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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니, 무슨 꼬마들이 연기를 이렇게 잘해?

    아니, 무슨 꼬마들이 연기를 이렇게 잘해?

    아역 배우의 열연이 돋보이는 영화들이 줄을 잇고 있다. 성인 연기자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아역 배우들의 등장이 한국 영화에 풍성함과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환희, 칸영화제 관객이 꼽은 인상깊은 배우 관객 600만명 돌파를 앞두고 있는 나홍진 감독의 ‘곡성’의 흥행 열기는 촌뜨기 경찰 종구(곽도원)의 딸 효진으로 나오는 김환희(14)가 크게 거들고 있다. 초반에는 사랑스러운 딸의 모습으로 미소 짓게 하더니 중후반부에는 오컬트물의 원조 격인 ‘엑소시스트’의 린다 블레어에 버금가는 귀신 들린 연기로 긴장감을 한껏 끌어올린다. 지난달 칸영화제 상영 당시 현지 관객들에게 출연진 중 가장 인상 깊은 배우로 손꼽혔을 정도다. 6개월간 네 차례 오디션을 거쳐 발탁된 김환희는 2008년 드라마 ‘불한당’을 통해 연기에 입문한 9년차 베테랑(?)이다. 2011년 KBS 연기대상 여자 청소년연기상을 받으며 일찌감치 연기력을 뽐냈다. 영화로는 ‘곡성’이 세 번째 작품. 아이 몸으로 감당하기 벅찬 장면들이 많아 프리프로덕션 단계에서부터 체력을 키우는 데 주력했다고 한다. ‘아역 배우가 아닌 그냥 배우’로 연기에 임해 달라고 주문했다는 나 감독은 “앞으로 반드시 지켜봐야 할 놀라운 배우”라고 김환희를 치켜세웠다. 곽도원과 황정민도 “연기에서 환희에게 밀렸다”며 혀를 내둘렀다. ●김하나, 이제훈에게 꿀리지 않는 입담 과시 5월 초 개봉한 조성희 감독의 ‘홍길동-사라진 마을’에서는 꼬마 소녀 말순 역의 김하나(7)가 선과 악이 공존하는 홍길동을 연기한 이제훈에게 꿀리지 않는 입담을 과시하며 존재감을 뽐냈다. 천진난만하고 깜찍한 외모에 능청스러운 대사로 관객을 사로잡으며 무겁고 어두운 누아르 분위기에 숨통을 트이게 하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첫 연기 경험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천연덕스럽게 연기를 펼친다. 프로필 서류를 추리고 추린 끝에 200여명이 도전한 오디션 경쟁을 뚫었다고. 조 감독은 “처음에는 낯선 촬영 환경에 적응하기 어려워했고, 연기 경험도 없어 걱정했는데 결과적으로 정말 다행이었다”고 돌이켰다. ●김수안, 감독들에게 신동 중 신동으로 입소문 올여름에는 걸출한 아역 배우 한 명이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7월 개봉 예정인 ‘부산행’의 김수안(10)이다. 서울에서 부산으로 향하는 고속열차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좀비와 사투를 벌이는 공유의 딸 수안 역할을 맡았다. 칸영화제에서 ‘부산행’이 세계 최초로 공개됐을 때 유머와 감동의 마초 연기를 펼친 마동석에게 버금가는 박수를 받았다. 성인 배우 못지않은 섬세한 감정 연기가 일품. 김수안은 ‘부산행’이 13번째 장편 영화 출연작일 정도로 충무로 감독들 사이에서 신동 중의 신동으로 입소문이 났다. 지난해 옴니버스 영화 ‘신촌좀비만화’의 피크닉 편에서 열연해 독립영화 축제인 들꽃영화상에서 쟁쟁한 언니들을 제치고 신인여우상을 거머쥐는 파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 작품에서 김수안에게 반한 연상호 감독이 당초 남자였던 아역 캐릭터를 여자로 바꾸면서까지 ‘부산행’에 전격 캐스팅했다는 후문이다. 지난 4월 ‘해어화’에도 나왔던 김수안은 1일 스크린에 걸리는 ‘무서운 이야기3’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영화 홍보마케팅사 호호호비치의 이채현 대표는 “영상 콘텐츠에 익숙해지는 연령대가 낮아지며 성인 배우에게 밀리지 않는 연기를 펼치는 연기 영재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요즘 한국 영화를 보는 즐거움 중 하나”라고 말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마침내, 소년이 온다! 광주민주화운동 기록관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마침내, 소년이 온다! 광주민주화운동 기록관

    '그 과정에서 네가 이해할 수 없었던 한가지 일은, 입관을 마친 뒤 약식으로 치르는 짧은 추도식에서 유족들이 애국가를 부른다는 것이었다. 관 위에 태극기를 반듯이 펴고 친친 끈으로 묶어놓는 것도 이상했다. 군인들이 죽인 사람들에게 왜 애국가를 불러주는 걸까. 왜 태극기로 관을 감싸는 걸까.’ 한국인 최초로 맨부커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이 5·18을 배경으로 발표한 소설, '소년이 온다'(2014)에 나오는 내용 일부이다. 맨부커상 선정 선임기자인 보이트 턴킨의 표현처럼, '압축적이면서도 정교하고 충격적인 장면을 아름답게 그린' 이 짧은 문장들은 어떤 매체보다 훨씬 더 선명하게, 5·18 의 의미를 독자에게 일깨워 준다. 작품 속 15살 소년, '동호'의 눈에 비친 태극기와 흐느끼던 애국가는 핏빛이고 의문이고 아픔이었다. 작가는 '소년이 온다'를 통해 '인간의 잔혹함에 맞서는 또 다른 인간의 고귀한 능력과 뜨거운 공존욕구'를 그리고자 하였다. 그리고, 결국, 작가는 5·18 민주화운동 가운데서 '인간성은 무엇인가'에 대한 해답을 찾아낸다. '인간은 구원해주는 존재가 없어도 스스로 고귀함을 찾을 수 있는 뜨거운 존재'라는 것을. 그녀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2013년 3월부터 '소년이 온다'를 집필하면서 거의 매일 울었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무자비한 폭력조차도 어찌 할 수 없었던 인간 스스로의 존귀함은 '소년이 온다'가 드러내고픈 작가의식의 고갱이일지도 모른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영화 '화려한 휴가'(2007)에서 시각장애인 나주댁(나문희 역)은 죽은 자신의 아들을 끌어 안고 둥개면서, '얜 창수 아니여. 우리 창수는…코도 오똑하고 잘 생겼어. 애는 창수 아니여'라며 잡아떼는, 그러면서 아들임을 직감하는, 억장 무너진 모정(母情) 그 자체이다. 그러나 이 기막힌 스토리는 실제로 5·18 민주화운동 당시 상무관의 충격적이면서도 흔한 풍경을 옮긴 것이다. 머리가 으깨어져버린 ‘인간’의 모습을 앞에 두고, 살아남은 인간들은 없어져버린 얼굴들을 '인간'으로 기억하려 노력하였다. 형체가 일그러진, '식은 몸뚱아리'을 끝까지 '사람'으로 대하고자 한 것이다. 생사를 넘는 인격체로서의 존귀함을 찾기 위해. 어떻게든 죽음의 의미를 찾아내어 삶을 증명하기 위해. 작가가 눈물을 쏟은 이유다. 바로 이런 눈시린 기억의 몸짓들을 보관, 갈무리하고 곧추려는 곳이 '5·18 민주화운동기록관'이다. 유월의 초입에 그 날의 '오월'을 배웅하는 문턱에 서 본다. ● 뽕뽕다리와 차고약 별장을 기억하라!! "이적지 질로 살면서 맴에 늘 남아 있는 것이 바로 양동시장, 그니까 뽕뽕다리라고 지금은 발산다리인데, 그기하고 배고픈 다리하고…그 앞에서, 큰 차 위에 창아리가 막 쏟아지는 사람들을 실고, 고것을 수피아 여고생들이 붕대로 막 감고 하는 것이 눈에 선하지요. 차고약 별장이라고, 광주사람들은 다 아는데 공수부대가 나타났다고 소문듣고 시민들이 얼싸덜싸 전부 막 시내로 나올 때 였는디…그 다음에 일이 터져버렸지…시방 아무리 말 해도 사람들은 안 믿지…사진이 있나, 아무것도 없으요…' 김천성(67)씨의 오월은 이렇듯 무섭고, 억울하다. 또한 그때의 기록이 남지 않았던 것도 못내 안타깝다. 30년이 넘는 시간을 관통하는 공수부대의 총알자국이 여전히 남아있는 광주의 투명한 상처, 무던한 사람조차도 눈물부터 훔치게 되는 오월. 지금도 핏물 선명했던 대인시장 골목골목, 중앙초등학교 옆길, 금남로와 방림동 골목길 걷는 것을 두려워하는 시민들이 살고 있는 오월의 '광주(光州)'다. 그리고 이곳, 금남로 한 켠에, 낯선 군인들의 발길질을 그대로 감내해야 했던 시간들을 기록한 건물이 있다. 잠겨진 오월의 틈바구니에 겨우 겨우 손가락 하나 넣어 비집고 만든 뜨거운 이야기의 집. 없어지고 흩어져버려 안타까운 그 날의 시간을 모아둔,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록관'이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록관'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인 5·18기록물을 체계적으로 보존·관리를 위해 2015년 5월 13일, 금남로 221번지(옛, 카톨릭센터)에 문을 열었다. 5·18민주화운동기록관은 지하1층 지상7층 규모로, 지하는 지상1층과 통하는 계단을 만들어 휴게공간 등이 있는 시민공간으로 조성했다. 그리고 지상1층에는 방문객들에게 5·18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사실과 광주의 관광지를 안내하는 방문자센터도 운영해서 관람 편의를 돕고 있다. 우선 기록관을 자세히 살펴보자면, 지상1층부터 3층까지는 ‘항쟁 5월의 기록, 인류의 유산’이라는 주제로 한 상설전시관이 있다. 이 공간에서 주로 관람객들은 남겨진 5·18기록물들을 통해 당시의 치열했던 민주화 운동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4층은 민주인권 5·18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자료, 교양도서 등 1만여 점을 비치한 열람실로 운영이 된다. 이 곳에는 어린이 자료실, 일반자료실, 간행물실이 있다. 5층은 세계기록유산과 원본 기록물을 보존한 수장고, 6층에는 윤공희 전 천주교 광주대교장의 집무실 복원과 구술영상 스튜디오, 7층에는 세미나실과 다목적 강당을 갖췄다. 기록관 관계자는 보도자료를 통해 “5·18민주화운동 기록물을 영구 보존하고 분류, 수집하게 될 대표적 기록관을 개관, 민주·인권·평화 도시인 광주의 위상을 높일 수 있게 됐다.”라며 “앞으로 세계가 인정하고 후손에게 계승할 5·18기록물의 역사적 가치와 중요성을 감안해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다.”라고 말했다. 관람객들은 기록관에 전시된 그 날의 오월을 들여다보면서, 도청 옆 방림동 딸기꽃 내음의 아늑함과 상무관 가득 들어서 있던 눈물의 짠내가 공존하던 시간을 확인할 수 있다. 기록관에 소장된 사진과 글을 읽어 가노라면, 도저히 얼추라도 가늠이 되지 않을 정도의 순박한 죽음들은 관람객들로 하여금 보는 내내 눈물짓게 만든다. 한국현대사에서 여전히 존재하는 오월의 상처는 해답없이 늘 지나가고 또 다가온다. 슬픈 일과 아픈 일의 차이는 경험이다. 매년 오월의 광주는 슬픔을 넘어, 아픔을 겪어낸다. 대개의 역사는 한 30 여 년 지나면, 늘 그렇듯이, 추억의 자리로 물러서지만 오월의 광주는 도무지 '옛날 이야기'가 될 수 없는 ‘우리 이야기’로 남아있다. 현대사를 정리하려는 실감기는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는다. 그 날의 소년은 아직도 실타래를 내려 놓지 못한 채 금남로 한 가운데에 서 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록관에 대한 여행 20문답> - 아래 질문은 실제 독자들이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을 바탕으로 만든 20문답입니다. 1. 광주에 가면 꼭 가봐야 할 정도로 중요한 여행지인가요? - 5·18 민주화운동에 관련한 방문이라면 5·18 민주화묘지 참배가 제일 우선. 그 다음 아시아문화전당 가기 전 무조건 1순위. 2. 누구와 함께 가면 좋을까요? - 누구라도 괜찮다. 한국 현대사에 많은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더더욱. 3. 교통편은 어때요? - http://www.518archives.go.kr/?c=5/23/59 -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 221(금남로 스탠다드 차티드 은행 맞은편 건물) - 지하철 1번 출구를 나와서 금남로4가역 4번 출구에서 30m이동 후 리틀차이나 중국어전문학원 앞에서 지하보도 이동 후 왼쪽길로 136m 이동하면 보인다. 4. 관람 안내? - 운영시간 평일 : 오전 09:00~18:00 / 토·일·공휴일 : 09:00~18:00 - 휴관일 1월 1일, 설날, 추석 - 매주 월요일. 다만, 월요일이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따른 공휴일일 때에는 공휴일 다음의 첫 번째 평일 - 관장이 자료의 정리, 기록물·장서점검 및 보수공사 그 밖의 사유로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날 -관람료 무료 (상설전시실) ※ 특별·기획전시는 유료로 진행될 수 있음 5. 유명세에 비하여 실제 모습은 어때요? - 유명하지 못해서 안타깝다. 유명해져야 한다. 6. 여행객 응대 수준은 어떤가요? - 당연히 친절하다. 모르는 것이 있어 물어보면 언제든지 답변을 잘해준다. 1층 방문자센터에서 물어보면 된다. 7. 여행지가 지니고 있는 전문성은 어떠한가요? 공부를 많이 하고 가야 하나요? 조심할 것이 있나요? -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전문적인 자료 열람 공간이다. 이 곳에서 공부를 하는 곳이니 편하게 가면 된다. 일반 관광지가 아니니 엄숙한 마음으로. 8. 전체 여행 경비는? - 당연히 무료다. 9. 가장 감탄하는 점은 어떤 것인가요? - 사라지는 역사를 보존하려는 인간의 노력. 10. 아쉬운 점이 있다면? - 좀 더 넓은 장소였으면 좋을 듯 하다. 동선이 좁다. 11. 운영진에게 한마디 한다면? - 좀 더 많은 홍보가 이루어지면 좋을 듯. 12. 홈페이지 주소는? - http://www.518archives.go.kr/ 13. 꼭 추천하고픈 공간은? - 3층 전시실. 세계 각국의 역사적 인물들의 기록들. 14. 여행을 비추하고픈 사람과 이유는? - 5.18 민주화 운동에 대하여 애시당초 관심이 없는 사람들 15. 먹거리 정보와 식당 정보는? - 호남의 중심, 광주에서 맛집을 굳이 찾을 필요는 없다. 건물 뒤, 예술의 거리와 대인 시장 주변에 많은 식당들이 있다. 16. 어떤 코스를 도는 것이 좋을까요? 추천코스는? - 시킨 대로. 차례로 17. 도움되는 다른 사이트? - 5·18 기념재단 http://518.org 18. 광주에 이와 유사한 다른 공간도 있나요? - 5·18 민주화묘지에 추모관이 있다. - 5·18 사적지 : 전남대학교 / 광주역광장 / 시외버스터미널 / 금남로 / 구도청 / 상무관 / 광주YMCA / 5·18 민주광장 / YWCA옛터 / MBC옛터 / 녹두서점옛터 / 전남대학병원 / 광주기독병원 / 구)적십자병원 / 조선대학교 / 배고픈다리 / 주남마을 / 광목간 / 농성광장 / 상무대옛터 / 무등경기장 / 양동시장 / 광주공원광장 / 5·18최초발포지 / 광주교도소 / 국군광주병원 / 5·18 구묘지 / 남동성당 / 505보안부대/ 들불야학 19. 숙소정보는? - 광주는 광역시다. 숙소는 원하는 만큼 있다. 하지만, 518을 즈음하여 숙소가 없는 경우가 많으므로 미리 예약을 해야 한다. 20. 총평 및 당부사항 - 5·18에 대한 정확한 진상을 알게 해주는 소중한 공간이다. 이 곳에서 당시의 상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팩트를 만날 수가 있다. 1층 방문자센터는 꼭 들리시길! 글·사진 윤경민 여행전문 프리랜서 기자 vieniame2017@gmail.com
  • 서울시 관악구 중국동포들 씽푸봉사단 결성

    서울시 관악구 중국동포들 씽푸봉사단 결성

    “이곳은 우리가 사는 동네예요. 모두가 어려운 환경이지만 지역사회를 위해 이바지하고 있다는 생각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중국교포로 구성된 씽푸(행복)봉사단을 이끄는 최태숙(64) 회장의 말이다. 씽푸봉사단은 서울시 관악구 신사동에 사는 중국교포들이 만든 봉사단체다. 2만 4000여명의 중국교포가 관악구에 살고 있으며 그중 신사동에만 가장 많은 6000여명이 거주한다. 지난해 26명의 회원으로 결성된 씽푸봉사단은 동 주민센터를 찾는 중국교포에게 행정편의를 제공하고, 기초질서 캠페인 및 야간순찰 활동을 통해 안전한 동네 만들기에 앞장서고 있다. 또 신사동에 사는 중국교포들에게 관악구의 각종 정책을 알리고 위기가정을 찾아 통합 사례관리를 의뢰하기도 한다. 관악구의 지도와 각종 정책을 중국어로 제작해서 배포하는 것도 씽푸봉사단의 역할이다. 지역사회와의 자연스런 화합을 위해 먼저 지역주민에게 손을 내민 씽푸봉사단은 지난해 10월에는 신사동 주민센터와 손잡고 중국 꽈배기 마화, 유빙, 셀빙, 쌍창 등 중국먹거리 무료 체험부스를 운영했다. 11월에는 신사파출소와 함께 중국동포 자율방범대를 본격 출범해 중국교포와 주민과의 위화감을 없애고, 문화차이를 극복한 기초질서 생활화에도 앞장서고 있다. 올해는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중국어 교실을 운영한다. 신사시장을 대상으로 신사상인회와 함께하는 중국어교실을 열고, 여름방학에는 동 자치회관에서 초등학생 중국어 학습을 지원할 예정이다. 유종필 구청장은 “조화와 공존을 통해 따뜻한 지역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씽푸봉사단의 노력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성인 배우 뺨치는 명품 아역 배우들 스크린 점령

    성인 배우 뺨치는 명품 아역 배우들 스크린 점령

     아역 배우의 열연이 돋보이는 영화들이 줄을 잇고 있다. 성인 연기자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아역 배우들의 등장이 한국 영화에 풍성함과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관객 600만명 돌파를 앞두고 있는 나홍진 감독의 ‘곡성’의 흥행 열기는 촌뜨기 경찰 종구(곽도원)의 딸 효진으로 나오는 김환희(14)가 크게 거들고 있다. 초반에는 사랑스런 딸의 모습으로 미소짓게 하더니 중후반부에는 오컬트물의 원조격인 ‘엑소시스트’의 린다 블레어에 버금가는 귀신들린 연기로 긴장감을 한껏 끌어올린다. 지난달 칸영화제 상영 당시 현지 관객들에게 출연진 중 가장 인상 깊은 배우로 손꼽혔을 정도다.  6개월간 네 차례 오디션을 거쳐 발탁된 김환희는 2008년 드라마 ‘불한당’을 통해 연기에 입문한 9년차 베테랑(?)이다. 2011년 KBS 연기대상 여자 청소년연기상을 받으며 일찌감치 연기력을 뽐냈다. 영화로는 ‘곡성’이 세 번째 작품. 아이 몸으로 감당하기 벅찬 장면들이 많아 프리프러덕션 단계에서부터 체력을 키우는 데 주력했다고 한다. ‘아역 배우가 아닌 그냥 배우’로 연기에 임해달라고 주문했다는 나 감독은 “앞으로 반드시 지켜봐야할 놀라운 배우”라고 김환희를 치켜세웠다. 곽도원과 황정민도 “연기에서 환희에게 밀렸다”며 혀를 내둘렀다.  5월 초 개봉한 조성희 감독의 ‘홍길동-사라진 마을’에서는 꼬마 소녀 말순 역의 김하나(7)가 선과 악이 공존하는 홍길동을 연기한 이제훈에 꿀리지 않는 입담을 과시하며 존재감을 뽐냈다. 천진난만 하고 깜찍한 외모에 능청스런 대사로 관객을 사로잡으며 무겁고 어두운 느와르 분위기에 숨통을 트이게 하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첫 연기 경험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천연덕스럽게 연기를 펼친다. 프로필 서류를 추리고 추린 끝에 200여명이 도전한 오디션 경쟁을 뚫었다고. 조 감독은 “처음에는 낯선 촬영 환경에 적응하기 어려워 했고, 연기 경험도 없어 걱정했는데 결과적으로 정말 다행이었다”고 돌이켰다. 올 여름에는 걸출한 아역 배우 한 명이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7월 개봉 예정인 ‘부산행’의 김수안(10)이다. 서울에서 부산으로 향하는 고속열차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좀비와 사투를 벌이는 공유의 딸 역할을 맡았다. 칸영화제에서 ‘부산행’이 세계 최초로 공개됐을 때 유머와 감동의 마초 연기를 펼친 마동석에 버금가게 박수를 받았다. 성인 배우 못지 않은 섬세한 감정 연기가 일품. 김수안은 ‘부산행’이 13번째 장편 영화 출연작일 정도로 충무로 감독들 사이에서 신동 중의 신동으로 입소문이 났다. 지난해 옴니버스 영화 ‘신촌좀비만화’의 피크닉 편에서 열연해 독립영화 축제인 들꽃영화상에서 쟁쟁한 언니들을 제치고 신인여우상을 거머쥐는 파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 작품에서 김수안에게 반한 연상호 감독이 당초 남자였던 아역 캐릭터를 여자로 바꾸면서까지 ‘부산행’에 전격 캐스팅했다는 후문이다. 지난 4월 ‘해어화’에도 나왔던 김수안은 1일 스크린에 걸리는 ‘무서운 이야기3’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영화 홍보마케팅사 호호호비치의 이채현 대표는 “영상 콘텐츠에 익숙해지는 연령대가 낮아지며 성인 배우에 밀리지 않는 연기를 펼치는 연기 영재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요즘 한국 영화를 보는 즐거움 중 하나”라고 말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건축가 황두진의 무지개떡 건축을 찾아서] 음악의 낙원, 영화의 낙원, 종로의 낙원… ‘낙원삘딍’이 말하길, 도시 속 도시 되리라

    [건축가 황두진의 무지개떡 건축을 찾아서] 음악의 낙원, 영화의 낙원, 종로의 낙원… ‘낙원삘딍’이 말하길, 도시 속 도시 되리라

    ●도심 한 복판 건물 지하에 반찬가게·국밥집 말끔하게 단장된 입구를 따라 지하로 들어가자 완연히 다른 분위기가 펼쳐진다. 포목상과 과일가게, 반찬가게 바로 옆에 간단한 안주와 함께 소주잔을 기울일 수 있는 국밥집이 있다. 마치 동네 시장 같은 느낌이다. 조명이 침침해서 그런지 전체적으로 시장의 활기 있는 분위기가 잘 살지 않는 것은 아쉽다. 그러나 도시 한복판의 건물 지하에 이런 장소가 있으리라고 누가 예상할까. 그 위에는 전혀 다른 세상이 있다. 아니 다른 세상 여럿이 차곡차곡 쌓여 있다. 1층 대부분은 자동차가 쌩쌩 달리는 도로와 주차장이고 여기서부터 2, 3, 4층은 자칭 ‘세계에서 가장 큰’ 악기상가다. 특이하게도 4층은 영화의 세계다. 원래는 허리우드 극장이었으나 이후 노인 전용 영화관과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가 공존했다. 2015년 서울아트시네마는 이전했지만 노인 전용 영화관은 아직 남아서 나름 성업 중이다. 꽤 넓은 옥상마당도 있어서 그 일부가 야외 공연장으로 사용된다. 그 주변으로 역시 악기상가와 관련된 공간들이 보인다. 그 위 5층에는 사무공간이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위에서 굽어보는 것은 다름아닌 아파트다. 6층부터 15층까지, 모두 10개 층 149가구의 낙원아파트다. 9층부터 15층까지의 아파트는 무려 7개 층을 관통하는 수직 중정을 둘러싸고 있다. 아마도 서울 도심 내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공간의 하나일 것이다.  재래식 시장에서 시작해서 악기상가와 영화관, 사무실, 거기에 아파트까지 한 건물에 다 들어가 있는 도시 속의 도시, 이 건물의 원래 이름은 ‘낙원삘딍’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통상 낙원상가로 불린다. 건물 높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아파트는 마치 여기 존재하지 않는다는 듯이. 이렇게 이 건물이 갖는 고도의 복합성을 애써 무시하는 것은 옳지 않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낙원상가’도 ‘낙원아파트’도 아닌 ‘낙원빌딩’으로 통칭한다.   ●구도심 상주인구의 한 거점  2016년 3월 기존 통계에 따르면 서울시 25개 구 중에서 인구가 가장 적은 구 1, 2위가 바로 중구와 종로구다. 이 두 구의 인구를 합쳐 봐야 28만 907명에 불과하다. 반면 서울 외곽인 송파구는 혼자서 무려 65만 6830명의 인구를 거느리고 있다. 사대문 안이 결국 종로구와 중구라는 점을 감안하면 서울 구도심에 얼마나 사람이 살지 않는지 알 수 있다. 조선 후기 한양 인구가 약 30만명이었다고 하니 그때로 돌아간 것인가. 한편, 낙원아파트의 가구수인 149에 종로구의 가구당 인구인 2.12명을 곱하면 약 315.88명이다. 이 셈법이 맞는다면 사대문 안 상주인구의 0.1%가 넘는 사람들이 낙원아파트 단 한 동에 살고 있는 셈이다.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비중이다. 가히 구도심 상주인구의 한 거점이라고 할 만하다. 그들의 삶은 어떤 것일까. 여러 이야기들을 모아 보면 이렇다. -생활하기에 정말 편하다. 그야말로 모든 것이 가까이 있다. 책을 사고 싶으면 교보라는 동네 서점에 간다. 아프면 서울대학병원이 가깝다. 산책하고 싶으면 경복궁과 창덕궁, 종묘가 지척이다. 택시와 버스, 지하철은 온 사방에 널려 있다. 근처에 교동, 재동, 운현 등 유서 깊은 초등학교도 여럿 있다. 장은 어디서 보냐고? 건물 지하가 시장이다. 그러니 내 집 냉장고가 클 필요도 없다. 근처에 먹을 곳, 마실 곳은 차고 넘친다.  -주민 중 일부는 건물 내, 혹은 인근에서 일한다. 따라서 직주근접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긍정적이다. 어지간한 시내 중심부의 직장은 걸어서 출퇴근한다.  -건물이 동서로 길어서 아파트는 중정을 중심으로 남향과 북향이 선명하게 나뉜다. 대체로 노인들은 남향을 선호하지만, 젊은 세대들은 경관이 좋은 북향을 마다하지 않는다. 남쪽으로는 빌딩 사이로 남산이 보이는 정도지만 북쪽으로는 북한산과 궁궐이 눈앞에 펼쳐진다.  -9층의 중정은 일종의 마을 광장 역할을 한다. 가끔 주민 회의가 열린다는데 상당히 장관일 듯하다. 아이들이 뛰거나 공을 가지고 놀기도 해서 이를 자제해 달라는 ‘동네스러운’ 안내문이 붙어 있기도 하다. ●설계자 김수근 설·일본인 건축가 설 등 난무  낙원빌딩의 건립 과정은 비교적 소상히 알려져 있다. 원래 이 자리에는 시장이 있었다. 여기에 도로를 내야 했는데 시장 상인들이 갈 데가 없어서 그들에게 지하 공간을 마련해 주기로 했다. 그런데 비용을 민자로 충당하기 위해서는 건설회사를 끌어들여야 했고, 그들에게 이익구조를 만들어 줘야 했다. 결국 대규모의 상가와 아파트를 건립할 수 있게 해 주었다는 것이 대강의 줄거리다. 이 과정에서 기존의 상인들이 다른 곳으로 쫓겨나지 않고 그 자리에 계속 남아 개발의 한 축을 담당했다는 것은 지금의 한국 사회가 오히려 뼈아프게 배워야 할 점이다. 서울 근현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인 ‘불도저 시장’ 김현옥이 어김없이 등장하기도 한다. 이 건물 완성 직후인 1970년 4월 와우아파트 붕괴 사건으로 물러난 사람이지만, 이 건물만큼은 워낙 튼튼하게 지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결과적으로는 도로 위에 지은 건물인 셈이 되어 지금도 아파트 소유자들이 토지세가 아닌 도로세를 내는 등 특이한 점이 많다.  애초에 이런 건물은 누가 구상했으며 그 배경에는 어떤 생각이 있었을까. 이론적으로 보자면 고밀도의 복합건축을 통해 직주근접을 가능케 하고 더 많은 인구를 도심으로 유입시켜야 한다는 등, 새로운 도시에 대한 꿈이 있지 않고서는 생각하기 어려운 건물이다. 그런데 실상은 그와 사뭇 다른 듯하다. 설계자만 해도 김수근 설, 일본인 건축가 설, 김만성(연합건축) 설 등이 난무한다. 설계자가 누구였던지 간에 이 정도의 대규모 복합건축물을 지으면서 당연히 가졌을 생각의 기록과 흔적은 아쉽게도 그리 전해지지 않는다. 어쩌면 그런 커다란 청사진이라는 것이 아예 없었을지도 모른다는 다소 섬뜩한 의혹도 갖게 된다. 손정목 교수가 ‘서울 도시계획 이야기’에서 토로한 것처럼 ‘오늘날에는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들의 연속’ 탓이었을지도 모른다. 만약 정말 그랬다면 그들은 어쩌다 이 건물을 지은 것일까. ●9층 중정에서 만나는 고요함과 경건함  건물이 놓인 삼일대로는 가회동에서 도심을 거쳐 한남동과 강남 일대를 지나 경부고속도로까지 이어지는 중요한 간선도로다. 왜 이 지점에 있던 시장을 철거해가면서까지 도로를 놓을 수밖에 없었는지 이해가 된다. 안국동 쪽에서 보면 건물이 놓인 방향이 좀 이상하게 느껴진다. 이것은 종로 쪽에서 봐도 마찬가지다. 둘 다 삼일대로의 완만한 곡선 때문인데, 결과적으로 이 큰 건물은 어디에서 봐도 뭔가 불편한 모습이다.  가까이 다가가면 건물이 상당히 위압적으로 다가온다. 특히 그 하부의 도로를 달리는 차량으로 인해서 더욱 그렇다. 처음 가는 사람들은 어디가 어딘지 알기 어렵지만 동선은 나름 신경 써서 구성되어 있다. 우선 지하의 낙원시장으로 가는 몇 개의 출입구가 있다. 그리고 역시 상부의 악기시장으로 올라가는 계단도 여럿 보인다. 건물 주변에도 악기상들이 많은데 자료에 의하면 이 인근 지역에 먼저 악기상들이 있었고 낙원상가로 대거 입점한 것이 오히려 나중이다. 건물 하부에 신호등까지 갖춰진 사거리가 있고 이를 중심으로 엘리베이터와 실내 계단이 놓여 있어서 동선의 중심을 이룬다. 악기상가 및 영화관으로 가는 동선과 아파트로 가는 동선은 나름 섬세하게 구별되어 있다. 예를 들어 영화관이 있는 4층에는 아파트로 가는 엘리베이터의 조작 버튼이 아예 없다. 서로 다른 기능을 수직으로 구성하면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들을 고민한 결과다. 복합건축의 현실적 측면이다.  흥미로운 것은 건물의 관리 상태다. 먼 거리에서 본 낙원빌딩은 낡은 모습에 에어컨 실외기가 덕지덕지 붙어 있는 남루한 모습이지만 의외로 건물 내부로 들어갈수록 건물이 잘 관리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아파트의 주 입구 주변에는 건립 당시의 정초석(‘1967. 10’)과 건물명패(‘낙원삘딍’), 그리고 벽 마감재가 매우 정성스럽게 유리벽 안에 보존되어 있다. 지하의 낙원 시장으로 들어가는 주 입구도 새로 손을 본 듯 잘 정비되어 있는 모습이다. 계단의 황동 난간은 아직 윤기가 잘잘 흐르고 바닥의 테라조(‘도키다시’)의 상태도 별다른 흠집이 없을 정도다. 여기저기에 있는 비상구 안내 사인들도 아마도 이전 모습 그대로일 것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9층에 내리면 중정이 있다. 특이하게도 소음이 거의 없다. 혼잡한 도시 한복판에서 그것은 특별한 경험이다. 위를 올려다보면 햇볕이 부옇게 걸러져 들어온다. 비싸거나 화려한 재료를 사용하지 않은 건물이지만 이 공간만큼은 매우 품위가 있다. 양쪽 벽면의 거대한 부조는 만든 솜씨가 아주 뛰어나다고는 할 수 없어도 이곳이 소중한 삶의 터전으로 지어진 것이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던져 준다. 중정은 밝고 포근하다. 그리고 자전거가 몇 대 있을 뿐 쓰레기 하나 없다. 아파트 주민들이 이 중정을 마을의 중심으로서 매우 존중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저 멀리 천장 높은 곳에 아주 희미하지만 상량문이 보인다. 한자로 쓰여 있지만 해독하면 1969년 3월 28일이다. 검색해 보면 김수환 추기경이 한국인 최초로 추기경 서품을 받은 날이다. 우연이겠지만 왠지 이 공간에서 종교적인 경건함이 배어 나오는 듯하다. ●한국서 가장 복합적 성격 강한 건물의 사례  결과만을 놓고 보았을 때 낙원빌딩은 아직도 한국에서 가장 복합적 성격이 강한 건물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 건물의 입지와 형태, 기능을 둘러싼 논쟁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지만, ‘도시 속의 도시’라는 주제가 한 건물 안에 집약된 경우로는 그 직전에 완성된 세운상가와 더불어 여전히 독보적이다. 도시에 대한 생각 자체가 일천했던 1960년대 후반에 이런 개념의 건물을 지었다는 것은 실로 놀랍다. 비록 그 과정의 상당 부분이 우연이었다고 해도 그 결과물의 중요성은 떨어지지 않는다. 이 건물이 제시하는 삶의 풍경은 여전히 철두철미하게 ‘반전원적’이고, 그런 의미에서 진정으로 ‘도시적’이다. 한국 도시의 밀도와 복합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낙원빌딩이라는 ‘우발적’ 실험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 [자치단체장 25시] 원전 백지화·신재생에너지 메카로… 작업복 입고 현장 속으로

    [자치단체장 25시] 원전 백지화·신재생에너지 메카로… 작업복 입고 현장 속으로

    지역 토박이 김양호(54) 강원 삼척시장의 평소 근무복은 민방위복이나 산불진화복이다. “현장에 가서 들으면 답을 찾을 수 있다”는 소신으로 늘 주민과 함께하며 현장 소통행정을 실천하기 위해서다. 어민들의 조업 현장, 항포구 어판장, 새벽시장 등 민생현장을 제일 먼저 찾아 체험과 함께 생생한 시민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으며 행정을 이끌고 있다. 특히 ‘원자력발전소 건설 백지화’를 선언하며 시장에 당선된 뒤 태양광·풍력 등을 기반으로 한 신재생에너지도시 청사진을 하나하나 실천해 가고 있다.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생태도시, 2020년 에너지 자립도시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바다·동굴 등 자연자원을 바탕으로 한 해양관광도시 만들기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전국 아름다운 관광지 100선에 선정된 새천년해안도로 등을 기반으로 전국 최고 휴양·힐링의 도시 만들기에도 주력하고 있다. 특유의 친화력과 소탈함을 갖추고 8년간 강원도의원을 지내며 쌓은 지방행정 경험이 강점이다. 뚝심 있게 ‘시민중심! 행복삼척’를 실천하는 김 시장과 지난 11일 동행했다. ‘최대 과제’ 원전 공사장 직접 챙겨 김 시장의 하루는 새벽 장호항을 찾는 일부터 시작됐다. 새벽 5시, 그다지 크지 않은 아담한 어항이지만 밤새 조업에 나섰던 배들이 몰려들면서 왁자지껄하게 항구는 활기를 찾기 시작했다. 밤새 잡은 각종 고기를 어판장에 내는 어민들을 만나 격려하고 힘을 돋우는 김 시장의 모습은 영락없는 어촌 형님이다. ‘배 접안시설의 어려움은 없는지, 경매가격은 제대로 나오는지, 판로는 문제가 없는지….’ 김 시장은 그렇게 주민들과 소통하며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챙겼다. 출근 뒤 실·국장회의와 사회단체장 접견을 하고 곧바로 원전 후보 예정구역으로 남아 있는 근덕면 부남리와 동막리를 찾았다. 공사를 하다 중단된 허허벌판이 붉은 속살을 드러내고 수년째 잡초만 무성하다. 청정 삼척을 살리겠다며 원전 백지화를 선언한 김 시장의 최대 과제로 남아 있는 현장이다. 김 시장은 “지역 갈등과 혼란을 불러왔던 원자력발전소 건설 문제는 당시 삼척의 역사와 문화, 전통은 물론 환경 파괴를 낳는 무서운 재앙의 예측은 안중에 없이 눈앞에 보이는 이익만을 추구했던 몇몇 행정가들의 잘못된 판단에서 시작됐다”면서 “1년 6개월 전 주민 85%가 반대한 원전을 백지화하고 친환경에너지산업의 메카를 만드는 게 최대 과제지만 아직 정부의 입장이 정리되지 않아 어려움이 많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2012년 9월 정부로부터 원전 건설 예정구역으로 고시된 근덕면 부남리·동막리 일대 317만㎡는 2018년까지 결정이 유보된 상태다. 정부는 이곳에 1500㎿급 원전 4기를 건설하겠다며 예정구역으로 지정·고시해 놓고 있다. 부남·동막리는 당초 방재산업단지로 추진되다 다시 원전 건설 후보지역으로 고시되면서 수년째 재산권 행사는 물론 고통받는 마을로 남아 있다. 김 시장은 2년 전 취임 일성으로 원전 백지화 정책을 선언하고 청정에너지 친환경도시를 만들겠다고 주민들과 약속했다. 원전 대체에너지로 태양광·풍력 발전을 비롯한 신재생에너지를 신성장 동력산업으로 중점 육성해 에너지 자립화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청사진도 그렸다. 이를 바탕으로 그동안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산업 육성에 노력을 기울인 덕에 지금까지 약 18㎿의 신재생에너지가 생산·가동 중이다.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에서 발전사업 허가를 받아 추진하는 신재생에너지는 태양광발전 62건 25㎿, 풍력발전 7건 360㎿ 등 모두 69건 385㎿ 규모에 이른다. 태양광은 국내 최고 업체인 한화큐셀 컨소시엄이 하장면 토산리에 사업비 160억원을 들여 8㎿급 발전소를 짓고 있다. 태양광발전 테마파크 등 추진 풍력은 하장면 숙암리 일대에 12㎿ 규모의 풍력발전소가 2012년에 준공돼 가동 중이다. 지난해 판문리 일대에 3.3㎿급 풍력발전소가 완공돼 현재 상업운전 중이며 추가로 3㎿에 대해 발전사업 허가를 얻는 등 모두 7건에 360㎿가 추진되고 있다. 태양광발전과 풍력발전 등 신재생에너지 산업은 친환경 미래산업으로 농업인들이 토지를 임대해 수익을 창출할 수도 있지만 발전사업에 직접 참여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시는 산림훼손이 없는 발전 단지를 조성해 에너지 자립도를 높여 나간다는 방침이다. 부남·동막리 등 원전 예정 후보지도 이 같은 신재생에너지단지로 만들 계획이다. 이와 함께 태양광발전 테마파크와 추적식 태양광발전소를 단계적으로 건설하고 태양광발전연구단지, 테마관 건립, 태양광기자재생산단지, 태양광시민펀드, 플라스마석탄가스화력발전, 플라스마발전기자재공장 등 다양한 연관산업을 유치해 고용창출과 지역경기 활성화의 토대를 마련, 친환경에너지 자립도시로 성장시켜 나갈 계획이다. 함께한 이명기 삼척 공보담당은 “원자력발전소 입지라는 그동안의 지역적 이미지를 탈피, 완전히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발판 삼아 경제도약을 이뤄 과거 4대 공업도시의 옛 영화를 되찾는 게 삼척시의 최대 과제”라고 귀띔했다. 사람·자연 공존하는 생태도시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생태도시·휴양관광도시 만들기에도 열정을 쏟고 있다. 동해안에서 가장 긴 81.38㎞의 수려한 해안 절경을 살려 미래 먹거리 관광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복안이다. 그리스 산토리니에 버금가는 ‘쏠비치호텔 & 리조트 삼척’에서부터 전국 아름다운 관광지 100선에 선정된 새천년해안도로, 맹방 명사십리, 한국의 나폴리라 불리는 용화~장호 해상케이블카, 초곡 해안 절경 녹색 경관길, 헌화가의 애환을 담은 수로부인공원에 이르기까지 해양관광 벨트를 조성해 전국 최고의 여가와 휴양·힐링의 휴식처로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열린 행정·소통 기구 활성화 피서철을 앞두고 다음달 개장하는 쏠비치호텔 & 리조트는 부지 11만 3579㎡에 리조트 721실(호텔 217실, 콘도 504실), 컨벤션센터, 아쿠아월드 등이 들어선다. 민자 2480억원이 투자됐다. 연간 70만명(투숙률 70%) 이상 이용을 통한 150여명의 고용창출과 1500억원의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수산물을 리조트에 공급하면서 농어민들 소득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동해~삼척 고속도로 개통, 38번 국도 완공, 포항~삼척 철도 개설 등 교통망이 좋아지면 관광객들은 더 늘 전망이다. 해상케이블카, 국민캠핑장 등 주변 해양관광 인프라가 완료되면서 기대감을 더 높이고 있다. 김 시장은 “198억원이 투자되는 이사부 역사문화 창조사업이 국비지원사업으로 확정되면서 2020년까지 4년 동안 정라진 육향산과 오분항 일대에 우산국 정벌 출항지 조성, 독도 수호관 건립 등도 곧 시행된다”면서“국가사적지 준경묘, 영경묘 등과 함께 귀중한 문화유산 중심지로 자리잡게 된다”고 말했다. 더불어 김 시장의 소통행정은 ‘이슈현장! 난상토론마당’, ‘주민참여 100인 위원회’, ‘현안사업장 현장설명회’, ‘읍면동 주민과의 대화 마당’ 등 주로 현장에서 이뤄진다. 이런 과정을 통해 민·관 간 신뢰를 쌓고 있다. 조례 제정, 예산 집행, 사업 추진, 사업 효과, 시민에게 영향을 주는 사업 예측에 이르기까지 시민들에게 열린 행정을 펼치고 어려운 일은 주민들과 서로 소통하는 기구를 구성해 활성화하고 있다. 김 시장은 “열린 행정을 기본으로 하고 원전 백지화와 신재생에너지도시, 해양관광도시 육성 등 전국 최대 휴양·힐링도시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삼척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이슈&이슈] 수십억 소송 이어 시설물 철거까지… 먹구름 휩싸인 강정마을

    [이슈&이슈] 수십억 소송 이어 시설물 철거까지… 먹구름 휩싸인 강정마을

    국방부가 제주 강정마을 주민 등을 상대로 구상권 청구 소송에 나선 데 이어 서귀포시가 크루즈터미널 공사를 위한 행정대집행까지 예고하자 강정마을이 다시 갈등에 휩싸이고 있다. 29일 서귀포시에 따르면 지난 20일 강정마을회에 강정 크루즈터미널 진입도로 개설을 위한 ‘건축물 행정대집행 계고서’를 발송했다. 시는 대집행 계고서에서 강정동 2835-11 등 2필지 ‘중덕삼거리’에 세워진 망루와 컨테이너박스, 비닐하우스 등 시설물 10개 동에 대한 철거를 요구했다. 해당 부지는 국방부가 수용한 국방부 소유 토지다.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서귀포시가 대집행에 나서게 된다. 중덕 삼거리는 2011년 해군기지 공사장 주변에 펜스가 설치되자 마을주민들이 10여m 높이의 망루와 방문객에게 식사를 제공하기 위한 식당을 설치하는 등 제주 해군기지 반대 운동을 상징하는 공간이다. 시는 지난 13일 협조요청서를 보내 19일까지 자진철거를 요청했고 강정마을회가 이에 응하지 않자 다음달 2일까지 재차 자진철거를 요구한 상태다. 시는 크루즈터미널 진입 도로가 기존 2차선에서 4차선으로 확대, 중덕삼거리 일대가 도로계획에 포함돼 시설물 철거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고권일 강정마을회 부회장은 “구상권 문제에 대해 아무런 진전도 없는데 행정대집행으로 다시 주민들을 압박하고 있다”며 “4차선이 아닌 2차선 진입도로 상태에서도 공사는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시는 공사용 차량 출입이 원활하지 못해 공사가 지연되고 있어 자진철거하지 않으면 부득이 대집행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어서 충돌이 우려된다. 강정 크루즈터미널은 정부가 2014년 6월부터 내년 12월까지 사업비 378억원을 들여 터미널과 주민편의시설, 주차장, 계류시설, 진입도로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당초 2014년 6월 공사에 착수했지만 주민들의 반대로 공사가 2차례 중단됐다가 지난 3월부터 다시 재개했고 현재 공정률은 10%다. 강정 마을 주민들의 반발을 사는 구상권 청구 논란은 아무런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해군은 지난 3월 제주해군기지 공사 지연에 따른 손해에 대해 강정마을회와 주민 등을 상대로 구상권 청구의 소를 제기했다. 청구대상은 강정마을회 등 5개 단체를 포함한 121명이며 청구 금액은 34억 5000만원에 이른다. 이에 강정마을 주민들이 크게 반발하는 등 지역여론이 들끓자 원희룡 제주지사는 정부에 구상권 청구 철회를 요청했다. 원 지사는 최근 한민구 국방부장관과 정호섭 해군참모총장에게 건의문을 보내 “해군기지가 국방안보의 기능과 함께 크루즈관광산업의 중추적 역할을 해 나갈 것이며 남은 과제는 갈등과 대립을 해소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해군의 소송으로 강정마을 공동체가 극심한 정신적 충격과 공황 상태에 빠졌다”며 “법보다는 사람이다. 진정한 화합과 상생을 통해 강정마을의 공동체가 회복되고 강정마을과 해군장병이 공존하는 길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원 지사는 “강정주민들이 사법적 제재로 인한 고통에서 벗어난다면 대통합의 밀알이 될 수 있다”며 “더 큰 제주와 국가안보를 위해 구상금 청구소송을 철회해 달라”고 요청했다. 제주 지역 강창일·오영훈·위성곤 20대 국회의원 당선자도 최근 한민구 장관을 만나 구상권 철회를 요구했다. 제주도의회도 “해군은 강정지역에서 앞으로 주민들과 함께할 공동운명체인데 소송을 통해 모든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발상은 애초부터 바람직하지 않을뿐더러 용납될 수도 없다”며 구상권 청구 철회를 촉구했다. 제주도변호사회도 강정마을 구상권 청구에 대한 특별위원회를 구성, 대응키로 했다. 이 같은 구상권 철회 요구에 국방부와 해군은 아직 아무런 입장 변화가 없는 상태다. 더구나 항만 제2공구 공사를 담당한 대림건설도 강정마을 주민 등이 공사를 방해해 공사가 지연됐다며 손실비용 230억원을 청구할 것으로 알려져 구상권 청구를 둘러싼 갈등은 계속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 위성곤(서귀포시) 당선자는 “강정마을은 지난 10년 동안 아플 만큼 아팠고 상처는 곪을 대로 곪았으며 지역공동체는 완전히 파괴된 채 복원되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는 구상금 청구소송을 철회하고 사면복권 등 갈등해결을 위한 단초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제주 해군기지가 들어서면서 우려했던 군인과 주민들이 직접 출동하는 사건도 생겨나고 있다. 지난 4월 해군통합훈련에 참여했던 해병대 간부는 최근 모욕과 명예훼손 혐의로 조경철 강정마을회장 등 4명을 경찰에 고소했다. 당시 해병대 9여단 소속 군인들은 제주해군기지가 주관하는 ‘제주민군복합항 통합항만 방호훈련’에 참여, 중문에서 강정마을로 진입하던 길이었다. 이 과정에서 군인들은 차량에서 외부를 향해 총구를 겨누는 사주경계에 나선 것을 보고 강정마을 주민들이 군인들이 주민들을 향해 총구를 겨눴다며 차량을 막고 항의하는 소동을 벌였다. 경찰은 조 회장 등에게 일반교통방해죄 등을 적용, 출석을 요구한 상태다. 조 회장 등은 경찰이 도로교통법이 아닌 형량이 높은 일반교통방해죄를 적용, 출석을 요구한 것은 부당하다며 소환에 불응한 채 반발하고 있다. 해병대 9여단은 간부 개인이 자신의 부모에게 욕설을 한 주민을 상대로 개인차원에서 고소한 것이며 해병대와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이처럼 해군기지 완공 이후에도 해군과 강정주민 간의 대립과 반목이 계속되면서 제주 해군기지 운용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해군은 지난 25일 ‘2016 서태평양 잠수함 탈출 및 구조훈련’(Pacific Reach 2016)에 참여한 일본 자위대 함정의 제주해군기지 입항 계획을 전격 취소했다. 당초 해군은 훈련에 참여한 외국 함정 중 일본과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함정 4척이 다음달 2일 제주해군기지에 입항해 행사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일본 자위대 함정이 욱일승천기를 달고 지난 24일 진해항에 입항하자 일본제국주의 상징에 대한 비난 여론이 불거졌다. 국방부는 해군기지 갈등 등 제주지역의 여론 악화를 우려해 일본 함정의 제주 해군기지 입항을 취소하는 등 계획을 변경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제주 해군기지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해군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국방부의 연구 결과가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국방부가 재단법인 한국군사문제연구원에 의뢰해 지난해 6월부터 지난 1월까지 진행한 ‘제주민군복합항의 국제전략적 활용방안 연구’ 용역에서 연구진은 “사업지연이 시민단체와 주민들에 의한 사업 거부가 직접적인 이유가 될 수 있지만 정부와 국방부, 해군이 주민과의 약속이행에 대한 노력 부족도 피할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라고 진단했다. 또 연구진은 “해군기지를 둘러싼 갈등은 국가적으로도 국력의 낭비며 향후 제주기지 활용에도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갈등 해소 방안으로는 투명한 정보공개와 주민·시민이 참여하는 토론을 제안했다. 해군기지의 경제적 효과에 치중하지 말고 해군기지의 전략적 활용방안도 홍보하라고 주문했다. 연구진은 “갈등관리를 위해 주민들이 해군기지 정책에 불신하는 것만 문제 삼지 말고, 주민 중심의 열린 논의방식을 제도화해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어 “건설 초기처럼 공익적 측면과 경제적 효과만을 역설하기보다는 해양에서 국가이익을 수호하기 위한 국제전략적 활용의 중요성을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총질·난개발·로드킬… 한라산 노루, 파리 목숨이네요”

    “총질·난개발·로드킬… 한라산 노루, 파리 목숨이네요”

    저는 한라산 노루입니다. 3년 전만 해도 저는 한라산의 상징이자 명물로 큰 사랑을 받았답니다. 제가 깡충깡충 한라산 중산간 들판을 뛰노는 모습에 다들 즐거워하셨지요. 그때는 과분한 사랑으로 하루하루 신바람이 났지요. 하지만 2013년 7월 제가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되면서 저는 살아도 산 것이 아닌 악몽 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저와 같이 한가롭게 한라산 자락을 뛰놀다 사방에서 밤낮으로 마구 쏘아대는 총질에 이미 세상을 떠난 친구들이 수두룩합니다. 3년간 무려 5000여명의 친구들이 제 곁을 떠났습니다. 다행히도 저는 운이 좋았던지 아직 목숨을 부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앞으로 살아갈 일이 막막합니다. 노루 포획 기간을 3년 더 연장하기로 결정했다지요. 저에게는 공포 그 자체입니다. 저와 제 친구들은 원래 한라산에서 오순도순 평화롭게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갑자기 평화가 깨져 버렸습니다. 농부들이 땀 흘려 지은 농작물을 저희가 마구 파괴한다는 게 그 이유였지요. 이 땅의 농부들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고 헤아립니다. 정성껏 지은 농작물에 손을 대는 것은 염치없고 너무 죄송한 일이지요. 하지만 그게 꼭 우리 탓만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지 않나요? 조상 대대로 저희가 평화롭게 뛰놀던 한라산 중산간에는 어느 순간 중장비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오면서 골프장이 빼곡히 들어서 버렸지요. 독한 농약은 또 얼마나 뿌려대는지. 저희의 삶의 터전은 그렇게 망가지기 시작했지요. 먹을거리가 지천에 널려 있던 그 많던 초원도 하나둘 사라졌습니다. 친구들은 저마다 먹고살기 위해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허기를 달래기 위해,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일부 친구들은 농작물에 손을 대기 시작했지요. 절박했습니다. 야생 노루 포획이 허용됐던 지난 3년간은 또 어땠나요. 중국 자본이 밀려오면서 그나마 온전했던 중산간 이곳저곳에 개발 바람이 다시 불면서 초원이며 숲이며 모두 콘크리트 숲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총구를 피해 몸을 숨기려고 도망쳤던 곶자왈 숲까지 중국 자본이 파헤치는 바람에 이제는 숨을 곳도 사라져 버렸습니다. 한라산 중산간이 무차별 개발로 파괴되지 않았다면 저희가 먹을 것을 찾아 산에서 내려와 농작물에 손을 댔겠습니까. 요즘 저희는 살아 있으나 산목숨이 아닙니다. 다행히 총질은 피했지만 늘어나는 관광차량에 한라산 5·16도로에서, 1100도로에서 로드킬을 당하기 일쑤입니다. 이민이라도 갈 수 있다면 당장이라도 총소리로 가득한 제주섬을 영영 떠나고 싶습니다. 일본 나라현 나라시에는 유명한 사슴공원이 있다지요. 사람들과 사슴들이 공존하면서 일년 내내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다더군요. 그곳 사람들은 왜 사슴을 몰아내지 않았을까요? 앞으로 3년, 아마 저는 총구를 피하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포수들에게 간절히 부탁합니다. 어린 제 동생들에게는 제발 총질을 하지 마세요. 저야 한때 한라산에서 평화롭고 풍족한 삶을 살아 봤으니 큰 미련도 없습니다. 하지만 어린 제 동생들은 태어나자마자 공포의 총구와 마주해야 합니다. 그런 동생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합니다. 또 3년만 더 버티면 그때는 정말 우리가 안전할까요?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달라이 라마 방한 추진 국제포럼 개최

    달라이라마방한추진회(상임대표 금강 스님)는 다음달 2일 오후 1시 서울 종로구 견지동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달라이 라마, 평화와 공존을 말하다’를 주제로 국제포럼을 연다.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의 방한이 한국사회에 어떤 의미를 갖고, 방한 성사를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조명하는 자리다. 티베트 불교의 세계적 석학이자 달라이 라마 통역사로 활동한 제프리 홉킨스 미국 버지니아대 명예교수 등이 발제에 나선다. 한편 추진회는 오는 7월 2일 오후 1시 봉은사에서 ‘달라이라마방한추진회 발대식’을 봉행한다. (02)730-5911.
  • [기업 미래 문화 특집] 삼성, 젊은 벤처처럼 자발적 ‘몰입’… 월급날은 ‘칼퇴’하는 패밀리데이

    [기업 미래 문화 특집] 삼성, 젊은 벤처처럼 자발적 ‘몰입’… 월급날은 ‘칼퇴’하는 패밀리데이

    삼성은 ‘젊은 조직’으로의 변신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그 중심에는 ‘스타트업’(창업기업) 문화로의 변신을 선언한 삼성전자가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미국 실리콘밸리의 정보기술(IT)기업과 같은 유연한 조직으로 탈바꿈한다는 ‘스타트업 삼성 컬처혁신’을 선언했다. 이와 함께 임직원의 창의성과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조직 문화 전반을 혁신하는 ‘3대 컬처혁신 전략’도 제시했다. 삼성전자가 제시하는 젊은 조직문화의 골자는 ‘자발적인 몰입’이다. 눈치를 보며 회사에 남아 잔업을 하는 분위기를 없애고 일과 휴식의 공존 속에 자율적으로 일을 하도록 한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월급 지급일인 매월 21일을 ‘패밀리데이’로 정해 야근과 회식 없이 정시 퇴근을 하고 있다. 가족사랑 휴가나 자기개발 휴가 같은 다양한 휴가제도를 도입하고 임직원 전용 여행상품 개발, 배우자 유산 휴가제도 등 직원들을 위한 복지제도를 신설하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나 볼 수 있었던 사옥도 마련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일 경기 수원 디지털시티에 지상 1층과 지하 1층, 총 3만 7259평에 달하는 센트럴파크를 개관했다. 지상에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구상할 수 있는 공원, 지하 1층에는 피트니스센터와 동호회 시설 등이 마련됐다. ‘C랩’에서는 직원들이 자유로운 토론과 협업을 통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서울시의회 김영한의원 “송파 생태공원 모든 주민 공간 되길”

    서울시의회 김영한의원 “송파 생태공원 모든 주민 공간 되길”

    송파구 첫 생태놀이터가 착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생태놀이터는 도시의 어린이가 집 근처에서 흙, 풀, 나무 등의 자연 생태요소를 활용해 놀이, 생태체험, 휴식 등을 할 수 있는 자연생태 공간이다. 송파구 생태놀이터는 개롱공원에 자리를 잡는다. 기존에 있던 공원에 자연 자료를 더하고 생태 체험공간을 조성하는 등 도시 가운데 친환경적 환경이 조성된다. 이 공간은 어린이들의 감성과 창의성 발달을 돕는 교육공간, 그리고 주민 커뮤니티 및 휴식 공간으로 활용된다. 약 1900㎡ 규모로 조성되는 생태놀이터에는 일반 놀이터의 미끄럼틀이나 그네, 시소 등 획일화된 인공시설 대신 천연나무로 만든 목재조합 놀이대, 지형을 이용한 언덕미끄럼대·동굴놀이대·사면오르기, 나무의 특성을 활용해 놀 수 있는 나무평균대·나무드럼, 그리고 자연 생태를 체험할 수 있는 곤충학습원, 조류학습원 등이 설치될 예정이다. 김영한 의원(송파5, 더불어민주당)은 “개롱공원은 아이 뿐 아니라 모든 연령대의 주민들로부터 사랑받는 열린공간”이라며 ”생태놀이터가 기존 사용자들과 공존하는 공간으로 조성되기 바란다.”고 전했다. 북유럽으로 비교시찰을 다녀온 김영한 의원은 “북유럽에서 도심 속 자연 공간을 통해 시민 모두가 행복한 모습을 보고 왔다.”며 ”생태놀이터가 ‘생태도시 서울'의 이미지와 맞도록 폭넓은 역할을 하기 바란다. 어린이 교육공간으로서의 기능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켜 어린이와 어른들이 더불어 사는 데 도움을 주는 순기능 또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포옹하는 가톨릭과 이슬람

    포옹하는 가톨릭과 이슬람

    프란치스코 교황과 이슬람 수니파 이맘(최고 지도자) 셰이크 아흐메드 알타예브가 23일(현지시간) 바티칸 사도궁전에서 만나고 있다. 알타예브는 이집트 카이로에 있는 수니파 최고 종교기관 알아즈하르를 이끄는 대(大) 이맘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우리가 만난 것 자체가 메시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맘 알타예브는 바티칸 방문 길에 낸 성명에서 ”평화와 공존의 확산을 위해 노력하는 차원에서 교황의 초청을 받아들였다”고 밝힌 바 있다. AFP·AP 연합뉴스
  • “존경하는 장수핑이 받았던 상, 꿈 같네요”

    “존경하는 장수핑이 받았던 상, 꿈 같네요”

    세계 3대 영화제 첫 스태프 수상 영광 “촬영감독이 주로 받는 상이라 예상 못해… 영화 미술 종사자에 자긍심 줄 수 있기를” “제가 제일 존경하는 장수핑(왕자웨이 감독의 미술감독)이 받았던 상이라 늘 꿈꿔 왔는데 믿어지지 않네요.” 23일 폐막한 제69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벌컨상(테크니컬 아티스트상)을 받은 영화 ‘아가씨’의 류성희(48) 미술감독은 수상 소식이 실감나지 않는다고 했다. 1951년부터 시상된 벌컨상은 칸영화제의 본상이 아니라 번외 특별상이지만 영화 제작 현장을 뛰는 스태프라면 누구나 받고 싶어 하는 상이다.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우리나라 스태프가 수상자로 이름을 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류 미술감독은 이날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미술감독이 해마다 수상할 수 있는 건 아니고 주로 촬영감독이 받아 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기뻐했다. 그는 “영화 미술 분야가 전문직이라는 인식이 뿌리내리지 못한 상황인데 제 수상 소식이 영화 미술 종사자들에게 자긍심을 주고, 또 이 분야를 꿈꾸는 젊은 분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다면 더이상 바랄 게 없다”고 말했다. 그가 박찬욱 감독과 함께 빚어낸 ‘아가씨’의 대저택과 서재 등은 서양과 동양, 전통과 근대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이번 칸 영화제에서 우아하고 매혹적이며 드라마틱하다는 극찬을 받았다. 홍익대 도예과를 나온 그는 평소 품었던 꿈을 버리지 못하고 미국 유학을 하며 영화 쪽 길을 걷기 시작했다. 2001년 예술영화 ‘꽃섬’(감독 송일곤)과 상업영화 ‘피도 눈물도 없이’(감독 류승완)를 통해 데뷔했고, 이때 맺은 인연으로 봉준호, 박찬욱, 김지운 감독과 호흡을 맞추며 한국을 대표하는 미술감독이 됐다. ‘괴물’, ‘변호인’, ‘국제시장’, ‘암살’ 등 천만 영화의 비주얼이 그의 손에서 빚어졌다. 이제야 영화 미술에 대해 조금은 알 것 같다는 그의 꿈 중 하나는 자신보다 동료들에게 있다. “저보다 주변에서 더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그동안 함께 고생했던 것들이 비로소 인정받은 느낌이에요. 미술 분야를 비롯한 영화 스태프들이 오래오래 현장에서 일할 수 있고, 또 그래서 젊은 피의 도전이 더 많아지는 안정적인 시스템을 만드는 데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모바일 결제 ‘범용성’ 경쟁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 간에 ‘범용성’ 경쟁이 뜨겁다. LG전자는 개발 중인 ‘LG페이’에 국내 핀테크 서비스 중 처음으로 집적회로(IC) 기술을 적용, 마그네틱전송(MST) 방식과 근거리무선통신(NFC) 방식이 주도하는 간편결제 시장에 IC 방식으로 맞붙는다. 삼성페이는 중국 최대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인 ‘알리페이’와 손잡고 사용처 늘리기에 나선다. LG전자는 KB국민은행과 전략적 업무 제휴를 체결하고 LG페이에 IC 및 스마트 OTP(일회용 패스워드) 관련 기술을 구현하기로 했다고 19일 밝혔다. 모바일 간편결제의 후발 주자인 LG전자는 삼성페이, 애플페이 등과의 차별화를 위해 IC 방식까지 지원, 범용성을 획기적으로 높인다는 전략이다. 전 세계적으로 마그네틱 카드와 IC카드가 공존하고 있지만, 마그네틱 카드의 보안 문제가 대두되면서 IC카드가 대체해 가고 있다. LG페이는 IC칩을 탑재해 IC카드 전용 결제 단말기를 비롯한 모든 결제 단말기와 ATM에서의 금융 서비스 등에도 사용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지난 3월 중국에 진출한 삼성페이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와 제휴해 알리바바의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인 알리페이와 결합한다. 삼성페이는 MST 또는 NFC 방식의 결제 단말기가 있어야 사용할 수 있지만, 카드 결제기 보급이 국내보다 더딘 중국에서는 QR 코드나 바코드를 스캔해 결제하는 알리페이와 텐페이가 간편결제 시장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LG전자 ‘LG페이’, ‘IC칩’ 탑재해 반격 나선다

    LG전자 ‘LG페이’, ‘IC칩’ 탑재해 반격 나선다

     LG전자가 개발 중인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 ‘LG페이’가 IC칩을 탑재하며 강력한 범용성을 갖추게 됐다. LG전자는 18일 국민은행 세우회 본점에서 KB국민은행과 LG페이를 위한 전략적 업무제휴를 체결하고, LG페이에 IC 및 스마트 OTP(일회용 패스워드) 관련 기술을 구현하기로 했다.  모바일 간편결제 후발주자인 LG페이가 IC칩을 탑재하게 되면서 상당한 범용성을 확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LG페이는 IC칩을 활용한 결제와 ATM, 스마트 OTP 등으로 서비스를 확장할 수 있게 됐다. 마그네틱 결제 단말기 뿐 아니라 IC칩 전용 결제 단말기에도 사용할 수 있으며, ATM에서의 현금 입출금과 계좌이체 등도 가능해진다. 또 마그네틱 결제 방식을 IC 방식이 대체해 가는 금융권의 트렌드에도 발빠르게 대응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현재 카드결제 단말기와 ATM은 마그네틱 결제 방식과 IC 방식이 공존하고 있지만, 카드 복제 등 보안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마그네틱 결제 방식 대신 IC 방식으로 일원화되는 추세다. 대부분의 ATM은 IC카드만 사용 가능하며,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2018년 7월부터는 일반 상점에서의 카드 결제도 IC 방식만 가능해진다.  LG전자는 KB국민은행과 금융상품 연계방안 모색과 신규 사업분야 공동 발굴 등에도 나설 계획이다. LG전자는 LG페이의 제휴사를 롯데카드와 하나카드, BC카드, NH농협카드 등 주요 카드사로 확장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외국인과 함께하는 어울림 한마당

    노원구는 오는 21일 중계근린공원에서 거주 외국인과 함께하는 ‘어울린 한마당 축제’를 개최한다고 18일 밝혔다. 이번 행사는 노원구와 다문화네트워크가 공동으로 마련했다. 김성환 구청장은 “다문화가정이 계속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문화 가족들과 주민들이 서로 즐기며 이해하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축제는 1부 축하공연, 2부 기념행사, 3부 세계 여러 나라 체험행사로 진행된다. 1부 축하공연에서는 남북 어울림 합창단과 필로새중창단의 합창공연, 다문화 이주여성들로 구성된 ‘다모’에서 몽골·미얀마·한국 전통춤 등을 선보인다. 또 청소년 비보이팀 ‘에이 런 크루’의 신나는 무대도 펼쳐진다. 2부 기념행사에서는 거주 외국인 정착지원 유공자 19명에게 표창장을 전달한다. 3부 세계 여러 나라 체험 행사마당은 ▲음식 체험 ▲전통놀이 체험 ▲다문화 주간 체험 ▲일반 체험으로 꾸며진다. 구 관계자는 “음식 체험은 관내 복지관이나 센터별로 나라를 정해 다문화 이주여성들이 직접 만든 음식을 선보일 예정”이라면서 “태국의 얌타이 샐러드와 망고슬러시, 중국 차예단, 멕시코 타코, 일본 밤양갱과 녹차, 우리나라의 인절미와 식혜 등 다양한 음식을 맛볼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음식 체험료는 1회당 500원이고 수익금 전액은 교육복지재단에 기부된다. 김 구청장은 “축제를 넘어 거주 외국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다양한 다문화 지원정책을 추진해 공존하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열린세상] 다시 ‘행정 민주화’를 생각한다/이창길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

    [열린세상] 다시 ‘행정 민주화’를 생각한다/이창길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

    최근 우리 사회는 ‘행정 민주화’라는 말을 잊어버린 듯하다. 행정을 담당하는 공무원들은 물론 행정을 연구하는 학자들의 기억에서도 사라진 것처럼 보인다. 1980년대와 1990년대 정치 민주화와 함께 행정 민주화는 모든 행정기관들이 수시로 사용하는 행정용어였음에도 이제는 한 세대의 유행어처럼 흔적만 남아 있다는 느낌이다. 이렇듯 기억하지 않아도 될 만큼 행정 민주화가 충분히 이루어진 것일까. 우리의 지난 역사를 돌이켜보면 작은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해방 후 행정 민주화는 이른바 ‘신민’(臣民)에 대한 수탈과 억압의 주체였던 일제강점기의 행정 악습에서 벗어나기 위한 시대적 과제였다. 이는 공무원들에게 자기편이 돼 달라는 힘없고 굶주린 백성들의 작은 소망이기도 했다. 이에 따라 1948년 경찰들을 총괄하는 경무부장은 ‘고마운 경찰, 미더운 경찰, 반가운 경찰’을 표방하며 주민에 대한 친절과 봉공의 자세를 강조했고, 1960년대 초 내무장관은 새해 첫 기자회견에서 행정 민주화를 첫 번째 행정 목표로 제시하기도 했다. 이러한 행정 민주화 노력들은 대부분 선언적 구호나 표어에 그쳤지만, 위민행정(爲民行政)의 씨앗을 뿌린 공로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1980년대 들어 행정 민주화는 국민의 행정 참여에서 출발했다. 그동안 경제발전과 산업화로 가려진 그늘이 하나씩 드러나면서 행정 민주화에 대한 요구가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결과만 좋으면 모든 것이 합리화되는 행정은 더이상 가능하지도 효과적이지도 않게 됐다. 절차적 정당성과 민주성이 행정의 중요한 가치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지방자치제를 실시해 지방 행정의 민주화를 실현하고, 행정절차법과 정보공개법을 제정한 것도 바로 이 시기였다. 2000년 이후에도 행정 민주화를 위한 노력은 계속됐다. 정보화와 세계화로 인해 지식과 정보의 공유가 확산되면서 행정은 급격하게 수평적 구조로 전환됐고, ‘위원회 공화국’이라고 불릴 만큼 전문가와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하기 시작했다. 권력자의 일방적인 통치가 아닌 개방과 공존의 협치 행정으로 변모한 것이다. 과거에 누리던 권력과 권위를 내려놓고 행정 내부의 분권과 자율을 실천한 것 또한 행정 민주화를 향한 발걸음이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우리는 어떤가. 국민들의 다양한 의견은 수렴되지 못하고 좌절되는 경우가 많았고, 여전히 침묵하는 다수는 ‘대나무숲’을 찾고 있다. 지난 역사가 보여 준 행정 민주화의 궤적은 지나친 성과주의와 실용주의에 매몰돼 희미해지고 있다. ‘피로사회’의 저자 한병철에 따르면 “규율사회는 광인과 범죄자를 낳는 반면 성과사회는 우울증 환자와 낙오자를 만들어 낸다”고 한다. 이제부터라도 우리 뇌리에서 잊혀 가는 행정 민주화를 다시 깨워야 한다. 국민 중심, 인간 중심의 행정 민주화를 시작해 보자. 첫째, 정부는 국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권력의 종말’의 저자 모이제스 나임이 지적했듯이 현대 사회는 정부와 군대 같은 거시적 권력들이 개인을 중심으로 하는 미시적 권력으로 대체되고 있다. 특히 우리 국민들은 미시적 권력을 발휘할 만한 능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국민들이 정책 과정에 참여해 충분한 토론과 논의의 기회를 갖도록 해 주어야 한다. 공무원들도 정책의 동반자로 인식하고 그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수렴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둘째, 따뜻하고 인간적인 과정의 가치를 소중히 여겨야 한다. 눈에 보이는 목표와 성과만을 강조하느라 눈에 보이지 않는 공공성과 인간성이 무너지는 모습을 우리는 너무나 자주 목격했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만 보더라도 오랫동안 말없이 피눈물만 흘려야 했던 국민들을 보듬지 못한 행정 시스템에 분노와 함께 자괴감이 느껴진다. 행정이 왜 존재하는지를 깊이 숙고해야 한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경제 민주화도 행정 민주화 없이는 성공할 수 없다.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지 않는 권위적인 행정 운영이 경제적인 불평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행정 민주화를 통해 정부와 국민이 함께한다면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다 함께 ‘행정 민주화’를 소리 높여 불러 보자.
  • 차예련 서지혜가 선보일 ‘데일리 베이스 메이크업’ 꿀팁

    차예련 서지혜가 선보일 ‘데일리 베이스 메이크업’ 꿀팁

    다가오는 여름, 높아지는 온도와 함께 여성들의 피부 고민이 높아지고 있다. 기온이 올라가며 땀을 많이 흘리는 계절이 되면서 화장이 들뜨거나 얼룩지는 경우가 늘어 신경이 더 많이 쓰이게 된다. 그래서 최근 잡티와 칙칙함은 물론 모공까지 가볍고 고르게 커버해줘 깨끗한 피부를 연출하도록 돕는 쿠션 파운데이션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기존의 수많은 쿠션 파운데이션들로는 만족하기 어려웠던, 물과 기름처럼 공존할 수 없었던 촉촉함과 커버력을 동시에 충족시켜주는 제품으로 요즘 관심을 끌고 있는 헤라 ‘NEW UV 미스트 쿠션’이 ‘UV 미스트 쿠션의 30일(UV MIST CUSHION 30 Days)’ 캠페인을 진행한다. 30개의 데일리 메이크업을 소개하는 이번 ‘UV 미스트 쿠션의 30일’ 캠페인은 쿠션 제품으로는 다양한 룩 연출이 어렵다는 기존의 인식을 깨트린다는 기획 의도가 담겨있다. 우선 쿠션 하나로 선보이는 유용한 메이크업 꿀팁들을 한 곳에 담았다. 유명 메이크업 아티스트 4명과 여배우 차예련, 서지혜를 포함한 모델 6명이 참여해 눈길을 끌었으며, 각 아티스트만의 유용한 UV 미스트 쿠션 사용 팁을 엿보는 재미를 선보인다. 특히, 헤라 공식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계정(@HERA_SEOULISTA)에서는 5월 30일까지 매일 한 가지씩 룩이 공개되며, 여배우와 모델의 민 낯부터 메이크업 완성까지의 과정을 고스란히 엿볼 수 있다. 이번 캠페인에 참여한 장혜정 제니하우스 원장은 “쿠션에 기대하지 못했던 수분감과 커버력의 조화가 잘 실현된 제품”이라며 “바르자마자 피부에 들뜸 없이 화장이 잘 먹은 피부가 되고 촉촉함이 촬영 내내 하루 종일 유지되는 것이 놀라웠다”고 만족감을 보였다. 또한, 소비자들은 캠페인 기간 동안 헤라 공식 페이스북에서 하루에 한 개씩 공개되는 30개의 데일리 쿠션 룩 중 마음에 드는 룩을 자신의 SNS에 공유하는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다. 이벤트에 참여한 선착순 2만 명에게는 NEW UV 미스트 쿠션 스타터 키트를, 추첨을 통해 선정된 30명에게는 NEW UV 미스트 쿠션 정품을 증정한다. 데일리 쿠션 룩 공유 이벤트는 5월 30일까지 진행되며, 당첨자는 6월 7일 발표된다. 뉴스팀 seoulen@seoul.co.kr
  • ‘한국인 최초 맨부커상 수상’ 한강의 ‘채식주의자’는 어떤 내용? “인간성 스펙트럼 고민”

    ‘한국인 최초 맨부커상 수상’ 한강의 ‘채식주의자’는 어떤 내용? “인간성 스펙트럼 고민”

    한국인 최초로 맨부커상 수상의 영예를 안긴 소설 ‘채식주의자’는 한강(46)의 세 번째 장편 소설이다. 2004년 계간 ‘창자과 비평’에 처음 소개된 ‘채식주의자’는 ‘채식주의자’와 ‘몽고반점’, ‘나무 불꽃’ 등 소설 3편을 하나로 연결한 연작 소설집이다. 이 가운데 ‘몽고반점’은 지난 2005년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 ‘채식주의자’는 한 여자가 폭력을 거부하기 위해 육식을 멀리하고 그러면서 죽음에 다가가는 이야기다. 소설은 주인공의 남편과 형부, 언니 등 3명의 관찰자 시점에서 서술된다. 주인공인 ‘영혜’는 폭려에 대항해 햇빛과 물만으로 살아가려고 하고 스스로 나무가 되어간다고 생각한다. 한강은 결국 정신병원에까지 입원하게 되는 영혜라는 인물을 통해 인간의 폭력적 본성에 대해 집요하게 탐구한다. 한강은 지난 2월 제41회 서울문학회에서 ‘채식주의자’에 대해 “인간은 선로에 떨어진 어린아이를 구하려고 목숨을 던질 수도 있는 존재이지만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잔인한 일을 저지르기도 한다”면서 “인간성의 스펙트럼에 대한 고민에서 소설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한강은 이어 “4년 6개월에 걸쳐 쓴 이 소설은 우리가 폭력과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세계를 견뎌낼 수 있는가에 대해 질문한다”면서 “대답을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완성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채식주의자’는 데버러 스미스의 번역으로 지난해 1월 영국 포르토벨로 출판사에서 영문명 ‘더 베지테리언(The Vegeterian)’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됐다. 또 올해 1월 호가드 출판사를 통해 같은 제목으로 미국 독자들에게도 선보였다. 한강과 공동 수상한 번역가 스미스가 문학적 뉘앙스를 잘 살린 수준 높은 번역을 했다는 것이 맨부커상 측의 설명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을 졸업한 스미스는 영국에 한국어를 전문적으로 하는 번역가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21살에 직접 한국어를 배웠다. 그는 런던대학교 소아스(SOAS)에서 한국학 석사·박사과정을 밟았다.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읽고 매료된 스미스는 책의 앞부분 20페이지를 번역해 영국 유명 출판사 포르토벨로에 보냈고 결국 책을 출간했다. 그는 아는 출판사와 평론가, 독자에게 이메일을 보내 직접 홍보를 하기도 했다. 스미스는 한국문학번역원 주최 세미나에서 “한국어와 같이 소수 언어권에서 온 책들은 소위 ‘다른 문화로의 창’과 같은 진부한 문구로 포장돼서 출간된다”며 “저는 그런 점을 지양하고 문학서로만 홍보하고 싶다. 문학성이 뛰어난 작품을 한국을 들먹이며 마케팅하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건축가 황두진의 무지개떡 건축을 찾아서] 1층은 상점·2층은 주거… ‘무지개떡 건축’의 탄생

    [건축가 황두진의 무지개떡 건축을 찾아서] 1층은 상점·2층은 주거… ‘무지개떡 건축’의 탄생

    좋은 도시란 무엇인가? 여기에 대해 나는 ‘무지개떡 건축’이 많아야 좋은 도시라고 답하고 싶다. ‘무지개떡 건축’이란 ‘중층 고밀도 주상복합 건축’을 다르게 표현한 것으로, 일단 ‘상가주택’으로 이해해도 큰 문제는 없다. 이런 유형의 건축은 가로를 활성화하여 걷고 싶은 거리를 만드는 데 기여한다. 그리고 일터와 집이 서로 가까이 있다는 의미인 직주근접(職住近接)을 통해 출퇴근에 걸리는 시간을 줄여준다. 나아가 옥상에 마당을 조성하면 도시 안에서도 경관을 즐기며 야외생활을 할 수 있게 해 준다. 도시건축의 범세계적 기본 유형인 것이 우연이 아니다. 흥미롭게도 한국 도시에서 이러한 유형은 오히려 예외에 속한다. 대부분의 건물들은 단일 용도를 갖는다. 주거면 주거, 상업이면 상업, 업무면 업무, 이런 식이다. 그 결과 한국 도시의 복합 지수는 매우 낮으며 이것은 다음 세대에게 부담을 줄 것이다. 이제 본격적인 고민을 할 시점이 되었다. 그간 흥미로운 시도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도시의 미래에 대한 귀중한 교훈을 줄 선례들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한국 ‘무지개떡 건축’의 사례들을 발굴하고 소개하고자 한다. 관련 있는 해외 사례들도 등장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지난해 말에 펴낸 ‘무지개떡 건축, 회색 도시의 미래’에서 일부 소개했던 내용을 확장하고 심화하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보행자 중심의 도시, 직주근접, 옥상의 재발견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염두에 두고 이 연재를 접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도시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 # 한국 건축史 최대 실험, 그 시작은 ‘가게’였다 한국 최초의 무지개떡 건축은 무엇이었을까? 이 간단한 질문에 자신 있게 대답할 수는 없다. 당장 조선 시대만 해도 기록이나 유구가 부족한 형편이며, 시간을 거슬러 고려나 삼국시대로 올라가면 상상력으로 채워 넣어야 하는 부분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느 정도 상업이 발달한 지역이라면 상점과 주거가 연결된 유형이 있었을 것이라는 정도는 추측할 수 있다. 즉, 삶의 절실한 필요에 의해서 사는 곳이 곧 일터가 되는 그런 상황 말이다. ‘가내수공업’이라는 단어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집안에 생산을 위한 공간이나 간단한 시설이 들어 있는 경우도 생겼다. 만들어진 물건은 장터에 나가 팔기도 했지만 거리에 면한 집의 한 구석에서 팔기도 했을 텐데, 이것이 가게라는 단어의 한 기원이 되었다. 이런 점에서 주거가 딸린 가게는 가히 무지개떡 건축의 시원적 사례라고 할 만하다. 사실상 이러한 ‘상가주택 1.0’ 유형은 지금도 우리 주변에서 종종 발견된다. 특히 여러 도시의 구도심에 가면 상점이나 식당의 안쪽에 주인의 가족들이 기거하고 있는 경우를 볼 수 있다. 그만큼 역사가 오래고 생명력이 질긴 유형인 셈이다. 동네가 완전히 재개발된다면 모를까, 이런 집들은 의외로 세상의 변화에도 잘 버틴다. 박지원의 ‘양반전’, 김주영의 ‘객주’ 등 역사소설에서 등장하는 객주의 집, 즉 객주가(家) 또한 이런 관점에서 볼 수 있다. 객주란 일종의 브로커인데 매매를 주선한 수수료를 받을 뿐 아니라 상인에 대한 숙박업, 화물의 보관 및 운반, 심지어 기본적인 금융 서비스도 제공했던 존재였다. 즉 객주가란 당시의 기준으로는 가히 복합건축의 결정판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은 음식점으로 사용하는 인천 중구 소재 월아천 등이 현존하는 객주가의 하나며, 19세기 말 기산 김준근의 풍속화인 ‘넉넉한 객주’는 당시의 객주가의 모습을 생생히 전하고 있다. 그러나 대체로 상업을 천하게 여기는 분위기에서 그 영향력은 제한적이었다. 그래서 중세 유럽의 상인주택이나 일본의 마치야(町屋, 혹은 町家) 등 상업이 발달한 나라들에서 흔히 보는 본격적인 다층 상가주택은 아직 찾아볼 수 없었다. 기원전 세워진 로마의 배후 도시인 오스티아의 경우 1층은 상가고 그 위에 주거가 있는 대규모의 상가주택이 보편적인 유형이었는데, 이러한 사례에 비하면 한국은 세계사적 관점에서 상가주택의 발전이 상당히 늦었다. 흥미로운 것은 규모나 형태는 다르더라도 이러한 복합적인 삶의 방식이 서서히 되돌아오고 있다는 것이다. 당장 우리 주변에서 흔히 듣는 ‘소호’가 그 대표적인 예다. 특히 컴퓨터나 모바일 기기 등의 보급이 이런 현상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요즘 사람들은 일터에서만 일하지 않는다. 주거는 다시 생산과 작업의 공간으로서의 기능을 서서히 회복 중이다. 또한 이런 현상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지고 있다. 상업 활동이 보편화되고 도시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이런 현상들은 오히려 도시적 삶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여진다. 생존의 절박한 필요에서 시작된 직주근접이 오히려 도시적 삶의 매력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 2층 한옥, 주거·생산의 공존 ‘소호’로 진화하다 서울 서촌의 옥인동. 지금은 주거와 상업이 혼재된 지역으로 서울의 새로운 관광지가 되었지만 한때 이곳은 장동 김씨와 파평 윤씨라는, 당대 세도가들의 세거지였다. 겸재 정선이 이곳에 살면서 주변 풍광을 그렸을 정도로 도성 안에서도 유난히 아름다운 곳이었다. 옥인동이 그 남쪽의 누상동 및 누하동과 이루는 경계는 계곡을 따라 형성되어 있고 당연히 이를 따라 개울이 흐른다. 지금은 복개되어 그 존재를 알 수 없지만 서울시는 청계천처럼 언젠가 이 물길도 다시 햇빛을 보게 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갖고 있기도 하다. 인왕산 중턱의 수성동 계곡에서 흘러내리는 이 개울이 통인시장 서쪽 입구 근처에서 동남쪽으로 방향을 선회하는 그 근처에 작은 2층 한옥 하나가 서 있다(자세히 보면 두 채지만 한 채는 심하게 변형되어 한옥으로 보이지 않는다). 1층에는 옷과 모자 등을 파는 패션 상점들이 있고 그 오른쪽에 작은 쪽문이 하나 있다. 궁금해서 물어보니 주인이 2층에 기거한다고 한다. 별것 아닌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여기에는 흥미로운 사실 두 가지가 담겨 있다. 우선 2층 한옥의 존재 그 자체다. 2층 한옥은 개화기에 등장한 새로운 유형의 한옥으로서 서울의 경우 20세기 초반에 주로 운종가, 즉 현재의 종로 등 기존의 상업 가로변에 세워진 것이었다. 그러다가 서서히 대상지의 범위를 넓히면서 급기야 도심에서 비교적 떨어져 있는 옥인동 계곡에까지 2층 한옥 상가가 들어선 것이다. 이 건물의 건립 연대가 1940년대라고 하므로 이 과정에 수십년이 걸린 셈이다. 보문동, 삼선교, 북아현동 등 사대문 밖 지역에도 수많은 2층 한옥 상가가 들어섰다. 2층 한옥 상가의 출현은 관점에 따라서는 한국 건축사 최대의 사건 중 하나로 봐도 좋을 듯하다. 그 이전에도 육안상 다층으로 보이는 건물들이 있었으나 주로 궁궐이나 사찰 등 일상적인 용도가 아니었고, 게다가 문루를 제외하고는 내부 공간은 단층으로 구성된 것이 대부분이었다(물론 덕수궁 석어당과 같은 예외는 있다). 일부 민가 건축에 2층으로 볼 수 있는 구조가 있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부분적인 경우이기 때문에 보통 중층(重層) 구조라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정말로 본격적인 2층 건물이 출현한 것이니 그 의미가 자못 크다. 또 다른 의미는 이것이야말로 의도적으로 계획된 최초의 본격적인 상가건축 유형이라는 것이다(위에서 이야기한 주거가 딸린 가게나 객주가 같은 것은 주거 건축에 있어서의 근본적인 변화라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가로에 면한 2층 부분은 위아래 모두 상가로 사용되었고, 주거, 즉 살림집 부분은 그 뒤에 따로 전형적인 단층으로 딸려 있었던 점이 흥미롭다. 즉 주거와 상업이 공존하되, 수직적인 방식이 아니라 수평적인 방식이었다. 그런데 이 옥인동 2층 한옥 상가의 또 다른 흥미로운 사실은 2층에 주거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건립 당시는 그렇지 않았을 것이고 후대의 개·보수에 의한 결과일 것이다. 그렇다면 왜 당초 2층 한옥의 2층에는 주거가 들어가지 않았던 것일까? 여기에는 기술적인 이유가 있었다. 바로 온돌 때문이었다. 주거가 들어가려면 온돌이 필수적인데 당시 기술로는 축열층이 수십㎝에 이르는 재래식 구들을 목구조의 2층에 올려놓을 수 없었다. 물론 이후 기술이 발달하여 현재와 같은 온수 혹은 전기 코일 방식 등이 개발되면서 드디어 주거와 상업은 처음으로 수직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게 되었다. 옥인동 2층 한옥 상가는 이러한 진화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있는 사례인 것이다. 이것은 정세건의 건양사에 의해서 주도된 주거용 도시 한옥의 대량 보급 및 진화에 필적하는, 한옥 근대화의 큰 흐름 중 하나다. 지금은 이런 기술이 보편화되어 은평 한옥마을 등 전국 곳곳에서 본격적인 2층 한옥의 시대가 다시 열리고 있다. # 유럽·日선 흔한 상가주택… 도시건축이 가야할 길 그러나 2층 한옥 상가와 1층 살림집의 조합이라는 유형은 곧 그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상업의 밀도가 높아지면 2층으로는 도저히 그 압력을 감당할 수가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복잡해지는 도심에서 주거와 상업이 수평적으로 공존하면 주거 공간의 질이 급격히 나빠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현상이 가장 잘 드러난 곳이 바로 인사동, 관훈동, 낙원동, 청진동 등 종로변의 구도심 일대다. 이 일대에 있었던 수많은 2층 한옥 상가는 지금 거의 다 사라지고 없다. 예외적으로 남아 있는 것들도 외관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변형되어 있다. 특히 한때 주거 및 상업이 혼재되어 있던 지역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상주인구가 대폭 감소되어 있다. 1990년대 말 학생들과 함께 이 지역을 조사한 경험이 있었는데 특이하게도 이발소, 상점 등 지역 거주민을 상대로 하는 상업 기능이 건물의 3, 4층에 올라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즉, 이미 상주인구가 상당히 감소했으나 그나마 일부는 남아 있던 상황이었으므로 상대적으로 임대비가 싼 상층부로 일반 도시 기능이 올라간 것이었다. 지금은 이마저도 거의 남아 있지 않으며 인사동 일대는 완전히 상업화되어 대낮의 활기와 한밤중의 적막함이 공존하는, 서울의 대표적인 도심 공동화 지역이 되었다. 한때 2층 한옥 상가에 인접하여 살림집으로 사용되던 부분은 살던 사람들이 떠난 이후 마당을 유리로 덮은 한정식 집이 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2층이라는 낮은 밀도가 갖는 절대적인 한계, 그리고 주거와 상업 기능의 수평적 공존이 갖는 한계 등을 동시에 보여주는 것이다. 역사에 가정이 없다고 하지만 만약 한국에 5층 정도 규모로 주거와 상업이 수직적으로 공존하는 건축의 유형이 오래전부터 있었다면, 현재 구도심의 풍경은 지금과는 사뭇 달랐을 것이다. 즉 한국은 근본적으로 밀도와 복합이란 측면에서 유럽과는 완전히 다른 상황에서 본격적인 경제 성장기를 맞이한 것이다. 이에 부응하는 새로운 건축 유형의 탄생은 전통적인 구법이나 개념으로는 도저히 기대할 수 없었다. 그것은 철과 유리, 그리고 콘크리트라는 신기술을 필요로 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아마도 한반도 최초였을, 전통적 방식을 응용한 다층 상가건축 실험은 지극히 제한적인 성공만을 거두고 역사 속으로 사라져 갔다. (*2층 한옥 상가에 대한 부분은 문정기가 쓴 서울시립대학교의 석사 논문 참조.) ■ 건축가 황두진은 건축가 황두진은 건축 작업과 글쓰기를 병행하고 있으며 현대 건축가지만 한옥 작업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주요 작업으로는 ‘춘원당 한방병원 및 박물관’, ‘캐슬 오브 스카이워커스’, ‘원 앤 원 빌딩’, ‘무카스 파주 사옥’, ‘통인시장 아트 게이트’ 등이 있다. 저서로는 ‘당신의 서울은 어디입니까’, ‘건축가 김수근’, ‘한옥이 돌아왔다’ 등이 있고, 최근 ‘무지개떡 건축’을 펴냈다. 건축문화대상, 서울시건축상, 대한민국 공공디자인 대상, 유네스코 아시아 태평양 문화유산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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