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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정거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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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신규순환출자 금지, 기업 투명성 높일 계기되길

    대기업 집단의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엊그제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했다. 올해 안에 본회의 의결을 거쳐 발효될 것으로 보인다. 순환출자 금지는 대선 공약이며 경제 민주화의 핵심 사항이다. 기존 순환출자까지 금지해야 한다던 야당이 양보하고 여당도 예외 조항에서 한 발짝 물러서 합의에 이른 것이다. 이로써 재벌 총수의 편법적인 지배에 대한 최소한의 제동 장치는 마련된 셈이다. 그러나 완화된 법안임에도 재계는 아직도 불만이 많아 시빗거리가 남아 있다. 순환출자란 대기업 집단에서 3개 이상의 계열사가 연쇄적으로 출자하는 것을 말한다. 지분 1%를 갖지 않은 재벌 총수가 전체 계열사를 지배하는 수단이 돼 왔다. 또 부실계열사를 지원하거나 편법적인 상속이나 증여의 목적으로도 이용됐다. 이 법안은 이런 부(富)의 집중을 규제하는 장치다. 순환출자의 폐단은 동양그룹 사태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총수가 순환출자로 경영권을 장악해서 계열사끼리 부당한 지원을 하게 하고 출자 고리가 동반 부실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초래한 것이다. 최근 5년간 새로 생긴 순환출자 고리는 69개인데 그중에 14개가 동양그룹의 것이었다. 그러나 신규만 금하고 기존 출자는 그대로 둔다는 점에서 이 법안의 효과는 제한적이다. 이미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를 갖춘 삼성이나 현대차 등 대재벌들은 면죄부를 받았다. 그런데도 재계가 이런 정도의 규제에 대해서 반발하는 것은 지나치다. 재계는 투자가 위축되고 경영권 방어에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고 주장한다. 물론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과거 사례를 보면 순환출자를 설비 투자에 활용한 예는 거의 없다. 또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맞설 수단은 순환출자 외에도 얼마든지 있다. 즉, 순환출자는 재계가 주장하듯이 선의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지 않는 것이다. 어떤 제도든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다. 재벌도 마찬가지다. 순환출자를 이용한 재벌 총수의 일사불란한 리더십이 경제 발전에 적잖은 역할을 한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거대 재벌은 부를 집중시켜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중소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부작용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경제 민주화를 추진하는 취지가 그런 것이다. 이번 개정안 통과가 기업의 투명성을 높여 장기적으로는 경제를 한 단계 도약시킬 계기가 되기 바란다. 재계도 대승적 자세로 개정안을 기꺼이 받아들여야 한다.
  • 불법 채권 추심업자 협박·횡포 행위 금지

    채무자에 대한 불법 채권 추심업자들의 협박·횡포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의 공정채권추심법 개정안이 2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제1법안심사 소위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오는 30일 법사위를 거쳐 본회의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은 채무자가 변호사나 법무법인을 대리인으로 선임한 뒤 이를 채권 추심자에게 통지하면 채권 추심자가 채무자에게 직접 연락하는 행위를 금지토록 했다. 또 채권 추심자가 채무자의 소재·연락처 등을 문의할 때를 제외하고는 채무 관계인에게 연락할 수 없도록 했다. 채권 추심자는 채무를 변제할 법률상 의무가 없는 제3자에게 채무자를 대신해 빚을 갚을 것을 요구하며 공포심을 일으키는 행위를 할 수 없게 된다. 경제민주화 핵심 법안으로 재벌의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도 연내에 법제화될 전망이다. 정무위는 이날 전체회의에서 대기업 집단계열사 간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은 자산 합계 5조원 이상 대기업 집단의 기존 순환출자는 인정하되 계열사끼리 신규 순환출자는 금지하기로 했다. 다만 기업의 인수·합병이나 증자, 구조조정 등 불가피한 사유로 형성되는 신규 순환출자는 예외로 했다. 개정안은 법제사법위를 거쳐 이르면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전망이다. 법 적용 시기는 6개월 뒤인 내년 하반기로 예상된다. 이번 개정안이 최종적으로 본회의를 통과하면 계열사 간 출자를 통한 지배력 확장이나 경영권 승계 등에 상당한 제약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정무위는 현재 연리 39%인 대부업의 이자율 상한선을 내년 4월 1일부터 2015년 12월 31일까지 34.9%로 인하하는 내용의 대부업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 법의 일몰 시한은 올해 말까지였다. 기획재정위 조세소위는 현금영수증 의무 발급 거래금액 기준을 현행 건당 30만원에서 10만원으로 낮추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처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시행일은 영세업자들의 부담을 감안해 내년 7월로 늦췄다. 소위는 성직자의 소득에 세금을 부과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은 내년 2월 재논의하기로 했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그 의사 원고료, 알고보니 리베이트

    의료계 리베이트 관행을 뿌리 뽑기 위해 ‘쌍벌제’가 시행된 이후 처음으로 거액의 리베이트를 준 제약회사와 이를 받은 의료인이 함께 사법처리됐다. 쌍벌제는 리베이트를 준 사람뿐 아니라 받은 사람도 처벌하는 것으로 2010년부터 시행됐다. 정부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전담수사반(반장 전형근·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은 삼일제약 영업본부장인 홍모(51) 전무 등 3명과 삼일제약 법인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22일 밝혔다. 검찰은 또 소아과 원장 A(46)씨 등 의사 45명과 병·의원 직원 5명 등 총 50명을 벌금 200만∼6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검찰은 “리베이트 범행을 한 사람과 제약회사가 공정거래법 및 약사법 위반으로 함께 처벌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삼일제약은 2008년 8월∼올해 5월 자사 의약품을 처방하는 대가로 전국 891개 병·의원의 의료인 1132명에게 모두 32억 5616만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리베이트 범행을 주도한 홍 전무는 이를 숨기기 위해 다양한 수법을 동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홍 전무는 시장조사업체 R사 김모(41·불구속 기소) 대표를 통해 의약품 시장조사를 하고 비용을 지불하는 것처럼 꾸며 의사들에게 리베이트를 전달했다. 또 최모(52)씨가 운영하는 논문 번역업체에서 의사들에게 논문 번역을 맡기는 것처럼 위장해 돈을 건넸다. 실제 번역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삼일제약 측은 의약품 신규처방 대가인 ‘랜딩비’, 처방 유지 및 증대를 위한 ‘선지원금’ 등 명목으로 현금과 상품권은 물론 호텔식사권, 기프트카드, 골프채, TV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의사들에게 금품을 건네기도 했다. 의사와 병원 사무장은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약 1000만원까지 금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삼일제약이 쌍벌제가 적용되지 않는 기간인 2008∼2009년 리베이트를 제공한 사실을 적발해 지난 2월 검찰에 고발했다. 이어 검찰은 지난 5월 회사 본사와 대전지사 2곳을 전격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에 착수해 쌍벌제가 적용되는 기간의 범죄사실을 추가로 밝혀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삼성 ‘중간 금융지주’ 도입하나

    삼성생명이 삼성그룹 계열사들로부터 삼성카드 지분을 사들이면서 삼성이 에버랜드를 지주회사로 하고 삼성생명을 중간 금융지주회사로 두는 지배구조 변환을 준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지난 13일 삼성전기, 삼성물산, 삼성중공업이 보유한 삼성카드 지분 5.81%(739만 6968주)를 취득했다. 삼성전자(37.45%)를 제외한 사실상 모든 계열사 보유 지분을 흡수한 것이다. 지분 확보에 2641억원을 투입한 덕에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카드 지분은 28.60%에서 34.41%로 높아졌다. 금융지주회사법상 상장회사 지분율이 30%를 넘으면 해당 회사를 자회사로 편입해야 한다. 따라서 삼성그룹이 에버랜드를 지주회사로 두고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한 중간 금융지주를 만드는 지배구조 변화에 착수했다고 분석된다. 윤태호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분 매각에 따른 세금이 발생하더라도 삼성그룹이 지주회사 전환을 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삼성전자가 보유한 삼성카드 지분 37.5%도 삼성생명에 매각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삼성그룹은 중간 금융지주를 활용하면 지배구조의 핵심인 삼성생명 등 금융회사 지분을 처분하지 않아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수 있다. 중간 금융지주회사는 현행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는 지주회사의 금융 자회사 보유를 허용하되 금융회사가 일정 규모 이상일 때 중간 지주회사 설치를 강제한 제도다. 이에 대해 삼성생명 관계자는 “그룹 차원에서 중간 금융지주회사를 도입할 계획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 [지금&여기] “동의의결 제도, 꼼수 같은데?”/장은석 경제부 기자

    [지금&여기] “동의의결 제도, 꼼수 같은데?”/장은석 경제부 기자

    “아무리 봐도 과징금을 안 내려고 꼼수 부리는 거 같은데….” 지난달 27일 저녁 6시까지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기자실에서 공식 브리핑을 기다리던 기자들의 반응이다. 공정위는 이날 ‘동의의결’제도를 네이버와 다음커뮤니케이션을 대상으로 사상 최초로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동의의결이란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사업자가 스스로 잘못을 고치고 피해를 입은 소비자에게 적정 수준의 보상을 해주기로 약속하면, 공정위가 위법 여부를 판단하지 않고 사건을 빠르게 마무리하는 협의 제도다. 당초 포털 사이트에 수백억원의 과징금 폭탄이 떨어질 거라는 예상이 많았다. 상품에 대한 일반 검색 결과와 광고를 구분하지 않아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은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이 동의의결로 처리되면 포털 업체들은 과징금을 면하게 된다. 동의의결제도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은 또 있다. 우선 기획재정부다. 세수 부족 상황에서 기대했던 수백억원의 과징금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내년도 예산안에 책정된 공정위 관련 벌금, 몰수금, 과태료 수입은 총 6981억 2400만원으로 올해보다 15.4% 늘어나 있다. 하지만 동의의결제도를 이용하는 기업이 늘어나면 과징금 수입이 줄어들 수 있다. 법무법인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동안 기업의 소송 대리를 맡아 과징금 액수를 깎거나 면제시켜 준 대가로 수임료를 받아온 입장에서 수입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법무법인들은 동의의결 사건에 대한 새로운 수임료 산정 방식을 연구 중이다. 공정위는 동의의결제도가 소비자 보호를 위한 효과적인 수단이라는 입장이다. 기업이 낸 수백억원의 과징금은 재정 수입일 뿐이고 피해를 입은 소비자에게는 한 푼도 돌아가지 않지만, 동의의결로 사건을 처리하면 과징금에 버금가는 금액을 소비자 피해 보상에 쓸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공정위는 이달 안에 네이버와 다음으로부터 소비자 피해 보상 방법이 담긴 시정 방안을 받아 잠정 동의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무슨 일이든 첫 단추가 중요하다. 재정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과징금을 면제시켜 주는 동의의결제도가 단순히 과징금을 피하려는 기업들의 꼼수로 악용되지 않도록 막는 효과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esjang@seoul.co.kr
  • 손 놓은 정부 속 끓는 보상

    손 놓은 정부 속 끓는 보상

    김모(40)씨는 지난해 2월 여행사를 통해 넉 달 후 출발하는 멕시코 칸쿤 6박 8일 여행상품을 계약하고 821만 1000원을 신용카드로 일시불 결제했다. 하지만 출발 10일을 남겨 놓고 여행사가 부도를 맞았다. 김씨는 여행요금 환급과 정신적인 피해 보상을 요구했지만 아무런 보상도 받을 수 없었다. 기업의 부도 등에 따른 소비자 피해가 지난 3년간 1000건이 넘고 손해액도 13억원대에 이르지만 특별한 대책이 없어 애꿎은 피해자들을 양산하고 있다. 정부는 이런 피해를 보상해 주는 소비자권익증진기금을 도입할 계획이지만 실질적인 보상은 일러도 2015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6일 한국소비자원의 용역보고서 ‘소비자 권익증진기금 운용방안 연구’에 따르면 소비자 피해 중 파산·도산·부도·폐업·연락두절·경영악화 등 사업자의 경제적 사정으로 인한 손해 미(未)배상 사건은 지난 3년간 총 1045건에 달했다. 2010년 477건, 2011년 406건, 2012년 162건 등이다. 피해액은 2010년 5억 4500만원, 2011년 5억 200만원, 2012년 3억 1800만원 등 총 13억 6500만원이었다. 현재 사업자가 경제적으로 소비자에게 피해를 보상해 주지 않을 경우 소비자가 구제 받을 방법은 없다. 정부와 정치권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는 있지만 입법 절차와 예산 편성 등의 문제로 소비자 피해 구제는 내년에도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안홍준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1월 소비자권익증진기금의 설치를 담은 소비자기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소비자권익증진기금은 소비자보호관련법과 공정거래법을 어긴 사업체에서 거둔 과징금과 정부출연금을 재원으로 한다. 이 돈은 소비자 피해 구제, 소비자의 피해 소송 지원, 소비자단체 운영 등에 쓰이게 된다. 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도 올 2월 국정과제를 발표하면서 소비자권익증진기금의 출범을 약속했다. 하지만 내년도 예산안에 이 대목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정부 관계자는 “올해 관련 법안이 처리될 경우 2015년 예산에 소비자권익증진기금을 반영할 수 있기 때문에 후년에 실질적인 운영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해외 일감몰아주기’ 규제 딜레마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들의 해외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서도 규제를 검토하기로 했다. 하지만 해외 계열사로 일감을 몰아주더라도 국가 전체적으로는 수출이 늘어나 우리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공정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해외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검토가 실제 어떤 조치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해외 계열사와의 내부거래가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해당하는지를 재계 등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검토할 방침이라고 31일 밝혔다. 기업들의 해외 계열사와의 내부거래 비중은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규정하고 있는 공정거래법에는 해외 계열사의 규제 대상 포함 여부에 대한 아무런 규정이 없다. 삼성, 현대·기아자동차, SK, LG, GS, 현대중공업 등 6개 주요 대기업 집단의 2011~2012년 내부거래 현황을 보면 총 매출액에서 국내 계열사와의 내부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에서 18.1%로 1.9% 포인트 감소했지만 해외 계열사를 포함한 전체 내부거래 비중은 54.3%에서 56.9%로 2.6% 포인트 늘었다. 해외 계열사로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증여세 과세도 어려운 실정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외국법인의 경우 그 나라에서 세금을 과세하므로 우리는 과세권이 없다”면서 “해외 계열사로 일감을 몰아주더라도 수출이 늘어나는 것이므로 국익을 위해 과세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민식 새누리당 의원은 “수출도 중요하지만 해외 계열사를 통한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 행위를 사례별로 명확히 규정해 반드시 제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대한항공, 한진해운 구하기 긴급자금 1500억원 지원

    대한항공은 같은 한진그룹 계열사로 일시적 자금 부족에 처한 한진해운에 긴급 자금 15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30일 밝혔다. 대한항공은 이날 임시 이사회를 열고 한진해운홀딩스가 보유한 한진해운 주식 1921만주를 담보로 한진해운에 자금을 지원하기로 결의했다. 한진해운은 2008년 국제 금융위기 이후 해운 업황이 장기 침체에 빠지면서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 들어서도 2분기까지 115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3분기에도 영업적자를 이어 갈 것으로 전망된다. 한진해운은 1500억원을 긴급 수혈받게 됐지만 이와 별도로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영구채 발행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이번 자금 지원은 대한항공과 한진해운 두 회사의 최고 경영진이 주채권 은행과 협의해 이뤄졌다. 이에 앞서 최은영 한진해운 사장이 직접 시아주버니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게 자금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자금 지원 배경에 대해 “한진해운 측에서 연락이 와 주채권단과 협의를 거쳐 지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앞으로도 주채권 은행과 협의해 필요시 한진해운 추가 지원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현재 한진해운은 공정거래법상 한진그룹에 속해 있으나 독립 경영을 하고 있다. 한진해운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동생인 고(故) 조수호 한진해운 회장 부인 최은영 회장이 이끌고 있으며 2011년 한진그룹 주요 계열사 보유 지분을 전량 매각하는 등 계열 분리를 추진하고 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현대차그룹 효율성·3세 경영 ‘탄력’

    현대차그룹 효율성·3세 경영 ‘탄력’

    현대·기아차그룹의 계열사인 현대제철이 현대하이스코의 주요 사업 부문을 인수하는 형식으로 부분 합병해 매출 20조원대의 거대 철강사로 거듭난다. 자동차에 공급하는 강판 사업을 일원화해 경영 효율성을 높인다는 게 겉으로 드러난 이유다. 일각에선 최근 삼성그룹이 제일모직을 에버랜드로 넘겨주는 등 후계 작업에 나선 데 이어 재계 2위인 현대차그룹도 계열사 합병과 지분 정리를 통해 3세 경영 체제 다지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현대제철은 17일 이사회를 열고 “경영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충남 당진제철소의 3고로 완공 이후 일관제철소 완성 차원에서 현대하이스코의 냉연강판 제조 및 국내 판매 부문에 대한 분할 합병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합병 기일은 오는 12월 31일로 정했다. 현대제철은 현대하이스코 당진공장과 순천공장을 인수해 고로 쇳물에서 제철 과정을 거쳐 열연강판을 생산할 뿐만 아니라 이를 가공해 냉연강판까지 생산, 판매하는 명실상부한 종합제철소로 변모하게 됐다.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는 지난해 각각 14조 1287억원, 8조 4051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냉연 부문은 현대하이스코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핵심 사업이다. 이번 합병으로 현대제철의 재무구조는 빠르게 개선될 전망이다. 대규모 신규 투자를 해 온 현대제철의 총차입금은 11조원으로 순이자 비용만 3000억원에 달한다. 내년부터 본격적인 상환이 시작된다. 현대하이스코가 분기당 1500억원 정도의 현금 수익을 창출하는 덕분에 현대제철은 채무 부담을 덜게 됐다. 증권가와 재계는 이번 합병을 두고 현대차그룹의 후계 구도가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현대차는 현대제철 지분이 없었지만 현대하이스코의 최대 주주이므로 두 회사가 합쳐지면 현대차가 합병 기업의 지분을 10.1% 갖게 된다. 그룹 지배 구조의 핵심인 현대모비스에서 현대차-기아차로 이어지는 기존 순환출자 구조에 또 다른 순환출자 구조(현대모비스-현대차-현대제철)가 새로 생겨나는 것이다. 이 경우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연내에 통과되면 문제가 된다. 이 때문에 정몽구 회장이 가진 합병 회사의 주식을 현대제철이 보유한 현대모비스 주식과 맞바꿔 순환출자의 고리를 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렇게 되면 정 회장의 현대모비스 지분(6.95%)이 늘어나 후계자인 정의선 부회장에게 증여하기가 쉬워진다. 정 부회장은 이미 지난해 3월 현대제철 사내이사로 선임돼 그룹 내 지배력을 넓혀 가고 있다. 반면 정 회장의 셋째 사위인 신성재 현대하이스코 대표의 입지는 좁아지게 됐다. 핵심 알맹이인 냉연 부문을 제외하면 신 대표의 관장 영역은 강관 부문과 자동차 경량화 사업 등으로 크게 줄어든다. 이에 대해 현대차그룹은 “정 부회장은 현대제철이나 현대하이스코에 지분이 전혀 없다”며 “이번 사업 조정은 경쟁력 제고를 위한 계열사 간의 기능적 합병일 뿐 경영권 승계와 연관 짓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김경운 기자 kkwoon@seoul.co.kr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2013 국정감사] 기업인 증인 23명 ‘기업 감사’

    국회 정무위원회의 15일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기업 감사’를 방불케 할 정도로 많은 기업인들이 증언대에 섰다. 민주당 의원들은 일감 몰아주기 입법 시행령의 예외조항 신설 등을 거론하며 ‘경제민주화 후퇴’라면서 공정위를 다그쳤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기업인들을 상대로 불공정 거래 및 담합을 추궁하는 데 주력했다. 예상대로 경제민주화 이슈에 대해 민주당은 ‘후퇴론’, 새누리당은 ‘부작용론’으로 맞섰다. 김영주 민주당 의원은 “상반기 국회에서 경제민주화 입법을 통해 가맹사업법, 공정거래법, 하도급법 등을 개정했지만 일감 몰아주기 규제는 시행령에서 적용 대상을 축소하는 등 대폭 완화됐다”면서 “전경련의 규제 완화 요구와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종료 선언 등에 따른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박대동 새누리당 의원은 “최근 국세청이 발표한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 대상 중 98.5%가 중소·중견기업이고, 대기업은 1.5%에 불과하다”면서 “(경제민주화를 목적으로 한 입법이 오히려) 결과적으로 중소·중견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주장했다. 공정위가 기업의 불공정 행위를 조사하는 기관인 만큼 이날 23명의 기업인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신동우 새누리당 의원은 김충호 현대자동차 사장에게 “미국에서는 아반떼도 4세대 에어백을 쓰는데 한국에서는 쏘나타, 그랜저에 2세대 에어백을 장착했다”면서 현대차의 국내소비자 차별 행위를 지적했다. 이어 노대래 공정위원장은 “필요하다면 조사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병두 민주당 의원은 김효준 BMW코리아 사장, 브리타 제거 메르세데스 벤츠코리아 사장 등에게 수입차의 리스료가 3년 기준으로 국내(우리파이낸셜 기준)보다 최대 566만원 비싸다고 지적했다. 강석훈 새누리당 의원은 정유사와 주유소 간 불공정한 계약 때문에 다양한 브랜드를 동시에 판매하는 주유소가 1곳도 없다고 비판했다. 손해 배상액이 최근 3개월간 매출액의 30%에 이르기 때문에 기존 계약을 파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총체적 위기에 빠진 재계] 기업들 옥죄는 규제

    [총체적 위기에 빠진 재계] 기업들 옥죄는 규제

    지난해 대선을 기점으로 경제민주화가 강조되면서 관련 법안이 상반기 국회에서 줄줄이 통과됐다. 이번 정기국회에서도 상법 개정안을 비롯한 경제민주화 법안이 논의될 예정이다. 재계는 지나친 규제는 기업의 희생과 비용 부담을 강요할 뿐만 아니라 기업의 적극적인 생산 활동을 막아 경쟁력을 훼손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6일 재계에 따르면 정기국회에서 이슈가 될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 및 조항은 상법개정안, 공정거래법 순환출자 금지, 금융회사 의결권 제한, 대리점 보호법, 근로기준법 통상임금 규정 등 20가지가 넘을 전망이다. 재계가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기업 지배구조를 대대적으로 손보는 상법 개정안이다. 특히 자산 2조원 이상인 대기업이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대주주의 지분 가운데 3%의 의결권만 보장하는 이른바 ‘3%룰’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의결권 제한 없이 이사회 구성원을 선출한 뒤 그중에서 감사위원을 뽑던 현행 방식보다 대주주의 권한이 크게 약화되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세계 어느 나라도 이사를 선임할 때 대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하지 않는다”면서 “외국계 투기자본에 강제 합병당할 위험에 노출될 수 있고, 투자 대신 경영권 방어에 자금을 투입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의 지배구조는 각 기업이 처한 상황에 맞게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재계 의견이다 3%룰 외에도 소액주주의 권리 보호를 위한 집중투표제 의무화, 모(母)회사의 주주가 자(子)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이중대표 소송제 등의 조항도 완화해 달라고 재계는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8월 대기업 총수들과 만나 “재계의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며 “정부가 신중히 검토해 추진할 것”이라고 말해 개정안이 완화될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러나 야당은 “배임과 횡령 등으로 구속된 총수들의 황제 경영을 두고 볼 수 없다”며 상법 개정안 통과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어 마찰이 예상된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 범위는 당초 예상보다 완화됐지만 재계는 여전히 기업 활동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는 입장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일 독점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에 따르면 총수 일가 지분율 합계가 상장사는 30%, 비상장사는 20% 이상일 때에만 규제가 적용된다. 적용대상에서 제외되는 기업의 기준도 ‘매출액 10% 미만, 거래액 50억원 미만’에서 ‘매출액 12%, 거래액 200억원 미만’으로 예상보다 넓어졌다. 이에 따라 규제 대상 기업이 43개 대기업 전체 계열사의 8% 수준인 122개로 줄었다. 그럼에도 기업들은 불만이 크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계열사 간 거래의 효율성을 등한시한 규제”라면서 “보안이나 핵심기술처럼 외부기업에 오픈하기 힘든 부분도 있는데 이에 대한 고려가 적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통상임금에 상여금 등 수당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결에 따라 근로기준법 개정안도 국회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재계는 천문학적인 인건비 추가 비용을 걱정한다. 통상임금 범위 확대에 따른 기업의 추가 노동비용은 10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38조 5000억원, 노동계는 5조 7000억원이라는 주장을 각각 내놨으나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노동연구원은 14조 6000억~21조 9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대상·범위 너무 넓다” 재계 반발

    발표 직전까지 재계는 내심 일감 몰아주기 규제는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를 걸었다. 그냥 정부가 정하면 되는 공정거래법 시행령을 굳이 정치권과의 논의를 거쳐 정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행령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대상이 초안(기업의 총수 일가 지분율 하한선을 상장사 30%, 비상장사 20%로 정하는 내용)에 가깝게 입법 예고되자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애초 재계는 적어도 규제 대상은 상장·비상장사 모두 지분 ‘50% 이상’으로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계 관계자는 “규제 자체를 막을 수 없더라도 범위는 결국 재계와 타협점을 찾을 것이라는 기대가 보기 좋게 빗나갔다”면서 “이미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 과세를 하는 상황에서 공정위가 추가로 칼을 들겠다고 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정부의 규제는 정상적인 계열사 간 거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추광호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정책팀장은 “계열사 간 거래는 효율적인 경영을 통해 이윤을 창출하고 기업가치를 높이려는 정상적인 경영활동”이라면서 “입법 예고된 시행령안은 이 같은 정상적인 기업의 경영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그는 또 “규제의 범위는 지배주주의 사익편취 행위를 규제하는 목적에 맞게 설정돼야 한다”면서 “하지만 새 시행령안은 규제 대상도, 범위도 너무 넓게 잡았다”고 지적했다. 계열사 간 거래를 무조건 나쁜 것으로 규정하는 것 자체가 옮지 않다는 불만도 나왔다. 한 대기업 임원은 “정부가 현장 조사를 해보면 알겠지만 이미 대기업 안에서도 계열사라고 무조건 일감을 몰아주는 등의 관행은 사라진 곳이 많다”고 말했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 국내 재벌 계열사 208곳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삼성에버랜드, 현대글로비스 등 국내 대기업 계열사 208곳이 부당한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감시와 규제를 받게 된다. 단, 일감 몰아주기 예외 규정을 모두 적용할 경우 현 시점에서 규제 대상 기업은 122곳으로 줄어든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입법 예고했다. 지난 7월 국회를 통과한 공정거래법 개정안 가운데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규정을 구체화했다. 개정안이 최종 확정되면 내년 2월 14일부터 시행된다. 당초 법안은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이고 총수가 있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을 일감 몰아주기 규제의 적용 대상으로 삼았다. 43개 기업집단의 1519개 계열사가 이에 해당됐다. 그러나 시행령에서는 총수 일가의 지분율 합계가 상장사는 30%, 비상장사는 20% 이상일 경우에만 규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규제 대상은 당초의 14%인 208개사로 줄었다. 이에 따라 업종 대표기업인 삼성전자(총수 지분율 4.09%), 삼성생명(20.78%), 현대자동차(4.0%) 등이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시행령은 부당한 일감 몰아주기 형태를 3가지로 구분하고 경우마다 예외 조항을 두었다. 우선 자금·자산·상품·용역 등을 정상 가격보다 지나치게 높거나 낮은 가격으로 제공하거나 매입하면 ‘부당한 이익 제공’으로 인정돼 규제를 받는다. 이익이 큰 사업기회를 총수 일가가 소유한 계열사에 제공해서도 안된다. 총수 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신설회사에게 무작정 일감을 몰아주는 경우도 규제 대상이다. 다만 정상 가격과의 차이가 7% 미만인 경우, 회사가 사업능력이 없거나 정당한 대가를 받았을 경우, 상품·용역의 연간 거래총액이 거래 상대방 매출액의 12% 미만, 200억원 미만이면 법 적용에서 제외한다. 전사적자원관리시스템(ERP) 구축 등은 효율성·근접성·긴급성에 따라 필요한 경우로 인정받으면 법 적용의 예외 사유가 된다. 이런 예외 조항을 모두 적용하면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은 208개에서 122개로 준다. 당초 법안에서 정한 일감 몰아주기 대상(1519개)과 비교하면 8% 수준이다. 삼성그룹 계열에서는 당초 208개에 포함된 삼성에버랜드, 삼성석유화학, 가치네트, 삼성SNS 중에서 가치네트(내부거래 금액 0원, 내부거래 비중 0%)가 빠진다. 최근 삼성SDS가 삼성SNS를 흡수하기로 하면서 삼성SNS(총수일가 지분 45.75%, 내부거래 비중 55.62%)도 제외된다. 삼성SDS의 총수 일가 지분은 17.18%뿐이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 12개 중에서는 현대커머셜·입시연구사 등 2개가 제외된다. 세종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민주, 원내외 병행투쟁에 무게… ‘간헐적 정기국회’ 가능성

    민주, 원내외 병행투쟁에 무게… ‘간헐적 정기국회’ 가능성

    추석 연휴를 마치고도 여야 대치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그러나 민주당이 22일 ‘원내외 병행투쟁’ 쪽에 무게를 실음으로써 정기국회는 ‘간헐적’인 형태로 진행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여야는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이슈에 선택적으로 역량을 집중하면서, 주요 사안별로 충돌할 것으로 전망된다. 새누리당은 126개 중점법안을, 민주당은 갑을관계 공정화를 비롯한 30개 입법과제를 선정해 놓은 상태다. 큰 틀에서는 여당의 ‘경제활성화’와 야당의 ‘경제민주화’ 법안들이 격돌할 전망이다. 정기국회의 향배는 민주당의 당론이 결정되는 23일 의원총회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장외투쟁의 수위를 어떻게 결정하느냐가 관건이다. 민주당에서는 일단 국정감사의 문을 열어놓고 국정원 개혁, 채동욱 검찰총장 사퇴 논란, 세법 개정안, 4대강 문제 등을 놓고 강력한 원내투쟁을 벌이면서 정기국회 막바지인 오는 12월쯤 예산 및 법안투쟁에 본격 나서는 안이 거론되고 있다. 예산·법안과 국정원 문제 등을 연계하려는 기류도 읽힌다. 장외에서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김 대표가 전국 17개 시·도를 순회하는 ‘이동식 천막투쟁’을 전개하는 등의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이에 윤상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갖고 “민주당은 정치투쟁을 그만 접고 국회로 돌아와 정책 경쟁에 전념해달라“고 촉구했다. 여야가 대립각을 세울 주요 쟁점법안으로는 상법 개정안, 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등이 꼽힌다. 재계가 ‘기업 옥죄기’라며 반발한 상법 개정안의 ‘3% 룰(자산 2조원 이상의 대기업이 이사회의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대주주의 지분 가운데 3%만 의결권을 인정)’은 여권이 완화 방침을 세워 민주당과 충돌이 불가피하다. 공정거래법과 관련해서는 ‘신규순환출자 금지’ 가 일감 몰아주기 규제,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폐지에 이은 후속타다. 신규투자 무력화 등을 이유로 재계가 반대하고 나선 반면 야권은 신규순환출자 금지 없이는 대기업의 문어발식 기업 확장을 막을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통상임금 이슈, 금융회사 지배구조법도 논란거리다. 국회에 상정된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고 휴일근무를 연장근로 시간으로 인정토록 하고 있지만 노사 간 찬반이 팽팽하다. 지난 6월 임시국회 때 결론짓지 못한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은 은행에만 적용 중인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보험·카드사로 확대하는 게 핵심이다.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안 통과도 험로가 예상된다. 민주당은 특정 대기업에 예외 규정을 두면 특혜 시비가 있고 순환출자 금지 원칙에도 어긋난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어서다. 세법개정안도 ‘뜨거운 감자’다. 정부가 지난달 마련한 수정안에 대해 민주당은 대기업·부자감세 철회를 요구하며 ▲대기업 법인세율 상향조정 ▲소득세 최고세율(38%) 적용 구간을 1억 5000만원까지 확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부동산 법안과 관련해선 새누리당이 8·28 전·월세 대책의 후속법안 처리에 명운을 걸고 있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 분양가 상한제 신축운영, 취득세율 인하, 월세 소득공제 확대 등을 이번 회기 내에 처리하자는 주장이다. 반면 민주당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폐지를 당론으로 반대하면서 ▲전·월세 상한제 ▲자동계약 갱신 청구권 보장 ▲임대주택 대폭 확대 등으로 맞서고 있다. 4대강 사업 국정조사 실시, 철도산업발전법안 등도 대립 사안이다. 무상보육 재원 확보를 위해 국고보조율을 상향 조정하는 영유아보육법 개정안,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논란과 연결된 한국사 수능 필수과목 지정을 놓고도 찬반 논쟁이 뜨거울 전망이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재연기 문제도 있다. 김효섭 기자 newworld@seoul.co.kr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당정 ‘일감 몰아주기 규제’ 충돌

    정부와 새누리당이 12일 당정 협의를 갖고 국회에서 대기업 계열사 간 부당한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위한 공정거래법 시행령을 논의하면서 정면으로 충돌했다. 국회 정무위 소속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은 공정위가 마련한 시행령 초안의 규제 범위와 대상 등에 대해 강력 반발했다. 국회 정무위 간사인 박민식 의원은 이날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당정이 협의도 안 한 상태에서 (시행령)안을 만들어 놓고 추인받는 형식으로 하느냐는 절차적인 불만이 많이 표출됐다”면서 “입법예고 전에 다시 당과 조율하고, 입법예고 후에도 계속 국회와 의사소통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용태 의원도 “왜 협의도 안 한 상태에서 언론에 공개해서 기정사실화하느냐고 항의했다”고 전했다. 정무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은 공정위안의 규제 범위와 대상 등을 좁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당초 공정위안에서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되는 기업의 총수일가 지분율 하한선을 상장 기업은 30%, 비상장 기업은 20% 선으로 정했다. 이럴 때 상장사는 30곳, 비상장사는 178곳이 해당돼 총 208개 기업이 대상이 된다. 재계는 상장사와 비상장사 모두 50% 이상으로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정무위 소속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은 상장사 40%, 비상장사 30% 안을 제시하고 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수정 의견을 다시 공정위와 협의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일감 몰아주기 금지 관련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시행되는 내년 2월 이전에 입법예고를 거쳐 시행령 개정 작업을 완료할 계획이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인터뷰-노대래 공정위원장, 商道를 말하다] “일감 몰아주기·순환출자 막는 건, 대기업 규제 아닌 당연한 규범”

    [인터뷰-노대래 공정위원장, 商道를 말하다] “일감 몰아주기·순환출자 막는 건, 대기업 규제 아닌 당연한 규범”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은 일단 경제 민주화 입법의 큰 고비는 넘겼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지난 7월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일감 몰아주기 적용의 예외 규정 등을 담은 법률 시행령 개정안 확정을 놓고 당정 협의 등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다. 10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4가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서 만난 그는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를 억제하고 총수들의 과도한 순환출자를 막는 것은 규제라기보다는 마땅히 지켜야 하는 규범을 확립하는 지극히 당연한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기업들의 가격 담합에 대한 규제 및 처벌 수위를 높이는 한편 소셜커머스 등 새로 등장한 서비스에 대한 가이드라인 제정 등을 통해 공정경쟁과 소비자 보호의 체계를 잡아 나가겠다고 말했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시행령 공포가 목전인데 재계의 반발은 여전하다. -개정 법률은 대기업의 사익(私益) 편취를 크게 세 가지로 나눠 규제의 범위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각각의 사례에 해당하는지를 엄정하게 가려 법 적용을 하게 된다. 그런데도 재계 일각에서는 세 가지 규정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잘 알아보지도 않거나 혼동해 판단함으로써 불필요한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사례들을 일감 몰아주기로 보아 규제하는가. -첫째는 총수 일가 내부에서 유리한 가격 조건으로 거래하는 경우다. 과거 특정 기업에서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지나치게 싼 값에 넘긴 사례가 여기에 해당한다. 현재는 정상 가격과 10% 이상 차이가 나면 법 위반으로 보는데 이 기준은 변경할 것이다. 둘째는 부당한 사업 기회 제공이다. 목 좋은 빵집을 대기업 총수 일가에 내준다든지 하는 경우다. 셋째는 합리적이지 않은 대형 거래다. 같은 계열의 전산업체나 광고업체에만 일감을 맡기는 경우다. 이런 행위들로 인한 폐해를 막자는 것인데 마치 기업들의 목을 과도하게 죄는 것처럼 본질을 호도하면 안 된다. 적용 대상은 거래 상대방 회사에 대한 총수 일가 지분율이 상장사 30%, 비상장사 20% 이상인 경우다. 1519개 회사 중 208개(13.6%)가 해당한다. 재계는 총수 일가 지분율을 50%로 높이자고 주장하지만 그래서는 법이 실효성을 가질 수가 없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기업의 기밀 유지 등에 장애가 될 것이란 주장은 언뜻 일리 있어 보이는 면도 있다. -기업 전산망을 구축하는 시스템통합업체(SI)나 광고회사 등의 업종에서 그런 주장을 특히 많이 하는 것을 알고 있다. 일부 일리 있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공정거래법에서는 업종별로 규제 방향을 달리할 수가 없다. 만일 업종별로 차등을 두면 규제에서 제외되는 업종에서는 엄청난 불공정 행위가 양산될 것이다. 대신에 공정거래법은 효율성, 보안성, 긴급성 등을 면밀히 따져 예외를 적용하고 있다. 이번에 강화된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 맞춰 연말까지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기업들의 이해를 돕고 혼란을 막을 예정이다. →담합을 하다 적발된 기업에 대해 강도 높은 제재를 하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해 왔는데. -우리 기업의 가장 큰 병폐 중 하나가 담합이다. 담합은 국가 신뢰도를 갉아먹는다. 해외에서도 한국 기업들은 담합의 빈도가 높을 뿐 아니라 조사 방해, 허위 자료 제출 등으로 유명하다. 대기업 오너들의 직접 경영보다 전문경영인(CEO) 체제의 도입이 확산된 것도 담합이 줄지 않는 이유 중 하나로 파악하고 있다. CEO들이 당장의 실적에 목을 매다 보니 쉽게 담합의 유혹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담합하는 기업은 망한다는 사회적인 인식이 있어야 한다. 독일의 경우 담합을 한 기업은 인수·합병(M&A) 대상으로 시장에 나오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담합 기업에 대한 공정위의 과징금 처벌이 너무 가볍다는 지적이 많다.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 절차는 4단계로 진행된다. 이 가운데 세 번째인 심사관 조치 의견 단계에서 자본잠식, 파산, 경제 여건 등 회사 재무 상태을 감안해 기업들에 대한 과징금 감경이 이뤄지고 있다. 앞으로 이 단계에서의 감경은 원칙적으로 없애는 방향으로 나갈 것이다. 담합이라는 범죄를 저지른 기업에 대해 “경영이 어려우니까 봐준다”는 것은 사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또 공정위가 과징금을 깎아줌으로써 불필요한 오해를 살 소지도 있다. 전반적인 과징금 경감의 절차와 관행을 연말까지 개선하려고 한다. 그러나 기존 담합 사건에 대한 소급 적용은 하지 않을 것이다. →담합을 자진 신고하는 기업에 대해 과장금을 감면하는 ‘리니언시’가 면죄부로 악용된다는 지적도 계속되고 있다. -리니언시의 본질은 면죄부가 아니라 담합을 적발해 이를 구조적으로 와해시키기 위한 것이다.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주요 국가에서 다들 채택하고 있는 제도다. 하지만 그동안 리니언시의 적용이 너무 허술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앞으로는 자신들이 담합을 했다는 분명한 증거를 들고 오지 않으면 리니언시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는 담합을 시인하는 진술서와 담합 장소에 갔던 출장 서류, 법인카드 영수증 정도만 나오면 리니언시를 적용해 줬다. 그러나 앞으로는 자신의 회사에 담합을 보고한 내부 문건 제출을 의무화하는 등 법 적용을 철저히 하도록 개선할 것이다. →공정위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은 기업이 법원에 소송을 내 면제받는 경우가 심심찮게 나온다. -공정거래법은 해석을 놓고 다양한 견해가 대립된다. 공정위가 모든 사안에서 승소하기는 어렵다. 일반 행정소송에서 대법원이 고등법원의 판결을 파기하는 비율은 7.1%이지만 공정거래법의 경우 21%에 이른다. 공정위의 의결 내용에 일부만 오류가 있어도 법원이 과징금 전체를 취소하기 때문에 과징금 환급액이 크게 나온다. 하지만 2007년부터 올 5월까지 공정위의 과징금 사건 전부 승소율은 68.1%로 전체 행정기관의 전부 승소율 49.2%보다 높다. →정치권에서 집단소송제 도입 논의가 활발한데 공정위의 입장은. -집단소송제의 소관 부처는 법무부라는 점을 전제로 깔고 말하자면 집단소송제는 반드시 필요하다. 힘없는 여러 소비자가 같은 피해를 당한 경우 구제받을 방법이 마땅치 않다. 소액 담합 사건은 집단소송제로 가는 것이 맞다. 하지만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전체적으로 도입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 현재 하도급법상 기술 유용, 부당한 단가 인하, 발주 취소, 반품 행위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3배 손해배상제도가 있다. 이는 대기업의 보복 행위를 감수하지 않고는 공정위에 신고하기 어렵다는 중소기업의 입장을 감안한 예외적인 조치로 이해해야 한다.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소셜커머스로 인한 피해가 늘고 있다. -소셜커머스는 신제품 출시 홍보 수단, 재고품 처리 등의 순기능도 있지만 기만적인 광고나 위조 상품 판매 등으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는 측면에서는 미흡한 점이 있다. 소셜커머스 가이드라인 개선 방안을 이달 중 내놓겠다. 위조 상품 판매를 방지하도록 사전 검수 및 확인 절차를 규정할 것이다. 병행 수입 상품은 취득증명서와 정품인증서를 첨부토록 하고 국내 상품은 한국지식재산보호협회 등 전문 기관을 통해 사전 검수를 받게 하겠다. 할인율 산정의 기준이 되는 정보도 소비자가 알아보기 쉽게 하겠다. 판매 화면에 구매자 수나 판매량 등을 허위로 조작하는 행위도 금지하겠다. →경제 민주화가 더 중요한가, 경제 활성화가 더 중요한가를 두고 논쟁도 벌어지고 있는데. -경제 활성화도 중요하다. 하지만 경제 민주화는 우리 경제가 꼭 섭취해야 하는 비타민과 같다. 자신의 노력보다 과도한 보상을 받는 행위는 분명히 견제해야 한다. 경제적 약자가 자기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게 해야 한다. 그것이 결국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는 길이고 지속 가능한 경제 발전을 가능케 하는 것이다. 경제 활성화가 시급하다는 것을 경제 민주화가 필요없다는 것과 동일시하는 것은 한마디로 난센스다. 정리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노대래 위원장은 ▲1955년 충남 서천 출생 ▲서울고-서울대 법학과-서울대 행정대학원 ▲행정고시 23회 ▲재정경제부 정책조정국장 ▲기획재정부 기획조정실장·차관보 ▲조달청장(2010년 4월~2011년 3월) ▲방위사업청장(2011년 3월~2013년 3월) ▲공정거래위원장(2013년 4월~)
  • [열린세상] 스티브 잡스의 미니멀리즘이 그립다/백만기 한국지식재산서비스협회장

    [열린세상] 스티브 잡스의 미니멀리즘이 그립다/백만기 한국지식재산서비스협회장

    세계 최대의 정보기술 업체인 애플의 창업자였던 스티브 잡스의 전기 영화가 지난주부터 주요 국가의 극장에서 상영되기 시작하였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 졸업 연설에서 ‘죽음이야말로 삶의 가장 훌륭한 발명품’이라는 명언을 남기고 떠난 이 천재는 대학을 졸업하지는 못했지만, 동서양의 철학에 통달한 듯 우리에게 지금도 강렬한 인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그가 소개한 정보기술 제품에서는 버튼을 찾기 어렵다. 잡스는 제품 설계 단계에서 확실하지 않은 이유로 들어간 기능에 대해 이렇게 되묻는다고 한다. “반드시 필요한 기능입니까?” 그가 신봉한 미니멀리즘(Minimalism)은 단순함을 추구하는 예술과 문화사조이다. 20세기를 대표하는 독일 건축가 루드비히 미스 반 데어로는 미니멀리즘을 가장 적절하게 표현했다. ‘Less is More’(더 적은 것이 더 많다), 즉 불필요한 부분을 없애면 그 자체가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의 진수에 이를 수 있다는 철학이다. 애플의 조직 문화가 되어 버린 미니멀리즘은 어디에 무엇을 더할까가 아니라 무엇을 덜어낼지가 최대의 관건이다. 우리의 시야를 제품 설계가 아닌 정부의 정책 쪽으로 돌려 보면 미니멀리즘의 필요성이 강하게 느껴진다. 시장 기능을 인정하지 않고 정부가 적극적 개입을 시작하면 해야 할 일은 기하급수적으로 늘게 된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적용되는 시장을 이기는 정부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 시장의 실패를 바로잡기 위해 개입한다는 명분으로 개입하는 각종 정책이 포퓰리즘과 결합하면 새로운 문제가 다시 발생하고 이는 다시 새로운 정책을 불러오게 된다. 수십년간 진행해 온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대표적인 예이다. 전세 대란이 심해지면서 시장이 아닌 정부가 가격을 직접 규제하고자 하는 전·월세 상한제 같은 정책은 이번에는 시장이 아닌 정부의 실패를 불러오면서 이에 덧칠하는 새로운 정책을 요구받게 될 것이 분명하다. 이제는 모두에게 과거의 희미한 기억이 되었지만 1980년대 초반 공정거래제도가 도입되기 전만 해도 주요 독과점 품목 가격은 정부가 정해 주었다. 정말 ‘친절한 금자씨’ 같은 공무원이었다. 예를 들어, 컬러 TV의 국내 판매 가격은 정부가 생산업체의 완제품을 분해해 보고 부품가격과 생산공정 그리고 적당한 이윤까지 정해서 가격을 통보하면 이를 그대로 시행하는 식이었다. 그러한 정부의 직접적인 가격통제 정책이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면 오늘날 세계적인 다국적기업으로 성장한 삼성전자나 LG전자 같은 기업이 탄생할 수 있었을까. 이러한 정부의 역할과 기능은 공정거래법의 시행과 함께 시장에 넘겨졌고, 우리 전자산업계에는 글로벌 플레이어가 성장할 수 있게 된 기틀이 된 것이다. 정부가 가격을 통제하기 위한 두꺼운 매뉴얼이 없어지고 정책의 미니멀리즘이 가능하면서 우리 경제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시장을 대신하는 정부의 두꺼운 매뉴얼은 관료주의의 상징이다. 국민의 불편한 점을 해소하기 위한 서비스가 아닌 분야에서 정부가 깊숙이 개입하면 그 폐해는 커질 수 있다. 국가의 개입과 노벨상 수상은 반비례한다고 하지 않는가. 사실 시장에서 아우성이 나면 정부에서는 일을 하지 않는다고 비난을 받고 정치권이나 언론으로부터 많은 압력을 받게 된다. 시장 기능을 믿지 않고 급한 마음에 정부가 가격 통제라는 칼을 빼들면 단기간에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결국은 더 큰 재앙을 안기게 된다. 프랑스 대혁명의 지도자였던 로베스피에르의 일화는 이미 유명한 이야기이다. 자기 나라를 천국으로 만들려고 하다가 시장을 무시한 죄로 국민의 삶을 지옥으로 인도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우윳값을 강제로 반으로 내리자 젖소가 부족해지고 이번에는 사료 가격 통제로 다시 사료가 부족해지니 애초보다 우윳값이 10배나 폭등했다는 코미디 같은 역사적 사실이 남의 일이 아닐 수도 있다. KTX를 타본 외국 관광객들은 개찰구에 역원이 보이지 않으면서도 잘 관리되는 시스템에 찬사를 보낸다. 다른 분야도 정부의 통제를 느끼지 않으면서도 멋지게 작동되는 시스템을 만들어 보았으면 좋겠다. 그것이 스티브 잡스가 다시 그리워지는 이유이다.
  • “쓴소리는 누가 하나” 눈치작전 치열

    박근혜 대통령과 10대 그룹 총수들의 28일 청와대 오찬 간담회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재계가 분주하다. 저마다 어떤 ‘선물 보따리’를 들고 청와대로 들어가야 할지, 누가 재계가 원하는 쓴소리를 할지 등 눈치작전이 치열한 분위기다. 박 대통령이 10대 그룹 회장단을 청와대로 초청한 것은 취임 이후 처음이다. 청와대는 처음에 참석 인사들에게 ‘3분씩 발언’을 준비할 것을 요청했다가 시간과 주제에 구애받지 않는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위해 이를 취소했다. 재계는 “아무리 어려운 회사도 최대한 성의 표시를 해야 하지 않겠냐”는 분위기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27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으로 출근해 다음날 청와대 총수 오찬 등을 준비했다. 폐렴 증상으로 입원했던 이 회장이 서초 사옥에 출근한 것은 지난 6일 이후 3주 만이다. 이날 최지성 미래전략실장의 업무보고를 받은 이 회장은 청와대 오찬 참석 준비에 오랜 시간을 할애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이 이 회장의 발언 내용을 챙겼다. 하지만 내용에 대해서는 함구령이 떨어졌다. 삼성 고위관계자는 “청와대의 기대가 일자리와 투자에 있는 만큼 그 내용이 주가 아니겠느냐”면서 “단 구체적인 수치를 말하기보다는 삼성의 의지를 분명히 밝히는 수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도 투자와 고용을 올 계획대로 실천해 나가겠다는 의견을 전달할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노조 파업으로 생산 차질이 빚어진 데 대한 언급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관계자는 “상법개정안이나 통상임금 기준 등 산업계 전반의 이슈가 있는 만큼 박 대통령이 먼저 묻지 않는 한 개별 그룹의 현안에 대해서는 별도로 언급할 계획이 없다”고 전했다. LG와 롯데그룹 등도 “투자와 고용 부분에서 최대한 성의껏 의지를 밝힐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표했다. 기업들의 경영환경을 개선해달라는 요청도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인 GS그룹 허창수 회장과 최근 대한상의 회장을 맡은 박용만 두산 그룹(재계 12위) 회장이 이른바 ‘총대’를 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상법개정안’, ‘통상임금’과 같은 사안에 대해 구체적인 요청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역대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법안 하나를 갖고 구체적으로 얘기하는 법은 거의 없었다”면서 “아무리 불만이 많다고 해도 상법개정안 등을 놓고 시시콜콜 이야기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실제 이날 전경련 임원진은 회장의 요구사안 수위를 놓고 격론을 벌인 끝에 최근 경제민주화 법안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일부에선 부재 중인 총수를 대신해 나올 ‘핀치히터’들이 오히려 부담 없이 속내를 이야기할 수도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SK그룹(최태원 회장)과 한화그룹(김승연 회장)이 대표적이다.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상반기 투자 실적, 하반기 계획 외에 기업 활동에 부담이 되는 규제 법안 완화도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지주회사의 손자회사가 증손회사를 세울 때 지분 100%를 보유해야 한다’라고 규정한 공정거래법 개정의 필요성을 언급할 것으로 보인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이통사 스마트폰 보조금 정책 공정위도 불공정성 연구 착수

    공정거래위원회가 방송통신위원회에 이어 이동통신사들의 스마트폰 보조금 정책에 숨어 있는 불공정 거래를 잡아낼 계획이다. 공정위는 18일 최근 통신사 등이 대리점에 주는 판매장려금의 경제적 효과에 관한 연구용역을 발주했다고 밝혔다. 판매장려금이란 판매 촉진이나 시장 개척을 위해 거래 수량 및 금액에 따라 대리점 등 거래 상대방에게 지급하는 인센티브의 일종이다. 휴대전화 구매자가 받는 기기 보조금도 포함된다. 공정위는 대리점이 판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판매장려금을 덜 받게 되기 때문에 제품을 무리하게 팔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판매 목표 달성에 따라 스마트폰 1대당 통신사로부터 받는 판매보조금이 달라지므로 사실상 판매량에 대해 압박을 받는 실정이다. 하지만 통신사들이 판매장려금을 이용해 대리점에 판매목표를 사실상 강제 할당해도 판매장려금이 인센티브 형식이라 공정거래법을 위반한다고 보기는 힘들다. 공정위는 이번 연구용역을 통해 판매장려금 유형을 분석하고, 불공정 거래행위 등 위법성이 드러날 경우 조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최근 판매장려금에 문제가 많다는 대리점주들의 신고가 접수된 만큼 제도적으로 판매장려금이 불공정 거래에 해당하는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CD금리 담합’ 첫 국민검사청구 결국 기각

    ‘CD금리 담합’ 첫 국민검사청구 결국 기각

    국민검사청구제의 첫 신청 사례였던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 의혹’ 검사 청구가 기각됐다. 금융감독원은 26일 국민검사청구심의위원회(외부위원 4명, 내부위원 3명)를 개최해 CD 금리 담합 의혹 및 부당적용 조사 등에 관한 국민검사청구에 대해 심의한 결과 기각했다고 밝혔다. 심의위원회는 “청구 내용만으로는 금융회사의 불법 또는 부당한 업무처리로 청구인에게 피해가 발생했다는 구체적인 사실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서 “CD 금리 담합 여부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미 조사를 하고 있어 그 결과를 기다릴 필요가 있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지난 5월 말부터 시행된 국민검사청구제는 금융사에 권익을 침해당했다고 판단한 소비자가 200명 이상 모이면 금감원에 검사를 요청할 수 있는 제도다.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 산정에 활용되는 CD 금리는 지난해 4월 9일부터 석달 동안 기준금리가 떨어졌음에도 연 3.54%로 고정돼 은행 등의 담합 의혹이 제기됐다. 금융 소비자단체인 금융소비자원(금소원)은 피해자 213명을 신청자로 해서 지난 2일 금감원에 처음으로 국민검사를 청구했다. 금소원이 CD 금리 담합 의혹에 대해 국민검사를 처음 청구할 때부터 기각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공정위가 조사한 지 1년이 지났음에도 이렇다 할 결론을 내지 않고 있는 사안인 데다가 금감원에 국민검사가 청구됐다고 해서 공정위가 급하게 결론을 낼 필요는 없다는 입장을 보였기 때문이다. 금감원으로서는 공정위 조사도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같은 사안에 대해 검사를 하는 것은 중복 조사일 수 있어 난감한 입장이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담합 의혹이 공정거래법 관련 사항이었기 때문에 주무부처인 공정위가 계속 조사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 위원회의 주요 의견이었다”면서 “기대했던 첫 국민검사 청구가 기각돼서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첫 국민검사 청구라고 해서 요건에 맞지 않는 것을 억지로 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금소원은 당황하고 있다. 공정위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서 집단 소송도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가 국민검사청구도 했지만 이마저도 기각됐기 때문이다. 조남희 대표는 “이번 청구는 담합 의혹만이 아니라 금리 결정이 불안정하게 이뤄지는 시스템에 대한 문제 제기이기도 했다”면서 “이의신청을 해도 안 되면 감사원에 국민검사를 청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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