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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달리는 말, 폭력적인 말/문흥술 서울여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

    [열린세상] 달리는 말, 폭력적인 말/문흥술 서울여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

    ‘청마(靑馬)’의 해를 맞이하여 사회 곳곳에서 ‘한마지로’(汗馬之勞), ‘주마가편’(走馬加鞭), ‘마부정제’(馬不停蹄) 등의 사자성어를 인용하면서 목표를 향해 쉼 없이 달리는 말처럼 올 한 해 이루고자 하는 바를 반드시 달성하자는 각오로 가득하다. 그런 힘찬 새해 다짐을 들으면서 나는 경주마를 떠올린다. 주의가 산만해지지 않도록 눈가리개를 하고 결승선을 향해 앞만 보고 전력 질주하는 말. 친구에게 꼭 연락할 일이 있는데 전화기를 들었다 놨다 하다가 그만두었다. 대입 정시 모집 원서를 내고 결과를 기다리는 입시생 자녀를 둔 친구가 어떤 마음일지를 나는 이미 경험해 본 터라 전화하기가 무척 망설여졌다. 문득, 아이가 어느 대학에 합격했냐고 물으면 무기징역에 처한다는 농담이 떠올랐다. 이청준 소설 ‘빈방’에는 식인종 농담 시리즈가 나온다. 식인종 둘이 산에 올랐는데 산 아래에 사람을 가득 채운 기차가 지나간다. 한 식인종이 저게 뭐냐고 묻자 다른 식인종이 ‘김밥’이라 답했다. 또 다른 시리즈에는, 식인종이 목욕탕에 들어갔다 나오면서 “목욕탕인 줄 알고 들어갔더니 식당이잖아”라고 투덜거리는 내용이 나온다. 작가가 소설에서 농담 시리즈를 제시한 것은 농담이 그 시대의 풍속도를 압축하고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작가는 ‘언어사회학’ 연작 소설에서 우리 시대의 말(言)은 존재의 집을 잃고 떠돈다고 비판한다. ‘존재의 집’은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이 갈등과 대립 없이 함께 공존하는 세계이다. 그런 세계의 말에는 상대를 이해하고 용서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그런데 이기심으로 가득하고 위선과 거짓과 폭력이 난무한 사회로 인해 말이 타락하게 되면서 유령처럼 정처 없이 떠돌고 있다는 것이다. 작가는 식인종 농담 시리즈를 통해 식인종 같은 이들이 난무하는 사회와 그 시대의 타락한 말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한 것이다. 아이가 어느 대학 입학했냐고 물으면 무기징역이고, 아이가 어느 회사에 취직했냐고 물으면 사형이라는 농담을 그냥 웃고 넘길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 농담에는 내 일에 관심을 갖지 말라는 폐쇄적인 이기주의, 좋은 대학과 좋은 직장에 가야만 한다는 극단적인 출세지향주의가 내포되어 있다. ‘나’와 내 자식은 출세를 위해 눈 가리고 앞만 보고 가니 ‘너’도 눈 가리고 네 갈 길이나 가라는 것, 만약 좋은 대학에 입학하지 못하거나 좋은 직장에 취직하지 못하면 실패한 경주마일 뿐이라는 것. 무서운 농담이 아닐 수 없다. 연초 문단 행사에서 두 문인이 대판 싸우는 것을 봤다. 한 문인은 여당 욕을 하고 다른 문인은 야당 욕을 하는데, 가만 들어보니 상대방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었다. 나는 그들에게서 눈가리개를 한 또 다른 경주마의 모습을 보았다. 두 문인은 이렇게 대화해야 하는 것 아닌가. “친구, 나는 이렇게 생각해서 어떤 당이 나쁘다고 생각하는데 네 견해는 어떤가.” “그렇군, 네 말도 일리가 있네. 그런데 나는 이런 점에서 네 의견과 다른데 그건 어떻게 생각하나.” 폭력적이고 공격적이고 자기중심적인 말이 다시 상호 공존하는 말로 거듭날 수는 없는 것일까. 김춘수는 ‘꽃’에서 “우리들은 모두/무엇이 되고 싶다/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라고 했다. 우리는 정녕 ‘잊히지 않는 하나의 눈짓’을 잃고 살아야 하는가. 주변의 소중한 것들에 상처를 입히는지도 모르는 채 앞만 보고 미친 듯이 질주해야만 하는가. 그렇게 해서 쟁취한 목표가 어떤 가치를 지닐 것인지는 명약관화한 일 아니겠는가. 이청준 소설 ‘서편제’에는 소리를 잘하도록 딸의 눈을 멀게 하는 소리꾼 아버지가 등장한다. 그런데 딸은 비정한 아버지를 용서하고 자신의 한스러운 삶을 화해의 소리로 승화시킨다. 그런 눈먼 여자 소리꾼의 마음이야말로 ‘잊히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아니겠는가. 새해에는 말처럼 열심히 달리되 주위의 소중한 것들을 보살피면서 함께 달린다면, 올 연말에는 서로에게 ‘잊히지 않는 하나의 눈짓’으로 조금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 [커버스토리] 응답하라 청년공간 신촌

    [커버스토리] 응답하라 청년공간 신촌

    “록카페와 오래된 찻집, 소극장 등 옛것과 새것이 공존하는 훌륭한 청년 공간이었죠.”(정민경·여·38) “낡고 지루한 유흥가. 딱 그 정도 동네예요.”(박하린·여·22) 연세대학교의 13년 터울 선후배인 ‘98학번’ 정씨와 ‘11학번’ 박씨가 각각 기억하는 신촌은 이처럼 서로 다른 공간이다. 정씨에게 신촌은 뜨거운 해방구였다. 정씨는 1980~1990년대 신촌 전성기의 끝자락을 누린 세대다. 당시 대학생들은 PCS 휴대전화, PC 통신 등으로 낯선 사람과 교감하는 등 디지털 기술로 무장해 갔지만, 신촌에서는 여전히 아날로그 감성의 청년문화가 소비됐다. 청년들은 록카페에서 몸을 흔들며 밤새우기도 했지만, ‘훼드라’나 ‘섬’ 같은 오래된 주점에서 그들의 선배가 그랬듯, 주먹으로 테이블을 쾅쾅 두드리며 치열한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반면 후배 박씨에게 신촌은 젊음의 욕망을 채워 주기에 뭔가 2% 부족한 공간이다. 대학들 사이를 비집고 노른자 땅에 자리했지만 정작 자기 색깔은 없는 꾀죄죄한 유흥가였다. 특히 연세대가 2011년 송도캠퍼스의 문을 연 뒤 많은 학생이 인천으로 가면서 신촌에서 선후배들과 추억을 쌓는 일은 예전만 못해졌다. 이제 박씨와 친구들에게 가장 재미있는 놀이터는 ‘뭔가 있어 보이는’ 홍익대 앞이다. 정씨는 최근 종영한 드라마 ‘응답하라 1994’ 속 신촌의 화려함을 짧게나마 경험했고, 박씨는 생기 잃은 신촌만 보았다. 두 사람이 입학한 10여년 동안 신촌은 쫓기듯 늙어 갔다. 록카페로 상징되는 신(新) 유흥문화가 신촌을 강타하고 주거지까지 상업지로 탈바꿈하면서 땅값은 몇 배씩 뛰었다. 또 신촌 곳곳을 상업자본이 채우기 시작했다. 1999년 264.5㎡(80평) 규모의 스타벅스 한국 1호점이 이화여대 앞에 문을 열었다. 노래방, 비디오방 등이 급격히 늘었고 대형 술집이 속속 들어섰다. 상업화의 물결은 생각보다 거셌고, 전통의 명소들은 예상외로 견고하지 못했다. 간신히 버티던 서점 ‘오늘의 책’이 2000년 문을 닫았고, 학생들의 추억이 서린 주점 ‘섬’도 2004년 폐업했다. 고(故) 김광석의 그룹 ‘동물원’이 결성됐던 주점 ‘무진기행’(2007년 폐업)과 ‘독수리다방’(2005년 폐업 뒤 2013년 재개업), ‘훼드라’(2010년 폐업) 등도 줄줄이 문을 닫았다. 홍석기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헤미안(규범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분방한 성향)의 예술인들이 특정 지역에 모여 청년 문화촌을 만들어 성장하면 대형자본이 들어와 상업화·고급화되고 땅값이 올라 최초 개척자들은 몰락하는 것이 전형적 패턴”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신촌은 부활을 준비하고 있다. 서울시는 오는 6일 신촌로터리에서 연세대 정문으로 이어지는 연세로를 왕복 4차로에서 2차로로 줄여 대중교통 전용지구로 개통하고 넓어진 보도 등에 공연문화 공간을 조성한다. 지역 청년 문화활동가 등 40여명은 신촌을 새 문화촌으로 만들자는 취지로 ‘신촌재생포럼’ 발족을 준비하고 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가족이란 국수 반죽 같아… 주무르다 보면 응어리가 풀려

    가족이란 국수 반죽 같아… 주무르다 보면 응어리가 풀려

    ‘반죽에 찰기가 붙어서인지, 한덩이의 밀가루 반죽이 아니라 응어리를 주무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단단하고 차지게 맺힌 응어리와 한바탕 씨름이라도 하는 듯해요. 그런데요… 글쎄 이놈의 응어리와 달리 말이에요, 제 안에서는 뭔가가 풀리는 것만 같아요. 반죽의 시간이 당신에게는 혹 가슴속 응어리를 달래고 푸는 시간이 아니었을까요.’(61쪽) 손님처럼 마루 한쪽에 옹송그리고 앉아 국수 반죽을 꾹꾹 누르던 새어머니. 어느덧 마흔셋. ‘나’의 집에 처음 살러 온 새어머니의 나이가 된 ‘나’는 반죽을 치대며 못마땅하기만 하던 그녀의 삶을 헤아려간다. 아이를 못 낳는다는 손가락질에 호적에도 못 오르고 유령처럼 살아온 어머니. ‘나’는 고명은 물론 양념조차 없던 맹탕 국수를 내어 주던 어머니가 자식이라는 ‘세상과의 끈’ 대신 국숫발로 인연이라는 끈을 만들어냈던 게 아닐까 생각한다. 김숨(40)의 새 소설집 ‘국수’(창비·9편)는 국숫발처럼 때로는 질기거나 차지고 때로는 허망하게 불어 터지고 뚝뚝 끊어지는 가족이라는 인연에 몰두한다. 표제작 ‘국수’에서는 새어머니와 딸의 미묘한 애증 관계를 밀가루가 반죽, 숙성, 침잠, 내적 고요, 성찰의 시간을 거쳐 국수가 되는 과정과 함께 촘촘하게 엮어 나간다. ‘구덩이’에서는 구제역 돼지를 산 채로 묻을 구덩이를 파는 ‘그’와 아들 사이의 극심한 증오와 불화를, ‘아무도 돌아오지 않는 밤’에서는 며느리와 시아버지의 불편하고 기묘한 동거를 그려낸다. 밀도 높은 문장과 구성에 환상주의적인 요소가 섞여 들며 만들어내는 불안과 혼돈의 이미지가 강렬하게 시선을 붙든다. 작가가 가족의 여러 관계에 주목한 이유는 가족이 타인, 사회와 관계를 맺는 최초의 자리이기 때문이다. “가족은 한 개인의 인성이 형성되는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에요. 사람은 누구나 부모, 형제 등 가족과 처음으로 관계를 맺는데 그걸 잘못 꿰면 타인들과의 관계도 어긋나거나 뒤틀려 버리죠. 결국 가족 구성원들과의 관계도는 직장이나 종교 등 가족 바깥, 사회에서도 닮은꼴로 전개돼요. 가장의 권위 상실만 해도 가장이 사회에서 쓸모없는 존재로 전락하면 가정에서도 쓸모없는 존재가 되는 것처럼요.” 부부, 모녀, 부자 등 그의 소설 속 가족들을 들여다보면 일견 누군가는 가해자인 것 같고, 누군가는 피해자인 것 같다. 하지만 존귀함과 비천함이 공존하는 인간처럼 작가는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그 모호한 경계가 바뀌는 순간들을 소설 속에 담았다고 말했다. “행운인 것 같았던 일이 불행이라는 걸 어느 순간 깨닫기도 하듯, 실상은 피해자가 가해자일 수도, 가해자가 피해자일 수도 있어요. 가족 내에서 가족들을 모두 괴롭게 하는 구성원이 가해자로 보이지만, 이면을 들춰 보면 가장 아프고 극심한 상처를 받고 자란 존재일 수 있죠. 그렇게 피해자와 가해자가 바뀌는 순간들이 제 소설 속에 들어 있어요.” 김숨의 단편들에는 음식의 이미지가 명징하다. ‘막차’의 시어머니는 암덩어리에 잠식된 며느리가 오늘 밤을 못 넘길 거라는 소식을 전해듣고 쌉싸래하고 질긴 무청을 씹어 삼킨다. ‘아무도 돌아오지 않는 밤’에서는 토악질이 나올 듯한 누런 기름을 토해내며 한 무더기의 오리 뼈가 오래도록 고아진다. 작가는 “음식은 한 사람의 계급은 물론 심리 상태를 보여주는 매개체”라며 “어느 집을 처음 찾았을 때 강렬하게 다가오는 음식의 냄새가 그 집에 대한 선입견을 심어 주듯 우리 삶에 음식이 차지하는 비중과 내게 주는 상상력은 크다”고 말했다. 그의 다음 관심사는 ‘얼굴’이다. 요즘 얼굴에 관한 장편소설을 집필하고 있다는 작가는 “얼굴이라는 신체 부위는 변화가 가장 많은 곳이고 형이상학적이자 형이하학적인 곳”이라며 “돌에 새겨진 마애불의 얼굴을 본 순간 표정이라는 오묘한 것이 머무는 얼굴에 대해 쓰고 싶었다”고 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EBS ‘스페이스 공감’ 공감 안 가는 축소

    EBS ‘스페이스 공감’ 공감 안 가는 축소

    EBS의 대표 음악프로그램 ‘스페이스 공감’의 축소 개편이 결정됐다. EBS가 제작비 절감을 위해 ‘공감’이 매주 5회 해 오던 무료 공연 횟수를 줄이고 제작 PD 인원도 감축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EBS 노조와 음악인들은 “우리나라 대중음악계의 다양성 상실로 이어질 것”이라면서 반발하고 있다. ‘공감’은 ‘그곳에 가면 진짜 음악이 있다’라는 슬로건을 걸고 2004년 4월 시작했다.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서울 강남구 도곡동 본사의 공연장 ‘스페이스’에서 무료 라이브 공연을 열고, 공연 실황을 매주 목요일 밤 12시 10분에 2회 연속 방영해 왔다. 대중적 인지도가 있는 뮤지션들과 인디 뮤지션들이 골고루 무대에 올라 팝과 록, 재즈, 클래식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선보인다. 신인 발굴 프로젝트 ‘헬로루키’를 통해 장기하, 국카스텐, 데이브레이크 등 ‘숨은 진주’를 찾아내기도 했다. 아이돌 일색인 지상파 음악방송들 틈에서 음악의 다양성을 지켜온 ‘보루’ 역할을 해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최근 EBS 사측은 ‘공감’의 제작비 감축을 결정했다. 편성위원회가 2014년 편성개편안을 의결하고 신용섭 사장의 결재를 받는 과정에서 제작비를 감축하는 방향으로 개편안이 수정 결재된 것이다. 이에 따라 ‘공감’의 제작PD는 3명에서 2명으로 감축됐고, 주 5회 열리던 무료 공연을 주 2회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오는 봄 개편이 이뤄지는 2월 말부터 시행된다. 전국언론노조 EBS지부는 지난달 27일 성명서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밝히고 “프로그램에 대한 분석도, 고민도 없이 사장이 독자적이고 즉흥적으로 뜯어고쳤다”고 비판했다. 음악인들과 팬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작곡가 김형석은 트위터를 통해 “K팝의 미래는 다양한 음악의 공존인데, 다양한 음악을 보여주는 무대가 부족한 현실에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룹 스윗소로우 멤버 김영우는 “‘공감’은 축소가 아닌 오히려 더 확장돼야 하는 프로그램”이라고 강조했다. 페이스북에는 ‘공감’의 축소 개편을 반대하는 서명운동 페이지가 개설됐고 시청자들은 ‘공감’ 공식홈페이지의 게시판과 이메일을 통해 항의하고 있다. EBS 관계자는 “전체적인 예산 운용의 효율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제작비가 감축됐다”면서 “‘공감’은 EBS의 한 프로그램으로, 회사 전반적으로 예산 상황이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무료공연은 2회로 줄지만 방송은 지금과 똑같이 2회 연속으로 방영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공감’의 한 제작진은 “지금까지 누적 관객 34만명에게 무료 공연을 열어오면서 다양한 가수와 음악을 소개해 왔다”면서 “예산과 공연 횟수의 감축은 프로그램의 질적 하락으로 이어지고 프로그램의 상징성과 가치마저 흔들게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새해에는 집단이기주의 자제되고 상대 존중 문화 뿌리내려 상생해야”

    박근혜 대통령이 30일 “새해에는 공동체의 가치와 이익을 훼손하는 집단 이기주의 행태가 자제되고 상대를 존중, 배려하는 문화가 뿌리내려 상생과 공존으로 나아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올해 마지막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국가 경제를 볼모로 개인의 이득을 앞세우는 것은 결코 용납돼서는 안 될 일”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변화를 가져오는 데는 그만큼 고뇌와 아픔이 있으나 그것에 굴복하거나 적당히 넘어가게 되면 결국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가게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철도노조 파업과 같은 사태가 재발할 경우 원칙적으로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철도 경영 혁신을 철도 민영화라고 왜곡하며 KTX 요금이 28만원으로 오를 것이라는 터무니없는 이야기를 퍼뜨리고, 원격의료제도 도입과 의료법인 자회사 설립에 대해서도 의료 민영화다, 진료비 폭탄이 될 것이다, 이런 잘못된 주장들로 국민들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리는데 이런 것을 정부가 방치하면 국가적으로 큰 혼란이 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난히 추운 올겨울 저소득층 난방비 보조, 독거노인 돌봄사업 등 소외된 어려운 분들을 위한 사업도 바로 집행될 수 있도록 꼼꼼하게 준비해 달라”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우리 사회에 뿌리박혀 있던 비정상화의 정상화를 위한 크고 작은 변화와 노력들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새해엔 살림살이가 나아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게 됐다”고 평가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여성의 사회 활동 참여와 관련, “지난주에 최초로 여성 검사장과 여성 은행장이 탄생했다”며 “신임 법관의 88%도 여성이라고 하니 사회 곳곳에서 여성의 역할이 점점 커지고 있어 반가운 마음”이라고 반색했다. 이어 “이런 변화는 단순히 개인의 성공 차원을 넘어서 우리 여성들 앞에 놓인 유리천장이 조금씩 무너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긍정적 신호”라고 평가했다. 박 대통령이 언급한 이들은 조희진(51·사법연수원 19기) 서울고검 차장검사와 권선주(57) 기업은행장이다. 조 차장검사는 지난 19일 검찰 고위직 인사에서 검사장급인 서울고검 차장검사로 승진하며 검찰 창설 이래 65년 만에 첫 여성 검사장에 올랐고, 지난 23일 내정돼 이날 취임한 권 행장도 국내 시중은행 가운데 첫 여성 행장으로 기록됐다. 박 대통령은 “여성 경제활동 참여 확대는 자아실현은 물론이고 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핵심과제일 뿐만 아니라 국가경쟁력 강화의 필수요건”이라고 강조했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 [사설] 野 세력싸움에 기대선 미래 없다

    안철수 무소속 의원과 민주당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세 싸움에 들어갔다. 안 의원이 지난 26일 민주당 지지기반인 광주를 찾아 “낡은 체제 청산”을 내세우며 민주당을 공박하자,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분열의 강물에 두 번 다시 발을 담가선 안 된다”고 반박했다. 박기춘 민주당 사무총장도 “지역감정을 부추기고 여당을 도와주고 있다”며 거들었다. 호남 민심을 놓고 본격적인 쟁투에 들어간 모양새다. 하지만 안 의원이든 민주당이든 광주, 나아가 국민의 민심에 다가갈 수 있는 명분과 가치, 구체적인 정치 모델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한계가 뚜렷하다. 야권 인사의 표현을 빌리자면 ‘낡은 체제에 대한 적대적 공존관계’를 극복하려는 실천적 접근법이 보이지 않는다. 물론 정치는 현실이다. 정치세력은 선거를 통해 세를 불리고 정치공간을 넓혀간다. 그런 점에서 내년 지방선거와 차기 총선을 겨냥한 안 의원의 영역 확장과 민주당의 수성 노력을 탓할 수만은 없는 일이다. 게다가 여권이 잇따른 정치사회 이슈에서 집권세력다운 리더십이나 관리 능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민주당이나 안 의원에게 정치적 호기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민주당으로서는 ‘반대를 위한 반대’를 일삼는 정당이라는 비판을 넘어설 수 없는 현실을 뼈아프게 인식해야 한다. 최근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 조사를 보면 민주당의 지지율이 안철수 신당을 조사 대상에 포함할 때 13%대에 그친다고 하니 전국 정당의 기치를 내걸기도 면구스러운 지경이다. 안 의원도 단순히 민주당의 대체재 정도에 자족한다면 지난 대선에서 새 정치의 아이콘을 자처한 정치인으로서 미래를 담보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정치는 명분과 가치를 세우고 지켜나갈 때 힘을 얻는다. 그래야 국민에게 감동을 주고 정치사회적 난제를 극복할 대안을 설득력 있게 제시할 수 있다. 정파 간 땅따먹기 식의 볼썽사나운 모습으로는 눈앞의 선거에서 한줌의 승리를 거둘 수 있을지 몰라도 지속적인 새 정치의 확장은 바랄 수 없고 가능하지도 않다. 낡은 체제 청산을 외치기 전에 어떤 가치와 모델로 야권의 정치력을 복원할지 그 대답을 내놓는 게 우선이다.
  • [2013년 문학계 결산] ‘이야기의 힘’ 강했지만 ‘부익부 빈익빈’ 심화

    [2013년 문학계 결산] ‘이야기의 힘’ 강했지만 ‘부익부 빈익빈’ 심화

    2013년 문단의 키워드는 단연 ‘이야기의 힘’이라 할 정도로 소설이 득세했다. 소설 강세 기류는 대작들이 쏟아져 나온 올여름부터 본격화됐다. 7월 초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40만부)가 독주한 가운데 정유정의 ‘28’(18만부)이 치고 올라왔다. 하지만 뒤이어 등장한 조정래의 ‘정글만리’(전3권)가 돌풍을 일으켰다. 30~50대 남성 독자들까지 끌어당기며 100만부를 팔아치웠다. 국내 문학에서 밀리언셀러가 나온 것은 2008년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 이후 5년 만이다. 신경숙, 김영하, 정이현 등 국내 중견작가들뿐 아니라 댄 브라운, 베르나르 베르베르 등 해외 인기 작가들의 신작도 ‘소설 특수’에 불을 댕겼다. 하지만 이는 ‘부익부 빈익빈’으로 대형 작가, 자본력을 내세운 일부 소설에 국한된 외적인 풍요에 그쳤다는 우려가 공존한다. 신인작가의 등장에 대한 장벽은 더욱 공고해지고 시 등 다른 문학장르에 대한 관심은 떨어지는 등 쏠림이 심해 문단 내부로 선순환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학과 정치는 긴장 관계를 거듭했다. 지난 5월 한국시인협회는 근현대사 인물 112명에 대한 시를 엮은 시집 ‘사람’을 출간했다가 홍역을 치렀다. 박정희, 이승만 등 역사적 평가가 엇갈리는 인물들을 찬양했다는 논란에 휩싸이면서 책을 전량 회수하는 소동을 겪었다. 지난해 대선 기간 박근혜 당시 후보에게 안중근 의사의 유묵 소재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가 허위사실 공표 및 후보자 비방 혐의로 기소된 안도현 시인은 지난 7월 절필을 선언했다. 이에 문인 217명이 검찰의 무리한 기소를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월간 문예지 현대문학은 지난 9월 박근혜 대통령의 수필을 예찬하는 비평과 함께 실어 논란을 빚은 데 이어 유신, 1987년 민주화 항쟁을 언급한 이제하, 정찬, 서정인 작가의 소설 연재를 일방적으로 중단시켜 파문을 일으켰다. 문인들의 기고 거부, 여론의 비판 등이 이어지자 현대문학은 작가들에게 사과하고 양숙진 주간과 편집위원 전원이 사퇴하는 것으로 진화에 나섰다. 젊은 작가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신속한 연대를 통해 제 목소리를 내는 등 세상과 소통했다. 현대문학 파문 직후 페이스북에 보이콧 페이지가 만들어지고 문인 74명이 성명을 낸 것이 대표적인 예다. 문학평론가의 책이 일반 독자들에게까지 인기를 끄는 ‘사건’도 있었다. 황현산(고려대 명예교수) 문학평론가의 첫 산문집 ‘밤이 선생이다’가 문인들 사이에서 트위터, 페이스북 등을 통해 입소문이 나면서 9쇄(1만 5000부)를 찍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1990년대 전위의 아이콘 백민석 작가의 귀환도 화제였다. 분노·폭력의 에너지가 들끓는 작품들로 주목받았으나 절필을 선언하고 문단을 떠난 그가 10년 만에 소설집 ‘혀끝의 남자’로 돌아오면서 파괴력 있는 작가를 기다리는 문단의 기대감을 높였다. 출판사들의 잇단 팟캐스트 출범은 문인, 평론가들을 마이크 앞에 불러 앉혔고 문학 비평을 새로운 매체로 옮겨가게 했다. 지난 7월 출범한 문학동네의 ‘문학동네 채널1-문학 이야기’를 비롯해 올해 창비, 푸른책, 북스피어 등이 출판계 팟캐스트 열풍에 합류했다. 올해 문단은 큰 상실도 겪었다. ‘영원한 문청’ 최인호 작가가 지난 9월 침샘암으로 영면했다. 지난 5월에는 황석영, 김연수 등 국내 문학계를 대표하는 작가들의 책이 사재기 파문에 휘말렸다. 이를 두고 한 문인은 “작가들에겐 열패감을 안기고 책이 팔리지 않는 시대임을 방증한 사건이었다”고 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오피스텔 비켜! 수익률 앞서는 ‘착한가격 상가’ 뜬다

    오피스텔 비켜! 수익률 앞서는 ‘착한가격 상가’ 뜬다

    수익형부동산, 분양가에 따라 수익률 천차만별 인근 분양가격 보다 저렴한 상가 등 높은 수익률로 ‘눈길’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어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고 있다. 이 가운데 대표적인 수익형 부동산 상품인 상가 투자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도 증가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투자용으로 구입하는 경우가 많은 상가는 분양가가 수익률과 향후 공실률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구입 전 꼼꼼히 따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실제로 상가의 경우 분양가에 따라 임대수익률이 큰 차이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한 예로 공급면적이 330㎡로 같은 면적의 상가를 구입한다고 가정했을 때 분양가에 따라 수익률은 크게 차이가 난다. 3.3㎡당 1000만원의 분양가의 상가를 구입할 때 드는 비용은 10억원 정도다. 이를 보증금 1억원에 월 임대료 450만원만 받아도 연 6% 이상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반면 3.3㎡당 1500만원에 구입한다고 보면 보증금 2억원에 월 임대료를 650만원은 받아야 6%의 수익률을 겨우 맞출 수 있다. 또한 분양가는 단순한 수익률뿐만 아니라 향후 임점 업체 유치면에서도 영향을 미친다. 상가주 입장에서는 최대한의 수익률을 보전해야하고 입주할 업주로서는 입지가 비슷하다면 굳이 비싼 임대료를 지불할 리가 없기 때문에 보다 저렴한 곳으로 몰리는 경향이 있어서다. 분양가가 저렴한 상가는 입점 업체의 유치와 상가 활성화 측면에서 경쟁력이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분양가는 수익률과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서는 우선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며 “주위의 상가 시세 등을 꼼꼼히 따져 분양을 받아야 향후 투자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현대건설이 문정지구 6블록에서 분양 중인 현대지식산업센터의 상업시설 ‘H-Street’는 이러한 면에서 경쟁력이 있고 높은 수익률이 기대되는 알짜 투자처다. 이 상가의 분양가는 1층 기준, 3.3㎡당 약 2100만~3300만원대로 공급돼 주변의 시세보다 저렴한 편이다. 인근의 신축된 오피스텔 1층 상가의 평균분양가격이 3.3㎡당 약 3500만~3900만원 내외임을 고려하면 매우 저렴한 수준이다. 상가정보전문업체인 상가뉴스레이다에 11월 등록된 인근의 H오피스텔 47.21㎡(전용면적 31.7㎡) 면적의 1층 상가가 현재 보증금 5000만원, 월 임대료 230만원선에서 매물이 나오고 있다. 이를 그대로 적용한다고 가정하면 연 6~10% 가량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송파 문정지구 6블록 현대지식산업센터의 상가는 지하층 36개, 지상1층 120개 총 156개 점포로 구성되며 연면적 1만9463㎡ 규모다. 분양가 이외에도 배후수요가 풍부하고 접근성이 좋아 투자가치가 높다는 것이 업계의 평이다. 이 상가는 위례신도시, 강남보금자리, 동남권 유통단지 등 근거리 배후 주거인구만 약 20만여명에 육박하며 지식산업센터 내의 상주인구만 5000여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문정지구에는 IT산업 등 차세대 신성장 동력산업들이 계획적으로 유치될 예정으로 차별화된 배후수요를 자랑한다. 특히 바로 앞으로는 동부지방법원과 등기소, 검찰청 등이 들어선다. 현재 개발도 순항 중에 있어 문정지구는 명실상부한 강남권의 신행정중심으로 거듭날 전망이다. 여기에 관공서와 그에 따른 협력업체 등의 유관기관까지 들어서면 풍부한 배후수요가 추가로 창출돼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주변 개발호재도 풍부하다. 오랜 전통을 가진 가락시장 현대화(예정) 사업은 낙후된 시장이미지를 벗고 녹지와 휴식공간이 공존하는 현대 시장으로 탈바꿈하며, 제2롯데월드(예정) 개발 소식까지 더해진다. 2015년 KTX 수서역 개통으로 수서발 KTX 노선은 현재 수도권 전철과 연계해 수서~동찬~평택 구간 내 철도시설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 지역의 개발이 이뤄지면 향후 부동산 가치 상승으로 인한 시세차익도 기대해볼만하다. 현대건설이 시공하는 건물답게 상품성도 뛰어나다. 문정지구 미래형 업무단지 내 최초의 랜드마크급 브랜드 지식산업센터라는 상징성을 더해 고급스럽게 꾸며진다. 지상 1층은 스트리트형 상가로 캐노피 설계를 도입해 점포 활용도를 높였으며 선큰(Sunken)형 광장 조성을 통해 개방감을 높이고 정주공간을 확보했다. 특히 지하는 문정역까지 컬쳐밸리로 연결해 가로를 따라 자연스럽게 고객들이 집중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H-Street의 분양 홍보관은 송파구 문정동에 있으며 입주는 2016년 상반기 예정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강동구 전국 첫 ‘동물복지 조례’ 시행

    서울 강동구가 ‘동물복지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 조례’를 제정해 시행에 들어갔다고 19일 밝혔다. 전국 처음이다. 동물에 대한 주민들의 인식 전환을 통해 동물의 생명보호 및 복지증진을 도모하고 나아가 생명존중의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서다. 주요 내용은 동물보호에 대한 구청장의 책무와 구민의 의무, 동물보호센터의 설치·운영, 동물복지축산물의 소비 권장, 유기동물 또는 피학대동물의 구조·보호에 관한 사항, 길고양이 중성화사업 실시다. 특히 동물과 인간이 공존하는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해 동물생명존중헌장을 제정·선포할 수 있도록 했고, 동물복지 및 생명존중 교육을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 이해식 구청장은 “이를 바탕으로 사람과 동물이 더불어 살아가는 따뜻한 공동체 조성에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홍혜정 기자 jukebox@seoul.co.kr
  • [사설] KT 황창규 수장 ‘투명 낙하산’ 의심 불식시키길

    거대 통신기업 KT의 새 수장에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이 내정됐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낙하산’ 최고경영자(CEO)의 폐해가 되풀이돼 온 터라 황창규호를 바라보는 안팎의 시선이 엄중하다. 황 후보에게 주어진 가장 큰 과제는 낙하산의 고리를 확실하게 끊는 것이다. 정권 창출에 기여한 다른 경합후보들에게 더 무게가 쏠렸기에 일각에서는 그의 낙점에 낙하산 차단이라는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하지만 황 후보를 둘러싸고도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과 가깝다느니 ‘친박’ 핵심인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뒤에 있다느니 잡음이 들린다. 시샘 섞인 흠집 내기일 수 있다. 그렇다고 억울하다고 흥분할 일은 아니다. 임기 3년 동안 ‘보이지 않는 낙하산’ 운운하는 입방아가 허무맹랑한 루머였음을 보란 듯 입증하면 된다. 만에 하나, 혹시나가 역시나가 되어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오랜 CEO 리스크로 망가진 조직 분위기와 경쟁력을 복원하는 것도 황 후보 앞에 놓인 큰 과제다. 전임 이석채 회장이 외인부대를 대거 끌고 들어오면서 KT 안에는 ‘원래 KT’(기존 직원)와 ‘올레 KT’(영입 인사)라는 웃지 못할 구분법이 생겨날 정도로 조직 분열이 심각한 상태다. 그런 와중에 후발주자인 LG유플러스의 추격을 막아내기도 벅찰 정도로 통신 경쟁력은 약화됐고 뚝뚝 떨어져 나가는 가입자도 속절없이 지켜봐야 했다. 이런 KT에 황 후보가 삼성의 성공 DNA를 주입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큰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무노조 경영에 익숙한 그가 조합원 수 3만여명인 거대 노조와의 관계를 제대로 풀 수 있을지, 오너 체제에 길들여진 그가 굵직한 의사결정을 주도할 수 있을지, 급변하는 국내외 통신환경 변화 속에서 하드웨어(반도체) 전문가인 그가 소프트웨어(통신)에서도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지, 재벌식 성과주의 마인드가 강한 그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등한시하지 않을지 등의 우려가 공존한다는 사실도 유념해야 한다. KT는 53개 계열사에 종업원 6만여명이 딸려 있는 매출 23조여원의 거대 그룹이다. 그런 기업이 더 이상 외풍에 흔들리지 않고 국가경제의 중심축으로 도약하느냐 마느냐의 중대 기로에 놓여 있다. 황 후보는 그 무게와 의미를 직시하기 바란다.
  • 열차 타고 만나는 전라도의 맛·자연·사람이야기

    열차 타고 만나는 전라도의 맛·자연·사람이야기

    요즘같이 교통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 갯내음을 물씬 풍기며 사람들의 발이 되어 주던 열차가 있었다. 전북 익산에서 전남 여수까지 호남 지역을 지난다는 의미로 이름 붙은 ‘전라선’이다. 그 열차에 기대어 꿈과 희망을 안고 살아 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16~20일 밤 9시 30분 EBS의 한국기행 ‘전라선’에서 펼쳐진다. 1부 ‘180.4㎞ 갯내도 향긋했네’에선 과거 전라선의 단골 승객인 ‘새꼬막’을 다룬다. 한창 새꼬막 수확철로 분주한 배들이 하나둘 모여드는 선창가를 찾아 살이 오동통하게 오른 새꼬막 선별과정을 살펴본다. 과거 전라선에 실려 내륙으로 보내졌던 말린 문어도 다룬다. 우리나라 참문어의 60%를 생산하는 신기마을을 찾아 문어 잡이로 분주한 김영현씨로부터 문어에 얽힌 이야기를 들어본다. 너무 흔하고 못생긴 탓에 찾는 사람이 없어 기차에 실어 보내지 못한 물메기는 요즘 이곳에선 금값이 됐다. 2부 ‘굽은 길과 곧은 길’에선 얼마 전까지 전라선이 관통했던 조화리 마을을 찾는다. ‘돌 위로 핀 꽃처럼 보인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석화는 조화리의 특산품이다. 조화리 석화는 껍질이 얇아 구워먹으면 맛이 그만이라고 한다. 여수 바다 돌 밑에 사는 민꽃게는 우리에게 돌게라는 이름으로 더욱 친숙하다. 살이 단단하고 담백해 간장게장으로 해먹기에 제격이라는 돌게. 미식가들 사이에선 꽃게장보다 돌게장을 더 쳐준다고 한다. 3부 ‘산을 찾아 온 기차’에선 전라선의 구례구역을 찾는다. 문을 나서면 기다렸다는 듯 지리산이 마중한다. 그 속에 살며 지리산을 지키는 김종복 대장을 만난다. 별세한 지리산 지킴이 함태식 옹의 뒤를 이어 피아골 대피소를 지키며 산다. 4부 ‘어머니의 땅’에선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세계 유일의 온전한 연안습지인 순천만을 보여준다. 갈대밭에서는 겨울 철새들을 만날 수 있다. 펄에서는 펄배를 타고 나가는 칠게잡이가 한창이다. 순천만 어머니들은 그 칠게로 자식 공부를 다 시켰다고 한다. 5부 ‘떠나기 좋은 날’은 40년을 쉬지 않고 전라선으로 출근하는 하태구 기관사의 이야기를 다뤘다. 섬진강 기차마을에서 추억의 증기기관차를 운행하며 많은 사람의 낭만을 만들어 주고 있는 그의 추억 열차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원규 시인에게 전라선은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서울에서 신문사를 그만두고 무작정 전라선 야간열차에 몸을 싣고 지리산으로 들어왔다. 훈훈한 전라선 이야기에 꽁꽁 언 겨울이 스르르 녹아내린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2013 공직열전] 환경부 (하) 소속기관장·지방청장·본부 과장급

    [2013 공직열전] 환경부 (하) 소속기관장·지방청장·본부 과장급

    환경부의 업무 가운데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자연보전과 수질관리 분야다. 과거에는 단출했던 업무가 환경 변화에 따라 자원순환, 환경보건, 기후변화 대응까지 다양해졌다. 부처의 특성상 규제 업무가 많다 보니 개발 부처나 경제 부처 등과 사사건건 부딪쳐 미움도 받는다. 환경부 조직 문화는 뚜렷한 인맥이나 연결 고리가 약하고, 행정직과 기술직의 차별도 거의 없다. 업무에서 피피엠(ppm)이나 마이크로그램(㎍) 등 미세한 것까지 다루다 보니 스케일이 작다는 소리도 듣지만, 그만큼 꼼꼼한 업무 스타일이 요구되기도 한다. 소속 기관장과 4대강 유역 현장의 수질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지방청장, 그리고 본부 주요 과장들을 소개한다. 소속기관장인 이필재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장은 사무관 때부터 인사가 있을 때마다 ‘여성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어 다녔다. 한강청장에서 분쟁조정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바람에 올해 국정감사를 두 번 받는 기록을 세웠다. 또 김삼권 국립환경과학원장은 과학원에서 잔뼈가 굵은 연구관으로, 국내에서 미량물질 분석 최고 전문가로 손꼽힌다. 수도권의 젖줄인 한강 유역을 관리하는 한강청 수장은 지금까지 조직 내 최고참들이 맡아오던 게 관행이었다. 하지만 이런 관행을 깨고 지난달 김영훈(행시 35회) 청장을 발령했다. 고정관념의 틀을 깨고 젊은 국장을 배치한 것은 정체된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받아들여진다. 김 청장은 물환경정책과장과 대변인 등을 거쳤고, 한강유역의 깨끗한 수질보전, 수계기금의 투명한 집행 등을 통해 상·하류 주민들과 공존·공생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심무경 낙동강청장은 비고시 선두주자로 운영지원과장과 대구청장을 역임했다. 지난해 대구청장으로 있을 때 경북 구미에서 발생한 불화수소산 누출 사고로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박천규 금강청장은 업무 스타일과 대인 관계가 원만해 호걸로 통한다. 본부 국장으로 재임 시 국회 ‘배출권거래법’ 제정에 산파 역할을 했다. 정회석 영산강청장은 경제기획원 출신으로, 해외정책 실무에 밝은 실력파로 통한다. 지난 정부 초기 대변인을 지냈고, 영산강 유역의 환경과 수질을 책임지고 있다. 본부 과장 가운데 황계영 기획재정담당관, 김승희 정책총괄과장, 김동진 운영지원과장은 환경부 기획조정 ‘빅3 업무’를 맡고 있다. 황계영·김승희 과장은 행시 36회 동기인 데다, 서울대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인사·평가를 총괄하는 김동진 과장은 직전 환경평가과장으로 있을 때 기존 환경영향 평가제도를 전략 환경영향 평가제도로 전환하는 토대를 마련했다. 기술직(토목직)이지만 행정 업무도 능통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황석태 수도정책과장은 왕고참으로 분류된다. 기후대기국 과장 시절 배출권거래제 세부 시행규칙 등을 만들면서 반대 입장에 있는 산업계와 잦은 협상을 가져 ‘싸움닭’이란 별칭도 얻었다. 신진수 자원순환정책 과장은 현 정부의 국정과제로 채택된 자원순환의 정책 실천을 이행하기 위한 관련 법과 세부 실천계획을 세워야 하는 업무가 발등의 불이 됐다. 의원입법으로 발의된 법안이 국회 심의를 앞두고 반대하는 업계를 설득하느라 고군분투 중이다. 양재문 감사담당관은 비고시 임용자들 가운데 맏형으로 꼽힌다. 지난 10월 초 자리를 옮겨, 조직의 화합을 깨뜨리는 음해성 ‘투서’나 ‘비리’를 근절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이영기 물환경정책과장, 박연재 교통환경과장은 서울시립대와 기술고시 선후배 사이로 전문성과 업무 추진력을 인정받고 있다. 본부 여성 과장으로는 화학물질과 조은희(기시 32회), 수생태보전과 유호(국제사무관 특채) 과장이 고참으로 꼽힌다. 조 과장은 최근 ‘화학물질평가법’(화평법)과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과 관련, 입장을 달리하는 산업계를 이해시키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전용식 정책홍보팀장은 수도권대기청 기획과장으로 발령 났다가 잉크도 마르기 전에 공보과장으로 전보됐다. 기획재정담당관실과 사업국 여러 곳에서 근무한 경험으로 재정과 정책 업무를 두루 꿰고 있어 기자들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해결사’로 통한다. 세종 유진상 기자 jsr@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역사를 기억하라(앤서니 아노브 엮음, 윤태준 옮김, 오월의봄 펴냄) 역사학자이자 사회운동가인 하워드 진이 1963년부터 2010년 심장마비로 숨지기 전까지 했던 연설 중 20편을 골라 엮었다. 464쪽. 1만 7000원. 휘메일 리스크(한상복·박현찬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 ‘시장을 움직이는 손’인 여성에 관한 심층보고서. 가장 큰 리스크는 이해할 수 없는 여성의 마음이며, 여성을 아는 것은 생존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304쪽. 1만 4800원. 런던 비즈니스 산책(박지영 지음, 한빛비즈 펴냄) 전통과 혁신이 공존하는 도시, 영국 런던에서 발견한 29가지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아이템을 소개한다. 320쪽. 1만 5000원. 한기호의 다독다독(한기호 지음, 북바이북 펴냄) 30여 년간 출판계에 몸담은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한기호 소장이 최근 3년 동안 신문에 연재한 칼럼을 묶었다. 320쪽. 1만 5000원. 잃어버린 보온병을 찾아서(노순택 글, 오마이북 펴냄) 2010년 겨울부터 2012년 겨울까지 연평도에서 찍은 90컷의 사진과 91편의 일기를 통해 분단의 상처를 고찰한다. 256쪽. 2만 3000원. 1902년, 조선인 하와이 이민선을 타다(안형주 지음, 푸른역사 펴냄) 하와이 이민 100주년을 맞아 저자의 문중 조상인 안재창의 가족 생애사로 본 초기 한인들의 미국 이민 정착기. 396쪽. 1만 8000원. 나는 천천히 울기 시작했다(공선옥, 김연수 외 지음, 봄날의 책 펴냄) 시인, 소설가의 손끝에서 만들어진 글부터 농부, 우체부 등 삶의 현장에서 만들어진 글까지 보석 같은 산문 40편을 담았다. 336쪽. 1만 3000원.
  • 흑백 평화공존 지속 불투명… 후광 잃은 ANC도 정치적 미래 회의적

    흑백 평화공존 지속 불투명… 후광 잃은 ANC도 정치적 미래 회의적

    남아프리카공화국 민주화의 상징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이 5일 밤(현지시간) 세상을 떠나면서 만델라 사후 남아공의 앞날이 어떻게 펼쳐질지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만델라가 이룬 흑인과 백인의 평화 공존이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내년 대선을 앞두고 집권당인 아프리카민족회의(ANC)가 만델라의 후광에서 벗어나면서 오히려 정치력을 잃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만델라 사후 흑백 갈등 가능성은 만델라가 병원에 입원할 때마다 거론돼 왔다. 만델라 타계로 흑인들의 불만이 자주 분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으나 흑인 고위 간부는 “이는 편견에 따른 것”이라고 반박했다. 만델라 사후 정치 지형의 변화도 예상된다. 지난 7월 만델라가 입원했던 수도 프리토리아 병원 앞에서는 2주일 이상 ANC 관계자들이 모여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며 “넬슨 만델라”를 연호했다. 이들 대다수는 ANC를 상징하는 녹색과 노란색의 옷을 입었으며, 일부는 내년 대선에 출마할 제이컵 주마 대통령의 얼굴이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티셔츠의 뒷면에는 “2014년 ANC에 투표하자”는 선거 캠페인성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주마 대통령 등 ANC 지도자들이 잇따라 병원을 찾았고, 만델라의 병세를 실시간으로 국민에게 알린 것도 반(反)아파르트헤이트(흑인차별정책)의 상징인 만델라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ANC의 지도자들은 앞다퉈 만델라와 ANC의 관계를 강조했다. 한 고위 관계자는 최근 라디오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만델라와 ANC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말했다. 주마 대통령과 ANC가 만델라를 이처럼 챙겨온 이유는 무엇일까. 워싱턴포스트는 “만델라 사후 ANC의 정치적 미래에 대한 회의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 정치적으로 은퇴한 지 오래된 만델라는 여전히 ANC 출신 가운데 가장 사랑받는 지도자이자 도덕적 권위를 가진 지도자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이 같은 평가는 만델라 사후에도 그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게 지배적이다. 반면 주마 대통령을 포함한 현 지도자들은 엘리트주의적이거나 부패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으며, 내부적으로 심각한 파벌주의로 갈등을 겪고 있다. 20여년에 걸쳐 집권해 온 ANC 정권의 부패와 실정이 위험수위에 이르렀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경제 양극화와 불안한 치안 등도 남아공이 풀어야 할 숙제다. 남아공의 정치 분석가 윌리엄 구메데는 “ANC 일부 지도자들이 지나치게 ‘만델라’라는 브랜드에 의존하고 있는 사이 당원들은 ANC를 떠나고 있다. ANC가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정치 비평가인 앤서니 버틀러 케이프타운대 교수는 “ANC의 전문 정치인들은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위해 만델라의 유산을 핵심 재료로 활용하기로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반아파르트헤이트운동의 베테랑 여성 지도자이자 의사 출신 정치인인 맘펠라 람펠레(65)가 ‘짓다’라는 의미의 신당 ‘아강’을 창당, ANC에 도전장을 내 주목받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람펠레가 내건 선결 과제는 부정부패 척결과 교육 개선 등이다. 람펠레는 지난 6월 신당 창당대회에서 유권자들에게 “과거가 아닌 미래를 위해 투표해 달라”며 ANC 정권을 비난했다. 그는 또 국민들에게 “꿈꾸는 나라 건설의 여정을 함께하자”고 호소해 지지를 끌어내는 등 내년 대선에서 ANC의 강력한 도전 세력이 될 전망이다. 김미경 기자 chaplin7@seoul.co.kr
  • “흑백간 용서와 화합 보여준 지도자”

    ‘흑인 해방과 민주화의 상징.’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을 지칭하는 이 수식어에는 흑인을 비롯한 전 인류에 대한 만델라의 이타적인 정신과 그가 불의에 맞서 자유와 평등을 향해 투쟁한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한규 한국외대 아프리카연구소 연구교수는 “만델라는 보통 화합보다 분쟁에 익숙하다고 여겨지는 아프리카인들이 서로를 용서할 줄 아는 지성인이라는 점을 전 세계에 보여준 용기 있는 지도자”라고 평했다. 만델라는 1990년대 아파르트헤이트(인종격리정책)로부터 벗어나 한껏 승리감에 도취된 다수의 흑인들이 소수의 백인들을 억압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을 우려했다. 그는 흑백 분쟁을 막기 위한 일환으로 ‘진실화해위원회’를 설치, 남아공에서 발생한 인권유린 행위와 숨겨진 진실을 규명해 흑인과 백인의 평화로운 공존을 도모했다. 신원용 영산대 아프리카연구소 부소장은 만델라의 존재 자체가 ‘인종 평등’의 대명사이며, 흑인을 비롯해 모든 차별과 억압에 시달리는 이들의 자유에 대한 염원을 대표한다고 말했다. 신 부소장은 “보통 역사와 사회는 인간에 의해 쉽게 바뀌지 않는 법인데, 만델라는 자신의 의지와 이상 그리고 확고한 가치관을 통해 흑인과 백인 사이의 300여년간 고착된 지배 구조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줬다”고 밝혔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억압을 용서로, 차별을 화합으로… 350년 인종분규 끝낸 ‘투사’

    억압을 용서로, 차별을 화합으로… 350년 인종분규 끝낸 ‘투사’

    1918년 7월 남아프리카공화국 트란스케이 움타타에서 템부족 족장의 아들로 태어난 넬슨 만델라는 권투와 달리기를 좋아하던 해맑은 소년이었다. 이 소년이 350여년 역사의 인종분규를 종식시킨 ‘투사’로 변모한 것은 1944년 아프리카민족회의(ANC)에 발을 담그면서부터다. 1940년 포트헤어대에서 법학을 전공하다 시위를 주도한 대가로 퇴학당한 그는 ANC 청년연맹을 창립했다. 투쟁의 대상은 남아공의 악명 높은 인종격리정책 ‘아파르트헤이트’였다. 백인과 흑인은 강제로 거주 지역이 분리됐고 결혼을 할 수도 없었다. 만델라는 1952년 대학 동창 올리버 탐보와 요하네스버그에 처음으로 흑인 법률회사를 차린 뒤 빈곤층을 도우며 다수 흑인들을 압제하는 소수 백인사회에 정면으로 맞서 나가기 시작했다. 비폭력 평화주의를 주창한 인도의 마하트마 간디를 롤모델로 삼았던 만델라를 180도 바꿔 놓은 것은 1960년 3월 발생한 샤프필학살사건. 요하네스버그 인근 샤프필에서 반아파르트헤이트 시위에 나섰던 흑인 69명이 경찰의 총에 맞아 숨진 것이다. 평화시위운동의 엄혹한 한계를 체감한 만델라는 비폭력시위에서 무장투쟁으로 노선을 급선회했다. 체 게바라, 피델 카스트로, 마오쩌둥 등의 저서를 섭렵하며 전략을 모색한 그는 비밀군대 ‘움콘토 웨이즈웨’(민족의 창) 최고사령관으로 활동하다 경찰의 지명수배에 쫓기게 됐다. 1961년 남아공이 영연방에서 탈퇴하면서 국제사회는 본격적으로 아파르트헤이트 반대운동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1956년에 이어 1962년 다시 체포된 만델라는 46세이던 1964년 내란음모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막노동에 치이고 6개월간 방문객이 단 한 명만 허용되는 지독한 옥살이였다. 하지만 그는 교도소에서도 투사를 길러내는 등 투쟁을 계속해 나가며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수감자’가 됐다. 당시의 혹독한 경험에 대해 그는 “나는 절망에 굴복하지 않으려 했고 그럴 수도 없었다. 패배와 죽음의 길이었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자유인으로 아프리카 땅을 두 발로 걸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고 했다. 이 같은 공로로 1979년 옥중에서 자와할렐네루상, 1981년 브루노 크라이스키 인권상, 1983년 유네스코의 시몬 볼리바 국제상을 잇달아 받은 만델라는 어느덧 세계인권운동의 상징적인 존재가 됐다. 결단을 내린 건 프레데리크 빌렘 데클레르크 전 대통령이었다. 1990년 옥살이 27년 6개월 만에 결국 만델라는 72세 노인으로 ‘자유의 몸’이 됐다. 1991년 ANC 의장으로 선출된 만델라는 실용주의 노선으로 선회, 데클레르크 백인정부와 협상을 벌여 350여년간의 인종분규 종식에 극적으로 합의했다. 이러한 공로로 두 사람은 1993년 노벨평화상을 공동 수상했다. 1994년 남아공 총선은 흑인들이 처음으로 한 표를 행사한 선거이자 만델라를 첫 흑인 대통령으로 만든 역사적인 선거였다. 1999년까지 재임하며 흑인과 백인의 평화로운 공존을 도모한 만델라는 세계 각국에서 ‘용서와 화합의 위대한 지도자’로 환영받았다. 그는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조용히 지난 인생을 반추하고 싶다”며 2004년 정계에서 완전히 물러났다. 세 차례 결혼한 그는 6명의 자녀와 20명의 손자를 뒀다. 저서로는 자유를 위한 투쟁 의지를 밝힌 ‘투쟁은 나의 인생’(1961)과 자서전 ‘자유를 향한 머나먼 여정’(1995) 등이 있다. 한편 만델라가 남긴 재산은 ‘남아공 최고의 브랜드’라고 할 수 있는 이름 값에 힘입어 1000만 파운드(약 172억 8000만원) 규모에 이른다고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이 이날 전했다. 생전에 그가 남긴 자서전 인세와 보유한 펀드 27개, 가족들의 만델라 브랜드 업체 운영 등에 따른 것이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김미경 기자 chaplin7@seoul.co.kr
  • 박원순 시장 ‘집 없는 억만장자’ 만나

    박원순 서울시장이 6일 ‘집 없는 억만장자’로 유명한 니콜라스 베르그루엔 베르그루엔홀딩스 이사장을 만나 주민 참여와 관련한 민주주의의 효율성과 거버넌스, 도시개혁 방안 등을 논의했다. 박 시장은 “서울은 급속한 경제발전을 이루면서 시민 삶의 질을 등한시했다”면서 “시민들이 창조경제를 일으키고 또 다른 성공 스토리를 쓸 수 있도록 복지와 문화 부문 등에 투자하고 있다”고 했다. 베르그루엔도 “계속해서 찾고 싶은 도시들의 공통점은 도시 내 부드러운 요소들을 많이 갖추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서울도 이제 효율성만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적인 측면에 많은 투자를 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두 사람은 각자의 도시재생사업 추진 경험도 공유했다. 박 시장은 “아름다운 산과 국립공원, 한양도성 등 서울의 소중한 역사 보물에 의미를 더하고 있다”면서 “한양도성 전담부서를 신설하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록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르그루엔도 “정치적 권한과 예산을 움직일 수 있는 박 시장은 과거 역사와 현재가 공존하는 서울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베르그루엔은 한국 오피니언 리더들과의 만남을 통해 파트너십을 형성하고 아시아적 가치와 동양의 정치시스템에 관한 논의 등을 위해 지난달 30일 방한했다. .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사설] 만델라는 떠났지만 용서·화합 정신은 남았다

    세계 인권운동의 상징으로 전 세계인으로부터 추앙받던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5일 ‘자유를 향한 길고도 먼 여정’을 마치고 95세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반역죄로 종신형을 선고받고 무려 27년 동안 수감 생활을 견디면서 남아공의 악명높은 인종차별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를 종식시켰던 그다. 그에 대한 세계인의 사랑은 남아공 최초로 흑인 대통령의 지위에 올랐기 때문은 아니다. 백인정부에 저항하던 아프리카민족회의(ANC) 활동에 동참한 투사였기 때문도 아니다. 1994년 총선에서 승리해 대통령이 된 뒤 용서와 화합으로 불행한 과거사를 정리하고 남아공의 미래를 설계했던 덕분이다. 지구촌 모든 이들이 국적과 인종을 떠나 그의 서거를 애도하는 이유다. 그는 백인 독재정부에서 벌어졌던 추악한 반인도주의적 범죄행위에 대해 정치적으로 보복하지 않았다. 오히려 국민의 이름으로 흑인과 백인이 용서하고 화합할 방안을 마련했다. 증오와 반목으로는 국민을 통합시키고 나라를 발전시킬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1955년 ‘국민통합 및 화해촉진법’을 제정하고, ‘진실과 화해위원회’를 설립해 과거의 인권침해 사례들을 낱낱이 밝혔지만 국민 앞에서 자신의 범죄행위를 고백한 모든 사람들을 사면했다. “용서하되 잊지는 않는다”는 유명한 발언을 통해 그는 평화로운 정권 교체를 실현하고, 평화를 유지하는 방안도 확보했던 것이다. 그는 백인정권의 대통령이었던 프레데리크 빌렘 데클레르크를 부통령에 임명했고, 심지어 자신에게 종신형을 구형한 검사도 대통령 관저에 초대했다고 한다. 사랑과 용서로 국민통합을 추구한 셈이다. 종신형이 선고된 법정 최후진술에서 그는 “나는 모든 사람이 평등한 기회를 갖고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건설하고자 했다”고 신념을 피력했다. 신념대로 그는 흑백이 공존하는 무지개 국가를 구현했다. 만델라는 갔지만, 그가 꿈꾸고 실천했던 숭고한 가치를 인류가 되새겨야 할 것이다. 특히 ‘100% 대한민국’이라는 선거 때의 국민통합 약속을 제대로 실현하지 못하고 있는 청와대와 여당은 물론 사사건건 국정의 발목을 잡는 듯한 야권 모두 만델라의 화합과 타협 정신을 깊이 새겨야 한다.
  • [특별기고] 흑백의 핏빛 상처 지워낸 남아공, 이제 ‘마디바’를 보낸다/이윤 주남아공 대사

    [특별기고] 흑백의 핏빛 상처 지워낸 남아공, 이제 ‘마디바’를 보낸다/이윤 주남아공 대사

    5일 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시간은 한순간 멈췄다.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만델라 전 대통령이 결국 그들 곁을 떠나리라는 것은 모두 알고 있었지만, 막상 서거 소식을 접하자 남아공인들은 망연자실했다. 온 국민이 어버이를 잃은 충격에 빠진 것이다. 운명적 사태는 지난 6월 8일 만델라 전 대통령이 프리토리아 시내 메디클리닉 병원에 입원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남녀노소, 인종과 종교의 차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매일 병원 앞에 모여 밤을 지새우며 ‘마디바’(만델라 전 대통령에 대한 애칭)의 쾌유를 기원했다. 병세가 악화되자 남아공인들은 이제 마디바를 편안히 보내드리자고 마음을 바꿔 먹었고, 몇 개월이 지난 오늘 끝내 마디바의 영면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만델라 전 대통령은 1918년 7월 18일 남아공의 남동쪽 음베조라는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 95세의 생애 가운데 27년을 감옥에서 보내면서 인종 차별의 아파르트헤이트 체제를 무너뜨리고 남아공의 민주화를 이끌었다. 올바른 원칙을 세우고 그 원칙 앞에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 나와는 다른 상대방을 인정하고 가해자를 용서하는 관용, 대화와 타협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지혜, 욕심을 버리고 남을 배려하는 절제 등이 만델라 전 대통령이 평생 실천한 삶의 방식이었다. 만델라는 아파르트헤이트 정권에 대항하여 무장 투쟁을 주도하다 1962년 체포돼 재판을 받는다. 그는 최후진술에서 “나는 모든 사람들이 평등한 기회를 갖고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민주적이고 자유로운 사회를 꿈꾸어 왔다. 나는 이러한 꿈을 실현하기 위해 살기를 원하지만, 필요하다면 이를 위해 죽을 준비도 되어 있다”고 말한다. 이 한마디는 만델라의 일생을 관통한 원칙이며, 만델라는 평생 이를 몸소 실천한다. 석방 후 만델라는 그를 핍박한 아파르트헤이트 정부와 민주화 협상을 진행해 1994년 민주 정부를 탄생시킨다. 폭력과 혼돈이 난무하는 4년간의 과도기 동안 만델라는 인내심과 지도력으로 흑백 양측을 설득하여 모든 인종이 공존하는 무지개의 나라, 새로운 남아공을 만들어낸다. 이제 만델라 전 대통령은 남아공인들에게 자랑스러운 민주 국가를 남겨 주고 영면했다. 현실이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높은 실업률, 극심한 빈부 격차, 빈발하는 범죄와 사회 불안 등 어려움이 있다. 일각에서는 흑백 화합이 동요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남아공인들은 이를 부인한다. 지난 20여년간 흑백이 함께하는 공존의 문화가 자리 잡았다. 더구나 인종 차별의 상처가 없어 당당하고 자유로운 ‘본 프리’(born free) 첫 세대가 성년으로 성장해 사회의 주역이 되고 있다. 남아공인들은 만델라 전 대통령이 남긴 위대한 유산인 관용과 화합의 정신을 받들어 아름다운 미래를 만들어 나갈 것으로 확신한다.
  • [속보]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 95세 일기로 타계

    [속보]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 95세 일기로 타계

    남아프리카공화국 민주화의 상징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95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넬슨 만델라의 자서전 제목처럼 ‘자유를 향한 길고도 먼 여정’을 마치고 한 세기에 관통하는 질곡의 삶을 마친 것이다. 제이콥 주마 남아공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그가 평화 속에 잠들었다”면서 “남아공의 위대한 아들을 잃었다”고 만델라 전 대통령의 사망 소식을 전했다. 넬슨 만델라는 지난 6월 지병인 폐 감염증이 재발해 병원해 입원했다가 약 3개월 후인 9월 퇴원했으나 요하네스버그 자택에서 의료진의 진료를 계속 받아왔다. 그는 고령으로 몸 상태가 쇠약해져 지난 2011년 이래 지금까지 수차례 입·퇴원을 반복했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3월에도 폐렴으로 입원치료를 받다 퇴원한 바 있으며 최근 증상이 재발해 재입원, 집중 치료를 받아왔다. 남아공의 첫 흑인 대통령으로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만델라는 용서와 화합의 정신을 실현한 정치인이라는 점에서 국제사회에서 존경을 받아왔다. 그가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 2010년 남아공 월드컵대회가 마지막이었다. 1918년 남아공 동남부 음베조에서 마을 족장의 아들로 태어난 만델라는 백인 정권의 아파르트헤이트(흑백차별) 정책에 맞서 ‘아프리카민족회의(ANC. 현 집권당)’를 이끌며 투쟁하다 투옥돼 무려 27년 동안 옥살이를 했다. 국내의 저항과 국제사회의 압력에 더는 아파르트헤이트를 유지할 수 없다고 판단한 남아공 백인정권은 1990년 만델라를 출소시키고 ANC도 합법조직으로 인정했다. 만델라는 인종 차별 철폐를 위해 노력한 공로로 아파르트헤이트 시대의 마지막 백인 대통령인 F. W. 데 클레르크 대통령과 지난 1993년 노벨평화상을 공동 수상했다. 이듬해인 1994년 남아공 최초의 민주선거를 통해 첫 흑인 대통령이 됐고, 이후 ‘진실화해위원회’를 출범시켜 청문회에서 잘못을 고백한 백인을 사면하는 등 흑인과 백인의 평화로운 공존을 도모하는 용서와 화합의 지도력을 발휘했다. 이런 노력을 통해 이른바 ‘무지개 국가’를 건설한 지도자라는 평가를 받았으며 퇴임 이후에도 남아공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의 존경을 받아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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