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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성해방 진두지휘, 6·10만세운동 주도…파란만장했던 ‘최고 미인’

    여성해방 진두지휘, 6·10만세운동 주도…파란만장했던 ‘최고 미인’

    사회주의 계열 독립운동가로 대표적인 인물은 이동휘(대통령장,1995년) 선생이다. 2005년 3·1절에 몽양 여운형(대한민국장) 등 사회주의 계열 54명에게 건국훈장이 추서되는 등 2007년까지 다수의 사회주의 계열 독립운동가들이 훈장을 받았다. 그중에 주세죽이 있다. “남로당 총책 박헌영의 부인. 코뮤니스트. 당대의 ‘얼짱’. 3·1만세운동과 6·10만세운동에 참여한 항일투사. 여성해방운동가.” 주세죽의 일생은 파란만장하고 비극적이다. 주세죽에 대한 언급은 금기시돼 왔다. 수년 전 손석춘 작가의 ‘코레예바의 눈물’과 조선희 작가의 ‘세 여자 이야기’를 통해 생애가 알려졌다. ‘코레예바의 눈물’은 손 작가가 카자흐스탄 크질오르다로 여행을 갔다가 발견한 주세죽의 자필 기록을 토대로 쓴 소설이다.주세죽은 함남 함흥에서 태어났다. 호적상으로는 1901년생이다. 중농 집안에서 태어난 주세죽은 영생여학교 고등과에 다녔고 피아노 실력이 출중했다고 한다. 1919년 3월 3일 함흥 장날, 만세시위운동이 일어났다. 주세죽도 참가했다가 붙잡혔다. 한 달 동안 입에 담기 어려운 모멸적인 성고문을 받고 출소했다. 풀려난 주세죽은 함흥 시내 병원에서 간호 보조원으로 일했다. 일본인 의사의 성추행에 또다시 진저리를 친 주세죽은 중국 상하이 유학을 결심했다. 그곳에는 한 살 아래 친구 허정숙이 먼저 가서 자리를 잡고 있었다.피아노를 공부하러 간 상하이에서 주세죽의 운명은 바뀌게 된다. 허정숙의 소개로 박헌영을 만났다. 박헌영, 김단야 등은 주세죽이 오기 한 달 전인 1921년 3월 고려공산청년회를 결성했다. 박헌영은 책임비서였고 주세죽도 고려공청에 가입해 기관지 ‘올타’를 편집하는 등 사회주의 활동을 벌였다.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은 동지들이 참석한 가운데 조촐한 결혼식을 올렸다. 박헌영을 뒤따라 주세죽은 1922년 3월 조국으로 돌아왔다. 조국에서 독립운동과 사회주의 운동을 벌이겠다는 의지에 불타 있었다. 먼저 갔던 박헌영과 허정숙의 남편 임원근, 김단야는 귀국 정보를 알아낸 일경에 체포되고 말았다. 세 사람은 각각 징역 1년 6개월 형을 받고 평양형무소에 수감됐다. 주세죽은 여성해방운동에 뛰어들었다. 그는 당대 조선 최고의 미인으로 통했다. 박헌영의 친구인 소설가 심훈은 대리석으로 깎은 얼굴이라고 했다. 주세죽을 모델로 ‘동방의 애인’이라는 소설도 썼다. 주세죽, 허정숙, 김단야의 동거녀 고명자를 당시 언론은 여성 트로이카라고 불렀다. 박헌영, 김단야, 임원근은 남자 삼총사였다. 주세죽과 허정숙은 반봉건, 여성해방의 뜻으로 단발머리를 했다. 주세죽은 허정숙, 정종명 등과 함께 1924년 5월 서울 천도교회관에서 조선여성동우회 창립총회를 열었다. 여성 노동자들의 인권 향상을 위한 조직이었다. 고무공장, 비단공장, 정미소를 찾아다니며 강연회와 토론회를 열었다. 여성 항일운동단체 근우회에도 동참했다. 1925년 5월 조선공산당이 출범했다. 조선공산당을 추동할 조직인 고려공산청년회도 창립했다. 박헌영이 고려공청 책임비서를 맡았고 주세죽은 후보위원이 되었다. 그러나 그해 11월 우발적인 술자리 사고로 조직이 탄로 났다. 김단야만 피신했고 주세죽, 박헌영, 임원근, 허정숙이 검거됐다. 주세죽은 증거 부족으로 한 달 만에 풀려났다. 순종의 국장일인 1926년 6월 10일, 주세죽은 만세운동을 주도했다. 또 보름 만에 풀려났다. 주세죽은 만세운동을 기획한 공청 중앙위원이었지만, 박헌영이 아니라고 보호했기 때문이다. 박헌영은 심한 고문을 받았고 정신이상자가 됐다. 그러나 이는 위장이었다. 박헌영은 병보석으로 석방됐다. 주세죽과 박헌영은 요양을 이유로 함흥으로 간 뒤 소련 블라디보스토크로 배를 타고 탈출했다. 임신한 주세죽은 도착하자마자 딸 영(影)을 낳았다. 1928년이었다. 그해 11월 두 사람은 시베리아 횡단 철도로 모스크바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김단야가 먼저 가 있었다. 김단야는 코민테른(공산주의 인터내셔널) 조선담당관이었다. 주세죽은 모스크바 동방노력자공산대학에, 박헌영은 국제레닌학교에 입학했다. 박헌영은 주세죽에게 ‘코레예바’라는 러시아식 이름을 지어줬다. 고려의 여성이라는 뜻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두 사람은 1932년 초 딸을 국제유아원에 맡겨놓고 상하이로 갔다. 영에게 ‘비비안나’라는 다른 이름을 지었다. 상하이에서 주세죽은 박헌영과 조선공산당 활동을 지원하고 기관지를 국내로 들여보냈다. 이듬해 7월 박헌영은 체포됐다. 그 사이 주세죽과 김단야는 도망쳤다. 김단야는 박헌영이 고문으로 죽었다고 말했다. 주세죽을 연모한 김단야의 거짓말이었다. 그러고는 사랑을 고백했다. 둘은 1934년 1월 모스크바로 돌아갔다. 박헌영이 죽었다고 믿은 주세죽은 김단야와 결혼했다. 1937년 소련은 일제의 스파이라는 혐의를 씌워 김단야를 체포했다. 이성태란 사람의 모함이었다. 이듬해 2월 13일 석 달 만에 사형이 집행됐다. 주세죽도 5년 유배형을 받았다. ‘제1급 범죄자의 아내로서 사회적 위험분자’라는 죄목이었다. 1938년 5월 주세죽은 유배지 카자흐스탄으로 떠났다. 김단야와의 사이에서 얻은 아들은 유배지에 도착하자마자 병에 걸려 죽었다. 유배지 크질오르다는 사할린에서 활동하던 홍범도 장군이 강제이주를 당한 곳이기도 하다. 광복 후 지하에서 활동하던 박헌영은 월북한 뒤 1946년 모스크바를 방문했다. 주세죽은 프라우다지에 난 기사를 보고 박헌영이 살아 있음을 확인하고 당시 18세이던 비비안나에게 아버지임을 알렸다. 박헌영은 주세죽이 유배된 사실을 알고 최대한의 배려를 요청했다. 주세죽은 그다음 날 거주 제한이 풀렸다. 박헌영은 비비안나를 만났다. 그러나 주세죽을 만날 의사는 없었다. 주세죽은 스탈린에게 조선으로 보내달라는 청원서를 보냈다. 스탈린은 거부했다. 주세죽은 딸에게로 가다 병에 걸려 숨을 거두었다. 휴전 회담이 한창이던 1953년 나이 52세 때였다. 두 남자를 똑같이 사랑한다는 말을 남겼다. 박헌영은 김일성에게 미제의 간첩으로 몰려 3년 후 죽임을 당했다. 주세죽의 첫 남편은 미제 스파이, 두 번째 남편은 일제 스파이로 몰려 죽은 것이다. 허정숙은 북한 문화선전상, 최고인민회의 부의장, 남북적십자회담 대표 등을 지내고 1991년 89세로 사망했다. 고명자는 일제의 고문으로 원치 않는 전향을 했다가 친일적인 글을 쓰기도 했고 6·25 전쟁 중에 사망했다.1989년 소련 당국은 주세죽과 김단야를 사면했다. 1991년 박비비안나는 한국을 방문했다. 박헌영의 고향 충남 예산에서 가져간 흙을 주세죽의 묘비에 뿌려줬다. 비비안나는 이렇게 말했다. “그래도 무덤이라도 있는 어머니는 아버지보다 행복한 편입니다.” 비비안나는 무용수와 대학교수로 활동하다 2013년 사망했다.우리 정부는 2007년 주세죽에게 건국훈장 애족장을, 김단야에게는 독립장을 추서했다. 임원근은 앞서 1993년 애국장을 받았다. 중국 태행산에서 일본군과 싸우다 사망한 윤세주(독립장)와 진광화(애국장)도 건국훈장을 받았다. 님 웨일스 ‘아리랑’의 실제 주인공 김산(장지락)에게도 2005년 애국장이 추서됐다. 그러나 아직도 복권되지 못한 사회주의 계열 독립운동가들이 많다. “‘빨갱이’에게 무슨 훈장이냐”는 우파의 공격을 받고 있다. 전쟁과 분단을 겪은 현실에서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이념의 무덤에서 독립유공자를 파내는 일을 멈춰선 안 된다. 글 사진 논설고문 sonsj@seoul.co.kr
  • 中 샤먼시 대표단, 웅진코웨이 방문

    웅진코웨이는 중국 푸젠성 샤먼시 공산당 서기 및 샤먼시에서 활동하는 기업가 등 15명으로 구성된 경제협력시찰단이 지난 23일 이 회사 환경기술연구소를 방문했다고 26일 밝혔다. 후창셩 샤먼시 공산당 서기, 리후이예 샤먼시 부시장 등 정부 요인 12명과 샤먼시에 본사를 둔 중국의 주방욕실 전문기업 조무(JOMOO) 린샤오파 회장 등 기업 관계자 3명이 시찰단으로 방한했다. 시찰단은 환경기술연구소 내 첨단 연구 시설 및 제품, 기술력을 시찰하고 웅진코웨이의 중국 사업에 대한 시정부 차원의 협력·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웅진코웨이와 조무가 지난해 12월 파트너십을 맺은 뒤 가시적인 협력·지원 활동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해선 웅진코웨이 대표는 “조무와의 전략적 협력관계를 계기로 중국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中 고위급 ‘연쇄 방한’…무역전쟁 우군 만들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오는 6월 말 일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기점으로 한 방한은 무산됐지만 대신 공산당 고위급 인사들이 무더기로 한국을 찾는다. 미국과의 무역전쟁 국면에서 우군을 확보하려는 중국 측의 노력으로 분석된다. ●장쑤성 서기, 삼성 등 4대그룹과 만나 앞서 시 주석은 6월 28~29일 오사카에서 개최되는 G20 정상회의를 전후로 한국에 들르는 것을 긴밀하게 논의했지만,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심각해지면서 주한 중국대사관은 서울의 신라호텔 예약도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측은 최고 지도자의 한국과 북한 동시 방문을 고심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G20 전에 방한을 확정하면서 더더욱 한국 방문이 어려워졌다. 26일부터 한국을 찾는 중국 공산당의 고위 인사들은 러우친젠(婁勤儉) 장쑤성 당서기, 왕샤오훙(王小洪) 공안부 상무부부장(차관), 탕량즈(唐良智) 충칭시장 등이다. 러우 당서기는 26~29일 방한해 삼성·현대차·SK·LG 그룹 등 한국 4대 그룹 경영진과 만나고, 27일에는 신라호텔에서 대규모 투자 설명회를 연다. ●공안부 부부장·충칭시장도 한국 찾아 왕 상무부부장은 27일 1박 2일 일정으로 방한해 경찰과 검찰 총수를 만나 사법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29~31일 한국을 찾는 탕 충칭시장은 현대차 본사를 찾는다. 충칭에는 현대차 공장이 있지만,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이후 현대차의 판매 부진으로 낮은 가동률을 보이고 있다. 민족주의 성향의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지난 24일 “미국의 화웨이 제재로 한국과 일본이 미국 경제정책의 불확실성에 따른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베이징 소식통은 “장쑤성과 충칭시는 한국 기업들이 많이 진출한 곳으로 한중교류가 활발한 지역”이라며 “한국 정부는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을 초청했고 고위급 교류는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중국의 대미 ‘희토류 카드’ 藥일까, 毒일까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중국의 대미 ‘희토류 카드’ 藥일까, 毒일까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0일 미중 무역협상 중국측 수석대표인 류허(劉鶴) 부총리를 대동하고 장시(江西)성 간저우시에 있는 장시진리융츠커지(江西金力永磁科技·JLMAG)공사를 전격 방문했다. 시진핑 주석이 찾은 JLMAG는 레이더 등에 사용되는 영구자석용 희토류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업체이다. 시 주석은 “희토류는 중요한 국가 전략적 자원이자 재생 불가능한 자원”이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이 류 부총리와 함께 이곳을 시찰해 희토류가 중요한 전략적 자원이라고 직접 밝힌 것은 희토류를 무역전쟁에서 보복카드로 쓸수 있음을 강력히 시사하는 대목이다.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하면서 중국의 대미 보복수단으로 희토류 수출 중단 카드가 급부상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해외판 소속 매체 샤커다오(俠客島)는 시 주석이 JLMAG을 시찰한 다음 날인 21일 그의 전날 행보에 담긴 의미를 이렇게 해석했다. “중동에 석유가 있다면 중국엔 희토류가 있다(中東有石油 中國有稀土).” 덩샤오핑(鄧小平)이 1992년 남순(南巡)하며 장시성을 방문했을 때 했던 이 말은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80% 안팎을 유지하는 중국이 ‘언제든지 희토류를 보복수단으로 삼을 수도 있다’는 대외시위용 메시지인 셈이다. 희귀한 흙’이라는 뜻의 희토류(稀土類·Rare-earth element)는 화학원소 번호 57~71번에 속하는 란타넘(La)부터 루테튬(Lu)까지의 란타넘족 15개 원소에다 스칸듐(Sc)·이트륨(Y)을 더한 17개 원소를 총칭한다. 이들 원소는 화학적으로 매우 안정적이고 건조한 공기에서도 잘 견디며, 열을 잘 전달하는 것이 특징이다. 특이하게도 화학적·전기적·자성적·발광적 성질을 모두 가지고 있다. 소량으로도 기기의 성능을 극대화할 수 있는 덕분에 액정표시장치(LCD)와 발광다이오드(LED), 스마트폰과 디지털 카메라 렌즈, 태양전지와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산업 전자제품 등 제조업 핵심 분야에서 안 쓰이는 곳이 없을 정도로 현대 산업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필수 원자재다. 실생활에서 쓰이는 페인트, 배터리부터 형광체와 광섬유의 필수 요소고 방사선을 막는 효과도 뛰어나 원자로 제어제로도 사용된다. ‘첨단산업의 비타민’, ‘녹색산업의 필수품’이라 불리는 이유다. 희토류는 이름과는 달리 매장량이 상대적으로 풍부하다. 다만 희토류가 매장돼 있는 곳이 한정적이고 분리와 정제, 합금화 과정 등이 어렵기 때문에 생산량은 그리 많지 않다. 중국과 호주, 말레이시아 등 소수 국가에만 생산이 편중돼 있으며 중국이 사실상 희토류 생산량을 독점하고 있다. 미국의 희토류 수입은 산업계 수요에 따라 증가하는 추세다. 미국은 중국의 희토류 수출 가운데 30%를 차지할 정도로 ‘큰 손’ 고객이다. 미국의 희토류 대중 의존도는 2014년부터 2017년까지 5분의 4에 이르렀을 정도라고 블룸버그가 전했다. 미중 상호 의존도가 높은 까닭에 희토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폭탄을 비껴간 품목이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자국 필요에 따라 희토류에는 25% 관세를 부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목할 점은 미국도 세계 3위의 희토류 생산국이라는 사실이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별 희토류 생산량은 중국이 12만t(세계 72%)으로 압도적으로 많다. 그 다음은 호주(2만t·12%), 미국(1만 5000t·9%), 미얀마(5000t·3%), 인도(1800t·1.1%) 등의 순이다. 국가별 매장량도 중국은 4400만t(세계 37.9%)으로 가장 많다. 그 뒤를 브라질·베트남(이상 2200만t·18.9%), 러시아(1200만t·10.3%), 인도(690만t·5.9%), 호주(340만t·2.9%), 미국(140만t·1.2%) 등이 따른다. 중국이 매장·생산량 모두 압도적인 만큼 중국산 대체 수입국을 찾기도 쉽지 않다. 블룸버그는 “중국산 희토류 수입이 줄어든다면 미국이 부족분을 채울 수는 있겠지만 생산량을 늘리는 데 시간이 걸리고 비용도 많이 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군다나 선진국들은 희토류가 있어도 채굴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 다른 광물과 뒤섞여 채굴 비용이 많이 들고 환경규제도 엄격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2015년 희토류 정련업체 몰리코가 파산보호신청을 한 뒤 현재 희토류 정련공장이 한 곳도 없는 탓에 희토류가 미중 무역 전쟁 판도를 뒤흔들 또 하나의 변수로 떠오른 것이다. 미국은 희토류 방어전에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화학기업 블루라인은 호주 라이너스와 손잡고 미 텍사스주에 미국 내 최초의 희토류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라이너스는 중국을 빼면 세계 최대 규모의 희토류 생산 업체다. 호주 서부지역에서 채굴한 광물을 말레이시아 등으로 보내 추출작업 등을 하고 있다. 블루라인은 라이너스로부터 추출작업이 끝난 희토류를 구매해 추가 가공한 다음 자동차 회사와 전자제품 제조회사에 공급해 왔다. 중국에서 희토류를 수입하지 못하게 되더라도 최소한 자국에서 이를 가공할 수 있는 환경만이라도 미리 조성해두면 다른 국가에서 공급받은 희토류를 활용해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것이 미국의 판단이다. 존 블루멘털 블루라인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유일의 희토류 공장이 될 새 공장이) 미국과 전 세계에 희토류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을 정면 겨냥한 것이다. . 중국의 희토류 수출중단 카드가 미국에 얼마나 먹힐지에 대해서는 미지수다. 실제로 이 카드를 사용해 성공한 선례가 있다. 2010년 센카쿠(尖閣·중국명 釣魚島)열도에 접근한 중국 어선과 일본 경비선이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해 중국인 선장이 일본에 억류되자 중국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일본에 희토류 수출 중단으로 맞섰다. 큰 타격을 받은 일본은 백기를 들며 중국인 선장을 즉각 석방했다. 당시 이 사건으로 중국의 희토류 생산 독점에 대해 국제사회에 경종이 울렸다. 미국에서는 ‘중국의 희토류 독점: 미국 외교 및 안보 정책에 대한 영향’이라는 주제로 청문회가 열기도 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중국의 희토류 위협은 그만큼 강력한 위력이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정부에 희토류에 대해 자문을 하는 유진 골츠 텍사스대 경제학 교수는 “중국의 희토류 지렛대가 2010년보다 더 위협적이라고 볼 근거가 없다”며 “정책 입안자들은 중국의 이러한 위협에 성급하게 대응해서는 안 된다. 1973년 석유파동과 같은 일은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희토류는 추출과 정제 과정의 비용이 비싸고 이 과정에서 환경 파괴 역시 심각하지만, 일부 종류는 중국 외의 지역에서도 매장량이 풍부하다. 일본과 동남아시아, 호주, 아프리카 등지에서도 발견돼 미 기업들은 여러 방법으로 중국산 희토류 의존도를 줄여가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석유 등 다른 원자재와 달리 희토류는 지속적으로 공급할 필요성이 적고 제품 원자재로서 소량만 필요하며, 미국은 이미 희토류를 상당량 비축해두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이 그동안 희토류 생산을 독점할 수 있었던 것은 느슨한 환경 규제 덕분에 추출과 정제 과정이 비교적 손쉬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환경 규제가 크게 강화되면서 희토류 생산에 우호적인 환경도 그만큼 감소하고 있다. 여기에다 중국은 희토류 생산량이 세계 1위지만 중국 역시 첨단산업에 막대한 희토류가 필요한 만큼 2025년이 되면 희토류 순수입국이 될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도 있다.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성급히 희토류를 정치 무기화할 수 없는 대목이다. CNN은 “중국이 미국과 무역전쟁에서 꺼내 든 (희토류) 카드는 생각보다 강력하지 않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데스크 시각] 원조 한류, 아직 여지가 많다/이지운 체육부장

    [데스크 시각] 원조 한류, 아직 여지가 많다/이지운 체육부장

    지금 해외에 나가 길을 걷다 마주치게 되는 여성에게 ‘당신 아미(ARMY)냐?’고 물으면 최소 절반은 그렇다는 대답이 나올 것이라는 주장을 들었다. 과연 그럴까 싶다가도 ‘업계 전문가’가 경험을 토대로 워낙 강하게 주장을 펴니,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방탄소년단(BTS)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는데, 뉴스로 접할 뿐이다. 그 실질은 체감하기 쉽지 않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히트치기 시작할 때도 그랬다. 외교관이나 해외교포들의 경험담을 통해서나 가늠할 수 있었다. 술집에 갔더니 한국인임을 알아보고 다른 테이블에서 공짜 맥주를 보내더라는 얘기부터 현지에서 태어난 이민자 2세 자녀가 덩달아 인기가 올라가더라는 스토리까지 다양했다. 이야기를 들려주며 ‘이런 일도 있더라’며 흥분하던 그들의 표정이 더 기억에 남는다. 전해들은 일들은 2000년대 중반 중국에서 겪었던 개인적인 경험과 치환해서 느낄 수밖에 없었다. ‘돈 자랑 하는’ 한국인과 한국을 혐오하던 중국인들도 한국 드라마는 즐기고 있음을 종종 확인할 수 있었는데, 개중에는 법조인이나 공산당 간부도 있었다. 한류(韓流)가 곧 시들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막 대두될 무렵이었지만, 그렇게 되지는 않겠다 싶었다. 한류의 원조는 태권도다. 6ㆍ25 때부터 전파되기 시작했으니 시기적으로 가장 이르고, ‘206개국 1억 5000만명 태권도인’이라 하니 가장 광범위하다고 할 수 있겠다. 미국의 상원·하원 의원들 중에도 허다했거니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태권도 수련생이었으니, 가장 먼저 ‘주류’(主流)에 근접한 모습을 보여 줬다. ‘중국은 화교(華僑), 일본은 상사(商社), 한국은 태권도’라는 표현에 수긍한다. 태권도에서 여전한 확장성을 느낀다. 유튜브에 가면 해외 수련생들이 무릎을 꿇은 채 사범님으로부터 승급의 상징인 띠를 받는 모습들을 볼 수 있다. 엄숙, 존경은 어느 세상에서든 찾아보기 어려운 덕목들이다. ‘가치 상승’의 여지가 많다는 얘기다. 쿵후의 나라 중국에서 태권도가 버티고 있는 것은 단지 올림픽 종목이어서만은 아니다. 중국인들은 태권도 안에서 ‘예’(禮)를 느끼고 있다. 미국인은 ‘자기 수양’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다. 같은 한류라도 김치, 불고기나 화장품, 케이팝보다 더 많은 가중치를 두고 대해야 하는 이유다. 그런 점에서 ‘국기원 파동’은 훨씬 부끄럽고 안타까워해야 할 일이다. 태권도인 스스로가 존립의 가치들을 훼손한 일이어서 더욱 그렇다. 지난달 국기원 새 정관안이 마침내 문화체육관광부의 인가를 받았다. 신임 이사 선임과 원장 선출을 위한 세부 규정 마련이 한창이라고 한다. 정관에 따라 60일 이내에 새로운 임원의 선임이 완료될 예정이다. 지금까지 어떠했던 간에 연임하지 않겠다는 홍성천 이사장의 ‘결단’에는 박수를 보낸다. 김영태 국기원장 직무대행과 지도부에도 격려를 보낸다. 물론 남은 길도 험난하다. 예컨대 국기원장 후보 자격이 ‘고단자’로만 돼 있는 것을 6단 이상인지, 8단 이상인지 명문화해야 하는 일도 녹록지 않아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오직 9단’을 강력 지지한다. 이사장과는 달리 국기원장직은 그야말로 ‘수련’의 최정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누구라도 조금씩은 양보할 때다. 조속한 정상화가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접점 모색이 어렵다면 ‘한시 규정’으로 돌파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이번 기회는 파선 직전에서 얻은 것임을 모두들 깨닫기 바란다. 그런 만큼 정치인들도 일정한 테두리 밖으로 물러나야 할 일이다. 거듭 피력하자면 태권도는 더 세계적인 것이 될 수 있다. jj@seoul.co.kr
  • [데스크 시각] 원조 한류, 아직 여지가 많다/이지운 체육부장

    [데스크 시각] 원조 한류, 아직 여지가 많다/이지운 체육부장

    지금 해외에 나가 길을 걷다 마주치게 되는 여성에게 ‘당신 아미(ARMY)냐?’고 물으면 최소 절반은 그렇다는 대답이 나올 것이라는 주장을 들었다. 과연 그럴까 싶다가도 ‘업계 전문가’가 경험을 토대로 워낙 강하게 주장을 펴니,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방탄소년단(BTS)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는데, 뉴스로 접할 뿐이다. 그 실질은 체감하기 쉽지 않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히트치기 시작할 때도 그랬다. 외교관이나 해외교포들의 경험담을 통해서나 가늠할 수 있었다. 술집에 갔더니 한국인임을 알아보고 다른 테이블에서 공짜 맥주를 보내더라는 얘기부터 현지에서 태어난 이민자 2세 자녀가 덩달아 인기가 올라가더라는 스토리까지 다양했다. 이야기를 들려주며 ‘이런 일도 있더라’며 흥분하던 그들의 표정이 더 기억에 남는다. 전해들은 일들은 2000년대 중반 중국에서 겪었던 개인적인 경험과 치환해서 느낄 수밖에 없었다. ‘돈 자랑 하는’ 한국인과 한국을 혐오하던 싫어하던 중국인들도 한국 드라마는 즐기고 있음을 종종 확인할 수 있었는데, 개중에는 법조인이나 공산당 간부도 있었다. 한류(韓流)가 곧 시들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막 대두될 무렵이었지만, 그렇게 되지는 않겠다 싶었다. 한류의 원조는 태권도다. 6ㆍ25 때부터 전파되기 시작했으니 시기적으로 가장 이르고, ‘206개국 1억 5000만명 태권도인’이라 하니 가장 광범위하다고 할 수 있겠다. 미국의 상원·하원 의원들 중에도 허다했거니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태권도 수련생이었으니, 가장 먼저 ‘주류’(主流)에 근접한 모습을 보여 줬다. ‘중국은 화교(華僑), 일본은 상사(商社), 한국은 태권도’라는 표현에 수긍한다. 태권도에서 여전한 확장성을 느낀다. 유튜브에 가면 해외 수련생들이 무릎을 꿇은 채 사범님으로부터 승급의 상징인 띠를 받는 모습들을 볼 수 있다. 엄숙, 존경은 어느 세상에서든 찾아보기 어려운 덕목들이다. ‘가치 상승’의 여지가 많다는 얘기다. 쿵후의 나라 중국에서 태권도가 버티고 있는 것은 단지 올림픽 종목이어서만은 아니다. 중국인들은 태권도 안에서 ‘예’(禮)를 느끼고 있다. 미국인은 ‘자기 수양’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다. 같은 한류라도 김치, 불고기나 화장품, 케이팝보다 더 많은 가중치를 두고 대해야 하는 이유다. 그런 점에서 ‘국기원 파동’은 훨씬 부끄럽고 안타까워해야 할 일이다. 태권도인 스스로가 존립의 가치들을 훼손한 일이어서 더욱 그렇다. 지난달 국기원 새 정관안이 마침내 문화체육관광부의 인가를 받았다. 신임 이사 선임과 원장 선출을 위한 세부 규정 마련이 한창이라고 한다. 정관에 따라 60일 이내에 새로운 임원의 선임이 완료될 예정이다. 지금까지 어떠했던 간에 연임하지 않겠다는 홍성천 이사장의 ‘결단’에는 박수를 보낸다. 김영태 국기원장 직무대행과 지도부에도 격려를 보낸다. 물론 남은 길도 험난하다. 예컨대 국기원장 후보 자격이 ‘고단자’로만 돼 있는 것을 6단 이상인지, 8단 이상인지 명문화해야 하는 일도 녹록지 않아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오직 9단’을 강력 지지한다. 이사장과는 달리 국기원장직은 그야말로 ‘수련’의 최정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누구라도 조금씩은 양보할 때다. 조속한 정상화가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접점 모색이 어렵다면 ‘한시 규정’으로 돌파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이번 기회는 파선 직전에서 얻은 것임을 모두들 깨닫기 바란다. 그런 만큼 정치인들도 일정한 테두리 밖으로 물러나야 할 일이다. 거듭 피력하자면 태권도는 더 세계적인 것이 될 수 있다. jj@seoul.co.kr
  • [열린세상] 중국 시각에서 본 미중 관계의 미래/박두복 국립외교원 명예교수

    [열린세상] 중국 시각에서 본 미중 관계의 미래/박두복 국립외교원 명예교수

    미중 무역전쟁의 수위가 높아지면서 양국 간의 전략적 세력 경쟁도 본격화돼 가는 추세다. 미중 양국 사이 서로의 미래 의도에 대해 심각한 불신이 형성되는 가운데 트럼프 미 행정부는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하고 유리한 세력 균형 유지를 위해 전력을 경주하고 있다. 중국의 시진핑 정부도 적극적인 외교 전략을 추진하면서 주변국에 대한 영향력 강화와 군사 현대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금 미중 간에 전개되고 있는 세력 경쟁은 기본적으로 중국의 부상과 세력 균형의 변화에 기인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세력 전이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미중 관계는 대단히 비관적일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의 시각과 조건, 문화적 특질 속에서 미중 관계의 미래를 조망하는 경우 그렇게 비관적이지 않다. 지난 40년에 걸쳐 이루어져 온 중국의 발전과 부상은 서방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와의 상호관계 속에서 이루어져 왔다. 따라서 미국과 서방에 의해 구축된 현존 국제질서에 대한 중국의 태도는 우호적이다. 최근 그들의 미래에 관한 담론들 속에서 발견되는 중국 사회의 주류 의식은 현존하는 국제질서에 대해 개혁을 동반하는 현상 유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이러한 점에서 오늘의 중국은 세계 2차대전 이전 베르사유협정에 기초했던 기존 국제체제에 불만을 갖고 전쟁을 통해 이러한 체제를 파괴하려고 했던 독일과는 분명히 다르다. 무엇보다도 세계적으로 16개의 전략적 해협과 수로는 모두 미국의 천문학적 군사비와 해공군에 의해 안전이 유지되고 있다. 이 해상 통로의 대부분은 중국의 화물 운송에 유리한 통로로 이용돼 중국에 엄청난 이익을 안겨 주고 있다. 따라서 중국은 기본적으로 현존하는 국제질서와 체제에 대한 수혜국이라는 점에서 미국과 마찬가지로 현상 유지 세력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은 중국이 초강대국 미국의 핵심 이익에 도전할 가능성을 낮게 만든다. 중국의 내향적(대내 지향성) 문화의 성격도 세계적 영도국으로서의 미국 지위에 대한 중국의 도전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중국의 세계적 영도국 지위의 추구가 그들의 대내 지향적 문화의 본질과 충돌되기 때문이다. 수신양성(修身養性)을 무엇보다 중시하는 유교적 가치 체계는 중국인들로 하여금 중국 밖 세계에 대한 관심을 자극하거나 촉구하지 않는다. 특히 중국 문화는 기본적으로 비종교 문화이기 때문에 세계를 구하고 복음을 세계 각지에 전파할 사명감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중국 문화의 특질은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체제에 대한 중국의 도전을 억제할 것이기 때문에 미중 관계의 장래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시진핑 집권 이후 적극 고취되는 민족주의 경향도 중국 외교정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중국 사회가 급격히 현대화 사회로 전환되면서 과거 공산당의 응집력 기반으로서의 중요한 역할을 했던 마오사상이나 마르크스·레닌주의 등 공산 이데올로기가 원래의 기능을 더이상 할 수 없게 되면서 중국 사회에는 이데올로기의 진공 상태가 출현했다. 이러한 이데올로기의 진공 상태를 잠정적으로 보진(補塡)하는 수단으로 민족주의가 출현했으며, 이러한 민족주의가 시진핑 체제 권력 집중의 중요 수단으로 적극 활용되면서 더욱 부각된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중국 사회에 출현하고 있는 민족주의는 기본적으로 국내용으로 정치적 성격이 강하다. 이 때문에 이러한 민족주의가 중국 대외정책의 공세성이나 외향성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다. 이는 시진핑 집권 2기에 접어들면서 민족주의의 과도한 표출과 이를 기초한 대국주의의 추구를 비판하고 경계하는 목소리가 크게 증대하고 있는 데서 잘 알 수 있다. 사실 시진핑 정부에 의해 강력히 추진됐던 강대국 외교도 점차 수축되고 있고, 강대국 외교의 핵심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도 미국 등 국제사회를 자극하지 않는 방향에서 조정되고 있다. 미중 관계의 미래는 적어도 중국적 시각에서 조망하면 비관적이지 않다. 지금이나 미래의 미중 관계는 제1차 세계대전 직전 세력 범위의 획분을 중심으로 심각한 갈등 관계를 형성했던 영독 관계와도 근본적으로 다르다. 이러한 점에서 미중 관계가 ‘투키디데스 함정’에 빠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 부자들의 추악한 ‘돈 세탁소’ 그 비밀의 문을 열다

    부자들의 추악한 ‘돈 세탁소’ 그 비밀의 문을 열다

    시크리시 월드/제이크 번스타인 지음/손성화 옮김/토네이도/416쪽/1만 8000원최근 상영한 박누리 감독의 영화 ‘돈’은 증권브로커 조일현(류준열 분)이 금융 작전 설계자인 ‘번호표’(유지태 분)의 지시로 작전을 수행하며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번호표는 스프레드 거래, 프로그램 매매, 공매도 등 작전을 실행하며 큰 이익을 남기고, 조일현 역시 그를 도운 대가로 많은 돈을 받는다. 조일현은 어느 날 휴가를 내고 영국 연방 섬나라인 바하마로 가 번호표가 만들어 준 자신의 비밀계좌에서 돈을 찾는다. 금융감독위원회의 조사원 한지철(조우진 분)이 그를 쫓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이른바 ‘조세회피처’인 바하마에서는 고객의 계좌정보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불법으로 번 돈에 관한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데다가 당국의 계좌 추적도 피할 수 있어 재산을 빼돌리거나 탈세하기에 적격인 곳이다.영화를 보는 내내 ‘저런 일이 가능할까’ 싶었는데 웬걸, 신간 ‘시크리시 월드’에는 너무나도 다양하고 많은 사례가 나온다. 저자인 제이크 번스타인은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 선임기자로, 2011년 금융 위기 탐사보도와 2017년 ‘파나마 페이퍼스’ 탐사보도로 퓰리처상을 두 차례나 수상했다. 신간은 전 세계를 놀라게 한 비밀문서인 파나마 페이퍼스를 중심으로, 여기에 얽혀 있는 비리의 양태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책은 파나마에 있는 세계 최대 역외담당 로펌 회사인 ‘모색 폰세카’ 창업 과정부터 시작해 모색 폰세카가 조세회피처인 파나마, 바하마, 버진아일랜드, 니우에 등에 ‘페이퍼컴퍼니’ 혹은 ‘셸 컴퍼니’로 불리는 이름뿐인 회사를 단돈 몇백 달러에 차리는 방법, 그리고 이들의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들이 어떻게 이를 활용해 재산을 빼돌렸는지 추적한다. 파나마 페이퍼스는 ‘존 도’(John Doe·영미권에서 신원 미상의 남자를 지칭할 때 사용하는 단어)라 불리는 유포자가 넘긴 1150만 건의 문서에서 시작됐다. 자료 분량만 2000GB에 이르는 문서에 저자를 비롯한 전 세계 80개국 언론 400명의 탐사기자가 달라붙었다. 신분이 흐릿한 이들을 추적해 명확히 밝히고 광대한 분량의 데이터를 분석해 돈의 움직임을 추적했다. 결과는 익히 예상할 수 있을 터다. 전 세계 전현직 대통령, 유력 정치인, 마약상, 무기상, FIFA 관계자, 기업가, 범죄자 그리고 유명 스타들이 이름을 숨긴 채 온갖 부당한 방법으로 재산을 빼돌리고 있었다. 예컨대 기자들이 합작해 밝혀낸 중국 사례(차이나 리크스)에는 중국 유력 공산당 지배층 자제를 가리키는 ‘태자당’과 주요 인터넷 회사 설립자, 중국 석유업계 관계자, 최고경영자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가장 유명한 사례로 중국 충칭시의 당서기로 부패 척결을 내세우면서 뒷구멍으로는 천문학적인 돈을 챙긴 보시라이와 지나친 중개료를 요구한 헤이우드를 청산가리로 살해한 그의 부인 구카이라이를 들 수 있다. ‘지구상에서 가장 부유한 부자’로 추정되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역시 보이지 않는 흔적을 남겼다. 저자는 푸틴이 자신의 이름을 직접 남기지는 않았지만 그의 친구와 친척, 선배 등이 남긴 흔적을 쫓아가면 그가 엄청난 재산을 은닉하고 있음을 추정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이 문제에서 벗어날 수 없을 터다. 조세 회피가 가능한 미국 델라웨어주에만 378개의 회사를 가지고 있고 그의 전체 사업 규모도 지금껏 알려지지 않았다. 이런 이들 뒤에는 이들을 돕는 은행과 은행가, 변호사, 회계사 등 돈세탁 전문가들이 있었다. 그리고 자국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우고 범법 행위를 저질러도 방조한 무능한 정부도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보이지 않는 회사를 통해 세금을 내지 않고 재산을 숨겨둔 이들의 부의 크기는 일반인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다. 한쪽에서는 굶어 죽는 이들이 속출함에도 여전히 자신의 배를 두들기며 호화롭게 살아간다. 저자는 이런 불평등이 만연하게 된 데는 조세회피처를 거친 비밀세계를 통한 부의 이전이 용이해진 탓이 제일 컸다고 강조한다. 다만 이들 사례는 먼 나라 이야기도, 지나간 이야기도 아니라는 점에 주목하자. 책 소개 글을 쓰면서 ‘국세청이 지능적 역외 탈세 혐의자 104명을 동시에 세무조사한다’는 뉴스를 접했다. 국내 법인이 개발한 특허권을 사주일가 소유의 외국현지법인이 무상사용하게 하거나, 헐값에 파는 방식으로 이익을 빼돌리거나, 외국 모법인의 국내 자회사가 하던 수입·판매 기능을 판매대리인으로 바꿔 세금을 탈루한 사례 등을 적발한다는 내용이다. 영화에서, 책에서 나온 일들이 한국에서도 여전히 진행 중이란 이야기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미국 “안보위협 연루” 화웨이 ‘거래 제한’… 5G패권, 무역보복

    미국 “안보위협 연루” 화웨이 ‘거래 제한’… 5G패권, 무역보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 정보통신을 보호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직후 상무부가 중국 통신장비 기업 화웨이(華爲)와 70개 계열사를 거래 제한 기업 명단에 올린다고 발표했다. 이는 특히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 결렬 직후 양국이 서로 고율관세를 부과하는 보복전이 이어지는 가운데 나온 조치여서 미중 간의 갈등 수위가 한층 더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15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상무부는 미국 기업과 거래하려면 당국의 허가를 먼저 취득해야만 하는 기업 리스트(Entity List)에 화웨이 등을 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 명단에 오른 기업들은 미국 정부의 허가 없이 미국 기업들과 거래할 수 없다. 미 관리들은 이번 조치로 화웨이가 미국 기업들로부터 부품 공급을 받는 일부 제품들을 판매하는 것이 어려워지거나 불가능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조치는 조만간 발효 예정이다.윌버 로스 상무장관은 상무부의 이번 결정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외국 기업이 미국 국가안보와 대외 정책 이익을 침해할 수도 있는 방식으로 미국 기술을 사용하는 것을 예방할 것”이라며 지지를 표시했다고 전했다. 중국의 대표적 통신장비 업체인 화웨이는 5G 기술의 선두주자로서 미국의 견제를 받아왔다. 미국은 화웨이가 민간기업을 표방하고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중국 공산당의 지령을 따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화웨이가 수출한 통신부품에 백도어(정보유출 뒷구멍)를 마련해뒀다가 나중에 중국 정부의 지시에 따라 기밀을 수집할 수 있다며 경계하고 있다. 미 상무부는 “(화웨이가) 미국 국가안보나 대외 정책 이익에 반대되는 활동에 연루됐다”는 결론을 내릴 만한 타당한 근거가 있다고도 말했다. 앞서 미 상무부는 2016년 3월 또 다른 중국 통신장비 업체 ZTE(中興通訊·중싱통신)에 대해서도 미국의 제재를 받는 국가에 미국 제품을 재수출한 사실을 은폐했다는 의혹을 근거로 비슷한 조치를 취했다. ZTE는 당시 미국 제품을 공급받지 못하다가 미 정부가 이를 여러 차례 유예해 주다가 1년 뒤 합의에 이르면서 이 조치가 해제됐다. 미 상무부의 이번 조치가 발표되기 직전 트럼프 대통령은 화웨이와 ZTE 등이 미국에 제품을 판매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정보통신 기술 및 서비스 공급망 확보’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 행정명령은 이들 기업의 미국 판매를 직접 금지하지는 않지만, 미 상무부에 중국과 같이 ‘적대 관계’에 있는 기업들과 연계된 기업들의 제품과 구매 거래를 검토할 수 있는 더 큰 권한을 주는 것이다. 미국은 이란제재 위반을 이유로 화웨이에 대한 수사를 강화해 왔으며 주요 동맹국들을 상대로도 화웨이의 5G 등 통신장비를 사용하지 않도록 보이콧 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 통신은 “이번 행정명령으로 5G 네트워크를 둘러싼 지배력 전투가 한층 고조됐다”고 진단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 통신업체 임원들을 백악관으로 불러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미국이 반드시 5G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으나 미국 기업 중에는 5G 인터넷 트래픽을 통제할 핵심 스위치를 만드는 곳이 없다는 얘기를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NYT는 화웨이가 미국에서 퇴출당하더라도 전 세계에서 40∼60% 네트워크를 점유할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미국은 지난해 500억달러·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각각 25%·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했고 지난 10일엔 이중 10%를 25%로 인상했다. 이에 맞서 중국도 미국산 수입품에 보복 관세를 부과해왔고, 다음달 1일부터는 600억달러 규모 미국 제품에 대한 관세를 5∼25%로 인상한다고 발표하는 등 보복을 하고 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글로벌 In&Out] 1946년 김일성의 소련 첫 방문/바실리 V 레베데프 고려대 사학과 석사

    [글로벌 In&Out] 1946년 김일성의 소련 첫 방문/바실리 V 레베데프 고려대 사학과 석사

    지난 4월 24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방러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러시아 매체는 김 위원장 재선 후 첫 방문 국가로 러시아를 선택했다고 강조하면서 그의 방문을 높이 평가했다. 정상회담은 일대일 회담 2시간을 포함해 무려 3시간 30분 정도 진행됐다. 공식 문서 서명식은 없었지만 북러 지도부 간에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한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에는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은 북한 초대 지도자 김일성의 첫 소련 방문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해 보고자 한다. 김일성의 첫 소련 방문은 1946년 6월 말~7월 초로 알려져 있다. 1945년 8월 소련이 대일 선전포고를 하고 만주와 북한에 주둔한 일본군을 격파했다. 북한 점령을 맡은 소련군 사령부는 북한 각지에 위수사령부를 설치했으며 평양시 위수사령관 부책임자로 김일성을 임명했다. 김일성은 북한에 도착하자 정치적 활동을 전개했으며 1945년 10월에 조선공산당 북조선분국의 책임비서로 선출됐다. 1946년 초 모스크바 결정에 대해 결사반대를 표시한 조만식이 인민위원회의 위원장에서 축출당한 후 김일성은 1946년 2월에 새로 조직된 북조선임시인민위원회의 위원장으로 선출됐으며 사실상 북한의 지도자가 됐다. 1946년 6월 말 조선 대표단이 모스크바를 방문해 스탈린 내각수상을 만났다. 소련의 문서보관소가 개방됐지만 이 회담 관련 자료는 아직 발견되지 않는다. 다만 그 회담이 실제했고 참가자 중에 김일성이 있었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밝혀 주는 자료가 있다. 3년 후인 1949년 김일성과 박헌영이 모스크바를 재방문해 스탈린을 만났을 때 다음과 같은 대화가 이루어졌다. 스탈린: 지난번에 (북한서) 모스크바에 두 명이 왔는데 (박헌영을 향해) 당신이 그중 한 명인가? 박헌영: 그렇다. 스탈린: 김일성과 박헌영 둘 다 살쪄서 이제는 알아보기가 어렵다. 김일성이 모스크바를 방문했다는 사실이 이렇게 확인된다. 하지만 1946년 스탈린과의 회담내용을 밝혀 주는 신뢰도가 높은 문서들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소련이 해체되면서 많은 관계자가 사료 가치가 비교적 낮은 회고록과 인터뷰로 기록을 남기기 시작했다. 당시 서울 주재 소련 총영사관에서 근무했던 파냐 샤브시나가 1992년에 쓴 ‘식민지 조선에서’라는 회고록에 다음과 같은 서술이 있다. ‘1946년 7월 쉬띄꼬프가 남편을 갑자기 평양으로 호출했다. 그는 북한 지도자들과 함께 스딸린을 만나기 위해 평양에서 모스크바로 왔다. (중략) 대담은 많은 것에 대해 진행되었다. 가까운 미래와 앞으로의 과제에 관해, 모든 공장들을 북한에 인민들의 재산으로 남겨두겠다고 공고한 것이 합목적적인가, 남한에서는 이것에 대해 어떤 태도를 보이는가 하는 것들에 대해서였다. 스딸린은 병합 전에 조선이 어떻게 불렸는가, 인민들은 또다시 그들에게 왕이 생기는 것을 원치 않는가 하는 등등으로 물었다. 조선인들은 공화국은 원한다고 조선인 동지들이 대답했다. (중략) 스딸린에 의해 다음과 같은 문제가 제기되었다. 공산당이 사회민주당이나 또는 노동당이라고 자신을 공개할 수는 없는가, 그리고 당 앞에 가까운 장래의 과제를 세울 수는 없는가. 그런 문제의 논의를 준비하지 않았던 듯싶은 북한 지도자들이 다음과 같이 답했다. “그것이 가능하긴 하나 인민들과 논의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자 스딸린은 이렇게 내뱉었다. “인민이 뭐야, 인민은 농사를 짓고 결정은 우리가 하는 것이지.”’ 물론 예전의 소련과 오늘의 러시아가 북한에 미치는 영향력에 큰 차이가 있지만, 김정은의 방러에서 러시아가 북한 지도부에 여전히 중요한 이웃나라라는 점은 확인된 것 같다.
  • 中정쟁 희생양? 멍훙웨이 전 인터폴 총재 가족 佛망명

    中정쟁 희생양? 멍훙웨이 전 인터폴 총재 가족 佛망명

    프랑스 정부가 최근 중국에서 기소된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전 총재 멍훙웨이(孟宏偉)의 부인과 자녀 두 명에게 지난 2일 망명을 허가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고 AP통신 등이 13일(현지시간) 전했다. 멍 전 총재의 부인 그레이스 멍은 이날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프랑스가 나를 보호해주지 않았더라면 나는 진작에 죽임을 당했을 것”이라며 “나와 아이들에게는 제2의 삶이 주어졌다”고 말했다. 중국 공안 고위간부 출신인 멍 전 총재는 지난해 9월 인터폴 본부가 있는 프랑스 리옹의 자택을 떠나 중국으로 출장 간 뒤 연락이 두절됐고, 10월 중국 공안은 그가 뇌물수수 혐의로 국가감찰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후 그는 지난 3월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로부터 당적과 공직을 박탈당했고 지난 10일 중국 검찰의 기소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멍 전 총재 측은 결백을 주장하며 정쟁의 희생양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앞서 시진핑 국가주석 등 중국 지도부가 정적인 저우융캉 전 상무위원의 파벌로 분류된 멍 전 총재를 제거하려 한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그레이스 멍은 지난 1월 프랑스 내 법률 대리인인 에마뉘엘 마시니 변호사를 통해 프랑스 정부에 망명을 신청했다. 당시 그는 프랑스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낯선 이들의 미행을 받고 협박 전화도 여러 차례 받았다. 프랑스 정부의 보호와 도움이 필요하다. 납치될지 몰라 두렵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한 달’ 시간 번 미중 무역협상… 트럼프 “재선 후 더 불리” 압박

    中 “중대한 원칙 문제는 절대 양보 못해” 자국내 반발 의식… 언론보도 강력 통제 시장조사업체 “한일 큰 타격, 베트남 유리” 미국과 중국이 지난 9~10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진행한 고위급 무역협상을 합의 없이 끝마친 가운데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중국의 태도 변화가 없으면 한 달 내로 사실상 중국의 모든 대미 수출품에 25%의 ‘관세 폭탄’을 부과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미중 양측은 일단 추가 협상 기간을 확보하며 판을 깨지는 않았지만, 후속 협상 일정도 잡지 못할 정도로 의견 대립이 팽팽해 사실상 2차 미중 무역전쟁의 서막이 오른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자신의 트위터에 “중국은 최근 협상에서 너무 심하게 당하고 있어 2020년 대선까지 기다리는 게 낫겠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면서 “내 두 번째 임기에 미중 협상이 진행된다면 합의는 중국에 훨씬 더 나쁠 것”이라며 중국에 시간을 끌지 말고 협상 타결에 나설 것을 압박했다. 류허 중국 국무원 부총리는 지난 10일 미국 워싱턴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협상이 완전히 깨지지는 않았다”며 “중대한 원칙 문제들에 대해서는 절대 양보할 수 없다”고 밝혔다. 류 부총리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원칙 문제는 추가 관세 철폐, 교역 구매에 대한 차이, 무역합의문의 균형 잡힌 문구 등으로 중국은 상호 평등을 내세우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대표단은 협상 도중인 지난 10일 오전 0시 1분을 기해 2000억 달러(약 235조원)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10%에서 25%로 인상했고, 추가로 중국 측이 3~4주 내 합의를 하지 않으면 추가로 3250억 달러(약 383조원) 규모의 수입품에 25% 관세를 물릴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또 다른 500억 달러 수입품에 대해서도 이미 25% 관세를 적용해왔다. 미국은 중국의 불공정한 통상·산업 관행을 개선하려면 중국이 법률을 고쳐야 하며 이를 명문화하기를 요구하지만 중국이 이를 거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미국이 2000억 달러 규모의 상품에 대해 부과하기로 한 25% 관세는 10일 0시 1분 이후 중국을 떠난 제품에 적용된다. 중국산 화물이 미국에 들어오기까지 소요되는 기간을 감안하면 협상단은 실제 관세 징수까지 3~4주 정도 시간을 번 셈이다. 3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 폭탄 적용 시점도 한 달 뒤로 예상된다. 중국은 자국 내 여론의 반발을 의식해 미중 무역 전쟁에 대한 언론 보도를 강력히 통제하고 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12일 사평에서 “이번 협상에서 지식재산권 보호, 시장 확대, 무역균형 등에 관해서는 실질적인 진전이 있긴 했지만 중국의 국가존엄성 등 핵심적인 우려에 대해서는 여전히 이견이 존재했다”면서 “중국은 원칙적인 문제에서 절대 타협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편, 영국의 시장조사업체 IHS 마킷은 12일 자체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추가 관세 폭탄은 전자제품과 화학제품과 같은 중간재를 중국 제조업 부문에 공급하는 한국과 일본을 타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중국 수출의존도는 24%에 이른다. 또 IHS 마킷은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태국 등은 대미 수출량이 늘어나는 이익을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 건강 이상 베트남 국가주석 회복단계…곧 업무 복귀

    건강 이상 베트남 국가주석 회복단계…곧 업무 복귀

    한동안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신변이상설이 증폭됐던 응우옌 푸 쫑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겸 국가주석의 건강이 회복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뚜오이째 등 베트남 언론에 따르면 응우옌 티엔 년 호찌민시 당서기는 지난 7일 유권자와의 만남 행사에서 쫑 주석의 건강상태와 관련해 “서기장의 건강이 나아지고 있다”며 “머지않아 업무에 복귀한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람마다 건강 회복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구체적인 (복귀) 날짜를 밝힐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응우옌 티 낌 응언 국회의장도 앞서 지난 4일 베트남 남부 껀터시 유권자들과 만나 “쫑 주석이 곧 통상업무에 복귀할 것”이라고 밝혔다. 쫑 주석은 지난달 14일 베트남 남부 끼엔장성을 방문했다가 건강 이상으로 호찌민시의 한 병원에 긴급 후송된 뒤 현재 하노이에 있는 108 군 병원에서 회복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레 티 투 항 베트남 외교부 대변인은 같은 달 26일 쫑 주석이 곧 통상적인 업무에 복귀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쫑 주석은 이달 3∼4일 국장으로 거행된 레 득 아인 전 국가주석의 장례식에도 불참했다. 이에 따라 베트남 안팎에서 그의 위중설 등 각종 루머와 함께 권력승계 위기설이 번졌다. 베트남 내 소셜미디어와 비공식 매체들이 쿠테타설, 건강이상설 등 확인되지 않은 루머들을 실어 나르며 의혹을 키웠다. 건강이상설 가운데는 쫑 서기장이 독감에 걸렸을 뿐이라는 얘기부터 뇌출혈, 뇌졸중 등 중병에 걸렸다는 얘기들이 있었다. 그가 치료차 일본 등 해외에 머물고 있다거나 이미 임종 자리에 있다는 소문도 흘러 나왔다. 심지어 암살됐다는 얘기까지 돌았다. AT는 쫑 주석을 둘러싼 일련의 신변이상설의 진위는 확인할 수 없지만, 그의 건강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은 베트남에서 사실상 공공연한 비밀로 통한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그나마 믿을 만한 설은 그가 치료차 베트남 최대 국립병원인 호치민의 쩌라이병원이나 일본에 머물고 있다는 것인데, 이는 그의 상태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방증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동남아시아 전문가인 칼 세이어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 명예교수는 쫑 주석의 건강이 얼마나 위중한 상태인지는 이달 중에 열릴 당 중앙집행위원회 총회 참석 여부로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개인 소식통으로부터 쫑 주석이 뇌졸중에서 일부 회복됐지만 한 쪽 팔이 마비된 상태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방탄소년단 영향에 중국 남성들 여성화?

    방탄소년단 영향에 중국 남성들 여성화?

    방탄소년단과 같은 한국 아이돌의 영향으로 중국 남성들이 화장을 하는 등 여성화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AP통신이 8일 전했다. 아들의 화장이나 귀고리 때문에 걱정이 되는 부모들은 전직 교사가 운영하는 ‘진짜 남자되기 클럽’과 같은 과외활동에 자녀를 참여시킨다. 남성이 정치 경제 부문의 모든 고위급 지위를 장악하고 있는 중국에서 여성적인 남성은 환영받지 못한다. 한국 방탄소년단의 영향을 많이 받은 중국 남성 아이돌그룹에서 특히 티에프보이즈의 이양첸시(易煬千?)는 염색한 머리와 화려한 옷차림으로 중국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하지만 중국 관영언론은 젊은 남성 아이돌이 여성스럽다고 비판하며 특히 중국 교육부가 남성 아이돌 그룹을 내세운 공익광고를 내보내면서 이러한 비난은 극에 달했다. 화가 난 부모들은 화장을 한 젊은 남성이 아들의 역할 모델이 되어야 하느냐며 교육부를 거세게 몰아붙였다. 관영언론은 저속하고 타락한 문화가 국가의 미래를 위협한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최근에는 인터넷 방송 화면에서 젊은 남성들이 한 귀걸이에 모자이크를 하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홍콩대의 송겅 교수는 “중국 관영언론이 전형적인 성적 역할을 강조하는 것은 양성평등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재생산과 다음 세대의 교육을 위한 문제”이라며 “중국 공산당은 아편전쟁 이후 외세의 침입을 당하면서 남성들이 여성화되는 것을 걱정한다”고 설명했다. 여성화된 남성은 국가의 미래나 경쟁국가와의 다툼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중국 당국은 생각한다는 것이다. 중국 인민해방군의 기관지인 인민해방군보는 군에 입대한 남성의 20%가 과체중 등의 문제로 체력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중국 남성의 불량 체력은 휴대전화로 너무 많은 영상을 시청하거나 음주 또는 과다한 자위행위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여성화된 아들을 염려해 ‘진짜 남자’ 클럽에 자녀를 보낸 첸은 이른 아침에 웃통을 벗고 달리기를 하는 아이를 지켜보면서 “부끄럼이 많고 내성적인 아들이 야외 활동에 참여하면서 자신감을 키울 수 있다”며 “남자 스타가 여성화된 모습으로 등장하는 것은 사회에 긍정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해 얼굴에 마스크팩을 하고 운전하는 사진이 화제가 됐던 전직 택시기사 첸이췬은 인터넷 스타가 됐다. 그는 직장에서 3일간 정직 조치를 당했지만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 콰이쇼우에서 150만명의 팔로어와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서는 200만명의 팬을 거느리게 됐다. 그의 팬은 대부분 12~30살의 여성들이다. 첸은 “남성들이 다양한 이미지를 갖는 것이 무슨 문제인가?”라며 “요즘 남성들이 외모에 신경쓰는 것은 매우 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난징대 정자원 교수는 인터넷 매체 ‘제육성조’를 통해 “중국의 진짜 위기는 여성화된 남성이 아니라 남성의 사회적 지위와 권력이 추락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이라며 “섬세한 얼굴이 약한 심장을, 연약한 어깨가 상처받기 쉬운 영혼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을 받아들여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또 중국 남성이 촌스러운 마초 이미지를 벗어 던지는 것이 국가에 대한 배신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미중 스파이 분쟁 끊이지 않는 이유/김규환 국제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미중 스파이 분쟁 끊이지 않는 이유/김규환 국제부 선임기자

    중국 스파이 역사는 유구하다. 스파이를 역사무대에 올린 주인공은 ‘병법의 대가’ 손무(孫武·BC 545~470)다. 그는 ‘손자병법’에서 그 효용성을 강조하며 5종의 간첩, 즉 ‘오간’(五間)을 소개했다. 적국 사람을 활용하는 향간(鄕間), 적국 관리를 이용하는 내간(內間), 적국 스파이를 역이용하는 반간(反間), 적국에 침투해 혼란을 일으키는 사간(死間), 적국 기밀을 빼내오는 생간(生間)이 그들이다. 스파이의 원조는 월(越)나라 서시(西施)가 꼽힌다. 오(吳)나라와의 전쟁에서 참패한 월왕 구천(句踐·BC 520~465)은 온갖 수모를 당한다. 구천이 복수의 칼을 갈 때 그의 책사 범려(範蠡)가 미인계를 제안했다. 그는 전국을 돌며 찾은 ‘천하일색’ 서시를 간첩으로 낙점했다. 가무(歌舞)와 남자 유혹법, 정보 수집 등에 대해 3년간 특별훈련을 받은 그는 손짓 하나로 남자의 혼을 빼놓을 정도였다. 오왕 부차(夫差)는 서시에게 마음을 빼앗겨 호화 궁궐을 짓고 주색에 빠져 정사에 소홀했다. 구천은 마침내 오나라를 멸했다. 20세기 국공내전 때 여성 스파이 선안나(瀋安娜·1915~2010)도 돋보인다. 고교 때 공산당 간첩 화밍즈(華明之)를 만난 그는 학비를 벌기 위해 배운 속기를 활용해 국민당에 침투했다. 능력을 인정받아 기밀취급 속기사로 발탁돼 1급 정보에 접근했다. 당시 문서는 모두 속기로 기록한 까닭에 국민당 기밀을 꿰뚫었다. 15년간 국민당 기밀을 송두리째 공산당에 넘겼다. “장제스(蔣介石)가 아침에 어머니 욕을 하면 저녁에 마오쩌둥(毛澤東)의 귀에 들어갔다”는 말이 나온 배경이기도 하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간부를 지낸 진우다이(金無怠·1922~1986)도 걸출하다. 베이징대를 졸업한 그는 출중한 영어 실력으로 미 영사관에서 일하다 공산당에 포섭됐다. CIA로 옮겨 해외정보분석관을 거쳐 아시아 총책까지 지냈다. 6·25전쟁 중 미군 작전 기밀을 중국에 빼돌렸다. 중국으로부터 거액의 포상금까지 받은 그의 ‘완벽한’ 위장이 벗겨진 것은 1985년 정협 주석을 지낸 위정성(兪正聲)의 형이자 중국 정보기관 간부 위창성(兪强聲)의 망명 탓이다. 망명 대가로 미국에 스파이 정보를 몽땅 넘긴 것이다. 중국 스파이 문제로 미국이 시끄럽다. 전 CIA 요원 리전청(李振成)이 중국에 기밀을 팔아넘겼다고 털어놓은 것이다. 그는 이를 대가로 10만 달러와 평생 보장을 약속받았다. 미 국방정보국(DIA) 출신 론 한센도 80만 달러를 받고 중국 간첩으로 암약했다고 시인했다. 중국은 정보 수집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정보기관 침투는 물론 컴퓨터 해킹, 군수업체 투자, 사이버 절도, 정보 접근 가능 중국계 인사 포섭 등 갖은 불법 행위를 저지른다. 미 백악관 관리는 “러시아는 빠르고 강한 허리케인이다. 중국은 진득하고 느리면서도 구석구석 침투하는 기후변화”라고 비유하며 양국 스파이를 비교하기도 했다. 굳이 국제정치학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스파이는 필요악이다. 세계 어느 나라도 자유롭지 못하다. 국익과 기술 발전에 그만큼 ‘가성비 높은’ 수단을 찾기 힘들다. 다만 발각돼서는 안 된다. 미중 대결이 첨예할수록 간첩을 둘러싼 창과 방패의 싸움은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khkim@seoul.co.kr
  • 임정 100년 드라마 ‘이몽’ ‘녹두꽃’… 픽션과 팩트 사이 시대정신 담다

    임정 100년 드라마 ‘이몽’ ‘녹두꽃’… 픽션과 팩트 사이 시대정신 담다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구한말과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대작 시대극이 차례로 막을 올렸다. 동학농민운동, 항일무장투쟁 등 한국 근대사의 변곡점이 된 사건을 재조명한 이들 작품이 담아내는 시대정신이 지금의 시청자들에게 어떻게 전달될지 관심이 쏠린다. MBC는 지난 4일 토요드라마 ‘이몽’을 첫방영했다. 제작비만 200억원이 투입된 대작으로, 100% 사전 제작해 수준을 높였다. 첫방송은 독립운동자금이 사라진 국제공산당 자금사건, 임시정부 김립 암살 사건 등 역사적 사실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보여 주며 긴박한 시대 배경을 그려냈다. 일본인 손에 자란 조선인 외과의사 이영진(이요원 분)과 실존인물인 의열단장 김원봉(유지태 분)을 중심으로 묵직한 이야기가 빠르게 전개됐다. 변절한 의열단원 박혁(허지원 분)의 “조선이 대체 제게 뭘 줬습니까”라는 외침과 그에게 자결을 명하는 김원봉을 대립하는 등 다양한 인간 군상을 보여 줬다. 긴장감 넘치는 액션 장면을 교차하며 몰입도를 높였고, 김구가 보낸 밀정 ‘파랑새’가 이영진이었다는 반전이 말미에 드러나며 다음 편을 기대하게 한다.한 주 앞선 지난달 26일 시작한 SBS 금토드라마 ‘녹두꽃’은 전봉준(최무성 분)을 중심으로 동학농민운동을 다뤘다. 민란이 일어난 전라도 고부의 이방 가문 형제들을 주인공으로 이야기가 펼쳐졌다. 고부 군수 조병갑의 폭정에 반발한 1894년 농민 봉기와 이후 청일전쟁, 갑오개혁, 그로 인해 이어진 2차 봉기까지 큰 줄기를 역사적 사실들에 기반해 따라가면서도, 개성 넘치는 가상 인물을 대거 등장시켜 풍성한 허구적 상상력을 가미했다. 이방 백가의 얼자 거시기(조정석 분)와 보부상 대부의 딸 송자인(한예리 분)의 관계 등에서 코믹한 장면들을 삽입해 극이 주는 무게를 조절해 ‘이몽’과 차별화했다. 두 작품은 30여년간의 연속적인 시간 차를 두고 실제 사건과 실존 인물을 다룬다는 공통점을 보인다. 두 드라마는 전봉준과 김원봉을 직접적으로 다루는데, 이는 지난해 tvN의 ‘미스터 션샤인’이 독립운동을 다루면서도 가상 인물만으로 이야기를 엮어 역사 논란을 부른 것과 대조를 보인다. ‘이몽’의 윤상호 감독은 “작품 속 김원봉은 픽션과 팩트를 결합한 인물로, 많은 독립운동가를 투영해 상징화시켰다”며 실제 김원봉으로만 해석하는 것을 경계했다. 그러면서도 “의열단을 만들어낸 김원봉은 대단했다. 독립운동사에 큰 획을 그었다”며 김원봉을 내세운 이유를 설명했다. ‘녹두꽃’의 경우 전봉준의 일대기가 아닌 그 시절을 살아간 민초들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풀면서 역사 해석 논란을 비켜간다. 반면 개별 고증에 관한 논란보다 역사관에 관한 논쟁이 불거질 여지를 남겼다. 거시기의 동생인 백이현 역을 맡은 배우 윤시윤은 제작 발표회에서 “동학농민운동은 민중의 가치를 위한 최초의 혁명이었다. 그 정신이 3·1운동으로 이어졌다. 저희가 지금 촛불을 들고 일어난 마음들은 동학농민혁명이 태동이었다고 생각한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지난달 27일 방송분 마지막에 등장한 횃불 민란 장면에 자연스럽게 촛불 운동이 오버랩되는 이유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두 작품 모두 인물들의 심리묘사에 초점을 맞추고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게 접근하면서 시대를 관통하는 정신을 그려낸다면 시청자들이 드라마를 드라마로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특히 ‘이몽’에 관해 “사회주의가 당시의 시대 분위기였던 점을 시청자에게 잘 전달한다면 김원봉에 대한 논란보다 역사적 시각을 넓히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한편 KBS는 안중근을 내세운 특별기획 드라마 ‘의군-푸른 영웅의 시대’를 하반기에 선보인다. ‘금수저’ 도련님이던 청년 안응칠이 대한의군 참모장 안중근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담는다. 안중근기념사업회와 항일독립운동가단체연합회가 후원하는 드라마로 300억원대 제작비가 투입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임정 100주년 기념극 ‘이몽’·‘녹두꽃’… 역사 논란 피하고 시대정신 담을까

    임정 100주년 기념극 ‘이몽’·‘녹두꽃’… 역사 논란 피하고 시대정신 담을까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구한말과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대작 시대극이 차례로 막을 올렸다. 동학농민운동, 항일무장투쟁 등 한국 근대사의 변곡점이 된 사건을 재조명한 이들 작품이 담아내는 시대정신이 지금의 시청자들에게 어떻게 전달될지 관심이 쏠린다. MBC는 지난 4일 토요드라마 ‘이몽’을 첫방영했다. 제작비만 200억원이 투입된 대작으로, 100% 사전 제작해 수준을 높였다. 첫방송은 독립운동자금이 사라진 국제공산당 자금사건, 임시정부 김립 암살 사건 등 역사적 사실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보여 주며 긴박한 시대 배경을 그려냈다. 일본인 손에 자란 조선인 외과의사 이영진(이요원 분)과 실존인물인 의열단장 김원봉(유지태 분)을 중심으로 묵직한 이야기가 빠르게 전개됐다. 변절한 의열단원 박혁(허지원 분)의 “나라가 있긴 합니까. 조선이 대체 제게 뭘 줬습니까”라는 외침과 그에게 자결을 명하는 김원봉을 대립하는 등 다양한 인간 군상을 보여 줬다. 긴장감 넘치는 액션 장면을 교차하며 몰입도를 높였고, 김구가 보낸 밀정 ‘파랑새’가 이영진이었다는 반전이 말미에 드러나며 상하이에서 이어질 다음 편을 기대하게 한다. 한 주 앞선 지난달 26일 시작한 SBS 금토드라마 ‘녹두꽃’은 전봉준(최무성 분)을 중심으로 동학농민운동을 다뤘다. 민란이 일어난 전라도 고부의 이방 가문 형제들을 주인공으로 이야기가 펼쳐졌다. 고부 군수 조병갑의 폭정에 반발한 1894년 농민 봉기와 이후 청일전쟁, 갑오개혁, 그로 인해 이어진 2차 봉기까지 큰 줄기를 역사적 사실들에 기반해 따라가면서도, 개성 넘치는 가상 인물을 대거 등장시켜 풍성한 허구적 상상력을 가미했다. 이방 백가의 얼자 거시기(조정석 분)와 보부상 대부의 딸 송자인(한예리 분)의 관계 등에서 코믹한 장면들을 삽입해 극이 주는 무게를 조절해 ‘이몽’과 차별화했다. 두 작품은 30여년간의 연속적인 시간 차를 두고 실제 사건과 실존 인물을 다룬다는 공통점을 보인다. 두 드라마는 전봉준과 김원봉을 직접적으로 다루는데, 이는 지난해 tvN의 ‘미스터 션샤인’이 독립운동을 다루면서도 가상 인물만으로 이야기를 엮어 역사 논란을 부른 것과 대조를 보인다. ‘이몽’의 윤상호 감독은 “작품 속 김원봉은 픽션과 팩트를 결합한 인물로, 많은 독립운동가를 투영해 상징화시켰다”며 실제 김원봉으로만 해석하는 것을 경계했다. 그러면서도 “의열단을 만들어낸 김원봉은 대단했다. 독립운동사에 큰 획을 그었다”며 김원봉을 내세운 이유를 설명했다. ‘녹두꽃’의 경우 전봉준의 일대기가 아닌 그 시절을 살아간 민초들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풀면서 역사 해석 논란을 비켜간다. 반면 개별 고증에 관한 논란보다 역사관에 관한 논쟁이 불거질 여지를 남겼다. 거시기의 동생인 백이현 역을 맡은 배우 윤시윤은 제작 발표회에서 “동학농민운동은 민중의 가치를 위한 최초의 혁명이었다. 그 정신이 3·1운동으로 이어졌다. 저희가 지금 촛불을 들고 일어난 마음들은 동학농민혁명이 태동이었다고 생각한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지난달 27일 방송분 마지막에 등장한 횃불 민란 장면에 자연스럽게 촛불 운동이 오버랩되는 이유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두 작품 모두 인물들의 심리묘사에 초점을 맞추고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게 접근하면서 시대를 관통하는 정신을 그려낸다면 시청자들이 드라마를 드라마로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특히 ‘이몽’에 관해 “사회주의가 당시의 시대 분위기였던 점을 시청자에게 잘 전달한다면 김원봉에 대한 논란보다 역사적 시각을 넓히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한편 KBS는 안중근을 내세운 특별기획 드라마 ‘의군-푸른 영웅의 시대’를 하반기에 선보인다. ‘금수저’ 도련님이던 청년 안응칠이 대한의군 참모장 안중근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담는다. 안중근기념사업회와 항일독립운동가단체연합회가 후원하는 드라마로 300억원대 제작비가 투입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주 72시간이 행복이라는 마윈…IT기업 ‘996룰’에 들끓는 中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주 72시간이 행복이라는 마윈…IT기업 ‘996룰’에 들끓는 中

    중국에서 ‘996룰’을 둘러싸고 찬반 논쟁이 뜨겁다. ‘전자상거래업체의 양대 산맥’으로 불리는 알리바바((阿里巴巴) 마윈(馬雲) 회장과 징둥(京東·JD)닷컴 류창둥(劉强東) 회장이 온라인에 996룰을 옹호하는 글을 올리자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강조하며 이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마 회장이 지난 14일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에 올린 글에서 주장하는 요지는 이렇다. “진정한 996은 단순한 야근도 아니고 착취와도 관계없다. 996과 997을 하는 그룹이 있었기에 유인우주선 선저우(神舟) 5·6호를 갖는 등 중국이 40년 만에 괄목할 만한 성취를 이뤘다.” 그는 자신의 이 같은 시각에 ‘자본가의 이빨을 드러냈다’는 등 악성 댓글이 달렸다면서도 “귀에 거슬리는 소리를 들어야 하고 그런 얘기를 과감히 하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고 ‘996룰 옹호론’을 굽히지 않았다. 마 회장은 앞서 11일 직원들과 교류한 내용을 12일 ‘996룰 옹호가 아니고 분투자(奮鬪者)에 대한 경의 표시’라는 제목의 글로 소개한 뒤 비판이 잇따르자 이틀 만에 다시 글을 올린 것이다. ‘996룰’은 오전 9시부터 밤 9시까지 한 주에 6일, 997은 한 주 내내 12시간씩 일하는 중국 정보기술(IT) 기업의 문화를 뜻한다. 마 회장은 12일에 올린 글에서 “여러분이 젊었을 때 996을 해 보지 않으면 언제 할 수 있겠느냐. 평생 996을 해 보지 않은 인생을 자랑스럽다고 할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이어 “나는 지금껏 매일 12시간 이상을 일해 왔지만 후회한 적이 없다”며 “996 문화가 오늘날 BAT 같은 중국 IT기업들을 있게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BAT는 IT공룡으로 불리는 바이두(百度·Baidu), 알리바바(Alibaba), 텅쉰(騰訊·Tencent)을 일컫는다. 마 회장은 “어떤 회사도 996 근무를 강요해서는 안 되겠지만 행복은 분투를 통해 실현된다”고 강조했다. 996룰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6년 중국의 생활정보 서비스업체 58퉁청(同城)이 야근비 없이 996을 실시한다고 통지하자 직원들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불만을 터뜨리면서 논란의 불을 지폈다. 현재 996룰 시행업체 명단에는 통신장비업체 화웨이(華爲)를 비롯해 알리바바, 핀테크업체 마이진푸(蟻今服·Antfinancial), 징둥닷컴, 스마트폰업체 샤오미(小米), 58퉁청, 전자상거래 업체 쑤닝이거우(蘇寧易購)·핀둬둬(多多), 드론 제조업체 다장창신(大疆創新·DJI) 등 중국 IT업계의 내로라하는 84개 업체가 포함돼 있다. 996룰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징둥은 995나 996이 강제 이행사항이 아니라고 하면서도 직원들은 모든 열정을 투입해야 한다고 은근히 ‘강요’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달 27일 한 프로그래머가 프로그래머들의 소스 코드공유 플랫폼 깃허브(GitHub)에 ‘996 ICU’라는 웹페이지를 올리면서 워라밸 논란이 급속히 확산됐다. 996 ICU는 996을 따라 일하다가는 병원 중환자실(ICU)에 실려 간다는 뜻이다. 마 회장은 “좋아하는 일을 찾으면 996룰 문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직장을 찾는 건 (결혼) 상대를 찾는 것과 같다”는 그는 “진짜 사랑하면 길다고 느끼지 않지만 부적합한 결혼은 하루가 1년 같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분투자를 모두 욕망이나 이익이나 부를 좇는 사람으로 보는 사람들은 스스로 좋아하는 일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피곤해서 사랑을 못한다는 말이 있지만 사랑하면 피곤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마 회장은 “세상에는 996룰 심지어 007룰(자정에 출근, 자정에 퇴근, 한 주 내내 근무)을 지키는 사람도 있다”며 “기업가는 물론 대부분 성공하거나 (목표를) 추구하는 예술가, 과학자, 운동선수, 관리, 정치가는 기본적으로 모두 996 이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 회장은 “그들이 일반인을 뛰어넘는 기력이 있어서도 아니고 자신이 선택한 사업을 매우 좋아하고 일반인을 넘어서는 분투와 노력이라는 대가를 치렀기 때문에 일반인들에게는 없는 ‘성공’을 얻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모든 사람은 자신의 일하는 생활방식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며 “편하게 일하고 많은 노력을 하지 않는 게 비판받을 일은 아니지만 분투가 가져다주는 행복과 보상은 얻을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어떤 인생은 태어날 때부터 돈이 있고, 공부를 잘하기도 하는 불공평이 있지만 모든 사람에게 하루 24시간이 주어지는 공평도 있다”며 “24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가 어떤 인간이 될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류 회장도 12일 중국판 카카오톡인 웨이신(微信)에 “995룰 또는 996룰을 영원히 강제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그럭저럭 날을 보내는 사람은 내 형제가 아니다. 진짜 형제는 강호에서 필사적으로 싸우고 책임과 압력을 분담해 성공의 성과를 함께 나눈다”고 썼다. 창업 초기 회사에서 4년간 잠을 자면서 24시간 서비스를 위해 2시간마다 알람시계를 맞춰 놓고 일어나 일했던 일화를 소개한 그는 지난 4~5년 하위 도태제를 시행하지 않아 그럭저럭 일하는 사람이 급증했고, 이런 식으로 해서는 징둥은 희망이 없고 회사는 시장에서 없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창업 초기처럼 다시 목숨 걸고 일할 수는 없지만 8116+8(아침 8시 출근, 밤 11시 퇴근, 주 6일 근무, 일요일 8시간 근무)을 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결사적으로 일하는 쾌감을 누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류 회장은 “이상을 위해 함께 분투할 형제를 찾아 그들의 나날이 갈수록 좋아지도록 할 것”이라고 밝혀 마 회장을 전폭 지지했다. 반면 중국 최대의 온라인 서점인 당당망(當當網) 창업자 리궈칭(李國慶)은 996룰을 공개적으로 반박했다. 그는 “다른 업종보다 프로그래머의 경우 8시간 동안 프로그램과 씨름하다 보면 집에 가서는 쓰러져 자기 일쑤다. 11시간 넘게 근무하는 것 자체가 살인적인 스케줄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관리자들이 결재 보고시스템 및 효율을 높이는 것이 직원들이 야근하는 것보다 훨씬 가치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人民日報)도 14일 논평을 통해 996룰 강요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히며 측면 지원했다. ‘분투를 지향하는 것은 996룰을 강요하는 것과 다르다’는 제목의 논평에서 “알리바바, 징둥 책임자가 ‘996룰’ 관련 입장을 밝히면서 996룰이 중국 사회의 핫이슈가 됐다”며 “996룰 반대는 분투 반대, 노동 반대의 의미가 아니며 분투 지향, 노동 지향은 연장 근무 강요와 동일시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논평은 또 “회사는 996룰 근무를 반대하는 직원들에게 ‘게으름뱅이’(混日子)라는 꼬리표를 붙여서는 안 되고 그들의 진실된 요구를 직시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어 “중국의 경기 하방 압력으로 많은 기업들이 존폐의 기로에 서 있고 그런 조급한 마음에 직원들의 추가 근무, 996룰을 강요하고 있다”며 “그러나 996룰로는 기업의 난제를 해결할 수 없고 오히려 직원들의 시간을 끄는 행보를 조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1인당 국민소득이 1만 달러가 됨에 따라 아름다운 삶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서 국민들은 목숨을 건 돈벌이보다는 여가생활에서 더 많은 가치를 찾고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려 한다”며 “이에 따라 996룰 강요보다 탄력근무제가 직원들의 열정을 더 많이 끌어낼 수 있고 더 많은 인력 자원의 잠재력을 키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khkim@seoul.co.kr ■이 기사는 서울신문 인터넷 홈페이지에 연재 중인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인터넷에서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goo.gl/sdFgOq)의 전문을 만날 수 있습니다.
  • 말의 비밀 글의 위력 … 소통의 얼굴

    말의 비밀 글의 위력 … 소통의 얼굴

    언어의 아이들/조지은·송지은 지음/사이언스북스/296쪽/1만 8500원글이 만든 세계/마틴 푸크너 지음/최파일 옮김/까치/471쪽/2만 5000원2년 전 이맘때였다. “봄인데도 아직 쌀쌀하다”는 엄마와 외할머니의 대화를 가만히 듣던 큰애가 불쑥 이렇게 말했다. “봄은 아주아주 천천히 달리는 느림보 달리기 선수 같아.” 어디서 들은 말이냐고 물어보니, 아이는 “그냥 지금 생각난 대로 말한 것”이라 했다. 가르쳐 주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저런 창의적인 표현을 쓸 수 있을까 적잖이 놀랐다.조지은 영국 옥스퍼드대 언어학·한국학 교수와 송지은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연구원이 함께 쓴 신간 ´언어의 아이들´은 이런 궁금증에 관한 답이 될 듯하다. 언어는 배우는 것일까, 아니면 타고나는 것일까부터 시작해 유아가 먼저 익히는 소리가 무엇인지, 다른 언어를 잘 습득할 수 있는 시기는 언제까지인지 등을 살핀다. 아동 언어 발달, 음성학, 어휘와 문법, 이중 언어 습득 분야에서 검증된 연구 결과를 소개하고, 영국에서 이중 언어를 사용하는 자녀를 키우는 어머니로서 경험을 맞물려 아이들의 말의 체득 비밀을 풀어낸다. 저자들은 아이가 태아일 때부터 부모의 음성을 듣고, 태어난 이후엔 연속적이고 복잡한 음성신호에서 자연스럽게 말의 특징과 체계를 습득한다고 설명한다. 생후 약 6개월부터 뇌의 지각 체계는 모국어 소리에 최적화되도록 변화한다. 아이는 첫 돌이 될 때쯤 말을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3세 무렵까지 경이로운 속도로 말의 체계를 익힌다. 단어를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이며 ‘언어 폭발’이 일어나 가끔 어른을 놀라게도 한다. 예컨대 데브 로이 미국 매사추세츠공대 교수는 자신의 아들이 ‘워터’(water)라는 단어를 발음하기까지 집안에서 촬영한 영상 데이터 9만 시간 분량을 분석했는데, 아이들은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말을 거침없이 했다. 여러 실패를 거쳐 체득한 문법 규칙으로 무한한 수의 문장을 만들어 내는 인간만의 고유한 속성을 드러내는 지점이다. 존슨과 뉴포트의 이중언어 관련 실험도 눈여겨볼 만하다. 영어를 배우기 시작한 3~39세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3~7세 때 외국어를 습득하면 원어민과 거의 같은 수준으로 익힐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능력은 사춘기인 17세를 넘어가면 정체된다. 그리고 이후부터는 개인 차에 따라 외국어 습득의 수준이 달라진다. 성인이 돼 외국어를 익히기 어려운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이 결과만 놓고 보면 ‘조기 영어 교육’이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어렸을 때부터 무조건 영어에 많이 노출시키고, 강압적으로 가르친다고 될 일이 아니다. 말을 습득하는 데에는 ‘학습’보다 ‘상호작용’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말을 배우는 이유는 또래 아이들과 놀기 위해, 그리고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서다. 이를 가능케 하는 게 바로 ‘대화’다. 단순히 영어 사용 환경에 많이 노출시키거나, 아이들이 좋아하지 않는 원어민 회화 공부는 오히려 부작용을 부를 수 있다. ‘언어의 아이들’이 말이라면 신간 ‘글이 만든 세계´는 인류가 상상력을 발휘해 지어낸 글의 놀라운 힘을 다룬다. 마틴 퓨크너 하버드대 교수는 4000년 넘는 글쓰기의 역사에서 16개의 중요한 텍스트를 뽑았다. ‘일리아스’, ‘성서’, ‘천일야화’, ‘공산당 선언’, 그리고 최근의 ‘해리 포터’ 시리즈 등이다. 글을 어떻게 만들고, 글이 어떻게 국가의 흥망성쇠와 철학, 정치 사상, 종교의 탄생에 기폭제가 됐는지를 좇는다. 저자는 ‘일리아스’를 통해 그리스 문자를 인도에까지 전파하는 과정을 추적하고, ‘히브리 성서’로 인류가 최초로 글의 형태로 신을 경배한 이야기를 보여 준다. 부처와 공자, 소크라테스, 예수처럼 직접 글을 쓰지는 않았지만, 제자들이 대화를 글로 기록하면서 세계를 움직인 사상의 탄생을 이야기한다. 특정 계층이 아니라 일반 대중에게 힘을 부여한 구텐베르크 인쇄술,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공산당 선언’이 어떻게 세계에 영향력을 미쳤는지의 과정도 좇는다. 발표 당시엔 별 파장을 일으키지 못한 ‘공산당 선언’은 레닌, 마오, 체 게바라 등을 만나며 위력을 발휘한다. 저자는 글이 이처럼 강력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이유에 대해 “발화(發話)를 시공간으로 깊숙이 투사할 수 있는 문학의 두드러진 특징 덕분”이라고 강조한다. 우리는 글을 읽으며 과거나 미래로 갈 수 있고, 지구 속과 우주를 오갈 수 있다. 말과 글 모두 본래 목적은 ‘소통’일 터다. 그러나 소통에 인간만의 무한한 창의력이 담겼다는 사실 역시 주목하자. 내가 말을 배운 과정을 돌아보고 나아가 인간 전체의 역사를 돌아보니, 언어란 참으로 아름다운 도구라는 생각이 다시금 든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마오쩌둥의 욕설까지 생생 기록한 비서의 일기, 반환 소송 제기돼

    마오쩌둥의 욕설까지 생생 기록한 비서의 일기, 반환 소송 제기돼

    마오쩌둥 중국 전 주석의 비서로 공산당에 뼈 아픈 충고를 서슴지 않았던 리루이의 일기에 대한 반환 소송이 제기됐다. 리의 두번째 아내인 미망인은 현재 미국 스탠포드대 후버연구소가 소장하고 있는 남편의 일기를 돌려달라고 법원에 호소했다고 리의 딸 리난양이 밝혔다. 개혁파로 분류되는 리는 지난 2월 베이징에서 101세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중국 민주화운동인 톈안먼 사태에 대한 기록도 있는 것으로 알려진 리의 일기는 ‘완벽주의’와 ‘비밀주의’로 움직이는 중국 공산당 내부에 대한 시각을 제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리의 일기 반환 소송은 일기 주인의 사망과 함께 미국에서 출판 움직임이 일자 제기된 것이라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25일 전했다. 리는 1930년대 중국 공산당에 가입해 마오 주석의 행적을 모두 목격하고 문화대혁명도 겪었다. 리는 1935년인 18살 때부터 일기를 쓰기 시작했는데 지난해 봄 병원에 입원했을 때만 일기를 잠시 중단했다. 일기의 일부분은 이미 출판됐는데 3000만명이 기아로 사망한 마오 주석의 실책 가운데 하나인 ‘대약진 운동’에 대한 비판 내용이 공개됐다. 리는 마오 주석이 주도해 농업과 공업의 대폭 증산을 시도한 ‘대약진 운동’을 비판하면서 반당분자로 몰려 당적을 박탈당하고 헤이룽장성의 노동개조 농장으로 쫓겨나기도 했다. 문화대혁명 기간에는 8년간 감옥에 수감되는 고초를 겪었다. 리의 일기 원본은 그의 딸인 리난양이 2014년 스탠포드대 후버연구소의 방문 연구자로 있을 때 기증됐다. 리난양은 아버지의 일기에 대해 “감정에 대한 기록은 거의 없으며 매일매일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간단하게 적었다”고 설명했다. 리는 마오 주석의 사망 이후 1980년대가 되어서야 복권했으나 중국에서 출판된 그의 일기는 물론 당국의 검열을 거쳐야만 했다. 리난양은 “아버지는 톈안먼 사태 당시 대학살을 직접 목격하고 그 사실을 기록했다”며 “공산당은 아버지를 더럽힐 수 없으며 젊은이들은 아버지의 일기가 당에 의해 조작된 기록이 아님을 알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공산당이 삭제한 것은 마오 주석이 한 욕설”이라며 “공산당 고위급 내부 회의에서 마오 주석이 적나라한 용어를 썼다는 것을 상상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마오 주석은 위대한 사람이 아니라며 아버지의 일기를 좀 더 일찍 읽었다면 마오에 대한 숭배도 훨씬 일찍 끝났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리난양은 “아버지의 일기는 공산당 역사의 대안적 기록으로 이번에 새어머니가 제기한 소송은 일기의 중요성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며 “당은 아버지의 일기를 돌려받고자 혈안이 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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