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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집 보일러 시공업자가 무자격자라니…

    우리집 보일러 시공업자가 무자격자라니…

    서울 은평구 대조동에 사는 주부 김성희(54)씨는 지난달 월동 준비로 보일러를 교체하기 위해 인근 시공업체에 전화를 돌렸다가 깜짝 놀랐다. 가격이 천차만별이었다. 같은 모델의 보일러 설치를 부탁했는데 A업체는 44만원, B업체는 56만원을 불렀다. 더 높은 값을 부른 업체 측에 이유를 물었더니 “싼 업체는 분명히 싼 이유가 있다”는 근거 없는 답변만 돌아왔다. 보일러 대리점을 운영하는 최영조(54)씨는 28일 “일부 보일러 대리점이 판매와 설비 건수를 늘리기 위해 사설 시공업자 측에 가스시설시공업 면허를 빌려주는 것이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라면서 “사설 업자들은 면허 대여 비용을 보통 소비자에게 떠넘긴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겨울 추위가 다가오는 가운데 무자격 보일러 시공·수리업자들이 기승을 부려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 무자격 시공업자들은 자격증을 보유한 전문 가스시공업자로부터 면허를 빌려 소비자를 안심시킨다. 무자격 업자들이 정식 시공업자에게 면허를 빌리는 비용은 건당 1만원 수준이다. 대여 횟수가 잦아 무시 못할 금액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가정용 가스보일러를 시공하기 위해서는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시행하는 가스 기능사와 온수온돌 기능사 면허를 딴 뒤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가스시설시공업 3종과 난방시공업 2종을 등록해야 한다. 하지만 시공업자의 자격과 등록 유무를 관리해야 하는 지자체가 사실상 손을 놓고 있어 무자격 시설업체들이 난립하고 있다.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지자체에 등록하지 않고 시공업을 하면 3년 이하의 징역과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하지만 별도의 신고 없이는 이들을 적발하기가 쉽지 않다.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가스 설비의 특성상 안전 관리도 문제다. 현행 도시가스사업법은 보일러 시공의 안전성을 담보하기 위해 시공업자에게 의무적으로 가스사고 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하도록 하고, 소비자에게 보험증권을 교부해야 한다. 하지만 상당수 무자격 업자들은 비용 때문에 보험에 가입하지 않는다. 경기 파주시에 사는 이현희(37·여)씨는 지난가을 고장난 보일러의 순환펌프를 교체한 뒤 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는지를 해당 시공업체에 물었지만 “보험 기간이 만료돼 보상받을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소비자를 안심시키기 위해 정식 시공업자에게 빌린 보험증권을 보여줄 때도 있다. 하지만 사고가 나더라도 피해 보상을 전혀 받을 수 없어 소비자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한국열관리시공협회 관계자는 “무자격 시공업자들은 시공비에 면허와 보증보험증권을 대여하는 비용을 얹어 부르는 사례도 많아 되레 비싼 값에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는 시공을 할 수 있다”면서 “가스 시공은 안전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검증된 전문 기술자에게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 ‘방만 경영 뭇매’ 건설근로자공제회 내년 임원진 연봉 30% 자진 삭감

    지난달 국회 국정감사에서 방만한 경영으로 뭇매를 맞은 고용노동부 산하 건설근로자공제회가 임원진 연봉을 30%쯤 자진 삭감한다. 공제회의 연봉 삭감이 다른 공공기관으로 확산될지 주목된다. 공제회는 내년도 임원 연봉을 올해 대비 평균 30.1% 줄인다고 27일 밝혔다. 1∼2급 간부는 평균 10% 삭감하고, 3급 이하 직원은 연봉의 3%를 반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올해 2억 4543만원을 받은 이사장의 내년 연봉은 28.4%(6961만원) 줄어든 1억 7582만원으로 책정됐다. 전무이사는 올해 대비 31.7%(6928만원) 삭감된 1억 4944만원을, 감사는 30.5%(6500만원) 감소한 1억 4810만원을 받는다. 전체 판공비와 업무 추진비도 줄어든다. 올해 1억 6200만원이었던 판공비는 내년에 전액 삭감된다. 업무 추진비는 18.0%(3240만원) 감소한 1억 4760만원으로, 홍보조사 정보비는 86.3%(1억 620만원) 줄어든 1680만원으로 책정됐다. 판공비와 업무추진비, 홍보조사 정보비의 평균 삭감률은 64.6%다. 이진규 공제회 이사장은 “공공기관을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연봉 삭감에) 앞장서게 됐다”고 말했다. 앞서 공제회는 올해 이사회 선임과 국감에서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1월 청와대 정무1비서관이었던 이 이사장이 새 수장으로 선출되면서 ‘낙하산 논란’이 제기됐고, 지난달 국감 때는 공제회 감사인 정병국씨가 업무추진비를 국회 전현직 보좌관을 접대하는 데 사용했다고 밝혀 논란이 일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2013 공직열전] 농림축산식품부 (하)주요 국장·과장급

    [2013 공직열전] 농림축산식품부 (하)주요 국장·과장급

    농림축산식품부의 ‘돌격대장’은 8명의 실무 국장과 8명의 실무 과장이다. 혹자는 이들을 조용한 ‘살림꾼’으로 부른다. 하지만 이들은 갈등은 조금이라도 줄이고 정책 효과는 높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돌격대장이다. ‘소득 보전 못한다’는 농민들의 아우성과 ‘친환경제도 못 믿겠다’는 소비자의 항의에 지쳐 귀를 닫기보다는 더 소통하자고 다짐하며 하루하루를 전진한다. 김현수(행시 30회) 농촌정책국장은 “정책에서 실험은 곧 피해자를 만든다”고 말했다. 완벽한 일처리가 정책 철학이다. 식량정책과장 시절 쌀 공공비축제 도입, 쌀 소득보전 직불제 도입 등을 주도했다. 쌀의 포장에 도정 연·월·일을 표시하게 해 소비자들이 쌀의 품질을 한눈에 알 수 있도록 했다. 김종훈(36회) 농업정책국장은 2009년 시작된 ‘농업 분야 중장기 연구·개발(R&D) 기본 방향’을 만들었다. 현재 3000억원 규모로 불어난 농식품 모태펀드도 입안했다. 카리스마가 있으며 후배의 역량을 믿고 업무를 맡기는 스타일이다. ‘대책반장’으로 불리는 김경규(30회) 식량정책관은 1997년 외환위기에 축산 관련 업체들이 도산하기 시작하자 축산발전기금을 적시에 공급해 능력을 인정받았다. 2007년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농업보완대책을 입안했다. ‘투명한 자세로 절차를 지키는 것’이 정책 철학이다. 김덕호(35회) 국제협력국장은 부하 직원의 의견을 존중하는 업무방식으로 인정받고 있다. 부하 직원과 장관 간 의사소통이 잘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국장급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믿는다. 2005년부터 한·아세안, 한·인도, 한·캐나다, 한·멕시코 FTA 등에서 농업업무를 맡아 온 통상전문가다. 임정빈(기시 26회) 식품산업정책관은 시류를 읽는 눈이 탁월해 ‘트렌드 리더’로 알려져 있다. 2009년 식량정책과장 때 풍년이어서 남는 58만t의 쌀을 사두었다. 이후 2011~2012년 쌀값이 오를 때 이를 풀어 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었다. 실무 능력과 정무적 감각을 두루 갖추었다. 조급한 정책 양산보다 정확하고 효율적인 정책을 만드는 것이 목표인 이천일(33회) 유통정책관은 유통 및 축산 분야 전문가다. 올해 5월 발표한 농산물유통개선대책을 입안했고, 지난해 축산정책과장 때 구제역이 발생하자 무분별한 축산을 막는 ‘축산업 허가제’를 만들었다. 권재한(37회) 축산정책국장은 꼼꼼한 업무 방식이 탁월하다. 부하 직원에게 맡은 분야에서 우리나라 최고 전문가가 되길 당부한다. 2003년 농업농촌종합대책을 입안했고 지역농협 합병 및 국가식품클러스터 계획, 식품산업종합발전 대책 등을 만들었다. 직원들 사이에서 ‘큰형님’으로 통하는 김남수(기시 19회) 소비과학정책관은 안 되는 이유보다 되는 방안을 찾고, 현장 방문을 생활화하는 것이 정책 철학이다. 2000년 초 미 농무성 유전자원보전센터에 파견된 경험으로 농업 관련 유전자가 불법 해외 반출되는 것을 방지하는 법률을 입안했다. 김인중(37회) 농촌정책과장은 추곡 수매제 폐지, 공공비축제, 소득보전직불제, 쌀 재협상 등의 실무작업을 맡아 식량정책 개편에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해동(35회) 농업정책과장은 2003년 한·칠레 FTA 지원특별법을 만들고 식량농업기구(FAO), 국제농업개발기금(IFAD), 세계식량계획(WFP) 등 농식품 분야 3대 국제기구 업무를 두루 했다. 박수진(40회) 식량정책과장은 주무과장 중 유일한 여성으로 대학 4학년 때 행시에 합격했다. 2006년 한·미 FTA를 총괄했고 꼼꼼한 일처리로 인정받는다. 안영수(기시 21회) 국제협력총괄과장은 폭넓은 업무 경험이 장점이다. 농업 분야에서 친환경농업 직불제를 입안했고, 지난해 골든씨드 프로젝트를 만들었다. 이상만(38회) 축산정책과장은 초대 식품산업정책팀장을 지내 식품산업발전종합계획을 만들었다. 한식 세계화의 기본 틀을 만들었다. 배호열(37회) 식품산업정책과장은 부처 내에서 ‘아이디어 맨’으로 통한다. 18개 로고를 단일 로고로 바꾸는 등 농식품 인증제 개편 작업을 담당했다. 윤동진(35회) 유통정책과장은 변화와 혁신이 주무기다. 적극적인 업무스타일로 후대에 물려줄 가치가 있는 농법을 보존하는 농업유산제도를 만들었다. 노수현(기시 23회) 소비정책과장은 2000년 축산경영과에서 한우산업발전대책을 만들어 인정받았다. 최근 10년 한우산업발전을 이끈 청사진이었다. 세종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프로배구] 대한항공 + 고공비행 = 단독선두

    [프로배구] 대한항공 + 고공비행 = 단독선두

    대한항공이 3연승을 질주하며 단독선두로 힘차게 날아올랐다. 대한항공은 13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LIG손해보험과의 경기에서 마이클 산체스(우크라이나·26득점)와 신영수(11득점), 곽승석(10득점)의 활약에 힘입어 세트스코어 3-0(25-22 27-25 25-16)으로 완승을 거뒀다. 세터 황동일은 공격수들에게 안정적으로 공을 전달해 입대로 팀을 떠난 한선수의 공백을 메웠다. 대한항공은 특히 서브 득점에서 6-0으로 LIG를 압도했다. 두 팀은 1세트에서 엎치락뒤치락 접전을 펼치며 뜨겁게 맞붙었다. 그러나 22-22에서 LIG는 외국인 토마스 패트릭 에드가(호주)가 세 개의 범실을 잇달아 저질러 자멸했고, 결국 대한항공이 세트를 가져갔다. 2세트에서도 두 팀은 듀스까지 가는 치열한 승부를 펼쳤다. 대한항공이 쉽게 승리를 가져가는 듯했으나 LIG가 에드가의 타점 높은 공격과 하현용의 블로킹을 앞세워 24-24까지 따라붙었다. 그러나 마이클이 두 개의 강력한 스파이크를 LIG 코트에 꽂아넣어 2세트를 마무리했다. 3세트에서 대한항공은 1, 2세트 접전에 힘을 뺀 LIG에 일방적인 공격을 퍼부었고, 곽승석이 스파이크 서브를 성공해 승부를 매조졌다. 앞서 열린 여자부 경기에서는 흥국생명이 5세트까지 가는 치열한 다툼 끝에 도로공사에 세트스코어 3-2(21-25 25-27 25-22 25-19 15-10)로 역전, 짜릿한 시즌 첫 승을 거뒀다. 1, 2세트를 내준 흥국생명은 외국인 엘리사 바실레바(불가리아)를 앞세워 나머지 세트를 내리 따냈다. 바실레바는 5세트에서만 9점을 퍼붓는 등 총 41득점으로 맹활약했다. 반면 도로공사는 주포 니콜 포셋(미국)의 공백이 컸다. 일본에서 열리는 국제배구연맹(FIVB) 2013 월드 그랜드챔피언스컵 미국 대표로 참가하기 위해 지난 4일 출국한 니콜은 오는 20일 IBK기업은행전에서 복귀할 예정이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전시회 여는 68살 동갑내기 화가 박대성 & 임동식, 그들의 이야기

    전시회 여는 68살 동갑내기 화가 박대성 & 임동식, 그들의 이야기

    68세 동갑내기인 두 화가는 너무나 닮았다. 자아와 피아, 종교의 두터운 장벽을 넘어 예술혼을 불태우는 동양화가 박대성은 자신의 삶에 장애를 안기고 아버지의 목숨을 앗아간 사람들조차 용서했다고 말했다. 서양화가 임동식은 평생 독신으로 예술의 길에 천착하고 있다. 각각 경북 경주와 충남 공주 원골에 정착해 자연과 교감하며 살아가는 삶의 방식도 닮았다. ■ 용서하니 나를 찾고 수묵화로 삶을 얻다 “그 사람들은 벌써 다 용서했지요.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저를 예술가라 부르겠어요. 민족의 아픔이고 역사의 탓이죠.” 작가의 눈가에 살짝 이슬이 맺혔다. 6·25전쟁 직전 경북 청도의 한약방에 출몰한 공비들에 의해 왼쪽 팔을 잘린 후, 40여년간 누구나 상상이 가능한 삶을 살아온 동양화가 박대성(68)의 이야기다. 당시 세 살이던 아이의 아버지는 공비의 칼에 목숨을 잃었다. 그런데 작가는 “신체 장애를 다룬 기사는 많이 나왔다”면서 화제를 돌렸다. 커피 한 잔을 놓고 시작한 작가와의 대화는 그렇게 한 시간가량 무르익었다. ‘외팔이’ 소년은 병풍 그림으로 소일하며 자랐다. 묵화부터 고서에 이르기까지 독학으로 연습을 거듭했다. 정규 교육을 받진 않았지만 수묵화가 외면당하는 한국 화단에서 전통을 창조적으로 계승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69년부터 잇따라 여덟 번이나 국전에 입선했고 1979년 중앙미술대전에선 대상을 받았다. 아픔이 없었던 건 아니다. “열아홉 살 때인가, 그림을 공부하는데 앞날이 너무 막막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어요. 그런데 부산 용두산공원에서 관상을 봐 주던 노인이 서른 살을 넘기면 운이 좋아진다고 해서 잠시 미뤘죠. 스물세 살 때 독학으로 국전에서 입선했습니다(웃음).” 수묵화로 한평생을 바친 작가에게는 지금 ‘대가’라는 호칭이 따른다. 내년 가을에는 경주세계문화엑스포공원에 그의 이름을 내건 시립미술관이 문을 연다. 작가는 1989년부터 경주로 내려가 칩거하며 산사의 풍경 등을 화폭에 담고 있다. 오는 24일까지 서울 종로구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이어 가는 ‘원융’(圓融)전에도 가로 8m의 대작 ‘불국설경’ ‘부처바위’ 외에 도자기와 글씨를 그린 ‘고미’ 등 수묵화 50여점이 내걸렸다. 성철 스님의 장삼과 500나한을 그릴 만큼 불심이 깊지만 그는 가톨릭 신자다. 마지막 과업은 화단에서 찬밥이 돼 버린 한국화를 되살리는 일이다. 작가는 “수묵화를 그리니 대낮이 가장 어둡고 칠흙 같은 밤이 가장 밝다는 역설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시골가니 나를 찾고 자연에서 붓을 잡다 “옆집 우 사장이 권해서 그렸는데 역시 토박이라 남다른 풍광을 알고 있더군요. 다른 사람 눈이 훨씬 뛰어납디다.” 10여년간 외국에 머무르다 귀국해 충남 공주의 원골마을에 정착한 ‘귀농 화가’ 임동식(68)은 팔랑귀란 소리를 듣는다. 수채화같이 맑은 색감을 강조하는 화가는 애초 그림을 접을 뻔했다. 홍익대 회화과를 졸업한 뒤 독일 함부르크로 유학 가 설치미술에 푹 빠져 살았다. 그러다 문득 시골 고향이 생각났다. 1990년대 초 원골마을로 들어왔다. 농사나 지으며 살려다가 그림을 그려 보라는 주위의 권유에 다시 붓을 잡았다. 밥집 사장이자 친구인 ‘우 사장’의 아들 결혼식 선물로 내놓은 그림에 반응들이 좋았던 덕분이다. 이후 작가는 우 사장이 알려주는 동네 곳곳을 돌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풍경화 연작 시리즈 ‘친구가 권유한~’이 나왔다. 그림에선 저 멀리 강이 흐르는 풍경과 바람 부는 들판의 경치가 맑게 펼쳐진다. 오래된 벽화처럼 바스러질 듯하지만 그림엽서에서나 볼 수 있는 수채화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작가는 “타인의 시각을 표현한 작업이 흥미로웠다”면서 “나 혼자였다면 절대 못 그렸을 작품들”이라며 겸손해했다. 평생을 독신으로 살아온 작가가 원골마을에 처음 정착했을 때 주변에선 신흥 종교의 교주 정도로 치부했다. 말수도 없이 덥수룩한 수염을 지닌 사내가 홀로 다녔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지미술을 한다며 몸을 부대끼자 동네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마음의 문을 열었다. 우 사장은 아예 자신의 트럭에 화구를 싣고 다니며 작가에게 산골 풍경 곳곳을 그리게 했다. “넥타이도 혼자서 못 고른다”던 화가는 원골 주변의 풍경을 나름의 맑은 색감으로 풀어놨다. 자연을 벗 삼아 그린 그림 20여점은 오는 30일까지 서울 종로구 송현동 이화익갤러리 ‘사유의 경치Ⅱ’전에서 펼쳐진다. 유화 물감으로 그린 그림인데도 은은한 느낌이 나는 건 물감에 기름을 섞지 않았기 때문이다. 작가는 “안 써 본 색깔이 많다”면서 “앞으로 그 미지의 색을 찾아 표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오늘의 눈] 정부와 국회의 속 다른 ‘이구동성’/장은석 경제부 기자

    [오늘의 눈] 정부와 국회의 속 다른 ‘이구동성’/장은석 경제부 기자

    “임금이라면, 백성들이 지아비라 부르는 왕이라면, 내 그대들을 살려야겠소.” “백성을 하늘처럼 섬기는 왕이 되겠다면, 그것이 그대가 꿈꾸는 왕이라면, 그 꿈을 내가 이뤄드리리다.” 지난해 9월 개봉해 우리 영화 중 7번째로 1000만 관객을 돌파한 흥행작 ‘광해’에 나오는 대사다. 임진왜란 이후 왕위를 둘러싼 권력 다툼과 붕당 정치로 백성들의 삶이 피폐해진 광해군 재위 기간(1608~1623년)에 가짜로 왕위에 오른 광대 하선(배우 이병헌)과 새로운 조선을 꿈꾸던 도승지 허균(배우 류승룡)이 백성들을 위한 정치를 펼치고자 뜻을 모으는 장면으로, 이 영화 최고의 명대사로 꼽힌다. 그때로부터 400년이 흐른 2013년의 대한민국. 지금도 국민의 살림살이는 어렵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라앉았던 경제사정은 쉬이 나아지지 않고 있다. 경제성장률도 지난해 2.0% 등 잠재성장률에 훨씬 못 미치는 저공비행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가 예상하는 올해 성장률은 2.7%에 불과하다. 정부 전망의 특성상 예측이라기보다는 목표치에 가깝다. 전문가들은 투자 활성화 대책, 8·28 부동산 대책, 고용률 70% 로드맵 등 박근혜 정부 들어 봇물 터지듯 쏟아진 경제 활성화 정책들이 효과적으로 집행돼야 이 수준에 간신히 턱걸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와 국회 모두 ‘경제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내걸고 있다. 하지만 진정성을 바탕으로 가진 능력을 모은다기보다는 성장 목표 달성 실패에 대한 부담감 때문인지 책임을 떠넘기기에 바쁜 모습이다. 정치권은 정부의 경제 활성화 정책이 담긴 법안 처리를 미루고 있다. 여당이나 야당이나 마찬가지다. 최근 진행된 국정감사에서는 여당까지 나서서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경제정책 수장으로서의 컨트롤타워 능력이 부족하다고 질타했다. 정부는 연일 국회에 경제 활성화 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 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현 부총리는 지난 23일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입법 조치가 신속히 진행되지 못해 발표한 대책이 현장에서 집행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경제 활성화 관련 법안이 무려 102건에 이른다”며 국회가 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분기 우리 경제는 전년 동기 대비 3.3%의 성장을 보이며 7분기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제가 불황의 늪을 벗어나고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아직도 미국의 양적완화(경기부양을 위해 통화량을 늘리는 정책) 축소, 환율 변동 등 대외 불안요소가 여전하다. 경제 회복에 탄력을 줄 수 있는 정책들의 빠른 집행이 필요한 시기다. 정부는 바른 정책을 만들어야 하고 국민의 대표인 국회는 정부를 견제해야 한다. 하지만 ‘타이밍’이 중요하다. 당정은 이미 지난 8월 발표했던 세제 개편안으로 ‘중산층 증세’라는 큰 홍역을 치렀지만 발 빠르게 수정안을 내놓으며 국민의 조세저항을 최소화한 경험이 있다. 정부와 정치권의 진심이 하나로 모여야 할 시점이다. esjang@seoul.co.kr
  • [노주석 선임기자의 서울택리지] 한강(하)

    [노주석 선임기자의 서울택리지] 한강(하)

    ●모래 위의 욕망 ‘한강의 기적’이란 이름으로…여의도보다 컸던 밤섬 희생되다 “한강개발계획을 세워라. 첫째, 여의도에 제방을 쌓아서 가능한 한 많은 택지를 조성한다. 둘째, 여의도와 마포·영등포를 연결하는 교량을 가설한다. 셋째, 한강을 사이에 두고 남북의 제방도로를 연차적으로 축조함으로써 한강 홍수를 방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자동차가 고속으로 달릴 수 있도록 한다.” ‘불도저’ 김현옥 서울시장이 여의도 건설을 주축으로 하는 한강개발 3개년계획이라는 것에 착안한 것은 1967년 8월이었다. 서울시 도시계획국장을 지낸 손정목 전 서울시립대 명예교수에 따르면 3월에 기공한 한강연안도로(강변도로)가 모습을 드러내자 재미있는 현상이 김 시장의 눈에 띄었다고 한다. 새로 생기는 도로와 기존 제방 사이에 새로운 택지가 조성됐는데 제방을 종전보다 안으로 들여 쌓은 결과였다. 여의도를 개발하면 엄청난 택지가 생기고 그것을 판 수익금으로 그동안 구상했던 일들을 한꺼번에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김현옥의 머리를 스쳤다. 같은 해 9월 서울시는 한강개발 3개년계획을 수립했다. 주무부서인 건설부와의 협의를 통해 여의도와 영등포 사이에 샛강을 두되 소양강댐이 완공되면 폐쇄해 택지를 더 조성하고, 홍수방지 차원에서 한강 본류의 폭을 1300m로 유지하는 안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여의도의 총면적은 127만평에서 샛강 면적 등 40만평을 뺀 87만평으로 확정됐다. 여의도 방죽(윤중제)의 높이는 15.5m, 제방 너비는 21m이며, 제방 안에 조성되는 택지는 강바닥에서 13m 높이로 정했다. 총 둘레는 7.6㎞였다. ‘여의도의 몇 배’라는 대한민국 면적의 기준치는 이렇게 해서 만들어졌다. 한강 폭을 1300m로 한다는 건설부와 서울시의 합의는 참으로 교묘했다. 여의도를 개발하되 강물의 흐름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는 명분을 내세워 밤섬을 없애버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제방을 쌓으려면 엄청난 골재가 필요한 마당에 코앞 밤섬 폭파로 골재를 얻는 ‘땅 짚고 헤엄치기’였다. 당시 밤섬의 면적은 1만 7393평으로 지금의 40배 크기였다. 어마어마한 골재가 채취됐다. 밤톨처럼 생겼다고 해서 이름 붙은 밤섬(栗島)에는 78가구 443명이 거주하고 있었다. 조선 초기부터 17대를 살아온 마(馬), 판(判), 석(石), 인(印), 선(宣)씨 등 5개 희성 씨의 집성촌이었다. 이들은 토지보상비 838만원과 건물보상비 702만원을 지급받고 마포구 창전동 와우산 기슭의 대지 1000평 연립주택으로 옮겨갔다. 사람들은 이곳을 ‘밤섬 마을’이라고 불렀다. 밤섬은 고려시대 유배지였으며 주민들은 길이 18m짜리 장도릿배와 15m짜리 조깃배, 12m짜리 늘배 등을 만드는 배 목수 일을 주로 했다. ‘배 제작술을 배우려면 밤섬으로 가라’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여의도에 제방을 쌓고 땅을 다지느라 한때 여의도보다 더 컸던 섬이 무참히 희생됐다. 밤섬은 1968년 2월 10일 오후 3시 폭파돼 시야에서 사라졌다. 방죽을 쌓는 와중에 낭보가 날아들었다. 10만평의 부지에 국회의사당이 들어온다는 것이다. 여의도 입주신청 1호였다. 종묘 앞과 남산 등지를 전전하며 터를 구하지 못한 국회가 ‘신천지’ 여의도로 걸어 들어온 것이다. 이호철의 소설 ‘서울은 만원이다’가 신문 연재를 시작한 것이 1966년이었고 1968년 서울인구는 400만명에 이르렀다. 비록 1인당 국민소득은 123달러, 서울에서 가장 높은 건물은 8층(소공동 반도호텔), 차량대수는 2만 5000대(승용차 1만대)에 불과했지만 모든 것이 광적으로 팽창하던 시기였다. 서울의 교통난, 주택난, 급수난을 해결할 요술방망이가 필요했다. ‘한강의 기적’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110일 만에 제방 축조공사가 끝났다. 기적에 가까운 초스피드 공사였다. 홍수가 오기 전 완공이 유일한 목표였고, 생태나 환경은 돌볼 틈이 없었다. 개발연대기의 원초적 불행이었다. 여의도라는 섬은 사실상의 육지가 됐다. 지금 국회가 들어앉은 양말산(羊馬山)은 높이 190m로 양이나 말을 기르던 목축장이었는데 이때 완파돼 평평해졌다. ●모래 위의 도시 차는 지상·보행은 위층… 초현대적 입체도시 꿈꾸었던 여의도 새로 탄생한 하중도시(河中都市) 여의도를 어떻게 조성할 것인가. 남산 국회의사당 현상설계(1959년) 당선자이며, 워커힐호텔(1962년), 세운상가(1966년), 청계고가(1967년) 계획과 설계를 맡았던 건축가 김수근이 또 등장한다. 김수근은 김종필 국무총리, 김현옥 서울시장과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 건설기술종합 용역업체인 한국종합기술개발공사라는 국영기업체의 부사장을 거쳐 사장으로 재직했다. 건축사무소는 문을 닫고 ‘공간’이라는 건축잡지만 발행했다. ‘문학청년’ 김현옥은 김수근에게 초현대적이며 후세에 길이 남을 예술적 설계를 요구했다. 국회에 이어 사법부와 서울시청이 입주해 여의도를 중심으로 하는 ‘제2의 서울’을 건설한다는 포부였다. 10층 이상의 스카이라인에, 자동차는 지상으로, 보행자는 2층으로 다니는, 지하도나 육교가 없는 초현대적 입체도시를 꾸미겠다고 발표했다. ‘여의도 개발 마스터플랜을 위한 전제와 가설’(공간 1969년 4월호)과 서울시에 제출한 ‘여의도 및 한강연안 개발계획’ 등을 종합해 보면 이 계획을 완성하는 데는 무려 20년이 걸리며 107억원의 서울시 선행투자와 1000억원 이상의 막대한 민간투자가 필요했다. 1968년 당시 서울시의 일반회계 세입은 138억원이었고, 한강개발특별회계의 세입결산액은 11억원이었다. 서울시 재정상황은 직원 봉급주기도 빠듯한 지경이었다. 한마디로 실현불가능한 장밋빛 청사진이었고 실패한 도시계획의 전형이었다. 김수근의 여의도개발계획은 일제강점기 ‘백화점 왕’ 박흥식이 해방 후 재기를 노리며 세웠던 남서울 신도시계획안과 어딘가 닮았다는 느낌을 준다. 둘 다 천재였고, ‘강남시대’를 예견한 시대를 앞선 아이디어를 제시했지만 현실이라는 높은 벽을 넘지 못하고 좌초됐다는 공통점을 가졌다. ●모래 위의 광장 ‘비상용 활주로’ 5·16 광장… 거대한 집회장소 기억 남기다 ‘밤섬의 저주’였나. 밤섬 폭파 후 2년여 흐른 1970년 4월 마포구 창전동 와우아파트가 무너져 33명이 죽고, 39명이 다쳤다. 공교롭게도 밤섬에서 강제이주한 주민들이 사는 밤섬 마을 바로 옆에서 초대형 사고가 터졌다. ‘건설은 나의 종교’를 외치던 김현옥은 물러났다. 같은 해 10월 여의도 한가운데에 12만평 규모의 ‘텅 빈’ 대광장을 만들라는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가 떨어졌다. 여의도계획에 잡혀 있는 상업·업무지구를 동서로 나누라는 허탈한 지시였다. 여의도 입체도시 건설의 꿈이 허물어지는 순간이었다. ‘5·16광장’ 건설로 여의도 계획은 뿌리째 뒤틀렸다. 새로운 계획이 필요했다. 1971년 8월 서울시는 서울시청사를 1976년까지 여의도에 건립하며, 여의도 전역을 미관지구로 지정하고, 통행금지 해제지역으로 지정하며, 여의도를 통과하는 지하철 2호선을 건설한다는 내용의 새로운 여의도종합계획을 발표했다. 김수근보다 더 허황했지만 불가피했다. 투입 예산은 50여억원인데 수입은 국회 제공 부지 10만평을 평당 1만원에 판 10억원이 전부였다. 대법원지구로 예정된 땅 전부와 시청이 들어설 땅 절반에 시범아파트를 지어 팔기로 했다. 후임 양택식 시장을 비롯한 시 간부들이 거리로 나서서 시범아파트를 선전하는 홍보전단을 돌렸다. 분양이 쉽지 않았다. 서울시민들은 110일 만에 급조한 여의도 제방의 안전이 미덥지 못했고 모래섬 위에 사는 것을 꺼렸다. 그러나 극적인 반전이 찾아왔다. 대한민국 최초이자 최고를 내세운 시범아파트가 팔리기 시작한 것이다. 민영아파트도 따라 들어섰고 택지도 덩달아 팔려나갔다. 서울시청 건설예정부지였던 지금의 산업은행 자리도 팔았다. 국회와 방송 3사, 증권거래소 입지가 결정적이었다. 서울시는 투자한 54억원을 뽑고 30억원의 순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여의도는 시대를 앞서가는 첨단도시를 포기한 대가로 빈사상태의 서울시 재정난을 회생시켰다. 이 중 10억원이 지하철 건설비로 계상됨으로써 지하철 건설의 역사가 돛을 올렸다. 후에 드러난 일이지만 박 대통령이 의도한 여의도광장 조성은 전시 비상용 활주로 용도였다. 여의도는 1916년 간이비행장이 생긴 이래 1961년 김포공항으로 이전하기 전까지 서울의 국제관문이었다. 공군의 발상지였으며 1971년 성남으로 이전하기 전까지 공군 K16 비행장이었다. 1968년 김신조 일당의 서울 침입, 울진·삼척 무장공비사건 등 안보위기가 겹치면서 여의도는 예상치 못한 운명을 맞았다. 같은 해 북악스카이웨이가 개통되고, 다음 해 서울시민 30만명이 대피할 수 있는 지하대피용 남산1, 2터널이 굴착되는 등 이때부터 일련의 남북체제 대결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1971년 10월 1일. 국군의 날 행사 TV중계를 통해 처음 선보인 여의도와 여의도 광장의 엄청난 규모에 온 국민은 놀랐다. 이후 반공궐기대회와 대통령 유세, 취임식 등이 광장의 주요 용도였다. 1973년 닷새 동안 200만명이 모인 빌리 그레이엄목사 서울전도대회를 시작으로 국풍, 이산가족 찾기, 부처님 오신 날, 천주교 200주년 행사 등이 잇따르면서 매번 집회 참가인원 신기록을 갈아 치웠다. 텅 빈 광장은 소통의 광장이 아니라 ‘아고라포비아’(Agorafobia·광장공포증)를 유발한다는 비판도 따랐다. 1999년 조순 초대 민선 서울시장이 100억원을 들여 광장을 시민공원으로 바꿨다. 여의도와 여의도광장은 한국 현대사의 영욕이 담긴 기억저장소이다. joo@seoul.co.kr
  • 토성 최대 위성 타이탄 ‘신비의 호수’ 포착

    토성 최대 위성 타이탄 ‘신비의 호수’ 포착

    토성의 최대 위성 타이탄의 거대한 호수 모습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지난 23일(현지시간) 미 항공우주국 나사(NASA)는 토성탐사선 카시니호가 촬영한 타이탄 북극에 위치한 호수의 새로운 이미지를 공개했다.  신비의 위성 타이탄은 태양계에서 지구 이외에 표면에 호수를 가진 유일한 천체다. 그러나 지구처럼 물이 아닌 메탄과 에탄으로 이루어진 것이 특징. 연구에 참여한 미국 아이다호 대학 제이슨 바네스 박사는 “올해 7월과 9월 카시니호가 저공비행 중 촬영한 이미지를 합성해 만든 것”이라면서 “이 호수가 어떻게 형성됐는지 밝혀줄 단서를 제공해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지구와 가장 닮은 천체인 타이탄은 지름이 5,150㎞에 달하며 표면온도는 마이너스 170도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얼마전 나사 측은 타이탄의 대기에서 적은 양의 프로필렌을 발견했다고 밝힌 바 있다. 프로필렌(propylene)은 상온에서 약한 자극적인 냄새가 나는 무색기체로 특히 플라스틱의 원료로 쓰이며 이 발견으로 지구가 아닌 다른 천체에서 화학물질을 처음으로 발견하는 기록을 세웠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100년 전통으로 세계음식을 버무리다

    100년 전통으로 세계음식을 버무리다

    유통시장의 규모가 커지고 대형유통업체의 활약이 두드러지면서 전통 재래시장의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이는 비단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유통선진국 미국에서 대형 마트에 밀렸으나 과감한 변신에 성공한 재래시장이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 있는 100년 전통의 ‘퀸시마켓’(Quincy market)이 그 주인공. 19일(현지시간) 찾아간 퀸시마켓은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때마침 점심시간이라 미국 가정식부터 한국 음식까지 다양한 나라의 음식을 판매하는 150여개의 매장마다 음식을 주문하려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지금은 연평균 100만명이 오가는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퀸시마켓도 불과 30년 전까지만 해도 생존을 고민해야 했었다. 188년 전에 세워져 보스턴의 역사 깊은 재래시장이었지만 1980년대 시장 인근에 대형 유통업체들이 대거 진입하면서 가격 및 상품 경쟁력에 밀려 소비자의 외면을 받았다. 벼랑 끝에 섰던 상인들은 과감하게 재래시장이라는 편안한 옷을 벗고, 푸드코트란 새 옷을 입으며 위기를 기회로 바꿨다. 5년 전부터 퀸시마켓에서 음식점을 운영 중인 스티브(65) 역시 퀸시마켓 부활의 비결로 ‘과감한 변화’를 꼽았다. 그는 “30년 전 시대의 변화를 읽은 상인들의 결정이 있었기에 현재 퀸시마켓이 보스턴의 관광명소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며 “이 지역의 웬만한 대형 마트보다 더 많은 방문객을 끌고 있다”고 말했다. 현지인들은 퀸시마켓 경쟁력으로 로마양식의 건축물을 꼽는다. 100년 넘은 시장만이 지닐 수 있는 고풍스러운 풍경은 대형 마트가 절대 따라올 수 없는 부분이다. 일주일에 3번 정도 이곳을 찾는다는 리처드 피엘러(40)는 “2층에 올라가면 100여 전에 존재했던 상점들의 간판 등도 전시돼 있어 보스턴의 역사를 볼 수 있다”며 “일반 대형 마트에서 절대 느낄 수 없는 퀸시마켓만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글 사진 보스턴 김정은 기자 kimje@seoul.co.kr
  • 금거북이? 고급 시계?…뭐니 뭐니 해도 ‘머니’

    3년 전 서울 모 구청 6급 주사였던 50대 김모씨는 사무관 승진을 앞두고 구청장 부인에게 몰래 10돈(37.5g)짜리 금거북이를 전달했다. 김씨는 “경쟁자가 한둘이 아닌 마당에 가만히 있으면 떨어질 것 같아 고민 끝에 부담이 덜한 금붙이를 구입했다”며 “사모님을 직접 찾아가 건넸는데 거부하지 않아 마음이 놓였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김씨는 그해 사무관 승진을 하지 못했다. 바친 뇌물이 약소한 탓이라고 여겼다. 사무관 승진에 2000만원 안팎이 든다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이다. 대신 근무성적평정이 좋게 나왔고 1년여가 지나 겨우 승진할 수 있었다. 김씨는 “6급에서 사무관으로 승진해 기초단체 공무원의 꽃인 과장이 되면 대우가 수십 가지 달라진다”고 말했다. 우선 매달 50만~60만원의 업무추진비(판공비)가 나온다. 월급도 늘어난다. 관할 지역이 좁지만 기관장인 동장이나 면장도 할 수 있다. 부하 직원이 3~5배 늘고 인허가 등에서의 권한도 훨씬 세진다. 죽어서도 제사 때 쓰는 지방(紙榜)의 ‘현고학생부군신위’(顯考學生附君神位)에서 학생 대신 ‘사무관’ 벼슬을 넣을 수 있는 호사도 누린다. 많은 공무원은 자기 단체장과 연결되는 속칭 ‘마담뚜’가 누구인지 꿰뚫고 있다. 그렇지만 단체장이 자기 고향 출신만 챙기는 지역색을 너무 드러낼 때는 망설일 수밖에 없다. “돈을 준다고 승진시켜 줄까” 하는 의심에서다. 고향이 다른 단체장이 당선돼 오면 맞트레이드를 통해 다른 자치구로 달아나는 공무원이 적잖은 이유다. 승진 인사와 관련해 단체장에게 뇌물로 고급 시계 등을 준다는 얘기도 일부 있으나 가장 많이 건네는 것은 ‘뭐니 뭐니 해도 머니(현금)’다. 그것도 계좌가 아닌 현금 직접 전달이 대세다. 업자들도 마찬가지다. 대전 자치구의 한 공무원은 “(비리를) 잡히지 않으려면 현금을 받아 차명계좌에 넣어두는 게 ‘안전빵’이고 곧바로 선거비로 쓸 수 있는 것도 현금 아니냐”고 반문했다. 대전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롯데마트 생필품 ‘통큰 할인’

    롯데마트가 롯데쇼핑 창사 34주년을 맞아 800억원어치의 생필품을 최대 50% 깎아주는 파격 행사를 연다. 17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 열리는 행사는 평소 전단행사보다 규모가 3배가량 크다. 삼겹살, 굴비, 욕실 변기 등 1000여종의 상품이 선보인다. 국내산 냉장 삼겹살(100g)은 정상가보다 40% 싼 1100원에 판매한다. 롯데·신한·삼성카드로 결제하면 20%를 추가 할인받아 880원에 살 수 있다. 국내산 굴비(30마리·2.1㎏)는 반값인 1만 9800원에 판매하며 물량도 평소보다 4배 많은 100t이 준비됐다. 욕실 전문업체와 제휴해 양변기를 교체해 주는 이색 서비스도 선보인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이사와 결혼으로 집 꾸미는 수요가 늘어나는 가을철을 맞아 알뜰하고 간편하게 변기를 교체할 수 있는 서비스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이번에 나오는 상품은 대림바스의 대형 양변기로 배송과 교체, 폐변기 수거를 포함한 모든 서비스를 14만 9000원에 제공한다. 같은 품질의 브랜드 상품 시공비와 비교하면 40% 정도 저렴하다. 모두 2만개가 준비됐으며 31일까지 보름 동안 롯데마트 전국 95개점에서 신청할 수 있다. 남원·여수·통영점과 빅마켓 등 일부 점포는 제외된다. 23일까지 롯데카드로 7만원 이상 구매한 고객에게 ‘잘풀리는집 3겹 롤티슈(9개)’를 사은품으로 준다. 최춘석 롯데마트 상품본부장은 “백화점의 정기세일에 버금가는 차별화된 서비스와 파격적인 가격으로 고객만족을 이끌어 낼 것”이라고 말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160兆 빚’ 에너지공기업 순금·상품권 등 퇴직잔치

    ‘160兆 빚’ 에너지공기업 순금·상품권 등 퇴직잔치

    160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빚더미에 올라 있는 에너지 공기업들이 퇴직자들에게 순금 열쇠, 상품권, 여행비, 가전제품을 1인당 최고 300만원까지 지급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지난해 공기업 경영평가에서 꼴찌 수준의 등급을 받은 에너지관리공단이 여전히 ‘황금빛 퇴직잔치’를 벌이고 있었고, 원전비리 온상으로 지탄을 받고 있는 한국수력원자력은 국내 연수를 명목으로 여행비를 지원해 주기도 했다. 16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김한표 새누리당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에너지관리공단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8월까지 퇴직한 24명에게 기념패와 별도로 순금 열쇠를 기념품으로 지급했다. 순금 열쇠의 가격은 1개에 150만원으로 공단은 퇴직자 기념품 전달에만 4100만원의 예산을 지출했다. 공단은 지난해 경영평가에서 낙제 수준인 D등급을 받아 경영실적 개선이 절실한 상황이다. 원전 비리 집단으로 낙인찍힌 한수원은 ‘빚잔치’ 규모도 남달랐다. 한수원은 같은 기간 퇴직자 357명에게 1인당 200만원 상당의 전통시장 온누리상품권과 100만원 상당의 국내 연수 비용을 지급했다. 총지출액은 10억 7100만원이다. 한수원은 지난해 부채가 24조 7000억원으로 경평영가에서 D등급을 받았다. 한전의 발전그룹사인 중부발전·남동발전도 퇴직자 1인당 200만원 상당의 전통시장 상품권을 지급하고 있다. 서부발전과 남부발전은 지난해 8월까지 순금 1냥짜리 기념품(가공비 포함 300만원 상당)을 주다가 지난해 9월부터 전통시장 온누리상품권 200만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바꿨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주택 매매가 0.05%↑… 3개월 만에 반등

    전국 집값이 3개월 만에 반등했다. 전셋값 고공행진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감정원은 이달 전국 주택 매매가격이 전달보다 0.05% 올라 3개월 만에 오름세로 돌아섰다고 30일 밝혔다. 수도권은 전반적으로 보합세를 유지했지만 서울 강남(0.54%)·강동구(0.20%) 등은 오름세를 나타냈다. 반면 광진(1.00%)·노원(0.31%)·성동구(0.30%) 등은 가격이 내렸다. 지방은 대구(0.49%)·경북(0.35%)·충북(0.12%)·충남(0.10%) 등에서 집값이 오른 반면, 전북(0.10%)·대전(0.07%)·전남(0.07%) 등은 내렸다. 집값 반등 원인은 정부가 내놓은 ‘8·28 전·월세 대책’ 이후 투자 심리가 호전되면서 급매물이 소진되고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전세 수요를 매매 수요로 전환시키는 8·28 대책이 매매시장의 활성화에 어느 정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생애 최초 구입자에게 양도세와 취득세 혜택이 주어지는 연말까지 수도권 소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매매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전셋값이 고공비행하고 있으나 거래가 살아나고, 매맷가가 상승하는 최근의 부동산 시장 흐름은 정부의 구상과 맞아떨어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전세난은 계속됐다. 서울의 경우 0.29% 상승하며 23주 연속 오름세가 지속됐다. 강남구 대치동 개포우성1차 85㎡는 3000만원 오른 6억 3000만원, 서초동 래미안서초스위트 85㎡는 2000만원 오른 6억 5000만원의 시세를 각각 형성했다. 강서구 가양동 가양6단지 50㎡, 59㎡는 각각 500만원 상승한 1억 9000만원과 2억 1000만원을, 광진구 자양동 한양 85㎡, 125㎡는 각각 2000만원 오른 3억원과 3억 9000만원의 시세를 형성했다. 전세난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집주인이 임대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월세를 선호하면서 전세 물건이 부족한 데다 이사 수요가 맞물렸기 때문이다. 세종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박쥐 꿀꺽하다 ‘체한’ 욕심많은 괴물 두꺼비

    새로운 돌연변이 두꺼비의 출현일까? 좀처럼 보기힘든 야생 두꺼비의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최근 남미 페루 세로스 데 아모타페 국립공원 측은 밀림 속에서 촬영한 신기한 모습의 두꺼비를 공개했다. 마치 얼굴에 날개가 달린 듯한 이 두꺼비는 식성좋기로 소문난 ‘파나마왕두꺼비’(Cane toad)로 입 속에 있는 것은 바로 박쥐다. 두꺼비가 날아가는 박쥐를 꿀꺽했지만 미처 삼키지 못하고 이같은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되버린 것. 공원 관리자인 유파니 올라야는 “파나마왕두꺼비는 움직이는 것은 무엇이든지 입 안에 넣으려고 할 만큼 식탐이 많다” 면서 “이날 점심식사를 위해 입을 쫙 벌리고 있다가 운좋게 날아가는 박쥐를 꿀꺽한 것”이라고 밝혔다. 공원 측에 따르면 두꺼비의 입 안에서 버둥거리던 박쥐는 운좋게도 풀려나 다시 밀림 속으로 날아갔다. 미국 워싱턴 대학 찰스 린켄 박사는 “파나마왕두꺼비는 이빨이 없어 먹잇감을 으스러뜨린 후 삼킨다” 면서 “따라서 박쥐가 큰 상처를 입지 않고 무사히 도망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지역의 두꺼비들은 저공비행하는 박쥐를 잡아먹는 전략을 개발한 것 같지만 나도 처음보는 상황”이라며 놀라워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퍼기, 8가지 성공비밀

    퍼기, 8가지 성공비밀

    인생의 절반 이상인 39년 동안 지휘봉을 잡았던 위대한 감독. 27년간 올드트래퍼드를 지켰고, 거기서 우승 트로피 38개를 모은 승부사. ‘최고의 축구사령탑’으로 꼽히는 알렉스 퍼거슨(72)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감독은 어떻게 성공했을까. 퍼거슨 전 감독이 하버드비니지스리뷰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8가지 지도철학을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12일 보도했다. 1. 기초를 탄탄히 맨유를 처음 맡았을 때 바닥부터 다져진 ‘축구클럽’을 만들겠다는 생각뿐이었다. 3연패하면 해고되는 게 요즘 감독이지만, 당장 눈앞의 1승을 좇기보다 기초를 쌓는 게 꾸준한 성적을 보장한다. 2. 리빌딩은 과감하게 젊은 선수들이 베테랑을 보고 배우는 건 중요하다. 팀은 4년 주기로 물갈이돼야 하며, 모든 결정은 3~4년 후의 모습을 그리며 했다. 선수를 내치는 건 힘든 일이지만 방출의 증거는 그라운드에 있다. 3. 기준은 깐깐하게 리빌딩·준비·동기부여·전술미팅 등 명확한 기준을 세우고 지켰기 때문에 맨유의 영광을 일굴 수 있었다. “한 번 예외를 두면 두 번 어길 것”이라고 선수들을 다그쳤다. 호날두·긱스·베컴 등 스타들에게는 더 많은 기대를 했다. 4. 통제는 감독이 나보다 강한 자를 용납하지 않았고, 내가 모든 걸 통제했다. 선수들이 훈련법·휴식·규율·전술 등에 간섭한다면 우리가 아는 맨유는 없다. 구단은 감독이 바뀌면 경기력이 나아질 거라고 믿는데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5. 상황에 맞는 메시지를 격려를 하면서 실수를 지적해야 한다. 월요일까지 기다리지 않고 경기 직후에 바로 한다. 경기 전에는 기대하는 점을 말하고, 하프타임에는 8분만 말한다. 졌을 때는 임팩트를 줘야 하지만 너무 겁을 주면 선수들이 제 기량을 못 펼친다. 감독은 때에 따라 의사도, 선생님도, 아빠도 돼야 한다. 6. 승리를 준비하라 이기는 게 내 본성이다. 주전 5명이 부상으로 빠져도 승리를 기대했다. 내 팀은 인내하고 포기를 모른다. 7. 관찰하라 훈련을 코치들에게 맡기고 선수를 지켜봤다. 가만히 지켜보면서 얻는 게 값지다. 행동(습관)이 바뀌거나 열정이 식은 선수들에게 더욱 신경 썼다. 선수 스스로도 몰랐던 부상을 찾아내기도 했다. 8. 변화에 적응하라 처음 감독을 맡았을 때는 에이전트도 없었고, 선수가 스타 대접을 받지도 않았으며 일상이 기사화되지 않았다. 경기장은 발전했고 스포츠과학이 미치는 영향도 커졌다. 러시아·중동 출신의 구단주들은 돈을 퍼부었고 감독 압박도 심해졌다. 조은지 기자 zone4@seoul.co.kr
  • [한국형 창조경제 성공으로 가는 길 - 2부] (2) 노동집약적 산업의 해외이전 - 삼성전자 베트남 공장 르포

    [한국형 창조경제 성공으로 가는 길 - 2부] (2) 노동집약적 산업의 해외이전 - 삼성전자 베트남 공장 르포

    지난 7일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차로 1시간가량 떨어진 박닌성 옌퐁공단. 47만㎡ 규모에 달하는 광활한 공단부지에 삼성전자 베트남법인(SEV)이 자리 잡고 있다. 직원 수 3만 9000명이 연간 1억 5000만대가 넘는 삼성의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의 핵심 생산기지다. 애플의 생산기지인 중국의 폭스콘을 제외하면 이 정도 규모의 생산 능력을 갖춘 스마트폰 생산단지는 세계 어디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2008년 삼성전자가 베트남 공장을 세우면서 인근 지역은 마치 휴대전화 전문 공업단지가 된 듯하다. 삼성전자를 따라 현지에 동반 진출한 국내 협력사만 무려 55개다. 사출부터 도료, SMD(인쇄회로기판에 여러 소형 부품을 장착하는 기계장치), 부품 업체까지 없는 게 없다 보니 옌퐁에서 못 만드는 휴대전화는 없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조립 작업이 한창인 2층 공장. 지난 4일 글로벌 시장에 첫선을 보인 갤럭시 노트3가 양산에 들어가면서 여공들의 손이 여느 때보다 분주하게 움직인다. 공장은 특근 모드다. 유럽과 남미 등 세계시장에서 밀려드는 초기 주문량을 맞추려면 어쩔 수 없다. 공장 관계자는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반복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일사불란하게 이뤄지는 자동화 작업 사이로 갤럭시 노트3의 모습이 보인다. 007작전과 같았던 몇 개월간의 보안 프로젝트가 풀리면서 기자도 그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최근 몇 달간 공장 전체가 노트3 프로젝트 때문에 골치를 썩었다. 서울에서 보안전문가만 150명이 파견됐다. 해당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 라인은 전무급 이상 고위직도 쉽게 발을 들일 수가 없었다. 공장 관계자는 “디스플레이 패널, 카메라 모듈, 심지어 사출한 하드케이스 등 사진 한 장이 유출되더라도 세부 스펙이나 모양이 샐 수 있기 때문에 임원을 막론하고 1명의 예외도 없이 보안검사를 받는다”면서 “언팩 전에는 하루 1000개 중 500개를 조립했다고 치면 조립 못한 나머지 부품 500개가 제대로 있는지 확인해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 보안 실수 하나가 천문학적인 신제품의 가치를 훼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생산라인은 주간조와 야간조 하루 2교대로 돌아간다. 생산직 인력이 받는 월급은 베트남 돈으로 500만동(약 29만원)이다. 한국 생산직과 비교하면 10분의1 정도지만 베트남에선 최고 대우다. 지방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들부터 인근 대학 예비 합격자까지 “자리만 비면 삼성에서 일하고 싶다”는 젊은 지원자가 넘쳐 난다. 공장 관계자는 “직원 가운데는 삼성에서 번 돈으로 대학입시에 다시 도전하겠다는 젊은 친구들이 많다”면서 “이 때문에 중도에 회사를 나가는 친구들도 제법 있지만 지원자가 워낙 많다 보니 사람 뽑는 걱정 따윈 없다”고 말했다. 실제 이곳에서 휴대전화 1대를 만드는 데 드는 인건비는 0.8달러 정도지만 장소를 경북 구미로 옮기면 인건비는 5달러까지 뛴다. 낮은 제조가공비까지 고려하면 결국 휴대전화를 1대 만들 때 드는 비용을 71%까지 줄일 수 있다. 삼성은 비용 절감 효과만 연간 6억 8000만 달러에 달한다고 말했다. 게다가 베트남의 법정 근로시간은 주 48시간이다. 연간 근무 일수도 302일로 한국(249일)보다 훨씬 길다. 연간 300시간(월 25시간)의 초과근로가 가능하고 기업들의 생산 여건에 따라 월 50~60시간씩 초과 근무하는 것도 용인된다. 사람 구하기도 쉽다. 사업장 인근 200㎞를 취업 가능한 범위라고 볼 때 구미사업장의 인력풀은 6만 4588명이지만 이 지역에선 22만 3545명을 구할 수 있다. 생산직 기피 현상도 없다. 멀리 베트남까지 생산공장을 이전하는 이유를 알 만했다. “사실은 살아남기 위해서 나온 겁니다.” 공장 투어를 마친 시간 삼성전자 베트남법인 단지장인 심원환 전무가 한 말은 다소 의외였다. 갤럭시 시리즈를 앞세워 스마트폰 사업으로 승승가도를 달리는 삼성전자가 2007년 베트남 진출을 검토한 이유치고는 너무 엄살이 심해 보였다. 하지만 사실이었다. 그는 “2007년 베트남에 처음 진출할 때만 해도 스마트폰을 크게 염두에 두지 않았다”면서 “피처폰(일반전화기) 중심의 저가 시장을 공략해 글로벌 시장에 4억대를 판매하는 것이 목표였고 그래야 세계 1위 자리를 노리자는 것이 삼성의 판단이었다”고 말했다. 실제 당시 베트남법인의 위상은 저가 시장에 2억대가량의 물량을 공급할 전초기지였다. 그러던 2008년 무렵 애플의 아이폰이 세계시장을 뒤흔들었다. 글로벌 1위를 자부하던 노키아가 날개도 없이 끝없는 추락을 거듭했고, 이후 스마트폰이 아니면 모두 돈 안 되는 구닥다리 취급을 받았다. 베트남 삼성법인은 급히 전략 수정을 했다. 저가형 모델을 만들던 공장을 스마트폰용으로 바꿔야 했다. 심 전무는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했나 싶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심 전무는 “손재주도 눈썰미도 좋은 베트남 사람들이 기대 이상으로 해준 덕에 가능했던 변신”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초창기 베트남 직원들은 각 생산 라인에서 중간 간부 역할을 하고 있다. 심 전무는 지난해 65%까지 끌어올린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생산 비율을 올해는 98%까지 끌어올릴 것이라고 했다. 모두가 삼성전자의 호시절이라고 이야기하는 시기. 그는 다시 엄살 아닌 엄살을 피웠다. “스마트폰 복잡하고 대단해 보이죠. 하지만 결국 시간 싸움입니다. 베트남에 제조공장이 옮겨져 왔다는 건 이제 이들도 언젠가는 중국처럼 싼 노동력을 무기로 우리의 경쟁자로 치고 올라올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결국 우리가 살 길은 부단한 연구개발로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창조경제를 하는 겁니다. 여기서 시간을 버는 동안 한국의 고급 노동자들이 해줘야 할 역할입니다.” 글 사진 하노이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 [씨줄날줄] 적정 공무원의 수/정기홍 논설위원

    공무원 100만명 시대다. 정확히 지난 6월 말에 99만 3728명을 찍었다. 총인구가 5100만명이니 단순 비교하면 공무원 한 명이 국민 51명의 행정서비스를 도맡고 있는 셈이다. 눈대중으론 그 수가 제법 많아 보인다. 그런데 경제활동인구와 비교한 우리의 공무원 숫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꼴찌라고 한다. 일부 공직자도 사석에서 이런 말을 조심스럽게 꺼낸다. 행정서비스가 국민의 피부에 더 와 닿게 하려면 공무원이 더 늘어나야 한다는 주장이다. 우리나라 공무원 수는 적은 것일까. OECD가 공무원 기준을 삼는 ‘일반정부’(General Government)의 우리 인력은 139만 1000명이다. 이는 경제활동인구의 5.7%로, OECD 회원 국가(평균 15%)의 3분의1 수준. OECD 36개 회원국 가운데 가장 낮다. 복지정책이 제대로 갖춰진 노르웨이(29.3%)와 덴마크(28.7%), 스웨덴(26.2%)이 수위 자리를 차지한다. 특이한 것은 일본이 6.7%로 우리 바로 위인 35위라는 점이다. 행정서비스 체계가 우리와 비슷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OECD의 일반정부 개념은 공공부문(Public Sector)을 맨 위에 두고, 그 아래에 일반정부(중앙·지방정부, 사회보장기금, 공공비영리기관)와 공기업으로 구분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사회보장기금, 공공비영리기관의 인력을 원칙적으로 공무원 범위에 포함시키지 않는다. 다만 일부 기관이 포함돼 있다. 99만명과 139만명의 차이는 여기서 나온다. 또한 OECD의 정부 기준은 단지 범례이며, 다른 국가와 단순 비교하기는 쉽지 않다. 예컨대 우리는 행정부 소속 공무원 숫자에 국가정보원과 대통령경호실, 군인·군무원은 잡히지 않는다. 군사상 기밀을 다룬다는 게 그 이유다. 기준이 애매하다. 다시 ‘공무원 숫자놀음’이 시작된 모양이다. 정부가 올 하반기에 공무원 1044명 증원을 확정한 것을 두고 설왕설래이다. 올 연말에 공무원 수를 줄이기로 약속해 놓고 도리어 늘리느냐는 말들이 나온다. 정부는 현장 행정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연차적으로 경찰관 2만명을 늘리고, 사회복지직도 대폭 증원하기로 공표한 상태다. 따라서 공무원 증원 논란은 증원 때마다 이어질 것으로 짐작된다. 그런데 행정서비스를 받는 국민은 정작 적정한 공무원의 수를 제대로 모른다. 공무원의 적정수는 행정서비스의 질이 잣대가 돼야 하겠지만, 그 기준점은 국민이 알고 있어야 한다. 공무원 증원 발표에 앞서 OECD 기준과 우리의 기준이 어떻게 다른지를 더 명확히 알려야 논란을 줄일 수 있다. 정기홍 논설위원 hong@seoul.co.kr
  • 홀로 걷다 보니, 태곳적 신비가…

    홀로 걷다 보니, 태곳적 신비가…

    ‘한국의 지붕’ 강원도 평창 인근엔 산이 많습니다. 산은 높고 골은 깊으니 당연히 빼어난 숲도 있기 마련입니다. 그 가운데 인상적인 숲 두 곳을 소개합니다. 한 곳은 낙엽송, 다른 한 곳은 잣나무가 우거진 숲입니다. 발단이야 전혀 달랐지만 두 숲 모두 사람이 조성했다는 점만은 같지요. 봉평읍 인근에 붓꽃섬이 있다. 예부터 붓꽃이 많이 자생했다는 섬이다. 한데 산골짜기 봉평에 웬 섬일까. 붓꽃섬 양옆으로는 무이천과 흥정천이 흐른다. ‘섬’은 두 개천을 경계로 뭍에서 ‘고립’돼 있다. 크기야 턱없이 작아도 하중도(河中島)인 것만은 분명하다. 여기에 캠핑장이 조성돼 있다. 붓꽃섬 캠핑장이다. 붓꽃의 영어 이름을 따 아이리스 캠핑장 혹은 아트인 아이리스 아일랜드라고 불린다. 캠핑장 대표는 이학박사 박정희(53)씨다. 한데 이곳 주인장, 참 독특하다. 보다 정확히는 스스로 ‘합리’와 ‘원칙’을 정확히 지키려 하는데 보편적인 잣대를 들이대니 다소 유별나 보이는 거다. 우선 여느 캠핑장보다 입장료가 비싸다. 계절별로 조금씩 다르지만 2인 기준으로 1박에 4만원쯤 된다. 게다가 1박 2일은 안 받는다. 최소 2박 이상이어야 한다. 납득이 잘 안 된다면 일반 회사의 ‘휴가 명령제’를 연상하면 알기 쉽다. 허겁지겁 와서는 텐트 펴고 접다 시간 보내지 말고 푹 쉬다 가라는 뜻이다. 아울러 철저하게 예약제로 운영된다. 캠핑 사이트가 남더라도 당일 내주는 법은 없다. 캠퍼의 신분 확인은 필수고 예약료도 받지 않는다. 캠핑장에선 커플보다 가족이 우선시된다. 아이들이나 부모와 함께 오면 알게 모르게 혜택을 준다. 하다못해 유기농 호박 하나라도 선물로 챙겨 준다. 캠핑장 안엔 식당과 매점이 없다. 캠핑장에서 편의시설까지 독식하면 인근 주민들에게 돌아갈 몫이 없기 때문이다. 화장실도 유아용만 있을 뿐 섬 밖으로 밀려나 있다. 캠핑장 청소 또한 인근 주민들에게 번갈아 맡긴다. 그래야 지역 공동체에 보탬이 된다. 까다롭긴 하지만 장점도 많다. 우선 캠핑 사이트가 넓다. 당연히 캠퍼들 간에 자리 두고 얼굴 붉힐 일 없다. 체험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계절에 따라 고로쇠와 산나물, 표고버섯 등을 채취하거나 감자, 호박 따기 등을 체험할 수 있다. 전부 무농약으로 재배한 것들이다. 비료조차 치지 않는다. 요즘엔 잣 줍기 체험이 제격이다. 체험장은 캠핑장에서 2㎞쯤 떨어진 잣나무숲이다. 이동 수단은 사륜오토바이(ATV)다. 한데 주인장의 운전 테스트를 먼저 거쳐야 한다. 안전하게 산길 주행을 할 수 있겠다 싶을 때 오케이 사인이 난다. ‘면허시험’에 떨어지면 ATV는 포기해야 한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모든 체험 프로그램이 무료라는 점이다. ATV 기름값만 캠퍼가 부담하면 된다. 여느 캠핑장에 견줘 입장료가 비싼 것도 이 때문이다. 잣나무숲은 넓다. 앞산 뒷산 ‘눈에 보이는’ 게 죄다 잣나무다. 숲은 1932년 박 대표의 증조할아버지 때부터 조성됐다. 아들이 태어나면 대량으로 기념식수를 했고 그 아들이 아들을 낳으면 또 잣나무를 심었다. 체험장으로 쓰이는 숲은 그중 일부에 불과하다. 잣나무 아래에선 표고버섯이 자란다. 가을철 수확기에 들면서 크기가 호떡만큼 커졌다. 잣나무는 피톤치드를 많이 내뿜는다. 편백나무에 이어 두 번째다. 청량한 피톤치드 맡으며 잣, 표고버섯 등을 수확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캠핑장 이용자들만 누릴 수 있는 호사다. 잣나무숲에서 흥정계곡을 끼고 돌면 곧 불발령길이다. 일부 산악자전거 동호인들이 알음알음으로 찾는 곳이다. 불발령(1052m)은 옛 진한(辰韓)의 마지막 임금인 태기왕의 고사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불발현 혹은 불바래기 등으로 불린다. 현지 주민들에 따르면 태기왕이 “불을 밝히라” 명했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일종의 축약어인 셈인데 화공을 펴라는 뜻이었는지, 불을 밝혀 경계를 강화하라는 뜻이었는지는 불분명하다. 다만 산 중턱 마을의 지명이 ‘화명동’(火明洞)인 걸 보면 전혀 근거가 없는 건 아닌 듯하다. 이 일대엔 태기왕과 관련된 지명이 많다. 평창과 횡성이 경계를 이루는 태기산은 태기왕이 산성을 쌓고 신라 박혁거세에게 대항하던 곳이다. 태기산에서 발원한 갑천은 태기왕이 더러워진 갑옷을 씻었다는 곳, 횡성 쪽 어답산은 ‘(태기)왕이 오른 산’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불발령길은 줄곧 흥정계곡을 따라간다. 길이는 약 16㎞. 계곡 초입에 들어선 펜션만 70개 정도다. 그만큼 놀기 좋고 볼 것 많다는 뜻이겠다. 마지막 펜션을 지나면 풍경은 확 바뀐다. 적막강산이다. 한 구비 돌고 나면 그간 사람의 발길이 얼마나 드물었는지 단박에 알 정도다. 과장 좀 보태 태곳적 풍경 속으로 드는 느낌마저 든다. 길은 계곡을 따라 이리저리 휘었다. 나라 안 어디서든 흔히 볼 수 있는 길이다. 한데 풍경은 다소 이질적이다. 사방을 둘러친 낙엽송들이 미인의 다리처럼 늘씬하게 솟았다. 북미의 어느 숲에 온 듯한 착각마저 든다. 낙엽송들은 대개 수령이 비슷하다. 45년 전, 그러니까 이 일대에 화전민 소개령이 내려진 1968년 무렵 식재된 것들이다. 당시 불바래기에 살았던 이동옥(61)씨는 “낙엽송 군락이 곧 마을이 있던 자리”라고 했다. 정부에서 마을을 없앤 뒤 그 자리에 속성수인 낙엽송을 심었다는 것이다. 당시 흥정계곡엔 300여 가구가 여기저기 마을을 이뤄 살았다. 화전 등에서 나온 소출도 제법 많아 “흥정리 이장은 해도 봉평면장은 안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러다 울진·삼척 무장공비 침투 사건이 터졌고 주민 소개령이 내려지면서 현재 모습으로 남게 됐다. 계곡은 하류에 견줘 수량만 다소 줄었을 뿐 넉넉한 자태 그대로다. 가마 타고 불발령 넘던 새색시가 빠져 죽었다는 각시소, 이름조차 없는 3단 폭포 등 간간이 볼거리도 뛰쳐나온다. 불발령 정상에 서면 홍천 너머의 크고 작은 산들이 마루금을 좁힌 채 물결치는 모습과 마주할 수 있다. 박정렬씨의 모정을 기리는 추모비도 서 있다. 비문에 새겨진 사연이 애틋하다. 1978년 3월 12일, 박씨가 여섯 살짜리 딸과 함께 홍천군 내면의 친정으로 가기 위해 불발령을 넘을 때였다. 돌연 폭설이 쏟아졌다. 박씨는 길을 잃고 헤매다 쓰러졌고, 자신의 옷을 벗어 어린 딸에게 입힌 뒤 숨을 거뒀다. 엄마 품에 안겨 있던 딸은 다행히 목숨을 건져 외지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 사진 평창 손원천 여행전문기자 angler@seoul.co.kr ■ 여행수첩(지역번호 033) →가는 길 : 수도권에서 승용차로 갈 경우 영동고속도로 장평나들목으로 나와 봉평면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봉평읍내에서 무이예술관 방향으로 2.5㎞ 가면 붓꽃섬 캠핑장이다. 캠핑 사이트는 40면, 펜션은 11개 객실이다. 캠핑과 달리 펜션은 1박이 가능하다. www.irispension.co.kr, 336-1771. 불발령은 아이리스 캠핑장에서 이효석 문학의 숲 방면으로 가다 흥정계곡을 끼고 곧장 가면 된다. →맛집 : 봉평읍내 미가연은 메밀요리 전문점이다. 이대팔메밀국수, 메밀싹육회비빔국수 등 별미를 맛볼 수 있다. 335-8805~6. 토담숯불구이는 주인이 직접 기른 한우를 잡아 파는 곳이다. 아침에 맛보는 백반도 정갈하다. 336-2227. →잘 곳 : 흥정계곡 주변에 펜션들이 늘어서 있다. 이 가운데 허브솔 펜션은 복층식 구조의 목조 가옥으로 가족들이 묵어 가기에 맞춤하다. 334-4445. →주변 볼거리 : 6~22일 효석문화제가 열린다. 시차를 두고 메밀밭을 조성한 만큼 언제 가도 메밀꽃 핀 풍경과 마주할 수 있다. 335-2323.
  • [피플 인 라운지] 파키아오 스파링 파트너 된 OPBF 슈퍼라이트급 챔피언 김민욱

    [피플 인 라운지] 파키아오 스파링 파트너 된 OPBF 슈퍼라이트급 챔피언 김민욱

    까만 뿔테 안경에 땡땡이 모자를 쓴 그는 90도 배꼽인사를 하며 등장했다. 아무렇게나 꿰맨 듯한 눈썹 위 상처에는 아직 피딱지가 앉지 않았다. 퉁퉁 부어오른 주먹은 잘 쥐어지지 않았다. 수염을 깎으면 선한 인상이라더니 가까이서 본 웃는 얼굴에서는 복서의 카리스마를 찾기 힘들었다. 이 사람이 동양태평양복싱연맹(OPBF) 슈퍼라이트급(63.5㎏) 챔피언이 진짜 맞나. 4차 방어전에서 호소가와 발렌타인(일본)을 화끈한 TKO로 누른 국내 유일의 프로복싱 챔피언 ‘스나이퍼’ 김민욱(26·대성체)을 경기 이틀 뒤인 지난 20일 만났다.   축하인사를 건네자 “1000명 넘는 사람들의 응원을 받다보니 KO욕심이 너무 많았던 거 같아요. 질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안했는데 체력이 떨어지는 게 느껴져서 ‘철렁’했다니까요”라며 수줍게 웃는다. 일요일 낮에 스포츠채널로 생중계된 덕분인지 가까운 친구부터 20년 전 초등학교 동창까지 연락이 빗발쳐 휴대폰이 ‘터질 뻔’ 했단다.  부모는 아들의 경기 내내 손을 맞잡고 맘 졸였다. 대결 며칠 전부터 잠을 뒤척인다는 아버지도, 살 빼는 아들 생각에 음식을 못 넘기는 어머니도 다치지 않고 무사히 끝나길 바라는 마음 뿐이다. “이기면 우시더라고요. 제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그동안 힘들게 고생했던 게 보인대요. 그동안 워낙 속을 썩여서 이제는 부모님 앞에서 항상 웃습니다.”  2010년 프로 데뷔전에서 5라운드 KO패배 이후 11연승으로 잘~나간다. 지인들 앞에선 복싱 얘기를 꺼내지도 않는 ‘쿨남’이지만 경기에 지면 엉엉 울 정도로 승부욕이 강하다. 혼자 사는 원룸 방에는 ‘개처럼 운동하자, 시합은 죽어야 한다’는 살벌한 문구를 붙여놨다. 잘 나가는 비결을 묻자 “꾸준한 노력이 아닐까요”라는 모범답안을 내놓는다. 아닌 게 아니라, 체육관 벽에 붙은 훈련스케쥴은 숨쉴 틈 없이 촘촘하다. 아침마다 서울 시내 10㎞를 로드워크하는데, 첫 기록이 45분이었으면 다음에 뛸 땐 무조건 1초라도 단축시켜야 하는 ‘자신과의 싸움’이다. 비가 내려도, 폭염이 와도 거르지 않는 새벽 운동. 숨이 턱턱 막히는 인터벌·서킷트레이닝에 스파링까지 하면 하루해가 짧기만 하다.  자신있는 기술은 라이트 스트레이트와 레프트 훅. 김민욱이 벨트를 빼앗아 온 쟈코 살렘도, 2차 방어전에서 만난 단 나자리노(이상 필리핀)도 라이트 펀치 한 방에 2라운드 KO로 무릎을 꿇었다. 가드가 없는 부위를 보고 치는 게 아니라 동물적인 감각으로 뻗는 거란다. “빈틈을 보고 때린다거나 상대 주먹을 보고 피하면 늦어요. 온전히 느낌만으로 수싸움을 하는 거죠. 항상 몸을 흔드는 것도 그 이유고요. 주먹이 완벽히 꽂힐 때의 쾌감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어요.”  상대의 강철 주먹보다 견디기 힘든 건 체중 감량. 계체량을 앞두고 3일은 음식은 물론 물까지 끊어버린다. 평소 체중에서 3~4㎏정도만 빼면 되지만 군살없는 몸에서 뺄 건 수분 뿐이다. “딱 죽고 싶은 기분이에요. 새벽에 로드워크할 때마다 풍덩 뛰어들어서 한강물을 다 마시고 싶었어요. 물을 못 먹으니까 퍽퍽해서 음식은 오히려 먹고 싶지도 않아요.” 그래도 남들 앞에선 태연하게 웃어넘긴다. 복서의 숙명이니까.  ‘애늙은이’ 같이 철이 든 것엔 이유가 있다. 방황을 세게 했다. 2005~06년 국가대표(아마추어) 복서로 태릉선수촌에서 살았지만 미래가 막막했다. 성적도 신통치 않았고, 손짓하는 실업팀도 썩 내키지 않았다. 스무살 겨울, 그래서 김민욱은 가출했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복싱만 했던 그였다. 소풍이나 수학여행도 운동하느라 못갔고, 방학도 없었단다. 바깥 세상은 신세계였다. “자고 일어났는데 안 뛰어도 되는 게 꿈 같더라. 진짜 망나니처럼 놀았다”고 했다. ‘고삐 풀린 망아지’는 어머니에게 500만원을 ‘뜯어내’ 서울에 고시원 방 한칸을 얻었다. 막노동부터 서빙, 나이트클럽 아르바이트까지 안해본 일이 없다고. 사진찍기에 심취해 포토그래퍼로 활동하기도 했다. 어느날 문득 뇌에 브레이크가 걸렸고 입대해서 정신을 차렸다. 제대 후 선임과 함께 자연스럽게 찾아온 체육관. 윤길호 대성체육관장은 첫 눈에 예사롭지 않은 주먹을 알아챘다. 김민욱은 ‘운명처럼’ 다시 글러브를 꼈다. 그리고 승승장구 하고 있다.  43명의 세계챔피언을 배출했던 한국에서 복싱은 여전히 배고픈 운동으로 여겨진다. 국내 유일의 동양챔피언도 스폰서가 없는 차가운 현실. 김민욱이 “이번 시합에 후원해주신 홍대 조폭떡볶이 윤태명 사장님, 평택 뉴비봉관광 김동준 대표이사님께 감사한다고 꼭 써주세요”라고 부탁했을 정도다.  하지만 놀라지 마시라. 지난해 가장 많은 돈을 번 미국 스포츠선수는 ‘천재 복서’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였다.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에 따르면 웰터급 세계챔피언 메이웨더는 올해 단 두 경기에서 9000만달러(약 1000억원)를 벌어 2년 연속 최고 소득선수를 지켰다. 농구의 르브론 제임스(5650만달러), 골프의 타이거 우즈(4839만달러)를 훨씬 웃도는 수입.  세계복싱위원회(WBC) 랭킹 5위인 김민욱의 한 경기 몸값은 3만불 수준이다. 1년에 3~4경기 정도를 소화하는 걸 감안하면, 또 랭킹 ‘빅3’가 5만불 정도의 돈을 받고 링에 서는 걸 감안하면 꽤 짭짤하다. 김민욱이 가장 붙고 싶은 상대라는 WBC-국제복싱연맹(IBF) 통합챔피언 대니 가르시아(미국)는 한 경기를 치르면 무려 60억원을 쥔다. 이종격투기에서 러브콜이 오지 않냐는 물음에 김민욱이 “복싱이 더 잘 나간다”고 자신했던 이유다.  희망도 생생하다. 포털사이트에 ‘김민욱’을 쳐도 기사 한 줄이 없었지만 지금은 동명이인 농구·배구 선수, 기업인 김민욱을 제치고 가장 먼저 검색된다. “아무도 안 알줘도 괜찮아요. 제가 붐을 일으킬거니까. 점점 변하는 게 피부로 느껴진다니까요.”  복싱팬을 흥분시킨 건 김민욱이 매니 파퀴아오(35·필리핀)의 스파링 파트너로 낙점됐다는 사실. 파퀴아오는 2010년 사상 최초로 8개 체급에서 10개의 타이틀을 거머쥔 ‘살아있는 전설’이다. 11월 브랜던 리오스(27·미국)과의 방어전을 앞둔 그가 김민욱을 훈련 상대로 낙점한 것. 항공비와 현지 체제비를 모두 제공하는 파격조건이다. 파이트머니로 500억원을 챙기는 특급스타 파퀴아오와 9월 초부터 필리핀 훈련캠프에서 한 달간 땀흘릴 예정이다. “운이 좋죠. 꼬맹이부터 봐왔던 저의 영원한 아이돌인데요. 컴퓨터로 동영상 중계 찾아보면서 배웠던 롤모델과 스파링이라니 정말 설레요. 파퀴아오와 손을 섞는 순간부터 모든 걸 제 재산으로 만들 겁니다. 다 빨아올 거예요.”  ‘진화할’ 김민욱의 다음 경기는 11월에 있을 예정이다. 파퀴아오의 재기전에 언더카드(본 경기에 앞선 경기)로 채택되면 큰 무대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고, 불발되면 OPBF 5차 방어전을 잡을 계획이다. 국내 유일의 동양챔피언의 눈은 큰 곳을 겨냥하고 있다. “동양타이틀은 그저 세계챔피언으로 가는 관문이라고 생각해요. 일단 웰터급까지 두 체급 챔피언을 하고 싶고, 3~4체급까지 벨트를 따고 싶어요. ‘헝그리 정신’으로 하는 게 아니라 부와 명예를 위해 땀 흘리는 겁니다. 우리나라 복싱을 위해, 또 저를 위해 1000만불 짜리 선수가 될 거예요.” 글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사진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 김민욱 프로필 1987년 1월20일 경남 진주 출생 ▲175㎝·68㎏ ▲김종근·김혜옥씨의 2남 중 장남 ▲진주 국민초-중앙중-경남 체육고-마산대 중퇴-서울 대성권투체육관 ▲경력=아마추어 복싱 국가대표(2005~06년), 아시아청소년선수권대회 은메달, 이집트 국제복싱대회 금메달(이상 2005년), 육군 병장 전역(군수사령부 헌병대·2009년), 프로복싱 데뷔(2010년), 동양·태평양복싱연맹(OPBF) 슈퍼라이트급 챔피언 등극, 1·2차 방어전(이상 2012년), 3·4차 방어전(2013년) ▲프로전적 12전 11승(8KO)1패 ▲별명=스나이퍼, 링 위의 저격수 ▲취미=음악감상, 사진찍기
  • 국내 유일의 동양챔피언 김민욱 “파퀴아오 모든 걸 빨아오겠다”

    국내 유일의 동양챔피언 김민욱 “파퀴아오 모든 걸 빨아오겠다”

    까만 뿔테 안경에 땡땡이 모자를 쓴 그는 90도 배꼽인사를 하며 등장했다. 아무렇게나 꿰맨 듯한 눈썹 위 상처에는 아직 피딱지가 앉지 않았다. 퉁퉁 부어오른 주먹은 잘 쥐어지지 않았다. 수염을 깎으면 선한 인상이라더니 가까이서 본 웃는 얼굴에서는 복서의 카리스마를 찾기 힘들었다. 이 사람이 동양태평양복싱연맹(OPBF) 슈퍼라이트급(63.5㎏) 챔피언이 진짜 맞나. 4차 방어전에서 호소가와 발렌타인(일본)을 화끈한 TKO로 누른 국내 유일의 프로복싱 챔피언 ‘스나이퍼’ 김민욱(26·대성체)을 경기 이틀 뒤인 지난 20일 만났다. 축하인사를 건네자 “1000명 넘는 사람들의 응원을 받다보니 KO욕심이 너무 많았던 거 같아요. 질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안했는데 체력이 떨어지는 게 느껴져서 ‘철렁’했다니까요”라며 수줍게 웃는다. 일요일 낮에 스포츠채널로 생중계된 덕분인지 가까운 친구부터 20년 전 초등학교 동창까지 연락이 빗발쳐 휴대폰이 ‘터질 뻔’ 했단다. 부모는 아들의 경기 내내 손을 맞잡고 맘 졸였다. 대결 며칠 전부터 잠을 뒤척인다는 아버지도, 살 빼는 아들 생각에 음식을 못 넘기는 어머니도 다치지 않고 무사히 끝나길 바라는 마음 뿐이다. “이기면 우시더라고요. 제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그동안 힘들게 고생했던 게 보인대요. 그동안 워낙 속을 썩여서 이제는 부모님 앞에서 항상 웃습니다.” 2010년 프로 데뷔전에서 5라운드 KO패배 이후 11연승으로 잘~나간다. 지인들 앞에선 복싱 얘기를 꺼내지도 않는 ‘쿨남’이지만 경기에 지면 엉엉 울 정도로 승부욕이 강하다. 혼자 사는 원룸 방에는 ‘개처럼 운동하자, 시합은 죽어야 한다’는 살벌한 문구를 붙여놨다. 잘 나가는 비결을 묻자 “꾸준한 노력이 아닐까요”라는 모범답안을 내놓는다. 아닌 게 아니라, 체육관 벽에 붙은 훈련스케쥴은 숨쉴 틈 없이 촘촘하다. 아침마다 서울 시내 10㎞를 로드워크하는데, 첫 기록이 45분이었으면 다음에 뛸 땐 무조건 1초라도 단축시켜야 하는 ‘자신과의 싸움’이다. 비가 내려도, 폭염이 와도 거르지 않는 새벽 운동. 숨이 턱턱 막히는 인터벌·서킷트레이닝에 스파링까지 하면 하루해가 짧기만 하다. 자신있는 기술은 라이트 스트레이트와 레프트 훅. 김민욱이 벨트를 빼앗아 온 쟈코 살렘도, 2차 방어전에서 만난 단 나자리노(이상 필리핀)도 라이트 펀치 한 방에 2라운드 KO로 무릎을 꿇었다. 가드가 없는 부위를 보고 치는 게 아니라 동물적인 감각으로 뻗는 거란다. “빈틈을 보고 때린다거나 상대 주먹을 보고 피하면 늦어요. 온전히 느낌만으로 수싸움을 하는 거죠. 항상 몸을 흔드는 것도 그 이유고요. 주먹이 완벽히 꽂힐 때의 쾌감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어요.” 상대의 강철 주먹보다 견디기 힘든 건 체중 감량. 계체량을 앞두고 3일은 음식은 물론 물까지 끊어버린다. 평소 체중에서 3~4㎏정도만 빼면 되지만 군살없는 몸에서 뺄 건 수분 뿐이다. “딱 죽고 싶은 기분이에요. 새벽에 로드워크할 때마다 풍덩 뛰어들어서 한강물을 다 마시고 싶었어요. 물을 못 먹으니까 퍽퍽해서 음식은 오히려 먹고 싶지도 않아요.” 그래도 남들 앞에선 태연하게 웃어넘긴다. 복서의 숙명이니까. ‘애늙은이’ 같이 철이 든 것엔 이유가 있다. 방황을 세게 했다. 2005~06년 국가대표(아마추어) 복서로 태릉선수촌에서 살았지만 미래가 막막했다. 성적도 신통치 않았고, 손짓하는 실업팀도 썩 내키지 않았다. 스무살 겨울, 그래서 김민욱은 가출했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복싱만 했던 그였다. 소풍이나 수학여행도 운동하느라 못갔고, 방학도 없었단다. 바깥 세상은 신세계였다. “자고 일어났는데 안 뛰어도 되는 게 꿈 같더라. 진짜 망나니처럼 놀았다”고 했다. ‘고삐 풀린 망아지’는 어머니에게 500만원을 ‘뜯어내’ 서울에 고시원 방 한칸을 얻었다. 막노동부터 서빙, 나이트클럽 아르바이트까지 안해본 일이 없다고. 사진찍기에 심취해 포토그래퍼로 활동하기도 했다. 어느날 문득 뇌에 브레이크가 걸렸고 입대해서 정신을 차렸다. 제대 후 선임과 함께 자연스럽게 찾아온 체육관. 윤길호 대성체육관장은 첫 눈에 예사롭지 않은 주먹을 알아챘다. 김민욱은 ‘운명처럼’ 다시 글러브를 꼈다. 그리고 승승장구 하고 있다. 43명의 세계챔피언을 배출했던 한국에서 복싱은 여전히 배고픈 운동으로 여겨진다. 국내 유일의 동양챔피언도 스폰서가 없는 차가운 현실. 김민욱이 “이번 시합에 후원해주신 홍대 조폭떡볶이 윤태명 사장님, 평택 뉴비봉관광 김동준 대표이사님께 감사한다고 꼭 써주세요”라고 부탁했을 정도다. 하지만 놀라지 마시라. 지난해 가장 많은 돈을 번 미국 스포츠선수는 ‘천재 복서’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였다.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에 따르면 웰터급 세계챔피언 메이웨더는 올해 단 두 경기에서 9000만달러(약 1000억원)를 벌어 2년 연속 최고 소득선수를 지켰다. 농구의 르브론 제임스(5650만달러), 골프의 타이거 우즈(4839만달러)를 훨씬 웃도는 수입. 세계복싱위원회(WBC) 랭킹 5위인 김민욱의 한 경기 몸값은 3만불 수준이다. 1년에 3~4경기 정도를 소화하는 걸 감안하면, 또 랭킹 ‘빅3’가 5만불 정도의 돈을 받고 링에 서는 걸 감안하면 꽤 짭짤하다. 김민욱이 가장 붙고 싶은 상대라는 WBC-국제복싱연맹(IBF) 통합챔피언 대니 가르시아(미국)는 한 경기를 치르면 무려 60억원을 쥔다. 이종격투기에서 러브콜이 오지 않냐는 물음에 김민욱이 “복싱이 더 잘 나간다”고 자신했던 이유다. 희망도 생생하다. 포털사이트에 ‘김민욱’을 쳐도 기사 한 줄이 없었지만 지금은 동명이인 농구·배구 선수, 기업인 김민욱을 제치고 가장 먼저 검색된다. “아무도 안 알아줘도 괜찮아요. 제가 붐을 일으킬거니까. 점점 변하는 게 피부로 느껴진다니까요.” 복싱팬을 흥분시킨 건 김민욱이 매니 파퀴아오(35·필리핀)의 스파링 파트너로 낙점됐다는 사실. 파퀴아오는 2010년 사상 최초로 8개 체급에서 10개의 타이틀을 거머쥔 ‘살아있는 전설’이다. 11월 브랜던 리오스(27·미국)과의 방어전을 앞둔 그가 김민욱을 훈련 상대로 낙점한 것. 항공비와 현지 체제비를 모두 제공하는 파격조건이다. 파이트머니로 500억원을 챙기는 특급스타 파퀴아오와 9월 초부터 필리핀 훈련캠프에서 한 달간 땀흘릴 예정이다. “운이 좋죠. 꼬맹이부터 봐왔던 저의 영원한 아이돌인데요. 컴퓨터로 동영상 중계 찾아보면서 배웠던 롤모델과 스파링이라니 정말 설레요. 파퀴아오와 손을 섞는 순간부터 모든 걸 제 재산으로 만들 겁니다. 다 빨아올 거예요.” ‘진화할’ 김민욱의 다음 경기는 11월에 있을 예정이다. 파퀴아오의 재기전에 언더카드(본 경기에 앞선 경기)로 채택되면 큰 무대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고, 불발되면 OPBF 5차 방어전을 잡을 계획이다. 국내 유일의 동양챔피언의 눈은 큰 곳을 겨냥하고 있다. “동양타이틀은 그저 세계챔피언으로 가는 관문이라고 생각해요. 일단 웰터급까지 두 체급 챔피언을 하고 싶고, 3~4체급까지 벨트를 따고 싶어요. ‘헝그리 정신’으로 하는 게 아니라 부와 명예를 위해 땀 흘리는 겁니다. 우리나라 복싱을 위해, 또 저를 위해 1000만불 짜리 선수가 될 거예요.” 글 조은지 기자 zone4@seoul.co.kr 사진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김민욱 프로필  ▲1987년 1월20일 경남 진주 출생 ▲175㎝·68㎏ ▲김종근·김혜옥씨의 2남 중 장남 ▲진주 국민초-중앙중-경남 체육고-마산대 중퇴-서울 대성권투체육관 ▲경력=아마추어 복싱 국가대표(2005~06년), 아시아청소년선수권대회 은메달, 이집트 국제복싱대회 금메달(이상 2005년), 육군 병장 전역(군수사령부 헌병대·2009년), 프로복싱 데뷔(2010년), 동양·태평양복싱연맹(OPBF) 슈퍼라이트급 챔피언 등극, 1·2차 방어전(이상 2012년), 3·4차 방어전(2013년) ▲프로전적 12전 11승(8KO)1패 ▲별명=스나이퍼, 링 위의 저격수 ▲취미=음악감상, 사진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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