 해박한 지식은 기본이고요!” 먼 옛날부터 개는 그 영리함과 충성심으로 인간과 가장 친한 반려동물로 자리해 왔다. 개는 용감하고 의리 있는 동물의 대명사로서 비겁하고 신의를 저버리는 인간과 곧잘 비교되기도 하며, 또 자신의 목숨을 던져 주인의 목숨을 구하는 살신성인(殺身成仁)의 정신을 실천한 견공(犬公)에 관한 많은 이야기가 동서고금을 통해서 전해오고 있다. 그만큼 개는 인간과 함께 생활했고, 사랑을 받아왔던 동물이다. 그러나 과거 마당 한구석에서 먹다 남은 밥을 먹으며 집을 지키던 것이 이제는 주인과 같이 자고 밥을 먹는 수준으로까지 인간과의 관계가 발전하였고, 생활 수준의 향상으로 많은 사람들이 애완견을 예쁘게 가꾸고 건강 관리를 하는 데에 많은 돈과 시간을 들이고 있다. 또 이러한 경향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민병숙 원장은 여성 특유의 감성경영에 중점을 두고, 고객이 만족할 때까지 몇 번이고 다시 개의 특성과 목적에 맞게 외모를 다듬어준다. “애견미용사가 되려면 다양한 품종을 접하고 다뤄 봐야 합니다. 애견들 고유의 매력을 끄집어내는 기술을 연마하는 거죠. 그러려면 애견들과의 커뮤니케이션도 중요합니다. 저는 애견을 애견이라 생각하지 않고, ‘말 못하는 사람이 왔구나’ 그렇게 생각하며 대합니다.” 개는 전신이 털로 덮여 있고, 맨발로 돌아다니기 때문에 매우 더러워질 수 있고 냄새도 난다. 따라서 실내에서 키우기 위해서는 일정 기간마다 씻어주고 털을 깎아 주어야 한다. 그런데 이 일이 여간 힘들고 기술을 요하는 작업이라 전문적인 기술을 갖춘 하나의 직업으로 등장하게 된 것이다. ”아주 행복해 보이시고 연세보다 한 20년은 젊어 보이세요.” ”뜻하지 않은 행운이라고나 할까요? 동물과 함께하면 하루하루가 편안히 가요. 어찌 보면 이게 내가 원했던 최고의 삶과 꿈이 아니었나 싶어요. 경제적, 육체적, 감정적으로 내가 온전히 독립했다는 자유의 느낌이 굉장히 좋습니다. 눈이 안 보여서 이 일을 더 이상 할 수 없을 때까지 계속 하고 싶습니다.” 민병숙 원장의 모토는 ‘동물과 인간이 공생하는 사회’다. 그런 행복한 공간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그녀에겐 또 다른 꿈이 있다. 작업실 한켠에 쌓아 올려진 수많은 책들…. 그녀가 동물 다음으로 사랑하는 것이 바로 책이다. ”책에는 많은 사람들의 삶이 있어요.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내 삶을 다시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이곳에 찾아오는 손님들과 이야기도 나누며 많은 것을 배웁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심리학을 공부해서 심리 상담가가 되고 싶습니다.” 그래서였을까?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애견숍이기 이전에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안락한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그녀와 마주 앉아 이야기를 하다보면 어느 순간 그녀의 편안함에 매료된다. 상업적인 영업이 팽배한 요즘, 편안함과 안락함이 공존하는 이곳, ‘두코캔넬’이야 말로 삶과 꿈이 꽃피는 소우주가 아닐까? 애견 숍 ‘두코캔넬’(02-395-1083)     월간 <삶과꿈> 2007.03 구독문의:02-319-3791
  • 블레어 총리 ‘새달 27일 사임’ 공식 발표… ‘집권 10년’ 빛과 그림자

    블레어 총리 ‘새달 27일 사임’ 공식 발표… ‘집권 10년’ 빛과 그림자

    |파리 이종수특파원|1997년 20세기 최연소 총리로 화려하게 등극한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영욕의 10년’을 마감하고 10일(현지시간) 사임을 밝혔다. 블레어 총리는 내달 27일 총리직에서 물러난다고 공식 발표했다. 블레어 총리는 이날 아침 각의에 참석해 퇴진 계획을 밝힌 뒤 지역구인 중부 세지필드에서 “6월27일 여왕에게 사직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공표했다. 블레어는 새달 초 독일에서 열리는 선진8개국(G8) 정상회의를 마지막으로 국제 무대에서 물러난다. 그의 ‘집권 10년’은 빛과 그림자가 공존하지만 경제적 번영의 길을 닦았다는 데는 이론이 없다. ●제3의 길-경제 활성화 성공 1994년 노동당 당수에 취임한 블레어는 2년 뒤 5월 총선을 승리로 이끌며 총리에 취임했다. 이후 기존 노동당의 노선과 달리 중산층을 껴안는 중도노선 이른바 ‘제3의 길’을 선택했다. 분배 위주의 정책 대신 성장 강화에 무게를 뒀다. 특히 1918년부터 노동당 정책의 상징이던 국유화 강령을 폐기하면서 경쟁력 강화에 박차를 가했다. 규제 완화, 자본시장 육성, 공기업 민영화 등을 통해 영국 경제 성장률을 유럽 최고 수준인 3%대로 끌어올렸다. 이 과정에서 당내 좌파들로부터 ‘토리(옛 보수당) 블레어’라고 비판받기도 했으나 강력한 카리스마로 ‘영국의 케네디’로 불리기도 했다. 블레어에 비판적인 가디언마저 최근 “블레어의 10년은 영국을 더 좋은 나라로 만들었다.”고 평가할 정도였다. 제3의 길이 빈부격차와 사회불평등을 심화시켰다는 지적도 있지만, 노쇠한 영국을 활기 넘치는 나라로 변화시킨 점은 분명하다. 또 북아일랜드와 평화협상을 주도하고 영원한 화약고이던 북아일랜드 분쟁을 해결하면서 2001년 6월 재선에 성공했다. ●해외 파병…날개 없는 추락 취임 초기 83%에 이르던 블레어의 지지율은 ‘테러와의 전쟁’에 동참하면서 추락하기 시작했다.2003년 이라크 침공 때 군대를 파견하는 과정에서 미국에 대한 지나친 저자세로 ‘부시의 푸들’로 불리며 거센 비판을 받았다. 이어 2005년 52명이 숨진 런던 시내 지하철 폭탄테러 사건과 각료들의 정치자금 스캔들 등 악재가 겹치면서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했다. 현직 총리 사상 처음으로 범죄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수모도 겪었다.3선 불출마 약속을 깨면서 브라운 재무장관의 지지자들로부터 공개적 퇴진 운동에 직면하기도 했다. 급기야 노동당은 지난주 지방의회 선거에서 참패했다. 그러나 파이낸셜타임스 기자 필립 스티븐스는 “블레어는 당대의 가장 성공적인 정치인”이라고 긍정 평가했다. vielee@seoul.co.kr
  • 佛대선 6일 결선투표 ‘첫 女대통령’ 관심

    佛대선 6일 결선투표 ‘첫 女대통령’ 관심

    |파리 이종수특파원|프랑스 역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 나올까. 초미의 관심속에 프랑스 대선 결선투표가 6일(이하 현지시간) 치러진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회당 세골렌 루아얄 후보가 여성대통령을 뜻하는 ‘프레지당트’를 탄생시키기엔 약간 벅차 보인다.1차투표 후 줄곧 집권당 대중운동연합 니콜라 사르코지 후보에 4∼6%포인트 뒤졌다. 뒤집기를 노리며 ‘올인’한 2일 후보간 TV토론도 신통찮다. 오피니언웨이 조사에서는 8%로 더 밀렸다. 그러나 낙관론도 공존한다.1차투표에서 18.6%의 득표율을 확보하며 캐스팅 보트를 쥔 중도파 프랑수아 바이루 후보가 3일 새벽 “사르코지를 찍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또 너무 강경한 이미지의 정치인을 좋아하지 않는 프랑스 유권자들의 전통적 정서도 루아얄에겐 ‘숨은 지지율’이다. 루아얄이 역전을 기대하는 마지막 승부처는 1차투표에서 바이루 후보를 지지한 679만여명의 표심이다. 이 가운데 루아얄이 1차투표에서 사르코지에 뒤진 194만여표(5.3%포인트)를 더 확보하면 산술적으로 승리한다. 지난 1일 공개된 입소스 조사에서 바이루 지지 유권자의 41%가 루아얄을,32%가 사르코지를 지지하겠다고 응답했다. 표로 환산하면 루아얄이 61만여표 앞선다. 하지만 선거는 구도 싸움이다.1차투표 후 범좌파가 ‘반 사르코지 연대’를 형성한 것은 루아얄에 호재였다. 여기에 루아얄은 바이루와 TV토론을 성사시키면서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러나 여기서 멈췄다. 루아얄은 바이루와 정치적 연대를 형성하는 데 실패했다. 단적인 예가 바이루가 이끄는 프랑스민주동맹 소속 국회의원 29명 가운데 21명이 사르코지 지지를 선언한 것이다. vielee@seoul.co.kr
  • 내홍넘긴 강재섭 향후행보 ‘주목’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가 4일 갈등국면으로 치달았던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의 회동을 이끌어 내면서 향후 위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선 당내에서는 강 대표가 그동안 우유부단한 모습에서 벗어나 당을 추스르는 강단을 보였다며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물론 당내 위상 제고와 달리 강 대표의 대구 사무실이 선거법 위반 과태료 대납 사건으로 검찰의 압수수색을 당하면서 ‘정치적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도 공존한다. 당내에서 강 대표는 경선국면이 본격화되면서 무게감이 더욱 실리는 형국이다. 경선룰 등 현안을 놓고 강 대표가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경선 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반강(反姜) 전선을 형성했던 이 전 시장측은 강 대표의 쇄신안을 수용한 터라 표면적으로는 강 대표를 도울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이런 맥락에서 강 대표와 이재오 최고위원이 3일 밤 전격 회동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동안 날선 대립각을 세웠던 두 사람이 당 현안에 대해 큰 틀의 합의를 봤다는 관측도 나온다. 반면 당내 비주류 의원 및 소장파 일각에서는 강 대표가 검찰의 수사로 인해 또 다른 위기를 맞을 것이라며 ‘2차 위기설’을 제기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강 대표 사퇴를 주장해온 전여옥 의원은 “과태료 대납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강 대표가 대표직을 수행하는 것은 당에 큰 누가 될 수 있다.”며 이달 내에 강 대표 체제가 ‘2차 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주장했다.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주말탐방] 인천공항 출입국 심사팀

    [주말탐방] 인천공항 출입국 심사팀

    #1. 한국에서 불법체류를 하려고 홍콩을 거쳐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외국인 비자 안나와. 긴장한 탓에 미리 안나와에 대한 정보를 파악한 출입국관리소 직원이 비행기에서 내린 자신을 쫓는지도 몰랐다. 브로커를 통해 마련한 가짜 여권을 보여주자 심사관이 여권을 자동판독기에 올리더니 이상을 발견했는지 사인을 보낸다. 안나와를 따르던 직원이 그를 심사대 옆 인터뷰실로 안내했다. 위조여권이 발각돼 재심 대상자로 분류된 것이다. 안나와는 “관광을 왔다.”며 짐짓 태연한 척 서울에서 묵을 호텔까지 줄줄 읊었다. 심사관들이 호텔에 예약 확인전화를 할 줄은 몰랐던 탓이다. 영어를 모르는 척했지만, 안나와의 모국어를 쓰는 심사관이 응대했다. 같은 시각 감식관들은 안나와가 제시한 여권을 정밀감식했다. 위조여권 데이터베이스(DB)를 뒤져 홍콩에서 제작되는 가짜 여권과 비슷하다고 결론냈다. 인천공항은 실시간으로 위조 여권정보 등을 교환하기 위해 홍콩 쳅락콕 공항과 핫라인을 설치, 운영하고 있다. 안나와는 결국 입국을 못하고 강제퇴거 조치를 당했다. #2. 노동절 연휴를 맞아 한국을 찾은 또 한명의 외국인 투어 조아해씨.2002년 월드컵 이후 2번째 방문이다. 활기찬 사람들의 모습과 불고기맛을 잊지 못해 한국을 찾았지만, 입국 수속을 밟으려고 20분 넘게 기다리던 경험을 떠올리니 찜찜하다. 타고 온 점보기에서 400명이 넘는 승객이 내렸지만, 멀찍이 보이는 입국 심사대에는 심사관 4∼5명이 있을 뿐이다. 그런데 승객들이 심사대로 걸어가는 동안 하나둘씩 다른 심사관들이 등장하는가 싶더니, 어느새 심사대 10여개가 꽉 찼다. 줄이 빠르게 줄어든다. 조아해씨 차례가 됐다. 심사관이 여권을 판독하고, 모니터와 조아해씨를 몇차례 번갈아 보더니 30초만에 한국에 온 걸 환영한단다. 너무 빨리 끝나 허탈할 지경이다.AETRA 출입국심사 부문 순위 평가에서 2002년 16위,2003년 23위에 그쳤던 인천공항이 2005년부터 줄곧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을 조아해씨는 미처 알지 못했었다. 요 몇년 동안 피부로 느낄 만큼 인천공항 출입국 절차가 편리해졌다. 같은 기간 출입국 관리사범에 대한 적발건수도 눈에 띄게 늘었다. 서비스와 보안면에서 괄목할 성장을 보인 인천공항을 직접 찾아보니 두 가지 상반된 가치가 공존할 수 있었던 이유가 보인다. 관리·감독이 우선이라고 생각하던 직원들의 생각이 서비스 우선으로 바뀌었고,IT 기술을 적절히 응용해 업무 프로세스를 효율적으로 바꿔나가며 인력 공백을 메우고 있었다. 가상의 예로 들었던 비자 안나와와 같은 출입국 사범들은 심사대 심사, 재심, 정밀감식 과정을 거치며 2,3중의 감시망을 통과하지 못한다. 단계를 거칠수록 출입국자에 대한 정보가 쌓인 자료를 심사관이 갖게 된다.2005년 9월 도입된 사전승객정보 분석 시스템(APIS)은 항공사측에서 탑승자 명단을 미리 받아 요주의 인물을 미리 알 수 있게 했다. 출입국 사범 여러 명이 한꺼번에 들어올 때 한 명을 적발하면, 항공사 발권 내역 등을 조회해 일행을 모두 잡을 수 있다. APIS는 일반 입·출국자를 편하게 해주기도 한다. 다른 나라 공항과 달리 인천공항에서는 입국하는 외국인을 빼고는 종이로 된 출·입국 신고서를 전혀 받지 않는다. 미리 승객 정보를 갖고 있으니 가능한 일이다. 정례적으로 입·출국을 하는 여객기 승무원들은 승무원 등록증을 갖고 2초만에 출입국 심사를 끝낸다. 화물기 승무원들은 등록증을 제시하고 화물 카운터에서 화상으로 출입국 심사를 받는다. 입·출국 사범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는 여권 감식반은 자체적으로 위·변조 종합감식 시스템을 만들었다. 직원들이 적발한 가짜 여권을 DB화한 것으로 100개국이 넘는 위조 여권 정보를 확보했다. 여권과 비자 뿐 아니라 위조 지폐 단속도 이들이 몫이다. 불법체류를 위해 들어오는 이들은 대부분 관광을 하기 위해 왔다고 둘러대며 위조 달러화를 들어보이기도 한다. 진짜 돈은 브로커에게 모두 갖다줬으니 위조지폐를 갖고 올수밖에 없다. 요즘은 진짜 여권을 갖고 오지만, 관광비자 등으로 들어와 불법체류를 하려는 외국인에 대한 강제퇴거 조치도 늘고 있다. 기자가 찾은 날에도 일본을 경유해 한국에 무비자 입국한 중국인 10여명이 강제퇴거 조치를 받고 중국행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경유 관광객 유치를 위해 주변국 비자를 발급받으면 우리나라 경유를 허용한 조치를 악용한 사람들이다. 최근에는 환승객들에 대한 검색도 강화됐다. 환승장에서 가짜 여권을 받아 입국하려는 출입국 사범을 걸러내기 위해서다. 지난해 인천공항에서 입국 허가를 받지 못한 외국인은 1만 970명에 달했다. 인천공항을 통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이 386만여명 정도니 386명 가운데 1명 꼴로 공항에서 강제퇴거를 당하는 셈이다. 입국거부자 중에는 태국, 중국, 방글라데시, 몽골 등 아시아 국가 출신이 많다. 승객 대부분은 이처럼 많은 입국자들이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고 퇴거되는 사실을 알리 없다. 보안 조치는 철저하지만 조용하게 이뤄지기 때문이다. 출입국심사관리지원팀은 입·출국자들이 한국에 대해 호감을 갖도록, 불법 출입국자들을 가려내는 일을 후방지원한다. 사람이 모이는 입·출국장에 심사관들을 배치하는 일이 이들의 임무다. 폐쇄회로(CC)TV를 통해 입·출국장을 살핀 뒤 심사관들을 배치한다. 승무원들 사이에서는 “출국 심사가 빨라지면서 비행기 시간이 다 되도록 심사대에 서있던 승객을 찾는 일이 없어졌다.”는 칭찬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항 면세점도 여유있게 쇼핑객을 맞게 됐다. 환승장에서 만난 한 인도인은 “깔끔하고 빠르다. 다음엔 한국을 방문하고 싶다.”며 연신 감탄사를 외쳤다. 글 홍희경 이재연기자 saloo@seoul.co.kr 사진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 키워드로 본 공항출입국관리소 인천국제공항 사람들에게 ‘국경’은 자신들의 일터인 공항을 뜻하는 말이다. 동쪽과 서쪽·남쪽이 바다로, 북쪽은 관문이 없는 철조망으로 막힌 우리가 세계와 만나는 길은 하늘길이 유일했다. 인천국제공항이 명실상부한 21세기 우리의 국경 역할을 하는 것이다. 원래 국경 경비대는 수도 수비대 만큼의 권위와 위엄을 지닌 부대다. 하지만 공항 출입국관리소 직원들은 총을 든 군인이 아니다. 친절함을 유지하면서 긴장감을 놓지 않으려다 보니 안보이는 곳에서 뛰어야 한다. 산타클로스가 가져갈 완벽한 선물을 준비하는 ‘크리스마스 요정’처럼 이들은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일한다. 심사관 뒤에는 비행기 탑승객의 정보를 분석하는 심사총괄팀과 이상 탑승객을 쫓는 지원팀, 컴퓨터도 잡아내지 못하는 위조 여권과 위조 지폐를 식별해내는 감식팀이 있다. 심사관들은 함부로 웃지 않는다. 한 직원은 말한다.“우리가 다 잘한다는 말은 아니지만, 정말 노력합니다. 그래도 한국의 첫 인상이 딱딱하다는 비판도 나오지만 보안을 포기할 수는 없으니까요.”심사관들은 합법적인 입·출국자도 주눅들게 할만큼 자신들이 ‘까칠한 이유’를 한번쯤은 생각해 달라고 부탁했다. 불법 입·출국자를 가려내고 신속하게 출입국 관리 업무를 해야하는게 그들의 사명이다. 그들은 백화점 직원이 아니란 말이다. 알고보면 출입국 심사관만큼 친절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도 없다. 이들은 고민끝에 2005년 인천공항 출입국관리소는 ‘KISS(코리안 이미그레이션 스마트 서비스)’ 운동을 시작했다.KISS는 출입국 관리소 브랜드 이름이다. 이 운동이 마음대로 웃지 못하는 심사관들의 마음을 출입국자들에게 전해줘 한국을 ‘키스하고 싶은 나라’로 자리매김시키고 있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몸의 역사, 몸의 문화/강신익 지음

    몸은 하나인데 왜 그 몸에 병이 났을 때 치료방법은 양방과 한방이 다를까. 서양의학의 ‘몸’과 동양의학의 ‘몸’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치과의사 출신의 의철학자 강신익 인제대 의대 교수가 신간 ‘몸의 역사, 몸의 문화’(휴머니스트 펴냄)를 통해 ‘몸’의 과학적 사실과 인문적 가치를 해부했다. “의학은 기계인 몸을 다루는가 아니면 몸으로 존재하는 사람을 다루는가? 근대 이후 형성된 서양의 생물의학과 수천년을 이어온 우리의 전통의학은 이러한 문제들에 어떤 답을 줄 수 있을까?”(서문에서) 책은 질병이 발생하는 장소이면서 질병을 앓는 주체이기도 한 ‘몸’을 존재론적으로 규명한다. 동(東)과 서(西), 전통과 현대의 시선으로 인간과 몸에 대한 역사와 문화, 그리고 사상을 집대성했다. “나는 지금의 의학이 위기에 처해 있다고 진단한다. 문화적·사상적으로 화해하지 못한 두 의학의 어정쩡한 공존, 효용이 확인되지 않은 의료 수요의 무한팽창, 그런데도 늘어만 가는 의료 소비자의 불만, 거대 다국적 제약산업의 횡포 등이 그 화려한 성장의 그늘이다.” 저자는 그 위기의 원인을 따져본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특히 ‘몸’의 입장에서 두 의학의 문제를 풀어낼 수 있을지에 집중하고 있다. 책은 우선 ‘한 몸 두 의학’의 기원을 찾는 데서 시작한다. 저자는 그 차이를 의(醫)와 피직(physic), 배움(學)과 앎(science), 의술과 테크네(techne), 덕(德)과 아레테(arete)의 개념쌍으로 나누었다. 몸에 대한 동·서양의 시선의 차이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그럼 이 차이는 극복될 수 없을까. 당연히 극복 가능하다. 저자는 몸을 매개로 두 의학, 또는 과학과 인문학이 소통할 수 있는지에 대해 묻고, 그 대답으로 새로운 몸의 존재론을 제안한다. 두 의학의 차이를 극복하고 둘 사이의 존재인 몸을 중심으로 새로운 의학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두 의학 사이를 이어줄 개념적 연결고리는 ‘살’이다. 프랑스 철학자 메를로 퐁티가 제시한 ‘살’은 체험과 의미가 육화된 ‘몸’이다. 책은 주로 의학과 몸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의학전문서는 전혀 아니다. 과학과 인문학의 소통은 저자가 이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건네주고 싶은 희망이기도 하다.2만원.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서동철 전문기자의 비뚜로 보는 문화재](17)송시열 기리는 경기도 여주 대로사

    [서동철 전문기자의 비뚜로 보는 문화재](17)송시열 기리는 경기도 여주 대로사

    경기도 여주에는 세종대왕의 무덤인 영릉(英陵)과 효종의 영릉(寧陵)이 나란히 자리하고 있습니다. 세종릉은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이지만, 이웃한 효종릉은 차분하기만 하지요. 세종릉과 남한강 건너 신륵사는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세종의 영릉이 예종 원년(1469년) 지금의 서울 대모산 기슭에서 여주로 옮겨진 뒤 신륵사는 세종의 극락왕생을 비는 원찰이 되었으니까요. 효종의 영릉 또한 여주군청에서 가까운 시내에 있는 대로사(위 사진·大老祠)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효종릉이 현종 14년(1673년) 여주로 천장(遷葬)되지 않았다면 대로사도 없었을 것입니다. 대로사는 노론의 영수인 우암 송시열(아래·1607∼1689)의 사당입니다. 정조 9년(1785년) 왕명으로 지어졌지요. 우암은 성인의 반열에 오른 대학자로 추앙받기도 하지만, 당쟁의 참화를 이끈 편벽한 소인이라는 극단적인 평가가 공존하는 인물입니다. 우암이 세상을 떠난 지 100년을 바라보는 시점에 정조가 그의 사당을, 그것도 효종의 영릉을 바라보도록 서향으로 지은 데에는 ‘효종의 죄인’이라는 ‘혐의’를 풀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정치적 판단이 담겨 있습니다. 효종이 종종 ‘대왕’으로 받들어지는 것은 병자호란 당시 삼전도의 치욕을 씻고자 북벌의 기치를 높이 들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봉림대군 시절 청나라에 인질로 끌려가 8년 동안이나 고초를 겪은 효종의 신임을 받아 북벌론의 기수로 지목된 이가 우암입니다. 우암의 북벌론은 그러나 양병보다는 민생의 안정, 무력보다는 군왕으로 덕을 쌓는 것을 우선으로 했다는 점에서 효종의 실천적인 북벌론과 달랐습니다. 그의 존명배청 감정은 한족의 나라는 높이고 오랑캐는 물리친다는 유교경전 ‘춘추(春秋)’의 원리에 따라 관념적으로 형성됐기 때문이라고 하지요. 우암은 1659년의 유명한 기해독대에서 효종이 구체적인 북벌계획을 제시했을 때도 “제왕은 먼저 자신을 닦고 가정을 다스린 뒤에야 법도와 기강을 세웠는데 이것이 북벌의 선결조건”이라는 말뿐이었다고 합니다. 효종은 우암과 독대한 지 불과 두달 만에 급서하는데, 우암은 국상의 예법을 조언합니다. 이때 관이 시신보다 작은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지요. 장지 역시 수원부가 길지라는 지관들의 의견을 물리치고 경기도 구리에 있는 태조 이성계의 건원릉 곁으로 정했지만, 불과 15년 만에 석물에 틈이 생겨 빗물이 스며들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여주의 세종릉 곁으로 옮겨야 했습니다. 반대파인 남인들이 이 모두를 우암의 탓으로 돌린 것은 물론입니다. 우암은 사약을 받아 세상을 떠나는 순간까지 효종의 죄인으로 지탄받은 것을 뼈아프게 생각했다고 합니다. 정조는 규장각과 초계문신제로 양성된 친위세력을 바탕으로 산림의 정치참여를 억제하는 강경책을 폈지만, 초반기에는 지지세력으로 포섭하고자 과거에 연연하지 않고 학문을 닦은 노론 중심의 산림(山林)을 중용했습니다. 정조가 대로사를 세운 데 이어 우암의 세 번째 회갑년인 1787년에는 북벌대의론을 칭송하는 비문을 직접 지어 대로사비를 세운 것도 노론을 향한 정치적 제스처라는 뜻입니다. 건축사적으로 대로사는 18세기 익공집의 기준이 될 만큼 부재를 짜올린 수법이 완벽하다고 합니다. 나아가 대로사는 조선 후기 권력투쟁의 큰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역사적 가치에 더욱 주목해야 할 것 같습니다. dcsuh@seoul.co.kr
  • [사설] 근로자의 고단한 삶을 생각한다

    오늘은 1535만 임금근로자들의 생일인 근로자의 날, 노동계의 용어로는 노동절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우리의 경제성적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상위권이라고 단언했지만 근로자들의 삶은 여전히 고단하기만 하다. 국민의 주머니로 들어오는 실질국민소득 증가율은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의 절반을 밑돌고 있다. 반면 조세 증가율은 지난해 14.1%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 결과, 지난 10년 동안 중산층은 55.5%에서 43.7%로 줄고 빈곤층은 11.2%에서 20.1%로 두배 가까이 늘었다. 또 지난 4년 동안 서울지역 아파트값은 무려 74%나 폭등했다. 따라서 삶의 질을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그렇다고 근로자들이 게으름을 피운 것은 아니다. 재계는 근로자들의 과도한 임금 요구가 기업의 발목을 잡는다지만 노동생산성(제조업 기준)은 임금인상률의 두배를 넘는 12%대를 기록하고 있다. 연간 근로시간도 2354시간으로 OECD 회원국 중 최고다. 특히 올 들어서는 1·4분기 중 노사분규는 모두 12건에 불과해 ‘춘투’(春鬪)가 사라졌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2454명이 산업재해로 사망하는 등 후진적인 산업재해 발생 건수는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2004년 7월부터 단계적으로 주5일제가 도입되고 두달 후에는 비정규직보호법이 시행되는 등 참여정부 들어 근로자를 위한 법적·제도적 보호망은 대폭 강화됐다. 마냥 치솟던 비정규직 근로자 비율은 2004년 37%를 정점으로 35% 내외에서 정체 상태를 보이고 있다. 실업률도 주요 선진국보다 월등히 낮은 3.5% 수준을 유지한다. 근로자들이 느끼는 체감지수와 사뭇 다른 수치다. 지표와 체감지수의 간극을 좁히는 일이 쉬운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포기해선 안 된다. 지금이라도 사용자와 근로자는 건강하게 공존하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 [책꽂이]

    ●인터넷을 믿지 마세요(이지영 지음, 에세이 펴냄) 지난 2001년 등단한 수필가 이지영씨가 에세이집 ‘인터넷을 믿지 마세요’(에세이 펴냄)를 냈다. 오타를 인터넷으로 검색하는 과정의 에피소드를 소재로 삼아 ‘믿음’의 의미를 되새겨본 표제작을 비롯해 최근까지 쓴 50여편의 글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엄마, 아빠를 부르며 살려달라고 울부짖는 아들의 손을 잡아주는 것 말고는 해줄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에 가슴엔 시퍼런 멍만 깊이 새겨졌다. 그러나 그것은 다가올 고통의 전주곡에 불과하다는 것을 어찌 알았으랴.”(‘인생의 폭풍이 지난 후에’ 가운데) 콩팥 옆의 림프관이 막혀 있어 림프액이 소변과 함께 배출되는 ‘유미뇨’라는 희귀병을 앓았던 아들의 투병과 회복과정을 그린 작품에서는 주변의 걱정과 도움을 고마워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시조시인 이상범씨의 딸인 작가는 “감당하기 벅찬 시련이 연달아 닥쳐왔던 지난 10년간 글쓰기는 커다란 위안이 되기도 했다.”고 말했다.1만원. ●킬러, 형사, 탐정클럽(외르크 폰 우트만 지음, 김수은 옮김, 열대림 펴냄) 1434년 영국과의 전쟁에서 돌아온 프랑스군 원수 질 드 레는 흑마술에 빠져들었고 그 과정에서 140명의 아이들을 잔혹한 방식으로 살해했다. 그는 푸르스름하게 빛나는 수염을 가져 ‘푸른 수염의 사나이’로 불렸다. 영화나 문학작품을 통해 살인사건을 접하는 경우도 많다. 히치코크 감독의 영화 ‘사이코’는 공포의 명장면을 남겼고, 도스토옙스키의 소설 ‘죄와 벌’에서는 대학생 라스콜리니코프가 전당포 여주인을 죽인다. 아버지를 살해한 오이디푸스 왕부터 O.J. 심슨 사건에 이르기까지 살인사건을 둘러싼 이야기를 소개한다.1만 2800원. ●로마의 역사(장 이브 보리오 지음, 박명숙 옮김, 궁리 펴냄) 로마 건국설화는 늑대의 젖을 먹고 자란 로물루스가 팔라티노 언덕을 중심지로 정하고 암소와 황소에 쟁기를 달고 사각형의 경계선을 그어 로마가 탄생했다고 전한다. 그러나 고고학 연구성과에 따르면 로물루스가 로마를 건국했다는 기원전 753년 이전에도 고대 로마인은 조직적인 삶을 살고 있었다. 카이사르와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치세를 거치며 로마는 세계제국의 중심으로 발전했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했고, 시인 베르길리우스는 로마에 ‘영원한 도시’라는 별칭을 붙였다. 로마의 쇠락은 4세기경부터 시작됐다. 북방 이민족의 침입에 시달리던 콘스탄티누스 황제는 325년 로마를 떠나 콘스탄티노플로 향했다. 로마제국에 힘입어 영화를 누리던 로마가 제국으로부터 버림받는 순간이었다.2700여년에 걸친 로마의 방대한 역사를 조명한 책.2만 5000원. ●중화사상과 동아시아-자기최면의 역사(이희진 지음, 책세상 펴냄) 동아시아 ‘역사전쟁’의 허위성을 지적하고, 그 기저에는 중화사상이 자리잡고 있다고 주장한다. 중국의 주변국들이 오히려 중국적 사고방식을 역이용해 실리를 취했으며 이런 역사를 통해 각국이 자국중심적 사고를 갖게 됐다는 것. 이것이 바로 저자가 말하는 자기최면이다. 한국도 중화사상의 모방에 있어 예외가 아니다. 요컨대 혈통과 문화를 근거로 발해를 우리 역사로 편입하고 말갈족의 역사를 지우려는 논리가 동북공정의 논리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역사를 ‘아와 비아의 투쟁’으로 보는 신채호 등의 초기 민족주의 주장은 국수주의의 단초를 지니고 있다는 견해도 밝힌다.3900원. ●지식의 충돌 책vs책(권정관 지음, 개마고원 펴냄) 문화비평가가 비슷한 사안에 대해 상반된 해석이나 주장을 펼친 책 18권을 비교 분석한 서평집. 하랄트 뮐러는 저서 ‘문명의 공존’에서 종교를 중심으로 문명충돌론을 주장한 새뮤얼 헌팅턴을 겨냥해 그가 가진 위기의식의 근저에 서구 문명의 쇠락과 함께 나타난 스스로의 불안이 내재돼 있다고 지적한다. 문명충돌론은 서구의 정체성에 대한 불안이 만들어낸 가상의 적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헌팅턴이 단순화의 주술에 걸려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제기하며, 뮐러의 저서에 대해서는 전지구적 시장논리에 경도돼 있다고 비평한다. 애드거 스노의 ‘중국의 붉은 별’과 장융·존 핼리데이 부부가 쓴 ‘마오’도 비교한다. 스노의 책이 마오쩌둥에 관한 영웅적 신화가 만들어지는 데 기여했다면, ‘마오’는 그에 대한 온갖 추문과 스캔들을 통해 극단적 이면을 추적한 책이라는 설명이다.1만 2000원. ●육조(六朝)시대의 남경(南京)(류쑤펀 지음, 임대희 옮김, 경인문화사 펴냄) 타이완의 중국사 연구자인 저자가 1993년 펴낸 ‘육조의 성시(城市)와 사회’ 중에서 상편에 해당하는 ‘건강성’(建康城)’만을 떼어내 단행본으로 정리했다. 건강이 도성이 된 원인과 그 흥망의 역사, 도시구조, 동시대 북조의 중심도시인 낙양과의 비교 등을 시도한다. 남경과 건강은 모두 같은 지역을 가리키는 말로, 지금의 중국 장쑤성(江蘇省) 성도(省都) 난징을 말한다. 이곳은 동오(東吳) 이후 동진ㆍ송ㆍ제ㆍ양ㆍ진에 이르는 육조시대에 줄곧 도읍이었다.1만 7000원.
  • [법률시장 빅뱅온다] 외국로펌과 짝짓기·전문화로 활로 뚫는다

    [법률시장 빅뱅온다] 외국로펌과 짝짓기·전문화로 활로 뚫는다

    법률시장이 개방되면 로펌과 개인변호사 업계의 문화와 지도가 확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대형 로펌은 외국로펌과 전략적인 제휴를 맺고, 중소형 로펌은 외국 로펌과 합병을 추진하는 생존전략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로펌의 해외 진출도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개인변호사들이 전문 송무분야를 특화하면서 작은 규모의 로펌을 만드는 추세도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전략적 제휴로 윈-윈 나설 듯 법무법인 율촌의 우창록 대표변호사는 24일 “각 분야에서 선두권을 달리고 있는 외국로펌과 전략적 제휴관계를 맺으면 율촌과 외국로펌 모두에 이익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형 로펌은 여러 외국 로펌과 제휴관계를 맺고 사건의 특성별로 경쟁력 있는 외국 로펌과 협조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얘기다. 로고스의 백현기 대표변호사는 “최소한 미국로펌과 연대를 추진중”이라고 말했다. 성균관대 법학과 김성용(변호사) 교수는 “로펌들은 대부분 개방을 반대하지만 오히려 개방을 바라는 중소로펌도 있다.”면서 “이는 외국로펌과의 합병을 통해 대형로펌으로 거듭나겠다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태평양은 한국·중국·일본·호주 등 4개국 로펌간 제휴를 추진해 개방파고를 넘는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김앤장의 한 변호사는 “최근 중소로펌들이 대법관이나 검사장 출신 변호사들을 경쟁적으로 영입하는 것은 외국로펌과의 합병에 앞서 자체 경쟁력을 높이려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고 풀이했다. 하지만 외국로펌과 합병을 해도 전문성을 못 갖추면 결국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려우리라는 전망이다. 법무법인 화우의 윤호일 대표변호사는 “화우엔 전문성이 있다고 자부하는 공정거래 분야에 25명의 전문 변호사가 있다.”면서 “하지만 미국로펌엔 한 전문 분야에만 50∼300명의 전문 변호사가 있다.”면서 “대형사건일수록 전문인력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미국로펌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국내로펌의 대형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변호사업계에선 대형화를 이루기 위해 일본처럼 토종로펌끼리 합병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해외로 눈을 돌려라 국내로펌들은 베트남·중국 등지 진출을 강화하고 있다. 한화그룹 법무실 김중원 변호사는 “영·미계 로펌은 세계 각국에 네트워크가 있어서 다른 나라의 법률지식과 관계를 곧바로 파악할 수 있는 게 장점”이라면서 “우리나라 로펌도 글로벌화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평양은 5년전 도쿄에,3년전에는 베이징에 사무소를 열었고 상하이 사무소 개설도 준비중이다. 로고스는 지난해 7월 베트남에 사무소를 열었고, 캄보디아 시장까지 맡길 계획이다. 내년에는 베이징 올림픽 개최 이전에 베이징 사무소를 개설할 계획이다. 백현기 대표변호사는 “우리나라 기업의 베트남 진출이 늘고 있기 때문에 시장성은 확실하다.”면서 “첫해엔 적자를 봤지만 올해엔 흑자로 돌아설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법인 율촌과 지평도 베트남에 현지 답사를 다녀온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의 한 변호사는 기존 변호사의 마인드에 변화를 촉구했다.“외국변호사들은 고객을 찾아다니며 그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법률서비스를 연구한다. 하지만 국내변호사는 의뢰인이 오기를 기다린다.”면서 “법률시장 개방 되면 이런 식의 변호사 마인드론 살아남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광장의 한 변호사는 “현재 대부분의 로펌 변호사들은 각자가 개인적인 친분을 통해 사건을 받거나 자문을 해 전문성과 상관없이 여러 종류의 일을 하고 있다.”며 “하지만 앞으로는 로펌이 직접 일을 챙기고 업무를 그 분야의 전문 팀에 일임하는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으면 외국로펌한테 패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변호사 뭉쳐 로펌 구성 붐 일듯 법률시장 개방의 1차적 피해는 로펌이,2차적 피해는 개인변호사가 될 것으로 전망돼 왔으나 최근 들어 개인변호사가 1차적 영향권 내에 들어갈 것이라는 분위기가 많아 주목된다. 법무법인 KCL의 임희택 대표변호사는 “최근 대기업마다 법무실이 많이 생겨나 로펌의 기업자문이 줄고 있다.”면서 “각 로펌마다 송무를 강화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사실상 로펌과 개인변호사의 업무영역은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김성용 교수는 “로펌들이 외국로펌에게 기업자문을 뺏긴 만큼 송무영역을 늘릴지도 모른다.”고 예상했다.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의 한 개인변호사는 “나중에 로펌한테 일을 뺏기고 법무사나 부동산이 하는 일만 할지도 모른다.”면서 “결국 한 송무 분야에서 전문 분야를 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추세에 맞춰 최근 들어 서초동에선 개인변호사들 몇몇이 모여 규모가 작지만 전문화된 로펌을 만드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올해 초 법무법인 홍윤을 설립한 박준선 대표변호사는 “요즘 일반 의뢰인들도 개인변호사보다는 로펌 변호사를 선호하고 있어 변호사도 차별성이 없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면서 “우리 법인은 틈새시장으로 부동산과 해외투자, 이민투자, 국제비즈니스를 공략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 ■ 빗장 연 외국선 무슨 일이… 법률시장을 개방한 외국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독일에서는 외국로펌이 시장을 잠식했고, 일본에서는 외국로펌과 토종로펌이 공존하고 있어 판단 유보상태다. 스페인에서는 로펌 발전의 계기로 작용했다. 우리가 어떤 모델을 좇을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렸다. ●독일 1998년 독일 로펌에 큰 충격을 준 ‘사건’이 벌어졌다. 다임러벤츠사와 크라이슬러사의 합병은 독일법으로 진행됐고 합병 후에 ‘다임러-크라이슬러 AG’라는 독일 회사가 만들어졌다. 이 과정에서 독일 회사인 다임러벤츠사가 미국 로펌에 자문을 맡기면서 독일 로펌은 철저하게 배제됐다. 충격을 받은 독일 로펌은 국제화를 앞다퉈 진행해 영·미계 대형로펌들과 제휴·합병을 했다. 결국 토종 로펌은 초토화됐다. 법무법인 세종의 김범수 파트너 변호사는 “독일은 우리나라처럼 변호사의 공익적 성격을 중시하고 개인변호사 중심구조였던 점이 패인”이라면서 “독일 변호사들은 학자라는 생각을 많이 가졌고 대형화하려는 마인드를 갖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일하게 10위권 자리를 지키고 있는 토종로펌도 있다. 작지만 강한 로펌인 ‘헹겔러 뮐러’는 규모 면에서 경쟁하지 않고 질 높은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주력했다. 사안에 따라 가장 적합한 팀을 구성해 대응하는 게 철칙이다. 헹겔러 뮐러의 변호사 수는 300명을 밑돌지만,2000년 ‘올해의 유럽 로펌’으로 ,2001∼2004년까지 ‘올해의 캐피털 마켓 및 금융 자문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일본 개방의 폭과 속도를 조절하면서 법률시장을 20년동안 점진적으로 개방해 지난 2005년에 완전 개방했다. 현재까진 자국의 로펌을 보호하는 데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법무법인 태평양 황보영(대한변협 전 국제이사) 변호사는 “현재 일본 토종로펌들이 1∼5위를 차지하고 있고 그 뒤를 영·미계 로펌이 따라가고 있다.”면서 “토종로펌들은 자체 합병 등을 통해 오랜 기간 경쟁력을 키웠다.”고 전했다. 법무법인 광장의 변호사는 “일본은 미국·영국과 언어와 문화가 달라 외국로펌에 경쟁력이 있다.”면서 “같은 영어권이고 문화도 비슷한 유럽연합(EU) 소속인 독일과는 다르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성공적인 방어를 했다고 속단하기는 이르다. 황보영 변호사는 “일본은 2005년부터 경제가 호황기에 접어들어 일본로펌과 외국로펌이 모두 잘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개방한 지 2년밖에 안 돼 결과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로펌은 영국로펌과 합병 논의를 하면서 내부 정보와 핵심인재들이 외국 로펌에 모두 노출되기도 했다. 합병 협상이 깨지면서 정보만 유출된 꼴이 됐다. ●스페인 개방을 계기로 오히려 토종 로펌들이 발전했다. 스페인 로펌들은 개방하기 전 20년 동안 경제가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대형화와 전문화를 추진해 왔고 개방한 뒤엔 영국계 로펌들과 전략적인 제휴관계를 맺었다. 로펌인 ‘우라 안메헨데스’는 각 서비스 부문에 따라 필요한 영·미계 대형로펌들을 잘 골라 제휴 관계를 맺어 성과를 거두었고 개방한 뒤 오히려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
  • ‘마음 부처’ 찾으면 미움·애착 사라져요

    ‘마음 부처’ 찾으면 미움·애착 사라져요

    “세상을 살면서 무엇을 깨닫고 무슨 일을 하다가 가느냐가 중요합니다. 사람의 청정한 근본정신이랄 수 있는 마음의 법등(法燈)을 발견해 전해준 성자(聖子)의 탄생은 모든 인류가 축하해야 할 경사입니다. 그 성자들의 깊은 뜻을 깨달아 생활 속에 올곧게 실천하도록 돕는 게 종교인의 역할이 아닐까요.” 원불교 창교일인 대각개교절(28일)에 앞서 지난 17일 전북 익산 총부를 찾은 기자들을 반갑게 맞은 장응철(67) 종법사는 “성자들은 은혜로 얽혀 있는 세상과 인류의 구원을 위해 마음의 개벽을 중시했다.”며 불평등한 사회 속에서 ‘마음부처’를 찾아 나눔의 미덕을 실천한 창교자 소태산 박중빈 대종사의 뜻을 전했다. “물질이 중시되는 세상에선 정신이 황폐해질 수밖에 없지요. 그런 점에서 정신 개벽을 통해 물질을 잘 사용할 줄 아는 방법을 깨닫는다면 앞서가는 사람과 민족이 될 수 있습니다.” “일반인들도 생활 속에서 사고나 사유(생각)를 쉬면서 의심머리(화두)를 직관하는 노력을 계속하면 누구나 관조할 수 있고, 파워와 실천력을 갖춘 깨달음에 도달할 수 있다.”는 종법사. 그는 “어떤 일을 할 때 온전하게 그 일에 전심전력하면 선입견이나 감정 흐름, 딴 생각의 경계에 걸린 마음의 뿌리를 뽑아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각개교절을 맞아 종도들에게 무엇보다 잊고 사는 ‘본 마음’(마음부처)을 되찾도록 당부하고 있다는 종법사는 “많은 사람들은 ‘본 마음’이 가려진 탓에 마음의 난리 속에 살고 있다.”며 기자들에게도 “마음의 등불을 밝히라.”고 거듭 힘주어 말했다. 세상의 현안들로 화제를 옮긴 종법사는 새 지도자상에 대해 “지금 우리는 보수·진보, 빈부 차별 등 극도로 양분된 사회 속에서 살고 있다.”며 무엇보다 흩어진 사람과 일들을 모아 ‘화합동진’(和合同進)할 수 있는 자질과 역량을 갖춘 사람을 찾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통일의 열정뿐만 아니라, 중심무대가 동아시아로 옮겨지고 있는 국제사회의 흐름을 향도할 안목도 중요합니다. 시대가 영웅을 만든다는 말이 있습니다. 지금이야말로 어려움을 헤처나갈 바른 지도자가 절실한 때입니다.” 남북 통일과 관련해선 “바다의 물이 들고 날 때 들락날락하면서 서서히 간·만조를 이루듯이 평화 공존 역시 성급하게 서둘지 말고 희망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의 한·미무역협정(FTA)에 대해 묻자 “역사를 돌이켜보면 우리 민족은 도전과 응전에 강했다.”며 “그늘진 곳에 있는 사람들에게 얼마만큼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지를 따져 새로운 도약의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고 전했다. 특히 “자연과 생명을 거스르면 결국 재앙을 가져온다.”는 종법사는 지구온난화, 배아줄기세포 연구의 문제점을 따지기도 했다.“속세에서 지은 업(業)에 따라 생기는 병은 약으로 극복할 수 있지만 병을 낳는 근본적인 원인인 업은 약으로만 고쳐지지 않습니다. 인연으로 얽힌 생명을 중시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본래의 ‘마음 부처’를 찾다 보면 잡념의 뿌리를 녹여 죄가 없는 본래의 마음을 회복하는 이참(理懺)에 이를 수 있습니다. 미움과 애착이 없는 행복을 이루기 위해 늘상 나쁜 곳에서 좋은 곳으로 마음을 돌리시기 바랍니다.” 익산 글 김성호 문화전문기자 kimus@seoul.co.kr ■ 원불교 ‘이웃종교’와 사랑 나눔 원불교가 창교일인 대각개교절을 맞아 이웃 종교의 사회복지시설을 돌며 사랑의 나눔행사를 가져 눈길을 끌었다. 이성택(64) 교정원장이 지난 16일 전북 익산시 월성동의 천주교 작은천사어린이집(원장 강마리루시 수녀)과 전북 완주군 소양면의 조계종 송광녹지원(원장 우용호)을 차례로 방문해 시설을 둘러보고 성금을 전달한 것. 원불교의 ‘처처불상 사사불공’ 정신에 따라 소외된 이웃에 대한 관심 확대와 종교화합 실천의 차원에서 전격적으로 마련한 행사다. 먼저 발달장애아 교육·치료시설인 작은천사어린이집을 방문한 이성택 교정원장은 40여명의 발달장애 아동들을 둘러본 뒤 성금을 전달했다. 이 원장은 “우리 주변에 불우한 이웃이 많지만 일반인들의 관심 부족으로 소외된 채 어둡게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웃종교끼리 교류를 활성화해 이들에 대한 사랑과 지원을 확산시키자.”고 종교 복지시설간의 교류를 제안했다. 이에 대해 강 원장수녀는 “교육과 치료시설이 잘 갖춰진 이곳과 원불교 사회복지시설이 힘을 합하면 더 많은 아동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 원장 일행을 배웅했다. 이어서 정신질환을 앓는 노인 169명을 수용 치료 중인 완주 송광사 녹지원을 찾은 이 원장은 시설 곳곳을 일일이 돌며 노인들을 격려하고 성금을 전달했다. 녹지원은 개인이 운영하다 2년 전 조계종 송광사가 인수해 노인들을 돌보고 있는 노인 요양시설. 이 원장 일행을 따뜻하게 맞은 덕산 스님(상임이사)이 “전북 지역에서 사회복지시설을 선도적으로 운영해온 원불교가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를 전해달라.”고 청하자 이 원장은 덕산 스님의 손을 맞잡고 적극 협조할 것을 약속했다. 익산 글 김성호 문화전문기자 kimus@seoul.co.kr
  • 미래의 물결/자크 아탈리 지음

    “한국은 일본과 중국 사이에 끼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될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위협적인 상황은 오히려 한국에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프랑스의 세계적 석학 자크 아탈리가 우리에게 던지는 희망적 전망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분명한 전제가 있다. 한국의 발전을 이룬 가장 큰 원동력이었던 공동체 의식과 집단적 욕망의 회복을 위해 가족정책, 교육정책, 이민정책을 개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크 아탈리가 전망하는 대한민국의 ‘가까운 미래’는 이처럼 밝다. 하지만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과거 역사의 교훈을 직시해야 한다. 과거는 역사의 구조물인 동시에 미래의 주춧돌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가까운 미래´는 밝다 미테랑 전 프랑스 대통령 특보 시절 ‘미테랑의 휴대용 컴퓨터’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방대한 지적 데이터를 갖춘 자크 아탈리는 신작 ‘미래의 물결’(자크 아탈리 지음, 양영란 옮김, 위즈덤하우스 펴냄)에서 역사를 ‘치밀하게’ 조망하면서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고 있다. 이 책에는 한국 독자들만을 위한 특별한 그의 글이 실려 있다. 한국어판 발간을 앞두고 그가 보내온 글에는 대한민국의 장밋빛 전망이 담겨 있다. 미래예측의 완결판이라고 할 만한 자크 아탈리의 충고를 귀담아 들을 만하다.“지금 바로 이 순간,2050년의 세계가 어떠한 모습으로 결정되며,2100년의 세계가 어떻게 변할지 준비되고 있다.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우리 자녀세대와 손자세대가 좋은 세상에서 살지, 아니면 우리에게 증오를 퍼부으며 지옥 같은 세상에서 허우적거리게 될지 정해진다. 역사는 예측 가능하며 일정한 방향성을 지닌 법칙을 따르고 있다.”(서문 가운데) ●인류사회는 종교·군사·상업권력이 공존 그렇다면 자크 아탈리가 언급한 역사를 관통하는 ‘법칙’은 무엇일까. 700만년 전 두 종류의 영장류가 두 발로 걷기 시작한 이래 인류사회는 언제나 종교권력, 군사권력, 상업권력이 질서있게 공존해왔다. 기원전 13세기까지 계속된 ‘아주 긴 이야기’에는 이같은 세 권력들의 관계를 조망하면서 인류의 생존방식과 체제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인류가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세계는 상업적 체제가 주도권을 갖게 된다. 돈이라는 하나의 언어를 매개로 상업적 체제는 서서히 세력을 키워나간다.‘거점’의 탄생도 이때부터다. 벨기에의 브루게에서 시작된 ‘거점’은 베네치아와 앤트워프, 제노바, 암스테르담, 런던을 거쳐 신대륙의 보스턴, 뉴욕, 로스앤젤레스에 둥지를 튼다. 자크 아탈리는 이 책을 통해 파리, 도쿄 등이 왜 세계경제의 중심지로 부상할 수 없었는지, 또 이들 9개 ‘거점’이 갖춘 필요·충분조건은 무엇인지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 체제는 ‘하이퍼 민주주의´ 귀결 마지막 ‘거점’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의 위상은 미래에 어떻게 될까. 자크 아탈리는 2035년 이후 미국이라는 제국은 종말을 고할 것이라고 단언하고 있다. 또 미국이 하차함으로써 생긴 지배권력의 공백은 ‘일레븐’이라고 하는 11대 강국이 메우게 된다고 한다. 바로 한국, 일본,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러시아, 호주, 캐나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 멕시코 등이다.‘일레븐’ 가운데 특히 한국은 강대국 반열에 든다고 예측했다. 하지만 이같은 다중심적 체제는 오래가지 못한다. 세계는 전지구적 규모로 성장한 시장을 중심으로 통합된다. 이른바 ‘하이퍼 제국’이 등장한다. 그러면서 세계는 또 ‘하이퍼 분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된다. 그후 인류의 선택은 ‘하이퍼 민주주의’로 귀결된다는 게 자크 아탈리의 예언이다.“미래에 관한 모든 예언은 현재를 다루고 있다.” 자크 아탈리가 서문에서 밝혔듯 이 책 역시 ‘오늘’을 이야기하고 있다.388쪽,1만 7000원.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정치권 FTA입장차 극명

    정치권 FTA입장차 극명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에 대한 정치권의 입장은 극명하게 갈렸다.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은 대책 마련에 강조점을 뒀지만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열린우리당 탈당그룹인 민생정치준비모임 등은 무효화 투쟁과 국회 비준 거부 의사까지 밝혔다. 민주당과 민노당, 국민중심당 등은 ‘FTA 국회청문회’를 추진키로 했다. 대선예비주자들의 입장은 크게 한나라당과 범여권으로 나뉘었다. 한나라당 ‘빅2’는 한목소리로 반겼다. 박근혜 전 대표는 2일 협상 타결 직후 “국익 차원에서 대통령의 결단을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도 “개성공단 원산지 표시 문제, 섬유문제 등에서 미흡한 점이 없지 않지만 국가 미래를 생각한다면 개방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을 탈당한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협상 타결을 계기로 선진국으로 진입하고 동북아에서 중심적 역할을 하게 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미 FTA 협상의 문제점을 지적해온 범여권 대선예비주자들은 비판적이었다. 열린우리당 김근태 전 의장은 “이는 엄청난 대국민 사기극으로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 “오는 6월 양국 정부간 협정체결을 저지하기 위해 모든 정당 및 사회단체간 연석회의를 구체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민생정치모임의 천정배 의원은 “참여정부가 ‘4·2 조공협상’으로 경제주권을 넘겨주고 민생을 포기했다.”면서 “범국민적 항쟁을 통해 협상을 무효화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협상의 미흡함을 지적하면서도 “아쉽지만 개성공단 제품의 원산지 인정을 위한 토대가 마련됐다는 점은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혀 미묘한 차이를 보였다. 정당·정파별로는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등이 긍정 평가를 내렸다. 한나라당 유기준 대변인은 “(양국이)국제화시대의 동반자로서 상호 협력·공존하기 위한 협상이 됐을 것으로 믿는다.”면서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 피해 분야에 대한 대비책이 제대로 마련되었는지에 대해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열린우리당 최재성 대변인은 “협상단이 고생했지만 무조건 (국회 비준)통과는 없다.”고 강조하면서도 “국익에 도움되는 협상이었다고 생각하면 비준 동의에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이상열 대변인은 “협상 내용을 따져보고 국익과 민생에 도움이 안 된다면 비준 거부 운동까지도 불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노동당 김형탁 대변인은 “지도부와 소속 의원이 몸을 던져 한·미 FTA 체결을 국민과 함께 막아내겠다.”고 말했다. 황장석기자 surono@seoul.co.kr
  • 호텔리어서 게임마스터로…액토즈소프트 장윤석 운영팀장

    호텔리어서 게임마스터로…액토즈소프트 장윤석 운영팀장

    “게임의 역동성과 상상력에 이끌렸습니다. 돌발적이면서도 아기자기한 캐릭터도 재미있고요.” 온라인 게임업체 액토즈소프트의 장윤석(사진 왼쪽·31) 운영팀장은 호텔리어에서 변신한 ‘게임 마스터(Game Master)’이다. 이 회사의 역할수행게임(RPG)인 ‘라테일’에 그는 없어서는 안될 오프라인 캐릭터가 됐다. 장 팀장은 세계적인 특1급 호텔인 JW메리어트에서 사회 첫발을 내디뎠다. 호텔경영학을 전공한 그는 호텔에 들어가 총지배인의 꿈을 키워 나갔다. 하지만 그는 언제나 ‘신비하고 재미있는’ 세계를 찾았다. 창조적인 것을 꿈꾸던 그는 마침내 호텔업을 접고 2003년 7월 액토즈소프트로 자리를 옮겼다. 라테일의 가상공간으로 이동한 것이다. 고객을 위한 서비스를 최고의 가치로 삼는 점이 호텔리어와 게임 마스터의 공통 사항이었다. 장 팀장이 맡은 게임 마스터는 라테일 이용자들의 불만과 궁금증을 해소하고, 이용자 간의 사소한 다툼도 풀어준다. 또 게임을 즐기는 동안 볼거리, 들을 거리, 말할 거리까지 일일이 챙겨준다. “게임이 아무리 재미있어도 고객 서비스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짜증나기가 십상입니다. 그러면 고객들이 찾지 않게 되고, 인기가 떨어져 거미줄을 치게 되지요.” 장 팀장은 게이머들의 만족을 끌어냈을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 그는 “포털사이트를 검색했을 때 다른 회사에 비해 ‘라테일 서비스가 훨씬 낫다.’거나 ‘이런 서비스 처음 봤다.’는 이야기가 올라오면 무척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게시판에 답변 양식도 달리 올린다. 친구모드, 엄마모드,‘싸가지’모드 등 원하는 말투로 답을 올린다. 그의 이런 말투는 돌출성으로 화제를 몰고 다닌다. 장 팀장은 라테일의 방송 ‘라디오 수다’를 진행하는 DJ이다. 이는 게이머들이 라테일을 하면서 듣는 라디오 방송 프로그램이다. 라디오 수다의 DJ파트너 윤지영씨가 바로 그의 부인. 방송에서 서로 입을 맞추다 눈이 맞아 지난해 12월 백년가약을 맺었다. 당시 사내의 부부 DJ로서 라테일 게이머들에게 화제가 됐다. 라테일은 지난해 7월 출시 이후 9개월 만에 100만 가입자를 확보했다. 액토즈소프트가 내놓은 최고 인기의 역할수행게임이다. 현대문명을 배경으로 검(劍)과 마법이 공존하는 퓨전 판타지 형식이다. 액토즈소프트는 가입자 100만명 돌파를 기념해 다음달 4일까지 라테일 이용량이 가장 많은 초·중·고등학교의 학급을 선정한다. 선정된 반(班) 학생 모두에게 MP3플레이어와 디지털카메라 등을 선물한다.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유럽연합 창립 50돌] 현실에서 이상으로

    [유럽연합 창립 50돌] 현실에서 이상으로

    |브뤼셀 이종수특파원|축제는 끝나고 현실로 돌아왔다. 단일시장의 청사진을 마련한 로마조약 50주년을 막 통과한 유럽연합(EU)의 미래에 관심이 쏠린다.50년의 성과를 바탕으로 정치공동체라는 ‘이상향’에 이를 수 있을 것인가. 최근 쏟아진 전망은 부정적 견해와 장밋빛 청사진이 공존한다. 논란의 중심축은 제도개혁(EU헌법 부활)과 ‘확대 피로감’(동구 가입), 반 이슬람 정서(터키 가입) 등이다. 1985년부터 10년 동안 EU집행위원장을 지낸 자크 들로르는 최근 “제도를 개혁해 능률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이루지 않으면 20년 뒤 EU는 해체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프랑스 영자신문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과 프랑스24 방송의 공동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 대부분이 “EU가 50년 뒤인 2057년에도 더 강하게 존재할 것”이라고 답했다. ●터키 가입등 이슬람문화 거부감 ‘난제´ 들로르는 “실용적 관점에서만 보더라도 현재의 의사결정 과정은 지구촌 현실과 견줘 볼 때 부적절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27개 회원국의 의사결정 과정을 합리화하기 위한 EU헌법이 부활되지 않으면 유럽의 미래는 어둡다.”고 쓴소리를 내뱉었다. 또 EU가 확대되고 세계화가 진전하면서 회원국 국민들의 피로감이 생겼다고 진단했다. 그 연장선에서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이 거의 없어지거나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EU 대통령 선출, 외무장관 임명 등을 골자로 한 EU헌법은 2005년 프랑스·네덜란드의 국민투표에서 부결된 뒤 ‘뜨거운 감자’로 남아 있다. 독일·스페인·포르투갈 등 이미 EU헌법을 비준한 18개국과 영국·폴란드·체코 등 비준하지 않은 5개국 사이의 갈등이 첨예하다. 노동·자본시장의 급속한 변화에 따른 서유럽과 동구권의 갈등, 터키 가입을 둘러싼 이슬람 문화에 대한 거부감도 난제로 남아 있다. ●“2057년 EU 더 강한 형태로 존재” EU가 순항할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IHT와 프랑스24가 영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 등 서부유럽 5개국 5373명과 미국 1394명을 상대로 공동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EU가 더 확대될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서부유럽 응답자 대부분인 5300여명이 “2057년에도 EU는 더 강한 형태로 존재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특히 응답자 가운데 이탈리아 50%, 스페인 49%, 프랑스·독일 34%, 영국 33%가 “EU국경이 터키는 물론, 러시아를 포함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대부분 미국과의 연대는 좋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통합 지속에 따른 삶의 질 전망은 나라별로 나뉜다. 통합으로 상황이 나아진 스페인·이탈리아 응답자의 47%,44%는 50년뒤에도 생활이 나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독일(22%)·영국(26%)·프랑스(27%)는 생활이 나아질 것이라는 응답 비율이 낮았다. ●“지향점에 따라 달라” 정우성 주 벨기에 겸 EU대표부 대사는 26일(현지시간) “지난 50년은 성공한 것 아니냐.”고 반문한 뒤 “향후 50년에 대해서는 긍정·부정적 견해가 존재하는데, 이는 EU의 지향점에 따라 평가가 달라져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사는 “최근 여러 심포지엄에 다녀봤는데 EU의 궁극점을 국가연합단계로 보는 관점에서는 비관론이 많고, 지금과 비슷한 형태로 유지되기를 보는 이들 중에는 낙관론이 많은 것같다.”고 덧붙였다. vielee@seoul.co.kr ■ 미시롤리 유럽정책센터 분석가 “약해진 동질성 협상으로 단절 메워야” |브뤼셀 이종수특파원|“유럽연합(EU)의 미래라? 음…좀 막연한 질문인데….”(미시롤리) “추상적 질문이다. 하지만 한국인으로서 헷갈려서 그렇다. 긍정·부정적인 전망이 공존해서….”(기자) 지난 26일 벨기에 브뤼셀 EU싱크탱크인 유럽정책센터(EPC)의 수석정책분석가 안토니오 미시롤리(53)를 다시 만났다. 그는 5개월 전보다 약간 어둡게 EU의 미래를 내다봤다.“난제는 많지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에서 “감성적으론 비관론자이지만 이성적으론 낙관론자”라고 뉘앙스를 남겼다. 통합이 예상보다 쉽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 셈이다. ▶EU에 대한 비관론이 가득한 자크 들로르의 인터뷰를 봤는지. -물론이다. 그분들이 활동하던 시대에 견줘 EU의 동질성이 약화됐고, 유럽통합을 지향한 강한 리더십도 약해졌기에 그렇게 판단한 것 같다. 많은 대목에서 공감이 간다. ▶공감이 간다는 뜻은. -들로르가 요구한 것은 (정책)결정 과정의 개혁이다. 이게 없으면 EU가 해체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 상징이 EU헌법 제정이다. 그런데 이것이 좌절되지 않았는가. ▶EU의 동질성이 약해졌다고 보는 근거는. -미묘한 문제다. 세대가 바뀌었다. 평화에 익숙한 전후세대는 유럽주의보다는 실용주의에 익숙하다. 당연히 공동체 생각이나 사상이 약화된 것이다.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1980년대까지는 유럽주의가 주류였다. 프랑수아 미테랑, 헬뮤트 콜 등 그에 걸맞은 리더십도 존재했다. 그러나 27개 나라로 확대되는 과정에 여러 ‘조각’이 생겼다. 내부적으로 분할된 것이다. 북유럽 회원국은 시장경제를 원하고 독일·프랑스 등은 유럽의 가치를 중시한다. 이 차이는 단지 경제만이 아니라 사회·문화·역사·언어 등 모든 차이에서 비롯한 것이다. 이것이 의사결정 과정을 어렵게 한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EU헌법 부활을 촉구하고 있는데? -쉽지 않을 것이다. 반대 국가의 국내 상황이 복잡하다. 프랑스 대선, 영국의 국민 투표 반대, 폴란드의 가중투표제 반대 등 장애물이 많다. 공산당이 집권한 체코도 비슷한 상황이다. ▶이전에는 합의와 타협 정신을 살리면 극복이 가능하다고 말했는데? -그 판단은 아직 유효하다. 그러나 최근 회원국 지도자들은 서로의 이견을 감추려 하고 토론하기를 싫어한다. 그래서 ‘단절’이 메워지지 않고 있다. ▶터키 문제는 어떻게 전망하는가. -EU의 대응 방식이 이중적이다. 공식적으로는 협상을 지속한다고 했지만 한편으로는 일부 공식회의에 터키를 초청하지 않기도 한다. 이런 모순된 형태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EU나 터키의 정치 지형도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본다. vielee@seoul.co.kr
  • ‘한국농업… 제3의 길’ 발간

    농업분야 민간연구소인 GS&J(이사장 이정환)는 세계화 시대에 시장개방과 농업의 공존 방안을 모색한 ‘한국농업이 가야 할 제3의 길’을 발간했다. 이 이사장은 서문에서 “한·미FTA가 체결되면 농업은 붕괴하는가?”라고 반문하면서 “세계화와 한국농업이 같이 갈 수 있는 길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어린이책꽂이]

    ●광개토태왕릉비(김용만 등 지음, 열린박물관 펴냄) 서기 414년, 고구려의 광개토태왕이 죽고 2년후 국내성에는 거대한 무덤 옆에 6m가 넘는 비석이 세워진다. 아들이자 태왕의 자리를 이어받은 장수태왕이 2년에 걸쳐 만든 광개토태왕릉비다.1775자가 새겨진 비문에는 고구려의 역사와 태왕의 업적, 무덤을 지키는 수묘인에 대한 법령 등이 기록돼 있다. 추모왕(주몽)이 나라를 건국한 이래 700여년 동안 동북아시아 최강의 국가로 대륙을 호령한 광개토태왕의 진면목을 보여준다.9500원. ●이가 빠지면 지붕 위로 던져요(셀비 빌러 지음, 공경희 옮김, 비비아이들 펴냄) 미국 어린이들은 빠진 이를 베개 밑에 넣어 두고 잔다. 잠든 사이 이빨 요정이 방에 들어와 이를 가져가고 그 자리에 용돈을 놓아 둔다고 믿는다. 아르헨티나에서는 이를 물 컵에 담가 둔다. 그러면 밤 사이 ‘엘 라톤시토’라는 작은 쥐가 와서 물을 마시고 이를 가져가고 빈 컵에는 사탕이나 동전을 넣어두고 간다는 것. 일본에서는 윗니가 빠지면 땅바닥에 던지고, 아랫니가 빠지면 지붕으로 던진다. 그래야 새 이가 빠진 이를 향해 똑바로 난다고 믿는다. 세계 60여곳의 풍습을 소개.8500원. ●유유히 흐르는 강(린 체리 지음, 우순교 옮김, 킨더랜드 펴냄) 미국 매사추세츠와 뉴햄프셔 지역은 뉴잉글랜드라고 불리는 곳이다. 새로운 영국이라는 뜻이다. 모든 자연조건이 영국과 비슷해 그렇게 불렸다. 영국과 달리 이 지역은 수천년 동안 인디언과 자연이 조화 속에 공존해온 평화로운 곳이었다. 하지만 300여년 전 이곳에 유럽의 개척자들이 들어오면서 뉴잉글랜드의 내슈아 강은 오염되고 만다.1960년대부터 이곳 사람들은 강을 살리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벌인다.1979년 마침내 새끼 창꼬치, 퍼치고기 등이 내슈아 강으로 돌아온다. 내슈아 강의 역사를 소개.8000원.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밀어라(하늘매발톱 지음, 주니어랜덤 펴냄) 신라의 충신 박제상에 얽힌 전설 ‘망부석이 된 아내’에서는 아직 세력이 크지 않았던 통일 이전 신라의 역사를, 살수대첩에 얽힌 전설 ‘을지문덕을 도운 스님들’에서는 지혜로 외세를 물리친 고구려의 역사를 읽을 수 있다. 고조선부터 조선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전설 27개를 모았다. 책 제목은 김수로왕이 하늘에서 내려올 때 아홉명의 족장들이 불렀다는 노래 ‘구지가’의 한 대목.8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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