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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탈당한 盧대통령이 해야할 일

    노무현 대통령이 어제 민주당적을 포기해 무당적(無黨籍)이 됐다.감사원장 임명동의안이 부결되는 등 신 4당체제 출범에 따른 변화된 정국상황에 맞도록 대통령이 당적을 조기 정리한 것은 잘한 일이다.정치적 실익이나 도의적 측면에서 볼 때 늦은 감마저 없지않은 결정이다. 그러나 민주당 탈당이 곧 정국안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우리의 정당정치,책임정치와 부합하지 않아 숱한 험로가 예고된다.게다가 집권초 무당적 대통령은 초유의 일로 참고할 만한 사례가 없다.청와대 대변인은 ‘앞으로 주요 국정과제 및 경제와 민생에 전념할 계획’이라고 취지를 밝혔으나 무당적이 이를 보장해주진 않는다.이에 합당한 국정운영 시스템을 새로 짜야 하고,광범위한 국민적 지지와 동의를 구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노 대통령은 미국식 대통령제를 거론하고 있지만,우리 정치문화와 크게 다르다.국회와 개별 의원들을 접촉해 직접 호소하거나 설득과 타협을 병행한다고 해도 당장 실효를 거둘지는 여전히 미지수다.정당의 권한이 워낙 강해 의원 개개인이 당론과배치되는 의사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노 대통령이 먼저 4당체제에 맞는 국정운영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새로운 정치질서를 위한 창조과정’이 되기 위해서는 소수정권의 한계를 인정하는 것으로 출발점을 삼아야 할 것이다.초당적 국정운영을 위한 설득과 겸손함의 리더십을 보이고,국회·정당과 대화시스템을 개발하는 일이 급선무이다.각 당 원내 대표와 회동을 정례화하고 비서실장·정무수석 차원의 상시 대화채널을 구축하는 것도 한 방법이겠다.대통령이 의회중심 정치 구현을 위해 힘을 보탠다면 누가 반대하겠는가. 이러한 실험이 성공하려면 여야 정치권도 국정운영에 대해 공동책임을 지려는 자세가 전제되어야 한다.제1,2당으로서 권리만 누리고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으려고 한다면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청와대와 4당이 비상한 정치력을 발휘해야 할 때다.
  • 김용담 대법관 제청… 盧 수용

    최종영(崔鍾泳) 대법원장은 22일 다음달 퇴임하는 서성(徐晟·사시1회) 대법관 후임으로 김용담(金龍潭·사진·사시11회) 광주고법원장을 노무현 대통령에게 임명제청했다.노 대통령은 이날 임명제청안을 수용했다.국회는 김 대법관 후보에 대한 동의 여부를 인사청문회를 거쳐 표결로 처리할 예정이다. 한편 청와대는 사법개혁과 관련,“과거 정부에서 대통령 직속으로 사법개혁을 추진했으나 공염불에 그친 것은 실행주체인 대법원이 빠져 있었기 때문이었다.”면서 “청와대와 대법원이 공동으로 사법개혁추진위를 구성하는 만큼 로스쿨 허용이나 법조 일원화뿐만 아니라 대법원 내부의 법관인사까지 대통령의 ‘개혁적 코드’가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10면 조태성기자 cho1904@
  • [사설] 몰카도 마다 않는 검찰 수사

    현직 검사가 양길승 전 청와대 부속실장의 향응현장 몰래카메라 촬영 사건에 주도적으로 개입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청주지검 특별전담팀은 해당 검사가 ‘몰카’의 기획,제작 및 언론사 배포에 이르기까지 배후에서 총체적으로 조종했을 뿐 아니라 별도사건 처리과정에서 금품수수 의혹도 드러났다고 발표했다.검사로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탈법,불법을 저지른 셈이다.그가 몰카를 동원해서라도 ‘외압설’이 난무하는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려고 했을지 모르지만 수사는 수단의 합법성이 담보됐을 때만 목적의 정당성도 인정된다. 우리는 지난해 11월 현직 검사의 과욕으로 피의자가 가혹행위를 당하다가 숨진 사건을 기억하고 있다.그 사건으로 담당 검사가 구속되고 검찰총장 등 수뇌부가 옷을 벗었다.최근에도 검찰 조사 때 당한 가혹행위와 수치심이 정몽헌 현대아산이사회 회장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주장이 정치권에서 제기되기도 했다.이러한 상황에서 현직 검사가 협박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해 몰카 제작 및 배포에 주도적으로 개입한 사실이불거졌으니 검찰로서는 할 말이 없게 됐다.적법절차와 과학적인 수사기법을 통해 ‘인권 수사’를 하겠다던 검찰의 약속이 공염불과 다를 바 없게 됐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러한 수사 행태가 무소불위일 정도로 비대화된 검찰 권력에서 기인한 것으로 판단한다.거대한 칼을 잘못 휘둘렀을 때 어떤 결과를 초래하느냐가 단적으로 입증된 것이다.따라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감찰권의 법무부 이양’ 등과 같은 검찰권력 통제장치가 강구돼야 한다.절대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 [씨줄날줄] ‘짬밥 문화’

    동네 경로당에 들른 적이 있다.할아버지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귀를 기울여 보니 군대 시절 이야기다. “할아버지가 되어서도 군대 이야기 하세요.군대 이야기는 제대하고 10년이라는데.”하고 말을 건넸더니 “이 사람아.그 이야기는 북망산 갈 때까지 하는 거라네.”란다. 남자들이 군대 이야기를 그토록 오래 하는 데는 좋은 추억이 있어서만은 아니다.지독한 고생을 겪은 사람들이 고생스러웠던 시절을 두고두고 되돌아보면서 심리적 보상을 구하는 것과 유사한 심리적 작용도 있다. 군대에서의 고생은 훈련이나 작업,근무 못지않게 내무반 생활이 괴로워서다.고참이 졸병들을 한밤중에 창고나 변소 뒤쪽에 집합시켜 사소한 트집을 잡거나,“내가 졸병 때 1000대 맞았으니까 2000대 때리고 나갈 거야.”라며 어둠 속에서 이죽거릴 때 졸병들은 떨기 시작한다.고추 당초 맵다 한들 내무반 생활만큼이야 할까.이른바 ‘짬밥 문화’다. 그동안 군대 좋아졌다는 말도 많았지만 자살,성추행 등 군 사기와 전력을 크게 훼손시키는 일들이 최근에도 자주 일어나는 것으로 보아 개선은 매우 더딘 것 같다.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던 육군이 마침내 병영생활 개선을 위한 대책을 내놓았다.17일 예하부대에 시달된 대책에 따르면 인격모독적인 말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심부름 시키기와 사병간 얼차려가 금지된다.차제에 ‘공포와 인격모독’의 ‘짬밥 문화’로부터 ‘전우애’가 충만한 병영문화로 탈바꿈하길 기대하는 마음 간절하다. 하지만 이날 대책도 미흡한 점이 많아 보인다.그동안 병영 폭력 근절을 위한 지시나 명령은 수없이 많았지만 공염불로 그쳐왔다.왜 그랬을까. 대책은 사병들간의 비정상적 관계를 시정하는 데 집중돼 있는데 장교나 부사관들이 사병간의 군기잡기를 조장하거나 방치해 온 것은 아닐까.피해 사병이 스스로 권리 구제에 나설 수 있는 절차나,고참이 처벌받을 경우 피해 사병이 오히려 부대내에서 왕따 표적이 되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틀이 마련됐다면 실효성이 더 높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엄정한 군기강 확립과 대책을 함께 실행하는 데 어려움이 적지 않겠지만 그런 만큼 군당국은 더 노력해야 할 것 같다. 강석진 논설위원
  • [사설]8·15 경축사 실천 프로그램을

    노무현 대통령의 어제 8·15 경축사는 우리의 안보 정책과 경제 회생을 위한 대강을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구체적인 실천 프로그램에 중점을 두었다기보다 그동안 강조해온 안보와 경제에 대한 대원칙을 집대성한 것이다.이제부터 세부적인 프로그램을 짜고,실천에 나서야 할 때임을 보여준다.일본에 빼앗겼던 국권을 회복한 광복절을 맞아 매우 시의적절한 화두라고 하겠다. 현재 국정은 북핵 위기와 경제 불황,사회 갈등의 증폭으로 크게 표류하고 있는 형국이다.이러한 현실에서 ‘미국의 안보 전략이 바뀔 때마다 우리의 국방 정책도 덩달아 흔들리는 일이 반복되지 않는’ 자주 국방 정책의 천명은 시대의 변화와 흐름을 반영한 사고 전환이라고 할 수 있다. 또 노 대통령이 북핵 해법으로 북한 내부의 변화를 촉구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북한의 개혁과 개방이 핵문제의 최종 해법이라는 현실 인식으로 평가된다.핵포기의 대가로 북한 경제 개발을 위해 국제 기구와 국제 협력을 끌어들이겠다고 약속한 것은 이 연장으로 이해할 수 있겠다.6·15 남북공동선언의 실천 약속도 의미 있다. 그러나 안보 정책은 구호가 아니라 실천이 전제되어야 하는 세부 프로그램이다.이를 위해서는 튼튼한 경제력,국민 통합이 뒷받침되어야 함은 물론이다.우리는 노 대통령이 안보 문제와 함께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열기 위한 선진 노사 문화 정착과 빈부 격차 해소,사회 안전망 재정비 등을 강조한 것도 이러한 현실 인식의 결과로 믿는다. 이제 노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약속하고 천명한 안보와 경제의 전면에 나서야 한다.자주 국방을 위한 비용 마련과 한·미 동맹을 지속해 나가기 위한 대미 외교의 최첨병이 되어야 할 것이다.핵문제를 포함한 대북 정책도 보·혁의 틈새에서 어설픈 모습을 보일 것이 아니라,필요하다면 국민을 설득하고 기다리는 용기를 갖길 당부한다. 하지만 이러한 국가적 과제는 국민의 신뢰와 지지가 기초이다.국민의 동의를 구하지 못한다면 모든 것이 공염불이며 사상누각이다.더 이상 정부가 갈등의 중심에 서있을 것이 아니라 국민 통합과 혁신에 진력할 때이다.
  • 쏟아지는 쓴소리 /임금은 ‘세계일류’ 기술은 ?

    현대차 노사의 임단협 타결로 15년차 생산직(40대 초반) 연봉이 평균 6000만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나자 국내 현실을 감안 할 때 너무 심하지 않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정작 현대차측은 “돈 잘 버는 회사가 돈을 많이 주는 것이 당연하지 않느냐.”는 반응이다. 그러나 현대차가 2005년까지 세계 자동차 업계 5위(현재 7위) 진입을 목표로 삼은 만큼 잉여금을 ‘곶감 빼먹듯’ 해선 안된다는 쓴소리가 쏟아지고 있다.지금처럼 R&D(연구개발) 투자에 소홀할 경우 ‘5위 목표’는 공염불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따라잡을 경쟁 상대는 많은 데 ‘일류 흉내’만 내고 있다는 비난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기술 수준은 10년 이상 격차 현대차의 R&D투자나 차세대 자동차 개발 수준은 한참 뒤떨어져 있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총 매출액 대비 R&D 투자비 비율은 포드 5.7%,혼다 5.5%,도요타 4.5%인 반면 현대차는 3.5%에 불과했다. 도요타는 1997년 세계 최초로 저공해자동차인 하이브리드카 ‘프리우스’를 개발,일본과미국 등에 이미 판매 중이며,내년에는 ‘프리우스’ 2세를 출시한다.포드도 내년부터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인 ‘이스케이프’의 하이브리드 모델 2만대를 내놓는다.현대차는 하이브리드차 개발에는 성공했지만 양산은 2010년 이후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구매력 평가 인건비 6만6710달러 자동차산업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차의 인건비는 4만 261달러였다.GM은 6만달러,도요타는 8만 8824달러였다.그러나 1인당 인건비를 구매력 평가 환율 기준으로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구매력평가 인건비란 근로자가 임금을 받아 실제 일상 생활에 얼마나 보탬이 되는지를 따지는 척도다.구매력 평가 인건비는 현대차가 6만 6710달러로 GM(6만달러),포드(6만 8140달러)과 비슷한 수준.세계 7위 업체가 1,2위 업체와 같은 수준인 것이다. 국민소득에 견줘보면 현대차의 인건비는 단연 세계 최고 수준이다.현대차의 2001년 1인당 인건비는 3만 2401달러로 1인당 국민소득의 3.64배였다.혼다(9만 56175달러)는 2.9배,도요타(8만 8824달러)는 2.69배,포드(6만 6737달러)는 1.87배다. 한양대 기계공학부 선우명호 교수는 “현대차가 세계 일류 기업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1인당 생산대수를 크게 늘려야 한다.”면서 “인기 차종의 생산라인과 비인기 차종 생산라인 직원을 서로 바꿔 작업의 유연성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현진 윤창수기자 geo@
  • 李민주총장 先공개 제의안팎/‘대선자금 공개’ 여론 반전 노림수

    지난해 대선 때 민주당 선거자금을 총괄했던 이상수 사무총장이 18일 기자들을 놀라게 했다.이 총장은 기자들과 새만금사업 중단 논란에 대해 얘기하던 중,누가 묻지도 않았는데 불쑥 “그에 덧붙여서….”라며 대선자금 얘기를 꺼냈다. 그는 “대선자금 공개를 우리 당이 먼저 했으면 좋겠다는 여론이 있는데,시민단체가 정 원하고 국민이 진정 공개를 바라고 우리가 먼저 공개했을 때 야당도 공개할 개연성이 높아진다면 우리가 먼저 공개할 용의가 있다. 당과 논의해서 조만간 우리가 먼저 공개하겠다.다음주 월요일쯤 이 문제를 당에 정식 의제로 올려서 논의해 보려고 한다.개인적으로는 우리가 먼저 대선자금을 공개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당과 논의 거쳐야지만…” 여운도 기자들이 “야당도 공개하는 것을 전제로 먼저 공개한다는 것인가.”라고 묻자,이 총장은 “확약은 없더라도 국민의 요구에 의해 우리가 공개할 경우 야당도 공개한다는 개연성이 높아진다면 하겠다는 것”이라고 확인했다.이어 “개인적으로는 야당과 관계 없이 공개하고 싶다.당과 논의는 거쳐야겠지만….”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정면돌파 하겠다는 생각이다.이슬비에 옷 젖는 것처럼 자꾸만 내가 감춘다는 느낌을 주는 것 같아서….”라는 말도 했다.그러면서 자신의 의지를 과시하려는 듯 기자들 앞에서 ‘법전’을 펼쳐 들고 정치자금법 조항을 살펴 보기도 했다. 그러나 이 총장의 ‘의지’가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당장 당사자인 청와대가 부정적 입장이다.당내 논의과정에서부터 벽에 부닥쳐 공염불이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대선자금 논란을 촉발했던 정대철 대표조차 신중한 입장인데,누구도 선뜻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데 동조하긴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대선자금 공개의 또다른 축인 한나라당이 여전히 맞장구를 꺼리는 것도 현실성을 희석시키는 요인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최근 대선자금과 관련,‘말 바꾸기’ 논란으로 곤욕을 치른 이 총장이 어차피 공개가 힘든 현실임을 파악하고,‘선언적 효과’로 여론을 반전시키려는 노림수가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나라, 역공 당할까 마음못놔 그러나 이총장의 말이 장난이 아닌 것 같다는 지적도 있다.“이 총장의 발언은 한나라당의 대선자금 공개를 압박하는 동시에,대선자금을 비롯한 정치자금 문제를 공론화함으로써 정치자금 문제를 포함한 총체적 정치개혁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며 ‘정치적 소용돌이’를 예상하는 관측이 나온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도 완전히 마음을 놓지는 못하는 눈치다.민주당의 ‘선(先)공개’가 현실화될 경우 “야당도 공개하라.”는 여론이 비등해지면서 역공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우려에서다.당 일각에선 “민주당이 대선자금을 공개하면 한나라당도 회피할 수만은 없을 것이므로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조심스럽게 나오기 시작했다. 김상연기자 carlos@
  • [사설] 지방분권이 성공하려면

    대통령 직속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는 어제 참여정부가 향후 5년동안 추진할 ‘지방분권 로드맵’을 발표했다.이 안에는 지방의 활력을 통한 분권형 선진국가의 건설이라는 비전 아래 지방교육자치제와 자치경찰제 시행과 같은 굵직굵직한 지방분권 과제들이 망라되어 있다.지난 50년동안 유지돼온 중앙집권적인 국가구조를 지방분권형으로 개조하기 위한 지방화 전략의 청사진인 셈이다. 이같이 중앙집권적 낡은 국가경영시스템을 혁파하고 분권형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대세이다.참여정부의 지방분권 의지는 과거정권 때처럼 선거를 의식한 대증요법이 아닌 구조개혁으로 보여 일단 평가할 만하다.노무현 대통령이 지난달 12일 대구에서 정부기관과 공기업 245개를 지방으로 이전하고,이를 뒷받침할 지방분권특별법 등 3대 특별법을 제정하겠다고 약속한 데서도 정부의 이러한 의지가 읽혀진다. 지방분권은 국토의 균형발전이라는 명분 아래 쉼없이 추진해왔던 국가적 과제이다.그런데도 여태껏 가시적인 성과는커녕,수도권 집중 현상만 심화된 까닭은 무엇보다 중앙집권적 시각에서 지방분권에 접근하고 다뤄온 때문이 아닌가 여겨진다.그러다 보니 늘 예산과 인력이 뒷받침되지 못한 장밋빛 공약들로 공염불이 되어왔다. 따라서 참여정부의 지방분권 패러다임은 과거의 수도권 집중 억제라는 소극적인 시각에서 출발해서는 안 될 것이다.중앙정부와 당당히 맞서고 서로 상생 발전하는 방식으로 추진돼야 성공할 수 있다고 본다.나아가 정책수행과정에서 빚어질 정책과제간 가치와 우선순위의 충돌을 조정하는 문제도 미리 염두에 둬야 한다.교원의 지방직 전환·자치경찰제 도입 등이 10여년 가까이 지지부진한 것도 이익단체간 이해관계를 조정하지 못한 결과다.또한 천문학적 재원 마련을 위해 야당과 협조체제를 구축,지방분권 특별회계와 같은 재원 확보책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철저한 준비를 촉구한다.
  • [사설] 신선한 지방 국립대 연합체제

    광주·전남 지역의 5개 국립대학들이 ‘연합 대학’을 추진해 궁극적으로 통·폐합하는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5개 대학이 시설의 상호 개방,제한적 학점 인정 등으로 긴밀한 관계를 갖고 나중엔 5개의 캠퍼스를 둔 하나의 거대 대학으로 환골탈태한다는 것이다.미국의 주립대학식 운영방안을 도입하는 셈이다. 5개 대학의 재원을 통합 운영함으로써 재원 빈곤을 극복하고 학사 운영의 긴밀도를 높여 경쟁력을 높인다는 것이다. 광주·전남 지역의 연합 대학 구상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대구·경북에선 이미 2001년부터 역시 5개 국립대학이 교류 협력체제를 구축했지만 연합 대학 혹은 통·폐합으로 한걸음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부산·경남지역 역시 올해 초 교류 협력체제를 다짐했지만 내세울 만한 성과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광주·전남 국립대의 다짐에 관심을 갖는 것은 현실적으로 절실하면서도 바람직한 대학 개편 방안이기 때문이다. 지금 지방 국립대학은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고 있다.교수 1인당 학생 수가 35명에 이른다.콩나물 대학이다.취업률은 39.1%로 대학원 진학이나 군 입대 등을 감안하면 20%대를 맴돈다.열악한 형편은 ‘빈곤’의 악순환을 불러왔다.우수한 학생, 심지어 교수도 지방을 외면한다.지방 발전을 위해 경제적 부담을 줄이면서 양질의 고등 교육을 제공하겠다는 당초 의도는 공염불이 되고 있다. 광주·전남지역 국립대학들은 이번 ‘연합체제 구축을 위한 총장 합의’를 수포로 만들어선 안 된다.먼저 상대적으로 입지가 약하다고 생각하는 대학들의 대승적 판단과 실천이 있어야 한다.행여 교수 사회에 보직을 염두에 둔 나머지 문제를 위한 문제를 제기하는 행태가 있어선 안 될 일이다.또 대학 전통에 연연한 나머지 탈바꿈에 엉뚱한 고집을 부리는 것도 비판받아 마땅하다.지방 국립대가 처한 절박한 처지를 직시해야 한다.아무쪼록 광주·전남 지역 국립대학의 다짐이 결실로 맺어지길 기대해 본다.
  • [수평사회를 만들자](6)학벌타파를 위한 제언 - 학벌기획을 마치며 좌담·각계 제언

    ‘학력(學力)의 차이는 인정하되 차별은 안 된다.’는 주제 아래 대한매일이 기획,보도한 학벌타파 시리즈가 끝을 맺는다.지난 4개월 동안 국내외 교육현장을 돌아보며 학벌의 폐해를 진단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모색해 보았다.이번 기획 보도는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 가운데 하나인 학벌 문제를 공론화하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정부에서는 학벌을 타파하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합동기획단’을 구성했다.기획을 마무리하면서 합동기획단의 단장을 맡은 정기언 교육인적자원부 차관보,정영섭 건국대 사회과학대학장,김홍선 경복고 교사,김정명신 함께하는 교육시민모임 대표 등과 학벌타파 기획을 평가하고 대안을 찾기 위해 의견을 나누는 자리를 가졌다. ●정기언 교육부 차관보 학벌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만연된 학벌주의는 공교육의 부실화를 초래하고 있습니다.무조건 좋은 학교에 들어가야 출세가 보장된다고 여기는 탓이지요.때문에 엄청난 사교육비의 부담도 참아냅니다.능력에 따른 회사 고용제도 제대로 운영되지 않습니다.또 학벌주의는 사회계층간의 불평등도 낳고 있습니다.저소득층 자녀들의 서울대 진학률도 줄고 있어요.결과적으로 소득분배 구조가 세습되고 있는 것입니다. ●정영섭 건국대 사회과학대학장 대한매일의 학벌타파 기획은 역사적인 의미를 갖습니다.학벌은 비공식적으로만 얘기되어온 사안입니다.‘학벌문화’라는 표현을 쓰는데 학벌은 문화가 아니라 병폐입니다.학벌이 교육 파탄과 사회적 불평등을 얼마나 초래했습니까.앞으로 더 폭넓게 공론화돼야 합니다.폐해를 더욱 부각시킬 필요가 있어요.학벌은 사회 발전에 발목을 잡고 있어요.심각한 문제입니다. ●김홍선 경복고 교사 저도 학벌 기획을 보면서 그동안 교원으로서 진학지도를 하면서 습관적으로 넘겼던 학벌에 대한 문제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는 생각을 했습니다.기획 의도도 좋았고 내용도 충실했어요.아이러니하게도 학벌 사회를 만드는 데 가장 기여한 계층을 꼽는다면 중등교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학생들의 소질이나 적성과 상관없이 대입 제도에 맞춰 진로를 지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정명신 함께하는 교육시민모임 대표 현재 입시중심의 교육체제에서 학벌위주의 사회는 어쩔 수 없습니다.학벌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학벌 폐해를 개선하기 위해 고민하지만 변화는 더딘 것 같습니다.하지만 변하고는 있습니다.반드시 고쳐야 합니다.정부는 다양한 삶의 형태를 제시하면서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과감하게 제도를 바꿔야 합니다. ●정 차관보 참여정부에서는 5대 차별 해소 가운데 학벌을 포함시켰습니다.국가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지요.학벌문제도 교육부 차원에서 벗어나 재경부·노동부 등 14개 부처가 참여하는 범부처 차원에서 접근해 올해 말까지 종합 대책을 마련할 계획입니다.대책 수립 과정에는 경제단체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등도 참여합니다.특히 학벌의 실태와 문제점 도출을 통해 국민의 의식을 전환하는데도 힘쓰겠습니다.우선 민간과 공공 부문에서 능력 중심의 문화가 정착되도록 유도하려고 합니다.직업교육을 활성화하는 것은 물론 대학 서열화의 완화 방안과 대학 특성화 방안,지방대 육성방안도 추진할 방침입니다.여성인력의 능력 개발과 지원도 포함됩니다. ●정 학장 일제 강점기에 모두가 독립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실제 독립운동에 뛰어든 사람은 소수였지요.학벌타파도 ‘제2의 독립운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그만큼 심각한 문제이지요.대한매일 기사에서 대안이 언급됐지만 우리 사회 수준에서 정확한 대안이 제시되기까지는 공론화가 확대돼야 합니다.해외 사례를 통해 보여준 대안도 우리 사회에서 보조적인 역할밖에 할 수 없어요.정부가 너무 서둘러 자칫 종합대책을 전시용으로 만들어서는 안 됩니다.심층적이고 정확하게 원인을 진단한 뒤 대안을 찾아야 합니다. ●김 교사 학생들이 결정적인 순간에 적성보다 대학의 간판을 찾아 ‘불나비’가 되는 것이 교육의 현실입니다.학생들은 교사에게 설득되다가도 막판에 유명대의 비인기학과라도 입학해야 한다는 부모의 말을 따릅니다.학벌사회에서 실업고의 쇠락은 훨씬 심각합니다.실업계에 가면 패배자나 낙오자로 인식됩니다.실업고 교사들은 학생 모집에 동분서주합니다.거의 전쟁 수준이에요.고교 교육이 정상화되려면 대학 교육과는 상관없이 자격증을 따면 그에 걸맞은 임금과 보수,승진이 보장되는 사회가 되도록 제도·인식 등을 바꿔나가야 합니다. ●김정 대표 정부에서 교육을 인적자원으로만 보면 학벌 문제는 풀리지 않습니다.기업에서도 지원자를 자원,학맥과 인맥을 상품으로 봅니다.사람을 인적 자원으로 보고 생산성이 높은 사람으로 길러낸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는 한 학벌은 쉽게 깨지지 않을 것입니다.성장과 효율만을 강조하면 아이들은 학벌에 얽매일 수밖에 없어요.학부모도 마찬가지지요. ●정 학장 사회가 유기체이듯 학벌도 어느 한 분야에서 독립적으로 나타난 것이 아닙니다.정확한 원인 분석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유능한 의사는 병의 원인을 콕 짚어냅니다.정부가 해야 할 일이지요.학벌의 원인은 고등교육에 대한 국가의 편파적인 개입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합니다.대학간의 공정한 경쟁이 불가능해지면서 대학 서열화가 고착됐어요.국가의 지원을 받는 국립대에 사립대는 열세일 수밖에 없습니다.대안은 이 같은 사실에서 찾아야 합니다.국민 의식은 개인적으로 어쩔 수 없다고 봅니다.편한 길을 두고 좁은 길로 멀리 돌아가라고 하면 안 됩니다.편한 길을 넓히든지 해야 해요.교육부에서 국민 의식을 탓한다면 너무 안일한 자세이지요. ●김 교사 정부 부처가 모두 나선 만큼 제도가 뒤따랐으면 좋겠습니다.기업들의 학력제한 철폐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합니다.아직 미미한 상태입니다.부산상고는 부산제일고로 이름을 바꾼다고 합니다.목포상고는 이미 전남제일고로 바꿨어요.이런 현실에서 실업고를 나와도 사회에서 자기 몫을 할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교육부나 시민단체가 아무리 얘기하더라도 공염불에 그칠 뿐입니다.기업 채용 때 자격증 위주로 가는 것이 필요합니다.공직사회에는 지역인재할당제를 도입해야 합니다.개방형 공채로 실력 위주로 시험을 치러야 하는 것이지요.전공 위주의 진로지도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정 차관보 자격증 제도가 있지만 산업체에서는 대학이나 훈련기관의 교육이 기업 현실을 받쳐주지 않는다고 비판합니다.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육부와 재경부 등 관계부처는 범정부 차원에서 ‘국가직무능력표준’을 구축하려고 합니다.직업의 직무능력 표준을 정해놓고 교육과정과 훈련,자격을 이에 맞추도록 하는 제도입니다.KS마크와 비슷합니다.지금껏 교육과정과 자격은 따로 놀았어요.자격과 학력이 연계되지 않는 점도 문제입니다.상급학교에 진학할 때 자격이나 교육훈련,근무경력 등을 쉽게 연계시켜 어느 하나를 이수하더라도 대체 인정을 통해 학습할 수 있는 체제를 마련할 계획입니다.국가직무능력표준의 핵심은 자격과 노동시장,직무능력 체계를 연계·구축하는 것입니다.이를 위해 정부는 자격기본법의 개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정 학장 국민의 정부에서도 교육부에 ‘학벌팀’이 있었어요.학벌 문제는 한완상 전 교육부총리 이후 잠잠하다가 새 정부 들어 다시 논의되고 있습니다.늘 정부의 대응은 원인에 대한 대응보다 대증(對症)요법에 그치고 있습니다. ●김 교사 차별은 곤란하지만 엄연한 차이는 인정해야 합니다.자칫 마음껏 자신의 재능을 발휘하고 싶어도 발목잡기나 하향 평준화가 될 수도 있습니다.학력의 차이는 과감하게 용인해야 합니다.그러나 차별해소를 너무 강조하다 보면 포퓰리즘으로 흐를 수 있어요. ●정 차관 그렇습니다.학벌과 학력(學力)은 분명히 차이가 있습니다.학벌은 배격돼야 하지만 학력은 제고시킨다는 것이 교육부의 기본 정책입니다.구별해서 사용해야 합니다. ●김정 대표 체감할 수 있는 학벌타파 대책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학교운영위원회만 해도 참여하려면 학력을 써야 합니다.학부모들은 심적으로 부담감을 느끼고 있어요.그래서 학부모들은 학운위를 가리켜 ‘가진 사람들의 민주주의’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합니다.학운위는 교육부 소관인 만큼 학운위 가입 양식에서 학력란을 없애는 의지를 보여줘야 합니다.불필요한 학력 부분은 교육부에서부터 없애는데 솔선해야 합니다.또 참여정부에서 5대 차별 해소를 내세웠지만 학벌은 국민들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입니다.가진 사람들은 학벌의 폐해가 얼마나 심한지 몰라요.정부가 대책을 만들 때도 학벌의 문제점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합니다. 정리 박홍기 김재천기자 patrick@ 교원 능력우선 교육을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정태화 박사 학벌 문제를 교육 측면에서만 해결하려 해서는 안된다.학벌 문제를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립돼 있는 이해관계를 비롯해 정확한 실체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이제는 사회 내에서 학교교육만이 개인의 능력을 설명하는 패러다임을 깨야 한다. 개인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종합 평가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사회적 합의를 거쳐 만들어야 한다.개인의 능력과 경력 등을 종합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개인은 수시로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고,사회는 이를 인정해주며,정부는 이를 위한 객관적인 틀을 만들어야 한다. ●교육개혁시민연대 한만중 전 정책실장 학벌에 대해 전반적으로 적절히 진단한 것 같다.학벌 문제는 학벌의 구조와 대학 입시제도 개선이 양 축이라고 할 수 있다.국립대 개선방안과 지방대 육성 등 방안들을 대안으로 제시했는데 인터뷰에만 그쳐 아쉬웠다.앞으로는 더 구체적인 담론이 이뤄졌으면 좋겠다.학벌에대한 구조적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것도 필요하다. 현실적인 면에서 대학개혁 자체를 검토할 필요도 있다.수능제도 자체도 서열구조 조성,학벌의 해결책으로 나오고 있는 수능 자격고사화 문제도 제기됐어야 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황석근 대변인 학벌주의의 근본 원인은 폐쇄적인 집단주의에 있는 만큼 문화적 접근도 시도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학벌 타파는 실력 중심의 사회로 가자는 것인데 우리 사회는 아직 이런 구조를 두려워하는 것 같다.이런 문제를 어떻게 조화롭게 해결할 것인지가 과제다. 진로교육을 강조하고 있는데,이를 위해서는 학생들의 학교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등 교육체제가 다양해져야 한다. ●경인고 이종배 교사 21년째 교단을 지켰지만 학벌 기획을 보면서 그동안의 진학지도를 반성하게 됐다.학벌주의를 타파하려면 사회 시스템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의식의 변화도 필요하다.언론도 반성해야 한다.일류대 관련 기사는 줄이는 실천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사회 일각에서 학벌타파 운동이 일어난다고 해서 급속히 퍼지는 것은 아니다.교사 교육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교원 양성 단계에서부터 학벌이 아닌 능력을 우선시하는 교육을 받도록 해야 한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김정금 학벌문제특별위원장 대한매일이 굉장히 다양한 사례를 들어 기사화한 것이 인상적이었다.특히 언론에서 학벌 문제를 장기간 시리즈로 다룬 것은 고무적이다.다른 언론사에 비해 대한매일을 훨씬 돋보이게 한 기획이었다.학벌 문제는 다양한 계층의 의견도 중요하지만 언론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 집중적으로 파고 드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시리즈는 끝나지만 대한매일이 앞으로도 학벌에 대한 심층적인 진단을 해줬으면 좋겠다. 정말 학벌의 뿌리가 무엇이고 우리 삶 속에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 진단해 달라.핵심적인 대안을 집중한 기사를 실어주기 바란다. ●서울시교육과학연구원 정정웅 인성진로교육연구부장 학벌에 대한 이중적인 의식구조가 문제다.사회 발전의 걸림돌로 학벌을 지목하지만 학부모들은 막상 자기 아이들을 대할 때는 생각이 달라진다. 개개인의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아이들의 적성과 소질을 길러줘야 하지만 학부모들은 이를 잘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때문에 학부모들에 대한 교육도 필요하다. 학부모들을 위해 능력 중심의 사회와 관련한 다양한 교육 기획 프로그램이 생겼으면 좋겠다. 앞으로 대한매일에서 실질적으로 피부에 와닿는 학벌 관련 기사를 많이 써주기 바란다. ●포스코 박세연 인적자원팀장 출신대학이 기업들의 인재 선발 기준이 되는 것은 우수 인재를 검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사원을 채용할 때 이들의 역량을 평가할 수 있는 공통된 기준이 없다.포스코는 참여정부의 방침에 따라 올해부터 신입사원 선발방식을 공개채용으로 전환하고 구조적 면접을 도입했다.학벌타파를 위해서는 공교육이 제자리를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대한매일에서 이런 부분을 자주 이슈화해달라.이를 뜯어고치지 않으면 다음 세대가 짐을 또 떠안게 될 것이다. ●안동대 임현재 학생 지난 4개월 동안의 대한매일의 학벌 기획은 우리 사회의 학벌서열화와 획일적이고 일방적인 교육현장의 문제점을 잘 지적해 주었다.특히 학벌지상주의가 교육현장과 기성사회에 어떻게 작용해 왔는지 각계 전문가들과 이해 당사자들의 인터뷰를 통해 설득력 있게 전했다. 하지만 참여정부의 지방분권정책 틀 안에서 대학개혁의 방향을 좀더 구체적으로 이끌어줄 필요가 있었다. 대학들을 상향평준화하기 위한 정책을 더 구체적으로 소개하지 못한 점은 아쉬웠다. ●학벌없는사회 이철호 사무처장 학벌을 사회적인 이슈로 제기한 데 감사드린다.학벌을 의식개혁이 아닌 사회개혁 차원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점에서 대안으로 제시한 국립대 민영화와 지방대 특성화,채용문화 개선,진로지도 활성화 등은 바람직하지 못했다. 이제는 대학서열화를 없애기 위해 어떤 제도가 필요한지 진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지식기반사회에서 가장 큰 차별로 등장한 교육기회나 그 결과에 따른 차별을 없애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현실적으로 존재하는 학벌 차별을 적극적으로 시정,보상하려는 노력도 이뤄져야 한다. ●한양대 교육학과 정진곤 교수 학벌사회의 문제점과 폐해를 다각도로 잘 조명했다.학벌문제에대한 대한매일의 심층적이고 다면적인 분석은 학벌이 아닌 능력 위주의 사회를 만들어나가는 데에 중요한 화두를 던져주고 있다. 그러나 능력 위주의 사회를 만들어가지 않으면 안되는 이유와 학벌의 폐해 등을 교육뿐만 아니라 경제,외교,문화 등 사회 모든 영역에서 좀 더 심도있게 분석했으면 좋았을 것이다.앞으로 능력 위주 사회를 만들기 위한 보다 설득력 있고,깊이 있고,합리적인 대안을 모색해주길 바란다. ■기획을 마치며 학벌은 결코 녹록지 않은 대상임에는 틀림없었다.상당수의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힘’에 눌린 탓인지 학벌을 드러내놓고 말하기를 꺼렸다.학벌 피해를 입고도 자신의 탓으로 돌리기가 일쑤였다.따지고 들었다가는 자칫 피해의식의 발로로 매도당할까 두려운 까닭에서다.더욱이 학벌의 울타리에서 뛰쳐나가 자기의 길을 가는 이들조차 학벌에 대해서는 언급을 회피했다. 이같은 현상은 지난 3월10일 ‘현대판 골품제 학벌’이라는 제목으로 첫 발을 내디딘 학벌타파 기획을 4개월 동안 18차례 다루는 과정에서 나타난 사실들이다.학벌 타파 기획은 원인·실태에서부터 서울대 문제,기업의 채용 관행,학벌 타파에 나서거나 학벌을 극복한 사람들의 소개 등에 이르기까지 다각적으로 접근했다. 또 심포지엄 및 교육부총리 인터뷰,외국의 교육 및 자격증 제도 등을 통해 신중하게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학력에 의한 차이는 인정하되 차별은 안된다.’는 원칙론에 입각해서다.국립대의 구조조정 또는 법인화,지방대의 육성,자격증제도의 활성화,기업의 채용방식 개선,국민의식의 전환 등이 대표적인 대안들이다. 특히 대한매일의 여론조사에서도 밝혀졌듯이 학벌의 폐해를 심각하게 인식하면서도 학벌문제를 내세우지 못하는 이중적인 의식구조도 취재 과정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예컨대 서울대를 자퇴한 뒤 이른바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가 아닌 대학에 다시 진학,자신이 원하는 학문에 매달린 끝에 대학 강단에 선 A교수의 경우,“간판보다는 적성이 우선”이라면서도 “굳이 서울대를 중도에 포기한 이유를 밝혀 서울대의 친구들을 포함,주위 사람들과 껄끄럽게 될필요가 있느냐.”며 인터뷰를 극구 사양했다.실제 학벌의 벽을 넘었다고 자처하면서도 학벌의 수혜자로 인정하는 A교수와 같은 사례는 적지 않았다. 반면 높은 수능 점수에도 불구하고 적성을 찾아 세칭 ‘2류 대학’에 갔다가 학벌의 벽을 실감,학벌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중도에 학업을 접는 대학생의 절망도 봤다.‘학벌 문화의 정점,서울대’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서울대의 몇몇 교수들은 “서울대가 실질적인 국립대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과감한 구조조정,더 나아가 개혁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그러면서도 기사에서는 익명으로 처리해 달라는 요구를 빼놓지 않았다. 학벌의 뿌리는 깊었다.벽으로 비유하면 높고 단단했다.하지만 학벌은 무너뜨려야 할 대상임에는 분명하다.젊은이들에게 좀 더 많은 기회를 주고 나아가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다.또 사회의 화합 차원에서도 반드시 필요한 과업이다. 이런 점에서 학벌타파 기획은 학벌을 공론화,사회적 이슈로 만드는 촉매제 역할을 한 데다 정부의 대책 수립을 이끌어내는 계기를 마련했다. 박홍기기자 hkpark@
  • “학벌은 포도주같아 처음에만 달콤”학벌타파 외치는 교육개발원 이정규 연구위원

    ‘포도주와 학벌.’ 아무런 연관이 없을 것 같은 이 두가지에 대한 그의 설명은 걸작이었다.“포도주를 처음 따라 마실 때는 달콤합니다.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시큼해지고,더 지나면 초가 돼버려 먹을 수 없게 되지요.학벌도 마찬가지입니다.” 학벌이 처음에는 좋아 보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부패하고,결국 나라 전체를 망치게 한다는 설명이었다.그는 “특정 학벌이 아니라는 이유로 능력이 있어도 부와 권력을 갖지 못하면 국가의 장래는 어둡다.”고 했다. ●학벌문제 근원 파헤친 책 출간 지난 18일 오전 서울 우면동 우면산 자락의 작은 연구실.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인 이정규(李廷奎·53) 박사를 찾았다.학계에서 입에 담는 것조차 꺼려하는 학벌문제를 그는 처음부터 거침없이 비판했다. 그는 최근 ‘한국사회의 학력·학벌주의’라는 책을 펴냈다.학벌문제를 학술적으로 연구한 결과를 담은 최초의 저서다.‘근원과 발달’이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그의 책은 우리나라 학벌문제의 근원을 적나라하게 파헤치고 있다. 그는 학벌의 뿌리를 학문숭상 풍토에서 찾았다.“958년인 고려 광종 9년,과거제 도입이 시작입니다.당시 과거시험관인 좌주(座主)와 이에 합격한 문생(門生) 사이에는 부자(父子)관계에 필적할 만한 좌주·문생 관계가 맺어졌지요.이것이 현대판 학벌의 원형입니다.” 그는 이에 대한 근거로 상호 긴밀한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결합돼 붕당 또는 학벌을 조성하고 입신출세를 위해 협력하는 점 등이 현재 우리사회의 학벌주의와 유사하다는 점을 들었다. 조선 중종 이후 당파로 비화된 좌주·문생 관계는 갑오경장 때 과거제 폐지로 주춤했지만 일제강점기 경성제국대학이 설립되면서 새로운 학벌의 맥이 만들어졌다.해방 이후에는 국립 서울대가 설립되면서 경성제대 졸업자들이 대거 서울대 교수를 맡으면서 맥을 유지했다. “대한민국 초기에는 서울대가 해외 유학파에 밀려 큰 힘을 차지하지 못했습니다.그러나 30년이 지난 1976년에는 서울대 출신이 핵심권력층으로 등장하게 되지요.” 이후 특정 학벌의 집중 현상은 더욱 심해져 전국 대학교수의 3분의1 이상,판·검사의 50%,중앙일간지 기고자의 50%,전문경영인의 20% 이상을 서울대 출신이 차지하게 된다.그는 “정치·행정·입법·사법·언론·학계 등 여론지도층에 일개 학교가 독과점을 누린 것은 고려,조선시대에도 없었던 일”이라고 꼬집었다. ●40세때 학문의 길로…5년째 학벌연구 그가 학벌 연구에 매달린 것은 벌써 5년째다.49세에 이 곳에 들어온 뒤 학력과 학벌,유교와의 연관관계를 연구 중이다.서울 S대 신학과를 졸업한 뒤 학문의 길로 뛰어든 것은 40세때.늦깎이로 다시 공부를 시작,독일과 캐나다,미국 등지에서 공부하고 돌아왔지만 학계는 학벌이 판치고 있었다. “학계 모든 부분에서 학벌과 학연이 따라다닌다는 것을 느꼈습니다.연구모임에서 교수임용,연구과제 수주,학술지,연구소,대학,교육부에 이르기까지 학벌이라는 보이지 않는 끈이 연결돼 있더군요.” 그는 “좋은 연구성과를 내면 칭찬하고 격려하는 것이 아니라 질투하고 깎아내리고,동류가 아니면 배척하는 것이 우리의 연구풍토”라면서 “이러한 사회에서 어떻게 학문적 역량이 나오겠느냐.”며 가슴을 쳤다.전문대교수는 아무리 좋은 논문을 써도 전문대 수준 취급을 받고,서울대 교수는 아무리 엉터리 논문을 써도 서울대 수준으로 취급받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라고 했다. ●인재할당제 등 제도적 장치 마련해야 그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교육열과 사교육,입시문제 등의 진원을 찾다가 학문숭상·학벌주의에서 해답을 찾았다.논어에서 비롯된 유교적 사상이 수백년 동안 위정자들을 거치면서 패거리주의로 변질됐다는 것. 그는 “앉아서 연구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학벌 문제에 대해 모든 사람이 공감하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에 이 연구를 시작했다.”면서 “이제는 학벌에 대해 갇혀있지 말고 말하고,행동하는 지성이 필요한 때”라며 지식인들의 각성을 촉구했다. 그는 학벌문제의 대안으로 의식 변화와 더불어 우선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기본 사회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미국의 소수우대정책(Affirmative Action)처럼 소수를 배려하는 법안을 마련하고,인재할당제를 도입,인재를 골고루 등용하는 제도가 절실하다고 했다. 능력과 성과를 중시한 적극적 인사관리 시스템을 제도화하고 고시제도 폐지,국립대의 평준화 및 특성화 등의 대안도 제시했다. 그는 “정치권과 언론,사회지도층,학계 등 모두 기득권을 양보해야 한다.”면서 “이 체제를 그대로 두고 입시제도나 바꾸고 사교육비를 줄이겠다는 것은 공염불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이 책이 국내에서 그의 첫 ‘목소리’지만 연구성과는 해외에서 더 알려져 있다.한국의 교육열과 학벌,학연에 대한 외국 학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그의 연구가 속속 해외에 소개되고 있다.지난 5년 동안 해외에서만 논문 7편과 책 3권을 펴냈다.최근에는 멕시코에서 발간하는 세계 유명 저널에 그의 논문이 실렸다.앞서 지난 2월에는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대에서 ‘학벌과 교육열’을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 초청받아 강연도 했다. 그는 요즘 더 바빠졌다.학벌사회와 패거리문화,연고문화 등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를 시작한 까닭이다.이번 책이 학벌과 학연에 대한 전반적인 큰 틀을 제시한 것이라면,향후 연구는 구체적인 세부 작업인 셈이다. 김재천기자 patrick@
  • 지자체 외자유치 속빈 강정 / 양해각서 체결뒤 흐지부지 다반사

    수년 전부터 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퉈 외자유치 경쟁을 벌여왔으나 성사된 것은 그리 많지 않다.마치 외자유치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만병통치약’이라도 되는 듯 요란을 떨고 있으나 한꺼풀 벗겨보면 알맹이가 없다.심지어 충분한 준비와 검증없이 외자유치에 나섰다가 브로커에게 속는 경우도 있다.그럼에도 외자유치에 열을 올리는 것은 민선 단체장들이 실적을 쌓으려면 이 보다 더 좋은 ‘메뉴’가 없기 때문이다.요란한 구호와는 달리 실제는‘속빈 강정’에 불과한 외자유치 실태를 해부해 본다. 인천시는 인천국제공항이 들어선 영종도 인근 용유·무의도 213만평을 호텔,골프장,마린월드 등을 갖춘 국제종합해양관광단지로 개발키로 하고,1998년부터 외자유치를 추진했다.미국의 투자회사인 CWKA사가 45억달러를 투자하겠다는 의향을 밝혀 2001년 7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했다.하지만 심의 결과 이 회사의 재원조달 방안이 불확실한 것으로 드러나자 지난 2월 우선협상대상자 지정을 취소,이 사업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인천시는 또 연수구 동춘동송도신도시에 수십 건의 외자유치를 추진했으나 실제 성사된 것은 지난 3월 4공구 3만평에 미국 벡스젠사가 1억 5000만달러를 들여 착공한 에이즈백신공장 한 건에 불과하다. 충남도는 지난 달 국제무기거래상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드난 카쇼기가 이끄는 알 나스르의 자본을 유치하려던 계획이 무산됐다고 발표했다.심대평 지사가 2000년 말 프랑스 방문시 카쇼기와 투자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을 때 카쇼기에 대한 국제적 악평 때문에 외자유치가 성공하리라고 믿은 도민은 많지 않았다.결국 예상대로 카쇼기에게 시종일관 끌려다니다 손을 들어 89년부터 추진돼온 안면도 국제관광지 조성사업이 또 다시 표류하게 됐다. 관광도시인 제주도 역시 말만 요란할 뿐 아직 외자유치가 구체적으로 성사된 것은 없다.98년 미국의 풀토넥스사와 홍콩의 삼자기업협조총회가 각각 북제주군 묘산봉관광지구에 4억달러와 14억달러를 투자,복합위락단지와 차이나타운을 건설하겠다는 투자의향서를 제출했었다.그러나 내국인 카지노 설치가 어렵다는 이유로 취소됐다. 전북도는미국에서 활동했던 화려한 경력의 유종근 전임 지사 시절부터 외자유치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하지만 이렇다 할 실적을 거두지는 못했다.때문에 유 전 지사가 외자유치를 핑계로 30차례가 넘는 외유성 해외출장만 다녀왔다는 비아냥마저 일고 있다.특히 유 전 지사가 국제자동차경주대회를 세풍그룹과 함께 유치하는 과정에서 세풍으로부터 거액을 받은 혐의로 사법처리되자 ‘외자유치는 복마전’이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광주시는 지난해 12월 일본의 환경관련 기업인 ㈜대륭과 1000억원대의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그러나 대륭측은 지난 4월까지 투자를 구체화하겠다는 당초 약속과 달리 세계 경제사정을 이유로 투자일정을 미루고 있어 무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대륭은 자기자본이 아닌 외부의 펀드를 조성,투자를 추진하려다가 여의치 않자 엉뚱한 트집을 잡아 투자를 미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의 경우 수도권에 대한 각종 규제로 인해 외자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미국 페어차일드사는 99년 삼성반도체 부천공장을 인수한 뒤 동남아 거점지역 확보를 위해 2억달러 상당의 추가 투자계획을 세웠다.그러나 부천이 수도권제한정비법상 과밀억제권역이어서 공장을 더 이상 늘릴 수 없자 중국 쑤저우로 투자처를 옮겼다. 강원도 춘천시는 99년 의암호 내 상중도를 관광호텔,컨벤션센터,가상체험장 등을 갖춘 관광지로 개발하기 위해 미국 렘나(Lemna)사와 6억달러의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했으나 의회가 타당성이 부족하다며 반대하는 바람에 무산됐다. 외자유치 과정에서 눈에 띄는 것은 지자체가 외국회사와 양해각서만 체결해도 ‘외자유치 성공’으로 발표하고 있다는 점이다.그러나 양해각서는 투자의사를 밝힌 것에 불과한 외자유치 초기단계로,최종 계약까지는 험난하고 복잡한 과정이 기다리고 있다.따라서 양해각서만 체결한 채 다음 진행은 흐지부지되는 일이 다반사여서 양해각서는 지자체 전시행정의 ‘유용한(?) 도구’가 되고 있다.외자유치 성공 발표와는 달리 실제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 것은 단체장이 ‘유령회사’나 ‘브로커’ 수준의 외국사 국내법인과 접촉한 뒤 치적을 앞세워 서둘러 홍보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해외 현지 KOTRA나 동포기업인 등로부터 소개받은 투자희망자에 대한 정확한 검증없이 무리하게 외자유치를 추진하다보면 공염불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관내 기업이 노력해 외국자본을 유치한 것을 마치 지자체가 힘써 결실을 맺은 것처럼 포장하는 ‘빈대형’ 외자유치도 많이 등장한다.전북도는 현대자동차의 노력으로 이루어진 현대다임러 엔진공장,대상그룹이 끌어온 군산의 바스프공장 등을 외자유치로 잡고 있으나 이는 지자체와는 무관하게 외국사가 국내기업과 제휴한 것이다.한솔제지가 팬아시아 페이퍼에 팔리고,무주리조트가 외국계 자본에 헐값에 넘어간 것도 지자체의 외자유치 실적에 잡히는 등 웃지 못할 일도 벌어지고 있다. 전국 정리 김학준 기자 kimhj@ ■전문가 기고/ “외국기업에 투자이점 설명해야” 1997년 외환위기가 한국사회에 가져온 수많은 변화 중의 하나는 외자유치에 대한 인식이 바뀐 것이다.외자유치에 부정적이던 인식이 외환위기를 겪은 이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외자유치를 선언하고,이를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그러나 외자유치 자체의 어려움과 적절치 못한 접근방법으로 노력에 비해 실적은 미미한 수준에 그쳤다. 외자유치를 위해서는 우선 외국기업들이 무엇을 원하는지,왜 한국으로 와야 하는지,한국으로 오면 어떤 이점이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답을 제시해야 한다.우리나라는 지정학적으로 다국적 기업들의 아시아 거점으로서 유리한 입지조건을 갖추고 있다.도로·항만·철도·전기·수도 등 사업을 위한 우수한 인프라도 갖춰져 있다.그러나 이같은 장점은 부각되지 못하고 까다로운 인·허가 절차 등 제도적 투자환경 열악,투자 메리트와 수익성 보장이 뒤따르지 않는 등 단점만 부각돼 외자유치 성공률이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또 외자유치에 성공하려면 미국 및 유럽기업의 경영관행과 의사결정 구조를 이해해야 한다.구미(歐美)기업은 최고경영자(CEO)가 일방적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게 아니라,변호사와 전문가그룹의 검토를 거쳐 회사의 경영진과 이사회가 동의해야 하는의사결정시스템을 가지고 있다.따라서 이같은 특수성을 이해하고 외자유치에 나선 중앙정부,지자체 또는 기업들이 체계적으로 대응해야 한다.즉 외자유치 주체기관이 구미 기업의 생리를 이해하고 있는 전문가를 활용,외국기업이 한국에 투자했을 때 얻는 이점을 분석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은 투자를 검토하는 구미 기업에 효율적·지속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체계가 미흡하다.상대는 전문가 집단인데 우리는 과거의 공직수행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따라서 성공적인 외자유치를 위해서는 중앙·지방정부에서 훈련된 인력과 전문성·기능성을 갖춘 조직이 일할 수 있는 방식으로 바꿔 체계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서정진 셀트리온 대표 ■사천 진사공단 경남 사천시 방지리 진사공단이 외국인 투자기업의 메카로 자리잡았다. 외국기업전용단지로 지정된 10만평에는 외국기업의 공장 신축공사가 한창이다.일본과 중국이 합작으로 설립한 ‘루이테크’가 다음 달 준공을 목표로 막바지 피치를 올리고 있고,일본계 ‘UDK㈜’도 9월쯤 완공된다. ●고도 신기술 수반 외국업체 5개 가동 중 일본 다이요 유덴(太陽誘電)이 3억 3000만달러를 투자해 설립한 ‘한국 경남 태양유전’을 비롯한 5개 업체는 이미 가동 중이다.그리고 독일과 일본계 첨단 부품소재 기업이 4200만달러를 투자,올해 안에 공장신축을 착공할 계획이어서 경남도가 1999년부터 유치한 외국기업 12개 가운데 9개가 입주하는 셈이다. 모두 ‘신규공장 설립형 투자’(Greenfield Investment)인데다, 신기술을 함께 들여온 고도기술 수반업체여서 다른 외자유치보다 의미가 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경남도의 오춘식(吳春植) 투자유치과장은 “현재 투자의사를 밝힌 4∼5개 기업과 협상 중”이라면서 “외국기업전용공단 추가 지정을 산업자원부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성공 열쇠는 원 스톱 서비스 이 공단은 당초 항공우주산업단지로 개발됐으나 97년 외환위기로 버려져 있었다.이를 침체된 서부경남의 성장엔진으로 활용키로 하고 외자유치에 드라이브를 걸었던 김혁규(金爀珪) 지사의 구상이 적중한 것. 도는 98년 8월 투자유치과를 신설하고,외국어에 능통한 대기업 출신 전문가 4명을 영입했다.이듬해 1월에는 투자유치 조례를 제정,투자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을 제도화했다.행정의 ‘원스톱’(One Stop)서비스 체제도 구축했다. ‘나노’ 수준의 분체가공기술을 가진 JS테크는 사업계획서 제출 후 19일만에 행정절차를 마치고 기공식을 가진 것으로 유명하다.태양유전은 49일만에 공장신축공사를 착공했다. 한국 JS테크의 야마키 준(八卷潤) 공장장은 “규제가 복잡한 한국에서 행정절차가 1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초스피드 원스톱 서비스에 놀랐다.”며 혀를 내둘렀다. 도는 지난 3월부터 인근 2500평 부지에 외국인전용학교를 건설 중이다.사천시는 지난 봄 사업비 3000만원으로 공단 내 거리에 벚나무를 심었다.입주업체 이름을 따서 공단 내 거리명을 명명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외자유치를 위한 일종의 ‘러브 콜’이다.이런 노력이 외자유치를 성사시킨 밑거름이다. 사천 이정규 기자 jeong@
  • [오늘의 눈] ‘사스 전담병원’ 손놓은 당국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전담 병원 지정을 두고 서울시와 보건복지부가 보여준 책임 떠넘기기식의 행태는 ‘과연 당국을 믿고 있어도 되나.’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24일 서울시립 동부병원을 사스 전담병원으로 지정한 뒤 인근 지역 주민들의 밤샘 농성이 이어지자 추천기관인 서울시가 이튿날 서둘러 지정을 취소해버린 것이다. 지금 온 세계가 사스 공포에 떨고 있다.남북간에 금강산관광 중단에 합의하는가 하면 수출입이 줄어 경제에 주름살이 지는 등 여파가 확산되고 있다. 주민들의 의견을 중시하는 서울시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하지만 대안도 없는 조치에는 “이건 아닌데…”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서울시는 “전담병원 지정 절차를 밟는 과정에 보건복지부가 서둘러 발표하는 바람에 일이 틀어졌다.”면서 “‘취소’가 아니라 ‘보류’가 맞다.”며 자구 해석에 매달리고 있다.국립보건원측도 “그 정도 반발은 당연히 예상됐던 것”이란 입장이지만 탁상행정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27일에도 이같은 평행선은 이어졌다.서울시는 “국민의 인식이 부족하니 언론에서 적극 홍보해달라.”고 밝혔다.사스가 공기로 번지는 것이 아닌데도 동부병원 인근 주민들이 잘못 알고 반대한다며 언론의 역할을 강조했다. 일선행정을 책임지고 있는 서울시의 적극 협조가 없이는 정부대책도 사실상 공염불에 불과하다.서울시가 사스전담병원 지정에 적극적이었던 것은 이런 감각이 있다는 반증이다. 동부병원 인근 지역 주민들의 반발 이후 서울시와 보건복지부의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무책임한 행정’이란 느낌을 지울 수 없다.‘대안이 없다.’는 서울시의 해명은 ‘솔직함’을 넘어 ‘직무유기’란 생각마저 든다.군병원 등의 확보에 손놓고 있는 중앙정부도 마찬가지다. 만에 하나 사스 진성환자라도 밝혀지면 어떻게 할 것인지? 보건복지부와 서울시에 묻고 싶다. 조 덕 현 전국부 기자 hyoun@
  • 국정원장 인사청문회 안팎 / 高후보 이념편향성 집중공격

    22일 고영구 국정원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정보위 인사청문회 분위기는 예상보다 뜨겁지 않았다.여야 의원들이 거의 한목소리로 고 후보자의 이념적 편향성을 공격했으나,고 후보자가 ‘국가보안법 개정’ 부분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보수성향의 답변으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국정원 개혁 방안에 대해 ‘확 뜯어 고치는’ 대신 ‘골격을 유지하는’ 쪽으로 답변한 것도 논쟁의 강도를 약화시킨 요인이다.재산과 사생활 등 도덕성에 대한 질의가 거의 없었던 점도 열기를 반감시켰다는 평이다. 이날 저녁 9시쯤 비공개회의까지 모두 마친 뒤 정보위 한나라당 간사인 정형근 의원과 민주당 간사인 함승희 의원은 고 후보자보다는 국정원 기조실장 내정설이 나도는 서동만 상지대 교수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정 의원은 “비공개 회의에서 의원들은 국정원 고위직 후보자들이 대단히 편향적인 사고를 갖고 있다는 점에 우려를 표시했다.”고 전했다. ●국정원 개혁 논란 고 후보자가 밝힌 ‘국정원 개혁 방안’은 예상보다 온건했다.시민단체가 요구해온 국정원권한 축소 방안에 대해 적극 수용한 것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고 후보자가 ‘제도 개선’보다는 ‘관행 개혁’으로 방향을 잡았음이 감지되는 대목이다. 국정원의 업무 영역은 그대로 유지하면서,인권침해와 정치개입 소지를 차단하겠다는 의도가 읽혀졌다.그는 “안정을 기조로 하지 않은 개혁은 공염불이 될 것”이라고 여러차례 강조,조직의 안정성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음을 드러냈다. 그러나 시민단체 등 일각에서는 현 정부의 국정원 개혁 의지가 퇴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함승희 의원도 “과거 정권도 초기에는 이런 식으로 개혁을 약속했지만,결국 무위에 그치고 말았다.”며 제도개혁이 뒷받침되지 않은 개혁은 자칫 자의적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이념 편향성 공방 고 후보자가 간첩으로 복역했던 김낙중씨에 대한 석방대책위에서 활동했던 전력에 초점이 맞춰졌다.함 의원은 “판사였던 후보자가 사법부 판단을 부정하고 반국가 활동을 한 자를 옹호할 수 있느냐.”고 따졌다.정형근 의원도 “간첩의 석방운동을한 분으로서 간첩수사에 대해 뭐라고 부하들에게 지시할 것이냐.”고 추궁했다.고 후보자는 “국정원장을 맡으면 국가안보 차원에서 실정법 질서를 철저히 지켜나가겠다.”고 피해갔다.그는 “판사시절 긴급조치 위반자에 대해 징역형을 선고할 때 어떤 갈등을 느꼈느냐.”는 정형근 의원 질문에 “일요일 하루 종일 정릉에 올라가 눈덮인 산길을 헤매고 했던 일이 있다.”고 당시를 떠올리기도 했다. 한나라당 이윤성 의원은 고 후보자가 수배됐던 이부영 의원에게 도피처를 제공한 경위를 소개한 뒤 “악법도 법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고,고 후보자는 “악법은 법이어선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정치 행적 시비 정치인으로서 잦은 변신도 도마에 올랐다.함승희 의원은 “판사직에서 물러난 뒤 81년 관제 야당인 민한당 의원 당선,88년 한겨레당 발기인 참여 등 20여년간 5번이나 정치행보를 바꿔 정치철학이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정형근 의원도 ‘정치철새’라고 몰아세웠다. 김상연기자 carlos@ 고영구 국정원장 후보자 ●약력 ▲강원도 정선(64세)▲국립체신고,건국대법대 ▲고시 12회 ▲서울민사지법 판사·대전지법 판사 ▲11대 국회의원 ▲민변 창립회원 ▲민주당 부총재 ▲민변회장 ●병역 및 재산 ▲육군 대위 제대 ▲본인 6억 2190만 7000원,배우자 6036만 9000원,장남 4억 662만 9000원
  • [사설] 盧 대통령 국정비전 실현되려면

    노무현 대통령이 어제 국회 본회의에서 행한 첫 국정연설의 핵심과제의 하나는 정치개혁이라고 할 만하다.이라크 파병이 가장 시급한 국정현안이긴 했지만,정치의 중심 무대인 국회 연설이라는 점에서 정치개혁에도 비중을 두었다고 할 수 있다.지역구도 타파,정치자금 제도 개선,정당개혁 등 3가지 정치개혁 과제에 대해 스스로 구체적인 제안과 대안을 열거한 것에서도 이를 알 수 있다. 무엇보다 ‘특정정당이 특정지역에서 3분의2이상의 의석을 차지할 수 없도록 하는’ 국회의원 선거법 개정을 요청한 대목이 주목된다.이를 토대로 과반 이상의 의석을 차지한 정당에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내각구성권을 이양하겠다고 밝힌 것은 지역구도 타파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평가한다. 특히 정치신인들의 후원금 모금 허용 및 후원금의 생계자금 사용 등의 제안은 정치현실을 감안한 실용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노 대통령이 직접 그동안 정치인들을 옭아맸던 정치자금의 부패·비리 구조에 대한 정비 필요성을 언급한 것으로,여야는 정치자금법 개정을통해 이를 적극 반영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여야간 지지부진한 정당개혁을 지적하면서 ‘국민공천제’ 도입을 촉구한 데서도 알 수 있듯이 정치권이 대승적 차원에서 이에 호응하지 않으면 공염불에 불과하다.그동안 정치개혁이 지지부진했던 이유가 구체적인 대안이나 시도가 없어서가 아니었다.정치권이 당리당략을 버리지 못하고 국민들의 개혁 요구를 외면했기 때문이다.경제난 극복과 정부와 언론이 각기 정도를 걷는 ‘제자리 찾기’도 정치권의 호응에 성패가 달려있다.비록 방향과 내용은 달리한다 해도 이제 여야가 함께 논의하고,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때다.
  • [사설] 국정원 개혁 출발점 돼야

    노무현 대통령이 새 국가정보원장으로 고영구 변호사를 내정한 것은 국정원 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인 것으로 평가한다.고 내정자는 민변 초대 회장을 역임한 인권·노동 변호사로 늘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해왔다.그의 개혁 성향은 권위주의 색채가 짙은 국정원이 지금까지 수행해 온 기능과 역할에 비추어 상당한 거리가 있다고 본다.이는 역설적으로 고 내정자가 국정원 개혁에 적임자라는 말과 통하는 것이다. 고 내정자는 노 대통령도 강조했듯이 ‘국민 위에 군림하지 않고,정권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국정원이 되도록 체제와 기능을 혁신하기를 당부한다.국회 인사청문회 절차가 끝나는 대로 필요한 후속 인사와 함께 대대적인 국정원 개혁 작업에 착수해야 할 것이다.무엇보다 불법 사찰과 도청 등 온갖 시비에 휘말려 온 국정원의 조직과 기능을 환골탈태하여,국민으로부터 신뢰 받는 국가정보 중추기관으로 탈바꿈해야 한다.노 대통령은 이미 국정원이 정치 분야에 대한 청와대 보고는 하지 말도록 지시한 상태다.국정원은 국내 정치사찰에서손을 떼는 한편 정부 부처 및 언론사 출입 관행 폐지도 즉각 실천해야 할 것이다.그 대신 북한 및 해외분야,경제분야에 대한 정보 수집 역량을 대폭 강화하기로 한 방침을 차질없이 밀고나가야 한다. 역대 정권의 국정원 개혁 약속이 공염불에 그친 것은 국정원을 국내정치에 이용하겠다는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이런 측면에서 대통령의 의지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국정원 내부의 쇄신 의지라고 본다.국가 최고의 정보기관으로 거듭나겠다는 소속원들의 단호한 결의도 아울러 기대한다.
  • 종합무역상사 경제 ‘뇌관’

    ‘수출 첨병’이 한국경제의 ‘뇌관’으로? 종합상사가 분식회계의 ‘대명사’로 자리잡으면서 한국경제를 좀먹고 있다.1999년 옛 대우그룹의 대규모 분식회계 여파로 곤두박질쳤던 대외 신인도가 SK글로벌로 인해 또 출렁거리고 있는 것이다. SK사태로 그동안 투명경영을 외쳐왔던 기업들의 자정 다짐은 결국 ‘공염불’로 끝난 꼴이 됐다.종합상사는 오너의 비자금 조성이나 부실 처리의 창구임이 또 다시 확인됨으로써 ‘비리의 핵’으로 떠올랐다. ●왜 종합상사인가 종합상사는 업종 특성상 해외 비즈니스가 많은데다 오너일가의 지분 비중이 커 회계 조작이 쉽다.그래서 그룹 계열사 가운데 매출을 부풀리고 부채를 감출 수 있는 최적의 곳으로 꼽힌다.그룹의 모기업이 종합상사인 경우 이같은 경향이 더욱 두드러진다. 1조 5500억원대의 분식회계를 한 것으로 드러난 SK글로벌은 SK그룹의 모태인 선경직물회사에서 출발했다.몰락한 옛 대우그룹의 ㈜대우도 모기업으로 당시 23조원대의 분식회계 규모 가운데 ㈜대우가 15조원대를 차지했다. 재계 관계자는“무역업이 주력인 종합상사가 가장 투명한 경영을 할 것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면서 “한국의 그룹구조 속성상 ‘구정물’이 가장 많이 나오는 곳이 종합상사”라고 단언했다.이어 “정밀하게 회계조사를 한다면 분식회계에서 자유로운 기업은 한 곳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종합상사 ‘무용론’ 대두 수출환경 악화로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분식회계의 온상으로 지목되면서 종합상사들의 입지가 크게 움츠러들고 있다.한때는 그룹의 ‘맏형’ 노릇을 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것이다. 특히 현대종합상사는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데다 SK글로벌마저 경영정상화가 요원해 종합상사업계는 더욱 빠른 속도로 위축될 전망이다. 종합상사는 올해부터 새로운 회계기준이 적용되면서 매출도 최대 80% 가량 줄어들게 된다.또 SK글로벌 파문으로 채권단의 자금지원과 신용등급 하향 등 어느 때보다 고달픈 한해를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이에 따라 종합상사의 영업 자체를 포기하는 사례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자정 서둘러야” 경제 전문가들은 종합상사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회계조작 유혹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 모델의 취약성이 누적되면서 적자 폭이 늘어나고 이를 감추기 위해 회계조작의 악순환이 계속 될 것이란 설명이다.여기에 일부 계열사의 부실까지 떠안으면 분식회계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회계 기준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이 많다.특히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해외 지점의 부실부터 철저히 파헤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LG경제연구원 이승일 연구위원은 “종합상사는 부실덩어리를 숨길 수 있는 조건이 다른 업종보다 좋기 때문에 외부 감사가 대폭 강화되지 않을 경우 제2의 대우,제2의 SK사태는 언제든지 터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경두기자 golders@
  • 대형시설 안전점검 해보니,부식심한 교각 겉만 ‘땜질’ 복합상영관 ‘죽음의 미로’

    어설픈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으로는 대형참사를 막을 수 없다.94년 10월 성수대교 붕괴와 12월 아현동 가스폭발,95년 대구 상인동 가스폭발과 6월 삼풍백화점 붕괴,99년 화성 씨랜드와 인천 인현동 호프집 화재….기억하기조차 싫은 참변들이다.그때마다 당국의 대책이 줄줄이 나왔지만 또 대구 지하철 참사가 발생했고 안전불감증은 여전하다.지켜지지 않는 대책은 공염불일 뿐이다.안전전문가인 서울산업대 안전공학과 손기상 교수,경원대 소방안전관리과 박형주 교수와 함께 서울의 안전상황을 긴급 점검했다. ●허술한 교각 보수공사 3일 천호대교에서는 올해 말을 목표로 보수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지난 76년 건설된 천호대교는 그동안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안전성 문제를 자주 지적받아 왔다.보수 공사는 낡고 금이 간 부분에 콘크리트를 덧대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었다.하지만 전문가들은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부식이 심한 교각은 완전히 새것으로 교체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특히 지난 99년 천호대교의 안전 상황을 점검했던 손 교수는 적어도 천호대교 북단 기준으로 8번,12번,18번 교각은 새로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손 교수가 촬영한 비디오를 검토한 결과 8번 교각은 ‘우물통’(물속에 가려져 교각을 받치고 있는 부분)의 철근이 심하게 부식됐고,12번 교각은 ‘우물통’의 중간이 80㎝ 정도 파였다.18번 교각은 콘크리트를 만지면 부서져 나갈 정도로 침식됐다. 전문가들은 금이 간 곳을 땜질하고 시멘트를 덧씌우는 보수 작업에 그치고 있어 3,4년 뒤 똑같은 보수공사를 반복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바닥 암반에 새 교각을 1m 이상 깊이로 파묻는 등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손 교수는 “지난 92년 신행주대교 붕괴 당시 정부가 철저한 교량 점검 등 대책을 내놓았지만 94년 성수대교가 무너졌고,이후 시설물안전관리법 제정,부실설계자 처벌 강화 등 대책이 뒤따랐지만 8개월 뒤 삼풍백화점이 붕괴됐다.”고 상기시켰다. 이에 대해 서울시측은 “예산이 한정돼 있어 구조적으로 안전하다고 판단되는 부분은 공사에서 제외하고 있다.”면서 “문제가 되는 부분은 보수를 거쳐현재 천호대교의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화재 피해에 노출된 복합상영관 서울의 한 백화점 건물 고층에 설치된 복합상영관.전자오락실,서점,카페 등 각종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어 하루 수천명이 찾는다.당초 수영장 등 체육시설이 들어서 있던 이곳은 지난해 1월 용도변경과 증축공사를 끝냈다.그러나 층별로 4∼6개의 상영관을 오밀조밀 배치하는 바람에 통로는 비상시 어른 두세 사람이 신속하게 대피하기 힘들 정도로 좁다. 전문가들은 “아크릴 소재로 된 벽면 인테리어,발자국 소리를 줄이기 위한 바닥 카펫 등에 불이 붙으면 잘 연소될 뿐만 아니라 유독가스를 내뿜게 된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증축공사 이후 이 복합상영관은 소방 당국으로부터 정기 점검을 받지 않았다.넓이 1만㎡ 이상의 건물은 건물주가 사설소방업체를 고용,정기 점검을 할 수 있도록 법에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소방당국은 “특별점검을 나가는 것 말고는 달리 손을 쓸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다중이 이용하는 시설은 평소 사설업체의 점검만으로 화재에충분히 대비하기 어렵다.”면서 “대다수 복합상영관은 화재 대피 때 1,2곳의 계단으로 사람이 몰리도록 설계돼 있거나 방화 셔터가 대피로를 막게 돼 있어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영표 유영규기자 tomcat@
  • 지하철 안전대책 실행 1조5천억 소요,정부지원 없이는 ‘공염불’

    서울시가 대구지하철 참사를 계기로 서울지하철 1∼8호선에 대해 대대적으로 시설보완 및 교체를 하기로 했지만 이를 위해서는 모두 1조 5000억원 가량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밝혀져 중앙정부의 지원없이는 사실상 실행이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지하철 부채가 5조 7343억원이나 되는데다,매년 8000억원씩 적자를 내는 상태에서 서울시나 두 지하철공사가 시설교체와 보완에 많은 예산을 투입하기가 사실상 어려워 예산확보를 못하면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시는 대구 참사를 계기로 재난에 대비한 개선사항을 파악한 결과,1∼4호선을 운행하는 지하철공사는 32개 사업에 1조 2176억원을 투입해야 한다고 보고했다고 밝혔다.상대적으로 시설이 양호한 5∼8호선은 18개 사업에 2800원을 투입해야 한다고 보고,두 공사의 비용은 모두 1조 4976억원에 달한다. 가장 많이 투입해야 하는 분야는 역시 전동차 내부를 불연 내장재로 교체하는 사업으로 지하철공사에서 1842량에 6270억원,도시철도공사에서 1564량에 2346억원이소요된다. 지하철공사는 또 삼성·교대·사당·신도림·종로3가역 등 유동인구가 많지만 통로가 좁아 혼잡한 지하철 역사의 구조물 및 출입통로 확장에 3150억원이 필요하고,오래된 지하철 1·2호선의 환기구 개량과 설치에 각각 430억원과 975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했다. 지하철공사는 또 역사와 차내 상황을 종합사령실과 역,전동차내에서 수시로 살필 수 있도록 ‘종합화상시스템’을 구축하는데 400억원이 들며,각 역사의 기계설비 작동상태를 사령실에서 원격감시하는데 351억원이 소요된다고 보고했다.시와 두 공사는 이처럼 많은 비용이 소요됨에 따라 사업을 단기와 중장기 사업으로 구분,단기사업에 대해서는 추경예산 반영 등을 통해 빨리 개선하되 예산이 많이 소요되는 사업은 중·장기 사업으로 분류해 정부에 지원을 요청할 방침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엄청난 빚으로 경영난에 허덕이는 두 지하철공사가 자체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면서 “정부의 지원이 없으면 중장기로 분류된 많은 사업들은 사실상 실행할 수 없다.”고 밝혔다. 조덕현기자 hyoun@
  • [열린세상] 정부형태를 매년 바꾸면

    링컨이 각료회의를 소집한다.그러고는 주어진 의안에 대해 장시간의 토론 끝에 찬성하면 ‘가’,반대하면 ‘부’로 의사표시를 하라고 한다.전원이 ‘가’표를 던지고,오직 링컨 대통령 한 사람만이 ‘부’쪽에 선다.대통령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곧 이어 그 의안을 즉각 부결로 최종 정리한다. 이 유명한 일화는 케네디 대통령이 취임 2주년에 즈음한 방송인터뷰에서 이를 인용함으로써 더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심오한 이론도 풍부한 사례도 다 필요없다. 바로 이것이 대통령제의 어김없는 진면목이요,본질이기 때문이다.모든 결정의 권한 못지않게 뒤따르는 법적 정치적 책임도 오직 대통령만의 몫인 까닭에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요컨대 대통령에게는 위임할 권한은 있어도 나누어 가질 권한은 없다는 점을 대부분 사람들은 알면서도 쉽게 잊거나 아예 모르고 있음이 분명하다. 노무현 당선자는 후보시절부터 ‘책임총리제’를 내세우며 총리의 권한 강화를 주장해왔다.그리고 지난 18일 KBS TV토론회에서는 선거운동중의 후보자가 아닌 취임을 앞둔 대통령으로서 ‘프랑스식 이원정부제’를 직접 언급하며 내년 총선 후 시행해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가령 정부형태의 특정한 요소나 현상이 닮았다고 하여 거기에 붙여진 이름처럼 이 땅에서도 기능할지는 미지수라고 본다.우리와 헌법체계가 다르고 헌법관습이 같지 아니하며,더구나 그것이 딛고 있는 정치문화는 더욱 딴판이기 때문이다.바로 엊그제까지도 경선불복,지지철회,후보반대탈당·재입당 등을 보며 ‘분권형’이든 ‘동거정부형’’이든 그 경우 요청될 관용,자제,협조의 기초조건을 과연 한 해 안에 우리가 때맞추어 갖출 수 있겠는가 자문해 보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차기 대통령의 구상대로라면 내달 말부터 1년 남짓은 ‘순수 대통령제’,그리고 자신이 개헌시한으로 잡은 2006년 말까지의 2년여 기간은 이른바 ‘분권형 대통령제’,또 그 뒤 개헌 여하에 따라서는 ‘의원내각제’ 혹은 ‘대통령제’로 간다는 것이다.헌정의 틀을 바꾸어서라도 지향하는 정치개혁목표를 반드시 이루어내겠다는 의지는 박수를 받아 마땅하며,더구나 이번 선거결과에 담긴 국민적명령이 아닐 수 없다.이때 정당개혁을 정치개혁의 출발점으로 잡겠다는 구상이 공염불로 끝난 지난 10년간의 양김정부와는 달리 이번에는 기필코 이루어져야 하겠다. 문제는 대통령제를 같은 헌법아래 ‘해마다 다르게’ 운용한다는 것이 초래할 혼란과 비효율성이 아닐 수 없다.지불할 그 정치적 경제적 비용은 엄청날 것이다.그 실현성 또한 더 두고 볼 일인 까닭에 전체적인 평가를 가늠하긴 어렵다고 본다.다만 각료 몇 명에 대한 제청권 실질화를 책임총리제로 부른다면 몰라도 불과 얼마전의 이른바 ‘공동정부’총리가 어떠하였는가는 기억에도 새롭다. 더구나 외교와 국방은 누가 맡고 경제와 행정은 누가 담당한다는 식의 정부제도는 소꿉장난의 경우는 몰라도 오늘의 현실 국가체제와 국가기능에,특히 압도하는 남북관계와 거대한 우리 경제규모에 비추어 일회용 실험에 그치지 않게끔 신중한 연구검토가 요청된다. 요컨대 정부형태의 변경이 모든 문제해결의 유일한 처방이 될 수 없음을 기억해야겠다.지난 55년의 우리헌정을 지배해온 정부형태의 선택논쟁 같은 후진정치의 선정주의가 이번으로 마감되기를 기대할 뿐이다.노무현정부의 정치개혁을 약속대로 이루어내기 위해서는 정당제도와 선거제도의 대개혁이 요청되는바,그 제도적 접근으로서 중대선거구제와 비례대표제의 확대를 이미 내놓고 있다.물론 이의 법제화가 결코 쉬울 수 없으며 더구나 현재의 국회구성을 보면 더더욱 그러하다.18일 차기대통령이 여야총무와 가진 3자회담은 실로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일 만하다.이를 계기로 고질적인 여야관계의 대치구도에 변화가 있기를 기대한다. 권 영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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