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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중 기싸움에 낀 한국… ‘한반도 평화’ 고리로 협력 공간 넓혀야

    미중 기싸움에 낀 한국… ‘한반도 평화’ 고리로 협력 공간 넓혀야

    미국과 중국의 정면충돌, 북한의 연이은 도발로 한반도에 먹구름이 드리워진 상황에서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각각 미국과 중국 방문 길에 오른다. 한미일 안보실장 협의와 한중 외교장관 회담이 겹치면서 한국 외교가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과 함께 미중 간 ‘협력의 공간’을 파고들면 한국이 한반도의 운명을 주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동시에 나온다. 청와대는 서 실장이 2일(현지시간) 미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일 안보실장 협의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한다고 31일 밝혔다.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우리 측 고위급 인사가 미국을 찾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의 대북 정책 확정, 한미일 협력 증진 방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로 3자 협의와 함께 한미·한일 양자 협의도 예정돼 있다. 청와대는 “대북 정책 관련 한미 양국 간 조율된 전략 마련, 한미동맹 강화, 글로벌 현안에 대한 한미·한미일 협조 증대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다만 한미일 공조 체제 강화는 미국의 대중국 포위망을 보다 두텁게 만드는 것으로 중국을 향한 강력한 압박 신호이기도 하다. 당장 정 장관은 한미일 안보실장 협의 당일 중국 푸젠성 샤먼으로 전용기를 타고 이동한 뒤 이튿날인 3일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회담을 한다. 정 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두 회담은) 우리가 의도적으로 결정한 것이 아니고 우연히 시기가 겹쳤다”고 말했지만, 중국 측의 치밀한 계산이 먹혀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미중 갈등의 최전선인 대만과 인접한 샤먼에서 회담이 개최되는 것도 이번 회담의 성격이 단순히 한중 간 협력 증진에만 있지 않다는 걸 잘 보여 준다.이번 회담에선 한중 간 현안, 한반도를 비롯한 지역 문제, 글로벌 이슈 등이 의제로 올라오는데, 이 과정에서 미중 갈등에 대한 의견도 나눌 것으로 보인다. 일단 정 장관은 “한미의 굳건한 동맹 관계를 바탕으로 한중 관계도 조화롭게 발전시켜 나간다는 것이 우리의 기본 입장”이라고 분명히 밝혔지만, 한국이 미국에 밀착되는 걸 경계하는 중국으로서는 한국으로부터 어떤 ‘약속’을 받아내려고 할 수도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중국도 한국을 ‘약한 고리’로 보고 정 장관을 통해 한국은 반중 전선에 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들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이번 방미와 방중에서 가장 중요한 건 양측에 일관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특히 중국은 회담 이후 내부 선전 목적으로 한국과의 회담 결과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을 사실상 겨냥한 쿼드(미·일·호주·인도 등 4개국 협의체)와 관련해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정 장관이 한미 외교국방 장관(2+2) 회의에서 ‘국익과 일치하는 어떤 협의체와도 협력할 수 있다’고 했는데 중국에도 이처럼 쿼드 참여 가능성을 열어 두고 얘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에선 연이은 회담이 한국의 외교 공간을 넓혀 줄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정 장관은 “미국과 중국이 경쟁 구도에 있지만 협력의 공간도 굉장히 많다”며 한반도 평화 문제가 대표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한반도의 비핵화를 통한 항구적 평화 정착에 대해 늘 우리의 입장을 지지했기 때문에 (이번 회담을 통해) 중국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매우 솔직하게 건설적 방향으로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신 센터장도 “한중이 북한의 도발에 반대한다는 점은 의견이 일치한다”며 “중국에 북한의 도발을 자제시킬 것을 설득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정 장관은 한일 관계 개선도 궁극적으로 한반도 평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전날 일본의 역사 왜곡 교과서에 대해 강하게 대처하면서도 이날 곧바로 일본 담당 아시아태평양 국장을 일본에 급파했다. 고위급 협의 채널을 가동해 관계 개선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정 장관은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을 향해 “언제 어디서든 만날 용의가 있다”며 재차 대화를 촉구했다. 이어 “미국이 한일 관계 개선에 협력을 해 주는 것은 환영하지만 기본적으로 이 문제는 한일 양국이 풀어 나가야 할 문제”라고 못 박았다. 북한의 최근 군사적 도발과 담화에 대해서는 “상당히 우려하고 있다”, “매우 유감”이라고 단호한 표현을 쓰면서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입구’로 불리는 종전선언이 북미 관계의 불신을 해소하는 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 장관은 “북한도 종전선언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면서 “미국도 긍정적으로 검토해 주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미중 기싸움에 낀 한국… ‘한반도 평화’ 고리로 협력 공간 넓혀야

    미중 기싸움에 낀 한국… ‘한반도 평화’ 고리로 협력 공간 넓혀야

    미국과 중국의 정면충돌, 북한의 연이은 도발로 한반도에 먹구름이 드리워진 상황에서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각각 미국과 중국 방문 길에 오른다. 한미일 안보실장 협의와 한중 외교장관 회담이 겹치면서 한국 외교가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과 함께 미중 간 ‘협력의 공간’을 파고들면 한국이 한반도의 운명을 주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동시에 나온다. 청와대는 서 실장이 2일(현지시간) 미 메릴랜드주 아나폴리스에서 열리는 한미일 안보실장 협의를 위해 미국을 방문한다고 31일 밝혔다.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우리 측 고위급 인사가 미국을 찾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미·한일 양자 협의도 예정돼 있다. 청와대는 “대북 정책 관련 한미 양국 간 조율된 전략 마련, 한미동맹 강화, 글로벌 현안에 대한 한미·한미일 협조 증대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다만 한미일 공조 체제 강화는 미국의 대중국 포위망을 보다 두텁게 만드는 것으로 중국을 향한 압박 신호이기도 하다. 한미일 안보사령탑 회의는 사실상 한국시간으로 3일 열리는 셈인데, 공교롭게도 같은 날 중국 푸젠성 샤먼에서 정 장관과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회담을 한다. 정 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두 회담은) 우리가 의도적으로 결정한 것이 아니고 우연히 시기가 겹쳤다”고 말했지만, 중국 측의 치밀한 계산이 먹혀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한때 양안 갈등이 첨예했던 샤먼에서 회담이 개최되는 것도 이번 회담의 성격이 단순히 한중 간 협력 증진에만 있지 않다는 걸 잘 보여 준다. 이번 회담에선 한중 간 현안, 한반도를 비롯한 지역 문제, 글로벌 이슈 등이 의제로 올라오는데, 이 과정에서 미중 갈등에 대한 의견도 나눌 것으로 보인다. 일단 정 장관은 “한미의 굳건한 동맹 관계를 바탕으로 한중 관계도 조화롭게 발전시켜 나간다는 것이 우리의 기본 입장”이라고 분명히 밝혔지만, 한국이 미국에 밀착되는 걸 경계하는 중국으로서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방한 카드를 내걸며 한국으로부터 어떤 ‘약속’을 받아내려고 할 수도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시 주석 방한은 한한령이 최종적으로 철회되는 의미를 지닌다”면서 “중국은 한국을 ‘약한 고리’로 보고 정 장관을 통해 한국은 반중 전선에 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들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이런 이유로 이번 방미와 방중에서 가장 중요한 건 양측에 일관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특히 중국을 사실상 겨냥한 쿼드(미·일·호주·인도 등 4개국 협의체)와 관련해 명확한 입장을 정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정 장관이 한미 외교국방 장관(2+2) 회의에서 ‘국익과 일치하는 어떤 협의체와도 협력할 수 있다’고 했는데 중국에도 이처럼 쿼드 참여 가능성을 열어 두고 얘기해야 한다”면서 “그 얘기도 못한다면 한국은 ‘흔들면 흔들리는 국가’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에선 연이은 회담이 한국의 외교 공간을 넓혀 줄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정 장관은 “미국과 중국이 경쟁 구도에 있지만 협력의 공간도 굉장히 많다”며 한반도 평화 문제가 대표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한반도의 비핵화를 통한 항구적 평화 정착에 대해 늘 우리의 입장을 지지했기 때문에 (이번 회담을 통해) 중국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매우 솔직하게 건설적 방향으로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신 센터장도 “한중이 북한의 도발에 반대한다는 점은 의견이 일치한다”며 “중국에 북한의 도발을 자제시킬 것을 설득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정 장관은 한일 관계 개선도 한반도 평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전날 일본의 역사 왜곡 교과서에 대해 강하게 대처하면서도 이날 곧바로 이상렬 외교부 아시아태평양 국장을 일본에 급파했다. 고위급 협의 채널을 가동해 관계 개선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정 장관은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을 향해 “언제 어디서든 만날 용의가 있다”며 재차 대화를 촉구했다. 이어 “미국이 한일 관계 개선에 협력을 해 주는 것은 환영하지만 기본적으로 (이 문제는) 한일 양국이 풀어 나가야 할 문제”라고 못박았다. 북한의 최근 군사적 도발과 담화에 대해서는 “상당히 우려하고 있다”, “매우 유감”이라고 단호한 표현을 쓰면서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입구’로 불리는 종전선언이 북미 관계의 불신을 해소하는 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 장관은 “북한도 종전선언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면서 “미국도 긍정적으로 검토해 주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같은 날 한미일·한중 회동… G2 사이 ‘외교 시험대’

    같은 날 한미일·한중 회동… G2 사이 ‘외교 시험대’

    미국과 중국의 정면충돌, 북한의 연이은 도발로 한반도에 먹구름이 드리워진 상황에서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각각 미국과 중국 방문 길에 오른다. 한미일 안보실장 협의와 한중 외교장관 회담이 겹치면서 한국 외교가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과 함께 미중 간 ‘협력의 공간’을 파고들면 한국이 한반도의 운명을 주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동시에 나온다. 청와대는 서 실장이 2일(현지시간) 미 메릴랜드주 아나폴리스에서 열리는 한미일 안보실장 협의를 위해 미국을 방문한다고 31일 밝혔다.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우리 측 고위급 인사가 미국을 찾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미·한일 양자 협의도 예정돼 있다. 청와대는 “대북 정책 관련 한미 양국 간 조율된 전략 마련, 한미동맹 강화, 글로벌 현안에 대한 한미·한미일 협조 증대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다만 한미일 공조 체제 강화는 미국의 대중국 포위망을 보다 두텁게 만드는 것으로 중국을 향한 압박 신호이기도 하다. 한미일 안보사령탑 회의는 사실상 한국시간으로 3일 열리는 셈인데, 공교롭게도 같은 날 중국 푸젠성 샤먼에서 정 장관과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회담을 한다. 정 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두 회담은) 우리가 의도적으로 결정한 것이 아니고 우연히 시기가 겹쳤다”고 말했지만, 중국 측의 치밀한 계산이 먹혀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한때 양안 갈등이 첨예했던 샤먼에서 회담이 개최되는 것도 이번 회담의 성격이 단순히 한중 간 협력 증진에만 있지 않다는 걸 잘 보여 준다. 이번 회담에선 한중 간 현안, 한반도를 비롯한 지역 문제, 글로벌 이슈 등이 의제로 올라오는데, 이 과정에서 미중 갈등에 대한 의견도 나눌 것으로 보인다. 일단 정 장관은 “한미의 굳건한 동맹 관계를 바탕으로 한중 관계도 조화롭게 발전시켜 나간다는 것이 우리의 기본 입장”이라고 분명히 밝혔지만, 한국이 미국에 밀착되는 걸 경계하는 중국으로서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방한 카드를 내걸며 한국으로부터 어떤 ‘약속’을 받아내려고 할 수도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시 주석 방한은 한한령이 최종적으로 철회되는 의미를 지닌다”면서 “중국은 한국을 ‘약한 고리’로 보고 정 장관을 통해 한국은 반중 전선에 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들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이런 이유로 이번 방미와 방중에서 가장 중요한 건 양측에 일관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특히 중국을 사실상 겨냥한 쿼드(미·일·호주·인도 등 4개국 협의체)와 관련해 명확한 입장을 정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정 장관이 한미 외교국방 장관(2+2) 회의에서 ‘국익과 일치하는 어떤 협의체와도 협력할 수 있다’고 했는데 중국에도 이처럼 쿼드 참여 가능성을 열어 두고 얘기해야 한다”면서 “그 얘기도 못한다면 한국은 ‘흔들면 흔들리는 국가’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에선 연이은 회담이 한국의 외교 공간을 넓혀 줄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정 장관은 “미국과 중국이 경쟁 구도에 있지만 협력의 공간도 굉장히 많다”며 한반도 평화 문제가 대표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한반도의 비핵화를 통한 항구적 평화 정착에 대해 늘 우리의 입장을 지지했기 때문에 (이번 회담을 통해) 중국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매우 솔직하게 건설적 방향으로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신 센터장도 “한중이 북한의 도발에 반대한다는 점은 의견이 일치한다”며 “중국에 북한의 도발을 자제시킬 것을 설득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정 장관은 한일 관계 개선도 한반도 평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전날 일본의 역사 왜곡 교과서에 대해 강하게 대처하면서도 이날 곧바로 이상렬 외교부 아시아태평양 국장을 일본에 급파했다. 고위급 협의 채널을 가동해 관계 개선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정 장관은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을 향해 “언제 어디서든 만날 용의가 있다”며 재차 대화를 촉구했다. 이어 “미국이 한일 관계 개선에 협력을 해 주는 것은 환영하지만 기본적으로 (이 문제는) 한일 양국이 풀어 나가야 할 문제”라고 못박았다. 북한의 최근 군사적 도발과 담화에 대해서는 “상당히 우려하고 있다”, “매우 유감”이라고 단호한 표현을 쓰면서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입구’로 불리는 종전선언이 북미 관계의 불신을 해소하는 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 장관은 “북한도 종전선언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면서 “미국도 긍정적으로 검토해 주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정의용·서훈 ‘투톱’의 G2 방문...한반도 운명 어디로

    정의용·서훈 ‘투톱’의 G2 방문...한반도 운명 어디로

    2일 워싱턴서 한미일 안보실장협의3일 중국 샤먼서 한중외교장관회담정의용 “의도적 아닌 우연히 겹쳐”中, 한국에 약속 받아내려 할 수도미, 중 양측에 일관된 메시지 중요미국과 중국의 정면충돌, 북한의 연이은 도발로 한반도에 먹구름이 드리워진 상황에서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각각 미국과 중국 방문 길에 오른다. 한미일 안보실장 협의와 한중 외교장관 회담이 겹치면서 한국 외교가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과 함께 미중 간 ‘협력의 공간’을 파고들면 한국이 한반도의 운명을 주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동시에 나온다. 청와대는 서 실장이 2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 인근에서 열리는 한미일 안보실장 협의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한다고 31일 밝혔다.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우리 측 고위급 인사가 미국을 찾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의 대북 정책 확정, 한미일 협력 증진 방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로 3자 협의와 함께 한미·한일 양자 협의도 예정돼 있다. 청와대는 “대북 정책 관련 한미 양국 간 조율된 전략 마련, 한미동맹 강화, 글로벌 현안에 대한 한미·한미일 협조 증대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다만 한미일 공조 체제 강화는 미국의 대중국 포위망을 보다 두텁게 만드는 것으로 중국을 향한 강력한 압박 신호이기도 하다. 당장 정 장관은 한미일 안보실장 협의 당일 중국 푸젠성 샤먼으로 전용기를 타고 이동한 뒤 이튿날인 3일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회담을 한다. 정 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두 회담은) 우리가 의도적으로 결정한 것이 아니고 우연히 시기가 겹쳤다”고 말했지만, 중국 측의 치밀한 계산이 먹혀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미중 갈등의 최전선인 대만과 인접한 샤먼에서 회담이 개최되는 것도 이번 회담의 성격이 단순히 한중 간 협력 증진에만 있지 않다는 걸 잘 보여 준다. 이번 회담에선 한중 간 현안, 한반도를 비롯한 지역 문제, 글로벌 이슈 등이 의제로 올라오는데, 이 과정에서 미중 갈등에 대한 의견도 나눌 것으로 보인다. 일단 정 장관은 “한미의 굳건한 동맹 관계를 바탕으로 한중 관계도 조화롭게 발전시켜 나간다는 것이 우리의 기본 입장”이라고 분명히 밝혔지만, 한국이 미국에 밀착되는 걸 경계하는 중국으로서는 한국으로부터 어떤 ‘약속’을 받아내려고 할 수도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중국도 한국을 ‘약한 고리’로 보고 정 장관을 통해 한국은 반중 전선에 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들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이런 이유로 이번 방미와 방중에서 가장 중요한 건 양측에 일관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특히 중국은 회담 이후 내부 선전 목적으로 한국과의 회담 결과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을 사실상 겨냥한 쿼드(미·일·호주·인도 등 4개국 협의체)와 관련해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정 장관이 한미 외교국방 장관(2+2) 회의에서 ‘국익과 일치하는 어떤 협의체와도 협력할 수 있다’고 했는데 중국에도 이처럼 쿼드 참여 가능성을 열어 두고 얘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에선 연이은 회담이 한국의 외교 공간을 넓혀 줄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정 장관은 “미국과 중국이 경쟁 구도에 있지만 협력의 공간도 굉장히 많다”며 한반도 평화 문제가 대표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한반도의 비핵화를 통한 항구적 평화 정착에 대해 늘 우리의 입장을 지지했기 때문에 (이번 회담을 통해) 중국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매우 솔직하게 건설적 방향으로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신 센터장도 “한중이 북한의 도발에 반대한다는 점은 의견이 일치한다”며 “중국에 북한의 도발을 자제시킬 것을 설득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정의용, 일본 외무상 향해 “언제 어디서든 만날 용의” 정 장관은 한일 관계 개선도 궁극적으로 한반도 평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전날 일본의 역사 왜곡 교과서에 대해 강하게 대처하면서도 이날 곧바로 일본 담당 아시아태평양 국장을 일본에 급파했다. 고위급 협의 채널을 가동해 관계 개선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정 장관은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을 향해 “언제 어디서든 만날 용의가 있다”며 재차 대화를 촉구했다. 이어 “미국이 한일 관계 개선에 협력을 해 주는 것은 환영하지만 기본적으로 이 문제는 한일 양국이 풀어 나가야 할 문제”라고 못 박았다. 북한의 최근 군사적 도발과 담화에 대해서는 “상당히 우려하고 있다”, “매우 유감”이라고 단호한 표현을 쓰면서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입구’로 불리는 종전선언이 북미 관계의 불신을 해소하는 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 장관은 “북한도 종전선언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면서 “미국도 긍정적으로 검토해 주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정승민의 막론하고] 시장과 군수, 싫어도 뽑아야 한다

    [정승민의 막론하고] 시장과 군수, 싫어도 뽑아야 한다

    일주일 후면 재보궐 선거일이다. 서울과 부산의 열기가 뜨겁다. ‘거짓말하는 쓰레기’, ‘천추의 대역죄’라는 여야의 막말은 갈수록 가관이다. 지방정부를 구성하는 자리지만 중앙 정당 간의 대리전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지방자치를 부정하는 목소리도 데시벨을 높이고 있다. 사람을 바꾸고 정당을 옮겨도 “그×이 그×”인 마당에 차라리 선출직보다 임명직이 낫다는 것이다.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 ‘목’을 날리는 것이 선거보다 비용 대비 효과가 높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인류의 가장 고귀한 성취인 민주주의의 부분집합이 지방자치다. 자신이 속한 지역의 일을 스스로 처리하기에 시장과 시의원을 소환하는 등 직접 정치에 참여하는 주권자의 권리를 누린다. 지방자치가 민주주의의 학교 혹은 민주주의의 보증서로 불리는 까닭이다. 나라의 크기를 떠나 중앙과 지방은 첨예하게 대립하는 경향이 있다. 독립한 미국은 연방정부의 역할을 놓고 수십년간 으르렁대다 남북전쟁을 일으켰다. 메이지 유신에 공조했던 일본의 사족들은 중앙정부의 정책을 갖고 내전까지 벌였다. 중앙으로 권력을 집중하는 근대국가의 속성상 불가피한 사달이다. 그러니 서울로 모든 사람과 자원이 소용돌이처럼 빨려 드는 우리 역사에서 지방선거가 제대로 치러질 리 만무했다. 헌법과 법률로 규정된 바람에 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부터 부분적으로 실시됐지만 5·16 군사정변으로 파투가 났다. 이후 30년 만에 지방의원을 뽑게 됐고 단계적으로 단체장과 교육감까지 덩치를 키워 왔다. 지방선거야말로 한국 민주주의의 바로미터인 셈이다. 따라서 지금 나타나는 지방자치의 부정적 측면을 확대 해석하는 것은 우리 정치의 현주소를 부인하면서 중앙집권을 강화하려는 세력들의 이익으로 귀착될 공산이 크다. 좁은 땅덩어리에서 서울과 지방을 구분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은 망국으로 끝장난 19세기 조선을 떠올리게 한다. 역사적 통찰력이 뛰어났던 한 작가에 따르면 조선은 중앙집권제가 작동하기에는 너무 넓고 봉건제후제가 성립되기에는 너무 좁았다. 조정에서 임명한 목민관은 백성을 가혹하게 착취했다. ‘가렴주구 관료제’를 견딜 수 없었던 백성들은 유랑민이나 도적으로 떠돌았고 제 살을 깎아 먹은 중앙권력은 외세의 도전에 자멸했다. 지방자치의 전통이 있었다면 부정부패는 줄어들고 개방과 개혁의 과제에 다각적으로 대응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지방자치는 중앙권력의 실패와 단점을 분산하는 포트폴리오가 될 수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의 추축국인 이탈리아는 국제법상으로는 패전국이 아니다. 독재자 무솔리니를 자국민들이 몰아내고 일본에 선전포고를 한 전승국이다. 대담집 ‘속국 민주주의론’에 따르면 이탈리아는 전시에도 중앙정부와 갈등하는 대항 세력이 있어 모든 것이 한꺼번에 무너져 내리지 않았다. 조직을 칸막이 식으로 분리하고 차단해 한쪽의 방첩망이 뚫려도 시스템 전체가 붕괴되는 위험을 피하는 정보기관의 운영 원리와 흡사하다. 이 때문에 파시즘의 앙화를 입고 난 유럽은 역사적 분권 전통에 입각한 지방자치를 한 차원 높게 진전시켰다. 2016년 촛불 정국을 돌아보자. 청와대로 집중된 국정관리기능의 이상으로 정국 혼란이 지속됐지만 당시 지방정부는 좋이 작동했다. 제왕적 대통령을 정점으로 일사불란하게 뭉치지 않고 있었기에 정치적 환경 변화에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던 것이다. 조선 말 국가전략가 정약용의 대표작은 지방행정을 혁신하는 ‘목민심서’다. 국망(國亡)과 국흥(國興)은 백성과 직접 대면하는 목민관이 좌우하기 때문이다. 중앙의 주류세력이 문제를 일으키더라도 대체 가능한 지방세력이 확고하게 버티고 있을 때 시민사회는 더욱 역동적으로 발전할 것이다. 어쩌면 내 삶을 바꾸는 것은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이 아니라 시장과 군수일지 모르겠다.
  • 바이든 “김정은 안 만난다”…트럼프와 다른 대북접근법

    바이든 “김정은 안 만난다”…트럼프와 다른 대북접근법

    미국 백악관이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향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직접 만날 의향이 없다’는 취지로 언급하면서 3차 북미회담 개최 가능성이 없음을 시사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톱다운(하향식) 접근법’을 답습하지 않겠다는 의미여서 곧 나올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검토 결과에 이목이 쏠린다. 29일(현지시간) 약 40분간 진행된 백악관 브리핑에서 북한 관련 질문은 마지막에 단 하나였다. ‘대북외교도 준비돼 있다’는 바이든의 최근 기자회견 발언에 김 위원장과의 만남이 포함되냐는 것이었고 젠 사키 대변인은 망설임 없이 “그(바이든)의 접근법은 상당히 다를 것”이라며 “그것은 그의 의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선은 최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이에 대한 미국의 대응 수위 상향 등의 분위기가 반영된 답변으로 보인다. 바이든 행정부가 2개월 이상 진행해 온 대북정책 재검토 작업이 트럼프식 접근법과 다른 방향으로 사실상 마무리됐다는 신호로도 읽힌다. 미 언론들은 이번 주말로 예상되는 한미일 3국 안보실장 회의를 계기로 대북정책 검토 결과가 공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그간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전제로 한 외교적 대화는 응하지만, 도발 및 제재 위반은 동맹과 함께 대응하겠다는 식이었는데 이날 발언도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도 이날 화상 언론브리핑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결의 위반이라고 재확인한 뒤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의 도발이 한미일 세 나라와 다른 동맹·협력국의 결의를 흔들지 못한다는 점”이라며 공조를 강조했다. 린다 토머스 그린필드 유엔주재 미 대사도 북 탄도미사일과 관련해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회의를 열었다며 “이곳에서 취할 수 있는 추가 조처를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대북제재위에 이어 30일 유엔 안보리의 비공개 회의도 열린다”고 전했다. 최근 북미 간 긴장이 표면화되자 일각에서는 미국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때의 ‘인내 전략’으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반면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지금은 북한 핵무기의 고도화로 시급하게 대처해야 할 중대한 문제가 된 만큼 당시처럼 외면할 수는 없다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 김준형 “韓, 한미관계서 판단력 잃은 가스라이팅 상태”

    김준형 “韓, 한미관계서 판단력 잃은 가스라이팅 상태”

    “美에 압도당해 우리 스스로 지나친 제어국익에 입각한 의견 개진 할 수 있어야”외교부 “개인적 소신… 한미동맹 확고”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이 한미관계 150년 역사를 되짚어보는 책을 내면서 ‘한국이 한미관계에서 가스라이팅(gaslighting)된 상태’라고 비유해 논란이 일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문재인 정부가 한미 공조 강화에 역점을 두고 있는 상황에서 현 정부의 차관급 인사가 이와 상반되는 듯한 용어를 언급하는 것은 정책의 혼선을 야기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김 원장이 30일 발간한 저서 ‘영원한 동맹이라는 역설’에서 “한국은 오랜 시간 불균형한 한미관계를 유지하느라 애쓴 탓에 합리적 판단을 할 힘을 잃었고 그에 대한 문제의식조차 희박해진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국의 국익을 우선시하는 미국의 태도 앞에서 주권국이라면 응당 취해야 할 대응을 하지 못하는 한국의 관성을 일방적 한미관계에서 초래된 ‘가스라이팅’ 상태”라고 진단했다. 가스라이팅은 다른 사람의 심리나 상황을 조작해 그 사람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위를 뜻하는 심리학 용어로 데이트폭력 사건에서 주로 사용된다. 김 원장은 이날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미국이 음모를 가지고 우리를 조정했다는 게 아니라, 미국에 압도당해 우리가 지나치게 알아서 스스로 제어하는 것을 말한 것”이라면서 “국익에 입각해 상식적으로 미국과 ‘딜’(거래)을 할 수 있고 미국과 의견이 다르더라도 우리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논란이 계속되자 외교부는 김 원장의 저서와 관련한 보도자료를 내고 “한미동맹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은 확고하다”면서 “한미동맹은 우리 외교안보 정책의 근간이자 핵심”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이어 “해당 저서는 국립외교원장이 국제정치와 한미관계를 전공한 학자로서의 개인적인 소신과 분석을 담아 저술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원장도 보도자료를 내고 “해당 저서에 기술된 일부 용어가 현재의 한미관계를 규정한다는 것은 전혀 아니며, 문재인 정부와 바이든 정부에서의 한미관계는 어느 때보다 굳건하고 호혜적”이라고 해명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주택수 산정 제외된 IHP 신규 오피스텔 ‘인천 하이테크파크 이지움’

    주택수 산정 제외된 IHP 신규 오피스텔 ‘인천 하이테크파크 이지움’

    정부의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인천 IHP(Incheon Hi-tech Park) 도시첨단산업단지에 인천 주택 수 산정에서 제외되는 시가표준액 1억 미만의 신규 오피스텔이 공급돼 주목을 받고 있다.계성건설이 IHP GC2-2-1블록부터 GC2-2-4블록까지 총 4개 블록(서구 청라동)에 걸쳐 공급하는 ‘인천 하이테크파크 이지움’은 주택 수 산정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절세효과는 물론 안정적인 임대수익까지 기대되는 유망단지로 꼽힌다. ‘인천 하이테크파크 이지움’은 IHP 최초의 오피스텔로 산단 내 유일한 지원시설용지에 들어서며, 이번에 GC2-2-2블록과 GC2-2-4블록 등 두 개 블록에서 총 304실이 먼저 분양된다. GC2-2-2블록은 전용면적 21~38㎡ 7개 타입 152실로, GC2-2-4블록은 전용면적 21~39㎡ 10개 타입 152실 등 원룸형과 1.5룸형 총 304실이 공급된다. 특히, 이번 분양분 총 304실 중 280실, 92%가 1인가구 수요에 맞춘 원룸형으로 구성돼 수요가 풍부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업시설은 100% 개방형 스트리트 상가로, 단지 내 고정수요는 물론, 3면 코너상가의 강점과 지구 내 유일한 상업용지의 희소성을 바탕으로 풍부한 유동인구와 수요를 확보하게 될 전망이다. 입지 또한 뛰어나다. ‘인천 하이테크파크 이지움’은 오피스텔이 들어서기에 적합한 최적의 입지를 갖춰 눈길을 끈다. 특히, 오는 2025년 준공 및 개통을 앞두고 있는 제3연륙교와 2027년 개통예정인 7호선 연장선 등 대형 교통호재의 중심에 위치한 대표적인 수혜단지로 꼽히며, 인천광역시 도시철도망 구축계획(2018.12.)」에 후보노선으로 반영된 동인천청라선까지 이어지면 수도권에서도 손꼽히는 최적의 교통환경을 보유하게 될 전망이다. 또한, 시티타워(2023), 스타필드 청라(2024), 하나금융단지(2023), 국제업무지구 조성 등 굵직한 개발호재도 줄지어 있다. 사업지인 IHP 도시첨단산업단지의 경우 현재 현대무벡스, 세아전자, AIT 등 대기업 및 강소 기업이 입주한 상태이며, 지난달에는 냉·난방공조산업 진흥 및 발전을 위한 기술개발과 품질향상을 지원하는 한국냉동공조산업협회 부설 ‘한국공기과학시험연구원’을 유치했다. 부지면적 4,513.9㎡, 시설공사 대상면적은 3,487㎡ 내외로 예상되며, 금년 4월에 착공하여 9월에 건축공사를 마치고 11월에는 정상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현대모비스에서도 IHP에 수소연료전지 공장 설립을 위해 LH와 협의 중인데, 부지매입 규모는 약 10만㎡이고, 부지매입 비용은 1천억~2천억 원 선으로 알려졌다. 착공시점은 7월경으로 준공 시 약 7,000여 명의 고용 유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천 하이테크파크 이지움’ 사업지 전면도로는 북항배후단지 및 에너지화학단지⦁원창⦁가좌 등 근무지와 주거지를 잇는 최단 관통도로로, 주변 업무시설 및 인천 2호선 중앙시장역 및 구도심 중심으로 접근이 용이하며, 청라국제도시의 관문이자 구도심과 신도심을 연결하는 입지에 들어서 홈플러스, 롯데마트, 홈씨씨, 모다아울렛, CGV 등 청라 도심 편의시설 이용이 편리하다. ‘인천 하이테크파크 이지움’은 IHP 내 임대수요 2만7,000여 명을 비롯해 북항배후단지, 에너지화학단지, 서구 원창⦁가좌 산업단지 등 3개 권역 제조업 약 3,200여개 기업체 배후수요를 확보했으며, 일대 주거용 오피스텔 공급이 전무해 희소성이 매우 높아 낮은 공실률이 예상된다. ‘인천 하이테크파크 이지움’이 들어서는 GC2-2블록 일대는 IHP 산단 내 항아리 상권으로 생활중심축 기능을 수행할 뿐만 아니라, 오피스텔 공급이 불가한 북항배후단지를 가장 근거리에서 생활 지원할 수 있는 입지이자 구도심의 노후된 환경, 열악한 원창동 구도심의 다세대 원룸을 대체할 상권으로 미래가치가 매우 뛰어난 곳이다. IHP 도시첨단산업단지는 인천경제자유구역 내 117만531㎡ 부지에 사업비 3,910억 원을 투입해 자동차 첨단 부품, 소재 관련 R&D 중심의 투자유치를 통해 조성하는 첨단산업단지로, 오는 2023년 개발이 완료될 전망이다. 북항배후단지는 현재 350여개의 철재, 목재, 물류, LED제조 등 기업이 운영 중이며, 대중국, 동남아와 수도권을 연결하는 국내 최대의 해상 물류 거점으로 꼽히며, 최근 북측 3차 공급분 2개 부지(30,621㎡)에 대한 입주기업 선정이 완료돼 개발이 가속화되고 있다. ‘인천 하이테크파크 이지움’의 분양홍보관은 인천 서구 중봉대로에 오픈중 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한미관계 돌아본 외교원장, ‘가스라이팅’에 비유한 이유는

    한미관계 돌아본 외교원장, ‘가스라이팅’에 비유한 이유는

    김준형 원장, ‘영원한 동맹이라는 역설’ 출간일방적 한미관계를 가스라이팅 상태로 빗대“미국이 압도당해 스스로 제어할 필요 없어”동맹 강화 필요...다만 군사 측면 강조 안 돼외교부 당국자 “한미동맹은 우리 외교 근간”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이 한미관계 150년 역사를 되짚어보는 책을 내면서 ‘가스라이팅’이란 표현을 써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문재인 정부가 한미 공조 강화에 역점을 두고 있는 상황에서 현 정부 인사가 이와 상반되는 듯한 용어를 언급하는 것은 정책의 혼선을 야기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김 원장이 최근 펴낸 저서 ‘영원한 동맹이라는 역설’ 소개글에는 “한국은 오랜 시간 불균형한 한미관계를 유지하느라 애쓴 탓에 합리적 판단을 할 힘을 잃었고 그에 대한 문제의식조차 희박해진 상황”이라고 나와 있다. 그러면서 “한국의 관성을 일방적인 한미 관계에서 초래된 가스라이팅 상태”라고 진단했다. 이 책은 1882년 미국과 체결한 불평등 조약인 조미수호통상조약부터 2019년 하노이 회담까지 한미관계가 어떻게 변화돼 왔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다만 양국 관계를 가스라이팅으로 규정짓는듯한 표현이 부각되면서 과거를 돌아보고 새로운 한미관계의 발판을 마련해보자는 취지는 자취를 감춰버린 형국이다. 그도 그럴 것이 가스라이팅은 다른 사람의 심리나 상황을 조작해 그 사람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위를 뜻하는 심리학 용어로 부정적인 어감이 강하다. 김 원장은 이날 통화에서 “미국이 음모를 가지고 우리를 조정했다는 게 아니라, 미국에 압도당해 우리가 지나치게 알아서 스스로 제어하는 것을 말한 것”이라면서 “국익에 입각해 상식적으로 미국과 ‘딜’(거래)를 할 수 있고 미국과 의견이 다르더라도 우리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 정부가 가스라이팅 상태라는 뜻이 아니라 과거에 그런 현상이 있었다는 것”이라며 “일부 인사가 북한이 우리를 가스라이팅한다고 한 것에 대한 반박 논리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김 원장은 책에서 “이러한 ‘동맹 중독’을 극복하고 상호적 관계를 회복하는 것만이 건강한 한미관계를 만들어가는 길”이라며 새로운 동맹 관계를 제시했는데 ‘중독’이란 표현도 도마에 올랐다. 이에 대해 그는 “한미관계는 깊어지는 게 늘 바람직하지만 동맹의 군사적 측면이 강조되면 결과적으로 우리의 대외 환경이 안 좋아진다”면서 “마치 (군사)동맹이 없으면 우리나라가 살아남지 못하는 것처럼 비약하는 건 안 된다”고 말했다. 분리 불안감 같은 중독 현상에서 벗어나 우리의 군사력, 경제력에 맞게 행동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현 정부의 ‘연정’(연세대 정치외교학과) 라인으로 분류되는 김 원장은 한동대 교수 출신으로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신북방 정책 등 외교 틀을 마련하는 데 기여한 전략가이다. 김 원장의 책이 논란이 되자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김) 원장이 어떻게 기술했던간에 우리 정부의 기본 입장은 분명하다”면서 “한미동맹은 우리 외교의 근간이며 지금까지 한반도 문제를 포함해 지역 및 세계의 평화·번영·발전을 위해 큰 기여를 해왔고, 앞으로도 더 굳건한 동맹으로 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조달청 ‘벤처나라’ 진입 기업·상품 증가

    조달청 ‘벤처나라’ 진입 기업·상품 증가

    올들어 ‘벤처나라’에 진입한 기업과 상품수가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30일 조달청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벤처나라에 등록된 기업 및 상품은 1742개사, 1만 2172개로 1588억원에 달한다. 벤처나라는 우수 벤처·창업기업의 공공구매 판로 지원을 위해 지난 2016년 10월 구축돼 양적·질적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 기존 기관 추천 없이 매월 신청을 받아 지정하는 방식으로 개선한 결과 신청 업체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정 상품도 1월 66개사 80개, 2월 69개사 85개, 3월 97개사 111개 상품으로 늘었다. 3월 지정 상품 중에서는 ‘승하강식 옥외소화전’, ‘사물인터넷(IoT) 다기능 그늘막’, ‘도로 결빙구간 융해 분사시스템’, ‘에스컬레이터 핸드레일 살균 청소기’ 등 융복합·신기술 상품이 포함됐다. 지정 상품은 벤처·창업기업 전용몰인 벤처나라에 등록해 최대 5년까지 공공 수요를 기반으로 판로를 지원받을 수 있다. 또 우수조달물품 지정시 가점, 무담보 보증보험 등의 지원도 뒤따른다. 벤처나라 진입을 통해 우수조달물품(32개사), 다수공급자계약(88개사) 등 120개 기업이 나라장터 종합쇼핑몰로 진출하는 등 벤처·창업기업의 든든한 디딤돌 역할을 하고 있다. 강신면 조달청 구매사업국장은 “기술력있는 벤처·창업기업들이 공공조달시장을 통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블링컨 “北도발 한미일 못 흔들어” 김여정 “문대통령 발언 미국과 닮은꼴”

    블링컨 “北도발 한미일 못 흔들어” 김여정 “문대통령 발언 미국과 닮은꼴”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북한의 최근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결의 위반이라면서 이런 행위가 한미일 3국의 대북 공조를 흔들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이번 시험이 주권국가의 자위권에 해당하고 유엔 안보리 소집 움직임을 ‘이중기준’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도 30일 마찬가지 주장을 했지만 탄도미사일 시험은 안보리 결의상 금지 대상임을 재확인하면서 3국의 긴밀한 조율과 한 목소리를 강조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블링컨 장관은 29일(이하 현지시간) 언론 브리핑을 통해 북한의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와 관련해 일반적 원칙으로 어떤 도전과제에 대처하려면 동맹과 조율할 때 훨씬 좋은 위치에 있을 수 있다며 이 원칙은 북한에도 적용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미사일 시험이 유엔 안보리의 다수 결의를 위반하고 해당 지역과 더 넓은 국제사회를 위협하는 것이라고 비판하며 이를 규탄한다는 미국 정부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또 북한의 위법적인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이 국제 평화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자 글로벌 비확산 체제를 훼손하는 것이라며 한국과 일본 방어에 관한 미국의 약속은 철통같다는 말도 덧붙였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북한의 미사일 시험 후 한국, 일본과 이 문제를 협의하고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회의를 열었다고 한 뒤 “우리는 이곳 뉴욕에서 취할 수 있는 추가 조처를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AP통신은 이와 관련, 유엔 안보리가 30일 북한에 관한 비공개 회의를 개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블링컨 장관은 대북 문제에서 한미일 3국의 조율과 공조를 재차 강조했다. 그는 “미국과 한국, 일본은 이 도발에 맞서고 한반도 비핵화를 진전시키겠다는 약속에 대해 단결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가장 중요하게는 도발 측면에서 우리가 평양으로부터 본 것은 우리 세 나라의 결의를 흔드는 데 아무런 효과가 없다고 말하겠다. 북한이 이 지역과 그 이상에서 제기한 위협을 줄이기 위해 우세한 위치에서 북한에 접근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은 ‘노동당 중앙위원회 선전선동부 부부장’ 명의로 직함을 분명히 하며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문 대통령이 지난 26일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한 연설과 지난해 7월 23일 국방과학연구소를 방문해 한 발언을 대조하며 “북과 남의 같은 국방과학연구소에서 진행한 탄도미사일 시험을 놓고 저들이 한 것은 조선반도(한반도) 평화와 대화를 위한 것이고 우리가 한 것은 남녘 동포들의 우려를 자아내고 대화 분위기에 어려움을 주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라니 그 철면피함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처럼 비논리적이고 후안무치한 행태는 우리의 자위권을 유엔 결의 위반이니, 국제사회에 대한 위협이니 하고 걸고드는 미국의 강도적인 주장을 덜함도 더함도 없이 신통하게 빼닮은 꼴”이라며 “자가당착이라고 해야 할까, 자승자박이라고 해야 할까”라고 비아냥댔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끊어진 신생아 발찌 사진까지…굳어지는 ‘아이 바꿔치기’ 친모와 남편은 “낳은 적 없다”

    끊어진 신생아 발찌 사진까지…굳어지는 ‘아이 바꿔치기’ 친모와 남편은 “낳은 적 없다”

    “저는 딸을 낳은 적이 결코 없어요.”(숨진 구미 여아의 친모로 지목된 석모씨) VS “3차례 유전자(DNA) 검사 결과, 숨진 여아의 친모가 석씨일 가능성이 99.9%.”(경찰) 지난달 10일 경북 구미에서 홀로 방치돼 숨진 채 발견된 3세 여자아이 사건을 둘러싼 억측이 갈수록 난무하고 있다. 검경의 수사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숨진 여아의 친모로 알려진 석모(48)씨에 이어 남편 B(48)씨까지 “아내의 임신과 출산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항변하면서 사건은 더욱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특히 경찰이 숨진 여아의 친모로 외할머니로 알려졌던 석씨를 지목했지만, DNA 검사 결과 이외에 출산 기록이나 바꿔치기 정황, 공범, 또 딸이 낳은 아이의 행방 등을 하나도 밝혀내지 못하면서 오히려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지금까지 경찰 수사 상황과 설명, 석씨의 주변 인물의 태도 및 반응, 주변 증언 등을 일문일답 형태로 정리했다.-석씨 측은 바꿔치기는커녕 출산 자체를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 “그렇다. 석씨뿐 아니라 석씨의 남편인 B씨까지 출산 사실을 거듭 부인했다. 그는 방송에서 3년 전 아내인 석씨의 사진 등을 제시하며 ‘몸에 열이 많아 집에서 민소매를 입고 있는데, 내가 임신을 모른다는 게 말이 되느냐’, ‘샤워를 마치고 속옷을 입은 아내의 모습을 봤지만 임신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구속된 석씨도 편지에서 ‘있지도 않은 일을 말하라고 하니 미칠 노릇이다. 하늘이 알고 땅이 알아. 진짜로 결백해. 결단코 나는 아이를 낳은 적이 없어’라고 극구 부인했다.” -그렇다면 경찰의 유일한 증거인 DNA 검사의 오류 가능성이 있나. “DNA 검사의 오류 가능성은 ‘0’에 가깝다. 그것도 3번이나 검사를 했기 때문에 오류가 있을 수 없다. 결과적으로 숨진 3세 여아는 석씨의 손녀가 아니라 딸이 맞다.” -경찰은 석씨의 딸 C(22)씨가 여아를 출산한 경북 구미의 한 산부인과 병원에서 신생아 인식표가 분리된 정황을 확인했다고 한다. “맞다. 검경은 2018년 3월 딸을 낳았던 C씨가 아이를 돌보면서 휴대전화로 찍은 사진 중 끊어진 인식표를 아기 머리맡에 두고 있는 사진을 찾았다. 이를 경찰은 석씨가 자신의 낳은 여아와 딸인 C씨가 낳은 여아를 바꿔치기한 정황 증거로 파악하고 있다.” -여아의 발찌는 왜 끊어졌나. “경찰은 고의로 발찌를 풀거나 끊은 것으로 판단하고, 석씨가 신생아를 바꿔치기한 주요 단서로 보고 있다. 앞서 경찰은 석씨가 산부인과에서 신생아 혈액형 채혈 검사 전에 두 신생아를 바꿔치기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산부인과 기록상 아기의 혈액형은 A형이고, 딸인 C씨는 BB형, C씨의 전남편 D씨는 AB형이어서 아기는 그들의 자녀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또 딸의 전남편인 D씨는 최근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신생아 팔찌가 끊어져 있었다’고 말했다. 따라서 경찰은 C씨가 출산한 다음날인 31일부터 산부인과 측이 채혈하기 전인 48시간 이내에 아이가 바꿔치기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당시 근무자 등을 상대로 조사하고 있다.”-아이 바꿔치기가 가능한가. “경찰은 부적절한 관계로 임신 사실을 숨겨 왔던 석씨가 마침 여아를 출산했고, 딸 C씨가 비슷한 시기에 여아를 낳자 두 아기를 바꿔치기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병원에서 신생아를 몰래 바꿔 놓는다는 게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3년 전 병원 근무자 중 석씨와 친구 관계이거나 안면이 있는 사람을 찾고 있다.” -석씨가 당시 갓 출산했다면 제대로 걸어다닐 수 없었을 텐데. “석씨의 한 친척은 ‘석씨의 딸인 C씨가 출산했을 당시 산부인과에서 석씨를 봤는데, 거동이 힘들어 보이지 않았다’면서 ‘출산 직후의 모습이라고 볼 수 없었다’고 했다. 따라서 경찰은 석씨가 직장에서 휴가를 낸 2018년 1월 말∼2월 초에 출산했었을 수 있다고 보지만, 딸인 C씨가 같은 해 3월 30일 출산한 시점과 너무 차이가 난다. 갓난아이와 100일이 넘은 아이가 바뀐 것을 출산한 딸이나 병원에서 모를 수 없다. 그래서 석씨의 남편 B씨는 ‘2∼3개월 차이 나는 신생아를 병원에서 바꿔치기했다는 경찰의 설명을 믿을 수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간호사들은 아이의 바꿔치기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나. “산부인과 간호사들은 탯줄을 잘라 낸 신생아의 배꼽으로 세균이 들어가지 않도록 철저하게 관리한다. 배꼽에 붙은 탯줄은 통상 3∼5일 후에 자연스럽게 사라지는데, 간호사들은 배꼽 상태만 봐도 신생아 바꿔치기를 알아차릴 수 있다. 이틀 이내 차이로 출산한 경우라면 간호사들이 놓칠 수 있지만, 그 이상 차이가 나면 배꼽의 탯줄 상태로 ‘신생아가 바뀌었나’라며 의문을 품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경찰의 바꿔치기 시기나 장소가 틀릴 가능성도 있다.” -아이 바꿔치기가 이뤄진 것으로 지목된 산부인과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라던데. “그렇다. 병원 측은 ‘우리도 미칠 노릇이다. 아이가 바뀌는 게 어떻게 가능하겠느냐. 신생아실에서 간호사들이 매일 아기들을 검사, 확인한다’며 경찰의 주장을 반박했다. 동네 의원 수준으로 알려진 이 병원에는 현재 전문의 2명과 간호사·간호조무사 7명이 근무 중이다. C씨가 이 병원에서 아이를 낳을 당시인 2018년 3월에는 이보다 근무자가 많았다고 한다.” -석씨가 ‘셀프 출산’을 검색했다는데 휴대전화인가, 개인용컴퓨터(PC)인가. “PC다. 다양한 수사 기법으로 확인한 것이다. 다만 (석씨가 출산을 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3년 전 휴대전화는 확보하지 못했다. 3년 전 통화기록과 문자메시지 내용이 필요한데 통신사에서 최근 1년치밖에 확보하지 못해서 수사가 어려운 거다. 석씨가 휴대전화를 바꾼 지 1년 정도 됐다. 이전에 썼던 휴대전화는 찾지 못했다.” -검찰은 최근 대검 과학수사부 DNA·화학분석과에 석씨의 4번째 유전자 검사를 의뢰했다. 결과는 언제쯤 나오나. “한 달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이번 검사에서 친모로 재확인되더라도 석씨는 계속 부인할 것으로 보인다.” -석씨에 대해 정신감정을 한 적이 있나. “한 적 없다. 법원에서 감정 영장을 받아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일단 정신질환자는 아니라고 판단한다.” -지난 17일 수사 브리핑 때 없어진 여아에 대해 간접적인 단서를 갖고 추적 중이라고 했는데. “(경찰은) 나타난 관련 정황과 상황이 모두 간접적이라서 직접적인 수사 정보로 연결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정보를 조합하는 절차이다. 직접적인 단서는 아니지만, 일부 관련되는 일부 단서를 확인 중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석씨의 딸인 C씨가 낳은 여아의 생사 여부는. “아직은 알 수 없다. C씨가 낳은 아이의 출산 기록과 출생 신고는 돼 있지만, 석씨의 출산 기록과 출생 신고는 없다. 경찰은 이 점에 주목하고 구미시와 공조해 민간 산파와 위탁모를 수소문하고 있다. 또 사라진 아이가 숨졌을 가능성도 열어 놓고 지난 2년간 변사체로 발견된 영아 사건을 재검토하고 있다. 숨진 아이와 비슷한 시기에 태어나 시설에 맡긴 아이들도 조사하고 있다.” -숨진 여아의 친부를 찾기 위해 택배기사를 포함해 200명까지 유전자 검사를 했다고 하던데. “사실이 아니다. 정확한 인원을 밝힐 수는 없다.” -석씨는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가. “제조업체에 근무한 평범한 회사원이다.” -석씨가 조선족이라는 일부 네티즌의 주장이 있는데. “전혀 아니다. 구미에서 살아온 평범한 시민이다. 부부 모두 초혼이고 평범한 가정이다.” 구미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강경 대북 경고’ 바이든… 대북 정책 방향은

    ‘강경 대북 경고’ 바이든… 대북 정책 방향은

    이번주 한미일 안보수장 대화 계기美 ‘대북 정책 방향’ 검토 결과 낼듯북 탄도미사일에 바이든 강경 발언반면 외교적 대화 언급해 수위조절군 태세 상향 등 대북군사 조치 없어 대북 제재 공조에 미중 갈등 변수로북미대화 없는 인내전략 회귀 우려도 북한이 앞서 발사한 탄도미사일에 대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5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 등 강경 발언을 내놓은 가운데, 이번주에 나올 미국의 대북 정책 검토 결과에 이목이 쏠린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26일 브리핑에서 “다자 이해당사자 간 대북 정책 검토의 마지막 단계에 있다”며 한·미·일 3자 대화가 곧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주 후반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기타무라 시게루 일본 국가안보국장은 워싱턴DC를 방문해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양자 및 3자 회담을 갖을 예정이다. 이를 계기로 미국의 대북 정책 검토 결과가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이 유엔 안보리 제재 대상이 아닌 순항미사일(한국시간 21일)에 이어, 제재 대상인 탄도미사일(한국시간 25일)을 발사하며 도발 수위를 높이자, 미국도 상응해 강경한 반응을 보였다. 바이든은 기자회견에서 “그들(북한)이 긴장 고조를 선택한다면 대응이 있을 것이다. 상응한 대응이 있을 것이다”라고 했고, 미 국무부도 북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하고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소집을 요구했다. 하지만 미 언론들은 바이든이 “비핵화라는 최종 결과 위에 조건한 것이어야 한다”면서도 “일정한 형태의 외교에 대한 준비가 돼 있다”고 언급한 것에 무게를 뒀다. 북한의 도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처럼 대화의 문을 닫을 정도의 수준은 아닌 것처럼, 미측도 대응에 수위 조절을 했다는 것이다. 폴리티코는 27일 미 국방부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의 이번 도발로 “해당 지역에서 즉각적으로 미국의 (군사적) 대응 태세를 높일 계획은 없다”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집권 초인 2017년과 비교해 낮은 수준의 대응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당시 북미의 대치는 최고조까지 올라갔고, 트럼프는 ‘화염과 분노’를 거론하며 군사옵션까지 우회적으로 거론했었다. 반면 바이든은 수위를 조절한 대응으로 우선은 북한을 관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의미다.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탄도미사일은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개량형’으로 한미에 대한 대응보다는 신무기 실험에 더 가까운 것으로 본다는 당국자의 말도 전했다. 바이든는 무조건적인 압박이나 트럼프식 북미 대화보다는 동맹을 이용한 ‘제재 공조’와 외교적 대화를 병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대북 제재 공조의 핵심인 중국과의 갈등이 심해지는 것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인권을 앞세운 미국 중심의 민주주의 연합이 압박하자 중국은 북한은 물론 이란과도 밀착하고 있다. 미국이 핵협상을 벌여야 하는 두 축이다. 미국의 대북 압박 공조가 중국의 반발로 공전을 거듭할 경우 ‘신인내 전략’으로 회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당시 ‘과감하고 직접적인 대북 외교’를 선언했지만 대북특사 등이 무산됐고, 이에 북한이 도발적인 패턴을 반복하면서 대화 없는 장기 대치로 이어진 바 있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 안철수, 이틀 연속 오세훈 지원사격 “약속 지키러 왔습니다!”

    안철수, 이틀 연속 오세훈 지원사격 “약속 지키러 왔습니다!”

    이틀 연속 손 맞잡은 오세훈-안철수安 “몰염치한 민주당 심판 위해 2번”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공식 선거운동 2일 차인 26일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의 강동구 유세 현장에 등장해 이틀 연속 지원사격에 나섰다. 두 사람은 야권 단일후보 자리를 두고 겨루다 결국 오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승리해 단일 후보가 됐다. 오 후보는 이날 서울 강동구 굽은다리역 사거리에서 진행한 유세 현장에 안 대표가 합류하자 “치열한 경선을 해서 승패가 가려지면 이렇게 마음을 크게 쓰기 쉽지 않다”고 이틀 연속 현장을 함께해준 안 대표에 감사를 표했다. 그러면서 “어젯밤 시청 앞 광장에서 함께 연설하는 것 보셨나. 그리고 하루 뒤에 이렇게 또 와주셨다”면서 “대한민국 역사상 이런 아름다운 단일화 본 적 있는가’라고 시민들에 외쳤다. 그러자 시민들이 ‘안철수’라며 안 대표 이름을 연호하기도 했다. 이에 안 대표는 “저 안철수 서울시민 여러분들께 꼭 단일화 이뤄서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겠다는 그 약속 지키러 강동구에 왔다”고 운을 뗐다. 이어 “선거는 미래를 선택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심판하는 것”이라며 “국민께 사죄드려도 시원치 않을 판에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이라고 2차 가해까지 한 그 정당, 이런 몰염치한 민주당. 이번에 확실하게 심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 대표는 또한 “투표장에서 우리 오세훈 후보 지지해 주시기를 머리 숙여 부탁드린다”고도 강조했다. 오 후보는 유세를 마친 후 취재진과 만나 안 대표와의 서울시 공동경영 방안과 관련해 “내일쯤에는 내용을 말씀드릴 수 있을 것”이라며 “정책 공조는 확실하고 시스템적으로 어떻게 공동경영을 할지는 차츰 밝혀가겠다”고 대답했다. 오 후보는 안 후보와 손을 맞잡은 유세로 이날 일정을 마무리했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통일부, 北 미사일 발사 “별도 입장 밝히기 어려워”

    통일부, 北 미사일 발사 “별도 입장 밝히기 어려워”

    통일부는 26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별도의 공식 입장은 없다고 밝혔다.통일부 차덕철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이 탄도미사일일 가능성, 이에 따른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 여부는 이미 한미 국방·정보당국 간 긴밀한 공조를 통해서 분석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면서 “통일부에서 공식적인 정부 입장을 말씀드리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NSC 상임위원회 긴급회의에서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면서 “통일부도 이와 같은 입장”이라고 되풀이했다. 지난 25일 오전 동해상으로 발사체 2발을 발사한 북한은 이날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통해 신형전술유도탄 2발을 시험 발사했다며 탄도미사일 발사임을 확인했다. 정부 입장이 아직도 ‘탄도미사일일 가능성’인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군 당국의 설명을 반복해서 말씀드린 것”이라면서 “통일부에서 탄도미사일일 가능성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차 부대변인은 답했다. 이어 “외교 당국과 군 당국을 통해 정부의 공식적 입장을 확인하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최초 건축가 이훈우의 발견… 한국 근대 건축사 다시 써야 할 이유

    최초 건축가 이훈우의 발견… 한국 근대 건축사 다시 써야 할 이유

    한국 최초의 근대 건축가는 누구일까? 얼마 전까지는 경성고공 출신으로 1937년 화신백화점을 설계한 박길룡을 손꼽았다. 하지만 이제 이훈우라는 또 다른 존재를 거론하는 목소리가 생겼다. 그는 일본으로 유학 가 나고야고등공업학교를 졸업하고 1920년에 개업, 1924년 대표작인 천도교의 대신사출세백년기념관을 설계했다. 1932년에 개업한 박길룡보다 여러모로 앞선 선배였다. 그러나 그는 최근까지 ‘무명’으로 존재했다. 왜 그랬을까. 이제야 듣게 되는 그의 이야기는 과연 어떤 것일까.●이훈우, 그는 누구인가 이훈우는 1886년 경남 하동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이종구는 유학자로, 외국의 신학문을 기피하던 대다수 영호남 선비들과는 달리 1900년대에 아들 세 명을 일본으로 유학 보냈다. 셋째였던 이훈우는 1908년 나고야고등공업학교(지금의 나고야공업대학)에 외국인 특별생으로 진학해 근대건축교육을 받게 된다. 그는 영어, 수학, 물리학 같은 기초 학문과 건축사, 설계 및 장식법, 제도 같은 인문적이고 창의적인 과목, 그리고 건축재료, 시공법, 위생건축, 측량과 같은 기술적인 과목을 배웠다. 재학 중 나라가 망하고 국적이 바뀌었지만 학업을 마친 그는 귀국해 조선총독부에서 근무한다. 이 무렵 부산중학교와 같은 관립학교와 보성고등보통학교, 동덕여학교 등과 같은 민족사학 계열의 학교를 설계했다. 1920년 총독부 기수직을 사직한 이훈우는 같은 해 12월 10일에 지금의 종로3가 단성사 옆 건물에서 설계사무소를 개업한다. 1932년에 개업한 박길룡보다 12년이 빨랐다. 당시 34세였던 그는 성북동에 피병원(避病院)으로 불린 민립 서울병원을 설계해 기초공사까지 진행되다가 예산 부족으로 중단됐다. 관립병원 순화원이 당시 유행했던 콜레라 환자를 감당하지 못하자, 조선인이 모금운동을 추진해 건축한 전염병 병원이었다. 천도교 측의 기록에 의하면 이훈우는 1924년 수운 최제우의 탄생 100주년을 기리는 ‘대신사출세백년기념관’을 설계한다. 일제강점기 한민족의 종합문화센터 역할을 하며 음악회에서 미술 전시회, 심지어 운동 경기에 이르는 수많은 행사를 무료로 치러낸 건물이다. 성신여대와 한양대 등이 이 건물에서 개교했다.1928년 이훈우는 고향 하동과 가까운 진주의 일신여자고등보통학교를 설계했다. 현재 진주여고의 전신이다. 이훈우는 이미 20대에 학교 건축을 여러 차례 경험했으나, 이 학교는 식민 지배자들의 집요한 방해 속에 어렵게 지어졌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이 학교는 지역 명문으로 성장했고 소설가 박경리, 화가 이성자와 같은 동문을 배출했다. 이훈우의 여러 후손도 이 학교를 다녔다. 1929년에 설계한 조선일보 평양지국도 이훈우 작품이다. 부지는 평양 구도심의 수옥리로, 현재의 인민대학습당 근처다. 당시 기사에 의하면 2층의 철근 콘크리트 건물로 석재와 벽돌로 마감한 전형적인 서양식이었다. 2층에 약 2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는데, 여기에서 최초의 한국인 사진작가의 하나인 서순삼의 전시회가 열렸다. 다만 한창 일할 나이인 40세 후반의 기록이 발견되지 않는다. 족보에 의하면 1937년에 51세의 나이로 사망, 하동군 악양면의 선산에 묻혔다. 같은 해 박길룡의 대표작 화신백화점이 완공됐다. 한국 근대 건축계에 일어난 최초의 세대교체다. ●지금, 왜 이훈우인가 왜 우리는 이훈우에게 주목해야 하는 것일까? 첫째, 그가 현재까지 알려진 한국인 최초의 근대 건축가이기 때문이다. 근대 교육을 받고, 자신의 사무실을 개업해 자신의 이름으로 건물을 설계한 것을 근대 건축가의 기준으로 삼는다면, 이훈우는 제일 앞에 위치한 존재다. 마침 2020년 12월 10일은 이훈우가 자신의 사무실을 개업한 지 정확히 100년이 되는 날이었고, 이 날을 기념하는 온라인 파티도 열렸다. 둘째, 그가 보여 준 근대 지식인으로서의 면모 때문이다. 이훈우는 사회에 기여하고자 하는 의지를 건축 설계와 기고문을 통해 명확히 그려냈다. 그의 작업이 병원, 학교, 강당, 언론사 사옥 등 공공성이 강한 유형에 집중돼 있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개업 당시 이미 ‘조선의 건축을 개량하고자 한다’는 의지를 천명할 정도로 스스로 부여한 소명에 대한 자각이 뚜렷했다. 셋째, 그의 건축 작업이 진지한 논의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하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분리파를 비롯한 당대 건축의 조형적 경향이 엿보이며, 천도교 기념관과 같은 대규모 공간을 설계할 수 있을 정도의 실무적 능력도 갖췄다. 앞으로 좀더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다. 넷째, 식민지 시대를 이해할 단초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의 삶 속에는 국가의 운명과 별도로 당시의 한국인 개개인이 보여 준 주체적 사고와 행동이 발견된다. 그는 단어 자체조차 생경한 ‘건축’이라는 영역에 도전해 꾸준히 결과를 만들었다. 이러한 행보는 식민지 근대론이나 내재적 발전론 같은 거대 담론의 틀을 넘어 개인의 능동적 태도를 드러낸다는 점에서 소중하다. ●한국 초기 근대 건축 서사의 한계 대한제국의 청년 이훈우가 일본 유학을 결심하던 무렵, 건축을 인식하고 실천하는 방식 모두가 새로운 것이었다. 당시 한국 사회는 그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랐다. 그래서 ‘조선건축계에 유일한 기술가’와 같은 단편적 소개, 혹은 건물의 층수나 규모, 쓸모에 국한된 설명만 남아 있을 뿐이다. 그가 어떤 생각과 의도로 설계했는지는 별 관심이 없었다. 건축가로서 이훈우에 대해 관심이 없었다기보다는 건축을 이해하는 수준이 그 정도였다. 안타깝게도 이훈우가 받은 교육은 일본에서 최상급이 아니었다. 일본은 건축의 문명적 중요성을 일찌감치 파악했다. 그래서 근대화 초창기부터 대학에서 건축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오늘날 도쿄대학이 되는 제국대학이 바로 그 시스템의 정점이었다. 이후 중등 과정의 실업학교를 승격해 고등공업학교를 설립했는데 이훈우가 다닌 나고야고공도 이런 학교였다. 즉 이훈우는 융합적 창조자로서의 건축가 양성보다는 하위 개념의 교육을 받았고, 당시 한국 사회가 그를 이해한 방식도 이런 맥락과 다르지 않았다. 다른 한국인 건축가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훗날 경성고등공업학교가 되는 경성공업전문학교가 설립된 것은 1916년이었다. 일제강점기 전 기간을 통해 한반도에서 근대 건축교육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교육기관이었다. ‘건축을 하고 싶지만 대학에 가고 싶어 포기한다’는 증언도 있다. 주요 건축물의 설계는 일본의 최고학부를 거친 일본인 엘리트 건축가들의 몫이었고, 이것은 한국인을 도구적 존재 이상으로 보지 않았던 식민지 전략과 정확히 일치했다. 한반도에서 건축을 대학에서 가르치기 시작한 것은 1946년 서울대에 건축학과가 설립된 이후다. 1876년의 강화도조약에 의한 개항 이후 무려 70년 동안 한반도의 건축은 최상위 활동을 제도적으로 부정당한 상태였다. 이런 탓에 건축 분야에서 한국이 서양과 일본과 얼마나 큰 격차를 보이는 것인지는 따로 설명이 필요 없다. 식민 지배가 한국 건축에 드리운 가장 길고 어두운 그림자라 할 것이다. 동시에 이는 건축물만의 문제도 아니다. 한국인 건축가를 바라보던 차별적 시선은 해방된 지 또 다른 70여년이 지난 지금도 다양하게 복제돼 건축계 안팎에서 작동 중이다. 이러한 초기 서사의 비극과 그 영향을 파악하지 못한다면 한국 건축의 미래는 없다고 단언한다. 이훈우나 그 이후 건축가들의 개별적 성취와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이러한 역사적 맥락은 현실에서 매우 상징적인 현상으로 등장한다. 다름 아닌 ‘건축가의 유령화’다. 건축물의 주민등록등본에 해당하는 건축물대장에 설계자의 이름을 기입하는 칸이 생긴 것이 불과 1990년대 전후의 일이다. 사람으로 치면 부모의 이름을 적는 난이 없었다. 그 결과 한국의 근현대 건축사는 유령 건축가들의 역사가 됐다. 지금도 서울과 부산 등의 도시를 가득 채운 수많은 건물 중 공식 기록으로 건축가를 알 수 있는 것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이훈우의 경우도 의뢰자 측 기록에 그의 이름을 부른 사례는 거의 없다. 천도교 내부 기록에서 대신사출세백년기념관의 설계자로 이훈우를 지목한 사례가 유일하다. 같은 천도교 계열의 보성고보와 동덕여학교 건립 관련 기록에도 설계자 정보가 빠져 있다. 이훈우는 이런 측면에서도 한국 건축의 ‘예견적 존재’가 아닐 수 없다.●이훈우의 현재적 의미 이훈우를 필두로 한국 근대 건축의 초기 서사를 재구성하는 의미는 무엇인가? 그는 근대라는 맥락 속에서 ‘건축이란 무엇일까?’를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실천으로 옮긴 최초의 인물이다. 이 원초적 질문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과 역할을 찾아간다는 점에 있어서 이훈우나 그 후학들이 다르지 않다. 박길룡을 비롯한 경성고공 출신들과의 관계도 주목할 만하다. 1926년 총독부 청사의 완공을 기념해 발간된 ‘조선총독부 청사 신영지’에 이훈우와 박길룡은 각각 전·현직 기수로 나란히 등장한다. 이훈우는 박길룡보다 선배지만 유학생 출신으로 소속감이 떨어졌고, 박길룡은 속속 배출되는 경성고공 출신 한국인 건축가 네트워크의 선봉이었다. 그러나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한 구체적 기록은 현재까지 발견되지 않는다. 근대 초기 한국 건축계의 세력 형성과 분화라는 측면에서 현재적 의미가 담긴 관점이다. 나아가 이러한 근대 건축의 서사를 한반도 전체로 넓혀야 하는 과제가 있다. 이훈우가 등장한 뒤, 한반도 북부 지역에서도 근대적 의미의 건축가, 혹은 그에 준하는 인물들의 활동이 시작됐다. 이훈우 자신도 평양에 신문사 지국을 설계했으나 그 실체와 자취에 대해서는 현재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남북 관계가 개선된다면 이 부분의 공조가 시작돼야 한다. 통일된 서사의 도출이 불가능하면 개별 사료를 협력해 확보하되, 해석은 각자 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교집합의 역사가 등나무처럼 얽혀 있는 프랑스와 독일도 이러한 방식으로 근대사를 정리해 나갔다. 근대 건축과 관련한 논쟁적 주제의 출발점에 이훈우가 있다. 그는 마치 한 그루 나무처럼 주어진 상황에 뿌리를 내리면서도 옆으로 위로 가지를 뻗었다. 나무가 모여 숲을 이룬다. 이훈우를 통해 던질 수 있는 질문과 얻어낼 수 있는 답은 무수히 많다. 이제 그의 이름을 불러야 할 때다. 황두진 건축가김현경 도쿄국립박물관 어소시에이트 펠로딜런 유 미국 금융정보회사 아시안팀 디렉터 ■필자인 김현경, 딜런 유, 황두진은 논문 ‘건축가 이훈우에 대한 연구’로 이훈우에 대한 기록을 추적하고 그의 삶을 재구성해 왔다. 이 글 역시 세 필자의 공동 작업이며 황두진이 대표 집필했다. 김현경은 1984년생으로 서울대를 거쳐 일본 교토대학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전공은 일본 고중세사로 현재 도쿄국립박물관에 재직 중이다. 딜런 유는1967년 부산생으로 서울대와 뉴욕시립대 버룩칼리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현재 미국의 금융정보회사에 근무하며 번역서로 ‘일본에 간 베이브 루스’가 있다. 황두진은 1963년 서울생으로 서울대와 예일대에서 수학했으며 현재 황두진건축사사무소의 대표다. 대표작으로 캐슬오브스카이워커스, 원앤원 63.5, 춘원당 그리고 일련의 현대 한옥 작업이 있다. ‘당신의 서울은 어디입니까’, ‘무지개떡 건축’, ‘공원 사수 대작전’ 등의 저서가 있다.
  • 러 외무 “동북아서 군사활동 중단해야”

    러 외무 “동북아서 군사활동 중단해야”

    미국과 중국·러시아의 대립이 격화된 가운데 러시아 외교수장이 한국을 찾아 그의 발언에 큰 관심이 쏠렸지만 미국을 겨냥한 ‘폭탄 발언’은 없었다. 대신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로 긴장감이 고조된 상황을 감안한 듯 한반도와 동북아에서의 ‘군비 경쟁 포기’를 강조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25일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회담을 한 뒤 언론 발표에서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 지역 내 평화와 안정 유지를 위해 관련국들이 군비 경쟁과 모든 형태의 군사활동 중단을 포함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북한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우회적으로 자제하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한미가 연합훈련을 시행하고, 외교·국방장관(2+2) 회의에서 “연합방위 태세를 강화한다”는 공동성명을 채택하는 등 공조를 강화하는 것에 대한 불편함을 드러낸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그러나 외교부 당국자는 “한미 연합훈련으로 특정해서 얘기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또 “한러 양국은 지역 내 문제의 완전한 해결을 위해 모든 당사국 간 대화 프로세스가 가능한 한 조속히 재개돼야 한다는 입장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대화가 조속히 열려야 한다는 점을 촉구한 것으로 해석됐다. 정 장관은 미사일 발사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면서 “북측이 2018년 9월 남북 정상 간 합의한 대로 한반도를 핵무기와 핵 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어 나가기 위한 우리 노력에 계속 함께해 줄 것을 당부했다”고 말했다. 한편 정 장관이 조만간 중국에서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회담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왕 부장이 지난달 16일 정 장관 취임 후 첫 통화에서 중국 방문을 초청한 뒤 양국 정부는 정 장관 방중과 관련해 긴밀히 소통해 왔다. 미중 갈등 속에서 중국이 한국에 어떤 요구를 할지 주목된다. 다만 외교부는 “아직 정해진 바 없다”며 공식화하지는 않고 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외교부 “北 미사일 발사 깊은 우려…美와 대응방안 조율 중”

    외교부 “北 미사일 발사 깊은 우려…美와 대응방안 조율 중”

    외교부는 25일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미국과 대응 방안 등을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오늘 아침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데 대해서 깊은 우려를 표한다”면서 “외교부는 긴밀한 한미 공조를 바탕으로 유관국들과 향후 대응에 관한 협의를 강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외교부는 미국과 북한의 발사 의도 등을 분석하며 대응 방안 등을 조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북한은 함경남도 함주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우리 군은 오늘 오전 7시 6분경, 7시 25분경 북한 함경남도 함주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단거리 미사일 2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이번 발사체의 비행거리는 약 450km, 고도는 약 60km로 탐지됐으며, 세부 제원은 한미 정보 당국이 정밀 분석하고 있다고 합참은 설명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북, 동해상으로 발사체 2발 발사…탄도미사일 추정(종합)

    북, 동해상으로 발사체 2발 발사…탄도미사일 추정(종합)

    탄도미사일 경우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청와대, 오전 9시 국가안전보장회의 북한이 25일 오전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2발을 발사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오늘 아침 함경남도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미상의 발사체 2발을 발사했다”면서 “추가 정보에 대해서는 한미 정보당국이 정밀 분석 중에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군은 감시 및 경계를 강화한 가운데, 한미 간 긴밀하게 공조하면서 만반의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합참은 북한의 발사체에 대해 ‘미상의 발사체’라고 발표했지만 탄도미사일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미사일 제원과 사거리 등을 분석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미국과 일본은 이미 북한 발사체 2발이 탄도미사일이라고 밝혔다고 외신이 보도했다. 미국 CNN방송은 미 고위당국자를 인용해 발사체가 탄도미사일 2발이라고 전했다. 북한 발사체가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내에 낙하하지 않았다는 일본 언론 보도로 미뤄 단거리 발사체로 추정되고 있다. 탄도미사일이 맞는다면 이는 지난해 3월 29일 강원 원산에서 ‘초대형 방사포’를 발사했다고 주장한 이후 약 1년 만이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첫 탄도미사일 발사다. 탄도미사일은 사거리와 무관하게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에 해당해 미국 등 국제사회의 대응이 주목된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북한에 의한 탄도미사일 등의 거듭되는 발사는 일본을 포함해 국제사회 전체에 심각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21일 북한이 발사한 것으로 알려진 순항미사일의 경우 유엔 결의에 위배되지는 않는다. 이번 미사일 발사는 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지난 16일 한미연합훈련을 비난하고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도 18일 ‘적대정책 철회’를 촉구하는 대미담화를 내놓은 데 이어 이뤄졌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게다가 지난 주말 북한의 순항미사일 발사에 대해 이날 미 국방부 대변인이 관련 질문에 “분명히 우리는 북한에 한반도를 덜 안정적으로 만드는 일을 하지 말라고 촉구한다”며 추가 도발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 직후 이뤄진 발사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번 미사일 발사를 참관했는지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과거 북한 매체의 보도 관행을 볼 때 김 위원장이 참관했다면 하루 뒤인 26일 보도할 것으로 관측된다. 청와대는 이날 오전 9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긴급회의를 열어 북한이 발사체를 쏘아 올린 것에 대한 대책 논의에 들어갔다. 매주 목요일 오후 개최되는 NSC 상임위 정기회의를 오전으로 앞당겨 개최하는 것이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軍 당국, 北 미사일 발사 확인하고도 왜 공개 안 했나

    軍 당국, 北 미사일 발사 확인하고도 왜 공개 안 했나

    북한이 지난 21일 순항미사일 두 발을 발사했는데도 군 당국이 침묵하고 있다가 뒤늦게 외신 보도 이후 발사 사실을 확인한 것을 놓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한반도의 긴장 고조를 피하려는 상황 관리 차원이란 분석과 함께 다음달 재보선을 앞두고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높아지는 것을 막기 위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24일 “한미 간 긴밀한 공조하에 북한 미사일 관련 동향을 실시간 파악하고 있다”면서도 “북한 관련 모든 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공개 기준’과 관련해 “우리가 보호해야 할 가치가 있는 정보와 국민의 알권리, 안전과 관련된 부분 등을 고려하고 있다”면서 군의 감시태세를 모두 공개할 수는 없다고 했다. 한미 정보자산이 북측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비공개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지난해 4월 북한이 같은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는 군 당국이 당일 발표했다. ‘같은 미사일, 다른 대응’에 대한 지적이 나오자, 합참 관계자는 “지난해 4월에는 오전에 순항미사일을 포착했고 오후에 공대지 관련 (전투기) 활동들이 있어 일련의 합동타격훈련이나 연관된 훈련으로 보고 설명한 바 있다”며 당시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 매체도 이번 발사에 대해 보도하지 않고 우리 군도 공개를 하지 않은 것은 양쪽 다 상황 관리를 하고자 상당히 강도를 조절한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북한이 수위를 조절했다고 해도 미사일 발사는 대화 재개에 방점이 찍힌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발사 사흘 뒤에 미국 언론을 통해 사실이 알려진 건 미측에서 공개하지 않기로 한국 정부와 보조를 맞추면서도 대북정책의 정당성을 확보하려고 우회적으로 메시지를 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순항미사일까지 문제 삼지 않겠지만, 그 이상의 도발은 안 된다는 경고의 메시지라는 것이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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