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공사현장
    2026-03-29
    검색기록 지우기
  • 산불 피해
    2026-03-29
    검색기록 지우기
  • 도시계획
    2026-03-29
    검색기록 지우기
  • 멸종위기
    2026-03-29
    검색기록 지우기
  • 콘서트홀
    2026-03-29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2,291
  • [김문이 만난사람] 숭례문 복원공사 석장 이재순

    [김문이 만난사람] 숭례문 복원공사 석장 이재순

    천년의 세월이 지나도 석공의 흔적은 역사의 물결처럼 도도하게 흐른다. 백제의 석공 아사달은 신라로 건너와 석가탑을 만들었다. 아내 아사녀는 천리길을 달려와 탑의 그림자를 기다리다 지쳐 연못에 빠져 죽었다. 나중에 이 소식을 들은 아사달은 연못에 다가가 웃는 듯하다가 사라지는 아내의 모습을 앞산 바위에 새기며 뼈 아픈 한을 달랬다. 그러다가 ‘아사녀! 아사녀!’를 외치며 연못에 빠졌다. 후대의 사람들은 이 못을 ‘영지’라고 했고 그림자가 비치지 않는 석가탑을 ‘무영탑’이라고 했다. 석공의 슬픈 전설은 지금도 그렇게 전해진다. 이렇듯 신라시대의 석공은 많은 전설과 함께 오늘날의 ‘국보’와 ‘보물’이란 이름으로 우리들과 만나고 있다. 문화재청은 2007년 처음으로 국가중요무형문화재(120호) 석장(石匠) 부문을 신설했다. 때늦은 감이 있지만 그나마 석공예의 중요성을 부각시켰다. 이때 석조각 공예가 이재순(57)씨가 국내 최초로 무형문화재 석장이 됐다. 이씨는 김진영 선생의 제자로 경복궁의 석조물을 조각한 이세욱·김맹주 선생의 맥을 잇는 석조각계의 대가였기에 이 계통에서는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이씨는 요즘 이에 부응이라도 하듯 숭례문 복원작업에 열심히 참여하고 있다. 성곽 복원 전체 공정 중 85%가 진행됐고 오는 7월이면 거의 끝날 예정이다. 그는 12살 때부터 돌과 인연을 맺어 올해로 석조각 인생 45년째이다. 지난 26일 오후 경기 구리시에 있는 그의 작업실을 찾았다. 입구에는 10여m 높이의 미륵상을 비롯해 사자상, 부처상 등 수많은 석상들이 놓여 있었다. 모두가 돌이지만 다들 저마다 메시지를 품고 있었다. 완성품도 있었고 아직 덜된 작품도 있었지만 다들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모습들이었다. 꽃샘추위를 담은 바람이 잠시 밀려왔다. 작은 부처상한테 물었다. “춥지 않으세요.”라고 했더니 “바람은 극복하는 것이여.”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에궁…. # 성곽 85% 복원… 옛 석공의 번뇌 읽다 그러는 참에 웃으면서 나타난 이씨와 사무실로 자리를 옮겨 이야기를 나눴다. 먼저 요새 무슨 일로 바쁘냐고 했더니 숭례문 복원공사 얘기가 나온다. “숭례문 성곽 복원이 85% 정도 완료됐습니다. 숭례문을 중심으로 동쪽으로 53m, 서쪽으로 16m의 길이를 대부분 복원했지요. 기나긴 세월의 풍화를 읽으면서 하는 작업이 정말로 간단하지는 않았습니다. 먼 옛날 석공들의 고뇌와 번민 등 그런 부분을 알고 그대로 재현하는 작업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이씨는 석공 선현들의 지혜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숭례문에 쌓아 올려진 돌, 그러니까 오랜 세월을 간직한 유물들에 대한 재발견이었다. 비오는 날이었다. 돌에 구멍이 있었는데 빗방울에 의해 구멍이 뚫렸다. 이 순간 이집트의 신전이 생각났다. 커다란 돌을 옮겼던 기억이었다. 정사각형의 돌 중앙에 구멍을 뚫어 정교하게 자리 이동을 해 벽을 쌓은 것이다. 그 다음에는 숭례문 돌 모양들이 아주 자연 친화적으로 쌓여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 돌 가운데 구멍 뚫어 옮긴 흔적 발견 “숭례문에 있는 돌들은 아무렇게 쌓아 올려진 것이 아니라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생각하면서 그에 맞게끔 친자연적으로 어우러져 있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도석수(都石手)라는 내용도 있습니다. 도편수는 그동안 많이 나왔지만 도석수라는 말은 이번 복원공사에서 처음 알게 됐습니다. 아마 당시 도석수는 지금으로 말하면 5급 관리 정도로 여겨집니다. 또한 돌마다 가진 물과의 관계, 즉 비가 오면 물이 밖으로 새도록 하는 등 아주 과학적이고 자연적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입니다.” 특히 돌의 크기가 다 다르다는 점에 눈길이 쏠렸다. 얼핏 보면 부자연스럽고 서로 맞추기도 힘들 법한데 퇴물림 형식으로 쌓아놓은 돌의 모습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던 것. 이씨는 그런 돌을 보면서 한마디, 한마디 묻고 또 물었다. “선조들이 어떻게 돌을 다뤘으며, 또 어떻게 생각했을 것이란 상상을 하는 순간 전율 같은 것을 느꼈습니다. 특히 중간중간에 놓인 장돌들을 볼 때에는 더욱 그랬지요. 위아래에서 누르는 압력을 장돌을 통해 견디도록 하는 지혜에 참으로 경탄했습니다.” 숭례문 복원 공사에 참여하면서 힘든 것은 무엇일까. 잠시 고민하던 이씨는 “(방화사건 직후) 처음에 아직도 가시지 않은 화재의 기운과 접하면서 같이 일하는 동료들 몇몇이 피부병에 걸렸을 정도였다.”면서 하지만 다들(20여명) 숭례문 복원공사가 새로운 역사를 쓴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작업했다고 술회했다. “따지고 보면 그동안 우리는 문화재를 복원한답시고 기계적으로 손을 대는 바람에 오히려 화재나 사고 등에 대해서는 무심했습니다. 정작 보존과 관리에 대해서는 진정성 없이 다가갔던 것입니다. 아마 숭례문 복원은 이런 것들을 전부 고민한, 새로운 역사를 쓰는 시발점이 될 것입니다.” # 都石手가 있었음을 처음 알게 돼 이씨는 숭례문 복원 공사에 참여하면서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첫째 앞에 언급한 도석수라는 단어였다. 원래 도편수라는 말은 있었지만 도석수라는 단어를 처음 알게 되면서 선조의 존엄성을 몸소 느꼈던 것. 또한 부석소(浮石所), 즉 지금의 채석장을 두고 돌 문화 창달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는 것을 새삼 발견했다. 특히 돌을 다듬으면서 비가 올 것을 대비해 정교하게 빗물을 흘려보내는 것까지 생각한 선조 석공들의 지혜의 흔적을 보면서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돌을 깨는 방법이나 돌을 다듬는 방법이 정말 과학적이며 친자연적으로 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특히 돌 중앙에 구멍을 뚫어 정교하게 이동시켰다는 걸 알고 놀랐지요. 대체로 돌을 다른 곳으로 옮길 때에는 사방에 밧줄을 연결하게 되는데 이럴 경우 밧줄을 빼는 과정에서 약간의 오차가 생깁니다. 그런데 숭례문의 돌을 보면서 이런 과정까지 염려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흔들림 방지, 비 올 때 물의 흐름까지 생각한 선조 석공들의 지혜를 숭례문 복원 공사를 통해 깨달았다는 것을 거듭 강조했다. 이씨는 이런 점을 소중히 메모하면서 후배들에게 전수할 책을 준비하고 있다. “옛날에는 돌을 다루는 것을 아주 소중하게 생각했습니다. 석공들 또한 자부심이 강했지요. 그러나 오늘날에는 그렇지 않은 경향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문화재 가운데 돌이 안 들어간 것이 어디 있습니까. 소중한 것을 남겨야 한다는 생각에 돌의 미학, 석공의 예술을 책으로 남기려고 합니다.” 이씨가 그동안 제작한 작품은 2000여점에 이른다. 전국의 사찰과 문화재가 있는 곳에는 그의 손때가 대부분 묻어 있다. 뿐만 아니다. 네덜란드 유트리트 박물관, 이탈리아 카라라시청, 일본 덕정사, 타이완 기륭 자항기념당, 프랑스 파리 7대학 등에도 이씨의 작품이 보관돼 있을 정도로 국내외적으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일화 한토막. 2005년 일제가 가져간 북관대첩비(임진왜란 때 정문부를 대장으로 한 함경도 의병의 전승비)의 환수 운동이 벌어지고 있을 때였다. 어느 날 문화재청에서 북관대첩비가 환수될 때를 대비해 좌대와 옥개석을 복원해 달라는 연락이 왔다. 며칠 후 북관대첩비는 무사히 반환돼 남한을 거쳐 북으로 돌아갔다. 이때 북관대첩비는 이씨가 복원한 옥개석을 머리에 인 채 북한 국보 193호로 지정돼 북한으로 갔다. 이씨는 당시를 회고하면서 “돌을 만지는 장인으로서 더없는 영광이 아니냐.”고 말한다. # 선조의 지혜 책으로 펴낼 계획도 이씨는 전남 담양 출신으로 12살 때부터 외삼촌에게 돌을 다루는 기술을 배웠다. 평소 무엇이든 만들기를 좋아했던 그는 팽이, 썰매 등 전통 놀이기구 제작에 솜씨를 발휘했다. 그러던중 1970년 스승 김진영 선생을 만나면서 본격적으로 석공예의 길로 들어섰다. 스승 김씨는 40년간 석조계에 몸담은 베테랑으로 조선 철종, 헌종 시대 경복궁의 해태상 등을 조각한 이세욱 선생과 김맹주 선생의 맥을 잇고 있었다. 이씨는 스승 김씨한테 10년 동안 가르침을 받고 두 번째 스승인 김부관 선생을 따라 불국사 청운교, 백운교 보수작업을 하면서 숙석(熟石) 기법을 배웠으며 그 덕분에 불교미술 대전에서 특선을 수상하면서 이름을 널리 알렸다. “돌 분야는 할 일이 많습니다. 현대와 전통을 접목시키는 것도 중요하고요. 사실 이제야 돌을 만지는 사람들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돌은 정직합니다. 화난 사람이 돌을 마주하면 돌도 화가 나 있고, 예쁘게 돌을 보면 돌 또한 예쁜 대답을 합니다. 돌에는 정이 있습니다. 한국 사람도 정이 많잖아요. ” 선임기자 km@seoul.co.kr 열두 살 때부터 돌 잡아 국가주요무형문화재 석장 부문 1호 지정 1956년 전남 담양에서 태어났다. 한학자인 할아버지와 할머니 밑에서 자랐으며 어릴 적부터 손재주가 남달랐다. 12살 때 석공이었던 외삼촌에게 돌을 고르는 일을 배웠다. 문화재 공사현장을 다닌 것도 이때부터. 이후 스승 김진영 선생을 만나면서 본격적인 석공예의 길로 들어섰다. 두 번째 스승인 김부관 선생한테 돌을 다듬는 숙석(熟石) 기법을 배웠다. 전국 기능인경기대회에서 연속 2회 금메달과 함께 한국문화재기능협회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으면서 대한민국 석공예 명장으로 지정됐다. 1995년 타이완의 자항기념당에서 석굴암보다 더 큰 석상을 만들어 화제가 됐다. 현재 부도를 비롯한 석조물의 복원과 정비, 각종 석조물의 해체 및 보수 공사에 참여하고 있다. 특히 성곽의 해체 및 복원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는 일본 오사카 보암사 석가노미불(1999), 경북 영주 석륜선원 부처 진사리석탑(2000), 네덜란드 유트리트 박물관 기하형체(1977), 이탈리아 카라라시청 소상(1983), 북관대첩비 갑석(2005) 등 2000여점이 있다.
  • [사설] 제주해군기지 총선 이슈화는 선동정치다

    제주해군기지 건설공사가 강행된 그제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는 공사현장인 강정마을을 급히 찾아 “야권 연대를 이뤄 총선에서 승리해 해군기지 공사를 중단시키겠다.”고 밝혔다. 한달여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서 제주해군기지 문제를 주요 이슈로 삼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국가안보와 직결된 국책사업을 총선전략의 지렛대로 삼아 표를 얻어보겠다는 시도는 결코 국민 다수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일각에서 지적하듯 ‘공천실패’ 책임론의 한가운데 놓인 한 대표가 위기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벼랑끝 자충수’를 택했다면 지금이라도 빨리 접기 바란다. 새삼 재론할 필요도 없다. 한 대표는 2007년 국무총리 시절 “미래의 대양해군을 육성하고 남방 해상통로를 확보하기 위해 제주해군기지는 불가피하다.”고 천명한 바 있다. 그런데 지금은 전혀 딴소리다. 그때는 민·군복합형 기지로 만든다는 계획이었는데 현 정부 들어 일방적인 해군기지로 변경해 밀어붙이고 있다는 것이다. 궁색하기 짝이 없다. 강정마을은 그때나 지금이나 남방해역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데 결정적인 중요성을 지니는 전략지역이다.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은 제주해군기지 건설의 변함 없는 핵심 콘셉트다. 정부는 2014년까지 강정마을에 20여척의 해군함정과 15만t급 크루즈 선박 2척이 동시에 접안할 수 있는 군사기지 겸 관광항구를 개발할 계획이다. 해양복합리조트도 들어선다. 민주당이 수권을 목표로 하는 공당이라면 보다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특히 한 대표는 제1야당의 대표에 걸맞게 성숙한 지도력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한 대표는 공사현장에서 “4·3의 아픔을 갖고 있는 제주도민, 강정주민들의 가슴에 또다시 폭탄을 터뜨려 상처를 주고 있다.”는 자극적인 언사도 서슴지 않았다.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제주도민의 해묵은 상처까지 헤집어 놓는 것이 과연 정치지도자로서 온당한 태도인가. 제주해군기지는 특정 지역이나 계층, 집단을 위해 벌이는 ‘특혜사업’이 아니다. 국가안보의 백년대계를 위한 국가적 사업이다. 민주당이 끝내 선동정치의 제물로 삼는다면 무책임한 정치세력이란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제주해군기지는 차질없이 추진되는 것이 국익에 부합된다고 본다.
  • [시론] 유산 상속을 마다하는 나라/황규호 언론인

    [시론] 유산 상속을 마다하는 나라/황규호 언론인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는 합수머리가 그리 멀지 않은 경기도 북쪽 파주시 변두리로 나앉은 지가 10여년이다. 산은 아니고, 더구나 들판도 아닌 비산비야(非山非野)의 야트막한 구릉지대에 달랑 올라선 아파트가 조금은 을씨년스러웠다. 그러나 신도시로 개발한다는 들뜬 풍문에 떠밀려 그냥 붙박이로 눌러앉아 산다. 이사 온 이후 얼마가 지났을까, 구릉지대 여기저기 사람들이 달라붙었다. 신도시 개발에 따른 공사현장일 것이라는 얼뜬 짐작이 들었다. 인적이 매달린 자리가 실은 고고유물이 묻혔을 포장지(包裝地)를 건설공사에 앞서 미리 찾아내는 이른바 구제발굴(救濟發掘) 현장이라는 사실은 한참 뒤에 알았다. 그런데 어느 해 해외여행에서 만나 통성명을 했던 프랑스의 저명한 고고학자 앙리 드 룸니 교수가 파주 발굴현장을 들른다는 소식이 들렸다. 그를 만나고도 싶었고, 이웃한 발굴현장을 돌아보겠다는 욕심에서 한달음에 달려갔다. ‘파주 운정 1지구 34~36지점’이라는 현장 팻말이 눈에 들어왔다. 이게 웬일인가. 발굴 구덩이에는 자갈밭 두렁을 마구 파헤친 것처럼 무수한 돌멩이가 무더기로 나뒹굴었다. 멀쩡한 돌멩이보다는 조각난 돌멩이가 더 많았고, 그 속에는 손질 흔적이 뚜렷한 돌연모(석기)가 사이사이에 박혀 있었다. 구석기문화의 꽃으로 일컫는 주먹도끼와 가로날도끼를 비롯한 여러낯돌연모(多面核石器)와 격지에 이어 찍개와 몸돌 따위의 돌연모가 난전을 이루었다. 이 지역은 대륙성과 온대성 기후의 편차가 섭씨 30도를 넘나들 만큼 추위와 더위가 아주 혹독하다. 이 같은 기후 불순 현상을 온몸으로 겪으면서도 흙구덩 속에서 돌연모를 골라낸 전공자들의 눈썰미를 찬탄할 수밖에 없었다. 땅을 파는 여러 직업군 가운데 고고학자를 가리켜 지식을 캐는 사람들이라고 말한 ‘문명 이야기’의 저자 월 듀란트의 명언이 새삼 떠올랐다. 현장을 참관한 앙리 드 룸리 교수도 광산업자가 캐낸 금붙이보다 운정 지구에서 나온 돌연모를 더 소중하게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어떻든 프랑스에서 온 노고고학자는 연신 고개를 끄덕여 감탄했고, 꼭 보존되어야 할 유적이라는 점을 누누이 강조했다. 그가 오래전에 발굴한 프랑스 남쪽의 미항(美港) 니스 시(市) 카르노 가(街)의 구석기 유적은 박물관 안에 고스란히 보존되었다. 그래서 파주 운정 지구 유적에 더욱 애착이 갔던 모양이다. 몇 해 전 겨울, 테라아마타 유적을 찾았을 때 현지에서 귀담아들었던 에피소드를 아직 생생히 기억한다. ‘사랑받았던 땅’을 뜻하는 테라아마타에서 구석기 유적이 드러나자, ‘니스의 아침’이라는 이름의 지역신문 ‘니스 마탱’이 이를 크게 보도하고 유적 보존을 들고 일어났다는 것이다. 이 기사가 보도되었을 무렵, 테라아마타에서는 아파트 공사를 위한 터파기가 한창이었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유적 보존을 주장한 니스 마탱 기자의 아들이 아파트 건설업자였다. 이는 결국 시민 논쟁으로 번졌지만, 니스 시가 뛰어들어 보존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아파트 완공 뒤 니스 시가 1, 2층 일부를 사들여 전시공간을 마련한다는 조건이었다. 약속은 이루어져, 유적에서 드러난 지층은 경화(硬化) 처리를 거쳐 출토유물과 함께 아파트에 새살림을 차린 박물관으로 들어갔다. 이렇듯 대단한 문화유산 지킴이들을 보노라면, 문화를 사랑하는 국민성이 묻어난다. 지난 2007년부터 4개 전문기관이 참여한 가운데 5년여에 걸쳐 발굴한 파주 신도시 유적은 아파트 숲이 다 깔아뭉갰으니, 더 할 말이 없다. 자그마치 8000여점에 이르는 발굴 유물은 곧 국가로 귀속되어 수장고 속에 갇힐 판이다. 테라아마타 박물관에 몰려와 재잘대던 니스 아이들과 딴판으로 살아갈 우리네 귀염둥이들이 딱하다. 라스코 동굴을 찾는 실마리를 제공했던 프랑스 아이들을 상기하면 더욱 그렇다. 인류가 진화할 씨앗과 문명 포자(胞子)를 뿌린 파주 구석기인의 유산을 상속할 주체가 없단 말인가. 설익은 국격(國格)이 어설프다.
  • 여수박람회 공사현장 20억 체임 ‘말썽’

    여수세계박람회 개막이 2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장비 대여업체들이 수개월째 임금을 받지 못해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일부는 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일을 못 하겠다며 7일부터 작업을 중단 했으며 앞으로 박람회장 출입 봉쇄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어서 파장이 우려된다. 문제가 되는 현장은 국제관과 빅오, 기업관 등이다. 관련 건설회사는 대기업인 대림산업과 현대건설, 포스코 등으로, 이들로부터 하도를 받은 회사들이 재하도를 주고 재하도 회사들이 임금을 체불하면서 문제가 되고 있다. 박람회장 현장에 굴착기, 크레인, 지게차 등을 투입한 건설기계 중장비 임대업체 80여개사는 8개월째 10억원의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식사비와 자재값 등을 합산하면 체불 임금만도 2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H건설기계 임대업체 전모(45) 사장은 “야간 작업은 물론이고 공휴일에도 쉬지 않고 수개월째 일을 했지만 원청인 대림산업은 하도회사인 Y회사에 책임을 넘기고, Y회사는 재하도 회사인 D회사가 알아서 할 일이라는 식으로 서로 나 몰라라 하고 있다.”며 “재하도 회사인 D회사는 이미 철수해버려 5000만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장비 10여대를 임대해 준 S건설기계회사는 지난해 7월부터 임금 지급이 미뤄지면서 지금까지 8000만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하나같이 무리한 공사 진행이 이번 체불 사태를 불러왔다고 지적하고 있다. 촉박한 공사 일정을 맞추기 위해 원청업체의 지시를 받은 하청업체가 대책도 없이 인력과 장비를 무턱대고 투입하고는 중도에 회사를 철수해버렸다는 것이다. 중장비 임대업체들은 “특히 대기업들이 기본적으로 하도급 회사들에 대한 관리 감독만 충분히 했으면 발생하지 않았을 일이었다.”며 “계약서도 없이 재하도가 이뤄진 회사들이 있을 만큼 불법이 성행하고 결국은 선의의 피해자가 속출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은 ”박람회 조직위원회와 원청회사들은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고 있다.”며 “지난 5일 청와대에 민원을 접수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람회 조직위는 “원청 회사들에 보상에 최대한 협력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하도회사가 아닌 원청회사들이 직접 임금을 지급하는 식으로 해결책을 찾고 있다.”고 해명했다. 여수 최종필기자 choijp@seoul.co.kr
  • 시위대 피해 화약 해상운반… 6시간 동안 6차례 발파작업

    시위대 피해 화약 해상운반… 6시간 동안 6차례 발파작업

    해군이 7일 강정마을 구럼비 해안에서 발파작업에 나서자 주민들이 강력 반발하고 나서는 등 해군기지를 둘러싼 갈등이 재확산되고 있다. 해군기지 건설 시공업체는 오전 11시 20분쯤 해군기지 건설 부지 내 구럼비 바위 서쪽 200m 지점에서 첫 발파 작업을 했다. 이날 발파작업은 오후 5시 20분까지 6시간동안 모두 6차례 벌어졌다. 우근민 제주도지사는 이날 오전 주민들과의 충돌 우려 등을 이유로 구럼비 해안 발파작업 일시 정지를 요청했지만 해군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발파작업을 강행했다. 해군기지 시공업체는 이날 발파작업을 위해 15㎞가량 떨어진 서귀포시 안덕면 동광리의 한 업체에 보관하고 있던 발파용 화약 800㎏을 반대 시위를 피해 해상을 통해 구럼비 해안으로 옮긴 뒤, 발파작업을 진행했다. 해군 관계자는 “구럼비 해안에서 시범 발파작업을 실시했고 조만간 방파제 기초 구조물인 케이슨 제작장을 만들기 위한 바닥 평탄화 작업을 하기 위해 구럼비 바위 발파작업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군은 앞으로 기지 조성에 필요한 구럼비 바위 일부지역은 발파하고 해안 노출암 일부는 자연상태로 보전, 주변을 수변공원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기지건설을 반대하는 주민 등은 구럼비 바위 전체 보존과 공사중단 등을 요구하며 반발하고 있다. 한편 강정마을 주민들은 이날 오전 3시 23분쯤 마을 회관의 사이렌 소리를 듣고 하나둘 제주 해군기지 공사현장 주변으로 집결하며 공사 저지 의지를 불태웠다. 수백명의 마을주민들과 구럼비 해안 발파공사를 저지하려는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경찰과 공사 차량 등의 공사현장 진입을 막기 위해 공사현장 입구 도로에 20여대의 차량으로 바리케이드를 치고 쇠사슬로 몸을 감는 등 ‘인간띠’를 형성하며 저항했다. 하지만 경찰은 물리력을 동원해 차량들을 치웠고 30여분만에 반대하는 주민들도 강제 해산했다. 경찰은 강정항과 해군기지 건설 현장 주변에 제주에 파견한 경기지방청 소속 경력 510여명과 제주도 내 전·의경 560여명 등을 투입,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경찰과의 대치과정에서 문정현 신부, 현애자 전 국회의원, 김영심 제주도의회 의원 등 19명이 연행됐다. ●구럼비 바위 화산 폭발로 바다로 흘러간 용암과 바다에서 솟아난 바위가 한 덩어리가 된 것으로 일반적인 바위들과 달리 넓고 평평한 모습을 갖고 있다. 해안을 따라 1.2㎞에 걸쳐 있으며 너비가 150m에 이른다. 구럼비라는 이름은 제주말로 구럼비 나무를 뜻하는 ‘구럼비낭’이 이 일대에 많아 붙여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강릉CC 골프장 또 불협화음

    강원 최대 민원으로 떠오른 강릉 구정면 강릉CC 골프장 조성사업의 현장조사를 놓고 강원도와 강릉시, 골프장 조성사업자가 의견 충돌을 빚어 또다시 시끄러워지고 있다. 도는 21일 도지사 직속 기구인 골프장민관협의회의 현장조사가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사업장에 전문가와 참관인, 보조원 등이 출입할 수 있도록 허가해 달라고 강릉시에 요청했다. 또 도는 차질 없는 감사를 위해 공사현장 보존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지난달 16일 예비감사를 시작으로 현재 진행 중인 강릉CC 조성사업 관련 도 특정감사도 연장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골프장 사업자인 ㈜동해임산 관계자는 “도와 시가 승인한 개발사업에 민원이 있다고 해서 민간인이 현장조사를 한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국토해양부가 유권해석을 내린 민간인 조사 출입문제는 개발행위 전에 공무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출입을 허용한다는 취지지 개발승인과 실시계획 인가를 받은 사업장에 대한 재조사 차원의 출입을 허가한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시 관계자는 “국토부 담당자와 다시 협의 중이며 그 결과에 따라 행정조치 등을 검토하는 게 순서다.”라고 말했다. 강릉CC는 105만 600㎡에 도시계획시설(체육시설 골프장) 사업 실시계획을 인가받아 총사업비 1058억원을 들여 내년 9월까지 18홀 규모의 회원제 골프장과 미술관, 연수원 등을 조성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주민들은 골프장 인허가 과정의 부실조사와 환경훼손을 내세워 골프장 조성을 반대하고 있다. 춘천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덜 마른 콘크리트에 빠진 ‘포르쉐의 굴욕’ 포착

    고가의 스포츠카인 포르쉐가 덜 마른 축축한 콘크리트에 처박힌 ‘안타까운’ 굴욕현장이 네티즌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최근 포르쉐 911 카레라S 모델을 끌고 미국 캘리포니아의 샌프란시스코를 지나던 한 운전자는 극심한 교통 혼잡을 피하고자 핸들을 돌렸다가 그만 도로 공사현장에 ‘뛰어들고’ 말았다. 우리 돈으로 1억 5000만원을 호가하는 이 스포츠카는 수많은 사람들이 오고가는 샌프란시스코 한 가운데서 질퍽한 콘크리트에 바퀴를 묻은 채 도움의 손길을 기다려야 했다. 당시 목격자들에 따르면 사고가 발생한 뒤 운전자가 먼저 밖으로 나오려고 했으나, 공사장 인부들이 다가와 차량을 꺼내기 전까진 나올 수 없다고 하는 통에, 결국 한참을 차 안에 앉아 눈요깃거리가 되어야 했다. 한 목격자는 “아무래도 그 포르쉐 운전자는 돈만 많을 뿐 ‘머리’가 부족했던 것 같다.”면서 “난데없이 콘크리트에 끼인 채 인부와 행인들을 불편하게 했다.”고 말했다. 결국 비운의 포르쉐와 운전자는 공사장 인부들이 한 시간 가량 나무판자 등을 이용해 다리를 만들고 끌어낸 후에야 자유를 되찾을 수 있었다. 네티즌들은 “세계 최악의 포르쉐 운전자”, “럭셔리 스포츠카의 굴욕“ 등의 댓글을 남기는 등 관심을 보였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경인고속도 직선화 착공

    경인고속도로와 인천 청라국제도시(경제자유구역)를 잇는 경인고속도로 직선화(청라진입도로) 건설공사 기공식이 15일 열렸다. 서구 가정오거리 공사현장에서 열린 1공구 구간 기공식에는 송영길 시장, 전년성 서구청장, 주민 등 500여명이 참석했다. 길이 2.3㎞, 왕복 4차로 규모인 이 구간은 인천아시안게임을 8개월 앞둔 2014년 1월 개통될 예정이다. 청라진입도로는 청라국제도시의 서울 접근성을 높이는 데 핵심적인 도로다. 현재 청라국제도시에서 서울로 가려면 상습 정체구간인 가정오거리를 거쳐 경인고속도로 서인천나들목으로 진입해야 한다. 하지만 청라진입도로가 완공되면 이 도로를 통해 곧바로 경인고속도로에 진입할 수 있다. 이 도로를 타면 인천아시안게임 주경기장에도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된다. 이번에 첫삽을 뜬 1공구를 포함해 경인고속도로 직선화사업 전체 구간은 계양구 효성동∼서구 원창동 7.49㎞에 이른다. 경인고속도로 직선화 총사업비 5047억원은 국비와 시비를 절반씩 투입한다. 경인고속도로 직선화 구간은 건설 추진 중인 청라국제도시∼영종도 구간 제3연륙교, 제2수도권외곽순환도로와도 연결될 예정이다.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박겸수 강북구청장 “역사·문화 중심지로… 고도제한 걸림돌”

    박겸수 강북구청장 “역사·문화 중심지로… 고도제한 걸림돌”

    “삼양동 등 2.39㎢에 걸친 고도제한 문제로 줄곧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서울시에서 나서 준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어요.” 박겸수 강북구청장은 13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강북구를 역사·문화·관광이 어우러지는 곳으로 만들겠다.”며 이같이 덧붙였다. 그러나 걸림돌로 고도제한 문제를 거듭 꼬집었다. 2005년 이후 5층 이하 20m 이하로 하고 현저한 높낮이 차이가 있는 경우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7층, 28m 이하까지 완화하기로 돼 있지만 실제 허가를 받은 곳은 없었다. 그런데 북한산 자락에 조성 중인 콘도미니엄 ‘더 파인트리’가 28m로 승인을 받고 2009년 공사에 들어가면서 특혜 의혹과 형평성 논란에 휩싸였다. →고도지구 문제에 대한 강북구 입장은. -강북구에선 대단히 예민한 문제다. 당장 형평성도 어긋난다. 파인트리엔 해놓고 다른 곳은 20m에서 8m 완화도 불가능하다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예정지구로 묶인 곳에선 주민들이 집 수리조차 할 수 없다. 조망점 기준마저 불분명하다. 보존지역을 해제하자는 것도 아니다. 서울시가 합리적으로 판단해주기 바란다. →파인트리를 둘러싸고 논란이 거세다. -전임 구청장 때 서울시 도시계획위 심의까지 통과한 문제라 취임 이후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 더 답답했다. 당시 도시계획위가 20m 고도제한을 유지하기만 했어도 이렇게까지 논란을 빚진 않았을 것이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지난달 16일 파인트리 공사현장을 둘러본 직후인 30일부터 외부 전문가들까지 포함한 감사단을 파견해 조사를 벌였다. 이제라도 심각성을 인식해 불행 중 다행이다. →‘역사문화 중심지’를 목표로 겨냥했는데. -강북구에는 이준 열사, 손병희·여운형·이시영 선생 등 근현대 인물들을 모신 16위가 있다. 북한산, 화계사·도선사 등 유서 깊은 사찰과 4·19묘지도 있다. 한데 묶으면 강북구만의 역사·문화·관광을 잇는 특색 있는 자원이 된다. 경전철을 타고 와서 둘레길을 걷고 근현대 역사의 현장을 둘러볼 수 있다. 청자 가마터도 빼놓을 수 없는 문화유산이다. →북한산이라는 자연환경은 어떤가. -지리산만큼이나 많은 피톤치드가 나온다. 구민들과 함께 북한산 1인 1그루 가꾸기 캠페인을 벌이고, 구청이 나서서 북한산을 멍들게 하는 참나무시들음병 구제와 일본목련 제거작업을 벌이고 있다. 그런 노력 덕분에 지난해 연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제주도 수준보다도 맑아졌고 서울시 선정 대기질 개선사업 추진 우수구로 뽑혔다. →임기 3년차를 맞은 데 따른 각오는. -구민이 주인인 행정을 모토로 주민들과 신뢰를 쌓으려고 노력했다. 지난해 내부 청렴도 평가에서 전국 1등을 한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자랑거리다. 역사와 문화와 관광을 하나로 잇는 핵심 지역으로 만들면서, 동시에 미아역과 수유 역세권을 본격 개발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문화마당] 아프니까 청춘일까? 아니다/주원규 소설가

    [문화마당] 아프니까 청춘일까? 아니다/주원규 소설가

    우리는 오늘 대한민국 청춘의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한다. 부러 청춘의 이야기를 찾고자 하는 억지스러운 의무감과는 다르다. 청춘의 이야기는 우리의 삶이 펼쳐지는 대한민국, 특히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되기 때문이다. 오늘 우리의 청춘은 하루를 신림동 고시원에서 시작한다. 새벽 동틀 무렵, 한 달 10만원만 내면 끼니 때마다 백반을 먹을 수 있는 식당에서 간단히 아침을 해결하고, 고시원 옆에 있는 학원 강의실에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는다. 물론 강의가 시작되려면 서너 시간 이상 남았지만 오늘의 청춘은 강의실에 들어가 잠을 청한다. 강의를 정확히 듣기 위해선 앞자리에 앉아야 하는데 자리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점심. 오늘의 청춘은 겨울의 공사현장에서 만나게 된다. 편의점 도시락에 담긴 식은 국을 마시고 공사현장 한구석에서 쪽잠을 자다가 정확히 오후 1시가 되면 철근 연결 작업을 위해 비계에 오른다. 영하의 날씨에 칼바람이 속살까지 매섭게 파고들지만 두 겹 이상 목장갑을 낀 오늘의 청춘은 비계에서 내려오지 못한다. 겨우내 이렇게 일하지 않으면, 이런 일자리조차 얻지 못하면 다음 학기 등록금 해결이 어렵기 때문이다. 또다시 고금리에 가까운 학자금 대출을 받을 순 없기에 청춘은 오후 내내 허공을 맴돌며 필사의 작업을 계속한다. 저녁은 쉴 수 있을까. 청춘에게 쉼은 사치의 다른 말이다. 청춘은 또다시 고시촌이나 공무원 시험 대비 학원 강의실로 들어가거나 광고용 피켓을 들고 서 있기 위해 강남역 한복판을 찾는다. 저물도록 청춘은 쉬지 못한다. 끝이 없는 쉼의 유예 속에서 깊은 밤, 새벽이 되면 어떡할까. 우리의 청춘은 슬그머니 24시간 편의점 안으로 들어간다. 그곳에서 청춘은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취객들의 난동과 반말을 일삼는 손님들의 무례함을 견뎌내야 한다. 그렇게 청춘, 그 고단한 하루가 지나간다. 이것이 오히려 완곡하게 표현한 대한민국 청춘의 삭막한 일상이다. 이 팍팍한 하루 속에서 오늘의 청춘은 과연 언제 잠들 수 있을까. 언제 쉴 수 있으며, 언제 사랑할까. 언제쯤 등록금 걱정, 취업 걱정에서 자유로울 수 있으며, 서점에서 전공이나 취업 관련 책이 아닌,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을까. 오늘의 청춘은 정말 아프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히 해둘 것이 있다. 오늘의 이 아픔은 청춘의 낭만이나 통과의례 따위가 아니란 사실이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청춘의 아픔을 당연한 것, 더 깊은 성숙을 위한 성장통쯤으로 여기는 것 같다. 하지만 과연 아픔이 미화될 수 있을까. 이 아픔이 정말 제대로 된 성장통인가. 젊기 때문에 고생하는 건 당연하다는 식의 태도를 버려야 한다. 그 태도는 어이없을 만큼 가혹한 오늘의 아픔을 아름다운 극복대상, 심지어 청춘의 특권쯤으로 여기는 순진한 믿음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나는 이미 청춘이 지났는데’, 아니면 ‘아직 청춘이 아닌데’라고 말이다. 그러나 오늘의 청춘은 같은 하늘 아래 숨 쉬고 살아가는 우리 모두를 끌어안은 생생한 현실이다. 이 청춘이 아파서는 안 된다. 아프지 않기 위해, 이 아픔에 순순히 승복하는 모든 굴종적인 태도에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야 하는 것이다. 질문에 대한 열정을 잃지 않는 태도가 마냥 우울하거나 심각할 필요는 없다. 아프면 아프다고 이야기하고, 화가 나면 화가 나는 대로 각자에게 주어진 방식으로 눈치 보지 말고 쏟아내는 긍정적인 흥분이 우리의 질문을 새롭게 해줄 것이다. 아픔은 청춘이기 때문에 받아들인다는 식의 체념이 아닌, 아픔을 향해 당당히 아프다고 표현하는 청춘의 무대가 아름다운 것이 아닐까. 청춘을 나름대로 잘 극복했다고 평가받는 이들은 너무나 손쉽게 말한다. 요즘 애들은 패기가 없다. 용기 내고 도전해라. 공무원 합격이 꿈이라고 말하는 녀석은 언제라도 때려주고 싶다. 이런 식으로 말하는 이들이 과연 청춘은 아프다고 말할 자격이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아닌 것 같다.
  • 수단반군 피랍 中노동자 14명 구출

    아프리카 수단의 반군에 의해 억류됐던 중국인 노동자 29명 가운데 14명이 정부군에 의해 구출됐다고 반관영통신인 중국신문사가 30일 보도했다. 정부군과 반군의 교전 여부 및 나머지 노동자들의 안전 생존 여부는 즉각 알려지지 않았다. AFP통신도 수단 정부군이 반군 조직인 북부 수단 인민해방운동(SPLM-N)에 억류됐던 중국인 노동자 14명을 구출했다고 전했다. 앞서 수단 반군은 지난 28일 남코르도판주(州)의 중국기업 도로공사 현장을 습격해 정부군 병사 9명과 중국인 노동자 29명을 붙잡아 끌고 갔다. 수단 정부는 현지 공사장에 반군 측의 습격 가능성에 대해 여러 차례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아프리카내 자국 노동자들의 안전 문제가 또 다시 도마에 올랐다. 실제 정부의 독려에 따라 중국 기업들의 아프리카 진출이 크게 늘면서 현지에서 일하는 중국인 노동자들이 잇따라 반군 등의 ‘표적’이 되고 있다. 수단에서는 2008년 중국기업의 석유관련 시설 공사 현장을 무장단체가 급습해 중국인 노동자 5명이 숨지고, 4명이 부상당한 사건을 비롯해 최근 5년간 중국 기업과 농장, 중국인 노동자를 상대로 테러가 10여차례 발생했다. 수단뿐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리비아내 중국 기업의 건설 현장이 반군들의 습격을 받았고, 2009년에는 서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옛 자이르)에 진출한 중국수력발전건설그룹의 고속도로 공사장이 무장괴한들의 공격을 받았다. 적도 기니, 잠비아, 알제리 등에서도 중국인 노동자와 상인들에 대한 현지인들의 습격이 있었다. 중국아프리카인민우호협회 통계에 따르면 사업 및 취업, 농업개발 등을 이유로 아프리카에 진출한 중국인은 50만명이 넘는다. 일각에서는 수백만명이 체류하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 아프리카 현지에서는 중국 기업과 중국인들의 과도한 진출에 대한 불만이 고조돼 왔다. 중국인들과 현지인들의 접촉빈도가 잦아지면서 충돌이 그치지 않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베이징 박홍환특파원 stinger@seoul.co.kr
  • 부동액 탄 물로 컵라면 16명 집단중독… 2명 숨져

    경로당과 건설현장에서 집단 중독 사고가 발생해 노인과 건설근로자가 한 명씩 숨졌다. 8일 전남 함평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5일 함평군 월야면의 한 마을 경로당에서 노인 6명이 함께 식사를 한 뒤 복통을 일으켜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던 중 지난 7일 정모(72·여)씨가 숨졌다. 전남대 병원 등지에 입원한 나머지 5명은 증세가 호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숨진 정씨 등이 가루 농약을 조미료로 착각하고 음식에 넣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지만 누군가가 고의로 농약을 넣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경찰은 이들이 먹다 남은 음식물에서 고추 탄저병 등에 쓰이는 맹독성 농약인 ‘메소밀’ 성분을 발견했다. 또 이날 전북 고창군 읍내리 A빌라 신축현장에서 공업용 부동액을 탄 물을 컵라면에 부어 먹던 건설근로자 10명이 집단 중독사고를 일으켜 한 명이 숨졌다. 경찰은 근로자들이 수도관이 어는 것에 대비해 드럼통에 부동액을 부어 넣었고, 이를 모른 채 그 물을 끓여 컵라면에 부어 먹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부동액은 겨울철 공사 현장에서 동파 방지를 위해 사용하고 있는데 요즘 부동액은 무색무취해 공사현장에서 사고가 종종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강남, 건설공사 구민감리단 위촉

    강남구는 각계각층 주민들로 구성된 ‘강남 구민감리단’을 위촉했다고 4일 밝혔다. 지역의 대규모 건설공사의 감리를 맡게 될 구민감리단 12명은 전직 기업체 사장에서부터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추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는 주민 등 전기, 건축, 토목, 회계 분야 전문가들로 시공이나 감리 경험이 풍부하다. 이들은 보수를 받지 않는 명예직으로 활동한다. 구민감리단은 ‘세곡동 강남 어르신 행복타운’과 ‘강남환경자원센터’ 건립 현장 감리를 시작으로 구에서 추진하는 대형 공사 현장을 감리하게 된다. 구민감리단은 앞으로 한 달에 한두 차례씩 공사현장을 돌며 공사 일정표와 도면 등을 살피고, 건설 공정과 공사 현장 전반에 대한 관리 실태를 점검한다. 또 시공과정의 불법부당 행위에 대한 시정사항도 건의한다. 신연희 구청장은 “구민감리단은 내 고장의 부실공사를 예방하고 불필요한 예산 낭비를 막겠다는 의지로 자발적으로 뭉친 만큼 주민을 대표하는 감독자로서 면밀하고 냉정하게 공사 현장을 점검하고 바로잡아 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종로, 안전보건경영 인증받아

    종로구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으로부터 안전보건경영시스템(KOSHA 18001)을 인증받았다고 13일 밝혔다. 전국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23일 인증서를 받는다. 안전보건경영시스템은 안전보건정책을 경영방침에 반영하고 세부실행 지침과 기준을 규정화해 주기적으로 실행 결과를 평가, 개선하는 등 재해예방활동을 체계적으로 추진하는 것을 말한다. 산업안전보건공단은 이 시스템을 구축하는 기업이나 기관을 대상으로 건설현장의 위험요인 파악과 제거, 실천 여부 등에 대해 엄격한 심사를 거쳐 인증하고 있다. 구는 지난해 8월 공단에 인증신청을 하고, 지난 10월까지 공사현장 24곳에 대한 실태조사를 통해 최종 인증심사에서 합격판정을 받았다. 김지훈기자 kjh@seoul.co.kr
  • [4대강 긴급진단] 콘크리트 접착제·물막이로 보 보강… ‘물번짐’ 한풀 꺾여

    [4대강 긴급진단] 콘크리트 접착제·물막이로 보 보강… ‘물번짐’ 한풀 꺾여

    4대 강 사업으로 만들어진 전국 16개 보에서 누수현상이 나타나면서 안전성 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다. 현재 보의 누수에 대한 설계기준이나 규정은 없는 상태다. 이에 한국시설안전공단은 “별다른 결함이 없고 콘크리트 내구성도 설계기준에 맞다.”며 긴급 안전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정치권은 물론 전문가들까지 입장이 갈리는 등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4대강 보 누수 논란과 관련, 정확한 진단과 대안 모색을 위해 상주보와 구미보를 둘러보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물번짐현상은 거의 잡혔습니다.” 지난 7일 오후 경북 상주시 중동면 낙동강살리기사업 33공구의 상주보. 강성호 현장소장은 취재진과 동행하면서 무겁게 말문을 열었다. 잔뜩 찌푸린 하늘과 을씨년스러운 강바람 탓에 메마른 얼굴은 유난히 그늘져 보였다. 낙동강 우안 쪽 콘크리트 고정보 벽면 60여m에 걸쳐 34군데에서 관찰된 누수는 이날 찾아볼 수 없었다. 높이 11m인 보의 7~8m 부근에서 인부들은 보트와 사다리를 이용해 습식 에폭시(차수제)를 주입하는 보수공사를 하고 있었다. 노란 차수제가 고정보 곳곳에 뒤엉켜 있었고, 누런 물이끼는 대부분 제거된 상태였다. 덕분에 물번짐현상은 일단 한풀 꺾인 상태였다. 상주보는 지난달 16일 보 개방행사를 앞두고 물을 채우면서 수압이 높아져 보 벽면에 물이 번지는 누수현상이 관찰됐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은 “물이 흘러내린 자국들이 100~200m 거리에서도 선명하게 보였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누수현상이 빚어진 것은 콘크리트를 한꺼번에 부어 양생하는 일체식이 아니라 여러 차례 나눠 공사를 벌이는 분할 타설 때문으로 보고 있다. 이음부 벽면 틈이 커져 누수현상이 빚어졌다는 것이다. 이영재 경북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수압을 많이 받는 상주보가 7회에 걸쳐 1.5~2m씩 분할 타설됐다.”며 “시간이 지나면 틈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김한창 부산지방국토관리청 낙동강사업2팀장은 “물을 가두면 수압이 높아져 콘크리트 이음 부위에서 물이 스며나올 수 있지만 구조적 안전성에 문제는 없다.”면서 “보 상류쪽 물을 빼고 완전히 방수작업을 마치려면 내년 1월쯤은 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주보에서 하류 쪽으로 35㎞가량 떨어진 구미시 해평면의 구미보. 낙동강 30공구에 속한 이곳에선 시공사 측이 수문 앞 하류 방향으로 100여m 구간에서 임시 물막이를 설치하고 긴급 보수공사를 벌이고 있었다. 시공사 관계자는 “수문 앞 강바닥에 설치했던 매트리스 개비온(강바닥 보호공)이 침식, 유실돼 지난 10월 말부터 보강공사를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미보도 최근 좌안과 우안 고정보 벽면 세 군데에서 상주보와 같은 물번짐 현상이 발견됐다. 다행히 물을 완전히 채워 놓지 않아 보름 안에 방수공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문제는 구조물 침하였다. 수문 양측에 하류 방향으로 만들어진 두 개의 장식용 콘크리트 구조물이 있는데 가운데 좌측 구조물의 이음새가 30㎝가량 벌어지는 현상이 발생했다. 서상일 현장소장은 “용의 꼬리를 형상화한 구조물이 지반침하로 본체와 균열된 것”이라며 “보의 안전성이나 설계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해명했다. 매서운 강바람과 맞선 공사현장에선 이날도 여전히 상반된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보 건설이 강물의 흐름이 만들어 낼 영향을 충분히 감안하지 못한 결과”라고 말했고, 현장 기술자들은 “대형콘크리트 구조물의 투수성을 이해하지 못한 주장”이라고 반발했다. 상주·구미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구 의정 탐방] 노원구의회-당현천 특위, 오염원인 집중 점검

    노원구의회가 당현천 친환경 하천 2단계 조성사업에 힘을 보탠다. 1일 구의회에 따르면 지난 7월 7명으로 구성한 ‘당현천 환경 개선을 위한 특별위원회’ 활동을 통해 내년 1월 7일까지 당현천 수질오염 원인을 집중 점검하고 현장방문에 나선다. 또 관련 분야 전문가를 초청해 강연과 공청회를 통한 주민들의 요구사항을 검토해 집행부에 전달하기로 했다. 김승애 의원이 위원장, 정병옥·김우일 의원이 부위원장, 김영순·김치환·봉양순·이한국 의원이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당현천 조성 사업은 2007년 12월 착공해 지난해 12월 중계4동 불암교~중랑천 합류지점 1단계 공사를 완료했다. 현재는 내년 12월 완공을 목표로 지하철 4호선 상계역 주변 주차장으로 활용되던 반복개 구간 복원과 불암교 철거 및 재가설 등 2단계 공사를 진행 중이다. 특위는 지난달 10일 열린 제2차 회의에서 집행부 담당자로부터 당현천 친환경 하천 조성에 따른 시공과 관리 현황 등을 보고받고 공사현장을 직접 찾아 진행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과 향후 추진계획을 집중 논의했다. 회의에서는 수질 문제가 집중 거론됐다. 김 위원장은 “수질 악화를 막기 위해 환경용액인 EM(인체에 유익한 미생물을 발효시킨 것) 배양액을 활용한 수질 검사를 실시해 결과를 통보해 달라.”고 요청했다. 김치환 위원은 “중랑천에서 끌어온 물이라 대부분 좋은 수질이지만 지하철 역에서 유입되는 물은 질소와 인을 기준치의 10배 이상 함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지하철역 정화시설 설치를 요구했다. 김영순 위원은 “건축 공사 인허가 때 우수관과 오수관을 분리하도록 규정돼 있는데, 집중호우 때 당현천으로 음식물 찌꺼기 등이 흘러드는 경우가 자주 목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평양 건설현장 대학생 강제동원 사실로

    평양 건설현장 대학생 강제동원 사실로

    내년 강성대국 진입 선포를 앞둔 북한 평양의 아파트 건설현장이 사진으로 공개됐다. 북한이 평양 만수대지구에 3000가구 규모의 고층아파트 신축, 평양 10만호 건설 등 대대적인 공사에 나서고 있다는 얘기는 전해졌지만, 현장 사진이 공개된 것은 이례적이다. 평양을 다녀온 미국인 레이 커닝햄은 지난 8~10월 평양시내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을 담은 사진 30장을 사진공유 사이트인 ‘플리커’를 통해 최근 공개했다. 이들 사진 가운데 시선을 끄는 대목은 건설현장에 대학생들을 동원한 사실이 확인됐다는 점이다. ‘중국어학부’라고 쓴 붉은색 플래카드가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에 내걸린 것이다. ‘1960년대 청년대학생들의 자랑찬 전통을 이어….’라는 문구도 보였다. 김책공업종합대학 깃발을 든 대학생들이 수십 명씩 무리를 지어 거리를 걷는 모습도 목격됐다. 깃발에는 김책공업종합대학 응용화학○○대대, 정보과학기술○○대대 등 소속 학과까지 표시돼 있다. 그동안 공사에 동원된 대학생 가운데 200여 명이 각종 사고로 숨졌다는 얘기가 대북 소식통 등에 의해 전해진 바 있다. 아파트 공사현장에는 ‘혁명의 수도 평양을 더욱 웅장하고….’, ‘단숨에 전투적으로, 전격적으로 해제끼자’, ‘위대한 장군님의 수도건설 구상을 빛나게 실현하자’ 등 작업을 독려하는 문구가 곳곳에 내걸렸다. ‘결사 관철’, ‘로동안전’, ‘천년을 책임지고 만년을 보장하자’ 등의 문구도 보였다. 한 공사장에는 ‘225 지도국 전투장’이라는 글귀도 내걸려 눈길을 끌었다. 북한 노동당 225국은 대남 공작부서로 알려졌지만, 공사현장에서 목격된 ‘225 지도국’이 대남 공작부서를 의미하는지는 정확하지 않다. 당과 내각은 기관별로 공사구간을 할당해 ‘층수 경쟁’을 유도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크레인이 설치된 모습이 보였지만 다른 중장비는 거의 눈에 띄지 않아 대부분 수작업에 의존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건물 외벽을 벽돌이 아닌 일반 돌로 쌓아올리는 모습도 보여 자재난을 겪고 있음을 드러냈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단독] 방사성 아스팔트 기껏 모아논 곳이…

    지난 4일 서울 월계동 주택가에서 걷어낸 방사성 물질이 나온 아스팔트의 보관과 처리가 모두 엉망인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와 지자체 모두 아스팔트 처리에 대해 떠넘기기식으로 일관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14일 노원구 상계동의 한 공원. 공원 한 곳에서는 노원구 측에서 주도하고 기후변화 체험 종합교육장으로 활용될 ‘에코센터’가 건설되고 있었다. 그 건설현장 한가운데에는 저준위 방사성 폐기물로 분류된 폐 아스팔트가 파란 천막이 씌워진 채 이곳 저곳에 쌓여져 있었다. 파란 천막은 손으로 쉽게 들춰낼 수 있었고 그 옆으로 인부들이 오가며 작업을 하고 있었다. 철조망이 쳐져 있는 공사현장 근처에는 주민들이 오가며 산책을 즐기고 있었다.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 방사성 물질이 나온 아스팔트를 걷어냈다지만 장소만 바뀌었을 뿐 방치된 것은 매한가지였다. 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인도 규정에 따르면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은 경주에 있는 방사성 폐기장으로 가야 한다. 하지만 정부와 지자체는 “경주에 가는 것이 맞다.”라는 원론적 입장만 반복해서 말할 뿐 구체적 계획이 없는 상태다. 경주 방폐장이 아직 완공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주로 가기 복잡한 상황이라면 적어도 임시 저장소인 인근 공릉동 한국전력 중앙연수원 내 한 건물에 보관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 건물에는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보관하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관계자에 따르면 “이곳에 있는 폐기물도 경주 방폐장으로 보내는 게 맞지만 아직 경주 방폐장이 완공되지 못했기 때문에 잠시 보관해둘 뿐이다. 하지만 정기적으로 방사능 수치가 얼마나 나오는지 점검하고 있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말했다. 이곳에 있는 방사성 폐기물도 경주 방폐장에 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폐 아스팔트 보관이 잘 되려면 그나마 점검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 공릉동 한전 연수원에 가는 게 바람직한 것이다. 그러나 정부와 지자체 어느 쪽도 공릉동 한전 연수원 쪽이 아닌 시민들이 오가는 공원 한 구석 공사 중인 곳에 폐 아스팔트를 보관하게 했는지 명확하게 대답하지 못했다. 노원구청 관계자는 “당시 주민들이 방사능 불안을 호소했기 때문에 구청 측에서는 일단 주민들의 불안을 해소하려고 빨리 아스팔트를 걷어낼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또 “현재 정부와 협의 중이며 구청 쪽은 (방사능)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후의 처리 과정은 정부가 해야 하는 게 맞다. 아스팔트 관리를 잘못한 것은 정부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원자력안전위원회 측의 생각은 다르다. 안전위 측은 “최종적으로 경주에 보내는 게 맞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노원구청에서 해야 하는 일”이라고 선 그어 말했다. 안전위 관계자는 “안전위 측은 자문을 주는 것일 뿐이다. 도로 관리는 구청의 몫이므로 구체적 계획이라든지 처리 비용은 모두 구청에서 할 일”이라고 말했다. 김혜정 환경운동연합 원전비대위원장은 정부와 지자체 모두 잘못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주택가에 방사성 물질이 나온 아스팔트를 그대로 방치하는 것은 위험하기 때문에 즉각적으로 걷어내는 것은 맞다. 하지만 천막으로 덮어놓았다고 해서 안전한 것은 아니다. 바람이 불면 방사능이 날릴 수도 비가 오면 쓸릴 수도 있고 주변 흙에 들어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김 위원장은 “지자체가 방사능 대처에 대해 잘 모른다면 전문 기관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야 하는데 떠넘기기 식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꼬집었다. 글 / 김진아기자 jin@seoul.co.kr 영상 / 문성호PD sungho@seoul.co.kr
  • 제주올레 ‘해병대길’ 재정비 속 훼손논란

    제주올레 8코스 ‘해병대길’이 서귀포시의 올레길 재정비사업 중 무참히 훼손돼 논란을 빚고 있다. 해병대길은 서귀포시 월평마을 아왜낭목에서 대평포구까지 15.2㎞의 제주올레 8코스 중 예래동 ‘갯깍’ 주상절리대 아래의 먹돌 해안 올레길로 빼어난 절경을 자랑한다. 2008년 3월 올레길 조성 당시 환경파괴 등을 방지하기 위해 기계나 장비의 힘을 빌리지 않고 지역 해군장병이 일일이 손으로 길을 내 해병대길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그러나 주상절리대의 낙석 위험성 등이 지적되면서 지난해부터 폐쇄, 그동안 올레꾼들과 지역주민들이 개방을 요구해 왔다. 이에 따라 시는 주상절리대에서 조금 떨어져 낙석을 피할 수 있는 위치에 최소 폭의 도보길을 새로 내기로 하고 최근 공사를 실시했다. 하지만 공사현장을 살펴본 제주올레 사무국과 예래동 주민들의 항의로 공사는 지난 2일 중단됐다. 이병헌 예래환경반딧불이연구회장은 “현장에 투입된 포클레인 궤도 바퀴에 의해 해안의 기존 먹돌들이 훼손됐고, 공사도 당초 예정했던 도보 길 1.5m보다 배 이상 넓은 3m 이상으로 넓게 공사가 이뤄졌다.”며 “처음 올레길을 낼 때도 환경파괴를 줄이려고 장비 없이 군인들 손으로 만들었는데, 아예 고속도로를 뚫어 놨다.”며 분개했다. 제주올레 사무국은 서귀포시에 포클레인의 철수를 요청하고 인력을 투입해 해병대길 훼손 구간을 복구할 방침이다. 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보험설계사의 두얼굴

    보험설계사의 두얼굴

    28일 보험설계사를 대상으로 보험사기 여부를 기획 조사하고 있는 금융감독원 조사분석팀원들은 예상보다 많은 적발 건수에 신경이 날카로웠다. 이미 수십명의 보험설계사가 병원에 허위로 입원한 것을 찾아냈고 이 중 일부는 수사기관에 통보했다. 설계사 A씨는 20여건의 보험을 들어 놓고 15차례의 입원을 반복하면서 1억원 이상의 보험금을 타냈다. 이 중 일부는 허위입원인 것을 밝혔지만 병원과 공모를 했다면 더 이상 알아내기는 힘들다. 그래도 그가 입원한 병원들에 일일이 연락해 보고 허위 입원 목격자를 찾아야 한다. 보험을 설명하고 판매하는 설계사가 보험사기를 벌일 경우 피해는 클 수밖에 없고 일반 가입자의 보험료만 오르게 된다. 한 해에 2조 2000억여원이 보험사기로 부당지급되고 있는데 이로 인해 가구당 연간 15만원씩 보험료를 더 내고 있다. 불황으로 수익이 크게 줄면서 일부 보험설계사는 범죄의 유혹에 빠지고 있다. 설계사의 보험사기는 2008년 261명에 불과했지만 지난해는 495명이 적발됐다. 올해 상반기만 이미 303명이 보험사기를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으니 연말까지 같은 추세라면 600명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5일 강동경찰서는 가짜 환자 180여명에 대해 병원에 입원한 것으로 보고하고 27억 3000만원을 챙긴 설계사 2명과 병원장 1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최근 전라도 광주에서는 공사현장 일용직으로 일하며 생활고에 시달려온 북한 이탈주민(새터민) 14명이 설계사의 꾐에 빠져 사기범 신세로 전락하기도 했다. 이들이 범죄의 유혹에 빠지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일부 설계사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다. 보험산업의 구조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대부분 보험회사는 설계사에게 최초 정착지원금 100여만원을 3개월간 지급한 후 성과급만으로 운영한다. 이에 따라 영업을 못하는 설계사 중에는 성과급을 받기 위해 스스로 보험에 가입하는 경우가 생긴다. 새로 가입해 받은 성과급으로 이미 가입한 보험의 매달 보험료를 내고 돈이 떨어지면 스스로 또 다른 보험을 들어 보험료를 메워간다. ‘돌려막기’다. 돌려막기의 끝은 파산이다. 또 파산을 앞두면 보험사기의 유혹을 더 쉽게 느낄 수밖에 없다고 한다. 설계사는 ▲매월 100만원 미만을 보험회사에 납입하는 비가동 ▲100만~200만원을 납입하는 가동 ▲200만원 이상을 납입하는 우수로 등급이 나뉜다. 설계사 김모(36)씨는 “연봉이 수억원인 일부 설계사만 언론에 노출되지 대다수는 박봉에 로열티도 없는 비가동·가동 설계사”라면서 “중소보험사의 설계사 정착률은 10%대에 불과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근속 기간이 3년 미만인 보험설계사는 9만 5391명으로 전체 보험설계사의 64.6%에 달한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들어 불황으로 영업이 힘들어지면서 남자 보험설계사의 이직이 특히 잦아졌다. 남자 설계사는 2009년 전체 설계사의 27.9%(4만 6313명)를 차지했지만 올해 7월 기준으로 25.9%(3만 9238명)로 감소했다. 문제는 설계사들의 보험사기를 막을 근본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보험사기로 해고되더라도 다른 보험사나 보험대리점으로 옮긴다. 설계사의 신상을 모아놓은 데이터베이스가 없어 확인도 어렵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설계사 보험사기를 막기 위해서는 적발을 강화하고 보험사가 내부통제시스템을 확고히 해야 하지만 일종의 내부자 범죄이기 때문에 막기가 쉽지 않다.”면서 “설계사를 대상으로 기획조사를 하는 등 감독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경주·임주형기자 kdlrudwn@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