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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해외서 체포된 정유라 강제송환 차질 없어야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가 덴마크에서 체포되면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에 가속이 붙을 전망이다. 정부 당국은 덴마크 쪽에 긴급 인도 요청을 통해 정씨를 하루빨리 귀국시키겠다는 움직임이다. 특검 수사가 한창이지만 정씨의 신병 확보가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컸던 게 사실이다. 뻔뻔하게 모르쇠로 일관하는 최씨의 태도에 어떻게든 변화의 조짐이 있을 거라는 점에서 정씨의 소환은 이래저래 숨통이 트이는 소식이다. 최근 정씨는 유럽 현지에서 변호사를 선임해 국내 송환이나 강제 수사에 대비하고 있다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영주권이 없는 데다 돈세탁 혐의로 현지 수사기관의 압박을 동시에 받고 있어 귀국 카드가 외통수일 수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정씨의 압송을 한시라도 서둘러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국정 농단의 시발점이자 최대 수혜자가 다름 아닌 그다. 이화여대 부정 입학으로 공정사회의 마지막 보루인 입시마저 의혹의 뻘밭으로 전락시킨 장본인이다. 입시 의혹 속에서도 “돈도 실력. 니네 부모를 원망해”라는 페이스북 글로 또래들을 좌절시킨 맹랑한 인물이기도 하다. 최씨의 변호인은 한때 그를 두고 “세상 풍파를 견딜 나이가 아니다”고 두둔했다. 이런 발언은 국민 분노에 오히려 불만 더 댕겼다. 국정을 농단하며 온갖 특혜를 받게 한 딸이 특검의 추궁을 받는 상황은 최씨에게는 치명적 아킬레스건이다. 정권 실세의 딸이라는 이유만으로 소설 같은 특혜를 챙겨 준 교수들의 파렴치 행태, 그들을 조종한 권력의 민낯은 속속들이 까발려져야 한다. 교육부 감사에서 고발 조치 등을 당하고서도 이대 교수들은 청문회에서 오리발만 내놓았다. 그뿐인가. 소설가로 이름 날리던 류철균(필명 이인화) 이대 교수의 몰락은 기가 찬다. 조교에게 정씨 이름으로 허위 답안지를 만들도록 협박해 구속까지 됐다. 권력이 촉수를 뻗친 자리가 얼마나 기괴한 모습으로 일그러질 수 있는지 두말 필요없는 사례를 남긴 셈이다. 그러나 정씨가 즉시 송환될지는 단정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 정부는 덴마크 정부와 빈틈없는 공조로 정씨가 법망을 빠져나가지 못하게 해야 한다. 최씨가 해외에 은닉한 재산이 어마어마해 수조원대가 넘는다는 일부 보도도 있었다. 최씨 모녀의 불법적인 재산 형성과 입시 부정 등은 그들의 입을 통해 반드시 규명돼야 한다.
  • “한국 사회, 소득 재분배로 ‘행복한 노동’ 찾아야” [동영상]

    “한국 사회, 소득 재분배로 ‘행복한 노동’ 찾아야” [동영상]

    소득수준에 비해 노동조건 매우 열악 GDP 성장 신화 끝… 결과의 평등 필요 “균등한 기회뿐 아니라 소득의 재분배를 통한 결과의 평등까지 보장하는 공정사회가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길입니다.” 장하준(53)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23일 전국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의 초청으로 서울 연세대 동문회관에서 한 ‘더불어 함께, 대한민국 경제’ 강연의 주제는 결국 ‘행복의 경제학’이었다. 장 교수는 “강연 준비를 할 때는 대통령 탄핵은 생각도 못 했지만 강연 내용이 정치적 상황과 맞아떨어진다”며 “정치적 계기를 통해 나라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강연을 시작했다. 그는 국내총생산(GDP)의 신화를 깨뜨리는 데 강연 전반부를 할애했다. 현재 대한민국이 겪는 진통의 근원에는 1960~1990년대 경제의 기적이 있다고 장 교수는 진단했다. 당시 1인당 연평균 소득 성장률이 6%였는데, 이는 12년마다 소득이 2배 늘어나는 굉장한 수치라고 설명했다. 성공한 산업화를 통해 평균수명이 늘어나는 혜택이 있었지만 고도성장의 효과가 워낙 커서 ‘소득만 높으면 된다’는 그릇된 신화가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경제학에서 말하는 소득은 행복과 사랑을 반영하지 못하고 특히 여성의 가사노동이 빠져 있다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제 아내가 ‘낮에는 뭐하냐’는 소리가 하도 어이없어서 아이들한테 ‘너희 학교 가고 나면 스위치 끈 로봇처럼 누워 있다’고 말한다”며 농담을 던졌다. 세계적으로 GDP의 30% 정도를 가사노동이 차지하지만 국민소득에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우리나라 사람은 하루 평균 9~10시간 일하지만 은퇴는 73세 정도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늦고 고용 불안은 높다며 소득수준과 비교하면 노동환경이 열악하다고 밝혔다. 하다못해 자영업자의 3분의1도 자기 착취를 통해 근근이 살아가는 ‘생계형’으로, 언제 망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린다고 설명했다. 결국 신자유주의 경제체제는 종말에 다다랐다며 이제는 공정성을 통해 행복한 노동과 소득 증가를 이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정성을 담보한 제대로 된 복지국가 건설이 장 교수가 내놓은 해법이었다. 보호무역이나 대형마트 규제 같은 선별적 보호는 체계적이지 못해 모든 국민을 공정하게 보호하지 못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진보에서 주장하는 무상복지란 공짜가 아니라 공동 구매일 뿐이며, 보수가 지향하는 선별적 복지는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성이 떨어진다”면서 “시민권에 바탕을 둔 보편적 복지로 진정한 공정사회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기본적인 생활과 의료, 경제활동을 보장받아야 진정한 복지국가라고 결론지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자치광장] 공정한 경쟁 공정한 사회/김성환 노원구청장

    [자치광장] 공정한 경쟁 공정한 사회/김성환 노원구청장

    워킹푸어. 열심히 일해도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빈곤층을 뜻하는 말이다. 자본주의 논리대로라면 일한 만큼 대가가 돌아와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우리 사회는 상류층을 제외하면 최저임금으로 하루하루를 걱정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서민의 고단한 삶을 잘 반영하는 것이 자살과 출산 통계다.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1위, 출산율은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한마디로 지금이 가장 불행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는 사회라는 얘기다. 이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시장논리 중심의 경제 정책 탓에 나온 소득 양극화가 원인이다. 또한 불공정한 경쟁과 복지 시스템 부재 등 잘못된 제도와 관행도 한몫하고 있다. 견디다 못해 죽음으로 내몰리는 빈곤층, 항상 신분이 불안한 비정규직 등 부의 불균형 해소를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먼저 기업 활동은 공정한 경쟁이 돼야 한다. 많은 대기업이 국민에게 비난을 받는다. 회사 이익을 위한 실적 지상주의 경영으로 하도급 업체에 납품가 인하를 강요하고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등 각종 불공정 행위를 하는 탓이다. 그러다 보니 대기업은 현금이 넘쳐나는데 하도급 업체는 자금난에 시달린다. 진정한 낙수 효과를 위해 이익은 공유해야 한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 기업은 상시 고용을 해야 하지만 인건비 부담과 노조 문제를 피하고자 손쉬운 사내하청과 파견근로라는 편법을 쓴다. 이는 고스란히 노동의 질 악화와 근로 소득 저하로 이어진다. 국내 2000대 기업의 한 해 매출액이 800조원에서 1700조원으로 커지는 동안 일자리는 겨우 2~3% 증가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고용 없는 성장은 우리 경제에 독이다. 마지막으로 패자부활이 가능한 사회가 돼야 한다. 경쟁사회에서 탈락자는 나오게 마련이다. 이들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하지만 2015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우리나라의 복지예산 비율은 7% 수준으로 OECD 회원국 평균 20%에 크게 못 미친다. 안정적인 복지체계는 지속적인 국가 발전에 필수 조건이다. 북유럽 국가들이 세계적인 경제위기 속에서도 높은 성장을 이어가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사회안전망 확충을 통해 경쟁에서 탈락하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믿음이 건강한 사회를 만든다. 정의로운 사회는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기회를 주는 사회다. 사회 전반에 잘못된 제도와 관행을 개선해 정당한 노력이 보상받고 기본이 지켜지는 공정사회를 만들려면 서로 힘을 모아야 한다.
  • [탄핵 정국] #실망·분노 → #하야·사퇴 → #구속·처벌

    [탄핵 정국] #실망·분노 → #하야·사퇴 → #구속·처벌

    서울신문이 5차례의 촛불집회에서 만난 시민 133명의 인터뷰를 분석한 결과 이들이 공통적으로 말한 키워드는 ‘민주주의 붕괴’, ‘헌법가치 파괴’, ‘불공정사회’, ‘어이없는 해명’ 등인 것으로 파악됐다. 또 1·2차 촛불집회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실망·분노가 많았지만 3차에서 하야·사퇴로 옮아갔고, 4·5차에서는 구속·처벌로 강해졌다. 소셜메트릭스 인사이트를 이용해 박 대통령을 언급한 트위터, 블로그 등 인터넷 게시글 360만여건(10월 24일~11월 27일)을 분석한 결과 시민의 분노는 총 6차례 절정을 이뤘다. 10월 25일과 11월 4일에 있었던 대국민 사과, 9일의 대리 처방 보도, 14일 여야 특검 합의, 20일 검찰의 대통령 피의자 적시 등이다. # 2차 촛불집회 키워드 ‘나라·아이들’ 11월 5일 전국에서 30만명이 참가한 2차 촛불집회의 인터뷰에서 주로 나온 단어는 ‘나라’, ‘민주주의’, ‘아이들’이었다. 아이에게 노력하면 성공하는 나라를 물려주고 싶다고 했다. 10월 24일 JTBC의 최순실씨 태블릿PC 보도 이튿날에 있었던 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는 시민들의 분노를 폭발시켰다. 실제 온라인 게시글 분석을 보면 10월 25일 박 대통령에 대한 부정 언급은 12만 6652건으로 조사 기간 중 가장 많았다. 24일의 4만 8838건보다 2배 이상 많은 것이다. 박 대통령이 2차 대국민 담화를 했던 11월 4일에도 부정 언급은 11만 4788건으로 3일(6만 2435건)보다 급격히 증가했다. 특히 2차 담화 중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 자괴감이 들고”라는 부분은 풍자의 대상이 됐다. 노진철 경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변명으로 일관했던 사과는 오히려 국민의 분노를 자극했다”며 “각종 의혹에 대해 충분한 설명 없이 감정에 호소하면서 진정한 사과로 받아들이는 국민이 적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 3차 촛불집회 ‘퇴진·물러나라’ 서울 광화문광장에만 100만명이 모인 3차 촛불집회 인터뷰에서는 ‘퇴진’, ‘물러나라’라는 단어를 많이 들을 수 있었다. 11월 8일 저녁 최씨가 병원에서 박 대통령의 약을 대신 처방받았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9일 인터넷에서 박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게시글도 11만 5822건까지 급증했다. 바로 전날인 8일(4만 6201건)보다 2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집회에서 만났던 박현선(24·여)씨는 “정치에 관심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박 대통령이 지금 당장 하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시 역대 최고 규모라고 불리던 3차 촛불집회 이후 청와대에서 별다른 언급이 없었고, 14일 여야의 특검과 함께 안봉근·이재만 청와대 전 비서관들이 검찰에 구속되자 온라인 게시물에서 박 대통령에 대한 부정 언급(11만 4860건)은 다시 10만건을 훌쩍 넘었다. # 4차 촛불집회 ‘촛불·구속·수사’ 전국적으로 96만명이 참가한 4차 촛불집회에서는 불통 청와대에 대한 비판과 범죄에 동조한 박 대통령에 대한 처벌 요구가 이어졌다. 인터뷰에서 자주 언급된 단어도 ‘퇴진’, ‘물러나다’와 함께 ‘촛불’, ‘구속’, ‘수사’ 등이었다. 촛불집회 전인 17일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이 “바람 불면 촛불은 꺼진다”고 발언한 데 대한 비판도 쏟아졌다. 4차 촛불집회 다음날인 20일 검찰이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박 대통령을 피의자로 적시하자 온라인 게시글의 부정 언급도 11만 9844건으로 치솟았다. 내용은 ‘대통령도 공범이니 처벌해야 한다’, ‘즉각 퇴진하고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한다’ 등이었다. # 5차 촛불집회 ‘강력 처벌·평화시위’ 이런 민심은 지난 26일 전국에서 190만명이 참가한 역대 최대 규모의 5차 촛불집회로 이어졌다. 영하 0.7도까지 떨어진 쌀쌀한 날씨에도 시민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대통령 즉각 퇴진을 촉구했다. 시민들의 인터뷰에서 주로 언급된 단어는 ‘구속 수사’, ‘강력한 처벌’, ‘평화시위’ 등이었다. 직장인 박정혁(30)씨는 “2주 전 집회에 처음 나올 때만 해도 이 정도면 민심을 알 거라고 생각했다”며 “대통령이 하야할 때까지 계속해서 집회에 나오겠다”고 말했다. 조성택 고려대 철학과 교수는 “정치적 성향과 지역을 떠나 모든 국민이 하나의 목표를 외치며 광장에 모였다”면서 “이달 초와 달리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4%대로 하락한 상황에서 민심은 퇴진 이외 다른 것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서울광장] 촛불의 이면엔 허기가 있다/임창용 논설위원

    [서울광장] 촛불의 이면엔 허기가 있다/임창용 논설위원

    지난 일요일 아침이었다. 세종로 네거리엔 바쁜 일상의 군상들만 가득했다. 간밤에 넘실대던 100만 촛불은 다 어디로 간 걸까. 북악산을 향해 돌진하던 거대한 함성은 단단한 바위에 부닥쳐 산화하고 만 걸까. 밤새 몰아친 붉은 폭풍의 장엄이 아직 생생한데, 그 흔적은 적막하고 허전했다. 1987년 6월 항쟁 때도 그랬다. 격렬한 시위 다음날 캠퍼스의 아침은 적요했고 우린 늘 무언가에 허기져 있었다. 6월 항쟁은 단순히 박종철·이한열이란 두 젊은이의 희생에 대한 보상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그 이면엔 박정희 정권 이후 20년 넘게 억눌려온 자유와 민주에 대한 갈망과 허기가 있었다. 두 젊은이는 더는 허기를 참지 못한 민초들의 분노에 불을 댕긴 도화선이었다. 광화문에서 촛불에 불을 댕긴 것은 분명히 국정을 자신의 살림살이인 양 농단한 최순실 세력이었다. 하지만 그 이면엔 지난 4년간 쌓인 부조리와 파탄 지경의 민생이 겹겹이 쌓여 있다. 갈수록 피폐해지는 민생과 끝 모를 바닥을 향해 추락하는 삶의 질에 서민들은 이미 탈진 직전에 있다. 촛불은 공정사회에 허기진 민초들의 반란이다. 상식과 합리가 존중되는 사회를 향한 국민의 갈망을 담고 있다. 한국은 각종 삶의 질 지표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을 보이고 있다. 근로자의 노동시간은 34개 국가 중 두 번째로 긴데 임금 불평등은 가장 심하다. 노동생산성도 꼴찌 수준이다. 밤낮으로 죽으라고 일을 해도 벌어들이는 돈은 형편없이 적은 노동자가 많다는 의미다. 지난 7월 구의역 스크린도어 수리 중 숨진 ‘스무 살 김군’의 가방 속 컵라면은 많은 부모의 눈시울을 적셨다. 김군이 불쌍해서라기보다는 불합리에 대한 분노, 공정사회에 대한 허기 때문이었다. 그뿐인가. 한국인들의 자살률은 10년 넘게 부동의 1위다. 노인 빈곤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최저 수준의 출산율은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광화문 일대를 뒤덮은 ‘이건 나라가 아니다’라는 구호는 지금까지 누적된 모든 부조리를 포괄하고 있다. 이제 민초들은 더이상 이런 부조리와 불공정을 인내하지 않으려는 듯하다. 지난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확산된 ‘한국을 헬조선이라고 하는 60가지 이유’란 콘텐츠는 다소 표현 방식이 거칠기는 해도 부조리한 우리 사회의 민낯을 잘 보여준다. 방송뉴스를 캡처해 만든 콘텐츠엔 ‘한국 복지 지출 OECD 꼴찌’,‘“일한 만큼 못 번다”…한국 최하위권’,‘직장인 유급휴가 한국이 꼴찌’,‘유리천장 지수 OECD 최하위’ 등이 줄줄이 나열돼 있다. 촛불시위에 참가한 부모들은 그 이유를 “이런 나라를 자식들에게 물려줄 수 없어서”라고 했다. 취업 준비생들은 “열심히 살려고 아등바등하다 허탈감이 너무 커 나왔다”고 했다. “수능이 대순가. 좋은 나라에 사는 게 우선 아닌가”라고 반문하는 대입 수험생에게 어른들은 대체 무슨 말을 해줄 수 있을까. 가수 이승환은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오르지 않아 마냥 창피하다”며 히트곡 노랫말을 ‘하야하라 박근혜’로 바꿔 불렀다. 이들이 광화문을 찾은 이유는 조금씩 달랐지만, 결국 공정사회에 대한 갈망과 허기로 수렴됐다. 최순실 세력은 지난 4년간 우리 사회에 심화된 부조리현상의 똑 떨어지는 표상과도 같다. 열심히 일해 돈을 벌고, 밤새며 공부해 좋은 대학에 간다는 상식을 간단히 뒤엎어버렸다. 확산 일로의 촛불시위는 미국 작가 존 스타인벡의 소설 ‘분노의 포도’ 속 상황을 연상케 한다. 1930년대 대공황기, 실업자가 폭증하고 빈곤이 전국을 휩쓸던 미국의 대도시는 살풍경했다. 농촌은 농촌대로, 도시는 도시대로 피폐해졌고 수많은 사람들이 생존을 위해 서부로 이동했다. ‘세일즈맨의 죽음’의 작가 아서 밀러는 이 시절을 “모든 게 다 고갈돼 버린 느낌이었다”고 묘사했다. 사람들의 눈에는 좌절의 빛이 떠올랐고, 분노가 알알이 맺혀 포도송이로 영글어갔다. 지난 12일 촛불시위는 ‘고요한 폭풍’ 같았다. 거대했지만 평화로웠다. 하지만 터지기 직전의 포도 알갱이처럼 탱탱하게 영근 분노를 품고 있었다. 누적된 분노는 단순히 최순실 세력이 소탕된다고 해서 가라앉을 거품 같은 게 아니다. 누가 집권하든 새로운 국정의 패러다임이 필요한 이유다. 공정사회, 상식과 합리가 통하는 나라를 위한 패러다임 말이다. sdragon@seoul.co.kr
  • [오늘의 눈] 정유라와 불공정사회/홍인기 사회부 기자

    [오늘의 눈] 정유라와 불공정사회/홍인기 사회부 기자

    2015학년도 대학 수시모집에서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가 이화여대의 문턱을 넘는 데는 말 한 필이면 충분했다. 정씨의 표현대로 ‘돈도 능력인 사회’에서 정부, 기업, 대학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부모를 만난 덕에 정씨의 입학과 학교 생활은 더 없이 편하기만 했다. 불어오는 바람보다 빨리 누워 버리는 풀처럼 최경희 전 총장을 비롯한 몇몇 교수들은 ‘정윤회-최순실’의 딸을 각별히 배려했다. 대통령 연설문을 미리 받아 뜯어고친 권력 실세 앞에 입학과 학사 관리의 ‘공정함’ 따위는 찾아볼 수 없었다. 고등학교 3학년 때만 131일을 결석한 정씨는 2015학년도 이대 체육과학부에 체육특기생으로 입학했다. 이대는 2011학년도부터 체육특기생 제도를 부활시켰지만, 승마가 포함된 것은 정씨가 입학한 2015학년도부터다. 정씨는 2014년 10월 18일 진행된 면접 당시 국가대표팀 단복을 입고 금메달을 지참한 채 등장했다. 정씨 외에도 아시안게임 동메달리스트 2명이 단복을 입고 메달을 걸고 면접에 응시했다. 면접장에 국가대표 단복을 입고 간 것 자체가 면접 복장에 맞지 않는 데다가 평가위원들에게 ‘우수한 인재’라는 선입견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입학처장은 평가위원들에게 굳이 “저들이 메달리스트”라고 설명했다. 정씨를 포함한 3명은 모두 합격했다. 학교는 “체육특기생에 승마가 포함된 것은 2013년 5월 결정된 사안”이라며 “원서 접수 이후 획득한 금메달도 서류 평가에 반영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지난해 1학년 1학기 평균 0.11점이었던 정씨의 학점은 올해 1학기에는 2.27점으로 훌쩍 오른다. ‘전공책과 참고도서를 뒤지면서 과제를 하거나’, ‘빈자리가 없는 중앙도서관에서 공부한’ 덕분이 아니다. 올 1학기부터 국제대회 출전 학생에게 출석을 인정해 주는 내용으로 학칙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과제에 ‘망할새끼’, ‘웬만하면 비추함’이라는 단어를 써도 무방했고, 계절학기 수업에는 아예 참석하지 않아도 학점을 인정받았다. 시간이 지나도 비정상의 정상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F학점을 주겠다고 공언했던 교수는 말을 바꿨고, 경고 누적으로 제적될 수 있다고 말한 지도교수는 교체됐다. “교수 같지도 않은 게”라는 최씨의 한마디에 학칙도 상식도 작동하지 않았다. 과제와 시험을 위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밤을 새웠던 학생들은 권력 실세가 휘두른 폭력에 기만당했다. 이원종 대통령 비서실장의 표현을 빌리면 “봉건시대에도 있을 수 없는 일”이 연설문을 태블릿 PC로 받아 봤던 최씨의 사무실뿐 아니라 지성의 전당인 학교에서도 일어나고 있었다. 이대 교정에 내걸린 대자보엔 이렇게 씌어 있다. ‘정당한 노력을 비웃는 편법과 그로 인한 무능, 너 덕분에 내 노력이 얼마나 빛나는 것인지 알게 됐다. 니가 부럽지 않다. 나는 너보다 당당하다.’ 불공정사회를 넘어 봉건사회로 거슬러 올라가고 있는 한국에서 학생들의 빛나는 노력은 얼마나 존중받을 수 있을까. 노력하는 자에게 절망과 고통을 안겨 주는 봉건사회는 이미 도래했을지도 모른다. ikik@seoul.co.kr
  • [朴대통령 “임기 내 개헌”] “제왕적 대통령제 폐지” 한목소리… 권력구조엔 ‘백가쟁명’

    [朴대통령 “임기 내 개헌”] “제왕적 대통령제 폐지” 한목소리… 권력구조엔 ‘백가쟁명’

    24일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 내 헌법 개정 추진 제안으로 ‘개헌 시장’이 서자 여야 잠룡들은 일제히 반응을 쏟아냈다. 현행 권력집중형 ‘제왕적 대통령제’를 폐지하고 권력을 분산하자는 ‘총론’에는 이견이 없었다. 하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백가쟁명식’ 주장이 펼쳐졌다. 여권 주자들은 대부분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분권형 개헌론자’인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는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오늘이 제일 기쁜 날”이라고 표현했다. 이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 대통령 임기 내에 개헌을 이루는데 시간적 여유가 없다. 국회와 행정부가 별도로 논의하면 오히려 논란만 키울 수 있다”며 여야와 행정부, 전문가가 함께 참여하는 ‘범국민 개헌특별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개헌 방향에 대해서는 “사회의 격차해소, 공정사회 구현을 위한 시대정신이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다음 대통령 선거에서부터 새 헌법이 적용되기 위해선 내년 4월 12일 재·보궐 선거가 국민투표를 하기에 가장 적합한 날짜”라고 제시했다. 같은 당 유승민 의원은 “정치적 계산과 당리당략에 따른 권력 나눠 먹기를 위한 개헌은 야합에 불과하다”면서 “국민이 원하는 개헌, 국가 백년대계에 필요한 개헌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과 국회가 주도해야지, 대통령이 주도하면 국민이 찬성할 수 없다”면서 “박근혜 정부는 경제위기와 안보위기 극복에 남은 임기 동안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의원은 그동안 4년 중임 대통령제로의 개헌을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권력구조 개편에만 초점이 맞춰진 ‘원포인트’ 개헌보다 국민의 기본권 확대와 양극화 해소를 위한 개헌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권력구조 개편은 정책의 일관성과 책임성을 담보할 수 있는 대통령 4년 중임제가 바람직하다”면서 “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는 의사결정의 신속성을 담보하는 데 적절치 않으며, 특히 분단 상태에서는 위기관리에 취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남경필 경기지사는 “개헌 논의가 특정 시기를 못 박아 놓고 꿰어 맞추기 식으로 진행되거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정치공학적으로 흘러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4년 중임제 대통령제에 내각 구성을 정당 득표수에 따라 배분하는 ‘협치형 대통령제’가 바람직하다”면서 “이 밖에 수도 이전 문제 등 모든 국가적 어젠다도 다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승자독식에 의한 권력 독점, 제왕적 대통령제의 문제점을 보완해 공존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면서 “공정사회로 가기 위한 논의가 진전되길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야권 주자들은 개헌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박 대통령이 지금 이 시점에 개헌론을 던진 배경에 대해 힐난을 퍼부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박 대통령의 개헌 제안, 참 느닷없다. 생각이 갑자기 왜 바뀌었는지 의심스럽다”면서 “개헌은 블랙홀이고 경제살리기가 우선이라 하더니 그새 경제가 좋아지기라도 했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개헌은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민생 개헌이 돼야 한다”면서 “권력형 비리게이트와 민생 파탄을 덮기 위해 개헌을 악용하는 것이야말로 정략적 방탄 개헌이자 무책임의 끝을 보여주는 정략적 정치”라고 비난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도 “최순실 의혹을 덮으려는 게 아닌지 우려가 든다”고 지적했다. 이어 “양당이 나눠 먹기를 하는 선거제도부터 개편해야 한다”면서 “내년 4월 재·보궐 선거 시점에 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 그다음에 개헌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참 나쁜 대통령. 국민이 불행하다. 대통령 눈에는 최순실과 정유라밖에 안 보이는가. 재집권 생각밖에 없는가”라면서 “부도덕한 정권의 비리사건 제대로 규명하고 책임지라. 파탄 난 경제, 도탄에 빠진 민생부터 챙겨달라. 국민이 살아야 개헌도 있고, 정치도 있다”고 밝혔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헌법 개정 논의를 국면 전환용으로 이용하지 말라. 대통령은 개헌 논의에서 빠져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정당과 의회 지도자들은 정파의 이해득실을 뛰어넘는 국민적 논의, 검증, 실천 과정을 분명히 해 졸속 개헌을 막고 국민에 의한 국민의 헌법을 만들자”고 주장했다. 민주당 김부겸 의원도 “국회 내 개헌특위를 만들자”면서 “대통령이 개헌 논의에서 주도권을 쥐려 하면 정치적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개헌은 제7공화국을 열기 위한 필요조건 중 하나”라면서 “이것이 내가 말하는 새판 짜기”라며 야권 대선주자 중 유일하게 박 대통령의 개헌 논의 추진 제안을 반겼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김영란 교수 “최종 법안 권익위 작품… 바뀌는 사회 모습 지켜볼 차례”

    김영란 교수 “최종 법안 권익위 작품… 바뀌는 사회 모습 지켜볼 차례”

    “이제 국민들과 마찬가지로 저도 앞으로 우리 사회가 바뀌는 걸 지켜봐야 되는 입장인 거죠. 저도 지켜보고 싶습니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을 처음 제안한 김영란(60)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가 30일 시행 사흘째를 맞은 김영란법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강의를 위해 등교한 김 교수는 서강대 법학관 앞에서 기자를 만나 “이미 (김영란법은) 제 손을 떠났다”며 애써 발언을 자제했다. “제가 최초 제안을 한 것은 맞지만 최종 법안은 국민권익위원회의 작품”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이어 “(김영란법은) 사람들이 실천하면서 만들어 가야 하는 것”이라며 “우리 문화가 바뀌고 우리 속에 내면화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문제이기 때문에 내가 ‘이래야 합니다 저래야 합니다’ 할 여지가 없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2004년 대한민국 헌정 사상 최초로 여성 대법관이 된 뒤 2011년 1월부터 2012년 11월까지 국민권익위원장을 지냈다. 현재는 서강대에서 석좌교수로 재임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장이던 2011년 6월 14일 국무회의에서 공정사회 구현 대책의 하나로 법 제정 필요성을 처음으로 제안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직무관련성 부분을 놓고 많은 국민이 혼란스러워한다. 어떻게 보나. -특별히 할 말이 없다. 아직 미답의 영역이지 않나. 전대미답의 영역이라는 표현을 쓰신 곳도 있던데 저도 모르고 여러분들도 모른다. (김영란법이 안착될 수 있도록) 좋은 방향으로 기사를 써 달라. →정착하기 위해서 지금 겪는 혼란이 불가피하다고 보나. -혼란인지 아닌지 모른다. 처음이니까 다 모르는 거라는 의미에서는 혼란이겠지만, 이 법은 실천 방안이니까 실천하면 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여기 대상이 되시는 언론인 여러분들도 노력해 주시면 다 좋을 것 같다. →이 법안을 통해 어떤 사회가 됐으면 하나. -문자 그대로 ‘부정청탁 금지 및 금품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이니까 궁극적으로 이 입법 취지에 맞게 잘 정착되길 바란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초기 부작용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불과 며칠밖에 되지 않았는데 벌써 부작용이 있는지 없는지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냥 여기까지만 말하자. 퇴근하겠습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이명박 전 대통령 “김영란 권익위원장 내가 임명”

    이명박 전 대통령 “김영란 권익위원장 내가 임명”

    이명박 전 대통령이 30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입법의 주역인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을 자신이 임명했다는 사실을 환기시키며 임명 배경과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이명박 대통령 기념재단’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김 전 위원장은 김대중 정부 당시 임명된 대한민국 1호 여성 대법관”이라고 소개한 뒤 “2010년 9월 대법관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는 그에게 청조근정훈장을 수여하며 퇴임 후 계획에 대해 물었더니 변호사 일을 하지 않을 것이며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있다고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시만 해도 대법관을 그만두면 대형 로펌에 가거나 변호사 사무실을 내는 것이 관행이었고 그로 인한 전관예우 문제도 있었는데, 이를 마다한 김 전 위원장의 생각이 우리 정부의 공정사회 철학과 일치한다고 느꼈고, 권익위원장으로 임명하는 계기가 됐다”고 소개했다. 이어 “김 전 위원장 역시 해외에서 공부하려던 계획을 접고 권익위원장으로서 부패 척결의 책임을 기꺼이 맡아 수행했다”고 덧붙였다. 이 전 대통령은 김영란법 시행에 대한 소회도 밝혔다. 그는 “(김영란법은) 반부패·청렴의식의 확산을 통해 우리 사회 전반의 신뢰를 구축하자는 취지로 발의됐다”면서 “각계 각층의 활발한 토론을 거쳐 어렵사리 열매를 맺었다”고 말했다. 이어 “변화에는 고통이 따른다. 오랜 시간 관례화된 가치관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해석과 세부 적용 사례에 대해 이견이 있을 수 있다. 예기치 못했던 문제 또한 발생할 것”이라면서 “이 역시 우리 사회가 성숙해 가는 과정으로 겪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전 대통령은 “초기에는 이해와 공감대가 부족해 과잉반응이 나올 수 있으나 안정되면 합리적인 일처리가 가능해지고 그간 느껴왔던 부담도 크게 줄 것”이라면서 “변화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공감한다면 두려워하지 말고 실행해야 한다. 당장의 현실을 부정적으로 탄식하기보다 건전한 소비를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찾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 변화된 환경 속에서 새로운 방식의 수요가 창출되리라 믿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사설] 부정부패 없는 세상을 향한 첫발 떼다

    오늘 0시부터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공식적으로 효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법 적용 대상자인 공직자·교원·언론인과 그 배우자는 광범위한 영역에서 청탁과 금품을 받을 수 없다. 자신 및 배우자가 대가성 여부와 관계없이 한 차례 100만원, 연 300만원 넘는 금품을 받으면 형사처벌된다. 공직자 등이 원활한 직무수행 등을 위해 받을 수 있는 음식물·선물·경조사비 상한선은 각각 3만·5만·10만원이다. 김영란법 적용 대상자는 400만명에 이른다. 굳이 인구학적 분포를 따지지 않더라도 가족이나 친지를 비롯해 주변의 누군가는 김영란법의 적용을 받는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오늘을 기해 대한민국 국민은 인식과 행동의 대변혁 시대에 접어든 셈이다. 다소 과장되게 말해 이제 우리 사회 구성원들은 그 어떤 종류의 청탁이나 금품수수 등과 담을 쌓아야만 한다. 그것이 김영란법의 취지다. 누군가는 가혹하다고 말한다. 어떤 이는 “냉혈사회를 만드느냐”며 항변한다. 그러나 김영란법을 잉태한 것은 바로 우리 자신이라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일상적인 접대와 청탁, 거기서 싹튼 끼리끼리 문화가 우리 사회의 불공정을 심화시킨 것 아닌가. 인허가를 받기 위해 관련 공무원을 접대하고, 미래의 이익에 대한 보험 성격으로 친구인 검사의 스폰서를 자처하는가 하면, 자녀의 학생부 평가를 좋게 받으려고 담임교사에게 상품권을 건넸던 것이 불과 어제까지의 우리 사회 풍경화다. 뇌물과 배임수재 등으로 일벌백계해도 ‘스폰서 검사’는 진화했고, 공무원·교사 비리는 종종 신문 사회면을 장식했다. 기업들이 룸살롱·단란주점 등에서 누군가를 접대하며 결제한 법인카드 총액이 매년 1조원에 이른다. 물론 새 옷을 입었을 때처럼 거북살스러울 수 있다. 식사를 한 뒤 서로 자기 카드로 자기 몫을 결제하는, 익숙하지 않은 습관이 몸에 배도록 하려면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 화훼·축산 농가는 직격탄을 맞게 됐다며 아우성을 치고, 골프장들은 당장 이번 주부터 주말 부킹이 김영란법 시행 이전에 비해 20% 정도 줄었다고 한다. 하지만 청렴·공정사회를 향한 인식·행동의 대변혁 시대를 맞아 다소의 불편함과 소비 위축 등의 부작용을 감내 못할 여유가 우리에게는 없다. 김영란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에 앞서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국민 10명 가운데 7명이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반대 여론은 8%에 그쳤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우리 국민 대부분은 청탁과 접대가 사라진 청렴·공정사회를 원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제 우리는 그 첫발을 뗐다. 당분간 단속 기관이나 국민 모두 혼란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투명하고 공정한 미래의 대한민국에서 자랄 우리 후손들을 위해 우리 모두 당장의 불편과 혼란을 참아 내고 극복해야만 한다.
  • 오늘부터 전대미답의 길… 일상이 달라진다

    청탁 관행·접대 변화, 공정사회로 한 발짝 다가서길 청탁금지법이 오늘부터 시행된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이른바 김영란법이다. 2016년 9월 28일부터 ‘3만원(식사)·5만원(선물)·10만원(경조사비)’이라는 가액기준이 우리 공동체의 행위의 준거로 작용하게 된다. ‘원활한 직무수행이나 사교·의례’의 목적을 벗어나면 가액기준 이하라도 허용되지 않는다. 공무원과 공직유관단체 임직원, 사립학교·언론사 임직원 등 공적 업무 종사자와 그 배우자를 포함, 400만명이 대상이다. 일상의 선의와 미풍양속으로 여겨지던 행위들이 법의 잣대로 규율되는 전대미답(前代未踏)의 길이다. 가 보지 않은 길을 가야 하는 생소함과 불편함은 거부감을 낳기 마련이다. ‘3·5·10’ 가액기준을 둘러싼 현실성 논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농축산업계를 비롯해 경기 위축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가 2018년 가액기준 등을 두고 타당성을 다시 검토키로 한 이유다. 숱한 혼란과 우려 속에서도 청탁금지법을 제대로 안착시켜야 하는 까닭은 명확하다. 연줄을 이용한 공직의 청탁 관행과 고질적인 접대문화, 각종 비윤리와 부패 행위는 사회문화 저변의 응집력과 경쟁력을 갉아먹는 독소로 작용한 게 사실이다. ‘좋은 게 좋다’는 식의 끼리끼리 행태에 힘없고 줄 없는 대다수 서민은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었던 것 아닌가. 후세에까지 부정청탁과 부패 행위를 관행이라는 이유로 물려줄 수는 없는 일이다. 국제투명성기구(TI)의 부패인식지수(CPI)에서도 우리의 민낯을 확인할 수 있다. 2015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CPI는 100점 만점에 56점으로, 조사 대상 168개국 가운데 37위 수준이다. 홍콩 정치경제위험자문공사(PERC)의 2016년 아시아 부패지수를 보면 전체 16개국 가운데 8위로 다른 아시아 주요국에 비해 한참 뒤처져 있다. 한편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16년 뇌물척결보고서는 부패인식지수가 낮은 나라가 높은 나라보다 해외직접투자 유치 확률이 15% 낮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청탁금지법이 당장은 내수 회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하더라도, 중장기적으로는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청탁금지법은 비정상의 단절, 정상성의 회복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공정하고 투명한 사회로 가는 작지만 큰 발걸음일 수 있다. ‘대한민국은…모든 사회적 폐습과 불의를 타파하며…’라고 규정한 헌법 전문의 정신에도 부합하는 일이다. 박찬구 정책뉴스부장 ckpark@seoul.co.kr
  • [In&Out] 김영란법의 파장/양승함 전 연세대 정치학 교수

    [In&Out] 김영란법의 파장/양승함 전 연세대 정치학 교수

    오는 9월 28일부터 시행될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약칭 ‘청탁금지법’, 일명 김영란법)이 입법 예고되면서 또다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김영란법은 400만여명에 이르는 적용 대상자와 식당 및 농축수산업, 유통업계에도 막대한 영향을 줄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김영란법은 관련 당사자들의 사회관계와 경제활동은 물론 전 국민의 문화적 행태까지도 혁신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김영란법의 당위성은 지난 수년간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절대다수 국민으로부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뿌리 깊게 만연된 공직사회의 부정부패를 해소하고 투명하고 공정한 공직사회를 구현하기 위한 입법 취지에 대해서는 반론의 여지가 없다. 공직을 수행하는 데 연줄을 동원한 청탁이나 각종 접대와 뇌물, 전관예우 등의 부조리 문화를 척결하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당위성이 구현되려면 법의 형평성과 실효성이 뒷받침돼야 한다. 김영란법이 원안과 달리 입법 과정에서 변형된 것은 잘 알려져 있다. 법의 형평성이 무너진 것이다. 당초 공무원만을 대상으로 했던 것이 사립학교 교원과 언론인이 포함된 반면 막상 국회의원 자신들은 빠진 것이다. 법안 제5조는 ‘선출직 공직자, 정당, 시민단체 등이 공익적 목적으로 제3자의 고충 민원을 전달하거나 법령 개선을 제안하는 경우’ 부정청탁 적용에서 배제하고 있다. 이것은 사립학교 교원과 언론인은 공적 활동을 한다고 해 포함한 반면 정치 활동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면죄부를 준 것과 다름없다. 정치 행위야말로 공적 활동이며, 특히 선출직 공직자야말로 공무원의 범주에 들어가야 한다. 또 공적 활동을 법 적용 대상으로 한다면 정당과 시민단체는 물론 변호사, 의사, 회계사 등의 전문직도 포함돼야 한다. 따라서 김영란법이 형평성을 가지려면 선출직을 포함한 전 공무원을 대상으로 하든지, 아니면 공적 활동을 하는 모든 사회 부문까지 포함해야 할 것이다. 김영란법의 실효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적용 대상 범위가 너무 광범위해 법 적용이 쉽지 않다는 주장은 실효성 문제와 직접적 연관성이 없다. 모든 법은 모든 국민에게 적용되며 실효성 문제는 과연 범법자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가에 있다. 법 규정이 지나치게 엄격해 실제로 지켜질 수 없을 때는 효과적 제재가 불가능하다. 말하자면 법의 당위성은 현실에 기초해야 한다. 소위 3-5-10 규정(식사대접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비 10만원)이 상당히 비현실적이라는 것이다. 특히 식사 및 선물 규정은 요식업과 농축수산업계에 심대한 타격을 줄 것이라고 한다. 제한액을 상향 조정하자는 입장도 있지만, 일반 국민의 처지에서는 그 이상의 액수는 접대, 뇌물, 사치, 허영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 정도 수준에서 우리의 생활양식과 행태를 조정하는 것이 그동안의 우리 사회 거품을 빼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김영란법을 회피하려는 이해 당사자들의 행태다. 합법성보다는 법에 대한 도구적 관념이 지배하는 우리 사회에서 벌써 편법 찾기에 여념이 없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대기업은 기자들 처우 방법을 찾기에 골몰하고 있고, 유통업계는 선물 가격을 5만원 한도로 맞추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적응 노력이 실질적으로 법을 지키려는 합법성에 기초해야지 법을 회피하기 위한 기만행위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김영란법에 대한 국민적 기대는 매우 크다. 우리 사회가 악습을 깨고 사회적 불신을 넘어 공정사회와 선진사회로 나가기 위한 디딤돌이다. 김영란법의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형평성이며, 그것은 국회의원의 부정청탁 제외 조항을 폐지하는 것이다.
  • “성과연봉제 앞장서 도입하라” 이기권도 공공·금융기관 압박

    “성과연봉제 앞장서 도입하라” 이기권도 공공·금융기관 압박

    노조의 도입 반대는 동의권 남용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노사 마찰을 빚고 있는 공공·금융 기관의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 개편을 촉구했다. 이 장관은 “공공기관과 금융기관은 공공성이 강한 만큼 정부의 감독과 함께 제도적 보호와 재정적 지원을 받고 있다”며 “특히 공공부문은 고용안정까지 더해져 정년 60세 시행의 최대 수혜자가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에서 전체 근로자 연평균 임금은 3619만원이었지만, 민간은행은 8800만원, 공공기관은 6484만원에 달했다. 이 장관은 “이런 현실을 감안해 노조 상급단체와 공공·금융산업 노조는 임금체계 개편을 무조건 반대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선도적으로 임금체계를 개편하고 이것이 민간부문까지 확대되도록 하는 변화의 주체가 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해 공공기관 임금피크제의 선도적 실시로 8000여명의 청년 채용이 가능했다”며 “개별 기관 노조는 임금체계 개편에서 우려되는 부분이 있으면 기업 실정에 맞게 구체적인 해법과 보완 방안을 고민하는 진지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공공·금융 기관의 임금체계 개편이 미뤄지면 청년 채용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기업이나 공공부문의 조직화한 정규직 부문이 이중구조 해소와 공정사회를 외치면서 정작 본인들의 이해가 걸린 임금체계 개편에 반대한다면 일자리 고통에 시달리는 우리 아들, 딸들이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임금체계 개편은 누구든 성실히 일하면 더 많은 급여를 받을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준다고만 볼 수는 없다”며 “노조나 근로자들이 이를 무조건 반대하면서 논의를 거부하면 동의권 남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초선 내 정치를 말한다] 새누리당 김정재

    [초선 내 정치를 말한다] 새누리당 김정재

    20대 국회 새누리당의 유일한 여성 지역구 초선 의원이 보수의 아성인 TK(대구·경북) 지역에서 배출됐다. 주인공인 김정재(경북 포항북구) 당선자는 20대 국회 여당의 첫 번째 원내대변인으로도 활약하게 됐다. ‘포항의 첫 여성 국회의원’ 타이틀도 거머쥔 김 당선자는 ‘선택받은 수혜자’가 아니라 ‘바닥부터 밟아온 현장형’임을 앞세웠다. Q. 내게 정치란. A. 일상. 가정에서, 학교에서, 직장에서 누구나 일상에서 주변인들을 대상으로 정치를 한다. 공동체 안에서 함께 고민하고, 희열하고, 각자가 추구하는 지향점에 다가가는 과정이 정치 아닐까. 다만 그 지향점이 각자 다를 뿐이다. ‘국민이 함께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게 내 지향점이다. Q. 내 정치의 원동력은. A. 소통. 길거리에서, 시장에서 시민들과 소통할 때 엔돌핀이 샘솟는다. 함께 고민하고 해결점을 찾았을 때의 기분은 희열 그 자체다. 정치하는 목적이 여기 있는 것 같다. Q. 정치인으로서 최대 관심사는. A. 공정사회 구현. 서울시의원으로 일할 때 우리 사회곳곳에 아직도 부조리한 관행이 너무 많다는 걸 실감했다. 중소기업이 입찰 하나 따내고 기술개발을 해도 대기업이 돈으로 사버리면 그만이다. 비정규직, 원청·하청 문제부터 전관예우까지 마찬가지다. 정치권도 신인들이 현역에게 도전하기에는 진입장벽이 너무 높다. 기득권층에게 스스로 권력을 내려놓으라고 하면 내려놓겠나. 사회적 약자가 외면받지 않고 당당히 경쟁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 Q. 20대 국회에서 나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 A. 편견을 뚫었다. 경북 맨바닥에서부터 부딪치며 ‘여성 당선은 불가능하다’는 편견을 헤쳐나왔다는 점이다. 처음에 지역인사를 다니니 특히 어르신들의 거부감과 어색함이 이루 말로 다할 수 없었다. 그래도 2번, 3번, 4번 낮은 자세로 다가갔다. 느리지만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여시더라. ‘딱딱하고 높고 먼 정치’가 아니라 ‘부드럽고 낮은 정치’를 하려는데 기대를 걸어주신 것 같다. Q. 여성우선공천을 받아 ‘낙하산’ 반발도 나왔다. A. 실력으로 검증받은 공천. 시의원은 서울에서 했지만, 2014년 지방선거 포항시장 경선을 준비하면서부터 지역을 누볐다. Q. 여성정치인으로 손해본 적도 많을 것 같다. A. 여성에게 정치는 블루오션. 사심 없이 부지런히 일하면 유권자들은 성별을 가리지 않는다. 다만 정치가 아직 남성의 영역이라 입문 과정이 험난하다. 남성들의 조직 네트워크를 뚫기 위해 상향식 소통을 택했다. 어촌계, 복지관, 시장에서 직접 얘기 듣고 부딪치다보니 자연히 지역 오피니언 리더들과도 연결됐다. Q. 중점 추진 정책은. A. 포항을 살고 싶은 도시로. 신성장동력을 만들고 영일만대교 등 기반시설을 조기 완공해 경북 제일의 살고 싶은 도시로 만들고 싶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프로필 ▲1966년 경북 포항 출생 ▲포항여고·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미국 프랭클린피어스 법과대학원 ▲새누리당 부대변인 ▲제 7·8대 서울시의회 의원
  • “공공기관 인사 청탁자 명단 공개… 저소득층 국비 유학 기회도 확대”

    “공공기관 인사 청탁자 명단 공개… 저소득층 국비 유학 기회도 확대”

    새누리당이 공공기관 인사 청탁자의 명단을 인터넷에 의무적으로 공개하고 저소득층이나 중소기업 재직자의 국비 유학 기회를 확대하는 등 불공정을 타파하고 구성원 간 사회적 격차를 해소한다는 내용의 공약을 발표했다. 새누리당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1일 국회에서 ‘차별과 격차 해소를 통한 공정사회 구현’이라는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열고 ‘불공정 타파’ ‘희망사다리’ ‘대중소기업 상생 협력 강화’ 등 세 분야에 걸친 공약을 발표했다. 불공정 타파 방안 중 공공기관 인사 청탁자의 명단을 해당 기관과 국민권익위원회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것을 의무화하겠다는 공약은 ‘김영란법’을 개정해 실천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3월 공포돼 오는 9월 28일부터 시행될 예정인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의 7조 7항에서 ‘해당 공공기관의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공개할 수 있다’는 임의규정을 ‘홈페이지 및 국민권익위원회 홈페이지 등에 공개한다’는 강제규정으로 바꾼다는 것이다. 김 정책위의장은 “이 문제는 우리 젊은이들이 이른바 ‘흙수저·금수저’라 불리는 차별 격차를 가장 크게 느끼는 부분이기 때문에 규정을 철저히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습적으로 임금을 체불하는 악덕 사업주를 더 강하게 제재하는 방안도 이번 공약에 포함됐다. 근로기준법을 손질해 상습 체불 사업주에게 체불 임금만큼의 부가금을 내게 하고 공공기관 발주 공사 입찰에 불이익을 주기로 했다. 최저임금법을 개정해 이를 위반한 업주에게 형사처벌 대신 즉시 과태료를 부과함으로써 경제적 부담을 주는 방안도 제시됐다. 학업 성적이 뛰어난 저소득층 학생과 중소기업에서 3년 이상 일한 재직자의 국비 유학생 선발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100억원 규모의 예산을 추가 확보하겠다는 공약은 ‘희망사다리’ 분야에서 제시됐다. 현재 시범 서비스 중인 EBS 2TV를 조기 실시해 연간 1800억원의 사교육비를 절감하겠다는 방안, 한국형 온라인 강좌(K-MOOC) 개수를 지난해 기준 27개에서 올해 100개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공약도 포함됐다. 새누리당은 이 외에도 대중소기업의 상생 방안으로 대기업과 1·2·3차 협력기업 모두가 참여하는 다자간 성과공유제를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성과공유제는 대기업과 협력기업이 원가 절감, 품질 개선, 신기술 개발 등의 목표를 약속하고 함께 노력해 거둔 성과를 사전 계약대로 나누는 제도로, 지난해 기준 221개 기업이 도입했지만 대부분 대기업과 1차 기업 간 협약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이 새누리당의 지적이다. 당은 앞으로 이를 활성화해 2020년까지 500개 기업이 성과공유제에 참여하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염전의 집단살인 ‘섬. 사라진 사람들’ 메인 예고편

    염전의 집단살인 ‘섬. 사라진 사람들’ 메인 예고편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염전노예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 ‘섬. 사라진 사람들’의 메인 예고편이 공개됐다. ‘염전노예사건’은 2014년 2월경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염전노예사건’ 실화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영화는 사건을 제보받은 2명의 기자가 염전을 생활터전으로 잡은 섬마을에 찾아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이 작품은 사건을 밝히려는 취재기자 혜리(박효주)와 촬영기자 지훈(이현욱)의 시점으로 전개된다. 그곳에서 만난 염전노예 중 지적장애를 가진 상호(배성우)가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번에 공개된 예고편은 음산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염전의 풍광과 웅장한 음악이 긴장감을 높이며 시작된다. 한 제보자의 목소리를 통해 염전노예에 대한 제보를 받은 취재기자 혜리는, 후배 카메라 기자 석훈과 함께 섬마을을 찾는다. 혜리는 무언가를 감춘 듯 미심쩍은 태도의 마을 사람들과 노예처럼 일만 하는 인부들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간다. 하지만, 이들은 염전주 허성구(최일화)와 그의 아들 지훈(류준열)의 강력한 경계 탓에 취재에 난항을 겪는다. ‘감춰진 사람들’이란 카피처럼 진실을 밝히고자 고군분투하는 혜리에게 후배 석훈은 “우리 힘으로 감당 안 돼”라고 말하며 만류한다. 그럼에도 혜리는 “우리가 그 사람들 편에 서야 한다”며 고집을 꺾지 않는다. 이후 혜리가 증거를 찾았을 무렵, 섬에서는 의문의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사건 관계자 전원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섬마을 사람들 모두가 용의자인 상황, 과연 사건의 진실은 무엇일까? 실제 염전노예사건은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일명 ‘섬 노예사건’이 방송되면서 전국적으로 공분을 샀다. 하지만 최근까지도 이에 대한 특별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염전노예 피해자들은 직접 나서서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는 등 여전히 진행형이다. ‘섬. 사라진 사람들’ 연출을 맡은 이지승 감독은 “사건피해자들이 근본대책을 세워줄 수 없는 사회적인 법 시스템과 부조리 탓에 계속 방치되는 상황을 보면서, 누군가는 작은 목소리라도 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이 작품을 시작했다”고 기획의도를 전했다. 이지승 감독은 아동 성폭행 문제를 다룬 전작 ‘공정사회’에 이어 ‘섬. 사라진 사람들’까지 두 영화 모두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이에 이 감독은 “전작 ‘공정사회’가 실화를 바탕으로 하되, 후반부는 허구이듯 ‘섬. 사라진 사람들’ 역시 사실과 허구가 버무려진 영화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 감독은 “사건을 극단적이거나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방법보다 영화적으로 우회해서 조명해보고자 한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영화 ‘섬. 사라진 사람들’은 아직도 피해자들이 법의 테두리 안에서 보호받지 못한 사안을 ‘영화적인 해법’으로 어떻게 풀어냈을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2월 개봉 예정. 사진 영상=콘텐츠판다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2015년 한국인터넷신문방송기자대상’ 및 ‘대한민국공정사회발전대상’ 시상식

    ‘2015년 한국인터넷신문방송기자대상’ 및 ‘대한민국공정사회발전대상’ 시상식

    한국인터넷신문방송기자협회는 지난 23일 ‘2015년 한국인터넷신문방송기자대상’ 및 ‘대한민국공정사회발전대상’ 시상식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진행했다. 이날 시상식에서 공정사회발전대상 의정부문에 안홍준 국회의원 등 총 9명이, 지방자치부문에는 박래학 서울시의회 의장 등 8명이 수상했다. 언론대상에는 언론공헌 단체 및 방송부문을 포함해 총 39개 부문에 대한 시상식을 진행됐는데 기자부문에는 전세훈 크레이닷TV 대표기자 등 12명이, 기획보도 및 방송에는 전영준 푸른닷컴 대표 등 10명이 수상했다. 이 밖에 경영회계부문에는 강의, 저술, 공익재단 감사, 법원 조정위원등 다방면에서 사회봉사를 실천해온 대주회계법인 상무인 이상엽 공인회계사가 단독 수상했다. 이명선 전문기자 mslee@seoul.co.kr
  • 與 총선 키워드는 일자리·공정사회

    새누리당이 내년 4·13 총선 공약 및 프레임 선정을 위한 시동을 걸고 나섰다. 새누리당 정책위원회는 8일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과 함께 ‘2016년 총선 어젠다 및 대응 전략’ 비공개 워크숍을 열고 공약 밑그림 그리기에 착수했다. 이날 회의에는 김정훈 정책위의장을 비롯해 김광림 정책위부의장, 나성린 민생119본부장, 정책조정위원 등 당 소속 정책위 멤버들이 대거 참석해 김종석 여의도연구원장의 직접 발제를 청취했다. 김 위원장은 여연의 지난 10월 자체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현재 한국 사회의 화두는 공정사회, 복지, 사회 격차 해소”라고 요약하면서 “여당의 내년 총선 공약도 이런 시대정신을 감안해야 한다”고 제안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국민들이 경제 성장보다 일자리 창출을 통한 복지 증대, 사회 공정성 강화를 더 중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이를 바탕으로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선 세대별 맞춤 일자리 공약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여연 조사 결과 국민들이 우선시하는 시대정신은 ‘사회 격차 해소’가 52.7%, ‘경제 성장’이 43.1%로 성장보다 격차 해소를 중시해야 한다는 답변이 9.6% 포인트 우세했다. 사회 격차 해소 방안으로는 ‘일자리 창출’이 63%, ‘조세 및 복지 확대를 통한 소득 재분배’가 32.6%로 2배 가까이 차이 났다.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대통령과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선 후보는 대선 공약을 놓고 이른바 ‘성장과 고용’ 논쟁을 벌인 바 있다. 당시 박 대통령은 고용률 주도 성장을 주장했고 문 후보는 소득 주도 성장론으로 맞붙었다. 한 회의 참석자는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 성장 대신 ‘고용률 70% 달성’을 공약해 당선됐고, 그 방편이 창조경제였다”면서 “결국 일자리 중심 경제가 대선에 이어 내년 총선 프레임으로 재등장한 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장 일자리 창출을 현실화할 지렛대가 없다는 점이 정부·여당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기업활력제고를 위한 특별법(원샷법) 등의 경제활성화법안들이 국회에 발이 묶여 있기 때문이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광복절 사면’ 입찰 담합 건설사 사회공헌사업 확대·자정 결의

    ‘광복절 사면’ 입찰 담합 건설사 사회공헌사업 확대·자정 결의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행정 제재가 풀린 입찰 담합 건설사들이 자정결의 및 사회공헌 확대로 화답했다. 국내 72개 건설사 대표는 19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건설업계 자정결의 및 사회공헌사업 선포식’을 가졌다. 이들은 불공정한 관행을 뿌리 뽑고 투명한 경쟁 질서 확립을 실천하는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한 뒤 2000억원 규모의 건설공익재단을 출범시켜 사회공헌사업을 확대하기로 결의했다. 건설사 대표들은 결의문에서 “과거의 불공정 관행으로 인해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상실하고 부정적이고 왜곡된 인식을 심화시키게 됐다”고 반성한 뒤 “과거의 관행을 일소하고 공정사회 구현에 적극 동참해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산업으로 거듭나고 국가사회의 주요 일원으로서 책임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또 연내에 2000억원 규모의 건설공익재단을 출범시키고 취약계층에 대한 주거지원사업 등 사회공헌 활동을 확대하기로 했다.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경영권 방어장치 도입을”… 공론화 급속 확산

    “경영권 방어장치 도입을”… 공론화 급속 확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둘러싼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의 공격을 계기로 해외 기업 사냥꾼들로부터 국내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경영권 방어 장치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재계는 경영권 방어제 도입 필요성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한국상장사협의회와 코스닥 협회가 15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경영권 방어를 주제로 기자회견을 갖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경영권 방어제 도입 필요성을 알리는 회견을 준비 중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해외 헤지펀드의 인수·합병(M&A) 공격을 막기 위해 우리도 ‘무기 평등 원칙’에 입각해 선진국처럼 차등의결권과 포이즌 필, 황금주(식) 도입 필요성을 주장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가운데 한국 등 5개 나라를 제외하고 모두 차등의결권제를 시행하고 있는 만큼 우리 기업들도 해외 다른 기업과 같이 방어 수단을 갖고 안정적인 경영을 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자본시장이 활짝 열렸지만 선진국처럼 기업 경영권 방어제를 구축하지 못해 국내 기업은 헤지펀드의 먹잇감이 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2003년 SK와 소버린 간 분쟁, 2006년 칼 아이칸의 KT&G 지분 매입 등 헤지펀드의 우리 기업 습격 사건이 잇따라 일어난 게 대표적인 예다. 그때마다 경영권 방어 기제 법제화 필요성이 대두됐지만 반재벌 정서, 공정사회 등의 분위기에 밀려 결실을 거두지 못했다. 이날 보수 계열인 바른사회시민회의와 자유경제원도 각각 좌담회를 열고 경영권 방어기제 법제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바른사회시민회의 토론회에서 “주주가치 훼손 등(소액주주 보호)에만 초점을 맞춘 현행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지침에 ‘국내자본시장보호’ 규정을 신설해 국부 유출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삼성 합병안에 찬성표를 던지기로 한 국민연금의 최근 결정에 법적 근거를 만들어 주자는 의도다. 경영권 방어제 도입 논의는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 합병이 엘리엇의 반대를 누르고 오는 17일 삼성물산 주총에서 통과되더라도 엘리엇이 상법상 보장된 주주 권리를 이용해 삼성물산을 계속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엘리엇이 앞서 삼성물산 지분을 보유한 SDI와 삼성화재 지분을 각각 1%씩 사들인 것도 장기전에 대비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엘리엇이 삼성그룹을 상대로 시세차익을 실현할 경우 다른 해외 헤지펀드들이 삼성과 현대차 등과 같은 국내 주요 기업에 파상공세를 퍼부을 것”이라면서 “경영권 방어제를 속히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민연금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는 이날 회의를 열고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건에 대해 논의했으나 입장 표명은 보류했다. 앞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투자위원회가 양 사 합병에 관해 전문위 판단을 요청하는 대신 자체적으로 찬성 결정을 내린 가운데 전문위 회의에서 입장 보류 방침을 정한 것은 전문위도 연금의 방침을 수용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주현진 기자 jhj@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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