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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섶에서] 감나무 단상/오일만 논설위원

    가을철 감나무는 늘 감탄을 자아낸다. 에메랄드 빛 가을 하늘, 주렁주렁 감 사이로 언뜻언뜻 스치는 하얀 구름이 고혹적이다. 옛 선비들이 넓은 감나무 잎에 가슴속 깊이 숨겨뒀던 마음을 꺼내 애틋한 연서를 보냄직하다. 풍성한 가을을 상징하듯 감나무는 예부터 자손의 번창을 기원하는 기자목(祈子木)으로 불렸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깊은 관찰을 토대로 감나무의 덕을 침이 마르게 칭송하기도 했다. 감나무는 수명이 길고 풍성한 그늘을 아낌없이 나눠준다. 새가 집을 짓지 않을 정도로 벌레가 꾀지 않고 풍성한 잎은 아름다운 단풍으로 변해 인간의 눈을 즐겁게 한다. 고운 빛깔의 열매는 달디단, 맛의 정수다. 이른바 칠절(七絶)을 두루 갖춘 나무다. 감나무의 오덕(德)도 흥미롭게 회자된다. 잎이 넓어 글씨 공부를 돕는 문(文), 목재가 단단해 화살촉을 만드는 무(武)가 있다. 겉과 속이 한결같이 붉어 표리부동하지 않은 충(忠)을 기렸다. 치아가 없는 노인도 즐겨 먹는 과일이니 효(孝)라 했고 서리를 이기는 나무라고 해서 절(節)이라 했다. 마지막까지 겨울철 까치의 밥이 돼주는 마음씨(愛)도 갸륵하다. 둘레길, 멀찍이 보이는 감나무를 보면서 스친 생각이다.
  • 수십명씩 줄 서는 ‘추억의 달고나’… 추억을 맛보고 신선함에 빠지다

    수십명씩 줄 서는 ‘추억의 달고나’… 추억을 맛보고 신선함에 빠지다

    부슬비가 내린 6일 서울 종로구 혜화역 2번 출구. 만화 캐릭터가 그려진 우산을 든 이하준(7·가명)군은 이제 막 문을 연 설탕 뽑기(달고나) 천막 앞을 서성이며 발을 동동거렸다. 노점 앞에서 2시간을 기다렸다는 이군은 난생처음 받아 든 별 모양 달고나에서 한동안 눈을 떼지 못했다. 신중하게 고사리손을 움직였지만 야속한 별이 툭 소리를 내며 부러졌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대박을 터뜨리면서 드라마에 등장한 설탕 뽑기 열풍이 불고 있다. 전국 곳곳의 설탕 뽑기 노점 앞에 수십 명이 줄을 선다. 추억의 맛을 되짚는 이들부터 달고나를 몰랐던 어린이들까지 각양각색이다. 오징어 게임 제작사 싸이런픽쳐스에 지난해 6월 달고나 약 1000개를 납품했던 업체 ‘세계로 달고나’의 안세환(37)씨는 이날도 쉴 새 없이 설탕을 녹였다. 안씨는 “손님이 드라마 방영 전보다 2~3배 늘었다”면서 “새벽 3시까지 잠을 못 잘 정도로 바쁘지만, 뽑기가 널리 알려지게 돼 기쁘다”고 했다. 뽑기를 하려고 기꺼이 먼 걸음을 한 이들도 있었다. 경북 김천에서 온 대학생 김나현(26)씨는 “어릴 적 문구점에서 사 먹던 100원짜리 달고나는 사실 맛이 없었다”면서 “취업 준비를 해 보니 456억원에 달하는 드라마 속 상금이 목숨을 걸 만한 액수 같다. 현실에서 게임에 참가할 수는 없지만 세모와 우산 모양을 떼며 힘내 보려고 한다”며 웃었다. 외국인들도 설탕 뽑기에 빠졌다. 한국어를 공부하려고 지난달 러시아에서 온 유학생 나스탸(22)는 “‘도깨비’ 이후 두 번째로 본 한국 드라마인데 스토리가 흥미로워서 금세 다 봤다”면서 “‘달고나 세대’가 아니라 먹어 본 적은 없다는 한국인 남자친구에게 생일 선물로 주려고 찾아왔다”고 했다. 코로나19로 줄었던 손님이 늘면서 ‘달고나 할머니’의 얼굴에도 화색이 돌았다.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30년째 남편과 달고나를 판 박남숙(72)씨는 “오늘은 덕성여고 학생들이 ‘가게 열기만 기다렸다’며 잔뜩 달고나를 사갔다”면서 “아들이 드라마가 유행이라면서 사진을 붙여 주고 우산 모양 틀을 사다 줄 때만 해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오는 31일 핼러윈 데이를 앞둔 미국에서도 오징어 게임 관련 상품이 특수를 누리고 있다.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스타워즈’나 ‘마블’ 주인공의 의상을 주로 입었던 미국인들이 올해 핼러윈 복장으로 드라마 주인공들이 입은 초록색 운동복이나 게임 진행 요원의 붉은색 점프슈트(위아래가 통으로 붙어 있는 옷)를 택하고 있다. 아마존 웹사이트에는 판매용 오징어 게임 의상이 2000건 이상 올라왔다. 초록색 운동복 한 벌에 30달러 정도다. 초록색 운동복에 주인공 성기훈이나 강새벽의 등번호 456번, 067번을 다는 자체 제작도 유행이다.
  • ‘오징어게임’ 열풍 타고 돌아온 추억의 ‘설탕 뽑기’

    ‘오징어게임’ 열풍 타고 돌아온 추억의 ‘설탕 뽑기’

    부슬비가 내린 6일 서울 종로구 혜화역 2번 출구. 만화 캐릭터가 그려진 우산을 든 이하준(가명·7)군은 이제 막 문을 연 설탕 뽑기(달고나) 천막 앞을 서성이며 발을 동동거렸다. 노점 앞에서 2시간을 기다렸다는 이군은 난생 처음 받아든 별 모양 달고나에서 한동안 눈을 떼지 못했다. 신중하게 고사리손을 움직였지만 야속한 별이 툭 소리를 내며 부러졌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대박을 터뜨리면서 드라마에 등장한 설탕 뽑기 열풍이 불고 있다. 전국 곳곳의 설탕 뽑기 노점 앞에 수십 명이 줄을 선다. 추억의 맛을 되짚는 이들부터 달고나를 몰랐던 어린이들까지 각양각색이다. 오징어게임 제작사 싸이런픽쳐스에 지난해 6월 달고나 약 1000개를 납품했던 업체 ‘세계로 달고나’의 안세환(37)씨는 이날도 쉴 새 없이 설탕을 녹였다. 안씨는 “손님이 드라마 방영 전보다 2~3배 늘었다”면서 “새벽 3시까지 잠을 못 잘 정도로 바쁘지만, 뽑기가 널리 알려지게 돼 기쁘다”고 했다. 뽑기를 하려고 기꺼이 먼 걸음을 달려온 이들도 있었다. 경북 김천에서 온 대학생 김나현(26)씨는 “어릴 적 문구점에서 사먹던 100원짜리 달고나는 사실 맛이 없었다”면서 “취업 준비를 해보니 456억원에 달하는 드라마 속 상금이 목숨을 걸만한 액수 같다. 현실에서 게임에 참가할 수는 없지만 세모와 우산 모양을 떼며 힘내보려고 한다”며 웃었다. 외국인들도 설탕 뽑기에 빠졌다. 한국어를 공부하려고 지난달 러시아에서 온 유학생 나스탸(22)는 “‘도깨비’ 이후 두 번째로 본 한국 드라마인데 스토리가 흥미로워서 금세 다 봤다. 러시아에서는 직접 달고나를 만드는 게 인기”라면서 “‘달고나 세대’가 아니라 먹어본 적은 없다는 한국인 남자친구에게 생일 선물로 주려고 찾아왔다”고 했다.코로나19로 줄었던 손님이 늘면서 ‘달고나 할머니’의 얼굴에도 화색이 돌았다.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30년째 남편과 달고나를 판 박남숙(72)씨는 “오늘은 덕성여고 학생들이 ‘가게 열기만 기다렸다’며 잔뜩 달고나를 사갔다”면서 “아들이 드라마가 유행이라면서 사진을 붙여주고 우산 모양 틀을 사다줄 때만 해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오는 31일 핼러윈 데이를 앞둔 미국에서도 오징어 게임 관련 상품이 특수를 누리고 있다.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스타워즈’나 ‘마블’ 주인공의 의상을 주로 입었던 미국인들이 올해 핼러윈 복장으로 드라마 주인공들이 입은 초록색 운동복이나 게임 진행 요원의 붉은색 점프수트(위아래가 통으로 붙어 있는 옷)를 택하고 있다. 아마존 웹사이트에는 오징어 게임 의상이 2000건 올라왔다. 초록색 운동복 한 벌에 30달러 정도다. 초록색 운동복에 주인공 성기훈이나 강새벽의 등번호 456번, 067번을 다는 자체 제작도 유행이다. WSJ은 “의상을 준비할 시간이 없었더라도 아디다스 운동복에 번호만 붙이면 근사한 코스튬이 된다”며 추천했다.
  • 기숙사형 청년주택 입주자도 전세대출 가능

    기숙사형 청년주택 입주자도 전세대출 가능

    건물 용도가 ‘기숙사’로 돼 있는 기숙사형 청년주택에 입주하는 청년도 전세보증금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국토교통부는 기숙사형 청년주택 입주자도 주택도시기금의 청년 버팀목 전세자금 대출이나 시중은행 전세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개선했다고 6일 밝혔다. 2019년 도입된 기숙사형 청년주택은 대학 기숙사 부족 문제를 해소하고 청년 주거지원을 위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도심 내 건물 등을 매입해 시세의 50% 이하 임대료에 공급하는 임대주택이다. 그러나 기숙사라서 구분등기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입주자가 전세대출을 받을 수 없었다. 국토부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시중은행, LH 등 유관기관과 협의를 통해 공부상 기숙사도 주택도시기금 전세대출 대상에 포함되도록 ‘기금대출업무 시행세칙’을 개정했다. 기숙사 입주자가 기금 대출대상이 아니어도 시중은행 재원의 전세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HUG 전세보증 매뉴얼을 수정했다. 정송이 국토부 청년정책과장은 “청년 입주자들의 요구가 신속히 반영돼 청년층의 주거 부담을 줄일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도 도심 내 양질의 청년주택을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등 청년 주거 안정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 대학처럼 부전공 배우고 현장 체험… “다양한 경험 쌓고 진로 폭도 넓어져”

    대학처럼 부전공 배우고 현장 체험… “다양한 경험 쌓고 진로 폭도 넓어져”

    부전공 통해 소프트·하드웨어 모두 배워“직접 설계한 SW로 HW 제어 더 재밌어”도시과학기술고와 ‘드론 측량’ 과목 개설두 학교 학생들이 서로 학교 오가며 수강외부 기관·기업과 ‘학교 밖 교육 과정’학점 인정해 주며 실무형 인재 육성도‘인터럽트’(interrupt)로 시작하는 복잡한 명령어가 모니터 화면을 가득 채우자 컴퓨터에 연결된 기판 위에 배열된 발광다이오드(LED) 전구들이 깜빡깜빡 빛을 밝혔다. 지난 1일 서울 강남구에 있는 마이스터고인 서울로봇고등학교의 마이크로프로세서 제어실습실에서는 2학년 학생들의 전공과목인 ‘마이크로프로세서 제어’ 수업이 한창이었다. C언어를 기반으로 한 프로그래밍으로 마이크로 컨트롤러 유니트(MCU) 키트를 제어해, 모터를 구동하거나 LED를 점등하는 등 명령어의 결과 값을 출력하는 기술을 배우는 과목이다. 실습실 한쪽에는 레고의 로봇 교구인 EV3로 만든 로봇들이 진열돼 있었다. 앞서 실습실에서 진행된 2학년 전공과목 ‘로봇 제작’ 수업에서 학생들은 로봇을 직접 만들고 조이스틱으로 제어하며 ‘주행하기’, ‘블록 옮기기’ 같은 과제를 수행했다. ‘마이크로프로세서 제어’와 ‘로봇 제작’은 서울로봇고 첨단로봇제어과 교육과정에 편성된 전공 필수과목이지만 이날 두 과목에 참여한 학생들은 모두 다른 과에 소속돼 있으면서 첨단로봇제어과를 부전공으로 선택한 학생들이다. 2020년 마이스터고에서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면서 서울로봇고는 교육과정 다양화의 하나로 올해 ‘부전공제’를 도입했다. 부전공제가 처음 적용되는 2학년 학생들은 2, 3학년 때 다른 과의 전공과목을 24학점 이상 이수하면 부전공으로 인정받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을 남길 수 있다. 학교는 매주 금요일에 학생들이 전공이 아닌 부전공 수업을 듣도록 하고 있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모두 관심이 있었지만 입학할 때 둘 중 하나는 포기해야 했어요. 하지만 부전공제도가 포기했던 분야를 공부할 기회가 됐어요.” 이날 마이크로프로세서 제어실습실에서 만난 2학년 강민상(17)군은 첨단로봇시스템과 소속이지만 첨단로봇제어과를 부전공으로 선택했다. 첨단로봇시스템과는 로봇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한 프로그래밍 이론과 실무를, 첨단로봇제어과는 전자기기 및 하드웨어의 설계와 제어를 배운다. 강군은 직접 설계한 소프트웨어로 하드웨어를 제어하는 재미를 깨달아 가고 있다. 강군은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로의 취업을 생각해 왔지만 부전공을 잘 살리면 진로를 넓힐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이날 첨단로봇시스템과의 전공과목인 ‘프로그래밍(자바)’ 수업을 들은 2학년 나유민(17)양은 강군과는 반대로 첨단로봇제어과 소속이면서 첨단로봇시스템과 부전공 과정을 이수하고 있다. 로봇 및 전자기기의 프로토타입(시제품)을 만드는 것이 좋아 첨단로봇제어과에 지원했지만 부전공을 이수하면서 프로그래밍에도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하드웨어를 만드는 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프로그래밍은 명령어를 입력하면 결과 값이 바로 나온다는 게 재미있어요. 진로를 확정 짓지는 않았지만 더 다양한 고민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나유민양)●“융합교육으로 진로 확대” 2025년 전면 시행되는 고교학점제는 5년 앞선 2020년 마이스터고에 우선 도입됐다. 산업계의 수요와 학생 저마다의 전공에 따라 ‘맞춤형 교육과정’을 운영해야 하는 마이스터고는 학생들이 진로와 적성을 토대로 다양한 과목을 선택해 이수한다는 고교학점제의 취지에 들어맞는다는 게 우선 도입의 배경이다. 일반고보다 교육과정이 탄력적이고 입시에서 자유롭다는 점도 뒷받침됐다. 고교학점제와 맞물려 마이스터고는 교육과정의 유연화와 다양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고교학점제 도입 이전인 2019년에는 학과별 선택과목이 평균 5.3개에 그쳤지만, 도입 첫해에 12.1과목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학과 내 세부전공 코스를 운영하는 학과는 50개에서 95개로, 부전공을 운영하는 학과는 10개에서 23개로 늘었다. 학생들이 취업 희망 분야에 맞춰 자신의 전공을 심화하거나 다른 전공과의 융합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토대가 된다. “다양한 과목을 자유롭게 선택해 배우는 게 쉽지 않은 건 일반계고 학생이나 직업계고 학생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강상욱 서울로봇고 교장은 “일반계고 학생들이 입시에 도움 되는 과목을 선택하듯 직업계고 학생들도 당장 취업에 도움 되는 과목이 아니면 선택을 꺼리게 마련”이라면서 “대다수 학생은 자신의 전공과목을 배우기에도 바쁘다”고 귀띔했다. 지난해 입학한 학생들에게 고교학점제를 설명하고 과목 선택을 안내했지만, 학생들은 한발 물러서 머뭇거렸다고 강 교장은 돌이켰다. 학생들이 다양한 과목을 선택하도록 이끌기 위해 도입한 게 부전공제도였다. 2학년에 올라가기 전 부전공을 선택할 기회를 주자 ‘다른 전공도 배우고 싶다’며 손을 드는 학생들이 나타났다. 학교는 지난해 입학생들을 대상으로 2학기에 총 세 차례에 걸쳐 부전공 수요 조사를 했다. 학생들 한 명 한 명이 진로 상담을 받고 학업계획서를 직접 작성하도록 해 부전공을 선택하게 했다. 송윤진 서울로봇고 교무운영부장은 “부전공제도는 학생들에게는 학습 부담이, 교사들에게는 수업 부담이 있다”면서도 “학생들에게 진로의 폭을 넓혀 준다는 의미에서 의욕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교 울타리 허물고 대학·기업서 배워 고교생이 인근 학교와 대학, 연구기관 등에 개설된 과목을 이수하는 것도 고교학점제가 가져올 큰 변화다. 산업계의 변화를 교육과정에 빠르게 반영해야 하는 마이스터고는 적극적으로 학교 울타리를 허물고 있다. 서울로봇고와 서울 성북구 서울도시과학기술고가 함께 개설한 ‘드론 측량’ 과목은 학교 간 공동 교육과정의 좋은 사례다. 로봇고의 ‘드론’ 교과와 도시과학기술고의 ‘측량’ 교과를 서로 개방해, 두 학교 학생들이 상대 학교로 가 수업을 듣는다. 산업현장을 한발 앞서 경험하는 ‘학교 밖 교육과정’도 갖춰 나가고 있다. 강남구청과 한국로봇융합연구원, 로봇분야 기업과 손잡고 지난 4월부터 6개월간 진행한 ‘로봇AI 실무형 인재양성 교육’은 학생들이 ‘협동로봇’, ‘소셜로봇’ 등 산업계에서 주목받는 로봇 분야의 실무를 쌓을 기회였다. 올해 시범 운영을 거쳐 내년부터 이수 학점을 인정받는 고교학점제 정식 교육과정으로 자리잡는다. 반도체 분야의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오는 겨울방학에 학교와 경기 시흥시 한국산업기술대에서 총 8박 9일에 걸쳐 열리는 ‘반도체 교육’에 참여한다. 산업기술대 교수들이 교단에 서고 학생들은 대학의 첨단 실습실을 찾아 반도체 공정을 체험하는 과정이다. 추후 학생들이 ‘일·학습병행제’로 산업기술대에 진학하면 이수 내역을 대학 학점으로 인정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고교학점제는 내년 특성화고에도 도입돼 직업계고는 일반계고보다 3년 앞서 학점제 시대를 맞이한다. 직업계고들이 ‘벤치마킹’할 만한 사례들도 속속 나오고 있다. 마이스터고인 미림여자정보과학고는 중앙대와 손잡고 교수들이 직접 ‘AI 데이터 분석’과 ‘3D 모델링’을 가르치는 전공심화 과정을 개설해 중앙대 교수들이 학생들을 가르친다. 학과별로 ‘응용소프트웨어개발자’, ‘웹프로그래머’ 등 직무경로에 따라 학과 내에서 세부전공을 운영하는 동시에 학과 간 부전공제도 시행하는 몇 안 되는 학교다. 부산과학고등학교와 유명 자동차 회사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전문 기술인 멘토링 교육’도 학교 밖 교육과정의 우수 사례로 꼽힌다. 강 교장은 “시대와 산업의 흐름에 맞춰 교육과정을 운영해 산업계가 요구하는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면서 “개별 학교의 역량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대학과 기업, 지자체 등이 참여하는 학교 밖 교육과정의 활성화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 이필근 경기도의원, 도내 성인문해교육 학력인정제 예산 지원 촉구

    이필근 경기도의원, 도내 성인문해교육 학력인정제 예산 지원 촉구

    경기도의회 건설교통위원회 이필근 도의원(더불어민주당·수원1)은 5일 경기도의회 제355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다른 광역지자체에 비해 열악한 경기도교육청의 ‘성인문해교육 학력인정제’의 예산 지원 확대를 촉구하는 5분 자유발언을 했다. ‘성인문해교육 학력인정제’란 저학력·비문해 성인에게 일상생활을 영위하는데 필요한 문자해득 능력을 포함한 사회적·문화적 교육에 대하여 소정의 과정을 마치면 초등 또는 중등학력을 인정해 주는 교육제도다. 이필근 의원은 “헌법 제31조에 따라 모든 국민이 능력에 따라 균등한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으며, 교육은 인간의 성장, 사회경제적 발전, 민주주의의 가치 실현을 위해 반드시 갖춰야할 기초능력”이라며 “전국 20세 이상 중학학력 미만 저학력 인구 554만 중 경기도 저학력 인구는 101만명으로 전체 18%를 차지하지만 타 지자체 대비 예산 지원은 너무나도 저조한 상황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서울시는 성인문해교육 학력인정제 지원예산이 2019년에 무려 19억 5500만원인데 비해 인구수가 월등히 많은 경기도의 경우 서울의 10분의1 수준인 2억원에 그치고 있다”며 “인구수가 경기도의 3분의 1인 부산시가 경기도의 2배를 지원 받는 것은 공정한 교육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현재도 배움의 기회를 놓쳐 늦은 밤까지 공부하는 학생들과 그러한 학생들을 위해 본인의 노력을 들여 봉사하는 선생님들이 많다”며 “경기도 관내에서 실시 중인 성인문해교육 프로그램에 대해 타 지자체와 비슷한 수준의 강사비와 기관운영비를 지원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 오빠가 ‘올드맨’?…‘오징어게임’ 팬들이 제기한 ‘어색한 자막’ 논란

    오빠가 ‘올드맨’?…‘오징어게임’ 팬들이 제기한 ‘어색한 자막’ 논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가운데 일부 영어 번역 자막이 내용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빚더미 등 저마다의 사연으로 삶의 벼랑 끝에 내몰린 456명의 사람들이 상금 456억원을 받기 위해 목숨을 건 게임에 뛰어든다는 내용의 ‘오징어 게임’은 캐릭터 저마다의 성격과 사연, 그리고 이들 간의 관계가 서사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이들 캐릭터에는 한국적 정서와 문화, 사회상이 반영돼 있는데, 이 같은 내용을 영어 자막이 충분히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이 제기된 것이다. 영국 BBC의 라디오 채널의 뉴스 프로그램 ‘뉴스비트’는 5일(현지시간) ‘오징어 게임’의 인기 가운데 이러한 불만이 제기됐다면서 트위터 이용자 ‘영미 메이어’의 지적을 소개했다.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한다는 메이어는 지난 1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번역이 아주 나쁘다”면서 “대사는 훌륭하게 쓰였는데 이를 전혀 살리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드라마에서 ‘한미녀’가 등장하는 장면을 예로 들면서 “꺼져”라는 강한 어조의 대사가 “저리 가(Go away)”로 번역된 점 등이 극 중의 갈등 상황고 ‘한미녀’ 캐릭터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또 ‘한미녀’가 팀에 합류하기 위해 “내가 공부를 안 해서 그렇지 머리는 장난 아니라니까”라면서 자신을 부각시키려는 대사가 영어 자막으로는 “난 천재는 아니지만 해낼 수 있다((I‘m not a genius, but I still got it worked out)”라고 번역된 점도 문제의 번역으로 꼽았다. 다만 메이어가 지적했던 영어 자막은 청각장애인 등을 위해 영상에서 자동 생성되는 버전으로, 그와는 달리 정식 번역 자막에 대해서는 자동 자막보다는 “대체로 좋다”는 평가를 덧붙였다. 자신을 ‘번역 및 자막 제작 경력을 가진 다국어 화자’로 소개한 트위터 이용자 ‘야스민’은 “엉망인 부분을 많이 발견했다”면서 “안타깝게도 수준 높은 번역에 충분히 투자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BBC는 넷플릭스에 번역과 관련해 입장을 물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한국에서도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오징어 게임’ 속 호칭이 영어로 어색하게 번역됐다는 지적이 여럿 나왔다. ‘오빠’라는 대사가 ‘올드 맨’(old man)으로, ‘아주머니’라는 대사가 ‘할머니’(grandma)로 번역됐는데, 한국 특유의 호칭과 이 호칭이 담고 있는 관계상 의미가 적절하게 반영되지 못했다고 네티즌들은 지적했다.
  • [서울포토]‘20만 공공부문 비정규직 총파업 투쟁선포 기자회견’

    [서울포토]‘20만 공공부문 비정규직 총파업 투쟁선포 기자회견’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5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중회의실에서 열린 ‘20만 공공부문 비정규직 총파업 투쟁선포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민주노총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복리후생비 차별금지, 공무직 법제화 등을 요구하며 오는 20일 총파업을 예고했다. 2021.10.5
  • [하지현의 사피엔스와 마음] 50대 궁여지책, 달리기/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하지현의 사피엔스와 마음] 50대 궁여지책, 달리기/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나는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공을 치는 건 재주가 없고 화만 돋우는 바람에 골프는 시작도 안 했다. 40대가 되면서 최소한의 운동이라도 안 하면 문제가 생길 여러 징후가 생겨서 시작한 것이 피트니스였다. 좋아서 한다기보다 10년 후 매일 먹을 약의 개수를 줄이려는 예방활동일 뿐이다. 다행히 습관이 돼 주었는데, 코로나19로 못하게 됐다. 몇 달이 흘러 라커 비밀번호가 기억나지 않는 지경이 돼 만든 궁여지책이 집 앞을 뛰는 것이었다. 운동화만 있으면 되고 거리두기는 기본이니.처음엔 2㎞도 겨우 뛰다 러닝앱을 깔고 기록을 시작했다. 의외로 성격에 맞았다. 혼자 언제든지 할 수 있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고 기록을 관리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러던 중 발바닥 통증, 족저근막염이 왔다. 처음으로 전용 러닝화를 사고, 러닝 전후로 스트레칭을 하니 좋아졌다. 이래서 운동에는 돈을 쓰고 공부가 필요한 것이었다. 어느덧 달리기가 생활의 일부가 돼 일찍 일어나서 하는 루틴이 됐다. 머리가 복잡하고 속상한 일이 생기면 일단 나가서 뛰었다. 머리가 명료해지고, 잡념이 줄어들었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나는 그냥 달립니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달립니다. 아니, 이렇게 말해야 할 것 같군요. 나는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기 위해 달립니다”라고 한 말이 와닿는다. 달리기로 좋아진 건 살면서 정서적 부담이 된 일들이 해볼 만한 일로 느껴진 것이다. 일종의 자아 방어막이 형성된 것이다. 한편 욕심도 같이 커졌다. 주말이면 10㎞를 가뿐히 넘겨 뛰면서 평균속도도 빨라졌다. 앱이 꺼진 채 뛰고 나면 너무 아까워서 망연자실해하기도 했다. 달리기의 즐거움은 겨울과 함께 잠시 멈췄다. 그래도 일주일에 한 번은 나가서 뛰었는데, 3월에 날이 풀린 걸 기념해 속도를 높이다 종아리에서 뚝 소리가 났다. 움직이지 않던 근육에 손상이 온 것이다. 3~4㎞를 절뚝거리면서 돌아와 한 달 가까이 쉬다가 다시 조금씩 뛰기 시작했다. 여기가 괜찮아지자 이제는 햄스트링과 골반 통증이 왔다. 이번에는 제대로 아파서 혹시 무혈성 괴사인가 겁이 나 재활의학과에서 CT까지 찍었다. 역시나 근육 손상과 경직이었다. 의사는 1㎞를 뛸 때마다 스트레칭을 해서 재발을 방지하라는 처방을 했다. 러너에게 비겁하게 말이다. 이런 이야기는 이후 체계적 훈련으로 부상을 극복하고 마침내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했다로 끝나야 한다. 하지만 이 글은 그저 소심한 달리기 이야기다. 운동을 싫어하는 인간이 그나마 재미를 붙인 달리기를 멈추지 않고 오래하기 위해 몸의 신호에 귀를 기울이며 잘 달래는 방법을 익혀 가고 있다는 소리를 하고 있다. 나도 처음 시작할 때는 최소 하프마라톤도 그려 보았고, 조지 시언의 ‘달리기와 존재하기’ 같은 명저를 써 보고 싶었다. 그렇지만 일 년이 지난 지금은 한계를 극복하는 의지가 아닌 내 몸을 이해하고 무리하지 않는 것을 우선으로 한다. 50대에게는 사는 것도 그래야 하는 것 같다. 하루 뛰고 나면 다음날은 가급적 쉰다. 뛰기로 한 날 비가 오면 아쉬움보다 기분이 좋은 게 부끄럽지 않다. 좋아하게 된 걸 가능한 한 오래하기 위해서는 한계를 아는 게 우선이다. 영역의 확장은 조심스러워야 한다. 기록을 깨려면 도전하기보다 망가지지 않는 내구성이 더 먼저다. 새로운 코스를 개척하는 것도 좋지만 매일 뛰는 경로와 구간마다 호흡의 익숙함이 좋다. 낯익은 풍경이 계절이 바뀌면서 보여 주는 미세한 변화가 보이기 시작했다. 다 써 놓고 나니 하나도 멋지지 않고 다칠까봐 겁이 난 아저씨의 소소한 운동 이야기다. 보디 프로필을 찍는 것도, 마라톤 서브포를 목표로 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주 3회 5㎞를 꾸준히 뛰기 위해 애쓴다. 인생도 그런 것 같다. 누가 ‘와’ 하는 것을 듣기보다 내가 나를 토닥이고 ‘괜찮나’ 하며 상태에 귀 기울여 주는 자기 연민의 마음을 갖는 것 말이다. 살다 보면 오르막을 빨리 뛰어오르며 목표를 세우기보다 다치지 않고 내려오는 내리막의 안전이 우선인 시기가 온다. 이건 후퇴가 아니다. 이나마 뛰는 덕분에 하루의 스트레스를 견뎌 낼 방어막을 만들어 무슨 일이 닥쳐도 어떻게 되겠지 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게 됐다. 그 정도면 충분한 거 아닌가.
  • [강남순의 낮꿈꾸기] ‘반지성주의’라는 이름의 바이러스

    [강남순의 낮꿈꾸기] ‘반지성주의’라는 이름의 바이러스

    ‘반지성주의’라는 바이러스가 한국 사회 곳곳을 병들게 하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우리의 육체에 치명적인 병을 준다. 눈에 보이기에 알아차리기 쉽다. 그러나 반지성주의 바이러스는 보이거나 만져지지 않기에 알아차리기 어렵다. 그런데 반지성주의라는 바이러스는 코로나 바이러스 못지않게 우리의 마음과 정신에 치명적인 해를 끼친다. ‘나’만이 아니라 무수한 ‘너’들, 그리고 그 ‘나’와 ‘너’가 모여 살고 있는 이 사회 전체를 거짓, 왜곡, 증오, 혐오로 병들게 한다. 반지성주의는 인간이 지닌 지적 능력, 교육의 의미, 철학적 사유를 비하한다. 예술, 문학 등과 같이 손에 잡히지 않는 가치를 하찮게 여긴다. 과학이나 합리적 사유 또는 비판적 사유를 신뢰하지 않는다. 반지성주의가 추구하는 것은 오직 자기 이득의 증대와 권력의 확장이다. 당장 눈에 보이는 이득만이 최고의 기준일 뿐이다. 리처드 호프스태터가 1963년에 출간하고 1964년에 퓰리처상을 받은 ‘미국에서의 반지성주의’는 지금도 반지성주의적 편견과 프로파간다에 대한 논의를 할 때 중요한 자료로 등장한다. 호프스태터는 반지성주의를 미국의 토대를 놓은 개신교에서 그 뿌리를 찾는다. 지적인 탐구보다 영혼에 우선성을 둔 개신교의 전통이 미국 사회에 반지성주의를 확산시키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물론 미국의 정황과 한국의 정황은 다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반지성주의적 현상은 세계 곳곳에서 각기 다른 얼굴을 하고 다양한 폐해를 낳고 있다. 반지성주의에 대한 조명이 중요한 이유다. 호프스태터는 반지성주의가 무엇인가에 대한 간결한 정의를 내리지는 않는다. 반지성주의는 단일한 형태로서가 아니라 시대와 정황에 따라서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호프스태터의 분석에 따르면 반지성주의는 정신적 삶(life of mind)에 대해, 그리고 그러한 정신적 삶과 연결돼 있는 사람들에 대해 분노하고 의심하는 태도나 생각이 지닌 공통의 끈을 지칭한다. 그런데 정신의 삶, 마음의 삶이란 무엇인가. 정신의 삶이란 인간이 지닌 이성과 합리성에 기반해 성찰하고 추론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코로나19 위기 동안 반지성주의는 과학과 전문가에 대한 불신의 현상으로 드러난다. ‘트럼프주의’를 따르는 사람들은 트럼프의 전형적인 반지성주의를 맹종한다. 마스크 쓰기, 사회적 거리두기, 백신 등에 대한 불신, 기후변화의 위기에 대한 부정은 물론 의학 전문가들과 과학자들의 연구와 조언을 모두 의심하고 불신한다. 트럼프 지지자들이 미국 ‘국립 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의 소장인 앤서니 파우치를 공격하면서 “파우치 해고”(Fire Fauci)라는 정치적 모임을 가졌다. 이 모임에 대해 스톡홀름대학의 언론학 교수인 크리스텐센 교수는 “반지성주의는 미국을 파괴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코로나 사태에서 트럼프와 그의 신봉자들이 보여 준 것은 정치적 반지성주의의 전형을 보여 주었다. 반지성주의가 다른 옷을 입고서 한 사회를 지배할 때, 그 사회는 파괴될 수밖에 없다.종교적 반지성주의는 진화론을 부인하고 창조과학을 주장한다. 또한 이성과 합리성에 기반한 성찰이 아닌 ‘무조건 맹신’을 진정한 신앙이라고 가르친다. 그뿐인가. 2021년 9월 28일 예수교 장로회 통합 교단의 대학인 ‘장로회신학대학교’의 총장직 인준을 했다. 총회에서 K총장은 “장로회신학대학교는 성경적 가치와 교단 기준을 따라서 동성애는 죄라고 확실하게 믿고 있다. 우리 교수들이나 직원, 학생들도 동성애는 죄라고 믿고 있다”고 선언했다. 그는 결국 총대들로부터 박수를 받고, 인준을 받아서 이제 2025년까지 4년 동안 장신대 총장으로 일하게 됐다. 1973년 ‘미국 정신의학회’는 동성애를 정신과 진단명에서 삭제하기로 했다. 동성애가 질병이 아니라 ‘성적 지향’이라는 것은 의학, 심리학, 사회학을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장기간의 연구로 내려진 결론이다. 그런데 이러한 사실은 전혀 상관없는 듯 학사, 석사, 박사 과정을 가르치는 대학교를 이끌 총장이 ‘교수·직원·학생’ 들까지 호명하면서 모든 대학 구성원들이 ‘동성애는 죄’라고 확실하게 믿는다고 천명한다. 정녕 동성애에 대한 이해가 없어서인가 아니면 의도적으로 ‘무지’를 가장하는 것인가. 이것에 대한 답은 본인만이 알 것이다. 그 어떤 것이든 이렇게 전형적인 반지성주의를 드러낸 ‘지도자’에게 주어진 대가는 ‘총장 권력’이다. “인문학이라는 것은 공학이나 자연과학 분야를 공부하며 병행해도 되는 것이며 많은 학생이 대학 4년과 대학원까지 공부할 필요가 없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발언이다. 대통령 후보로 나온 사람이 법학, 종교, 예술, 언어, 문학, 철학, 역사, 고고학, 고전, 인류학, 인문 지리학 등 다양한 전공 영역으로 이루어진 인문학이 이토록 방대한 분야라는 것에 대한 기본지식조차 없다. 반지성주의의 구성요소인 ‘무지’의 전형이다. ‘알지 못함’이라는 무지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다만 그 무지를 권력 확장에 이용하고 결과적으로 타자들까지 그 무지의 덫에 갇히게 한다는 것이 심각한 문제다. “평생 건강하기만 했던 저의 건강에 적신호가 커졌습니다.… 더이상 회사를 다니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한 가정을 책임져야 하고 회복하는 데 시간이 소요될 것이며 그로 인해 경제 활동이 불가능할 수 있다는 점과 이 모든 것의 원인이 과도한 업무일 것이라는 것을 회사가 인정해 성과급과 위로금을 책정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화천대유’의 1호 직원으로 6년여를 일하고서 이명과 어지럼증으로 심한 건강의 위기를 맞게 돼서 ‘성과급과 위로금’의 명목으로50억원을 퇴직금으로 받았다는 곽상도 국회의원 아들의 변이다. 그런데 더이상 일할 수 없을 정도로 건강이 악화됐다는 그가, 놀랍게도 조기 축구회에서 왕성한 활동을 했다고 한다. 아버지의 권유로 그 회사에 지원해 입사했다고 하는데, 정작 그 아버지는 아들이 이러한 엄청난 금액의 퇴직금을 받았는지조차 최근까지 ‘몰랐다’고 한다.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르면 ‘이명이나 어지럼증’의 증상만으로는 산재로 볼 수 없으며, 증상이 아닌 명확한 질병명이 필요하다고 한다. 최소한의 상식, 논리성 그리고 합리성을 작동시킨다면 이러한 과정이나 변명 자체가 지닌 지독한 맹점들을 쉽사리 발견해 낼 수 있다. 한 나라의 정치 지도자로서 활동하는 사람 속에 반지성주의가 제2의 DNA처럼 녹아 있다. 모든 시대나 모든 문화는 반지성주의의 고유한 형태를 발명한다. 동성애자, 장애인, 외국인, 그리고 무엇보다도 유대인을 ‘괴물’로 만든 히틀러의 반지성주의는 인류 역사에 돌이킬 수 없는 ‘인류에 대한 범죄’를 가능하게 했다. 반지성주의의 지독한 문제가 바로 여기에 있다. 반지성주의는 한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 개인이 몸담고 있는 공동체, 사회, 국가 전반에 갖가지 혐오, 배제, 억압의 가치를 바이러스처럼 확산시킨다는 것이다. 성차별, 인종차별, 계층차별, 성소수자 차별, 외국인 차별, 타 종교 차별, 장애 차별 등을 국가 사랑, 신(神) 사랑 등의 이름으로 자연적인 것으로 만든다. 차별적 가치가 은닉된 전통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교육과 비판적 사유의 힘을 무력화시킨다. 반지성주의의 전형인 ‘비판적 사유의 부재’는, 한나 아렌트의 경고대로 ‘인류에 대한 범죄’와 같은 ‘악’(evil)으로 이어진다. 반지성주의는 공적 교육을 얼마나 받았는가와 상관이 없다. 고등교육을 받았다고 해서 모두 비판적 사유, 합리성의 존중, 공공선에 대한 인식을 조금이라도 하는 것은 아니다. 소위 전문가, 지성인, 정치인, 종교인, 언론인 또는 미디어에 대한 지독한 불신이 한국 사회를 뒤덮고 있다. 이러한 불신은 그들이 자초한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이러한 그들의 반지성주의로 인한 불신이 역으로 다른 얼굴의 반지성주의를 등장하게 할 가능성과 이어진다는 것이다. ‘반지성주의의 릴레이’다. 이러한 반지성주의는 한국은 물론 세계 곳곳을 지배하고 있다. 크리스텐센 교수는 “반지성주의는 미국을 파괴할 것”이라고 했지만 이 말은 미국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반지성주의는 한 개인을 파괴하고 그가 속한 한 사회를, 그리고 이 세계를 파괴한다. 코로나 바이러스처럼 우리 모두가 경계해야 할 바이러스인 것이다. 비판적 사유하기의 연습, 지속적인 자기 학습, 타자와의 인내심 있는 대화를 통해서 ‘나·우리 속의 반지성주의’라는 바이러스를 적극적으로 물리쳐야 할 것이다. 글 텍사스크리스천대(TCU) 브라이트신학대학원 교수 그림 김혜주 서양화가
  • “밥 못 넘길 만큼 부담 컸지만, ‘새벽’처럼 한 발씩 내디뎌야죠”

    “밥 못 넘길 만큼 부담 컸지만, ‘새벽’처럼 한 발씩 내디뎌야죠”

    “내가 생각했던 ‘새벽’이었다. 신이 점지해 준 느낌이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황동혁 감독은 배우 정호연의 오디션 영상을 보고 이렇게 느꼈다고 말했다. 연기 경력이 전혀 없는 정호연에게 “야생마 같은” 느낌을 받은 황 감독의 호출에 정호연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한국행을 택했다. 그 결과 정호연은 ‘오징어 게임’의 최대 수혜자이자 ‘글로벌 스타’로 떠올랐다. 최근 화상으로 만난 정호연은 오디션 영상에 대해 “뉴욕에서 활동 중에 시간이 별로 없어 3일 동안 캐릭터를 연구한 뒤 모든 에너지를 모아 만들었다”고 돌이켰다. 그가 맡은 새벽은 가족과 같이 살기를 꿈꾸는 탈북자로 소매치기를 하며 살아가다 ‘오징어 게임’에 참여한다. ‘비대면 오디션’에 합격한 그는 캐스팅 이후 일기를 쓰며 새벽을 만들어 갔다. 새벽의 과거 이야기들을 구체화하고 그의 일상과 하루하루를 적으며 감정을 쌓기 위해 노력했다. 탈북자에 관한 다큐멘터리도 찾아봤다. 정호연은 “저는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한데, 새벽은 가족에 대한 책임감이 강하고 누구를 만나도 기죽지 않는다”며 “나와 비슷한 점은 원하는 것을 이루려는 강한 의지”라고 했다. 연기에 대한 관심은 한창 모델 경력을 이어 갈 때 생겼다. 2013년 온스타일 서바이벌 프로그램 ‘도전! 슈퍼모델 코리아’ 시즌4를 통해 화려하게 데뷔한 그는 이후 외국 명품 브랜드의 패션쇼에 서며 주목받았다. 그러다 하나둘 일이 줄어드는 시기가 왔고 미래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 “시간이 나면 책과 영화를 보며 연기의 꿈을 자연스레 키웠다”는 정호연은 여름과 겨울에 주어지는 1개월의 휴가마다 한국에 들어와 연기 수업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후 배우 전문 소속사와 손잡고 본격적으로 연기의 길로 들어섰다. “많은 응원과 축하에 몸 둘 바를 모르겠다”고 소감을 밝힌 그는 처음에는 밥이 안 넘어가는 날이 있을 만큼 부담이 컸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부족함을 인정하면서 차차 극복해 갔다. 그는 “배우 선배님들은 물론 분장, 의상, 카메라, 조명 등 스태프들까지 저를 도와주려고 하는 게 느껴졌다”며 “도움을 받아 한 발씩 나아가자 마음먹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절친’인 그룹 블랙핑크의 멤버 제니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시리즈를 홍보하는 등 응원을 보냈다. 그는 “사실 ‘오징어 게임’ 이후로 보통 커피를 마시면 너무 심장이 뛰는 게 느껴져서 디카페인 커피로 바꿨다”고 했다. ‘오징어 게임’ 전 40만명이던 SNS 인스타그램 팔로어는 16일 만에 1300만명을 넘겼다. 연기자로서의 행보를 주목하는 팬들이 전 세계에 생긴 셈이다. “‘오징어 게임’이 끝나고 연기 공부를 더 하기 위해 트레이닝을 받으며 영어 연기 연습도 하고 있다”고 설명한 정호연은 “기회가 된다면 해외 작품도 도전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 정호연 “‘오징어 게임’ 이후 디카페인만…심장이 너무 뛰어서요”

    정호연 “‘오징어 게임’ 이후 디카페인만…심장이 너무 뛰어서요”

    해외서 모델 활동 중 오디션 영상 보내연기 데뷔작으로 ‘글로벌 스타’ 떠올라“여름·겨울 휴식기 한국서 연기 수업 외국어 연기 공부…해외 진출 꿈꿔”“내가 생각했던 ‘새벽’이었다. 신이 점지해 준 느낌이었다.” 세계적인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오징어 게임’의 황동혁 감독은 배우 정호연의 오디션 영상을 보고 이렇게 느꼈다고 말했다. 연기 경력이 전혀 없는 정호연에게 “야생마 같은” 느낌을 받은 황 감독의 호출에 정호연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한국행을 택했다. 그 결과 정호연은 ‘오징어 게임’의 최대 수혜자이자 ‘글로벌 스타’로 떠올랐다. 최근 화상으로 만난 정호연은 오디션 영상에 대해 “뉴욕 활동 중 시간이 별로 없어서 3일 동안 캐릭터를 연구한 뒤 모든 에너지를 모아 만들었다”고 돌이켰다. 그가 맡은 새벽은 가족과 같이 살기를 꿈꾸는 탈북자로 소매치기를 하며 살아가다 ‘오징어 게임’에 참여한다. ‘비대면 오디션’에 합격한 그는 캐스팅 이후 일기를 쓰며 새벽을 만들어 갔다. 새벽의 과거 이야기들을 구체화하고 그의 일상과 하루하루를 적으며 감정을 쌓기 위해 노력했다. 탈북자에 관한 다큐멘터리도 찾아봤다. 정호연은 “저는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한데, 새벽은 가족에 대한 의지가 세고 누구를 만나도 기죽지 않는다”며 “나와 비슷한 점은 원하는 것을 이루려는 강한 의지”라고 했다. 연기에 대한 관심은 한창 모델 경력을 이어 갈 때 생겼다. 2013년 온스타일 서바이벌 프로그램 ‘도전! 슈퍼모델 코리아’ 시즌4를 통해 화려하게 데뷔한 그는 이후 해외 명품 브랜드의 패션쇼에 서며 주목받았다. 그러다 하나둘 일이 줄어드는 시기가 왔고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계기가 됐다. “시간이 나면 책과 영화를 보며 연기의 꿈을 자연스레 키웠다”는 정호연은 여름과 겨울에 주어지는 1개월의 휴가마다 한국에 들어와 연기 수업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후 배우 전문 소속사와 손을 잡고 본격적으로 연기의 길로 들어섰다. “많은 응원과 축하에 몸 둘 바를 모르겠다”고 소감을 밝힌 그는 처음에는 밥이 안 넘어가는 날이 있을 만큼 부담이 컸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부족함을 인정하면서 차차 극복해 갔다. 그는 “배우 선배님들은 물론 분장, 의상, 카메라, 조명 등 스태프들까지 저를 도와주려고 하는 게 느껴졌다”며 “도움을 받아 한 발씩 나아가자 마음먹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절친’인 그룹 블랙핑크의 멤버 제니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시리즈를 홍보하는 등 응원을 보냈다. 그는 “사실 ‘오징어 게임’ 이후로 그냥 커피를 마시면 너무 심장이 뛰는 게 느껴져서 디카페인 커피로 바꿨다”고 했다. ‘오징어 게임’ 공개 전 40만명이던 SNS 인스타그램 팔로어는 16일 만에 1300만명을 돌파했다. 연기자로서의 행보를 주목하는 팬들이 전 세계에 생긴 셈이다. “‘오징어 게임’이 끝나고 연기 공부를 더 하기 위해 트레이닝을 받으며 영어 연기 연습도 하고 있다”고 설명한 정호연은 “기회가 된다면 해외 작품도 도전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 “사진은 찰나의 순간 찍는 본능” 박찬욱이 담아온 ‘너의 표정’

    “사진은 찰나의 순간 찍는 본능” 박찬욱이 담아온 ‘너의 표정’

    유령 연상케 하는 모로코 파라솔 등전 세계 사물·풍경 담은 30여점“관람객도 피사체와 일대일로 대면각자 감정 생각… 상상력 자극 되길”“영화를 할 때는 직관을 전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심사숙고하고 철저하게 사전에 계획합니다. 사진은 그 반대예요. 길을 걷다 마주치는 찰나의 순간을 아무 생각 없이 찍습니다. 아주 본능적이지요. ” 지난 1일 부산에서 영화감독이 아닌 사진작가 박찬욱을 만났다. 이날 국제갤러리 부산점에서 그의 사진전 ‘너의 표정’이 개막했다. 박찬욱은 그동안 자신의 사진 작품을 틈틈이 대중 앞에 내보여 왔다. 영화 ‘아가씨’의 현장에서 촬영한 사진들로 ‘아가씨 가까이’라는 사진집을 냈고, 동생 박찬경 작가 등 다른 창작자들과 그룹전을 수차례 열었다. 서울 용산 CGV아트하우스 ‘박찬욱관’에선 정기적으로 그의 새로운 사진을 만날 수 있다. 같은 제목의 사진집 출간에 맞춰 처음 상업화랑에서 여는 이번 개인전은 사진작가로서의 박찬욱 고유의 시선과 내면을 보다 깊이 있게 들여다볼 수 있는 자리다. 지난 10여년간 세계 각국의 사물과 풍경을 찍은 사진 중에서 고른 출품작 30점은 전시 제목처럼 저마다 어떤 ‘표정’들을 지니고 있다. 유령들의 모습을 연상케 하는 모로코 호텔의 흰 파라솔들, 남성의 옆얼굴을 닮은 변산반도의 바위산, 촬영 당시 지쳐 있던 작가 자신의 감정이 투영된 듯한 대기실의 낡은 소파 등 평범하고 예사로운 일상에서 우연히 발견한 특별한 순간들이다. 그는 “주변의 모든 사물, 풍경과 어떤 교감을 한다는 의미에서 ‘표정’이란 제목을 붙였다”면서 “관람객도 피사체와 일대일로 대면하면서 각자의 감정을 생각해 보고 상상력을 자극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희망했다.아마추어 사진작가인 부친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카메라에 익숙했던 박찬욱은 “영화를 공부하기 이전에 대학 신입생 때부터 동아리에서 사진을 먼저 배웠다”면서 “영화감독으로서의 정체성도 있지만 스스로 사진하는 사람으로서의 정체성을 따로 가지고 있다고 여겨 왔다”고 밝혔다. “사진은 영화처럼 스토리와 캐릭터를 복합적으로 구축할 순 없지만 같은 이미지여도 사람마다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고, 이미지 자체로 완결된 세계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사람들과 어울리기보다 혼자 있기 좋아하는 성향 탓에 가고 싶었던 영화과 진학을 포기했던 그는 세계적인 영화감독의 반열에 오른 지금도 여럿이 함께하는 영화 작업에 어려움을 느낀다고 했다. 그래서 촬영이나 홍보 차 해외에 나갈 땐 항상 혼자서 카메라 가방을 둘러메고 거리로 나가 셔터를 누른다. “영화는 아무리 오래 같이 일한 사람들에게도 상처 줄 때가 있어서 힘들어요. 몇십억, 몇백억 큰돈이 들어가기 때문에 밤에 잠이 안 올 정도로 무서운 일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사진은 저 혼자 책임지는 일이고, 주변에 피해를 주지 않으니 참 홀가분하고 자유로워요. 영화 일이 아무리 바쁘고 힘들어도 카메라를 놓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전시는 12월 19일까지.
  • 매일 연습하며 ‘찡숙아 어쩌니’ 메모… 77세 피아니스트는 오늘도 설렌다

    매일 연습하며 ‘찡숙아 어쩌니’ 메모… 77세 피아니스트는 오늘도 설렌다

    한예종 첫 음악원장 지낸 클래식 대모“예전엔 열 번, 요즘에는 백 번 쳐야 익혀”백내장 수술하고 매일 4~5시간 연습한 달 준비한 곡, 체력 탓 과감히 포기도“무엇보다도 피아노가 좋아요, 아직도. 싫으면 할 수가 없지. 여전히 연습하는 게 무섭기도 한데 그냥 피아노는 생활이라 쭈욱 같이 살아온 거죠.” 1993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초대 음악원장을 지낸 클래식계 대모, 피아니스트 이경숙이 2년여 만에 독주 무대를 갖는다. 오는 8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헨델의 미뉴에트 G단조,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11번, 브람스의 헨델 주제에 의한 변주곡과 푸가로 고요하고도 깊이 있는 선율을 선보인다.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자택에서 만난 그는 “연주를 준비하다 보면 나이도 잊고 젊게 사는 것 같다”면서 “‘그 나이에 뭘 하느냐’는 사람들 말을 듣고서야 ‘아, 내가 나이가 많구나’ 실감한다”며 웃었다. 다만 “예전엔 열 번 쳐서 됐던 게 이젠 백 번을 쳐야 될 만큼 둔해진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일흔일곱살이란 나이를 피아노는 깜빡 잊게 해 주면서 또 적나라하게 상기시켜 주기도 한다. 이번 프로그램에도 웃지 못할 그만의 사연이 있다. 원래 계획은 굉장히 철학적이고 깊이 생각해야만 하는 모차르트 B단조 아다지오, 보편적으로 좋아하는 모차르트 소나타 중 A장조, 그리고 한 번도 자신 있게 치지 못했던 브람스의 헨델 변주곡을 하려고 했다. 그런데 모차르트 두 곡을 모두 하는 게 너무 힘들어서 바버 소나타로 바꿨더니 이번엔 생각보다 손에 안 익었단다. “8월 내내 바버에만 매달렸고 어느 정도 외워지길래 세 곡을 연달아 쳐 봤죠. 세상에, 그때 너무 슬프게 나이를 느낀 거예요. 체력이 달려서 이러다간 쓰러질 것 같더라고요. 얼른 다시 바꿨죠.” 꼬박 한 달을 집중하고도 과감히 접을 수 있던 마음엔 “내가 이 정도로 힘들게 치면 청중들은 얼마나 버거울까”란 생각이 우선이었다. 우여곡절에도 꿋꿋이 자리를 지킨 브람스의 헨델 변주곡은 그야말로 애증의 작품이다. 오래 감춰 왔던 비밀을 드디어 꺼내는 시간이기도 하다. “29세 늦은 나이에 클라라 하스킬 국제 피아노콩쿠르에 나가 파이널에서 이 곡을 쳤어요. 딱 1등만 뽑는 대회 파이널에 올랐으니 3등은 한 건데 그땐 너무 자존심이 상해서 아무에게도 말을 안 했죠.” 그러다 다시금 떠올리게 된 건 10여년 전. 그의 둘째 딸인 피아니스트 김규연 서울대 교수가 대회 홈페이지의 파이널리스트 명단에서 그의 이름을 발견하고는 “대회 출전한 적이 있었느냐”고 물어 왔다.피아노 앞에 오래 앉아 있으면 허리도 아프고 손가락도 마음 같지 않은 나이지만 그래도 “7월에 백내장 수술을 했더니 안 보이던 악보가 잘 보인다”며 여전히 새로운 기쁨을 피아노에서 얻는다고 했다. 매일 4~5시간 꼬박 연습을 하며 꼼꼼히 메모하는 일마저 너무 당연한 일상이자 공부다. 대가의 노트에도 매일 ‘찡숙(별명)아, 어쩌니?’, ‘규연 앞에서 죽 쑴’, ‘테러블’(terrible), ‘베리 식’(very sick) 등이 담길 만큼 피아노는 거대한 존재다. 한도 끝도 없는 자신과의 싸움으로 늘 연구하다가 갑자기 영감을 찾으면 아주 짜릿하다. “특히 관객들과의 에너지로 즉흥적으로 예술적인 부분을 찾아낼 때는 그 맛이 아주 대단하다”고 했다. 그는 “우리나라에 자랑스러운 젊은 연주자들은 아주 많은데 자랑스러운 할머니는 많지 않은 듯하다”며 덧붙였다. “우리 분야는 나이가 들수록 음악이 더 익는데 잘 안 불러 줘요. 연습을 안 하면 못 하게 되거든요. 전 다행히 도와주는 분들이 있어 계속할 수 있었고 저 역시 꼭 해야 한다고 믿어 왔어요. 그러니 손가락이 안 돌아갈 때까진 해야죠.”
  • “코로나 확진 절망감, 배려로 극복” ‘1200명 완치’ 강남 8개월의 사투

    “코로나 확진 절망감, 배려로 극복” ‘1200명 완치’ 강남 8개월의 사투

    구청직원·의료진에 300명 감사편지식사 후 아이스커피 등 세심한 배려퇴소 의대생 “공부할 동기가 생겼다”“자꾸 증상이 나타나 두려웠지만 센터 선생님들의 친절과 배려로 버틸 수 있었습니다.” 코로나19를 이겨내고 일상으로 돌아간 A씨는 서울 강남구 생활치료센터 의료진과 직원들에게 감사 편지를 보냈다. 코로나19에 확진됐다는 소식을 들은 뒤 막막함과 두려움이 앞섰지만,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한 뒤 센터 직원들이 꼼꼼하게 챙겨 준 덕분에 건강하게 퇴소할 수 있었다고 한다. 3일 강남구에 따르면 A씨를 비롯해 생활치료센터 입소자 300여명이 의료진과 구 직원들에게 감사 편지와 문자를 보냈다.강남구가 코로나19 감염자 1200여명을 치료해 일상으로 돌려보낸 발자취를 ‘강남구 생활치료센터 기록’ 책자로 만들어 화제가 되고 있다. 구는 지난해 12월에 63실 69병상과 지난 7월 28실 70병상의 치료센터를 개소했고 현재까지 무증상·경증 확진자를 치료하고 있다. 의료진과 지원인력이 24시간 상주해 의료생활지원, 방역 등 밀착 지원을 이어 오고 있다. 이번 책자에는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했던 주민과 이들을 돌본 의료진, 직원들의 감동적이고 생생한 사연들이 담겼다. 특히 지난 1월 코로나19에 확진돼 입소했던 의대생의 사연이 눈길을 끈다. 그는 “공부할 때 특별한 동기나 목적이 없었는데 코로나19를 계기로 동기가 생긴 것 같다”며 “장래에 저와 같은 환자를 돌볼 수 있는 그런 의사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어린이 입소자들이 직접 그린 그림 편지도 책자에 실렸다. 고군분투했던 의료진과 직원들의 소감도 책자에 담겼다. 진미애 의료지원팀장은 “입소하는 주민들의 트렁크가 무거워 보였다”면서 “주민들은 확진자라는 두려움, 가족 걱정, 이웃에 대한 죄책감으로 우왕좌왕했지만 센터 직원들의 노력으로 이들 모두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다”고 말했다.이 밖에 코로나19 대응 전략과 현황 등도 소개됐다. 센터 직원들은 입소자의 불편함을 최소화하기 위해 식사부터 점심 식사 후 아이스커피까지 간식 하나하나 정성을 다해 준비한다는 게 구 관계자의 설명이다. 또 입소자가 지루하지 않게 양재천이나 코엑스 별다방도서관 같은 구의 명소가 그려진 ‘미미위퍼즐’ 맞추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정순균 강남구청장은 “스마트감염병관리센터와 QR코드시스템을 전국 최초로 도입한 구는 앞으로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코로나19 상황이 정리될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책자의 전문은 구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 “아이 밝아지고 성적 올라”… 쓰레기 치우니 일상이 시작됐다

    “아이 밝아지고 성적 올라”… 쓰레기 치우니 일상이 시작됐다

    “암흑 속에서 빠져나온 느낌이에요.” 저장강박 증세가 있었던 표영지(58·가명)씨가 서울 강북구 한 임대아파트 현관문을 활짝 열어 놓고 활기차게 말했다. 석 달여 전까지만 해도 문은 항상 굳게 닫혀 있었다. 엉망이 된 집 안을 행여 누가 볼까 염려한 표씨가 마음의 문까지 걸어 잠갔기 때문이다. 쓰지도 않을 물건을 모으고, 세상과 단절한 채 더 많은 쓰레기 속으로 빠져드는 악순환에서 허우적대던 표씨는 청소 지원과 심리 상담을 받고 새 삶을 얻었다. 지난 7월 28일 번동3단지종합사회복지관 직원과 함께 찾은 표씨의 집은 꽤 말끔했다. 지난 4월 청소 지원을 받은 후 석 달이 넘게 지났지만 정리정돈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표씨는 집을 이리저리 오가며 스스로 정리한 부분을 자랑하기도 했다. 한 사람이 겨우 이동할 만한 공간만 제외하고 복잡하게 물건이 쌓여 있던 안방은 표씨와 복지사, 기자 세 사람이 앉고도 널찍했다. 이전엔 표씨가 똑바로 누울 수도 없어 물건과 쓰레기 틈에서 모로 누워 자야 했던 곳이다. 표씨의 저장강박은 2017년 3월 왼쪽 눈에 혈액암의 일종인 림프종 판정을 받으면서 시작됐다. 이혼 후 홀로 딸(15)을 키우던 표씨는 형편이 녹록지 않은데 앞으로는 병으로 돈을 벌 수 없을 거라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불안은 곧 현실이 됐고 표씨는 직장을 관둬야 했다. 표씨는 하루가 다르게 쑥쑥 크는 딸을 위해 주변 사람들에게 부탁해 안 입는 옷을 하나둘씩 받아 오기 시작했다. 사춘기 딸은 남들이 입다 준 옷은 쳐다보지 않았다. 그럼에도 표씨는 ‘언젠간 입을 수 있겠지’라는 생각으로 몸에 맞지 않는 옷들까지 받아 쌓아 뒀다. 짐이 쌓이면서 지인들과의 관계가 하나둘 끊겼다. “집으로 갈 테니 같이 커피나 마시자”는 지인의 말엔 절로 날 선 반응이 나왔다. 딸과의 관계도 소원해졌다. 표씨는 더러워진 집에서 우울감에 시달렸다. 표씨의 탈출구는 TV홈쇼핑이었다. 특히 세트로 판매하는 주방용품에 마음을 빼앗겼다. 큰돈을 들이지 않으면서 공허함을 해소할 수 있는 통로였다. 이미 물건이 가득한 집에는 갓 배달된 생활용품들이 비집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표씨는 혼자 집 정리를 해 보려고 안간힘을 쓰기도 했다. 한 달 반 동안 옷 15자루를 버렸지만 이미 쌓이고 쌓여 버린 짐들을 혼자 전부 치우기엔 역부족이었다. 옷 자루를 버리던 표씨를 우연히 만난 이웃은 “정리를 도와주겠다”며 다가왔다. 이웃의 손길에 용기를 얻은 표씨는 직접 주민센터에 도움을 요청했다.먼저 버릴 물건과 버리지 않을 물건을 구분해야 했다. 표씨는 “청소를 마음먹고 나서 가장 어려웠던 점이 물건을 버리자고 결심하는 것”이라고 했다. 표씨는 기관의 도움을 받아 대청소 이후 석 달간 일주일에 한 번꼴로 총 10회의 전문 심리 상담을 받았다. 상담은 물건에 대한 집착의 계기를 확인하고, 불안요소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됐다. 표씨는 다시 쓰레기집을 만들지 않으려고 ‘청소 루틴’을 만들어 매일같이 실천하고 있다. 습관처럼 틀어 두던 홈쇼핑도 끊었다. 딸과의 관계가 개선된 것이 청소의 가장 큰 보람이었다. 표씨는 “이전엔 딸이 나를 무시하는 말을 해서 서운했다”며 “환경이 달라지니 아이 성격이 밝아지고, 알아서 공부도 열심히 해 성적이 많이 올랐다”며 자랑스러워했다. 집안 환경의 중요성을 실감한 표씨는 딸을 위해 매일같이 집을 쓸고 닦으며 삶의 의지를 다진다. 청소는 쓰레기집 가구가 일상으로 복귀하는 첫 단계다. 청소를 결심하고 실행하는 것만으로도 심리 상태가 개선되며 정리정돈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정리수납 관련 사회적기업 한국정리수납협동조합이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2017~2019년 3년간 청소 지원을 실시한 서울 송파구 주거취약계층 79가구를 지난해 재방문해 경과를 살펴본 결과 확인이 가능한 43가구 가운데 21가구(48.8%)가 주거상태 ‘보통’ 이상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쓰레기집 거주자들이 외부의 도움을 받아 최소한의 일상을 회복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 준다. 하지만 쓰레기집을 지원할 수단은 없다시피 하다. 서울 시내 한 복지사는 “현재 쓰레기집 가구를 네 곳 담당하고 있는데, 복지관 예산서에 작성되지 않은 예산은 쓸 수 없다”며 “긴급한 지원이 필요한데도 청소를 해 줄 인력과 돈이 없어 애만 태우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토로했다. 한 번의 청소로 지원을 끝낼 것이 아니라 꾸준한 사후 관리가 필요하다고 현장 복지사들은 입을 모았다. 특히 물건에 집착을 보이는 저장강박증 환자라면 대청소 이후 금세 쓰레기집 생활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표씨처럼 정기적인 심리 상담을 제공해 줄 필요가 있다. 서울 YWCA 봉천종합사회복지관 오진영 복지사는 “물건에 애착이 심한 사람은 타인이 자신의 물건에 손을 대거나 버리는 행위에 반발심을 갖거나 더 숨으려 하는 경향을 보인다”며 “불안의 원인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사회 관계망을 복원해 주는 심리 지원 서비스가 뒤따라야 한다”고 짚었다. 서울 광진구의 한 복지사는 “대대적으로 청소를 했더라도 옆에서 관심을 두고 지켜봐 주는 사람이 없으면 결국 원래 상태로 돌아가고 만다”며 “청소와 심리 상담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이들이 지역사회로 나올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 “청소하고 딸과 관계 회복됐어요”…쓰레기집을 허물고 일상으로

    “청소하고 딸과 관계 회복됐어요”…쓰레기집을 허물고 일상으로

    암투병·생활고로 시작된 ‘쓰레기집’ 악순환청소·상담 시작하며 정리정돈 유지“심리 상담 등 꾸준한 사후관리 필요”“암흑 속에서 빠져나온 느낌이에요.” 저장강박 증세가 있었던 표영지(58·가명)씨가 서울 강북구 한 임대아파트 현관문을 활짝 열어 놓고 활기차게 말했다. 석 달여 전까지만 해도 문은 항상 굳게 닫혀 있었다. 엉망이 된 집 안을 행여 누가 볼까 염려한 표씨가 마음의 문까지 걸어 잠갔기 때문이다. 쓰지도 않을 물건을 모으고, 세상과 단절한 채 더 많은 쓰레기 속으로 빠져드는 악순환에서 허우적대던 표씨는 청소 지원과 심리 상담을 받고 새 삶을 얻었다. 지난 7월 28일 번동3단지종합사회복지관 직원과 함께 찾은 표씨의 집은 꽤 말끔했다. 지난 4월 청소 지원을 받은 후 석 달이 넘게 지났지만 정리정돈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표씨는 집을 이리저리 오가며 스스로 정리한 부분을 자랑하기도 했다. 한 사람이 겨우 이동할 만한 공간만 제외하고 복잡하게 물건이 쌓여 있던 안방은 표씨와 복지사, 기자 세 사람이 앉고도 널찍했다. 이전엔 표씨가 똑바로 누울 수도 없어 물건과 쓰레기 틈에서 모로 누워 자야 했던 곳이다. 표씨의 저장강박은 2017년 3월 왼쪽 눈에 혈액암의 일종인 림프종 판정을 받으면서 시작됐다. 이혼 후 홀로 딸(15)을 키우던 표씨는 형편이 녹록지 않은데 앞으로는 병으로 돈을 벌 수 없을 거라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불안은 곧 현실이 됐고 표씨는 직장을 관둬야 했다. 표씨는 하루가 다르게 쑥쑥 크는 딸을 위해 주변 사람들에게 부탁해 안 입는 옷을 하나둘씩 받아 오기 시작했다. 사춘기 딸은 남들이 입다 준 옷은 쳐다보지 않았다. 그럼에도 표씨는 ‘언젠간 입을 수 있겠지’라는 생각으로 몸에 맞지 않는 옷들까지 받아 쌓아 뒀다. 짐이 쌓이면서 지인들과의 관계가 하나둘 끊겼다. “집으로 갈 테니 같이 커피나 마시자”는 지인의 말엔 절로 날 선 반응이 나왔다. 딸과의 관계도 소원해졌다. 표씨는 더러워진 집에서 우울감에 시달렸다. 표씨의 탈출구는 TV홈쇼핑이었다. 특히 세트로 판매하는 주방용품에 마음을 빼앗겼다. 큰돈을 들이지 않으면서 공허함을 해소할 수 있는 통로였다. 이미 물건이 가득한 집에는 갓 배달된 생활용품들이 비집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표씨는 혼자 집 정리를 해 보려고 안간힘을 쓰기도 했다. 한 달 반 동안 옷 15자루를 버렸지만 이미 쌓이고 쌓여 버린 짐들을 혼자 전부 치우기엔 역부족이었다. 옷 자루를 버리던 표씨를 우연히 만난 이웃은 “정리를 도와주겠다”며 다가왔다. 이웃의 손길에 용기를 얻은 표씨는 직접 주민센터에 도움을 요청했다.먼저 버릴 물건과 버리지 않을 물건을 구분해야 했다. 표씨는 “청소를 마음먹고 나서 가장 어려웠던 점이 물건을 버리자고 결심하는 것”이라고 했다. 표씨는 기관의 도움을 받아 대청소 이후 석 달간 일주일에 한 번꼴로 총 10회의 전문 심리 상담을 받았다. 상담은 물건에 대한 집착의 계기를 확인하고, 불안요소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됐다. 표씨는 다시 쓰레기집을 만들지 않으려고 ‘청소 루틴’을 만들어 매일같이 실천하고 있다. 습관처럼 틀어 두던 홈쇼핑도 끊었다. 딸과의 관계가 개선된 것이 청소의 가장 큰 보람이었다. 표씨는 “이전엔 딸이 나를 무시하는 말을 해서 서운했다”며 “환경이 달라지니 아이 성격이 밝아지고, 알아서 공부도 열심히 해 성적이 많이 올랐다”며 자랑스러워했다. 집안 환경의 중요성을 실감한 표씨는 딸을 위해 매일같이 집을 쓸고 닦으며 삶의 의지를 다진다. 청소는 쓰레기집 가구가 일상으로 복귀하는 첫 단계다. 청소를 결심하고 실행하는 것만으로도 심리 상태가 개선되며 정리정돈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정리수납 관련 사회적기업 한국정리수납협동조합이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2017~2019년 3년간 청소 지원을 실시한 서울 송파구 주거취약계층 79가구를 지난해 재방문해 경과를 살펴본 결과 확인이 가능한 43가구 가운데 21가구(48.8%)가 주거상태 ‘보통’ 이상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쓰레기집 거주자들이 외부의 도움을 받아 최소한의 일상을 회복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 준다. 하지만 쓰레기집을 지원할 수단은 없다시피 하다. 서울 시내 한 복지사는 “현재 쓰레기집 가구를 네 곳 담당하고 있는데, 복지관 예산서에 작성되지 않은 예산은 쓸 수 없다”며 “긴급한 지원이 필요한데도 청소를 해 줄 인력과 돈이 없어 애만 태우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토로했다. 한 번의 청소로 지원을 끝낼 것이 아니라 꾸준한 사후 관리가 필요하다고 현장 복지사들은 입을 모았다. 특히 물건에 집착을 보이는 저장강박증 환자라면 대청소 이후 금세 쓰레기집 생활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표씨처럼 정기적인 심리 상담을 제공해 줄 필요가 있다. 서울 YWCA 봉천종합사회복지관 오진영 복지사는 “물건에 애착이 심한 사람은 타인이 자신의 물건에 손을 대거나 버리는 행위에 반발심을 갖거나 더 숨으려 하는 경향을 보인다”며 “불안의 원인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사회 관계망을 복원해 주는 심리 지원 서비스가 뒤따라야 한다”고 짚었다. 서울 광진구의 한 복지사는 “대대적으로 청소를 했더라도 옆에서 관심을 두고 지켜봐 주는 사람이 없으면 결국 원래 상태로 돌아가고 만다”며 “청소와 심리 상담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이들이 지역사회로 나올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 지난해 산재사망 10건 중 1건은 공공부문에서 발생했다

    지난해 전체 산업재해 사망자 가운데 공공부문에서 발생한 비중이 9.4%나 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2일 이은주 정의당 의원에 따르면 정부가 발표한 지난해 산재 사고사망자는 882명이며, 이 가운데 중앙행정기관,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 지방공기업, 지방교육청 등 공공부문 산재 사망자는 98명(사고 83명, 질병 15명)이었다. 연간 산재 사망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기관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한국전력공사로 각각 6명이었으면, 이어 강원도 춘천시와 한국도로공사에서 각각 5명의 산재 사망자가 나왔다. 공공부문 전체에 대한 산업재해 현황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공공건설 사고 사망자가 58명이었는데, 이는 지난해 발생한 전체 건설업 사망자(458명)의 12.7%나 됐다. 고용 형태별로 보면 정규직, 기간제, 공무직 등 직접고용 사망자가 27명, 용역·위탁 등 간접고용 5명, 발주공사 66명이었다. 기관별 사망자는 중앙행정기관 8명, 공공기관 42명, 지방자치단체 31명, 지방공기업 9명, 지방교육청 7명, 기타 1명이었다. 이 의원에 따르면 공공부문 산재는 관련 통계조차 생산이 안되고 있다. 태안화력발전 하청노동자 姑김용균 씨 사망사건 후, 정부는 공공기관 작업장 안전강화 대책(2019년)을 발표하고 안전관리 중점기관을 정해 관리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매해 공공기관 사고 재해 사망자를 집계해 내놓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안전강화 대책은 중앙정부 부처 산하 공공기관의 사고성 재해만 대상으로 했을 뿐 중앙행정기관, 지자체, 지방공기업, 시도교육청은 빼고 집계한 것이어서 이 의원이 조사한 것과 두 배 가량 차이가 났다. 정부는 ‘5년간 사망재해자가 2인 이상 발생’하거나 산재 현황 등을 고려해 안전관리 중점기관을 선정해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이 의원은 “현재 정부 기준대로라면 지난해에만 5명의 사고사망이 발생한 강원도 춘천시나, 3명이 사망한 경기도 화성시와 부산교통공사, 2인이 사망한 산림청, 해양수산부, 서울교육청, 경기교육청은 모두 중앙정부 공공기관이 아니라는 이유로 중점관리에서 제외된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공공부문 산재 예방을 위해 ▲정부 부처를 아우르는 공공부문 재해예방 컨트롤타워 수립 ▲공공부문 산업재해 통계 생산 제도화 및 위험성 평가를 위한 체계 마련 ▲2019년 발표 공공기관 작업장 안전강화 대책 확대 적용을 정부에 주문했다. 아울러 중앙행정기관, 지자체, 지방공기업 산업재해 현황 파악 및 대책 수립에 즉각 나설 것을 행정안전부에 요구했다.
  • [오늘마음읽기] 분명히 피곤한데 왜 잠은 안 올까?

    [오늘마음읽기] 분명히 피곤한데 왜 잠은 안 올까?

    <11회>진료실 밖 진료실 이야기 침대에만 누우면 정신이 말똥몇 시간 못 자고 출근하는 악순환과로, 생활습관 탓에 리듬 무너져불빛이 ‘리듬 조절’ 멜라토닌 분비 방해늦은 밤 스마트폰, 격렬한 운동 피해야#편집자 주 당신의 마음은 안녕하신가요? ‘오늘하루 마음읽기’에서는 날씨처럼 시시각각 변하는 우리 마음속 이야기를 젊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4명이 친절하게 읽어 드립니다. 열한 번째 회에서는 몸은 피곤한데 밤마다 잠들기는 힘든 이유가 무엇인지 이광민 정신건강의학 전문의가 설명해드립니다. 30대 남성이 진료실에 들어옵니다. 훤칠한 얼굴, 복장 등으로 볼 때 좋은 직장에 다닐 법한 느낌인데요. 표정은 피곤함에 지쳐 보였습니다. 불그스름한 얼굴색으로 볼 때 평소 술도 많이 마시는 듯합니다. 그는 “최근 잠을 도통 잘 수 없다”고 털어놨습니다. 너무 피곤해서 바로 잠이 들 것 같은데 침대에만 누우면 말똥해지고 새벽이 돼서야 잠이 든다고요. 결국 3시간도 못 자고, 다시 회사 갈 준비를 하게 됩니다. 술을 마시면 조금은 일찍 잠드는 것 같아 일부러 회식을 찾습니다. 일을 마치면 녹초가 돼 평소 하던 운동은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주말에는 밀린 잠을 잡니다. 늦잠을 잤으니 밤에 잠이 올 리 없습니다. 그럼 혼자 술을 마시면서 스마트폰이나 TV를 보며 밤을 지새우고 새벽에 잠듭니다. “3개월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렇게 리듬이 무너지진 않았어요. 원래는 아침형 인간이라 회사를 마치고 집에 들어가면 영화나 책을 보다 일찍 잠이 들고 아침에는 운동하고 회사를 출근할 정도였어요. 큰 프로젝트가 있어 한 달가량 주말도 없이 야근한 이후부터 이렇게 돼 버린 것 같아요.” ●우리 몸 리듬 지키는 ‘멜라토닌’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일상의 리듬이 무너질 때가 있습니다. 일에 치여서일 수도 있고, 잦은 출장 때문일 수도 있고, 낮밤 교대근무를 해서일 수도 있습니다. 연말·연초가 돼 술자리가 많아지면 또 그렇습니다. 코로나19 탓에 회식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오히려 집에서 혼자 술을 마시거나 스마트폰을 붙잡고 있으면서 생활 리듬이 무너져 내립니다.우리 신체에서 일정하게 조절하는 생활 리듬을 ‘일주기 리듬’이라고 합니다. 생물학적으로 뇌 안의 호르몬인 멜라토닌에 의해 조절됩니다. 멜라토닌은 미간 안쪽의 송과체라는 부위에서 분비되는데 저녁 무렵부터 시작해 새벽 무렵 가장 높은 수치를 보이다 아침이 되면 급격하게 떨어집니다. 멜라토닌 분비가 건강한 사람은 늦은 저녁에 슬슬 잠이 오기 시작해 새벽까지 깊은 잠을 자다 아침이 되면 깔끔하게 깨어납니다. 멜라토닌 분비가 건강할수록 생활 리듬이 잡힌 균형 있는 일상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우리 신체의 순수한 일주기 리듬은 24시간보다 조금 더 깁니다. 대략 24시간 10분가량입니다. 순전히 생물학적 시간으로 따지면 우리는 매일 10분 정도씩 생활 리듬이 뒤로 밀려갈 겁니다. 지구가 24시간 태양을 공전하는 시간과 우리 몸의 일주기 리듬이 살짝 차이 나기 때문에 두 개의 시계를 서로 맞추는 게 필요하죠. 그래서 우리 몸은 눈으로 들어오는 빛에 의해 멜라토닌의 분비를 조절합니다. 빛이 눈 안으로 들어오면 송과체의 멜라토닌 분비를 억제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그렇게 하루 중의 일조량에 맞춰 우리 몸의 일주기 리듬을 맞추게 돼 있습니다. ●자다가 깼을 때 스마트폰 보지 마세요 최근 우리는 대부분 멜라토닌 분비가 엉망진창이 된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선 밤에도 밝은 환경에서 지낼 수 있고, 늦은 시간에도 TV나 스마트폰을 보면서 우리 눈에 밝은 빛이 들어오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당연히 멜라토닌 분비를 방해하죠. 이로 인해 대도시에 사는 현대인 대다수가 멜라토닌 분비 장애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경우 잠이 들기 힘들고 잠이 들더라도 얕은 잠을 자게 됩니다. 멜라토닌이 저녁에 분비됐다가 밤 중에 끊겼다가 새벽에 다시 분비되기도 합니다. 자다가 깼을 때 스마트폰을 보는 버릇이 있으면 이런 패턴을 만듭니다. 밤 중에 눈에 빛이 들어가다 보니 그 시간대의 멜라토닌 분비가 억제돼서지요. 이렇게 되면 저녁에 잠을 잠깐 잤다가 밤이 되면 깨고 새벽녘에서야 다시 조금 자게 됩니다. 수면의 질이 떨어지고 일상 리듬이 깨어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사회 활동은 생활 리듬을 흐트러뜨리는 다른 원인입니다. 활발한 신체활동도 멜라토닌 분비를 억제합니다. 밤늦은 시간의 운동이나 야근, 술자리 등의 활동은 적절하게 분비돼야 하는 멜라토닌 분비를 방해해 일주기 리듬을 깨뜨립니다. 우리의 생활 리듬이 깨어져 있다는 걸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사회적 활동을 하는 주중과 쉬어도 되는 주말 동안의 수면 패턴을 비교해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평일 주중에는 새벽 1시 무렵 자서 아침 6시에 일어나지만, 주말에는 비슷한 시간에 자고 낮 12시 무렵 일어난다고 칩니다. 이런 경우에는 멜라토닌 분비는 뒤로 밀려 있는 저녁형이며 평일에는 사회 활동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일찍 일어나고 있는 셈입니다. 생활 리듬이 깨어져 버렸다면 그 원인을 찾아 없애는 것이 우선입니다. 밤늦게 혹은 자다가 깼을 때 TV나 스마트폰을 본다면 이 버릇부터 중단해야 합니다. 잠을 자기 위해 밤에 격렬한 운동을 하거나 늦게까지 술을 마신다면 생활 리듬이 깨지는 건 당연합니다. 가능하다면 업무가 많더라도 밤늦게 야근하고 아침 늦게 출근하기보다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균등하게 업무를 보고 밤에는 휴식을 취하는 게 좋습니다. 내 삶의 리듬을 깨뜨릴 만한 요인을 최소화하려 노력하는 겁니다. ●아침 산책·운동으로 건강한 일주기 리듬 찾아라 그렇지만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생활 리듬이 어쩔 수 없이 깨어져 버릴 때가 있습니다. 단기간에 일이나 공부를 몰아쳐서 해야 할 때가 있고 늦은 술자리를 할 수밖에 없을 때가 있습니다.이럴 때는 깨져버린 생활 리듬을 제자리로 맞추기 위한 과정이 필요합니다. 일주기 리듬의 시간대와 사회생활을 위한 시간대를 서로 맞추는 겁니다. 이건 고정할 기준을 먼저 정해야 합니다. 출퇴근 시간이 자유로운 직장인이라면 자신의 일주기 리듬에 사회적인 시간을 맞추면 됩니다. 저녁형 인간이라면 늦게 출근하고 늦게 퇴근해서 저녁형 시간대에 맞춰 사는 식입니다. 그런데 자유로운 출퇴근을 가지기가 쉽지 않죠. 대부분은 사회적 시간대에 나의 일주기 리듬을 맞추어야 합니다. 나의 일주기 리듬은 아침형이고 사회적 시간대는 저녁형인 경우, 이를 맞추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일주기 리듬은 24시간보다 길어서 뒤로 미루는 건 수월하기 때문입니다. 대부분 문제는 반대 상황에서 생깁니다. 사회적 시간대는 이른 아침부터 시작하는데 자신의 일주기 리듬은 저녁형인 경우이지요. 일주기 리듬을 앞으로 당기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방법을 찾는다면 우선 밤 시간대에 우리 화면을 보거나 신체활동을 하는 걸 최대한 줄여 멜라토닌 분비를 방해하지 않아야 합니다. 반면 아침 시간에는 밝은 햇빛을 받으며 산책하거나 운동을 해서 아침 시간대의 멜라토닌 분비를 억제합니다. 꾸준히 이런 노력을 하다 보면 조금씩 일주기 리듬이 앞으로 당겨옵니다. 물론 말이 쉽지, 행동으로 옮기려면 상당한 의지가 필요합니다. 일주기 리듬을 수월하게 조절하기 위해 약물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멜라토닌 약이 대표적이죠. 실제 미국 등에서는 마트나 약국에서 영양제처럼 멜라토닌 약을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멜라토닌 약은 뇌에서 분비되는 멜라토닌과 같은 물질이라 부족한 멜라토닌을 보완해 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함정이 하나 있습니다. 멜라토닌은 분해가 빠른 불안정한 물질이라 반감기(몸 안에서 물질이 반으로 줄어드는 데 걸리는 시간)가 30분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약을 먹고 1~2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분해되어 약효가 없어집니다. 그러므로 해외에서 영양제처럼 나오는 멜라토닌은 생활 리듬을 잡는 데 별 효과가 없습니다. 물론 의학은 이런 멜라토닌의 한계를 극복하긴 했습니다. 멜라토닌에 여러 겹 코팅을 씌운 약제를 만들어 알약이 위장을 지나면서 지속해서 멜라토닌이 흡수되도록 만들었습니다. 화학적으로 합성을 해서 분해시간이 긴 멜라토닌 유사체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의사의 진료를 통해 사용한다면 이런 약은 무너진 생활 리듬을 잡는 데 도움이 됩니다. 멜라토닌 약은 수면 패턴을 잡아주는 약이기 때문에 효과를 얻으려면 불규칙적으로 먹기보다 일정한 시간(주로 목표 입면 시간 1시간 전)에 일정 기간을 계속 먹어야 합니다. 약도 생활 리듬을 잡으려면 꾸준함이 있어야 합니다. 약의 도움을 받더라도 그 리듬을 지속해서 유지하기 위해서 스스로 생활 습관을 지키려는 꾸준함도 필수입니다. 이광민 전문의는 마인드랩공간 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삶의 실체적 방향을 찾아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게 좋아 정신건강의학 전문의가 됐다. 오랫동안 임상에서 청소년과 청년, 암환자의 정신건강 문제를 챙겨왔다.
  • ‘오징어게임’, 83개국 중 82곳서 1위…유일하게 1위 못한 나라는

    ‘오징어게임’, 83개국 중 82곳서 1위…유일하게 1위 못한 나라는

    넷플릭스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적인 흥행 돌풍을 이어가는 가운데 유일하게 인도에서만 1위를 차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넷플릭스 순위 집계 사이트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오징어 게임’은 넷플릭스 서비스가 이뤄지는 83개국 중 82개국에서 1위를 차지했다. 82개국에서 한 작품이 동시에 정상을 차지한 것은 넷플릭스 역사상 최초 사례다. 현재 ‘오징어 게임’이 1위에 오르지 못한 유일한 나라는 인도다. 인도에서 1위를 차지한 작품은 ‘코타 팩토리’다. ‘코타 팩토리’는 입시학원으로 유명한 도시 코타에 전국 수재들이 모여 명문대 진학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스토리의 드라마다. 당초 인터넷 영상 플랫폼과 유튜브에서 서비스됐던 ‘코타 팩토리’는 인기에 힘입어 시즌2는 넷플릭스에서 서비스되고 있다.그렇다고 해서 ‘오징어 게임’이 인도에서 외면받고 있다거나 힘을 못 쓰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징어 게임’은 ‘코타 팩토리’에 이어 인도 넷플릭스 드라마 중 2위에 올라와 있다. 국내 네티즌들은 ‘오징어 게임’이 인도에서도 1위를 차지해 넷플릭스가 서비스되는 모든 국가에서 1위를 차지하는 기록을 세울지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오징어 게임’에 노래와 댄스가 나오지 않아 인도에서 1위를 차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인도에서 영화 등에 뮤지컬적 요소가 많이 들어가는 점에 착안한 우스갯소리다. 인도 현지에서도 ‘오징어 게임’에 대한 관심은 다른 나라 못지않다. 특히 ‘오징어 게임’에 ‘압둘 알리’ 역으로 출연해 비중 있는 연기를 선보인 배우 아누팜 트리파티가 뉴델리 출신인 점도 인도 현지에서 관심을 가질 만한 요소다.아누팜 트리파티는 인도에서 연극배우로 활동하다 2010년 한국에 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연기를 공부했다. 인도 현지에서 ‘오징어 게임’ 흥행과 함께 아누팜 트리파티의 인터뷰 기사도 꾸준히 소개되고 있다. ‘오징어 게임’은 456억원의 상금을 차지하기 위해 참가자들이 목숨을 걸고 벌이는 서바이벌 게임을 그린 넷플릭스 9부작 드라마다. 참가자들 대부분 빚더미 등에 짓눌려 벼랑 끝에 내몰린 ‘실패자’들로, 이들은 정체불명의 조직으로부터 거액의 상금을 댓가로 한 ‘목숨을 건 게임’에 참가한다. ‘오징어 게임’ 열풍에 힘입어 작품 속에 등장하는 게임 소품 등도 외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현재 이베이 등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달고나 만들기 재료, 양은 도시락, 주인공 기훈(이정재 분)의 참가 번호 456번이 적힌 티셔츠 등이 팔리고 있다. 이밖에 코스튬 사이트에서 프런트맨의 가면, 관리자의 분홍색 옷, 참가자 트레이닝복이 판매 중이다. 또 소셜미디어에서는 ‘오징어 게임’에 나오는 거대 인형 이미지를 각종 상황에 합성한 밈(meme·인터넷에서 놀이처럼 유행하는 이미지나 영상)이 인기를 끌고, 작품 속에 나오는 게임을 실제로 해보는 네티즌들의 영상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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