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는 깨끗한 정치 시대] 지구촌 부패정치인 ‘바꿔’열풍
지구촌이 ‘정치 부패’와의 싸움으로 뜨겁다.정치 부패에 대한 척결은 새천년을 맞아 지구상의 새로운 명제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현상은 썩은 정치인들의 자기합리화를 더이상 용납하지 않고 발붙일 틈을 주지 않겠다는 국민적 자각이 지구촌 곳곳에서 커가고 있는 것과 맥을 같이한다.
각국의 유권자들은 정치인들의 잘못,특히 정치분야의 부정부패에는 눈감아줄 수 없다는 국민의식을 키우고 있다.‘피플 파워’로 정치인 교체까지 요구하고 있는 시점이다.
그 좋은 예를 독일과 이슬라엘은 말해준다.
냉전의 결과 45년이 넘게 분단됐던 독일을 다시 하나로 만들며 통독의 영웅으로 부상했던 헬무트 콜 독일 전 총리는 불법 정치자금 모집으로 부패 정치인의 상징으로 전락했다.
아랍인들과의 오랜 영토 분쟁 및 척박한 자연환경과의 힘겨운 싸움속에서 오늘날의 풍요로운 국가를 가꿔온 이스라엘의 정치지도자들도 불법자금 수수에 관련된 혐의로 법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다.
정치인은 말할 것도 없고 공직자들의 비리 개입 및 권력 남용도 국민의눈을 벗어난 ‘사각지대’가 될 수 없다.
고위 공직자들이 대거 포함된 사상 최대의 밀수사건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21세기 ‘거룡(巨龍)’ 중국이 공직자들의 직위남용을 근절하겠다고 나선것도 국민을 의식한 조치임이 틀림없다.
독일·이스라엘의 정치부패 스캔들과 중국의 대규모 밀수사건은 ‘피플 파워’가 정치 및 공직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주체임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유세진기자 yujin@ *중국 중국의 부패스캔들은 초대형 권력형 비리의 전형이다.엄청난 규모에다 권력 핵심부까지 연루됐기 때문이다.
최근 드러난 중국 건국 이래 최대규모인 푸젠(福建)성 샤먼(厦門)시 밀수사건이 대표적 사례.샤먼사건은 정치적 비리를 단속하는 중앙기율검사위가 지난해말 도산한 샤먼의 위안화(遠華)그룹이 100억달러(약 11조2,500억원)의자동차·전자제품과 총기류·석유 등을 밀수한 혐의를 잡고 수사를 시작하면서 비롯됐다.대상자만도 장쭝쉬(張宗緖)부시장,양첸셴(楊前線)세관장 등 무려 200여명에 이르렀다.
당초 초대형 밀수·독직사건으로 치부돼오던 이 사건은 기율위 관리들이 자신들의 전화를 샤먼 국가안정국이 도청했다는 사실을 밝혀내 권력층이 개입한 부패스캔들로 비화됐다.조사결과 사건의 배후에 권력핵심인 정치국위원의 부인과 전(前) 군 지도부 아들이 관련됐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권력형 비리로 바뀌었다.
현재 베이징시 당서기이며 정치국 위원인 자칭린(賈慶林)의 부인 린요우팡(林幼芳)과 류화칭(劉華淸) 전 군사위 부주석의 아들중 1명이 조사를 받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지난 60년대 제1기계공업부 근무중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과 친분을 쌓아 베이징으로 발탁돼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는 자 베이징시 당서기가 사건에 연루됐음이 드러나면 장 주석으로서는 큰 정치적 타격을 입게 된다.
이에 앞서 류 전 군사위 부주석의 며느리와 사돈 등이 부패스캔들에 연루돼 피소됐다.류 전 부주석의 둘째 며느리 정샤오리(鄭曉麗)가 여동생 샤오옌(曉燕) 부부와 함께 투자사로부터 약 1,500만홍콩달러(약 22억5,000만원)를빌려 홍콩 증시에 투자했다가 날리는 바람에 피소됐다고 홍콩의 명보(明報)가 보도했다.
중국이 부패근절에 나서는 이유는 만연해 있는 국가 부패구조를 타파하지않고서는 21세기 강대국 도약을 보장할 수 없다는 우려감 때문.지난해 공안부 산하 밀수범죄 조사국을 신설,주룽지(朱鎔基) 총리의 지휘로 총력전을 벌여 이번 사건의 꼬리가 잡혔다.
김규환기자 khkim@ *독일 독일 정가를 쑥대밭으로 만든 헬무트 콜 전총리의 비자금스캔들은 한 정당의 문제를 넘어 정경유착과 불법자금이 유럽정치의 관행이었음을 폭로한 셈이어서 충격을 주고 있다.사건은 통독영웅 콜 전총리에 정치적 사망선고를안겼고,윤리주의 이념을 표방해온 기민당측에 재기 불능의 치명상을 입혔다.
사건은 지난해 11월30일 당시 콜 기민당 명예총리가 티센 군수업자로부터정치자금을 수수했음을 인정,소문으로만 떠돌던 비자금의 실체를 확인하며비롯됐다.당시 콜총리가 200만 마르크라고 밝힌 비자금 규모는 이후 당내부의 고발,양심선언 등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나 2,000만마르크에 이른다는 기민당 관계자 주장까지 나왔다.
파문이 일파만파 확산되는데도 콜 전총리가 비자금 출처에 대해 굳게 입을다물자 지난 18일 기민당은 긴급 지도부 회의에서 콜에게 탈당을 권유했고결국 콜은 명예총재직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정도로는 어림도 없었다.19일 92년 동독 로이나 정유회사가 프랑스 엘프아키텐사에 매각되면서 8,500만 마르크에 달하는 리베이트가 사실상콜 전 총리와 미테랑 전 프랑스대통령 사이에서 오갔다는 충격적 보도가 나오자 전 유럽이 발칵 뒤집혔다.
국제커넥션 의혹은 독일 검찰이 공소시효 만료를 선언해 덮어지게 됐지만 정치적 이해에 따라 유럽 정권간 음성적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는 의혹을 남겼다.
비자금 스캔들의 파급력은 지난 두달간 독일 의사당을 정정(政情) 중단의위기로 몰아넣었다.의회,언론을 불문한 폭로전의 와중에 집권 사민-녹색당연합의 비리를 까발리는 기민당 반격도 잇달았다.한 은행으로부터 상습 비행기 이용의 편의를 불법 제공받은 혐의로 집권 사민당측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재무장관이 사임하기도 했다.
이처럼 독일 정치권 전체가 부패로부터 자유롭지 못했음이 확인되면서 후유증이 어마어마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정가 일각에서는 구정치인에 대한 국민들의 환멸로 여야를 막론,엄청난 물갈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하지만 이번 스캔들의 가장 큰 피해자는 두말할 것도 없이 독일 국민들이다.
손정숙기자 jssohn@ *이스라엘 에제르 바이츠만 대통령은 수뢰,에후드 바라크 총리는 선거법 위반,베냐민네타냐후 전 총리는 공금 유용….속속 드러나는 이스라엘의 거물급 정치인들의 부정부패 혐의에 이스라엘 국민들이 분노가 폭발 일보 직전이다.끝없는부패 스캔들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는 이미 바이츠만 대통령에게 강력한 퇴진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바라크 총리도 안심할 수 없는 형편이다.
이스라엘 감사원은 27일 지난해 5월 총선에서 바라크를 후보로 내세운 ‘하나의 이스라엘 동맹’이 선거자금법을 위반해 1,300만 세켈(330만달러)의 벌금을 부과한다고 밝혔다.당연히 바라크 총리에게도 혐의가 쏠리고 있다.
바라크 총리는 혐의를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그는 “비영리기관도 모르며 당의 모금운동에 대해 아는 바 없다”면서 “며칠내로 대법원에 항소하는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엘리야킴 루빈스타인 검찰총장은 감사원의 이같은 수사 내용을 넘겨받고 경찰에 ‘하나의 이스라엘 동맹’에 대한 수사를 지시했다.
경찰 수사에서 감사원의 조사 내용이 사실로 드러나면 바라크 총리의 정치적 입지는 큰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총리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면 국민들의 신뢰 없인 불가능한 골란고원 반환 등 중동평화협상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의원 및 장관 재직시절이던 88∼93년 사이 프랑스 사업가로부터 45만달러를 받은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바이츠만 대통령은 돈을 받은 사실은인정하면서도 개인적 친구의 사적인 ‘선물’로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주장,국민들의 격분을 불렀다.이같은 주장에 여론은 그에게 등을 돌려 국민의절반 이상이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총선 패배 책임을 지고 총리직에서 물러난 베냐민 네타냐후도공금유용 등의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이밖에 아리예 데리전 내무장관,타치한네그비 전 법무장관도 수뢰 혐의로 기소되는 등 이스라엘 정가의 부패 스캔들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이와 함께 부패 정치인들을 심판해야 한다는 국민들의 분노의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박희준기자 pn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