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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승진 ‘7월의 신랑’ 된다 새달

    프로농구 최장신 센터 하승진(26)이 다음 달 15일 수원의 한 호텔에서 김화영(24)씨와 결혼식을 올린다. 2011~12시즌을 마친 뒤 다음 달 26일 군 입대를 위해 휴식을 취하고 있는 하승진은 2010년 지인의 소개로 만나 1년 6개월 열애 끝에 화촉을 올리는 신부를 배려해 비공개로 예식을 치를 예정이며 열하루 뒤 입대,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할 계획이다. 예비 신랑과 신부가 만든 청첩장에는 결혼 날짜를 ‘게임 데이’로, 예식 시간을 ‘점프 볼’로, 예식 장소를 ‘스타디움’으로 표기하는 등 한눈에 봐도 농구 선수의 청첩장임을 알 수 있게 했다.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
  • [저축은행 4곳 영업정지] 30년전 서울대법대생 행세 M&A 귀재 업계선 ‘크렘린’

    [저축은행 4곳 영업정지] 30년전 서울대법대생 행세 M&A 귀재 업계선 ‘크렘린’

    6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은 업계에서 ‘크렘린’으로 불렸다. 1983년에는 가짜 서울 법대 대학생 행세를 해 세간의 이목을 받았는가 하면 미래저축은행 직원들은 김 회장의 횡령에 대해 지금도 믿지 않을 정도다. 서울신문 1983년 2월 17일자 11면 조약돌 기사에 따르면 김 회장은 가짜 서울법대생 행세를 하다가 4학년에 들통이 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기사에 따르면 그는 1979년부터 4년간 서울법대생으로 행세를 하다가 졸업앨범을 만드는 과정에서 가짜임이 들통났다. 학교 측이 사진 밑에 학번과 성명을 기입하기 위해 학적을 확인하던 중 그가 가짜 대학생임을 알아낸 것이다. 그의 나이 27살 때였다. 그는 군복무를 마치고 복학한 후 서울 법대 강의도 참석하고 각종 서클 모임에도 나왔다. 군대에서도 서울 법대를 다니다가 입학한 것으로 했다. 결국 그해 1월에는 법대 한 교수의 주례로 결혼식까지 올렸으며, 당시 결혼 피로연에는 서울 법대 재학생들도 참석했다고 한다. 김 회장은 충남 예산 출신으로 중졸로 전해진다. 김 회장이 2001년 저축은행중앙회에 집행이사로 임명되면서 제출한 이력서에 따르면 그는 아산에 있는 신리초등학교를 나온 후 구화중학교를 중퇴했고 검정고시를 통해 신구대학 경영학과를 졸업한 것으로 돼 있다. 우림산업개발을 운영하면서 땅을 사서 자본을 불린 그는 1999년 제주도에 본점을 둔 미래저축은행을 인수한 뒤 자산규모 10위권 내의 대형사로 키웠다. 제주도에 본점을 두고서도 천안과 대전, 강남, 잠실, 목동, 사당, 테헤란로, 압구정, 서대문 등에 지점을 개설하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투자에도 적극 나서는 등 공격적인 확장 전략을 펼쳐 왔다. 금감원 관계자는 “수완으로 말하자면 지리산도 팔 사람”이라고 그의 수완을 평가했다. 미래저축은행은 올 1월 카메룬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과 관련한 씨앤케이 지분을 5% 이상 보유한 사실을 숨겨 금융 당국의 경고를 받은 바 있으며 지난해 6월에는 김 회장의 아들이 공익근무요원 신분으로 만취 상태에서 벤츠 승용차를 몰다가 차량 7대를 들이받고 달아나 주목을 받았다. 미래저축은행은 오리온그룹 비자금 사건에서 서미갤러리 측에 미술품을 담보로 대출을 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이 미술품이 서미갤러리 소유가 아닌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미래저축은행 관계자는 “김 회장의 횡령 당일에도 직원들은 그가 나타나지 않아 궁금했을 뿐”이라면서 “금감원 조사에 대해 본인이 모두 해결할 것처럼 말해 마음을 놓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 가짜 서울법대생 30년후 200억 인출한 뒤…

    가짜 서울법대생 30년후 200억 인출한 뒤…

    6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은 업계에서 ‘크렘린’으로 불렸다. 1983년에는 가짜 서울 법대 대학생 행세를 해 세간의 이목을 받았는가 하면 미래저축은행 직원들은 김 회장의 횡령에 대해 지금도 믿지 않을 정도다. 서울신문 1983년 2월 17일자 11면 조약돌 기사에 따르면 김 회장은 가짜 서울법대생 행세를 하다가 4학년에 들통이 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기사에 따르면 그는 1979년부터 4년간 서울법대생으로 행세를 하다가 졸업앨범을 만드는 과정에서 가짜임이 들통났다. 학교 측이 사진 밑에 학번과 성명을 기입하기 위해 학적을 확인하던 중 그가 가짜 대학생임을 알아낸 것이다. 그의 나이 27살 때였다. 그는 군복무를 마치고 복학한 후 서울 법대 강의도 참석하고 각종 서클 모임에도 나왔다. 군대에서도 서울 법대를 다니다가 입학한 것으로 했다. 결국 그해 1월에는 법대 한 교수의 주례로 결혼식까지 올렸으며, 당시 결혼 피로연에는 서울 법대 재학생들도 참석했다고 한다. 김 회장은 충남 예산 출신으로 중졸로 전해진다. 김 회장이 2001년 저축은행중앙회에 집행이사로 임명되면서 제출한 이력서에 따르면 그는 아산에 있는 신리초등학교를 나온 후 구화중학교를 중퇴했고 검정고시를 통해 신구대학 경영학과를 졸업한 것으로 돼 있다. 우림산업개발을 운영하면서 땅을 사서 자본을 불린 그는 1999년 제주도에 본점을 둔 미래저축은행을 인수한 뒤 자산규모 10위권 내의 대형사로 키웠다. 제주도에 본점을 두고서도 천안과 대전, 강남, 잠실, 목동, 사당, 테헤란로, 압구정, 서대문 등에 지점을 개설하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투자에도 적극 나서는 등 공격적인 확장 전략을 펼쳐 왔다. 금감원 관계자는 “수완으로 말하자면 지리산도 팔 사람”이라고 그의 수완을 평가했다. 미래저축은행은 올 1월 카메룬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과 관련한 씨앤케이 지분을 5% 이상 보유한 사실을 숨겨 금융 당국의 경고를 받은 바 있으며 지난해 6월에는 김 회장의 아들이 공익근무요원 신분으로 만취 상태에서 벤츠 승용차를 몰다가 차량 7대를 들이받고 달아나 주목을 받았다. 미래저축은행은 오리온그룹 비자금 사건에서 서미갤러리 측에 미술품을 담보로 대출을 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이 미술품이 서미갤러리 소유가 아닌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미래저축은행 관계자는 “김 회장의 횡령 당일에도 직원들은 그가 나타나지 않아 궁금했을 뿐”이라면서 “금감원 조사에 대해 본인이 모두 해결할 것처럼 말해 마음을 놓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 ‘밀항’ 김찬경 미래회장 200억 인출때 금융당국은…

    ‘밀항’ 김찬경 미래회장 200억 인출때 금융당국은…

    미래저축은행이 영업정지되면서 저축은행의 ‘크렘린’으로 불리던 김찬경(56) 미래저축은행 회장의 실체가 드러났다. 3일 고객들이 영업정지에 대한 불안으로 뱅크런(대량인출 사태)에 빠진 것을 틈타 회사 돈 200억원을 빼돌려 해외로 밀항하려던 그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는 극치였다. 그가 돈을 인출하는 과정에서 금융정보 보고 체계의 허술함이 그대로 드러났고, 고객들과 저축은행 직원들은 혼자 도망가려던 그의 행태에 분통을 터트렸다.  6일 금융감독원과 해양경찰청 등에 따르면 김찬경 회장은 3일 은행 영업이 끝난 오후 5시쯤 직접 거래하던 우리은행 서초동 지점에 나타났다. 현금 130억원, 수표 70억원 등 200억원을 인출했다. 매일 다음 날의 영업자금을 인출하긴 하지만 평소 영업자금보다 훨씬 많은 돈을 인출한 것에 대해 우리은행 지점이 의심을 품었어야 했다. 저축은행의 영업정지 보도가 줄을 잇는 상황에서 본점에는 보고했어야 했지만 보고가 없었다. 금감원은 마감 시간 이후 우리은행에서 인출이 가능했던 점을 포함해 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미래저축은행에 나와 있던 금감원 조사파견관은 김 회장이 아침부터 보이지 않아 이상하게 여겨 금감원에 보고하고 검찰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경은 저축은행 고위급 관계자가 부실저축은행 관련 수사로 밀항을 계획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하던 중 검거 당일 김 회장과 밀항 알선책 4명이 차량 2대에 나눠 타고 궁평항으로 이동하는 것을 휴대폰 위치 추적을 통해 확인했다. 이어 현장에 잠복해 있던 형사팀이 선착장에서 오후 9시쯤 이씨 등 알선책 3명을 체포한 뒤 어선에 승선해 선실에 숨어 있던 김 회장과 알선책 오모씨를 붙잡았다.  김 회장은 체포 당시 5만원권 240장(1200만원)을 소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김 회장이 인출한 200억원의 행방은 아직 묘연하다. 저축은행 직원들은 “지금 패닉 상태로 김 회장이 횡령을 했다는 사실을 아직도 믿기 힘들다.”면서 “솔로몬저축은행의 금감원 조사에 대한 반발에도 조사에 충실하라는 김 회장만 믿고 있었는데 혼자 도망가기 위한 것 아니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밀항을 알선한 이씨 등은 부실저축은행 관련 수사로 출국금지된 김 회장을 해상을 통해 중국으로 밀항시키기 위해 수개월 전부터 선박과 항포구를 물색하면서 밀항 시기를 김 회장과 계속 조율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해경은 김 회장을 대검 중수부 저축은행비리 합동수사단에 인계했으며, 밀항을 알선한 이씨 등 4명에 대해 밀항단속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김 회장은 업계에서 ‘크렘린’으로 불렸다. 충남 예산 출신으로 신리초등학교를 나온 후 구화중학교를 중퇴했고 검정고시를 통해 신구대학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우림산업개발을 운영하면서 땅을 사서 자본을 불린 그는 1999년 제주도에 본점을 둔 미래저축은행을 인수한 뒤 자산규모 10위권 내의 대형사로 키웠다. 제주도에 본점을 두고서도 천안과 대전, 강남, 잠실, 목동, 사당, 테헤란로, 압구정, 서대문 등에 지점을 개설하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투자에도 적극 나서는 등 공격적인 확장 전략을 펼쳐 왔다. 금감원 관계자는 “수완으로 말하자면 지리산도 팔 양반”이라고 표현했다.  미래저축은행은 올 1월 씨앤케이의 지분을 5% 이상 보유한 사실을 숨겨 금융 당국의 경고를 받은 바 있으며 지난해 6월에는 김 회장의 아들이 공익근무요원 신분으로 만취 상태에서 벤츠 승용차를 몰다 차량 7대를 들이받고 달아나기도 했다. 또 오리온그룹 비자금 사건에서 서미갤러리 측에 미술품을 담보로 대출을 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이 미술품이 서미갤러리 소유가 아닌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인천 김학준·서울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 지하철 얌체 1년새 3배… 3월 부정승차 3894건

    지하철 얌체 1년새 3배… 3월 부정승차 3894건

    요금을 내지 않고 서울지하철에 부정승차한 ‘얌체 승객’ 3800여명이 집중 단속에 적발됐다. 서울시는 3월 한달간 지하철 1~9호선 운영기관과 함께 부정승차 단속을 실시해 3894건의 부정승차를 적발, 부과금 1억 8824만원을 징수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시기 부정승차 단속에 적발된 건수(1257건)와 비교해 3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부정승차에 적발될 경우 구간요금의 30배에 해당하는 부과금을 물린다. 단속결과에 따르면 표 없이 탑승한 승객이 3235건으로 전체의 83%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우대용 교통카드 부정사용이 398건(10%), 어린이 교통카드 부정사용 262건(7%)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또 가장 많은 부과금을 낸 승객은 표 없이 지하철을 타고 수원에서 종로까지 이동한 승객으로 구간요금 1850원의 30배에 해당하는 부과금 5만 7350원을 냈다. 부정승차 적발이 가장 많은 역은 7호선 철산역으로 모두 125건을 기록했다. 5호선 강동역이 114건, 7호선 논현역이 108건으로 뒤를 이었다. 부정승차 사유로는 ‘표를 구입했으나 분실했다’는 핑계가 가장 많았으며, ‘교통카드를 태그했는데 정상 처리되지 않았다’, ‘무인발매기 이용방법을 몰라 하차역에서 운임을 지불하려 했다’는 등의 이유를 들었지만 모두 부과금이 부과됐다. 특히 장애인과 노인 등에게 발급하는 우대용 교통카드를 가족 등이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경우 부과금과 함께 1년간 우대용 교통카드를 사용할 수 없도록 현장에서 등록정지 조치를 하기도 했다. 각 카드엔 태그할 때 울리는 소리가 다르도록 설계돼 실제와 대조하면 부정사용 여부를 알 수 있다. 이병한 시 교통정책과장은 “앞으로도 부정승차가 잦은 출퇴근 시간대와 오후 3시에서 7시 사이에 역무원과 공익근무요원을 집중 배치해 단속을 실시해 부정승차를 뿌리뽑을 계획”이라며 “무엇보다 안내방송과 전광판 등을 통해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의식전환을 유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잘나가는 SDTV 슈주 김희철 떴다

    잘나가는 SDTV 슈주 김희철 떴다

    서울 성동구 인터넷방송국(SDTV)의 생방송 ‘보이는 라디오’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10일 성동구에 따르면 매주 낮 12시 전파를 내보내 지상파 못잖은 알찬 프로그램과 구성 덕분에 매회 시청자 수가 증가하고 있다. 보이는 라디오는 청사내 오디오 방송은 물론 IPTV(인터넷방송), SDTV 홈페이지(sdtv.sd.go.kr)를 통해 주민들과 호흡하고 있다. 특히 요일별 테마를 달리해 시청자를 유혹한다. 월요일에는 SDTV 최시예 아나운서와 직원 박태진씨의 ‘이야기가 있는 음악여행’, 화요일에는 DJ 강성구가 진행하는 ‘지구촌 황당소식’, 수요일엔 조준한 전문 트레이너와 공익근무요원 임차돌의 ‘건강 비타민’, 목요일엔 ‘음악방송’을 내보내고 있다. 금요일에는 슈퍼주니어 멤버이자 구청 공익근무요원인 김희철이 진행하는 ‘김희철의 성동cafe’가 인기몰이에 힘을 보태고 있다. 장점은 매일 실시간으로 게시판에 올라오는 사연과 신청곡을 즉석에서 내보내면서 주민들과 소통한다는 것이다. 또 인터넷을 통해 방송되면서 전국에 구를 알리는 홍보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또 SDTV는 현재 구와 동 주민센터, 보건소 등에 43대의 IPTV를 설치해 운영하면서 구정 소식을 다루는 주간 종합뉴스 ‘성동포커스’와 데일리 뉴스인 ‘투데이포커스’, 영상 스케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방송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고재득 구청장은 “주민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안기는 ‘보이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늘려 구민들과 함께하는 방송을 만들고 소통의 장으로 거듭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데스크 시각] 박주영 욕만 하지 말자고?/임병선 체육부장

    [데스크 시각] 박주영 욕만 하지 말자고?/임병선 체육부장

    애초에 쉽사리 꺼질 수 없는 불이었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아스널의 공격수 박주영(27)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반드시 35세 이전에 시기가 언제일지 아직 모르겠으나 현역으로 입대할 각오”라고 밝혔다. 그러나 주말 동안 인터넷 댓글을 훑어 보면 비난의 강도는 수그러들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다. 축구를 취재하는 기자들 사이에서 그의 얼굴에 드리운 느긋함이 화제가 된 건 올 초부터였다. 아르센 벵거 감독이 그를 벤치나 덥히는 존재로 취급하는데도 늘 편안해 보였다. 누구는 신앙의 힘이라고 했다. 그런데 그 느긋함이 현역 입대를 10년이나 미룬 안도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드러났다. 그를 오랫동안 지켜보아 온 축구 기자들마저 등을 돌리고 있다. 박주영은 현역 입대를 10년 미룸으로써 적지 않은 것을 얻었다. 한국에 6개월 이상 체류하거나 영리 활동을 하지 않는 한, 영장이 나와 군대에 붙들려 가는 상황은 피할 수 있게 됐다. 그 기간 해외 구단을 이리저리 옮겨다닐 수 있게 된 점도 결코 작지 않은 이득이다. 법을 어기지 않고도 이를 이뤄냈다는 점에서 박주영과 그를 도운 법률 대리인이 성과를 올렸다고도 볼 수 있다. 모나코 왕실이 구단주인 AS 모나코는 병역 문제가 해결된 그를 아스널에 넘기면서 이득을 챙겼다. 이적료가 선수 몸값인 점을 감안하면 그로서도 손해 볼 일이 아니었다. 비즈니스 측면만 따지면 박주영이나 두 구단 모두 빼어났다고 얘기할 수 있다. 유럽리그 구단들이 한반도의 특별한 사정과 병역 문제에 민감한 팬들의 심사까지 돌아봤을 리 만무하다. 때문에 이를 잘 아는 박주영과 대리인이 적절한 시점에 공개, 팬들의 납득을 구했어야 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래서 박주영 스스로도 “비판받아야 하는 부분은 감수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는가. 법률 대리인은 모나코처럼 영주권 제도가 없는 나라에서 장기 체류자격을 얻으면 현역 입대를 10년간 미룰 수 있음을 파악한 것이 지난해 7월 무렵이었다고 강변하고 있다. 그리고 한달 뒤 병무청의 허가를 얻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때 왜 공표하지 않았느냐고 기자들이 따지자 이적 협상 중이던 두 구단이 이 문제의 공표를 원치 않았다고, 앞뒤가 다른 해명을 했다. 박주영이 얻은 것은 시간이요, 잃은 것은 팬들의 신뢰와 사랑이다. 더욱 큰 문제는 박주영 개인의 신뢰 상실뿐만 아니라 그를 정말로 필요로 한 이들의 발까지 묶어 버린 점이다. 당장 런던올림픽 본선에서 와일드카드로 그를 기용해야 하는 홍명보 올림픽대표팀 감독,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에서 그를 필요로 하는 최강희 대표팀 감독이 난감해졌다. 홍 감독은 다음 달 영국에서 그를 만날 요량이었는데 어찌됐건 ‘미운 X 떡 하나 더 주려는 거냐’는 팬들의 분노에 직면하게 됐다. 일부에서는 박주영의 입장 표명을 계기로 ‘욕만 하지 말자’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이 땅에 태어난 남자 선수들이 누구나 받게 되는 병역 기피의 유혹을 원천적으로 없애기 위해 국방 의무와 직업선택의 자유, 그리고 일할 권리의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올림픽 동메달 이상,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딴 이들이 4주간 기초군사훈련을 받고 공익근무요원(34개월)으로 편성돼 군 복무를 대체하도록 한 것도 종목 간 형평성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또 지난해 5월 병무청이 국제대회에서 거둔 성적을 점수화해 병역 대신 사회봉사활동으로 대체하는 대체복무제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을 근거로 내세우며 이를 빨리 제도화하라고 촉구한다. 그런데 이런 논리는 선수나 종목 간 형평성만 문제 삼지, 일반인과 선수 사이의 형평성에는 눈을 감는 치명적 약점을 안고 있다. 박주영이 기여한 점이 있다면 이런 논의에 불을 댕겼다는 점일 텐데, 그렇다면 팬으로서 너무 씁쓸한 대차대조표다. bsnim@seoul.co.kr
  • 박주영 입대 10년 연기가능

    박주영 입대 10년 연기가능

    박주영(27·아스널)이 군 입대를 2022년까지 미룰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법률 대리인인 A 변호사는 16일 보도자료를 내고 “박주영은 모나코공국으로부터 10년 장기체류 자격을 얻어 입대 연기가 가능하다.”고 밝히고 “지난해 9월 아스널과 AS모나코의 이적 협의가 마무리될 무렵 확정됐던 내용”이라고 밝혔다. ●모나코서 장기체류 자격 얻어 A 변호사는 “두 구단은 이적료 협상이 타결될 때까지 이를 알리지 않기로 했는데 최근 협상이 마무리됐고 국내 언론의 억측 보도도 잇따라 공개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2008년 9월 프랑스 프로축구 리그1의 AS모나코에 입단한 박주영은 세 시즌을 뛰면서 장기체류 자격을 얻었다. 지난해 7월 모나코 장기체류자 자격으로 병역 연기가 가능한 사실을 알고 8월 초 병무청에 국외여행기간 연장을 신청, 같은 달 29일 허가를 받았다. ●변호사 “병역 반드시 이행” 병무청도 이날 “지난달 17일 주프랑스 모나코대사관에 박주영의 모나코 장기체류증이 유효한지 다시 조회했고, 지난 15일 유효하다는 회신을 받았다.”며 “다만 6개월 이상 국내에 체류하거나 영리활동을 한 경우 허가를 취소하고 즉각 병역 의무를 부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병역법상 35세까지는 현역 입대, 36~37세는 보충역인 공익근무요원, 38세 이후는 제2국민역(면제)이 가능하다. 그러나 A 변호사는 “박주영이 적절한 시기에 반드시 병역을 이행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프로농구] 허재, 맨땅에서 ‘시즌2’ 쓴다

    은퇴 기로에서 고민하던 ‘소리 없이 강한 남자’ 추승균(38·KCC)이 결국 코트를 떠난다. KCC는 13일 추승균의 은퇴를 발표하며 15일 공식 기자회견을 연다고 밝혔다. 추승균은 챔피언에 오르며 화려하게 마지막을 장식하고 싶었지만 6강 플레이오프(PO)에서 모비스에 3연패로 힘없이 물러난 뒤 은퇴를 결심했다. 프로농구 전·현직 선수를 통틀어 가장 많은 5개의 챔피언반지를 낀 그는 아쉬움을 남긴 채 정든 유니폼을 벗게 됐다. 정규리그 1만득점(1만 19점), 플레이오프 최다출전(109경기) 및 최다득점(1435점) 등 꾸준한 성적표는 이제 ‘전설’로 남는다. 1997~98시즌 현대부터 KCC까지 15시즌 동안 줄곧 한 팀에서 뛴 것도 역사다. 추승균이 떠나는 건 단순한 베테랑 한 명의 은퇴가 아니다. ‘허재 시즌1’이 끝났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2005년 KCC 지휘봉을 잡은 허재 감독은 ‘이조추 트리오’ 이상민·조성민·추승균을 등에 업고 4강을 찍으며 데뷔했다. 이듬해 꼴찌로 추락했지만, 오히려 2008년 신인드래프트 1순위로 하승진을 잡으며 전화위복이 됐다. 2009년 귀화혼혈 드래프트에서는 전태풍까지 안아 빈틈 없는 라인업을 구축했다. 2008~09시즌부터 세 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해 두 번 우승했다. 그러나 새 시즌은 백지상태에서 시작하게 됐다. 하승진은 공익근무요원으로 떠나고, 전태풍은 귀화혼혈 선수 규정상 다른 팀으로 이적한다. 루키 정민수는 군에 입대한다. 임재현은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린다. 구심점이던 추승균은 떠난다. 허 감독도 올 시즌을 끝으로 계약기간이 종료됐지만 팀을 떠날 가능성은 없다. 리빌딩은 ‘농구 대통령’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선수 복이 끊이지 않았던 허 감독은 이제 차포를 뗀 상황에서 팀을 꾸려야 해 진정한 시험대에 올랐다. 허 감독은 “올여름에는 제로(0)에서 다시 시작하겠다.”고 했다. ‘허재 시즌2’의 시작이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사설] 박원순시장 아들 병역의혹 이참에 가리자

     박원순 서울시장이 엊그제 아들 주신씨의 병역의혹에 대해 관련 자료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잇따라 의혹을 제기해온 강용석 의원은 어제 주신씨를 병역법 위반혐의로 형사고발하는 등 고삐를 더욱 조였다. 정치공세로 여겨 4월 선거가 끝난뒤 대응하겠다는 입장이었던 박시장으로서도 더 이상 덮어둘 수만은 없게 됐다. 서울시장이 공인인 만큼 아들의 병역의혹에 대한 검증은 불가피하다. 시정의 원활한 수행을 위해서라도 이 참에 의혹을 정리하고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주신씨의 병역의혹의 핵심은 공익근무요원 판정을 받은 지난해 12월 신체검사 재검에서 제출한 의료자료의 진위여부다. 주신씨는 지난해 9월 공군에 입대했다 허리이상으로 귀가한 뒤 3개월 뒤인 12월 재검에서 ‘수핵탈출증’(허리디스크) 진단서를 제출해 4급 판정을 받았다. 강 의원은 문제의 허리디스크 진단서는 고도비만자에 나오는 것으로, 홀쭉한 주신씨의 체형에서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석주 연세대 세브란드 병원 의사도 감사원 홈페이지에 감사를 촉구하는 글을 올리는 등 전문가들도 가세했다. 또 주신씨에게 디스크판정을 내린 의사는 병역비리 전력이 있다고 한다. 병무청은 이에 대해 주신씨의 허리디스크 진단서와 병무청의 CT(컴퓨터단층촬영)자료가 일치하는 만큼 병역 판정에 의혹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의혹 해소를 위해 공개검증은 불가피해 보인다.  병역은 두차례 대통령 선거에 나선 이회창 후보가 아들의 병역면제 의혹으로 고배를 마실 만큼 국민적 관심이 높고 민감한 사안이다. 박 시장 측이나 병무청 모두 병역 관련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해 한 점 의혹이 없도록, 뒷말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허리디스크 진단서도 전문가의 입회하에 본인 것인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강 의원도 이번 일에 의원직을 걸겠다고 공언한 만큼 결과에 승복하고 합당한 처신을 해야 할 것이다.
  • 지자체 공익요원 관리 구멍…작년 경기·인천서 범죄 24건

    지난해 7월 인천시 모 구청 소속 공익근무요원 강모(24)씨는 밤엔 범죄자로 이중생활을 해오다 경찰에 붙잡혔다. 강씨는 서울, 수도권 등지에서 무려 20여 차례 범죄를 저질렀다. 현금 300여만원과 명품 가방, 귀금속 등을 빼앗았다. 경기 의정부시에서는 지난해 12월 집의 컬러복사기를 이용, 5만원권 지폐를 복사한 뒤 인근 슈퍼 등에서 사용한 공익요원 박모(23)씨가 경찰에게 붙잡혔다. 경기·인천 지자체들이 소속 공익근무요원들의 범죄와 불성실한 근무태도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인천경기지방 병무청에 따르면 지난해 경기와 인천 지역의 공익근무요원들이 저지른 범죄는 모두 24건에 달했다. 강도에서 강간, 마약사범, 서류 위조 등 범죄 종류도 다양하다. 군 복무 때는 탈영인 복무이탈(무단결근 등)도 79건이나 됐다. 지자체의 대처도 미흡하다. 지난해 지자체가 공익근무요원에게 내린 경고 처분은 17건에 그쳤다. 병무청 소속이라 일반 공무원처럼 징계 권한이 없고, 때로는 인정에 끌려 불성실한 근무태도를 눈감아 주기 때문이다. 장충식기자 jjang@seoul.co.kr
  • 징병검사 8일부터

    올해 징병검사가 오는 8일부터 11월 30일까지 전국 지방병무청별로 실시된다. 징병검사 대상자는 모두 35만 6000명이다. 19살인 1993년생을 포함해 그 전에 태어난 사람도 연기 사유가 없으면 검사를 받아야 한다. 검사 날짜와 장소는 검사자 본인이 병무청 홈페이지(www.mma.go.kr)에서 직접 선택할 수 있다. 홈페이지 ‘징병검사 본인선택’ 화면에 접속해 주소지 관할 지방병무청의 징병검사 기간을 확인한 뒤 희망 날짜를 검사 하루 전까지 선택하면 된다. 올해부터는 병역 회피 범죄를 막기 위한 새로운 기준이 적용된다. 우선 중학교 졸업 미만의 저학력자에 대한 제2국민역 제도가 폐지된다. 다만 시행 첫해인 점을 감안해 신체등급 1∼4급에는 보충역(공익근무요원 소집대상) 처분을 한다. 또 검사 결과 4∼7급을 받은 사람 가운데 병역 회피 행위가 의심되면 확인 신체검사를 실시한다. 7급(재신체검사) 대상자의 경과 관찰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했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공익요원 인생상담 멘토 나선 구청장

    공익요원 인생상담 멘토 나선 구청장

    “근무기간 내내 장애인들과 함께 있었던 건 정말 좋은 기억입니다.”(공익근무 소집해제자) “그런 추억은 여러분이 사회에 나가서도 분명 큰 도움이 될 겁니다.”(성장현 용산구청장) 병사들에게 전역은 해방인 동시에 새 출발을 앞둔 두려움의 시간이기도 하다. 이런 감정은 군대가 아니라 구청에서 근무하는 공익근무요원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성 구청장은 새 출발을 앞둔 공익근무 소집해제 예정자들에게도 멘토 역할을 하고 있다. 2년 동안 용산구를 위해 일한 그들을 만나 애로사항을 듣고 기관장이자 인생 선배로서 조언을 하는 ‘소집해제자 간담회’ 자리에서다. 7일 구청장 집무실에서 열린 간담회에는 구청과 관내 복지관, 동주민센터 등에서 복무하다 제대를 앞둔 공익요원 7명이 참석했다. 관공서에서 가장 말단이라고 할 수 있는 공익요원들은 구청장과의 대화를 어색해했다. 하지만 성 구청장이 “힘든 일이 없었느냐.”며 실타래를 풀자 쭈뼛하면서도 얘기 보따리를 하나둘씩 풀어놨다. “복지관 인력이 부족하다.” “밖에서 생활하기에 월급이 적다.”는 등 불만에 대해 성 구청장은 “인력 충원이 가능한지 알아보겠다.”, “담당 기관에 건의하겠다.”고 화답했다. 또 성 구청장은 “이제 사회에 진출하면 후회 없는 삶을 살 수 있게 ‘지금의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아야 할까’를 늘 고민하고 지내라.”고 인생에 대해 조언도 했다. 성 구청장은 매월 한 차례 소집해제 예정자들과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시작한 이래 81명을 만났다. 성 구청장은 “공익근무요원은 민원인들이 어느 관공서를 가나 보게 되는 사람”이라며 “구청에서 적극 관리하고 때로는 보호해야 할 인력”이라고 간담회 취지를 설명했다. 공익요원은 업무 전문성은 떨어지지만 자치구로서는 뻬놓을 수 없는 인력이다. 용산구만 해도 본청을 비롯 동주민센터, 종합복지관 등에 근무하는 공익요원이 275명에 이른다. 공무원들이 말하기 힘든 애로사항을 전달하는 역할도 한다. 성 구청장은 소집해제자 간담회에서 “밤샘 업무를 한 직원은 다음 날 쉬게 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실제 반영하기도 했다. 성 구청장의 군 시절 회고담도 빠지지 않았다. 그는 700원 월급을 모아 고향집에 약초를 보내준 이야기, 눈을 끌어 모아 스키장을 만든 이야기 등으로 입담을 뽐냈다. 그는 2사단 수색대(일명 ‘육군 스키부대’)를 거쳤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예술·체육 특기자 병역특례 ‘누적점수제’로

    예술·체육부문 국제대회 입상자라 하더라도 꾸준한 성적을 내지 못하면 병역특례 혜택을 주지 않는 방안이 추진된다. 병무청은 10일 이런 내용을 담은 ‘예술·체육요원의 공익근무요원 편입제도 개선 방안’을 공개했다. 개선 방안에 따르면 대회별 입상 성적 누적점수제를 도입하고, 복무 중에 사회 봉사활동에 참여해 일정 부분 사회에 기여하도록 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병무청 관계자는 “예술·체육 특기자들이 한 번의 국제대회 입상 성적으로 사실상 병역을 면제받는 제도를 고칠 필요가 있다.”면서 “누적점수제를 도입해 일정 점수 이상을 받은 특기자만 혜택을 받게 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安의사 31살때 이토 저격… 저는 안중근役 꿈 이뤘죠”

    “安의사 31살때 이토 저격… 저는 안중근役 꿈 이뤘죠”

    지난 25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 극장. 2년 만에 뮤지컬 ‘영웅’의 조연 ‘조도선’에서 주연 ‘안중근’이란 새 옷을 갈아입은 배우 조휘(30·본명 조성범)의 공연이 시작됐다. “극 중 거사(이토 히로부미 저격)를 치른 뒤 교도소에서 어머니가 직접 지어 주신 수의를 입고 장부가를 부르며 혼자 사형대로 걸어가는데 평소보다 더 눈물이 나고 힘들더라고요. 커튼콜 때는 눈물이 너무 많이 나서 노래를 못 했어요.” 그도 그럴 것이 초연 멤버 정성화와 더블 캐스팅 된 안중근 역은 그가 데뷔 9년 만에 따낸 대형 뮤지컬의 첫 주인공이다. 2009년 안중근 역을 노리고 ‘영웅’ 오디션에 응시했지만 돌아온 배역은 조연(안중근의 동지 조도선)이었다. 안중근의 커버 배우(주연배우가 부득이하게 무대에 오르지 못할 때 대신하는 배우)로 기회를 엿본 지 2년 만에 주연으로 당당히 선 것이다. ●뉴욕 공연길 제작사에 “기회 달라” 고려대 체육교육학과를 졸업한 조휘에게 부모님은 안정적인 교사의 길을 걷길 바랐다. 하지만 그는 연극 동아리 활동을 하며 배우의 꿈을 키웠다. 반드시 훌륭한 배우가 되겠다고 부모님을 설득했고, 스스로도 이를 악물고 힘든 시간을 견뎌냈다. 그와 그의 가족이 2011년 크리스마스에 1000석 규모의 대극장에서 흘린 눈물의 의미는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26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만난 조휘는 “초연 때 커버 배우를 한 만큼 앙코르 공연 땐 내심 안중근 역할을 기대했다.”면서 “하지만 정성화 선배, 양준모 선배, 신성록씨에게 주인공이 돌아가 다시 한번 열심히 커버 준비를 했다.”고 털어놓았다. 지난 8월 ‘영웅’ 팀이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공연했을 때도 내심 기대를 했단다. 정성화 단독 주연으로 공연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회는 없었다. “뉴욕 공연 길에 오르기 전에 제작사에 얘기했어요. 안중근으로 무대에 오를 기회를 달라고요. 제가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한국으로 돌아와 2012년 새 시즌 공연이 무대에 오른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오디션에 응모했다. “포기할 수는 없었으니까요. 20대 후반에 안중근 역에 처음 도전하고 실패한 뒤 결심했어요. 안 의사가 31살에 나라와 민족을 위해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했듯 저 또한 31살이 됐을 때 안중근 역을 꼭 꿰차기로 말이죠.” 그는 우리 나이로 31살 끄트머리에 그토록 바라던 안중근이 됐다. ●‘지킬 앤 하이드’ CD 튕겨날 때까지 노래연습 “오디션에 합격하고서 안 의사의 사진을 전부 휴대전화에 저장했어요. 걸을 때마다 꺼내 봤지요. 유년 시절, 청년기, 결혼식 직후, 독립운동 시기, 거사 직후, 사형당하기 직전의 모습들을 보면서 안 의사의 얼굴이 매번 다르다는 걸 느꼈습니다. 닮아 가려고 노력했는데 사람들이 진짜 닮았단 말을 많이 해요.” 그러고 보니 수염부터가 안 의사와 무척 닮았다. 처음엔 분장용 수염인 줄 알았는데 안 의사처럼 보이려고 일부러 수염을 그렇게 길렀단다. 걸음걸이도 대한의군 참모중장(안 의사의 생전 직책)처럼 씩씩했다. 차분하고 수줍음 많은 소년의 모습을 보이다가도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할 때는 강단 있는 모습을 보였다. “안 의사가 거사에 성공하면 (자신이 죽인) 이토 히로부미를 위해 기도할 수 있는 짧은 순간을 허락해 달라고 나무 십자가 앞에서 기도하는 장면이 있어요. 그런데 그 마음을 가슴으로 이해할 수 없더라고요. 안 의사가 천주교 신자라 그런 생각을 했을 거라고 판단해 천주교 교리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그는 천도교 신자이지만 3개월째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천주교 교리 수업을 듣고 있단다. 조휘의 ‘안중근’에 호평이 쏟아지는 이유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2002년 데뷔 이후 오디션에 수없이 떨어졌다. 공익근무요원으로 근무하는 2년 동안 노래와 춤 연습에 매진했다. 언젠가 꼭 도전하고 싶다는 ‘지킬 앤 하이드’도 CD가 튕겨 나갈 때까지 듣고 또 들으며 노래 연습을 했다. 소속사 연습생으로 들어가서도 매일 연기 연습을 한 뒤 밤 11시가 넘어 집으로 향했다. ●오디션 숱하게 낙방… 눈에 띄려 이름 외자로 “삼각김밥으로 뒤늦은 저녁을 때우며 지하철 역까지 걸어가면서 울기도 많이 했다.”는 그는 “전략적으로 지은 예명이 효과를 발휘한 것 같다.”며 웃었다. “숱하게 오디션에 떨어지면서 느낀 건 응시자들 이름이 대부분 세 글자란 거였어요. 외자로 하면 눈에 띄겠구나 싶었죠. 빛날 휘(輝)를 선택했지요.” 이름처럼 그는 ‘빛나는’ 배우가 됐다. “더 갈고닦아 사람들이 이름만 듣고도 표를 예매하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무서운 학교… 우리 아이들 어쩌나…] 뒤늦게… 매년 2차례 학교폭력 실태조사

    교육과학기술부는 최근 대구의 한 중학생이 친구들의 집단괴롭힘(왕따)을 못 이겨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과 관련, 내년부터 해마다 2차례씩 전국의 모든 초·중·고교에서 학교 폭력 피해 조사를 동시에 실시하기로 했다. 또 학교 폭력 전문 상담사 1800명을 학교에 배치해 학생 상담도 강화할 방침이다. 공익근무요원도 학교안전보호 보조 인력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교과부는 26일 전국 시·도 부교육감 회의를 개최해 이 같은 내용의 학교 폭력 예방 및 학생 보호 정책을 대대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고 25일 밝혔다. 교과부는 또 최근 개발해 보급한 ‘굿바이 학교 폭력’ 스마트폰 어플이 학교 현장에서 널리 활용될 수 있도록 지도하고, 학교 폭력 예방 및 대처 요령을 담은 책자를 모든 학생들에게 나눠 주기로 했다. 학생들이 보복을 우려해 학교 폭력에 대한 신고를 꺼리는 경향을 고려해 전국 교육지원청 단위로 설치된 126개 Wee(위·학교 부적응 학생 지원)센터를 ‘학교폭력 신고센터’로 지정해 전담 상담사를 배치할 계획이다. 내년 1월에는 ‘따돌림 예방 및 대처 프로그램’을 개발해 1학기부터 교육에 사용토록 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살인·강간 교포, 강남 한복판서 여학생들을…

    살인·강간 교포, 강남 한복판서 여학생들을…

    살인, 납치·강간, 마약, 총기 밀매 등 강력범죄를 저질러 미국에서 추방된 재미교포와 유학생 등이 가짜 학위를 이용해 국내에서 원어민 영어강사로 활동하다 무더기로 경찰에 적발됐다. 전과자나 허위 학위 등 무자격 강사들의 국내 취업이 잇따라 문제가 되고 있지만 교육 당국이 이를 걸러내지 못해 자칫 범죄가 확산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8일 미국 유명대학의 학위 위조를 알선하고 자신도 위조한 학위를 이용해 국내 어학원에 취업한 재미교포 김모(38)씨 등 알선브로커 2명을 사문서 위조 및 행사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학위 위조를 부탁한 유학생 출신 공익근무요원 이모(29)씨에 대해 같은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또 서울시내 중학교 원어민 강사인 한국계 미국인 서모(30)씨가 브로커 김씨와 함께 서울 이태원 등지에서 상습적으로 대마초를 피운 사실을 밝혀내고 이들을 마약류 관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브로커 김씨는 인터넷 문서 위조사이트를 통해 미국 대학 학위를 위조한 뒤 서울 강남과 종로 일대 영어학원에서 강사로 일해 왔으며, 다른 무자격 강사들에게 건당 100~200달러를 받고 애리조나주립대, 뉴욕시립대 등의 졸업장을 위조해준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미국으로 입양된 김씨는 애리조나에서 갱단 단원으로 활동하다 2000년 상대 조직원을 총기로 살해, 2급 살인죄로 징역 10년형을 선고받은 범죄자로 드러났다. 위조 학위로 서울 강남의 한 어학원에 취업했던 공익근무요원 이씨는 미국에서 마약 및 총기 불법소지로 2년형을 선고받고 추방된 뒤 서울 신촌 등지에서 대마초를 판매하다 적발돼 실형을 살기도 했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1) 데이트 강간을 위한 ‘악마의 술잔’ 한모금에 블랙아웃…24시간내 검사 못하면 미제사건 2) 죽음의 性도착증 ‘자기 색정사’ 혼절직전의 성적 쾌감 탐닉…‘질식에 중독되다’ 3) 친구와 함께 차안에서 아내에 몹쓸짓 한 남편 …사고로 위장한 최악의 선택 4) 살해당한 아내의 눈속에 담긴 죽음의 비밀… 흔해서 더 잔인한 위장 살인의 실체는 5) 강간 후 살해된 여성, 그리고 부검의 반전 죽을 때까지 여성이고 싶었던 여성의 사연 6) 천안 母女살인범, 현장에서 대변만 보지 않았더라도… ‘미세증거물’ 속에 숨은 사건의 진상 7) 정자가 수상한 정액…씨없는 발바리’ 과학수사 얕봤다가 정관수술까지 한 연쇄 성폭행범 8) 변태성욕 30대 살인마의 아주 특별한 핏자국 혈흔속 性염색체의 오묘한 비밀 9) “그날 조폭은 왜 하필 남진의 허벅지를 찔렀나?”… 칼잡이는 당신의 ‘치명적 급소’를 노린다 10) 소변 참으며 물 마시던 20대女, 갑자기 몸을 뒤틀며… 생명을 앗아가는 ‘죽음의 물’ 11) 자살한 40대 노래방 여주인, 살인범은 알고 있었다 생활반응이 알려준 사건의 진실 12) 불탄 시신의 마지막 호흡이 범인을 지목하다 화재사망 속 숨어있는 타살흔적 증거는 13) 車 운전석에서 질식해 숨진 그녀의 주먹쥔 양팔 14) 백골로 발견된 미모의 20대女, 성형수술만 안 했어도… 가련한 여성의 한 풀어준 그것 15) 무참히 살해된 20대女…6년만에 살인범 잡고보니… 274만개의 눈이 잡은 연쇄살인범의 정체 16) 이태원 옷집 주인 살인사건…20대 여성이 지목한 범인은? 찢어진 장부의 증언 17) 물속에서 떠오른 그녀의 흰손…토막살인범 잡고보니 바다에서 건진 시신 신원찾기 18) 헤어드라이어로 조강지처 살해한 50대의 계략… 몸에 남은 ‘전류반’은 못 숨겼네 19) 자살이라 보기엔 너무 폭력적인 죽음…왜? 가해자·피해자는 하나였다 20) 아파트 침대 밑 女 시신 2구…잔인한 ‘진실게임’ 결과는? 누명 벗겨준 거짓말 탐지기 21) 자다가 갑자기 세상을 뜨는 젊은 남자들…누구의 저주인가? 청장년 급사증후군의 비밀 22) 70% 부패한 시신 유일한 증거는 ‘어금니’ 억울한 죽음 단서 된 치아 23) 살인현장에 남은 별무늬 운동화 자국의 비밀 60대 노인의 치밀한 트릭 24) 택시 안에서 숨진 20대 직장女 살인범은 과연… 돈 버리고 납치한 이상한 택시 강도 25) 그녀가 남긴 담배꽁초 감식결과 놀라운 사실이 살인 현장에 남은 립스틱의 반전 26) 목졸리고 훼손된 60대 시신… 그것은 범인의 속임수였다 ‘파란 옷’ 입었던 살인마 27) 40대 여인 유일 목격자 경비 최면 걸자 법최면이 일러준 범인의 얼굴 28) 소리없이 사라진 30대 새댁, 알고보니 들짐승이… 부러진 다리뼈가 범인을 지목하다 29) 살인자가 남기고 간 화장품 향기, 그것은 ‘트릭’이었다 강릉 40대女 살인사건의 전말 30) 동거女 잔혹하게 살해한 30대, 시신이 물속에서 떠오르자… 살인후 물속으로 던진 사건 그후 31) 최악의 女연쇄살인범 김선자, 5명 독살과 비참한 최후 청산염으로 가족, 친구 무차별 살해 32) 살해된 20대女의 수표에 ‘검은 악마’의 정체가 담기다 완전범죄를 꿈꾸던 엽기 살인마 33) 억울한 10대 소녀의 죽음…두줄 상처의 비밀 추락에 의한 자살? 몸을 통해 타살 증언하다
  • 내년 소집예정 공익근무요원 근무지·입영일자 선택 가능

    병무청은 2012년도 공익근무요원 소집일과 복무 기관을 7~9일 전국 13개 지방병무청별로 선착순 접수한다고 5일 밝혔다. 접수 첫날인 7일에는 경기북부(오전 10시), 제주·강원영동(정오), 광주·전남(오후 2시), 대전·충남(오후 4시) 지역이 대상이다. 8일에는 인천·경기(오전 10시), 충북(정오), 전북(오후 2시), 부산(오후 4시) 지역이다. 또 9일에는 서울(오전 10시), 강원(정오), 경남(오후 2시), 대구·경북(오후 4시) 지역 접수를 받는다. 소집일과 복무 기관을 선택할 수 있는 대상자는 소집 대상자 가운데 대학 재학 등의 사유로 연기 중인 자 또는 소집 대기 중인 자로 내년 전체 소집 대상자 2만 4000여명 가운데 55%인 1만 3000여명에 달할 것으로 병무청은 추정했다. 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 대학생이 ‘우주먼지의 기원’ 밝혔다

    대학생이 ‘우주먼지의 기원’ 밝혔다

    서울대 물리천문학과 3학년 장민성(22)씨가 천문학계의 대표적인 미해결 과제로 꼽히는 ‘우주 탄생 초기에 만들어진 우주먼지의 기원’을 밝혀냈다. 공익근무요원으로 근무하면서도 퇴근 뒤 연구에 힘을 쏟은 결과다. 임명신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11일 “장씨가 미국·타이완 등 국제 공동연구팀의 관측 결과를 토대로 우주 탄생 후 10억년 이내에 만들어진 우주먼지가 초신성(超新星·supernova) 폭발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천문·천체물리학 분야 권위지인 ‘천체물리학저널레터’ 최신호에 실렸다. 지구처럼 우주에도 숱한 먼지가 존재한다. 지금까지 천문학자들은 이 우주먼지가 10억년 이상 진화를 거쳐 소멸 단계에 들어서는 늙은 별의 잔해에서 유래됐다고 여겨왔다. 그러나 138억년전 ‘빅뱅’으로 우주가 탄생한 뒤 10억년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도 우주먼지가 발생했는지, 그렇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밝혀지지 않았다. 장씨는 우주에서 가장 강력한 빛을 뿜어내는 천체 현상인 ‘감마선 폭발’을 관측하는 방식을 활용했다. 감마선 폭발이 확인된 천제 ‘GRB 071025’를 한국천문연구원 소유인 미국 애리조나주 레몬산 1m 망원경으로 관찰하고 빛스펙트럼을 분석한 결과, 우주먼지의 존재가 발견됐다. ‘GRB 071025’는 지구에서 약 127억 광년 떨어져 있는 천체로, 이는 우주 탄생 이후 10억년 이전에 우주먼지가 이미 발생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장씨는 우주먼지의 스펙트럼을 분석, 탄소·황화철·마그네슘 등으로 이뤄져 있다는 것을 파악했다. 임 교수는 “초기 우주의 경우 우주먼지가 존재하는지조차 확실하지 않았는데, 이번 연구를 통해 초기 우주의 기원에 한발짝 다가서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29) 강릉 40대 여인 살인사건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29) 강릉 40대 여인 살인사건

    2003년 3월 22일 새벽 강원도 강릉시의 한 연립주택. 4층에 불이 났다는 신고에 소방관들이 출동했다. 문안에서 잠긴 집안은 연기와 화기로 가득했지만 아무리 불러도 인기척이 없었다. 문을 부수고 들어간 소방관들은 20여 분만에 화재를 진압했다. 불이 시작된 곳을 찾으려고 방을 하나씩 뒤지던 신입 소방관의 얼굴이 하얘졌다. 그는 급히 선배를 불렀다. “여, 여기···. 칼 맞은 시체가 있어요.” 사건은 경찰로 이관됐다. 희생자는 집주인 A(여·당시 49세)씨. 시신은 침대방 한쪽 이불더미 밑에 숨겨져 있었다. 범인은 이불을 태워 시신 속 어딘가에 남아 있을지 모를 자신의 흔적을 지우고 싶은 듯했다. 불에 탄 시신은 두 손을 앞으로 모은 채 마지막 저항을 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법의학에서 말하는 투사형 자세(Pugilistic Attitude)였다. 고온에 오랫동안 노출된 시신의 근육이 수축하면서 일어나는 일종의 열강직 현상이다. 보통 사람의 몸은 펴는 근육(신근)보다는 당기는 근육(굴근)이 더 발달해 있기 때문에 그만큼 열강직 현상도 당기는 근육에 많이 나타난다. 불에 탄 시신은 손목과 팔꿈치를 오므리는 권투 자세를 취하는 경우가 많다. 사인은 다발성 자창(刺創·찔린 상처). 범인은 A씨의 등과 왼쪽 팔 등을 무려 35군데나 찔렀다. 매우 당황했거나 복수심에 불탄 자의 소행으로 보였다. 칼의 방향을 봐서 범인은 오른손잡이였다. 범인은 안방과 작은방, 거실과 드레스 룸 등 4군데에 동시에 불을 놨다. 이상한 점은 화재 현장 여기저기서 화장품 향이 진동한다는 것이었다. 원인은 곧 밝혀졌다. 거실 바닥에 뚜껑이 열린 채 어지럽게 널려 있는 스킨로션을 수거해 조사한 결과, 발화 지점에서 발견된 에틸알코올과 같은 성분임이 드러났다. 영악하게도 범인은 에틸알코올이 들어간 화장품을 집안 곳곳에 뿌린 뒤 불을 붙인 것이다. 범행 현장에 불을 지르는 범인들은 화재와 함께 증거가 될 만한 모든 것이 날아갈 것이라고 믿는다. 지문이나 족적은 물론이고, 범행 시각이나 도주로도 지울 수 있다고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오산이다. 방화든 실화든 화재 현장에 완전 연소가 일어나는 일은 드물다. 알코올이나 휘발유 등 인화성 물질도 바닥이나 벽틈에 모두 연소되지 않은 채 남아있는 경우가 많다. 화재 잔류물 역시 남기 마련이고 그 속에선 증거물이 고스란히 나온다. 오히려 불을 붙이는 과정에서 불은 범인에게 방화범이라는 꼬리표를 남기는 경우가 있다. 경찰은 이 사건을 면식범에 의한 계획된 살인이라고 판단했다. 강제로 문을 연 흔적이 없는 것으로 보아 범인은 집주인을 알거나 집 열쇠를 지니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집안에 불을 놓은 뒤 열쇠로 문을 잠그고 유유히 현장을 빠져 나갔다고 봤다. 이런 추리 뒤에는 현관 외에는 나갈 다른 길이 없다는 점도 한몫했다. 범행 장소가 연립주택의 맨 꼭대기 층이어서 창문을 통해 옥상으로 올라갈 수 있지만 옥상 지붕이 너무 가파르고 미끄러워 죽음을 각오해야 하는 길이었다. 귀금속을 챙기지 않은 것도 원한에 의한 범행을 의심케 했다. 경찰은 피해자 주변인들을 용의선상에 올렸다. 하지만 수사는 겉돌았다. 의심할 만한 용의자들은 알리바이가 명확했다. 무언가 전환점이 필요한 상황. 방화 현장을 다시 뒤지던 경찰로부터 연락이 왔다. “현관 안전핀이 눌러져 있다.”는 보고였다. 일반적으로 보조 잠금장치인 안전핀은 집 안에서만 누룰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밖에서 열쇠로 잠궈도 안전핀은 눌러지지 않는다. 아파트 현관의 안전핀이 눌린 상태라는 것은 즉, 범인이 현관이 아닌 제3의 통로로 도주했다는 이야기다. 뒤늦게 확인한 옥상에는 뜯겨진 방충망과 범인이 버린 장갑이 보였다. 면식범만을 쫒던 경찰은 수사 방향을 재설정해야 했다. 막막하기만 했던 수사는 A씨의 휴대전화를 찾으면서 활기를 띠었다. A씨의 휴대전화를 훔쳐간 범인은 대담하게도 범행 후 사흘 동안 이 휴대전화를 이용하다가 인근 시외버스터미널에 버렸다. 휴대전화 사용명세서를 뽑아본 경찰은 황당했다. 전체 20여 통의 전화 중 대부분이 속칭 폰팅으로 불리는 음란성 유료전화를 거는 데 이용됐다. 마치 규칙이라도 정한 듯 폰팅은 짝수날에만 이어졌다. 범인은 그렇게 죽은 여인을 끝까지 이용했다. “사람을 죽인 날, 그것도 죽은 사람 전화로 폰팅하는 걸 보면 이거 완전 중독인데요.” “근데 좀 이상하지 않아? 하루 10통씩 폰팅하던 놈이 홀수날엔 왜 한 건도 전화를 안 했을까…. 황 형사. 격일제로 근무하는 경비원이나 공익근무요원 중에서 동종 전과자부터 뽑아봐.” 폰팅업계 특성상 경찰이 협조를 받아내기 쉽지 않았다. 경찰은 범인이 건 한 통의 114 안내전화에 주목했다. 범인이 안내받은 곳은 강릉시 주문진에 있는 한 세탁소였다. 경찰은 한 20대 남자가 여관에서 “세탁물을 가져가라.”는 전화를 한 것을 확인했다. 남자가 맡긴 무스탕 점퍼 소매에는 혈흔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죽은 A씨의 피였다. 경찰은 잠복 끝에 K(21)씨를 검거했다. 예상대로 K씨는 격일로 근무하는 시청 공익근무요원이었다. 그는 순순히 범행 사실을 시인했다. 카드 빚에 시달리던 K씨는 혼자 귀가하는 A씨를 보고 집을 털 생각을 했다. 처음엔 배달원을 가장해 집에 들어가려고 했지만 속아 넘어가지 않자 옥상을 통해 집으로 침입했고, 범행이 발각되자 엉겁결에 칼을 휘둘렀다고 말했다. 형사들을 기막히게 한 것은 범행 후 그의 행적. 피 묻은 20만원을 들고 그가 간 곳은 PC방이었다. K씨는 말을 이었다. “형사 아저씨. 그날 저 죽는 줄 알았어요. 불은 놨지. 연기는 나지. 근데 현관문이 안 열리더라고요.” 소년의 티를 갓 벗은 20대 초반의 살인자는 그래도 제 목숨 귀한지는 알고 있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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